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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1편*
2016/12/08 - [마츠소설/쇼타 카라마츠 사변] - [오소마츠상][카라른]쇼타 카라마츠 사변1
*2편*
2017/01/12 - [마츠소설/쇼타 카라마츠 사변] - [오소마츠상][카라른]쇼타 카라마츠 사변2
*3편*
2017/03/20 - [마츠소설/쇼타 카라마츠 사변] - [오소마츠상][카라른]쇼타 카라마츠 사변3
*4편*
2017/05/18 - [마츠소설/쇼타 카라마츠 사변] - [오소마츠상][카라른]쇼타 카라마츠 사변4-1
2017/05/18 - [마츠소설/쇼타 카라마츠 사변] - [오소마츠상][카라른]쇼타 카라마츠 사변4-2
쇼타 카라마츠 사변5
그 사건은, 카라마츠가 어려지고 1개월이 지날 즈음, 아침 일찍부터 데카판 박사가 마츠노가를 찾아오면서 시작되었다.
[[[[[원래대로 돌아오는 약이 완성됐다고!?]]]]]
[그렇다스. 드디어 완성됐다스]
마츠노가의 거실에 모인 우리들은, 데카판 박사의 말에 놀라 소리를 질렀다. 이 이야기의 주역인 카라마츠는, 나, 이치마츠의 무릎에 안긴 채로 그런 형제들을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데카판 박사는 주머니에서 (랄까 팬티속에서 꺼냈다. 구려) 작은 병을 꺼내더니, 그것을 탁자에 올려두었다.
[이건 카라마츠군이 먹은 약의 효과를 없애주는 약이다스. 이걸로 모두 해결이다스!]
데카판 박사의 말에 우리 여섯 쌍둥이는 전원 동시에 약을 쳐다봤다가, 또 동시에 카라마츠를 쳐다보았다. 아마 모두 같은 생각을 하는 듯했다.
카라마츠가 원래대로 돌아가는 건 순수하게 기쁜 일이다. 역시 어린 채로는 이런저런 문제가 있고, 그 짜증나는 카라마츠가 최근 들어 조금 그리워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어린 카라마츠와 이별하는 것도 쓸쓸한 게 당연하다. 그러니까 모두 아무런 말도 않고 약과 카라마츠를 번갈아 보기만 하는 것이다. 이야기를 진행하는 걸 모두 주저했다.
그러고 있길 얼마나 지났을까. 시간 감각이 없어 잘 모르겠지만, 이 답답한 분위기를 가장 먼저 깨버린 건, 역시 장남이었다.
[이야, 다행이잖아! 뭐어- 어린 카라마츠여도 나는 좋지만 말야~. 그래도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것보다 좋은 일은 없잖아! 안 그래, 다들!]
오소마츠형이 우리들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모두 처음에는 당황하는 듯했지만, 그래도 역시 잘 된 일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복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린 카라마츠와 헤어지게 되는 건 싫지만, 원래의 카라마츠와 만나지 못하는 것도 싫었다. 그게 나는 지금 너무도 이상하게 느껴졌다. 계속 이대로 있어서 좋을 리가 없는데.
오소마츠형은 우리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곤, 만족한 듯 웃으며 탁자위의 약병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데카판 박사와, [이거 써?] [애가 먹을 수 있도록 달게 만들었다스] 같은 대화를 나누며 카라마츠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곤 손에 든 작은 병을 카라마츠 눈앞에 들어보이며,
[카라마츠, 이거 엄~청 달달한 주스라고! 먹을래?]
라고 웃으며 말했다. 분명 카라마츠는 의심 없이 그 약을 먹을 것이다. 우리들은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 시럿!!!!]
[[[[[ 에? ]]]]]]
[시러, 시럿....안 먹어어어어!!]
카라마츠는 싫다며 고개를 마구 흔들더니 이내 울음을 터뜨렸다. 내게 매달려 몸을 덜덜 떨면서, [싫어싫어] 라며 울부짖었다. 우리들은 그런 카라마츠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이렇게까지 거부 반응을 보일 거라곤 생각도 못했으니까.
[카, 카라마츠형? 왜 그래?]
[카라마츠, 이거 쓴 약이 아니라고? 달콤하고 맛있는 거라니까]
[싫어어어어, 싫다고오오!!]
토도마츠와 쵸로마츠형이 카라마츠를 달래려 손을 뻗었지만, 가벼운 착란 상태가 온 건지 손들을 뿌리치며 더욱 내게 달라붙어 왔다. 그런 카라마츠의 모습에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어쩌면 좋냐는 얼굴로 서로 마주 보았다.
나는 일단 카라마츠를 진정시켜야겠다는 생각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치마츠, 어디 가?]
[밖. 진정 좀 시키고 올게]
[.........그래]
일단 이곳에서 멀어지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한 나는, 오소마츠형에게 그리 말하곤 방을 나왔다. 순간 오소마츠형의 표정이 어두워진 듯했지만....기분 탓이겠지. 지금 신경 쓸 일도 아니고.
나는 아직도 울고 있는 카라마츠를 끌어안고 등을 살짝 쓰다듬었다.
어째서 카라마츠는 원래대로 돌아가기를 거부하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이치마츠와 카라마츠가 나간 후, 거실에 있던 데카판 박사가 작게 중얼거렸다.
[거부 반응을 일으킬 거라고는 예상했다스]
그 말에 모두 동시에 데카판 박사를 쳐다본다.
[에, 무슨 소리야?]
[카라마츠군이 먹은 약은 『되고 싶은 자신이 되는 약』 이다스. 즉, 지금의 모습은 그가 바라던 거라는 말이다스. 그러니 아마 원래대로 돌아가기 싫을 거다스]
[[[엣?]]]
쵸로마츠, 쥬시마츠, 토도마츠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놀란 건 쥬시마츠였다.
[자, 잠깐만 박사!! 카라마츠형이 먹은 건 어려지는 약이 아니었던 거야!?]
[으응? 아니, 처음에는 그럴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카라마츠군이 마신 건 다른 연구중인 약, 『되고 싶은 자신이 되는 약』일 거다스. 그보다, 이거 전에 쥬시마츠군한테 얘기했었다스요?]
[에? 에에? 나 그런 얘기 못 들었는데]
[으음? 이상하다스. 분명 전했는데]
[에에에~???]
쥬시마츠와 데카판 박사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 두 사람을 보아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아, 옆에 있던 쵸로마츠와 토도마츠도 의아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본다.
그러던 중, 오소마츠만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를 무표정으로, 아까부터 계속 이치마츠와 카라마츠가 나간 문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
저기, 누구라도 좋으니까, 나....마츠노가 장남, 마츠노 오소마츠의 참회를 들어주지 않을래.
시간은 그렇게 많이 뺏지 않을테니까. 조금이라도 좋으니까 얘기를 들어줘.
내가 계속 후회하고 있는, 바보 같은 남자의 사랑 이야기를.
◇◇◇
아무것도 아닌 척하며, 네가 안심할 수 있는 미소를 지으며, 듣고 싶지도 않은 네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좋아하는 아이에게 이렇게 애쓰는 나는 얼마나 좋은 남자인가, 라며 속으로 한껏 자신에게 심취한 채, 네가 기뻐할만한, 거짓으로 꾸민 말을 속삭인다.
있지 카라마츠, 너 착각하고 있다고.
나는 네가 생각하는 만큼 좋은 형이 아니야.
마음이.....부서질 것만 같다.
사랑을 자각한 건 중학교 2학년 때였다. 카라마츠가 여섯 쌍둥이들 속에서 개성을 만들어내기 위해 가면을 쓰기 시작할 무렵. 안쓰러운 언행이나 의상의 녀석을 바보 취급하는 친구들과 형제들 때문에 잔뜩 풀이 죽은 녀석에게 장난으로 말을 걸었다.
사실 나도 녀석을 바보취급할 생각으로 말을 건 것이었다. 그런데 녀석은 말을 건 게 나여서인지 가면을 벗고선 한심한 얼굴을 지어보였다.
[나, 그렇게 이상한가....멋있다고 생각했는데] 라며 나약한 소리를 하니까, 뭔가 불쌍하게 느껴져 단순한 동정심에, [너는 그대로여도 괜찮다고!] 라 말했다. 그랬더니 녀석은 폼 잡는 미소가 아닌 순수하게 기뻐하는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에 나도 모르게 설렜다. 심장이 두근두근 요동쳤다. 그래서 나는 그 후에 녀석에게 물어봤다.
[왜 내 앞에서는 폼 잡지 않는 거야?] 라고. 그랬더니 그 녀석,
[오소마츠는 내 단 하나뿐인 형이니까. 그러니까 조금 어리광부리고 싶은 걸지도] 라나 뭐라나. 그 순간 내 머릿속에서 축복의 종소리가 울리며, 천상에서 천사가 나팔을 불며 내려오는 광경이 펼쳐졌다.
그때부터였다. 지금까지 동생 중 한명에 불과했던 카라마츠가, 내게 특별한 존재가 된 것은. 내 앞에서만 가면을 벗는 카라마츠라니, 최고잖아. 너무 귀엽잖아.
스스로도 너무 쉽게 넘어간 거 아닌가 싶었지만. 반했는데 뭐 어쩌겠어.
그래서 나는 조금 우쭐해있었다. 카라마츠에게 있어 나는 특별한 존재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뭐, 그게 단순한 착각이라는 건, 금방 알 수 있었지만.
카라마츠가 내게 있어서 특별한 존재가 된 이후, 내 눈은 자연스레 카라마츠의 뒤를 쫓았다. 그리고 카라마츠를 관찰하면서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건, 나처럼 카라마츠도 누군가의 눈으로 쫓고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건 내가 아니었다.
카라마츠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이치마츠였다. 금방 알 수 있었다. 녀석이 이치마츠를 사랑한다는 것쯤은. 그 뜨거운 열이 담긴 눈빛은 내가 최근 거울에서 보는 얼굴과 비슷했으니까 금방 알아챘다.
결국 나는 사랑을 자각한 지 1주일만에 실연당했다. 나의 달콤한 짝사랑은 싱겁게 막을 내리고, 그 후에 개막한 것은 힘들고 괴로울 뿐인 짝사랑 극이었다. 웃기지도 않는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어 형제 전원 니트가 되어도 나의 짝사랑은 끝나질 않았고, 카라마츠의 짝사랑도 끝나지 않았다.
녀석이 이치마츠와 이어지면 마음을 접으려고 했는데, 도무지 두 사람에는 진전이 없다. 카라마츠의 사랑을 알아챔과 동시에, 나는 이치마츠의 마음도 눈치채버렸으니까,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두 사람이 이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형아 깜짝 놀랐다고. 너희들이 꾸물거리는 탓에 형아의 짝사랑이 끝나질 않는데요. 어쩔거야. 이 마음은 시들기는커녕 날로 커지고 있다고? 전-부, 너희가 꾸물거린 탓이니까 말야. 잠깐, 그렇단 건 어쩌면 나한테도 승산이 있다는 거-? , 라며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있잖아.
그리고 나는 오늘도, 좋은 형 행세를 하며 좋아하는 아이의 푸념에 귀를 기울인다.
아아 정말......마음이 무너질 것 같다.
오늘은 단골 주점에 카라마츠와 단 둘이 마시러 왔다. 술에 약한 카라마츠는 이미 잔뜩 취해서, 얼굴을 붉힌 채 눈물을 글썽이며 테이블에 엎드려 있었다.
[오늘도 이치마츠를 화나게 해버렸다. 같이 고양이 밥을 주고 싶었을 뿐인데.....우으으, 왜 이렇게 날 미워하는 걸까아]
[아-....신경 쓰지 말라니까. 분명 기분이 나빴던 거겠지]
랄까, 그건 그냥 부끄러워하는 것뿐이니까.
어린 시절과는 달리 완전히 성격이 달라진 이치마츠의 속내를 읽지 못하는 카라마츠는, 이치마츠에게 미움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치마츠의 냉대에 마음이 비명을 지를 때마다, 녀석은 나를 소환해서, 늘 이렇게 둘이서 술을 마시며 한탄하곤 한다.
유일한 형인 내게는 간단히 어리광을 부리거나 의지하는 녀석은, 괴로워질 때면 꼭 나를 부른다. 그건 무척이나 기쁘고 우월감을 느끼고 있지만, 녀석의 입에서 나오는 건 늘 이치마츠뿐. 그건 정말이지 지루하기 짝이없다. 그럼에도 성실하게 녀석의 한탄에 어울려주는 내가 기특하다.
[그치만 형, 이치마츠도 옛날에는 상냥했었다고. 유치원 때는 결혼해준다고, 계속 함께 있어 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아아- 그래그래. 그 이야기라면 벌써 100만번은 더 들었다고.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야. 너, 엄청 좋아하네 그 추억 이야기. 뭐어, 냉정해진 이치마츠의 태도에 마음 상한 네가 유일하게 100% 믿을 수 있는 건, 그 약속뿐이니까. 그 약속이 녀석에게 있어서, 옛날에는 이치마츠가 자신을 좋아해줬다는 유일한 증거.
이 녀석, 평소에는 이치마츠를 믿는다는 둥 그런 얘기하는 주제에, 자신을 향한 마음은 전혀 믿질 못하네. 아니....어떤 의미론 엄청 믿고 있는 건가. 정반대지만. 아마 녀석은 이치마츠가 형제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거다. 그러니까 이치마츠가 쑥스러워서 하는 욕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거겠지. 말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고, 여러 가지 감정이 숨어있는데, 녀석은 전혀 알아채지 못한다. 그래서 내 마음도 전혀 알지 못한다. 아아-, 서로서로 힘들구나, 이치마츠군.
그치만 그 추억 얘기, 난 완전히 질렸다고. 너는 언제까지 유치원 시절에 멈춰있을 거냐고. 그냥 고백해버리면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될 텐데. 하아, 허무하구만.
――― 쩌적.
아아, 또다.
내 마음에 금이 가는 소리가 났다.
그로부터 1시간 후, 카라마츠는 완전히 잠들어버렸다. 어이어이, 이거 내가 업고 돌아가야 하는 상황? 정말이지, 오늘은 평소보다 더 심했다고, 카라마츠씨. 주정부리고 싶은 건 오히려 이쪽이니까 말야. 왜 너를 상처 입히기나 하는 그런 바보가 더 좋은 거냐고. 형아 네 취향 이해할 수가 없어. 내가 더 좋다고? 난 절대 너를 슬프게 만들거나 하지 않는다고 약속할 수 있으니까. 소중하게 대할 수 있는데.....안 되겠지, 나로는.
하아, 오늘도 몇 번째인지 모를 한숨을 내쉬며, 건너편에 앉은 카라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손가락을 간질이는 머리칼의 감촉이 좋다. 그대로 앞머리를 걷어 이마를 쓰다듬고는 차례로 눈과 코를 가볍게 스쳐지나가 마지막으로 뺨을 한손으로 감싸듯 쓸어내린다.
이렇게 만져대고 있는데 일어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카라마츠에, 웃으며 뺨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그러자 카라마츠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며, 응석 부리듯이 내 손에 바짝 다가왔다. 그 반응에 무심코 몸이 움찔하고 떨리고, 반사적으로 손을 떼려하자 반대로 손을 잡아끄는 카라마츠. 이 녀석 일어난 건가? 굳은 채로 카라마츠의 모습을 관찰하고 있자, 눈을 감은 카라마츠의 입에서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으응~......후흣, 이치마츠으....좋아한다아]
――― 쩌적...쩍....
아아, 또다.
또 마음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린다.
카라마츠가 어려지기 전, 카라마츠와 나, 단 둘이 방에 있을 때 일어난 일이다.
계기는 이젠 기억나지 않지만, 분명 아주 사소한 일이었을 거다. 아마 지금까지 쌓였던 모든 게 한계에 다다랐던 것 같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마음은 완전히 망가져서 산산조각이 나있었다.
[혀, 엉?]
다다미 위에 넘어뜨려져 놀란 듯한 눈동자가 나를 쳐다본다. 아아 그 얼굴, 완전 끌리는데. 카라마츠, 너 계속 착각하고 있다고. 나는 네게 좋은 형이 아냐. 거짓말쟁이에, 겁쟁이에, 옳은 일이라곤 하나도 하지 않는, 쓰레기 같은 형이라고.
그러니까 나를 택하지 않을 거라면, 다시는 나를 의지하지 마. 내게 어리광 부리지 마. 차라리 날 싫어해줘. 더는 내게 꿈같은 거 보여주지 마.
마음 한 구석의 냉철한 내가, [그만둬] 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더는 그만둘 수 없는 나는 모든 걸 감정에 맡긴 채로 입을 열었다.
[.....좋아해]
[.........에?]
[네가 좋아. 마츠노 카라마츠, 나는 네가 좋아. 형제로서가 아냐. 너의 전부를 같고 싶을 정도로........이상하겠지]
[에..........거.....거, 거짓말.....음읏....으응읏]
정신을 차리고 보면 나는 카라마츠의 입술을 내 입술로 틀어막고 있었다. 우와, 저질렀네. 형제들끼리 장난친다고 뽀뽀를 하는 경우는 있지만, 이건 전혀 다른 경우다. 지금까지 애정표현으로 하는 키스는 어떤 걸까, 하고 생각했었는데. 과연, 이렇게 기분 좋은 거구나. 상대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만으로, 취하지도 않았는데 취한 것처럼 몽롱해지는 기분이다.
입을 맞춘 걸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나는 굳게 잠긴 카라마츠의 입을 혀로 찔렀다. 여전히 완강하게 꾹 입을 다문 녀석에 조금 열이 받아, 나는 억지로 녀석의 입에 혀를 비틀어 넣었다. 카라마츠의 손이 나의 등을 때려댔지만, 너 그거 진심으로 반항하는 거야? 라고 생각할 정도로 약했다. 그렇게 해선 그만두지 않을 거니까.
나는 혀로 카라마츠의 입안을 범했다. 달아나려는 혀를 잡아 억지로 휘감고, 입천장과 아래를 번갈아 핥아 올렸다.
[후읏....웅, 흣......후아]
질척질척 침이 얽혀 거품이 일었다. 질척이는 소리와 함께 카라마츠의 한숨 섞인 목소리가 조용한 방에 울렸다. 떨리는 음성에 더 흥분한 내 호흡은 점점 더 가빠졌다.
감았던 눈을 슬쩍 열자 눈앞에 보인 건 눈물을 글썽이는 카라마츠. 아~아, 불쌍해라. 친형한테 이런 키스나 당하고....진심으로 동정한다고, 카라마츠. 뭐, 그렇다고 그만둘 생각 전혀 없지만.
그 뒤로 만족할 때까지 카라마츠의 입안을 범하고서야 나는 입을 뗐다. 그 때 두 사람 사이에 생긴 타액의 실이 늘어져 빛나는 걸 보고, [야하네-] 라고 생각했다.
서로의 타액으로 끈적끈적하게 된 카라마츠의 입가를 엄지손가락으로 닦아주었다.
카라마츠는 새빨간 얼굴로 숨을 몰아쉬며, 눈물을 머금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표정에는 조금 두려움이 섞여들어, 온몸이 흥분감에 오싹해졌다. 아아, 나 이치마츠를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변태일지도. 카라마츠 한정이지만.
[형....어째서...?]
[그니까 말했잖아. 널 좋아한다고. 키스나 섹스적인 의미로]
[.......에? ......그...에에?]
아~아, 완전히 혼란에 빠졌구만, 이 녀석. 바보씨의 작은 뇌로는 용량초과인 건가? 그래도 사고가 정지할 정도로 바보는 아니구나. 너는 좀 더 머리를 쓰라고, 바보. 세상은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으니까 말야.
[아.....그치만....나, 나는 이치마츠가....]
우와, 지금 이 상황에 가장 하면 안 되는 말을 했다고, 이 바보가. 네가 이치마츠를 좋아하는 건 이미 알고 있다고! 너 지금까지 몇 번이나 나한테 이치마츠에 관해서 상담했다고 생각하는 거야. 나는 그걸 알면서도 너한테 고백하는 거라고. 그런 건 보면 알잖아. 진짜 무의식적으로 지뢰 밟기 선수구만, 너.
아마 평소의 ‘카라마츠 한정 착한 형’ 인 나였다면 여기서 끝냈을 거다. [장난이라고~ 바보] 라며. 그리곤 두 번 다시는 널 건드리지 않겠지. 좋아한다며 난처하게 만들지도 않을테고.
하지만 아쉽게도 네가 좋아하는 상냥한 형님은 이미 어디론가 날아가버리고 없다고.
이미 나 고장나버렸으니까, 통제불능이야. 이것도 다 너 때문이라고. 무의식으로 내 마음을 엉망으로 만들어준, 귀엽고 사랑스러운 카라마츠군.
[있잖냐, 유감이지만 네 사랑은 실현되지 않는다고? 이치마츠한테 엄~청 미움 받고 있잖아. 완전 절망적-. 이제 그냥 포기하는 게 어때?]
[우읏.....그, 그런 거 알고 있....]
[핫, 전혀 모르고 있잖아. 모르니까, 매번 이치마츠한테 접근해서 욕먹고 차이곤 나한테 와서 푸념하는 거잖아?]
[우....으읏....]
우와아, 나 완전 쓰레기구만. 뭘 태연하게 거짓말하는 거야. 이치마츠 본심 알면서, 둘이 같은 마음이라는 거 알면서. 카라마츠 이제 완전 눈물샘 붕괴 수준으로 울고 있잖아. 그래도 무리. 멈출 수가 없어. 지금까지 나를 상처 입혔으니까, 나도 널 상처 입혀도 괜찮잖아. 마음 한 켠의 냉철한 내가, [이제 거기서 그만둬] 라고 경고하고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금의 날 막지는 못했다.
그리고 아마, 그때 나는 가장 하면 안 되는 말을 해버렸을 거다. 분명 나의 이 말이 모든 발단이었다.
[네 사랑은 이제 이루어지지 않아. 그야말로 유치원부터 다시 시작하지 않으면 무리라고? 이치마츠가 널 좋아했던 건 어릴 적뿐이니까 말야. 하핫, 그래도 그런 거 불가능하겠지-]
[......읏!!]
그 순간, 카라마츠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지금까지 중에서 가장 상처받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말이 지나쳤다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늦어서, 카라마츠는 내 가슴을 힘껏 밀쳐내며 구속에서 벗어나 그대로 얼굴을 숨긴 채 그 자리에서 도망쳐 버렸다.
나는 멍하니 멀어져 가는 등을 바라보는 수밖에 없었다. 무심코 쭉 뻗은 한쪽 손은 카라마츠에게 닿지 않은 채 허공만 맴돌았다. 또 다시 마음 한 구석의 냉철한 내가, [자 보라고, 그러니까 그만두라고 했는데] 라며 기막힌 한숨을 토해내며 말했다.
이제야 정신이 돌아온 나는 힘없이 다다미 위에 주저앉았다. 카라마츠의 절망에 일그러진 얼굴을 본 순간, 아까까지 나를 움직이던 분노나 가학심은 놀랄 정도로 깨끗이 사라져 버렸고, 남은 건 후회와 초조, 자신에 대한 분노뿐이었다.
뭔 짓이야, 나. 바보냐. 바보냐고. 아아, 그래 맞아. 기적의 바보였지-. 뭘 좋아하는 애한테 상처 주는 거냐고. 이치마츠한테 뭐라고 할 게 아니잖아. 뭐가 나였으면 안 울린다는 거야. 뭘 소중하게 대하겠다는 거냐고. 완전히 울려버리고 상쳐줬잖아. 최악이다. 완전 미움받아 버렸어. 더는 형으로서 의지하지도 않을 거라고. 아아아아아아아아!!!! 이 바보!! 멍청이!! 구소 동정!!! 이제 그냥 죽어라 죽어!!
자기혐오로 죽을 것만 같다. 아니, 차라리 죽여줘.
나는 그날, 다른 형제들이 돌아올 때까지 혼자 방에서 머리를 싸맨 채 우울모드로 있었다. 저녁을 먹기 전에 돌아온 카라마츠와는 결국 단 한번도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그래서 그 놈이 어떤 얼굴로 나를 보는지, 알 수도 없었다.
그 다음날. 카라마츠의 상태가 아침부터 이상했다.
평소에 폼 잡던 가면의 모습은 없고, 계속 본연의 자신인 채로 있었다. 그런 녀석에 아마 다른 녀석들도 위화감을 느끼고 있는지, 힐끔힐끔 카라마츠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원인을 유일하게 아는 나는, 여전히 어색한 분위기에 먼저 말을 걸 용기가 나지 않아 집을 도망치듯 나섰다.
그 뒤, 적당히 시간을 보냈다. 경마장에 가서 이야미를 놀리거나, 파칭코에서 몽땅 잃거나....그리고, 슬슬 돌아가야지, 하고 생각해 집으로 가던 중 쥬시마츠한테 라인이 왔다.
그 내용은 이래저래 수수께끼투성이라 알아볼 수가 없었지만, 지금의 나는 카라마츠와 얽힐 기력도 용기도 없었기에 무시해버렸다. 뭐, 어차피 별 거 아니겠지, 하고 생각했다. 녀석의 몸은 튼튼하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집으로 가던 중 눈앞에, 데카판 박사의 연구소에서 당황하며 뛰쳐나가는 쥬시마츠의 모습이 보여 걸음을 멈췄다.
쥬시마츠가 저렇게 당황하는 건 드문 일이다. 진짜 카라마츠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하는 생각에 나도 덩달아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쥬시마츠를 쫓을 것인지, 일단 무슨 상황인지 확인할 건지 고민하다가, 사정을 잘 알아야 쥬시마츠의 말을 이해할 거라고 생각해 데카판 박사에게 달려갔다.
내가 데카판 박사의 연구소에 들어가자, 데카판 박사는 마침 잘 됐다며 안심한 표정으로 나를 맞았다.
[아아, 잘 돌아왔다스!! 다행이다스. 사실 쥬시마츠군의 형제가 먹은 약을 착각했다스. 아이가 되는 약이 아니라, 되고 싶은 내가 되는 약이었다스. 마침 그 약도 연구 중이어서, 카라마츠군이 아이가 되는 약을 먹었다고 착각해 버렸다스. 그나저나, 왜 어린애가 되어 버린 걸까....]
아무래도 데카판 박사는 날 쥬시마츠로 착각한 듯했다. 그래서 갑자기 그런 말을 들은 나는 그의 말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서두르며 말하는 그에게 다시 한 번 천천히 처음부터 설명하라고 말하자, 데카판 박사는 의아하게 보면서도 친절하게 카라마츠에게 일어난 일을 설명했다.
그리고 설명을 다 들은 나는 무심코 쓴웃음을 지었다. 망연자실했다. 눈앞이 까매질 정도로, 어쩌면 좋을지 몰랐다.
되고 싶은 자신이 되는 약, 그걸 먹은 카라마츠는 어려졌다.
뭐냐고 그게. 그거......완전히 내 탓이잖아. 어제 내가 했던 말 때문이잖아. 카라마츠는 이치마츠가 자신을 좋아해줬던, 유일하게 믿을 만한 어린 시절의 추억에 매달렸단 거잖아. 어려지면 이치마츠한테 사랑받을 거라고 생각한 건가? 바보냐고. 역시 너는 머리 텅텅 빈 바보구만.
그런 거 그냥 화풀이인 게 당연하잖아. 너를 상쳐주려고 한 말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어째서 너는 늘 바보처럼 내 말을 그대로 믿어버리는 거냐고. 그런 쓰레기 같은 말을 믿기 전에, 지금의 이치마츠를 믿으란 말이야. 그 녀석 속내 알기 어렵지만, 잘 보면 널 엄청 소중히 여기고 있다고. 알기 어렵지만, 제대로 널 사랑하고 있다고. 왜 모르는 거야. 진짜 열 받을 정도로 마음에 안 들지만, 널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건 내가 아니라는 걸 이미 잘 알고있어. 그런 남자의 허튼 소리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란 말이야.
머리를 싸매고 웅크린 내게, 데카판 박사가 [괜찮다스?] 하고 말을 걸었다. 그에 나는 괜찮다고 답하며, 일단 카라마츠를 찾으러 가기로 한다. 분명 아직도 쥬시마츠는 이 마을을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을 거다.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아, 이치마츠한테서 카라마츠를 찾았다는 연락이 와서 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보다, 역시 네가 좋은 부분 가져가는 거냐고, 이치마츠. 어쩐지 진 기분이 든 나는 바로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쓸데없이 마을을 돌아다니다 집으로 갔다.
그리고 집에 돌아온 날 기다리는 건 어려진 카라마츠로, 모든 사정을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역시 조금 당황해 버렸다. 게다가 그 녀석, 나 바로 알아봤고. 진짜 뭐냐고. 나 이제 웬만하면 너 포기하고 싶은데.
어려진 카라마츠는 확실히 귀여웠다. 귀여웠지만, 나한테 있어 그 모습을 곧이곧대로 보기엔 너무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그럴게, 그런 꼴이 된 건 나 때문이니까, 자신이 저지른 죄를 눈앞에서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는 걸. 고통밖에 없다고. 아니, 내가 100% 잘못했다는 건 알겠지만 말야. 그러니까 다른 형제들처럼 카라마츠를 귀여워~ 귀여워~ 라며 태연하게 즐길 수가 없었다.
게다가 사실, 카라마츠가 먹은 약을 모두에게 말해야 하는가도 신경 쓰였다. 뭐어, 말하면 내 마음도, 카라마츠의 마음도, 이치마츠의 마음도 전부 말해야 하지만. 이 판국에 나는 자신의 상황만 신경 쓰고 있었다. 정말이지 이기적이다. 완전 최저.
게다가 이 카라마츠. 내 심정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나한테 완전 들러붙어 온다. 대체 뭐야!? 혹시 일부러 그러는 거? 나한테 정신공격이라도 하는 건가 싶어 의심의 눈길을 돌리자, 카라마츠는 나를 보며 반갑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전혀 그런 기미는 보이지 않는데요.
하아......뭐어, 카라마츠를 상처 입힌 벌이 이거라면 달게 받겠다고.
카라마츠가 어려진 그날 밤.
나는 좀처럼 잠들지 못해, 이불에서 슬쩍 나와 어둑어둑한 거실로 향했다. 그대로 다다미 위에 주저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TV만 바라보았다.
하아....형아 조금 지쳤을지도. 이럴 때, 늘 카라마츠 상심한 나를 알아보고 아무 말도 없이 곁에 있어 줬는데.....아마 다시는 그런 일 없겠지. 뭐, 자업자득이지만. 하아.....
오늘만 몇 번째인지 모를 한숨을 내쉬던 순간, 내 귀에 덜컹, 하는 작은 소리가 들려 반사적으로 소리가 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거기에 지금 막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카라마츠가 문앞에서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카라마츠?]
[오쇼마츄혀아....왜 그래? 어디 아파?]
내가 이름을 부르자 카라마츠는 주춤주춤 내게 다가와, 나를 바라보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에? 뭐야 이 녀석. 어려져도 내가 힘들다는 걸 알아챈 거야? 널 상처준 쓰레기 형한테 아직 상냥하게 대해주는 거? 뭐냐고 대체, 진짜 좀 봐주라.
[아-...괜찮아. 조금 잠이 오지 않아서 그러니까. 카라마츠는 그만 돌아가]
내가 그렇게 상냥하게 거절했지만, 카라마츠는 작게 머리를 가로 저어대곤 여전히 날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라보았다. 진짜 그만하라고. 그런 순진한 눈으로 날 보지 마. 죄책감에 죽을 것 같아.
그보다 이 녀석, 옛날부터 막무가내였지. 아마 내가 방에 돌아갈 때까지, 녀석은 돌아가지 않을테지. 나는 다시 한숨을 토하며 머리를 긁었다. 그리고 계속 의문이었던 걸 물었다.
[너 말야, 왜 내가 오소마츠라는 걸 바로 알았던 거야?]
내 경우엔 사전에 알고 있었으니까, 처음부터 녀석이 카라마츠라는 걸 알았다. 그저 그뿐이다. 하지만 녀석은 어떻게? 왜 내가 오소마츠라는 걸 알았던 거지. 뭐, 그 상황에서 남은 건 나와 토도마츠 뿐이었지만, 녀석은 고민하는 기색도 없이 날 오소마츠라고 부르며 가리켰다. 그 이유를 나는 여전히 모르겠다.
내 물음에 카라마츠는 멍한 표정을 하더니, 이내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안다구-! 오소마츄는 내 하나뿌닌 형아니까!! 그리구, 그리구 오쇼마츄는 내 특별이니깐! 그리고 또오 잔-뜩 있찌만, 쩨일쩨일 죠아하는 형아는 오쇼마츄뿌닌걸!!]
[.....나...네 특별, 이야?]
[마쟈!!]
[하..하핫...그렇구나...]
[오쇼마츄형아? 왜 구대? 우는 거야?]
가슴이 괴로워져 무심결에 고개를 숙였다. 우는 거 아니라고, 바보. 그치만 좀 울 것 같다.
그런가-....나 네 특별인가아. 분명 그건 내가 바라는 특별이 아니겠지만, 그래도 역시 기쁘다고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뭐랄까, 비유한다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싶었는데, 나온 건 요리사의 가장 추천하는 요리였다...같은? 엄청나게 맛있지만, 이걸 원했던 게 아닌...그런 복잡한 심경. 좀 복잡한가? 나 이런 거 서투르니까.
카라마츠가 걱정스럽게 이쪽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나는 그 작은 몸에 손을 뻗다가, 순간 멈춰선다. 나, 이 녀석을 만져도 되는 걸까. 다시는 건드리지 않아야 하는 거 아닐까. 상처만 주는 이 손은, 두 번 다시 카라마츠에게 뻗어서는 안 되는 거 아닐까. 아아, 최악이다. 답지 않다. 언제나 유아독존인 나는 어디론가 여행이라도 가버린 듯하다.
[저기, 카라마츠]
[왜애?]
[너....안아봐도 될까]
[응-? 좋아]
마음속에서 [거절해] 와 [거절하지마] 란 상반된 의견이 부딪히는 와중, 이런 심정을 모르는 카라마츠는 순진무구하게 웃으며 내 앞에서 양손을 펼쳤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나는 충동적으로 카라마츠의 작은 몸에 달라붙었다.
[미안....미안해, 카라마츠]
상처줘서 미안. 심한 말을 해버려서 미안. 네 사랑을 응원하지 못 해서 미안. 좋은 형이 아니어서 미안. 좋아한다고 말해서 널 곤란하게 만들어 미안. 네 행복을 빌어주지 못 하는 몹쓸 형이라서 미안. 너의 『특별』로는 만족하지 않고 욕심내서 미안. 미안, 미안해, 정말 미안.
하지만 싫은 걸. 괴로운 걸. 네 시야에 들지조차 않는 게 너무 괴로워서 죽을 것만 같은 걸....
저기....어떻게 하면 나는 널 포기하고, 좋은 형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걸까.
떨리는 목소리로, [미안] 이라 반복하는 나에, 카라마츠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작은 팔을 힘껏 뻗어 내 등을 어루만졌다.
[왜 사과하는 거야? 오쇼마츄형아 뭔가 잘못해써?]
[했어...엄청 나쁜 짓, 해버렸어. 나 엄청 나쁜 애라고]
[흐~응...그래서 우는 거구나]
그니까 우는 거 아니라니까!! 울 것 같긴 하지만. 그 차이가 중요한 거라고.
[있지, 엄마가 그랬는데, 잘못해도 제대로 사과하면 착한 아이라고 했어. 사과하는 아이는 참 잘해써요! 하고 칭찬해주는 거래! 그러니까 오쇼마츄형아도 참 잘해써요 해줄게! 그니까 이제 갠찮아!]
[푸흣...뭐냐고 그게. 그럼 너한테 심한 짓을 했어도 사과하면 용서해주는 거야?]
[나한테? 우음...오쇼마츄형아는 착한 아이니까 용서해주께! 착하다~ 착하다~]
[....읏, 바보...역시 넌 바보네....바~보]
카라마츠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싱글벙글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착한 아이네에~] 같은 말을 하다니, 완전 애취급이다. 뭐냐고, 너. 이렇게 어려져도 성모 속성은 남아있는 거냐고. 그보다, 용서해주는구나 나. 뭐어, 이런 꼬마는 내가 한 짓 모르니까 그렇게 쉽게 말하는 거겠지만.
원래 카라마츠도 사과하면 용서해줄까.
녀석이 어쩔 수 없구만, 하는 얼굴로 날 용서하는 건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일이긴 하지만. 그녀석 그릇만은 크니까 말야. 이 꼬마처럼 머리도 쓰다듬겠지.
나는 카라마츠의 작은 몸을 꼭 끌어안으며, 그 어깨에 이마를 대곤 한숨을 내쉬었다.
[카라마츠, 나는 네가 엄청 좋다고]
[나도!! 나도 엄~청 좋아!]
카라마츠가 꺄르르 웃으며 내게 더 달라붙었다. 그 작은 팔에 가해진 힘이 사랑스러워, 나는 필사적으로 참았던 눈물을 조금 쏟아냈다. 제발 내가 울고 있단 거 알아채지 말아라. 금방 다시 네가 의지할 수 있는 형으로 돌아갈테니까.
카라마츠가 원래대로 돌아오면, 제대로 사과해야지. 설령 용서받지 못 한다고 해도, 녀석에게 부딪치자. 그리고 다시 한 번 고백하자.
[네가 좋으니까, 나를 택해] 라고. 분명 거기서 처음으로 나는 이치마츠와 같은 판에서 싸우게 될테니까.
저기, 카라마츠.
나 역시 널 포기할 수 없을 것 같아. 누구에게도 넘겨주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이번에는 제대로 나도 봐달라고.
――― 자, 나았다.
작은 카라마츠가 웃는다.
깨지고 부서졌던 내 마음은 어느새 전부 복구되어 있었다.
간만의 쇼타 카라마츠네여!
카라른이라곤 했지만
중심은 오소랑 이치네요
아무튼 다음으로 마지막입니다 :)
다음편도 조만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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