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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타 카라마츠 사변5

 

 

 

 

 

 

그 사건은, 카라마츠가 어려지고 1개월이 지날 즈음, 아침 일찍부터 데카판 박사가 마츠노가를 찾아오면서 시작되었다.

 

 

[[[[[원래대로 돌아오는 약이 완성됐다고!?]]]]]

[그렇다스. 드디어 완성됐다스]

 

 

마츠노가의 거실에 모인 우리들은, 데카판 박사의 말에 놀라 소리를 질렀다. 이 이야기의 주역인 카라마츠는, , 이치마츠의 무릎에 안긴 채로 그런 형제들을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데카판 박사는 주머니에서 (랄까 팬티속에서 꺼냈다. 구려) 작은 병을 꺼내더니, 그것을 탁자에 올려두었다.

 

[이건 카라마츠군이 먹은 약의 효과를 없애주는 약이다스. 이걸로 모두 해결이다스!]

 

데카판 박사의 말에 우리 여섯 쌍둥이는 전원 동시에 약을 쳐다봤다가, 또 동시에 카라마츠를 쳐다보았다. 아마 모두 같은 생각을 하는 듯했다.

카라마츠가 원래대로 돌아가는 건 순수하게 기쁜 일이다. 역시 어린 채로는 이런저런 문제가 있고, 그 짜증나는 카라마츠가 최근 들어 조금 그리워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어린 카라마츠와 이별하는 것도 쓸쓸한 게 당연하다. 그러니까 모두 아무런 말도 않고 약과 카라마츠를 번갈아 보기만 하는 것이다. 이야기를 진행하는 걸 모두 주저했다.

그러고 있길 얼마나 지났을까. 시간 감각이 없어 잘 모르겠지만, 이 답답한 분위기를 가장 먼저 깨버린 건, 역시 장남이었다.

 

 

[이야, 다행이잖아! 뭐어- 어린 카라마츠여도 나는 좋지만 말야~. 그래도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것보다 좋은 일은 없잖아! 안 그래, 다들!]

 

 

오소마츠형이 우리들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모두 처음에는 당황하는 듯했지만, 그래도 역시 잘 된 일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복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린 카라마츠와 헤어지게 되는 건 싫지만, 원래의 카라마츠와 만나지 못하는 것도 싫었다. 그게 나는 지금 너무도 이상하게 느껴졌다. 계속 이대로 있어서 좋을 리가 없는데.

오소마츠형은 우리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곤, 만족한 듯 웃으며 탁자위의 약병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데카판 박사와, [이거 써?] [애가 먹을 수 있도록 달게 만들었다스] 같은 대화를 나누며 카라마츠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곤 손에 든 작은 병을 카라마츠 눈앞에 들어보이며,

 

[카라마츠, 이거 엄~청 달달한 주스라고! 먹을래?]

 

라고 웃으며 말했다. 분명 카라마츠는 의심 없이 그 약을 먹을 것이다. 우리들은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 시럿!!!!]

[[[[[ ? ]]]]]]

[시러, 시럿....안 먹어어어어!!]

 

카라마츠는 싫다며 고개를 마구 흔들더니 이내 울음을 터뜨렸다. 내게 매달려 몸을 덜덜 떨면서, [싫어싫어] 라며 울부짖었다. 우리들은 그런 카라마츠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이렇게까지 거부 반응을 보일 거라곤 생각도 못했으니까.

 

[, 카라마츠형? 왜 그래?]

[카라마츠, 이거 쓴 약이 아니라고? 달콤하고 맛있는 거라니까]

[싫어어어어, 싫다고오오!!]

 

토도마츠와 쵸로마츠형이 카라마츠를 달래려 손을 뻗었지만, 가벼운 착란 상태가 온 건지 손들을 뿌리치며 더욱 내게 달라붙어 왔다. 그런 카라마츠의 모습에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어쩌면 좋냐는 얼굴로 서로 마주 보았다.

나는 일단 카라마츠를 진정시켜야겠다는 생각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치마츠, 어디 가?]

[. 진정 좀 시키고 올게]

[.........그래]

 

일단 이곳에서 멀어지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한 나는, 오소마츠형에게 그리 말하곤 방을 나왔다. 순간 오소마츠형의 표정이 어두워진 듯했지만....기분 탓이겠지. 지금 신경 쓸 일도 아니고.

나는 아직도 울고 있는 카라마츠를 끌어안고 등을 살짝 쓰다듬었다.

 

어째서 카라마츠는 원래대로 돌아가기를 거부하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이치마츠와 카라마츠가 나간 후, 거실에 있던 데카판 박사가 작게 중얼거렸다.

 

[거부 반응을 일으킬 거라고는 예상했다스]

 

그 말에 모두 동시에 데카판 박사를 쳐다본다.

 

[, 무슨 소리야?]

[카라마츠군이 먹은 약은 되고 싶은 자신이 되는 약이다스. , 지금의 모습은 그가 바라던 거라는 말이다스. 그러니 아마 원래대로 돌아가기 싫을 거다스]

[[[?]]]

 

쵸로마츠, 쥬시마츠, 토도마츠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놀란 건 쥬시마츠였다.

 

[, 잠깐만 박사!! 카라마츠형이 먹은 건 어려지는 약이 아니었던 거야!?]

[으응? 아니, 처음에는 그럴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카라마츠군이 마신 건 다른 연구중인 약, 되고 싶은 자신이 되는 약일 거다스. 그보다, 이거 전에 쥬시마츠군한테 얘기했었다스요?]

[? 에에? 나 그런 얘기 못 들었는데]

[으음? 이상하다스. 분명 전했는데]

[에에에~???]

 

쥬시마츠와 데카판 박사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 두 사람을 보아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아, 옆에 있던 쵸로마츠와 토도마츠도 의아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본다.

그러던 중, 오소마츠만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를 무표정으로, 아까부터 계속 이치마츠와 카라마츠가 나간 문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

 

 

 

 

 

저기, 누구라도 좋으니까, ....마츠노가 장남, 마츠노 오소마츠의 참회를 들어주지 않을래.

시간은 그렇게 많이 뺏지 않을테니까. 조금이라도 좋으니까 얘기를 들어줘.

내가 계속 후회하고 있는, 바보 같은 남자의 사랑 이야기를.

 

 

 

 

 

◇◇◇

 

 

 

 

아무것도 아닌 척하며, 네가 안심할 수 있는 미소를 지으며, 듣고 싶지도 않은 네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좋아하는 아이에게 이렇게 애쓰는 나는 얼마나 좋은 남자인가, 라며 속으로 한껏 자신에게 심취한 채, 네가 기뻐할만한, 거짓으로 꾸민 말을 속삭인다.

 

있지 카라마츠, 너 착각하고 있다고.

나는 네가 생각하는 만큼 좋은 형이 아니야.

 

마음이.....부서질 것만 같다.

 

 

 

 

 

사랑을 자각한 건 중학교 2학년 때였다. 카라마츠가 여섯 쌍둥이들 속에서 개성을 만들어내기 위해 가면을 쓰기 시작할 무렵. 안쓰러운 언행이나 의상의 녀석을 바보 취급하는 친구들과 형제들 때문에 잔뜩 풀이 죽은 녀석에게 장난으로 말을 걸었다.

사실 나도 녀석을 바보취급할 생각으로 말을 건 것이었다. 그런데 녀석은 말을 건 게 나여서인지 가면을 벗고선 한심한 얼굴을 지어보였다.

[, 그렇게 이상한가....멋있다고 생각했는데] 라며 나약한 소리를 하니까, 뭔가 불쌍하게 느껴져 단순한 동정심에, [너는 그대로여도 괜찮다고!] 라 말했다. 그랬더니 녀석은 폼 잡는 미소가 아닌 순수하게 기뻐하는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에 나도 모르게 설렜다. 심장이 두근두근 요동쳤다. 그래서 나는 그 후에 녀석에게 물어봤다.

[왜 내 앞에서는 폼 잡지 않는 거야?] 라고. 그랬더니 그 녀석,

[오소마츠는 내 단 하나뿐인 형이니까. 그러니까 조금 어리광부리고 싶은 걸지도] 라나 뭐라나. 그 순간 내 머릿속에서 축복의 종소리가 울리며, 천상에서 천사가 나팔을 불며 내려오는 광경이 펼쳐졌다.

그때부터였다. 지금까지 동생 중 한명에 불과했던 카라마츠가, 내게 특별한 존재가 된 것은. 내 앞에서만 가면을 벗는 카라마츠라니, 최고잖아. 너무 귀엽잖아.

스스로도 너무 쉽게 넘어간 거 아닌가 싶었지만. 반했는데 뭐 어쩌겠어.

그래서 나는 조금 우쭐해있었다. 카라마츠에게 있어 나는 특별한 존재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 그게 단순한 착각이라는 건, 금방 알 수 있었지만.

 

카라마츠가 내게 있어서 특별한 존재가 된 이후, 내 눈은 자연스레 카라마츠의 뒤를 쫓았다. 그리고 카라마츠를 관찰하면서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건, 나처럼 카라마츠도 누군가의 눈으로 쫓고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건 내가 아니었다.

카라마츠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이치마츠였다. 금방 알 수 있었다. 녀석이 이치마츠를 사랑한다는 것쯤은. 그 뜨거운 열이 담긴 눈빛은 내가 최근 거울에서 보는 얼굴과 비슷했으니까 금방 알아챘다.

결국 나는 사랑을 자각한 지 1주일만에 실연당했다. 나의 달콤한 짝사랑은 싱겁게 막을 내리고, 그 후에 개막한 것은 힘들고 괴로울 뿐인 짝사랑 극이었다. 웃기지도 않는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어 형제 전원 니트가 되어도 나의 짝사랑은 끝나질 않았고, 카라마츠의 짝사랑도 끝나지 않았다.

녀석이 이치마츠와 이어지면 마음을 접으려고 했는데, 도무지 두 사람에는 진전이 없다. 카라마츠의 사랑을 알아챔과 동시에, 나는 이치마츠의 마음도 눈치채버렸으니까,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두 사람이 이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형아 깜짝 놀랐다고. 너희들이 꾸물거리는 탓에 형아의 짝사랑이 끝나질 않는데요. 어쩔거야. 이 마음은 시들기는커녕 날로 커지고 있다고? -, 너희가 꾸물거린 탓이니까 말야. 잠깐, 그렇단 건 어쩌면 나한테도 승산이 있다는 거-? , 라며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있잖아.

 

그리고 나는 오늘도, 좋은 형 행세를 하며 좋아하는 아이의 푸념에 귀를 기울인다.

아아 정말......마음이 무너질 것 같다.

 

 

 

 

 

오늘은 단골 주점에 카라마츠와 단 둘이 마시러 왔다. 술에 약한 카라마츠는 이미 잔뜩 취해서, 얼굴을 붉힌 채 눈물을 글썽이며 테이블에 엎드려 있었다.

 

[오늘도 이치마츠를 화나게 해버렸다. 같이 고양이 밥을 주고 싶었을 뿐인데.....우으으, 왜 이렇게 날 미워하는 걸까아]

[-....신경 쓰지 말라니까. 분명 기분이 나빴던 거겠지]

 

랄까, 그건 그냥 부끄러워하는 것뿐이니까.

어린 시절과는 달리 완전히 성격이 달라진 이치마츠의 속내를 읽지 못하는 카라마츠는, 이치마츠에게 미움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치마츠의 냉대에 마음이 비명을 지를 때마다, 녀석은 나를 소환해서, 늘 이렇게 둘이서 술을 마시며 한탄하곤 한다.

유일한 형인 내게는 간단히 어리광을 부리거나 의지하는 녀석은, 괴로워질 때면 꼭 나를 부른다. 그건 무척이나 기쁘고 우월감을 느끼고 있지만, 녀석의 입에서 나오는 건 늘 이치마츠뿐. 그건 정말이지 지루하기 짝이없다. 그럼에도 성실하게 녀석의 한탄에 어울려주는 내가 기특하다.

 

[그치만 형, 이치마츠도 옛날에는 상냥했었다고. 유치원 때는 결혼해준다고, 계속 함께 있어 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아아- 그래그래. 그 이야기라면 벌써 100만번은 더 들었다고.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야. , 엄청 좋아하네 그 추억 이야기. 뭐어, 냉정해진 이치마츠의 태도에 마음 상한 네가 유일하게 100% 믿을 수 있는 건, 그 약속뿐이니까. 그 약속이 녀석에게 있어서, 옛날에는 이치마츠가 자신을 좋아해줬다는 유일한 증거.

이 녀석, 평소에는 이치마츠를 믿는다는 둥 그런 얘기하는 주제에, 자신을 향한 마음은 전혀 믿질 못하네. 아니....어떤 의미론 엄청 믿고 있는 건가. 정반대지만. 아마 녀석은 이치마츠가 형제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거다. 그러니까 이치마츠가 쑥스러워서 하는 욕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거겠지. 말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고, 여러 가지 감정이 숨어있는데, 녀석은 전혀 알아채지 못한다. 그래서 내 마음도 전혀 알지 못한다. 아아-, 서로서로 힘들구나, 이치마츠군.

그치만 그 추억 얘기, 난 완전히 질렸다고. 너는 언제까지 유치원 시절에 멈춰있을 거냐고. 그냥 고백해버리면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될 텐데. 하아, 허무하구만.

 

 

――― 쩌적.

 

 

아아, 또다.

내 마음에 금이 가는 소리가 났다.

 

 

 

 

 

그로부터 1시간 후, 카라마츠는 완전히 잠들어버렸다. 어이어이, 이거 내가 업고 돌아가야 하는 상황? 정말이지, 오늘은 평소보다 더 심했다고, 카라마츠씨. 주정부리고 싶은 건 오히려 이쪽이니까 말야. 왜 너를 상처 입히기나 하는 그런 바보가 더 좋은 거냐고. 형아 네 취향 이해할 수가 없어. 내가 더 좋다고? 난 절대 너를 슬프게 만들거나 하지 않는다고 약속할 수 있으니까. 소중하게 대할 수 있는데.....안 되겠지, 나로는.

 

 

하아, 오늘도 몇 번째인지 모를 한숨을 내쉬며, 건너편에 앉은 카라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손가락을 간질이는 머리칼의 감촉이 좋다. 그대로 앞머리를 걷어 이마를 쓰다듬고는 차례로 눈과 코를 가볍게 스쳐지나가 마지막으로 뺨을 한손으로 감싸듯 쓸어내린다.

이렇게 만져대고 있는데 일어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카라마츠에, 웃으며 뺨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그러자 카라마츠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며, 응석 부리듯이 내 손에 바짝 다가왔다. 그 반응에 무심코 몸이 움찔하고 떨리고, 반사적으로 손을 떼려하자 반대로 손을 잡아끄는 카라마츠. 이 녀석 일어난 건가? 굳은 채로 카라마츠의 모습을 관찰하고 있자, 눈을 감은 카라마츠의 입에서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으응~......후흣, 이치마츠으....좋아한다아]

 

 

 

――― 쩌적.......

 

 

 

아아, 또다.

또 마음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린다.

 

 

 

 

 

 

카라마츠가 어려지기 전, 카라마츠와 나, 단 둘이 방에 있을 때 일어난 일이다.

계기는 이젠 기억나지 않지만, 분명 아주 사소한 일이었을 거다. 아마 지금까지 쌓였던 모든 게 한계에 다다랐던 것 같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마음은 완전히 망가져서 산산조각이 나있었다.

 

[, ?]

 

다다미 위에 넘어뜨려져 놀란 듯한 눈동자가 나를 쳐다본다. 아아 그 얼굴, 완전 끌리는데. 카라마츠, 너 계속 착각하고 있다고. 나는 네게 좋은 형이 아냐. 거짓말쟁이에, 겁쟁이에, 옳은 일이라곤 하나도 하지 않는, 쓰레기 같은 형이라고.

그러니까 나를 택하지 않을 거라면, 다시는 나를 의지하지 마. 내게 어리광 부리지 마. 차라리 날 싫어해줘. 더는 내게 꿈같은 거 보여주지 마.

마음 한 구석의 냉철한 내가, [그만둬] 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더는 그만둘 수 없는 나는 모든 걸 감정에 맡긴 채로 입을 열었다.

 

 

[.....좋아해]

[.........?]

[네가 좋아. 마츠노 카라마츠, 나는 네가 좋아. 형제로서가 아냐. 너의 전부를 같고 싶을 정도로........이상하겠지]

[..............., 거짓말.....음읏....으응읏]

 

 

정신을 차리고 보면 나는 카라마츠의 입술을 내 입술로 틀어막고 있었다. 우와, 저질렀네. 형제들끼리 장난친다고 뽀뽀를 하는 경우는 있지만, 이건 전혀 다른 경우다. 지금까지 애정표현으로 하는 키스는 어떤 걸까, 하고 생각했었는데. 과연, 이렇게 기분 좋은 거구나. 상대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만으로, 취하지도 않았는데 취한 것처럼 몽롱해지는 기분이다.

입을 맞춘 걸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나는 굳게 잠긴 카라마츠의 입을 혀로 찔렀다. 여전히 완강하게 꾹 입을 다문 녀석에 조금 열이 받아, 나는 억지로 녀석의 입에 혀를 비틀어 넣었다. 카라마츠의 손이 나의 등을 때려댔지만, 너 그거 진심으로 반항하는 거야? 라고 생각할 정도로 약했다. 그렇게 해선 그만두지 않을 거니까.

나는 혀로 카라마츠의 입안을 범했다. 달아나려는 혀를 잡아 억지로 휘감고, 입천장과 아래를 번갈아 핥아 올렸다.

 

[후읏...., ......후아]

 

질척질척 침이 얽혀 거품이 일었다. 질척이는 소리와 함께 카라마츠의 한숨 섞인 목소리가 조용한 방에 울렸다. 떨리는 음성에 더 흥분한 내 호흡은 점점 더 가빠졌다.

감았던 눈을 슬쩍 열자 눈앞에 보인 건 눈물을 글썽이는 카라마츠. ~, 불쌍해라. 친형한테 이런 키스나 당하고....진심으로 동정한다고, 카라마츠. , 그렇다고 그만둘 생각 전혀 없지만.

 

 

그 뒤로 만족할 때까지 카라마츠의 입안을 범하고서야 나는 입을 뗐다. 그 때 두 사람 사이에 생긴 타액의 실이 늘어져 빛나는 걸 보고, [야하네-] 라고 생각했다.

서로의 타액으로 끈적끈적하게 된 카라마츠의 입가를 엄지손가락으로 닦아주었다.

카라마츠는 새빨간 얼굴로 숨을 몰아쉬며, 눈물을 머금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표정에는 조금 두려움이 섞여들어, 온몸이 흥분감에 오싹해졌다. 아아, 나 이치마츠를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변태일지도. 카라마츠 한정이지만.

 

[....어째서...?]

[그니까 말했잖아. 널 좋아한다고. 키스나 섹스적인 의미로]

[.......? .........에에?]

 

~, 완전히 혼란에 빠졌구만, 이 녀석. 바보씨의 작은 뇌로는 용량초과인 건가? 그래도 사고가 정지할 정도로 바보는 아니구나. 너는 좀 더 머리를 쓰라고, 바보. 세상은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으니까 말야.

 

[.....그치만...., 나는 이치마츠가....]

 

우와, 지금 이 상황에 가장 하면 안 되는 말을 했다고, 이 바보가. 네가 이치마츠를 좋아하는 건 이미 알고 있다고! 너 지금까지 몇 번이나 나한테 이치마츠에 관해서 상담했다고 생각하는 거야. 나는 그걸 알면서도 너한테 고백하는 거라고. 그런 건 보면 알잖아. 진짜 무의식적으로 지뢰 밟기 선수구만, .

아마 평소의 카라마츠 한정 착한 형인 나였다면 여기서 끝냈을 거다. [장난이라고~ 바보] 라며. 그리곤 두 번 다시는 널 건드리지 않겠지. 좋아한다며 난처하게 만들지도 않을테고.

하지만 아쉽게도 네가 좋아하는 상냥한 형님은 이미 어디론가 날아가버리고 없다고.

이미 나 고장나버렸으니까, 통제불능이야. 이것도 다 너 때문이라고. 무의식으로 내 마음을 엉망으로 만들어준, 귀엽고 사랑스러운 카라마츠군.

 

 

[있잖냐, 유감이지만 네 사랑은 실현되지 않는다고? 이치마츠한테 엄~청 미움 받고 있잖아. 완전 절망적-. 이제 그냥 포기하는 게 어때?]

[우읏....., 그런 거 알고 있....]

[, 전혀 모르고 있잖아. 모르니까, 매번 이치마츠한테 접근해서 욕먹고 차이곤 나한테 와서 푸념하는 거잖아?]

[....으읏....]

 

 

우와아, 나 완전 쓰레기구만. 뭘 태연하게 거짓말하는 거야. 이치마츠 본심 알면서, 둘이 같은 마음이라는 거 알면서. 카라마츠 이제 완전 눈물샘 붕괴 수준으로 울고 있잖아. 그래도 무리. 멈출 수가 없어. 지금까지 나를 상처 입혔으니까, 나도 널 상처 입혀도 괜찮잖아. 마음 한 켠의 냉철한 내가, [이제 거기서 그만둬] 라고 경고하고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금의 날 막지는 못했다.

 

그리고 아마, 그때 나는 가장 하면 안 되는 말을 해버렸을 거다. 분명 나의 이 말이 모든 발단이었다.

 

 

[네 사랑은 이제 이루어지지 않아. 그야말로 유치원부터 다시 시작하지 않으면 무리라고? 이치마츠가 널 좋아했던 건 어릴 적뿐이니까 말야. 하핫, 그래도 그런 거 불가능하겠지-]

[......!!]

 

그 순간, 카라마츠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지금까지 중에서 가장 상처받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말이 지나쳤다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늦어서, 카라마츠는 내 가슴을 힘껏 밀쳐내며 구속에서 벗어나 그대로 얼굴을 숨긴 채 그 자리에서 도망쳐 버렸다.

나는 멍하니 멀어져 가는 등을 바라보는 수밖에 없었다. 무심코 쭉 뻗은 한쪽 손은 카라마츠에게 닿지 않은 채 허공만 맴돌았다. 또 다시 마음 한 구석의 냉철한 내가, [자 보라고, 그러니까 그만두라고 했는데] 라며 기막힌 한숨을 토해내며 말했다.

 

이제야 정신이 돌아온 나는 힘없이 다다미 위에 주저앉았다. 카라마츠의 절망에 일그러진 얼굴을 본 순간, 아까까지 나를 움직이던 분노나 가학심은 놀랄 정도로 깨끗이 사라져 버렸고, 남은 건 후회와 초조, 자신에 대한 분노뿐이었다.

 

뭔 짓이야, . 바보냐. 바보냐고. 아아, 그래 맞아. 기적의 바보였지-. 뭘 좋아하는 애한테 상처 주는 거냐고. 이치마츠한테 뭐라고 할 게 아니잖아. 뭐가 나였으면 안 울린다는 거야. 뭘 소중하게 대하겠다는 거냐고. 완전히 울려버리고 상쳐줬잖아. 최악이다. 완전 미움받아 버렸어. 더는 형으로서 의지하지도 않을 거라고. 아아아아아아아아!!!! 이 바보!! 멍청이!! 구소 동정!!! 이제 그냥 죽어라 죽어!!

 

자기혐오로 죽을 것만 같다. 아니, 차라리 죽여줘.

나는 그날, 다른 형제들이 돌아올 때까지 혼자 방에서 머리를 싸맨 채 우울모드로 있었다. 저녁을 먹기 전에 돌아온 카라마츠와는 결국 단 한번도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그래서 그 놈이 어떤 얼굴로 나를 보는지, 알 수도 없었다.

 

 

 

 

 

그 다음날. 카라마츠의 상태가 아침부터 이상했다.

평소에 폼 잡던 가면의 모습은 없고, 계속 본연의 자신인 채로 있었다. 그런 녀석에 아마 다른 녀석들도 위화감을 느끼고 있는지, 힐끔힐끔 카라마츠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원인을 유일하게 아는 나는, 여전히 어색한 분위기에 먼저 말을 걸 용기가 나지 않아 집을 도망치듯 나섰다.

 

그 뒤, 적당히 시간을 보냈다. 경마장에 가서 이야미를 놀리거나, 파칭코에서 몽땅 잃거나....그리고, 슬슬 돌아가야지, 하고 생각해 집으로 가던 중 쥬시마츠한테 라인이 왔다.

그 내용은 이래저래 수수께끼투성이라 알아볼 수가 없었지만, 지금의 나는 카라마츠와 얽힐 기력도 용기도 없었기에 무시해버렸다. , 어차피 별 거 아니겠지, 하고 생각했다. 녀석의 몸은 튼튼하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집으로 가던 중 눈앞에, 데카판 박사의 연구소에서 당황하며 뛰쳐나가는 쥬시마츠의 모습이 보여 걸음을 멈췄다.

쥬시마츠가 저렇게 당황하는 건 드문 일이다. 진짜 카라마츠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하는 생각에 나도 덩달아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쥬시마츠를 쫓을 것인지, 일단 무슨 상황인지 확인할 건지 고민하다가, 사정을 잘 알아야 쥬시마츠의 말을 이해할 거라고 생각해 데카판 박사에게 달려갔다.

 

내가 데카판 박사의 연구소에 들어가자, 데카판 박사는 마침 잘 됐다며 안심한 표정으로 나를 맞았다.

 

[아아, 잘 돌아왔다스!! 다행이다스. 사실 쥬시마츠군의 형제가 먹은 약을 착각했다스. 아이가 되는 약이 아니라, 되고 싶은 내가 되는 약이었다스. 마침 그 약도 연구 중이어서, 카라마츠군이 아이가 되는 약을 먹었다고 착각해 버렸다스. 그나저나, 왜 어린애가 되어 버린 걸까....]

 

아무래도 데카판 박사는 날 쥬시마츠로 착각한 듯했다. 그래서 갑자기 그런 말을 들은 나는 그의 말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서두르며 말하는 그에게 다시 한 번 천천히 처음부터 설명하라고 말하자, 데카판 박사는 의아하게 보면서도 친절하게 카라마츠에게 일어난 일을 설명했다.

 

그리고 설명을 다 들은 나는 무심코 쓴웃음을 지었다. 망연자실했다. 눈앞이 까매질 정도로, 어쩌면 좋을지 몰랐다.

 

되고 싶은 자신이 되는 약, 그걸 먹은 카라마츠는 어려졌다.

뭐냐고 그게. 그거......완전히 내 탓이잖아. 어제 내가 했던 말 때문이잖아. 카라마츠는 이치마츠가 자신을 좋아해줬던, 유일하게 믿을 만한 어린 시절의 추억에 매달렸단 거잖아. 어려지면 이치마츠한테 사랑받을 거라고 생각한 건가? 바보냐고. 역시 너는 머리 텅텅 빈 바보구만.

그런 거 그냥 화풀이인 게 당연하잖아. 너를 상쳐주려고 한 말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어째서 너는 늘 바보처럼 내 말을 그대로 믿어버리는 거냐고. 그런 쓰레기 같은 말을 믿기 전에, 지금의 이치마츠를 믿으란 말이야. 그 녀석 속내 알기 어렵지만, 잘 보면 널 엄청 소중히 여기고 있다고. 알기 어렵지만, 제대로 널 사랑하고 있다고. 왜 모르는 거야. 진짜 열 받을 정도로 마음에 안 들지만, 널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건 내가 아니라는 걸 이미 잘 알고있어. 그런 남자의 허튼 소리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란 말이야.

 

머리를 싸매고 웅크린 내게, 데카판 박사가 [괜찮다스?] 하고 말을 걸었다. 그에 나는 괜찮다고 답하며, 일단 카라마츠를 찾으러 가기로 한다. 분명 아직도 쥬시마츠는 이 마을을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을 거다.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아, 이치마츠한테서 카라마츠를 찾았다는 연락이 와서 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보다, 역시 네가 좋은 부분 가져가는 거냐고, 이치마츠. 어쩐지 진 기분이 든 나는 바로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쓸데없이 마을을 돌아다니다 집으로 갔다.

그리고 집에 돌아온 날 기다리는 건 어려진 카라마츠로, 모든 사정을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역시 조금 당황해 버렸다. 게다가 그 녀석, 나 바로 알아봤고. 진짜 뭐냐고. 나 이제 웬만하면 너 포기하고 싶은데.

 

어려진 카라마츠는 확실히 귀여웠다. 귀여웠지만, 나한테 있어 그 모습을 곧이곧대로 보기엔 너무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그럴게, 그런 꼴이 된 건 나 때문이니까, 자신이 저지른 죄를 눈앞에서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는 걸. 고통밖에 없다고. 아니, 내가 100% 잘못했다는 건 알겠지만 말야. 그러니까 다른 형제들처럼 카라마츠를 귀여워~ 귀여워~ 라며 태연하게 즐길 수가 없었다.

 

게다가 사실, 카라마츠가 먹은 약을 모두에게 말해야 하는가도 신경 쓰였다. 뭐어, 말하면 내 마음도, 카라마츠의 마음도, 이치마츠의 마음도 전부 말해야 하지만. 이 판국에 나는 자신의 상황만 신경 쓰고 있었다. 정말이지 이기적이다. 완전 최저.

 

게다가 이 카라마츠. 내 심정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나한테 완전 들러붙어 온다. 대체 뭐야!? 혹시 일부러 그러는 거? 나한테 정신공격이라도 하는 건가 싶어 의심의 눈길을 돌리자, 카라마츠는 나를 보며 반갑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전혀 그런 기미는 보이지 않는데요.

하아......뭐어, 카라마츠를 상처 입힌 벌이 이거라면 달게 받겠다고.

 

 

 

 

 

 

카라마츠가 어려진 그날 밤.

나는 좀처럼 잠들지 못해, 이불에서 슬쩍 나와 어둑어둑한 거실로 향했다. 그대로 다다미 위에 주저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TV만 바라보았다.

하아....형아 조금 지쳤을지도. 이럴 때, 늘 카라마츠 상심한 나를 알아보고 아무 말도 없이 곁에 있어 줬는데.....아마 다시는 그런 일 없겠지. , 자업자득이지만. 하아.....

 

오늘만 몇 번째인지 모를 한숨을 내쉬던 순간, 내 귀에 덜컹, 하는 작은 소리가 들려 반사적으로 소리가 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거기에 지금 막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카라마츠가 문앞에서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카라마츠?]

[오쇼마츄혀아....왜 그래? 어디 아파?]

 

내가 이름을 부르자 카라마츠는 주춤주춤 내게 다가와, 나를 바라보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 뭐야 이 녀석. 어려져도 내가 힘들다는 걸 알아챈 거야? 널 상처준 쓰레기 형한테 아직 상냥하게 대해주는 거? 뭐냐고 대체, 진짜 좀 봐주라.

 

[-...괜찮아. 조금 잠이 오지 않아서 그러니까. 카라마츠는 그만 돌아가]

 

내가 그렇게 상냥하게 거절했지만, 카라마츠는 작게 머리를 가로 저어대곤 여전히 날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라보았다. 진짜 그만하라고. 그런 순진한 눈으로 날 보지 마. 죄책감에 죽을 것 같아.

그보다 이 녀석, 옛날부터 막무가내였지. 아마 내가 방에 돌아갈 때까지, 녀석은 돌아가지 않을테지. 나는 다시 한숨을 토하며 머리를 긁었다. 그리고 계속 의문이었던 걸 물었다.

 

[너 말야, 왜 내가 오소마츠라는 걸 바로 알았던 거야?]

 

내 경우엔 사전에 알고 있었으니까, 처음부터 녀석이 카라마츠라는 걸 알았다. 그저 그뿐이다. 하지만 녀석은 어떻게? 왜 내가 오소마츠라는 걸 알았던 거지. , 그 상황에서 남은 건 나와 토도마츠 뿐이었지만, 녀석은 고민하는 기색도 없이 날 오소마츠라고 부르며 가리켰다. 그 이유를 나는 여전히 모르겠다.

내 물음에 카라마츠는 멍한 표정을 하더니, 이내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안다구-! 오소마츄는 내 하나뿌닌 형아니까!! 그리구, 그리구 오쇼마츄는 내 특별이니깐! 그리고 또오 잔-뜩 있찌만, 쩨일쩨일 죠아하는 형아는 오쇼마츄뿌닌걸!!]

[........네 특별, 이야?]

[마쟈!!]

[..하핫...그렇구나...]

[오쇼마츄형아? 왜 구대? 우는 거야?]

 

가슴이 괴로워져 무심결에 고개를 숙였다. 우는 거 아니라고, 바보. 그치만 좀 울 것 같다.

그런가-....나 네 특별인가아. 분명 그건 내가 바라는 특별이 아니겠지만, 그래도 역시 기쁘다고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뭐랄까, 비유한다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싶었는데, 나온 건 요리사의 가장 추천하는 요리였다...같은? 엄청나게 맛있지만, 이걸 원했던 게 아닌...그런 복잡한 심경. 좀 복잡한가? 나 이런 거 서투르니까.

 

카라마츠가 걱정스럽게 이쪽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나는 그 작은 몸에 손을 뻗다가, 순간 멈춰선다. , 이 녀석을 만져도 되는 걸까. 다시는 건드리지 않아야 하는 거 아닐까. 상처만 주는 이 손은, 두 번 다시 카라마츠에게 뻗어서는 안 되는 거 아닐까. 아아, 최악이다. 답지 않다. 언제나 유아독존인 나는 어디론가 여행이라도 가버린 듯하다.

 

[저기, 카라마츠]

[왜애?]

[....안아봐도 될까]

[-? 좋아]

 

마음속에서 [거절해] [거절하지마] 란 상반된 의견이 부딪히는 와중, 이런 심정을 모르는 카라마츠는 순진무구하게 웃으며 내 앞에서 양손을 펼쳤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나는 충동적으로 카라마츠의 작은 몸에 달라붙었다.

 

[미안....미안해, 카라마츠]

 

상처줘서 미안. 심한 말을 해버려서 미안. 네 사랑을 응원하지 못 해서 미안. 좋은 형이 아니어서 미안. 좋아한다고 말해서 널 곤란하게 만들어 미안. 네 행복을 빌어주지 못 하는 몹쓸 형이라서 미안. 너의 특별로는 만족하지 않고 욕심내서 미안. 미안, 미안해, 정말 미안.

하지만 싫은 걸. 괴로운 걸. 네 시야에 들지조차 않는 게 너무 괴로워서 죽을 것만 같은 걸....

저기....어떻게 하면 나는 널 포기하고, 좋은 형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걸까.

 

떨리는 목소리로, [미안] 이라 반복하는 나에, 카라마츠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작은 팔을 힘껏 뻗어 내 등을 어루만졌다.

 

[왜 사과하는 거야? 오쇼마츄형아 뭔가 잘못해써?]

[했어...엄청 나쁜 짓, 해버렸어. 나 엄청 나쁜 애라고]

[~...그래서 우는 거구나]

 

그니까 우는 거 아니라니까!! 울 것 같긴 하지만. 그 차이가 중요한 거라고.

 

[있지, 엄마가 그랬는데, 잘못해도 제대로 사과하면 착한 아이라고 했어. 사과하는 아이는 참 잘해써요! 하고 칭찬해주는 거래! 그러니까 오쇼마츄형아도 참 잘해써요 해줄게! 그니까 이제 갠찮아!]

[푸흣...뭐냐고 그게. 그럼 너한테 심한 짓을 했어도 사과하면 용서해주는 거야?]

[나한테? 우음...오쇼마츄형아는 착한 아이니까 용서해주께! 착하다~ 착하다~]

[...., 바보...역시 넌 바보네....~]

 

카라마츠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싱글벙글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착한 아이네에~] 같은 말을 하다니, 완전 애취급이다. 뭐냐고, . 이렇게 어려져도 성모 속성은 남아있는 거냐고. 그보다, 용서해주는구나 나. 뭐어, 이런 꼬마는 내가 한 짓 모르니까 그렇게 쉽게 말하는 거겠지만.

 

원래 카라마츠도 사과하면 용서해줄까.

녀석이 어쩔 수 없구만, 하는 얼굴로 날 용서하는 건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일이긴 하지만. 그녀석 그릇만은 크니까 말야. 이 꼬마처럼 머리도 쓰다듬겠지.

나는 카라마츠의 작은 몸을 꼭 끌어안으며, 그 어깨에 이마를 대곤 한숨을 내쉬었다.

 

[카라마츠, 나는 네가 엄청 좋다고]

[나도!! 나도 엄~청 좋아!]

 

카라마츠가 꺄르르 웃으며 내게 더 달라붙었다. 그 작은 팔에 가해진 힘이 사랑스러워, 나는 필사적으로 참았던 눈물을 조금 쏟아냈다. 제발 내가 울고 있단 거 알아채지 말아라. 금방 다시 네가 의지할 수 있는 형으로 돌아갈테니까.

 

 

 

 

카라마츠가 원래대로 돌아오면, 제대로 사과해야지. 설령 용서받지 못 한다고 해도, 녀석에게 부딪치자. 그리고 다시 한 번 고백하자.

[네가 좋으니까, 나를 택해] 라고. 분명 거기서 처음으로 나는 이치마츠와 같은 판에서 싸우게 될테니까.

 

 

 

저기, 카라마츠.

나 역시 널 포기할 수 없을 것 같아. 누구에게도 넘겨주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이번에는 제대로 나도 봐달라고.

 

 

――― , 나았다.

 

작은 카라마츠가 웃는다.

깨지고 부서졌던 내 마음은 어느새 전부 복구되어 있었다.

 

 

 

 

 

 

 

 


 

간만의 쇼타 카라마츠네여!


카라른이라곤 했지만

중심은 오소랑 이치네요



아무튼 다음으로 마지막입니다 :)


다음편도 조만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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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끝말잇기는

시리토리(끝말잇기)의 '리'부터 시작하며,

응(ン・ん)으로 끝나는 단어는 쓸 수 없습니다




-


마지막에 쥬시마츠가 누구한테 말하는 건가 했더니

오소마츠인 것 같네여

보니까, 계속 입이 :(  <- 이런 상태






+ 흰글씨에 글씨체가 얇아서 제대로 안 보이는 것 같아서

여기에 따로 적어두겠습니다

(형마츠들 우는 부분)



오소 - 절대 동생들에게 눈물을 보이지 않는다
카라 - 본인보다도 형제들이 걱정됨
쵸로 - 강한 척하며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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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ㅠ 얘네 너무 귀엽게 놀잖아ㅠㅠㅠㅠ


만우절 훠얼~~~~~~씬 전에 지났지만

귀여워서 가져왔습니다 :D




다들 남은 연휴 재밌게 보내시구

연휴 끝나기 전에 또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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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이야기가 있습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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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입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몰랐는데 완결이더군요...


이거 말고도


카라마츠 갈라놓기 대작전 다음편이랑

홈슷홈 다음편도 해야 하는데.....ㅠ


일단 해둔 것들 마무리하고 천천히 가져오겠습니다ㅠㅠ




-


원래 노트북으로 작업하다가

컴퓨터가 화면이 더 커서

최근엔 컴퓨터로 작업하는데

어째 글꼴이 별로 없네요....


글꼴 좀 받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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河西八十三 님의 작품입니다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6569171



























만약 차남이 하이스펙이라면

 

차남의 숨겨진 능력이 상상 이상으로 높았다3

 

 

 

 

우리들은 일란성 쌍둥이라 서로 상당히 닮았다.

얼굴은 말할 것도 없고, 키도 대체로 비슷하다.

3 , 가장 키가 컸던 쥬시마츠와 가장 작았던 토도마츠의 차이가 겨우 2cm였을 정도.

성장기도 이미 끝난 지금, 크게 변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신발 사이즈도 거의 비슷하다. 나와 토도마츠가 다른 4명보다 조금 작긴 하지만, 끈을 조금 헐렁하게 하거나, 조여서 신으면 충분히 신을 수 있는 수준이다.

우리들은 서로 목소리가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남들은 큰 차이를 못 느끼는 것 같다.

분명한 차이는 체격, 이것만큼은 여섯명이 다 제각각이었다. 아는 아저씨들도 목욕탕에서 마주칠 때만은 우리들을 제대로 구분했다.

나는 형제들 중 가장 말랐다. 먹는 양이 특별히 적은 것도 아닌데, 라고 예전에 토토코짱한테 하소연했다가 복부에 혼신의 펀치를 먹었다.

이치마츠도 고등학생 때는 나만큼이나 말랐었다.

하지만 지금은 잘 움직이지도 않고 군것질도 자주 해서 그런지 이전보다 살이 조금 올랐다. 그걸 보며, 나도 조심하지 않으면...., 하고 생각하곤 한다.

오소마츠형은 중학생 때, 싸움을 일삼고 이런저런 동아리 활동을 했던 탓인지 꽤 탄탄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날백수 같은 생활을 계속 이어간다면, 머지않아 아버지처럼 배가 나올지도 모른다.

토도마츠는 본인 말에 의하면, 마른 근육질 몸매를 완성해 나가는 중이라는 모양이다.

내가 보기엔 나랑 별로 차이가 없어 보이는데.

마른 근육질 몸매라는 건, 쥬시마츠 같은 몸을 말하는 거라고.

녀석은 옷을 벗으면 굉장하다. 복서처럼 탄탄한 복근이 선명하게 보이면서, 지방은 거의 없다.

하지만 내 기준에서 여섯명 중 가장 완벽한 몸매를 가진 건, 차남 카라마츠다.

형제들 내에서 괴력 1순위인 만큼, 근육이 제일 많다.

어깨나 팔은 나보다 두바퀴 정도 굵고, 흉근은 골짜기에 그늘이 질 정도로 두껍다.

나한테 딱 맞는 크기의 티셔츠를 카라마츠가 입으면, 팔과 가슴이 꽉 끼고, 내가 즐겨 입는 초록색 셔츠를 녀석이 입으면 어깨는 물론이고 두 번째와 세 번째 단추가 터질 것 같다.

물론 등도 근육으로 빈틈없이 채워져 있다. 승모근이 발달하고, 견갑골 아래도 솟아올라있고, 등뼈가 곧게 서있다.

여섯갈래로 갈라진 복근과, 살이 집힐 틈이 없을 정도로 탄탄한 옆구리에서 단단히 죄어진 엉덩이로 이어지는 깔끔한 역삼각형 몸매.

거기에서 곧게 뻗어져 내려오는 발에도 근육이 붙어있고, 무릎 아래가 길어 실제보다 훨씬 다리가 길어 보인다.

투박하기만 한 몸이 아니라, 각각의 근육들이 제대로 형태를 갖추고 있어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좋다. 이 풍부한 근육에 지방이 적당히 자리하고 있어, 온몸이 끈육끈육이라고 말하고 있달까, 옷을 입어도 근육의 라인이 슬쩍 비치는 느낌이 되는 거겠지.

미쳤다고 할지도 모르고, 똥꼬털 뿐만 아니라 온몸의 털을 다 태우고 100번 죽어도 모자랄 레벨의 무례함이라는 것도 알지만, 그의 몸매는 미켈란젤로의 다윗상 못지않은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무덤까지 끌고 갈 나만의 비밀 중 하나는, 이 예술작품 같은 등을 씻는 것이 나의 비밀스런 즐거움이라는 것이다. 스스로도 중증이라고 생각한다.

넓은 등에 흩어진 6개의 점을 연결하면 백조자리의 일부가 된다는, 누구의 득도 되지 않을 사실을 알게 된 건, 반항기가 한창이었던 고교 1학년 중간고사가 끝날 무렵이었다.

오소마츠의 뒤를 쫓듯 우리들은 다 같이 반항기에 돌입했는데, 목욕탕에서 등을 밀어주는 건 변하지 않았다.

고등학교에 올라와 처음 치는 중간고사를 무사히 끝내 안심한 나는 갑자기 피로가 몰려왔고, 어째선지 눈앞에 보인 차남의 등에 있던 점을 세기 시작했다.

친해진 반 친구가 천문부에 들어간 탓에 매일 별자리 이야기를 들어서 그런지 점을 이어 별자리를 만들어 보았고, 느닷없이 백조자리가 떠올랐다.

목뼈보다 약간 왼쪽, 여기가 데네브(백조자리 꼬리부근의 별), 등뼈를 지나 비스듬히 오른쪽 허리까지 내려오는 부근이 알비레오(백조의 머리부분에 위치한 별, 부리의 별이라고 불린다), 오른쪽 날개뼈 부근은 기에나, 왼쪽은 델타별.

백조자리의 일부분이네, 하고 정말 쓸데없는 생각을 하자, 어째선지 카라마츠에게 만큼은 반항할 마음이 들지 않고, 등에 떠오른 한쪽 날개의 백조를 보는 것이 기대되기 시작했다.

 

 

호텔에 돌아온 우리들은 일단 옷을 벗었다.

그렇게나 맛있는 냄새라며 좋아했으면서, 가게에서 나오니 옷에 밴 숯냄새와 고기냄새가 불쾌하게 느껴지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옷과 바지를 코인 세탁기에 집어넣고, 유카타 차림으로 최상층에 있는 대욕탕으로 향했다.

도내에 위치한 비즈니스 호텔인데 목욕탕 등 시설이 제대로인지라, 카라마츠가 왜 이 호텔을 택했는지 이해가 갔다.

형제들과 함께하는 목욕을 좋아하는 녀석은, 장남과 차남, 그리고 의외로 사남이다.

나는 몸을 씻을 수만 있다면 샤워여도 상관없고, 토도마츠는 원래 목욕을 싫어한다. 지금도 겨울철 목욕은 무척이나 괴로워한다. 그리고 쥬시마츠에게 목욕은 놀이의 일환이다.

[괜찮은 것 같은가? 별로라면 방에 있는 욕실이어도 괜찮으니까 말야]

[괜찮아. 늘 같이 목욕탕 가잖아]

또 마음을 써주는 녀석에 가볍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수도꼭지 앞에 세명이 나란히 앉았다. 샴푸와 린스는 카라마츠가 챙겨온 것을 빌리고, 비누는 쥬시마츠에게 빌렸다.

[가려운 곳은 없어?]

[아아, 기분 좋군!]

[쵸로마츠형은? 기분 좋슴까?]

[, 좋아-]

내가 등을 밀어주는 건 대체로 카라마츠와 이치마츠라서, 쥬시마츠가 등을 밀어주는 건 뭔가 새로운 느낌이다. 힘조절이 적당해서 딱이다. 이치마츠는 거품을 잔뜩 내서 씻는 편이고, 카라마츠는 날 생각해서 가볍게 미는 편이라, 빡빡 씻고 싶은 내게는 조금 모자랐다.

[좋아, 교체하자. 쥬시마츠, 방향 바꿔]

[세게 부탁드림다~!!]

[오케이! 아까 네가 했던 것처럼 하면 돼?]

쥬시마츠가 애용하는 때타월을 받아 비누를 묻히고 있으니, 카라마츠가 약간 언짢은 목소리로

[저기, 쵸로마츠. 너도 세게 문지르는 게 좋았던 건가?]

[-, . 그렇네]

[말해줬으면 좋았을텐데. 네 때타올은 결이 거칠어서, 세게 했다간 아플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러게, 말했으면 좋았을텐데.

내가 너희들이고, 너희가 나라고 말해도, 각자 다른 사람이기에 호불호나 생각이 다르다는 걸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게 당연하다.

[여섯 쌍둥이는 좀 더, 그런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지 않겠나?]

[하핫! , 그렇네. 평소보다 좀 더 세게 부탁할게! , 그동안 밀어줬던 게 싫었던 건 아니니까. 너 무척 상냥하게 밀어주고]

정말 바보네, 우리들. 이런 간단한 걸 이제야 알아채다니.

 

시간적으로 아직 이른 탓인지, 목욕탕에는 우리들 외에 몇 명밖에 없었다.

바보같은 놀이에 끌어들이는 바보장남이 없었으므로, 느긋하게 야경을 즐기며 어떤 목욕법이 좋은지 서로 이야기를 했다.

쥬시마츠는 올리브 기름 비누와 삼베 때타올, 그리고 욕조에 푹 잠기는 걸 좋아한다고 한다.

잠수하고 싶을 정도라고 하기에, 여기서는 참으라며 말렸다.

카라마츠는 박하성분이 들어간 샴푸를 좋아하고, 이렇게 푹 잠기는 것도 좋지만 열이 금방 오르니까 반신욕이 좋다며, 아까부터 욕조 가장자리에 앉았다가 물속에 들어왔다가를 반복하고 있다.

나는 때타올 외에는 딱히 호불호는 없고, 지금 쓰는 건 어망을 이용한 것으로 지금까지 썼던 것 중에 베스트다. 당분간은 이걸 쓸 생각이다.

그보다 욕실에 곰팡이나 더러움이 적은 게 중요하고, 좀 더 말하자면, 샤워도 목욕도 뜨끈뜨끈한 온도가 딱 좋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꽤 다르네]

욕조 가장자리에 기댄 카라마츠가 양쪽 팔꿈치를 난간에 얹으며 말했다.

승모근이 크게 드러나고, 목줄기와 쇄골이 두드러지는 게 무척 섹시하다.

[. 목욕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각자 취향이 있을테니까. 면도기만 해도, 나는 카이지루시, 카라마츠는 카이레저, 쥬시마츠는 질레트고[각주:1]]

[오소마츠형과 토도마츠는 전기 면도기 사용하지. 이치마츠형은 5중날 면도기면 뭐든 좋다고 했고]

그렇게 말하며, 쥬시마츠가 재빠르게 개헤엄을 쳐 제자리로 돌아왔다.

[여섯 쌍둥이니까 다 같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신기하군. 뭔가 재밌네]

[그러네]

어릴 때는 호불호에 그다지 차이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모두 똑같은 옷을 입고, 같은 것을 먹고, 같은 비누와 샴푸로 씻었다.

성인이 되어서는, 누가 물어보지 않는 이상은 자신이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특별히 말하지 않고,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정도라면 그냥 참아버리게 되었다.

굳이 말할 필요도 없는 이런 작은 차이점이, 여태 함께 해왔던 우리들을 여섯명의 각자 다른 사람으로 만든 거겠지.

똑같은 유전자를 가진 인간도, 똑같은 인간으로는 자라지 않는 것이다.

 

세탁소에서 세탁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동안, 우리들은 서로에 관한 사소한 이야기를 나눴다.

목욕 전에 입었던 옷을 다시 입는가?” 라는 주제에, 3명 모두 속옷은 절대 무리라는 같은 의견을 보였다. 이후에는 소소한 취미 얘기로 흘러갔다.

[카라마츠형은 왜 연극을 하게 된 검까?]

쥬시마츠가 배트 휘두르기의 즐거움을 의성어와 의태어로 말하다가 자연스럽게 카라마츠에게 질문을 했다. 하지만 막상 질문을 받은 카라마츠의 표정이 순식간에 싹 굳어, 그걸 본 쥬시마츠가 저질렀다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으로 딱딱하게 굳어 버렸다.

둘을 가만히 지켜보던 나도 마찬가지였다.

세탁기에서 건조기로 이동한 3명분의 옷이, 윙윙, 유난히 큰 소리를 냈다.

[..........화내지 않을 건가?]

[들어보고]

내 답에 카라마츠는 마시던 카페오레 캔을 만지작거리며, 조금 갈등하는 표정을 보였다.

[하지만, 어떤 얘기라도 부정하지는 않을게. 절대로]

처음에 말했다. 연극은 자신에게 있어 꼭 필요한 것이라고. 형제를 무척이나 생각하는 네가 비밀을 만들면서 까지 하고 싶었던 일, 만약 모든 것을 말해준다면, 나는 전부 제대로 받아들일 것이다.

카라마츠가 카페오레를 마저 비우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쥬시마츠의 머리를 살며시 어루만졌다.

이야기가 길어질테니 앉으라고 하기에, 나는 내 몫과 두 사람 몫의 빈 커피캔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카라마츠의 오른쪽에 앉았다.

반대쪽에 쥬시마츠가 앉은 것을 확인한 카라마츠가, 조용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기 동일성 장애, 라고 아는가?]

쥬시마츠느는 모른다며 고개를 저었고, 나도 이름만 들어봤다고 답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게 되는 정신병이다]

[설마, 카라마츠, .......?]

,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카라마츠에, 말로 다 할 수 없는 불안감이 밀려왔다. 쥬시마츠도 마찬가지인지, 유카타를 꽉 쥐고 있다.

[중학교에 들어가기 직전이었다. 가장 먼저 알아챈 건 엄마였다. 어떤 이름을 불러도 내가 답을 하지 않았다더군]

[, ! 잘도 알아챘네, 엄마. 지금도 우리들 이름 틀리면서]

어제도 오소마츠로 착각했다고 말하자, 카라마츠는 무슨 소리냐며 어이없어 하는 얼굴을 했다.

[그건 일부러 그러는 거다. 우리들을 제대로 구별할 수 있다고, 엄마는. 아마도 반은 농담이고 반은 확인차겠지]

카라마츠의 이변을 깨달은 마츠요는, 일단 근처의 정신과에 데려갔다.

[거기는 별로였다. 원인이 형제라며 단언했다고! 같은 얼굴이 주변에 5명이나 있으니까, 정신이 이상해진 거라며, 어딘가 다른 곳에서 생활하지 않으면 나을 수가 없다더군.

나는 여섯 쌍둥이로 태어나서 너무도 행복하고, 모두와 함께 살고 싶은데. 너무 심하지 않은가?]

그 진단에 화가 났던 건 엄마도 마찬가지였던 듯, 이번에는 제대로 유명한 곳을 알아보고, 이웃 동네의 대학 병원에 갔다고 한다.

[진단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내가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게 된 건, 형제가 원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춘기에 이런 증상이 생기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하면서, 집에서도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뭔가, 형제들과 자신을 구별할 역할을 찾는 것부터 시작하면 좋고, 필요 이상으로 신경 쓰는 건 가장 안 좋다고 하더군]

[, 그래서 옷의 색을 달리한 거구나]

생각해 보면, 서로 구분하기 쉽게 여섯 색깔의 옷을 사온 건, 그 무렵이었다.

[엄마와 저녁을 만들게 된 것도, 사실은 그것이 계기다]

일을 거들 때는 엄마를 독점할 수 있다는 것도 있지만, 이라며 카라마츠는 수줍은 듯 덧붙였다. 그 때, 우리는 한가하게 놀고 있었다. 돕는 건 카라마츠 한명이면 된다며.

 

[그래서 연극 시작한 거구나]

평소보다 가느다란 쥬시마츠의 목소리에, 카라마츠는 그렇다고 수긍하며 쥬시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다른 동아리도 좋았지만, 초등학교에서 해봤던 게 의외로 재미가 있어서 말야]

초등학교 5학년 때, 6학년 졸업 축하 공연으로 연극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카라마츠는 주인공을 했었을 거다.

오소마츠가 주인공이 하고 싶다고 하던 걸, 장난기 많은 토도마츠가 대본을 바꾸거나 했었다. 하지만 정작 주인공을 하게 된 오소마츠가 대사를 전혀 외우질 못해서, 결국 카라마츠가 하게 된 것이다.

[연기를 이용한 심리요법이 있거든. 롤 플레잉이라고 하는데, 뭔가 연기를 함으로써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연습을 하는 거다]

병원에서 이 말을 듣고, 시험 삼아서 연극부를 찾아갔다.

문을 열고 견학을 왔다고 말하는 순간, 카라마츠는 거의 십여명의 여선배들에게 둘러싸였다.

[우와, 그거 무섭네]

중학 1학년의 남자라니, 우리들도 마찬가지였지만, 아직 성장기에 들어가지 않은 녀석들이 많아 몸도 작고 변성기도 오지 않은 녀석들도 꽤 있었다.

남자들보다 빨리 성장기에 들어가, 정신적으로도 남자들보다 성장한 여자들에게, 그것도 십여명의 무리에게 둘러싸인다면 당해낼 수가 없다.

[남자가 적어서 곤란했다던가, 좋은 목소리네 등등 여러 가지 말을 듣고 보니, 어느새 가입 신청서를 쓰고 있었다]

[아니, , 귀 너무 얇잖아]

그런 말 자주 듣는다, 라며 카라마츠가 웃었다. 처음에는 심각했던 얘기가 점점 누그러져, 어느새 웃으며 듣게 되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갔지만, 꽤 재밌어서 말이지. 부원들도 서로 사이가 좋고, 나도 그 안에 넣어준 게 기뻤다. 처음 대본을 받아 읽었을 때, 잠시지만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그게, 뭐라고 해야 할까.....눈앞이 확 트이는 듯한 상쾌함이었다. 이게 연극에 빠지는 이유구나, 했지]

연극 자체도 그럭저럭 좋은 치료가 되었고, 형제 6명뿐이던 좁은 세계에서 벗어나 동료들이 생겨나면서, 카라마츠는 자신이 마츠노 카라마츠라는 걸 인식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완치되지 않는 것이, 마음의 병이란 것이다.

우리들이 잇달아 반항기를 시작할 즈음, 이번에는 우울증이 발병했다.

[나는 모두에게 동조되기 쉬운 것 같다]

[그거 다른 형제들의 감정이 전달된다는 거? 희로애락 전부? 통증도?]

[분명하게 전해지는 건 아니다. 그냥 그런 기분이 드는 것뿐. 아마 그때는 나도 반항기였겠지. 나 자신이 불안정하니까, 형제에게 동조되기 쉬웠던 거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감정의 기복도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시기에 5명분의 감정을 받아버린다면...

상상만 했을 뿐인데, 온몸에 소름이 돋아 양손으로 팔을 물질렀다.

[카라마츠가 형제의 감정 변화에 예민한 이유는 지금 이걸로 알게 됐지만 말야. 너 그거 엄청 괴로웠을 거 아냐]

[괴롭다고 할까, 영문도 모른 채 약해진 상태였지]

고등학교 수험이 신경쓰이던 시기, 증상이 악화되어 약을 복용했다고, 카라마츠는 나직하게 고백했다.

[어쩔때는 눈앞이 캄캄해지고 귀가 잘 들리지 않게 되면서 바다 밑에 가라앉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럴 때는 정말 살아갈 기력이 없어지더군]

이렇게나 힘든 형제에게 냉정하게 대하다니, 얼마나 쓰레기인 거냐, .

아픔을 함께 나눌 수는 없었던지, 그때의 나는 자신의 일만 중요하게 여겨, 자신의 반쪽과도 같은 소중한 이가 마음에 아픔을 안고 있다는 걸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만약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 시절의 자신을 힘껏 때려주고 싶다. 그렇게 생각한 건 나뿐만이 아닌 듯, 미안, 하고 짜내는 듯한 목소리로 쥬시마츠가 말했다.

[, 미안해. , 그때, 카라마츠형한테 심술궂게 굴었어!]

[나도 미안. 너랑 오소마츠형한테 많이 반항했었지, 정말, 미안]

축 쳐진 우리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카라마츠는 신경쓰지 말라고 했다.

[모두 똑같이 힘들었으니까. 그때의 나도 그런 거 전혀 몰랐고. 애초에 말하지 않은 건 나니까 말야]

아마 나머지 세명도 몰랐을 거다. 차남이 마음의 병을 앓고 있었다니, 그만큼 카라마츠의 의지는 강했다. 아마 오늘 듣지 않았다면 우리도 평생 몰랐을 것이다.

 

그런 카라마츠를 구한 것은, 마찬가지로 연극이었다.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매혹되어 들어간 연극부는, 중학교 때보다 더 본격적이어서, 다루는 극의 내용도 폭이 넓었다.

연령적인 규제가 있었던 건지 중학교 때는 없었던 죽음이라는 소재도 그 중 하나였다.

대본에서 일부를 뽑아, 즉흥적으로 연기하는 훈련에서 카라마츠는, 처음으로 죽음을 연기했다.

[원래 역에 잘 몰입하는 성격이라서 그런지, ‘, 나 지금 죽었구나라고 실감했다. 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정말 몸이 움직이지 않아서 그대로 바닥에 누워있었더니, 뭔가, 좀 더 살고 싶어, 라는 생각이 들더군]

우울증이 생겼을 때, 혹은 생길 것 같은 때에는 극중에서 마음껏 죽음을 연기하는 게 훨씬 효과가 좋아, 이후에는 약을 거의 복용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 같다.

증상이 나오는 것도 많이 줄고, 의사도 꽤 좋아졌다고 말했지만, 그래도 연극을 계속한 건 일종의 보험 같은 거였다. 이미 반쯤은 이기심이었다고 말하며, 카라마츠는 다리를 꼬았다.

[연기만 하는 거라면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지금은 동료들과 함께 하는 게 좋다]

작은 극단에서 동호회 활동을 하는 거나 마찬가지라 운영비는 멤버들 각자가 내야 했기에, 카라마츠는 그 돈을 벌기 위해 일했다.

딱히 숨길 일도 아니었는데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은, 우리들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서이고, 여섯명이 하나, 라는 세계를 지나치게 지키려고 했기 때문이다.

[형제와 극단, 모두를 원한 결과가 이거다. 두 사람을 말려들게 해서 미안하군]

화난 건가? 하고 눈썹을 내리깔며 불안한 얼굴로 물어오는 카라마츠에, 쥬시마츠와 나는 양쪽에서 그를 꼭 끌어안았다.

[화는 났어]

미리 얘기하지 않은 카라마츠에게도, 알아채지 못한 자신들에게도, 그리고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형제 모두에게도.

[그런가, 미안하다]

그치만 용서할게, 모두 용서할게, 후회해도 소용없으니까, 중요한 건 앞으로의 일이니까.

[다음에 네가 연극하는 곳 보여줘]

[나는, 힘든 일이 있으면 말해줬으면 좋겠어!]

[알겠다. 약속하지]

카라마츠가 나와 쥬시마츠의 등을 끌어안았다.

[너는 앞으로도 쭉, 우리 여섯 쌍둥이 중 한명, 6분의 1이니까. 무슨 짓을 해도, 어디를 가도 그건 변하지 않아]

그러니까, 제발, 이 이상, 혼자서 괴로워하지 말아줘.

그렇네, 라고 말한 카라마츠는 히죽 웃었다. 그렇지!, 하고 힘차게 답하는 쥬시마츠의 표정과 내 표정은 아마 같을 것이다.

 

 

건조기의 종료소리와 함께 현실로 돌아온다.

다 큰 어른이, 그것도 형제 3명이 서로 부둥켜안은 광경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아 다행이다. 셋은 서로 얼굴을 붉게 물들인 채 방으로 돌아갔다. 살짝 꿉꿉한 옷과 바지를 옷걸이에 걸어두니, 역시 특이하군, 이라며 두 사람이 중얼거려 얼른 양치나 하러 가라며 쫓아냈다.

그러고 보니, 칫솔도 다 다른 걸 쓰겠지, 단순히 색이 다르다는 것도 있겠지만.

프론트의 직원이 걱정했을 정도로 침대는 그리 작지 않아서, 3명이 충분히 잘 수 있었다.

평소와 비슷하다고 느끼는 건, 어쩌면 우리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엄청 비좁은 상황속에서 자고 있었다는 걸까.

잠버릇이 나쁜 쥬시마츠를 벽쪽에, 나는 그 반대쪽 가장자리에 누웠다. 남은 자리인 중간에 누운 카라마츠가 갑자기 후후, 웃는다.

[왜 그래?]

[쵸로마츠와 쥬시마츠의 사이에서 자는 건 뭔가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야. 좀 설레는군]

[나도! 카라마츠형 옆에서 자는 건 드무니까! 지금 엄청 두근두근거려!]

소풍 전날인 마냥 들뜬 두 사람에, 이 녀석들 어른 맞는 거야? 하는 의문이 드는 동시에 엄청난 힐링감이 느껴져 잠자코 있었다.

[이해는 하겠지만,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 자자, 얼른 자자!]

불을 끄자, 곧 쥬시마츠의 가지런한 숨소리가 들려왔다. 얼마나 빨리 잠드는 거야, 이 녀석.

자기가 빨리 자라고 했던 주제에, 이럴 때 가장 잠에 들지 못하는 건 나다.

눈을 감으면 카라마츠의 고백이 다시 들리는 듯하다.

형제가 원인으로,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게 되고, 우울증 약까지 먹고, 극중이라고는 해도 죽음을 경험하다니.

우리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였는데, 어째서 나는 너를 소홀히 해버린 걸까. 중요한 건 앞으로의 일이라니, 그렇게 넘길 일이 아니잖아. 오늘도 사실 널 따라오지 않는 게 좋았을지도 몰라. 나는 네가 힘들 때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오히려 널 내쳤으니까.

[쵸로마츠]

빙글빙글 소용돌이 치던 생각들이 속삭이는 소리에 딱 멈춘다.

부시럭거리는 소리를 내지 않도록 조용히 카라마츠가 이쪽을 향한 채, 내 가슴을 가볍게 두드린다. 순식간에 눈물이 고여, 멈추질 않는다.

[,]

이리로 오라는 듯이 카라마츠가 팔을 내쪽으로 뻗는다. 체념한 나는 그 두툼한 가슴에 몸을 맡겼다.

따스한 체온과 단단한 근육과, 나보다 조금 느린 잔잔한 심장소리가 금세 나를 잠에 빠뜨렸다.

 

 

 

 

◇◇◇

 

 

 

 

어느정도 예상은 했고, 나름대로 각오도 했다.

하지만 그 예상각오는 현실에 비해 조금도 못 미친다.

 

이제 막 일어난 상태로 어머니인 마츠요와 마주한 순간, 뭔가 꺼림칙한 예감이 들었다.

용돈을 줄이는 건 무척이나 괴로운 일이지만, 그 정도로 끝나기만 한다면 나는 참을 수 있었다.

토도마츠와 이치마츠가 일을 내버렸다.

하지만 말리지 않은 내게도 책임이 있다. 잠자코 그들이 사고치는 걸 보고 있었으니까.

카라마츠가 집을 나가겠다고 말하는 순간에도, 쵸로마츠와 쥬시마츠가 그를 따라가는 그 순간에도, 나는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

나도 따라가고 싶었다, 하지만 갈 수 없다. 나는 장남이니까.

가볍게 인사를 하고 현관으로 향하는 세명에, 평소의 모습을 보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경마 결과를 예측하는 건 관두고, 부모님 방에 찾아가니, 엄마가 입을 열고 한 첫마디는 이거였다.

[용돈을 줄이는 건 바뀌지 않을 거란다. 여자가 두말하는 거 아니니까 말야]

알고 있다. 외히려, 집을 나간 3명과 평등성을 위해 용돈을 없앨 가능성이 있었다는 것도.

[그건 이미 알고있어. 그건 그렇고, 왜 말리지 않은 거야?]

말렸으면 했다. 갑자기 셋이서 사는 건 무리라고, 말해주길 원했다. 적어도 내가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줬으면 했다.

부모님은 내 질문에 얼굴을 마주하더니, 왜 그런 걸 묻는 거냐고 도리어 내게 물었다.

[걱정 같은 거 안 해? 녀석들 직업도 없고, 집도 없으니까 길에서 방황할지도 모르잖아]

오히려 내가 더 그들을 걱정했다. 나르시스트 차남에, 아이돌 오타쿠 삼남, 해맑은 바보 오남으로는 자립은커녕 제대로 생활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걱정은 안 해. 카라마츠가 있고. 쵸로마츠와 쥬시마츠라면 그 아이에게 협력도 할테니까 말야]

즉답에 나는 줄곧 예상해왔던 것이 현실이 되었음을 깨달았다.

 

차남이 형제들과 섞이지 못하고 한발 물러서있다고 느낀 건,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였을 거다.

물리적인 것보다 주로 정신적인 의미가 더 컸다.

욱하는 성격이었던 게 거짓말처럼 얌전해져서, 형제 상대로는 싸울 수 없게 되었고, 동생들에겐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잘 생각해보면, 중학교에 들어갔을 때 이미 차남은 변해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연극을 시작한 탓일까, 라고 어렴풋이 생각했다. 동아리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자연히 형제들과의 시간이 줄었다. 어쩌면 형제와 함께하는 게 부끄러운 건가, 했는데 녀석의 형제사랑은 여전했다.

지금까지 줄곧 미뤄왔던 엄마의 심부름을 스스로 나서서 하게 되어, 매일 아침 마츠요가 밥을 차리는 옆에서 우리들의 도시락을 만들었다. 싸움을 한 다음날에도.

학급 친구들에게 몇 번인가 칭찬을 받은 적이 있다. 오소마츠의 도시락은 항상 맛있다고. 나는 그때마다 가슴을 쭉 펴곤 카라마츠가 만들었다며 자랑했다.

그만큼 훌륭한 도시락이었다. 반찬은 4종류 이상이었고, 예쁜 노란빛의 계란후라이가 매일 들어가 있었다.

딱 알맞은 온도의 국물은 미약하게 단맛을 풍겼다.

나는 그 중에도 계란후라이가 정말 좋았다.

지금도 좋아하고, 오소마츠 계란후라이 랭킹에서 여전히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야구부인 쥬시마츠에게는 부활동 전에 먹을 수 있도록 주먹밥을 싸주는데, 내가 나도 싸달라고 조르면 가끔 주먹밥을 싸주곤 했다.

이렇듯 카라마츠는 여전히 상냥했으므로, 카라마츠의 변화가 조금 걱정되긴 했지만, 그리 깊이 생각하진 않았다. 깊이 생각하기도 전에 나는, “장남이라는 것에 가해지는 주변의 압박에 견딜 수 없게 되어버렸고, 이미 카라마츠를 생각할 여유따윈 남아있지 않았다.

나는 남들보다 더 격한 반항기를 겪었다.

이미 수업은 포기했고, 타학교의 양아치들과 싸움을 일삼았다. 부모님과 선생님에게 반항적이었고, 교복이니 교칙이니 그런 건 뭐야 그게, 먹는 건가?’ 같은 태도로 신경쓰지도 않았다.

그런 생활을 해오던 내가 형제들과 같이 고등학교에 들어갈 수 있었던 건, 성실한 쵸로마츠의 노트와 기억력이 뛰어난 카라마츠 덕분에 어느정도 공부를 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같이 혜택을 본 건, 나처럼 공부하길 싫어하는 토도마츠다. 숫자콤비는 천재적인지라, 일반인 상대로 설명하는 건 불가능하다.

수학쪽으로 뛰어난 이치마츠는 중학생 때 이미 고교 수학을 완전히 마스터했고, 쥬시마츠는 물리법칙을 몸으로 느끼는 놈이라서, 내가 모른다고 했더니, ? ? 라는 얼굴을 했다.

 

 

부모님 방을 나와, 자살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2층으로 향했다.

마음을 다지고 문을 힘껏 열면, 내 잠바와 토도마츠의 코트가 걸린 옷걸이가 어딘가 허전해 보인다.

쵸로마츠의 취활용 정장과, 카라마츠의 가죽재킷이 걸려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없다.

여섯가지 색으로 분류된 서랍에 다가가, 파란색과 초록색, 노란색 서랍을 바라본다.

노란색 서랍을 열면, 도토리와 솔방울, 그리고 어디에 쓰는 건지 모를 무언가가 어수선하게 들어있다.

초록색에는 레이카의 CD, 레이카의 인형, 레이카의 사진집, 그 밖의 여러 가지 레이카 굿즈와 미사용한 응원봉 5.

마지막으로 연 파란색 서랍에는, 커다란 십자가가 조각된 라이터와 쓰던 걸로 보이는 담배 1, 그뿐이다.

쥬시마츠는 컬러 콘도 두고 갔다.

녀석들이 이걸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들을 떠올릴 수 있을만한 것들을 남겨두고 갔다.

쵸로마츠는 정말 좋아했던 아이돌 굿즈도 두고 갔고, 옷도 봄과 여름옷들은 전부 남아있다.

하지만 카라마츠는 소중하게 여기던 걸 하나도 남겨두지 않았다. 기타도 선글라스도 가죽재킷도 전부.

녀석을 떠올릴만한 거라고는 라이터 1개와 담배 한 갑, 그것뿐이다.

남색의 담뱃갑에서 담배 하나를 꺼내 물고, 제법 무게가 있는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훅 퍼지는 연기와 함께 바닐라와 비슷한 달콤한 향. 녀석이 좋아했던 향기가 흩어져 사라지지 않도록 가만히 들이마셨다.

[역시, 안 돌아오려나]

연기와 함께 작게 중얼거리자,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나르시스트적인 언행은 안쓰럽기 그지없었지만, 상냥하고 형제애 강한 우리 차남은, 더 이상 이 집에 없다.

 

 

저녁은 다섯명 몫만 차려져 있었다. 부모님과 우리 세명의 몫.

식단은 부모님 취향으로 닭고기 야채 조림과 된장국과 나물.

평소라면 닭고기를 먹으려 서로 달려들었겠지만, (발단은 대체로 나지만) 오늘은 잠잠하다.

이치마츠는 입맛이 없는지 된장국을 조금 마시더니, 이후에는 차만 마셨다.

토도마츠도 젓가락으로 몇 번 깨작깨작 할 뿐이고, 나도 그다지 입맛이 없다.

[이 사람들 전혀 안 읽는다고. 메일 답도 없고, 무시하지 말라고-!!]

세명이 돌아오지 않자, 위기감을 느낀 토도마츠가 조금 전부터 카라마츠의 핸드폰에 연락을 하고 있다.

토도마츠보다 빨리 핸드폰을 가진 카라마츠는, 아무도 모르게 핸드폰을 구입해서 그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식사시간에 핸드폰을 했다간 쵸로마츠가 길고 긴 설교를 했을테지만, 나는 잠자코 있는다. 이치마츠도 가만히 있다. 애초에 녀석은 지금 그런 걸 신경쓸 여유가 없다.

현재 전원이 꺼져있거나, 전파가 닿지 않는 곳에 있어 연결이 되지 않습니다

내게도 들릴 정도로 큰 무정한 기계음에, 토도마츠가 신경질적으로 통화를 끊어버렸다.

[연결이 되지 않습니다, 가 아니라고-!! 걸라고!! 연락 주겠다고 했으면서!!]

[쵸로마츠가 말린 거겠지. 그녀석 꽤 간만에 엄청 열받았으니까]

츳코미 담당인 우리집 삼남은 보통 화가 나면 말이 상당히 많아진다. 청산유수라기보다는, 엄청난 기세의 나치폭포처럼 욕설을 퍼붓는다.

(*나치폭포 일본 나치산에 있는 폭포)

하지만 단단히 화가 났을 경우에는, 그 순간 거짓말처럼 딱 조용해져 폭풍전야의 고요함 같은 느낌이다.

오늘 아침 삼남 덕에 거실에서 싸늘한 공기가 맴돌았다. 그걸 깨닫지 못한 건 사남과 막내. 그때 나는, 너희 언제 이런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쳐버린 거야, 하고 생각했다.

카라마츠가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이치마츠, 넌 틀림없이 문에 처박혔을 거라고. 토도마츠도 모자가 소용없을 정도로 엄청 큰 혹이 났을지도 모르니까 말야.

[, 잠깐만, 어디로 간 것 같은데, 카라마츠형들]

[목격자라도 있어?]

, 하고 고개를 끄덕인 토도마츠는 연근을 집어 먹었다.

[쇼핑몰에 있는 여행사에 나랑 비슷하게 생긴 사람이 들어가는 걸 봤대, 친구가.

초록색 옷을 입고 있었다는 걸로 봐서, 쵸로마츠형이겠지. 그보다, 나 그렇게 촌스럽지 않거든!!]

제대로 설명을 들어봐야겠어, 라며 토도마츠는 다시 연근을 집어먹고는 핸드폰을 만졌다.

[역시, 있었어, 세 쌍둥이 목격 정보]

정말 무섭네- 요즘은 뭐든 SNS에 뜨는구나-.

세 쌍둥이가 특이한 코트를 사갔어! 각자 다른 색깔로! 귀여워~

방금 전철 탔는데, 눈앞에 얼굴이 똑같은 남자 3명이 있어. 세 쌍둥이인 걸까? 옷도 파랑, 초록, 노랑으로 다른 색이야. 노란색한테 파랑이랑 초록이 기대서 자고 있어. 세 사람 다 자는 얼굴 완전 똑같네. 파랑이랑 초록 꾸벅거리는 타이밍 똑같아! 굉장해~~!

직장에 세 쌍둥이(아마) 천사가 강림했다. 더블 침대에서 세명 꼭 붙어 잘 수 있도록 상사한테 허락 받은 나 GJ!!

[뭐야, 이거 엄청 즐거워 보이는데!!]

토도마츠가 가성으로 읽은 글들은 분명 우리 차남과 삼남, 오남의 얘기임이 틀림없다.

[도호쿠나 훗카이도겠네]

[어떻게 아는 거야?]

[-, 일단 코트, 추위를 잘 타는 쵸로마츠가 사는 건 그렇다 치겠지만, 카라마츠와 쥬시마츠는 겨울에도 얇은 옷이잖아. 그러니까 아마 코트를 샀다는 건 여기보다 추운 곳으로 간다는 거겠지. 게다가 전철을 타고 이동했고, 숙소는 시간적으로 멀리 갈 수가 없으니까, 신간센이나 비행기를 타기 가까운 곳으로 정했겠지. 신칸센이면 아마도 지금 우에노 근처일 거야. 그렇다면 행선지는 도호쿠, 만일 비행기라면 시나가와에서 내일 훗카이도로. 어때? 간단하지?]

[아아, 듣고보니 그러네-]

오소마츠형이 아는데 자신은 모르다니, 마음에 들지 않은 토도마츠는 조금 짜증스럽게 답하곤 남은 된장국을 후루룩 마시며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아직 닭고기 야채조림이 반이나 남았지만, 나도 이제 한계. 마츠요에겐 미안하지만 내일 아침에 먹도록 하자.

 

 

우에노나 시나가와, 그리고 내일은 도호쿠나 훗카이도로 여기서 먼 추운 지방으로 녀석들은 떠난다.

이걸 알았다고 해서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럴게 이미 녀석들은 집을 나가버렸으니까.

아까의 시시한 내기에서 졌으면 좋았을텐데. 그렇게 해서 100만으로 녀석들과 다시 함께 살 수 있게 된다면, 100만도 싸다.

도박장에서 따낸 돈을 모으려 만든 통장도 소용없게 되었다.

카라마츠가 치비타에게 납치되었을 때, 역시 그건 좀 심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과의 뜻으로 외상을 전부 갚으려 100만엔을 마련했다.

거의 경마에서 딴 돈들이지만, 그것도 대부분 카라마츠가 승리할 만한 말을 예상해준 덕분이다. 녀석은 어째선지 자기가 돈을 주고 직접 사면 예상이 맞질 않지만, 내가 사면 녀석의 예상이 딱 맞아떨어진다.

어떤 수단으로 벌었든 100만엔을 모은 건 변함이 없고, 딱히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기에 당당하게 치비타에게 가져갔다.

그랬더니 치비타 녀석, 드디어 왔냐.

라고 하기에, 내가 무슨 말이냐 물으니, 쵸로마츠의 명의로 80만이 들어왔고 오소마츠형이 내지 않으면 나머지 4명이 내게 될테니까라고 말했단다.

너무하지 않음? 형아 왕따야? 정말 그러지 말라구 좀~ 엄청 상처받는다고?

그럼, 카라마츠 몫까지 합쳐서 40만을 낼테니까 받으라고 하자, 카라마츠는 자기 몫은 자기가 내고 있다고 한다.

우리랑 같이 있을 때는 지갑이 없어서 외상을 하지만, 다음날 혼자 찾아와서 제대로 값을 치르는 모양이다.

[애초에 내가, 너희들한테 그렇게 비싼 값을 부를 거라고 생각하냐?]

생각 안 해, 전혀, 치비타라면, ,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다.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100만을 전부 두고 떠나려는데, 치비타가 고집을 부리며 20만밖에 받지 않아, 나머지는 결국 은행에 넣었다.

 

 

우리들은 여섯 쌍둥이로, 나는 장남이고 같은 나이의 동생이 5명이나 있다.

하지만, 내가 가장 먼저 마츠요의 배에서 나온 건, 중앙에 파묻혀 죽을 위기인 차남과, 그 옆에 딱 붙어있는 삼남을 구하기 위해서일 뿐이다.

어차피 호적에만 적혀있는 허울뿐인 장남”, 스스로 자신을 장남이라 생각하는 건 우스운 일이다.

보통은 이 되기 전에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있잖아, 엄마의 배가 점점 부풀어 오르고, 그 안에서 뭔가 움직이는 것을 느끼며, -, 나는 이 녀석의 형이 되는 거구나, 하고.

하지만 나한테는 준비기간 같은 건 없다. 태어난 날도 같고, 그때부터 줄곧 여섯명이서 형, 동생 같은 거 없이 지냈는데, 갑자기 장남이라고 해도 곤란하다고.

이라는 게 뭔지 몰랐고, 5명의 이라니 내겐 너무 벅찬 일이었다.

그러다 내가 바뀌기 시작한 건, 고교 1학년 여름방학.

[삼일간 엄마랑 아빠는 제사로 없으니까, 다들 제대로 집지키고 있으렴]

그렇게 말하는 순간, 오랜만에 여섯명이서 즐겁게 놀 수 있다면, 엄청 두근거렸다.

그런데 다음날, 카라마츠는 기쁜 듯한 얼굴로 3일간 연극부 합숙을 간다고 했다.

녀석 상대로 치고 박고 싸운 건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에 피가 끓어 녀석의 멱살을 잡았다.

냉정한 녀석의 태도가 더 화나서, 그 얼굴을 엉망진창으로 뭉그려뜨려 주지, 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도 심하긴 했다. 고교 연극부라고는 하지만 배우의 얼굴을 때리려 하다니.

쓸쓸했다, 그 때의 나는. 나를 우선시하라며 독점욕을 그대로 내보였다.

결과적으로, 나는 자신의 힘을 과시했음과 동시에 카라마츠를 제대로 보고있지 않았음을 절감했다.

원래 힘이 장사긴 했지만, 이렇게 강했다니 몰랐다.

카운터로 한방에 굴복당하고, 위험하다고 생각한 그 순간, 다시 정면으로 한방 먹고 힘없이 다운. 꼴사납네.

눈을 떠보니, 나는 카라마츠의 품에 안겨있었다.

아까 날 때리던 얼굴이 가까이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며, 형님 미안하다, 라니.

그 때 나는, 자신이 장남임을 받아들였다.

제멋대로인 해석이고, 카라마츠는 분명 그런 생각하지도 않았겠지만, 그래도 나는 으로 인정받은 느낌이 들었다.

이란 게 뭔지 지금도 모르겠고, 된 건지 어쩐 건지도 잘 모르겠지만. 그때부터 나는 장남을 받아들이는 것에 저항이 없어졌다.

제대로 장남노릇을 하고 있는지 어쩐지는, 또 다른 이야기지만.

 

 

식사를 끝낸 토도마츠는 여전히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이치마츠는 다시 구석에, 나는 낮에 사온 만화책을 읽지도 않고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다.

텔레비전을 볼 생각도 들지 않고, 목욕은 이 인원이라면 딱히 갈 필요도 없다.

[그보다, 잘도 돈 들고 있었네]

여기에 없는 3명을 잊을 수는 없는 건지 아까부터 3명의 목격정보를 찾아 읽고 있다.

어딘가의 누군가가 흘린 이야기에 따르면, 녀석들은 고깃집에 가서 점장이 말리기 직전까지 와구와구 먹어댔고, 디저트인 아이스크림을 아앙- 해주는 모습을 보여, 옆 테이블의 여자 4명이 모에하게 만드는 나쁜짓을 했다는 것 같다.

[토도마츠, , 쵸로마츠를 몰라? 그녀석 꼬마때부터 자기 용돈 제대로 모았다고. 어느정도 가지고 있었을 걸?]

[-?! 뭐야 그게, 구두쇠잖아]

삼남은 기세에 맡기더라도 어떠한 승산이 없으면 모험을 하지 않는다. 자신의 저금으로 어느정도 살아갈 수 있다고 판단했으니까 카라마츠를 따라 나간 것이다.

[카라마츠는 아마 알바인지 뭔지 하고 있었을 거고]

[에에?! 그 카라마츠형이 일을? 일하지 않는 인생, 세라비- 라고 했던 인간이?]

[진짜라고.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한가지는 알고 있지]

잠깐 기다려 보라고, 라며 2층 서랍에서 한 장의 전단지를 들고 거실로 돌아왔다.

[, 이거]

받아든 토도마츠는 전단을 보고 눈알이 빠질 듯이 눈을 커다랗게 뜨며 물었다.

[, 이거 뭐야]

덜덜 떨며 가리킨 건, 신사복 할인점 전단으로 취업활동에 추천! 세련된 정장 대특가! 19,800이라는 문구와 함께 정장을 입고 있는 젊은 남자.

[우리집 차남이지]

[, 거짓말?! 부탁이야, 거짓말이라고 해줘어어어!!]

토도마츠가 절규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나도 발견했을 때 그랬으니까.

올해 1월 하순 일요일, 옷을 갈아입다가 발톱이 많이 길어난 게 보여, 경마까진 아직 시간이 남았기에 발톱을 깎으려 밑에 깔 종이를 찾아 다녔다.

부엌 테이블 위에 오늘 아침에 온 전단이 다발로 놓여있고, 그 안에서 적당히 커다란 걸 뽑아 거실로 돌아갔다. 그걸 펼쳐 다리를 올리고 나서야, 어디선가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발톱을 깎기 전에 발견해서 다행이었다. 깎는 도중에 발견했다면 분명 살을 잘랐을지도 모른다.

머리를 가다듬고 상큼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 모델은, 아무리 봐도 카라마츠였다.

체격이 좋으니 정장이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잘 어울려, 이런 녀석이 면접에 가면 어떤 대기업이라도 즉시 채용할 것처럼 보였다.

[, 잠깐, , 믿을 수가 없는데!!! 그치만 엄청 닮았고!! 나도 안다고, 카라마츠형이 체격이 좋으니까 정장이 잘 어울리는 거!! 그건 알았지만, 에에!?? 오소마츠형 왜 이제야 말하는 거야!!? 보통 이런 일이 있으면 말하잖아!!?]

[-, 그냥? 어쩐지 비밀로 하고 싶어서]

[하아!? 나한테는 드라이 몬스터니 뭐니 했으면서, 오소마츠형도 똑같다고!! 그래도 카라마츠형한테 물어보긴 했지?]

[그 녀석, 깨끗이 인정했어. 그게 어쨌다는 식이던데-. 지인의 도움으로 아르바이트 구했다는 것 같더라]

멍하니 경마에 가서 아무 생각 없이 찍어서 그런가, 뜻밖에서 돈을 따냈다. 하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광고지의 카라마츠로 가득했다.

집에 돌아가니, 그 본인이 집에 있었다. 이제 막 돌아온 건지 아직 퍼펙트 패션 그대로에, 역시 한겨울이라 추웠는지 가죽재킷 밑에 회색 브이넥 스웨터를 입고 있었다.

목 아래까지 훅 파인 옷 사이로 커다란 가슴 근육의 골짜기가 보일랑 말랑 해, 솔직히 에로하다고 생각했다. , 꽤 지쳤는지도.

내가 전단지를 들이대면, 이제 알아챈 건가, 라고 말했다.

사진은 반복해서 사용된 건지, 그 아르바이트 자체는 반년 전에 했다고 한다.

그래서 아르바이트 비는 이미 사용한 직후라며 히죽이는 녀석이 무척이나 섹시해보였다.

어째서 우리한테 말하지 않았냐고 물으니, 말하려고 했지만 기회가 없었다고 했다.

그러고 보면, 카라마츠는 누구보다 완고하고 입이 무거워, 말하면 안 되는 건 끝까지 다물고 있는다.

더 이상 묻는 건 시간낭비라고 생각해, 포기했다.

[그거 전혀 추궁한 게 아니니까!!! 지금 엄청 카라마츠형이랑 얘기하고 싶어!!!]

젠장, 아직도 연결 안 되잖아!! 라며 핸드폰을 내던지는 토도마츠에 다시 한번 말했다.

[그러니까-, 말했잖아. 비밀이 많으신 우리 차남님께선 여간해서는 입을 안 연다니까?]

[오소마츠형, 카라마츠형의 유일한 형이잖아?! 그 특권을 살려서 어떻게든 하라고!]

유일한 형, 인가. 그렇긴 하지만, 인정해주는 것과 의지해주는 건 다른 얘기라고.

[유감이지만, 그런 특권 나한텐 없으니까]

 

 

카라마츠에게는 비밀이 많다. 그걸 알게 된 건, 백수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니 정기적으로 밖에 나갈 필요가 없어진 우리는, 순식간에 불규칙한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 중, 예외인 건 두 사람, 쥬시마츠와 카라마츠였다. 녀석들은 여전히 아침 일찍 일어나서, 낮에는 어딘가에 나갔다가 저녁에야 돌아오는 생활을 계속했다.

오남이 가는 곳은 구름이 흘러가는 곳을 파악하는 것보다 어려우니까 내버려두고.

차남이라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알 수 없었다.

용돈은 여섯명 모두 같은 금액인 게 분명한데, 카라마츠는 돈이 없다고 하면서도 비싼 가죽 재킷과 부츠를 곧잘 사들였다.

이뿐이라면 아르바이트라도 했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봐버렸다.

파칭코에 갈 돈을 빌리려 파란색 서랍을 열자, 비상금이라고 생각되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기타줄과 예비 피크들, 선글라스와 라이터 등, 의외로 깔끔하게 정돈된 서랍 가장 안쪽에 종이봉투가 있어 빙고~ 라며 끄집어내면, 그건 의외로 돈이 아닌 약이었다.

마츠노 카라마츠님, 잠이 오지 않을 때, 취침 전에 11, 10일치, 라고 쓰여진 봉투에는 대학병원 내의 약국의 도장이 찍혀있고, 알약이 1시트로, 하나는 먹은 듯 총 9알이 남아있었다.

그걸 본 나는 핏기가 싹 가시고 손이 덜덜 떨렸다.

안에 들어있는 처방전을 자세히 보지 않아도 이게 수면제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봉투의 날짜는 2주 전, 그 뒤로 적어도 1, 카라마츠는 약을 먹지 않으면 잘 수 없는 상태였던 것이다.

그런 기색 전혀 보이지 않았다. 단지 내가 간과하고 있었던 걸까. 아니면 녀석이 그저 잘 숨기는 것뿐일까.

떨리는 손을 억지로 움직여 겨우 봉투를 제자리에 돌려놓고, 한동안 그 자리에 주저앉아 움직이질 못했다.

현관문 열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려, 기합을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괜찮다. 아무런 근거도 없잖아. 평소의 나처럼 행동하는 거야.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돌아온 건 역시나 카라마츠였다.

계단을 내려오는 나를 올려다보는 녀석은, 미소를 지으며, “다녀왔다, 오소마츠라고 말했다.

오늘은 날씨도 좋아 금방 꽃이 필 것 같다, 그럼 꽃구경이라도 갈까, 거실에서 둘이 그런 얘기를 나눴던 것 같다.

내가 계란후라이를 먹고 싶다고 하자, 카라마츠는 웃으며 흔쾌히 받아들였다.

[저기, , 형아한테 하고 싶은 말, 없어?]

그렇게 물었지만 녀석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뭔가 고민이나 상담하고 싶은 거 없냐고]

그러자, 갑자기 폼을 잡으며, 쿨 가이인 내게 그런 게 있을 리 없잖나-, 라고 말한다.

[정말? 아무것도 숨기는 게 없어?]

[아아, 정말이다. 그리고 형님. 멋진 남자는 미스테리어스한 거라고-]

그러면서 폼을 잡으며 조금 전에 본 만화영화의 왕자님과 같은 얼굴을 지어보여, 나는 더 화가 났다.

단단히 삐친 나는 속으로, 잠을 못 자더라도 절대 도와주지 않을 거니까, 라고 중얼거렸다.

 

 

그로부터 2, 아까 그 서랍을 열었을 때, 이미 그 약은 없었다.

갖고 다니는 건지, 아니면 필요없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가능하면 후자였으면 좋겠다.

도호쿠든 훗카이도든 가도 상관없다. 하지만 내 동생인 걸 그만두는 건 절대 용납하지 않을 거니까.

어차피 너라면 자신이 없어도 내가 있으니까 집은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겠지.

하핫, 유감이지만 전-- 괜찮지 않으니까!

그럴게, 내가 틀려먹었다고, 카라마츠, 네가 지켜보지 않으면 나는 제대로 장남노릇을 할 수가 없어.

 

 

 

 

 

 

◇◇◇

 

 

 

 

 

[저기, 이치마츠형, 그런 곳에서 자면 감기 걸린다고. 이불로 가자?]

[그래-, 이치마츠. 잠이 오지 않더라도 제대로 이불에 누워있으라고]

토도마츠와 오소마츠형이 두 팔을 잡아 날 일으켰다.

감기에 걸려도 별로 상관없고, 오히려 악화되어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두 사람에게 더 이상 폐를 끼칠 수도 없으니 그들의 말을 따랐다.

셋이서 목욕탕에 갔다가 동네 아저씨들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받으면 귀찮을 거라 생각해, 집에 있는 욕조에서 차례로 씻었다.

나도 그러는 편이 좋았다. 그럴게, 나는, 내 등을 씻어줄 두 사람을 내쫓아 버렸으니까.

[이치마츠형, 좀 더 이쪽으로 붙으라구]

커다란 이불, 늘 자던 자리로 들어가자, 토도마츠가 파자마 소매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여기서 잘래]

[옆이 비면 춥단 말이야!]

[핫팩, 있잖아]

엄마가 자기 전에 건네준 핫팩 두 개.

어릴 때 쓰던 것으로, 지금은 감기에 걸렸을 때밖에 쓰지 않는다.

성인 남성 여섯명분의 체온은,한겨울에 얇은 잠옷에 담요 없이 자도 충분히 따뜻하니까.

내 발 아래에도 하나있으니까 춥지는 않을텐데, 어째선지 몸이 얼어붙는 기분이 든다.

 

 

눈을 감아도 잠이 오지 않는다. 이럴 때는 어떻게 했더라, 소수를 세던가? 원주율을 외우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증명하나?

이치마츠, 잠이 오지 않는 건가?

일단 다 시험해 보자며, 2, 3, 5, 소수를 세기 시작했더니, 느닷없이 목소리가 들렸다. 반사적으로 왼쪽을 돌아보면, 거기엔 텅 빈 공간만 있을 뿐이다.

알아, 잠을 못 이룰 때면 항상 옆의 카라마츠가 머리를 쓰다듬어 줬어.

악몽으로 한밤중에 깼을 때도, “왜 그러나, 무서운 꿈이라도 꾼 건가?”라며 잠잠해질 때까지 등을 토닥여줬다.

하지만 그 포근함을, 나는 이제 더 이상 받을 수가 없다.

 

 

처음에는 순수한 감동이었다.

여섯명 모두 같은 유전자로, 즉 클론, 누가 누구여도 마찬가지일 터.

하지만 자라면서 점점 달라지게 되었다.

잘 하는 것도 모두 다르고, 성격도 달랐다.

그걸 확실하게 자각하게 된 건, 초등학교 5학년 때 전원 참가인 연극의 주연을 맡은 카라마츠를 봤을 때였다.

토도마츠가 장난으로 오소마츠형을 주역으로 하려고 했다던가, 그런 이야기였던 걸로 기억한다. 자세히는 잘 모르겠지만.

주역이니 대사가 많았고, 오소마츠형은 전혀 외우질 못했다. 아마 외울 생각도 없었을 거다.

하지만 그 대신 역할을 떠맡게 된 카라마츠가 대본을 몇 번 읽은 것만으로 대사와 이야기 흐름을 완전히 파악하고, 당당하게 무대에 올라 다른 역의 실수도 보충해주며 주역을 연기했다. 나는 소품 담당이었기에, 당일에는 관객으로 무대 위의 차남을 봤다.

엄청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큰 소리로 말하지 못한다. 애초에 이렇게 긴 대사를 기억하지도 못한다.

하지만 카라마츠는 해냈다.

 

 

다음은 동경과 질투였다.

나는 못하고, 카라마츠는 가능한 그런 게 점점 늘어났다.

그 녀석은 밝고 상냥하며 조금 천연이라, 친구들도 잔뜩 있었다. 중학생 때도, 고등학생 때에도 학교에서 녀석을 마주칠 때면 늘 누군가와 즐거운 듯 웃고있었다.

게다가 언제나 날 발견하면, 이치마츠!! 라며 손을 흔들었다.

성적도 좋았다. 머리가 좋으니까 교과서를 전부 외웠고, 선생님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도 전부 기억했다.

내가 땡땡이 친 수업 내용도 나중에 제대로 알려줬다.

운동 신경이 좋아서 체육제와 구기 대회에서는 영웅 대접을 받았다.

그럴 때는 형제 상대라도 절대 봐주지 않았으니까, 내 팀은 녀석의 팀에 참패했다.

요리도 잘해, 언제나 내 도시락을 만들어 주었다.

이치마츠군의 도시락 맛있겠네, 라고 같은 반 여자애들이 종종 말했고, 실제로도 맛있었다.

자주 식욕이 없는 나를 위해서 양을 조절하기 쉽도록 밥은 작은 주먹밥 3개를 챙겨주었다.

한편 나는 제대로 친구를 만들지도 못하고, 수학만 잘하고 영어는 전혀 못했다.

스포츠도 대체로 변변찮았고, 요리도 못해 형제들에게 도움이 되지도 못했다.

그런데 녀석은 무조건 나를 칭찬했다.

수학점수가 굉장하군!! 천재가 아닌가, 고양이도 돌보고 있다면서? 이치마츠는 상냥하군.

그만뒀으면 했다. 나는 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니까.

아니, 기뻤어, 나라도 이렇게 할 수 있는 게 있구나, 라며.

 

 

그 다음은 짜증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우리들은 모두 백수가 되었다. 녀석은 뭐든 할 수 있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나는 너무도 짜증났다.

이상한 가면을 쓰고 뭔 짓이야, 수준 낮은 나한테 맞춰주겠다는 거야 뭐야? 동정 같은 거 필요 없으니까, 뭐든 좋아하는 걸 하라고.

아니, 사실 나는 그냥 외로웠을 뿐이야. 가면을 뒤집어쓴 너의 본심을 볼 수가 없었으니까.

 

 

아까 오소마츠형이 말했었지, 카라마츠는 비밀이 많다고. 얼마나 많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아는 게 딱 한가지 있다. 아마 형제 중에서는 나밖에 모를 녀석의 숨은 얼굴이다.

2년 전, 불규칙한 생활을 시작한 해의 12월 하순.

쵸로마츠형이 졸업과 동시에 산 컴퓨터를 나는 가끔 동영상을 보기 위해 빌리곤 했다.

목적은 인디 락 밴드, 얼터너티브 메탈계로, 약간 그런지풍의 과하지 않은 데스 보이스와 멜로디, 그리고 코러스가 아름다웠다.

인기가 오르기 시작했을 즈음, 갑자기 기타가 밴드에서 빠졌고, 연말 공연은 예정대로 한다고는 했지만, 그 때문에 티켓의 대량 취소가 있었던 듯했다.

밴드가 어떤지 궁금했고, 평소에는 금방 매진됐을 티켓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 같아 가서 보자고 생각했다.

티켓은 쵸로마츠형이 도와줘서 쉽게 살 수 있었다.

자신이 지하 아이돌을 쫓아다니니까 내게 동료의식을 가진 건지, 복장은 움직이기 쉬운 걸로 입고 음료는 필수야, 라고 시키지도 않은 조언을 해주었다.

당일 저녁에 집을 나왔다. 라이브에 뭘 입어야 할지 몰랐고, 대체로 실내복밖에 없었기에 오소마츠형의 청바지와, 카라마츠의 검은 스웨터를 멋대로 빌려입었다. 거기에 정장용 구두를 신고 언젠가 사뒀던 검정 마스크를 했다.

라이브장은 그렇게 넓지는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어, 이후에도 티켓은 잘 팔린 듯해 기뻤다.

답답한 느낌에 뒤쪽 구석으로 이동했다. 시간이 흐르고, 어둑어둑하던 회장에 불이 확 켜졌다. 희미한 기타소리와 조용히 리듬을 타는 드럼, 스테이지에 불빛이 비추고, 동시에 소리가 폭발한다. 온몸의 털이 곤두서며 아드레날린이 온몸을 누볐다.

첫 라이브에 알 수 없을 정도로 흥분했던 나는, 어느새 낯선 사람과 어깨동무를 하고 껑충껑충 뛰어댔다.

[저 기타 굉장하지 않아?!]

[! 굉장하네!!!]

귓가에서 옆얼굴 전체에 피어싱을 한 젊은 남성이 고함을 치고, 나도 따라서 소리쳤다.

음악을 그다지 모르는 나도 이 기타 연주는 사이트에 업로드 되는 다른 동영상들보다 좋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멤버가 들어온 걸까. 선글라스로 얼굴이 보이지 않는데, 어떤 사람일까. 이런 사람이라면 나를 포함해 다른 팬들도 기꺼이 환영할 것이다.

그런 한가한 감상은 3곡이 끝난 뒤 MC에 의해 끊기고 말았다.

[다들- 보고 싶었다고!!]

보컬의 인사에 장내가 들끓었다.

멤버를 차례로 소개하고, 마지막에 기타를 쳤던 남자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오늘 라이브를 위해 기꺼이 와준 영웅이야!]

마이크를 건네받은 남자는 겸연쩍은 듯 볼을 붉혔다.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거창하군, My friend. 나와 너 사이에 무슨 소린가]

거짓말, 이 목소리.....기시감이 현실로 바뀌었다.

옆의 남자가, 오오, 멋져, 라며 침을 골깍 삼키며 내 어깨를 흔들었지만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앞에 있던 관객이 이름은? 라던가, 정식 멤버가 되는 거야? 라던가 떠들어 대자, 보컬이 다시 기타에게 마이크를 건네준다.

[이름을 댈 만한 것도 아니다. 그저 방황하는 떠돌이 같은 것이지. 하지만, 그도 그렇군 여기는 무척 아늑해서 좋으니 말이야. 얼른 화해하지 않으면 너의 포지션도 팬들도 내가 전부 뺏아버릴 거라고?]

듣고있지, 라며 여기에 없는 바로 얼마전까지 기타 담당이었던 멤버의 이름을 불렀다.

[나의 음색에 오늘 밤 맘껏 취해보라고!]

벽이 부서질 정도의 박수와 환호 속에서 나는 무심코 머리를 끌어안고 쭈그려 앉았다.

어쩔 수 없이 라이브를 도와주러 온 저 기타는, 고등학생 시절의 동창을 만나러 간다며 아침부터 나간 우리집 차남이었으니까.

아래는 검은 스키니진에 위는 검정 탱크톱. 가죽재킷만 없을 뿐, 어느때와 다름없는 복장인데 해골모양 벨트도, 늘 끼는 렌즈도 커다란 선글라스도 엄청 잘 어울렸다.

어깨에는 십자가 문신 스티커를 붙이고 있었다. 분명 집이라면 바보취급 했을텐데, 어째선지 잘생겨 보였다. 너 거기서 뭐 하는 거야, 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내가 여기 있는 건 알리고 싶지 않았다.

[어이, 괜찮아?]

아까부터 줄곧 말을 걸어오던 남자가, 쭈그리고 앉아있는 나를 걱정스럽게 물었다. 얼굴은 피어스 투성이지만, 겉보기와 달리 상냥한 사람이다.

[괜찮아, 조금 귀가 찡해졌을 뿐]

[그럼 다행이지만. , 다음 곡 시작한다고]

피어스군은 나를 일으키곤 다시 어깨동무를 하며 무대를 봤다.

보컬을 좋아하는 나지만, 지금은 카라마츠만 보고 있다.

탱크톱으로 강조된 근육질과 빠르게 움직이는 손가락이 곡에 맞춰 격렬하게, 또는 섬세하게 움직인다. 자유롭게 음을 다루며 입꼬리를 씩 올리는 녀석, 분명 즐거운 거겠지.

달콤한 저음에, 맑디 맑은 가성으로 코러스를 넣는다.

일렉뿐만 아니라 발라드에서는 어쿠스틱 기타로 바꿔 연주하며, 애달픈 선율을 연주했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피아노 앞에 앉아 보컬의 권유로 솔로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오자키인가 했더니 의외로 빌리 반반이었다. (빌리 반반 - 형제로 구성된 2인조 포크 듀오) CM에서 사용된 아직 너를 사랑하고 있어를 보컬과 합창했다. 그 하모니가 아름다워 후반부에서는 눈물이 흐르기까지 했다.

[우와아, 엄청나잖아! 뭐야 저 녀석, 완전 멋져!]

피어스군이 얼굴을 붉히고 외치며 내 등을 두드렸다. 나도 이젠 거의 자포자기 심정으로 속마음을 토로했다.

[, 엄청, 멋있네]

, 내 형제라고. 항상 옆에서 자고 있어.

1시간의 라이브는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났고, 피어스군이 어딘가 마시러 가자고 권했지만 나는 이미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한계였다.

[미안, 모처럼이지만, 나 이미 체력 한계야]

[하핫, 알겠어. 사실 나도 좀 위험하다고- 발이 후들후들거려]

그는 웃으며 잠시 쉬었다가 돌아가자며, 제안을 바꾸었다. 우리는 입구 근처에서 각자 캔커피를 들고서 주저앉았다.

[라이브 엄청났지]

[]

[그 기타! 굉장했지~ 나 엄청 떨렸다니까. 나 오늘은 잠 못 잘지도. 아직도 심장이 쿵쾅거려]

[그렇네, 나도 못 잘지도]

한동안 그는 방황하는 떠돌이를 칭찬했고, 나는 그의 말에 동의하기를 반복했다.

[또 보고 싶네-. 좀 더 듣고 싶어. 하하, 큰일났네 나, 뭔가 사랑에 빠진 느낌?]

피어스군은 붉어진 얼굴을 양손으로 가리고, 우와, 부끄러워- 라며 중얼거리다가 커피를 마시곤 힘차게 일어섰다.

[슬슬 돌아가자. 고마워, 어울려줘서]

[나야말로, 고마워. 즐거웠어]

귀의 피어스에 반사되는 가로등 불빛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를 바라보다 나도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도착하니 형제들은 목욕하러 갔는지 쵸로마츠형만 남아있었다.

[어서와, 어땠어?]

카라마츠가 기타를 연주하고 있었어. 엄청 멋졌어.

라고 말할 수 없어, 좋아, 라고만 답했다.

목욕하고 와, 라고 쵸로마츠형이 상냥하게 말해 울뻔 했다.

다음날 일어나서 카라마츠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내 옆에서 침을 흘리며 자고 있어, 왠지 화가 나 걷어찼다.

 

 

그 후, 쵸로마츠형의 컴퓨터를 빌려 밴드가 어떻게 되었는지 조사했더니, 탈퇴한 기타멤버가 돌아와서, [방황하는 떠돌이 덕에 깨달았어] 라고 했단다.

결국 녀석 덕분이냐고, 라며 고개를 젓고있으니 어느새 그 장본인이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치마츠, 이 밴드 좋아하는가?]

, 하고 끄덕이자 녀석은 활짝 웃으며 나도 좋아한다라고 했다.

알아, 너 대역했었잖아. 오히려 이 멤버들보다 잘하잖아.

[보컬 녀석이 내 고교 동창이거든. 걔 있잖나, 밴드부를 했던]

그 이름은 나도 들은 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무대에서 말했던 ‘My friend'는 거짓말이 아닌 모양이다. 그래도 진실을 전부 말하지는 않았지.

너의 그런 점이, 싫어.

화가 나지만 카라마츠의 노래를 듣고 싶은 마음이 더 커, 때때로 기타를 쳐달라며 졸랐다.

그 밴드의 곡이라든가, 다른 내가 좋아하는 곡 등.

카라마츠는 흘러간 노래도 서양음악도 잘 알았다. 나랑 취향이 비슷한 건지 녀석이 소개하는 아티스트는 나도 마음에 들었다.

절대음감을 가지고 있는 듯, 이거, 라고 말하면 30분이 지나기도 전에 제대로 연주했다.

내것보다 조금 굵은 녀석의 손가락이 부드럽게 기타를 치며, 나보다 부드러운 목소리가 낮아졌다가 높아졌다가 하는 걸 듣는 이 시간만큼은 나도 솔직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외의 시간에는 그럴 수 없었다.

카라마츠를 향한 짜증은 점점 커지고, 어느덧 증오에 가까워졌다.

녀석은 가면을 계속 쓴 채로 아무런 근거도 없이, 나를 믿는다고 했다.

자신은 뭐든지 잘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보같이 안쓰러운 짓만 반복한다.

적당히 그만뒀으면 했다. 장점이라곤 없는 쓰레기의 뭘 믿는다는 건지.

도대체 나의 뭘 믿는다는 거야?

말하는 게 서툴러 폭력을 휘둘렀다. 정말, 최악이다.

걷어차거나 바주카를 날리거나 했지만, 녀석은 전혀 반박하지 않았다.

뭐야 그게, 진짜 바보인 거야?

얼마전 마침내 나는 녀석을 깔고 앉아 목을 졸랐다.

죽으라며 손에 힘을 줬다.

그런데 저 바보는 괴로운 주제에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 네가 행복, 하다면, 그러고, 싶군]

화가 난 나는 얼굴이 벌개져서 카라마츠의 목을 조르고, 산소를 찾아 허덕이는 그 놈의 명치에 힘껏 주먹을 꽂았다.

알고 있다, 바보인 건, 나다.

비록 근거가 없다고 해도, 믿는다는 말은 기쁘고, 내가 공격하는 걸 알면서도 질리지도 않고 상냥하게 대주는 것도 제대로 다 느끼고 있다.

어디까지 용서해주는 건지 시험한 것뿐이다. 녀석의 상냥함에 어리광을 부린 것뿐이다.

하지만, 무작정 어리광을 받아주는 게 싫었던 거다.

사실은 네 옆에 설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너는 너무 멀어서, 두고 가지 않았으면 해서 유치한 수단으로 만류했다.

만약 다시 너와 말할 기회를 얻는다면, 제대로 전부 전할테니까.

나는 카라마츠의, 특기가 많은 점도, 잘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 것을 존경한다. 그와 동시에 질투하고, 타인의 아픔을 달래주는 것에 치유되고, 자신의 아픔을 알리지 않는 것에 화가 났다. 그래서 나는 네가 매우 좋으면서 싫다.

 

 

부탁이야, 부디, 나를 버리지 말아줘.

 

 

 

 

 

 

 

 

 

 

 

 




오타 많을지도 모릅니다!

키보드를 바꿨는데 손에 안 익어서 그런지

우다다다 쳐서 그런지

평소보다 오타가 더 많네요;;



게다가 컴퓨터까지 이상해서

제대로 올라갔나 모르겠네요...


문제있음 댓글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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