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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막내마츠 귀엽네요ㅠㅠ




-


방명록 확인 늦어서 죄송합니다 ;ㅂ;

방금 전부 확인했으므로

이제 방학까지 요청 닫습니다!!



공지 안 읽고 요청 올리셔도

확인 안 하니까요....ㅠ

확인하는 건 방학까지 미뤄두겠습니다


그럼 다들 이번주도 힘내세여!

주말에 올게여!! ;)














《괴담설명》




*NNN임시방송*


이건 괴담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아실 겁니다


소설에서는



이 부분입니다


내용은 소설과 같으니 패스하겠습니다

관련 영상을 링크해둘테니 괜찮으신 분만 봐주세요

(분위기가 꽤 호러틱합니다 이미지도 약간)


https://goo.gl/6aF9fo





*료멘스쿠나*


소설에서는


 

이 부분입니다


료멘스쿠나는 머리 2개에 팔다리가 4개인 일본의 거구요괴입니다

아무래도 괴담인지라 모습이 조금 다른 것 같지만....

상세한 내용이나 이미지가 궁금하신 분은

초록창에 '료멘스쿠나'라고 검색하시면 뜹니다 :)




*지옥의 헌책*


이 괴담은 '지옥의 소베'라고도 불립니다

내용은 소설과 같으니 패스하고 간단히 말하자면


이 괴담에서 중요한 부분은 '지옥의 소베'의 내용이 아닌

붉은 글씨와 검은 글씨의 대화입니다


붉은 글씨는 '누군가를 저주하는 사람'

검은 글씨는 '그 누군가를 죽여주는(혹은 저주해주는) 사람(?)'

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지옥'에 동그라미가 쳐져있다고 했으니까

아무래도 죽여주는 거겠죠? :)


붉은 글씨가 글씨체가 다양했던 건

저주를 부탁하는 사람이라, 그때마다 사람이 달랐던 거고

검은 글씨는 저주를 들어주는 사람이기에 같은 인물이어서 그런 겁니다




*다리 파는 할머니*


소설에서는



이 부분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소설과 비슷합니다


하교길에 커다란 짐을 든 노파가 나타나, 짐을 들어주러 다가가면

[다리 필요 없니?] 라고 묻는다는 괴담입니다

필요없다고 하면 다리를 뜯어가고,

필요하다고 하면 끔찍하게 절단된 다리를 건네준다고 합니다


두 선택지 외에 노파에게서 편히 벗어나는 방법은,

[저는 필요없으니 ㅇㅇ에게 주세요(혹은 가보세요)]라고 하면 된다고 합니다


소설에서 카라마츠가 했던 방법과 같은 방법이죠! :)





*마이너스 드라이버*



소설에서 이 부분입니다


내용을 간단히 말하자면,

소설과 내용은 같습니다

다른 부분은 괴담에서는 카라마츠처럼

쇠지레로 열쇠구멍을 찌르지 않았다는 거죠


여기서 열쇠구멍 너머의 빨간 건

방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누군가의 눈입니다


그리고 누군가 안을 들여다보자 눈을 찌르려

드라이버를 찔러넣은 거겠죠 :)





*히키코상*



소설에서는 이 부분입니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괴담의 내용은 소설과 같습니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비오는 날 밤에 흰 옷을 입은 키 큰 여성이 인형같은 걸 끌고다니는데,

잘 보면 그 인형은 초등학생 정도의 아이이고

여자는 눈이 완전 뒤집히고 입은 귀까지 찢어진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여자는 자신과 마주친 아이를 잡아 너덜너덜한 고깃덩이가 될 때까지 끌고다니다

특정 장소에 가서 방치한다고 합니다


여기서 여성은 과거 다른 학생들의 질투와 시기로 왕따를 당한 소녀이며,

그 복수심과 원한으로 그런 짓을 한다고 하네요 :)


해결방법은 카라마츠가 했던 것처럼

거울을 보여주면 된다고 합니다





마지막은 그냥 검은늪의 이야기입니다

진짜 있는 괴담인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ㅂ')a







-


<여기부터 두번째 장의 해석과 괴담설명입니다>




*아내의 분노와 결혼 생활이 원만한 비결*


오소마츠와 쵸로마츠 이야기 부분입니다

괴담내용은 소설과 똑같으니 해석만 하자면,


쵸로마츠가 숫자를 세는 건 화를 참는 수입니다

첫번째와 두번째는 봐주겠지만 세번째는 분노로 상대를 죽여버리는 거죠


오소마츠가 자신에게 잔소리를 하자 [1]이라고 말했는데

이건 고양이 때와 마찬가지로 3번째에는 오소마츠를 죽일지도 모른다는....

쵸로마츠도 카라마츠와 마찬가지로 사이코패스네여.....




*심령사진과 전차사고*


여기는 그냥 

쵸로마츠(그리고 카라마츠)의 사이코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사람이 사는 집에 가서 사진을 찍겠다는 것과

전차사고를 웃는 얼굴로 말한다는 게 포인트죠 :)




*함바그*


쵸로마츠와 쥬시마츠 부분입니다


여기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여기서 의미하는 게 '시즈오카'가 맞는 건지도 잘 모르겠네요


시즈오카 검색하면 방사능 이런 게 뜨는데

그거랑 관련이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네요




*심야 텔레비전의 모래폭풍*


토도마츠와 쵸로마츠 이야기 부분입니다


여기서 모래폭풍은

요즘도 그런지 모르겠는데

(요즘 티비를 잘 보지도 않고 심야에 티비를 켤 일이 없으므로..)

옛날에는 심야에 TV를 켜면 지지직- 거리면서

회색의 노이즈 화면이 뜨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걸 일본에서는 모래폭풍이라고 하는 모양입니다


이 이야기가 호러인 이유는,


[모래폭풍의 시간대에 방송사 직원이 에로영상을 보다가

그걸 방송으로 내보냈는데 수십건의 클레임 전화가 걸려왔다]


이 말은 즉, 

그 지지직거리는 노이즈 화면을 수십명의 사람들이 보고 있었다는 말이 됩니다

특별한 방송도 아니고 노이즈 화면을, 게다가 시끄럽기까지 한 그걸

수십명의 사람들은 왜 보고 있었던 걸까요 :)



이 소설에서 쵸로마츠도 전화를 걸었다는 건

쵸로마츠도 마찬가지로 심야에 그 화면을 보고 있었다는 거죠






카라마츠만 사이코라고 생각했는데

쵸로마츠도 사이코였네요.......ㄷㄷ






-


해설부분이 무섭다는 의견이 몇 있어서

이번에는 이미지는 첨부하지 않았습니다


료멘스쿠나, NNN임시방송, 히키코상, 다리 파는 할머니 등은

네이버나 구글에 검색하면 자세한 이야기와 이미지가 뜨니

궁금하신 분은 검색해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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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스는 구하지 않는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다만 어쩐지 잠이 오지 않아, 밤을 새고 있었다.

방에는 카라마츠 혼자였다.

 

젊은 남성 6명이 같은 집에 살고있으니, 잠이 오지 않아 이른 새벽에 깨는 사람이 있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저 오늘은 그게 카라마츠였을 뿐이었다. 오소마츠나 토도마츠 등은 야행성이라 카라마츠가 새벽부터 1층에 내려가 있다면 거실의 희미한 불빛을 알아챘을 테지만, 오늘은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무도 깨지 않은 듯하다.

 

낮에는 시끌시끌한 집도, 밤중에는 모두 잠에 들어 고요하다. 카라마츠는 우롱차를 홀짝홀짝 마시며 멍하니 텔레비전을 바라보고 있다.

 

 

내일은 뭘 할까. 일도 하지 않고, 집안일도 할 필요가 없는 신분으로, 그런 사치스러운 고민을 하는 그다.

이치마츠와 쥬시마츠는 고양이 카페에 간다고 했던가...’

하고 오늘 낮에 형제들이 대화하던 걸 떠올린다.

한가하기도 하니 같이 가고 싶은 카라마츠였지만, 이치마츠가 싫어할 것 같았다.

이치마츠가 가장 편하게 느끼는 장소를, 아마도 형제 중 가장 가까운 쥬시마츠에게 모처럼 소개시켜주려고 하는데, 함께 있어 가장 불편하고 불쾌할 내가 따라가면 민폐나 다름없을 것이다.

 

쥬시마츠는 친구가 없는 이치마츠를 위해 고양이 친구를 만들어주려 했다는 모양이다. 분명 그런 따뜻한 마음은 형제를 향한 깊은 애정에서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형제를 사랑하는 마음이라면, 나도 지지 않는다. 쥬시마츠에겐 잘만 이름을 불러주면서, 어째서 내게는 죽어, 라거나 꺼져, 라고 하는 걸까. 이치마츠를 향한 나의 사랑과 쥬시마츠의 사랑은, 대체 이치마츠에게 있어서 뭐가 다른 걸까. 혹시 나의 사랑은 그다지 전해지지 않은 걸까. 그렇게 매일을 [믿고 있다] [사랑한다] 라고 제대로 전하고 있는데도?

 

 

 

토도마츠가 쇼핑하러 간다고 해서, 내가 짐을 들어줄까?’ 라고 물었지만 필요없다며 매정하게 거절했다.

[쵸로마츠형한테 부탁했으니까]

라며 무심히 덧붙였다.

[내가 더 힘이 세니까, 더 많은 짐을 들 수 있다고?]

라며 듬직한 얼굴로 말했지만, 토도마츠는

[카라마츠형이랑 같이 걸어다니기 싫거든]

이라며 핸드폰에서 시선도 떼지 않고 무심하게 말했다.

왜냐고 묻자 쪽팔린다고 답한다.

[나의 쿨한 퍼펙트 패션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서 그런가....]

창밖을 바라보며 멋있게 말했지만, 조금 슬펐다.

흘끗, 방을 둘러보면, 내 말에 대꾸도 않고 다른 형제들도 무시를 해버린다.

 

왜 나와 함께 걷는 게 부끄럽다는 걸까. 지금까지 몇 번이나 같이 쇼핑하러 갔었다. 옷을 아무거나 입어도 전부 잘 어울리는 토도마츠에게, 옷을 갈아입을 때마다 진지하게 감상을 말해주고, 겸사겸사 같이 점심을 먹고(물론 돈은 내가 냈다), 다시 쇼핑을 하다가 같이 파르페(이것도 물론 내가 냈다)를 먹거나 했다. 도중에 토도마츠가 뭔가를 사달라고 조를 때에는 기꺼이 사주기도 했다. 얼마전에는 벨트를 사줬었다. 그 때는 그렇게나 즐거웠는데, 즐거웠던 건 나뿐이었던 걸까. 내가 너무 즐거운 나머지 멋대로 토도마츠도 즐겁다고 생각해버린 걸까. 사실은 토도마츠는 나랑 쇼핑하는 동안 계속 부끄럽다고 생각했던 건가.

그렇다면, 그건 무척이나 슬픈 얘기다. 가슴이 욱신, 아파온다.

 

 

 

그럼 남은 후보는 이제 오소마츠 형뿐이다. 내일 예정이 있다고 말한 적 없고, 어슬렁어슬렁 거리를 산책하거나 파칭고, 경마에 가는 게 전부일 것이다.

 

하지만 오소마츠형을 꼬셔낼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일하지 않으면서 돈을 잔뜩 쓸 수는 없다. 하지만, 돈도 없이 오소마츠형을 낚는 건 힘들다. 낚시터에 가자고 할까. 하지만, 지난번에 갔었고, 거절할 것 같다. 하지만 오소마츠형이 나와 놀아주지 않으면 나는 내일도 혼자다.

어제는 오소마츠와 쵸로마츠는 둘이서, 이치마츠와 쥬시마츠와 토도마츠는 셋이서 재밌게 놀았던 것 같다. 지난번에는 토도마츠와 쥬시마츠 둘이 재밌게 놀고, 나머지 셋은 각자 하루를 보냈던 것 같다.

 

최근 일주일간 누구도 날 불러주지 않는다. 내가 같이 놀자고 꼬셔도 거절당하고, 아무래도 내 존재를 그다지 필요로 하지 않는 것 같다.

일하지 않으니까 사회에 공헌도 않고, 부모를 위해 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덩치만 큰 식충이. 그런데 이젠 형제들의 놀이 상대조차 되지 않는다.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고, 누구와도 같이 할 수 없다.

 

 

오늘도 혼자 거리를 배회했다.

, 마츠노 카라마츠를 아는 이는 없다.

내 존재를 알아주는 이는 없다.

 

이건 마치 죽은 거나 다름없지 않은가.

 

 

갑자기 어두운 클래식 곡이 흘러나왔다. 텔레비전으로 눈길을 돌리니, 지직지직, 마치 전파가 잡히지 않는 라디오 같은 잡음이 뒤섞인 듯한 음악이 단편적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멍하니 텔레비전을 바라보자, 사람이름 같은 것이 영화의 마지막을 고하듯이 천천히 올라왔다. 어둡고 담담한 클래식의 선율과 함께 천천히 위로 올라가는 글들을 보고있자,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따뜻한 우롱차를 홀짝인다.

 

배경은 폐공장 또는 그냥 허름한 공장에서 뭉게뭉게 연기가 피어오르는 사진인 것 같았다. 도대체 뭘까.

 

10분 정도 흘렀을까. 문득 그 이름 중에 아는 이름이 있을까 하여 찾아보다, 눈을 부릅뜨며 놀란다. 화면에는 8개 정도의 이름이 쓰여있었는데, 그 중에 [마츠노 오소마츠]라는 이름이 있었다. 이런 이름이 흔한 것도 아니니, 동명이인일 리는 없다. 나는 단 하나뿐인 형의 이름이 텔레비전에 나온 것에 크게 놀랐다. 어느새 텔레비전에 이름이 실릴 정도로 대단한 일을 한 건가.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 이내 전부 올라간 건지 더 이상 이름이 올라오지 않고, 그 아래에

[내일의 희생자는 이분들입니다. 안녕히.] 라는 문장이 떠올랐다.

 

 

[..........???]

머릿속에 수많은 물음표가 떠오른다.

내일의 희생자라니, 도대체 무슨 말일까. 지금 나온 이름의 사람들을 말하는 건가.

 

오소마츠형, 죽는 건가.

 

그런 의문이 머릿속에 불쑥 떠올랐다.

 

내일, 오소마츠형이 죽는다. 그런.....그럴 수가.........

 

 

 

 

 

 

[이 무슨 굿타이밍이란 말인가!!! 마치 뷰티한 가디스(아름다운 여신)가 내게 미소를 지어주고 있는 듯하군!!]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팔은 기쁨으로 떨리고 있었다.

 

 

간단한 얘기다. 내일 하루종일 오소마츠형 옆에 있으면 된다. 그러다 오소마츠형이 죽거든 자신도 따라 죽으면 되는 거다.

내일 무엇을 할지 고민하던 것도 해결이고, 죽을테니 살아가면서 할 고민도 자연히 사라진다. 이제부터 매일 누구와 지낼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거절당해 쓸쓸해하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혼자서 죽는 건 쓸쓸할 거다. 어차피 오소마츠형은 내일 죽으니, 겸사겸사 나도 같이 죽으면 좋지 않겠는가.

 

 

 

고민이 전부 해결되어 기분이 상쾌해졌다. 내일을 뒤에 슬슬 자야지.

 

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형제들이 잠든 이불로 돌아갔다.

 

 

 

 

 

 

[오소마츠, 한가하면 오늘 나랑 놀지 않겠는가]

아침을 먹고 그렇게 묻자, 누워있던 오소마츠가 고개만 이쪽으로 돌린 채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에에~, 나 오늘은 집에서 쉬려고 했는데~. 다른 녀석들이랑 놀라고-]

[이치마츠랑 쥬시마츠는 고양이 카페에, 토도마츠와 쵸로마츠는 쇼핑을 간다더군]

[너도 따라가면 되잖아]

[가려고 했지만 거절당했다]

그렇게 말하자 오소마츠가,

[녀석들...나한테 떠넘기다니...]

라고 작게 중얼거렸다. 대체 뭘 떠넘겼다는 걸까.

[어쩔 수 없지~ 오늘만 특별히 놀아줄게. 형아 상냥하지~?]

그러면서, 네가 쏘는 거겠지, 라고 덧붙이는 오소마츠에

[고맙다, 오소마츠. 물론 오늘은 내가 다 쏘겠다]

라고 답했다. 의외의 대답에 깜짝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고, 뭔 일이래, 라고 중얼거리는 오소마츠. 무슨 일이고 뭐고, 나는 어차피 오늘 죽으니까 돈이 더 이상 필요없다. 형제들에게 남길 자산이라 할 것도 없고, 이런 푼돈이라면 마지막 정도는 마음껏 써도 괜찮겠지.

내 주머니에는 한달에 한번 받는 용돈과 단기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이 전부 들어있다. 오자키의 CD나 나의 퍼펙트 패션을 위해 모아뒀던 이 돈들도 오늘을 끝으로 더 이상 필요없다. 굿바이, 마이 머니.

 

 

 

 

집을 나서기 전, 근처에 있던 쇠지레를 손에 들어 아무렇게나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이건 내 전용의 길쭉한 파란색 쇠지레이다. 나는 종종 어머니의 부탁으로 지붕수리를 하거나, 스스로 무언가를 만드는 일도 많아서 여러 가지 개인공구를 가지고 있다.

이 쇠지레는, 이른바 보험이다.

 

 

 

 

 

 

 

 

 

인적 드문 신사를 지나던 때였다.

 

[, 이거]

 

2m정도의 거대한 나무상자가 있었다.

나무상자는 상당히 오래된 건지, 군데군데 변색되어 썩어있는 곳이 꽤 있었다.

 

이 상자,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다.

 

전에 공사 단기 아르바이트로 절을 해체하던 적이 있었다. 이건 그때 내가 찾아낸 상자였다. 열려고 했더니 주변에서 말려댄 탓에 열지 못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사연이 있는 상자인 것 같다.

신사에 들어가니 아까까지 불어오던 바람이 거짓말처럼 딱 멈췄다. 정체모를 기운이 신사쪽에서 일렁거렸지만 무시하고 상자에 다가갔다.

 

상자 위에는 나무상자처럼 너덜너덜하고 노랗게 변색된 종이가 붙어있었다.

그 종이에 글자가 쓰여있었지만, 군데군데 닳아 없어진데다가 굉장한 달필이라 읽을 수도 없고, 한자도 어려워 잘 모르겠다.

겨우 읽을 수 있는 거라고는 아래쪽에 적혀있는 스쿠나라는 글자와, 봉인이라는 글자뿐이었다.

전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아마 상자의 내용물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았다.

 

 

슬쩍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릴 때, 재미있는 것을 찾으려 거리를 뛰어다니던 시절을 떠올렸다. 그때는 이런 낡아빠진 상자가 있으면 마치 보물상자를 찾아낸 것처럼 기뻐했었다.

 

 

낡은 상자의 뚜껑은 단단히 못질이 되어있어, 더욱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나는 주머니의 쇠지레를 꺼내들어, 하나씩 못을 뽑아냈다.

 

 

너덜너덜한 상자를 부수지 않도록 조심히 뚜껑을 들어올렸다.

안에는 손을 허공을 잡으려는 듯 움츠리고 죽어있는 인간의 미라(미라는 본 적이 없지만 아마도 그럴 것이다)가 있었다. 조금 특이한 건 머리가 두 개에 팔도 양쪽에 2개씩이었다. 하지만 발은 평범하게 2개뿐이었다.

가짜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고 머리의 이음매 부분을 꼼꼼히 살폈지만, 버석버석하게 갈라져 잘 모르겠다.

[오소마츠, 어떻게 생각하나? 아무래도 가짜 같지 않은가?]

뒤를 돌아보자, 오소마츠형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멍하니 있었다.

 

 

[-, 오소마츠]

말을 걸어도 반응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뚜껑을 다시 덮어두고, 오소마츠를 질질 끌고 신사를 나섰다.

 

내 감상을 말하자면, 뭐야 이건, 이라는 느낌이다.

모조품이라면 그야말로 완전 시시한 일이고, 진짜라고 하더라도 기형아의 미라보다 실제로 살아있는 여섯 쌍둥이가 훨씬 더 레어하고 놀랄 일이지 않겠는가.

 

뭐어, 어차피 보물상자란 다 그런 것이다. 뭐가 들었을지 모를 내용물을 기대하며 찾아다닐 때가 가장 즐거운 법이다.

 

 

 

 

 

신사를 나온 뒤, 책방에 들렀다. 평소 오소마츠형은 헌책방을 싫어할테지만, ‘오늘은 너하고 놀아줄게라고 했으니, 그 말에 힘입어 그동안 읽지 못했던 오자키를 사랑하는 나의 애독서들을 읽으러 왔다.

오소마츠형은 입구에서 헤어지고, 나는 잡지코너로 향했다. 초자연현상 코너를 지나던 중, 제목이 안 보이도록 거꾸로 꽂힌 책이 보여 조금 신경이 쓰여 집었다.

글씨가 크고 일러스트도 많았기에 아마도 아이들을 위한 책인 것 같다. 휙휙 페이지를 빠르게 넘기자, 지옥의 소베라는 여백에 무서워라고 휘갈긴 글씨가 적혀있었다.

 

지옥의 소베라는 건, 주인공인 소베가, 같이 지옥에 가게 된 치과의사, 의사, 수도승과 함께 도깨비에게 먹힐 위기에 처하게 되자, 이를 뽑는 등 생전의 직업을 잘 살려 빠져나간다는 이야기이다. 지금이야 웃으며 보는 귀여운 그림이지만, 어릴 적에는 지옥불이나 도깨비 그림이 무척이나 무서웠다. 이 책의 주인이었던 아이도 아마도 내가 어릴 적 느꼈던 마음으로 무섭다고 적었을 거라 생각하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다음 페이지를 보니, 여백에 또 글씨가 적혀있다.

곤란한 일이 생겼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라고 붉은 글씨로 적혀있다. 그리고 문장 중 지옥이라는 글씨에 동그라미가 쳐져있다.

그 아래에 휘갈겨 적은 듯한 알겠다라는 글이 검은펜으로 써있고, 그 바로 아래에 완료라는 글씨가 적혀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 붉은 글씨로, 감사합니다

대체 뭐지, 이건

그렇게 생각하며 페이지를 넘기자, 부탁합니다라는 글씨가 빨간펜으로 적혀있고, 그 아래에 마찬가지로 동그라미.

또 그 아래에 알겠다완료.

다시 그 아래에 붉은 글씨로, 감사합니다. 신세를 졌습니다

 

 

그런 대화가 몇 번 오갔다.

붉은 글씨는 문체가 그때마다 달라, 얇거나 달필이거나 악필인 등 다양했다.

하지만 그 밑에 적힌 검은 글씨는 알겠다, 완료라는 같은 말만 적혀있고, 늘 딱딱한 글씨였다.

 

 

 

부디 부탁드립니다

 

알겠다

 

완료

 

정말 감사합니다

 

부탁합니다

 

알겠다

 

완료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런 대화의 반복이었다.

 

계속해서 넘기다 보니, 뭔가 책 사이에 끼어있다. 교복을 입은 소년의 사진이었다.

사진 밑에 소년의 이름으로 보이는 글이 적혀있다.

 

 

 

 

마츠노 오소마츠

 

 

 

이거 내 사진인데.........

 

 

 

 

책의 여백에 휘갈겨 적은 글씨.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지옥에 동그라미.

그 아래에는 아직 아무것도 안 적혀있었다.

 

 

나는 사진을 주머니에 넣고 다시 그 책을 책장에 돌려놓았다.

 

오자키가 나를 기다리니 빨리 돌아가야지.

 

 

 

 

 

 

 

우리는 어스레한 저녁노을을 받으며 멍하니 목욕탕으로 향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어디선가 노파가 나타났다. 커다란 보따리를 짊어지고 있었다.

 

나는 할머니에게 다가가,

[괜찮습니까, 레이디? 괜찮다면 제가 짐을 들어드리죠]

라고 말하자, 노파는 말없이 이쪽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는,

[............, 필요없니?]

라고 중얼거렸다. 나는 잠시 눈을 꿈뻑이다가,

[아뇨, 저는 이미 마미에게 받은 튼튼한 다리가 있으니 사양하겠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옆에 있던 오소마츠에게,

[오소마츠도 필요없지?]

라고 물었다. 내 물음에 오소마츠형은 말없이 고개를 휘휘 저었다.

필요없는 것 같다고 노파에게 전하자, 노파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쭈글쭈글한 손을 제 소매에 집어넣었다.

[아아, 하지만 발을 주고 싶은 거라면]

나는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노파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저기 있는 그녀에게 발을 주세요. 사고로 다리를 잃어버렸거든]

그렇게 말하며 건널목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상반신만 남은 여고생이 바닥에 납작 엎드려 무언가를 찾듯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

내 말에 노파가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 상냥하게 보였던 모습과 다른 오만한 행동을 멈추고 노파를 바라보자, 그녀는 나를 보며 작게 웃었다.

[........재밌는 녀석이로군. 특별히, 좋은 걸 알려주마]

쉰 목소리.

 

 

 

[네 형은 이제 곧 죽는다]

 

 

 

나는 잠시 눈을 깜빡이다, [알고 있다]고 답한다.

 

 

 

 

 

노파와 헤어진 우리는 터벅터벅 다시 목욕탕으로 향했다.

 

아까 그 할머니는 어떻게 오늘 오소마츠형이 죽는다는 걸 알았을까. 미래를 알 수 있다니, 멋지군. 점쟁이인가?

 

목욕탕에 도착하자, 방금 전 LINE으로 연락해 만나기로 했던 형제들이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다. 쵸로마츠가 나와 오소마츠형의 옷을 건네주었다.

 

 

 

[오늘 점쟁이를 만났다]

탈의실에서 형제들에게 아까 있던 얘기를 꺼내자, 토도마츠가 바로 얼굴을 찌푸리고

[카라마츠형, 이상한 항아리 같은 거 산 건 아니지?]

라고 물어왔다. 그래서

[항아리는 안 샀는데]

라고 답했지만, 여전히 토도마츠가 수상쩍은 눈초리로 나를 훑어보았다. 대체 뭐지.

 

[~ 뭐라고 했는데]

쵸로마츠가 영혼없는 물음을 던졌다. 시선은 여전히 옷바구니를 향한 채였다.

 

 

[아아, 곧 죽는다더군]

 

 

 

 

탈의실 공기가 얼어붙었다.

 

 

 

 

 

[잠시 마실 것 좀 사오겠다]

[기다려]

일어서서 발을 내딛으려는 순간, 토도마츠가 달려들어 내 발목을 잡는다. 그 바람에 나는 바닥에 얼굴을 있는 힘껏 박았다. , 하고 나와 마루의 강렬한 키스소리가 울린다.

[토도마츠....이런 장난은 심하지 않나.....]

[아니, 기다리라니까]

필사적인 목소리에 천천히 뒤를 돌아보자, 창백한 얼굴의 토도마츠가 눈에 들어온다.

[, 오소마츠형, 죽어? 진짜? 점쟁이가 그렇게 말했어?]

[그렇다. 점쟁이라니 대단하지 않나]

[아니, 그게 아니잖아!!]

 

 

[거짓말인 게 당연하잖아]

땅을 기는 듯한 목소리로 이치마츠가 말했다.

[맞아!! 어차피 거짓말이겠지]

라고 이치마츠의 말에 토도마츠가 애써 밝게 외친다.

[그렇다고. 주변에 널린 엉터리 점쟁이일 게 뻔해. 카라마츠도 이상한 항아리 같은 거 사지 않게 조심하라고]

쵸로마츠가 싸늘한 어조로 말한다. 나는 딱히 항아리를 좋아한다고 말한 적도 없는데(좋아하지도 않는다) 왜 다들 항아리를 사지 말라고 주의를 주는 걸까. 의문이다.

 

 

나는 돌연 뭔가 결심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 휴대폰을 치켜들고 사진을 찍어댔다. 플래시가 탈의실을 밝게 비춘다.

[, 뭐야 갑자기!?]

[어이, 쿠소마츠 무슨 짓이야]

나는 곧바로 사진을 확인하고는, [오오]하고 탄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형제들이 보기 쉽도록 화면을 돌려 그들에게 건넸다.

거기에는 눈부신 듯 눈을 찌푸린 우리들이 찍혀있었다.

 

 

----오소마츠형을 제외하고.

 

 

오소마츠형만 목 윗부분이 보이지 않았다.

 

사진을 본 형제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오소마츠, 역시 죽는 거 아닌가?]

거짓말이 아니라며 당당하게 말했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우리가 다니는 목욕탕에는 커다란 욕탕이 1개 있고, 그 옆에 작은 계단이 있었다. 그 계단 끝에는 문이 있는데, 들어가 본 적은 없지만 아무래도 보일러실 같다. 문손잡이 밑에는 작은 열쇠구멍이 있기에, 보일러실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어진 나는 욕탕에 들어가려 몸을 씻는 형제들을 뒤로하고 계단으로 향했다. 계단을 손으로 짚고 슬쩍 열쇠구멍 안을 들여다보았다. 들여다본 곳은 새빨갰다. 호오, 보일러실 벽은 빨갛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얼굴을 뗐을 때였다.

푸욱, 하고 뭔가가 열쇠구멍 밖으로 튀어나왔다.

무의식중에 얼굴을 뒤로 젖혔다.

빙글빙글 이리저리 움직이는 그건 일자 드라이버였다.

저게 왜 열쇠구멍에서.

그러더니 일자 드라이버가 열쇠구멍에서 사라진다.

나는 다시 열쇠구멍을 들여다보았다.

일자 드라이버가 튀어나오다니,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역시 열쇠구멍 너머는 붉었다.

나는 열쇠구멍에서 얼굴을 떼고 일어섰다.

[카라마츠, 어디가?]

라고 묻는 형제들을 무시하고 탈의실로 향했다.

탈의실에 들어간 나는 옷주머니에서 쇠지레를 꺼냈다.

이 쇠지레는 비교적 가느다라니까 딱일 것이다.

 

형제들의 수상한 눈초리를 무시하고, 보일러실 문에 다가갔다.

그리고 열쇠구멍에 힘껏 쇠지레를 쑤셔넣었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문너머로, 보일러실에서 울리는 듯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니 의아하게 바라보는 형제들이 보였다. 표정을 보니 아무래도 문너머의 비명은 그들에게 안 들린 모양이었다.

[, 대체 뭐 하는 거야?]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게 말하곤 나는 욕탕으로 돌아갔다. -, 극락극락.

 

 

 

 

 

목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 밤길을 걷고있자, 하얀 옷을 입은 여자가 길 반대편에서 걸어왔다. 그 여자는 언뜻 보아, 우리들과 나이대가 같아 보였다. 여자의 발밑을 보니, 여자치고는 약간 키가 큰 편인 그녀는 뭔가를 질질 끌고 있었다. 상당히 무거워 보이는 그것은, 부피도 상당해서 초등학생인 아이 정도의 크기였다. 그녀가 손으로 잡고 있는 부분은 아무리 봐도 발목의 형태로 보여, 실제로 초등학생 아이를 끄는 걸지도 모른다.

초등학생 상대로 파칭코 경찰이 출동했을 리는 없고, 도둑경찰인가. 못된 짓을 한 초등학생을 응징하는 건지도 모른다.

[안녕하세요, 수고가 많으십니다]

그렇게 말하고 경례를 하며 미소를 짓자, 여자가 이쪽을 향해 천천히 돌아보았다. 여자는 귓가까지 크게 찢어진 입을 반쯤 벌린 채 멍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여자는, [내 얼굴 흉측해?] 라고 나직하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입이 찢어진 여자가 [나 예뻐?] 라고 물어본 적이 있었지.

분위기도 어쩐지 비슷한 것 같다. 질문은 정반대지만.

역시 여성에게 외모의 아름다움은 중요할 것이다. 여자에겐 외모가 전부는 아니다, 라고 말하는 대신에 나는 갖고 있던 거울을 내밀었다.

[이걸 봐라. 마음도 외견도 청렴하고 아름다운 선녀가]

보이지? 라고 말하기도 전에,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하고 여자가 비명을 질렀다. 머리를 이리저리 헝클며 원한에 찬 눈으로 나를 째려보았다. 여자가 쥐고있던 고깃덩이가 바닥에 툭 떨어진다.

 

여자가 뛰어 달아나는 것을 나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나는 그렇게 심한 짓을 해버린 걸까.

 

 

 

 

 

 

[오소마츠, 편의점에 들리지 않겠나?]

라며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뒤를 돌아보자, 오소마츠형만 남아있고 다른 형제들은 어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오소마츠, 브라더들은 다들 어디에 간 건가?]

깜짝 놀라 그렇게 묻자, 오소마츠형도 놀란 얼굴로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 , , 하고 말을 잇지 못하고 한숨을 연신 토해냈다.

 

오소마츠형에게 다가가려고 걸음을 옮기자, 모래를 밟는 느낌이 든다.

 

아까까지 아스팔트 위였는데, 흙길이 되어있다. 게다가 주위는 어느새 울창한 숲으로 변해있다.

 

바람도 불지 않는데, 싸아아- 하고 나무들이 시끄럽게 울어댄다.

 

 

[오소마츠]

 

오소마츠형에게 다가가 그의 손을 잡았다. 다른 형제들처럼 사라지게 둘 수는 없었으니까.

오늘만은 마지막까지 함께 있지 않으면 내가 곤란하다.

 

오소마츠형의 손은 얼음장처럼 차갑고, 얼굴도 창백했다. 본래의 색을 잃어버린 보랏빛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추운 걸까.

 

, 손을 살짝 힘을 주어 잡는다.

 

오소마츠형과 둘이서 천천히 산길을 산책할 수 있다니, 마치 신이 우리를 위해 특별히 마지막 무대를 마련해 주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왕 이렇게 밤길을 걷게 된 거 달빛이 비치는 거리를 걷는 편이 낫지만, 달도 별도 없는 이 거리에도 딱히 불만은 없다. 이렇게 자리를 제공해 준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다.

 

 

 

 

둘이서 천천히 길을 걸어가다 보니, 어느새 탁 트인 장소에 도착했다. 거기에는 검은 늪이 있었다. 안을 들여다 보았지만, 새까만 그것은 바닥이 전혀 보이지 않고 내 얼굴도 비춰지지 않았다. 오로지 검을 뿐이었다.

 

오소마츠형에게서 손을 떼고, 나는 늪에 가까이 다가갔다.

 

늪에 손을 집어넣었다. 검은 늪이 걸쭉하게 내 손과 손목, 팔에 들러붙어 온다. 손을 빼려고 하자, 늪은 날 놓치기 싫은 듯 꿈틀거리며 날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나는 손을 빼는 걸 포기하고 오소마츠형에게 손짓했다. 오소마츠형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이쪽으로 다가왔다.

늪에 가까이 다가선 오소마츠형에, 늪에서 쑤욱 하얀 손이 기어 나오더니 오소마츠형의 발목을 잡는다. 오소마츠형이 비명을 내지르며 저항을 하자, 몇 개의 손이 더 늪에서 튀어나와 형의 어깨와 팔, 머리를 각각 잡아 늪으로 끌어들였다.

 

오소마츠형의 하반신이 꾸르륵거리며 늪에 잠겼다. 형은 여전히 저항하며 입에 들어간 늪의 검은 액체를 뱉어내며 내게 손을 뻗었다.

나는 아직 늪에 잠기지 않은 손으로 오소마츠형의 손을 잡았다. 내 몸에도 이미 하얀 손들이 점령하고 있는 상태였다.

 

나는 웃으며 늪에 나의 머리든 뭐든 이 시커먼 어둠에 끌어들이기만을 기다렸다.

오소마츠형도 완전히 삼켜지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때 오소마츠형과 눈이 마주쳤다.

[              ]

작게, 오소마츠형이 입을 움직였다.

그리고 그대로 오소마츠형은 늪 깊숙이 가라앉았다. 부글부글, 기포와 함께 꾸덕한 파도가 일렁거렸다.

 

 

 

 

 

[........................]

 

 

 

 

 

 

나는 내 머리를 잡으려 달려드는 손을 쳐냈다. 목을 조르는 손에 주머니에서 쇠지레를 꺼내들어 손을 힘껏 찔르자, 손이 떨어져나갔다. 온몸에 휘감긴 하얀 손들을 뿌리치고 쇠지레로 찔러대며, 늪을 갈랐다.

[오소마츠!!!!!]

악착스럽게 팔을 휘두르자, 구불구불 늪이 크게 파도쳤다.

필사적으로 오소마츠가 있던 곳으로 가까이 갔다.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늪에 잠수했다.

 

 

 

 

 

 

 

 

쵸로마츠는 목욕탕에서 돌아가던 길, 분명 6명이 같이 있었는데 어느새 혼자 남겨지게 되었다.

 

LINE으로 연락을 해봤지만, 형제들은 답은커녕 읽지도 않았다.

 

다들 어디에 가버린 걸까.

 

 

 

 

잠시후, 축 늘어진 오소마츠형을 업은 카라마츠가 집으로 돌아왔다. 어째선지 오소마츠형은 흠뻑 젖어있었다.

 

게다가 카라마츠도 드물게 숨을 헐떡이며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카라마츠에게 수건을 건네며, 창백한 얼굴로 축 늘어진 오소마츠형을 받아 들었다.

 

[오소마츠형을 업은 채로 몇 시간을 뛰어 달아났다. 너무 힘들군....]

수건으로 이마를 닦으며 카라마츠가 답했다.

 

늪에서 수십명의 검은 사람들이 기어나와 자신들을 쫓아왔다고 카라마츠가 말했다. 그들은 마치 몸이 늪으로 되어 있는 것처럼 검고 뛸 때마다 철벅철벅 검고 걸쭉한 액체들이 사방으로 튀었다고 한다.

카라마츠는 오소마츠형을 업고서, 그들에게서 필사적으로 도망친 것 같다.

 

[그런데 그것들, 집까지 쫓아오진 않은 거야?]

밖에서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으니 아마도 제대로 뿌리친 것 같지만, 그대로 조금 걱정이 되어 그렇게 물었다.

 

[아아. 도망치면서 전부 쓰러뜨렸으니 문제 없다]

 

[.....잘도 집까지 돌아왔네]

 

 

 

[아아, 사실 돌아올 생각은 없었는데 말이지]

 

 

 

하지만 그때 오소마츠형은 이렇게 말했다. 늪에 가라앉기 직전, 울상으로 내게 구해줘라고 입을 뻐끔거렸다.

 

도움을 요청한 건 처음이었다.

오소마츠형이 도움을 구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고, 형제들은, 평소에는 무책임하지만 여차할 때 의지가 되는 오소마츠형이나, 늘 뭐든 제대로 해내는 쵸로마츠에게 의존하곤 했으니까.

 

 

 

그치만 나도 나름 형제들에게 조금은 필요했던 모양이다.

 

 

주머니에서 쇠지레를 꺼내들었다. 나와 오소마츠형이 제대로 죽지 않았을 때에 쓰려고 챙겨온 것이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쓸모없는 것이었다.

 

 

 

왜냐면 그 때, 내가 죽을 이유는 없어졌으니까.

 

 

 

 

 

◇◇◇

 

 

 

 

 

오소마츠와 쵸로마츠

 

 

마을에서 유명한 여섯 쌍둥이를 지역 신문이 취재하러 왔다.

 

[6명이 똑 닮은 형제가 있는데 싸우거나 하지는 않나요?]

[뭐어~ 그런 건 일상이죠~]

 

그러나 여섯 쌍둥이는 스무살이 넘는 지금도 사이좋게 같은 집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대가족이 원만하게 가족 생활을 계속할 수 있는 비결은?]

 

그러자 장남은, 그리운 듯 과거를 회상하며 말했다.

 

[저는 어릴 적부터 삼남과 사이가 가장 좋아서, 늘 같이 장난치며 놀았거든요. 둘이서 프라이팬이나 야구배트를 들고 뛰어다니던 적이 있었는데, 어느날 고양이가 우리 앞에 뛰어들어서 놀란 삼남이 바닥에 굴렀어요. 삼남은 1 라고 말하며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야구배트를 다시 주워들고 달리기 시작했죠. 그러다 잠시후에 담장 위에서 고양이가 뛰어내리다가 삼남 머리를 밟고 바닥에 착지해 달려가더라구요. 삼남은 2 라고 말한 뒤, 다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달리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또 잠시후, 이번에는 잔뜩 흥분한 고양이가 삼남의 손을 물어뜯었어요. 그러자 삼남이 방망이를 치켜들고 그 고양이를 때려죽였어요. 이야, 그때는 정말 놀랐다니까요? 아무리 착하고 상냥한 나라도 그때는 삼남을 마구 야단쳤죠. 그렇게 죽이는 건 너무 심하지 않냐면서. 그랬더니 삼남이 뭐라고 했는지 알아요?]

 

[뭐라고 했는데요?]

 

[ 1 ]

 

 

 

 

카라마츠와 쵸로마츠

 

 

쵸로마츠가 심령사진을 찍어보고 싶다고 했다. 아무래도 쵸로마츠는 본 적이 없는 모양이다. , 나도 없으니 흔쾌히 수락했다.

 

조금 먼 곳에 있는 산길에, 참혹한 살인사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허물지 않은 민가가 남아있어, 둘이서 한밤중에 그곳을 찾아갔다.

 

현광에서 거실, 목욕탕과 화장실을 보고, 부엌이나 아버지의 방으로 보이는 곳과 아이방, 그리고 어머니의 방으로 보이는 곳을 차례로 둘러보고 계단을 내려가 1층으로 갔다.

집을 돌아다니는 동안 우리들은 닥치는 대로 사진을 찍어댔다.

 

마지막에 집을 배경으로 한명씩 돌아가며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설레는 마음을 부여잡고 사진을 현상했다. 그리고 완성품을 보고 그만 깜짝 놀라고 만다.

 

 

 

 

아무것도 찍혀있지 않았다.

 

물론 우리들은 평범하게 찍혀있다. 그러나 영적인 것은 그 무엇도 없었다.

 

 

[.......이상하지 않아?]

 

[이미 성불한 거 아닌가?]

 

[역시 그러려나. 그럼 거기에 갔어도 심령사진은 찍을 수 없다는 건가. 시간 낭비했네]

 

[그렇진 않다고. 거기에 가는 도중에 주변과 동떨어진 집을 발견했거든. 다음엔 거기에 가보지 않겠나?]

 

[오오, 좋네! 거기도 폐허야?]

 

[그렇진 않다. 사람이 사는 집이다. 오늘 밤에 갈까?]

 

[오케이, 알겠어. 지금 대충 준비하고 올게]

 

기대된다. 꽤 오랜만이라, 두근두근 설렌다.

 

 

 

 

 

이치마츠와 쵸로마츠

 

 

[쵸로마츠형은 공포물 좋아하었던가]

그렇게 말하자, 차를 홀짝이던 쵸로마츠가 놀란 듯 이쪽을 본다.

 

[갑자기 뭐야. 좋아하긴 하는데, 그게 뭐 어쨌는데?]

[아니, 그냥 좀 의외라서....공포영화 자주 봐?]

[-. , 그럼 내친 김에 무서운 얘기라도 해줄까]

 

[아냐, 됐어]

라고 말했지만 남의 말을 듣지 않는 쵸로마츠는 멋대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쵸로마츠의 말에 따르면, 불과 며칠 전 집근처 역에서 2정거장 떨어긴 역의 플랫폼에서 추락사고가 있었는데, 쵸로마츠는 무려 그 사고를 직접 목격했다고 한다.

젊은 여성이 취했는지 선로 쪽으로 비틀비틀 다가가더니, 그대로 추락해버렸다고.

다만 그때 근처에 남자가 서있어서 순간적으로 여성의 팔을 잡았는데, 자기도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는지 남자는 손을 떼고 그대로 여성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한다......

 

 

거북한 얘기다. 그냥 유령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훨씬 낫다.

 

[뭐어, 나도 별로 얘기하고 싶진 않았지만 말야]

 

잘도 웃으면서 얘기하는구만.....

 

[그 얘기보다 쵸로마츠형이 더 무섭다고...]

 

 

 

 

 

쥬시마츠와 쵸로마츠

 

 

카라마츠형이 만든 함바그는 맛있지만, 오늘은 평소와 맛이 다른 듯했다.

 

 

[저기 쵸로마츠형, 이거 무슨 고기야?]

[시즈오카산이래]

[헤에~]

 

 

 

 

 

토도마츠와 쵸로마츠

 

 

 

, 한밤중이면 방송도 하지 않고, 지지직하는 노이즈가 흘러나오곤 하잖아?

어느날, 어느 방송사 사람이 그 때 에로 비디오를 보고 있었다나 봐.

그리고 그 에로 비디오를 실수로 공중파에 그대로 내보내버렸대.

 

[그랬더니 곧바로 수십건의 클레임 전화가 걸려왔대~]

 

[, 그거 나도 전화했었어]

, 정말? 이거 실화라고는 들었지만 진짜였던 건가?

 

[. 정말, 아무리 한밤중이라고는 하지만 다들 보는 곳에서 그런 건 좀 아니잖아]

 







괴담과 내용해석이 상당히 길어서

따로 글을 적겠습니다


설명이 필요하신 분은

링크를 타고 들어가주세요!


2017/09/03 - [마츠소설/사이코패스계 남자] - 사이코패스계 남자, 카라마츠(7)의 괴담과 내용해설







당분간 요청을 안 받겠습니다!



제가 거의 하루종일 학교에 있는 수준이라

번역할 시간이 많이 없습니다ㅠㅠ


속도도 느린데 여기서 더 작품이 늘어났다간

여러가지로 문제일 것 같아서

제가 방학 할 때까지는 요청을 닫도록 하겠습니다


자꾸 이랬다가 저랬다가 해서 죄송합니다 ;ㅂ;



이번주까지는 마저 요청을 받겠습니다

이번주 이후로 오는 요청들은 방학까지 미뤄두겠습니다 :D



번역도 많이 느려지겠지만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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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츠 신데렐라와 왕자님 배드엔드-

 

 

 

 

 

둘째 왕자인 아츠시는 그가 애용하는 알현실에 놓인 고급스러운 왕실 의자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잠시 고민하던 그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서, 눈앞의 퍼펙트 패션을 한 6명 앞에 걸어 나왔다. 구두를 뚜벅이며 한 사람, 한 사람 자세히 관찰했다.

 

 

그는, 같은 옷, 같은 얼굴의 6명 중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이를 찾아내야 했고, 이미 선택지는 두 가지로 좁혀진 상황이었다.

 

오른쪽에서 스케치북을 들고 씨익 이를 드러내고 웃는 자인가.

 

아니면 왼쪽에서 두 번째에 선, 약간 두툼한 형태의 보기 좋은 눈썹을 슬쩍 내리깔고 불안해하는 자인가.

 

아츠시는 그 총명한 두뇌를 풀가동시켜 고민했다.

스케치북에는 이쪽의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이 몇가지 적혀 있었다.

뭔가 질문을 하면 그에 맞는 답변을 보여줄 수 있도록 미리 답변 페이지의 순서를 암기해야 했다.

 

아츠시는 잠깐이었지만, 카라마츠 신데렐라와 춤을 추면서 알아챘다.

그가 춤을 틀려 상대에게 실례가 되지 않으려 열심히 노력하던 것을.

 

 

, 정답은 노력가를 고르면 되는 것이다.

 

아츠시는 발길을 돌려 스케치북을 든 퍼펙트 패션의 청년 앞에 섰다.

그리곤 그의 손을 잡아, 손등에 키스를 하며 말했다.

 

[당신이로군, 나의 사랑하는 이는.....]

 

 

카라마츠 신데렐라는 스케치북을 툭하고 떨어뜨렸다. 창백한 표정으로 잔뜩 울상이 되어 고개를 저었다.

 

[, 아닙니다....저는.....]

 

왕자는 씨익 웃으며,

[역시 당신이로군요. 그 매력적인 목소리....]

라며, 카라마츠 신데렐라를 안아올렸다.

 

[.....!?]

 

너무도 갑자기, 그것도 무척이나 자연스럽게 안아올리는 그에, 카라마츠는 비명을 지를 새도 없었다. 게다가 상대는 둘째 왕자니, 날뛸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놀란 형제들과 달리 아츠시는 카라마츠 신데렐라를 공주님 안기를 하곤, 그대로 걸어 나갔다.

 

오소마츠들이, [, 잠깐....!] 하고 당황하며 뒤를 쫓았지만, 왕자님이 지난 길에는 성의 병사들이 창으로 그들 앞을 막아 나아갈 수가 없었다.

 

커튼 너머로 아츠시 저하를 끌어안은 채 끌려가는 카라마츠 신데렐라의 얼굴이 잠깐 보였다.

 

그 굵고 단정한 눈썹이 아래로 축 늘어뜨리고 필사적으로 형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카라마츠 신데렐라의 표정을, 오소마츠는 평생 잊지 않을 것이다.

 

 

그후, 그들은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었다.

 

 

 

 

 

◇◇◇

 

 

 

 

정식 혼례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카라마츠 신데렐라는 사실상 둘째 왕자인 아츠시 저하의 신부감으로 완전히 확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수많은 하인들에게 둘러싸여 목욕을 마치고, 아름다운 하늘색의 이브닝 드레스로 갈아입었다. 반지르르 윤기가 흐르는 검은 머리에 파란 꽃으로 장식해 단장을 마친다.

 

그리고 커다란 커튼이 달린 침대가 있는 둘째 왕자의 침실에서 왕자님을 잠자코 기다렸다.

 

아름다운 긴 의자가 끝에 오도카니 앉아, 카라마츠 신데렐라는 현실감 없는 얼빠진 눈으로 지나치게 넓은 침실을 둘러보았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그는 멍하니 생각했다.

 

분명 오소마츠들이 구하러 올 거다....오소마츠들은 대단하니까!

 

그는 필사적으로 긍정적인 생각을 했다.

 

때문에 아츠시가 방에 들어온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아름답군.........]

 

갑작스런 소리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본다.

 

아츠시는 낮에 만났을 때와 달리, 짙은 회색의 실크 블라우스를 걸치고, 아래에는 감색 바지를 입고 서있었다.

 

황급히 일어서, 이브닝 드레스 자락을 잡아 인사를 한다.

 

아츠시는 카라마츠 신데렐라의 손을 잡고 가볍게 키스를 했다.

 

카라마츠는 손을 잡힌 채로 볼을 붉히며 시선을 피했다.

 

[당신이 제게 마음이 없다는 것, 저도 잘 압니다]

그렇게 말하며 아츠시는 살짝 카라마츠 신데렐라를 끌어안았다.

 

어깨에 손을 얹자 미약하게 떨림이 전해져, 카라마츠 신데렐라가 긴장하고 있음을 알아챘다.

불쌍한 내 사랑.

그렇게 생각하며 카라마츠 신데렐라의 이마에 키스를 했다.

 

그리곤 그를 가볍게 안아 올렸다.

낮에 안았을 때는 조금 여위었다 생각했지만, 지금은 적당히 근육이 아름다운 몸에 자리하고 있음을 아츠시는 몸으로 직접 느꼈다. 자연히 몸 안쪽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자기 팔 안에서 풀어달라며 작게 목소리를 높였지만, 왕자는 그를 안고 침대에 다가가 비단 시트에 살짭 눕힌다.

 

가까이 다가가자 카라마츠는 몸을 웅크리고 눈을 꼭 감는다.

 

[카라마츠 신데렐라.....당신을 영원히, 사랑하겠습니다......]

 

왕자님은 그의 부드러운 입술에 상냥한 키스를 나눴다. 그리고는 천천히 그의 긴 속눈썹, 장밋빛 뺨, 흰 목덜미에 차례로 키스를 했다.

 

이브닝 드레스의 어깨천을 슬쩍 내리면, 그 속에서 드러나는 하얀 피부에 작게 분홍빛 꽃이 피어있다.

 

아츠시가 그 꽃을 입술로 살짝 머금는다.

 

카라마츠 신데렐라의 굳게 닫힌 눈꺼풀이 떨리고, 눈물이 한줄기 흐른다.

 

 

그는 그날 밤, 동정을 잃었다.

 

 

 

 

◇◇◇

 

 

 

 

카라마츠 신데렐라는 새장에 갇힌 새처럼 혼례의 날만을 기다렸다.

 

성의 무수한 방 중에 제일 넓은 방을 받고, 매일을 아름다운 푸른 드레스로 치장했다.

어딘가 나가려 하면 성의 사용인들이 그를 막아 세웠다.

 

왕자의 신부는 함부로 남의 눈에 띄면 안 된다는 규칙이라며, 그들은 하나같이 똑같은 얘기만 해댔다.

 

창밖으로만 유일하게 밖을 볼 수 있었지만, 그마저도 성의 안뜰이었다.

게다가 추락을 방지하기 위함인지 아래층에 넓은 발코니가 있었으며, 그곳에는 성의 병사들이 지키고 있었다.

 

한번이라도 좋으니 정원에 나가고 싶다며 메이드에게 부탁했지만, 그녀를 곤란하게 만들었을 뿐이었다.

 

결국 그는 하인들에게 아무런 말도 걸지 않게 되었다.

 

 

매일 아침 창가에 새들이 놀러왔다.

그때만은 카라마츠 신데렐라의 근심없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몇 개인지 모를 방 중에 작은 서고가 있어, 그가 지루하지 않도록 갖가지 책들이 있었다.

 

신부수업 같은 몇가지 레슨도 있었다.

하지만, 선생은 레슨이 끝나면 곧바로 공손히 인사하곤 사라져버려 조금도 친하게 지내지 못했다.

하인들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카라마츠 신데렐라를 소중히 대했지만, 그것은 마치 귀한 보석을 대하는 태도와 같았다.

 

그는 고독했다.

어린 시절부터 같이 지내온 하인들이나 형제들과 함께 보냈던 나날들을 떠올리며 그때의 온기를 찾아다녔다. 그러다 그는 어느새 아츠시에게 의지하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은 아츠시의 계획이었지만, 그는 전혀 알지 못했다.

 

왕자는 매일 그에게 진귀한 꽃들과 고급스런 과자나 보석을 선물했다.

그리고 달콤한 사랑의 말을 속삭였다.

 

카라마츠는 늘 아츠시를 조심스럽게 대했지만, 조금씩 그를 향해 미소를 짓게 되었다.

 

둘째 왕자는 그것이 진심으로 기뻤다.

 

카라마츠 신데렐라를 침대에서 안을 때만은 변함없이 마음이 닫혀있었지만, 그래도 아츠시에겐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사랑하는 사람은 이미 제 손에 있다.

지금은 새장 속의 새지만, 언젠가 새장에서 꺼내더라도 달아나지 못할 것이다.

그는 유서 깊은 귀족 출신이니, 왕가에 반항할 생각은 하지 않을 거다. 이내 모두 포기하고 자신을 받아들여 사랑하게 될 것이다.

 

천천히 시간을 들여 넘어오게 하면 되겠지

 

앞으로 평생동안 이 아름다운 꽃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기쁨에, 아츠시는 행복했다.

 

다만, 그가 존경하는 그의 친형인 차밍 왕자에게는 아직 카라마츠를 보여주지 않았다.

 

아츠시는 두려웠다.

차밍왕자는 외모를 떠나서 어딘가 색다른 매력이 있었다. 자신조차도 그것에 끌렸다. 그래서 아츠시는 카라마츠 신데렐라와 형을 만나게 하면, 그를 형에게 뺏길까봐 겁이 났다.

 

 

카라마츠 신데렐라는 때때로, 그의 형제들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 추억은 점차 변질되어 가고 있었다.

 

그 행복했던 나날은.....매일 아침 형제들에게 차를 끓여주던 건.....그건 전부 꿈이었던 걸까....?

 

 

 

어느날 창밖으로 똑똑, 하고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카라마츠는 창문을 열었다.

거기에는 빗자루를 탄 마법사 이야미가 공중에 두둥실 떠있었다.

 

[....이야미 아저씨...!!]

 

카라마츠 신데렐라는 양손을 뻗으며 환호했다.

 

[오랜만이잔쓰, 카라마츠 신데렐라....]

 

이야미는 마법모자를 슬쩍 올리며 싱긋 웃었다.

 

아래층의 발코니에 있는 병사는 그의 마법으로 잠에 빠져있었다.

 

[부탁이에요, 아저씨! 날 꺼내줘!!]

뚝뚝 굵은 눈물을 흘리며 그는 양손을 한계까지 뻗었다.

 

이야미는 슬픈 표정을 모자로 숨겼다.

마법사의 예상대로 왕자의 신부가 된 카라마츠 신데렐라는, 조금도 행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기엔 너는 너무 무겁잔쓰...]

마법사는 쥐어짜내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다면 이 몸은 버리고 가겠다!! 어차피 이 몸은 왕자에게 물들어버렸으니!]

 

결국 마법사 이야미는 손을 내밀며 웃었다.

 

[이리오렴, 카라마츠 신데렐라]

 

그의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와 이야미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마법사는 그를 꽉 끌어안았다.

 

[이야미 아저씨...!!]

 

[카라마츠 신데렐라.........]

 

두 사람은 하나가 되어 빗자루를 타고 달빛 아래 어딘가로 날아갔다.

 

 

 

다음날 이른 아침, 하인들은 창가 바닥에서 싸늘히 식어있는 카라마츠 신데렐라를 발견했다.

 

그는 마치 잠을 자듯이 눈을 감고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안녕하세여!

오랜만입니다 'ㅂ'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생활을 하다가

바른 생활을 하려니 죽겠네여

학교 없어졌으면ㅎㅎ



아무튼 나중에 따로 공지하겠지만

여기서도 말해두겠습니다!


제가 이번에 정말 거의 학교에 사는 수준이므로

번역을 할 시간이 그리 많지가 않습니다

해봤자 주말 정도겠지만

자격증 공부도 같이 해야 하므로

하루종일 번역을 붙잡고 있을 수가 없어여...;ㅂ;


그러므로 당분간 요청은 안 받겠습니다

속도도 느린데 이 이상 작품이 늘었다간

정말 돌이킬 수가 없으므로.....ㅠ


제가 방학을 할 때까지는 당분간 요청 닫습니다! :D


일단 지금까지 올라온 것들은 메일 보내겠습니다

이번주 이후로 오는 요청들은 방학까지 미뤄두겠습니다




추가로,

문의사항이나 저와의 소통을 원하시는 분은


트위터 → @sady_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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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이나 방명록은 확인이 느립니다

(알림이 한번에 몰려와서 놓치는 경우가 있어요)


+ 독촉 등은 무시합니다 :)


참고로 트위터에서 번역알림을 하고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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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츠 신데렐라와 왕자님<後>

 

 

 

 

카라마츠 신데렐라가 눈을 떴을 때, 그는 자기 방 침대에 누워있었다.

 

늘 쓰던 다락방이 아닌, 이전의 그가 쓰던 아름다운 방이었다.

 

옆에서 포니테일의 메이드가 안심한 표정으로 눈물을 글썽이며 쳐다보고 있었다.

 

 

[다행이에요....도련님....]

 

[포니......]

 

그가 누운 침대 옆 서랍장 위에 그의 목숨과도 같은 어머니의 유품인 선글라스가 놓여있었다.

 

그걸 바라보며 한줄기 눈물을 흘리는 카라마츠 신데렐라.

 

[다행이다.......]

 

그리고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왜 내가 이 방에서 자고 있는 건가....얼른 다락방으로 돌아가야....!]

라며 침대에서 내려가려는 걸 메이드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렸다.

 

[이제 괜찮아, 카라마츠 신데렐라....]

 

다정한 목소리.

 

메이드는 고개를 숙이며 방을 나간다.

 

옆에는 오소마츠가 평소의 붉은 드레스를 입고 부드럽게 웃으며 서있었다.

 

[오소마츠.......]

 

카라마츠 신데렐라는 자신이 아름다운 물빛의 새 잠옷을 입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오소마츠는 침대에 걸터앉아,

[이제 널 숨길 필요가 없어졌어]

장남은 늘 그랬듯이 히죽 웃으며 카라마츠 신데렐라에게 가까이 다가가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

 

새빨갛게 타오른 카라마츠 신데렐라를 오소마츠가 꼬옥 껴안았다.

 

[형아가 왕자들에게 말했어. 너는 우리와 이곳에서 살고 싶어 한다고...동생들도 필사적으로 그들을 설득했어...]

 

 

 

 

누구보다도 치비타...아니 차밍 저하가,

[그런 거라면 고집부릴 일이 아니지. 안 그러냐, 아츠시]

하고 동생을 타일렀어.

 

[형님.......]

 

아츠시 저하께서는 형을 끌어안고 그저 원통한 눈물만 흘렸다. 세상에 단 한 사람인, 믿음직한 형에게.

 

[하지만, ...오소마츠...였던가?]

하고, 아츠시 저하를 타이르던 차밍 저하가 말했다.

[난 카라마츠와 친구가 됐다. 그러니 가끔은 성에 놀러와 나의 오뎅을 먹는 것 정도는 괜찮겠지?]

 

치비타에게서 자신과 비슷한 감정을 느낀 오소마츠는 어쩔 수 없이 그걸 승낙했다.

 

 

 

 

그걸 들은 카라마츠 신데렐라는 차남을 보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또 치비타의 오뎅이, 먹고 싶어......]

 

그때, 문이 열리며 쵸로마츠, 이치마츠, 쥬시마츠, 토도마츠가 방에 들어왔다.

 

[오소마츠형, 카라마츠 신데렐라가 깨어났으면 빨리 말했어야지!]

하고 소리치는 쵸로마츠. 녹색 드레스에 녹색 테의 안경이 잘 어울린다.

그리고 그는 카라마츠 신데렐라에게 가까이 다가가 입술에 키스를 했다. 그에 깜짝 놀라는 카라마츠.

[돌아와줘서, 고마워.....]

쵸로마츠는 안경 너머로 눈물을 글썽였다.

 

[그보다 어이!!!!]

깜짝 놀란 오소마츠에게 쵸로마츠는 [앞지르지 말라고!!] 라며 날카로운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

 

머뭇거리는 이치마츠에게 카라마츠 신데렐라가, [이리와...]하고 양손을 뻗었다.

등을 탁 밀어주는 쥬시마츠에(쥬시마츠는 단지 빨리 자기 차례가 왔으면 했다) 카라마츠 신데렐라 앞으로 떠밀려진 이치마츠는 살짝 키스를 했다.

 

시뻘개져서 입술을 열심히 손등으로 문지르며,

[, 지금건 사고니까!! 누가 쿠소마츠 신데렐라랑 키스 따윌....]

이라며 엄청난 속도로 방을 나가벼렸다.

그는 얼마후 이를 닦지도 않고 손도 씻지 않는 바람에 메이드에게 혼나게 된다.

 

[카라마츠 신데렐라 혀-!!!!]

~~!! 하고 농밀한 딥키스를 날리는 쥬시마츠.

황급히 오소마츠와 쵸로마츠가 두 사람을 떼어낸다.

 

[잠깐....]

빨개진 토도마츠에 카라마츠 신데렐라가 손을 내민다.

 

주저하던 토도마츠는 카라마츠 신데렐라의 손을 잡고 가볍고도 달콤한 키스를 했다.

[좋아해, 나의 카라마츠 신데렐라 형...]

 

 

 

며칠 뒤, 아름다운 푸른 드레스를 입고, 기타 전문점에서 피크를 고르고 있는 카라마츠 신데렐라. 옆에는 메이드 칼이 대기하고 있다.

 

그는 이제 하인의 모습을 하고 허드렛일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단 본인이 원해서 매일 아침 형제들을 깨우고 아침 차를 대접하는 건 전처럼 계속했다. 물론 형제들도 기뻐했다.

 

[이거이거, 그때의 가련한 꽃이 아닌가-]

 

카라마츠 신데렐라가 무도회에서 처음 만났던 귀족 자제C가 우연히 그 가게에 찾아왔다.

 

그는 곧바로 카라마츠 신데렐라에게 다가갔다.

 

[저기, 다가오지 말아주세요!]

하고 메이드가 막았지만,

[자아자아, 아기 고양이는 잠깐 기다리라고-]

하고 가볍게 넘기고, C는 카라마츠 신데렐라의 바로 옆에 서서 그에게 손을 뻗었다.

 

갑자기 손목을 잡는 바람에 깜짝 놀란 카라마츠 신데렐라.

 

[, 기억하겠지?]

 

카라마츠 신데렐라는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그는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이, 너 이자식 그 더러운 손 치워!!]

붉은 드레스의 오소마츠가 화를 내며 외쳤다.

 

[뭐야, 너는?]

 

카라마츠 신데렐라는 손을 뿌리치며 오소마츠의 뒤에 숨었다.

 

[뭐야? 한번 해보자는 거냐? 나 제법 강하다고~?]

라며 히죽이는 C에 오소마츠가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그는 주머니에서 인로를 꺼내보였다.

(*인로(혹은 인롱) 도장이나 의료품 등을 넣어두는 농 혹은 함 / 여기서는 가문의 문장을 넣어둔 함을 뜻한다)

 

[이 분이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냐!! 이 나라의 왕위 계승권 1위의 차밍 저하의 친구라고!!]

 

C의 눈앞 가까이 들이댄 인로에 있던 건 확실히 왕가의 문장으로, 차밍 저하의 오뎅을 모티브로 한 문장이 들어있었다.

 

게다가 여기서 친구연인을 뜻하는 은어임을 귀족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었다.

 

C는 헉 소리를 내며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그냥 그게 하고 싶었던 거죠, 오소마츠 도련님]

메이드 칼이 작게 속삭이자, 오소마츠는

[!! 기분 최고야~!!]

라며 코밑을 문지르며 말했다.

 

카라마츠 신데렐라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C에게,

[저기...죄송한데 어디서 만났나요...? 정말 기억이 나질 않아서....죄송합니다]

라고 물었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오소마츠와 메이드에게 끌려가는 카라마츠 신데렐라를 바닥에 주저앉아 멍하니 바라보는 C.

 

[....역시, 귀여워....파파한테 부탁하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라며 아쉬운 듯이 중얼거린다.

 

 

 

 

◇◇◇

 

 

 

 

이곳은 성의 안뜰.

치비타의 하이브리드 오뎅 포장마차가 있는 곳.

 

치비타, 아니 차밍 저하가 솜씨를 발휘하며, 카라마츠 신데렐라에게 즐거운 듯 말했다.

 

[지금까지 병사들이나 하인들에게 오뎅을 먹여봤었는데, 다들 내 지위 때문에 맛있다고 한 거라 생각했었어]

 

[저는 정말 맛있다고 생각합니다, 형님]

성에서 만든 고급 맥주를 마시며, 아츠시가 말했다.

 

그리고 그는 옆에 앉은, 파란 드레스가 잘 어울리는 카라마츠 신데렐라를 보며 웃는다.

 

카라마츠 신데렐라도 따라 웃었다.

그리고 그는 치비타에게,

[정말 맛있으니 모두 맛있다고 말한 거다, 치비타]

라며 상냥한 어조로 말했다.

 

[아니, ...]

치비타는 수줍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

 

 

아츠시는,

 

이 두사람의 행복을 진심으로 빌면서도, 한편으론 아직 자신의 마음을 포기하지 않았다.

 

머지않아, 카라마츠 신데렐라는 누군가의 짝이 될 것이다.

 

그것이 형님인지, 자신인지, 그게 아니면 오소마츠와 그 형제들인지는 아직 모른다.

 

그러니 그는, 운명의 여신에게 모든 것을 맡기기로 했다.

 

 

 

 

포장마차에서 흘러나오는 웃음소리를 들으며, 안뜰에 있는 커다란 분수 중앙에 자리한 히지리사와 쇼노스케, 즉 운명의 여신이 얼굴을 내민다.

 

[! 나한테 부탁해도 힘들다고!]

 

 








막상 올려보니 그리 안 기네여

번역할 때는 길었는데.....


마지막 번외로 이 시리즈는 마칩니다 'ㅂ')/








허락받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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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역, 의역, 발식자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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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츠 신데렐라와 왕자님<前>

 

 

 

 

성에서 내려온 중요한 공문

 

이전의 무도회장에서, 위의 사진과 같은 유리구두를 흘리고 간 여장남자를 찾습니다. 그 분은 둘째 왕자이신 아츠시 저하의 신부 후보이시니, 그 분을 찾기 위해, 성에서 사자를 보내어 여장남자인 참석자 전원의 가정을 방문해 신발 사이즈를 확인할 예정입니다.

 

추신

 

아래의 선글라스를 잃어버린 분은 성의 서무과로 연락바랍니다.

 

 

 

 

동네 고양이들을 쓰다듬으러 간만에 외출한 이치마츠는, 문득 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신경쓰여 가보니, 위와 같은 글이 써있는 팻말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가 신경 쓰이는 건 추신쪽. 이치마츠는 그 선글라스가 낯이 익었다.

그건 그가 은밀하게 사랑하고 있는 의붓자식 카라마츠 신데렐라가, 종종 열심히 닦아 광을 내고, 때때로 쓰고 있던 선글라스와 똑같았다.

 

그는 광장을 떠나, 그 아름다운 보라색 드레스 자락을 우아하게 들고서 종종걸음으로 저택으로 향했다.

 

 

 

, 하고 세게 문을 열자, 녹색의 드레스가 잘 어울리는 삼남 쵸로마츠가 노트북을 보고 있고, 그 옆에서 장남 오소마츠가 붉은 드레스의 소매를 걷은 채 팔짱을 끼고 동생과 함께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이치마츠를 발견한 쥬시마츠가, 그답지 않은 불안한 얼굴로 빠르게 이치마츠에게 다가갔다.

 

[이치마츠형...카라마츠 신데렐라형은 무도회에 안 갔었지...? 집에 있었잖아, 그치..?]

울 듯이 그렇게 말하며 노락색 드레스의 길게 늘어진 소매로 얼굴을 덮었다.

 

핸드폰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있던 분홍색 프릴드레스의 막내, 토도마츠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쥬시마츠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도 불안한 듯 이치마츠를 본다.

 

[그치만....저 선글라스...]

이치마츠는 고개를 푹 숙이고 중얼거린다. 울상인 쥬시마츠와 토도마츠는 눈썹을 한껏 내리깔곤 서로를 마주 보았다.

 

[맞아. 이건 카라마츠 신데렐라의 선글라스야]

 

쵸로마츠의 냉정한 목소리가 방에 울렸다.

 

그는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고, 등뒤의 형을 바라보았다.

오소마츠는 몸을 쭉 내밀어, 쵸로마츠가 확대시킨 선글라스 이미지를 보았다.

 

선글라스의 프레임 안쪽에 KARAKO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그건 카라마츠 신데렐라가 아주 어릴 적에 세상을 뜬, 그의 친모 카라코의 선글라스였다.

 

 

 

부엌 구석에서 메이드와 수다를 떨며 느긋하게 차를 마시던 카라마츠 신데렐라에게 오소마츠가 찾아왔다.

대개, 토도마츠나 쥬시마츠, 때때로 쵸로마츠가 [출출하네-]라며 부엌을 찾는데, 오늘은 웬일로 오소마츠가 자신을 찾아왔다. 그는 기쁜 표정으로 단 하나뿐인 형을 올려다보았다.

 

메이드는 뭔가 알아차리고, 바로 자리를 비켰다.

부엌을 나가려던 그녀는, 문앞에서 다른 형제들이 두 사람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것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카라마츠 신데렐라, 형아도 차 좀 내줄래?]

 

[물론이다!]

카라마츠신데렐라는 기뻐하며 뺨을 붉히며, 컵에 차를 따르곤 형 앞에 내려놓았다.

 

[고마워]

 

오소마츠는 동생이 준 차를 맛있게 한모금 마셨다.

 

그리곤 이런 말을 꺼냈다.

 

[형아랑 같이 성에 선글라스 가지러 갈까?]

 

그 말에 카라마츠 신데렐라는 들고있던 컵을 떨어뜨렸다.

 

 

 

 

그는 굵은 눈물을 흘리며 몇 번이나 사과를 했다. 그리곤 마법사 이야미의 일과 어머니의 유품인 선글라스와 유리구두를 잃어버린 것을 전부 말했다.

 

[....미안...오소마츠....몰래 무도회에 가서......미안하다........]

 

오소마츠는 고개를 떨구고 흐느끼는 차남을 잠자코 바라보았다.

 

문틈으로 지켜보며, 불안해하는 형제들.

 

이윽고 오소마츠는 무거운 입을 열었다.

[그럼 벌을 받아야지....카라마츠 신데렐라...]

 

 

카라마츠 신데렐라는 고개를 숙인 채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밤 형아, 네 방에 요바이하러 갈테니...]

(*요바이 남성이 밤중에 성교(혹은 구혼)를 목적으로 낯선 여성의 침소에 몰래 들어가는 것으로, 일본의 옛 풍습이다)

 

쵸로마츠가 [어이이이이이!!!]하고 소리치며 오소마츠 옆구리에 날라차기를 꽂는다.

그리곤 이내 냉정하게 안경을 추켜올리며, 놀라서 벙찐 카라마츠 신데렐라에게 말을 걸었다.

 

[벌을 받아야 하는 건 오히려 우리들이야, 카라마츠 신데렐라. 네가 손으로 한땀한땀 만든 드레스를 갈기갈기 찢어버렸으니까. 톳티가]

 

[어어이이이이이!!!!]

토도마츠가 열을 내며 뛰어들어왔다.

[내가 그러긴 했지만 명령을 내린 건 너희들이잖아!! 명령을 내린 쪽이 실행한 쪽보다 죄가 더 무겁단 것도 모르는 거야!?]

 

카라마츠 신데렐라가 눈물을 흘리며 뭐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다들 싸움을 멈추고 그의 상태를 살폈다.

 

[쥐들이 그런 게 아니었던 건가....]

그렇게 말한 그는 다시 엉엉 울기 시작했다.

 

오소마츠가 머리의 혹을 문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말했다.

[일단, 카라마츠 신데렐라. 무도회에서 만난 사람들을 차례로 말해볼래?]

 

카라마츠 신데렐라는 겨우 울음을 멈추고, 기억을 더듬어가며 솔직하게 답했다.

 

 

 

우선 안내를 해준 멋진 의상의 사용인.

 

그후 무도회장에 들어서 처음으로 마주한 3명의 무례한 남성들.

그 말을 꺼냈을 때 카라마츠신데렐라는 몰랐겠지만, 쵸로마츠는 오소마츠가 희미하게 살기를 띤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치비타의 도움을 받고, 오뎅을 먹었던 일.

이 때, 성에 가서 겨우 오뎅이나 먹고 있었어?, 라며 토도마츠가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그리곤 잠깐이나마 춤을 췄던 상냥한 남자. 그는 왕자님이 아니라고 했다.

 

 

 

[.....아무튼, 이 중에 왕자님이 있고, 그녀석이 너한테 홀딱 반한 모양이야]

가만히 듣고 있던 오소마츠가 입을 열었다.

 

[그럴 리가!]

카라마츠 신데렐라는 고개를 저었다.

[왕자님이 나 같은 걸....[

 

오소마츠는 의자에 앉아 붉은 드레스 자락을 걷어붙이고 의자위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았다.

그리고 그는 몸을 쭉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만약에 왕자님이 결혼하자고 하면, ....오케이할 거야?]

 

 

 

형제들은 그렇게 말하는 장남을 잠시 보더니, 숨을 깊게 들이쉬며 한껏 긴장한 얼굴로 카라마츠 신데렐라를 바라보았다.

 

그는 작게 고개를 저었다.

[싫다....나는....지금 이대로가 좋다....브라더들과 같이 있고 싶다...]

 

 

그 말에 형제들은 일제히 카라마츠에게 달려들어 그를 껴안았다.

 

헤헤, 하고 웃으며 기쁜 듯이 코밑을 문지르는 오소마츠. 그는 겨우 안심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만약, 카라마츠가 결혼을 받아들였다면, 그때는 진짜 계모처럼 다락방에 가뒀을지도 모른다.

그러지 않고 끝나 오소마츠는 크게 안심했다.

 

[하지만 상대는 왕가야. 국가를 적으로 돌리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오소마츠형]

쵸로마츠가 카라마츠 신데렐라를 껴안으며 장남에게 말했다.

[만약 그쪽에서 카라마츠 신데렐라를 찾아내면, 무리하게 혼례를 추진할지도 몰라. 어쩔 거야?]

 

[일단은 유리구두 먼저 해결....해야겠지~]

오소마츠는 책상다리를 한 채 생각에 잠겼다. 그의 붉은 하이힐이 발에서 툭 떨어진다.

 

오소마츠는 자신의 구두를 보다가 카라마츠 신데렐라의 발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천천히 의자에서 내려와 카라마츠의 발목을 잡았다.

 

[!?]

 

볼을 붉히는 카라마츠 신데렐라와 놀란 동생들.

하지만 그는 아랑곳 않고 카라마츠 신데렐라의 간소한 업무용 구두를 벗겨내곤 자기가 신기 시작했다.

 

[....역시! 딱 맞네!! 역시 여섯 쌍둥이!!]

 

[....아니]

쵸로마츠는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이 이야기에서 그런 설정 없으니까]

 

[세세한 건 넘어가!!]

쥬시마츠가 만세를 하며 외쳤다.

 

[그러네, 이 작전으로 가자]

토도마츠도 뒤따라 외쳤다.

 

후후, 하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이치마츠.

 

[아니, 이상하잖아!? 이 이야기에서 카라마츠 신데렐라랑 우리는 혈연관계가 아니라고!?]

당황하며 외치는 쵸로마츠에 오소마츠가,

[이 쓸데없이 진지한 동정이. 그러니까 동정인 거라고, 너는]

이라 말하며 쵸로마츠의 어깨를 두드렸다.

[아니, 그거랑 관계없으니까!? 그보다 너도 똑같잖아!!]

 

[그치만 쵸로마츠형, 카라마츠 신데렐라가 왕자님의 신부가 돼서 동정이 아니게 되는 건 싫잖아!?]

쥬시마츠가 쵸로마츠를 타이르듯 말했다.

 

쵸로마츠는 그 말에 잠시 고민하다가 붉어지더니 갑자기 고개를 휙하고 쳐들었다.

 

[우와아....너한테만은 위로받고 싶지 않아!! 에라이, 기왕 하는 거 제대로 하라고!!]

결국 쵸로마츠도 무너졌다.

 

[브라더.....]

카라마츠 신데렐라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참고로, 그와 오소마츠들의 신발 사이즈가 딱 맞는 건 어디까지나 우연입니다.

 

 

 

 

 

◇◇◇

 

 

 

 

[뭐라, 그 여장남자를 찾았단 말이냐!]

 

성의 수많은 알현실 중 한 곳에서, 둘째 왕자인 아츠시 저하의 기쁨의 외침이 울렸다. 아츠시는 견장이 달린 아름다운 궁궐의 정식 의복을 입고, 허리에 검을 차고 있었다.

그는 눈앞의 신하, 다용에게 물었다.

[그래서, 그를 데리고 온 건가?]

 

[데리고 왔습니다-요오옹~]

 

[그럼 얼른 안내하게]

 

[알겠습니다-요오옹]

 

아츠시 저하는 술렁이는 마음을 억누르며 얌전히 왕자 전용의 고급스러운 세공의 의자에 앉아서 기다렸다.

 

그러자, 다용의 뒤를 따라 한 젊은이가 들어왔다.

 

아츠시는 그를 보고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려 해, 황급히 입을 틀어막았다.

 

그의 복장은 가죽재킷에 그 안에는 자기 얼굴이 그려진 탱크톱, 그리고 바지는 어디서 샀냐고 묻고 싶어질 정도로 파란빛으로 반짝거리는 스키니였다.

 

여전히 유쾌한 사람이야....

아츠시는 아주 즐거워하며,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기까지 와줘서 고맙습니다, 사랑스런 그대여]

 

그렇게 말하자, 가죽재킷의 그는 조심스레 아츠시를 향해 손을 올렸다. 그건 더 이상 가까이 오지 말라는 의미였다.

 

아츠시는 그대로 멈춰섰다.

[이런 실례.....당신을 무섭게 하고 싶진 않습니다]

그는 허리의 검을 다용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는 눈앞의 연인의 손을 잡아, 키스하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며 자상하고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갑작스런 일로 많이 놀랐겠죠. 하지만 제 마음은....]

 

가죽재킷의 그는 옆을 향해 손짓했다.

그러자 그와 같은 복장에 같은 얼굴의 젊은이들이 쪼르르 들어왔다.

모두 가죽재킷에 쿠소탱크톱, 그리고 반짝거리는 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건 언젠가 카라마츠 신데렐라가 형제들에게 선물하려고 몰래 만들거나 사두었던, 그의 퍼펙트 패션이었다.

 

눈앞에 같은 인물이 6명이 나란히 서자, 어안이 벙벙해진 아츠시 저하.

 

다용을 보자, 다용은,

[모두 유리구두가 딱 맞았습니다-]

라며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잠시 멍하니 있던 아츠시, 하지만 이윽고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런가. 나의 연인에게 이렇게 많은 형제들이 있을 줄이야]

그렇게 말하며 그는 차분하게 의자에 앉아 6명을 바라보았다.

 

제법이네, 우리의 취지를 이해한 건가, 역시 왕자님이네...

라며 장남인 오소마츠가 속으로 히죽이며 생각했다.

 

저 분은....그 때 마지막으로 만났던....왕자님이 아니라고 했었는데.....

속으로 당황하면서도, 오소마츠가 진지한 표정으로 절대 표정을 바꾸지 마. 너는 금방 울어버리니까...’라는 말을 떠올리곤 필사적으로 포커 페이스를 유지하는, 차남 카라마츠 신데렐라.

 

나 이런 복장은....조옴.....

당장이라도 늘 입던 녹색의 체크셔츠....가 아니라 드레스로 갈아입고 싶은, 셋째 쵸로마츠.

하지만 카라마츠 신데렐라의 처녀, 가 아니라 동정상실은 절대 안돼....

 

.....좋네....퍼펙트 패션....좋아........

속으로 하아하아, 하고 흥분하고 있는 사남 이치마츠. 그는 때때로 차남이 입던 이 옷을 사실은 자신도 입어보고 싶었다. 입고있는 것만으로 가버리려는 것을 필사적으로 참는다.

 

어울려-? 나 잘 어울려-!?

속마저도 시끌시끌한 오남, 쥬시마츠. 왕자님을 향해 손키스를 날린다. 그에 깜짝 놀라는 형제들과 좋은 미소로 답례하는 아츠시 저하. 그는 속으로 절대 저 자는 아니라며 확신한다.

 

싫어어~~~~~이런 안쓰러운 꼴은 싫다고오~~~~

속으로 통곡하면서도 티를 내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견디는 막내, 토도마츠.

 

참고로, 그들은 형제순으로 서있지 않고 뒤죽박죽으로 서있다.

 

 

[힌트, 받아도 되겠나?]

의자에 앉아 팔걸이에 팔꿈치를 짚고 조용히 웃으며, 아츠시 저하는 그들에게 말을 걸었다.

[예를 들자면....그래, 각자 한마디씩 해보는 건 어떤가]

 

그렇게 말하자, 맨 끝에 있던 퍼펙트 패션의 그가 스케치북을 꺼내들어 종이를 한 장 넘겼다.

마치 그런류의 개그를 치는 사람처럼 보였다.

 

말하는 건 안 됩니다

 

라고, 스케치북에 적혀있다.

 

왕자님은 그때 춤을 췄던 상대의 목소리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도 나직했으며, 긴장했던 탓인지 조금 더듬었지만 혈색이 도는 목소리였다. 목소리를 듣기만 하면 한번에 알아챌 수 있을 거라, 그는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아츠시 저하는 그들의 거절에 크게 낙담한 표정을 보였다.

 

[....기회는 몇 번인가?]

 

스케치북이 다시 한 장 넘어간다.

 

 

단 한번입니다

 

아츠시 저하는 미간을 찡그리며 하얗고 고급스러운 장갑을로 눈가를 짚었다.

[어렵군.....]

 

솔직히 말해, 그는 망설이고 있었다. 바보털이 두 개였던 건 기억하고 있었으므로, 아츠시는 이미 선택지를 4개로 줄였다. 나머지 두 사람에게는 바보털이 없거나 하나였기에.

 

바보털이 두 개인 4명을 잘 살펴보니, 머리에 자국이 남은 자가 있었다. 머릿결도 그리 좋지 않았다. 왕자는 같이 춤을 췄던 상대의, 하늘색 벨벳 머리띠가 잘 어울리던 그 반지르르한 검은 머리가 인상 깊었다.

 

그리고 그 굵은 눈썹....수줍은 듯이 볼을 붉히며 그 두껍고 멋진 눈썹을 슬쩍 내리깐 모습에, 그는 매우 설레었다.

 

그런데 그들 중 나머지 3명은 모두 비슷한 굵기와 형태의 눈썹을 갖고 있었다.

 

 

 

이건 오소마츠의 지시로, 카라마츠 신데렐라와 똑같이 전원 눈썹을 그렸기 때문이었다.

 

 

 

[오소마츠...가만히 있어라...]

가까이에서 카라마츠 신데렐라가 눈썹을 그리려 펜을 들고, 오소마츠의 얼굴에 화장을 해준다. 무심코 서버릴 뻔한 장남과,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며 기대감에 부푼 동생들.

쥬시마츠는 카라마츠 신데렐라에게 눈썹화장을 받다가, 정말로 섰...(이하 생략

 

 

 

눈썹까지 그리고 오다니.....형제들은 그를 내게 시집 보내고 싶지 않은 모양이로군...

 

그리고 카라마츠 신데렐라 또한 왕가에 시집 오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츠시에게도 자존심은 있었다. 처음에는 마음 아프겠지만 혼례만 끝내면 사랑하는 이는 새장에 갇힌 새나 마찬가지다. 시간을 갖고 천천히 자신을 사랑하도록 만들면 된다.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그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동시에 긴장하는 형제들.

 

왕자님은 구두를 또각이며 남은 3명을 한명 한명 살펴보았다.

 

[.....어라? ....아츠시군?]

무심코 토도마츠가 입을 열어버렸다. 아츠시가 이전에 평복으로 미팅에 참석했을 때, 토도마츠도 참석했었고 그때 조금 대화를 나눴던 적이 있었다.

 

아츠시 저하는 토도마츠를 보며, [너는 아니로군] 하고 빙긋 웃었다.

[남은 건 두 사람...인가. 누굴까나, 나의 연인은]

 

막내야아아아아아!!!!

형들은 막내를 째려보며 속으로 저주를 퍼부었다.

토도마츠는 [그치만 어쩔 수 없잖아!! 설마 왕자님이 미팅에 나왔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 걸!!!] 하고 반발했다.

 

가장 오른쪽에서 스케치북을 들고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고있는 그는 어쩐지 아닌 듯했다.

 

왼쪽에서 두 번째에 서있는, 눈썹을 조금 낮추고 불안한 얼굴을 하고 있는 그가 왕자는 신경쓰였다. 그의 앞에 다가가 얼굴을 빤히 보던 아츠시 저하는 싱긋 웃었다.

 

그 때.

 

[! 어쩐 일이냐, 카라마츠-!]

 

 

갑자기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키 작은 청년이, 지난번의 앞치마 차림이 아닌 제대로 된 궁궐의 복식을 입고 스케치북을 가진 퍼펙트 패션의 젊은이에게 다가갔다.

 

놀란 그에게 치비타는 주머니에서 선글라스를 꺼내며 내밀었다.

[, 카라마츠, 잊은 거. 이거, 소중한 거지?]

 

카라마츠 신데렐라는 스케치북을 툭, 떨어뜨렸다.

떨리는 손으로 선글라스를 받아들고는 그걸 가슴에 꼭 품었다.

 

[치비타....고마워....치비타....]

 

그리고 그는 엉엉 울면서 치비타의 가슴에 살며시 기댔다. , 하고 빨갛게 타오르는 치비타의 얼굴. 손이 허공을 맴돈다.

 

[아아, 젠장!! 들켰다!!]

쵸로마츠가 무심결에 소리치며 가죽재킷을 바닥에 내팽개쳤다.

[조금만 더 있으면 됐는데!!]

 

놀란 표정으로 치비타와 카라마츠 신데렐라를 바라보던 아츠시 저하.

그 앞에 서있던 퍼펙트 패션의 오소마츠는 머리를 긁적이며, [어떻게 안 거야, 그 녀석.....]

하고 중얼거렸다.

 

치비타는 새빨간 얼굴로,

[, 나는 내 오뎅을 맛있다며 먹어 준 손님은 절대 안 잊는다고, 멍청아]

라며 오소마츠를 향해 말했다.

 

그리고 그는 울고 있는 카라마츠 신데렐라를 슬쩍 끌어안고 쑥스러운 듯 등을 툭툭 두드렸다.

[자자, 언제까지 울고있을 거냐....]

 

아츠시가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그 오뎅 꼬치를 보고 혹시나 했었는데....형님, 한번에 맞추시다니, 완패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아츠시는 고개를 숙였다.

 

[?]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동생을 바라보던 치비타와, [형님!?] 하고 놀라며 치비타에게서 떨어지는 카라마츠 신데렐라.

 

치비타는 검연쩍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

[미안 카라마츠....나 사실은, 차밍이야....]

 

[, 차밍 저하!? 왕위 계승권 1위의 첫째 왕자!?]

안경을 추켜올리며 물끄러미 바라보는 쵸로마츠.

 

카라마츠 신데렐라는 멍하니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치비타가....왕자님....성에서 부른 업자가 아니라.....]

극도의 긴장의 실이 끊어지고, 그는 정신을 잃었다.

 

[카라마츠 신데렐라!!!!!]

 

희미한 세계에서 형의 목소리가 들린 듯했다.

 

 

 








길어서 나눴습니다


다음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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