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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1편*
2016/08/31 - [마츠소설/사이코패스계 남자] - [오소마츠상]사이코패스계 남자, 카라마츠(1)
*2편*
2016/12/19 - [마츠소설/사이코패스계 남자] - [오소마츠상]사이코패스계 남자, 카라마츠(2)
*3편*
2017/02/27 - [마츠소설/사이코패스계 남자] - [오소마츠상]사이코패스계 남자, 카라마츠(3)
*4편*
2017/05/03 - [마츠소설/사이코패스계 남자] - [오소마츠상]사이코패스계 남자, 카라마츠(4)
*5편*
2017/08/11 - [마츠소설/사이코패스계 남자] - [오소마츠상]사이코패스계 남자, 카라마츠(5)
※주의※
- 호러요소가 있습니다
- 지금까지의 일들을 쵸로마츠의 시점으로 본 이야기입니다
상식인은 겁이 없다
마츠노 쵸로마츠는 영감이 있다.
그렇지만 그는 그걸 모른다.
왜냐면 그는 0감이니까.
[‘화장실의 하나코씨’라고 알아?]
태어나서 처음으로 들은 ‘무서운 이야기’는, 옆자리의 여학생이 말하는 걸 우연히 듣게 된 것이었다.
쵸로마츠는 한번 가보기로 했다.
그 시절의 쵸로마츠는 오소마츠와 서로 골목대장 투톱을 다투던 아이였고, 그의 사전에 공포라는 글자는커녕 상식이란 글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하교시각이 지나고, 석양이 복도를 물들일 무렵.
쵸로마츠는 선생님께 들키지 않도록 조용히 교실을 지나 복도를 살금살금 빠져나갔다. 소문의 삼층 여자 화장실까지 가는 도중 그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았다.
여자 화장실 문을 열고 안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쵸로마츠는 슬쩍 화장실로 들어섰다. 쵸로마츠의 좌우에는 개인 화장실 칸이 3개씩 있었다.
화장실은 모두 문이 열렸고, 사용이 가능해 보였다.
쵸로마츠는 팔짱을 끼고 화장실 한복판에 섰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화장실에는 시계가 없으니 잘은 모르겠지만, 쵸로마츠의 그림자가 아까보다 상당히 커져있다.
쵸로마츠는 한숨을 내쉬며 화장실에서 나왔다.
다음날, [화장실의 하나코씨가 어제 나타났대!!]라고 떠들어대는 여자애들에게, [하나코씨 같은 건 없었다고. 나 계속 감시했는걸] 이라고 말하려 했지만, 그랬다간 자신이 여자 화장실에 몰래 들어간 게 걸릴 테니 잠자코 있기로 했다.
그밖에도 이 학교에는 7가지 불가사의가 있다는 모양이다. 하나코씨는 그 중에 하나라는 걸, 쵸로마츠는 깨달았다.
그래서 쵸로마츠는 조사를 하기로 했다.
쵸로마츠는 의외로 이런 낭비적인 일에 행동력이 있는 아이였다.
여섯 쌍둥이 중 한명이 없어져도 금방 알아차리긴 어렵다. 그래도 역시 둘이나 없어지면 형제들은 물론, 부모님도 눈치챌 것이다.
그래서 쵸로마츠는 파트너인 오소마츠를 두고 혼자 밤중에 학교에 잠입했다.
사람이 없는 심야의 학교는 낮의 학교와는 전혀 다르게 보여, 쵸로마츠의 모험심에 불을 붙였다.
쵸로마츠는 학교를 돌아다녔다.
니노미야 킨지로는 복도를 돌아다니지 않았고, 계단은 몇 번을 세도 12단이었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봐도 아무도 “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 라고 묻지 않았고, 음악실의 베토벤은 평소와 똑같이 조용히 미소 짓고 있었다.
이과실의 인체모형은 쵸로마츠를 내려다본 채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고, 체육관의 농구공은 전부 제대로 치워져 있었다.
심야의 학교는 몹시 조용했다. 쵸로마츠는 자신이 유령들에게 버림받은 듯해 섭섭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7대 불가사의 중 또 하나의 소문을 떠올렸다. 이 학교는 사실 불가사의가 총 8개이고, 그 8번째를 알게 되면 다른 세계로 보내진다는 것이었다.
쵸로마츠는 뛰어서 계단으로 향했다. 거기에는 학교 개교 초기부터 있었다는 커다란 거울이 있었다.
쵸로마츠는 그 앞에 섰다. 시간은 밤12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거울속의 쵸로마츠는, 층계참에 선 쵸로마츠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저기, 나, 쵸로마츠]
나직이 거울속의 자신에게 말을 걸었다.
거울속의 소년은 그대로 자신의 말을 따라 입을 뻐끔거리다 말을 끝내자 입을 다물었다. 그리곤 근심 어린 얼굴로 이쪽을 돌아보았다.
8번째를 알게 됐음에도 다른 세계로 가지 않았고, 12시에 거울 앞에 섰지만 거울의 세계로 끌려 들어가지 않았다.
불가사의 따윈 거짓이라는 걸, 쵸로마츠는 깨달았다.
쵸로마츠는 고민이 있었다.
쵸로마츠는 남들과의 화합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상식인을 자처하는 그에게 있어, 그건 그가 지켜야 할 중요한 신념이었고, 그와 동시에 그러기 위해 노력도 했다.
하지만 노력으로 안 되는 것도 있는 법이다.
여섯 쌍둥이들은 어릴 적 자주 어머니와 함께 시골 할아버지 댁에 갔다. 논바닥 투성이인 그곳은 처음엔 지루하다고 생각했지만, 자기들이 사는 곳과 달리 개구리나 도마뱀 같은 생물이 잔뜩 있는 시골이 싫지만은 않았다. 게다가 시골친구도 생겼다.
어느날, 친구와 논에서 뛰놀고 있었는데, 친구가 갑자기 [앗!] 하고 소리쳤다.
[왜 그래?]
[뭔가 저기서 꿈틀꿈틀거려]
[꿈틀꿈틀?]
친구가 가리키는 방향을 봤지만, 쵸로마츠의 눈에는 그냥 논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런 거 없는데?]
[있다고! 하얀색의!]
그렇게 말한 친구가 그쪽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재빨리 뒤쫓아 친구의 어깨를 잡았다.
[야! 그런 거 없다니까!]
나는 결코 눈이 나쁘지 않았고, 여기는 탁 트여있으니 친구가 말하는 하얗고 꿈틀거리는 것이 있다면 분명 눈치를 챌 것이다.
원래도 좀 불같은 쵸로마츠는, 자꾸 [하얗고 구불구불거리는 게 있다니까!! 저기에!!]라고 외치는 친구의 뺨을 세게 때렸다.
[그만 하라고!!! 그런 건 없다니까!]
우와아아아아앙, 하고 큰 소리로 우는 친구에, 집에서 친구의 할아버지가 뛰쳐나왔다.
[왜 그러니, 싸우기라도 했어?]
[얘가 자꾸 하얗고 구불거리는 게 있다고 그러잖아요!]
내 말을 들은 할아버지는 순식간에 새파랗게 질렸다.
[뭐라고!? 너희들 그걸 본 거냐!?]
[몰라요! 녀석이 저쪽에 있다고 하는데, 없잖아요 그쵸?!]
아까 친구가 가리켰던 방향을 가리키자, 할아버지가 그쪽을 쳐다본다.
[너희들 얼른 집으로 들어가라!!!!]
할아버지가 굉장히 무서운 얼굴로 고함을 지르며, 친구의 머리를 꽉 잡고서 쵸로마츠를 끌어안았다.
쵸로마츠는 친구네 할머니와 할아버지한테 친구를 말려줘서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
[가까이 갔으면, 손자를 야생으로 보내게 됐을지도 모르지.....]
그렇게 말하며 울면서 다다미에 머리를 박는 할아버지에 쵸로마츠는 약간 공포를 느꼈지만, 사례로 과자를 잔뜩 받아 그동안의 일을 전부 잊어버리고 크게 기뻐했다.
지금에서야 생각하는 거지만, 할아버지께서는 분명 그 꿈틀거리던 것을 봤을 것이다.
친구가 맞았다.
...........하지만 그렇다면, 어째서 자신은 보지 못했던 걸까.
[팔척님에게 빼앗기지 않아서 다행이다]
엄마가 오소마츠를 껴안으며 말했다. 엄마 몸에는 이치마츠와 쥬시마츠, 토도마츠가 착 달라붙어 있었다.
쵸로마츠는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은 오소마츠와 달리 당사자가 아니니까, 전혀 무섭지 않았다. 이치마츠나 쥬시마츠, 토도마츠처럼 이야기를 듣고 무서워할 정도의 섬세함도 갖고 있지 않았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자신과 똑같이 멍하니 서있는 자가 있음을 깨달았다.
카라마츠였다.
그도 나와 마찬가지인 걸까.
그 역시 자신과 마찬가지로 공포에게 버림받은 인간인 걸까.
[이 사진 뭔가 무섭지 않아? 분명 심령사진일 거야!!]
그렇게 말한 친구가 내민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아, 진짜다!]
[뭔가 반투명한 게 비치잖아!!]
[꺄아- 무서워~!!]
함께 들여다보고 있던 모두가 제각기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어디가 이상한 건데?]
[여기, 여기에 여자얼굴이 비치잖아]
그렇게 말하며 친구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자리를 응시했지만, 거기에는 인쇄기의 시커먼 잉크로 검게 칠해진 여자의 얼굴만 있을 뿐 아무것도 없었다.
[......모르겠는데]
[에에, 농담이지? 이렇게 잘 보이는데?!]
고등학교 친구들은 아직 흥분한 듯 그 사진의 화제로 떠들썩해, 쵸로마츠는 더 이상 그 분위기를 깰 수가 없었다.
쵸로마츠는 공포영화를 좋아한다.
그렇게 말하면, 에-, 의외네, 라는 말을 듣곤 하지만.
공포영화를 보며 무섭단 말을 연발하는 친구들과 함께, 쵸로마츠도 비명을 내질렀다.
쵸로마츠는 공포영화를 볼 때만큼은 [무섭다]는 말을 할 수 있었다. 무서워할 수 있었다.
왜냐면, 공표영화에 나오는 살인마나 유령은 가짜로, 실체가 있었다. 실체가 있기에, 쵸로마츠도 그들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쵸로마츠는 사람들과 함께 무서워할 수 있었다.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 상식인을 자처하는 쵸로마츠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것이니, 그것은 아주 중요한 것이었다.
오소마츠가 공포영화를 빌려왔을 때, 사실 쵸로마츠는 그걸 학창시절에 이미 친구들과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걸 일부러 말하지 않았다.
분명 쵸로마츠가 본 적이 있다고 하면, 오소마츠는 [그럼 이번엔 혼자서 볼까-] 라고 말했을지도 모른다. 대체로 밖에 나가있는 니트인 자신들이, 이렇게 밤에 모두 모이는 건 드문 일이었고, 이렇게 공포영화를 빌려오는 이도 잘 없었다.
쵸로마츠는 오초마츠처럼 입 밖으로 내진 않았지만, 여섯 쌍둥이 모두 다 함께 떠들어대는 걸 꽤 좋아했다. 아무리 상식인인 척 굴어도, 어린 시절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 모양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공포영화를 형제들과 함께 보는 이 좋은 기회를 놓치기가 싫었다.
[나, 사실 공포영화 좋아해]
자기 입에서 나온 뜻밖의 말에, 형제들이 모두 깜짝 놀란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 다른 영화의 광고를 보고 있을 때, 오소마츠가 조용히 [쵸로마츠가 공포영화를 좋아하는지 몰랐어] 라고 속삭였다.
[안 말했으니까]
[왜냐고! 그런 건 말하란 말야~]
[......말했으면, 같이 봐줬을 거야?]
갑자기 튀어나온 말은 의외로 낮고, 조금 쓸쓸한 기운이 돌았다.
오소마츠가 눈을 휘둥그렇게 뜬다.
영화는 재밌었다. 물론 무섭기도 했지만, 그것보다 오소마츠형이 즐겁게 웃는 소리나, 쥬시마츠와 토도마츠의 비명소리, 카라마츠가 영화장면마다 냉정하게 소감을 말하는 목소리, 영화에 위축되면서도 카라마츠의 말에 일일이 토다는 이치마츠의 목소리를 듣고있자니 무척 즐거운 기분이 들었다.
영화가 끝나고, 카라마츠가 화장실에 가려고 하자 [뭔가 이상하게 춥지 않아?]하고 오소마츠가 조용히 말했다. 그 말에 [무서운 소리 하지 말라구] 라며 토도마츠가 볼을 부풀렸다.
[창밖에 여자가 있다거나-] 쵸로마츠가 그렇게 말하며 웃자, 이치마츠들이 동시에 얼굴을 새파랗게 하곤 창밖을 힐끔 쳐다보았다.
이런 느낌으로, 공포영화가 끝난 뒤에는 무서운 이야기를 하며 분위기 타기도 쉬워 즐겁게 떠들어댔다. 공포영화 감상을 말하면서, ‘『이미 봤다』는 것을 얘기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라고 쵸로마츠는 속으로 생각했다.
전화를 받으러 갔던 카라마츠가 돌아왔다.
[카라마츠, 방금 누구였어?]
카라마츠가 말하길, 메리라는 여자가 쓰레기장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토도마츠가 최근 데이트하는 여자려나.
그로부터 5분 뒤, 카라마츠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디 가?]
[전화 받으러]
전화 같은 거 안 울렸다고 말하려 했지만, 이미 카라마츠는 방을 빠져나간 뒤였다. 전화벨소리 못 들었는데.
돌아온 카라마츠가, [집앞에 온다는군] 라고 말했다.
[그래? 그럼 마중하러 가야겠네]
토도마츠는 지금 집에 없고, 여자를 밖에서 기다리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 방을 나섰다.
집앞에서 기다렸지만, 그럴듯한 여자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얼마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지, 라며 쵸로마츠는 과거를 떠올렸다.
거실에서 차를 마시고 있자, 카라마츠가 들어와선 [오소마츠 있는가?] 라고 물었다.
[아니, 파칭코라도 간 거 아냐?]
[그런가]
[무슨 일인데?]
[오소마츠한테 손님이 왔다]
[헤에- 누구?]
[글쎄, 오소마츠걸이 아닐까. 키가 엄청 큰 여성이다]
[헤에~. 오소마츠형을 만나러 오는 여자도 있구나]
오소마츠걸인지 뭔지 그 유별난 여자에게 흥미가 생겼지만, 오소마츠를 빼닮은 남자가 2명, 혹은 3명이나 있으면 놀라고 말 것이다.
[어쩔까? 집안에서 기다리라고 할까?]
[아니, 언제 돌아올지 모르니까, 일단 돌려보내자]
[그게 좋겠네. 아, 그럼 이거 주고 와]
전에 엄마가 친구와 온천여행에 가서 사온 과자를 건넸다.
[오오, 고맙다 쵸로마츠]
현관으로 향하는 카라마츠를 뒤따라 방을 나와 현관을 살폈다. 카라마츠는 그 여자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듯했지만, 그 여자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키가 크다고 했으니 잘 보일텐데. 내가 볼 수 없는 위치에 있는 건가?
결국 포기하고 2층에 가니, 이불에 웅크리고 있는 오소마츠와 그를 둘러싸고 있는 3명의 남동생이 있었다.
[....뭐야, 있었냐....]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카라마츠는 이미 여자를 돌려보냈을까. 지금부터 뒤쫓아가면 늦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쵸로마츠.....]
오소마츠의 나약한 목소리가 들려 생각을 멈추고 그쪽을 보면,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오소마츠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에, 왜 그래. 오소마츠형 몸이라도 안 좋아?]
가까이 다가가자 팔을 붙잡고, [옆에 있어] 하고 귓가에 속삭인다. 아파서 불안한 걸까. 오소마츠 옆에 앉아, 그를 안심시키듯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현실로 다시 돌아와, 지금은 메리짱이다.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오니, 전화를 받고있는 카라마츠가 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카라마츠가 전화를 끊었다.
[메리짱한테서?]
[아아. 지금 내 뒤에 있다는군]
[에?]
고개를 돌려 카라마츠 뒤를 들여다봤지만, 거기에 여자는 없었다.
[메리짱, 없는데?]
철커덕, 카라마츠가 수화기를 든다.
아니, 그니까 아까부터 전화벨 안 울리는데 왜 받는 거야?
카라마츠한테서 전화기를 빼앗아 귀에 대보면, [뚜-..........뚜-.........]하는 소리만 들렸다. 역시 전화 안 왔잖아.
[카라마츠, 나 놀리는 거야?]
[..........네가, 메리인가]
[헤?]
나직하게 중얼거린 카라마츠에게 되물었지만 대답은 없다.
카라마츠는 멍하니 복도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거기에 뭔가 있어? 나한테는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오소마츠형과 방에서 뒹굴거리고 있자, 현관에서 벨이 띵-똥- 하고 울렸다. 그와 동시에, [택배입니다-] 하는 소리가 들렸다.
오소마츠를 보자, 만화에서 눈길을 뗄 기미가 보이지 않아 결국 내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런 귀찮은 건 언제나 내가 한단 말이지, 하고 투덜거리며 방을 나갔다.
택배를 받아 방에 돌아오니, 오소마츠형이 흥미진진한 얼굴로 다가왔다.
열어보자고, 라며 신나하는 오소마츠를 일단 나무라긴 했지만, 쵸로마츠도 내용이 신경쓰이긴 했다.
정말로 성인용품이라도 들어있으면 사과하면 되겠지.
쵸로마츠는 시코마츠, 시코마츠하고 놀려대던 형제들을 떠올리며 박스를 뜯었다.
[.........에, 이게 뭐야]
안에 들어있던 건 마네킹이었다. 그것도 팔만.
구석에 종이조각이 들어있었다.
[여어! 오랜만! 쵸로마츠, 잘 지내냐? 손 페티쉬인 너한테 선물!!
사실 지금 마네킹을 만드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거든~~ 이거 내가 만든거야~. 아직 만드는 중이지만 말야, 촉감이나 무게나, 완전 진짜 같지 않아!? 관절도 제대로 움직인다고~]
고교시절의 친구였다. 그러고 보니 취직했다고 했던가. 그는 언젠가 인간과 쏙 빼닮은 더치 와이프.....아니, 러브돌?을 만드는 게 꿈이었다. 에로가 인간을 움직이는 최대의 원동력이라는 것이 그의 말버릇이었다.
고교시절의 추억이 떠올라 미소가 떠올랐다.
[............하, 장난이 지나치잖아...]
바로 옆에서 오소마츠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더니 갑자기 난폭하게 마네킹의 팔을 들어올렸다.
[잠깐, 오소마츠형!?]
오소마츠형이 팔을 집어든 채 달려나갔다.
어디로 가는 건가 해서 따라가 보면, 집앞에 있는 작은 뜰이었다. 오소마츠는 맨발로 마당에 서고는 황급히 땅을 파기 시작했다.
[자, 잠깐만, 오소마츠형, 왜 그러냐고....]
진흙 투성이의 손으로 구덩이를 파내는 오소마츠형의 눈은 핏발이 잔뜩 서있고, 입에서는 거친 숨이 흘러나왔다. 심상치 않은 모습에 절로 핏기가 사라졌다. 도대체 그게 뭐 어쨌다는 거야, 오소마츠형.
오소마츠와 파칭코에서 돌아오니, 쥬시마츠가 토하고 있었다. 눈을 한껏 까뒤집고 부들부들 떨며 기절하는 쥬시마츠에 달려갔다.
오소마츠형이 쥬시마츠를 업어 2층으로 올라갔다.
[카라마츠, 쥬시마츠 왜 저래?]
멍하니 서있는 카라마츠에게 묻자, [모르겠다. 저녁밥을 먹더니 갑자기 토해버렸다....] 라고 말한다. 식탁 위를 보니 고기요리가 잔뜩 즐비해있다.
[이거, 카라마츠가 다 만든 거야?]
[아아. 오늘 고기가 잔뜩 들어와서 말야]
[헤에~]
손을 씻고 부엌으로 가다가, 바닥에 놓인 식용유통을 밟아 넘어져 버렸다. 탄력으로 뚜껑이 열려버린 식용유통 사이로 검은 무언가가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입에 담기도 역겨울 지경이었다.
그래, 그 이름은 G--------!!!
[싫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절규를 내지르자 쿵쾅쿵쾅 오소마츠가 2층에서 내려왔다.
[쵸로마츠!!]
무심코 오소마츠에게 매달리는 쵸로마츠.
이건 무리. 절대 무리.
그 순간--------- 새파랗게 질린 오소마츠가 내 머리에 토했다.
[으으으읏!!!!!!!!!!!]
엄청난 충격에 말을 잃었다.
질척하게 오소마츠의 토사물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참을 수 없는 더러움에 무심코 눈물이 흘렀다.
이거, 나도 토한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전부 오소마츠의 오바이트니까.
목욕을 마치고 나오자, 카라마츠가 묵묵히 자신의 요리를 먹고 있었다.
카라마츠의 맞은편에 앉아,
[나도 먹어도 돼?]
하고 묻자, 카라마츠가 멍한 얼굴로 날 쳐다보았다.
[.........먹을 건가?]
[맛있어 보이는 걸. 안 돼?]
카라마츠는 붕붕 고개를 저으며, 방긋 웃었다.
[......뭘 그렇게 기뻐하는 거야]
[.....그치만, 오소마츠랑 쥬시마츠는 토했고, 이치마츠랑 토도마츠는 기분 나쁘다고 했으니까]
[......그랬구나]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서 적당히 맞장구를 치자, 카라마츠가 맥없이 고개를 떨군다.
[그치만, 카라마츠가 사슴고기까지 요리할 줄 아는 건 처음 알았어]
[이거, 사슴고기였던 건가!?]
[에에, 뭐라고 생각했는데....]
[돼지고기나 멧돼지라고.....]
[그러면서 잘도 요리했네. 돼지랑은 색이 다르다고]
[잘 아는군]
[오타쿠 동료랑 자주 밥먹으러 가거나 하니까]
[메이드 카페에만 가는 줄 알았다]
[그야 거기도 가긴 하지만.....아니, 그보다 너 지금 바보취급한 거지!?]
[아니다아니다, 그럴 리 없잖나!]
카라마츠가 청소를 멈추지 않는다.
[끈적거리는 게 없어지질 않는다]
[목욕탕과 화장실 물이 빨갛다]
[창문에 손자국이 나있다]
[벽에 뭔지 모를 흠집이 나있다]
카라마츠가, 청소를 멈춰주질 않는다.
이치마츠가, [보고있어] 하고 중얼거린다.
테이프로 집안 곳곳을 막고 다니기 시작했다.
떼어내려고 하면 이치마츠는 불같이 화를 냈다.
그리고 테이프를 붙이는 것 외에는 늘 다다미를 할퀴어댔다.
쥬시마츠가 말을 하지 않는다. 천장 구석을 바라본 채.
말을 걸어도, 야구를 하러 가자거나, 산책하러 가자고 꼬셔도 대답을 하지 않는다.
토도마츠가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전화가 와, 메일이 와, LINE이 와, 라고 중얼거리며 아무런 알림도 울리지 않은 핸드폰을 뚫어지도록 바라보며 화풀이하듯 내던졌다. 몇 번이나 주워서 돌려줬지만, 결국엔 화면이 완전히 깨져버려 이젠 메일이 와도 아무것도 읽지 못하게 되었다.
오소마츠만은 마지막까지 멀쩡했었다.
마지막에, 이상해지기 전까지는.
오소마츠는 늘 변함없이 아침부터 파칭코에 갔다 돌아와서 뒹굴거리며 만화책을 읽었다.
그야 마네킹 팔을 멋대로 뜰에 묻거나, 머리에 토를 했을 때는 정말 놀랐지만, 오소마츠도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쯤은 있을 거라며 이해했다.
할로워크에서 받은 종이에 필요한 내용을 적었다. 다음에 넣을 회사의 이력서다. 이번에는 꼭 취직해 보이겠다며 결의한 것이, 이번으로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이번에는 반드시 취직해서 평범한 월급쟁이가 되어, 평범한 삶을 살 것이다.
그렇게 다짐하며 열심히 써내려가고 있자, 갑자기 이력서를 누가 뺏아간다.
놀라서 올려다보니, 오소마츠가 내 이력서를 손에 들고 있다.
[........하!? 뭔 짓이야, 오소마츠형!!]
뺏으려 하자, 이번에는 카라마츠가 뒤에서 낚아채간다.
[뭐, 뭐냐고, 카라마츠 돌려줘!!]
[미안, 쵸로마츠]
카라마츠는 힘을 풀지 않았다. 아니, 사과할 정도면 그냥 돌려달라고.
평소에도 장난으로 이력서를 뺏는 건 흔한 일이었다. 대체로 오소마츠의 [나랑 놀아줘-]가 그 시작이었다. 하지만 나는 다음 면접에 모든 걸 걸었다. 어떻게든 해서든 취직을 하고 싶다. 너한테, [취활하고 있습니다 어필] [말만 번지르르-] 라고 듣고 싶지 않다.
오소마츠는 이력서를 흔들며, [너 뭘 적고있는 거야] 라고 말했다.
[하아!? 그런 거 보면 알잖아!?]
[모른다고-!]
웃기지 말라며 고함치려던 그 때였다.
오소마츠가 양손으로 종이끝을 잡았다. 찌익, 하는 소리가 들렸다.
[.....에,]
찌이익
이력서가 찢어진다.
그만둬.
찌익
그만둬.
그건, 나의,
찌이, 익
퍼억!!!!!!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두 사람을 때린 후였다. 헉헉거리며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바닥에 주저앉아 두 사람을 째려보았다.
두 사람은 공포에 물든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뭐냐고, 그 눈은.
이 놈이고 저 놈이고 다 똑같다.
모두 내가 보이지 않는 걸 보고선 멋대로 두려워한다.
사람을 때리고 날뛰는 나를 보며, 멋대로 무서워한다.
나도, 모두와 같이 무서워하고 싶어.
......무섭다는 게, 대체 뭐야?
* 니노미야 킨지로(긴지로) *
일본의 학교관련 괴담하면 꼭 등장하는
움직이는 석상입니다
↓사진있습니다 혹시모르니 주의↓
↑이건 만화 '학교괴담'에 등장하는 긴지로입니다
이번 이야기는 쵸로마츠의 시점의 이야기였습니다
이해가 안 되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카라마츠와 쵸로마츠, 둘다 영감이 있지만
둘에게는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카라마츠는 령들이 보이지만
그들을 령으로 인식하지 않아 무서워하지 않지만
그와 달리 쵸로마츠는
령들이 보이지 않아 볼 수가 없기에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정확히는 무서워할 수가 없는거죠!
한마디로 카라마츠는 진짜 영감이고
쵸로마츠는 0감인 거죠!
즉, 저주의 비디오를 보고
형제가 점점 이상해지는 그 기간동안
쵸로마츠의 행동은 단순히 형제들이(대체로 오소마츠가) 그렇게 생각했을 뿐입니다
카라마츠가 요리하는 부분에선
단순히 바퀴벌레를 보고 놀란 거였고
(G가 바퀴벌레입니다)
택배로 팔이 배송와서 놀란 건
(진짜 팔도 아니었지만)
단순히 오소마츠가 미친 것 같아서였고
↑ 이 부분은 아마 예상하기에
단순히 쵸로마츠가 악필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니면 엄청 잘 쓰는데 휘갈기듯 써서 못 알아보는 건가....'ㅂ'
-
이것도 이제 얼마 안 남았네여!
간바리맛쓰루 'ㅂ')/
+ 쿠네쿠네에 관한 부분은
아이들이 '쿠네쿠네'라는 존재를 모른다는 설정이므로
일부러 '쿠네쿠네'로 쓰지 않고
'꿈틀꿈틀' 혹은 '구불구불'이라고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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