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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차남이 하이스펙이라면

 

차남의 숨겨진 능력이 상상 이상으로 높았다2

 

 

 

 

 

 

 

 

 

시계를 보니, 2시가 지나있다.

집에서 뒹굴거리던 어제까지라면, “아직 2겠지만, 오늘은 벌써 2.

비밀을 나누고 노닥거리는 두 사람을 재촉해, 이력서를 쓰게 했다. 결국 나의 지원 동기는 카라마츠가 도와주고, 쥬시마츠의 지우개질도 녀석이 해줬다.

출입구 근처에 있는 증명사진기계에 두 사람을 집어넣고, 사진을 깔끔하게 붙이면, 겨우 완성.

[됐어? 끝났슴까?]

[. 자아, 더러워지거나 구겨지지 않도록 여기에 넣으면. , 두 사람 것도 내가 가지고 있어줄게]

3명분의 이력서를 구겨지지 않게 봉투에 넣고, 서류가방에 넣어 다시 가방에 넣던 중, 카라마츠와 눈이 마주쳤다.

[? 왜 그래?]

[쵸로마츠의 가방에는 뭐든 들어가는구나, 해서. 마치 4차원 주머니 같군]

씨익 웃는 카라마츠에, 쥬시마츠가, 쵸로마츠형 완전 고양이형 로봇!! 이라며 동의한다.

[아니아니, 평범한 가방이니까 말야. 이력서 세트 그대로 가져온 것뿐이니까, 풀도 가위도 미래의 도구가 아니니까!]

냉담히 말했지만, 지금 내 가슴은 모에해서 큥큥하고 있습니다, .

마츠노가 차남과 오남의 미소의 위력,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이제 이따이한 연기는 하지 않을 생각인가, 카라마츠는 계속 본래 성격대로고, 쥬시마츠는 그게 기쁜 건지 평소보다 더 히죽거린다. 이 사차원적인 발상이 정말 견딜 수 없다. , 설마, 이제부터 계속 되는 건가 이거, 그런 거라면 나 더는 못 버틸지도.

[, 일단! 장보러 가자! 자자, 일어나! 짐은 거기 로커에 맡겨두면 돼. 100엔 돌려주는 녀석이니까]

[아아, ]

[쵸로마츠형, 엄청 눈에 띄네!]

내버려둬, !

 

 

마이 페이스인 두 사람을 잡아 끌어 데려간 곳은, 6층 아웃 도어와 스포츠 플로어와 3층의 패스트 패션 가게.

하지만, 그 전에 ATM에 가야지, 현금이 없으니까.

토요일이라 예상은 했지만, ATM기 앞에는 10명 정도가 서있었다.

기다리는 시간 동안, 작은 목소리로 두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이렇게 됐으니까 말하는 건데, 지금 저금 이 정도 있어]

어릴 적부터 받아온 용돈을 저금 하고, 그걸 금리가 좋은 은행에 정기적으로 맡겨서 나온 이자, 그리고 나머지는 여러 가지 임시 수입들로, 통장의 총 잔액은 200만엔.

셋이서 살기에 많은 돈은 아니지만, 니트에게 있어 꽤 큰돈이라 생각한다. 내가 집을 나가기로 결심한 이유이기도 하다.

[내 것도 모으면 조금 여유롭겠군]

카라마츠가 보여준 통장은 2, 전국 규모의 은행과 우편 저금, 제대로 분산해서 모으고 있었구나. 아까의 고백을 들은 후니까, 다 합쳐서 300만 조금 넘게 가지고 있는 것도 납득이 간다.

[저기, 나도, 실은, 비밀이 하나 있어......]

쥬시마츠, 너 미간에 주름 잡혔어, 라고 생각하는 순간 카라마츠가 쥬시마츠의 미간을 꾹 눌렀다.

[너한테 이런 표정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네에, 나왔습니다, 차남삼남의 싱크로.

카라마츠와 내가 화내지 않을테니 괜찮다면 말해줘, 라고 하자, 쥬시마츠는 가방에서 통장 3개를 꺼내보였다.

합쳐보니, 카라마츠 정도, 헤에, 너도 제대로 자금 분산해뒀구나, 너무 놀라서 반대로 냉정해졌다고, 지금의 나.

? 잠깐만, 정기적으로 수만엔을 입금한 명의가 있어.

[쥬시마츠, “D.P.S.L.”이 뭐야?]

[뭔가, 이 수상쩍은 이름은?]

또 나왔다, 차남삼남의 (이하 생략).

동시에 말한 탓에 서로를 바라보는 우리들이 이상했던 건지, 쥬시마츠아 아하하, 하고 웃었다.

[그게 말이지, 이건 “Deka-Pan Siencitific Laboratory”의 약자로, 박사가 사는 곳의 이름]

“Deka-Pan”, 이라고 알파벳으로 적으니 꽤 있어보이는데, 한글로 쓰면, [각주:1]데카판그래, 그 연중 팬티차림인 수상쩍은 아저씨, 랄까, 데카판이란 거 본명인 거야?! 연구소 이름으로 그런 걸 써도 되는 거야?

아무튼, 쥬시마츠의 발상으로 새로운 발명품이 성공하고, 그걸로 특허를 받아내면 박사에게 들어온 특허 사용료의 일부가 쥬시마츠에게 사례로 들어온다는 모양이다.

[그리고, 주식, 하고 있어. 꽤 벌린다구-]

3개째의 통장은, 평범한 은행이 아니라 신탁 은행.

신문도 뉴스도 그렇게 보지 않는 것 같던데 어디서 정보를 얻었냐고 물으면, 강변에서 아저씨들하고 같이, 라고.

[계속 라디오를 듣는 아저씨가 있는데, 뭐 하냐고 물었더니 주식이란 걸 가르쳐줬슴다]

[아아, 그 사람인가. 승부사라고 불리지]

[카라마츠, 너도 아는 거야?]

주식만 했다면, 강변에서 살지 않아도 됐던 게, 아니, 했지만 대실패 해서 강변에서 사는 걸지도, 승부사고.

아니, 아니지, 아저씨는 됐어, 그 쥬시마츠가!! 주식!! , 늘 주머니에 도토리밖에 안 들어있었잖아, 그것도 그거였어? 눈속임이었던 거야?

하아-, 20년 이상 같은 지붕 아래에서 살아왔다 해도, 형제에 대해 모르는 게 있구나.

감상에 적어있는 중에, 이미 ATM의 줄이 확 줄어있었다.

 

 

 

 

 

 

 

 

 

 

 

심심하다.

엄청, 심심해.

그리고, 고요하다, 엄청.

그런데, 방안에 감도는 공기는, 어딘가 팽팽하고 차갑다.

아까 점심을 사러 밖에 나가니, 날씨가 좋은 게 포근포근한 초겨울 날씨였는데.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슈퍼의 값싼 도시락을 살 게 아니라, 외식하러 나갔으면 좋을 뻔했다.

최근 즐겨하는 건, 역 근처에 있는 파스타 가게까지 산책 겸 걸어가서, 200엔을 더 내고 샐러드와 드링크를 추가한 런치세트A를 주문해, 모처럼이니까 바깥 테이블에서 느긋하게 태양빛을 쬐며 먹고, 그 후 잡화점에 들리거나 카페에서 차를 마시는 거나 하는 것.

그렇게 지내는 게 좋았고, 실제로도 그렇게 하고 싶었고, 지금까지는 그렇게 하면 됐지만.

지금은 무리, 내일을 생각하면 이 이상 쓸데없이 돈을 사용하면 안 된다.

체육관은 이 시간에 사람이 많고, 바둑 클럽이라면 누군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오늘은 머리 쓰는 일은 하고 싶지 않은 기분이다.

나는 결국, 아침부터 방에 틀어박혀있다.

형 두명도, 대게 비슷해서, 이치마츠형은 1시간 정도 길고양이들을 살피러 밖에 나갔지만, 그 뒤에는 계속 제자리에 박혀있고, 오소마츠형은 오전중에는 2층에 있던 것 같지만, 오후부터는 여기서 자고 있다.

 

[저기, 그 세명, 언제쯤 돌아올까?]

나도 모르게 입 밖에 튀어나온 의문, 큰 소리는 아니었지만 고요한 거실을 채우기엔 충분했던 것 같다.

[..........저녁에는, 돌아오지 않을까?]

방구석에서 답해오는 이치마츠형의 중얼거리는 목소리도, 평소보다 크게 들린다.

[에에-, 그건 좀 빠르잖아-. 조금은 힘내줬으면 하는데. 한달 정도는 말야-]

[그럼, 내일]

[그니까, 빠르다고. 적어도 2]

[3]

[1주일]

[3일 이내에 천엔 건다]

[, 갑자기 내기 걸지 말라고. 그럼 나는 1주일 이상 2주 이내에 천엔]

역시 토도마츠, 라고 이치마츠형이 히죽히죽 웃는다. 거실의 분위기가 평소 같아 졌구나, 라고 안심한다.

[돌아오지 않는다, 에 저금한 거 전부]

주위의 온도가 급강하했다.

순간, 누가 말한 건지 몰랐다.

두리번두리번 고개를 돌리면, 같은 짓을 하고 있는 이치마츠형과 눈이 마주치고, , 사남육남의 싱크로라니 별일이네, 라고 시선으로 대화하고는 두 사람이 함께 여기에 있는 최후의 1인에게로 고개를 돌린다.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뚜득뚜득, 목을 풀고,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쉬는 붉은 파카, 마츠노가의 장남.

[........오소마츠형, 저금이란 게 있었어??]

굳이 거길 걸고넘어지는 이치마츠형, 그치만, 눈은 두렵다 말하고 있다.

나도 무섭다, 불쾌함과는 다르다, 불온한 공기를 두른 장남은.

[형아 바보 취급하지 말라고, 이치마츠군. 6자리는 된다고-]

뭘까, 어조는 평소대로 가벼운 어조인데, 무슨 감정인지 짐작도 가지 않아.

[, 헤에, 의외로 많이 가지고 있네. 괜찮아? 우리들이 전부 가져도. 지금이라면 철회해도 되니까]

안 돼, 어떻게 해도, 목소리가 떨려버려.

턱을 괴며, 나와 이치마츠형을 바라본 장남은 확실하게 말했다.

[됐어. 그 정도 돈으로 녀석들이 돌아온다면]

아아, 알겠어, 화났던 게 아니야, 슬퍼하고 있었던 거야, 오소마츠형은, 아마.

[그치만, 돌아오지 않을 거야. 연락도, 이쪽에서 하지 않는 이상 저쪽에서는 절대 오지 않아. 우리들이 바란다면, 추석이나 설에는 얼굴을 보이러 올지는 모르겠지만.....여섯명이서 즐겁던 니트 생활은, 이제 끝났어]

이치마츠형에게 붙어 장난치던 고양이가, , 하고 현관으로 뛰쳐나간다.

뭐지, 라고 생각했더니 이치마츠형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있었다.

 

[, 그럴까? 그치만, 그 세명이라고? 카라마츠형과 쥬시마츠형은, 형제를 엄청 좋아하고, 쵸로마츠형도 입으로는 이래저래 말이 많아도, 꽤 형제들에게 의존하고 있잖아. 분명, 머리가 식으면 돌아올, ]

[토도마츠, 파트너였던 너라면 알잖아? 이런 때만은, 제대로 생각해서 움직인다고, 우리집 차남은]

내 말을 도중에 끊고, 오소마츠형은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쵸로마츠와 쥬시마츠라면,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해. 쵸로마츠는 꽤 즉흥적인 면이 있고, 쥬시마츠는, -, 역시, 쥬시마츠는 모르겠다]

녀석이라면, 무인도에서도 여유롭게 살아갈 것 같고, 라며 슬쩍 웃는다.

[하지만, 카라마츠는 제대로 생각하고, 충분히 계획을 세운 뒤에 움직여. 평소에는 바보짓이나 하지만, 그 녀석, 머리 좋다고. 너희들은 잊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목이 마르네, 라며 오소마츠형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나는 황급히, 차 가지고 올게, 라며 나섰다.

조금, 혼자 있고 싶었다, 들이밀어진 현실을 믿을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 그럼, 나는 일어난 김에 화장실-]

붉은 등을 등지고 부엌으로 들어서, 주전자에 불을 올리고, 찻잎과 찻잔, 그렇게 자주 마시는 게 아니니까 찻잔이 아닌 머그컵을, 세 개, 빨강과 보라와 핑크.

그렇겠지, 머리로는 알고있었다. 나머지 머그컵을 사용하던 세명은, 정말 집을 나가버린 거라고.

하지만, 마음은, 그걸 부정했다.

우리집 차남이 용의주도하다는 건, 옛날에 여섯명이서 장난을 치던 때부터 알고 있었다. 작전을 세우던 건 대체로 카라마츠였으니까.

가장 먼저 작전을 듣는 건, 옆에 있던 나였다.

여섯명이 각자 잘하는 것을 살려 잘 배치하는 구나, 라고 늘 생각했다.

나는, 언제부턴가, 카라마츠의 옆에 있는 것을 그만둬버린 걸까.

 

 

-----.

새된 소리가 들리고, , 하고 현실로 돌아온다. 휘슬 주전자[각주:2]로 끓여서 다행이다.

컵을 먼저 데우고, 98로 떨어진 물을 찻주전자에 붓는다.

1분 정도 뜸을 들이고, 같은 농도가 되도록 세 개의 잔에 남은 한방울까지 기울여 따른다.

쟁반을 들고, 거실로 돌아가면 오소마츠형은 담배를 한모금 피운 후로, 이치마츠형은 잔뜩 그늘을 짊어지고 있었다.

미안해, 이치마츠형, 나만 부엌으로 도망쳐서.

, 가지고 왔어 라고 어깨를 살짝 두드리면, 마실게, 라는 희미하게 대답한 후, 꾸물꾸물 자색의 덩어리가 탁자로 향한다.

[뜨거우니까, 조심해]

[땡큐. 별일이네 상냥하고]

[별일일 것까진 아니잖아-? , 이치마츠형도]

[...........]

차를 홀짝이던 오소마츠형은, , 의외로 맛있어, 라고 실례인 말을 내뱉는다.

[녀석들이 나간 후로, 부모님께 물어봤어, 왜 붙잡지 않았냐고. 그랬더니, 걱정돼지 않았으니까 라고 즉답하더라. 두 분, 전혀 놀라지 않았고 말야. 뭔가, 알아챈 거겠지. 이거 어쩌면 전부터 계획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고]

머그컵을 이치마츠형처럼 양손에 쥐고, 시선은 옆, 카라마츠형이 앉던 자리로 슬쩍 돌린다.

[카라마츠는, 처음부터 집을 나갈 생각이었다고 봐. 나머지 두 사람은 열받아서 나간 느낌이지만 말야. 쵸로마츠는, 녀석 스스로 깨닫지 못한 것 같지만, 카라마츠한테 의존하고 있으니까. 쥬시마츠는, 역시, 조금도 모르겠네]

[, 나갈 거라고 생각했어? 역시, 우리들이 원인? 요전의 치비타 사건이라던가?]

[그것도, 있겠지]

답을 바라듯 옆을 보면, 오소마츠형은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전부터 정했던 게 아닐까, 라는 게 내 생각. 그 녀석, 우리들한테 뭔가 숨기고 있었잖아? 안쓰러운 캐릭터 만들어서]

[그건, 역시 연기였던 거구나]

[, 알고있었어?]

[대충은 알고 있었어. 랄까, 일부러 그러는 거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지만]

그럴게, 그게 진짜 평소 모습이라면 완전 이따이하잖아.

[고등학교 졸업하고 였지? 녀석이 그 연기를 시작한 게. 그러니까, 그 때부터 뭔가를 숨기고 있었다고 생각해. 몇 번이나 떠봤지만, 안 되더라고. 그 녀석, 거짓말은 못하면서 숨기는 건 잘한단 말이지]

 

[카라마츠형이 숨기는 것, 나한테는 한가지, 짐작가는 게 있다.

핸드폰을 사고 SNS로 여러 사람들을 알게 됐을 무렵, 연극을 좋아하는 여자애와 공연을 보러 가게 되었다.

로맨틱한 만남이 아닌, 같이 갈 친구가 못 오게 되었으니까, 라는 대타 같은 개념이었는데, 내가 선택된 건 아마도 영화를 좋아한다고 말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극단인데, 엄청 재밌어!]

[헤에, 기대되네]

[사실은, 엄청 멋진 배우가 한명 있는데. 토도마츠군이랑 조금 닮았을지도]

그런 평범한 대화를 하면서 도착한 곳은, 구에서 운영하는 건물. 복도를 지나자, 접이식 테이블에 검은 천을 씌운 것에 간소한 접수처가 있고, 주근깨가 잘 어울리는 젊은 여성이 앉아있었다.

좌석은 자유입니다, 라고 안내받으며 안에 들어가면, “소극장1”이라는 이름대로, 200명 정도로 가득 차 보이는 극장.

1시간 전에 온 우리들은, 중간에 앉지도 못할 정도로 이미 많은 관객들이 모여있었다.

[조금 더 일찍 왔으면 좋았을텐데]

분명 친구와 함께였다면 30분 정도는 일찍 왔을 거다. 하지만 데려온 것은 나였고, 그래서 이 아이는 나를 배려해준 거라고 생각한다.

[으으응, 괜찮아. 이 극장이라면 어디라도 충분히 잘 보일테니까. 고마워, 토도마츠군. 미안, 억지로 따라오게 해서]

[그렇지 않으니까 신경 쓰지 마. 오늘은 한가했고, 이런 연극은 처음이라 기대 되는 걸]

상냥한 아이에게는 상냥하게 대하고 싶단 말이지, .

개막을 기다리는 동안의 잡담은 즐거웠고, 나는 그것만으로도 티켓 값의 본전을 뽑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옆만 신경쓰고 있던 나는, 개막 10분 전, 당돌하게 울려 퍼지는 음성에 의해 강제적으로 무대를 쳐다보았다.

[Ladies and gentlemen!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럴게, 이 목소리는, 들어본 적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 매우 익숙할 정도.

[개막까지 아직 10분 정도 남았습니다만, 혹시 괜찮으시다면, , 텅텅 빈, 카라노 카라마츠에 조금 어울려주시지 않겠습니까]

쓸데없이 좋은 목소리의 자기소개에 나는 머리를 싸맸다. 뭐야, 이거 거의 본명이잖아.

[아까, 멋있다고 했던 배우, 이 사람이야! 이렇게 연극 전에 늘 뭔가 해주거든!]

아아, 너는 안과에 가서 시력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겠어.

그럴게, 보라고, 등장한 멋있는배우는, 나와 조금 닮은 정도가 아니잖아? 쌍둥이라고?!

무대에서 혼자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건, 밤마다 왼편에서 자고 있는 여섯 쌍둥이의 형, 오늘 아침 내가 깨어났을 땐 이미 나가고 없었는데, 설마 여기에 있을 거라고는!!

관객들은 모두, 카라노 카라마츠의 팬 서비스에 심취한 듯, 와아- 하고 함성을 질러댔다.

좋은 곡이 조용히 울려 퍼지는 가운데, 검은 턱시도에 푸른 나비넥타이를 한 카라마츠형이, 양손을 쳐든다.

거기에는 공이 7, 빨강, 파랑, 보라, 노랑, 초록, 분홍, 그리고 흰색.

한 개를 아래에 떨어뜨리고, 그대로 몇 번인가 튕기더니, 머리 위까지 힘껏 차올리고는 두 개째의 공을 발로 등까지 차올리며 저글링을 시작했다.

세 개째에는 깔끔하게 턴을 한 뒤에 내던졌고, 네 개째에는 한번 헤딩, 음악에 맞춰 멋있는 춤을 선보이고, 다섯 개째에는 한번 튕겨 받아내고, 여섯 번째 일곱 번째 공은 처음처럼 차올렸다.

일곱 개의 색이 카라마츠형의 주변을 날아다녔다.

마치, 무지개에 둘러싸여있는 것 같다, 라고 생각해버렸다.

음악이 끝나는 타이밍에, 모든 공을 잡으면, 터질 듯한 박수갈채, 아직 연극 개막도 하기 전의 여흥인데 나도 손이 빨개질 정도로 맘껏 박수를 쳤다.

등장할 때와 마찬가지로 어딘가의 왕자님처럼 인사를 하고, 카라마츠형이 내려가는 막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신호로 극장의 조명이 꺼졌다.

 

막이 다시 올라가도 카라마츠형은 있었다. 계속 있었다.

At the Bar 12-Original이라는 연극으로, 바에서 우연히 만난 남녀가 각자 끌어안은 콤플렉스로 고민을 하고, 극복하고, 끝에 가서는 맺어진다는 하트풀 러브코미디.

코미디라기보다는 거의 콩트에 가까웠다. 코믹한 부분을 담당한 건, 바의 마스터 역인 형이었다.

대사는 거의 없어, [어서오세요] [주문은?] [감사합니다] 그 정도.

주문 받은 술을 만드는, 하는 건, 그것 뿐.

하지만, “그냥하는 게 아니었다. 신나게 즐기면서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보틀을 빙글빙글 돌리는 정도, 다음은 글라스도 보틀도 셰이커도 가지고 노는 듯이.

눈앞에서 화려하게 움직이고 있는데, 카운터에 앉아있는 손님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회사에서의 불평이라든가, 사랑 고민이라든가, 진지한 얘기들을 나눴다. 이 절묘하게 언밸런스한 상황이 재미있는 포인트.

흥이 오른 마스터는, 내키는 대로, 힙합을 추면서 안주인 넛츠를 접시에 담거나, 테이블 정리를 하는 김에 마술로 장미를 꺼내 보이거나, 보틀을 곤봉 대신으로 써서 리듬체조를 하며 칵테일을 만들거나 했다.

그리고, 손님이 [저기, 마스터-] 라고 부르는 타이밍에는, 시치미를 뚝 떼고는 카운터 가운데에서 잔을 닦으며, [주문하시겠습니까?] 라며 웃는다.

마스터의 재주에 감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손님과 주고받는 대사에 웃음이 일고, 두 사람이 엇갈리는 장면에서는 한숨이 터져 나왔으며, 맞이한 해피엔딩에서 다시 한번 박수갈채.

출연자 전원이 중앙에 나란히 서고, 정중히 고개를 숙인 형은, 지금까지 본 적 없을 정도로 눈부시게 빛나고 있어서, 같은 얼굴인데도 나와는 다른 사람 같았다. 그야 따지자면 다른 사람이지만, 뭐라고 할까, 완전히 다른 곳에 있는 사람 같아서, 아아, 그녀가 형제라는 걸 알아채지 못한 것도 무리는 아니겠구나 싶었다.

 

그 이후, 나는, 카라마츠형이 소속 되어있는 극단 AKTK를 찾아보았다.

형의 정식 이름은 카라노 카라마츠(空野空松)”, 주요 멤버인지, 매번 중요한 역을 맡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공연의 기회는 적어서, 연에 2, 3.

작은 극장이 대부분이고, 기간도 겨우 3, 그래서인지 티켓은 금방 다 팔리고 없어서 입수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녀에게 부탁도 해봤지만, 그녀도 어려운 모양인지 카라마츠형의 무대를 못 보고 있었다.

본인에게 부탁하면 분명 기뻐하면서 티켓을 줄 거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카라마츠형이 스스로 말할 때까지 극단의 일은 모르는 척하기로 했다.

하지만, 만약, 그것 때문에 집을 나가버린 거라면, 차라리 내가, 연극 봤어, 재밌었어, 라고 모두의 앞에서 말하는 편이 좋았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이미, 늦었지만.

 

 

 

 

 

 

 

 

 

 

[우리들의 새 출발에 건배-!!]

[[ 건배애-!! ]]

, 하고 잔이 부딪히고, 그 안에 든, 보리의 신에게 하사 받은 황금 방울, 즉 맥주를 마셨다.

[-, 맛있다아-!]

원래도 팔자 모양인 눈썹이 더욱 아래로 내려간다. 아아- 행복해!

[맥주, 맛나-!!]

건너 편의 쥬시마츠도, 거품 수염을 달고서 마음에 쏙 든 모양.

[그거 다행이군]

현재 오후 530, 혼잡해지기 전의 고깃집에서 분위기를 띄운다.

 

서로의 자산을 확인한 후, 나는 두 사람을 끌고, 북쪽 지방을 대비한 장비를 사들였다.

형제들 중에서도 열이 많은 카라마츠와 쥬시마츠는, 애초에 겨울 용품이 그렇게 필요치 않다.

하지만, 일본에서 가장 추운 지역에, 1년 중 가장 추운 시기에 가게 되었다.

아까 인터넷으로 본 정보에 따르면, 특별 폭설 지대로 지정되어 있고, 오늘의 최고 기온은 영하 0.5였다.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무심코 세 번이나 다시 보고, 솔직히 말해 아주 조금, 1미크론[각주:3] 정도 가는 것을 망설였다.

이런 극한의 땅에, 지금 입고 있는 마츠 파카로 가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그렇게 판단했다.

[쥬시마츠, 네가 그 수영복 좋아하는 거 알고 있고, 긴 바지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그대로 갔다간 아무리 너라도 동상 걸리니까. 신발도 사고. 슬리퍼로는 발가락 떨어질 거라고. 카라마츠도, 제대로 입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죽으니까 말야]

그렇게 말하면, 두 사람이 동시에, 알겠어 쵸로마츠 엄마! 라고 답해서 가볍게 꿀밤을 먹였다.

산 건, 아웃도어 브랜드의 못즈 코트, 작년에 팔고 남은 게 싸게 나왔다.

[이건 어때? 색도 마침 3종류고, , 감색과 암녹색과 겨자색. 이너도 다운[각주:4]이고, “알루미늄 소재를 담았다, 따뜻할 것 같지 않아? 후드를 떼면 스탠드칼라[각주:5]도 되고 말야]

눈여겨보고 있는 나를, 두 사람이 가만히 보더니, 카라마츠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괜찮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쵸로마츠, 감색과 암녹색은 그렇다 쳐도, “겨자색은 조금 그렇군. “머스터드 옐로라고 해주지 않겠나?]

[거기?! 그보다, 똑같잖아]

[다르다고, 쵸로마츠형. 그건, 머스터드 옐로라구. 치비타 가게의 겨자는, 좀 더 묽은 황색이구먼요!]

아니, 치비타 가게의 겨자가 기분이 아니니까 말야?! 그보다, 잘도 기억하고 있네, .

[-, 알겠다고! 쥬시마츠가 머스터드 옐로, 카라마츠가 감색? 네이비? 그리고, 내가 음, 그러니까, 딥그린. 좋아, 계산하러 가자고!]

 

그렇게 좌충우돌한 후, 여행사의 여신님이 주신 자료를 참고해, 공항 근처로 가는 열차에 올라탔다.

공항 근처는 여관이 비싸니까 그 도중까지만.

카라마츠가 예약해준 비즈니스 호텔은, 내린 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였다.

[더블이라서, 2인용으로 되어 있습니다]

프론트 누님은 숏 단발에 새침한 느낌. 민원 대응 매뉴얼을 그대로 읽은 듯한 응대에 조금 울컥 화가 치밀었다.

그럼, 하나 더 잡으면 되잖아요, 라고 완전 진상 손님스러운 발언이 입에서 튀어나가기 전에, 카라마츠가 누님에게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실은, 저희들 친가를 나온 직후라 부끄럽게도 돈이......게다가, 혼자만 다른 방인 건, 쓸쓸하고]

어이어이어이-!! , 무슨 마츠야? 토도마츠? 아니, 녀석보다 더 귀엽나!! 랄까, 그런 약은 표정, 처음 본다고?!

[..........하지만, 침대가 2인용이라, 세분이서는 좁으실 것 같아서....]

? 효과 있어? 우와, 효과 있다고, 표정 엄청 부드러워졌다고, 누님.

[그런 거라면, 괜찮습니다. 저희들 평소에도 같은 이불에서, 이렇게, 꾹꾹 붙어서 잤으니까요!]

꾹꾹에 맞춰서, 나와 쥬시마츠의 어깨를 꾸욱 끌어당긴다.

쥬시마츠가 히죽 천진난만하게 웃어, 어쩔 수 없으니 나도 따라서 히죽 웃었다.

가운데의 카라마츠가, 굉장히 귀여운 미소로 쐐기를 박았다.

[, 알겠습니다. 책임자에게 확인해볼테니,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우와-, 누님, 얼굴 빨개졌다고, 뭐어, 저런 천사 미소를 보면, 매뉴얼을 포기하는 것도 무리는 아닌가.

기다리고 몇분 후, 무사히 세명은 한 방에 묵는 것을 허가받았다.

 

[이게 카드키입니다. 나중에, 관계자가 베개 등을 가지고 올 겁니다]

감사합니다! 라고, 세명이 나란히 고개를 숙이면, 누님이 또 뺨을 붉힌다.

건네받은 키의 넘버는 “532”, 세명 동시에, ! 하고 목소리를 높여버려 소리내서 웃었다.

[쩔어어-, 오남과 삼남과 차남!]

[완전 우리들을 위한 방이로군!]

[하핫! 동감!]

토요일 밤, 우리들을 위해 비워진 532호실은, 예상보다 훨씬 좋았다.

방안은 말끔히 정리되어 있고, 화장실과 욕실에도 곰팡이가 없고, 침대에도 머리카락 한올 떨어져있지 않았다.

금연룸이니까, 안 좋은 냄새도 나지 않고, 공기 청정기도 붙어있다.

[헤에, 꽤 깔끔하네]

[쵸로마츠, 괜찮은가?]

짐을 내리면서 카라마츠가 내 얼굴을 들여다본다. 쥬시마츠도 뭔가 걱정스러운 얼굴.

아아, 그런가.

중학교 2학년 여름 방학, 바람도 쐴 겸 도서관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 지름길로 가려고 뒷골목을 지나던 중, 갑자기 뒤에서 끌어안겨졌다.

상대는 덩치가 큰 남자로,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고, 연령대도 잘 모르겠지만, 햇볕에 탄 털북숭이고 근육질인 팔과 내 입을 틀어막은 두꺼운 손가락, 목덜미에서 느껴지는 거친 숨결, 허리 위에 닿는 뭔가의 감촉은,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엄청 기분 나쁨과 동시에 화가 났다.

힘껏 남자의 손가락을 물어뜯고, 그 틈에 어떻게든 도망쳐 나왔다.

집으로 뛰쳐들어가면 카라마츠가 서있어서, 뛰어 들어오는 나를 받아냈다.

치한과 마주쳤다고 흥분해 말하는 나를, 녀석은 꽈악 끌어안아 주며 바로 목욕물을 데워주었다.

그 일이 있은 후, 나는 사람에게 닿는 것이 어려워졌다. 가족은 괜찮고, 절친한 친구도 괜찮지만, 낯선 타인과 피부를 접촉하는 것은 지금도 힘들다.

그 파생인 건지, 살짝 결벽증이 생겨버린 나를, 이 상냥한 형제는 신경 써주고 있다.

[괜찮아, 고마워]

솔직하게 감사를 표하면, 두 사람에게 갑자기 안겼다.

[쵸로마츠!]

[쵸로마츠형!!]

[, 잠깐, 나 그런 힘없으니까]

기세 좋은 두 사람의 허그를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세명이 나란히 소파에 굴렀다.

자빠져 구르고 있으면, 차임벨이 울리고 베개 등등 일회용품들이 배달왔다.

가져다준 분에게 카라마츠가 다시 천사의 스마일로 응해, 쥬시마츠와 둘이서 따라 웃었다.

[.........카메라, 가지고 왔으면 좋았을텐데]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알바 시작하면 핸드폰 살껌까?]

베개를 끌어안은 카라마츠가, 무슨 얘긴가? 라고 의아한 듯한 얼굴을 해서, 아무것도 아냐, 머리를 쓰다듬었다.

[카라마츠형, , 배고파-]

 

이런 흐름으로 호텔에서 역 반대편에 있는 고깃집에 온 건데.

[쥬시마츠, 갈비 익었다고. 쵸로마츠, 그쪽의 소고기도]

축배를 든 이후, 나와 쥬시마츠는 고기를 굽지도 집게를 만지지도 못했다.

예산 부족으로 형제끼리 고기를 먹으로 온 적이 없었으니까, 차남이 이 정도로 고기를 잘 굽는다는 걸 안 건, 오늘이 처음이다.

정말, 몇 번째의 오늘이 처음인 걸까. , 알고 보니 카라마츠에 대해서도 쥬시마츠에 대해서도 전혀 몰랐잖아?

[-, 잘 먹겠머스루!!]

[고마워, 잘 먹을게]

, 잘 구워졌네, 맛있어.

[역시, 고기는 맛있네!]

우리들의 몫까지 고기를 굽고있는 카라마츠는 고기를 먹는 것도 놓치지 않았다.

오른손으로 젓가락을 들고, 왼손으로 구이용 집게를 들고는 이도류로 먹고 굽고 먹고 굽고를 반복한지, 이래저래 30.

술이 약하니까, 한명당 한잔씩 부탁한 맥주도 삼분의 일 정도 마신 후, 나와 쥬시마츠에게 줘버리고 그 대신 흑우롱차를 마셨다.

[뺨에 밥풀 붙었다고?]

피토로[각주:6]를 뒤집던 손을 멈추고, 쥬시마츠의 뺨에 붙은 밥풀을 살짝 잡아 떼어낸다.

[형도, 붙어있슴다]

이번에는 쥬시마츠가 먹을 때에만 내놓는 하얀 손을, 카라마츠의 뺨으로 뻗어 밥풀을 가볍게 떼어낸다.

아아아아아아!! 정마알!! 뭐냐고 이 두 사람!! 오늘 아침부터 계속 생각했는데, 위험하지 않아? 이 녀석들, 정말 나랑 동갑? 엄청 귀여운데요?! 일부러? 일부러 그러는 거야?

결정했어, 핸드폰, 꼭 산다! 매일 내 귀여운 형제 찍어서, 그 녀석들한테 보내버릴 거니까!

[어이, 쵸로마츠? 취한 건가?]

[쵸로마츠형!! 토해? 토하는 거야?]

쿵쿵, 벽에 머리를 박고 있는 내게,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듣기 좋게 울린다.

[...............고마워, 괜찮아. 조금, 행복감을 되새겼달까, 평화롭구나 라고 생각해서. 이렇게 저녁 먹다니, 새롭잖아?]

아무리 그래도, 너희들 두 사람이 귀엽고 모에해서 번민하고 있었습니다, 라고 말할 수 없어, 억지로 화제를 돌렸다.

[나도 행복해!! 잔뜩 먹다니 좋네에-!]

[뷔페의 매력이지. 이 세명이라면 잘 맞고 말이지]

[토도마츠들도, 밥 먹고있으려나?]

[전화해볼까?]

파카의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낸 카라마츠에게, 잠깐 기다리라며 막아서면, 똑같은 생각을 한 또 한사람.

[-, 오늘은 그만두자!]

[그렇네. 당분간은 전원 꺼두자]

어째서? 라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카라마츠는, 역시 너무도 상냥하다.

[녀석들을 반성하게 만들 좋은 기회잖아. 그럴게, 절대 진심이라고 생각 안 할 거라고? 오늘 안으로 돌아올 거라고 생각할테고]

[나도 그렇게 생각해. 조금 화났으니까, 오늘은 전화 안 할래]

? 하고 물음표를 띄우며 형제 두명의 얼굴을 보는 카라마츠는 쿡쿡 웃고는, 알겠다, 라며 핸드폰을 껐다.

 

도대체 몇 번이나 리필을 위해 점원을 불렀던가, 슬슬 [알겠습니다-]도 말하지 않게 되는 게 아닐까, 하고 내가 걱정하기 시작할 무렵, 겨우 대식가인 형제들의 위가 가득 채워진 것 같다.

불과 불판을 치우고, 디저트를 주문하던 중, 갑자기 중요한 게 떠올랐다.

[, 엄마한테 연락하는 게 좋지 않을까? 그치만, 집에다 걸면 오소마츠형들이 받으면 위험하고, 아빠 핸드폰에 걸래?]

[아니, 부모님은 괜찮을 거다]

따뜻한 차를 홀짝이는 카라마츠의 대답에, 집을 나오기 전에 느꼈던 막연한 예측이, 거의 확정.

[저기, 카라마츠. , 역시 준비하고 있었던 거지]

살짝 올려다보며 녀석을 노려보면, 자랑인 눈썹을 슬쩍 늘어뜨린다.

[한달 정도 전에, 엄마가 봐버려서 말이야. 내가, 이치마츠한테 참견했다가 화나게 만드는 거]

[그게 아니지? 녀석이 너한테 응석 부리면서, 불합리한 공격을 하는 거 아냐]

[뭐어, 그건, 그거다. 나도 이상한 연기를 하고 있었으니까, 피차일반이다]

[흐응. 그래서? 엄마라면, 조금 싸운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을 거라고?]

눈을 치켜뜬 채인 내가 무서운 걸까, 왜 그러나, 취한 건가, 라며 이야기를 돌렸지만, 제대로 듣기 전까지는 이대로 있을 거니까 말야.

쥬시마츠도 정색을 하고 있어, 아군은 없다고 올바른 판단을 한 카라마츠는, 백기를 들었다.

[타이밍이 안 좋았다. 이따금씩 있는 이치마츠의 기분이 최악인 날로, 내 목을 조르려 목에 손을 둘렀다]

-, 역시, 그건, 그 마츠요라도 놀라겠지-, 이치마츠, 그 녀석 무슨 짓을 한 거야.

[그 날, 저녁밥을 차릴 때에, 아들들 중에서 범죄자도 피해자도 나오는 건 봐달라고, 우셨어. 잠깐 동안, 거리를 두는 게 좋지 않겠냐는 말이 나와서 말야]

[게다가, 그 직후에, , 형제 전원에게 살해당할 뻔했지만 말이지]

자기자신을 벌주기 위해, 그 화제를 꺼내면, 살해당할 뻔했던 본인이, 그 얘기는 그만두지, 라며 슬픈 얼굴을 했다.

[그치만, 계기 중 하나는 된 거 아냐?]

[부정은 하지 않겠다. 하지만, 그동안 내 태도 문제도 있으니까..........]

그런 큰 부상을 입었으면서도, 아직 양쪽의 잘못이라고 말하는 건가, 이 상냥한 사람은.

[선배한테, 알바의 건도 들었고,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아빠와 엄마한테도 상담하니 두 사람도 찬성해줬다. 하지만, 모두에게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망설이고 있으니, 엄마가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다고,]

[그래서, 오늘 아침에 그렇게 된 건가]

[그래. 나도 구체적으로는 얘기를 듣지 못했지만, 아마, 엄마로서는 그냥 아르바이트를 시작해도 부자연스럽지 않은 상황을 만들려고 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집을 나가라는 건 아니었을 거야]

과연, 그러니까, 엄마가 지나쳤다고 말한 건가.

대강의 흐름은 이걸로 알았다. 남은 건,

[카라마츠형은 왜 연기하는 거 숨겼던 거야?]

내가 물으려던 질문이 쥬시마츠의 입에서 나온 것에, 더는 놀라지 않는다.

밝은 미치광이라고 불렸다, 우리집 오남은. 하지만 별로 미치지 않았고, 제대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는 걸, 오늘 하루 제대로 알았으니까.

[다들, 내가 연기하는 거, 싫어하잖아?]

[하아?]

[?]

, 이 대사도, 이미 몇 번이고 했었지, 삼남과 오남의 싱크로도, 이후에는 별로 신기한 일도 아니게 되겠지.

[아니, , 그런 말한 기억 없는데, 설마, 뭔가 나도 모르게 말했어? 그런 거라면 미안]

[나도, 형이 연기하는 거 싫어한다고 생각한 적 없어! 오히려, 좀 더, 가까이서 보고 싶었어]

[쥬시마츠, 카라마츠의 무대, 본 적 있어?]

[있어-. 문화제! 카라마츠형이 긴장할 것 같아서, 제일 뒤에서 봤어]

뭐라고? 엄청 좋겠다아!! 나도 봤으면 좋았으련만, , 디저트 나왔다, 아싸-!

아이스크림!

떠들어대는 우리들 옆에서, 카라마츠 한명만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 잠깐만, 그치만, 합숙간다고 했더니, 오소마츠랑 싸우게 됐잖아? 1 여름방학 때]

, 녹차 아이스 꽤 진하네, 맛있어, 1 여름 말이지, 들고 보니까, 있었지, 그런 일.

[그건, 오소마츠형 혼자만의 질투라고. 연극부에 빼앗기기 싫었던 거겠지, 너를]

[? , ? 그런 건가?]

[그렇다구, 카라마츠형, 몰랐던 거야?]

[, 몰랐어........그거, 형님이 봐줘서 합숙에 갈 수 있게 해줬던 게....]

[생각이 지나치다고. 그건, 오소마츠형이 방심했던 것뿐. 대체로, 다른 형제들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아서 싸우게 됐잖아]

[...., 그럼, 그건가? 나는, 극단에 들어간 걸, 숨길 필요가 없었다, 라는 건가?]

[그렇지. 네가 그럴 이유라면, 우리들한테 방해받지 않기 위해서 뿐이겠지만. 그보다, , 형제만 관련 되면 바보가 되는구나]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숨기는 내용에 비해서, 그 작전이 너무 방대해.

[우으, 너무해............맞는 말이지만]

테이블에 엎드린 카라마츠의 머리를, 쥬시마츠와 함께 슥슥 쓰다듬었다.

[하지만, 너의 그런 점 싫지 않아]

[, 아이스크림 녹슴닷!]

고개를 든 카라마츠에게 쥬시마츠가 자, 아앙~ 하고, 스푼으로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떠 들이밀었다.

자포자기 심정인지, 카라마츠가 쥬시마츠의 팔을 잡고,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며 울상인 채로 맛있다며 웃는 바람에, 나는 더욱 핸드폰을 원하게 되었다.

 

카라마츠가 오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내가 아는 한 처음이자 마지막인, 장남과 차남의 진지한 대결은, 그만큼 박진감이 넘쳤다.

그 무렵, 오소마츠형은 반항기가 한창이었다.

중학 2년이 끝날 무렵부터 시작된 오소마츠형의 반항기는 가면 갈수록 심해졌다. 상대는 부모님과 선생님, 그 외에 자신에게 명령하는 모든 존재, 금지어는 장남

그런데, 우리들 다섯명을 동생으로서 취급하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다. 우리들은 같은 날에 대어난 여섯 쌍둥이인데, 오소마츠는 장남이잖아, 라며 대표로 꾸지람을 듣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본인이 원치 않은 장남, 주변 어른들에게 강제로 떠맡겨진 오소마츠는, 다섯명의 동생장남의 지배하에 두려고 했다.

그게 지금의 놀아달라며 찡찡거리는 장남의 시작이긴 하지만, 당시에는 좀 더 횡포에 가까웠으니까, 동생조에게 있어서 꽤나 큰일이었다.

게다가, 나의 반항기도 같은 시기여서, 상대는 장남과 차남이었고, 그 시절, 집안의 분위기는 당연 긴장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각자 밖에 머물 곳은 찾기 시작한 결과, 토도마츠는 사교성이 좋아지고, 쥬시마츠는 야구부, 나는 학생회, 카라마츠는 연극부, 그리고 이치마츠는 머물 곳을 찾지 못해 스스로 틀어박혀버린 게 아닐까, 하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 상황이 계속되고 1년반, 떳떳이 고등학생이 되어 맞은 여름방학, 부모님이 친척의 제사로 삼일간 집을 지키라며 두고 떠났을 때, 가장 기뻐한 건 오소마츠였다.

[여름방학 끝날 즈음에, 유치원에서 공연이 있어서 그 연습을 하러 간다]

카라마츠가 저녁을 먹을 때, 기대 된다는 듯이 보고한 순간, 오소마츠가 갑자기 화를 낸 것이다.

멱살을 잡힌 채 가지 말라고 다그치는 녀석을 보는 차남은, 대조적으로 냉정해서.

[알겠다. 그렇게까지 한다면 승부를 내지. , 밥을 먹고나서다]

그리고, 정말 진검승부를 냈다. 강변에서, 4명의 동생을 심판으로 두고.

룰은 맨손으로 먼저 10카운트 딴 쪽이 승리.

오소마츠는 얕보고 있었을 거다. 당시 이미 싸움의 재능을 개화시켰고, 실전 경험도 쌓은 자신이 형제에게 무른 카라마츠 따위에게 질 리가 없다고.

내가 호루라기를 불면, 오소마츠가 빠르게 공격을 했다. 깜짝할 사이에 쏟아져나오는 주먹.

그 스피드에 카라마츠는 따라가지 못하는 건지 그냥 막아서기만 했다.

보고 있던 우리들은 바로 차남의 패배를 예측했지만, 오소마츠의 주먹이 카라마츠의 뺨에 닿기 직전, 상황이 바뀌었다.

오소마츠의 오른팔을 왼팔로 틀어막고, 근거리에서 가차 없는 묵직한 어퍼컷.

카라마츠가 왼손을 떼면, 오소마츠의 몸이 기우뚱 기울더니 그대로 땅으로 엎어졌다.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상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어, -, -, -, 하는 쥬시마츠의 카운트다운을 멍하니 듣고 있었다.

쥬시마츠가 카운트다운을 끝내도 오소마츠는 아직 엎어진 채로, 카라마츠는 그 힘 빠진 몸을 공주님 안기로 안아들고는 뚝뚝, 눈물을 흘렸다.

[형님, 미안하다, 용서해줘]

그렇게 말하고, 자신이 때린 곳을 달래듯 어루만졌다.

왠지 연극을 보는 것 같다고 생각할 정도로 카라마츠의 행동은 그럴듯해보였다.

그런 생각을 하며 멍하니 있던 우리는, 차남의 팔 안에서 눈을 뜬 오소마츠가, 젠자앙 지다니!!! 라던가, 기분 나쁘니까 내려줘!! 라던가 소리치는 바람에 현실로 돌아왔다.

약속대로, 카라마츠는 합숙에 갔고, 오소마츠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방해하지 않고 보내주었다.

그 대사건 이후, 오소마츠형의 반항기는 점점 사그라들었다.

 

 

 

 

 

 

 

 

 


 

 

 

 






  1. 원문은 가타카나로 쓰면 [본문으로]
  2. 물이 끓으면 삐익-하는 소리가 나는 주전자 [본문으로]
  3. 1마이크로미터 [본문으로]
  4. 솜털처럼 부드러운 털 [본문으로]
  5. 옷깃 모양의 하나. 중국 옷처럼 목둘레의 깃이 세워져 있다. [본문으로]
  6. 돼지고기 항정살 꼬지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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