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락받은 작품입니다

무단전재는 금지입니다!!!




오역, 의역, 발식자 주의

불펌금지, 공유는 블로그 주소를!!

http://joniamhungry.tistory.com/




 【블로그 이용시 필요한 공지들 링크】


*저작권/무단전재 관련*


*요청 관련*


*R18 비번 관련*

























쇼타 카라마츠 사변 6

 

 

 

 

 

[결혼해줄게. 계속 옆에 있을게]

 

어릴 적에 했던 약속에는, 사실 그리 깊은 의미는 없었다.

그저, 혼자서 울고 있는 녀석이 불쌍해서 달래주려 그렇게 말했을 뿐. 결혼의 의미도 모르는 무지한 아이의 실없는 소리였다.

 

 

설마 그 약속이, 나를 옭아맬 덫이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은 성인이 된 지금은 솔직히 말해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 때 그 일만큼은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유치원에 다닐 무렵, 우리 여섯 쌍둥이 중에서 카라마츠는 좀처럼 친구를 사귀지 못했다. 친구를 사귀는 게 서툴러, 사실은 엄청 외로우면서 괜찮은 척하며 혼자 놀곤 했다. 오소마츠형과 쵸로마츠형은 요령이 좋은 탓에 다른 아이들과 금방 친해졌고, 토도마츠는 여자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쥬시마츠는 울보에 순수하니까 남을 잘 챙기는 아이들이 곧잘 붙었다. 그리고 나도 당시에는 성실한 아이였으니까 친구들을 금방 사귀었다. 그렇게 다른 형제들이 간단히 친구를 만들어 재밌게 노는 동안, 늘 카라마츠만은 혼자였다. 나는, 그런 카라마츠가 불쌍했기에, 그래서 단순한 동정의 의미로 말했다.

 

[어른이 되면 내가 카라마츠랑 결혼해줄게. 그러면 카라마츠는 혼자가 아니야. 내가 계속 옆에 있을게. 그러니까 카라마츠는 나말고 다른 애들이랑 친해지면 안 돼]

 

아마 그 당시에 봤던 만화인지 뭔지에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뭔가 만화에서 여자한테 결혼이니 뭐니 그런 얘기를 했었던 것 같다. 그 당시 내게 있어 결혼이란, 단순히 좋아하는 사람과 계속 함께 있을 수 있는 의식 같은 개념이었다. 그러니까 혼자는 외롭다고 하는 카라마츠를 달래기 위한 약속을 했던 거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마지막 말이 조금 이상하다. 나말고 다른 애들과 친해지면 안 된다니. 아마 그것도 그리 깊은 의미는 없었을 것이다. 단지 마음에 든 장난감을 뺏기기 싫은 꼬마의 독점욕 같은 것일테지.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카라마츠는 무척이나 기뻐하며, 어디서 배운 건지 내 뺨에 키스를 했다. 뭐어.....딱히 싫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그래서 그 후로 당분간은 나와 카라마츠 둘이서 종종 같이 놀게 되었지만, 그것도 처음 잠시일 뿐으로, 어느새 나는 카라마츠보다 쥬시마츠와 같이 다니는 일이 많아지고, 카라마츠도 토도마츠랑 같이 다니는 일이 많아졌다.

그리고 그 날 했던 약속도 점점 잊혀졌다. 그렇게 완전히 잊혀져, 내 안에서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과거의 일이 되어 버렸다.

 

 

 

 

그랬는데....분명히 잊혀졌을텐데, 나는 어떠한 계기로 그걸 다시 떠올리게 되었고, 그 때부터 줄곧 그 약속에 얽매여 버렸다.

 

 

 

 

그건 중학교에 막 올라갔을 무렵의 일. 남자도 여자도 제각기 분명한 색을 띠게 되고, 지금까지 사랑보다 우정을 중시하던 녀석들이 점점 커플이 되어갔다. 그러던 중 나는, 초등학생 때부터 계속 같은 반이었던 비교적 사이가 좋은 여자애에게 고백 받았다. 뭐어, 그 당시의 나는 여전히 성실한 캐릭터였으니까, 친구들도 어느 정도 있었다.

그 당시....랄까 지금도 그렇지만, 여자애들 중 가장 좋아했던 건 토토코짱이었다. 토토코짱은 우리들 내에서 불가침 영역이랄까, 아이돌적인 존재였기에 사귄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그 애가 고백했을 때, 나는 사귀어 보는 것도 괜찮겠지, 라고 생각했다. 귀여운 아이였고, 이거 다른 형제들한테 자랑할 수 있겠는 걸, 같은 생각을 하면서 OK하려던 순간, 내 뇌리에 돌연 어린 시절의 카라마츠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 약속의 말이 머릿속에 낡은 레코드처럼 재생되며, 약속했을 당시에 기뻐하던 카라마츠의 얼굴이 함께 떠올라,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그 아이의 고백을 거절한 후였다. 심지어 거절의 말이,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였다. 말한 뒤, 왜 그런 거짓말을 쳤지, 라며 조금 자기 혐오에 빠졌다.

 

그런 약속, 분명 이미 무효일 거고, 형제끼리, 그것도 같은 남자끼리 결혼이라니 불가능하다. 카라마츠도 이미 잊었을 거다. 그런데 그때부터 내 머릿속에는 그 약속이 달라붙어 떨어지질 않았다.

 

그 날부터였다. 나는 자연히 카라마츠를 눈으로 좇게 되었다. 도무지 신경 쓰여 어찌할 수가 없었따. 지금까지 형제 그 이상, 이하도 아닌 존재였고, 싫지도 않았지만 딱히 좋아하지도 않았는데, 녀석을 지켜보는 걸 그만둘 수가 없었다.

그리고 카라마츠라는 남자를 관찰하면서 한가지 의외의 부분을 알게 되었다. 나는 의외로 이 형에 관해 아무것도 몰랐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예를 들자면, 어리광 부리는 걸 좋아하면서 그럴 숨기는 것이나, 쿨한 척 블랙커피를 마시려다 한입만에 포기해버리는 것. 입에 넣은 순간, 미간에 주름이 잡히고 눈도 입도 꾹 다문 채로 필사적으로 커피를 마신 후의 녀석의 표정은 완전히 울상이었다. 그래서 그 후에 각설탕을 5개나 넣었다. 카라마츠는 다른 형제에게 들키지 않았다고 생각하겠지만, 제대로 보고 있었다고, 내가.

 

그리고 칭찬을 받으면 귀가 새빨개지는 점도 있다. 본인은, 칭찬받아 마땅하지, 란 쿨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귀가 빨개지는 건 숨기지 못했다. 그리곤 녀석은 다른 형제들이 없는 곳에서 혼자 기뻐하며 히죽거렸다. 아무도 모를 거라고 생각했어? 내가 전-부 보고 있었다고.

 

그리고 부활동에 아주 열심이다. 연극부에 들어간 처음에는 조연만 맡아댄 녀석이었지만, 단 한 줄뿐인 대사라도 카라마츠는 몇 번이고 연습하며, 자기가 나오지 않는 장면도 대본이 닳아 없어질 정도로 열심히 했다. 본인은 그런 숨은 노력을 아무도 모를 거라 생각하겠지만, 나는 전부 봤다고, 너의 노력을.

 

이런 식으로 녀석의 의외인 점을 알아갈 때마다, 그 행동 하나하나가 전부 귀엽게 보여, 어느새 내 안에서 카라마츠가 특별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내 마음이 카라마츠로 가득 차버렸다. 매일, 매일 카라마츠를 생각하게 되고, 무척이나 자연스럽게, 당연하다는 듯이 카라마츠를 사랑하게 되었다.

물론 처음에는 걱정이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 부정도 했었다. 하지만 사랑을 품어버린 마음은 사라지질 않고, 녀석의 모습을 눈으로 좇을 때마다 점점 강해졌다. 녀석을 안고 싶고, 그 입술에 키스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해져만 갔다.

하지만 그 때엔 이미 내 성격은 여러 가지로 비틀리고 왜곡된 비굴한 타지 않는 쓰레기가 되어있어, 솔직하게 내 마음을 겉으로 드러낼 수가 없었다. 그런 자신이 짜증나서, 태평한 얼굴로 [믿고 있다고] 같은 말이나 내뱉는 카라마츠에게 화풀이를 해댔다. 너는 나의 이 왜곡된 감정을 알고도 믿는다고 말할 수 있냐며, 불합리한 분노를 잔뜩 퍼부었다.

게다가 나는, 이 사람은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카라마츠는 나한테 있어서, 밤하늘에 뜬 별같은 존재였다. 분명하게 눈앞에 보이는데도, 그 존재를 볼 수가 있음에도, 아무리 손을 뻗어도 닿을 수 없다. 나와 별 사이의 거리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도 알 수 없다. 그러니까 나는 언제부턴가 손을 뻗는 걸 포기하고, 그저 그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내 머릿속에는, 그 때의 약속이 달라붙어 떨어지질 않는다.

 

 

그 당시엔 단순한 동정이었다. 깊은 의미 따윈 없었다. 정말 결혼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하지만 카라마츠, 나는 줄곧....널 사랑한다는 걸 깨달은 순각부터....그 날의 약속을 사실로 만들고 싶어 견딜 수가 없어.

 

 

 

 

 

◇◇◇

 

 

 

 

집을 나온 후에도 여전히 흐느끼는 카라마츠를 안고서 공원으로 향했다. 공원에 다다라서야 카라마츠는 겨우 울음을 그쳤지만,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싫어싫어, 라며 고개를 저어대는 건 여전해서, 왜 그 약을 먹지 않는 건지 알려주지 않았다.

그리곤 울다 지쳐버린 건지, 카라마츠는 내 품속에서 훌쩍이다 잠들어 버렸다. 나는 아직 눈물 자국이 남아있는 카라마츠의 뺨을 살짝 쓸어내리곤 벤치에서 일어났다. 다른 형제들이 걱정하고 있을테니 슬슬 돌아가야겠다. 나는 카라마츠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레 고쳐 안고는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돌아가자 거실에 남은 건 오소마츠형 뿐이었다. 형은 나와 내 품에 안긴 카라마츠를 슬쩍 쳐다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버렸다.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는 그 표정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른 애들은?] 하고 묻자, [장남명령으로 쫓아냈어] 라고 답한다. 장남명령? 이해가 안 가는 말에 다시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러자 오소마츠형은 [너와 둘이서 할 얘기가 있거든] 이라며 자리에서 일어나, 방석을 꺼내곤 내 앞에 두었다. 카라마츠를 여기에 재우라는 뜻인 듯해, 나는 방석 위에 카라마츠를 조심히 눕혔다. 그러자 오소마츠형이 카라마츠 위에 담요를 덮어주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드물게 진지한 모습에 나도 덩달아 긴장해버려, 등이 꼿꼿하게 펴졌다. 뭐지? 대체 무슨 얘기길래?

 

[일단 사과할게. 사실 계속 모른 척했는데, 카라마츠가 마신 약 말이야]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 속에서, 오소마츠형은 카라마츠가 마신 약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걸 들으면 들을수록 머리가 혼란스러워졌다. 되고 싶은 자신이 되는 약? 아이가 되는 약이 아니고? 그럼 카라마츠는 자기가 원해서 지금 이 모습이 됐다는 거? ? 이유를 모르겠다고. 그리고 왜 오소마츠형은 그걸 계속 모른 척했던 거야? , , ?

 

 

[있지, 난 원래 적을 도와주는 일이 절대 없거든. 하지만 이대로면 누구도 행복해질 수 없고, 나는 언제가 돼도 너와 같아질 수 없어]

[....? 무슨 말이야?]

[너 유치원 때, 카라마츠한테 프로포즈 했지?]

 

예상외의 말이 오소마츠형의 입에서 튀어나와, 나는 한순간에 굳어버렸다. 머리가 새하얘진다. 왜 오소마츠형이 그 일을 아는 거지? 내가 경악스런 표정으로 눈앞의 장남을 쳐다보자, 그는 그런 나를 비웃듯이 입꼬리를 올렸다.

 

[하핫, 왜 그걸 아는 거야? 란 표정이네. 그야, 나 그 얘기 카라마츠한테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었다고? 술에 취한 녀석은 매번 그 얘길 했거든. -청 기쁜 표정으로 말야. 녀석한텐 그 과거의 기억이 마음의 지주 같은 거야. 그리고, 그 기억에 매달린 결과가, 바로 이거지]

 

그렇게 말한 오소마츠형은 사랑스러운 듯이 잠든 카라마츠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번 일은, 내가 전면적으로 나빴지만...그래도 잘 생각해 보면, 전부 내 잘못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고? 너한테도, 카라마츠한테도 문제가 있었으니까 말야. 바보에 어리석은 카라마츠군은, 솔직하지 못한 심술쟁이인 너한테 미움 받았다고 생각해서, 그저 좋아한단 마음 하나로 악마의 속삭임에 넘어간 것뿐이야]

[하아? 무슨 소린지 전혀 모르겠는데]

 

오소마츠형의 말을 전혀 이해할 수가 없다. 이 사람은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지? 혼란스러운 머리를 필사적으로 정리하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아 머리를 싸매는 날 보며 오소마츠형이 한숨을 내쉬었다.

 

[저기....아까도 말했지만, 사실은 이런 거 너한테 말하기 싫었거든? 하지만 카라마츠를 몰아넣고 결정타를 날린 건 나니까, 이번만은 특별히 도와주는 거라고! 너는 카라마츠의 보고 있으면서도 카라마츠에 대해선 하나도 모르는구만. 그리고 그 이상으로 나나 다른 형제들에게도 전혀 관심이 없어. 필사적인 건 알겠는데....좀 더 시야를 넓히는 건? 안 그랬다간 쉽게 뺏길 거라고]

[....?]

[이제 이걸로 끝이니까!! 이걸로도 못 알아들으면, 이제 형아 모르니까, 알아서 하라고!! 잘 들어, 카라마츠는 너한테 미움 받았다고 착각하고 있어. 그래서 어릴 적의 약속을 지금도 기억하고서, 어려지면 너한테 사랑받을 거라고 생각한 거야. 그게 지금 이 상황을 만든 거라고!! 그러니까 카라마츠를 원래대로 돌리는 건 너뿐이란 거야!! 알겠냐, 이 멍청아!!!]

[, , 잠깐만..!!]

 

오소마츠형은 거기까지 단숨에 말하곤, 화를 내듯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가려 했다. 나는 그런 형을 무심코 붙잡았다. 갑작스레 알게 된 엄청난 사실들에 머리가 터지기 직전이라, 도와줬으면 해서 형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오소마츠형은 그런 동생을 짜증스럽게 내려다 보았다. 정말 귀찮다는 표정이었다.

 

[너 말야, 도움을 구할 상대를 잘못 골랐다고]

[....?]

[아까도 말했지만, 너 진짜 카라마츠말고는 신경도 안 쓰는구만. 나 딱히 널 싫어하진 않거든? 오히려 소중한 동생이라고 생각하는 정도. 하지만 카라마츠가 관련되면 얘기는 달라지지. 나는 네 편이 아니라고, 오히려 적이니까. 그리고 네 연적은 나말고도 더 있으니까, 조금은 신경 쓰지? 나도 아직 포기한 건 아니니까 말야]

 

그렇게 말한 오소마츠형은, 내 손에 데카판 박사가 준 약을 쥐어주곤 방을 나갔다. 조금 뒤,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 것으로 보아, 아마 집을 나가버린 거겠지. 나는 그 소리를 넋을 잃은 채 방바닥 위에 앉아 듣고만 있었다.

 

그리고 나와 잠든 카라마츠만이 남은 고요해진 거실에서, 나는 아까 들은 오소마츠형의 말을 떠올렸다.

카라마츠가 마신 약은 되고 싶은 자신이 되는. 그 약을 마시고 어려진 카라마츠. 왜 어린애가 된 거지? 나와 했던 약속 때문에? 어려지면 나한테 사랑받을 거라 생각해서?

그럼 왜 카라마츠는 나한테 사랑받고 싶었던 거지? 그건.......미움 받았다고 생각하니까.

왜 미움 받았다고 생각했는가에 관한 답은 이미 알고 있다. 나는 녀석에게 늘 심한 짓만 해댔다. 바보에, 머리가 텅텅 빈 주제에 무식할 정도로 솔직하고 둔감한 녀석이 하는 말의 숨은 뜻을 찾아낸다니, 불가능하다. 내가 이렇게 녀석을 좋아해도, 사랑하고 있어도, 그건 카라마츠에게 조금도 전해지지 않는다. 어른이 되면 다시 미움 받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러니까 약을 마시지 않는 건가? 그럼 어째서 카라마츠는 내게 미움 받는 걸 두려워하는 걸까.....설마, 카라마츠도 나를?

지금까지 생각해본 적 없던 결론에 이르자, 심장이 쿵쾅쿵쾅 빠르게도 뛰어댔다. 머릿속에서는 [거짓말이다] [착각일 게 당연하잖아] 같은 부정의 말들이 빙빙 맴돌았다. 하지만, 하지만....어쩌면 나는 이 마음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걸까? 지금 이 생각이 진실이라면, 내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응으....이치마츄?]

[!! 카라마츠....깼냐]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시선을 돌리자, 카라마츠가 아직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그리고 내 이름을 부르며 멍한 눈으로 이쪽을 바라본다. 나는 손에 든 약을 탁자에 올려두고, 카라마츠의 옆으로 다가갔다. 카라마츠는 환하게 웃으며 내게 양팔을 뻗어왔다. 나도 녀석을 따라 양팔을 뻗어, 그 작은 몸을 끌어안아 무릎에 앉혀 카라마츠와 마주보았다. 허벅지에 느껴지는 무게가 몹시도 사랑스럽게 느껴져, 나는 그 등을 살며시 쓸어내렸다.

 

[저기...카라마츠]

[, 왜애?]

[결혼 약속...기억해?]

 

내 말에 카라마츠는 환하게 웃어 보였다. 그리고 내 볼을 자그마한 손으로 감쌌다. 그 따스한 체온이 느껴짐과 동시에 내 몸이 작게 떨렸다.

 

[기억하고 이써-!! 나 엄~청 기뻤는 걸! 계속계속 같이 있는 거자나!]

[, 날 좋아해?]

[조아!! ~청 조앗!!]

[어른이 돼도?]

[?]

[어른이 돼도 약속을 기억해줄 거야? 좋아해줄 거야? 내가 너한테 심한 짓을 하고 심술만 부리는 녀석이라도, 약속을 지키고, 결혼해줄 거야? 옆에, 있어줄 거야?]

 

카라마츠는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 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내 머리를 살짝 끌어안았다.

 

[이치마츄 왜 그래? 슬퍼어? 갠차나, 어른이 대도, 날 괴롭혀도, 나쁜 짓을 해도, 계속계속 좋아할 거니까!]

[..........나도, ]

[?]

[나도...좋아해]

[!]

 

카라마츠가 기쁜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곤 더 강하게 매달린다.

 

미안 카라마츠. 나 사실 그 약속을 했을 때, 널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어. 너만큼 좋아하지도 않았어. 싫어하지도 않았지만, 다른 형제들과 똑같이, 평등한 의미의 좋아였어. 약속도 그저 동정에 불과했어. 그 이상의 감정 따위 없었어. 한번 잊어버리기도 했었고, 널 신경 쓰지도 않았어.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 된 걸까. 지금은 이렇게나, 마음이 비명을 내지를 정도로, 네가 좋아. 사랑해. 분명 이건 일생의 사랑이야.

오소마츠형의 말이 사실이라면, 너도 계속 기억해줬던 거지? 이런 쓰레기의 말을 계속 기억하고......내가 아무리 냉정하게 대해도, 심한 짓을 해도, 나를 좋아해준 거구나. 그런 네 마음에, 나는 보답하고 싶어.

그러니까...카라마츠. 부탁이니까 돌아와. 어른이 된 너에게 좋아한다고 전하고 싶어. 어른이 된 지금도 네가 좋다고, 약속을 지키고 싶다고, 그렇게 전하고 싶어. 지금까지의 일들, 네게 심한 짓을 해댄 것, 냉정한 말만 지껄여댄 것, 전부 사과할 테니까. 이제 두 번 다시는 상처주지 않을 테니까, 어른이 된 너에게 전하고 싶어, 전하게 해줘.

 

[우으....우으읏....]

[이치마츄? 왜 그래애?]

 

어느새 내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런 나를 눈치챈 카라마츠가 걱정스럽게 쳐다보았다. 그리고 작은 손으로 눈물을 닦아주는 카라마츠에게 나는 매달렸다.

 

[네가 좋아....어른인 너도, 앞으로의 너도, 계속 좋아할테니까. 그러니까, 부탁이야, 원래대로 돌아와 줘. 나는 어른이 된 너에게 전하고 싶은 게....]

[.................이치마츄, 놔줘]

[...]

 

카라마츠가 내 팔을 뿌리쳤다. 마치 거절하는 듯한 힘에 놀란 내가 고개를 들자, 카라마츠는 미소를 지으며 탁자에 놓인 약을 집어들었다.

 

[카라, 마츠...?]

[....있지, 괜찮아. 분명 어른인 나도, 이치마츄가 아무리 나빠도, 괴롭혀도, 좋아할 거야. 계속계속 좋아할 거니까, 그러니까 이제 울지 마]

 

따스한 미소를 지은 채, 카라마츠는 작은 병의 뚜껑을 열어, 주저 않고 약을 마셨다.

나는 그걸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저기, 어른인 나야.

소중한 사람이 울었다구?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대. 나로는 안 대나 바. 눈물 뚝, 할 수 없었어. 그러니까, 얼른 눈 떠야 해?

 

어른인 나도, 아이인 나도, 제대로 사랑받고 이쓰니깐. 이젠 토라지면 안 댄다구?

 

어른인데 늦장꾸러기네. 그래도 낸내 시간은 이제 끝!

자아, 눈을 떠. 거기에는 분명 우리들의 소중한 사람이 있을 거야.

 

 

 

 

 

 

 

◇◇◇

 

 

 

 

 

눈을 뜨니, 가장 처음 보인 건 소중한 사람의 얼굴이었다. 그 얼굴은 눈물로 엉망으로, 엄청난 얼굴이었지만, 그래도 내겐 그 어떤 것보다도 아름답게 보였다. 그러니까 나는 눈앞의 그에게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다녀왔다, 이치마츠]

 

그러자, 좀 더 울상이 되어버리는 그다.

 

 

 

 

 

여섯 쌍둥이인 나는, 5명의 형제가 있다. 형이 한명이고 동생이 4. 다들 나의 소중한 가족으로, 무척 소중한 존재다. 사실 그 중에서 특별한 한 사람이 생겨선 안 되는 거겠지만, 내게는 예전부터, 어릴 적부터 특별한 한 사람이 있었다.

사남, 마츠노 이치마츠. 어째서 그가 이렇게 특별한 존재가 된 건가 하면, 모든 건 그 약속 때문이었다. 분명 이치마츠는 그 정도로 특별한 의미로 그 약속을 한 게 아닐 거다. 아마 외톨이인 날 위로하려, 상냥한 동생은 그렇게 말했던 거겠지. 그럼에도 나는 무척 기뻤다. 그 약속을 한 순간부터, 이치마츠는 특별해졌다.

 

그 특별이 사랑이란 걸 알게 된 건, 중학교에 올라갔을 무렵이었다. 이치마츠가 고백받는 현장을 우연히 목격하고 말았다. 상대는 나도 아는 녀석이었다. 이치마츠와 초등학생 때부터 친하게 지냈던 여자애였다. 나는 그늘에 숨어 두 사람을 몰래 지켜보며, 어째선지 아파오는 가슴을 짓눌렀다.

이치마츠, 그 애와 사귈 건가? 아까 슬쩍 본 이치마츠의 표정은 그리 싫지도 않은 것 같아, 어쩌면 OK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형으로서 축복해주자. 그리고 나보다도 먼저 여자친구를 만든 것에 불평을 하고........어라? 역시 가슴이 괴롭다. 뭔가 숨이 제대로 쉬어지질 않는다. 괴롭다. 몰랐는데 몸이라도 안 좋은 걸까. 내가 혼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 이치마츠의 목소리가 아까보다 더 깔끔하게 들려왔다.

 

[미안, 좋아하는 애가 있어]

 

그 말을 들은 순간,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거짓말....이치마츠가 좋아하는 애가 있다고? 나 그런 거 몰랐는데. 누구? , 토토코짱인가. 그거라면 괜찮겠지. 그 귀엽고 강한 소꿉친구 상대라면, 분명 이뤄지는 일은 없다. 토토코짱은 우리들에게 있어 영원한 아이돌이고. 그거라면 괜찮아, 안심이다....라니, 어라? 안심이라니 뭐야? 왜 이치마츠한테 여자친구가 생기지 않았단 것에 기뻐하는 거지, . ?

 

그 날부터 나는 일주일 넘게 고민했다. 어째서 이치마츠한테 여자친구가 생기지 않은 걸 기뻐한 걸까.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그리 좋지도 않은 머리로 필사적으로 생각해서 끝끝내 이른 답변에 나는 혼란스러웠다.

...마츠노 카라마츠는, 친동생인 마츠노 이치마츠를 사랑하고 있다. 계속 이치마츠는 내 안에서 특별한 존재였지만, 그 특별한 동생이란 선을 넘어, 그 이상이 되고 말았음을, 나는 이제야 겨우 알아챘다.

알게 된 후 당분간은 어쩌지, 라며 고민했지만, 내가 아무리 머리를 감싸고 고민한다고 해도, 이 사랑이 이루어질 리 없으니까, 고민하는 게 쓸데없단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나는 지금까지처럼 이치마츠의 형으로서 옆에 있으면 된다. 그걸로 됐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그 약속도, 분명 이치마츠는 이미 잊었을 게 분명하다. 기억하고 있다고 해도, 그런 건 어린 아이의 실없는 말에 불과하다. 진심으로 나와 결혼하려고 했을 리 없다. 형으로서 좋아해준다면, 그걸로 됐다고, 그렇게 자신을 납득시켰다.

 

하지만 친동생에게 사랑을 품은 벌인지, 나는 형제애조차 받지 못 했다. 옛날에는 상냥했던 이치마츠는 성장하면서 점점 내게 혐오감을 드러냈고,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치마츠한테 미움 받고 말았다. 말을 걸면 짜증스런 얼굴을 하고, 최악의 경우 폭력까지 휘둘렀다. 다른 형제들에 비해 이치마츠가 날 대하는 태도는 상당히 심했다. 하지만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들었던 건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뭐가 이치마츠의 심기를 거슬린 걸까, 뭐가 마음에 안 들었던 걸까, 알 수가 없었기에 나는 늘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이치마츠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갈 곳 잃은 마음에 짓눌릴 때마다, 나는 장남을 의지했다. 내가 지금까지 어떻게든 버틸 수 있었던 건, 오소마츠의 덕분이다. 그는 이치마츠와는 다른 의미로, 내게 특별했다. 단 한명의 형이라서 그런 건지, 오소마츠의 앞에서는 약한 모습을 솔직하게 드러낼 수가 있었다. 안심하고 기댈 수 있었다. 늘 놀아달라는 둥, 쓸데없는 말만 잔뜩 해대고 솔직히 성가실 때가 많지만, 그럼에도 미워할 수 없는 건, 의외로 형으로서 제대로 동생을 챙겨주기 때문이다. 손을 뻗으면 반드시 그 손을 잡아, 밝은 곳으로 끌어내준다. 그래서 나는 이 단 한명의 형을 좋아했다.

내가 술김에 푸념을 할 때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며 다정하게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람에 지친 나의 마음을 달래주는, 듬직한 형. 그래서 나는 그런 그에게 너무 의지해버렸다. 기대고 있는 그 몸도, 나와 똑같이 나약하다는 걸 나는 알아채지 못했다.

 

 

 

 

아아, 그러니 이건 전부 나의 잘못이다.

어느 날, 둘만 남은 방에서 갑자기 덮쳐졌다. 아까까지 평범하게 대화했을 터인데, 분명 나의 말의 뭔가가 오소마츠를 상처입혔다.

오소마츠, 알고 있는가? 자신이 울 것만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 울기 직전의 비틀린 표정으로, 덮쳐진 내게 말이란 칼날을 내리꽂는다. 하지만 형, 나보다 괴로운 표정하고 있다고? 나이프를 내게 꽂으려 했지만, 반대로 그 칼날은 모두 오소마츠 자신에게 박혔다.

미안. 나 몰랐어. 오소마츠가 어떤 마음을 갖고, 무슨 생각을 하며 내 얘기를 지금까지 들어줬는지, 생각해 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분명 나는 잘못 고른 거겠지. 의지할 상대를, 기댈 상대를 잘못 골랐어. 가장 의지하면 안 되는 사람에게 의지해 버렸어.

 

[이미 네 사랑은 평생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그야말로 유치원 시절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 무리일 걸? 이치마츠가 널 좋아했던 건 어린 시절뿐이니까 말야. 하핫, 하지만 그런 거 가능할 리가 없지-]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이 이상 오소마츠의 괴로운 얼굴을 볼 수 없어서, 나는 눈앞의 몸을 밀쳐냈다. 의외로 깨끗이 물러난 게 맥이 빠질 정도였다. 나는 오소마츠의 얼굴을 보지도 않고 그대로 도망쳤다. 미안, . 지금은 나도 여유가 없다. 그러니까 형이 사과하면, 나도 똑같이 사과하겠다. 지금까지 잔뜩 상처줘서, 미안하다고.....

 

 

그렇게 집을 뛰쳐나가, 혼자 공원까지 갔다. 평일 오전이라 그런지 사람은 별로 없었다.

나는 벤치에 걸터앉아 아까의 대화를 머릿속에서 되새겼다.

 

오소마츠의 말이 맞다. 내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다. 이치마츠에겐 그 끝이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이미 잔뜩 미움 받고 있다. 정말....유치원 시절로 돌아가지 않으면, 희망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아아, 하고 한숨을 내쉬곤 고개를 떨구었다.

어린 나라면, 이치마츠에게 사랑 받을 수 있을까. [결혼해줄게] 라고 말했던 그 시절의 이치마츠는 분명, 지금처럼 나를 싫어하진 않았다. 오히려 그런 상냥한 말을 할 정도로 좋아했다. 그것만은 분명하다. 확신할 수 있다.

이 사랑이 이루어질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희망도 갖지 않는다. 그럼에도, 적어도 가족으로서, 형으로서 좋아해줬으면 하는 건, 지나친 욕심인 걸까. 헛된 희망인 걸까.

 

 

저이, 이치마츠. 나는 이제 어떤 종류의 사랑이라도 상관없으니까, 너의 애정을 받고 싶어, 견딜 수가 없다.

 

 

 

――― 내가 그 소원 들어줄게 ―――

 

 

마음 깊은 곳에서, 나와 닮은 어린 아이가 웃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 ◇ ◇

 

 

 

 

 

[카라마츠!!!]

[........이치마츠, 우왓]

 

눈을 뜨자마자 눈앞에 있던 이치마츠가 날 부르며, 눈물로 엉망인 얼굴로 필사적으로 내게 매달렸다. 그 몸을 받아내며 나는 자신의 양손을 바라보았다. 그 손은 자그마한 아이의 손에서, 어른의 커다란 손으로 바뀌어 있었다. 무사히 원래대로 돌아온 건가. 게다가 지금의 내겐 어려졌던 때의 기억이 제대로 남아있었다.

 

마치 소동물처럼 작게 떨며 내게 매달리는 이치마츠의 등에 슬쩍 양팔을 휘감았다. 그러자 순간 움찔하고 크게 떨더니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뭔가 야생동물을 길들인 기분이군, 하고 쓴웃음을 지으며, 손으로 등을 천천히 쓸었다. 어깨가 젖어가는 느낌이 드니까, 아마 이치마츠는 울고있겠지.

 

[카라마츠...카라마츠, 카라마츠으...]

[..., ]

[......카라마츠으]

 

너는 카라마츠라고만 울부짖는 동물인가, 라며 속으로 츳코미를 날렸지만, 이름을 불릴 때마다 작게 답을 했다. 그러자 겨우 이치마츠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눈물에 젖어 새빨개진 눈으로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약속....]

[?]

[나 기억하고 있어, 그 약속....제대로 기억하고 있어. 너는 잊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너도 기억하고 있었던 거지?]

[..........기억하고 있다. 잊을 리가 없지]

 

그리 말하자, 이치마츠의 얼굴이 울면서 우는 형태로 비틀렸다.

 

[어른이 되면 내가 카라마츠랑 결혼해줄게. 그러면 카라마츠는 혼자가 아니야. 내가 계속 같이 있어줄게. 그러니까 카라마츠는 나말고 다른 애들이랑 친하게 지내면 안돼]

 

그리고 어릴 적 했던 약속을 토씨 하나도 틀리지 않고 말했다. 그 순간, 내 심장이 쿵하고 고동치며 숨이 멎었다. 이치마츠, 너 그 말....어떤 의미를 담고 말하는 건가?

뭐라 답할지 몰라, 나는 멍하니 눈앞의 이치마츠를 보았다. 그런 나를 이치마츠는 진지한 표정으로 마주보았다.

 

[이치마츠...? 그건 그....어떤 의미로...]

[좋아하니까...]

[....?]

[지금까지 미안. 심한 짓만 해대고, 잔뜩 상처 줘서. 하지만 사실 계속 좋아했어. 그 약속을 진짜 이루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네가 좋아. 그러니까 부탁이야, 믿어줘. 나를 믿어....카라마츠형....]

[........우읏]

 

어느샌가 내 눈에서 눈물이 끝없이 흘러 멈출 수가 없었다. 그런 나를 보며 이치마츠는 당황하며 손가락으로 흐르는 눈믈을 닦아냈다. 하지만 뺨에 느껴지는 이치마츠의 체온이 오히려 더 눈물을 자아내서, 닦아도 닦아도 계속 흘러내렸다. 그래서 이치마츠는 더욱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동생한테 갑자기 그런 고백을 받으면 곤란하겠지. 답은 언제라도 좋으니까. , 기다릴게. 그러닛..!]

 

울음을 그치지 않는 나에, 뭔가 착각을 해버린 이치마츠는 포기한 듯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그런 이치마츠의 모습에 황급히 뺨에 키스를 날렸다. 상당히 즉흥적인 행동이었다. 하지만 틀렸단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이것이 나의 대답이었으니까.

 

[....? .........지금]

[나도....이치마츠랑 계속 같이 있을래!]

[..........., 그거]

 

어린 시절의 이치마츠한테 했던 프로포즈. 그 때와 같은 답을 하는 내게, 이치마츠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자신의 뺨에 손을 얹고, 믿을 수 없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뭐냐고, 너는 믿어주지 않는 건가? 자신을 믿으라고 했으면서, 제멋대로군. 나는 살짝 토라진 기분이 되어, 확실히 하기 위해 이치마츠의 반대쪽 뺨에 키스를 했다.

 

[나도 그 약속을 이루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이치마츠를 좋아한다....우왓]

 

[카라마츠..!!}

 

그렇게 말하며 미소를 짓는 순간, 다시 강하게 끌어안는 이치마츠.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강한 힘에 조금 괴로웠지만, 지금은 이 괴로움이 좋게만 느껴졌다. 좀 더 강하게 끌어안아줬으면 해서, 나도 똑같이 등에 두른 팔에 힘을 주자, 이치마츠는 고양이처럼 몸을 파고들었다. 그런 행동에 귀엽네-, 하고 감탄하고 있자, 갑자기 귓가를 낼름 핥아져 [히얏] 하고 이상한 소리를 내버렸다. 이치마츠는 그런 내 얼굴을 즐겁다는 듯 바라보고 있어, 나는 입술을 삐죽거렸다. 한마디 하자는 생각으로 입을 여는 순간, 이치마츠의 입술이 내 입술과 겹쳐지고, 나는 깜짝 놀라 눈을 부릅떴다. 하지만 곧, 열에 달뜨듯 눈을 감았다. 부드러운 입술의 감촉에 마음도 몸도 날개가 달린 듯 가벼워지고, 두둥실 공중에 뜬 기분이 들었다.

한번 겹쳐진 입술은 닿은 것만큼이나 금방 떨어지고, 내가 []하고 아쉬운 목소리를 내자, 또 다시 겹쳐졌다. 그렇게 몇 번이나 닿기만 할 뿐인 키스를 반복하다, 몸에 힘이 빠진 나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벌리고 말았다. 그걸 놓치지 않고 이치마츠는 혀를 슬쩍 내 입안에 밀어넣었다. 그대로 내 혀를 부드럽게 휘어감고, 이치마츠의 타액과 내 타액이 뒤섞인다. 그걸 멍하니 기분 좋게 받고 있자, 어깨에 놓인 이치마츠의 손이 내 몸을 슬쩍 눌렀다. 그 힘에 거스르지 못한 내 몸은 천천히 바닥에 눕혀져,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이치마츠의 얼굴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올려다본 이치마츠는, 뭐랄까, 짐승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처음 보는 얼굴이다. 그 수컷미 넘치는 얼굴에 온몸이 오싹오싹하는 느낌이 들어 꿀꺽, 침을 삼켰다.

 

[카라마츠...해도 돼?]

[..........., ]

 

요염한 목소리로 그렇게 속삭여,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끄덕인 후에야, ? 하는 의문이 들어 물으려는 찰나, 이치마츠가 내 쇄골을 잘근 씹었다. 그걸로 그가 말한 의미를 알게 되었다. 어라? 설마 이거.....그런 거!? ....하는 거야? 지금 여기서? 이제 막 서로 마음을 확인했는데!? 어이어이, 이치마츠- 너 의외로 손이 빠른 남자였군. 아니, 나도 싫은 건 아니고....좋다, 고 할까, 그보다 이거 내가 아래인 건가. , 내가 이치마츠의 그거에 그걸 뚫리는 건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무심코 이치마츠의 고간에 눈길이 가고, 꿀꺽 침을 삼켰다. , 넣는 건가? 진짜로.....?

겨우 상황을 파악한 나는 식은땀을 줄줄 흘려댔다. 아니, 하지만 여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받아들여야 하는 거겠지, 하고 결의를 다진 그 때........방문이 거칠게 열렸다.

 

[잠깐-----------!!!!]

 

갑작스레 들린 큰소리에 놀라 시선을 돌리면, 거기에는 오소마츠가 열받은 표정으로 서있고, 그 뒤에는 두려운 표정의 쵸로마츠, 쥬시마츠, 토도마츠가 있었다. 마츠노가의 여섯 쌍둥이가 다 모였다. 내가 모두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 내 위에 있던 이치마츠가 [] 하고 혀를 찼다. 고개를 들자, 거기엔 사람을 저주해 죽일 듯한 표정으로 다른 형제들을 노려보는 이치마츠가 있어, 나는 무심코 [히익] 하고 작게 비명을 내질렀다. 아까까지의 달콤했던 분위기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이치마츠구~? 너 이자식 뭘 하려는 거냐, 아앙!?]

[정말이지, 조금도 방심할 수가 없다니까. 그보다 카라마츠가 원래대로 돌아왔으면 먼저 우리한테 연락하라고]

[카라마츠형과 이치마츠형 세크로스임까!?]

[앞서나가는 건 금지라고, 어둠마츠형]

 

[....분위기 읽으라고, 망할 형제놈들]

 

이치마츠와 다른 형제들이 서로 노려본다. 나는 어쩌면 좋을지 몰라, 일단 일어나 흐트러진 옷을 정리했다. 깜짝 놀라긴 했지만, 조금 안심했다. 역시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고.

 

[오우오우, 서로 좋아한다는 걸 알자마자 세게 나오는 겁니까, 이치마츠구~?]

[..............짜증]

 

장남과 사남 사이에 불꽃이 튀기는 사이, 다른 형제들은 재빨리 거기서 벗어나 내 옆에 다가왔다.

 

[칼ᄆᆞ츠, 원래대로 돌아왔다. 다행이다]

[카라마츠혀엉~~!]

[어린 카라마츠형을 만날 수 없는 건 슬프지만, 역시 카라마츠형은 안쓰러운 나르시스트가 아니면 안 된단 말이지!]

 

쵸로마츠가 안심한 듯 웃고, 쥬시마츠가 기뻐하며 내게 달려들고, 토도마츠는 살짝 독설을 내뱉었지만 그래도 따스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그게 기뻐서 매달리는 쥬시마츠를 똑같이 세게 끌어안고 두 사람에게 웃어 보였다.

 

[, 걱정하게 만들었군, 마이 브라더들. 이 마츠노 카라마츠, 어둡고 깊은 심연에서 무사히 돌아왔다고!]

[변함없이 안쓰럽네~! 아앗, 뭔가 벌써 천사가 그리워졌어!]

[하아....왜 나, 이런 쿠소 사이코패스가 돌아오길 바랐던 걸까. 천사인 채가 평화로웠는데]

[카라마츠형, 뭐래는지 모르겠슴다-!]

 

걱정 끼친 형제들에게 최고로 멋진 대사를 말해 안심시키려 했지만, 토도마츠는 [안쓰럽다] 며 얼굴을 찌푸리고, 쵸로마츠는 한심하단 듯 한숨을 내쉰다. 쥬시마츠는 여전히 기쁜 얼굴로 내게 매달렸다.

나는 왜 또 그들을 괴롭게 만든 건지 몰라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아무도 그 의문에 답해주지 않았다. 그렇게 고개를 갸웃거리고만 있는 내게, 살짝 긴장한 듯한 목소리가 말을 걸어왔다.

 

[카라마츠....]

 

어느새 서로 노려보길 끝낸 건지, 오소마츠가 잔뜩 긴장한 얼굴로 내게 다가왔다. 장남의 드문 표정에 나말고 다른 형제들도 놀라 표정을 지었다.

아아 형님, 또 울 듯한 얼굴이군.

 

[나 너한테 사과할 게 있어]

[형님]

[?]

 

나는 안고있던 쥬시마츠를 살짝 놓고, 오소마츠한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었다. 마치 어린애를 대하듯 쓰다듬자, 오소마츠는 얼빠진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형님......아니, ....사과하는 착한 아이에게는 잔뜩 칭찬해줘야 하는 거다. 그리고 나도 미안]

[.......그거...]

 

멍하니 있는 오소마츠에게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 오소마츠의 미안은 이미 몇 번이고 들었으니까. 그러니까 더는 사과할 필요 없다고. 게다가 어린 내가 말했잖아? 오소마츠형은 나쁜 짓을 했어도 제대로 사과하는 착한 아이니까, 설령 내게 심한 짓을 했다고 해도 용서할 거라고. 그러니까 괜찮다.

 

오소마츠는 잠시동안 멍하니 나를 바라보다, 얼굴을 찌푸리곤 고개를 숙였다.

 

[역시 너 바보네, 완전 바보야]

[형님만큼은 아니라고]

[시꺼-, ~]

 

고개를 숙인 오소마츠의 어깨가 떨렸다. 설마 우는 건가 싶어 걱정스런 마음에 그 어깨에 손을 슬쩍 올리자, 기세 좋게 고개를 든 오소마츠에게 손을 붙잡히고 만다. 나는 갑작스런 상황에 놀라, 오소마츠의 따뜻한 양손에 손을 잡힌 채 잠자코 있었다.

 

[, ?]

[카라마츠, 들어줘]

[? , ]

 

오소마츠는 지금까지 본 적 없을 정도로 진지한 얼굴로, 당황하고 있는 내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네가 좋아. 이거 진심이니까. 사실은 네 행복을 위해 포기하려고도 했지만, 이번 일로 그런 생각 접었어. 지금은 이치마츠가 좋아도, 언젠가는 날 좋아하게 만들 거니까. 내가 더 좋다고 생각하게 만들 거니까, 그러니까 나를 선택해]

[후에....? , , 아니....]

 

그의 말과 곧은 눈빛에 심장이 고동쳤다. 큐웅, 하고 뭔가 왔다. , 어쩌지...오소마츠 멋져어. 이 사람이 니트에 파칭코 중독자라니 누가 믿겠냐고. DT란 게 뭐더라...? 랄까, 넘어가면 안 된다고 나!! 나한테는 이치마츠가.....

 

[어이 망할 장남, 너 뭘 오토메 게임의 미남 같은 대사를 치는 거야?! 역겨워서 토할 것 같다고! 남 따돌리고 먼저 앞서나가지 말라고!]

[, 어이!!]

 

내가 얼굴을 붉히고 부끄러워하자, 지금까지 잠자코 상황을 지켜보던 쵸로마츠가 오소마츠를 밀쳐내고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오소마츠처럼 진지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 쵸로마츠?]

[카라마츠, 나 말야...지금까지, 아무 말 하지 않아도 너라면 전부 알아줄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그게 틀렸단 걸 지금에야 깨달았어. 나도 네가 좋아! 앞으로 취활 힘낼테니까, 취직하면 이 집에서 나가서, 같이 살자. 너는 내가 평생 먹여 살릴 테니까..........]

 

그렇게 말한 쵸로마츠는 쥐고 있던 내 손등에 키스를 했다. 키스를 했........., 키스했다고!? 게다가 키스한 부분이 왼손 약지다. ....쵸로마츠씨? 이건 대체 무슨 의미? 그보다 이런 미남만이 할 수 있는 행동, 어디서 배운 거야!? 어라아? 쵸로마츠가 뷰티 지니어스로 보여. 거짓말이지, 어이.

 

[...으아아아....]

[잠깐 쵸로마츠형!! 망할 동정 주제에 캐붕 올만한 행동하지 말아줄래?!]

[우왓, 어이 임마 톳티!!]

 

굉장히 미남스러운 행동에 동요하고 있자, 이번에는 토도마츠가 쵸로마츠를 밀치고 내 뺨을 양손으로 감쌌다. 이번에는 너냐, 톳티.... 그보다 이 상황은 대체 뭔가? 왜 나는 형제들 상대로 오토메 게임 주인공이 겪을만한 일을 당하고 있는 거지.

 

[톳티....?]

[카라마츠형, ....사실은 포기할 생각이었어. 난 카라마츠형한테 동생으로밖에 보이지 않을테고, 이치마츠형한테는 상대가 안 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동생으로서 어리광 부리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거든. 하지만 이번 일로 여러 가지로 주체할 수 없게 됐어. 나도 전력으로 카라마츠형을 어리광 부리게 하고 싶어졌어]

 

토도마츠는 귀엽게 고개를 까딱이며 웃고는 내 코 끝에 살짝 입을 맞췄다. 그리곤 그 키스한 부위를 살짝 손가락으로 짚었다. 키스를 하고나자, 아까까지의 귀엽던 표정은 사라지고 남자다운 멋진 미소를 띠고 있었다. , 시럿, 톳티....멋져! 젖어 버렸엇........라니 안 되지, !! 그러니까 나한테는 이치마츠가....

 

[우으.........]

[나나나나나~~! 톳티! 다음은 나야! 도옹------!!]

[네네~, 쥬시마츠형도 힘내~]

 

이젠 설렘을 넘어 공포감에 떨고 있자, 이번에는 쥬시마츠가 기세 좋게 손을 들곤 내게 달려들었다. 토도마츠는 밀쳐지기 전에 슬쩍 내게서 떨어지며 쥬시마츠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날린다. 너 정말 쥬시마츠한테는 상냥하네.

 

[이번엔 쥬시마츠인가...]

[있지있지! 나 카라마츠형을 엄~~청 좋아해!!!]

[, 오우.....어라? 평범해]

 

쥬시마츠는 기뻐하며 나한테 안겨들었지만, 다른 형제들과 달리 나를 유혹하는 대사나 행동은 하지 않았다. 뭐야, 쥬시마츠는 천사인 채 그대로인가,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자,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있던 쥬시마츠가 고개를 들어 이쪽을 보며 말했다.

 

[나 말야, 카라마츠형이 행복하면 나도 행복해! 하지만 만약, 카라마츠형이 행복하지 않거나 운다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아!]

[쥬시마츠...? 으핫!]

 

쥬시마츠가 드물게 입을 꾹 다물고 무표정이 된 것에 놀란 순간, 그 얼굴이 점점 가까이 다가와 내 뺨에 입을 맞추곤 낼름, 혀로 핥았다.

너무 예상외의 행동에 놀라, 눈을 크게 뜬 채로 눈앞의 쥬시마츠를 바라보고만 있자, 뒤에서 팔이 튀어나와 나와 쥬시마츠의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듯 나를 잡아당겼다. 혼이 나가버린 나는 그 힘에 저항하지도 못하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누군가의 품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대체 누구지, 하고 돌아본 나는 작게 비명을 내질렀다. 거기에는 엄청나게 무서운 얼굴을 한 이치마츠가 있었으니까.

 

[너희들, 뭔 짓이야? 녀석은 내 거라고]

 

이치마츠는 지옥의 바닥에서 울리는 듯한 목소리로 말하며, 내 몸에 팔을 휘감고 세게 끌어안았다. 그런 이치마츠에 오소마츠는 당당한 표정을 지었고, 쵸로마츠와 토도마츠는 불쾌하단 표정을, 쥬시마츠는 아까의 그 행동과 표정이 환각이었던 것처럼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거이거, 이치마츠군~? 벌써 남자친구 행세하는 거? 말했잖아? 나는 네 적이라고. 나 진심으로 빼앗을 생각이니까, 부디 눈앞에서 뺏기지 않게 조심하라고~?]

[절대 안 뺏겨]

 

이치마츠와 오소마츠가 다시 서로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 일촉즉발의 분위기를 견딜 수 없어, 다른 형제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려 그들을 바라봤지만, 그쪽도 마찬가지로 무서운 얼굴로 이치마츠를 노려보고 있었다. 쥬시마츠도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이긴 했지만, 웃은 채로 불온한 분위기를 뿜어댔다. 뭐야 이거, 무서워.

그보다 대체 이거 진짜 무슨 상황인 거야? 왜 나를 두고 싸우는 것처럼 된 거냐고. 어쩌지, 뭐가 뭔지 모르겠어.

 

[, 전쟁의....예감?]

 

나는 이치마츠의 품에서, 어쩌면 나는 궁지에 몰린 게 아닌가, 하고 영문도 모른 채 중얼거렸다.

 

 

 

 

 

그 뒤, 어떻게든 형제들을 진정시킨 나는, 예상했던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음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오소마츠가 무거워진 공기를 바꾸려는 듯, [일단은 휴전하고, 카라마츠의 쾌유를 축하하자고!!] 라고 말하며 편의점에서 술과 안주를 잔뜩 사와, 아직 날이 저물지도 않았건만 술판을 벌이기 시작했다. 쾌유 축하니 뭐니 했지만, 딱히 병이 났던 것도 아니지만 말이지. 아마 다들 술을 마시며 떠들고 싶었을 뿐이겠지. 그 핑계로 날 썼을 뿐이다. 하지만 모두가 즐겁다면 됐나 싶어, 나도 그리 세지도 않은 술을 오늘만큼은 잔뜩 마셨다.

내 옆에는 당연하단 듯이 이치마츠가 있어, 이미 취한 건지 얼굴이 새빨개진 채 술을 마시고 있었다. 이제 그만 마시라고 하니, 바닥에 놓인 오른손이 따스한 무언가에 휩싸여, 깜짝 놀라며 몸을 작게 떨었다. 아래를 쳐다보니 내 손 위에 이치마츠의 손이 놓여있어, 화아악, 얼굴이 달아오른다. 빨개진 얼굴로 이치마츠를 바라봤지만, 이치마츠는 모른 척하며 이쪽을 보지도 않고 옆자리의 쥬시마츠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하지만 이치마츠의 귀가 어째선지 빨개져 있어, 이게 술 때문인지, 아니면 지금 잡고 있는 손 때문인지 알 수 없어 고개를 갸웃거린다. 잡고 있는 손이 빨개진 얼굴의 원인이라면 좋을텐데, 같은 생각을 하며 나는 슬쩍 그 손을 맞잡았다.

 

[이치마츠형!!?]

 

시선을 아래로 한 채 행복감에 젖어있던 내 귓가에, 쥬시마츠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뭔가 해서 고개를 들자. 시야에 들어온 믿을 수 없는 광경에 턱이 빠질 정도로 놀란다.

 

[, 이치마츠!?]

 

이치마츠의 몸이....줄어들고 있었다. 쥐고 있던 손도 작아지고, 입고 있던 이치마츠의 옷에 파묻힐 정도로 작아진 이치마츠가 거기에 있었다.

이번에는 이치마츠가, 어려졌다.

 

갑자기 일어난 일에 나는 눈을 꿈뻑이며 눈앞의 작아진 이치마츠를 바라보았다. 다른 형제들도 그런 이치마츠를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 !? 뭐야!!!?? 이번에는 이치마츠냐!!?]

[굉장해애-!! 이번에는 이치마츠형이 어려졌어!!!]

[에에~.........뭐야 이거. 산 넘어 산이네-. 아무리 어려졌다 해도 어둠마츠형은 귀여워해줄 마음이 안 드는 걸]

 

[, 이치마츠?]

 

옷에 파묻인 이치마츠에게 당황하며 말을 걸자, 이치마츠는 그 커다란 눈동자로 나를 불안한 듯 올려다보며 귀여운 목소리로 답했다.

 

[형아....누구?]

 

고개를 갸웃하는 이치마츠는 죽을만큼 귀여웠다.

 

 

 

 

 

형제들이 시끌벅적한 도중, 단 한 사람....오소마츠만이 히죽 악마같은 웃음을 지었다. 그 손에는 데카판 박사의 연구소에서 훔친......아니 산, 진짜 어려지는 약이 들려 있었다.

 

[헤헷...., 수단을 가리지 않으니까 말야]

 

아직 포기할 기색이 없는 악마가, 심술궂은 미소를 지었다.

 

 

역시, 전쟁의 예감.......?

 

 

 

 

 

 




이걸로 쇼타카라마츠! 끝입니다!

뭔가 오소마츠가 이치마츠를 어리게 만들어서

그 틈에 카라마츠를 공략할 계획인 것 같은데

어째 어려진 이치마츠만 신경쓰는 카라마츠에 대실패할 것 같은 예감..?


이치마츠가 어려진 부분도 보고 싶지만 아쉽게도 이걸로 끝이네요ㅠ


조금씩 시리즈들 끝내고 있으니

조만간 새로운 걸 가져올지도 모르겠네여! :D 신난당

그래도 아직 많이 남았지만......

과거의 나 대체.......




-

 다음주? 아니 오늘 일요일이니까 이번주?

암튼 번역 못 올릴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시험이 있어서

하고 싶지 않지만 공부를 해야 합니다...

(야다야다야다아~ ;ㅂ;)


아무튼 한주 쉬었다가

번역 올리겠습니당!

홈슷홈도 거의 번역했으니

아마 다음 작품은 홈슷홈이겠네요! :D


다들 한주 열심히 보내구

다음에 보자구여 빠빠이 'ㅂ'/

 






+

모바일에서 글씨가 겹쳐보이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시리즈 링크부분)


게시글 올릴 때부터 컴이 좀 이상하더니만

맛이 간 건지 고쳐지질 않네요


본문은 문제없고 시리즈 링크부분만 겹쳐보이는 거라서

일단 그대로 두겠습니다

혹시라도 링크 필요하시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허락받은 작품입니다

무단전재는 금지입니다!!!




오역, 의역, 발식자 주의

불펌금지, 공유는 블로그 주소를!!

http://joniamhungry.tistory.com/




 【블로그 이용시 필요한 공지들 링크】


*저작권/무단전재 관련*


*요청 관련*


*R18 비번 관련*




























쇼타 카라마츠 사변5

 

 

 

 

 

 

그 사건은, 카라마츠가 어려지고 1개월이 지날 즈음, 아침 일찍부터 데카판 박사가 마츠노가를 찾아오면서 시작되었다.

 

 

[[[[[원래대로 돌아오는 약이 완성됐다고!?]]]]]

[그렇다스. 드디어 완성됐다스]

 

 

마츠노가의 거실에 모인 우리들은, 데카판 박사의 말에 놀라 소리를 질렀다. 이 이야기의 주역인 카라마츠는, , 이치마츠의 무릎에 안긴 채로 그런 형제들을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데카판 박사는 주머니에서 (랄까 팬티속에서 꺼냈다. 구려) 작은 병을 꺼내더니, 그것을 탁자에 올려두었다.

 

[이건 카라마츠군이 먹은 약의 효과를 없애주는 약이다스. 이걸로 모두 해결이다스!]

 

데카판 박사의 말에 우리 여섯 쌍둥이는 전원 동시에 약을 쳐다봤다가, 또 동시에 카라마츠를 쳐다보았다. 아마 모두 같은 생각을 하는 듯했다.

카라마츠가 원래대로 돌아가는 건 순수하게 기쁜 일이다. 역시 어린 채로는 이런저런 문제가 있고, 그 짜증나는 카라마츠가 최근 들어 조금 그리워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어린 카라마츠와 이별하는 것도 쓸쓸한 게 당연하다. 그러니까 모두 아무런 말도 않고 약과 카라마츠를 번갈아 보기만 하는 것이다. 이야기를 진행하는 걸 모두 주저했다.

그러고 있길 얼마나 지났을까. 시간 감각이 없어 잘 모르겠지만, 이 답답한 분위기를 가장 먼저 깨버린 건, 역시 장남이었다.

 

 

[이야, 다행이잖아! 뭐어- 어린 카라마츠여도 나는 좋지만 말야~. 그래도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것보다 좋은 일은 없잖아! 안 그래, 다들!]

 

 

오소마츠형이 우리들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모두 처음에는 당황하는 듯했지만, 그래도 역시 잘 된 일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복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린 카라마츠와 헤어지게 되는 건 싫지만, 원래의 카라마츠와 만나지 못하는 것도 싫었다. 그게 나는 지금 너무도 이상하게 느껴졌다. 계속 이대로 있어서 좋을 리가 없는데.

오소마츠형은 우리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곤, 만족한 듯 웃으며 탁자위의 약병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데카판 박사와, [이거 써?] [애가 먹을 수 있도록 달게 만들었다스] 같은 대화를 나누며 카라마츠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곤 손에 든 작은 병을 카라마츠 눈앞에 들어보이며,

 

[카라마츠, 이거 엄~청 달달한 주스라고! 먹을래?]

 

라고 웃으며 말했다. 분명 카라마츠는 의심 없이 그 약을 먹을 것이다. 우리들은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 시럿!!!!]

[[[[[ ? ]]]]]]

[시러, 시럿....안 먹어어어어!!]

 

카라마츠는 싫다며 고개를 마구 흔들더니 이내 울음을 터뜨렸다. 내게 매달려 몸을 덜덜 떨면서, [싫어싫어] 라며 울부짖었다. 우리들은 그런 카라마츠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이렇게까지 거부 반응을 보일 거라곤 생각도 못했으니까.

 

[, 카라마츠형? 왜 그래?]

[카라마츠, 이거 쓴 약이 아니라고? 달콤하고 맛있는 거라니까]

[싫어어어어, 싫다고오오!!]

 

토도마츠와 쵸로마츠형이 카라마츠를 달래려 손을 뻗었지만, 가벼운 착란 상태가 온 건지 손들을 뿌리치며 더욱 내게 달라붙어 왔다. 그런 카라마츠의 모습에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어쩌면 좋냐는 얼굴로 서로 마주 보았다.

나는 일단 카라마츠를 진정시켜야겠다는 생각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치마츠, 어디 가?]

[. 진정 좀 시키고 올게]

[.........그래]

 

일단 이곳에서 멀어지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한 나는, 오소마츠형에게 그리 말하곤 방을 나왔다. 순간 오소마츠형의 표정이 어두워진 듯했지만....기분 탓이겠지. 지금 신경 쓸 일도 아니고.

나는 아직도 울고 있는 카라마츠를 끌어안고 등을 살짝 쓰다듬었다.

 

어째서 카라마츠는 원래대로 돌아가기를 거부하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이치마츠와 카라마츠가 나간 후, 거실에 있던 데카판 박사가 작게 중얼거렸다.

 

[거부 반응을 일으킬 거라고는 예상했다스]

 

그 말에 모두 동시에 데카판 박사를 쳐다본다.

 

[, 무슨 소리야?]

[카라마츠군이 먹은 약은 되고 싶은 자신이 되는 약이다스. , 지금의 모습은 그가 바라던 거라는 말이다스. 그러니 아마 원래대로 돌아가기 싫을 거다스]

[[[?]]]

 

쵸로마츠, 쥬시마츠, 토도마츠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놀란 건 쥬시마츠였다.

 

[, 잠깐만 박사!! 카라마츠형이 먹은 건 어려지는 약이 아니었던 거야!?]

[으응? 아니, 처음에는 그럴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카라마츠군이 마신 건 다른 연구중인 약, 되고 싶은 자신이 되는 약일 거다스. 그보다, 이거 전에 쥬시마츠군한테 얘기했었다스요?]

[? 에에? 나 그런 얘기 못 들었는데]

[으음? 이상하다스. 분명 전했는데]

[에에에~???]

 

쥬시마츠와 데카판 박사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 두 사람을 보아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아, 옆에 있던 쵸로마츠와 토도마츠도 의아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본다.

그러던 중, 오소마츠만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를 무표정으로, 아까부터 계속 이치마츠와 카라마츠가 나간 문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

 

 

 

 

 

저기, 누구라도 좋으니까, ....마츠노가 장남, 마츠노 오소마츠의 참회를 들어주지 않을래.

시간은 그렇게 많이 뺏지 않을테니까. 조금이라도 좋으니까 얘기를 들어줘.

내가 계속 후회하고 있는, 바보 같은 남자의 사랑 이야기를.

 

 

 

 

 

◇◇◇

 

 

 

 

아무것도 아닌 척하며, 네가 안심할 수 있는 미소를 지으며, 듣고 싶지도 않은 네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좋아하는 아이에게 이렇게 애쓰는 나는 얼마나 좋은 남자인가, 라며 속으로 한껏 자신에게 심취한 채, 네가 기뻐할만한, 거짓으로 꾸민 말을 속삭인다.

 

있지 카라마츠, 너 착각하고 있다고.

나는 네가 생각하는 만큼 좋은 형이 아니야.

 

마음이.....부서질 것만 같다.

 

 

 

 

 

사랑을 자각한 건 중학교 2학년 때였다. 카라마츠가 여섯 쌍둥이들 속에서 개성을 만들어내기 위해 가면을 쓰기 시작할 무렵. 안쓰러운 언행이나 의상의 녀석을 바보 취급하는 친구들과 형제들 때문에 잔뜩 풀이 죽은 녀석에게 장난으로 말을 걸었다.

사실 나도 녀석을 바보취급할 생각으로 말을 건 것이었다. 그런데 녀석은 말을 건 게 나여서인지 가면을 벗고선 한심한 얼굴을 지어보였다.

[, 그렇게 이상한가....멋있다고 생각했는데] 라며 나약한 소리를 하니까, 뭔가 불쌍하게 느껴져 단순한 동정심에, [너는 그대로여도 괜찮다고!] 라 말했다. 그랬더니 녀석은 폼 잡는 미소가 아닌 순수하게 기뻐하는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에 나도 모르게 설렜다. 심장이 두근두근 요동쳤다. 그래서 나는 그 후에 녀석에게 물어봤다.

[왜 내 앞에서는 폼 잡지 않는 거야?] 라고. 그랬더니 그 녀석,

[오소마츠는 내 단 하나뿐인 형이니까. 그러니까 조금 어리광부리고 싶은 걸지도] 라나 뭐라나. 그 순간 내 머릿속에서 축복의 종소리가 울리며, 천상에서 천사가 나팔을 불며 내려오는 광경이 펼쳐졌다.

그때부터였다. 지금까지 동생 중 한명에 불과했던 카라마츠가, 내게 특별한 존재가 된 것은. 내 앞에서만 가면을 벗는 카라마츠라니, 최고잖아. 너무 귀엽잖아.

스스로도 너무 쉽게 넘어간 거 아닌가 싶었지만. 반했는데 뭐 어쩌겠어.

그래서 나는 조금 우쭐해있었다. 카라마츠에게 있어 나는 특별한 존재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 그게 단순한 착각이라는 건, 금방 알 수 있었지만.

 

카라마츠가 내게 있어서 특별한 존재가 된 이후, 내 눈은 자연스레 카라마츠의 뒤를 쫓았다. 그리고 카라마츠를 관찰하면서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건, 나처럼 카라마츠도 누군가의 눈으로 쫓고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건 내가 아니었다.

카라마츠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이치마츠였다. 금방 알 수 있었다. 녀석이 이치마츠를 사랑한다는 것쯤은. 그 뜨거운 열이 담긴 눈빛은 내가 최근 거울에서 보는 얼굴과 비슷했으니까 금방 알아챘다.

결국 나는 사랑을 자각한 지 1주일만에 실연당했다. 나의 달콤한 짝사랑은 싱겁게 막을 내리고, 그 후에 개막한 것은 힘들고 괴로울 뿐인 짝사랑 극이었다. 웃기지도 않는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어 형제 전원 니트가 되어도 나의 짝사랑은 끝나질 않았고, 카라마츠의 짝사랑도 끝나지 않았다.

녀석이 이치마츠와 이어지면 마음을 접으려고 했는데, 도무지 두 사람에는 진전이 없다. 카라마츠의 사랑을 알아챔과 동시에, 나는 이치마츠의 마음도 눈치채버렸으니까,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두 사람이 이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형아 깜짝 놀랐다고. 너희들이 꾸물거리는 탓에 형아의 짝사랑이 끝나질 않는데요. 어쩔거야. 이 마음은 시들기는커녕 날로 커지고 있다고? -, 너희가 꾸물거린 탓이니까 말야. 잠깐, 그렇단 건 어쩌면 나한테도 승산이 있다는 거-? , 라며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있잖아.

 

그리고 나는 오늘도, 좋은 형 행세를 하며 좋아하는 아이의 푸념에 귀를 기울인다.

아아 정말......마음이 무너질 것 같다.

 

 

 

 

 

오늘은 단골 주점에 카라마츠와 단 둘이 마시러 왔다. 술에 약한 카라마츠는 이미 잔뜩 취해서, 얼굴을 붉힌 채 눈물을 글썽이며 테이블에 엎드려 있었다.

 

[오늘도 이치마츠를 화나게 해버렸다. 같이 고양이 밥을 주고 싶었을 뿐인데.....우으으, 왜 이렇게 날 미워하는 걸까아]

[-....신경 쓰지 말라니까. 분명 기분이 나빴던 거겠지]

 

랄까, 그건 그냥 부끄러워하는 것뿐이니까.

어린 시절과는 달리 완전히 성격이 달라진 이치마츠의 속내를 읽지 못하는 카라마츠는, 이치마츠에게 미움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치마츠의 냉대에 마음이 비명을 지를 때마다, 녀석은 나를 소환해서, 늘 이렇게 둘이서 술을 마시며 한탄하곤 한다.

유일한 형인 내게는 간단히 어리광을 부리거나 의지하는 녀석은, 괴로워질 때면 꼭 나를 부른다. 그건 무척이나 기쁘고 우월감을 느끼고 있지만, 녀석의 입에서 나오는 건 늘 이치마츠뿐. 그건 정말이지 지루하기 짝이없다. 그럼에도 성실하게 녀석의 한탄에 어울려주는 내가 기특하다.

 

[그치만 형, 이치마츠도 옛날에는 상냥했었다고. 유치원 때는 결혼해준다고, 계속 함께 있어 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아아- 그래그래. 그 이야기라면 벌써 100만번은 더 들었다고.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야. , 엄청 좋아하네 그 추억 이야기. 뭐어, 냉정해진 이치마츠의 태도에 마음 상한 네가 유일하게 100% 믿을 수 있는 건, 그 약속뿐이니까. 그 약속이 녀석에게 있어서, 옛날에는 이치마츠가 자신을 좋아해줬다는 유일한 증거.

이 녀석, 평소에는 이치마츠를 믿는다는 둥 그런 얘기하는 주제에, 자신을 향한 마음은 전혀 믿질 못하네. 아니....어떤 의미론 엄청 믿고 있는 건가. 정반대지만. 아마 녀석은 이치마츠가 형제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거다. 그러니까 이치마츠가 쑥스러워서 하는 욕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거겠지. 말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고, 여러 가지 감정이 숨어있는데, 녀석은 전혀 알아채지 못한다. 그래서 내 마음도 전혀 알지 못한다. 아아-, 서로서로 힘들구나, 이치마츠군.

그치만 그 추억 얘기, 난 완전히 질렸다고. 너는 언제까지 유치원 시절에 멈춰있을 거냐고. 그냥 고백해버리면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될 텐데. 하아, 허무하구만.

 

 

――― 쩌적.

 

 

아아, 또다.

내 마음에 금이 가는 소리가 났다.

 

 

 

 

 

그로부터 1시간 후, 카라마츠는 완전히 잠들어버렸다. 어이어이, 이거 내가 업고 돌아가야 하는 상황? 정말이지, 오늘은 평소보다 더 심했다고, 카라마츠씨. 주정부리고 싶은 건 오히려 이쪽이니까 말야. 왜 너를 상처 입히기나 하는 그런 바보가 더 좋은 거냐고. 형아 네 취향 이해할 수가 없어. 내가 더 좋다고? 난 절대 너를 슬프게 만들거나 하지 않는다고 약속할 수 있으니까. 소중하게 대할 수 있는데.....안 되겠지, 나로는.

 

 

하아, 오늘도 몇 번째인지 모를 한숨을 내쉬며, 건너편에 앉은 카라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손가락을 간질이는 머리칼의 감촉이 좋다. 그대로 앞머리를 걷어 이마를 쓰다듬고는 차례로 눈과 코를 가볍게 스쳐지나가 마지막으로 뺨을 한손으로 감싸듯 쓸어내린다.

이렇게 만져대고 있는데 일어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카라마츠에, 웃으며 뺨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그러자 카라마츠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며, 응석 부리듯이 내 손에 바짝 다가왔다. 그 반응에 무심코 몸이 움찔하고 떨리고, 반사적으로 손을 떼려하자 반대로 손을 잡아끄는 카라마츠. 이 녀석 일어난 건가? 굳은 채로 카라마츠의 모습을 관찰하고 있자, 눈을 감은 카라마츠의 입에서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으응~......후흣, 이치마츠으....좋아한다아]

 

 

 

――― 쩌적.......

 

 

 

아아, 또다.

또 마음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린다.

 

 

 

 

 

 

카라마츠가 어려지기 전, 카라마츠와 나, 단 둘이 방에 있을 때 일어난 일이다.

계기는 이젠 기억나지 않지만, 분명 아주 사소한 일이었을 거다. 아마 지금까지 쌓였던 모든 게 한계에 다다랐던 것 같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마음은 완전히 망가져서 산산조각이 나있었다.

 

[, ?]

 

다다미 위에 넘어뜨려져 놀란 듯한 눈동자가 나를 쳐다본다. 아아 그 얼굴, 완전 끌리는데. 카라마츠, 너 계속 착각하고 있다고. 나는 네게 좋은 형이 아냐. 거짓말쟁이에, 겁쟁이에, 옳은 일이라곤 하나도 하지 않는, 쓰레기 같은 형이라고.

그러니까 나를 택하지 않을 거라면, 다시는 나를 의지하지 마. 내게 어리광 부리지 마. 차라리 날 싫어해줘. 더는 내게 꿈같은 거 보여주지 마.

마음 한 구석의 냉철한 내가, [그만둬] 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더는 그만둘 수 없는 나는 모든 걸 감정에 맡긴 채로 입을 열었다.

 

 

[.....좋아해]

[.........?]

[네가 좋아. 마츠노 카라마츠, 나는 네가 좋아. 형제로서가 아냐. 너의 전부를 같고 싶을 정도로........이상하겠지]

[..............., 거짓말.....음읏....으응읏]

 

 

정신을 차리고 보면 나는 카라마츠의 입술을 내 입술로 틀어막고 있었다. 우와, 저질렀네. 형제들끼리 장난친다고 뽀뽀를 하는 경우는 있지만, 이건 전혀 다른 경우다. 지금까지 애정표현으로 하는 키스는 어떤 걸까, 하고 생각했었는데. 과연, 이렇게 기분 좋은 거구나. 상대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만으로, 취하지도 않았는데 취한 것처럼 몽롱해지는 기분이다.

입을 맞춘 걸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나는 굳게 잠긴 카라마츠의 입을 혀로 찔렀다. 여전히 완강하게 꾹 입을 다문 녀석에 조금 열이 받아, 나는 억지로 녀석의 입에 혀를 비틀어 넣었다. 카라마츠의 손이 나의 등을 때려댔지만, 너 그거 진심으로 반항하는 거야? 라고 생각할 정도로 약했다. 그렇게 해선 그만두지 않을 거니까.

나는 혀로 카라마츠의 입안을 범했다. 달아나려는 혀를 잡아 억지로 휘감고, 입천장과 아래를 번갈아 핥아 올렸다.

 

[후읏...., ......후아]

 

질척질척 침이 얽혀 거품이 일었다. 질척이는 소리와 함께 카라마츠의 한숨 섞인 목소리가 조용한 방에 울렸다. 떨리는 음성에 더 흥분한 내 호흡은 점점 더 가빠졌다.

감았던 눈을 슬쩍 열자 눈앞에 보인 건 눈물을 글썽이는 카라마츠. ~, 불쌍해라. 친형한테 이런 키스나 당하고....진심으로 동정한다고, 카라마츠. , 그렇다고 그만둘 생각 전혀 없지만.

 

 

그 뒤로 만족할 때까지 카라마츠의 입안을 범하고서야 나는 입을 뗐다. 그 때 두 사람 사이에 생긴 타액의 실이 늘어져 빛나는 걸 보고, [야하네-] 라고 생각했다.

서로의 타액으로 끈적끈적하게 된 카라마츠의 입가를 엄지손가락으로 닦아주었다.

카라마츠는 새빨간 얼굴로 숨을 몰아쉬며, 눈물을 머금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표정에는 조금 두려움이 섞여들어, 온몸이 흥분감에 오싹해졌다. 아아, 나 이치마츠를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변태일지도. 카라마츠 한정이지만.

 

[....어째서...?]

[그니까 말했잖아. 널 좋아한다고. 키스나 섹스적인 의미로]

[.......? .........에에?]

 

~, 완전히 혼란에 빠졌구만, 이 녀석. 바보씨의 작은 뇌로는 용량초과인 건가? 그래도 사고가 정지할 정도로 바보는 아니구나. 너는 좀 더 머리를 쓰라고, 바보. 세상은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으니까 말야.

 

[.....그치만...., 나는 이치마츠가....]

 

우와, 지금 이 상황에 가장 하면 안 되는 말을 했다고, 이 바보가. 네가 이치마츠를 좋아하는 건 이미 알고 있다고! 너 지금까지 몇 번이나 나한테 이치마츠에 관해서 상담했다고 생각하는 거야. 나는 그걸 알면서도 너한테 고백하는 거라고. 그런 건 보면 알잖아. 진짜 무의식적으로 지뢰 밟기 선수구만, .

아마 평소의 카라마츠 한정 착한 형인 나였다면 여기서 끝냈을 거다. [장난이라고~ 바보] 라며. 그리곤 두 번 다시는 널 건드리지 않겠지. 좋아한다며 난처하게 만들지도 않을테고.

하지만 아쉽게도 네가 좋아하는 상냥한 형님은 이미 어디론가 날아가버리고 없다고.

이미 나 고장나버렸으니까, 통제불능이야. 이것도 다 너 때문이라고. 무의식으로 내 마음을 엉망으로 만들어준, 귀엽고 사랑스러운 카라마츠군.

 

 

[있잖냐, 유감이지만 네 사랑은 실현되지 않는다고? 이치마츠한테 엄~청 미움 받고 있잖아. 완전 절망적-. 이제 그냥 포기하는 게 어때?]

[우읏....., 그런 거 알고 있....]

[, 전혀 모르고 있잖아. 모르니까, 매번 이치마츠한테 접근해서 욕먹고 차이곤 나한테 와서 푸념하는 거잖아?]

[....으읏....]

 

 

우와아, 나 완전 쓰레기구만. 뭘 태연하게 거짓말하는 거야. 이치마츠 본심 알면서, 둘이 같은 마음이라는 거 알면서. 카라마츠 이제 완전 눈물샘 붕괴 수준으로 울고 있잖아. 그래도 무리. 멈출 수가 없어. 지금까지 나를 상처 입혔으니까, 나도 널 상처 입혀도 괜찮잖아. 마음 한 켠의 냉철한 내가, [이제 거기서 그만둬] 라고 경고하고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금의 날 막지는 못했다.

 

그리고 아마, 그때 나는 가장 하면 안 되는 말을 해버렸을 거다. 분명 나의 이 말이 모든 발단이었다.

 

 

[네 사랑은 이제 이루어지지 않아. 그야말로 유치원부터 다시 시작하지 않으면 무리라고? 이치마츠가 널 좋아했던 건 어릴 적뿐이니까 말야. 하핫, 그래도 그런 거 불가능하겠지-]

[......!!]

 

그 순간, 카라마츠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지금까지 중에서 가장 상처받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말이 지나쳤다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늦어서, 카라마츠는 내 가슴을 힘껏 밀쳐내며 구속에서 벗어나 그대로 얼굴을 숨긴 채 그 자리에서 도망쳐 버렸다.

나는 멍하니 멀어져 가는 등을 바라보는 수밖에 없었다. 무심코 쭉 뻗은 한쪽 손은 카라마츠에게 닿지 않은 채 허공만 맴돌았다. 또 다시 마음 한 구석의 냉철한 내가, [자 보라고, 그러니까 그만두라고 했는데] 라며 기막힌 한숨을 토해내며 말했다.

 

이제야 정신이 돌아온 나는 힘없이 다다미 위에 주저앉았다. 카라마츠의 절망에 일그러진 얼굴을 본 순간, 아까까지 나를 움직이던 분노나 가학심은 놀랄 정도로 깨끗이 사라져 버렸고, 남은 건 후회와 초조, 자신에 대한 분노뿐이었다.

 

뭔 짓이야, . 바보냐. 바보냐고. 아아, 그래 맞아. 기적의 바보였지-. 뭘 좋아하는 애한테 상처 주는 거냐고. 이치마츠한테 뭐라고 할 게 아니잖아. 뭐가 나였으면 안 울린다는 거야. 뭘 소중하게 대하겠다는 거냐고. 완전히 울려버리고 상쳐줬잖아. 최악이다. 완전 미움받아 버렸어. 더는 형으로서 의지하지도 않을 거라고. 아아아아아아아아!!!! 이 바보!! 멍청이!! 구소 동정!!! 이제 그냥 죽어라 죽어!!

 

자기혐오로 죽을 것만 같다. 아니, 차라리 죽여줘.

나는 그날, 다른 형제들이 돌아올 때까지 혼자 방에서 머리를 싸맨 채 우울모드로 있었다. 저녁을 먹기 전에 돌아온 카라마츠와는 결국 단 한번도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그래서 그 놈이 어떤 얼굴로 나를 보는지, 알 수도 없었다.

 

 

 

 

 

그 다음날. 카라마츠의 상태가 아침부터 이상했다.

평소에 폼 잡던 가면의 모습은 없고, 계속 본연의 자신인 채로 있었다. 그런 녀석에 아마 다른 녀석들도 위화감을 느끼고 있는지, 힐끔힐끔 카라마츠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원인을 유일하게 아는 나는, 여전히 어색한 분위기에 먼저 말을 걸 용기가 나지 않아 집을 도망치듯 나섰다.

 

그 뒤, 적당히 시간을 보냈다. 경마장에 가서 이야미를 놀리거나, 파칭코에서 몽땅 잃거나....그리고, 슬슬 돌아가야지, 하고 생각해 집으로 가던 중 쥬시마츠한테 라인이 왔다.

그 내용은 이래저래 수수께끼투성이라 알아볼 수가 없었지만, 지금의 나는 카라마츠와 얽힐 기력도 용기도 없었기에 무시해버렸다. , 어차피 별 거 아니겠지, 하고 생각했다. 녀석의 몸은 튼튼하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집으로 가던 중 눈앞에, 데카판 박사의 연구소에서 당황하며 뛰쳐나가는 쥬시마츠의 모습이 보여 걸음을 멈췄다.

쥬시마츠가 저렇게 당황하는 건 드문 일이다. 진짜 카라마츠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하는 생각에 나도 덩달아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쥬시마츠를 쫓을 것인지, 일단 무슨 상황인지 확인할 건지 고민하다가, 사정을 잘 알아야 쥬시마츠의 말을 이해할 거라고 생각해 데카판 박사에게 달려갔다.

 

내가 데카판 박사의 연구소에 들어가자, 데카판 박사는 마침 잘 됐다며 안심한 표정으로 나를 맞았다.

 

[아아, 잘 돌아왔다스!! 다행이다스. 사실 쥬시마츠군의 형제가 먹은 약을 착각했다스. 아이가 되는 약이 아니라, 되고 싶은 내가 되는 약이었다스. 마침 그 약도 연구 중이어서, 카라마츠군이 아이가 되는 약을 먹었다고 착각해 버렸다스. 그나저나, 왜 어린애가 되어 버린 걸까....]

 

아무래도 데카판 박사는 날 쥬시마츠로 착각한 듯했다. 그래서 갑자기 그런 말을 들은 나는 그의 말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서두르며 말하는 그에게 다시 한 번 천천히 처음부터 설명하라고 말하자, 데카판 박사는 의아하게 보면서도 친절하게 카라마츠에게 일어난 일을 설명했다.

 

그리고 설명을 다 들은 나는 무심코 쓴웃음을 지었다. 망연자실했다. 눈앞이 까매질 정도로, 어쩌면 좋을지 몰랐다.

 

되고 싶은 자신이 되는 약, 그걸 먹은 카라마츠는 어려졌다.

뭐냐고 그게. 그거......완전히 내 탓이잖아. 어제 내가 했던 말 때문이잖아. 카라마츠는 이치마츠가 자신을 좋아해줬던, 유일하게 믿을 만한 어린 시절의 추억에 매달렸단 거잖아. 어려지면 이치마츠한테 사랑받을 거라고 생각한 건가? 바보냐고. 역시 너는 머리 텅텅 빈 바보구만.

그런 거 그냥 화풀이인 게 당연하잖아. 너를 상쳐주려고 한 말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어째서 너는 늘 바보처럼 내 말을 그대로 믿어버리는 거냐고. 그런 쓰레기 같은 말을 믿기 전에, 지금의 이치마츠를 믿으란 말이야. 그 녀석 속내 알기 어렵지만, 잘 보면 널 엄청 소중히 여기고 있다고. 알기 어렵지만, 제대로 널 사랑하고 있다고. 왜 모르는 거야. 진짜 열 받을 정도로 마음에 안 들지만, 널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건 내가 아니라는 걸 이미 잘 알고있어. 그런 남자의 허튼 소리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란 말이야.

 

머리를 싸매고 웅크린 내게, 데카판 박사가 [괜찮다스?] 하고 말을 걸었다. 그에 나는 괜찮다고 답하며, 일단 카라마츠를 찾으러 가기로 한다. 분명 아직도 쥬시마츠는 이 마을을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을 거다.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아, 이치마츠한테서 카라마츠를 찾았다는 연락이 와서 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보다, 역시 네가 좋은 부분 가져가는 거냐고, 이치마츠. 어쩐지 진 기분이 든 나는 바로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쓸데없이 마을을 돌아다니다 집으로 갔다.

그리고 집에 돌아온 날 기다리는 건 어려진 카라마츠로, 모든 사정을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역시 조금 당황해 버렸다. 게다가 그 녀석, 나 바로 알아봤고. 진짜 뭐냐고. 나 이제 웬만하면 너 포기하고 싶은데.

 

어려진 카라마츠는 확실히 귀여웠다. 귀여웠지만, 나한테 있어 그 모습을 곧이곧대로 보기엔 너무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그럴게, 그런 꼴이 된 건 나 때문이니까, 자신이 저지른 죄를 눈앞에서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는 걸. 고통밖에 없다고. 아니, 내가 100% 잘못했다는 건 알겠지만 말야. 그러니까 다른 형제들처럼 카라마츠를 귀여워~ 귀여워~ 라며 태연하게 즐길 수가 없었다.

 

게다가 사실, 카라마츠가 먹은 약을 모두에게 말해야 하는가도 신경 쓰였다. 뭐어, 말하면 내 마음도, 카라마츠의 마음도, 이치마츠의 마음도 전부 말해야 하지만. 이 판국에 나는 자신의 상황만 신경 쓰고 있었다. 정말이지 이기적이다. 완전 최저.

 

게다가 이 카라마츠. 내 심정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나한테 완전 들러붙어 온다. 대체 뭐야!? 혹시 일부러 그러는 거? 나한테 정신공격이라도 하는 건가 싶어 의심의 눈길을 돌리자, 카라마츠는 나를 보며 반갑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전혀 그런 기미는 보이지 않는데요.

하아......뭐어, 카라마츠를 상처 입힌 벌이 이거라면 달게 받겠다고.

 

 

 

 

 

 

카라마츠가 어려진 그날 밤.

나는 좀처럼 잠들지 못해, 이불에서 슬쩍 나와 어둑어둑한 거실로 향했다. 그대로 다다미 위에 주저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TV만 바라보았다.

하아....형아 조금 지쳤을지도. 이럴 때, 늘 카라마츠 상심한 나를 알아보고 아무 말도 없이 곁에 있어 줬는데.....아마 다시는 그런 일 없겠지. , 자업자득이지만. 하아.....

 

오늘만 몇 번째인지 모를 한숨을 내쉬던 순간, 내 귀에 덜컹, 하는 작은 소리가 들려 반사적으로 소리가 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거기에 지금 막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카라마츠가 문앞에서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카라마츠?]

[오쇼마츄혀아....왜 그래? 어디 아파?]

 

내가 이름을 부르자 카라마츠는 주춤주춤 내게 다가와, 나를 바라보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 뭐야 이 녀석. 어려져도 내가 힘들다는 걸 알아챈 거야? 널 상처준 쓰레기 형한테 아직 상냥하게 대해주는 거? 뭐냐고 대체, 진짜 좀 봐주라.

 

[-...괜찮아. 조금 잠이 오지 않아서 그러니까. 카라마츠는 그만 돌아가]

 

내가 그렇게 상냥하게 거절했지만, 카라마츠는 작게 머리를 가로 저어대곤 여전히 날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라보았다. 진짜 그만하라고. 그런 순진한 눈으로 날 보지 마. 죄책감에 죽을 것 같아.

그보다 이 녀석, 옛날부터 막무가내였지. 아마 내가 방에 돌아갈 때까지, 녀석은 돌아가지 않을테지. 나는 다시 한숨을 토하며 머리를 긁었다. 그리고 계속 의문이었던 걸 물었다.

 

[너 말야, 왜 내가 오소마츠라는 걸 바로 알았던 거야?]

 

내 경우엔 사전에 알고 있었으니까, 처음부터 녀석이 카라마츠라는 걸 알았다. 그저 그뿐이다. 하지만 녀석은 어떻게? 왜 내가 오소마츠라는 걸 알았던 거지. , 그 상황에서 남은 건 나와 토도마츠 뿐이었지만, 녀석은 고민하는 기색도 없이 날 오소마츠라고 부르며 가리켰다. 그 이유를 나는 여전히 모르겠다.

내 물음에 카라마츠는 멍한 표정을 하더니, 이내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안다구-! 오소마츄는 내 하나뿌닌 형아니까!! 그리구, 그리구 오쇼마츄는 내 특별이니깐! 그리고 또오 잔-뜩 있찌만, 쩨일쩨일 죠아하는 형아는 오쇼마츄뿌닌걸!!]

[........네 특별, 이야?]

[마쟈!!]

[..하핫...그렇구나...]

[오쇼마츄형아? 왜 구대? 우는 거야?]

 

가슴이 괴로워져 무심결에 고개를 숙였다. 우는 거 아니라고, 바보. 그치만 좀 울 것 같다.

그런가-....나 네 특별인가아. 분명 그건 내가 바라는 특별이 아니겠지만, 그래도 역시 기쁘다고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뭐랄까, 비유한다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싶었는데, 나온 건 요리사의 가장 추천하는 요리였다...같은? 엄청나게 맛있지만, 이걸 원했던 게 아닌...그런 복잡한 심경. 좀 복잡한가? 나 이런 거 서투르니까.

 

카라마츠가 걱정스럽게 이쪽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나는 그 작은 몸에 손을 뻗다가, 순간 멈춰선다. , 이 녀석을 만져도 되는 걸까. 다시는 건드리지 않아야 하는 거 아닐까. 상처만 주는 이 손은, 두 번 다시 카라마츠에게 뻗어서는 안 되는 거 아닐까. 아아, 최악이다. 답지 않다. 언제나 유아독존인 나는 어디론가 여행이라도 가버린 듯하다.

 

[저기, 카라마츠]

[왜애?]

[....안아봐도 될까]

[-? 좋아]

 

마음속에서 [거절해] [거절하지마] 란 상반된 의견이 부딪히는 와중, 이런 심정을 모르는 카라마츠는 순진무구하게 웃으며 내 앞에서 양손을 펼쳤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나는 충동적으로 카라마츠의 작은 몸에 달라붙었다.

 

[미안....미안해, 카라마츠]

 

상처줘서 미안. 심한 말을 해버려서 미안. 네 사랑을 응원하지 못 해서 미안. 좋은 형이 아니어서 미안. 좋아한다고 말해서 널 곤란하게 만들어 미안. 네 행복을 빌어주지 못 하는 몹쓸 형이라서 미안. 너의 특별로는 만족하지 않고 욕심내서 미안. 미안, 미안해, 정말 미안.

하지만 싫은 걸. 괴로운 걸. 네 시야에 들지조차 않는 게 너무 괴로워서 죽을 것만 같은 걸....

저기....어떻게 하면 나는 널 포기하고, 좋은 형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걸까.

 

떨리는 목소리로, [미안] 이라 반복하는 나에, 카라마츠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작은 팔을 힘껏 뻗어 내 등을 어루만졌다.

 

[왜 사과하는 거야? 오쇼마츄형아 뭔가 잘못해써?]

[했어...엄청 나쁜 짓, 해버렸어. 나 엄청 나쁜 애라고]

[~...그래서 우는 거구나]

 

그니까 우는 거 아니라니까!! 울 것 같긴 하지만. 그 차이가 중요한 거라고.

 

[있지, 엄마가 그랬는데, 잘못해도 제대로 사과하면 착한 아이라고 했어. 사과하는 아이는 참 잘해써요! 하고 칭찬해주는 거래! 그러니까 오쇼마츄형아도 참 잘해써요 해줄게! 그니까 이제 갠찮아!]

[푸흣...뭐냐고 그게. 그럼 너한테 심한 짓을 했어도 사과하면 용서해주는 거야?]

[나한테? 우음...오쇼마츄형아는 착한 아이니까 용서해주께! 착하다~ 착하다~]

[...., 바보...역시 넌 바보네....~]

 

카라마츠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싱글벙글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착한 아이네에~] 같은 말을 하다니, 완전 애취급이다. 뭐냐고, . 이렇게 어려져도 성모 속성은 남아있는 거냐고. 그보다, 용서해주는구나 나. 뭐어, 이런 꼬마는 내가 한 짓 모르니까 그렇게 쉽게 말하는 거겠지만.

 

원래 카라마츠도 사과하면 용서해줄까.

녀석이 어쩔 수 없구만, 하는 얼굴로 날 용서하는 건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일이긴 하지만. 그녀석 그릇만은 크니까 말야. 이 꼬마처럼 머리도 쓰다듬겠지.

나는 카라마츠의 작은 몸을 꼭 끌어안으며, 그 어깨에 이마를 대곤 한숨을 내쉬었다.

 

[카라마츠, 나는 네가 엄청 좋다고]

[나도!! 나도 엄~청 좋아!]

 

카라마츠가 꺄르르 웃으며 내게 더 달라붙었다. 그 작은 팔에 가해진 힘이 사랑스러워, 나는 필사적으로 참았던 눈물을 조금 쏟아냈다. 제발 내가 울고 있단 거 알아채지 말아라. 금방 다시 네가 의지할 수 있는 형으로 돌아갈테니까.

 

 

 

 

카라마츠가 원래대로 돌아오면, 제대로 사과해야지. 설령 용서받지 못 한다고 해도, 녀석에게 부딪치자. 그리고 다시 한 번 고백하자.

[네가 좋으니까, 나를 택해] 라고. 분명 거기서 처음으로 나는 이치마츠와 같은 판에서 싸우게 될테니까.

 

 

 

저기, 카라마츠.

나 역시 널 포기할 수 없을 것 같아. 누구에게도 넘겨주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이번에는 제대로 나도 봐달라고.

 

 

――― , 나았다.

 

작은 카라마츠가 웃는다.

깨지고 부서졌던 내 마음은 어느새 전부 복구되어 있었다.

 

 

 

 

 

 

 

 


 

간만의 쇼타 카라마츠네여!


카라른이라곤 했지만

중심은 오소랑 이치네요



아무튼 다음으로 마지막입니다 :)


다음편도 조만간!









허락받은 작품입니다

무단전재는 금지입니다!!!




오역, 의역, 발식자 주의

불펌금지, 공유는 블로그 주소를!!

http://joniamhungry.tistory.com/




 【블로그 이용시 필요한 공지들 링크】


*저작권/무단전재 관련*


*요청 관련*


*R18 비번 관련*



























우리들은 여섯 쌍둥이다. 여섯명이 동시에 엄마의 배에서 태어났다. 그래서 장남이나 차남 같은 개념은 사실상 아무런 상관도 없다. 정말 몇초 차이일 뿐이니까. 하지만 역시 장남으로서 자라온 오소마츠형은 이러니저러니 해도 우리들을 앞에서 이끌어주고, 차남인 카라마츠는 동생들의 어리광을 받아준다. 오남과 육남은 동생답게 그런 형들에게 어리광을 곧잘 부렸다. 그게 비해서 가운데에 낑긴 나와 이치마츠는 미묘한 입장이었다. 뭐어, 이치마츠는 그런 거에 그다지 연연하지 않는 느낌이지만. 아니, 어떤 의미로는 이 순번을 가장 신경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카라마츠의 동생이라는 포지션에 가장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게 녀석일테니까.

나는 뭐어, 그런 거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달까. 애초에 나와 이치마츠는 입장이 전혀 다르다고 생각한다. 우선 나는 카라마츠를 멋대로 쌍둥이 같은, 자신의 분신처럼 여기고 있다. 그건 카라마츠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한다. 2번째와 3번째. 카라마츠의 다음에 내가 태어났다. 다음은 카라마츠의 성격. 그 어설픈 성격이 형이라고 부르기엔 좀 애매한 느낌이 들어, 오히려 내 쪽이 더 형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다른 형제보다도, 카라마츠의 생각을 좀 더 잘 알 수 있다. 의식적인 거라서 설명은 힘들지만, 아무튼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가 있다. 그리고 그건 카라마츠도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우리들은 여섯 쌍둥이이면서 쌍둥이 같은 관계성이 있다. 내게 가장 가까운 건 녀석이고, 그렇기에 녀석이 가장 사랑스럽다. 만약 녀석이 죽는다면, 나도 따라서 죽을 정도로......같은, 약간 기분 나쁜 생각까지 하고 있다.

뭐어, 이런 느낌의 여러 가지 복잡한 이유로, 나는 녀석을 향한 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다. 이 마음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조차 모를 정도다. 사모라고 하기에는 너무 무겁고, 사랑이라고 하기에는 더러운, 그런 존재........에 가장 어울리는 말은 뭘까? 하지만 순수한 느낌과는 조금 거리가 멀다. 운명 공동체 같은? -......그렇게까지 깨끗하고 아름다운 건 아니란 말이지.

이 감정을 뭐라고 불러야 좋을까,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그리고 최근, 이랄까 고교시절부터 나를 괴롭게 만드는 건 카라마츠의 중2병이다. 머리가 텅텅 빈 녀석이, 각자 개성을 만들어 가는 형제들 속에서, 자신이란 존재를 확립시키기 위해 찾아낸 가면. 녀석은 그 가면을 찾은 후로, 늘 연기를 하게 되었다. 나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최근에는 무시하는 게 일상이 되어 버렸지만, 그럼에도 녀석은 가면을 벗지 않았다. 어째서 내 앞에서 가면을 쓰고 있는 걸까. 너는 내 반쪽이잖아, 라며 쓸쓸해하고 슬퍼하고 짜증이 났다. 아무튼 나는 그 설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건 다른 형제도 마찬가지여서, 특히 이치마츠가 가장 혐오감을 드러냈다. 다음으로 나나 토도마츠. 반대로 오소마츠형은 그런 설정을 그냥 받아들였고, 쥬시마츠도 개의치 않았다.

정말 그거 어떻게 안 되는 걸까. 나는 본연의 카라마츠가 좋은데....아니, 어떤 카라마츠여도 좋아하는 건 변하지 않는다고? 그치만 역시 좋아하는 사람이 본연의 모습으로 있어줬으면 하는 건 당연하잖아.

 

뭐어, 뭐가 말하고 싶냐면, 아무튼 나는 카라마츠에게 엄청 복잡한 감정을 품고 있다는 사실이다. 솔직히 스스로도 어쩌고 싶은 건지 알 수가 없지만. 그런 상태인데, 이번에는 유아화냐......정말 좀 봐달라고, 갭 오버라며, 한숨을 토하고 만다. 뭐어, 작아진 카라마츠는 엄청 귀여우니까 나도 싫지는 않다, 랄까 오히려 작아진 쪽이 더 본연의 카라마츠로, 안쓰러운 중2병이 발현되지 않아서 좋다.

그치만 녀석이 원래대로 돌아간다면, 일단 3시간 설교 코스다. 이것만은 양보할 수 없다.

 

 

 

 

 

 

 

 

그건 엄마의 한마디로 시작되었다.

 

[저기, 니트들아. 엄마와 아빠는 내일부터 일주일간, 여행을 갈 거란다]

[[[[[[ ]]]]]]

 

여섯명 전원이 같은 반응을 보인다. 역시 여섯 쌍둥이....가 아니라! ? 혀앵? 내일부터 1주일? 처음 듣는 소린데!?

저녁밥을 먹은 후 거실에서 뒹굴거리고 있는 우리들에게 갑자기 청천벽력의 말이 떨어진다.

 

[아니, 뭐야 갑자기!? 처음 듣는 소린데!!??]

[처음 말하는 거니까]

[왜 이제 말해!? 그런 건 미리미리 말해야 하는 거 아냐? 뭐야 내일이라니!?]

[아니이.....일부러 말할 필요가 있나 싶어서 그치, 아빠]

[아아, 그렇지]

[아니, 말해야지!! 필수 연락 사항이라고!! 랄까, 이 대화 데자뷰 같은데. 며칠전에도 형제가 비슷한 대화를 했었지. 역시 부모자식이네]

 

나는 필사적으로 츳코미하면서, 무심코 톳티를 바라본다. 하지만 톳티는 자긴 모른다는 표정이다. 어이, 널 말하는 거라고, 드라이 몬스터-.

 

[여행이라니, 어디로 가는 거야?]

 

지금까지의 흐름을 무시하고 오소마츠형이 태평하게 질문한다. 하지만 그 얼굴을 삐진 듯한 표정이다. 아마 자신도 여행에 가고 싶다든가 생각하는 거겠지. 그 전에 일하라고, 쓰레기 니트. (쵸로마츠형, 그거 형도 마찬가지라고 by. 톳티)

 

[잠깐 오키나와에. 응모권 당첨됐거든]

[에에에에에!? 치사해치사해치사해!!! 나도 가고 싶어어~~~!!!]

 

장남이 떼를 쓴다 (성인 남자). 너한테 자존심이라는 건 없는 거냐. 아니, 있을 리가 없나. 그런 게 있었으면 진작에 취직했을 거다. 그런 초6 정신의 장남을 보며 엄마는 차분한 목소리로, [당첨된 건 2명분이라고] 라 말한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겠지.

 

[라는 걸로, 생활비는 1주일 분 두고 갈테니까, 낭비하지 않도록. 실수로 빠칭코나 경마에 쓰면 안 된단다! 그리고 카라마츠도 잘 돌보고. 애가 있으니까 편의점 음식으로 적당히 끼니를 때우는 건 금지!]

 

그렇게 말한 엄마는 카라마츠를 끌어안고 [착하게 있으렴] 같은 평소에는 들을 수 없는 다정한 목소리로 말하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빠도 [1주일 동안 카라마츠를 볼 수 없다니 쓸쓸하네] 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니, 엄마아빠. 우리들은 뭐 없어? 아무 말도 없냐고. 젠자앙. 하지만 카라마츠라면 어쩔 수 없다.

 

그렇게 약간 서운한 기분으로 우리들은 다음날 부모님을 배웅했다. 앞으로 1주일, 여섯 쌍둥이끼리의 생활이다. , Pixiv에서 곧잘 보이는 흐름이네!

 

 

 

 

 

그리고 부모님이 나가신 후, 거실에 여섯 쌍둥이 회의가 열렸다. 덧붙여서 카라마츠는 쥬시마츠의 무릎 위에 앉아 둘이서 수수께끼의 노래를 불렀다. [우리들 친가에 빌붙어~ 부모의 등골을 빨아먹네에~] 라는 뭐라 말 못할 미묘한 노래였다. 그치만 뭔가...........귀여워, 이젠 평범하게 좋아-!

 

[그래서, 어쩔래?]

[~........제일 문제인 건 밥이지. 외식은 비싸고, 그렇다고 만들기엔.........누구 요리할 수 있는 사람?]

 

오소마츠형이 다른 형제들을 바라보며 말하자, 다들 눈을 돌린다.

 

[나 젓가락보다 무거운 건 못 들어서, 미안!]

[나도 무리. 사망자가 나올 거야]

[나나나나~!! 나는 투수할래!!]

[형아도 무리~. 나 자신 있는 요리 컵라면뿐인 걸~]

 

 

이 녀석들...

형제들의 말에 한숨을 내쉰다. 틀렸다, 녀석들은 정말 글러먹었다. 구원할 수도 없는 쓰레기다.

 

[우선 토도마츠!! 너 젓가락보다 무거운 건 못 든다면서, 왜 지금 쥬시마츠한테서 카라마츠를 뺏아 드는 거야!! 다음 이치마츠! 사망자가 나온다니 뭐야!? 너는 포이즌 쿠킹이라도 할 생각이냐!? 쥬시마츠!! 야구가 아냐. 뭐든 야구로 생각하는 거 그만둬!! 그리고 장남!! 컵라면은 요리가 아니거든!! 전국의 주부한테 사과해!!!]

 

단번에 츳코미를 퍼부으면, 형제들은 불만스러운 얼굴로 나를 본다.

 

[무슨 소리야, 쵸로마츠형! 카라마츠형은 깃털처럼 가볍다구!! 웃기지 말라구, 이 썩을 외도!! 악마!! 인격자!! 고액 납세자!!]

[독살인가....히힛, 좋네]

[에에에에에!? 야구 아녀!!??]

[시끄럽다고, 체리마츠. 그럼 너는 어떤데? 요리 할 수 있어?]

[......그건...]

 

오소마츠형의 물음에 말문이 막힌다. 아니, 나도 그렇게 잘하지는 않지만 말야. 너희들보다는 낫지.........라고 믿고 싶다.

미묘한 분위기 속, 나는 무심코 톳티에게 안겨있는 카라마츠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우리들 여섯 쌍둥이 중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된 요리를 할 수 있는 건 카라마츠였다. 엄마 정도로 솜씨가 좋은 건 아니고, 할 줄 아는 것도 그렇게 많지 않다. 하지만 혹시 자취를 한다면 곤란하지 않을 정도의 수준이다. 기본적인 요리라면 곧잘 만들어냈다. 나도 몇 번인가 카라마츠의 요리를 먹은 적이 있는데, 평범하게 맛있었다. 그러니까 엄마가 부재일 경우에는 카라마츠가 요리 담당을 해주었는데, 지금은 카라마츠가 이런 상태니까......

 

[쵸로마츠형이 요리를 담당하면 되잖아]

[, 어째서?]

[그치만 가끔 카라마츠형의 요리 도와줬었잖아? 그럼 우리들 중에서는 그나마 낫겠지]

 

토도마츠는 이 회의에 벌써 질린 모양인지 스마트폰으로 카라마츠의 사진을 찍어대며 조금 성가시다는 듯이 말했다. [카라마츠형, 거기서 공주님 포즈!!] 라며 토도마츠가 말하자 카라마츠는 고개를 갸웃하며 피스를 했다. 공주님 포즈는 아니지만 귀엽네, 망할.

 

 

그보다, 으응...여기선 내가 요리하는 수밖에 없나.....하고 형제들을 차례로 둘러보며 생각한다. 톳티의 말대로 나는 카라마츠의 요리를 종종 도와줬었다. 그러니까 기본적인, 썰기, 굽기, 찌기 정도는 가능하다. 맛의 보증은 할 수 없지만.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보다는 스스로 만드는 게 안심이다. 카라마츠한테 이상한 걸 먹일수도 없고.

어쩔 수 없나, 하고 나는 한숨을 내쉰다.

 

[알겠어. 요리는 내가 할게. 그 대신 다른 것들은 너희들이 알아서 하라고]

 

그렇게 말하자, 다들 귀찮아 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이걸로 지금 당장은 특별히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럼 회의는 이만 끝낼까, 하고 오소마츠형에게 말을 걸려고 했더니, 어째선지 카라마츠가 [아잇!] 하고 기운차게 손을 올렸다.

 

[? 왜 그래, 카라마츠?]

[아잇!! 나 장보기 담당!! 첫 심부름 갈래!!]

[?]

[아아...이녀석 또 TV에서 이상한 거 봤구나]

 

갑작스런 제안과 그 내용에 놀란다. 장보기? 첫 심부름이라니 뭐야? 그리고 그런 카라마츠를 눈여겨 보고 있던 오소마츠형이 기막히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어이 장남, 너는 카라마츠의 말의 의미를 아는 거냐? 내가 오소마츠형에게 설명해달라는 듯한 시선을 보내자, 그는 귀찮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어제 카라마츠랑 TV를 봤는데, 거기에 꼬마애들이 첫 심부름을 가는 걸 촬영하는 프로그램을 봤거든.....그거 보면서 이 녀석 눈을 반짝반짝 빛내서 또 귀찮은 일이 생기겠구만, 했더니 예상대로였네]

 

그런건가. 그 프로를 보면서 자신도 첫 심부름이 하고 싶어졌다는 건가? 카라마츠에게 시선을 돌리자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기대에 찬 눈으로 이쪽의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와, 완전 기대하고 있잖아. 이런 순진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면 NO라고 말하기 어렵잖아.

 

[나는 반대. 위험하잖아]

 

하지만 그런 카라마츠의 기대에도 아랑곳 않고, 이치마츠가 아무렇지도 않게 반대를 한다. 의욕이 넘치는 카라마츠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도 이치마츠와 같은 의견이다. 이런 작은 아이를 혼자 심부름 보내다니, 괜찮을리 없다. 왜냐면 이렇게 귀엽잖아? 유괴라도 당하면 어쩌려고. 이런 천사가 혼자 돌아다닌다면 누구라도 유괴하고 싶어질 거라고.

하지만 그런 우리들의 의견에, 장남과 막내가 이의를 제기했다.

 

[괜찮지 않아? 사랑하는 자식에겐 여행을 시켜라, 라는 말도 있고]

[나도 괜찮다고 생각해]

[? 무슨 소리야 너희들? 카라마츠한텐 아직 이르다고!]

 

믿을 수 없는 말을 하는 장남과 막내에 항의하자, 두 사람은 히죽거리며 뭔가를 꾸미고 있는 듯한 안 좋은 느낌의 미소를 지으며 나와 이치마츠, 그리고 쥬시마츠에게 소곤소곤 귓속말을 했다.

 

[너희들 그 프로그램 본 적 없어? 진짜 혼자서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카라마츠한테 위험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뒤에서 미행하는 거라고]

[그렇다고, 형들. 그리고 잘 생각해보면, 그 방송에 나오는 애들 다 귀엽지? , 카라마츠형보다는 덜하지만. 아무튼, 귀여운 아이가 혼자서 열심히 심부름을 하는 모습, 귀엽잖아? 우리들은 뒤에서 그런 귀여운 카라마츠형의 모습을 천천히 관찰할 수 있는 거라고? 분명 전국이 눈물을 흘릴 정도로 귀여울 거라고? 보고 싶지 않아?]

 

두 사람의 말에 우리들은 핫, 하고 고개를 쳐들며 카라마츠를 슬쩍 보았다. 혼자서 열심히 심부름을 하는 카라마츠의 고군분투기....라고? 그런 거...그런 거.....

 

 

[[[ 보고 싶은 게 당연하잖아!!! ]]]

 

나와 이치마츠, 쥬시마츠의 목소리가 커진다. 그런 우리들을 장남과 막내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그래그래, 우리들은 전원 카라마츠한테 홀딱 빠져있다고. 뭐 불만있냐.

 

 

 

 

 

 

 

 

 

바로 그날 당일, 카라마츠의 첫 심부름을 결행하게 되었다.

카라마츠한테는 양손을 사용할 수 있도록 유아용 배낭(팬더씨의 얼굴이 그려진 가방이다. 톳티가 사온)을 주고, 그 안에 지갑과 사올 것들을 적은 메모를 넣었다. 그리고 내 핸드폰도 같이 넣었다. 뭔가 곤란한 일이 있으면 연락하라고 사용법도 가르쳤다.

 

[알겠냐, 카라마츠. 너한테 부탁한 건 카레 가루랑 고기야. 두 개 다 슈퍼에 파니까. 위치는 몇 번이고 가봤으니까 알고있지?]

[응응!! 잘 알게쑴다!!]

[좋아. 카레는 달달한 맛으로 사와. 그리고 고기는 삼겹살 300g이야. 모르겠으면 점원한테 물어볼 것! 그리고 돈이 조금 남을텐데 그건 원하는 거 사먹도록 해

[아잇! 알겠슘다!]

[그리고,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거나, 같이 가자고 해도 따라가면 안돼. 만약 길을 잃으면 거기서 움직이지 말고 우리들한테 전화해]

[아잇! 모르는 사람은 쩌언부 야쿠쟈!!]

[..그거 아직 믿고 있구나. 뭐어, 됐나. 으음, 그리고....그리고.......뭐가 또 있으려나...]

[쵸로마츠혀~, 너무 걱정이 많다고]

 

현관에서 카라마츠의 어깨를 잡고 중요한 사항들을 전하자, 옆에서 지켜보던 토도마츠가 기가 막힌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니아니, 너는 걱정되지도 않냐!! 나는 이미 마음이 찢어질 정도로 걱정이라고!! 가능하면 이 손을 놓고 싶지 않아!!! 무심코 뒤에 있던 토도마츠를 째려보면, 다시 못 말린다는 듯이 한숨을 내쉰다.

 

[하아....어차피 뒤에서 몰래 따라갈 거니까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잖아. 저기, 이치마츠혀....이치마츠형!!??]

 

옆에 있던 이치마츠한테 말을 걸던 토도마츠는,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다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소리친다. 그도 그럴 만한 게, 이치마츠가 카라마츠를 보며 굵은 눈물방울을 떨어뜨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윽...카라마츠, 힘내라고....]

[, .....힘내께..]

 

그리고 흘러내린 눈물을 소매로 닦으며 오열 섞인 목소리로 카라마츠에게 말을 걸었다. 카라마츠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이치마츠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천사조차도 조금 질린 표정이다. 그러나 나도 이치마츠의 분위기에 휩쓸려 똑같이 눈물을 흘리고 만다. 파이팅!! 카라마츠!!!

 

[대체 뭐야, 이 미친 광경!? 전쟁터!? 카라마츠형 전쟁터라도 가는 거야!!??]

 

토도마츠의 츳코미가 들렸지만 산뜻하게 무시했다.

 

 

 

 

 

 

흐흐흥~~하고 귀여운 콧노래를 부르며 팔딱팔딱 즐겁게 뛰어간다. 우리 형제는 그런 카라마츠의 모습에 치유당하면서, 제각각 머리에 보자기를 뒤집어 쓰고 뒤를 미행하고 있었다.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이 미행 스타일 오히려 너무 눈에 띄지 않아?

 

[하아~~....오늘도 천사가 너무 천사라 세계가 평화로워~~]

[톳티, 그 비디오 카메라 어디서 났어?]

[아빠 방에서 빌렸어. 천사의 모습을 이 카메라에 담아서 갈 거라고! 다들 나중에 감상회 하자!!]

[톳티, 굿잡]

 

토도마츠가 비디오카메라를 들고 있는 걸 보고 쥬시마츠가 그렇게 묻자, 웃는 얼굴로 토도마츠가 화답했다. 그런 토도마츠에게 이치마츠가 엄지를 세우며 칭찬한다. 그보다, 나중에 아빠한테 혼나지 않을까? 나는 모른다고. 하지만, 감상회에는 참석하겠습니다. .

 

[어이, 너희들, 긴급 사태다]

 

태평하게 담소를 나누고 있는 우리들에게 오소마츠형이 긴박하게 말을 걸었다. 뭐야뭐야, 하고 오소마츠형을 보면, 형은 카라마츠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녀석, 완전히 길을 잘못 들었어. 게다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어]

[[[[ ]]]]

 

갈림길에 도달한 카라마츠는 망설임 없이 목적지와는 반대방향의 길을 택했다. 어째서 고민도 하지 않는 거야.

 

[, 어떡해? 오소마츠형!?]

[톳티! 작전 B!!]

[! , !]

 

오소마츠형의 말에 토도마츠는 뭔가 떠올린 듯 들고있던 커다란 가방을 내리고 지퍼를 열었다. 집을 나올 때부터 신경 쓰였는데, 그 커다란 가방은 뭐야? 작전 B? 나 그런 거 처음 듣는데!?

미심쩍은 듯이 두 사람을 보면, 왠지 둘은 옷을 갈아입기 시작하더니, 여성용 가발을 썼다. 어이, 여기 밖이라고! 뭐하는 거야 이 녀석들!?

그리고 완성도가 낮은 여장(뭔가 주부같은)을 한 이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종종 걸음으로 카라마츠한테 달려갔다. 뭐가 뭔지 모른 채로 나도 두 사람을 뒤쫓자 어째선지 둘은 카라마츠 눈앞에서 딜리버리 콩트를 시작했다.

 

[오소코와!]

[토도코의!]

[[딜리버리 콩트. 사실은 어색한 잡담!!!]]

 

아니아니, 무슨 짓이야 너희들. 카라마츠도 놀라서 굳어버렸잖아! 눈앞에서 벌어지는 바보 두명의 촌극에 굳어버렸잖아!! , 자기 형제라고 알아채지는 못한 것 같지만....

 

[어머, 토도코씨, 안녕하세요]

[어머나, 오소코씨! 안녕하세요]

[저기저기, 어디서 주워들은 거지만...옆집의 쵸로코씨와 그 남편분!]

[아아! 그 엄청 촌스러운 남편을 가진!]

[그래요그래요, 그 망할 동정티가 아직도 풀풀 나는 그 남편! 그 분, 레이카라는 아이돌에 푹 빠져서 요즘 그 부인과 관계가 소홀하다고 하더라구요!]

[어머! 기분 나빠~. , 그보다 오소코씨. 슈퍼에 가려면 어디로 가야하죠?]

[어머어머, 토도코씨. 슈퍼는 반대쪽이라구요! 여기서 직진하고 두 번째 신호에서 오른쪽으로 꺾어서 쭉 가면 슈퍼가 보일 거예요. 아 참, 슈퍼마 쪽은 차가 많이 다니니까 조심하세요!]

[알겠어요! 제대로 오른쪽 왼쪽 살피고, 다시 오른쪽 보고 손을 들고 길을 건널테니까요!]

 

여기까지 콩트를 가만히 듣고 있던 카라마츠는 슈퍼 얘기를 듣자마자 깜짝 놀란 표정으로 오소마츠형이 가리킨 방향을 돌아본다. 아무래도 길을 잘못 든 것을 깨달은 모양이다. 당황한 듯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한 카라마츠에 우리들은 휴우, 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내렸는데........잠깐 좀 볼까, 쿠소 장남이랑 쿠소 막내.

나는 콩트를 끝내고 돌아온 두 사람을 째려본다.

 

[어이, 너희들....지금 그건 대체 뭐야]

[뭐냐니, 딜리버리 콩트라구. 쵸로마츠형도 쥬시마츠형이랑 했잖아]

[카라마츠 녀석, 말을 거는 모르는 사람은 야쿠자라고 생각하니까 말야. 변장하고 길을 가르쳐줘도 도망가버릴 거라고? 그러니까 딜리버리 콩트를 한 거야]

[아니, 그건 안다고. 너희들이 뭘 하고 싶은지는 알겠고, 대성공했으니까 됐거든? 그치만 말야.......전반의 그 쓸데없는 대화는 필요없었잖아!! 저거 완전 나 디스한 거지!! 이지메!? 이지메냐!? 그리고 레이카라니 누구!? 냐짱이거든!!!??]

 

아무래도 불필요한 전반의 대화에 대해 지적하자, 두녀석은 좀 성가시다는 듯이 눈을 감을 뿐 반성의 기미라곤 보이지도 않고 사과도 없다. 정말 이녀석들 최악이야. 내가 분노에 떨고 있자, 이미 앞서 걷기 시작한 이치마츠와 쥬시마츠가 말을 걸었다.

 

[형들!! 카라마츠형 잃어버린다고!]

[쵸로마츠형의 일은 아무래도 좋으니까 빨리!!]

 

어이, 이치마츠!! 아무래도 좋지 않거든!!!

하지만 카라마츠를 잃어버리는 건 위험해. 나는 납득할 수는 없지만 일단은 분노를 가라앉혔다. 돌아가면 기억해두라고, 쿠소 장남과 막내.

 

 

 

 

 

그 뒤 무사히 카라마츠는 슈퍼에 도착했다. 우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첫 관문 돌파다.

카라마츠는 슈퍼에 들어가서 어린이용 작은 바구니를 집었다. 그리고 쭉 걸어 정육 코너로 갔다. 역시 육식계 고기.

많은 고기들 앞에서 카라마츠는 고민하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상품을 비교하고 있다. 삼겹살이라고 카람츠! 내 말을 떠올려!! 모르면 점원에게 메모를 보여주면서 물어봐!!

 

[우음.....뭐를 사야하더라? 으음~ 으으음~...........분명 쵸로마츄가..............! 좋아하는 거 사라그래써!!]

 

아냐!! 좋아하는 거 사라고 한 건 과자라고!!

 

[내가 좋아하는 거언.....돼지보다 소니까아~~....이거다!! 소고기!!]

 

카라마츠는 소고기를 손에 들며 기쁜 듯이 바구니에 담았다. 아냐, 아니라고, 카라마츠. 사야하는 건 돼지고기.....그치만 귀여우니까 봐줄게!!!

 

[위험해....내 동생이 너무 천사야. 바보지만 귀여워]

[다들, 오늘부터 우리집 카레는 소고기 카레다. 반대는 인정하지 않아]

[이제 평생 소고기 카레만 먹어도 좋아. 그렇게 정했어]

[카라마츠형 귀여워-!!]

[어쩌지...너무 귀여워서 울 것 같아....우윽]

 

다른 형제들도 귀여움에 떨고 있다. 랄까, 오열하고 있었다. 주변에서 보면 완전 수상한 놈들이지만, 이것도 전부 우리 형이 너무 귀엽기 때문입니다.

마츠노가의 카레는 원래 돼지고기지만, 오늘부터 소고기로 바꾸자. 그렇게 하자.

 

다음에 카라마츠는 카레가 있는 선반 앞까지 갔다. 그리고 역시 여기서도 카라마츠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카라마츠, 달달한 맛이라고!! 어떤 회사거든 상관없으니까, 아무튼 달달한 맛으로!! 그것만 안 틀리면 참잘했어요니까!! 마츠노가의 카레는 항상 중간맛이지만, 지금은 카라마츠가 어리니까 매운 건 안 된다. 그러니까 달달한 맛으로 결정했다. 부탁이니까 떠올려!! 라고 뒤에서 필사적으로 텔레파시를 보내고 있자, 카라마츠 앞에 낯익은 얼굴이 나타났다.

 

[어라, 카라마츠 아냐. 뭐야 너, 아직 원래대로 못 돌아갔냐]

[, 치비타!]

 

그렇다, 나타난 건 여섯 쌍둥이의 소꿉친구인 치비타였다. 사실은 카라마츠가 작아진 후, 치비타를 몇 번인가 만났다. 치비타의 오뎅가게에 몇 번 데리고 간 적이 있다. 그래서 치비타는 카라마츠가 작아져버린 사정을 알고 있다. 카라마츠도 어린 시절부터 키가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치비타를 자신과 같은 나이대라고 인식하고 친하게 지내고 있다.

뒤에서 지켜보던 우리는 치비타라면 괜찮겠지, 라고 경계를 풀었다. 카라마츠도 경계심을 전혀 품지 않고, 반갑게 치비타에게 달려갔다.

 

[심부름이냐? 다른 녀석들은?]

[있찌있찌, 오늘은 나 혼자 와쎠!]

[혼자서!? ...........-, 뭐어 어차피 다들 숨어서 보고 있겠지]

 

자랑스럽게 말하는 카라마츠에 치비타는 순간 놀라 소리쳤지만, 곧 주변을 둘러보고 카라마츠에게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나직하게 중얼거린다. , 역치 치비타. 정답이다.

 

[그래서? 여기서 가만히 서서 뭐하는 거야?]

[....저기.....카레....달달한 건지 매운 건지 몰라서.....]

[아아, 그거라면 중간맛 아냐?? 너희집 카레는 몇 번 먹어본 적이 있는데, 조금 매웠었잖아?]

[중간!! 그런가! 고마워, 치비타!!]

[오오, 뭘 이런걸로!]

 

카라마츠는 환하게 웃으며 선반 아래의 카레(조금 매운맛/중간맛)를 손에 들어 바구니에 넣는다. 그리고 치비타에게 [고마워, 다음에 봐!] 라며 손을 흔들고는 팔짝팔짝 뛰며 과자 코너로 간다. 치비타는 [좋은 일을 했구만!] 하는 미소를 지으며 카라마츠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이치마츠, 바주카]

[오케이]

 

어디에 숨겨둔 건지, 오소마츠형의 말에 이치마츠는 바주카를 꺼내들고 망설임도 없이 치비타를 쐈다.

[으갸아아아아아아!!!] 하는 비명이 울리고 온몸이 까맣게 물든 치비타에게 다가갔다.

 

[, 뭐 하는 거야!? 우리 동생한테 왜 틀린 정보를 알려준 거야!?]

[카라마츠가 매운 카레 먹고 울기라도 하면 어쩔 거냐고. 책임질 거야? 아앙?! 똥꼬털 태워버린다!]

[멍청한 새끼 죽어]

[오뎅바보!!]

[진짜 말도 안 돼!! 멍청이!! 땅딸보!! 오뎅에 미친놈!!]

 

전원 험악한 얼굴로 침을 뱉는다.

 

[쥬시마츠, 카라마츠가 계산대로 가기 전에 달달한 맛 하나 사둬]

[아이아이!!]

 

오소마츠형은 형제 중에서 가장 발이 빠른 쥬시마츠에게 지시를 내린다. 쥬시마츠는 그 말을 듣자마자 단맛의 카레를 손에 든다. 속도 겁나 빨라, 마하레벨 아냐? 라고 생각할 정도의 속력으로 계산대로 향했다. 일단 이걸로 카레는 문제 해결이다. 카라마츠가 사온 건 녀석이 원래대로 돌아오면 엄마한테 만들어 달라고 하면 된다.

그리고 우리들은 까맣게 된 치비타를 내버려두고, 카라마츠를 쫓아갔다.

 

[, 내가 뭘 했다고..........]

 

여섯 쌍둥이가 떠난 뒤, 치비타의 목소리만이 공허하게 그곳을 울렸다.

 

 

 

 

 

 

그 후는, 문제 없이 좋아하는 과자를 고르고, 카라마츠는 발랄하게 계산대로 향했다. 계산대에서는 천엔짜리를 꺼내면 된다고 미리 말해뒀으므로, 그것도 문제없이 클리어. 점원에게 산 것을 가방에 넣어달라고 한 카라마츠는 만면에 미소로 점원에게 [감사합니다-!] 라고 인사하고, 의기양양하게 슈퍼마켓을 떠났다. 여담이지만, 그런 카라마츠의 모습에 우리들뿐만 아리나 점원도 바둥바둥 거리고 있었다. 역시 카라마츠의 귀여움은 전국 공통이다(확신).

 

 

 

 

살 것은 모두 샀고, 나머지는 집에 돌아가기만 하면 된다. 지켜보는 우리들은 한시름 놓았다. 카라마츠보다 먼저 집에서 기다려야 하므로, 나 이외의 형제들은 먼저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갔다. 가위바위보로 끝까지 카라마츠를 지켜보는 권리를 획득한 나는 기분 좋게 콧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돌아가는 카라마츠의 뒷모습을 흡족한 기분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남은 건 집에 돌아가기만 하면 되고, 이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안심한 저이지만, 그것은 큰 착각이었던 모양이다. 방심하고 말았다.

앞을 걷던 카라마츠가 아마 돌맹이인지 뭔지에 걸린 건지 아주 크게 넘어지고 말았다.

 

[!]

[흐응욱!!! .......................우에에.....]

 

어이, 괜찮은 거냐, 저거. 얼굴부터 넘어졌는데. 어쩌면 좋을지 몰라 당황하며 지켜보고 있자, 카라마츠가 천천히 일어선다.

 

[..참을....................후에에에에에에엥!!!!]

[, 카라마츠!!!??]

 

한번은 참으려 몸을 떨던 카라마츠는 결국 많이 아팠는지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런 카라마츠의 모습에 나도 참지 못하고 튀쳐나왔다. 그리고 펑펑 울고있는 카라마츠를 안아 올렸다.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은 생채기투성이라 매우 가슴이 아팠다. 우와, 이건 어른도 아프겠지. 그래도 잘했어, 한번은 참으려고 했으니까.

 

[.......우에....쵸로마츄?]

[내가 왔으니까 이제 괜찮아! 일단 얼른 치료하자]

 

카라마츠는 내 존재를 알아채고 일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다시 굵은 눈물을 흘리며 내 가슴에 달라붙어 왔다. 그 머리를 위로하듯이 쓰다듬으며 생각했다. 이대로 집에 돌아가는 건 안 되겠지. 카라마츠도 엉엉 우는 채로 첫 심부름을 마치는 건 싫을테고, 그래선 무사히 마쳤다고 하기도 어려우니까.

다행히도 지금, 혹시나 싶어 구급세트를 챙겨왔었다. 그렇다면 이대로 인근 공원에라도 가서 치료하고, 카라마츠가 울음을 그치면 돌아가도록 할까.

생각을 마친 나는, 카라마츠를 안아올린 채로 공원으로 달려갔다. 아직 울고있는 그 작은 몸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공원에 도착한 나는, 카라마츠를 무릎에 얹고 벤치에 걸터앉았다. 카라마츠는 조금 진정한 모양인지, 지금은 훌쩍이며 내 옷을 꽉 잡고 있다.

일단 물로 적신 손수건으로 얼굴의 상처를 닦아내고, 소독약을 바르고 반창고를 붙였다. 카라마츠는 상처가 따가운지 조금 얼굴을 찌푸렸지만, 조용히 치료를 받고 있다. 됐다, 일단은 이걸로 괜찮을 것이다. 그렇게 깊은 상처가 아니었던 탓에, 휴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자, 왠지 카라마츠의 어깨가 바르르 떨렸다. 그리고 내 옷을 잡는 힘이 더 강해지며 고개를 수그린다. 뭐야?

 

[카라마츠? 왜 그래?]

[...........실패, 해써?]

[?]

[......심부름 실패해써?]

 

카라마츠는 다시 눈에 눈물을 맺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혹시 넘어져서 운 탓에, 내가 도우러 와서 심부름에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걸까.

 

[실패하지 않았어. 제대로 카레도 고기도 사왔잖아? 이제 집에 돌아가기만 하면 심부름 대성공이야]

[.....정말?]

[정말. 집에 돌아가면 다들 카라마츠를 칭찬해줄 거라고]

[쵸로마츄도?]

[?]

[....쵸로마츠의 도움이 대써?]

 

불안한 듯 이쪽을 올려다보는 카라마츠에 나는 [?]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 도움? 그게 무슨 뜻이야?

 

[저기, 나 쵸로마츄의 형아인데, 항상 쵸로마츄한테 도움만 받쟈나? 폐만 끼치잖아? 그러니까 이대로는 안 댄다구 생각해서.........그치만 도움이 되면 미워하지 않겠지......라고 생각해서]

[.............]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내가 카라마츠를 싫어해? 그런 거 천지가 뒤집혀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신의 분신을 싫어한다니, 그럴 리 없다. 그런 거, 카라마츠가 가장 잘 알고 있잖아? 그럴게 너는 날 가장 잘 이해해주고, 나도 너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어. 그치만.......혹시 내 마음은 지금까지 하나도 전해지지 않았던 거야? 어째서......?

 

[........왜 미워한다고 생각했어?]

[그치만.....나 지금까지 쵸로마츄한테 좋아한다는 말 못 들었는 걸?]

[..............?]

 

카라마츠의 말에 놀란다. 거짓말......나 이녀석한테 좋아한다고 말한 적 있지 않나? 한번도? .......그래. 맞아. 마음 속으로는 항상 좋아한다고 생각했으니까, 입밖으로도 그렇게 말했다고 생각했던 거야. 그래도 그 이전에 녀석은 내 분신이니까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거라고 생각했다. 그게 뭐야, 조금도 전해지지 않았잖아. 나는 그냥 가만히 있었을 뿐이다. 뭐야, 그게. 바보잖아. 내가 제일 바보잖아. 뭣 때문에 말이란 게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생각만한다면 상대방이 모르는 게 당연하잖아.

 

[카라마츠....나는 네가 좋아. 정말 좋아. 그러니까 비록 쓸모 없어져도 싫어하지 않아]

[정말?]

[. 정말 좋아해]

[나도! 나도 쵸로마츄 짱 죠아!!]

 

카라마츠는 환하게 웃으며 내게 꼭 달라붙어 왔다. 그런 카라마츠를 나도 꼭 끌어안았다.

하아, 정말 지금까지의 자신을 때리고 싶다. 카라마츠의 일이라면 뭐든 이해하고 있어, 라니 쓸데없는 교만이다. 진심으로 반성한다. 이제부터는 잔뜩 말로 전하자. [이제 됐어]라고 카라마츠가 말할 정도로 좋아한다고 하자. 물론 이 녀석이 원래대로 돌아간 뒤에도....솔직하게 말할 수 있을지 걱정이지만 힘내자. 그리고 그 녀석의 가면을 억지로 벗기자.

 

[카라마츠, 슬슬 돌아갈까?]

[. , 저기 쵸로마츄. 카레 만드는 거 도와줘도 댈까?]

[아아, 그럼 같이 만들자]

[응응!]

 

카라마츠는 이제 괜찮다면 혼자 일어서서 내 손을 잡았다. 나도 그 작은 손을 잡고 같이 걸어갔다. 둘다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집에 돌아가자 카라마츠의 상처투성이 얼굴을 보고 모두 소란스럽게 굴었지만, 어떻게든 진정시켜 나와 카라마츠는 같이 부엌으로 갔다. 덧붙여서 톳티는 카라마츠용 앞치마까지 사온 모양인지, 곰돌이 얼굴이 그려진 파란 앞치마를 카라마츠에게 입혔다. 귀엽다. 빈틈 없잖아, 톳티.

 

[카라마츠, 칼은 절대 만지지 마. 그리고 불에도 가까이 가지 말고]

[아잇! 쵸로마츠 쉐프, 그럼 나는 뭘 하면 되나여!?]

[뭐야 쉐프라니....TV에서 본 거지. ~.......카라마츠가 할 수 있는 건.......그럼 샐러드용 상추를 씻어서 찢고, 그릇에 담아줄래?]

[아잇! 알겠슴미다!!]

[무슨 설정이야 그거]

 

조금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무사히 카레를 만들었다. 맛은 뭐 평범하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평범한 카레였다. 형제들도 아무말 않고 먹었으니 나름 봐줄만 하다는 거겠지.

그리고 카라마츠가, [이 샐러드 내가 만드러써!!] 라고 하자, 모두 서로 다투며 샐러트를 쟁취하기 시작했다. 샐러드로 전쟁이 일어난 것은 마츠노가에서 처음이네.

 

그런 모두를 즐겁게 바라보던 카라마츠가, 날 보며 웃는다. 그에 나도 웃으며, [카라마츠가 만든 샐러드 맛있네] 라고 하자, 또 다시 웃으며 바라본다.

그 미소를 바라보며 역시 말이란 소중한 것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다.

 

 

 

미안해 카라마츠. 지금까지 말하지 않은만큼 이제부터 잔뜩 말해줄게. 내 마음을 말로써.

 

 

 

 

 

 

 

 

 

 


이거 생각보다 분량이 좀 기네여

다 했겠지! 했는데 아직 한페이지 남아있었어...ㅠ








-


NEW카라마츠 카테고리 생성하겠습니다


그리고 '구하지 못한 형제들의 이야기'

이거 아직 뒷이야기가 남았더군여 'ㅂ'a

if엔딩...? 인가 몇개 있더라구요

그래서 이것도 카테고리 수정하고

if엔딩 다 가져오면 그때 다시 완결로 내리겠습니다










허락받은 작품입니다

무단전재는 금지입니다!!!




오역, 의역, 발식자 주의

불펌금지, 공유는 블로그 주소를!!

http://joniamhungry.tistory.com/




 【블로그 이용시 필요한 공지들 링크】


*저작권/무단전재 관련*


*요청 관련*


*R18 비번 관련*





























쇼타 카라마츠 사변4

 

 

 

 

 

 

만약의 이야기를 해보자.

만약 형제들 중에서 가장 어린 내가, 형이라 불리게 된다면. 뭐어, 순서는 아무래도 좋다. 장남이든 차남이든, 삼남이든 사남이든 오남이든, 아무튼 동생이라 불릴 존재가 있다면, 나는 내 동생을 매우 귀여워해줄 거다. 풀솜에 감싸듯이, 흐물흐물 녹여버릴 듯이 잔뜩 어리광을 받아줄 것이다.

아아, 그치만 착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내가 이렇게까지 어리광을 받아주고 싶은 사람은 단 한명. 그 이외의 형제들로는 상상도 할 수 없다.

예를 들면, 오소마츠형. 그 사람은 제일 그러고 싶지 않은 사람이다. 기세 오르면 제일 위험하기 때문이다. 한번 받아주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어리광을 부리겠지. 만일 내가 오소마츠형의 형이 된다면 엄격히 대할 것이다. 다음은 쵸로마츠형. 그 사람은 우쭐해하진 않겠지만, 아무리 귀여워해도 이쪽에 의존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귀여운 동생을 연기하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장남과 차남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안 봐도 뻔하다. 그래서야 형이 되어도 시시하기만 할 뿐, 어리광을 받아주는 보람이 없다. 다음은 이치마츠형. 이 사람은 논외다. 그는 괴롭힘 당하 거나 채찍질하는 걸 더 기뻐하는 변태다. 달콤한 상만 줬다면 군소리를 들을 게 뻔하다. 그리고 솔직하게 칭찬 따위를 받으려고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쥬시마츠형. 뭐어, 쥬시마츠형은 다른 이들에 비하면 귀여워하는 보람은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솔직하고 귀염성 있다. 조금 성격이 정상이 아니지만, 상냥하게 대해서 손해볼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의존하게 만들 정도는 아니다. 랄까, 그렇게 자유롭게 사는 사람을 속박하는 건 몹쓸 짓이라고 생각한다.

 

뭐어, 이 흐름이면 알아챘겠지만, 내가 형이 되면 전력으로 귀여워해주고 싶은 사람은 카라마츠형이다. 어째서 카라마츠형인가 하면. 그건 옛날에 곧잘 함께 행동했던 것도 있지만, 가장 내 어리광을 받아주는 형이 그이기 때문이다. 내가 쇼핑이나 놀러가길 권유할 때, 싫은 내색 한번 안 하고 어울려주고, 그의 안쓰러운 행동은 마이너스이지만, 상냥하고 뭐든 받아들일 수 있는 그릇의 크기로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 아니 오히려 플러스이다. 나를 가장 귀여워해준 그를, 반대 입장이 된다면 그 답례로 어리광을 잔뜩 받아주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형으로서 동생을 귀여워한다. 이것뿐이라면, 여기까지라면 분명 평범한 감정이다. 그치만 안타깝게도 내가 가진 건 평범한 가정은 아닌 것 같다. 카라마츠형은 무상으로 나를 귀여워해줬지만, 내 경우에는 그 반대다. 상냥하게 대하는 그 대가를 바라고 있었다. 애정을 주면, 똑같이 애정을 돌려주길 원했다. 잔뜩 귀여워하고 귀여워해서, 나 없이는 아무것도 못할 정도로. 내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도록 만들고 싶다. 나만을 보고, 나의 상냥함만을 갈구하고, 나만을 위해 웃고 날 위해 울기를 바란다. 나라는 지주가 없으면 서지도 못할 정도로......그런 의존을, 나는 카라마츠형에게 바라고 있다. 만일 이런 나의 마음을 정상적이라고 하는 녀석이 있다면, 녀석도 나와 마찬가지로 미쳤음에 틀림없다. 그리고 이런 미친놈이 내 주변에 최고 3명은 있다.

 

라고, 이렇게 구구절절 말했지만, 뭐 어디까지나 만약의 이야기이다. 어디까지나 만약의. 내가 카라마츠형의 동생으로 있는 건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을 거고, 그가 내 형인 것도 변하지 않는다. 이건 어디까지나 망상, 공상, 이룰 수 없는 소망이다. 그러니까, 나는 카라마츠형을 귀여워해줄 수 없고, 의존하게 만들 수도 없다. 동생이라는 입장인 채로 카라마츠형에게 잔뜩 어리광을 부리고 귀여움을 받을 뿐이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이대로 동생인 채로 있어도 좋다고, 포기하고 있었는데. 어째서 작은 꼬맹이로, 나보다 연하가 되어버린 걸까, 저 바보형은. 더구나 천진난만하게, [토도마츄도 나보다 커져쓔니까 형아네에!] 라니, 그러니까 네가 머리 텅텅 빈 바보인 거라고. 어째서 내 마음에 다시 불을 지피는 거야. 내가 겨우 진정시킨 마음을 되살리다니.

 

~, 이제 몰라.

형이 나쁜 거니까. 그러니까 지금만은 작아진 카라마츠형으로 있을 때만은, 내가 잔뜩 귀여워해줄게. 내게 의존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어느날 밤. 저녁밥도 다 먹고 모두 뒹굴며 쉬고 있을 때, 오소마츠형의 무릎 위에 앉아 놀던 카라마츠형이 뭔가 생각난 듯 말했다.

 

[오소마츄형아! 나아 유언지 가고 시퍼!!]

[? 유원지???]

[우응!! 가고 시퍼!!]

[이거 좀 갑작스럽네에, 카라마츠......유원지인가아....그럴 돈은 없는데]

 

오소마츠형은 귀찮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그럴 돈이 있었으면 파칭코나 경마에 썼을 거야] 라고 중얼거렸다. 장남 완전 쓰레기네. 썩 내키지 않는 듯한 오소마츠형의 모습에 카라마츠형이 슬퍼하고 있다. 그 얼굴을 보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엄마한테 말하면 돈 줄지도? 작은 카라마츠형한테 약하니까]

 

내가 그리 말하자, 카라마츠형이 고개를 확 쳐든다. 반짝거리는 눈으로 쳐다봐서 조금 눈이 부시다. 기쁘지만 그만둬!! 너무 강렬한 빛이라 눈이 멀어버릴 것 같으니까!!!

 

[뭐어, 엄마라면 그럴지도 모르겠네. 그치만 왜 갑자기 유원지?]

[아마, 낮에 본 TV 때문일 거야. 유원지 특집이 나왔거든]

 

쵸로마츠형의 의문에 답한 건 이치마츠형이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그러고 보니, 하고 낮의 일을 떠올렸다. 오늘 낮에 나랑 이치마츠형이랑 쥬시마츠형, 그리고 카라마츠형 이렇게 4명이서 TV를 봤다. 이치마츠형의 말대로 유원지 특집도 하고 있었다. 그런가, 그래서 갑자기 유원지를 말한 건가. 아이 다운 모습에 마음이 녹아내린다. 귀엽네에, . 아무리 무정한 나라도 이대로 들어주고 싶었을 거야.

 

[저기저기!! 엄마가 돈 주겠대!!]

 

쥬시마츠형이 문을 힘차게 열며 신나서 들어온다. 랄까, 조용하다고 생각했더니 벌써 엄마한테 물어보러 갔던 건가, 행동 빨라!! 그리고 엄마는 역시나 카라마츠형한테 약하네.

 

[노리동산 가아?]

[오우, 가자고~ 간만에 유원지에서 놀아볼까!!]

 

지금까지 별로 안 내켜했던 주제에, 돈 걱정이 사라진 순간 오소마츠형은 드디어 갈 기분이 된 듯 무릎 위에 앉은 카라마츠형을 쓰담쓰담한다. 카라마츠형도 기쁜 듯이 [아싸아-!] 하고 만세를 불렀다. 너무 귀엽잖아. 너무 고귀해서 정신이 멍해진다.

 

[으음-.......그럼 언제 갈까?]

[내일!!]

[내일 말이지.........내일!?]

 

쵸로마츠형이 달력을 보며 말하자, 카라마츠형이 기운차게 답한다. 하지만 꽤 급박한 예정에 놀란다. 내일이라니....너무 급하잖아. 뭐어, 니트인 우리들은 한가하니까 별로 상관이야 없지만. 다행히 나도 내일은 예정이 없다. 있었다고 해도 카라마츠형과 놀러가는 게 먼저지만.

다른 형제들도 특별한 예정은 없어 보여, 우리들은 내일 다 같이 유원지에 가기로 했다. 형제들과 유원지를 가는 게 몇 년만의 일일까, 학생 때 이후 처음이려나.......다 큰 사내놈들뿐이라면 유원지 같은 거 죽어도 싫지만, 이번에는 카라마츠형이 있으니 꽤 기대된다. 그러고 보니, 낮에 하던 특집에서 유원지 안에 있는 레스토랑의 팬케이크가 인기라고 했었지. 그거 봤을 때, 먹고 싶다고 생가했었는데. 점심은 그 레스토랑에서 먹어야지. 그리고 퍼레이드! 그것도 엄청 아름다고 하니까 눈앞에서 보고 싶었어.

 

맛있어 보이는 팬케이크를 떠올리며 무심코 군침을 삼키자, 누가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시선을 내리면, 거기에는 카라마츠형이 있어, 나를 올려다보며 기쁜 듯이 웃으며 말했다.

 

[토도마츄, 기대대네!!]

[, 그렇네]

 

나도 미소로 답자하, 카라마츠형은 한층 더 밝게 웃었다. 마치 꽃이 핀 듯한 미소이다. 그 미소가 너무 귀여워서.......이젠, 정말 길티가이. , 위험해. 카라마츠형이 너무 귀여워서 무심코 이따이한 말이 나왔어. 안 되지 안돼. 나는 머릿속에 나타난 쿠소 탱크탑 차람의 쿠소마츠형을 곧바로 지워버리며 눈앞의 천사마츠형에게 다시 한번 미소를 지었다.

 

 

 

 

 

다음날. 유원지에 가기 위해 아침 일찍 눈을 뜬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어라? 하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평소라면 카라마츠형의 우리들 위에 올라타서 깨워주는데, 오늘은 그러질 않았다. 주변을 보니 다른 형제는 아직 이불 속이다. 내가 너무 일찍 일어난 걸까? 마치 소풍을 기대하는 초등학생 같아, 조금 부끄러워져 시계를 확인하면, 역시나 어라? 하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시계의 작은 바늘은 8시를 조금 넘어선 위치를 가리키고 있다. 카라마츠형은 항상 8시 전에 일어나는데 역시 이상하다.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옆에서 자고 있을 카라마츠형을 보고 위화감을 깨닫는다.

 

카라마츠형은 아직 자고 있었다. 그치만 그 자는 얼굴이 편해보이지 않고 미간을 잔뜩 찡그리고, 숨소리도 거칠다. 식은땀도 흘려 앞머리가 땀에 적어 이마에 착 달라붙어 있었다.

 

[카라마츠형?]

 

조심조심 카라마츠형의 몸을 건드리곤 깜짝 놀랐다. 몸이 펄펄 끓는다. 게다가 그 작은 몸이 덜덜 떨리고 있어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아, 나는 초조해졌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그 작게 떨리는 몸을 꼭 붙들었다.

 

[, 카라마츠형, 혀엉]

[으응? 왜 그래 토도마츠, 시끄럽다고]

[후아암....왜 그래?]

[뭐야?]

[왜 그래, 톳티!]

 

내 목소리에 다른 형제들이 깨어났다. 모두 졸린 듯 나른한 표정으로 나를 보더니, 카라마츠형을 돌아보곤 잠에서 덜 깬 멍한 얼굴이 한번에 잠에서 깬다.

 

[다들, 카라마츠형의 상태가 이상해!]

[좀 진정해, 토도마츠]

 

동요하는 나를 오소마츠형이 평소엔 볼 수 없는 진지한 얼굴로 밀어 제친다. 그리곤 카라마츠형의 곁에 웅크리고 앉아 그 이마에 손을 얹는다.

 

[열이 있어. 쵸로마츠, 엄마를 불러와. 이치마츠는 체온계 가져오고, 쥬시마츠는 이온 음료가 있으면 그거 가져와. 아니면 물이라도 좋으니까. 토도마츠는 보험증......은 지금 카라마츠론 병원은 무리인가. 데카판 박사한테 연락하자]

[, 알겠어]

[.........(끄덕)]

[알겠슴다!!]

[, !]

 

동요해서 어찌할지 몰라 굳어버린 우리에게, 오소마츠형은 냉정하게 지시를 내렸다. 정말 이런 점은 당해낼 수가 없다니까. 썩어도 장남이란 건가. 우리들은 지시대로 움직이기 위해, 카라마츠형을 슬쩍 보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쨌든 나는 데카판 박사에게 연락을 넣어야 한다. 서두르자.

 

 

 

 

 

 

앞으로 데카판 박사는 급하다고 말하자, 바로 와주었다. 그리고 진단 결과는 감기. 3살 정도의 어린이는 열이 나기 쉽다는 것 같다. [약을 먹고 안정을 취하면 바로 나을 거다스!] 라며 약을 지어준 데카판 박사에게 인사하고, 우리들은 형제 모두가 함께 자는 이불에 카라마츠형을 에워싸듯이 앉았다.

일단 심한 병이 아니라 다행이라며,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엄마는 자신이 간병하겠다고 했지만, 우리들은 모두 고개를 가로 저었다. 엄마는 불안한 듯 보였지만, 카라마츠형의 간병은 우리 형제가 하고 싶어 엄마에게 간병 방법을 물어보기만 했다.

식은땀을 흘린 옷을 갈아입히고, 얼음물에서 차갑게 적신 물수건도 이마에 얹어준다. 잠깐 눈을 떴을 때 수분도 섭취해주고, 입맛이 없는 형에게 먹기 쉬운 젤리를 먹인 후 약을 먹였다. 약을 먹인 후, 형은 다시 바로 잠에 빠졌다. 그리고 지금 할 수 있는 걸 전부 끝낸 우리들은 카라마츠형의 자는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저 감기라고는 하지만, 조금 걱정이다. 한번 눈을 떴을 때엔 열이 높았던 탓인지, 의식이 몽롱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우리들이 말을 걸어도 고개를 끄덕일 뿐, 말할 기운도 없을 정도인지 불안해졌다. 게다가 지금은 작아졌으니 더욱 걱정이다.

 

[카라마츠형, 유원지 그렇게나 기대했는데......]

 

쥬시마츠형의 슬픈 듯한 목소리에, 나는 그러고 보니 오늘 유원지에 가기로 했었지, 라며 이제야 떠올린다. 솔직히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곤 하지만, 그렇게나 기대하고 있었다. 카라마츠형 분명 실망하겠지.

 

[유원지는 감기가 낫고 가면 되잖아. 어차피 우리들은 매일 한가한 니트니까]

[오소마츠형, 그런 말, 스스로 하면 슬퍼지지 않아?]

[안 그러거든!]

[조금은 위기감 가지라고, 쿠소 장남!!]

 

단순한 감기라는 걸 알고서 조금 여유가 생겼는지, 오소마츠형과 쵸로마츠형이 평소처럼 대화를 주고받는다. 그런 두 사람을 보며 나도 자연스레 어깨에 힘이 빠졌다. 그건 쥬시마츠형도 이치마츠형도 마찬가지인 듯, 두 사람도 조금 표정이 밝아졌다.

 

 

 

 

 

 

 

그 뒤, 점심때까지 우리들은 전부 카라마츠형 옆을 지켰다. 중간중간 물수건을 갈거나, 잠깐씩 깨어나는 카라마츠형에게 이온음료를 먹이거나 했다. 그리고 낮이 되자, 카라마츠형의 열도 조금 내려가고, 아침보다는 편안한 얼굴이 되어 갔다. 그에 우리들은 겨우 안심하면서 아침부터 답답하게 죄어오던 분위기가 가볍게 풀려 형제들끼리 서로 농담을 주고 받을 수준까지 되었다.

 

여기까지는 정말 다행인 일이었다. 형제를 생각하는 좋은 형들이구나, 라는 감상으로 끝날 일이다. 하지만, 마츠노가의 여섯 쌍둥이는 모두 쓰레기였다. 뭐어, 지금까지 상당히 긴장하고 있었으니, 그 반동으로 그런거겠지만, 지금부터 일어날 일은 꽤 심각하다. 진짜 내 형들은 전부 쓰레기다. 쓰레기라고 밖에 할 수 없는 망할 쓰레기. 정말 다들 쇼타 카라마츠형을 보고 조금은 배우라고 말하고 싶다.

 

 

 

먼저 싸움을 건 쪽은 역시 그 사람이다.

얼음 베개의 얼음이 모두 녹아있는 것을 알아챈 나는 새로 얼음을 갈러 방을 나섰다. 간병은 의외로 해줄 게 없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얼음 베개의 안을 채우고 방으로 돌아온 나는, 방문을 열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뭐 하는 거야, 오소마츠형]

[, 벌써 돌아왔냐]

 

오소마츠형이 나를 보고 얼굴을 찌푸린다. 아니, 얼굴으 찌푸려야 하는 건 이쪽이라고. 너 대체 뭘 하는 거야!? 왜 카라마츠형한테 고양이귀 후드를 입혀서 사진을 찍고 있는 거야!? 열이 펄펄 끓는 애한테 무슨 짓이야!?

 

[아니, 또 땀에 젖어서 옷을 갈아입힌 거라고]

[파자마로 입히라고!! 그건 사복이잖아!? 그리고 사진을 찍은 의미는 또 뭐야!?]

[그치만그치만!! 전에 패션쇼 때 돈이 없어서 사진 못 얻었는 걸!! 게다가 나만 가격 비싸고!! 이지메!? 이지메인 거야!? 나도 카라마츠의 귀여운 사진 갖고 싶어!! 쓰담쓰담 낼름낼름 하고 싶어~!! 우와아아아아아앙!!!]

 

오소마츠형은 애처럼 바닥에 엎어져 바둥바둥 손과 발을 이리저리 흔들며 억지를 부렸다. 아니, 네가 [~] 같은 거 말해도 전혀 귀엽지 않거든!! 그리고 쓰담쓰담은 이해하겠는데 낼름낼름은 뭐야. 너는 천사한테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 죽인다.

 

[쥬시마츠형, 만자 굳히기]

[알겠슴다!]

[? 아니, 잠깐.....농담이라곳.......아아아아아아아아악!!!!!쥬시마츠가 드물게 대화의 흐름을 이해가고 있어어어어어어어어어!!!!!!!!!!]

[, 이 쿠즈마츠가]

 

나는 오소마츠형에게 침을 뱉었다.

일단 장남, 너는 출입 금지다.

 

 

 

 

이번에는 이온음료가 떨어진 걸 깨달은 나는, 근처의 편의점에서 이온음료를 사 빠르게 집으로 돌아와 또 한번 놀랐다. 이번에는 어둠마츠형.

 

[...하는 거야? 이치마츠형]

[하아, 하아, ...............?]

 

이치마츠형은 분명 카라마츠형의 땀에 젖은 몸을 닦고 있었던 거겠지. 거기까지는 좋다. 그러나 이치마츠형. 너는 왜 얼굴을 붉히며 콧김을 뿜어대며 반라의 카라마츠형을 맛보는 듯한 기분 나쁜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었던 겁니까? 아니, 잠깐만. 어이, 고간이 이상하지 않아!? 뭔가 부자연스럽게 솟아있는데!? 왜 열이 펄펄 끓는 애를 상대로 흥분하는 거야!? 위험해위험해위험해!! 진짜 위험하다고!! 진짜 변태가 여기 있어!!!!

공포로 얼굴이 경직되는 걸 느끼면서 나는 용기를 짜내어 이치마츠형의 머리를 힘껏 때렸다.

 

[그마아아안!!! 카라마츠형을 더럽히지 말라고오!!!!!! 떨어져어어어어!!!]

[아얏...! 아니, 이미 떨어졌거든. 랄까, 더럽힌다니 뭐야? 내가 이런 애를, 그것도 카라마츠 상대로 흥분이라도 한다는 거야? 카라마츠 따위, 전혀 좋아하지 않거든. 너무 좋아서 머리가 터져버려!! 같은 거 조금도 생각하지 않거든. 내 것이 되지 않는다면 차라리 자살할 거야, 같은 생각은 전혀 안 한다고!!]

[성가시네에에에!!!! 너 진짜 성가시다고!! 이 판국에 츤데레 발언 그만해라!? 네 사타구니에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가 있잖아!! [난 변태에요]라고 말하고 있잖냐!!!! 이 변태마츠!! 2마츠!! 쇼타콤마츠!! 썩은마음마츠으으으으으으으!!!!!!!!!!!!!!!!!!!]

[후힛........좋네. 좀 더 매도해달라고]

[...............기분 나빠]

 

깬다. 순수하게 기분 나쁘다.

일단 이치마츠형도 출입 금지로 했다.

 

 

 

화장실에 간다고 잠시 자리를 비운 나는, 또 다시 문을 여는 순간 굳어버렸다. 이제 싫다, 이 패턴.

 

 

[.........]

[........]

 

눈앞에는 쥬시마츠형이 한사람, 두사람, 세사람.....분열해있다. 위험해. 이건 진자 위험해. 그 참극이 되풀이된다.

 

[쥬시마츠형.....부탁이니까, 분열만은 하지마]

[에에? 안돼???]

[절대 안돼!!!!]

 

예전의 카라마츠형 같으면 이미 어른이니 어찌 되든 상관없지만, 지금의 작은 카라마츠형은 꼭 지킨다. 쥬시마츠화 시키게 둘까보냐. 내가 무심코 톳티 페이스를 하면, 쥬시마츠형은 아쉽다는 듯한 표정을 했지만 물러났다. 하아, 다행이다.

그치만 아직 불안하니까, 당분간은 쥬시마츠형도 출입 금지다.

 

 

 

 

다시 일일이 설명하기도 귀찮아서, 이런저런 이유로 내가 카라마츠형 옆에서 떨어졌다가 방으로 돌아오면, 거기에는 마지막 남은 쵸로마츠형이 있었다.

 

[, 톳티. 지금 열을 쟀더니 점심때보다 떨어졌어. 다행이 [무슨 짓이야?] .....? 아니, 그러니까 열을......]

[.......하라고]

[????]

[뭔가 하라고!! 알고는 있냐, 지금까지의 흐름!!!! 왜 평범하게 간호하고 있는 거야!? 왜 나직하게 말을 걸고 있는 거야!? 여기선 저질러야지!? 멍청한 짓이든 변태짓이든 해서 츳코미 걸게 해야지!!! 분위기 읽으라고!!! 그러니까 너만 감기편에서 간병을 못한 거라고!! 평범하게 간호나 하니까 말야, 쿠소 동정!!! ...............그리고 그 옷도 존나 구려!!]

[에에........나 왜 디스당하는 거야? 그리고 동정은 전원 똑같고, 옷은 관계없잖아!]

[네네네, 그러시겠죠. *스베리마츠형은 나가주세요~. 뭔가 보케짓이 떠오른면 다시 돌아오라고!]

[스베리마츠!!?]

(*스베리가 뭔지 잘 모르겠네요)

 

나는 스베리마츠형을 억지로 일으켜세워 그의 등을 밀어 밖으로 쫓아냈다. 스베리마츠형은 뭔가 시끄럽게 츳코미를 날렸지만, 유감. 안 들립니다~. 들을 생각도 없습니다~. 그리곤 밖으로 쫓아내 가차없이 문을 닫았다.

 

[두번 다신 오지마!!!]

[, 아니, ..............불합리]

 

무자비하게 닫힌 문앞에서 멍하니 중얼거리는 쵸로마츠 주위에 출입금지를 당한 동료들이 모여들고, 그의 어깨를 팡팡, 두드렸다.

 

[걱정마라고, 스베리마츠 (웃음)]

[걱정마걱정마~ (비웃음)]

[야구!!??? (기쁨)]

[아니, 너희들한테 위로받는다니 최악인데!! 그냥 죽고 싶은 기분이거든!! 나는 너희들이랑 동류가 아니라고!? 평범하게 간병했을 뿐이라고!? 그리고 ()로 웃는 거 그만둬, 완전 짜증나니까!!! 그리고 쥬시마츠, 야구가 아니라고!]

 

쵸로마츠형도 출입 금지시켰다 (불합리).

 

 

 

 

 

겨우 조용해진 실내. 카라마츠형은 지금까지의 소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살짝 거친 숨소리를 몰아쉬며 잠들어있다. 그런 자는 얼굴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나는 멍하니 옛날 일을 떠올렸다.

 

분명 그건 내가 중학교 2학년일 때였다. 여름방학 중반쯤의 일이었다. 지금과는 반대로, 내가 지독한 여름감기에 걸렸었다. 그치만 여름방학이었으니까 다른 형제들은 나를 신경쓰지도 않고, 모두 부활이나 놀러 나가기 바빠서, 나를 간병해주는 건 엄마뿐이었다. 그런 엄마도 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생겨 나가버리고, 집에는 나 혼자 남았다. 감기에 걸려 몸도 정신도 약해져있던 나는 혼자라는 것에 외로움을 느끼며 불안해했다.

빨리 엄마가 돌아왔으면 좋겠다아....라며 펄펄 끓는 머리로 멍하니 생각하고 있자,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잠시후 내가 누워있는 방문이 열렸다. 거기서 모습을 드러낸 건 카라마츠형이었다. 카라마츠형은 아침에 부활동이 있다며 내게 미안하다 하고 나갔었는데, 벌써 끝난 걸까. 멍하니 카라마츠형을 보고 있자, 카라마츠형은 어째선지 숨을 헉헉거리며 나를 보며 웃었다. 설마 달려온 건가.

 

[......부활은?]

[네가 걱정돼서, 빨리 돌아왔다]

[하아? 뭐야 그게....바보야?]

 

돌아와줘서, 나를 걱정해줘서 기뻤다. 그렇게 말하고 싶었는데, 내 입에서 나온 말은 나쁜말들 뿐이었다. 그럼에도 카라마츠형은 우아한 미소를 띠고 내 머리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그 손의 감촉이 기분 좋아서 다시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 내 귓가에, 카라마츠형의 변성기가 온 듯한 저음의 기분 좋은 목소리가 들렸다.

 

[약속.....했으니까 말야]

[....?]

 

약속이라니 뭐야? 그렇게 물었지만, 눈꺼풀이 납덩이처럼 무거워지고, 쏟아지는 잠에 저항할 수 없었던 나는 카라마츠형의 따스한 손의 감촉을 느끼면서 꿈의 세계로 떠났다. 그 때 말했던 약속이 뭘까. 난 그런 기억이 없다.

 

 

 

 

그 뒤, 내 감기가 나음과 동시에 폭풍처럼 카라마츠형이 여름감기에 걸렸다. 간병해준 답례로 이번에는 내가 간병을 해주려고 했지만, 카라마츠형은 곤란한 듯이 웃으며 말했다.

 

[다시 옮으면 안 되니까, 간병은 하지 않아도 된다. 너무 내 옆에 다가오지 마라]

 

하아? 하고 생각했다. 뭐라는 거야 이 녀석. 자기 처지에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바보 아냐? 사람 좋은 것도 적당히 해야지. 화가 치밀었다. 그래서 나는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뭐라는 거야? 자기도 내 간병하다가 감기걸린 주제에. 형이라든가 동생이라든가 그딴 말하려거든 집어치워. 우리들 여섯 쌍둥이거든. 그런 거 관계없으니까. 얌전히 간병 받으라고]

 

그렇게 말하는 내게 역시 카라마츠형은 곤란한 듯이 웃었다. 그 얼굴은 마치 귀여운 딸의 이기적인 고집을 듣는 아버지 같아, 그 눈빛에 더 화가 났다.

 

[아니, 이건 동생이나 형의 문제가 아니라....약속이기 때문이다]

[약속? 그거 전에도 말했었지? 뭐야, 그거. 그런 거 한 기억이 없는데]

[-.......아니....잊었다면 됐다. 별로 중요한 건 아니니까]

[.......뭐야, 그게]

 

그 후, 몇 번인가 물어도 카라마츠형은 곤란한 얼굴로 [신경쓰지 마라] 라고 말할 뿐,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대체 뭐냐고, 약속이라니.

 

그 후로도 카라마츠형은 내가 아플 때면, 어떤 예정이 있어도 나를 우선시하고 간병해주었다. 그치만 반대로 내가 간병을 해주려고 하면 거절했다. 뭐어, 다른 형제들이 단체로 감기에 걸렸을 때는 순순히 간병하게 해줬지만, 11의 경우에는 절대 허락해주지 않았다. 진짜 뭐냐고. 의미를 모르겠네. 사이코 패스의 생각은 내게 이해불능이다.

분명히 그때부터였지. 내가 형을 향한 마음을 포기하기 시작한 것은. 의지하게 만들고 싶다는 희망을 버린 것은.

 

 

 

 

 

그리고 현재. 작아진 카라마츠형의 자는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땀으로 범벅된 앞머리를 매만지며 이마에 손을 얹으면, 아직 높은 체온을 손바닥으로 느낀다. 호흡은 조금 진정되었지만, 아직 열은 높구나. 그래도 아침보다는 꽤 내려갔다. 나는 이마에 얹은 손을 옮겨서 얼굴을 슬쩍 쓸어내린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아직 카라마츠형의 목소리를 못 들었네. 목이 부어올라서 말하기 힘든 거겠지. 답은 전부 고개를 끄덕이는 동작뿐. 얼른 나아서 유원지에도 가야지. 그렇게 마음속으로 중얼거리자, 카라마츠형의 닫혀있던 눈꺼풀이 작게 떨리며 천천히 열로 젖은 눈동자가 보였다.

 

[카라마츠형? 일어났어? 뭔가 마실래?]

[......하아...........토도마츄?]

[, 토도마츠야]

 

오늘 처음으로 들은 목소리는 잔뜩 잠겨있어 매우 희미했다. 그럼에도 제대로 답을 돌려준 게 기뻐서, 나는 몸을 내밀고 카라마츠형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하지만 카라마츠형은 내 얼굴을 보자, 어째선지 곤란한 얼굴을 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안돼......]

[?]

[토도마츄는...안대...하아, 가까이 오면 안대...]

[? ?]

 

설마 작아진 카라마츠형한테까지 거절당하는 건가, 하는 생각에 내 심장이 지끈지끈 아파왔다. 왜왜왜왜왜? 왜 나를 거절하는 거야? 나는 안 된다니 뭐야.

 

[그치만...토도마츄는 공쥬님이고 나는 왕쟈님....하아....약속해써....]

[.............약속]

 

공주님? 왕자님? 새로운 워드에 다시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러니까 대체 뭐냐고, 그 약속이란 거. 이렇게 작은 형조차 날 거절하게 만들 정도의 약속은 뭐야? 나 전혀 모르겠는데. 그치만 이렇게 되면서까지 지킨다는 건 소중한 약속이겠지. 저기, 부탁이야. 잊은 건 얼마든지 사과할테니까, 가르쳐줘 그 약속을. 다시는 잊지 않을테니까 말야.

 

[저기, 카라마츠형, 그건 무슨 약속이야?]

 

내가 그렇게 묻자, 카라마츠형은 열을 띤 눈으로 나를 몇초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잠자코 바라보면서, 나는 무심코 긴장감에 꿀꺽, 침을 삼켰다. 이 작은 형이라면 약속을 가르쳐주지 않을까. 솔직히 반쯤 도박이었다. 이래도 가르쳐주지 않는다면, 나는 분명 평생 약속에 대해 모른 채로 살겠지.

 

[....미카짱 집에 갔을 때....만화를 봤는데, 거기에 공쥬님과 왕쟈님이 나와서 아픈 공쥬님을 왕쟈님이 구해줘써. 그걸 본 토도마츄가....내가 아프면 왕쟈님이 구하러 와주까, 라고.....그래서 내가 왕쟈님이 되겠다고 해써....]

[.......]

 

찔끔찔끔 말하는 카라마츠형의 말을 듣고 나는 겨우 떠올렸다. 그래, 이건 유치원 때의 일이다. 지금의 카라마츠형과 비슷한 나이 때. 그 당시에 나는 남자보다 여자 친구들이 많았고, 어느날 친구중 한명이었던 미카짱이라 불리던 여자애의 집에 놀러갔다. 혼자서 가는 건 불안했으니까 카라마츠형도 같이 데리고 갔다. 그리고 미카짱의 집에서 소녀만화를 읽었다. 분명 그건 미카짱의 언니 거였던 걸로 기억한다. 만화 내용은, 주인공인 공주님이 열이 나서 괴로워하고 있을 때, 짝사랑 중이던 왕자님이 나타나 정성스럽게 간병하는 내용이었다. 그걸 본 나는, [내가 열이 나면 왕자님이 구해주러 올까?] 라고 말했더니, 그걸 들은 미카짱이 이렇게 말했다. [토도마츠군은 남자아이니까 왕자님은 안 온다구] 라고. 그럼 내가 열이 나도 구해주러 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건가, 하고 쓸쓸해져 울 듯한 얼굴이 되었다. 그런 나를 위로하려는 듯이 카라마츠형이 [내가 토도마츠의 왕자님이 되어서 구하러 갈게. 왕자님은 공주님을 꼭 지킨다!] 라고 말하며 손가락 걸고 약속을 했다.

 

아아 그래, 그랬었지. 그런 약속을 그날 우리들은 했었다.

하지만, 하지만 말야. 그런 어릴 적 나눴던 약속을, 카라마츠형은 쭉 지켰다는 거야? 약속한 상대인 나도 깜빡했는데 그래도 그걸 지켰다고? 뭐야 그게, 뭐냐고....역시 바보잖아. 너무 바보라서....심장이 쿵쿵 뛴다고.

우와, 카라마츠형 상대로 두근거리다니.....끝났어. 이제 싫어. 카라마츠형은 나를 어쩌고 싶은 거야? 죽이려는 거? 아아, 정말, 차라리 죽여!! 이제 더는 못 견뎌!!! 내 형이 이렇게 성모라니 있을 수 없다고!!!

 

우와아아아아아아, 하고 얼굴을 손으로 감싸며 바닥을 구르는 내게, 카라마츠형은 의아한 표정을 보내고 있다. 더는 그만!! 그런 순진한 얼굴로 나를 보지 말라고!! 죽고 싶어지니까!!!

 

 

 

그로부터 몇분후. 계속해서 바닥을 구른 탓에 옷에 쓰레기나 먼지가 붙었을 즈음, 나는 겨우 차분하게 카라마츠형에게 돌아섰다. 안 되지, 안 돼. 나 정도 되는 사람이. 카라마츠형이 너무 성모라서 넋을 잃었어. 자중, 자중.

 

[카라마츠형]

[......으음?]

[있지, 사실은 그 만화말인데, 뒷이야기가 있어]

[뒷이야기?]

[! 사실 공주님의 간병을 해준 왕자님이 반대로 감기에 걸리고 말았는데, 이번에는 공주님이 왕자님을 열심히 간병해준 거야. 그러니까, 내가 카라마츠형을 간병하는 건 잘못된 게 아냐]

[그런거야아?]

[그런거야!]

 

 

거짓말이다. 그 만화의 뒷이야기 따위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완고한 카라마츠형은 납득하지 않을 것이다. 원래 어른이라면 이런 거짓말에 속지 않겠지만. (아니, 의외로 믿을 수도 있다. 그럴게 바보니까). 어쨌든 지금의 순수하고 솔직한 카라마츠형은 형제의 말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카라마츠형, 이번만은 내게 응석부려줘. 나도 온몸으로 어리광을 받아줄테니까.

 

카라마츠형은 조금 고민하는 듯한 기색을 보이더니 이내 싱긋 웃었다.

 

[에헤헤, 그럼 나 토도마츄 옆에 있어도 대?]

[, . , 뭔가 원하는 거 없어? 뭐든 들어줄게]

[원하는 거? .............]

 

 

카라마츠형이 이불속에서 작은 손을 내게 내밀었다. 뭘까? 뭐를 원하는 걸까?

 

[저기..........., 잡으면 안대? 꼬옥 해줘쓰면 조캐써]

[...............항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고귀해애애!!!!!!!!!!!!]

[토도마츄우!?]

 

너무 두근거려서 이상한 통곡 소리가 나왔다. 뭐냐고 항가- 라니. 스스로도 모를 이상한 통곡소리다. 나는 무심결에 쪼그리고 앉아 바닥을 세게 두드린다. 이런, 이 충동을 어쩌면 좋아!? 카라마츠형 진심 길티이!!! 만약 내게 호감도 게이지 같은 게 있었다면, 분명 MAX일 것이다. 게이지 돌파하고 있어. 젠장!! 이 일급 플래그 건축사가!! 그 세운 플래그 제대로 회수하는 거겠지!!??

 

[토도마츄.....,엄청 흐르고 이따구?]

[, 신경 쓰지마]

 

나는 소매로 입가를 닦으며 카라마츠형의 작은 손을 잡았다. 찹쌀떡처럼 부드러운 감촉이 사랑스럽다. 내가 손을 잡자, 카라마츠형은 기쁜 듯이 살짝 웃는다. 아아, 천사의 미소. 모든 것이 정화되어 갑니다. 또 고함치려는 입을 황급히 반대쪽 손으로 막았다.

그 뒤, 나는 카라마츠형이 잠들 때까지, 그 손을 놓지 않았다.

 

 

 

 

 

그로부터 3일후. 완전히 감기가 나아 건강해진 카라마츠형과 우리들은 유원지에 왔다. 나와 쥬시마츠형의 손을 잡고 발랄하게 걸어가는 카라마츠형의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건강해져서 다행이다. 입장권을 사서 게이트를 통과하면, 그곳은 이미 꿈의 나라다. 그런데 먼저 어떤 기구를 탈건지 카라마츠형에게 시선을 돌리면, 카라마츠형은 나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레스토랑! 레스토랑 가쟈!]

[? 레스토랑? 카라마츠형, 벌써 배고파? 아직 점심 먹을 때가 아닌데]

 

랄까, 이제 막 도착했고. 도착하자마자 밥이라니, 역시 육식계 고기라며 감탄하자, 카라마츠형은 내 손을 꾹꾹 잡아당기며 말했다.

 

[팬케이크 먹쟈? 토도마츄 먹고 시펐쟈나? 그리구 그 다음엔 퍼레이드!]

[? ?]

 

팬케이크? 퍼레이드? 대체 무슨 일? 영문을 몰라 나는 다른 형제들을 바라보았지만, 다들 고개만 갸웃거릴 뿐이다.

 

[~..........예상일 뿐이지만......카라마츠형!]

[왜애?]

[왜 유원지에 오자고 했어?]

 

반대편에서 손을 잡고 있던 쥬시마츠형이 이제 와서 그런 걸 물었다. 아니아니아니, 그건 전에 이치마츠형이 말했잖아. TV에서 특집을 했으니까 라고. 다른 형제들도 갑자기 뭐야, 라는 표정으로 카라마츠형과 쥬시마츠형을 보고 있다. 그리고 카라마츠형의 입에서 나온 말에 모두 깜짝 놀란다. 뭐어, 아마 가장 놀란 건 나겠지만.

 

[? 그치만 토도마츄가 유언지 팬케이크 먹고 싶다고 해쓰니까. 그리고 퍼레이드도 보고 싶다고 해써!!]

[[[[ ......? ]]]]

[토도마츠를 위해 유원지에 가자고 한 거야?]

[, 마쟈!]

[[[[ ....에에에에에!!!??? ]]]]

 

카라마츠형과 쥬시마츠형을 제외한 다른 형제들이 놀라 목소리를 높였다.

거짓말. 카라마츠형이 가고 싶었던 게 아니었어!? 전부 나를 위해? , 뭐야 그게.

 

[카라마츠형............?]

[? 그치만 토도마츄는 나의 소중한 동생인 걸!]

[.................]

 

말문이 막혔다. 이 사람은 이렇게 작아졌음에도 형노릇을 하려는 건가. 간단히는 어리광 부려주지 않는구나. 의지하게 만들고 싶다는 내 마음을 모조리 파괴해버리는 동생 바보다.

 

[어잇, 이치마츠 왜 그래!!?]

[카라마츠가 너무 고귀해서 사망할 것 같은 거구나]

[최근 이치마츠형 자주 죽네!!]

 

뒤에서 다른 형들이 뭐라뭐라 소란스럽지만, 일단 무시다.

나는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카라마츠형 옆에 쭈구리고 앉았다.

 

[카라마츠형]

[?]

[오늘은 하루종일 유원지에서 보낼 거야. 팬케이크랑 퍼레이드로는 시간이 남아돌거든. 그러니까 카라마츠형이 가고 싶은 곳도 알려줄래?]

[그래도 대?]

[당연하지!]

[에헤헷! 그럼그럼, 회전목마하구. 간람챠....고 카트 타고 시퍼!]

[. 그럼 전부 타자!]

[!]

 

순진한 미소를 보이는 카라마츠형에, 나도 따라 웃는다. 설마하던 사실에 놀랐지만, 처음 예정대로 잔뜩 놀아야지. 카라마츠형이 만족할 때까지 잔뜩 어리광 부리고, 어리광을 받아 줄게.

 

저기 나의 왕자님. 이것만은 알아줬으면 해.

요즘은 공주님만 지켜야할 존재는 아니라고? 검을 들고 왕자님을 지키는 공주님이 요즘 유행이니까.

나도 그래. 지켜지기만 하는 공주님은 질색이야. 그러니까, 각오해둬 카라마츠형.

 

 

녹아내릴 정도로 잔뜩 귀여워해서, 나 없이는 살 수 없도록, 그 눈도, 입도, 귀도 막아줄게. 두손 두발에는 달아나지 못하도록 쇠사슬로 묶고, 평생 높아주지 않을 거야.

 

 

 

 

~. 이건 만약의 이야기, 예를 들자면................이니까?

 

 

 

 

 

 

 

 

 

 

 

 

 

 

 

 

 

 

 

 

 


길어서 반반 나눴습니다 :D

바로 다음편 업로드하니까 기다려주세여

 

 

 

 

 

 

 

 

 

 

 

 

 

 

 

 

 

 

 

 










허락받은 작품입니다

무단전재는 금지입니다!!!




오역, 의역, 발식자 주의

불펌금지, 공유는 블로그 주소를!!

http://joniamhungry.tistory.com/




 【블로그 이용시 필요한 공지들 링크】


*저작권/무단전재 관련*


*요청 관련*


*R18 비번 관련*
























쇼타 카라마츠 사변3

 

 

 

 

 

 

마츠노 이치마츠는 솔직하지 못하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특히 그렇다. 좋아하면 할수록, 소중하면 할수록, 원하면 원할수록 솔직해지지 못한다.

좋아하는데 싫어한다 말한다. 옆에 있어줬으면 하면서, 어디론가 가버리라 한다. 사랑을 속삭이고 싶은데, 이 입에서 흘러나오는 건 신랄한 욕지거리뿐. 끌어안고 싶어 뻗은 두 팔은, 어째선지 멱살을 잡고 있다. 그리고 늘 녀석을 두려움에 떨게 만든다. 그런 자신이 싫음에도, 좋아하는 사람 앞에만 서면 마음과 행동이 따로 나가버린다.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마츠노 카라마츠는 나의 마음과는 정반대의 언행을 받으며, 늘 슬픈 듯한 표정을 한다. 싸우려 들지 않는다. 차라리 화를 내면 좋을텐데, 꾸짖으면 될텐데. 그러면 나도 그에 받아쳐서, 싸우고, 어쩌면 그 기세로 본심을 드러낼지도 모르는데.

 

마츠노 이치마츠는 솔직해지지 못한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아한다고 말하지 못하는, 겁쟁이다.

 

 

 

 

 

니트들의 아침은 늦다. 학교도 벌써 졸업하고, 직업도 없는 그들에게는 이른 아침에 일어날 필요가 없으니까, 언제나 게으른 일상을 반복한다. 아침의 눈부신 빛이 감긴 눈을 깨워도, 시계 따위는 확인하지도 않고, 아직 잠이 충분하지 않으면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잠에 든다. 이런 자유로운 생활은, 한번이라도 경험해버리면, 도중에 빠져나올 수 없는 마약과도 같은 것이다.

이치마츠는 창문으로 새어드는 아침 햇살이 눈부셔,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아직 잠에서 덜 깬 상태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본다. 아직 제대로 깨어나지 않은 머리로, 어제의 일을 떠올린다.

 

 

카라마츠가 데카판 박사의 약을 마신 탓에 어린 아이의 모습이 되어, 미아가 된 녀석을 내가 발견했다. 그리고 집에 데리고 돌아오고, 이래저래 한동안은 작아진 카라마츠와 함께 지내게 되었다. 얘기가 정리된 후에는 형제들과 함께 목욕탕에 갔다. 커다란 욕탕에 신이 난 카라마츠를 다 함께 돌보고 (누가 몸을 씻겨줄지로 이래저래 싸웠지만), 목욕탕에서 돌아오는 길에 카라마츠가 잠드는 바람에 그걸 오소마츠형이 업고 갔다. (여기서도 누가 업을지 싸웠다. 결국 가위바위보로 오소마츠형이 이겼다) 그 뒤로 카라마츠를 이불에 눕히고 한동안 모두 천사 같은 자는 얼굴을 감상했다.

마지막에는 역시 잠자리로 싸웠지만, 나와 토도마츠의 평소에 자던 자리가 좋다는 주장이 이겨, 나는 경사롭게도 카라마츠의 옆에서 잘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카라마츠의 자는 얼굴을 잠들기 전까지 감상하며 행복한 기분으로 잠들었다.

 

거기까지 떠올리고, 아직 카라마츠는 자는 건가, 하고 자리에 누운 채로 눈만 돌려 옆을 보았다. 그러자 배에 뭔가 올라탄 듯한 충격이 전해져, 잠이 한순간에 달아났다.

 

[이치마츄우, 이러나아~~ 아침이라구~?]

 

갑자기 배에 올라탄 무언가는, 지금까지 나의 사고를 지배하던 인물로, 작아져버린 카라마츠였다. 카라마츠는 내 배에 올라타 나를 깨우려 몸을 흔들었다. 아직도 약간 멍한 머리로 귀여운 천사를 바라본다. 아침이라서 그런지, 천사에게서 빛이 난다. 그보다 이 자세는 기승.....아니, 그만두자. 아이 상대로 무슨 생각이냐. 아무리 카라마츠라고 해도 어린 아이 상대로 성적 흥분을 할 정도로 나는 변태가 아니............어라? 이치마츠의 이치마츠가 일어서려 하고 있어. , 아침 발기인가, 놀랐다.

 

[이치마츄우~~? 잠꾸러기야아?]

 

내가 반응이 없어 초조해진 건지 카라마츠가 살짝 삐진 듯이 입을 삐죽거렸다. 그런 얼굴을 귀엽네, 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카라마츠가 떨어지지 않도록 등을 잡고 천천히 일어나면, 카라마츠는 드디어 일어난 내게 미소를 지었다.

아침부터 나의 집에 천사가 강림했습니다.

 

[죠은 아침, 이치마츄!]

[.......좋은 아침]

 

카라마츠와 이렇게 인사를 주고받은 게 얼마만일까. 적어도 최근 몇 년간 이런 평화로운 대화는 한 적이 없다.

카라마츠는 내가 일어난 것에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 내 위에서 내려와 이번에는 옆에서 자고 있는 토도마츠의 위에 올라탔다. 전원 똑같이 깨우려는 건가. 자기만이 아니라는 것에 아쉬운 기분을 느끼며, 지금 몇시인지 확인하려 시계로 눈을 돌렸다가 깜짝 놀란다.

시계가 가리키고 있는 시간은 8. 빨라!! 평소라면 아직 자고 있을 시간이라고. 어쩐지 아직 잠이 부족한 것 같더라니. 나는 시계에서 시선을 돌려 카라마츠를 보았다. 카라마츠는 토도마츠를 무사히 깨우고 다음으로 오소마츠형의 배에 올라타고 있었다. 그리고 나와 마찬가지로 잠에서 깨버린 토도마츠는 졸린 듯이 눈을 비비며, [아직 졸리다구..] 라고 중얼거렸다. 아이들의 아침은 빠르다고 들었지만, 카라마츠도 예외는 아니었던 건가.

솔직히 다시 자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좀처럼 일어나질 않은 오소마츠형에게 [아침밥 다 대따구~?] 라는 카라마츠의 말이 들려, 그건 포기할 수 없지, 라고 생각한다. 평소에는 점심때가 다 되어서야 일어나는 우리들에게 맞춰서, 아침 겸 점심을 차려주는 엄마지만, 분명 카라마츠를 위해 평소보다 빨리 아침을 준비한 거겠지. 작아진 카라마츠에 부모님도 데레데레로, 우리들이 어릴 적에도 이렇게 무르셨던 걸까? 라고 생각할 정도로, 카라마츠에게 많이 너그러워지셨다. 뭐어, 귀여운 카라마츠를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도 나쁘진 않나.

내가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는 동안, 카라마츠는 형제 전원을 깨운 후였다. 모두 아직 잠이 오는 눈치였지만, 누구도 불평 한마디 없이 일어났다. 아마 모두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거겠지. 모두 일어난 것에 만족했는지, 카라마츠는 기쁨 가득한 얼굴로 웃으며 [다 가치 아침바압~] 이라는 자작곡을 흥얼거렸다. 그 모습에 모두 자연스레 미소를 지었다. 뭐야, 이 행복한 공간.

마츠노가는 전원, 작아진 카라마츠에 완전 무르다.

 

 

이불 정리를 끝내자, 카라마츠가 내게로 다가와 양손을 뻗는다. 아무래도 안아줬으면 하는 것 같다. 다른 형제들이 부러운 듯이 쳐다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그런 형제들에게 우월감을 느끼면서 카라마츠의 양팔 사이에 손을 끼우고, , 들어올렸다. 카라마츠는 기쁜 듯이 내 가슴에 바싹 붙었다.

 

[배고푸네, 이치마츄]

[, 그렇네]

 

분명 평소의 카라마츠라면 [닥쳐] 라든가 [시끄러] 라고 되돌려줬을 말. 하지만 어째선지 지금은 솔직하게 답을 하고 있다. 이 작아진 카라마츠라면 자신도 솔직해질 수 있다. 그 사실에 기쁨과 동시에 자신에게 화가 났다. 작아진 카라마츠는 분명 자신의 비틀린 연심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러니까 솔직해지는 거다.

아아, 어쩜 이리도 발전이 없을까.....

 

 

 

 

 

 

 

 

카라마츠가 작아진 다음날인 오늘은, 토도마츠를 제외한 형제 전원이 하루종일 집에 있었다. 아마 모두 작아진 카라마츠와 놀기 위해서겠지. 토도마츠만은 뭔가 할 일이 있다며 신나서 집을 나갔다. 데이트라도 하는 걸까. 뭐어, 나하고는 관계없고, 아무래도 좋다.

그 날은, 하루종일 카라마츠와 놀았다. 어제 엄마가 창고에서 꺼내준 그리운 장난감이나 그림책으로 놀았다. 솔직히 성인인 우리들에게 장난감도 그림책도 시시할 뿐이었지만, 즐겁게 웃고 떠드는 카라마츠를 보기 위해 이쪽도 열심히 즐겼다. 그 다음에는 카라마츠와 함께 낮잠을 자거나, 나를 만나러 온 고양이와 장난치거나 하며, 온종일 더 없이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건 다른 형제들도 똑같아서, 모두 오늘만은 서로 싸우지도 않고, 모두 즐거워했다. 카라마츠의 힐링 효과는 대단했다.

 

 

저녁을 먹기 1시간 전, 외출했던 토도마츠가 돌아왔다. 쇼핑을 한 건지 양손에 많은 봉투들을 들고 있었다. 엄청 샀구만. 돈이 어디서 나는 거야. 파칭코에서 딴 건가? 그렇다면 최악이다. 카라마츠에게 정신이 팔려 파칭코 경찰이 출동하지 못했다.

그런 우리들의 시선을 알아챘을 토도마츠는, 이쪽의 원한 어린 시선을 완전히 무시한 채 카라마츠에게 말을 걸었다.

 

[카라마츠형. 다녀왔어!]

[토도마츄, 어셔와!]

 

아앗, 천사의 미소가 눈부셔서 쳐다볼 수가 없어! 랄까 토도마츠, 너 다른 형제들한테는 인사 안 하는 거냐, 파칭코에서 땄다고 우쭐해하지 말라고. 카라마츠를 쳐다볼 수 없어, 대신 토도마츠를 째려보지만 역시 토도마츠는 신경 쓰지도 않고 가지고 있던 백화점 봉투를 카라마츠에게 보여주듯 들어올렸다.

 

[카라마츠형 선물 사왔다구]

[션물?]

 

싱글싱글 변함없이 즐거워하는 동생에, 카라마츠는 의아한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린다.

 

[? 설마 그 봉투 전부 카라마츠 선물이야?]

[맞아, 쵸로마츠형. 후후후, 이걸 보면 형들 전원 나한테 감사해야 할 거라구!]

[하아? 무슨 소리야, ]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하는 오소마츠형에게, 토도마츠는 자신만만한 웃음을 돌려준다. 대체 뭐야?

 

[어제부터 생각했던 건데, 카라마츠형 옷! 다들 아무 생각도 안 드는 거야!?]

 

그렇게 말해, 카라마츠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그런 우리들을 카라마츠는 멍하니 바라본다.

지금 카라마츠가 입고 있는 건, 어제 엄마가 창고에서 꺼내준 우리들이 옛날에 입던 옷이다. 옛날에는 형제들을 구분하기 위한 색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여서, 모두 같은 옷을 입었다. 지금 카라마츠가 입고있는 것도 위아래 파란색의 옛날에 곧잘 입던 옷으로, 특별히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이 옷이 뭐가 어쨌다는 거지? 다른 형제들도 모두 나와 같은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다시 토도마츠를 바라본다. 그런 우리들을 보고, 토도마츠는 어이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쉰다.

 

[왜 모르는 걸까나아......옷이, 전혀, 귀엽지 않잖아!!!?? 존재 자체가 귀여우니까 옷은 좀 촌스러워도 괜찮겠다 싶겠지만, 나는 무리!! 지금은 아동복이라도 엄청엄청 귀여운 것들이 잔뜩 있다구!? 카라마츠형 이렇게나 귀여운데 옷 때문에 손해보고 있잖아!!? 어째서 모르는 거야!! 귀여운 카라마츠형이 귀여운 옷을 입으면 어떨 것 같아? 귀여움×귀여움으로 최강이잖아!!! 전 인류가 엎드려 절을 할 정도로 귀엽잖아!!!! TV에서 활약하는 어떤 아역보다도 귀엽잖아!!!! 최강이 된 카라마츠형이 TV 같은 곳에 나오기만 하면, 엄청 인기 많을 거라구!! 누구도 이길 수 없을 정도로!!! 100만명에 한명꼴로 나올 법한 귀여움이잖아아아아아아!!!!!!!!!!!!!........하아하아........쿨럭, , 그러니까, 요점은, 카라마츠형한테 입힐 귀여운 옷 잔뜩 사왔다고]

[[[[.............., 오우.........]]]]

 

톳티가 강림했다. 늘 생각하는 건데, 너 그 얼굴 어떻게 하는 거야? 랄까, 모두 엄청난 기세에 눌리고 말았다. 카라마츠도 뭔가 처음 본 톳티에 놀라서, 옆에 있던 쵸로마츠형에게 꼭 들러붙었다. 젠장, 부럽다고, 어이.

아니, 그보다 톳티. 너도 나와 마찬가지로 카라마츠한테 본심을 숨겨왔구나? 뭔가 이제 그런 거 상관없다는 듯이 여러 가지로 털어놓았는데, 괜찮은 거냐, .

 

[그치만 톳티. 그런 거 잔뜩 살 돈이 있었나 보네!]

 

누구보다도 빨리 부활한 쥬시마츠가 쇼핑백을 보면서 토도마츠에게 말을 걸었다. 그에 토도마츠는 우쭐한 표정으로 답했다.

 

[엄마한테 카라마츠형의 옷, 사러간다고 말했더니 3만엔 정도 줬다구]

[[[[진짜!!!!????]]]]

 

어이어이 엄마, 아침에도 생각했지만 카라마츠한테 너무 무르잖아. 엄청나네 카라마츠 효과. 이제 천사를 넘어 소악마로 보일 지경이라고.

 

[그런고로! 이제부터 카라마츠형의 패션쇼를 개최하겠습니다!!!! 이예에에에에에에에이!!!!!!]

[이예에에에에에에이!!!!!!!!!!]

[[[ (...........우와아아아아, 뭐야 이녀석. 무셔) ]]]

 

토도마츠가 그렇게 외치며 주먹을 들어보이자, 쥬시마츠도 따라한다. 아니, 톳티, 너 오늘 텐션 이상하다고. 어제의 나도 비슷했겠지만, 그것 이상으로 막내가 고장나있어. 오소마츠형도 쵸로마츠형도 질린 듯한 표정이라고. 엄청 깬다, . 카라마츠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비정상적인 텐션의 막내에 살짝 떨고 있다.

 

[그럼 카라마츠형, 이쪽으로 와]

[........후에?]

 

떨고있는 카라마츠에 개의치 않고, 토도마츠는 카라마츠를 안아 올렸다. 순간 카라마츠가 도움을 요청하는 듯한 시선을 이쪽으로 보냈지만, 미안. 지금의 토도마츠를 거스르는 건 뭔가 좀 무서워. 뭐어, 심한 짓은 하지 않겠지, 라며 우리들은 전원 카라마츠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 10분 후 ~~~

 

 

 

 

방에서 제각각 편히 앉아서 토도마츠들을 기다리고 있자, 문을 기세 좋게 열고 토도마츠가 돌아왔다. 어째선이 마이크를 들고 있다. 텐션 높잖아, 톳티.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카라마츠 보이 제군. 우선은 엔트리 No.1!! 악랄함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소악마계 패션입니다!!!]

 

카라마츠 보이라니 뭐야!? 그런 거 된 기억 따위 없는데!!? 부탁이니까 평소의 톳티로 돌아와줄래!!!??

 

아마 오소마츠형도 쵸로마츠형도 속으로 똑같이 츳코미를 날리고 있을 것이다. 그런 우리들을 신경쓰지도 않고 토도마츠는 복도에 있던 카라마츠에게 [이리와, 카라마츠형] 하고 불렀다. 그리고 주뼛주뼛거리며 카라마츠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순간, 우리들은 모두 경직되고, 그 다음 동시에 얼굴이 흐물흐물 녹아내렸다.

 

[[[[ , , 귀여워어어어어어어어어!!!!!!!!!!!! ]]]]

 

모습을 드러낸 카라마츠는 조금 큰 파란색 스웨터에 체크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무릎이 살짝 보여 귀엽다. 소매는 쥬시마츠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 길어서, 그 자그마한 손이 반쯤 가려졌다. 소위, 모에 소매라는 것이다. 하지만 가장 주목해야 하는 곳은 거기가 아니다. 카라마츠는 무릎 약간 아래쪽에 흰색 양말을 신고 있었는데, 무려 그 양쪽 다리에는........검은 가터 벨트를 하고 있었다. 약았다. 약아빠졌어.

 

[톳티, ...........천재냐!!!]

[가터 벨트는 치사해, 치사하다고.......]

[............히이이익! 싸버려~!!]

[카라마츠형 초- 카와이이이!!!!]

 

전원 톳티 앞에 엎드렸다. 그런 우리들을 토도마츠는 이겨서 기세등등한 표정으로 내려다보았다.

 

[이걸로 내가 말했던 게 뭔지 알겠지? 자아, 문제입니다. 귀여운 카라마츠형×귀여운 옷은?]

[[[[ 최강입니다!!!!!! ]]]]

[네에, 정답!! , 사진 촬영은 유료입니다. 한 장에 500]

[, 돈 받는 거야!?]

 

핸드폰을 들고 사진을 찍으려던 쵸로마츠형에게, 토도마츠가 기다리라는 듯이 손가락으로 제지하며 말했다. 톳티는 완전히 분위기에 취해있었다. 쵸로마츠형은 못마땅한 얼굴을 하면서도 지갑을 꺼내 천엔을 토도마츠에게 주었다. , 2장 찍는 건가. 랄까, 쵸로마츠형은 그걸로 괜찮은 거냐고. 진짜 카라마츠 굉장하네. 마츠노가 한정이겠지만, 경제 효과 장난 아니야.

 

[토도마츄우, 나 이제 배고푸 [그래, 그럼 다음 옷으로 갈아입자, 카라마츠형] ............?]

 

배를 부여잡고 토도마츠를 올려다보는 카라마츠를 무시한 토도마츠는, 그 손을 잡아끌고 방을 나갔다. 살짝 카라마츠가 가여웠지만, 미안. 우리들도 점점 재밌어져서. 랄까, 얼른 다음 옷이 보고 싶어. 밥은 조금만 더 참아줘.

 

[저기 쵸로마츠으, 그 사진 나중에 나한테 보내주라~]

[한 장에 천엔]

[!!?]

 

값이 올랐다.

 

 

 

 

~~~ 다시 10분 후 ~~~

 

 

 

 

[네에! 오래 기다리렸습니다!! 다음은 아무튼 귀엽고 복슬복슬한 느낌을 끌어올린 패션.

이걸 보면 모에함에 바닥을 구를 거라고!! 테마는 숲속의 카라마츠씨, 보시죠!!]

[이예에에에-!! 기다렸슴다!!]

[[[ 이예에에에에-!!!!!! ]]]

 

 

이미 전원 텐션이 이상해져있다. 취한 건가? 하고 물어볼 정도로 이상해졌다. 덧붙여서 알콜은 한모금도 섭취하지 않았다. 모두 카라마츠에게 취해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런 이상한 텐션의 우리들 때문에 덜덜 떨면서 방에 들어오는 카라마츠를 보고, 토도마츠의 말대로 전원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신음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

 

[[[[ .....귀 여어 우 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

 

 

모습을 드러낸 카라마츠는 곰돌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곰인형 같은 복장으로, 후드에는 물론 곰돌이 귀가 달려있다. 게다가 북실북실하다. 먹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귀엽다. 아아, 지금 당장 저 북실북실을 끌어안고 싶어.

그리고 나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쵸로마츠형이 손을 뻗자, 마치 보디가드가 주인을 지키려는 듯이 토도마츠가 쵸로마츠형과 카라마츠 사이를 막아섰다.

 

[~, 만지는 건 1회에 2000엔입니다!]

[또 돈 받는 거야!!?]

 

그렇게 말하면서 지갑에서 사천엔을 꺼내 지불하는 쵸로마츠형. , 2번 만지는 거구나. 너는 그걸로 괜찮은 거냐, 삼남. 완전히 호구가 되어 있잖아. 너 카라마츠가 관련되면 멍청해지는구만.

그리고 행복한 표정으로 카라마츠를 껴안으며 부비부비하는 쵸로마츠형. 카라마츠는 그런 쵸로마츠형의 품에서 곤란한 듯한 표정을 하며 가만히 있는다.

망할, 나도 안고 싶어. 하지만 슬프게도, 현재 이치마츠의 전재산은 350엔이었다. 사진도 찍을 수 없다.

 

[토도마츠으, 나도 껴안고 싶어!!!]

[1회에 5000엔이야, 오소마츠형]

[그러니까 어째서 나만!!!??]

 

역시 가격이 올랐다.

 

 

 

 

 

 

 

 

 

 

 

 

마츠노 쥬시마츠는 해맑은 미치광이다. 남들과 감성이 다르달까, 다른 차원에 살고 있다. 그 행동도, 생각도 전부 읽을 수가 없다. 그러니까 타인은 쥬시마츠에게 깊이 관여하지 않는다. 이해할 수 없으니 처음부터 포기하는 사람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쥬시마츠는 그것을 쓸쓸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슬프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절망도 실망도 하지 않았다. 그럴게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만 곁에 있어주면 괜찮다고 생각했으니까.

물론 쥬시마츠도 평범한 사람 수준의, 평범한 감성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었다. 예를 들면, 가족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갖고 있고, 슬픈 일이 있으면 울기도 했다. 화가 나는 일도 있고, 잔뜩 열받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평범하게 사랑도 한다. 최근에도 어떤 여성을 사랑한 적이 있었다. 그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한 채 끝나버렸지만, 그녀와 지낸 나날들은 행복했다. 그러니까 그녀의 옆에 있는 것이 자신이 아니어도, 그녀를 미소 짓게 만드는 것이 자신이 아니어도, 그녀가 행복하게 웃어준다면, 그걸로 됐다.........그렇게 진심으로 생각했다. 이 마음은 자신에게 있어 평범, 그 자체였다. 평범한 연심이다.

 

 

하지만 그런 자신의 마음을 하나 위의 형은 이상하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좋아하면 독점하고 싶어지지 않아? 나였다면 싫어, 나 이외의 녀석에게 빼앗기다니 참을 수 없어. 그렇게 될 거라면 차라리 죽을래]

 

 

또한 두 개 위의 형도 말했다.

 

[좋아하니까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당연한 욕구잖아? 나 이외의 사람 옆에서 웃는다든가 보고 싶지 않으니까. 상대 똥꼬털 태워버릴 거야]

 

 

하나 있는 동생도 말했다.

 

[나 이외에 사람을 신경 쓴다니, 아마 가둬버리지 않을까. 감금 엔드를 향해 달려간다~ 랄까나. 아하핫, 그래도 나 꽤 진심이니까 말야]

 

그들이 말하는 의미를 전부 모르는 것은 아니다.............아마.

하지만.......분명 이해하려고 하지 않으니까, 자신은 그녀를 향한 사랑을 끝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또, 나는 이해하지 못한 듯이 군다. 모르는 척을 하는 것이다. 이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기피하고 있는 것이다.

카라마츠형을 향한 나의 마음. 그건 절대로 이름을 붙여서는 안 되는 감정이다. 이름을 붙인 순간, 분명 나는 형제들의 말의 의미를 이해해버리고 말테니까. 그건 카라마츠형의 행복을 빌기 위해 불필요한 감정이니까......이름을 붙이지 않으면, 분명 언젠가 물거품처럼 사라질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한다.

 

마츠노 쥬시마츠는 해맑은 미치광이.

소중한 사람의 행복만을 바라고, 자신의 마음을 희생한다..........남들이 보면 이것도 미친 짓일까?

 

 

 

 

어느날의 오후. 마츠노가의 거실에는 나와 토도마츠, 그리고 낮잠을 자는 카라마츠형이 있다. 형은 변함없이 작은 모습 그대로다. 아직 예전으로 돌아갈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천진난만한 자는 얼굴을 한 카라마츠형을, 나와 토도마츠는 미소를 띤 채 지켜보고 있다. 쿨쿨 귀여운 코골이가 몹시 사랑스럽다. 뛰어다녔으니까 지친 거겠지.

참고로 우리들 이외의 형제들은 모두 외출중이다. 오소마츠형은 새로운 기계가 들어왔다며 파칭코에 갔고, 쵸로마츠형은 [카라마츠를 위해 취직을 해야...] 라며 기합을 잔뜩 넣고 할로워크게 갔다. 이치마츠형은 아까까지 집에 있었는데, 카라마츠형이 돌아와서 [푸딩 먹고 싶어] 라고 말한 순간, 장난 아닌 속력으로 집을 나갔다. 분명 어딘가 있을 유명한 양과자점에라도 간 거겠지, 라고 톳티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잘 자네]

[, 엄청 귀여워!]

[정말, 어째서 이런 천사한테서 그런 이타이한 사이코 패스로 퇴화해버린 걸까. 마츠노가 최대의 수수께끼네]

[에에? 그치만 원래의 카라마츠형도 귀엽다구?]

[...........뭐어, . 본의 아니게 인정해버렸지만, 본판은 귀엽지]

 

톳티는 복잡한 얼굴을 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응응, 카라마츠형은 커도 작아도 귀여워. 분명 다른 형제들한테 물어도 그렇다고 할 것이다.

내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에, 문이 열리면서 엄마가 나타났다. 엄마는 카라마츠형이 자고 있는 걸 알아차리고, 깨지 않도록 슬쩍 들어와서 우리들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들, 누구든 상관없으니까 심부름 좀 해줄래? 엄마는 지금부터 반상회가 있어서 말야. 여기, 종이에 사올 것들 적어뒀으니까 부탁할게]

 

그렇게 말하며 작은 메모지와 지갑을 토도마츠에게 건네고는 우리들의 대답도 듣지 않고 방을 나가버린다. 이쪽에 거부권은 없는 것 같다. 뭐어, 니트인 우리들이 거스를 수도 없다.

 

[어쩔래? 쥬시마츠형]

 

토도마츠쪽을 바라보자, 살짝 귀찮은 듯한 표정을 하고 있다. 분명 아까 공원에서 카라마츠형하고 어울려 뛰어다녔으니 지친 거겠지.

 

 

[그럼 내가 갔다올게!]

[, 괜찮아?]

[! 나 아직 안 피곤하고!!]

[고마워! 쥬시마츠형, 짱 좋아!]

[그럼 다녀오겠머스루머스루!! 허스루허스루!!]

 

덧붙여서, 지금까지의 대화는 전부 작은 목소리로 주고받았다. 원래는 시끄러운 쥬시마츠라도 역시 기분 좋게 자고 있는 카라마츠를 깨우는 건 싫었다.

 

 

 

 

그리고 쥬시마츠가 기운 좋게 [머스루머스루!! 허스루허스루!!] 하고 말하며 집을 나간 몇분후, 카라마츠가 눈을 떴다. 아직 졸린 듯 눈꺼풀을 문지르면서, 옆에 있는 토도마츠를 보다 방을 둘러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레에? 쥬우시마츄느은?]

 

막 일어난 탓에 더욱 혀짧은 소리가 된 카라마츠에게 완전히 녹아내린 듯한 미소를 짓는 토도마츠는, 작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답한다.

 

[쥬시마츠형이라면 엄마한테 부탁받은 심부름을 하러 갔어........, 어라? 우와아, 쥬시마츠형 메모 잊고 갔어. 몰랐네에......-, 뭐어 없다는 걸 알아채면 돌아오겠지. 일단 LINE 보내둘까. 핸드폰이..............아아, 2층인가]

 

어째선지 탁자 밑에 떨어져있는 메모지를 발견하고 한숨을 내쉰 토도마츠는, 핸드폰을 찾기 위해 거실을 나갔다. 그리고 남겨진 카라마츠는 떨어져있는 메모지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싱부름 메모......두고 갔구나, 쥬시마츄..........으응, 나 형아인 걸! 구니까 도와줘야 해!!]

 

 

작아져도 형으로서 책임감은 남아있고, 동생에게는 엄청 무른. 그것이 마츠노 카라마츠라는 인간이다.

결심한 표정으로 크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떨어져있는 메모지를 들어 현관으로 향한다.

 

[갠챠나 갠챠나! 슈퍼라면 쩌번에 다 가치 갔는 걸!]

 

스스로를 타이르듯 말한 카라마츠는, 혼자서 외출하는 것에 가슴을 두근거리며 홀로 바깥 세계로 튀어나갔다.

 

[카라마츠혀~............., 어라? ????????]

 

그리고 거실에 돌아온 토도마츠는, 사라져버린 카라마츠에, 줄줄 흐르는 식은땀을 닦아댔다.

 

 

 

 

 

 

 

 

여섯 쌍둥이 그룹 LINE

 

 

 

 

톳티 {,크크크, 큰일이야!! 큰일!!!

 

 

쵸로마츠@냐짱 {왜 그래, 진정해

 

톳티 {카라마츠형이 행방불명!! 어디에도 없어!

 

쵸로마츠@냐짱 {, 어떻게 된 거야!!?

 

 

오소마츠 {톳티 집??

 

 

톳티 {. 카라마츠형이랑 집에 있었는데, 잠깐 한눈 판 사이에 없어졌어. 집안을 찾아봤는데 어디에도 없어!! 어쩌지! 유괴!? 유괴인 걸까아!!!?? 카라마츠형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지!!! 아아아아아아아, 나는 책임지고 할복하는 수밖에에

 

쵸로마츠@냐짱 {그니까 진정하라고!! 나는 지금부터 은행 강도짓을 해서 돈을 준비할게!!

 

 

오소마츠 {아니, 너도 진정하라고. 아직 유괴라고 결정된 것도 아니잖아. 랄까 나한테 츳코미 시키지 말라고

 

이치마츠 {우선 나는 집 근처를 찾아볼게. 톳티는 집에서 대기

 

 

오소마츠 {우와, 이치마츠가 제일 냉정해서 무서워. 쵸로마츠는 카라마츠가 작아지고 나서 갔던 장소를 자세히 찾아봐. 나는 일단 엄마한테 연락할게. 1시간이 지나도 못 찾으면 경찰한테 가자

 

쵸로마츠@냐짱 {알겠어

 

톳티 {알겠어

 

이치마츠 {어라? 쥬시마츠는? 5명이 읽었다고 되어있는데.....

 

 

오소마츠 {진짜네. -, 쥬시마츠?

 

 

 

 

 

그 무렵, 쥬시마츠는 시내를 뛰어다니고 있었다. 토도마츠한테서 온 LINE을 보고, 바로 뛰어나간 것이다. 눈을 크게 뜨고, 뛰어다니면서 주변을 살폈다. 그 어떤 것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이, 작아진 형을 지나치지 않으려는 듯이. 절대로, 절대로 자신이 카라마츠형을 찾아야 한다며, 속으로 고함을 지르면서.

 

 

형제들 중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지만, 쥬시마츠는 카라마츠가 작아진 그 날부터, 계속 후회와 분노, 그리고 몸이 초조해질 정도의 질투심을 품고 있었다.

카라마츠형한테 그런 제멋대로인 말을 해버린 것에 대한 후회. 겁을 줘버린 자신에 대한 분노, 그리고 처음에 카라마츠형을 발견해낸 사남을 향한 질투.

그래, 누구도.....쥬시마츠 본인조차 자각하지 못했지만, 계속 질투하고 있었다. 그 날, 카라마츠형을 안고 집에 돌아온 이치마츠형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 이치마츠형에게 어리광부리듯이 안겨서, 자신에게는 겁에 질린 표정을 하는 카라마츠형의 모습에 슬퍼졌다. 어째서? 어째서 나는 카라마츠형을 가장 먼저 발견하지 못한 거지? 아니, 애초에 나한테서 도망치려는 카라마츠형의 손을 어째서 붙잡지 않았던 거지. 분하다, 분해서 견딜 수가 없다. 나도 이렇게나 카라마츠형을 생각하고 있는데.

 

그래서일까. LINE의 답장조차 하지 않고, 이렇게나 필사적으로 뛰어다니고 있다. 누구보다도 빨리, 내가 카라마츠형을 찾아야 한다. 그런 결의를 가슴에 품고, 쥬시마츠는 달리는 속도를 더욱 높였다.

 

 

 

 

 

 

카라마츠는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둘러보며, 곤란한 듯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까부터 같은 장소만 빙글빙글 돌고있지만,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다. 그래, 카라마츠는 누가 봐도 길을 잃었다. 완전히 미아가 된 것이다. 하지만 머리가 텅텅 빈 카라마츠는 그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이상하네에. 슈퍼가 여지에 이썻는데에.....! 설마 쥬시마츄 미아가 댄 건가!]

 

미아는 너다.

참고로 슈퍼로 가는 길은 집을 나오자마자 바로 틀려먹었다. 완전히 반대로 간 것이다. 하지만 알아채지 못했다.

 

 

[정말이지이....쥬시마츄는 어쪄 슈가 업꾸만......아휴-]

 

 

한눈을 팔고 있던 탓에 누군가와 부딪치고 만다. 아픈 코를 비비며 고개를 들자, 거기에는 보라색의 정장을 걸친 뻐드렁니의 남자가 미심쩍은 듯이 이쪽을 보고 있다.

 

[으응? 뭡니까, 이 꼬맹이는? ............?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잔쓰]

[아져씨.......누구?]

[미를 말하는 거잔쓰까? 미의 이름은 이야 [내 동생 못 봐쎠?] ..........자기가 물어봤으면서, 무시하는 거잔쓰까. 동생? 이름은 뭐잔쓰?]

 

말을 끊겨도 화내지 않고, 귀찮다는 듯한 표정임에도 어울려주는 이야미는 의외로 좋은 녀석이다. 그를 대하는 여섯 쌍둥이들의 대응은 매번 지독하지만.......뭐어, 자업자득인 경우도 많아서 만회할 수는 없다.

 

 

[으움...이름으은...쥬시마츄!! 미아가 대써!]

 

다시 한번 말하지만, 미아는 너다.

 

 

 

[쥬시마츄......쥬시마츠잔쓰까? 여섯 쌍둥이인?]

[구래! 여셧 쌍둥이의 쥬시마츄!]

 

 

꼬마의 말에 이야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눈앞의 아이를 응시했다. 이야미가 아는 여섯 쌍둥이의 쥬시마츠는 마츠노가의 오남 쥬시마츠다. 그리고 그는 오래전에 다 큰 어른이 되었다. 하지만 이 애는 그를 자신의 동생이라고 한다. 어떻게 된 거잔쓰? 이 마을에는 그 여섯 쌍둥이 이외에도 다른 여섯 쌍둥이가 있는 걸까. 여섯 쌍둥이 같은 희귀한 존재가 마을에 둘이나? 그런 일을 있을 수 없다.

 

[그보다, 네 이름은 뭐잔쓰까?]

[내 이름? 구러니까아, 나느은..........!]

[? 왜 그러잔쓰?]

 

거기서 카라마츠는 떠올렸다. 형제들의 말을.

 

 

[알겠어? 카라마츠형. 형이 혼자서 밖에 나가는 일은 없겠지만, 일단은 말해둘게. 혹시라도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어도, 답하면 안돼. 이름을 물어도 말하면 절대절대 안 된다구! 맛있는 거 준다고 해도 따라가면 안 되니까. 그 사람은 어쩌면 무서운 유괴범......- 유괴범이란 말 모르려나. ~~엄청 나쁜 사람일지도 모르니까 말야!]

[나뿐 사람............토도먀츄, 구건 야쿠쟈?]

[어째서 야쿠자는 아는 거야]

[그래그래~ 카라마츠. 말을 거는 모르는 사람은 전부 야쿠자야. 바다에 던져버리거나, 참치 잡이 배에 팔아버릴지도 모른다고~~. 그러니까 모르는 사람하고는 이야기하면 안돼. 따라가지도 말고. 오소마츠형아랑 약속이야]

[! 알개써!]

[어이, 누구냐, 카라마츠한테 조폭 비디오 보여준게]

[..........데헷, 미안해 쵸로마츠형]

[하나도 안 귀엽거든 이치마츠!!! 네놈은 카라마츠를 어쩌고 싶은 거야!?]

 

 

이상 회상 완료.

 

 

[, 아앗..........아아아아아.....]

[, 왜 그러잔쓰!!?]

 

완전 비정상적일 정도로 덜덜 떠는 카라마츠에 이야미는 당황한다.

 

 

 

[아아아아아......재성함미다, 야쿠쟈씨!! 챠암치 자비 배는 시러어어어!!!]

[, 하아아아아아!!!? 무슨 소리잔쓰!!!?]

[우와아아아아아앙!!! 살려져어어 다드을!!!!]

[, 잠깐, 울지 말라잔쓰!! 뭔가 미가 유괴범 같잔......으헉!!]

 

이야미는 어쩌면 좋을지 몰라 무의식적으로 카라마츠에게 손을 뻗으려는 순간, 카라마츠의 비명은 더욱 높아졌고, 그것을 알아챘을 때에는 옆구리에는 엄청난 충격을 받아 날아가버린 후였다.

 

[쿠허어어어어어어어억!!!!!!!!!]

[하아, 하아, 하아..........]

[.....쥬시마츄...?]

 

숨을 헉헉거리며 카라마츠와 이야미 사이에 다가온 것은 쥬시마츠였다. 그리고 아까 이야미에게 멋지게 하이킥을 날린 것도 쥬시마츠였다. 불쌍하게도, 아무런 짓도 하지 않은 이야미는 쓰레기 더미로 얼굴을 처박혔다.

 

 

 

 

 

 

 

카라마츠를 찾아 뛰어다니던 쥬시마츠는, 집에서 조금 떨어진 주택가에서 그의 모습을 드디어 발견했다. 그리고 그 곳에 어째선지 이야미가 있었고, 어째서지 카라마츠형은 [살려줘] 라며 울부짖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순간 머리에 피가 끓어올라,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야미에게 하이킥을 날리고 있었다. 숨이 차서 괴롭다. 그렇게 뛰어다닌 건 꽤 오랜만이다. 그리고 이렇게나 애가 탄 것도 오랜만.......아니, 그 애가 고향에 돌아갈 때에도 이 정도로 애가 탔을지도.

 

 

[....쥬시마츄...?]

 

멀리 날려진 이야미를 평소에는 상상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매서운 눈빛으로 째려보고 있자, 뒤에서 가냘픈 소리가 들려, 황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돌아보면, 울먹이며 이쪽을 올려다보는 카라마츠형. 하지만 그 표정에는 안도감이 보여, 나는 겨우 몸에서 힘을 뺐다. 그리고 마음 내키는 대로 카라마츠형의 작은 몸을 꽈악 끌어안았다.

 

다행이다. 카라마츠형이 무사해서 다행이다. 다행이야...

 

 

[......, , 우윽......흐윽......]

[쥬시마츄? 우는 거야?]

 

카라마츠형이 내 품속에 있다. 그것이 안심되어 무심코 눈물이 흘렀다. 팔 안에서 당혹스러운 목소리를 높이는 카라마츠형을 더욱 힘껏 끌어안는다.

 

[, 저기, 이제 갠챠나! 슈퍼에는 내가 데려다 주께! 자아, 여기 심부름 종이도 제대로 챙겨따구! 그니까 갠챠나!]

 

 

카라마츠형이 필사적으로 나를 위로하듯이 등을 쓰다듬으며 말한다. 그 말이 신경 쓰여, 나는 겨우 고개를 들어 카라마츠형을 보았다.

 

[심부름 종이?]

[! 쥬시마츄가 잊고 가짜나? 여기! 이걸로 심부름 할 슈 있겠네!]

 

그렇게 말하며 기쁜 듯이 엄마가 적은 메모를 내게 건네주는 카라마츠형. 그 모습을 나는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카라마츠형.....이걸 나한테 주려고 여기까지 온 거야?]

[!! 그치만 나 쥬시마츄의 형아자나!]

[.........................]

 

놀라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니, 살면서 처음 겪는 일이다. 나를 위해 혼자서 밖에 나와서, 무서운 일을 경험했는데도 웃는 얼굴로 나를 위로하는 카라마츠형. 아아, 뭘까. 이 기분은 대체 뭘까. 가슴이 아프다. 부글부글 온몸이 열로 끓어오른다. 기쁜데, 행복한데, 눈물이 나온다.

그리고 나는 아까와는 다르게 부르러운 힘으로 카라마츠형을 끌어안았다.

 

 

[고마워, 카라마츠형]

[에헤헷, ! 쥬시마츄, 갠차나져써?]

[! 형 덕분에 괜찮아졌어!!]

 

혼자서 멋대로 밖을 나온 건 칭찬해야 할 일이 아니다. 아무리 나를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카라마츠형이 잘못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서는 다른 형제들이 꾸짖을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카라마츠형을 잔뜩 칭찬해주고, 작고 둥근 머리를 상냥하게 쓰다듬으면서, 꽈악 강하게, 하지만 부드럽게 끌어안는다.

 

 

그 뒤로 서로 만족할 때까지 끌어안고서, 아쉬운 듯이 몸을 뗀 나는 카라마츠형의 손을 잡았다.

 

[그럼 같이 심부름 갈까!]

[!!]

 

 

내 손을 잡은 작은 힘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 날과는 완전히 다른 그 미소가 기쁘다. 카라마츠형이 작아진 그 날, 두려움에 떠는 표정으로 나를 보는 카라마츠형은 이제 어디에도 없었다. 그리고 오늘은 누구보다도 빠르게, 내가 카라마츠형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느새 내 안에 있던 어두운 감정들은 거품처럼 사라졌다.

 

 

 

쥬시마츠와 카라마츠가 떠난 뒤, 쓰레기장에서 벌떡 일어난 이야미는 멀어지는 두 개의 등을 바라보며 외쳤다.

 

[대체 뭐잔쓰까아아아아--!!!??]

 

 

오늘 최대의 피해자는 말할 것도 없이 그일 것이다.

 

 

 

 

 

 

 

심부름에서 돌아온 후에는, 또 여러 가지로 큰일이었다. 일단 형제들에게는 카라마츠형을 발견했다는 것을 LINE으로 알려뒀지만, 집의 현관을 순간, 전원 엄청난 기세로 우리들에게 달려들었다.

토도마츠는 울부짖으며 카라마츠형에게 안겨 떨어지질 않고, 쵸로마츠형도 눈물을 흘리며 [다행이다다행이다] 라고 카라마츠형의 머리를 쓰다듬기 바빴다.

이치마츠형과 오소마츠형은 카라마츠형에게 각자 꿀밤을 때렸다. 뭐어, 아주 약한 힘이지만. 그리고 두사람에게 카라마츠형은 설교를 들어야했다. 오소마츠형은 몰라도 이치마츠형이 그렇게 화를 내는 건 별일이네, 라고 생각하며 바라보고 있었지만, 최종적으로는 이치마츠형도 울면서 [무사해서 다행이다] 라며 카라마츠형을 끌어안았다.

카라마츠형도 야단맞고 반성한 듯, 살짝 풀이 죽어 [죄송합니다] 라고 몇 번이고 사과했다. 뭐어, 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만, 무사히 해결되어 다행이다, 다행이야.

 

그리고 그날밤. 평소에는 이치마츠형과 토도마츠에게 끼여서 자는 카라마츠형은, 어째선지 나한테서 떨어지지 않으려 해서, 내게 폭 안긴 채로 잠들었다. 내 품에서 얼굴을 비비며 자는 형을 슬쩍 부둥켜안으면, 다시 내 마음에 불이 켜진다.

 

 

하지만......역시 나는 그 감정에 이름을 붙이지는 않는다. 아직 모르는 채로 있고 싶다.

그럴게 이름을 붙이는 순간, 나는 형의 행복을 빌어주는 착한 동생이 될 수 없으니까.

 

 

지금은 아직, 이대로.

 

 

 

 

 

 

 








잇치 대사 번역에 도움을 주신

익명의 존잘님 감사합니다 'ㅂ')/

흐헤헿 넘나 헨따이치스러운 것






























허락받은 작품입니다

무단전재는 금지입니다!!!




오역, 의역, 발식자 주의

불펌금지, 공유는 블로그 주소를!!

http://joniamhungry.tistory.com/




 【블로그 이용시 필요한 공지들 링크】


*저작권/무단전재 관련*


*요청 관련*


*R18 비번 관련*


































 

작아진 카라마츠와 우리들의 일상


쇼타 카라마츠 사변 2

 

 

 

 

 

마츠노 쵸로마츠는 양손에 냐짱 굿즈가 든 쇼핑백을 갖고서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다. 스스로도 자각할 정도로 그의 걸음은 평소보다 빨랐다. 그 이유는, 오늘 쥬시마츠에게서 온 LINE이 원인이다.

카라마츠가 미아가 됐다던가, 울었다던가, 작아졌다던가 그런 이해할 수 없는 내용에 처음에는 무시하자고 생각했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걱정이 됐다.

LINE을 받았을 때 마침 냐짱 굿즈를 사려고 줄을 서고 있었던 탓에 어쩔 수 없이 카라마츠에게 개별 LINE을 보냈지만, 답장은커녕 읽지도 않았다. 그 사실도 쵸로마츠의 걱정을 부추기는 원인이 됐다. 다행스럽게도 빨리 굿즈를 살 수 있었고, 카라마츠에게 전화라도 할까 하던 찰나, 이치마츠에게서 카라마츠를 찾았으니 집으로 돌아간다는 연락이 왔다. 일단 무사한 것 같으니까 안심은 했지만, 왜 내가 보낸 LINE은 읽지 않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뭔가 성가신 일에 연루된 건 아니겠지?

어쨌든 걱정이 되어 이렇게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하나 위의 형인 카라마츠는, 뭐랄까 내게 있어서는 형이라고 보이지 않는 상대다. 물론 그가 차남임에는 틀림없지만, 내 안에서 카라마츠는 내가 돌보지 않으면 안 되는 상대, 형이라기보다 동생으로 보이는 부분도 있었다. 평소 중2병스러운 안쓰러운 언행을 하고, 안쓰러운 옷을 입고 폼 잡는 나르시스트. 하지만 사실은 울보에 겁쟁이에 멘탈도 약한 바보. 그런 어설픈 놈을 형이라고 생각할 리 없다. 내가 곁에 있어 주지 않으면 안 된다, 녀석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그 녀석 옆에 있는 건, 나 이외에는 인정할 수 없다......라니, 내가 언제부터 이런 뒤틀린 마음을 녀석에게 품게 되었을까? 알 수가 없다. 이것이 단순히 형제애인지, 지나친 애정인지....뭐 어렴풋이 알고는 있지만, 좀처럼 솔직하게 인정할 수 없다.

 

[하아아아아] 하고 깊은 한숨을 내쉬며, 나는 더욱 걸음을 재촉했다. 이제 경보 수준의 속도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달리면 될텐데, 라고 스스로도 생각했지만 카라마츠 때문에 뛰어간다던지 조금 그렇잖아, 같은 이상한 자존심이 발동했다.

 

 

 

그리고 드디어 도착한 집. 서두른 탓에 흐트러진 숨을 현관 앞에서 가다듬고 문을 열었다. 현관을 열자 바로 눈앞에 보이는 거실 문에서 따스한 빛과 뭔가 떠들썩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 온화한 분위기에, 아무래도 내가 걱정할 정도로 심각한 일은 아니었나보다,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거실에 있는 카라마츠에게 걱정을 끼친 것에 대한 불만이라도 토하려 신발을 벗고 거실문을 활짝 열었다. 그리고 눈앞에 나타난 예상 밖의 광경에 나도 모르게 굳어버렸다.

 

[! 쵸로마츠형 어서와--!!]

[...............어서와]

[누구우???]

 

텔레비전 앞에 앉아, 어째선지 저녁시간대에 하는 어린이 만화를 보고 있는 사남과, 오남. 그리고 사남의 무릎 위에 앉아 이쪽을 의아하게 쳐다보는 어린아이. 왠지 카라마츠의 파카를 입고 있다. 사이즈가 맞지 않아 거의 원피스나 다름없는 차림이었지만......

나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방 안을 둘러보며, 아까부터 머릿속을 가득 차지하고 있는 차남의 모습을 찾아봤지만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아마 그때의 나는 혼란스러웠던 것 같다. 카라마츠의 모습을 찾기 위해 쓰레기통이나 밥상 아래 따위를 들여다보았으니까. , 있을 리가 없지.

 

[쵸로마츠형, 뭐해?! !! 야구!!!?]

[야구는 아니지. 숨바꼭질??]

[.......혼자서....?]

[동정이 너무 심해져서 마침내 미쳐버린 건가...가엾게도]

[저기이, 형아 누구야아???]

[아아, 카라마츠. 보지마, 눈이 썩어. 저건 동정이 썩을 정도로 심해져 버린 사람의 말로....시코마츠다]

[이 자시이이이이이이이익!!!!!! 그 호칭은 그만두라고 했잖아!!!!! 야구도 숨바꼭질도 아니거든!!!! 그리고 동정은 너희들도 마찬가지잖아!!!??? 너희들도 동정 썩을 정도로 심하잖아!!!? 그리고 꼬마애한테 뭐 그런 이상한 걸 가르치는 거..................? 카라마츠????]

 

이치마츠가 무릎 위에 앉아있는 아이에게 카라마츠라고 불렀다. 그것을 깨달은 나는 다시 그 아이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본다. , 이 얼굴 나 본 적 있어. 랄까, 매일 보고 있어. 다른 형제들과 달리 또렷한 눈썹이 카라마츠와 꼭 닮았다. ? 설마...........설마설마설마아....!!

 

[........저기.......카라마츠는 어딨어?]

[여기 있잖아]

[아잇! 나는 마츄노 카라마츄! 형아는 누구에요오??]

 

이치마츠가 무릎 위의 아이를 가리키며 말하자, 그것에 화답하듯 아이는 힘차게 일어서며, [아이!]라고 씩씩하게 손을 들고는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이치마츠가 [하우우우우우우우!!!!!!마이 엔젤!!!!!] 이라며 기묘한 소리를 지르면서 몸을 구부리며 쓰러졌다. 뭐야 저거, 완전 기분 나빠.

 

몸을 한껏 웅크리며 쓰러져 승천한 이치마츠에, 아이는 놀라 몸을 움찔 떨었다.

 

[, 이치마츄? 왜 그래애?]

[카라마츠형, 이치마츠형은 원래 이러니까 신경쓰지 마!]

[, ? 갠차나?]

[, 조금 있으면 다시 살아나니까! 그보다 카라마츠형 이리와~!]

[우왓, 쥬시마추!?]

 

쥬시마츠는 아이를 끌어안아 그대로 볼을 비비며, [가보로 삼을래애--!!!]를 외쳤다. 그런 쥬시마츠에게 안겨있는 어린이는 이치마츠를 신경쓰지도 않고 행복한 얼굴로 쥬시마츠에게 달라붙어 있었다.

우와아아, 치유된다아아. ..........! 이게 아니지. 지금 치유하고 있을 때가 아니지. 이 상황을 파악해야 해! 나는 머리를 붕붕 좌우로 저었다.

 

[어이, 쥬시마츠. 그 애, 진짜로 카라마츠야?]

[. 맞아-]

[? , 왜 그렇게 된 건데??!]

[으음, 자세한 내용은 오소마츠형과 토도마츠가 돌아오면 말할 거지만, 간단히 말하면 데카판 박사의 약을 마셔서 그렇게 됐어!!]

[아아......그런가]

 

그런 간단한 설명에 납득하는 자신이 애처롭다. 옛날부터 여러 사건에 연루되거나, 반대로 일으키곤 했던 탓일까. 보통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일에도 나는 금방 모든 것을 이해했다. 데카판 박사.....정말 만능이구나.

왠지 머리를 끌어안고 싶은 기분이 되어버린 나는, 시선을 느껴 숙이고 있던 머리를 들었다. 시선을 따라간 끝에는, 쥬시마츠에게 폭 안겨 이쪽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는 아이....., 카라마츠가 있었다. 카라마츠는 나를 보고, 다음으로 자신을 안고 있는 쥬시마츠를 보고, 다시 나를 보고, 그 다음에 이치마츠를 보고, 다시 나를 보고...그것을 몇 번인가 반복하더니, 최종적으로 내게 시선을 돌리곤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닮았어......]라며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혹시, 형아도 내 형제야? 지금 없는거언....오쇼마추형아랑, 쵸로마추라앙, 토도마추니까아...우음~??]

 

작은 손가락을 하나씩 꼽으며 형제의 이름을 부르더니, 역시 잘 모르겠는지 입술을 삐죽 내밀며 고개를 좌우로 갸웃거렸다. ? 뭐야, 이 귀여운 생물은. 계속 생각했는데, 뭐야 그 혀 짧은 소리는? 뭐야? 천사? 아까부터 귀여움의 타격이 장난이 아닌데. 카라마츠는 어릴 때 이렇게나 귀여웠어? 이렇게 천사였어??

 

[카라마츠형, 이 사람은 쵸로마츠형이야]

[쵸로마추?]

 

너무 귀여워서 굳어진 나를 대신해 쥬시마츠가 카라마츠의 의문에 답을 했다. 카라마츠는 내가 쵸로마츠라는 것을 안 후, 잠시간 나를 지긋이 응시한 뒤에 팟하고 단번에 만면에 미소를 띤다.

 

[쵸로마추, 쵸로마추다아!!]

 

카라마츠는 반가워하며 쥬시마츠의 팔 안에서 내게로 손을 뻗었다. ? 뭐야? 갑자기 손을 뻗는데, 나한테 뭘 바라는 거야?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

[그거, 안아달라고 할 때의 몸짓이야]

 

카라마츠의 행동의 의미를 몰라 굳어진 내게, 지금까지 기절해 있던 이치마츠가 일어나서 언짢은 표정으로 내게 말을 걸었다. 우와, 일어났냐. 평생 기절해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그만둬, 눈 흘기지 마.

이치마츠의 조언에 따라, 조심조심 쥬시마츠에게서 카라마츠를 받아들면, 카라마츠는 반갑게, [쵸로마추우~~] 라며 응석부리듯 소리를 지르며 내게 달라붙어 왔다. 이런, 너무 귀여워, 어쩌지!!

 

[쵸로마추도 모두랑 똑가치 커져써!! 나보다 크니까 오늘은 쵸로마추형아네!! 에헤헷, 형아아!!]

[응 으으응읏!!!]

 

너무 귀여워서 사례 들렸다. 정말 뭐냐고 이 카라마츠는. 나를 죽일 작정인가? 좋아, 정했다. 이 애는 내가 평생 기를 거야. 취업활동, 죽기 살기로 노력한다!!

 

[히힛.....내 기분 알겠어? 쵸로마츠형. 온몸이 오그라들 정도지?]

 

이치마츠가 기분 나쁜 미소를 짓고 있다. 짜증났지만 상관하고 싶지 않다.

 

[아니, 전혀 모르겠는데. 의미를 모르겠네-]

[그래그래, 허세부리지 않아도 된다고. 그렇게 말하면서 본심은?]

[아니, 진심입니다]

 

오늘의 이치마츠는 그 어느때보다도 언행이 이상해서 무섭다. 카라마츠의 귀여움에 뇌가 폭발이라도 한 걸까.

 

[! 이치마추 일어나써?]

 

내게 안겨서 꺄꺄 떠들던 카라마츠가 이치마츠를 알아차리고 돌아본다. 그리고 반갑게 이치마츠 쪽으로 손을 올렸다. 그런 카라마츠의 행동에 이치마츠는 엄청 데레한 표정을 띠고 (어이, 평소의 츤은 어디 버렸냐) 팔을 뻗으며 카라마츠를 안을 준비를 했다. 그리고 카라마츠는 기쁜 표정으로 이치마츠의 팔 안으로 힘껏 달려들었다. , 나의 천사를 악마가 빼앗아간다.

카라마츠를 꽉 껴안은 이치마츠는 내게 시선을 돌리고 이겼다라는 듯한 기세등등한 미소를 지었다. 우와, 뭐야 그 얼굴. 짜증나네.

미아가 된 카라마츠를 최초로 발견한 탓일까. 카라마츠는 이치마츠를 굉장히 따르는 느낌이었다. 빌어먹을, 억울하다. 쥬시마츠도 부럽다는 듯이 이치마츠를 보고 있다. , 쥬시마츠. 네 마음 잘 안다고.

 

 

 

그리고 잠시후,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다녀왔어~~, 장남님이 돌아왔다고~]

[다녀왔어어! 저기, 오늘 쥬시마츠형의 LINE, 결국 뭐였던 거....................?]

 

능청맞은 장남의 목소리가 거실에 들려오고, 그 뒤를 이어 토도마츠가 방에 있는 우리들에게 말을 걸면서 들어왔다. 그리고 방 안의 광경에 떡하니 굳어버린다. 왠지 나와 같은 반응이네. 역시 형제. 그리고 토도마츠 뒤에 있던 오소마츠형도 방에 들어오지도 못한 채로 굳은 토도마츠에게, [왜 그래?] 라며 태평하게 말을 걸며 들어오다 마찬가지로 굳어버린다.

 

 

 

 

 

참고로 현재 거실의 상태가 어떠한가 하면, 저녁이 다 되기를 기다리면서 엄마가 창고에서 꺼내준 낡은 그림책을 카라마츠와 같이 읽고 있다. 카라마츠는 엎드려 그림책을 진지하게 보고있고, 그런 카라마츠를 우리들 3명이 둘러싸고 치유되는 이 기분을 만끽하고 있었다.

여담이지만 엄마는 작아진 카라마츠를 보고 처음에는 놀랐지만, 금방 [귀엽네]라고 태평하게 웃으며 카라마츠의 머리를 쓰담쓰담 했다고 한다. 이 이상한 상황에 금방 순응한다는 것은 역시 여섯 쌍둥이를 낳아 기른 어머니구나, 싶었다. 게다가 카라마츠를 위해 창고에서 옛날 장난감과 옷을 꺼내줬다. 덕분에 카라마츠는 사이즈가 딱 맞는 옷을 입고 있다. , 그 엄청 큰 파카 모습도 귀엽지만.

그리고 현재, 그림책에 빠진 카라마츠는 오소마츠형과 토도마츠가 돌아온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흐흐흥~하고 콧노래를 부르며 뒹굴고 있었다. , 우리집에 요정씨가 살고 있어.

 

[~.....? 혹시 너 카라마츠?]

 

토도마츠보다 먼저 정신을 차린 오소마츠형은 뒹굴거리는 카라마츠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어째선지 확신에 찬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갑자기 말을 걸어온 형에 카라마츠는 놀란 듯 그림책에서 얼굴을 들고, 눈앞에 나타난 오소마츠형을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분명 오소마츠형도 못 알아보겠지, 라고 생각한 나는 카라마츠에게 이 녀석도 형제라고 알려주려 입을 열었지만, 그보다도 먼저 카라마츠가 방긋, 미소를 짓고 오소마츠형을 향해 외쳤다.

 

[오쇼마추형아다아!! 어서오세여!!]

[, 다녀왔어~~카라마츠! 뭐야, ~ 왜 이렇게 귀여워졌어?]

 

그런 두 사람의 대화에 나뿐만 아니라 이치마츠, 쥬시마츠까지 놀란 표정을 지었다.

? 카라마츠? 왜 오소마츠형이란 걸 알고있는 거야? 우리들은 전혀 못 알아봤잖아? 랄까 오소마츠형도 왜 그렇게 평범한 반응? 어째서 그 애가 카라마츠란 걸 알아챈 거야?! 게다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더 놀라거나 당황해야 하는 거 아냐!? 혼란스러워서 쓰레기통이나 밥상 아래까지 들여다본 내가 바보 같잖아!

 

[, 잠깐 카라마츠! 어떻게 이게 오소마츠형인 걸 알았어?]

[어이, 쵸로마츠. 형한테 이거가 뭐냐 이거가]

[닥쳐!! 잠자코 있으라고!]

 

카라마츠에게 묻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그 표정을 살핀 오소마츠형이, [귀여워~~] 라며 한껏 풀린 얼굴로 말했다. 진짜 넌 좀 가만히 있어라!!!

[그래서? 어떻게 알았어?]

[~? ..........왜지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카라마츠는 자신조차도 신기한 모양이다. 어이어이, 무의식이냐고. 랄까, 행동이 하나하나 다 귀엽잖아!! 이젠 너무 귀여워서 화가 치밀 정도라고.

 

[오소마츠형은 어떻게 알았어?]

 

쥬시마츠가 오소마츠형에게 묻는다. 오소마츠형은 만면에 미소를 띠고 카라마츠를 바라보다가 득의양양하게 답했다.

 

[~? 한눈에 보면 알잖아. 어라? 너희들은 몰랐어? 그건 좀 아니지 않음~? 형제 실격이라고? 애정이 부족하네- , 나는 카라마츠의 유일한 형이니까 말야~~~ 당연한 걸지도~]

 

한껏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말하는 녀석. 뭐야, 이 자식. 진짜 짜증나네.

분노와 억울함에 주먹을 꽉 쥐며 오소마츠형을 노려보고 있자 옆에서, [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 라는 끔찍한 저주의 말이 들려 시선을 돌렸다. , 보지 말았어야 했는데. 후회할 때에는 이미 늦었다. 내 옆에는 계속 잠자코 있던 이치마츠가 검은 아우라를 발하며 오니의 형상으로 오소마츠형을 노려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면 돌이 되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무서웠다. 나는 옆의 오니에게 들키지 않게 살짝 시선을 피했다.

 

 

거실의 공기가 한겨울인가 싶을 정도로 차게 식어있는데, 아이가 되어도 눈치가 없는 건 바뀌지 않았는지 카라마츠가 꺄꺄거리며 오소마츠형에게 엉겨붙었다. 그런 카라마츠를 오소마츠형도 히죽거리며 받아주었다.

 

여기서, 지금까지 굳어 있던 토도마츠가 겨우 부활했다.

 

[..........!? 그 애, 카라마츠형이야!? , 무슨 일!!!?]

 

경악의 표정을 지으며 카라마츠형을 가리키는 토도마츠. 이 반응이 보통이지. 역시 너는 내 다음의 츳코미 담당이다. 평범한 반응을 보여준 토도마츠에 안도하고 있던 중, 토도마츠의 큰 소리에 놀란 카라마츠가 몸을 움찔 떨며 토도마츠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토도마츠의 얼굴을 본 카라마츠는 어리둥절해 하면서 다른 형제들을 차례로 쳐다보더니 다시 토도마츠를 보고는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으웅? .......토도마추야?]

 

, 저거 절대 소거법이다. 소거법으로 생각해냈어. 이건 그냥 기뻐할 수도 없겠는 걸. 토도마츠도 복잡한 심경인지 애매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로 시선을 돌렸다.

 

[일단.......무슨 일인지 설명해]

 

미안 토도마츠. 나도 자세한 건 몰라.

유일하게 사정을 알고있는 쥬시마츠에게 시선을 돌렸지만, 쥬시마츠는 오소마츠형과 함께 카라마츠를 돌보고 있어 이쪽의 시선을 전혀 깨닫지 못했다. 이치마츠는 여전히 저주의 말을 중얼거리고 있고, 오소마츠형은 쥬시마츠와 함께 카라마츠에게 집중하고 있다.

제대로 된 녀석은 없는 거냐고. , 있을 리가 없지. 전원 모두 쓰레기였지. 나는 무심코 머리를 끌어안고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뭔가 재미없다.

마츠노가 막내 토도마츠는 저녁으로 나온 햄버그를 먹으며, 자신의 오른쪽에 앉아있는 오소마츠형과 카라마츠형을 보고 삐진 듯 입을 삐죽거렸다.

왠지 갑자기 꼬마가 되어버린 카라마츠형은, 아까부터 계속 오소마츠형에게 달라붙어 있고 저녁을 먹는 지금도 오소마츠형의 무릎 위에 앉아 맛있게 햄버그를 먹고 있다. 게다가 가끔 흘리거나 제대로 먹지 못하는 카라마츠형에, 오소마츠형은 몸소 나서서 돌봐주고 있다.

데레데레한 헤픈 미소를 짓고서.

진짜 시시해!! 솔직히 말해, 나는 오소마츠형이 너무너무 부러웠다. 평소에 카라마츠형에게 냉정한 대응만 하고 있지만, 사실은....정말정말 좋아한다고!! 쥬시마츠형과 둘이서 있을 때에는 무심코, [천사냐!!]하고 속으로 기절할 정도로 좋아. 나도 작은 카라마츠형을 보듬어주고 싶어!! 껴안고 싶어!!!

그런데 카라마츠형은 오소마츠형에게 찰싹 달라붙어 있다. 역시 카라마츠형에게 유일한 형인 장남을 당해낼 수 없는 걸까. 억울하다.

나는 약간 속상한 기분으로 내 왼쪽에 있는 이치마츠형을 보았다. 이치마츠형은 오소마츠형과는 대조적으로 아까부터 계속 언짢다. 쵸로마츠형도 이치마츠형만큼은 아니지만 무서운 얼굴로 오소마츠형을 노려보고 있고, 쥬시마츠형은 조금 쓸쓸한 듯 카라마츠형을 보고 있다.

그런 답답한 분위기 속에서 장남과 차남만이 행복 오오라를 퍼뜨리며, 속을 부글부글 끓게 만드는 것이다.

 

[맛있어? 카라마츠]

[아잇!! 마시써!!]

[[[으으으으응!!!!]]]

 

입가에 밥알을 잔뜩 묻히고 웃으면서 답하는 카라마츠형. 그 미소에 크게 타격을 받은 우리.

귀여움은 흉기구나, 처음 알았어.

옆이 너무 조용해 고개를 돌려보면, 이치마츠형은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져있다.

 

[이치마츠형!?]

[, 죽었어....]

 

이치마츠형은 영면했다. 불쌍한 사람.....아니, 별로 불쌍하진 않나.

나는 합장을 하고, 쵸로마츠형과 쥬시마츠형에게 말을 걸었다.

 

[그보다, 태연하게 밥 먹고 있는데.......슬슬 카라마츠의 일 제대로 알려줘]

[! 맞다~!!]

 

쥬시마츠형은 완전히 잊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니, 잊으면 안 되지? 그거 가장 중요한 일이니까 말야.

 

쥬시마츠형은 띄엄띄엄 오늘 일어난 일을 처음부터 얘기했다. 자신이 제멋대로 구는 바람에 카라마츠형이 아이가 되어 버렸다고 말하는 쥬시마츠형이 슬픈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떨군다. 우리들이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할지 당황하고 있는 찰나, 여태 이쪽을 신경 쓰지 않고 함바그를 정신 없이 먹고 있던 카라마츠형이 오소마츠형의 무릎에서 내려와 쥬시마츠형에게 다가갔다. 뭐하려는 걸까, 하고 잠자코 지켜보고 있으니, 카라마츠형은 고개를 떨군 쥬시마츠형의 머리를 그 작은 손으로 쓰다듬기 시작했다.

 

[쥬우시마츄, 왜 그래? 어디 아파?]

[카라마츠형....]

[갠차나, 갠차나-! 내가 아픈거 다 나라가라~!! 해줄게!!]

[으으응, 아프지 않으니까 괜찮아! 고마워, 카라마츠형]

[그래! 다행이네~~]

 

방긋방긋 서로 바라보며 웃고 있는 천사와 천사가 이곳에 있었다.

..........귀여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뭐야, 이 천사들!! 천사가 너무 천사라서 위험해애애!!!이제 모르겠어!! 너무 귀여워서 아무것도 모르겠어어어!!!내가 뭐하는지도 모르겠다고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다들 마음속으로 기절하고 있는 와중에, 오소마츠형이 일어서서 쥬시마츠형 옆으로 다가간다.

그리고 그 머리를 툭툭 가볍게 쓰다듬었다.

 

[~~쥬시마츠, 이번 일 그렇게 걱정하지 말라고? 그걸 맛보겠다고 한 건 카라마츠고, 둘다 잘못이니까 말야. 그러니, 카라마츠가 원래대로 돌아가면 다시 사과하고, 위험한 짓을 한 녀석들 꾸짖으면 되는 거라고-]

[........]

 

누구보다 빨리 착란 상태에서 부활한 오소마츠형은, 무심코 역시 장남!”이라고 외칠 정도로 형다운 말을 했다. 억울하지만 역시 오소마츠형한테는 당해낼 수가 없다. 그리고 작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역시 형으로서 쥬시마츠형을 위로하는 차남에게도 당해낼 수가 없다. 역시 우리 형들은 최강이다.

 

[.......다시 아까 하던 얘기로 돌아가서, 카라마츠는 원래대로 돌아가는 거겠지?]

 

차분해진 분위기에 쵸로마츠형이 입을 열었다. 그에 쥬시마츠형은 아직 조금 슬픈 듯한 표정으로 답했다.

 

[데카판 박사한테 물어봤는데, 카라마츠형이 마신 약은 아직 연구 중이라서, 예전으로 돌아가는지도, 돌아가더라도 어느정도 효과가 없어지는 건지 모르겠다고..........되도록 빨리 원래대로 돌려놓는 약을 만들어 준다고는 했는데, 언제가 될지도 모르겠다고..그랬어...]

 

쥬시마츠형의 말에 다시 분위기가 가라앉는다. 원래대로 돌아갈지 어떨지 모른다니...

어쩌면 계속 이대로일지도 모른다는 거야? 나는 무심코 카라마츠형을 쳐다보았다.

카라마츠형은 이야기의 내용을 모르는 듯 잔뜩 가라앉은 우리를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확실히 이 카라마츠형은 귀엽고, 평소의 안쓰러움은 조금도 없는 천사.

그치만 계속 이대로면 곤란하다. 아까까지는 잠시 이대로도 좋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언젠가 원래대로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돌아갈 수만 있다면 작아져도 상관없다.

하지만, 평생 이대로라면.......2병을 심하게 앓고 있더라도 소중한 형이다. 그를 잃는다니 생각하기도 싫다.

 

[어이어이, 너희들. 그런 표정 그만두라고-! 카라마츠가 불안해서 울려고 하잖아. 그리고 아직 못 돌아온다고 정해진 것도 아니니까! 데카판 박사를 믿고, 한동안은 어려진 카라마츠와 즐기자고!]

 

오소마츠형은 분위기를 깨려 밝게 말하며, 카라마츠형을 안아올렸다. 카라마츠형도 기뻐하며 안겼다. 뭐야, 아까부터 오소마츠형 장남력이 넘치는데!!

, 그렇긴하지....아직 돌아갈 수 없다고 정해진 것도 아니고, 이런 일이 흔한 것도 아니니까 즐기지 않으면 손해라구요. 다른 형제들도 오소마츠형의 말에 기분이 나아진 듯 거실은 밝은 분위기로 돌아왔다.

일단 지금은 데카판 박사를 믿고 기다리자. 라는 결론이 나왔고, 일단 우리들도 납득했다.

 

한동안 잠자코 식사를 하고 있는데, 여전히 오소마츠형의 무릎에 앉아있는 카라마츠형을 보고 이치마츠형이 언짢은 듯이 일어섰다.

 

[오소마츠형, 아까부터 독차지하고 치사하다고. 카라마츠형 돌려줘]

[하아아? 뭐야 돌려달라니, 카라마츠는 너의 물건이 아니라고? 랄까, 평소의 츤은 어디로 간 거야? 답지않네-]

[시끄러. 어쨌든 돌려줘]

[싫거든~]

 

갑자기 시작된 장남과 사남의 싸움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둘 다 전혀 어른답지 못하다. 쵸로마츠형은 얽히는 게 귀찮았던지 완전히 무시했고, 쥬시마츠형도 지금은 정신 없이 밥을 먹고 있었다. 나도 식사를 재개하려 젓가락을 잡았지만, 누군가가 옷을 잡아당기는 느낌에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카라마츠형이 있었다. 나를 커다란 눈으로 올려다보면서.

 

[카라마츠형 ? 왜 그래?]

 

내가 말을 걸자 카라마츠형은 미소를 지었다. 덧붙여, 장남과 사남은 말싸움을 하느라 카라마츠형이 이동한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둘 다 바보인 걸까.

아아, 미안. 기적의 바보였지.

 

[있지있지-! 토도마츄랑은 별로 얘기 안 해쓰니까, 토도마츄 위에 앉아도 대?]

[, , .....]

[에헤헷, 고마워!!]

 

카라마츠형은 기뻐하며 내 무릎 위에 앉아 내 얼굴을 바라보고는,

[토도마츄....코피, 나고이써!! 갠차나? 엄청 나오고 이써!!]

[톳티의 코피 굉장해애애-!!!]

 

내 옆에서 누군가 그렇게 외치고 있었지만, 카라마츠형으로 머리안이 꽉 찬 내게 그 소리는 닿지 않았다. 그리고 그대로 내 의식은 끊기고 말았다.

사인이 씹덕사라닌 웃기지도 않네.

 

하루 만에 사망자를 2명이나 낸 것에 약간의 불안을 느끼면서, 이렇게 우리들과 작은 카라마츠형과의 나날은 정신없이 막을 올렸다.





















관 팝니다

일단 저부터 (주섬주섬)




















허락받은 작품입니다

무단전재는 금지입니다!!!




오역, 의역, 발식자 주의

불펌금지, 공유는 블로그 주소를!!

http://joniamhungry.tistory.com/





















작아진 카라마츠와 우리들의 일상

 

 

 

쇼타 카라마츠 사변 1

 

 

 

 

마츠노 쥬시마츠는 평소와 달리, 멍한 표정으로 당황하고 있다.

평소엔 그다지 흔들림 없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엉뚱한 녀석이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굳어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다.

그의 눈앞에는 이쪽을 신기한 듯 올려다보는 어린 아이. 커다랗고 초롱초롱한 그 귀여운 눈동자가 쥬시마츠를 빤히 바라보고 있다.

어린 소년과 아무런 말도 없이 서로 빤히 쳐다보고 있기만 몇 분. 영원히 계속될 것 같던 그 시간을 깨뜨린 건 다름 아닌 그 소년이었다.

 

[형아, 누구?]

 

혀 짧은 소리로 맑은 음색을 내는 귀여운 목소리에 한순간 녹아버릴 것 같았지만, 아니아니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야, 라며 쥬시마츠가 고개를 붕붕 좌우로 흔들었다.

 

[, 카라마츠형........내가 누군지 모르겠어?]

[우웅?????]

 

고개를 갸웃거리는 남자아이, 는 카라마츠형.

우웅?이라니 뭐야 그거 귀여워!!!!! ........아니아니, 이럴 때가 아니지.

그렇다. 눈 앞에 잇는 이 소년은 마츠노가 차남, 마츠노 카라마츠이다.

어째서 이미 성인이 된 카라마츠가 다시금 어린 소년이 된걸까. 쥬시마츠는 자신을 진정시키기 위해, 지금까지의 일을 돌아보기로 했다.

 

 

 

 

평일에도 특별한 예정이 없는 니트인 우리. 늦은 아침 식사를 마친 마츠노가의 거실에는 차남 카라마츠와 오남인 나, 쥬시마츠밖에 없었다.

다른 형제들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지만, 일하러 간 것은 아닌 게 확실하다. , 쵸로마츠형은 어쩌면 취업활동에 나갔는지도 모르지만.

거실 다다미에 앉아 TV를 멍하게 보면서 이제 뭘 할지 생각하고 있었더니, 거울을 보며 머리를 손질하던 카라마츠형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쥬시마츠, 한가하면 나랑 야구라도 하지 않겠나?]

[야구!? 할래할래!!! 아싸아~~~!! 카라마츠형이랑 야구한다아~~~!!!]

 

좋아하는 야구였던 것도 있었지만, 카라마츠형이 평소의 폼 잡는 말투가 아닌 오랜만에 보는 본연의 카라마츠형이였으므로, 나는 과할 정도로 뛸 듯이 기뻐했다.

평소의 폼 잡던, 토도마츠 말을 빌리자면, 이따이한 형, 도 싫지는 않지만 역시 나는 본연의 형이 더 좋다. 엄청 상냥하고 웃는 얼굴이 너무너무 귀여우니까! 이치마츠형이 그 웃는 얼굴을 보고 [성모냐?]라고 말했었는데,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너무 기뻐하는 내게 형은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늘 나가지 않고 집에 있어서 다행이야!

 

 

[자아, 얼른얼른 가자!! 야구! 야구우!! 카라마츠형이랑 야구우~]

[후훗....아아, 갈까. 쥬시마츠, 너무 촐랑거리며 걷지 마라, 넘어진다고?]

[알겠슴다아~람쥐!!]*

[...........너무 옛날 개그라고]

 

(*원문은 [갓텐쇼치노스케], 알겠다라는 긍정, 수긍의 의미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갓텐 + 쇼치(긍정, 수긍의 의미)노스케를 붙여 에도시대의 남자이름처럼 만든 말장난의 일종인데, 이걸 우리말로 살릴 수가 없어서 그나마 말장난스러운 (나름) 옛날 개그인 ~다람쥐!를 가지고 왔습니다. 이후 카라마츠의 대사도, [초이스가 낡았다]라는 의미이지만, 약간 어색한 것 같아서 옛날 개그라고- 로 번역했습니다.)

 

 

그러고, 둘이서 준비운동 대신 조금 먼 공원까지 조깅을 하고, 도착한 뒤로는 쭉 캐치볼을 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하다보니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 슬슬 날이 저물어갔고, 목이 타들어갈 것 같았던 나는 주스 2개를 사서 벤치에서 쉬고 있을 형에게 돌아갔다.

오늘은 하루종일 폼 잡는 카라마츠형은 나타나지 않았다. 계속 상냥하고 동생에게 달콤한 본연의 카라마츠형이었다.

그래서 벤치에 앉아 있는 형을 보고 왠지 몹시 기뻐져서 맘껏 응석부리고 싶은 마음에 형에게 안기려 힘껏 뛰어들었다.

다른 모두는 태클이냐!! 라며 화를 내지만, 카라마츠형은 언제나 무난하게 나를 받아주었기에 이때에도 있는 힘껏 형을 껴안았다.

하지만 아무래도 카라마츠형은 생각에 잠겨있었던 건지, 대응이 늦어 나를 알아채는 게 늦었다. 그 결과, 형과 나는 벤치 뒤로 벌러덩 자빠져, 내가 형을 밀어넘어뜨린 듯한 자세가 되어 버렸다.

나도 형도 한동안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아 멍하니 있다가,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형이 외쳤다.

 

[쥬시마츠!! 괜찮은가!? 다치지는 않은 건가..!!]

[, . 나는 괜찮아............, 카라마츠형 팔꿈치에서 피가!!]

[? ......그렇네]

 

넘어지는 바람에 다친 걸까. 카라마츠형의 팔꿈치에서 피가 나고 있었다.

 

[, 큰일이야!!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아니, 이 정도면 딱히 치료하지 않아도......, 우앗!!]

 

큰일이야, 큰일!!! 빨리 치료해야 해!!! 나 때문에 다쳤으니까 얼른 서둘러서...!!

나는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카라마츠형이 뭐라고 하는 것도 다 듣지 않고 나는 형의 손을 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초조한 와중에도 머리를 열심히 굴려 생각했다. 이 공원은 집에서 거리가 좀 있어 달려도 30분은 걸린다. 그렇다고 가까운 편의점 등에서 치료도구를 사기에는, 니트족인 나의 지갑에는 5엔 뿐이라 무리였다. 카라마츠형도 아까 주스를 2개나 사는 바람에 잔돈 20엔만 남았다고 했다.

거기까지 생각한 나는 문득 깨달았다. 여기에서는 데카판의 연구소가 가깝다는 걸.

옛날부터 아는 사이인 데카판 박사라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걸 생각한 나는 데카판 박사의 연구소로 진로를 바꿨다.

 

[, 쥬시마츠!! 나는 괜찮으니까아!!]

[서둘러 서둘러어!! 왓세왓세왓세왓세에-!!!!]

[쥬시마츠읏!!!내 얘기를 들어어.........랄까 빨랏!!!!!!!]

 

뒤에서 뭔가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데, 아마도 기분 탓이겠지.

나는 카라마츠형의 손을 꼭 잡고서 좀 더 속력을 올렸다.

 

 

 

데카판 박사의 연구소에 도착하자, 왠지 카라마츠형이 땀을 뻘뻘 흘리고 숨도 끊어질 듯한 상태였다. 혹시 피를 흘려서 그런 걸까. 위험해애!! 카라마츠형이 죽어버려!!!

더욱 초조해진 나는 연구소의 문을 향해서 악을 썼다.

 

[이리오너라아-!! 이리오너라-!!]*

[케헥, 하악, 쿨럭, 쿨럭...., 어느 시대야...?]

[뭡니까? 뭔가 소란스럽다스]

(*오소마츠상 5에스퍼 냥코편 참고)

 

몇 번 외치니 데카판 박사가 나왔다.

바로 데카판 박사에게 형의 상처를 치료해달라고 부탁하자, 흔쾌히 치료를 해주었다.

치료를 마친 우리는 다용이 준 홍차를 마시며 탁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참고로 데카판 박사는 할 일이 있다며 자리를 비웠다.

카라마츠형과 마주 보고 앉은 나는 눈앞의 형을 보며 휴우,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형의 상처는 경상이었던 모양이라 간단한 치료로 끝났다. 그런 거라면, 어째서 새하얗게 질려 숨을 가쁘게 쉬고 있었던지 의문이 들었지만, 그걸 물어봐도 어째선지 형은 곤란한 듯한 표정으로 웃으며 머리만 쓰다듬어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했다. 신경 쓰이지만, 형이 무사하다면 그걸로 됐으니까!

 

둘이서 차를 마시는 동안 방 안을 둘러보던 나는 벽장에 있는 350ml정도의 페트병에서 시선을 멈췄다. 갑자기 그게 뭔지 궁금해져 일어서서 손으로 들어올리면, 그 진동으로 안의 액체가 부글부글하며 안에서 작은 거품이 일었다.

색깔도 갈색이고, 분명 콜라일거야!! 아싸아~, 탄산이 마시고 싶었는데!!

 

[, 쥬시마츠!! 잠깐 기다려!!]

 

마시려 뚜껑을 여는 내게 카라마츠형이 황급히 달려왔다.

 

[왜 그래? 카라마츠형]

[아니아니, 조금은 이상하게 여기라고! 여기는 데카판 박사의 연구실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건 함부로 마시면 안 된다고?]

 

[안돼!]라며 진지한 표정으로 카라마츠형이 내 손에서 콜라를 뺏아갔다.

 

[그치만 카라마츠형, 그거 냄새도 콜라인 걸]

[? ..........정말이네. 아니아니, 그래도 안 된다!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려고 그래?]

[~ 괜찮다고. 이거 개그 만화고, 뭔가 있어도 다음주 방송 때엔 원래대로 돌아오는 걸!]

[쥬시마츠....그런 메타발언은 그만둬. 그리고 이거 2차 창작이니까. 작가에 따라서는 시리어스로 갈 가능성도 있으니까 말야]

 

[아니, 너도 메타발언 하지 말라고!!] 라고, 이 자리에 쵸로마츠형이 있었다면 그렇게 츳코미를 했을 것이다.

 

[나 콜라 마시고 싶어어!! 카라마츠혀엉~~]

 

오늘은 왠지 카라마츠형에게 전력으로 어리광을 부리고 싶은 기분이었다. 나는 형을 곤란하게 만든다는 걸 알면서도 잔뜩 떼를 썼다. 계속 본연의 형이었다는 것에 아마도 나는 조금 들떴는지도 모른다. 사실은 그렇게까지 콜라가 마시고 싶었던 것도 아니였는데.

그래서 잊고 있었다. 카라마츠형이 우리 형제, 특히 동생에게는 무르다는 것을.

 

[알겠다! 그럼 내가 먼저 확인을 하고 주겠다. 안전하다고 확인되면 쥬시마츠도 마셔도 된다!]

[? , , 잠깐 카라마츠형!!]

 

설마 그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 분명 곤란한 얼굴을 하고 야단치는 수준일 거라고 생각했다. 애초에 카라마츠형에게 독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형의 행동에 크게 당황한 나는 형을 막으려 했지만 늦어버렸고, 카라마츠형은 기세 좋게 콜라를 꼴깍 삼켰다.

 

[.......꿀꺽........., 뭔가 달군........그치만 콜라의 맛은 아니다]

[카라마츠형, 괜찮아?!]

[, 괜찮........우윽!!]

[!?]

 

갑자기 가슴을 누르며 웅크리는 형에 당황하며 달려들었다. 역시 뭔가 수상한 약이었던 건지 나는 어쩔 줄 몰라하며 형 옆에 주저앉아 등을 어루만졌다.

 

[카라마츠형!! 괜찮슴까아-?! 배라도 아픈 거야?!]

[우윽, ......하아, 하윽....!]

 

대답도 못할 정도로 고통스러운 모습에, 어쩌지도 못하고 당황한 채 형만 보고 있었다.

아무튼 데카판 박사를 불러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자리에서 일어서다가 순간 작은 변화를 깨달았다.

 

어라? 뭔가....형이 작아지고, 있어.....? 점점 줄어들고 있잖아...? 어째서.....?!

 

예상 밖의 일에 아연실색하면서 카라마츠형을 바라보기를 몇 초간.

카라마츠형은 파란색 파카에 파묻힐 만큼 작아지고 말았다.

 

 

그리고 지금에 이른다.

지금의 형은 3,4살 정도일까. 너무 작고 아기 같다.

카라마츠형은 아직도 멍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더니,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둘러보았다.

 

[오소마츄 형아, 쵸로마츄, 이치마츄.......쥬우시마츄, 토도마츄...어디?]

 

불안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작게 중얼거리는 말에 겨우 정신이 들었다.

 

[, 카라마츠형, 나야!! 쥬시마츠는 여기 있어!!]

[후에?]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모습에 형을 안심시키려 필사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주장했다.

하지만 카라마츠형의 표정은 밝아지지 않고, 나를 지긋이 바라보더니 마침내 그 큰 눈동자에서 눈물을 떨구고 말았다.

 

[, 아냐아!! 쥬시마츄는 구로케 크지 않은 걸!! 우에...우아아아아아앙!!!!

다들 어디써어어어?!]

[우아아아앗..! , 울지마아!]

[아냐아냐아!! 내 동생은 형아가 아닌 거얼!!]

 

울부짖는 형을 달래려 손을 뻗는 순간, 그 손은 카라마츠형에 의해 내쳐졌다.

짜악, 하고 마른 소리가 울리고. 나는 또 다시 굳어버린다.

형에게, 카라마츠형에게 거절당했다. 그런 일은 지금껏 한번도 없었다.

처음으로 형한테........나는 어떻게 해야....

울 것만 같다.

 

[......]

 

내가 울 것 같다는 걸 알았는지, 카라마츠형의 울음소리가 그치고 시선이 내 쪽으로 향한다. 그 얼굴은 어릴 때 엄마에게 혼났을 때의 얼굴과 같았다.

 

[, 우으....., 미안해애....우윽...!]

[!?]

 

카라마츠형은 다시 굵은 눈물을 흘리며 황급히 커져버린 옷을 입은 채 뛰쳐나갔다.

혼란스러워 하고 있어 반응이 늦은 나는 황급히 뒤따라갔지만 의외로 발이 빠른 형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 어쩌지.....]

 

갑자기 일어난 일에 멍하니 서있기만 한다.

분명 오늘은 쥬시마츠에게 있어 인생에서 가장 혼란스럽고 잔뜩 동요한 날임에 틀림없다.

 

 

 

 

 

 

◇◇◇◇

 

 

 

 

 

육둥이 그룹 LINE

 

쥬우시마츠 큰일이야!! 큰일!! 도와줘!!!!

톳티 왜 그래?!

이치마츠 ?

오소마츠 뭔데?

쵸로마츠@냐짱 사고라도 났어?

쥬우시마츠 카라마츠형이 미아가 됐어!!

 

 

~~5분후~~

 

 

쥬우시마츠 어라? 다들 뭐해애-!?

오소마츠 쩔어어ㅋㅋㅋㅋ다들 읽씹했어ㅋㅋㅋㅋ

 

이치마츠 바보같네

 

쥬우시마츠 다들 찾은거 도와줘!!

쵸로마츠@냐짱 가장 아무래도 좋은 소식이지만, 일단 무슨 일인지 들려줘

 

쥬우시마츠 그게 말이야아, 형이랑 내가 야구하다가 다쳐서, 콜라 같은 것을 마셨더니, 쿠오오-!! 해서 작아져서, 그러다 울어버려서, 그래서 미아가 됐어어!! 얼른 찾지 않으면 큰일나아아!!

오소마츠 역시 모르겠다

 

톳티 무슨 일인 걸까

 

이치마츠 애초에 쥬시마츠한테 설명을 하라고 한 것부터가 무모한 일이니까

 

쵸로마츠@냐짱 전력으로 동의

 

톳티 뭐어, 쿠소마츠형의 일이고, 냅둬도 문제 없어. 그런고로 나는 데이트하러 갈게☆〜(。∂)

 

오소마츠 리얼충 폭발해라 ι(`ロ´)

 

쵸로마츠@냐짱 똥꼬털 타버려라 (#`´) 

 

이치마츠 죽어 o(*゚□゚)==)=)゚メ)

 

톳티 우와앙~~!! 쥬시마츠혀엉~~ ˚‧º·(˚ ˃̣̣̥⌓˂̣̣̥ )º·˚

 

오소마츠 - "울지마 (o_)""(_<) “

톳티 쥬시마츠형이 아니잖아!!

 

 

 

 

 

 

◇◇◇◇

 

 

 

 

 

 

 

이치마츠는 스마트폰을 파카 주머니에 넣고 걸음을 멈췄던 발을 다시 움직였다.

목적지는 늘 고양이 먹이를 주러 가는 뒷골목. 편의점에서 산 고양이캔이 든 봉투를 한손에 들고 느긋하게 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걸으며 아까까지 보고 있던 LINE의 내용을 떠올린다.

쥬시마츠가 도와줘라고 해서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 아닐까 걱정을 했지만, 카라마츠가 미아? 라니 뭐야, 그게. 바보같다. 쓰레기에 니트인 우리지만 이미 성인이다. 그런 우리가 미아가 됐다고 하더라고 꼬마도 아니고 스스로 알아서 할 수 있을 것이다.

 

[...............]

 

하지만 작아졌다던가, 울었다던가, 약간 신경 쓰이는 말도 있었지.

 

발이 다시 멈춘다.

 

[..........]

 

작게 혀를 차고, 넣었던 핸드폰을 다시 꺼낸다. 그리고 카라마츠에게 개인 LINE을 보낸다.

 

 

 

이치마츠 -어이, 쿠소마츠. 지금 어디?

 

 

자신이 메시지를 보내고도 어이가 없다. 카라마츠 따위는 그냥 내버려둬도 좋을텐데.

그렇게 생각하고 말았으면 될텐데 아무래도 그냥 둘 수 없는 사정이 이치마츠에게 있었다.

말하자면, 그래. 녀석에게 반해있다는 것이다.

왜 저런 나르시스트에 사이코패스인 녀석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자신도 잘 모르겠다.

어쩌다보니 좋아하게 되었다. 어느샌가 벗어나지 못할 정도로 깊게 빠져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그런 상대가 미아에, 어떻게 됐을지 모를 사태가 된다면 신경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일단 답장이 오기를 기다리며, 이치마츠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목적지는 여전히 뒷골목이지만, 이따금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천천히 걷는다.

 

정말이지, 쿠소마츠 주제세 걱정시키고 말야. 찾으면 몇 대 때려줄테니까.

 

 

 

 

그치만, 평소의 2배 이상이나 천천히 걸어도 카라마츠에게서의 답장은 오지도 않고, 결국 목적지에 도착하고 말았다. 그대로 발을 돌려 카라마츠가 자주 가는 다리로 가봤지만 모습이 보이지 않아 애만 탔다.

 

쿠소마츠자식, 어디있는 거야? LINE도 안 읽고.

 

짜증과 걱정으로 격양된 이치마츠지만 도착한 골목에서 발견한 것에 그대로 굳어버린다.

 

뭐야, 저건? 고양이들 옆에 파란 덩어리 같은게 있어.........?

 

푸른 덩어리는 살짝살짝 움직임을 보였다. 그 옆에서는 고양이가 가볍게 장난을 치고 있다.

그러다 갑자기, 파란 덩어리에서 빠끔, 하고 작은 머리가 튀어나왔다.

어쩌면 푸른 덩어리는 커다란 옷에 묻힌 아이였던 것 같다.

아이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나와 시선이 마주치고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나도 마찬가지로 굳어버렸다. 아이의 얼굴은 어딘가 낯이 익었고, 입고 있는, 아니 거의 덮고 있는 수준의 옷은 파란색 파카였다. 소나무 무늬가 그려진.

 

[카라.....마츠?]

[으웅?]

 

카라마츠를 닮은 아이는 울고 있었는지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점점 겁먹은 표정을 하더니 떨기 시작했다.

 

[, 형아.....누구야?]

 

그렇게 물어와, 역시 얘는 카라마츠가 아닌가,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치만 저 파카는 분명 카라마츠의 것이었다. 저런 무늬가 그려진 옷은 우리들 여섯 쌍둥이 이외의 사람이 가지고 있을 리 없다.

거기서 문득, 쥬시마츠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확실히, 작아졌고, 울었고, 미아가 됐다고 말했다. 그렇다는 건, 이 애는 유아화한 카라마츠가 아닐까. 말도 안 되는 얘기였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아이를 보자니, 왠지 자신의 추측이 틀리지 않았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 우리들 여섯 쌍둥이는 옛날부터 황당한 일들을 많이 경험했고, 개그 만화이니 유아화 정도는 이상할 것도 없다.

그치만 일단 확인은 해두기 위해, 나는 작은 카라마츠와 눈높이를 맞춰 쭈그리고 앉았다.

 

[저기, 네 이름 카라마츠야?]

[, 나 카라마츄......]

 

작은 카라마츠는 아직 경계심을 지우지 않은 채 덜덜 떨면서 나를 보았다. 역시 나를 못 알아보는 것 같다. 모르는 어른이 말을 걸어와서 떠는 것은 알지만, 역시 그 표정은 상처라 조금 화가 났다.

이 상황을 어쩔까 생각하다, 여태 카라마츠에게 장난치던 고양이가 내게 다가와 발에 몸을 비볐다. 조건 반사적으로 그 몸을 쓰다듬으면, “-”하고 응석부리는 듯한 울음소리를 낸다. 계속해서 고양이를 쓰다듬다, 카라마츠가 이쪽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음을 깨닫고 고양이에게 향했던 시선을 돌렸다. 왠지 아까와는 다른 반짝반짝한 눈을 하고 있었다.

 

[그 냥냥, 형아랑 칭구야아?]

[, 으응!!]

 

고개를 갸웃하며 올려다보는 카라마츠의 모습에 숨이 막혔다. 너무 귀여워서 숨을 쉴 수가 없다. , 뭐야, 이거. 모든 것이 정화된다. 이렇게 귀여운 생물이 지구상에 존재하고 있어도 되는 거야!? 지금 당장 특별 천연 기념물로 지정해야 하는 거 아냐!? 어이, 나라는 뭐하고 있는 거야!? 이 천사를 당장 보호하라고!!! 뭐냐고, 냥냥이라니!! 뭐냐고 형아라니이!!!

칭구야아라니!!! ↗↑↑↑↑↑↑!!!!! 너무 귀여워서 죽을 것 같다고, 짜샤아아-!!! -.....카라마츠 고귀해애.....

 

[형아아? 츄워?]

 

고양이 덕분에 경계가 풀렸는지 (너무 쉽게 풀리잖아, 걱정 된다고!?) 카라마츠는 내게 다가와, 귀여움에 떨고 있는 내 머리를 힘껏 발돋움하고는 쓰다듬기 시작했다.

귀여워, 너무 귀엽다고오

 

[아니, 괜찮아. 그보다, . 정말 나 모르겠어?]

[우응???]

 

어떻게든 평상심을 갖고 그렇게 물었지만, 카라마츠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멍하니 나를 쳐다보기만 했다.

 

[나는 이치마츠. 네 동생인데]

[.......이치마츄는 이러캐 크지 않아]

 

아무래도 몸만 어려진 게 아니라 정신 연령도 아이가 되어버린 것 같다. 그렇다면, 나도 알아볼 리가 없다. 으음....형제밖에 모르는 걸 말하면 믿으려나. 아마 지금 이 녀석이 유치원생 정도인 것 같으니, 그 시절의 추억...?

.........! 그 약속이면 되려나? 아마 그 약속을 한 게 3살 정도였으니까.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 나와 카라마츠의 소중하고 소중한, 절대 잊지 못할 추억. 현재 성인이 된 카라마츠는 벌써 잊었는지도 모르지만, 이 아이라면 아직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저기, 카라마츠]

[?]

[..........크면 내가 카라마츠랑 결혼해줄게. 그럼 카라마츠는 혼자가 아냐. 내가 계속 같이 있어줄테니까. 그러니까, 카라마츠는 나 이외의 녀석들이랑 친하게 지내면 안돼]

[!! 그고, 쩌어번에 이치마츄랑 한 약속!! 왜 형아가 그거 아는 거야?]

[그러니까, 내가 이치마츠라니까. 이제 믿겠어?]

[그럼그럼, 내가 그 다음에 어캐 했는지 알아?]

[카라마츠는 나도 이치마츠랑 계속 함께야!라고 말하고 뺨에 뽀뽀해줬잖아]

 

내 말에 카라마츠의 얼굴이 놀라움에서 점점 기쁨으로 변하더니, 사랑스러운 미소로 날 힘차게 껴안았다.

 

[이치마츄다아!! 이치마츄~!! 에헤헤, 갱장하네에! 왜 그러캐 커져써?]

[-......뭐어 여러 가지.......여차저차 이캐저캐 해서 그렇게 됐어]

[~, 글쿠나아-]

 

, 납득하네. 녀석은 정말 형제에 관해서는 바보같을 정도로 쉽게 믿는다니까.

카라마츠는 완전히 내가 이치마츠라고 믿은 듯 헤실헤실 웃으며 내게 손을 뻗어왔다. 그 몸짓의 의미를 몰라 고개를 갸웃거리자 다음에는 좀 삐친 것처럼, [어부바!] 라고 했다.

진심 천사 같아서 죽을 뻔했다. 드디어 이렇게 가는 건가. 어라? 여긴 천국?

그렇게 생각했지만, 나는 본심을 드러내는게 서툰 쓰레기여서 마음속으로만 카라마츠의 귀여움에 어쩔 줄 모르고, 표정은 언제나 그렇듯 약간 언짢은 표정으로 카라마츠를 안았다. 그래도 나의 천사는 기쁜 듯이 웃었지만. 이미 아까부터 귀여움 과잉 섭취로 오히려 기분이 안 좋아졌어. 차라리 죽여줘.

 

[에헤헤]

[왜 웃는 거야? (→↗↑↑↑↑↑↑↑↑!!!!!!!↗↗↗↗↗↗↗!!!!!!!!)

[있지있지, 나는 이치마츄의 형아지마안, 지금은 이치마츄가 더 크니까 이치마츄가 형아네!]

[............., 그래.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천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내 팔 안에서 싱글싱글 웃는 발랄한 천사. 분명하다. 여긴 천국이야.

 

 

 

 

그 뒤로 카라마츠와 함께 고양이 먹이를 주고, 고양이와 장난치며 노는 카라마츠의 모습을 충분히 만끽한 나는, 카라마츠를 껴안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카라마츠가 왜 유아화한 것인지 사정을 아는 것은 쥬시마츠 뿐이다. 어쨌든 자세한 내용을 듣고 어떻게 할지 정해야겠지.

나는 형제 그룹 LINE에 카라마츠를 발견한 일을 알렸다. 쥬시마츠한테 금방 돌아가겠다는 답장이 옴과 동시에, 다른 녀석들도 이제 돌아간다고 답장이 왔다. 카라마츠의 상태는 알리지 않았지만, 다른 형제들도 터무니 없는 전개에는 충분히 익숙하다. 사전에 알리지 않아도 문제는 없을 것이다.

, 솔직히 말하자면 이런 카라마츠를 다른 형제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다. 분명 모두 나처럼 꼬마 카라마츠의 포로가 될 것이 뻔하다. 가능하다면 혼자 독차지하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다.

카라마츠에 관해서는 형제 모두가 적이다. 질 생각은 조금도 없지만.

 

 

 

집에 도착해 거실 문을 열자마자 먼저 돌아와있던 쥬시마츠가 보였다. 쥬시마츠는 나와 내 팔에 안긴 카라마츠를 보고 안심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바로 달려오려다 도중에 멈춰섰다.

카라마츠를 보고 곤란한 표정을 하는 쥬시마츠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안겨있는 카라마츠에게 시선을 돌리면, 이쪽도 이쪽대로 겁먹은 표정을 지으며 나의 옷을 꼭 잡았다.

뭐야?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카라마츠가 떨고는 있었지만, 쥬시마츠가 카라마츠에게 심한 짓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나한테 그랬던 것처럼 눈앞의 쥬시마츠가 자기 동생인 것을 모르는 걸까.

다시 쥬시마츠에게로 시선을 돌리면 슬픈 표정을 하고 있다. 마치 자신이 미아가 된 듯한 표정이었다. 쥬시마츠 답지 않은 그 표정에 내가 어떻게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무서워하는 카라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눈을 맞췄다.

 

[카라마츠, 이 녀석도 네 동생 쥬시마츠야]

[......?]

 

카라마츠는 놀란 듯 눈을 부릅뜨며 눈앞의 쥬시마츠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정말 쥬시마츄야?]

[, .....맞다, 카라마츠형]

 

불안한 듯 대답을 하는 쥬시마츠에 정말 신기한 광경을 보고 있구나, 하며 태평한 감상을 속으로 중얼거렸다.

쥬시마츠의 답을 들은 카라마츠는 내 팔 속에서 점점 부들부들 떨더니 결국은 울기 시작했다. 쥬시마츠도 나도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후에에에에에!! 쥬시마츄우, 아까는 미안해써어어어!! 손 아야하게 해서 미아내애애]

[......, 카라마츠형!!]

 

쥬시마츠는 황급히 우리들 옆으로 다가와 울부짖는 카라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쥬시마츠가 자기 동생이라는 것을 믿지 못하고 내쳤던 거겠지. , 카라마츠 입장에서 보면 형제가 갑자기 어른이 되어 버린 거나 마찬가지니까. 그야 믿을 수 없겠지. 분명 쥬시마츠도 그걸 알고 있을 것이다. 당황한 표정으로 카라마츠를 위로하는 그의 모습에선 분노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카라마츠형 울지마!! 나는 화나지 않았으니까. 나야말로 미안. 아까는 겁을 줘버렸네]

[후에...쥬시마츠으, 훌쩍.....용서해주는거야?]

[!! 물론이지!]

[........., 줘봐]

[?????]

 

카라마츠의 갑작스런 부탁에 쥬시마츠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두 손을 카라마츠의 눈앞까지 들어올렸다. 그러자 카라마츠의 작은 손이 쥬시마츠의 손에 닿으며 서툰 동작으로 천천히 쓰다듬기 시작했다.

 

[아깐 마니 아팠찌? 미안해. 아픈거 아픈거 다아 날아가라아-!]

[......]

[후으으으으으으으응!!!!!]

 

쥬시마츠의 손을 쓰담쓰담 하면서 [날아가라-!] 라며 주문을 외치는 카라마츠의 모습에 쥬시마츠는 기쁜 듯 뺨을 물들이고, 자초지종을 눈앞에서 보고 있던 나는 무심코 기성을 내며 코를 틀어막았다.

 

, 위험하다고. 코피 났다. 낙원은, 여기 있었어. 눈앞의 카라마츠와 쥬시마츠 주변에서 뭔가 반짝이는 것 같아. 그런가, 카라마츠는 천사이면서 요정이었던 건가아!! 제발 나를 당장 네버랜드로 데려가줘!! 거기서 영원히 함께 하자아아아!!!

 

그런걸 생각하며 괴로워하고 있으니, 어느새 팔 속의 온기와 무게가 사라진 것을 느껴 얼굴을 들어올렸다. 언제 내게서 빼앗아간 건지, 쥬시마츠가 카라마츠를 껴안고 있었다.

둘다 주변에 꽃을 만개한 채 행복하게 장난을 치고 있었다. 그 모습에 더러워진 심신이 정화되어갔다.

카라마츠를 빼앗긴 것은 화나지만, 쥬시마츠니까 괜찮나. 잘 화해한 것 같고, 이번만은 눈 감아줄까.

앞으로 5분 후에 다시 데려갈거지만.

 

그런 속 좁은 일을 생각하며, 이치마츠는 눈앞의 낙원을 약간 기분 나쁜 미소로 바라보고 있었다.










------------------------------------------------------------------------------------------------------------




아아아아아악!!!!!

카라마츠으으!!!!!!!!!

↗여↗워↗↗↗!!!!!!!!!!!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