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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타 카라마츠 사변4

 

 

 

 

 

 

만약의 이야기를 해보자.

만약 형제들 중에서 가장 어린 내가, 형이라 불리게 된다면. 뭐어, 순서는 아무래도 좋다. 장남이든 차남이든, 삼남이든 사남이든 오남이든, 아무튼 동생이라 불릴 존재가 있다면, 나는 내 동생을 매우 귀여워해줄 거다. 풀솜에 감싸듯이, 흐물흐물 녹여버릴 듯이 잔뜩 어리광을 받아줄 것이다.

아아, 그치만 착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내가 이렇게까지 어리광을 받아주고 싶은 사람은 단 한명. 그 이외의 형제들로는 상상도 할 수 없다.

예를 들면, 오소마츠형. 그 사람은 제일 그러고 싶지 않은 사람이다. 기세 오르면 제일 위험하기 때문이다. 한번 받아주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어리광을 부리겠지. 만일 내가 오소마츠형의 형이 된다면 엄격히 대할 것이다. 다음은 쵸로마츠형. 그 사람은 우쭐해하진 않겠지만, 아무리 귀여워해도 이쪽에 의존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귀여운 동생을 연기하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장남과 차남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안 봐도 뻔하다. 그래서야 형이 되어도 시시하기만 할 뿐, 어리광을 받아주는 보람이 없다. 다음은 이치마츠형. 이 사람은 논외다. 그는 괴롭힘 당하 거나 채찍질하는 걸 더 기뻐하는 변태다. 달콤한 상만 줬다면 군소리를 들을 게 뻔하다. 그리고 솔직하게 칭찬 따위를 받으려고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쥬시마츠형. 뭐어, 쥬시마츠형은 다른 이들에 비하면 귀여워하는 보람은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솔직하고 귀염성 있다. 조금 성격이 정상이 아니지만, 상냥하게 대해서 손해볼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의존하게 만들 정도는 아니다. 랄까, 그렇게 자유롭게 사는 사람을 속박하는 건 몹쓸 짓이라고 생각한다.

 

뭐어, 이 흐름이면 알아챘겠지만, 내가 형이 되면 전력으로 귀여워해주고 싶은 사람은 카라마츠형이다. 어째서 카라마츠형인가 하면. 그건 옛날에 곧잘 함께 행동했던 것도 있지만, 가장 내 어리광을 받아주는 형이 그이기 때문이다. 내가 쇼핑이나 놀러가길 권유할 때, 싫은 내색 한번 안 하고 어울려주고, 그의 안쓰러운 행동은 마이너스이지만, 상냥하고 뭐든 받아들일 수 있는 그릇의 크기로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 아니 오히려 플러스이다. 나를 가장 귀여워해준 그를, 반대 입장이 된다면 그 답례로 어리광을 잔뜩 받아주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형으로서 동생을 귀여워한다. 이것뿐이라면, 여기까지라면 분명 평범한 감정이다. 그치만 안타깝게도 내가 가진 건 평범한 가정은 아닌 것 같다. 카라마츠형은 무상으로 나를 귀여워해줬지만, 내 경우에는 그 반대다. 상냥하게 대하는 그 대가를 바라고 있었다. 애정을 주면, 똑같이 애정을 돌려주길 원했다. 잔뜩 귀여워하고 귀여워해서, 나 없이는 아무것도 못할 정도로. 내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도록 만들고 싶다. 나만을 보고, 나의 상냥함만을 갈구하고, 나만을 위해 웃고 날 위해 울기를 바란다. 나라는 지주가 없으면 서지도 못할 정도로......그런 의존을, 나는 카라마츠형에게 바라고 있다. 만일 이런 나의 마음을 정상적이라고 하는 녀석이 있다면, 녀석도 나와 마찬가지로 미쳤음에 틀림없다. 그리고 이런 미친놈이 내 주변에 최고 3명은 있다.

 

라고, 이렇게 구구절절 말했지만, 뭐 어디까지나 만약의 이야기이다. 어디까지나 만약의. 내가 카라마츠형의 동생으로 있는 건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을 거고, 그가 내 형인 것도 변하지 않는다. 이건 어디까지나 망상, 공상, 이룰 수 없는 소망이다. 그러니까, 나는 카라마츠형을 귀여워해줄 수 없고, 의존하게 만들 수도 없다. 동생이라는 입장인 채로 카라마츠형에게 잔뜩 어리광을 부리고 귀여움을 받을 뿐이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이대로 동생인 채로 있어도 좋다고, 포기하고 있었는데. 어째서 작은 꼬맹이로, 나보다 연하가 되어버린 걸까, 저 바보형은. 더구나 천진난만하게, [토도마츄도 나보다 커져쓔니까 형아네에!] 라니, 그러니까 네가 머리 텅텅 빈 바보인 거라고. 어째서 내 마음에 다시 불을 지피는 거야. 내가 겨우 진정시킨 마음을 되살리다니.

 

~, 이제 몰라.

형이 나쁜 거니까. 그러니까 지금만은 작아진 카라마츠형으로 있을 때만은, 내가 잔뜩 귀여워해줄게. 내게 의존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어느날 밤. 저녁밥도 다 먹고 모두 뒹굴며 쉬고 있을 때, 오소마츠형의 무릎 위에 앉아 놀던 카라마츠형이 뭔가 생각난 듯 말했다.

 

[오소마츄형아! 나아 유언지 가고 시퍼!!]

[? 유원지???]

[우응!! 가고 시퍼!!]

[이거 좀 갑작스럽네에, 카라마츠......유원지인가아....그럴 돈은 없는데]

 

오소마츠형은 귀찮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그럴 돈이 있었으면 파칭코나 경마에 썼을 거야] 라고 중얼거렸다. 장남 완전 쓰레기네. 썩 내키지 않는 듯한 오소마츠형의 모습에 카라마츠형이 슬퍼하고 있다. 그 얼굴을 보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엄마한테 말하면 돈 줄지도? 작은 카라마츠형한테 약하니까]

 

내가 그리 말하자, 카라마츠형이 고개를 확 쳐든다. 반짝거리는 눈으로 쳐다봐서 조금 눈이 부시다. 기쁘지만 그만둬!! 너무 강렬한 빛이라 눈이 멀어버릴 것 같으니까!!!

 

[뭐어, 엄마라면 그럴지도 모르겠네. 그치만 왜 갑자기 유원지?]

[아마, 낮에 본 TV 때문일 거야. 유원지 특집이 나왔거든]

 

쵸로마츠형의 의문에 답한 건 이치마츠형이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그러고 보니, 하고 낮의 일을 떠올렸다. 오늘 낮에 나랑 이치마츠형이랑 쥬시마츠형, 그리고 카라마츠형 이렇게 4명이서 TV를 봤다. 이치마츠형의 말대로 유원지 특집도 하고 있었다. 그런가, 그래서 갑자기 유원지를 말한 건가. 아이 다운 모습에 마음이 녹아내린다. 귀엽네에, . 아무리 무정한 나라도 이대로 들어주고 싶었을 거야.

 

[저기저기!! 엄마가 돈 주겠대!!]

 

쥬시마츠형이 문을 힘차게 열며 신나서 들어온다. 랄까, 조용하다고 생각했더니 벌써 엄마한테 물어보러 갔던 건가, 행동 빨라!! 그리고 엄마는 역시나 카라마츠형한테 약하네.

 

[노리동산 가아?]

[오우, 가자고~ 간만에 유원지에서 놀아볼까!!]

 

지금까지 별로 안 내켜했던 주제에, 돈 걱정이 사라진 순간 오소마츠형은 드디어 갈 기분이 된 듯 무릎 위에 앉은 카라마츠형을 쓰담쓰담한다. 카라마츠형도 기쁜 듯이 [아싸아-!] 하고 만세를 불렀다. 너무 귀엽잖아. 너무 고귀해서 정신이 멍해진다.

 

[으음-.......그럼 언제 갈까?]

[내일!!]

[내일 말이지.........내일!?]

 

쵸로마츠형이 달력을 보며 말하자, 카라마츠형이 기운차게 답한다. 하지만 꽤 급박한 예정에 놀란다. 내일이라니....너무 급하잖아. 뭐어, 니트인 우리들은 한가하니까 별로 상관이야 없지만. 다행히 나도 내일은 예정이 없다. 있었다고 해도 카라마츠형과 놀러가는 게 먼저지만.

다른 형제들도 특별한 예정은 없어 보여, 우리들은 내일 다 같이 유원지에 가기로 했다. 형제들과 유원지를 가는 게 몇 년만의 일일까, 학생 때 이후 처음이려나.......다 큰 사내놈들뿐이라면 유원지 같은 거 죽어도 싫지만, 이번에는 카라마츠형이 있으니 꽤 기대된다. 그러고 보니, 낮에 하던 특집에서 유원지 안에 있는 레스토랑의 팬케이크가 인기라고 했었지. 그거 봤을 때, 먹고 싶다고 생가했었는데. 점심은 그 레스토랑에서 먹어야지. 그리고 퍼레이드! 그것도 엄청 아름다고 하니까 눈앞에서 보고 싶었어.

 

맛있어 보이는 팬케이크를 떠올리며 무심코 군침을 삼키자, 누가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시선을 내리면, 거기에는 카라마츠형이 있어, 나를 올려다보며 기쁜 듯이 웃으며 말했다.

 

[토도마츄, 기대대네!!]

[, 그렇네]

 

나도 미소로 답자하, 카라마츠형은 한층 더 밝게 웃었다. 마치 꽃이 핀 듯한 미소이다. 그 미소가 너무 귀여워서.......이젠, 정말 길티가이. , 위험해. 카라마츠형이 너무 귀여워서 무심코 이따이한 말이 나왔어. 안 되지 안돼. 나는 머릿속에 나타난 쿠소 탱크탑 차람의 쿠소마츠형을 곧바로 지워버리며 눈앞의 천사마츠형에게 다시 한번 미소를 지었다.

 

 

 

 

 

다음날. 유원지에 가기 위해 아침 일찍 눈을 뜬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어라? 하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평소라면 카라마츠형의 우리들 위에 올라타서 깨워주는데, 오늘은 그러질 않았다. 주변을 보니 다른 형제는 아직 이불 속이다. 내가 너무 일찍 일어난 걸까? 마치 소풍을 기대하는 초등학생 같아, 조금 부끄러워져 시계를 확인하면, 역시나 어라? 하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시계의 작은 바늘은 8시를 조금 넘어선 위치를 가리키고 있다. 카라마츠형은 항상 8시 전에 일어나는데 역시 이상하다.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옆에서 자고 있을 카라마츠형을 보고 위화감을 깨닫는다.

 

카라마츠형은 아직 자고 있었다. 그치만 그 자는 얼굴이 편해보이지 않고 미간을 잔뜩 찡그리고, 숨소리도 거칠다. 식은땀도 흘려 앞머리가 땀에 적어 이마에 착 달라붙어 있었다.

 

[카라마츠형?]

 

조심조심 카라마츠형의 몸을 건드리곤 깜짝 놀랐다. 몸이 펄펄 끓는다. 게다가 그 작은 몸이 덜덜 떨리고 있어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아, 나는 초조해졌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그 작게 떨리는 몸을 꼭 붙들었다.

 

[, 카라마츠형, 혀엉]

[으응? 왜 그래 토도마츠, 시끄럽다고]

[후아암....왜 그래?]

[뭐야?]

[왜 그래, 톳티!]

 

내 목소리에 다른 형제들이 깨어났다. 모두 졸린 듯 나른한 표정으로 나를 보더니, 카라마츠형을 돌아보곤 잠에서 덜 깬 멍한 얼굴이 한번에 잠에서 깬다.

 

[다들, 카라마츠형의 상태가 이상해!]

[좀 진정해, 토도마츠]

 

동요하는 나를 오소마츠형이 평소엔 볼 수 없는 진지한 얼굴로 밀어 제친다. 그리곤 카라마츠형의 곁에 웅크리고 앉아 그 이마에 손을 얹는다.

 

[열이 있어. 쵸로마츠, 엄마를 불러와. 이치마츠는 체온계 가져오고, 쥬시마츠는 이온 음료가 있으면 그거 가져와. 아니면 물이라도 좋으니까. 토도마츠는 보험증......은 지금 카라마츠론 병원은 무리인가. 데카판 박사한테 연락하자]

[, 알겠어]

[.........(끄덕)]

[알겠슴다!!]

[, !]

 

동요해서 어찌할지 몰라 굳어버린 우리에게, 오소마츠형은 냉정하게 지시를 내렸다. 정말 이런 점은 당해낼 수가 없다니까. 썩어도 장남이란 건가. 우리들은 지시대로 움직이기 위해, 카라마츠형을 슬쩍 보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쨌든 나는 데카판 박사에게 연락을 넣어야 한다. 서두르자.

 

 

 

 

 

 

앞으로 데카판 박사는 급하다고 말하자, 바로 와주었다. 그리고 진단 결과는 감기. 3살 정도의 어린이는 열이 나기 쉽다는 것 같다. [약을 먹고 안정을 취하면 바로 나을 거다스!] 라며 약을 지어준 데카판 박사에게 인사하고, 우리들은 형제 모두가 함께 자는 이불에 카라마츠형을 에워싸듯이 앉았다.

일단 심한 병이 아니라 다행이라며,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엄마는 자신이 간병하겠다고 했지만, 우리들은 모두 고개를 가로 저었다. 엄마는 불안한 듯 보였지만, 카라마츠형의 간병은 우리 형제가 하고 싶어 엄마에게 간병 방법을 물어보기만 했다.

식은땀을 흘린 옷을 갈아입히고, 얼음물에서 차갑게 적신 물수건도 이마에 얹어준다. 잠깐 눈을 떴을 때 수분도 섭취해주고, 입맛이 없는 형에게 먹기 쉬운 젤리를 먹인 후 약을 먹였다. 약을 먹인 후, 형은 다시 바로 잠에 빠졌다. 그리고 지금 할 수 있는 걸 전부 끝낸 우리들은 카라마츠형의 자는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저 감기라고는 하지만, 조금 걱정이다. 한번 눈을 떴을 때엔 열이 높았던 탓인지, 의식이 몽롱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우리들이 말을 걸어도 고개를 끄덕일 뿐, 말할 기운도 없을 정도인지 불안해졌다. 게다가 지금은 작아졌으니 더욱 걱정이다.

 

[카라마츠형, 유원지 그렇게나 기대했는데......]

 

쥬시마츠형의 슬픈 듯한 목소리에, 나는 그러고 보니 오늘 유원지에 가기로 했었지, 라며 이제야 떠올린다. 솔직히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곤 하지만, 그렇게나 기대하고 있었다. 카라마츠형 분명 실망하겠지.

 

[유원지는 감기가 낫고 가면 되잖아. 어차피 우리들은 매일 한가한 니트니까]

[오소마츠형, 그런 말, 스스로 하면 슬퍼지지 않아?]

[안 그러거든!]

[조금은 위기감 가지라고, 쿠소 장남!!]

 

단순한 감기라는 걸 알고서 조금 여유가 생겼는지, 오소마츠형과 쵸로마츠형이 평소처럼 대화를 주고받는다. 그런 두 사람을 보며 나도 자연스레 어깨에 힘이 빠졌다. 그건 쥬시마츠형도 이치마츠형도 마찬가지인 듯, 두 사람도 조금 표정이 밝아졌다.

 

 

 

 

 

 

 

그 뒤, 점심때까지 우리들은 전부 카라마츠형 옆을 지켰다. 중간중간 물수건을 갈거나, 잠깐씩 깨어나는 카라마츠형에게 이온음료를 먹이거나 했다. 그리고 낮이 되자, 카라마츠형의 열도 조금 내려가고, 아침보다는 편안한 얼굴이 되어 갔다. 그에 우리들은 겨우 안심하면서 아침부터 답답하게 죄어오던 분위기가 가볍게 풀려 형제들끼리 서로 농담을 주고 받을 수준까지 되었다.

 

여기까지는 정말 다행인 일이었다. 형제를 생각하는 좋은 형들이구나, 라는 감상으로 끝날 일이다. 하지만, 마츠노가의 여섯 쌍둥이는 모두 쓰레기였다. 뭐어, 지금까지 상당히 긴장하고 있었으니, 그 반동으로 그런거겠지만, 지금부터 일어날 일은 꽤 심각하다. 진짜 내 형들은 전부 쓰레기다. 쓰레기라고 밖에 할 수 없는 망할 쓰레기. 정말 다들 쇼타 카라마츠형을 보고 조금은 배우라고 말하고 싶다.

 

 

 

먼저 싸움을 건 쪽은 역시 그 사람이다.

얼음 베개의 얼음이 모두 녹아있는 것을 알아챈 나는 새로 얼음을 갈러 방을 나섰다. 간병은 의외로 해줄 게 없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얼음 베개의 안을 채우고 방으로 돌아온 나는, 방문을 열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뭐 하는 거야, 오소마츠형]

[, 벌써 돌아왔냐]

 

오소마츠형이 나를 보고 얼굴을 찌푸린다. 아니, 얼굴으 찌푸려야 하는 건 이쪽이라고. 너 대체 뭘 하는 거야!? 왜 카라마츠형한테 고양이귀 후드를 입혀서 사진을 찍고 있는 거야!? 열이 펄펄 끓는 애한테 무슨 짓이야!?

 

[아니, 또 땀에 젖어서 옷을 갈아입힌 거라고]

[파자마로 입히라고!! 그건 사복이잖아!? 그리고 사진을 찍은 의미는 또 뭐야!?]

[그치만그치만!! 전에 패션쇼 때 돈이 없어서 사진 못 얻었는 걸!! 게다가 나만 가격 비싸고!! 이지메!? 이지메인 거야!? 나도 카라마츠의 귀여운 사진 갖고 싶어!! 쓰담쓰담 낼름낼름 하고 싶어~!! 우와아아아아아앙!!!]

 

오소마츠형은 애처럼 바닥에 엎어져 바둥바둥 손과 발을 이리저리 흔들며 억지를 부렸다. 아니, 네가 [~] 같은 거 말해도 전혀 귀엽지 않거든!! 그리고 쓰담쓰담은 이해하겠는데 낼름낼름은 뭐야. 너는 천사한테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 죽인다.

 

[쥬시마츠형, 만자 굳히기]

[알겠슴다!]

[? 아니, 잠깐.....농담이라곳.......아아아아아아아아악!!!!!쥬시마츠가 드물게 대화의 흐름을 이해가고 있어어어어어어어어어!!!!!!!!!!]

[, 이 쿠즈마츠가]

 

나는 오소마츠형에게 침을 뱉었다.

일단 장남, 너는 출입 금지다.

 

 

 

 

이번에는 이온음료가 떨어진 걸 깨달은 나는, 근처의 편의점에서 이온음료를 사 빠르게 집으로 돌아와 또 한번 놀랐다. 이번에는 어둠마츠형.

 

[...하는 거야? 이치마츠형]

[하아, 하아, ...............?]

 

이치마츠형은 분명 카라마츠형의 땀에 젖은 몸을 닦고 있었던 거겠지. 거기까지는 좋다. 그러나 이치마츠형. 너는 왜 얼굴을 붉히며 콧김을 뿜어대며 반라의 카라마츠형을 맛보는 듯한 기분 나쁜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었던 겁니까? 아니, 잠깐만. 어이, 고간이 이상하지 않아!? 뭔가 부자연스럽게 솟아있는데!? 왜 열이 펄펄 끓는 애를 상대로 흥분하는 거야!? 위험해위험해위험해!! 진짜 위험하다고!! 진짜 변태가 여기 있어!!!!

공포로 얼굴이 경직되는 걸 느끼면서 나는 용기를 짜내어 이치마츠형의 머리를 힘껏 때렸다.

 

[그마아아안!!! 카라마츠형을 더럽히지 말라고오!!!!!! 떨어져어어어어!!!]

[아얏...! 아니, 이미 떨어졌거든. 랄까, 더럽힌다니 뭐야? 내가 이런 애를, 그것도 카라마츠 상대로 흥분이라도 한다는 거야? 카라마츠 따위, 전혀 좋아하지 않거든. 너무 좋아서 머리가 터져버려!! 같은 거 조금도 생각하지 않거든. 내 것이 되지 않는다면 차라리 자살할 거야, 같은 생각은 전혀 안 한다고!!]

[성가시네에에에!!!! 너 진짜 성가시다고!! 이 판국에 츤데레 발언 그만해라!? 네 사타구니에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가 있잖아!! [난 변태에요]라고 말하고 있잖냐!!!! 이 변태마츠!! 2마츠!! 쇼타콤마츠!! 썩은마음마츠으으으으으으으!!!!!!!!!!!!!!!!!!!]

[후힛........좋네. 좀 더 매도해달라고]

[...............기분 나빠]

 

깬다. 순수하게 기분 나쁘다.

일단 이치마츠형도 출입 금지로 했다.

 

 

 

화장실에 간다고 잠시 자리를 비운 나는, 또 다시 문을 여는 순간 굳어버렸다. 이제 싫다, 이 패턴.

 

 

[.........]

[........]

 

눈앞에는 쥬시마츠형이 한사람, 두사람, 세사람.....분열해있다. 위험해. 이건 진자 위험해. 그 참극이 되풀이된다.

 

[쥬시마츠형.....부탁이니까, 분열만은 하지마]

[에에? 안돼???]

[절대 안돼!!!!]

 

예전의 카라마츠형 같으면 이미 어른이니 어찌 되든 상관없지만, 지금의 작은 카라마츠형은 꼭 지킨다. 쥬시마츠화 시키게 둘까보냐. 내가 무심코 톳티 페이스를 하면, 쥬시마츠형은 아쉽다는 듯한 표정을 했지만 물러났다. 하아, 다행이다.

그치만 아직 불안하니까, 당분간은 쥬시마츠형도 출입 금지다.

 

 

 

 

다시 일일이 설명하기도 귀찮아서, 이런저런 이유로 내가 카라마츠형 옆에서 떨어졌다가 방으로 돌아오면, 거기에는 마지막 남은 쵸로마츠형이 있었다.

 

[, 톳티. 지금 열을 쟀더니 점심때보다 떨어졌어. 다행이 [무슨 짓이야?] .....? 아니, 그러니까 열을......]

[.......하라고]

[????]

[뭔가 하라고!! 알고는 있냐, 지금까지의 흐름!!!! 왜 평범하게 간호하고 있는 거야!? 왜 나직하게 말을 걸고 있는 거야!? 여기선 저질러야지!? 멍청한 짓이든 변태짓이든 해서 츳코미 걸게 해야지!!! 분위기 읽으라고!!! 그러니까 너만 감기편에서 간병을 못한 거라고!! 평범하게 간호나 하니까 말야, 쿠소 동정!!! ...............그리고 그 옷도 존나 구려!!]

[에에........나 왜 디스당하는 거야? 그리고 동정은 전원 똑같고, 옷은 관계없잖아!]

[네네네, 그러시겠죠. *스베리마츠형은 나가주세요~. 뭔가 보케짓이 떠오른면 다시 돌아오라고!]

[스베리마츠!!?]

(*스베리가 뭔지 잘 모르겠네요)

 

나는 스베리마츠형을 억지로 일으켜세워 그의 등을 밀어 밖으로 쫓아냈다. 스베리마츠형은 뭔가 시끄럽게 츳코미를 날렸지만, 유감. 안 들립니다~. 들을 생각도 없습니다~. 그리곤 밖으로 쫓아내 가차없이 문을 닫았다.

 

[두번 다신 오지마!!!]

[, 아니, ..............불합리]

 

무자비하게 닫힌 문앞에서 멍하니 중얼거리는 쵸로마츠 주위에 출입금지를 당한 동료들이 모여들고, 그의 어깨를 팡팡, 두드렸다.

 

[걱정마라고, 스베리마츠 (웃음)]

[걱정마걱정마~ (비웃음)]

[야구!!??? (기쁨)]

[아니, 너희들한테 위로받는다니 최악인데!! 그냥 죽고 싶은 기분이거든!! 나는 너희들이랑 동류가 아니라고!? 평범하게 간병했을 뿐이라고!? 그리고 ()로 웃는 거 그만둬, 완전 짜증나니까!!! 그리고 쥬시마츠, 야구가 아니라고!]

 

쵸로마츠형도 출입 금지시켰다 (불합리).

 

 

 

 

 

겨우 조용해진 실내. 카라마츠형은 지금까지의 소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살짝 거친 숨소리를 몰아쉬며 잠들어있다. 그런 자는 얼굴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나는 멍하니 옛날 일을 떠올렸다.

 

분명 그건 내가 중학교 2학년일 때였다. 여름방학 중반쯤의 일이었다. 지금과는 반대로, 내가 지독한 여름감기에 걸렸었다. 그치만 여름방학이었으니까 다른 형제들은 나를 신경쓰지도 않고, 모두 부활이나 놀러 나가기 바빠서, 나를 간병해주는 건 엄마뿐이었다. 그런 엄마도 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생겨 나가버리고, 집에는 나 혼자 남았다. 감기에 걸려 몸도 정신도 약해져있던 나는 혼자라는 것에 외로움을 느끼며 불안해했다.

빨리 엄마가 돌아왔으면 좋겠다아....라며 펄펄 끓는 머리로 멍하니 생각하고 있자,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잠시후 내가 누워있는 방문이 열렸다. 거기서 모습을 드러낸 건 카라마츠형이었다. 카라마츠형은 아침에 부활동이 있다며 내게 미안하다 하고 나갔었는데, 벌써 끝난 걸까. 멍하니 카라마츠형을 보고 있자, 카라마츠형은 어째선지 숨을 헉헉거리며 나를 보며 웃었다. 설마 달려온 건가.

 

[......부활은?]

[네가 걱정돼서, 빨리 돌아왔다]

[하아? 뭐야 그게....바보야?]

 

돌아와줘서, 나를 걱정해줘서 기뻤다. 그렇게 말하고 싶었는데, 내 입에서 나온 말은 나쁜말들 뿐이었다. 그럼에도 카라마츠형은 우아한 미소를 띠고 내 머리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그 손의 감촉이 기분 좋아서 다시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 내 귓가에, 카라마츠형의 변성기가 온 듯한 저음의 기분 좋은 목소리가 들렸다.

 

[약속.....했으니까 말야]

[....?]

 

약속이라니 뭐야? 그렇게 물었지만, 눈꺼풀이 납덩이처럼 무거워지고, 쏟아지는 잠에 저항할 수 없었던 나는 카라마츠형의 따스한 손의 감촉을 느끼면서 꿈의 세계로 떠났다. 그 때 말했던 약속이 뭘까. 난 그런 기억이 없다.

 

 

 

 

그 뒤, 내 감기가 나음과 동시에 폭풍처럼 카라마츠형이 여름감기에 걸렸다. 간병해준 답례로 이번에는 내가 간병을 해주려고 했지만, 카라마츠형은 곤란한 듯이 웃으며 말했다.

 

[다시 옮으면 안 되니까, 간병은 하지 않아도 된다. 너무 내 옆에 다가오지 마라]

 

하아? 하고 생각했다. 뭐라는 거야 이 녀석. 자기 처지에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바보 아냐? 사람 좋은 것도 적당히 해야지. 화가 치밀었다. 그래서 나는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뭐라는 거야? 자기도 내 간병하다가 감기걸린 주제에. 형이라든가 동생이라든가 그딴 말하려거든 집어치워. 우리들 여섯 쌍둥이거든. 그런 거 관계없으니까. 얌전히 간병 받으라고]

 

그렇게 말하는 내게 역시 카라마츠형은 곤란한 듯이 웃었다. 그 얼굴은 마치 귀여운 딸의 이기적인 고집을 듣는 아버지 같아, 그 눈빛에 더 화가 났다.

 

[아니, 이건 동생이나 형의 문제가 아니라....약속이기 때문이다]

[약속? 그거 전에도 말했었지? 뭐야, 그거. 그런 거 한 기억이 없는데]

[-.......아니....잊었다면 됐다. 별로 중요한 건 아니니까]

[.......뭐야, 그게]

 

그 후, 몇 번인가 물어도 카라마츠형은 곤란한 얼굴로 [신경쓰지 마라] 라고 말할 뿐,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대체 뭐냐고, 약속이라니.

 

그 후로도 카라마츠형은 내가 아플 때면, 어떤 예정이 있어도 나를 우선시하고 간병해주었다. 그치만 반대로 내가 간병을 해주려고 하면 거절했다. 뭐어, 다른 형제들이 단체로 감기에 걸렸을 때는 순순히 간병하게 해줬지만, 11의 경우에는 절대 허락해주지 않았다. 진짜 뭐냐고. 의미를 모르겠네. 사이코 패스의 생각은 내게 이해불능이다.

분명히 그때부터였지. 내가 형을 향한 마음을 포기하기 시작한 것은. 의지하게 만들고 싶다는 희망을 버린 것은.

 

 

 

 

 

그리고 현재. 작아진 카라마츠형의 자는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땀으로 범벅된 앞머리를 매만지며 이마에 손을 얹으면, 아직 높은 체온을 손바닥으로 느낀다. 호흡은 조금 진정되었지만, 아직 열은 높구나. 그래도 아침보다는 꽤 내려갔다. 나는 이마에 얹은 손을 옮겨서 얼굴을 슬쩍 쓸어내린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아직 카라마츠형의 목소리를 못 들었네. 목이 부어올라서 말하기 힘든 거겠지. 답은 전부 고개를 끄덕이는 동작뿐. 얼른 나아서 유원지에도 가야지. 그렇게 마음속으로 중얼거리자, 카라마츠형의 닫혀있던 눈꺼풀이 작게 떨리며 천천히 열로 젖은 눈동자가 보였다.

 

[카라마츠형? 일어났어? 뭔가 마실래?]

[......하아...........토도마츄?]

[, 토도마츠야]

 

오늘 처음으로 들은 목소리는 잔뜩 잠겨있어 매우 희미했다. 그럼에도 제대로 답을 돌려준 게 기뻐서, 나는 몸을 내밀고 카라마츠형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하지만 카라마츠형은 내 얼굴을 보자, 어째선지 곤란한 얼굴을 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안돼......]

[?]

[토도마츄는...안대...하아, 가까이 오면 안대...]

[? ?]

 

설마 작아진 카라마츠형한테까지 거절당하는 건가, 하는 생각에 내 심장이 지끈지끈 아파왔다. 왜왜왜왜왜? 왜 나를 거절하는 거야? 나는 안 된다니 뭐야.

 

[그치만...토도마츄는 공쥬님이고 나는 왕쟈님....하아....약속해써....]

[.............약속]

 

공주님? 왕자님? 새로운 워드에 다시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러니까 대체 뭐냐고, 그 약속이란 거. 이렇게 작은 형조차 날 거절하게 만들 정도의 약속은 뭐야? 나 전혀 모르겠는데. 그치만 이렇게 되면서까지 지킨다는 건 소중한 약속이겠지. 저기, 부탁이야. 잊은 건 얼마든지 사과할테니까, 가르쳐줘 그 약속을. 다시는 잊지 않을테니까 말야.

 

[저기, 카라마츠형, 그건 무슨 약속이야?]

 

내가 그렇게 묻자, 카라마츠형은 열을 띤 눈으로 나를 몇초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잠자코 바라보면서, 나는 무심코 긴장감에 꿀꺽, 침을 삼켰다. 이 작은 형이라면 약속을 가르쳐주지 않을까. 솔직히 반쯤 도박이었다. 이래도 가르쳐주지 않는다면, 나는 분명 평생 약속에 대해 모른 채로 살겠지.

 

[....미카짱 집에 갔을 때....만화를 봤는데, 거기에 공쥬님과 왕쟈님이 나와서 아픈 공쥬님을 왕쟈님이 구해줘써. 그걸 본 토도마츄가....내가 아프면 왕쟈님이 구하러 와주까, 라고.....그래서 내가 왕쟈님이 되겠다고 해써....]

[.......]

 

찔끔찔끔 말하는 카라마츠형의 말을 듣고 나는 겨우 떠올렸다. 그래, 이건 유치원 때의 일이다. 지금의 카라마츠형과 비슷한 나이 때. 그 당시에 나는 남자보다 여자 친구들이 많았고, 어느날 친구중 한명이었던 미카짱이라 불리던 여자애의 집에 놀러갔다. 혼자서 가는 건 불안했으니까 카라마츠형도 같이 데리고 갔다. 그리고 미카짱의 집에서 소녀만화를 읽었다. 분명 그건 미카짱의 언니 거였던 걸로 기억한다. 만화 내용은, 주인공인 공주님이 열이 나서 괴로워하고 있을 때, 짝사랑 중이던 왕자님이 나타나 정성스럽게 간병하는 내용이었다. 그걸 본 나는, [내가 열이 나면 왕자님이 구해주러 올까?] 라고 말했더니, 그걸 들은 미카짱이 이렇게 말했다. [토도마츠군은 남자아이니까 왕자님은 안 온다구] 라고. 그럼 내가 열이 나도 구해주러 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건가, 하고 쓸쓸해져 울 듯한 얼굴이 되었다. 그런 나를 위로하려는 듯이 카라마츠형이 [내가 토도마츠의 왕자님이 되어서 구하러 갈게. 왕자님은 공주님을 꼭 지킨다!] 라고 말하며 손가락 걸고 약속을 했다.

 

아아 그래, 그랬었지. 그런 약속을 그날 우리들은 했었다.

하지만, 하지만 말야. 그런 어릴 적 나눴던 약속을, 카라마츠형은 쭉 지켰다는 거야? 약속한 상대인 나도 깜빡했는데 그래도 그걸 지켰다고? 뭐야 그게, 뭐냐고....역시 바보잖아. 너무 바보라서....심장이 쿵쿵 뛴다고.

우와, 카라마츠형 상대로 두근거리다니.....끝났어. 이제 싫어. 카라마츠형은 나를 어쩌고 싶은 거야? 죽이려는 거? 아아, 정말, 차라리 죽여!! 이제 더는 못 견뎌!!! 내 형이 이렇게 성모라니 있을 수 없다고!!!

 

우와아아아아아아, 하고 얼굴을 손으로 감싸며 바닥을 구르는 내게, 카라마츠형은 의아한 표정을 보내고 있다. 더는 그만!! 그런 순진한 얼굴로 나를 보지 말라고!! 죽고 싶어지니까!!!

 

 

 

그로부터 몇분후. 계속해서 바닥을 구른 탓에 옷에 쓰레기나 먼지가 붙었을 즈음, 나는 겨우 차분하게 카라마츠형에게 돌아섰다. 안 되지, 안 돼. 나 정도 되는 사람이. 카라마츠형이 너무 성모라서 넋을 잃었어. 자중, 자중.

 

[카라마츠형]

[......으음?]

[있지, 사실은 그 만화말인데, 뒷이야기가 있어]

[뒷이야기?]

[! 사실 공주님의 간병을 해준 왕자님이 반대로 감기에 걸리고 말았는데, 이번에는 공주님이 왕자님을 열심히 간병해준 거야. 그러니까, 내가 카라마츠형을 간병하는 건 잘못된 게 아냐]

[그런거야아?]

[그런거야!]

 

 

거짓말이다. 그 만화의 뒷이야기 따위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완고한 카라마츠형은 납득하지 않을 것이다. 원래 어른이라면 이런 거짓말에 속지 않겠지만. (아니, 의외로 믿을 수도 있다. 그럴게 바보니까). 어쨌든 지금의 순수하고 솔직한 카라마츠형은 형제의 말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카라마츠형, 이번만은 내게 응석부려줘. 나도 온몸으로 어리광을 받아줄테니까.

 

카라마츠형은 조금 고민하는 듯한 기색을 보이더니 이내 싱긋 웃었다.

 

[에헤헤, 그럼 나 토도마츄 옆에 있어도 대?]

[, . , 뭔가 원하는 거 없어? 뭐든 들어줄게]

[원하는 거? .............]

 

 

카라마츠형이 이불속에서 작은 손을 내게 내밀었다. 뭘까? 뭐를 원하는 걸까?

 

[저기..........., 잡으면 안대? 꼬옥 해줘쓰면 조캐써]

[...............항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고귀해애애!!!!!!!!!!!!]

[토도마츄우!?]

 

너무 두근거려서 이상한 통곡 소리가 나왔다. 뭐냐고 항가- 라니. 스스로도 모를 이상한 통곡소리다. 나는 무심결에 쪼그리고 앉아 바닥을 세게 두드린다. 이런, 이 충동을 어쩌면 좋아!? 카라마츠형 진심 길티이!!! 만약 내게 호감도 게이지 같은 게 있었다면, 분명 MAX일 것이다. 게이지 돌파하고 있어. 젠장!! 이 일급 플래그 건축사가!! 그 세운 플래그 제대로 회수하는 거겠지!!??

 

[토도마츄.....,엄청 흐르고 이따구?]

[, 신경 쓰지마]

 

나는 소매로 입가를 닦으며 카라마츠형의 작은 손을 잡았다. 찹쌀떡처럼 부드러운 감촉이 사랑스럽다. 내가 손을 잡자, 카라마츠형은 기쁜 듯이 살짝 웃는다. 아아, 천사의 미소. 모든 것이 정화되어 갑니다. 또 고함치려는 입을 황급히 반대쪽 손으로 막았다.

그 뒤, 나는 카라마츠형이 잠들 때까지, 그 손을 놓지 않았다.

 

 

 

 

 

그로부터 3일후. 완전히 감기가 나아 건강해진 카라마츠형과 우리들은 유원지에 왔다. 나와 쥬시마츠형의 손을 잡고 발랄하게 걸어가는 카라마츠형의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건강해져서 다행이다. 입장권을 사서 게이트를 통과하면, 그곳은 이미 꿈의 나라다. 그런데 먼저 어떤 기구를 탈건지 카라마츠형에게 시선을 돌리면, 카라마츠형은 나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레스토랑! 레스토랑 가쟈!]

[? 레스토랑? 카라마츠형, 벌써 배고파? 아직 점심 먹을 때가 아닌데]

 

랄까, 이제 막 도착했고. 도착하자마자 밥이라니, 역시 육식계 고기라며 감탄하자, 카라마츠형은 내 손을 꾹꾹 잡아당기며 말했다.

 

[팬케이크 먹쟈? 토도마츄 먹고 시펐쟈나? 그리구 그 다음엔 퍼레이드!]

[? ?]

 

팬케이크? 퍼레이드? 대체 무슨 일? 영문을 몰라 나는 다른 형제들을 바라보았지만, 다들 고개만 갸웃거릴 뿐이다.

 

[~..........예상일 뿐이지만......카라마츠형!]

[왜애?]

[왜 유원지에 오자고 했어?]

 

반대편에서 손을 잡고 있던 쥬시마츠형이 이제 와서 그런 걸 물었다. 아니아니아니, 그건 전에 이치마츠형이 말했잖아. TV에서 특집을 했으니까 라고. 다른 형제들도 갑자기 뭐야, 라는 표정으로 카라마츠형과 쥬시마츠형을 보고 있다. 그리고 카라마츠형의 입에서 나온 말에 모두 깜짝 놀란다. 뭐어, 아마 가장 놀란 건 나겠지만.

 

[? 그치만 토도마츄가 유언지 팬케이크 먹고 싶다고 해쓰니까. 그리고 퍼레이드도 보고 싶다고 해써!!]

[[[[ ......? ]]]]

[토도마츠를 위해 유원지에 가자고 한 거야?]

[, 마쟈!]

[[[[ ....에에에에에!!!??? ]]]]

 

카라마츠형과 쥬시마츠형을 제외한 다른 형제들이 놀라 목소리를 높였다.

거짓말. 카라마츠형이 가고 싶었던 게 아니었어!? 전부 나를 위해? , 뭐야 그게.

 

[카라마츠형............?]

[? 그치만 토도마츄는 나의 소중한 동생인 걸!]

[.................]

 

말문이 막혔다. 이 사람은 이렇게 작아졌음에도 형노릇을 하려는 건가. 간단히는 어리광 부려주지 않는구나. 의지하게 만들고 싶다는 내 마음을 모조리 파괴해버리는 동생 바보다.

 

[어잇, 이치마츠 왜 그래!!?]

[카라마츠가 너무 고귀해서 사망할 것 같은 거구나]

[최근 이치마츠형 자주 죽네!!]

 

뒤에서 다른 형들이 뭐라뭐라 소란스럽지만, 일단 무시다.

나는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카라마츠형 옆에 쭈구리고 앉았다.

 

[카라마츠형]

[?]

[오늘은 하루종일 유원지에서 보낼 거야. 팬케이크랑 퍼레이드로는 시간이 남아돌거든. 그러니까 카라마츠형이 가고 싶은 곳도 알려줄래?]

[그래도 대?]

[당연하지!]

[에헤헷! 그럼그럼, 회전목마하구. 간람챠....고 카트 타고 시퍼!]

[. 그럼 전부 타자!]

[!]

 

순진한 미소를 보이는 카라마츠형에, 나도 따라 웃는다. 설마하던 사실에 놀랐지만, 처음 예정대로 잔뜩 놀아야지. 카라마츠형이 만족할 때까지 잔뜩 어리광 부리고, 어리광을 받아 줄게.

 

저기 나의 왕자님. 이것만은 알아줬으면 해.

요즘은 공주님만 지켜야할 존재는 아니라고? 검을 들고 왕자님을 지키는 공주님이 요즘 유행이니까.

나도 그래. 지켜지기만 하는 공주님은 질색이야. 그러니까, 각오해둬 카라마츠형.

 

 

녹아내릴 정도로 잔뜩 귀여워해서, 나 없이는 살 수 없도록, 그 눈도, 입도, 귀도 막아줄게. 두손 두발에는 달아나지 못하도록 쇠사슬로 묶고, 평생 높아주지 않을 거야.

 

 

 

 

~. 이건 만약의 이야기, 예를 들자면................이니까?

 

 

 

 

 

 

 

 

 

 

 

 

 

 

 

 

 

 

 

 

 


길어서 반반 나눴습니다 :D

바로 다음편 업로드하니까 기다려주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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