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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을 알아차린 차남의 이야기

-분기 포인트 : 본편 이후의 이야기. 알아챘을 때의 이야기.

 

 

 

 

 

 

 

 

――― 그 날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집에서 나가는 것조차 쉽지 않게 된, 그 날로부터.

 

 

 

[후아...]

[졸린 건가? 토도마츠]

[. 갠찮아...]

[자도 괜찮다고. 나는 책을 읽을테니까]

[으으응-.....괜찮다니까....]

 

평소와 다름없는 2층방.

지금 있는 건 나와 토도마츠뿐.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이치마츠처럼 반쯤 눈이 감긴 토도마츠는 졸린 듯했지만, 감기는 눈을 애써 뜨려는 모습이 귀엽다.

매일 밤, 거실에서 잠드는 나를, 다들 일정 시간마다 차례로 모습을 보러 오고 있다. 그게 계속 된 탓에 잠이 부족해진 모양이다.

 

 

 

자신에게 일어난 사태는 이해하고 있다.

남성과는 전혀 닿을 수가 없게 되었다.

가까이 오는 것만으로 무서워서 움직일 수가 없게 된다. 무섭고, 두려워서, 참기 힘든 고통이 몸을 덮친다.

이유는 알고 있다. 이 몸이 당한, 떠올리고 싶지 않은 끔찍한 사건들. 수많은 남자들한테 강제로 당한 그것은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이 몸을 좀먹고 있었다.

그 때의 공포가 몸에 각인되어버린 증상이라고, 의사가 말했다.

이 세계의 모든 남성들을 대상으로 한 이 공포는, 형제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집안에서도 마미 이외의 누구도 나를 만질 수 없다.

다른 이들도 아닌 마이 브라더들에게까지 가까이 갈 수 없다니, 이 무슨 미스테이크인가.

집에서 나가지도 못한 지 얼마나 지났을까. 조금이라도 회복되었는지 알 방도가 없다.

 

[-무것도, 걱정할 것 없다. 금방 좋아질 거다. 나는 터프한 길티가이니까!]

 

필사적으로 만들어낸 미소로 모두에게 전한 말. 한껏 멋있게 폼 잡으며 말했는데.

내 말에 다들 울 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표정하지 말아줘. 조금 허세일지도 모르겠지만, 거짓말을 한 건 아니야.

금방 나을테니까. 분명 좋아질테니까.

사랑하는 브라더들도, 매일같이 그렇게 타일러준다.

마치 기도하듯이 중얼거리는 말.

걱정을 끼쳐버렸다. 민폐를 끼치고 있다는 자각은 있다. 내가 이렇게 칠칠치 못한 녀석이라, 다들 고생하고 있다.

――― 그럼에도, 무척이나 기쁘다.

형제들이, 이렇게 나를 생각해주고 있다. 사랑해주고 있다.

슬프고 괴로운 일,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일, 잔뜩 겪었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을 정도로, 지금은 행복하다.

 

 

[파칭코에서 다 날렸어~ 카라마츠, 오늘 발작 있었어?]

오소마츠가 평소와 같은 미소로 말을 건다.

[토토코짱의 라이브 성공적이었어. 빨리 다 같이 가고 싶네]

쵸로마츠가 찍어 온 영상을 재생하며 말했다.

[미안, 무리하게 만들어서....]

나를 빨리 나을 수 있도록, 늘 가까이 다가오는 훈련을 도와주는 이치마츠.

[아빠가 돌아오면 금방 알려드리겠머스루!!]

쥬시마츠는 언제나 문지기 담당. 아버지에게 들키지 않도록, 뛰어난 후각으로 귀가를 알려준다.

[우리들한테 닿을 수 있을 때까지 참을테니까]

토도마츠는 매일 꾸준히 날 위로해주었다.

 

 

이렇게 민폐를 끼치고. 평소라면 버림받고 버려져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인데.

다들 나를 소중하게 대해준다. 뭔가를 두려워하듯이 조심스럽게.

지금까지 내가 모두를 사랑해준 몫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되돌려주고 있다.

이런 행복이 있을까.

 

 

――― 분명, 대가였을테지.

그때 버려진 괴로움도, 낯선 남자들에게 당한 고통도, 전부.

사랑하는 모두에게, 이 둘도 없는 애정을 받기 위한.

 

 

 

[으응-............]

 

 

정기적으로 쵸로마츠가 도서관에서 빌려다주는 책. 소파에서 읽고있던 그것을 조용히 덮는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벽을 등지고 앉은 토도마츠의 손에서 핸드폰이 툭, 떨어진다.

일정한 숨소리. 역시 수마에 못 이기고 잠들어 버린 것 같다.

 

[토도마츠, 감기 걸린다고..?]

 

담요를 덮어줘야 한다는 생각에 발을 떼려다 멈춘다. 자신의 의지가 아니다. 멋대로.

 

[......]

 

...., . 떨린다. 아까까지는 괜찮았는데.

아아, 안 된다. 이 이상 가까이 가면 안돼. 당연히 닿는 것도.

정말 한심하다. 이런 간단한 것조차 할 수 없다니.

무리해서 가까이 갔다가 발작이라도 일으키면, 분명 토도마츠는 화를 내겠지. 울 듯한 얼굴로 [무리하지 말라고 했잖아!] 라며.

당연하다. 형에게 거부당한다니, 좋을 리가 없다. 매번 발작을 일으킬 때마다 얼마나 괴롭게 만들었던 걸까.

 

집에서 나갈 수 없는 내게, 매일 이렇게 누군가가 붙어있어 준다. 모두의 시간을 뺏는 것을 내가 신경쓰니까, 라면서 옆에 있는 건 늘 많으면 2. 다른 이들은 밖에 나가있는다. 이 좁은 방에 전원이 있는 것만으로 증상이 나오는 경우도 있으니까, 이전처럼 형제 모두가 이 방에서 뒹굴뒹굴하는 일도 없게 되어버렸다.

정말이지 곤란한 마이 바디다. 사랑하는 브라더들한테까지 한데 묶어 남자로서 거절해버리다니. 이리도 사랑스럽게 자는 동생마저도 만질 수가 없다니, 이 얼마나 한심한 일인가.

.......얼른 낫고 싶다.

다시 여섯명이서, 치비타의 좁은 가게에서 어깨를 맞대고 마시고 싶다. 한 장의 이불속에서 같이 자고 싶다. 싸우고 다퉈도 좋다.

모두에게, 닿고 싶다.

 

 

 

 

[카라마츠!! 오랜만이잖냐!!]

 

물이라도 마시려 계단을 내려간 순간 들려온 목소리에, 몸이 경직된다.

빼꼼 열린 창문에서 얼굴을 내민 것은,

 

[, 치비타......?]

[근처에 볼일이 있어서 왔다가 잠깐 들렀어. 잘 지냈냐?]

[......., 아아. 정말 오랜만이군]

 

키가 작은 탓에 뿅뿅 점프하며 창틀을 오르내리는 치비타의 대머리.

 

 

[너 혼자?]

[...토도마츠도 있다. 위에서 자고 있어]

[평일 대낮에, 좋은 팔자구만. 여전하구만 너희들은]

[.....저기, 치비타...]

[, 맞아! 신작 오뎅이 완성됐다고, 먹어보지 않을래?]

 

잠깐만, 넘어갈테니까, 라며. 내 답을 듣지도 않고 멋대로 넘어온다. 여전히 남의 말을 듣지 않는구나.

녀석이 들고 있는 약간 어둑한 은빛 냄비에서 좋은 향이 났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빙글빙글 국자를 휘젓더니, 순식간에 탁자위에 몇가지 어묵이 차려진다.

 

[, 치비타, 잠깐.......]

[? 이렇게 맛있어 보이는 신작을 제일 먼저 맛봐도 되는 거냐고?]

[그런 말 안 했거든!!]

[사양말라고. 괜찮은 게 당연하잖아, 수제자!]

[수제자 아니거든!!]

 

 

마무리로 국물을 부으면서 웃는 치비타에, 그가 위화감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거리를 둔다.

..........어쩌면 좋을지 몰랐다.

집에서 나가지 않게 된 이후, 가족 이외의 사람과는 거의 만나지 않았는데.

이런 상태가 된 걸 알아버린다면, 내가 몸을 팔던 것도 들킬지도 모르니까.

협박을 당했을 때처럼 영상이 뿌려지는 것보다는 나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일을 한 녀석이 가족 내에 있다는 게 세상에 알려지면, 마츠노가의 수치다. 지금보다 더 민폐를 끼칠 수는 없다. 그러니까 형제의 말대로 집에서 한발짝도 나가지 않았던 건데.....

 

[어때?]

[......딜리셔스하군. 역시 치비타, 솜씨가 더 좋아졌네]

[그치~? 자신작이거든, 이번거는]

 

어쩌지. 토도마츠를 깨우는 편이 좋으려나.

이 이상은 위험하다. 이 이상 가까워졌다간 큰일이다.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발작에 식은땀이 등을 타고 줄줄 흘렀다.

이런 걸 들켰다간, 치비타는 자신이 원인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일의 발단은 그의 유괴니까. 사실을 알면 분명 책임을 느낄 거다. 괴로워할 거다. 형제들처럼.

그는 좋은 녀석이다. 어릴적부터 모두와 싸우기만 했지만, 둘도 없는 친구. 상처주고 싶지 않다.

모처럼 와줬는데 미안하지만, 얼른 먹어치우고 돌려보내야지.......

 

[.......저기, 무슨 일있냐?]

[, 뭐가 말인가...?]

[너 말이야, , 카라마츠. 보기에는 괜찮아보이는데...]

[......무슨 소린가? 난 평소와 똑같다고..?]

[내가 아까, 오랜만이라고 했었잖냐. 그리고 너도 그렇게 말했고]

[? 아아, 그랬지]

[역시, 어제 우리 가게에 온 건, 네가 아니었구나]

[―――!?]

 

 

그랬다.

나만 계속 보이지 않으면 부자연스러우니까, 때때로 형제들 중 누군가가 내 모습을 하고 외출하곤 했다.

어제는 치비타의 가게에 갔었던 건가. 내가 밖에 나가고 싶어 하면 안 되니까, 일부러 말을 하지 않았던 거겠지.

 

[어제의 너, 뭔가 이상했거든. 위화감..이랄까. 아무튼, 그래서 확인하러 온 건데]

[무슨, 말이야...?]

[말하고 싶지 않으면 그만둘게. 그때부터 네 상태도 좀 이상했고, 유괴 같은 걸 해버려서 날 피하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거든......그래서 이몸이 오뎅을 먹여주러 온 거라고]

 

 

그리곤 다시 한번, 그때는 정말 미안했어, 라며 고개를 숙였다.

 

 

[뭔가 곤란한 일이 있으면 말하라고. 언제든 힘을 빌려줄테니까]

[......, 괜찮다 치비타. -프라블럼이라고. 지금은]

[그래? 그런 일이 있었는데, 형제들이랑도 괜찮은 거냐?]

[물론이지. 확실히 퍼펙트한 상태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결과적으로 치비타 덕분에 형제들과 서로 마음이 통한 것 같다]

 

 

그렇다.

지금 나는, 엄청 행복하다.

힘든 일도 있었지만, 지금은 이렇게 모두가 나를 생각해주고 있다. 소중하게 여겨주고 있다. 이 이상 바란다면 벌을 받을 정도로.

이제 남은 건 내가 이 증세에서 벗어나는 것뿐이다. 그러면, 처음으로 나는 5명을 꼭 끌어안아 줄 것이다.

고마워, 사랑한다 브라더-! 라며.

오소마츠는 웃는 얼굴로 쓰다듬어 주겠지.

쵸로마츠는 수줍어서 움직이지 않을지도.

이치마츠는 솔직하지 않으니까 화내려나.

쥬시마츠는 같이 꼭 끌어안아주겠지. 뼈가 부러지지 않도록 조심해야겠군.

토도마츠는 웃어주려나. 울지도 모르겠다.

분명 모두 기뻐하겠지, 그러면 전부 원래대로, 평소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완전한 해피 피날레이다.

 

 

나의 거짓없는 말을 믿어준 건지 치비타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뭐야, 억측이었나, 하고 기지개를 켜며 일어선다.

 

[뭐어,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괜찮지만. 가끔은 얼굴 보이러 오라고. 언제나 그렇듯 가게에서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

 

 

 

, 하고.

내 어깨에 얹어진 치비타의 작은 손.

코앞까지 온 친구의 얼굴과 눈이 맞는다.

케켓, 하고 웃는 치비타의 얼굴이 눈앞에.

 

 

?

어라.

 

 

[왜 그래?]

[,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뭐지?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모르겠다.

머리가 하얗게 된 나를 뒤로하고, 그럼 가볼게, 하며 들어왔던 창문으로 나가는 치비타.

뒤이어 포장마차를 끄는 드르륵, 하는 소리가 들렸다.

 

 

 

[..................?]

 

 

 

?

어떻게 된, 거지.

이상하잖아.

 

 

 

지금, 치비타는 내게 뭘 한 거지?

만졌, . 이 어깨를.

눈앞까지 가까이 왔었지?

그런데, 천천히 시선을 움직이자 가장 먼저 보이는 자신의 손은 조금도 떨고 있지 않다.

 

 

고요한 실내.

남아있던 따스한 오뎅만이, 아직 뭉실뭉실한 김을 방안에 흔들리고 있었다.

 

 

 

 

 

 

 

 

◇◇◇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밖을 달리고 있었다.

먼지가 쌓인 자신의 파란 구두를 신발장에서 꺼내어.

이불을 널기 위해 마당에 나가는 샌들 이외에 신발을 신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그립기까지 한, 다른 주택가의 길. 외출하는 건 몇 개월만인데 모처럼의 바깥공기를 만끽할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뭘 하고 있는 거지? 나는.

어째서 밖에 나온거지.

2층에서 자고 있을 토도마츠에게 아무런 말도 없이 멋대로 나와버렸다.

형제들이 알았다간 분명 걱정할 거다. 절대 나가지 말라고 했는데.

나가면 안 된다, 집에서.

...........어째서?

당연하잖아. 남자와 닿으면 발작을 일으키니까.

참을 수 없는 공포감에 현기증과 메스꺼움이 찾아와서 쓰러져버린다. 밖에서 그렇게 되면 큰일이지 않나.

그러니까, 형제들이 입을 모아 말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만약.

만약에.

그게 다른 의미라면――?

 

 

그럴 리가 없는데.

형제들의 말을 의심할 생각은 없는데.

어째서 나는, 그런 걸 떠올리고 마는 걸까.

 

하지만, 이상하잖아.

아까부터, 걷고 걸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스쳐지나갔다.

모르는 사람들뿐인데다, 연령도 성별도 다양하고, 그중 몇 명은 남자였다.

그 중에서 나를 범한 놈들과 닮은, 기름기가 줄줄 흐르는 중년 남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바로 옆에서 마주쳤음에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오소마츠들과 복도에서 마주칠 때는 멀리 있어도 기분이 나빴는데.

 

 

[나은....거겠지]

 

 

 

자신의 말에 억지로 납득한다.

아아 그래. 그런 거다.

아무런 예고도 자각도 없었지만.

치비타에게 그만큼 가까워지고도 괜찮았어. 그 이외는 생각할 수 없다.

방금까지 토도마츠한테 닿을 수도 없었는데, 대체 뭐가 계기가 된 거지?

 

 

저기, 카라마츠. 너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잖아?

드디어 나았다고. 이걸로 원래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고.

계속 기다리고 기다렸던 때가. 그게 지금이잖아.

.......그런데 어째서. 그 발로 2층에 가지 않았던 거야?

잠든 토도마츠에게, [나았다 브라더-!!] 라고 외치며 마음껏 끌어안았어야 했는데.

모두 기뻐할텐데. 토도마츠뿐만이 아냐, 오소마츠도, 쵸로마츠도, 이치마츠도, 쥬시마츠도.

이렇게나 민폐를 끼쳤어. 걱정을 끼쳤어. 빨리 알려서 안심시켜야 하는데. 이 기쁨을 나눠야 하는데.

그런데. 어째서.

내 발은, 사랑하는 집에서 점점 멀어지는 거지.....?

 

 

 

 

[쵸로마츠! 마침 딱 좋을 때에!]

[?]

 

갑자기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뒤를 돌아보니 바로 앞에 그리운 뻐드렁니가 빛나고 있다.

굉장한 스피드로 달려오는 건, 이야미였다.

카라마츠다만, 이라고 말하기도 전에 덤벼들었다.

 

[쫓기고 있잔쓰!! 구해달라잔쓰!!]

[? 쫓기다니....―――에에에??]

 

그의 뒤로 흙먼지를 일으키며 쫓아오는 건 대량의 고양이. 랄까, 다 큰 어른이 소동물에게 쫓겨 진심으로 도망치다니. 세력권 다툼인지 뭔지에 휘말린 건가? 그보다, 아직도 길고양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건가 이 녀석은.

이쪽의 답을 듣지도 않고, 이야미는 내게 매달려 숨듯이 뒤로 돌아섰다.

 

 

[, 어이! 멋대로 사람을 방패로 삼지 말라고 ―――?]

[히에에에에에!!]

 

우다다다다다. - 냐아- 하는 소리와 함께 차례로 고양이들이 덤벼든다.

부들부들하면서도 날이 잔뜩 선 발톱을 보이는 고양이들을 그대로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만다.

 

[, 뭘 한 건가?? 대체 뭘 한 건가, 이야미!]

[아무짓도 안 했잔쓰!! 그냥 녀석들의 생선뼈를 조금 빌렸을 뿐이잔쓰...!]

[그거 때문이잖아!! 얼른 돌려주라고!]

 

아직 그런 걸 먹는 건가!?

해결이 되질 않아, 거부하는 이야미의 손에서 생선뼈를 낚아채 저 멀리 힘껏 던졌다.

오랜만에 힘을 쓴 탓에 조절이 되지 않아, 순식간에 그것은 하늘 멀리서 반짝이며 사라졌다.

순식간에 고양이들은 방향을 전환, 엄청난 기세로 냐냐, 우다다다다 거리며 쫓아간다.

, 뭐였던 건가...

 

 

[, 심한 짓을 당했잔쓰....아아아, 덕분에 오늘도 저녁은 굶게 생겼잔쓰....어쩔거잔쓰 쥬시마츠!!]

[카라마츠다]

[누구든 상관 없잔쓰. , 손에 상처났잔쓰. 미의 프랑스산 손수건으로 닦으라잔쓰!]

 

 

역시 미안하다고는 생각했는지, 이야미가 손수건으로 내 손을 눌렀다. 프랑스산이라니 거짓말이겠지. 100엔샵에서 본 적이 있다, 이 무늬의 손수건.

손수건을 댄 손등에 뭔가 흐르는 감촉. 어느새 당한 모양이다. 그 외에도 작게 할퀸 상처는 많이 있었지만,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그렇게 아프지는 않았다.

 

 

......아니, 그보다.

닿았잖아. 지금, 이야미한테.

등에 식은땀이 흐르는 감각도 없었다.

치비타가 작아서 남자로 인식하지 못한 게 아닌가도 생각했는데, 이건 어디서 어떻게 봐도 중년 남자인데.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불쾌한 기분따위, 조금도.

 

 

........역시, 나은 거다. 그 이외에는 생각할 수 없다.

 

 

[흙투성이가 되어 버렸군. 미안하다, 손수건은 씻어서 돌려주겠다]

[?? .......무슨 말이잔쓰]

[]

[미와 달리 프랑스 출신도 아니면서, 일본어도 못 알아듣는 거잔쓰까.

....뭐어, 됐잔쓰. 그런 피투성이의 손수건 가져도 괜찮잔쓰]

[.........?]

[자아자, 아직 피가 나고 있잔쓰. 얼른 닦으라잔쓰]

 

 

톡톡 손등을 가리켜 쳐다보면,

영문을 몰라 들어올려진 손에서, 뚝뚝 손가락을 타고 흐르는 액체.

고양이 손톱에 당한, 세줄의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였다.

진흙이라 생각했다, 썩어버린 듯한 색. 마치 폐수와 같은 액체.

그것이 손수건을 잔뜩 더럽히고 있었다.

 

 

[―――!?]

 

뭐야, 이거.

대체 뭐야. 이거, 나한테서 나온 건가.

.........인가? 이게?

 

[......?]

[-, 꽤 지독하게 당했잔쓰. 반창고 주겠잔쓰]

 

이상하지 않나.

내 피가 폐수처럼 보였던 적이, 확실히 있긴 있었다. 하지만, 더러웠을 내 몸은, 이제 깨끗해졌을텐데.

남자들의 체액이나 정액에 물든 이 몸은, 형제 모두가 정화시켜 주었다.

내 피는, 5명의 것.

내가 다쳐서, 출혈이 심해 목숨이 위험했을 때에, 모두가 내게 준 혈액.

오소마츠와, 쵸로마츠와, 쥬시마츠와, 토도마츠와. 이치마츠도 솔선해서 피를 나눠줬다고 들었다.

모두가 도와주었다. 나를 위해서.

형제라는 증거. 가족간의 유대. 이 몸에 모두의 피가 흐른다는 것이, 무척이나 기뻤다.

 

그런데, 그 피가.

어째서 이런 색을 띠는 거지......?

 

 

[...이야미. 뭣 좀 물어봐도 되겠는가]

[? 뭐잔쓰]

[내 피.....무슨 색으로 보이는가]

[.........하아. 당신, 카라마츠잔쓰. 변함없이 중2병이잔쓰....선택받은 자의 피는 녹색이라든가 청색이라고 말해줬으면 하는 거잔쓰? 안 됐지만, 누가 봐도 새빨간 평범한 피잔쓰요]

[그런, ]

 

그렇게 보이는 건가, 이야미는.

아니, 아니다. 나만 그런 거다. 이런 색으로 보이는 건.

그럴게, 무척이나 가까이 있는 이야미의 얼굴. 그 얼굴에 난 할퀸 자국에 맺힌 피는, 어떻게 봐도 평범한 붉은색이니까.

망연자실한 내게, [좀 기분 나쁘잔쓰....] 라고 말한 이야미는,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다.

 

 

 

 

 

 

그러니까, 이상하잖아 카라마츠.

소중한 형제들의 피라고. 어째서 이런 색으로 보이는 거야?

5명이 날 구했다는 증거인데.

같은 유전자니까 가능했던, 혈연관계라는 증명.

구해줬는데. 모두가, 자신의 피를 내 몸에―――

 

 

 

―――!?

 

 

 

[?? ―――........]

 

 

 

눈앞이 아찔해질 정도의 현기증. 갑자기 밀려드는........구토감.

 

 

[우윽......게에에엑.....]

 

입을 틀어막아도 무리였다.

막을 틈도 없이 그것이 길가에 질척하게 쏟아져나왔다.

위액의 맛. 그와 함께, 아까 막 먹은 오뎅을 전부 토해냈다.

.....어째서.

, 갑자기....?

 

 

 

거짓말.

그럴 리가 없다.

극도의 혐오감. 구토감. 발작이 일어날 때와 같은 불쾌감.

이 몸에. 이 몸안에 흐르고 있는 것이.

무척이나 소중한 형제들의 피라고, 그렇게 생각한 것뿐인데.

기분이, 나빠지다니.....?

 

 

한방울이라도 허투루 쓰지 않기로 다짐한 형제들의 피.

이 몸에 흐르고 있는, 소중하고 소중한 것인데.

 

 

손목에 비치는 혈관에 칼을 꽂아, 전부 흘려버리고 싶어졌다.

 

 

 

 

 

◇◇◇

 

 

 

 

 

처음 와보는 빌딩, 옥상.

달리 들어가지 말라고 쳐둔 것도 없으니, 마음대로 들어가도 되는 거겠지.

나는 건물 끝에 걸터앉았다. 길을 지나는 사람들이 콩알처럼 보이는 까마득히 먼 땅을 내려다보며, 발을 아이처럼 동동 굴렸다.

세게 몰아치는 바람이 기분 좋다.

기분 좋은, .

어째서일까. 머리가 아프다. 마치 그 때와 같다.

갖가지 물건들이 내게로 차례차례 내던져진, 그 때.

수많은 남서들에게 차례로 범해졌던, 그 때.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

아무런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

그럴 리가 없다.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빙빙 머릿속을 돌고 도는 생각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같다.

아무리 부정해도, 결국 답은 똑같다.

 

 

텅텅 비어버린 머리가 내린 결론이, 너무도 무서워서.

 

 

―――미쳐버릴 것만 같다.

 

 

[카라마츠!!!!]

 

 

콰앙. 부서질 듯이 거세게 열린 문.

고개를 슬쩍 돌려보면, 거기에 있는 건 붉은색 파카. 저녁노을에 아름답게 물들어있다.

아아, 그래. 제일 처음 날 찾는 건 너일 거라고 생각했어.

내 모습을 확인한 오소마츠는, 턱을 타고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무릎에 손을 얹고 숨을 헐떡거렸다.

 

 

[....., , 하는 거야, 그런 곳에서...!]

 

 

어떻게 여기 있다는 걸 안 걸까.

그런 의문을 품고서야 알아챘다. 내 신발에 푸른색의 작은 전구 같은 게 붙어있다. 깜빡거리는 걸로 봐선.....발신기, 인가. 하타보한테 빌린 걸까.

곧바로 확인한 나는, 뒤를 돌아보며 웃었다.

저기, 오소마츠. 아니다. 이건, 아니야.

이런 짓을 해버리면, 오히려 수상하잖나. 아무리 머리가 나쁜 나라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내가 언젠가는 혼자 밖을 나갈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나가도 금방 찾을 수 있도록. 그렇게까지 철저하게 대비한 이유가, 대체 뭔가.

이런 짓을 한 탓에, 현실이 나의 가설과 맞아떨어지게 되지 않나.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옥상에 난간은 없다. 몇 센치의 아주 작은 단이 있을 뿐이다.

한발 내딛으면 곧바로 떨어질 위치였다.

바람이 강해, 돌풍이라도 불면 떨어질 것 같았다.

내가 그런 아슬아슬한 위치에 서있는 걸 본 오소마츠는,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마음대로 나가지 말라고 했잖아!!! 돌아가자고, 얼른!!]

 

예상대로 화내는구나.

화내고 있는데.

.......왜 그러나? 오소마츠.

평소의 너라면, 억지로 손이든 목덜미든 잡아서 끌고라도 데리고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어째서, 너는 거기에서 움직이지 않는 건가?

손을 뻗지도 않아. 어째서지?

아아, 그런가, 나는 지금 누군가에게 닿으면 안 되는 상태니까, 인가.

 

 

 

―――한번, 내기를 해볼까.

역시 나는, 나았다.

그 지긋지긋한 증상에서, 드디어 벗어났다. 그러니 치비타도 이야미도 날 만질 수 있었던 거다. 이제 그 누가 만져도 괜찮다. 원래대로 돌아왔다. 원래의 생활로 돌아간다.

증상이 나았다고 해도, 낯선 남자들에게 당한 짓들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형제들과 함께라면, 분명 극복해낼 수 있다. 그럴 거다.

완치하면 하고 싶었던 것, 쭉 생각해왔던 것을, 지금 바로, 실행하자.

오소마츠와 어깨동무를 하고.

쵸로마츠와 쥬시마츠를 끌어안고.

이치마츠와 토도마츠 사이에서, 늘 그랬듯이 잠을 자는 거야.

드디어 돌아왔다. 지금까지의 나로.

 

 

 

[내 얘기 좀 들어봐라, 오소마츠. , 다 나았다]

 

 

있는 힘껏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린다. 난 지금 제대로 웃고 있는 걸까.

내 말에, 오소마츠는 예상대로의 반응을 보인다. [] 하고 말을 잇지 못한다.

 

 

[아까 치비타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 그리고 이야미한테 상처 치료도 받았지.

그런데 두 사람한테 만져졌음에도 발작을 하지 않았다]

 

 

드디어 나았다고. 굉장하지?

모두 열심히 간호해 준 덕분이다.

그러니, 다들 기뻐해주겠지.

 

 

[....카라마츠. 그 얘기는 나중에 하자. 일단 이쪽으로 와]

 

 

 

나았다고 했는데.

오소마츠는, 기뻐하는 얼굴은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 곳에 있으면 위험하다고. 집에 돌아가면 다시 얘기하자]

 

 

....오소마츠, 내 말 들었지 않나.

나았다. 그렇게 말했는데. 어째서 놀라지 않는 건가? 왜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는 건가?

어째서 너는, 거기서 움직이지 않는 건가.

이 거리감, 싫어도 알고 있다. 몇 차례나 시험해서 얻어낸, 너희들에게 다가가도 괜찮은 아슬아슬한 거리. 거기에서 너는, 어째서 한 걸음도 내딛지 않는 건가.

 

 

[오소마츠......이쪽으로 와라]

[........]

[나았다, 고 했잖아. 치비타도 이야미도, 날 만졌다. 착각이 아냐]

[...........]

 

오소마츠는 여전히 굳은 얼굴을 한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그곳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

더는 숨이 차지 않을텐데, 여전히 땀이 턱을 타고 떨어진다.

별일이군, 네가 그런 얼굴을 하다니.

평소처럼 입심 좋게, 아무렇게나 말해도 임시방편이 될 변명이,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는 듯한. 그런 얼굴.

 

 

그런, .

역시, 그런 건가.

알고 있었구나, 모두.

오소마츠만이 아냐. 쵸로마츠도, 이치마츠도, 쥬시마츠도, 토도마츠도.

알고 있었구나. 내가 무서워하는 건, 거절하는 존재는.

 

 

 

―――너희 5명이었다는 것을.

 

 

 

 

 

이게 대체 무슨 소극[각주:1]이란 말인가.

웃음밖에 안 나온다. 나조차도 이해가 안 되는데, 누구라고 되겠는가.

다들 알고 있었다. 내가 거부하는 건, 자신들임을. 내가 두려워하는 건 5명뿐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발작이 일어났을 때의 형제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가까이 온 것만으로 무서워하는 나. 그걸 보는, 슬픈 눈의 5.

그때마다 나는, 얼마나 형제들을 상처입히고 만 것인가.

 

 

얼른 모두에게 닿고 싶다. 어깨동무를 하고, 서로 마주보며 웃고 싶다.

라니, 웃기기 짝이 없는 소원.

나는 그런 말을 태연한 얼굴로 내뱉었다. 모든 것을 알고 있던 형제들을 보며.

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상황이란 말인가.

 

 

[부탁이다.....부탁이야, . 이쪽으로 와―――]

[....!?]

 

 

바람이 세게 분다.

힘을 빼고있던 몸은, 그 기세에 간단히 떠밀려 휘청거렸다.

내 몸은 휘청거리며, 바닥이 없는 공중으로 기우뚱했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이, 후욱, 떠밀린다.

 

 

[카라마츠!!?]

 

 

탁탁탁, 하는 다급한 발소리. 달려오는 듯한 소리에 쳐다보면, 오소마츠가 손을 이쪽으로 내밀고 있다.

다행이다, 겨우 손을 내밀어줬어.

괜찮다고, 형님. 나는 다 나았으니까.

나았으니, 난 형의 손을 잡을 수 있다.

형이 내 손을 잡아, 끌어 당겨준다면, 난 떨어지지 않아.

 

 

 

 

하지만.

 

 

 

[―――!!!]

 

 

우수수, 밀려오는 오한.

눈앞까지 가까이 온 오소마츠의 얼굴.

나와 같은 얼굴. 형제와 같은 얼굴.

.......그 때.

발 아래로 뜨겁게 타오르던 불꽃 속의 나를, 내려다보고 있던 때와 같은 얼굴.

그 직후의 격통까지 순식간에 머리를 스쳐지나간다.

틀림없다. 이건 몇 차례나 반복해왔던, 발작의 감각.

 

 

내게로 뻗어진 손. 그 손을 잡으면 되는 건데. 그러면 되는 건데.

 

 

 

―――나는, 뻗으려던 손을 거두었다.

두렵다라는 이유로.

 

 

 

온몸이, 지금까지의 가정을 진실로 받아들였다.

.....역시 그랬던 건가. 그랬었구나.

모두에게 전할 사과의 말도 떠오르지 않는다.

새파랗게 질린 형의 얼굴. 내게로 뻗은 손이, 허공을 잡는다.

있는 힘껏 손을 빼버린 탓에 몸이 밖으로 퉁 튕겨나간다.

둥실, 공중에 떠올랐다는 생각도 잠시.

엄청난 속력으로 아래로 떨어져, 눈앞에 있던 형의 얼굴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보이는 건 하늘뿐. 오렌지 빛의 하늘이 펼쳐져있다.

 

 

 

아아, 또 이 색인가.

5명이 나란히 걸어갔던 저녁노을.

내 몸을 휘감았던 불꽃의 색.

제일 싫어하는 색.

지긋지긋하다. 최후의 순간까지 이런 절망의 색을 봐야한다니.

 

 

 

[―――]

 

 

 

내기는 졌다.

 

 

하지만, 오히려 다행이다.

만일 그 현실이 진짜라면.

내 공포의 대상이. 닿는 것만으로도 고통인 상대가,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너희들이라면.

다들 이미 그걸 알아채고, 날 상처주지 않기 위해 그걸 감추고 있었다면.

 

 

[카라마츠―――!!!!]

 

 

 

그렇다면 나는, 분명,

죽고 싶어 했을테니까.

 

 

 

 

그러니까.

오히려, 다행이다.

 

 

 

 








구하지 못한 형제들의 이야기

IF엔딩 첫번째입니다 :D



몰랐는데 IF엔딩이 있었네여

알려주신 분 감사합니다 (_ _)




 

 다음 엔딩은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기대해주세요 '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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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하나 답해주진 못하지만

댓글 다 읽고 있습니다!

마음속으로 열심히 답하고 있어여! ;ㅂ;


답해주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여러분 사랑해여 '3' ♥


  1. *소극(笑劇) - 관중을 웃기는 것이 목적인 연극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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