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락받은 작품입니다

무단전재는 금지입니다!!!




오역, 의역, 발식자 주의

불펌금지, 공유는 블로그 주소를!!

http://joniamhungry.tistory.com/




 【블로그 이용시 필요한 공지들 링크】


*저작권/무단전재 관련*


*요청 관련*


*R18 비번 관련*

























12시 종은 울리지 않아

머릿속에서 천사가 교회의 종을 울리고 있다.
유리구두 대신 두고 간 분홍색 슬립온을 움켜쥐며, 당당하게 사라지는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 . 맞습니다, 역앞의....... 죄송하지만 기다리고 있을테니 데리러 와주실 수 있을까요. ............, 부탁드립니다. , 그럼 기다리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아츠시는 테이블 구석에 핸드폰을 처박아둔다. 얼음이 다 녹아버린 하이볼[각주:1]로 목을 축이며, 옆자리에서 근사하게 뻗어있는 친구의 뒤통수를 내려다본다.

좀 전까지 큰소리로 여기에 있지도 않은 여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어대던 이 핑크빛 친구는, 지금은 잠꼬대 섞인 푸념을 해대며 축 늘어져 자고 있다.

 

몇시간 전에 끝난 미팅은 그의 마음을 엉망으로 만들고 끝나버렸다.

그 뒤에는 여성들의 애프터 권유도 마다하고, 상심한 친구 ―― 토도마츠와 함께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마시길 여러번. 늘 자신의 주량만큼만 마시던 친구는 분노 때문인지 설움 때문인지 계속 퍼부어 마시더니 결국 쓰러졌다.

 

이제는 완전히 꿈속에 빠졌다. 꿈속에서도 여자한테 무슨 말을 듣고 있는 건지, 미간에 주름을 잔뜩 세우고 짜증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미팅에서는 여자들이 좋아하는 귀여운 칵테일만 마셨지만, 그 후에는 맥주나 일본주, 위스키 등등 짬뽕이다.

내일이면 분명 숙취로 고생할 그를 떠올리며 아츠시는 작게 웃음을 흘렸다.

 

토도마츠와는 바둑클럽에서 알게 되었다.

압도적으로 어르신들이 많은 가운데에서 찾아낸 또래 동성친구로, 먼저 말을 걸어온 건 그쪽에서였다. 고학력, 고수입에 키도 얼굴도 괜찮고 직업도 좋으며, 사람과의 관계도 그럭저럭 잘 해내는 아츠시와, 고졸 프리터에 동정인 토도마츠는 서로 접점이 거의 없었지만 토도마츠의 화려한 대화기법에 사로잡혀 금방 친해졌다.

클럽이 아니어도 한달에 몇 번인가 만날 정도로 사이가 좋다.

 

그래서 그는 친구를 아무것도 없남이라고 부르는 여성들은 정말 안목이 없다고 생각한다.

 

확실히 학력도 나쁘고, 고정된 일도 차도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그에게는 자유가 있다. 다양한 취미를 즐길 시간과 마음의 여유를 갖고 있다.

언제나 악랄한 태도로 귀여운 척을 하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남자다운 점이 있다.

지금까지 만났던 사람들에게는 없었던 장점들을 갖고 있는 이 핑크색 친구를, 아츠시는 유달리 좋아했다.

 

그래서 그는 토도마츠에게 아무것도 없남이라고 부르는 여자들에게 은밀하게 분노하며, 그들의 애프터 신청을 모두 거절하고 이렇게 둘이서 마시고 있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연애를 해보긴 했지만, 그때마다 드는 생각은 여자는 귀찮은 생물이다였다. 언제나 바라는 건 남자의 가치뿐. 어떤 학교를 나오고, 어떤 회사에 근무하고, 어떤 차와 시계, 지갑, 구두, 슈트를 지니고 있는가. 그것이 자신을 얼마나 더 빛나게 해줄 것인가.

그게 중요한 것이지, 아츠시 자신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토도마츠는 늘 아츠시에게 승자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아츠시 같은 사람은 찾으면 꽤나 있지만, 토도마츠 같은 사람은 좀처럼 없으니까.

 

 

'아아, 그러고 보니 남자만 잔뜩인 여섯 쌍둥이라고 했던가'

 

 

전부 니트라고 했으니까, 적어도 5명이나 자신과 같은 사람이 있는 건가.

뭐야 그거, 재밌네.

 

아까의 전화 상대로 아마 형제 중 하나일 것이다.

놀랐는지 조금 흥분한 목소리로 동생을 걱정했다.

토도마츠는 쓰레기 같은 형제라고 했지만, 너무 예상과는 반대의 반응이라 곤란할 정도다.

취할 때면 형제의 이야기를 하는 친구는, 늘 쓰레기니 바보니 그렇게 말하면서도 행복해 보였다. 외동인 아츠시에게 그것 역시 선망의 대상이었다.

 

흘끗 손목 시계를 보니, 마츠노가에 연락한 지 10분이 지나있었다.

슬슬 도착할 시간이라 계산서와 따뜻한 차를 부탁했다.

드르륵, 조심스럽게 술집 미닫이문이 소리를 낸 건 그때였다.

소리를 들은 아츠시는 몸을 틀어 그쪽을 바라본다.

 

거기에 서있는 건, 화장은 하지 않았지만 파란 후드티와 스키니를 입은 몸매 좋은 여성이었다. 야무진 큰 눈. 그것을 따라 긴 속눈썹이 둥글게 곡선을 그려 볼에 짙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여성치고 다소 굵은 눈썹은 살짝 아래로 내려가있어 귀여워 보였다.

작은 코는 오똑하고, 조금 큰 입은 절묘하게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통통한 입술은 특별히 화장을 하지 않았음에도 장밋빛으로 물들어, 마치 버찌 같았다.

파란색 후드티에 검정 스키니는 매우 간단한 옷차림이었지만, 그것이 오히려 그녀의 몸매의 장점을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다리는 가늘고 길게 쭉 뻗어있었지만 너무 마르지 않았고, 발목부터 종아리까지 단단하게 자리잡은 근육이 그려낸 라인이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헐렁한 후드티를 입고 있어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가슴에 볼륨이 있었고, 한번도 염색한 적이 없는 건지 움직일 때마다 흔들리는 긴 생머리는 마치 샴푸광고를 하는 듯했다. 머리끝이 갈라지고 푸석푸석한 머릿결과는 거리가 멀었다. 술집의 형광등 빛을 받아 반짝이는 엔젤링[각주:2]은 매우 거룩하게 느껴졌다.

 

나이는 나와 비슷할까.

아츠시의 주변에 흔한 ―― 예를 들면, 같은 회사의 OL, 오늘의 미팅 상대 ―― 여성들처럼 누가 봐도 사랑스럽고 아름답게 느낄 외모는 아니었지만, 한번 보면 잊혀지지 않을 인상적인 여성이었다.

그녀는 가게 안을 두리번거리다, 아츠시 옆에 엎드려있는 핑크색 덩어리를 발견하자 부드럽게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

그 웃음은 비유하자면, 잠을 못 이루는 밤에 먹는 꿀과 브랜디가 들어간 뜨거운 우유같은 달콤함이 몸속에 녹아들어 따뜻하게 퍼지는, 그런 웃음이었다.

문을 연 채로 그녀는 한 걸음씩 발을 내딛었다.

 

또각, 하고.

원래라면 운동화에서 날 수 없는 그런 소리가 분명히 아츠시의 귀에 울렸다.

등도 시선도 걷는 라인도 모두 똑바로 이쪽을 향하고 있다.

그 모습을 아츠시는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몇 걸음만에 가까워진 거리에 그는 긴장해 버린다.

그런 그를 보고 그녀가 방긋 웃었다.

 

 

[네가 아츠시군?]

 

 

여성치고는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술에 달 뜬 뇌에 스며들어 가는 듯했다. 자신의 이름이 이렇게 달콤하게 들린 건 처음이어서 아츠시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연락줘서 고마워. 너에 관한 건, 늘 토도마츠한테 듣고 있어]

 

 

그녀는 더욱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이미 의식이 없는 토도마츠의 머리를 슬며시 쓰다듬었다.

걷어올린 후드티 소매로 보이는 가녀린 팔!

세상의 모든 사랑스러움을 가득 담은 듯한 시선이나 손놀림은, 모두 의식이 없는 토도마츠에게 향해 있었다.

백옥같은 손이란 건 이런 걸 말하는 걸까, 아츠시는 술 탓인지 그녀 탓인지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로 멍하니 생각했다.

 

[아뇨....저야말로....일부려, , 죄송합니다.....토도마츠군, 완전히 뻗어버려서....., , 누님? 한테....오라고 해버려서......]

 

언제나 필요 이상으로 잘 움직여줘서, 그를 영업부의 최고 팀으로 만들어준 입은 어째선지 지금만은 제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더듬거리면 말하는 입에, 괜히 차게 식어버린 차만 들이킨다.

 

[아아, 괜찮다. 과하게 마신 동생이 잘못이니까. 이쪽이야말로 일부러 연락까지 하게 해버려서 미안하군. 이만 데리고 돌아가지]

[, , 역시, 제가 업고 같이 가겠습니다! , 여자가 남자를 업고 가는 건 힘들고――...]

 

토도마츠는 남자만 여섯명이라고 했었으니, 당연히 전화 상대는 남자형제 중 누군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데리러 와달라고 부탁한 건데, 마중을 온 게 여성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이렇게 아름다운 미녀에게, 나름대로 단련하고 있는 성인 남성을 혼자 업고 가라니 역시 그건 아니다.

그렇게 생각해, 부랴부랴 자신이 업고 가겠다고 제안을 하자, 그녀는 곯아떨어져 축 늘어진 토도마츠를 가볍게 안아 올렸다. 그것도 공주님 안기로.

너무 뜻밖의 광경에, 아츠시는 어정쩡하게 일어선 상태로 굳어 버렸다. 나는 지금 뭘 보고 있는 걸까.

움직일 때마다 찰랑이는 머리에서 나는 꽃향기가 눈앞의 풍경과 매치가 안 되어, 마치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몰래 손톱을 세워 손바닥을 찌르자, 역시 고통이 느껴졌다.

 

[마음은 고맙지만 사양하지. 괜찮다, 나는 형제들 중에서 가장 힘이 세니까!]

 

그렇게 말하며 자랑스럽게 웃는 그 얼굴은 어딘가 소녀다웠다.

남녀역전 공주님안기 in 술집, 이라는 비현실적인 상황 속에서 아츠시는 처음으로 첫눈에 반한다는 경험을 하게 된다.

 

 

 

 

 

 



총4장의 단편입니다

전부 올린 후 카테고리 만들겠습니다 'ㅂ')/







  1. 위스키에 소다수를 넣고 얼음을 띄운 음료 [본문으로]
  2. 머리에 빛이 반사되어 링같은 형태로 보이는 것 [본문으로]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