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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러 요소가 있습니다. 아니, 애초에 호러 소설입니다.

하지만 카라마츠 때문에 전혀 무섭지 않아!!!!!!! 랄까, 개그!?

라는 느낌이니 편하게 감상하셔도 됩니다.

(하지만 혹시 모르니 주의바랍니다) ※





















사이코패스는 알아채지 못한다

 

 

 

카라마츠 *소라고둥 모르는 건가? 소금 뿌려서 먹으면 맛있다고!

(*소라고둥(ホラガイ, 줄여서ホラ)와 호러,공포의 의미인 ホラー 와 발음이 같습니다)

 

 

 

 

 

 

❄ ❄ ❄

 

 

 

 

벚꽃 나무 아래에는 시체가 가득 차 있다!

이건 믿어도 되는 말이다.

왜냐니, 벚꽃이 그렇게나 아름답게 피는데 그런 괴담은 믿을 법하지 않나.

나는 그 아름다움을 믿을 수 없어 며칠을 불안해했다. 그러나 지금 드디어 알 때가 왔다.

벚꽃 나무 아래에는 시체가 가득 차 있다. 이건 믿어도 되는 것이다.

 

 

 

 

 

시를 낭독하는 ・・・・ . 하항~

따위를 말하면서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있던 찰나, 나는 문득 생각했다.

 

 

 

[...........진짜로?]

 

 

 

 

 

 

 

 

[어이 카라마츠, 너 어디 가?]

오소마츠형이 살짝 거실의 미닫이에서 얼굴을 내비치며 말했다. 나는 스니커즈를 신으며,

[잠깐 땅 좀 파러 갔다오겠다]

라고 대답했다.

[, 그게 뭐야~? 뭐 보물이라도 찾으러 가는 거야? 나도 갈까~]

[돈이 손에 들어오는 일은 아니다]

[- 그럼 사양할래]

돈의 노예&인간쓰레기의 귀감인 오소마츠형은 순식간에 질린 얼굴을 하고 거실로 다시 들어갔다. 미닫이를 드르륵 닫고 밖에 세워져 있는 삽을 어깨에 짊어졌다. 옷은 평소에 입던 오자키 같은 차림새가 아닌, 적색의 옷을 입었다. 전에 토도마츠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스타벅스에 형제들과 함께 갔을 때 입었던 옷이다.

작게 노래를 흥얼거리며 어슬렁어슬렁 목적지까지 걸어갔다.

 

 

 

 

 

 

 

 

 

내가 텔레비전을 깨뜨린 다음날, 형제들은 모두 원래대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 일주일 동안의 기억을 잊어버렸다.

[정말 기억 안 나?]

어느 때보다 진지한 표정으로 묻는 오소마츠형에 쵸로마츠들은 살짝 고개를 갸우뚱 거린 뒤,

 

[카라마츠가 청소 하던 것까지는 기억해] 라고 말했다.

 


 

그랬다. 나는 그 일주일간 청소에 몰두하고 있었다.

택배로 온 고기를 사용해 만든 요리를 먹은 쥬시마츠가 구토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눈을 커다랗게 뜨고 덜덜 떨면서 구토를 하는 바람에 구급차를 부르려고 했을 정도다.

결국 오소마츠형이 말려서 구급차는 부르지 않았지만, 쥬시마츠는 그 뒤로 움직이지도 말하지도 않게 됐다. 나는 다다미에 흩뿌려진 토사물을 치웠다. 자신이 만든 요리를 먹은지 얼마 되지 않은 탓인지 거의 소화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토해내져 있는 것은 어쩐지 슬픈 광경이다.

 

 

동생들이 외출하지 않고 매일 하던 목욕탕에도 못 가게 됐다. 토도마츠는 혼자서도 괜찮았지만, 다른 동생들은 그렇지 않아 이치마츠와 쥬시마츠는 내가 욕실에 데려가면, 오소마츠형과 쵸로마츠와 함께 목욕을 했다. 그리고 내겐 전에 없던 목욕탕 청소라는 일이 늘어났다. 이건 꽤 힘들었다.

먼저 배수구. 어째선지 엄청난 양의 머리카락이 매일같이 배수구를 막았다. 그걸 손으로 잡아 뽑자, 엄청 긴 까만 머리카락이 쑥 빠져나왔다. 남자 7명에 여자 1명인 가정에서 머리카락의 주인이 될 만한 사람은 어머니인 마츠요 뿐이다. 고작 하룻밤에 이 정도나 빠졌다면 이미 탈모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왠지 천장 환풍구에서도 검붉은 액체가 벽을 타고 길게 흘러내렸다. 도대체 뭐가 새는 걸까. 계속해서 이런다면 업체를 부르겠다고 마음먹었다.

 

창문 청소도 대규모 작업이다. 집에 존재하는 모든 창문에 손자국이 가득 남아있었다. 그것도 내가 몇 번이고 깨끗이 닦고 닦아도 매일 다시 생겼다. 나중에는 나도 고집이 생겨 끈기 싸움처럼 되어 버렸다. 바깥에 남은 손자국은 근처 꼬마의 장난인 것 같다. 2층 창문에도 남아있고, 요즘 아이들은 정말 장난이 지나치군. 하지만 안쪽에 남은 자국은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성인이 되어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건지, 우리 니트들은.

 

그리고 최근들어 집 주변에서 까마귀가 까악까악 울부짖고, 검은 고양이가 집 주위 곳곳에서 활보하고 있었다. 집을 나온 순간, 푸드득 소리를 내며 날아오르는 까마귀에 불쾌한 기분을 느낀게 몇 번인지 모른다. 까마귀도 고양이들도 음식물 쓰레기를 뒤져서 힘들다.

 

 

 

 

 

 

일어나고 바로 리모컨을 든 쵸로마츠가 버튼을 눌러도 반응하지 않는 텔레비전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일의 전말(내가 부쉈다는 것)을 들은 토도마츠는 바로 내게 화를 냈다.

[좀 카라마츠형!! 왜 텔레비전을 부순 거야!? 형이 다치는 건 상관없지만 텔레비전을 부수는 건 좀 아니라구!?]

내가 텔레비전 > 라는 것에 울상이 되어 사과하면 뒤에서 느릿느릿 일어나 다가온 오소마츠형이,

[, 아침부터 시끄럽네- 텔레비전이라면 내가 살테니까!]

라고 믿어지지 않는 말을 한다.

[, 오소마츠형 그거 진짜야!?]

[오소마츠형 열이라도 있는 거 아냐? 괜찮아?!]

[오늘은 해가 서쪽에서 뜨겠군]

[아니거든-!! 텔레비전 산다고 했을 뿐인데 날 평소에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바보]

[니트]

[돈의 노예]

[동정]

[텔레비전이랑 동정인 거랑 관계 없거든!! -! 정말이지, 너희 형님에 대한 존경심이 너무 부족한 거 아냐!?]

[무슨 소리야, 존경하는 게 당연하잖아. 나 소X의 신상이 좋아55인치짜리]

[저기 오소마츠형, 사는 김에 블루레이도 사자~ 지금 플레이어 낡았잖아?]

[내가 알아서 살 거야!!]

오소마츠형의 사겠다는 발언은 거짓이 아닌 듯, 그날 밤에 진짜 새로운 텔레비전이 원래 텔레비전이 있던 자리에 놓여있었다. 나랑 형제들이 그걸 보고 엄청 기뻐했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겠지. 그걸 본 오소마츠는 슬쩍 웃었다. 그 미소가 평소와 다르게 보였던 것은 착각이 아니다. 마치 미아가 된 아이가 결국 부모와 만나서 심하게 안심하는 표정이라고 하면 좋을까.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낯설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카라마츠걸과 만나기 위해 고독의 여행을 떠났다 돌아온 내가

[다녀왔다, 브라더-]

라며 현관문을 열자 오소마츠형과 자신을 제외한 형제들이 본 적도 없을 정도로 진지한 표정으로 밥상을 둘러싸고 있었다.

[....브라더. 작전 회의라도 하는 건가? 그렇다면 이 참모 카라마츠가 참가해야겠군-]

[, 안쓰러움을 넘어서 짜증나니까 그만해. 지금 진지한 이야기 중이니까 농담 하지마]

그렇게 말하고 토도마츠와 이치마츠가 노려보기 시작했다. 하아, 하고 관자놀이를 누고 있던 쵸로마츠가 지친 듯 한숨을 쉬었다. ......뭔가 한 건가?

내가 겁먹은 게 드러났는지 쵸로마츠가,

[안심해, 카라마츠 때문이 아니니까. 일단 앉아]

라며 옆을 가리켜서 나는 움츠러든 채로 쵸로마츠와 쥬시마츠 사이에 앉았다.

이치마츠의 시선이 따가운 것은 평소랑 다름없지만, 어째서 토도마츠까지 그러는 거지?

 

 

[오소마츠형, 요즘 이상하지 않아?]

 

[그런가?]

[?]

[?]

 

쵸로마츠의 말에 그렇게 답하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라고 되물으며 멍한 얼굴을 보인다. 그것에 놀라 이쪽도, [?]라고 되물으면 나 이외의 4명이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

[이상하잖아. 최근 밤중에 자주 가위도 눌리고 있다고?]

[잠을 못 자는 건지 모르겠지만, 다크서클도 심하지~]

[식욕도 없는 것 같아...]

[가끔 뭔가 두려워하는 것 같았어!!]

 

각자 그렇게 말하는 동생들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지만, 마지막 쥬시마츠의 말에 눈썹을 찡그렸다.

[두려워한다고? 그녀석이 두려워하는 것도 있던가?]

[두려워하니까 이상하다고 하는 거지!!]

막내 동생의 외침에 조금 움츠러들어,

[, 그런가....] 하고 답한다.

[뭔가 환각이나 환청도 듣는 것 같아]

[뭐야 그게?]

쵸로마츠가 놀란 목소리로 반문한다. 토도마츠의 설명에 따르면,

몇주 전에 토도마츠가 집에 돌아왔을 때, 거실에서 말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그것 평소와 다름없어 이상할 것도 없었지만, 현관에는 오소마츠의 신발 뿐이었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소리를 내지 않고 방에 가까이 다가가 엿들었더니, [시끄러워], [사라져] 같은 오소마츠형의 화난 목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비슷한 일이 있었어....]

라고 이치마츠가 입을 열었다.

어느날 이치마츠가 방구석에서 놀고 있을 때, 왠지 오소마츠형이 계속 휴대폰을 바라보고 있었다고 한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계속 전화가 와] 라고 엄청난 눈빛으로 핸드폰을 쳐다보며 증오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고 한다.

또한 쥬시마츠는, 길을 달리고 있을 때 오소마츠형과 만나 야구를 하자고 권하려는 순간, 오소마츠형이 갑자기 달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누군가 쫓아오고 있어!!]라고 하며 뒤를 계속 돌아보면서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오소마츠에 쥬시마츠는 아무 말도 못 했다. 게다가 쥬시마츠에게는 오소마츠 이외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 오감이 뛰어난 쥬시마츠인데도.

 

[, 그리고 이야기 주제도 너무 갑자기 휙휙 바뀌지]

[파칭코에서 엄청 땄다고 얘기하다가 갑자기 고등학생 시절의 이야기를 꺼내고, 그러더니 갑자기 예능프로 얘기를 꺼내고. 이야기가 갑자기 휙휙 바뀐단 말이지. 때때로는 그 의미도 모를 때도 있고]

그거 외에도 뭔가 이상한 게 많지, 라는 토도마츠의 말에 다른 3명이 고개를 끄덕인다.

[말을 걸어도 반응 없고]

[그치만 나 저번에 대화했었어. 이야기하다가 가벼운 농담으로 오소마츠형 바보! 라고 했는데, 평소의 오소마츠형이랑 달리 닥쳐!!죽인다!!’라고 소리쳤어. 그러고 바로 사과하긴 했지만. 그거 엄청 진심이었고 무서웟어....]

[아무리 기분 나빠도 오소마츠형은 그렇게 말할 사람이 아니잖아]

[그렇지.....]

 

 

 

[어쩌면, 형 병에 걸린 걸지도]

불쑥 쵸로마츠가 말했다.

[내가 조사해봤는데, 오소마츠형 어쩌면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긴게 아닐까. 그 병에 걸리면 환각이나 환청 증상이 있다던데.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질 않으니까 멍해지는 일도 많고, 말도 두서가 없어진다고 하더라. 불면증도 생기고]

[그런....왜 오소마츠형한테....]

[모르지. 오소마츠형이라도 인간이니까. 어쩌면 오소마츠형 혼자 스트레스 받고 있었는지도...]

쵸로마츠가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숙였다. 토도마츠도 고개를 숙인다. 이치마츠는 눈을 내리깔았다.

방에 무거운 침묵이 가라앉는다.

 

동생들의 얼굴을 바라본다. 망연자실한 아이 같은,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항상 자신들 앞에 선 큰 버팀목을 잃는 것이 불안해진 걸까.

 

 

[브라더-, 내게 맡겨주지 않겠나]

내가 그렇게 말하면, [?]라고 말하고 싶은 얼굴이 보인다.

[오소마츠형이 그렇게 되었다는 걸 알아채지 못해서 미안하다만, 병원에 가기 전에 조금 내게 시간을 주지 않겠나. 어쩌면 오소마츠형은 남에게 말할 수 없는 뭔가를 고민하고 있는지도 모르잖아?]

[...........괜찮은 거야?]

[쿠소마츠한테 맡기는 거? 좀 불안한데.....]

[, 나는 마츠노가에서 태어난 차남, 마츠노 카라마츠다. 형을 믿으라고, 마이 브라더-]

그렇게 말하곤 찡긋, 윙크를 날리면 4명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진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나를 믿고 맡겨주는 점, 싫지는 않다고. 형제를 생각하는 브라더를 가진 나는 엄청난 행운아로군.

 

 

 

 

 

밥상 앞에 앉았다. 평소라면 카라마츠걸과 데이트를 하러 나가야 하지만, 오늘은 특별히 할 일이 있으니 데이트는 취소다.

거울을 가만히 바라보며 오소마츠형이 일어나기를 기다린다.

형제들은 왠지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화장실에 가고 싶은거면 빨리 가면 될텐데.

[안녕-.....]

오소마츠가 저기압인 상태로 아침 인사를 해왔다. 평소와 다름없어 보이는데.

이치마츠, 토도마츠가 조심스럽게 오소마츠를 힐끗거리고 있지만, 오소마츠는 아침에 약해 기분이 나쁜 건 언제나의 일이다.

[좋은 아침, 오소마츠형]

[좋은 아침임다-!!!]

[굿모-, 마이 브라더. 오늘도 상쾌한 바람이 부는 아침이군]

나의 몸에 쿡쿡 시선이 박힌다.

(바보)

(안쓰러)

[죽어]

어라, 뭔가 좀 상처 받았다. 마지막은 역시 심하다고, 이치마츠. 게다가 마음의 소리도 아냐.

[]

옆에 앉은 오소마츠형에게 말을 걸었다.

[오늘이라는 멋진 날에 형에게 도달하는 대지로 출발하기 위해 날개를 펼쳐도 되겠는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오늘 하루를 형과 보내도 되겠는가?]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라고]

오소마츠형이 한숨을 내쉰다. 조금 이상했다.

평소라면 이쯤에서 웃으며 아파해야 하는데.

[별로 상관은 없지만. 무슨 목적이야?]

힐끗 노려본다. 난 아무 생각 없이 눈을 꿈뻑이며 오소마츠를 바라보았다.

평소 오소마츠형이라면 주변에 꽃을 휘날리며 긴장감 없는 얼굴로 좋아해야 한다.

이래저래 가장 브라콘이라고 생각하니까. 이런 의심스러운 시선을 보이는 것은 매우 이상한 일이다.

[오늘은 한가하니까. 싫다면 억지로 하라곤 안 한다]

[싫다고는 안 했잖아]

그렇게 말하며 턱을 괸다. 그것까지 힐끔힐끔 눈치를 보던 동생들이 살짝 눈을 피한다.

어이, 너무 티나잖아. 오소마츠형도 알아챘다고. 방금 [] 이라고 했고.

그리고 혀를 찬 정도로 움찔하지 말라고.

아침부터 날카로운 분위기에 나까지 한숨을 쉬게 만든다.

 

 

 

 

 

 

둘이서 낚시 도구를 메고 낚시터로 향했다.

[오소마츠, 뭔가 고민이라던가 있는가?]

[하아. 뭐야 그거, 쵸로마츠나 토도마츠의 사주?]

들켰어...........?

나는 전율했다. 이 남자, 역시 얕볼 상대가 아니다.

[그럴 리가 없잖아. 뭔가 오소마츠가 최근 쓸쓸해 보여서 걱정한 것뿐이다]

[아니, 거짓말 하지마. 네가 그런거 알아챌 리가 없잖아]

어떻게 아는 건가. 그래, 쥬시마츠도 알고 있었는데 나는 형이 고민하고 있다는 걸 깨닫지 못했다.

라니, 죄 많은 남자로군. 역시 난 길트 가이...!!

[안쓰럽고 짜증나]

 

 

나는 일단 이야기를 이어나가려 심호흡을 한다.

 

오소마츠, 환청이 들리는 모양이더군. 라고 말하려던 찰나, 핸드폰이 울렸다.

 

 

삐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

삐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

 

오소마츠형이 자기 주머니를 내려다본다. 나도 내 주머니를 내려다본다.

형의 휴대폰처럼 내 휴대폰에도 전화가 울렸기 때문이다.

 

 

삐리리리리리리리리리

     삐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

 

 

 뚜루루루루루루루루

 

 

소리에 놀라 주변을 보니, 근처의 공중전화가 울리고 있었다.

꽉 손을 움켜쥔다. 고개를 드니 오소마츠형이 진지한 얼굴로 [카라마츠, 도망치자]라고 속삭였다.

 

나와 오소마츠형은 빠른 걸음으로 뛰었다. 공중전화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앞에서 [뚜루루루루루루루]하고 소리가 들렸다. 공중전화다.

시끄럽게 울리는 공중전화로부터 멀리 떨어진 나와 형은 모퉁이를 돌았다.

 

 

      뚜루루루루루루루

 

길 보퉁이 끝의 공중전화가 울린다.

 

뒤의 공중전화와 함께 전화벨이 시끄럽게 연주한다.

 

 

뚜루루루루루루루뚜루루루루루

                    삐리리리리리리삐리리리리리리리리

          뚜루루루루루루루뚜루루루루루루루루뚜루루루루

                                          삐리리리리리삐리리리리리리리리리


       뚜루루루뚜루루루루루루

                   

                        뚜루루루루삐리리리리삐리리리리리리뚜루루루루루

 

 

전화가 쫓아온다.

 

 

 

[환청이 아닌 건가..........]

나는 오소마츠형과 달리면서 눈살을 찌푸리며 중얼거린다.

 

 

 

 

 

파칭코에 온 오소마츠형이 파칭코를 즐기는 사이, 나는 근처의 소파에서 만화를 읽고 있었다.

형은 파칭코에 빠져 살지만, 나는 도박 종류와는 궁함이 나쁜 건지 늘 잃기만 한다. 만화책 3권 정도를 다 읽고 고개를 들자, 근처의 창문이 눈에 들어왔다.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여자가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 후, 풀썩하는 소리가 났다.

나는 터벅터벅 창문 가까이 다가가 밖을 내려다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어라.......?]

 

 

 

 

 

[, 뒤에]

건널목을 건넌 뒤, 오소마츠형의 뒤를 가리킨다. 머리를 풀어헤친 여자가 납작 엎드린 채 엄청난 기세로 다가오고 있었다.

[저기-, 괜찮으신가요? 하반신이 없는데.....]

오소마츠형이 비명을 지르며 내게 돌진한다. 그에 맞춰 여자가, [내 다리 내놔아아아아아아아아]라고 외치며 다가왔다. 다리가 없는 탓인지 손을 고속으로 움직여 다가왔다.

[발이라면 저쪽에 있어요]

건널목 끝에 있는 발을 손으로 가리키면 여자는 그쪽으로 달려간다. 오소마츠형이 울상으로 이쪽으로 다가온다. 자신도 크리스마스 때 목이 잘렸던 주제에 도대체 뭐가 그렇게 놀랐던 걸까.

 

 

돌아가는 길에 목욕탕이 보여 잠깐 들렀다.

노천탕에 몸도 마음도 따뜻해져 극락에 있는 기분으로 발을 쭉 폈다. 그 순간, 뭔가가 그대로 푹 물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희미한 물속을 보면, 긴 머리카락이 너울거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어이, 여기 남탕이라고.....내 발목을 잡고 있는 팔을 있는 힘껏 잡아 힘으로 떼어낸다. 의외로 쉽게 떨어졌다. 여성의 팔에 멍을 만든 건 미안하지만, 내 다리에도 선명하게 손자국이 남았으니 피차일반이다.

 

 

목욕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여자가 쪼그리고 앉아 흐느끼고 있었다. 오소마츠형이 소매를 당기며 무시하자는 걸, [왜 그러나, 카라마츠걸.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 건가?] 라고 물으면, [카라마츠걸?] 하고 의아하게 되물었다. 뒤돌아본 얼굴은 밋밋하다.

[그렇다. 내 매혹에 빠진 소녀를 말하는 거지]

그렇게 말하고 여자의 얼굴을 보지만, 어째 눈, , 입이 없어 표정을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날 존경과 동경의 시선으로 보고 있다는 건 마음으로 알 수 있었다.

오자키 같다고? , 당연하지.

 

 

고기만두를 사려고 들른 편의점 직원도 눈코입이 없다.

내가 [고기만두 2]라고 해도 반응이 없어서, [만두 2]라고 조금 큰 목소리로 말하면 간신히 움직인다. 귀가 멀었던 걸까. 아니면 귀도 없는 걸까.

 

 

 

 

 

 

다음날도 형을 따라갔다.

미아를 발견했다.

[저기 오빠, 나랑 숨바꼭질 하자!]

[아아, 좋다]

어느새 주위 사람이 사라지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세상에 아무도 없어진 듯한 느낌.

바로 정적과 고독 그 자체였다.

나는 엄청난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아이를 바로 잡았다.

우리 여섯 쌍둥이도 어릴 때에 숨바꼭질을 했다. 어째선지 늘 [카라마츠가 먼저 술래!!] 라는 불합리한 오소마츠의 호령에 숨바꼭질이 시작된 탓에, 나는 잡기를 굉장히 잘하게 되었다.

아이들을 상대로 가차 없다고? 숨바꼭질을 그런 미지근한 놀이가 아니잖아.

나이 따위는 관계 없다.

아이는 겁에 질려 울고 있었다.

어느새 주위 사람도 다시 돌아와 있었다.

 

 

드라이브도 갔다. 굉장히 발이 빠른 할머니가 뒤에서 바짝 쫓아왔다.

속도를 내서 뿌리쳤다.

 

 

뒷자리에 모르는 여자가 타고 있었다.

[Hey, 카라마츠걸~ 어디까지 가는가?]

무시당했다.

 

 

 

 

 

 

 

 

 

[환청이 아니었다]

형제 회의(장남 제외)에서 며칠간의 성과를 보고했다.

[전화는 진짜로 울어대는 거더군]

[이녀석까지 병에 걸린 거 아냐....?]

[아니, 카라마츠형은 원래 병에 걸려있었으니까]

[카라마츠형, 저승 사자가 보인다던가 말하지는 말아줘. 안쓰러워서 전신 으스러지니까]

말하고 싶었다.

[진짜 울리는 거였다니....]

[전화는 받아 봤어?]

[받았다]

[누구였어? 뭐래?]

[모르는 남자의 목소리였다. 받았네라고 하더군]

[그게 끝?]

[끝이다]

[-, 어이 없네]

[아니, 그치만 좀 무섭지 않아?]

[그런가?]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감성 포인트가 조금 형제들과 남달라서 그런지 가치관을 공유할 수 없을 때가 종종 있다.

 

[그리고, 불면증의 이유를 알았다]

[!?]

[뭔가, 악몽을 꾸고 있었던 모양이다]

 

내가 캄캄한 어둠 속에 놓여진 계단 앞에 서있는 꿈을 꿨어. 캄캄한데도 왠지 계단 위까지는 선명하게 보였어. 계단은 전부 13. 계단 꼭대기에는 끝이 고리가 된 밧줄이 걸려있었어.

하루에 한 계단씩 올라갔어. 오르기 싫다고 마음속으로 강력히 생각했지만, 꿈속에서는 발이 멋대로 움직여서 한칸씩 올라갔어. 계단을 다 올랐을 때가 너무 두려웠어. 전부 올라갔을 때, 나는 도대체 어떻게 되어 버리는 걸까, 하고.

 

그 꿈을 꾸는 게 무서워. 잠을 자는게 두려워.

 

 

 

그 얘기를 들은 그 날, 강하게 기억에 남은 탓인지 나도 같은 꿈을 꿨다. 어둠 속 계단에 우뚝 서있는 꿈. 눈앞에는 13칸짜리 계단이 보였다. 그 끝에는 고리가 달린 밧줄. 뒤를 돌아보니 계단이 이어져있고, 훨씬 아래에는 어둠에 동화되어 사라져있었다.

일단 위에 올라가자고 생각해 발을 내딛으니, 생각보다 쉽게 발이 움직였다. 랄까, 현실과 다를게 없었다. 그래서 그냥 열심히 위까지 올라갔다.

올라가서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로프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대체 무슨 꿈인지 잘 모르겠다만.......]

[아니아니, 무섭다고!!! 왜 올라간 거야!? 꿈보다 네가 더 무섭거든!!]

[쵸로마츠형, 나 오소마츠형보다 카라마츠형이 더 걱정인데. 머리 괜찮아?]

[쿠소마츠, 너 왜 고리에 목 안 멘 거야]

[카라마츠형 굉장해애-!!!]

그냥 꿈일 뿐인데 다들 굉장한 반응을 보인다. 어째서일까.

 

 

누군가 쫓아오는 이야기도 했다.

 

오소마츠형과 걷고 있을 때, 뭔가가 쫓아오는 발소리가 났었다. 소리도 들렸다.

[죽인다!!] [바보....] [용서 못해] [죽어...!]

 

남녀노소의 목소리가 뒤섞여 계속 절규하며 속삭이고 있었다.

 

 

이치마츠가 내게 하는 대사와 조금 비슷했다. 하지만 형제의 목소리는 아니었으므로, 뭐라고 말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냥 시끄럽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치만, 카라마츠의 말을 들어보면, 오소마츠형이 문제가 아니라 정말 이상한게 눈에 보이는 거 아냐?]

[이상한 거라니....]

[, 귀신이라던가...]

[하아? 그런게 있을 리가 없잖아]

쵸로마츠가 기막힌 목소리로 말했지만, 그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있었다.

 

[당연하잖아. 귀신은 없다]

그렇게 말하며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 오소마츠형이 꿈을 꾸기 시작한 날에, 뭔가 짚이는 거 없어? 그날부터잖아, 그 사람이 이상해진 건]

하고 이치마츠가 말했다.

[오소마츠형한테는 나중에 물어보고, 너희는 뭔가 있어?]

[으음, 그날은 6...이지? 냐짱 팬클럽 모임에 있었을 걸?]

[나는 여자랑 쇼핑]

[나는 야구!]

[, 나는 카라마츠걸과 만나기 위해........]

거기까지 말하다 뭔가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6일은.

[땅을 파러 갔었다]

[?]

[땅을 파러 갔다. 도시락을 만들어서 말이야]

[아니, 그게 아니라. ? 어디로?]

[벚꽃 나무 아래에 시체가 가득하다는 소식을 들어서 말이야. 확인하러 갔었다]

벚꽃으로 유명한 산까지 찾아갔다. 도시락을 갖고서, 약간 하이킹 같아 조금 즐거웠다.

[, 잠깐, 이해가 안 가는데....뭐야? 내가 이상한 거야?]

[괜찮아, 나도 이해가 안 되니까-!!]

[...........그래서? 뭔가 발견했어?]

[아니]

 

 

 

 

[살아있었다!]

 

[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 너너, 무슨]

쵸로마츠가 더듬으며 말했다.

토도마츠는 이빨을 딱딱 부딪히며 떨었고, 이치마츠는 바닥에 엎드렸다.

쥬시마츠는 나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땅을 팠더니 도중에 땅에서 손이 솟아났다]

 

그것도 잔뜩. 내 발목을 잡고 땅에 끌고 들어가려고 했다. 나는 그렇게 못하도록 발에 힘을 주고 버텼다. 몇시간이 지나 손들의 힘이 풀리고, 나는 그 하얀 손들을 콰직콰직 짓밟았다. 손이 후두둑 떨어졌다. 그러자, 기다려어.......하는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싫다]

꽤 깊이 팠지만 시체는 없었다. 이것들은 시체가 아니라고 결론지은 내게 한시라도 빨리 집에 돌아간다는 선택 사항 이외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기다려어.......

목소리가 쫓아온다.

나는 휙 돌아본다.

[나는, 마츠노 오소마츠다. 계속 끈질기게 쫓아오면 가만두지 않으니까]

라고 외쳤다.

오소마츠형의 이름을 말한 건 단순한 버릇이었다. 옛날부터 싸움에 얽히게 되면 그렇게 말하고 도망치곤 했었다. 그러면 오소마츠형이 항상 뒤처리를 해줬으니까.

 

 

쿵 하고 뒤에서 소리가 났다.

뒤를 돌아보니 오소마츠형이 멍하니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아, 형 어서와라]

 

 

 

 

그때 나는 깨달았다. 어쩌면 최근 오소마츠형이 지친 얼굴을 하고 있던 건, 내가 저놈들의 뒤처리로 오소마츠형을 끌어들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역시 오소마츠형도 그 녀석들은 버거웠던 걸까.

 

 

[미안하다, 오소마츠]

 

 

눈썹을 살짝 내리깔고 사과를 했다.

 

 

 

 

오소마츠형이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 ❄ ❄

 

 

 

 

 

 

토도마츠가 극도의 겁쟁이가 되어 버린 건 아마 내 탓이다.

 

 

 

어린 시절의 얘기다.

그 무렵 아직 나는 오자키와의 운명적 만남을 갖기 않았고, 다른 형제들도 지금과는 꽤 성격도 얼굴도 달랐던 시절의 얘기다. 나도 그때는 형제 중에서 참모적인 멋진 입장에 있지 않았고, 머리 텅텅 빈 카라마츠와 놀려먹기 좋은 바보로 곧잘 싸움에 휘말리는 성격이었다. 하지만 지금 내 얘기는 아무래도 좋다.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오소마츠형의 얘기다.

 

매미가 시끄럽게 울었을 때니까, 아마도 방학이었던 것 같다.

우리 여섯 쌍둥이는 우리들이 사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 친척집에 놀러갔다. 외가쪽 친척인데 그 집의 사람들과 마츠요는 옛날부터 사이가 좋았다.

 

우리들이 사는 곳과 달리 논과 밭이 있었고, 밤에 개구리가 대합창하는 광경은 여태 한번도 본 적이 없었으니 우리는 나름대로 시골 생활에 잔뜩 흥분해 잠깐동안의 그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시골에 온지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일까.

나와 오소마츠형은 툇마루에서 수박을 먹으면서 어느쪽이 더 멀리 씨를 뱉을까, 하는 승부를 하며 놀고 있었다. 승부는 계속해서 내가 지고있다가, 1614로 언제 결과가 뒤바뀔지 모를 상황까지 가게 되었다.

[좋아, 카라마츠. 앞으로 3번으로 승부 끝내자!]

라고 오소마츠형은 그렇게 제안했다. 유리한 전개로 만들다니, 역시 오소마츠형은 제멋대로다.

[좋아, 그럼 마지막 3차전, 첫 번-]

거기까지 말하고 오소마츠형은 눈썹을 찡그렸다.

[저기, 카라마츠. 뭔가 이상한 소리 안 들려?]

[이상한 소리?]

귀를 기울였다.

매미소리는 시끄러울 정도로 들렸지만, 이상한 소리라고 생각될 만한 소리는 조금도 들리지 않았따.

[딱히 아무런 소리도.......]

[포포, 포포포, , 포포포......]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기계 소리가 아니라 사람이 말하는 듯한 소리였다.

[뭘까]

오소마츠형이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도 어디서 들리는 건지 몰라 주위를 둘러보면, 뜰의 울타리 위에 모자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모자는 그대로 천천히 옆으로 이동해 울타리 끝까지 가더니 한 여인의 모습이 나타났다.

모자는 그 여성이 쓰고 있던 거였다.

여성은 하얀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쵸로마츠가 좋아할 만한 청순한 스타일.

그녀석 우리 중에 가장 변태면서 청순한 스타일이 취향이라니 웃기네.

그치만, 울타리의 높이는 2미터 정도였다. 그 울타리에 머리가 보이다니 얼마나 키가 큰 걸까.

토토코짱이 저렇게 커지지는 말아야 할텐데. 아무래도 저 여자만큼 커지면 공주님 안기는 무리다. 결혼식도 곤란하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 여자는 다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것 외에는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오소마츠형이 내 팔을 잡는다.

[어이, 카라마츠! 쫓아가자!!]

[!?]

뿌리치며 [!!] 하고 외쳤다.

싫다고, 왜 저 여자를 쫓아가야 하는건데. 나한텐 그것보다 수박씨 날리기 승부가 더 중요하다고.

왜냐면, 이 승부에는 3시 간식이 걸려있었기 때문이다.

가자고, 싫어, 그렇게 투닥이고 있는 동안 여성은 사라지고 없었다. 어느새 [포포포포]하던 이상한 소리도 없어졌다.

[왜 안 따라가는 거야아! 재밌어 보였는데-!]

하고 오소마츠형이 발을 구르며 안타까워했지만 이해할 수 없었다.

그냥 키가 큰 보통 여자인데. 여성에게 무례한 형이다.

 

 

 

그 뒤, 간식을 다 같이 먹고 있을 때 오소마츠형이,

[아까 엄청 큰 여자 봤어!]

라고 했다.

그때 나는 수박씨 날리기 싸움에서 져서 토도마츠에게 구걸해서 받은 간식 조각을 홀짝홀짝 갉아먹고 있었다. 내 간식은 이미 오소마츠형 뱃속에 있었다.

토도마츠도 엄마도 처음에는 [헤에~]라고 했지만, 오소마츠형이 [울타리보다 키가 컸어! 그리고 포포포포포하는 이상한 소리도 냈어] 라고 하자마자 엄마들의 움직임이 딱 멈췄다. 정말 딱, 이라는 느낌으로 멈췄다. 나는 (그 이상한 소리는 여자의 목소리였던가....)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언제 봤어] [어디서 봤어]하고 삼촌이 화를 내며 물었다.

오소마츠형은 기가 죽어 질문에 가만히 답하고 있다가, [카라마츠도 봤다구!]하고 화난 듯이 나를 가리켰다. [정말이니?] 하고 엄마들의 얼굴이 나를 향했다.

[아니, 나는 몰라]

나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대답했다.

[거짓말 하지마 카라마츠!!]

[정말 모른다고. 오소마츠가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고 말했을 뿐이야]

[하아!? 그럴 리....]

[오소마츠, 진정하렴]

엄마가 오소마츠형의 어깨를 잡고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사람은 오소마츠한테 밖에 보이지 않아. 카라마츠가 보지 못한 건 당연한 거야]

아까까지 오소마츠형한테 질문을 퍼붓던 삼촌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고 있었다.

엄마와 얘기하고 있는 오소마츠를 향해 나는 삐죽 혀를 내밀었다.

-, 아까의 승부, 재도전을 받아들이지 않고 도망친 벌이다!!

[저기 엄마, 오소마츠 어떻게 되는 거야?]

쵸로마츠가 묻자 엄마는 떨리는 목소리로,

[오소마츠는 팔척님에게 홀린 거야. 아저씨들이 알아서 해줄테니까. 너희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

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덧붙여 말한 설명에 의하면, 팔척님은 큰 여자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사람마다 보이는 형태가 다른 것 같다. 다만 이상할 정도로 키가 큰 것, 머리에 뭔가 올리고 있는 것, 포포포포포하는 이상한 웃음소리를 내는 것은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

(그 당시 나는 그 이상한 소리는 웃음 소리였던 건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봉인 방법은 바보인 내겐 조금 어려웠기에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나와는 관계 없으니 괜찮다고 생각했다.

 

 

 

 

해가 지고 오소마츠는 2층 작은 방에 갇혔다. 방을 들여다보면 창문은 전부 신문지로 봉하고, 그 위에 부적이 붙어 있었다. 방의 모서리에는 소금이 산처럼 쌓여있었다. 그것을 보고,

[오소마츠! 내일의 승부는 수박깨기로 어때? 간식 걸고!]

그렇게 말하자 오소마츠가,

[좋아. 근데 너 진짜 여자 안 보였어?]

라고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그에 나는,

[보였던게 당연하잖아]

라고 씨익 웃으며 미닫이를 닫았다.

앞으로 우리는 해가 뜰 때까지 그곳에 가까이 가면 안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오소마츠형은 아침이 될 때까지 절대 밖에 나가면 안 된다고 했다.

대체 무슨 의식인가 했지만, 조금 멋있다고 생각했던 건 비밀이다.

 

 

 

잠에서 깼다. 시계를 보니 새벽 2시가 지나있었다.

바스락 바스락 뒤척이며 다시 자려고 했지만, 문득 오소마츠형이 궁금해졌다.

옆의 토도마츠를 쿡쿡 찔러 깨웠다.

[.......뭐야, 카라마츠......]

잠에 취한 토도마츠에게,

[오소마츠한테 가자]

라고 속삭이자 토도마츠는 조금 잠에서 깬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삼촌이 다가가면 안 된다고 했잖아]

[잠깐이면 괜찮아]

그렇게 설득하자,

[아아, 진짜...]

라며 토도마츠가 기지개를 켜며 몸을 일으켰다.

우리는 슬그머니 소리를 내지 않고 이불에서 빠져나왔다.

 

 

나무로 된 집이라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삐걱삐걱 소리가 울린다.

우리는 신중하게 계단을 올라 긴 복도를 나아갔다. 모퉁이를 돌려는 순간,

[오소마츠, 괜찮니? 무리하지 마렴]

하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의 목소리다. 우리에게 가까이 가지 말라고 했으면서 역시 걱정이 됐던 걸까.

[엄마!]

하고 작게 외치며 토도마츠가 모퉁이를 뛰어나갔다.

그때 나는 떠올렸다. 아까까지 엄마는 우리와 같은 방에서 자지 않았나?

[]

 

토도마츠의 차마 비명이 되지 못한 탄성이 흘러나왔다. 풀썩 소리가 들린다.

모퉁이를 돌아보면, 토도마츠가 복도에 주저앉아있다. 토도마츠를 중심으로 바닥에 점차 액체가 퍼지고 있다.

 

슬쩍 목을 뻗어 아까 오소마츠형이 있는 방 앞을 들여다보았다.

 

 

그 여자가 있었다.

 

 

천장이 낮은 탓에 거구를 웅크리고, 모자가 천장에 짓눌러지고 있었다.

 

[포폿포, , 포포......]

[불법 침입자 녀석!!!]

나는 숨기고 있던 손도끼를 힘껏 손에 쥐고 자세를 잡았다. 게임에서 무기 장비는 필수이다.

여기 오기 전에 토도마츠와 삼촌의 공구 창고로 가서 챙겨온 것이다. 토도마츠는 무겁다고 가져가기 싫어했지만, 이걸로 혹시모르니 가져가야 한다는 나의 의견이 옳다는 것은 증명된 셈이다. 토도마츠가 기절하는 바람에 그것을 전할 수 없는 것은 유감이지만.

 

 

사실은 경찰을 부르고 싶었지만, 초등학생의 신분으로 휴대폰 따위를 가지고 있지도 않았고, 집전화는 1층 저 끝에 있었다. 전화를 걸려고 가는 사이에 오소마츠형과 토도마츠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의미가 없다.

 

나는 흘끗 흰 원피스를 입은 여자를 째려봤다.

[오소마츠형과 토도마츠에게 무슨 짓을 했다간, 가만히 있지 않으니까]

슬쩍 다가가자, 여자는 슬쩍 뒤로 물러났다.

나는 시선을 돌리지 않고 눈도 깜빡이지 않은 채 오로지 여자를 째려보았다.

 

분명 이 녀석은 이 마을에 사는 이상한 놈이다.

아이만 겨냥하는. 그래서 삼촌들이 그렇게 당황했던 것이다.

귀신은 없다. 어제는 낮이었고. 나와 오소마츠형의 모습을 보러 왔던 걸까.

왜 이런 이상한 놈은 경찰에 잡혀가지 않은 거지?

아직 범죄를 저지르진 않아서일까.

그치만 뭔가 저지르고 나서 잡으면 늦잖아.

죽이기 전에 죽인다. 그게 가장 안전책이다.

 

나는 빙긋 웃었다. 나도 토도마츠도 오소마츠도 살 수 있는 가장 간단하고 안전한 방법을 알았으니.

 

그리고 기뻐서 히죽 웃으며 여자에게 한 걸음 내디디면, 여자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가 있는 위치와는 반대로, 어제와 같은 움직임으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가 기가막혀 가만히 보고 있으니, 이윽고 여자는 순식간에 어둑한 복도 안쪽으로 사라졌다.

 

나는 잠시동안 가만히 복도 끝에 펼쳐진 어둠을 바라보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오소마츠형이 있는 방으로 향했다. 오소마츠형의 안부를 확인해야 했다.

 

[........오소마츠. 아직 깨어있어?]

살짝 말을 걸자 방 안에서 쿵하고 소리가 났다.

나는 오소마츠형이 무서워하지 않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오소마츠. 나야. 카라마츠. 괜찮아?]

[오소마츠, 혹시 불안하다면 내가 함께 있어 줄게. 그러니까, 문 좀 열어줄래?]

 

반응이 없다.

평소의 몇배 이상으로 친절하게 말을 걸었다.

어째서일까, 라고 생각했지만 벌써 새벽 3시고 이미 잠에 든 걸까.

 

손도끼를 끌어안고 방으로 돌아가려다 큰 문제를 깨달았다.

 

 

토도마츠, 어쩌지.

 

 

 

 

 

 

오소마츠가 창백한 얼굴로 엄마에게 안겨있다. 토도마츠도 울면서 엄마에게 매달려있다. 쥬시마츠와 이치마츠는 엄마의 등에 들러붙어있다. 나는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아무래도 오소마츠형에 따르면 팔척님이 와서 엄마인 척 하고 방에 들어오려고 했다가, 무시하니 이번에는 내 목소리를 흉내내며 방으로 들어가려고 했다는 것 같다.

내 목소리를 흉내냈다고? 그 여자, 두고보자.

 

 

 

 

 

[지장보살이 부서졌대]

수화기를 움켜쥔 채 토도마츠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

이치마츠가 찻잔을 떨어뜨려 내가 그것을 잡았다.

안에 들어있던 뜨거운 차가 손에 쏟아졌다. 이거 화상 입었겠지.

[그런.....오소마츠형 어떻게 되는 거야....]

쵸로마츠가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 목소리도 떨리고 있다.

[지장보살이 깨지면 뭔가 난처한 건가?]

하고 손을 식히며 물으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라고 쵸로마츠에게 혼났다.

[미안.......]

울먹이며 사과하자, 토도마츠가

[카라마츠형, 팔척님 기억해?]

[뭔가, 그게]

[모르냐고!!]

 

 

나는 카라마츠에게 팔척님 설명을 듣고 어린 시절의 일을 떠올렸다.

봉인 어쩌고 하는 건 전혀 듣질 않아서 처음 듣지만 그 외에는 낯익은 말 뿐이다.

하지만 듣던 중 나는 중대한 사실을 깨닫고 놀라 물었다.

 

[팔척님.......그거 위험하고 이상한 마을 사람이 아니었나!!?]

애초에 인간이 아니었어!!

나는 머리를 싸맸다.

 

 

 

 

 

 

 

다음날 오후쯤이었을까.

 

[포포포포......]

 

그 웃음소리가 들리고.

 

 

 

 

 

 

 

 

오소마츠를 에워싸듯이 이불 위에 웅크리고 있는 형제들을 카라마츠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았다.

 

[이층인가]

 

 

 

 

 

 

 

 

 

[아까 팔척님이 방문했다고. 오소마츠가 만나고 싶다더군. 외출했다고 둘러대고 과자상자를 쥐어주고 돌려보냈다만.......조금 미안하군]

 

 

 

 

[오소마츠형, 그런 한결같은 오소마츠걸이 있다니 행운아구나. 질투나는 걸]

 

 

나는 바보다. 팔척님은 반한 남자에게 한결같은 걸이었어!

 

 

 

 











이게 현재와 과거를

휙휙 넘나들어서

조금 ??? 하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여ㅠ

저도 번역하면서

??? 뭐야????

했었던.........................




랄까

카라마츠의 무신경에 박수를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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