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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형제에게, 사랑을 담아3

 

 

 

 

 

깨어나니 나는 혼자 2층 방에 누워있었다.

저녁노을이 새어들어와, 방안이 오렌지 빛으로 물들어 아름다웠다.

어라, 나 뭐하고 있었더라...?

안개가 깔린 듯한 머리를 어떻게든 굴려, 아까 있었던 악마와의 대화를 떠올리고, 벌떡 몸을 일으킨다.

악마가 손을 집어넣은 부분을 황급히 만졌다. 특별히 구멍도 뻥 뚫려있지도 않고, 피도 나오지 않는다. 흔적도 남아있지 않고, 아프지도 않다. 평소와 다를 건 없어 보인다. 달라진 거라고는, 심장이 평소보다 빨리 두근두근 하고 있다는 것 정도일까.

또 한달이 지나있으면 어쩌나 싶어 휴대폰을 확인하면, 내가 기억하고 있는 오늘의 날짜가 그곳에 적혀있어 후우,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이변을 눈치챈 건, 저녁식사를 할 때였다.

그 날의 메뉴는 내가 아주 좋아하는 카라아게였다. 마미의 특제 카라아게는 이 세상에서 가장 딜리셔스하다. 이런 맛있는 카라아게를 먹는 내 인생 세라비-!

[잘 먹겠습니다-!]

라며 여섯명이 사이좋게 합장하고, 나는 우걱우걱 카라아게를 집어먹었다.

따끈따끈한 그것을 입을 크게 벌려 한입에 털어 넣은, 그 때.

나는 순간적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맛이, 안 느껴진다.

 

 

씹어도, 씹어도, 아무런 맛도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모래를 먹는 기분이다.

[카라아게 맛나아-!]

라고 쥬시마츠가 큰 소리로 외친다. 다른 브라더들의 표정도 만족스러워 보이는 걸로 봐서, 마미가 양념을 잊은 건 아닌 것 같다.

나는 시험 삼아 옆에 있던 조림을 입에 넣어봤지만, 마찬가지로 아무런 맛도 없었다.

엄청난 일에 멍하니 있었다. 젓가락을 쥔 손이 움직이지 않는다.

아까 악마의 말을 떠올린다.

인간다움을 조금씩 잃어간다.

녀석은 확실히 그리 말했다.

이게 그 영향인 걸까.

인간이 아니게 된다는 건, 이런 건가.

 

 

 

[카라마츠, 왜 그래? 네가 좋아하는 카라아게라고-?]

어째선지 젓가락이 멈춰있는 나를 이상하게 생각한 오소마츠가 얼굴을 들여다본다.

그 목소리에 핫, 하고 정신을 되찾는다.

[, 아아, 그래, 카라아게 최고다....]

그렇게 말하고 카라아게에 젓가락을 뻗으려 했지만, 그만둔다. 다시 입에 넣는 것이 두려웠다.

[......, 사실 아까 대량의 디저트를 먹어버려서 내 배는 이미 가득 차버린 상태다. 아쉽지만, 나는 한발 먼저 에덴으로 돌아가겠다-]

젓가락을 내려두고 나는 허둥지둥 자리에서 일어났다.

[-, 어째서 밥 먹기 전에 간식 같은 걸 먹은 거야. 정말 바보네-]

토도마츠의 진지한 발언을 등 뒤로 들으면서, 나는 문을 열고 복도로 나왔다.

나오면서 형제가 있는 쪽을 슬쩍 쳐다본 순간, 오소마츠의 의아한 듯한 시선과 마주쳐 무안함에 고개를 휙 돌려버렸다.

 

 

 

 

혼자 지붕 위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본다.

오늘의 달은 보름달이다. 포근한 빛이 따스하게 세상 모든 것에 쏟아내린다. 그 달을 나는 무심코 보고 있다.

거의 저녁을 먹지 않았지만, 배는 딱히 고프지 않다. 악마라는 건, 따로 식사를 할 필요가 없는 거겠지. 영혼은 먹지만. 그렇게 되는 거니까, 나는 두 번 다시는 맛있는 음식들을 먹을 수 없게 되는 거겠지.

하지만 그런 것에 딱히 상심할 필요 따위는 없다.

그럴게, 나는 이미 한번 죽었으니까.

그 때 죽었다면, 어차피 다시는 아무것도 못 먹게 되는 거니까.

나는 눈을 감고 크게 숨을 들이쉬고 내쉰다.

괜찮아. 괜찮아.

그렇게 몇 번이나 심호흡을 되풀이했다.

 

 

그런 것보다 브라더들이 문제다.

쵸로마츠의 소원은 이뤄줬으니까, 남은 4명에게도 똑같이 물어보자.

가능하다면 일시적인 욕구 같은 게 아니라, 앞으로의 인생에 크게 도움이 되는 소원을 이뤄주고 싶다.

녀석들은 나와는 달리 하려면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사소한 계기로, 성실한 생활을 금방 지낼 수 있게 될 테니까.

내일부터 다시 힘내자.

남은 시간을 브라더들을 위한 도움이 되자.

빛나는 별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내게는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이치마츠다.

이치마츠는 브라더들 중에서도 나를 특히 싫어해서, 제대로 대화를 하는 것조차 어렵다. 어제의 쵸로마츠처럼 직설적으로 물어도, 죽어, 라고 말할 뿐으로 절대 답해주지 않겠지.

그렇다고 물어보지 않자니, 이치마츠의 소원을 내가 알아낼 길이 없다. 일상 대화에서조차 서로를 잘 모르는데.

어쩌면 좋을까, 머리를 싸매고 있었는데, 어느날 우연히 그의 소원을 접할 기회가 찾아왔다.

 

 

 

 

그 날, 방에서 멍하니 있었더니 현관문이 난폭하게 열리는 소리가 났다.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들면, 이치마츠가 황급히 방으로 뛰어들어왔다. 어째선지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그 품속에는 눈을 감고있는 고양이를 껴안고 있었다.

[이치마츠, 무슨 일인가.....]

[쿠소마츠, 수건 가지고 와!!]

갑자기 들어와서 명령조로 소리를 질러 놀랐지만, 그 표정은 꽤 다급해 보여서 이치마츠가 엄청 초조해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잠깐 기다려라. 금방 가지고 오지]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에서 수건을 몇 개 가지고 방으로 돌아왔다. 이치마츠에게 건네면, 그 수건으로 껴안고 있던 고양이를 부드럽게 감쌌다. 수건 위에서 고양이를 상냥하게 쓰다듬는다.

[........그 캣,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군. 무슨 일인가?]

[........잘 모르겠지만, 매일 점점 약해지더니, 마침내 오늘 아무것도 먹지 않게 돼버려서, 두고 올 수가 없어 데리고 돌아왔는데....점점 차가워지는 것 같아, 빨리 따뜻하게 해주지 않으면...]

어째서인지 나와 평범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건, 그만큼 평상심이 아니기 때문이겠지. 손 안에서 목숨이 사라질 듯이 떠는 고양이를 쓰다듬는 손이 작게 떨리고 있다.

[수의사에게 가보는 건 어떤가? 근처에 있을 거다, 그 큰.....]

[거긴 안 돼. 길고양이 같은 건 제대로 봐주지 않아. 전에도 데리고 갔었는데 문전박대 당했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드는 이치마츠의 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진다.

[.....젠자앙.....내가....이 녀석을, 구할 수만 있다면...]

무력한 자신을 저주하며 분노의 눈물을 뚝뚝 흘리는 동생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어떻게든 해주고 싶었다.

이 고양이를 구해서, 이치마츠가 앞으로 이런 일로 울지 않도록 하고 싶었다.

 

 

그렇게 간절히 바라던 그 순간.

불러져서 등장했습니다~ 쟈쟈쟈쟈앙~~!

하고, 상황에 맞지 않는 경박한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렸다.

데빌!?

그 소원, 이뤄줄까?

가능한가!? 그런 게

당연하잖아~~ 이몸을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타핫- 하고 태평하게 웃는 소리에,

부탁한다, 그 고양이를 구하고 싶다. 그리고 이치마츠가 앞으로 이런 일로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

라고 속으로 간청했다.

알겠슴다-

라는 대답과 동시에, 악마에게 물린 오른손이 다시 타들어가듯 아팠다. 고통을 참으려 꽈악 세게 눈을 감는다. 크으읏, 하는 신음소리가 흘렀지만, 이치마츠한테는 들키지 않은 모양이다.

 

눈을 뜨자, 오른손에는 가련한 제비꽃이 쥐어져있다.

 

그와 동시에 머릿속에 영상이 흘러나왔다.

이건, 이 거리의 지도?

그 지도 위에 있는 한곳의 건물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그곳은 집에서 걸어서 10분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 평소에 지나지 않는 뒷길에 마주한 장소에 있었다.

여기, 여기에 그 아기 고양이와 동생군을 데려가 보는 게 어때? 그럼, 일이 잘 풀리면 그 때 다시 대가 달라구-

기대하고 있을게-, 라며 기쁜 듯이 말한 후, 더는 악마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게 되었다.

 

 

 

[이치마츠, 가자]

그렇게 말하며 나는 일어섰다.

[? 가자니 어딜...]

하고 이치마츠는 눈물을 흘린 채로 눈을 크게 뜬다. 그 눈을 바라보면서, 나는 이치마츠의 손을 거칠게 잡아끌었다. 갑자기 끌어당겨진 이치마츠는 우왓, 하고 놀란 소리를 냈지만, 다른 손으로 능숙하게 고양이를 안아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됐으니까, 고양이를 안고 날 따라와라. 너무 흔들리지 않는 편이 좋겠지만, 서두르자고]

그렇게 말한 나는 현관으로 향해 신발을 신었다. 나의 갑작스런 행동에 멍하니 서있는 이치마츠를, 빨리! 라며 재촉한다.

, 하고 정신을 차린 이치마츠가,

[, .........]

라며, 현관으로 와 서둘러 슬리퍼를 신었다.

 

 

 

아까 머릿속에 펼쳐진 지도상에서 반짝이고 있던 건물. 그 낡은 빌딩 2층에 동물병원이 있었다.

[이런 곳에 동물병원이 있다니....몰랐어...]

간판을 보고, 이치마츠가 작게 중얼거린다.

우리들은 계단을 올라가 문을 열었다.

거기는 작은 병원이었다. 좁고 어둑어둑했지만, 청소가 잘 되어있어 깔끔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곳에는 환자는커녕 관계자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

[실례합니다, 진찰 받으러 왔는데요]

카운터에서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저 멀리서, 인자한 얼굴을 한 안경을 쓴 노인이 나왔다. 백의를 걸친 걸로 보아, 아무래도 그가 이곳의 의사인 거겠지.

[오야, 손님이라니 별일이군. 무슨 일인가?]

라는 상냥한 목소리에 이치마츠가,

[, 고양이가 상태가 안 좋아져서, 진찰해주시지 않겠습니까!?]

하고 필사적으로 말했다.

그 모습을 노인은 눈을 가늘게 뜨고 지켜보았다.

 

 

[호오, 그 아이는 길고양이인가]

눈앞의 노인은 의자에 앉아 홋홋, 하고 즐거운 듯 웃었다.

이치마츠의 친구인 고양이는, 치료를 끝내고 지금은 링거를 맞고 있다. 약이 효과가 있는 건지, 아까보다 편안해 보인다. 그 모습을 이치마츠는 부드러운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방 한쪽 구석에 있는 책상에는, 수많은 의학서나 동물에 관련된 전문서적이 펼쳐져있다. 그 선반 위에서, -하고 귀여운 소리가 들려, 나는 고개를 슬쩍 돌렸다.

[굉장히 큰 고양이로군]

거기에는, 장모의 커다란 검은 고양이가 앉아있었다. 싯싯, 하고 살짝 혀로 소리를 내며 손가락으로 이리와, 이리와 손짓했지만, 고양이는 요지부동이다. 아쉽군.

거기에 이치마츠가 옆에 와서는 조심스럽게 고양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아까까지는 반응이 없었던 고양이가, 가볍게 바닥으로 내려와 이치마츠의 발근처로 다가왔다. 오오, 역시 이치마츠. 고양이가 이끌리는 재능이 있다.

[호오, 별일이구만. 그 애는 그다지 사람한테 다가가지 않거든]

노인이 흥미롭다는 듯이 그 모습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이치마츠는 웅크리고 앉아서, 검은 고양이의 턱 밑을 살짝 쓰다듬었다. 검은 고양이는 기분이 좋은 듯 눈을 가늘게 뜨고 고롱고롱하고 목을 울렸다.

그러고는 훅, 고개를 든 이치마츠는 앞에 있는 책장의 책을 응시했다. 몇 번인가 깜빡깜빡하고 눈을 깜빡이더니, 선반의 끝에서 끝까지 깔끔하게 진열된 책의 제목들을 흥미롭게 쳐다보았다.

[수의사에 흥미가 있는가?]

상냥한 노인의 목소리에 움찔하고 이치마츠가 어깨를 떤다. 그러고는, 아니, , 별로, 저기, 하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치마츠군, 이라고 했던가. 자네의 눈빛과 손짓에서 동물을 향한 깊은 애정이 느껴졌다네. 분명 마음만 먹으면, 자네는 좋은 의사가 될 걸세. 만일 흥미가 있다면, 언제든지 여기에 와서 그 책을 읽어도 좋다네. 보는 대로 여기는 낡아서, 좀처럼 손님이 오지 않거든. 느긋하게 있어도 좋으니, 언제 와도 괜찮아. 게다가 자네가 와준다면, 이 아이도 기뻐할테고]

강요하지는 않겠지만, 하고 덧붙인 노인은 웃으면서 고양이의 상태를 확인하러 자리를 떠났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떠올렸다.

그건 아직, 이치마츠가 세상을 싫어하지 않았을 시절. 나와 이치마츠의 관계가 비틀리지 않았을 시절.

수의사라는 건, 어떻게 되는 걸까, 하고.

언젠가, 이치마츠는 내게 그렇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교복을 입은 이치마츠가 조금 수줍은 듯이 그렇게 말했던 장면이 떠오른다.

그래, 이치마츠는 수의사가 되고 싶어 했다.

 

 

이치마츠는 방금 노인의 말에 눈을 내리깔며, 아니, 나 같은 쓰레기는....하고 비굴한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안 된다, 여기서는 한발 내딛어야지!

[그 권유, 오히려 이쪽에서 부탁하고 싶었다고, 닥터-!]

이치마츠의 말을 끊고, 나는 그렇게 외친다.

갑작스런 나의 발언에, 두 사람의 시선이 이쪽으로 향한다.

[이치마츠는 상냥하고 굉장히 성실하다. 그리고 동물에게 매우 애정이 깊지. 본인이 말이 서투른 만큼, 분명 말을 하지 못하는 그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거겠지. 닥터의 말대로 꼭 수의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할 거다. 형으로서 내가 보증하지. 부탁하지, 이치마츠를 닥터의 제자로 삼아주지 않겠나? 후회는 하지 않을 거다. 부탁이다, 부탁드립니....]

[, 너 이자식 멋대로 무슨 말을 지껄이는 거야 쿠소마츠!!!!]

내가 노인에게 그리 부탁하고 있자, 도중에 이치마츠에게 난폭하게 멱살을 잡힌다. 눈앞에서 윽박지르는 그의 얼굴은 붉게 물들어있다.

[, 아니 그치만, 사실이고....]

라며 움찔움찔 떨면서도 그리 말하자,

[하아아아아아!? 네 그런 점 엄청 짜증난다고!!!]

라며 더욱 화를 내서, 내 입에서 히익, 하는 비명이 튀어나온다. 무서워. 눈앞에 있는 이치마츠의 얼굴은 어째선지 귀까지 빨개져있다.

그러고 있으니, 어디선가 홋홋 하는 특징적인 웃음소리가 들려, 둘이 동시에 그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보면, 노인이 싱글싱글 즐거운 듯이 이쪽을 지켜보고 있다.

[그런가, 형이 보증한다면야 문제될 것 없지. 그거 좋은 생각이로군. 이치마츠군, 자네가 싫지 않다면, 부디 여기에 놀러와주게. 우리들은 언제든 환영할테니]

그렇게 말한 노인은 커다란 검은 고양이를 끌어안고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그 말에 이치마츠는 당황스러운 듯한 표정을 지으며 조금 생각하더니,

[...........내키면....]

하고 작게 답했다.

 

 

 

[,,,,,,,,,,, 뭘 그런 쓸데없는 짓을 하는 거야]

돌아가는 길, 뒤에서 걷고 있던 이치마츠가 웬일로 말을 걸어왔다. 시각은 벌써 저녁. 거리는 오렌지색으로 물들어 있다. 아까 그 고양이는 병원에서 상태를 살펴야했기에, 돌아가는 건 두 사람뿐이다.

[무슨 말인가?]

나는 돌아서서 이치마츠의 얼굴을 봤다. 거기에는 평소처럼 불쾌한 기운을 띤 오라가 떠있다.

[그러니까.....내가, 수의사가 되고 싶다거나, 그런 거]

고개를 숙이고 작게 중얼거리는 이치마츠에,

[그치만, 되고 싶다고 했었잖나]

라고 답하면, 동생은 고개를 들고 이쪽을 본다. 평소 졸린 듯이 반쯤 감긴 눈이, 웬일로 부릅 뜨여있다.

[어째서, 쿠소마츠가 그걸.......]

[네가 내게 말해줬지 않나, 중학생 때]

내가 웃으며 그렇게 말하자,

[그런 옛날 일.......]

하고, 이치마츠는 입을 틀어막고 작게 중얼거린다.

나는 파카의 주머니에 손을 넣고, 안에 들어있던 제비꽃을 꺼냈다. 다행이다, 구겨지지 않았어.

멀뚱히 살펴보면, 그 꽃은 작고 수수하지만, 사랑스럽고 늠름했다. 뭔가 이치마츠에게 어울리는 듯했다.

[이치마츠]

이름을 부르며 눈을 바라본다.

[너는 어쩌면 포기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소중히 해왔던 꿈이잖아? 목표까지 나아가는 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그 닥터에게 여러 가지 배워가면 된다. 너라면 할 수 있어. 나는, 믿고 있다고]

그렇게 말하며, 동생의 눈앞에 가련한 꽃을 내민다. 이치마츠는 그 꽃을 의아한 듯 바라본다.

[이런 내가 주는 선물이다. 너의 꿈이 이루어지도록 플라워에 마음을 담았다. 받아주겠나]

.....하고 멋있는 얼굴로 윙크를 날린다.

이치마츠는, -, 짜증나.....라며 째려보았지만, 조금 망설이고는 주뼛주뼛 꽃을 받아주었다. 순순히 받아준 것에 속으로 안심하며, 앞으로 돌아서서 집 쪽으로 다리를 뻗은, 그 순간.

[카라마츠]

하고, 얼마만인지 모를 정도로 오랜만에 이치마츠가 내 이름을 부른다.

놀라서 뒤를 돌아보면, 저녁노을에 물든 이치마츠가 입을 뭔가를 말하려 입을 열었, 지만 결국,

[....아무것도 아냐...]

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를 지나쳐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버렸다.

 

 

동생이 무엇을 말하려고 했었는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그의 미래가 행복으로 가득하기를, 하고, 둥글게 휜 등을 보며 마음속으로 빌었다.

 

 

 

[어때! 이번에도 꽤 굿잡이었지 않아!?]

정신을 차리고 보면, 눈앞에 만면에 미소를 띤 악마의 얼굴이 보여, 깜짝 놀라 뒷걸음질을 치고말았다.

주위를 둘러보면, 칠흑의 어둠속에 둘러싸여있다. 그런가, 여긴 이미 익숙해져버린 악마와 만난 공간이로군. 갑작스런 장면 전환에도 익숙해져 간다.

[아아, 고맙다 데빌. 키티는 목숨을 건졌고, 이치마츠에게도 새로운 가능성이 생겼다. 이치마츠는 원래부터 성실하고 머리가 좋지. 분명 진심으로 한다면, 꿈을 이루는 것도 가능할 거다]

그러며 감사를 표하자,

[말했잖아-! 이쪽도 받을 게 있으니까, 해준 거라고]

라고, 악마는 사악한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말하며 내 가슴에 스윽 손을 집어넣으면, 두쿵, 하고 심장이 크게 울린다.

크윽, 하는 비명과 함께 순간적으로 양손에 힘을 줘 악마의 손을 세게 쥔다.

[, 잠깐.....!]

나의 제지에, 악마는 노골적으로 싫다는 얼굴을 한다.

[-? , 내가 애타게 만드는 건 좋지만, 내가 애타는 건 싫어한다고]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악마는 그렇게 말했다. 매섭게 이쪽을 노려보는 붉은 눈에 기가 죽으면서도, 나는 궁금했던 것을 악마에게 물었다.

[그 때, 너에게 혼을 먹힌 이후로, 뭘 먹어도 맛이 나지 않고, 배도 고프지 않게 되었다. 그건, 혼을 뺏긴 영향인 건가...?]

조심조심 물어보면, 내 질문에 악마는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 정다압~!! 그래, 맞아. 그건, 네가 악마에 가까워졌다는 증거. 그럴게 우리들, 뭘 먹을 필요가 없는 걸]

편리한 생물이지-, 라며 꼬리를 빙글빙글 돌리며 웃는다.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직접 들으니 왠지 한기가 들었다.

[........하지만, 그 때, 내 영혼을 먹었을 때, 맛있다고 했었지 않나....]

[-, 그건 식욕이 아니라, 다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행위였으니까]

[다른 욕구....?]

[, 됐어됐어, 머지않아 너도 알게 될 거라고, 신경 쓰지 말라고~]

, 이제 됐지? 얼른 먹고 싶은데.

악마는 가슴에 손을 댄 채로, 매달리듯 몸을 들이댔다. 황홀한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는 탓에, 얼굴이 화끈해졌다.

[.....이번에는, 뭘 잃는 건가?]

[그건 나중을 위한 재미니까]

그렇게 말하고 악마는 가슴에 뻗은 손에 꽉 힘을 줘서 안으로 집어넣었다.

 

 

[, , 아아아아앗! , 아아!!]

 

 

예상하고 각오를 다졌건만, 이번에도 한심한 목소리를 울리고 말았다. 서있지도 못하고 순간적으로 눈앞에 보이는 악마의 목덜미에 팔을 감아 꽉 매달렸다.

[, 오늘 적극적이잖아~ 좋다고- 나 이런 거 완전 좋아해!]

하는 느긋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지만, 반응할 여유가 없다. 악마는 마치 가지고 노는 듯이, 나의 안에 손을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움직일 때마다 전해지는 자극에 견딜 수 없어,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여워어]

라고 말하며 악마는 내 눈물을 할짝 핥았다. 눈물을 핥던 혀가 귀에 닿아 몸이 움찔하고 떨렸다.

 

 

실컷 즐겨서 만족했는지, 갑자기 난폭하게 손을 끄집어냈다.

[하아, , 아아.....]

빼내진 후에도 몸에 여운이 남아, 움찔움찔하고 경련했다. 악마에게 몸을 기댄 채로, 하아, 하아, 하고 흘러나오는 신음을 가다듬으려 노력했다.

그런 나를 만족스러운 듯이 쳐다보던 악마는 오른손에 쥔 푸른빛의 구슬을 할짝, 맛보았다.

[크으-! 이거야 이거!! 참을 수가 없다고!]

그 말투는 맥주를 마신 형과 완전히 똑같았다. 악마의 어깨에도 기대고 있던 얼굴을 들어, 아직 눈물이 멈추지 않은 눈으로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나의 시선을 눈치챈 악마가 씨익 입꼬리를 올려, 보란 듯이 혀를 내밀어 푸른빛을 입에 머금고 꿀꺽 삼켰다.

 

[카라마츠. 앞으로 2달이면 너는 내거니까. 기대하고 있을게~]

귓가에서 그리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고, 점차 나의 의식은 멀어져갔다.

 

 

 

 

 





의외로 이치가 두번째였네요!

게다가 수의사 이치라니!

뭔가 어울려!!


그보다 뭔가 점점 에로에로....'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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