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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6160793#5























8

 

(이치마츠 시점)

 

 


 

 

‘........슬슬 돌아가야겠지

 

 

완전히 어두컴컴해진 하늘에서 가랑비까지 쏟아지기 시작했다.

오늘도 여전히 하천부지의 들판에서 손전등을 들고 풀숲을 헤치고 다니던 나는,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오늘밤에야말로 들킬지도 모른다.

쥬시마츠를 덮치고, 목을 조른 것.

만약 들키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최악의 경우 경찰서행? 소년원? 뭐어, 가족이고 그렇게까지 심하게 처리하진 않을 것이다.

그래도 집에서 쫓겨날 각오 정도는 해둬야겠지.

집에서 쫓겨나면, 어떻게 살아가지.

이 벌판에서 길고양이처럼 배를 굶주리고서 한가로이 살고 싶다.

굶어 죽어도 좋다.

차라리 목이라도 매고 죽어버릴까.

아아, 만약 죽을 거라면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쥬시마츠를 그 창고로 데려가, 절대 나오지 못하도록 감금해서 함께 죽어야지. 형들은 내가 쥬시마츠를 죽이고, 나도 죽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같은 무덤에 묻어줄까. 같이 묻어주지 않아도 별로 상관없다. 천국에 가든, 지옥에 가든 나는 쥬시마츠의 혼을 절대 놓아주지 않을 거니까.

계속 내 옆에 둘 것이다.

가랑비를 맞으며 그런 멍청한 망상을 계속했다.

 

돌아가기 싫었다.

 

지금 딱 한가지, 가장 걱정되는 것이 있다면.

형들에게 쫓겨난다면 그것도 그것대로 문제겠지만, 만일, 만약에.

 

 

―― 쥬시마츠에게 미움 받았으면 어쩌지.

 

 

 

 

 

 

고양이 소리에 놀라 발밑의 풀숲에 손전등을 비췄다.

검은색과 갈색부분이 많은 삼색 고양이............밋탄이다.

밋탄은 나를 올려다보며 냐아-, 하고 어리광을 부렸다. 작년에 이 들판에서 태어난 아직 1살밖에 되지 않은 암컷 고양이. 애교가 많고 인간을 경계하지 않는 녀석에 토도마츠가 떠오른다.

[왜 이런 곳에 있는 거야]

나는 밋탄을 안아 올리곤,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너도 미미 찾는 거 도와주려고?]

냐아-, 하고 밋탄이 답한다. 뭐라고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비에 젖지 말고 집에 돌아가, 라고 하는 것 같다.

미미는 얼마 전 새끼를 낳은 엄마 고양이다.

2마리는 죽었지만, 남은 4마리는 데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모습이 보이질 않아, 걱정이 된 나는 녀석을 찾아다녔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나는 고양이들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있다. 나만이 부를 이름. 분명 녀석들도 그다지 이름을 원하지는 않겠지만, 내게는 녀석들을 구분하기 위해 꼭 필요했다.

하지만 좀 부끄러우니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뭐어, 듣고 싶은 녀석도 없는 것 같지만.

 

빗줄기가 점점 거세져, 어쩔 수 없이 나는 밋탄을 품에 안은 채 창고로 돌아가 가방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갔다.

냐앙, 꼭 집으로 돌아가야 해, 라고 말하는 듯한 밋탄이 창고에서 울었다.

뭐야, 시끄러워 어린 게.

 

 

 

비를 맞으며 어두운 길을 걸었다.

큰 도로를 가로질러 주택가에 들어섰다.

쥬시마츠는 집에 있겠지. 나를 보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평소처럼, [이치마츠형 어서와~]라고 웃으며 반겨주는 건, 더 이상 없을지도 모르겠네.

 

 

 

 

 

 

현관문이 열려있어, 조용히 문을 열었다.

방에서 형제들이 자는 소리가 울렸다. 가장 기분 좋게 자고 있는 건 토도마츠려나.

쥬시마츠도 저기 있을까.

걱정하며 신발을 벗고 집에 들어섰다.

[, 누가 왔어!]

토도마츠의 목소리가 들렸다.

좀 낡은 집인지라 작은 발소리 같은 것도 쉽게 울려퍼진다. 나는 작게 숨을 내쉬며 거실로 향하려던 순간, 문이 열리고 오소마츠형이 웃는 얼굴로 나왔다.

[여전히 늦게 오네-, 이치마츠는. 벌써 9시라고]

[.............., 그래]

엮이기 싫어 시선을 외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거실을 들여다 봤지만, 쥬시마츠는 없었다. 또 위에서 자는 건가.

거실에 들어가니, 탁자 옆에 앉아있던 카라마츠가 뭔가 말하고 싶은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았다. 웃음이 터지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오늘은 뭔가 말하러 오려나.

[이치마츠, 너 흠뻑 젖었잖아! 앉기 전에 목욕부터 하고 오라고]

쵸로마츠형이 히스테릭하게 외쳤다.

그런 건 됐잖아, 하고 생각했지만 거실 분위기가 평소보다 조금 나쁜 것 같아 순순히 따르기로 했다.

 

.......역시, 들켜버린 걸지도 모르겠다.

 

 

 

 

 

◇◇◇

 

 

 

 

 

샤워를 마치고 잠옷으로 갈아있고서 복도로 나오자, 거기에 오소마츠형이 기다리고 있었다.

[............피곤할텐데, 미안, 이치마츠. 잠깐 할 얘기가 있는데, 괜찮아?]

[안 괜찮은데]

그렇게 말하며 나는 그 앞을 지나쳐갔다. 그러자 오소마츠형이 발을 뻗어 내 발목을 걷어찼다. 휘청거리며 넘어진 나는 짜증스럽게 오소마츠형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형은 히죽 장난꾸러기처럼 웃으며 말했다.

[중요한 얘기니까 부탁할게]

[피곤하다고. 얼른 자고 싶은데]

[, 오늘 학교 갔어?]

[...........]

멈춰서서 뒤를 돌아보니, 형이 조금 무서운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아무리 그래도 무단결석은 넘어갈 수가 없어서 말야]

[.........신경 끄라고. 성적이 떨어져서 곤란한 건 나니까]

[아무한테도 민폐 끼치지 않았다는 거?]

[.......내버려 둬]

그렇게 말하며 돌아서 다시 걸어가자, 내 팔을 잡아 세우는 오소마츠형.

[이 형아는 웬만한 건 너그럽게 넘어가줄 수 있거든. 특히 귀여운 남동생이 한 거라면 뭐든 용서할 수가 있어. 하지만 단 하나, 절대 용서할 수 없는 게 있거든]

[................]

[왜 쥬시마츠를 때렸어?]

[...........]

나는 다시 형을 돌아보았다. 뭘까, 이 위압감.

이런 분위기는 질색이다. 동갑인 주제에 뭐가 형이고, 뭐가 동생이냐.

하지만 이 사람은 전부터 장남이란 지위로 우리들 위에 군림하고 있다.

위험하니 도망가야지, 라고 생각했지만 발이 움직이질 않는다.

[이치마츠.......말 안 하면, 형아 진짜로 화낸다?]

팔을 잡은 손이 살을 파고들어 아프다.

어쩔 수 없이 나는 형을 보며 입을 열었다.

[쥬시마츠라면.....용서할 거라고 생각해서]

[?]

[.......녀석이라면 내가 무슨 짓을 해도 화를 내지 않을 테니까]

[.......]

!

엄청난 소리가 울리고 내 볼이 뜨거워진다. 아픔을 느끼기도 전에 목덜미를 잡혀 복도에 내팽개쳐졌다.

[, 아프, 잖아.....!!]

엎어져있는 내 등에 발길질이 쏟아진다.

거실로 나온 쵸로마츠형이 황급히 오소마츠형과 내 사이를 가로막는다.

[, 잠깐만, 뭐 하는 거야]

[? 지금 엄청- 짜증나는 말을 들은 것 같아서]

오소마츠형은 엄청난 얼굴로 뚜둑뚜둑 뼈소리를 내며 나를 내려다보았다. 이건 역시 무서워 새파랗게 질리고 만다. 이건 진짜 위험할지도 모른다.

쵸로마츠형이 오소마츠형을 말리는 사이, 나는 계단을 뛰어올라가 2층방으로 달려갔다.

방에는 쥬시마츠 혼자 이불에 앉아있었다.

[.....쥬시마츠]

[!!!]

낮에 침투성이에 액체로 뒤덮여 방치된 모습을 본 뒤여서 그런지, 역시 어색하다. 쥬시마츠도 나를 보며 굳어 있다.

방밖에서는 계단을 뛰어오르는 발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오소마츠형이다. 큰일이다.

나는 수단을 가릴 틈도 없이 쥬시마츠 뒤에 숨었다.

[좀 숨겨줘, 쥬시마츠]

[, 왜 그래, ]

문이 열리고 오소마츠형이 방에 들어왔다. 형은 어디서 가져 온 건지 방망이를 들고서, 쥬시마츠 뒤에 숨어있는 나를 노려보았다.

[이치마츠, ............너 그거 비겁하잖아]

[............]

[오소마츠형]

쥬시마츠가 목소리를 냈다. 평소보다 무거운 목소리. 마치 오소마츠형을 꾸짖는 듯하다.

그러자, 형은 방망이를 내려두고, 쥬시마츠 앞에 앉았다.

[저기, 쥬시마츠........너는 정말 그거면 돼?]

[..........모르겠어]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긴 쥬시마츠. 나는 그 모습을 숨을 죽이고 지켜보았다.

쥬시마츠가 날 감싸주다니, 상황이 좋아도 너무 좋다.

낮에 쥬시마츠한테 내가 한 짓을 생각하면, 내가 너를 사모하고 있을 때 생각했던 그 잔혹함을 떠올리면, 그럴 의리는 생기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쥬시마츠는 오소마츠형에게 부탁하고 있다.

[하지만, , 형이 이치마츠형을 때리는 건, 보기 싫어]

[......으으으으음]

오소마츠형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몸을 뒤로 젖혔다.

[대체 넌 왜 그런 거야, 쥬시마츠. .........그보다, 듣고 있냐, 이치마츠]

[......-]

나는 낮은 소리로 답했다.

[너는 좀 반성하라고. 이제 더는 학교 빠지지 마. 쥬시마츠한테 또 무슨 짓이라도 했다간, 다음번에는 쥬시마츠가 없는 곳에서 반쯤 죽여놓을테니까]

[.......-]

마찬가지로 답한다.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뒤에서 지켜보던 쵸로마츠형과 함께, 오소마츠형은 1층으로 내려갔다.

[.........살았다]

안도하는 나. 쥬시마츠는 나를 돌아보며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 오늘도 늦게 왔네. ......고양이랑 있었어?]

[, 고양이 찾다가 늦어졌어]

[그래]

이제 와서 밥 먹으려고, 라며 거실로 내려가는 건 좀 찝찝하다.

오늘은 그냥 굶기로 하고, 쥬시마츠 옆을 떠나 내 잠자리로 들어갔다. 쥬시마츠에게서 등을 돌리고 뒤척이며 말했다.

[......오늘은 미안, 쥬시마츠]

[아하하]

마른 웃음소리가 방에 울린다.

[쇼크로 열도 떨어졌다구요, 이치마츠형]

[그래]

그럼 오히려 다행이잖아. 라며 이불 속에서 중얼거린다.

지금은 별로 녀석과 마주하고 싶지 않다.

내가 망상에서 녀석과 이런저런 짓을 하던 것이 자꾸 떠오르니까.

[저기, 이치마츠형]

쥬시마츠가 날 불렀다.

[?]

답하기 싫었지만, 답한다.

쥬시마츠는 잠시 침묵하곤 입을 열었다.

[형의 집은 여기니까. .........고양이들의 집은, 형의 집이 아니라구]

[알고있어, 그런 건]

당연하잖아. 나는 짜증스럽게 답했다.

[그래]

[이제 나한테 말걸지 말라고, 쥬시마츠. 지금, 단둘이니까]

[밑에 형들 있는데]

[있건 말건 상관없어. 또 때린다]

[..........]

쥬시마츠는 조용해졌다. 나를 때리지 말라고 오소마츠형에게 부탁했던 쥬시마츠를, 나는 때릴 거라 위협했음을 깨달았다.

잠시후, 쥬시마츠가 다시 말을 걸어왔다.

[, 밑에 내려갈래. 형은?]

[여기 있을래]

[]

이불에서 나가는 동생의 발소리를 들으며, 나는 그 발목을 붙잡고 싶은 이상한 기분을 맛보았다.

 

 

 












9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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