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마츠상][사변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제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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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1편*
2016/05/31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①
*2편*
2016/06/04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②
*3편*
2016/06/06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③
*4편*
2016/06/12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 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④
*5편*
2016/06/14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⑤
*6편*
2016/06/15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⑥
*7편*
2016/06/15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⑦
*8편*
2016/06/20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⑧
*9편*
2016/06/22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⑨
*희망1편*
2016/07/05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희망> 제1화
*희망2편*
2016/07/07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희망> 제2화
*희망3편*
2016/07/10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희망> 제3화
2016/07/18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희망> 제5화
*희망6편*
2016/07/19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희망> 제6화
*희망 마지막*
2016/07/23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희망> 마지막화
*해리 1편*
2016/08/14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제1화
*해리2편*
2016/09/05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제2화-
*해리3편*
2016/09/06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제3화-
*해리4편*
2016/09/09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제4화-
*해리5편*
2016/09/29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제5화-
*해리6편*
친구가 생겼다.
가족 이외의 사람과 관련이 없던 내겐 그것이 무척이나 기뻤다.
매일 아침 같이 달려주고, 가끔은 차도 마시고, 야구도 했다.
같은 얼굴이지만, 다른 성격.
친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그날의 고통을, 아픔을 떠올리고 말았다.
멀고 먼, 손이 닿지 않는 깊은 꿈 속에 두고 온 기억이, 서서히 되살아났다.
아아, 이렇게 되어 버리면 더는 여기에 있을 수 없다.
나는 사라져버리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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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제7화-
-나는 매일 같은 꿈을 꾼다.
하얀 안개 속, 하얀 제라늄 꽃에 둘러싸인 채, 그냥 주저앉아 있다.
아무도 없고 쓸쓸한 고독의 공간에 홀로.
병원에 있을 무렵부터 이런 일이 계속 되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변하지 않던 그 꿈도, 어느 날을 기점으로 조금 변화가 생겨났다.
그건, 리쿠와 야구를 할 때, “마츠노 쥬시마츠”라는 청년을 만났을 때였다.
그는 나와 비슷했다. 신장만이 아니라, 윤곽, 코, 눈, 입......얼굴과 신장 모든 것이 흡사했다.
남이면서 우연히 닮는 경우는 가끔 있는 일이다. 그러니 이건 우연일 뿐이다.
그런데. 처음 만났는데, 처음 만난 거 같지가 않다. 얼굴이 닮았기 때문일까. 오랜 옛날부터 알고 지냈던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내가 그에게서 느낀 감정은, 그리움만이 아니다. 혐오, 선망, 경멸, 공포....그 모든 묘한 감정들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두려웠다. 초면에 이런 감정을 갖는다는 것이.
그리고, 그날 밤. 나는 꿈을 꿨다.
같은 키의 남자가 6명, 긴 이불에서 나란히 잠들고, 목욕탕 같은 장소에서 서로 등을 밀어주는 그런 기묘한 상황인데도 어딘가 현실감이 있는 꿈을.
『----!!』
누군가가 크게 손을 흔들고 있다. 즐거운 듯이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
나 이외의 얼굴은 검게 칠해져 있지만, 그것을 볼 때마다 어째선지 가슴이 아팠다.
[----아, 형아]
작게 몸이 흔들리면서 서서히 의식이 현실로 돌아온다.
[응......? 리쿠.....왜 그래]
눈을 비비려 얼굴에 손을 대자 뺨이 흠뻑 젖어있다.
아아, 또 나는 울고 있었던 건가, 하고 생각하며 그것을 세게 문질러 닦아낸다.
[화장실.......]
[아아, 그래. 형아가 같이 가줄게]
초등학교 2학년인데 아직 혼자 새벽에 화장실을 가지 못한다. 엄마가 응석을 받아주지 말라고 하지만, 그래도 나는 응석 부려주는 동생이 귀여워 어쩔 수 없이 따라가고 만다.
리쿠가 화장실에 들어가고, 나는 문 앞에서 기다린다.
[형아, 있어?]
[괜찮아. 형아 여기 있어]
리쿠는 내가 제대로 기다리고 있는지 이렇게 말을 걸어 확인한다.
함께 살기 시작한 것은 1년 전의 일이지만, 어째선지 훨씬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언제였더라, 하고 생각해보지만 옛 기억은 떠오르지 않는다.
살짝 물소리가 들리고, 리쿠가 화장실에서 나왔다.
[형아, 고마워. 가자!]
나는 리쿠의 방 앞에 가서 문을 열어 줬다. 그리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잘자, 리쿠. 또 화장실 가고 싶으면 형한테 오라고]
그렇게 말했다. 리쿠가 방에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고, 옆에 있는 내 방으로 돌아간다.
시간을 확인하려 머리맡의 불을 켰다. 시계는 아침 5시를 가리키고 있다.
완전히 잠이 달아나버린 나는 기왕이면 조깅이나 하자고 생각해, 벽장 속에서 체육복을 꺼내 갈아입었다.
현관문을 닫고 밖으로 나오면, 아침놀에 물든 하늘이 예쁘게 펼쳐져있어 무심결에 탄성이 나온다.
깊게 숨을 들이마시면 아침 특유의 상쾌한 공기가 가슴 가득 퍼진다.
아직 햇빛이 그렇게 강하지 않으니 괜찮겠지, 라며 끼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어 가슴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곤 가볍게 준비운동을 하고 천천히 달리기 시작한다.
아무도 없는 길에 경쾌한 발소리, 그리고 규칙적인 숨소리가 울렸다. 오늘은 컨디션이 좋으니 멀리까지 나가보기로 했다.
강가를 달리다 보면 나처럼 조깅하는 사람, 퇴근 도중의 샐러리맨이 드문드문 보였다.
하아하아, 하고 숨을 고르며 강변에서 조금 쉬기로 한다. 강물과 시원한 바람에 땀이 식으며 상쾌함이 몸을 감싼다.
문득 시선을 돌리면, 어느 가게가 눈에 들어온다.
[하이브리드, 오뎅......?]
다가가서 간판을 보자 그렇게 쓰여 있다. 그것을 읽었을 때의 일이었다.
[........!]
갑자기 엄청나게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애달프고, 괴롭고, 슬프다-
가슴에 넘쳐흐르는 이 응어리에 닿아 버리면, 울어버리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팠다.
[..........아........,죄, 송.....죄송, 죄송합니.........]
누구에 대한 사죄의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말이 먼저 나왔다. [미안]이라고 말할 때마다 기분이 진정되는 듯한 느낌에 생각이 멈추지 않는다.
울어버리면 편해질텐데, 어째서 울지 않을까. 꿈 속에서는 그렇게나 솔직하게 울었는데.
마치 우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 듯이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그 순간,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려 몸을 움찔 떨었다.
[저기.....괜찮아요?]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성인 남성이 이런 곳에서 사과를 반복하고 있으니 걱정 되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천천히 뒤를 돌아본다.
[아, 아아. 아무것도 아니-]
거기에 서있던 것은 쥬시마츠군이나 나와 똑 닮은 얼굴을 한 청년이었다.
나를 본 청년은 크게 눈을 뜨고는 눈물을 살짝 글썽이고 있었다.
[형, 에, 거짓말.......]
청년은 슥슥 눈을 문지르면서 아까의 반응이 거짓말인 듯 보기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미안합니다. 당신이 형과 닮아서, 그만 이성을 잃어 버렸어요. 아, 이 근처에 이상한 미친개가 나온다고 하던데, 위험하니까 다른곳으로 가지 않을래요?]
-청년의 이름은 “마츠노 토도마츠”라는 것 같다. 카라마츠의 생각대로 쥬시마츠와 형제였다.
둘은 나란히 조깅을 했다. 기분 탓인지 토도마츠는 매우 기뻐보였다.
[토도마츠군은 조깅이 취미구나]
[그럼요. 그......군이라던가 붙이지 않아도 괜찮으니, 토도마츠라고 불러주지 않을래요?]
토도마츠는 불안한 듯한 눈으로 카라마츠를 본다. 동갑일 터인데, 연하로 보이는 그가 귀엽게 느껴졌다.
[아, 아니, 그건...........우리 초면이고, 갑자기 이렇게 이름만 부르는 건 좀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첫 대면에서 친구가 된다면 이름을 부르는 일도 종종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거리를 좁히고 싶지 않다고 느낀 카라마츠는 이를 거절했다.
[그, 그렇죠. 초면에 말을 놓는다니......기분 상하셨으면 죄송합니다]
이름이 불리고 싶었던 나머지 너무 서둘렀나 싶은 토도마츠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래도 토도마츠는 소리를 지르고 싶을 정도로 기뻤다. 그날 이후로 카라마츠를 만나고 싶다고 매일같이 생각했다. 역시 자신의 파트너는 카라마츠 밖에 없다고, 어리광을 받아 주는 상대는 카라마츠 밖에 없다고, 그렇게 실감하면서.
하지만 지금, 눈앞에 카라마츠가 있다. 이따이하지도 않고, 어디도 다치지 않은, 자신을 봐도 두려워하지 않는 카라마츠가 있다. 바로 파트너를 자칭했을 그 시절의 카라마츠였다.
[아, 아니......괜찮아. 토도마츠군, 피곤하지 않아? 조금 쉴까]
카라마츠는 옆에 있는 벤치를 가리키며 씨익 웃는다. 여전한 상냥함에 토도마츠도 그를 따라 웃었다.
[소라씨는 언제부터 여기서 살게됐나요?]
토도마츠는 이 질문을 시작으로, 카라마츠의 “소라”로서의 성장 과정을 알아내자고 생각했다. 토도마츠는 능란한 화술로, 카라마츠에게서 이런저런 정보를 알아냈다.
[헤에, 지금은 일하지 않고 있구나. 이른바, 니트....라는 느낌? 나도 마찬가지지만]
[아아, 부끄럽지만. 토도마츠군도 니트인가? 우리 동료구나. 핑계도 되지 않겠지만, 지금은 동생의 방학이라 녀석과 놀아주고 싶어서 말야]
토도마츠는 옆에 앉은 카라마츠의 옆모습을 본다. 동생에 대해서 말하는 카라마츠는 너무도 생기가 넘쳐보였다.
--지금까지는 너무도 당연해서 신경쓰지 않았지만, 카라마츠형, 우리들에 대해 말할 때에도 이런 표정이었어....
토도마츠는 그렇게 생각함과 동시에 가슴의 통증을 느꼈다. 토도마츠, 토도마츠, 라며 기억 속의 카라마츠가 말을 건다.
이렇게도 가까이 있는데, 무엇보다 멀리있는 듯하다.
[.....토도마츠군!? 왜 그래, 어디 아픈 거야?]
카라마츠의 걱정스런 목소리에 깜짝 놀라 정신을 차리고 보면, 뺨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엣, 앗....! 아, 아니, 하나도 안 아파!! 괜찮으니까! 그냥.....소라한테 그렇게 소중히 여겨지는 동생은 무척이나 행복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토도마츠는 카라마츠가 눈치채지 않도록 주먹을 꽉 쥐었다.
[아아, 나는 동생을 좋아해. .......나는 이만 가봐야겠어. 동생이 일어날 시간이거든]
카라마츠는 그렇게 말하고 일어선다. 토도마츠도 그를 따라 황급히 일어서서 카라마츠의 옷자락을 잡았다. 카라마츠는 놀란 표정을 토도마츠를 바라보았다.
[에, 저기....소라씨, 괜찮다면 내일도 같이 조깅하지 않을래? 소라씨의 이야기, 재밌으니까 더 알고 싶고.........안 될까?]
토도마츠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카라마츠”라며 이 방식이 먹힐 것이다.
[....아아, 좋아. 내일 꼭 다시 여기로 올게]
“오케이- 브라더~ 이 나로도 괜찮다면, 너의 하루의 시작을 공유하지-”
라며 총 쏘는 시늉을 하면서 말하는 카라마츠가 머릿속에 떠오르지만 눈앞의 상대는 카라마츠이면서 카라마츠가 아니다. 이따이함을 조금도 느낄 수 없이 승낙된 것에 조금 위화감을 느끼는 토도마츠였다.
[......고마워. 그럼, 잘가. 내일 보자!]
기쁜데도 진심으로 기뻐할 수 없는 건, “카라마츠”를 원했던 탓일까. 가볍게 손을 흔들며 저 멀리 사라지는 카라마츠에게서 등을 돌려, 토도마츠는 힘없이 벤치에 앉아 고개를 숙였다.
[우, 우윽, 으, 아아.....카라마츠, 카라마츠, 형..........]
뚝뚝, 눈물이 땅에 떨어져 무늬를 만든다. 이젠 이 울음소리조차 카라마츠에겐 닿지 않는다.
◇◇◇◇
그날, 카라마츠는 또 한명의 전 동생인 쵸로마츠와 재회했다.
계기는 거리를 돌아다니던 때에, 쵸로마츠에게 갑자기 팔을 붙잡힌 것.
뿌리치려 했으나, 그 얼굴이 쥬시마츠와 토도마츠와 비슷한 것, 그리고 자신을 잡은 그 손이 떨리는 것에 저항하기를 그만뒀다.
그리고 어째선지 둘이서 카페에 왔다.
[아, 엣, 저기.......가, 갑자기 죄송합니다. 나, 나는, 마, 마츠노, 쵸로, 쵸로마츠라고 합니다]
[아아, 쥬시마츠군과 토도마츠군의 형이구나. 쥬시마츠군으로부터 얘기는 들었어. 아이돌을 좋아하는 형이 있다고. 나는 아카츠카 소라라고 해]
카라마츠는 블랙커피, 쵸로마츠는 카페라떼를 주문했다.
카라마츠는 블랙을 못 마실텐데, 라고 생각하며 쵸로마츠가 시선을 내렸다.
[아, 그, 그렇군요....아하하.........쥬시마츠녀석 뭐라고 말한 거야....!?]
쵸로마츠는 카라마츠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의 목소리로 쥬시마츠에 대한 불만을 중얼거렸다.
[...그래서, 용건이 뭐야? 갑자기 차 한잔 하지 않을래요? 라고 말해서 놀랬어]
[아, 죄, 죄송합니다. 당신을 보니까 무심코 손이 나가버려서.....]
카라마츠는 이리저리 눈을 굴리며 식은땀을 흘리는 쵸로마츠를 보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 적어도 나쁜 남자는 아닌 것 같았다.
[쵸로...마츠군도 나한테 뭐 궁금한 게 있어? 별로 시간은 낼 수 없지만, 커피를 다 마실 때까지 답해줄게]
[그, 저기........소라, 씨는......어라, 뭐더라. 아, 그래. 그, 지금, 행복, 하신가요.....!?]
쵸로마츠는 입술을 덜덜 떨며 그렇게 외쳤다. 카라마츠 뿐만이 아니라 주변의 시선이 몰려 쵸로마츠의 얼굴을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우윽!!!행복하냐니!!뭐야 그거!?종교!?종교권유냐!!갑자기 너무 가버렸잖아!!
뇌 속에서 스스로에게 츳코미를 날리는 쵸로마츠.
카라마츠는 그런 쵸로마츠를 보며 멍하니 있다가, 곧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행복하다고]
짧지만 제대로 된 답변과 눈부실 정도의 그 미소는 쵸로마츠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그런, 가요......]
오랜만에 본 카라마츠의 행복한 웃음은 쵸로마츠의 말문을 막히게 했다.
그저 묵묵히 카페라떼를 홀짝거릴 뿐. 불편함 따위는 이제 신경쓰이지도 않을 정도로 가슴이 가득찼다.
이윽고 카라마츠도 커피를 다 마시고, 끝을 알렸다.
[저기, 나, 이제 슬슬 가볼게. 쵸로마츠군, 오늘 고마웠어]
왠지 위축된 모습의 쵸로마츠에게 감사를 표하고, 자신의 몫의 돈을 탁자에 두고 떠난다.
쵸로마츠는 아무것도 못하고 그저 멍하니 보고만 있다. 그의 마음속에는 자기혐오만이 가득했다.
쵸로마츠는 확, 하고 일어나 카라마츠가 두고 간 돈과 계산서를 들고, 황급히 계산을 한 뒤에 뛰쳐나간다.
그리고는 카라마츠를 불러 세운다.
[오늘은 미안......! 내가 꾀어 놓고 이렇게 보내버리고....다음!다음엔 제대로 질문 생각해 둘테니까! 그러니까 다음에 또 차 한잔 하지 않겠습니까....!]
숨을 헐떡거리면서 쵸로마츠는 그렇게 말한다. 카라마츠는 훗하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쵸로마츠는 순식간에 밝은 표정을 지으며 집을 향해 달렸다.
[이예--------이!! 아싸아~~~!! 카라마츠가 또 나랑 만나준다고 했다아!!! 우호오~~~~!!]
쵸로마츠는 너무도 기뻤다. 하지만 순간, 발걸음을 멈추고 아까의 카라마츠의 말을 다시금 떠올렸다. “아아, 행복하다고” 라고.
자신들이 빼앗아 간 가족의 행복을, 카라마츠는 다른 형태로 재구축하고 있다. 좋다고 생각하는 반면, 솔직하게 기뻐하지 못하는 자신이 있었다.
[사람의 행복을 기뻐하지 않다니, 역시 나는 쓰레기네]
카라마츠에게는 다른 가족이 있다. 그것은 즉, 자신들에게 돌아올 수 없음을 뜻했다.
[그치만, 그거잖아? 역시 이런건 과정이 중요하다고! 오늘부터 관계를 쌓아가면 되는 거잖아!]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막연한 이론이지만, 이 때의 쵸로마츠는 카라마츠의 마음 따위 생각하지 못했다.
◇◇◇◇
그날 밤, 카라마츠는 다시 꿈을 꿨다.
같은 키의 남자가 6명, 이번에는 사이좋게 어딘가의 포장마차에서 나란히 앉아 오뎅을 먹고 있었다. 김이 풀풀 나는 오뎅을 먹고, 마시지도 않는 술을 마시고.
불그스름한 얼굴로 어깨동무를 하고 비틀비틀 집으로 돌아갔다.
여전히 그들의 얼굴은 빈틈없이 검게 칠해져 있었지만, 어째선지 그립고 가슴을 조여왔다.
꿈 속의 나는 잔뜩 폼을 잡고 안쓰러운 대사를 내뱉었고, 그때마다 어김없이 멱살을 잡혀 울상을 지었다.
---아아, 약하고 볼품없다. 꿈 속의 나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꼴불견이다. 난 이런 사람이 아닌데, 누구지 이녀석은.
『훌쩍......또 ●●를 화나게 만들어 버렸다....좀 더 멋진 형이 되지 않으면....우는 건 볼품없어....』
꿈 속의 나는 울먹이면서 웃는 얼굴의 탈을 한 장 꺼내 얼굴에 썼다. 그리고 그 위에 검정 선글라스를 낀다.
『훗, 완벽하군....정적과 고독을 사랑하는 쿨한.....나!』
거울을 보며 그렇게 말하고는 머리를 휘저었다. 아까 울고있던 것이 거짓말처럼 확 바뀌어버린 그 현상에 오한을 느낀다.
-이상해. 미쳤어. 왜 꿈 속의 나는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문득 꿈속의 내가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나에게 자신을 바라보는 취미는 없지만, 너무도 슬픈 듯한 표정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무심코 나는 손을 뻗었다.
어깨에 그 손이 닿는 순간, 우르르, 뭔가가 검게 소용돌이치는 것을 느꼈다. 끝이 없는 늪으로 끌려들어가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내 안에 뭔가 싫은 것이 밀려들어온다. 그것을 닿으면 무너져버린다. 그런 기분이 들었다.
[---핫....!!]
벌떡 일어나 거친 호흡을 내뱉는다. 뚜욱, 땀이 이마에서 흘러내려 볼에 떨어진다.
[꿈, 인가......]
방의 불을 켜고, 머리맡에 있는 부모님, 그리고 리쿠와 함께 찍은 가족사진을 손에 들고 무릎을 끌어안았다.
[괜찮아...괜찮아.....나한테는, 나한테는 소중한 가족이 있어. 그러니까......!]
괜찮아, 라고 자신을 타이른다. 문득 시계를 보면 어제와 같은 시간이다.
뇌리에 마츠노 토도마츠의 얼굴이 스친다.
그는 분명 오늘도 기다리고 있겠지.
나는 침대에서 내려와 옷을 갈아입고 그가 기다리고 있는 벤치로 걸음을 서둘럿다.
그날 아침에는 토도마츠군, 낮에는 쥬시마츠군을 만났고,
그 다음날 아침에도 토도마츠군, 낮에는 쵸로마츠군을 만났다.
마츠노가 형제들과 친목을 도모하면서 악몽은 서서히 카라마츠를 괴롭혔다.
카라마츠는 그들과 꿈이 관련이 있음을 짐작하면서도, 그런 까닭 없는 교류를 계속해서 쌓아갔다.
◇◇◇◇
[.......저기, 최근 세명 다 무슨 일이야? 뭔가 즐거운 일이라도 있어?]
요즘 내내 기분이 좋은 형제들을 눈여겨보던 이치마츠가, 무릎에 고양이를 앉힌 채 세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응? 뭐야, 이치마츠. 나 그렇게 즐거워 보여? 뭐어, 즐겁긴하지~]
입꼬리를 잔뜩 올리고 만면에 미소를 띤 쵸로마츠가 말했다. 최근 쵸로마츠는 카라마츠를 만나느라 오타쿠 생활을 쉬고 있다.
[즐거워, 즐거워, 즐거~~~워!!]
쥬시마츠는 지금까지 이치마츠에게 배트에 묶여 휘둘러지곤 했지만, 카라마츠라는 야구 상대가 생기고 나서부턴 일체 그런 권유를 하지 않았다.
[뭐어, 그렇지. 아침 조깅은 좋다구? 마음도 몸도 건강해지고, 최고!!]
춥니, 덥니, 이런저런 핑계를 붙이며 아침 조깅을 빼먹던 토도마츠가, 카라마츠와 만나고부터는 매일 거르지 않고 조깅을 하고 있다.
[.....흐음, 나한테는 가르쳐주지 않겠다 이거지? 좋다고, 그럼 나한테도 방법이 있지]
이치마츠가 집게 손가락으로 마스크를 내리고 히죽 웃었다. 그리고 고양이를 가슴에 안아들고는,
[.......가라, 에스퍼 냥코]
그렇게 지시받은 에스퍼 냥코는 먼저 쵸로마츠에게 달려들었다.
[엣, 와악!]
『가끔이지만 카라마츠와 둘이서 커피를 마시게 되다니, 행복하네에- 두 번 다시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에스퍼 냥코가 쵸로마츠에게 닿자마자 마음의 소리가 흘러나왔다.
[...다음, 가라!]
이치마츠의 지시에 에스퍼 냥코는 주저없이 쥬시마츠를 향해 달려들었다.
[우와--!! 냥코의 돌격이다아아----!! 도오오오오옹--!!]
『카라마츠형과 야구할 수 있어서 기뻐어!! 나랑 캐치볼도 해주고, 행복해애만루홈러어언-!!』
뿌득, 이치마츠가 이를 갈며 다음 상대인 토도마츠를 손으로 가리켰다.
[엣, 자, 잠깐만!!]
『에헷, 카라마츠형과 매일 아침 조깅을 하다니 기뻐! 파트너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 드네~』
차례차례 형제들의 마음의 소리가 에스퍼 냥코에 의해 폭로된다. 공통의 키워드는 “카라마츠”. 몇 년 전 자신들이 부숴버린, 그리고 잃어버린, 소중한 피를 나눈 형제이다.
[.....하, 뭐야. 다들 계속 녀석을 만나고 있었던 거야? 하......약속이 틀리잖아. 다들 한번이라고 말했으면서, 뭐하는 짓이야?]
이치마츠는 에스퍼 냥코를 양손으로 안아들고, 앉아 있는 세사람 앞에 선다.
[......그치만 어쩔 수 없잖아. 카라마츠도 싫다고 하지 않았으니까......아마 우리와 얘기하고 싶은 걸지도 몰라!]
[이치마츠형도 얘기해보는 건 어때? 아, 그치만 상냥하게 말해야 해! 상처주는 말을 했다간 화 낼거니까!?]
쵸로마츠, 토도마츠가 정색하고선 말한다. 평소 형제의 뜻을 따랐던 이치마츠는 그들의 말에 몸이 움찔움찔 거렸지만, 체념한 듯 주먹을 꽉 쥐고는 둘을 째려보았다.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잖아....! 너희들, 스스로 무슨 짓을 해왔는지 잊은 거야? 우리들이 용서받을 수 있을 리가 없어........!!]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에게 맷돌을 던진 그날, 창문을 닫다가 보았던 카라마츠의 모습과, 병원에서 거부되었을 때 보았던 카라마츠의 원한과 슬픔이 담긴, 그 짐승 같은 시선을 떠올렸다.
아무리 기억이 없다고 해도, 그런 눈을 했던 녀석이 쉽게 용서할 리가 없다. 마치 시선만으로 적을 죽일 것만 같은 눈이었다.
[......무슨 소리야, 이치마츠. 실제로 우리들은 이렇게 카라마츠와 양호한 관계를 만들어 가고 있는데. 원망할 대상이라면, 이치마츠 너밖에 없잖아]
[그렇네~ 형제한테 맷돌은 좀 아니지~ 솔직히 지나치다고 생각하지 않아? 아, 그리고 오소마츠형도네. 망할 정권에 종지부를 콰앙!! 라고 카라마츠형이 말했었고]
[카라마츠형이 마음에 들어하던 선글라스도 많이 부쉈지!]
자신의 과거 행실을 나무라는 세 사람에 이치마츠는 불편함을 느끼며 서서히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나, 나만 나쁘다고 하는 거냐고......!? 모두 똑같잖아.....!!!]
[그런게 아니라고. 하지만, 사실은 사실이잖아? 나는 카라마츠를 부양해도 좋다고 할 정도로 사이 좋았고 말이지. 자자, 이치마츠도 오기 부리지 말고 만나 보라고? 전에는 만나고 싶어 했잖아]
뭣하면 연락처라도 줄게, 라며 쵸로마츠가 스마트폰을 꺼냈다. 뿌득, 이를 간 이치마츠는 그것을 쵸로마츠의 손에서 잽싸게 뺏어든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말라고!!! 난......나는 너희들과 달라!!! 그 녀석이랑은 인연을 끊고 싶을 뿐 그 무엇도 아냐!!!!]
이치마츠는 그렇게 말하고 방을 뛰쳐나갔다. 그와 동시에 오소마츠가 들어온다.
[우왓~ 무서워라~~ 뭐야, 왜 이치마츠 화난 거??별일이네에~!]
오소마츠는 슬쩍 쵸로마츠를 쳐다봤다. 그에 쵸로마츠는 휙 시선을 피한다.
[......아무래도 좋지만 말이야. 너희들 카라마츠와 어울리는 건 좋지만, 적당히 해둬.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아, 이거 형아의 충고니까]
오소마츠가 눈을 가늘게 뜨며 그렇게 말한다. 옛날부터 장남과 차남이 눈을 가늘게 뜨면 엄청난 압박이 가해졌다. 아무리 평소에 무시해도 역시 형은 형이구나 하고 되새기게 한다.
[알고 있다고. 오소마츠형도 카라마츠형과 만나보지 않을래? 이따이하지 않고, 상냥하고, 상처도 없다구! 응, 그렇네~ 뭔가 학생 시절의 카라마츠형 같아!]
토도마츠는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조깅 중 몰래 찍은 카라마츠의 사진을 오소마츠에게 보여준다.
[자, 이거! 그립지 않아?]
[.............카라, 마츠]
사진을 보다 무심코 소리가 새어나간다. 하지만 이 사진을 보는 순간, 얼마 전 우연히 재회했을 때의 기억이 다시금 떠올랐다. 동생은 이제 남의 형, 남의 가족이었다. 자신에 대한 기억은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이 눈 앞에 있는 세 동생들은 카라마츠와 “평범하게” 지내고 있다. 그렇다면 나도-
얘기하고 싶다. 만나고 싶다는 솔직한 욕구가 솟구쳤지만, 작게나마 남은 장남으로서의 자긍심과 이성이 이를 참으라고 말했다.
[오~ 확실히 그립긴 그립네. 그치만, 나한테 있어선 이미 없는 동생보다는, 옆에 있는 동생들이 더 귀엽다고~? 알겠어? 뭐, 암튼 파칭코나 갈까~ 누구 같이 갈 사람 없어? 형아는 대낮에 가서 하는 편이 더 잘 나온다구~?]
오소마츠가 그렇게 말하지만 아무도 말이 없자, 일어나서 다시 어디론가 나간다.
태풍 같던 두명이 떠난 뒤, 정적만이 남았다. 이치마츠나 오소마츠의 말이 세명의 가슴 속에서 소용돌이 친다.
[....이치마츠, 왜 카라마츠와 연을 끊으려는 거지]
[모르겠어. 그리고, 오소마츠형도 왜 카라마츠형에 관해서만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거야? 대체 왜......이제 와서 그런거 필요 없다고]
쵸로마츠와 토도마츠가 눈썹을 내리깔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으면, 돌연 쥬시마츠가 벌떡 일어선다. 그리고 배트와 공을 가지고 방을 나선다.
[에, 잠깐! 쥬시마츠!! 갑자기 어디가?!]
[야구!!! 야구하고 오겠머스루~!!]
[야구라니.....분위기 읽으라고 쥬시마츠형]
토도마츠가 어이 없다는 듯이 말하자, 쥬시마츠는 어깨에 얹은 배트를 내렸다. 그리고 눈썹을 살짝 낮춘 채, 싱극 웃으며 말했다.
[나, 바보니까 이런거 잘 몰라!! 그러니까, 몸을 움직여서 기분 풀고 오겠슴다!! 그리고, 그런건 본인밖에 모르는 거라고 생각해!!]
쥬시마츠는 그렇게 말하고는 뛰쳐나갔다. 도중에 거실에 있던 글러브 두 개를 집어 다시 나간다. 집을 뛰쳐나왔지만, 그의 옆모습은 진지한 얼굴이었다.
◇◇◇◇
냐아-, 하고 검정 무늬의 고양이가 애교 있는 소리를 울렸다. 그 옆에 검정 고양이는 목을 쓰다듬어지며 천천히 갸르릉 소리를 냈다.
그 손의 주인은 마츠노 이치마츠. 자신도 그들과 동류가 되기를 원하는 만큼 고양이를 좋아하는 그는, 이런 때야말로 몸도 마음도 평온해지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치마츠의 가슴 속은 눈앞의 고양이가 아닌 아까 형제들에게 들은 말들로 가득이었다.
어느새 고양이의 목을 쓰다듬던 손이 멈추고, 이치마츠의 불온한 분위기를 느낀 듯 몰려들던 몇 마리의 고양이들이 그에게서 등을 돌린다.
[에, 아, 자....잠깐.....]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고양이는 떠나고 없었다. 이치마츠는 하아, 하고 한숨을 토하며 건물 벽에 몸을 기대어 주저앉았다.
[망, 할......형제 뿐만 아니라 고양이한테까지 미움 받아 버렸잖아.........]
이치마츠는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콘크리트와 특유의 곰팡내가 코를 스쳤다. 건물과 건물 사이의 어두컴컴한 골목길이 자신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조금 시간이 지났을까, 누군가의 발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고양이의 발자국 소리가 아니라 인간의 발자국 소리임을 단번에 알아챘다.
-양아치인가, 아니면 누가 신고해서 경찰이 온 건가? 정말이지 오늘은 재수가 없네-.........뭐, 됐어. 이제 아무래도...........
이치마츠는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들었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 햇빛이 비춰들어 눈앞의 인물의 얼굴을 가렸다.
눈부셔, 라며 이치마츠가 눈을 가늘게 뜬다.
[저, 저기.......괜찮아?]
듣기 좋은 저음의 목소리가 귀에 울렸다. 눈이 적응하는 시간보다 청각이 그 목소리를 먼저 인지해버린다.
[쿠소마, ..........카라, 마츠]
이치마츠는 덜덜 떨리는 입을 벌리고 작게 중얼거린다.
[이런 곳에서 웅크리고 있고, 어디 아픈 거야?]
[에, 아, 아니.....그, 벼, 별로.....]
머리가 빙빙 돌아 제대로 말이 나오지 않는다.
[걱정해주는데 이런 말하기 뭐하지만, 그냥 내버려둬]
[그럴 수는 없지. 너 자신의 얼굴이 어떤지 모르지? 뭔가 울 것만 같은 얼굴이라고?]
--아아, 눈부시다. 너는 역시 눈부시다. 옛날부터 그랬다. 바보인가 싶을 정도로 사람이 좋아 금방 남을 믿어버리고, 착해빠졌다. 나와는 정반대인, 너는 그런 녀석이었다.
훅, 하고 갑자기 이치마츠는 뭔가가 가슴을 죄여오는 것을 느꼈다. 짜증나고 비참하다. 사라지고 싶다. 그런 역겨운 감정들이 부글부글 솟구쳤다. 지금은 카라마츠의 친절과 눈부심이 너무도 아프게만 느껴졌다.
[칫.......짜증나네!! 네가 나의 뭘 안다는 거야!!? 아앙!? 넌 나에 대해 요만큼도 기억하지 못하잖아!!? 이제 남인 주제에!!!!]
그렇게 단숨에 말을 쏟아내고는 숨을 헐떡이는 이치마츠. 카라마츠는 갑작스런 일에 매우 놀란 표정이다.
온전히 화풀이였다. 카라마츠는 그저 단순한 선의였음에 틀림없다. 성인 남성이 이런 어두컴컴하고 아무도 다니지 않는 장소에 웅크리고 앉아 있으면, 누구라도 의심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그런데도 말을 걸어주었다. 그런데도, 나는.
[.......나와 너는 초면이라고 생각하지만. 미안, 쓸데없는 참견이었네. 어디 아픈게 아니라면 그걸로 됐어. 방해해서 미안]
카라마츠는 그렇게 말하고 떠났다. 이치마츠는 무심코 그를 붙잡으려 했지만 있는 힘껏 목소리를 삼켰다. 자신은 그럴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하, 하핫, 역시 기억하지 못하잖아. 그토록 믿고 있느니 뭐니 말하더니, 결국은 그런거겠지. 나 같은 놈은 선의마저 짓밟는 그냥....쓰레기라고......!!]
이치마츠는 그렇게 말하곤 주변에 있는 돌을 집어 벽에 힘없이 내던진다.
한편, 골목에서 나온 카라마츠는 몇 번이나 이치마츠가 있는 곳을 되돌아보았다.
이치마츠를 발견한 것은 운명도 아니었다. 우연히 지나가다가, 쵸로마츠나 쥬시마츠와 닮은 얼굴로 그런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었기에 그냥 궁금했을 뿐이다.
[그렇다 쳐도.........그렇게 화를 낼 줄은 몰랐네]
뭔가 기분이 상했던 걸까? 라며 생각에 잠긴다. 그렇게 잠자코 생각을 하던 도중, 한가지가 걸렸다.
[.......초면인데 왜, “나에 대해 요만큼도 기억하지 못한다”라고 했을까...]
그 때의 표정은 어땠더라? 분노로 얼룩진 얼굴이었나, 슬픔에 찬 얼굴이었나.
카라마츠의 머리 속에 그때의 광경이 떠올랐다.
--아아, 울고 있었구나. 억울함인지 분노인지 어떤 감정인지 모르지만, 분명 울고 있었다.
그렇게 떠올리는 순간, 욱신, 하고 가슴에 통증이 느껴졌다.
[잠깐, 이거.......분명 전에도...........]
쵸로마츠, 쥬시마츠, 토도마츠. 그들도 자신과 만났을 때 같은 표정이었다. 울지는 않았지만.
[.........어째서...?]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자, 어디선가 멧돼지 같은 뭔가가 달려들었다.
[우오오오오오!?]
[안녕하심까, 소라씨!! 우리 이치마츠형, 못 봤슴까?!]
씩씩한 목소리에 카라마츠는 멧돼지의 정체가 쥬시마츠임을 알아차린다.
[에, 이치마츠형...이라면.......? 아, 골목에 너와 비슷한 청년이라면 있었어]
[아! 그거임다!! 감사함머슬머슬-!!]
쥬시마츠는 힘차게 고개를 숙이고 아까 카라마츠가 나온 골목에 들어간다.
[형의 냄새, 짙어졌어~~ 앗! 이치마츠형 발견!!]
쥬시마츠의 고함소리에 이치마츠는 흠칫 어깨를 움찔한다. 그리고는 귀를 쫑긋 세우고 고양이처럼 도망치려 한다.
[도오------------옹!!!]
하지만 그걸 쥬시마츠가 가만히 보고 있을 리 없다. 이치마츠는 어느새 쥬시마츠의 옆구리에 끼어있다.
[제길, 이거 놔, 내려놓으라고 쥬시마츠!!! 에, 잠깐, 어딜 가는 거야!? 난 집에 돌아가지 않을 거니가!!]
이치마츠의 저항이 허무할 정도로 쥬시마츠는 그의 말을 무시한 채 그대로 달려간다.
이녀석 뭘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어!! 라고 생각한 이치마츠는 고개를 떨군다.
[도오차아~~~~~~악!!]
쥬시마츠는 멈춰서자마자 이치마츠를 내던졌다.
[아, 엣, 잠!!]
이치마츠는 그대로 날려져 소리를 내질렀다. 쥬시마츠는 이치마츠의 앞에 서서 갖고 있던 글러브를 내민다.
[자! 이치마츠형!!]
[에, 왜 글러브.........난 됐어. 이런건 카라마츠랑 하라고....]
이치마츠는 누운 채로 그를 외면했다. 쥬시마츠는 동요하지 않고 다시 같은 대사를 반복한다.
[자! 이치마츠형!! 난 형이랑 하고 싶어!!]
피식 웃으며 이치마츠는 떨떠름하게 그것을 받아든다.
그것을 보며 쥬시마츠가 그와 거리를 둔다. 공을 번쩍 들고는 던지는 신호를 보낸다.
[오오오오랴아아아아아-!!!!]
쥬시마츠는 가차 없이 속구를 내던진다. 이치마츠는 당황하며 글러브로 황급히 막는다.
파앙! 거센 소리를 내며 공을 잡아내지만 그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번번이 뒤로 밀려났다.
[무, 무리.....그치만 이건 이것대로 괜찮네....히히]
이치마츠는 의문의 스위치를 켠 채 가볍게 공을 던진다. 그러면 쥬시마츠는 손을 붕붕 흔들며,
[이치마츠혀어어어엉-!!!체인지이이-!! 역할 체인지 부탁드림닷!!]
그렇게 큰소리로 말한다.
[바보 같은 말 말라고.....날 카라마츠 대신이라도 할 생각인 거냐고.......]
이치마츠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공을 잡아 힘껏 휘두르며 던지지만, 쥬시마츠가 있는 곳까지 날리는 게 고작이었다.
-보라고, 난 이 정도밖에 안 된다고.
이치마츠는 마음속으로 비굴하게 생각했지만, 쥬시마츠는 싱글벙글 웃었다.
[이치마츠형, 나이스 피칭!! 다음, 나!! 간다아아아아아아아!!!!!]
(*나이스 피칭 – 투수가 상대 타자에게 던진 공이, 또는 송구한 동료 선수의 공이 매우 좋다고 치켜세우는 소리)
구호와 함께 다시 한번 강속구가 날아들었다. 그것을 받아낸 이치마츠는 또 한번 뒤로 밀려났다. 이러기를 여러번 반복했다.
이윽고, 체력이 바닥난 이치마츠가 주저앉으면서 끝이 난다.
[쥬, 쥬시마츠.......나, 나.....더는, 무리........]
어깨를 헐떡이며 거칠게 숨을 내쉬는 이치마츠 옆에 쥬시마츠가 따라 앉는다.
[즐거웠슴까? 이치마츠형!]
[......나는, 뭐 이정도로 괜찮지만. 넌 부족하잖아. 이런건 카라마-]
[나는! 엄~청 즐거웠어!!]
쥬시마츠는 이치마츠의 말을 가로막고 큰소리로 말했다. 이치마츠는 그것에 놀란 듯한 표정이다.
[에, 어째서........나는 카라마츠처럼 체력도 없고, 강속구도 무리라고]
[이치마츠형이니까! 지금 나는, 카라마츠형과 캐치볼을 하고 싶은 게 아니고, 이치마츠형과 하고 싶었던 거야!]
쥬시마츠는 씨익 웃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야구란 건 엄청나! 캐치볼할 때, 이치마츠형의 마음이 전해졌어! “외로워” 라고]
쥬시마츠의 말에 깜짝 놀라는 이치마츠. 확실히 캐치볼을 하면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나, 나는.......]
[저기, 왜 이치마츠형은 카라마츠형과 연을 끊으려는 거야? 알려줘]
이치마츠는 슬쩍 쥬시마츠 쪽을 본다. 어느때보다 진지한 표정을 짓는 쥬시마츠를 보고, 이건 피할 수 없다고 깨달았다.
[......처음에는 순수하게 다시 만나길 원했어. 아무리 짜증나도 녀석은 내 형제니까. 하지만........너는 없어서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만. 나, 오소마츠형과 쵸로마츠랑 같이 있을 때, 카라마츠를 우연히 만났어. 그때 그녀석은 완전히 남이 되어 있었어. 그때....나도 모르게 울어버려서........]
이치마츠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본다. 그날의 황혼의 광경이 눈 속에 박혀 떠나지 않는다.
[카라마츠형이 남남이 되어버렸으니까, 이치마츠형은 인연을 끊으려는 거야?]
[....그게 아냐. 내 옆에 쵸로마츠가 있었는데, 울면서 멍하니 그쪽을 보고 있더라. 소리도 내지 못한 채로 멍하니 눈만 뜨고서 엉망으로 울었어. ....쵸로마츠가 우는 건, 오소마츠형보다 레어는 아니지만 말야]
이치마츠의 말을 듣고 쥬시마츠는 그의 의도를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형제 중에서 상냥함에 순위를 매기자면, 이치마츠는 아마도 두 번째일 것이다. 카라마츠가 직설적으로 친절함을 내보인다면, 이치마츠는 뒤에서 조용히, 어설프지만 알게 모르게 상냥함을 내보인다.
그런 상냥함 때문에 형제가 깊은 상처를 입는 것을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원래 셋이서 밖에 나가게 된 것도, 카라마츠를 보고 패닉 상태가 된 토도마츠를 마중가기 위했던 거야. .....들어보니 너도 이미 카라마츠와 만난 것 같고....]
몇 년 전, 병원에서 카라마츠를 포기할 때에 쵸로마츠, 쥬시마츠, 토도마츠가 쉽게 납득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마도 그들은 참고 있었을 것이다. 그 반동으로 세 사람은 카라마츠에게 비정상적인 집착을 보였다. 이런 관계를 질질 끈다고 해도 더는 형제로 돌아갈 수 없고, 오히려 서로가 다시 망가지는 미래밖에 보이지 않는다.
[쥬시마츠, 너도 알고 있잖아. 이런건 좋지 않다는 거]
쥐어짜내듯 겨우 토해내는 이치마츠의 말에, 쥬시마츠는 고개를 숙인다.
[모르겠어......모르겠어....나, 어떻게 하면 모두가 행복해질지 모르겠어. 나는, 카라마츠형ㅇ과 다시 놀아서 즐거웠어. 기뻤어, 이치마츠형]
쥬시마츠는 활짝 웃으면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
[어떻게........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가르쳐줘, 이치마츠. 나한테, 가르쳐, 줘.......]
아이처럼 흐느끼는 쥬시마츠를 본 것은 몇 년 전 이후 처음이라고 이치마츠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 가슴이 아파오는 이치마츠였다.
[나도, 모른다고.......]
이치마츠한테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길이 있었지만, 형제에게는 형제들만의 길이 있다. 지금까지 아무 생각 없이 카라마츠, 카라마츠, 라며 바보처럼 말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눈물을 본 순간 이치마츠는 깨달았다.
어쩌면 형제들 각각 속으로 괴로워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고.
그런 두 사람을 멀리서 지켜보는 붉은 그림자가 있다.
[이치마츠, 넌 그냥 카라마츠를 마주하는 게 무서울 뿐이라고. .....라니, 나도 마찬가지지만]
오소마츠는 그렇게 중얼거리곤 발걸음을 돌렸다.
우리들은 어쩌면, 언젠가 다시 카라마츠와 마주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라고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저녁 노을진 하늘이 빨갛게 불타오르며, 어딘가 쓸쓸해보이는 세 사람을 비추고 있었다.
◇◇◇◇
그 무렵, 이치마츠와의 만남 이후로 계속 가슴이 욱신거렸던 카라마츠는 병원에 들렀다 돌아가는 길이었다.
몇 년 동안, 한달에 한번 심경 내과와 뇌외과에 통원하곤 했다.
하지만, 1년간 상당히 안정되어 오지 않아도 됐었는데, 라며 카라마츠는 자학적인 미소를 지었다.
카라마츠의 손에 들려진 대량의 약. 대부분 정신 안정제나 수면제이다.
최근 어째선지 노을을 볼 때마다 죽고 싶은 마음이 들거나, 가족의 사랑을 의심하는 일이 잦아졌다. 사실은 누구도 날 필요로 하지 않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으로 한 가득이었다.
[어째서.......그런 생각은 하기 싫은데. 빨리, 빨리 리쿠를 만나고 싶어. 아빠, 엄마를 만나고 싶어....]
카라마츠는 발걸음을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그때였다. 앞에 슈퍼마켓 봉투를 잔뜩 손에 든 여성이 걸어가고 있는 걸 발견했다.
지금은 한시라도 빨리 가족을 만나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무시할 수가 없어 카라마츠는 그 여자 앞으로 다가갔다.
[저기........실례지만, 짐 들어드릴까요?]
그렇게 물으면, 여자가 고개를 든다. 그리고는 카라마츠의 얼굴을 보자마자 헉, 하고 숨을 들이마신다.
그 여자는 카라마츠의 전 어머니인 마츠노 마츠요였다.
[에, 앗. 괘, 괜찮단다. 민폐를 끼칠 수는 없고....]
마츠요는 비뚤어진 안경을 고쳐쓰고 카라마츠에게서 시선을 피한 채 걸음을 재촉했다. 그 때, 비닐봉지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끊어지고 말았다.
[어머! 아아, 이를 어째...]
마츠요가 갈팡질팡하고 있자, 카라마츠는 떨어진 식료품들을 모아 손잡이가 끊어진 봉지 안에 담았다.
그리고 끊어진 봉투를 제외한 다른 봉투를 들었다.
[아주머니는 그걸 드세요. 전 이걸 들고 갈게요]
마츠요는 망연자실한 채 서있었으나, 걸어가기 시작한 카라마츠의 뒤를 황급히 뒤쫓았다.
가족 7명분의 식량은 엄청 무거웠을텐데, 카라마츠는 무난히 그것을 들고갔다.
[......고, 마워]
마츠요는 작은 소리고 그렇게 말했다. 목소리가 떨리고 눈물이 흐르는 듯했다. 눈물이 많아진 것은 애써 나이 탓이라며 스스로를 타이르는 마츠요였다.
[이렇게 무거운 짐을 혼자서 들다니, 대단하네. 아 맞다, 어느쪽으로 가야하나요?]
아무리 기억이 없다고는 해도, 전에 만난 카라마츠는 자신을 부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옛날처럼 짐 드는 것을 도와주고 옆에 나란히 걷고 있었다.
[엣, 그, 이쪽......]
마츠요는 앞장서서 걸었다.
가슴이 벅차서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이 우연이 준 행운의 시간을 더 맛보고 싶었다.
[그나저나.....양이 엄청나네. 가족이 몇 명이죠?]
질문에 움찔하는 마츠요. 8명이라고 말하던 걸 고쳐 7명이라고 꽤 간단히 말할 수 있게 되었을 터인데, 본인을 앞에 두고 그런 말을 하려니 가슴이 미어져 제대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 일곱명이란다]
간신히 짜낸 말. 혹시라도 떨고 있었지는 않을까. 평범하게 제대로 말했을까.
[일곱! 그거 대단하네요! 그렇게나 있다면 매일이 즐겁겠지]
카라마츠는 방실방실 웃으며 말했다. 마츠요는 그 미소를 보며 단숨에 긴장의 끈이 풀러진 것을 느꼈다.
[그렇지도 않단다. 벌써 성인인데고 아이들 전원이 니트니까]
마츠요가 한숨을 섞어 말했다. 카라마츠가 그것을 보고 작게 웃었다.
[그런가, 그건 좀 큰일이네-. 그치만 나도 니트니까 그렇게 말하면 좀 찔리는 걸. 언젠가는 부모님께 보답할 거에요! 분명 아주머니의 아이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그럴까나]
카라마츠에게 그런 말을 듣자, 마츠요는 다시 울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그럴지도]
그런 시시한 잡담을 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집이 보였다. 이 시간도 이걸로 끝? 마츠요는 아쉬움이 컸다.
[고마워. 벌써 집에 도착했네. 여기가 우리집이란다]
마츠요가 집을 가리키는 곳을 보던 카라마츠는 돌연 걸음을 멈춰섰다.
마츠요는 카라마츠의 이변을 깨닫고 얼굴을 들여다보면, 그의 눈은 경악에 차 부릅떠져 있고, 그 눈동자에는 공포의 빛을 띠고 있었다. 게다가 몸도 부들부들 작게 떨렸다.
[아, 아, 아아..........]
마치 꼼짝 못하게 된 것처럼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온몸이 뭔가 찐득찐득한 것에 둘둘 말려 서서히 먹혀들어가는, 그런 기분 나쁜 감정을 느꼈다.
불타는 듯한 노을이 마치 화염처럼 집을 감쌌다. 기억의 조각들 속에서 연기냄새가 코를 찔러왔다.
-더 이상 여기에 있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머릿속에 위험신호가 울렸다. 카라마츠는 한 걸음 두 걸음 뒤로 물러섰다.
[저기, 괜찮니?!]
마츠요가 카라마츠의 어깨에 손을 얹으면, 카라마츠는 들고 있던 짐을 쿵하고 떨어뜨리고 재빨리 그 손을 쳐냈다. 봉투 속에서 배가 굴러나온다.
[아..........읏, 죄, 죄송, 해요, 아주머니.......! 나, 난.....!! 정말 죄송합니다......!!]
카라마츠는 그렇게 외치며 도망치듯 달리기 시작했다.
-무서워, 싫어, 뜨거워, 도와줘......도와줘, 도와줘, 살려줘, 살려, 줘!!!
완전히 패닉에 빠진 카라마츠는 다가오는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계속해서 달렸다.
간신히 집이 보인다. 오늘은 휴일인지 아카츠카가 저녁 신문을 가지러 우편함 앞에 서있다.
[아, 아빠.........!!]
필사적으로 그에게 매달리듯이 달려드는 카라마츠를 보고, 아카츠카는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다.
[......왜 그러니, 소라. 응? 아빠한테 말해보렴]
[나, 나......!! 살려줘, 무서워, 뜨거워, 아빠......!! 불, 불이.......!!]
카라마츠는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과호흡을 일으킨다.
[괴, 로워, 숨, 을, 쉴 수가, 없........]
카라마츤느 그렇게 말하고는 가슴을 누르고 풀썩 자리에 주저앉는다. 아카츠카는 인터폰을 연타하며 아내를 불렀다.
[어이, 봉투!! 비닐 봉투든 뭐든 일단 가져와!! 소라가, 소라가 과호흡을 일으켰어!!]
놀란 아내가 봉투를 들고 달려오고, 간신히 호흡이 안정된 카라마츠는 의식을 잃고 쓰러진다.
아카츠카는 그런 카라마츠는 안아들고 그의 방에 가 침대에 눕힌다.
[.......형아, 형아. 내가 있으니까, 그러니까, 괜찮아아.....]
카라마츠의 방에 들어간 리쿠는 그렇게 말하며 차가운 물수건을 이마에 올려주었다.
하지만, 리쿠의 소원에도 불구하고 카라마츠는 그날을 기점으로 서서히 정신이 불안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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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이 이번편의 최종화라고 합니다!
과연 이게 해피일지 배드일지!!
두근두근하네요 :)
그보다 소설은 최신작품에 안 뜨네여.....
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뭔가 설정이 있는 걸까.......
안 뜨니까 새로 나왔는지 어쨌는지 알 수가 없어 ;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