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いち松 님의 작품입니다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68915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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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칰하님 / 불펌금지!)

















[저, 저기....이치마츠형까지 왜 그러는 거야]




토도마츠는 스마트폰을 들고, 옆에 앉은 이치마츠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에?뭐? 토도마츠. 내가 어쨌는데?]





언제부턴가 "그" 이치마츠한테서 어두운 부분이 사라지고, 항상 내뱉던 자학적 발언을 하지 않게 되었다.

경사스럽다면 경사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솔직히 말해 꺼림칙했다.





[.....아무것도 아냐. 나 잠시 나갔다 올게]





방에는 낮부터 해롱거리고 있는 오소마츠, 코먹은 소리로 중얼중얼 거리며 무릎을 껴안고 있는 쥬시마츠,

정신이 불안정해져 자신(自分)을 잃어버린 이치마츠가 있어 토도마츠는 견딜 수 없었다.






[.......형들 왜 저러는 거야...쵸로마츠형은 그 뒤로 돌아오지도 않고..]






그렇게 중얼거리며 현관에서 신발을 신자, 스마트폰에서 알림 소리가 났다.

친구로부터의 연락이었다.






[앗싸~ 미팅이다! 아, 그치만......으음..어쩌지이...]





집이 이 지경인데 자신만 태평하게 놀러 나가도 괜찮은 걸까, 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그렇게 생각하며 집을 나서는 순간, 토도마츠는 멈춰섰다.



그 이유는, 토도마츠가 나오는 순간 골목에 있던 누군가가 뛰어 달아났기 때문이다.






[에, 뭐야, 누구!? 무서운데!!!]






도둑이면 어쩌지, 하고 몸을 떨었다.

지금 이 집에 도움이 될만한 사람은 없다.

있는 거라곤 주정뱅이와 광인과 폐인 뿐이었다.






[....이럴 때, 카라마츠형이 있었으면......]





완력에 자신 있고, 가족애와 정의감이 남다른 카라마츠라면 범인을 잡기 위해 불침번까지 섰을 것이다.

그런 상상을 하며 옅게 웃음을 띄우던 토도마츠는 금세 현실을 파악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핸드폰을 켜 미팅에 가지 않겠다고 답을 한다.





[하아...뭐하는 거지, 나....정마알-! 이렇게 된 것도 카라마츠형 탓이니까 말야!! 나중에 찾으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뺨을 부풀리며 토도마츠는 거리로 뛰쳐나왔다.

미팅은 거절했지만 집에 있고 싶지는 않았다.





[으음...어디로 갈까~ 스타벅스는 저번에 갔고....아, 서점?.....가끔은 괜찮겠지]





토도마츠는 고개를 끄덕이며, MATSUYA에 들어갔다.

적당히 패션 잡지라도 보려고 계산대 옆에 있는 코너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 누군가 토도마츠의 어깨를 두드렸다.





[저....손님. 얼마전에 책을 사가졌죠?그때 이쪽의 실수로 거스름돈을 잘못드렸습니다.

 금방 알아 채고 손님을 불렀는데, 못 들으신 것 같아서......]





점원은 그렇게 말하며 사과를 하곤 멍하니 있는 토도마츠의 손에 동전을 건넨다.






[에, 책...말인가요?]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봐도 향후 일년간은 서점에 온 적이 없었다.

아마 형제 중 누군가로 착각한 모양이다.





[네. 분명..여행책을.....]





여행?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구도 여행 얘기는 꺼내지 않았고,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그렇다고 형제 이외의 다른 사람이 우리와 닮았을 가능성은 없다.


그러던중 아, 하고 토도마츠가 소리를 냈다.





[....죄송하지만, 그 책을 산 사람..어떤 분위기였는지 기억하시나요?특징 같은 거!]



[아, 에, 그러니까...분명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파란색 후드?를 입었던 것 같아요]





-역시 카라마츠다.

도망갈 곳을 찾기 위해서 구입한 게 아닐까, 란 예상이 적중했다.





[그거 제 형입니다. 그보다, 어떤 책을 샀는지 아시나요?...사실, 형, 부모님과 싸우고 나갔거든요...

 저랑 사이 좋았으니까...쓸쓸해서....단서가 되는 게 있으면 뭐든 알고 싶어요..!]





개인정보니 뭐니하면서 시간 끄는 건 딱 질색이다.

그렇게 생각한 토도마츠는 동정심 유발작전을 생각해냈다.

이것이야말로 막내 동생의 특권이지, 라며 속으로 승리의 미소를 짓는 토도마츠였다.





[...그랬군요..잠시만 기다리세요. 그때 영수증이 있을 겁니다]





점원은 그렇게 말하며 안으로 들어가더니 얼마지나지 않아 다시 나왔다.





[이겁니다. 확실히 그때 아카츠카 곶에 대해 적혀있는 책이 없냐고 물어봤던 것 같아요]





토도마츠는 그렇게 말하는 점원을 보며 영수증을 받아 들었다.

그러곤 아카츠카 곶? 이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카츠카 곶은 초등학교 졸업 축하였던가, 그때 가족들과 함께 갔었지만 바다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곳이었다.

.........그런곳에 아는 사람이 있단 말야?


아무리 생각해도 전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일단은 감사를 표하고 가게를 나왔다.





[아카츠카 곶, 인가~ 왜 형은 그런 곳에 간 걸까.....]




집에 돌아가서 조사해보자, 라며 스마트폰의 메모장에 아카츠카 곶이라고 적어두었다.

할 것도 없고, 돈도 없으니 집으로 돌아갈까, 싶었지만 왠지 아직 돌아가고 싶지 않아 조금 돌아다니기로 했다.




강 옆을 지나자 낚시하는 사람이 보였다.

이런 곳에서 뭐를 낚을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낚시는 역시 좋지, 라고 생각하며 옆을 지난다.



토도마츠의 취미 중 하나는 낚시인데, 최근에는 잘 가지 않았다.

아무리 좋아한다고 하지만 혼자서 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보통 때라면 카라마츠를 데리고 갔었다.

하지만 카라마츠가 다친 이후로는 가지 않게 되었다.





[뭐라더라, 생선에 사랑을 품었다, 라던가? 그거 진~짜 안쓰러웠지~~]





카라마츠는 물고기 미끼를 러브레터로 했다.

인간 조차도 낚지 못하는데 하물며 물고기가 그런걸로 낚이겠냐는 생각을 했다.

평소라면 이따이,이따이, 라던가 말했겠지만, 지금은 그것마저 그립게 느껴졌다.





[기다려~~~!!형아아!!]





멍하니 걷고 있는 토도마츠 옆으로 초등학생 정도의 형제가 뛰어갔다.

형은 장난꾸러기고 남동생은 울보인 것 같다.

뒤쫓던 동생이 꽈당!하고 넘어져 당장이라도 울 듯한 표정이 되자 형이 달려와 머리는 쓰다듬었다.




[.....후훗, 나도 저런 때가 있었지~]




저 형제와는 생판 남이지만, 왠지 어린 시절의 자신과 카라마츠 같단 생각이 들었다.



카라마츠는 어딜 가도 토도마츠를 데리고 다녔다.

항상 카라마츠가 지켜주니까, 필연적으로 토도마츠는 응석받이가 되었다.

하지만, 그런 토도마츠에게도 반항기가 왔고, 그 이후로 카라마츠를 멸시하게 되었다.

그래도 카라마츠는 변함 없이 상냥했다.





[.....카라마츠..도대체 어딜 간 거야....]





토도마츠는 문득 자신의 기억 속에서, 카라마츠와 관련 된 모든 일들이 과거의 일로 변해버렸음을 깨달았다.

그는 매일매일 떨었다.



----싫어, 싫어. 카라마츠가 멀어져. 나를 내버려 두고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리 가버려.

언제나, 언제나 함께 한다고 했으면서.....





[........읏]






토도마츠는 가슴의 답답함을 뿌리치려 집까지 쉬지않고 내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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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왔어....]





숨을 몰아쉬며 집에 들어가자 어머니, 마츠요가 있었다.





[어머, 어서오렴 토도마츠]



[아...엄마 일찍 왔네. 그거 저녁밥 재료? 내가 도와줄게]





토도마츠는 그렇게 말하며, 마츠요의 손에서 슈퍼마켓 봉투를 받아 들고 부엌으로 향했다.





[고맙다, 토도마츠. 그치만 괜찮아. 그 대신 부르면 다른 니트들을 억지로라도 데려와 주겠니?]





그 방에 있는게 싫어서 심부름을 자청한 거였는데, 결국 이렇게 되어 버렸다며 토도마츠는 눈을 질끈 감는다.





[아-, 응...그렇게 할게]





요즘은 모두와 함께 밥을 먹는 일도 없어졌다.

1층에 내려오는 건 대체로 토도마츠였고, 가끔씩 이치마츠가 한두번 내려왔다.


그래도 쵸로마츠가 있을 때는 이렇지 않았다.

오소마츠도 이치마츠도 쥬시마츠도, 카라마츠를 제외한 모두가 함께 밥을 먹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소란스러웠던 식사는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게 되었다.





.....잠시 뒤, 식사 시간이 되었지만, 마츠요의 기대와 달리 밥 먹으러 온 건 토도마츠 뿐이다.





[와아-, 오늘도 맛있겠다~]





토도마츠가 최대한 밝게 말하며 젓가락을 들었지만, 마츠요가 그를 막았다.





[곧 아빠가 돌아오시니 셋이서 먹자....한명이라도 많은 편이 좋잖니]





윽, 하고 토도마츠가 마음 속으로 중얼거린다.

솔직히 지금 아빠인 마츠조하고는 말하고 싶지 않았다.

만약 마츠조가 카라마츠에게 나가라고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거라고 계속 생각해왔다.




[저기, 토도마츠. 최근 쵸로마츠가 보이질 않는데, 어디 간 거니?]



[아- 응..그게..오소마츠형이랑 카라마츠형 일로 조금 말다툼을 해서, 가방 들고 나갔어.

 전화도 한통 없고, 그것 뿐이야]





토도마츠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언제까지고 고집 부리지 말고 그냥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카라마츠한테선 아직도 연락 없니?]





마츠요는 그날 카라마츠의 뺨을 때렸다.

그날 이후로 줄곧 그것이 마음에 걸렸다.

머리에 피가 쏠려 무심코 해버린 행동이었지만,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줬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후회하는 그녀였다.





[....뭐, 그 애도 쵸로마츠도 이젠 어른이니까...그래도 잘 지내는지만 알았으면 좋겠는데..]





마츠요는 그렇게 말하며 차를 마시곤 일어났다.

그 때, 나 왔어- 라는 소리와 함께 마츠조가 돌아왔다.



식탁에는 세사람이 앉아있다.

마치 외동아들이 된 기분이었다.



침묵 속에서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토도마츠. 다른 녀석들은 어디 있냐]





마츠조가 침묵을 깨며 입을 열었다.





[아....그...2층, 에서 먹고 있는게 아닐까..]





마츠조는 언짢은 듯 눈살을 찌푸렸다.





[마츠요, 매번 이랬던 거요?]


[네...최근엔 계속.....]





그 말을 들은 마츠조는 일어나 2층으로 향했다.

토도마츠는 그를 따라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마츠조를 가로막았다.





[자, 잠깐만, 아빠. 뭘 하려는 거야]



[뭐냐니...방에서 억지로라도 데리고 나올거다]




토도마츠는 마른침을 삼켰다.

지금의 그들에게 그런 과격한 짓을 했다간 마음이 완전히 망가져 버릴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내가 그들을 지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떨리는 발로 마츠조를 막아세웠다.





[그, 그런거 안 해도 괜찮다구. 뭣하면 내가 주의 줄테니까! 자, 얼른 가서 먹자, 응? 모처럼 엄마가 만들었는데 다 식는다구?]



[됐으니까, 거기서 비켜라, 토도마츠]





토도마츠의 필사적인 설득에도 마츠조는 완고했다.

마츠조가 토도마츠를 밀어내려 했지만 토도마츠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 니까아!! 형들은 내버려 두라고오!! 카라마츠형이 없어진 뒤로 쓸쓸해서 우울해하고 있으니까!]





"카라마츠", 그 이름을 입에 담는 순간 마츠조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것도 잠시,






[....카라마츠라는 녀석 따윈 모른다]





그렇게 말하곤 마츠조는 식탁으로 향했다.

자신이 내쫓은 주제에 뭐라는 거야, 라며 토도마츠는 허공에 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카라마츠 덕에 이렇게 형제를 지킬 수 있었다.

아아, 카라마츠. 네가 있었다면 이런 무서운 일은 생각도 하지 않았겠지.








다음날, 토도마츠는 평소처럼 집을 나섰다.

하지만, 또 어디선가 시선이 느껴졌다.

시선이 느껴지는 곳을 찾아 두리번 거리다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지만, 그 시선의 주인은 마주치자마자 달아나버렸다.






[아, 거기 서!!!]






토도마츠는 그를 쫓았지만 이미 골목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뭐냐고, 정말....]





토도마츠는 그렇게 불평하며 거리로 나갔다.

오늘은 어디로 갈까, 생각하며 거리를 걷던 중 한 가게 앞을 지나쳤다.

쇼 윈도우에 장식되어 있는 기타를 보고 걸음을 멈췄다.





[이건.....!!]





그건 카라마츠의 것과 똑같은 기타였다.

쥬시마츠가 기타가 사라졌다고는 했지만, 설마 팔았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으음.....1만 5천엔인가....]





아르바이트비가 있으니 살 수 없는 건 아니다.

그치만 이걸 사버리면 옷을 살 돈이 없어진다.


토도마츠의 내뇌에서 그 두가지를 저울질 하고 있었다.

드라이몬스터에 구두쇠로 알려진 토도마츠였다면 가차없이 기타를 버렸을 거다.





[....하아, 내 옷이....모자도 사려고 했는데에..]




기타를 손에 들고 토도마츠는 한숨을 토했다.





[그치만...이걸로 쥬시마츠형, 조금은 기운 날지도...]





토도마츠는 그렇게 생각하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다녀왔어~~!]




2층으로 뛰어올라가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토도마츠는 쥬시마츠 앞에 기타를 내밀었다.





[이것 봐, 쥬시마츠형!!이거 뭐~~게!]




토도마츠의 목소리에 쥬시마츠가 살짝 얼굴을 들었다.

그리고 기타를 보자마자 눈을 크게 뜨고 그것을 들어 올렸다.





[카, 라, 마, ㅊ, 혀, 의]





완전히 쉬어버린 목소리로 울면서 그렇게 말하는 쥬시마츠였다.





[혀어, 형.....]





용서를 빌듯이 중얼거리며 기타를 껴안고 우는 그의 모습은, 보는 사람이 다 가슴이 아플 정도였다.





[잘됐네, 쥬시마츠. 카라마츠형 빨리 돌아오지 않으려나- 노래 듣고 싶은데...어디 간 걸까]





이치마츠는 눈물을 글썽이며 입가를 올렸다.

카라마츠는 절대로 돌아올 거라고 믿고 있는 눈이였다.




그러자 갑자기 오소마츠가 목소리를 높였다.





[이치마츠, 쥬시마츠...너희들 작작 좀 해라!!! 카라마츠는...카라마츠는 이제 돌아오지 않아!!!

 죽었다고!!!!....어째서...어째서....모르는거야......]





오소마츠는 주먹이 하얗게 변할 정도로 세게 움켜쥐고, 흔들리는 눈동자로 그들을 바라보며 그렇게 외쳤지만

그들의 귀에 닿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토도마츠는 그 상황을 싸늘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도대체 이 불필요한 짓을 얼마나 반복해야 만족하는 걸까.






----불쌍한 형들. 나는 절대로 이렇게 되지 않아.

....그치만, 형들보다 불쌍한 건 나다. 형들이 이러니까, 나는 카라마츠형의 일을 슬퍼할 수 없다.

오히려 아직 살아있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형들이 왜 저렇게 무너져버린 건지 모른다.

진실을 알고 싶지만, 진실을 아는 것이 두렵다. 왜냐면, 아무도 지켜줄 수가 없으니까.

상처 받아도 아무도 달래주지 않으니까.




토도마츠는 조용히 방을 나왔다.





[...날 달래주는 사람은 너밖에 없어. 어디에 있는 거야, 카라마츠]





토도마츠는 일과 조깅 때문에 다시 밖으로 나왔다.

이어폰을 귀에 꽂아넣고 음악에 맞춰 경쾌하게 달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고 있으면 무슨 일이든 잊을 수 있다.

뒷골목의 버려진 고양이나, 발밑에 핀 작은 꽃을 모른 척 지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토도마츠는 돌연 발걸음을 멈췄다.




데카판 연구소 앞에 데카판이 혼자 서성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쓸쓸한 표정으로 연구소 건물을 올려다보고는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토도마츠는 조용히 그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윽고 데카판은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이곤 연구소 간판을 스스로 떼어냈다.




[에, 자, 잠깐,잠깐!! 데카판!! 뭐하는 거야!?]




토도마츠는 무심결에 달려가 말을 걸었다.

데카판은 토도마츠를 보고 살짝 움찍하고는, 다시 시선을 돌렸다.




[데카판 연구소는 오늘로 끝이다스. 그동안 고마웠다스]


[에, 왜...왜 그만두는 거야!?]


[....나는, 나는....너희 형제들을 볼 면목이 없다스!!그렇게 알고 돌아가달라다스!]




데카판은 그렇게 말하며 간판을 가지고 연구소로 발걸음을 돌렸다.

하지만, 토도마츠가 황급히 그의 앞을 막아선다.




[....그 이유, 들려줄 때까지 여기서 움직이지 않을 거니까]




진심이 가득한 그의 눈에 데카판은 체념한 듯 어깨를 떨구고, 토도마츠를 연구소 안으로 들였다.


그러고는 약물 의혹의 진상을 토도마츠에게 전부 털어놓았다.

토도마츠는 그 사실을 견딜 수 없어 연구소를 뛰쳐나갔다.

그러곤 얼마 못가서 도로에 주저앉았다.




[그, 런......]




눈앞이 아찔했다.

카라마츠의 약물 의혹도 따지고 보면, 전부 토도마츠의 탓이었다.

토도마츠가 그 장면을 보고 확증도 없이 오소마츠에게 그냥 말해버린 것이 발단이었다.





[그런, 그,런, 그럴 리가....!! 뭐야, 뭐냐고 그게!!!]





머리를 끌어안고는 이내 분에 못 이겨 머리를 쥐어뜯는다.

카라마츠가 집을 나간 것도 마츠조로부터 의절 당한 것도 전부 약물 때문이었다.





[내가, 내가 말하지 않았으면, 카라마츠형은 계속 집에 있었다는...거야...?

 아니, 아니야, 카라마츠가, 카라마츠가 나쁜 거야...그래, 맞아, 카라마츠가 나쁜 거라고!!

 그런 걸 쓰면 누구라도 마약이라고 생각할게 뻔하잖아...!!]





그러니까 나의 탓이 아냐, 라고 쥐어짜내듯 소리를 지르곤 집으로 내달렸다.




지금은 그 거지 같은 공간에 있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면 이 망할 죄책감도 사라질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나쁘지, 않아....!!]





필사적으로 달리다 보니 벌써 집 앞에 도착해있다.

그것에 살짝 안심 되어 집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또 집 앞을 서성이는 수상한 그림자를 발견했다.

토도마츠는 그것을 보자마자, 뭔가가 툭하고 끊어졌다.




[어이!!!넌 뭔데 어제부터 남의 집을!!!]




갑작스런 고함소리에 그 그림자는 줄행랑을 쳤다.

토도마츠는 그것을 놓치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쫓았다.

그리고, 강변에 가서야 간신히 그를 따라잡았다.





[............치비타!!!]





토도마츠는 크게 외쳤다.

그러자, 그림자도 포기한 듯 멈춰섰다.

두 사람의 거친 숨이 한동안 강변에서 울리고, 이내 치비타라 불린 그가 입을 연다.





[....여, 여어, 토도마츠. 오랜만이네]





그 그림자는 그날 이후로 소원해진, 옛날부터 친구였던 치비타였다.





[....뭐야. 남의 집을 훔쳐보다니...게다가 도망치고.....재수없어]



[....미안. 나, 용기가 안 나서......저기, 토도마츠. 카라마츠...집에 있냐?]




----아아, 역시. 카라마츠가 목적이었던 거네.

그러고 보니, 치비타 녀석 옛날부터 카라마츠랑 사이 좋았었지.




[....없는데? 나갔어. 그게 어쨌다는 거야?]



[어쨌다는 거냐니....!걱정 되지도 않냐?]





기분이 상한 듯 그렇게 말하는 그에, 토도마츠는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꼈다.

치비타가 말하지 않아도 걱정하고 있다. 그야, 당연하잖아.





[....글쎄. 평소에도 있든 없든 변한게 없어서 말야]



[....윽..이 자식...!! 피를 나눈 형제가 없어졌는데, 정도 없냐 네녀석은!!!]




치비타는 얼굴을 붉히며 토도마츠의 멱살을 잡았다.

토도마츠는 혀를 차고는 그것을 세게 뿌리쳤다.

토도마츠에 비해 작은 치비타는 이에 땅에 내동댕이 쳐진다.





[...저기, 아까부터 뭐하는 거야? 다 안다는 듯이 말하지 말아 줄래?

 .....애초에, 치비타가 카라마츠를 유괴하지 않았으면 이렇게 되지도 않았다고!!!]




....그렇다. 따지고 보면 치비타가 나쁘다.

모든 악의 근원인 주제에 무슨 낯짝으로 여기 나타난 걸까.

그 사변만 없었다면, 카라마츠는 없어지지 않았고, 쵸로마츠형도 나가지 않았을 거고, 

오소마츠형도 이치마츠형도 쥬시마츠형도 망가지지 않았을 거다.






[......돌려줘]



[.....에]





토도마츠는 천천히 치비타에게 다가갔다.

눈에서 눈물이 흘러넘치고, 입술은 웃고 있었다.





[돌려줘, 돌려....돌려달라고!!!나의!! 형제를...!! 형제들을!!!!돌려줘!!!!!!!]





토도마츠는 치비타의 목을 꽉 쥐고 손에 힘을 준다.

지금까지 한번도 본 적 없는 토도마츠의 분노에 치비타는 숨을 쉴 수 없게 된 것과 동시에 두려움이 몰려왔다.






[읏아, 그, 그만...케헥]





치비타는 자신의 목을 조르는 토도마츠의 손을 할퀴었다.

그것에 움찔한 토도마츠는 치비타를 풀어주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돌려줘....돌려줘....!!돌려, 달라고....!!]





풀려난 치비타는 켁켁 거리며 토도마츠를 노려보았다.





[.....토도, 마츠..확실히 난 하면 안 되는 짓을, 했어. 그건 인정해.

 하지만 말이야, 카라마츠의 숨통을 끊은 건 너희들이다]





치비타의 말에 토도마츠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형제가 분명 도우러 올 거라고 믿으면서 화형에 처하게 된 카라마츠의 마음을, 알아?

 .....아니, 네가 알 리가 없지. 항상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는 막내 동생인 토도마츠님은 말이지.

 .......무슨 생각으로 카라마츠에게 물건을 던진 거냐? 만신창이가 된 카라마츠를 보고 무슨 생각을 했냐고]






치비타는 봇물 터진 듯 말을 쏟아냈다.

그의 머리 속에는 얼마 전, 우편함에 들어 있던 카라마츠의 목소리가 담긴 녹음기와

그것을 가지고 이야미에게 찾아가 들은 카라마츠의 죽음이 어지럽게 맴돌고 있었다.



토도마츠에게 이런 말을 지껄이고 있지만, 자신도 똑같았다.

한번, 만신창이의 카라마츠를 두고 달아났다.


양심의 가책을 느껴 결국 다시 돌아가 구급차를 불렀고, 상처 받아 너덜너덜한 카라마츠에게 잘해주었다.

그럼 형제에게 버림 받은 "나의 친구"는 나에게 오게 될 거라고 생각했지 때문.



하지만 달랐다.

도움을 청하기는 커녕 카라마츠는 홀로 모든 걸 짊어졌다.

혼자 아파하고, 괴로워하다가 그렇게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




지금 이렇게 치비타가 토도마츠 앞에 있는 것은 카라마츠를 위한 속죄 때문이었다.

그리고 자신을 구제하기 위해서였다.

----이제 와서 부질 없겠지만, 바보 같은 형제들에게 너의 기분을 가르쳐줄게.





[너희들이 맛있는 걸 먹고, TV를 보며 웃는 동안, 카라마츠는 뭘 했어?]





토도마츠는 카라마츠를 두고 마시러 갔던 그날 밤에 봤던 카라마츠의 표정과,

불도 켜지 않은 어두운 방에 혼자 틀어박혀있던 카라마츠를 떠올렸다.





[.....그, 그만둬....그만......]





그 어둡고 어두운 공간에서, 혼자 몸과 마음의 고통을 견디는 건 얼마나 외롭고 괴로운 일이었을까.






[....알고있냐? 카라마츠 녀석, 거의 실명에, 귀도 들리지 않고, 미각까지 잃었어. 머리를 다친 후유증으로]



[!!!]





지붕 위에서의 일광욕,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것, 좋아하는 고기를 먹는 것, 오자키의 CD를 듣는 것,

이 모든 것은 카라마츠가 좋아하는 것이다.

토도마츠는 그것을 한순간에 잃어버린 카라마츠를 생각하자 온 몸에 소름이 끼쳤다.





[그래도 그녀석은....카라마츠는 우는 소리 한번 내지 않고, 내색하지도 않았어...왜 그랬다고 생각해?]





치비타의 눈에선 어느새 굵은 눈물이 흘르고 있었다.





[이, 이제 됐어..됐다고!!!알았어!!!! 알겠으니까, 그만해...! 더 이상 말하지 마...!!]





토도마츠는 고통스러운듯 귀를 막으며 고개를 거칠게 가로 저었다.

그렇게나 상냥했던 차남이다. 그 이유는 대충 감이 왔다.


하지만, 그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만약 인정한다면, 알아 버린다면, 필사적으로 유지해 왔던 것이 깨져버린다.

하물며 파트너였던 자신이 지금까지 깨닫지 못했던 사실을, 남의 입으로 듣게 되는 것만큼 굴욕적인 일은 없을 거다.

하지만, 치비타는 그런 그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거칠게 토도마츠의 손을 귀에서 떼어내고 결정적인 한마디를 내뱉는다.





[....그건, 당연히, 너희 가족을, 형제를....! ......믿었기 때문이라고!!]


 



흐윽, 하고 토도마츠가 숨을 들이킨다.

카라마츠의 미소와 함께 토도마츠를 부르는 부드러운 목소리가 그의 뇌리에 박힌다.

토도마츠는 천천히 고개를 흔든다.





[아, 아아, 아아아아아아!!!!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비명에 가까운 절규가 울렸다.





[나, 나는!!나는, 나쁘지 않아!!!뭐냐고, 몰라, 모른다고 그딴거!!!!!]





울부짖는 토도마츠를 보며 치비타는 그가 불쌍하게 느껴졌다.

카라마츠의 애정을 가볍게 여긴 마음이, 카라마츠라면 괜찮을 거라는 교만이, 이런 비극을 낳았다.





[뭐냐고.....나는, 나는.....어떻게 하면, 좋은 거야.....]





목에 건 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치비타는 돌아섰다.





[.......잘있어, 토도마츠. 이제 너희들과 만날 일은, 없을 거야]






무심히 지나쳐가는 발소리가 토도마츠의 고막을 울린다.


치비타는 오랫동안 살았던 마을에서 떠나려 하고있다.

여섯 쌍둥이와의 추억이 이 마을에는 너무도 많아 더 이상은 있을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흐윽, 우, 우으. 카라마츠으, 도와, 줘, 카라마, 츠....도와, 줘어........]





진실에서 도망쳤던 토도마츠는, 공교롭게도 어느 누구보다도 진실을 직면하게 되었다.




와르르, 하고 뭔가가 무너지는 소리가 났다.

그러나, 아직 토도마츠는 망가지지 않았다.

그는 아직도 카라마츠가 살아있다고 믿고 있었다.

토도마츠는 그걸 불안정한 마음의 버팀목으로 삼고 있었다.






......그날, 토도마츠는 꿈을 꾸었다.





그건, 커튼도 닫은 채로 어두운 객실에 카라마츠가 혼자 무릎을 끌어 안고 있는 광경이었다.






[....형제들은 모두 마시러 가버렸군. 사이 좋다는 건...좋은 건데....그런데 왜...이렇게도 가슴이 아픈 걸까]



[나도 가고 싶었다, 라고 그런 생각은 하면 안 되는데. 그런걸 바라면 안 되는데.

 ......외로워. 즐거워 하는 형제들을 보는 것이 괴로워....]



[이런 추악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까, 다들 나를 싫어하는 거겠지....미안하다, 브라더들.

 이런 녀석이라서..........그래도, 곧 사라질테니까]






카라마츠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작게 웃었다.

그것을 보고 토도마츠는 헉, 하고 숨을 들이켰다.

자신들이 잔뜩 취해서 카라마츠 따위는 잊고 웃으며 노는 동안, 이렇게까지 괴로워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





[누구라도 좋으니까, 나한테 상냥하게 대해줘.....나를 봐줘....!

 어두운 곳은 싫, 어....! 고독은 싫어......!! 싫다고.....! 고독하게 사느니, 죽는 편이 나아!!





카라마츠의 절규가 방 안을 울린다.

과거, 파트너나 마찬가지였던 남자가 이렇게까지 약해져 고독의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 사실이 토도마츠의 가슴에 깊이 박혀들었다.

계속 지켜보기가 힘들어 토도마츠는 그곳에서 달아났다.




하지만, 곧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치면서 그 반동으로 바닥에 내동댕이 쳐졌다.

그러자,






[....넌 항상 그렇군. 싫은 일들에선 곧 바로 달아나버리지....이제 와서 내 존재를 알아 챈 건가?

 파트너였는데, 너무 늦잖아.......]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외로운 듯 웃고 있는 카라마츠가 서있다.

그 뒤로는 가파른 절벽과 넓고 푸른 바다가 펼쳐져있다.





[마츠노 카라마츠, 최후의 무대다. 그리고 마지막 관객은 너라고, 토도마츠.

 ........뭐, 금방 끝나니까...]





카라마츠는 바지 주머니에 손을 꽂아 넣고, 런 웨이를 걷는 모델처럼 당당하게 절벽 끝으로 걸어갔다.




뭐 하는 거야, 그만둬, 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할 수 없다.

몸이 가위에 눌린 것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눈물을 흘리며 그저, 카라마츠, 카라마츠, 하고 마음속으로 외칠 수밖에 없었다.




그게 들렸던 걸까, 카라마츠는 한 걸음이면 떨어질 것만 같은 벼랑 끝에 서서 토도마츠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바로 바다 쪽으로 몸을 돌리고는 손을 펼쳤다.

그리곤 땅을 박차고 머리부터 거꾸로 바다를 향해 떨어졌다.






[싫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토도마츠는 이불에서 벌떡 일어났다.

허억, 헉, 호흡이 거칠다.





[....카라마츠, 카라마츠는 어디에!?]





토도마츠는 옆을 보았다. 하지만, 카라마츠는 없다.





[....으음..왜 그래, 토도마츠. 화장실?아니면 악몽이라도 꾼 거야?]





이치마츠가 눈을 비비며 토도마츠에게 물었다.

이치마츠는 쥬시마츠가 걱정이라 그의 옆에서 자고 있었다.





[...이치마츠형, 카라마츠...카라마츠는 어디있어? 왜 없는 거야...?어디로 간 거야!?]





어깨를 떨며 토도마츠가 중얼거린다.

반면, 이치마츠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무슨 일이야, 토도마츠. 카라마츠형이라면 거기 있잖아. 뭐야, 싸우기라도 한 거야?]





공허한 눈으로 그렇게 말하는 이치마츠를 보고, 토도마츠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동시에 이치마츠가 완전히 망가져 버렸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 사실에 아파할 여유 따윈 지금의 토도마츠에겐 없었다.





[....현실을 보라고, 이치마츠형!!카라마츠형은 여기 없어!! 없단 말이야...!!]





토도마츠는 그렇게 말하고, 이불에서 나와 1층으로 갔다.






[......찾지 않으면...카라마츠를 찾아야....]





어두운 거실에 스마트폰의 불빛만이 방을 비췄다.

어제 카라마츠의 위치를 나타내는 유일한 단서로 손에 넣은 키워드, "아카츠카 곶"

토도마츠는 다급하게 인터넷을 켜 아카츠카 곶을 검색했다.




그러자, 꿈에서 본 경치와 똑같은 경치가 주르륵, 나왔다.

눈앞에 꿈과 이미지가 겹쳐 보였다.

스마트폰을 쥔 손이 덜덜 떨렸다.





[거짓말........]




인정할 수 없어 황급히 다른 글들을 보았다.

그런 그의 눈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자살 명소"라는 4글자였다.


토도마츠는 지금까지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죽음"이라는 두 글자가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카라마츠는 죽었다.






[아, 아아, 아아아아아!!!우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토도마츠는 스마트폰을 던지고 부엌을 향해 달렸다.

내던져진 그것은 기세 좋게 벽에 부딪쳐 화면이 깨졌다.

그 파편들이 바닥에 흩어졌다.





[내....내 탓이야....]




지금 생각하면 카라마츠에게 욕밖에 하지 않았다.

열이 나도, 다쳐도 걱정 따위는 전혀 하지 않고, 패션에 대해서 항상 아프다니 뭐니 하는 말만 지껄였다.

카라마츠만이 자신을 달래주고 지켜 주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런 그의 상냥함에 뭔가 마음속에서 부글부글 끓었다.


동료인 자신이 편들어 주지 않으면 안 되는데, 오히려 약물 혐의로 카라마츠를 가장 위태롭게 만들었다.

형들이 이상하게 된 건 죄의식을 자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토도마츠는 마지막 한 사람이 될 때까지 그 현실을 외면했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역시나 막내 동생 이라고 누가 비아냥거려도 할 말이 없었다.





[.....죽어 버리다니, 안쓰럽네...정말.....그치만 정말 안쓰러운 건....나야...

 카라마츠, 미안해....내가 잘못했어..........적어도, 너의 파트너답게, 네가 있는 곳으로 갈게]





자신의 죄를 자각한 순간, 이 세상의 모든건 아무래도 상관없게 느껴졌다.

어차피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있는 건 가족뿐이다.

그러나, 그 가족마저도 무너지고 있다.



그저, 그 상냥하고, 안쓰러운 형을 만나고 싶었다.



토도마츠는 벌떡 일어나, 모두가 깨기 전에 2층으로 올라갔다.





[....토도마츠?]




토도마츠를 기다렸는지, 이치마츠가 걱정스럽게 이쪽을 본다.

깨어있었다면 아까의 비명소리도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치마츠는 아무런 말이 없다.

미쳤다고 해도, 어둠마츠가 아니라고 해도, 그는 원래 상냥한 사람이니까.

그런데, 카라마츠에 관해서만 솔직해지지 못했다. 그것이 이런 결과를 만들었다.

나도, 이 형도, 서툴러서 어찌할 수 없는 바보라고 생각하며 토도마츠는 작게 웃었다.



묵묵히 짐을 싸는 토도마츠를 보며, 이치마츠가 입을 열었다.





[.....가는 거야, 토도마츠?]



[...응. 아까는 미안, 이치마츠형. 나, 카라마츠의 파트너니까. 옆에 있고 싶어, 새삼스럽지만.

 이치마츠형도 갈래?]





토도마츠는 손을 멈추고 이치마츠를 바라본다.

어둠 속에서 그의 표정을 확인하기는 어려웠지만, 그의 숨소리로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치마츠는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 쥬시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젓는다.






[....아니, 나는 쥬시마츠를 두고 갈 수 없어. 그래도 금방 갈테니까, 거기서 기다리고 있어]






이치마츠의 말에 토도마츠는 공허한 눈으로 눈물을 흘리며 웃었다.

그러곤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소마츠와 쵸로마츠, 카라마츠와 토도마츠가 파트너인 것처럼, 이치마츠와 쥬시마츠도 파트너 같은 존재였다.

앞의 네명처럼 그렇게 노골적인 관계는 아니었지만, 지금까지도 그 관계는 얇고도 단단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아아, 나도 카라마츠와 이런 관계를 가졌어야 했는데...





[.......안녕, 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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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도마츠는 아카츠카 곶을 목표로 하고 집을 나선다.

하늘이 밝아 지며, 하루의 시작을 알렸다.





[.....카라마츠, 이번에는 혼자 두지 않을 테니까]





울보에 응석받이인 토도마츠는 사과하는 법을 모른다.

울기 전에 상냥한 파트너가 보듬어 주었기에, 먼저 사과해 주었기에.

하지만, 이제 그런 사람은 없다.

사과하고 싶은데, 사과를 받을 사람이 없다.




적어도 용서 받고 싶어서 카라마츠에게 가기로 마음 먹었다.

죽음의 공포가 없는 건 아니다. 무섭다. 괴로운 건 싫다. 아픈 것도 싫다.

하지만, 그보다도 파트너와 떨어지는 것이 더 두려웠다.




-----얼마나 예쁜 하늘인가. 얼마나 맑은 바람인가.

전차의 창문을 열고 홀로 아침해를 바라보고 있자니 눈물이 차올랐다.



이렇게나 아름다운데, 카라마츠는 볼 수 없었겠지.





[미안해]





토도마츠는 전차에서 내렸다.

안내해주는 이는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어떻게 가야할지 알고 있었다.

아아, 카라마츠가 마중이라도 온 걸까, 하고 제멋대로 해석을 해버린다.





[후훗, 고마워 카라마츠]





절벽에서 바라보는 바다와 하늘은 푸르렀다.

카라마츠의 색이다.



토도마츠는 카라마츠의 뒤를 따르려 떨리는 발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갔다.





[카라마츠와 함께라면 무섭지 않아....옛날도, 지금도....]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해졌다.

토도마츠는 뜻을 정한듯 주먹을 쥐고 땅을 찼다.

최후의 순간에 본 바다의 푸르름은 예쁘고도 잔혹한 색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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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 도마츠, 토도마츠, 어딨어....?]





쥬시마츠는 최근들어 곧잘 잠에 빠졌다. 마치 일어나기를 거부하는 것처럼.

그런 쥬시마츠가 오후에 눈을 뜨고는, 드물게 입을 열고 자신의 유일한 동생을 불러댔다.





쥬시마츠가 깨어나기까지 옆에 있는 게 일과가 된 이치마츠는 그를 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토도마츠...토도마츠는....카라마츠형한테 갔어. 안녕, 이라고 말하고]





쥬시마츠는 그것을 듣자마자 이불을 머리 끝까지 끌어올려 얼굴을 숨겼다.





[.....그런, 가...그렇구나......]





쥬시마츠의 목소리가 젖어있다.

이치마츠는 왜 우는 건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쥬시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흐, 윽, ......우으, 토도, 마츠.....으아아.....]



[울지마, 쥬시마츠........저기, 우리도 갈까?]





이치마츠는 쓰다듬던 손을 멈춘다.

이미 생은 포기했다. 아마 카라마츠가 없어진 그 때부터.

쥬시마츠는 눈만 슬쩍 이불에서 꺼내 이치마츠를 보았다.



이치마츠는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건 무서울 정도로 예쁘고 애달파 보였다.





[......아니. 나, 아직, 안 갈래]



[.....그래. 가고 싶어지면 말해줘. 같이, 가자. 외롭지 않게...둘이라면 괜찮아]





마치 비밀 놀이를 약속한 꼬마처럼, 이치마츠는 천진난만하게 말했다.



그 날부터 매일 이치마츠는 쥬시마츠에게 이렇게 물었다.




[카라마츠 만나러 갈래?]


[아니, 아직..]





쥬시마츠가 거절해도 불쾌한 표정 하나 없이 그렇구나, 하고 웃었다.

이치마츠는 어느새 정체성을 잃어 버렸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이치마츠의 질문에 쥬시마츠는 고개를 저었다.





[쥬시마츠, 토도마츠 만나고 싶지 않아?]



[.....아직 만나고 싶지 않아]





둘만의 비밀이니까, 라며 오소마츠의 눈을 피해서, 둘은 그렇게 의미없는 문답을 되풀이했다.






그리고 어느 날이었다.

이날은 쥬시마츠가 좀처럼 잠에서 깨지 않고 얕은 호흡만을 반복하고 있었다.

석양이 그들을 비추며 실내를 노랗게 물들였다.





[아, 안녕. 일어났어?]





잡고있던 손이 꿈틀, 하고 움직인 것을 느낀 이치마츠가 쥬시마츠에게 말을 걸었다.

평소라면 히죽 웃으며 [안녀엉-!!]하고 답을 하는데 오늘은 달랐다.





[이치마츠, 형]



[응?]



[이제, 가자. 나, 지쳤어]





유리구슬처럼 투명했던 쥬시마츠의 눈동자는 토도마츠와 마찬가지로 공허하게 변했다.

겨우 허락이 떨어졌다며 이치마츠는 안도한다.

다른 형제들은 금방 편안해지는 길을 택했는데도 불구하고, 쥬시마츠는 아슬아슬하게 그 라인에서 한발짝 물러나있었다.

그래서, 그것이 걱정스러웠다.





[....응. 가자, 쥬시마츠]





쥬시마츠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후드를 입으려 했지만, 그런 그를 이치마츠가 말렸다.





[쥬시마츠, 후드는 남기고 가자......봐, 눈에 띄니까. 그거 말고 좋아하는 옷으로 입어]




그렇게 말하자 쥬시마츠는 야구 유니폼을 꺼내 입었다.





[괜찮네. 자, 가자]





둘은 나란히 역으로 걸어갔다.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고, 까마귀가 울었다.

순진하게 웃으며 집으로 뛰어가는 아이들이 스쳐지나간다.





[...우리들도 저런 시절이 있었는데...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걸까]





이치마츠의 중얼거림에 쥬시마츠는 아무런 대답이 없다.

그저 앞만 보고 조용히 걷고 있었다.





[.....나 말야, 카라마츠를 진심으로 성가시다고 생각했었어.

 저런 녀석 없어도 우리들은 변하지 않을 거라고....그런데 달랐어..그녀석의 영향력..이랄까.

 .....대단하네..모두 이상해졌어.....나라면 이렇게 됐을 리 없겠지.....

 아아, 역시 카라마츠에겐 이길 수 없네- 하고 뼈저리게 느꼈어]






이치마츠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렇지 않아, 형]



[에.......]



[우리들은 여섯명이 하나니까, 누구 한명이라도 빠지면 안 되는 거야.

 그런데 그걸 알아 채는 게 너무 늦어버린 거야.....이건, 우리들에게 내려진 벌이야]



[.....그런가, 벌,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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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두 사람은 아카츠카 곶에 도착했다.

이치마츠는 쥬시마츠를 벤치에 앉히고 역의 공중전화로 향했다.





[....여보세요. 아, 오소마츠형?]





그 상대는 오소마츠였다.

이치마츠는 주머니에서 십엔 여러개를 꺼내 올려두었다.





『이치마츠? 너 지금 어디야? 쥬시마츠도 같이 있어?』



[...질문은 한가지씩 해줄래? 지금...아카츠카 곶에 있어, 쥬시마츠도 같이]





수화기 너머로 오소마츠가 숨을 삼키는 게 들렸다.





『지, 기다려!!!나도 거기로 갈테니까!! 그러니까, 바보 같은 생각하지 말라고!!』



[....저기, 오소마츠형, 들어줘]





오소마츠의 조급한 목소리에도 개의치 않고 이치마츠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십엔이 하나 하나 줄어갔다.





[우리들 지금까지 여섯명이서 하나였잖아. 하지만, 남자가 여섯명, 그것도 온종일 함께 있으면 울분도 쌓이겠지.

 그 분풀이 대상이 카라마츠였어. 형제를 좋아하는 그녀석은 아무런 짓도 하지 않으니까]





오소마츠는 전화를 받으며 달리고 있는 건지,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들 그녀석의 다정함을 너무 당연하게 여겨왔던 거야, 그걸 이제서야 깨달았어.

 .....정말이지 바보 같아, 정말 어찌할 수 없는 쓰레기]



[...그래서 말야, 쥬시마츠랑 나....같이 죽을 거야.

 그 토도마츠가 용기를 내서 뛰어내렸으니까, 우리들도 할 수 있어]



『.....에, 너, 지금 뭐라고...토도마츠가, 뭐?』




오소마츠는 발을 멈췄다.

방금까지 달리고 있었는데, 몸 속의 피가 식어가는 기분이다.





[...토도마츠, 죽었어. 카라마츠에게 가겠다면서, 삼일 정도 전인가...]





동생이 죽었는데도 눈물을 흘리지 않는 자신이 정말이지 역겹다고, 이치마츠는 생각했다.

마음이 식어갔다.





[미안, 오소마츠형]


[미안, 미안해. 형은...오소마츠형만은 살아줘...엄마랑 아빠를 부탁해]





이치마츠는 그렇게 말하곤 부드럽게 웃었다.

이제 남은 동전은 십엔 하나.





[잘있어, 형]



『자, 잠깐!! 웃기지 말라고, 이치마---』





뚜우- 뚜- 하고 시간 종료음이 들렸다.

이치마츠는 조용히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전화 박스에서 나와 이치마츠는 쥬시마츠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손을 내민다.





[....가자, 쥬시마츠]




쥬시마츠는 그 손을 잡고 일어섰다.




불타는 듯한 석양이 두 사람을 에워쌌다.

예전에 가족 여행으로 왔던 아카츠카 곶.

그때는 정말이지 즐거웠다.



----꿈에서 본 절벽 앞에 두 사람이 나란히 선다.




[.....바다, 반짝반짝거려. 예쁘네...카라마츠형의 색이야!]





쥬시마츠는 오랜만에 평소처럼 웃어보였다.





[....카라마츠형은 어떤 기분으로 여기에 섰을까]



[글쎄, 지금 들으러 가자]




이치마츠는 문득 시선을 옮기다 분홍색 신발을 발견한다. 토도마츠의 것이었다.

쥬시마츠는 이치마츠의 손을 잡고 절벽 가장자리로 향했다.





[....이치마츠. 지금까지 고마웠어. 오늘도, 함께 와줘서 고마워]



[....나야말로. 지금까지 즐거웠어......고마워]





두 사람은 평온한 표정으로 서로 마주보며 웃고는 바다 쪽을 바라보았다.

이제 텅 빈 상태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일은 없다.

이걸로 된 거다. 이치마츠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뭔가를 꺼낸다. 그건 그가 카라마츠에게 준 펜이었다.






신발을 벗고, 서로 손을 맞잡은 채로 바다에 뛰어든다.

최후의 순간에 본 바다는 옛날에 보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조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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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둘, 차례로 사랑하는 브라더들이 떨어진다.

어서와, 차갑고 괴로운 슬픈 세계로.


(그치만 난 너희들이 오지 않기를 원했다. 만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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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들....부모님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네요...

오소마츠형만은 남아서 부모님을 보살피라니

그게 말이여 막걸리여



부모님이 자식 5명 잃고 잘도 버티겠네

아아, 마츠노가에 희망 따윈 없어ㅠㅠㅠㅠㅠ






이걸로 마지막 하나 남았슴다

다음편이 마지막! :)

이번거 좀 길었네여.....ㅎㅎㅎㅎ


사실 내일 제가 나가서

미리 식자랑 해두고 예약하려고 했는데



아니...소설이 생각보다 길어져서

이것밖에 완성을 못했슴다;;;;


그러니 갔다와서 식자할게여 'ㅂ'a

12시 전에는 들어오겠져.......아마




이번엔 시간이 좀 늦어서

오타 확인을 못했슴다;;;;;

올리고 빨리 자야해서...........ㅠ


그래서 오타 좀 넘칠지도......☞☜




제가 타자를

엄청 우다다다다다다ㅏ다다 써가지고

오타가 많슴다 'ㅂ'a

비유하자면 민첩에만 올인해서

미스 겁나 뜨는 도적 같달까......


초딩때 컴퓨터 배울 때도

그래서 많이 혼났죠.......(먼산




소설은 감정을 이어가야 하는데

오타 때문에 집중이 흐트러질까봐

가능한 신경써서 천천히 쓰는데도

이렇슴다...........하하핳


죄송합니다 (_ _)


오타 알려주시면 수정하겠슴다!

늘 알려주시는 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






그보다 뜬금없는데

이거 그.....카라마츠가 꿈에 빠진?갇힌? 이야기인가

그 영상이랑 느낌이 비슷하네요 'ㅂ'


전개는 전혀 다르긴 한데

오소마츠가 엄청 망가진다는 게 비슷한...?



그 쪽도 오소마츠가 정신 못 차리죠~

여기도 마찬가지고....ㅎㅎ




아무튼 전 이만 자겠슴다 'ㅂ'

내일 지각하면 친구가 절 죽일 기세라.....


바이바이☆







+ 아, 적는 거 깜빡했는데

마지막 부분은 작가님 코멘트에 있는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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