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마츠상][사변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L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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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1편*
2016/05/31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①
*2편*
2016/06/04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②
*3편*
2016/06/06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③
*4편*
2016/06/12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 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④
*5편*
2016/06/14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⑤
*6편*
2016/06/15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⑥
*7편*
2016/06/15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⑦
*8편*
2016/06/20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⑧
*9편*
2016/06/22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⑨
*희망1편*
2016/07/05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희망> 제1화
*희망2편*
2016/07/07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희망> 제2화
*희망3편*
2016/07/10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희망> 제3화
2016/07/18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희망> 제5화
*희망6편*
2016/07/19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희망> 제6화
*희망 마지막*
2016/07/23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희망> 마지막화
*해리 1편*
2016/08/14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제1화
*해리2편*
2016/09/05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제2화-
*해리3편*
2016/09/06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제3화-
*해리4편*
2016/09/09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제4화-
*해리5편*
2016/09/29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제5화-
*해리6편*
2016/10/11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제6화-
*해리7편*
2016/11/09 - [번역/마츠소설] - [오소마츠상][사변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제7화-
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LAST-
카라마츠는 그날부터 며칠 동안 잠에 들 때마다 악몽을 꿨다.
잠을 자면 꼭 악몽을 꾸게 된다는 걸 알기에, 마치 잠자는 것이 고문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인간으로서 생리적 욕구를 거스를 수는 없어, 아무리 깨어있는다고 한들 어느새 잠에 들고 말았다. 그렇게 매일을 반복하던 카라마츠는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런 생활이 시작된 이후부터, 필연적으로 소중한 리쿠와 노는 시간이나 가족과 어울리는 시간 등이 없어졌다.
[싫어....싫어.....잠들고 싶지 않아.....!!]
시각은 새벽 3시. 눈 밑에 다크서클이 잔뜩 내려앉은 카라마츠는 그렇게 외쳤다.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을 방은 이리저리 물건이 흩어져 고뇌의 흔적이 드러났다.
[아아, 아아아아.........!!]
목소리를 죽이려 이불 위에 얼굴을 묻고 신음했다. 이것이 그의 최대한의 가족에 대한 배려였다.
어느덧, 까아-까아- 하고 까마귀의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카라마츠는 체력이 다 되어 쓰러져 잠에 든다.
그때,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얼굴을 보인 것은 리쿠와 어머니였다.
[.........형아]
[.........아아, 가엾은 소라. 미안하다,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어서......리쿠, 형한테 이불을 덮어주렴]
리쿠는 엄마의 말대로 이불을 집어 카라마츠 위로 부드럽게 덮어주었다. 완전히 창백한 모습의 사랑하는 형은, 아직 어린 리쿠에게는 충격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리쿠는 자신의 형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었다.
[.........형아. 나, 형아가 좋아. 그러니까, 얼른 원래대로 돌아와줘...]
그렇게 중얼거리며 방을 나간다. 이런 나날의 반복.
그러나 우연히도 그날은 카라마츠의 의식이 약간 남아있었고, 탁하고 문이 닫힌 순간 그의 어깨가 크게 들썩였다.
[미아, 미안.....! 미안해, 리쿠, 엄마.....! 미안해.....!]
엄청난 죄책감과 악몽에서 오는 불안함. 괴로움이나 통증은 점점 카라마츠의 정신을 좀먹어 갔다.
◇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정신이 불안정한 카라마츠를 혼자 두지 않기 위해, 누군가는 반드시 집에 남아있었는데, 그날은 우연히도 아버지는 일, 어머니와 남동생은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캠프를 가게 된 것이다.
리쿠는 캠프를 가지 않으려 했지만, 카라마츠가 만류했다.
자신 때문에 동생의 즐거움을 뺏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리쿠와 카라마츠는 한가지 약속을 했다. 그건, 일어나면 반드시 연락을 할 것.
카라마츠의 기상시간은 저녁시간에 가까워서, 캠프에 가있는 리쿠도 연락을 받을 수 있었다.
아침, 리쿠와 어머니를 배웅하고 카라마츠는 비틀비틀 자기 방으로 돌아와 침대 위에 쓰러졌다. 그리고 바로 의식을 잃고 잠에 빠져들었다.
--아아, 또다. 잠에 빨려 들어간다. 자고 싶지 않은데. 괴로운 건 싫은데....
매일 꿈에서 보이는 것은, 중세 유럽의 죄인처럼 장대에 매달린 채로 화형을 당하는 자신에게 물건들이 내던져지는 장면.
『그만, 그만해!! 너희들은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야!! 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러는 거냐고!!』
꿈속에서 카라마츠는 머리에 피를 흘리며 절규했다. 그러자, 눈앞에 빨간 후드티를 입은 한 남자가 나타났다.
남자는 카라마츠와 눈높이를 맞추고,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무슨, .......가, 같, 같은 얼굴!?』
『아하하, 좋은 꼴이네-. 그때랑 같잖아. 나, 너한테 저주를 걸었어』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집게손가락을 눈앞에 들이밀며 빙글빙글 원을 그렸다.
『그때.....? 저주......!? 어째서!? 왜 나한테......』
남자는 코밑을 비비며, 뻔뻔한 웃음을 띄우고는 카라마츠의 이마에 흐르는 피를 손가락으로 닦아내더니 할짝, 핥았다.
『너에게 이게 흐르는 한, 우리를 떠나지 못하도록....말이야』
미치광이 같은 그 모습에 무심코 소름이 돋았다. 히익, 하고 카라마츠의 비명이 새어나왔다.
『......빨리, 빨리 떠올리라구. “형아” 외로우니까』
남자는 일방적으로 그렇게 말하고는, 한손으로 흔들흔들 인사를 하며 카라마츠를 뒤로하고 그곳에서 떠났다.
그러자, 약해졌던 불길이 화악 강하게 타올랐다. 살려줘, 라고 소리치며 하늘을 올려다보는 순간 머리위로 뭔가 검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 정체가 맷돌임을 깨닫자마자 강렬한 충격이 강타하고 의식이 멀어져갔다.
[읏!! 하아, 하, 하아..........!]
카라마츠는 벌떡 일어났다. 그냥 꿈이라고 하기에는 그것은 몹시 생생했고, 기분탓인지 연기 냄새까지 나는 듯했다.
[.......젠, 장. 왜 이런 꿈만. 아아, 땀으로 잠옷이 축축해.....]
카라마츠는 이마에 들러붙은 머리를 쓸고, 옷을 갈아입기 위해 옷장을 열었다. 갈아입을 파자마를 찾아 장롱을 뒤지고 있던 그때, 낯선 봉지를 찾아냈다.
[뭐지, 이건....]
그것을 꺼내들고 안을 보면, 꾀죄죄하고 군데군데 흠집이 난 해골 벨트, 피 같은 얼룩이 묻은 스키니진이 있었다.
[........나, 이런 더러운 걸 갖고 있었던가? 아빠건가....?]
카라마츠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안을 더 뒤져보았다. 그러자 한 장의 심하게 구겨진 종이가 나왔다.
[이건 뭐지...? 사진, 인가?]
펴보려는 순간, 어째선지 심장이 뛰었다. 봐서는 안 된다고, 머릿속에서 경종이 울렸지만 떨리는 손으로 구겨진 종이를 폈다. 그 순간, 헉, 하고 숨을 삼켰다.
사진에 찍혀있는 것은 여섯가지 색의 후드티를 입은 같은 얼굴의 청년들과 그들의 부모님처럼 보이는 부부.
[에, 읏아, 어, 째서........!]
빨강, 파랑, 초록, 보라, 노랑, 분홍. 그 여섯가지 색 중에서도 파란색의 청년은 그와 너무도 빼닮아있었다. 아니, 그 자체였다. 하지만 한쪽 눈을 감고 턱밑에 손을 올린 채 폼 잡고 있는 그 모습은 도저히 자신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왜.......내, 가......여기에......!?]
녹색은 쵸로마츠, 보라는 얼마전에 화나게 만들었던 이치마츠, 노란색은 쥬시마츠, 분홍색은 토도마츠.
카라마츠의 머릿속에서 그들의 얼굴이 맴돌았다. 모두 첫 대면에서 마치 자신을 알고 있다는 듯한 말투였다.
토도마츠는 자신을 보자마자 눈물을 글썽이며 자신의 형과 닮았다고 말했다. 쥬시마츠는 불안한 표정으로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었다. 쵸로마츠는 갑자기 팔을 붙잡았다.
카라마츠는 사진을 손에서 떨어뜨리고 입술을 부르르 떨었다. 땀이 뚝뚝 떨어졌다.
[거짓, 거짓말, 이야.....거짓말......거짓말이야.....]
“넌 나에 대해 요만큼도 기억하지 못하잖아!!?”
그때 이치마츠가 했던 말이 뇌속에 울린다.
헉, 하고 숨을 들이마신 순간 지금까지의 기억이 맞물렸다.
대머리 남자에게 유괴되어 바다 위에 꽂힌 막대에 묶여있었던 일.
몸값을 요구했지만 버림받은 일. 화형을 당해 도움을 청했지만, 시끄럽다며 물건을 내던졌던 일.
[아, 아아.........]
만신창이로 쓰러졌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던 일.
그리고.
그 모든 것에 절망하고 자살을 하려 집을 나왔다가 트럭에 치였던 일-.
[아아아아아아, 아아아........!!!!]
콘크리트의 차가움, 거실의 어둠속 외로움, 그리고 도움을 받지 못한, 믿음을 져버린 것에 대한 고독감. 그것이 모이고 모여 결국 스스로 마음을 닫았고, 기억을 전부 깊숙이 처박아 버린 일. 이 모든 것을 떠올리고 말았다.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카라마츠는 영문도 모르고 목소리를 높인다. 터질 듯한 가슴의 통증과 갈 곳 없는 괴로움이 굵은 눈물이 되어 흘러내렸다.
머리를 안고 옆으로 흔들며, 눈을 부릅뜨고 눈물을 흘리며, 도움을 요청하는 듯이 목소리를 높인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기에, 카라마츠의 고독은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고, 그저 목소리가 다할 때까지, 체력이 다할 때까지 이어졌다.
[아, 아아..........]
얼마나 지났을까.
눈물 자국이 흐른 뺨은 마르고, 침이 벌어진 입 사이로 흘렀으며, 눈동자는 절망에 물들어 있었다.
-아아, 왜 신은 내게 이런 것을 다시 떠오르게 한 걸까. 이렇게 괴로울 거라면, 그때 죽었으면 좋았을텐데!!
카라마츠는 천천히 일어서서, 기둥에 쿵쿵 머리를 박았다. 이마가 깨져 피가 기둥에 묻어 흐른 후에야 움직임을 멈춘다. 이마에서 피가 흘러 쇠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아아, 이것이 절망의 냄새. 아프고, 괴롭고, 힘들고, 쓸쓸한 냄새.
카라마츠는 손에 잔뜩 묻은 피를 보며 괴로운 듯이 입가를 일그러뜨렸다.
-아무리 기억을 묻어도, 살아있는 한 녀석들로부터 도망갈 수 없다. 이것이 여섯 쌍둥이의 숙명. 혼자가 되어도 원래부터 하나였기에.
[안 된다....이젠 틀렸어.....]
카라마츠는 완전히 과거에 얽매여, 지금의 행복 따위는 보이지 않게 되었다. 과거의 기억은 그의 머릿속에 탁탁 불을 지펴 패닉 상태에 빠지게 만들었다.
그때 지잉지잉, 하고 스마트폰이 울렸다. 발신지는 엄마.
일어나면 전화를 하겠다고 리쿠와 약속했는데, 카라마츠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것을 미심쩍게 생각한 리쿠에게서 몇건의 전화가 와있었다. 하지만, 카라마츠는 그조차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카라마츠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지금 그의 마음을 가득 차지하고 있는 건 절망과 공포, 고통 같은 부정적인 감정과 지금의 가족에 대한 죄책감이었다.
-만약 내가 녀석들과 엮이지 않고, 친해지지도 않았다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거야. 또 다시 가족에게 폐를 끼쳤어!! 더 이상 엄마와 리쿠의 슬픈 목소리는 듣고 싶지 않은데....
[........아. 아아, 그런가..... 내가......없어지면....]
한번에 많은 것을 생각하면서 뇌가 과부하를 일으켰다. 그로 인해 마츠노가에 대한 공포가, 모든 인간에 대한 공포로 다시 그려졌다. 그리고 그 공포가 감각을 마비시켰다.
[내가.......없어지면........그러면, 모두, 행복해지겠지......]
자신이 없으면, 어머니와 리쿠가 그렇게 슬퍼할 일도, 전 형제들이 이상한 기대를 품고 내개 접근하는 일도 없다.
카라마츠는 몸을 껴안듯이 웅크렸다.
책상 위에 놓여있던 가족사진이 뒤로 넘어졌다.
그 순간, 집전화가 울렸다. 카라마츠의 방에도 무선 전화기가 설치되어 있어 그 두 개가 같이 울렸다. 갑작스런 소음에 히익, 하고 목소리를 높인 카라마츠는 귀를 틀어막았다. 소리가 멎었다고 생각해 손을 떼면 다시 전화가 울렸다. 카라마츠는 머리맡에 있는 무선 전화에 떨리는 손을 뻗었다.
[.......여보세요]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카라마츠는 잔뜩 움츠린 모습이었다.
『형아!? 드디어 받았네!! 엄마, 형아 전화 받았어~~!! 왜 여태 전화 안 받았던 거야!?』
성난 듯한 리쿠의 음색에 움찔 어깨를 떨었다.
[아, 아아.....미안하다. 그, 게, “형아”가, 몸이 좋지 않아서...자고 있었거든]
주먹을 꽉 쥐었다.
-그 녀석들에게 좋은 형이 되지 못한 나 따위가, 리쿠처럼 좋은 아이의 형으로 있을 수는 없다. 그런 거.....분에 넘치는 행복이다.
『엣, 형아 어디 아파? 괜찮아?』
[아아, 괜찮아. .........리쿠, 캠프는.......재밌어?]
『응! 엄청 재밌어! 같이 피자도 만들고, 베개 싸움도 했어! 계속 여기 있고 싶을 정도야!』
전화기 너머에서 리쿠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어둡고 고요한 카라마츠의 방과는 정반대이다.
[그런가? 네가 즐거워 보이니 다행이다. 안심이야]
-이제 내가 없어도 리쿠는 괜찮을 것이다. 든든한 친구가 옆에서 외로움을 달래줄 것이다. 그럴 거다.
[.......자, 친구가 부르네. 어서 가봐]
카라마츠의 뺨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형아 목소리 왠지 이상해. 뭔가....괴로워 보여』
[그럴 리가. 이만 끊을게. ........미안]
『에, 형아, 잠-』
리쿠의 말을 자르고 카라마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리쿠....리쿠.....리쿠우......!]
카라마츠는 이를 악물고 눈물을 흘렸다. 동생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결의가 흔들릴 뻔했다.
하지만, 동생의 성장을 위해서 자신은 없어져야 한다. 마음이 나약해서,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아니, 벌써 무너졌는지도 모른다. 그런 형은 필요없다.
[......리쿠의 형은, 멋있고 강하지 않으면 안 돼. 그러니까,]
-떠나지 않으면.
카라마츠는 자신을 타이르듯이 말하며 천천히 일어섰다. 그리고, 자신이 어질러놓은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치웠다. 원래 방에 물건이 별로 없었던 탓에, 금방 방이 깨끗해졌다.
다음으로, 가방을 챙겼다. 벽장에서 옷이나 비상식량 등을 꺼내 챙겼다. 책상 서랍 깊숙한 곳에 있는 상자에서 작은 칼을 조심히 꺼내어 가방 속에 던져넣었다.
어쩌면, 이런 날이 올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때, 결국 꿈속에서 옛 가족의 사진을 부수지 못했다. 아직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나약한 마음이, 결국 이렇게 만들었다. 만약 그때 사진을 찢었다면....., 제대로 결별했다면.....
카라마츠는 책상에 앉아 종이와 연필을 꺼내 편지를 썼다. 다 쓴 편지를 거실 탁자 위에 올려두었다. 그 옆에 핸드폰도 내려둔다.
카라마츠는 현관을 나서면서 집을 올려다보았다.
-잠시 동안이었지만, 이 가족의 일원이 되어 행복했다.
카라마츠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가방을 쥐고 집을 나왔다. 이제 돌아갈 수 없다.
◇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카라마츠가 집을 나가기 삼십분 전.
아카츠카가 일을 끝내고 병원을 나서는 순간, 마침 핸드폰이 울렸다. 아내였다.
[지금 리쿠와 캠프에 갔지 않았나?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통화버튼을 누르고 귀에 대자,
『아, 당신. 일 끝났나요? 수고하셨어요. 갑자기 미안하지만, 소라가, 소라의 상태가 조금 이상해요!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왠지 꺼림칙한 예감이 들어요....그러니까 얼른 돌아가서 상태 좀 봐주세요!』
평소 온화한 아내가 매우 당황한 목소리로 단숨에 말을 토해냈다. 그것만으로도 심장이 두근두근 심하게 뛰어댔다.
-그런가, 지금 그 애는 혼자인가!
아카츠카의 뇌리에 정신이 불안정한 상태로 덧없는 미소를 흘리는 카라마츠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아, 알겠어. 뒤는 내게 맡기고, 리쿠를 부탁할게!]
아카츠카는 그렇게 말하며 전화를 끊고 황급히 택시를 불러 세웠다.
택시를 타고 집주소를 말하며 가능한 빨리 가달라고 택시기사를 재촉한다. 그러는 동안에도 그의 손은 카라마츠에게 전화를 거느라 바빴다. 하지만,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안 좋은 예감밖에 떠오르지 않는 자신이 한심하게만 느껴졌다.
제발 쓸데없는 걱정이길 바라면서, 집에 빨리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잠시 달리다가 택시가 멈춰서고, 택시기사가 차가 꽤 막힌다고 전했다.
아카츠카는 주먹을 꽉 쥐고는 결심한 듯, 거스름돈은 필요없다며 만엔을 두고 택시에서 내려 달려갔다.
평소 운동을 하지 않았던 자신을 원망하면서 오로지 달리고 달렸다.
집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이미 날이 저물어가고 있었다. 주위도 꽤나 어두워졌다. 황급히 가방을 뒤져 열쇠를 꺼내 문을 열었다.
[소라!! 소라 안에 있니?!]
아카츠카는 소리를 치며 신발을 벗었다. 집 안이 어둡다.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안 좋은 예감이 뇌리를 스치고, 그는 2층으로 뛰어올라갔다.
[소라!!!]
확 문을 열어젖히자, 그곳은 이미 텅 비어있다. 어질러져 있던 방이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다.
그것을 보자마자 핏기가 사라지는 걸 느꼈다.
아카츠카는 2층의 방을 모두 뒤지고, 1층으로 내려가 목욕탕이나 화장실 등을 확인하고 거실로 달려갔다.
그러자, 편지와 카라마츠가 쓰던 핸드폰이 보였다. 아카츠카는 황급히 달려가 편지를 떨리는 손으로 펼쳤다. 그곳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아빠, 엄마.
아무런 말도 없이 이렇게 갑자기 나가는 저를 용서하세요.
아카츠카의 일원이 되어 그동안 정말 행복했어요.
하지만, 저는 오늘 모든 것을 기억해내고 말았어요. 이렇게 되면 다시는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어요. 더는 소중한 가족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 저를 잊으세요.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저에게 행복을 줘서 감사했습니다.
소라”
글씨는 점점 뭉그러지고, 군데군데 눈물자국이 남아있다.
사실은 그가 나가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 느껴져 아카츠카는 가슴이 으스러질 듯이 아팠다.
[이, 바보 아들이......성가셨으면 애초에 받아들이지도 않았겠지....!]
그렇게 중얼거리며 아카츠카는 편지를 주머니에 넣고 집을 뛰쳐나갔다.
◇
한편, 카라마츠는 멍한 표정으로 비틀비틀 거리를 걷고 있었다. 이윽고 도착한 곳은, 그때 그 사고 현장.
해는 이미 졌지만, 역 앞이어서 그런지 사람이 많았다. 즐겁게 웃으며 부모님 손을 잡고 가는 꼬마, 낡아빠진 양복을 입고 집에 돌아가는 샐러리맨,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고교생.
그 누구라도 다들 돌아갈 장소가 있다.
카라마츠는 어느새 자신이 그들을 부럽다는 듯이 보고 있음을 깨달았다.
아까 스스로 그것을 버렸던 주제에, 정말이지 우습다.
[나는, 여기서.......]
이제 사고의 흔적 따위는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았지만, 분명 자신은 이 자리에서 차에 치였다. 아스팔트의 차가움, 구경꾼들의 호기심어린 시선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당시, 모든 것에 절망하고 죽기 위해 역으로 향했다.
그리고, 지금도-.
횡단보도 신호등이 파란불에서 빨간불로 바뀐 것도 모르고, 카라마츠는 멍하니 걸어갔다.
차의 라이트가 비춰지고, 경적이 울렸다.
[에, 앗........!]
전에 차에 치였을 때의 일이 떠오르고, 카라마츠의 다리는 돌처럼 굳어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죽음을 각오하고 눈을 감은 그때, 엄청난 힘에 의해 뒤로 밀려나 힘차게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 순간 트럭이 눈앞을 스쳐지나간다.
[........살았, 어]
마구 뛰는 심장이 시끄럽다. 카라마츠는 떨리는 손을 멍하니 응시한다.
[......아야아아. 야, 괜찮냐!?]
카라마츠는 자신을 도와준 남자의 얼굴을 응시했다.
[치비, 타.......]
눈앞에 있는 건, 몇 년전 그날 이후 한번도 만나지 않았던 친구였다. 그런 이별을 했던 탓인지, 어색함이 치밀었다.
[너.........날 알아보겠냐!?]
치비타는 그렇게 말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네가 걱정돼서 찾아다녔는데, 네가 기억을 잃고 다른 집에 입양됐다는 소식을 들었어. 그래서 더는 못 만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치비타는 그렇게 말하며, 카라마츠의 등을 툭툭 털어주었다.
[그런, 가............ 읏...!]
카라마츠는 일어서려다 왼손에 통증을 느껴 멈칫한다. 아마 아까 뒤로 밀렸을 때 다친 것 같다.
[왼손, 아프냐? 여기선........거기로 가는 게 좋겠네. 응, 가자고 “카라마츠”!!]
“카라마츠”. 오랜만에 불리는 그 이름에 고개를 푹 숙인다.
[치비타, 나는 카라마츠가..............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카라마츠는 치비타의 손을 잡고 걸어간다. 멀어지는 역을 몇 번이고 돌아보았다.
-아아, 전철이 온다. 한시간에 하나밖에 없는데. 이 손을 뿌리치고 달리면 안 늦을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뿌리칠 수 없었다. 손을 타고 전해지는 자신을 배려하는 따스함이 참을 수 없이 기쁘고 좋았다.
치비타가 데려온 곳은 데카판 박사의 연구소. 오랜만에 온 탓일까, 카라마츠는 긴장으로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자, 들어가자고 카라마츠!]
[아, 아아.....]
치비타에게 이끌려 들어가자, 놀란 듯한 표정의 데카판이 마중을 나온다.
사정을 이야기하자, 데카판이 카라마츠의 팔을 치료했다.
[호에~~. 그보다 왜 치비타와 있는 거다스?]
[.......기억을 잃었었는데, 모두 기억났거든]
카라마츠는 눈썹을 낮추고 나직하게 말했다. 데카판은 놀란 듯 카라마츠를 보았다.
[트라우마라는 건 아무래도 계속 이어지는 모양이다.....정말 곤란하게도 말야.
좋은 형이 되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었다. 결국은 이렇게 되고 말았지, 자나깨나 그 일만 떠올라서 제대로 살 수가 없다.....!]
카라마츠는 경직된 미소를 지었다. 기억을 되찾기 전에는 그렇게나 부드럽게 웃었는데, 지금은 더 이상 그렇게 웃을 수가 없다.
[그러니까 아카츠카 선생님 댁에서 나온 거다스?]
[그래. 이제 나 따위는 필요없으니까. 그곳에 필요한 건 “소라”지, “카라마츠”가 아냐.
기억을 되찾은 나는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나는 날 소중히 여겨주는 가족에게 폐가 되고 싶지 않아]
카라마츠는 그렇게 말하면서 눈가에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리고, 데카판의 말에서 뭔가 미심쩍은 부분을 떠올렸다.
[.......잠깐만. 왜 데카판 박사가 아버지를 알고있는 건가?]
카라마츠가 그렇게 묻자, 데카판은 움찔하더니 당황한 듯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데카판은 옛날부터 거짓말이 서툴렀다. 그의 반응을 봐선 뭔가 숨기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호에........]
데카판은 곤란한 듯이 다용을 바라봤지만, 카라마츠는 그의 어깨를 잡았다.
[말해. 뭔가 숨기고 있지? 양심의 가책을 느낄 일이 없다면, 그런 반응을 할 리가 없다]
카라마츠의 심장은 두근두근 거세게 뛰었다. 그 상냥한 아카츠카가 좋든 나쁘든 간에 데카판과 짜고 그런 짓을 했다거나 하는 건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듣지 않는 게 좋다스]
[....그렇다면 더욱 들어야겠군! 미련 따위는 없어. 나는 죽고 싶다!!]
카라마츠는 그렇게 말하며 순식간에 자신의 가방에서 칼을 꺼내, 데카판의 목에 갖다대었다.
[....카라마츠!!]
[다요~~~옹]
치비타와 다용이 비명과도 같은 소리를 질렀다. 물론 카라마츠도 데카판을 해할 생각은 없었다.
[....위협 같은 짓을 해서 미안하다. 하지만, 나는 알고 싶어. 사소한 일이여도 상관없다. 그러니 말해]
떨리는 손에서 그가 데카판을 해할 생각이 없음이 전해졌다. 칼을 가지고 있는 것은 왼손. 부상당했다는 것을 잊은 만큼, 그의 각오가 크다는 것을 깨달은 데카판은 포기하고 입을 열었다.
[호에.....알겠다스. 말하겠다스]
데카판은 양손을 올리며 그렇게 말했다.
[...아카츠카 선생은 내 후배다스. 몇 년전, 카라마츠군에게 기억을 없애는 약을 준 적이 있었다스. 그리고 그 결과, 카라마츠군은 의절당했다스....]
카라마츠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마약이라고 오해받고, 의절당했을 때의 그 분함과 슬픔은 지금도 생생하다.
[난 그게 두고두고 가슴이 아팠다스. 카라마츠군이 사고를 당해 의식불명 상태라는 걸 들었을 때, 사실은 문병을 갔었다스. 일의 전말을 부모님과 형제로부터 듣고, 그건 내 탓이고, 마약이 아님을 밝혔다스. 그때 카라마츠군의 부모님은 새파랗게 질려 이성을 잃었다스]
그의 말을 듣고, 입원했을 때 의절당했음에도 전 부모님이 문병을 왔던 것을 납득했다.
[그치만, 이미 되돌리기엔 늦었다스. 깨어난 카라마츠군의 정신을 뿔뿔이 흩어져서, 더는 가족을 받아들일 상황이 아니었다스. 나는 그때 카라마츠군의 주치의가 아카츠카 선생이라는 것을 알고 만나러 갔었다스]
데카판은 여태 거침없이 말하다, 갑자기 말을 더듬거린다.
[젊은 시절, 아카츠카 선생은 내게 한가지 빚이 있었다스.
그래서.....나는.......지금 빚을 갚으라며, 카라마츠군을 거두라고 협박, 했다스....]
카라마츠는 눈을 크게 떴다. 자신을 거둔 아카츠카가 선의로 그런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가슴을 무겁게 내리눌렀다.
[게다가 전부터 요청했던 의료기구 개발에 협력하겠다고 하니, 아카츠카 선생은 흔쾌히 허락했다스. 아무리 필사적이었다고 하지만 난 너무 터무니없는 짓을 했다고 생각한다스....한 사람의 인생을 속이는 짓을....]
[뭐, 야.....그게.....나는, 거래에 이용......당했다는 건가....?]
[......뭐라 할 말이 없다스...]
[그런거지!? 박사의 자기만족과 아버지, 아니 아카츠카 선생의 의료를 위해!! 나는......나는.....!!!]
카라마츠는 한발 두발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는 벽에 막혀 스르륵 주저앉았다. 주저앉은 순간 참지 못하고 눈물이 줄줄 흘렀다.
[.....그 매일 매일이, 거짓말이었던 건가. 그 상냥함은, 거짓인 거냐고........]
[그건.....! 거짓말이 아니다스!! 아카츠카 선생은 분명 카라마츠군을 소중하게 생각해서....!]
[거짓말...!! 더는 속지 않아!! 그딴 말을 믿을 거라고 지금....!]
행복하다고 느껴왔던 날들이 새카맣게 타들어가는 느낌이다. 그 온기가 만들어진 것, 그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구역질이 올라왔다.
[........왜, 왜 그때 죽지 않았던 거야!! 죽었으면, 제대로 죽었으면 이런....!]
[카라마츠.....그만, 가자]
보다 못한 치비타가 카라마츠의 어깨에 슬며시 손을 얹었다.
카라마츠는 고개를 끄덕이며 비틀비틀 자리에서 일어났다. 칼을 자신의 가방에 다시 집어넣고, 연구실 입구에 섰다.
[.........박사, 말해줘서 고맙다. 이것으로 가족에게 미련은 없어]
카라마츠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붉어진 눈을 접으며 미소를 지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절망밖에 남지 않았을 때의 표정이었다.
치비타에게 부축을 받으며 데카판 연구소를 빠져나왔다.
[카라마츠군....아카츠카 선생은 카라마츠군을 진심으로...아들로서 사랑했다스!!]
데카판의 외침이 카라마츠에게 닿았는지 어쨌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카라마츠. 오늘은 내 집에서 자라. 아, 그래. 오랜만에 오뎅 어때?]
치비타는 애써 밝게 말을 걸었다.
[뭐라해도 우리집 오뎅은 우주 최고-]
[.....괜찮아. 고마워, 치비타. 이제 혼자서 걸을 수 있으니까]
카라마츠는 그렇게 말하며 치비타에게서 빠져나와 전봇대를 붙잡는다.
그건 분명한 거절의 의사였다.
[카라마-]
[미안, 치비타. 이제 안녕이다]
카라마츠는 치비타의 머리를 툭툭 두드리고는 비틀비틀 어디론가 걸어갔다.
그를 붙잡지 않으면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걸 느꼈지만, 치비타의 발은 얼어붙은 듯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 정도로 카라마츠의 어둠과 슬픔은 너무도 깊었다.
잠시 걷다 카라마츠는 멈춰 서서 뻐끔뻐끔 뭐라고 말을 한다.
그리고 눈물을 훔치는 카라마츠는 마치 딴사람처럼 겁 없는 미소를 지었다. 마치 가면을 뒤집어쓴 듯한 모습이었다.
카라마츠는 바지 주머니에 손을 꽂았다. 거기에는 한 장의 종잇조각이 들어있었고, 카라마츠는 그것을 꺼내 근처 공원에 있는 공중전화로 들어갔다.
그리고 쪽지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아아, 토도마츠, 군? 나야, 소라]
『소라!? 에, 잠깐, 뭐야, 아무리 연락해도 안 받아서 엄청 걱정했다구!?』
전화를 건 곳은 토도마츠였다.
[미안하다. 지금 조금 바빠서 말이야. 지금 주위에 누군가 있는 건가?]
카라마츠는 이 시간에 토도마츠가 다른 형제들을 내쫓고 스킨케어를 하고 있는 시간임을 떠올렸다.
『아니, 혼자. 쵸로마츠형 말고 다른 형들은 거실에 있을 걸?』
빙고, 라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린다.
[그래. 쵸로마츠군은 그건가, 아이돌 쫓아 간 건가?]
『맞아맞아. 질리지도 않네, 정말. 뭐, 금방 돌아올 것 같지만. 그보다 소라씨가 나한테 전화를 하다니, 어때? 잘 지냈어?』
[.....아아, 핸드폰이 부서져서 그걸 전하려고 전화했어]
『그렇구나. 응, 알겠어. 다른 마츠들한테도 전해둘게』
카라마츠는 주먹을 꽉 쥐었다. 가족에게 미련을 끊었다. 그럼 다음은 이 녀석들과의 인연을 끊어야 한다.
[아, 저기....토도마츠군, 내일 저녁에 시간 괜찮은가?]
『엣, 저녁? 으-음, 그땐 미팅이.....앗, 아냐, 괜찮아! 한가해』
카라마츠는 씨익 웃었다. 지금의 토도마츠가 자신을 우선시하고 있음이 명백해졌다.
[그래! 그럼, 아카츠카 공원에서 저녁 5시에 어떤가?]
『아카츠카 공원? 응, 알았어』
[5시면 아름다운 일몰을 감상할 수 있으니까 말야. 아아, 그래. 첫째 형도 데려오지 않을래?]
『에, 오소마츠형? 상관없지만, 소라도 형을 알아?』
[모르지만, 한번 만나보고 싶어서 말야. 토도마츠군과 함께라면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안 될까?]
카라마츠가 풀 죽은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수화기 너머의 토도마츠가 서둘러 대답했다.
『알겠어. 어쩔 수 없지만, 나랑 함께라면 안심이야!』
토도마츠는 옛날부터 자신을 의지하면 이렇게 기쁜 듯이 반응했다.
[고마워. 아, 그치만 날 만난다는 건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았으면 해. 물론 첫째 형도...]
『아, 응. 알겠어. 말하면 다른 마츠들도 쫄래쫄래 따라올테니까』
[응. 그럼 내일 저녁 5시에 기다리고 있을게, 토도마츠군. 그럼-]
카라마츠는 그렇게 말하고 수화기를 놓았다. 그러고는 아까와는 달리 무표정으로 전화를 흘끗 보았다.
공중전화에서 나온 카라마츠가 향한 곳은 아까 말했던 공원.
그날, 카라마츠는 아카츠카 공원에서 하룻밤을 보냈지만, 밤낮이 뒤바뀐 그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
아침 햇살에 눈이 부실 무렵, 카라마츠는 겨우 잠에 들었다. 몸을 웅크리고 잔 탓인지, 깊이 잠들지 못하고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버렸다.
[14시......딱 좋군]
공원 안의 시계를 보고, 카라마츠는 약속 장소로 갔다.
이윽고 약속시간이 다가오고, 카라마츠는 아카츠카 공원에서 조금 떨어진 골목으로 가 모습을 지켜본다.
시계가 5시를 가리키고.
[어라, 소라군 없네에-] 벌써 녹색 후드티가 공원 안에.
[.......저기, 쥬시마츠 어디 가는데. 야구라면 하천 부지가..]
[으으응-! 이 공원에서!!]
왼편에 노란색과 보라색 후드티가.
[야아, 토도마츠-. 형아랑 데이트하고 싶은 건 알겠는데 말야. 그래도 이 공원은 좀 아니잖아?
남자끼리 징그럽다고? 경마라던가 파칭코라던가, 많잖아]
[됐으니까, 얼른 오라구!]
그리고 저 멀리서 붉은색과 분홍색의 후드티가 걸어오는 것이 보인다.
[왔다....]
꿀꺽, 군침을 삼켰다.
오소마츠와 토도마츠가 공원으로 들어가자, 쵸로마츠가 그들을 알아본다.
[에, 에, 에에에!? 왜 다들 있는 거야!?]
쵸로마츠의 목소리에 오소마츠, 토도마츠가 뒤돌아본다.
[에!? 왜 쵸로마츠형이 여기 있어!? 에에에, 저쪽에 이치마츠형과 쥬시마츠형도 있는데!!]
토도마츠는 이치마츠와 쥬시마츠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그것을 깨달은 두 사람이 놀란 듯한 표정으로 세명이 있는 곳으로 왔다.
[.....이게, 무슨 일이야? 아무리 우리가 쿠소니트에 빌어먹게 한가한 놈들이라지만 공원에 전원 집합이라니.....]
이치마츠가 쥬시마츠를 본다. 그러면 쥬시마츠는 모른다며 고개를 저었다.
[토도마츠으-. 뭐야? 데이트하고 싶다느니 거짓말해서 여기로 데려오다니, 뭔가 있는 거야?]
[모, 모른다고. 나도 부탁받았으니까...]
[.......흐~응. 뭔가 안 좋은 예감이 드는데-]
토도마츠는 얼굴을 잔뜩 경직시키며 고개를 흔든다.
그 모습을 본 카라마츠가 골목을 나와 공원으로 향한다.
[아, 소라씨!]
토도마츠는 그것을 재빨리 깨닫고 그에게로 달려간다.
[안녕, 토도마츠군. 와줘서 고마워]
카라마츠는 상냥하게 인사를 건넸다.
[저기, 소라씨! 이 상황, 대체 뭐야!? 오소마츠형만이 아니라 전원 있는데!]
쵸로마츠, 쥬시마츠도 이쪽으로 달려왔다.
[소라군, 나한테 볼일이라니 뭐야. 어제, 나한테만 할 얘기라고 했잖아....다른 애들한테는 말할 수 없다면서...]
카라마츠는 어젯밤, 토도마츠에게 전화를 건 뒤 역에서 돌아오는 쵸로마츠를 기다렸다가,
『상담할 게 있으니 내일 저녁 5시에 아카츠카 공원으로 와줘』라고 말했다.
덧붙여, 『쵸로마츠군한테 밖에 할 수 없는 말이야』라고 하자, 쵸로마츠는 기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소라씨, 이치마츠형 데리고 왔어!! 화해하고, 같이 야구하자...?]
쥬시마츠에게는 오늘 잠이 깬 뒤, 그가 있는 하천 부지로 가서 『이치마츠군과 화해하고 싶어. 그를 데리고 오늘 저녁 5시에 아카츠카 공원으로 와줄래? 같이 야구하자』라고 전했다.
그러자 쥬시마츠는 기뻐하며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쵸로마츠군, 쥬시마츠군도 와줘서 고마워]
노린 대로 모두가 모인 것에, 카라마츠는 웃음을 참으려 필사적이었다.
[아, 저길 봐. 저 석양을! 정말 아름답지않나!]
카라마츠는 석양을 향해 양손을 펼치며 다섯명에게서 등을 돌렸다.
[어이, 너 질문에 답하라고-]
오소마츠가 성큼성큼 다가가 카라마츠의 어깨를 잡으려는 그때, 카라마츠는 빙글 돌아보았다.
[마치, 이치마츠가 말하는 고양이와 화해할 날, 같지 않은가?]
카라마츠가 웃으며 말했다.
다섯명은 이 말을 듣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에, 뭐, 라는 거야. 소라구......]
[쵸로마츠. 형의 이름도 잊은 건가? 누구라고 생각해?]
카라마츠가 눈을 가늘게 뜨며 오소마츠를 밀어젖히고 네명에게 접근한다.
[카라마츠다!]
카라마츠의 눈은 조금도 웃고 있지 않았다. 네명은 힉, 하고 숨을 들이켰다.
[혀, 형, 기억난, 거야...? 정말....?]
토도마츠는 덜덜 떨며 그렇게 물었다.
[.......아아]
카라마츠의 답변에, 토도마츠는 다행이다, 라고 안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희들 때문에 말이지]
하지만, 카라마츠는 경멸하는 표정으로 다섯명을 바라보았다.
[나는 너희들 따위,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왜, 왜 내게 접근한 거지?]
카라마츠는 거칠게 외쳤다.
[너희는 나를 어디까지 망가뜨려야 직성이 풀리는 건가. 가족이란 울타리에서 내쫓은 주제에...!!!]
[그, 그런게 아냐!! 나는 그럴 생각이......]
[진정해, 카라마츠]
쵸로마츠와 오소마츠가 카라마츠를 달래려 했지만, 그것은 역효과였다.
[아니라고? 그럴 리가. 만약 나를 가족이라고 생각했다면, 왜 그날 꽁꽁 묶여 움직이지도 못하는 내게 꽃병이나 방망이 따윌 던진 거지?]
카라마츠는 다섯명에게 윽박질렀다. 지금까지의 생각들을 전부 뱉어낼 기세였다.
다섯명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잠자코 있었다.
[....그것 봐. 아무 말도 못하잖아. 어차피 너희들에게 나는 그 정도였던 거야. 나 따위는 누두고 믿지 않았어!!!]
카라마츠는 주먹을 쥐었다. 눈에서 굵은 눈물이 글썽거린다.
[나는 그날 모든 것을 잃었다!! 너희들은 아는가? 잠을 잘 때마다 트라우마가 들이닥치는 그 기분을!! 자고 싶지만 자는 것이 무서워서, 그래서 깨어있지만 그 누구도 걱정해주지 않는 그 고독을!!! 정말 생지옥이었어......!!]
카라마츠는 그렇게 외치면서, 집에서의 허무에 가까운 생활들을 떠올렸다. 커튼을 친 곰팡내 나는 어두운 거실에서 무릎을 끌어안고 새벽을 기다렸던 나날들을.
살아갈 힘도, 삶에 대한 집착도 희미해져 무엇 때문에 이곳에 있는가를 자문자답했던 그 날들을!
[카라마츠형, 미, 미아......]
쥬시마츠가 사과를 하려는 순간, 카라마츠가 그 입을 막았다.
[.......그만. 이제 와서 사과 따위 듣고 싶지 않다. 너희는 평생 사과하지 않아도 돼. 너희들의 죄악감을 덜어주고 싶지 않으니까]
카라마츠의 목소리에는 싸늘함 밖에 남지 않아, 이제 그의 목소리에서는 상냠함이 아닌 혐오감만이 느껴졌다.
다섯명은 이때 겨우 자신의 죄의 크기를 몇 년만에 실감했다.
쥬시마츠는 손에 쥔 야구공을 힘없이 떨어뜨렸다.
공이 벤치 쪽으로 데굴데굴 굴러간다.
카라마츠는 그것을 주워들었다.
-기억을 없앴을 때, 쥬시마츠는 이걸로 리쿠와 놀아줬었지. 사실은 마음 따뜻한 녀석이다.
그 상냥함을 아주 조금이라도 전의 나에게 주었다면.
카라마츠는 벤치에 앉아 고개를 떨구었다.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니, 그럴 수 없다는 것을 되새기며 눈을 감는다.
그런 그에게 오소마츠가 다가온다.
[카라마츠. 좀 들어보라고. 확실히 너한테 너무 모질게 굴었어. 하지만 말야! 그대로 우리는 너를-!]
쾅!! 하고 날카로운 음이 저녁 공원에 울린다.
카라마츠가 주먹을 벤치에 내리친 것이다.
[......그만, 그만둬. 나를 뭐 어쨌다고? 그게, 그게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인가!! 그게!!!]
카라마츠가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 가슴이 아프고, 아파서 터질 것만 같았다.
[뻔뻔해....정말 뻔뻔하다. 내가 얼마나 너희들의 신뢰를, 사랑을 원했다고 생각해? 가족에게 사랑만 받을 수 있다면, 나는 어떤 취급을 받더라도 좋았다...!!!]
언젠가는 고독의 어둠속에서 나를 구해줄 거라고 믿었다.
[그토록 원하고 원했는데.....! 그랬는데, 너희들은...........너희들은.....!! 나 따위 안중에도 없었잖아.....!! 그게 얼마나 괴롭고, 슬프고 외로웠는지 아는가?]
카라마츠는 천천히 일어서, 덤벼들 듯이 다가갔다.
[몸은 아파서 움직이지도 않고, 눈도 보이지 않아, 귀도 들리지 않아, 맛도 몰라...!!
그런 나한테 있어서 빛은 가족뿐이었다!! 그런데, 너희들은 나를 내버려뒀다!! 아무리 눈물을 흘려도,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다. 그러니까 나는 울지 않기로 했다. 믿지 않기로 했다!!
살아가지 않으려 했다!!!!]
카라마츠가 내뱉은 말에 이치마츠, 쥬시마츠, 토도마츠가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잘해줬던 지금의 가족들조차 믿을 수 없게 된 자신한테 구역질이 날 것 같다....!!
그것도....그것도 다 너희들 때문이다.....너희들 때문이라고!!!]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카라마츠는 그렇게 외쳤다. 사실은 이런 말, 하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20년 이상 함께 지내고, 피가 이어진 형제이다. 진심이 담긴 막말들을 내뱉을 때마다 마음이 비명을 질렀다,
[왜 나한테 접근한 거야!? 너희들이 다가오지만 않았어도!! 나는, 나는 그딴 일 떠올리지 않았어!! 지금의 행복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이번 목적은 완전히 인연을 끊는 것. 자신도 수년간 트라우마에 얽매여 왔던 동시에, 그들도 마츠노 카라마츠라는 존재에 얽매여 왔음에 틀림없다.
그래서 모든 것을 끊어내고 사라지고 싶었다.
[그치만....그치만!! 카라마츠형과 다시 만나고 싶었어!!! 계속, 계속....즐겁게 얘기하고 싶었어!!]
토도마츠는 그렇게 외치며 울었다.
[나도, 카라마츠와 다시 한번 얘기해보고 싶었어......안 된다는 걸 알지만, 한번만이라도....
그치만 만나고 나니, 계속, 계속 보고 싶어서....!]
쵸로마츠는 주먹을 쥐고, 눈에 눈물을 흘리며 그렇게 호소했다.
[카라마츠형이랑 야구 하고 싶었어....야구 하면, 원래대로 될지도 몰라.....라며]
아랫입술을 깨물고 흐느끼는 쥬시마츠가 그렇게 말했다.
카라마가 쥬시마츠에게 공을 건네자, 쥬시마츠는 작게 고개를 저었다.
[카라마츠, 형.....나, 전에, 카라마츠형한테 소리쳤지만, 그거....진짜 싫어서 그랬던 건 아니야....잊혀진 게 너무, 쓸쓸해서....그래서.....]
이치마츠는 옷 끝부분을 꽉 쥐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아, 솔직한 이치마츠다. 얼마만인가. 이런 상황이 되지 않으면, 저 애는 내게 솔직해지지 못하는 걸까.
[.........알고 있다, 이치마츠. 나는 너를 제대로 믿고 “있었” 으니까]
이치마츠는 그 말에 헉하고 숨을 멈췄다.
[....그치만, 이미 늦었어. 알잖아? 나는 이미 오면 안 되는 곳까지 와버렸다]
카라마츠는 붉어진 눈을 내리깔았다.
[.......카라마츠. 이것만 말해줘. 너.......이제 어쩔 셈이야]
언제나의 능글맞은 표정이 아닌 진지한 표정으로 오소마츠가 물었다.
[........글쎄......너희들에게 그걸 말할 의리는 없다. 하지만 한가지 말하자면,
나는 “희망”을 구하러 간다. 그것 뿐]
카라마츠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느새 그 아름답던 석양은 사라져가고 있었다.
[...........그럼, 마법의 시간은 이걸로 끝이다. 이제 너희들을 볼 일은 없을 거야.
이걸로 안녕이다]
석양이 아름답던 그날.
이곳에서 형제들과의 거리를 통감했다,
공교롭게도, 석양이 아름다운 이날.
형제들은 카라마츠와의 거리를 절감하게 된다.
카라마츠는 오소마츠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의 귀에 속삭였다.
[형님. 동생들을 부탁한다]
라고.
오소마츠는 가슴이 막혀오는 것을 느꼈다.
몇 년만에 형이라고 불렸다.
자신을 버리고, 잔혹한 처사를 한 상대를 아직도 형이라고 부를 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아아, 이것만은 말해두지. 나는, 너희들이, 정말 싫다]
카라마츠는 그렇게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저녁놀과 함께, 덧없이 사라질 듯한 미소였다.
그렇게 말한 카라마츠는 단 한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고 그곳에서 떠났다.
그 뒤에는 망연자실한 다섯명의 모습이 남아있었다.
◇
카라마츠는 역을 향해 하염없이 걸었다.
완전히 다 토해낸 그의 눈동자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무언가를 생각하면 눈물이 넘쳐흘러 버릴 것이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앞만 보고 걸어갔다.
카라마츠는 역에 도착해 아카츠카 곶으로 가는 완행열차에 탑승했다.
◇
그 무렵, 아직 오소마츠들은 공원에 남아있었다.
여기서 떠나면, 카라마츠가 이곳에 있었다는 사실이 사라질 것만 같아.
그 누구도 그 자리에서 발을 떼지 못했다.
[............저기, 카라마츠의 희망이란 게, 뭘까]
[........히히, 그런 것도 모르냐. 그야 당연히 녀석의 희망은-]
쵸로마츠의 중얼거림에 이치마츠가 눈가를 닦으며 반응했다.
[....이치마츠]
하지만 그것은 오소마츠의 말에 의해 끝맺지 못하고 사라진다.
오소마츠는 훗, 하고 웃으며 지금까지 누구도 말하지 못한 말을 하려 입을 열었다.
[.............슬슬, 돌아가자]
그 말에 4명은 움찔하고 어깨를 떨었다.
[...........응? 뭐야. 안 돌아갈 거야? 그럼 나 혼자라도 간다?]
오소마츠는 그렇게 말하며 벤치에서 일어나 혼자 앞서 걸어갔다.
[에, 잠깐, 오소마츠형.....!!]
토도마츠가 불러세웠지만, 오소마츠는 아랑곳하지 않고 걸어갔다.
공원을 나온 오소마츠는 동생들이 뒤따라오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한 인물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마츠노 오소마츠입니다]
『......마츠노, 오소마츠군? 왜 자네가....』
그 사람은 아카츠카였다.
[........옛날 카라마츠 휴대폰에 있어서 멋대로 등록했어요. 죄송합니다]
『그건 상관없다만, 자네, 소라....카라마츠를 보지 못했나.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아』
아카츠카의 목소리를 완전히 초췌해져 있었다.
오소마츠에게 카라마츠에 대한 얘기를 할 정도라면, 상당히 초조해하고 있을 것이다.
[아-, 아까까지 같이 있었어요. 그녀석, 죽으려는 것 같더라고요]
오소마츠가 그렇게 말하자, 아카츠카가 헉, 하고 숨을 삼켰다.
카라마츠가 죽으려고 한다는 말에 오만 생각이 다 들었다.
필사적으로 억누르려 해도 멈추지 않았다.
[.......아카츠카 선생님, 도와줘. 구해줘어.....! 카라마츠를, 죽게 내버려두지 마!]
오소마츠는 뚝뚝 눈물을 흘렸다.
『장소...장소는? 내 소중한 아들이야, 절대로 죽게 내버려두지 않아...!』
[아카츠카 곶, 예상, 이지만, 아카츠카, 곶일 거야]
오소마츠는 흐느끼며 그렇게 말했다.
이전, 카라마츠가 사고가 났던 날, 쓰레기통에서 잡지를 발견해 펼쳐봤을 때 아카츠카 곶의 페이지만 찢겨있었던 것이 떠올랐다.
『고맙네, 오소마츠군』
뚜뚜뚜- 하고 통신이 끊어졌다. 닦아도 닦아도 눈물이 소매를 적셨다.
그때, 오소마츠의 등을 누군가 두드렸다.
놀라 뒤를 돌아보니, 쵸로마츠, 이치마츠, 쥬시마츠, 토도마츠가 서있었다.
모두 오소마츠처럼 울고있었다.
[뭐야, 너희들. 있었냐고....]
오소마츠는 쑥스러움을 감추려 네명의 뒤로 돌아가 어깨동무를 했다.
◇
[아아, 행복하다]
카라마츠는 아카츠카 곶에 도착해, 모래사장에 있었다.
파도가 바위를 치는 소리가 고막을 울리고, 바다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녀석들이 날 위해 울어줬어]
카라마츠는 첨벙첨벙 주저 않고 바다로 들어갔다.
오늘의 파도는 너무나 거칠어, 빠진다면 그걸로 끝.
순식간에 파도에 떠밀려 누구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아아, 행복하다]
-그럴텐데.
카라마츠는 가슴의 통증에 닿으려는 듯, 가슴에 손을 얹었다.
[좀 더, 행복해지고 싶어]
이를 악물었지만, 뚝뚝 물방울이 파도 위로 떨어졌다.
[사랑 받고 싶어]
카라마츠는 주머니에서 마츠노가의 가족 사진을 꺼냈다.
그것을 두 손으로 들어 천천히 반으로 찢었다. 그것을 여러번 반복했다.
산산조각난 그것을 양손으로 쥐고 머리 위로 던졌다.
미소를 띠운 자신과 눈이 마주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사랑 받고 싶어어.....!!]
카라마츠의 생각이 소리가 되어 나왔지만, 파도에 묻힌다.
[죽기 싫어!! 아직, 살고 싶어어어!!!!!]
카라마츠는 발을 멈추지 않고 앞으로 걸어나갔다.
허리까지 완전히 잠겼을 때, 순간 파도 소리가 멈췄다.
[소라아-----------------!!!!]
그때,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형아!!! 형아아아아아아아아아!!!!!!!!!!!]
카라마츠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어둠 속에서 어른이 둘, 아이가 한명 보이는 듯했다.
[........아, 아아...........아빠, 엄마, 리쿠...........]
카라마츠는 무심코 걸음을 멈췄지만, 흔들리는 결심을 다지려 고개를 흔들고 앞으로 나아갔다. 가슴까지 잠긴 파도가 폐를 압박했다.
[커헉, 쿨럭]
때때로 물이 입속으로 들어와 사례가 들렸다.
만일 큰 파도가 덮친다면 완전히 쓸려가 끝날 것이다.
고통과 고독에서 벗어나는 마지막 희망이, 바로 거기에 있었다.
[소라!! 소라!!!! 그만둬, 어서 돌아와!!!]
카라마츠를 발견한 아카츠카가 바닷가에서 외쳤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리쿠는 안 보이는 곳으로 대피시킨 모양이다.
[아카츠카 선생님, 고마워. 안녕]
카라마츠는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파도 소리에 묻혀 사라질 말을 중얼거렸다.
아카츠카는 신발을 벗고 바지를 걷어 올리고는 거침없이 파도를 헤치고 들어왔다.
-어째서. 어째서 나 때문에 그렇게까지 필사적인 거지. 나는 그저 거래 재료일 뿐이잖아.
카라마츠는 무심코 손을 뻗었다.
마치 도움을 청하려는 듯.
그 때였다.
[아,]
큰 파도가 옆에서 밀려와 카라마츠를 삼킨다.
누군가의 절규를 들으며, 의식이 날아갔다.
카라마츠의 몸을 따스한 무언가가 감쌌다.
누군가 자신을 필사적으로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아아, 겨우 손에 들어왔다.
계속 갖고 싶었던 것.
카라마츠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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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해리』는 이것으로 종결입니다.
마지막에, 카라마츠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제목 그대로, 『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인지, 『고독보다 행복을 알면 살 수 없다』인지.
끝에 급전개인 감이 조금 있지만, 독자님의 상상에 맡기고 싶어 일부러 그렇게 했습니다.
해리에는 여러 가지 뜻이 있지만, 이 제목에서는 2가지 의미를 다루고 있습니다.
첫째는, 결합한 것이 산산조각으로 나뉜다는 의미의 해리.
본래는 분자 등의 화학쪽에서 다루는 단어지만 굳이 여기에 사용한 이유는.
여섯 쌍둥이는, 마치 여섯명이 하나인 것처럼 서로 의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일에 자만한 결과, 카라마츠 사변이 일어났죠.
그리고, 카라마츠만 떨어져나가 버린........그 결과, 라는 것이죠.
두 번째는 카라마츠의 질환 중 하나인, 해리성 장애입니다.
(전문가가 아니어서 실제와는 다를지도 모릅니다. 만약 이 질환이 있어 불쾌하게 했다면 죄송합니다)
기억이 애매하게 되거나, 기억이 안 난다든지.
즐거운 일을 하고 있어도 즐겁다고 느끼지 못하는 등의 증세가 나타납니다.
해리가 일어나는 것은 고통을 최소화하는, 즉 방어 반응이라고도 불리고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모브인 아카츠카 선생님을 다룰 생각은 없었으나, 중요 인물이 되어 버렸네요.
그러나, 이런 망상도 했던 적이 있었기에 쓰면서 즐거웠습니다.
마츠노가의 여러분, 번번이 대접 미안합니다.
얼마전, 설문에 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결과, 다음 작품은 계속 카라마츠 사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엔딩이 남았습니다만, 당장 초고속 투고하겠습니다.
그쪽도 잘 부탁드립니다.
많이 열람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하나의 엔딩, 그리고 다음 작품도 읽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렇게 해리도 완결이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기억을 잃고 그냥 아카츠카 센세 가족과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네여
카라마츠와 마츠들이
공원에서 울부짖는 부분을 번역하는 게
제일 즐거웠습니다
후후 좋은 울부짖음이다 (음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