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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형제에게, 사랑을 담아5

 

 

 

 

 

다음 이변을 알아차린 건, 브라더들과 목욕탕에 갔을 때였다.

참고로 쥬시마츠의 건에 대해서는,

[쥬시마츠는 운명의 톱니바퀴가 이끄는 대로, 사랑하는 여자를 구하기 위해 순백의 날개를 휘날리며 이곳을 떠났다]

라고, 제대로 설명했지만, 브라더들은 모두 이해하지 못했다. 결국 본인에게 전화가 와서,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살아만 있다면 괜찮지 않겠냐는 걸로 마무리 지은 것 같다.

그런 이유로, 다섯명이 목욕탕에 가게 되었고, 평소처럼 욕탕에 들어가기 전에 몸을 씻으려던 순간,

 

 

물의 온도를,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찬물을 틀어도, 뜨거운 물을 틀어도, 구분을 할 수가 없었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다. 미지근하다는 것도 없다.

애초에 온도라는 게 존재했던 건지도 모르게 되었다.

 

 

과연, 이번엔 이건가.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냉정한 반응이었다.

알고 보니, 온도를 모르게 된 것은, 물만이 아니었다.

목욕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 불어오는 바람에 브라더들은 춥다고 말했지만, 내게는 바람이 전혀 차갑지 않았다.

 

하지만, 미각과 잠을 잃은 것에 비해, 온도는 그다지 곤란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얼마나 감각이 둔해졌는지 궁금해져 조금 살펴보기로 했다.

한밤중, 패밀리가 조용히 잠든 것을 확인하고, 부엌으로 가 냄비에 물을 넣고 끓이기 시작했다. 부글부글 소리를 내며 끓는 물에 첨벙, 손을 집어넣었다.

, 굉장해. 전혀 뜨겁지 않아.

손은 순식간에 빨갛게 변했지만, 전혀 뜨겁지도 않고, 아프지도 않았다.

어라, 화상은 분명 아플텐데. 치비타에게 화형을 당했을 때, 불똥이 튄 부분은 분명히 아팠다. 설마 통각까지 둔해진 건가, 어렴풋이 짐작하던 그때.

 

[이 멍청이가아아!!!]

 

하고 분노의 목소리와 함께 콰악, 오른손을 잡혀 냄비에서 강제로 끄집어내졌다. 그 충격으로 끓는 물이 사방으로 튀었고, 내 손을 잡은 손에도 뜨거운 물방울이 튀었다.

하지만 손의 주인은 그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내 손을 그대로 강하게 잡아당겨 수도꼭지 밑으로 끌고갔다. 그리곤 물을 틀어 빨갛게 익어버린 내 손 위로 물을 쏟아부었다.

[, 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목소리의 주인공에게 시선을 돌리면, 씁쓸한 표정을 한 오소마츠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손 위로 쏟아지는 물은 분명 차가울텐데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자신의 손에 쏟아지는 물을 멍하니 보다가, 내 손을 잡고 있는 형의 손으로 시선을 돌리니, 그 손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오소마츠, 아까 뜨거운 물이 튄 것 같던데 뜨겁지 않은가?]

나는 괜찮으니 네 손을 찬물에 식히라고 말하자, 오소마츠는 주먹을 치켜들고 내 머리를 쿵 쥐어박았다. ! 하는 소리가 부엌에 울렸다. 통증은 없었지만, 소리로 보아 상당히 세게 쥐어박은 것 같다.

 

[웃기지 말라고 너!! 어떻게 봐도 네가 더 심하잖아!! 대체 뭐야!? 뭐가 하고 싶었던 거냐고!? 진짜 너무 오컬트해서 형아 무서울 지경이거든!!]

가까운 거리에서 윽박지르는 형에 나는 몸을 떨었다. 뭘 하고 있었냐는 질문에 이렇다 할 변명이 떠오르지 않아,

[, 소독....?]

이라고 답해버렸다. 그런 내게,

[의문형으로 답하지 말라고. 나한테 물어봐도 모르니까-]

라며 한숨과 함께 답하는 오소마츠형이다.

 

 

[카라마츠, 최근에 왜 그러는 거야?]

여전히 손목을 잡고, 오른손에 물을 쏟아부으면서 오소마츠가 중얼거렸다.

[왜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거야?]

그렇게 말한 형의 얼굴은, 어째선지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괴로워 보이는 얼굴이었다.

 

또다. 얼마전부터 오소마츠는 내게 자꾸 이상한 걸 묻는다.

[어째서, 형님이 그런 걸 묻는 건가?]

나는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는 의문을 그대로 내뱉었다.

[내가 어떻게 되든, 뭘 생각하든, 형님과 관계없는 일이지 않나?]

그런 당연한 사실을 새삼스레 입밖으로 내면, 오소마츠는 내 얼굴을 바라본 채 그대로 굳어버린다.

 

 

[....., 그거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 아아, 나는 언제나 진심이라고]

[.........]

[오소마츠?]

[저기, 만약 네가 화난거라면, 우리들 전부 네 마음이 풀릴 때까지 사과할테니까.....얼마전 그 일로 아직 화가 난 거야? 그래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얼마전이라니, 유괴사건 말인가? 화나지 않았다만]

[그럼 어째서....어째서, 그런 슬픈 말을, 하는 거냐고....]

 

오소마츠의 손이 떨리고 있다.

내 손목을 잡은 형의 손에는 힘이 상당히 들어가 있을 테지만, 그 손의 감촉도, 형의 체온도, 나는 알 수가 없다.

어렸을 적, 내 손을 잡아주던 형의 손에서 느껴지는 체온, 꽤 좋아했었는데.

라며 과거를 회상하다가 나도 모르게 후후, 하고 작게 웃어버렸다.

[....웃을 때가 아니잖아...]

[? . 미안]

[....~ 정말-....]

오소마츠는 내 손목을 놓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머리를 싸매며 신음했다. 저질러 버렸군, 형님을 괴롭게 만들 생각은 아니었는데.

나는 수도꼭지를 잠그고, 축축하게 젖은 손을 수건으로 닦아냈다.

오른손은 아직 빨갛게 익어, 여기저기 물집이 생겨있었다. 그 모습이 신기해, 나는 가만히 손을 들여다보았다.

 

[...., 그거, 안 아픈 거야?]

오소마츠가 얼굴을 무릎사이에 파묻은 채 웅얼거리는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아아, 괜찮다. 아프지 않다고!]

오소마츠는 아무래도 내가 아프거나, 음식을 먹지 않거나, 잠들지 못하는 것이 신경 쓰였던 모양이다.

그래서 안심시켜주기 위해서, 오른손을 꽉 쥐어보이며 기운차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오소마츠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에는 물이 차있어, 눈동자가 불안정하게 흔들렸다. 그리곤 무척이나 슬픈 얼굴로,

[어째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왜 오소마츠는 그런 얼굴을 했던 걸까.

마치, 나를 걱정하는 듯한, 그런 표정.

나는, 오소마츠의 그런 얼굴은 보고 싶지 않다.

평소처럼, 즐겁게 웃었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뭔가, 마음이 소란스러워져 싫다.

 

어쩌면, 이런 나도 소중하게 여겨주는 게 아닐까, 하고.

그렇다면 죽고 싶지 않아, 라고.

그런 생각을 했다.

 

 

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아니, 아니다. 나는 브라더들에게 살해당한 남자. 그런 생각을 하다니, 어리석다. 브라더들을 소중히 여긴다면, 미련 없이 이곳을 떠나야 한다!

한순간이라도 그렇게 생각한 자신을 응징하려, 오른쪽 손목을 왼손으로 꽈악 쥐었다. 손톱이 손목에 파고 든다. 아프진 않았지만, 마음의 문제였다.

그런 오른 손목을, 오소마츠가 또 다시 강하게 잡아당긴다. 갑작스런 상황에 나는 조금 균형을 잃고 흔들렸다.

[이쪽으로 와. 붕대 감아줄 테니까]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난 오소마츠는, 거실로 쿵쿵 나아갔다. 그의 목소리는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아니, 아프지 않으니까 붕대는 필요없....]

[시끄러-. 닥치고 따라와 그냥]

 

그렇게 말한 오소마츠는 거실문을 거칠게 열었다.

 

 

 

 

 

 

 

내 목숨도 이제 한달 남았다.

형에게 억지로 끌려가 붕대를 감은 내 오른손을 보며, 나는 거실에서 뒹굴고 있었다.

붕대는 군데군데 엉망으로 감겨있어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풀릴 것 같았다. 빈말이라도 잘 감았다고는 할 수 없을 정도다. 오소마츠는 옛날부터 재주가 없었으니까.

열심히 붕대를 감던 형의 모습을 떠올리자,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그럼, 이제 남은 건 오소마츠와 토도마츠로군. 오른손을 꽈악 쥐며 생각한다.

그날 다시 오소마츠에게 소원을 물었지만, 역시나 돈이라고 대답했기에 일단 형은 뒷전이다. 일단은 빨리 토도마츠의 소원을 이뤄주자.

뭐가 좋을까. 뭔가 이루고 싶은 꿈이 있을까? 하지만 토도마츠는 스타벅스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정도로 사회 적응 능력이 높다. 이런 힘을 쓰지 않아도, 진심을 내서 하면 뭐든 할 수 있겠지.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자면, 자립하려는 의지가 제일 약하다는 거로군. 어떻게든 그가 자립할 동기를 줄 수만 있다면.....

-,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던 순간,

[- 짜증나아!!!]

하고, 왠지 화난 듯한 막내가 쿵쿵거리며 밖에서 돌아왔다. 굿 타이밍이로군.

[어서와라, 톳티]

토도마츠는 내 인사에 답하지도 않고, 들고 있던 가방을 난폭하게 바닥에 던져버린다. 그리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그대로 탁자에 푹 엎드렸다. 아무래도 기분이 안 좋은 모양이다.

어쩌지. 무슨 일인지 걱정이지만, 물어봤다가 시끄럽다며 화를 낼까봐 두렵다. 몸을 끌고 조심히 옆으로 다가가 우물쭈물하며 토도마츠를 보고있자,

[....저기, 지금 누가 봐도 무슨 일이 생긴 거잖아. 말 좀 걸어달라고-]

라며, 고개를 들고 토도마츠가 섭섭하단 듯이 이쪽을 힐끗 보며 말했다. 가만히 있었지만 역시나 한소리 듣고 말았다. 어렵군.

[....브라더-, 무슨 일인가? 그렇게 눈썹을 한껏 찡그리고 있다니, 예쁜 얼굴이 엉망이라고, 아기 고양이짱?]

정신을 가다듬고 윙크를 하며 한마디 날리자, [아니, 그런 건 됐으니까]

라며 얼굴을 찌푸렸다.

 

 

[이거라도 마시고 진정해라, 브라더]

한껏 열받아 있는 토도마츠를 위해, 주방에서 녹차를 타다 주었다.

[, 고마....앗 뜨거!! 카라마츠형 이거 어떻게 들고왔어? 안 뜨거웠어?]

[, , 미안]

아무래도 찻잔이 너무 뜨거웠던 듯, 토도마츠가 찻잔을 잡으려던 손을 황급히 떼며 말했다. 이런, 나는 느낄 수가 없으니까 아무 생각도 없이 그냥 줘버렸다. 미안하군.

다행히 토도마츠는 상처도 없고 더 이상 자세히 묻지 않아서, 휴우, 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있지, 나 최근에 양복점에서 아르바이트 하고 있는데]

조금 진정됐는지, 토도마츠가 말했다. 녹차는 아직 먹기 적합한 온도가 아닌지, 마시지는 않고 찻잔의 가장자리를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보다, 또 브라더들에게 말하지도 않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군. 나는 상관없지만, 오소마츠와 쵸로마츠가 알면 시끄러울 텐데 말이지.

 

[거기 선배가 얼굴도 별로 잘생기지 않고 말주변도 없는 사람인데, 귀여운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자랑하는 거야! 열받아아!! 그런 자랑 듣고 싶지 않은데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말하는 거 있지!! 애초에! 내가 더 매력적인데 왜 그런 녀석한테는 여자친구가 생기고 나는 안 생기는 거야!?]

토도마츠는 와악- 하고 소리를 지르며 탁자를 쾅쾅 두드렸다. 그 진동에 차가 조금 흔들렸다.

아아, 기분이 나빴던 건 그것 때문인가. 하지만 그 말투는 선배한테 조금 무례한 것 같군.

[아아-, 나도 여자친구 갖고 싶어어!!]

하고 머리를 싸매는 토도마츠를 보고, 나는 뭔가 떠올랐다.

그런가, 여자친구. 그거 괜찮군.

운명의 토도마츠 걸과 이어진다면, 토도마츠도 분명 자립할 동기가 생기겠지.

이거다. 나는 몸을 토도마츠에게 가까이 들이밀며 입을 열었다.

[토도마츠, 누구 마음에 드는 걸이 있는가?]

내 물음에 토도마츠는 엣? 하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 딱히 없는데?]

그렇게 답하는 토도마츠에, 이번에는 내가 엣, 하고 놀란다.

 

[누구, 이 사람이다 하는 걸 없는가?]

[없다구, 그런 사람. 애초에 나, 지는 싸움은 하지 않으니까 무리해서 노리지도 않고. 그러니까 누굴 좋아한다던가 그런 거 없고, 날 좋아하는 아이만 노리는 거야. 그치만 지금까지 누가 날 진심으로 좋아해준다던가 그런 적은 딱히 없네]

[그럼 토도마츠는 좋아하는 걸이 없는데 여자친구가 갖고 싶은 건가?]

 

사귀기만 한다면 누구든 좋다, 라는 건가. 나도 인기 있고 싶은 욕망은 있으니까 모르는 건 아니지만, 왠지 지금 그런 생각을 하니 조금 쓸쓸한 기분이 드는군.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게 겉으로 나타난 건지, 토도마츠는 윽, 하고 거북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하루종일 바람아닌 바람을 피우는 카라마츠형이 잔소리할 처지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토도마츠가 이쪽을 바라보며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건 아니라고, 브라더-. 나는 누구라도 좋은 게 아니다. 세상에 단 한명인 운명의 카라마츠 걸이 찾아오길 기다리는 것이지, 결코-....]

[- 예예. 짜증나네 정말-]

손으로 턱을 괴며 한숨을 쉬었다.

 

으으음, 하고 팔짱을 끼며 고민에 빠진다.

토도마츠는 형제들에겐 드라이하고 교활하지만, 사실은 자상한 남자이다. 주위를 잘 살피고, 마음도 잘 통한다. 그라면 내가 굳이 악마에게 뭔가를 부탁하지 않더라도, 분명 스스로 여자친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자친구가 되어준다면 누구라도 좋은 게 아니라, 토도마츠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상대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만남을 토도마츠에게 선물하고 싶다.

 

그럼 엄~청 귀여운 아이가 쟤한테 고백하게 만들면 되지 않음?

낯익은 악마의 목소리가 머리에 울렸다. 나는 눈을 깜빡이며 악마의 말에 속으로 답했다.

....아니, 그거와는 다르다. 그냥 만나는 계기만 만들어준다면 될 것 같다. 거기서 우리가 할 일은 끝, 그 다음은 토도마츠가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걸에게 고백 받는다면, 분명 토도마츠는 그게 누구라도 달려들 것이다.

그렇게 사귀게 되면, 행복하기야 하겠지만.

스스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고, 그 사람 때문에 바뀌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는 연애를 하는 것이, 토도마츠에게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또 번거롭게 생각하는구만-. 나는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그 목소리와 함께 오른손에 고통이 느껴졌다.

[우왓!]

오랜만의 고통에 무심코 소리를 내버렸다. 지금까지 전신에 아무런 감각도 없었는데, 이 통증은 느껴지는 건가.

욱신거리는 오른손을 보니, 거기에는 귀여운 분홍색 거베라가 쥐어져있다.

 

[뭐야, 갑자기 소리지르고. 왜 그래?]

이상한 듯이 이쪽을 바라보는 토도마츠에,

[, 아니 괜찮다. 조금 정전기가...]

라며 오른손을 탁자 아래로 내려 몰래 쓰다듬으며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 하고 그다지 흥미없다는 듯이 다시 턱을 괴는 토도마츠. 말하고 싶은 것을 다 말해버려 이제 특별히 할 일이 없는지, 스마트폰을 톡톡 두드리기 시작했다.

 

[저기, 토도마츠]

내가 말을 걸자, -? 하고 귀찮다는 듯 스마트폰을 보면서 답한다. 나는 신경 쓰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나와 너는 옛날에 둘이서 자주 붙어다녔잖나. 함께 장난을 치거나, 좀 멀리까지 모험을 가거나, 근처의 골목대장과 싸움을 하거나. 정말 즐거웠지]

과거를 떠올리곤 나도 모르게 후후, 작게 웃으며 다시 얘기를 이어갔다.

[!? 뭐야 갑자기. 왜 그런 얘길 하는 거야!?]

하고, 토도마츠는 놀라 목소리를 높이며 고개를 들었다.

 

[그때부터 나는, 많은 사람들한테 멍청하다며 자주 혼났었는데, 너는 그런 나를 여러 가지로 도와줬었지. 그때는 아직 형이나 동생이란 개념이 없었던 것도 있지만, 항상 네가 이끌어줘서.........., 지금 생각하면 한심한 이야기지만 말야]

 

 

카라마츠 이쪽이야!

그 시절, 항상 토도마츠는 웃으며 내 손을 잡아끌었다.

그 모습이 그리워, 나는 눈을 살짝 감았다.

 

[-니까, 갑자기 무슨 얘기냐고.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는데]

토도마츠가 이쪽을 노려보며 말했다. 토도마츠의 뺨이 살짝 분홍빛으로 물들어 있다. 그때 이야기를 하는 게 부끄러운 모양이다.

 

[아니, 미안, 아무튼. 나는 네가 상냥하다는 것도, 사실은 남자답다는 것도 의지가 된다는 것도, 아마 가장 잘 알고 있다. 파트너로서, 계속 옆에서 지켜봤으니까. 나는, 너의 그런 강한 모습도, 어리광부리는 귀여운 모습도, 천연스럽게 따라주는 상냥한 점도, 전부 좋아한다]

 

그렇게 말하며, 핑크색 거베라를 스윽 내밀었다. 그 꽃은 화려하고 귀여워,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토도마츠에게 정말 딱 어울린다. 그렇게 생각하자, 자연스레 상냥한 미소가 번졌다.

눈앞의 토도마츠는, 거베라를 바라보며 스마트폰을 든 채로 멍하니 굳어버렸다.

얼굴은 귀까지 새빨개져 입을 뻐끔거렸다.

 

 

[~~~으읏!! 바보 아냐!? 진짜 바보 아냐!!? 동생한테 이런 꽃 주면서 그런 말을 하다니, 엄청 안쓰럽거든-!!!]

빠르게 그렇게 내뱉는 토도마츠에, 무심코 헤, 하고 작은 소리가 새어나간다. 칭찬했는데 혼나버렸다. 어렵군.

하지만 여기서 물러나서는 안 된다. 나는 곧 사라지니까, 최후에 이 정도 말도 전하지 못하면...

[토도마츠]

진지한 눈으로 바라보면, 토도마츠도 뭔가를 알아채고 이쪽을 바라보았다.

[나는 말이다, 너의 겉치레가 아닌, 이렇게 많은 장점들을 알아주고, 그리고 단점들까지 이해해주는, 그것까지 포함해 널 사랑해줄 그런 상대와 이뤄졌으면 좋겠다. 물론 너도 상대를 똑같이 사랑해주고 말이야]

그러니 누구라도 좋으니 사귀고 싶다는 그런 슬픈 소리는 하지 마라.

그렇게 전하자, 토도마츠가 눈을 크게 떴다.

 

[....카라마츠형, 한번도 여자친구 생겨본 적 없으면서, 뭘 연애 마스터처럼 말하는 거야? 애초에 우리들 동정 주제에, 그런 운명의 사람과 갑자기 만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꿈이 너무 지나치다고-]

[첫사랑이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하잖아? 꿈꾸는 걸 탓할 사람은 세상에 없다고, 브라더-]

[아니, 그야 그렇지만....]

[불안하다면, 이 꽃을 네게 주겠다. 네가 운명의 여자와 만나도록 내가 주술을 걸어놓았거든. 소중히 아껴달라고-]

그렇게 말하며 거베라를 다시 내밀자, 주술이라니, 안쓰럽네~~ 라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지만, 슬쩍 받아들었다.

 

[....카라마츠형, 형은 날 과대평가하고 있다구. 늘 형들한테 심한 말이나 해버리고, 주변 사람들한테도 바보취급이나 당하는 나한테, 그런 장점 없으니까....]

꽃을 보며 슬쩍 불안한 웃음을 보이는 토도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렇지 않다. 자신감을 가지라고, 토도마츠. 내가 보증하지! 남에게 사랑받으려면 우선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너는 나의 자랑스런 동생이다, 라고 덧붙이자

[....고마워 카라마츠형]

하고, 뺨을 붉히며 흐뭇하게 웃었다.

 

 

 

 

 

그리고 일주일 후, 토도마츠가 나 혼자만 근사한 카페로 불러냈다.

거기에 먼저 와 있던 토도마츠가 얼굴을 붉히며,

[알겠어? 카라마츠형한테만 말하는 거니까. 다른 형들한테는 절대 비밀이야!]

라고 거듭 말했다. 그리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어...]

라며 작게 속삭였다.

[정말인가!?]

기뻐하며 외치자, 토도마츠는 부끄러운 듯이 응, 하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 들어온 신입 알바생인데, 일도 엄청 서툴고, 이것저것 가르쳐 줘야 하지만 꾸밈없이 상냥하고, 엄청 멋있어.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나도 모르게 눈으로 쫓고 있었어. 그러다 점점 심장도 두근두근 하고.....]

그렇게 말하는 토도마츠의 표정은, 완전히 사랑에 빠진 사람의 얼굴이었다. 처음 보는 동생의 표정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 사람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달라지고 싶다고 처음으로 생각했어. 아마, 다 카라마츠형 덕분이야....그러니까, , 고마워....]

그 표정을 보고, , 이걸로 됐다, 라고 생각했다. 다행이다, 그를 제대로 도와준 것 같다.

점점 꺼져가는 나의 무가치한 생명이, 동생들의 행복에 도움을 주고 있다. 난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나는 만족스런 표정으로, 맛도 온도도 모를 커피를 홀짝였다.

 

 

 

 

[널 보고 있으면 말야, 행복한 왕자님이 떠올라]

 

하아, 하아, 하고 숨을 몰아쉬며, 나는 바닥에 쓰러졌다.

늘 겪는 일이지만, 영혼을 뺏긴 후는 몸에 힘이 조금도 들어가지 않는다.

더 이상 내 몸은 고통이란 걸 느끼지 못할텐데, 가슴에 손이 박힐 때의 그 감각은, 여전히 익숙해질 수 없다. 확실한 건, 그것은 고통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이다.

 

[알아? 행복한 왕자님. 아일랜드 사람이 썼다는 동화]

 

어질한 머리로 데빌의 목소리가 들렸다. 입이 생각대로 움직여지질 않아, 아무런 답도 전하지 못한다.

 

[보석과 금으로 번쩍이던 왕자님 동상은, 자신의 보석과 금을 전부 남에게 나눠주곤 결국 초라한 모습이 되어버렸어]

 

데빌의 손이, 이리저리 흐트러진 머리칼을 정갈히 빗어 넘겼다.

 

[그렇단 건, 나는 왕자님의 보석을 나르는 제비인 건가?]

 

그렇게 말한 데빌의 목소리는 즐거운 듯 들렸다.

 

[왕자는, 사파이어의 눈동자마저 다른 사람에게 줘버렸어]

 

정말, 바보같다니까-, 라고 작게 속삭인다. 머리에서 느껴지던 악마의 손길이 이번에는 내 눈가에 닿는다. 그 손가락의 차가움도, 이젠 더는 느껴지지 않는다.

 

[저기. 다음이 마지막이라고?]

 

앞으로 남은 소원은 하나.

그걸 이루어주면, 나는-.

 

사랑스러운 듯이 내 눈을 들여다보는 그 눈은, 루비처럼 진한 붉은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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