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얕보지 마라, 마츠노의 이름을 2

 

 

 

 

딸랑. 고양이가 목걸이에 걸린 방울을 울리며 나타난다. 높은 담장을 사뿐히 뛰어내려, 소나무가 심어진 마당에 선 고양이는 다른 고양이들이 모여든 곳으로 걸어간다. 그리곤 추위를 피하려는 듯 그 속을 파고든다.

 

[........미케. 너도 온 거야?]

 

위에서 들려오는 상냥한 목소리에, 고양이는 냐아- 하고 작게 울어 답한다. 그래, 라고 만족스러운 듯한 목소리가 다시 들려오고, 고양이는 본격적으로 바닥에 늘어져 잠에 빠진다.

하지만 얼마 안 가 그 잠은 방해받고 만다.

 

[또 이런 곳에 있었나, 이치마츠]

 

갑자기 들려오는 낮은 목소리가, 고양이들의 잠을 깨웠다. 불쾌한 듯 날을 세우며 잠에서 깬 몇몇의 고양이들이 제각기 자리를 뜬다. 그들을 방해한 건, 청색 옷을 입은 남자였다.

 

[찾았다고. 또 이렇게나 추운데 고양이들과 자고 있었던 건가?]

[....고양이 도망갔잖아. 무슨 짓이야]

 

아까보다 줄어든 고양이 무리들 틈에서, 남성을 노려보며 일어나는 한 여성. 그 차가운 눈빛을 적당히 받아넘긴 남자는 굵은 눈썹을 살짝 내리깔며 웃는다.

 

[벌써 저녁이다. 감기 걸리니까 들어가는 게 어떤가]

[....알겠어]

 

이치마츠라 불린 여성은, 미련이 잔뜩 남은 얼굴로 자리를 뜬다. 등까지 내려오는 길고 결 좋은 검은 머리칼이 저물어가는 태양에 비쳐 빛난다. 난로 대신이었던 그녀가 사라지자 고양이들은 몇몇을 남기곤 다들 어디론가 흩어졌다. 아직 몸을 맞대고 잠들어 있는 소수의 고양이들을 지켜보던 두 사람은 마루 위로 올라갔다.

 

[꽤 빨리 돌아왔네. 오늘은 몇 명이나 벴어? 카라마츠]

[아무리 그래도 대낮부터 그런 짓은 하지 않는다고, 마이 허니. 게다가....칼을 빼드는 것보다 직접 말로 푸는 게 깔끔하고 빠르지 않나]

 

카라마츠라 불린 남성은, 살짝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사람을 다치게 하는 걸 꺼려하는 주제에, 정신을 몰아붙이는 것에는 무자비한 카라마츠. 그는 속임수가 통하지 않는 자들의 본심을 읽는 것에 능통했다. 그런 그가 자신들의 지역을 어지럽힌 악동무리들에게 행했단 설교, 상대의 호흡이나 감정 하나 놓치지 않고 사람의 속을 후벼 파는 말들로 간곡히 타일렀다는 것, 즉 세뇌에 가까운 방법이었다.

좀처럼 집밖으로 나가지 않는 이치마츠라도, 자객이나 적대 조직의 인간 등의 불청객들에게 카라마츠가 설교하는 걸 들은 적이 몇 번인가 있었다. 대체로 두번 다시는 노리지 마라라는 내용의 말들이었지만, 그 말투와 과격한 단어, 그리고 설교를 듣고 있는 인간의 공포로 일그러진 얼굴을 보고 있자면, 어둠이 속에서부터 기어오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하지만 평소의 카라마츠는 정말 상냥한 남성이다. 어릴 적부터 늘 그랬다. 이치마츠는 누구보다 카라마츠의 곁에 자주 있었으니까, 그건 누구보다도 확신할 수 있었다.

 

걸으면서 카라마츠는 이치마츠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손으로 빗어 내렸다. 이치마츠는 그걸 잠자코 받아들였다.

 

[또 관리 밖의 약물이 나도는 걸 토도마츠가 발견해 알려주더군. 내일부터 다시 조사니 뭐니 바빠서 너와 있을 시간이 줄어들게 될 것 같다]

 

카라마츠의 살짝 분한 듯한 어투에, 이치마츠는 자연히 막내 여동생의 윙크가 떠올랐다.

 

[톳티는 늘 즐거워 보여서 좋겠네...나 따위는 마지막으로 밖에 나간 게 2주전인데. 그것도 오소마츠 오빠랑 쵸로마츠 언니랑 같이. 그 두 사람의 알콩달콩한 모습 보면서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찬바람에 몸을 살짝 떤 이치마츠가 카라마츠의 몸에 바싹 달라붙는다. 고양이 같은 모습에 카라마츠가 웃자, 그 웃음에 답하듯 눈을 가늘게 뜨고 냐옹- 하고 고양이 흉내를 낸다.

카라마츠는 그런 이치마츠에 미소를 짓는다.

서로간의 마음이 그 누구보다도 강하게 끌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렇기에 카라마츠도 어떻게든 오랫동안 함께 있고 싶지만, 직업상 그럴 수가 없다.

당분간 조용히 걷고 있자, 이치마츠가 카라마츠를 올려다본다.

 

[저기, 카라마츠...]

[뭔가?]

[나 좋아해?]

[아아, 물론이지]

[세상에서 제일로?]

[아무리 오소마츠 형님이 부탁하더라도, 너만큼은 내어줄 수 없을 정도다, 이치마츠]

 

그렇게 답하자, 평소 표정에 변화가 많이 없는 이치마츠가 만족스러운 듯 살짝 미소 지었다. 이 대화는 어느새 두 사람 사이에 일상과도 같아졌다. 카라마츠를 노리는 자객이나 적들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이치마츠는 거의 집에서 나가질 않았다. 외로움이 거듭 쌓여만 가는 이치마츠는 이런 질문을 하게 되었다. 만나지 않아도 자신을 향한 마음이 변하지 않는 건지. 그에 카라마츠는 최대한 말로 사랑을 전했다. 이후, 이치마츠는 몇 번이고 이 질문을 해서 안심을 얻었다.

 

[마츠노 조직이 좀 더 세력을 키우고, 오소마츠형을 노리는 녀석들이 제압되면....내가 적들에게 원한을 사지도 않고, 이치마츠가 편하게 밖을 다닐 수 있게 되면, 그 땐 좀 더 같이 있자]

 

카라마츠는 천천히, 스스로 각오를 다지듯이 말했다.

 

[........ 기다릴게]

 

이치마츠가 작은 목소리로 답하자, 카라마츠는 이치마츠의 머리칼을 가볍게 잡아 입을 맞췄다.

 

[약속하지]

 

살짝 웃는 카라마츠의 얼굴은 어릴 적의 모습으로 돌아온 듯했다.

 

 

 

 

 

 

카라마츠와 이치마츠가 방에 들어가자, 형제 전원이 모여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여섯 쌍둥이라 불리는 6명이 모여 있었다.

오소마츠가 상좌에 앉고, 쵸로마츠, 쥬시마츠, 토도마츠가 하좌에 얌전히 앉아있다.

 

[다들 이렇게 모여서 뭐 하는가? 무슨 일이라도 있나, 오소마츠]

 

카라마츠와 이치마츠도 자리에 앉았다. 전원이 어딘가 곤란해 보여, 이거 뭔가 안 좋은 정보라도 들어온 거구나, 하고 두 사람은 헤아렸다. 오소마츠가 카라마츠를 보고 입을 열었다.

 

[.....선대 때, 우리 조직에서 나뉜 새로운 조직이 있었던 거, 기억하지]

[아아. .....그렇지만 당시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었으니, 오소마츠가 대를 이은 후에야 조사했었잖나. 분명 이름이 미나즈키회였던가?]

[그래. -, 그게 토도마츠 덕에 마침내 마약을 유통하는 녀석들의 본거지를 알아냈는데. 그게 아무래도 그 녀석들 같아]

 

오소마츠의 나직하게 전해져왔다. 침을 삼키는 소리를 내는 것조차 망설여질 정도로 착 가라앉은 목소리는, 이 장남에게도 두목으로서의 위엄이란 게 있다는 걸 다들 새삼스레 깨닫는다.

 

[.....그래서 어쩔 거야, 오빠는]

 

이치마츠의 질문에 전원 오소마츠를 바라본다.

오소마츠는 곤란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으음~, 일단 증거는 잡았으니 제압할 이유는 충분해. 하지만, 그렇다고 바로 쳐들어가서 쓸어버리라고는 할 수가 없단 말이지. 일단 뭐라고 해도 우리 분가니까]

 

부친이 끝까지 지킨, 아끼던 사제의 조직. 솔직히 개인적으로 관계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지만, 이 세계는 인연과 인정을 소중히 여겨야하는 곳이다___지금은 죽고 없는 부친, 즉 선대가 곧잘 마츠노 세쌍둥이에게 하던 말이다.

 

[하지만, 본가의 구역을 어지럽히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 대체 왜 이런 짓을 한 걸까. 내 정보망을 몰랐을 리가 없는데 말이야]

[톳티에 대해선 물론 알고 있을 거다. 결혼 축하한다고 연락도 왔었으니]

[으음-, 설마 싸움을 거는 거 아닐까!! 나 싸움이라면 언제든 웰컴!! 오소마츠형만 괜찮다면 가서 날려버리겠슴다!!]

[그건 고마워, 쥬시마츠. 하지만 지금은 아냐. 문답무용으로 쳐들어가서 죽이는 건 답지 않잖아]

 

그럼, 어쩌면 좋을까.

 

 

전원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을 때, 잠자코 듣고 있던 쵸로마츠가 입을 열었다.

 

[마츠노 조직을 노리는 걸지도]

 

하극상, 이라고 작게 덧붙였다.

 

확실히, 선대 때부터, 품행이 악한 자, 피에 굶주린 위험한 패거리들은 적잖이 마츠노 조직에도 있었다. 그들을 모아 파문하고, 마츠노 조직과의 연을 끊어 더는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한 것이 오소마츠였다.

벌써 몇 년도 전의 일이지만,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해가 될 것들은 모두 배제했다. 오소마츠가 빈사상태가 된 일이 그 불안감을 더해, 형제들도 모두 그 일을 도왔다. 말하자면 아무것도 몰랐다고는 하지만, 지배하에 있어 몸을 사리던 악당들을 세상밖에 내놓은 꼴이었다. 하지만 이 세계에 익숙해진 뒤에도 그들을 다시 불러들이지 않은 건, 장남을 잃은 뻔했던 일이 형제들에게 있어 지울 수 없는 공포로 박혀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세상밖에 나온 악당들이 그 뒤에 어떻게 되었는가는,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미루어왔던 게, 이렇게]

 

오소마츠는 쓴웃음을 지었다. 어렸다고는 하지만 몇 년 전의 자신은 너무도 철부지였다는 걸 느꼈다. 무서웠으니 위협을 멀리한다. 그건 가장 무지하고 어린 생각이었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버려진 사람들이 미나즈키회에 유입됐다 하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갈 곳이 없어 마츠노 조직에 있었던 녀석들인데, 쫓겨났으니 당연히 자신들을 몰아낸 자를 원망할 것이다. 그런 인간이 모이고 모여, 하극상을 노리는 조직으로 성장을 이룬다___정말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일단 상황이 이러하니 엄중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되기에, 진위 판단이 특기인 자신이 상황을 살피러 가겠다고 카라마츠가 제안을 하려던 때였다.

 

[내가 갈게]

 

카라마츠 옆에 있던 한 사람이 손을 들었다.

 

[, 무슨, 이치마츠....]

[내가, 잠입해서 조사할게. 나는 카라마츠랑 혼인신고도 안 했고, 존재자체가 미나즈키회에 알려져 있지 않을 테니까. 일반인인 척 위장해서 잠입할 수 있지 않겠어?]

 

히죽 웃는 이치마츠는 어느때보다 즐거워 보인다. 다들 얼굴을 경직시킨 채 아무 말 않고 굳어있는 와중, 당황해 소리를 내지른 건 카라마츠였다.

 

[, 어이 이치마츠! 무슨 말인가!! 혼자서 잠입!?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쩔 셈인가!!]

[괜찮다니까....사제 녀석들 중 한 놈을 꼬셔서 애인자리를 꿰찬 뒤에 술을 먹이면 알아서 줄줄 다 불어버리겠지. 빠르면 일주일, 늦으면....한 달?]

[애이인~!? 아니, 이치마츠 네 애인은 나잖아?]

[?]

[?라니, 허니-!! 그 냉담한 반응은 뭔가!?]

 

왁왁 시끄러운 카라마츠의 논점이 점점 빗나가기 시작하자, 쵸로마츠가 딱 잘라서 [너희들 조용히 해!] 라고 외쳤다. 마귀와도 같은 기세에, 공기가 얼어붙는다.

 

[이치마츠도 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그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기는 해? 어쩌면 우리들 전원의 목숨이 노려지고 있는 걸지도 모르는데, 너란 녀석은!]

 

쵸로마츠가 쾅, 다다미를 내려친다.

이치마츠는 살짝 입술을 깨물면서 작은 목소리로 대꾸했다.

 

[나도....가끔은 밖에, 나가고...싶단 말이야..]

 

완전히 풀이 죽은 이치마츠. 잠자코 듣고 있던 오소마츠가 턱을 괴며 이치마츠를 불렀다.

 

[이치마츠. 아까 보니까 꽤 진심인 것 같던데. 그건 카라마츠 이외의 녀석한테도 안길 생각이 있다는 거야?]

[....아니, 거기까진 생각 안 해봤는데..]

[오빠는 가끔 네가 똑똑한 건지 바보인 건지 모르겠어-]

[아니, 바보라고 이치마츠는! 애초에 카라마츠가 허락해줄 리 없잖아? 안 그래, 카라마츠?!]

[.........]

[......카라마츠? 뭐라고 말을...]

 

쵸로마츠의 당황하는 모습에 카라마츠는 살짝 미소 짓고는 옆에 앉은 이치마츠에게로 몸을 돌렸다.

 

[이치마츠]

[....]

[나는 너를 믿는다]

 

이치마츠는 평소에 반쯤 감고 있는 눈을 완전히 뜨곤 몇 번인가 깜빡인다. 카라마츠는 주저함이 없는 순수한 미소로, 이치마츠에게 말했다.

 

[우리들이 서로를 얼마나 아끼고 생각하는지는 이미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그걸 알고 그런 결정을 내린 거라면, 나는 반대하지 않겠다. 솔직히 말해, 이게 최선책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내가 가더라도 완전한 진실은 알 수 없을 테니, 네가 가는 게 더 진실에 가까워지는 방법이겠지]

[......저기]

[그러니까, 몸을 주지 않겠다 약속한다면, 부디 부탁한다. 이 조직을 위해서]

 

다다미에 손을 대고 고개를 숙이는 카라마츠. 그걸 본 이치마츠는 누가 봐도 알 정도로 떨고 있었다.

그저 조금 질투를 바랐을 뿐인데, 이렇게 진심으로 부탁하고 있는 상황이라니.

하지만 아까 그렇게 강하게 나왔으니, 이제 와서 싫다고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알겠어. 약속할게]

[좋아, 그래야 이치마츠지]

 

고개를 든 카라마츠는 무척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치마츠는 윽, 하고 살짝 뺨을 붉혔다.

 

[~.....네네, 우리들도 있다는 건 완전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이지-. 그런 낯간지러운 짓은 다른 곳에서 하라고!]

 

토도마츠가 두 사람을 떼어놓는다.

 

[일단, 이치마츠 언니가 잠입한다는 걸로 결론내자구! 나도 될 수 있는 한 서포트할테니까, 힘내]

[, ]

 

이치마츠는 어째 커져버린 상황에 식은땀을 흘렸다.

 

 

 

 

 

그렇게, 새로운 작전의 막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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