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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노가 다섯 쌍둥이는, 오늘도 무언가를 찾는다 2-

 

 

 

 

 

[괜찮아, 하나도 안 무서우니까]

햐악-, 털을 곤두세우고 위협하는 고양이에게, 이치마츠는 상냥한 목소리로 그를 타일렀다.

[이치마츠군, 그대로 고양이를 못 움직이게 잡아주세요]

스승인 의사의 말에 이치마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치마츠는 흥분한 고양이가 물어도 괜찮도록, 오븐 장갑보다 두꺼운 장갑을 양손에 꼈다.

공포로 덜덜 떠는 고양이를, 상냥하게, 하지만 벗어나지 않도록 확실하게 양손으로 눌러 잡았다. 이치마츠가 고양이에게 말을 거는 틈에, 의사는 고양이의 목에 주사바늘을 꽂았다.

[자아, 다 됐다]

의사의 말에 이치마츠는 힘을 주고 있던 손을 풀었다.

[수고했어]

하고 말을 걸면, 고양이는 황급히 주인에게 달려들었다.

[방금 건 혈당치를 내리는 주삽니다. 집에서도 아침, 저녁으로 목덜미를 잡고 부드럽게 주사해 주세요. 다만, 밥을 먹는지를 제대로 확인하고, 주사를 하도록 하세요. 아니면 혈당치가 반대로 떨어져 버리니까요]

의사가 고양이의 주인에게 시원시원한 어조로 설명한다. 그 말을 이치마츠는 잠자코 듣는다. 아까의 고양이는 아마도 당뇨병을 앓고 있는 듯하다.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한 주인은 고양이를 케이스에 넣고 병원을 떠났다. 이치마츠는 그 등뒤로 인사를 하며 그들을 배웅했다.

[미안하구나. 공부중에 도와달라고 해서]

의사가 이치마츠에게 그렇게 말했다.

[아뇨.....]

이치마츠는 작은 목소리로 답하곤, 책상으로 돌아갔다.

 

이치마츠는 평일 낮에 늘 마을 변두리에 있는 동물병원을 찾았다.

여기서 수의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하고 있다.

 

수의사가 되려면 먼저 수의대가 있는 대학에 가야 한다. 그리고 거기서 6년간 배워야, 수의사 국가시험을 칠 자격이 주어진다. 그 시험은 합격률도 낮은데다 1년에 한번밖에 없기 때문에, 이치마츠는 언제가 되어야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치마츠에겐 일대일 교습을 해줄 프로 선생님이 곁에 있었다. 게다가 무료로.

방금처럼 가끔 찾아오는 환자들의 치료를 돕는 것도, 공부를 배우기 위한 교환조건이다. 당연히 약을 투여하는 등, 어려운 일은 하지 않고, 아까처럼 덜덜 떠는 동물들을 달래며 잡아두는 것이 그의 주요 업무였다.

이치마츠는 가까이에서 프로의 작업을 볼 수 있는, 이 환경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다. 비록 공부하는 시간이 줄더라도, 이는 그 무엇과도 바꾸기 어려운 귀중한 경험이다.

 

매일 공부를 하던 학창시절과 달리 몇 년이 지난 지금, 솔직히 말해 공부를 따라가는 게 힘들었다. 하지만 이 생활을 이어온 지 5개월이 다 되어가는 지금, 전성기 때의 상태로 조금씩 되돌아갔다. 원래도 공부는 싫지 않았다. 학생 때부터, 금방 원하는 걸 이뤄내곤 했다.

책상에 앉아 펜을 든 그 순간, 커다란 장모의 검은 고양이가 폴짝, 노트 위로 뛰어들더니 그대로 깔고앉았다. 완전히 제멋대로인 고양이의 행동에도, 이치마츠는 헤벌쭉, 얼굴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눈앞에 보이는 탐스러운 털을 살짝 쓰다듬었다.

 

[그러고 보니, 최근 새로운 취미를 시작했다네. 이번에는, 그림엽서에 푹 빠졌거든]

의사가 그렇게 말하며 선반 쪽으로 걸어갔다. 이치마츠의 스승은 취미가 많다. 이 병원은 인적이 드문 곳에 있기 때문에, 환자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노인도 이젠 취미의 연장선상이라는 생각으로, 손님이 없는 것에 조바심을 느끼지도 않고 여유롭게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았다. 이치마츠의 봐주는 틈틈이 노인은 여러 가지 일을 했다. 얼마 전까지는 뜨개질, 그 전에는 퀼트, 그 전에는 스텐실[각주:1].....세밀한 작업인데 노안으로 괜찮은 걸까, 하고 이치마츠는 항상 걱정이다.

[아직 연습 중인데, 꽤 마음에 드는 게 한 장 생겨서, 이걸 이치마츠군에게 주겠네. 어떤가? 제법 잘 그리지?]

그렇게 말한 노인은 웃으며 자신에게 한 장의 엽서를 내밀었다.

 

 

그걸 본 이치마츠는 헉, 하고 숨을 삼켰다.

 

 

거기에 그려진 꽃을, 그는 잘 알고 있다.

 

어째선지 시들지 않는 자신의 보물.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자신을 보며 따스하게 웃어주는 듯한 가련한 보라색 꽃.

 

 

밤에 집에서 공부할 때면, 이치마츠는 늘 그 꽃을 곁에 두었다.

가족이 잠들고 쓸쓸한 기분이 들더라도, 그 꽃이 곁에 있다면 이상하게도 혼자가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상냥한 누군가가, 곁에서 지켜보고 있는 듯한, 이상한 감각.

 

 

[스승님, 이 꽃....]

그림엽서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이치마츠는 중얼거렸다.

[일단은 제비꽃을 그려봤다네. 아직 서툴르지만 말야]

의사의 말에 이치마츠는 눈을 깜빡였다.

 

 

그렇구나. 이 꽃은 제비꽃이라고 하는 구나.

 

 

 

 

 

 

석양이 진 시간, 이치마츠는 집으로 향했다.

커다란 태양이 거리 전체를 오렌지색으로 물들였다. 자신의 그림자가 길게 뻗어 간다.

 

때때로, 이제 와서 이렇게 공부한다고 해서 수의사가 될 수 있는 걸까, 같은 소극적인 생각이 머리를 스치곤 한다.

이런 쓰레기 같은 자신이, 이제야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서 과연 때에 맞춰서 꿈을 이뤄낼 수 있을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흘려보낸 세월이 너무도 컸다.

지금 학생인 녀석들과 함께, 제대로 싸워나갈 수 있을까.

 

학비도 문제였다. 지금까지 충분히 빌붙어 살았는데, 이 이상 부모님께 부담을 지게 해도 되는 걸까. 가능한 스스로 해내고 싶지만, 공부시간을 생각하면 시간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무리였다.

 

생각하면 할수록, 무모한 짓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태까지의 자신이라면, 나 같은 건 무리라며 순식간에 포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치마츠는, 이번만큼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선 안 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만일 자신이 이 기회를 버린다면, 누군가가 소중한 것을 희생해 내어준 기회를 쓸모없게 만드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는, 이치마츠 자신도 몰랐다.

 

 

 

 

이치마츠는 발걸음을 멈추고, 점점 가라앉는 커다란 태양에 시선을 돌렸다. 눈부신 빛에 무심코 눈을 감아 버린다.

어째서일까. 처음 그 동물병원에 간 날.

이치마츠는 여기서 누군가와 얘기를 나눈 듯한 기분이 들었다.

기분 탓일까. 하지만, 자꾸만 그런 기분이 들었다.

 

 

 

집중해서 무언가를 떠올리려던 순간, 갑자기 머릿속에 어떤 영상이 스쳐지나갔다.

오렌지빛깔로 물든 누군가가, 자신을 향해 따스한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제비꽃 한 송이를 내밀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너는 어쩌면 이미 포기하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그건 네게 있어 소중한 꿈이잖아? 지금도 늦지 않았어. 그 닥터의 곁에서 배워보는 게 어떤가? 너라면 할 수 있을 거다. 나는, 믿고 있다고

 

 

 

스스로도 믿지 못하는 자신을, ‘믿고 있다고 말해준 그 흐릿한 실루엣의 남성은 웃으며 말했다. 이치마츠는 눈을 찌푸리며 그 인물을 제대로 보려 시도했지만, 태양을 등지고 선 그 남성의 얼굴은 그늘이 져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이 남자는 대체 누구일까.

잘은 모르겠지만, 어째선지 가슴이 아프다. 괴로워서 참을 수 없다.

 

 

이치마츠는 보라색 티의 옷자락을 꽉 부여잡고, 그 자리에 가만히 서있었다.

지금 그는 이유없이 울고 싶은 기분이었다.

 

 

 

 

 

 

 

 

 


 

 






  1. 그림의 형상을 오려낸 대지를 헝겊이나 목제품에 대고 아크릴 물감으로 찍어내는 수예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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