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いち松 님의 작품입니다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6784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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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님 / 감사합니다! :) / 불펌금지)

















지하철을 타고 한시간, 오소마츠는 아카츠카 곶에 도착했다.




플랫폼에서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는다.

초등학교 때 왔을 때는 좀더 활력이 넘쳤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쓸쓸한 곳이 된 걸까




[카라마츠, 너에게....이런 쓸쓸한 곳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오소마츠는 개찰구를 지나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어떻게 찾아야 좋을지 몰라 당황하다가, 일단은 해변쪽으로 가기로 했다.



그러자, 바다를 보며 앉아있는 사람이 보였다.

마침 잘 됐다며 다가갔지만, 오소마츠는 뜻밖의 인물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이야,미...!?]



[어, 어째서 네가 이런 곳에.....뭐, 아무래도 상관없어. 그보다 우리 차남 어딨는지 알아?]





철썩, 하고 파도가 밀려온다.

그 때문에 이야미의 구두가 바닷물에 잠겼지만, 그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카라마츠군은, .......이제, 이 세상에, 없잔쓰]












[.............하?]





오소마츠는 그의 말에 얼빠진 소리를 한다.

카라마츠가 뭐하러 여기에 왔는지는 알고 있었지만, 갑자기 닥쳐온 현실에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자, 잠깐, 그런 농담 하나도 재미 없다고....!]





오소마츠는 이야미의 앞으로가 그의 표정을 살폈다.

파도가 오소마츠의 발목을 적신다. 

오소마츠를 바라보는 이야미의 눈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오소마츠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농담 따위가 아니잔쓰...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카라마츠군이 바다로 사라지는 소리를 들었...잔쓰]





그 말을 들은 오소마츠의 머릿속은 여러가지 생각으로 복잡했다.

왜 이야미는 말리지 않은 걸까, 왜 이야미는 카라마츠의 최후를 지켜보기만 한 걸까,

어째서, 어째서 내가 아니었던 걸까,


그런 생각을 하던 오소마츠는 발끈하며 이야미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우, 웃기지 말라고!! 어째서, 어째서!!!말리지 않았어!!!]




이야미는 그의 손을 뿌리쳤다.

양복에 묻은 모래를 털면서도 여전히 시선은 오소마츠를 보고 있었다.





[....미는 그저 고용되어 길을 안내했을 뿐이잔쓰....

 ....게다가, 카라마츠군이 죽을 만큼 고민하고 결정한 일에 찬물을 끼얹는 짓은 할 수 없잔쓰]



[길 안내.....?왜 이야미가 길안내를 한 거야...?]





심장이 마구 요동쳤다.

지금 이 모든게 꿈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오소마츠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거잔쓰? 카라마츠군, 눈이 보이지 않았잔쓰...게다가 귀도 들리지 않잔쓰]





에, 하고 바보 같은 탄성이 울린다.

그게 무슨 말이야, 라는 말이 머리 속을 빙빙 돈다.

이미 그의 머리는 허용량 오버였다. 머리가 어지럽다.






[뭐야, 그게, 몰랐어]





겨우 정신을 차리고 내뱉은 말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팔과 다리의 골절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머리에 붕대를 두르고 있는 것도,

하지만, 그 뿐만 아니라 눈과 귀까지 문제가 있었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자세히는 모르잔쓰.....이거, 그가 나한테 줬잔쓰]





이야미는 그렇게 말하며, 주머니에서 선글라스를 꺼내 오소마츠의 손에 쥐어준다.






[이, 건, 카라마츠의......]



[....그럼, 이제 미는 가보겠잔쓰....카라마츠군의 최후의 장소, 저쪽 절벽에 있잔쓰]





그렇게 말하며 이야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 자리를 떠났다.





[.....사요나라. 불쌍한 "여섯 쌍둥이들"]





그렇게 중얼거린 목소리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결국 죽어서도 여전히 형제의 그림자가 따라다니는 카라마츠에게 이야미는 깊이 동정했다.





남겨진 오소마츠는 망연자실한 채로 있다가, 순간 뭔가 깨달은 듯, 이야미에게 들은 장소로 달려갔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그저 충동적으로 몸이 움직였다.



오소마츠가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마침 석양이 지평선에 걸쳐져, 

이 세상의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경치가 펼쳐져 있었다.








[하, 하, 하하....엄청 예쁘,네....]




이것이 천국의 경치?

어렸을 때 본 적이 있기 때문일까, 그리움과 외로움이 오소마츠를 덮쳤다.

가슴이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카라마츠는 이게 보고 싶었던 걸까?

그치만, 이야미의 말대로라면 카라마츠는 눈이 보이지 않는다.





[......불쌍하,네 카라마츠....]





비틀비틀 걸으며 절벽 끝으로 다가간다.

그곳에는 카라마츠가 신고 있던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져있다.

그것을 본 순간, 아아, 이제 카라마츠는 이 세상에 없구나, 라는 게 가슴 깊이 와닿는다.





[아, 아.....카, 카라, 카라마츠....카라마츠.....카라마츠으으!!!!!!!!]





오소마츠는 통곡했다. 평소 여유롭던 그의 모습은 없다.



눈물이 넘쳐 흘러서 껴안고 있던 카라마츠의 후드를 적신다.

그저 동생의 그림자를 찾아 하염없이 울부짖었다.

이게 몰래카메라였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지에 걸린 붕대가 그것 헛된 꿈이라며 비웃었다.





[바, 바보냐고...!망할!!병신!!!! 나한테 말하지도 않고, 죽어버리다니, 말도 안 된다고...!!!]




이 곳에 아무도 없어서 다행이었다.

동생들을 데리고 오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만약 이걸 봤다면, 모두 망가져버렸을 거다.

이런 건 장남의 몫이니까.





[아아아.....!!카라마츠!!!]





상처가 다 아물면 파칭코에 데려가려고 생각했다.

고기도 잔뜩 먹여서 그 깡마른 몸을 어떻게든 하려고 돈을 모으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전부 늦어버렸다.



혼자 이렇게 가버리다니, 얼마나 외로웠을까.

항상 여섯명이 함께 했는데 왜 최후는 혼자였던 거야!!





[카라마츠....나, 쓸쓸하다...고...!! 아프다고....!!]





형제가 카라마츠를 버린 "그날" 부터, 점점 이상해지는 그의 모습을 보는 게 두려웠다.

모르는 누군가가 되어버린 것만 같아서 외로웠다.



눈이 시릴 정도로 빛나는 석양이 따스하게 오소마츠를 비춘다.

이 바다가 카라마츠를 삼킨 거라면, 미워할 수밖에 없다.


오소마츠는 문득, 시선을 바위 쪽으로 돌린다.

거기에는 한장의 사진이 놓여있다.




그것을 주워 들었다.




[아, 이거.......카라, 마츠의.....]




확실히 이건 카라마츠의 보물로 소중히 보관되어 있던 사진이었다.

거기에는 가족들이 밝게 웃고 있었지만, 단 한사람의 얼굴만은 처참하게 지워져있었다.



그것이 오소마츠의 가슴을 꽉 죄여왔다.

보물이었던 사진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부정했을 때, 카라마츠는 도대체 어떤 기분이었을까.





[모, 르겠어....나, 네 기분....모르겠다고.....]




솔직히, 카라마츠는 동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어느 쪽인가 따지자면, 자신과 대등한 입장이라고 생각했다.

동생들은 귀엽고 걱정스러우니까 내 눈이 닿는 곳에 묶어 두었다.

물론, 카라마츠도 그렇게 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는 제대로 묶어 둘 수 없었다.



오소마츠는 갑자기 불안해졌다.

동생들의 화풀이 대상이었던 카라마츠가 없어진 지금, 자신이 만들어 놓은 여섯 쌍둥이,

아니, 오소마츠의 독재 정권이 무너져버릴 것이다.



중학교 때부터 카라마츠는 충고하는 역할이었다.

오소마츠는 힘으로 그들을 굴복시켰고, 카라마츠는 모두를 받아들였다.

한마디로 채찍과 당근, 카라마츠가 있어서 가능했다.





[나.....녀석들을 볼 면목이 없어....]





동생들은 내가 카라마츠를 데리고 돌아올 거라고 믿고 있다.

지금은 어떻게든 카라마츠의 존재를 감추는데 성공했지만, 앞으로는?

카라마츠의 시신이 발견되면, 가족들에게 알려지게 될 것이다.





[저, 저기...카라마츠...카라마츠....ㄴ, 나...어쩌면 좋아? 가르쳐 줘....응?....카라마츠!!]





대답이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걸 아는데, 오소마츠는 패닉 상태가 되어 공중에 떠들어댔다.

여러가지 생각들이 뒤섞여 결국 폭발해버렸다.

항상 이런 상태의 오소마츠를 안심시키는 건 카라마츠였다.

노 프라블럼이다, 오소마츠! 그렇게 말하며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그의 아무렇지 않은 말투에 묘하게 안심되곤 했다.




하지만, 들리는 건 파도소리뿐. 공허한 소리만이 고막을 울렸다.






[싫어....싫어....내가 나쁜거야? 왜? 어떻게 했어야 하는 거야?]





머리를 끌어안고 뭔가를 중얼거린다.

그의 모습은 마치 망가진 인형 같았다.

하지만, 지켜야 할 존재 때문에 가까스로 자아를 유지했다.





[자, 카라, 마츠...돌아가자고. 나랑...같이, 집으로...돌아가자...]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의 모든 것들을 가지고, 비틀비틀 거리며 그곳을 떠났다.

해가 지고, 바다의 색은 파란색과 검정색으로 물들었다.

마치 카라마츠의 마음의 색을 나타낸 듯했다.



오소마츠는 꽤나 마음에 타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돌아가는 전차에서 카라마츠의 유언을 들었다.

처음 들었을 때와 달리 심장을 후벼파는 듯한 고통에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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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마츠는 그날 이후로, 매일 밤 혼자 마시러 나가서는 만취한 상태로 돌아왔다.



또 비슷한 시기에, 오소마츠를 제외한 형제들에게도 이변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꿈 속에 카라마츠가 나오는 것이다.

원망의 말을 하는 게 아닌, "평소의 카라마츠"가 웃으며, "사랑하고 있다고, 브라더-"라고 말할 뿐이다.

꾸는 꿈은 일상적인 내용이지만, 이상하게도 카라마츠와 자신밖에 없는 세상이었다.

카라마츠는 거울을 보며 앞머리를 다듬고, 각각 쵸로마츠, 이치마츠, 쥬시마츠, 토도마츠가 시비걸거나, 헐뜯었다.


----즐거웠다. 

최근의 카라마츠는 우울한 표정이었지만, 꿈 속의 카라마츠는 웃고 있었다. 상냥했다.

바로 모두가 좋아했던 그의 모습 그대로 였지만, 눈을 뜨면 카라마츠가 없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파트너였던 토도마츠는 상냥한 형의 모습을 찾게 됐다.

놀이 상대였던 쥬시마츠는 그런 토도마츠를 보며, 형을 그리워하고 있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언뜻 보기에 사이가 나쁜 이치마츠는 자신을 믿어 주던 형을 마음에 두게 되었다.

분신이라 칭하던 쵸로마츠는 형의 위치를 유일하게 알고 있는 오소마츠에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한편, 꿈에 나오는 카라마츠는 나날이 쇠약해져 갔다.

그래, 그것은 가장 최근의 카라마츠의 모습이었다.


깡마르고, 떨면서 손거울을 보지 않고, 얼빠진 눈으로 천장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리 말을 걸어도 답을 하지 않았다.

꿈에서 깨어나도 현실적인 그의 모습에 형제들은 이제 와서 걱정하기 시작했다.






언제나처럼 오소마츠는 만취한 상태로 집에 돌아왔다.

카라마츠는 오소마츠의 꿈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오소마츠는 동생들이 카라마츠를 걱정하고 있음을 알지 못했다.

애초에, 그에게 그럴 여유는 없었다.








[우와아, 술냄새!!오소마츠형 또 잔뜩 마시고 온 거야!?]




토도마츠가 코를 막고 손을 휘휘 저으며 오소마츠를 쫓아낸다.

그치만 오소마츠는 거실 바닥에 엎드린 채로 꿈쩍도 하지 않는다.




[....하아, 정말 이 빌어먹을 장남은.....우리집 대체 어떻게 되먹은 거야!?

 장남은 곤드레만드레에, 차남은 실종이라니!!]




토도마츠는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그 나름대로 바둑 교실, 체육관 동료들에게 차남을 본 적 없는지 묻거나, SNS로 찾아보고 있었다.

하지만 전혀 정보가 들어오질 않자, 짜증스런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저기, 토도마츠. 카라마츠형은 이제 잊어]





그 때, 쥬시마츠가 불쑥 토도마츠에게 중얼거렸다.

차남과 사이가 좋았던 쥬시마츠의 입에서 나온 말에 토도마츠와 쵸로마츠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에...?무슨 소릴하는 거야, 쥬시마츠형]



[...그치만 카라마츠형, 스스로 우릴 떠났어. 우리가 없는 편이 행복한 걸지도 몰라. 그렇다면 그렇게 두는 편이...]





시선을 돌리며 그렇게 말하자, 쵸로마츠가 눈을 흘겼다.





[그거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형제를 사랑하는 카라마츠가 우리들이 모르는 곳에서 행복할 거라고?

 그거 오소마츠형이 시킨거지?]





정곡을 찔린 쥬시마츠는 에, 하고 소리를 낸다.

그리고는 붕붕, 고개를 저었다.





[최근 오소마츠형 꼴불견이야. 뭔가 비밀이 있는 것 같고...쥬시마츠, 그거 진심으로 한 말이며...나 화낼거라고]





말투는 평소와 다를 것 없었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에 폭군 쵸로마츠 시절의 기운이 배어있다.





[그렇다구~ 애초에 우리들 사회 부적합자인 니트니까, 남의 집에 간다고 해도 받아줄 리가 없다고-

 게다가 카라마츠형이라면 약도 했고, 지금 엉망진창이니까]





쵸로마츠와 토도마츠한테 한소리 들은 쥬시마츠는 입을 다물었다.

진짜로 말하고 싶은 건 그게 아니었다.

카라마츠형을 우리들로부터 자유롭게 해주고 싶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거기까지. 이제 자자. 어이, 쥬시마츠 가자고]





이치마츠가 억지로 말을 끊으며 쥬시마츠의 손을 잡고 2층으로 올라간다.

못해먹겠다며 토도마츠도 뒤를 따라 올라갔다.




[하아....저질러버렸네]




쵸로마츠는 머리를 긁적이며 아직도 쓰러져 있는 장남을 흔든다.




[저기, 형, 오소마츠형!! 여기서 자지 말라고!!]




계속 흔들자 오소마츠가 뒹굴하고 돌아 누웠다.

그 때, 후드 주머니에서 푸른색의 스마트폰이 떨어져 쵸로마츠는 무심코 손을 멈췄다.





[이, 건...카라마츠의...?]





쵸로마츠는 그것을 주웠다. 그리고 오소마츠의 의식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자신의 주머니에 집어 넣었다.

심장이 두근두근 거렸다.


.....별로 훔친 건 아냐. 애초에 이녀석 물건도 아니고!

그렇게 쵸로마츠는 스스로를 타이르며 오소마츠를 끌고 2층 방에 내던졌다.






[쵸로마츠형....수고했어...]





쥬시마츠가 말했다. 쵸로마츠는 어색한 듯 시선을 피했다.





[아...쥬시마츠, 아깐....미안. 그만 발끈해버려서...요즘 자꾸 꿈에 카라마츠가 나와서 그런지..여유가 없어, 나]





겸연쩍은 듯 뺨을 긁으며 말하는 쵸로마츠를 보고, 쥬시마츠는 그 꿈을 꾸는 건 나만이 아니었구나, 하고 놀란다.





[아, 아냐. 나야말로 미안]





이불에 기어들어가 귀를 세운 이치마츠, 토도마츠도 똑같이 놀란다.





[.....나, 지금부터 라이브 준비해야 해서 먼저 자]





쵸로마츠는 그렇게 말하고 불을 끄고 방을 나갔다.


거실로 가서 벽에 등을 기대고 주머니에서 파란 스마트폰을 꺼낸다.

그때 오소마츠는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정신이 없었던 탓인지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라이브에 가버렸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오소마츠의 모습은 상당히 이상했다.

분명 무언가 숨기고 있는 게 틀림 없다.





[으음, 카라마츠의 비밀번호는....]





망설임 없이 번호를 치자, 잠금화면이 해제된다.





[그녀석, 번호 바꾸지 않는구나....]





같이 스마트폰을 샀을 때, 카라마츠가 비밀번호를 고민하고 있기에 오자키의 기일로 하면 어떠냐고 조언을 한 적이 있다.

그때 카라마츠는 기쁜 듯이, 그거 좋군, 브라더-! 라며 웃었다.

그 때의 일을 생각하며 쵸로마츠는 얼굴에 미소를 띄운다.




단서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전화번호부에 메일, SNS 등을 뒤졌지만,

카라마츠의 전화번호부에는 가족과 치비타, 이야미, 데카판, 병원 밖에 없었다.

사진 폴더에도 셀카, 경치, 형제 등 매우 평범한 것들 뿐이었다.




그때, 쵸로마츠는 위화감을 느꼈다.





[....그때 분명 오소마츠형이 카라마츠가 모르는 놈한테 연락했다고 했었지..]




그런데도 통화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건 어째서일까.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아해하지만 아무것도 알아낸 것은 없다.



결국 아무것도 없는 건가, 하고 한숨을 내쉴 때, 그만 손가락이 화면을 건드리고 말았다.

그 순간 멋대로 뭔가를 눌러버린 것 같다.





[뭐야 이거...녹음기....?]





우연히 열린 그것에는 두개의 녹음이 있었다.

하나는 모두에게 라는 제목,  또 다른 하나는 무제였다.

꿀꺽, 군침을 삼켰다. 희미하게 떨리는 손 끝으로 "모두에게"를 누른다.





["....카라마츠다"]





그리운 저음의 목소리가 고막을 울렸다.





["아마도 모두가 이 녹음을 들을 때, 나는 이 세상에 없을 거다"]





겨우 짜내는 듯한 그의 말에 헉, 하고 목이 울린다.





["나는 바보니까, 모두가 싫어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잇달아 비통한 생각이 들려오면서, 이가 딱딱 부딪히기 시작했다.

쵸로마츠는 입을 꾹 눌렀다. 그렇지 않으면 소리가 새어나갈 것 같았다.








[거짓, 말]




처음에 나온 말은 그것이었다.

눈에서 뚝뚝, 눈물이 떨어졌다.

이제 그는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최근 카라마츠가 꿈에 나타난 것은 이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 아....카라마츠...]




눈에서 흐른 눈물이 볼을 타고 스마트폰 화면에 떨어진다.

뇌리에 카라마츠의 미소가 떠오른다.

상냥했던 카라마츠, 뭐라고 해도 의지할 수 있었던 카라마츠, 울보인 카라마츠, 항상 내 편이 되어 준 카라마츠,

텅 빈 눈을 한 카라마츠, 소리를 지르고 공포에 떨며 난동을 부리던 카라마츠.


쵸로마츠는 손등을 본다. 거기에는 카라마츠를 말렸을 때 생긴 상처가 남아있다.





[왜..]





마음을 제대로 정리할 수 없다.

왜 카라마츠가 죽음을 택했을까. 언제부터 카라마츠가 망가지기 시작했을까.





[아]






얼빠진 목소리가 울린다.




카라마츠가 망가져 버린 이유를 깨달은 것이다.

뇌리에 불에 그을리며 공포에 질린 표정의 카라마츠가 떠오른다.

그 순간, 싸악, 하고 핏기가 사라진다.




[우리들 때문이야]



[카라마츠가, 죽은 건, 우리들....때문이야...]




왜 도와주지 않았을까.

이러면서 자칭 상식인이라니 어이 없다....!




빠직, 하고 쵸로마츠의 안에서 뭔가 부서졌다.





[아, 아아, 아아아아......]




마음이 섬세하고 병들기 쉬운 성실한 인간이, 자신의 죄를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











...그날, 쵸로마츠는 꿈을 꾸었다.




거기에선 카라마츠가 홀로 거실에서 울고 있었다.

만신창이인 몸을 끌어안고, 웅크린 채로 조용히 떨고 있었다.



쵸로마츠는 카라마츠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다가갈 수 없었다.





[왜, 왜 모두 나를 구해주지 않은 거야. 나, 화나지 않았는데, 모두를 정말 좋아했는데...!]




[죽고 싶어, 죽고 싶다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한 카라마츠를 차마 보지 못하고 쵸로마츠는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렸다.





[....넌 항상 그러는군. 언제나 내게서 눈을 돌리지. 괴로워 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너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목소리가 바뀌었다는 걸 깨닫고 눈을 떴다. 그러자, 눈 앞에 카라마츠가 있었다.



히, 하고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 쳤다.

카라마츠의 뒤에서 철썩, 하고 파도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쵸로마츠. 이제 다 늦었어. 지금 와서 후회할 거였다면, 평생 깨닫지 않길 원했어]





카라마츠는 무서울 정도로 이쁜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아무런 주저도 없이 절벽 끝으로 다가갔다.

쵸로마츠는 손을 뻗으려고 했지만 다리가 움츠러들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기다리라고 말하려 해도 목소리가 나오질 않는다.

카라마츠는 쵸로마츠를 쓸쓸한 듯 쳐다보더니, 땅을 박차고 바다로 몸을 던졌다.




[-----------!!!!!]




쵸로마츠는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꿈에서 깨어났다.

거기에는 낯익은 거실 천장이 있었다.

하아하아, 호흡이 거칠고 숨쉬기가 힘들었다.





[카라마츠....우으, 카라마츠으...!!]





아무리 이름을 불러도 대답은 없다.

그날 이후로 쵸로마츠의 꿈에 더이상 카라마츠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것이 쵸로마츠를 더욱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카라마츠....내가 갈 때까지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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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최근에 쵸로마츠형 이상하지 않아?]




토도마츠는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던 손을 내려놓고, 이치마츠에게 묻는다.





[음, ....아아 그렇네. 그치만 톳티도 눈 밑 검다고]



[.....이치마츠형도]





쵸로마츠는 혼자 방안에 틀어박혀 뭔가를 중얼중얼 거리고 있었다.

이치마츠, 토도마츠도 괜찮아 보이지만 서서히 정신적으로 무리가 오고 있었다.




[....나, 최근 계속 쿠ㅅ, 카라마츠의 꿈 꾸고 있어]




이치마츠가 창 밖을 보면서 중얼거린다.

토도마츠는 그것을 듣고 놀란 듯 움찔 거렸다.




[에, 이치마츠형도...?]



[그렇다는 건, 톳티도...?]




두사람은 동시에 끄덕였다.




[....그런가. 그러고보니 전에 쵸로마츠형도 카라마츠 꿈 꾼다고 했었지]



[.....응....어라, 쥬시마츠형 오늘 아침부터 안 보이네]




토도마츠는 억지로 말을 끊으며 쥬시마츠를 찾아 두리번 거렸다.

큰 소리로 이름을 불렀지만 대답은 없다.





[야구하러 간 거 아냐?]




이치마츠가 그렇게 말했지만, 토도마츠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설마. 쥬시마츠형, 카라마츠형이 없어진 이후로 야구 안 하게 됐어]





그렇게 말하며 토도마츠는 즐거운 듯이 방망이를 휘두르는 쥬시마츠를 떠올렸다.

어쩌면 이미 그 때의 쥬시마츠는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 시각, 쥬시마츠는 데카판 박사에게 가 있었다.




[.....호에. 무슨, 볼일이다스? 쥬시마츠군]




데카판은 약간 눈살을 찌푸리며 쥬시마츠를 봤다.





[으음, 데카판 박사한테 물어볼 게 있어!]





쥬시마츠는 그렇게 말하며 주머니에서 주사기를 꺼낸다.





[여기, 잘 보면, 데카판의 표시가 있어! 그러니까...박사, 알고 있지?? 카라마츠형이 망가진 이유]




데카판은 그것을 손에 들며, 씁쓸한 표정을 짓고 어깨를 축 늘어뜨린다.




[....이런 곳에서 설명하기는 그렇다스, 안으로 들어오라다스]




데카판은 쥬시마츠를 데리고 연구실 안으로 들어갔다.

쥬시마츠는 안내된 방의 의자에 걸터앉았다.





[...호에, 이건 내가 카라마츠군에게 준 거다스. 카라마츠군의 트라우마를 지우기 위한 방법이었다스]





쥬시마츠의 평소와 달리 입을 꾹 다문 채로 있었다.




[카라마츠형의, 트라우마....]



[그렇다스, 물, 불, 시선.....전부 너희 형제들과 치비타군이 준 거다스]





쥬시마츠는 헉, 하고 숨을 삼킨다.

그날의 일이 머리 속을 어지럽혔다.

그날, 자신이 치비타의 두번째 전화를 받았었다.




[카라마츠형이 바다에서 관장당해서 죽어..........]




쥬시마츠는 데카판에게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만약, 내가 좀 더 제대로 전화를 받았다면 상황은 달라졌을까.



화형에 처해 있는 형을 보고, 솔직히 시끄럽다고 생각했다.

오소마츠형이 방망이를 잡은 순간, 그릇을 손에 쥐고 주저하지 않고 힘껏 내던졌다.

카라마츠형과 평소에 캐치볼을 하는 것처럼.


나는 바보니까 바로, "이런 건 던지면 안 된다, 쥬시마츠"라며 웃어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힘없이 고개를 늘어뜨리고 얼굴이 피로 물든 형이 거기에 있었다.

무서워서 그날은 이불 속에서 덜덜 떨었던 기억이 난다.





[ㄴ, 나....가벼운 마음으로...]



[가벼운 마음? 조금이라도 잘못했다고 생각했다면, 카라마츠군에게 사과했어야 하는 거 아니다스?

 온몸이 다치고 불편한 카라마츠군을 도와줬어야 하지 않다스?]





그렇게 묻는 데카판에, 그 누구도 카라마츠에게 사과하지 않은 것, 누구도 도와주지 않은 것을 깨달았다.





[우.....우, 우리는.....]





데카판은 그의 모습에서 모든것을 헤아렸다. 그리고 주먹을 꽉 쥐었다.

카라마츠는 도대체 어떤 심정으로 여기 왔던 걸까.

몹시 엉망진창인 심신으로 상처를 입었으면서도 꿋꿋하게 행동하는 그의 모습은 생각만해도 가슴이 아팠다.





[....형, 계속 힘들었던 것 같아. 하지만, 우리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형, 우리들을 보고 떨었으니까, 그래서 무서웠어....게다가 형, 이 주사 맞는게 들켜서,

 마약이냐는 말 듣고 얻어 맞고는, 아빠한테 의절됐어..그 때, 형, 엄청 엄청 울었어....]




쥬시마츠는 옷자락을 부여잡고 눈물을 참았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있던 데카판은 그의 마지막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마약, 다스...?]





확실히 보기에 따라서는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만약 그것을 계기로 카라마츠의 마음이 으스러진 거라면, 자신에게도 잘못이 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식은땀이 흘렀다.





[....미안하다스. 쥬시마츠군, 오늘은 이만 돌아가줬으면 한다스.

 나는....돌이킬 수 없는 짓을 해버렸는지도 모른다스]





데카판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고 쥬시마츠는 당황했다.





[괘, 괜찮아, 형 어딘가에서 살고 있어! 지금은 친구 집에서....]



[...무슨 말이다스? 카라마츠군은 죽---]



[다요~~~~ㅇ!! 그 이상 말하면 안 된다용~~~!!]





데카판의 말을 가로막으며 다용이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이미 쥬시마츠의 귀에 그의 말이 파고들었다.

쥬시마츠는 눈을 크게 뜬 채로 데카판에게 다급하게 물었다.





[박사, 그게 무슨...말이야? 형, 카라마츠형, 주, 죽었어....?!]





쥬시마츠는 데카판에게 달려들어 그의 어깨를 흔들었다.

데카판은 눈을 감은 채 씁쓸한 표정을 짓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그럴 수가.....]





쥬시마츠는 한걸음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실례했습니다!!라고 크게 소리치곤 연구실을 뛰쳐나갔다.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눈에서 굵은 눈물이 뚝뚝 흘렀다.

받아들일 수 없는 기분이 가슴 속에서 소용돌이 친다.



모두와 다르다고, 이상하다고 괴롭힘 당했던 나를 구해줬던, 형.

같이 야구를 해줬던, 형. 무슨 짓을 해도 웃으며 용서해줬던, 형.

함께 노래를 불렀던, 형. 모두의 고리에서 벗어나 괴로워하던, 형.

아빠에게 의절당해서 울고 있었던, 형.





[아, 아파아......!!]





쥬시마츠는 강변에 도착하자 주변의 시선따윈 신경 쓰지도 않고 엉엉 울었다.


쥬시마츠는 좀처럼 울지 않았다.

괴롭힘 당했을 때는 매일매일 울면서 돌아왔지만, 카라마츠가 왕따의 주범을 반 죽임 시킨 뒤로는 울지 않았다.

슬플 때면 항상 카라마츠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난 너의 미소를 좋아하니까, 웃어 주겠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카라마츠는 없다.

심지어 있었을 때엔 자신이 그를 외면했다.




삐걱, 뭔가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날, 쥬시마츠는 꿈을 꾸었다.



카라마츠가 아빠에게 의절 당한 그때의 상황이었다.





[왜, 왜 나만,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이제 지쳤어...! 나는 모두를 정말로 사랑했는데!! 어째서....!!]



[이제 내가 있을 곳은 없어졌어.....이제 죽는 수밖에 없어....!]





비통한 그의 고함소리에 쥬시마츠는 눈을 감아버렸다.


그러자,





[....넌 항상 그렇구나. 자신이 감당하지 못할 일은 모두 눈 감아버리지.

 이제 와서 나의 고통을 알게 된 건가...? 하지만 이미 늦었어....]





눈을 뜨자 눈 앞에 카라마츠가 있었다.

어느새 카라마츠 뒤에는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한걸음만 내딛으면 절벽 아래로 떨어질 것만 같은 위치에 카라마츠는 서있었다.




위험해, 형...하고 쥬시마츠가 손을 내밀면, 카라마츠는 눈을 감고 주저 없이 바다로 뛰어든다.







[혀어-------엉------!!!!!]







쥬시마츠는 절규와 함께 눈을 떴다.

눈 앞엔 바다가 아닌 천장이 펼쳐져 있다.

만취한 채로 쓰러져 자고 있는 오소마츠와 죽은 듯이 자고있는 쵸로마츠를 제외한 두 형제가 눈을 떴다.





[으응, 뭐야? 쥬시마츠형. 이런 한밤중에]





이치마츠, 토도마츠가 눈을 비비며 일어났고, 그런 그들을 보며, 꿈이었습니다!! 라고 말한다.





[.....화장실 갔다올게머스루!!]





쥬시마츠는 그렇게 말하곤 복도로 나와 문을 닫았다.

그리고는 그대로 주저 앉았다.





[카라마츠형, 카라마츠혀엉.....형......]





아무리 이름을 불러도 카라마츠는 오지 않는다.

밝은 미치광이는 그날을 경계로 그냥 미치광이가 되어 버렸다.









[태어났을 때부터 쭉 카라마츠형과 함께였어. 그런데, 왜 없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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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이 점점 망가지네요....

네....이 소설에 희망 따위 없었습니다








오타 없었으면..............'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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