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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その蜜は、私を溶かしてしまう1 | 極道松 - そぞろの小説シリーズ - pixiv

~チョロ松side~ 小学校の入学式には、親は来なかった。 親の方は間違いなく来たかっただろう。微かに残る記憶の中で、両親は私たち三人を等しく溺愛していた。同じ顔の女の子が三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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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꿀의 달콤함에 녹아버리1

 

 

 

 

~쵸로마츠Side~

 

 

초등학교 입학식, 부모님은 오지 않았다.

 

오기 싫으셨던 건 아니었다. 희미한 기억 속의 부모님은, 우릴 무척이나 아끼셨다.

쌍둥이 세 자매, 똑같은 옷을 입고 파파, 마마, 하며 어리광을 부리는데 어찌 귀여워하지 않겠는가.

 

셋이서 하나처럼 살아온 우리는, 그 당시 기호도 성격도 아주 몇몇 차이점을 제외하고는 대개 기호도 성격도 비슷했다. 이치마츠는 어릴 적부터 고양이를 좋아했고, 토도마츠는 막내다운 애교와 사랑스러움이 몸에 배어있었다. 그런 여동생들을 보며 나는, 처음 발을 딛게 된 학교라는 정글에서 여동생들을 지켜야겠다 다짐했다.

아마 이때부터 언니로서의 자각을 갖게 된 것 같다. 부모님께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이처럼 칭찬받는 것이 기뻤다.

 

하지만 부모님은 입학식 때 오지 않았다. 지금은 안 온 것이 아니라 못 온 거라는 걸 알지만, 그것이 모든 일의 발단이었기에 나는 아직도 그 일만은 선명하게 기억한다. 끝을 알리듯 태양이 붉게 타올랐던 그 날을.

아침부터 기모노를 차려입고 화장을 하며, [입학식이 끝나면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라고 하시던 어머니, 혹시라도 딸들의 모습을 제대로 담지 못할까, 카메라를 이리저리 살피시던 아버지. 그 날의 광경은 아직도 가끔 꿈에 나타나곤 한다.

온화하고 편안한 분위기. 이렇게 함께 있는 것이 당연하다 여기던 나약하고 어리석었던 나. 무조건적인 사랑과 보호 아래, 평화롭기만 했던 그 날의 기억.

 

입학식이 있던 그날, 우리는 먼저 출발했다. 집에서 학교까지 가까웠기에, 느긋하게 준비하던 부모님은 결국 우리에게 먼저 가있으라고 하셨다. 하지만 식이 시작하고, 끝이 났음에도 부모님은 오지 않으셨다.

 

어쩔 수 없이 동생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자, 낯선 새빨간 불빛이 집앞에서 반짝였고,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아아, 이 불쌍한 아이들을 어쩌면 좋아] 라는 말만이 선명하게 맴돌았다.

영문도 모른 채 큰 차에 실려 끌려온 곳은 병원이었다. 몸이 떨릴 정도로 싸늘한 공간에, 새하얀 천을 덮고 누운 두 사람. 천을 들춰보지 않아도 부모님임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그대로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부모님이 살해당했다는 사실은 너무도 큰 충격이어서, 이후 경찰들이 상황을 설명해줬지만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채 아동 보호 시설에 맡겨졌다.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나는, 혼이 나가버린 동생들 옆에 있어주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런 불안정한 상태로 학교에 다니게 되었고, 마음의 문을 닫은 우리는 자연스레 친구들과 거리를 두게 되었다. 부모님이 안 계신 [외로움]을 친구로도 달랠 수 없게 된 우리는, 주변에 울타리를 친 채 셋이서만 함께 하게 되었다.

 

만약 그대로 지금까지 계속 살았다면 외로움에 죽어버렸는지도 모른다.

주변 사람들은 우리를 구하려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아직 상처가 다 아물지 않은 우리에게 그것은 오히려 독이었고, 사람들은 점점 우리에게 지쳐 멀어져 갔다.

 

원래대로 돌아가고 싶어서 아무리 발버둥 쳐도, 늪에 빠진 것처럼 헤어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똑같이 늪에 빠져있으면서도 바보같이 손을 내밀어 준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랑 같이 놀래?]

 

그는 웃으며 내 손을 끌어당겼다.

이치마츠도 토도마츠도, 나처럼 누군가에 의해 늪에서 빠져나왔다.

그들은 우리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여섯이 되었다. 어둡던 세상이 점점 원래의 색으로 되돌아왔다.

 

[우리도 입학식 때 부모님이 안 오셨어]

내 옆에서 그가 말했다.

[우린 아빠밖에 없지만. 잠깐은 우릴 보러 와줘도 될 텐데...그치?]

농담처럼 가볍게 말했지만, 웃고 있는 그의 눈가에는 눈물이 살짝 맺혀있었다.

 

(나는 그때 뭐라고 했더라)

 

지금도 가끔 그때의 일을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때 뭐라고 답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대답을 들은 그의 표정도 마치 안개가 낀 것처럼 뿌옇게 흐려서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그 이후로 한결 홀가분한 표정으로 지냈다는 것만은 기억이 난다.

기억은 안 나지만, 그때의 나는 뭔가 그에게 위로가 될 만한 말을 했나 보다.

 

 

 

세월이 흘러 중학교에 입학을 하게 됐지만 우린 여전히 함께였다. 초등학교 때부터 이어진 '여섯 쌍둥이' 취급은 중학교에서 가서도 여전했다. 그래서 좋았고, 오히려 기뻤다. 그와 동시에 스스로의 감정은 남몰래 숨기게 되었다.

 

그렇게 고등학생이 되었다.

 

[쵸로마츠. 좋아해]

 

그가 늘 입던 빨간색 옷이 눈앞에 가득 차고, 따스한 온기가 느껴졌다.

어딘지 편안해지는 기분에 얌전히 몸을 맡겼다.

행복했다. 어릴 적부터 혼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던 나를 따스한 빛으로 데려와준 그와 함께 하고 싶었다.

 

여섯 명 중에 둘.

다른 의미로, 삼분의 일.

 

그와 함께라면 나는 어디든 갈 것이다. 그곳이 설령 심해처럼 깊고 어두울지라도.

당신과 함께 하고 싶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부부로서 함께 하고 있다.

그가 죽을 뻔 했을 때는 넋을 잃고 울었는데, 어쩐지 지금은 묘하게 안심이 된다.

그의 목숨을 노리는 자가 아직 어딘가에 있을 테지만, 나는 그가 죽지 않을 거라 믿는다.

 

그러고 보니, 그와 결혼한 이후, 세탁물 속에 급하게 얼룩을 뺀 듯한 흰 옷이 섞여 있었다.

그런 옷은 이곳 누구도 입지 않는다. 깊게 생각하지 말라고 스스로를 타일렀다.

나는 그가 무슨 생각이든 순순히 따를 것이다. 나는 알고 있다. 이 옷을 입은 누군가가 우리 여섯 명의 세상을 지키고 있다는 것을.

평화로운 마츠노가를.

그 누구도 망가뜨릴 수 없다.

 

그래.

 

아무도 망가뜨릴 수 없다.

만약 무너진다면, 나는.........

 

 

 

 

 

 

* * *

 

 

 

 

 

 

 

[-나도 모르겠당~!!]

큰소리와 함께 공중에 흩날리는 A4용지.

그 앞에 있던 다른 이들이 바닥에 흩어진 종이를 주워 읽어보려 하지만, 의미불명의 기호들로 가득해 의아한 표정만 짓는다.

[- 정말! 오소마츠형에 관한 정보만 이렇게 암호화되어 있다구!! 대체 뭐야!! 이건 아인슈타인이 와도 못 풀 거라고!!]

예쁘게 묶여있던 머리를 이리저리 헝클이며 울부짖는 토도마츠. 그 옆에서 쥬시마츠가 등을 어루만져주고 있다. 생각에 잠긴 듯, 손가락으로 턱을 어루만지던 카라마츠가 입을 열었다.

[조직이 해체되어도, '미나즈키회'의 일급정보는 누군가 보호하고 있단 건가. 이거 정말 에이트 셧 아우...]

[으아아악, 아프다!!!]

[걱정마 토도마츠! 내가 막았어!]

[....]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세 사람 옆에서, 오소마츠, 쵸로마츠, 이치마츠는 계속해서 글씨를 들여다보고 있다.

[토도마츠. 이거, '미나즈키회'의 전 간부 컴퓨터에서 빼내온 정보지?]

오소마츠의 말에 토도마츠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 역시 간부니까 조직에 지시를 내린 인간의 정보를 갖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자세한 건 알아내지도 못하고 카라마츠 오빠랑 쥬시마츠가 애써서 가져온 그것마저 풀어내질 못하다니..끝이야...]

미안. 고개를 푹 숙인 채 울먹이며 사과하는 토도마츠를 쥬시마츠가 꼭 끌어안는다.

[얼른 암호를 풀었으면 좋겠지만, 그걸 못 풀었다고 해서 토도마츠가 사과할 필요는 없어! 그렇게 간단하게 풀릴 일이 아니란 건 모두 알고 있으니까!]

[쥬시마츠으으~~!!!]

자기들만의 핑크빛 세상에 빠져버린 두 사람을 보며, 다들 살짝 거리를 둔다. 자신들마저 저렇게 되어 버렸다간 일이 진전되지 않을 게 분명했다.

속으로는 다들 사랑하는 사람과 단둘이 알콩달콩 보내고 싶은 마음이 가득이었다.

[이걸로 다시 원위치네. 가솔린 녀석 잡기 너무 힘들잖아~!]

오소마츠가 양손으로 머리를 헝클이며 천장을 바라본다.

미나즈키회. 그 중에서도 가장 깊은 곳에 숨어있는 녀석이야말로 오소마츠에게 기름을 뿌려 죽이려한 패커리일 가능성이 높았기에 마츠노 조직을 이를 최우선으로 조사하고 있다.

이미 끝난 일을 들추어내고 쫓는 건, 그리 좋은 일은 아니다. 하지만 6명 각자의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선 이 사건을 끝맺을 필요가 있었다.

 

[...쵸로마츠 언니. 무슨 일 있어?]

이치마츠의 걱정스러운 목소리에 다른 넷도 쵸로마츠를 쳐다본다.

쵸로마츠는 다다미 위에 놓인 암호문 중 한 장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동자는 미세하게 흔들렸고, 호흡도 살짝 흐트러졌다.

[일정한...간격으로....종류....더욱...]

쵸로마츠는 입을 달싹이며 뭐라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떨림에 가까운 중얼거림에 바로 옆에 있는 오소마츠조차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쵸로마츠? 괜찮아!?]

오소마츠가 쵸로마츠의 어깨를 흔들자, 쵸로마츠는 퍼뜩 정신을 차리곤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오소마츠를 바라보았다.

[...저기...미안]

[왜 그래?]

[뭔가, 안 좋은 느낌이 들어....이거, 해석하면 안 될 것 같아....뭔가....안 좋아...]

이치마츠가 쵸로마츠를 꼭 끌어안는다.

[? 이걸 풀면 가솔린 녀석에 대한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러면 오히려 좋은 일이잖아. 풀 방법은 없지만...]

이치마츠의 말에 쵸로마츠는 시선을 떨군다.

[하지만 안돼....모두가 위험해져]

쵸로마츠는 그렇게 말하고는 이내 뭔가 실수했다는 듯 고개를 들어 모두를 바라봤다.

자신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다섯 사람을 차례로 쳐다보며 크게 숨을 들이마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 기분이 든다는 거야...풀 수 없으니까 상관없겠지만..]

그렇게 말하고는 저녁을 준비해야겠다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쵸로짱, 뭔가 이상하지 않아?]

오소마츠가 방을 나가는 쵸로마츠를 가만히 바라보다 입을 뗐다.

[그러게...평소보다 냉정함이 부족한 것 같군. 형님, 오늘은 같이 있어주는 게 좋을 것 같다]

카라마츠의 말에 오소마츠는 히죽 웃는다.

[당연하지. ~, 오랜만에 술이라도 같이 마시자고 할까~]

[그런 의미가 아니다만....됐다. 그게 오소마츠 나름의 애정표현일테지]

[그래그래. 나는 카라마츠처럼 사랑의 속삭임같은 건 할 줄 모르니까 이렇게 스트레이트로 나가야지]

[야구!? 오소마츠형 야구하는 검까!?]

[야구가 아냐, 쥬시마츠]

오소마츠는 피식 웃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희들 요즘 많이 바빴지? 미안, 다시 뭔가 실마리가 잡힐 때까지 좀 쉬어둬. 각자의 애정사정은 알아서 하는 걸로]

 

 

 

 

 

다 함께 저녁을 먹고, 다 함께 목욕한 뒤인 늦은 저녁.

오늘은 이치마츠와 토도마츠가 도와준 덕에 집안일이 일찍 끝났다. 그 말인 즉, 우리 모두 각자의 배우자와 함께 할 시간이 조금 더 늘었다는 의미였다. 쵸로마츠는 평소 집안일을 모두 도맡아 했던 탓에 오소마츠와 함께 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여동생들도 외근이 잦은 배우자들 때문에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어째서인지 오늘은 한 시가 아까울 법도 한데 도리어 자신을 도와주는 여동생들의 태도에 쵸로마츠는 의문을 느꼈다.

[너희들 갑자기 왜 그래? 빨리 돌아가서 남편이랑 같이 시간 보내야지. 왜 이러고 있어? 좀 의심스러운데...]

[무슨 소리야. 가끔은 도와주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뿐인데 의심스럽다니 너무하네~]

[쵸로마츠 언니도 가끔은 오소마츠형이랑 같이 자. 최근에 같이 지내지도 못했잖아?]

토도마츠와 이치마츠의 꾸중에 쵸로마츠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럼 두 사람은 어떤데? 뭐 진전이라도 있어?]

[나는 쥬시마츠랑 육체적 사랑만 갈구하는 사이가 아니거든-. 한 적이야 있지만, 그냥 같이 노닥거리는 게 더 즐거운 걸]

[카라마츠는 밤만 되면 불끈불끈해져. 마치 야수같아. 엄청 멋있어서 거의 매일밤 함께 하고 있어]

[뭐야 그게, 매일 밤!? 말도 안 돼!]

쵸로마츠는 심장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어느새 동생들이 이렇게 어른이 된 걸까. 물론 동갑이니 당연한 거겠지만 그래도 어쩐지 배신당한 기분이다.

충격을 받아 어깨를 덜덜 떠는 쵸로마츠에게, 어디서 가져왔는지 토도마츠가 술 한 병을 건넸다.

[뭐야 갑자기!?]

[오소마츠형 지금 침실에서 혼자 마시고 있는 것 같던데, 가끔은 어울려주는 게 어때?]

토도마츠와 이치마츠가 웃는다. 쵸로마츠는, 그 웃음이 어딘가 섬뜩하게만 느껴진다.

쵸로마츠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쵸로마츠가 술을 들고 방으로 가자, 토도마츠 말대로 오소마츠가 혼자 반주를 즐기고 있었다. 쵸로마츠를 발견한 오소마츠가 술잔을 기울이며 헤실거린다.

[쵸로마츠, 빨리 왔네.]

[. 토도마츠랑 이치마츠가 도와줘서.]

[그래? 녀석들 간섭하지 말랬더니만...]

[? 뭐가?]

[아무것도 아니야. 그보다, 술 한 잔 부탁해도 될까? 오늘은 좀 더 마시고 싶거든.]

오소마츠가 빈 잔을 들어보이며 쵸로마츠에게 손짓했다. 쵸로마츠는 오소마츠의 맞은편에 앉아 가지고 온 술을 빈 잔에 따랐다.

[쵸로마츠...요즘 무슨 일 있어?]

그냥 으레 하는 안부인사인 양 물었지만, 어딘가 진지함이 묻어있었다. 쵸로마츠는 긴장감을 감추려는 듯 자세를 고쳐 앉는다.

[아무 일도 없어. 저번에도 같은 거 물어봤었지? 숨기는 거 없냐고.]

[그랬지. 하지만, 조금 신경이 쓰여서 말이야. 쵸로마츠의 변화는 그 누구보다 내가 먼저 알아차리기 쉬우니까.]

벌컥, 술을 단숨에 들이켜는 오소마츠. 쵸로마츠는 무릎 위에 얹는 손을 꽉 쥐고는 입을 열었다.

[...오소마츠. 가끔은 나한테도 한 잔 따라주지 않을래?]

갑자기 진지한 목소리로 쭈뼛쭈뼛 말하는 쵸로마츠에, 오소마츠는 살짝 놀란 눈치다. 말을 꺼내기도 전에 쵸로마츠 쪽에서 먼저 한 잔 달라고 요청해 오다니, 상당히 드문 일이다.

[..., 그래. 마셔마셔. 그래도 너무 마시지는 말라고, 너랑 제대로 얘기하고 싶으니까.]

여분의 잔을 쵸로마츠에게 건넨 오소마츠가 술을 따랐다. 투명한 술이 쪼로록, 작고 맑은 소리를 내며 잔을 채운다.

쵸로마츠는 멍하니 잔을 바라보다 결심한 듯 기운 좋게 단숨에 들이켰다. 꿀꺽, 하는 소리가 작게 울린다.

[...쵸로마츠. 뭐 하나 물어봐도 돼?]

[...뭔데?]

[너의 제일 행복한 순간이 언제야?]

쵸로마츠는 빨리도 술이 도는지 볼이 발갛게 달아올라 있다. 오소마츠의 의외의 질문에 당황해 휘둥그레진 눈이 오늘따라 더 맑고 커보인다.

[당연히 오소마츠가 옆에 있어주고, 다른 녀석들이랑 함께 실없는 농담도 하고 그냥 그렇게 즐겁게 지내는 거지.]

그렇게 말하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쵸로마츠의 무방비한 모습에 오소마츠는 몸이 화악 달아올랐다.

쵸로마츠가 뭐라고 말할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결혼 전에도 같은 질문에 똑같은 답을 했다. 그렇게 말하고는 쑥스러운 듯 웃는 것이다. 좀처럼 보이지 않는 그 미소에 오소마츠는 굉장히 약했다. 그리고 그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구나~. 나도 네가 그렇게 말해줘서 안심이야.]

오소마츠가 자리에서 일어나 쵸로마츠 옆에 앉았다. 손끝으로 쵸로마츠의 목을 쓰다듬다 살짝 끌어당겨 이마, 볼 순으로 가볍게 입을 맞췄다.

[...오늘은, 저항 안 해?]

숨소리마저 들릴 듯한 가까운 거리에서 작게 속삭이자, 쵸로마츠는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 만져도 괜찮아.]

쵸로마츠의 말에 오소마츠가 귓불을 살짝 깨물고는 달콤한 저음으로 귓가에 속삭였다.

[봐주지, 않을 건데?]

깜짝 놀란 쵸로마츠를 가볍게 안아들고는 포근한 이불에 내려놓는다. 두 사람은 깨끗한 이불 위에서 입을 맞춘다. 처음에는 천천히, 부드럽게 서로를 알아가듯 입을 맞추던 둘은 점점 달아오르는 몸과 함께 혀를 뒤섞는다. 잠시 후, 오소마츠가 살짝 눈을 뜨자, 흥분감에 눈가가 붉어진 쵸로마츠의 눈이 보였다.

아아, 참을 수가 없다.

마치 부추기는 듯한 이 눈빛은 뭘까. 평소와 달리 저항하지도 않는 건 무엇 때문일까.

입술이 떨어지자 은빛 실이 길게 늘어져 떨어진다. 아직 흥분에서 벗어나지 못한 쵸로마츠의 옷을 천천히 벗기자, 비단처럼 매끈한 살갚에 드문드문 붉은 꽃이 피어 있다. 술을 마시면 피어나는 자국이었다. 다섯 개의 붉은 점이 하나로 모여 마치 꽃처럼 보였다. 그 중 하나에 입을 맞추자, 예민해진 몸이 들썩였다.

 

모르겠다. 도저히 모르겠다. 그가 도대체 무얼 숨기고 있는지, 모르겠다.

제발 가르쳐줘, 쵸로마츠.

 

몇 번이고 맛보고 싶은 달콤함에 오소마츠는 사로잡혔다. 이렇게 마음을 붙잡고 놓지 않는 여자의 마음을 자기 것으로 채워버리고 싶었다. 완고한 그 마음속을 전부 지배하고 싶다. 이 손으로.

 

[오소마츠..., ...괜찮아, 아무 일도, 없어, 믿어...]

 

듣고 싶지 않아 쵸로마츠의 입을 막아버린다.

시끄러워, 거짓말쟁이.

그런 심술궂은 말을 속으로 삼키는 오소마츠.

지금이 만족스럽다면 왜 가끔 공허한 눈을 하는 거야?

왜 나를 믿지 못하는 거야?

아아, 속상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랑한다.

 

부수고 싶지 않음에도, 억지로 그 마음속을 파헤쳐버리고 싶은 욕망이 점점 커져, 괴로웠다.

매번 말을 돌리는 아내에게 알면서도 속아주는 자신이 한심하게만 느껴졌다.

 

그렇게 공허한 밤이 깊어간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랜만이에요 :D

공지도 안하고 업로드도 안해서 죄송합니다

조금 바빴어요

 

아무래도 일을 하면서 번역하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네요

아마 앞으로는 계속 이렇게 비정기적으로 업로드가 될 거예요

다들 업로드 기다리지 마시구

그냥 가끔 생각날때 들어오셔서 감상해주세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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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愛し、愛せよ、乙女たち2 | 極道松 - そぞろの小説シリーズ - pixiv

*°設定*° ~松野組~ 少数でありながらいま日本で最も勢いのあるやくざ組織。世間からは平和主義的とみなされ、少しだけ受け入れられているものの、やっていることはほかの組織とあまり変わらない。和建築の豪邸が本部であり、松野三兄弟とその妻が暮らす。 【松野 おそ松】 松野家長男にし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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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

2019/04/21 - [마츠소설/얕보지 마라, 마츠노의 이름을] - [오소마츠상][TS,오쵸/카이/쥬토]사랑하고, 사랑하라 소녀들이여! 1

 

[오소마츠상][TS,오쵸/카이/쥬토]사랑하고, 사랑하라 소녀들이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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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고 사랑하라, 소녀들이여 2

 

 

 

 

 

 

[아하하하하핫!!! 아직도 움직이는 거야!? 굉장하네~!! 계속 놀자-!!]

우지끈, 콰직, 쿠당

노란빛의 인영(*사람의 그림자 혹은 자취)이 끊임없이 덤벼드는 적을 쓰러뜨린다. 고통과 공포에 찬 비명이 폐건물의 차디 찬 벽에 부딪쳐 메아리침에도 밖은 고요하기만 하다. 적들 중 그 누구도 그가 휘두르는 방망이를 미처 피하지 못한 채, 콘크리트 바닥에 그대로 쓰러진다. 바닥이 점점 붉게 물들어감에도, 그렇게 만든 장본인은 뭐가 그리 좋은지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미친, -...]

누군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적들은 공포에 질려 도망가려 했지만, 출구에는 푸른색 기모노 차림의 남자가 문에 기대어 서있었다.

[유감이지만, 단 한명도 살려 보낼 수 없다]

그렇게 말하며 일본도를 뽑아든다. 반짝이는 칼날이 춤을 추듯 흩날리자, 비명과 함께 더욱이 바닥을 새빨갛게 물들인다.

잔챙이들을 전부 처리하자, 지도자 격인 녀석이 겁에 질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 살려줘...!]

[조직에 반기를 든 시점에서 너희들의 운명은 정해졌다. 하지만, 하나만 물어보지....대답에 따라, 살려줄 수도 있다]

[, 뭐를...]

[너희들한테 하극상을 지시한 녀석.....누구지?]

[, 그런 거 없....히익!]

날카로운 칼날이 남자의 목을 겨눈다. 그 차가움과 날카로움에 남자는 숨을 헉, 하고 삼켰다.

[있잖아-?]

낮으면서 무척이나 차가운 목소리.

지금 말하지 않으면, 죽는다.

본능적으로 죽음을 예감한 남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 녀석은 우리 조직원이 아니라서 나도 자세히는 몰라! 늘 목소리를 변조해서 전화를 걸었어. 지금이 너희들을 치고 조직을 먹을 기회라면서....]

[녀석의 목적은 뭐지?]

[몰라....요구 같은 건 없었어]

[그래...알겠다. 약속대로 살려주지. 껴저라]

푸른 기모노의 남자는 꼴사납게 달려가는 녀석을 바라보다 뒤를 돌았다.

[쥬시마츠-! 이제 그만 돌아가자!]

[! , 잠깐만! 아직 5명 살아있어! 제대로 보내버려야-]

[-시마츠~?]

[....., 알겠어 카라마츠형]

철퍽.

쥬시마츠는 붙잡고 있던 손을 떼고, 시뻘건 피바다에서 벌떡 일어나 카라마츠 곁으로 달려갔다.

[정보는 건졌어!?]

[아니, 전과 똑같더군. 목소리를 변조한 누군가가 지시를 내렸다더군. 달리 요구는 없었던 듯하다]

두 사람은 며칠전에도 마찬가지로 미나즈키회의 잔당들을 처리하러 간 적이 있었지만, 그때도 이렇다 할 이득은 없었다. 지금으로 봐선 녀석들의 증언에 신뢰는 가지만, 문제는 흑막이 누구냐는 거였다. 카라마츠와 쥬시마츠는 요 며칠 동안 그걸 계속해서 조사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녀석은 마츠노 조직을 무너뜨리고 싶은 게 아닐까?]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업무상 원망을 살 일이 많다보니, 적을 추려내기가 힘들군]

[그렇네! 엄청 죽였으니까 말이야!]

[그것만인 아니긴 하지만 말이야. ....그보다 빨리 돌아가자. 너 토도마츠랑 약속있었던 거 아닌가?]

[맞아! 아직 기다리고 있을까..? 아무리 토도마츠라도 이런 꼴인 나랑 과자 만들기 싫지 않을까...]

입꼬리를 살짝 늘어뜨린 채 풀이 죽은 동생에, 카라마츠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내일은 아무 일도 없을 거다. 토도마츠도 내일 휴무 아닌가? 같이 과자라도 만드는 게 어ᄄᅠᆫ가?]

[!!]

두 사람은 어둠 속에 홀로 서있는 검정차로 향했다. 가위바위보에 진 카라마츠가 운전대로 향하고, 기모노의 피가 시트에 묻지 않도록 두꺼운 수건을 깔고 앉아 집으로 돌아간다.

 

 

 

 

 

마츠노 조직은 오소마츠가 보스의 자리에 앉은 이래로 평화적인 조직으로 세간에 알려졌다. 자신의 조직원들만 건들지 않는다면, 다른 조직 간의 싸움에는 관심도 없고 귀찮다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뒷세계에 일에 꽤 소극적 태도를 보였지만, 그것이 반대로 일반인들의 지지를 얻는 계기가 된 것이다.

하지만, 조직원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했고, 조폭이 돈을 버는 길은 더럽고 추악한 뒷세계의 일뿐이었다. 그렇기에 아무리 평화적 조직이라며 세간의 지지를 받는다 한들, 필연적으로 남들의 원망을 사는 일도 있을 수밖에 없었다.

[-, 그래. 제대로 뜯어내라고. , 그래도 되긴 하지만, 그랬다간 네가 곤란해질 수도 있다고? 이것도 일이라는 걸 알잖아? - 그럼]

달칵, 가볍게 수화기를 내려놓은 오소마츠는 작게 한숨을 내쉰다. 오소마츠의 곤란해 보이는 모습에, 옆에서 차를 마시고 있던 쵸로마츠가 걱정스레 묻는다.

[신변 보호료(*폭력단이 음식점 등에서 신변을 보호해주는 대신 뜯어가는 돈) 못 뜯어내서 곤란한 녀석이라도 있는 거야?]

[아니, 조직을 나가려는 녀석이 있는데. , 알잖아? 나가는 대신 손가락을 잘라간다든가 뭐 그런....암튼 그거 대신 돈으로 값을 치르기로 했는데. 돈을 받으러 간 녀석이 마음이 약한 녀석이라서 말이야. 게다가 전부터 곧잘 챙겨주던 녀석이라던 모양이라 이렇게 될 줄은 알았지만 훈련삼아 보내봤더니만..이렇게 전화나 걸고 말이야-!]

하아~ 횽아 힘드러~, 라며 오소마츠는 탁자에 엎드려 훌쩍훌쩍 우는 척을 한다.

[최근 그만두겠단 녀석들이 많네. 왜지?]

그런 오소마츠를 거들떠 보지도 않은 채, 쵸로마츠는 전병을 뜯어 먹으며 말했다. 오소마츠는 이내 울음(우는 척)을 멈추고 고개를 든다.

[나는 가겠다는 녀석은 안 붙잡아. 애초에 싫다는 녀석 억지로 붙들고 있는 것도 싫고. 그치만 최근에 그런 녀석이 많은 건 사실이라, 조사를 좀 해봤는데 딱히 이렇다 할 결과는 없었어. 조만간 무슨 일이 터지지 않을까-]

[그런 불길한 소릴! 너 이 조직의 보스라고!?]

[그치만, 드디어 '가솔린 녀석'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 같은 걸]

가솔린이란 말에 쵸로마츠가 얼어붙는다.

[왜 갑자기 그 녀석이 나와?]

['가솔린 녀석'는 마츠노 조직을 빼앗거나 무너뜨리고 싶어 하는 녀석이야. 차기 조장에게 자객을 보내는 등, 직접 손을 쓰기까지 하는 녀석이니 상당한 원망을 가진 녀석일지도 몰라. 그런데도 지금까지 조금의 단서도 찾아내지 못했다는 건, 조직 어딘가에 숨어있거나, 다른 엄청난 방법이 있는 거겠지...]

오소마츠는 이쑤시개로 부드러운 화과자를 먹기 좋게 잘라 입으로 가져갔다. 쵸로마츠는 다시 차를 한 번 홀짝이곤 생각에 잠겼다.

[오소마츠 말이 아주 틀린 건 아니겠지만, 이미 죽었을지도 모르잖아?]

[그건 아직 몰라. 확실한 건 뒤에서 누군가 조종하고 있단 건데, 그래도 아직은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기다리는 수밖에-. ~ 너무 졸려~! 쵸로마츠, 무릎 좀 빌려줘!]

벌렁 드러누운 오소마츠가 쵸로마츠의 무릎을 베고 누웠다.

[....하지만 나, 다음에는 꼴사나운 모습 보이고 싶지 않아. 장남이니까]

그렇게 말한 오소마츠는 눈을 감았다.

[‘보스니까겠지...바보]

쵸로마츠는 자신의 무릎 위에서 편하게 잠든 오소마츠의 얼굴을 말없이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그리고 이내, 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진다.

 

 

 

 

 

카라마츠와 쥬시마츠는 밤이 깊어서야 돌아왔다. 코인 샤워룸에서 피에 젖은 몸을 대충 씻어내고, 챙겨갔던 옷으로 갈아입고 오느라 시간이 늦어졌다. 생각보다 늦어진 탓에, 둘은 사랑스런 아내에게 뭐라 사과해야 좋을지 고민하며 집에 들어갔지만, 필시 화가 났으리라 생각했던 아내들은, 더럽고 불쾌한 공간에서 돌아온 직후인 두 사람에겐 조금 자극이 강한 광경을 그려내고 있었다.

[이치마츠 언니, 같이 목욕하자]

[그래. 내가 등 밀어줄게, 톳티]

이치마츠와 토도마츠는 잔뜩 흐트러진 채로 찰싹 붙어 서로에게 기대고 있었다. 말을 주고받는 입이 서로 닿을 듯한 아슬아슬한 거리에서.

카라마츠와 쥬시마츠는 [다녀왔어]라고 말하며 문을 열었지만, 그 광경을 보자마자 혼란스러움에 문을 다시 닫았다.

[, 쥬시마츠....봤는가]

[....봤어, 카라마츠형]

[방금 그게 뭐지...이치마츠가 저렇게 웃는 건 처음 봤다]

[나도, 저렇게 에로한 토도마츠 처음이야...]

[....어쩌지?]

[...잠깐만. 코피 나올 걸 같아]

[!?참아라 쥬시마츠!! , 일단 다시 확인해보자. 착각인지도 모른다]

두 사람은 아내들이 무언가 새로운 문을 열어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심장이 가라앉질 않았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아니, 그보다 방금 그 광경에 다른 의미로 심장이....라며, 카라마츠는 혼란스러워했다. 하지만 이러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의지를 다진 카라마츠는 다시 문을 열었다.

그러자 그는 그대로 화들짝 놀라 뒤로 자빠질 뻔했다. 문 바로 앞에 이치마츠와 토도마츠가 서있었기 때문이다.

[어라? 어서와 쿠소마츠]

이치마츠가 한 발 내딛으며 카라마츠 바로 옆에 섰다. 어딘가 음험한 그녀의 미소에 카라마츠는 저도 모르게 []하고 작게 비명을 내지렀다.

[보고 싶었어, 쥬시마츠.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거니까 괜찮아. 화 안 났어]

달콤한 목소리와 달리, 토도마츠의 커다란 눈은 싸늘하게 식어 쥬시마츠를 바라본다. 토도마츠의 차가운 시선에 쥬시마츠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다.

[요즘 아침, 점심, 저녁 하루종일 얼굴도 못 보는 건 왜일까? 왜 그런지 알아? 쿠소마츠]

[쥬시마츠도, 약속을 못 지킬 것 같으면 연락이라도 하라구? 엄청 서둘러서 왔는데 소용없게 됐잖아?]

얼굴에 짙은 어둠을 드리운 이치마츠와 토도마츠가 섬뜩하게 웃는다. 카라마츠와 쥬시마츠는 그대로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머리를 조아리며 사죄하기 시작했다.

[어라? 카라마츠랑 쥬시마츠잖아? 돌아왔음 보고하라고~, 형아 왕따시키는 건 시러잉~]

오소마츠가 네 사람을 발견하고 말을 걸었다. 그러나 이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알아채고 히죽거리던 얼굴을 싹 바꾸곤 무릎을 꿇고 앉은 두 사람을 내려다보았다.

[...무슨 일이야, 이게?]

[남편들이 돌아오질 않으니까, 자매끼리 쓸쓸함을 채우려던 참이었는데]

[....너희들 그런 취향이었어?]

[외로움에 그런 쪽에 눈을 뜨게 된 거지...히힛]

무서움에 카라마츠는 몸을 떨었다.

[미안하다, 이치마츠..! 부탁이니 날 버리지 마라! 사랑한다!]

[, 토도마츠 미안해!? 이제부터 꼭 연락할테니까! 과자도 내일 꼭꼭 만들자! 좋아해!]

카라마츠는 이치마츠의 양 어깨를 부여잡으며, 쥬시마츠는 토도마츠의 양 볼을 잡으며 맹렬한 기세로 다가갔다.

그들의 기세에 깜짝 놀라 이치마츠와 토도마츠는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그러나 이내 얼굴을 화악 붉히고 아까와는 다른 한껏 풀어진 미소를 보인다.

[그럼 방으로 가자, 쥬시마츠. 마사지 해줄게!]

[용서해 주는 거야!? 고마워, 토도마츠! 토도마츠의 마사지 정말 좋아!]

[카라마츠도..돌아가자. 오늘은 좀 피곤하니까 마사지 해줘...끝나면 나도 해줄게]

[, 내가 이치마츠한테 마사지를 해주는 건가!? 그래도 되는 건가!]

소란스럽게 방으로 돌아가는 네 사람을 바라보며, 오소마츠는 쓸쓸히 남겨졌다.

 

방으로 돌아간 오소마츠는, 바닥에 깔린 이불에 들어앉았다. 쵸로마츠는 설거지와 빨래로 바빠서 아마 한동안은 방에 돌아오지 않을 거다.

벽 한 장을 사이에 둔 형제들의 방에서는 즐거운 소리가 들려왔다. 방금까진 엄청 싸늘했으면서, 순식간에 화기애애해지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아까 내가 본 건 뭐였지, 싶으면서도 녀석들의 관계는 언제까지고 변함없겠구나 싶어 어쩐지 부러워졌다.

쵸로마츠가 좋다.

하지만 쵸로마츠의 태도는 어딘가 공허했다, 적어도 그렇게 느껴졌다. 그 사실을 오소마츠는 다른 형제들에게 말하지 않았고, 그렇게 느껴지지 않도록 일부러 형제들 앞에서 더욱 붙어 다녔다. 그렇게 스스로의 부족함도 채우려 했다.

쵸로마츠는 상냥하다. 오소마츠에게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그녀는 여신과 같은 상냥함을 가졌으면서 어쩔 때는 반야처럼 무섭게 화를 내고 꾸짖으며, 언제나 오소마츠를 지탱해주는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아내이기에, 동생들보다 더 응석을 받아주고 싶고, 응석을 부리고 싶었다. 하지만 쵸로마츠와 그 사이에는 얇은 막이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몸에 닿기라도 하면 놀라서 몸을 움츠렸으며, 달콤한 말을 속삭여도 기쁜 얼굴 뒤에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어둠이 느껴졌다. 그래서 그는 차라리 응석을 받아주는 대신 자신이 응석을 부리기로 했다. 그녀를 의지하기로 했다. 쵸로마츠 앞에서만은 떼쟁이 장남으로 있기로 했다. 그렇게 하면 적어도 벽을 느끼지 않아도 되었다.

사랑하는 방법이 그것뿐인 걸까. 벽을 깨보려 했지만, 어느새 벽은 더욱 멀어져 있었다. 바로 옆에 있으면서도, 멀게만 느껴졌다. 무작정 다가가면 벽 너머의 쵸로마츠가 아지랑이처럼 사라져버릴 것만 같아, 그 한 발자국을 내딛지 못했다. 그것이 오소마츠는 너무도 답답했다.

쵸로마츠는, 우리 여섯명 중 가장 빨리 어른이 되었다. 정신적으로. 어른으로서 자각을 갖게 된 이후부터는, 우리 모두를 지탱해주었다. 그래도 가끔 덤벙거릴 때도 있고, 거짓말을 하면 금방 얼굴에 드러나고, 막내 여동생의 어리광을 잘 받아줬다. 그것을 틈타 오소마츠도 자주 남동생처럼 어리광을 부렸다. 남을 잘 돌봐주는 쵸로마츠는 어이가 없어하면서도 남동생 대하듯 꾸짖기도 하고 보듬어주기도 했다. 또 장남과 장녀라는 공통점도 있어 서로 통하는 부분도 많았다. 그 정도로 막역한 사이어서인지 서로 다툴 때면 욕도 서슴없이 할 정도였다.

[뭐가 녀석을 변하게 만든 걸까...]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언제부턴가 쵸로마츠는 오소마츠에게 함부로 굴지 않게 되었다. 물론 오소마츠 외에는 가차없었다. 그것이 쵸로마츠의 작은 변화를 주변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한 원인이기도 했다. 하지만 오소마츠만은 그 변화를 알아챘다. 그런 쵸로마츠의 마음에 한 발 내딛지 못하는 자신은 도대체 무엇이 두려운 걸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걸 두려워하는 걸까. 아니, 여기서 더 변해버리는 것이 두려운 거다. 미지근한 물 같은 이런 애매한 상태가 더 틀어져버리는 것이 두려웠다.

[정말 한심하네...]

오소마츠는 다시금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천장의 등에 매달린 끈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쵸로마츠가 돌아오면 밤새 끌어안고 잠을 자야겠다 마음을 먹은 그는 쵸로마츠의 이불 위에 누워 눈을 감았다.

 

 

 

 

띠로링.

어두운 방에 전자음이 울렸다.

딸각, 마우스 클릭 소리가 울리고, 여자가 의자에서 일어났다.

옷장을 열고, 입고 있던 녹색의 기모노를 벗고 하얀 소복을 몸에 걸쳤다.

허리띠를 단단히 맨 그녀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본다.

 

_완벽하다. 오늘도 완벽한 흰색

 

오늘도 모두의 저녁식사에 약을 타두었다.

, 나갈 시간이다.

 

익숙한 복도를 지나 당당하게 현관으로 향한다. 밖에 나가니 검은 차가 한 대 서있다.

 

[오래 기다리셨어요?]

[5분 정도. 신경 쓰지 마]

 

무언가에 가려진 듯 불분명하게 흘러나온 저음의 목소리. 뒷좌석에는 이미 한 남성이 타고 있다. 그의 얼굴은 윗부분이 검게 칠해진 가면으로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그녀가 뒷좌석에 오르자, 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늘 밤은 좀 힘을 써야 될 거야. 네 비단 같이 고운 살갗이 더러워지는 건 참을 수 없지만]

[상관 없어요. 제 피부는 그냥 조금 예민할 뿐이니 그런 표현은 삼가주세요]

[그 매정함이 네 매력이지. 오늘 일이 끝나거든 한잔 하는 게 어때, 쵸로마츠군]

 

가면을 쓴 남자의 오른손이 여자의 허벅지를 미끄러져 내려가듯 쓰다듬는다. 여자는 꼼짝도 않고 말했다.

 

[생각해볼게요]

 

심야의 어둠속을 달리는 차 안, 희미하게 비춰드는 가로등 불빛에 여성의 얼굴을 비춘다.

 

입꼬리가 내려간 그녀의 입은 불쾌한 듯 작게 비틀리고, 그녀의 차갑게 식은 눈이 창밖을 날카롭게 노려보고 있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ㅠ

 

[얕보지 마라, 마츠노의 이름을]은 2, 3편씩 제목이 달라집니다

다른 제목의 소설이 올라와도 놀라지 마세요 :D

제목 앞에 [TS] 라고 적어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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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1편*

2018/04/22 - [마츠소설/얕보지 마라, 마츠노의 이름을] - [오소마츠상][TS, 오소쵸로/카라이치/쥬시토도] 얕보지 마라, 마츠노의 이름을 1

 

*3편*

2018/09/03 - [마츠소설/얕보지 마라, 마츠노의 이름을] - [오소마츠상][TS, 오소쵸로/카라이치/쥬시토도]얕보지 마라, 마츠노의 이름을3

 

*본편이 3편 이후의 이야기입니다*

 

 

 


 

 

 

 

 

 

 

 

 

 

 

 

사랑하고, 사랑하라 소녀들이여! 1

 

 

 

 

 

어둠속에서 작은 불빛이 일렁인다. 적색의 기모노를 입은 오소마츠가, 점점 타들어가는 양초앞에 앉아 불빛을 응시하고 있다.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불빛을 바라본다. 긴장감 탓일까, 땀방울이 볼을 타고 흐른다.

어둠속에서 고요한 숨소리만이 창문틈새로 들어온 바람과 섞여 방안에 감돈다. 양초가 원형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짧아지고, 일렁이던 불빛도 희미해질 즈음, 겨우 매캐한 연기와 함께 불이 꺼진다. 그제야 오소마츠는 긴장을 풀고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곤 그 자리에 풀썩 쓰러졌다.

딸칵, 하는 소리와 함께 전등이 켜지고 녹빛의 기모노를 입은 쵸로마츠가 방에 들어왔다.

[15분. 수고했어, 오소마츠]

적당한 온도로 적셔둔 수건을 오소마츠에게 건넨다. 히죽 웃으며 수건을 건네받은 오소마츠는 이마의 땀을 닦아냈다.

[이 정도는 괜찮다고. 내가 견디기 힘든 건 모닥불 크기의 불꽃이야. 이런 수련을 계속해봤자 별로 의미가....]

[그래서 하는 거야. 무리했다가 또 불안정해지기라도 하면 어쩔 거야?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해나가는 거라고]

[.....네네, 그러십니까]

오소마츠는 어깨를 으쓱이며 쵸로마츠에게 수건을 돌려줬다.

[하지만....처음에는 1분도 겨우 버텼는데, 이제 잘 참네, 오소마츠. 수고했어]

쵸로마츠는 위로하듯 미소 지었다.

‘그렇게 갑자기 상냥하게 웃지 말라고, 여신이냐’ 라고 생각한 오소마츠는 어색하게 웃으며 시선을 피했다. 쵸로마츠는 의아하다는 눈초리로 오소마츠를 바라봤다. 차갑게 적셔둔 수건보다도 쵸로마츠의 무해한 미소가 더 힘이 됐다.

[아, 오소마츠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뭔데?]

[얼마전에 이치마츠가 미나즈키 조직에 갔다왔잖아? 그 후로 뭔가 카라마츠 상태가 이상한 것 같아서 말이야]

[아아....그거]

진심으로 걱정스럽다는 듯 눈썹을 아래로 축 늘어뜨린 채 물어오는 쵸로마츠에 나는 바닥에 엎드려 팔로 턱을 괴고선 옅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너랑 똑같아]

[뭐?]

[이치마츠가 허리가 엄청 아프다던데. 그 멍청한 카라마츠가 무식하게 해버린 탓에 미안해서 그러는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허리...?]

쵸로마츠는 이해가 가질 않는지, 세모입을 헤- 벌리고서 잠시 멍하니 있었다. 그러다 이내 뜻을 이해했는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이미 여러번 관계를 가졌음에도 아직까지 이런 얘기에 뺨을 붉히는 쵸로마츠를 보며 오소마츠는 다시 한번 그녀는 여신임이 분명하다 생각했다. 쵸로마츠는 안절부절못하며 뺨을 감싸쥐었다.

[그, 그렇구나...다행이네, 드디어 두 사람이 부부가 되는 거네]

[아니, 그건 아직이라고 봐]

[어..?]

[카라마츠가 그러는데, 결혼은 모든 일을 해결하고 나면 하겠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차남은 매사에 진지하고 성실했다. 좋게 말하자면 그랬지만, 툭 까놓고 말해 고집이 셌다. 카라마츠는 아직 일이 완전히 해결되지도 않았는데 이치마츠를 끌어들여 위험에 노출시키는 걸 원치 않았다. 누구도 갈라놓지 못할 정도로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주제에, 이제 와서 고작 호적에 넣는 것 정도로 뭘 망설이는 거냐며 토도마츠가 말해도, [결혼이라는 건 하나의 책임이다. 그런 중요하고 소중한 순간을 이런 어수선한 시기에 정하는 건 아니라 생각한다] 라며 진지하게 답하는 게 카라마츠란 남자였다. 오소마츠는, 얘들 진짜 결혼이나 할 수 있을까 한탄하면서도, 얘들을 위해 형님으로서, 그리고 두목으로서 빨리 모든 일을 끝내야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오소마츠는 산처럼 쌓인 문제들을 해결해야만 했다. 그 중 하나가 방금까지 했던 불과의 싸움이었다.

 

몇 년전, 병상에 누워 있던 선대가 결국 죽음에 이른 그날, 우두머리의 자리가 비어버린 마츠노 조직을 삼키려 다른 조직들이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었다.

오소마츠는 당시, 사이가 좋지 않던 부친의 폭력조직에 관해 아는 것도 하나 없고 애초부터 아버지의 뒤를 이어 조직을 이끌 생각도 전혀 없었다. 선대의 오른팔이란 남자가 계속해서 오소마츠를 설득했지만, 오소마츠는 ‘네가 하면 되잖아’ 라며 매번 거절했다. 그럼에도 남자는 포기하지 않고 선대가 있었기에 자신이 있었기에, 자신은 그 자리에 오를 수 없다며 계속해서 오소마츠를 설득했다. 겨우 고등학생이었던 오소마츠에게 한 조직의 우두머리란 자리는 너무도 무거운 자리였음에도 남자는 멋대로 차기 당주는 오소마츠라며 말하고 다녔고, 그 뒤로 오소마츠는 많은 사람들에게 쫓기게 되었다. 선대 때에는 좋은 인연을 이어가던 조직이 보낸 자객이 공격해오는 일은 허다했으며, 가끔은 사람을 착각해 카라마츠나 쥬시마츠가 공격받는 일도 생겼다. 그 당시에도 검도며 야구며, 다양한 스포츠와 무술로 단련되어 있던 그들이 다쳐서 돌아오자, 오소마츠도 더 이상 싫다고 내뺄 수가 없게 되었다. 결국 오소마츠는 우두머리로서의 각오를 다지기도 전에 끌려가듯 마츠노 조직의 우두머리 자리에 앉게 되었고, 아주 이른 나이에 혼자 더러운 어른의 뒷세계에 발을 딛게 되었다.

그러다 결국 일이 터졌다. 형제와 간부들이 전부 외출한 날, 누군가 집에 불을 지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오소마츠는 누군가에 의해 뜨거운 불길 속에 갇힌 채로 가솔린까지 뒤집어써 큰 화상을 입었다. 부두목은 그날 죽임을 당해, 반쯤 불에 탄 채 죽어있는 걸 만류하는 사람들도 뿌리치고 뛰쳐들어온 쥬시마츠에 의해 발견되었다.

 

이 사건은 마츠노 삼형제의 일반인 생활의 막을 내리게 된 아주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그 일이 있은 후, 카라마츠는 사시사철 오소마츠와 함께 살다시피 하며 그를 지켰다. 대대로 집안에 내려오던 일본도를 매일 들고 다니며, 오소마츠에게 접근하는 자들을 가차 없이 때려눕혔다. 쥬시마츠는 시체를 본 충격이 꽤 컸는지, 잊으려는 듯 무리하게 웃으며 밝은 모습을 보였다. 인생 처음으로 보게 된 시체가 소사체라니 무리도 아니다. 이후 쥬시마츠는 카라마츠가 놓친 자들을 오로지 후각만으로 쫓아 확실하게 끝내며 오소마츠를 지켰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오소마츠는 그 일로 불에 트라우마가 생겨, 작은 불도 똑바로 응시할 수 없게 되었다. 자신을 재로 만들려 덮쳐오는 큰 불길이 뇌리에 박혀 떠나질 않아, 한동안은 붉은빛만 봐도 헛구역질을 해댔다. 소방차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 비명을 지르며 귀를 틀어막기도 했다.

지금까지 아무렇지 않게 입어오던 붉은색 티도, 붉은 계열이던 수많은 소지품들도 전부 버리고, 자신이 입원했을 당시 입던 병원복과 같은 흰색만을 고집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힘든 상황에서도, 여섯 쌍둥이라 불릴 정도로 깊은 사이던 [형제]들을 위해 반년정도 후, 그는 조직을 이끌기로 완전히 결심했다.

여섯 쌍둥이는 자신에게 남겨진 유일무이한 존재. 그들이 다치는 건 보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오소마츠는 지금까지 일반인으로서 살아온 [마츠노 오소마츠]를 버리고, 붉은색 기모노를 입고, 그야말로 자신을 베어내는 심정으로 버텼다.

 

 

[쵸로마츠]

[응?]

오소마츠는 어리광 섞인 목소리로 쵸로마츠를 부르며 그 어깨에 살짝 기댔다.

[나, 잘하고 있는 거지? 나, 제대로 가고 있는 거겠지?]

불을 보는 훈련을 한 뒷면 늘 평소보다 약한 모습을 보이는 오소마츠에게, 쵸로마츠는 아이를 타이르 듯 등을 쓸어주며 상냥하게 말을 건넸다.

[괜찮아, 오소마츠. 이 세상에 있는 건 착한 아이뿐이니까]

그 말을 들은 오소마츠는 녹빛의 기모노에 얼굴을 푹 파묻고서야 겨우 안심할 수 있었다.

 

 

 

한낮의 스타벅스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평화로이 수다를 떨거나 일을 했다. 톳티는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유명한 카페란, 다양한 정보가 오가기 마련이다. 그 중에는 사생활과 비밀스런 정보 또한 있었다. 토도마츠는 특기인 영업스마일을 이용해 손님의 마음의 문을 열어 교모하게 정보를 훔쳐냈다. 눈치가 빨랐던 그녀는 어느 손님이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내어줄지 직감적으로 알아냈다. 그렇게 마츠노 조직 간부의 젊은 아내로서 살아갔다.

[영수증 여기 있습니다. 저쪽에서 기다려주세요♪]

그 날도 토도마츠는 미소를 지으며 바쁘게 손님을 맞이했다.

오늘은 쉬는 날이었지만, 정보는 매일 쉬지 않고 돌아다니고 있었기에, 토도마츠에게 있어 “휴일”은 존재하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정보를 알아내지 못하는 자신은 마츠노 조직에 있어 불필요한 존재. 여섯 쌍둥이로 계속 있고 싶다면 일을 해라. 라는 것이 그녀 스스로가 자신에게 매일같이 되뇌는 말이었다. 쵸로마츠처럼 오소마츠나 조직을 휘어잡을 기량도 카리스마도 없고, 이치마츠처럼 매력이나 색기도 없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정보를 모아 오소마츠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뿐이었다.

결혼전까지는 그저 애교나 부리며 사랑 받기만 하면 됐던 토도마츠는 오소마츠가 죽을 뻔한 그 사건을 계기로 변했다. 자신을 위해서만 쓰던 가증스런 애교마저도 무기로 사용해, 현장에 나가는 카라마츠나 쥬시마츠가 조금 더 간단하고 완벽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를 알려줬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상냥하고 상냥한 그들은 토도마츠를 이 위험속에서 떨어뜨려, 다시 평화롭던 일상으로 돌려보낼 게 분명했다. 토도마츠는 자신의 웃음을 팔고 사며 자신의 위치를 유지했다. 그만큼 좋아하고 필요하고 잃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 오르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수많은 욕과 걱정의 말을 들었지만, 그녀는 후회하지 않았다.

 

겨우 접객을 마무리한 토도마츠는 계산대 앞에 서서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계속해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도 제법 지치는 일이었다.

[마츠노씨, 이제 쉬어~ 오늘도 엄청 힘들었네~ 같이 들어가서 쉬자!]

말을 걸어온 건 같은 아르바이트생인 동료였다. 좋아~, 라고 산뜻하게 답한 토도마츠가 휴식실로 들어가려던 순간, 가게문이 벌컥, 기세 좋게 열렸다. 제법 한산해진 가게에 천진난만한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앗-!! 토도마츠다!!]

[쥬시마츠~~~!!]

노란색 점프슈트를 입고 활짝 웃으며 달려오는 쥬시마츠의 모습에 토도마츠의 피곤이 한순간에 싹 달아났다.

토도마츠는 동료에게 양해를 구하고 쥬시마츠와 함께 밖으로 나가 캔커피를 하나씩 사들고 벤치에 앉았다.

[웬일로 여길 다 왔어? 무슨 일 있어?]

[음-, 그냥!! 오랜만에 야구하고 있는데 갑자기 토도마츠가 보고 싶어져서 왔는데 딱 만났어!! 나 초 럭키-!!]

[아아 천사다......]

쥬시마츠에게서 뿜어져나오는 햇살파워가 토도마츠의 전신에 스며들었다.

[?뭐라고 했어? 토도마츠]

[아무것도 아냐~ 그것보다 오늘 어디서 야구했어?]

[강변!! 거기서 말이야, 야구를 했는데-......]

쥬시마츠는 진심으로 즐겁다는 표정으로 몸을 한껏 써가며 있었던 일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공이 튀는 듯 경쾌한 웃음과 함께 온몸을 사용해 기쁨을 표현하는 쥬시마츠는 보고 있으면, 어쩐지 듣는 사람도 함께 기뻐지며 순수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이쪽 세계에서는 적진에서 미친 듯이 날뛰는 [광견]이라며 두려워하고, 마츠노 조직에서는 우두머리의 왼팔인 마츠노 쥬시마츠지만 이런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모습이 그의 진짜 모습이다. 이런 그가 뒷세계 사람이라니 처음에는 누구도 믿지 못하지만, 한번 스위치가 들어갔다하면 딴사람처럼 변해 미친 듯이 날뛰는 게 그였다.

[슬슬 돌아가자, 쥬시마츠. 저녁에 알바 끝나니까 끝나면 같이 집에서 과자 만들자♡]

[정말!? 아싸-!!! 토도마츠랑 과자만들기!? 좋아좋아!! 집에서 얌전히 기다리겠슴다!!]

토도마츠와 쥬시마츠의 주변에 햇살파워와 함께 작은 꽃송이들이 퐁퐁 퍼져나와, 그들 곁을 지나는 사람들마저 미소를 머금게 했다.

[그럼 힘내!! 사랑해, 토도마츠!!]

[으으으응!!! 나도 사랑해 쥬시마츠!!]

아아, 힐링된다.

토도마츠는 남은 2시간 동안 힘내서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일, 있슴까?]

석양으로 붉게 물든 다리 아래에서 걸음을 멈춘 쥬시마츠는 그늘에 가려져 모습이 드러나지 않는 누군가에게 말을 건넨다.

[....아아, 일이다. 쥬시마츠]

쥬시마츠의 뒤에 높이 쌓인 철재 뒤편에서 저음의 목소리와 함께 푸른 옷의 남자가 나타났다.

[‘섬멸’이다]

[알겠슴다]

지이익. 턱끝까지 올렸던 지퍼를 쇄골까지 내린 쥬시마츠는 옷깃을 걸리지 않게 접어 묶었다.

 

 

 

아직 완전히 어둠이 하늘을 뒤덮기 전, 토도마츠가 돌아왔다. 쥬시마츠의 기척을 찾아 집안을 둘러봤지만 늘 먼저 달려오던 쥬시마츠의 모습은 보이질 않고, 애석하게도 그곳에는 산더미처럼 쌓인 빨래를 들고가던 쵸로마츠만이 있었다.

[아, 어서와 토도마츠]

[쵸로마츠 언니, 다녀왔어. 쥬시마츠는? 카라마츠 오빠도...없는 것 같네]

[아아, 일하러 갔어]

일이라는 말에 토도마츠의 마음이 비통하게 무너져내렸다.

[에에~....쥬시마츠랑 과자 만들기로 약속했는데~!]

[그래? 안됐네]

성의없이 답하는 쵸로마츠. 평소라면 그러려니 했을 토도마츠였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언니는 집에 매일 남편이 있으니까 이럴 일도 없고, 좋겠네~]

[뭐?]

[나는 휴일에도 늘 밖에 나가서 일하니까, 집에 돌아왔을 때만이라도 쥬시마츠 얼굴 보고싶은데!! 게다가 오늘은 약속까지 했단 말이야]

신발을 아무렇게나 던져 벗고는 짜증스레 집에 들어오는 토도마츠에, 쵸로마츠는 어이가 없었다.

[잠깐, 그게 무슨 말, 야!! 신발 똑바로 안 벗어!?]

[싫은데- 피곤하니까 씻으러 갈래!]

시끄럽게 잔소리를 퍼붓는 쵸로마츠를 무시하고 토도마츠는 욕실로 향했다.

 

수건으로 머리를 싸매고, 뜨뜻한 물에 어깨까지 푹 담그자, 마음쏙까지 따뜻해지는 기분이다. 계속 서있어 팅팅 부은 발을 물속에서 주무르며 토도마츠는 생각에 잠겼다. 쥬시마츠랑 이으면 힐링되고, 다른 형제들과 있으면 즐겁고 편안하지만, 이러고 있을 때가 가장 진정된다.

가끔, 쥬시마츠랑 카라마츠는 밤에 일하러 나가고 없는 경우가 있다. 분명 이번에는 전에 처리했던 ‘미나즈키회’의 잔당을 처리하러 갔을 테지. 지금쯤 두 사람 다 온몸을 피로 물들인 채, 무리를 휘두르고 있을 거다. 이제 그런 일에는 내성이 생겼다. 솔직히 말해, 그런 일에 내성이 생겼다는 게 좀 싫지만, 이미 그런 상황에 무뎌진 건 사실이니 어쩔 수 없다. 그들이 무슨 짓을 하고, 무슨 짓을 당하든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이 공간에서 쫓겨나지 않게 힘쓰는 게 고작이었다.

애초에 오소마츠들과는 시작지점부터가 달랐다. 아무리 함께 있어도 그걸 바뀌지 않았다. 그렇게 그녀는 살아왔다. 있는 힘껏 노력하고, 사회의 더러운 이면을 잔뜩 캐내고, 그렇게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 필요로 해지면서, 그렇게, 그렇게 그녀는 지금까지 살아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자업자득이었다. 옆에서 지탱해주고 이끌어주길 선택한 쵸로마츠나, 뼈속까지 모든 것을 내어줄 각오를 한 이치마츠와는 달리, 토도마츠는 ‘마츠노 조직의 정보계’로써 도움이 되는 보다 편한 길을 택했다. 그러니 사랑하는 남편이 가끔 집에 없어도, 휴일에도 나가 일해야 하더라도, 그녀는 불만을 말할 자격이 없다.

[....쵸로마츠 언니한테 화풀이한 거, 나중에 사과해야지..]

무릎을 끌어안으면 토도마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수면에 비친 토도마츠의 눈에 옅게 눈물이 맺혀있었다.

 

 

 

 

같은 시각.

어두운 방안에 촛불이 희미하게 일렁인다. 오소마츠는 그걸 잠자코 응시하고 있다.

불을 보는 훈련은 하루 한번이라고 쵸로마츠와 약속했지만, 오소마츠는 밤에도 종종 이렇게 혼자 훈련을 하곤 했다. 고작 이런 작은 불꽃조차도 못 본다는 게 한심해, 나는 장남이야, 마츠노 조직의 두목이라고. 라며 스스로를 타이르며 오늘도 훈련에 임했다.

바라보고 있으면 눈앞의 불 이외의 다른 것은 보이지 않게 된다. 불의 붉은빛이 눈을 가득 채워 그 외의 모든 것은 하얗게 된다. 그 너머에 보이는 다다미나 벽도, 마치 태양을 바라보는 것처럼 하얗고 눈부셔 오로지 불꽃만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그 불이 점점 다가와 전신을 작열로 감싸는 그런 착각. 떠오르는 건 오로지 열기뿐.

 

[읏, 하아.......하아........젠장..]

 

물을 촛불에 끼얹는다. 어둠을 희미하게 비추던 불길일 사라지자 방은 이내 어둠에 휩싸이고, 쏟아진 물이 다다미를 적셨다.

 

[오, 오소마츠!? 방금 그 소리 뭐야!?]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전등이 켜지고 다급한 발소리와 함께 쵸로마츠가 뛰어들어왔다.

 

[쵸로짜앙~]

 

오소마츠는 땀에 젖어 축 늘어진 채 바닥에 드러누웠다.

 

[너무 무리해버렸다...]

[이 바보가!! 무리하지 말라고 했잖아!]

 

쵸로마츠는 오소마츠의 몸을 일으켜 등을 쓸어주었다.

 

[어때? 좀 괜찮아?]

[응......]

 

오소마츠는 쵸로마츠의 목에 양팔을 감고 얌전히 폭 안겼다.

 

[뭐야? 오소마츠. 어린애처럼]

[....쵸로마츠]

 

끌어안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너 나한테 뭐 숨기는 거 없어?]

[뭐?]

 

쵸로마츠는 당황하며 답했다.

 

[숨기는 거라니? 갑자기 왜?]

[.....아냐, 없으면 됐어]

 

자리에서 일어나 평소처럼 히죽, 웃는 오소마츠.

 

[아- 배고프다! 밥은 아직이야?]

[아, 그게. 응, 아직이야. 금방 만들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네에-]

 

오소마츠는 손을 팔랑팔랑 흔들며 방을 나갔다. 남겨진 쵸로마츠는 잠자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서로 볼 수 없는 그들의 얼굴에는 미소라곤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소설 번역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나 너무 어휘력 딸리는 것 같아요..........

진짜 매일 책1권씩이라도 읽어야지 안 되겠어...

 

 

'사랑하고, 사랑하라 소녀들이여!' 는 제목만 다를뿐

'얕보지 마라, 마츠노의 이름을'과 같은 소설입니다

3편마다 제목이 바뀌는 것 같아요! :D

 

 


<재투표 공지>

 

 

 

쨘! 여러분 놀라셨죠 :D 핳

 

'그 황혼에 안녕을'이 올라와야 하는데

왜 이게 올라왔지?

 

라고 생각하셨나요?ㅎㅎ

 

 

사실.......그 황혼에 안녕을...이거

다음편이 없더라구요ㅎㅎ

저는 왜 이거 완결작이라고 생각했을까요...ㅎ

알고보니 연재중인 작품이었던

 

투표하기 전에 제대로 확인을 하고 했어야 됐는데

이렇게 되어버려 정말 죄송합니다ㅠ

 

최다 득표였던 '그 황혼에 안녕을'은 애초부터 투표에 오르지도 못할 녀석이었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서 일단 급한대로 다음 최다 득표인 '얕보지 마라'를 들고왔긴한데

 

어떻게 할지, 여러분께 물어보고 결정하려고 합니다

 

1. 재투표를 한다

2. 그냥 현재 득표수대로 진행한다

 

둘 중에 결정해서 댓글 달아주세요 :D

 

 

만약 재투표를 하게 된다면

'얕보지 마라, 마츠노의 이름을'

'나와 고양이와 동생과 부서진 무언가'

'등유를 사서 - 돌아가고 싶다'

 

이렇게 3개만 후보에 오르게 될 겁니다

그 황혼은 아쉽게도 다음편이 업로드되면 번역해야 되겠네요ㅠㅠ

그 황혼에 투표해주신 모든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_ _)>

 

사실 후보로 오르게 될 3개의 득표수의 차이가 컸다면 재투표를 안 했을텐데

얕보지 마라랑 등유스레랑 1표 차이여서...

재투표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최대한 여러분의 의견을 수렴하여 결정할 생각이니

부디 많은 의견 내주세요 :D

 


<오류 공지>

 

어제(?)부터 모바일 티스토리에서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문제를 일으키는 건 보호글인데

이게 비번을 맞게 쳐도 글이 뜨질 않고

계속해서 비번치는 창이 뜨거나 튕기거나 합니다ㅠㅠ

 

지금은 해결이 됐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오늘 오후까지도 그랬던 모양이라 아마 아직도 그럴지 모릅니다ㅠ

진짜 티스토리...ㅠㅠ 왜 그러냐

 

모바일 어플이건 웹이건 상관없이 발생하는 오류라서

오류가 고쳐질 때까지는 컴퓨터를 이용하시거나

모바일이어도 피씨버전으로 바꿔서 보면 들어가지더라구요!

 

불편하더라도 당분간은 그렇게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ㅠㅠ

 

이것 외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면 제게 바로 알려주세요! :D

 





허락받은 작품입니다

무단전재는 금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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そぞろ 님의 작품입니다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6425659



















얕보지 마라, 마츠노의 이름을3

 

 

 

 

툇마루에 앉아, 마당을 서성이는 고양이들을 바라보며 오소마츠와 카라마츠는 담배연기를 내뱉었다. 두 사람 다 아무 말 않고 맑게 갠 가을 하늘을 바라만 보고 있다.

 

[이치마츠 보내도 괜찮겠어? 카라마츠]

 

붉은 기모노에 담뱃재가 떨어지기 전에, 손끝으로 툭툭 바닥에 재를 털어낸 오소마츠가 입을 열었다. 카라마츠는 깊은 한숨과도 같이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당연하단 듯이 답한다.

 

[상관없다. 조직원들에게 몰래 살펴보라고 할 거니까. 무슨 일이 생기면 알리러 오겠지]

[쿨하네. 형아 의외여서 놀랐어. 너라면 절대 안 보낼 거라고 생각했거든]

[이치마츠도 이제 애가 아니니까. 우리들의 일이 위험하단 건 이미 알고 있을 거다]

 

냉담히 말하는 카라마츠에,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의 어깨를 팔로 감싸듯 끌어안는다.

 

[본심은~?]

 

카라마츠는 후핫, 하고 웃는다.

 

[형님에겐 못 당하겠군]

[형아를 얕보면 안 된다구요~]

[알겠다, 말하지]

 

카라마츠가 입을 살짝 삐죽이며 쓴웃음을 짓는다.

 

[이치마츠는 미인이잖나]

[-, 그렇지. 쵸로마츠나 토도마츠랑 똑같이 예쁜 얼굴이지만, 뭔가 이치마츠는 고귀해 보인다고 할까, 섣불리 만졌다간 할퀼 것 같다고 할까. 조심하지 않으면 도리어 당할 것 같은 느낌? 그 점이 미스테리어스 해서 오히려 호감이 간단 말이지]

[그렇지?]

 

카라마츠는 복잡해 보이는 얼굴로 팔짱을 끼고 눈을 내리깔았다.

 

[나는 늘 녀석에게 놀아나는 기분이다. 미인계까지는 아니지만, 행동 하나하나에 나도 모르게 그만 눈길을 빼앗기고 만다.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닌가 생각할 정도로 몸짓마다 색기가 넘쳐흐른다.

예를 들자면, 내가 보는 앞에서 립스틱을 바른다고? 그 작은 입술이 살짝 벌어지고, 부드러움을 강조하듯 입술을 살짝 눌려가며 바르는 그 모습을 보는 건 마치 고문과도 같다....]

[으하하.....아니, 묘사가 너무 세세하다고!! 그래서 뭐? , 평소에 그렇게 당하는 게 분해서 적진에 애인을 내팽개친 거야?]

[그런 게 아니다. 그저....남자란 정말 위험한 생물이란 걸 깨닫게 하고 싶어서. 이렇게 하면 좀 더 조심해서 행동하지 않겠나? 적어도 눈앞에서 립스틱을 바르지는 않겠지. 나는 지금까지 매우 참아왔다. 더 이상 못 참게 되기 전에 알려주고 싶다...]

 

오소마츠는 얼빠진 얼굴로 동생을 쳐다봤다. 뭐야, 그 동정티 팍팍 나는 이유는. 전반은 괜찮았는데, 후반에 뭐야. 그게 그렇게 자신해서 말할 일이야?

 

[너희들....아직 한번도 안 잤지..?]

[!? 어떻게 알았나!?]

[말하는 게 그럴 것 같아서]

 

순식간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오그라든 카라마츠의 등을, 오소마츠는 위로하듯 약하게 툭툭 쳤다.

 

[그 기분 이해한다고~? 미녀인만큼 손대기 힘들다는 거 말이야. 지금까지 나한테도 미인계로 접근한 여자들이 몇 있었지만, 반대로 허들이 너무 높아서 오히려 손대기 힘들더라고. 역시 나한테는 쵸로마츠밖에 없다니까~]

[그거 지금 자랑하는 건가?]

[응 맞아나의 쵸로짱은 그쪽의 미인씨와는 다르다구~. 얌전한 얼굴을 하고선, 눈빛 하나로 조직원놈을 제압한다던가. , 그때 너도 있었던가?]

[있었다. 박력이 엄청났지. 눈빛이 사나운 이치마츠라도 그런 박력은 못 낸다. 하마터면 나도 무릎을 꿇을 뻔했다]

 

그 때를 떠올린 두 사람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몇 년전, 오소마츠가 마츠노 조직의 우두머리 자리에 앉았을 때, 몇몇 조직원 놈들이 한동안 반항적인 태도를 보였다. 오소마츠도 어느 정도 각옥했던 일이기도 했고, 일단 이 세계의 선배나 마찬가지인 그들에게 엄중히 주의를 주는 것도 거북했다. 그런 오소마츠의 생각이 무색하게도, 쵸로마츠는 단번에 이 일을 해결해버렸다. 기모노 옷자락을 들어올려 한쪽 다리를 정강이가 훤히 보일 정도로 드러내고선, 박력 넘치게 쾅! 하고 다다미를 밟으며. [너희들이 이 조직에 몸담고 있는 자라면, 선대의 신뢰와 조직의 장래를 짊어질 이 남자를 평생을 바쳐 따라라!!] 라고 늠름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 모습에 반항하던 이들 모두 그 자리에서 도게자를 했다. 오소마츠가 마츠노 조직의 우두머리로서 인정받게 된 건 모두 쵸로마츠 덕분이었다. 그 이후, 조직원들에게 [누님] 이라 불리며, 존경과 두려움을 한몸에 받게 된 쵸로마츠는 처음에는 어색해하더니 지금은 익숙해져 평연하게 살고 있다.

 

[배짱이 그렇게나 두둑하면서, 조금만 애정표현해도 금방 얼굴이 빨개진다니까. 그게 또 너무 귀여워서 무심코 덮쳐버릴 것 같단 말이지. 난 나쁘지 않아! 귀여운 그 녀석이 나쁜 거지!]

[나도 형처럼 그렇게 편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만......]

 

카라마츠는 울상을 지으며, 오소마츠의 어깨를 마구 흔들며 말했다.

 

[이치마츠는 빈틈이 너무 많다!!! 일부러 그러는 건가!? 어느날 갑자기 덮쳐버려도 [뭐야?] 라고 되물을 것 같단 말이다!! 어느 의미로 너무 무방비해서 손을 댈 수가 없어.....손을 댔다간 자제할 수 없을 것 같다...]

 

힘없이 툭 떨어진 손에 오소마츠는 또 다시 어이없다는 표정이다.

 

[너도 고생이 많구나]

[가르쳐주겠나....형이라면 어쩔 건가?]

[, ?]

 

그렇네, 라며 오소마츠는 머리를 긁적이며 생각에 잠겼다.

 

[내가 평소에 하는 거라면....그냥 평범하게, 묻는 거?]

[물어?]

[오늘밤에 어때?라고]

[........무리다]

[너는 힘들겠지]

 

양자납득.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저기. 어쩌다 얘기가 이렇게 흘렀지만, 지금 중요한 건 이치마츠가 무사히 돌아오는 거잖아. 소중한 이치마츠를 잠깐이라곤 해도 다른 사람한테 뺏기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너는 왜 그렇게 태평한 거야?]

 

그러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카라마츠가 얼굴을 들며 말했다.

 

[그건 말이지...]

 

 

 

 

 

 

마츠노 이치마츠는, 미나즈키회의 간부인 남자와 같이 있었다. 사전에 사진과 이름, 성격 등의 정보를 토도마츠에게 받아보니, 제일 캐내기 쉬워 보인다고 생각했던 사내였다.

 

[오늘 즐거웠어, 잇짱]

 

깍지를 끼고 있던 손을 다시 꽉 고쳐쥐며 말한 남자는, 이치마츠의 머리칼을 쓸어내렸다. 이치마츠는 입가를 올려 미소를 지어 보이며 남자를 올려다 보았다.

 

[......나도, 즐거웠어]

[그럼, 우리 집으로 갈까. , 걱정 마. 부인은 1년 전에 나가버려서 집에 아무도 없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남자는 이치마츠의 손을 잡아끌며, 눈이 멀 정도로 반짝이는 유흥가의 불빛에서 멀어져갔다.

 

이치마츠가 그 남자, 야마기시 도고와 접촉한 건 일주일 전이었다. 마츠노 조직 관할에 위치한 그의 단골 캬바클럽에 신입으로 취직해, 야마기시에게 접근했다. 원래 좀 미스테리어스한 여성이 취향이었던 듯해, 이치마츠를 매우 마음에 들었는지 일주일 내내 이치마츠를 지명했다. 오늘밤은 캬바클럽의 폐점 후, 서비스로 야마기시의 집에서 데이트를 할 예정이다.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접촉하는 건 금지였다. 캬바클럽 뒤에 마츠노 조직이 있다는 걸 그도 알기에, 미나즈키회의 간부인 그가 룰을 깰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 남자가 마츠노 조직을 두려워하고 있다면, 절대 이치마츠에게 손을 댈 리 없다.

 

야마기시의 집은 혼자 살기에는 너무 넓은 집이었다. 게다가 차는 고급차에 흠집 하나 없고, 마당 또한 잘 손질되어 있어 돈을 엄청 들였다는 게 눈에 보였다.

 

[, 어서 들어와. 맛있는 술이 있는데, 마실래?]

[......아까 가게에서 잔뜩 마셨고, 괜찮아]

[그런 말 말라고. 모처럼 집에서의 데이트잖아? 평소에는 못 해보던 걸 해보고 싶단 말이지~]

 

집에 들어서자마자 야마기시는 도수가 높은 위스키를 잔에 따랐다. 어쩔 수 없이 탁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자, 치즈와 이런저런 안주가 담긴 접시와 함께 잔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잇짱, 와줘서 고마워]

 

건배, 라고 작게 외치며 잔을 부딪치는 야마기시. 이치마츠도 잔을 받아 입에 댔다.

 

[......야마기시씨는, [뒷세계] 사람이라고 했던가? 총 같은 거 쏘고 그러는 거야?]

[갖고 있긴 해. 쓸 일은 그다지 없지만]

[그래?]

[. 실제로 배반이나 파벌 싸움 같은 건 그렇게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거든. 그냥....마음에 안 드는 녀석이 있으면, -, 하고 쏘는 거지 뭐]

[후후, 무섭네]

[진짜라니까! 미나즈키회의 본가가 마츠노 조직이었다는 거 알아?]

[몰랐어-. 우리 클럽이 마츠노 조직의 관할이라는 건 알지만....그럼 야마기시씨는 친정아빠가 하는 가게에 다니는 거나 마찬가지네?]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조금 달라]

[.....무슨 뜻이야?]

 

야마기시는 기분나쁜 웃음을 흘리며, 이치마츠의 손을 잡았다.

 

[어느쪽인가 하면, 장인어른께, 따님과 잘 지내고 있습니다라고 인사하러 가는 느낌...이랄까?]

[야마기시씨도 참~. 놀리지 말라구]

 

이치마츠는 슬쩍 손을 빼며 잔을 내밀었다.

 

[한잔 더, 안 할래? 야마기시씨한테 한잔 받고 싶은데]

[좋아~. 정말, 그런 귀여운 말을 잘도 하는구나]

 

기분이 좋아진 야마기시는 위스키를 이치마츠의 잔에 따랐다.

 

[야마기시씨, 최근에 -!한 적, 있어?]

[최근에는 없네~. 오히려 회사원 같이 평범하게 생활하고 있다고. 거래라든가, 회의라든가 이래저래 바빠. 여기저기 팔고 있는 물건이 있는데, 그게 좀처럼 안 나가서 고생이야]

[흐응.....야마기시씨도 큰일이네]

[이해해 주는 거야?? 이제 진짜 진저리가 난다니까. 여기서만 하는 얘긴데, 나는 마츠노 조직토벌 같은 건 아무래도 좋단 말이야. 아니, 그건 아닌가? 세력이 넓어지면 그만큼 돈도 들어올 테니까. 그래도 일이 늘어나는 건 싫단 말이지]

[마츠노 조직...토벌...?]

[-, 말해버렸네, 바보라니깐 나도]

 

야마기시는 완전 술에 취한 모양이다. 완전히 풀린 얼굴로 히죽거리며 웃고 있다. 독한 술을 마신 건 이치마츠도 마찬가지였찌만, 야마기시 정도는 아니다.

 

[맞아맞아. 마츠노 조직을 무너뜨릴 생각이야. 그걸 위해서 약을 여기저기 팔아서,, 마츠노 조직의 구역을 어지럽히는 거야. 어차피 풋내기 꼬마들이 운영하는 조직이니, 이런 세계의 지식 같은 건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지. 판매하는 놈을 직접 죽여서 유통을 막으려 하다니.....멍청하기 짝이 없다니까]

 

킥킥 웃으며 말하는 야마기시에게 좀전까지의 상냥함은 보이지 않았다. 슬슬 물러날 때라고 생각한 이치마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 슬슬 가봐야 할 것 같아....즐거웠어, 야마기시씨. 또 가게에 들러줘]

 

제 할 말만 빠르게 내뱉은 이치마츠는 뒤돌아 나가려 했지만, 야마기시가 이치마츠의 어깨를 콱 붙잡는다.

 

[가지 말라구~? 오늘밤은 나한테 투자하는 게 어때? 돈이라면 줄테니까....]

 

잇짱. 하고 귓가에 속삭이는 녀석에, 이치마츠는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 저기...야마기시씨. 이러면...]

[괜찮아, 괜찮아~. 마츠노 조직 같은 건 이제 안 무섭다고....어차피 무너질 조직이니까. , , , 나랑 좋은~짓 하자? 꽤 자신 있다고, .....]

 

그렇게 말하며 이치마츠의 허리를 끈적하게 쓰다듬는 야마기시. 손길에 움찔움찔 떠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야마기시는 기분 나쁜 웃음을 흘렸다.

 

[잇짱....잇짱.....처음 봤을 때부터 계속 널 갖고 싶었어.....겨우, 겨우 여기까지 왔다구........, 정말 기뻐.....]

[, 이거 놔]

[~]

[그만.....그만하라고!!]

 

그의 손에서 벗어나려 몸을 세게 튼 탓에 스륵, 하고 이치마츠가 입고 있던 원피스가 살짝 내려가면서 이치마츠의 등이 드러났다.

 

그 순간, 야마기시의 표정이 얼어붙었다.

 

[.....소나무.....문신?]

 

이치마츠의 등에는 주먹만한 크기의 문신이 자리하고 있었다. 야마기시는 그 문신을 알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무시하고 깔봤던, 자신이 속한 조직의 본가의 문신이었다.

 

[-.....봐버렸네]

 

얼어붙은 야마기시에게서 벗어난 이치마츠는 무표정으로 휴대폰을 꺼내들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미안, 봐버렸어]

 

챙그랑!!! 큰 파열음과 함께 유리창이 깨지며 무언가 뛰어 들어왔다. 야마기시가 놀라서 바라보자, 한 사내가 서있었다.

 

[, 보이지 말라고 했잖나, 이치마츠?]

 

눈을 번쩍이며 사내는 일본도를 꺼내들었다.

 

[.....그랬지. 그래서 기다렸어, 카라마츠]

 

이치마츠는 뺨을 붉히며 사내를 바라보았다. 그 상황을 지켜보던 야마기시는 모든 것을 알아차리곤 외쳤다.

 

[, 거짓말......젠장, 네놈 마츠노 조직이구나?!!!!]

[마츠노 조직의 사제두, 마츠노 카라마츠다. 저승길 선물로 잘 기억해둬라]

 

그 말을 끝으로, 번쩍이는 칼날이 야마기시의 몸을 사선으로 갈랐다. 최후의 순간 야마기시의 눈에 비친 건, 몸이 얼어붙을 정도로 새파란 잔상이었다.

 

 

 

 

왜 그렇게 태평한 거야? 라고 오소마츠가 물었을 때, 카라마츠는 이렇게 답했다.

 

필요 이상으로 이치마츠에게 손을 대려 하는 걸 용서할 리 없잖아? 아주 살짝이라도 옷이 벗겨지게 된다는 나는 녀석을 죽이러 갈 거다

 

[무섭네~......독점욕 제일 강한 건, 너잖아]

 

이치마츠를 감시하고 있던 부하의 연락을 받고 뛰쳐나간 카라마츠를 배웅하며, 오소마츠는 못 말리겠단 얼굴로 담배를 피웠다.

 

 

 

 

 

이윽고 카라마츠와 이치마츠가 집에 도착했다. 오소마츠를 포함해 형제 전원에게 성과를 보고하고, 본가의 여성에게 손을 댔다라는 죄목과 토벌을 꾀하려 했다란 혐의로 미나즈키회를 박살내기로 결정했다.

그 과정에서 오소마츠를 죽이려한 인간에 대해 아는 놈이 있으면, 가차없이 심문할 것을 카라마츠에게 명했다. 이렇게 이치마츠의 첫 잠입수사는 막을 내렸다.

 

 

 

 

 

 

 

카라마츠와 이치마츠의 방은 장지문으로 칸막이가 쳐져있다. 오소마츠와 쵸로마츠, 쥬시마츠와 토도마츠는 부부라서 그런 것 없이 한 이불에서 같이 잔다. 쵸로마츠는 그 때문에 고생도 하는 것 같지만, 그건 부부의 문제이무로 간섭은 불필요했다.

 

[이치마츠, 들어가겠다]

 

문을 열고 카라마츠가 이치마츠의 방에 들어선다. 이치마츠는 이불 위에 늘어져있다가 카라마츠를 보곤 벌떡 일어났다.

 

[카라마츠와의 약속, 깨버렸네]

 

이치마츠는 만족스러운 듯 환하게 웃었다.

 

[...일부러 그런 건가?]

[글쎄.....후후]

 

이치마츠는 즐거운 듯 웃었다.

약속이라함은, 옷이 벗겨지는 일이 없게 할 것...., 등에 있는 마츠노 조직의 소나무 문신을 상대에게 보인다면, 진심으로 화낼테니 조심하라고 카라마츠가 이치마츠에게 일러두었다.

 

[진심으로 화내는 거, 보여줘 카라마츠]

 

이치마츠의 양손이 카라마츠의 목덜미를 감싸, 옴짝달싹 못하게 잡아둔다.

 

[카라마츠라면 혼나도 좋아]

 

그 말에 카라마츠는 이치마츠의 오비로 손을 내렸다.

 

[사정없이 화낼거다만?]

[각오하고 있어]

 

두 사람은 서로 마주보며 강렬한 미소를 지었다.

 

[내일 아침, 허리가 비명을 질러도 난 모른다-]

 

 

 

 

 

 

 




요즘 계속 일본어만 들여다봤더니

한국어가 안 되네요

문맥이 이상하더라도 자비롭게 넘겨주새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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쵸로,이치,토도 TS입니다














얕보지 마라, 마츠노의 이름을 2

 

 

 

 

딸랑. 고양이가 목걸이에 걸린 방울을 울리며 나타난다. 높은 담장을 사뿐히 뛰어내려, 소나무가 심어진 마당에 선 고양이는 다른 고양이들이 모여든 곳으로 걸어간다. 그리곤 추위를 피하려는 듯 그 속을 파고든다.

 

[........미케. 너도 온 거야?]

 

위에서 들려오는 상냥한 목소리에, 고양이는 냐아- 하고 작게 울어 답한다. 그래, 라고 만족스러운 듯한 목소리가 다시 들려오고, 고양이는 본격적으로 바닥에 늘어져 잠에 빠진다.

하지만 얼마 안 가 그 잠은 방해받고 만다.

 

[또 이런 곳에 있었나, 이치마츠]

 

갑자기 들려오는 낮은 목소리가, 고양이들의 잠을 깨웠다. 불쾌한 듯 날을 세우며 잠에서 깬 몇몇의 고양이들이 제각기 자리를 뜬다. 그들을 방해한 건, 청색 옷을 입은 남자였다.

 

[찾았다고. 또 이렇게나 추운데 고양이들과 자고 있었던 건가?]

[....고양이 도망갔잖아. 무슨 짓이야]

 

아까보다 줄어든 고양이 무리들 틈에서, 남성을 노려보며 일어나는 한 여성. 그 차가운 눈빛을 적당히 받아넘긴 남자는 굵은 눈썹을 살짝 내리깔며 웃는다.

 

[벌써 저녁이다. 감기 걸리니까 들어가는 게 어떤가]

[....알겠어]

 

이치마츠라 불린 여성은, 미련이 잔뜩 남은 얼굴로 자리를 뜬다. 등까지 내려오는 길고 결 좋은 검은 머리칼이 저물어가는 태양에 비쳐 빛난다. 난로 대신이었던 그녀가 사라지자 고양이들은 몇몇을 남기곤 다들 어디론가 흩어졌다. 아직 몸을 맞대고 잠들어 있는 소수의 고양이들을 지켜보던 두 사람은 마루 위로 올라갔다.

 

[꽤 빨리 돌아왔네. 오늘은 몇 명이나 벴어? 카라마츠]

[아무리 그래도 대낮부터 그런 짓은 하지 않는다고, 마이 허니. 게다가....칼을 빼드는 것보다 직접 말로 푸는 게 깔끔하고 빠르지 않나]

 

카라마츠라 불린 남성은, 살짝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사람을 다치게 하는 걸 꺼려하는 주제에, 정신을 몰아붙이는 것에는 무자비한 카라마츠. 그는 속임수가 통하지 않는 자들의 본심을 읽는 것에 능통했다. 그런 그가 자신들의 지역을 어지럽힌 악동무리들에게 행했단 설교, 상대의 호흡이나 감정 하나 놓치지 않고 사람의 속을 후벼 파는 말들로 간곡히 타일렀다는 것, 즉 세뇌에 가까운 방법이었다.

좀처럼 집밖으로 나가지 않는 이치마츠라도, 자객이나 적대 조직의 인간 등의 불청객들에게 카라마츠가 설교하는 걸 들은 적이 몇 번인가 있었다. 대체로 두번 다시는 노리지 마라라는 내용의 말들이었지만, 그 말투와 과격한 단어, 그리고 설교를 듣고 있는 인간의 공포로 일그러진 얼굴을 보고 있자면, 어둠이 속에서부터 기어오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하지만 평소의 카라마츠는 정말 상냥한 남성이다. 어릴 적부터 늘 그랬다. 이치마츠는 누구보다 카라마츠의 곁에 자주 있었으니까, 그건 누구보다도 확신할 수 있었다.

 

걸으면서 카라마츠는 이치마츠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손으로 빗어 내렸다. 이치마츠는 그걸 잠자코 받아들였다.

 

[또 관리 밖의 약물이 나도는 걸 토도마츠가 발견해 알려주더군. 내일부터 다시 조사니 뭐니 바빠서 너와 있을 시간이 줄어들게 될 것 같다]

 

카라마츠의 살짝 분한 듯한 어투에, 이치마츠는 자연히 막내 여동생의 윙크가 떠올랐다.

 

[톳티는 늘 즐거워 보여서 좋겠네...나 따위는 마지막으로 밖에 나간 게 2주전인데. 그것도 오소마츠 오빠랑 쵸로마츠 언니랑 같이. 그 두 사람의 알콩달콩한 모습 보면서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찬바람에 몸을 살짝 떤 이치마츠가 카라마츠의 몸에 바싹 달라붙는다. 고양이 같은 모습에 카라마츠가 웃자, 그 웃음에 답하듯 눈을 가늘게 뜨고 냐옹- 하고 고양이 흉내를 낸다.

카라마츠는 그런 이치마츠에 미소를 짓는다.

서로간의 마음이 그 누구보다도 강하게 끌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렇기에 카라마츠도 어떻게든 오랫동안 함께 있고 싶지만, 직업상 그럴 수가 없다.

당분간 조용히 걷고 있자, 이치마츠가 카라마츠를 올려다본다.

 

[저기, 카라마츠...]

[뭔가?]

[나 좋아해?]

[아아, 물론이지]

[세상에서 제일로?]

[아무리 오소마츠 형님이 부탁하더라도, 너만큼은 내어줄 수 없을 정도다, 이치마츠]

 

그렇게 답하자, 평소 표정에 변화가 많이 없는 이치마츠가 만족스러운 듯 살짝 미소 지었다. 이 대화는 어느새 두 사람 사이에 일상과도 같아졌다. 카라마츠를 노리는 자객이나 적들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이치마츠는 거의 집에서 나가질 않았다. 외로움이 거듭 쌓여만 가는 이치마츠는 이런 질문을 하게 되었다. 만나지 않아도 자신을 향한 마음이 변하지 않는 건지. 그에 카라마츠는 최대한 말로 사랑을 전했다. 이후, 이치마츠는 몇 번이고 이 질문을 해서 안심을 얻었다.

 

[마츠노 조직이 좀 더 세력을 키우고, 오소마츠형을 노리는 녀석들이 제압되면....내가 적들에게 원한을 사지도 않고, 이치마츠가 편하게 밖을 다닐 수 있게 되면, 그 땐 좀 더 같이 있자]

 

카라마츠는 천천히, 스스로 각오를 다지듯이 말했다.

 

[........ 기다릴게]

 

이치마츠가 작은 목소리로 답하자, 카라마츠는 이치마츠의 머리칼을 가볍게 잡아 입을 맞췄다.

 

[약속하지]

 

살짝 웃는 카라마츠의 얼굴은 어릴 적의 모습으로 돌아온 듯했다.

 

 

 

 

 

 

카라마츠와 이치마츠가 방에 들어가자, 형제 전원이 모여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여섯 쌍둥이라 불리는 6명이 모여 있었다.

오소마츠가 상좌에 앉고, 쵸로마츠, 쥬시마츠, 토도마츠가 하좌에 얌전히 앉아있다.

 

[다들 이렇게 모여서 뭐 하는가? 무슨 일이라도 있나, 오소마츠]

 

카라마츠와 이치마츠도 자리에 앉았다. 전원이 어딘가 곤란해 보여, 이거 뭔가 안 좋은 정보라도 들어온 거구나, 하고 두 사람은 헤아렸다. 오소마츠가 카라마츠를 보고 입을 열었다.

 

[.....선대 때, 우리 조직에서 나뉜 새로운 조직이 있었던 거, 기억하지]

[아아. .....그렇지만 당시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었으니, 오소마츠가 대를 이은 후에야 조사했었잖나. 분명 이름이 미나즈키회였던가?]

[그래. -, 그게 토도마츠 덕에 마침내 마약을 유통하는 녀석들의 본거지를 알아냈는데. 그게 아무래도 그 녀석들 같아]

 

오소마츠의 나직하게 전해져왔다. 침을 삼키는 소리를 내는 것조차 망설여질 정도로 착 가라앉은 목소리는, 이 장남에게도 두목으로서의 위엄이란 게 있다는 걸 다들 새삼스레 깨닫는다.

 

[.....그래서 어쩔 거야, 오빠는]

 

이치마츠의 질문에 전원 오소마츠를 바라본다.

오소마츠는 곤란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으음~, 일단 증거는 잡았으니 제압할 이유는 충분해. 하지만, 그렇다고 바로 쳐들어가서 쓸어버리라고는 할 수가 없단 말이지. 일단 뭐라고 해도 우리 분가니까]

 

부친이 끝까지 지킨, 아끼던 사제의 조직. 솔직히 개인적으로 관계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지만, 이 세계는 인연과 인정을 소중히 여겨야하는 곳이다___지금은 죽고 없는 부친, 즉 선대가 곧잘 마츠노 세쌍둥이에게 하던 말이다.

 

[하지만, 본가의 구역을 어지럽히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 대체 왜 이런 짓을 한 걸까. 내 정보망을 몰랐을 리가 없는데 말이야]

[톳티에 대해선 물론 알고 있을 거다. 결혼 축하한다고 연락도 왔었으니]

[으음-, 설마 싸움을 거는 거 아닐까!! 나 싸움이라면 언제든 웰컴!! 오소마츠형만 괜찮다면 가서 날려버리겠슴다!!]

[그건 고마워, 쥬시마츠. 하지만 지금은 아냐. 문답무용으로 쳐들어가서 죽이는 건 답지 않잖아]

 

그럼, 어쩌면 좋을까.

 

 

전원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을 때, 잠자코 듣고 있던 쵸로마츠가 입을 열었다.

 

[마츠노 조직을 노리는 걸지도]

 

하극상, 이라고 작게 덧붙였다.

 

확실히, 선대 때부터, 품행이 악한 자, 피에 굶주린 위험한 패거리들은 적잖이 마츠노 조직에도 있었다. 그들을 모아 파문하고, 마츠노 조직과의 연을 끊어 더는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한 것이 오소마츠였다.

벌써 몇 년도 전의 일이지만,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해가 될 것들은 모두 배제했다. 오소마츠가 빈사상태가 된 일이 그 불안감을 더해, 형제들도 모두 그 일을 도왔다. 말하자면 아무것도 몰랐다고는 하지만, 지배하에 있어 몸을 사리던 악당들을 세상밖에 내놓은 꼴이었다. 하지만 이 세계에 익숙해진 뒤에도 그들을 다시 불러들이지 않은 건, 장남을 잃은 뻔했던 일이 형제들에게 있어 지울 수 없는 공포로 박혀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세상밖에 나온 악당들이 그 뒤에 어떻게 되었는가는,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미루어왔던 게, 이렇게]

 

오소마츠는 쓴웃음을 지었다. 어렸다고는 하지만 몇 년 전의 자신은 너무도 철부지였다는 걸 느꼈다. 무서웠으니 위협을 멀리한다. 그건 가장 무지하고 어린 생각이었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버려진 사람들이 미나즈키회에 유입됐다 하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갈 곳이 없어 마츠노 조직에 있었던 녀석들인데, 쫓겨났으니 당연히 자신들을 몰아낸 자를 원망할 것이다. 그런 인간이 모이고 모여, 하극상을 노리는 조직으로 성장을 이룬다___정말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일단 상황이 이러하니 엄중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되기에, 진위 판단이 특기인 자신이 상황을 살피러 가겠다고 카라마츠가 제안을 하려던 때였다.

 

[내가 갈게]

 

카라마츠 옆에 있던 한 사람이 손을 들었다.

 

[, 무슨, 이치마츠....]

[내가, 잠입해서 조사할게. 나는 카라마츠랑 혼인신고도 안 했고, 존재자체가 미나즈키회에 알려져 있지 않을 테니까. 일반인인 척 위장해서 잠입할 수 있지 않겠어?]

 

히죽 웃는 이치마츠는 어느때보다 즐거워 보인다. 다들 얼굴을 경직시킨 채 아무 말 않고 굳어있는 와중, 당황해 소리를 내지른 건 카라마츠였다.

 

[, 어이 이치마츠! 무슨 말인가!! 혼자서 잠입!?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쩔 셈인가!!]

[괜찮다니까....사제 녀석들 중 한 놈을 꼬셔서 애인자리를 꿰찬 뒤에 술을 먹이면 알아서 줄줄 다 불어버리겠지. 빠르면 일주일, 늦으면....한 달?]

[애이인~!? 아니, 이치마츠 네 애인은 나잖아?]

[?]

[?라니, 허니-!! 그 냉담한 반응은 뭔가!?]

 

왁왁 시끄러운 카라마츠의 논점이 점점 빗나가기 시작하자, 쵸로마츠가 딱 잘라서 [너희들 조용히 해!] 라고 외쳤다. 마귀와도 같은 기세에, 공기가 얼어붙는다.

 

[이치마츠도 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그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기는 해? 어쩌면 우리들 전원의 목숨이 노려지고 있는 걸지도 모르는데, 너란 녀석은!]

 

쵸로마츠가 쾅, 다다미를 내려친다.

이치마츠는 살짝 입술을 깨물면서 작은 목소리로 대꾸했다.

 

[나도....가끔은 밖에, 나가고...싶단 말이야..]

 

완전히 풀이 죽은 이치마츠. 잠자코 듣고 있던 오소마츠가 턱을 괴며 이치마츠를 불렀다.

 

[이치마츠. 아까 보니까 꽤 진심인 것 같던데. 그건 카라마츠 이외의 녀석한테도 안길 생각이 있다는 거야?]

[....아니, 거기까진 생각 안 해봤는데..]

[오빠는 가끔 네가 똑똑한 건지 바보인 건지 모르겠어-]

[아니, 바보라고 이치마츠는! 애초에 카라마츠가 허락해줄 리 없잖아? 안 그래, 카라마츠?!]

[.........]

[......카라마츠? 뭐라고 말을...]

 

쵸로마츠의 당황하는 모습에 카라마츠는 살짝 미소 짓고는 옆에 앉은 이치마츠에게로 몸을 돌렸다.

 

[이치마츠]

[....]

[나는 너를 믿는다]

 

이치마츠는 평소에 반쯤 감고 있는 눈을 완전히 뜨곤 몇 번인가 깜빡인다. 카라마츠는 주저함이 없는 순수한 미소로, 이치마츠에게 말했다.

 

[우리들이 서로를 얼마나 아끼고 생각하는지는 이미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그걸 알고 그런 결정을 내린 거라면, 나는 반대하지 않겠다. 솔직히 말해, 이게 최선책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내가 가더라도 완전한 진실은 알 수 없을 테니, 네가 가는 게 더 진실에 가까워지는 방법이겠지]

[......저기]

[그러니까, 몸을 주지 않겠다 약속한다면, 부디 부탁한다. 이 조직을 위해서]

 

다다미에 손을 대고 고개를 숙이는 카라마츠. 그걸 본 이치마츠는 누가 봐도 알 정도로 떨고 있었다.

그저 조금 질투를 바랐을 뿐인데, 이렇게 진심으로 부탁하고 있는 상황이라니.

하지만 아까 그렇게 강하게 나왔으니, 이제 와서 싫다고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알겠어. 약속할게]

[좋아, 그래야 이치마츠지]

 

고개를 든 카라마츠는 무척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치마츠는 윽, 하고 살짝 뺨을 붉혔다.

 

[~.....네네, 우리들도 있다는 건 완전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이지-. 그런 낯간지러운 짓은 다른 곳에서 하라고!]

 

토도마츠가 두 사람을 떼어놓는다.

 

[일단, 이치마츠 언니가 잠입한다는 걸로 결론내자구! 나도 될 수 있는 한 서포트할테니까, 힘내]

[, ]

 

이치마츠는 어째 커져버린 상황에 식은땀을 흘렸다.

 

 

 

 

 

그렇게, 새로운 작전의 막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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얕보지 마라, 마츠노의 이름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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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노 조직~

 

소수 조직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일본에서 가장 세력이 큰 야쿠자 조직. 평화 주의적이라는 얘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도 어느 정도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사실상 하는 짓은 다른 조직과 별반 차이가 없다.

일본풍의 대저택이 본부이며, 마츠노 삼형제와 그들의 부인이 살고 있다.

 

 

마츠노 오소마츠

 

마츠노가 장남이며, 마츠노 조직의 우두머리. 조직의 후계 자리를 꺼려했지만, 고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적대 조직에 노려져 초죽음이 되는 경험을 한 이후, 가족이나 연인인 쵸로마츠를 지키기 위해 조직의 두목이 되기로 결심했다. 쵸로마츠와 결혼했다. 권총, 일본도 등 갖가지 무기들을 다 잘 다루지만, 예전의 경험 때문에 타오르는 불꽃을 장시간 보면 정신이 혼미해지고 불안정해진다.

 

 

 

마츠노 카라마츠

 

마츠노가 차남이자, 마츠노 조직의 사제두[각주:1] 오소마츠가 조직의 우두머리가 되기로 결정했을 때. 그의 오른팔로 있을 것을 다짐했다. 누구보다 인정이 많지만, 필요할 땐 인정을 버리고 가차 없이 상대를 처리하기 때문에 원한을 사기 쉬워 보복당하는 일이 많다. 이치마츠를 사랑하지만, 이치마츠가 아내가 되어 버리면,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애인이란 형태를 취하고 있다. 특기는 일본도로, 형을 능가할 실력.

 

 

 

마츠노 쥬시마츠

 

마츠노가 삼남이자, 마츠노 조직의 사제두 보좌. 두 형을 지탱해주기 위해, 또한 지킬 수 있는 위치에 있기 위해 형들을 따르기를 결심한다. 전투광으로 웃으며 날뛰고, 상대를 때려눕힐 때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는다. 열 사람 몫의 힘을 가진 쥬시마츠의 활약 덕분에 마츠노 조직은 소수로도 이어나갈 수 있었다. 평소에는 순진무구한 모습으로, 아내인 토도마츠에 의하면 [집에서 만큼은 천사]라고 한다. 토도마츠를 사랑한다.

 

 

 

 

 

~ 우메노 세 쌍둥이 ~

 

 

마츠노가의 세 쌍둥이와 소꿉친구.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내, 마츠노가의 사정과 그들의 입장이나 위험성을 알고 있다. 초중고 전부 같아, 자주 붙어다녔기 때문에 주변에서 여섯 쌍둥이라 불리는 경우도 많았다. 각자 사귀기 시작한 건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은 쵸로마츠, 토도마츠는 결혼했기 때문에 마츠노란 성을 쓰지만, 이치마츠만은 연인으로 남아있어 우메노란 성을 쓰고 있다.

 

 

 

쵸로마츠

 

우메노가 장녀. 흑발의 단발머리. 집에서는 녹빛의 옷을 즐겨입는다. 오소마츠의 아내 및 마츠노 조직의 여두목으로서 다부지게 집안일 바깥일을 다 척척 해낸다. 누구나 두려워하는 오소마츠를 유일하게 막 대하는 사람으로, 주변에서 자신을 두려워하고 있음을 본인은 모른다. 술을 마시면 피부에 꽃이 피듯 붉은 점이 피어오른다. 술에 약하다. 평소에 이치마츠와 토도마츠의 의지할만한 언니지만, 어리광에 약하다.

 

 

 

이치마츠

 

우메노가 차녀. 흑발의 긴 생머리. 윤기 있고 찰랑찰랑한 머릿결의 비결은 토도마츠의 손질. 집에서는 연보랏빛 옷을 즐겨 입는다. 가끔 체크무늬도 즐겨 입는다. 고양이를 좋아하고, 고양이에게도 인기가 많지만 인간 친구는 제로. 카라마츠라면 머리카락이나 손, 얼굴을 쓰다듬어도 상관없지만, 다른 남자가 닿는 건 혐오한다.

혼자 마츠노성이 아닌 걸 살짝 신경 쓰고 있다.

 

 

 

토도마츠

 

우메노가 삼남. 자연 갈색의 중간 길이의 머리. 집에서는 연분홍 옷을 즐겨 입는다. 악랄하고 귀여운 소악마계(원래는 あざと可愛인데 마땅한 단어가 안 떠오르네요).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했기 때문에 인간관계가 넓다. 어리광 부리기를 잘하고 인신장악에 능해서, 그걸 이용해 여러 가지 정보를 알아낸다. 마츠노 조직에서도 유력한 정보는 다 토도마츠가 얻은 정보인 경우가 많다.

 

 

 

 

 

 

 

* * *

 

 

 

 

그건 한밤중에 일어난 일이었다.

정취 있는 일본식 대저택이, 이글거리는 불꽃에 휩싸였다. 마당이 넓어서 인근 가옥에 옮겨붙지는 않았으나, 불의 열기가 강해,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들도 끄지 못해 고전하고 있었다.

 

[굉장하네-....평생 살면서 한번 볼까말까한 거라고, 이런 거]

 

불 앞에서 히죽 웃는 한 남자.

그는 지금, 눈앞에서 타오르는 불꽃 옆에서, 새빨간 색으로 번쩍이는 소방차 램프를 바라보았다.

삐걱이는 소리가 나더니 지붕이 살짝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기둥 일부가 다다미 위에 떨어져, 바닥이 우지끈, 하고 소리를 냈다. 그가 서있는 곳은 바로, 타들어가는 대저택의 안이었다. 밖에서 우왕좌왕하는 인간들 중 그 누구도 그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한 듯했다.

 

[.........슬슬 나도 나가지 않으면 위험하겠는 걸]

 

기둥에 손을 뒤로 돌린 채 결박당했지만, 이런 것쯤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기에 열심히 줄을 푸는 것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애를 먹긴 했지만, 도망갈 시간은 충분하다 생각한 그였지만.

풀썩.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 주저앉았다. 연기를 많이 마신 탓인지, 기침이 멈추질 않았다. 숨쉬기가 괴로워 맺힌 눈물로 시야가 흐릿해졌다. 위험해. 얼른 도망가야 해.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에게 등을 걷어차여 바닥에 엎어지고 만다.

 

[으윽....누구야..!]

 

[소사체는 본인 확인이 힘드니, 지금 당장 처리하는 게 확실하겠지. 역시 끈 같은 건 바로 풀어버리네]

 

촤악! 하고 액체가 뿌려졌다. 몸을 살짝 구부린 탓에 등에만 묻었지만.

누구인지 눈물로 보이지 않고, 혼란스런 상황 속에 독특한 냄새가 코를 찌를 뿐이었다. 아까 뿌린 액체는 가솔린인 게 분명했다.

 

[....농담이지]

 

[잘가라, 마츠노 조직의 차기 당주씨]

 

 

천박한 웃음과 함께 발로 차여, 몸은 불 옆으로 굴렀다. 도망갈 수가 없다.

 

 

 

 

___굉장한 절규가 울려퍼졌다.

 

 

 

 

 

 

 

 

얕보지 마라, 마츠노의 이름을

 

 

 

 

하아, 하아, 하아.

40에 가까운 남자가 살찐 배를 흔들며 거친 호흡을 내뿜으며 달리고 있었다. 하는 운동이라곤 고작 골프 정도로, 그의 인생에 달리기란 운동은 존재하지 않았다. 만약 그럴 일이 생긴다 하더라도, 그런 건 제 밑의 사람을 시키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의 생활은 남자의 근력과 지구력을 전부 빼앗아, 지금 남자는 너무나도 힘든 도주를 겪고 있었다. 그 남자의 뒤를 쫓는 노란 그림자가 하나. 노란 그림자는 높게 도약하며, 금속 배트를 남자의 정수리를 향해 내리찍었다.

 

[호옴-----------러어언!!!!!!!]

[우아아아아아!!!!!!!!!]

 

하지만 남자가 피하는 바람에 배트는 남자의 어깨에 직격했다. 통증으로 쓰러진 남자가 어깨를 부여잡으며 노란색을 올려다본다.

 

[어라앗~? 피했어~? 그럼 다시!]

[, 잠깐만!! 목숨만은 살려줘! 돈이라면 얼마든...]

 

,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붉은 분수가 솟았다. 아스팔트에 남자의 몸이 쓰러진다.

 

[아저씨 마지막에 뭐라고 했어? 미안, 못 들었어!]

 

내려다보며 천진난만하게 웃는 노랑은 휙 돌아보며 크게 외쳤다.

 

[카라마츠혀-!! 끝났어!]

[잘했다, 쥬시마츠. 역시 너는 빠르군]

[감삼다~! 엄청 빠르지!]

 

엷은 어둠속 가로등 불빛 아래로 모습을 드러낸 푸른 옷과 노란 옷의 남성들은 똑같은 얼굴이었다.

 

[우리들 구역을 휩쓴 놈들을 처리하지 않으면 곤란하지... 자아, 오늘은 이걸로 끝이다. 돌아갈까]

[아이아이!!]

 

두 사람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앞으로 나아갔다. 차갑게 식어가는 남자는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다음날 항구에서 머리가 박살난 남성의 시체가 발견됐다.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아아, 또 녀석들을 화나게 한 멍청이가 있었구나. 그들의 평화를 깨뜨리지 마. 살아서는 못 나갈 거라고.

 

 

 

 

 

마을에서 좀 떨어진 곳에 위치한 독채. 소나무 몇 그루가 멋들어지게 자리한 넓은 정원이 있는 일본식 대저택. 여기는 뒷세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마츠노 조직의 본부다.

 

[으응~~, 잘했어! 형아가 칭찬해줄게!]

 

다다미방 안쪽에 앉은 붉은 옷의 남성이, 어젯밤 한 불량배를 쓰러뜨린 노란 남성의 머리를 양껏 쓰다듬었다. 노란색은 기쁨에 몸을 들썩거렸다.

 

다다미방에는 세명의 남성이 있었는데, 각각 빨강, 파랑, 노랑의 옷을 입고 있었다. 빨강을 마주보고 앉는 형태로 파랑과 노랑이 앉아 있다.

 

[, 우리들 손에 걸리면 그렇게 되는 건 당연하다, 오소마츠]

[? 카라마츠형 아무것도 안 했잖아!]

[또 쥬시마츠한테 기회 뺏긴 거야? 카라마츠]

 

오소마츠라고 불린 빨간 옷의 남성은 히죽거렸고, 카라마츠라 불린 파란옷의 남성은 움찔하며 정곡을 찔린 듯한 얼굴을 했으며, 쥬시마츠라 불린 노란옷의 남성은 환하게 웃으며 설명을 덧붙였다.

 

[카라마츠형은 사냥감을 유인했어! 그리고 내가 쫓아가서 때렸어!!]

[수고했어. 두 사람 덕분으로 해둘테니까. 봉급도 올려줄게~]

[아싸아-!!]

[잘 됐군..]

 

카라마츠와 쥬시마츠는 기뻐하며 방을 나갔다. 자신들의 방으로 돌아가는 거겠지.

 

[카라마츠랑 쥬시마츠, 돌아왔어?]

 

다른 쪽의 문이 열리며, 연녹색의 옷을 입은 여성이 불쑥 얼굴을 내밀었다. 어깨 위까지 오는 검은 머리칼이 찰랑인다.

 

 

[-, 쵸로마츠, 일은 다 끝냈어?]

[, 그럭저럭]

 

 

쵸로마츠라 불린 초록옷의 여성은, 방에 들어와 문을 닫고 오소마츠 옆에 앉았다.

 

[뉴스 봤어. 항구에서 사람이 한명 죽었다며. 그거, 저 두 사람이 한 거지?]

[, 그렇지]

[죽이라고 명령한 거야?]

[설마. 나는 그 남자가 더는 우리 구역에서 마약밀매를 하지 않도록 철저히 가르쳐주고 오라고 했을 뿐이라고. 다들 극단적이지, 특히 쥬시마츠가]

[.....역시, 오소마츠의 이 어딘가에 있다고 생각하니까?]

 

 

쵸로마츠의 말에 오소마츠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리고 옷의 앞섶을 풀어 헤치며 등을 드러냈다. 그의 피부는 딱 봐도 심각해 보이는 화상자국이 있어, 보기만 해도 고통이 느껴질 정도였다.

 

[맞아, 내 등을 이렇게 만든 놈. , 나와 녀석들을 이 세계에 밀어넣은 계기가 된 그 사건의 범인. 그 일이 없었다면, 이런 입장 같은 건 버리고 평범한 형동생 사이로 살았겠지]

 

너까지 고생시키고 말았네. 미안, 쵸로마츠. 오소마츠는 그렇게 말하며 쵸로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쵸로마츠는 고개를 저으며, 오소마츠의 뺨에 양손을 얹었다.

 

[내가 좋아서 너랑 같이 있고 싶다고 했던 거잖아. 어릴 적부터 계속 민폐 끼쳤으면서 이제 와서 무슨 소리야]

[하하, 그렇네]

 

오소마츠는 씨익 웃으며 쵸로마츠의 머리 뒤에 손을 얹고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

 

[역시 내 부인이야. 두둑한 배짱에 다시 한 번 반해버렸어. 오늘, 한잔 할래?]

[....술 안 마셔. 필요 없어]

[센 척하기는. 얼굴 빨개졌다고?]

[아니거든]

 

허둥지둥 일어난 쵸로마츠는 살짝 찡그린 얼굴로 방을 나갔다. 청소해야지, 청소. 라며 일부러 들으라는 듯 말하는 쵸로마츠는 귀까지 빨갛게 물들여, 쑥스러워 하고 있음이 단박에 드러났다.

 

[....술 얘기만 했을 뿐인데 말이지]

 

오소마츠는 웃으며 한숨을 쉬었다. 오소마츠는 몰라도 쵸로마츠는 술에 굉장히 약했다. 한잔 마시는 것만으로 금방 새빨개지고, 새하얀 피부에 꽃이 피듯이 붉은 점이 생겨나는데, 그게 또 무척이나 색기 넘친다. 술에 취하면 솔직해 지는 쵸로마츠의, 열에 젖은 눈과 애잔한 목소리는 오소마츠의 이성을 무너뜨리기 충분했다. 정신을 차리면 어느새 그 피부를 손가락으로 훑어내리고 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패거리들 앞에서는 [다른 곳에서 해] 라며 잔소리를 해댔다. 그래서 쵸로마츠를 데리고 다른 방으로 가서 일을 치르는데, 그럴 때면 늘 [싫다]고 하지만 진심으로 저항하진 않았다. , 술을 마시자라는 건 사랑을 나누자는 의미라는 게, 이 부부의 암묵적 양해가 되었다. 다른 형제들도 이 사실을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어, 다들 연회 자리에서는 가급적이면 쵸로마츠에게 술을 권하는 오소마츠를 막는 게 암묵적인 룰이 되었다.

 

[그렇게 자꾸 미루면 나중에 큰일난다고~]

 

히죽 웃는 오소마츠의 눈은 사냥감을 포착한 듯 이글이글 불타오르고 있었다.

 

 

[...오소마츠 오빠. 이제 들어가도 돼?]

 

어이없다는 듯한 목소리가 살짝 열린 문틈으로 들려왔다. 거기서 얼굴을 들이민 건, 커다란 눈과 귀엽게 오므라진 작은 입술을 가진 여성이었다.

 

[-, 미안 토도마츠. 와 있었어?]

 

손짓으로 부르자, 분홍색 기모노를 입은 작은 여성이 언짢은 듯한 표정으로 방에 들어왔다. 그녀의 이름은 토도마츠.

 

[아침부터 완전 러브러브구만!! 그보다 쵸로마츠 언니는 어제부터 계속 여기에 있었잖아! 나는 혼자서 쓸쓸하게 쥬시마츠를 밤새 걱정하며 기다렸는데 말이야!! , 짜증나!!]

 

불만을 터뜨리며 토도마츠는 기세 좋게 오소마츠 앞에 앉았다.

 

[일에 관한 얘긴데....우리 관리 하에 없는 약이 또 나돌고 있는 모양이야]

[.....최근 이런 일이 많네. 찾아내서 처리를 하는데도 계속 나돌고 있다는 건 무슨 수를 쓴 거겠지. 어쩌면 뒤를 봐주는 녀석이 있는지도]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좀처럼 안 잡히네. 아무튼, 또 카라마츠 오빠랑 쥬시마츠가 나설 차례가 됐다는 걸 전하러 왔어]

[그래, 고마워]

 

토도마츠는 할 말을 전하고 곧장 일어섰다.

 

[...저기, 오소마츠 오빠]

[?]

[우리들, 언제까지 이렇게 두려움에 떨어야 하는 걸까]

 

토도마츠의 중얼거림에 오소마츠는 조금 말문이 막혔지만, 금방 정신을 차리고 평소처럼 말했다.

 

[바보. 우리들이 지켜줄 거니까, 너희들은 아무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뭔가 열받아. 떼쟁이 장남이었던 주제에]

[뭔 소리야!?]

[, 됐어. 전할 말은 그것 뿐이니까]

 

의지하고 있다고, 보스. 토도마츠는 윙크를 슬쩍 남기고 방에서 뛰쳐나갔다.

 

토도마츠의 말대로, 오소마츠들이 정체모를 어둠의 조직에게 노려지고 있음은 틀림없다. 얼른 결착을 내지 않으면, 지켜야 할 사람을 안심시켜줄 수도 없게 된다. 그래서 오소마츠는 갖은 수를 써서라도, 과거에 자신의 등에 기름을 끼얹은 그 빌어먹을 자식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로 인해 적어도 무언가 바뀔 거라고 믿었다.

 

 

반드시 찾아낼 테니까. 가솔린 자식. 오소마츠는 몇 년을 애태우게 만든 상대를 향해, 다시금 선전포고를 날렸다.
















설정의 야쿠자 직급?계급?

아무튼 용어 관련 설명입니다





샤테이(사제)는 구미쵸(보스)와 형제의 연을 맺고 아우가 된 사람

샤테이카시라(사제두)는, 샤테이들 중 리더 역

샤테이가시라호자(사제두 보좌)는, 샤테이카시라(사제두)를 보좌하는 사람




즉, 오소마츠는 보스(구미쵸)

카라마츠는 사제(샤테이) 중에서도 우두머리격인 사제두(샤테이카시라)

쥬시마츠는 그 사제두를 보좌하는 역(샤테이카시라호자)입니다


*사제는 형제의 연을 맺은 사람 전체를 통틀어 말합니다


더 쉽게 말하자면,

카라마츠와 쥬시마츠는 보스인 오소마츠의 오른팔과 왼팔!

같은 느낌입니다 :)






-



신시리즈입니다!!


오늘 원래 단편도 올릴 생각이었는데

제가 모르고 앞부분을 번역을 안 했더라구요ㅠㅠ


북마크가 2페이지에 되어 있었습니다...ㅎ

왜 번역하면서 이상하단 걸 못 느꼈던 걸까.....



마저 번역해서 다음 업로드 때 올리든가 하겠습니다!





;ㅂ; 요청 자꾸 까먹네요...

야밤에 올리니까 늦은 시간에 메일 보내기 좀 그래서

다음날 해야지 다음날 해야지 그러다가 그만...잊어버렸다..


다음주 내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ㅠㅠ 죄송해요










  1. (야쿠자 은어로, 두목과 형제관계를 맺은 자들 중에서 우두머리라는 의미)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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