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はるな 님의 작품입니다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6451474



























생각할 것도 없었다.

자신과 닮은 얼굴에서 전해져오는 적의가, 이리도 괴롭다니.

그 누구보다 가까운 존재가 자신을 혐오한다는 것이, 이토록 슬프다니.

분명 지금,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테지.

자신들이 그때, 카라마츠형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우리들을 내려다보는 차갑고 두려운 눈동자.

너무도 무섭다. 노려봐지는 것만으로 눈물이 쏟아질 정도.

하지만, 2층의 창문에서, 불에 타들어가는 형을 내려다보는 우리들의 얼굴도,

분명 똑같이 차갑고 두려운 표정으로, 카라마츠형의 눈에 비춰졌겠지.

사랑하는 형제 모두에게 향한 적의와 혐오. 부정과 거부.

배신당한 마음은, 얼마나 깊게 파고든 걸까.

 

역시, 우리들 모두 기적의 바보 집단인 만큼.

같은 짓을 몸소 체험하지 않으면 모르는 걸까.

 

 

 

 

 

 

카라마츠 사변을 웃는 얼굴로 끝내는 이야기

Side 토도마츠2

 

 

 

 

 

손에 들린 병에 난 커다란 균열. 앞으로 조금만 더 힘을 줬다간 산산조각이 나고 말 거다.

형이, 없어져 버리고 만다.

우리들 때문에.

그렇게나 상냥했던 형이, 우리들 때문에 다시는 돌아올 수 없게 된다.

그 생각에 머릿속이 새하얗게 된다.

그만두라고 외치고 싶은데, 목소리가 전혀 나오질 않는다.

 

[게임 오버다, 이치마츠. 놓아라]

 

 

무릎을 꿇은 이치마츠형이. 어린애가 엄마의 옷자락을 잡듯이 카라마츠형의 옷자락을 꽉 부여잡고 있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어 어떤 표정인지 모르겠다.

 

[짓밟히고 싶은 건가]

[..........]

 

 

카라마츠형의 말에도 반응이 없다. 그저, 옷자락을 잡은 손의 힘만 더 세질 뿐이다.

정말 손이나 머리를 밟히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하던 그때.

옆에서 철퍽, 하는 소리.

 

[부탁할게!!]

 

쵸로마츠형이다. 어느새 몸을 일으켜 손으로 바닥을 짚고 있다.

 

 

[꺾을 거면, 내 발이든 팔이든, 얼마든지 꺾어도 좋아. 머리를 부수고 싶다면 그래도 좋아!그러니까....그 후라도 좋으니까....카라마츠를 돌려줘! 부탁이야!]

 

 

다리, 아프면서.

힘들어 보이는데. 남달리 자존심 센 주제에 완전히 도게자를 하고 있다.

 

 

[? 무슨 말인가. 카라마츠 따위에,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건가]

[따위가 아니야!!]

 

뚝뚝 눈물을 흘리며, 쥬시마츠형이 외쳤다.

 

[내 형이야! 따위라고 말하지 마!!]

[....돌려줘.....카라마츠형을 돌려줘어....]

 

형들에 이끌려 나도 목소리를 짜냈다.

저기, 카라마츠형. 우리들, 엄청 반성하고 있어.

심한 짓을 했다는 거, 다들 알고 있어. 다들 충분히 알고 있으니까.

그게 목적이라서 이런 짓을 한 거잖아. 그럼 이제 된 거지?

부탁이야. 늘 내 요구 들어줬잖아.

돌아와 줘. 이제 그만 돌아와.

 

네명 모두 코를 훌쩍이는 소리만 들리는 공간.

카라마츠형은 몇 번 눈을 깜빡이다 뭔가 말하려는 건지 살짝 입을 연다.

잘생긴 눈썹의 각도가 더 내려간 듯 느껴졌다.

 

 

 

 

[―――-, 거기까지-!!!]

 

 

!! 하고.

연구소 문이 부서질 듯이 열린다.

들어온 건 낯익은 얼굴. 그 얼굴에 안도보다도 [아까 봤던 광경] 이란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그 연기가 얼마나 완벽했던지, 새삼 놀란다. 정말 그 장면을 다시 보여주는 듯 똑같은 광경.

뛰어들어온 사람, 그건 ―――오소마츠형이었다.

 

 

[오소마츠형? 진짜야!?]

[. 뭐야 그게. 내 가짜도 있......있다!! 어이, 임마!! 뭔데 멋대로 내 파카를 입은 거야, 카라마츠!!]

[진짜 형!? 여길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거야?]

[아아, 녀석에게 들었어]

 

 

이 녀석.

라고 가리킨 곳에는 형이 어깨에 짊어지고 온 커다란 흰색포대.

산타클로스가 선물을 담는 자루 같다.

자세히 보지 않아도, 뭔가가 안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뭐야 저거, 무서워.

이런 상황에도 변함없이 냉정한 카라마츠형은 전혀 동요하지 않고.

갑자기 등장한 장남에 당황해 힘을 푼 이치마츠형의 손을 재빨리 풀고, 조용히 우리들과 간격을 벌렸다.

 

[이제 와서 무슨 용무인가, . 그렇게 전속력으로 도망쳤으면서]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형아가 차남군을 위해 커-다란 서프라이즈 게스트를 데리고 왔으니까 말이야]

[게스트...?]

[그래그래. 찾아왔다고. 네가 좋아하는 사람]

[? 무슨 의미인가]

 

 

?

이해하지 못하는 건 나뿐만이 아닌 듯했다. 쵸로마츠형도, 이치마츠형도 의아한 눈초리다.

오소마츠형은 씨익, 평소의 미소를 보이며 왼쪽 어깨에 맨 포대를 가리켰다. , 역시 사람이 들어가 있는 건가. 오는 길에 잘도 경찰한테 안 걸렸네.

쥬시마츠형은 냄새로 누군지 아는 듯, 눈물로 가득한 눈을 깜빡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리다 오소마츠형을 본다.

그보다 뭐야? [좋아하는 사람] 이라고 했지? 카라마츠형의?

뭐야 그게, 누구? 설마 카라마츠형한테 애인이 있었던 건.........설마설마. 그럴 리가 없지.

, 토토코짱 불러온 건가?

어라. 하지만, 지금은 [좋아하는 사람][싫어하는 사람] 이 되는 거잖아. 그럼 데려와도 우리들처럼 미움받는 게....

 

[....무슨 말을 하나 했더니....안타깝군, 형님. 지금의 내가 사랑하는 건 나다. 누구를 데려오든...]

[~? 카라마츠군, 그녀를 봐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아~?]

[그녀......?]

 

슈륵, 하고 빠르게 봉투의 끈이 풀린다.

 

[토로마츠!! 취급이 너무하잔쓰!!]

[오소마츠라니까!! 아야야야야!! 아파!! 아프다고!! 날뛰지 마!! 나 팔 다쳤다니까!!]

 

순식간에 튀어나와 오소마츠형에게 다가간 건 ――― 이야미.

 

 

―――?

. 에에에? ?

그것도 평소의 이야미가 아니다. 본 적 있지만, 알고도 있지만, 엄청 보기 싶은 모습.

가터벨트에 망사, 금발 가발. 그렇다, 렌탈 여친 때 처음 입었던 볼품없는 속옷 차림.

으엑. 진짜 왜?!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는데!!

 

[자아, 카라마츠!! 얌전히 형의 말을 들어!! 녀석이 어떻게 되도 좋냐!]

[, 아니아니아니!! 무슨 소리야, 오소마츠형!! 미쳤어? 바보야?]

 

취했어? 머리 다쳤어? 역시 배트로 맞은 거야?

그도 그럴게, 이야미라고? 그것도 저런 꼴이고!

저런 걸 데려와서 어쩔 건데. 마음에 상처만 남을 뿐이란 거 누구라도 안다고.

―――이 상황을.

카라마츠형은 팔짱을 낀 채,

~청 싸늘한 눈으로 조용히 내려다보고 있다.

그리고, 후우, 하고 깊게 한숨을 내쉰다.

 

 

[.....제 정신인가. 형님]

 

 

것 보라고!! 완전 열받았잖아!

그야 그렇겠지. 우리들도 완전 얼탱이가 없다고.

진짜 어쩌려고 그런 거야, 오소마츠형. 무슨 생각으로

 

 

[―――내가 잘못봤군!! 이렇게 아름다운 레이디를 방패로 삼다니, 남자로서 최악이다!!]

 

 

............?

 

 

하아아아아?

뭐야, 이거 개그? 노리츳코미[각주:1]?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럴 리가 있냐!! 라고 그 누구도 츳코미하지 않는다.

오소마츠형이 작게, 아싸!! 라고 승리포즈를 취할 뿐.

 

[~ 그럼. 네가 가지고 있는 거, 해독제지? 이쪽에 넘겨주실까]

[, 누가....]

[괜찮아~? 이 누님한테 이-런 짓, -런 짓 해버린다고~?]

[무슨 짓을!! , 그만둬라!! 이 비열한...!]

 

기분 나쁜 꼴을 한 이야미에게 어깨를 끌어안으며, 더러운 아저씨처럼 히죽거리며 손을 비벼대는 오소마츠형.

아니, 그러니까...뭐야, 이거.

딜리버리 콩트?

바뀐 이후 처음으로 보인 카라마츠형의 초조한 표정.

 

 

―――그런가.

렌탈여친 때, 형이 그랬지. 저 꼴의 이야미에게 [토할 것 같다] 라고.

좋아하는 게 싫어지는 약. 이라는 건, 설마 반대의 경우도 있다는 건가?

그렇다는 건, 지금의 카라마츠형은 ――― 엄청 싫어하는 게 엄청 좋아졌다는 거??

 

[...., 알겠다. 그 말을 따르지, 브라더-. 그러니 그 엑셀런트 걸을 해방시켜주게]

[역시 똑똑하네, 감탄감탄. 그럼 해독제를 이 여자한테 넘겨]

[...어쩔 수 없지....아리따운 여성을 전쟁터의 도구로 삼다니, 어디까지 비열한 건가. 우리 형이지만 한심하군..]

 

....우와아, 진짜로?

진짜로 말을 듣는 거야? 지금의 카라마츠형의 눈에는 이야미가 어떻게 보이는 거?

그보다, 협상할거면 그 자리에서 약을 먹으라고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한 순간, [스스로 마시라고 하고 싶지만, 그러면 너 먹은 척할 거잖아] 라고 오소마츠형이 말했다.

그렇네. 연기력이 엄청난 카라마츠형이라면 그럴지도 몰라.

 

무슨 생각인지 전혀 모르겠지만.

오소마츠형은, 이야미의 등을 떠밀며 살짝 말했다.

 

[이야미, 렌탈 서비스 코스 변경. 코스 B에서 C]

[C코스잔쓰까?! 대금 제대로 내는 거잔쓰?!]

[보너스 일괄 지불로]

[그런 건 일하는 녀석이 쓰는 지불방식이잔쓰!]

[그럼 출세하면 갚는 걸로]

[그것도 마찬가지잔쓰!! .......- 정말, 알겠잔쓰!! 나중에 여섯 쌍둥이 전원이 갚으라잔쓰!]

 

사전에 협의를 한 건지, 이야미도 더 말하지 않고 서슴없이 카라마츠형에게 다가간다.

코스? 뭐야, 그게.

아아, 그런가. 이야기마 선의로 협력해줄 리는 없고, 돈으로 고용한 거구나. 분명 그 협상 중이라서 아까 계속 전화를 안 받았던 거야.

 

깜짝 놀랄 정도로 순순히 금이 간 병을 이야미에게 넘긴다―――고 생각한 순간.

카라마츠형이 이야미를 잡아당겼다.

멋있게 허리에 손을 감고, 휙 몸을 회전시켜 가까이서 바라본다. 어디선가 본 듯한 행동. 외국 영화 같다.

..상대가 미녀였다면 정말 한 폭의 그림이었겠지.

 

[이제 괜찮다, 엘레강스 걸. 더는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 치사하다고 임마!! 비겁한 놈!]

[비겁한 건 내가 아니라 형이겠지]

 

우와, 어쩔 거야 오소마츠형!?

이러면 의미 없잖아? 카라마츠형의 소지 아이템이 해독제+이야미로 늘었을 뿐이잖아!?

하지만 오소마츠형은 치사하다고 말하면서 전혀 당황한 기색이 없었다. 당황하는 우리에게, , 하고 손가락을 대어 보인다.

아무래도 나서지 않길 바라는 모양이다. 아니,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 이해가 안 가니까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다친 곳은 없는가, 레이디]

[, 살았잔쓰. 무슨 짓이라도 당할까 무서웠잔쓰]

 

이야미가 다소 국어책을 읽는 듯한 어투로 말했다.

저것도 연기라고 하는 거야? 엄청 못하네.

카라마츠형은 신경 쓰이지도 않는지, 훗 하고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카라마츠형 눈에는 이 사람이 어떻게 보이는 거야, 대체?

어미에 잔쓰가 붙은 미녀한테 위화감이 안 느껴지는 거야!? 그보다, 미녀도 아니고 여자도 아냐!

 

[.....사례,를 하고 싶잔쓰]

 

 

?

그렇게 말한 이야미는 순식간게 진지한 얼굴로 바뀐다.

카라마츠형을 지그시 바라보며.

스윽, 하고. 형의 양 어깨에 손을 얹었다.

. 거짓말. 설마.

 

 

[...., 레이디에게 창피를 줄 수는 없지]

 

 

무슨 의미인지 알아차린 카라마츠형이 이야미의 턱을 살짝 들어올린다.

정말 드라마의 한 장면 같다. 미녀만 있었다면.

 

 

두 사람의 얼굴이 가까워지더니, 이야미가 힘껏 카라마츠형의 머리를 양손으로 꽉 쥐었다.

그대로.

두 사람의 얼굴이, 마주한다.

 

 

츄우우우우우우우우우웁.........

 

 

 

――― 우와아아아....

에에에에? 진짜로?

귀를 막고 싶어지는 소리. 여기에서는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제대로 보고 싶지도 않지만.

쥬시마츠형이 [츄하고 있어!! 츄하고 있어!! 이대로 세크로스?!] 라며 재수 없는 말을 해댔다.

우와아아아아아, 실황하지 말아줘!!

아니, 진짜 그 뻐드렁니로 어떻게 키스하는 거야? 아니, 듣고 싶지도 않고 알고 싶지도 않아!

 

우리는 다시 전개를 따라가지 못해, 말리지도 못하고 츳코미를 넣지도 못했다.

그저 아연실색해서 입을 쩍 벌리고만 있었다. 그 때,

....두 사람의 발밑에 어디서 떨어졌는지 모를 낯익은 작은 병이 쨍그랑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

산산이 흩어진 유리조각.

내용물은―――들어있지 않다.

 

 

―――설마!?

 

 

 

[, 우윽?]

 

 

카라마츠형의 목소리.

그와 동시에, 꿀꺽하고 뭔가 삼키는 소리.

눈을 크게 뜬 카라마츠형은 비틀거리며 이야미로부터 멀어진다.

 

 

[...., 이런, 수를 쓸 줄이야...]

 

 

입가에 흘러내리는 건, 보라색의 액체.

천천히 뒷걸음질을 친 카라마츠형은.

괴로운 듯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이야미의 손을 잡고 그 손등에 멋있게 입을 맞췄다.

 

 

[....여자 스파이였던 건가......최고로군, 미스테리어스 걸......]

 

 

 

 

 

 

그대로.

 

 

형은, 자리에 풀썩 쓰러졌다.

 

 

 

[-싸아!! 계획대로-!!]

 

[............]

[............]

[.............]

 

 

 

―――............?

 

 

 

남겨진 우리들은,

이제 뭐라고 할지. 아니, 뭐라고 말할 수 없는 미묘한 기분으로.

 

 

기뻐하는 장남과 날뛰는 쥬시마츠형과,

이야미의 [임무완료잔쓰! 돈 꼭 내라잔쓰!] 라고 외치는 목소리를 가만히 들었다.

 

 

 

 

 

 

◇◇◇

 

 

 

 

 

 

[정말 미안했다!!]

 

 

집을 울리는 큰 목소리.

깨어난 카라마츠형은, 한줄로 늘어선 우리 다섯명에게 머리를 숙여 사과했다.

 

 

[설마 그렇게 큰일이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정말 미안하다!!]

 

 

정말 미안한 듯, 도게자를 할 듯한 기세. 아아, 이미 하고 있다.

쵸로마츠형이 했던 것보다 더 힘껏, 바닥에 머리를 붙이고.

살짝 우발적으로......라든가.

힘들다는 걸 알아줬으면 해서....같은 말을 중얼거렸다.

언제 혼이 날지 이쪽을 슬쩍 올려다보는 형을, 모두 굉장히 미묘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아마, 장남을 제외한 네명 모두, 이치마츠형처럼 죽은 생선 같은 눈일 테지.

다들 아무런 말도 않고 죽은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으니,

모두 엄청 화가 났다고 착각한 형은 순식간에 울 듯한 표정이 되어 히끅거리기 시작했다.

늘 멋있게 올라간 눈썹을 한껏 낮춘 채, 눈물을 글썽였다.

방금까지의 엄청난 파괴력을 보여줬던 사람답지 않았다.

 

 

―――카라마츠형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소파를 반으로 갈라버린 것도, 오소마츠형의 팔을 부러뜨린 것도.

크게 날뛰고, 엄청나게 무서운 표정을 했던 것도.

.........어떻게 해독제를 먹었는가도. 전부.

 

 

[....역시, 화났겠지....나는 이제 어쩌면 좋은가? 뭔가 원한다면 뭐든]

[화 안 났어!!]

[-! 화나지 않았으니까]

[....오히려, 미안...]

[]

 

 

설마 이치마츠형이 사과를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지, 눈을 크게 뜨며 놀란다.

하지만, 우리들에게 있어 이 정도의 사과는 사과하는 축에도 들지 않았다.

처음에는 물론 다들 화가 났다. 사실은 이치마츠형도 원형이 남지 않을 정도로 때려눕히고 싶겠지.

나도 그렇다고. 그야 그렇잖아?

이런 때에는 보통 가족의 외침으로 눈을 뜨는 게 보통이잖아?

그런데, 그 사랑의 힘을 반대로 블랙 카라마츠형 본인이 이용해서 속여먹고!!

엄청 무서운 생각을 해서, 모두 울면서 호소했는데 말이지.

그런데 대체 뭐야? 결과, 해결의 실마리는 여자라니? 그런 반전이 있을 수 있어?!

카라마츠형 변태!! 역시 매일 카라마츠걸을 찾으러 갈만 하구만!!

라고 엄청 화가 났었다.

 

 

........하지만.

 

 

[, 저기 카라마츠형. 퍼스트 키스, 벌써 했어...?]

[? , 뭔가 갑자기....갑자기 사랑얘기라니]

[그래그래 사랑얘기! 그러니까 알려줘!]

[? ........., 안심해라 라스트 브라더. 운명에 이끌린 초대 카라마츠걸의 칭호를 받을 레이디가 나타나는 것도 시간문제. 그 때는 바로 보고를....]

[역시 아직인가-!]

[그야 그렇겠지!! 나도 아직이니까!!]

[나도 아직이고!! 시코마츠형은 당연히 아직일테고!]

[뭐라고, 톳티!! 맨날 여자랑 다니면서 아직인 네가 더 안타깝거든!!]

[, 왜 그리 소란인가?]

[있지! 카라마츠형 이야미랑 츄-]

[[[으아아아-------!!!]]]

 

 

다들 달려들어 크게 열린 입을 막는다.

-? ? 라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쥬시마츠형.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할 듯하다.

 

 

―――못 말하지.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지.

나와 쵸로마츠형과 이치마츠형이라는, 드문 멤버로 일치된 의견.

 

 

[안 된다고, 쥬시마츠!! 그 사실을 알면 카라마츠 죽을 수밖에 없다고!]

[그렇지. 진실을 알면 쿠소마츠라도 멘탈 깨질 걸....]

[이번에는 어떤 약을 마실지 모른다고!! 절대 말하면 안돼!]

[왜 모르는 거야!? 오히려 기억하고 있는 게 더 나아!! 우리들 평생 이 사실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거야?]

[무덤까지 들고 가야지...]

 

이치마츠형까지 각오한 듯한 얼굴이다.

우리들 이 무거운 십자가를 짊어지고 살아가야 하는 거야? 아아아아아아, 죄책감에 엉덩이털 탈 것 같아....

얼마나 불행체질인 거야, 우리 차남은.... 이렇게 불쌍한 부분 보이면, 화날 것도 사그라든다고.

 

하지만, 이렇게 된 것도 우리 때문일 거고.

우리들의 목소리가 닿지 않았던 건, 우리들 탓일지도 모르고.

유괴당했을 때도, 다쳤을 때도. 누구라도 좋았을 텐데. 그 때, 다섯명 중 누구 하나라도 좋으니 구하러 갔다면.

붕대를 감고 돌아왔을 때, 우리가 진심으로 사과했다면.

약의 힘을 몰아낼 정도의 기적을 발휘했을지도 모른다. 우리의 외침이 형에게 닿았을 가능성도 지금보다 더 높았을 게 틀림없다.

애초에 그랬다면, 이런 사태 자체가 없었을지도 모르고.

분하다.

 

 

[카라마츠형!]

[, 뭔가. 역시 화가....]

[우리들 좋아하지!?]

[?]

[좋아하지?]

[......, 무슨 소리를 하는가 했더니....사랑하는 게 당연하잖나. 내 가슴에 품은 다섯 개의 사랑은 영원의 프로미..]

[안 나갈 거지!]

[?]

[안 나가는 거지?!]

[, 걱정마라 브라더. 같은 세포를 나눈 우리들의 인연이 끊어지지 않는 한, 우리 형제는 목숨을 다할 때까지 운명을 함께............? 톳티?]

[]

[.......아니, 아까부터 왜 그렇게 내 입술을 닦는 건가? 별가루라도 붙어있는 건가?]

[시끄러!! 형 바보!! 멍청이!!]

[. , 역시 화가...]

[화 같은 거 안 났다니까!]

[카라마츠!! 다음은 가글할 거니까, 이쪽으로 와!! 자 여기 가그린!! 이치마츠, 물 다 끓였어? 뜨거운 물이 필요하니까!]

[쵸로마츠까지!? 그보다 뜨거운 물?]

[됐으니까 얼른 해!! 부양되고 싶으면 해!!]

[, 오우...., 뭔가 브라더들이여? 아까부터 왜 그렇게...]

[있지! 카라마츠형은 이야미랑 움츄- 해서 약을]

[[[와악----------------!!]]]

 

 

또 세명이 달려들어 쥬시마츠형의 입을 막는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카라마츠형에, 경련이 일 정도로 웃으며 어떻게든 속여넘겼다.









좋은 냄새가 확 덮쳐왔다.

어라? 낯익은, 기분 좋은 향기.

박사의 집을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두리번거리자, 건물 입구의 정원 깊숙한 곳에, 그것은, 마치 누군가 숨긴 듯이 놓여 있었다.

 

 

 

 

 

카라마츠 사변을 웃는 얼굴로 끝내는 이야기

Side 쥬시마츠

 

 

 

 

 

.

다다미에 떨어진 충격으로 잠에서 깼다.

 

[우와, 뭐야 이거. 치사해-! 형아도 끼워달라고!]

[!! , 조용히. 다들 깬다]

 

큰소리를 내며 들어온 오소마츠형을, 바로 카라마츠형이 말린다.

다들 지쳐서 거실에서 잠들었던 걸 떠올렸다.

분명 다들 잠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어째선지 카라마츠형은 계속 깨어있었던 모양이다.

다른 형제들은 아직 꿈나라. 상당히 피곤했던 것 같다.

코타츠에 들어간 카라마츠형을 중시믕로, 오른쪽에는 쵸로마츠형이 달라붙어 있고.

왼쪽의 이치마츠형은, 아직 붉은 옷의 소매를 꼭 쥐고 있다.

토도마츠는 코타츠에서 얼굴만 내밀고, 카라마츠형의 무릎베개를 베고 잠이 들었다.

확실히, 늘 놀아줘~ 신경 써줘~ 라고 징징거리는 오소마츠형이 질투할 만도 하다.

좋은 자리는 다 꿰차버려서, 나는 형의 등에 업힌 듯한 자세로 잠들었는데. 거실문이 거칠게 열리면서 흘러내린 듯했다. 어렴풋이 깨긴 했지만 여전히 졸리다. 오늘은 엄청 피곤한 날이니까.

 

[, 괜찮은가?]

[괜찮아-괜찮아-. 타박상뿐. 부러지지 않았어]

[그런가, 그럼 쥬시마츠를 코타츠에 넣어주겠나. 감기 걸린다]

[예이예이. 정말이지, 행복하단 얼굴하고 말이야. 눈썹 늘어졌다고, 이 망나니가]

 

원래 성격 드러나면 아래로 처지지, . 라며 덧붙이며 오소마츠형은 나를 코타츠에 넣고 무릎베개를 해줬다. 아싸아, 토도마츠랑 똑같다아, 편해애~.

나 종종 눈뜨고 자니까, 지금도 자고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진짜로 눈뜨고 있는 건데 말이지.

 

[녀석들도 행복한 표정이네~. 이치마츠가 너한테 딱 들러붙어 있다니 평생 없을 일이라고? 사진 찍어둘래? 그보다, 언제까지 내 파카 입고 있을 건데. 그래선 사진 찍어도 나로 보이잖아]

[옷을 갈아입으면 형제들을 깨우니까 갈아입을 수 없었다. 내일 빨아서 돌려줄테니, 조금만 더 빌려줘]

 

웃으며 말하는 카라마츠형을 보고, 다시금 안심을 한다. 정말 돌아왔어. 다행이야.

엄청 무서웠어.

그리고, 엄청 슬펐어.

원래대로 돌아온 카라마츠형을 꽉 끌어안았더니, 잔뜩 사과하며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평소의 상냥한 미소로, 나도 토도마츠도 오늘만 몇 번이고 울었다.

다행이다. 평소의 형이야.

우리들을 싫어하다니 역시 거짓말이었어.

집을 나간다니, 역시 거짓말이었어.

정말 다행이야.

 

[쵸로마츠 다리, 그렇게 심하지 않아서 다행이네. 쵸로마츠답다고 할까, 하여간 촌스럽다니까]

 

맞아맞아, 분명 부러졌을 거라고 생각했던 쵸로마츠형의 다리는 어째선지 작은 멍만 들었을 뿐이었다. 정강이 맞으면 엄청 아프잖아? 그러니까, 배트가 부러지는 음을 다리가 부러졌다고 착각한 거라나 봐. 다들 폭소해서, 쵸로마츠형 얼굴 엄청 빨개졌어. 웃기지~!

 

[아아. 배트에 금이 가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카라마츠형의 답에,

내 머리를 쓰다듬던 오소마츠형의 손이 딱, 멈춘다.

?

 

[......그리고, 말이야]

[?]

[, 다리 짧지]

[? , 갑자기 무슨 소린가 브라더? 짧지 않다! 짧을 리가 없지 않나! 이것 봐라, 길다고? 오자키처럼!]

[아니, 짧다니까. 나랑 같은 길이니까 안다고. 나 말이야, 그때 억지로 끼어들었지만. 네 발차기 애초부터 쵸로마츠들한테 닿지도 않았던 거 아니야? 다리 짧으니까]

[짧다고 하지 마라! 대체 형은...]

[........저기, 하나 물어봐도 돼?]

[뭔가. 더는 그 시퍼런 칼날로 나를 난도질하는 건.....]

[만약, 네가 연기할 무대에, 키스신이 있다면 너는 어쩔 거야?]

[? 무슨 소린가, 갑자기. 연극부 얘기인가?]

[, 그렇다고 치고]

[...어쩌고 뭐고 할 것 없이, 그냥 연기할 뿐이다]

[어떤 상대라도?]

[배우가 배역을 고를 수는 없으니 말이지]

 

 

.......

. 하고 뺨에 뭔가 떨어졌다.

천천히 고개를 드니, 땀이 턱까지 타고 흐르는, 오소마츠형의 얼굴.

두근거리는 심장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무슨 일이지.

 

[그리고, 하나만 더 물어봐도 돼?]

[하나만 묻는 게 아니었던가?]

 

꿀꺽. 하는 소리와 함께 오소마츠형의 목젖이 오르내렸다.

 

[, 약 제대로 먹은.....거지?]

 

그 말에.

카라마츠형은 눈을 깜빡인다.

무슨 말이냐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리고,

 

 

[그건, 어느쪽의 약을 말하는 건가? ]

 

 

그렇게 말하며,

평소와 같은, 좋아하는 따스한 미소로 활짝 웃었다.

 

 

?

무슨 얘기지? 모르겠어.

모르겠.......지만,

억지로 웃어보이는 듯한 오소마츠형을 보니,

아무래도,

모르는 게 좋은 듯하다.

 

 

안심과 따스한 온기에, 눈꺼풀이 다시 닫힌다.

그 후의 두 사람의 말소리는, 귀에 닿지 않았다.

 

 

 

아까 발견한, 카라마츠형의 짐이 가득 든 가방.

돌려주는 건, 내일 해도 괜찮겠지.

 

 

 

 

 

◇◇◇

 

 

 

 

웃는 얼굴로 끝내는 그 뒷이야기

 

 

 

오소마츠 [카라마츠가 내 흉내냈다는 거 진짜야? 그렇게 퀄리티 높았어?]

토도마츠 [~. 엄청 닮았다고 생각하는데. 그때 다들 당황스런 상황이었고.

실제로 두 사람이 나란히 서있으면 구분할 수 있는 정도 아닐까?]

오소마츠 [닮은 게 무기나 마찬가지인 여섯 쌍둥이긴 하지만. 우리들한테 써먹은 적은 별로 없으니까 말이지]

토도마츠 [밖에서는 자주 했었지. 아빠나 엄마는, 속이지 않아도 종종 구분 못했었지만]

오소마츠 [부모님은 좀 누가 누구든 상관없다는 주의였으니까]

토도마츠 [학교다닐 땐 서로 역할 바꾸기 엄청 편리했지~.

그 있잖아, 반이 다르니까 특기분야별로 테스트나]

오소마츠 [나이스! 컨닝보다 더 장난 아니잖아, 그거. 역시 몬스터-, 흑심 가득하구만~]

토도마츠 [하지만, 카라마츠형도 좌우의 두 사람 이외에는 어렵다고 그랬어]

오소마츠 [좌우?]

토도마츠 [오소마츠형과 쵸로마츠형. 자기 앞이랑 뒤에 태어난 탓인지 흉내내기 쉽대]

오소마츠 [과연 그런 이유일까? .........그렇다는 건, 그 녀석 흉내낸 적이 또 있다는 거?]

토도마츠 [...... 그렇게 되나. 밑에 3명도 연습하고 있다 그랬고.

우와아, 뭔가 무섭네]

오소마츠 [연습이라니! 진짜 무섭거든! 동생의 숨겨진 면을 봐버렸어...

지금까지 같이 떠들던 쵸로마츠가 카라마츠였다거나 그런 경우도 있는 건가~]

토도마츠 [! 안심해, ! 쵸로마츠형은 치명적으로 닮을 수 없는 부분이 있다구]

오소마츠 [? 뭔데. 엄청 촌스러운 거? 말도 많고 빠르게 말하는 거?]

토도마츠 [그게 아니라, [] ]

오소마츠 [?]

토도마츠 [쵸로마츠형 다른 형제들보다 동공이 좀 작잖아.

그런 건 연기로 커버할 수 없지 않아?]

오소마츠 [그렇구만. 아무리 명연기라도, 동공을 작게 만들 수는 없지]

토도마츠 [반대로 크게 만드는 거면, 그런 콘택트렌즈를 파니까 간단하지만]

오소마츠 [동공 큰 건 너겠네, 토도마츠. 그럼 너는 흉내낼 수 있는 건가]

토도마츠 [~. 싫은데. 아무리 내가 인기있어서 부럽다고 해도.

날 흉내내서 대신 데이트를 나간다거나 하는 건 안 된다고!]

오소마츠 [뭐야 그 깔보는 듯한 말은!? 자기만 인기쟁이 설정 그만두라고!]

토도마츠 [그치만 실제로 내가 제일 인기있는 걸. 후후, 같은 얼굴인데, 의도치 않게 나와버린 걸까? 타고난 막내의 사랑스러움이

오소마츠 [좋아하지 말라고, 드라이 몬스터! 성격 어두...........]

토도마츠 [? 왜 그래]

오소마츠 [.........저기, 톳티]

토도마츠 [?]

오소마츠 [너 지금......콘택트 끼고 있어...?]

토도마츠 [...........]

오소마츠 [..........]

토도마츠 [....... 미안, 스타바에서 알바할 시간이네. 그럼 바이바이, 오소마츠형]

 

오소마츠 [..........]

쵸로 [우와, 왜 그래 형!? 땀 엄청 흐르는데!]

오소마츠 [.....가능하잖아. 막내까지 제대로.....]

쵸로 [뭐가?]

오소마츠 [연습중, 이었어...]

쵸로 [그러니까 뭐가?]

  

 

 

 

 

 

 






ㅎㅎ놀라셨나요?

웃는 얼굴로 끝낸다고 적혀있었어도

배드엔딩이라고 생각했는데

코믹하게 끝나버렸네요...


사실 저도 번역하면서

아냐 뒤에 뭔가 반전이 있겠지...있을 거야..

라면서 두근두근 번역했는데

없었네요 'ㅂ'a




-


이거 외전도 있어서 번역해왔습니다

외전은 이 엔딩과 전혀 관계가 없는

슈퍼울트라 배드한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그로테스크한 묘사가 있으므로

괜찮으신 분만 외전을 읽어주세요 'ㅂ')/





으아ㅠㅠ

제가 모르고 뒷부분을 싹 빼먹고 번역했네요

Side가 두개나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어요ㅠㅠ

알고보니 3페이지더라구요......ㅠ

쥬시마츠 부분이 있었는데 모르고 넘겨버렸어요ㅠㅠㅠ


죄송합니다!ㅠㅠㅠ

뒷부분 올리고 재업합니다!!





  1. (한번 보케의 흐름을 탔다가 시간차를 두고 츳코미를 하는 행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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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뒤는 형아한테 맡겨두라고]

평소처럼 히죽거리며 웃으며 쭉 내민 장남의 손.

 

가볍게 음담패설로, 그렇게나 무겁던 분위기를 간단히 깨부수고.

항상 무리하게 동생들을 안심시키는, 타고난 밝은 미소.

틀림없는 오소마츠형이다.

오소마츠형이었, 는데.

 

쵸로마츠형의 외침이 울린 순간.

그 눈썹이, 낯익은 각도로 확 바뀐다.

 

그건.

멱살을 잡았을 때나. 밤중에 몸부림을 쳤을 때.

누구보다 가까이서 보았던, 녀석의 얼굴.

 

 

 

 

 

카라마츠 사변을 웃는 얼굴로 끝내는 이야기

Side 이치마츠

 

 

 

 

 

병의 밑부분이 상대의 손에 닿으려던 그 순간, 쵸로마츠형이 달려들었다.

형제들 중에서 가장 빠른 만큼, 그 기세는 거의 태클에 가까워서, 주변에 있던 의자들과 함께 바닥에 나뒹굴었다.

 

....?

뭐야.

대체 무슨 일이.

 

 

곧바로 고개를 든 쵸로마츠형은, 황급히, 병 안 깨졌어!? 라고 물었다.

전달 직전에 일어난 그 일에, 약병은 아직 내 손안에 있었다. 고개를 끄덕여 답을 하자, 시선은 내 반대쪽으로 이동한다.

오소마츠형. 아까까지 그렇게 불렀던 상대에게.

하지만 상대는, 이쪽의 다급한 분위기와 달리 냉정하고 담담한 태도였다.

 

[....이상하군. 어떻게 알았지? 쵸로마츠]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한순간에 바뀔 수 있는지 묻고 싶을 정도로, 완전히 달라진 음색.

무척이나 낯익은 목소리. ....카라마츠의, 저음.

빨간 파카를 입은 장남의 모습인데.

그 얼굴은 빨간색을 입고 있음에도 전혀 오소마츠형으로 보이지 않았다.

 

[제대로 연기했다고 생각했는데. 애드리브가 너무 지나쳤던 건가?

......아아, 오른팔인가. 이러니 본방 직전의 대본 변경은 곤란하단 말이지]

 

아니, 닮았었어. 오히려 너무 닮았었지. 배우해서 니트 졸업하라고, .

믿을 수 없다. 자신이 형제를 착각하다니.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듯했다. 쵸로마츠형도 스스로 알아차렸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형제 모두가 멍하니 있자, 카라마츠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아까처럼 이쪽으로 손을 내밀었다.

 

[그거, 주지 않겠는가? 이치마츠]

 

그거. 라며 손가락으로 내 손을 가리킨다.

역시. 목적은 해독제였나. 상황을 보니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이게 마지막 한 개라는 것도.

달라고 해도 줄 리가 없잖아. 그 누구도 답하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자, 카라마츠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목 뒤로 손을 둘렀다. 파카 안에 숨겨두었던 배트를 스윽 꺼내든다. 어떻게 숨긴 거야, 그거.

휘익, 하고. 쥬시마츠가 곧잘 하는 홈런선언처럼 이쪽으로 배트를 겨눈다.

잘 보니 배트에 크게 금이 가있다. 마치, 뭔가를 세게 때린 듯이.

아까, 오소마츠형인 척 연기했던 녀석이 말했다. [배트로 머리를 때렸다] 라고.

그건 설마―――.

또 같은 생각을 한 건지, 쵸로마츠형이 목소리를 떨며 입을 열었다.

 

[........그 배트, 뭐에 썼어...?]

[무슨 얘긴가?]

[시치미 떼지 마!! , 오소마츠형을 어쩐 거야!?]

[....그 얘긴가. 그날, 배트를 올바르게 쓰는 법을 가르쳐준 건, 오소마츠형 본인이잖아?]

[카라마츠 너 이자식―――!!]

 

주먹을 꽉 쥔 쵸로마츠형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 순간.

우지끈! 나무가 부서지는 소리.

골프 스윙을 하듯이 땅을 스치며 쵸로마츠형의 오른발에 직격한 배트.

배트는 충격에 부서지고, 허공에 조각들이 날렸다.

소리없는 비명을 내지르며 그 자리에 주저앉은 쵸로마츠형은, 맞은 발을 부여잡으며 몸을 둥글게 말았다.

이마에 진땀이 맺혀있다. 고통이 굉장하겠지. 덜덜 떨며 참고 있다.

거짓말...... 하고 토도마츠의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쵸로마츠형!!]

[안돼!! 그만둬 카라마츠형!!]

 

 

.....거짓말, 이지.

쵸로마츠형. 다리, 부러졌어? 지금 그 소리. 배트가 부서질 정도의 힘.

카라마츠가.

그 카라마츠가, 진심으로 이런 짓을―――.

 

[쵸로마츠, 혀엉...]

[, 농담이다 농담. 안타깝게도 오소마츠형은 도망가버려서 말이지.

정말 발이 빠르더군]

 

뭐어, 그래도 이걸로 쵸로마츠는 움직일 수 없게 됐으니 다행인가.

그렇게 말하며 절반으로 줄어든 배트를 들고, 천천히 이쪽을 바라보는 푸른 눈.

그런 짓을 하고서. 형제에게 그런 짓을 하고서도.

표정에 조금의 변화도 없다.

불가능하다. 카라마츠가 진심으로 우리들에게...?

 

....하지만.

오소마츠형은 팔을.

쵸로마츠형은 다리를.

그날, 붕대 투성이로 돌아온 녀석의 부상과 겹친다.

우연인지, 고의인지.

―――이건, 우리들이 저지른 짓과 똑같았다.

 

[마지막으로 말하지, 이치마츠. 약을 내놔. 오소마츠형한테 넘어가면 곤란하다]

[, 리가 없잖아]

[어째서? 상관없지 않나. 카라마츠가 어떻게 되던.

필요 없는 존재였잖아, 녀석은]

[.......아냐]

[아니라니. 거짓말도 잘하는군. 맷돌을 던졌던 주제에]

[아니야!!]

[나는 죽길 바랐다. 카라마츠인 채로]

[.....?]

[머리가 깨지고, 길가에 버려진 그때. 다시는 깨어나지 않았으면 했다.

그러면, 너희들에게 버려진 걸 모른 채 끝났을 텐데.

이대로 죽는다면, 누구도 구하러 오지 않은 자신에 실망할 일도 없었을 텐데]

 

차가운 눈. 자신의 얘기를 하는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표정.

여전히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나를 내려다 보며.

 

[자신의 튼튼함을 원망한 건 처음이었다, 이치마츠]

 

 

무슨........말을 하는 거야.

실망? 우리들이 아닌, 자신에게?

어째서, 그런―――

 

[순순히 건네준다면, 더 이상 위해는 가하지 않겠다.

그 약만 없어지면, 나는 너희들 앞에 두 번 다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테니까]

 

어때, 괜찮은 얘기지?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말하며, 다시 손을 내민다.

웃기지 마. 괜찮을 리 없잖아.

이 약을 뺏기면 끝이다. 카라마츠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그런데 어째서 녀석은 [왜 안 된다는 건지 모르겠군] 이란 표정을 하고 있는 거냐고.

뭐야 대체. 정말 뭐냐고. 쿠소마츠 주제에. 쿠소마츠 주제에!!

여섯 쌍둥이의 인도어파라고 무시하는 거냐!

 

[쥬시마츠!]

[, 아잇!]

 

평소 캐치볼을 할 때와 마찬가지로 나이스 캐치, 라고 외치며, 내가 힘껏 내던진 병을 쥬시마츠가 멋지게 캐치한다.

전력으로 던졌는데 간단히 받아내다니, 뭐어 쥬시마츠니까 어쩔 수 없나. 떨어뜨려서 깨지면 큰일이고.

 

[그거 들고 도망쳐! 오소마츠형을 찾아!]

 

나와 토도마츠는 안 된다. 있는 것만으로 짐이 된다. 지금의 쵸로마츠형은 움직일 수 없다.

하지만, 쥬시마츠와 오소마츠형 두 사람이라면. 힘이 있는 두 사람이라면, 카라마츠를 제압해 약을 먹일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모른다.

쥬시마츠는 내 말에 조금 당황한 듯 보였지만, 곧바로 크게 고개를 끄덕인 후, 연구소 입구를 향해 요-이동!! 포즈.

좋아. 발이 빠른 쥬시마츠라면 도망칠 수 있다.

전부 떠맡겨서 미안하지만, 뒤를 부탁한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쥬시마츠]

 

조금도 당황하지 않은 듯한 카라마츠의 목소리.

부러진 배트를 든 채, 부러져 날카로워진 배트 끝을 내 눈의 몇 센치 앞까지 들이민다.

 

[.....그대로 도망쳐도 나야 상관없지만. 이 다음, 어떻게 될 것 같나?]

[........?]

[네가 도망친 후. 이 세 사람이,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하나?]

 

머리가 부서지는 건, 이치마츠일까? 토도마츠일까?

그렇게 말하며 푸르게 빛나는 눈으로 쥬시마츠를 본다.

역시 노리고 있었던 거냐고, 상처 입은 곳. 이 사이코패스가.

 

[....이치마츠형...]

[듣지마, 쥬시마츠! 됐으니까, 도망쳐!]

[...물론 그래도 상관없다만. 익숙한 일일 테니까 말이야. 형제를 버리는 거]

 

그 말에 뚝뚝, 쥬시마츠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진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서 당황스러운 거겠지. 이해한다고.

 

[―――적당히 하라고, 웃기지 마!!]

 

, 누구한테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거냐고.

나라면 괜찮아. 늘 제멋대로 구는 쓰레기 같은 동생인 나라면 괜찮아.

하지만 쥬시마츠라고!? 그 쥬시마츠라고!! 동생들 중에서 가장 네가 아끼던 녀석이잖아! 사이좋게 지냈던 걸 떠올리라고!

 

[어이, 쿠소마츠! 답하라고!

거기 있잖아!! 나와, 이리! 누가 너를 필요없다고 했어!?]

 

배트를 뿌리치고 멱살을 잡으며 냉정한 눈으로 노려본다.

감정이 반대가 돼? 그래서 뭐. 그게 무슨 상관인데!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웃기지만, 성격 너무 더럽잖아, ! 나 따위한테 그런 말을 듣다니 완전 끝이잖아!

 

[안 들리냐, 쿠소마츠!! 돌아오라고!!]

 

목소리를 쥐어짰다.

눈물이 나올 것만 같다. 하지만 절대 울지 않을 거다.

녀석을 위해 우는 게 싫은 게 아니다.

이런 녀석에게 이런 카라마츠에게 우는 게 싫은 거다.

 

 

 

 

 

 

 

 

.

 

 

[....?]

 

 

빨간 파카를 움켜쥐고 있는 손에 뭔가 떨어졌다.

그건 따뜻한 물방울.

내가 아니다. 울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죽을 만큼 참았다. 울면 이 가짜한테 지는 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올려다보니. 코앞에 있는, 아까까지 얼음처럼 차가운 시선을 하고 있던 카라마츠가 눈을 커다랗게 뜨고 있다.

눈동자에 비친 내 얼굴이 제대로 보인다.

거기에서 조금씩 넘쳐흐르는――― 눈물.

뚝뚝 떨어져, 내 손등을 타고 소매를 적신다.

울고, 있어.....?

 

[......? ......]

 

나보다 더 당황한 건 카라마츠 본인이었다.

뺨을 어루만지며, 멈추지도 않고 흐르는 눈물을 확인한 그는 갑자기 머리를 부여잡으며 얼굴을 찡그렸다.

 

[.......! 아윽...!!]

[카라마츠?!]

[......, 치마츠..?]

[?]

[이치마츠, 인가...?]

 

멱살을 잡힌 채, 여전히 눈물을 흘리며 이쪽을 바라본다.

내 이름을 부르는 그 목소리는, 어제까지 들어왔던 상냥한 저음.

평소에는 부를 때마다 짜증나서 죽을 것만 같았는데.

지금은 이렇게나 반갑다.

 

[....나는.....어째서, 이런....?]

 

무너져 내리듯 주저앉는 카라마츠에 옷깃을 잡고 있던 손이 스르륵 풀린다.

흘러내린 눈물을 만지고 있던 카라마츠의 손은 그대로 자신의 머리를 거칠게 긁어댔다.

머리가 아픈 건지, 괴로운 듯 잔뜩 찌푸린 얼굴.

 

[...., ......왜 이런 심한 짓을.....]

 

 

 

설마―――?

 

 

[카라마츠형!?]

[카라마츠?]

[카라마츠혀엉!]

 

 

돌아왔, ...!?

토도마츠와 쥬시마츠가 달려들고, 쵸로마츠형도 한쪽 발을 질질 끌며 이쪽으로 온다.

카라마츠는 괴로운 듯 머리를 꾹 누르며, 의식을 차리려 고개를 자꾸 저어댔다.

 

 

[내가 아는 형 맞아? 토도마츠야! 나 톳티라구!]

[!! 나 쥬시마츠야! 돌아왔어? 돌아온 거야?]

 

 

상당히 괴로워 보였지만, 양손으로 토도마츠와 쥬시마츠의 머리를 동시에 쓰다듬으며 카라마츠는 씨익 웃어 보였다.

뺨에 땀과 눈물이 뒤섞여 흘러내렸지만, 그건, 평소와 다름없는 따스한 미소.

완전히 마음이 풀어졌을 때 보여주는, 부드러운 미소.

아까전의 꿈에 나올까 두려운 냉정한 미소가 아니다.

1, 2, 3, 동생 두명이 울음을 터뜨렸다.

 

[....나는 역시 모두를 상처입히고 마는 길티가이...

마음 깊이 자리한 악의 화신이 이몸을 점령하고 만 것인가..]

[하아?]

 

뭐라는 거야, 이 녀석.

돌아오자마자 안쓰러운 발언이냐?! 바보냐!! 바보인 거냐?

엄청 아픈 주제에 폼 잡는 거냐!?

 

[바보냐, !! 빨리 해독약 안 먹으면 다시 돌아간다고! 귀찮게 하고 말이야]

[이치마츠형!! 이거, 빨리 먹이자!!]

[카라마츠형 괴로워 보여! 빨리빨리]

 

 

쥬시마츠가 병의 뚜껑을 열고 달려들었다. 어이, 그렇게 팔 붕붕 흔들면 넘친다고!

보기에도 수상한 보라색 액체. 결코 좋은 냄새도 아니고, 마셔도 괜찮은 건지 싶었지만, 그래도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지금뿐이다. 위태로운 쥬시마츠에게서 병을 받아 카라마츠의 입에 댔다.

이것을 마시면―――

 

 

[걱정해준 건가...네가, 나를......]

[시끄러, 짜증나. 나중에 갚아줄 거니까]

 

 

카라마츠는 옅게 웃으며 괴로운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럴 때가 아니잖아. 이쪽의 속도 모르고.

다시는 못 볼지도 모른다 생각한 짜증나는 얼굴. 틀림 없다. 카라마츠다.

쵸로마츠형도 같은 생각인지 눈물이 맺혀있다.

 

 

입에 댄 병을 기울인다. 흐르지 않도록 천천히.

이제 됐다. 이걸로 원래대로 돌아온다.

 

 

다행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

 

 

뿌득, 하고.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손목이 꺾였다.

 

 

?

뭐야?

 

너무 아파서 순간 손의 감각이 사라졌다.

힘이 빠져 멋대로 풀려버린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진 작은 병은, 밑에서 기다리고 있던 손이 잡아챈다.

내 손목을 부러드릴 듯이 쥔 손도, 병을 잡아챈 손도.

둘 다―――카라마츠의 손.

 

 

[, 사랑의 힘이 독의 효력을 없앤다.......... 나쁘지 않은 시나리오다만]

 

 

―――?

 

 

[정말 가능할 거라 생각했는가? 그럴 게. 내겐 불만족스런 무대로군]

 

 

저음.

낮고, 차가운 목소리.

그러니까, 어떻게 그리 순식간에 바꿀 수 있냐고 묻고 싶을 정도로 한순간에 바뀐 표정.

온기라곤 느껴지지 않는 눈이, 막 손에 넣은 작은 병과 눈물을 글썽이는 우리들을 차례로 비춘다.

 

 

[카라, 마츠....?]

 

 

속았다―――.

 

 

 

그래, 당연하지.

오소마츠형을 그렇게나 완벽히 연기한 녀석이라면,

[자기자신]을 연기하는 건 간단한 일인 걸.

 

 

[그 카라마츠가 이런 심한 짓을 할 리 없다고 생각한 건가?]

 

 

카라마츠가 웃는다. 돌아와버린 미소에.

정말 짜증이 난다. 그 안쓰러운 폼 잡는 얼굴이 훨씬 낫다고 생각하는 날이 오다니.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소중한 브라더들이 그리 심한 짓을 할 리 없다고.

늘 무시당하고 등한시되지만. 그래도 나는 여섯 쌍둥이 중 한명이니까.

유괴당해도, 이럴 때는 역시 너희들이 도와주러 올 거라고 믿었어]

 

 

형제들 그 누구와도 닮지 않은 표정. 어째선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어때? 형제에게 배신당하는 기분은]

 

 

―――뭐냐고.

매번 바가지 씌우는 바에 가서 잔뜩 속고 오는 건 그쪽이잖아.

고함치고 싶다. 평소처럼.

고함쳐서, 때리고, 울려서, 사과하게 만들고 싶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팔에 힘이 조금도 들어가지 않는다.

넘어가 버렸다, 약이. 저 녀석의 손에.

머리가 새하얗게 된다는 건, 이런 느낌일까.

 

토도마츠도, 쥬시마츠도, 소리도 내지 못하고 털썩 그 자리에 주저앉아 엉덩방아를 찧는다.

쵸로마츠형도, 이제 떨지도 않고 가만히 눈을 뜨고 있다.

 

 

어이, 쿠소마츠.

너도 이랬던 거냐.

우리에게 버림받았을 때, 배신당했을 때.

지금, 우리들이 받은 것의 5배나 더 되는 절망을, 너는 어떻게 혼자서 다 받아들인 거야?

 

 

[이치마츠. 내게 돌아오라고 했지. 필요없지 않다고]

 

 

얼마나 무식하게 센 힘인지.

손에 살짝 힘을 주는 것만으로 병에 쩌적, 금이 가기 시작한다.

 

 

[―――네가 하는 말을, 그 누가 믿겠는가]

 

 

툭 내던지듯 하는 말에.

 

 

나는 믿고 있다고

 

 

 

그토록 짜증나던 녀석의 대사가, 어째선지 머릿속에 맴돌았다.

 

 









다음이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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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목에 똑같은 얼굴이 둘.

20살 넘은 남성 둘이, 그것도 한명이 한명을 업고서 바쁘게 뛰어다니는 꼴을 누가 봤다면 분명 뒤로 넘어갈 듯 웃었겠지.

 

[이치마츠! 다음은 어디야?]

 

내 물음에 돌아오는 답은 없다.

천천히 뒤에 업혀있던 이치마츠의 손이 내 오른뺨을 스치며 행선지를 가리킨다. 손가락이 미약하게 떨렸다. 원래도 말이 많은 놈이 아니지만, 지금은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박사의 연구소로 가는 길을 안내하는 게 한계인 듯했다.

녀석이 이렇게 될 정도면, 상당한 쇼크를 받았을 거다.

그러는 나도 아까까진 완전히 마음이 꺾인 상태였다. 그야 누구라도 그럴 거다. 그 상황이라면.

하지만 지금은 그러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위의 두 사람이 없는 지금, 삼남인 내가 최고 형이나 마찬가지다.

 

카라마츠의 그 눈빛―――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몸이 떨린다.

진짜 있을 수 없다고. 뭐야, 대체.

녀석이 진심으로 화내는 얼굴을 본 적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어릴 적, 우리가 불량배에게 시비가 걸리거나 할 경우 종종 보아왔다.

그 때는 이성을 정말 간신히 붙잡고 있었고, 동생조인 3명에게는 절대 그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했다. 그 얼음 같은 눈을.

 

그 눈이 우리에게 향해진 건, 물론 처음이었다.

 

 


카라마츠 사변을 웃는 얼굴로 끝내는 이야기

Sids 쵸로마츠

 

 

 

 

[-. 정말 마셔버렸다스?]

 

도착해서 사정을 설명한 후, 들은 첫마디.

데카판 박사는 [-] 하고 안타까운 얼굴과 함께 믿을 수 없단 표정을 동시에 지었다.

카라마츠가 마신 약의 설명을 듣고 당연히 의문보다 먼저 화가 치밀었다. 소송하면 바로 이길 정도라고, 이거.

호불호약? 뭐냐고, 그게.

무슨 짓을 한 거야, 우리 차남은.

몇 분 전에 도착한 쥬시마츠와 토도마츠도 계속 울고 있다. 위자료 얼마나 받을 수 있으려나, 이거.

 

[왜 그런 걸 준 거야! 이 상황 어쩔 건데?!]

[카라마츠군, 이었다스까. 그 애, 마시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스]

[그치만 마셔 버렸는 걸! 이미 대재앙의 상황이 되어 버렸다고!]

[그 애가 그랬다스. 상처가 낫기 전까지, 분명 모두 반성하고 사과할 거다. 그렇다면 마실 필요도 없을 테지라고]

 

..........

엄청난 중상이었고. 설마하니 그런 부상을 입힌 형제가 사과도 하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고 박사가 덧붙였다.

 

-......

그 말에 아무도 반론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누구 한명이라도 사과한 적이 있었던가?

유괴사건 이후. 녀석에게 엄청난 부상을 입힌 이후. 어떻게 했더라?

뭐라고 말했더라. 으으음...

 

그래서야 목욕탕은 무리겠네. 카라마츠는 집지키기 당번이네....이건 오소마츠형.

!! 또 밥 흘린 거야? 더러워 죽겠네 정말~!....이건 토도마츠였던가.

습포랑 소독약 냄새 엄청나거든. 고양이들이 싫어하니까 저리 꺼져...이건 이치마츠고.

못 움직여? 그럼 가만히 배트 휘두르는 역 부탁함다-!.....쥬시마츠.

목발로 2층 올라가기 번거롭지 않아? 밑에서 자지 그래?....., 인가.

 

.......으음?

둘러보니, 동생 셋 모두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떨고 있다. 아니, 나도 마찬가지지만.

설마 지금, 형제 전원 같은 생각하고 있는 거야?

다섯명이나 있으니까, 누군가 한명 정도는 사과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설마하니 이것도 형제 전원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

같은 생각에 당도한 똑같은 얼굴이 미묘한 표정으로 시선이 마주친다. 우와, 뭔가 엄청 어색해.

그렇다는 건. . 장남은 기대 제로고.

사과하지 않았구나, 아무도.

 

[너무하지 않아? 우리들 너무한 거 아냐!?]

[, 너무해! 나라도 알겠어!]

[그야 열받지!! 카라마츠라도 열받아!]

 

뭔가 말하라고, 이치마츠!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푹 숙인 얼굴은 아까보다 훨씬 창백하게 질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굳어 있어 말할 수 없었다. 우와, 반성하고 있어. 이 녀석이. 희귀한 광경이네.

 

카라마츠는 팔이 낫기를 기다렸다고 말했다. 우리들을 때리기 위해서라곤 말했지만.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상처가 낫기를 기다린 게 아니다.

상처가 나을 때까지, 우리들이 사과하기를 기다렸던 거다.

심한 짓을 했음을 깨닫고, 반성하기를.

자신이 괴롭고 힘들다는 걸 누군가 깨닫기를. 계속 기다렸다.

누군가 사과할테니 괜찮아, 라고 넘길 수준이 아니었다. 전원 고개를 푹 숙이고 사과했어야 했다.

 

[해독약은 본인에게 줬다스....하지만 지금 상황을 봐선 스스로 마실 것 같진 않다스.

여기, 이건 예비로 만들어둔 마지막 해독약이다스. 재료가 희귀한 것들이라 다시 새로운 걸 만들기는 힘들다스]

 

그 말과 함께 건네준 건, 해독약이라고 커다랗게 쓰여진 병.

가장 가까이 있던 이치마츠가 받고, 그와 동시에 동생 3명이 [어쩌지]라는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본다.

 

[. , 그럼, 이거 안 마시면 카라마츠는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거야?]

[그렇게 된다스. -, 이 약에는 살짝 개량이 필요.....]

 

어이, 임마. 연구하는 척하지 마!

아니, 해독제를 준 건 고마운데!! 어떻게 먹이라는 거야, 이거!?

무리라고 그 파괴신한테 이걸 먹이는 건! 절대로, 네 알겠습니다, 하고 먹진 않을 거 아냐!

 

[카라마츠형...우리들이 싫대...., 카라마츠형한테 싫단 소리 들었어...]

[들었잖아, 톳티. 감정이 반대가 된다고]

[그래! 싫다는 건, 좋아한다는 거라고, 사실은!]

 

나와 쥬시마츠가 어떻게든 토도마츠를 위로한다.

그렇게 되는 거겠지. 우리들 중에서 가장 형제를 아끼는 녀석이기 때문에, 지금은 그만큼 우리들을 싫어하게 된 거다. 저렇게 대마신이 될 정도로 싫어하게 됐다는 건, 그만큼 우리를 많이 좋아하기 때문이겠지.

어라. 그렇단 건, 설마 이거 기뻐해야 하는 부분? 뭐야, 이거. 복잡하다고~!

설마하니, 자신이 우리들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리기 위해 벌인 일은 아니겠지?

그 차남. 얼마나 책략가인 거냐고. 무섭거든? 부양하는 거 다시 생각해 봐야겠어.

 

[오소마츠형....살아있으려나]

[어이!!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

 

얘기를 정리하고 보니, 변명할 여지가 없어 더 무섭다.

녀석이 얼마나 우리들을 소중하게 생각했는지, 형제 모두 충분히 알고 있다. 그래서 오히려 이쪽은 다소 함부로 대해도 괜찮겠지, 라고 생각했다.

그랬으니, 이쪽으로 향해진 정반대가 된 감정에 진심으로 살해당해도 할 말이 없을 수준일지도 모른다. 일련의 행동이 그것을 증명했다.

....그렇게 생각했더니, 도 등뒤가 서늘해졌다.

우와....진짜 괜찮으려나 장남.

지령대로 뛰쳐나오긴 했지만, 그 두사람 어쩌고 있으려나.

아까부터 토도마츠가 오소마츠형의 핸드폰에 전화를 걸고는 있지만, 계속 통화중이다.

받지 않거나 전원이 꺼져있는 것도 좀 걱정이지만, 통화중이라니 뭐야. 안 좋은 예감밖에 들지 않는다.

 

 

 

[으와-!! 위험했다아~]

[오소마츠형!]

 

큰소리를 내며 기척도 없이 뛰어들어온 붉은 파카.

뛰어온 건지 헉헉거리며 들어온 오소마츠형에게, 토도마츠와 쥬시마츠가 울면서 달려든다.

 

[뭐 하는 거야, !! 전화도 안 받고!]

[갑자기 화내지 말라고, 쵸로마츠. 진짜 큰일이었으니까]

[우와아아앙! 죽은 줄 알았어, 오소마츠형!! 부조금 얼마나 내야할지 생각할 정도였다구~!!]

[아니 멋대로 죽이지 말아줄래?! 게다가 가족인데 부조금이라니! 본심이 흘러넘친다고 톳티?]

 

제대로 움직이는 걸 보니, 이쪽의 걱정과 상상과는 달리 부상은 거의 없는 듯했다.

변함없이 드라이 몬스터 발언을 한 토도마츠의 머리를 웃으며 양손으로 양껏 쓰다듬는다.

 

[카라마츠형은?! 어떻게 됐어?]

[어떻게든 기절시켜서 기둥에 묶어두고 왔어. 엄청 힘들었다고 진짜~

또 배트로 머리 쳤는데 살아있으려나. 그 녀석 진심으로 덤벼드니까, 형아도 그만 진심으로 때려 버렸지 뭐야]

[에에에에? 괜찮은 거야, 그거? 장례식은 그쪽?]

[그치만 죽일 기세로 하지 않으면 이쪽이 죽을 레벨이었다고! Dead or Alive였다고!!]

 

확실히 그 카라마츠는 위험했다. 어떻게 이긴 걸까, 장남.

겨우 한숨 돌린 오소마츠형은, 다용 메이드가 내어준 녹색 쥬스를 단숨에 들이켰다가 그대로 뿜고, 이치마츠는 익숙하단 듯이 재빨리 피한다.

 

[그 바보가 마신 약은 본인이 직접 다 떠벌렸는데. 정말 좀 적당히 해달라고, 박사...

, 맞다맞다! 해독제! 녀석이 가지고 있던 건 녀석이 버렸는데 여기에 없어?]

[있어! 박사가 줬어! 이치마츠형이 가지고 있어]

[, 좋아! 그럼 대책을 마련할 것도 없겠네. 카라마츠가 깨어나기 전에 그걸 먹이고 오는 거야]

[그걸로 카라마츠형 돌아올 수 있는 거야? 원래의 형으로?]

[그럼그럼. 그러니까 이제 그만 울라고, 토도마츠. 쥬시마츠도. 자자, 코 흥-!!]

 

폭포처럼 콧물을 흘리는 쥬시마츠의 코를 풀어주며 웃는 형을 보고서야 조금 안도했다.

네명 모두 한숨과 함께 탈진.

다행이다. 드디어 끝낼 수 있다. 이 악몽을.

-, 카라마츠 원래대로 돌아오면 이치마츠한테 죽겠구만.

 

[이렇게 될 거 그냥 묶은 채로 데리고 오면 좋았잖아]

[그치만 무섭잖아! 그 난폭한 보이를 업고 다니라니 무리라고. 도중에 깨어나기라도 하면 물릴 거라고, 분명!!]

[뭐어, 확실히 그렇긴 하겠지만. 그래, 재갈을 물리거나 하면?]

[그 생각도 해봤는데, 이상한 플레이처럼 보이지 않아?

SM야외플레이라니... 최근에 빌린 AV에서 본 듯한 장면이라고 그거-]

[으엑. 그만둬!! 역시 무리! 같은 얼굴로 그런 짓을 했다간 사회에서 매장당한다고!!]

[그래도 AV는 꽤 좋았단 말이지. 톳티도 볼래? 겸사겸사 연체료도 좀 내주고]

[제때 반납하라고!! 그리고 이제 그런 얘긴 그만!]

[- 그럼 이치마츠는?]

[연체료 분담하면]

[역시 이치마츠군~. 좋아하지~ 로프계]

[평화롭게 AV장르 잡담 하지 말라고!! 이런 상황에 뭔 짓이야, 너희들!]

 

잘도 긴장감 없이 AV얘기 해대는구만?!

....뭐어, 덕분에 동생들도 조금 진정된 것 같고, 역시 장남이라고 할까..

그래도 긴장 풀어주는 방법은 다른 것도 있잖아? 왜 그 화제를 고른 거야?

정말이지, 여전하구만, 이런 비상시에...

 

 

....?

그치만 뭐지. 톳티의 말에 뭔가 위화감이..

[데려오면 좋았다] .......어라.

으응?

만약에. 만약에 말이야? 반대로 생각해 보면....

, 오소마츠형은 카라마츠를 데리고 오지 않은 거지?

데리고 올 수 없었다? 뭐어, 실제로도 그렇다고 말했지만.

......아니, 그럴 수 있어. 그럴 수도 있지만.

그게 아니야. 그보다 다른 큰 모순이 있는 듯한...

 

――― 생각하고 싶지 않다.

의문에서 확신으로 변하는 게 두려워서,

누군가 부정해주길 원해서. 천천히, 형제를 둘러보았다.

웃고 있는 오소마츠형.

겨우 평소의 어두운 얼굴로 돌아온 이치마츠.

장남이 와서 안심한 토도마츠.

 

그리고.

쥬시마츠.

 

....쥬시마츠, . 떨고 있다.

평소처럼 입을 헤- 벌리고서 이쪽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코를 풀어 겨우 안정된 숨소리를 후으, 후으, 내면서.

대형 동물을 눈앞에 둔 소동물처럼. 조금씩. 조금씩. 뒷걸음질 친다.

그러고 보니, 평소에는 잔소리를 해댈 정도로 시끄럽게 떠들어대는데, 언젠가부터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잘 보면 수도꼭지를 틀어놓은 듯이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다.

――― ?

싸악-, 하고 기분 나쁜 땀이 등을 타고 흐른다.

 

[그럼 갈까. 이치마츠, 그 약 나한테 줄래?

녀석이 깨어났으면 난폭하게 날뛸 테니까. 내가 할게]

[..... 여기]

 

이치마츠가, 박사에게 받은 약을 건네준다.

해독제를 받으려는 오소마츠형. 건네주려는 이치마츠.

평소처럼 웃는 얼굴로 손을 내미는 장남과.

겨우 안심한 건지, 살짝 눈물어린 표정의 이치마츠.

 

―――생각해라, 쵸로마츠. 현실도피를 할 상황이 아니야.

간단한 의문이다.

오소마츠형은....[어떻게] 여기에 온 거지?

어떻게, 이 연구소의 위치를 알고 있어?

이치마츠와 쥬시마츠만 여기에 와봤을 텐데. 나도 이치마츠가 안내해서 찾아왔는데.

 

 

설마.

 

 

아까 집에서 봤던 녀석의 발차기. 엄청난 위력이었다.

녀석의 무식한 힘은 이미 알고 있다.

그걸 받아낸 오소마츠형의 오른팔, 부러지지 않았다고 해도 평소처럼 움직이긴 힘들 거다.

그런데.

아까 토도마츠의 머리를 양손으로 쓰다듬고.

지금 눈앞에서 약을 받으려고 손을 쭉 뻗은 장남의 손도―――오른손.

 

 

그래, 잇었다. 한 사람. 이 장소를 아는 녀석이.

제악의 근원인 저 약을, 여기서 받아갔을 녀석이.

 

 

 

――― 확신이 공포로 변하기 전에, 외쳤다.

 

 

 

 

 

[이치마츠 떨어져!! 그 녀석은 카라마츠야!!]

 

 

 

 

 

 

 

 







완결까지 달립니다!! 





-


오타지적 대환영 ( • ̀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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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었다. 잊고 있었다.

녀석은, 우리의 참모[각주:1]였다.

 

 

 

카라마츠 사변을 웃는 얼굴로 끝내는 이야기

Side 오소마츠

 

 

 

파칭코에서 완전 날리고 집으로 돌아갔는데, 아무래도 집을 잘못 들어간 모양이다.

아이고 이런, 실례했습니다-. 집을 착각했네요.

이런 쇼와풍의 집이 우리집말고도 있구나. 응응.

......라며, 웃으며 퇴장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2층에 올라가 문을 여니, 눈앞에 들이닥친 광경. 아니, 또 누가 시코마츠중이었던 건 아니라고?

―――뭐야, 이 분위기.

너무 서늘한데. 여기만 북극? 누가 개그라도 쳤어? 아재개그라도 한 거야?

우와. 동생. 밑에서부터 순서대로 4, 모두 울고 있고.

, 이치마츠는 열심히 참고 있네. 얼굴 시뻘겋게 물들이고 히끅거리고 있지만.

-, 소파까지 부숴버리고. 1000% 엄마한테 혼날 거라고, 이거.

......그래서. 대체 무슨 일이야? 전쟁?

그보다 차남. 왜 저래. 얼굴 엄청 무서운데. 등 뒤에서 검은 오라가 보인다고?

장승처럼 우뚝 서가지고 팔짱까지 끼고.

평소에는 귀여워하던 동생들을 내려다보고 있어.

 

[, 카라마츠, 미안....]

 

쵸로마츠가 잔뜩 뒤집힌 목소리로 말했다.

응응.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제대로 사과한 건 대단해. 잘했어.

이제 괜찮을 거라고.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그도 그럴게, 그 카라마츠니까 말이야.

진심으로 사과하면, 녀석이니까 금방 [사랑하는 브라더들이여!] 라며 용서할―――

 

[어이]

[?]

[아까 그렇게 말하지 않았나. 이라고 하라고]

 

―――.

엄청 낮게 깔린 목소리.

쵸로마츠의 촌스러운 체크무늬의 옷깃을 잡은 카라마츠가 그대로 위로 들어올린다.

에에에에?

뭐야, 이거. 몰래 카메라?

목표는 나인 거야? 동생 5명이서 장남 속이기 기획?

카메라는 어디야? 전원 저기서 연기하고 있으면 누가 빰빠밤- 하고 대성공간판 들고 나오는 거야?

문을 절반 정도 열어둔 채 굳어있는 나의 존재를 알아챈 토도마츠가 울면서 달려들었다. 아마, 오소마츠형!! 하고 말한 것 같지만, 뭐라고 말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흐느껴 울었다.

 

....거짓말이지.

진짜인 거야? 이거.

 

[...어쩌..., 카라마츠형, 화나서....우리들이, 유괴 안 도와줘서, 그래, .....]

 

? 뭐야, 그게.

그것 때문에 화났다고, 이제 와서? 이미 꽤 지난 얘기잖아?

황급히 달려가서 두 사람을 떼어놓으면, 쵸로마츠는 콜록거리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어이어이, 진짜냐. 진심으로 멱살 잡은 거잖아, 이거.

눈앞에서 토할 듯이 콜록거리는 쵸로마츠를 신경 쓰지도 않고, 카라마츠는 천천히 이쪽을 바라보았다.

우와, 정색하고 있어.

 

[오소마츠형, 어서와라]

[응응, 다녀왔어, 가 아니라!! 뭐 하는 거야, !]

[뭐냐니. 브라더들을 야단치고 있었다. 잘못을 했으면 혼을 내야지. 형이라면 당연하지 않나]

[그보다, 유괴사건이라는 건 또 뭐야? , 이미 상처도 다 나았잖아? 이제 와서, 화내는 이유가 뭐야?!]

[이제 와서? ......무슨 소린가]

 

카라마츠는, 담담한 태도로 말을 이어갔다.

어느새 깁스를 푼 왼손을 바라보며 꽉 주먹을 쥐었다.

 

[기다리고 있었다. 상처가 낫기를.

―――팔을 쓸 수 없으면, 때릴 수가 없잖아? 너희들을]

 

움찔하고.

4명의 동생들이 새하얗게 질린 채 어깨를 떨었다.

.....저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까, 누가 이거 전부 딜리버리 콩트라고 말해줄래?

집안이니까 딜리버리가 아니지만 말이야.

 

[,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거냐...?]

 

동생이라고.

그렇게나 소중히 여기던, 너의 귀하디 귀한 동생들이라고?

때린다고, 네가? 녀석들을?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

상황을 봐선, 늘 있던 사소한 일로 싸우는 형제싸움도 아닌 것 같고.

그럴 때도 너 거의 힘 빼고 있는 거 아니까 말이야.

 

[....형이야말로, 동생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있는 건가?]

[?]

[내가 유괴당했을 때. 구해줄 생각 전혀 없었잖아]

 

우와. 아직 그 얘기 하는 거야?

 

[묶여서 불에 타고 있는 자신의 동생에게 망설임도 없이 방망이를 내던진 건 누구였지? ? 장남. , 아니면, 너는 처음부터 날 동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건가?]

 

......무서운데요.

아니, 화를 내는 건 당연한데 말이죠? 그치만 왜 이렇게 갑자기? 나중에 곱씹다가 폭발하는 타입?

어제까지 아무렇지도 않았잖아, .

 

[, 이제 그만해, 카라마츠.......카라마츠형! ? 우리들이 잘못했으니까]

[구하러 가지 않아서 죄송합니다!! 밥그릇 던져서 죄송합니다!!]

[이제 심한 짓 안 할테니까, 반성하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용서해줘, 제발!]

 

얼마나 무서웠던 건지, 쵸로마츠도 쥬시마츠도 토도마츠도 필사적으로 용서를 빌었다. 임시방편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진심어린 사과였다.

이치마츠는 아직 멍해서 무슨 말을 하는 것 같지만, 입술만 떨릴 뿐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애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지만, 녀석에게 가장 응석을 부린 건 이치마츠니까. 아까도 우는 걸 참은 게 아니라, 아직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걸까.

-, 이거 완전히 트라우마가 되겠는 걸.

 

[아아. 사과하지 않아도 된다]

 

카라마츠는 여전히 정색을 한 채로, 필사적으로 사과하는 동생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듯, 태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까 말했잖나. 너희들이 정말 싫다고.

그러니까, 사과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용서할 생각은 없으니까]

 

그 말에.

등골이 오싹해진다.

 

 

 

 

 

 

[오소마츠형..., 이거]

 

 

어느새 옆에 온 토도마츠가 셔츠를 잡아당겨, 정신이 번쩍 든다.

 

 

[...카라마츠형, 이거 마시고나서 이상해졌어..]

 

 

덜덜 떨리는 손으로 건네준 것은, 작은 병.

병에 붙은 라벨에 제대로 글자가 적혀있다.

 

 

[데카판 연구소?!]

 

 

제조 회사 로고를 쓰여있는 그대로 읽었다. 그 명칭에 차남을 제외한 전원이 이쪽을 바라본다.

역시 같은 DNA. 4명 모두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있다.

아아, 그런가. 그런 거였나. 그래도 아직 절반밖에 모르겠지만.

이제 너희들, 그 박사한테 가는 거 금지!! 제대로 되는 일이 없으니까!

 

 

[동생조 둘!! 형들은 동생을 지켜!]

 

내가 외치자, 반사적으로 네명이 반응했다. 다행이다. 아직 어릴 적의 습성이 남아있다.

아무 말 없이 쥬시마츠가 창가에 있는 토도마츠에게 뛰어가고, 쵸로마츠가 옆에 있던 이치마츠의 손을 잡는다. -, 하고 쓰러지듯 기대는 이치마츠.

도주 대응 모드. 설마 자기 가족을 상대로 쓸 줄은.

부탁한다고, 발 빠른 홀수조.

 

 

[현지집합! 흩어져!!]

[, 라져!!]

[―――알겠어]

 

 

최소한으로 줄여 말한 지령을 알아들은 쵸로마츠와 쥬시마츠. 두 사람이 움직인 순간.

역시 그렇게 쉽게 놓아줄 생각은 없는 듯, 이 방에서 유일한 출구인 입구로 시선이 옮겨간다.

!!

하는 소리와 함께 내 오른손에 통증이 느껴진다.

 

[으읏-......]

[오소마츠형!]

 

곧바로 도망치려 미닫이문으로 달려가는 쵸로마츠들에게 가해진 건, 카라마츠의 발차기.

황급히 끼어들어 막았지만, 막은 팔에 우득 하는 듣기 싫은 소리가 났다.

뒤에서 전해지는 쵸로마츠의 빠른 숨결. 두려움에 제대로 숨도 못 쉬는 듯하다.

어떤 얼굴인지 보이진 않지만, 대체로 상상이 간다.

 

 

[쵸로마츠, !!]

 

 

내 외침에, 곧바로 등 뒤에서 뛰어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다소 무거운 듯한, 계단을 쏜살같이 내려가는 발소리가 하나. 아무래도 쵸로마츠가 이치마츠를 안고 가는 모양이다.

눈앞의 카라마츠는 나를 노려보며, 한계까지 뻗은 발을 천천히 내린다.

어이어이, 그 눈은 좀 위험하다고. 그거, 완전 동공 풀렸잖아. 우리들한테 할 말한 눈빛이 아니잖아.

 

 

쵸로마츠와 이치마츠는 이미 도망쳐버려서 체념한 건지, 푸른 눈동자는 내게서 벗어나 뒤로 향했다.

――― 위험하다.

 

 

[쥬시마츠!! 창문이다!!]

[, 아잇!!]

 

 

역시 야생아. 반응이 빨라서 다행이다.

쥬시마츠가 덜덜 떠는 토도마츠를 겨드랑이에 끼고 창문으로 뛰어내렸다.

운 좋게도 창가에 있던 게 너라서 다행이었어. 창문에서 뛰어내려 무사한 건 쥬시마츠 정도니까.

그대로 도망치면―――.....

라고 생각한 순간, 눈앞에 예상외의 광경이 펼쳐졌다.

 

 

카라마츠가.

옆에 있던 맷돌을 한 손에 쥐고 있었다.

마치 야구의 투수 같은 자세로 창문을 향해 서있다.

아니, 그런 걸 농구 수준으로 가볍게 던지지 마!! 그리고 맷돌이라고, 그거? 어떻게 되먹은 거야, 이 놈의 괴력은!?

 

 

[멈추라고, 이 바보가!!]

 

 

던지려고 높게 치켜든 팔에 달려들어 매달리자, 손에서 떨어진 그것이 쿵, 하고 다다미 바닥에 박혔다.

어이어이어이!! 지금, 창문으로 도망친 동생들한테 그거 던지려고 한 거?!

그건 아니지!!! 맞으면 죽는다고?

아니, 너야 튼튼하니까 안 죽었겠지만!!

 

 

[너 말이야!! 이걸 정통으로 맞았다가는.....]

 

그런데. 카라마츠는 멍한 표정으로 눈을 깜빡인다.

나의 제지에, 얼굴 전체에 [?]라는 문구를 잔뜩 띄우고 있다.

아니, 그러니까, 그 얼굴 그만두라고.

 

 

[....아아! 그런 건가. 미안하군, ]

[?]

[그렇겠지. 맷돌을 던진 건 이치마츠였으니까. 착각했군]

 

 

..........?

[쥬시마츠랑 토도마츠한테 던질 뻔했군, 미안하다] 라고.

마치 에헷, 실수해버렸당같은 가벼운 느낌으로 말하니, 정말 얼척이 없다.

........아니, 그런 말이 아니거든?

그보다, 그 말을 즉. 그 때 내던졌던 물건을 똑같이 그 상대에게 되갚아주는 게 카라마츠의 룰이라는 거?

뭔가 이제, 사이코패스감이 엄청나서 츳코미가 못 따라가는데요. 평범하게 무서운데요.

쵸로마츠 도와줘. 형아 혼자서는 츳코미 무리.

 

 

 

――― , 그럼 이제 어쩔까.

아마 녀석들은 내가 카라마츠를 어떻게든 할 거라고 생각하겠지.

형제싸움에서 가장 센 장남님에겐, 당연한 역할이긴 하지만.

- 미안. 기대를 저버려서 미안하네. 이번에는 예외야.

솔직히 힘만으로는 나도 녀석한테 당해낼 수가 없으니까. 아니, 물론 평소라면 괜찮다고? 평소의 카라마츠라면 한손으로도 이길 수 있다고? 형제싸움 때의 카라마츠는 무식할 정도의 괴력을 거의 드러내질 않으니까. 아니, 아예 드러내질 않지.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일련의 행동과 아까의 발길질을 막았을 때 받은 통증으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유감이지만 이 녀석, 이미 나를.....아니, 우리들을, 완전히 적으로 인식하고 있어.

상대가 어찌 되든 상관 않고 100프로 전력을 내는 녀석에게, 유감스럽게도 이길 마음이 들지 않는다.

좀 치사하지 않아? 이쪽은 동생 상대로 그렇게까지 하진 않는데 말이야.

 

 

어쩔까나?

이 녀석, 힘만은 굉장하지만 스피드는 보통이야. 잘 피해가면서 빈틈을 찔러 기절시킬까....하지만 이 녀석 튼튼하니까 소용없을지도 모르겠네.

아무튼 이렇게 좁은 공간에서는 위험해. 적어도 밖에 나가서 거리를 둬야.

 

 

 

[호불호약]

[?]

[내가 마신 약의 이름이다. 좋아했던 것이 좋았던 만큼 싫어지게 되지]

 

 

뭐냐고. 사람이 평소에 거의 쓰지 않는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갑자기 말을 걸다니. 평소의 안쓰러운 포즈로.

뭔가 깔보는 듯한 눈. 형아 그 표정 싫단 말이지. 칼라렌즈를 낀 그 안쓰러운 표정이 훨씬 좋단 말이야.

그보다, 역시 마셨구나. 이상한 약.

정말이지, 저 사이코패스 차남은 가끔 이해불능의 행동을 하니까 읽을 수가 없단 말이지.

 

 

――― 뭐어, 그래도 이걸로 확실해졌다.

이건 우리 참모의 [계획적 범행]이다.

 

 

[헤에. 가르쳐주는 거? 친절하네]

[전부 말해주지. 녀석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 어느 의미로는 유언이니까]

[?]

 

 

뭐야, 녀석이라니 누구?

설마하지만, 우리 차남군을 말하는 건 아니겠지?

유언이라니 뭐야. 멋대로 죽이지 말라고. 아니, 그보다 자신이짆아.

 

 

[너희들을 좋아하던 카라마츠는, 무슨 짓을 해도 화를 내지 않았다.

버려져도, 크게 다쳐도. 귀여운 동생들이나 신뢰하는 형의 얼굴을 보면, 무심코 웃어버렸지. 그런 심한 짓을 당했는데 정말 바보지 않나]

 

 

바보라니. 자기 얘기잖아.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이 녀석.

 

 

[그래서 박사에게 부탁했다. 형제들에게 화내지 못하는 자신을 대신해 그들을 꾸짖어줄 자신이 필요하다고.

형제들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숨긴다면, 화낼 수 있지 않겠냐고.

생각이 너무 단순해서 웃음이 다 나오는군]

 

 

, 원래 단순한 게 카라마츠니까.

그렇게 말하며, 녀석은 파카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아까와는 다른 색의 작은 병.

2P 캐릭처럼 똑같이 생겼지만. 라벨에 커다랗게 [해독제]라고 써있어, 알기 쉽다.

 

 

[너희들이 반성하고, 제대로 사과하면. 해독제를 마시고 원래대로 돌아갈 예정이었다......하지만, 이 멍청한 카라마츠는 몰랐던 모양이군]

 

 

히죽.

카라마츠가 웃는다.

정말 싫네, 그 얼굴. 그만해주지 않으려나, 그거.

토도마츠의 속내 모를 웃음과도, 이치마츠의 야비한 웃음과도, 쥬시마츠의 순진무구한 웃음과도, 그 무엇과도 닮지 않았다.

심플하고 예쁜, 올곧은 미소.

이렇게나 환한 미소인데.

―――감정이, 하나도 담겨있지 않다.

 

 

미소와 함께 해독제의 뚜껑이 열리고.

작은 병의 입구가 아래로 향한다.

 

 

[너희들이 죽이고 싶을 정도로 싫은 내가.

너희들을 정말 사랑하는 자신으로 돌아가기 위해, 일부러 해독제를 마실 거라고 생각한 건가?]

 

 

 

―――.

목소리를 낼 틈조차 없었다.

물론 말릴 틈도.

 

 

병의 내용물은 순식간에 바닥에 쏟아져, 다다미 바닥을 보라색으로 물들였다.

 

 

 

 









끝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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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츠 사변을 웃는 얼굴로 끝내는 이야기 1

 

 

 

 

 

이건 꿈이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여태껏, 2층의 우리들 방에서 평소대로 한가로이 나날을 보내고 있었을, 터인데.

거짓말처럼 고요해진 실내.

옛날부터 있던 녹색의 소파가 무참하기 두동강이 나고,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먼지.

쵸로마츠형은 꼿꼿이 선 채로 덜덜 떨었다.

쥬시마츠형은 딱 붙어 떨어지지 않는 가면 같던 환한 미소를, 그 얼굴 그대로 새파랗게 물들였다.

완전히 얼어붙은 건 이치마츠형.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모르겠다.

나는 아직, 이 광경을 꿈이라고 믿었으니까.

눈앞에 우뚝 선 차남의 얼어붙을 듯한 시선에, 얼굴을 경직시키고 있을 뿐이었다.

 

 

 

카라마츠 사변을 웃는 얼굴로 끝내는 이야기

Side 토도마츠

 

 

겨우 10분 전의 일이다.

정말 평화로운 공간이었다.

배트를 휘두르던 쥬시마츠형과, 고양이와 노는 이치마츠형과, 아이돌 굿즈를 정리하는 쵸로마츠형.

카라마츠형은 창틀에 앉아 고독에 빠져 있었다.

장남은 파칭코로 부재. 시시할 정도로 평소와 같았다.

 

 

[카라마츠형, 춥거든]

 

약간 찬바람이 불어들자, 나는 바로 불평을 했다.

 

[최근 계속 거기 있네. 뭐야, 선샤인을 받는 나-어필? 안쓰럽네-]

[......아니. 아래를 보고 있었다]

[아래? . 집앞엔 아무것도 없다고]

 

카라마츠형은 최근 창틀이 마음에 든 것 같다. 창문을 완전히 열고 한쪽 발을 창틀에 올린 채, 잔뜩 폼 잡는 포즈로 멍하니 있는 일이 많아졌다.

 

[여기서 경치를 보는 것뿐이다]

 

라고 말하면서도, 창문을 닫아주었다.

또 폼이나 잡고.... 본인은 그게 멋있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안쓰럽네 정말.

 

[어라. 깁스 풀었네]

 

유괴사건으로 크게 다친 형은, 제일 부상이 심했던 팔의 깁스를 풀었다. 옆에 석고 덩어리가 떨어져 있다. 금방 막 뺀 것 같다.

얼마전까지 붕대를 친친 감고 있었는데, 그건 이제 거의 나았다. 이걸로 겨우 완쾌라고 할지. 튼튼한 편인 형이지만 이번에는 꽤나 회복이 더디었다.

5명이 던진 게 전부 맞다니, 정말 불행체질이네 형은.

 

[2병 스타일을 이제 못하게 돼서 아쉽겠네. 사실은 좀 더 하고 싶었던 거 아냐? 부상을 당한 나, 멋져!! 라던가. 카라마츠형은 그럴 것 같네, 뭔가-. , 설마, ~전에 이미 나았는데 좀 더 하고 있었던 거 아냐?]

 

그러면서, 안쓰러움 + 관심종자? 정말, 못 견디겠으니까 그만두라구~. 라고 평소처럼 카라마츠형을 놀렸지만.

뭔가 반응이 조금 평소와는 달랐다.

이쪽을 흘끗 쳐다보긴 했지만 답은 없다.

분명, [마침내 결계가 깨지고 만 것인가.....조심해라, 마이 라스트 브라더-. 이 팔에 봉인 된 파괴의 신이 언제 마츠노가에 재앙을 몰고 올지 모르니까]

.....라고 말할 거라 생각했는데.

깁스에서 이제 막 해방된 왼손을 이리저리 움직여 보던 카라마츠형은, 내 말을 듣고 있는지 어떤지 전혀 반응이 없다.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쉴 뿐이다.

 

[저기, 듣고 있어?]

[....아아, 듣고 있다]

[, 정말. 멍때리지 말라구. 아 그래, 쾌유 축하 기념으로 케이크 안 먹을래? 역 앞에 있는 가게의 기간 한정 케이크가 좋겠어. 당연히 카라마츠형이 쏘는 걸로!]

[야 톳티, 카라마츠가 쏘는 거라니, 무슨 소리야. 다친 건 녀석이니까 너무 심한 말은 하지 말라고. 아아, 그래도 혹시 사러 나갈거면 겸사겸사 엄마가 시킨 두부랑 파 좀 사다줄래? 깁스도 풀었고, 갈 수 있지? 카라마츠]

 

라고, 쵸로마츠형이 잡지에서 눈을 떼지도 않은 채 말했다.

 

[카라마츠형 외출임까? 그럼 내친 김에 야구도 하자!! 상처도 나았으니까 천 번 노크[각주:1]가능하지!]

 

배트를 휘두르며 신나서 떠드는 쥬시마츠형을 곁눈질로 슬쩍 본 카라마츠형은 또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언제 들고 있었던 건지, 자그마한 병의 뚜껑을 엄지로 톡, 하고 열었다.

뭐야 저거, 에너지 드링크? 아니면 무슨 주스?

내가 그걸 보고 있다는 걸 알아챈 건지, 그대로 단숨에 마셔 버렸다.

평소에 목욕탕에서 병우유의 시원함을 맛보듯이.

 

[? , 뭐 마시는 거야? 나도!! 나도 한입 부탁드림다-!]

[미안하지만, 다 마셔 버렸다]

[에에-]

[카라마츠형 주제에 독차지라니 치사하다구?]

[카라마츠, 간식은 평등하게 나눠먹기로 했잖아. 혼자서 먹을 거면 아무도 없는 곳에서 먹으라고]

 

3명의 말에도 여전히 반응이 없다.

.

조용히 빈 병을 창가에 내려놓는다.

정말 작은 병으로, 그건 주스라기보다 약 같았다.

....아아, 약이구나. 다쳤으니까, 약을 먹는 거야 당연하겠지.

 

[그럼 카라마츠형 가자! 천 번 노크 부탁드림다!]

 

다시 한 번 쥬시마츠형이, 이제 막 상처가 나은 카라마츠형의 팔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하지만, 카라마츠형은 어째선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쥬시마츠]

[?]

[이제 막 깁스를 풀었다는 거, 알고 있겠지]

[]

 

......?

뭔가 위화감이 든다.

말투가, 분위기가, 무섭다. 목소리가 낮으니까 더.

차갑게 얼어붙은 분위기에, 고양이에 푹 빠진 이치마츠형을 제외한 3명이 동시에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쥬시마츠형도 위화감을 느낀 건지, 웃는 얼굴로 굳어있다.

그런 쥬시마츠형을 내버려 두고 카라마츠형은 무거운 허리를 드디어 움직여, 쥬시마츠형의 머리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말했다.

 

[아니면 너는 이제 막 상처가 나은 형에게 천 번 노크를 시키려는 박정한 놈인 건가?]

[―――]

[그렇겠지. 불에 타고 있는 내게 밥그릇을 내던졌었으니까, 너는]

 

.......

뭐야?

머리를 쓰다듬고 있지만 표정은 무표정이다.

냉정한 시선.

깔보는 듯한 나직한 목소리.

딸꾹, 하고. 작게 딸꾹질 소리가 들렸다. 쥬시마츠형이다.

여전히 웃고 있는 얼굴로 크게 뜬 눈가에, 서서히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그야 그렇겠지.

그렇게 사이가 좋던 카라마츠형에게, 언제나 바보처럼 상냥한 이 사람에게, 이런 식의 말을 듣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테니까. 나도 마찬가지인 걸.

 

[, 뭐야 카라마츠. , 뭐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 그렇다고 동생한테 화풀이하면 안 되지]

 

쵸로마츠형이 황급히 사이에 끼어들었다.

깜짝 놀랐다.

뭐가 뭔지 모르겠다.

그도 그럴게, 이거 카라마츠형이라고?

대체 뭐야 이거. 싸우는 거야? 우리들.

그럴 생각 전혀 없었고, 이거 카라마츠형이 싸움을 걸어온 거나 마찬가지라고?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는데.

 

하지만 정말 깜짝 놀라는 건, 이제부터였다.

 

콰직!!!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엄청난 소리가 들렸다.

굉음이 사라지고 눈에 들어온 건, 부서져버린 소파.

쵸로마츠형의 얼굴을 스친 카라마츠형의 발이, 오랜 기간 사용했던 낡은 소파에 직격해 그대로 부수고 만 것이다.

? 거짓말?

발꿈치로 부쉈어?

에에에에에!?

맞았으면 사망이잖아, 이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이치마츠형이, 고양이로 변신하는 것도 잊고서 소파에서 떨어져 쿵,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는다.

하지만 거기에 눈길도 주지 않고, 카라마츠형은 멍하니 있는 쵸로마츠형을 차가운 눈으로 내려다 보았다.

 

[쵸로마츠]

[?]

[....카라마츠 이잖아?]

[!?]

[아니면. 유괴전화를 받고서도 배 따위에 간단히 잊어버릴 나 같은 건 원래부터 형으로 생각하지도 않았던 건가?]

 

엄청난 박력.

단숨에 마음이 꺾인 쵸로마츠형은, 얼굴을 굳힌 채 덜덜 떨었다.

 

뭐야?

뭐야 대체. 뭐냐고 대체.

이거 카라마츠형 아니지? 가짜지?

똑같은 얼굴이 6개나 있는데, 또 새로운 똑같은 얼굴이라니? 그것도 가짜가!

아니면 뭔가 빙의된 건가? 액막이 부를까?

 

[어이 쿠소마츠!! , 무슨 생각으로 이런-!]

 

겨우 상황파악을 끝낸 이치마츠형이, 카라마츠형에게 멱살을 잡혔다.

 

[아아, 그러고 보니, 너도 날 제대로 부르지 않았었지, 이치마츠]

[하아? 그런 건 내 마음이잖아! 그보다 왜 이런――]

[형이라 부르지 않는 걸 넘어서 최근에는 쿠소마츠라고 부르는 게 아주 당연하단 듯이 됐지. 걸핏하면 때리려 하고. 그러니 맷돌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던지겠지]

[......그러니까! 지금 그런 얘기가 아니잖아!!]

[이치마츠, 일단 들어라]

[웃기지 마!! 쥬시마츠를 울린 것도 너냐? 무슨 생각으로]

 

이치마츠형이 주먹을 치켜들었다.

자주 있는 일. 이것만이라면 정말 평소와 다름없는 광경이다.

평소라면 주먹을 치켜든 것만으로 울상이 되고 마는 카라마츠형이지만.

뭔가, 직감했다.

아아, 이건 틀렸다. 완전 틀려먹었다고.

그렇게 생각한 순간, 이치마츠형의 몸이 빙그르 한바퀴 돌았다.

쿠웅-! 하는 커다란 소리가 방 전체에 진동했다.

멱살을 잡힌 이치마츠형은, 카라마츠형의 발길질에 균형을 잃고, 다다미 바닥에 등부터 내동댕이쳐졌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멍하니 천장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태인 이치마츠형.

그 위에 푸르게 빛나는 눈동자.

 

[형의 얘기를 제대로 들어야지. 이치마츠]

 

얼어붙을 듯한 차가운 목소리.

이치마츠형은 분명 아플 텐데, 등의 고통을 느낄 여유도 없어 보였다. 평소에는 반쯤 감겨있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일어서지도 못한 채 완전히 굳어있다.

 

[토도마츠]

[, ?]

 

왔다아-!!

그렇겠지, 이제 남은 건 나뿐인 걸! 당연히 이쪽 차례겠지!

끼기기기긱, 뻣뻣하게 굳은 목을 천천히 형에게로 돌렸다.

 

[아까 케이크 얘기 덕에 생각났는데. , 나한테 돈 빌려줬었다고 했던 모양이더군]

 

.

뭐야 그거, 언제적 얘기?

 

[난 막내한테 돈을 빌리는 형편없는 형이 된 기억이 없다만]

 

, 아아. 그 땐가. 몸값을 내라고 했을 때.

카라마츠형한테 돈을 빌려줬으니까 나는 몸값을 지불하지 않겠다고 했었던.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아는 거야? 누구야, 형한테 일러바친 게!

 

[, 그 있잖아. 전에 낚시 갔다가 집에 가는 길에, 갖고 싶던 다운코트 사달라고 가게 앞에서 졸랐었잖아? 그때 형이 너무 비싸서 돈이 모자라니까 안 된다고 해서, 그럼 지금은 내가 대신 낼테니까 다음에 갚으라고.....했었, 잖아?]

[보통 그런 건 돈을 빌렸다고 하지 않는다]

[............, 그럴지도....모르지만]

[모르지만, ?]

[..........]

[뭐냐고 묻지 않았나. 답해라]

[~~~~~~~으읏]

 

혼나고 있는 건 아니었다. 그런데도 눈물이 치밀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괜찮았을 거다. 오소마츠형이나, 화가 잔뜩 난 쵸로마츠형이라면 이런 말을 들어도 아무렇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지금 상대는 카라마츠형이다. 늘 형제라기보다 자식처럼 우리에게 맹목적인 사랑을 주는, 그 카라마츠형이라고? 제멋대로 굴어도 대체로 들어주고, 다소 억지스런 말을 하더라도 열심히 반응해준다.

잘해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런 말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 그보다 왜 그러는 거야, !? 어떻게 된 거야? 이상한 거라도 먹었어?

우리들이 싫어지기라도 한 거야?]

[에엣!? 카라마츠형, 우리가 싫어진 거야?]

 

어떻게든 자신을 되찾은 듯한 강한 멘탈의 쥬시마츠형이 달려들어 카라마츠형에게 매달렸다.

무서웠지만, 무섭지만, 나도 어떻게든 힘을 내 그걸 따라했다.

자신과 같은 커다란 손을, 같은 체온의 그 손을, 꽉 붙잡았다.

카라마츠형이니까. 동생들에게는 한없이 무른 형이니까.

막내와 오남의 어리광 공격이라면 분명.........

이라고. 우리들은 아직 헛된 희망을 품고 있었다.

 

[싫어졌다? ......인가]

 

손을 잡은 나와, 팔에 매달린 쥬시마츠형.

두 사람의 얼굴이 차례로 푸르게 빛나는 눈에 비춰진다.

 

[나도 같은 생각을 했었다. 너희들에게 버려졌던 그때. 바다 위에서.

온갖 물건들에 맞아 정신을 잃었을 때. 여기에서]

 

여기에서.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으로 가리킨 건 굳게 닫힌 창문 너머.

그 말에 소름이 돋았다.

카라마츠형은, 최근 계속 저 창가에서 아래를 내려다봤다.

저 창문에서.

꽁꽁 묶여서 불에 타고 있는 형에게 우리가 둔기를 내던졌던 저 창문에서.

계속 보고 있었다.

우리들의 눈앞에서, 매일.

형제에게 버림받은 순간에 자신이 있던 장소를, 계속 내려다보고 있었다.

 

우리들은 고통에 몸부림쳤다. 그 차가운 눈데.

겨우 일어선 이치마츠형과, 쵸로마츠형이 어깨를 맞대고 이쪽을 바라본다.

저 두 사람이 딱 들러붙어 있다니 별일이다. 둘 다 볼에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있다.

[질문에 답하지, 브라더] 그렇게 말한 카라마츠형은 겨우 미소를 내보였다.

이마에 손을 짚고 폼을 잡는 모습. 아아, 이 사람은 진짜 카라마츠형이다. 라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확인을 한다.

틀림없는 본인이다. 그런데.

본 적도 없는 미소. 웃고 있음에도 무섭다.

늘 지어주는 따스함을 품은 상냥한 미소와 정반대.

얼음장처럼 차가운 미소를 보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래. 나는 너희들이, 정말 싫다]

 

 











[구하지 못한 형제들의 이야기] 작가님의

다른 사변작품입니다 :)


이미 완결이 난 작품이라서

금방 전부 들고올 것 같네요!



그런 의미에서 2편 이어서 나갑니다!!

 

  1. (*천 번 노크라는 건 야구용어입니다. 노크는 수비연습 방법 중 하나이며, 천 번은 말 그대로 1000번, 즉 끝없이 계속이라는 의미입니다. ‘천 번 노크’가 맞는 번역인지는 모르겠네요; 일단 그대로 번역했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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