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はるな 님의 작품입니다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6401207























[이 뒤는 형아한테 맡겨두라고]

평소처럼 히죽거리며 웃으며 쭉 내민 장남의 손.

 

가볍게 음담패설로, 그렇게나 무겁던 분위기를 간단히 깨부수고.

항상 무리하게 동생들을 안심시키는, 타고난 밝은 미소.

틀림없는 오소마츠형이다.

오소마츠형이었, 는데.

 

쵸로마츠형의 외침이 울린 순간.

그 눈썹이, 낯익은 각도로 확 바뀐다.

 

그건.

멱살을 잡았을 때나. 밤중에 몸부림을 쳤을 때.

누구보다 가까이서 보았던, 녀석의 얼굴.

 

 

 

 

 

카라마츠 사변을 웃는 얼굴로 끝내는 이야기

Side 이치마츠

 

 

 

 

 

병의 밑부분이 상대의 손에 닿으려던 그 순간, 쵸로마츠형이 달려들었다.

형제들 중에서 가장 빠른 만큼, 그 기세는 거의 태클에 가까워서, 주변에 있던 의자들과 함께 바닥에 나뒹굴었다.

 

....?

뭐야.

대체 무슨 일이.

 

 

곧바로 고개를 든 쵸로마츠형은, 황급히, 병 안 깨졌어!? 라고 물었다.

전달 직전에 일어난 그 일에, 약병은 아직 내 손안에 있었다. 고개를 끄덕여 답을 하자, 시선은 내 반대쪽으로 이동한다.

오소마츠형. 아까까지 그렇게 불렀던 상대에게.

하지만 상대는, 이쪽의 다급한 분위기와 달리 냉정하고 담담한 태도였다.

 

[....이상하군. 어떻게 알았지? 쵸로마츠]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한순간에 바뀔 수 있는지 묻고 싶을 정도로, 완전히 달라진 음색.

무척이나 낯익은 목소리. ....카라마츠의, 저음.

빨간 파카를 입은 장남의 모습인데.

그 얼굴은 빨간색을 입고 있음에도 전혀 오소마츠형으로 보이지 않았다.

 

[제대로 연기했다고 생각했는데. 애드리브가 너무 지나쳤던 건가?

......아아, 오른팔인가. 이러니 본방 직전의 대본 변경은 곤란하단 말이지]

 

아니, 닮았었어. 오히려 너무 닮았었지. 배우해서 니트 졸업하라고, .

믿을 수 없다. 자신이 형제를 착각하다니.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듯했다. 쵸로마츠형도 스스로 알아차렸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형제 모두가 멍하니 있자, 카라마츠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아까처럼 이쪽으로 손을 내밀었다.

 

[그거, 주지 않겠는가? 이치마츠]

 

그거. 라며 손가락으로 내 손을 가리킨다.

역시. 목적은 해독제였나. 상황을 보니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이게 마지막 한 개라는 것도.

달라고 해도 줄 리가 없잖아. 그 누구도 답하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자, 카라마츠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목 뒤로 손을 둘렀다. 파카 안에 숨겨두었던 배트를 스윽 꺼내든다. 어떻게 숨긴 거야, 그거.

휘익, 하고. 쥬시마츠가 곧잘 하는 홈런선언처럼 이쪽으로 배트를 겨눈다.

잘 보니 배트에 크게 금이 가있다. 마치, 뭔가를 세게 때린 듯이.

아까, 오소마츠형인 척 연기했던 녀석이 말했다. [배트로 머리를 때렸다] 라고.

그건 설마―――.

또 같은 생각을 한 건지, 쵸로마츠형이 목소리를 떨며 입을 열었다.

 

[........그 배트, 뭐에 썼어...?]

[무슨 얘긴가?]

[시치미 떼지 마!! , 오소마츠형을 어쩐 거야!?]

[....그 얘긴가. 그날, 배트를 올바르게 쓰는 법을 가르쳐준 건, 오소마츠형 본인이잖아?]

[카라마츠 너 이자식―――!!]

 

주먹을 꽉 쥔 쵸로마츠형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 순간.

우지끈! 나무가 부서지는 소리.

골프 스윙을 하듯이 땅을 스치며 쵸로마츠형의 오른발에 직격한 배트.

배트는 충격에 부서지고, 허공에 조각들이 날렸다.

소리없는 비명을 내지르며 그 자리에 주저앉은 쵸로마츠형은, 맞은 발을 부여잡으며 몸을 둥글게 말았다.

이마에 진땀이 맺혀있다. 고통이 굉장하겠지. 덜덜 떨며 참고 있다.

거짓말...... 하고 토도마츠의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쵸로마츠형!!]

[안돼!! 그만둬 카라마츠형!!]

 

 

.....거짓말, 이지.

쵸로마츠형. 다리, 부러졌어? 지금 그 소리. 배트가 부서질 정도의 힘.

카라마츠가.

그 카라마츠가, 진심으로 이런 짓을―――.

 

[쵸로마츠, 혀엉...]

[, 농담이다 농담. 안타깝게도 오소마츠형은 도망가버려서 말이지.

정말 발이 빠르더군]

 

뭐어, 그래도 이걸로 쵸로마츠는 움직일 수 없게 됐으니 다행인가.

그렇게 말하며 절반으로 줄어든 배트를 들고, 천천히 이쪽을 바라보는 푸른 눈.

그런 짓을 하고서. 형제에게 그런 짓을 하고서도.

표정에 조금의 변화도 없다.

불가능하다. 카라마츠가 진심으로 우리들에게...?

 

....하지만.

오소마츠형은 팔을.

쵸로마츠형은 다리를.

그날, 붕대 투성이로 돌아온 녀석의 부상과 겹친다.

우연인지, 고의인지.

―――이건, 우리들이 저지른 짓과 똑같았다.

 

[마지막으로 말하지, 이치마츠. 약을 내놔. 오소마츠형한테 넘어가면 곤란하다]

[, 리가 없잖아]

[어째서? 상관없지 않나. 카라마츠가 어떻게 되던.

필요 없는 존재였잖아, 녀석은]

[.......아냐]

[아니라니. 거짓말도 잘하는군. 맷돌을 던졌던 주제에]

[아니야!!]

[나는 죽길 바랐다. 카라마츠인 채로]

[.....?]

[머리가 깨지고, 길가에 버려진 그때. 다시는 깨어나지 않았으면 했다.

그러면, 너희들에게 버려진 걸 모른 채 끝났을 텐데.

이대로 죽는다면, 누구도 구하러 오지 않은 자신에 실망할 일도 없었을 텐데]

 

차가운 눈. 자신의 얘기를 하는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표정.

여전히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나를 내려다 보며.

 

[자신의 튼튼함을 원망한 건 처음이었다, 이치마츠]

 

 

무슨........말을 하는 거야.

실망? 우리들이 아닌, 자신에게?

어째서, 그런―――

 

[순순히 건네준다면, 더 이상 위해는 가하지 않겠다.

그 약만 없어지면, 나는 너희들 앞에 두 번 다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테니까]

 

어때, 괜찮은 얘기지?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말하며, 다시 손을 내민다.

웃기지 마. 괜찮을 리 없잖아.

이 약을 뺏기면 끝이다. 카라마츠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그런데 어째서 녀석은 [왜 안 된다는 건지 모르겠군] 이란 표정을 하고 있는 거냐고.

뭐야 대체. 정말 뭐냐고. 쿠소마츠 주제에. 쿠소마츠 주제에!!

여섯 쌍둥이의 인도어파라고 무시하는 거냐!

 

[쥬시마츠!]

[, 아잇!]

 

평소 캐치볼을 할 때와 마찬가지로 나이스 캐치, 라고 외치며, 내가 힘껏 내던진 병을 쥬시마츠가 멋지게 캐치한다.

전력으로 던졌는데 간단히 받아내다니, 뭐어 쥬시마츠니까 어쩔 수 없나. 떨어뜨려서 깨지면 큰일이고.

 

[그거 들고 도망쳐! 오소마츠형을 찾아!]

 

나와 토도마츠는 안 된다. 있는 것만으로 짐이 된다. 지금의 쵸로마츠형은 움직일 수 없다.

하지만, 쥬시마츠와 오소마츠형 두 사람이라면. 힘이 있는 두 사람이라면, 카라마츠를 제압해 약을 먹일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모른다.

쥬시마츠는 내 말에 조금 당황한 듯 보였지만, 곧바로 크게 고개를 끄덕인 후, 연구소 입구를 향해 요-이동!! 포즈.

좋아. 발이 빠른 쥬시마츠라면 도망칠 수 있다.

전부 떠맡겨서 미안하지만, 뒤를 부탁한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쥬시마츠]

 

조금도 당황하지 않은 듯한 카라마츠의 목소리.

부러진 배트를 든 채, 부러져 날카로워진 배트 끝을 내 눈의 몇 센치 앞까지 들이민다.

 

[.....그대로 도망쳐도 나야 상관없지만. 이 다음, 어떻게 될 것 같나?]

[........?]

[네가 도망친 후. 이 세 사람이,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하나?]

 

머리가 부서지는 건, 이치마츠일까? 토도마츠일까?

그렇게 말하며 푸르게 빛나는 눈으로 쥬시마츠를 본다.

역시 노리고 있었던 거냐고, 상처 입은 곳. 이 사이코패스가.

 

[....이치마츠형...]

[듣지마, 쥬시마츠! 됐으니까, 도망쳐!]

[...물론 그래도 상관없다만. 익숙한 일일 테니까 말이야. 형제를 버리는 거]

 

그 말에 뚝뚝, 쥬시마츠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진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서 당황스러운 거겠지. 이해한다고.

 

[―――적당히 하라고, 웃기지 마!!]

 

, 누구한테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거냐고.

나라면 괜찮아. 늘 제멋대로 구는 쓰레기 같은 동생인 나라면 괜찮아.

하지만 쥬시마츠라고!? 그 쥬시마츠라고!! 동생들 중에서 가장 네가 아끼던 녀석이잖아! 사이좋게 지냈던 걸 떠올리라고!

 

[어이, 쿠소마츠! 답하라고!

거기 있잖아!! 나와, 이리! 누가 너를 필요없다고 했어!?]

 

배트를 뿌리치고 멱살을 잡으며 냉정한 눈으로 노려본다.

감정이 반대가 돼? 그래서 뭐. 그게 무슨 상관인데!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웃기지만, 성격 너무 더럽잖아, ! 나 따위한테 그런 말을 듣다니 완전 끝이잖아!

 

[안 들리냐, 쿠소마츠!! 돌아오라고!!]

 

목소리를 쥐어짰다.

눈물이 나올 것만 같다. 하지만 절대 울지 않을 거다.

녀석을 위해 우는 게 싫은 게 아니다.

이런 녀석에게 이런 카라마츠에게 우는 게 싫은 거다.

 

 

 

 

 

 

 

 

.

 

 

[....?]

 

 

빨간 파카를 움켜쥐고 있는 손에 뭔가 떨어졌다.

그건 따뜻한 물방울.

내가 아니다. 울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죽을 만큼 참았다. 울면 이 가짜한테 지는 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올려다보니. 코앞에 있는, 아까까지 얼음처럼 차가운 시선을 하고 있던 카라마츠가 눈을 커다랗게 뜨고 있다.

눈동자에 비친 내 얼굴이 제대로 보인다.

거기에서 조금씩 넘쳐흐르는――― 눈물.

뚝뚝 떨어져, 내 손등을 타고 소매를 적신다.

울고, 있어.....?

 

[......? ......]

 

나보다 더 당황한 건 카라마츠 본인이었다.

뺨을 어루만지며, 멈추지도 않고 흐르는 눈물을 확인한 그는 갑자기 머리를 부여잡으며 얼굴을 찡그렸다.

 

[.......! 아윽...!!]

[카라마츠?!]

[......, 치마츠..?]

[?]

[이치마츠, 인가...?]

 

멱살을 잡힌 채, 여전히 눈물을 흘리며 이쪽을 바라본다.

내 이름을 부르는 그 목소리는, 어제까지 들어왔던 상냥한 저음.

평소에는 부를 때마다 짜증나서 죽을 것만 같았는데.

지금은 이렇게나 반갑다.

 

[....나는.....어째서, 이런....?]

 

무너져 내리듯 주저앉는 카라마츠에 옷깃을 잡고 있던 손이 스르륵 풀린다.

흘러내린 눈물을 만지고 있던 카라마츠의 손은 그대로 자신의 머리를 거칠게 긁어댔다.

머리가 아픈 건지, 괴로운 듯 잔뜩 찌푸린 얼굴.

 

[...., ......왜 이런 심한 짓을.....]

 

 

 

설마―――?

 

 

[카라마츠형!?]

[카라마츠?]

[카라마츠혀엉!]

 

 

돌아왔, ...!?

토도마츠와 쥬시마츠가 달려들고, 쵸로마츠형도 한쪽 발을 질질 끌며 이쪽으로 온다.

카라마츠는 괴로운 듯 머리를 꾹 누르며, 의식을 차리려 고개를 자꾸 저어댔다.

 

 

[내가 아는 형 맞아? 토도마츠야! 나 톳티라구!]

[!! 나 쥬시마츠야! 돌아왔어? 돌아온 거야?]

 

 

상당히 괴로워 보였지만, 양손으로 토도마츠와 쥬시마츠의 머리를 동시에 쓰다듬으며 카라마츠는 씨익 웃어 보였다.

뺨에 땀과 눈물이 뒤섞여 흘러내렸지만, 그건, 평소와 다름없는 따스한 미소.

완전히 마음이 풀어졌을 때 보여주는, 부드러운 미소.

아까전의 꿈에 나올까 두려운 냉정한 미소가 아니다.

1, 2, 3, 동생 두명이 울음을 터뜨렸다.

 

[....나는 역시 모두를 상처입히고 마는 길티가이...

마음 깊이 자리한 악의 화신이 이몸을 점령하고 만 것인가..]

[하아?]

 

뭐라는 거야, 이 녀석.

돌아오자마자 안쓰러운 발언이냐?! 바보냐!! 바보인 거냐?

엄청 아픈 주제에 폼 잡는 거냐!?

 

[바보냐, !! 빨리 해독약 안 먹으면 다시 돌아간다고! 귀찮게 하고 말이야]

[이치마츠형!! 이거, 빨리 먹이자!!]

[카라마츠형 괴로워 보여! 빨리빨리]

 

 

쥬시마츠가 병의 뚜껑을 열고 달려들었다. 어이, 그렇게 팔 붕붕 흔들면 넘친다고!

보기에도 수상한 보라색 액체. 결코 좋은 냄새도 아니고, 마셔도 괜찮은 건지 싶었지만, 그래도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지금뿐이다. 위태로운 쥬시마츠에게서 병을 받아 카라마츠의 입에 댔다.

이것을 마시면―――

 

 

[걱정해준 건가...네가, 나를......]

[시끄러, 짜증나. 나중에 갚아줄 거니까]

 

 

카라마츠는 옅게 웃으며 괴로운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럴 때가 아니잖아. 이쪽의 속도 모르고.

다시는 못 볼지도 모른다 생각한 짜증나는 얼굴. 틀림 없다. 카라마츠다.

쵸로마츠형도 같은 생각인지 눈물이 맺혀있다.

 

 

입에 댄 병을 기울인다. 흐르지 않도록 천천히.

이제 됐다. 이걸로 원래대로 돌아온다.

 

 

다행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

 

 

뿌득, 하고.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손목이 꺾였다.

 

 

?

뭐야?

 

너무 아파서 순간 손의 감각이 사라졌다.

힘이 빠져 멋대로 풀려버린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진 작은 병은, 밑에서 기다리고 있던 손이 잡아챈다.

내 손목을 부러드릴 듯이 쥔 손도, 병을 잡아챈 손도.

둘 다―――카라마츠의 손.

 

 

[, 사랑의 힘이 독의 효력을 없앤다.......... 나쁘지 않은 시나리오다만]

 

 

―――?

 

 

[정말 가능할 거라 생각했는가? 그럴 게. 내겐 불만족스런 무대로군]

 

 

저음.

낮고, 차가운 목소리.

그러니까, 어떻게 그리 순식간에 바꿀 수 있냐고 묻고 싶을 정도로 한순간에 바뀐 표정.

온기라곤 느껴지지 않는 눈이, 막 손에 넣은 작은 병과 눈물을 글썽이는 우리들을 차례로 비춘다.

 

 

[카라, 마츠....?]

 

 

속았다―――.

 

 

 

그래, 당연하지.

오소마츠형을 그렇게나 완벽히 연기한 녀석이라면,

[자기자신]을 연기하는 건 간단한 일인 걸.

 

 

[그 카라마츠가 이런 심한 짓을 할 리 없다고 생각한 건가?]

 

 

카라마츠가 웃는다. 돌아와버린 미소에.

정말 짜증이 난다. 그 안쓰러운 폼 잡는 얼굴이 훨씬 낫다고 생각하는 날이 오다니.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소중한 브라더들이 그리 심한 짓을 할 리 없다고.

늘 무시당하고 등한시되지만. 그래도 나는 여섯 쌍둥이 중 한명이니까.

유괴당해도, 이럴 때는 역시 너희들이 도와주러 올 거라고 믿었어]

 

 

형제들 그 누구와도 닮지 않은 표정. 어째선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어때? 형제에게 배신당하는 기분은]

 

 

―――뭐냐고.

매번 바가지 씌우는 바에 가서 잔뜩 속고 오는 건 그쪽이잖아.

고함치고 싶다. 평소처럼.

고함쳐서, 때리고, 울려서, 사과하게 만들고 싶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팔에 힘이 조금도 들어가지 않는다.

넘어가 버렸다, 약이. 저 녀석의 손에.

머리가 새하얗게 된다는 건, 이런 느낌일까.

 

토도마츠도, 쥬시마츠도, 소리도 내지 못하고 털썩 그 자리에 주저앉아 엉덩방아를 찧는다.

쵸로마츠형도, 이제 떨지도 않고 가만히 눈을 뜨고 있다.

 

 

어이, 쿠소마츠.

너도 이랬던 거냐.

우리에게 버림받았을 때, 배신당했을 때.

지금, 우리들이 받은 것의 5배나 더 되는 절망을, 너는 어떻게 혼자서 다 받아들인 거야?

 

 

[이치마츠. 내게 돌아오라고 했지. 필요없지 않다고]

 

 

얼마나 무식하게 센 힘인지.

손에 살짝 힘을 주는 것만으로 병에 쩌적, 금이 가기 시작한다.

 

 

[―――네가 하는 말을, 그 누가 믿겠는가]

 

 

툭 내던지듯 하는 말에.

 

 

나는 믿고 있다고

 

 

 

그토록 짜증나던 녀석의 대사가, 어째선지 머릿속에 맴돌았다.

 

 









다음이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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