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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왕자님도 마법사도, 엄마에겐 이길 수 없어!

 

 

 

 

 

마츠노에게는 여섯명의 아들이 있다.

 

 

한날한시 같은 배로 품어 낳은 아이다. 남자 5명에 여자 1. 고생도 6배였지만, 그만큼 행복도 6배였다.

결혼하고 좀처럼 아이가 생기지 않아, 불임치료 끝에 얻은 소중한 목숨.

이 배에 6개의 목숨이 깃들어 있다는 걸 알았을 때는, 놀라움과 기쁨이 흘러넘쳐, 남편과 함께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

 

하지만, 한명을 품고 있어도 때로는 위험이 따른다. 6명이나 가지게 되다니 정말 기쁘지만, 6명이 순조롭게 자란다고는 할 수 없다.

주치의는 적어도 절반만 낳기를 권했다.

 

믿을 수가 없었다.

이 배에는 분명 6명의 목숨이 깃들어 있고, 지금, 제대로 살아 숨 쉬고 있는데.

마츠요는 주치의의 제안을 거부했다.

아무리 괴로워도, 어떠한 큰일이 생기더라도, 꼭 이 6명을 낳아 보이겠다고. 키워 보이겠다고.

그리고 열 달 열흘을 기다려, 출산.

자연분만은 역시 힘들어서, 제왕절개로 낳았지만, 그래도 6명 모두 무사히 낳았다는 기쁨이 더 컸다.

통상보다 조금 작은 몸.

하지만 아무런 장애도 가지지 않고 무사히 태어났다는 것이 기적으로, 이대로 건강히만 자라준다면 좋겠다고, 끌어안은 온기에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20년이 흘러, 그 작던 아기는 큰 상처도 병치레도 하지 않고, 매우 건강하게 성장했다.

전원이 대학진학도 취직도 하지 않는 설마하던 사태가 발생했지만, 그래도 무사히 태어나 자라줬다는 것만으로도 마츠요는 충분했다.

 

 

사랑스러운 나의 여섯 아이.

물론 전원 평등하게 사랑하고, 평등하게 같은 크기의 사랑을 주려고 했다.

 

하지만 아이가 여섯이나 있으면, 자연히 한쪽에 치우치고 만다.

예를 들면, 장남이나 막내는 어리광 부리는 걸 잘했고. 넷째는 섬세해서,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불안함에 눈을 뗄 수 없었다.

아무래도 눈에 닿지 않는 자식들이 생기는 가운데, 그 틈을 메우는 것은 늘 유일한 딸아이였다.

고집이 세고 어리광 부리는 게 서툰 셋째.

너무 활발해서 상대해줄 체력이 없는 다섯째.

부모의 손길이 좀처럼 닿지 않는 그 두사람을 보듬어 주는 건 늘 둘째였다.

 

귀엽고 사랑스런 나의 딸.

남자들만 잔뜩인 집안에서, 유일한 여자 아이. 단 하나뿐인 딸아이.

 

깔끔하게 뻗은 눈매는 마츠요를 닮았고, 큼직한 입은 마츠조를 닮은 걸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으로, 비뚤어지지 않고 올곧게 자란 딸은, 다 커서도 마미- 마미- 하고 자신을 따르는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카라마츠는 마츠요에게 있어, 자랑스런 딸이다.

아들들과 마찬가지로 취직도 대학진학도 하지 않은 건 예상밖의 일이었지만, 그래도 요리는 보통 이상의 실력이고, 직접 인형을 만들 정도로 바느질도 가능했다.

생김새는 TV에 나오는 여배우처럼 귀엽다――, 부모의 욕심인지도 모르지만 마츠요는 그렇게 생각했다. 실제로도 주변에서 며느리로 삼고 싶다고 성화――이며, 여차하면 자기 몸은 스스로 지킬 정도로 뚝심도 강하다.

 

어디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자랑스러운 딸.

가능하면 얼른 손자를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모의 마음인 걸까.

 

자신의 손자. 카라마츠의 아이.

무척이나 귀여운 아이일테지. 아직 보지도 못한 손자의 망상이 멈추질 않는다.

 

하지만 마츠요의 희망은 갈 길이 멀다.

카라마츠에게 남자의 그림자가 조금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무래도 우리 딸에게는 강력한 세콤이 붙어있는 모양이니까.

 

마츠노가의 엄마는 알고 있다.

카라마츠를 몰래 찍은 사진을 집에 보내는 낯선 누군가를, 막내가 사회적으로 말살시켜 버린 것을.

언젠가 카라마츠의 귀가를 기다리던 근처 대학생을, 사남이 드롭킥에 코브라 트위스트로 끝내버린 것을.

카라마츠를 짝사랑하던 불량 학생을, 삼남이 뒷골목에서 고양이와 함께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버린 것을.

교제 상대를 뺏겨버린, 카라마츠에게 원한을 가진 여자 그룹을, 마찬가지로 나쁜 생각을 품고있던 불량 그룹과 함께 약점을 잡아 처리해버린 차남이 있음을.

그리고, 형제들의 감시를 피한 놈들을, 완전히 재기 불능으로 만든 건 다른 누구도 아닌 장남이라는 것을.

 

(여기,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이 소설은 차남인 카라마츠가 여자로 나오므로, 차남이 아닌 장녀, 혹은 둘째로 번역됩니다. , 위에 나온 장남, 차남, 삼남, 사남, 막내는 카라마츠를 제외한 5명을 말하므로, 차남은 쵸로마츠를 삼남은 이치마츠를 사남은 쥬시마츠를 말합니다. 장남과 막내는 카라마츠가 빠지든 어쩌든 원래와 다르지 않습니다. 고로, 읽으면서 조금 ?? 하셨던 분들은 이 설명을 읽고 다시 한번 읽어 보세요!)




마츠노가의 엄마는 알고 있다.

평소에는 함부로 대하며 솔직해지지 못하는 아들들은 모두, 카라마츠를 정말 좋아한다는 걸.

 

그 마음을 알기에, 과잉 방위에 마츠요는 관여하지 않고 침묵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걸로 카라마츠에게 ――더 나아가 마츠노가에―― 평온이 유지된다면, 더 할 말은 없다.

 

아들들의 세콤은 상당히 강해서, 그 세콤을 재빠르게 피해 카라마츠의 근처로 다가온 놈은 아직 아무도 없다.

카라마츠도, 특정 누군가에게 빠진 적은 없어, 마츠요는 이 세콤에 불평을 말할 생각이 없었다.

 

언젠가, 카라마츠가, 가족 이외의 소중한 사람을 갖게 된다면.

마츠요가 마츠조를 발견한 것처럼, 누군가 소중한 이를 찾게 된다면.

그 때엔, 마츠요 자신이 세콤에 구멍을 만들어 내겠다고 결심했다.

 

 

[저기....엄마]

 

 

상담할 게 있는데, 라고.

평소 발그레하게 물든 뺨을 장밋빛으로 물들인 채 수줍은 듯 말을 거는 딸의 모습에, 그 날이 의외로 가까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 마츠요는.

언젠가 보게 될 손자의 모습을 상상하며, 사랑하는 딸에게 협력을 아끼지 않을 것을 결심했다.

 

 

 

 

 

 

아츠→→→카라 로 가장한, 아츠→→→←카라

그리고 지나친 시스터 콤플렉스란 이름의 세콤x5

이후, 형제 vs 아츠시 & 마츠요 (공동투쟁) 의 카라마츠를 걸고 대난투 스매시 브라더즈가 개최될 예정.

 







이렇게 완결입니다!

후속이 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꿈꾸는 고릴라는 신데렐라]는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


이후, 이 소설들은 따로 카테고리로 빼둘테니

다시 정주행 달리실 분들은

카테고리 목록에서 찾아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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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는 양보하지 않는다

 

 

귀엽고 사랑스런 신데렐라야.

왕자님 곁에 가지 마렴.

 

 

 

 

[누나, 소개 좀 시켜줄래?]

[거절한다]

 

드디어 이 때가 왔나.

그 악몽 같던 미팅이 있던 날부터 몇 주가 지난 날. 오랜만에 친구한테서 마시러 가자는 제의가 온 순간부터 이럴 거라고 직감했다.

 

평소에 둘이서 마시러 갈 때면, 그냥 역 근처의 이자카야 체인점이나, 왁자지껄 시끄러운 대중 술집이 보통이었다. 여자력 높은계 남자와 인기남 1군계 남자의 조합이라, 멋들어진 가게라면 둘 다 잘 알고는 있지만, 사내 두놈이 그런 곳을 가서 뭐 어쩌잔 건가? 남자 상대라면 싼 가게로 충분하잖아? 란 생각의 선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만나기로 한 곳은 데이트 장소로 쓰일 법한 멋들어지고 조용한 개인 가게였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라고 말한 것도 있어, 이 친구는 분명 나한테 말하기 힘든 부탁을 하려는 거겠지, 라고 직감한 토도마츠는, 3:7의 비율 ――물론 3이 자신이다―― 로 내던 돈을 상대에게 전부 내게 만들 생각으로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보이는 세련된 이름의 음식이란 음식은 닥치는 대로 주문했다.

합류한 아츠시군은 평소보다 말수가 적어, 기분 탓인지 긴장한 듯 보였다.

 

일단 토도마츠가 멋대로 시킨 생맥주를 한입, 두입 홀짝이고는, 가만히 양손으로 잔을 붙들고만 있다. 참고로 토도마츠는 현재, 두잔째의 카시스 오렌지가 비워지고 있는 중이다.

평소 여유만만인 그에게선 상상도 못할 얌전한 모습에, 토도마츠는 대충 짐작했던 할 말의 내용에 완전히 확신을 가지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누나, 소개 좀 시켜줄래?].

싫다. 싫은 게 당연하다.

 

[그런 말 말고! 부탁이라고, 마츠노오! 우리 친구잖아!?]

[이럴 때만 친구 들먹이지 말라구! 절대 싫어! 안 해! 소개따위 절대 안 해줘!!]

[마츠노오오오오오!!! 제발!! 이렇게 부탁할게!! 제발!]

 

양손을 모은 채, 쾅 소리가 날 정도로 테이블에 머리를 박는 아츠시군.

그 엄청난 기세에 나란히 줄지어진 요리의 그릇이 달각달각 흔들렸다. , 하는 엄청난 소리가 났지만 무시다.

그런 짓을 해도 싫은 건 싫은 거라고!!

 

[누나는! 절대! 소개시켜줄 수! 없어!!]

 

힘을 줘서 하나하나 끊어 말한 토도마츠는, 기세 좋게 눈앞의 로스트 포크에 포크를 찔러 넣는다.

이 사건의 발단이, 자신이 완전히 술에 취해 카라마츠의 존재를 아츠시에게 들켜버린 거였지만, 변명하자면, 이건 완전한 사고였다.

과거, 아무리 취해도 집에 전화 같은 건 하지 않고, 만약 전화를 했는데 카라마츠가 받는다면 누나보고 데리러 오라는 짓은 평소 마츠노가라면 절대 하지 않을 일이다.

왜냐면.

 

우리 마츠노가 장녀, 여섯 쌍둥이 중 둘째, 카라마츠는, 마츠노가의 공주님이기 때문이다.

 

6형제 중 혼자 여자라는 이유로 카라마츠는 부모님께 맹목적인 사랑을 받았고.

(, 본인의 텅텅 빈 사고회로와, 타이밍과 요렁의 나쁨으로 그 맹목적인 사랑이 제대로 전해지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유일한 누나, 혹은 동생으로서, 우리 형제들에게 굉장한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형제 전원이 아마노자쿠[각주:1], 그야말로 좋아하는 아이를 괴롭히는 습성을 가진 탓에, 본인에게 그 마음이 조금도 전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전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왜냐고? 부끄러운 게 당연하잖아! 들켰다간 부끄러워서 죽어버려!!)

 

옛날부터 카라마츠는 귀여웠다.

여섯 쌍둥이로, 모두 같은 얼굴임에도 역시 어딘가 조금 달랐다.

포동포동한 뺨이나 귀여운 미소, 지금에 비해 걸핏하면 화를 내던 어린 시절, 화낼 때면 불처럼 빛나는 커다란 눈은 귀여운 얼굴과 갭이 엄청나서 지금도 잊혀지질 않는다.

 

성장하며, 전부 같았던 여섯 쌍둥이에서 5명의 아들과 1명의 딸이 되어버린 카라마츠의 귀여움은 더욱 커져만 갔다.

요즘 흔히들 말하는 그런 귀여움과는 조금 다르지만, 인상 깊은 깔끔한 얼굴과 연극으로 단련된 우아한 거동, 말랐지만 적당히 근육과 지방이 붙은 몸매. 말주변은 그다지 없지만, 절대로 거짓말은 하지 않고 차분한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말을 건다.

큰 키와 늠름한 눈썹으로 상당히 어른스러워 보이는 카라마츠였지만, 가끔, ――예를 들자면, 형제나 토토코 앞에 있을 때―― 보이는 헤벌쭉한 미소는 마치 어린 아이처럼 보였다.

남자에게도 여자에게도 평등하게 상냥하게 대하는 카라마츠란 소녀는, 좌우간 귀여운 여성으로 남녀 가리지 않고 인기였다.

 

처음 세라복을 입었을 때는, 굉장한 귀여움에 기절할 뻔했다.

――무심코, [안 어울려] [여장] [기분 나빠] 라고,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내뱉어 마음의 평정을 얻을 정도로 귀여웠다.

 

 

중학교 때 만든 사귀고 싶은 여자 랭킹에서, 연속 1위를 차지하며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 [카라마츠만은 (형제들 무섭고, 사귀고 싶지만 걔 엄청 둔하고, 형제들 무섭고, 그림의 꽃이고, 형제 무섭고) 무리지~] [그렇지~ 카라마츠는 (형제들 무섭고, 여자들도 무섭고, 카라마츠 친위대도 두렵고, 그리고 형제들 무섭고) 무리지~] 라고, 괄호의 내용은 입에 굳이 담지 않아도 전해지는 대화가 곳곳에서 펼쳐졌다.

참고로 카라마츠 친위대란, 마츠노가 장남을 필두로, 삼남이 대장, 사남이 돈, 오남이 보스, 육남이 리더를 맡은 마츠노가 공식 친위대를 말한다. 대원 수는 당시 100명이 넘었다.

 

고교에 올라간 후로는, 연극부에서 남장 미인으로서 교내 여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카라마츠의 주변을 늘상 여자애들이 둘러싸고 있었지만, 귀여운 여자애들의 조합은 눈요기가 된다는 이유로 카라마츠 친위대의 출동기회는 없었다. 하지만, 가끔 진심으로 카라마츠를 누님으로 모시는 여성도 있었기에, 그 애에게는 정중하고 정중하게 떠나주길 요구했다.

 

졸업 후 니트가 된 뒤에도, 취미인 카라마츠 걸을 찾으러 외출을 하기라도 하면, 그곳에 있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댔다.

―― 하루를 전부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며 보내는 누나의 자기 관리 레벨은 전보다 상당히 올라있었다. 안쓰러운 해골 마크의 가죽 재킷도, 자신의 얼굴이 프린트 된 쿠소 탱크탑도, 그녀의 매력을 조금도 망가뜨리지 못했으니, 그 레벨이 얼마나 높은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게다가, 니트라고는 하지만, 가사 도우미의 칭호를 얻기 직전인 마츠노 유일한 딸의 특권을 가지고 있다.

마츠요가 없을 때 가사는 카라마츠의 담당으로, 그 솜씨는 어느 주부라도 따라올 길이 없다. 요리는 그야말로 프로의 솜씨라고 생각할 정도다.

 

 

귀엽고 사랑스런 누나가 ――장남에게는 여동생――, 귀엽고 사랑스러운 미소를 띠고, 귀엽고 사랑스럽게 [밥 먹으렴!] 하고 말하며, 귀여운 고양이나 도끼가 그려진 맛있어 보이는 오므라이스를 귀엽고 사랑스럽게 건네준다.

절대로 시집보내지 않겠다고, 마츠노 형제 + 마츠조가 결의를 다진 건 당연한 일이었다. 운명이자, 필연이었다. 하루에 한번씩은 반드시 열리는 일과였다.

 

본인은 전혀 모르고 있는 일이지만, 마츠노가 형제들은 유일한 여자 형제인 카라마츠를 그야말로 맹목적으로 사랑하고 있다.

가령 그 사랑의 10분의 1도 본인에게 닿지 않고, 100%의 태도로 대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녀에게 물벼룩 크기만큼 그 사랑이 전해지고 있다고 해도.

 

그럼에도 그들에게 있어, 마츠노 카라마츠는 마츠노가의 공주님이며, 세계에서 가장 귀엽고 사랑스러운 여자인 것이다. 참고로 우리들이 소꿉친구는 이와 완전히 별개이다. 그녀와 우리 공주님을 같은 선에서 생각할 수 없다.

 

그러니까 그들은 마음으로나마 협력한 것이다.

카라마츠에게 다가오는 이성 ――때로는 동성―― 의 처리. 학생시절은 매일매일 어디선가 들어오는 러브레터를 파기하는 게 주된 임무로, 운 좋게 여섯 쌍둥이의 감시를 피해 카라마츠의 손에 들어가 버린 편지는 갖은 수단으로 유혹해 빼앗는 등, 전면적으로 고백의 기회를 부수는 게 그들의 일이었다.

자신만만한 타입의 남성이 가까이 올 때는, 두 번 다시는 가까이 갈 생각도 못하게 몸과 마음에 친절하고 공손하게 가르쳐줬다.

이성뿐만 아니라 동성에게도 인기가 넘쳤던 카라마츠를 향한 질투에는, 본인이 알아채기도 전에 대처했다.

 

카라마츠가 평소처럼 멍하니 자신들 옆에서 계속 웃으며 지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마츠노가 여섯 쌍둥이는 협력에 협력을 더하기로 했다.

그러니 더욱, 소중하고 소중한 단 하나뿐인 누나를 데려가게 둘 수는 없었다.

 

 

[아무튼 안돼! 절대 안돼! 애초에, 아츠시군이라면 좀 더 좋은 여자 마음대로 골라잡을 수 있잖아! 우리 누나가 아니어도 되잖아!]

 

하지만 내 누나가 세계에서 제일 귀엽지만!! 이라고는, 속으로만 중얼거렸다.

뭐가 아쉬워서 소중한 누나를 다른 남자한테 넘겨주는 걸 도와야 하는 건데.

일류? 승리자? 엘리트?

웃기지 말라 그래! 석유왕이 돼서 돌아오지 않는 이상 어림도 없다고.

 

토도마츠에게 있어, 일류 승리자 피라미드 상위권에 있는 사람 전부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이, 여전히 자신에게 필사적으로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친구인 이녀석만은, 그 나름대로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가족과 귀여운 여자애들, 그리고 기타 등등, 으로 토도마츠 나름 마음속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그는 어느 정도 우선순위 위에 있는 소중한 친구였다.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건 정말이지 마음에 안 들지만, 정말 배알이 뒤틀릴 정도로 아니꼽지만, 그런 그가 진심으로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다면, 잘 됐으면 좋겠네~ 라고 생각할 정도로 소중한 친구다.

협력해달라고 빈다면, 있는 힘껏 도와줘도 괜찮겠지, 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그건 토도마츠와 관계없는 범위에서의 얘기다.

카라마츠는 안 된다. 절대로 안 된다.

머리카락이나 손톱 손질 방법도, 효과 좋은 바스트 업 방법도, 전 파트너인 토도마츠에게 부탁해온 카라마츠를 위해, 자신이 인터넷이나 책방, 혹은 지인들에게서 조사한 것이었다.

이런 방법이 있어, 이런 음식이 좋다나 봐, 하고 입수한 정보들을 카라마츠에게 전해, 열심히 노력하는 카라마츠를 지켜보았다.

그렇게 서서히 서서히, 꽃봉오리가 필 때처럼, 점점 아름다워지는 누나를 보고, 토도마츠는 생각했다.

 

 

대체 나는 무슨 짓을 해버린 걸까, 하고.

 

 

카라마츠가 예뻐지는 건 좋은 일이다.

[토도마츠가 알려준 덕분이다!] 하고 만면에 미소를 띠고 안아주는 건 그 나름의 특권이었고, 점점 예뻐지는 모습을 보는 건 토도마츠에게도 즐거운 일이었다.

머리나 손톱 손질 등은, 자신이 직접 협력해 자기 손에 의해 아름다워지는 카라마츠를 지켜본다는 특권도 있었다.

다소 안쓰러운 부분이 있지만, 예쁘고 상냥한 자랑스러운 누나다. 불만은 없다.

 

하지만, 그 결과, 다른 남자들의 시선을 이전보다 더 사로잡게 되어 버렸다.

같은 반 아이들에, 친구들, 선배, 같이 알바 하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정도로.

 

 

[네 누나 좀 소개시켜주라]

 

웃기지 말라고.

누가 너한테 카라마츠를 주겠냐.

널 위해서 카라마츠가 예뻐지도록 도와준 게 아니라고.

큰소리로 외쳤다.

그건 카라마츠 이외의 형제 전원이, 많든 적든 꼭 한번씩은 겪은 일이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자신들이 카라마츠를 소중하고 귀중하게 여겨도, 언젠가 카라마츠를 빼앗으러 올 남자가 나타날 거라는 걸.

지금은 우리 형제들이 카라마츠의 1순위이지만, 언젠가 그 자리는 다른 남자가 꿰차게 될 거라는 걸.

 

토도마츠도 사실 알고 있다.

자신들이 갖은 수단을 써서 이성과의 접촉을 아무리 막는다고 해도, 카라마츠의 행동을 완전히 파악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는 일방적으로 카라마츠에게 호의를 가진 남자들뿐이었으니까, 자신들은 사정없이 그 관계를 끊어냈지만, 카라마츠가 누군가에게 호의를 가지게 된다면, 그럴 수 없게 된다.

 

카라마츠를 낯선 남자에게 주고 싶지 않다.

하지만, 울리는 건 더더욱 싫다.

너무도 소중한 단 한명의 누나니까.

 

 

[아냐, 마츠노]

 

 

지금까지의 기세는 어디 갔는지, 나직하게 흘러나온 중얼거림이 토도마츠의 귀에 꽂힌다.

아츠시는 테이블에 이마를 붙인 채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꽉 쥔 주먹에 더욱 힘을 가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 확실히 여자라면 마음대로 골라잡을 수 있을지도 몰라]

[, 뭐야 아츠시군 시비 거는 거? 상관은 없는데, 나 꽤 세다구? 남자 형제들 중 막내라고 무시하지 말라고???]

[이렇게 여자를 소개시켜 달라고 머리를 숙이는 건 정말 한심하다고 생각하지만]

[잠깐만 아츠시군 듣고 있어? 그렇게 자연스레 자랑하면 진짜 패버린다??]

[하지만 첫눈에 반했어]

 

 

[확실히 굉장한 미인에 엄청 스타일이 좋다고 생각하긴 해. 하지만, 그뿐만 아니라 마츠노를 바라보는 상냥한 시선이나, 말을 거는 상냥한 목소리나 그런 게, 엄청, 좋다고 느꼈어. 마츠노를 정말 소중히 여기는구나, 하고 정말 잘 느낄 수 있어서, 조금 부러웠어. 나도 저런 식으로 소중히 여겨지고 싶다고. 엄청 쿨하고 멋진 미인인데, 웃을 땐 귀엽고 그런 게, 정말, 정말...]

 

 

잊을 수가 없어서.

라고, 마지막 말은 제대로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속삭임이었다.

상체를 테이블에 붙인 채라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유일하게 드러난 그의 귀가 새빨갛게 타오르고 있는 걸 본 토도마츠는 당황했다.

 

늘 가볍고 여유롭던 친구.

형제로 예를 들자면, 장남과 비슷할 정도로 늘 포커페이스를 깨지 않는 녀석이, 이렇게까지 표정을 무너뜨리는 건 토도마츠도 처음 보는 거였다.

 

그러니까 누님을 소개시켜줘!

, 하니 기세 좋게 들린 얼굴은, 안쓰러울 정도로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너무도 필사적인 나머지 쓸데없는 말을 해버렸다는 걸, 자신도 아는 거겠지.

 

[아츠시군......진심이구나]

[아아]

[정말, 누날 좋아하는구나]

[..........]

[그래.....]

 

 

아무리 토도마츠라도 그렇게 매정하진 않다.

소중한 누나.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으면 하는 사람.

이렇게까지 마음을 전해온다면, 분명 아츠시는 카라마츠를 행복하게 해주려고 노력하겠지.

 

 

[그래도 거절한다!!!!!!!!]

 

 

하지만 그것과 이건 별개였다.

아직까진 우리들 옆에서 웃어달라고, 공주님.

 












이어서 완결까지 올립니다! :)



  1. 작은 모습의 귀신으로 인간의 마음과 정반대의 행동을 하며 즐거워하는 심사가 뒤틀린 요괴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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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 종은 울리지 않아

머릿속에서 천사가 교회의 종을 울리고 있다.
유리구두 대신 두고 간 분홍색 슬립온을 움켜쥐며, 당당하게 사라지는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 . 맞습니다, 역앞의....... 죄송하지만 기다리고 있을테니 데리러 와주실 수 있을까요. ............, 부탁드립니다. , 그럼 기다리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아츠시는 테이블 구석에 핸드폰을 처박아둔다. 얼음이 다 녹아버린 하이볼[각주:1]로 목을 축이며, 옆자리에서 근사하게 뻗어있는 친구의 뒤통수를 내려다본다.

좀 전까지 큰소리로 여기에 있지도 않은 여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어대던 이 핑크빛 친구는, 지금은 잠꼬대 섞인 푸념을 해대며 축 늘어져 자고 있다.

 

몇시간 전에 끝난 미팅은 그의 마음을 엉망으로 만들고 끝나버렸다.

그 뒤에는 여성들의 애프터 권유도 마다하고, 상심한 친구 ―― 토도마츠와 함께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마시길 여러번. 늘 자신의 주량만큼만 마시던 친구는 분노 때문인지 설움 때문인지 계속 퍼부어 마시더니 결국 쓰러졌다.

 

이제는 완전히 꿈속에 빠졌다. 꿈속에서도 여자한테 무슨 말을 듣고 있는 건지, 미간에 주름을 잔뜩 세우고 짜증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미팅에서는 여자들이 좋아하는 귀여운 칵테일만 마셨지만, 그 후에는 맥주나 일본주, 위스키 등등 짬뽕이다.

내일이면 분명 숙취로 고생할 그를 떠올리며 아츠시는 작게 웃음을 흘렸다.

 

토도마츠와는 바둑클럽에서 알게 되었다.

압도적으로 어르신들이 많은 가운데에서 찾아낸 또래 동성친구로, 먼저 말을 걸어온 건 그쪽에서였다. 고학력, 고수입에 키도 얼굴도 괜찮고 직업도 좋으며, 사람과의 관계도 그럭저럭 잘 해내는 아츠시와, 고졸 프리터에 동정인 토도마츠는 서로 접점이 거의 없었지만 토도마츠의 화려한 대화기법에 사로잡혀 금방 친해졌다.

클럽이 아니어도 한달에 몇 번인가 만날 정도로 사이가 좋다.

 

그래서 그는 친구를 아무것도 없남이라고 부르는 여성들은 정말 안목이 없다고 생각한다.

 

확실히 학력도 나쁘고, 고정된 일도 차도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그에게는 자유가 있다. 다양한 취미를 즐길 시간과 마음의 여유를 갖고 있다.

언제나 악랄한 태도로 귀여운 척을 하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남자다운 점이 있다.

지금까지 만났던 사람들에게는 없었던 장점들을 갖고 있는 이 핑크색 친구를, 아츠시는 유달리 좋아했다.

 

그래서 그는 토도마츠에게 아무것도 없남이라고 부르는 여자들에게 은밀하게 분노하며, 그들의 애프터 신청을 모두 거절하고 이렇게 둘이서 마시고 있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연애를 해보긴 했지만, 그때마다 드는 생각은 여자는 귀찮은 생물이다였다. 언제나 바라는 건 남자의 가치뿐. 어떤 학교를 나오고, 어떤 회사에 근무하고, 어떤 차와 시계, 지갑, 구두, 슈트를 지니고 있는가. 그것이 자신을 얼마나 더 빛나게 해줄 것인가.

그게 중요한 것이지, 아츠시 자신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토도마츠는 늘 아츠시에게 승자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아츠시 같은 사람은 찾으면 꽤나 있지만, 토도마츠 같은 사람은 좀처럼 없으니까.

 

 

'아아, 그러고 보니 남자만 잔뜩인 여섯 쌍둥이라고 했던가'

 

 

전부 니트라고 했으니까, 적어도 5명이나 자신과 같은 사람이 있는 건가.

뭐야 그거, 재밌네.

 

아까의 전화 상대로 아마 형제 중 하나일 것이다.

놀랐는지 조금 흥분한 목소리로 동생을 걱정했다.

토도마츠는 쓰레기 같은 형제라고 했지만, 너무 예상과는 반대의 반응이라 곤란할 정도다.

취할 때면 형제의 이야기를 하는 친구는, 늘 쓰레기니 바보니 그렇게 말하면서도 행복해 보였다. 외동인 아츠시에게 그것 역시 선망의 대상이었다.

 

흘끗 손목 시계를 보니, 마츠노가에 연락한 지 10분이 지나있었다.

슬슬 도착할 시간이라 계산서와 따뜻한 차를 부탁했다.

드르륵, 조심스럽게 술집 미닫이문이 소리를 낸 건 그때였다.

소리를 들은 아츠시는 몸을 틀어 그쪽을 바라본다.

 

거기에 서있는 건, 화장은 하지 않았지만 파란 후드티와 스키니를 입은 몸매 좋은 여성이었다. 야무진 큰 눈. 그것을 따라 긴 속눈썹이 둥글게 곡선을 그려 볼에 짙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여성치고 다소 굵은 눈썹은 살짝 아래로 내려가있어 귀여워 보였다.

작은 코는 오똑하고, 조금 큰 입은 절묘하게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통통한 입술은 특별히 화장을 하지 않았음에도 장밋빛으로 물들어, 마치 버찌 같았다.

파란색 후드티에 검정 스키니는 매우 간단한 옷차림이었지만, 그것이 오히려 그녀의 몸매의 장점을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다리는 가늘고 길게 쭉 뻗어있었지만 너무 마르지 않았고, 발목부터 종아리까지 단단하게 자리잡은 근육이 그려낸 라인이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헐렁한 후드티를 입고 있어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가슴에 볼륨이 있었고, 한번도 염색한 적이 없는 건지 움직일 때마다 흔들리는 긴 생머리는 마치 샴푸광고를 하는 듯했다. 머리끝이 갈라지고 푸석푸석한 머릿결과는 거리가 멀었다. 술집의 형광등 빛을 받아 반짝이는 엔젤링[각주:2]은 매우 거룩하게 느껴졌다.

 

나이는 나와 비슷할까.

아츠시의 주변에 흔한 ―― 예를 들면, 같은 회사의 OL, 오늘의 미팅 상대 ―― 여성들처럼 누가 봐도 사랑스럽고 아름답게 느낄 외모는 아니었지만, 한번 보면 잊혀지지 않을 인상적인 여성이었다.

그녀는 가게 안을 두리번거리다, 아츠시 옆에 엎드려있는 핑크색 덩어리를 발견하자 부드럽게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

그 웃음은 비유하자면, 잠을 못 이루는 밤에 먹는 꿀과 브랜디가 들어간 뜨거운 우유같은 달콤함이 몸속에 녹아들어 따뜻하게 퍼지는, 그런 웃음이었다.

문을 연 채로 그녀는 한 걸음씩 발을 내딛었다.

 

또각, 하고.

원래라면 운동화에서 날 수 없는 그런 소리가 분명히 아츠시의 귀에 울렸다.

등도 시선도 걷는 라인도 모두 똑바로 이쪽을 향하고 있다.

그 모습을 아츠시는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몇 걸음만에 가까워진 거리에 그는 긴장해 버린다.

그런 그를 보고 그녀가 방긋 웃었다.

 

 

[네가 아츠시군?]

 

 

여성치고는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술에 달 뜬 뇌에 스며들어 가는 듯했다. 자신의 이름이 이렇게 달콤하게 들린 건 처음이어서 아츠시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연락줘서 고마워. 너에 관한 건, 늘 토도마츠한테 듣고 있어]

 

 

그녀는 더욱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이미 의식이 없는 토도마츠의 머리를 슬며시 쓰다듬었다.

걷어올린 후드티 소매로 보이는 가녀린 팔!

세상의 모든 사랑스러움을 가득 담은 듯한 시선이나 손놀림은, 모두 의식이 없는 토도마츠에게 향해 있었다.

백옥같은 손이란 건 이런 걸 말하는 걸까, 아츠시는 술 탓인지 그녀 탓인지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로 멍하니 생각했다.

 

[아뇨....저야말로....일부려, , 죄송합니다.....토도마츠군, 완전히 뻗어버려서....., , 누님? 한테....오라고 해버려서......]

 

언제나 필요 이상으로 잘 움직여줘서, 그를 영업부의 최고 팀으로 만들어준 입은 어째선지 지금만은 제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더듬거리면 말하는 입에, 괜히 차게 식어버린 차만 들이킨다.

 

[아아, 괜찮다. 과하게 마신 동생이 잘못이니까. 이쪽이야말로 일부러 연락까지 하게 해버려서 미안하군. 이만 데리고 돌아가지]

[, , 역시, 제가 업고 같이 가겠습니다! , 여자가 남자를 업고 가는 건 힘들고――...]

 

토도마츠는 남자만 여섯명이라고 했었으니, 당연히 전화 상대는 남자형제 중 누군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데리러 와달라고 부탁한 건데, 마중을 온 게 여성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이렇게 아름다운 미녀에게, 나름대로 단련하고 있는 성인 남성을 혼자 업고 가라니 역시 그건 아니다.

그렇게 생각해, 부랴부랴 자신이 업고 가겠다고 제안을 하자, 그녀는 곯아떨어져 축 늘어진 토도마츠를 가볍게 안아 올렸다. 그것도 공주님 안기로.

너무 뜻밖의 광경에, 아츠시는 어정쩡하게 일어선 상태로 굳어 버렸다. 나는 지금 뭘 보고 있는 걸까.

움직일 때마다 찰랑이는 머리에서 나는 꽃향기가 눈앞의 풍경과 매치가 안 되어, 마치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몰래 손톱을 세워 손바닥을 찌르자, 역시 고통이 느껴졌다.

 

[마음은 고맙지만 사양하지. 괜찮다, 나는 형제들 중에서 가장 힘이 세니까!]

 

그렇게 말하며 자랑스럽게 웃는 그 얼굴은 어딘가 소녀다웠다.

남녀역전 공주님안기 in 술집, 이라는 비현실적인 상황 속에서 아츠시는 처음으로 첫눈에 반한다는 경험을 하게 된다.

 

 

 

 

 

 



총4장의 단편입니다

전부 올린 후 카테고리 만들겠습니다 'ㅂ')/







  1. 위스키에 소다수를 넣고 얼음을 띄운 음료 [본문으로]
  2. 머리에 빛이 반사되어 링같은 형태로 보이는 것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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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는 오지 않지만

 

하늘하늘한 레이스도, 눈부신 보석도 아직은 없지만.

왕자님과의 만남은 의외로 금방.

 

......일지도 몰라.

 

 

 

 

 

보기와 달리, 상당히 몸단장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피부 관리도, 몸매 유지를 위한 운동도, 성가신 긴 머리의 보습 케어도 거르지 않을 정도다. 어째선지 막내 동생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지만, 메이크업도 패션도 유달리 신경을 쓴다.

손톱도 관리하고, 가슴 마사지는 최근 몇 년간 거른 적이 한 번도 없다. 게다가 겨울에도 털관리를 쉬지 않는다.

자신의 노력으로 어떻게든 할 수 있는 부분은 해두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다.

 

왜냐면, 마츠노가 장녀, 여섯 쌍둥이의 둘째인 마츠노 카라마츠는,

유일한 딸, 유일한 여자형제라는 가족의 눈을 빌려도, 아무리 몸부림쳐도 못생겼으니까.

 

자각한 건 언제였더라?

적어도, 내가 너희고, 너희가 나라고 말했던 어린 시절에는 아직 없었다.

아마 성장하면서 각자 개성을 갖기 시작할 무렵부터였다고 생각한다.

여섯 쌍둥이라서 전부 똑같이 생겼었지만, 지금은 구분할 수 있는 차이점이 생겼다.

옛날에는 부모님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똑 닮았지만, 유일하게 카라마츠만 성적인 차이로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의아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건, 아마 중학교 입학을 앞둔 무렵이었다.

새 가쿠란이 다섯벌 줄지어있는 와중에, 그 옆에 있던 단 하나의 세일러복.

같은 얼굴. 같은 목소리. 같은 뒷모습. 같은 체중. 다른 교복.

위화감이 들었다. 그것은 다른 형제들도 마찬가지였다. 제각기,

[안 어울려-] [여장이냐] [재수 없어]

그런 말이 오갔다.

처음으로 입은 치맛자락을 손가락으로 집으며, 카라마츠는 자신에게 치마는 어울리지 않음을 깨달았다.

 

중학생이 되면, 이성의 눈을 의식하기 시작한다.

그건 마츠노가 여섯 쌍둥이도 예외는 아니었다. 여섯 쌍둥이라는 것에 눈길을 끄는 것도 있었지만, 각자의 개성이 생기면서 형제들은 인기쟁이가 되었다.

오소마츠는 언제나 사람들의 중심에 있었고, 쵸로마츠와 이치마츠는 똑똑해서 늘 학년 상위의 성적을 유지했다. 쥬시마츠는 뛰어난 운동신경으로 인기가 많았고, 토도마츠는 특유의 인심 장악술로 남자든 여자든 가리지 않고 제 편을 만들어냈다.

같은 얼굴인 카라마츠가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다들 얼굴도 나름 봐줄만 했다. 꽃미남까지는 아니었지만.

 

 

카라마츠만 인기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남자형제와 같은 얼굴이었다.

게다가 형제들 누구보다 가장 눈썹이 굵고 남자다운 얼굴이었다. 키도 이맘때면 여자들의 성장이 빨라진다고는 하지만, 형제들 중 가장 컸고, 학년 여자들 중에서도 가장 컸다.

그리고 형제들 중 최고의 바보.

그런 녀석을 좋아해줄 남자가 어디있을까.

실제로 [카라마츠는 좀 힘들지~] 라며, 사귀고 싶은 여자 랭킹을 떠들어대던 동급생 남자들이 방과후 교실에 모여 그렇게 말하는 걸 들었다.

 

 

그때 카라마츠는 생각했다.

자신의 타이밍의 나쁨과, 남성에게 연애대상이 될 수 없음을.

 

 

고등학교에서 연극부에 들어갔다.

그때쯤 이미 귀여운 여자가 되는 건 거의 포기하고 있었지만, 또 다른 자신으로서 조금이나마 여자에 가까워지고 싶었다.

그러나 연극부에는 남학생이 거의 없었고, 키가 컸던 카라마츠가 맡은 역들은 대부분 남자역이었다. 카라마츠에게 있어서 불행은, 그 남자역에 푹 빠져버린 것이다.

 

 

카라마츠는 인기가 많아졌다. 다른 형제들보다 여학생에게 인기가 많았다.

여자치고는 쭉 뻗은 큰 키. 차분하고 낮은 목소리. 타고난 상냥함과 남자 형제들과 자란 탓에 생긴 여성에 대한 신성화 ―― 여기엔 소꿉친구인 토토코가 가장 큰 원인을 제공했는데, 가장 친한 여자친구인 토토고를 공주취급했기 때문에 다른 여자에 대한 대응이 토토코의 기준이 되어버린 것이다 ―― 이러한 이유로 카라마츠는 여자들에게 대인기였다.

 

2학년 때, 어떤 역을 맡았다.

멋진 대사와 가죽 재킷과 선글라스가 잘 어울리는 희극의 주인공. 극찬의 폭풍이었다.

여자애들의 고백이 늘었고, 그와 동시에 남자애들의 질투도 늘었다.

체육관 뒤에 불려나가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어째선지 갈 때마다 형제가 먼저 거기에 와있어, 불러낸 남학생들을 처리했으므로 카라마츠에게 실질적인 손해는 없었다.

 

그때마다 형제들은,

[딱히 널 위해서 그런 건 아니니까! 우리랑 같은 얼굴이 남자랑 사귀는 게 재수 없었을 뿐이니까 말야!! 쓸쓸하다던가 그런 거 아니니까 오해하지 말라고!! -!! 폰코츠-!! 암컷 고릴라!!]

초등생 수준의 놀림을 흘려들으며, 카라마츠는 깨달았다.

 

 

아아, 역시 나는 못생긴 건가, 하고.

 

 

그 뒤로 카라마츠는 노력했다.

생김새는 어떻게 할 수 없다. 굵은 눈썹. 둥그렇고 커다란 눈과 입. 낮은 목소리. 큰 키. 다부진 골격. 몸을 덮은 근육.

성형하면 바꿀 수야 있겠지만, 카라마츠는 못생겼다고 해도 이 얼굴을 좋아했다. 왜냐하면 사랑스러운 형제들과 같은 얼굴이니까.

게다가 바꾼다면, 이 얼굴로 낳아주신 부모님께도 면목이 없다.

그래서 자신의 노력으로 어떻게든 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다.

 

귀여워질 수는 없다.

오히려 자신이 귀여워지다니 상상할 수조차 없다.

게다가 자기 옆에는 세계에서 제일 귀여운 여자가 있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무리다.

 

 

그러니 목표는 멋있는 여자. 언젠가 맡은 희극의 남자 같은 가죽 재킷과 선글라스가 어울리는 멋진 여성.

 

 

우선은 피부.

여섯 쌍둥이는 흰 피부로 햇볕에 잘 타지 않기 때문에 탈 걱정은 없었지만, 사춘기가 되자 빈번하게 여드름이 생기거나 기미가 생겨났다.

선크림도 바르지 않고 여기저기 뛰어다녔던 초등학교 시절이 원망스럽다. ――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잘 타지 않는 피부여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다음은 머리카락.

예전에는 늘 형제들과 같은 길이로 잘랐기 때문에 여자답지 않다는 건 이미 알고 있다. 기르기 시작한 건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다.

기르게 된 이유는 부모님으로 ―― 주로 마츠요 ――, 적어도 머리만은 길러달라며 울며 매달렸기 때문이다. 카라마츠에게 머리를 기르지 않는다는 선택권은 이미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스타일.

오자키에 빠진 것도 있고, 가죽재킷과 선글라스도 제법 잘 어울렸기에 오자키와 같은 여자를 목표로 했다. 완벽한 스타일을 위해 가슴 운동에 집중했다. 덕분에 지금은 들어갈 때 들어가고 나올 때 나온, 그럭저럭 봐줄만한 몸매가 되었다고 자부한다.

 

카라마츠는 퍼펙트 패션을 입을 때만은 자신감 넘쳤다.

사랑하는 브라더들이 안쓰럽다며 관두라고 소리쳐도 그만두지 않았다.

이는 카라마츠의 노력의 결정이면서, 나약한 마음을 지킬 갑옷이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 카라마츠도 나풀나풀한 예쁜 옷도 입어보고 싶었다.

여자다운 모습을 하고, 좋아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서 평범한 여자처럼 뺨을 핑크빛으로 물들인 채 데이트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무리다.

이런 눈썹도 두껍고 남성미 넘치는 얼굴을 한 고릴라 여자를 누가 좋아하겠는가.

나풀나풀 반짝반짝 그런 옷이 어울릴 리가 없다.

수십년간 형제들에게 들어온 말들이 차곡차곡 카라마츠의 마음에 쌓여, 지금도 여전히 그녀의 몸을 꽁꽁 묶고 있다.

 

카라마츠는 손거울을 꺼내 자기 얼굴을 바라본다. 그리고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목욕을 마친 후라 화장은 이미 전부 지웠다. 조금이라도 여자답게 보이기 위한 화장이 없으면, 완전히 형제들과 똑같은 남자 같다.

카라마츠는 자신이 좋았다. 나르시스트라고 할 정도였다.

그러나 자신의 여성스럽지 않은 얼굴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형제들의 얼굴은 좋아하면서 자기 얼굴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형제들은 지금 막내를 제외하고 전부 마시러 나가고 없다. 막내는 미팅으로 부재중이었다.전에 미팅 오디션을 했던 걸 떠올렸다. 카라마츠는 진행자 겸 심사원인 토도마츠의 서포트 역으로 그 자리에 있었다.

 

토도마츠 귀여웠지. ......남자인데도.

물론 동생들은 모두 귀엽다. 하지만 그거랑은 다르다.

다른 형제들도 뭔가 다들 헤벌쭉한 상태였다. .....카라마츠한테는 그런 적이 한번도 없었다.

별로 그런 취급을 바라는 건 아니지만.

 

한숨을 내쉬며 들고있던 손거울을 탁자에 내려둔다. 이만 자자. 자고 전부 잊자.

10시도 안 된 이른 시간이지만, 오늘은 부모님도 친척 제사로 외출중이시고, 형제들도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치비타의 가게려나. 나도 가고 싶었다.

 

3번째 한숨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때,

띠리리리리리 하고 현관 쪽에서 전화소리가 울렸다. 지금 이 집에는 카라마츠밖에 없다.

 

 

(누구지...........?)

 

 

이런 시간에 무슨 일일까.

혹시 급성 알코올 중독인가 뭔가로 실려 간 마츠라도 있는 걸까.

아니면 아버지나 어머니가 거신 걸까.

몇 명인가 전화 상대를 예상하면서, 카라마츠는 수화기를 집어들었다.

 

 

[, 마츠노입니다]

여보세요, 늦은 밤에 죄송합니다. 마츠노 토도마츠군 집인가요?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카라마츠의 고막을 울렸다.









다음편 올라옵니다! '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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