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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는 오늘밤도 꿈을 꾼다

 

 

 

 

[자아! 이제 프로레슬링 그만!! 나 내일 일찍 나가야하니까!!]

[에에-!! 좀 더 놀자아-!]

[맞아맞아, 쵸로짱!! 지금 딱 좋을 때라구!]

[닥쳐, 쿠소장남!! , 불끈다-]

[체엣, 취업은 이제 그만 포기하면 될텐데-]

[시끄러!! 내일 면접은 꼭 통과할 거라고! 애초에 난 너희들이랑 다르-]

[쿠소동정형, -!! 카라마츠형 벌써 잠들었다구!!]

[너도 쿠소동정이잖아, 토도마츠. 카라마츠, 늘 빨리 자네]

[자는 얼굴 엄청 귀엽단 말이지....앨범 꽉 차서 넘칠 지경이라구...]

[? 지금 카라마츠 웃지 않았어? 일어난 거 아냐?]

[...아니...이녀석 잘때면 매번 꿈을 꾸는 것 같아....잠꼬대도 자주 하고...]

[얼마나 행복한 꿈을 꾸고 있는 걸까......이런 평화로운 얼굴하고....]

 

 

[...으응....]

아아, 또다. 또 잠들어버린 모양이다. 벌떡 일어나 주위를 둘러본다. 어째선지 나는 매번 같은 꿈을 꾼다. 그 꿈은 반드시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시작된다.

[여어-, 카라짱!]

[오소마츠!! 들어봐라! 오늘도 아주 원더풀한 하루였다고!!]

내 앞에 나타난 건, 내 단 하나뿐인 형과 몹시 닮은 악마다. 처음에는 그를 악마나, 데빌이라고 부르다가 지금은 오소마츠라고 부르게 되었다.

[원더풀한 날이라고? 너 오늘 형아한테 덮쳐질 뻔했다고?]

[그건 내가 오소마츠라고 부르지 않아서 화났던 거잖아? 분명 본심이 아니었을 거다]

[어떠려나-. 적어도 나의 라이벌 레이더[각주:1]는 녀석한테 제대로 반응했지만 말야]

[...? 무슨 소린가?]

[아니-? 아무것도-]

오소마츠는 내 주변을 둥실둥실 떠다니며 장난끼 넘치는 웃음을 흘렸다.

[애초에, 오소마츠가 오소마츠 이외를 오소마츠라고 부르지 마! 같은 귀찮은 소리를 하니까 형이 화를 낸 거다! 형도 오소마츠니까, 오소마츠라고 불러도 아무런 문제 없지 않나?]

[그만-! 오소탈트 붕괴 오겠어-!! 그리고 절대 안 돼! 네가 오소마츠라고 불러도 되는 건, 나뿐! 그런 약속으로 현세로 돌려보내준 거잖아? 약속을 위반하면, 강제 저승행이라고-! 뭐어, 그것도 좋지만....]

[아니, 사양하지. ? 그보다, 오소마츠. 분명 내가 현세에 돌아가는 조건은, 내게서 소중한 걸 뺏어가는 게 아니었던가? 계속 의문이었다만, 그래서 결국 넌 내게서 뭘 가져간 건가?]

[-? 그걸 이제야 질문하는 거-? 그런거 아무래도 좋잖아? 너는 지금 되살아나서, 현세를 제대로 엔조이하고 있잖아? 그럼 이미 없어진 것 따위 이제 와서 확인할 필요 없잖아?]

[아니, 짐작은 간다. 나는 꿈속에서는 이렇게 기억을 전부 갖고 있지만, 현세에서는 그걸 전부 잊어버린 것과, 현세에서는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는 것과....뭐랄까, 현세의 나는 뭔가 내가 아닌 것 같은 것? 뭔가 모니터 너머로 보는 듯한 감각이다]

[-, . 그런데?]

[....? 그래서 뭘 가져간 건가...?]

[-....나도 뭘 너한테서 가져갔는지 잘 몰라-wwwww]

쓴웃음을 짓는 오소마츠. 아니아니, 가져간 본인이 모른다니 뭔가.

[뭐어...굳이 말하자면, 영혼이려나]

악마답지 않은 온화한 미소를 짓는 오소마츠. 나는 바보이기 때문에, 아 그런가, 하고 무심코 넘길 뻔했다. 너무 자연스럽게 말해서.

[? ? ?]

[, 영혼을 뺏는 게 되려나! 악마가 가져가는 제일 단골 물건이거든]

[, 그치만 나는 살아있고. 랄까, 되살아났고....영혼을 되찾는 조건으로 영혼을 가져가다니, 모순이지 않나?]

[-....그러니까, 목숨 대신 영혼을 가져간다, 같은? 네 말을 빌리자면, 라이프를 주는 대신, 소울을 받아간다, 같은?]

[.......그건, , 지금 되살아난 나는 내가 아니라는 건가?]

[뭐어...그렇지-. 절만은 맞고 절반은 틀렸어-]

그게 무슨 소린가? 오소마츠의 말을 전혀 이해할 수가 없다. , 그치만 내가 아닌 내가 살아났다는 건, 내가 되살아난 게 아니니까, 이 약속은 무효인 거 아닌가?

[맞아-. 네가 아닌 네가 되살아났으니까, 거래는 성립하지 않지. 네 부탁은 너를 되살려주는 것이었으니까. 거기서 나도 조금 고민을 했다고-]

둥실 떠있던 오소마츠는 내 앞에 살짝 내려왔다. 그리고, 탁탁, 발소리를 울리며 내 눈앞까지 다가왔다.

[그래서 난 살짝 머리를 굴린 거야. 너의 일부를 살리고 나머지는 내가 가지는 걸로 하자고. 어때? 이러면 네가 살아난 게 되잖아?]

[...., 일부?]

[그래-. 나는 말야, 말을 습득하기 전의, 이른바 유아기의 너를 살려서, 그 이후의 너는 꿈속에 봉인하는 형태로 내 곁에 두기로 한 거야. 네 형제들이나 의사는 네가 기억상실에 언어장애가 왔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아. 현세의 너는 아직 형제들을 인식하는 능력, 말을 획득할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으니까 잘 모르는 것뿐이지. 당연히 성장하면서 학습능력도 같이 성장할 거야. 다만 지금의 너랑 똑같이 성장하지는 않아. 환경이 바뀌었으니, 당연하잖아? , 암튼 그런 거야]

단숨에 모든 걸 설명한 오소마츠는, - 하고 한숨을 내쉰다. 아니, 잠깐만. 머리가 말을 따라가질 못해.

[, 그치만 현세의 나, 배가 싫다거나, 얼굴에 그늘이 지는 게 무섭다고......마치 그 사건을 기억하고 있는 듯이 말했잖아? 유아기의 나는 당연히 그 사건을 모를텐데 말야...]

[너한테 상당히 쇼크였던 거지, 그거. 그렇게 강력한 부정적 감정은, 나 같이 강한 악마라도 완전히 빼앗는 건 어려운 일이야. 게다가 상당한 체력 소모고 말야. 그래서 단편적으로 기억이 남은 거겠지]

[그리고, 언어습득 능력이 너무 빨랐지 않나. 반년 정도로 대부분의 말을 제대로 할 수 있게 되다니...., 역시 내겐 신이 내려주신 능력이..]

[아야야야야야, 기습 그만둬!! 그리고 악마 앞에서 신이니 뭐니 하지 말라고! 구역질 나니까! 으음-, 그치만 그건 나도 의문이야. 뭐어 2살 정도의 아이면, 그 정도는 말하지 않아? 사람의 자식 같은 건 잘 모르지만-. .....]

오소마츠는 말끝을 흐렸다. 그리곤 나를 보며 히죽 웃는다.

[....애정....같은?]

[...러브...?]

[왜 영어로 말하는 거야wwwww 아무튼, 좋아하는 건 잘하게 된다고 하잖아? 현세의 너도 형제들 엄청 좋아하는 것 같고, 형제들이 기뻐하는 모습이 기뻐서 빨리 배우는 거 아냐?]

[....후훗...악마가 말하기엔 너무 미담이로군...]

[그렇네! 그니까 묻지 말라고, 정말! 말하면서도 오한이 들었다고!]

[, 그리고....아까부터 궁금했었는데....오소마츠의 얘기대로라면, 3? 이후의 나의...자아?를 네가 빼앗은 거잖아? 그렇다는 건, 내게서 가장 소중한 건 내 자아라는 건가?]

[, 그거 물어보는 거-? -, 그것도 반은 틀렸고 반은 맞아]

[자아는 확실히 소중하긴 소중하다만, 그런 거 빼앗아도 오소마츠는 기쁘지 않잖아? 뺏는다면 역시 돈이나, 내가 가진 오자키 콜렉션 쪽이 더....]

[쉽게 말하자면 내가 필요해서 그런 거야]

[내 자아가 말인가? ....나는 역시 악마마저 매료시키는 길티 가이...]

[, 길티 가이라고 생각해. 이렇게 갖고 싶은 건 1000년동안 한번도 없었는데 말야]

[....아니, 오소마츠...내 자아보다는 역시 더 좋은 걸 가져가는 게....오소마츠는 상냥하니까 그렇게 말하는 거다. ....나는...형제들에게 이따이? 란 소리나 듣고, 무시당하고 끝내 죽임까지 당했다. 존재를 부정당하는 것도 흔하지. 그런 녀석의 자아 따위....목숨 대신이 될 만한 것도 아니....]

거기까지 말한 카라마츠는, 정신을 잃은 것처럼 툭, 그 자리에 나가떨어졌다.

[-. 현세의 카라마츠가 깨어난 건가?]

오소마츠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인형처럼 축 늘어져 잠든 카라마츠는 안아들었다. 그는 정말이지 행복한 얼굴로 잠들어 있었다.

[아무리 심한 취급을 받아도, 역시 형제들 곁이 제일인 거구나, ..... 나랑 있을 때보다 행복해 보이고]

오소마츠는 잠든 카라마츠를 감싸 안으면서 그의 어깨에 자신의 얼굴을 파묻었다.

[미안, 이렇게 만들어서....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고]

카라마츠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오소마츠는, 히죽, 악마다운 웃음을 지었다.

[좋아져버렸으니까.....악마한테 사랑받다니, 너도 정말 운이 없네....]

악마가 상냥할 리 없는데 말야, 라며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자, 카라마츠]

행복하게 잠든 청년은, 오늘도 형제들의 꿈을 꾸고 있다.

 




끝~~!!

끝입니다~!! :D


그래서 결국 카라마츠는 꿈을 꾸고 있다는 걸까여?

'ㅂ' 조금 애매한 결말이네여




아무튼 내일부터 일주일간 번역은 없습니다!

다음주에 봐여 'ㅂ')/


  1. (*라이벌의 원문은 ‘同担拒否’ 로 직역하자면, ‘같은 담당 거부’입니다. 덕계용어로 ‘나랑 같은 거 파는 사람과 상종 안함/겸상 안함’ 같은 의미로 쓰입니다. 여기서는 데빌오소와 오소마츠가 둘 다 카라마츠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걸 견제하는 의미(라이벌의 의미)로 데빌오소가 쓴 것 같네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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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아는 답을 기다린다

 

 

 

 

[카라마츠으-. 형아 심심해!! 심심하다고-!! 카라마츠가 놀아주지 않으면, 형아 죽어버려!!]

[형아, 어디, 나갈, ?]

[-. 오늘은 너랑 집에서 얘기하고 싶어]

파아아앗, 하고 얼굴을 활짝 빛내는 하나 아래의 동생. 녀석이 우리들을 잊어버리고,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 지 벌써 반년. 여전히 제대로 말하지 못하지만, 대부분의 일상 대화는 성립되고 있다. 이것도 다 매일 녀석이 다니고 있는 학교 덕분이지만. 나는 그 학교가 싫다. 학교는 평일 낮부터 저녁까지 카라마츠와 우리들을 갈라놓으니까. 당연히 저녁에는 다른 형제들이 있으니까, 카라마츠와 단둘이 있을 시간은 거의 없다. 그래서 지금처럼 카라마츠와 단둘이 있는 시간은 내게 있어 무엇보다 소중하다.

[.....!! ! 왜 그래?]

[아냐. 기대고 싶다고 생각해서]

[.....그래]

카라마츠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너는 모르겠지만 말야, 그 사건 전에도 나, 종종 이렇게 너한테 기댔었다고?

[저기저기 카라마츠]

[, 형아]

[전처럼 오소마츠라고 불러줘]

[]

[내가 그렇게 불러줬으면 하니까!]

[, 경칭 생략, 나빠]

[푸핫!! ...wwww 우리들 여섯 쌍둥이라고!? 그런 거 관계없으니까 말야??]

[그치만, 다들, 형을, 형이라고, 부른다]

[-....그럼 너 쵸로마츠나 이치마츠한테 형이라고 안 불리는데, 그건 괜찮아?]

[-.......안 괜찮다]

[그치? 우리들 사이에 형이나 동생 그런 거 없으니까 말야. 그니까....]

[그치만, , 모두, 형같은, 느낌. , 가르쳐주고, 그니까, 형이라고, 안 불러도, 신경 안 써]

제대로 말하지는 못했지만 확실히 전했다!! 같은 얼굴로 날 보며 의기양양하게 웃는 카라마츠. -..... 그렇네. 응응.

[....지금의 너한테 나는 단 하나뿐인 존재가 아니구나]

[? ? 왜 그래]

희미하게 느끼고는 있었다. 그런 거, 지내다 보면 싫어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카라마츠 사변 이후, 녀석은 말도 기억도 잃고, 이른바 인 카라마츠도 그의 안에서 사라졌다고, 나는 생각했다. 기억도 말도 못하게 되면, 주위 사람들에게 기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폼 잡을 필요도 없고, 동생들에게 신경 쓸 겨를도 없다. 그 결과, 나만이 알고있던 동생인 카라마츠만이 녀석 안에 살아남았다. 나 이외의 형제들에게도 그 얼굴을 보이게 됐다. 나는 그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럴게 카라마츠의 그 얼굴을 보는 건 단 하나뿐인 형인, 나의 특원이었으니까. 그것만으로도 나는 녀석에게 있어 특별한 존재라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지금의 녀석에세 있어, 나는 5명의 형들 중 하나일 뿐이다. 거기에 특별함은 없다. 확실히 나 이외의 형제를 형이라고 부르지는 않지만, 우리들은 여섯 쌍둥이에 형이라든가 동생이라든가 그런 구분은 우리들의 의식적인 호칭일 뿐으로, 카라마츠에게서 자신에게 형이 있다는 자각이 사라진 지금, 녀석에게는 우리들 전원이 형이다. 그래, , 지금 녀석에게 있어서 나는....

[........?]

특별하지 않다. 미안하지만, 그런 거 용서할 수 없다고, . 그럴게, 나 고등학생 때부터 쭉 널 짝사랑했었다고? 하지만 너한테 나는 특별한 존재였으니까, 고백하는 건 참았었어. 그 좋은 관계를 무너뜨리고 싶지 않았으니까. 고백해서 연인이 된다고 한들, 내가 형이고 네가 동생이라는 거에는 변함이 없지만, 지금처럼의 관계로는 돌아갈 수가 없잖아. 그러니까 난, 카라마츠의 유일한 형이라는 입장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었어. 하지만, 지금은 다르잖아? 너에게는 상냥한 형들이 5명이나 생겨버렸잔ㅇㅎ? 그렇다면 내가 너의 특별이 되는 방법은 하나뿐이네?

[.....! 아파...!]

나는 욕망에 물들어, 카라마츠의 두 손목을 꽉 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아파! 싫어! 이거, !]

거절의 말을 되풀이하는 동생을 그대로 다다미 위로 밀어 넘어뜨렸다. 예전의 녀석이라면 무식하게 힘이 세서 이렇게 되기도 전에 나를 밀쳐냈겠지. 너는 동생에한테는 무르지만, 형아한테는 용서가 없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녀석의 몸을 깔아뭉갠다.

[, , 화나써? 부탁, 때리지, ]

벌벌 떨면서 내게 애원하는 카라마츠. 아아, 그래. 너 전에 이치마츠한테 이 자세로 얻어맞은 적 있었지. 하지만 괜찮아. 나는 그런 짓 안 하니까.

[형아 화나지 않았다고? 카라마츠. 그치만 네가 나쁜 거야, 형아를 잊어버리다니.....저기...너한테 있어서 나는 그 정도였을 뿐이지? 너무하다고.....나는 너를 몇 년이나 짝사랑했는데....]

[내가, 나빠? , 미안....]

안쓰러울 정도로 공포에 떨며 움츠리고 있는 카라마츠. 평소에 짝사랑이라는 말은 쓴 적이 없으니까, 아마 내 고백은 녀석에게 닿지 않았을 것이다. 답조차 받지 못하다니, 이런 잔혹한 일이 또 있을까. 그치만 괜찮아, 답 따위 받지 않아도, 이제부터 나는 너의 특별이 될테니까.

[....! , 아파...! 싫어! 뭐 하는!]

그래도 욕망에 몸을 맡겨 나는 카라마츠의 목덜미를 물어뜯었다. 입안에 쇠의 맛이 퍼진다. 고개를 들자 카라마츠의 목에서 피가 한줄기 흘러, 입맛을 다셨다. 위험해. 엄청 흥분돼. 그 상처에 몇 번이고 키스를 퍼부으며 피를 빨아먹는다. 딱히 이런 걸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어째선지 카라마츠라고 생각하니 달콤하게만 느껴진다.

[! 아파!! 그만...무서워...아파...싫어...]

점점 거절하는 목소리가 작아지고, 대신 흐느끼는 소리가 들린다. 카라마츠는 순수하니까, 생각한 것을 제대로 상대에게 전하면 멈춰줄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오히려 역효과다. 대강 피가 멈추고, 예쁜 카라마츠의 목덜미에 흉터가 하나. 우월감과 고양, 그리고 넘쳐나는 애정과 독점욕. 목덜미에 다시 한번 키스를 흘리면서 카라마츠의 옷 속에 손을 넣어 옆구리를 쓰다듬는다. 녀석의 근육이 거의 사라졌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더 가냘픈 몸을 하고 있다. 근육이 완전히 사라진 카라마츠의 몸은 거의 여자의 몸과 다를바가 없었다.

만져본 적 없으니까, 잘 모르겠지만.

[............그만...혀아...]

거기서 나는 번쩍, 정신을 차렸다. 혀아, 어째선지 그 말을 듣고 나는 정상적인 의식을 되찾았다.

[미안...카라마츠! 형아, 어떻게 돼서...]

황급히 카라마츠에게서 떨어졌다. 하지만 카라마츠는 일어나지 않고 그 상태로 흐느끼며 울었다. 몹쓸 짓을 해버렸다. 아직 반년이나 같이 있었지만, 그래도 지금 녀석은 가족과 학교가 전부인 생황이다. 그 가족한테서 갑자기 덮쳐졌으니 무서울 만도 하다.

[카라마츠...미안...형아가 잘못했어...]

[....우윽...히끅...혀아.......혀아아아아!!]

[응응, 무서웠지. 다시는 안 그럴게. 미안. 정말 미안]

일어나려 하지 않는 카라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사과하자, 후다닥,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끌어안는 카라마츠. 경계심 0냐고, . 나 아까 널 덮치려고 한 거거든? 형아, 네가 범죄에 휘말리진 않을까 걱정이야. 그렇게 생각하며 등을 천천히 쓸어내린다.

[혀아...갑자기...우윽...아픈 짓 하고...히끅...그치만...화나지 않았다고...흐윽...해서...]

[응응, 왜 그러는 지 몰랐지. 전부 형아가 잘못한 거야. 너는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다고]

[..? .....흐읏..., 시러해...?]

[싫어할 리가 없잖아, 바아아보! 랄까, 미움받을 짓은 내가 했거든!? 너야말로, 나 안 싫어해?]

[안 시러해...!!]

[그래? 고마워-]

카라마츠의 마음이 풀릴 때까지 등을 톡톡 두드려준 탓이진, 카라마츠는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진짜냐. 너 아까까지 덮쳐지려고 했던 피해자라고. 그리고 난 가해자. 알고있는 거냐, 이녀석? 자면 먹힌다고, 나한테.

[-, 카라마츠-? 형아 여기서 자면 너 먹어버린다고- 소파로 가자-?]

[......우움........]

[.......]

아니, 진짜냐. 봐달라고 진짜. 어쩔 수 없이 나는 카라마츠를 들어 쇼파로 옮긴다. , 확실히 전보다 가벼워졌네. 잘 생각해보면, 역시 이건 카라마츠지만 카라마츠가 아닌 것 같다. 소파에 눞히고 담요를 덮어주며, 자는 얼굴을 바라본다. 깨우지 않도록 살짝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표정이 풀린다.

[.....소마...]

. 뭐야 이녀석. 깬 건가? 지금 내 이름 불렀지?

[네네, 형아라구-. 카라마츠 깼어? 형아를 속이다니 100년은 이르...]

[....오소마츠...]

그걸 끝으로 다시 고요한 숨소리가 들린다. .......이라도 꾸는 걸까? 그보다, 이름으로 불린 거 정말 오랜만이네. 현실에서는 전혀 불러주지 않으면서! 굼에서만 부르다니!! - 그래도...., 꿈이라도 기뻐.

[....카라마츠...좋아해...]

자는 사람한테 고백이라니, 나도 겁쟁이네. 헌팅은 그럭저럭 하면서, 본심인 상대한테는 이러니, 몇 년이나 짝사랑한 채로만 있지.

[네가 돌아온 후라도 좋으니까, 이번에는 꼭 답장 달라구?]

꿈속의 동생에게 작게 그렇게 말한다. 만약 꿈이 아닐 때에 나를 오소마츠라고 불러주는 날이 온다면. 만약 녀석에게 기억이 돌아온다면. 그때야말로 제대로 고백할테니까. 그러니까 지금은 느긋하게 쉬라고.

돌아오지 않는 답을 기다리며, 나도 낮잠의 유혹에 져버려 눈을 감는다.








다음이 마지막화!! '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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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시는 이름을 불러주길 원한다

 

 

 

[형아야형아야!! 오늘은 학교 쉬는날임까!!]

[학교, 오늘, 아냐! 오늘, 일요일!]

[-! 오늘 일요일임까-! 그럼그럼, 나랑 산책가자-!!]

[산책...! ...!]

[와하-!! 오랜만에 카라마츠형아 독차지한다아~!]

카라마츠형이 집에 온 지, 대략 2달 정도 지났다. 형은 토요일과 일요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언어 훈련?을 받으러 학교에 간다. 덕분에 전보다 대화가 수월해져서, , 엄청 기뻐!! 하지만....

[주시!! 가자!!]

카라마츠형은 변함없이 나를, 주시, 라고 부른다. 그게 싫은 건 아니다! 하지만, 전처럼 쥬시마츠라고 불러줬으면 좋겠다고, 가끔 생각한다.

[산책하러 갔다오겠머스루머스루!! 허스루허스루!!]

[-, 카라마츠랑? 쥬시마츠, 카라마츠 잘 보라고-. 그 녀석 신기한 걸 보면 바로 달려가니까!]

[!! 내가 제대로 카라마츠형 볼게!! 다녀오겠습니다!! 쵸로마츠형!]

[! 갔다, 올게!]

[다녀와!! 뭔가 쥬시마츠가 형 같네]

묘한 웃음을 흘리는 쵸로마츠형에게 손을 흔들며 밖을 나선다. 날씨 좋은 오후 3. 오늘은 산책하기 딱 좋은 날이네! 카라마츠형의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도, 이런 날에는 종종 카라마츠형와 야구를 하러 나왔다, 하지만 지금은 야구를 할 수 없다.

[주시! 라무네! 라무네!!]

[라무네 팔고있네-! ! 한 개 100!! 헤헷, 내가 쏘겠머스루!! 카라마츠형은 여기서 기다려!!]

이 막과자 가게는 카라마츠형을 데리고 들어갈 수가 없다. 왜냐면 여기는 주인아주머니가 위에서 우리를 내려다보는 형태의 가게이기 때문이다. 라무네를 2개 들고 아주머니에게 내밀었다.

[주시! 주시!!]

[! 카라마츠형!! 오면 안돼! [...아아아아아아!! 그늘! 그늘 시러! 무서워!!] ]

[카라마츠형!! 괜찮아, 괜찮으니까! 저기 밝은 곳으로 가자! , 여기! 200! 미안, 아줌마!!]

[카라짱, 괜찮니!? , 잠깐! 쥬시맛짱!?]

[괜찮아!! 조금 기분이 나빠졌을 뿐이니까!!]

[그림자 시러...무서워...]

덜덜 떠는 카라마츠형을 막과자 가게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밝은 곳으로 나와 잠시 호흡을 가다듬자, 카라마츠형이 울기 시작했다.

[괜찮아, 괜찮아 카라마츠형]

[으우...주시...미아....]

그래. 이건 전에 카라마츠형과 야구하러 가서 알게 된 거지만, 카라마츠형은 얼굴에 그늘이 지는 것이 무거운 것 같다. 그래서 캐치볼을 했을 때, 카라마츠형이 비명을 지르며 기절해버렸다. 그 후, 나는 야구를 하지 않게 되었다. 위로 높이 던지지만 않으면 괜찮다고, 다른 형들이 말했지만,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잖아? 그렇게 겁먹은 얼굴의 카라마츠형, 더는 보고 싶지 않았는데. 또 나는 카라마츠형을 울리고 말았다.

[주시....미안......미안....]

[괜찮슴다...카라마츠형이 사과할 필요없슴다]

카라마츠형, 사과해야 하는 건 나라고. 나는 바보지만, 형이 이렇게 된 원인 정도는 알아.

....그 유괴사건 때, 잠에 취해서 카라마츠형에게 그릇을 던졌어. 다른 형제들도 카라마츠형을 향해 온갖 물건들을 내던졌어. 얼마나 무서웠을지, 아무리 바보인 나라도 그 정도는 알아. 카라마츠형은 기억이 없지만, 분명 공포의 대상 정도는 뇌속에 남아있을 테니까, 기억하고 있을 거야.

[미안해, 카라마츠형...]

[....? 주시, , 사과해?]

[....아무것도 아님다...아무것도...]

나는 카라마츠형에게 제대로 사과하고 싶었다. 하지만 눈앞의 카라마츠형은 카라마츠형이지만 카라마츠형이 아니다. 사과해야 할 사람은, 이 카라마츠형이 아니다.

[주시.....?]

그 대상은 나를 쥬시마츠, 라고 부른다.

 

 

[다녀왔머스루!!]

[다녀, , !]

[어라? 빨리 왔네? 너 방금 산책 간다고 나갔었잖아? 근데, 어이! 카라마츠! 너 눈가가 빨갛잖아! 뭐야? 쥬시마츠 무슨 일 있었어?]

[카라마츠형 얼굴에 그늘이 져서....]

[...-.....그래.....그렇구나]

[혀아!! 주시, 라무네, 줘써!!]

[! 잘됐네, 카라마츠! 형아한테도 한입 주라!]

카라마츠형은 오소마츠형과 어깨동무를 하곤 거실로 사라졌다. 나도 그쪽으로 가려다 멈칫한다. 아까 라무네를 뜯다가 흘려서 옷이 적어버렸다는 걸, 잊고있었다. 엄청 끈적끈적해!! -, 그치만 다른 옷들은 전부 빨아버렸고....

[...쥬시마츠. 어서와]

[! 이치마츠형! 어서왔으루머스루!! 허스루허스루!!]

[...너 옷 축축하잖아....갈아입으라고

[다른 옷은 오늘 빨았슴다!! 그러니까 이대로 있어도 됨다!!]

[,...아니 안 된다고...내 옷 빌려줄게. 잠깐 기다려]

[-!? 그래도 괜찮슴까!? 이치마츠형 감삼다!]

이치마츠형이 2층에서 옷을 가지고 돌아왔다. 평소에는 과묵하고 서투른 형이지만, 사실은 누구보다도 상냥하다는 걸 알고 있다.

 

 

[와하-! 이치마츠형의 냄새가 나!!]

[...그야, 내 옷이니까...그런 쓰레기 냄새가 나다니, 싫겠지만 좀 참아...히힛]

[나 형아의 냄새 좋아해!! 뭔가뭔가 음- 진정되는 냄새야!!]

이치마츠형은 좀 더 자신에게 자신을 좀 가졌으면 좋겠네-, 라고 생각하며 거실 문을 열었다. 아까 돌아온 카라마츠형과 그 옆에 오소마츠형, 그리고 이 두명을 마주보는 형태로 테이블에 앉아있는 쵸로마츠형이 거실에 있었다. 톳티는 아마 오늘도 외출인 걸까?

]카라마츠! 이거 뭐게!]

[....?]

[-, 책은 책인데, 이거, 야한책이라고! 쵸로마츠의!!]

[장남 임마!!! 카라마츠한테 이상한 말 가르치지 말라고!! 그리고 남의 에로책을 멋대로 가져가지도 마!!]

[, ...?]

[아아아 카라마츠!! 이녀석이 하는 말 무시하라고!! 잊어버려 잊어버려!! 어이, 쿠소장남!! 주지마!! 카라마츠한테 보여주지 말라고!!]

[........!!]

[, 이런 거 보고 얼굴을 붉힌다는 건, 알몸이 부끄럽다는 건 아는거네!! 뭐어, 남자의 본능이니까!]

[장남 얌마아아!!]

[히힛, 카라마츠 이 정도로 얼굴 빨개지다니 순수하네]

[이치마츠도 보여주지 말라고!!!!]

쵸로마츠형이 오소마츠형의 손에서 잡지를 뺏어간다. 카라마츠형은 얼굴을 붉히며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다. 와하-! 귀여워!! 너무 귀여워 나도 모르게 카라마츠형에게 달려든다. 그러자 카라마츠형은 얼굴에서 손을 떼고는 활짝, 웃는다.

[이치...!]

그리 말하며,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시끌시끌하던 거실이 순식간에 조용해진다. 나는 여전히 웃으며 카라마츠형을 올려다보았다.

[이치, 오늘, 기분좋아!]

[...., , 카라마츠형, ...]

[어이, 카라마츠. 이치, 는 나잖아?]

카라마츠형의 뒤에 서있던 이치마츠형이 자신을 가리키며 그렇게 말한다. 카라마츠형의 얼굴이 단번에 당혹감으로 물든다.

[토토, 핑크. 이치, 보라]

아아, 그런가. 오늘 이치마츠형의 옷, 약간 핑크빛이야. 보라랑 핑크의 사이의, 그런 색이다. 그래서 톳티로 착각한 건가?

[이치!? 이치, 울지, !!]

어라, 이상하네. , 왜 우는 거지. 카라마츠형은 일부러 그런 게 아닌데. 이건 심술부리는 게 아닌데. 울면 안돼. 카라마츠형이 당황하고 있어. 그치만 멈출 수가 없다. 멈춰주질 않는다.

[, 잠깐, 쥬시마츠?! 콧물! 콧물 나오니까!! , 여기 티슈!!]

[, 주시?]

[쿠소마츠...이 자식....!!]

[그만둬, 이치마츠!! 카라마츠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

[이자식 두달이나 우리들이랑 같이 있었는데, 색으로만 구분하잖아!! 어째서냐고!! 옛날에는 뒷모습만 봐도 누가 누군지 알았잖아!!! 이런 거, 이런 거 마치 우리들을 잊어버린 것 같...잖아....]

카라마츠형의 멱살을 잡은 이치마츠형이 풀썩, 주저앉아, 카라마츠형의 가슴을 치며 울부짖는다. 카라마츠형은 이런 상황에 무척이나 당황하고 있다. 그렇겠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갑자기 울어버리면 당황스럽겠지.

[괜찮아!! 눈에 먼지가 들어가서 그렇슴다!! 나 세수하고 올게-!]

도망치듯이 거실에서 떠난다. 세면대를 붙잡고 나는 오랜만에 오열했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느꼈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확실하게 자각하게 된 적은 없었다. 우리들은 잊혀졌다는 것을. 카라마츠형이 부르는, 주시, 라는 이름은 노란색의 누군가를 부르는 이름이라는 걸. 그건 날 향한 게 아니라는 것을.

모처럼 이치마츠형이 빌려준 옷은, 내 눈물로 축축하게 젖었다. 이 옷에 얼굴을 파묻자, 안심되는 형의 냄새가 난다. 하지만 카라마츠형은 모른다. 우리들 전원의 체취가 미미하게 다르다는 것, 사실은 눈을 보면 누가 누구인지 확실히 구분할 수 있다는 것, 입모양도 6명 모두가 다르다는 것, 나만 바보털이 하나뿐이라는 걸, 카라마츠형은 모른다. 그걸 아는 건, 예전의 카라마츠형. 그날, 우리가 던진 둔기를 맞아 죽어버린, 옛날의 카라마츠형. 세면대 앞에 웅크리고 앉아, 이치마츠형의 옷에 얼굴을 묻으며,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신에게 빈다.

[다시 한번....나를, 쥬시마츠라고.....불러줘....카라마츠형.....]

내 작은 소망은, 이치마츠형의 옷에 스며들어, 이루어지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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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는 꿈에 질투한다

 

 

 

 

검사와 기본적인 재활을 마친 카라마츠가, 어제 드디어 집에 돌아왔다. 아니, 정확히 말해 돌아왔다고는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럴게, 이 녀석은....

[이치!! 고양이! 기여어!]

[....기여어, 가 아니라, 귀여워, 라고]

[, ?, , ?]

[]

[이치, , , 워어!]

[내가 아니라 고양이가]

그렇다, 마츠노가 차남인 카라마츠는 우리들이 던진 둔기로 인해 기억상실과 언어장애가 와버렸다. 언어장애만이면 몰라도, 과거의 기억이 없는 이 녀석을, 돌아왔다, 라고는 할 수 없다. 그치만 녀석은 내가 아는 카라마츠가 아니니까.

[카라마츠! 학교에 갈 시간이야! 오늘은 내가 같인 갈테니까! 얼른 준비해!]

[하꾜...?]

[그래-. 오늘 아침에 말했잖아? 빨리 제대로 말할 수 있도록 하는 재활훈련이라고! 우리집 주변에 그런 전문학교가 있으니까, 오늘은 체험으로. 내일부터 정식으로 다니게 될 거야!]

[.........?]

[- 응응, 모르겠지. 괜찮아, 가보면 알테니까! , 가방 들고]

고개를 갸웃거리던 카라마츠는 가방을 받아들고, 쵸로마츠형 뒤를 따라간다. 방을 나서면서 환하게 웃으며 내게 손을 흔든다.

[이치, 고양이, 다녀, 오께!]

[.....다녀와, 카라마츠]

문이 닫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현관문이 드르륵 하는 소리가 들렸다. 방이 고요해졌다. 나는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눈앞의 고양이를 쓰다듬었다.

[아아아아아아앗!!! 뭐냐고 저거!! 뭐냐고 대체!! 너무 귀여워!! 신이냐!! 신인 거냐!! 반대로 죽어어어어!!!!]

큰소리에 놀란 고양이아 펄쩍 뛰며 도망친다. 나는 그걸 쫓아가지도 않고 쿵쿵, 벽을 두드리고만 있었다. 그래. 기억을 잃고, 말까지 잃은 카라마츠는 무척이나 귀여운 생물체로 바뀌었다. 원래도 맑고 순수한 녀석이었지만, 안쓰러움과 브라콤, 그리고 쓰레기 같은 면이 사라진 지금은, 그야말로 순수 그 자체다. 나는 전의 폼이나 잡던, 같은 나이면서 형 노릇을 하려고만 하는 녀석이 정말 싫었다. 그래서 이렇게 된 게 오히려 좋았다. 좋은데.....뭔가, 내 마음 한 구석이 비명을 지르고 있는 듯한.......구멍이 뻥 뚫린 듯한 이상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건 왜일까.

 

 

튀김냄새가 나, 잠에서 깼다. 생각에 빠져있는 사이, 잠에 든 모양이다. 이불이 덮여있다. 예전이라면 쿠소마츠가 그랬겠지, 생각해 쓸데없는 짓을 했다며 중얼거렸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아마 쵸로마츠형이나 오소마츠형일 거다.

[, 이치마츠. 일어났네]

[]

아무래도 이불을 덮어준 건 쵸로마츠형인가 보다.

[카라마츠, ?]

[2층에 있어]

[학교, 어땠어?]

[그녀석 굉장해. 간단한 체험단계긴 했지만, 50음 전부 다 발음할 수 있게 됐다고. 뭐어, 원래 머리가 나쁜 건 아니었으니까 말야. 고등학교 성적도, 암기 과목은 점수 좋았고]

[....-]

[후훗, 신경 쓰이면 가보는 게 어때?]

[별로 그런 거 아니거든. 화장실 갈거야]

[네네, 그러시든가]

어차피 나도 브라콤이구나, 라며 계단을 올라가려는 순간,

[니트들아-! 밥 다 됐단다-!! 차리는 거 도와주렴!]

어째서 나는 늘 이렇게 타이밍이 나쁜 걸까. 네네, 알고있다구요, 이런 쓰레기한테 여신님이 웃어줄 리가 없죠, 예 그럼요. 2층에서 쿵쾅쿵쾅, 발소리가 들린다. , 4명 다 2층에 있었구나. 2층에 올라가려고 했던 걸 들키지 않으려, 부엌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밥 차리는 건 귀찮지만, 오소마츠형들에게 들켜서 놀림받는 것보다 낫다.

[어머, 이치마츠가 도와주러 오다니 별일이구나]

[....오늘 카라아게야?]

[맞아. 그 애가 좋아하는 거잖니? 오랜만에 집에 왔으니, 좋아하는 걸 만들어줘야지!]

[.....그렇네]

카라아게는 쿠소마츠가 좋아하는 거지만, 카라마츠가 좋아하는 건 아니지 않냐는 말이 목구멍 밖까지 치밀었지만, 꾹 눌러 참았다.

 

 

[[[[잘 먹겠습니다~!!]]]]

[, 잘 먹겠, , 니다!]

[....]

[- 오늘 카라아게네!! 좋겠네, 카라마츠!! 네가 좋아하는 거잖아!]

[, , , ?]

[-, 먹어봐! 맛있으니까!]

눈앞에 산처럼 쌓인 정체 모를 음식에, 카라마츠는 혼란스러워 했다. 어쩔 수 없이, 옆에 앉은 내가 카라마츠의 접시에 카라아게를 놓아주었다. 평소라면 쟁탈전이 일어났을 테지만, 오늘만큼은 휴전이다.

[이치...카라...이거, 피료업서...]

[....-]

[[[[]]]]

아니, 스스로도, 뭔 짓이야 나, 라고 생각했다. 나도 모르게 카라마츠의 입 앞에 카라아게를 들이밀고 있었다. 더는 거절할 수 없게 되어버린 카라마츠는, 당황하면서 입을 슬쩍 열었다. 조심스럽게 열린 입으로 카라아게를 집어넣었다.

[.....!! 마싯, ! 이치, 이거, 마시써!!]

[. 잘됐네]

[? 뭐야 지금. 이치마츠형, 캐릭터 어디다 버리고 온 거야!!]

[이치마츠형, 카라마츠형이랑 사이좋네!!!]

[-, 이라니 뭐야!! 아앙이라니! 이치마츠 그런 말도 할 수 있는 거냐고!! 나 처음 봤는데!!]

[이치마츠 치사해!! 치사하다고!! 형아도 아앙하고 싶어어!!]

[이치, ----]

꺄꺄, 형제들이 시끄러운 와중, 카라마츠가 날 보며 입을 벌린다. ? ? 뭐야?

[이치! ----]

조금 화난 듯한 얼굴로 카라아게를 가리키는 카라마츠. 설마.

[....-?]

다시 한번 카라아게를 빠끔하게 열린 입으로 가져다주었다. 만족스럽게 음미하는 카라마츠. 뭐야, 이 귀여운 생물체. 그 후, 카라마츠 먹이주기 쟁탈전이 일어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특히 오소마츠형이 난리였다. 뭐어, 이 인간은.... 어쩔 수 없지. 오랫동안 짝사랑했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조금 의문이었다. 그럴게 오소마츠형이 좋아했던 건, 예전의 카라마츠잖아? 지금 여기에 있는 건 예전의 카라마츠가 아냐. 녀석은 기억이 없어. 가족인 건 틀림없지만, 녀석에게 우리들은 그저 2주일 정도 전에 처음 만난 사이나 다름없다. 그러니까...

[카라마츠!! 형아가 직접 먹여줄게!! 자아! -!]

[혀아!! ---]

오소마츠형이 지금 보고 있는 녀석은, 오소마츠형이 사랑하던 사람이 아니라고.

 

 

가끔 오줌이 마려운 것도 아니고, 악몽을 꾼 것도 아닌데 문득 잠에서 깨는 일이 있다. 지금이 바로 그런 상황. 시간은 대충 3시쯤. 이렇게 어중간하게 깨어버리면, 좀처럼 잠이 오질 않는다. 그래도 전에는 나름 빨리 잠들었던 것 같은데, 오늘은 잘 되질 않는다.

[으응.......]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 그쪽을 바라본다. 내 잠자리는 맨 끝이니 돌아본다고 해도 한쪽뿐이지만...... 꿈이라도 꾸는 걸까. 악몽일지도 모른다. 내 두 번째 형과 마주보는 형태로 돌아눕는다.

[으응........행복해...]

악몽은 아닌 모양이다. 이렇게나 행복한 얼굴을 하는, 잠든 소년 같은 형. 그보다 이녀석, 잠꼬대는 발음 좋잖아. 근데, ? 곰이랑 친구가 되는 꿈이라도 꾸는 걸까. 그렇다 쳐도, 무척이나 행복해 보이는 미소다. 방해하고 싶지 않아, 형에게서 등을 돌린다. 더 잠이 달아나고 말았다. 아아, 전에는 어떻게 다시 잠들었더라.

잠이 오지 않는 건가, 이치마츠

, 하고 눈을 크게 뜬다. 다시 카라마츠를 바라보자, 그는 쿨쿨, 잘만 자고 있다. 아아, 그래. 녀석은 내가 한밤중에 깨어나면 같이 깨곤 했다. 그리고는, 자장가를 불러줬다. 처음에는 어린애 취급하지 말라며 화를 냈지만, 녀석의 자장가가 기분이 좋아, 묘하게도 끝까지 듣기도 전에 잠이 들었다.

[............]

어라? 이상하다. 갑자기 눈앞이 흐려진다. 안 된다. 소리를 내면, 모처럼 기분 좋게 자고 있는 녀석을 깨워버린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깨어났으면, 이 소리를 듣고, 왜 그러나 이치마츠, 라고 말을 걸어줬으면 하는 마음도 한편으론 있었다.

[....꿈에 질투하다니....정말....너무 꼬였잖아...]]

가능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이불에 얼굴을 파묻었다. 옆자리의 남자는 깨지 않았다. 아니, 아마 아침까지 쭉 깨지 않을 거다. 왜냐면, 그는 더 이상 예전의 그가 아니니까. 예전의 그라면 이런 작은 소리라도, 동생이 울고 있다면 금방이라도 깨어났을 거다. 하지만 지금 내 옆에서 자고 있는 이 남자는, 예전의 그의 육체에 다른 영혼이 담긴,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이전의 그는 소꿉친구의 유괴사건으로 나약해졌고, 그가 사랑했던 형제들이 던진 물건에 죽임을 당했으니까. 그런 그에게 돌아와주길 바라다니, 이기적이기 짝이 없다. 하지만, 바라기만 할 뿐이라면, 용서해주지 않을까.

[여기로....돌아오라고, 카라마츠]

만약 네가 꿈속에서 길을 잃었을 뿐이라면, 여기로 다시 돌아와. 다음에 만날 때에는 제대로 쿠소마츠, 아니 카라마츠, 라고 부를테니까. 더는 죽어라든가 죽인다 같은 말은 하지 않을테니까. 싫다는 거 거짓말이야, 사실은 정말 정말 좋아한다고, 그렇게 말할테니까.....

그러니까 그 꿈에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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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는 과거를 떠올린다

 

 

 

카라마츠형이 잠에 빠진 지 1주일. 드디어 카라마츠형이 깨어났다. 하지만....

[아냐, 아니라고 카라마츠. 이 보라색 녀석은, , , , . , 는 나잖아?]

[, ? 초오, 이거, , ?]

[그래그래, 이게, 이치, ]

[마침내 일본어도 못하게 된 거냐, 쿠소마츠]

[저요저-!! 나 쥬시마츠!! 쥬시마츠임닷!]

[, ....?]

[주라고 불러도 됨다! 카라마츠형!!]

[카라마츠으, 형아는? 형아느은!?]

[, ?]

[, , , , !]

[..........]

[카라마츠 말야, 소랑 츠 발음이 힘든 것 같아. 그리고 탁음[각주:1]]

그렇다, 카라마츠형은 기억상실과 언어장애, 이렇게 두가지의 후유증이 생겨버렸다. 완전히 아기나 다름없는 상태다. 우리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의사소통이 안 되는 건 아니다. 싫거나 뭔가를 부정할 때는 고개를 흔들었고, 제대로 웃고 울기도 했다. 쵸로마츠형의 연락을 받고, 5명이 거의 동시에 카라마츠형의 병실로 달려갔을 때, 카라마츠형이 비명을 질렀다. 같은 얼굴이 5개나 있으니, 겁을 먹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역시, 잊혀졌다는 걸 재확인하는 것만 같아서, 나는 굉장히 슬펐다.

[, ]

[? 카라마츠?]

[.....]

꾸르르르륵......카라마츠형의 배가 울렸다.

[아아, 배고파? 뭐어, 계속 잤으니까 말야. 기다려, 간호사 불러올게]

무엇보다도, 지금의 카라마츠형은 쵸로마츠형을 의지하고 있다. 눈을 뜨고 가장 처음으로 본 사람이니까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그치만, 맘에 안 든다. 저기, 카라마츠형, 나와 카라마츠형은 파트너였잖아. 어째서 잊어버린 거야.....어째서. 알아. 이유 정도는. 알아....

[....토도마츠도 자기소개 하라고]

카라마츠형이 비명을 지른 이후 쭉 입을 다물고 있는 내게, 이치마츠형이 침대 옆에서 비키며 말했다. 카라마츠형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날 보았다. 정말 아기 그 자체다. 보기에는 성인 남자인데.

[나는 토도마츠. , , , ]

[, , , ]

[탁음이 어려우면 토토라고 불러도 돼. 카라마츠형]

[....토토...!!]

카라마츠형은 순진무구한 얼굴로 웃었다. 내게 손을 뻗는 모습이, 그야말로 천사 같았다. 뭐야, 이 사람, 천계에서 온 거야? 과거의 카라마츠형 모습으로 내 눈앞에 내려온 순백의 엔젤? ....? 그래서 내가 뭘 말하고 싶냐고? 카라마츠형 완전 귀여워!! 나를 죽일 생각이야!? 으으응, 하고 신음하며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카라마츠형. 아아아아 천사!!! 천사가 있어어어!!!

[자자, 토도마츠 사진 타임 끝!! 장남님한테 자리 양보하라고!]

[싫어!!! 카라마츠형, 한번만 더 고개 갸웃해줘! 갸웃!! 그래그래!! 잘하네에에에!!]

[톳티, 기분 나빠...]

[이치마츠 형이야말로 아까부터 마스크로 가리고 히죽거리고 있잖아? 범죄자 같은 얼굴이거든-]

[히힛, 들켰어?]

[나도나도! 카라마츠형, 도오----------!!]

쥬시마츠형이 카라마츠형의 침대로 달려들었다. 다들 웃고 있다. 아아, 역시 카라마츠형이 없으면........하지만, 과연 지금 여기에 있는 이 사람은, 카라마츠형이 맞는 걸까. 나는 문득 답지도 않은 생각을 한다.

[카라마츠-. 오늘부터 저녁 주겠대. 그래도 아직 시간이 아니니까, 내가 사과 깎아줄게]

쵸로마츠형이 문을 닫으며 말했다. 그리고 누군가가 가져온 사과를 깎기 시작했다.

[, 카라마츠, 깨어났고, 오늘 바로 집에 가는 거 아냐?]

그렇게 질문한 건 오소마츠형. .....아아, 정말 이 사람은.

[부상이 심하니까, 아직 돌아갈 수 없다고. 기억상실에 언어장애까지 왔고, 앞으로 여러 가지 검사도 해야 하니까]

[그런가아....간만에 다 같이 밥먹는다고 생각했는데...]

카라마츠형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으며 그렇게 말한 오소마츠형의 얼굴엔 안타까움이 배어 있다. 하지만 당사자인 카라마츠형은 왜 그러는지 모르는 모양이다. 아니, 무슨 말을 하는 건지도 모르는 것 같다.

[혀아??]

[그래-, 형아라구-]

[혀아!!]

[~? 그건 형아가 아니라고? 사과라고? 형아랑 사과를 같은 취급하면, 형아 슬퍼서 울어버린다!?]

카라마츠형이 쵸로마츠형이 깎던 사과를 가리키며 오소마츠형의 이름을 불렀다.

[색이 같아서 그런 거 아냐? 오소마츠형의 퍼스널 컬러, 빨강이잖아?]

내가 그렇게 말하자, 오소마츠형은 자신의 옷과 사과를 가리키며 카라마츠형에게, 빨강, 빨강이란 말을 되풀이했다.

[...알강...이거, , ......?]

카라마츠형은 병실에 있던 꽃을 가리키며 오소마츠형에게 물었다.

[맞아!! 카라마츠, 너 의외로 이해력이 빠르네!! 역시 형아 아들!!]

부빗부빗, 머리를 쓰다듬자, 활짝 웃는 카라마츠형. 네 아들 아니거든, 하고 츳코미를 날린 쵸로마츠형은, 사과를 깔끔하게 깎아, 카라마츠형에게 주었다.

[카라마츠, 이건, , ]

[, ?]

[아앗! 그러면 동물이 되어버리잖아! 카라마츠형, , !]

(*원문은 사과(링고)를 잉꼬(잉코)로 발음해서 토도가, ‘그러면 새가 되어버리잖아!’라고 하는데, 번역으로는 이해가 안 될 것 같아 바꿨습니다)

 

나도 어느새 이 대화에 참여하고 있었다. 얼른 제대로 발음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 토토도 싫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제대로.....

[, !!]

[맞아! 카라마츠형 똑똑하네!!]

토도마츠라고...불러줬으면 좋겠어.

 

 

카라마츠형이 눈을 뜬 이후로, 우리들은 더 자주 형을 만나러 가게 되었다. 내가 병문안을 갈 때면 꼭 다른 형들도 와있었다. 끊임없이 말을 건 탓인지, 조금씩 카라마츠형도 제대로 말을 하게 되었다. 그건 무척이나 기쁜 일이고, 내가 바라는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전처럼 파트너인 둘의 관계로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 둘만의 시간을 원했다. 사과하고 싶다. 그날의 일을. 그날 밤, 도와달라고 소리치는 옛 동료에게 꽃병을 던진 걸, 사과하고 싶다.

알고 있다. 본인은 이미 그런 거,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우리들마저 잊어버렸으니까. 그래도 사과하고 싶다. 사과해야만 한다. 그치만 형들이 있으면 그럴 수 없다. 형들은 카라마츠형에게서 그날의 기억이 지워진 걸,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그들 앞에서 그 얘기를 꺼내서는 안 된다. 그러니까 단둘이 있을 기회를 마냥 기다렸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퇴원을 앞둔 어느날 저녁에 그 기회가 찾아왔다.

나는 그날, 우연히 배를 사들고 카라마츠형의 병실을 찾아갔다. 내가 문을 열자, 카라마츠형이 활짝, 미소를 지으며 반겼다.

[토토!! , , !]

[, 안녕 카라마츠형. 배를 좀 가져왔어. ]

[..]

연두색의 묵직한 그것을 카라마츠형에게 보여주고, 침대 옆에 앉아 배를 깎기 시작했다.

[......]]

[계속 사과만 먹었잖아? 가끔은 다른 것도 먹어야 할 것 같아서]

[....]

어라, 하고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제대로 발음할 수 있으면서 몇 번이고 배라는 말을 되풀이한 카라마츠형이 얼굴을 찡그렸다. 설마.

[카라마츠형, 이거, 싫어? , ?]

[카라, , 시러]

카라마츠형은 몇 번이고 싫어싫어, 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 눈에서 눈물이 흘러넘쳤다. 기억상실이면서도 트라우마 같은 건 사라지지 않는 모양이다. 나는 계속 배를 깎으며 카라마츠형에게 말을 걸었다.

[카라마츠형. , 오늘 사과하러 왔어. 카라마츠형은 무슨 일인지 기억나지 않겠지만, 그날, 구하러 가지 않아서 미안]

[토토, , 피료업써]

[무서웠지. 슬펐지. 심지어 살려달라고 외치는 카라마츠형한테 꽃병까지 던지고, 그대로 방치해버렸으니까......정말 미안해]

[토토, 시러!! , 시러!!]

[용서해 달라고는 안 할게. 그래도, 제대로 사과하고 싶었어. 비겁하다는 거 알아. 카라마츠형은 지금 무슨 일인지 기억하지도 못하니까]

배를 깎아 건네면, 카라마츠형이 나를 보며 덜덜 떨고 있다.

[카라마츠형, 미안. 카라마츠형을 상처 입혀서 미안해. 힘들게 해서, 미안해. 과거의, 카라마츠형을 죽여서, 미안해....!!]

병실이 침묵으로 착 가라앉는다. 들리는 건 카라마츠형의 희미한 오열뿐이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그의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나는 그의 동료였으니까. 옛날에는 동생 앞에서 울지 않았는데, 눈앞의 이 사람은 과거의 카라마츠형이 아니구나. 과거의 카라마츠형은 안쓰럽고, 짜증나고, 브라콘인, 못 말리는 사람이었는데, 나는....그런 그를....그를....

[.....]

툭툭. 소리로 하자면 조금 거친 듯한. 그런 손놀림으로 카라마츠형이 내 머리를 살짝 쓰다듬고 있었다. 아아....이건.....이 진정되는 듯한 위로는....

[토토, 우는 거, 안대]

지금까지 참아왔던 것이, 한번에 볼을 타고 흐르며, 환자인 그에게 매달려 엉엉 울었다. 조금 야윈 그는, 그런 나를 상냥하게 안아주었다. 변하지 않은 것도 있었구나. 내가 좋아했던, 안쓰럽고, 짜증나는 브라콤 녀석은 아니지만, 그가 가졌단 부드러운 애정과 무한한 상냥함은 비슷했다. 아마, 지금 날 안고있는 그의 안에, 분명히 내가 아는 그도 살아있을 것이다.

[저기, , 아직 카라마츠의 파트너로 있어도, 되는 걸까]

예전에, 우리들이 여섯이서 하나였던 시절을 떠올리며 나는, 답해줄 리도 없는 그런 질문을 나의 두 번째 형에게 던졌다. 언젠가 그 답을 해줄 때에는, 부디 나를 토도마츠라고 불러주길 바라면서.








  1. (*일어로 가, 기, 구, 게, 고 이런 발음이 탁음이에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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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는 이 손을 놓고 싶지 않다

 

 




 

[카라마츠는 괜찮은 건가요!?]

어느날, 우리들이 에스퍼 냥코 소동을 끝내고, 5명과 한 마리가 사이좋게 집에 돌아왔을 때 들려온 첫마디는 엄마의 목소리였다. 지금까지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

[....엄마?]

에스퍼 냥코 소동으로 온화했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찬물을 끼얹은 듯 차갑게 가라앉았다. 엄마는 내 부름에도 답하지 않고, 전화 상대에게 몇 번이고, 괜찮은 건가요, 제발 그 아이를 살려주세요, 라며 울며 애원했다. 지금 상태의 엄마에게서 정상적인 판단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나는, 엄마 손에 들린 전화를 뺏았다.

[....여보세요, 전화 바꿨습니다. , , 카라마츠...우리 차남에게 무슨 일이...]

[, 마츠노 카라마츠씨의 아버님이십니까! 급히 아카츠카 병원으로 와주십시오! 오늘 아침에 여기로 아드님이 심폐정지 상태로 와서....지금은 어떻게든 호흡이 돌아오긴 했습니다만, 부상이 심각해서 현재 수술중입니다. 얼른 병원으로 와주세요!]

그 말만 전한 채 전화는 끊겼다. ? ? 심폐정지?? 그보다, 나 그 녀석의 동생인데요? 누가 아버님이냐!

[쵸로마츠-, 뭐래?]

엄마는 여전히 흐느끼고 있고, 동생들은 입을 다물고 있는 와중, 오소마츠형이 내게 물었다.

[카라마츠가 위독한 상황이래]

내 말에 동생들의 얼굴색이 단번에 변한다.

[심폐 정지 상태로 병원에 실려갔다나 봐. 지금은 괜찮아졌는데, 부상이 심각해서 지금 수술중이니까 바로 아카츠카 병원으로 와달라고...]

거기까지 말한 나는, 어라?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부상? 다쳤..........

[부상....]

새파랗게 질린 채로 그렇게 중얼거린 토도마츠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한 모양이다. 아마도, 카라마츠가 다친 원인은, 어젯밤 우리들이 카라마츠에게 물건들을 내던졌기 때문일 것이다.

[카라마츠가 다친 건....어쩌면.....]

그렇게 말한 순간, 현관문이 세게 열리더니 붉은 스니커즈가 뛰쳐나간다. 그 뒤를 따라, 핑크, 노랑, 보라가 뛰쳐나간다. 나와 엄마만이 열린 문 앞에 남겨졌다. 믿을 수가 없다. 믿고 싶지 않다. 그치만, 그 차남이라고? 뇌까지 근육인 녀석이잖아. 그 정도로 죽을 리가 없다고.....

반쯤 정신을 놓은 엄마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곤 지갑과 보험증을 챙겨 택시에 올라탔다.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지금 자신은 매우 침착했다. 그럴게, 이런 걸로 카라마츠가 죽을 리 없으니까.

 

 

병원에 도착한 뒤로 엄마는 계속 멍하니 울기만 했다. 나와 쥬시마츠가 그런 엄마의 등을 쓸어주었다. 1시간 전에는, 연락을 받고 달려온 아빠가 엄마를 보듬었지만, 지금은 커피를 사러 갔다. 마음을 달래려는 거겠지.

오소마츠형은 수술실 앞을 왔다갔다 하면서 가끔 수술실에서 나오는 간호사에게 카라마츠의 상태를 확인했다. 아무래도 상태가 썩 좋지는 않은 모양이다. 토도마츠는 병원에 온 이후로 계속 소리를 죽인 채 울고 있다. 이치마츠가 그런 토도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등을 어루만져 주었다. 토도마츠도 결국엔 이치마츠에게 매달려 울기 시작했다. 엄마를 위로하던 쥬시마츠도 어느때보다 잔뜩 긴장한 얼굴로, 웃음기라곤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나는 그런 쥬시마츠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었다.

[......쵸로마츠형...카라마츠형, 안 죽는 거지?]

[당연하잖아. 카라마츠인 걸]

쥬시마츠를 끌어안고 슥슥 머리를 쓰다듬으면, 쥬시마츠도 작게 울음을 터뜨렸다. 쥬시마츠의 늘어난 소매가 내 어깨를 세게 잡는다. 쥬시마츠는 기본적으로 천하태평한 성격이지만, 지금은 이렇게나 초조해하고 있다. 토도마츠를 끌어안고 있는 이치마츠도 사실은 얼마나 울고 싶을까. 게다가 오소마츠형이 저렇게 초조해하는 건, 처음 본다고.....저기, 카라마츠. 네가 무척이나 사랑하는 동생들, 울고 있다고. 네가 좋아하는 너의 단 하나뿐인 형도 널 무척이나 걱정하고 있다고. 사랑하는 브라더-, 라는 건 다 거짓말이었던 거야? 네가 없을 땐, 내가 형노릇 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울지 않을 거야.

알고 있어. 알고 있다고. 이렇게 된 건 전부 우리들 책임이야. 녀석의 상냥함에 익숙해져서, 매번 무시하고 냉소하고, 녀석의 존재마저 부정해버렸어. 분명 이건 그에 따른 벌이겠지.

그치만, 하느님. 우리들에게서 녀석을 뺏어가지 말아줘. 아직은 데려가지 말아줘.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뭐든........그래, 악마에게라도....

 

, 수술실에 불이 꺼지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는 토도마츠와 이치마츠. 왔다갔다하던 걸음을 멈춘 오소마츠형. , 고개를 든 엄마. 아빠....는 커피 사러 갔다. 타이밍이 안 좋네.

수술실 문이 열리고, 안에서 피투성이의 백의를 입은 의사가 나왔다.

[카라마츠는....?! 카라마츠는...!!]

오소마츠형이 그 의사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오소마츠형, 좀 진정해!]

나는 오소마츠형의 팔을 꽉 잡았다. 이렇게 필사적인 형, 처음 봤어. 지금 이 표정만 봐선, 이 사람이 평소에 파칭코와 경마에 미쳐있다는 걸 잊어버릴 정도다. 아아, 그런가....그랬구나, 형은 카라마츠를.......

[수술은 성공적입니다. 하지만, 머리쪽 상처가 꽤 깊어, 언제 의식이 돌아올지는 알 수 없는 상태입니다. 의식이 돌아온다고 해도, 후유증이 남을 가능성이 큽니다]

[후유증...이라니.....]

[기억상실이나 언어 장애, 그 외에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거나.....]

[언제 의식이 돌아올지 모른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 안돼. 오소마츠형이 이런 눈을 할 땐, 위험한데....

[오소마츠형, 좀 진정......]

[이봐!! 너 의사잖아!? 그런데 어째서 의식이 돌아오는지 안 돌아오는지도 모르는 거냐고!! 마취가 풀리면 깨어나야 하는 거잖아!!!]

[뇌는 매우 섬세한 부분입니다. 동생분의 경우, 뇌에 메스를 댔을 뿐인데, 다시 심폐정지 상태에 빠졌습니다. 몸과 정신이 안정을 찾을 때까지는 마취가 풀린다고 해도.......]

[뭐라고!! 이 자식이!! 웃기지 마!!!! 웃기지 말라고!!!]

[오소마츠형!! 이치마츠! 오소마츠형 좀 말리라고!!]

[........, ]

저기, 카라마츠.

[웃기지 말란 말이야아아아아!!!!!!!!!!!! 이 새끼!!! 쵸로마츠!!! 이거 놔!!!!]

장남을 말릴 수 있는 건, 너밖에 없다고.

 

그 뒤로 우리들은 매일 각자 시간이 나는 대로 카라마츠를 만나러 갔다. 카라마츠의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벌써 일주일이나 지났는데. 튼실한 근육이 자랑이었던 팔도 다리도, 붕대 사이로 슬쩍 보이는 게 전부였지만, 상당히 말라있었다. 팔에는 링거 바늘이 꽂혀있고, 머리에도 붕대를 감고 있다. 만약을 위해 씌어둔 산소 호흡기가 흐려지는 걸 볼 때면, 아아 이 녀석은 살아있어, 라고 안심한다.

[카라마츠....다들 기다리고 있으니까.....제발 빨리, , 뜨라고...]

이런 상황에서 뻔한 말밖에 못하다니 한심하다. 이불 위에 놓인 깡마른 손을 잡아 꼭 쥐었다. 따뜻하다. 아아, 녀석은 살아있어. 이 손을 놓고 싶지 않다. 놓으면 너는 미아가 되어, 그대로 끌려가버리는 게 아닐까. 이 손이 따스한 한, 너는 살아있다. 하느님 따위에게 널 뺏기지 않아. 네가 돌아오는 건, 우리들이 있는 곳이라고. 그러니까....그러니까 제발.....아아....어째선지 엄청 졸려....누가 내 어깨를 치고 있는 것 같지만, 너무 졸려서......

[.........................]

누가 웅얼거리고 있어? 아아, 졸린데.....방해하지 좀 말라고...지금은 카라마츠와 둘이서 자고 싶단 말이야....

[......-........]

아아, 정말 끈질기네. 대체 누구야, 라며 고개를 든다. 그보다, 꼭 어린애 같은 목소리네. 어린애가 길을 잃어 들어온 건가?

무거운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올리면.....

[]

[..............]

[......마츠....?]

[.......?]

아니, , 잠깐만. 진정해라, .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내 어깨를 치고 있는 건....

[카라마츠!! 정신 차렸구나!! 기다려!! 의사나 간호사를 불러올테니까!!]

[----!!]

갑자기 카라마츠가 소리를 질렀다. 고개를 좌로 휙휙 흔들고 있다.

[? 왜 그래? 카라마츠?]

[..........?]

상태가 이상하다. 아까부터 제대로 말도 하지 못하고 있다. 설마.....

[카라마츠? , 알아보겠어?]

[..........]

[카라마츠, 이 빨갛고 둥근 과일, 뭔지 알겠어?]

[.........]

진짜냐. , 사람이란 건 너무 충격적인 일을 마주하면 그다지 충격을 받지 않는구나.

나는 카라마츠의 손을 지그시 잡았다. 마음탓인지 카라마츠가 조금 기쁜 듯한 얼굴이다.

[알겠어? 카라마츠는 너. 나는 쵸로마츠]

카라마츠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그 다음 천천히 나를 가리킨다.

[초....오....?]

나를 가리킨 카라마츠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 뭐야 이 녀석. 엄청 귀엽잖아.

[아니아니. , , , ]

[초----]

[애기냐!? 애기냐, 너는!! - 정말 됐어, 치요, 여도]

[초오.... ...]

나를 가리킨 후, 자신을 가리킨 카라마츠는 활짝 웃는다. 손이 따스하다. 이 손을 놓고 싶지 않다. 당분간은 이 손을 잡지 못할테니까 말야. 동생들과 누구보다 녀석을 사랑하는 맏형에게 자리를 내어줘야 될테니까.

...조금만 더. 간호사를 부르는 건 나중에 해도 되겠지.

이렇게 제멋대로 구는 나를 용서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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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가 상냥할 리 없다

 

 

 

 

 

[프롤로그]

 

 

 

여긴 어디지. 무척이나 어둡다. 뭘 하려 여기까지 온 거지.......아아, 그래. 치비타한테 납치당했었다. 하지만 형제들은 구하러 오지 않았고, 오히려 도움을 요청하는 내게 온갖 물건들을 내던졌다.......그리고, 눈을 떠보니 이곳. 마지막에 맷돌에 맞았던 것 같은데, 전혀 아프지 않다......그때, 안 좋은 예감이 스쳤다. , 이거, 틀려먹은 걸지도. 직감적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이거 어쩌면.....아니, 어쩌면이라고 할 것도 없이, 나는 죽은 걸지도. 그리고, 이건 염라대왕님께 심판을 받는 도중인 거려나.

[.......죽은..........?]

입밖으로 내뱉고 보니, 좀 더 현실적으로 와닿아 이상한 기분이었다. 일단, 차분히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았다.

[........]

사람이다. 사람이 있다. 나는 멍하니, 어둠속에 둥실 떠있는 붉은 빛에 다가갔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 말을 걸려던 찰나, , 하고 숨이 멎었다.

[우와-. 엄청 호되게 당했네]

뭐야, 이거 거짓말이지?

[그것도 형제한테 살해당하다니ㅋㅋㅋㅋㅋ]

지금, 내 눈앞에 있는 건,

[, 안심하라고. 너 아직 안 죽었으니까생과 사의 중간쯤에 있달까? 뭐어, 거의 반죽음 상태지만]

검은 꼬리에 검은 뿔, 검은 날개를 달고있는,

[한마디로, 내가 널 데리고 가려고만 하면 바로 데리고 갈 수 있을 정도의 상태라고나 할까]

악마, 였다. 게다가 어째선지 나의 유일한 형인, 오소마츠와 똑 닮은. 다만, 그를 둘러싼 붉은 빛에 그가 입고 있는 옷도 붉게 물들어있었지만, 그것 외에는 전부 어둠과 같은 검정이었다. 역시 악마. 악마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나를 그저 가만히 바라보더니, 오소마츠와 닮은, 그 특유의 웃음을 지었다.

[, 네가 마음에 들었어! 뭔가 얼굴도 닮았고! 좋아, 결정!! 너는 지금 여기서 죽는걸로! 그러니까 같...]

[스톱!! 스톱이다! 데빌!]

나는 당황해서 양손을 들어 악마에게 기다리라 외쳤다.

[뭐야]

아니, 뭐야, 가 아니잖아. 엄청난 폭탄 발언을 해놓고, 그런 멍한 얼굴이라니, 제멋대로인 데빌이로군.

[, 나는 데빌까지 매료시키고 마는 길티가이. 하지만, 데빌, 나는 아직 이번 생에서 날 기다리고 있는 사랑스럽고 귀여운 마이 스위트들을]

[, 그래서 뭐야?]

[아직 죽고 싶지 않슴다]

진지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자, 악마는 배를 부여잡고 웃기 시작했다. , 그렇게 웃긴 말을 했던가?

[ㅋㅋㅋㅋㅋ너 처음부터 그냥 그렇게 말하라곸ㅋㅋㅋㅋㅋㅋㅋ 그보다, 마이 스위트라니 누구얔ㅋㅋㅋㅋㅋㅋㅋ]

악마는 숨이 넘어갈 정도로 웃어대며 그렇게 말했다. 후훗, 정말 오소마츠와 똑같군.

[마이 스위트는 나의 소중한 브라더들이다. 너와 똑 닮은 듬직한 형님과 귀여운 동생이 4명 있지. 사랑스런 형제들과 함께 하는 행복한 생활 세라비~!!]

제법 잘 말했다고 생각했지만, 어째선지 악마는 웃음을 멈추고 무서운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았다.

[....너 말야, 왜 네가 이렇게 됐는지 잊어버린 거야?]

. 나는 고개를 숙였다. 악마는 내가 임사 체험을 하고 있는 거라고 했다. 거의 죽기 직전의 상태라는 소리였다. 내가 이렇게 된 원인이라고 해봤자, 하나뿐이었다.

[, 무슨 소린가, 데빌? 나는,]

[너는 그 사랑하는 형제들에게 살해당한 거라고]

[그게..뭐 어쨌다는 건가]

아아, 싫다. 그렇게 말하지 말아줘. 형제들이 나쁜 것처럼 말하지 마라....

[녀석들도 일부러 그런 게 아닐 거다. 내가 밤중에 시끄럽게 해서...]

[꽁꽁 묶여서 화형당할 위기에 처해있는 상황이면, 주변에 도와달라고 소리칠 수밖에 없잖아]

뭔가, 이건. 대체 뭐인 건가, 이건. 시커먼 감정이 마음 저 깊은 곳에서 조금씩 치밀어 오르는 듯한.....

[....하지만...브라더들에게 복수하자고 치비타가.......그 말에 동의해버린 나도...잘못했으니까...]

[납치당했는데 버려진 거잖아? 너의 그 사랑스런 브라더들에게 말야. 만약 모르는 사람한테 납치당한 거였으면 너, 더 일찍 나랑 만났을 거라고? 그런데 복수 하나 살짝 한 거 가지고 뭘]

그만둬. 그만둬그만둬그만둬.

[데빌. 나는 녀석들의 형이다. 동생들의 잘못을 용서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 게다가 형은 내가 제대로 하질 못해서 늘 무리하고 마니까, 분명 그래서....]

[형이니까, 라니 뭐야 그게. 형도 사람이잖아. 납치당해서 바다위에 묶여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물이 점점 밀려드는데 무섭지 않을 리가 없잖아. 아무도 구하러 오지 않는데, 슬프지 않을 리가 없잖아. 뜨겁게 타들어가는 불속에서, 도움의 손길이 아닌 물건 세례에 죽기 직전까지 갔는데, 절망하지 않을 리가 없잖아]

속지 마라, .....녀석은 악마다. 악마........아아, 하지만 왜일까. 무척이나 안심된다. 그래, 나는 무서웠다. 슬펐다. 뜨거웠다. 절망, 했다. 하지만....하지만.

[그래도.....난 살고 싶다..]

눈물이 넘쳐흐른다. 죽고 싶지 않다. 나는 형제들에게 있어서 방해만 될 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옆에 있고 싶다. 내 가치는 배 이하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 목숨을 쉽게 놓아버리긴 싫다. 이후의 세계는...절망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난 다시 만나고 싶다.....사랑스런 형제들을.

[부탁이다....날 원래 세계로 돌려보내주겠나.............내가, 가진 거라면......히끅....뭐든......테니까...!]

나는 울면서 악마에게 애원했다. 안 된다는 건 알고 있다. 상대는 악마니까. 내 부탁을 들어줄 리 없.....

[뭐든!? 진짜냐!! 그럼 좋아!! ~전 오케이!]

오우, 데빌이여........너무 가볍군. 그래도 나한텐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였는데 말이지. 그 때, 나는 뭔가 생각난 듯 고개를 쳐들곤 악마에게 말했다.

[, 뭐든이라고 해도, .....난 지금 지갑도 없고....중요한 건 전부 집에 있는 옷장에 있으니까, .....지금 바로는 주고 싶어도 줄 수가 없다......, 그래도 제대로 약속은 지키겠다!]

내 말을 믿으라는 듯, 가슴을 쿵 치며 말하자, 악마는 잠깐 멍하니 있더니 이내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장난을 치려할 때의 오소마츠형과 닮은 미소였다. 악마는 허공을 맴돌면서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점점 가까이 다가오던 악마는 내 코앞까지 오고서야 겨우 멈춰섰다. 얼굴이 너무 가깝다.

[, 뭔가, 데비...]

[정말 소중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 거라는 누군가의 명언, 알아?]

그렇게 말한 악마는 내 머리를 양손으로 잡았다.

[!? ...아프, 아프닷...데빌, , 아파!! 뜨거워!! 싫어, 그만!! 하으앗..............그마아아아아아아아안!!!!!!!!!!!]

머리가 깨질 듯한 고통과 함께, 펄펄 끓는 열탕 속에 있는 듯한 뜨거운 열기가 온몸을 덮쳤다. 극심한 고통과 열기에 나는 정신을 잃었다.

[-. 모처럼의 사냥감이었는데, 놓쳐버리다니....그래도 뭐어, 또 만날테니까 괜찮아]

라고 말하는 악마의 목소리가, 들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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