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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황혼에 안녕을4

 

 

 

카라마츠는 카라의 소매자락을 붙잡았다. 그렇게 강한 힘도 아니었건만 카라가 살짝 휘청거린다. 카라마츠를 이곳에 불러들이면서 요력을 많이 소모한 모양이었다.

그런 카라의 상태를 아는지 모르는지, 카라마츠는 여전히 울상인 채 카라에게 애원했다.

 

[........]

[카라아...! 나를, 나를 요괴로.......!!]

 

카라는 고통을 꾹 눌러 참으며 카라마츠의 어깨를 부드럽게 끌어안아 그를 계단에 앉혔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며 신통력을 사용해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보기 시작했다.

 

카라마츠에게서 흘러들어온 광경에서 형제들의 의도까지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당시 카라마츠의 슬픔이 직접적으로 전해져 카라는 그만 시선을 피하고 말았다.

 

[.....그대도 나와 같군]

 

카라는 카라마츠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설령 형제라 할지라도 각자는 개개인일 뿐이니 결국엔 자기자신이 가장 소중한 존재인 법이다.

 

[카라마츠, 이건 운명이다. 그대도, 나도 운명에 휘둘렸을 뿐일세]

[운명.....?]

 

카라마츠는 새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카라를 올려다보며 그의 말을 따라 읊었다.

운명이란 그런 것이다. 평화롭던 나날이 한순간에 부수어질 수 있는 것.

오히려, 이 정도로 부수어져 내릴 것이었다면 결국 그런 것일 뿐이다.

카라마츠에게 있어 운명의 갈림길은 그날 밤, 형제들에게 버려진 것이고.

형제에게 있어 운명의 갈림길은 상처받은 카라마츠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그를 내쳐버린 것. 애정을 소홀히 여겨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불쌍한 카라마츠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거두어 가도 되는 게 아닌가.

 

사람을 요괴로 만드는 일은 신의 금기에 손을 대는 것으로, 자신뿐만 아니라 카라마츠도 그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애초에 인간의 몸으로 대요괴인 카라스텐구의 요력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어떨지도 정확하지 않다.

 

그러한 사실을 알고는 있는 카라였지만, 이미 그의 몸과 마음은 오랜 시간 고독에 짓눌려 한계에 다다랐다. 고독이란 때때로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존재이니 그럴만도 했다.

 

지금까지 실컷 이용해왔으니, 이번에는 내 차례다.

카라는 멍한 머리로 제대로 생각도 않고 섣부르게 판단을 내렸다.

 

[...카라마츠, 그대의 운명을 내가 뺏아가겠다. 인간의 몸도, 기억도 버리고서 사람도, 요괴도, 시간마저도 간섭하지 못하는 이 공간에서 나와 함께 살아가자]

 

카라는 그렇게 말하며 손을 뻗었다.

사실, 다음번에 카라마츠를 만나면 시공의 왜곡에 대해 설명할 생각이었다. 근 시일 내에 현세와의 연결이 끊어져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게 된다는 것도.

하지만 때마침 카라마츠가 먼저 요괴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을 해왔다. 그야말로 신이 자신의 염원을 들어주기라도 한 듯이. 아마 카라마츠는 언제라도 현세에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 그런 부탁을 했겠지만, 사실대로 말했다간 마음이 흔들릴 게 분명했다.

 

그러니까, 그런 생각을 가지지 못하도록 기억도 봉해버리는 편이 좋겠지. 분명 카라마츠라면 흔쾌히 허락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카라의 마음과는 달리 카라마츠의 눈은 옅게 흔들렸다. 현실을 눈앞에 두고 공포를 느끼는 듯했다.

 

[, 잠깐만 기억도 버리는 건가...? 이 기억은 내가 나로서 살아온...!]

[무슨 소린가. 요괴가 되고 싶다고 한 건 그대이지 않나. 요괴에게 인간 시절의 기억은 불필요하다!]

 

딱 잘라 말하는 카라에 카라마츠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카라마츠의 뇌리에 지금까지의 추억이 마구 스쳐지나갔다. 형제들에게 치여 괴로웠던 일들도 많았지만, 그것보다도 눈부시게 반짝이는 아름다운 시간들이 더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달은 것이다.

 

[카라, ....나는...! 역시.......]

 

그걸 본 카라는 눈을 가늘게 뜨고 정색을 했다. “배신당했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워 그의 시야를 가리고, 분노와 허무감이 뒤섞인 감정이 카라를 깊은 어둠에 빠뜨렸다.

 

[.......또 배신당한 건가. 나는, 이제야 이 영원한 고독에서 벗어나는가 했는데....이제 혼자는 지긋지긋하다......! 용서하지 않겠다,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어. 이제 혼자인 건 싫다. 혼자는.......!!]

 

카라는 그렇게 말하며 카라마츠에게 손을 얹었다. 그러자 카라마츠는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무너져 내렸다. 카라마츠의 안에 흐르는 요기를 건드린 것이다.

 

카라는 숨을 거칠게 내쉬면서, 바닥에 엎어진 카라마츠를 내려다보며 털썩 무릎을 꿇었다.

 

[......이제 마음은 필요없다. 적어도 영혼과 껍데기만이라도 내 곁에......]

 

카라는 오른손에 요력을 모았다. 아주 옅은 푸른빛으로 희미하게 빛나는 이 요력을 카라마츠의 머리에 대면 그는 기억을 잃게 될 것이다.

 

입꼬리를 슬쩍 올려 웃은 카라는 그걸 카라마츠의 머리에 밀어넣었다. 그러자 은은하게 푸른빛이 퍼지더니 요력은 파랗고 투명한 유리구슬로 변했다.

 

카라의 손에서 데굴데굴 구르는 이 구슬이 카라마츠의 기억 집합체, 카라마츠를 카라마츠소러 살아가게 만드는 것. 말하자면 자의식이었다.

 

카라는 구슬을 소중하게 품에 넣고, 정신을 잃은 카라마츠를 안아들어 이불에 눕혔다.

그리곤 신사 밖으로 나와 카라마츠의 자의식을 한 손에 꼭 쥔 채, 칠흑같이 검은 날개를 펼치고 저 멀리 날아갔다.

 

황혼에 물들어 녹아드는 그의 뒷모습은 마치 길을 잃은 아이처럼 어딘지 불안해 보였다.

 

 

 

* * *

 

 

 

한편, 카라마츠가 없어진 마츠노가는 어째선지 조용했다. 원래 늦게 돌아오는 카라마츠였기에 얼굴을 마주할 일이 적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늦게라도 돌아오는 것과 아예 돌아오지 않는 건 달랐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그 누구도 선뜻 카라마츠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못했다. 마치 현실을 부정하기라도 하듯이.

 

 

이젠 상처도 말끔히 나은 검은 고양이와 노는 이치마츠의 눈 밑에 다크서클이 깊게 내려앉았다. 본성은 세심하고 정이 많은 그이기에, 자기 때문에 카라마츠가 집을 나갔다는 사실이 그의 가슴을 무겁게 짓눌러 밤새 그를 괴롭혔다.

 

 

 

그러던 어느 날, 토도마츠가 쵸로마츠를 끌고 화장실에 갔을 때였다. 한밤중에 누군가 현관문을 두드렸다. 겁에 질린 토도마츠를 뒤로 하고, 쵸로마츠가 조심스레 현관으로 다가가 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밤중에 실례합니다~. 여기 검은 고양이 한 마리 있지 않나요? 꼬리가 두 갈래로 갈라진 아이인데]

 

그곳에는 붉은색 기모노 차림의 10대 초반의 남자 아이가 서있었다. 아이의 얼굴은 어째선지 오소마츠와 비슷했다..

 

[있는데. 네 고양이니? 그보다 왜 이런 한밤중에...]

[맞아맞아. 우리 동료거든. 그러니까 돌려받으려고 왔어. 아아, 그러고 보니 지금 다들 잘 시간이구나. 미안미안, 인간 형아]

 

남자 아이는 그렇게 말하며 히죽 웃었다. 눈은 웃지 않은 채 입꼬리만 히죽 올려 웃는 꼬마의 모습에 쵸로마츠는 소름이 돋았다. 고작 중학생 정도의 꼬마를 상대로 이렇게까지 위화감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

 

꼬마를 상대로 쉽게 물러날 전 폭군 쵸로마츠가 아니지만, 녀석은 건들면 안 된다고 본능이 말했다.

이 위화감의 정체가 두려움이란 걸 깨달은 순간, 쵸로마츠의 머릿속에 경보가 울렸다.

 

[저어, 형아. 빨리 우리 고양이 돌려줄래?]

[, 알겠어..., 잠깐만]

 

쵸로마츠는 침을 꿀꺽 힘겹게 삼키곤 황급히 2층으로 튀어 올라갔다.

 

[이치마, 이치마츠!!!!]

 

방문을 거칠게 열어젖힌 쵸로마츠는 자고 있는 이치마츠를 세게 흔들어 깨웠다. 이치마츠는 소란 + 격한 흔들림으로 비몽사몽 눈을 떴다.

 

[우으......뭐야, 쵸로마츠...]

[고양이, 고양이는!? 주인이 돌려받으러 왔다고 밑에, 빨리 내놔!!]

[? 지금 한밤중이거든? 꿈이라도 꿨어? 빨리 다시 자라고, 멍청아]

 

이치마츠는 무거운 눈을 비비면서 몸을 일으켰다. 그러다 따가운 시선을 느껴 자신을 흔들어대는 쵸로마츠의 등뒤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아까 그 남자 아이가 서있었다. 어둠속에서 그 아이의 눈동자만 빨갛게 빛났다. 그걸 본 이치마츠는 놀라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비명을 질렀다.

 

[,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뒤에, 뒤에!! !!!!!!]

[, 우왁, , 언제...!]

 

이치마츠와 쵸로마츠의 비명소리에 오소마츠가 잠에서 깼다. 하지만 그런 소란은 전혀 신경도 안 쓴다는 듯이 남자 아이는 소파에서 둥글게 몸을 말고 자는 고양이를 바라보았다.

 

[.....이치()]

 

꼬마가 낮은 목소리로 이름을 부르자, 잠에서 깬 고양이가 기지개를 켜곤 남자 아이 곁으로 걸어나갔다. 꼬마는 씨익 웃으며 고양이를 양손으로 들어 올렸다.

 

[-, 너 여기서 엄청 예쁨 받았던 모양이네. 카라가 어디 있는지 알아냈으니까 돌아가자]

[-]

 

남자 아이가 마츠들에게서 등을 돌린 순간, ! 하는 소리와 함께 폭신폭신해 보이는 꼬리 4개가 튀어나왔다.

 

[아 이러언~ 오랜만에 변했더니 조절을 못했네-]

[, 뭐웟, 뭐야아아아!! , 꼬리!!?]

[...대체 정체가 뭐야]

 

쵸로마츠와 이치마츠는 꼬리에서 시선을 떼질 못했다. 그런 그들에 남자 아이는 부끄러운 듯 수줍게 웃으며 딱, 하고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아이의 머리에 황금빛깔의 털이 북실북실한 짐승의 귀가 돋아났다.

 

[들켰으니 어쩔 수 없지~. , 요괴야! 천호인 오소라고 해. 원래는 구미호였는데 나 엄~청 착한 여우라 천호로 승격했지 뭐야~ 냐하핫]

[오소....오소마츠형이랑 똑같잖아. 이쪽 오소는 쓰레기지만]

 

이치마츠는 오소와 오소마츠를 번갈아 보며 히힛, 하고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그리고, 이 녀석도 그냥 고양이가 아냐~ 네코마타라는 요괴야. 이치라고 해]

 

오소는 그렇게 말하며 고양이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러자, ! 하는 소리와 함께 두 갈래의 꼬리와 검은 고양이 귀를 가진 인간의 모습이 나타났다. 보라색 기모노 차림의 그는 이치마츠와 닮아 있었다.

 

[푸핫, 하하하하핫!! 이녀석도 이치마츠랑 똑같잖아!!]

[...., 닥쳐 쿠소 장남. 그보다 이런 거 우리한테 알려줘도 되는 거야?]

 

이치를 가리키며 웃는 오소마츠에게 혀를 찬 이치마츠는 두 요괴를 바라보며 물었다.

 

[맞아맞아! 아니 그보다, 아무리 이치마츠가 음침한 녀석이라지만 우연히 다친 고양이를 주워왔더니 요괴였습니다~ 라니 말도 안 되잖아!? 말이 돼!?]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온 쵸로마츠가 기세 좋게 다다다 말을 내뱉었다.

그 질문에 오소는 송곳니를 보이며 씨익 웃었다.

 

[뭐어, 기억은 지우면 되니까. 그치, 이치]

[]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말을 주고받는 두 사람을 보고, 정말 착한 여우가 맞는 걸까, 하고 쵸로마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녀석 말대로, 그런 우연이 있을 리 없잖아. 물론 일부러 접근한 거라고. 이치마츠군? 이 고양이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이치라면 접근하기 쉽겠다고 생각해서]

[접근이라니....우리 가난해서 뭐 얻어먹을 건 없다고?]

[아니, 그런 걸 원해서 접근한 게 아니라 이 집에 사는 파란 옷 입은 애한테 용무가 있어서]

 

오소의 말에 세 사람은 흠칫 놀라며 서로 시선을 마주했다. 파란 옷, 즉 카라마츠를 말하는 거겠지. 왜 카라마츠를 자칭 요괴가 찾는 건지 짐작은 갔다.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에게 신체의 자유를 빼앗겼던 걸 떠올리곤 작게 혀를 찼다.

 

[안 됐지만, 카라마츠는 이제 여기 없어. ....나갔거든]

[아하핫, 그런 것 같네. 이치가 전부 알려줬으니까 알고 있어]

 

쵸로마츠는 자신의 작전 탓에 이렇게 되버린 것을 크게 후회했다. 하지만, 오소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이 바라봤다.

 

[카라마츠, 라고 했지? 그 녀석 분명 요괴가 됐을 거야. 이유는 모르겠지만 요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요괴?]

[. 하지만 나는 그런 가짜 인정 못하니까 요력을 뺏으려고 했는데 말이지]

 

오소는 불쾌한 미소를 띠며 꼬리를 살랑거렸다.

 

[.....그걸 뺏으면 어떻게 되는데?]

[요력을 뺏긴 요괴는 황천으로 돌아가. , 죽는 거지]

 

이치마츠의 질문에 이치가 더듬더듬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그 말에 세 사람은 헉, 하고 숨을 삼켰다.

그때였다.

 

[히이이이아아아아아아!!! , 쵸로마츠형, 어디야아아아!!!]

 

1층 화장실에 있을 토도마츠가 비명을 내질렀다. 그리고 다다다다다 황급한 발소리가 뒤이어 들려왔다.

 

[토도마츠!? 왜 그래?]

[, 누누, !! , 눈이!! 눈이이이!!!!]

[?]

 

헐레벌떡 방으로 뛰쳐들어온 토도마츠를 받아든 쵸로마츠는 토도마츠가 가리킨 계단 쪽을 쳐다봤다.

그러자, 무수한 눈들이 계단과 복도를 집어삼킬 듯 가득 채우고 있는 광경이 보였다.

 

[!!!!]

 

이윽고 방까지 가득 메운 눈. 끔찍한 악몽이라 여겨질 정도로 불쾌하고 소름끼치는 광경이었다. 만약 이걸 혼자 있을 때 봤다면 미쳐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쵸로, 놀래키지 말라고]

 

오소가 웃으며 눈알들을 쵸로라 불렀다. 그러자, 언제부터 있던 건지 문 앞에 녹색의 기모노 차림에 붕대로 한쪽 눈은 물론 팔과 목까지 친친 감은 남자, 쵸로가 서있었다.

 

[장난을 칠 생각은 없었습니다. 오소랑 같은 취급하지 말아주시죠. ....알고 있습니까? 사람을 다루는 데에는 공포가 제일이란 걸]

[....쵸로, 우리들 착한 요괴잖아]

 

이치가 살짝 나무라듯이 말하자, 쵸로는 고개를 휙 돌렸다.

 

[, 착한 요괴든 나쁜 요괴든 무서운 건 무섭다구!! 아아....나 앞으로도 혼자서 화장실에 들어가지도 못할 것 같아]

 

토도마츠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쵸로와 이치를 번갈아 바라보다 고개를 푹 숙였다.

그렇지 않아도 혼자서 화장실 가는 걸 무서워해서 형제들한테 바보취급 당하는데, 볼일 보는 걸 지켜보고 있어달라고 부탁해야 한다니 수치심에 죽을 것 같았다.

 

[그보다 이 애들은 대체 누구야!? 동물귀랑 꼬리는 뭐고!! 코스프레!?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눈알 공포에서 벗어난 토도마츠는 오소나 이치를 가리키며 당혹스런 얼굴로 소리쳤다.

그런 토도마츠에 언제 깼는지 쥬시마츠가 토도마츠에게 다가가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알려줬다.

 

[톳티. 사실은 말이지~ 이러쿵저러쿵 여차저차]

[그래, 맞아. 이러쿵저러쿵 여차저차해서 이대로면 카라마츠가 위험한 상황이야. 상식인인 나도 처음에는 이 상황을 믿기 힘들었다고? 그보다 쥬시마츠 일어나 있었어!?]

 

토도마츠는 쥬시마츠한테 의외로 정확한 설명을 전해듣고 믿기 힘들었지만, 쵸로마츠의 말에 납득했다.

 

[, 어쩌지....그거 큰일이네. 카라마츠형이 진짜 요괴가 된 거야? 그리고 그게 진짜면 이 애한테 살해당하는 거고...! , 카라마츠형이 안쓰럽고 알 수 없는 말을 하긴 하지만...그래도...]

 

굳게 감긴 토도마츠의 눈꺼풀 뒤로, 상냥한 미소를 띠며 낚시터나 쇼핑에 어울려줬던 카라마츠가 떠올랐다. 늘 옆에 있는 걸 당연하게 생각해, 곁에 없는 게 이렇게나 무서울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내 탓이야. 미안, 내가 그런 작전을 세우지만 않았다면...!]

 

쵸로마츠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털썩 주저앉았다.

그들의 대화를 잠자코 듣고 있던 오소가 입을 열었다. 그 눈은 어딘가 먼 과거를 바라보는 듯이 느껴졌다.

 

[.....저기 끼어들어서 미안한데 우리들 이제 가볼게. 이치도 돌려받았고, 쥬시랑 토도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거든]

 

오소가 그렇게 말하자 창문에서 갑자기 쥬시마츠와 똑 닮은 얼굴과 토도마츠와 똑 닮은 얼굴의 아이들이 나타났다. 그 정체는 로쿠로쿠비와 설녀로, 1층의 마당에서 목을 쭉 빼올려 창문으로 들이민 쥬시의 목에 설녀인 토도가 매달려 있었다.

 

[, 또 새로운 요괴가!!]

 

토도마츠는 그걸 보고 움찔움찔 입가를 떨어대며 놀랐다. 오소나 이치, 쵸로는 다섯명을 한번 슥 훑어보곤 방에서 나가려 몸을 돌렸다.

 

[......잠깐만!]

 

이치마츠가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 외침에 오소가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너희들 지금부터 카라마츠를...., 죽이러 가는 거야?]

[.....그런데? 죽인다고 할까, 요력을 뺏는 것뿐. 뭐 결과적으로 그게 그거지만]

 

쥐어짜내듯 말한 멍청하다면 멍청한 질문에 오소는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근데 그게 왜? 너희들도 그 카라마츠란 인간 죽이려 했잖아? 둔기를 잔뜩 던져서 말이야. 나 전~부 알고 있다고?]

 

오소는 그렇게 말하며 붉은 눈을 가늘게 떴다. 오소도 카라와 같은 상급요괴여서 천리안을 쓸 수 있었기 때문에 알고 있었다.

그의 말에 다섯명은 움찔하고 떨며 숨을 삼켰다.

 

[잘도 자기 형제한테 그런 짓을 하는군요. 카라마츠란 사람은 그런 짓을 당할 정도로 악인입니까?]

 

쵸로는 차게 식은 눈으로 다섯명을 바라봤다. 그 시선을 견디지 못한 이치마츠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런 짓을 저지른 건 사실이고, 게다가 가장 무겁고 위험한 맷돌을 던진 건 자신이었기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우리들도 바쁩니다. 활동 가능한 시간이 정해져 있고.....계속 이렇게 막아세울 거면 죽여버릴 겁니다. ....어차피 한번 죽었을 목숨이니 어떻게 되든 상관없지 않습니까? 자신의 목숨이 아깝다면 이만 놓아주시죠]

 

쵸로는 냉정한 어조로 말을 내뱉으면 허리에 차고 있던 칼을 꺼내들어 이치마츠의 목에 들이밀었다. 쇠의 차가움이 피부를 타고 온몸에 전해져와 이치마츠는 얼어붙었다.

그런 쵸로를 오소나 이치는 말릴 생각도 않고 잠자코 바라보았다.

 

[......, , 하려면 하라고. 이런 한푼도 안 되는 쓰레기의 목이 필요하다면 가지라고. , 좋을대로]

[이치마츠!!!!!]

 

이치마츠는 떨리는 주먹을 꽉 쥐고 쵸로를 노려봤다. 그런 이치마츠를 나무라듯 쵸로마츠가 소리를 질렀따.

 

[그 대신 카라마츠를 돌려줘.....녀석은, 녀석은....나 같은 걸 믿는다고 말해줬어...! 그야 쓰레기에 쓸모도 없는 니트에 안쓰러운 말만 늘어놓는 바보지만, 누구보다도 상냥한 녀석이야, 그러니까.....나보다도 살아갈 가치가...!]

 

이치마츠는 지금까지 그 누구도 들어본 적 없는 필사적인 목소리로 외치며 매달렸다. 옆에서 보면, 죽음으로써 편해지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그저 죄악감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기만족의 몸부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치마츠는 카라마츠가 돌아오길 간절히 바랐다.

 

[그만둬, 이치마츠형을 죽이지 마!! , 내가 더 귀여우니까...., 나로 해!!]

[, 토도마츠...!! 그런 역할은 상식인인 내가 해야 되는 거라고! 거기 나랑 닮은 분, 나로 하지 않겠습니까?]

[나라고, !!! 이거 봐!! 물 나온다고!! 보웨엑!!]

[너희들 이 카리스마 레전드인 나를 내버려두고 건방지다고!! 이런 건 장남님의 역할이잖냐!!]

 

차례로 이치마츠말고 자기를 택하라고, 카라마츠를 돌려달라고 외쳐댔다. 꺄꺄 시끄럽게 구는 다섯명을 바라보던 쵸로는 이치를 바라봤다.

 

[그게 진짜 당신들의 모습이로군요. ....마치 옛날의..]

[.....그립네]

 

쵸로는 훗하고 입꼬리를 올려 살짝 웃고는 칼을 거뒀다. 그런 그들의 대화를 들은 쵸로마츠는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립다니?]

 

그 말에 드르륵 창문이 열리더니 쥬시와 토도가 방으로 들어왔다. 토도의 영향인지 방에 찬공기가 맴돌았다.

 

[옛날에는 우리들도 6명이었거든. 사이도 좋았고 말이야. 잔뜩 싸우기도 싸웠고!]

[와아, 귀엽네에~ 나랑 똑같잖아]

[우와.....뻔뻔한 녀석이 늘었어. 게다가 그거 자화자찬이나 다름없잖아]

 

가장 어려보이는 토도를 보고, 토도마츠는 환하게 웃었다. 이치마츠는 그런 토도마츠를 어이없단 표정으로 바라봤다.

 

[, 우리들도 너희들과 똑같은 환경에 처해있다는 거야. 우리들은 원래 친인척이 없는 요괴들끼리 모인 동지거든. 여섯명이서 하나인 집단....인간들 말로 가족이란 거지. 스스로 가족을 만들어 살아왔어]

 

오소는 쵸로, 이치, 쥬시, 토도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말에 위화감을 느낀 쥬시마츠가 손을 올리곤 입을 열었다.

 

[저요저-! 질문있슴닷! 요괴씨들 지금 다섯명뿐인데 다른 한명은 어디 있어?]

[쥬시마츠, 혹시 그거 쿠소마츠가 말했던...]

 

이치마츠가 무언가 번뜩 생각난 듯 중얼거렸다. 그 말에 쥬시가 목을 쭉 늘어뜨리곤 이치마츠의 코앞까지 다가갔다.

 

[정다압~!! 다른 한명은 카라라고 하는 카라스텐구야!]

[맞아, 우리들은 원래 카라도 포함해서 가족이었어”]

[잠깐만. “이었다라니 왜 과거형인 거야?]

 

토도마츠의 질문에 갑자기 오소는 슬픈 표정을 지었다. 카라를 쳐낸 일은 몇 십년, 몇 백년이 흘러도 계속 후회했다.

힘만 있으면 분명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천호로 승격까지 했는데, 이미 지나가버린 시계 바늘은 원래대로 되돌릴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뭐어, 이 사람들을 끌어들였으니,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소]

[....그렇겠지. 짧게 끝낼테니까 옛날이야기, 들어줄래?]

 

오소는 그렇게 말하며 눈을 감고, 평생 잊을 수 없었던 과거의 이야기를 꺼내려 입을 열었다.

 

 

 

 




애들 이름이 같아서 번역할 때 좀 헷갈렸네요ㅎㅎ

혹시 흐름상 이름이 잘못 들어간 것 같다 하는 부분 있으면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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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번에 닌타마를 번역해서 가져오려고 했는데..

이거 제대로 본 적이 진짜 한번도 없어서 번역이 힘들더라구요ㅠㅠ

애들 이름이나 명칭 같은 건 검색하면 나오니까 괜찮은데

애니를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별명이나 이런 부분은 도무지...ㅠ


그래도 열심히 검색해서 어찌저찌 번역하고 있습니다ㅠㅠ

손글씨라서 조금 걸릴 것 같긴하지만

기다려주시면 다음주나 다다음주에는 완성될 것 같아요!


이게 3편짜리라서 올리게 된다면 따로 카테고리를 만들어서 올릴 듯하네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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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요청을 해주시는 분들이 늘었는데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지금은 요청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 :D

당분간 요청 접수는 쉽니당


지금 올려주시는 요청들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다시 받을 때 확인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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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황혼에 안녕을 3

 

 

 

 

눈앞을 뒤덮은 뿌연 안개들이 걷히고, 눈을 뜨자 그곳에는 낯익은 저녁노을이 펼쳐져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신사 지붕에 앉아있던 까마귀가 날개를 흩날리며 카라마츠 앞에 내려왔다.

 

[카라마츠, 어서오게]

[, 카라.....카라아......!!]

 

카라마츠는 카라의 얼굴을 보자마자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카라는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면서도 침착하게 등을 어루만져 카라마츠를 위로했다.

카라마츠가 진정하는 사이, 카라는 천리안으로 그의 과거를 엿보았다. 그리곤 경악에 가득찬 표정으로 눈을 떴다.

 

[카라마츠, 그대.....도도메키를 만난 건가...!]

[도도메키...? 눈이 엄청나게 많은 청년말인가?]

[아아, 그래. 녀석은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아온 요괴다. ....설마하니 아직까지 살아있을 줄이야]

 

이렇게 크게 동요하는 카라를 본 건 처음이었다. 그러고 보니, 도도메키가 카라를 의형제라고 했다. 하지만, 카라의 반응을 보아, 의형제를 만나 기뻐보이는 표정은 아니었다.

 

[....또 내게서 소중한 걸 빼앗을 셈인가. 한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잘 들어라, 카라마츠. 절대로 무슨 일이 있어도 녀석을 따라가선 안 된다]

 

카라는 그렇게 말하며 자기 목에 걸려있던 부적을 빼 카라마츠 목에 걸어주었다. 이 부적은 먼 옛날 다른 요괴들과의 연을 끊기 위해 요력을 써서 만든 것이었다.

 

[카라, 이건....]

[여기에는 특별한 기운이 담겨있다. 몸에 지니고 있으면 나보다 요력이 낮은 요괴들은 절대로 그댈 찾을 수 없을 거다]

[카라보다 요력이 높은 요괴들은 찾아낼 수 있는 건가? 그 도도메키란 녀석은...]

[녀석은 나보다 낮다. 이래보여도 난 상당히 고위 요괴거든. ........단 한명, 나와 비슷한 녀석이 있긴 하다만]

 

그렇게 말한 카라는 쓸쓸한 얼굴로 회상에 잠겼다.

카라마츠는 의문으로 머리가 어지러웠다. 첫 번째는, 어째서 의형제가 있으면서 혼자 외로이 이 공간에 있는가. 둘째는, 어째서 의형제가 카라를 찾는가.

 

[....저기, 그 도도메키라는 요괴, 카라를 찾고 있었다. 만나줄 수는 없는가]

[.....이제 와서 대체 뭘....그대는 모르지 않나...녀석은...녀석들은...! 나를 이곳에 가두었단 말이다!!]

 

카라는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로, 쥐어짜내는 듯한 비통한 목소리로 외쳤다.

 

[내가 무슨 짓을 했다고...대체 왜 나만...나만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 거지...]

 

카라는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쥐며 괴로움에 몸부림쳤다. 마치 미아가 된 아이처럼 작게 웅크린 카라에, 카라마츠는 마음이 아팠다.

까마귀 울음소리가 주변에 메아리쳐서인지 더욱 비통하게 느껴졌다.

 

[.....저기, 카라. 괜찮다면 내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주지 않겠나]

 

카라마츠는 카라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그렇게 말했다. 자신과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이 카라의 마음을 세게 뒤흔들었다. 누구에게도 보인 적 없는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한 약한 모습이 전부 까발려진 듯한 감각에 휩싸여, 공포로 온몸이 떨렸다.

하지만 공포보다 따스함이 더 크게 그를 뒤덮었다.

 

[.....별로 재밌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래도 괜찮다. 카라의 얘기를 들려줘]

 

그 말에 카라는 단념한 듯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의 눈동자는 이미 먼 과거에 잠겨있는 듯했다.

 

 

 

--이 일대는, 과거 큰 산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각기 종족이 다른 고아 6명이 형제처럼 함께 살고 있었다고 한다.

한명은 구미호, 한명은 카라스텐구, 한명은 도도메키, 한명은 네코마타에, 다른 한명은 로쿠로쿠비, 마지막 한명은 설녀()였다.

출신도 외견도 모두 달랐지만, 다들 사이좋게 살아갔다. 그들 중에서 가장 요기가 강한 자는 대텐구의 사생아인 카라였다.

 

그걸 처음으로 알게 된 건, 함께 살게 된 지 100년이 지났을 무렵으로, 산신(원문은 인데, 산의 우두머리? 대장? 같은 개념인 것 같은데 뭔지 잘 모르겠네요..산신이랑 같은 개념인지 아니면 다른 존재인지....)이 인간에게 살해당했을 즈음이었다.

산의 요괴가 카라에게 찾아와, “너는 대텐구의 아들이니, 이 산을 지킬 힘 정도는 있을테지. 다음 산신은 너다라고 말했다. 그것이 운명의 갈림길의 시작이었다.

 

 

산에 살던 요괴들이 차례로 인간에게 죽임을 당하고, 악질적인 장난에 그 수가 줄어갔다. 이제 요괴에겐 미래가 없고, 바람 앞의 등불(풍전등화)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카라가 차기 산신으로 임명받은 이후, 형제들의 행동이 이상해졌다. 카라를 노골적으로 피하고 폄하기 시작했다. 상처를 받거나 하진 않았지만, 믿었던 자들에게 배신당했다는 사실이 카라를 정신적으로 몰아넣었다.

그리고 결국, 카라는 5명에 의해 이 신사에 봉인되었다. 대텐구의 피를 이어받은 카라조차도 풀 수 없는 강력한 주술로, 아무리 울며 난리를 쳐도 아무도 풀어주지 않았다.

 

 

사백년 정도 지났을 무렵, 그렇게나 강력했던 주술도 서서히 약해져,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곳에 이미 산은 깎여 사라지고 인간의 마을과, 텅 빈 공터에 자신이 갇혀있던 신사만이 남아 있었다.

다섯명을 찾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그런 짓을 당했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다시 함께 웃을 수 있을 거라고 믿었는데, 그 조차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카라는 절망했다.

토지신에게 물으니, 사백년 전, 인간이 산에 쳐들어와 요괴들을 몰살시켰다고 했다. 더는 형제들을 만날 수 없다는 것에 절망하면서도, 자신을 신사에 봉인한 벌을 받은 거라 생각하면서 카라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 이후로 카라는 인간을 증오하면서도, 자신의 마음에 든 인간을 돕는 등 모순적이게 살아갔다. 혼자인 게 두려웠다.

 

하지만, 카라는 그 남자아이가 죽임을 당한 날, 원념으로 마을 하나를 궤멸시켰다. 아이가 잠든 무덤가가 마을 사람들의 피로 붉게 물들었다하여, 이곳을 아카츠카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대가 알 수 있을까. 오랜 시간, 변함없는 경치속에서 홀로 있다는 고독을]

 

그 말에 카라마츠는 고개를 떨구고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곤 살짝 카라를 끌어안았다. 갑작스런 온기에 카라는 당황했다. 자신의 일도 아닌데 카라마츠는 눈물을 뚝뚝 흘려댔다.

자신을 위해 울어준 사람은 지금까지 없었기에, 카라는 복잡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잘 견뎠다...! 계속 외로웠겠지...!]

 

카라는 이 상황에 크게 당황했지만, 이상하게도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오히려 마음 전체가 포곤해지는 느낌에 울음이 터질 것만 같았다.

카라는 눈을 슬며시 감았다. 그러자 이미 말라버렸다고 생각했던 눈물이 주르륵 흘러 지면에 얼룩을 만들었다.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실이 부드럽게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카라마츠. 인간의 몸을 버리고 요괴가 되어주지 않겠나. 더는 혼자가 되고 싶지 않다]

[....카라, 그 말은.....!!]

[어차피 형제에게 버림받은 몸이지 않나. 같은 처치의 동지로서, 사이좋게 살아보세. 그대가 원하는 요괴로 만들어주겠다. 뭐가 좋은가. 그래, 아오안돈은 어떤가? 아아, 도 좋겠군]

 

카라가 온화한 표정으로 말하던 그때였다. 갑자기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카라가 카라마츠를 자신에게 확 떼어놓았다.

 

[, 왜 그러나, 카라. 무슨 문제라도 있는가?]

[....방금, 땅이 흔들렸다]

[아아, 지진이라도 난 건가. 자주 있는 일이지 않나]

 

카라마츠는 안심하며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카라는 여전히 험악한 표정이었다.

 

[......이곳에서는 지진은 물론이고 그 어떠한 변화도 일어난 적이 없다. 비도 내리지 않거니와, 눈도, 진눈깨비조차도 내리지 않지. 그야말로 시간이 멈춘 듯한 곳이다]

 

카라는 미간을 잔뜩 구기곤 생각에 잠겼다. 지금 당장 떠오르는 원인은 현세와의 시간이 이어져있다는 것뿐이었다. 시공의 뒤틀림이 변동을 가져온 거겠지.

하지만, 이곳과의 조화를 위해 비가 오거나, 아침부터 낮까지는 막아두었을 터다.

그렇다면.

 

[....뭐어, 괜찮겠지. 카라마츠, 슬슬 돌아가는 게 좋겠군. 오늘은 한심한 모습만 보여 미안하군. 마음 깊은 곳에 묻어뒀으면 좋겠군]

 

제 눈앞에 있는 카라마츠가 이곳에 오는 걸 누군가 보았을 가능성이 높다.

한번 뒤틀려버린 시공은 흐르기 시작한 모래시계처럼 멈출줄을 모른다. 이 끝은 분명 완전한 붕괴일 것이다. , 현세로 왔다갔다 할 수 없는 건 물론이고, 이 공간에 완전히 갇혀버린다는 의미다.

 

[....카라마츠. 아까 했던 말은 부디 잊어주게]

[, 카라....! 잠깐.......!!]

 

카라는 옅은 웃음을 띠우고는, 부채로 바람을 일으켜 강제로 카라마츠를 현세로 돌려보냈다.

 

그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평소라면 그렇게 힘을 들이지 않는 행위일 테지만, 시공이 뒤틀려 부하가 걸린 탓이니 생각보다 요력의 소모가 컸다.

 

[.......슬슬 때가 됐는지도 모르겠군]

 

카라는 단념한 듯 눈을 감으며 그대로 바닥에 드러누웠다. 그러자 그 주변에 까마귀 몇 마리가 날아들었다. 이들은 현세에서 데려온 녀석들로, 때때로 카라의 말벗이 되어 주었다.

카라는 손을 뻗어 까마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 * *

 

 

 

 

그 날을 경계로, 가끔이지만 깃털을 써도 카라가 있는 곳에 갈 수 없는 날이 종종 생겼다.

이미 카라에게 가는 게 일과가 된 카라마츠의 마음은 초조함으로 가득했다.

 

[어째서, 어째서 카라에게 갈 수 없는 건가. 벌써 2일째다...!!]

 

카라마츠는 불안에 가득 찬 표정으로 객실에서 안절부절하며 손톱을 물어뜯었다.

뭔가 그를 불쾌하게 만든 걸까. 아니면 카라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 그 이유가 무엇이든간에 카라를 만나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카라마츠의 뇌리에 슬픈 과거를 말하는 카라의 표정이 떠올랐다. 모든 것에 체념한 듯한, 포기한 듯한 표정에, 카라마츠는 그를 절대로 혼자 두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카라마츠으, 잠깐 괜찮아? 들어간다~]

 

생각에 잠겨있던 중, 오소마츠가 방에 들어왔다. 갑작스런 방문자에게 카라마츠는 눈만 슬쩍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

 

[~ 무서워. 너 인상 나쁘네~]

[....무슨 일인가]

[무슨 일이냐니, 말투가 왜 그래? 돈을 빌려달라고 온 건 아니니까 표정 풀라구~? 그냥 좀...나랑 잠깐 나가지 않을래? 아니, 마츠요가 심부름을 시켰는데, 다른 마츠들은 다 나가고 없고 역시 혼자는 힘들어서...]

 

그냥 오소마츠가 같이 놀자고 하는 거라면 거절했겠지만, 엄마의 부탁이라면 거절할 수 없다고 생각한 카라마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겠다 지금 가지]

 

카라마츠는 오소마츠가 방에서 나간 걸 확인한 후, 깃털을 이불 밑에 숨기곤 오소마츠의 뒤를 따라갔다.

 

현관에서 신발을 신고 있자, 오소마츠는 지갑을 두고 왔다며 이층으로 향했다.

자신들의 방으로 들어가자, 그곳에 쵸로마츠와 이치마츠가 있었다. 이치마츠는 고양이와 놀고 있고, 쵸로마츠는 오소마츠를 쳐다보고 있었다.

 

[.........지금부터 나갈 거야. 가능한 빨리 하라고]

[알겠어. ....고마워, 오소마츠형]

 

오소마츠와 쵸로마츠는 서로 고개를 끄덕이곤, 그대로 오소마츠는 카라마츠가 기다리는 현관으로 향했다.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에게 다른 마츠들은 나가고 없으니 같이 가자고 했다. 그런데 쵸로마츠와 이치마츠는 방에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가 하니, 이것은 하나의 작전이었다.

 

일의 발단은 어젯밤이었다.

 

 

취침전, 다섯명은 형제회의를 열었다. 의제는 물론 카라마츠였다. 원래도 상태가 이상했던 카라마츠였지만, 최근들어 더욱 이상해졌기 때문에 역시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좋아, 그럼 지금부터 형제회의를 시작할게~. 주제는 차남에 관해서인데....뭐어, 솔직히 말해서 그 녀석 요즘 좀 이상하단 말이지

 

오소마츠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푹 숙였따.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에게 있어 유일한 형이자, 대등한 위치였다. 그래서인지 평소에도 취급이 다른 마츠들에 비해 냉정한 편이었고, 자신도 그러했다.

하지만 그날. 유괴당한 카라마츠를 버려둔 이후로, 카라마츠는 완전히 달라져 버렸다.

하나하나에 다 겁을 먹고, 형제들에게 거리를 두었다.

자신들 때문이란 건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그리 탐탁치만은 않을 일이었다. 카라마츠의 한없이 긍정적인 면이나, 안쓰러운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상냥한 점인 좋았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자신이 좋아하던 카라마츠는 마치 어디론가 가버린 듯 했다.

 

....하지만 그렇게 된 건 그날부터잖아. 치비타에게 유괴당했던 날.....역시 쿠소마츠라도 싫어진 게 아닐까

 

이치마츠는 무릎을 꼭 끌어안으며 눈을 내리깔았다. 그날 밤, 자신이 카라마츠에게 결정타를 날렸다는 자각은 있다. 하지만 그건 평소에 하던 작은 괴롭힘이나 마찬가지였다. 지붕에서 밀어 떨어뜨려도, 바주카로 날려버려도 카라마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도 하루가 지나면 원래대로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너무 심했단 거? 그래도 일단 사과는 했다고~? 녀석도 괜찮다고 했고.....하지만 사실은 괜찮지 않았다는 거야 뭐야? 끄아악~, 형아 이런 거 잘 모른다구우-!!

오소마츠형 무신경하니까!

 

머리를 감싸쥔 오소마츠에게 쥬시마츠가 일격을 날렸다.

크헉! 쥬시마츠, 너 임마, 그랬겠다아.... 너희들도 보고도 못 본 척했으니까 똑같다고!! 아니, 그보다 어떻게 해야 좋냐고오!! ...토도마츠, 너 카라마츠 파트너잖아? 뭐 아는 거 없냐?

 

오소마츠에게 지명당한 토도마츠는 어깨를 으쓱하며 외면했다. 입을 삐죽이며 핸드폰을 손에 꼭 쥔 채로 입을 열었다.

 

....나도 모른다고. 아니, 그 전에 카라마츠형한테 거절당했거든. 모처럼 내가 같이 낚시하러 가자고 했는데.....카라마츠 보이가 기다리고 있다나 뭐라나 하면서 가버렸다고. 말도 안 되지 않아!?

카라마츠 보이!? , 그런 녀석 있는 거냐~!?

 

오소마츠는 과장하며 놀란 척을 했다. 카라마츠 보이란 말을 들은 순간, 이치마츠의 귀가 움찔했다.

 

그거, 평소에 자주 지껄이는 망상의 카라마츠 걸이랑 같은 거 아냐? 만약 카라마츠 보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단순한 그 녀석이라면 호구 잡힐 게 분명해

 

쵸로마츠가 팔짱을 끼고 어처구니없단 표정으로 말했다.

카라마츠는 옛날부터 한번 빠지면 완전 푹 빠져 그것 하나에만 열중하곤 했다. 연극과 오자키, 꾸며낸 자신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런 그에게, 하물며 오랫동안 염원했던 카라마츠 걸과 보이가, 자신이 약해져 있는 사이 짠하고 나타났으니 흔들리지 않을 수 없겠지.

다섯명 모두 같은 생각을 하며 묘하게 납득했다.

 

그럼, 대체 언제부터 그 카라마츠 보이가 생긴 거야아?....그보다 어떤 사람? 우리들이 아는 사람?

 

쥬시마츠가 손을 번쩍 들며 말하자, 다른 형제들 모두 고개를 갸웃거렸다, 잠깐의 침묵이 흐른 뒤, 오소마츠가 가장 먼저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 보니, 너희들 기억나? 전에 카라마츠가 뭔가에 겁먹고 벌벌 떨었던 일. , 카라마츠랑 둘만 있을 때, 갑자기 녀석이 누가 보고 있다. 이 방에 있다라고 한 적이 있어

, 그그, 그만두라구, 오소마츠형!! 나 무서운 이야기 싫단 말이야!!

 

말을 더듬으며 귀를 틀어막은 토도마츠를 무시하고, 오소마츠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세명은 오소마츠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꿀꺽 침을 삼켰다.

 

그래서, 방안을 여기저기 둘러봤는데 아무것도 없더라고. 그래서 난 그냥 내 관심을 끌려고 거짓말을 하는 거라 생각해서 내버려두고 파칭코에 갔거든. 그랬더니 카라마츠 녀석, 혼자 어디 나가선 한밤중에 돌아왔다니까? 적어도 저녁부터 외출하기 시작한 건 그날부터인 것 같아

우와, 오소마츠형 쓰레기네. 나랑 거의 막상막하 수준의 쓰레기야...... 그나저나, 그 소린 오소마츠형이 내버려두고 나가버렸으니까 쿠소마츠한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거?

아니아니, 그치만 어쩔 수 없었다고!! 완전 맛이 간 듯한 카라마츠랑 단둘이 있는 건 지옥이라니까!? 게다가 나 2시간만 있다가 다시 돌아갔거든!?

 

이치마츠는 경멸하는 눈으로 오소마츠를 봤다. 그때, 쵸로마츠가 손을 슬쩍 올리곤 입을 열었다.

 

.....아마 그 날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 그때 밖에 있던 카라마츠랑 만났어. 말을 걸어도 무시하고, 뭐라고 할까......마치 누구한테 홀린 것처럼....., 완전 혼이 나가버린 것 같아서 무서웠어...... 게다가 얼마전에도-

거기야, 거기!! 너 왜 안 데리고 온 거야??

 

오소마츠가 쵸로마츠에게 휙휙 삿대질을 해대며 외쳤다. 그런 오소마츠에 쵸로마츠는 중지를 올리며 오소마츠를 노려보았다.

 

하아!? 왜 날 나쁜 놈으로 만드는 건데!! 오소마츠형이 카라마츠를 혼자 두고 나간 게 나쁜 거잖아!!

자자, 둘 다 그만!! 쵸로마츠형, 방금 뭐라고 하려고 했어? 얼마전에 뭐?

 

두 사람 사이에 불꽃이 튀던 그때, 어느새 귀를 막고 있던 손을 푼 토도마츠가 두 사람을 말렸다.

쵸로마츠는 반쯤 일으켰던 몸을 다시 바닥에 붙이고, 크흠, 하고 헛기침을 한번 한 뒤 말을 이어갔다.

 

.....얼마전에, 나 봐버렸어. 라이브가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우연히 카라마츠를 발견했거든. 그래서 녀석 뒤를 밟았는데, 웬 이상한 공터로 가더라고. 몰래 숨어서 지켜보고 있는데, 카라마츠가 늘 지니고 다니던 까마귀..? 깃털 같은 걸 꺼내서 높이 치켜들더니 갑자기 안개가 생기더니 녀석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어

....? , ......아니, 머리 어떻게 된 거 아냐?

 

이치마츠는 의심과 연민의 눈으로 쵸로마츠를 바라보았다. 쵸로마츠는 의외로 고개를 kr로 저으며 필사적으로 외쳤다.

 

정말이라니까!!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니까! ....카라마츠, 뭔가에 홀린 거 아닐까..., 틀림없이 그럴거야

뭔가라니 그게 대체 뭔데!? 아니, 그보다 또 그런 얘기하고! 진짜 무서우니까 그만둬!!

 

다시 귀를 틀어막은 토도마츠를 흘긋 쳐다본 쵸로마츠는 주먹을 꽉 쥐었다. 사명감에 불타기 시작한 쵸로마츠를 보고, 이치마츠와 쥬시마츠는 시선을 마주쳤다.

 

토도마츠 너, 안 믿는 거지!! ......좋아, 그럼 내가 카라마츠한테서 그 깃털 뺏어올테니까. 그러면 분명 원래대로 돌아올 거야

재밌겠는데-. 그럼 내가 카라마츠를 데리고 나갈게. 그 사이에 방안을 뒤져서 찾아내. 역시 매일매일, 얼굴도 모르는 녀석한테 형제를 뺏기는 건 열받기도 하고. 마츠요가 심부름을 시켰다고 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그런고로 형제회의는 여기서 끝! 난 이제 잔다~

 

오소마츠는 그렇게 말하며 이불로 들어갔고, 쵸로마츠나 토도마츠도 그 뒤를 따라 들어갔다. 기세만으로 어떻게든 되겠지, 라고 간단히 생각해버리는 3명이었다.

 

 

소등 후, 이치마츠는 잠들지 못해 몸을 일으켰다. 카라마츠가 있던 옆자리를 쳐다보다, 이불 가장자리를 바라보자 쥬시마츠도 잠이 오지 않는지 일어나있었다. 두 사람은 눈을 마주쳤다. 이치마츠가 복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쥬시마츠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이불에서 나와 1층으로 내려갔다.

이치마츠가 차를 내려, 쥬시마츠에게 찻잔을 내밀었다. 거실에 둘이 앉아 차를 홀짝이며 얘기를 나눴다.

 

......넌 어떻게 생각해, 쥬시마츠. 녀석은 홀리기만 한 걸까

아니. 나는 아니라고 생각해. 얼마전에 카라마츠형한테 나가지 말라고 했을 때, “카라는 나를 필요로 한다. 날 원하고 있다라고 했어!

.....카라라니 누구야 그거

 

이치마츠는 찻잔을 양손에 들고 수면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며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

 

모르겠어! 아마 카라마츠 보이일 거야!

....... 그런 그런 녀석이 있는 거냐고....히히, 녀석답네. 인정해주거나 조금만 상냥하게 대해주면 바로 들러붙는 거

 

이치마츠는 평소 카라마츠를 괴롭히지만, 사실은 싫어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패션센스를 마음에 들어하고, 자신도 기타를 좋아해서 카라마츠와 음악 취향도 비슷하다.

하지만, 비굴한 자신에 비해 우호적이고 당당한 카라마츠를 보고 있으면 괴롭고 답답한 마음에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같은 얼굴, 같은 유전자, 같은 취미를 가지고 있는데, 어째서 자신은 카라마츠처럼 될 수 없는 걸까.

그런 비틀어진 마음을 무심코 카라마츠에게 풀어버리는 것이다.

 

.....저기, 이치마츠형

......뭐야

....카라마츠형한테 상냥하게 대해줘. 아마, 이 이상 멀어지게 되면 돌아올 수 없게 될지도 몰라

 

쥬시마츠는 그렇게 말하며 단숨에 차를 마시곤 일어서서 부엌에 찻잔을 두고 방을 떠났다.

이치마츠는 혼자 거실에 남겨졌다. 쥬시마츠의 말이 머리에 빙글빙글 맴돌았다. 어ᄍᅠᆷᅟᅧᆫ 쥬시마츠는 뭔가 알아챈 걸지도 모른다.

 

.....상냥하게 대할 수 있었으면 진작에 그랬을 거라고....

 

 

 

 

 

* * *

 

 

 

 

오소마츠와 카라마츠가 집을 나간 순간, 쵸로마츠는 계단을 순식간에 뛰어내려가, 카라마츠가 쓰는 방으로 들어갔다. 이치마츠는 2층 창문가에 앉아, 카라마츠가 돌아오는지 감시하고 있었다.

방에 들어선 쵸로마츠는 검정색 깃털을 찾기 위해 옷장과 서랍장을 뒤졌다.

애초에 심부름 같은 건 없었다. 있을 리가 없지. 가능한 시간을 끌어달라고 했지만, 거짓말이란 걸 알면 카라마츠는 바로 돌아올 거다. 그리고 또 깃털을 들고 밖에 나가선 저녁노을 속으로 사라지겠지.

 

쵸로마츠는 그때 그 광경을 떠올리며 입을 앙 다물었다. 카라마츠가 어딘가에 뺏긴 것만 같아서 진심으로 두려웠다. 치비타에게 유괴되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공포가 느껴졌다.

 

[어디야....대체 어디에 둔 거야....]

 

만약 이대로 둔다면, 분명 카라마츠는 자신들 앞에서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

지금의 카라마츠는 이미 말로 해결될 수준이 아니다. 이렇게까지 된 건 자신들 탓이란 걸 알지만, 그래도 그것만큼은 막고 싶었다.

 

쵸로마츠는 옷장이나 서랍속을 뒤지는 걸 관두고, 카라마츠가 쓰는 이불을 뒤적거렸다.

 

 

[있다......!!]

 

그러자 그곳에 커다란 검정색 깃털이 주인 없는 이불밑에 자리하고 있었다. 처음으로 가까이서 본 깃털은 불길하고 검은빛을 내는 듯 보였다. 아무리 봐도 단순한 깃털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긴장감에 꿀꺽 침을 삼킨 쵸로마츠는 주뼛주뼛 깃털을 집어들었다. 그러자, 빠직하고 강렬한 정전기 같은 게 쵸로마츠의 손을 덮쳤다. 깜짝 놀라 깃털을 바닥에 떨어뜨린 쵸로마츠는 손을 어루만지며 다시 깃털을 주워들었다.

이번에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어딘가 광채가 없어진 듯 보였다.

 

[이치마츠, 이치마츠!!! 있었어, 있엇다고!!]

 

쵸로마츠는 그 작은 변화보다도 찾아냈다는 것에 흥분해, 이불을 재빨리 돌려놓고 깃털을 쥔 채로 2층으로 뛰어올라갔다.

 

[.....뭐야 그거. 엄청 크잖아. 얼마나 큰 새인 거야.......]

 

이치마츠는 그걸 손에 쥐고 뚫어져라 쳐다봤다. 이게 쥬시마츠가 말했던 카라라는 인물과 카라마츠를 이어준다고 생각하자, 어쩐지 화가 났다.

그때, 옆에서 자고 있는 줄 알았던 고양이가 돌연 자리에서 일어나, 깃털을 향해 발길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장난감이라고 생각하기라도 한 걸까.

 

[ [ ] ]

 

 

그러자, 단단해보였던 깃털이 어이없게도 툭, 부러지고 말았다. 고양이는 만족한 듯한 표정으로 두갈래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 부러졌다...., 어쩌지 이치마츠..]

[....어쩌냐니, 너 이거 가져와서 어쩔 생각이었는데? 설마 아무 생각도 없었던 거냐...]

 

설마 부러질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쵸로마츠는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돌아온 카라마츠는 분명 깃털을 찾아다닐테지. 만약 부러졌다는 걸 알기라도 하면....

 

쵸로마츠는 뭔가 붙일 거라도 찾아올게, 라며 1층으로 내려가려 일어났다.

 

쵸로마츠가 방문을 연 순간, 눈앞에 카라마츠가 서있었다.

카라마츠는 심부름이 거짓말이란 걸 알아채자마자 바로 오소마츠를 뿌리치고 집으로 달려왔다.

 

[, , , 카라마츠...!]

[쵸로마츠, 내가 갖고 있던 깃털 못 봤는가...!? 그건 내게 엄청 중요한 거다!! 그게 없으면 나는, 나는....!!]

 

슬슬 날도 저물어 가기도해서, 오늘이야말로 갈 수 있겠지 라고 기대하고 있던 카라마츠였지만, 중요한 깃털이 없어졌다는 걸 알아챘다. 분명 이불 밑에 숨겨뒀을텐데 없다는 건 누군가 가져갔다는 거다. 어쩌면 얼마전에 봤던 카라의 의형제란 사람이 했을지도 모르지만, 오소마츠와 외출한 사이에 없어졌다는 걸 봐선 단순한 우연은 아니겠지.

그렇다면, 오소마츠를 중심으로 형제들이 작당을 해서 가져갔다고 생각하는 게 타당했다.

 

게다가, 집에는 아무도 없다고 오소마츠가 그랬는데, 이렇게 2층에 올라와보니 쵸로마츠가 있다

그 순간, 완전히 속아넘어갔다는 걸 알아차렸다.

 

[, 깃털 말이지....그게, 그건...........]

[.....! 쵸로마츠, 거기서 비켜라!]

 

카라마츠는 동요하는 쵸로마츠를 밀치고 방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눈에 보이는 건 이치마츠가 부러진 깃털을 양손에 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 치마츠. 그거, 대체 무슨 짓을 한 건가...?]

[....., 이건..........,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리려고 한 것뿐이라고]

 

이치마츠는 그렇게 말하며 깃털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카라마츠는 튕겨져나가듯 달려나가 쓰레기통에서 부러진 깃털을 꺼냈다.

손에 쥐어진 그것은 평소처럼 빛나지 않았다. 부러진 탓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이 만져서인지 윤기를 잃어버려, 요력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카라마츠의 뇌리에 카라와 보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그와 동시에 이치마츠가 부러뜨린 선글라스와 거울도 떠올랐다.

카라마츠는 주먹을 꽉 쥐었다. 때리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지만, 동생을 때릴 수는 없었기에 필사적으로 참았다.

 

[, 째서....어째서, 어째서 이런 짓을 하는 건가...!]

 

어쩌면 이치마츠에게도 뭔가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카라마츠는 금방이라도 터져나올 듯한 분노를 꾹 눌러 참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하아? 어째서냐고? 그런 게 있으니까 네가 이상해진 거잖아!! 됐으니까, 그거 이리 넘겨, 쿠소마츠....버리고 올테니까....!]

 

이치마츠는 그렇게 말하며 카라마츠의 손에 들린 깃털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카라마츠는 그걸 품에 강하게 끌어안으며 이치마츠에게서 등을 돌렸다.

 

[....그만, 그만둬 제발. 맷돌이든 뭐든 던져도 상관없으니까, 이것만은 뺏지 말아줘...! 선글라스도 탱그톱도 네 마음대로 해도 되니까...! 이건 정말 내게 소중한 거다!]

 

카라마츠의 떨리는 목소리가 이치마츠의 뇌리에 울렸다. 지금까지 눈앞에서 선글라스나 거울을 부숴도 그냥 울먹거리기만 했을 뿐이었는데.

 

[...... 그딴 더러운 깃털 따위가 뭐라고...!!]

 

이치마츠가 분에 못 이겨 고개를 숙이며 그렇게 외친 순간. 카라마츠가 쾅, 바닥을 내리쳤다. 심한 진동이 방안에 울리며 바닥에 스며들었다. 쵸로마츠도 이치마츠도 그 굉음에 어깨를 움츠렸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를 강하게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그 이상 말했다간 가만히 있지 않겠다. 이건 나의 소중한 친구가 준 거다. ....하지만 그것도 오늘로 끝일지도 모르겠군. 어쩔 건가, 더 이상 만나지 못하게 되면. ....네 탓이다, 이치마츠...네 탓이란 말이다!!!!]

[카라마츠, 아니야! 그건 이치마츠가 아니라 저 고양이가 그런 거라고...! 아마 장난감이라고 생각하고....!]

 

당황한 목소리로 외친 쵸로마츠가, 카라마츠의 어깨를 잡고 방구석에 몸을 둥글게 말고 늘어진 고양이를 가리켰다. 이치마츠가 황급히 고양이에게 달려가 지키려는 듯 안아 올렸다.

그 고양이는 카라마츠를 본 순간부터 줄곧 날이 서 있었다. 설마 착한 남자가 고양이를 해할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 이치마츠는 고양이를 지키려 움직였다.

 

 

하지만, 카라마츠의 눈에는 고양이 따위 보이지 않았다.

 

[....거짓말 마라. 고양이가 어디에 있단 건가! ....나니까 그런 뻔한 거짓말로 속여넘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건가? 그런 건가...? 어째서 너희들은 그렇게까지 나를..........]

 

카라마츠의 말에 쵸로마츠와 이치마츠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고양이는 이치마츠가 끌어안고 있고, 쵸로마츠도 그걸 봤다.

그런데 카라마츠는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오컬트적인 일이 있을 리 없다 생각한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노려보며 비꼬듯 말했다.

 

[...., 비극의 주인공 연기는 그만두지 그래. 애초에 그렇게 소중한 거라면 몸에서 떼어놓질 말아야지, 멍청하긴. ....고양이는 보이지 않으면서, 정체도 모르는 괴물 같은 건 보이는가 보지? 눈이 맛이라도 간 거 아냐?]

 

그 말에 카라마츠의 마음의 무언가가 끊어졌다. 그리곤 그대로 이치마츠의 멱살을 잡았다.

 

[..... ....닥쳐라!! 그 이상 카라마츠 보이를, 카라를 모욕했다간 용서하지 않겠다!!]

[....., 커헉. ....카라마츠 보이? 기분 나빠.... 네놈은 상대해주기만 하면 다 좋은 거냐!? 아앙!?]

[..... 네가....너희들이 뭘 안다고!!! 나를 무시한 너희들이...!!]

 

이치마츠는 괴로움에 헛기침을 하며 얼굴을 찡그렸다. 그걸 본 카라마츠는 정신을 차렸는지 멱살을 잡은 손을 풀어주었다.

상대해주기만 하면 누구라도 좋은 거냐라는 이치마츠의 말이 가슴에 울렸다. 솔직히, 자신을 상냥하게 대해주기만 한다면 누구라도 좋았다. 하지만, 그건 카라의 상냥함을 이용해 매달리고 있었다는 의미인지도 모른다. 완전히 비겁한 겁쟁이가 할 짓이지 않나.

그것을 깨달은 카라마츠의 눈에 눈물이 일렁였다.

 

그와 동시에 자신이 있을 곳도 내어주지 않았으면서, 이런 불쾌한 사실까지 알게 만든 이치마츠에게 혐오감이 들었다.

 

[....그렇게 내가 싫은가. 이치마츠. 그렇게 내가 싫냔 말이다!!]

[잠깐, 카라마츠. 진정...]

 

흥분상태인 카라마츠를 쵸로마츠가 필사적으로 달랬다. 하지만 이치마츠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주먹을 꽉 쥔 채로 카라마츠를 노려보았다.

카라마츠형한테 상냥하게 대해줘라는 쥬시마츠의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 이치마츠는 눈시울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

 

[....아아, 그래!! 너 같은 거 완전 싫다고!!! 옛날부터 지금까지!!!!]

 

이치마츠는 그렇게 외치곤 허억거리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하지만, 고개를 들고 눈앞에 선 카라마츠의 표정을 본 순간, 자신의 실수를 후회했다.

둘째형이자, 남몰래 존경하고 있던 형의 얼굴은 절망으로 가득했다.

 

[이치마츠!!!]

 

쵸로마츠가 이치마츠를 말렸지만, 이미 늦었다. 엎질러진 물은 주워담을 수 없는 법이다.

카라마츠는 메마른 미소를 흘리며 그 자리에 힘없이 털썩 주저앉았다.

 

[....그렇, . 역시 그랬군.....당연하겠지.....좋아하는 사람에게, 형제라고 여기는 상대에게 맷돌을 던질 리 없으니까]

[카라마츠, 진정해. 이치마츠도 진심으로 말한 건........]

 

쵸로마츠는 고개를 푹 숙인 카라마츠의 눈높이에 맞춰 앉아, 양 어깨에 손을 얹었다. 하지만 카라마츠는 그런 쵸로마츠의 위로를 뿌리쳤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쵸로마츠. 너도 날 싫어하잖아. 적어도 한 개 150엔 정도인 배보다는 가치가 낮다고 여길테지. .....아아, 그 배는 받은 거니까 공짜인가. ....안다, 나도. 하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언젠가는 나를 인정해줄거라 믿고 싶었다....!!]

[아니야, 카라마츠! 내 말 좀 들어. 나는 그때 널 구하러 가자고 했다고!! 그러니까, ]

[...그러니까? 그래서, ? 그래도 결국은 구하러 오지 않았잖나. ....너와 브라더들이 뭐가 다르다는 건가]

 

그렇게 되묻는 카라마츠의 눈은 더 이상 눈앞의 쵸로마츠를 비추고 있지 않았다.

 

[너도, 나를 성가신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던 거다. 그게 아니라면 내게 물건을 내던졌을 리 없지. 그 후에도, 계속해서 내 말을 무시했지 않나. ......됐다. 이제, 이제 그런 건 상관없다]

[카라마츠, 제발, 제발 내 말 좀 들어. 부탁이니까, 내 얘길]

[나 같은 건!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그렇지?]

 

카라마츠는 그렇게 말하며 엷게 웃었다. 그리곤 깃털을 내버려둔 채, 망연히 자리에서 일어나, 쵸로마츠와 이치마츠 옆을 지나 방을 나갔다. 이치마츠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 * *

 

 

 

 

방을 나가 계단을 내려가자 오소마츠가 현관 앞에 앉아 있었다. 쓸쓸한 뒷모습이 신경쓰였지만 지금은 그런 걸 신경쓸만한 정신상태가 아니었다.

그대로 신을 신고 집을 나가려 하자.

 

[.....기다려]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의 손을 잡았다. 카라마츠는 괴로운 표정으로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너무도 꽉 잡혀 뿌리칠 수 없었다.

 

[....뭐야, 오소마츠. 이 손 놔라]

[.....어디 가려는 거야]

 

오소마츠는 얼굴을 숙이고 있어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일이 이렇게 된 건 오소마츠가 거짓말로 자신을 꾀어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어쩐지 화가 났다.

 

[.....이 집에서 나갈 거다. 더는 너희들과 있을 수 없다]

 

카라마츠가 나직하게 말하자, 오소마츠는 얼굴을 확 치켜들었다. 그의 표정은 괴로움으로 가득 차있었다. 난생 처음으로 보는 표정이었다. 아무래도, 동생들과의 대화를 들은 듯하다.

거실에서 쥬시마츠와 토도마츠가 얼굴을 빼꼼 내밀고 있다.

 

[....나간다니....너 갈 곳도 없잖아. 설마 그 카라마츠 보이란 녀석한테 가는 거야?]

[........그렇다면 어쩔 건가]

 

카라마츠의 답을 들은 오소마츠는 재빨리 문앞으로 달려가 양팔을 활짝 펼쳐 길을 막았다. 절대로 보낼 수 없다는 듯이.

 

[.....못 가. 그 카라마츠 보이란 녀석, 위험한 녀석이지? 스토커처럼 널 지켜보고, 뭔지도 모를 깃털로 어디로 사라지거나 하는 거잖아]

[카라를 나쁘게 말하지 마라!! ....처음에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무서웠지만 카라는 나를 원했다. 나를 인정해줬다.... 나를 버린 너희들은 이게 어떤 마음인지 모르겠지!!]

 

카라마츠는 그렇게 말하며 오소마츠의 팔을 잡아 치우려 했다. 문의 유리창 너머로 저녁노을이 비쳐 들어왔다.

그 뒤로 희미하게 텐구의 그림자가 보였다.

 

[....비켜, “오소마츠”]

 

카라마츠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오소마츠의 몸이 사슬에 단단히 묶인 것처럼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오소마츠는 제 몸의 변화에 당황하며 말했다.

 

[, 뭐야..!? 안 움직여....젠장, 카라마츠,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어이, 쥬시마츠, 토도마츠! 카라마츠를 막아!!!!]

 

오소마츠는 쥬시마츠와 토도마츠를 향해 외쳤다. 카라마츠는 두 사람을 날카롭게 쏘아보며, 오소마츠와 마찬가지로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이름을 부른 것만으로 두 사람은 움직일 수 없게 됐다.

 

카라마츠는 텐구의 피를 마신 탓에, 미약하게나마 요력이 몸에 흐르는 상태였다. 요괴는 감정의 기복에 따라 요력이 강해지는데, 카라마츠도 마찬가지로 감정이 격해지면서 요력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진 것이었다.

그 때문에 이름을 부른 것만으로 오소마츠나 쥬시마츠, 토도마츠는 카라마츠의 생각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된 것이다.

 

[.....잘 있어라, 브라더. 지금까지 즐거웠고, 고마웠다]

 

카라마츠는 오소마츠의 손을 손쉽게 치우고 문을 열었다. 미지근한 바람이 온몸을 휘감았다.

 

[잠깐, 잠깐 기다려!! 미안, 내가, 내가 다 잘못했어 카라마츠!! 아까 속여서 미안, 치비타한테 유괴됐을 때 구하러가지 않아서 미안....!!]

 

오소마츠는 필사적으로 말했지만, 그런 말 따위 닿지 않는다는 듯 카라마츠는 오소마츠의 옆을 스쳐지나갔다. 그 뺨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좀 더 빨리 말해줬으면 좋았잖나. 이제 만날 일은 없을 거다]

 

카라마츠는 그렇게 말하며 문을 닫았다. 오소마츠는 미끄러지듯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문 너머에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와 등을 맞대 듯 서있다.

희미해지는 시야로 석양을 올려다보았다.

 

[.....너희들은 내게 있어 태양과도 같은 존재였다. 함께 있으면 따스하고 눈이 부셨지. 그리고 멀어지면 춥고, 외로웠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 * *

 

 

 

 

그 뒤, 카라마츠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흐르는 눈물을 팔로 닦아내며 터벅터벅 신사로 향했다. 아무도 없는 길에, 카라마츠의 오열이 울렸다. 마치, 병원에서 홀로 돌아가는 석양 진 그 어느날 같았다.

 

카라마츠는 사당 앞에 섰다. 그 순간, 안개가 자욱하게 꼈다. 깃털도 없는데 어떻게... 라고 카라마츠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카라가 만들어낸 결계는 카라만이 열 수 있다. 그렇기에 카라는 자신의 요력을 담은 깃털을 카라마츠에게 주어, 그 결계를 넘나들 수 있게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 카라마츠는 카라의 요력을 몸에 휘감은 상태라, 깃털이 없어도 넘나들 수 있게 된 것이다.

 

눈을 뜨자, 반가운 카라의 모습이 보였다. 카라마츠는 그 모습이 시야에 다 차기도 전에,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엉엉 울기 시작했다.

 

[카라, , 나를.......요괴로 만들어 줘.....너와 함께 할 수 있는 세계로, 데려가 줘...!!]

 

 

 

 






시리즈를 띄엄띄엄 번역하다보니

자꾸 사당이랬다가 신사라고 했다가

오락가락이네요

기억력이.....ㅎ




-


늦어서 죄송합니다

저번 공지때 주말에 업로드한다고 그랬는데ㅠ

오늘이 일요일인줄 알았어요ㅠㅠ


깨달았을 땐 이미 밖이라..

들어와서 바로 업로드했습니다ㅠㅠㅠ



다음에는 여체카라 가지고 올게요! :D

주말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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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황혼에 안녕을 2

 

 

 

 

 

 

카라마츠가 청년을 상당히 의존하게 됐을 무렵.

 

[저기, 카라마츠형! 카라마츠형!!! 어디 가는 거야?! 무시하지 말라고!!]

 

토도마츠는 핸드폰을 탁자에 거칠게 내려놓고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리고 그대로 달려나가, 밖으로 나가려는 카라마츠의 팔을 붙잡았다.

 

[....아아, 토도마츠인가. 왜 그러나]

[왜 그러냐니....뭐야, 내 말 못 들은 거야? 오랜만에 낚시하러 가자고 했잖아. 그게, 요즘 카라마츠형이랑 같이 놀지를 못 했으니까-..]

[....나는 됐다]

 

토도마츠의 말을 잘라먹으며 답한 카라마츠는 붙잡힌 팔을 뿌리쳤다.

최근 카라마츠의 상태가 이상하다 느끼긴 했지만, 이렇게 명확하게 거절의 의사를 표한 건 처음보는지라 토도마츠는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미안하다, 토도마츠. 날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카라마츠 보이가 있거든. 나는, 나를 필요로 해주는 사람에게 가고 싶다]

 

카라마츠는 그렇게 말하며 어딘가 공허한 눈으로 토도마츠를 향해 옅게 따스한 미소를 띠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뒤돌아 집을 나가버렸다.

 

[, 저기, 잠깐-]

 

그를 붙잡으려 뻗은 손은 허공에 멈춰서고. 토도마츠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평소의 그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파트너이자 귀여운 동생인 토도마츠의 약속을 우선시했을 터였다. 형제 랭킹을 매기려 하면, 1위가 되려고 필사적으로 자신의 비위를 맞추고, 싸움에 휘말리면 가장 먼저 달려오는, 그게 마츠노 카라마츠라는 사람인데.

 

[......거짓, . 어째서...카라마츠 보이라니 뭐야.........그런 게 있을 리 없잖아....!!]

[톳티! 왜 그래애? 설마, 응가 지렸어!?]

[.......그런 거 아니야, 쥬시마츠형. 미안, 지금은 좀 혼자 있고 싶어..]

 

토도마츠는 그렇게 말하며 비틀비틀 2층으로 사라졌다.

 

 

 

 

* * *

 

 

 

 

한편, 카라마츠는 청년에게 줄 액세서리를 고르고 있었다. 자신과 얼굴이 닮았으니까, 분명 멋진 액세서리가 잘 어울릴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카라마츠는 은색의 해골마크가 붙은 팔찌를 2개 구입했다.

좀 비쌌지만, 용돈을 받은 직후였고, 최근에는 그다지 놀러다니지도 않은 탓에 백수치고 돈이 꽤 있었다.

 

카라마츠는 다른 사람이 있는지 주변을 잘 살피고, 가방에서 깃털을 꺼냈다. 이 깃털이 현세와 그 공간을 이어주는 열쇠다.

 

텐구의 칠흑 같은 깃털이 이계로 이어지는 열쇠라니, 이 얼마나 간지나는 아이템인가!

하고, 잠시 황홀감에 잠겨있던 카라마츠는 평소대로 신사에 깃털을 꽂았다.

 

그러자, 어디선가 까마귀 떼가 날아들어 카라마츠와 신사를 둘러쌌다. 누가 보면 그가 흑마술이라도 부리고 있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주변이 안개에 휩싸이더니 갑자기 어두워지고, 거친 바람이 불어왔다. 의식을 잠시 잃었다 눈을 뜨면, 눈앞에는 낯익은 신사와 무덤이 보였다.

카라마츠의 방문을 알아챈 청년이 상냥한 미소로 가까이 다가왔다.

 

[또 와주셨군요]

[물론이지. 오늘은 선물도 있다]

 

카라마츠는 그렇게 말하며 화과자를 꺼냈다. 옅은 푸른색이 아름다운 화과자와 함께 양갱도 들어있다. 청년은 호오, 하고 저도 모르게 감탄을 내뱉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현세의 것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네요]

[그렇지? 마음에 들면, 또 사오겠다]

 

카라마츠는 기뻐하며 활짝 웃었다.

둘은 돌계단에 앉아 화과자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주로 카라마츠가 일방적으로 떠들고, 그걸 즐겁다는 듯 청년이 들었다.

결코 카라마츠의 말을 비웃거나 끊어먹지 않았다. 그게 카라마츠에게 있어 얼마나 기쁜 일인지 그 누가 알겠는가.

 

[......저기, 한 가지....아니, 두 가지만 물어봐도 되는가?]

[, 뭐든지]

[으음, 그럼....., 저기....형씨는, 내가 좋은가? , 아니 이상한 의미로 묻는 건 아니다! 그게, 난 모두에게 미움을 받으니까......형씨는 어떤가 해서...]

 

카라마츠의 절실한 질문에 청년은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괜찮습니다. 진심으로 당신을 좋아하고 있습니다]

[, 정말인가!? 형씨는 역시 카라마츠 보이였군!]

 

청년의 대답에 카라마츠는 뛸 듯이 기뻤다. 원래 카라마츠는 승인욕구가 남달랐는데, 그의 성격 탓인지 다들 농담으로 여기거나 비웃으며 표현해주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사실은 아무도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하며 가슴 아파했다.

 

[카라마츠 보이, 라는 건?]

[아아, 미안하군. 카라마츠 보이란 건 이 카라마츠를 좋아하는 맨...아니, 남성을 말한다. 참고로 카라마츠 걸이란, 카라마츠를 좋아하는 여성을 뜻하지!]

[그렇습니까. 당신은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에게도 인기가 있군요]

 

청년은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카라마츠는 먼 산을 바라보며 이마에 삐질삐질 흐르는 땀을 닦기 바빴다.

 

[, 아니...카라마츠 보이는 형씨가 처음이다. 걸즈도 아직 없고......아무래도 카라마츠 보이들도 걸들도 샤이...아니 부끄럼쟁이인 모양이군......]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제가 초대 카라마츠 보이가 되겠습니다]

 

청년이 시원스런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자, 카라마츠의 표정은 순식간에 밝아졌다. 그도 그럴게, 그리도 염원하던 카라마츠 보이였으니까.

 

[..........!! , 기쁘다...! , 그럼! 이거!! 카라마츠 보이에게 주는 기념 프레젠트, 아니 선물이다!!]

 

카라마츠는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해골 팔찌를 두 개 꺼내 청년에게 주었다. 아무래도 청년은 처음 보는 물건인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건.......촉루[각주:1]입니까]

[촉루....? 으음, 이건 해골이다! 멋지지? 이렇게 하는 거다]

 

카라마츠는 자기 손목에 팔찌를 끼곤 그것을 자랑스럽게 보였다.

 

[헤에....이걸 제게 주는 겁니까]

[그럼! 카라마츠 보이라는 증표다!]

 

카라마츠는 기대감 가득한 표정으로 청년을 바라보았다. 굉장히 순진한 모습에 청년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카라마츠와 똑같이 팔찌를 착용했다.

짙은 푸른색의 유카타에 어울리는 물건은 아니었지만, 청년은 옆모습은 어딘가 기뻐보였다.

 

[, 또 하나 물어봐도 되겠는가?]

[, 괜찮습니다]

[형씨의 이름은 뭔가? 계속 형씨라고 부르는 것도 좀 그렇잖나]

 

카라마츠의 질문에 청년은 눈언저리를 살짝 움찔하더니, 눈을 내리깔았다. 무척이나 슬퍼 보였다.

 

잠시 침묵한 청년은 입을 열었다.

 

[제 이름은....사실 없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버렸습니다. 지금까지 쭉 혼자였으니까, 필요가 없어서..]

 

그 말을 들은 카라마츠는 주먹을 꽉 쥐었다. 이름이 없다니, 그런 건 존재하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다. 왜 버린 건지 궁금했지만, 그걸 입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누구라도 말하고 싶지 않은 비밀이 한두가지는 있을 테니까.

 

[.......그런 눈으로 보지 말아주세요. ...동정할 거라면 제게 이름을 지어주시지 않겠습니까]

[내가...이름을?]

[. 어차피 내 이름을 부를 사람은 당신뿐이니, 당신이 붙여주는 게 낫겠죠]

 

그 말에 카라마츠는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겼다. 모처럼 생긴 카라마츠 보이의 부탁이다. 이렇게 된 거, 센스와 재각(재주와 지각)이 넘치는 멋진 이름을 지어주자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따라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 지붕 위에 올라가 태양을 쬐고 있을 때면 늘 멋진 단어들이 잔뜩 떠올랐었는데.

 

[죄송합니다, 곤란하게 만들어 버렸군요. 역시 이름 같은 건 필요없-]

[, 잠깐, 웨이트! 잠깐, 잠깐만! ......., 그래! ......훗훗, 나라는 사람이 이런 미스테이크를! 형씨는 카라마츠 보이지. 그러니 내 이름에서 따오면 되지 않나! 으음...카라.....카라()는 어떤가]

 

카라마츠는 그렇게 말하며 주변 바닥에 라고 썼다. 그리곤 의기양양한 얼굴로 청년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청년은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놀란 얼굴을 보였다. 그의 크게 뜨인 눈에 옅게 물기가 차올랐다.

 

[, ]

[...카라. , 좋은 이름이군요. 감사합니다]

 

카라마츠가 말을 걸려 입을 열자, 청년은 평소대로 돌아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 * *

 

 

 

 

그날, 웬일로 일찍 귀가한 카라마츠는 2층이 소란스러운 걸 느꼈다.

조심조심 계단을 올라, 방문을 빼꼼 열어 안을 살폈다.

 

[이치마츠, 그 고양이 어디서 주워온 거야]

[......몰라 아마 공원앞]

 

이치마츠의 무릎 위에 붕대가 감긴 검은 고양이가 둥글게 몸을 말고 앉아 있다. 아무래도 다친 고양이를 이치마츠가 주워와 보호하고 있는 듯했다.

 

[뭐야 모른다니]

[....녀석을 발견하자마자 급하게 주워서 집까지 뛰어왔으니까 그런 걸 기억하고 있을 리 없잖아]

 

쵸로마츠는 어이없다는 듯 이치마츠를 보았다. 쥬시마츠가 고양이의 머리를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 이치마츠, 이 녀석 꼬리 좀 이상하지 않아? 다른 고양이들은 다 꼬리가 하나잖아? 근데 이 녀석은 뭔가 꼬리가 두 갈래로 나뉘어져 있는데]

 

오소마츠가 소파에서 뒹굴거리며 흥미라곤 조금도 없는 말투와 표정으로 고양이의 꼬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오소마츠의 말대로 고양이의 꼬리는 두 개였다.

 

[원래는 하나지. ..., 아마 기형으로 태어난 거겠지. 그래서 다른 고양이들 무리에 끼지 못한 거 아닐까]

[~, 불쌍하네~. 꼬리가 한 개든 두 개든 상관없잖아]

 

이치마츠는 고양이의 등을 쓰다듬었다. 토도마츠가 핸드폰을 보며 영혼 없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자, 다들 그를 노려보았다.

 

[....나왔다, 드라이 몬스터. , 진짜 자기 이외의 생물에는 흥미라곤 없구나]

[꼬리가 두 개라는 건 인간으로 치자면 엉덩이가 두 개인 거나 마찬가지라고? 우엑, 기분 나빠~. .....그럼 자X도 두 개인가?]

 

오소마츠가 그렇게 말하며 고양이를 들어올리려 하자, 이치마츠가 그 손을 쳐냈다. 그 때, 카라마츠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 다녀왔다]

 

우물쭈물하며 들어가자, 화기애애했던 방의 분위기가 갑자기 확 식는다. 마치 타인이 갑자기 무리에 끼어든 듯한 분위기에 카라마츠는 안절부절못했다.

 

[...저기, , 이치마츠. 고양이....데려온 건가? 큐트하군]

 

카라마츠가 고양이에게 손대려 하자, 이치마츠가 그 손을 찰싹 쳐냈다. 그와 동시에 지금까지 얌전했던 검은 고양이가 고개를 들고 카라마츠를 향해 하악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 ..., 미안......]

[....왜 갑자기 위협을....어이, 쿠소마츠 너 이 녀석한테 무슨 짓한 거 아냐?]

[, 갑자기 왜 위협하는 거? 방금까진 아무런 반응도 않더니만]

 

이치마츠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카라마츠를 쏘아보고, 오소마츠는 히죽거리며 카라마츠를 보았다. 쥬시마츠는 진지한 얼굴로 입을 꾹 다문 채로 뭔가 생각에 잠긴 듯햇고, 쵸로마츠와 토도마츠는 눈을 가늘게 뜨고 노려보았다.

 

[.....카라마츠형, 이상한 냄새 나]

[, 냄새?? 별로 아무런 냄새도...]

 

쥬시마츠의 말에 카라마츠는 자신의 옷을 끌어올려 냄새를 맡았다. 하지만, 그에겐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았다.

 

형제한테 차가운 시선을 받은 카라마츠는 도무지 이 분위기를 견딜 수가 없었다.

 

[....고양이가 카라마츠형을 싫어하는 것 같으니까, 고양이가 나을 때까지 밑에서 자. 괜찮지? 어차피 늦게 들어오니까]

 

토도마츠가 말을 꺼내자, 다들 찬성하기 시작했다. 고양이가 불쌍하다, 늘 늦게 들어오니까 고양이를 깨우면 민폐다, 라며 입을 모아 말하는 그들을 보며 카라마츠는 눈물을 글썽였다.

토도마츠는 뇌리에는 오늘 아침 카라마츠가 자신을 무시했던 광경이 떠올랐다. 엄청 상처를 받은 탓에, 이 정도의 복수는 괜찮을 거라며 카라마츠의 시선을 애써 무시했다.

 

[.....게다가 카라마츠형, 우리보다 친구들이 더 좋잖아? 그럴거면 그냥 들어오지 말지 그래. 뭐랬더라, “나는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가고 싶다”...라고 했던가?]

[, 그건......너희들이 내 얘기를 들어주지 않으니까...!]

 

토도마츠는 핸드폰을 소파에 내려놓고 일어나 자기 이불로 쏙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는 카라마츠에게 흥미라곤 없다는 듯한 무심한 시선을 보냈다.

 

[갑자기, 날 좋아하는가, 라든가 뭔가 지켜보는 것 같다는 둥, 그런 실없는 소리나 해대는데 진지하게 들어주는 게 이상하지 않아? 아무리 나라도 그건 힘들다고~. ....그럼, 난 이제 잘테니까 빨리 불 꺼, 오소마츠형]

[...2병도 적당히 하라고, 카라마츠]

[카라마츠형, 냄새!]

[얼른 밑으로 꺼지라고, 쿠소마츠. 꺼져, 쿠소마츠]

[-. 막내 화났잖아~. 됐어, 카라마츠군은 밑에서 자는 걸로]

 

토도마츠, 쵸로마츠, 쥬시마츠, 이치마츠, 오소마츠가 차례로 한마디씩 하며 이불로 들어갔다. 그리곤 멍하니 그 자리에 서있는 카라마츠에 아랑곳 않고 방의 불이 꺼버린다.

 

카라마츠는 고개를 푹 숙이고 조용히 방을 나와 1층으로 내려갔다.

객실로 들어가 이불을 편 카라마츠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무리 이를 꽉 물어도, 눈물은 멈추지 않고 주륵주륵 흘러 이불을 축축하게 적셨다.

 

[.......역시 나는 글렀다. 필요 없다, 필요 없는 존재다. 이곳에 더는 내가 있을 자리가 없어..]

 

카라마츠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필요 없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건 마치 저주의 말처럼 뇌에 짙게 깔리며 퍼져나갔다. 깊고 깊은 어둠속으로 떨어지는 듯한, 검은 감정이 카라마츠의 투명한 마음을 지배해 갔다.

 

카라마츠 잠든 후, 딸랑, 하는 아름다운 방울 소리가 울리며 갑자기 카라가 모습을 드러냈다. 카라마츠의 옆에 앉아 잠시 그의 잠든 얼굴을 바라본 카라는 눈을 살짝 감고는 다시금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 * *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카라마츠는 카라에게 단 하루도 빼먹지 않고 찾아갔다. 때때로는 형제들에게 도망치고 싶어, 갖은 이유를 붙여가며 오랜 시간 있기도 했다.

하지만, 카라는 이유를 캐묻지 않고 잠자코 옆에 있어 주었다. 그것이 점점 카라마츠를 늪으로 끌어당겼다.

 

[.......네가 내 형제였다면 좋았을텐데]

 

어느날 무심코 카라마츠가 그런 말을 중얼거렸다. 그러자, 카라는 카라마츠 몰래 입가를 슬쩍 올리며 답했다.

 

[.......그럼 계속 이곳에 있겠는가. 카라마츠, 그대는 내 모습을 보고도 나를 버리지 않을 건가]

[......]

 

카라는 그렇게 말하며 카라마츠 앞에 섰다. 말투가 갑자기 바뀌고, 어딘지 모르게 상태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은 카라마츠는 당황했다.

 

[그대라면, 내 본모습을 보여도 좋다]

 

카라는 그렇게 말하곤 씨익 웃으며 한 손을 하늘 높이 쳐들었다. 카라마츠에게 받은 팔찌가 치링, 소리를 냈다.

그 순간, 까마귀가 어디선가 날아와 카라 머리 위를 빙빙 돌며 날았다.

 

[뭐야, 대체 무슨 일이...]

 

카라마츠가 당황하고 있는 사이, 카라는 태연한 표정으로 이번에는 커다란 부채를 꺼내들어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주면이 순식간에 안개에 휩싸였다.

 

이윽고 안개가 걷히기 시작하고.

짙은 푸른색의 수도승 복장에 높은 왜나막신을 신고, 칠흑과도 같은 커다란 날개와 텐구의 가면을 쓴 카라가 눈앞에 서있었다. 딸랑, 하고 방울소리가 울렸다.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 신성함과 불길함이 동시에 전해져, 카라마츠는 무심코 숨을 죽였다.

 

[, ......, 카라...인가..?]

[......그래, 내가 카라다. 그리고, 예부터 이 신사에 모셔진 카라스텐구이기도 하지]

 

그 때, 처음으로 카라마츠는 그가 정말 카라스텐구라는 것과, 그것이 요괴라는 걸 깊이 깨달았다. 본모습. 칠흑의 날개를 크게 펼친 그 모습을 보고, “어느날노을이 지던 하늘에서 보았던 것이 카라였다는 것도 깨달았다.

설마, 그 선량하고 다정하던 그가 카라스텐구 그 자체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카라마츠는 입을 뻐끔거리기만 했다.

 

[왜 그러나. 말도 나오지 않는가]

 

카라의 머릿속에 자신을 잔혹하게 괴롭히던 인간들이 떠올랐다. 사람도 아닌 것이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다며 돌을 던졌다. 그것은 아프지도, 심지어 가렵지도 않았지만 가슴 한구석은 계속해서 기분 나쁘게 욱신거렸다. 인간이란 족속들은 저들과 다른 존재를 두려워하고 배척한다. 그들과 똑같이 살아 숨쉬고, 같은 땅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며 생명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역시, 너도 내가 무서운-]

[, 굉장하다!! 멋있군, 카라!!]

 

카라가 포기하고 입을 연 순간, 카라마츠가 감탄하며 외쳤다. 그의 눈은 반짝반짝 빛나며, 그 안에 순수한 동경이 담겨 있었다.

그 모습에 에, 하고 얼빠진 소리를 높인 카라였다.

 

[무섭지, 않은가.....?]

[-, 무섭지 않다. 모습이 바뀌었다한들 그 또한 카라지 않나. .....그랬던 건가. 그럼, 그 시선도 카라였었군]

[시선.......? 그대의 곁에 있었던적은 있었다만]

 

방에 있을 때면 항상 누군가의 시선을 느껴 늘 두려움에 떨었지만, 사실은 그게 친구였다니 생각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 정체가 카라라는 걸 알게 된 순간, 어째선지 안심이 됐다.

 

[그랬군. 다행이다, 안심했다. 혹시 나를 지켜보고 있었던 건가? 으응~?]

[.....우쭐해하지 마라. 그래도 그대를 두렵게 만든 건 사과하지. 다음에는 그대에게만 들리도록 방울을 울리겠다]

 

카라는 그렇게 말하며 연한 파란색의 아름다운 방울을 꺼내 가볍게 흔들었다. 그러자, 딸랑, 하고 낯익은 소리가 귓가에 작게 울렸다.

 

[알겠다. 기다리고 있겠다]

 

 

 

 

 

* * *

 

 

 

 

카라마츠가 돌아간 후, 카라는 신사의 지붕에 앉아 하늘을 쳐다보았다.

이곳의 하늘은 해질녘과 밤하늘만 비출 뿐이라, 푸른 하늘을 못 본 지도 몇백년이었다.

땅거미가 진 어둠에 묶인 카라는, 해질녘과 어둑한 밤에만 활동할 수 있었다.

 

[........평생 혼자일 거라 생각했는데. 그 사람의 존재가 이리도 커질 줄이야]

 

카라는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장난삼아 현세에 내려갔던 그날이 떠올랐다. 달이 아주 아름답던 밤이었다.

칠흑의 날개를 펄럭이며 하늘을 날던 때, 좁은 길목에서 화형에 처해지고 있는 남자를 발견했다.

처음에는 대죄를 저지른 사람인가 했지만, 상태를 보아하니 그건 아닌 듯했다.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자니, 그 남자에게 물건을 내던지는 남성들이 그와 같은 얼굴이었다. 그들이 남자의 형제라는 걸 단숨에 알아챘다. 게다가 마음 탓인지, 자신과 그 남자가 비슷하게 느껴졌다.

 

그 상황에 의문을 품은 카라가 천리안을 써 남자의 과거를 살폈더니, 남자는 대죄는커녕 별다른 죄도 저지르지 않은 듯 보였다.

 

.....저 자도 형제의 제물이 된 건가. 불쌍하게도......

 

날아드는 물건들을 머리에 맞은 남자는 힘없이 축 늘어져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남자는 불길에서 해방되어 그대로 길가에 방치되었다. 머리에서 피가 철철 흐르더니, 이내 생기가 없어져 갔다.

아마도 이대로 두면, 새벽을 못 넘어 숨이 끊어질 거라 여긴 카라는 생각에 잠겼다. 그의 머릿속에는, 옛날 자신이 구했던 빈사상태의 아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결국 그 아이도 자신 때문에 죽어 버렸지만.

 

.....이렇게 만나게 된 것도 무언가의 연이겠지. 어쩌면 그 아이가 이끌어준 걸지도 모르겠구나......

 

카라는 그렇게 말하고는 입가를 올려 웃었다. 그리곤 단숨에 남자의 곁으로 내려가 바닥에 엎어진 그의 어깨를 쥐어 똑바로 눕혔다. 잠시 남자를 바라보던 카라는 품에서 작은 칼을 꺼내들어, 제 손가락에 살짝 상처를 냈다.

 

.......텐구의 가호를 네게 내려주겠다

 

그리고 카라는 손가락을 타고 흐르는 피를 남자의 입에 흘려넣었다. 그리고는 턱을 들어올려 억지로 삼키게 했다. 요괴 중에서도 요력이 높기로 유명한 카라스텐구의 피에는 회복력을 경이적으로 높여주는 힘이 있었다.

인간의 체내에 흘려보내 흡수시킴으로써, 그 요력을 가호로 누릴 수 있으며, 남자의 회복력도 높아지게 된다.

 

......이제, 내가 할 일은 다 한 것 같군. 뒤는 그대에게 달렸다

 

본래, 고의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한 요괴의 모습은 평범한 인간에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카라스텐구의 피가 섞인 카라마츠는 예외로, “보이거나 들리거나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석양이 지는 하늘에 떠 있는 카라스텐구를 볼 수가 있었던 것이다.

 

 

사실은 그저 구해주기만 하고 신경 쓰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카라마츠의 고독의 깊이가 너무도 깊어,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불러내버린 것이다.

 

[너무 지나친 간섭이었다곤 생각하지만.....그래도 그 자를 살린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이렇게 누군가가 자신을 의지하고 바라는 건 너무도 오랜만이었다. 몇 백년간의 고독이 다 덮이고도 남을 따스함이 가슴에 와닿았다.

하지만, 인간은 약하다. 그러니 언젠가는 목숨이 다해 죽을 것이다. 상처나 병은 낫게 해주면 될 일이지만, 흘러가는 세월은 자신이 어찌 할 수 없다. 그것은 천명이니까. 아무리 카라스텐구라고 할지라도, 하늘에 거역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으면, 또 자신은 긴 세월 고독에 잠길 것이다.

따스함을 알아버린 카라는 그것이 두려웠다.

하지만, 만약 카라마츠가 자신을 택해준다면. 함께 있어준다고 한다면. 그를 요괴로 만들어버리는 것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카라마츠의 얼굴을 떠올리며 카라는 생각에 잠겼다.

 

 

 

 

 

* * *

 

 

 

 

며칠후, 카라마츠는 객실에 틀어박혀, 카라와 자신을 이어주는 깃털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갑자기 방안의 공기가 바뀌더니,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다.

 

[.......카라인가? 아직 낮이다만..........지금 옆에 있는 거지? 그렇다면 방울 소리를 울려주겠나]

 

카라마츠는 자신을 바라보는 누군가에게 방울을 울려달라 부탁했지만, 방울 소리가 울리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을 찌를 듯한 시선이 사방팔방에서 느껴지기 시작했다.

 

[........카라? 카라, 맞지? , 놀리지 말아라]

 

카라마츠는 긴장감에 꿀꺽 침을 삼키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간만의 공포에 고동이 빨라졌다.

그 순간.

 

무수한 눈이 방에 나타나더니, 카라마츠를 핥듯이 바라보았다. 천장에도, 벽에도, 바닥에도.

수많은 눈이 방안에 가득 차, 그 광경을 보는 것만으로 기절할 것만 같았다.

 

[, 히익........!!]

 

카라마츠는 사슬로 묶인 것처럼 바닥에 꼭 붙어 움직일 수가 없었다. 비명을 지르려 해도, 갈라진 쇳소리만 나올 뿐이었다.

새파랗게 질린 카라마츠가 정신을 잃어갈 즈음, 갑자기 눈앞에 사람의 형상이 나타났다.

 

[..........이상하군요. 까마귀의 냄새가 나는 듯하여 와보았더니, ....평범한 인간이군요]

 

카라마츠가 목소리의 주인을 올려다보자, 거기에는 짙은 녹색의 기모노를 입고서 온몸에 붕대를 감은 남자가 서있었다. 자세히 보니, 얼굴이 쵸로마츠와 닮아 있었다.

남자는 카라마츠를 한번 훑어보더니, 그의 손에 들린 텐구의 깃털을 뺏어 들었다.

 

[........이건...텐구의 날개, 군요.....아니, 그뿐만이 아니야.....이 인간의 몸에서도 까마귀의 냄새가......]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카라마츠의 목덜미에 얼굴을 들이밀어 킁킁거렸다. 다시 원래의 고고한 자세로 돌아간 남자는 흐트러진 옷자락을 고치며 텐구의 날개를 바라보았다.

 

[, ....................]

 

카라마츠는 필사적으로 목소리를 짜내어 움직이지 않는 팔을 억지로 뻗었다. 그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고, 눈은 괴로움으로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그걸 본 남자는 조금 놀란 표정을 보였다.

 

[........이거 놀랍군요. 설마하니 제 주술을 푸는 인간이 있을 줄이야. 뭐어, 좋습니다. 그대의 노력을 높게 쳐, 이건 돌려드리죠]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카라마츠의 손에 깃털을 돌려놓았다. 카라마츠는 안도의 표정을 띠었다. 그걸 본 남자는 카라마츠가 텐구와 무언가 연관되어 있다는 걸 알아챘다.

 

[......인간. 아무래도 텐구와 아는 사이인 모양이군요. 그가 있는 곳을 말하십시오. 만일 거부한다면, 그대의 눈을 도려내, 제 일부로 만들겠습니다]

 

남자는 카라마츠를 차갑게 쏘아보며 양손으로 그의 얼굴을 쥐었다. 남자의 손바닥에 박힌 눈동자가 자신을 희번덕거리며 노려보자, 카라마츠는 경악과 공포로 소리 없는 비명을 내질렀다.

그와 동시에 카라마츠의 머릿속에 카라의 따스한 미소가 떠올랐다.

--아마도 제 눈앞에 서있는 남자도 카라와 같은 요괴겠지. 만약 내가 카라의 거처를 불어 그에게 해를 끼치게 된다면, 나는 제 몸을 지키자고 카라를 판 꼴이 된다. 그렇게 되면, 녀석들과 같아지는 게 아닌가.

 

[, .........., ..., , ................, ...]

[......그 이름을 어떻게.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뭔가 착각하는 듯한데, 저는 텐구의 형제입니다. 그러니, 그에게 위해를 가하는 짓은 하지 않습니다]

 

그 때, 복도에 뚜벅뚜벅, 발소리가 들리더니 카라마츠가 있는 객실 문앞에서 멈춰섰다.

 

[........... 아무래도 돌아가야 할 것 같군요. 다시 올테니, 그때까지 좋은 답볍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남자가 눈앞에서 슥, 사라짐과 동시에 쥬시마츠가 방에 들어왔다. 방안을 빽빽하게 채우고 있던 눈알들은 어디에도 없었다.

카라마츠는 갑자기 속박에서 풀려나, 바닥에 쓰러지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 시마츠.....무슨 일인가...?]

[카라마츠형이 부른 것 같아서 와봤어!!]

[..........., ?]

 

쥬시마츠는 코를 킁킁거리더니 얼굴을 찌푸렸다. 카라마츠는 숨을 고르며 손에 쥐고 있던 깃털을 쥬시마츠가 보지 못하게 이불 밑에 숨겼다.

 

[카라마츠형...여기, 냄새나....형한테도 같은 냄새가 나....저기, 카라마츠형. 이제 밖에 나가지 마. 이대로면, 형이 형이 아니게 되어-]

[쥬시마아츠. 그건 안 된다, 쥬시마츠. 아무리 동생의 부탁이라도, 그건 들어줄 수 없다]

 

카라마츠는 쥬시마츠의 말을 가로막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쥬시마츠가 조금 일찍 그런 제안을 했다면, 승낙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미 카라의 존재가 압도적으로 커져, 의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 , 나랑 야구하자!!]

[안 된다, 안돼...쥬시마츠. 나는 이제 야구를 할 수 없다. 방망이가...무섭다...]

[, 그럼! 야구 말고, 파칭코는? 파칭코 가자-!! 카라마츠형이 따도 비밀로 할게!! 그러니까, 이제 혼자서 나가지 마!]

 

쥬시마츠는 필사적으로 말했다. 늘 헤실헤실 웃으며, 독특한 세계관에 살고 있는 쥬시마츠가 진지한 얼굴로 부탁하고 있다. 나와 함께 있고 싶다며, 같이 놀고 싶다며. 아마도 저건 마음의 외침이겠지.

하지만.

 

[......., 나는!!!!!]

 

갑자기 카라마츠가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지르자, 쥬시마츠가 어깨를 움찔 떨었다.

 

[나는, 카라와.....카라마츠 보이랑 있고 싶다!! 카라는 나를 원하니까!! 제대로 얘기를 들어주고, 위로해주니까!! , 너희들은 상처 입은 내게 뭘 해줬나...? 나를 무시했지 않나!! 하지만, 카라는 나를 아껴주고 필요로 하고 있다......그러니까, 네 부탁은 들어줄 수 없다.....미안하다, 쥬시마츠.....!]

 

쥬시마츠가 매달리면 매달릴수록 카라마츠의 어두운 감정은 더욱 커져만 갔다. 자신이 매달렸을 때는 무시했으면서, 어째서 나는 그들의 애원을 들어주어야 하는가.

 

카라마츠는 숨겨두었던 깃털을 꺼내들고 그대로 방을 빠져나왔다. 복도로 나오니 그곳에는, 오소마츠와 이치마츠, 토도마츠가 있었다. 세명과 눈이 마주친 카라마츠는 아, 하고 탄성을 내질렀다.

 

아무래도 큰 소란에 몰려들어, 전부 엿듣고 있던 모양이었다. 어색한 감정에 얼굴이 딱딱하게 굳는다.

카라마츠는 더는 이 분위기를 참을 수 없어, 그대로 집을 뛰쳐나갔다.

 

[카라마츠........]

 

이치마츠와 토도마츠는 흐느껴 우는 쥬시마츠에게 다가가 그를 다독였다.

쥬시마츠의 우는 소리와, 오소마츠의 중얼거림이 조용한 복도에 울려 퍼졌다.

 

 

 

 

 

* * *

 

 

 

 

카라마츠는 앞만 보고 달려 카라가 기다리는 신사로 향했다. 그 생각 하나만으로 머릿속이 꽉 차서, 주변을 신경 쓸 여유도 없이 평소처럼 깃털로 의식을 행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 순간 라이브에서 돌아오던 쵸로마츠가 그 광경을 목격하고 만다. 울면서 달려가는 카라마츠를 발견한 쵸로마츠가 그의 뒤를 쫓은 것이었다.

 

[카라마츠 녀석, 왜 이런 곳에......]

 

쵸로마츠는 그렇게 말하며 카라마츠에게 다가가려 공터에 발을 내딛었다. 그러자, 카라마츠의 주변에 갑자기 까마귀들이 모여들었다. 뿌연 안개가 걷히고서야 정신을 차린 쵸로마츠가 주변을 둘러봤지만, 카라마츠는 없어진 후였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저기에 있었을 카라마츠가 보이지 않았다.

 

[, , 카라마츠......? 사라졌어..........!?]

 

쵸로마츠는 카라마츠가 사라진 곳으로 달려가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그곳은 담벼락으로 둘러쌓여 있어, 숨을 곳이라곤 단 한 곳도 없었다. 마치 하늘로 솟거나, 땅으로 꺼진 듯한 광경에 쵸로마츠는 어안이 벙벙했다.

 









카라스텐구(카라)의 본모습은

공식의 텐구 카라를 떠올리시면 됩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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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청은 내일 확인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댓글로 요청해주시는 분들이 몇 계시던데

요청은 방명록에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ㅠ


댓글에 요청을 하면 다른 일반 댓글에 묻혀서 확인도 어렵고

나중에 거절인지 허락인지 알려드릴 때도 찾기가 어렵습니다ㅠㅠ

댓글이나 방명록 검색 기능이 있긴 하지만 제대로 안 되더라구요..ㅠ


그러니 가능한 요청은 방명록에 해주세요

방명록 오류거나 방명록을 못 찾겠다면 댓글로 도움을 요청해주세요!






  1. (해골과 같은 말입니다. 청년이 쓴 해골(されこうべ)는 카라마츠가 쓴 해골(ドクロ)보다 약간 옛말? 고전적인 느낌이라 촉루라고 썼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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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8797136#6




















일주일후. 카라마츠의 몸에 감겨있던 붕대란 붕대는 전부 벗겨졌다. 그 남자의 말대로 겉의 상처는 비정상적으로 빨리 나았다. 의사는 기적의 회복력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카라마츠 스스로도, 아무리 자기가 바보라 할지라도 죽을 뻔했던 어마어마한 상처가 일주일만에 낫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이니 믿을 수밖에 없다.

 

[이게 무슨 일인가.... 난 신에게 선택받은 건가]

 

카라마츠는 거실에서 붕대를 푼 팔을 하늘 높이 쳐들었다. 그걸 형제가 냉담한 눈으로 쳐다봤다.

 

[? 그 붕대, 꾀병이었던 거?]

[맞아맞아. 너 악운 강하니까. , 그렇단 건 우리들이 잘 피해서 던졌다는 거 아냐?]

[아하, 파인 플레이네!! 메이저 갈 수 있을까?]

 

이치마츠, 오소마츠, 쥬시마츠가 카라마츠의 상태를 보며 말했다.

 

[, 꾀병 아니다! 진짜, 진짜 아팠단 말이다!! 죽는 줄 알았다!]

 

카라마츠는 그들의 막말에 마음이 아팠다. 속죄나 동정의 말이라면 몰라도, 그 고통과 괴로움을 꾀병이라 말하는 건 억울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잘했다는 듯이 말하다니.

 

[죽다니.....꾀병이잖아. 그렇게 빨리 낫다니 꾀병이 당연하지]

[그래그래. 카라마츠형, 치비타한테 가서 걱정 끼쳐서 미안하다고 꼭 사과하라구~. 안 그럼 어색해져서 못 갈지도 모른다고, 앞으로]

 

쵸로마츠는 취활잡지를 보며, 토도마츠는 탁자에 턱을 괴고선 핸드폰을 보며 카라마츠에게 말했다.

 

카라마츠는 반론하려 5명을 봤지만, 순간 머리에 안개가 낀 것처럼 말이 나오지 않았다. 화나는 것보다 이해 받지 못하는 괴로움과 체념이 더 컸다.

 

[알겠다......]

 

주먹을 꽉 쥐고 자리에서 일어나, 시선을 떨군 채 방을 나섰다.

겉의 상처는 아물어도, 마음의 상처는 그렇게 간단히 낫는 게 아닌데. 겉의 상처는 보여도, 마음의 상처는 보이지 않는데. 5명이나 있음에도 점점 커져가는 마음의 상처를 알아채주지 않는 게 슬퍼서 견딜 수가 없었다.

 

집에 있기 싫었던 카라마츠는 그대로 신발을 신고 현관을 나섰다. 밖에 나와도 특별히 갈 곳이 없었다. 토도마츠가 말했던 것처럼, 치비타한테 갈까 했지만, 그럴 마음이 들지 않았다.

 

몸은 다 나았다. 가려고만 하면 어디든 갈 수 있는데. 오소마츠처럼 삼시세끼 식사보다 도박을 더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쵸로마츠처럼 아이돌 덕질을 하는 게 삶의 활력소인 것도 아니다. 이치마츠처럼 고양이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쥬시마츠처럼 야구에 흥미가 있는 것도 아니며, 토도마츠처럼 인간관계가 넓은 것도 아니다.

 

[나는 아무것도 없구나. 난 이렇게나 시시한 인간이었던 건가]

 

그렇게 자각한 순간 자신이 비참하게 느껴졌다. 굳이 말하자면, 난 나 자신을 좋아했다. 내가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으면, 도대체 어느 누가 날 좋아하겠는가.

--하지만 지금의 나는 싫다. 형제들에게 신뢰받지 못하는 건 분명 평소 행실이 나빴기 때문이겠지. 안쓰럽단 말을 계속 들었음에도 고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카라마츠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터벅터벅 걸었다. 이런 기분으로는 카라마츠 걸을 찾으러 갈 수도 없다.

 

[.......? 카라마츠 걸.... 아니, 카라마츠 보이가 있지 않나!]

 

카라마츠의 뇌리에 전에 만났던 청년이 스쳐지나갔다.

그날 이후로 한번도 못 봤지만, 운 좋게도 지금은 아직 한낮이다. 마을은 좁으니, 전력으로 찾으면 밤까지는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 카라마츠는 아무 생각 없이 마을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찾을 수 있을 리 없다. 애초에 아카츠카 마을에 살고 있는지도 어쩐지도 모른다.

결국 만나지 못한 채 카라마츠는 집으로 돌아갔다.

 

 

 

 

 

* * *

 

 

 

 

붕대를 벗은 후부터는 전과 똑같이 형제와 같이 행동했다. 같이 목욕탕에 가고, 같이 자고, 같이 밥을 먹었다. 전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카라마츠는 형제들 사이에서 벽을 느꼈다.

상태가 나았다고 해서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왔다고 할 수는 없다. 저도 모르는 사이, 트라우마에 마음의 상처가 도려내졌다.

 

엄마인 마츠요가 꽃병에 꽃을 꽂아 장식할 때 식은땀이 멈추질 않았고, 쥬시마츠의 야구연습에 억지로 끌려갔을 땐 과호흡에 빠졌다.

라멘이 담긴 그릇이 무서워서, 좋아하던 라멘도 먹을 수 없게 되고, “후라이팬도 건드릴 수 없게 됐다. “맷돌을 볼 땐 발광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물이 무서워 탕에 오래 들어앉아 있지도 못하고, 거의 매주 갔던 치비타의 가게에도 갈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이 상태의 주범격인 형제들도 다소 걱정을 하는 듯했지만, 날이 갈수록 꾀병이라 생각하는 건지 냉담한 눈빛을 하게 되었다.

그것이 더욱 카라마츠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저기, 토도마츠. 너는 날 좋아하는가? 가족이라고, 형이라고 생각하는가?]

[, 그래. ....근데 그러는 거 이제 그만하면 안돼? 그 일은 우리들이 잘못했다고 생각하는데 매일매일 그런 말 듣고 있으면 짜증난다고. 무슨 집착 쩌는 여자친구냐]

 

토도마츠는 그렇게 말하며 깊은 한숨과 함께 방을 나갔다. 카라마츠는 토도마츠를 향해 팔을 뻗었지만, 탁 하고 문이 닫혀버린다.

토도마츠의 말대로 카라마츠는 거의 매일 이런 질문을 되풀이했다. 마치 자신의 존재의 의미를 찾는 듯이.

 

[, 누구 없는가...! 날 혼자 두지 마라!!]

 

카라마츠가 또 혼자가 되는 걸 두려워하게 된 이유가 하나 있었다. 눈동자에 공포의 빛을 띠면서 카라마츠는 몸을 둥글게 말고 귀를 막는다.

 

[히익, 또다.......]

 

카라마츠는 혼자가 되면 주변에서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크게 다친 이후부터 뭔가가 항상 자신을 지켜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는 기분탓이라고 여겼지만, 가끔 자신을 놀리는 듯 딸랑, 하고 방울 소리가 났다.

 

이런 행동을 매일 반복하다보니, 형제들은 카라마츠가 미쳐버렸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원인이 자신들임을 알기에, 그 책임을 지고 싶지 않아 형제들은 카라마츠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내버려두면 언젠가 원래대로 돌아오겠지, 라고 간단히 생각해버린 것이다.

 

 

 

 

* * *

 

 

 

 

그러던 어느날. 카라마츠는 멍하니 창밖을 보고 있고, 오소마츠는 심심하단 말을 반복하며 뒹굴거리고 있었다.

치유되지 않은 마음의 어둠은 갈수록 깊어만 가, 카라마츠는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

카라마츠는 시선을 오소마츠에게 옮기며 기어들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치 구해달라는 듯이.

 

[.....저기, 오소마츠. , 누가 지켜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 발언에 오소마츠는 깜짝 놀라 카라마츠를 봤다. 눈빛은 공허하고 오른쪽 눈에서는 눈물이 한줄기 흘러나오고 있었다.

 

[거짓말이 아니다. 정말, 누군가가, 날 보고 있다...]

 

카라마츠는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매달리듯 오소마츠에게 말했다. 그리고 오소마츠 쪽으로 기어가듯 천천히 다가갔다.

오소마츠는 당황스러움과 함께 살짝 질린듯한 표정으로 뒤로 물러났다.

 

[, 하아? 누가 널 본다는 거야. , 그거 아냐? 복장이 안쓰러워서 호기심의 시선으로 누가 보는 거라던가]

[...아니다, 그게 아니다! 이건 그런 시선이 아니다!! 밖에서만이 아니라, 집안에서도 느껴진단 말이다!]

 

너무도 필사적인 모습에 오소마츠는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공포가 싹텄다. 저 말이 진짜인 걸까, 아니면 관심을 끌고 싶어서 벌인 연기인가, 그것도 아니면 정말 미쳐버린 걸까. 어느 선택지를 고르든 다 동생이 불쌍할 뿐이었다.

 

[......너 진짜 자의식 과잉 아냐? 형아 걱정인데]

[농담이 아니라니까!!! 진지하게 들어라, 오소마츠!!]

 

그렇게 소리친 순간, 카라마츠의 등에 소름이 쫙 끼쳤다. 이 방에는 오소마츠와 자신, 둘뿐일텐데, 다른 한명이 더 있는 듯했다. 카라마츠는 주변을 둘러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지금까지는 멀리서 그 시선이 느껴졌었는데, 처음으로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기척을 느꼈다.

 

[, 아아, 있어. 오소마츠, 도와줘. 있다, 이 방에, 있다고!!]

 

카라마츠는 눈물을 쏟으며 오소마츠에게 떨리는 손을 뻗었다. 오소마츠는 주변을 둘러봤지만, 무엇 하나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오소마츠는 결국 이 모든 걸 카라마츠의 연기라 단정짓고, 짜증과 어이없는 표정으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더는 저 불쌍한 동생과 함께 있고 싶지 않았다.

 

[오소마, . 오소마츠! 어딜 가는 건가!! 날 혼자 두지 마라!!]

[네네. 잠시 저쪽에 볼일이 있어서 가는 거니까. 금방 돌아올게-]

비명과도 같은 목소리로 붙잡는 카라마츠에게 그렇게 말하곤 오소마츠는 한손을 휙휙 흔들며 방을 나가 버렸다.

그러자, 갑자기 방의 온도가 확 내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아아, 불쌍하게도. 형제들에게 버림받은 건가]

 

아무도 없어야 할 뒤에서 소리가 들렸다. 심장이 쿵쿵 거칠게 뛰고,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마치 가위에 눌린 것처럼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딸랑, 딸랑, 하는 방울소리가 점점 커지며 뇌내에서 울렸다.

 

[사랑에 굶주린 인간의 아이여. 나의 신사로 오라]

 

귓가에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가 온몸을 경직시킨다. 그리곤 이내 가위가 풀렸다.

카라마츠는 덜덜 떨며 뒤를 돌아봤지만, 거기엔 아무도 없고 바닥에 새의 것으로 보이는, 하지만 그보다 조금 큰 검은색 깃털이 떨어져 있었다.

 

[, 깃털...?]

 

카라마츠는 그걸 집었다. 그러자 카라마츠의 뇌리에 본 적 없는 신사가 스쳐지나갔다. 본 적이 없어 모르는 게 당연한데, 어째선지 가는 길이 떠오르며, 몹시 가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카라마츠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마음에 들어하던 선글라스나 가죽재킷도 버린 채 빈손으로 집을 나섰다.

 

비틀비틀, 마치 꼭두각시처럼 오직 목적지만을 향해 걸었다. 그의 한 손에는 커다란 깃털이 들려있었다.

 

[어라, 카라마츠. 어디 가는 거야, 곧 저녁시간이라고]

아이돌 라이브에서 돌아온 쵸로마츠가 앞쪽에서 걸어오며 말을 걸었지만, 카라마츠는 무시하곤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무시라니...! 뭐야, 아침에 무시했다고 화난 거야? 어쩔 수 없었다고, 나 바빴으니까]

 

미간을 찌푸리며 말한 쵸로마츠는 카라마츠의 팔을 붙잡았다. 카라마츠가 쵸로마츠를 흘끗 쳐다봤지만, 그의 눈동자는 공허해, 쵸로마츠도 그 무엇도 비춰지지 않았다.

그것에 소름이 돋은 쵸로마츠는 팔을 놓았다.

 

[뭐야, 됐어...! 오소마츠형이랑 쥬시마츠가 밥 뺏어먹어도 모른다고!!!]

 

쵸로마츠는 다시 앞으로 걸어가는 카라마츠의 등을 바라보며 외쳤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카라마츠에게 닿지 않았다.

타들어가는 석양에 휩싸이듯 카라마츠는 앞으로 나아갔다.

 

 

 

 

* * *

 

 

 

 

그날 카라마츠가 돌아온 건 아침해가 뜰 무렵이었다. 방에 누가 들어오는 걸 느낀 쵸로마츠는 잠에서 깼다. 그 누군가가 카라마츠라는 걸 깨달은 순간 그의 팔을 잡아끌어 복도로 나갔다.

 

[카라마츠, 지금이 몇시라고 생각하는 거야? 게다가 저녁에 내 말을 무시하고 말이야!!]

 

쵸로마츠는 카라마츠를 추궁했다. 기분 탓인지 카라마츠는 초췌해 보였지만 어쩐지 즐거운 표정이었다.

 

[아아, 미안하다. 하지만 내 말을 들어주지 않았던 네가 그런 말을 할 입장은 아닌 것 같다만....]

 

카라마츠는 감정이라곤 없는 목소리로 말하곤, 쵸로마츠 옆을 스쳐지나가 방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카라마츠한테서 묘한 향기가 났다.

 

 

카라마츠는 이불로 들어가 눈을 감고 오늘 일어난 일을 떠올렸다.

 

 

 

 

그 후, 카라마츠의 정신이 돌아온 건 인적이 드문 신사 앞에 도착한 후였다.

 

 

, 여긴.....어디인가. ....! 설마 나는 카미카쿠시[각주:1]라도 당한 건가...!!

 

바람이 불자 나뭇잎이 바스락거리고, 까마귀의 울음소리가 음침하게 땅거미 속에 메아리쳤다. 카라마츠는 일단 경내 안을 둘러보기로 했다.

 

토리이[각주:2]를 지나자 고마이누[각주:3] 두 개가 험상궂은 얼굴로 바라본다. 건물 주변에는 사당과 작은 무덤이 있었다. 카라마츠는 사당이 신경 쓰여, 가까이 다가가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게 신경 쓰이십니까

 

그 때, 갑자기 등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아까까진 아무도 없었고, 기척도 못 느꼈는데. 카라마츠는 깜짝 놀라며 조심조심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거기에는 짙은 파란색의 기모노를 입은, 전에 봤던 그 청년이 서있었다. 놀란 표정을 짓자 청년은 카라마츠에게 다가왔다.

 

, 그 때 봤던 형씨.......!

어서오십시오. ...거기에 이끌려 오신 거군요

 

청년의 시선은 카라마츠가 들고 있던 깃털에 꽂혔다. 카라마츠는 그걸 꽉 쥐고 고개를 끄덕였다. 청년은 입가를 살짝 올리곤 사당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 사당에는 카라스텐구가 모셔져 있다고 들었습니다

카라스, 텐구....그건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는 건가

. 인간의 형상에 검은 날개를 달고 있습니다. 마침 그대가 갖고 있는 그것이 그 날개의 깃털. 그대는 카라스텐구의 마음에 든 모양이군요

 

그걸 들은 카라마츠의 뇌리에, 언젠가 석양 속에서 보았던 실루엣과 날마다 느껴지는 시선이 떠올랐다. 그건 기분 탓이 아니었다. 진짜였던 거다!

 

카라스텐구에 대해 들어보시겠습니까

 

청년의 제의에 카라마츠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본 청년은 진지한 얼굴로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아주 먼 옛날, 이 사당에는 카라스텐구가 모셔져 있다고 믿어, 귀중하게 관리를 해왔다고 한다. 하지만 시대가 지나면서 믿는 사람이 점차 줄어들게 되고, 사당에 바쳐지는 제물도 사라져 점점 초라해져만 갔다.

그 때문에 카라스텐구는 이곳에 가호를 내리는 걸 관뒀다. 그러자, 주변 마을에 기근이 덮쳤다. 식량이 없어 곤란해진 마을 사람들의 마음은 거칠어져만 갔고, 강탈은 물론이요 어린이나 노인들을 굶기거나 쫓아내 입을 줄이기까지 했다.

어느날, 한 남자아이가 피를 철철 흘리며 빈사상태로 길바닥에 쓰러져있는 걸 카라스텐구가 발견했다. 카라스텐구는 그를 가엾게 여겨, 자신의 피를 먹여 아이의 상처를 고쳤다.

원래는 카라스텐구의 존재는 사람에게 보이지 않지만, 그 피를 섭취한 남자아이에게는 그 모습이 보였다. 아이는 카라스텐구에게 점점 정을 붙였다.

처음으로 사람에게 호감을 가진 카라스텐구는 남자아이에게 가호를 내려 그를 보호했다.

하지만 어느날, 이 기근이 카라스텐구의 저주란 얘기가 돌면서, 마을사람들은 결국 사당을 부수려했다. 아이는 그걸 필사적으로 말렸지만, 죽었어야 할 아이가 살아있는 걸 보고 놀란 마을사람들은 이 아이는 역귀다! 이 아이가 재난의 원인이다!’라고 소리치며 아이를 잡아다 고문하여 죽였다. 창백하게 식어버린 아이를 본 텐구는 분노하여, 마을을 모조리 궤멸시켰다.

남자아이의 죽음으로 사당은 지켜졌지만 카라스텐구가 아끼던 아이는 사라져버렸다.

 

 

청년은 이야기를 끝내곤 슬픈 듯 웃었다. 그리고 작은 무덤을 가리키며, 저것이 남자아이의 무덤이라 말했다.

상당한 세월이 흘렀음에도 풍화되지 않고 깔끔히 정돈된 무덤주변을 보아, 누군가에 의해 소중히 관리되고 있음을 느꼈다.

 

그렇군.....하지만 그 아이는 카라스텐구의 옆에서 잠들어 행복하겠군. 가장 믿었던 사람에게 이렇게나 소중하게 지켜지고 있으니까 말이야

 

카라마츠는 그렇게 중얼거리곤 무덤 앞으로 가 쭈그리고 앉았다. 그리고 그 위를 상냥하게 어루만졌다. 그 모습을 청년은 잠자코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합니까. 그 아이는 텐구를 감싸다 죽었습니다. 텐구가 없었다면, 이라고 생각하진 않나요

.....아니, 애초에 텐구가 없었다면 죽었을 목숨이다. 이 아이에게 있어, 혼자서 쓸쓸하게 죽어가는 것보다 텐구에게 사랑받으며 죽는 편이 더 행복하지 않겠나. ....사랑 받지 못하는 인간만큼 불쌍한 건 없으니까 말이야

 

그 말을 들은 청년은 어쩐지 실수한 듯한 기분에 살짝 침울한 얼굴이 된다.

 

저기, 형씨. 아까 내가 카라스텐구의 마음에 들었다고 했지. 왜 나인가

 

카라마츠의 질문에 청년은 시선을 슬쩍 돌렸다. 하지만 곧바로 시선을 마주하며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그 아이와 닮았으니까

 

그걸 들은 카라마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닮았다 해도 본 적도 없는 상대이니 좀처럼 납득할 수 없었다.

 

그렇군....역시 나,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는 쿨가이..

....?쿨가이...?

, 아무것도 아니다....그보다 여긴 어딘가? 나는 아카츠카에서 나고 자랐지만 이런 곳은 처음 본다만

 

카라마츠는 다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늘을 뒤덮을 듯 울창한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려 바스락거리며 흐느끼고, 까마귀의 울음소리가 애수를 자아냈다.

 

전에 저와 만났던 장소, 기억하시나요? 이곳이 그곳입니다

 

그 말을 들은 카라마츠는, 있어야 할 공원이 없어지고 사당만 남았던 그곳을 떠올렸다.

 

아니, 그건 기억한다만....그곳은 그냥 공터였지 않나. 이렇게 나무들이 빽빽하게 자란 곳이 아니었던 걸로 기억한다만...

, 정확히 말하자면 그곳의 옛 형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카라스텐구는 그 지위와 요력이 굉장한 요괴입니다. 시대를 뛰어넘는 건 물론, ....사람을 홀연히 데리고 가는 것도 가능하죠

 

청년은 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카라마츠는 빙글빙글 혼란스러운 머리를 갸웃거렸다.

-사람을 데리고 가는 게 가능하다, 라는 건 날 말하는 건가. 그렇다는 건 이건 카미카쿠시!!

 

, 싫다싫다싫다아-!! 갑자기 카미카쿠시라니 싫-다아-!!

 

머리의 한계치를 넘어버린 카라마츠는 얼굴을 찌푸리고 고개를 내저었다. 갑작스런 반응에 청년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 진정하세요. 그렇게 가둬두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원한다면 언제는 현세로 돌려보내는 것도 가능하죠

, 그런 건가...? ......, 나 정도 되는 사람이 이렇게 이성을 잃어버리다니, 쿨하지 않군.....

 

카라마츠는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그 모습을 본 청년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이란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여기, 이걸 받아주세요

 

청년은 그렇게 말하며 소매에서 사탕을 꺼내 카라마츠에게 건넸다. 그건 호박색을 띠고 있어, 아름답게 빛이 났다.

사탕을 받아들어 입에 넣어 굴리자, 서서히 단맛이 입안에 퍼졌다.

 

고맙다....저기, 형시는 대체 뭐하는 사람인가

, 말입니까. 저는.....이 사당과 무덤을 지키는 자입니다. 오랜 세월 이렇게 이승에 몸을 숨기며 영원의 시간을 보내고 있죠

 

그 말을 들은 카라마츠는 청년이 불쌍하게 느껴졌다. 계속 이 쓸쓸한 공간에 혼자 있었다는 건가.

 

형씨, 대단하군. 외롭지 않은 건가

외로워...? 외로움...인가. 그런 감정은 버린 지 오래입니다. 저는 금기를 범했습니다. 그저, 이 목숨이 다하기를 기다릴 뿐이죠

금기....? 그게 형씨를 이곳에 묶어둔 이유인가? 도대체 무슨 짓을 했기에..

 

카라마츠의 질문에 청년은 천천히 입가를 올렸다. 그 미소가 어딘가 텅 비어 보여,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았다.

 

, 옛날 이야기는 이걸로 끝입니다. 이제 그대가 현세로 돌아갈 수 없는 몸이 되기 전에 현세로 돌려보내야 되겠군요

 

청년은 그렇게 말하며 커다란 우선[각주:4]을 꺼내 살짝 휘둘렀다. 그러자, 카라마츠의 의식이 몽롱해지기 시작했다.

 

, 잠깐.........다시 만날, 수 있는 건가...?

.....그럼요. 그걸 가지고 해가 질 무렵에 그 장소로 오신다면, 언제든지

 

딸랑, 하는 방울소리가 고막에 울리더니, 카라마츠는 어느새 집앞에 서있었다. 잠시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안 되어 멍하니 서있던 카라마츠는 손에 들린 칠흑 같은 깃털을 보고 현실임을 깨닫는다.

 




분명 집을 나온 건 저녁무렵이었는데, 설마하니 새벽녘에야 돌아오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지만.

 

....브라더들과 마주치고 싶지 않다는 내 마음을 헤아리기라도 한 건가

 

카라마츠는 편안한 얼굴로 깃털을 끌어안고 잠들었다.

 

 

 

그 날을 경계로 카라마츠와 청년은 사이가 좋아졌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로 만났지만, 점차 그 횟수가 늘어 거의 매일 가게 되었다.

집에는 있을 곳이 없는 카라마츠에게 있어, 청년이 만들어낸 그 공간은 마음의 안식처나 마찬가지였다. 청년은 자신만을 보고, 상냥하게 말을 걸며, 때때로 따스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하지만, 저녁에 나가 새벽녘에 귀가하는 카라마츠를 형제들이 수상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안녕을 위한 행위가 반대로 자신을 집에서 몰아내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1. (신에 의해 일어난 행방불명 / 어린애들이 갑자기 사라지는 것을 옛날에는 신의 소행으로 여겨서 생겨난 말 / 그냥 행방불명이라 적기엔 흐름상 안 맞는 것 같아서 원래 단어 그대로 적었습니다) [본문으로]
  2. (신사입구에 세운 기둥문 / 신사에 가면 보이는 빨간색 문처럼 생긴 기둥이 토리이입니다) [본문으로]
  3. (신사 주변이나 참배하는 길옆에 놓인 사자상 같은 것을 말합니다) [본문으로]
  4. (새털로 만든 부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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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황혼에 안녕을 1

 

 

 

 

 

어릴 적, 이웃집 할머니가 그랬다.

날이 저물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렴. 황혼에는 요괴들이 나타나, 아이들을 데리고 간단다

눈 깜짝할 사이에 아이들을 데리고 사라진다는 그 요괴의 이야기는, 아직 어렸던 내게 너무도 무서웠다. 그래서 해가 지려고 하면 쏜살같이 집으로 달려가곤 했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부턴 그런 순수함은 사라져, 그저 어른들이 만들어낸 작은 위협과도 같은 미신이라 여겼다.

 

 

 

파란색 후드티를 입은 청년, 마츠노 카라마츠는 까마귀가 우는 소리를 들으며 혼자 길을 거닐었다.

 

[황혼, 인가. 지금의 나한테는 요괴보다 브라더들이 더 무섭다]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카라마츠의 왼팔과 왼발, 그리고 머리에는 새하얀 붕대가 친친 감겨 있었다. 보기만 해도 아파 보이는 그 상처들은, 모두 그의 형제가 저지른 짓이었다.

 

일의 경위는 이러하다. 카라마츠와 그 형제는 소꿉친구인 치비타의 가게에서 늘 외상으로 오뎅과 술을 먹어댔다. 그들은 니트였기에, 지불한 돈이 없어서였다. 더는 참을 수 없었던 치비타는 카라마츠를 유괴해 그 몸값으로 외상값을 전부 받아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치비타의 생각과는 달리, 형제들은 카라마츠를 구하러 오지도 몸값을 지불하지도 않았다. 치비타니까 괜찮다고 생각한 건지, 그게 아니면 유괴당한 게 카라마츠여서인지, 그건 모를 일이지만, 뭐가 되었든 카라마츠에겐 너무한 일이었다.

슬픔에 잠긴 카라마츠를 본 치비타는, 카라마츠를 위해 한 작전을 떠올린다. 그건 카라마츠를 집앞에서 화형시키는 것. 생사가 걸린 일이라면, 역시 그들도 구하러 올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작전마저 실패로 돌아갔다. 마츠노가 형제들에게는 카라마츠보다도 그들의 수면이 더욱 중요했던 걸까. 형제들은 잠을 방해하지 말라 소리치며, 둔기를 내던졌다.

그 둔기들은 보기 좋게 카라마츠에게 직격했고, 병원 신세를 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오히려 이런 큰 상처를 입고도 죽지 않은 게 다행이라며 감탄했다.

 

 

옛날부터 튼튼한 것만이 장점이라 여겼지만, 이렇게까지 튼튼하다니 꺼림칙할 정도였다.

좀 더 크게 다쳤다면 조금은 걱정해줬을까.’ ‘애초에 외상 건은 연대책임인데 어째서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자신이 싫었다.

 

비참함에 눈물이 차올라 시야가 흐릿해졌다. 이대로 집에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에 카라마츠는 기분도 진정시킬 겸 공원에 들렀다.

낯선 목발을 필사적으로 끌고, 벤치를 향해 걸어갔다. 그때, 시야 끝에 낯익은 후드를 입은 집단이 보여,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브라더........?]

 

카라마츠의 중얼거림은 땅거미에 녹아들었다. 그 시야에 비친 건 이치마츠를 중심으로 평화롭게 웃으며 가는 형제들의 모습이었다. 그 장면이 마치 영화의 끝을 고하듯 완벽해서, 내가 그곳에 설 자리는 없어 보였다.

 

하아, 하고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째서 자신만 이렇게 크게 다치고, 그것도 모자라서 혼자가 되어야 하는 건가. 어째서 자신만 이런 생각을 해야 하는 걸까. 돈을 내지 않은 건 우리들이 나쁜 거니, 치비타를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어째서 자신만 그 벌을 받아야하는 걸까.

카라마츠는 형제들을 위해서라면 다소 자신의 희생은 감수했다. 하지만 그건, 자신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결과가 뒤따랐을 때의 이야기다.

 

가슴에 검게 그을린 응어리를 느끼며, 카라마츠는 그 자리에 멈춰섰다.

자신에게 상냥하게 대해주지 않는 형제들도 짜증나지만, 그보다도 형제들을 질투하는 자신, 형제들에게 선택받지 못한 자신이 너무도 밉고 싫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카라마츠가 멈춰서있을 때, 오소마츠들은 5명 나란히 석양빛을 맞으며 멀어져갔다.

카라마츠는 그걸 가만히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선망과 외로움이라곤 보이지 않는 그들의 모습을 혼란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입을 꾹 다물었다.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 목발을 쥔 손을 꽉 쥐었다.

 

[....나는, 이제 필요 없는 건가]

 

카라마츠가 그렇게 중얼거렸을 때였다.

-- 딸랑.

 

 

방울 소리가 작게 귓가에 울렸다.

카라마츠는 그 소리에 끌리듯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석양에 뒤섞이듯, 무언가가 높은 하늘에 떠있는 게 보였다. 두근, 하고 심장이 고동쳤다. 그건 칠흑 같은 날개를 가진,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

 

카라마츠는 눈을 팔로 비비며 다시 하늘을 쳐다봤다. 하지만 그건 틀림없는 사람의 형상이었다. 역광 때문에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분명한 건 이쪽을 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놀란 카라마츠는 근처에 누가 없는지 둘러봤다. 하지만 시선을 돌린 그 순간, 그것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 없어..........]

 

 

―― 황혼에는 요괴가 나온다.

카라마츠의 뇌리에 그 말이 스쳐지나갔다. 놀라서 무심코 숨을 헉, 하고 삼켰지만 그럴 리가 없다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 * *

 

 

 

 

집에 돌아간 카라마츠는 아까 그게 뭐였는지 골똘히 생각했다. 형제에게 버림받은 슬픔은 이미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그때 현관문이 열리며 활기찬 목소리들이 들렸다. 형제들이었다.

 

[어라, 카라마츠. 뭐야 그 붕대는?]

[뭐야 그 붕대는, 이라니 오소마츠!! 너희들 때문이지 않나!]

 

장남 오소마츠가 태평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마치 자신과 관계 없는 일인 듯 구는 그의 태도에, 카라마츠는 신경을 곤두세웠다.

오소마츠를 따라 쵸로마츠와 토도마츠가 들어왔다.

 

[우와아, 그거 그 때 생긴 상처야? 미안, 카라마츠. 나 완전 잠에 취해서]

[으아, 아파 보여~! 미안, 카라마츠형. 하지만 카라마츠형도 잘못했다구. 그런 밤중에 시끄럽게 굴면 어떡해]

 

형제들 중에서도 쥐똥만한 양심은 갖고 있는 두 사람은, 약간 미안한 듯한 표정이다. 카라마츠는 동생들에게 약한 탓에, 굉장히 답답하고 묘한 감정이었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게다가 사랑스런 동생들이 사과를 하니까, 용서해야만 할 것 같았다.

 

[, 엄청 아팠다. 하지만 나는 관대한 형!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마라!! 좋다! 너희들을........용서하지!!]

 

카라마츠는 자유로운 오른손을 총모양으로 만들어 방아쇠를 당기는 시늉을 했다. 그걸 본 오소마츠는 키득키득 웃고, 쵸로마츠와 토도마츠는 우와아, 하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안쓰럽네에-. 그래도 형이 그렇다면야 뭐. 그럼 난 이만. 자기 전에 스킨케어를 해야 하거든~]

[너는 옛날부터 튼튼했으니 괜찮겠지]

[크아~ 졸려라. , 내일 아침 일찍 새로운 기계 들어온다던데! 쵸로마츠 갈래? 가자!!]

 

그리고 그렇게 말하며 하품을 하곤 거실을 떠났다. “고마워, 카라마츠형! 미안했어라며 안길 걸 예상했던 카라마츠는 멍하니 그들을 바라봤다.

 

[, 잠깐. 좀 더 상냥하게 대해줬으면 좋겠...는데]

 

혼자 남겨진 카라마츠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아무리 크게 다쳐도, 취급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카라마츠는 고개를 푹 숙였다.

 

[, 카라마츠. 너 그 상처론 2층에 올라오기 힘들겠네. 남는 방에 이불 둘테니까, 거기서 자. 나중에 옷 갈아입는 건 도와줄테니까]

 

쵸로마츠가 다시 거실로 돌아와 빼꼼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 확실히 목발로는 계단을 오르내르기가 쉽지 않기에, 그의 제안은 정말 고마웠다. 하지만 이런 때이니만큼 더욱 같이 자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카라마츠는 스스로를 타일렀다.

 

[, 아아! 고맙군, 쵸로마츠]

[아냐, ]

 

카라마츠는 쵸로마츠와 함께 남는 방인 객실로 향했다. 먼저 쵸로마츠의 도움을 받아 옷을 갈아입고, 그 후엔 그가 이불을 까는 걸 가만히 지켜보았다. 꼼꼼한 성격인 쵸로마츠는 시트를 주름 하나 없이 슥슥 손으로 문질러 폈다.

그 모습을 보며 카라마츠가 입을 열었다.

 

[, 저기. 쵸로마츠]

[, ]

 

카라마츠의 뇌리에 아까 해질무렵에 본 새인간의 모습이 떠올랐다. 멀어서 제대로 보진 못했지만, 웅장하면서 어딘가 묘하게 꺼림칙한 그것을.

 

[새인간, 이 있다고 믿는가? , 요괴 같은....... 사실은 오늘 저녁에 하늘에 떠있는 걸 봤다]

[? 무슨 소리야. 너 그런 걸 믿는 거야? 그런 건 도시전설이라고. 연 같은 걸 잘못 본 거겠지]

 

쵸로마츠는 베개의 주름을 펴, 이불 위에 내려두었다. 그리곤 완벽하게 갖춰진 그것을 만족스럽게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 그런가, 그렇지도 모르겠군. 요괴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지. , 분명 그럴 거다]

 

카라마츠는 쵸로마츠의 말을 받아들이며, 그건 잘못 본 것이라 단정했다. 가까이서 본 것도 아니고, 역광이라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방울 소리는 대체 뭐였던 걸까. 여리면서 어딘가 그리운 소리.

 

[괜찮아? 너 피곤하지. 얼른 자]

 

쵸로마츠는 그렇게 말하며 불을 끄고 방을 나갔다. 카라마츠는 방을 나서는 쵸로마츠의 뒷모습을 향해 황급히 고맙단 인사를 했다.

 

[....뭐어, 아무렴 어때. 얼른 자자. 오늘은 너무 피곤하군...]

 

카라마츠는 형제들의 다정한 뒷모습을 떠올려 살짝 가슴이 아파왔지만, 작게 고개를 저으며 쵸로마츠가 깔아준 이불에 누웠다.

기분 좋게 꿈속으로 빠져드는 순간, 딸랑, 하고 작게 방울소리가 들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 * *

 

 

 

 

며칠후, 카라마츠는 혼자 병원에 갔다가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그거야 몸이 멀쩡했을 때의 얘기였다. 형제가 5명이나 있는데, 아무도 따라오지 않다니 정말 너무하다.

 

[하아.... 병원에 갔다가 돌아오는 것만으로 해가 저물다니]

 

카라마츠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해가 저물어가는 거리를 걸었다. 주변에는 카라마츠 이외엔 아무도 없었기에, 카라마츠의 목발소리만 울려 더욱 서글프게 느껴졌다.

 

그때 카라마츠의 핸드폰이 울렸다. 카라마츠는 길가로 물러나, 담에 몸을 기대며 휴대폰을 꺼냈다. 막내 토도마츠였다.

 

[여보세,]

 

여보세요! 카라마츠형 지금 어디야? 치비타가 사과하고 싶으니까 가게로 와달래! 우리들은 이미 와있으니까, 형도 빨리 와! 그럼 이만-

 

 

토도마츠는 일방적으로 용건을 말하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 - 하고 울리는 핸드폰을 바라보며, 카라마츠는 눈을 내리깔았다. 잠깐의 통화였지만, 전화 너머로 북적이는 소리가 들려와 가슴이 지끈거렸다.

 

[치비타가... 그럼 나도 빨리 가봐야지]

 

주역인 내가 가지 않으면 안 되지, 라며 스스로를 타일러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결국 해가 완전히 져버린 후에야 치비타의 가게가 있는 강변에 도착했다. 그것은 정적이 감도는 그곳에 혼자서 따스한 빛을 내뿜었다. 이 다리로는 언덕을 내려갈 수가 없었기에 계단으로 향했다.

가까이 다가가자 즐거워 보이는 소리가 들렸다. 평소라면 빨리 달려가고 싶었을텐데, 그런 기분은 전혀 들지 않고 오히려 발이 무거워졌다.

 

겨우 도착했다며 계단을 내려갔다. 앞으로 조금이면 도착하는데, 카라마츠의 발은 거기서 딱 멈춰 움직이지 않았다.

 

[, 움직이지 않는 거야...]

 

 

 

ーー 빨리 가서 치비타를 만나야 하는데. 분명 내가 없으면 브라더들도 심심할 거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아무리 발버둥 쳐도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어느새 몸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심장이 두근두근 시끄럽게 울렸다. 내 몸은 어떻게 되어버린 걸까, 처음 느껴보는 감각에 놀랄 뿐이다.

 

하지만 이 기분의 정체를 카라마츠는 금방 알아차렸다.

그건 공포였다. 가슴이 꽉 조여와서 숨쉬기가 버겁다.

ーー나는 무서운 건가. 치비타나 브라더들이. 저 상냥한 미소도, 시끌벅적함도, 의자에 나란히 늘어선 뒷모습도.

지금까지 어떻게 저 안에 섞여들었는지 모르겠다. 아니, 오히려 애초부터 혼자 동떨어져 있던 건 아닐까.

 

그런 감정을 알아버린 순간, 가슴이 욱신거리고, 배 안이 뒤틀리며 뭔가 역으로 치밀어 올랐다.

 

[, ]

 

카라마츠는 겨드랑이에 목발을 끼고, 입을 손으로 틀어막았다. 어떻게든 그걸 막으며, 온 길을 황급히 되돌아갔다.

 

무아지경으로 강변을 내달리는 카라마츠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더는 저 고리 안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상실감과, 자신의 몸에 일어나는 변화로 인한 당혹감이 해일처럼 밀려들어왔다.

 

 

 

 

* * *

 

 

 

 

카라마츠가 길을 달리고 있자, 딸랑, 하고 또 방울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자 눈앞에는 낯선 작은 공원이 보였다.

카라마츠는 이끌리 듯 공원으로 들어갔다. 벤치를 찾아 앉고는 몸을 진정시키려 몇 번인가 심호흡을 했다.

 

[우으, , 히끅, 후으]

 

너머로 보이는 산은 밝았지만, 근처는 어두컴컴했다. 고장난 듯 깜빡이는 가로등에 나방이 모여들었다. 스산한 부엉이 울음소리와 카라마츠의 흐느끼는 소리가 사방에 울렸다.

 

바지 주머니에서 꺼낸 휴대폰이 벤치 위로 떨어졌다. 내려다보니, 휴대폰이 불빛을 깜빡이며 메시지가 왔음을 알렸다. 눈가를 문지르며 눈물을 닦아낸 카라마츠는 휴대폰을 켜 메시지를 확인했다. 연락의 주인은 토도마츠로, “아직이야? 안 올거면 연락 정도는 해줘라 보냈다.

살짝 짜증이 담긴 듯한 문자에 카라마츠는 미안하다라고 답신을 적었다.

하지만 어째선지 전파가 터지질 않아 보낼 수가 없었다. 몇 번을 시도하다 안 되자, 카라마츠는 언젠가 되겠지, 라며 다시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하아, 하고 깊은 한숨을 토한 카라마츠는 자유로운 오른손으로 왼쪽 어깨를 잡아, 가늘게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려 했다.

지금까지 다소 불합리한 취급을 받아왔지만, 이런 식으로 두려움을 느낀 적은 없었다. 오히려 남자형제, 반쪽과도 같은 존재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역시 그건 좀 지나쳤다고 생각한다. 가족, 형제, 자신의 반쪽으로서의 정이나 유대, 인연보다 마츠노 카라마츠라는 인간의 본능적인 방위반응이 나와 버렸다.

 

[어째서, , 나는..]

 

입으로는 정적을 사랑한다 말하지만, 사실은 외로움을 잘 타는 사람에, 섬세하고 가족애가 강한 카라마츠는 자신을 이렇게 만든 형제들이 밉다고 생각하기보다, “형제에게 이런 반응을 보이는 자신이 밉다라며 자기혐오감을 드러냈다. 그와 동시에 끝없는 공포도 느꼈다.

 

코를 훌쩍이며 울던 카라마츠의 귀에, 자갈을 밟으며 누군가 가까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 발소리는 카라마츠의 눈앞에서 멈췄다.

 

[이렇게나 좋은 밤에 왜 울고 있습니까]

 

머리위로 들려오는 소리에 카라마츠는 어깨를 움찔하고 떨었다. 평소에 가족 이외의 사람과는 교류가 적은 카라마츠는 어떻게 반응을 해야 좋을지 몰라,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두려움 가득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카라마츠는 헉, 하고 숨을 들이켰다. 왜냐면, 눈앞에 보이는 청년의 얼굴이 자신과 흡사했기 때문이었다.

 

[, ........??]

 

엄청난 충격에 눈물도 멎었다. 청년은 훗, 하고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카라마츠의 옆에 앉았다.

 

[닮긴 했지만. 다른 사람입니다]

[, 그렇군]

 

카라마츠는 흘긋 곁눈질로 청년을 봤다. 청년은 진청색의 유카타를 입었으며, 자신보다는 용감하고 듬직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마치 그가 동경하는 남성상처럼 쿨하고 침착한 분위기를 풍겼다. 게다가 근육도 적당히 붙은 건장한 몸이라는 걸, 유카타 위로도 알 수 있었다.

 

[그래, 확실히 다른 사람이로군..]

 

카라마츠는 중얼거렸다. 청년은 카라마츠의 시선을 알아채고 고개를 돌렸다. 눈이 마주치자 어쩐지 어색한 기분에 무심코 눈을 돌렸다.

 

[....왜 울고 있었나요. 닮은 사람을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니, 얘기를 들려주시겠습니까]

 

청년의 물음에 카라마츠는 잠시 입을 다물었지만, 그 정정이 이상하게도 편안하게 느껴져, 이윽고 띄엄띄엄 말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은 쿨하게 말하려고 했으나, 얘기가 끝났을 땐 이미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나아, 이제, . 녀석들과 있을 수 없다! 무섭다, 무섭단 말이다!]

 

비통한 울음에 청년은 부드럽게 눈을 감았다. 청년의 표정은 완전한 무표정으로, 동정도 연민도 찾아볼 수 없었다. 청년은 카라마츠의 왼팔과 발, 머리에 감긴 붕대를 가리키며 물었다.

 

[......이거. 아직 아픕니까]

[아니, 약이 효과가 있었던지 그렇게 아프진 않다]

[그렇습니까. 걱정마십시오, 곧 나을 겁니다]

 

마치 상처의 상태를 아는 의사처럼 확신을 담아 말하는 청년에, 카라마츠는 어딘지 섬뜩함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과 반대로 안심이 되기도 했다.

 

[.....몸의 상처는 금방 나을 겁니다. 하지만 한 번 잃어버린 신뢰는 그리 쉽게 고쳐지지 않습니다. “이곳의 고통은 그걸 떠올릴 때마다 되살아나겠죠]

 

청년은 눈을 내리깔며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카라마츠는 그를 따라 제 가슴에 손을 얹었다. 그러자, 아무도 구하러 오지 않았을 때의 그 절망감이 서서히 살아났다. 계속 이 고통이 이어지다니,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눈앞이 캄캄해졌다.

 

[.....사람이라는 것은 어리석은 존재이지요. 아무리 소중한 존재라도 쉽게 상처를 주죠. 잃고나서 깨달아야 이미 늦은 것을...]

 

청년은 카라마츠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의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카라마츠의 앞으로 걸어가, 자신을 올려다보는 카라마츠에게 작은 사탕 하나를 건넸다.

 

[........이걸. 단 것을 먹으면 좀 괜찮아질 겁니다]

[, 고마워....]

 

카라마츠는 사탕을 오른손으로 받아들어 입에 물었다. 희미하게 달달하고 따스한 맛이 나, 청년의 말대로 기분이 한결 나아진 듯했다.

 

[, 이제 돌아가세요. ...돌아갈 수 없어지기 전에]

[후후. 나는 이제 성인이라 이런 곳에서 길을 잃지는 않는다]

 

애취급 당했다 생각한 카라마츠는 옅게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이 상처로 밤중에 걸어가긴 위험할지도 모르니, 얌전히 돌아가기로 한다. 카라마츠는 자리에서 일어나 공원의 출구로 향해 걸었다. 청년이 자신을 따라오는 듯한 느낌에, 카라마츠는 그가 가까이 있다고 생각해 말을 걸었다.

 

[....형씨, 오늘은 고맙군. 또 만나-]

 

카라마츠가 살짝 휘청이며 뒤로 돌자, 거기에 청년은 물론이고 공원도 흔적 없이 사라져 있었다. 그저 좁은 황무지와 그 안에 자리한 작은 사당만이 있을 뿐이었다. 바람이 카라마츠의 얼굴을 간질이었다.

 

[으응!? , 어라....]

 

카라마츠는 여우에게 홀린 듯한 표정으로 멍하니 서있었다. 눈 씻고 찾아봐도 방금까지 정신없이 깜빡이던 가로등도 벤치도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군, 이라며 카라마츠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체 어떻게 된 건가...]

 

멍한 머리를 가로 저으며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 마치 여우나 너구리에게 홀린 듯한 기분이다.

 

[머리가 멍하군. 그건 꿈이었던 건가? 아니,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 * *

 

 

 

 

카라마츠가 집에 도착하자, 5명은 이미 왔는지 신발들이 현관에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었다. 집안의 불은 다 꺼져있고 고요했다. 치비타의 가게에 마시러 갈 때는 대개 자정이 훨씬 넘은 시간인데, 오늘은 드물게도 빨리 돌아온 듯하다. 집안을 슥 둘러보고는 객실로 가 이불 위에 누웠다.

자리에 눕자 불현듯 아까 그 묘한 청년이 떠올랐다. 치비타의 가게 근처에서 있었던 일고 어째선지 완전히 잊어버렸다.

 

[....그러고 보니, 이름을 안 물어봤군]

 

자신과 닮은 얼굴에, 어딘가 종잡을 수 없는 분위기를 풍기는 청년. 게다가 어딘지 모르게 그리운 느낌의 친화성. 그렇게나 괴로워서 견딜 수가 없었는데, 지금은 말끔하게 잊어 버렸다.

공원이 없어진 것도, 어느새 청년이 사라져있던 것도, 카라마츠에게 있어 아무래도 좋을 일이었다. 그 시간이 있었다는 것과, 상냥하게 대해졌던 그 사실만 있다면 됐다.

 

[. 설마 그 미스터는 카라마츠 보이였던 건가..]

 

카라마츠는 그렇게 생각하며 화악, 하고 얼굴을 빛냈다. 아이라면 모를까, 다 큰 성인남성에게 잘해줬다는 건 정말 카라마츠 보이인 걸지도 모른다!

사실은 걸이 더 좋지만, 자신과 닮았고 잘생겼으니 불평하지 않겠다.

 

[카라마츠형...? 있어?]

 

그때, 복도에서 토도마츠의 소리가 들렸다. 아마 화장실 가려다 깬 거겠지.

 

[아아, 있다]

 

그렇게 답한 순간 문이 열리고, 토도마츠의 요청으로 화장실에 따라온 쵸로마츠가 방에 들어왔다.

 

[, 이런 시간까지 어디에 있었던 거야]

[? 이런 시간이라니....]

 

어이없다는 표정의 쵸로마츠를 본 카라마츠는 고개를 돌려 시계를 봤다. 시간은 오전 2시였다. 거짓말...., 카라마츠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너 다쳤잖아. 얼마전 유괴사건을 일으킨 치비타는 우리들이랑 있으니까, 진짜 무슨 일에 휘말린 건가 했다고]

[, 쵸로마츠..., 설마 날 걱정해서...!!]

 

카라마츠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쵸로마츠를 올려다보았다. 기대감에 가득 찬 눈빛을 받은 쵸로마츠는 휙하고 외면했다.

 

[, 그럴 리 없잖아! 그냥 나는 상식인이고, 역시 2번이나 버림받는 건 좀 그렇겠다 해서!]

[나왔다, 자칭 상식인 발언. 근데 진짜 카라마츠형, 어디에 있다 온 거야? 별로 궁금한 건 아닌데, 치비타 엄청 풀 죽었다고]

 

토도마츠의 질문에 카라마츠는 대답하려 했지만, 뭐라고 하면 좋을지 몰라 망설였다. 사실은 공원에 있었는데 그 공원이 없어져 버렸다, 라고 말한들 누가 믿어주기나 할까.

 

[, 깜빡했다..]

 

그렇게 생각한 카라마츠는 거짓말을 하기로 했다. 아니나 다를까 두 사람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니, 어이없다기보다는 모처럼 걱정한 것에 대한 허망감 같았다.

 

[......, 그래. 뭐어,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지. 그럼 난 잔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몇 분전의 일을 까먹다니, 그런 뻔한 거짓말 치려고 해도 못 치지~.

초등학생도 그런 거짓말은 안 치겠다. , 암튼 잘자, 바카라마츠형]

 

두 사람은 완전 흥미를 잃은 듯 그대로 2층으로 돌아갔다.

카라마츠는 어, 하고 할 말을 잃었다. 침울하게 고개를 떨군 카라마츠는 슬슬 이불로 기어 들어갔다.

 

 

 








길어서 반반 나눠서 번역할 생각입니다 :)




요즘 날씨도 꿀꿀하고 해서

뭔가 암울한 거 번역하고 싶어서 사변소설 가져온 건데

뭔가 그렇게 암울한 소설 같지는 않네요;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제가 시험이 얼마 안 남아서

번역할 시간이 많이 줄어서 주에 하나가 고작이네요ㅠ

죄송합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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