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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 본편 *

2016/05/31 - [마츠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 [오소마츠상][사변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①

2016/06/04 - [마츠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 [오소마츠상][사변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②

2016/06/06 - [마츠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 [오소마츠상][사변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③

2016/06/12 - [마츠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 [오소마츠상] [사변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④

2016/06/14 - [마츠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 [오소마츠상][사변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⑤

2016/06/15 - [마츠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 [오소마츠상][사변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⑥

2016/06/15 - [마츠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 [오소마츠상][사변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⑦

2016/06/22 - [마츠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 [오소마츠상][사변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⑨


* 희망편 *

2016/07/05 - [마츠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 [오소마츠상][사변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희망> 제1화

2016/07/07 - [마츠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 [오소마츠상][사변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희망> 제2화

2016/07/10 - [마츠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 [오소마츠상][사변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희망> 제3화

2016/07/16 - [마츠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 [오소마츠상][사변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희망> 제4화

2016/07/18 - [마츠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 [오소마츠상][사변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희망> 제5화

2016/07/19 - [마츠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 [오소마츠상][사변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희망> 제6화

2016/07/23 - [마츠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 [오소마츠상][사변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희망> 마지막화


* 해리편 *

2016/08/14 - [마츠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 [오소마츠상][사변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제1화

2016/09/05 - [마츠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 [오소마츠상][사변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제2화-

2016/09/06 - [마츠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 [오소마츠상][사변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제3화-

2016/09/09 - [마츠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 [오소마츠상][사변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제4화-

2016/09/29 - [마츠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제5화-

2016/10/11 - [마츠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 [오소마츠상][사변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제6화-

2016/11/09 - [마츠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 [오소마츠상][사변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제7화-

2017/01/12 - [마츠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 [오소마츠상][사변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Last-


* 상실편 *

2017/03/04 - [마츠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 [오소마츠상][사변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상실편 1-

2017/03/04 - [마츠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 [오소마츠상][사변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상실편 2-

2017/04/16 - [마츠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 [오소마츠상][사변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상실편3-

2017/06/08 - [마츠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 [오소마츠상][사변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상실4-
















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상실 Last-

 

 

 

 

 

무사히 기차에 올라탄 카라마츠는, 칸막이 좌석의 창측에 앉았다. 이 기차는 4칸짜리의 짧은 차량으로, 사람도 전혀 없었다

표를 구입하고, 플랫폼에서 기차를 타기까지 역무원의 도움을 받았다. 컨디션도 안 좋고, 안경을 깨뜨린 탓에 눈이 안 보인다고 했더니 아무런 의심없이 안내해주었다.

카라마츠는 호흡을 가다듬고, 챙겨온 선글라스를 썼다.

작은 기차긴 하지만 완행열차여서인지, 그렇게 불편하진 않았다.

약간 열린 창문틈새로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와 앞머리를 흩트렸다. 카라마츠는 눈을 가늘게 뜨며 선글라스를 슬쩍 아래로 내렸다.

무슨 꽃인지는 모르겠지만 창밖으로 형형색색의 꽃들이 어렴풋이 보였다. 차창밖의 풍경은 찰나였지만, 카라마츠의 마음을 달래주었다.

 

[....아름답군. 모두에게도 보여주고 싶다]

 

카라마츠는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중얼거린 제 입을 틀어막았다. 

'이런 상황까지 내몰렸으면서도, 마지막까지 떠오르는 건 가족이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카라마츠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곤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 적어도 누구 한명이라도 손을 내밀어줬다면. 내 목소리를 들어줄 사람이 있었다면. 말을 걸어주는 목소리가 있었다면. 분명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텐데.

눈앞이 일렁거렸다. 이젠 그저 생떼에 불과하다. 결국 친구에게조차 배신당했으니, 더 이상 방법이 없다.

 

[빨리 벗어나고 싶다]

카라마츠의 중얼거림에 외로움이 묻어있었다. 하지만 그걸 알아채기도 전에 그는 눈을 감아버렸다. 만약 여기서 쓸쓸하다고 생각해버린다면, 기껏 결심한 것이 무너져버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내밀어오는 손들을 잡아버릴지도 모른다.

카라마츠는 눈살을 찌푸리며 양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마지막 여행길은 무척이나 슬프고 괴로웠다.

 

 

 

 

 

◇◇◇

 

 

 

 

[토도마츠!! 좀 더 속력 낼 순 없냐!!]

 

오소마츠가 뒷자석에서 몸을 들이밀며 소리쳤다.

 

[안 된다고!! 도로교통법 몰라!? 난 아직 체포되고 싶지 않거든! 그나저나 카라마츠형한테 들켜버렸다니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오소마츠형이 괜히 전화걸어서 그런 거잖아]

 

쵸로마츠는 흘끗 오소마츠를 노려보았다. 그 시선에 오소마츠는 겸연쩍은 듯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 미안하다고-. 그래도 나도 고의는 아니었는 걸...]

 

[사과로 끝날거면 경찰은 필요 없--!]

 

[....원점으로 돌아갔네]

 

 

쥬시마츠와 이치마츠가 오소마츠를 째려보며 말했다.

 

 

 

 

◇◇◇

 

 

 

 

이윽고 오소마츠들은 아카츠카 곶에 도착했다. 바다냄새가 코를 간질이고, 눈을 감으면 바다소리가 고막을 울렸다

날씨가 좋음에도 사람이라곤 아무도 없어, 마치 폐쇄된 공간처럼 느껴졌다.

 

[....여기도 오랜만이네]

 

[그러게......! 저기에 누가 있어!! 어쩌면 카라마츠형일지도 몰라!]

 

 

토도마츠가 벼랑위에 주저앉아있는 어느 그림자를 보며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다행이다!!! 아직 안 늦었구나!]

 

 

쵸로마츠는 그렇게 외치고는, 경직되어있던 표정을 풀었다. 다섯명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는 카라마츠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 그림자가 카라마츠였음이 명확해졌다. 카라마츠는 무릎을 끌어안은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카라마츠는 뛰어내리려 했으나 엄청난 높이와 공포 때문에 주저앉아버린 모양이었다.

오소마츠는 주먹을 불끈 쥐고, 혼자 카라마츠에게 다가갔다.

 

 

[.....카라마츠]

 

 

오소마츠가 말을 걸자, 카라마츠가 어깨를 움찔 떨었다. 그리고는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읏아, , 아아.........]

 

 

시야에 오소마츠가 들어온 순간, 카라마츠의 눈동자는 절망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는 끌려가듯이 낭떠러지 끝으로 향했다. 그걸 본 오소마츠가 그의 팔을 단단히 잡아 세웠다.

 

 

[잠깐 기다려, 카라마츠!]

 

 

절대로 놓지 않겠다는 듯 오소마츠는 손아귀에 힘을 더욱 가했다. 카라마츠는 그것에 저항하듯 몇 번이나 손을 뿌리치려 했으나, 지금의 그의 근력이나 체력으로는 오소마츠를 이길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카라마츠는 계속해서 저항했다.

 

 

[그만둬, 이거 놔!! 놓으라고!!]

 

 

그 장면을 지켜보던 네명은 가세하려 달려들었지만, 오소마츠는 그들을 막았다.

 

 

[싫어, 싫다싫다고....!! 나는 죽고 싶단 말이다!! 그러니 제발, 제발 이 팔 좀 놔라!!]

 

 

카라마츠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저항을 계속했다.

 

 

[, 이거 놔라 오소마츠!!]

 

[!!!]

 

 

오랜만에 이름을 불린 탓인지 오소마츠는 팔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을 무심코 살짝 풀어 버렸다. 카라마츠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손을 뿌리치려 했다. 하지만 오소마츠는 금방 정신을 차리곤 다시 힘껏 팔을 잡았다. 카라마츠는 결국 저항을 멈추고 힘없이 축 팔을 늘어뜨렸다.

 

 

[...., 왜 말리는 건가.....왜 자유롭게 되려는 나를 말리는 건가...!! 제발 날 그냥 내버려두란 말이다!!!]

 

 

카라마츠는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않고 오소마츠를 째려보며 말했다.

 

 

[....형제가 죽으려고 하는데 가만히 내버려둘 리가 없잖아]

오소마츠는 나직하게 그리 말했다. 카라마츠는 그 말을 듣고 상처받은 듯한 표정을 한다.

―― 지금까지 계속 나를 내버렸뒀으면서. 여기까지 나를 몰아붙였으면서.

내게 관심도 가지지 않았으면서....! 날 걱정하지도 않았으면서....!!

 

 

[....그래, 그런가. 집안에서 자살자가 나오는 건 불명예라고,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건가? 그래서 내가 여길 택한 거 아니겠나]

 

카라마츠는 시선을 바다쪽으로 돌렸다. 오소마츠도 덩달아 바다를 바라봤지만, 그걸 방해하려는 듯 물보라가 오소마츠의 뺨에 날아들었다. 당장이라도 카라마츠를 끌어들이려는 듯한 그것을 본 오소마츠는, 놀라 헉하고 숨을 삼켰다.

 

 

[, 아냐. 그런 게...!!]

 

[...아니라고? 너는 여태까지 날 버려뒀지 않나. 게다가 나를 배신했다. 그런데 대체 뭐가 아니라는 건가?]

 

카라마츠는 증오가 담긴 눈으로 다섯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갑자기 얼굴을 손으로 가리더니, 좋은 게 생각났다는 듯 입가를 슬쩍 올렸다.

 

 

[......죽여라. 그래, 죽여라 나를!! 네 손으로!!]

 

 

카라마츠는 붙잡히지 않은 손으로 오소마츠의 반대쪽 손을 잡아 자신의 가슴에 갖다대었다. 오소마츠의 손바닥에 카라마츠의 심장박동이 그대로 전달된다. 카라마츠의 동공은 완전히 풀려있었다.

이 동생의 목숨을 자신이 쥐고있다고 생각하니, 오소마츠는 갑자기 두려워졌다. 카라마츠는 오소마츠의 그런 심정을 잘 알고있다는 듯 말을 계속 이어갔다.

 

 

[슬쩍 밀기만 하면 된다. 날 죽음으로 이끌어다오, 오소마츠. 그날처럼 말이야]

 

 

그날”. 그건 오소마츠가 카라마츠를 때렸을 때를 의미한다. 확실히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 단어에 네가 나를 죽였다라는 의미가 담겨있었다. 오소마츠는 뱀에게 사로잡힌 개구리가 된 것처럼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만둬, 제발 그만둬 카라마츠!! 이상한 오기 그만 부리고 같이 돌아가자!!]

 

 

두 사람을 잠자코 지켜보던 쵸로마츠는 더는 못 참겠다는 듯, 카라마츠와 오소마츠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 충격으로 붙잡고 있던 카라마츠의 팔이 풀려버린다.

 

 

[....돌아가? 어디로...?]

 

[어디라니, 당연히 우리집――.....]

 

 

쵸로마츠의 말에 카라마츠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쵸로마츠는 그 미소가 어딘지 섬뜩해 몸을 떨었다.

 

 

[내가 머물 곳은 이제 어디에도 없다. 아니, 더 이상 필요없다. 그저 나는 편해지고 싶을 뿐이다]

 

[....그런 말 하지마. 사실은 누가 와줬으면 했잖아!?]

 

토도마츠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외쳤다. 카라마츠는 그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살짝 눈썹을 찡그리더니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죽을 거였으면 빨리 뛰어내렸으면 됐잖아!!! 하지만 그런 곳에 주저앉아 있었다는 건 도움을 바랐다는 거지!? 그렇지, 카라마츠형!!]

 

 

토도마츠의 말이 거의 맞다. 편안해지고 싶었지만, 막상 죽음을 앞두니 두려워졌다. 그렇다고 돌아갈 수도 없었다. 돌아갈 장소가 없었다. 전부 버렸으니까.

카라마츠는 작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 모습은 마치 자기암시를 거는 것 같았다.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방금까지 냉정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카라마츠는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곤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곤 이내 다섯명을 째려보기 시작했다.

 

 

[이제와서 구해주길 원했을 리 없잖아!! .....진짜로 구해주길 원했을 때는 아무도 오지 않았으니까!!!]

 

 

어금니를 꽉 깨물고 괴롭고 외로었던 나날을 떠올렸다.

 

 

[그러니까 내겐 너희들 따위 필요없다. 그래, 필요없다!! 대체 뭔가, 이제 와서!!! 내가 나간 것도 몰랐었던 주제에!!!]

 

 

카라마츠의 말에 다섯명은 조용해졌다. 카라마츠가 이상해진 이후로 그의 존재감은 나날이 사라져 가, 끝내 그들은 카라마츠가 없어진 것도 몰랐다. 지금까지 계속 외면했으면서, 그가 죽으려 하자 찾다니, 그저 허울 좋은 이야기일 뿐이다.

 

 

[....카라마츠, 미안. 하지만 우리들에겐 카라마츠 네가 필요해. 제발 부탁이니까, 돌아가자...!]

 

[카라마츠형, 제발 죽는다는 말은 하지 말아줘..!]

 

 

쵸로마츠와 토도마츠는 당장이라도 울 듯한 얼굴을 하고, 카라마츠에게 매달렸다. 그걸 본 카라마츠는 하아? 하고 의아한 듯 말했다.

 

 

[, ....필요해...??]

 

 

카라마츠의 목소리가 달라졌음을 깨달은 건지, 토도마츠는 한층 격양된 목소리로 답했다.

 

 

[, 그래!! 카라마츠형이 필요!!]

 

 

그 울림은 승인욕구가 강한 카라마츠에게 너무도 감미롭게 들려,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 마치 완성 직전의 그림을 엉망으로 만들거나, 승리 직전에 상황이 뒤집히는, 그런 감각이었다. 숨쉬는 법도 잊어버릴 정도의 큰 괴로움이 파도처럼 밀려와 카라마츠를 덮쳤다. 카라마츠는 머리를 싸매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하아-하아-, 숨이 가쁘다.

 

 

[......, 그만둬!!! 이 이상 나를 교란시키지 마!!!]

 

 

한계에 도달한 카라마츠는 한 걸음 한 걸음 뒷걸음치더니, 벼랑 끝에 가까워지자 튕겨나가듯 달리기 시작했다.

 

 

[, 멈춰 카라마츠!!!]

 

 

쵸로마츠는 아슬아슬한 순간에 카라마츠의 팔을 힘껏 잡아당겼다. 갑작기 잡아당겨진 카라마츠는 균형을 잃고 땅바닥에 쓰러졌다. 아까부터 잠자코 있던 오소마츠는, 카라마츠 앞으로 다가가 겁 없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렇게 죽고 싶으면, 나도 같이 죽을게]

 

 

오소마츠의 말에 카라마츠는 물론이고 다른 형제들도 깜짝 놀란다.

 

 

[...오소마츠형!?]

 

[....그치만 이대로 살아도 평생 니트일테고, 동정이라고 욕먹을 일도 없잖아. 게다가, 카라마츠 너도 외로울 거 아냐. 그러니까 나도 데려가라고]

 

 

오소마츠는 그렇게 말하고는 후드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겁도 없이 벼랑 끝에 다가가 섰다. 그걸 본 카라마츠가 눈을 크게 뜬다. 죽음으로써 형제들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려고 했는데, 이러면 전혀 의미가 없다.

오소마츠의 행동은 마치 카라마츠의 생각을 꿰뚫어보는 듯했다.

 

 

[, 그만둬.....너는, 안된다....]

 

 

주저앉은 채 작게 고개를 흔드는 카라마츠 앞에 다시 오소마츠가 선다. 카라마츠가 움찔 떨며 고개를 들자, 눈을 가늘게 뜨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오소마츠와 눈이 마주친다. 자신을 내려다보는 그 눈빛은 카라마츠의 마음의 상처를 정확하게 후벼팠다. 그 상처에서 다시 피가 걸쭉하게 흘러내리며, 견디기 힘든 기억의 통증이 떠오른다.

 

 

[, 아아, ....]

 

 

카라마츠가 갈라진 목소리로 비명을 울렸다. 카라마츠는 머리를 싸맨 채 가만히 떨고 있다.

 

 

[카라마츠형, 돌아가자]

 

 

토도마츠는 상냥하게 말하며 카라마츠에게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그 손은 카라마츠의 눈에 분홍색 꽃병으로 비춰지고, 다시금 카라마츠의 마음의 상처를 후벼팠다.

 

 

[카라마츠형, 지금까지 미안했어]

 

 

쥬시마츠는 눈썹을 내리깔고 카라마츠의 옆에 웅크리고 앉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 모습은 밥그릇으로 바뀌면서 카라마츠의 마음의 균열이 더욱 커졌다.

서서히 깨어나는 감각에 카라마츠는 덜덜 떨었다.

 

 

[카라마츠, 같이 돌아가자. 우리집으로]

 

 

쵸로마츠는 옅게 미소를 지으며, 카라마츠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건 프라이팬으로 바뀌고, 마음의 균열이 한층 더 갈라진다.

 

 

[....카라마츠. 미안...]

 

 

이치마츠는 눈을 내리깔고 카라마츠 뒤에 쭈그리고 앉았다. 그것은 맷돌로 바뀌어 카라마츠의 마음의 균열을 내리쳤다.

 

 

[카라마츠]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의 마음 앞에 서서, 방망이를 힘껏 휘두른다. 그만두라고 마음으로 외쳤지만, 그 소리는 닿지 않는다.

 

 

[......돌아가자. 다시 형제가 되자고]

 

 

방망이가 카라마츠의 마음을 내리쳤고, 그 순간 쩌적, 하는 소리와 함께 마음이 부서졌다.

 

 

[, , 으으, 우아아,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카라마츠는 비통하게 고함을 질렀다. 그리고는 힘없이 그 자리에서 의식을 잃었다. 그의 뺨에는 한줄기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

 

 

 

 

일년후. 카라마츠는 형제들의 권유로 휠체어를 타고 여행을 왔다. 형제들이 지극정성으로 치료와 간호 덕분에 몸만은 거의 예전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눈동자는 빛을 잃어, 어딘가 텅 비어있었다.

 

 

[저기 봐, 카라마츠형!! 저 커다란 별장!! 역시 친구는 둬서 나쁠 게 없구나~!]

 

 

토도마츠는 카라마츠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환하게 웃는다.

 

 

[그러게~, 역시 돈줄이 최고라니까!]

 

[이 바보같은 쓰레기가!!!]

 

 

오소마츠와 쵸로마츠는 그런 실없는 대화를 주고받았다. 하지만 카라마츠의 표정은 조금도 바뀌지 않는다.

 

 

[....저기, 카라마츠. 여기, 어딘지 알겠어?]

 

 

이치마츠는 카라마츠 옆에 서서 그렇게 말을 걸었다.

 

 

[.....꿈속, 이잖나]

 

 

카라마츠는 텅 빈 시선으로 이치마츠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이치마츠는 주먹을 꽉 쥐었다.

 

 

[, 여긴―――!!]

 

 

화난 목소리로 말하는 이치마츠를 쥬시마츠가 막아세웠다. 쥬시마츠는 이치마츠의 팔을 붙잡고 슬픈 듯이 눈썹을 내리깔고 고개를 저었다. 그걸 본 이치마츠는 눈을 질끈 감고는 어디론가 가버린다.

 

 

[카라마츠, 나중에 바베큐 할까. 고기 좋아하잖아]

 

 

쵸로마츠가 사온 재료를 냉장고에 넣으면서 그렇게 말하자, 카라마츠는 쵸로마츠를 멍하니 쳐다본다.

토도마츠는 그걸 보곤 왜 그러냐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꿈속에선 상냥하게 대해주는구나]

 

 

카라마츠는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이 별장의 천장은 일부가 유리로 되어있어 안에서도 푸른 하늘이 보였다.

 

 

[영원히 깨어나지 않으면 좋겠군]

 

 

그런 말을 작게 중얼거리는 카라마츠에 다섯명은 그대로 굳어버린다.

카라마츠는 그날 이후로 조금도 웃지 않았다. 마치 카라마츠의 모습을 한 인형 같았다.

게다가 상냥하게 대하거나 하면 으레 이라고 말했다.

 

 

[.....그래. 여긴 꿈이야. 그러니까 절대 깨면 안 된다고]

 

 

오소마츠는 카라마츠를 보며 씨익 웃었다.

 

 

 

 

그날 밤. 카라마츠에게 약을 먹인 토도마츠는 카라마츠를 멍하니 쳐다봤다. 그리곤 이렇게 말했다.

 

 

[있지, . , 날 봐줘]

 

[.....뭔가, 토도마츠. 나는 널 제대로 보고 있다고]

 

 

카라마츠는 여전히 텅 빈 눈을 하고서 그렇게 답했다.

 

 

[그렇, . 미안, 이상한 말해서. , 나 이거 치우고 올게]

 

 

토도마츠는 방긋 웃으며 자리를 떴다.

―― 카라마츠는 우리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아니, 맞추고는 있지만 맞지 않는다. 어딘가 얼빠진 눈을 하고 있다.

형제는 카라마츠를 되돌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팔아버린 기타를 되찾아주고, 오자키의 앨범을 틀어주는 등 필사적이었다. 매일 좋아한다고 말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그래라는 말뿐, 전혀 소용이 없었다.

카라마츠는 현실이란 이름의 꿈속에 들어앉아 있는 걸까. 아니면 행복한 꿈속에 들어앉아 현실에 눈 뜨기를 거부하는 걸까. 이건 카라마츠의 꿈일까, 현실일까. 그건 아무도 모른다.


「형제가 잃어버린 건, 대체 무엇인가」

 

 

 

 

◇◇◇

 

 

 

 

――? 현실에서 살아있는 게 살아있는 것 같지가 않으면 그런 거 죽은 거나 마찬가지라고? , 나도 그렇게 생각해.

 


―― 그래도 카라마츠만 꿈속에 남겨둘 수는 없어

 

 

―― 카라마츠형이 죽음이란 꿈속에서 살아가길 바란다면, 우리들이 그 꿈을 만들어줄 거야

 

 

―― 만약 꿈에서 깨어나면 이번에야말로 물거품이 되어버린 인어처럼 죽어버릴지도 모르고!! 위험하네~!

 

 

―― 뭐어, 그런 아름다운 얘기는 아니지만 말야.

 

 

―― 우리들도 외로운 건 싫다고. 카라마츠를 잃고서야 처음으로 고독이란 걸 알았어. 그러니까 꿈을 만들어낼 거야. 살아가기 위해서.

 

 

―― 브라더들이 나를 아껴준다. 사랑해준다. 이것이 내가 바라던 행복의 형태.


카라마츠는 입가를 올렸다.

 

 

 

오늘도 마츠노 카라마츠는 꿈속에 녹아있다.

 

 

 

 

 

 

상실편완결









<설명>


카라마츠의 자살이 미수로 끝나게 되면서 카라마츠는 계속 살아가게 되지만,

형제들의 악의없는 말에 카라마츠의 마음은 완전히 부서져 버립니다


이후, 형제들의 필사적인 노력으로 카라마츠의 몸만은 거의 정상으로 돌아오지만,

카라마츠의 마음은 아무리 노력해도 돌아오지 않습니다

여기서 카라마츠가 형제들에게 "꿈속"이라고 말하는데,

이는 형제들이 자신을 상냥하게 대해주고 사랑해주는 "현실"이 존재할 리 없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형제들도 이를 알고 있지만, 

카라마츠를 이 이상 망가뜨리고 싶지 않기 때문에 "꿈"이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어느샌가 카라마츠가 살아있는 세계 = 자신들이 살아갈 세계가 되어,

카라마츠가 없으면 자신들은 죽은 거나 마찬가지니,

자신들이 살아가기 위해 카라마츠의 "꿈"을 부정하지 않고 계속해서 살려둡니다

한마디로 자신들이 살아가기 위해 카라마츠를 이용하는 거나 마찬가지죠!





-


이걸로 초초초초장편 시리즈가 끝이났네요!

다음주에 완결로 카테고리 수정할게요!


다들 감사했습니다 '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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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1편*

2016/05/31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①


*2편*

2016/06/04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②


*3편*

2016/06/06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③


*4편*

2016/06/12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 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④


*5편*

2016/06/14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⑤


*6편*

2016/06/15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⑥


*7편*

2016/06/15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⑦


*8편*

2016/06/20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⑧


*9편*

2016/06/22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⑨


*희망1편*

2016/07/05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희망> 제1화


*희망2편*

2016/07/07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희망> 제2화


*희망3편*

2016/07/10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희망> 제3화


2016/07/18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희망> 제5화


*희망6편*

2016/07/19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희망> 제6화


*희망 마지막*

2016/07/23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희망> 마지막화


*해리 1편*

2016/08/14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제1화


*해리2편*

2016/09/05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제2화-


*해리3편*

2016/09/06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제3화-


*해리4편*

2016/09/09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제4화-


*해리5편*

2016/09/29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제5화-


*해리6편*

2016/10/11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제6화-


*해리7편*

2016/11/09 - [번역/마츠소설] - [오소마츠상][사변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제7화-


*해리완결*

2017/01/12 - [번역/마츠소설] - [오소마츠상][사변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Last-


*상실1편*

2017/03/04 - [번역/마츠소설] - [오소마츠상][사변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상실편 1-


*상실2편*

2017/03/04 - [마츠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 [오소마츠상][사변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상실편 2-


*상실3편*

2017/04/16 - [마츠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 [오소마츠상][사변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상실편3-









(*멋진 표지는 베키님)












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상실4-

 

 

 

 

어린 시절의 내가 이 상황을 본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여섯 쌍둥이의 인연은 죽을 때까지 계속될 거라고 생각했다. 비록 결혼해서 아이가 태어나고, 손자가 태어나더라도, 어느 누구도 침범하지 못할, 그런 특별한 것이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어느새 혼자 남겨졌다.

더 이상 길이 없다. 기댈 사람도 없다. 아니, 애당초 그런 건 없었을지도 모른다.

나의 열망이 만들어 낸 환상이었는지도 모른다.

현실을 받아들일 캐퍼시티[각주:1]는 없다.  지금이 현실인지 꿈인지조차 모르겠다.

아아, 누가, 이 깊은 바다 속에 있는 나를 찾아줘.

 

 

 

 

-----------------------------------------------

 

 

 

 

집에는 오소마츠와 쥬시마츠가 남아, 세 사람이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렸다.

 

[오소마츠형]

 

[......, ]

 

 

오소마츠는 벽에 기대어 눈을 지그시 감고 천장을 올려다본다.

쥬시마츠는 그 옆에서 무릎을 끌어안고, 오소마츠를 힐끔 쳐다본다.

 

 

[, 카라마츠형, 좋아해]

 

그렇게 중얼거리자, 오소마츠는 쥬시마츠를 똑같이 힐끔 쳐다보다, 다시 천장으로 시선을 옮긴다.

 

 

[그래]

[......]

 

쥬시마츠는 방긋 웃으며, 과거를 회상한다.

쥬시마츠는 독특한 감성을 가진 탓에, 좀처럼 주변에 받아들여지지 않아, 이치마츠처럼 혼자인 경우가 많았다. 안 좋은 일이 있었던 날은, 혼자 강변에서 울며 방망이를 휘두르곤 했는데, 그걸 카라마츠가 발견했다.

카라마츠는 이유를 묻지 않고, 그저 가만히 옆에 앉아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나는, 우리 가족은, 무조건 너를 사랑하니까라고 말해주었다. 그 순간, 마음의 안개가 사르르 풀리며 울음이 멈췄다. 누구 한명이라도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 되자, 고독감이 사라진 것이다.

 

 

그렇게나 카라마츠에게 사랑을 받았으면서, 어째서 자신은 그걸 돌려주지 않았던 걸까.

 

 

[그런 짓을 하고도 나는 카라마츠형이 좋아, 라니 이상하지]

 

 

그 처사에 악의가 없었냐고 묻는다면, 아마 조금은 있었다, 그리 대답할 것이다. 졸릴 때나 추울 때, 더울 때에 자신이 저기압이 된다는 건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이다.

 

모처럼 기분 좋게 자고 있는데,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깨버렸다. 창문을 열어보니, 얼굴로 화악 올라오는 열기와, 무심코 얼굴을 찌푸리게 만드는 탄내가 코를 찔렀다.

아래를 쳐다보면, 카라마츠가 있고, 그의 눈동자는 공포에 흔들리고 있었다. 도와줘야 한다는 마음보다, 잠을 깨운 짜증이 더 컸다.

어느새 자신을 포함한 형제 전원이 각자 꽃병, 방망이, 맷돌 등을 카라마츠에게 내던지고 있었다. 사실 그런 짓을 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모두가 그렇게 하니까, 카라마츠니까 괜찮아, 라며 넘겨버렸다.

 

 

[우리들, 악마 같아]

 

쥬시마츠는 끌어안은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악마, ......그럴지도. 니트, 동정, 쓰레기에 바보에 자기중심적. 그런데 그걸로도 모자라서 형제마저 죽이려 들었으니까.......]

 

 

이런 비극적이고 잔인한 엔딩은, 연극에서도 쓰지 않는다. 꿈도 희망도 없는 비극, 참극. 그런 연극은 사양이라며, 오소마츠는 눈을 감았다.

 

그 때, 드르륵, 문이 열리며 이치마츠가 들어왔다.

 

 

[........악마, . 딱이잖아. 그녀석한테 우리들은 악마 같은 걸테니까]

 

 

이치마츠의 품에는 에스퍼 냥코가 안겨있다. 마치 인사를 하듯이, 냐아-, 하고 작게 운다.

 

 

[어라, 그 고양이....]

 

[...., 그 때 그 고양이(친구). 이 녀석이라면 마음을 읽을 수 있으니까 도움이 될까 싶어서. 협력해달라고 하려고]

 

카라마츠의 속마음, 알고 싶어. 더는 도망치지 않아

 

 

이치마츠는 당황하며 에스퍼 냥코의 입을 막는다. 오소마츠는 히죽 웃으며 이치마츠를 본다.

 

 

그 때, 빠앙-, 하고 경적소리가 들렸다. 이치마츠가 도망치듯이 창밖을 보면, 큰 승합차가 집 앞에 서있다. 조수석 창문에서 쵸로마츠가 손을 흔들었다.

 

[...쵸로마츠형이랑 토도마츠, 왔어]

 

 

오소마츠는 그 말을 듣고, 한숨을 내쉬고는 뭔가를 결심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아, 그럼 갈까]

 

[.....]

 

 

이치마츠는 에스퍼 냥코를 안은 채로, 계단을 내려갔다. 쥬시마츠도 그 뒤를 따르려했지만, 오소마츠가 쥬시마츠의 소매를 잡아당겨 멈춰선다.

 

[쥬시마츠]

 

[아이아이]

 

[.....아까 그 좋아한다는 말, 카라마츠한테 꼭 직접 들려줘. 분명 기뻐할 테니까]

 

 

오소마츠는 그렇게 말하며 계단을 내려갔다.

 

[.....아이아이!!]

 

카라마츠는 정말로 기뻐해줄까. 이제 와서 자기 목소리가 그에게 닿을까.

그렇게 생각한 쥬시마츠였지만, 어쩌면 괜찮을지도 모른다며 씨익, 입꼬리를 올리며 오소마츠의 뒤를 따랐다.

 

 

 

[-, 드디어 왔네! 뭐 하는 거야, 얼른 가자구!]

 

운전석의 토도마츠가 기다리다 지쳤다는 듯, 창문을 내리며 외쳤다. 세 사람은 차에 올라타 문을 닫았다. 토도마츠는 그걸 확인하고 차를 출발시켰다.

 

 

[그보다, 이야미가 잘도 빌려줬네]

 

[무슨 소리야, 오소마츠형이 뺏아와라고 했잖아]

 

 

쵸로마츠는 오소마츠쪽을 돌아보고는 입가를 씨익 올리며 웃었다.

 

 

[, 쵸로짱 무~~워어~~~]

 

 

마치 악동이라 불리던 시절의 쵸로마츠를 보는 것 같다고, 오소마츠는 생각했다.

 

 

[....그보다, 토도마츠 운전할 줄 알았던가..........설마, 무면허...]

 

이치마츠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토도마츠는 이를 놓치지 않고 뭔가를 이치마츠를 향해 던졌다. 내던져진 그것은 이치마츠의 안면에 정확히 꽂힌다.

 

 

[웃기지 말라고, 무면허일 리가 없잖아]

 

[....뭐야 이거, 면허증...? 진짜냐. 이런 걸 언제....]

 

[으음...언제였더라. 아마 2년 전에 땄을 걸]

 

 

토도마츠는 집게손가락을 입술에 대고 골똘히 생각하는 척을 했다. 오소마츠는 뒷좌석에서, 쵸로마츠는 조수석에서 토도마츠를 바라보며 외쳤다.

 

[하아!? -----아아------!? 왜애애?!! 우리들 몰랐는데!!!?]

 

[, 안 말했으니까]

 

[왜 그런 중요한 걸 말하지 않는 건데!? 형아, 심장 찌부러져서 죽는다구!?]

 

 

토도마츠는 담담하게 말하면서 그저 앞만 보고있고, 오소마츠와 쵸로마츠는 침이 튈 정도로 열을 올리며 토도마츠에게 따졌다.

 

그걸 힐끗 쳐다본 토도마츠는 왼발로 브레이크를 힘껏 밟았다.

 

 

[크헉!!!]

 

안전벨트를 하지 않았던 오소마츠는 뒷자석에서 있는 힘껏 튕겨나가고, 쵸로마츠는 반강제적으로 원위치로 되돌아갔다.

 

 

[형들, 운전 중에 몸을 내밀면 위험하다구]

 

토도마츠는 어미에 하트마크가 달릴 정도로, 귀엽게 말했다. 그걸 이치마츠와 쥬시마츠는 드라이 몬스터, 라며 조금 충격 먹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무도 몰랐던 건 아니라고]

 

[......]

 

[톳티!! 나도 몰랐는 걸!!]

 

이치마츠, 쥬시마츠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카라마츠형한테는 말했으니까. 안쓰럽긴 해도 운전 제일 잘하잖아. 가끔 조수석에 태워서 연습하곤 했었거든]

 

 

토도마츠는 목소리 톤을 조금 낮추며 슬픈 듯이 말했다.

형제 중에서 제일 처음으로 면허를 취득한 건, 카라마츠였다. 그 이유는, 운전을 할 줄 아는 남자는 멋있으니까, 인 것 같다.

 

 

[.........그랬구나]

 

 

뜨거웠던 차내는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인다. 이러고 있는 동안에도 카라마츠는 아카츠카 곶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만으로 초조함이 몸을 타고 흘렀다.

 

[....지금, 카라마츠와 치비타는 어디쯤일까. 아직 도착하진 않았겠지....!?]

 

 

쵸로마츠는 불안한 듯이 소리를 높였다. 설마, 하고 이치마츠와 쥬시마츠가 얼굴을 마주한다.

 

 

[쵸로마츠, 휴대폰 좀]

 

오소마츠는 쵸로마츠에게서 억지로 핸드폰을 뺏어들고, 치비타에게 전화를 걸었다.

 

 

[, , 오소마츠형!! 치비타, 지금 운전중이라서 못 받는다고!]

 

쵸로마츠는 그렇게 말했지만, 오소마츠가 꽤나 진지한 표정이었기에 잠자코 물러났다.

 

 

 

 

◇ ◇ ◇

 

 

 

 

한편, 카라마츠와 치비타는 중간지점까지 와있었다. 치비타의 오토바이의 스펙에 비해 상당한 완행이었지만, 카라마츠의 체력으로는 그 흔들림에 견디지 못해, 상당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었다.

 

결국 카라마츠는 주변에 있는 벤치에 드러누웠다. 치비타는 자판기에서 물을 사다 카라마츠에게 내민다.

 

 

[, 하아.....미안, 치비타....., 이럴 생각이...]

 

[.....무리하지 말라고. 나한테 마음 쓸 필요는 없으니까]

 

카라마츠는 몸을 일으켜 물을 받으려 했지만, 페트병은 지면에 툭 떨어져 버렸다.

카라마츠의 안색이 하얗게 질려있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다.

 

어쩌면 좋을지 고민하던 찰나에, 치비타의 핸드폰이 울렸다. 누군가 싶어 폰을 들여다보면, 마츠노 쵸로마츠라는 이름이 떠있다. 치비타는 카라마츠에게 동요하는 걸 들키지 않으려, 가만히 그걸 바라만 보았다. 전화를 받아야 할지, 아니면 지금은 카라마츠에게 붙어 있을 건지. 치비타는 갈등했지만, 이내 결심을 한 듯이 전화를 꽉 움켜쥐었다.

 

[....카라마츠, 나 잠깐 화장일 갔다올게]

 

[....... 아아, 다녀와라. 나는 괜찮으니까...]

 

[.....미안. 금방 돌아올게! 거기서 가만히 기다리라고!]

 

 

카라마츠의 힘없는 재촉에, 치비타는 가슴이 아팠지만 빠른 걸음으로 조금 떨어진 공중 화장실 뒤로 가 전화를 받았다.

 

[...오우]

 

, 받았다! 보라고, 치비타 받았잖아!

 

전화 너머로 오소마츠의 들뜬 목소리가 들린다.

 

 

저기, 치비타! 지금 어디쯤? 우리들 이야미한테 뺏은 차로 지금 그쪽으로 가려고 하는데

 

[지금 중간쯤이라고. 카라마츠가 멀미를 해서 잠시 쉬는 중이야]

 

그래, 다행이네. 벌써 도착했으면 어쩌나 하고 살짝 쫄았거든

 

 

오소마츠를 비롯해 다른 녀석들이 안도하는 모습이 눈앞에 선했다. 이번에는 제대로 데리러 올 생각이 든 것 같아, 치비타는 조금 안심한다.

 

[카라마츠....상당히 약해진 것 같으니까. 제대로 의사한테 데려가서 쉬게 하라고]

 

 

치비타가 오소마츠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는 사이, 카라마츠는 벤치의 등받이에 기대듯이 몸을 맡겼다. 조금 오토바이에 흔들린 것 정도로 이런 꼴이라니, 너무도 한심하다.

 

 

[, 쿨럭....우에, ......]

 

 

위속에는 아무것도 없는데다가, 토해낼 힘조차도 없는데 구역질이 차례로 덮쳤다.

 

조금이라도 마음을 달래려, 주위로 눈을 돌린다.

 

[여기는, 어디, ........?]

 

뿌연 시야를 떨리는 손으로 훔치며, 눈을 가늘게 뜨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초점이 흐릿해서 어렴풋이 보일 뿐이지만, 개찰구 같은 것이 저 멀리 보였다. 더불어 희미하게 기차 소리도 들려, 여긴 역 앞의 공원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사람도 꽤 있어, 대인 공포증에 가까운 상태인 카라마츠에게 있어서 이런 아무렇지 않은 광경도 공포였다. 호기심 가득한 시선, 혼잡함 속에 조여 오는 심장. 언젠지 모를 기억이 플래시 백 한다.

 

[....싫어, 얼른, 얼른 가야....., 치비타, 치비타....!]

 

열에 달뜬 카라마츠는 띄엄띄엄 말하며, 화장실에서 오질 않는 치비타를 데리러 가려,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발에 힘이 들어가질 않은 탓에, 풀썩, 바닥에 쓰러지고 만다. 체력의 한계란 이런 걸 말하는 걸까.

 

이대로 하루 방치되면 죽겠지, 라고 직감적으로 생각한 카라마츠였지만, 이런 민폐가 될 곳에서 죽고 싶지는 않았다. 카라마츠는 마침 앞에서 뒹굴고 있던 비닐우산을 집어 들고, 그것을 지팡이 삼아 겨우겨우 일어섰다.

 

간단한 동작임에도, 약해진 몸은 그것만으로 엄청난 부담이 되었다. 옛날부터 몸만은 건강했던지라, 이런 감각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치비타, 도와줘......빨리, 가자, 치비타....]

 

몸에 채찍질을 해가며 가까스로 공중 화장실 앞까지 다다랐다.

그러자, 뒤쪽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잘 몰랐지만, 가까이 가면 갈수록 점점 선명해져, 그것이 치비타의 목소리임을 깨달았다.

 

통화중인 걸까. 카라마츠는 화장실 벽에 기대어 통화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가쁜 숨을 몰아쉬던 그 때.

 

[되도록 천천히 갈테니까, 안심하라고 오소마츠]

 

그런 소리가 들렸다.

 

[......., 오소, 마츠.......?]

 

 

카라마츠는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정도의 가냘픈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괜찮다고, 카라마츠는 내가 제대로 데려갈테니까. 운전하고 있는 건 토도마츠? 사고내지 말라고, 임마-]

 

오소마츠, 토도마츠. 그 이름이 머릿속에서 휘몰아칠 즈음,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리고 어느새 손에 쥐고 있던 우산마저 버려둔 채, 그 자리를 서둘러 떠나고 있었다.

 

--어째서 치비타가 오소마츠와 통화를 하고 있는 거지. 왜 치비타가 나를 데려다주는 걸, 녀석들이 알고 있는 거지.

 

 

[! , 에엑, 우엑]

 

 

주변의 나무를 붙들고, 고개를 숙여 아까 마신 물과 위산을 토해낸다.

 

 

더 이상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고, 그저 기분 나쁜 감각만이 남았다.

 

 

머릿속에 떠오른 답은 배신”, 그 단어가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런 생각 하고 싶지 않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그런 답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 , 아아, 흐윽]

 

거의 수분을 취하지 않은 상태일텐데, 어디서 나오는 건지 눈물과 함께 오열이 흘러넘친다. 성인의 몸에는 약 60%의 수분이 채워져 있다고 하니, 어쩌면 그게 넘쳐흐르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이대로 계속 울면 전부 사라져서 없어져버리지 않을까, 하고 멍청한 생각을 했다.

 

[, , 어째서야, 치비타....!]

 

 

아무래도, 그 치비타에게, 최후의 신뢰할 수 있는 인물에게 배신당했다는 사실이, 카라마츠를 견딜 수 없게 만들었다.

 

[흐으, , 믿었, 는데......]

 

사람이란 참으로 이상하다. 한번 절망하기 시작하면, 지금까지의 일들이 전부 거짓말인 것처럼 아무것도 믿지 못한다.

 

--머리가 이상해질 것만 같았다. 이대로 큰소리로 울부짖을 수만 있다면, 너무하지 않냐, 고 말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그럴 수는 없다. 그것이 남자의 오기이자, 친구에 대한 마지막 보답이다.

 

[이제 다 싫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모르겠어. 기분 나빠......]

 

붙잡힐 수는 없으니, 카라마츠는 최후의 힘을 끌어내 한걸음, 한걸음 내딛었다. 넘어졌을 때 쓸렸는지, 손바닥에 피가 배어있다. 일부러 주먹을 꽉 쥐자, 상처에 손톱이 파고들어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진다.

 

[! , 하아, 괜찮아, 괜찮아......]

 

카라마츠는 눈물을 흘리며 스스로를 타일렀다. 이 통증만이 오늘 유일하게 의식을 유지할 수단이라는 듯이.

 

바지 주머니에 들어있던 지갑을 열면, 동전과 지폐를 모두 합쳐 3476. 이 정도면 충분하다. 카라마츠는 아까의 벤치로 돌아가 주변 바닥에 치비타, 미안. 고마워라고 남겨두고, 혼자 역으로 향했다.

 

 

 

 

 

 

◇ ◇ ◇

 

 

 

 

 

그 무렵, 치비타는 카라마츠가 듣고 있었다는 것도 모른 채, 이제야 통화를 끊었다.

 

 

[카라마츠 녀석, 조금 괜찮아졌으려나...?]

 

기분 좋은 바람에 미소를 지으며, 카라마츠가 있는 벤치로 향했다.

하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치비타는 황급히 벤치로 달려갔다.

 

[, 어이....카라마츠....? , 이거, 뭐야]

 

치비타는 지면에 쓰여진 글씨를 보고는, 새파랗게 질린다.

 

치비타는 거리로 뛰쳐나가,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카라마츠를 보지 못했냐고 물었다.

 

 

그러자 몇 명이, 어떤 사람이 휘청거리며 역으로 가는 걸 봤다고 말했다.

치비타는 황급히 역으로 달려가 표를 사려 했지만, 무심하게도 열차가 출발하는 소리가 들리고, 아카츠카 곶으로 가는 열차가 출발했다.

 

 

[, 거짓, 말이지.....]

 

치비타는 공원으로 돌아가 오토바이에 걸터앉으며, 오소마츠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무슨 일?

 

[카라마츠가 없어졌어!! 아마, 가까운 역....아카후지 역으로 혼자 가버린 것 같아!!]

 

치비타가 그렇게 말하자, 오소마츠는 충격 받은 목소리로 답했다.

 

 

카라마츠가...!? !? 같이 있었던 거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너희랑 통화하는데 카라마츠랑 있을 수는 없잖아! 멍청아!!]

 

치비타가 그렇게 말하자, 그렇긴 하지, 라고 납득한 오소마츠는 주먹을 꽉 쥐었다.

 

 

.....알겠어. 미안, 치비타. 이제 우리가 알아서 할게

 

[, 그치만--!!]

 

이거, 우리 형제들 일이니까 말야. 치비타한테는 충분히 감사하고 있어. 휘말리게 해서 미안

 

 

오소마츠는 그렇게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치비타는 어찌할 수 없는 마음에 애꿎은 핸들만 주먹으로 내리쳤다.

 

[젠장!!!!!]

 

치비타는 그렇게 외치며 아카츠카 곶이 아닌, 자기 집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캐퍼시티...이따이요.....

이따이요 카라마츠니사앙.......


그치만 카라마츠니까 그대로 번역했습니다

안쓰러움 맥쓰로 시작하는 고독소설!

재밌게 보시구 다음편 나오면 가져오겠습니다 'ㅂ')/

 

 

 

 

 

 

 












  1. 능력/수용력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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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1편*

2016/05/31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①


*2편*

2016/06/04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②


*3편*

2016/06/06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③


*4편*

2016/06/12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 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④


*5편*

2016/06/14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⑤


*6편*

2016/06/15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⑥


*7편*

2016/06/15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⑦


*8편*

2016/06/20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⑧


*9편*

2016/06/22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⑨


*희망1편*

2016/07/05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희망> 제1화


*희망2편*

2016/07/07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희망> 제2화


*희망3편*

2016/07/10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희망> 제3화


2016/07/18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희망> 제5화


*희망6편*

2016/07/19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희망> 제6화


*희망 마지막*

2016/07/23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희망> 마지막화


*해리 1편*

2016/08/14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제1화


*해리2편*

2016/09/05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제2화-


*해리3편*

2016/09/06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제3화-


*해리4편*

2016/09/09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제4화-


*해리5편*

2016/09/29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제5화-


*해리6편*

2016/10/11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제6화-


*해리7편*

2016/11/09 - [번역/마츠소설] - [오소마츠상][사변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제7화-


*해리완결*

2017/01/12 - [번역/마츠소설] - [오소마츠상][사변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Last-


*상실1편*

2017/03/04 - [번역/마츠소설] - [오소마츠상][사변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상실편 1-


*상실2편*

2017/03/04 - [마츠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 [오소마츠상][사변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상실편 2-


























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상실3-

 

 

 

 

 

 

전화 너머라고는 해도, 카라마츠의 본심을 처음으로 들은 다섯명은, 엄청난 죄책감과 후회에 사로잡혔다.

2층방이 숨쉬기가 괴로울 정도로 무거운 분위기에 휩싸였다.

그런 정적을 참지 못한 토도마츠가 비명과도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쩌시, 오소마츠형.....이대로면, 카라마츠혀....카라마츠가!!]

 

울면서 오소마츠를 바라보는 토도마츠를 시작으로, 쥬시마츠, 이치마츠, 쵸로마츠가 시선을 한곳에 집중했다.

 

 

[오소마츠형, 어쩌지]

 

[.......오소마츠형]

 

[오소마츠, ]

 

모두의 시선을 한몸에 받은 오소마츠는 굵은 식은땀을 흘렸다. 이런 때에만 장남취급이냐고, 라며 주먹을 쥐었다.

 

 

흐윽, 치비타, , , 이만 가봐야, 한다

 

 

그 때, 전화기에서 카라마츠가 코를 훌쩍이며 그리 말했다.

 

......이제, 미련은 없는 거냐

 

......아아. 신변 정리, 라는 건 이미 다 끝냈다. 이젠 필요 없으니까 말야

 

카라마츠의 그 말을 들은 순간, 오소마츠는 튀어오르듯 일어나 서랍을 뒤지기 시작했다.

 

[오소마츠형!?]

 

그러고는 아무렇게난 눈앞의 물건들을 집어 뒤쪽으로 던져댔다. 장남의 갑작스런 행동에 동생들은 당황스러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없어, 없어, 없어....! 없다고, 아무것도.....어째서, 어디에도, 아무것도, 없는 거냐고....!!]

 

오소마츠는 필사적으로 카라마츠의 물건을, 그가 살아왔던 흔적을 찾았다. 하지만, 도무지 찾을 수가 없자, 오소마츠는 바쁘게 움직이던 손을 딱 멈추고 더는 견딜 수 없다는 듯 머리를 끌어안았다.

 

 

[.....어째서, 없는 거냐고. 그 이따이한 탱크탑은, 가죽 재킷은 어디로 가버린 거야.....!]

 

오소마츠의 뇌리에, 부지런히 자신의 얼굴의 프린트를 다리미로 탱크탑에 붙이는 카라마츠의 모습이 스쳐지나갔다.

평소와 다름없이 뒹굴거리며, 갈비뼈를 희생해가면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완성한 날에는, “이거 봐라, 형님!” 하며 만면에 미소를 띠며 내게 보여줬다. 갈비뼈가 가루가 될 지경이었지만, 너무도 카라마츠다운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 아아, 어째서.........]

 

카라마츠의 독백을 들었을 때에는, 어딘가 꿈 같이 느껴져 믿겨지지 않았지만, 이렇게 카라마츠의 물건이 없어졌음을 제 눈으로 확인하고서야 이 현실을 자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없어진 건, 탱크탑이나 가죽재킷 같은 옷만이 아니었다. 학생시절 용돈을 모아 샀던 오자키 앨범이나, 연극부에 있던 시절, 주연을 맡은 일을 기념하는 대본. 카라마츠를 이루던 모든 흔적들이 하나도 남김없이 사라져 있었다.

 

[카라마츠형, 보고 싶어]

 

오소마츠가 집어던진 것을 정리하며 쥬시마츠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그 눈에서 눈물이 뚝뚝 흐르더니, 크게 벌리고 있던 입을 삐죽이며 울기 시작했다.

 

[울지마, 참으라고, 쥬시마츠. 우리들한테 울 자격은 없으니까......]

 

그리 말하며 쵸로마츠는 4명에게서 등을 돌린다. 그의 어깨가 작게 떨리고 있다.

 

 

그 때, 휴대폰에서 달칵하는 책상이 흔들린 듯한 소리가 들려, 다섯명은 귀를 기울였다.

 

 

, 잠깐 기다려 카라마츠!! 그 상태론 아무데도 못 간다고! 내가 데려다줄게

, , 괜찮은가

 

그냥 겸사겸사 나가는 거니 깊게 생각하지 말라고! ....그래서, 어디로 갈 거야?

 

 

[쵸로마츠형........!]

 

, 하고 토도마츠가 놀란 목소리로 말을 걸면, 쵸로마츠는 쉿, 하고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한다.

 

 

.............아카츠카 곶

 

 

[아카츠카 곶...? 예전에 가족 여행으로 갔었던 곳, 이지?]

 

토도마츠는 눈가를 닦으며 자기 휴대폰으로 검색을 했다. 그러다 뭔가를 보고는 인상을 찡그리더니, 눈을 내리깔고 이치마츠에게 휴대폰을 건넨다. 이치마츠는 당황하며 받아들었다.

 

거기에는, 자살의 명소라고 알려진 아카츠카 곶에 관한 설명이 적혀있었다.

아찔할 정도로 높은 절벽이고, 그 아래에는 파도에 날카롭게 깎인 바위들이 있어, 거의 100에 가까운 확률로 사망에 이른다. 게다가 파도가 꽤나 거칠기 때문에 바위에 부딪치지 않았다고 해도 생존율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시체가 남지 않아 행방불명의 곶, 혹은 아름다운 경치로 천국의 곶 등으로 불린다라고.

 

이치마츠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자신도 곧잘 죽고 싶어, 라던가 살아갈 의미가 없어, 같은 생각을 했지만, 이렇게까지 진심으로 행동한 적은 없었다. 고등학생 때, 친구에게 배신당해 충격을 받아 얇게 손목을 그었던 게 다였다.

 

그조차도 꽤나 아파서, 죽으려면 얼마나 아파야 하는 걸까, 죽으면 모두에게 잊혀지는 걸까, 아직 죽고 싶지 않아, 라며 몰래 운 적이 있다.

 

 

하지만, 카라마츠는 그런 갈등과 아픔을 감수하고서 죽음을 택했다.

 

심지어 가족인, 얼굴도 체격도 성격도 똑 닮은 형제들 때문에.

 

 

--우리들이, 내가 녀석을 죽이는 건가.

그렇게 생각한 것만으로 숨을 쉬는 것이 괴로워졌다.

그때, 완전히 분위기가 가라앉은 방안에 치비타의 목소리가 울렸다.

 

......내가 너를, 묶어뒀던 곳이잖냐, 거긴

 

......아아, 그래.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때 그 바다의 차가움, 파도 소리, 죽음의 공포. 그리고, 고독을, 기억하고 있다

 

......, 역시 날, 원망하고 있는 거지?

 

......확실히 모든 시작은 그 유괴사건이었다. 하지만, 그 일이 없었으면 멍청한 나는 평생 형제(브라더-)들에게 사랑받고 있다고 착각한 채로 빈둥빈둥 살아가고 있었을 거다......그런 건 너무도 비참하고 우스운 일이지 않나. 그러니, 이렇게 돼서 차라리 다행이라 생각한다

 

치비타의 질문에 카라마츠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반대로 말하면, 치비타의 행동이 없었다면, 아니, 유괴 대상이 자신이 아니었다면, 미래는 조금 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다는 소리였다. 치비타를 원망한다면, 분명 마음도 조금은 편안해지겠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치비타가 자신을 냉정히 내버려뒀다면 원망할 수 있었을 텐데, 라고 몇 번이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이걸로 됐어. 치비타

 

그렇게 말하며 다정한 눈길을 슬쩍 찡그리는 카라마츠는, 지금까지의 운명을 전부 받아들이고 깨우친 듯한 표정이었다.

 

이제 카라마츠를 막는 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며 치비타는 눈을 조용히 감았다. 꽉 주먹을 쥐고, 휴대폰을 집어들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 바이크 가져올게. 마중올테니까 여기서 기다려

 

치비타는 현관에서 신발을 신으며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카라마츠는 새어드는 햇빛에 눈을 살짝 찡그리며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다. 지금부터 죽으러 가는 사람으론 보이지 않았다.

 

--이 녀석, 이렇게나 작았던가, 이렇게나 말랐던가. 이렇게 약했던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 눈물로 시야가 흐려졌다.

자신의 무력함을 마음속 깊이 느끼며, 치비타는 잘 열리지 않는 문을 밀어젖혔다.

 

 

 

 

 

 

 

 

 

 

아파트를 나서며 치비타는 휴대폰을 들여다본다. 아직 통화가 연결되어 있음에 안도하고 전화를 귀에 댄다.

 

어이, 쵸로마츠. 들리냐

 

갑자기 치비타의 목소리가 방안을 크게 울리자, 깜짝 놀란 쵸로마츠는 당황하며 휴대폰을 든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게 전부야. 속죄조차 되지 않겠지만, 그걸 듣고 어떻게 할지는 너희한테 맡기마

 

[치비타......저기, , , 나는........]

 

쵸로마츠는 가슴이 벅차서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그 때, 붉은 그림자가 쵸로마츠의 손에서 핸드폰을 뺏아갔다.

 

 

[여보세요-. 치비타? 나 오소마츠. 있잖아, 부탁이 하나 있는데. 오토바이 준비하는 척하면서 우리집 차남, 거기 잠시만 잡아두지 않을래? 금방 데리러 갈테니까]

 

오소마츠는 아까까지 혼란스러워 하던 게 거짓말처럼, 평소의 능글맞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하고 쥬시마츠와 토도마츠는 얼굴을 마주보며 환하게 웃는다.

치비타가 단 한마디, 알겠다고만 한다면 만사해결이라고 생각했다.

 

 

.....미안. 그건 무리다. 나도 카라마츠가 살았으면 좋겠지만 말야. 하지만, 나는 이 이상 카라마츠를 배신하고 싶지 않아.......이해해줬으면 해

 

 

하지만, 답은 NO였다.

 

[......그래, 아쉽네. 그보다, 너 치사하잖아~. 너만 좋은 거 전~부 가져가고]

...........하나도 좋지 않거든, 짜샤-

 

[....그래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네가 녀석의 마음의 지주가 되어준 거잖아. , 카라마츠의 아무것도 몰랐고, 지켜주지도 못했어. 형님자격 실격이네 정말....일단 감사하단 말은 해둘게. 고마워, 치비타]

 

오소마츠, ......

 

[그리고, 나도 카라마츠가 죽는 건 바라지 않거든. 어떤 수를 써서라도, 녀석을 데려올 거야.....그걸 아니까, 이렇게 들려준 거지?]

 

치비타는 카라마츠의 생각을 들려주고 싶었을 뿐 아니라, 오소마츠의 말대로 그 나름의 최후의 방안이었다. 어쩌면, 오소마츠들이라면 어떻게든 해줄지도 모른다고. 그건 카라마츠의 뜻과는 달리 어쩌면 배신의 의미가 될지도 모르지만....

 

 

그건......

 

[맞지? 옛날부터 너는 생각 없이 움직이지 않으니까]

 

오소마츠는 변함없이 능글맞게 얘기했지만, 그 울림은, “너도 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치비타는 고개를 떨구고 눈을 꼭 감으며 주먹을 쥐었다.

 

 

.......미안, 오소마츠

 

[괜찮아. 그럼, 나중에 보자고]

 

 

오소마츠는 통화종료 버튼을 누르며, 쵸로마츠에게 핸드폰을 돌려줬다. 쵸로마츠는 그걸 조금 당황하며 받아든다.

 

[....오소마츠형, 가는 거야?]

 

불안한 듯 묻는 이치마츠에 오소마츠는 이를 보이며 웃었다.

 

 

[....있지, 나는 바보잖아?]

 

[..........]

오소마츠의 말이 순간 이해가 안 가서, 이치마츠는 당황스런 목소리를 내버리고, 토도마츠는 가볍게 말하는 오소마츠에게 물었다.

 

 

[? 오소마츠형이 바보인 건 새삼스러울 것도 아니잖아. 갑자기 뭐야? 그것보다 어떻게 할지를 생각해야....]

 

[우와. 넘햇. 한번쯤은 그렇지 않다구~”라고 해도 괜찮잖아? ....., 상관없지만. 아무튼, 그러니까 뭘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고, ]

 

오소마츠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그게 무슨.......]

 

[, 말 그대로야. 이해가 안 돼? ........어쩌면, 더는 이곳에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거야]

 

 

오소마츠는 그렇게 태연하게 말했지만, 마음속은 각오와 체념, 그리고 죄악감으로 뒤죽박죽이었다.

 

약물파동. 아마도 그게 마지막 SOS신호였을 거다. 만약 카라마츠의 비명에 귀를 기울였다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애초에 그런 일에 손을 내밀 인간이 없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가장 믿어줬어야 했는데. 얘기를 들어주기는커녕, 처음부터 약물중독자라고 멋대로 결단내고는 최저의 형태로 카라마츠를 망가뜨렸다.

 

그렇게 자각한 순간, 없어져야 하는 건 내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그와 동시에 사과하고 싶어, 그 때로 돌아가고 싶어, 카라마츠와 만나고 싶어. 잃고 싶지 않아. 이런저런 마음이 복잡하게 얽혀들었다.

 

만약 카라마츠를 막지 못한다면, 평생 이런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는 걸까. 그럴거면 차라리--!

 

 

[너희들은 여기 있어. 그럴게, 이런 건 내 역할이잖아. 카리스마 레전드인 장남님한테 맡겨두-]

 

오소마츠는 고개를 숙인 채 빠르게 말했지만,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그의 몸은 콰앙, 하고 큰소리를 내며 벽에 부딪쳤다.

그 충격으로 벽장에 있던 앨범이 툭, 떨어진다.

 

[아프잖아...!!!]

 

[...., 카라마츠를 되찾기는커녕 아예 그냥 같이 죽으려는 생각이잖아. 모를 거라고 생각했어?!]

 

그를 밀친 건 쵸로마츠였다. 관자놀이에 잔뜩 핏대를 세우고 작게 뜬 눈에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 멱살을 잡힌 오소마츠는 쵸로마츠를 째려봤지만, 그 모습을 보자마자 저릿하고 가슴이 울렸다.

 

[...., 그래, 근데 그게 뭐 어쨌다는 거야!!]

 

[....웃기지 마!!! 너도 카라마츠도 죽으면 우리들은 어쩌라는 거야!! 그리고 일부러 이렇게까지 힘써준 치비타는 어쩌냐고!!]

 

오소마츠가 아무런 말도 못하고 고개를 떨구자, 그의 시야로 앨범이 보였다. 바닥에 떨어진 충격으로 펼쳐진 그것에는 한 장의 사진이 자리하고 있었다.

 

오소마츠의 시선을 알아차린 쥬시마츠가 그 앨범에서 사진을 꺼냈다. 그건 여섯 쌍둥이 모두가 어깨동무를 하고 해맑게 웃고 있는 사진이었다.

후우, 하고 숨을 불어 먼지를 털고 그리운 눈빛으로 사진을 잠깐 보고는, 오소마츠에게 건넨다.

 

[....오소마츠형. 나 말야, 솔직히 이 시절로 못 돌아갈 거라고 생각해. 그치만, 언젠가는 웃으며 지낼 날이 오지 않을까...]

 

오소마츠는 사진을 향해 떨리는 손을 뻗었다.

 

[...오소마츠형, 나도 갈래. , 사실 오늘 녀석이랑 얘기해보려고 했어. 쿠소마츠 녀석, 타이밍 너무 안 좋잖아. 아무튼, 사과하고 싶으니까, 그러니까....]

 

이치마츠는 며칠전 공원에서 카라마츠한테 무시당했으니까, 그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걸 알고 어떻게든 해야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제대로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기에, 기분약을 데카판 박사에게 부탁해, 다시 친구인 고양이에게 주입했다. 정작 그 고양이도 오늘 아침부터 보이질 않았지만.

 

[....저기, 오소마츠형. 다 같이 카라마츠형을 마중하러 가자. 나 이미 각오도 돼있어. 어차피 죽을 거라면, 모두 함께 죽자...!]

 

토도마츠는 두려움 때문인지 작게 떨면서도 또박또박 얘기했다.

 

[.....잘도 말하네, 밤중에 혼자서 화장실도 못 가는 겁쟁이 주제에. , 동생이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두고갈 생각? ....우리들을 살려두고 싶다면, 카라마츠, 제대로 데리고 오라고. 아무리 미움 받는다고 해도, 그건 우리들 전부 똑같으니까. 언젠가, 살아서 다행이다, 라고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도록, 힘내자고...!]

 

쵸로마츠는 멱살 잡은 손을 풀며, 애원하듯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너희들......바보, 아니야. 정말, 바보라고....!! 모처럼 이몸이 전부 책임질 생각이었는데-!! 이제 후회해도 늦었으니까 말야!!]

 

오소마츠는 머리를 긁으며 습관처럼 코밑을 슥슥 비비고는 환하게 웃었다.

그걸 본 4명은 얼굴을 마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정했으면, 토도마츠와 쵸로마츠는 이야미한테 가서 차를 빌려와! 열차로는 늦으니까]

 

쵸로마츠와 토도마츠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뛰쳐나갔다. 이치마츠는 친구를 찾은 다음에 합류하겠다며 둘을 따라 나갔다.

 

 

 

 

 

 

 

 

 

 

 

그 무렵, 카라마츠는 치비타의 말에 따라 바이크에 올라타려 하고 있었다.

 

[, 여기 헬멧. 내 바이크, 그렇게 속력 못 내지만, 일단 제대로 쓰고 있으라고]

 

[..........아아. 고맙다]

 

카라마츠는 그걸 받아들고, 헬멧을 쓰며 뒷자석에 올라탔다. 그 탓에, 주머니에 있던 무언가가 툭 튀어나왔다.

그걸 알아챈 치비타가 주워주려 보면, 그건 1장의 사진이었다.

 

[........어이, 카라마츠. 이거 떨어졌다고]

 

[......., 미안하군. 전혀 몰랐다]

 

카라마츠는 사진을 받아들며 슬픈 듯 눈살을 찌푸리며 주머니에 넣었다.

그건, 언젠가 갔던 가족여행에서 찍었던 가족사진이었다.

 

 

[.....이건, 가족여행으로 아카츠카 곶에 갔을 때 찍은 사진이다. 어릴 때의 일이다만........모두, 무척이나 즐거운 듯 웃고 있군..........행복했었다, 이 때는. 나 자신인데도 부러워 죽을 것 같군........이것만은 도저히 버릴 수가 없어서 들고와버렸다.

사실은........미련 따위 가지면 안 되지만 말야]

 

카라마츠는 그렇게 말하며, 눈을 내리깔았다.

무의식인 건지, 카라마츠는 아직 가족의 사랑을 원하는 듯 보였다. 어쩌면......, 정말 어쩌면의 이야기지만, 오소마츠가 카라마츠를 구해준다면, 카라마츠가 웃으며 지낼 수 있는 미래가 될지도 모른다, 고 치비타는 생각했다.

 

 

 









뭔가 약간 해피의 느낌이 나지만

어떻게 될런지 모르겠네요ㅠ


부디 이번 편에서는 형제들이 카라마츠를 구하기를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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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1편*

2016/05/31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①


*2편*

2016/06/04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②


*3편*

2016/06/06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③


*4편*

2016/06/12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 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④


*5편*

2016/06/14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⑤


*6편*

2016/06/15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⑥


*7편*

2016/06/15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⑦


*8편*

2016/06/20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⑧


*9편*

2016/06/22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⑨


*희망1편*

2016/07/05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희망> 제1화


*희망2편*

2016/07/07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희망> 제2화


*희망3편*

2016/07/10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희망> 제3화


2016/07/18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희망> 제5화


*희망6편*

2016/07/19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희망> 제6화


*희망 마지막*

2016/07/23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희망> 마지막화


*해리 1편*

2016/08/14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제1화


*해리2편*

2016/09/05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제2화-


*해리3편*

2016/09/06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제3화-


*해리4편*

2016/09/09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제4화-


*해리5편*

2016/09/29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제5화-


*해리6편*

2016/10/11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제6화-


*해리7편*

2016/11/09 - [번역/마츠소설] - [오소마츠상][사변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제7화-


*해리완결*

2017/01/12 - [번역/마츠소설] - [오소마츠상][사변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Last-


*상실1편*

2017/03/04 - [번역/마츠소설] - [오소마츠상][사변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상실편 1-

























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상실(喪失) 두 번째 이야기-

 

 


 

돌아갈 수 있다면, 함께 웃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모두를 좋아했으니까.

니트에 쓰레기라도, 자랑스러운 형제였다.

 

 

-----------------------------------------------

 

 

 

 

카라마츠는 치비타가 사는 아파트 앞에 선다.

 

 

이제 사랑 따위 누구에게도 바라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사람은 모두 혼자 살아가고, 혼자 죽어간다. 아무리 오래 산다고 한들 결국은 혼자 죽는다. 어차피 사람은 고독한 존재다. 그렇게 통감했으니, 죽는 것은 두렵지 않다. 죽음이란 영원한 고독에서 벗어나는 수단. 그렇게 생각하고 집을 나왔다. 내 물건 전부를, 마츠노 카라마츠가 살아온 증거를 스스로 버렸다. 그 뒤는 본체를 매장하는 것뿐.

 

 

그런데도, 아직 이 마음은 외로움을 호소하고 있다. 사랑을 원하고 있다.

고양이의 목소리는 아마도 내 마음의 소리이다.

 

 

이 얼마나 한심스러운 미련인가!

[........되돌아갈 수는 없다]

 

 

카라마츠는 괴로운 듯이 눈을 꼭 감고 주먹을 쥐었다. 마치 결의를 다지듯이.

 

그리고 눈을 떠 흐릿하게 보이는 시야 속을 더듬어, 치비타의 집 초인종을 누른다.

그 손은 떨리고 있었다.

 

[예이예이, 기다리라고. 신문이라면 돌아-]

 

얼마 지나지 않아 잠금이 풀리고 문이 열린다.

 

[, ...., 카라마츠!? 왜 네녀석이 여기에!? , 일단 들어오라고-!]

 

치비타는 카라마츠라는 걸 확인하자마자, 얼빠진 목소리를 높였다. 그것을 본 카라마츠의 표정도 한결 풀린다.

 

카라마츠는 치비타의 집에 들어갔다. 필요 최소한의 것밖에 두지 않은 좁은 방이지만, 어딘가 따스함이 느껴졌다.

 

[오랜만, 이라고 하는 게 좋으려나?]

 

치비타가 눈썹을 슬쩍 찡그리며 카라마츠를 보았다. 공원에서 만났을 때는 하양 붕대를 두르고 있어 아파보였을 뿐이지만, 지금은 그의 모든 것이 측은하게 느껴져 무심코 눈물이 맺힐 정도였다.

 

자랑하던 근육은 다 사라지고 살을 한꺼풀 벗겨낸 듯이 야위어있었다.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생겨있고, 눈동자는 더 이상 빛나지 않았다.

 

보고 있으면 눈물이 치밀 것만 같아 엉뚱한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다.

 

 

[미안.......원래라면 내가 만나러 갔어야 했는데. 여기까지 오는데 힘들지는 않았냐]

 

치비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자신을 배려하는 말들에 카라마츠의 눈앞이 뿌옇게 흐려진다. 마지막으로 이곳에 오길 잘했다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아니, 괜찮다. 내가, 치비타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온 거다. 이제, 마지막이니까......]

 

카라마츠는 눈을 살짝 감았다. 그러자 눈가에 고인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마지막이라는 카라마츠의 말에 치비타는 헉, 하고 숨을 마신다. 심장이 욱신, 하는 싫은 소리를 내고, 손과 등에 땀이 밴다.

 

이 상황에 카라마츠에게서 나온 이 말은, 결코 좋은 뜻이 아닐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놀러 온 느낌은 아니다.

 

 

[...., 잠깐만. .....뭐냐....집주인! 집주인한테 집세 내는 걸 까먹었네. 이거라도 먹으면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치비타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점심이었던 오뎅을 카라마츠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핸드폰을 챙겨 부랴부랴 집을 뛰쳐나갔다.

 

 

 

 

 

 

 

 

 

깡마르고 패기 없는 얼굴. 전에는 입만 열면 안쓰러운 대사가 속속 날아들었는데, 지금은 그런 기미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만나러 오는 건 마지막이라는 끝인 것처럼 말을 했다. 어떤 마음으로 작별을 고하러 왔는지 생각만 해도 괴로워 진다.

 

 

[이 망할 녀석들은 대체 뭘 하는 거야....!!]

 

 

치비타는 핸드폰을 꺼내 떨리는 손으로 전화번호부를 열어 적은 수의 연락처에서 마츠노가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치비타도 여섯 쌍둥이처럼 인간관계가 좁고 부모도 없어 기본적으로 누구와 연락을 하고 지내지는 않았다. 하지만, 카라마츠를 유괴하고 외상값을 독촉하기 위해 구했던 연락처라 공교롭게도 지금 빛을 발한 것이다.

 

전화 걸리는 소리가 들리고, 뒤를 이어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 여보세요. 마츠노입니다

 

전화를 받은 것은 쵸로마츠였다. 그나마 제대로 된 녀석이 나왔다며, 치비타는 어퍼컷 세레머니를 한다.

 

[어이, 쵸로마츠냐!? 나다, 치비타]

 

....뭐야, 치비타냐. ? 나 지금부터 냐짱 라이브라 바쁘거든. 무슨 마츠한테 볼일이 있는 거야?

 

 

그래도 피를 나눈 형제가 지금이라도 죽을 듯한 상황인데, 태평하게 라이브니 뭐니 지껄이는 것을 듣는 순간, 화악, 피가 거꾸로 솟았다.

 

[이 멍청아----!!!! 뭐가 라이브냐, 새꺄!! 잘 들어, 지금 카라마츠가 집에 왔다고!!]

 

시끄러운데. 좀 작게 말해줄래. 그래서, 카라마츠가? ..........그녀석 집에서 나갔는데 뭐?

 

쵸로마츠는 담담히 대화에 응한다. 그 모습에 치비타는 말문이 막혔다.

 

[그래서라니.....걱정 되지도 않냐...? 그 녀석 그렇게 엉망인 상태인데 혼자서 돌아다니고 있다고!!]

 

.....걱정이야 하지. 그치만 나, 카라마츠랑 지금 얘기 나누기엔 무리랄까.....

 

 

쵸로마츠의 목소리가 작아진다.

 

 

[너희들과 카라마츠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데리러올 생각은 없냐]

 

 

치비타의 질문에 마침내 쵸로마츠는 입을 다문다. 화가 치민 치비타는 뭔가를 생각해낸다.

 

 

[어이, 쵸로마츠. 지금 집에 형제 전원 있는 거냐..?]

 

.......있는데. ?

 

[그거 다행이네! 내가 지금부터 너희들 핸드폰으로 걸테니까, 번호 가르쳐줘. 부탁한다, 급한 거니까!]

 

치비타는 마침 알맞은 크기의 돌맹이를 들어 메모할 수 있게 바닥에 쭈그려 앉는다.

 

치비타의 기세에 눌린 건지, 귀찮아진 건지 쵸로마츠는 번호를 알려주었다.

 

치비타는 그것을 받아적고는 전화를 끊고 바로 쵸로마츠의 휴대폰에 전화를 걸었다.

 

 

그니까 뭐냐고. 얼른 끝내지 않으면 기차 가버린다고!

 

[이 바보가-!! 그런 건 언제든 갈 수 있잖냐!! 그보다 그럴 돈이 있으면 외상값 갚으라고!! 가 아니라, 지금부터 형제 전원 모아. , 전화는 끊지 말고. 혹시라도 끊으면 네녀석들과의 연을 끊을 거니까 말야!! 지금까지 떼인 돈들 돌려받는데 법적 수단 쓸 거니까!!]

 

 

치비타는 한번에 쏘아붙였다. 그 목소리가 평소의 가벼운 느낌과는 달리 무게를 띠고 있음을 쵸로마츠는 단번에 알아챘다.

 

 

, 알겠다고. 전원 모으면 되는 거지? 전원 일어나 있으니까, 분명 있을 거야....

 

[오우, 미안하지만 부탁한다고. 이러쿵저러쿵 하면 때려서라도 데려와. 나도 지금 집에 돌아갈테니까, 절대 전화 끊지 말라고]

 

 

쵸로마츠는 2층의 방으로 향했다. 몸도 마음도 완전히 라이브에 가있었지만, 거기까지 격양해서 말하는 치비타는 처음이라 말을 듣기로 했다.

 

 

도대체 지금 치비타가 어떤 상황이고, 지금부터 뭘 하려는 건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저기, 다들 있어?]

 

쵸로마츠가 방문을 열었다. 그러면 아직도 잠옷 차림인 남자가 4명 있었다. 한심함을 느끼면서도 데리러 갈 시간이 절약되었다며 안도한다.

 

[, 뭐야, 쵸로마츠]

 

[.......라이브 갔던 거 아니었어?]

 

잠버릇으로 헝클어진 머리로 오소마츠와 이치마츠가 쵸로마츠를 쳐다봤다.

 

[아니, 그럴 생각이었다고!? 그런데 치비타가 엄청 무서운 기세로 전화를 걸어와서 말야. 뭔가 카라마츠가 치비타의 집에 갔다는 것 같아. 잘은 모르겠지만, 전화 끊지 말라고 해서]

 

쵸로마츠는 그렇게 말하며 조심히 가방을 내려두고, 전화를 귀에 댄 채로 소파에 앉는다.

 

 

[흐응. 쵸로마츠형 수고해~. 그럼 나 오후에 약속이 있어서-]

 

토도마츠는 그렇게 말하고 나가려 했지만, 목덜미가 잡혀 이불 위로 내던져졌다.

 

 

[에에에!? 뭐야!? 지금 왜 날 던진 거야!?]

 

토도마츠는 그렇게 소리쳤지만, 쵸로마츠는 개의치 않고 받아넘기며 스마트폰의 음량을 최대로 해서 모두 앞에 둔다.

 

 

들리는 것은 문을 열고 신발을 벗는 소리.

 

 

[에에, 뭐야 이거. 치비타 녀석, 그런 플레이엥 눈 뜬 거야?]

 

[플레이? 플레이? 도청 플레이!!!!]

 

[.....히히, 좋은 취미네]

 

오소마츠, 쥬시마츠, 이치마츠가 장난스레 말하기 시작하고, 쵸로마츠와 토도마츠가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며 질린 표정을 하고 있던 순간이었다.

 

 

미안미안, 지금 왔어........, 하나도 안 먹었잖냐

 

치비타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그 이야기 상대는 아마도 차남인 카라마츠. 쵸로마츠는 세 사람에게 쉿, 하며 조용히 시켰다.

 

달각, 핸드폰이 책상 위에 놓인 듯한 소리가 울린다. 아마 치비타는 카라마츠와의 대화를 듣게 만들려고 했던 것이라고 쵸로마츠는 생각했다.

 

 

.....미안하다. 몸이 음식을 받아들이지를 않아서....하지만 국물은 조금 먹었다. 따뜻해서 몸에 스며드는 것 같더군

 

 

그건 평소와 같은 대화일 텐데 이상하게도 가슴이 옥죄는 느낌이었다. 그 순간, 카라마츠와 최근 대화를 하지 않아, 목소리조차 제대로 들어보질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뭐어, 됐어. 그보다, 마지막이라니....무슨 소리야...?

 

......아아. , 나 말이다. 이제, 죽을 거다

 

 

이제 죽을 거다, 그 말이 전화 너머로 전해져 방을 울리는 순간, 5명은 충격을 받았다.

 

 

.....지쳤다. 나는 이미 내가 머무를 곳을 잃고 말았다. 그러니 살아 있어도 아무 의미도 없다

 

 

카라마츠의 목소리는 무서울 정도로 침착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고민하고, 울고, 괴로워했다. 그런 목소리었다. 오히려 후련함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녀석들이랑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거냐....?

 

 

치비타의 질문에 5명은 숨을 들이켰다. 카라마츠는 그 물음에 좀처럼 답하려고 하지 않았지만, 이내 입을 열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 이건 내 문제다. 내가, 모두에게 사랑 받지 못하는 인간이라서....이렇게 된 거니까 말이야

 

 

.........내가, 내가, 널 유괴했기 때문인 거냐...?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면, 너는 이렇게 되지 않았을텐데....!

 

 

그게 아니다, 치비타. 치비타의 잘못이 아냐. 애초에 우리들이 외상값을 미리미리 갚았더라면, 이런 일도 없었겠지. 그러니까, 너는 나쁘지 않다

 

 

치비타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그건 비애와 후회로 가득 차, 듣고 있는 이들도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다.

 

 

이건, 운명, 벌이다. 녀석들에게 미움 받고 있는 것조차, 깨닫지 못한 어리석은 나에 대한 벌

 

 

어느새, 방안은 완전히 조용해져 있었다.

 

 

카라마츠...

 

 

사실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데,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건지도 모른다....하지만 이번 일로 나는 깨달았다. 나는 필요 없는 존재라고

 

 

[그렇지 않아. 그렇지 않아, 카라마츠형!!]

 

눈에서 눈물이 흘러넘치는 토도마츠가 울음 섞인 목소리를 높였다. 쥬시마츠가 토도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는.....! 네가 좋은 녀석이란 걸 알아. 고등학교도 가지 않은 내게 장사에 대해 필요할지도 모르는 것들을 가르쳐줬어. 문화제에도 초대해 줬었지...! 언제나 너는 나를 차별 없이 대해줬었다!!

 

 

치비타의 눈물 섞인 목소리는 이제 비명에 가깝다. 얼마나 치비타가 카라마츠와 사이가 좋았었는지, 그리고 왜 카라마츠가 치비타의 집으로 갔는지, 5명은 알 것 같았다.

 

 

 

..........고마워. 고맙다.......그렇게 말해주는 건, 치비타 뿐이다

 

 

카라마츠의 목소리에 눈물이 섞여든다.

 

 

그 집에 있는 게 힘들면, 나랑 같이 오뎅 가게를 하면 되잖냐! 너와 함께라면 세계 제일의 오뎅 가게가...!

 

 

........아아, 그것도, 좋겠군. 그러면 치비타의 오뎅, 언제든지 먹을 수 있을테니

 

 

......그럼!

 

 

하지만, 그건 무리다. 나는 이미 이런 몸이 되어 버렸다. 치비타에게, 친구에게 폐를 끼치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아

 

 

이런 상황이 되어도 여전히 타인을 배려하는 카라마츠에, 이치마츠는 스마트 폰에서 얼굴을 돌렸다.

 

 

[............나 때문이야. 내가 쿠, 카라마츠를 몰아넣었어....]

 

 

눈을 꼭 감으면, “믿고있다고라는 소리가 들릴 것만 같다. 카라마츠는 욕지거리를 내뱉어도, 때려도, 언제나 그렇게 말했다. 자신의 존재 자체에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이치마츠에게 그 말은 그냥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울림은 형제를 믿어야 한다고, 그렇게 스스로를 타일렀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치비타

 

 

언제인가, 쵸로마츠는 카라마츠에게 부양해주겠다고 했다. 그 때의 카라마츠는 정말 기뻐 보였다. 지금 생각하면, 일하기 싫은 쓰레기 같은 사고뿐만 아니라, 부양 받는 것에 존재 의의가 부여된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쵸로마츠는 생각했다.

 

 

있잖나, 치비타....내게, 열심히 해왔다고, 잘했다고, 이제 쉬어도 좋다고, 말해주지 않겠나

 

 

카라마츠는 정말 미안한 듯이 그렇게 말했다. 치비타에게 있어 그 말을 한다는 것은 카라마츠의 죽음을 허락하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치비타는 괴로운 듯이 얼굴을 찌푸린 채 답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

 

 

치비타, 부탁이다. 나를, 나를, 편하게 해줘

 

 

그에 카라마츠는 매달리듯이 울먹이는 소리로 말했다.

 

카라마츠는 옛날부터 인정받고 싶어했다. 하지만 인정 하면 금방 텐션이 올라 누구도 인정하는 듯한 말을 해주지 않았다.

 

 

...? 제발....치비타. 말해줘. 말해줘....! , 그래. 이걸 너에게 주겠다. 이거, 이걸 줄테니 제발 말해줘...

 

 

부스럭 부스럭 종이가 스치는 소리가 들린다.

 

카라마츠가 내민 것은 돈이 든 봉투였다.

 

 

30만이 들어있다. 외상값으로는 부족할지 모르지만...도움이 될 거다

 

 

[, 삼십만.......카라마츠, 언제 그런 돈 만든 거야...]

 

쵸로마츠가 경악스런 표정을 짓는다.

 

 

....이 바보가!! 네 목숨은 겨우 삼십만이냐!!

 

....아아, 그래. 아니, 아니다. 나는 배 이하다. 하지만 이 돈은, 내 목숨이다. 그러니 치비타에게 주고 싶었다

 

치비타는 일의 전말을 데카판에게 전해들어서, 사실은 알고 있지만, 휴대폰 너머의 형제들에게 들려주려 카라마츠에게 물었다.

 

 

....이 돈은, 어디서 난 거야?

 

그 질문에 카라마츠는 치료에 대한 것을 털어놓았다.

 

 

아파서, 슬퍼서 견딜 수가 없어 데카판 연구소를 찾아간 것. 그때 치료제의를 받고 두말없이 따랐던 것. 주사기를 사용하던 중, 토도마츠에게 들켜 그것이 마약이라 착각되어 버린 일. 아니라고 해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은 일.

 

 

.........그러다 엄마에게 뺨을 맞고, 결국은 아빠에게 의절당했다

 

그리고 마츠노가에서 쫓겨나 있을 곳을 잃어버렸던 일을.

 

 

.......전부 내 잘못이다. 그런 헷갈리기 쉬운 짓을 해버려서. 가족은 아무도 나쁘지 않아

 

 

치비타를 포함한 전화 너머로 듣던 5명은 말문이 막혔다. 설마 그 주사기가 그런 의미였을 거라고는 꿈에도 몰랐다.

 

지금 다섯명의 상태는 그야말로 핏기가 싹 사라져 새하얗게 질렸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오소마츠는 주먹을 꽉 쥐었다. 카라마츠를 때렸을 때의 감촉이 아직 이 손에 남아있다.

왜 나를 믿어주지 않는 건가라는 비통한 절규가 고막을 울렸다.

 

[, ............]

 

 

오소마츠는 새하얗게 질린 채 귀를 틀어막는다.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라며 죄책감이 해일처럼 몰아쳤다.

 

[오소마츠형.....]

 

쥬시마츠가 오소마츠 쪽을 본다.

 

 

너는 나쁘지 않아!! 나쁜 건 카라마츠를 믿지 않았던 그 녀석들...!

 

.....이제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누가 나쁘건 나쁘지 않건 아무래도 좋다....

 

 

카라마츠의 목소리에서 갑자기 생기가 사라졌다. 그것은 발버둥 치는 것을, 삶을 포기한 듯한 목소리였다.

 

 

......치비타. 난 왜 이렇게 된 걸까. 왜 내가 이렇게 고생해야 하는 건가...?

 

카라마츠는 쥐어짜듯이 그렇게 말했다.

 

 

 

카라마츠......

 

왜 내만 이런 건가?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한 건가? 어째서, 어째서 나만....!

 

카라마츠, 이제 그만

 

하지만, 감정이 폭발해버린 카라마츠는 멈추지 않았다. 굵은 눈물을 흘리며 속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마치 스스로 상처를 도려내는 듯한 모습에, 치비타는 눈을 꼭 감는다.

 

점점 쌓여왔던 마음속의 어둠은 애처로울 정도로, 카라마츠의 정신을 좀먹어 왔다.

 

 

..........언제나, 언제나 그랬다!!! 나만 미워했다!! 싫어, 싫어, 싫다!!!! 혼자는 싫단 말이다!! 괴로운 것도 슬픈 것도 싫다!!!

 

카라마츠

 

누구라도 좋으니까, 나를 봐줘!!! 인정해줘!!! 편하게 만들어줘, 제발.......!!!

 

카라

 

.......나 같은 거,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녀석들은 다섯 쌍둥이인 편이 좋았다...!!

 

이제 됐어, 그만해!!! 카라마츠!!!

 

 

치비타는 크게 소리쳤다. 그리고 카라마츠와 자신을 가로막고 있던 테이블을 아무렇게나 내던지고 카라마츠를 부둥켜안았다.

 

핸드폰이 툭, 바닥에 떨어졌다.

 

 

 

알겠어, 이제 알겠으니까......너는, 충분히 잘해왔다고. 그러니까, ..........편해져도 좋아

 

 

치비타는 마침내 카라마츠를 인정했다. 이걸로 카라마츠의 죽음은 허용된 것이다.

 

 

카라마츠는 굵은 눈물을 눈에 가득 글썽이며 몸을 떨었다.

 

 

, 우아, 아아..........., , 고마워....치비타, 정말, 고맙다....!!

 

 

그리고 큰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그건 굴레로부터 해방된 순간이었다.

 

 

 







드디어 고독 마지막 시리즈가 나왔네요!


그보다 작가님께서 해리편 결말을 조금 수정한다고 하시네여

나중에 뭔가 바뀌면 그쪽도 번역하겠습니다 '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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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1편*

2016/05/31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①


*2편*

2016/06/04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②


*3편*

2016/06/06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③


*4편*

2016/06/12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 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④


*5편*

2016/06/14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⑤


*6편*

2016/06/15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⑥


*7편*

2016/06/15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⑦


*8편*

2016/06/20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⑧


*9편*

2016/06/22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⑨


*희망1편*

2016/07/05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희망> 제1화


*희망2편*

2016/07/07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희망> 제2화


*희망3편*

2016/07/10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희망> 제3화


2016/07/18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희망> 제5화


*희망6편*

2016/07/19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희망> 제6화


*희망 마지막*

2016/07/23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희망> 마지막화


*해리 1편*

2016/08/14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제1화


*해리2편*

2016/09/05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제2화-


*해리3편*

2016/09/06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제3화-


*해리4편*

2016/09/09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제4화-


*해리5편*

2016/09/29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제5화-


*해리6편*

2016/10/11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제6화-


*해리7편*

2016/11/09 - [번역/마츠소설] - [오소마츠상][사변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제7화-


*해리완결*

2017/01/12 - [번역/마츠소설] - [오소마츠상][사변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Last-






















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상실(喪失) 첫 번째 이야기-

 

 

 

 

흘러간 시간 속에서 확실한 것은 없었다.

그 사실을 알아버렸으니까, 나는 절망했다.

머무를 곳은, 이제 어디에도 없다.

눈을 뜨고 있으면 괴로운 세계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한밤중의 세계에 가고 싶었다.

왜냐하면, 거기라면 상처받은 마음을 숨길 수 있다

더는 웃지 않아도 된다. 연기하지 않아도 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까!

 

 



 

---------------------------------------------------------

 

 

 

 

생각해보면, 옛날부터 두려웠다.

모두에게 미움 받는 것이 무서워서, 남에게 상처 입히는 것이 무서워서, 뭘 하든 눈치만 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고만 있는데도 너무나 힘들어서, 스스로를 유지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런 때에 떠올린 것이, 연기. 무대 위에서라면 언제든 좋아하는 자신이 될 수 있다. 남들이 좋아할 자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연극부에 들어가 보니, 대성공. 재능이 있었는지, 집념이 강했던 건지, 그냥 단순했던 건지 순식간에 연기의 즐거움에 빠져버렸다. 주역을 맡은 날에는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칭찬받거나, 대화 한번 나눠본 적 없는 여자아이가 말을 걸거나 했다.

 

그것에 기분이 좋아져버려, 어느새 무대에서 내려오는 것이 무서워졌다. 이미 끝났는데, 스포트 라이트는 사라졌는데, 그런데도 무대에 서있고 싶었다. 왜냐면, 그렇지 않으면 마츠노 카라마츠는 아무도 봐주지 않는다고 생각했으니까.

 

특히 감동받은 역은, 나르시스트지만 상냥하고 뭐든 서투른 남자. 형제에게도 평판이 좋았다. 그래서 나는 바보가 한가지만 기억하듯이 그 역을 자신의 캐릭터인양 굴었다.

 

웃는 얼굴로 뭐든 용서하고, 자애로 가득한 나. 형제를 믿는 나. 하지만, 그것이 원흉이 될 줄은 몰랐다.

 

몰랐다. 모두가 그렇게나 나를 싫어했다니. 정말 몰랐다.

지금은 여태 내가 해왔던 모든 것들이, 존재의 모든 것이, 헛되고 슬픈 일이 되어 버렸다.

기쁜 일들도 모두 고통으로 바뀌었다.

 

 

그러니까, 이제 전부 끝내자. 이런 가련한 나의 모든 것을 끝내고, 깨끗하게 사라지자.

 

 

 

 

 

 

 

 

 

카라마츠는 무거운 몸에 채찍질을 해, 매달리는 기분으로 치비타의 집으로 향한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지금은 이른 아침으로, 밤에 포장마차를 여는 치비타가 깨어있을 리 없었다.

 

카라마츠는 어딘가에서 시간을 때우자 싶어, 집 근처 공원으로 향했다.

 

거기에는 녹이 슬어 낡은 그네, 미끄럼틀, 시소, 모래사장이 있었다. 작고 인기도 없어서인지, 아이들도 가까이하지 않는 곳이다.

 

 

[.........쓸쓸한 곳이로군]

 

 

본래, 놀이터의 존재 의의는 아이들이 재미있게 놀게 해주는 곳. 확실히 이곳에 존재하고 있음에도 보이지 않는 듯이, 사랑 받지 못하는 놀이기구 따위 아무런 의미도 없는 걸까.

 

바닥에는 풀이 무성하고, 그네 근처에는 이 땅을 내놓았다는 간판이 서있다.

 

[.....그런가, 여기도 없어지는 건가]

 

카라마츠는 눈을 가늘게 뜨며 쓸쓸한 표정을 짓는다.

 

 

이곳은 카라마츠가 어려서부터 곧잘 뛰놀던 추억의 놀이터였다.

형체가 있는 것은 언제가 사라지고,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쓸쓸함을 느껴버리고 만다. 아마도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이 이런 상태가 아니었다면, 그다지 마음도 아프지 않았을 것이다. 카라마츠는 황폐한 공원과 자신을 번갈아 보았다.

 

눈을 부릅뜨며 하나하나 기구들을 둘러보았다. 그네를 건드리면, 끼익끼익 쇠와 쇠가 부딪치는 소리가 난다.

 

[그 때는 좋았는데.........]

 

집을 뛰쳐나가며 가장 빨리 그네를 탄 사람이 승리로, 패자가 승자에게 저녁 반찬을 나눠준다.

또는, 야구를 하다가 이제는 볼 수 없게 된 천둥 같이 무서운 아버지의 분재를 깨고는, 누가 사과하러 갈지 가위바위보로 정했다.

 

그런 아무 생각 없는 나날이, 지금은 보물처럼 빛나고 있다.

 

 

[나는 도대체 무엇을 잘못한 걸까. 왜 이렇게 된 걸까..........]

 

벤치에 앉은 카라마츠는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손으로 덮었다.

 

손가락과 손가락 사이로 물방울이 흘러내리고 땅에 진하게 무늬를 그려나간다.

 

치비타에게 유괴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순식간에 나락에 빠졌다. 이십 몇 년 동안 쌓아왔던 가족의 인연이란 것은 몇 개월 만에 무너지고 말았다.

 

그 사실이 너무도 괴로웠다.

 

그러나 이런 인생도 이제 곧 끝이다. 이상하게도 살아야 한다는 선택지는 없었다.

꿈도 희망도, 형제와 함께 니트로 살아가는 길을 택했을 때, 내팽개쳤다.

가족만이 유일하게 내게 남은 것이었다.

 

모든 생물은 언젠가 죽음을 맞는다. 그것을 스스로 앞당기는 것뿐이다.

지금까지 실컷 운명이라는 이름의 우리 속에서 우롱당해왔다. 이번엔 스스로 자유를 손에 넣을 것이다.

 

 

, 주먹을 쥐던 그 때, 냐앙~ 하고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어느새 옆에 고양이가 앉아 있었다.

 

[, 아아....! 너는 전에 봤던 이치마츠의 캣인가]

 

마치 안경을 쓴 듯한 모양이 눈 주위에 있는 이 고양이는 바로, 이치마츠의 친구였다.

 

 

[ “사실은 죽고 싶지 않아. 왜 나만 죽어야 하는 거야” ]

 

[..........?]

 

카라마츠는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의심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에는 자신과 이 고양이밖에 없을 터인데, 어째선지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 “죽기 싫어. 살고 싶어. 무서워. 혼자는 싫어” ]

 

[무슨, 소리를..... 설마, 너인가? 이치마츠의 캣]

 

 

카라마츠가 당황해서 입을 벌름거린다. 고양이가 말을 하다니, 비현실적이라 생각하면서도 녀석의 입에서 나오는 말 하나하나가 마음을 쿡쿡 쑤셨다.

 

 

[ “어째서 내가 생각하는 걸 아는 거지” ]

 

[!!!!!!]

 

카라마츠는 자기가 말한 것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입을 틀어막았다.

 

 

[ “죽는 게 무서워. 하지만 있을 곳이 없어지는 게 더 무서워. 그러니까 나는 죽어야 한다. 겁쟁이니까” ]

 

 

[그만]

 

 

[ “치비타, 나를 인정해주려나. 친구로서 응원해준다면, 분명 용기를 낼 수 있을 거다” ]

 

 

[그만둬, 그만둬 제발]

 

 

속마음을 말하는 목소리에, 알몸이 된 기분이었다. 카라마츠는 아냐아냐, 라며 고개를 저었다.

 

 

[ “아무나 좋으니까, 나를 칭찬해줘. 나를 봐줘” ]

 

[그만, 그만, 그만해....!!]

 

[ “나를 미워하지 말아줘, 나를 사랑-” ]

 

[그만두라고 했잖아!!!!!!!]

 

카라마츠는 귀를 틀어막으며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에 놀랐는지, 고양이는 어디론가 달아나버렸다.

 

 

카라마츠는 숨을 헐떡였다. 고양이를 상대로 화를 내버린 죄악감은 있었지만, 이 추한 마음이 까발려지는 건 참을 수가 없었다.

 

[젠장........, 나는 죽는 것 따위 무섭지 않아......무섭지 않아. 이 괴로움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다면, 뭐든 참을 수 있다.....!]

 

 

카라마츠는 마치 자신을 타이르듯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슬슬 괜찮겠지, 라며 치비타의 집으로 향했다.

 

 

 

 

 

 

 

 

 


 



다음편도 바로 올리겠슴다 '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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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2016/05/31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①


*2편*

2016/06/04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②


*3편*

2016/06/06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③


*4편*

2016/06/12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 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④


*5편*

2016/06/14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⑤


*6편*

2016/06/15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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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편*

2016/06/20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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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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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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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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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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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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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7편*

2016/11/09 - [번역/마츠소설] - [오소마츠상][사변소설]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제7화-






















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LAST-

 

 

 

 

 

 

카라마츠는 그날부터 며칠 동안 잠에 들 때마다 악몽을 꿨다.

 

잠을 자면 꼭 악몽을 꾸게 된다는 걸 알기에, 마치 잠자는 것이 고문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인간으로서 생리적 욕구를 거스를 수는 없어, 아무리 깨어있는다고 한들 어느새 잠에 들고 말았다. 그렇게 매일을 반복하던 카라마츠는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런 생활이 시작된 이후부터, 필연적으로 소중한 리쿠와 노는 시간이나 가족과 어울리는 시간 등이 없어졌다.

 

[싫어....싫어.....잠들고 싶지 않아.....!!]

 

시각은 새벽 3. 눈 밑에 다크서클이 잔뜩 내려앉은 카라마츠는 그렇게 외쳤다.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을 방은 이리저리 물건이 흩어져 고뇌의 흔적이 드러났다.

 

[아아, 아아아아.........!!]

 

목소리를 죽이려 이불 위에 얼굴을 묻고 신음했다. 이것이 그의 최대한의 가족에 대한 배려였다.

 

어느덧, 까아-까아- 하고 까마귀의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카라마츠는 체력이 다 되어 쓰러져 잠에 든다.

 

그때,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얼굴을 보인 것은 리쿠와 어머니였다.

 

[.........형아]

 

[.........아아, 가엾은 소라. 미안하다,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어서......리쿠, 형한테 이불을 덮어주렴]

 

리쿠는 엄마의 말대로 이불을 집어 카라마츠 위로 부드럽게 덮어주었다. 완전히 창백한 모습의 사랑하는 형은, 아직 어린 리쿠에게는 충격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리쿠는 자신의 형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었다.

 

[.........형아. , 형아가 좋아. 그러니까, 얼른 원래대로 돌아와줘...]

 

그렇게 중얼거리며 방을 나간다. 이런 나날의 반복.

그러나 우연히도 그날은 카라마츠의 의식이 약간 남아있었고, 탁하고 문이 닫힌 순간 그의 어깨가 크게 들썩였다.

 

[미아, 미안.....! 미안해, 리쿠, 엄마.....! 미안해.....!]

 

엄청난 죄책감과 악몽에서 오는 불안함. 괴로움이나 통증은 점점 카라마츠의 정신을 좀먹어 갔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정신이 불안정한 카라마츠를 혼자 두지 않기 위해, 누군가는 반드시 집에 남아있었는데, 그날은 우연히도 아버지는 일, 어머니와 남동생은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캠프를 가게 된 것이다.

 

리쿠는 캠프를 가지 않으려 했지만, 카라마츠가 만류했다.

자신 때문에 동생의 즐거움을 뺏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리쿠와 카라마츠는 한가지 약속을 했다. 그건, 일어나면 반드시 연락을 할 것.

카라마츠의 기상시간은 저녁시간에 가까워서, 캠프에 가있는 리쿠도 연락을 받을 수 있었다.

 

아침, 리쿠와 어머니를 배웅하고 카라마츠는 비틀비틀 자기 방으로 돌아와 침대 위에 쓰러졌다. 그리고 바로 의식을 잃고 잠에 빠져들었다.

 

--아아, 또다. 잠에 빨려 들어간다. 자고 싶지 않은데. 괴로운 건 싫은데....

 

매일 꿈에서 보이는 것은, 중세 유럽의 죄인처럼 장대에 매달린 채로 화형을 당하는 자신에게 물건들이 내던져지는 장면.

 

그만, 그만해!! 너희들은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야!! 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러는 거냐고!!

 

꿈속에서 카라마츠는 머리에 피를 흘리며 절규했다. 그러자, 눈앞에 빨간 후드티를 입은 한 남자가 나타났다.

 

남자는 카라마츠와 눈높이를 맞추고,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무슨, ......., , 같은 얼굴!?

 

아하하, 좋은 꼴이네-. 그때랑 같잖아. , 너한테 저주를 걸었어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집게손가락을 눈앞에 들이밀며 빙글빙글 원을 그렸다.

 

그때.....? 저주......!? 어째서!? 왜 나한테......

 

남자는 코밑을 비비며, 뻔뻔한 웃음을 띄우고는 카라마츠의 이마에 흐르는 피를 손가락으로 닦아내더니 할짝, 핥았다.

 

너에게 이게 흐르는 한, 우리를 떠나지 못하도록....말이야

 

미치광이 같은 그 모습에 무심코 소름이 돋았다. 히익, 하고 카라마츠의 비명이 새어나왔다.

 

......빨리, 빨리 떠올리라구. “형아외로우니까

 

남자는 일방적으로 그렇게 말하고는, 한손으로 흔들흔들 인사를 하며 카라마츠를 뒤로하고 그곳에서 떠났다.

 

그러자, 약해졌던 불길이 화악 강하게 타올랐다. 살려줘, 라고 소리치며 하늘을 올려다보는 순간 머리위로 뭔가 검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 정체가 맷돌임을 깨닫자마자 강렬한 충격이 강타하고 의식이 멀어져갔다.

 

[!! 하아, , 하아..........!]

 

카라마츠는 벌떡 일어났다. 그냥 꿈이라고 하기에는 그것은 몹시 생생했고, 기분탓인지 연기 냄새까지 나는 듯했다.

 

 

[......., . 왜 이런 꿈만. 아아, 땀으로 잠옷이 축축해.....]

 

카라마츠는 이마에 들러붙은 머리를 쓸고, 옷을 갈아입기 위해 옷장을 열었다. 갈아입을 파자마를 찾아 장롱을 뒤지고 있던 그때, 낯선 봉지를 찾아냈다.

 

[뭐지, 이건....]

 

그것을 꺼내들고 안을 보면, 꾀죄죄하고 군데군데 흠집이 난 해골 벨트, 피 같은 얼룩이 묻은 스키니진이 있었다.

 

[........, 이런 더러운 걸 갖고 있었던가? 아빠건가....?]

 

카라마츠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안을 더 뒤져보았다. 그러자 한 장의 심하게 구겨진 종이가 나왔다.

 

[이건 뭐지...? 사진, 인가?]

 

펴보려는 순간, 어째선지 심장이 뛰었다. 봐서는 안 된다고, 머릿속에서 경종이 울렸지만 떨리는 손으로 구겨진 종이를 폈다. 그 순간, , 하고 숨을 삼켰다.

 

사진에 찍혀있는 것은 여섯가지 색의 후드티를 입은 같은 얼굴의 청년들과 그들의 부모님처럼 보이는 부부.

 

[, 읏아, , 째서........!]

 

빨강, 파랑, 초록, 보라, 노랑, 분홍. 그 여섯가지 색 중에서도 파란색의 청년은 그와 너무도 빼닮아있었다. 아니, 그 자체였다. 하지만 한쪽 눈을 감고 턱밑에 손을 올린 채 폼 잡고 있는 그 모습은 도저히 자신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 ......여기에......!?]

 

녹색은 쵸로마츠, 보라는 얼마전에 화나게 만들었던 이치마츠, 노란색은 쥬시마츠, 분홍색은 토도마츠.

 

카라마츠의 머릿속에서 그들의 얼굴이 맴돌았다. 모두 첫 대면에서 마치 자신을 알고 있다는 듯한 말투였다.

토도마츠는 자신을 보자마자 눈물을 글썽이며 자신의 형과 닮았다고 말했다. 쥬시마츠는 불안한 표정으로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었다. 쵸로마츠는 갑자기 팔을 붙잡았다.

 

카라마츠는 사진을 손에서 떨어뜨리고 입술을 부르르 떨었다. 땀이 뚝뚝 떨어졌다.

 

[거짓, 거짓말, 이야.....거짓말......거짓말이야.....]

 

 

넌 나에 대해 요만큼도 기억하지 못하잖아!!?”

그때 이치마츠가 했던 말이 뇌속에 울린다.

, 하고 숨을 들이마신 순간 지금까지의 기억이 맞물렸다.

 

대머리 남자에게 유괴되어 바다 위에 꽂힌 막대에 묶여있었던 일.

몸값을 요구했지만 버림받은 일. 화형을 당해 도움을 청했지만, 시끄럽다며 물건을 내던졌던 일.

 

[, 아아.........]

 

만신창이로 쓰러졌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던 일.

그리고.

그 모든 것에 절망하고 자살을 하려 집을 나왔다가 트럭에 치였던 일-.

 

[아아아아아아, 아아아........!!!!]

 

콘크리트의 차가움, 거실의 어둠속 외로움, 그리고 도움을 받지 못한, 믿음을 져버린 것에 대한 고독감. 그것이 모이고 모여 결국 스스로 마음을 닫았고, 기억을 전부 깊숙이 처박아 버린 일. 이 모든 것을 떠올리고 말았다.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카라마츠는 영문도 모르고 목소리를 높인다. 터질 듯한 가슴의 통증과 갈 곳 없는 괴로움이 굵은 눈물이 되어 흘러내렸다.

 

머리를 안고 옆으로 흔들며, 눈을 부릅뜨고 눈물을 흘리며, 도움을 요청하는 듯이 목소리를 높인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기에, 카라마츠의 고독은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고, 그저 목소리가 다할 때까지, 체력이 다할 때까지 이어졌다.

 

[, 아아..........]

 

얼마나 지났을까.

눈물 자국이 흐른 뺨은 마르고, 침이 벌어진 입 사이로 흘렀으며, 눈동자는 절망에 물들어 있었다.

 

-아아, 왜 신은 내게 이런 것을 다시 떠오르게 한 걸까. 이렇게 괴로울 거라면, 그때 죽었으면 좋았을텐데!!

카라마츠는 천천히 일어서서, 기둥에 쿵쿵 머리를 박았다. 이마가 깨져 피가 기둥에 묻어 흐른 후에야 움직임을 멈춘다. 이마에서 피가 흘러 쇠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아아, 이것이 절망의 냄새. 아프고, 괴롭고, 힘들고, 쓸쓸한 냄새.

 

카라마츠는 손에 잔뜩 묻은 피를 보며 괴로운 듯이 입가를 일그러뜨렸다.

 

-아무리 기억을 묻어도, 살아있는 한 녀석들로부터 도망갈 수 없다. 이것이 여섯 쌍둥이의 숙명. 혼자가 되어도 원래부터 하나였기에.

 

[안 된다....이젠 틀렸어.....]

 

카라마츠는 완전히 과거에 얽매여, 지금의 행복 따위는 보이지 않게 되었다. 과거의 기억은 그의 머릿속에 탁탁 불을 지펴 패닉 상태에 빠지게 만들었다.

 

그때 지잉지잉, 하고 스마트폰이 울렸다. 발신지는 엄마.

일어나면 전화를 하겠다고 리쿠와 약속했는데, 카라마츠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것을 미심쩍게 생각한 리쿠에게서 몇건의 전화가 와있었다. 하지만, 카라마츠는 그조차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카라마츠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지금 그의 마음을 가득 차지하고 있는 건 절망과 공포, 고통 같은 부정적인 감정과 지금의 가족에 대한 죄책감이었다.

 

-만약 내가 녀석들과 엮이지 않고, 친해지지도 않았다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거야. 또 다시 가족에게 폐를 끼쳤어!! 더 이상 엄마와 리쿠의 슬픈 목소리는 듣고 싶지 않은데....

[......... 아아, 그런가..... 내가......없어지면....]

 

한번에 많은 것을 생각하면서 뇌가 과부하를 일으켰다. 그로 인해 마츠노가에 대한 공포가, 모든 인간에 대한 공포로 다시 그려졌다. 그리고 그 공포가 감각을 마비시켰다.

 

[내가.......없어지면........그러면, 모두, 행복해지겠지......]

 

자신이 없으면, 어머니와 리쿠가 그렇게 슬퍼할 일도, 전 형제들이 이상한 기대를 품고 내개 접근하는 일도 없다.

 

카라마츠는 몸을 껴안듯이 웅크렸다.

 

책상 위에 놓여있던 가족사진이 뒤로 넘어졌다.

 

그 순간, 집전화가 울렸다. 카라마츠의 방에도 무선 전화기가 설치되어 있어 그 두 개가 같이 울렸다. 갑작스런 소음에 히익, 하고 목소리를 높인 카라마츠는 귀를 틀어막았다. 소리가 멎었다고 생각해 손을 떼면 다시 전화가 울렸다. 카라마츠는 머리맡에 있는 무선 전화에 떨리는 손을 뻗었다.

 

[.......여보세요]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카라마츠는 잔뜩 움츠린 모습이었다.

 

형아!? 드디어 받았네!! 엄마, 형아 전화 받았어~~!! 왜 여태 전화 안 받았던 거야!?

 

성난 듯한 리쿠의 음색에 움찔 어깨를 떨었다.

 

[, 아아.....미안하다. , , “형아, 몸이 좋지 않아서...자고 있었거든]

 

주먹을 꽉 쥐었다.

-그 녀석들에게 좋은 형이 되지 못한 나 따위가, 리쿠처럼 좋은 아이의 형으로 있을 수는 없다. 그런 거.....분에 넘치는 행복이다.

 

, 형아 어디 아파? 괜찮아?

 

[아아, 괜찮아. .........리쿠, 캠프는.......재밌어?]

 

! 엄청 재밌어! 같이 피자도 만들고, 베개 싸움도 했어! 계속 여기 있고 싶을 정도야!

 

전화기 너머에서 리쿠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어둡고 고요한 카라마츠의 방과는 정반대이다.

 

[그런가? 네가 즐거워 보이니 다행이다. 안심이야]

 

-이제 내가 없어도 리쿠는 괜찮을 것이다. 든든한 친구가 옆에서 외로움을 달래줄 것이다. 그럴 거다.

 

[......., 친구가 부르네. 어서 가봐]

 

카라마츠의 뺨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형아 목소리 왠지 이상해. 뭔가....괴로워 보여

 

[그럴 리가. 이만 끊을게. ........미안]

 

, 형아, -

 

리쿠의 말을 자르고 카라마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리쿠....리쿠.....리쿠우......!]

 

카라마츠는 이를 악물고 눈물을 흘렸다. 동생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결의가 흔들릴 뻔했다.

하지만, 동생의 성장을 위해서 자신은 없어져야 한다. 마음이 나약해서,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아니, 벌써 무너졌는지도 모른다. 그런 형은 필요없다.

 

[......리쿠의 형은, 멋있고 강하지 않으면 안 돼. 그러니까,]

 

 

-떠나지 않으면.

 

 

카라마츠는 자신을 타이르듯이 말하며 천천히 일어섰다. 그리고, 자신이 어질러놓은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치웠다. 원래 방에 물건이 별로 없었던 탓에, 금방 방이 깨끗해졌다.

다음으로, 가방을 챙겼다. 벽장에서 옷이나 비상식량 등을 꺼내 챙겼다. 책상 서랍 깊숙한 곳에 있는 상자에서 작은 칼을 조심히 꺼내어 가방 속에 던져넣었다.

 

어쩌면, 이런 날이 올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때, 결국 꿈속에서 옛 가족의 사진을 부수지 못했다. 아직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나약한 마음이, 결국 이렇게 만들었다. 만약 그때 사진을 찢었다면....., 제대로 결별했다면.....

 

카라마츠는 책상에 앉아 종이와 연필을 꺼내 편지를 썼다. 다 쓴 편지를 거실 탁자 위에 올려두었다. 그 옆에 핸드폰도 내려둔다.

 

 

카라마츠는 현관을 나서면서 집을 올려다보았다.

-잠시 동안이었지만, 이 가족의 일원이 되어 행복했다.

 

카라마츠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가방을 쥐고 집을 나왔다. 이제 돌아갈 수 없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카라마츠가 집을 나가기 삼십분 전.

아카츠카가 일을 끝내고 병원을 나서는 순간, 마침 핸드폰이 울렸다. 아내였다.

 

[지금 리쿠와 캠프에 갔지 않았나?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통화버튼을 누르고 귀에 대자,

 

, 당신. 일 끝났나요? 수고하셨어요. 갑자기 미안하지만, 소라가, 소라의 상태가 조금 이상해요!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왠지 꺼림칙한 예감이 들어요....그러니까 얼른 돌아가서 상태 좀 봐주세요!

 

평소 온화한 아내가 매우 당황한 목소리로 단숨에 말을 토해냈다. 그것만으로도 심장이 두근두근 심하게 뛰어댔다.

 

-그런가, 지금 그 애는 혼자인가!

아카츠카의 뇌리에 정신이 불안정한 상태로 덧없는 미소를 흘리는 카라마츠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아, 알겠어. 뒤는 내게 맡기고, 리쿠를 부탁할게!]

 

아카츠카는 그렇게 말하며 전화를 끊고 황급히 택시를 불러 세웠다.

 

택시를 타고 집주소를 말하며 가능한 빨리 가달라고 택시기사를 재촉한다. 그러는 동안에도 그의 손은 카라마츠에게 전화를 거느라 바빴다. 하지만,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안 좋은 예감밖에 떠오르지 않는 자신이 한심하게만 느껴졌다.

제발 쓸데없는 걱정이길 바라면서, 집에 빨리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잠시 달리다가 택시가 멈춰서고, 택시기사가 차가 꽤 막힌다고 전했다.

 

아카츠카는 주먹을 꽉 쥐고는 결심한 듯, 거스름돈은 필요없다며 만엔을 두고 택시에서 내려 달려갔다.

 

 

평소 운동을 하지 않았던 자신을 원망하면서 오로지 달리고 달렸다.

 

집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이미 날이 저물어가고 있었다. 주위도 꽤나 어두워졌다. 황급히 가방을 뒤져 열쇠를 꺼내 문을 열었다.

 

[소라!! 소라 안에 있니?!]

 

아카츠카는 소리를 치며 신발을 벗었다. 집 안이 어둡다.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안 좋은 예감이 뇌리를 스치고, 그는 2층으로 뛰어올라갔다.

 

[소라!!!]

 

확 문을 열어젖히자, 그곳은 이미 텅 비어있다. 어질러져 있던 방이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다.

그것을 보자마자 핏기가 사라지는 걸 느꼈다.

 

아카츠카는 2층의 방을 모두 뒤지고, 1층으로 내려가 목욕탕이나 화장실 등을 확인하고 거실로 달려갔다.

 

 

그러자, 편지와 카라마츠가 쓰던 핸드폰이 보였다. 아카츠카는 황급히 달려가 편지를 떨리는 손으로 펼쳤다. 그곳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아빠, 엄마.

아무런 말도 없이 이렇게 갑자기 나가는 저를 용서하세요.

아카츠카의 일원이 되어 그동안 정말 행복했어요.

하지만, 저는 오늘 모든 것을 기억해내고 말았어요. 이렇게 되면 다시는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어요. 더는 소중한 가족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 저를 잊으세요.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저에게 행복을 줘서 감사했습니다.

소라

 

 

글씨는 점점 뭉그러지고, 군데군데 눈물자국이 남아있다.

사실은 그가 나가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 느껴져 아카츠카는 가슴이 으스러질 듯이 아팠다.

 

[, 바보 아들이......성가셨으면 애초에 받아들이지도 않았겠지....!]

 

그렇게 중얼거리며 아카츠카는 편지를 주머니에 넣고 집을 뛰쳐나갔다.

 

 

 

 

 

 

 

 

 

 

한편, 카라마츠는 멍한 표정으로 비틀비틀 거리를 걷고 있었다. 이윽고 도착한 곳은, 그때 그 사고 현장.

 

해는 이미 졌지만, 역 앞이어서 그런지 사람이 많았다. 즐겁게 웃으며 부모님 손을 잡고 가는 꼬마, 낡아빠진 양복을 입고 집에 돌아가는 샐러리맨,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고교생.

 

그 누구라도 다들 돌아갈 장소가 있다.

카라마츠는 어느새 자신이 그들을 부럽다는 듯이 보고 있음을 깨달았다.

 

 

아까 스스로 그것을 버렸던 주제에, 정말이지 우습다.

 

 

[나는, 여기서.......]

 

이제 사고의 흔적 따위는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았지만, 분명 자신은 이 자리에서 차에 치였다. 아스팔트의 차가움, 구경꾼들의 호기심어린 시선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당시, 모든 것에 절망하고 죽기 위해 역으로 향했다.

그리고, 지금도-.

 

횡단보도 신호등이 파란불에서 빨간불로 바뀐 것도 모르고, 카라마츠는 멍하니 걸어갔다.

차의 라이트가 비춰지고, 경적이 울렸다.

 

[, ........!]

 

전에 차에 치였을 때의 일이 떠오르고, 카라마츠의 다리는 돌처럼 굳어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죽음을 각오하고 눈을 감은 그때, 엄청난 힘에 의해 뒤로 밀려나 힘차게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 순간 트럭이 눈앞을 스쳐지나간다.

 

[........살았, ]

 

마구 뛰는 심장이 시끄럽다. 카라마츠는 떨리는 손을 멍하니 응시한다.

 

[......아야아아. , 괜찮냐!?]

 

카라마츠는 자신을 도와준 남자의 얼굴을 응시했다.

 

[치비, .......]

 

눈앞에 있는 건, 몇 년전 그날 이후 한번도 만나지 않았던 친구였다. 그런 이별을 했던 탓인지, 어색함이 치밀었다.

 

[.........날 알아보겠냐!?]

 

치비타는 그렇게 말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네가 걱정돼서 찾아다녔는데, 네가 기억을 잃고 다른 집에 입양됐다는 소식을 들었어. 그래서 더는 못 만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치비타는 그렇게 말하며, 카라마츠의 등을 툭툭 털어주었다.

 

[그런, ............ ...!]

 

카라마츠는 일어서려다 왼손에 통증을 느껴 멈칫한다. 아마 아까 뒤로 밀렸을 때 다친 것 같다.

 

[왼손, 아프냐? 여기선........거기로 가는 게 좋겠네. , 가자고 카라마츠”!!]

 

카라마츠”. 오랜만에 불리는 그 이름에 고개를 푹 숙인다.

 

[치비타, 나는 카라마츠가..............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카라마츠는 치비타의 손을 잡고 걸어간다. 멀어지는 역을 몇 번이고 돌아보았다.

 

-아아, 전철이 온다. 한시간에 하나밖에 없는데. 이 손을 뿌리치고 달리면 안 늦을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뿌리칠 수 없었다. 손을 타고 전해지는 자신을 배려하는 따스함이 참을 수 없이 기쁘고 좋았다.

 

 

 

치비타가 데려온 곳은 데카판 박사의 연구소. 오랜만에 온 탓일까, 카라마츠는 긴장으로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 들어가자고 카라마츠!]

 

[, 아아.....]

 

치비타에게 이끌려 들어가자, 놀란 듯한 표정의 데카판이 마중을 나온다.

 

사정을 이야기하자, 데카판이 카라마츠의 팔을 치료했다.

 

[호에~~. 그보다 왜 치비타와 있는 거다스?]

 

[.......기억을 잃었었는데, 모두 기억났거든]

 

카라마츠는 눈썹을 낮추고 나직하게 말했다. 데카판은 놀란 듯 카라마츠를 보았다.

 

[트라우마라는 건 아무래도 계속 이어지는 모양이다.....정말 곤란하게도 말야.

좋은 형이 되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었다. 결국은 이렇게 되고 말았지, 자나깨나 그 일만 떠올라서 제대로 살 수가 없다.....!]

 

카라마츠는 경직된 미소를 지었다. 기억을 되찾기 전에는 그렇게나 부드럽게 웃었는데, 지금은 더 이상 그렇게 웃을 수가 없다.

 

[그러니까 아카츠카 선생님 댁에서 나온 거다스?]

 

[그래. 이제 나 따위는 필요없으니까. 그곳에 필요한 건 소라, “카라마츠가 아냐.

기억을 되찾은 나는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나는 날 소중히 여겨주는 가족에게 폐가 되고 싶지 않아]

 

카라마츠는 그렇게 말하면서 눈가에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리고, 데카판의 말에서 뭔가 미심쩍은 부분을 떠올렸다.

 

[.......잠깐만. 왜 데카판 박사가 아버지를 알고있는 건가?]

 

카라마츠가 그렇게 묻자, 데카판은 움찔하더니 당황한 듯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데카판은 옛날부터 거짓말이 서툴렀다. 그의 반응을 봐선 뭔가 숨기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호에........]

 

데카판은 곤란한 듯이 다용을 바라봤지만, 카라마츠는 그의 어깨를 잡았다.

 

[말해. 뭔가 숨기고 있지? 양심의 가책을 느낄 일이 없다면, 그런 반응을 할 리가 없다]

 

카라마츠의 심장은 두근두근 거세게 뛰었다. 그 상냥한 아카츠카가 좋든 나쁘든 간에 데카판과 짜고 그런 짓을 했다거나 하는 건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듣지 않는 게 좋다스]

 

[....그렇다면 더욱 들어야겠군! 미련 따위는 없어. 나는 죽고 싶다!!]

 

카라마츠는 그렇게 말하며 순식간에 자신의 가방에서 칼을 꺼내, 데카판의 목에 갖다대었다.

 

[....카라마츠!!]

 

[다요~~~]

 

치비타와 다용이 비명과도 같은 소리를 질렀다. 물론 카라마츠도 데카판을 해할 생각은 없었다.

 

[....위협 같은 짓을 해서 미안하다. 하지만, 나는 알고 싶어. 사소한 일이여도 상관없다. 그러니 말해]

 

떨리는 손에서 그가 데카판을 해할 생각이 없음이 전해졌다. 칼을 가지고 있는 것은 왼손. 부상당했다는 것을 잊은 만큼, 그의 각오가 크다는 것을 깨달은 데카판은 포기하고 입을 열었다.

 

[호에.....알겠다스. 말하겠다스]

 

데카판은 양손을 올리며 그렇게 말했다.

 

[...아카츠카 선생은 내 후배다스. 몇 년전, 카라마츠군에게 기억을 없애는 약을 준 적이 있었다스. 그리고 그 결과, 카라마츠군은 의절당했다스....]

 

카라마츠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마약이라고 오해받고, 의절당했을 때의 그 분함과 슬픔은 지금도 생생하다.

 

[난 그게 두고두고 가슴이 아팠다스. 카라마츠군이 사고를 당해 의식불명 상태라는 걸 들었을 때, 사실은 문병을 갔었다스. 일의 전말을 부모님과 형제로부터 듣고, 그건 내 탓이고, 마약이 아님을 밝혔다스. 그때 카라마츠군의 부모님은 새파랗게 질려 이성을 잃었다스]

 

그의 말을 듣고, 입원했을 때 의절당했음에도 전 부모님이 문병을 왔던 것을 납득했다.

 

[그치만, 이미 되돌리기엔 늦었다스. 깨어난 카라마츠군의 정신을 뿔뿔이 흩어져서, 더는 가족을 받아들일 상황이 아니었다스. 나는 그때 카라마츠군의 주치의가 아카츠카 선생이라는 것을 알고 만나러 갔었다스]

 

데카판은 여태 거침없이 말하다, 갑자기 말을 더듬거린다.

 

[젊은 시절, 아카츠카 선생은 내게 한가지 빚이 있었다스.

그래서.....나는.......지금 빚을 갚으라며, 카라마츠군을 거두라고 협박, 했다스....]

 

카라마츠는 눈을 크게 떴다. 자신을 거둔 아카츠카가 선의로 그런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가슴을 무겁게 내리눌렀다.

 

[게다가 전부터 요청했던 의료기구 개발에 협력하겠다고 하니, 아카츠카 선생은 흔쾌히 허락했다스. 아무리 필사적이었다고 하지만 난 너무 터무니없는 짓을 했다고 생각한다스....한 사람의 인생을 속이는 짓을....]

 

[, .....그게.....나는, 거래에 이용......당했다는 건가....?]

 

[......뭐라 할 말이 없다스...]

 

[그런거지!? 박사의 자기만족과 아버지, 아니 아카츠카 선생의 의료를 위해!! 나는......나는.....!!!]

 

 

카라마츠는 한발 두발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는 벽에 막혀 스르륵 주저앉았다. 주저앉은 순간 참지 못하고 눈물이 줄줄 흘렀다.

 

[.....그 매일 매일이, 거짓말이었던 건가. 그 상냥함은, 거짓인 거냐고........]

 

[그건.....! 거짓말이 아니다스!! 아카츠카 선생은 분명 카라마츠군을 소중하게 생각해서....!]

 

[거짓말...!! 더는 속지 않아!! 그딴 말을 믿을 거라고 지금....!]

 

행복하다고 느껴왔던 날들이 새카맣게 타들어가는 느낌이다. 그 온기가 만들어진 것, 그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구역질이 올라왔다.

 

[........, 왜 그때 죽지 않았던 거야!! 죽었으면, 제대로 죽었으면 이런....!]

 

[카라마츠.....그만, 가자]

 

보다 못한 치비타가 카라마츠의 어깨에 슬며시 손을 얹었다.

 

카라마츠는 고개를 끄덕이며 비틀비틀 자리에서 일어났다. 칼을 자신의 가방에 다시 집어넣고, 연구실 입구에 섰다.

 

[.........박사, 말해줘서 고맙다. 이것으로 가족에게 미련은 없어]

 

카라마츠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붉어진 눈을 접으며 미소를 지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절망밖에 남지 않았을 때의 표정이었다.

 

치비타에게 부축을 받으며 데카판 연구소를 빠져나왔다.

 

[카라마츠군....아카츠카 선생은 카라마츠군을 진심으로...아들로서 사랑했다스!!]

 

데카판의 외침이 카라마츠에게 닿았는지 어쨌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카라마츠. 오늘은 내 집에서 자라. , 그래. 오랜만에 오뎅 어때?]

 

치비타는 애써 밝게 말을 걸었다.

 

[뭐라해도 우리집 오뎅은 우주 최고-]

 

[.....괜찮아. 고마워, 치비타. 이제 혼자서 걸을 수 있으니까]

 

카라마츠는 그렇게 말하며 치비타에게서 빠져나와 전봇대를 붙잡는다.

그건 분명한 거절의 의사였다.

 

[카라마-]

 

[미안, 치비타. 이제 안녕이다]

 

카라마츠는 치비타의 머리를 툭툭 두드리고는 비틀비틀 어디론가 걸어갔다.

그를 붙잡지 않으면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걸 느꼈지만, 치비타의 발은 얼어붙은 듯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 정도로 카라마츠의 어둠과 슬픔은 너무도 깊었다.

 

잠시 걷다 카라마츠는 멈춰 서서 뻐끔뻐끔 뭐라고 말을 한다.

그리고 눈물을 훔치는 카라마츠는 마치 딴사람처럼 겁 없는 미소를 지었다. 마치 가면을 뒤집어쓴 듯한 모습이었다.

 

카라마츠는 바지 주머니에 손을 꽂았다. 거기에는 한 장의 종잇조각이 들어있었고, 카라마츠는 그것을 꺼내 근처 공원에 있는 공중전화로 들어갔다.

그리고 쪽지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아아, 토도마츠, ? 나야, 소라]

 

소라!? , 잠깐, 뭐야, 아무리 연락해도 안 받아서 엄청 걱정했다구!?

 

전화를 건 곳은 토도마츠였다.

 

[미안하다. 지금 조금 바빠서 말이야. 지금 주위에 누군가 있는 건가?]

 

카라마츠는 이 시간에 토도마츠가 다른 형제들을 내쫓고 스킨케어를 하고 있는 시간임을 떠올렸다.

 

아니, 혼자. 쵸로마츠형 말고 다른 형들은 거실에 있을 걸?

 

빙고, 라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린다.

 

[그래. 쵸로마츠군은 그건가, 아이돌 쫓아 간 건가?]

 

맞아맞아. 질리지도 않네, 정말. , 금방 돌아올 것 같지만. 그보다 소라씨가 나한테 전화를 하다니, 어때? 잘 지냈어?

 

[.....아아, 핸드폰이 부서져서 그걸 전하려고 전화했어]

 

그렇구나. , 알겠어. 다른 마츠들한테도 전해둘게

 

카라마츠는 주먹을 꽉 쥐었다. 가족에게 미련을 끊었다. 그럼 다음은 이 녀석들과의 인연을 끊어야 한다.

 

[, 저기....토도마츠군, 내일 저녁에 시간 괜찮은가?]

 

, 저녁? -, 그땐 미팅이....., 아냐, 괜찮아! 한가해

 

카라마츠는 씨익 웃었다. 지금의 토도마츠가 자신을 우선시하고 있음이 명백해졌다.

 

[그래! 그럼, 아카츠카 공원에서 저녁 5시에 어떤가?]

 

아카츠카 공원? , 알았어

 

[5시면 아름다운 일몰을 감상할 수 있으니까 말야. 아아, 그래. 첫째 형도 데려오지 않을래?]

 

, 오소마츠형? 상관없지만, 소라도 형을 알아?

 

[모르지만, 한번 만나보고 싶어서 말야. 토도마츠군과 함께라면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안 될까?]

 

카라마츠가 풀 죽은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수화기 너머의 토도마츠가 서둘러 대답했다.

 

알겠어. 어쩔 수 없지만, 나랑 함께라면 안심이야!

토도마츠는 옛날부터 자신을 의지하면 이렇게 기쁜 듯이 반응했다.

 

[고마워. , 그치만 날 만난다는 건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았으면 해. 물론 첫째 형도...]

 

, . 알겠어. 말하면 다른 마츠들도 쫄래쫄래 따라올테니까

 

[. 그럼 내일 저녁 5시에 기다리고 있을게, 토도마츠군. 그럼-]

 

 

카라마츠는 그렇게 말하고 수화기를 놓았다. 그러고는 아까와는 달리 무표정으로 전화를 흘끗 보았다.

공중전화에서 나온 카라마츠가 향한 곳은 아까 말했던 공원.

 

그날, 카라마츠는 아카츠카 공원에서 하룻밤을 보냈지만, 밤낮이 뒤바뀐 그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침 햇살에 눈이 부실 무렵, 카라마츠는 겨우 잠에 들었다. 몸을 웅크리고 잔 탓인지, 깊이 잠들지 못하고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버렸다.

 

[14......딱 좋군]

 

공원 안의 시계를 보고, 카라마츠는 약속 장소로 갔다.

 

이윽고 약속시간이 다가오고, 카라마츠는 아카츠카 공원에서 조금 떨어진 골목으로 가 모습을 지켜본다.

 

시계가 5시를 가리키고.

 

 

 

[어라, 소라군 없네에-] 벌써 녹색 후드티가 공원 안에.

[.......저기, 쥬시마츠 어디 가는데. 야구라면 하천 부지가..]

[으으응-! 이 공원에서!!]

왼편에 노란색과 보라색 후드티가.

 

[야아, 토도마츠-. 형아랑 데이트하고 싶은 건 알겠는데 말야. 그래도 이 공원은 좀 아니잖아?

남자끼리 징그럽다고? 경마라던가 파칭코라던가, 많잖아]

 

[됐으니까, 얼른 오라구!]

 

그리고 저 멀리서 붉은색과 분홍색의 후드티가 걸어오는 것이 보인다.

 

[왔다....]

 

꿀꺽, 군침을 삼켰다.

 

오소마츠와 토도마츠가 공원으로 들어가자, 쵸로마츠가 그들을 알아본다.

 

[, , 에에에!? 왜 다들 있는 거야!?]

 

쵸로마츠의 목소리에 오소마츠, 토도마츠가 뒤돌아본다.

 

[!? 왜 쵸로마츠형이 여기 있어!? 에에에, 저쪽에 이치마츠형과 쥬시마츠형도 있는데!!]

 

토도마츠는 이치마츠와 쥬시마츠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그것을 깨달은 두 사람이 놀란 듯한 표정으로 세명이 있는 곳으로 왔다.

 

[.....이게, 무슨 일이야? 아무리 우리가 쿠소니트에 빌어먹게 한가한 놈들이라지만 공원에 전원 집합이라니.....]

 

이치마츠가 쥬시마츠를 본다. 그러면 쥬시마츠는 모른다며 고개를 저었다.

 

[토도마츠으-. 뭐야? 데이트하고 싶다느니 거짓말해서 여기로 데려오다니, 뭔가 있는 거야?]

 

[, 모른다고. 나도 부탁받았으니까...]

 

[.......~. 뭔가 안 좋은 예감이 드는데-]

 

토도마츠는 얼굴을 잔뜩 경직시키며 고개를 흔든다.

 

그 모습을 본 카라마츠가 골목을 나와 공원으로 향한다.

 

[, 소라씨!]

 

토도마츠는 그것을 재빨리 깨닫고 그에게로 달려간다.

 

[안녕, 토도마츠군. 와줘서 고마워]

 

카라마츠는 상냥하게 인사를 건넸다.

 

[저기, 소라씨! 이 상황, 대체 뭐야!? 오소마츠형만이 아니라 전원 있는데!]

 

쵸로마츠, 쥬시마츠도 이쪽으로 달려왔다.

 

[소라군, 나한테 볼일이라니 뭐야. 어제, 나한테만 할 얘기라고 했잖아....다른 애들한테는 말할 수 없다면서...]

 

카라마츠는 어젯밤, 토도마츠에게 전화를 건 뒤 역에서 돌아오는 쵸로마츠를 기다렸다가,

상담할 게 있으니 내일 저녁 5시에 아카츠카 공원으로 와줘라고 말했다.

덧붙여, 쵸로마츠군한테 밖에 할 수 없는 말이야라고 하자, 쵸로마츠는 기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소라씨, 이치마츠형 데리고 왔어!! 화해하고, 같이 야구하자...?]

 

쥬시마츠에게는 오늘 잠이 깬 뒤, 그가 있는 하천 부지로 가서 이치마츠군과 화해하고 싶어. 그를 데리고 오늘 저녁 5시에 아카츠카 공원으로 와줄래? 같이 야구하자라고 전했다.

그러자 쥬시마츠는 기뻐하며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쵸로마츠군, 쥬시마츠군도 와줘서 고마워]

 

 

노린 대로 모두가 모인 것에, 카라마츠는 웃음을 참으려 필사적이었다.

 

[, 저길 봐. 저 석양을! 정말 아름답지않나!]

 

카라마츠는 석양을 향해 양손을 펼치며 다섯명에게서 등을 돌렸다.

 

[어이, 너 질문에 답하라고-]

 

오소마츠가 성큼성큼 다가가 카라마츠의 어깨를 잡으려는 그때, 카라마츠는 빙글 돌아보았다.

 

[마치, 이치마츠가 말하는 고양이와 화해할 날, 같지 않은가?]

 

카라마츠가 웃으며 말했다.

 

다섯명은 이 말을 듣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 , 라는 거야. 소라구......]

 

[쵸로마츠. 형의 이름도 잊은 건가? 누구라고 생각해?]

 

카라마츠가 눈을 가늘게 뜨며 오소마츠를 밀어젖히고 네명에게 접근한다.

 

[카라마츠다!]

 

카라마츠의 눈은 조금도 웃고 있지 않았다. 네명은 힉, 하고 숨을 들이켰다.

 

[, , 기억난, 거야...? 정말....?]

 

토도마츠는 덜덜 떨며 그렇게 물었다.

 

[.......아아]

 

카라마츠의 답변에, 토도마츠는 다행이다, 라고 안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희들 때문에 말이지]

 

하지만, 카라마츠는 경멸하는 표정으로 다섯명을 바라보았다.

 

[나는 너희들 따위,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왜 내게 접근한 거지?]

 

카라마츠는 거칠게 외쳤다.

 

[너희는 나를 어디까지 망가뜨려야 직성이 풀리는 건가. 가족이란 울타리에서 내쫓은 주제에...!!!]

 

[, 그런게 아냐!! 나는 그럴 생각이......]

 

[진정해, 카라마츠]

 

쵸로마츠와 오소마츠가 카라마츠를 달래려 했지만, 그것은 역효과였다.

 

[아니라고? 그럴 리가. 만약 나를 가족이라고 생각했다면, 왜 그날 꽁꽁 묶여 움직이지도 못하는 내게 꽃병이나 방망이 따윌 던진 거지?]

 

카라마츠는 다섯명에게 윽박질렀다. 지금까지의 생각들을 전부 뱉어낼 기세였다.

다섯명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잠자코 있었다.

 

[....그것 봐. 아무 말도 못하잖아. 어차피 너희들에게 나는 그 정도였던 거야. 나 따위는 누두고 믿지 않았어!!!]

 

카라마츠는 주먹을 쥐었다. 눈에서 굵은 눈물이 글썽거린다.

 

[나는 그날 모든 것을 잃었다!! 너희들은 아는가? 잠을 잘 때마다 트라우마가 들이닥치는 그 기분을!! 자고 싶지만 자는 것이 무서워서, 그래서 깨어있지만 그 누구도 걱정해주지 않는 그 고독을!!! 정말 생지옥이었어......!!]

 

카라마츠는 그렇게 외치면서, 집에서의 허무에 가까운 생활들을 떠올렸다. 커튼을 친 곰팡내 나는 어두운 거실에서 무릎을 끌어안고 새벽을 기다렸던 나날들을.

살아갈 힘도, 삶에 대한 집착도 희미해져 무엇 때문에 이곳에 있는가를 자문자답했던 그 날들을!

 

[카라마츠형, , 미아......]

 

쥬시마츠가 사과를 하려는 순간, 카라마츠가 그 입을 막았다.

 

[.......그만. 이제 와서 사과 따위 듣고 싶지 않다. 너희는 평생 사과하지 않아도 돼. 너희들의 죄악감을 덜어주고 싶지 않으니까]

 

카라마츠의 목소리에는 싸늘함 밖에 남지 않아, 이제 그의 목소리에서는 상냠함이 아닌 혐오감만이 느껴졌다.

다섯명은 이때 겨우 자신의 죄의 크기를 몇 년만에 실감했다.

 

쥬시마츠는 손에 쥔 야구공을 힘없이 떨어뜨렸다.

 

공이 벤치 쪽으로 데굴데굴 굴러간다.

카라마츠는 그것을 주워들었다.

-기억을 없앴을 때, 쥬시마츠는 이걸로 리쿠와 놀아줬었지. 사실은 마음 따뜻한 녀석이다.

그 상냥함을 아주 조금이라도 전의 나에게 주었다면.

 

카라마츠는 벤치에 앉아 고개를 떨구었다.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니, 그럴 수 없다는 것을 되새기며 눈을 감는다.

 

그런 그에게 오소마츠가 다가온다.

 

[카라마츠. 좀 들어보라고. 확실히 너한테 너무 모질게 굴었어. 하지만 말야! 그대로 우리는 너를-!]

 

!! 하고 날카로운 음이 저녁 공원에 울린다.

카라마츠가 주먹을 벤치에 내리친 것이다.

 

 

[......그만, 그만둬. 나를 뭐 어쨌다고? 그게, 그게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인가!! 그게!!!]

 

카라마츠가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 가슴이 아프고, 아파서 터질 것만 같았다.

 

[뻔뻔해....정말 뻔뻔하다. 내가 얼마나 너희들의 신뢰를, 사랑을 원했다고 생각해? 가족에게 사랑만 받을 수 있다면, 나는 어떤 취급을 받더라도 좋았다...!!!]

 

언젠가는 고독의 어둠속에서 나를 구해줄 거라고 믿었다.

 

[그토록 원하고 원했는데.....! 그랬는데, 너희들은...........너희들은.....!! 나 따위 안중에도 없었잖아.....!! 그게 얼마나 괴롭고, 슬프고 외로웠는지 아는가?]

 

카라마츠는 천천히 일어서, 덤벼들 듯이 다가갔다.

 

[몸은 아파서 움직이지도 않고, 눈도 보이지 않아, 귀도 들리지 않아, 맛도 몰라...!!

그런 나한테 있어서 빛은 가족뿐이었다!! 그런데, 너희들은 나를 내버려뒀다!! 아무리 눈물을 흘려도,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다. 그러니까 나는 울지 않기로 했다. 믿지 않기로 했다!!

살아가지 않으려 했다!!!!]

 

카라마츠가 내뱉은 말에 이치마츠, 쥬시마츠, 토도마츠가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잘해줬던 지금의 가족들조차 믿을 수 없게 된 자신한테 구역질이 날 것 같다....!!

그것도....그것도 다 너희들 때문이다.....너희들 때문이라고!!!]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카라마츠는 그렇게 외쳤다. 사실은 이런 말, 하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20년 이상 함께 지내고, 피가 이어진 형제이다. 진심이 담긴 막말들을 내뱉을 때마다 마음이 비명을 질렀다,

 

[왜 나한테 접근한 거야!? 너희들이 다가오지만 않았어도!! 나는, 나는 그딴 일 떠올리지 않았어!! 지금의 행복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이번 목적은 완전히 인연을 끊는 것. 자신도 수년간 트라우마에 얽매여 왔던 동시에, 그들도 마츠노 카라마츠라는 존재에 얽매여 왔음에 틀림없다.

그래서 모든 것을 끊어내고 사라지고 싶었다.

 

[그치만....그치만!! 카라마츠형과 다시 만나고 싶었어!!! 계속, 계속....즐겁게 얘기하고 싶었어!!]

 

토도마츠는 그렇게 외치며 울었다.

 

[나도, 카라마츠와 다시 한번 얘기해보고 싶었어......안 된다는 걸 알지만, 한번만이라도....

그치만 만나고 나니, 계속, 계속 보고 싶어서....!]

 

쵸로마츠는 주먹을 쥐고, 눈에 눈물을 흘리며 그렇게 호소했다.

 

[카라마츠형이랑 야구 하고 싶었어....야구 하면, 원래대로 될지도 몰라.....라며]

 

아랫입술을 깨물고 흐느끼는 쥬시마츠가 그렇게 말했다.

 

카라마가 쥬시마츠에게 공을 건네자, 쥬시마츠는 작게 고개를 저었다.

 

 

[카라마츠, ....., 전에, 카라마츠형한테 소리쳤지만, 그거....진짜 싫어서 그랬던 건 아니야....잊혀진 게 너무, 쓸쓸해서....그래서.....]

 

이치마츠는 옷 끝부분을 꽉 쥐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아, 솔직한 이치마츠다. 얼마만인가. 이런 상황이 되지 않으면, 저 애는 내게 솔직해지지 못하는 걸까.

 

[.........알고 있다, 이치마츠. 나는 너를 제대로 믿고 있었으니까]

 

이치마츠는 그 말에 헉하고 숨을 멈췄다.

 

[....그치만, 이미 늦었어. 알잖아? 나는 이미 오면 안 되는 곳까지 와버렸다]

 

카라마츠는 붉어진 눈을 내리깔았다.

 

[.......카라마츠. 이것만 말해줘. .......이제 어쩔 셈이야]

 

언제나의 능글맞은 표정이 아닌 진지한 표정으로 오소마츠가 물었다.

 

[........글쎄......너희들에게 그걸 말할 의리는 없다. 하지만 한가지 말하자면,

나는 희망을 구하러 간다. 그것 뿐]

 

카라마츠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느새 그 아름답던 석양은 사라져가고 있었다.

 

[...........그럼, 마법의 시간은 이걸로 끝이다. 이제 너희들을 볼 일은 없을 거야.

이걸로 안녕이다]

 

석양이 아름답던 그날.

이곳에서 형제들과의 거리를 통감했다,

공교롭게도, 석양이 아름다운 이날.

형제들은 카라마츠와의 거리를 절감하게 된다.

 

 

카라마츠는 오소마츠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의 귀에 속삭였다.

 

[형님. 동생들을 부탁한다]

 

라고.

 

 

오소마츠는 가슴이 막혀오는 것을 느꼈다.

몇 년만에 형이라고 불렸다.

자신을 버리고, 잔혹한 처사를 한 상대를 아직도 형이라고 부를 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아아, 이것만은 말해두지. 나는, 너희들이, 정말 싫다]

 

카라마츠는 그렇게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저녁놀과 함께, 덧없이 사라질 듯한 미소였다.

 

그렇게 말한 카라마츠는 단 한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고 그곳에서 떠났다.

그 뒤에는 망연자실한 다섯명의 모습이 남아있었다.

 

 

 

 

 

 

 

 

 

 

 

카라마츠는 역을 향해 하염없이 걸었다.

완전히 다 토해낸 그의 눈동자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무언가를 생각하면 눈물이 넘쳐흘러 버릴 것이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앞만 보고 걸어갔다.

 

카라마츠는 역에 도착해 아카츠카 곶으로 가는 완행열차에 탑승했다.

 

 

 

 

 

 

 

 

 

 

 

그 무렵, 아직 오소마츠들은 공원에 남아있었다.

여기서 떠나면, 카라마츠가 이곳에 있었다는 사실이 사라질 것만 같아.

그 누구도 그 자리에서 발을 떼지 못했다.

 

[............저기, 카라마츠의 희망이란 게, 뭘까]

 

[........히히, 그런 것도 모르냐. 그야 당연히 녀석의 희망은-]

 

쵸로마츠의 중얼거림에 이치마츠가 눈가를 닦으며 반응했다.

 

[....이치마츠]

 

하지만 그것은 오소마츠의 말에 의해 끝맺지 못하고 사라진다.

오소마츠는 훗, 하고 웃으며 지금까지 누구도 말하지 못한 말을 하려 입을 열었다.

 

[.............슬슬, 돌아가자]

 

그 말에 4명은 움찔하고 어깨를 떨었다.

 

[...........? 뭐야. 안 돌아갈 거야? 그럼 나 혼자라도 간다?]

 

오소마츠는 그렇게 말하며 벤치에서 일어나 혼자 앞서 걸어갔다.

 

[, 잠깐, 오소마츠형.....!!]

 

토도마츠가 불러세웠지만, 오소마츠는 아랑곳하지 않고 걸어갔다.

 

 

 

공원을 나온 오소마츠는 동생들이 뒤따라오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한 인물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마츠노 오소마츠입니다]

 

......마츠노, 오소마츠군? 왜 자네가....

 

그 사람은 아카츠카였다.

 

[........옛날 카라마츠 휴대폰에 있어서 멋대로 등록했어요. 죄송합니다]

 

그건 상관없다만, 자네, 소라....카라마츠를 보지 못했나.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아

 

아카츠카의 목소리를 완전히 초췌해져 있었다.

오소마츠에게 카라마츠에 대한 얘기를 할 정도라면, 상당히 초조해하고 있을 것이다.

 

[-, 아까까지 같이 있었어요. 그녀석, 죽으려는 것 같더라고요]

 

오소마츠가 그렇게 말하자, 아카츠카가 헉, 하고 숨을 삼켰다.

카라마츠가 죽으려고 한다는 말에 오만 생각이 다 들었다.

필사적으로 억누르려 해도 멈추지 않았다.

 

[.......아카츠카 선생님, 도와줘. 구해줘어.....! 카라마츠를, 죽게 내버려두지 마!]

 

오소마츠는 뚝뚝 눈물을 흘렸다.

 

장소...장소는? 내 소중한 아들이야, 절대로 죽게 내버려두지 않아...!

 

[아카츠카 곶, 예상, 이지만, 아카츠카, 곶일 거야]

 

오소마츠는 흐느끼며 그렇게 말했다.

이전, 카라마츠가 사고가 났던 날, 쓰레기통에서 잡지를 발견해 펼쳐봤을 때 아카츠카 곶의 페이지만 찢겨있었던 것이 떠올랐다.

 

고맙네, 오소마츠군

 

뚜뚜뚜- 하고 통신이 끊어졌다. 닦아도 닦아도 눈물이 소매를 적셨다.

 

 

그때, 오소마츠의 등을 누군가 두드렸다.

놀라 뒤를 돌아보니, 쵸로마츠, 이치마츠, 쥬시마츠, 토도마츠가 서있었다.

모두 오소마츠처럼 울고있었다.

 

[뭐야, 너희들. 있었냐고....]

 

오소마츠는 쑥스러움을 감추려 네명의 뒤로 돌아가 어깨동무를 했다.

 

 

 

 

 

 

 

 

 

 

[아아, 행복하다]

 

카라마츠는 아카츠카 곶에 도착해, 모래사장에 있었다.

파도가 바위를 치는 소리가 고막을 울리고, 바다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녀석들이 날 위해 울어줬어]

 

 

 

카라마츠는 첨벙첨벙 주저 않고 바다로 들어갔다.

 

 

오늘의 파도는 너무나 거칠어, 빠진다면 그걸로 끝.

순식간에 파도에 떠밀려 누구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아아, 행복하다]

 

-그럴텐데.

 

카라마츠는 가슴의 통증에 닿으려는 듯, 가슴에 손을 얹었다.

 

 

[좀 더, 행복해지고 싶어]

 

이를 악물었지만, 뚝뚝 물방울이 파도 위로 떨어졌다.

 

 

[사랑 받고 싶어]

 

카라마츠는 주머니에서 마츠노가의 가족 사진을 꺼냈다.

그것을 두 손으로 들어 천천히 반으로 찢었다. 그것을 여러번 반복했다.

산산조각난 그것을 양손으로 쥐고 머리 위로 던졌다.

미소를 띠운 자신과 눈이 마주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사랑 받고 싶어어.....!!]

 

카라마츠의 생각이 소리가 되어 나왔지만, 파도에 묻힌다.

 

[죽기 싫어!! 아직, 살고 싶어어어!!!!!]

 

카라마츠는 발을 멈추지 않고 앞으로 걸어나갔다.

허리까지 완전히 잠겼을 때, 순간 파도 소리가 멈췄다.

 

 

[소라아-----------------!!!!]

 

그때,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형아!!! 형아아아아아아아아아!!!!!!!!!!!]

 

 

카라마츠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어둠 속에서 어른이 둘, 아이가 한명 보이는 듯했다.

 

 

[........, 아아...........아빠, 엄마, 리쿠...........]

 

카라마츠는 무심코 걸음을 멈췄지만, 흔들리는 결심을 다지려 고개를 흔들고 앞으로 나아갔다. 가슴까지 잠긴 파도가 폐를 압박했다.

 

 

[커헉, 쿨럭]

 

때때로 물이 입속으로 들어와 사례가 들렸다.

만일 큰 파도가 덮친다면 완전히 쓸려가 끝날 것이다.

 

 

고통과 고독에서 벗어나는 마지막 희망이, 바로 거기에 있었다.

 

 

[소라!! 소라!!!! 그만둬, 어서 돌아와!!!]

 

카라마츠를 발견한 아카츠카가 바닷가에서 외쳤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리쿠는 안 보이는 곳으로 대피시킨 모양이다.

 

 

[아카츠카 선생님, 고마워. 안녕]

 

카라마츠는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파도 소리에 묻혀 사라질 말을 중얼거렸다.

 

 

아카츠카는 신발을 벗고 바지를 걷어 올리고는 거침없이 파도를 헤치고 들어왔다.

 

 

-어째서. 어째서 나 때문에 그렇게까지 필사적인 거지. 나는 그저 거래 재료일 뿐이잖아.

 

카라마츠는 무심코 손을 뻗었다.

마치 도움을 청하려는 듯.

 

 

 

그 때였다.

 

 

[,]

 

큰 파도가 옆에서 밀려와 카라마츠를 삼킨다.

 

누군가의 절규를 들으며, 의식이 날아갔다.

 

 

 

 

 

 

카라마츠의 몸을 따스한 무언가가 감쌌다.

누군가 자신을 필사적으로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아아, 겨우 손에 들어왔다.

계속 갖고 싶었던 것.

 

 

 

카라마츠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

 

 

 

 

 

 

 

일단, 해리는 이것으로 종결입니다.

마지막에, 카라마츠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제목 그대로, 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인지, 고독보다 행복을 알면 살 수 없다인지.

끝에 급전개인 감이 조금 있지만, 독자님의 상상에 맡기고 싶어 일부러 그렇게 했습니다.

 

 

해리에는 여러 가지 뜻이 있지만, 이 제목에서는 2가지 의미를 다루고 있습니다.

 

 

첫째는, 결합한 것이 산산조각으로 나뉜다는 의미의 해리.

본래는 분자 등의 화학쪽에서 다루는 단어지만 굳이 여기에 사용한 이유는.

여섯 쌍둥이는, 마치 여섯명이 하나인 것처럼 서로 의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일에 자만한 결과, 카라마츠 사변이 일어났죠.

그리고, 카라마츠만 떨어져나가 버린........그 결과, 라는 것이죠.

 

 

 

두 번째는 카라마츠의 질환 중 하나인, 해리성 장애입니다.

(전문가가 아니어서 실제와는 다를지도 모릅니다. 만약 이 질환이 있어 불쾌하게 했다면 죄송합니다)

기억이 애매하게 되거나, 기억이 안 난다든지.

즐거운 일을 하고 있어도 즐겁다고 느끼지 못하는 등의 증세가 나타납니다.

해리가 일어나는 것은 고통을 최소화하는, 즉 방어 반응이라고도 불리고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모브인 아카츠카 선생님을 다룰 생각은 없었으나, 중요 인물이 되어 버렸네요.

그러나, 이런 망상도 했던 적이 있었기에 쓰면서 즐거웠습니다.

 

 

 

마츠노가의 여러분, 번번이 대접 미안합니다.

 

 

 

얼마전, 설문에 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결과, 다음 작품은 계속 카라마츠 사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엔딩이 남았습니다만, 당장 초고속 투고하겠습니다.

그쪽도 잘 부탁드립니다.

 

 

 

 

 

많이 열람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하나의 엔딩, 그리고 다음 작품도 읽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렇게 해리도 완결이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기억을 잃고 그냥 아카츠카 센세 가족과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네여



카라마츠와 마츠들이 

공원에서 울부짖는 부분을 번역하는 게 

제일 즐거웠습니다


후후 좋은 울부짖음이다 (음흉)


























허락받은 작품입니다

무단전재는 금지입니다!!!




오역, 의역, 발식자 주의

불펌금지, 공유는 블로그 주소를!!

http://joniamhungry.tistory.com/





いち松 님의 작품입니다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7447989





<시리즈>


*1편*

2016/05/31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①


*2편*

2016/06/04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②


*3편*

2016/06/06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③


*4편*

2016/06/12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 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④


*5편*

2016/06/14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⑤


*6편*

2016/06/15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⑥


*7편*

2016/06/15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⑦


*8편*

2016/06/20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⑧


*9편*

2016/06/22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⑨


*희망1편*

2016/07/05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희망> 제1화


*희망2편*

2016/07/07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희망> 제2화


*희망3편*

2016/07/10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희망> 제3화


2016/07/18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희망> 제5화


*희망6편*

2016/07/19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희망> 제6화


*희망 마지막*

2016/07/23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희망> 마지막화


*해리 1편*

2016/08/14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제1화


*해리2편*

2016/09/05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제2화-


*해리3편*

2016/09/06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제3화-


*해리4편*

2016/09/09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제4화-


*해리5편*

2016/09/29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제5화-


*해리6편*

2016/10/11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제6화-




















친구가 생겼다.

가족 이외의 사람과 관련이 없던 내겐 그것이 무척이나 기뻤다.

매일 아침 같이 달려주고, 가끔은 차도 마시고, 야구도 했다.

같은 얼굴이지만, 다른 성격.

 

친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그날의 고통을, 아픔을 떠올리고 말았다.

멀고 먼, 손이 닿지 않는 깊은 꿈 속에 두고 온 기억이, 서서히 되살아났다.

 

아아, 이렇게 되어 버리면 더는 여기에 있을 수 없다.

 

나는 사라져버리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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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7-

 

 

 

-나는 매일 같은 꿈을 꾼다.

하얀 안개 속, 하얀 제라늄 꽃에 둘러싸인 채, 그냥 주저앉아 있다.

 

아무도 없고 쓸쓸한 고독의 공간에 홀로.

병원에 있을 무렵부터 이런 일이 계속 되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변하지 않던 그 꿈도, 어느 날을 기점으로 조금 변화가 생겨났다.

그건, 리쿠와 야구를 할 때, “마츠노 쥬시마츠라는 청년을 만났을 때였다.

 

그는 나와 비슷했다. 신장만이 아니라, 윤곽, , , ......얼굴과 신장 모든 것이 흡사했다.

남이면서 우연히 닮는 경우는 가끔 있는 일이다. 그러니 이건 우연일 뿐이다.

그런데. 처음 만났는데, 처음 만난 거 같지가 않다. 얼굴이 닮았기 때문일까. 오랜 옛날부터 알고 지냈던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내가 그에게서 느낀 감정은, 그리움만이 아니다. 혐오, 선망, 경멸, 공포....그 모든 묘한 감정들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두려웠다. 초면에 이런 감정을 갖는다는 것이.

 

그리고, 그날 밤. 나는 꿈을 꿨다.

같은 키의 남자가 6, 긴 이불에서 나란히 잠들고, 목욕탕 같은 장소에서 서로 등을 밀어주는 그런 기묘한 상황인데도 어딘가 현실감이 있는 꿈을.

 

----!!

 

누군가가 크게 손을 흔들고 있다. 즐거운 듯이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

 

나 이외의 얼굴은 검게 칠해져 있지만, 그것을 볼 때마다 어째선지 가슴이 아팠다.

 

[----, 형아]

 

작게 몸이 흔들리면서 서서히 의식이 현실로 돌아온다.

 

[......? 리쿠.....왜 그래]

 

눈을 비비려 얼굴에 손을 대자 뺨이 흠뻑 젖어있다.

아아, 또 나는 울고 있었던 건가, 하고 생각하며 그것을 세게 문질러 닦아낸다.

 

[화장실.......]

 

[아아, 그래. 형아가 같이 가줄게]

 

초등학교 2학년인데 아직 혼자 새벽에 화장실을 가지 못한다. 엄마가 응석을 받아주지 말라고 하지만, 그래도 나는 응석 부려주는 동생이 귀여워 어쩔 수 없이 따라가고 만다.

 

리쿠가 화장실에 들어가고, 나는 문 앞에서 기다린다.

 

[형아, 있어?]

 

[괜찮아. 형아 여기 있어]

 

리쿠는 내가 제대로 기다리고 있는지 이렇게 말을 걸어 확인한다.

함께 살기 시작한 것은 1년 전의 일이지만, 어째선지 훨씬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언제였더라, 하고 생각해보지만 옛 기억은 떠오르지 않는다.

 

살짝 물소리가 들리고, 리쿠가 화장실에서 나왔다.

 

[형아, 고마워. 가자!]

 

나는 리쿠의 방 앞에 가서 문을 열어 줬다. 그리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잘자, 리쿠. 또 화장실 가고 싶으면 형한테 오라고]

 

그렇게 말했다. 리쿠가 방에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고, 옆에 있는 내 방으로 돌아간다.

 

시간을 확인하려 머리맡의 불을 켰다. 시계는 아침 5시를 가리키고 있다.

 

완전히 잠이 달아나버린 나는 기왕이면 조깅이나 하자고 생각해, 벽장 속에서 체육복을 꺼내 갈아입었다.

 

현관문을 닫고 밖으로 나오면, 아침놀에 물든 하늘이 예쁘게 펼쳐져있어 무심결에 탄성이 나온다.

깊게 숨을 들이마시면 아침 특유의 상쾌한 공기가 가슴 가득 퍼진다.

아직 햇빛이 그렇게 강하지 않으니 괜찮겠지, 라며 끼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어 가슴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곤 가볍게 준비운동을 하고 천천히 달리기 시작한다.

 

아무도 없는 길에 경쾌한 발소리, 그리고 규칙적인 숨소리가 울렸다. 오늘은 컨디션이 좋으니 멀리까지 나가보기로 했다.

 

강가를 달리다 보면 나처럼 조깅하는 사람, 퇴근 도중의 샐러리맨이 드문드문 보였다.

 

하아하아, 하고 숨을 고르며 강변에서 조금 쉬기로 한다. 강물과 시원한 바람에 땀이 식으며 상쾌함이 몸을 감싼다.

 

문득 시선을 돌리면, 어느 가게가 눈에 들어온다.

 

[하이브리드, 오뎅......?]

 

다가가서 간판을 보자 그렇게 쓰여 있다. 그것을 읽었을 때의 일이었다.

 

[........!]

 

갑자기 엄청나게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애달프고, 괴롭고, 슬프다-

가슴에 넘쳐흐르는 이 응어리에 닿아 버리면, 울어버리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팠다.

 

[..................,, .....죄송, 죄송합니.........]

 

누구에 대한 사죄의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말이 먼저 나왔다. [미안]이라고 말할 때마다 기분이 진정되는 듯한 느낌에 생각이 멈추지 않는다.

 

울어버리면 편해질텐데, 어째서 울지 않을까. 꿈 속에서는 그렇게나 솔직하게 울었는데.

마치 우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 듯이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그 순간,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려 몸을 움찔 떨었다.

 

[저기.....괜찮아요?]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성인 남성이 이런 곳에서 사과를 반복하고 있으니 걱정 되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천천히 뒤를 돌아본다.

 

[, 아아. 아무것도 아니-]

 

거기에 서있던 것은 쥬시마츠군이나 나와 똑 닮은 얼굴을 한 청년이었다.

 

나를 본 청년은 크게 눈을 뜨고는 눈물을 살짝 글썽이고 있었다.

 

[, , 거짓말.......]

 

청년은 슥슥 눈을 문지르면서 아까의 반응이 거짓말인 듯 보기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미안합니다. 당신이 형과 닮아서, 그만 이성을 잃어 버렸어요. , 이 근처에 이상한 미친개가 나온다고 하던데, 위험하니까 다른곳으로 가지 않을래요?]

 

-청년의 이름은 마츠노 토도마츠라는 것 같다. 카라마츠의 생각대로 쥬시마츠와 형제였다.

 

둘은 나란히 조깅을 했다. 기분 탓인지 토도마츠는 매우 기뻐보였다.

 

[토도마츠군은 조깅이 취미구나]

 

[그럼요. ......군이라던가 붙이지 않아도 괜찮으니, 토도마츠라고 불러주지 않을래요?]

 

토도마츠는 불안한 듯한 눈으로 카라마츠를 본다. 동갑일 터인데, 연하로 보이는 그가 귀엽게 느껴졌다.

 

[, 아니, 그건...........우리 초면이고, 갑자기 이렇게 이름만 부르는 건 좀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첫 대면에서 친구가 된다면 이름을 부르는 일도 종종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거리를 좁히고 싶지 않다고 느낀 카라마츠는 이를 거절했다.

 

[, 그렇죠. 초면에 말을 놓는다니......기분 상하셨으면 죄송합니다]

 

이름이 불리고 싶었던 나머지 너무 서둘렀나 싶은 토도마츠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래도 토도마츠는 소리를 지르고 싶을 정도로 기뻤다. 그날 이후로 카라마츠를 만나고 싶다고 매일같이 생각했다. 역시 자신의 파트너는 카라마츠 밖에 없다고, 어리광을 받아 주는 상대는 카라마츠 밖에 없다고, 그렇게 실감하면서.

 

하지만 지금, 눈앞에 카라마츠가 있다. 이따이하지도 않고, 어디도 다치지 않은, 자신을 봐도 두려워하지 않는 카라마츠가 있다. 바로 파트너를 자칭했을 그 시절의 카라마츠였다.

 

[, 아니......괜찮아. 토도마츠군, 피곤하지 않아? 조금 쉴까]

 

카라마츠는 옆에 있는 벤치를 가리키며 씨익 웃는다. 여전한 상냥함에 토도마츠도 그를 따라 웃었다.

 

[소라씨는 언제부터 여기서 살게됐나요?]

 

토도마츠는 이 질문을 시작으로, 카라마츠의 소라로서의 성장 과정을 알아내자고 생각했다. 토도마츠는 능란한 화술로, 카라마츠에게서 이런저런 정보를 알아냈다.

 

[헤에, 지금은 일하지 않고 있구나. 이른바, 니트....라는 느낌? 나도 마찬가지지만]

 

[아아, 부끄럽지만. 토도마츠군도 니트인가? 우리 동료구나. 핑계도 되지 않겠지만, 지금은 동생의 방학이라 녀석과 놀아주고 싶어서 말야]

 

토도마츠는 옆에 앉은 카라마츠의 옆모습을 본다. 동생에 대해서 말하는 카라마츠는 너무도 생기가 넘쳐보였다.

 

--지금까지는 너무도 당연해서 신경쓰지 않았지만, 카라마츠형, 우리들에 대해 말할 때에도 이런 표정이었어....

 

토도마츠는 그렇게 생각함과 동시에 가슴의 통증을 느꼈다. 토도마츠, 토도마츠, 라며 기억 속의 카라마츠가 말을 건다.

이렇게도 가까이 있는데, 무엇보다 멀리있는 듯하다.

 

[.....토도마츠군!? 왜 그래, 어디 아픈 거야?]

 

카라마츠의 걱정스런 목소리에 깜짝 놀라 정신을 차리고 보면, 뺨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 ....! , 아니, 하나도 안 아파!! 괜찮으니까! 그냥.....소라한테 그렇게 소중히 여겨지는 동생은 무척이나 행복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토도마츠는 카라마츠가 눈치채지 않도록 주먹을 꽉 쥐었다.

 

[아아, 나는 동생을 좋아해. .......나는 이만 가봐야겠어. 동생이 일어날 시간이거든]

 

카라마츠는 그렇게 말하고 일어선다. 토도마츠도 그를 따라 황급히 일어서서 카라마츠의 옷자락을 잡았다. 카라마츠는 놀란 표정을 토도마츠를 바라보았다.

 

[, 저기....소라씨, 괜찮다면 내일도 같이 조깅하지 않을래? 소라씨의 이야기, 재밌으니까 더 알고 싶고.........안 될까?]

 

토도마츠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카라마츠라며 이 방식이 먹힐 것이다.

 

[....아아, 좋아. 내일 꼭 다시 여기로 올게]

 

오케이- 브라더~ 이 나로도 괜찮다면, 너의 하루의 시작을 공유하지-”

라며 총 쏘는 시늉을 하면서 말하는 카라마츠가 머릿속에 떠오르지만 눈앞의 상대는 카라마츠이면서 카라마츠가 아니다. 이따이함을 조금도 느낄 수 없이 승낙된 것에 조금 위화감을 느끼는 토도마츠였다.

 

[......고마워. 그럼, 잘가. 내일 보자!]

 

기쁜데도 진심으로 기뻐할 수 없는 건, “카라마츠를 원했던 탓일까. 가볍게 손을 흔들며 저 멀리 사라지는 카라마츠에게서 등을 돌려, 토도마츠는 힘없이 벤치에 앉아 고개를 숙였다.

 

[, 우윽, , 아아.....카라마츠, 카라마츠, ..........]

 

뚝뚝, 눈물이 땅에 떨어져 무늬를 만든다. 이젠 이 울음소리조차 카라마츠에겐 닿지 않는다.

 

 

 

 

◇◇◇◇

 

 

 

그날, 카라마츠는 또 한명의 전 동생인 쵸로마츠와 재회했다.

 

계기는 거리를 돌아다니던 때에, 쵸로마츠에게 갑자기 팔을 붙잡힌 것.

 

뿌리치려 했으나, 그 얼굴이 쥬시마츠와 토도마츠와 비슷한 것, 그리고 자신을 잡은 그 손이 떨리는 것에 저항하기를 그만뒀다.

 

그리고 어째선지 둘이서 카페에 왔다.

 

[, , 저기......., 갑자기 죄송합니다. , 나는, , 마츠노, 쵸로, 쵸로마츠라고 합니다]

 

[아아, 쥬시마츠군과 토도마츠군의 형이구나. 쥬시마츠군으로부터 얘기는 들었어. 아이돌을 좋아하는 형이 있다고. 나는 아카츠카 소라라고 해]

 

카라마츠는 블랙커피, 쵸로마츠는 카페라떼를 주문했다.

카라마츠는 블랙을 못 마실텐데, 라고 생각하며 쵸로마츠가 시선을 내렸다.

 

[, , 그렇군요....아하하.........쥬시마츠녀석 뭐라고 말한 거야....!?]

 

쵸로마츠는 카라마츠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의 목소리로 쥬시마츠에 대한 불만을 중얼거렸다.

 

[...그래서, 용건이 뭐야? 갑자기 차 한잔 하지 않을래요? 라고 말해서 놀랬어]

 

[, , 죄송합니다. 당신을 보니까 무심코 손이 나가버려서.....]

 

카라마츠는 이리저리 눈을 굴리며 식은땀을 흘리는 쵸로마츠를 보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 적어도 나쁜 남자는 아닌 것 같았다.

 

[쵸로...마츠군도 나한테 뭐 궁금한 게 있어? 별로 시간은 낼 수 없지만, 커피를 다 마실 때까지 답해줄게]

 

[, 저기........소라, 씨는......어라, 뭐더라. , 그래. , 지금, 행복, 하신가요.....!?]

 

쵸로마츠는 입술을 덜덜 떨며 그렇게 외쳤다. 카라마츠 뿐만이 아니라 주변의 시선이 몰려 쵸로마츠의 얼굴을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우윽!!!행복하냐니!!뭐야 그거!?종교!?종교권유냐!!갑자기 너무 가버렸잖아!!

뇌 속에서 스스로에게 츳코미를 날리는 쵸로마츠.

카라마츠는 그런 쵸로마츠를 보며 멍하니 있다가, 곧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행복하다고]

 

짧지만 제대로 된 답변과 눈부실 정도의 그 미소는 쵸로마츠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그런, 가요......]

 

오랜만에 본 카라마츠의 행복한 웃음은 쵸로마츠의 말문을 막히게 했다.

그저 묵묵히 카페라떼를 홀짝거릴 뿐. 불편함 따위는 이제 신경쓰이지도 않을 정도로 가슴이 가득찼다.

 

이윽고 카라마츠도 커피를 다 마시고, 끝을 알렸다.

 

[저기, , 이제 슬슬 가볼게. 쵸로마츠군, 오늘 고마웠어]

 

왠지 위축된 모습의 쵸로마츠에게 감사를 표하고, 자신의 몫의 돈을 탁자에 두고 떠난다.

 

쵸로마츠는 아무것도 못하고 그저 멍하니 보고만 있다. 그의 마음속에는 자기혐오만이 가득했다.

 

쵸로마츠는 확, 하고 일어나 카라마츠가 두고 간 돈과 계산서를 들고, 황급히 계산을 한 뒤에 뛰쳐나간다.

 

그리고는 카라마츠를 불러 세운다.

 

[오늘은 미안......! 내가 꾀어 놓고 이렇게 보내버리고....다음!다음엔 제대로 질문 생각해 둘테니까! 그러니까 다음에 또 차 한잔 하지 않겠습니까....!]

 

숨을 헐떡거리면서 쵸로마츠는 그렇게 말한다. 카라마츠는 훗하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쵸로마츠는 순식간에 밝은 표정을 지으며 집을 향해 달렸다.

 

[이예--------!! 아싸아~~~!! 카라마츠가 또 나랑 만나준다고 했다아!!! 우호오~~~~!!]

 

쵸로마츠는 너무도 기뻤다. 하지만 순간, 발걸음을 멈추고 아까의 카라마츠의 말을 다시금 떠올렸다. “아아, 행복하다고라고.

 

자신들이 빼앗아 간 가족의 행복을, 카라마츠는 다른 형태로 재구축하고 있다. 좋다고 생각하는 반면, 솔직하게 기뻐하지 못하는 자신이 있었다.

 

[사람의 행복을 기뻐하지 않다니, 역시 나는 쓰레기네]

 

카라마츠에게는 다른 가족이 있다. 그것은 즉, 자신들에게 돌아올 수 없음을 뜻했다.

 

[그치만, 그거잖아? 역시 이런건 과정이 중요하다고! 오늘부터 관계를 쌓아가면 되는 거잖아!]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막연한 이론이지만, 이 때의 쵸로마츠는 카라마츠의 마음 따위 생각하지 못했다.

 

 

 

◇◇◇◇

 

 

 

그날 밤, 카라마츠는 다시 꿈을 꿨다.

 

같은 키의 남자가 6, 이번에는 사이좋게 어딘가의 포장마차에서 나란히 앉아 오뎅을 먹고 있었다. 김이 풀풀 나는 오뎅을 먹고, 마시지도 않는 술을 마시고.

불그스름한 얼굴로 어깨동무를 하고 비틀비틀 집으로 돌아갔다.

 

여전히 그들의 얼굴은 빈틈없이 검게 칠해져 있었지만, 어째선지 그립고 가슴을 조여왔다.

 

꿈 속의 나는 잔뜩 폼을 잡고 안쓰러운 대사를 내뱉었고, 그때마다 어김없이 멱살을 잡혀 울상을 지었다.

 

---아아, 약하고 볼품없다. 꿈 속의 나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꼴불견이다. 난 이런 사람이 아닌데, 누구지 이녀석은.

 

훌쩍......●●를 화나게 만들어 버렸다....좀 더 멋진 형이 되지 않으면....우는 건 볼품없어....

 

꿈 속의 나는 울먹이면서 웃는 얼굴의 탈을 한 장 꺼내 얼굴에 썼다. 그리고 그 위에 검정 선글라스를 낀다.

 

, 완벽하군....정적과 고독을 사랑하는 쿨한.....!

 

거울을 보며 그렇게 말하고는 머리를 휘저었다. 아까 울고있던 것이 거짓말처럼 확 바뀌어버린 그 현상에 오한을 느낀다.

 

-이상해. 미쳤어. 왜 꿈 속의 나는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문득 꿈속의 내가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나에게 자신을 바라보는 취미는 없지만, 너무도 슬픈 듯한 표정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무심코 나는 손을 뻗었다.

어깨에 그 손이 닿는 순간, 우르르, 뭔가가 검게 소용돌이치는 것을 느꼈다. 끝이 없는 늪으로 끌려들어가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내 안에 뭔가 싫은 것이 밀려들어온다. 그것을 닿으면 무너져버린다. 그런 기분이 들었다.

 

[---....!!]

 

벌떡 일어나 거친 호흡을 내뱉는다. 뚜욱, 땀이 이마에서 흘러내려 볼에 떨어진다.

 

[, 인가......]

 

방의 불을 켜고, 머리맡에 있는 부모님, 그리고 리쿠와 함께 찍은 가족사진을 손에 들고 무릎을 끌어안았다.

 

[괜찮아...괜찮아.....나한테는, 나한테는 소중한 가족이 있어. 그러니까......!]

 

괜찮아, 라고 자신을 타이른다. 문득 시계를 보면 어제와 같은 시간이다.

 

뇌리에 마츠노 토도마츠의 얼굴이 스친다.

 

그는 분명 오늘도 기다리고 있겠지.

 

나는 침대에서 내려와 옷을 갈아입고 그가 기다리고 있는 벤치로 걸음을 서둘럿다.

 

그날 아침에는 토도마츠군, 낮에는 쥬시마츠군을 만났고,

 

그 다음날 아침에도 토도마츠군, 낮에는 쵸로마츠군을 만났다.

 

마츠노가 형제들과 친목을 도모하면서 악몽은 서서히 카라마츠를 괴롭혔다.

 

카라마츠는 그들과 꿈이 관련이 있음을 짐작하면서도, 그런 까닭 없는 교류를 계속해서 쌓아갔다.

 

 

 

 

◇◇◇◇

 

 

 

 

[.......저기, 최근 세명 다 무슨 일이야? 뭔가 즐거운 일이라도 있어?]

 

요즘 내내 기분이 좋은 형제들을 눈여겨보던 이치마츠가, 무릎에 고양이를 앉힌 채 세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 뭐야, 이치마츠. 나 그렇게 즐거워 보여? 뭐어, 즐겁긴하지~]

 

입꼬리를 잔뜩 올리고 만면에 미소를 띤 쵸로마츠가 말했다. 최근 쵸로마츠는 카라마츠를 만나느라 오타쿠 생활을 쉬고 있다.

 

[즐거워, 즐거워, 즐거~~~!!]

 

쥬시마츠는 지금까지 이치마츠에게 배트에 묶여 휘둘러지곤 했지만, 카라마츠라는 야구 상대가 생기고 나서부턴 일체 그런 권유를 하지 않았다.

 

[뭐어, 그렇지. 아침 조깅은 좋다구? 마음도 몸도 건강해지고, 최고!!]

 

춥니, 덥니, 이런저런 핑계를 붙이며 아침 조깅을 빼먹던 토도마츠가, 카라마츠와 만나고부터는 매일 거르지 않고 조깅을 하고 있다.

 

[.....흐음, 나한테는 가르쳐주지 않겠다 이거지? 좋다고, 그럼 나한테도 방법이 있지]

 

이치마츠가 집게 손가락으로 마스크를 내리고 히죽 웃었다. 그리고 고양이를 가슴에 안아들고는,

 

[.......가라, 에스퍼 냥코]

 

그렇게 지시받은 에스퍼 냥코는 먼저 쵸로마츠에게 달려들었다.

 

[, 와악!]

 

가끔이지만 카라마츠와 둘이서 커피를 마시게 되다니, 행복하네에- 두 번 다시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에스퍼 냥코가 쵸로마츠에게 닿자마자 마음의 소리가 흘러나왔다.

 

[...다음, 가라!]

 

이치마츠의 지시에 에스퍼 냥코는 주저없이 쥬시마츠를 향해 달려들었다.

 

[우와--!! 냥코의 돌격이다아아----!! 도오오오오옹--!!]

 

카라마츠형과 야구할 수 있어서 기뻐어!! 나랑 캐치볼도 해주고, 행복해애만루홈러어언-!!

 

뿌득, 이치마츠가 이를 갈며 다음 상대인 토도마츠를 손으로 가리켰다.

 

[, , 잠깐만!!]

 

에헷, 카라마츠형과 매일 아침 조깅을 하다니 기뻐! 파트너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 드네~

 

차례차례 형제들의 마음의 소리가 에스퍼 냥코에 의해 폭로된다. 공통의 키워드는 카라마츠”. 몇 년 전 자신들이 부숴버린, 그리고 잃어버린, 소중한 피를 나눈 형제이다.

 

[....., 뭐야. 다들 계속 녀석을 만나고 있었던 거야? ......약속이 틀리잖아. 다들 한번이라고 말했으면서, 뭐하는 짓이야?]

 

이치마츠는 에스퍼 냥코를 양손으로 안아들고, 앉아 있는 세사람 앞에 선다.

 

[......그치만 어쩔 수 없잖아. 카라마츠도 싫다고 하지 않았으니까......아마 우리와 얘기하고 싶은 걸지도 몰라!]

 

[이치마츠형도 얘기해보는 건 어때? , 그치만 상냥하게 말해야 해! 상처주는 말을 했다간 화 낼거니까!?]

 

쵸로마츠, 토도마츠가 정색하고선 말한다. 평소 형제의 뜻을 따랐던 이치마츠는 그들의 말에 몸이 움찔움찔 거렸지만, 체념한 듯 주먹을 꽉 쥐고는 둘을 째려보았다.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잖아....! 너희들, 스스로 무슨 짓을 해왔는지 잊은 거야? 우리들이 용서받을 수 있을 리가 없어........!!]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에게 맷돌을 던진 그날, 창문을 닫다가 보았던 카라마츠의 모습과, 병원에서 거부되었을 때 보았던 카라마츠의 원한과 슬픔이 담긴, 그 짐승 같은 시선을 떠올렸다.

 

아무리 기억이 없다고 해도, 그런 눈을 했던 녀석이 쉽게 용서할 리가 없다. 마치 시선만으로 적을 죽일 것만 같은 눈이었다.

 

[......무슨 소리야, 이치마츠. 실제로 우리들은 이렇게 카라마츠와 양호한 관계를 만들어 가고 있는데. 원망할 대상이라면, 이치마츠 너밖에 없잖아]

 

[그렇네~ 형제한테 맷돌은 좀 아니지~ 솔직히 지나치다고 생각하지 않아? , 그리고 오소마츠형도네. 망할 정권에 종지부를 콰앙!! 라고 카라마츠형이 말했었고]

 

[카라마츠형이 마음에 들어하던 선글라스도 많이 부쉈지!]

 

자신의 과거 행실을 나무라는 세 사람에 이치마츠는 불편함을 느끼며 서서히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 나만 나쁘다고 하는 거냐고......!? 모두 똑같잖아.....!!!]

 

[그런게 아니라고. 하지만, 사실은 사실이잖아? 나는 카라마츠를 부양해도 좋다고 할 정도로 사이 좋았고 말이지. 자자, 이치마츠도 오기 부리지 말고 만나 보라고? 전에는 만나고 싶어 했잖아]

 

뭣하면 연락처라도 줄게, 라며 쵸로마츠가 스마트폰을 꺼냈다. 뿌득, 이를 간 이치마츠는 그것을 쵸로마츠의 손에서 잽싸게 뺏어든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말라고!!! ......나는 너희들과 달라!!! 그 녀석이랑은 인연을 끊고 싶을 뿐 그 무엇도 아냐!!!!]

 

이치마츠는 그렇게 말하고 방을 뛰쳐나갔다. 그와 동시에 오소마츠가 들어온다.

 

[우왓~ 무서워라~~ 뭐야, 왜 이치마츠 화난 거??별일이네에~!]

 

오소마츠는 슬쩍 쵸로마츠를 쳐다봤다. 그에 쵸로마츠는 휙 시선을 피한다.

 

[......아무래도 좋지만 말이야. 너희들 카라마츠와 어울리는 건 좋지만, 적당히 해둬.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 이거 형아의 충고니까]

 

오소마츠가 눈을 가늘게 뜨며 그렇게 말한다. 옛날부터 장남과 차남이 눈을 가늘게 뜨면 엄청난 압박이 가해졌다. 아무리 평소에 무시해도 역시 형은 형이구나 하고 되새기게 한다.

 

[알고 있다고. 오소마츠형도 카라마츠형과 만나보지 않을래? 이따이하지 않고, 상냥하고, 상처도 없다구! , 그렇네~ 뭔가 학생 시절의 카라마츠형 같아!]

 

토도마츠는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조깅 중 몰래 찍은 카라마츠의 사진을 오소마츠에게 보여준다.

 

[, 이거! 그립지 않아?]

 

[.............카라, 마츠]

 

사진을 보다 무심코 소리가 새어나간다. 하지만 이 사진을 보는 순간, 얼마 전 우연히 재회했을 때의 기억이 다시금 떠올랐다. 동생은 이제 남의 형, 남의 가족이었다. 자신에 대한 기억은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이 눈 앞에 있는 세 동생들은 카라마츠와 평범하게지내고 있다. 그렇다면 나도-

 

얘기하고 싶다. 만나고 싶다는 솔직한 욕구가 솟구쳤지만, 작게나마 남은 장남으로서의 자긍심과 이성이 이를 참으라고 말했다.

 

[~ 확실히 그립긴 그립네. 그치만, 나한테 있어선 이미 없는 동생보다는, 옆에 있는 동생들이 더 귀엽다고~? 알겠어? , 암튼 파칭코나 갈까~ 누구 같이 갈 사람 없어? 형아는 대낮에 가서 하는 편이 더 잘 나온다구~?]

 

오소마츠가 그렇게 말하지만 아무도 말이 없자, 일어나서 다시 어디론가 나간다.

 

태풍 같던 두명이 떠난 뒤, 정적만이 남았다. 이치마츠나 오소마츠의 말이 세명의 가슴 속에서 소용돌이 친다.

 

[....이치마츠, 왜 카라마츠와 연을 끊으려는 거지]

 

[모르겠어. 그리고, 오소마츠형도 왜 카라마츠형에 관해서만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거야? 대체 왜......이제 와서 그런거 필요 없다고]

 

쵸로마츠와 토도마츠가 눈썹을 내리깔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으면, 돌연 쥬시마츠가 벌떡 일어선다. 그리고 배트와 공을 가지고 방을 나선다.

 

[, 잠깐! 쥬시마츠!! 갑자기 어디가?!]

 

[야구!!! 야구하고 오겠머스루~!!]

 

[야구라니.....분위기 읽으라고 쥬시마츠형]

 

토도마츠가 어이 없다는 듯이 말하자, 쥬시마츠는 어깨에 얹은 배트를 내렸다. 그리고 눈썹을 살짝 낮춘 채, 싱극 웃으며 말했다.

 

[, 바보니까 이런거 잘 몰라!! 그러니까, 몸을 움직여서 기분 풀고 오겠슴다!! 그리고, 그런건 본인밖에 모르는 거라고 생각해!!]

 

쥬시마츠는 그렇게 말하고는 뛰쳐나갔다. 도중에 거실에 있던 글러브 두 개를 집어 다시 나간다. 집을 뛰쳐나왔지만, 그의 옆모습은 진지한 얼굴이었다.

 

 

 

 

◇◇◇◇

 

 

 

 

냐아-, 하고 검정 무늬의 고양이가 애교 있는 소리를 울렸다. 그 옆에 검정 고양이는 목을 쓰다듬어지며 천천히 갸르릉 소리를 냈다.

 

그 손의 주인은 마츠노 이치마츠. 자신도 그들과 동류가 되기를 원하는 만큼 고양이를 좋아하는 그는, 이런 때야말로 몸도 마음도 평온해지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치마츠의 가슴 속은 눈앞의 고양이가 아닌 아까 형제들에게 들은 말들로 가득이었다.

 

어느새 고양이의 목을 쓰다듬던 손이 멈추고, 이치마츠의 불온한 분위기를 느낀 듯 몰려들던 몇 마리의 고양이들이 그에게서 등을 돌린다.

 

[, , ....잠깐.....]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고양이는 떠나고 없었다. 이치마츠는 하아, 하고 한숨을 토하며 건물 벽에 몸을 기대어 주저앉았다.

 

[, ......형제 뿐만 아니라 고양이한테까지 미움 받아 버렸잖아.........]

 

이치마츠는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콘크리트와 특유의 곰팡내가 코를 스쳤다. 건물과 건물 사이의 어두컴컴한 골목길이 자신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조금 시간이 지났을까, 누군가의 발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고양이의 발자국 소리가 아니라 인간의 발자국 소리임을 단번에 알아챘다.

 

-양아치인가, 아니면 누가 신고해서 경찰이 온 건가? 정말이지 오늘은 재수가 없네-........., 됐어. 이제 아무래도...........

 

이치마츠는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들었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 햇빛이 비춰들어 눈앞의 인물의 얼굴을 가렸다.

 

눈부셔, 라며 이치마츠가 눈을 가늘게 뜬다.

 

[, 저기.......괜찮아?]

 

듣기 좋은 저음의 목소리가 귀에 울렸다. 눈이 적응하는 시간보다 청각이 그 목소리를 먼저 인지해버린다.

 

[쿠소마, ..........카라, 마츠]

 

이치마츠는 덜덜 떨리는 입을 벌리고 작게 중얼거린다.

 

[이런 곳에서 웅크리고 있고, 어디 아픈 거야?]

 

[, , 아니....., , 별로.....]

 

머리가 빙빙 돌아 제대로 말이 나오지 않는다.

 

[걱정해주는데 이런 말하기 뭐하지만, 그냥 내버려둬]

 

[그럴 수는 없지. 너 자신의 얼굴이 어떤지 모르지? 뭔가 울 것만 같은 얼굴이라고?]

 

--아아, 눈부시다. 너는 역시 눈부시다. 옛날부터 그랬다. 바보인가 싶을 정도로 사람이 좋아 금방 남을 믿어버리고, 착해빠졌다. 나와는 정반대인, 너는 그런 녀석이었다.

 

, 하고 갑자기 이치마츠는 뭔가가 가슴을 죄여오는 것을 느꼈다. 짜증나고 비참하다. 사라지고 싶다. 그런 역겨운 감정들이 부글부글 솟구쳤다. 지금은 카라마츠의 친절과 눈부심이 너무도 아프게만 느껴졌다.

 

[.......짜증나네!! 네가 나의 뭘 안다는 거야!!? 아앙!? 넌 나에 대해 요만큼도 기억하지 못하잖아!!? 이제 남인 주제에!!!!]

 

그렇게 단숨에 말을 쏟아내고는 숨을 헐떡이는 이치마츠. 카라마츠는 갑작스런 일에 매우 놀란 표정이다.

온전히 화풀이였다. 카라마츠는 그저 단순한 선의였음에 틀림없다. 성인 남성이 이런 어두컴컴하고 아무도 다니지 않는 장소에 웅크리고 앉아 있으면, 누구라도 의심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그런데도 말을 걸어주었다. 그런데도, 나는.

 

[.......나와 너는 초면이라고 생각하지만. 미안, 쓸데없는 참견이었네. 어디 아픈게 아니라면 그걸로 됐어. 방해해서 미안]

 

카라마츠는 그렇게 말하고 떠났다. 이치마츠는 무심코 그를 붙잡으려 했지만 있는 힘껏 목소리를 삼켰다. 자신은 그럴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 하핫, 역시 기억하지 못하잖아. 그토록 믿고 있느니 뭐니 말하더니, 결국은 그런거겠지. 나 같은 놈은 선의마저 짓밟는 그냥....쓰레기라고......!!]

 

이치마츠는 그렇게 말하곤 주변에 있는 돌을 집어 벽에 힘없이 내던진다.

 

 

한편, 골목에서 나온 카라마츠는 몇 번이나 이치마츠가 있는 곳을 되돌아보았다.

 

이치마츠를 발견한 것은 운명도 아니었다. 우연히 지나가다가, 쵸로마츠나 쥬시마츠와 닮은 얼굴로 그런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었기에 그냥 궁금했을 뿐이다.

 

[그렇다 쳐도.........그렇게 화를 낼 줄은 몰랐네]

 

뭔가 기분이 상했던 걸까? 라며 생각에 잠긴다. 그렇게 잠자코 생각을 하던 도중, 한가지가 걸렸다.

 

[.......초면인데 왜, “나에 대해 요만큼도 기억하지 못한다라고 했을까...]

 

그 때의 표정은 어땠더라? 분노로 얼룩진 얼굴이었나, 슬픔에 찬 얼굴이었나.

카라마츠의 머리 속에 그때의 광경이 떠올랐다.

--아아, 울고 있었구나. 억울함인지 분노인지 어떤 감정인지 모르지만, 분명 울고 있었다.

그렇게 떠올리는 순간, 욱신, 하고 가슴에 통증이 느껴졌다.

 

[잠깐, 이거.......분명 전에도...........]

 

쵸로마츠, 쥬시마츠, 토도마츠. 그들도 자신과 만났을 때 같은 표정이었다. 울지는 않았지만.

 

[.........어째서...?]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자, 어디선가 멧돼지 같은 뭔가가 달려들었다.

 

[우오오오오오!?]

 

[안녕하심까, 소라씨!! 우리 이치마츠형, 못 봤슴까?!]

 

씩씩한 목소리에 카라마츠는 멧돼지의 정체가 쥬시마츠임을 알아차린다.

 

[, 이치마츠형...이라면.......? , 골목에 너와 비슷한 청년이라면 있었어]

 

[! 그거임다!! 감사함머슬머슬-!!]

 

쥬시마츠는 힘차게 고개를 숙이고 아까 카라마츠가 나온 골목에 들어간다.

 

[형의 냄새, 짙어졌어~~ ! 이치마츠형 발견!!]

 

쥬시마츠의 고함소리에 이치마츠는 흠칫 어깨를 움찔한다. 그리고는 귀를 쫑긋 세우고 고양이처럼 도망치려 한다.

 

[도오------------!!!]

 

하지만 그걸 쥬시마츠가 가만히 보고 있을 리 없다. 이치마츠는 어느새 쥬시마츠의 옆구리에 끼어있다.

 

[제길, 이거 놔, 내려놓으라고 쥬시마츠!!! , 잠깐, 어딜 가는 거야!? 난 집에 돌아가지 않을 거니가!!]

 

이치마츠의 저항이 허무할 정도로 쥬시마츠는 그의 말을 무시한 채 그대로 달려간다.

이녀석 뭘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어!! 라고 생각한 이치마츠는 고개를 떨군다.

 

[도오차아~~~~~~!!]

 

쥬시마츠는 멈춰서자마자 이치마츠를 내던졌다.

 

[, , !!]

 

이치마츠는 그대로 날려져 소리를 내질렀다. 쥬시마츠는 이치마츠의 앞에 서서 갖고 있던 글러브를 내민다.

 

[! 이치마츠형!!]

 

[, 왜 글러브.........난 됐어. 이런건 카라마츠랑 하라고....]

 

이치마츠는 누운 채로 그를 외면했다. 쥬시마츠는 동요하지 않고 다시 같은 대사를 반복한다.

 

[! 이치마츠형!! 난 형이랑 하고 싶어!!]

 

피식 웃으며 이치마츠는 떨떠름하게 그것을 받아든다.

 

그것을 보며 쥬시마츠가 그와 거리를 둔다. 공을 번쩍 들고는 던지는 신호를 보낸다.

 

[오오오오랴아아아아아-!!!!]

 

쥬시마츠는 가차 없이 속구를 내던진다. 이치마츠는 당황하며 글러브로 황급히 막는다.

파앙! 거센 소리를 내며 공을 잡아내지만 그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번번이 뒤로 밀려났다.

 

[, 무리.....그치만 이건 이것대로 괜찮네....히히]

 

이치마츠는 의문의 스위치를 켠 채 가볍게 공을 던진다. 그러면 쥬시마츠는 손을 붕붕 흔들며,

 

[이치마츠혀어어어엉-!!!체인지이이-!! 역할 체인지 부탁드림닷!!]

 

그렇게 큰소리로 말한다.

 

[바보 같은 말 말라고.....날 카라마츠 대신이라도 할 생각인 거냐고.......]

 

이치마츠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공을 잡아 힘껏 휘두르며 던지지만, 쥬시마츠가 있는 곳까지 날리는 게 고작이었다.

 

-보라고, 난 이 정도밖에 안 된다고.

 

이치마츠는 마음속으로 비굴하게 생각했지만, 쥬시마츠는 싱글벙글 웃었다.

 

[이치마츠형, 나이스 피칭!! 다음, !! 간다아아아아아아아!!!!!]

(*나이스 피칭 투수가 상대 타자에게 던진 공이, 또는 송구한 동료 선수의 공이 매우 좋다고 치켜세우는 소리)

 

구호와 함께 다시 한번 강속구가 날아들었다. 그것을 받아낸 이치마츠는 또 한번 뒤로 밀려났다. 이러기를 여러번 반복했다.

 

이윽고, 체력이 바닥난 이치마츠가 주저앉으면서 끝이 난다.

 

[, 쥬시마츠......., .....더는, 무리........]

 

어깨를 헐떡이며 거칠게 숨을 내쉬는 이치마츠 옆에 쥬시마츠가 따라 앉는다.

 

[즐거웠슴까? 이치마츠형!]

 

[......나는, 뭐 이정도로 괜찮지만. 넌 부족하잖아. 이런건 카라마-]

 

[나는! ~청 즐거웠어!!]

 

쥬시마츠는 이치마츠의 말을 가로막고 큰소리로 말했다. 이치마츠는 그것에 놀란 듯한 표정이다.

 

[, 어째서........나는 카라마츠처럼 체력도 없고, 강속구도 무리라고]

 

[이치마츠형이니까! 지금 나는, 카라마츠형과 캐치볼을 하고 싶은 게 아니고, 이치마츠형과 하고 싶었던 거야!]

 

쥬시마츠는 씨익 웃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야구란 건 엄청나! 캐치볼할 때, 이치마츠형의 마음이 전해졌어! “외로워라고]

 

쥬시마츠의 말에 깜짝 놀라는 이치마츠. 확실히 캐치볼을 하면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 나는.......]

 

[저기, 왜 이치마츠형은 카라마츠형과 연을 끊으려는 거야? 알려줘]

 

이치마츠는 슬쩍 쥬시마츠 쪽을 본다. 어느때보다 진지한 표정을 짓는 쥬시마츠를 보고, 이건 피할 수 없다고 깨달았다.

 

[......처음에는 순수하게 다시 만나길 원했어. 아무리 짜증나도 녀석은 내 형제니까. 하지만........너는 없어서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만. , 오소마츠형과 쵸로마츠랑 같이 있을 때, 카라마츠를 우연히 만났어. 그때 그녀석은 완전히 남이 되어 있었어. 그때....나도 모르게 울어버려서........]

 

이치마츠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본다. 그날의 황혼의 광경이 눈 속에 박혀 떠나지 않는다.

 

[카라마츠형이 남남이 되어버렸으니까, 이치마츠형은 인연을 끊으려는 거야?]

 

[....그게 아냐. 내 옆에 쵸로마츠가 있었는데, 울면서 멍하니 그쪽을 보고 있더라. 소리도 내지 못한 채로 멍하니 눈만 뜨고서 엉망으로 울었어. ....쵸로마츠가 우는 건, 오소마츠형보다 레어는 아니지만 말야]

 

이치마츠의 말을 듣고 쥬시마츠는 그의 의도를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형제 중에서 상냥함에 순위를 매기자면, 이치마츠는 아마도 두 번째일 것이다. 카라마츠가 직설적으로 친절함을 내보인다면, 이치마츠는 뒤에서 조용히, 어설프지만 알게 모르게 상냥함을 내보인다.

그런 상냥함 때문에 형제가 깊은 상처를 입는 것을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원래 셋이서 밖에 나가게 된 것도, 카라마츠를 보고 패닉 상태가 된 토도마츠를 마중가기 위했던 거야. .....들어보니 너도 이미 카라마츠와 만난 것 같고....]

 

몇 년 전, 병원에서 카라마츠를 포기할 때에 쵸로마츠, 쥬시마츠, 토도마츠가 쉽게 납득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마도 그들은 참고 있었을 것이다. 그 반동으로 세 사람은 카라마츠에게 비정상적인 집착을 보였다. 이런 관계를 질질 끈다고 해도 더는 형제로 돌아갈 수 없고, 오히려 서로가 다시 망가지는 미래밖에 보이지 않는다.

 

[쥬시마츠, 너도 알고 있잖아. 이런건 좋지 않다는 거]

 

쥐어짜내듯 겨우 토해내는 이치마츠의 말에, 쥬시마츠는 고개를 숙인다.

 

[모르겠어......모르겠어...., 어떻게 하면 모두가 행복해질지 모르겠어. 나는, 카라마츠형과 다시 놀아서 즐거웠어. 기뻤어, 이치마츠형]

 

쥬시마츠는 활짝 웃으면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

 

[어떻게........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가르쳐줘, 이치마츠. 나한테, 가르쳐, .......]

 

아이처럼 흐느끼는 쥬시마츠를 본 것은 몇 년 전 이후 처음이라고 이치마츠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 가슴이 아파오는 이치마츠였다.

 

[나도, 모른다고.......]

 

이치마츠한테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길이 있었지만, 형제에게는 형제들만의 길이 있다. 지금까지 아무 생각 없이 카라마츠, 카라마츠, 라며 바보처럼 말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눈물을 본 순간 이치마츠는 깨달았다.

어쩌면 형제들 각각 속으로 괴로워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고.

 

 

그런 두 사람을 멀리서 지켜보는 붉은 그림자가 있다.

 

[이치마츠, 넌 그냥 카라마츠를 마주하는 게 무서울 뿐이라고. .....라니, 나도 마찬가지지만]

 

오소마츠는 그렇게 중얼거리곤 발걸음을 돌렸다.

우리들은 어쩌면, 언젠가 다시 카라마츠와 마주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라고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저녁 노을진 하늘이 빨갛게 불타오르며, 어딘가 쓸쓸해보이는 세 사람을 비추고 있었다.

 

 

 

 

◇◇◇◇

 

 

 

그 무렵, 이치마츠와의 만남 이후로 계속 가슴이 욱신거렸던 카라마츠는 병원에 들렀다 돌아가는 길이었다.

 

몇 년 동안, 한달에 한번 심경 내과와 뇌외과에 통원하곤 했다.

 

하지만, 1년간 상당히 안정되어 오지 않아도 됐었는데, 라며 카라마츠는 자학적인 미소를 지었다.

 

카라마츠의 손에 들려진 대량의 약. 대부분 정신 안정제나 수면제이다.

 

최근 어째선지 노을을 볼 때마다 죽고 싶은 마음이 들거나, 가족의 사랑을 의심하는 일이 잦아졌다. 사실은 누구도 날 필요로 하지 않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으로 한 가득이었다.

 

[어째서.......그런 생각은 하기 싫은데. 빨리, 빨리 리쿠를 만나고 싶어. 아빠, 엄마를 만나고 싶어....]

 

카라마츠는 발걸음을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그때였다. 앞에 슈퍼마켓 봉투를 잔뜩 손에 든 여성이 걸어가고 있는 걸 발견했다.

 

지금은 한시라도 빨리 가족을 만나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무시할 수가 없어 카라마츠는 그 여자 앞으로 다가갔다.

 

[저기........실례지만, 짐 들어드릴까요?]

 

그렇게 물으면, 여자가 고개를 든다. 그리고는 카라마츠의 얼굴을 보자마자 헉, 하고 숨을 들이마신다.

 

 

그 여자는 카라마츠의 전 어머니인 마츠노 마츠요였다.

 

[, . , 괜찮단다. 민폐를 끼칠 수는 없고....]

 

마츠요는 비뚤어진 안경을 고쳐쓰고 카라마츠에게서 시선을 피한 채 걸음을 재촉했다. 그 때, 비닐봉지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끊어지고 말았다.

 

[어머! 아아, 이를 어째...]

 

마츠요가 갈팡질팡하고 있자, 카라마츠는 떨어진 식료품들을 모아 손잡이가 끊어진 봉지 안에 담았다.

 

그리고 끊어진 봉투를 제외한 다른 봉투를 들었다.

 

[아주머니는 그걸 드세요. 전 이걸 들고 갈게요]

 

마츠요는 망연자실한 채 서있었으나, 걸어가기 시작한 카라마츠의 뒤를 황급히 뒤쫓았다.

 

가족 7명분의 식량은 엄청 무거웠을텐데, 카라마츠는 무난히 그것을 들고갔다.

 

[......, 마워]

 

마츠요는 작은 소리고 그렇게 말했다. 목소리가 떨리고 눈물이 흐르는 듯했다. 눈물이 많아진 것은 애써 나이 탓이라며 스스로를 타이르는 마츠요였다.

 

[이렇게 무거운 짐을 혼자서 들다니, 대단하네. 아 맞다, 어느쪽으로 가야하나요?]

 

아무리 기억이 없다고는 해도, 전에 만난 카라마츠는 자신을 부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옛날처럼 짐 드는 것을 도와주고 옆에 나란히 걷고 있었다.

 

[, , 이쪽......]

 

마츠요는 앞장서서 걸었다.

가슴이 벅차서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이 우연이 준 행운의 시간을 더 맛보고 싶었다.

 

[그나저나.....양이 엄청나네. 가족이 몇 명이죠?]

 

질문에 움찔하는 마츠요. 8명이라고 말하던 걸 고쳐 7명이라고 꽤 간단히 말할 수 있게 되었을 터인데, 본인을 앞에 두고 그런 말을 하려니 가슴이 미어져 제대로 말이 나오지 않았다.

 

[......, 일곱명이란다]

 

간신히 짜낸 말. 혹시라도 떨고 있었지는 않을까. 평범하게 제대로 말했을까.

 

[일곱! 그거 대단하네요! 그렇게나 있다면 매일이 즐겁겠지]

 

카라마츠는 방실방실 웃으며 말했다. 마츠요는 그 미소를 보며 단숨에 긴장의 끈이 풀러진 것을 느꼈다.

 

[그렇지도 않단다. 벌써 성인인데고 아이들 전원이 니트니까]

 

마츠요가 한숨을 섞어 말했다. 카라마츠가 그것을 보고 작게 웃었다.

 

[그런가, 그건 좀 큰일이네-. 그치만 나도 니트니까 그렇게 말하면 좀 찔리는 걸. 언젠가는 부모님께 보답할 거에요! 분명 아주머니의 아이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그럴까나]

 

카라마츠에게 그런 말을 듣자, 마츠요는 다시 울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그럴지도]

 

그런 시시한 잡담을 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집이 보였다. 이 시간도 이걸로 끝? 마츠요는 아쉬움이 컸다.

 

[고마워. 벌써 집에 도착했네. 여기가 우리집이란다]

 

마츠요가 집을 가리키는 곳을 보던 카라마츠는 돌연 걸음을 멈춰섰다.

 

마츠요는 카라마츠의 이변을 깨닫고 얼굴을 들여다보면, 그의 눈은 경악에 차 부릅떠져 있고, 그 눈동자에는 공포의 빛을 띠고 있었다. 게다가 몸도 부들부들 작게 떨렸다.

 

[, , 아아..........]

 

마치 꼼짝 못하게 된 것처럼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온몸이 뭔가 찐득찐득한 것에 둘둘 말려 서서히 먹혀들어가는, 그런 기분 나쁜 감정을 느꼈다.

 

불타는 듯한 노을이 마치 화염처럼 집을 감쌌다. 기억의 조각들 속에서 연기냄새가 코를 찔러왔다.

 

-더 이상 여기에 있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머릿속에 위험신호가 울렸다. 카라마츠는 한 걸음 두 걸음 뒤로 물러섰다.

 

[저기, 괜찮니?!]

 

마츠요가 카라마츠의 어깨에 손을 얹으면, 카라마츠는 들고 있던 짐을 쿵하고 떨어뜨리고 재빨리 그 손을 쳐냈다. 봉투 속에서 배가 굴러나온다.

 

[.........., , 죄송, 해요, 아주머니.......! , .....!! 정말 죄송합니다......!!]

 

카라마츠는 그렇게 외치며 도망치듯 달리기 시작했다.

 

-무서워, 싫어, 뜨거워, 도와줘......도와줘, 도와줘, 살려줘, 살려, !!!

 

완전히 패닉에 빠진 카라마츠는 다가오는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계속해서 달렸다.

간신히 집이 보인다. 오늘은 휴일인지 아카츠카가 저녁 신문을 가지러 우편함 앞에 서있다.

 

[, 아빠.........!!]

 

필사적으로 그에게 매달리듯이 달려드는 카라마츠를 보고, 아카츠카는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다.

 

[......왜 그러니, 소라. ? 아빠한테 말해보렴]

 

[, ......!! 살려줘, 무서워, 뜨거워, 아빠......!! , 불이.......!!]

 

카라마츠는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과호흡을 일으킨다.

 

[, 로워, , , 쉴 수가, ........]

 

카라마츤느 그렇게 말하고는 가슴을 누르고 풀썩 자리에 주저앉는다. 아카츠카는 인터폰을 연타하며 아내를 불렀다.

 

[어이, 봉투!! 비닐 봉투든 뭐든 일단 가져와!! 소라가, 소라가 과호흡을 일으켰어!!]

 

놀란 아내가 봉투를 들고 달려오고, 간신히 호흡이 안정된 카라마츠는 의식을 잃고 쓰러진다.

아카츠카는 그런 카라마츠는 안아들고 그의 방에 가 침대에 눕힌다.

 

[.......형아, 형아. 내가 있으니까, 그러니까, 괜찮아아.....]

 

카라마츠의 방에 들어간 리쿠는 그렇게 말하며 차가운 물수건을 이마에 올려주었다.

 

 

하지만, 리쿠의 소원에도 불구하고 카라마츠는 그날을 기점으로 서서히 정신이 불안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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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이 이번편의 최종화라고 합니다!

과연 이게 해피일지 배드일지!!

두근두근하네요 :)







그보다 소설은 최신작품에 안 뜨네여.....

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뭔가 설정이 있는 걸까.......


안 뜨니까 새로 나왔는지 어쨌는지 알 수가 없어 ;ㅂ;





















허락받은 작품입니다

무단전재는 금지입니다!!!




오역, 의역, 발식자 주의

불펌금지, 공유는 블로그 주소를!!

http://joniamhungry.tistory.com/




いち松 님의 작품입니다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7269350




<시리즈>


*1편*

2016/05/31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①


*2편*

2016/06/04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②


*3편*

2016/06/06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③


*4편*

2016/06/12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 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④


*5편*

2016/06/14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⑤


*6편*

2016/06/15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⑥


*7편*

2016/06/15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⑦


*8편*

2016/06/20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⑧


*9편*

2016/06/22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⑨


*희망1편*

2016/07/05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희망> 제1화


*희망2편*

2016/07/07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희망> 제2화


*희망3편*

2016/07/10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희망> 제3화


2016/07/18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희망> 제5화


*희망6편*

2016/07/19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희망> 제6화


*희망 마지막*

2016/07/23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희망> 마지막화


*해리 1편*

2016/08/14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제1화


*해리2편*

2016/09/05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제2화-


*해리3편*

2016/09/06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제3화-


*해리4편*

2016/09/09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제4화-


*해리5편*

2016/09/29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제5화-

















언제부턴가 마음에 자물쇠가 걸렸다.

열쇠는 찾을 수 없다.

억지로 열려고 해도, 역시 열쇠가 없으면 열 수가 없다.

 

더 이상 아무것도 보지 않아도 된다고, 아무것도 몰라도 된다고, 아무것도 떠올리지 않아도 된다고,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

 

내가 웃으면 아버지는 기뻐한다. 엄마는 즐거워한다. 동생은 함께 웃어 준다.

기쁘고, 즐겁고, 행복하다.

 

그래서, 나는 가끔 나오는 눈물의 이유를 모른다. 슬픔을 모른다. 넘치는 가슴 통증의 의미를 모른다.

 

누가 내게 “                   ” 라고 말해주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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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을 알면 살 수 없다

-해리(解離) 6-

 

 

 

 

 

형제가 원인인 카라마츠 사변의 결과. 시간과 미각, 청각에 장애를 앓게 된 카라마츠였지만, 청각과 미각은 수술과 치료 끝에 거의 다치기 전의 상태까지 회복했다. 시각은 완전히 보이지는 않지만, 전보다는 조금 보이게 되었다.

 

하지만, 신체의 상처는 나아도, 마음의 상처는 낫기가 쉽지 않다.

 

무사히 퇴원한 카라마츠는 시골로 요양을 가게 된다. 그곳은 차도 많이 다니지 않고, 성가신 관계나 소란도 없는 평화롭고 한가로운 세계였다.

카라마츠는 그냥 매일 이웃집 밭일을 돕거나, 노인의 말벗이 되어주었다.

아쉬움을 느낄 때도 있었지만, 그건 시간의 경과와 함께 사그라져갔다.

 

가끔 그의 새 가족이 놀러 와서 담소를 나누곤 돌아갔다.

카라마츠의 솔직하고 상냥한 성격은, 가족들에게 순순히 받아들여졌다.

 

그런 평화로운 나날들은, 조금씩이지만 카라마츠의 마음을 달래어 갔다.

 

 

 

 

 

◇◇◇◇

 

 

 

 

 

 

수년후.

 

[소라, 접시 좀 건네주겠니?]

 

카라마츠는 소라라는 이름을 얻고 새 가족과 함께 살고 있었다. 몸은 완전히 예전처럼 근육이 붙어, 건강한 모습을 되찾았다. 그리고 곧잘 웃게 되었다.

 

[여기, 엄마]

 

소라라는 이름은 아카츠카가 붙인 것이었다. 언젠가, 카라마츠가 나는 비어있으니까라고 했던 것이 마음에 걸렸기에 공허(비어있다)”가 아닌 하늘처럼 어디까지나 채워졌으면 하는 마음에 그렇게 붙인 것이다.

 

[형아, 오늘은 나랑 놀러 가자!! 나 낚시하러 가고 싶어!]

 

식탁 의자에 앉아있는 카라마츠의 위에 새로운 동생인 리쿠가 뛰어올랐다. 그것을 카라마츠가 꼭 껴안는다.

 

[아아, 좋다! 형아랑 가자! , 그치만 제대로 모자도 쓰고, 물통도 챙기지 않으면 안 된다고-]

 

리쿠는 눈을 빛내며 크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카라마츠의 위에서 뛰어내려와 모자를 가지러 갔다.

 

그 뒷모습을 카라마츠는 사랑스러운 듯이 바라보았다.

 

[좋은 아침, 소라. 아침부터 리쿠는 기운이 넘치는구나]

 

[좋은 아침, 아빠. 오늘은 리쿠랑 낚시하러 갔다올게]

 

부드러운 표정을 짓는 카라마츠를 보고, 아카츠카는 상당히 좋아졌다고 생각했다. 전까지는 사랑에 굶주린 위태로운 청년이라는 인상이었는데, 이젠 완전히 차분해졌다.

 

[그래. 너도 선글라스와 모자, 잊지 말고 쓰고 가렴]

 

아카츠카는 카라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에 카라마츠는 밝게 미소를 짓는다.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카라마츠의 눈은 자극에 약했다. 그래서 외출 시에는 반드시 선글라스를 써야했다.

 

[형아, 형아!! 준비 다 됐어!! 가자!]

 

밀짚모자를 쓰고 물통을 메고 온 리쿠는 카라마츠의 팔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카라마츠는 어쩔 수 없군, 하고 웃으며 일어서서 밀짚모자와 선글라스를 썼다.

 

[다녀오겠습니다]

 

부모의 배웅을 받으며 두 사람은 손을 잡고 집을 나섰다. 그들의 동네는 공교롭게도 마츠노가와 같은 아카츠가구였다.

 

 

카라마츠의 모습은 전처럼 나르시스트적인 모습이 아니었다. 이제 그는 멋있는 카라마츠를 연기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올백머리에 폴로 셔츠, 청바치 차림, 그냥 평범한 청년의 모습이었다.

 

[형아의 선글라스, 전부터 생각했었는데, ~엄청 멋있어!! 나도 크면 그런게 어울릴까?]

 

카라마츠의 선글라스를 가리키며 반짝반짝 눈을 빛내는 리쿠를 보고, 카라마츠는 미소를 짓는다.

 

[아아, 분명 그렇게 될 거야. 누가 뭐라해도 내 동생이니까 말이지-]

 

[정말? 아싸아~!]

 

순진한 그 모습에서는 사랑스러움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동생이라는 생물은 정말 귀여운 존재라고 카라마츠는 생각했다.

 

두 사람은 낚시터에 도착했다. 그곳은 전에 카라마츠와 전 동생인 토도마츠가 자주 왔던 곳이었다. “낚시하러 가고 싶어라고 리쿠가 말했을 때, 스마트폰으로 찾아보기도 전에 이곳이 떠올랐던 것이다.

 

-이런 곳, 온 적이 없었을텐데. 어째서 알고있는 걸까....

 

기시감이 카라마츠를 감싸며 쿡쿡 가슴을 찔러왔다.

 

[-, 형아!! 걸렸어!!! 낚싯대!!]

 

리쿠가 카라마츠의 팔을 잡고 흔들자, 깜짝 놀란 카라마츠가 낚싯대를 힘껏 끌어당겼다. 그러자 작은 물고기가 딸려 올라온다.

 

[뭐야, 잡아버렸잖아.....]

 

카라마츠가 툭하고 말을 내뱉는다. 낚시 따위 한 적이 없을텐데, 낚시질이 서툴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것을 가만히 듣고 있던 리쿠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낚시하러 왔으니까, 잡는게 당연하잖아. 이상한 형아.....]

 

[? , 아아. 그렇네. 이상한 형아였네........좋아, 리쿠! 어느쪽이 많이 잡는지 승부다!]

 

[, 형아한테는지지 않으니까!!]

 

두 사람은 낚은 물고기의 수를 세아렸다. 즐거운 듯 떠드는 그들은 주변에서 보면 무척이나 사이 좋은 형제의 모습으로 보였다.

 

리쿠가 화장실에 간다며 가게로 달려갔을 때, 그를 스쳐지나가는 한 남자가 있었다. 그건 낚시가 취미인 카라마츠의 전 파트너 겸 동생인 토도마츠였다.

 

[자아~, 어디서 낚시를 할까나아-]

 

두리번두리번 낚시자리를 살펴보던 그의 시야에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를 본 토도마츠는 놀란 표정을 한다.

 

[........, , , 거짓.....]

 

무심코 낚싯대와 양동이를 떨어뜨린다. 촤악, 물이 쏟아지고, 바지자락과 양말을 적셨지만 그런걸 신경 쓸 틈이 없었다.

 

[, , 카라마츠, 카라마츠가......., 어째서..]

 

토도마츠는 몇 년만에 형을 보아 완전히 당황했다. 일단 형제에게 알리려 스마트폰을 찾미나 매점에 두고 온 것을 떠올리며 안타까운 듯 혀를 차고 황급히 뛰어간다.

그때, 토도마츠를 지나 리쿠가 돌아왔다.

 

[리쿠! 이쪽이다. 이제 엄마가 걱정하니까, 돌아가자. 오늘은 아빠가 야근을 하지 않아서 외식이라고-]

 

[, 그러자! 나 이제 배고파-]

 

토도마츠의 존재를 알지 못하고, 카라마츠는 리쿠를 데리고 낚시터를 떠났다.

 

[하아, 하아....., 어라? 형은........?]

 

토도마츠가 돌아왔을 때는 이미 카라마츠는 돌아가고 없었다.

토도마츠는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만나고 싶다고 너무 간절하게 생각한 나머지 마침내 이상해져서 환각을 본 것이 아니냐고.

 

어이, 토도마츠으- 그래서 뭐가 있다고?

 

움켜쥔 스마트폰 너머로 오소마츠의 목소리가 들렸다.

 

[카라마츠야! 카라마츠!! 있었어....확실히 있었다구, 카라마츠가!!]

 

....? 왜 그녀석이 거기 있어? 잘못 본 거겠지

 

토도마츠의 필사적인 목소리에 놀란 오소마츠가 말했다.

 

[아아, 정말!! 믿으라고!! 파트너인 내가 잘못 볼 리가 없잖아!? 카라마츠, 카라마츠가 돌아왔다고오.....!!!!!]

 

기쁨과 놀람 등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인 토도마츠는 오소마츠와 통화중이라는 것도 잊고 뚝뚝 눈물을 흘렸다.

 

, 어이, 토도마츠, 진정하라고!! 지금 너 무섭다고?! 마중갈테니까 거기 있으라고..!! 알겠지!?]

 

지금의 토도마츠는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카라마츠가 있을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오소마츠는 황급히 2층으로 가 지갑과 휴대폰을 챙긴다.

형의 다급한 모습에 방에 있던 쵸로마츠와 이치마츠가 얼굴을 마주 보고는 물었다.

 

[오소마츠형, 왜 그래?]

 

[쵸로마츠, 이치마츠!! 너희들 토도마츠한테 가자!!]

 

그렇게 외치고는 두 사람의 손을 잡아끈다.

당황스런 표정으로 질질 끌려가던 두 사람은 어찌저찌 자세를 고쳐잡았다.

 

[, 아파, 아프다고!! !! 뭔데 그래?!]

 

[히힛, 쓰레기에 걸맞는 취급 감삼다-]

 

[잠깐, 이치마츠!! 그거 나까지 쓰레기 취급 해버리는 거니까?!]

 

시끌시끌한 토도마츠와 이치마츠를 끌고 현관 앞으로 간 오소마츠는 그제서야 두 사람의 손을 놓았다.

 

[뭔가, 토도마츠가 카라마츠를 봤다는 것 같아. 그럴 리 없잖아, 라고 생각했는데. 그녀석 완전 흥분상태라 위험하니까 데리러 갈까- 해서]

 

신발을 신으며 그렇게 말하자, 쵸로마츠와 이치마츠는 멍하니 서로 마주보고만 있다.

그리고 잠시 후,

 

[[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

 

놀란 듯 크게 소리지르는 두 사람에, 오소마츠는 순간적으로 귀를 막았다.

 

[, , 카라, 카라마츠가!? !? 어째서!?]

 

[...........그런거 착각이거나 환각이거나 그런 거겠지. 있을 리 없어]

 

[시끄러워!! 나도 모른다고! 그니까 진상을 알아보러 막내가 있는 곳에 간다는 거잖아-! , 얼른 가자!!]

 

오소마츠는 그렇게 말하곤 서둘러 밖으로 나간다. 두 사람은 황급히 신발을 신고 오소마츠의 뒤를 따라 밖으로 나간다. 그러나 얼마안가 쵸로마츠의 발걸음이 멈춘다.

 

[? 뭐하는 거야, 쵸로마츠. 서두르라고]

 

[........, 역시 나, 안 갈래....]

 

쵸로마츠는 입을 꾹 다문 채 고개를 푹 숙이고는 옷자락을 잡는다. 그의 뇌리에는 몇 년 전 병원에서 봤던 카라마츠의 모습이 떠올랐다.

 

[..........? 그렇게나 만나고 싶어 했잖아]

 

[.......그랬지만. 아니, 지금도 만나고 싶다고!? 그치만, 그치만.....무서워. 또 거절당하면 어쩌지? 또 발악하면 어떡해?]

 

쵸로마츠는 머리를 끌어안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오소마츠와 이치마츠는 그를 보며 눈썹을 찌푸렸다. 기세 좋게 나오기는 했지만, 사실 자신들도 어쩌면 좋을지 몰랐다.

 

[괜찮아, 쵸로마츠. 이제 카라마츠는 돌아갔다고 토도마츠가 그랬으니까. 우린 그냥 토도마츠를 마중나가는 것뿐이야]

 

오소마츠의 말에 쵸로마츠가 고개를 끄덕였지만, 가슴 안쪽의 고통은 사라지지 않았다.

 

 

 

 

 

◇◇◇◇

 

 

 

 

 

세 사람은 역을 향해 가고 있었다. 해가 저물기 시작하고, 하늘이 오렌지색으로 물들어 갔다. 차 한 대 정도밖에 지나갈 수 없는 그 길에는, 자신들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최근 생긴 막과자 가게 앞에는 아이스박스가 놓여져 있어, 밀짚모자를 쓴 소년이 즐거운 듯 아이스크림을 골랐다.

 

이치마츠는 걸으면서 그것을 곁눈질로 쳐다보았다. 예전에는 자신도 저 소년처럼 천진난만하게 지냈다. 비뚤어지는 일 없이 순수하게 형을 따랐다.

 

[........., 쌍쌍바]

(*원문은 ポッキンアイス인데 두 개로 나눌 수 있는 아이스입니다. 길다란 쭈쭈바인데 가운데를 톡하고 잘라서 나눠먹을 수 있는...그 매점이나 문구점 가면 파는 아이스입니다. 그걸 뭐라고 해야 좋을지 몰라서 쌍쌍바로 바꿨습니다. 뭔가 갑자기 한국스러워졌네요........죄송합니다)

 

이치마츠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밀짚모자 소년이 고른 것은 쌍쌍바와 밀크바.

어느쪽으로 할지 고민하는 듯했다.

 

그 쌍쌍바는, 하나를 둘이서 즐길 수 있으니까, 잘 산거다. 엄청 맛있지는 않지만, 중학생 때 왕따를 당해 혼자 공원에서 울고 있었을 때, 카라마츠가 나누어 준 추억의 물건이다. 달고, 달아서, 그것에서 풍기는 상냥함의 맛에 무심코 눈물도 쏙 들어갔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왜 나는, 이렇게 변해버린 걸까.

자신을 끝까지 믿어주었던 형을 매몰차게 대하다니. 그녀석이라면 뭐든 용서해줄 거라고 생각하다니, 자만심이 지나쳤다. 잃고서야 그 소중함을 알다니, 어리석기 그지없다.

 

[뭐야, 이치마츠~ 그렇게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 이 형아가 사줄까? 물론 갚는다는 전제하에]

 

그렇게나 부러운 듯이 바라봤던 걸ᄁᆞ. 오소마츠가 히죽거리며 얼굴을 들이민다.

 

[..............됐어, 필요없어]

 

-카라마츠와의 추억이 담긴 건 필요 없다. 왜냐면 더 원하게 되니까.

 

이치마츠는 휙, 하고 얼굴을 돌렸다.

 

[~? 정말 필요 없어? 이치마------!! 뭐야, 아프다고 쵸로마츠!]

 

오소마츠가 이치마츠의 어깨에 팔을 두르려던 순간, 쵸로마츠가 오소마츠의 팔을 힘껏 잡아당겨 한순간 비틀거린다.

쵸로마츠를 째려보려는데, 그의 표정엔 놀라움이 가득했다. 그 순간, 이치마츠가 오소마츠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이치마츠를 보면 똑같이 멍한 표정으로 주저앉아있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하고 두 사람의 시선을 따라가 보면, 한 남자가 이쪽으로 걸어온다. 그 남자는 선글라스를 꼈고, 키는 오소마츠들과 비슷했다.

역광이라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확인할 것도 없이 그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오소마츠는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카라, 마츠]

 

작게 중얼거린다. 입을 뻐끔뻐끔 들썩이고 있는데, 카라마츠는 그런 세 사람을 신경 쓰지 않고 이쪽을 향해 걸어온다.

 

-하얀 붕대를 감고 있지 않다. 마르지도 않았고, 평범하게 걷고 있다.

그건 사변 전의 카라마츠,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세 사람의 마음에 그리움이 화악, 솟구쳤다.

 

갑자기, 카라마츠가 멈춰선 채 미소를 짓는다. 세 사람은 그것을 멍하니 보고 있다. 설마 자신들을 알아채고 미소 짓는 걸까. 그런 헛된 기대가 가슴에 넘쳐 흘렀다.

 

[카라-----!]

 

쵸로마츠가 무심코 입을 연 그 순간,

 

[혀엉~~~~~~!!!]

 

아까의 밀짚모자 소년이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그 손에는 쌍쌍바가 들려있다.

카라마츠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양팔을 벌렸다. 그러자 소년이 품으로 뛰어들어 매달렸다.

 

[,]

 

세 사람은 눈을 크게 떴다.

 

[리쿠! 어떤 아이스크림으로 골랐어? ~?]

 

[, 이거!! 형아랑 반반 나눠먹으려고!]

 

카라마츠는 리쿠를 떼어내고, 내밀어진 아이스크림을 보며 씨익 웃는다.

 

[아아, 그거 나도 좋아하는 거야! 고마워, 리쿠. 기뻐. 지금 반으로 나눠줄까?]

 

카라마츠는 리쿠의 허락을 받고, 특유의 괴력으로 간단히 아이스크림을 반으로 나눴다.

 

[, 고마워!! 얼른 집에 가자!]

 

리쿠는 그렇게 말하고 아이스크림을 받아들고는, 다른 한손을 카라마츠를 향해 내민다.

카라마츠는 상냥하게 웃으며, 그 손을 잡고 오소마츠를 스쳐지나간다.

 

[, .......카라마, ]

 

이렇게 바로 옆에 있는데, 멀리 있는 것만 같다. 전처럼 울부짖는 것보다 훨씬 더 가슴이 아프다.

 

오소마츠는 그 등을 계속 바라보았고, 쵸로마츠는 울 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 이치마츠는 괴로운 듯이 가슴을 부여잡고 있었다.

 

이제 카라마츠에게 오소마츠들은 남남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언젠가 돌아올 거라고 믿었던 세 사람에게는 그 무엇보다 힘든 일이었다.

 

[...........쵸로마츠, 이치마츠. ........가자]

 

오소마츠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걸어갔다. 그의 모습은 심한 상처를 입은 듯 비틀거렸다.

쵸로마츠와 이치마츠는 오소마츠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그 자리에 멍하니 서있었다.

 

노을이 비치며, 다정히 손을 맞잡은 둘의 모습은 어딜 봐도 사이좋은 완벽한 형제였다.

 

그 광경은 언젠가 카라마츠가 본 것과 같은 광경이었다.

 

[-.....형아 심장이 너무 아프다고....]

 

그러고는 슬쩍 뒤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뒤에는 아무도 없다. 동생들이 오지 않을 것을 알아차린다.

 

[, 왜 없는 거야? -, 쵸로마츠, 이치마, ....]

 

오소마츠는 카라마츠를 바라보며 미동도 하지 않는 동생들 쪽으로 달려가 얼굴을 들여다보자마자 그대로 굳어버렸다.

 

쵸로마츠는 소리도 내지 않고, 그저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어이, 하고 어깨를 잡으면 툭, 힘없이 주저앉았다. 눈물이 뺨을 타고 땅에 하나, , 무늬를 그려갔다.

 

[, , 우으, ...]

 

이치마츠는 오열하며 눈가를 몇 번이고 닦아냈다. 카라마츠와는 이제 형제로 지낼 수 없다는 것 쯤은 알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본 카라마츠는, 눈을 돌리고 싶을 정도로 처참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금 본 카라마츠는 먼 옛날 자신에게 상냥하게 대해줬던 동경의 형, 그 모습이었다. 그런 카라마츠가 낯선 아이를 동생으로 여기며 아끼는 것을 보고, 자신들이 완벽히 생판 남으로 전략해 버린 현실을 직시하게 된 것이다.

 

[혀엉, 카라마츠, , .....!]

 

그 자칭 상식인인 쵸로마츠와, 어둠 인형인 이치마츠가 남의 시선도 무시한 채 울다니, 그만큼 참아 왔는지도 모른다고 오소마츠는 생각했다.

 

[너희들, 그만 울라고.....,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어.....]

 

나도 울고 싶다고, 라며 오소마츠는 주먹을 쥐었다. 옛날부터 이런걸 위로하는 역할을 모두 카라마츠 차지여서 어떻게 위로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카라마츠가 마츠노가에서 없어진지 몇 년이나 지났지만, 그것은 공백의 몇 년간. 처음에는 앨범을 쳐다보거나 후드를 나란히 하고 얘기를 나누다가도, 서서히 아픔과 허무감밖에 남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어느덧 카라마츠의 물건들은 모두 창고에 넣어버렸다. 물건과 함께 기억들도 전부 가둬버렸을 터인데. 이렇게 실제로 카라마츠를 봤으니, 아무래도 참을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아아, 우리들의 질서가 또 무너진다. , 왜 여기 있는 거야?

 

 

 

 

 

◇◇◇◇

 

 

 

 

 

 

 

며칠 후.

 

형제회의 결과, 오소마츠와 쥬시마츠 외에 다른 형제들은 모두 한번쯤 카라마츠와 접촉을 시도하기를 원했다.

 

상처입을 뿐이니까 그만두라고 하는 오소마츠, 카라마츠형을 그만 놓아주라는 쥬시마츠의 말에도 다들 결의를 굳힌 듯 말을 듣지 않았다.

 

[.......딱히, 다시 가족으로 돌아와 달라던가 그런게 아니야. 그냥......다시 한번 이름을 부르고 싶어. 자기만족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해. 하지만......그래도 한번, 한번이면 돼. 알고있어, 나도 알고있다고, 오소마츠형, 쥬시마츠형....]

 

토도마츠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나는 카라마츠가 지금 행복한 건지 궁금한 것뿐이야. 이제 와서 돌아와달라던가 하지 않으니까. 그것뿐이니까 괜찮잖아]

 

쵸로마츠가 불안한 듯 말했다.

 

[........나는. 쿠소마츠랑의 인연을 제대로 끊고 싶을 뿐. 쓸데없는 짓 따윈 하지 않을테니까]

 

이치마츠가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한번 정하면 오기로라도 해내는 것이 마츠노가 여섯 쌍둥이다. 무슨 말을 해도, 무슨 짓을 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기에 오소마츠와 쥬시마츠는 포기했다.

 

세명이 나간 뒤, 오소마츠와 쥬시마츠만 방에 남았다.

 

[.....저기, 쥬시마츠. 뭐 좀 물어봐도 될까?]

 

[? 뭐야, 오소마츠형]

 

[너는, 왜 카라마츠를 만나려 하지 않는 거야?]

 

방구석에 놓인 소파에 누워, 짐볼 위에 올라타고 있는 쥬시마츠를 바라보았다.

 

[으음- 나는 말야, 카라마츠형과 전에 만난 적이 있어!]

 

오소마츤느 그 말을 듣고 놀란다.

 

[......그래?]

 

[야구, 하고 있을 때 만났어. 카라마츠형, 새로운 동생이랑 있었어. 그 아이가 야구 좋아하는 건지, 같이 놀고 있었어]

 

그렇게 말하는 쥬시마츠의 표정은 전과 달리 진지하다. 오소마츠도 진지하게 그의 말을 듣는다.

 

[흐응....]

 

[, 카라마츠형.....아니, 소라씨의 연락처 알고 있어]

 

쥬시마츠가 그렇게 말하자, 오소마츠가 벌떡 일어난다. 그 탓에 소파에서 떨어지고 만다. 아야야야, 하고 신음하면서도 납작 기어서 쥬시마츠에게로 다가간다.

 

[어째서어!? , , 왜 그거 형한테 말하지 않은 거야?! .....그보다, 소라는 누구야?]

 

[아핫, 역시 오소마츠형도 신경 쓰고 있었구나-]

 

쥬시마츠는 볼에서 내려와 오소마츠 옆에 앉았다.

 

쥬시마츠는 흔들리고 있는 오소마츠의 마음을 간파하고 있었던 것이다. 카라마츠와 둘이서 지붕 위로 올라가 노래를 부르곤 했을 때, 문득 카라마츠가 오소마츠는 동생에게 약한 면을 보이고 싶어 하지 않는 곤란한 형이니까, 우리한테 무심코 내뱉을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라고 한 것을 떠올려 그것을 실행한 것이다.

 

쥬시마츠는 씨익 웃으며 자신이 카라마츠의 연락처를 받게 된 경위를 말했다.

그건 정말 우연적인 만남이었다-

 

 

 

101, 102, 103, 104!!

 

쥬시마츠는 공터에서 일과인 배트 휘두르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는 도중 아이의 즐거운 목소리가 들려오고, 저 애도 야구를 좋아하는 걸까- 하고 헤실헤실 웃으며 그쪽을 보자, 그대로 굳어버린다.

 

어이, 리쿠. 제대로 준비운동은 한 거야? 아니면 내일 근육통을 겪게 될 거라고-

 

거기에 있는 건 전 차남인 카라마츠였다. 올백머리에 안쓰럽지 않은 옷을 입고 있었지만, 그 선글라스와 목소리, 분위기는 틀림없이 카라마츠였다. 쥬시마츠는 안절부절하면서 자신이 여기서 떠나는 게 좋을지, 신경 쓰지 않아야 좋을지 고민했다.

 

그러다 쥬시마츠가 낸 결론은, 모처럼의 기회니 카라마츠를 계속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되도록 눈에 띄지 않도록 조심하며 두 사람의 모습을 보았다.

쏴아아아아, 바람이 불고, 풀이 흔들렸다.

 

, 즐거워 보여

 

카라마츠는 낯선 아이와 웃으며 캐치볼을 했다. 아이도 즐거워 보였다.

-아아, 가슴이 아프다. 전에는 내가 저곳에 있었는데.

 

, . 심장, 따끔따금해!

 

쥬시마츠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 때였다. 어느새 캐치볼에서 배팅으로 바꾼 듯, - 하는 기분 좋은 소리가 울리더니,

 

, 위험해!!

 

카라마츠 특유의 저음이 고막을 때렸다. , 하고 얼굴을 들자 공이 눈앞에 날라온다.

 

보에에에엙!!

 

순간적으로 피하려 했지만, 그건 퍽, 하고 이마에 처박힌다. 충격으로 쿵하고 쓰러지면 풀 냄새가 코를 간질인다.

 

, , 저기! , 괜찮은가요!? 설마 그쪽에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해서.....죄송합니다

 

카라마츠와 아이는 황급히 달려와 쥬시마츠의 얼굴을 들여다봤다.

-아아, 역시 카라마츠형이다.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며 아이가 눈가를 적신다. 쥬시마츠는 그것을 보자마자, 벌떡 일어나서는 알통을 만들어보였다.

 

, 괜찮슴다!! , 아무렇지도 않아! 자 봐, 괜찮아!! 허슬허슬!! 머슬머스......

 

쥬시마츠는 괜찮다며 어필해 보지만, 머리를 강타한 탓인지 비틀거린다.

 

아아, 갑자기 일어서면 안 된다. 뇌진탕인지도 모르니까.....일단 누워서 쉬어

 

카라마츠의 말에 쥬시마츠는 바닥에 누웠다. 구급차를 부르려 카라마츠가 핸드폰을 꺼내자, 쥬시마츠는 그것을 황급히 멈춘다.

 

괜찮아! 조금 쉬면 건강해질거머슬!!

 

카라마츠는 고민하는 듯했지만, 일단 상태를 보자며 핸드폰을 넣었다.

 

 

쥬시마츠는 두 사람에 대해 들었다.

카라마츠는 소라로 이름을 바꿨으며, 아직 기억이 돌아오지 않았다. 아이의 이름은 리쿠로, 카라마츠의 동생이라는 것 같다. 너무도 사이좋아 보였다.

 

그쪽은? 이름이 뭐지?

 

그렇게 물었을 때, 쥬시마츠는 대답할지 망설였다. 전에 발광했을 때의 일이 떠올랐다.

하지만 지금의 카라마츠는 매우 안정적이고, 실제로 가까이게 있어도 아무렇지 않다.

 

, 쥬시마츠임다!! 마츠노 쥬시마츠!! , 다섯 쌍둥이라고!

다섯 쌍둥이!? 굉장해애-!! 같은 얼굴이 다섯명이나 있어!? 멋있어어~~!! 히어로 같아!!

 

리쿠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아핫-, 쑥스럽머슬!!

 

두 사람이 웃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쥬시마츠의 시선 끝에, 정색을 하고 뭔가를 깊게 생각하고 있는 카라마츠가 보인다. 그의 눈은 뭔가에 두려워하고 있는 것 같아 보여서, 쥬시마츠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런 쥬시마츠의 시선을 깨달은 카라마츠는 금세 표정을 바꿔 웃어보이며 말했다.

 

왜 그래, 쥬시마츠군. 머리라도 아파....?

으으응, 아무렇지도 않슴다....

 

방금 건 착각이었는지도 모른다, 고 생각하며 쥬시마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후, 쥬시마츠는 이제 괜찮아졌다며 떠났지만, 뭔가 있을 때를 대비해 카라마츠와 연락처를 교환했다.

 

 

 

쥬시마츠는 필사적으로 달렸지만, 어째선지 식은땀만 주르르 쏟아졌다.

-어쩌지, 어쩌지! , 카라마츠 형이랑 만났어! 형을 위해 다시는 관여하지 않기로 결심했는데!

 

쥬시마츠는 딱 걸음을 멈췄다. 전화번호부 맨 앞에 있는 아카츠카 소라라는 이름만 봐도 가슴이 쿡쿡 찌르듯 아파왔다.

 

그치만....만나서 기뻤어..

 

이 일이 형제들에게 알려진다면 어떻게 될까. 모두들 당황할 게 틀림없다.

 

가만히, 있머스루...!

 

-그치만, 만약 카라마츠형과 모두가 만난다면, 만약 모두가 카라마츠형을 만나고 싶다고 진심으로 바란다면. 그것이 카라마츠형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 때는 이 일을 말해주자.

 

[.........라는 얘기]

[.......그런가아. 그런 일이 있었구나. ....., 나하고는 관계없지만]

 

오소마츠는 창문 가장자리에 팔꿈치를 올리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스읍- 하고 깊에 숨을 들이마시면 폐가 연기로 가득 채워진다.

 

[.....정말? 정말 그렇게 생각해, 오소마츠형?]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쥬시마츠]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럼 나, 야구하고 오겠머스루머스루!! 허스루허스루!!]

 

쥬시마츠는 벌떡 일어나, 기세 좋게 방을 나갔다.

 

[, , 쥬시마츠!! 얘기 아직 안 끝났다고?!]

 

고함을 치며 쥬시마츠가 있던 곳을 오소마츠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정말이지, 우리집 바보들은 녀석을 왜 만나려고 하는 거야?]

 

그렇게 말하면서도 오소마츠는 그 목적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그건 카라마츠와 진짜 이별을 하는 것. 카라마츠는 마츠노가를 떠났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며 스스로를 타이르면서 지내온 어중간한 그 시간들은 오히려 고통의 원인이 되었다.

 

헛된 기대를 가진 채로 질질 끌려 살아갈 거라면, 차라리 확실히 카라마츠에게 거절 받기를 원했다.

 

[......나는, 싫다고. 카라마츠를 만나고 싶지도 않아]

 

-카라마츠와 헤어지고 싶지 않아. 그 녀석은 나의 소중한 동생인 걸. 언젠가는, 반드시 돌아올 거야. 그러니까 나의 등 뒤는 항상 비워둘거라고.

 

 

 

이런저런 생각이 교차하면서,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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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이 해리편 최종화네요!

두근두근!!! 과연 어떤 엔딩일까요!!








안녕하세요!!

다들 시험은 끝나셨나요?

전 아직 진행중입니다만

이렇게 또 번역을.................................



일찍 마쳤으니 그만큼 덕질을 해야죠 후후 :)




원래 이거랑 '카라마츠의 갈라놓기 대작전'을 마저 올리려고 했는데요

다음편이 10편의 마지막 부분이 조금 애매해서

작가님께 물어보고 있습니다!

(어째저째 마무리는 했는데ㅠ 아무래도 걸려서 물어보고 있어요...ㅠ)


그래서 오늘은 여기까지...

답이 오면 바로 10에서 13까지 쭉-! 올릴테니까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




아! 그보다 카라마츠가 목소리를 잃게 된 만화 기억나시나요?

그거 최종화가 올라왔더라구요!! 와아!! '▽'/


그래서 다음 번역작은 이걸로 가겠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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