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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남의 숨겨진 능력이 상상 이상으로 높았다 5

 

 

 

 

 

1월 마지막주 일요일, 오늘은 눈도 그치고 구름 사이로 태양이 고개를 내민 따스한 날이다. 서리가 낀 창문을 닦으며 본 창고의 온도계는 영하 5였지만.

근사한 카페 바 같은 방안, 안쪽에는 당구대와 다트가 있고, 고풍스런 커다란 테이블과 편안해 보이는 푹신한 소파가 자리하고 있다.

나와 쥬시마츠는 카운터 자리에 걸터앉아, 주문한 카페라떼가 나오길 기다렸다.

눈앞에는, 아케의 미소[각주:1]를 띠고 허리를 꼿꼿하게 세운 근사한 바리스타가 서있다. 새하얀 셔츠에 감색빛의 나비 넥타이, 검은 베스트. 그 위로 보이는 차마 감춰지지 않은 탄탄한 가슴근육과, 더욱 강조된 늘씬한 허리 라인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에스프레소가 담긴 컵을 몇 번인가 기울면서, 우유를 천천히 붓고는 긴 꼬챙이로 슬쩍슬쩍 무늬를 그려나갔다.

제법 잘 그려졌는지, 슬쩍 입가가 올라간다.

[여기]

매끄럽게 컵을 내려놓는 그 손은 마디가 툭 불거져 그야말로 야성미가 넘쳤다.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고, 컵을 들여다보니 데포르메[각주:2] 냐짱이 윙크를 하고 있었다.

오늘도 역시나 마시는 게 아까울 정도의 솜씨라서, 1분간 쳐다만 보다가, 사진을 찍고 미련이 남기 전에 스푼으로 휙휙 저어버렸다.

알맞게 식은 커피를 입에 머금자, 우유로 살짝 옅어진 쓴맛과 제대로 남아있는 깊은 향. 아아-, 맛있어!! 완전 힐링돼~!

점심시간, 분위기 좋은 휴게실에서 맛있는 식사를 만끽한 후, 이 바리스타, 즉 카라마츠가 내어준 카페라떼를 마시면, 오전중의 피로는 순식간에 날아가 버린다.

[굉장해-, 야구다아!! 쵸로마츠형, 이거 봐!!]

옆자리의 쥬시마츠 컵에는, 타자가 공을 받아치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커피랑 우유로 잘도 이런 걸 그렸네. 그보다, 이 녀석 그림은 못 그리면서 왜 이런 건 잘하는 거야?

나와 마찬가지로 사진을 찍은 후, 쭈욱, 커피를 들이킨 쥬시마츠가 우후후, 하고 웃었다.

[, 카라마츠형 커피 엄청 좋아해!!]

[, 나도 좋아해. 이제 다른 카페는 못 갈지도]

둘이서 감상을 주고받고 있자, 완전히 영업미소를 띠고 바리스타의 모습을 보이던 차남이, 완전히 풀어진 얼굴로 헤실거리며 웃고 있었다.

라떼아트는 혼자서 연습했다는 모양으로, 2, 3일 간은 컵을 들여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오늘은 요렁이 꽤 붙은 건지 만족한 표정이다.

[역시, 좋은 머신으로 커피를 내리니 맛있군]

휘휘 섞은 컵을 들고 내 옆에 앉은 카라마츠는 환하게 웃었다. 아니, 기계가 아니라 네 팔을 칭찬하라고.

여기의 에스프레소 머신은 레스토랑에 있는 것과 같은 것으로, 셰프인 우시지마 토미오씨가 본고장 이탈리아에서 사온 것이었다.

버튼 하나로 완료되는 그런 손쉬운 타입이 아닌, 추출 과정을 살피고, 압력을 조절해야 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맛을 추구할 수 있는 만큼 조작이 어렵다.

친가 옆에 있는 카페를 가끔 도와줬다는 것 같지만, 토미오씨가 사용하는 걸 몇 번인가 봤기에 나는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굉장하다고 생각하는데 카라마츠는 그걸 모른다.

여기에 오고부터 더욱 잘 알게 됐다. 우리 차남은 자신이 가진 스펙이 얼마나 높은지를 정말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무자각이라는 것을.

그런 점마저 사랑스럽다 느껴버리는 요즘.

[, 다들 수고. 디저트 남았는데 먹을래?]

주방으로 연결된 문에서 토미오씨가 커다란 손에 판나코타[각주:3] 3개가 든 쟁반을 들고 나타났다.

물론, 답은 하나. 감사합니다, 라고 동시에 외치며 받아들었다.

 

집을 나온 지 벌써 약 2개월이 지났다. 아르바이트 계약 3분의 2가 지난 것이다.

첫날 밤, 전원을 켠 핸드폰에 토도마츠가 보낸 대량의 메일이 뜬 걸 보고, 카라마츠는 굉장히 기쁜 듯 환하게 웃었다.

[다들 아직 나를 걱정해주는구나]

라며, 당연한 말을 중얼거리는 카라마츠에, 심장이 꽈악 죄여오는 것 같아 쥬시마츠와 둘이 껴안았다.

그후, 전화로 두고온 형제들에게 불평을 퍼붓고, 내 분노는 어느 정도 가라앉았지만, 의외로 쥬시마츠가 그들을 용서하기까진 거의 일주일의 시간이 걸렸다.

녀석들이 제대로 연락을 하는지를 지켜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 꽤 엄한 성격이었지.

오소마츠형과 이치마츠도 바로 핸드폰을 사서, 그 뒤로 매일 친가조의 3명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메일이나 LINE으로 끝내는 경우도 있고, 시간이 있을 땐 통화도 하고 했지만 크리스마스에도 연말연시에도 친가에는 돌아가지 않았다.

오너는 휴가를 주겠다고 했지만, 내가 일이 바빠서 힘들다고 했다. 뭐어, 실제로도 바빴으니까 거짓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대신에, 해산물과 징기스칸 전골세트를 셋이서 돈을 모아 사서 보냈다.

전화 너머로 얘기는 자주 했지만, 매년 항례였던 선물교환도, 여섯명이서 다 함께 하던 시끌벅적한 첫 참배도 없었다.

냐짱의 라이브나 이벤트도 가지 못했다.

왕복 교통비가 든다거나 그런 이유가 아니라, 단순히 그냥 가고 싶지 않았다. 내가.

가족이 소중한 것도, 냐짱을 응원하는 마음도 변하지는 않았지만, 지금의 생활이 우선순위가 높았다.

그 정도로 여기서의 생활에 충실했다.

매일 이래저래 바쁘고, 물론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다. 그보다 더 힘들었을 건 계속 니트였던 우리들을 고용한 오너들이었겠지만.

하지만, 지금은 이 분주함도 만족감으로 바뀌었다.

 

내 담당이 객실이나 로비 청소가 되었을 때, 아니나 다를까 카라마츠와 쥬시마츠가 걱정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당황하고 있는 사이, 하겠습니다, 라고 말했다.

몇 번이나 말했지만, 나의 결벽증은 중증이 아니고, 친가에서도 청소와 세탁은 종종 해왔다. 게다가 내가 만족할 때까지 깨끗해진다면, 대개의 사람들이 만족할 정도일 테니까.

애초에 쥬시마츠처럼 체력에 자신도 없고, 카라마츠처럼 자격증도 없으니까 이렇다 저렇다 따지지 말고 할 수 있는 건 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형제와 자신을 타이르며, 작업복으로 보이지 않는 멋진 유니폼을 입고 일을 시작한 첫날, 갑자기 나타난 메이드에게 다른 의미로 긴장하게 됐다.

[당신이 새로운 아르바이트인가요? 마루이케 유메노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라며 스커트를 살짝 들어보이며 정중히 인사한 여성은 옅게 미소를 띠었다.

우와아아!! 진짜 메이드다, 코스프레가 아니라 훌륭한 저택에서 일하는 그런 메이드!

검은 블라우스에 볼륨 있는 스커트, 프릴이 달린 하얀 앞치마. 복장만 봐선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 메이드 같은데, 머리는 일본 인형처럼 깔끔히 자른 단발머리로, 전체적으로 메이지 다이쇼의 근사한 저택에서 일하는 하녀 같았다.

[마츠노, 쵸로마츠,입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딱딱한 자기소개와 함께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하자, 유메노씨는 다시금 옅게 웃으며 내 팔을 살짝 잡았다.

[, ]

[자아! 힘내서 청소하자구요!]

가냘픈 손에는 어울리지 않는 힘으로, 질질 끌려다니며 나는 그녀에게 일을 배웠다.

다행히, 방이 적어서 처음 일하는 나라도 여유롭게 할 수 있었다.

[쵸로마츠씨는 깔끔하시네요]

유메노씨에게 그런 말을 들은 건, 3일째의 휴식시간. 홍차를 마시며 만족감에 젖은 그녀에, 그걸 내어준 카라마츠가 곤란한 얼굴로 나를 보았다.

또 걱정하는 거겠지, 이 녀석은.

말할까 어쩔까 고민하고 있자, 유메노씨가 웃는 얼굴로 다시 입을 열었다.

[저보다도 더 세세한 곳까지 청소하시고. 훌륭합니다! 안심하고 일을 맡길 수 있겠어요]

무척이나 기뻤다. 인정받았다는 것이.

그런 시시한 사건에 얽매여 생겨버린 어정쩡한 결벽증이란 귀찮은 성질이 남에게 도움이 되었다니, 거창하지만 마치 구원받은 느낌이었다.

내가 기뻐하는 게 얼굴에 드러났는지, 카라마츠가 안심한 얼굴로 쿠키에 손을 뻗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유메노씨에게 결벽증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뭔가 과대평가된 것 같습니다만. 그렇게 말해주셔서 기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할게요!]

대신 이런 낯간지러운 말을 하며, ‘너 언제부터 이렇게 솔직한 캐릭터였어?!’ 라고, 속으로 자신에게 츳코미를 날렸다.

원래 악동이었으니까, 야단맞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지만, 칭찬받은 기억은 좀처럼 없다.

그러니까, 자신이 칭찬받으면 성장하는 타입이란 걸 이 나이가 되어서야 깨달은 것이다.

칭찬에 들뜬 탓인지, 이후 나는 타락한 니트 생활을 보냈던 게 거짓말처럼 완벽히 일을 해내려 노력했다.

큰 실수를 한 적은 없고, 손님으로부터 불평을 들은 적도 없으니까 그럭저럭 잘 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일은 벤씨가 사냥하는 곳에 데려가 준대! 큰 사슴 잡아올게!!]

판나코타를 입에 가득 넣고, 맛나아!! 라고 뺨을 잡으며 외치는 쥬시마츠.

[오오, 그거 재밌겠군!]

그 말과 동시에 카라마츠의 핸드폰이 찰칵, 하고 울렸다. 찍힌 사진에는 만족감에 젖어 헤벌쭉한 내가 찍혀 있었다.

오늘도, 내 형제가 귀여워서 행복합니다.

나 자신도 여기에 와서 꽤 변했다는 자각이 있지만, 쥬시마츠도 변했다.

눈의 초점이 제대로 맞게 되고, 터무니 없는 언행도, 시끄럽게 떠드는 것도 줄고, 마츠노가 오남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말썽쟁이가 아니게 됐다.

타인을, 그 자리의 분위기까지 읽고 행동하는 밝고 상냥한 사람 좋은 청년. 그게 여기서의 쥬시마츠.

무리하는 것처럼은 보이지 않으니까, 분명 이게 본래의 쥬시마츠라는 게 나와 카라마츠의 견해다.

[주변 사람들 덕분인 거 아닌가? 여기에는 쥬시마츠의 천진난만함을 부정하는 사람이 없잖아?]

카라마츠의 말대로, 여기의 사람들은 우리들에게 무척이나 따스하게 대해준다.

쥬시마츠를 직접 지도한 건, 펜션의 관리를 맡은 와카무라 벤씨. 살짝 기른 콧수염이 트레이드 마크로, 키가 작고 통통한 편이지만 오랫동안 비계공[각주:4]으로 일했던 탓인지 몸놀림이 가볍고, 남을 돌보길 좋아하는 아저씨였다.

[쥬시마츠는 정말 부지런하구나. 요즘 젊은이들과는 다르군]

가하하, 하고 웃으면서 머리를 쓰다듬고 제대로 칭찬해주는 사람이었으니까, 쥬시마츠도 기뻤던 건지, 금방 벤씨를 따르고, 일도 순식간에 배웠다.

원래 좋아하는 건 금방 이해하고 습득하는 녀석이니까, 지금은 보일러의 조정도 담당하게 되면서, 자격증을 따고 싶다고도 했다.

[그럼, 오후에도 힘내볼까!]

[그래]

판나코타를 실컷 만끽한 우리는 셋이서 동시에 합장하며 잘 먹었다 위치곤 분담해서 각자 식기를 치웠다.

디너의 재료를 옮기는 걸 돕게 된 카라마츠와 헤어지고, 나와 쥬시마츠는 작업복을 갈아입고 로비로.

이제부터 밤까지 나는 프론트, 쥬시마츠는 도어맨과 벨보이, 카라마츠는 주방과 홀을 담당함과 동시에 룸 서비스에도 대응한다.

 

경험자인 카라마츠는 몰라도, 나와 쥬시마츠까지 접객을 하게 된 건, 내가 유메노씨에게 칭찬을 받은 다음날, 즉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단 4일째인 목요일이었다.

목요일은 레스토랑의 정기휴일이니까, 셰프인 토미오씨와 웨이터인 카나죠 라이야씨는 본래 휴일이지만, 토미오씨는 전날 밤 여기서 마신 뒤에 여기서 자고 갔기에, 아침밥도 같이 먹었다.

참고로, 여기는 숙박이 기본이라 아침은 토미오씨의 부담이 크기 때문에 옵션으로 아침을 선택한 손님 몫은 근처 도시락 전문점에 부탁하고 있다.

오너와 사이가 좋은 단골분들은, 우리와 함께 먹기도 했다.

[숙취가 좀처럼 안 사라지네-]

[촌스러-, 비프(*우시지마의 우시가 소라서 그렇게 부르나 봅니다)! 늙은 거 아냐?]

[시끄러, 바보 호랑이(*오키토라의 토라가 호랑이). 너도 똑같잖냐]

[나는 아직 팔팔하거든!!]

식당으로 모인 오키로라 오너와 토미오씨가 느긋하게 그런 식의 잡담을 나누는 걸 본 카라마츠가 아침밥 준비하길 자청했다. 오늘 아침은 마츠노가의 맛이 나올 듯하다.

[-, 맛있어!! 역시 술 마신 다음날에는 된장국이지. 일본인이 매일 빵과 스프만 먹곤 못 살지]

두부와 미역이 든 맛 좋은 된장국을 후루룩 마신 오너가 진심이 담긴 감상과 함께 친구에게 악담을 퍼부었다.

저렇게 말하지만, 실제로 매일 빵과 스프만 나온 건 아니다.

첫날에는 그랬지만, 대체로 만드는 건 라이야씨로 아일랜드 요리였고, 매일 저녁은 타이가 선배가 아르바이트로 키운 근육진 팔을 한껏 걷어올리고 중국 요리를 대접했다.

[미안하구만, 유럽식밖에 못 만들어줘서. 불만이면 스스로 만들어 먹으라고]

오너의 말을 적당히 넘긴 토미오씨는, 몽글몽글하게 잘 구워진 계란말이를 한입 떠먹고, “, 맛있군하고 감탄을 내뱉었다.

나중에 레시피를 알려달라는 토미오씨에, 살짝 수줍어하는 카라마츠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다. 그렇게 평화로운 아침을 만끽하고 있었는데.

벤씨와 유메노씨가 출근하고, 다들 제각기 부서로 흩어진 뒤, 나도 오늘 숙박 예정인 방 하나를 깨끗하게 치웠을 즈음, 오키토라 오너한테서 [잠깐, 얘기 좀 하지] 라며 무전이 왔다.

[뭘까요?]

[출동인지도 모르겠네요. 일단 다녀오세요]

원래 소방대원이었던 오너와, 유메노씨의 남편분인 지에이씨는 이 지역의 소방단을 하고 있어, 무슨 일이 생길 때면 경찰이나 소방관이 올 때까지 현장에서 대처를 맡고 있다고 한다.

유메노씨와 함께 로비로 달려가 보니, 오늘 휴일이었을 라이야씨가 얼굴을 잔뜩 찡그린 채 소파에 몸을 묻고 있었다.

트레이닝 바지에 투박한 소재의 가디건, 수염도 안 깎고 머리도 세팅하지 않은 채로, 양키 고등학생처럼 앞머리만 핀으로 살짝 고정해놓은 모습이었다.

자다 깬 듯한 모습에 불량스러운 느낌을 팍팍 뿜어댔지만, 역시 잘생긴 사람은 이래도 멋지구나.

오너는 그런 라이야씨에게 살짝 어이없는 듯하면서도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빨리 얘기하라며 재촉했다.

임신한 누나가 어제부터 몸상태가 좋지 않다는 모양이었다. 출산도 임박했고, 혹시나 해서 예정보다 빨리 입원을하게 됐다고.

[그런데, 그 자식, 출장이니 뭐니 하면서 월요일까지 못 돌아온다잖아!! 처자식 내버려두고 일이라니. 뭐가, [건강할 때도 아플 때도] !! 어느 맹세 하나 지켜진 게 없잖아!! 젠장, 그러니까 나는 그딴 얼간이 녀석 반대한 거라고!!]

매형의 불만을 한껏 토해내고, , 하고 주먹으로 소파 팔걸이를 내려친다. 평소 당당하고 자기 잘난 맛에 살던 사람의, 여유 잃은 모습에 우리들은 살짝 당황해 일제히 시선을 마주했다.

[부모님은 아직 돌아오지 않은 거냐?]

토미오씨의 질문에 라이야씨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빨리 가겠다고는 했는데, 비행기가 없어서 일요일에나 돌아온다나 봐]

라이야씨의 본가는, 국내 최저 기온을 찍은 거리로, 위도는 높고 해양성 기후인 아일랜드 쪽이 더 따뜻하기에 매년 피한 목적으로 귀성한다는 모양이다.

우리도 새해에 매번 좀 찾아오라며 아우성인 친척 이모들이 있지만, 이쪽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올해는 특히 손자가 생겨나기도 하고, 크리스마스나 성 패트릭 축제 때에도 가지 않았던 탓에 인사 겸해서 찾아갔다고 한다.

[그러니까 내가 옆에 있고 싶어. 너무 제멋대로인 건 알지만]

다시 크게 한숨을 내쉰 라이야씨의 눈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오키토라 오너를 바라보자, 모두와 마찬가지로 걱정스런 눈빛을 보냈다.

팔짱을 끼고 천장을 노려보던 오너, 분명 라이야씨에게 휴가를 주고 싶은 거겠지. 하지만 타이밍이 너무 나빴다. 레스토랑 예약은 가득 찼고, 투숙객도 새로 찾아들었다.

적어도 우리들이 조금 도움이 되기라도 했다면, 오너도 흔쾌히 OK를 했을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웠다.

그때, 무겁던 침묵을 깬 건 타이가 선배였다.

[카라마츠, 네가 대역이야. 행동은 라이형을 따라하고, “대본은 일단은 이거. 거기에 없는 대사는 애드리브로. “역할의 설정은 거기에 적어뒀어. “본방은 내일부터]

담담하게 말하면서 언제 가져왔는지 대본이라며 식당 메뉴를 주고, 그 위에 뭔가 적힌 로비의 메모지가 붙어 있다.

[가능하면, “리허설해도 되겠습니까?]

[그럼, 오늘 정오]

건네받은 대본과 설정을 확인한 카라마츠는 고개를 끄덕였다.

타이카씨의 요구도 뜬금없었지만, 그걸 받아들인 카라마츠도 카라마츠였다.

오너, 하고 삼촌이 아닌 직급으로 오키토라씨를 부른 타이가씨는 씨익 웃었다.

[그런고로, 리허설 볼래? 그걸 보고 납득하면, 카라마츠가 라이형의 대신이 될 거야.

내가 주방일 도와주고, 프론트는 쵸로마츠한테 부탁하면 되잖아]

[에엣! , 제가 프론트?!]

갑작스런 지시에 소리를 질러버렸다. 아니, 잠깐만요. , 표정이 그렇게 좋지 않으니까, 접객에 안 맞다구요.

머리를 싸매고 있으니, 쵸로마츠, 하고 타이가씨가 부른다.

[괜찮아. 너라면 할 수 있어. 내가 보증하지]

[저도 쵸로마츠씨가 적임이라고 생각해요]

고개를 드니, 타이가씨와 유메노씨가 엄지를 치켜들고 의기양양한 얼굴을 했다. 어째선지 그걸 보고 있으니 납득이 가서,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아아-! 무슨 짓이냐 나!! 이거 해버리겠다는 소리나 마찬가지잖아!!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오너는 고민하던 걸 관두고, 조카의 말에 수긍했다.

[좋아, 그렇게 하자고. 좀 힘들긴 하겠지만, 그것도 잠시니까 다들 조금만 참자!]

[!! 저는 뭘 하면 됨까?]

진지한 얼굴로 손을 든 쥬시마츠에게, 나는 문득 자신을 회고했다.

[쥬시마츠군한테는, 벨보이를 부탁하지. 손님의 짐을 방까지 옮겨주면 된다네]

오너가 윙크와 함께 지시하자, 열심히 하겠슴다!! 하고 바로 수긍하는 쥬시마츠. 그렇구나 나도 어리광을 부리고만 있을 수는 없다.

 

그 후, 나는 남은 객실을 치우고, 쥬시마츠는 제설작업을 한 탓에, 카라마츠가 어떻게 연습을 했는지 둘 다 모른다.

점심시간이 되고, 나랑 쥬시마츠는 타이가씨에게 말해 사복으로 갈아입고 식당으로 향했다.

문 밖에서 타이가씨가 비디오카메라를 한 손에 들고 있고, 창문에서 안을 보니 오너와 토미오씨, 라이야씨가 나란히 앉아있다.

[그럼, 두 사람은 손님 역할. 내가 시작, 이라고 하면 들어가. 카라마츠지만 낯선 웨이터가 있다는 설정으로 가자고!]

알겠습니다, 하고 고개를 끄덕이자 타이가씨가 씨익 웃으며 비디오카메라를 향해 외친다.

[리허설 설정A, 스타트!!]

꿀꺽, 침을 삼키고 문을 열자 딸랑, 하고 도어벨이 울린다. 벨이 울리자마자 흰 셔츠에 앞치마를 한 카라마츠가 다가와, 내가 어설프게 열어둔 문을 제대로 잡아주었다.

? 뭔가, 가깝지 않아? 그보다, 분위기, 다른 사람 같은데?!

아침마다 뿌리는 향이 짙은 데오드란트가 풍겨온다. 셔츠를 두 번째 단추까지 풀고 있으니, 쇄골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단련된 흉근의 골마저 보일 듯 말 듯했다.

우와아아아, 어디의 호스트냐 너는!! 여기 레스토랑인데!? 그것도 점심!!

[어서오십시오, 예약하셨습니까?]

우와, 목소리, 위험해. 나한테는 좀처럼 들려주지 않는, 색기 넘치는 저음이 등뼈를 지나 허리를 간질였다. 심박수 급상승.

[, . 두 명 예약했어요, 마츠노입니다]

간신히 손님 같은 대사를 말하자, 카라마츠는 어디서 배운 건지 매력 넘치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아니아니, , 진짜 누구야?! 내 품에 안긴 여자가 셀 수 없을 정도지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 하지 말라고!! 나랑 같은 동정 차남은 어디 갔어?!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마츠노님. 추운데 먼 길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좌석을 안내해드리겠습니다]

, 잠깐, 부탁이니까 그 목소리로 귓가에 대고 말하지 말라줄래? 그보다, 추파 던지지 마! 이것 봐, 쥬시마츠도 완전 얼어붙었잖아!! 손님을 꼬셔서 어쩌겠다는 거야!! 여기는 레스토랑이라고, 이 멍청이가!!! 동정한테는 너무 힘들다고, 바보!!

심지어 내 등에 슬쩍 손까지 대다니!! 우와, 이 녀석, 이렇게 색기 넘치는 꼴로 에스코트할 생각이야?!

[스톱!!]

타이가씨의 한마디에, , 하고 손을 뗀다. , 다행이다, 살았어. 이대로 에스코트 당했다간 진짜 똥꼬털 다 타버린다고!

내 심장은 쿵쿵 거세게 뛰고, 쥬시마츠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살짝 구부정한 자세다. , 나도 남자니까 지적은 않겠지만 말이야.

그런데 이 카라마츠 놈은!! 순식간에 원래대로 돌아오고 말이야. 몸은 여전히 떡 벌어졌지만, 그 두려울 정도로 넘쳐흐르던 매력은 온데간데없고 평소의 차남이다.

젠장! , 기억해두라고. 자기 전에 간지럼형을 내려줄 테니까! 동정을 가지고 논 죄는 무겁다고!

[이 설정은 좀 아닌 걸. 미안하지만, 런치용이 아니라고 할까]

[당연하죠. “눈빛으로 넘어오게 만든다라니, 의미를 모르겠다고요. 애초에, 동정한테 이런 걸 요구하지 말아주시죠]

어처구니 없다는 듯 말하는 카라마츠에 타이가씨는 그런 걸 소화하는 게 배우잖아, 라고 답한다. 아니, 카라마츠, 솔직하게 동정발언 하지 말아줄래.

[? 뭐야, 방금, 그런 설정의 역이었어?]

[그렇다. 설정A전 넘버원 호스트. 페로몬 잔뜩 뿜어대며 손님을 남녀불문 않고 눈빛 하나로 넘어오게 함이더군. 무리라고 생각하지 않나?]

[.........레스토랑 웨이터의 설정이 아니지 않나..?]

[나도, 이건 관두는 게 좋을 것 같아]

우리들 셋이 동시에 한숨을 푹 내쉬었지만, 오너와 토미오씨는 연기에 감명 받은 듯 아까부터 계속 배를 부여잡고 껄껄, 히히, 웃어댔다.

[크하하하하! 굉장하군, 카라마츠군!! 라이야와 똑같아!]

발을 동동 굴리며 웃는 오너에, 대뜸 이름을 불린 본인이 뭐? 라며 한쪽 눈썹을 위로 올렸다.

[웃기지 말라고, 호랑이 아재! 어디가 나랑 닮았다는 거야!]

[아니, 마음에 든 손님한테 이러잖아]

이번에는 토미오씨가 눈가에 눈물을 맺고서 가차 없이 공격했다.

[진짜?!]

진짜냐며 두 사람에게 되물은 라이야씨는 힘없이 고개를 축 떨구었다. 상당히 충격을 받은 듯했다.

[하지만 손님을 꼬시는 건 곤란하니까. 이 설정은 관두지]

조금 진정된 오너의 말대로, 설정A는 무사히 기각됐다.

그런 웨이터는 라이야 한명으로 족하다는 중얼거림이 들린 듯하지만, 무시하자.

 

[나도 이건 그냥 여흥으로 즐길 생각이었어. 예상외로 카라마츠가 좋은 연기를 보여줬지만]

다시 문밖으로 나온 나와 쥬시마츠에게 타이가씨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 카라마츠형, 엄청 에로했어]

맞아, 그건 동의. 설정대로 페로몬 뿜뿜 뿜어댔지. 동정이면서 그런 걸 바로 소화하는 카라마츠 엄청 대단하다고 생각해!

[부탁이니 우리 차남을 이상한 방향으로 끌고가지 말아주세요!]

나로서는 같은 얼굴의 형제의 색기 넘치는 모습에 빠지고 싶지도 않거니와, 가능한 체험하고 싶지도 않다. 게다가 같은 얼굴의 형제에게 이리저리 페로몬을 뿌려대는 것도, 그만뒀으면 한다.

[미안, 미안. 그럼 다시 정신 차리고, 설정B로 가자. 이건 실전용이니까 괜찮을 거야! , 주문하는 건 이거야]

살짝 믿음이 가진 않지만, 타이가씨가 스타트! 라고 말했으니, 나는 받아든 메모를 주머니에 넣고 다시 문을 열었다.

[어서오세요!]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맞이하는 이 웨이터가, 나는 아까와 같은 인물, 그것도 우리 카라마츠라곤 바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번에는 제대로 셔츠 단추를 끝까지 채우고, 검은 조끼에 나비 넥타이를 한 차림이었다. 게다가 은은히 감도는 향기. 하지만 다른 건 복장만이 아니라, 감도는 분위기와 인품도 달라진 듯했다.

[예약이요, 마츠노입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마츠노님. 이쪽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대사는 아까와 별반 다르지 않고, 그저 표정이나 몸짓, 목소리 톤, 말투 등 그런 세세한 부분이 달라졌을 뿐인데 이렇게 인상이 달라질 수가 있을까?

겉옷을 받아들며 환한 미소로 자리를 안내했다. 의자를 빼주는 타이밍도 딱이었다.

[음료는 어떤 걸로 하시겠습니까?]

메뉴를 펼친다. 솔직히 와인이 마시고 싶었지만, 일하는 중이니 물로 참았다.

바로 깨끗하게 닦인 잔과 시원한 물이 담긴 병이 나오고, 카라마츠는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깔끔하게 물을 따랐다.

다음은 요리인데, 이 레스토랑은 기본적으로 점심도 저녁도 예약제라서 코스요리밖에 없어, 가격에 따라 재료가 달라질 뿐이었다.

어렵고 다양한 요리명을 기억할 필요가 없는 대신, 그 날의 메뉴를 웨이터가 설명해야만 했다.

[오늘의 생선요리는 제철인 무당게를 이용한 크레페와 산탄데르[각주:5] 풍으로 구운 대구 오븐구이. 육류는, 오리를 이용한, 알칸타라식 찜과 손수 만든 소세지의 엠파다스[각주:6]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빠에야[각주:7]는 가리비와 오징어의 발렌시아 풍과, 유기농 채소 중 한 가지 골라주시면 되겠습니다]

아까 받은 메모에는, 코스C, 대구와 엠파다스, 야채 빠에야라고 적혀있다. 생각보다 호화스러운 식사라 기분이 좋아졌다.

주문하려다 뭔가 떠올라, 웨이터인 카라마츠에게 질문했다.

[저기, 산탄데르 풍이란 건 어떤 느낌인가요? 그리고, 엠파다스? 라는 것도 무슨 요리인지 모르겠어서..]

갑작스런 애드리브였는데, 카라마츠는 환하게 웃으며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답했다.

[설명이 부족해서 혼란을 드린 점, 죄송합니다. 산탄데르는, 스페인 북부 칸타브리아 지방의 중심 도시의 지명입니다. 이 지방에서는, 생선에 파슬리를 섞은 빵가루를 묻혀 오븐에 구운 요리가 있는데, 현지에서는 정어리를 주로 사용하지만, 오늘은 지금 제철인 대구를 준비하였습니다. 그리고, 엠파다스는 포르투갈 북부, 갈리시아 지방의 서민음식으로, 여러 재료를 파이 반죽으로 감싸 구운 것입니다]

술술 막힘없이 말하는 카라마츠. 컨닝페이퍼를 보는 것 같지는 않고, 머리에서 나온 지식인가? 원래 알고 있던 걸까. 아니면 이 몇 시간 사이에 다 외운 걸까.

[그렇습니까. , 그럼, 런치코스C 2인분으로, 대구요리와 엠파다스, 그리고 야채 빠에야 부탁드립니다]

반면 나는 메모대로 말할 뿐, 그조차도 낯선 음식 이름에 더듬거린다.

[알겠습니다]

공손하게, 하지만 너무 과하지 않게 인사한 카라마츠는 등을 곧게 펴고 주방으로 향했다.

[하아아-]

[후이이-]

반대편에 앉은 쥬시마츠가 한숨을 내쉰다. 이런 레스토랑에 온 적이 없으니까, 연습이란 걸 알지만 긴장하고 만다.

더군다나, 카라마츠는 카라마츠가 아닌 것 같고.

[카라마츠형, 굉장해. 아까도 그렇고 방금도 그렇고, 완전 딴 사람 같아]

[, 그러게. 이게 녀석의 연기력인 건가]

 

이 연습은 그야말로 카라마츠의 무대였다.

오랜 시간 봐왔던 차남은 온데간데없고, 상큼한 미소를 띤 채, 요리를 내오고, 다 먹은 접시를 치우고, 잔에 물을 채운다. 그 타이밍이 너무도 완벽해, 우리는 애타게 기다릴 필요조차 없었다.

물론, 이번에는 토미오씨가 요리를 다 만들어둔 덕분에 그냥 옮기기만 할 뿐이고, 손님도 우리 두 명뿐이라 여유가 있는 거겠지만.

나도 쥬시마츠도, 이런 최상의 서비스를 받아본 적이 없으니까 올바른 판단은 못하겠지만, 적어도 카라마츠의 움직임은 그간 몇 번인가 보아온 라이야씨의 움직임만큼이나 우아하고 세련되어 보였다.

그렇게 생각한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디저트와 식후 커피마저 다 마시고, 계산 하는 척을 하며 다시 레스토랑을 나온 나와 쥬시마츠가 타이가씨에게 손짓을 하자, 오너와 토미오씨가 카라마츠에게 박수를 보냈다.

[진짜 굉장하잖아, 카라마츠군! 이거라면 안심하고 맡겨도 되겠어]

[그러니까. 라이야보다도 상큼하던 걸]

[시끄러, 아저씨들!]

두 사람을 물어뜯을 듯 노려보며 소리치던 라이야씨는 볼을 잔뜩 부풀리곤 카라마츠에게 다가갔다.

[, 진짜 짜증나. 이몸이 몇 년이나 걸려서 몸에 익힌 걸 단 몇 시간만테 마스터하다니! 열 받아!]

[그런 거 아닙니다]

상큼한 웨이터에서 평소의 카라마츠로 돌아온 녀석이 눈썹을 살짝 낮추며 말했다.

[나는 단순한 연기니까요. 설정B의 웨이터를 연기할 때만 그 움직임이 가능합니다. 라이야씨처럼 몸에 익은 행동이 아니니까요. 긴장을 늦추면 바로 원래대로 돌아올 걸요]

거기서 한번 한숨을 내쉬고, 낮췄던 눈썹을 다시 반듯하게 올리고 눈에 힘을 줘 말한다.

[하지만, 제대로 연기해 보이겠습니다. 그러니까, 라이야씨는 부디 누님 곁에 있어주세요]

놀란 건지, 라이야씨의 눈이 커다래지더니, 곧 힘을 빼고 하핫, 하고 웃는다.

[건방진 말 하기는-]

일어나 카라마츠를 내려다보던 라이야씨는 그대로 카라마츠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고는 오른손을 슥 내밀었다.

[부탁할게]

악수에 응한 카라마츠는 눈을 가늘게 하고 웃으며 네, 하고 강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 가볼게. 화요일에는 돌아올 테니까]

손을 흔들며 뒤돌아보지도 않고 라이야씨는 펜션을 나갔다.

[뭐야, 점심 정도는 먹고 가지]

안 먹고 갈거면, 담아서 가져가기라도 하지, 라고 덧붙이며 토미오씨가 부엌으로 향했다.

[더는 한심한 모습 보이기 싫은 거겠지. - 배고프다. 우리들도 밥 먹자고]

카라마츠군, 라이야 몫까지 먹어도 돼, 라고 덧붙인 오키토라씨가 기지개를 켜며 토미오씨를 뒤따라갔다.

[하핫, 아무리 제가 먹성이 좋아도 2인분은 무리라구요]

마지막으로 카라마츠가 헤실헤실 웃으며 두 사람의 뒤를 쫓았다.

 

극장의 막이 내려간 것처럼, 레스토랑의 안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하다.

어쩐지 아직도 꿈을 꾸는 듯한 기분에, 나는 손짓에 이끌려 타이가씨 건너편에 앉았다. 쥬시마츠도 따라 옆에 털썩 주저앉는다.

[설정B, 어떤 인물로 설정한 건가요?]

[계속 동경해오던 웨이터 일을 처음 하는 청년. 일이 즐거워 참을 수 없음이라고 썼어. 그 뒤의 세세한 부분은 녀석이 덧붙인 거겠지]

그런 간단한 말로 녀석은 다른 사람이 되는 걸까, 감탄을 넘어서 살짝 두려울 정도다.

[놀랐어?]

[. 솔직히, 다른 사람 같아서]

[괜찮아, 자기도 연기하고 있다는 걸 자각하고 있으니까. 부상의 후유증도 없어 보이고, 다행이네-]

욱신, 가슴이 아파오는 건, 나보다도 카라마츠를 더 잘 아는 선배에 대한 질투와 죄책감 때문일 테지.

[저 상처, 저희 형제가 그런 거예요]

입밖으로 튀어나온 말들은 자신이 저지른 짓이 얼마나 지독한 짓이었는지를 재확인시켰다.

나는 이 손으로, 카라마츠를 죽일 뻔했다. 죽이지 않았다 하더라도, 녀석의 자유를 빼앗을 뻔했다.

괴롭다, 녀석의 몸이 무식할 정도로 건강했던 덕분에 목숨에 지장이 없었지만, 머리는 7바늘을 꿰맸고, 왼팔과 왼발은 뼈에 금이 갔다.

그랬구나, 라고 중얼거린 타이가씨는 어째선지 나와 쥬시마츠의 머리를 슬쩍 쓰다듬었다.

[이미 반성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너무 녀석을 괴롭히진 말라고. 저 녀석 우리 간판 배우니까 말이야]

[카라마츠형, 그 때, 타이가씨한테 갔어?]

[왔어, 붕대를 감은 채로 말이야. 오랜만에 축 쳐져서 왔으니까, 기분이 풀릴 때까지 같이 대본을 읽었지]

저 녀석, 우리 때문에, 우울증, 다시 생겼을 거야, 분명, 몇 번이고 죽여왔겠지. 진짜로 죽지 않도록.

죽을 만큼 괴로웠을 텐데, 살기를 택해준 거구나.

[역시, 알고 계셨군요. 카라마츠의, , ]

내가 말하기를 망설이자, 타이가씨는 그걸 헤아리곤, 알고 있었어, 라며 끄덕였다.

[부활동 하면서 몇 번이고 실신했을 정도니까, , 부장이었고, 내버려둘 수가 없었거든. 그래서 물어봤는데, 솔직히 쇼크였어. 그래도 연극부에 넣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 조금은 치유가 되는 것 같았으니까]

이 일을 계기로, 타이가씨는 심리학을 배우게 되었다.

임상 심리사의 자격증을 따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지만, 아르바이트까지 뛰는 바람에 학점이 떨어져 지금은 휴학중이라고 했다.

한심하게 생각 말라고 선배는 웃었다. 이 사람은 남이나 마찬가지인 후배를 이렇게나 아끼는데, 그에 비해 우리들은 피와 세포를 나눈 형제를 소홀히 했다는 사실이 가슴 아팠다.

[이번에 카라마츠가 너희들 두 사람을 데려와서 엄청 안심했어. 형제한테 연극이나 이런저런 얘기를 제대로 하게 됐구나, 하고]

[우리들이 억지로 말하게 만든 거예요]

그렇게 말하자, 타이가씨는 녀석 고집불통이니까, 라며 살짝 웃었다.

[가능하면 응원해줬으면 해. 나르시스트 탐정은 이제 그만둔 것 같고]

[, 응원할게!! 앞으로는 제대로 형한테 좋아한다고 할 거야!]

[지금이라도 안 늦었다면, 나도, 그렇게 하고 싶네요]

고개를 든 내게 타이가씨는 안 늦었다고, 라며 씨익 웃었다.

나와 쥬시마츠는 그 후, 오너에게 프론트나 벨보이의 일에 대해 이런저런 설명을 들었다.

뭔가를 한번에 외우기는 고교 이래로 처음이라 갑자기 피곤이 쏟아졌다.

게다가, 타이가씨에게 받은 카라마츠의 웨이터 영상 2종류를 의문의 텐션으로 편집하는 바람에, 카라마츠에게 간지럼형을 내리겠다고 결심했던 걸 말끔히 잊어버렸다.

 

다음날부터 카라마츠는 낮에 3시간, 저녁에 4시간, 설정B의 웨이터 연기를 선언대로 깔끔하게 해냈다.

손님이 많은 시간대에는 오너도 웨이터 일을 거들었고, 그 동안에 타이가씨는 주방일을, 나와 쥬시마츠는 로비를 지켰다.

정신없는 2일째가 끝나가는 밤, 프론트를 오너에게 넘기려던 때, 카라마츠는 단 하루만에 연기와 상관없이 라이야와 똑같이 일을 해내게 되었다, 라고 오너가 히죽거리며 말했다.

[라이야한테 말하면 또 삐질테니까 비밀이네]

손가락을 입술에 대며 오키토라 오너는 다시금 씨익 웃었다.

[너희들도야. 덕분에 라이야가 돌아올 때까지 어떻게든 버틸 수 있을 것 같네]

[정말임까? 에헤헤, 아싸아-!!]

이렇게 면전에 대고 칭찬받는 건 엄청 기쁘긴 하지만 그와 마찬가지로 엄청 부끄럽다.

쥬시마츠처럼 솔직하게 기뻐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평소에는 청산유수처럼 터져나오던 말들이 지금은 전혀 나오질 않는다.

그런 내 머리를 쓰다듬고 다시금 새빨개지는 얼굴을 보고, 재밌다는 듯 웃은 오너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따.

[이런 건 나보다 타이가가 더 잘하지]

살짝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오키토라씨는, 조카바보지, 라며 웃는다.

[그 녀석, 극단에서 감독인지 연출인지를 해서 그런지, 사람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게 특기란 말이지]

[그래서 우리들도 그렇게 간단히 채용하신 건가요?]

[그런 것도 있네. 타이가가 데려온 녀석한테 흠은 없었으니까. 이렇게 말하면 실례인지도 모르겠다만, 흥미가 있었거든. 녀석한테 카라마츠군은 종종 들었고, 형제들에 관해서도 들어봤으니까 말이야. 니트라는 거라든가]

[하하, 부끄럽네요]

[, 하지만 같이 일해 보니까, 역시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단 걸 깨달았네. 자네들, 괜찮은 녀석들이야]

그렇지 않다, 고 생각한다. 나는 자격증도 갖고 있지 않고, 남보다 뛰어난 점도 없다. 지금은 그저, 이 성가신 성격이 우연하게도 도움이 됐는지 모르지만, 다른 곳이었다면 그다지 쓸모가 없었을 것이다.

[나는 능력보다도 용기를 내느냐 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네]

그러니 자신을 가지렴, 이라고 오키토라씨는 내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눈물이 차오르는 걸 참자, 목이 타들어갈 듯이 뜨거워졌다.

 

한 주가 끝나고 화요일 아침, 라이야씨는 완전히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그것도 완전히 조카바보가 돼서.

큰맘 먹고 입원시킨 게 옳았던지, 누님의 컨디션도 회복되고, 무사히 건강한 딸아이가 태어났다는 모양이다.

[정말 남자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더라니까, 한심하게도. 옆에 있어주는 것밖에 못한다고]

분만실에 따라간 라이야씨는, 장렬한 분위기에 압도된 채 계속 누님의 손을 잡아주고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태어난 게, princess! cute!]

역시 혼혈. 라이야씨는 깔끔한 발음으로 princess를 연발하며 모두가 아침밥을 먹는 옆에서 핸드폰으로 찍어온 사진을 들이밀었다.

사진 속에는 흑발이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여성과, 그 품에 안겨서 푸른색 눈을 반짝이며 이쪽을 바라보는 작고 귀여운 아기, 그리고 두 사람을 지키듯이 누님의 어깨를 끌어당겨 안은 채 사진을 찍는 라이야씨가 있었다. 이거, 누님의 남편분이 있을 자리가 없어 보이는데.

[보라고, 누님이랑 똑같지? 그야말로 princess!! 머리와 눈동자 색은 날 닮았다고!]

[어이, 그 말은 좀 위험하잖나. 네가 말하면 농담이 아닌 것 같다고]

[남들한테는 제대로 격세유전[각주:8]이라고 말하라고-. 네가 아니라 네 아버지를 닮은 거니까]

[아니, 내가 누님을 더럽힐 리가 없잖아. 오히려, 처녀 수태라고 하는 게 더 현실적이겠다]

헤실헤실한 얼굴로 사진을 보면서, 그 멍청한 자식이랑은 안 닮았으니 진짜 그럴지도, 라고 중얼거리는 라이야씨를 본 오너와 토미오씨가, 못 말리겠다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런 시끌벅적한 대화를 바라보며, 형제들 중에 누군가가, 예를 들어 카라마츠나 쥬시마츠가 훗날 결혼을 하고 애를 갖게 되는 상상을 해보았다.

두 사람 다 아이들을 좋아하니 자식바보가 되는 건 틀림없겠지. 행복한 표정으로 두 사람과 똑 닮은 아이를 안고서 내게도 보여주겠지.

쵸로마츠 이것 봐라, 쵸로마츠형 이것 봐! 그래, 라고 말하며 나는 두 사람의 듬직한 팔에 편안하게 안긴 자그마한 생명을 상냥하게 쓰다듬거나 하겠지.

그런 상상을 했더니, 어쩐지 라이야씨의 마음이 무척이나 이해가 됐다.

 

 

 

 

* * *

 

 

 

 

욕실에서 나와 거실로 가니, 먼저 들어갔던 형 두명이 제각기 흩어져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왔어]

그렇게 말한 오소마츠형은 안심한 얼굴로, 빨리 보자고, 라며 날 자리에 앉혔다.

[먼저 봐도 되는데]

[아니아니, 이 편이 감상 말하기 쉽잖아]

이치마츠형은 여전히 방구석에 무릎을 세우고 앉아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눈과 입이 누그러져있다.

1월도 곧 끝이 나는 월요일, 10, 훗카이도에 있는 3명도 이 시간에는 한가한 모양인지 매일 이런저런 연락을 보내온다.

전화 너머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경우도 있지만, 시간을 신경 쓸 필요가 없는 메일도 자주 쓴다.

훗카이도로 가버린 3명과 연락이 닿은 2일후, 오소마츠형과 이치마츠형은 짜고 치기라도 한 듯이 동시에 핸드폰을 사서, 다같이 LINE을 하게 됐다.

둘 다, 카라마츠형이 보내준 사진에 있던 것과 같은 기종을 사와서, 어쩐지 쓸쓸해진 나도 같은 기종으로 바꿨다.

그걸 엄마한테 말했더니, 같이 가게에 가서 사면 깎아줄지도 모르는데, 라고 했다.

아니, 상가의 옷가게랑은 다르다구, 마츠요씨.

오소마츠형의 재촉에 내 핸드폰 잠금을 해제하자, 내게도 세명과 똑같은 메일이 와있다.

쵸로마츠형은 선언대로 쥬시마츠형과 카라마츠형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종종 보냈다.

그 동영상의 편집기술의 퀄리티가 신경 쓰여서 검색을 좀 해봤더니, 우리 삼남님은 아이돌 오타쿠 동료들과 함께 동영상을 편집해 올리곤 했던 모양으로.

발견한 계정의 팔로 수는 3만을 넘어, 글 수는 그렇게 많지 않지만 평가는 모두 높아서 단골 랭킹러였다. 솔직히 좀 깼다.

춤춰보았다, 같은 영상이 많았는데. 예의 하시모토 냥으로 시작해서 여러 아이돌의 곡에 맟춰, 딱 봐도 오타쿠스러운 복장의 남성 세명이, 외형만 봐선 상상이 안 되는 발랄한 댄스나 오타계 댄스 등을 선보였다.

다들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센터에서 제일 신나서 추는 게 우리 삼남이라는 걸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게다가, [신강림!] 이나 [야생의 프로] 같은 코멘트가 넘쳐나는 걸 봤을 때의 나는 거의 부처의 경지에 오를 정도로 모든 것을 체념한 수준이었다.

 

[그럼, 우선 쵸로마츠부터]

오소마츠의 말에 메일함을 열었다.

오늘은 캐릭터 붕괴 주의!라는 제목으로 짧은 영상이 첨부되어 있었다.

같은 얼굴인데 엄청난 미남으로 봐버리는 난 이미 틀린 걸지도 몰라

라는 드물게 담담하게 적어 보낸 문자에서 쵸로마츠형의 감정이 명백하게 드러났다.

재생버튼을 누르자, 진지한 얼굴의 카라마츠형이 하얀색 셔츠의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고, 나비넥타이를 한 채 위에 단추를 하나 풀어헤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바가 있다고 했으니까 아무래도 그 장소의 일부인지, 당구대 앞에 서서 팔짱을 끼고 오른손을 턱에 댄 채로 공의 위치를 내다보고 있다.

살짝 낮은 위치에서 찍는 바람에, 어쩐지 깔보는 듯한 기분, - 이거, 위험하다.

나인볼(당구의 종목 중 하나)을 하는 건지, 8번은 브레이크 샷으로 이미 떨어졌고, 테이블에는 7번과 9번만 남아있다.

하지만, 수구에 가까운 건 9, 어떠한 테크닉을 써서 먼저 안쪽의 7번을 떨어뜨려야 승산이 있다.

천천히 당구대를 둘러본 카라마츠형은 수구 근처에 멈추고는 자세를 낮춘 후, 먹이를 쫓는 맹수 같은, 평소에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두 적구를 쳐다본다.

정면샷에 줌까지 땡기다니, 쵸로마츠형, 이러면 내가 노려지는 것 같잖아.

목표를 정한 건지 큐대를 다시 고쳐 잡는다. 눈을 가늘게 뜨고 딱, 하고 수구를 한번에 쳐낸 카라마츠형은 씨익 입가를 올려 웃는다. 그 표정에서 수컷의 향이 넘쳐흘러 깜짝 놀랐다.

이것 봐, 역시 위험하다고!! 네네, 알겠다구요. 엄청난 미남이란 거 알겠다구요!

, 꽤 하는데

아아. 좋은 궤도로군

같이 아르바이트 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손님일까. 낯선 남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 남자들의 말대로, 따닥, 하고 흰색공은 당구대 끝에 부딪혀 궤도를 바꾸고 7번공을 친다.

데굴데굴 구멍에 이끌리듯 굴러간 7번공은 그대로 떨어진다.

그걸 끝까지 지켜본 듯, 큐볼은 다시 모서리에 부딪혀 날아가 하나 남은 9번공에 직격한다.

Bien!

박수와 환호성 사이에 외국어가 섞여 들려온다.

이미 카라마츠형의 특기는 실컷 봤기에 그다지 놀라지는 않지만, 정말 당구 같은 건 어디서 배운 건지.

으갹! 당했다아! 너 말이야, 선배한테 져준다던가 그런 거 없는 거냐?

모습은 보이지 않고 목소리만 들리는 상대는 나가소네 타이가씨인 것 같았다. 카라마츠형을 아르바이트에 꽂아준 장본인이자 연극부의 전 부장.

죄송합니다. 그걸 조절할 정도로 잘하지는 않아서

큭큭 웃으며 말하는 카라마츠형은 아까까지 보였던 짐승 같은 모습은 어디로 가버린 건지, 평소처럼 폼도 잡지 않은 채 눈썹을 아래로 낮추며 오히려 귀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런 걸 볼 때마다 어쩐지 분해진다. 어째서 저 미소를 보이는 게 내가 아닌 건지.

무심코 흘러나온 한숨. 오소마츠형도 같은 타이밍에 한숨을 내쉰다.

[정말 카라마츠형한테서 안쓰러움을 빼버리면 위험하네]

이제, 이거 그냥 단순한 훈남이잖아. 같은 얼굴이라고 아무도 생각 안 할걸.

[그러게-. 내 동생, 완전 멋지잖아]

내 말에 동의한 오소마츠형은 말투와 달리 살짝 쓸쓸한 표정을 짓는다. 그 마음, 충분히 이해는 간다. 지금까지 몰랐던 카라마츠형의 모습을 볼 때마다, 어쩐지 마음의 거리마 멀게만 느껴진다.

[이치마츠, , 티슈]

오소마츠형이 각티슈를 던진 곳에는, 이치마츠형이 얼굴을 붉힌 채 헉헉 거리며 코피를 흘리고 있었다.

? 설마, 아까 그 짐승 같던 카라마츠형한테 흥분한 거야?

 

이치마츠형이 코에 휴지를 말아넣는 걸 흘끗 보고는, 쵸로마츠형한테 온 동영상을 끄고 다음 메일인 쥬시마츠형의 메일을 열었다. 쥬시마츠형은 사진과 영상을 보내왔다.

사진은 삼남이 딱 붙은 침대 옆까지 굴러가서 차남의 팔을 껴안고 자는 장면이었다.

형들이 사이가 좋아 보여서, 나도 기뻐!! 손을 잡고 자면, 그 날의 싱크로율이 높아진대!

쥬시마츠형, 단순히 손을 잡기만 한 레벨이 아니라고, 이거. 그보다, 쵸로마츠형 우리집에서는 가만히 누워서 잤으면서, 이렇게 굴러다니다니. 원래도 높은 카라마츠형과의 싱크로율을 그렇게 더 높이고 싶은 거야?

동영상은, 두 사람이 판나 코타를 먹으면서, 탱글탱글하네!』『탱글탱글하네라며 겉모습을 본 감상을 동시에 말하고, 스푼을 들어 똑같이 움직여 큰 접시에 담긴 판나코타를 떠 입에 넣으며 맛있어!』『맛있네!라 크게 외치면서 동시에 웃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짜고 치는 거지?!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아마, 두 사람도 무의식이겠지.

[우와-, 놀래라. 쵸로짱이 귀여워-]

탁자에 팔꿈치를 대고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말하는 오소마츠형. 말투는 밝지만, 표정은 예전의 미소와 어딘가 다르다.

[이거, 위험한데. 쥬시마츠형과 카라마츠형이라면 이해하지만, 쵸로마츠형한테 이런 깜찍함 없으니까]

그렇게 답하자, 오소마츠형은 그렇지? 라고 말하며 다시 핸드폰을 들여다본다.

세 사람이 나간 후부터, 장남은 어딘가 부족한 듯한 미소를 곧잘 짓게 되었다.

하는 말이나 말투는 그렇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표정은 나이에 맞게 어쩐지 차분해졌다. 처음에는 위화감만 들었지만, 2개월이 지난 지금은 조금 익숙해졌다.

흘끗, 방구석을 보자 이치마츠형이 이번에는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번민하고 있었다.

뭐어, 이해는 하지만.

 

마지막 한 통, 카라마츠형한테서 온 메일에는 사진이 2개가 왔다.

두 사람 다 제법 호텔 종업원답지 않나

라는 메시지와 함께 첨부된 사진 한 장에는, 제복차림의 쥬시마츠형이 오른손에는 손님의 짐을 들고, 왼손으로는 여성손님을 에스코트하고 있었다.

쥬시마츠형이 뭔가 재밌는 말이라도 한 건지, 여성과 그녀의 부모님이 즐겁게 웃었고, 쥬시마츠형도 마찬가지로 기뻐보였다.

소매에서 제대로 손을 내놓고, 긴 바지를 입은 쥬시마츠형은 입을 헤- 하고 벌리지도 않았으며 초점도 제대로 맞았다.

다른 한 장은, 쵸로마츠형이 프론트에서 손님을 상대하는 사진이었다.

깔끔하게 정돈한 머리에, 단추를 목 끝까지 채운 셔츠. 본가에 있을 때와 그다지 변하지 않았지만, 어쩐지 세련되어 보이는 게 미스테리다.

화를 내는 것도 식는 것도 빠르고, 희로애락이 금방 얼굴에 드러나는 삼남이, 이렇게 차분한 표정으로 접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당구에서 이겨서, 리프트 할인권을 얻었다. 그래서 모레 셋이서 타러 갈 예정이다~

그렇구만, 할인권이 걸려 있어서 그렇게 진지했던 거구나.

내기에 약하다는 점은 변하지 않은 것 같아 나는 조금 안심을 한다. 게다가 어미에 물결표시 붙이는 것도 변하지 않았고.

펜션 근처에 스키장이 있어 쉬는 날에 종종 간다는 걸 얼마전에 들었다.

그 직후에 보내온 동영상에, 쵸로마츠형이 스키, 카라마츠형과 쥬시마츠형이 스노보드를 타고 있었다. 세 사람 다 프로 선수 못지않은 실력이었다.

[......모레가, 기대 돼]

어느새 부활한 이치마츠형이 구석에서 조용히 중얼거리낟.

[그렇네. 분명 엄청난 동영상을 또 보내오겠지?]

고개를 끄덕인 이치마츠형은 입가가 평소보다 살짝 올라가 있다. 오소마츠형과는 다른 방면으로 사남은 변했다.

어떤 화학변화를 일으킨 건지, 카라마츠형과 연락이 닿고 이틀 후, 이치마츠형은 갑자기 아르바이트를 하기 시작했다.

이력서를 쓰는 모습을 봤을 땐, 너무 놀라서 살짝 이성을 잃을 정도였다!

아르바이트 장소가 우연히 카라마츠형이 일했던 곳이어서, 그것을 계기로 친구라곤 고양이밖에 없던 이치마츠형이 직장 사람들과도 곧잘 지내는 모양이다.

때때로, 카라마츠형한테 걸려오는 전화를 받을 때 목소리가 전보다 부드러워진 건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오히려 카라마츠형을 좋아한다는 걸 조금도 숨기지 않아서 살짝 기분 나쁠 정도다.

 

두달 동안, 나도 다소의 성장을 거쳤다.

이치마츠형보다 일주일 늦게, 대략 12월 중순부터 셀렉트샵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카페 아르바이트만으로는 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지만, 카페나 음식점 같은 가게에서는 카라마츠형을 이길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섹시계? 큐트계?라는 제목으로 동영상을 보내온 건 쵸로마츠형. 세명이 저쪽에 가고 대략 5일 정도 지났을 무렵의 영상인 것 같았다.

눈앞에서 이걸 당했다고. 나랑 쥬시마츠의 기분을 느껴!!라며 뒤에 빠직 표시를 붙인 문자에, 뭐지? 라며 궁금증을 안고 누른 링크에는, 어떤 동영상 사이트로 넘어갔다. 아무래도 삼남의 계정인 듯, 한정적으로 공개된 동영상이 올라와 있었다.

문자와 효과음, 무의미하게 편집 된 영상 속에서 카라마츠형이 섹시함과 큐트, 두가지 버전의 웨이터로 변신해 있었다.

오소마츠형한테 카라마츠형이 옆 카페 일을 도왔다는 걸 듣긴 했지만, 어째서 갑자기 이런 게 가능한 거야?!

섹시 버전은, 웨이터라기보다 호스트에 더 가까워, 나로는 도저히 쫓아갈 수 없는 요염함이 넘쳐흘렀다.

큐트 버전은, 분위기만이라면 나도 가능할 정도였지만, 손끝까지 하나하나 신경을 쓴 그 몸짓만큼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딱히 나와 겨루겠단 생각으로 보낸 건 아니란 걸 알지만, 카라마츠형 이상의 퍼포먼스는 나로선 불가능하단 것이 억울했다.

그래서, 카라마츠형이 못하는 분야에서 열심히 해보자고 생각해서 고른 것이 옷가게 아르바이트.

손님을 접대하는 건 카페나 여기나 마찬가지지만, 다루는 게 음식이 아닌 의복이라면 내 특기니까 자신 있다.

안쓰러운 복장의 중2병이 연기였다는 모양인데, 가죽재킷이나 커다란 해골이 박힌 벨트는 자기가 좋아서 입은 거라고 하니까.

안 어울렸던 건 아니지만, 카라마츠형의 패션센스가 좀 그렇다는 걸 알게 되어 기뻤다.

마음에 들어 하던 퍼펙트 패션은, 어떤 심정으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처분해 버린 것 같고, 돌아올 때 내가 세 사람의 옷을 코디해주자, 그렇게 결심했기에 아르바이트 중에도 형들에게 어울릴 코디를 생각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하루라도 빨리 만나고 싶다.

크리스마스에 맞춰서 음식을 보내줬는데, 전화로 고맙단 말밖에 전하지 못해 조금 슬펐다.

그럴게, 펜션의 주소도 이름도 알려주지 않았고, 보내오는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특정할 수 있을만한 정보마저도 적어서, 검색으로 몇 가지 후보를 추려봤지만 세명이 있는 정확한 장소를 알아내지는 못했다.

안다고 해서 만나러 갈 용기는 없지만.

그래서 요즘 들어, 빨리 돌아와 줬으면 좋겠네, 라고 생각하는 일이 많지만.

나도 그렇게 솔직한 성격이 아니니까, 본심을 직접적으로 전하지는 못한단 말이지.

 

 

 

 

 

* * *

 

 

 

 

 

[Bonjour, frères Matsuno! (안녕, 마츠노 형제!)]

[우오!]

[우악!]

[우햐!]

화요일 아침, 유니폼으로 갈아입으려 휴게실에 들어선 순간, 누군가가 우리 셋을 확 끌어안는다.

범인은 실벵 니베르씨, 지난주부터 아프로디테방에 묵고 있는 프랑스인으로, 패션 디자이너라고 한다.

나는 그 브랜드를 들어본 적이 없었기에, 토도마츠한테 얘기했더니 이러니까 싼티마츠형은-’ 이라며 비난을 퍼부었다. 그리고는 20분가량을 거창하게 설명했다. 아무래도 유명한 브랜드인 모양.

[아아, 좋은 아침입니다, 실벵씨]

[실벵씨!! 오하, 4, 6, 3노 겟츄-!!]

[Bonjour, Sylvain! Vous êtes aussi belle que toujours. (좋은 아침입니다, 실벵. 당신은 언제 봐도 아름답군요)[각주:9] ]

카라마츠가 오랜만에 폼을 잡고 늘씬하고 고운 갈색 손등에 입을 맞추자, 실벵씨가 아이 차암~이라며 몸을 배배 꼬았다.

뭐라고 말했냐고 옆에 있던 차남에게 작은 목소리로 묻자, 오늘도 아름답군요, 라고 했단다.

2병 캐릭터는 관뒀지만, 카라마츠는 결국 이런 로맨틱하고 오글거리는 게 좋은 모양이다.

[우후후, 아침부터 기분이 좋은 걸! , 그보다 쥬짱 그 용로쿠(앞에 쥬시가 한 4,6,3노 겟츄)란 게 뭐야?]

[으음, 야구 용어야!]

야구 정말 좋아하는구나, 라고 그녀는 웃으며 쥬시마츠에게 말했다.

[아침 같이 드실래요?]

[으음. 그래도 괜찮아, 쵸로짱? 사실 일식이 먹고 싶어서 카라짱한테 부탁하러 온 참이거든]

부탁이라니, 우리 차남의 답은 정해져있을 텐데.

[Bien entendu(물론이죠!)]

이 대사는 몇 번이고 들었으니 나도 기억하고 있다. “물론이죠!” 였지.

발랄하게 앞치마를 두른 카라마츠를 본 실벵씨는 귀여워서 버틸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표정 지어도, 안 줄 겁니다. 이건 우리 차남이라구요.

 

모델도 겸해서인지, 키도 크고 몸매도 좋다. 머리는 옅은 핑크빛의 숏컷으로, 얼굴도 예쁘장한 미형이지만, 그녀는 어엿한 남성. , 오카마다.

그녀가 체크인했을 때 내가 프론트 담당이어서, 오너에게 미리 일본어가 가능하다는 것도 오카마라는 것도 들었지만, 시커먼 코트에 몸을 감싼 키 큰 여성이 날 내려다보고 있어서 솔직히 식은땀을 흘렸다.

[, 봉쥬르 마담 니베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카라마츠에게 배운 프랑스어를 더듬더듬 말하자, 무슈가 아니라 마담[각주:10]이라고 한 게 마음에 들었던지, 실벵씨는 활짝 웃었다.

[, 옮겨드리겠슴다!]

마침 장부 기록을 끝냈을 때, 쥬시마츠가 기운 좋게 등장했다. 나와 같은 얼굴이어서인지 실벵씨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 Bonjour, madame! Bienvenue à Ville Étoile! (안녕하세요, 마담! 빌라 에투알에 어서오세요!)]

게다가, 룸 서비스를 끝내고 돌아오던 카라마츠가 등장하자 그녀는 배를 부여잡고 웃기 시작했다.

[Êtes-vous triples?! (너희들 세쌍둥이니?!)]

[En fait, nous sommes sextolet. AhSorry, I can't say in French. The other brothers are at home. (사실, 여섯명입니다.[각주:11] ...죄송해요, 프랑스어를 잘 못합니다. 다른 형제들은 집에 있어요) ]

중간에 영어로 바꿔 말하며 미안하다는 듯 눈썹을 축 늘어뜨리는 카라마츠의 어깨에 실벵씨가 손을 툭 얹으며 씨익 웃었다.

[괜찮아. 여긴 일본이니까. 프랑스어를 사용해준 것만으로 기뻐! 발음이 엄청 좋구나! 그보다, 6명이라니, 굉장한 걸. 처음 봤어]

원어민에게 칭찬을 받아 기뻤던 건지 카라마츠가 수줍은 듯 웃는다. 그 미소는 내가 봐도 귀여웠는데, 역시나 이 누님에게도 그랬던 건지 어머나~ 라고 외치며 카라마츠를 확 껴안았다.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지 그대로 안겨 있는 카라마츠, 어떻게 해야 될지를 몰라 멍하니 서있는 나와 쥬시마츠. 이 수습 불가능한 상황을 정리해준 건 오너인 오키토라씨였다.

[얌마, 실벵! 우리 종업원은 터치 금지라고!]

아무리 친구라지만 상대는 손님. 하지만 가차 없이 핑크색 머리에 꿍, 하고 주먹을 박는다.

[아프다구! 무슨 짓이야]

[내가 할 말이거든. , 내려 놔 얼른!]

[또 귀여운 애들을 뽑았잖아~ 오키토라. 이런 취향?]

[타이가의 후배인 마츠노 카라마츠군과 그 형제인 쵸로마츠군과 쥬시마츠군]

[그렇구나. Sylvain Nivers. 실벵이라고 불러줘]

겨우 움직일 수 있게 된 우리들은 다시 한 번 자기소개를 하며 그녀와 악수를 나눴다.

머무는 동안 즐거울 것 같아, 라고 말하곤 쥬시마츠의 에스코트에 따라 싱글벙글 웃으며 객실로 향하는 그녀를 배웅한 오너가 한숨을 내쉬었다.

[나쁜 녀석은 아니니까, 적당히 봐달라고. 그래도 너무 봐주면 엉덩이 만져대니까 그건 막아]

다행스럽게도 지금까지 우리 셋은 그런 일을 겪지 않았다. 토미오씨가 당하는 걸 본 적은 종종 있지만.

 

카운터식 주방에서 카라마츠가 솜씨 좋게 아침밥을 만드는 걸, 우리는 똑같이 턱을 괴고 바라보았다.

국물을 내는 동안에, 된장국에 넣을 유부와 소송채를 썰고, 계란말이를 뒤집고, 그릴로 생선을 굽는 걸 잠자코 보았다.

잘도 저렇게 한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구나, 싶었다.

나는 요리에는 재주가 없다. 요리를 태운다거나 간을 못 맞춘다거나 하는 문제가 아니라, 한 번에 여러 음식을 만들어낼 수가 없는 것이다. 한가지 음식을 만드는 거라면 괜찮지만, 다양한 음식을 만드는 게 도무지 되질 않아서, 한끼 식단을 차려내거나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된장의 냄새가 감돌고, 오너와 토미오씨, 타이가씨, 라이야씨가 들어왔다.

[-, 럭키. 카라마츠의 아침!!]

[Bonjour! 실례 좀 할게. 타이가, 여기로 와]

실벵씨 말대로 타이가씨가 싱글벙글 웃는 실벵씨 옆에 앉고, 다른 셋은 뒷자리에 앉았다.

앞치마를 벗은 카라마츠가, 나와 쥬시마츠 사이에 앉음과 동시에 다들 손을 합장했다. 나는 우선 된장국을 먹었다.

본가에서 쓰는 된장과는 달라서인지 엄마가 해주는 된장국과는 맛이 달랐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맛에 익숙해졌다.

[어머, 이 달걀 맛있네. 너희 마마의 맛?]

[. 어머니께서 가르쳐준 겁니다]

[그렇다기 보단, 이미 카라마츠의 맛이나 마찬가지지만요. 중학교 때부터 녀석이 도시락을 만들어 줬거든요]

[나도, 카라마츠형의 달걀말이 좋아해!!]

오늘 건 김이 들어있었다. 기쁜 걸, 내가 좋아하는 거야.

[그렇군. 어쩐지, 많은 양의 요리에 익숙해 보이더라니]

뒤쪽 테이블에서 말한 건 토미오씨였다. 그야, 우리는 8인 가족이니까. 게다가 고교 시절에는 형제들 전원 식욕이 엄청났었고.

오너가 된장국의 맛을 칭찬했고, 나는 연어가 딱 알맞게 구워져서 좋다며, 라이야씨가 덧붙였다.

[, 언제라도 좋은 사위가 될 수 있겠는 걸]

[우리 집에 와도 된다고? 세명 묶어서, 대 환영!]

농담을 던진 타이가이쎄 실벵씨가 진지하게 말을 덧붙였다.

그런 대화를 들으면서 카라마츠가 쑥쓰러운 듯, 하지만 기쁜 듯한 미소를 지었다.

, 돌아가고 싶지 않아. 라고 갑작스럽지만 그렇게 생각했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다. 왜 이 타이밍에 그런 생각을 했던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곳에 계속 있고 싶다고 생각했다.

 

[잘 먹었습니다. 엄청 맛있었어!]

다 먹은 실벵씨는 방으로 돌아가려 자리를 떴다.

카라마츠의 앞치마 차림에 영감을 얻었으니, 잊어버리기 전에 그려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오늘은 청소 안 해도 괜찮아]

[알겠습니다. 나중에 시트만 교체하러 가겠습니다]

토미오씨와 카라마츠는 오늘의 메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고, 아직 시간이 남은 라이야씨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읽었다.

타이가씨와 오너가 옷을 갈아입으러 나가려는 순간, 벤씨와 유메노씨가 출근했다.

가볍게 인사를 나눈 두 사람의 뒤로, 위장복을 입은 체격이 좋은 남성이 무표정으로 서성거렸다.

[여어, 지에이. 좋은 아침]

토미오씨의 인사에 가볍게 손만 꺼내 든 그 사람은 유메노씨의 남편으로, 벤씨의 사냥 동료이기도 했다.

일본인답지 않게 뚜렷한 이목구비, 흰머리가 드문드문 섞인 장발을 질끈 묶었고, 구레나룻과 턱수염이 길게 연결되어 자라있었다. 귀에는 귀걸이, 발목부터 온몸을 담쟁이 넝쿨이 휘어감은 듯한 문신이 있었다. 그리고 왼쪽다리는 허벅지 중간부터 의족이었다.

이 모습만 봐선 테러리스트로 오인 받을 법도 하지만, 마루이케 지에이씨는 오키토라 오너의 구급대원 시절 동료로, 지금은 동사무소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이다.

부상을 당해 구급대원을 그만두고, 원래 인간보다 식물을 좋아했다며 삼림 관리과에 재취업했다고 한다.

주에 몇 번인가 유메노씨를 데려다주고 데리러 오기에 자주 만나지만,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주고받게 된 건 최근이다.

유메노씨가 말하길, 부끄럼쟁이라서 그렇다고 한다.

[날씨가 개서 다행이구만. 좋아, 슬슬 나갈까. 쥬시마츠, 겉옷 챙겨라]

[여기있슴다!!]

설렘 가득한 표정으로 코트를 입은 쥬시마츠, 카라마츠가 그걸 흐뭇하게 바라보며 벤씨와 지에이씨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쥬시마츠를 잘 부탁합니다]

[, 우리가 쥬시마츠랑 같이 가고 싶은 것뿐이라고. 그렇지, 지에이?]

벤씨의 말과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는 지에이씨에 카라마츠는 안심한 듯이 옅게 웃었다.

[벤씨, 차랑 식사 준비했으니까 가져가]

토미오씨가 내민 보온병과 봉투를 받아든 쥬시마츠가 스노 부츠를 제대로 고쳐 신고는 히죽 웃었다.

[그럼 다녀오겠스루-!!]

[아아, 조심히 다녀와라]

[두 분 말씀 잘 듣고, 위험한 행동하면 안 되는 거, 알지?]

[알고 있다구요, 쵸로마츠 엄마!]

사슴 사냥을 떠난 셋을 배웅한 나는 유메노씨와 서로 눈이 마주쳐, ‘오늘도 청소 힘내요!’라는 의미를 담아 서로 고개를 끄덕였다.

 

로비를 둘이서 반짝거리게 닦아둔 후, 분담해서 각자 객실로 향했다.

스키여행을 온 사람들은 대개 아침 일찍부터 나가서 방이 비어있는 경우가 많으니까 우선적으로 청소한다. 쓰레기를 한 곳에 모아두고, 먼지를 털고, 방 구석구석 청소기를 돌린다.

시트와 수건 등을 교환하고, 화장실과 세면대, 욕실을 깔끔하게 닦아둔 뒤에는 마지막으로 현관을 쓸어 정리한다.

, 만족. 깔끔해진 방을 보는 건 역시 기분이 좋네. 방과 함께 내 마음도 깨끗해지는 듯한, 좀 과장이긴 하지만, 그런 느낌이다.

3개의 정리를 끝내고, 다음 방으로 이동하려 로비로 돌아가니, 옆쪽 복도에서 걸어오던 손님과 눈이 마주친다.

[안녕하세요. 하나요시씨]

[아아, 안녕. 쵸로마츠군]

일주일 전부터 아폴로 방에 묵고 있는 우사기 하나요시씨. 한자만 봐선 여자이름 같지만, 읽을 땐 [하나요시]라고 읽는다.[각주:12]

아름다운 꽃[각주:13]이란 이름대로 미남자다. 젊은 나이로 컨설턴트 회사를 운영하는 우수한 사람으로, 매년 이 시기에 몰아서 휴가를 받아 이 펜션에 묵는다는 모양이다.

[식사하러 가시는 건가요? 이곳에서 드실거라면 그 사이에 제가 방을 청소해둘게요]

[그럼, 그럴까]

이 사람은 아침에 약한 모양인지, 늘 점심 전에 일어나 느긋하게 밥을 먹는다.

[, 바니, 좋은 아침, 이라고 해도 벌써 점심 때지만-]

[나는 바니가 아닙니다. 게다가 언제 일어나든 제 자유 아닙니까]

프론트에 돌아온 오너가 하나요시씨를 놀렸다.

이건 뭐, 늘상 있는 일로, 성이 [우사기[각주:14]]라서 [바니]라는 단순한 별명을 오너가 붙인 모양이다.

본인은 엄청 싫어하지만, 매일 꼭 한 번은, [바니]라고 불리는 게 일상이다.

[성으로 부르면 이 아저씨가 놀리니, 괜찮다면 이름으로 불러주시겠습니까?]

체크인할 때, 옆에서 히죽거리는 오너에게 질색이란 표정으로 그렇게 말해서, 나는 [하나요시씨]라고 부르고 있다.

[밥 먹을 거면, 휴게실로 가. 이제 곧 붐빌텐데, 네가 오랫동안 자리 차지하고 있으면 방해라고]

실벵씨도 그렇고, 하나요시씨도 그렇고 오키토라 오너는 단골손님한테 너무 엄하다.

그래도 매년 찾아오는 걸 보면 사이가 좋은 거겠지.

[네네, 알고 있다구요]

하품 섞인 말투로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 휴게실로 향하는 하나요시씨를 바라보며, 카라마츠한테 무선을 넣는다.

무슨 일인가, 쵸로마츠?

[하나요시씨, 점심 드시러 그쪽으로 갔으니까]

그래, 알겠다

올해는 홀담당으로 라이야씨 말고 다른 직원이 있다는 걸 알고, 하나요시씨는 뛸 듯이 기뻐하며 브런치 담당으로 늘 카라마츠를 지명하게 됐다.

사이가 나쁜 건 아니지만, 라이야씨도 꽤 이것저것 참견이 많은 사람이니까 조용히 먹고 싶은 사람에겐 좀 거북했을 테지.

오늘 점심 메뉴는 뭘까, 좋은 냄새가 풍겨오기 시작하는 레스토랑을 뒤로하고 아폴로 방으로 향했다.

하나요시씨는 나와 마찬가지로 살짝 결벽증이 있는 듯, 체크인 다음 날 방이 깨끗해졌다며 매우 기뻐했다.

[유메노씨 이외의 사람이 청소해서 이렇게나 만족스러웠던 적은 처음입니다!]

라며, 이름대로 주변에 꽃이 만발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아름다운 미소로 말했다. 기쁘지 않을 리가 없다. 나는 칭찬 받으면 더 성장하는 타입이기도 하고.

내일도 점심때까지 푹 쉬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방을 구석구석 청소했다.

다른 방보다 15분의 시간을 써 청소를 끝내고, 만족감에 젖어있다 보니, 또 다시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여기에 있으면 쥬시마츠도 카라마츠도 엄청 즐거워 보이고, 나도 즐거운 걸.

그럼, 돌아갈 필요 따위 없잖아?

 

 

 

 

* * *

 

 

 

 

1월이 끝에 다다른 화요일, 아침 6.

평소라면 자고 있을 시간대에 일어나서 부모님과 마주 앉아 밥을 먹는다.

오늘은 아르바이트가 있는 날. 7시부터 4시까지 일해서 일당 9280엔을 받는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오렴. 조심하고]

엄마가 웃으며 현관까지 배웅하는 건 살짝 오글거리면서도 기쁜 것이 뭔가 오묘하다.

신발을 신고 지갑과 핸드폰을 겉옷 주머니에 넣어둔 걸 확인한 후, 문을 열었다.

찬 공기가 칼날과도 같이 얼굴과 두피를 스쳐지나가, 잠이 확 달아난다.

집에서부터 아르바이트하는 곳까지는 걸어서 20분 정도. 아직 어둑어둑한 탓인지 사람이 없어 한산한 거리를 조용히 거니는 건 꽤 기분 좋은 일이다.

 

여섯 형제들 중에서 반이 집을 나간 걸 깨달았을 때, 나는 지금까지의 자신의 행적을 돌아보곤 우울감에 빠졌다.

밥을 씹어 삼키는 것조차 고역일 정도로 위축되어 있었고, 쵸로마츠형한테 혼쭐이 났을 땐 심장이 멎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카라마츠의 목소리를 들은 것만으로 다시 회복되는 걸 보면 나도 정말 단순한 듯하다.

토도마츠와 오소마츠형은 카라마츠가 이런저런 일들을 비밀로 하고 있었단 사실에 쇼크를 받은 듯했지만, 나는 오히려 기뻤다.

재주가 뛰어나고 머리가 좋은 뭐든 척척 해내는 차남은, 나 같은 쓰레기는 물론, 형제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자신의 재능을 마땅한 곳에 제대로 발휘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안 하는 니트족이 아닌, 하고 싶은 대로 아르바이트도 하고 연극도 하면서 주변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그 사실이 나에게는 무척이나 기뻤다.

초등학생 5학년 때 처음으로 녀석에게 품었던 순수한 동경을 10년만에 다시금 맛보게 되었다.

이것 봐, 역시 카라마츠는 엄청난 녀석이었잖아? 라며, 어릴 적의 내가 머릿속에서 속삭이며 쿵 하고 가슴으로 떨어졌다. 동경해도 좋아, 라며.

입밖으로 낼 정도로 솔직하게 구는 건 아직 힘들고, 약한 모습을 보여 달라고 할 수도 없지만, 내 안에 소용돌이치던 끈적한 감정은 싹 사라지고 말끔해진 기분이었다.

녀석은 내가 행복해질 것을 믿는다고 했다.

취직할 수 있다든가, 회사에서 잘 해낼 거라든가, 그런 게 아니라, 그저 내가 자신을 소중히 여기기를 바랐다.

마츠노 이치마츠는 나 한 명뿐이라고, 녀석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간질이듯 들려왔을 때, 나는 온몸을 떨어댈 정도로 기뻤다.

나라는 존재를 여섯 쌍둥이로 한데 묶어버린 게 아니라, 제대로 나라는 사람을 인정해주었다.

 

다음날, 전날 자지 못한 몫을 채우듯 오후까지 잔 후, 토도마츠가 만들어둔 잡탕죽[각주:15]을 느긋하게 먹어치웠다.

[감사 인사해도 좋다고?]

라며, 귀염성이라곤 하나 없는 대사를 날려댔지만, 부드럽고 부담 없는 맛이라 온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은 몸이 편해지는 느낌이었다.

슬리퍼를 끌며 밖에 나가자, 지금까지 보아왔던 경치도 어쩐지 새롭게 보여, 지금까지 나는 얼마나 내 안에 갇혀 살았던 거냐며 코웃음을 쳤다.

어제, 토도마츠가 발견한 장소로 가보니, 점심때라 그런지 고양이는 1마리밖에 없었다. 고등어태비의 길고양이가 찹찹 캔을 먹는 걸 보면서, 이자카야의 외벽에 기대어 안쪽에서 들려오는 라디오게 귀를 기울였다.

모여드는 길고양이들과 정체 모를 남성을 못 본 척해주는 이 이자카야의 주인은 영업 준비를 하면서 라디오를 듣는데, 내가 이곳에 올 때 즈음에는 벽 너머로 잔잔하게 음악이 들려온다.

다음은, 아카츠가에 거주 중인 20대 남성분의 리퀘스트입니다. 삼일천하의 아직 늦지 않았어”. 이 곡은 11월에 발매된 싱글앨범 이 몸에 잠든 짐승의 커플링 곡[각주:16]이죠-. 현지 출신 밴드네요, 응원하겠습니다! 아카츠카에 계신 다른 애청자분들도 응원 메시지 잔뜩 보내주세요-

밴드 이름에 깜짝 놀라 벽에 귀를 바짝 붙였다.

내가 좋아하는 현지의 인디 밴드는 11월 말경, 세명이 나가기 직전에 스카웃 당해 메이저로 데뷔했다.

개인용 CD 플레이어를 갖고 있지 않은 나는 CD를 사지 않았고, 그 뒤로 늘 컴퓨터를 빌려주던 삼남은 집을 나가버린 탓에 이 곡을 듣는 건 처음이었다.

그럼, 감상하시죠. 삼일천하, “아직 늦지 않았어

어쿠스틱 기타로 시작되는 전주, 마치 이야기를 하는 듯 노래를 부르는 보컬.

 

이 세계는 조금도 내 생각대로 되지 않아

가령 내가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더라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테지

그렇다고 나는 모든 걸 포기하지 않아

너를 안심시켜줘야 하니까

 

내가 아무리 괜찮다고 말해도 너는 여전히 이 삶을 끝내고 싶어해

그런 말 말고 어떻게든 살아가보는 건 어때?

지금은 괴로울지라도 분명 언젠가는 완전히 뒤바뀔 거라고

아직 늦지 않았어 앞으로 180도 방향전환

 

잃어버린 시간은 돌아오지 않아 이 목숨은 두 번 다시 네게 돌아오지 않아

한탄하기 전에 어떻게든 살아가보는 건 어때?

지금이 괴로울지라도 분명 언젠가는 완전히 뒤바뀔 테니까

아직 늦지 않았어 이제부터 역전극이 시작되는 거야

 

 

벽 너머로도 제대로 전해지는 목소리, 듣는 동안 저녁 때 통화했던 카라마츠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네가, 네 자신을 되찾고, 가능 한 행복해지는 거다

마츠노 이치마츠는, 너밖에 없다. 너는 네가 하고 싶은 대로 살명 된다

아직 늦지 않았다, 그건 내게도 해당되는 말일까.

[냐앙]

뺨에 닿는 까칠까칠한 고양이의 혀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샌가 눈물로 얼굴이 젖어있다.

[, 상냥하네. 위로해주는 거야?]

[냐아아앙]

무릎으로 전해지는 따스함에 잠시 등을 어루만지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마워. 다음에 또 보자]

머리를 쓰다듬으자, 고양이는 지면에 자리를 잡고 앉아 나를 배웅하려는 듯이 이쪽을 바라본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편의점에 들러 토도마츠에게 줄 한정품이란 스티커가 붙은 롤케이크를 사고 무료 아르바이트 정보지를 챙겼다.

 

집에 돌아가니 가족 전원 나간 모양인지 현관이 잠겨있었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케이크를 냉장고에 넣고, 수돗물로 대충 목을 축인 뒤 거실 한가운데에 정보지를 펼쳤다.

3페이지의 한 칸에 시선이 머물렀다.

고딕체의 급구! 라는 글씨와 함께 이중으로 동그라미가 쳐진 구인글은, 쓰레기 수거 아르바이트였다.

학력불문, 미경험자 환영, 당일부터 일할 수 있는 분을 기다립니다!

쓰레기 같은 사람이 쓰레기를 수거하다니, “자신을 되찾는첫 걸음으로 딱이라고 생각했다.

일손이 상당히 부족한 모양인지, 하단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어 보니, 다음날 10시에 바로 면접을 보게 되었다.

쵸로마츠형에게 끌려서 갔던 할로워크에 갔을 때 사뒀던 남은 이력서를 찾아, 같이 발견한 증명사진을 그 위에 붙였다.

가능한 또박또박 글씨를 써내려가고 있으니,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다녀왔어-”라는 토도마츠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서와. 냉장고에 아침의 답례 넣어뒀으니까]

[? 정말?! 고마워-, 아니, 그보다 이치마츠형! 그거, , 설마, 이력서?!]

[, 아르바이트 하려고. 내일, 면접보러 가]

다 쓴 이력서를 봉투에 집어넣으려는 찰나, 갑자기 토도마츠가 내 어깨를 붙잡고는 앞뒤로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 이치마츠형이 아니지!! 우리 사남은 늘 구석에서 무릎을 끌어안고 앉아서 어둠오라를 풍겨대는 히키코모리 니트족이라서 그런 액티브한 일은 안 한다고!!]

토도마츠, 너 그렇게 날이 선 목소리도 낼 수 있구나, 심한 말을 한 것 같지만 뭐어, 스스로도 놀랄 정도니까 어쩔 수 없지.

[아니, 진짜 이치마츠라고. 그러니까, 떨어져 안 그럼 흥분, 해버릴지도]

이번에는 팟, 손을 떼고는 진짜다..라고 중얼거렸다.

[아니, 어떻게 된 거야? 혼자서 콩트라도 하는 거야? 아니면 뭔가 잘못 먹었어? 열이라도 있는 거 아냐?]

혼자서 콩트를 하는 취미는 없고, 열도 없으며, 네가 만들어준 잡탕죽밖에 먹지 않았다고 답하자, 그건 그것대로 문제일지도, 라며 토도마츠가 얼굴을 찡그린다.

[알겠어, 일단 간식 먹으면서 얘기하자]

재빨리 부엌으로 가서 홍차와 내가 사온 롤 케이크를 챙겨 돌아온 토도마츠는 롤 케이크를 숟가락으로 딱 이등분해서 건넨다.

[, 좋아-! 이거 엄청 좋아하거든. 금방 팔려버리니까 자주 먹진 못하지만. , 이치마츠형 거]

억지로 떠넘겨진 숟가락을 쥔 나는 롤 케이크를 먹으면서 어젯밤의 마음 변화를 얘기했다.

입 밖으로 내니 자신이 비뚤어져 있다는 게 더욱 명백하게 느껴져, 이건 절대로 이해받지 못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토도마츠는 아무렇지 않게 잘 됐네라고 말했다.

[엄청 이치마츠 형다운데. 너무 깊게 생각하는 거 아냐? 카라마츠가 멋진 게 하루이틀 일이야?]

일부러 을 떼고 카라마츠를 이름으로 부른 토도마츠는 무척이나 기뻐 보였다.

케이크를 반쯤 먹은 나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다 쓴 이력서를 다시 봉투에 집어넣었다.

[저기, 오소마츠형한테도 제대로 말해두라구?]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면서, 하지만 걱정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 드라이 몬스터는 빈정거리기만 하는 줄 알았는데, 이 녀석도 꽤 상냥하구나, 하고 칭찬인지 악담인지 모를 생각을 했다.

[, 알아. 돌아오면 말할 생각]

그리고 저녁을 먹으면서 아르바이트를 할 생각이라 보고를 하자, 부모님은 뛸 듯이 기뻐했고, 오소마츠형은 한순간이었지만 혼이 빠져나간 듯한 표정을 했다.

 

다음날 아침, 나는 정장을 빼입고 약속시간에 맞춰 면접을 갔다.

오소마츠형에게는 미안하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일하지 않으면 또 몹쓸 인간이 되어버릴 것 같았다.

정차되어 있는 몇 대의 수거차 앞을 지나 건물에 들어갔다. 접수대에 면접을 보러 왔다고 말하자 거기에 앉아있던 여성이 밝게 웃었다.

[어머! 오랜만이네!]

그 말 한마디에 나는 이곳이 카라마츠가 일했던 회사라는 걸 알아채곤 얼굴에 핏기가 싹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맞아, 전화로 그 녀석이 말했잖아. 고등학교 졸업하고 처음에는 건설회사에서 일했는데 그곳이 경영부진으로 망하자 청소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고. 급구! 라는 건 카라마츠의 후임이 구해지지 않았다는 건가. 그렇다는 건 즉, 내가 녀석의 구멍을 메워야 한다는 건가.

얼굴을 새파랗게 질려서 이를 다각다각 떨고 있는 내 행동을 의아하게 생각한 접수처의 여성이 자리에서 일어나 내 등을 살짝 두드렸다.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괜찮아. 이제 곧 면접이니까. 마츠노씨인 걸 알았다면 과자라도 사둘 걸 그랬네]

아니, 나도 마츠노긴 하지만 당신이 아는 마츠노는 아닙니다, 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입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의 안내에 따라 복도를 걷고 있자, 작업복을 입은 남성 두명이 나를 알아보고 역시나 손을 흔들며 말했다.

[마츠노잖아! 돌아온 거냐! 다친 건 다 나았고?]

[, 뭐야, 정장까지 빼입고! , 은근 진지한 면이 있다니까. 사장님도 참 의외로 엄격하다니까 일부러 면접 같은 걸 보고 말이야]

돌아온 게 아니라 오늘이 처음입니다, 선배님. 게다가 녀석의 상처는 저희들이 그런 거구요. 라고 말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지만 목구멍이 착 달라붙어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어느새 회의실이라는 문 앞에 도착해 있었다. 접수처 누님이 가볍게 문에 노크를 했다.

[실례합니다. 면접 보러 왔는데요]

[오오, 그래. 들여보내게]

말하는 대로 얌전히 파이프 의자에 마주보고 앉자, 복도에서 본 남성들과 똑같은 작업복을 입은 사람 두 명이 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사장님도 참 짓궂네요. 마츠노씨라는 걸 말해줬으면 좋았잖아요]

접수처의 누님의 말에 왼쪽에 있던 남성이 말했다.

[그도 마츠노인 건 맞지만 다른 사람이다. 마츠노 카라마츠군의 형제지]

! 그런가요?! 라며 누님이 이쪽을 바라봐, 나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 죄송합니다. , 몰랐어요]

[괜찮습니다. 그런 일 자주 있어서]

정정될 수 있어 살짝 안심한 탓인지 어떻게든 말을 할 수 있게 됐다. 여전히 낮고 위축된 목소리지만.

원래 이런 목소리인데 누님은 내가 목이 말랐다고 생각한 건지 서둘러 차를 내왔다.

[그럼 확인을 위해 이름을 말해주겠나]

[마츠노, 이치마츠입니다]

차를 마신 덕분에 평소보다 조금 밝은 목소리가 나왔다.

면접은 어이없이 끝나고, 나는 그곳에서 바로 채용이 확정되었다. 직무 내용을 듣고, 건물을 안내받은 뒤, 아르바이트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이런 나라도 아직 늦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저물어가는 겨울의 해가 어쩐지 눈부셔 보였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 휴대폰 가게에 들러 집을 나간 세명과 똑같은 기종의 핸드폰을 샀다.

반쯤은 자신을 다그치기 위함이었다. 매달 내야하는 휴대폰 요금이란 목적이 있다면 아르바이트를 계속할 수 있겠지.

나머지 반은 이게 있다면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을 수도 있다는 부적과도 같은 거였다.

집에 돌아가니 오소마츠형이 나와 똑같은 핸드폰을 가지고 있었다. 역시 생각하는 게 똑같구나, 싶었다.

 

그 뒤로 나는 주에 3, 가정 쓰레기를 수거했다.

처음에는 히키코모리 생활로 굳어버린 몸이 너무 무거워서 견딜 수가 없었지만, 2주 정도 지나자 근육통도 사라졌고 지금은 토도마츠와 비슷할 정도로 몸도 튼튼해진 듯하다.

최근에는 같이 목욕탕에 가질 않고, 본인에게 물어보면 화낼 테니까 확신은 못하겠지만.

회사 사람들은 다들 내게도 가볍게 말을 걸어주고, 면접 때 복도에서 만났던 두 사람은 날 카라마츠로 착각한 것에 대해 사과를 했다.

[정말 미안하군. 우리들이 너무 성급하게 굴었어]

[살짝 분위기가 다른 것 같긴 했다만, 다쳤던 탓이라고 생각했거든]

형제들 중 누군가로 착각하는 건 날 때부터 일상과도 같은 일이었으니까, 두 사람의 사과에 오히려 놀랐다.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내가 말하자, 고작 그런 일이 아니잖아, 라고 답했다.

[아무리 일란성이라 서로 닮았다곤 하지만 결국 다른 사람인 거잖나. 다른 누군가로 착각하는 건 그 누구에게나 실례인 일이라고]

그렇게 말해준 사람은 지금까지 없었기에, 나는 놀람과 동시에 기뻤다.

다들 나와 카라마츠를 비교할 거라 생각했는데 아무도 그러지 않아 어쩐지 조금 허탈하기도 했다.

저번의 마츠노는 좀 더 일을 잘 해냈는데, 이번의 마츠노는 그렇지 않다. 같은 말 정도는 들을 거라고 각오했었으니까, 그런 말을 들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인지 나는 스스로도 놀라울 정도로 아르바이트에 금방 익숙해져갔다.

 

화요일은 옆마을에서 타는 쓰레기를 수거하는 날로, 나는 선배 두명과 함께 수거차에 올라탔다.

카라마츠도 옆마을을 담당했었다는 모양이다. 아는 사람들과 마주하는 건 부끄럽다느니 둘러댄 모양이지만, 아마 진짜 이유는 형제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던 거겠지.

니트인 우리들이 이런 이른 아침부터 옆마을에 있을 일은 드물었으니까.

[-, 도착했다고]

담당지역에 도착한 뒤론 줄곧 도로변이나 쓰레기통에 든 쓰레기를 수거차 뒷칸에 던져넣기만 했다.

냄새 때문에 컨디션이 나빠지는 사람도 있다고 하던데, 고양이들이 잔뜩 있는 곳에서 뒹굴어댄 탓에 익숙해진 건지 특별히 힘들지는 않았다.

그런 것보다도 운동부족인 탓에 숨이 찬 것이 큰일이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체력이 붙어서 괜찮아졌지만. 쓰레기를 지정된 봉투에 담았는지나, 타는 쓰레기 이외의 것을 버리지 않았는지 등을 체크하는 것도 전보다 빨라졌다.

돌아다니며 쓰레기를 수거해 차에 싣고, 다시 차를 타고 이동하기를 몇 시간인가 반복한 뒤, 차에 쓰레기가 가득 차면 쓰레기 처리장으로 이동한다. 낮 동안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몇 시간 동안 일을 한다.

모든 쓰레기를 수거하면 회사에 돌아가 목욕을 한다.

카라마츠가 저녁 전에 샴푸냄새를 풍기는 게 좀 의아했었는데, 이유는 이거였던 거구나.

[그럼 이치마츠, 수고했어]

여기서는 이치마츠라고 불린다. 카라마츠를 마츠노라고 불렀으니까 구별을 위해서라는 모양이다.

그런 작은 배려가 조금 부끄럽지만 기뻤다.

[, 수고하셨습니다]

선배들에게 인사를 하고 타임카드를 찍은 후, 마지막으로 접수처의 누님에게 인사를 한다.

[수고하세요.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수고했어, 이치마츠씨. , 맞다. 받은 건데, 이거 괜찮으면..]

이렇게 때때로 과자를 받는 경우가 있다. 손님이 사온 것으로 전원 받는 거겠지만, 역시 기쁘다.

쿠키를 받아들고 인사를 하자, 누님은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집에 돌아가니, 빨간색 신발이 한 켤레 현관에 놓여 있었다.

거실을 들여다보니 아무도 없어서, 일단 받은 쿠키를 먹고 2층으로 올라갔다.

우리들 방에 들어갔지만 아무도 없었다. 방을 나와 건너편 방으로 가 지붕을 올려다보니, 오소마츠형이 빨래를 걷고 있었다.

[이치마츠, 어서와-]

[.......다녀왔어]

태평한 말투는 전과 똑같지만, 뒤돌아보며 헤죽 웃는 얼굴은 어딘가 평소와 달라 보인다.

엄마의 명령으로 지금은 이 사람이 가사를 돕고 있다. 어릴 때부터 아무리 말해도 손도 까딱 안 하던 그 오소마츠형이.

처음에는 실패하기 일쑤였지만, 재주가 좋은 사람이니까 엄마한테 합격을 받을 때까지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토도마츠는 분명 천재지변이 일어날 거야! 라고 했지만, 다행히 아직 그런 징조는 없다.

빨래를 다 걷은 오소마츠형이 손에 바구니를 들고 방으로 돌아왔다.

[내용물, 뭐였어?]

[....뭐가?]

[? 너한테 우편 왔던데? 탁자에 놔뒀잖아]

그러고 보니 뭔가 놓여 있던 것 같다. 나한테 올 물건이 없으니 별로 신경 쓰지 않았지만.

말끔하게 마른 빨래를 개기 시작하는 오소마츠형 건너에 앉아 나도 빨래를 개기 시작했다.

[아르바이트, 어땠어?]

내가 아르바이트에서 돌아오면, 형은 매번 이 질문을 한다. 토도마츠한테도 마찬가지였다.

[딱히. 평소랑 똑같지 뭐]

처음에는 피곤하다든가 힘들었다 같은 말을 했었지만, 익숙해지기 시작하면서 내 대답은 매번 같았다. 토도마츠도 비슷한 듯했다.

오소마츠형은 두려운 걸지도 모른다. 나나 토도마츠가 어딘가로 가버리는 건 아닐까 하고.

토도마츠는 모르겠지만, 아마 나는 여기에 계속 있을 거니까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데. 애초에, 떨어져서 산다고 해도 가족이란 건 변함없고.

그렇게 말해볼까 하고 몇 번인가 생각도 했지만, 나한테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어쩐지 모르겠어서 아직까지 말을 못하고 있다.

세명이 집을 나가게 된 계기가 된 건 나고, 그런 나를 원망해도 할 말은 없다.

그러니까 적어도 속죄로서 집에 있을 때만큼은 옆에 있으려고 한다.

 

빨래를 전부 개고, 나는 우리들의 옷을, 오소마츠형은 부모님의 옷과 수건 등을 분류해 각 자리에 집어넣었다.

거실에 돌아가 보니, 탁자 위에 두툼한 봉투가 하나 놓여있었다.

[짜잔-, 형님이 차를 끓여 왔답니다-]

[고마워]

고맙다고 말하자, 오소마츠형은 헤헷, 하고 웃으며 코밑을 비볐다.

순수하게 기뻐하는 모습을 가만히 보던 나는 봉투를 집어들었다.

봉투 겉에는 우리 주소와, 정확하게 마츠노 이치마츠님이라고 적혀있다.

배송료 400엔을 들여가면서까지 누가 보내온 거지? 라고 생각하며 봉투를 뒤집어 발신인을 확인한 나는 하? 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마스야마 류타로군은 분명 카라마츠의 친구였었지?]

[그랬던 것 같은데, 지금은 고작 그 정도가 아니라고]

그는 내가 좋아하는 밴드인 삼일천하의 보컬이다. 그런 사람이, 아무리 친구의 형제라곤 하지만 무슨 이유로 내게 이런 걸 보낸 걸까. 고등학교는 같았지만 딱히 인사를 나누거나 한 적은 없는데.

신중하게 봉투를 열자, 안에는 잡지의 카피와 편지 한통, 그리고 CD 2장이 들어있었다.

[, 이거, 최근에 나온 거지? 아카츠카 출신이라 그런지 편의점에서도 팔더라. 마스야마군, 유명인이네-]

오소마츠형이 말한 대로, 한 장은 최근에 발표된 그들의 첫 앨범으로, 멤버들의 사인이 적혀있었다.

다른 한 장은, 직접 녹음한 CD인지, 곡명과 날짜만 적힌 새하얀 CD가 케이스에 들어 있었다.

 

 

 

 

* * *

 

 

 

 

특집! 삼일천하 메이저 데뷔 기념 인터뷰

애니메이션 주제가 이 몸에 잠든 짐승4주 연속 차트 1! 만반의 준비를 하고 메이서 데뷔한 삼일천하, 그들의 본심을 파헤쳐보자!

 

삼일천하란?

(보컬, 피아노, 기타), 잇사(기타, 코러스), 카이(베이스, 코러스), 자키(드럼, 코러스) 이렇게 4인으로 결성된 얼터너티브록 밴드. 아카츠카 중심지에 있는 라이브 하우스에서 활동. 발표 곡은 전부 동영상 사이트에 공개되어 있다. 이 몸에 잠든 짐승으로 메이저 데뷔. 퍼스트 앨범인 예상외1월 하순에 나올 예정.

 

――우선은, 강렬한 메이저 데뷔 축하드립니다.

: 감사합니다. 솔직히 처음인데 이렇게까지 팔리다니, 진짜 삼일천하가 될 것 같네요(웃음)

잇사 : 그것도 좋지 않아? 밴드 이름이랑 딱이고.

 

――오늘은, 삼일천하의 이곳저곳을 파헤쳐보려고 합니다. 우선, 밴드명의 유래에 대해 묻고 싶은데요.

: 멤버끼리 모였을 때 잡담으로,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지만, 차트에 올라가면 어떨 것 같아?라는 얘기를 했었는데요.

잇사 : 너무 인기 많아도 큰일이지 않아? 라고 내가 말했었지?

자키 : 3일 정도라면 괜찮지 않겠슴까, 하고 제가 말하고

카이 : 그럼, “삼일천하로 하자. 라는 느낌으로 지었습니다.

 

――삼일이라고 할까, 벌써 한달 이상이나 1위입니다만...

: 그렇죠-, 우리들이 제일 놀랐다니까요. 그 사이에 본업의 손님에게 들켜서 엄청 놀림 받았죠

카이 : , 저희들 평소에는 회사원으로 일하고 있어요. 전원 다른 곳이지만. 류는 Web 디자이너, 잇사는 일러스트레이터, 자키와 저는 프로그램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요

잇사 : 컴퓨터 계열 전문학교에서 알던 사이야. 그러니 자신들의 Web 페이지는 완전히 자기 부담이지

: 남한테 부탁할 돈도 없으니까 말이지-. 덧붙여서, 굿즈와 이번 CD 자켓 일러도 전부 잇사군의 일러스트입니다

 

――밴드를 결성하게 됐을 때에 대해서 물어도 될까요?

: 그리 거창한 건 아니니 괜찮아요. 어쩌다 마음이 맞아서 하게 된 거라

카이 :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이 멤버가 모이게 된 걸까 싶다니까요. 다들 취향도 다른데

 

――취향이란 건 음악의 방향성 말인가요?

잇사 : 맞아맞아. 나는 하드계열을 좋아하고, 카이는 메탈, 자키는 컨트리계와 클래식락. 이렇게 뒤죽박죽인 걸 잡식인 류가 잘 정리해준 거라고 생각해

: 잡식이라니,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보다, 나 그렇게 중요한 포지션이었어?

잇사 : 아마

카이 : 적당하네(웃음)! 무슨 의미인지 알겠어. 원래 취향이 다 달랐으니까 서로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를 알려주려고 한 결과 이 밴드가 된 거 아냐?

자키 : -, 알 것 같슴다.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음악이 어떤 건지 전혀 몰랐는데, 세명이 가르쳐준 덕분에 시야가 넓어졌슴다!

 

――참고로, 류씨는 어떤 장르를 좋아하시나요?

: 처음에는 재즈였어요. 어머니께서 그쪽 계통 종사자여서 집에서 피아노를 가르쳤었는데, 그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재즈 다음으로는...가리지 않고 다 좋아해요. 각종 락음악에, 블루스, 포크송도 좋아해요. 요즘에는 라틴계열 음악도 자주 들어서, 어쩌면 조만간에 그런 계열의 곡을 쓰고 싶다고 할지도 모르겠네요

잇사 : 아니, 벌써 말했잖아. 저번주에 가져온 데모가 그런 거였거든.

 

――오오, 신곡의 예감! 조금 다른 얘기지만, 류씨는 라이브 때와 분위기가 많이 다르시네요

: -, 이쪽이 원래 모습이에요. 원래 소심한 성격이거든요, . 살아가는 방식도 전혀 록 같지 않고. 늘 안패(버리더라도 아무 지장이 없은 안전한 패)를 갖고 다니거든요(웃음)

카이 : 라이브에서는 (오레)”라고 하지만, 평소에는 (보쿠)”라고 하지

: 컨셉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라이브 때는 긴장해버리니까 이상하게 텐션이 올라간단 말야

자키 : 진짬까! 처음 알았슴다. 계속 그냥 그런 컨셉이라고 생각했어요

잇사 : 그럴 리가! 이 녀석 블로그만 봐도 티 팍팍 나잖아. 팬들도 다 알고 있다고

 

――다음으로, 최근 발표된 데뷔앨범 예상외에 관한 건데요. 이건 지금까지의 발표곡을 수록한, 베스트 음반이라고 보면 될까요?

: 솔직하게 말하자면 회사의 의견이었어요(웃음). 우리들은 원래 우리들의 곡에 값을 매기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만든 곡들 중에 마음에 드는 것들은 동영상 투고 사이트에 올렸거든요. 누군가 들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좋다라고 생각해서

잇사 : 하지만 이 몸에 잠든 짐승이 팔렸으니까, 지금이라면 이것들도 팔리지 않을까? 라고 레코드 회사 사람이

카이 : 메이저 데뷔에 앨범을 내다니 이거 꿈이지?! 라고, 그래서 타이틀도 그대로 예상외

: 그래서, 전곡 우리들의 Web 사이트에서 들을 수 있으니까, 사지 않아도 괜찮아요-

 

――아뇨아뇨! 이 기사가 나가면 예상외로 팔릴 거라구요! 앨범을 산 사람들 모두가 궁금해할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자켓 뒤의 [K에게 바칩니다]라는 건 누굴 말하는 건지 알려주실 수 있으신 가요?

: 그건 불치병으로 멀리 떠나버린 제 약혼녀...라는 건 거짓말이구요. 고등학교 친구입니다. 참고로 지극히 건장한 남성입니다. 고교 때 연극부에 들어갔던 애인데, 지금도 연극배우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툭 까놓고 말하자면, 극단AKTK 소속의 카라노 카라마츠군[각주:17]이란 사람입니다. , 본인한테 본명을 말해도 된다고 제대로 허가 받았으니까 걱정은 마세요. 극단의 선전이 될지도 모르니 잔뜩 선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혹시, 초회한정판의 마지막 곡은 그를 위한 건가요?

: , 맞아요. 그는 머리도 좋고 스포츠도 만능에 기타도 노래도 잘하거든요. 게다가 상냥하기까지 해서 정말 히어로 같다고 생각했었어요. 내 친구가 이렇게 멋지다! 라고 자랑하고 싶어서..

잇사 : 같이 있으면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녀석이야, 정말

카이 : 동감. 순수하고, 좋은 의미로 천연이라고 할까.

자키 : 저한테 있어선 이미 5번째 멤버나 마찬가짐다. 카라마츠씨가 없었으면 이 밴드 벌써 해산됐을 테니까요

 

――? 대체 무슨 일이?

: 이 멤버로 밴드를 시작하고 약 1년째인 11월에 잇사군과 카이짱이 크게 싸워서 일시적으로 잇사군이 탈퇴를 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때는 이미 연말 라이브가 예정되어 있었고, 인기도 조금씩 얻고 있던 시기라서 상황이 엄청 안 좋았죠. 회장 캔슬 요금이나 티켓 환불비 같은 걸로 파산할 각오까지 할 정도였다니까요.

자키 : 싸운 이유도 터무니없었죠. 음악에 관한 것도 아니고, 당시에 방영하던 애니메이션의 여주인공들 중에 누가 가장 귀여운가로 싸웠다니까요

카이 : 면목 없네요. 저랑 잇사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서..

: 라이브까지 한달이었지? 밴드를 하는 지인들한테 부탁하기도 시간이 애매해서 거절당했었고. 그래서, 카라마츠군한테 울며 매달렸어요. 이제 너밖에 없다면서. 그랬더니 흔쾌히 받아들이더라구요. 극단의 공연도 연초에 있었는데 새벽이나 심야에 와서 연습을 했어요

자키 : 그 라이브는 잊을 수가 없슴다. 여태 했던 라이브 중 가장 신나서 공연했슴다. 카라마츠씨, 엄청 멋있었고

: 스테이지 위에서 잇사군한테 한방 날렸었지-. 빨리 화해하라고

잇사 : 사전에 연락이 왔었어. 라이브 보러 오라고. 내가 삐져있던 거 알고 있던 거겠지. 원래 나보다 기타 잘 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도발 당한 게 분해서 결국 다시 돌아갔어. 그 뒤로 기타도 엄청 열심히 연습했다고. 일단 녀석을 뒤를 쫓아가야 한다고 생각했거든

: 이런 이유로 그에게는 엄청 신세를 지고 있어서, CD를 내면 그에게 바치는 노래를 내겠다고 전부터 얘기했었는데 이번에야말로 실현시킨 겁니다

 

(이하생략)

 

* * *

 

 

먼저 잡지 기사를 펼쳤다. 흑백으로 복사된 A3 사이즈의 종이에는 멤버들의 사진과 함께 특집 타이들이 중앙에 크게 적혀있었다.

우편을 보낸 마스야마군은 오른쪽에서 두 번째. 내 기억보다 머리가 더 긴 듯하다.

앞 페이지에 실린 기사인지 작은 수가 종이 끄트머리에 적혀있고, 그 옆에 잡지의 이름이 있다. 국내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메이저한 음악잡지였다.

이 말은 즉, 그들의 인기가 상승세라는 것.

그런 사람들이 인터뷰의 3분의 1을 카라마츠의 얘기로 소비했다. 그것도 여기에 나온 연말 라이브는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즉흥적으로 갔었던 그 라이브인 것 같다.

흥분으로 심장이 쿵쾅쿵쾅 뛰어대는 내 옆에서 기사를 들여다보던 오소마츠형이, 이미 익숙해져버린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사실은 이 라이브 보러 갔었다고 말할까 어쩔까 30초 정도 고민하다, 결국 말하지 않기로 했다.

기사를 원래대로 접어두고 편치를 펼쳤다.

 

 

* * *

 

 

마츠노 이치마츠님

 

갑자기 편지를 보내, 깜짝 놀라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당신들과 같은 학교를 다녔고, 3년간 카라마츠군과 같은 반이었던 사람입니다.

 

제가 소속된 밴드의 첫CD가 발매되어 이렇게 멋대로 이치마츠군에게 보내게 되었습니다.

이치마츠군이 저희들의 음악에 흥미를 갖고 있다는 얘기를 카라마츠군에게 전해들었을 때, 무척이나 기뻤습니다.

그 얘기를 하는 카라마츠군도, 마찬가지로 기뻐 보였습니다.

 

동봉된 인터뷰 기사에도 적혀있겠지만, 카라마츠군은 저희 밴드에 있어 구세주 같은 존재입니다.

그 당시 카라마츠군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삼일천하는 해체되었을 겁니다.

멤버가 한명 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라이브 당일 저는 어째선지 긴장도 하지 않고 오히려 평소보다 더 텐션이 올라버렸습니다.

체력도 없는 주제에 처음부터 전력을 내버려서, 어깨까지 덜덜 떨려 중간에는 피아노를 치지 못할 정도가 되었지만요.

그 라이브 뒤에도 저희는 서포트를 구할 수가 없어, 몇 번인가 카라마츠군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내 음색에 오늘 밤()] 취해보라느니 말했던 탓에, 두 번째부터는 드럼 옆에서 드러나지 않게 기타를 치는 모습이 그다워서 웃음이 났었습니다.

저희들이 곡을 쓰다 막히면, 정확히 캐치해서 의견을 내는 것도 카라마츠였습니다.

인기곡 중 몇 개는 그의 의견을 받아 완성한 곡들입니다.

 

CD의 마지막에 수록된 곡처럼 고등학교 때도 저는 카라마츠군의 도움을 수없이 받았습니다.

입학식 날, 긴장한 저에게 스스럼없이 말을 걸어주거나, 시험 전에 모르는 문제를 알려주거나 했었죠.

제일 기억에 남는 일은 고3의 문화제 때의 일입니다.

경음부 소속이었던 저는 축제의 마무리로 스테이지에서 연주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같은 멤버였던 애가 방학 후에 수험공부에 전념하면서, 동아리 활동을 그만둬 곤란한 상황이었습니다.

다른 밴드의 후배가 자기 밴드에서 연주하라 했지만, 3학년이 후베들 사이에 끼는 것도 조금 그렇고, 무엇보다 저는 소극적이어서...

결국 문화제에 나갈 수 없게 된 저는 반에서 혼자 투덜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카라마츠군이 제게 그럼 나랑 하겠나?”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습니다.

그도 그때는 연극부 부장이라서 마지막 무대를 앞두고 있었는데, 쉬는 시간에 연습해도 된다며, 나와 너라면 최고의 연주를 할 수 있을 거라 해주었습니다.

그가, [어쿠스틱 라이브도 멋있지 않나?] 라고 해서, 관현악부의 친구에게 부탁해 베이스와 퍼커션을 빌렸습니다.

이치마츠군이 그 연주를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저의 고교 마지막 무대는 저의 취미를 양껏 펼쳐 올드한 멜로디의 재즈 어레인지로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카라마츠군의 목소리와 연주를 무척이나 좋아해서, 자주 노래해달라고 보채곤 했었습니다.

그것도 CD로 구워 넣어두었습니다.

본인에게 허가를 받지 않았으니, 집에서만 들어주세요.

 

메이저 데뷔를 계기로, 지금까지의 사례를 하고 싶다고 했더니 카라마츠군은, [그럼, 이치마츠에게 CD를 보내주겠나] 라고 하여 이렇게 편지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는 비밀로 하고 싶었을 아닐까 생각했지만, 입막음 당하지 않았기에 이렇게 솔직하게 전부 털어놓습니다.

이미 저희들의 음악에 질렸을지 모르니, 만약 그러시다면 적당히 처분하셔도 상관 없습니다.

만약, 마음에 들어하신다면 그보다 기쁜 일은 없겠지요.

 

길고 시시한 문장을 써서 죄송합니다.

날씨가 추워지는데 감기 조심하세요.

 

삼일천하의 보컬담당, , 마스야마 류타로.

 

 

* * *

 

 

[이치마츠는, 경음부 공연 보러 갔었어?]

가지 않았다고 답하자, 오소마츠형도 나도, 라고 답한다.

[갔으면 좋았을텐데-. 연극부의 공연도 봐둘 걸 그랬어]

[]

고교 시절의 나는, 적극적으로 친구를 만드는 걸 포기한 상태이면서, 완전히 고립될 용기도 없었던 탓에 최대한 적도 만들지 않겠다는 주의였다.

3 문화제는 솔직히 귀찮아서, 하루종일 반에서 하는 귀신의 집 보는 걸 맡아주고만 있었다.

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이미 늦었지만.

편지를 접고 CD를 펼쳤다. 자켓 뒤에는 기사에 말하던 대로 [K에게 바칩니다]라고 적혀있다.

초회 한정판을 넣어준 건, 마스야마군의 친절인 걸까, 아니면 잡지에서 언급된 미발매곡을 들려주고 싶었던 걸까.

카라마츠를 위해 썼다는 이 곡은, 뒷자리의 히어로라는 그에게 딱 어울리는 곡명이었다.

 

 

* * *

 

처음 들어선 교실 / 주변은 낯선 녀석들뿐

입학식부터 계속된 / 긴장으로 손에는 땀이 흥건

먼저 말을 걸 그런 용기는 / 내게 없어서

멍하니 앞만 보고 있으니 / 덜덜 떨리는 어깨 위로 / 상냥한 손길

[괜찮은가? 어디 아픈 건가?]

당황스러움에 / 뒤를 돌아보며 [괜찮아] / 겨우 답하자

뒷자리의 녀석이 / 환하게 웃었어

 

겨우 그 간단한 대화로 / 긴장이 씻은 듯이 사라져

어느새 나도 / 그를 따라 웃고 있어

 

마음이 무거워지는 시험 전 / 수업시간에 졸았던 자신을 저주해

수업을 지루하게 한 / 선생님이 나쁜 거라며

책임전가를 하며 / 교과서와 눈싸움

하나도 모르겠어 / 풀죽은 어깨에 / 상냥한 손길

[괜찮다. 이걸 외워라]

선생님 흉내를 내며 / 교과서를 읽어 내려가는 모습이 / 정말 똑같아

웃어대는 사이에 / 공식이 외워졌어

 

배부되는 시험지 / 녀석이 알려준 게 딱 나와서

낙제점을 피해 / 가슴을 쓸어내린다

 

내가 얼마나 구원받았는지 / 아마 너는 모르겠지

그래 / 너는 / 무자각 히어로

 

 

이 교가를 부르는 것도 / 오늘이 마지막인 졸업식

내일부터는 더는 / 뒷자리에 네가 없겠지

불안함으로 / 떨리는 어깨 위에 / 상냥한 손길

[괜찮다. 너라면 할 수 있어]

처음과 변함없는 / 눈부신 미소로 / 너는

 

[괜찮다]는 너의 목소리와 / 어깨로 느껴지는 따스함

그걸 떠올리면 /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아

 

그로부터 벌써 몇 년 / 조금은 강해진 나

그러니 만약 네가 / 위험에 처한다면

이번에는 내가 / 늠름한 어깨 위에 / 손을 얹을 거야

[괜찮아. 내가 있어] 라고

믿음직스런 웃음을 보이며 / 너도 따라 웃길 바라며

그렇게 둘이서 / 어깨를 서로 두드리며 나가아면 되잖아?

 

 

듣고 있니? / 뒷자리의 / 나의 히어로

 

 

* * *

 

 

[그거, 들어보자]

언제 가져왔는지 오소마츠형이 부모님 방에서 아빠의 CD카세트를 가지고 와서는 콘센트에 꽂고 있었다.

[뭐야 이거, 코드가 너무 짧잖아]

오소마츠형이 불평했지만, 애초에 라디오 카세트는 코드가 길게 나오지 않는다.

탁자까지 카세트가 닿지 않아서, 우리들이 그쪽으로 이동해 벽에 기댔다.

초회 한정판 CD를 넣고 트랙 14를 선택.

크레디트에는 전곡이 밴드명으로 적혀있는데, 이 곡은 마스야마군이 만든 거라서 그런지 마스야마군의 이름만 적혀있다.

피아노가 메인인 재즈풍 분위기의 곡으로, 이 밴드치고는 꽤 밝은 곡조였다.

데모판이라서 그런지 어쩐지 음질이 거칠고, [낙제점 회피]란 가사 부분에서 누군가가 짧게 웃음을 터뜨리는 소리도 섞여들었다.

편지에도 적혀있었듯이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던 거겠지.

마지막에 살짝 목소리가 떨린 걸 보아, 어쩌면 울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카라마츠는 그의 바람에 응했을까. 형제들에게는 좀처럼 어리광을 부리지 않는 녀석도, 남들에게는 도움을 청하기도 하는 걸까.

가령, 치비타의 유괴사건 때라던가.

그러고 보니, 그때 맷돌을 던진 거, 아직 사과하지 않았다.

최악의 일들을 떠올리고 있었더니, 4분 조금 넘는 곡이 끝나고, 대신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녀왔어-. 어라? 웬일로 둘이서 음악을 듣고 있어?]

거실에 들어온 토도마츠는 탁자에 놓인 케이스를 발견하곤 집어들며 말했다.

[, 이거 이치마츠형이 좋아하는 밴드 아냐? 최근에 메이저 데뷔했잖아? 보컬이 카라마츠형의 친구였다던가?]

그렇다고 답하며 새하얀 CD로 바꿔 넣는다.

[설명, 귀찮으니까 이거 봐]

받은 편지와 잡지기사를, 토도마츠는 흥미롭다는 듯 펼쳐들곤 읽었다.

미간이 찌푸려져 가는 걸 흘끗 쳐다보며, 재생버튼을 눌렀다.

one, two, one, two, three

나지막하게 들려오는 구호 소리에, 토도마츠가, 카라마츠형이다! 라며 고개를 들었다. 옆에 있던 오소마츠형이 카라마츠네, 라며 그리움에 잠긴 표정을 지었다.

고요한 전주, 카라마츠의 목소리, 코러스는 마스야마군, 라이브 때도 생각했지만 이 두 사람 목소리의 상성이 엄청 잘 맞는다.

[무슨 곡이더라? 들어본 적 있는데]

[사운드 오브 사일런즈]

[이치마츠형, 잘 아네]

전부 녀석이 알려줬다. 해외음악, 국내음악 가리지 않고 녀석은 오래된 곡들도 잘 알았다.

어쿠스틱 기타에 맞는 애절한 느낌의 멜로디를 좋아한다고 말하며 줄을 튕기던 녀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지금처럼 감정을 담아 노래했다.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건지, 음질은 아까 들었던 데모판과 똑같았다. 때때로 대화소리나 웃음소리가 섞여 들렸다.

메인인 어쿠스틱 기타는 카라마츠의 특기였다. 곡을 연주할 때면, 누군가가 다른 악기를 연주하거나 코러스를 넣거나 했다.

사이먼&가펑클로 시작해서, 비틀즈, 이글스, 빌리 조엘, 레드 핫 칠리 페퍼스, 니켈백, 내가 모르는 아티스트들의 노래가 몇 곡.

해외 음악들 사이에, 고 히로미, 체커즈, 오다 카즈마사, 사잔 올 스타즈, 샤란Q, 70년대부터 90년대의 히트곡이 끼어있어, 우리들은 그걸 잠자코 들었다.

 

[분할 정도로 잘하잖아]

토도마츠가 CD에 대한 메모를 읽으며, 선곡이 너무한다며 불평을 했다. 그 눈은 평소보다 물기가 많이 어려있다.

[, 이 특유의 저음, 좋아해. 왜일까, 나랑 성대도 같을 텐데. 음역이 전혀 달라]

오소마츠형은 아까부터 눈을 꼭 감고 벽에 기대고 있어서 자는 건가 했는데, 제대로 듣고 있었던 모양이다.

[,]

마스야마군이 골라준 15곡째. 마지막 곡은, 메모를 보지 않아도 첫음만으로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벽 너머의 라디오에서 들려와서 알게 된 커플링 곡. 핸드폰을 사고 바로 다운로드판을 사서 매일같이 듣고 있으니까.

, 안돼. 녀석의 목소리로 이 노래를 불러버리면.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도 그렇게나 떨렸는데.

[왜 그래, 이치마츠형?]

[이거, 안돼]

정지버튼을 누르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알고 있다. 사실은 듣고 싶다는 거.

[? 처음 듣는데, 좋은 곡이잖아? 나는 좋은데]

나도 좋아, 그러니까, 안 되는 거야. 카라마츠가 불러버리면 눈물샘이 터져버릴 거야.

그러던 중, 노래는 끝에 접어들었다.

 

잃어버린 시간은 돌아오지 않아 / 이 목숨은 두 번 다시 / 네게 돌아오지 않아

한탄하기 전에 / 어떻게든 / 살아가보는 건 어때?

지금이 괴로울지라도 / 분명 언젠가는 / 완전히 뒤바뀔 테니까

아직 늦지 않았어 / 이제부터 역전극이 시작되는 거야

 

 

카라마츠의 힘찬 목소리가 귀에 꽂히고, 머릿속을 상냥하게 쓰다듬는다.

그 감촉은, 좁아져가는 내 껍질을 부수기에 충분한 위렵을 갖고 있었다.

기타소리가 여운을 남기며 사라지고, 좋은 곡이로군, 노래를 끝마친 녀석의 중얼거림을 마이크가 잡아낸다.

이치마츠에게 불러주고 싶군

폭탄발언을 끝으로 CD는 끝난다.

심박수가 급상승한다. 몸이 뜨거워지고, 거울을 보지 않아도 얼굴을 새빨개져 있다는 걸 직감했다. 이것 봐, 눈물샘 고장나 버렸잖아.

토도마츠와 오소마츠형이 똑같이 히죽거리며 나를 본다.

무슨 짓을 한 거야, 이런 거 저주나 마찬가지잖아. 이런 짓을 해버리면, 나는 두 번 다시 비굴함의 껍질을 쓸 수가 없게 되잖아.

 

그날 밤은, 카라마츠가 야생적인 모습을 한 쥬시마츠의 사진을 보내왔다.

직장 동료분을 따라 사냥에 따라갔다는 모양이다. 동료분이 잡은 사슴이라는 듯하지만, 커다란 사슴을 어깨에 짊어진 쥬시마츠의 모습은 퍽 어울렸다.

쥬시마츠는 자신에 관한 건 쏙 빼놓고, 차남과 삼남의 바텐더 영상을 보내왔다.

셔츠와 조끼차림에 나비넥타이를 한 같은 복장의 두 사람은 완전히 똑 닮은 플레어 바텐더[각주:18]였다.

움직임이 완전히 똑같았는데, 그 꼴을 보던 토도마츠가 기분 나쁘다고 하면서도 메모리에 저장을 했다.

쵸로마츠형한테는 앞치마를 한 카라마츠가 아침을 만드는 동영상이었다.

마츠노가의 맛은 여기서도 인기입니다

그걸 본 오소마츠형이, “내가 좋아하는 계란말이인데라며 못난 얼굴로 중얼거렸다.

다 같이 전화로 몇 분간 통화를 한 후, 혼자 2층으로 올라가 다시 카라마츠에게 전화를 걸어 치비타의 유괴사건 때의 일을 사과했다.

이제 와서 사과냐고 생각하는 게 당연한데도, 녀석은 어째선지 내게 고맙다고 했다.

내 입으로 직접 듣는 게 기쁘다며, 그 때 시끄럽게 해서 잠을 깨워버려 미안하다고 했다.

[오늘 마스야마군한테 CD 받았어]

울 것 같은 기분이 되어, 억지로 말을 돌렸다.

그래. 벌써 들었는가?

[. 널 위한 노래만 들어봤어]

? 설마, 초회 한정판이었나?

[. 그리고, 네가 노래한 걸 모아둔 CD도 들어있어서, 그건 다 같이 들었어]

좋았다고 솔직하게 감상을 말하자, 전화 너머에서 당황한 목소리로 원망한다, 류타로라나 뭐라나,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을 테지. 꼴좋다, 나한테 저주를 내린 벌이다.

[고마워, 네가 부탁한 거지? CD, 나한테 보내달라고]

망할 녀석, 뭘 다 까발린 거야

고맙다고 말하자, 대신 불평을 쏟아낸다.

[그래서, 대학, 도전해볼까 해, 내년이지만]

내가 할 줄 아는 건 수학뿐이지만, 그렇다면 좀 더 노력하면 되지 않을까, 하고 네가 부른 노래를 들으며 생각했어.

라고는 할 수 없지만, 언젠가는 말해도 괜찮겠지, 라고 생각하고 있다.

마음 내키는 대로 해봐라. 응원할테니까!

자신과 똑같은, 하지만 어딘가 다른, 기분 좋은 목소리가 몸속에 스며든다.

[. 그럼, 잘자]

아아, 잘자라. 좋은 꿈꾸길

전화를 끊고, 기분이 센치해진 탓인지, 커튼을 열어젖혔다. 관동의 겨울답게 구름 한 점 없는 어두운 밤하늘에 별이 이따금 반짝이는 걸 바라보며, 격에 맞지 않게 예쁘네-’라고 생각했다.

 

 

 

 

 

* * *

 

 

 

 

 

화면을 가득 채운 건, 뽀얗고 탱탱한 피부. 이제 막 씻고 나온 참인지 옅게 분홍빛이 감돈다.

은은하게 흔들리는 열기와 함께 비누의 청량한 향기도 감도는 듯한 느낌에, 무심코 코를 핸드폰에 갖다댄다.

카메라가 찍고 있는 건, 아름다운 가슴골. 탱탱하게 부푼 두 가슴에 닿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저도 모르게 찌르고 싶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시러잉~ 부끄러워-

콧소리 섞인 고음에 장난기가 섞여, 진심으로 싫어하는 건 아닌 듯하다. 그 증거로 우후훗, 하는 귀여운 웃음소리가 들린다.

전부 보여주지 않으려나, 밥공기를 엎어놓은 듯한 형태면 좋겠네, 젖꼭지는 무슨 색일까?

선명하게 보이는 쇄골, 그 중간에서 약간 왼쪽편에 자리 잡은 점이 색기가 넘쳐 좋다.

구헤헤-, 좋은 가슴이로군-

촬영하던 남자의 집게손가락이 매혹의 골짜기를 쓰다듬는다. 아아, 부럽다!! 들리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 나랑 바꿔!”라고 소리치고 싶다.

아잉. 변태~

가차없이 사타구니를 공격하자, 어리광 부리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동정에게는 매우 힘든 상황. 슬슬 한계, 세명 모두 코피가 뿜어져 나오기 일보직전이다.

티슈라도 옆에 가져다두려고 손을 뻗자, 갑자기 화면에 비치던 가슴 모양이 낯익은 모습으로 바뀐다.

기다리던 전체샷. 젖꼭지는 예쁜 핑크색에 가슴도 어느 정도 부풀어 있긴 하지만, 밥그릇이라기보다는 접시에 가깝다.

줌아웃한 카메라에 찍힌 튼실한 목과 자신과 똑같이 톡 튀어나온 중앙에, 나는 골짜기의 주인이 누구인지 깨닫고 말았다.

짜잔-!! 카라마츠형이었습니다!! 놀랐어? 놀랐어~?

눈을 뒤집어 깐 채로 양쪽 중지를 콧구멍에 집어넣고선, 메롱-.

순식간에 수준 높은 얼굴개그를 선보인 사람은, 현재 북쪽 땅에 가있는 우리 차남.

아하하! , 엄청난 얼굴이네!

.

탁자에 머리를 처박는 소리가 세 개. 1월의 마지막 수요일 아침 8시경에 울려퍼졌다.

[이게 뭐야아!! 뭐 하는 거야, 이 두명!]

[쥬시마츠니까-. 살짝 예상은 했는데 말이지]

설마 카라마츠가 저렇게 귀엽고 색기 넘치는 목소리를 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고는 말 못해.

대신에 젖꼭지가 핑크빛인 건 알고 있었지만, 쇄골에 점이 있는 건 몰랐다, 라고 말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관뒀다.

이 이상 피해를 키울 필요는 없으니까, 라고 생각하며 똑같이 공격을 당한 두 사람을 바라보니.

귀까지 시뻘개져서 얼굴을 가리고 있는 토도마츠는 귀염성이라도 있지만, 동공이 풀린 이치마츠는 좀 무섭다.

아침부터 심야 텐션의 동영상을 보내온 건 차남을 따라간 오남. 본문은 없고 제목만 직접적으로 가슴!

동영상은 여전히 재생되고 있어, 이상한 얼굴을 하고 있던 카라마츠는 표정을 풀고선 속았는가?”라고 말하며 의기양양한 얼굴로 웃었다.

너 말이야, 동정을 놀린 죄는 무겁다고!! 기억해둬라!

이렇게 해서 만들어낸 거다! 봐라!

우람한 두 팔로 가슴 근육을 바짝 당겨 모으는 카라마츠. 아니, 그 정도는 아니까, 빨리 잠옷이나 입으라고.

[-, 정말 알고 있다구! 네네, 가슴 엄청나시네요! 됐으니까 빨리 옷이나 입어!]

같은 생각을 한 토도마츠가 핸드폰에 대고 불평을 하자, 아직 재생되고 있는 화면을 가득 채운 풍만한 수컷 가슴으로 불쑥, 손이 튀어나온다.

나도, 만지게 해줘

카라마츠의 어깨 너머로 얼굴을 들이민 건 눈이 풀린 쵸로마츠. , 이거 완전 취했구만. 술버릇 나쁘다니까, 우리 삼남은.

휴일 전날이라서 저녁 때 좀 많이 마신 거겠지. 전화기 너머의 세 사람은 평소보다 더 밝고, 뒤에서 다른 사람의 웃음소리도 들려온다.

상관 없다만, , 으아, 아프다! 쵸로마츠, 좀 더 상냥하게 해주겠나?

우하핫, 쵸로마츠형, 엄청 만지고 있어!

아니아니, 카라마츠군, 아무리 형제라도 가슴을 만지게 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만. 상냥하게 하면 더 애매한 광경이 되어버리니까 말이야. 쥬시마츠군도 찍지말고 말리라고, 저 바보 같은 두 형을.

라고 마음속으로 츳코미를 날리고 있으니, 삼남의 힘이 쭉 빠지고 카라마츠 위로 엎어진다.

어라? 쵸로마츠? 쵸로마-?

쵸로마츠형, 잔다!

-, 너무 마셨나. 그러니까 욕조에 들어가지 말라고 했는데. -, 쵸로마츠, 적어도 팬티 정도는 입고 자라고?

차남의 가슴을 주무르며 골아떨어진 삼남의 편안한 얼굴과, 오남의 웃음소리를 끝으로 동영상은 끝났다.

[, 정마알!! 대체 뭐야, 이 사람들! 우리들한테 어쩌고 싶은 거야?!]

[이건 진심 위험해. 복근 경련 일어날 것 같아!]

[........팬티, 입혔을까?]

[그만둬, 이치마츠형! 상상해버리면 안돼! 내장까지 경련 일어날지도 모른다구! 그보다, 코피나 닦아!]

욕정을 불러일으키는 천연과 술주정의 수습 불가능한 콩트에, 고간과 복근을 동시에 부여잡고 바닥을 구르던 중 삼남에게 LINE이 왔다.

아까, 쥬시마츠가 보낸 동영상은 너희들의 머릿속에서 당장 지워버려. 안 그랬다간 내가 직접 원자 수준까지 뽀개버릴테니까

[바보네, 쵸로마츠형. 이렇게 재밌는 걸 잊어버릴 리가 없잖아? 오히려, 가보로 삼고 싶을 정도라고~]

엉큼한 얼굴로 말한 토도마츠는 아마 다른 메모리 카드에도 카피해둘 예정인 듯하다.

[팬티 입혀줬는지 물어볼까?]

그렇게 말하자, 토도마츠가 푸핫, 하고 웃음을 터뜨리곤 바닥을 뒹굴었다. 이치마츠는 코피를 흘리면서 반쯤 죽은 생선마냥 움찔움찔 떨고 있었다.

[그만, 둬어! , 진짜, 무리! 죽을 것 같아!]

붕괴직전의 복근에 결정타를 날리듯 카라마츠에게서 LINE이 왔다.

좋은 아침이다! 쵸로마츠는 제대로 팬티와 잠옷을 입혀서 침대에 재웠으니 걱정 마라!정말, 이 녀석은 이럴 때만큼은 내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다니까.

천연 차남의 정직한 메시지에 우리 세명의 복근은 완전히 붕괴됐다.

 

 

[-, 배 아프다. 오늘 체력 벌서 다 써버린 느낌-]

불평을 쏟아낸 토도마츠는 나갈 준비를 하려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후 계단을 내려왔을 즈음에는 이미 배는 멀쩡해져 있었다.

한겨울인데도 패션 업계에서는 이제 봄을 의식해야 할 시기여서, 쵸로마츠가 두고 간 초록색 쳐스와 치노 팬츠에 자신의 흰 가디건을 걸쳤다.

[그럼, 다녀올게]

코트를 껴입고 신발을 신고 있으니, 뒤에서 누가 말을 걸어왔다.

[-, 다녀와. 맛있는 거 사와]

싫거든, 이라고 쏘아붙인 토도마츠는 현관을 나섰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토도마츠는 3번에 1번 정도 간식거리를 사들고 왔다.

[음식점은 카라마츠형한테 이길 수가 없으니까]

그런 이유를 들며 토도마츠는 셀렉트 샵인지 뭔지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5, 하루 7시간 일하는 녀석은 더 이상 니트가 아니다. 고작 아르바이트지만 먹고 살기 충분한 풀타임이다.

직원 할인도 있어서, 용돈이 줄고나서 포기했던 옷도 싸게 구입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매번 자기가 갖고 있는 옷들과, 주로 쵸로마츠가 두고 간 옷들을 잘 조합한 근사한 차림으로 외출을 한다.

그걸 쵸로마츠한테 말했더니, “시끄러 멍청아라고 간만에 욕지거리를 들었다.

돌아왔을 때도 다소 지쳐보이지만, 오늘은 이런이런 손님이 왔었다며 직장 얘기를 할 때만큼은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쉬는 날에도 잡지를 보며 유행을 연구하거나, 컬러 코디네이터 자격증을 딸 거라며 자격증 공부를 했다. 나랑 마찬가지로 공부라면 질색을 했던 주제에.

[잠깐 나갔다 올게]

이치마츠가 상의를 입으며 느릿느릿 현관으로 향했다.

[어디 가는데? 고양이?]

[고양이랑 뭐, 이것저것. 점심 때는 돌아올게]

슬리퍼를 질질 끌며 현관을 나서는 이치마츠. 복장은 전혀 바뀌지 않았지만, 세명이 집을 나가고 가장 많이 바뀐 건 사남이다.

밥도 못 먹을 정도로 약해져 있었는데, 저쪽에서, 정확히는 카라마츠에게서 연락을 받은 이후로 갑자기 아르바이트를 하겠다 선언했다.

[쓰레기가 쓰레기를 수거하는 거라고. 딱이지 않아?]

생각해 보면, 녀석의 비굴한 발언을 들은 건 그게 마지막이었다.

수거차에 올라타는 건 꽤 체력이 필요한 모양이라, 처음 일했을 때는 완전 녹초가 되어서 돌아왔지만 지금은 익숙해진 듯하다.

청결한 샴푸 냄새가 어울리지 않게, 고양이등에 푸석푸석한 머리, 낡은 실내복 차림의 녀석은 고양이처럼 소리 없이 집에 돌아온다. 전과 마찬가지로 그다지 말은 없지만, 자주 빨래를 개는 걸 도와주거나 한다.

지금도, 점심때는 돌아오겠다, 그렇게 늦지는 않을 거야, 라며 나를 안심시킨다.

카라마츠 말대로 본성은 착한 녀석이다.

 

 

부모님도 자식 5명이 아르바이트라곤 해도 일하기 시작한 걸 진심으로 기뻐했다.

나만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 있다.

이야미가 권하거나, 옆집 아저씨가 부탁할 때는 경마장에 가지만, 파칭코에는 좀처럼 가지 않게 됐다.

대신 그렇게 싫어하던 집안일을 돕게 됐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우리집에도 이를 도입하기로 했단다]

라고 말하면 하는 수밖에 없지. 굶어 죽을지도 모르고.

처음에는 엉망이었다. 세탁기 하나 돌리지도 못하고, 청소기를 돌렸음에도 먼지가 남아 있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설명하느니 자기가 하는 게 빠를 것임에도, 엄마는 뭐든 내게 부탁했다.

2주간의 훈련 끝에 요리 이외에는 다 합격점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엄마는 발랄하게 웃으며,

[이걸로 너도 이제 니트가 아니네] 라고 말했다.

훗카이도의 녀석들에게서 사진과 동영상을 받기 위해 바꾼 핸드폰으로 모피디아에 들어가 니트 항목을 찾아봤다.

그에 따르면, 니트란 15살부터 34살까지 일도 통학도 가사도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가사는 중노동에 속한다고들 하니까. 앞으로 잘 부탁해]

엄마는 내가 자기만 일하지 않는 걸 신경 쓰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준 거겠지.

공교롭게도 내게 그런 고상한 자부심 같은 건 없고, 나만 무직인 것도 신경 쓰지 않았지만, 흔쾌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조금은 기분 전환도 되고, 뭐라고 할까....바보 같이 한심한 짓이라고 생각하지만, 내 나름의 염원 같은 것이다.

내가 제대로 집을 지키고 있으면, 형제들도 이곳에 돌아오지 않을까, 하고.

성인인 형제가 각자의 길을 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일하는 곳도 사는 곳도 제각기 달라도 형제인 건 변함없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아직 몸은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듯하다.

 

[그럼 다녀올게. 오늘은 상점가가 세일하는 날이니까 가서 적당히 장 좀 봐줘]

[. 빨래하고 갔다 올게]

오늘 저녁밥과 내일 아침밥의 재료를 살 돈을 내게 건네준 엄마는 일하러 나갔다.

한 번 일어나면 할 일을 끝내기 전까지 앉지 않는다. 그게 내 나름의 집안일 철칙이다.

세탁기를 돌리는 동안, 청소기를 단숨에 돌린다.

2층의 우리들 방과 부모님 방, 부엌, 거실, 평소에 자주 쓰는 방은 매일, 그렇지 않은 방은 3일에 한 번 청소한다. 복도와 계단은 코드가 닿질 않아서 꽤 번거롭다.

그걸 최근에 깨닫고 난 후부터, 가전제품점 광고지의 선 없는 청소기가에 눈이 가기 시작했다.

다음에 경마로 돈을 따면 살까 생각했지만, 장시간 사용할 수는 없는 모양이라 어떻게 할지 고민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빨래가 다 됐다는 소리가 들린다. 이 멜로디는 대체 무슨 곡일까.

청소를 일단락 짓고, 이번에는 빨래를 바구니에 담아 2층으로 올라갔다.

옛날에는 마당이 좀 더 넓어서 거기에 건조대를 설치해두고 빨래를 널었었지만, 옆에 빌딩이 세워지면서 팔아버렸기 때문에 지금은 옥상에 빨래를 널고 있다.

수건은 제대로 팡팡 털어서 널고, 셔츠는 옷걸이에 걸어서, 바지는 주머니가 마르도록 뒤집어서, 양말은 같은 것들 끼리 나란히, 마츠요의 속옷은 안쪽으로 숨겨서.

이불까지 전부 널고, 화장실에 들렀다가 겸사겸사 화장실 청소까지 한다.

바닥과 벽이 번쩍거릴 정도로 말끔히 하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깔끔해진 집에 만족한 나는 장을 보러 현관을 나섰다.

상점가는 가게 사람들도 손님들도 아는 사람들이 많아서 처음에는 다들 짓궂게 장난을 걸었다.

무슨 마츠냐는 질문에 오소마츠라고 답하니, 믿을 수 없다며 웃었다. 정말 다들 너무 실례라고-.

뭐어, 이쪽도 뭘 사야 될지 몰랐으니까, 덕분에 야채 사는 법 같은 걸 세세하게 알게 되어 좋았지만.

[여어, 오소마츠 어서와! 이 상자에 든 건 전부 한 개에 100엔이라고!]

그렇게 말을 건 야채가게 아저씨한테 배추와 무, 시금치를 샀다.

건너편의 정육점에 가니 닭날개가 100g 58엔이라서 그걸 15개 사고, 두부 가게에서 유부와 연두부를 2, 그리고 돌아가는 길에 토토코짱 가게에 들러서 자반연어 5조각을 샀다.

에코백을 어깨에 둘러메는 것도 제법 어울리게 됐구나.

 

 

집에 돌아가니 아직 이치마츠는 안 온 듯했다.

재료들을 냉장고에 넣고 나니, 이제 할 일도 없어져 2층으로 올라갔다.

소파에 드러누워 주머니의 핸드폰을 꺼내 만지작거렸다. 치비타의 외상값을 내려고 모아뒀던 돈을 써서 바꾼 핸드폰은 훗카이도의 3명과 같은 기종으로, 빨간색 케이스를 끼웠다.

여태까지 받았던 사진을 모아둔 폴더를 열어 착착 넘기며 감상했다.

세명 모두 다른 두 사람의 웃는 얼굴을 찍어 보내서, 이 폴더에는 행복한 얼굴이 넘쳐흘렀다.

쥬시마츠는 입을 활짝 벌리고 있지 않게 되었다. 누군가를 웃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닌, 진심으로 즐거워서 웃는 듯한 느낌.

바깥에서 막노동도 하는 것 같고, 벨보이였던가? 접객도 할 수 있게 됐다고, 그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오남이.

쵸로마츠도 이렇게 귀엽게 웃을 수 있게 됐고. 여기서는 화내는 얼굴이나 어이없다는 표정밖에 안 했었는데.

결벽이 의외로 도움이 된다면서 기쁜 듯이 말했는데, 지금은 프론트에서도 일하는 모양이다. 입이 험하던 그 녀석이.

레이카의 라이브 때도 돌아오지 않았다는 건, 그곳에서의 생활이 제법 마음에 든 거겠지.

삼남은, 자타가 인정하는 오타쿠인 만큼, 좋아하는 대상에겐 맹목적으로 빠져드니까.

둘 다 성장했구나. 기뻐해야 할 일인데 어째선지 심장이 욱신거린다.

털어 넘기기 위해 담배를 피려 주머니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꺼냈다.

카라마츠가 두고 간 쓸데없이 무거운 지포라이터는 그대로 내가 가지게 되었다. 녀석이 마음에 들어하던 브랜드도 내가 이어받게 되었다.

[, 라이터 두고 갔떠라. 형아가 가질게-]

전화로 반쯤 농담으로 말했더니, 녀석은 흔쾌히 그러라고 했다.

기름이 다 떨어졌으니까 이번 기회에 끊으려고 두고 왔다. 팔아도 상관없다만, 마음에 들어하던 거니까 오소마츠가 써주면 오히려 기쁘지

그렇게 내가 쓰게 되었다. 판다면 그럭저럭 값이 나가겠지만, 팔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

니코틴 중독자인 나와는 달리 녀석은 가끔 피는 정도였으니까, 금연은 성공적이라는 모양이다.

훌륭하네, 라고 생각하는 반면 한편으로는 나와 공통점이 사라져 버려 조금 쓸쓸한 느낌도 든다.

창가에 앉아 찬 공기를 향해 연기를 내뿜는다. 카라마츠의 흉내를 내보면 조금은 녀석을 이해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해서 때때로 이렇게 폼을 잡아보지만, 여전히 모르는 것 투성이다.

조금 알게 된 것도 있다. 녀석이 정적과 고독을 운운했을 때는 아마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던다.

거짓말을 못하는 성격이지만, 대신 뭔가를 숨기는 건 잘하니까.

그 어지러이 꾸며낸 말들 속에 녀석의 본심이 숨어있었다면, 좀 더 제대로 들어줄 걸 그랬다.

그걸 본인에게 말했더니, 과대평가라며 웃었다. 연기는 했지만 대사를 그리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고, 꽤 적당히 내뱉었던 거라고 했다.

언제였더라, 다 같이 마시러 갔을 때 드물게 술에 취한 카라마츠가 상당히 들뜬 기분으로 평생 이 집에서 나가지 않을 거라고 했었는데, 아마 그것도 본심일 거다.

그런데 솔선해서 집을 나가 버렸다. 그 모순도, 지금은 대강 알 것도 같다.

녀석은 집밖에서 강고한 위치를 가졌다. 극단의 사람들도 그렇고, 어제 CD를 보낸 마스야마군이나, 다른 아르바이트 동료들.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고 시야가 넓어진 거겠지, 카라마츠는.

여섯 쌍둥이라는 울타리밖에 모르는 나와는 다르다.

그러니 이런 좁은 세계를 뛰쳐나가고 싶은 건 당연하다. 우리들이 너를 대하는 취급은 너무 지독했고, 너는 어디서든, 뭐든 해낼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재능을 가졌으니까.

한 발 먼저 바깥 세상에 나간 카라마츠가 이번에는 동생들의 손을 잡고 안내해주고 있는 거다.

이치마츠를 보고 있으면, 더욱 그렇게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카라마츠에게 대들었던 주제에, 카라마츠의 말 한마디로 반 히키코모리 니트에서 벗어나고, 표정까지 밝아지다니 얼마나 영향을 받은 거야, 대체.

그 때, 카라마츠의 손을 잡았던 쵸로마츠와 쥬시마츠는 물론이고, 원래 밖으로 나돌던 토도마츠는 더욱 눈에 불을 켜고 카라마츠를 쫓았다.

나만이 아직 그 손을 잡지 못했다.

알고 있다. 단순히 내가 겁쟁이일뿐이고, 내가 멋대로 경계하고 있다는 걸.

 

 

반쯤 피우지도 못하고 재가 되어버린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자, 집앞 길목에서 이치마츠가 걸어오는 게 보였다.

새우등으로 느릿느릿 현관을 열고, 계단을 오르는 일정한 발소리가 가까워진다.

[어서와, 이치마츠]

여섯 쌍둥이 방의 문이 열리자마자 말을 걸자, 이치마츠는 살짝 놀란 표정을 한다.

[.....다녀왔어...놀래키지 말라고]

[여기서 네가 집에 오는 게 보이길래]

[그래. 안 추워? 창문, 닫지 그래?]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얼굴이 차가워졌음을 깨달았다. 이런-, 아까까진 낮이었는데 벌써 해가 졌잖아.

[이거, 하타보한테 받았어]

축 늘어진 비닐봉투 속에는 커다란 햄버거 두 개가 들어있다. 아직 따뜻한 게 열기가 피어오르고, 고기 냄새에 배가 그르렁 울린다.

[-, 맛있겠다]

이걸로 밥을 때우려고 둘이서 부엌으로 내려갔다. 물을 끓이고 이치마츠가 인스턴트 스프를 만드는 옆에서 커피를 탔다.

군침 도는 냄새와 외형만큼이나 맛있는 햄버거였다.

양상추가 아삭아삭하고, 고기는 포동포동하고 씹으면 육즙이 쫙 퍼졌다.

맛있네, 라고 했더니 이치마츠도 고개를 끄덕였다.

점심은 햄버거. 하타보가 줬다는데, 가게라도 연 건가?

형제 그룹 LINE에 사진과 함께 메시지를 보냈더니, 하나둘씩 답했다.

분하지만, 점심은 버거로 해야겠어라고 보내온 건 토도마츠. 훗카이도조는 이쪽은 바다의 은총이다라며 해산물 덮밥과 오징어 구이의 사진으로 반격을 가해왔다.

맛은 있었는데, 무슨 고기인지는 모르겠어

마지막은 눈앞의 사남이 보낸 메시지. , 잠깐만 그러고 보니, 나도 모르잖아.

어이, 설마 호러 전개!?

쵸로마츠의 츳코미에 이치마츠가 히힛, 하고 수상한 웃음을 짓는다. 깊게 생각하면 안 될 것 같아서, 나도 일단 따라 웃었다.

[왜 그래, 이치마츠으~. 우리들 죽을지도 모르는 거?]

[죽지는 않겠지. 불로 구웠고. 괴물은 될지도]

이미 벌어진 일인 거 상관없지 않겠냐고 이치마츠가 말했다. 나도 그 생각에 동의해 이번에는 진심으로 웃었다.

움직이기 싫어지기 전에, 설거지를 해두고 다시 커피를 탔다.

[왜 하타보한테 간 거야?]

답변 대신에 이치마츠는 작은 검정색 조각 세 개를 주머니에서 꺼냈다. 그리곤 하나를 내 앞에 두었다.

잘 보니, 마이크로 SD카드라고 적혀있다.

[어제 CD, 카라마츠가 불러준 거 말이야. 그거 넣어뒀으니까, 필요하면 줄게]

마스야마군이 보내준 그거 말이지. 그건, 마지막 곡을 이치마츠에게 들려주기 위해서 다른 14곡을 추가로 녹음한 거겠지.

다른 형제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를 제대로 기억하고 있다. 여우상에 빼빼 마른 몸.

그 남자는 3년간 쭉 카라마츠와 같은 반으로, 카라마츠의 앞자리에 앉았다. 나는 한번도 카라마츠와 같은 반이 된 적도 없었고, 심지어 옆반도 아니었는데.

결국 졸업하고도 자주 연락하고 지내고 말이야. 나는 기계를 통해서만 카라마츠의 노랫소리를 들었는데.

라니, 바보 같네. 자장가를 불러주겠다고 했을 때 매번 무시했었는데 이제 와서 직접 듣고 싶다니.

어제, CD를 받은 이치마츠를 부럽다고 생각한 게 들킨 것 같아 부끄럽다.

받을까 말까 고민하는 동안, 이치마츠는 서투른 움직임으로 자신의 핸드폰에 메모리 카드를 집어넣고는 무척이나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후드 주머니에서 핸드폰 패키지에 들어있던 이어폰을 꺼내 신중하게 핸드폰에 꽂는다.

어떤 앱을 켜고 재생버튼을 누를 때까지는 표정이 굳어 있었는데, 잘 들리는지 등뒤로 꽃이 보일 정도로 행복한 얼굴을 한다.

그런 이치마츠를 보며 필요없다고 할 수는 없었다. 애초에 부러워했었고, 솔직하게 받아두기로 했다.

눈을 감고 잠시 감상한 이치마츠는 핸드폰을 끄고 이어폰을 뺐다.

[저기, 내년부터 대학에 도전해볼까 해]

순간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의미를 이해하고는 다시금 심장이 꽉 조여들었다.

[, 진짜 이치마츠? 우리 사남은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았는데?]

애써 밝게 말하자 이치마츠는 푸핫, 하고 작게 웃었다.

[역시 똑같은 반응이네. 토도마츠도 똑같은 반응이었어. 아르바이트 한다고 했을 때]

[그야 그렇겠지. 뭐야뭐야, 왜 그래? 갑자기 할 마음이 들다니. 형아 너무 놀랐는데]

[미안]

드물게 명확한 목소리로 답하는 이치마츠. 반쯤 감겨 있던 눈도 제대로 뜨고 진지한 표정의 이치마츠에, 나는 녀석이 진심이라는 것과, 내 심장의 통증을 알아버렸음을 깨달았다.

저주에라도 걸린 걸까, 라며 웃는 이치마츠는 비굴해지기 전의 성실한 사남으로 돌아와 있었다.

[1년 해보고 안 되겠으면, 그걸로 됐어. 한번 해보려고]

녀석이라면 충분히 합격할 수 있겠지. 가족이라서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니라, 원래 성실하고 머리가 좋은 녀석이었으니까.

[좋네. 한번 해봐]

목소리가 떨리지 않도록, 얼굴이 굳어지지 않도록, 애써 씨익 웃어 보이는 내게 이치마츠는 온화한 얼굴로 고맙다고 말했다.

[, 만약에 붙더라도 자취는 안 할 생각이니까. 당분간 잘 부탁해, 오소마츠형]

자기 말만 한 채 이치마츠는 핸드폰과 이어폰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빠른 걸음으로 2층에 올라갔다.

그만두라고, 정말. 이치마츠까지 날 울리려고 하고 말이야.

아아, 젠장. 이렇게 된 것도 전부 카라마츠 때문이야, 라며 멋대로 책임을 떠넘기며 메모리 카드를 핸드폰에 꽂아넣고 일부러 소리를 크게 틀어 2층으로 향했다.

서로 부끄러운 짓이란 건 알지만, 어쩔 수 없잖아. 옷이 여기에 있는 걸.

[잠깐 나갔다 올게!]

지갑과 겉옷을 챙겨들고, 계단을 내려가자 빨간색 목도리가 머리위에 내려앉는다.

위를 보니, 문에서 이치마츠가 새빨개진 얼굴을 빼꼼 내밀고 있었다.

젠장, 대체 뭐냐고. 갑자기 솔직해지고 말이야.

 

 

역 하나 앞에 있는 커다란 전자제품 상가를 향해 무작정 걸었다.

1.5km, 고등학생 때는 여유였었는데, 지금은 숨을 헉헉거리며 갈 정도다. 얼마나 체력이 떨어진 거야.

1분간 쉬며 숨을 고르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 안내를 보며 살짝 돌아보고서야 겨우 멈춰선 곳은 이어폰 코너.

스마트폰에 추천!”이란 메시지가 한 귀퉁이에 적혀있다. 예쁘네, 라고 생각하며 무심코 이어폰을 집어들었다. 카라마츠의 후드에 잘 어울리는 색.

아아, 정말! 무슨 짓이야, 나는. 얼마나 녀석을 의식하는 거냐고.

내팽개치고 싶은 걸 꾹 참고, 재빨리 옆에 있던 빨간색 이어폰으로 바꿔 들고는 계산대로 향했다.

분명 얼굴 새빨갛겠지.

다시 무작정 걸었더니, 마침 강변에 치비타가 포장마차를 끌고 나오는 게 보였다.

여전히 작네. 우리들이 어렸을 때보다 더 작아진 것 같아, 아마. 하지만, 치비타는 확실히 나보다 넓은 세상에 산다.

그렇게 생각한 탓일까, 작은 몸이 갑자기 커져 보인다.

[여어, 치비타]

[오소마츠, 아직 개점 전이라고]

[괜찮아. 잠깐 앉아있다 가게 해달라고. 피곤해-]

[방해하면 내쫓는다]

[안 할게~ 의자만 빌려줘]

마음대로 하라면서 치비타는 의자를 한 개 꺼내주고는 개점준비를 했다.

이 녀석도 열심이네, 나이는 우리랑 비슷하면서. 그렇게 생각하며 척척 움직이는 점주를 바라봤다.

[, 마침 잘 됐다. 오소마츠, 이걸 저 위 모퉁이에 달아주지 않겠나? 나는 손이 안 닿거든]

건네받은 건, 두께가 좀 되는 작은 액자. 안에는 꽃으로 동그라미가 세겹, 네겹, , 오뎅인가. 말린꽃으로 만들면 이렇게 입체적이고 선명하구나.

[너한테 꽃이라니! 안 어울린다고?]

[시꺼, 불평할 거면 너희 차남한테나 하라고, 임마]

[? 이거, 카라마츠가?]

닥치고 빨리 달기나 하라며 재촉하는 치비타에, 그의 말대로 액자를 색지 옆에 걸었다.

카라마츠에게 있어서 치비타는 꽃을 보낼 정도의 상대구나. 사이가 좋은 건 알았지만, 역시 분하다.

이 녀석, 카라마츠가 연극을 하고 있다는 것도, 일하고 있는 것도, 이번의 시즌 아르바이트 건도 전부 당연하단 듯이 알고 있었다.

[올해는 이 포장마차도 5주년이거든. 카라마츠는 기억하고 있었던 거지. 정말이지, 감동시키지 말라고, 젠장]

같이 동봉된 편지에 의하면, 이 꽃은 프리저브드 플라워[각주:19], 시들지 않도록 특별히 가공한 거라고 했다.

[이 노란 게, “항상 전지”, 여기 꽃잎이 커다란 건 성공이란 의미고, 하얀 건 희망이라고 하던가. 잘은 모르겠지만, 그런 의미가 있다는 모양이다]

[꽃말이라는 거겠지. 이 녀석, 그런 거 좋아하니까]

2 캐릭터로 자신을 숨기고 있었지만, 카라마츠는 로맨틱한 말을 좋아해서, 순정만화를 보며 울고, 희곡 같은 사랑을 동경한다.

[그보다, 5년이나 오뎅가게 한 거야?]

[그렇다고. 중학교 졸업하고 스승 밑에서 1년간 배운 뒤에야 이 포장마차와 노점권리를 갖게 되었으니까]

이래봬도, 꽤 번성했다고. 개점 준비를 멈추지 않으며 치비타가 계속 말했다.

[처음에는, 그야, 잔품(팔다 남은 것)도 많았다고? 개점을 해도, 손님이 한 명도 오지 않을 때도 많아서, 내가 속을 태우고 있을 때, 카라마츠가 왔어. 부원들과 함께 여기에 나란히 앉아서, 저녁 먹기 전에 배를 좀 채우고 돌아갈 거라면서 말이야. 큰 돈벌이는 되지 않았지만, 역시 기쁜 게 당연하잖냐. 손님이 내가 만든 걸 먹어준다는 건]

[뭐야 그게-, 나 처음 듣는데에-]

불평을 늘어놓자, 치비타는 일부러 말할 일도 아니잖냐, 라며 가볍게 넘겼다. 그런 녀석이었지, 너는.

[최근에 자주 생각하는 건데, 카라마츠, 너무 멋있지 않아? , 더는 못 따라가~]

제법 진심으로 말한 건데, 치비타는 하아? 라며 황당하단 표정을 지었다.

[오소마츠, , 머리 괜찮냐?]

[안 미쳤거든- 정상이거든-]

진짜 그렇게 생각하는 걸. 그 녀석, 진짜 너무 멋있단 말이야. 나 같은 건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그야, 카라마츠는 좋은 녀석이긴 하지만. 그렇게까지 멋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서투른 점도 많고, 울보에 천연이잖냐]

[무슨 소리야, 치비타]

녀석은 전혀 서툴지 않다고? 오히려 재주가 넘치지. 뭐든 다 해내잖아. 우는 거야, 이치마츠한테 멱살을 잡혀서 울먹거리는 경우는 있어도 진심으로 운 적은 거의 없다고, 고등학교 이후로는 거의 못 봤고.

대강 준비를 끝낸 건지, 치비타는 노렌(상점 출입구에 걸어두는 천)을 걸고, 남은 의자들을 전부 내놓았다. 그리곤 엽차가 든 컵을 양손에 들고 내 옆에 앉았다.

무언으로 건넨 찻잔을 받아들었다. 어느새 차갑게 식어버린 손을 잠시 덥히고 한모금 마셨다.

[그 녀석, 여기서 자주 너희들 불평을 했었다고. 이치마츠한테 맞았다든가, 네가 돈을 훔쳐갔다든가]

[바보 아냐, 그런 건 직접 말하면 될 텐데]

[나도 그렇게 말했다고. 나한테 말해도 소용없다고, 바로 돌아가서 직접 말하라고. 그래도 녀석은 고개를 저으면서, 미움 받고 싶지 않다, 같이 있고 싶으니까, 라는 말로 거절하더라]

[? 겨우 그런 걸로 싫어하진 않는다고?]

[그렇네. 하지만, 녀석은 그렇게 생각한 거겠지. 그렇지 않아도, 연극이나 이런저런 걸 숨기려고 거짓말을 했었으니까 라면서 마지막에는 울더라고. 서투른 것에도 정도가 있지, 녀석은 얼마나 폰코츠인 건지..]

속내를 털어놓는 치비타의 얼굴에는 걱정이란 두 글자가 적혀있었다.

[나 그렇게 못 미더워?]

[당연하지. 널 믿어서 무슨 득이 되겠냐]

딱 잘라 말한 치비타는, 웃으며 반쯤 농담이라 덧붙였다.

[너희들을 믿고 안 믿고가 아니라, 너무 가까운 거겠지. 녀석은, 너희 형제들을 엄청 좋아하니까. 그러니까, 어떻게 거리를 둬야할지 모르는 거 아냐?]

우리들한테 미움 받고 싶지 않으니까, 불합리한 취급을 참는다. 괴로워도 슬퍼도, 약한 면은 전부 숨긴 채. 그렇게 무리를 해버리면, 언젠가 깨져버리는 건 당연한 일일 테지.

[인내심의 한계가 와서, 그래서 집을 나가버린 걸까나]

[-, 이번 아르바이트는 말이지, 내가 하라고 떠밀어준 걸지도 몰라]

미안하다며 고개를 푹 숙이는 치비타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 묻자, 화내지 말라며 주저하다 입을 열었다.

[내가 이상한 짓을 했었잖냐, 저번에. 그 뒤에 녀석이 찾아왔거든. 온몸에 붕대를 감고 있기에 돌아가서 자라고 했더니, 잠시 자기 얘길 들어달라고 하더라고]

우리들이 농담이라며 아무렇지 않게 넘겼던 유괴사건을 말하는 거겠지. 역시, 그게 원인인가.

[무슨 일이냐 물었더니, 그 녀석, “나는 이제 그 집에 못 있을 것 같다라고 하더라. 나는 바보 같은 말 말라고, 빨리 돌아가서 쉬라고 다그쳤는데, 녀석은 형제한테 미움 받았다는 말만 되풀이하더라고]

미움 받았다고 착각해도 어쩔 수 없겠지. 우리들 전부 녀석에게 상처를 줬으니까.

[그래서, 나도 점점 속이 부글부글거리고, 상처도 걱정되고 해서 잠깐 머리 좀 식히고 오는 게 어떻겠냐고 했거든. 훗카이도의 아르바이트 얘기는 전에 들어서 알고 있었고, 그 상처로 스턴트맨 같은 건 무리일 테니까. 그랬더니 그 녀석, 뭔가 납득한 얼굴을 하고는 돌아가더라고]

[.........그래]

지금까지는 이런저런 일을 당해도 참고서 우리들과 함께 있으려고 했는데, 결국은 우리들을 떠나기로 한 건가.

[어이, 오소마츠 화내지 말라니까]

[화내는 거 아냐]

자신의 한심함에 화가 났을 뿐이다. 연기에 속아 녀석에 대해 알지 못했다. 아니,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이제 와서, 녀석이 아픔을 끌어안고 있었다는 걸 깨달아도, 어쩔 수 없다.

[슬슬 돌아갈게. , 고마워]

더 앉아있다간 홧김에 술을 마실 것 같다. 가서 저녁 준비도 도와야 하고.

치비타도 그걸 아는 거겠지. 게다가 방해 받기 싫은 것도 있어서인지, 만류하지 않았다.

[오뎅, 가지고 가. 슬슬 다 되어 가니까]

[됐어. 닭날개랑 무 넣고 졸여 먹을 예정인데 메뉴 겹치잖아]

일단 거절하긴 했지만, 치비타는 아침에 먹으라며 결국 봉투에 담아 주었다.

 

 

집에 도착해서 이치마츠와 빨래를 다 정리하고 나니, 엄마가 돌아왔다.

내가 사온 것을 확인한 엄마가 정한 오늘 저녁밥은 역시 무와 닭날개 조림.

마츠요가 무를 돌려가며 껍질을 벗기고, 나는 칼집을 넣었다.

요리에 관해선 아직 어린애가 도와주는 수준. 그래도 나물 정도는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이번에는 배추를 썰어 된장국에 넣을 차례. 줄기를 기준으로 세로로 잘랐다.

[!]

멍하니 있었던 탓에 고양이 손(칼질할 때 계란을 약하게 쥔 듯한 손모양을 말합니다)을 하는 걸 잊어버려 손가락을 살짝 베였다.

[그렇게 깊진 않네. 제대로 소독하고 반창고를 바르렴. 나머지는 엄마가 할테니까]

엄마는 재빨리 내 상처를 확인하고, 환하게 웃었다. 어릴 때부터 우리들을 안심시켜주던 미소.

[미안]

[걱정하지 않아도 네 몫도 제대로 준비할 거니까]

오소마츠가 솔직하게 굴다니, 오히려 걱정인 걸이라며 마츠요는 작게 웃으며 나를 부엌에서 내쫓았다.

상처는 정말 별거 아니었다. 칼이 살짝 스쳤을 뿐이라, 이젠 아프지도 않았다.

소독약을 뿌리고, 반창고를 붙였다. 작은 반창고 겉으로 배어나오는 자신의 피를 보며, 갑자기 나는 녀석들이 아니라는 걸 다시금 실감했다.

당연한 건데 내가 계속 무시했던 내가 너희고, 너희가 나가 아니라, “나는 나, 너희는 너희라는 사실.

이 상처는 나만의 것, 녀석들이 공유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녀석들의 상처도 내가 공유할 수 있는 게 아니다.

, 우리 6명은 하나의 수정란에서 태어나, 함께 자랐지만 죽을 때는 함께가 아니다.

차차 받아들여져 가는 사실. 몸이 찢겨져 나갈 것 같고, 가슴이 욱신거린다.

[오소마츠형?]

누군가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이치마츠가 놀란 얼굴로 서있다.

[다친 거야? 그보다, 왜 울고 있어?]

눈앞에 웅크리고 앉은 이치마츠는 먼저 내 손가락을 살피더니 별거 아니라 판단한 듯, 이번에는 티슈를 뽑아 내 얼굴에 갖다댔다.

[이치마츠으, 나 말이야, 엄청난 걸 알아버렸어]

[, 뭔데?]

[나와 너는 다른 사람이라는 걸. 나와 토도마츠도, 쥬시마츠도, 쵸로마츠도, 카라마츠도, 전부 나와는 다른 사람이었다는 걸]

아무리 눈물을 닦아도 소용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이치마츠는 내 얼굴을 제 가슴에 파묻었다.

[......., 그렇네. 그러니까, 이렇게 만질 수 있는 거잖아]

이치마츠의 후드는 어쩐지 짐승냄새가 났다. 이 녀석, 얼마나 고양이랑 뒹굴다 온 거야.

[다른 사람이니까, 네 형제일 수 있는 거야. 토도마츠도 쥬시마츠도, 나도 쵸로마츠도, 카라마츠도]

내 머리를 쓰다듬던 이치마츠의 손길이 기분 좋아서, 길고양이가 왜 그를 따르는지 납득이 갔다.

 

 

 

 

 

 

* * *

 

 

 

 

[.....하아아]

[쵸로마츠, 그렇게 풀 죽어있지 마라]

[미안, 쵸로마츠형, 내 비엔나 줄 테니까, 기운 내?]

1월 마지막 수요일, 아침 830.

오늘은 아르바이트 쉬는 날로, 셋이서 스노보드를 타러 가는 걸 기대했었는데, 말끔히 갠 하늘과는 반대로 내 마음은 먹구름이 잔뜩 드리웠다.

쥬시마츠가 계속해서 미안하다고 하지만, 잘못한 건 나, , 알고 있다.

오너를 필두로, 토미오씨도 라이야씨도 술꾼으로, 일이 끝나면 다 같이 한 잔 하는 게 이곳의 일상.

우리들은 그렇게 술이 세지 않으니까, 평소에는 정말 딱 한 잔만 마셨다. 카라마츠는 살짝 더 마시긴 하지만. 그런데 어제 저녁에는 다음날이 휴가라서 그런지, 욕망에 져버려 한계까지 마시고 말았다.

거하게 취해선 목욕하러 들어가려는 내게, 카라마츠가 술 먹고 탕에 들어가면 안 좋다라고 했지만 끝끝내 괜찮다며 들어가 버렸다. 제대로 온천을 만끽하며 이런저런 주정을 부리던 나는 그의 말대로 갑자기 술기운이 돌았고, 눈을 떠보니 아침이었다.

괴롭다. 숙취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탕에서 나온 뒤의 기억이 전혀 없었다. 어쩐지 두려움이 몰려와 두 사람에게 어제 폐를 끼치지는 않았냐고 물었더니, 쥬시마츠가 웃으며 말했다.

[쵸로마츠형 카라마츠형의 가슴 주무르면서 잠들었어!]

당연히 믿을 수 없어서 어떻게 된 일이냐며 따져 물었지만, 증거 영상을 본 나는 정신이 아득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건 큰일이다. 너무 엄청난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그렇지 않아도, 무덤까지 끌고갈 리스트 중 하나인, 카라마츠의 가슴에 안겨서 자는 사진이 쥬시마츠에 의해 친가에 뿌려졌는데, 이것마저 뿌려질 수는 없다. 이 동영상은 꼭 봉인해둬야 한다. 내 생사가 걸린 문제다.

[이거 재밌어서 모두한테 보내줬어!]

[우아아아아! 쥬우시마츠으!!!]

간만에 전력으로 소리를 지른 나 때문에 타이가씨가 셔츠를 제대로 입지도 못한 채 옆방에서 뛰쳐나와, 카라마츠가 아무 일도 아니라며 사과했다.

잠시 멍하니 있는 사이, 카라마츠와 쥬시마츠가 옷을 갈아입히고 헝클어진 머리도 정리해주었다.

열심히 일해서 영상에 관한 걸 잊자고 생각하며, 협박문자를 하나 본가의 세명에게 넣어두고, 두 사람에게 이끌려 휴게실에서 아침밥을 먹었다.

[쵸로마츠 숙취?]

오늘 아침은 라이야씨가 만들었다. 아일랜드 풍의 아침으로, 소시지와 스크램블 에그, 소다 브레드와 야채 스프에 요구르트도 있다.

[아뇨, 그런 게 아니에요. 잘 먹겠습니다]

인사를 하고 스프를 한 입 떠먹자, 따스함과 야채의 풍미에 살짝 기분이 풀렸다.

[, 쵸로마츠, 이제 괜찮은가?]

그렇게 말하며 얼굴을 내민 건, 프론트부터 주방일까지 뭐든 능숙하게 해내는 타이가 선배였다. 오늘은 카라마츠의 대리로 토미오씨를 돕는다는 모양이다.

[아까는 소리를 질러서 죄송했습니다]

스크램블 에그를 삼키고 사과를 하자, 양옆의 형제들이 쿡쿡 웃어댔다.

[아니, 그건 괜찮은데. 진짜 아무 일도 아니었던 거야?]

[?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바퀴벌레라도 나왔어?]

[아니에요. 제 실수가 본가의 형제들에게 들킨 것뿐...]

다시 정색을 하며 쥬시마츠가 찍은 영상을 보여줬더니, 타이가씨와 라이야씨가 폭소했다.

[하하하핫! 이야-, 이거 엄청 재밌잖아! 우와-, 직접 보고 싶었는데-! 돌아가는 게 아니었어!]

-, 눈물 난다라며 카운터에 머리를 푹 처박고 웃는 라이야씨의 머리를 타이가씨가 라이형 너무 웃잖아라며 살짝 쥐어박았다.

[술에 취해서 그런 거니까, 괜찮지 않아? 나도 술 때문에 이런저런 추태를 보인 적 있었고, 삼촌이랑 라이형도 만만찮으니까 너무 그렇게 신경 쓰지 말라고]

내 머리를 막 쓰다듬으며, 쥬시마츠와 카라마츠의 머리까지 쓰다듬은 타이가씨는 주방으로 돌아갔다.

[그래그래, 좋은 얘깃거리잖냐]

눈물을 닦으며 몸을 일으킨 라이야씨가, 탁탁 카운터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기분 나쁜 웃음을 흘렸다.

[뭐어, 나님의 breakfast를 먹으면, 전부 괜찮아질 거라고]

이런 말을 스스로 해도 그럴듯하니까, 혼혈인 이케멘은 이득이구나, 라고 생각해 무심코 웃어버렸다.

[그렇네요. 스프, 맛있어요]

[나는 이 달걀 좋아! 푹신푹신!]

[나는 이 빵이 좋군]

[그렇지-? 그랜마한테 전수받은 거니까 말이야]

의기양양한 얼굴로 가슴을 탁탁 치며, 윙크를 날린다. 그 동작을 보던 카라마츠가, 오오, 라며 눈을 반짝인다.

, , 이런 거 좋아했지. 하지만, 순수 일본인인 네가 하면 그냥 안쓰러울 뿐이니까 말이야.

자신을 연기하기를 그만둔 카라마츠는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라이야씨를 동경하는 것 같다.

라이야씨도 카라마츠가 웨이터를 하게 됐을 때부터 우리 차남이 마음에 든 모양인지, 슬쩍슬쩍 관심을 내비쳤다.

지금도 커피를 마시며 소시지를 행복한 표정으로 먹는 카라마츠를, 아주 만족스런 표정으로 보고 있고.

뭐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카라마츠의 저 표정은 정말 귀엽고, 힐링되니까.

 

 

맛있는 밥과 형제의 미소로 축 쳐져있던 기분도 회복되다니, 나도 단순하지.

신문을 보는 라이야씨에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감사인사를 전하자, 손을 가볍게 흔들어 답한다.

[쵸로마츠형, 기운 났어? 이제 타러 갈까?]

[, 덕분에. 잔뜩 타고 오자]

계단을 재빨리 뛰쳐내려가는 쥬시마츠의 뒤를, 나와 카라마츠가 뒤쫓았다.

지갑과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펜션에 남아있던 스키복과 마찬가지로 빌린 신발을 신었다.

오너와 토미오씨, 라이야씨에게 빌린 보드를 짊어지고 뒷문을 통해 밖을 나서자, 벤씨가 손을 흔들며 배웅해주었다.

[재밌게 놀다 오라고-!]

셋이서 손을 흔들어 답하고, 걸어서 불과 10분 만에 초심자부터 상급자까지 즐길 수 있는 스키장에 도착했다.

리프트 매표소에, 카라마츠가 당구 내기로 얻은 할인권을 살짝 잘난 체하듯이 꺼내보이자, 이제는 얼굴을 익혀버린 아주머니까 아하하 웃었다.

[, 여기]

감사합니다, 하고 세명 동시에 말하는 것도 이젠 익숙한 풍경이다.

부모님이 스키에 푹 빠졌던지라 어릴 때부터 스키장에는 매년 데려가주었다. 하지만 스노 보드는 타본 적이 없으니, 모처럼이니까 도전해보자고 말을 꺼낸 건 나였다.

막상 오긴 왔지만, 초심자 셋이서 어쩌지도 못하고 서있자, 현지의 남학생 세명이 가르쳐주었다.

같은 얼굴 세명이 우왕좌왕하고 있는 게 웃겨서 말을 건 것 같았다.

동물적인 운동감각을 가진 쥬시마츠는 순식간에 보드를 익혔고, 재주가 많은 카라마츠도 금방 그럭저럭 탈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두 사람에 비하면 더디지만, 지금은 나도 양껏 재주를 부리며 탈 수 있게 되었다.

스피드를 그대로 유지한 채 턴을 하거나, 흐름에 맡겨 에어[각주:20]를 넣는 게 좋다.

평범하게 타는 걸로는 부족해진 쥬시마츠와 카라마츠는 하프파이프와 키커[각주:21]에 열중이다.

준비운동 삼아 셋이서 짧은 코스를 타고, 하프파이프로 이동.

[그럼 다녀올게!]

[제대로 보고 있을 테니까!]

[턱없는 짓은 하지 말라고]

줄서러 간 쥬시마츠에게 카라마츠와 함께 손을 흔들어주고, 나는 타이가씨한테 빌린 비디오 카메라를 작동시켜, 오늘 본가에 보낼 영상을 찍었다.

[쵸로마츠, 다음이다. 비디오 준비했나?]

[날 뭐로 보고, 준비만만이라고]

저 높은 곳에서 우리들의 모습이 보이는지, 노란 헬멧을 쓴 쥬시마츠가 두 손을 팔랑팔랑 흔들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스노 보드 어쩌고 게임, 하프파이프! 해설은 저 마츠노 쵸로마츠와 본고장인 미국에서 넘어오신 미스터 파인필드씨입니다!]

갑자기 발랄하게 말하는 날 보며, 카라마츠는 눈을 깜빡거리더니 히죽거리며 웃었다.

[Hello, everyone! I'm Pinefield. Now, I can't wait to see Jyushimatsu Matsuno's performance!]

텐션을 높여 유창하게 영어를 말하는 카라마츠는, 완전히 내 의도를 알아차리고 미국인 스노보드 해설자를 연기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번 시즌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인물인데요! 자아, 슬슬 쥬시마츠 선수의 등장입니다!]

[First, backside one-eighty. So beautiful!]

[처음은, 백사이드 180, 굉장히 아름답습니다!]

[Next is frondside three, and high air!]

[다음은 프론트 사이드 360. 그리고 에어! 오오, 꽤 높은데요!]

[Switch-stance, and wow! cab ten-eighty! Excellent! Oh my goodness! What a huge jump!]

[자세를 바꿔, 커브 1080! 굉장하네요! 다이나믹하게 마무리!!]

아주 간단히 기술을 선보인 쥬시마츠가 아래로 스르륵 내려온 것을 신호로, 나는 촬영을 중지했다. 열렬히 해설하던 미스터 파인필드는 환상 속 너머로 돌아가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 카라마츠와 둘이서 얼굴을 마주보고 웃었다.

[엄청 기분 좋았어!!]

구경꾼들의 박수를 받으며 돌아온 쥬시마츠가 뛰어드는 걸 둘이서 받아냈다.

다음은 카라마츠의 키커, 꽤 상급자용으로, 높이는 5, 6m 정도다. 그런데 녀석은 처음부터 태연하게 타서, 오히려 가르쳐준 대학생들이 놀랐다.

[카라마츠형!!]

차례가 돌아오고, 대 위에 선 카라마츠에게 쥬시마츠가 양손을 흔들었다. 그쪽도 보고 있었는지, 이쪽을 향해 크게 손을 흔들었다.

망설임 없이 슥, 하고 어프로치[각주:22]를 내려가, 가속을 해서 립에 도달. 그대로 카라마츠의 몸이 공중에 높이 날아오른다.

[우하-!! 높아아-!]

몇 번이나 도는 걸까. 빙글빙글 바람에 휘날리는 나뭇잎처럼, 그대로 하늘에 빨려 들어가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들 정도로 오랫동안 공중에 맴돌던 카라마츠는 사뿐히 바닥에 착지했다.

[카라마츠형 엄청나아-!! 엄청 멋져어어!!]

와와- 떠들어대는 쥬시마츠 옆에서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위험해, 엄청나다고, 내 형제 너무 멋져서 심장이 파열될 것 같아!!

 

 

다리가 후들거릴 때까지 보드를 탄 우리들은 펜션으로 돌아가 목욕으로 피로를 풀었다. 이 무슨 사치스러운 시간인가.

저녁은 사슴고기 전골로, 이것 또한 엄청 맛있었다.

쥬시마츠들이 어제 잡아온 커다란 사슴은 전문업자에게 부탁해 해체했다.

그래서 오늘 레스토랑의 메인 요리는 붉은 와인으로 졸인 사슴고기로, 손님들에게 호평이었다.

폐점 후 정리를 돕고, 내일은 레스토랑이 쉬는 날이고, 평일에는 투숙객들도 그리 많지 않으니, 오늘은 느긋하게 마시자, 라며 다들 휴게실에 모였다.

[, 쵸로짱이랑 카라짱의 그거, 또 보고 싶어]

[나도, 보고 싶은데]

여성 두 명이 졸라대는 탓에, 나와 카라마츠는 제대로 제복을 갖춰 입고 카운터 안에 섰다.

처음 여기에 왔을 때, 당연하게도 셰이커를 흘드는 카라마츠에 흠뻑 빠졌었다. 그래서 싱크로 바텐더의 영상을 찾아봤다.

[쵸로마츠, 너라면 할 수 있을 거다]

라는 말에 꼬드겨져서, 연습하게 된 지 약 한달. 기본적인 칵테일을 만들 수 있게 된 이후, 우리들의 연회에서 그 성과를 선보이게 되었다.

나는 실벵씨의 마티니[각주:23], 카라마츠는 유메노씨의 스팅어[각주:24]를 베이스로 한 칵테일)를 맡았다. 따로 구호는 필요 없다. 그저 눈을 마주칠 뿐. 그것만으로 서로의 호흡을 맞춘다.

그 증거로 셰이커를 테이블에 두는 타이밍이 딱 맞았다.

내가 진을 들어 한 바퀴 돌리자, 카라마츠가 브랜디를 들어 흔든다.

카라마츠가 페퍼민트 리큐르[각주:25]를 메저 컵(액체용 계량컵)에 부었다. 나도 따라서 베르무트[각주:26]를 메저 컵에 부었다.

셰이커 뚜껑을 덮고, 한 손으로 셰이커를 가지고 놀 듯 살짝 흔든다. 흔드는 손의 위치도, 횟수도 전부 똑같다.

신중하게 잔에 따르고, 여기있습니다, 라며 내밀자 박수가 쏟아진다.

물론 박수도 기쁘지만, 카라마츠와 일심동체가 된 것이 엄청 기뻤다.

[-, 돌아가기 싫어]

오너의 추천인 소주를 한 모금 마셔 뜨거워진 목에서 툭, 한마디가 튀어나온다.

작게 말했는데 마침 대화가 끊겼던 타이밍에 튀어나온 탓에, 어제부터 내 머리를 맴돌던 한마디를 모두에게 들키고 말았다.

[왜 그러나, 쵸로마츠?]

[생각해 보라고. 집에 돌아가면, 너는 또 불쌍한 취급을 받게 될 거라고? 게다가 쥬시마츠가 제대로 뭔가 하려고 하면 녀석들이 방해할지도 모르고. 나도 백수로 돌아갈지도 몰라]

이제 네가 부당한 취급을 받는 건, 보고 싶지 않아. 마지막 말은 제대로 전하지 못했지만, 카라마츠에겐 전해졌는지 눈썹을 축 늘어뜨리고, 기쁘면서도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저희 회사에 오지 않겠습니까?]

분명하게 들려오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하나요시씨였다. 무슨 뜻인지 몰라서 멍하니 있자, 라이야씨가 입을 열었다.

[, 또냐! 작년에도 그런 달콤한 말로 유혹해서 노바라짱을 데려갔잖냐]

오해를 살만한 말은 삼가주시죠, 라며 하나요시씨가 라이야씨의 머리를 살짝 쥐어박곤 우리들 쪽으로 다가왔다.

[솔직하게 말하겠습니다. 쵸로마츠군, 저희 회사에서 일하지 않겠습니까? 저희 회사는 아카츠카에서 그리 멀지도 않고, 셋이서 살 정도로 큰 사원 기숙사도 있습니다. 급료 같은 건 여기서 말할 수는 없지만, 평균적인 금액이라 생각합니다. 사회 보험은 물론이고, 복리 후생도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휴가도...제가 여기에 있는 걸 보시면 어느 정도 감이 오시겠죠?]

꽃미남 오라를 뿌려대며 말하는 하나요시씨. 아니, 잠시만요, 그렇지만, 저 지금까지 니트였고, 여기서 처음으로 아르바이트한 것뿐인데, 그런 회사에 다니다니.

[저기, 어떤 일인가요? , 정말 여기서밖에 일해본 적이 없어서]

[아아, 실례. 저희 회사는 대학발 벤쳐기업을 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훌륭한 연구성과를 시장에 내놓으면, 그걸 도와주는 역할이라고 하면 이해가 빠를까요. 구체적으로는, 경영과 인사 면에서 조언을 하거나 함께 툴을 작성하거나 합니다]

어째서 그런 어렵고 전문지식이 요구되는 일을 나한테 추천하는 거지. 이쪽은 고졸이라, 대학의 문턱도 밟아보지 못했는데.

[그거, 제가 할 수 있는 일인가요..?]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권유드리는 겁니다. 처음 만났을 때 그랬죠? 당신이 청소한 방은 완벽하다고. 세세한 곳까지 제대로 살피고 신경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형제분들과 있을 때, 당신이 상황을 정리하는 역할인 것 같더군요. 그런 자질이, 저는 필요합니다]

과대평가라고 생각했다. 청소를 잘 해낸 건, 그저 내가 약하게 결벽증이 있었을 뿐이고, 카라마츠와 쥬시마츠가 내 의견을 들어줬기에 정리하는 것도 가능한 거다.

[-, 좋은 제안이지 않나 쵸로마츠군. 해보라고]

쿨하게 찬성해버린 오너의 뒤를 이어, 토미오씨와 유메노씨도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든 무언가를 시작할 땐 다 처음이지. 한 번 도전해보고, 안 되겠으면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면 되는 거야. 바니의 회사가 별로라면, 우리 회사도 소개해주지. 아니면 여기로 돌아와도 되고]

[이래 봬도, 사람 보는 눈 하나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결정하는 것도 힘들테니, 조금 생각할 시간을 드리죠]

 

 

어젯밤 일을 반성삼아, 소주 2잔 마시고 자리를 떴다.

형제 LINE이 와서 보니, 이치마츠가 내년 대학 입시에 도전한다는 보고였다.

아마, 이치마츠한테 자극받은 건지, 나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저기, 카라마츠. 부모님의 이혼소동. 기억해?]

핸드폰에서 고개를 들어 이쪽을 보는 카라마츠의 얼굴은 의아함으로 가득차있다.

[그 때, 내가 그랬잖아. 널 부양해주겠다고. 그거, 지킬테니까 같이 살래? 쥬시마츠, 너도]

두 사람은 잠시 멍한 얼굴로 서로를 마주봤다. 내가 한 말을 곱씹어보는 거겠지. 그러더니 이내 환하게 웃으며 동시에 외쳤다.

[물론이지!]

[갈게!!]

 

 

 

 

 

 





으아...드디어 끝냈다ㅠ

분량이 엄청나서 시간이 꽤 걸렸네요


6편부터는 아직 안 올라와서

이후에 업로드가 되면 번역할게요 :D

 

 

 

 

 

 

 

 

 

 

 

 

 



  1. (=아르카익(아르카이크)스마일. 초기 그리스 조각의 옅은 미소를 띤 표정을 말합니다. 쉽게 예를 들자면, 모나리자의 미소를 떠올리면 될 것 같습니다!) [본문으로]
  2. (쉽게 예로 들자면, SD캐릭터를 떠올리면 될 것 같아요 :) 자세한 설명은 검색을!) [본문으로]
  3. (이탈리아식 스위트 푸딩) [본문으로]
  4. (임시 비계에서 각종 작업에 종사하는 기능인. 건축 관련 종사자) [본문으로]
  5. (스페인 북부의 항만도시) [본문으로]
  6. (닭고기 등으로 속을 채운 작은 파이) [본문으로]
  7. (프라이팬에 고기, 해산물, 채소 등을 넣어 끓인 스페인 전통 쌀요리) [본문으로]
  8. (조부모나 선조의 형질이 유전된 것) [본문으로]
  9. (*맞는지 모르겠습니다....번역기 돌려서 나온 거라...) [본문으로]
  10. (무슈는 남성, 마담은 여성에게 쓰는 말입니다) [본문으로]
  11. (*일단 불어 느낌상 번역했어요...카라마츠가 뭔가 단어선택을 잘못..한 것도 같은데 전 불어를 안 배워서 모르겠습니다..;ㅂ;) [본문으로]
  12. (*일본의 한자는 같은 한자라도 읽는 법이 달라서, 이름도 마찬가지로 같은 한자를 쓰지만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따로 뒤에 읽는 법을 붙여둔 거고, 여기서 하나요시는 華美로 빛날 화, 아름다울 미, 라서 여자이름 같다고 한 것 같네요 :D) [본문으로]
  13. (빛날 화에는 꽃이란 의미도 있습니다) [본문으로]
  14. (일본어로 토끼) [본문으로]
  15. (채소와 된장 따위를 넣고 끓인 죽) [본문으로]
  16. (싱글 CD에 들어가는 노래 2곡 중 타이틀곡이 아닌 다른 한 곡) [본문으로]
  17. (空野空松가 원문입니다. 여기서 카라는 텅텅 비었다는 의미로 쓴 것 같아요) [본문으로]
  18. (고객들에게 흥미와 즐거움을 이끌어내는 엔터테이먼트적 요소를 제공하는 바텐더) [본문으로]
  19. (생화에 착색제와 특수 보존액 처리를 한 후에 건조시킨 것) [본문으로]
  20. (보드 용어 같은데 모르겠네요) [본문으로]
  21. (보드류를 탈 때 타는 언덕 형태나 반원 형태의 장애물..? 같은 겁니다) [본문으로]
  22. (도움닫기 구간) [본문으로]
  23. (진(술의 한 종류)을 베이스로 한 칵테일) [본문으로]
  24. (브랜디(술의 한 종류) [본문으로]
  25. (리큐르(리쾨르)는 알코올에 설탕, 향료를 섞은 혼성주로 페퍼민트 향의 리큐르를 ‘페퍼민트 리큐르’라고 합니다) [본문으로]
  26. (이것도 리큐르의 일종입니다. 포도주에 베르무트초의 뿌리 따위를 우려낸 거라고 하네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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河西八十三님의 작품입니다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6648539





























만약 차남이 하이스펙이라면

 

 

차남의 숨겨진 능력이 상상 이상으로 높았다4

 

 

 

 

 

 

――탑승객 여러분, 비행기는 곧 착륙할 예정입니다. 안전벨트를 확인해주십시오.

고운 목소리의 안내방송이 흘러나오고, 옆의 두 사람이 방송대로 안전벨트를 확인한다.

고도가 뚝 떨어지고, 기체는 구름에 가려진다. 기류가 흐트러진 건지 약간 흔들거린다.

[........, 벨트 좀 더 베대로 하는 게 좋지 않겠슴까?]

[아니, 그랬다간 괴롭다고]

그보다도, 라며 카라마츠가 내민 왼손을 쥬시마츠가 꽉 잡고, 두 사람은 함께 눈도 꼭 감았다.

오늘도 내 형제들이 너무 귀여워서 모에사할 것 같습니다.

 

여행 같은 건 좀처럼 가지 않는 우리들은, 당연하게도 이게 첫 비행.

최근에는 수학여행을 해외로 가는 학교도 있는 모양이지만, 우리들은 초등학교 때는 카마쿠라, 중학교는 닛코, 고등학교는 나라교토, 모두 국내로 육로였다. 아니, 딱히 부러운 건 아니니까 말이야.

 

이 비행기에 타기 위해 우리는 오늘 아침 530분에 일어났다.

그렇게 일찍 일어나다니, 그야말로 고교 수학여행 이래로 처음이다. 그래서 무의식중에 긴장한 건지, 이상한 꿈을 꾸었다.

대강의 줄거리는 잊었고, 꿈이니까 애초에 스토리가 있을 거라 생각하진 않지만. 이 무슨! 그 토토코짱과 껴안고서 가슴을 비벼댄다는, 동정에게 있어 너무~우 쇼크인 씬이 있었던 것만큼은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오른손으로 꽉 쥐고, 몰캉몰캉, 우와, 풍만하고 부드러운 감촉을 즐기고 있으니,

삐비비비비비빅, 시끄러운 소리가 울리고, 젠장 누구야 이렇게 좋을 때에 방해하다니.

그래서, 혀를 차며 잠에서 깼다.

살짝 황홀한 얼굴을 한 토토코짱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낯설고 어두운 방, 나 이외의 숨소리가 두 사람 몫.

아아, 그래, 어제 나는 카라마츠랑 쥬시마츠, 이렇게 셋이서 집을 나와 호텔에 묵었었지. 이 소리는 잠들기 전에 설정해둔 알람이구나, 그래, 토토코짱의 가슴을 만지다니 꿈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 어라? 그럼 지금 오른손으로 만지고 있는 이건 뭐야?

꿈속에만 존재하는 감각이라 생각했는데, 그 감각이 현실에도 존재한다.

급속도로 뜨인 눈에 비친 건, 살깍 코를 골며 자는 카라마츠의 옆얼굴이다. 조심조심 고개를 돌리면, 나의 오른손은 토토코짱의 가슴이 아닌, 차남의 왼쪽 상완이두근, 이른바 근육을 마구 만져대고 있어, 무심코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잘 때 팔베개를 해줬다미나!! 그렇다고 해서 카라마츠의 팔에 완전히 매달린 채 자고 있었다니!!

무덤까지 갖고 갈 항목에 하나 추가됐다.

재알람 기능으로 다시 울리기 시작한 알람을 끄고, 형제를 깨우려던 손이 멈추고 만다.

쥬시마츠가, 카라마츠를 죽부인마냥 꼭 끌어안고서 쿨쿨 잠들어있었다. 어쩔 수 없네, 정말.

하지만, 오늘 아침 우리들은 시간이 별로 없다며 자신을 질타하고서, 두 사람의 어깨를 흔들어댔다. 그러자 의외로 쉽게 눈을 뜬다.

[, 쵸로마츠형!! 좋은 아침-!!]

[, 안녕 쥬시마츠. 세수하고 와]

순식간에 눈을 뜬 쥬시마츠에 비해, 카라마츠는 좀처럼 잠에서 깨지 못한다.

복근만으로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간신히 눈을 떴지만, 그 얼굴은 완전히 전과 5.

[...........양팔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건, 미안,]

두 사람을 팔베개해줬으니 그야 저리겠지. 빨리 쥐가 풀리도록 주물러준다.

우와아, 물컹물컹, 힘이 안 들어간 근육이란 건 이렇게 부드럽구나, 위험해, 버릇될 것 같아.

호넬의 프런트에는 어제 그 누님은 없고, 대신 있던 빈틈없어 보이는 중년남성에게 다시 한번 감사인사를 하고 역으로 향했다.

나와 쥬시마츠는 표를 끊고, 카라마츠는 IC카드를 충전한다.

돌아가던 중에 키가 큰 금발누님 4인조가 말을 걸어서, 나와 쥬시마츠가 얼어있는 사이, 카라마츠가 유창하게 대화를 했다.

우와, 굉장해, 이게 영어 검정시험 준1급의 실력이라는 거야? 웃는 얼굴로 응대하는 카라마츠, 굉장해!!

영국에서 왔다는 그녀들은, 지금부터 교토에 간다는 모양으로, 아마 신칸센 타는 법을 설명해주고 있는 것 같다.

아아, 정말! 나는 네가 정말 자랑스럽다구!

이러저러해서 도착한 공항 제 1터미널 역.

공항에 온 자체가 처음인 우리들은, 일본 최대의 공항에 들어서자마자 그 다른 세계 같은 느낌에 잠시 멍해진다.

첫 체험!! 이라 연발하며 떠드는 쥬시마츠를 카라마츠와 둘이서 말리고, 벌벌 떨면서 탑승 수속을 하고, 우주선에 타는 것과 같은 긴장감으로 트랩에 올랐다.

비행기가 이륙하자, 옆의 두 사람이 덜덜 떨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그런 두 사람을 보고 놀라며 괴로워했다.

이 두 사람한테 비행기를 무서워할 요소가 있어?! 쥬시마츠는 하늘을 날아도 이상하지 않은 녀석이고, 카라마츠, 너 스턴트맨 일도 했다면서?! 좀 더 무서운 짓도 했잖아? 실제로 유원지의 무서운 놀이기구도 둘 다 덤덤한 얼굴로 탔었잖아!

그런 마음의 외침을, 부드럽게 바꿔 말하자, 둘은 나란히 고개를 갸웃거리며 답했다.

[제트코스터라면 떨어져도 괜찮잖아?]

[스턴트도 안전이 보장되어 있고, 헬기에서 떨어질 때도 제대로 낙하산하고 있었다고]

-, , 알겠어, 자신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고도인 게 문제인 거네, 아니, 잠깐만, 헬기에서 떨어졌다니! 그게 아무렇지 않은데 비행기를 무서워하는 이유를 전혀 모르겠는데.

어제 하루 시달렸던 나는 카라마츠가 무엇을 하던 놀라지 않기로 했지만, 조금 무리일지도 모르겠다.

 

다시 고도가 낮아지고, 구름을 벗어나니 순식간에 펼쳐지는 새하얀 세상.

터널을 빠져나오자, 그곳은 설국이었다라는,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렸던 글귀를 떠올렸다. 답지 않은 말을 하고 있다는 건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이런 경치는, 텔레비전 화면으로만 봤는데, 지금은 그게 작은 유리창 너머에 아주 가까이 보이고, 앞으로 20분만 있으면, 나는 저쪽으로 직접 들어가게 된다.

그렇게 생각했더니 갑자기 터무니없이 멀리 온 듯한 느낌에, 팔걸이를 부여잡고 있던 카라마츠의 오른손에 자신의 왼손을 포갰다.

쵸로마츠, 고맙군. 하고 눈을 감은 채로 내 손을 다잡으며 카라마츠가 말했다. 아니, 아니니까, 너를 달래려는 게 아니라 내가 위로받으려는 거니까, 네 온도로.

 

당연하게도, 아니 그렇지 않으면 곤란하지만, 두 사람의 걱정과는 달리 비행기는 무사히 착륙했다.

스튜어디스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 트랩에 발을 내딛자 훅 불어오는 찬바람에 상의 지퍼를 끝까지 올려 채웠다.

[우하-! 눈 엄청나아-!!]

[아아, 역시 훗카이도로군]

부활한 두 사람은 통로의 유리 너머로 보이는 경치에 설레는 기분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하지만, 이게 웃을 일이야? 눈보라 엄청나거든?!

맡겨둔 짐을 찾은 카라마츠가 기타의 상태를 확인하는 동아, 나는 두 사람의 짐에서 막 산 상의를 꺼내 아무 말 않고 입혔다.

쵸로마츠 엄마라는 말을 들었지만, 아니아니, 눈보라라고?! 점프슈트나 7부 소매 티셔츠로 견딜 수 있는 세계가 아니라고?!

[혀엉, 여기서부턴 어떻게 감까?!]

[그렇네, 전차랑 버스가 있는데]

문제는 이 날씨에 운행을 하느냐다.

여행사의 누님이 준 자료를 보며, 안내소에 물어볼까, 라며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자, 낯선 목소리가.

[-, 거기 마츠노 형제!]

[타이가 선배?!]

손을 흔들며 달려온 건, 키가 훤칠하고 손발도 긴 모델같은 훈남으로, 나는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고 말았다.

 

[연극부의 전부장으로, 지금은 극단의 총 책임자인 나가소네 타이가씨다]

카라마츠의 소개에, 우리와 마주보고 있던 그 사람은 푸핫,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뭔가 이상합니까?]

[하핫! 미안, 아니 그게, 세명 똑같이 귀엽구나~ 해서. 정말 똑같네 너희!]

한바탕 크게 웃은 그는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으며 히죽 웃는다.

훈남의 미소 눈부셔!! 하지만, 성격 엄청 가볍네!

[안녕-, 입학식에서 카라마츠를 연극부로 낚아채간, 나가소네 타이가야! 타이가라고 불러. 잘 부탁해-!]

우리들이 이름을 밝히려 하자, 타이가씨는 잠깐만, 하고 막아세운다.

[오른쪽이 쵸로마츠군이고, 왼쪽이 쥬시마츠군, 어때? 맞았어?]

차례대로 우리들의 이름을 맞추곤, 맞냐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에, 나는 쥬시마츠와 눈을 마주치곤 맞습니다, 라고 답한다.

[처음 뵙겠습니다, 삼남인 쵸로마츠입니다. 이번에 신세지게 되었습니다]

[오남, 쥬시마츠임다! , 뭐더라, ! 잘 부탁드립니, 머스루!!]

[우왓, 그렇게 딱딱하게 굴지 말라고! 그보다, 슬슬 이동하자. 눈도 이제 잠잠해졌으니까]

그 말에 창밖을 보니, 아까까지 세차게 퍼붓던 눈이 포곤포곤하게 내리는 정도가 되었다.

한발 먼저 주차장으로 향한 타이가씨의 뒤를 따르던 카라마츠의 팔을 쿡 찌르곤 작은 소리로 물었다.

[나가소네라니, 설마, 그 나가소네 그룹의?]

[본가의 후계자라더군. 나가소네 철강 CEO의 차남이다]

도공을 대대로 이어오던 나가소네가는, 무사 시대에 무구를 생산해 부를 쌓고, 유신 후에는 철강업을 비롯한 금속생산 가공업으로 단번에 유명해졌다.

그 후에도 일본에서 동업계를 이끌고, 전후에는 세계에 거점을 펼치며 신소재 개발 등 다각적인 면으로 활동했다. 게다가 개발도상국에 기술적 지원도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요컨대, 주식상장 대기업.

그렇다는 건, 고등학교 때 엄청난 가문의 사람이 다니고 있었다는 거네. 당시에는 흥미가 없었고, 1학년과 3학년은 별로 접점도 없어 몰랐지만, 그게 연극부의 부장이었을 줄이야.

[괜찮은 거야? 이런 사람한테 마중오라고 부탁해도]

[아니, 나는, 비행기에 탔다고 문자했을 뿐이라고. 이른 시간이고, 설마하니 여기까지 올 거라고는.....]

소곤거리며 대화하고 있자, 어이,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리의 근원지를 보니, 5m 정도 앞에서 타이가씨와 쥬시마츠가 멈춰서서, 카라마츠, 쵸로마츠, 두고 가버린다-, 라고 말해, 당황하며 두 사람에게 달려갔다.

 

[죄송합니다. 이런 이른 시간에 마중오게 해서]

투박한 체인을 휘감은 짙은 녹색의 지프차, 뒷좌석에는 나와 쥬시마츠가 타고, 조수석에 앉은 카라마츠가 그렇게 말하자, 타이가씨는 안전벨트를 한 뒤, 다시!! 라고 외치며 카라마츠에게 딱콩을 날렸다.

[이럴 땐 죄송합니다, 가 아니잖아?]

그 말에 세명이 동시에, 감사합니다! 하고 외치자, 타이가씨가 굉장해, 똑같잖아! 라며 웃는다.

[내가 오라고 해서 온 거니까, 너무 신경 쓰진 말라고? 아저씨들만 잔뜩이라 지쳐이었거든-, 빨리 젊은 세대를 만나고 싶었어! 시내에 볼일도 있었고. , 너희들도 가고 싶은 곳 있으면 말하라고-. 펜션 주변에는 기념품 가게 같은 것들뿐이거든]

[그렇다는군, 쵸로마츠, 쥬시마츠. 어디 가고 싶은 곳 있는가?]

카라마츠가 저렇게 말한다는 건, 여기선 사양하지 않는 게 실례가 아니라는 의미이므로, 나는 사양하지 않고 과감하게 말했다.

[혹시 번거롭지만 않다면, 휴대폰 대리점에 들러도 괜찮을까요?]

역시 마음속으로만 간직하지 말고, 제대로 남겨두고 자랑하고 싶다. 내 형제들의 귀여움을.

[오케이. 전파상이면 되지? 맞다, 카라마츠, , 폰 배터리 없지 않아? 예비 배터리 사는 게 어때?]

[그건 제가 아니라..]

[, 그건 제가..]

, 등장했습니다, 차남과 삼남의 싱크로. 오늘도 신들린 예감.

사이 좋구만! 이라며 키득거리는 선배에게, 둘이서 교대로 오늘 가출에 이른 경위를 설명했다.

[뭐야, 결국 네가 연극한다는 거 형제들은 싫어하는 게 아니었다는 거?]

그런 것 같습니다, 라고 어중간하게 답하는 카라마츠에, 여지없이 그렇습니다, 라고 단언한다.

[오소마츠의 질투 때문이에요. 그 녀석, 형제한테 의존하고 있으니까]

[그렇구만. 그래서 오소마츠군, 날 그렇게 노려봤던 건가]

카라마츠의 연극부 합숙 참가를 놓고, 장남차남이 대결한 해의 2학기가 지났을 무렵, 타이가씨는 오소마츠를 학교에서 종종 마주쳤던 모양이다. 게다가 그때마다 엄청난 눈으로 노려봤다고.

나는 물론이고 카라마츠도 몰랐던 모양으로, 죄송합니다, 라고 사과하는 목소리가 작게 떨린다.

[? 너희들이 사과할 일이 아니라고. 나도 둔한 편이라, 학년도 다른데 자주 만나네, 라던가, 늘 기분 나빠 보이네, 카라마츠랑 얼굴은 비슷한데 분위기는 영 다른데, 같은 생각만 했었거든. 이야-, 납득, 납득]

응응 고개를 끄덕이는 그 뒷모습을 보아, 화나기는커녕 기쁜 듯 보여, 아량이 넓은 사람인 듯했다.

[그렇다 쳐도, 같은 집에 살면서 잘도 안 들켰네. 대강 3년 정도던가?]

그건 우리들이 카라마츠를 제대로 보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말하려 입을 열려던 순간, 카라마츠가 답했다.

[그거요, 그거. 나르시스트 탐정]

[진짜? 그거, 집에서 했어? 3년간 계속?]

아하하하! 선배는 웃음 포인트에 직격했는지 호탕하게 웃었다. 그 탓에 차체가 왼쪽으로 흔들렸다.

[으앗! 제대로 운전하라구요!]

카라마츠가 옆에서 핸들을 잡아, 다행히도 가드레일에 부딪히지 않았다.

[하핫! 미안미안. 그래도 이건 네가 나쁜 거라고, 카라마츠. 형제들도 힘들었겠구만. 상당히 짜증났었지?]

동의할까 어쩔까, 나와 쥬시마츠가 눈으로 대화하는 동안, 선배는 개의치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 중2 캐릭터는, 우리 극단이 정기적으로 하는 시리즈의 등장인물이야]

추리 코미디물로, 그 이름도 나르시스트 우자노라는, 나르시스트인 자칭 이탈리아계 프랑스인 탐정이, 독설가에 고집 센 여형사의 담당 현장에 매번 장미다발을 들고 나타나선 쿠소 안쓰러운 대사와 몸짓을 하면서도, 최종적으로는 형사와 힘을 합쳐 사건을 해결한다는 이야기.

극단 AKTK의 인기 시리즈, 그 주역인 나르시스트 탐정을 우리 차남이 연기했다는 모양이다.

쥬시마츠와 얼굴을 마주하고 동시에 한숨을 내쉰다.

[이번에 보러 오라고, 우리들 공연. 여름에는 할 예정이니까]

[그 탐정 시리즈가 아니라면 꼭 갈게요]

내 즉답에, ? 하고 조수석에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시치미를 뗀다.

 

[그보다, 너희들 아침 먹었어? 배고프지 않아?]

솔직히 말하면, 우리들이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입에 넣은 건, 각각 “10초 충전, 2시간 킵이란 젤리 1팩과 500ml의 차뿐, 하지만 어제 저녁에 고기를 괴로울 정도로 먹었더니 배가 고프지 않다, 않지만.

[괜찮으면, 라멘 먹으러 가지 않을래? , 아침 못 먹었거든]

그 말에 입을 모아, 가겠습니다!! 라고 외칠 수밖에 없었다.

그럴게, 이렇게 춥고, 차 안은 난방이 틀어져 있다지만 창문 틈새로 들어오는 냉기가 엄청나고, 눈도 아직 내리고 있고, 제일 첫 번째로, 훗카이도라고, 라멘을 안 먹어서야 후회할 거라고?

아싸-! 하고 만족하는 선배에 덩달아 신이 난다.

라고 해도, 아직 아침 9시 조금 넘은 시각. 이런 시간에 문을 열 라멘가게가 있을까, 라고 생각했는데, 큰길에서 골목을 몇 차례 돌았더니 가게가 보였다.

[얼마전에 발견했거든. 꽤 맛있다고]

좁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의기양양하게 가게로 들어가는 타이가씨의 뒤를 따랐다.

입구의 문에 적힌 영업시간은, AM 7:00-12:00, PM 17:00-21:00, 굳이 정오시간대를 비운 것에서 주인의 의지가 느껴진다. 공항에서 비교적 가까우니까, 우리 같은 여행객을 노린 걸지도 모른다.

어중간한 시간이지만, 가게에는 꽤 손님들이 있어, 우리들은 한군데 비어있던 테이블에 앉았다.

점심은 펜션에서 준비하고 있다는 것 같아, 가볍게 배를 채우기 위해 라멘 2개와 볶음밥 하나를 시켜 나눠먹기로 했다.

고소한 된장의 향기, 농후한데 뒷맛은 시원한 국물이 알맞게 볶아진 야채와 굵은 면발과 어우러져 맛있다.

카라마츠와 쥬시마츠는 밥을 먹을 때면 좀처럼 말을 하지 않는 타입이지만, 선배도 그런 모양이다.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맛있어!! 란 표정을 하고 있어, 내가 만든 것도 아닌데 기뻤다.

잘 먹었습니다, 입을 모아 외치면, 타이가씨가 계산서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이건 내가 살테니까!]

그대로 계산대로 향하려는 걸 카라마츠가 말렸다.

[잠깐만. 동생 앞에서 얻어먹다니, 형으로서 면목이 안 서잖습니까]

너한테 그런 게 아직 남아있었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초면인 사람 앞에서 다소 내숭을 떠는 정도의 상식은 내게도 있다.

[그래? 그럼 어쩔 수 없네-, 너한테도 받을게. 화장실 갔다올테니까, 계산해둬]

선배는 카라마츠에게 천엔짜리 지폐 2장을 건네곤, 점원을 따라갔다.

[타이가씨, 이렇게 금방 남한테 뭘 쏘려고 한다]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카라마츠가 계산을 마친다.

[돈이 있든 없든 그러니까, 완전 병이나 다름없다. 한번은 생활비까지 다 써버려서 아르바이트를 무리하게 하는 바람에 쓰러져서, 예정했던 공연이 취소될 뻔한 적이 있었지]

그 이후, 한턱 쏘겠다고 할 때면 어떤 이유를 대서라도 말리게 됐다며, 카라마츠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우리들은 선배를 의지하고 따를 건데 말이지. 사람이 너무 좋은 것도 곤란하군]

[그거, 카라마츠가 할 말이 아니라고 생각해]

[부메랑임다! !]

무슨 소린가, 라며 고개를 갸웃거린 카라마츠는, 미안미안, 이라며 돌아오는 타이가씨에 억지로 거스름돈을 떠넘겼다.

그리고 재개한 눈길 드라이브, 시가지인데, 도내보다 차선이 하나 더 많다. 역시 땅이 넓다.

내 희망대로, 큰 가전제품 판매점에 들러 오랜 숙원인 스마트폰을 손에 넣었다.

[이왕이면 최신기종으로 하지]

내가 바로 결정해버리자, 어째선지 카라마츠가 더 허둥거린다.

[? 다양한 기능이 어떤게 있는지 보지 않는 건가?]

[카메라랑 인터넷이랑 전화만 되면 상관없는 걸. , 이거, 카메라 기능 충실하고.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중요하나 쇼핑을 할 때, 나와 카라마츠는 정반대로, 녀석은 자료와 리뷰를 제대로 조사해두지만, 나는 첫인상만으로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

쥬시마츠도 나와 같은 걸 골라서인지, 카라마츠도 같은 게 좋다며 기종을 변경했다.

[핸드폰 샀어-?]

작은 비닐봉투를 들고 돌아온 선배에게, 파랑, 녹색, 노란색의 케이스를 끼운 핸드폰을 보여주자, 다시 크게 웃는다.

 

 

 

 

 

 

 

 

 

 

머리맡에 둔 핸드폰이 징징, 울린다.

일요일 아침 7, 좀 더 자고 싶지만 오늘은 아르바이트가 있다.

알람을 끄고, 양옆의 두 사람을 깨우지 않도록 조심히 이불에서 나온다.

이제 막 일어난 부모님과 아침밥, 어젯밤보다 식욕이 돌아와서 평소대로 먹었다.

차를 마시면서 카라마츠형의 핸드폰에 전화를 건다.

역시, 아직 연결되지 않는다.

[아직 연락 안 되니?]

설거지를 끝낸 엄마가 손을 닦으며 테이블에 앉아, 급하게 찻잔에 차를 부어 건네주었다.

[. 오소마츠형은 쵸로마츠형이 화나서 전원 못 켜게 하는 거 아니냐더라]

[그런거면, 조금만 기다리면 연락되겠지]

옆에서 신문을 읽던 아빠가 태평하게 말을 던지고, 엄마도 그렇네, 라며 그 말에 수긍한다.

그렇겠지, 나도 그러길 바란다. 쵸로마츠형은 금방 화를 내지만 그렇게 오래가진 않는다.

주먹다짐을 해도 하룻밤 자면 원래대로, 지금까지는 그래왔다. 이번에도 그렇다고 생각하고 싶다.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서려는 순간, 이치마츠형이 벽에 기댄 채로 소리 없이 계단을 내려왔다.

[이치마츠형, 안녕. 나 할 일이 있어서 지금 나가는데, 오늘은 꼭 밥 먹으라구?]

누워있다 일어나 현기증이 난 건지, 계단 끝까지 내려와선 눈자위를 꾹 누른다.

달려가 잡아주려 했지만, 길게 뻗은 손은 내쳐지고 만다. 너무하네-, 동생의 호의를 내치다니, 정말 고양이 같은 사람.

[.......땡기면]

[땡기지 않아도 먹어. 뭣하면 고양이 캔이라도 좋으니까. 어떻게 해도 못 먹겠거든, 물만이라도 마셔. 안 그럼 죽는다고]

시끄러, 라는 말만 내뱉고 나를 외면한다. 그 뒤통수에 다시금 한 마디, 나의 희망적 관측을.

[아마, 슬슬 쵸로마츠형의 화도 풀렸을 테고, 밤에는 분명 연락올 거야]

어슬렁어슬렁 걸어가던 등이, 순간 멈추고, 다시 어슬렁어슬렁 부엌으로 들어가는 걸 지켜보다, 나도 현관을 나선다.

엄마와 아빠라면 뭐라도 먹을 걸 줄테니까.

 

걷기 시작하자 다시 핸드폰이 울리고, 화면을 보니 LINE 알림이 떠있다.

오늘, 갈래?

무뚝뚝한 그 문장의 주인공은, 어제 쵸로마츠형을 목격했다는 친구, 아츠시군.

나와 동갑인데, KO대에 재학중, 아버님은 일류 기업의 관리직이고 어머니는 음대 교수, 아카츠카에서 JR2, 메트로로 4, 기네스북에 오를 법한 커다란 역에서 도보 10, 부모님께 받은 멘션에 혼자 살고있는데, 얼마전 연줄로 아버지 관련 회사에 내정 받은, 놀라울 정도의 1군님.

그런 그와 공립 고교 졸업한 니트인 내가, 어디서 어떻게 만났느냐 하면, 설마하던 바둑 클럽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가함을 주체 못하던 내가, 돈도 안 들고 재미도 있다고 생각해 클럽에 든 지 약 2개월 후, 아츠시군이 들어왔다.

얘기를 나누고, ? ? 라며 당연하게도 츳코미를 넣었다.

살고있는 멘션 근처에도 바둑 클럽 정도는 있을 거 아냐? 왜 굳이 아카츠카까지? 애초에, 찬란하 대학생이 바둑이라니 좀 아니지 않아? 말고도 화려한 서클 엄청 많잖아?

머신건처럼 말을 두두두두 내뱉은 내게, 아츠시군은 어쨰선지 배를 부여잡고 웃었다.

[백과 흑이라니 깔끔하지 않아? 여긴 조용하기도 하고]

영문을 모르겠네-!! 우리 카라마츠형과 같은 레벨로 모르겠다고!

하지만, 클럽에서 유일한 동갑내기이기도 하고, 티격태격 하면서도 어째 마음은 또 잘 맞아서, 바둑과 LINE으로 그 관계가 이어져온 것이다.

오늘은 아르바이트 있으니까, 끝나면 갈게. 13시면 끝나니까

여자와 카라마츠형 이외의 상대에겐 이모티콘이나 데코 등은 쓰지 않는다. TPO[각주:1]정도 알고 있으니까.

답을 보내니 바로 답장이 왔다.

알겠어. 점심, 같이

정말 단답이구만, 여자한테는 어떻게 보내는지 반대로 신경 쓰여.

 

아카츠카에서 전차로 역 하나, 달려서 3, 최근에 생긴 근사한 커피숍이 내가 아르바이트 하는 곳이다.

형제에게는 비밀, 오소마츠형이 알면 분명, 전원 불러서 방해하러 올 테니까!

카라마츠형이 우리들에게 숨긴 것도, 이런 이유였을까.

시급은 꽤 높은데, 벌이는 그리 좋지 않다. 그 이유는, 점장이 너무 사람이 좋아서, 오는 족족 다 받아들여서 인력이 남아돌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나도 적당히 부려먹고 있으니 불평은 없다.

니트랄까, 프리터의 이점으로, 다른 사람이 불가능한 요일이나 시간대에 대타를 뛸 수가 있지만, 다음달부터 용돈이 줄어드니 아르바이트를 늘리지 않으면 곤란하다.

[톳티, 안녕]

[안녕! 오늘도 열심히 하자!]

여기서는 톳티라고 불리고 있다. 그 별명을 붙인 건, 같은 타임의 여자 대학생 두명.

대화가 잘 통하고 귀여우니까 좋은데, 전에 아츠시군이 온 뒤로 나도 KO대를 다닌다고 생각하는 건 좀 성가시다.

이런 곳에서 과제하지 말라고-! 그것도, 대학 오리지널 레포트 용지 사용하고 말야-!!

[톳티의 친구, KO!]

[굉장하네-! 그럼, 톳티도?]

여기서 아니야, 라고 말하면 좋았을텐데, 무심코 수긍하고 말았다. 뭐어, 그러니까 자업자득.

그 이후, 그녀들에게 과제를 도와달란 부탁을 받게 돼서, 나도 허세끼가 좀 있으니까 받아들이고 만다는 얘기.

내용은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해도 책을 읽고 그걸 정리하는 것 정도는 나라도 할 수 있고, 작문이 특기였던 탓인지, 바로 들켰을 거짓말이 좀처럼 들키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게, 조금 무서워졌다.

일요일답게 시간이 갈수록 손님들이 많아지고, 바쁘게 움직이다 아르바이트가 끝났다.

다음에 봐, 라며 그녀들에게 손을 흔들고 아카츠카로 돌아간다.

 

[안녕-]

마을회관의 한구석, 실질적으로 바둑클럽의 방이 된 곳에 들어서면, 단골 아저씨들이 여어, 라며 손을 올린다.

모두 실내복의 연장선 같은 복장으로 마실 나가듯이 슬쩍 온 사람들 천지. 그래서인지 명품의 한창 유행인 복장을 갖춘 아츠시군은 이곳에서 너무도 두드러졌다.

[, 먹으러 가자. 배고파]

또 녀석은 인사도 대충대충 단답. 이걸로 미팅에서 인기만점이라니 의미불명이다. 과묵한 게 미스테리어스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런거면 이치마츠형은 엄청 인기남이겠구만.

점심 때 조금 지난 시각이라 그런지, 가보고 싶었던 파스타 가게에 자리가 있었다.

어제는 못 먹었던 런치, 금전적으로 상황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지만, 오늘은 일했으니까 그 포상이야, 라고 스스로 위로한다.

[좋아하나 보네, 이거]

내가 시킨 까르보나라를 포크로 가리키며 아츠시군이 말한다.

[요즘 완전 빠져있어. 언제 다른 걸로 바뀔지 모르겠지만. 나 한번 빠지면 당분간 계속 그것만 먹거든. 그러는 아츠시군도 늘 명란젓만 먹잖아?]

[난 마음에 든 것만 먹으니까. 이 가게에서는, 이거, 뭐 그런 식으로 정해놓는 거야]

안 정하면 안 되는 거야? 라고 묻자, 무심코 정해버려, 라며 웃는다.

나 자신도, 평소보다 비뚤어져 있단 자각이 있지만, 아츠시군은 좀 더 비뚤어져 있어, 그 점이 꽤 마음에 든다.

바둑클럽에 돌아가자, 단골 아저씨 중 한명인 야채 가게 주인이, 나를 대전상대로 지명해, 지금까지 전력은 6:4 정도로 나의 승리.

아츠시군은 뭐하고 있나 싶어 고개를 돌려보면, 우리들이 하고 있는 걸 보고 있다.

KO대에 합격할 정도니까 머리는 좋을텐데, 바둑은 그닥 강하지 않고, 여기에 와도 다른 사람 대전을 구경하거나, 내게 지도를 구하거나 한다.

흑과 백이 뒤섞여 무늬를 만드는 걸 보는 게 좋은 모양으로, 정말 이상한 사람이다.

철학전공 때문이라고 본인은 그리 말했지만, 그거 전국의 철학 전공자에게 실례니까.

주번에서 돌이 부딪치는 소리가 울리는 걸 들으며 판을 준비.

가볍게 인사를 하고, 채소가게 아저씨와 마주본다.

오늘은 어떤 전법으로 갈까, 아저씨의 표정을 살피며 머리를 굴리기 시작하자, 아츠시군이 맥빠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제 정말 토도마츠군이 아니었어?]

[아니라니까. 그건 삼남. 그런 촌스런 복장의 사람과 같은 취급하지 말아줄래]

[-, 아쉽네. 또 등산 이야기 듣고 싶었는데]

그는 내가 산에 갈 때면, 반드시 그 얘기를 물어봤다.

어제 받은 LINE, 어느 산에 가는 거야? 후기 기대할게였다. 그걸로, 아츠시군이 형제들 중 누군가를 만났다는 걸 안 나도, 대단한 추리력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가면 될텐데, 아츠시군, 벌레나 파충류에 실신할 정도로 약한 모양이다.

아저씨가 둔 검은알 위치를 헤아려 방침을 정해 흰 바둑알을 둔다.

[여섯 쌍둥이란 거 진짜? 외동이 아니었어?]

[맞다니까. 쓰레기 형들이니까, 지금까지 숨긴 거야. , 증거]

스마트폰의 “MATSU" 폴더, , 형제를 찍은 사진을 보관하는 폴더를 열어 보여준다.

[우와, 퀄리티 높아]

[그러니까, 합성아니고 리얼이라니까]

[아츠시, 자네, 몰랐는가? 여기서 마츠노 여섯 쌍둥이는 유명인이라고-]

, 검은알을 둔 아저씨가 우리들의 대화를 듣고 히죽거리기에, 쓸데없는 말을 더 하기 전에 탁, 흰색으로 공격한다.

크으, 하고 신음을 흘린 아저씨가 입을 닫는다. 그래그래, 여기에 집중하지 않으면 질 거라구요-?

 

아츠시군이 바둑판과 형제들 사진을 번갈아 보는 사이, 승부가 끝났다.

[젠장, 내가 졌나아. 토도마츠, 강해졌네. 이번에 다른 마츠도 데리고 오라고]

[안 된다구요, 그 인간들한테 바둑은 너무 어려우니까]

그거 아쉽네, 라며 아저씨는 내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고는 자리를 떴다.

꽤 좋은 승부였네, 라며 전과를 보며 페트병의 차를 마시며 휴식.

오늘 예쁘네, 라며 바둑판을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대던 괴짜가 내 핸드폰 화면을 가리켰다.

[이 사람, 본 적 있어]

가는 손가락 끝은 예상외로, 선글라스와 가죽재킷을 입고 폼을 잡는 나와 같은 얼굴을 한 차남을 가리키고 있었다.

[? 카라마츠형을? 어디서? 언제? 설마 어제?]

[제일 최근은 지난주 수요일. 근처 바에서 가끔 연주하고 있어. 역 근처 공원에도 자주 오는데, 팬 많아서 나는 멀리서 구경만 했어]

잠깐,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 카라마츠형!! 안다고, 확실히 좋은 목소리고, 노래도 잘하고 기타도 꽤 좋은 솜씨라는 거, 알지만!! 그보다, 팬이라니!! 위험해, 상상했더니 웃음이.

[아츠시군, 카라마츠형은 나로 착각하지 않았어?]

[처음에는 그랬는데, 분위기도 달랐고 말을 걸어도 내가 누군지 모르는 것 같아서 그냥 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지]

토도마츠군, 외동이라고 그랬고. 라며 원망스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그러니까, 그건 잘못했다니까.

[그러고 보니, 상처, 다 나았더라]

[? 상처라니? 아아, 카라마츠형 말이지. , 이제 괜찮은가봐. 라니, 다쳤을 때도 봤어?]

우리들 때문에 큰 상처를 입은 카라마츠형, 바로 사과했었지만 반야화한 쵸로마츠형이 줄곧 옆에 붙어있어서, 당분간 그 방에는 가까지 가지 않았다.

[. 친구가 기타 배우거든. , 하모니카는 카라마츠형? 이었지]

[하핫, 왜 아츠시군까지 형 붙이는 거야? 동갑이라고]

친구, 있었구나. 다쳤을 때 의지하고, 잘 보살펴줄 친구가.

어떤 마음으로 노래했을까, 그 때, 쥬시마츠형처럼 강행돌파했으면 좋았을텐데.

[? 이 사진 뭐야?]

죄악감에 잠겨있는 내 귓가에 들려온, 아츠시군의 의문에 찬 목소리.

[? 아아, 그거, 카라마츠형의 배꼽. 엄청 예쁘지-! 완전, 일종의 예술이라고 할까]

[? 설명, 부탁해]

평소에는 졸린 듯 반쯤 감은 눈을 번쩍 뜨고서 격하게 깜빡이는 건, 그가 흥미로울 때 나오는 버릇.

듣고 싶다면, 맘껏 말해주지. 배꼽주릅 페티쉬인 내가 고른, 최고로 아름다운 배꼽을.

[알겠어? 우선, 배꼽의 깊이가 이상적이어야 하는 거야. 너무 깊으면 어둠이 도사리는 것 같고, 너무 얕으면 어린애의 낙서 같아서 배꼽이 느껴지질 않잖아?]

형제로 예를 들자면, 오소마츠형과 이치마츠형은 전자, 그 중 오소마츠형은 깊은 주름이 8개인가 9개나 있어, 솔직하게 말하자면 지저분하다.

반대로 나와 쥬시마츠형은 후자다. 주름도 적어서 2,3개밖에 없으니 엑스표시를 그린 듯 치졸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주름의 수, , 6, 세쌍이려나? 어느쪽이건 안정감 있지 않아? 등간격이고 말야. 그래서, 완만한 나석을 그리는 게 제일 포인트. 꽃봉오리가 필 때의 곡선과 똑 닮은 게 자연적인 아름다움이야. 배꼽도 마침 은은한 분홍색이라 사랑스러움도 있고]

쵸로마츠형도 사실 비슷한 수준이다. 깊이와 나선은 카라마츠형과 거의 비슷한데, 다만 평범한 살색에 주름은 5개로, 그게 감점 대상.

[그렇구나........심오하네, 배꼽주름 페티쉬]

아츠시군은 턱을 문지르며 카라마츠형의 완벽한 배꼽을 응시했다.

[, 설마 토도마츠군, 이 사진으로 했어?]

뭐라고 명확히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는 가지만 말야, 카라마츠형을 그런 눈으로 보지 말아줄래?

[했을 리 없잖아. 저기, 밀로의 비너스를 반찬으로 쓰는 사람 있어? 르네상스 미술전에서 텐트치고 있는 사람, 본 적 없잖아? 나한테 이런 건 에로스를 넘어선 수준이라구, 카라마츠형의 배꼽은]

이해했음 이제 돌려줘, 라며 핸드폰을 빼앗자, 아츠시군의 미안, 이란 한마디. 여기서 끝냈으면 좋았을 걸.

[나도 보고 싶네, 실물]

[하아? 뭔 소리야, 당연히 안 되지]

도대체 언제 만난단 걸까, 애초에 이제 다시 볼 수 있을지 어쩔지도 모르는데.

내 답에 아츠시군은 아쉽다며 한숨을 내쉬더니, 갑자기 몸을 웅크리고 웃기 시작했다.

이자식, 이쪽의 기분도 모르고.

소리도 내지 않고 덜덜 떨며 하아하아 숨을 헐떡이는 건, 그가 정말 빵터졌을 때 나타나는 현상. 이 일군님의 가장 안타까운 점.

[뭐가 이상해?]

[아니, 토도마츠군, 형제 많아서 좋겠다 싶어서]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으며, 나 외동이니까 말야, 라고 작게 덧붙인 그에, 갑자기 자신의 형제들이 자랑스럽게 느껴지는 동시에 그들 중 절반을 쫓아내버린 죄책감이 도졌다.

[이번에 전부 같이 있는 거 보여줘. 소개시켜주지 않아도 되니까, 멀찍이서라도 보고 싶어]

[그럴 마음이 들면. 제대로 소개해줄게. 멀찍이서 지켜본다니, 기분나쁘다고]

 

 

 

 

 

 

 

 

 

 

어제와 마찬가지로, 내 나름대로 일찍 일어났음에도, 이불을 개고 밑에 내려가니, 둘로 줄어버린 동생은 둘 다 벌써 나가버린 후로, 부모님은 현관에서 신발을 신고 있었다.

[어머, 드디어 일어났구나. 엄마랑 아빠는 데이트하러 나가니까, 나가려면 문단속 제대로 하고 나가렴]

[-, 다녀오셔-]

잠버릇으로 까치집이 진 머리에 파자마 차림으로 부모님을 배웅하고, 일단 뭔가 먹자 싶어 부엌으로 향했다.

1인분의 된장국이 남아있는 냄비에 불을 올리고, 냉장고에 있던 남은 치쿠젠니[각주:2]와 내 밥그릇에 밥을 덜어 렌지에 돌렸다.

바로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한 냄비의 불을 끄고, 국그릇을 꺼내려 식기 건조대를 보니, 부모님용 2, 우리용 2개가 엎어져있다.

반면, 찻잔은 3, 이치마츠의 그릇이 없다. 녀석 또 국만 먹은 건가.

먹지 못할 정도로 고민할 거면, 왜 어제 아침 일부러 그런 심한 말을 한 거야? 왜 평범하게 좀 더 솔직하게 굴지 않았던 거야?

라니, 완전 엉뚱한 곳에 화풀이잖아, 이거.

이치마츠는 스스로 자신에게 벌을 주는 거라 생각한다. 본인이 그걸 자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먹으면서 잡지를 팔랑팔랑 넘기며 신사의류 페이지를 살펴봤지만, 샅샅이 뒤져봐도 우리 차남은 실려 있지 않았다.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토호쿠인지 훗카이도인지에는 벌써 도착했을까. 신문의 일기예보란을 보니, 센다이도 삿포로도 눈마크가 그려져 있다. 춥겠지, 새로 산 코트로 괜찮을까.

거실에 뒹굴며 무심코 세명을 떠올리고 말다니, 나도 꽤 마음이 약하구나, 별로 알고 싶지도 않았지만.

격에 맞지 않는 생각에 잠겨있자, 현관의 벨이 울렸다. 인터폰 같은 서양문물[각주:3]우리집에 맞지 않는다.

내가 일어나기도 전에 손님이 먼저 현관문을 드르륵 열었다.

[이거 실례. 카라마츠군, 있는가-?]

들려온 목소리는, 내 경마동료로 옆건물에서 카페를 하는 아저씨, 신경을 쓸만한 상대는 아니라 안심한다.

내가 거실에서 얼굴을 빼꼼 내밀자, “여어, 오소마츠군하고 아저씨는 제대로 구분해 불렀다.

[카라마츠, 집에 없어. 쵸로마츠랑 쥬시마츠 데리고 어딘가 추운 곳으로 가버렸어. 언제 돌아오는지도 모르고]

뭐야, 이 나약한 목소리, 내가 아닌 것 같잖아.

스스로 말하고 스스로 쇼크를 받은 나를 두고, 아저씨는 놀란 기색도 없다.

[-, 벌써 가버렸나아. 아쉽네, 가게 봐달라고 부탁하려고 했는데]

어이어이, 카라마츠군. 나한테는 말도 안 했으면서 옆가게 아저씨한테는 말한 거냐고. 형아, 진짜 울 것 같아졌는데.

[그보다, 가게를 봐달라니? 그 녀석, 아저씨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라도 했어?]

[그럼그럼. 마츠요씨한테 상담했더니, 카라마츠군 빌려주더라고. 주말이나 바쁠 때 많이 도움 받았었는데. 어라? 몰랐어?]

몰랐다고, 이렇게 코앞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니, 생각지도 못했다.

[바쁠 때란 건, 경마장 갈 때 말하는 거?]

빠르게 뒤쫓아오는 쇼크를 감춘 나를 아저씨는 전혀 알아채지 못하고 들켰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이러언, 들켜버렸나. 마츠요씨한테는 비밀이다?]

우와-, 쓰레기구만, 이 사람.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경마라니, 사전에 미리 사두면 좋을텐데]

[그렇지. 그래도 당일 사는 게 의미가 있지 않겠냐]

없다고, 그런 거창한 거. 어떻게 포장해도 결국은 도박이니까.

[-, 어쩔 수 없네. 포기할까. 대신에 오소마츠군, 내 몫도 사다주지 않을래?

맞으면, 당첨값의 1할 정도 심부름값으로 줄게. 틀려도 커피 정도는 쏠테니까]

내가 마권을 산다는 전제냐고. 그보다, 가게에 집중해,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래, 어차피 나도 가려고 했고. 나중에 가게로 갈게]

그럼, 부탁할게. 라며 아저씨는 웃으며 가게로 돌아가고, 내 손에는 마권값과 매치라인의 메모.

그 기운으로 2층에 올라, 지갑과 겉옷, 그리고 카라마츠가 두고 간 담배와 라이터를 집어들고 집을 나섰다.

 

어제는 초겨울로 날씨가 나름대로 따스했는데, 오늘은 겨울다운 기온으로, 날씨는 맑아도 햇빛은 그리 강하지 않고 바람도 찹다.

머플러도 챙겨올 걸 그랬다. 하지만 가지러 돌아가면 그대로 집에 처박힐 게 분명했기에 점퍼의 앞을 꽁꽁 싸매고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지나가는 길목에 있는 편의점에서 카이로[각주:4]를 사서 배 부근에 비틀어 넣으면 일단 몸은 그럭저럭 따뜻해졌다.

경마장까지 가는 건 상당히 기분이 고조되는 일이지만, 전차로 40분 동안 흔들리며 갈 기력은 없어 2역 앞에 있는 윈즈[각주:5]로 갔다.

오늘의 레이스는 재팬컵, 어제 녀석들이 나가는 바람에 경마 같은 건 생각할 겨를도 없었는데, 이렇게 오고 보니 기분이 고조된다. 결국, 단순하구나, .

뭐로 찍을까, 멍하니 생각하며 5층으로 올라가니, 대략 15 정도 늘어선 줄에 낯익은 녀석이 보였다.

내 시선을 알아챈 건지, 녀석이 뒤를 돈다. 녀석의 뻐드렁니가 전등불에 반사되어, 그 반짝임이 옆에 있던 아저씨의 대머리에 직격. 뿜으려는 걸 꾹 참았다. 얼마나 반짝반짝 닦는 거냐고, 저 이.

[뭐로 했잔쓰?]

일부러 기다린 건지, 내가 마권을 사자 이야미가 옆에 다가와 내 손을 들여다본다.

[무모하잔쓰, 삼연단[각주:6]이라니, 너 맞춘 적 없잔쓰?]

[이건 우리 옆집 아저씨 거. 나는 단복[각주:7]

[, 그 말 좋아했던 거잔쓰?]

[그런 건 아닌데, 그냥 어쩌다 보니까]

사실은 카라마츠가 마음에 들어했던 말이다. 특별히 빠르지도 승부에 강하지도 않았지만, 체격과 털의 색과 달리는 모습이 좋다는 이유로 녀석은 곧잘 이 말을 지명해 마권을 샀다.

나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이 자신이 건 말을 혈안이 되어 보는 중에도, 카라마츠는 응원이니까, 맞든 안 맞든 상관없다며 마음에 든 말이 달리는 모습을 여유로이 즐기며 바라보았다.

[이야미, 요 근래 경마장 안 왔었지]

[어디 사는 여섯 쌍둥이짱이 지난달에 집안 가구들을 강탈해가는 바람에 돈이 부족하잔쓰!!]

[그건 장난이었다니까-. 팔아먹은 돈, 돌려줬잖아. 단샤리[각주:8]?를 도와준 거라고. 그보다, 애초에 돈이 부족하면 경마장을 오지 말라고-]

내가 도박을 좋아하게 된 건, 네 영향이라고 말했더니 이야미는 핑계를 그만두라잔쓰!! 라며 외면했다.

윈즈를 나왔을 땐 거의 점심때에 가까운 시간대라 이야미와 함께 규동가게에 갔다.

[별일이잔쓰, 오소마츠가 이렇게 기운이 없다니. 이상한 거라도 주워먹은 거잔쓰?]

눈앞에 놓인 뜨거운 규동에 합장하고, 먼저 화제를 꺼낸 건 이야미였다.

녀석이 알아챌 정도로 지금의 나는 풀 죽어 있는 걸까, 하고 생각하니 뭔가 매우 분하게 느껴졌다.

[카라마츠가 말야, 나가버렸어 집을. 쵸로마츠랑 쥬시마츠도, 녀석을 따라서 나갔고]

내가 반숙란에 젓가락을 쑤셔넣으며 말하자, 옆에 앉은 이야미는 놀란 기색도 없이 크게 입을 벌려 규동을 먹기 시작했다. 늘 생각했지만, 뻐드렁니가 무척 방해되어 보인다.

후루룩, 한모금 마신 된장국은 집에 것보다 맛이 진해서, 하얀 쌀밥을 크게 퍼올려 한입 먹었다.

[싸우기라도 한 거잔쓰?]

[그런 건 아닌데, 아니, 모르겠어. 카라마츠는 꽤 전부터 집을 나갈 생각이었던 것 같아. 녀석은 아무 말도 안 했지만, 여러 가지로 참았던 걸까, 아니면 내가 뭔가 한 걸까, 하고 무심코 생각하고 만단 말이지]

뭔가 저지른 건 확실했다. 바로 한달전쯤에, 우리들은 함께 카라마츠를 버리고, 끝내 큰 부상까지 입혔다.

그 후, 제일 먼저 사과해서 응석부리게 해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그 역할은 그만 쵸로마츠에게 뺏겨버려서, 미안하다고 사과한 건 그 후로 삼일이나 지난 뒤였다.

쵸로마츠의 화가 길어지고, 쥬시마츠까지 삼남에게 가세한 게 원인. 뚜껑 열린 쵸로마츠를 상대하는 건 성가시고, 쥬시마츠는 더 골치다.

이렇게 귀찮아한 탓에, 나는 객실에 다가가는 걸 어이없게 포기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삼남과 오남을 날려버리고서라도 카라마츠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뭣하면 몇 대정도 분노의 주먹을 받았으면 좋았을 걸.

라고, 내가 격에도 맞지 않는 후회를 하고 있는 사이, 이야미는 프랑스에서 귀국했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허겁지겁, 품위와는 동떨어진 매너로 순식간에 규동을 먹어치우곤, 이쑤시개로 뻐드렁니 사이를 쑤셔대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바보잔쓰]

닥치라고 하고 싶었지만, “입에 음식이 있을 땐 말하지 마라, 마츠노가의 가훈 중 하나로 참는다.

[성인이 됐으면 집을 나가는 건 자연스러운 거잔쓰. 계속 여섯명이서 함께 살아온 지금이 이상한 거잔쓰. 게다가 가족이니까, 형제니까라며 뭐든 다 얘기하는 건 좀 아니잔쓰]

그건 나도 안다고, 머리로는. 하지만 가슴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단 말이야.

[너희는 여섯명이 하나라고 떠들어댔고, 미도 누가 누군지 똑같다고들 얘기했지만, 당연한 거겠지만 한명한명, 다 다른 사람이잔쓰요? 그렇다면 여섯가지의 인생이 있어도 뭣도 이상하지 않잔쓰]

한명한명, 다른 사람, 인가. 그 말대로다. “내가 녀석이고 녀석들이 나가 아니다. 우리들은 애초부터 하나의 수정란에서 분열된 여섯명의 사람. 나는 녀석이 아니고, 녀석의 인생은 내 것이 아니다.

나는 그걸 몰랐지만, 카라마츠, 너는 알았던 거겠지.

알고 있었으면서, 그걸 모르는 나와 함께 있어준 거겠지, 아마.

[우와아, 이야미가 맞는 말을 하다니, 엄청 열받는데-]

내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는 걸 헤아린 건지, 이야미는 팔짱을 끼며 뻐드렁니를 빛냈다.

[실례잔쓰! 내가 계산하려고 했는데 그만둬야겠잔쓰!]

[, 거짓말, 미안, 미안합니다!!]

결국 이야미는 규동값을 대신 지불해주었다. 녀석도 답지 않은 짓을 하는구나, 라며 징그럽단 생각도 들었지만, 솔직하게 감사를 표했다.

집에서 레이스 중계를 보겠다는 이야미와 헤어지고, 거리를 좀 거닐어볼까, 하고 걷기 시작했지만, 별로 사고 싶은 것도 없고 보고 싶은 게 있던 것도 아니라서 역 주변을 빙 돌아 윈즈 근처의 광장으로 돌아왔다.

자판기에서 커피를 사, 차남이 좋아했던 담배에 불을 붙였다. 벤치에 앉아 길을 가는 사람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모두 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인생을 보내는 걸까.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려는 걸까.

스스로 생각해놓고 머리가 너무 아파,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랬더니 갑자기 눈앞에 보이는 낯선 남자의 얼굴. 머리는 군데군데 파랗게 물들어 있고, 우와아, 피어스를 몇 개나 뚫은 거야? 아파 보여-.

귀는 더 이상 뚫을 곳도 없을 정도로 구멍투성이고, 손가락보다 더 큰 것도 있고 눈두덩이와 코, 입 주변에도 금속이 박혀있었다.

[역시 떠돌이씨네]

틀림없이 삥을 뜯길 거라고 생각해 자세를 취했는데, 남자는 내 얼굴을 보며 살짝 웃으며 그리 말했다. ? 뭐야 이 녀석.

[안녕하세요, 점심 때 오다니 별일이네요. 빨간색 옷에, 분위기도 다르고, 그래도 뭐, 어울림다. , 뭐 살 거라도 있어서 나옴검까? 맞아, 혹시 시간 괜찮으시면 그, 저와, , 차라도, 한 잔?]

쭈뼛쭈뼛, 얼굴을 붉히며 연속으로 말을 뱉어내는 남자. 아니, 잠깐만, 떠돌이씨라니 누구? 대강 짐작은 가는데, 그보다 이거, 헌팅당하는 거 아냐?

좋아, 일단 진정하자.

짧아진 담배를 끄고, 다 마신 캔을 내려둔다.

[저기, 떠돌이씨라니 누구? 설마 나랑 닮은 사람?]

가능한 부드럽게 물었지만, 피어스 투성이에 얼굴을 붉게 물들인 남성은, 나를 보고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 , 저기]

완전히 파랗게 질려버린 얼굴. 망가진 로봇처럼 자리를 뜨려는 남자의 팔을 잡아 옆에 앉혔다.

[닮았구나, 그 녀석, 나랑]

다시 묻자, 꿀꺽 침을 삼킨 남자는 모깃소리만한 작은 목소리로, 죄송합니다, 라고.

[아니, 신경 쓸 거 없어. , 일란성 형제가 있거든. 이런 일, 자주 있으니까. 그래서 네가 말하는 떠돌이씨? 라니 내 형제라고 생각하는데, 그 녀석 여기에 자주 왔어?]

[. 밤에, 여기서 가끔 기타 치면서 노래하고. 엄청, 멋졌슴다]

[어떤 복장?]

[색은 검정이나 파랑이 많았고, 더울 때 이외네는 쿨한 가죽재킷을 입고 선글라스를 쓰고 잇을 때가 많았슴다]

[-, , 그거 역시 내 동생이네]

[진짬까! 떠돌이씨의 형아라니! 굉장해!!]

갑자기 기운을 차린 남자지만, 반대로 내가 받은 충격은 의외로 컸다.

이렇게 커다란 역앞에서 기타를 쳤던 거냐고, 우리 카라마츠군은. 게다가 이런 신자까지 만들고, 떠돌이씨라니! 이름 없는 자, 같은 느낌이구만, 우와-, 너무 너다워서 웃기다.

[미안하지만, 그녀석 당분간 안 돌아올 거야. 타지로 떠났거든]

이 말을 하는 게, 오늘만 세 번째. 전의 두 번보다 담담하게 말한 건, 익숙해진 걸까, 포기하게 된 걸까. 그게 아니면 받아들이게 된 걸까.

그렇슴까, 라고 말한 남자는 생각보다 충격을 받지 않은 듯하다. 어쩌면 녀석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며, 조금 질투한다.

[어쩔 수 없네요. 이름처럼 떠돌이씨니까. 분명 거기서도 연주하고 있겠죠. 그건 그것대로 기쁨다. 그 음악과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나니까]

씨익 웃는 그 얼굴은 여기저기 붙은 피어스와는 안 어울리게 상큼했다.

정말 카라마츠의 연주를 좋아했구나, 이 녀석. 역시 살짝 묘한 기분이다.

[저기, 그 녀석, 이름은 말한 적 없어?]

[처음 한번은 말했었슴다. 근데 멋진 남자는 미스테리어스한 거라며, 엄청 멋진 목소리로 말해면서 그 뒤로는...]

나왔다-!! 나왔다고, 모 중력 왕자! 아야야야야야, 갈비뼈 부러진다-!

내가 빵, 하고 웃음을 터뜨리자 피어스 남자도 따라서 웃느낟. 조금 구리긴 하지만, 어울렸다구요, 라며.

, 알아.

[, 슬슬 가보겠슴다. 떠돌이씨한테 기다리고 있다고 전해주십쇼]

고개를 끄덕인 내게, 착각해서 미안했다며 꾸벅, 고개를 숙이곤 남자는 순식간에 인파속으로 사라졌다.

그런가, 녀석, 여기서 기타를 쳤었구나. 들어보고 싶네, 나도.

너의 그런 느끼하고 같잖은 면, 나는 나름 좋아했다고.

어느새 레이스는 곧 끝날 시간. 캔을 버리고 다시 윈즈로 들어간다.

모니터로 보이는 피니쉬 장면. 카라마츠가 좋아하는 말이 인기 넘버원과 맞대결해서 마지막 순간, 코끝의 차이로 먼저 도착한다.

 

고액을 내건 건 아니라서 이윤은 별로 안 남지만, 역시 맞으면 기분이 좋다.

조금 든든해진 지갑과, 그와 비례하게 살아난 기분. 두가지를 끌어안고, 집으로 가는 전철에 올라탄다.

집에 들어가기 전에 옆집 카페의 문을 열었다. 사실대로 말하면 여기에 온 건 처음.

바로 옆이고, 너무 가깝단 말이지. 여기서 돈주고 커피를 먹을거면, 집에서 적당히 인스턴트 커피나, 조금 힘써서 핸드드립 커피를 내려먹는 게 더 싸고, 느긋하게 마실 수도 있고 말야.

[실례함다-]

어서옵쇼, 라며 영업 스마일을 날린 아저씨는 내 얼글을 보자마자 기쁜 얼굴로 변했다.

그야 그렇겠지. 단돈 1000엔이 20만으로 늘어나면 절로 미소가 흘러나오게 될테지.

[, 여기. 돈은 직접 가서 바꾸라고. , 그런 큰돈 들고다니기 싫으니까-]

[감사합니다! 오소마츠님!!]

당첨 마권을 공손히 받아든 아저씨는 허겁지겁 숨겼다.

카운터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던 건, 정원사인 아저씨와 세탁소 아저씨. 둘 다 나의 경마 동료다.

여어, 오소마츠라며 두 사람이 손짓을 해, 세탁소 아저씨 옆에 가 앉았다.

[저 녀석, 당첨됐다냐?]

정원사 아저씨가 원망의 눈빛을 보내며 묻기에, 크게 탔다고 전부 말해버렸다.

돌아온 마스터는 내게 심부름값과 메뉴판을 내밀었다.

뭐든 괜찮으니 고르라고 하기에, 커피는 이제 막 마셨으므로 홍차를 골랐다.

[아침에는 미안. 카라마츠군 일로 놀라게 해서]

정중한 동작으로 내 앞에 컵과 쿠키가 담긴 접시를 내려놓은 아저씨는 상냥한 얼굴로 말했다.

[자주 일하러 와줬거든. 커피도 홍차도 잘 만들었었지. 쿠키를 굽거나 라떼아트 등 뭐든 잘해내는 친구였다]

[거짓마알!!그 녀석 그림실력 형편없다고? 고양이인지 토끼인지 구분도 못할 그림을 그려내는 녀석이라고?]

[그래? 그래도 라떼아트는 잘했다고. , 이 사진, 전부 카라마츠군이 한 거야]

테이블 위의 래미네이트, “라떼아트합니다이 글자도 카라마츠겠지만, 무엇보다 그 주변에 있는 건 나뭇잎에 하트, 고니, 장미꽃 등 돈을 받아도 될 정도의 제대로 된 라떼아트 사진.

종이에는 못 그리면서 커피와 우유로는 그릴 수 있다니, 어떻게 되먹은 뇌구조인 거야, 그 녀석은.

[밥도 녀석이 만드는 게 맛있었다고. 시원시원하고 솜씨도 좋고 말이야]

애초에 저놈은 우물쭈물해서 못 쓴다고~, 라며 정원사 아저씨가 마스터를 보며 웃는다.

[맞아맞아, 볶음밥이나 오므라이스나, 아주 일품이었지]

경마할 틈이 있으면 요리 솜씨를 갈고닦지, 라며 세탁소 아저씨가 웃는다.

아니, 그러는 당신들도 같은 처지인 사람들 아니냐고.

마음속으로 츳코미를 하며, 턱을 괴고 쿠키를 베어 먹었다. 카운터에 서있는 카라마츠를 상상해 보았다.

아저씨와 같은 검은 앞치마를 입고, 셔츠의 소매를 걷고서 우아하게 커피를 마시며, 어서오세요, 라고 웃으며 손님을 맞이하는 모습.

, 위화감 없네. 마치 직접 보기라도 한 것처럼 눈앞에 선하다. -, 좀 더 빨리 알았다면 여기서 네가 내린 커피를 마셨을텐데. 하트 같은 거 그려달라고 해서 말야.

또다, 한가지씩 카라마츠에 대해 알아갈 때마다, 좀 더 빨리 알았으면 하는 후회가 든다.

[오소마츠군]

이름을 불려 앞을 보니, 마스터가 다시 상냥한 미소로 말을 했다.

[말 좀 전해달라고. 또 마음이 내키면 우리 가게 도와주러 오라고]

[, 전해줄게]

홍차를 마저 비우고, 잘 마셨습니다, 란 말과 함께 가게를 나왔다.

 

현관문을 여니 전화가 울렸다. 급하게 신발을 벗고 수화기를 드니, 엄마의 발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랜만에 즐거워서, 저녁까지 먹고 가려고 하는데

[예이예이. 우리들은 적당히 먹을테니까. 부디 천천히 즐기고 오시길-]

, 맞다. 세탁물 넣어두는 거, 잊지마렴

[알았어-]

 

 

 

 

 

 

 

 

 

 

 

잘 먹겠습니다!!

7명이 입을 맞춰 말하고, 일제히 젓가락을 들었다.

눈앞에는 큼지막한 징기스칸[각주:9]냄비. 양고기의 달콤한 향기와 양념의 고소함, 육즙으로 흐물흐물해진 야채들.

[슬슬 먹어도 되겠지. 퍼줄테니까 그릇들 줘]

눈의 빛깔이 변한 걸 알아챈 건지, 우시지마 셰프가 가장 먼저 쥬시마츠의 접시에 고기와 야채를 듬뿍 담아 주었다.

[우하-, 맛나아-!!]

고기와 야채, 밥을 계속 입에 넣고서 행복으로 가득찬 표정을 하는 쥬시마츠에게 힐링받는 건 나뿐만이 아닌 듯, 아직 안 먹은 사람들도 모두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 맛있어어!]

나눠받은 내 몫을 한입 먹은 순간 반사적으로 그렇게 외쳤다.

맛있다, 진짜 이 한마디면 충분했다. 살아있어서 다행이다, 훗카이도 만세.

[맛있어!!]

뒤를 이어 카라마츠가 사랑하는 고기를 한입 크게 베어 물고, 헤실헤실 웃는다. 그 얼굴 반칙이니까.

좀 버릇없는 행동이겠지만, 다른 형제들에게 자랑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핸드폰 카메라를 켰다.

[두 사람 다, 맛있어하는 표정 좀 지어볼래-?]

내 요청을 듣는다기 보다, 지금은 그거밖에 할 수 없다는 듯이 카라마츠와 쥬시마츠가 똑같이 후냐리, 퍼진 얼굴로 웃는다.

마음속의 메모리만으로 만족하는 나는 더 이상 없다. 이렇게 기적의 순간을 남길 수 있다니, 이 얼마나 멋진가!!

 

펜션에 도착한 건 11시가 넘어서였다.

시가지를 벗어나니 점점 눈발이 굵어져, 내가 불안해할 무렵, 어서오세요, N마을에!!라는 지난다. 왼쪽도 오른쪽도 새하얀 세계를 지나길 약 20, 따스해 보이는 통나무집을 발견했을 때의 감상은, 살았다, 였다.

“Ville étoiles(빌라에투알)”이 이 펜션의 이름으로, 알파벳으로 적힌 간판 앞에서 카라마츠가 멋진 이름이라며 중얼거리낟.

[프랑스어로군, étoiles는 별, ville는 도시, 별의 도시라는 건가]

마음에 든 건지, 가타카나를 읽는 게 아닌 본토 발음으로 ville étoiles라 반복한다. 뭔가 재수 없게 느껴져, 오랜만에 그런 건 됐으니까라며 제지한다.

[삼촌이 취미로 하는 곳이니까, 편하게 있어도 돼. 손님도 단골이 대부분으로, 거의 삼촌 친구분들이시니까]

주차장에서 건물로 가는 동안 들은 타이가씨의 말에, 순간 멍해졌다. 생각해보니, 삼촌분도 나가소네 그룹의 일원. 그런 사람의 친구라면 서민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당연한 사실이다.

실제로 코앞까지 다가온 통나무집은, 스위스나 캐나다에 있을 법한 근사하고 장중한[각주:10] 집으로, 이미 성처럼 보였다. 마치 요직[각주:11]에 있는 사람이 일상의 소란을 잊고 우아한 유일을 보내기에 적격인 곳이라는 느낌.

[뭔가 엄청난 곳이네]

나직한 쥬시마츠의 목소리에서 녀석의 불안이 느껴졌다. 덕분에 나도 덩달아 긴장하고 만다. 그런데, 카라마츠는 태연하게, 좋은 곳이로군! 하고, 센척하는 기색도 없이 한가로이 웃었다.

긴장되지 않는 거야? 라고 묻자, 의아하단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제 와서 신경 써도 어쩔 수 없잖나? 할 수 있는 걸 하는 수밖에]

[정말이지, 네 그런 점, 하나도 안 귀여워!!]

그 대화를 듣고있던 타이가씨가 풉, 하고 웃음을 터뜨린다.

[녀석은 늘 이런 식이야. 무대본방 전에, 우리들이 폭발할 정도로 긴장하고 있을 때도, 혼자 여유롭게 웃고 말이야. 보통이면 긴장되잖아? 실수하면 어쩌나 하고]

[긴장감은 갖고 있다구요? 실패할 때도 있고]

잘도 말하네, 라며 입을 삐죽인 선배는, 나와 쥬시마츠를 바라보며 계속 말을 이었다.

[녀석의 경우, 실패한 적이 거의 없다고. 그 역에 몰입하려고 하니까 말야. 뭘 해도 자연스럽고, 살짝 실수해도 그런 연기로밖에 안 보이니까]

과대평가라며 카라마츠는 웃으며, 아직 뭔가 할 말이 남은 듯한 선배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

[, 우리들을 무대로 안내해주시겠습니까? 슬슬 발가락이 한계라]

그렇네, 나도 마찬가지야. 눈 쌓인 땅에 스니커즈는 힘들다.

펜션에 예비용이 있다고 해서, 돈을 아끼려 사지 않았던 스노 부츠.

 

문을 열고 한 발 내딛자, 나는 처음 느낀 인상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했다.

덕지덕지 붙은 장식들은 없었지만, 정갈히 닦인 아름다운 목재 장식들, 바닥에 깔린 융단은 살짝 짙은 청색으로 그려진 아라베스크로, 아마 페르시아나 터키산. 흔들의자와 낮은 탁자에서는 빈티지풍이 물씬 풍겨오고, 조명도 고풍스러운 샹들리에. 벽에는 수채화나 건물의 설계도, 소묘, 수묵화 등 자그마한 액자들이 랜덤으로 걸려있고, 석조의 묵직한 난로에서 장작불이 타닥타닥 튄다.

세계 각국의 다양한 물품들로 꾸며져 있음에도 어째선지 일체감이 있어, 한마디로 말하자면 지극히 세련된 공간이었다.

역시, 일류의 사람들이 피로를 풀러 오는 곳이다. 니트족이 발을 들일만한 곳이 아니라고.

기가 눌려 멈춰선 나에 비해, 똑같이 긴장했을 쥬시마츠는 카라마츠와 같이 액자를 보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제 익숙해진 건가 했지만, 잘 보니 카라마츠의 손을 꼭 잡고 있다.

[-, 먼 곳에서 오느라 수고했어!!]

움츠린 발은 안쪽에서 나온 남성의 한마디로 간단히 풀려 버렸다.

[내 삼촌이자, 여기 지배인]

[나가소네 오키토라다! 잘 부탁하네!]

오너를 보자마자 든 생각은, 타이가씨가 늙으면 저런 모습일까, 였다. 둘은 부자관계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스스럼없는 말투도, 특유의 친밀감 넘치는 분위기도, 키와 몸집도 닮아있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하고 인사한 우리 셋에게 오키토라씨는, 나야말로 잘 부탁하네, 라며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우선 짐부터 놓고들 오라고. , 자네들 배고프지 않나? 타이가도 아침 안 먹었잖아?]

[아까 라멘 먹었으니까, 나는 괜찮아]

우리도 배고프지 않았기에, 먼저 아르바이트의 내용을 듣기로 했다.

이대로 점심을 대접받았다간 뭣하러 왔는지 잊어버릴 것 같았고.

 

건네받은 관내 안내도에 따르면, 빌라에투알은 장기 체류형 콘도미니엄[각주:12]식으로, 12개밖에 없는 객실은 각각 독립된 통나무집으로 되어 있었다.

우리들이 지금 있는 관리동을 중심으로 위쪽에 반원으로 12개의 객실이 줄지어 있고, 프론트 데스크는 객실측에, 레스토랑은 그 반대에 위치해 있었다.

타이가씨는 그 레스토랑 일을 거들고 오겠다며 사라졌고, 우리 셋은 오너의 뒤를 따랐다.

“Staff Only"라 적힌 팻말 너머의 완만하게 굽은 계단 위도, 로비도 마찬가지로 세련된 분위기가 감돌았다.

[처음에는 여길 중심으로 빙 둘러서 객실을 지정할 생각이었거든. 12별자리의 이름을 붙여서 말이지. 그치만 그래선 레스토랑에 가는 손님들이 객실을 가로질러서 가야 하니까, 서로 불편하잖아? 그래서 그리스신화의 이름을 붙이고, 이렇게 배치하게 된 거라네]

그 말대로 각 객실동에는 그리스 신화의 올림푸스 12신의 이름이 붙어 있었다.

12에 올라가니 객실의 배치가 잘 보였다. 관리동에서 객실동까지의 반경이 가까운 것도 있고 먼 곳도 있어, 엇갈리게 배치된 12동이 관리동과 복도로 이어지는 구조라서 반원이라기보다는 관의 형태를 그리는 것 같았다.

[“별의 도시라는 이름은 여길 세우기도 전부터 생각해뒀었거든. 그리스어로 할까도 생각했지만, 뭔가 마음에 확 오질 않고, 문자로 하면 이해할 수가 없으니까 프랑스어. 통일감은 전혀 없지만 뭐, 일본이니까. 작은 건 신경쓰지 말자는 성격이기도 하고 말이지]

씨익 웃은 오너는 복도 끝의,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중후한 느낌의 조각으로 장식된 문에 손을 댔다.

[, 여기가 자네들의 방이네. 좀 좁아서 미안하지만..]

[오오]

[우와아]

[와아아]

세 명 동시에 감탄을 자아내며, 우리들은 굳어 버렸다.

뭐야, 이 럭셔리한 공간. 전혀 좁지 않았고, 우리 거실의 족히 2배는 되어 보였다. 커다란 출창[각주:13] 두 개와 천장에도 창이 있어 방안은 무척이나 밝았다. 커다란 침대 3개에 옷장과 램프, 소파세트에 테이블, 세면대 등등 전부 앤틱풍이었다.

이런 곳, 우리가 써도 되는 거야? 최소 체류비 포함해서, 아르바이트비 받으면 안 되지 않아?

[좋은 방이로군]

기쁜 목소리의 카라마츠에 조금 긴장은 풀렸지만, 제대로 답은 할 수 없었다.

[원래 2인실이인데 침대를 하나 더 넣는 탓에 조금 좁아졌거든. 싫으면 타이가 방에 한명 묵어도 괜찮으니까. 금고는 여기. 난방은 중앙 난방이지만, 더우면 이 통풍구를 열어둬. , 추우면 담요 있으니까 말하고]

반쯤 멍한 상태로 오너의 설명을 들으며, 일단 큰 짐을 바닥에 두고 외투를 벗었다.

[열쇠는 여기]

건네받은 건, 본가와 같은 메이커의 열쇠로, 조금도 다를 것 없는 스테인리스 형태. 그 때문일까, 감사인사를 하고 그걸 꽉 쥐자 갑자기 발근처가 사악, 하고 차가워진다.

우리들 옆은 타이가씨의 방으로, 그 옆은 목욕탕과 화장실, 복도의 반대쪽 끝은 오너의 개인방.

오너의 방에 들어가, 얘기를 들으며 등나무 소파에 나란히 앉았다.

[잊기 전에 서류작업부터 처리하자고. 이력서도 써왔나?]

[, 가져왔습니다!]

이것 보라고, 써오길 잘했잖아. 아르바이트라도 이런 건 중요하니까.

가방에서 서류가방을 꺼내, 빳빳한 이력서 세장을 내밀었다.

[, 준비성이 좋구만. 으음, 이게 근로 계약서네. 잘 읽고 납득 가능하다면 사인과 도장 부탁하지. 그리고, 월급은 입금식이니까, 계좌번호를 여기에 적어주게]

계약서의 내용은 그리 길지 않아서, 어제 들은 월급 액수와 휴일 외에 고객의 정보를 누석하지 말 것과 근로 중 부상은 산재 신청이 가능하다는 등의 설명이 쓰여 있었다.

카라마츠가 가장 먼저 다 읽고 번듯한 글씨로 서명을 한 후, 도장을 꾹 눌러 찍었다.

그걸 본 쥬시마츠가 진지한 얼굴로 어느 때보다 겸손하게 자신의 이름을 적고 도장을 찍었다.

과연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었지만, 두 사람이 있으면 나도 어떻게든 힘내서 할 수 있을 것 같아 계약서에 마츠노 쵸로마츠라고 서명했다.

[땡큐. 그럼 이건 잘 맡아두지]

받아든 세명 몫의 서류를 탁탁, 테이블에 가볍게 탁탁 내려쳐 정리하곤 클리어 파일에 보관한 오너는 여느 때처럼 씨익 웃으며 힘차게 일어섰다.

[이제 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좀 빠를지도 모르겠지만, 젊으니까 먹을 수 있지?]

자아, 일어나라고. 라며 우리들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는다.

아아, 다 알고 있었구나. 긴장하고 있는 거. 그야 그렇겠지, 세명 다 입다물고 있었는 걸.

카라마츠는 원래도 과묵하고, 지금도 전혀 긴장하고 있지 않지만. 나와 쥬시마츠는 완전히 긴장한 티를 뿜뿜 뿜어내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신경 쓰이게 만든 게, 뭔가 부끄럽다.

오너에게 이끌려 1층으로 내려가니, 계단 아래에 몸집이 큰 남자가 인왕[각주:14]처럼 서있다.

키는 2m에 가깝고, 계단 난간에 쓰인 통나무 정도로 굵은 팔, 물론 군살이 아닌 울퉁불퉁한 근육질 몸. 스웨터 위에서도 충분히 느껴지는 두툼한 가슴에 험악한 분위기가 물씬 풍겨온다.

사냥꾼이라거나 그런 사람인 걸까, 그보다 좀 무섭다.

태연스럽게 앞을 지나는 카라마츠의 등을 방패삼아, 조심조심 내려가서 올려다보니, 느닷없이 덩치 큰 사내가 히죽 웃는다.

[이쪽이 타이가의 후배인가? 먼 곳에서 오느라 수고했네. 점심이 마침 다 됐으니 괜찮으면 먹겠나]

 

레스토랑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엄청난 분위기의 인테리어로, 점심은 스페인 요리였다.

[못 먹는 게 있으면, 신경 쓰지 말고 남겨라]

사냥꾼이자 셰프인 우시지마 토미오씨는, 오키토라 오너와 고교 동창생인 듯했다.

[, 가리는 거 없슴다! 형들도 그렇지?]

마침 스패니쉬 오믈렛을 삼킨 쥬시마츠가 기운차게 답하고, 우리도 따라서 고개를 끄덕인다.

카라마츠는 닭고기 찜이 마음에 쏙 들었는지 신나게 먹고 있었고, 나도 빠에야[각주:15]를 입에 잔뜩 물고 있던 탓에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거 마음에 드는군! 너도 좀 배우는 게 어때, 라이야]

[시끄럽다고, 아재. 고수를 못 먹는 것뿐이거든-]

지목당한 건 홀 담당인 카나죠 라이야씨, 오너와 셰프보다는 10살 정도 어려 보였다.

이 사람도 키가 크고, 듣기론 아버지가 아일랜드 사람이라는 모양으로, 적색 머리칼에 벽안이목구비가 뚜렷한 미남이었다.

[그보다, 똑같은 얼굴의 미남 셋이 나란히 앉아있으니, 그 위력이 장난 아니구만]

아니, 미남한테 미남이란 소릴 듣다니 답하기 곤란한데요. 애초에 우린 미남도 아니고.

[젊을 적의 토시[각주:16]짱이랑 닮았네-]

[아니지, 좀 더 얼굴이 둥글잖아. 나는 쿠사XX 마사오[각주:17] 쪽이 더 닮은 것 같은데]

[둘 다 예시가 너무 늙었다고. 그 걔 있잖아, 무슨무슨 딘[각주:18]인가. 고다이[각주:19] 역의]

아니아니아니!!제발 그만두세요, 진짜 죽을 것 같으니까!!

[녀석들 여섯 쌍둥이라고. 이 얼굴이 세명이나 더 있는 거야]

[진짜?!]

이야기 흐름을 바꿔주셔서 감사합니다, 타이가씨. 어디에 웃음 포인트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라이야씨가 크게 웃었지만, 익숙하지도 않은 미남 취급을 받는 것보다 이게 더 낫다.

단순하게도 맛있는 걸 먹는 것만으로 긴장이 순식간에 풀려 버렸다.

오너 말로는, 이 근처는 여름과 겨울 외에는 별로 관광객도 찾지 않아서, 펜션도 단풍이 지면 정비와 청소를 하고, 스키 시즌까지 문을 닫는다고 한다.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로 해, 오늘은 레스토랑도 쉬고 대청소를 하고 있었다는 모양이다.

아직 일이 남은 듯해, 조금 거들기로 했다.

디저트를 먹은 후, 쥬시마츠는 타이가씨와 밖에 나가 제설 작업에 나섰다.

스키장 개장에 맞추기라도 한 듯, 그저께부터 갑자기 드세졌다는 눈은 여전히 오다 말다를 반복했다.

기운 넘치는 쥬시마츠에게 다시 코트를 입히고, 빌린 스노 부츠도 신겼으니 아마 밖에서도 괜찮을 거다.

나와 카라마츠는 레스토랑에 남아, 청소를 도왔다.

카라마츠는 토미오씨와 주방을, 나는 라이야씨와 홀을, 각각 분담해서 청소했다.

 

눈에 보이는 먼지나 얼룩들을 슥슥 문질러 닦고 있으니, 어디선가 좋은 냄새가 풍겨왔다.

문득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6시까지 앞으로 22, 어느새 밖은 어두워지고, 실링 팬[각주:20]에 달린 샹들리에에 불이 들어왔다.

[쵸로마츠, 슬슬 끝내자고. 이제 충분히 깨끗한 것 같으니까]

후아-, 지쳤다아, 라며 기지개를 켠 라이야씨에게, 5분만 더요, 라며 거절을 하곤 남은 테이블 1대를 구석구석 닦았다.

좋아, 만족! 본가에서도 늘 그랬지만, 역시 청소는 눈에 보일 정도로 깨끗해져야 만족스럽지.

[-, 굉장하네. 엄청 번쩍번쩍거리잖아!]

성취감에 젖어있자, 어느새 오너가 뒤까지 다가와 말을 했다.

어째선지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청소 정도는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닌데.

[, 씻고 오게. 오늘 저녁은 징기스칸이다!]

그렇게 말한 오너는 내 머리에 손을 얹었다. 뭔가 칭찬을 받은 기분에 마음이 간질간질 해져 서둘러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리고 다시 아까전으로 돌아가서.

우리들의 환영회와 내일부터 힘내자는 의미로, 다 같이 냄비를 에워싸고 앉았다. 단 술은 각자 한잔씩만. 카라마츠는 맥주잔의 3분의 1정도.

이제 막 만났는데 이렇게 같이 냄비 하나를 둘러싸고 있어서인지 마치 삼촌들과 밥을 먹는 듯한 따스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정말 너희 셋이 와줘서 다행이네. 3월까지 지옥체험을 각오하고 있었다고, 나는]

오너의 말에 의하면, 전에 있던 알바생은 극단의 프리터와 현지 대학생이 있었는데, 대학생은 올해 취활과 졸업 논문으로 드러누웠다고.

게다가 극단 멤버도 직장이 정해져, 나와 쥬시마츠가 없었더라면 힘들었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된 거 그냥 6명 다 같이 오지 그랬나]

오너가 그렇게 말하자, 토미오씨가 고개를 끄덕이고 라이야씨는, 그거 보고 싶구만, 이라며 크게 웃었다.

평소라면 분명, 이런 기회가 주어졌을 때 여섯명 다 함께 왔겠지만, 지금은.

[, 혹시 싸웠어?]

타이가씨의 말에 우리 셋은 무심코 얼굴을 마주보았다. 이건 마치 긍정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별일이네, 카라마츠. 너 형제들 엄청 좋아하잖아]

나라도 괜찮다면 들어줄게, 라며 선배는 카라마츠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었다. 카라마츠도 그걸 가만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유일한 형에게도 냉정하게 대하는 카라마츠가 어리광을 부리는 그 모습은 매우 신선하고, 조금 흐뭇한 기분이 들면서도 동시에 살짝 억울한 감정도 들었다.

[싸웠다기 보다는.....조금 거리를 두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서....., 제 자업자득이지만요]

눈에 외로움을 띤 카라마츠보다 먼저 내가 입을 열었다.

[녀석들, 카라마츠를 필요 없다는 듯이 말했다구요. 그래서 저랑 쥬시마츠가 한바탕 휩쓸고 같이 온 거예요]

그렇지?, 옆의 쥬시마츠에게 묻자, ! 하고 기운 좋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한다.

[아마도 지금쯤 쓸쓸해하고 있을 테지만. 조금은 반성하는 게 좋다구 생각함다!]

그렇게 말하곤, 한그릇 더 부탁드림닷! 하고 크게 외치며 밥공기를 내미는 쥬시마츠에 모두 웃음을 터뜨린다.

[뭐어, 집안사정이니까 뭐라고 할 말은 없지만. 빨리 화해들 하라고]

네 형제 자랑, 또 듣고 싶으니까 말이야. 라고 카라마츠의 머리를 살짝 두드린 타이가씨가 옅게 미소 짓는다.

[뭔가 부런군, 형제 싸움이라니. 나는 형과 싸울 정도로 대등하지가 않거든]

오키토라 오너의 형, 즉 나가소네 철강의 현 CEO, 오너와 12살 차이다.

[맞아맞아, 나이차 많이 나는 형은 형제라기보다 눈엣가시나 다름없다고. 싸움 같은 건 불가능하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한 타이가 선배도, 10살 위의 형이 있어, 이미 나가소네 그룹 회사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듯하다.

[나는 싸움 같은 거 해본 적 없는데?]

싸우는 의미를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기를 우걱우걱 집어먹던 라이야씨에게 오너가 젓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너는 누님이잖냐! 그것도 미인에 상냥하신]

[그래! 똑똑하고, 스타일 발군, 머리카락 끝까지 아름답지. 우리 누님은]

라이야씨, 이런 미남인데 시스콤인 건가. 안타깝다고 해야할지, 고맙다고 해야할지.

[이제 곧 출산이지? 선물은 뭐가 좋을지 물어봤어?]

[레드 브레스트 15년산]

[위스키잖아, 그건 네가 마시고 싶은 거겠지]

[그러니까 나를 위로해달라는 거라고]

토미오씨의 질문에, 농담이라 생각되지 않는 비통한 대답을 한 라이야씨의 말에 의하면, 5살 위라는 그 누님은 바로 작년에 라이야씨의 반대를 무릅쓰고 소꿉친구와 결혼했다는 모양이다.

고령출산이라 부지런히 산부인과 의사와 상담한 덕에 순조롭게 임신 기간을 거쳐, 다음주 출산 예정이라고.

[누님을 빼앗긴 데다, 이몸이 삼촌이라니, 진짜 견딜 수가 없다고]

[네 나이라면 당연한 거거든. 나는 13살 때부터 삼촌 소리 들었다고!]

얼굴을 가리며 우는 소리하는 라이야씨에게 오너가 야유한다.

[둘 다 배부른 소리를 하는구만. 형제가 없는 난 평생 삼촌이 될 수 없다고]

둘을 이어 토미오씨가 푸념을 하자, 결국 우리 젊은 네명은 웃어버렸다.

 

역시 좀 더 마시기로 한 세 사람을 두고, 우리들과 타이가씨는 먼저 목욕을 하러 돌아갔다.

상당히 넓어 5명은 여유롭게 들어갈 듯한 목욕탕은, 나무 욕조였지만 전혀 미끌거리지도 않은 데다가 물은 지하에서 온천수를 끌어다쓰고 있다니, 더할 나위 없이 좋아서 버릇이 될 것 같아 무섭다.

[너희들 늘 그렇게 나란히 앉아서 등 밀어주는 거야? 좋겠네~]

라고 말한 타이가씨가 나와 카라마츠 사이에 끼어든다.

아아-, 극락. 욕탕에 4명 나란히 들어앉아 있으니, 타이가씨가 불쑥 카라마츠에게 말을 걸었다.

[카라마츠, 아깐 미안했어]

정작 그 말을 들은 본인은 무슨 말인지 모르는 듯, 눈만 꿈뻑이고 있다.

[그 있잖냐, 형제들 일. 별로 말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서]

[아뇨, 전혀 아닙니다. 나르시스트 탐정에 한계가 왔을 뿐, 그리 심각한 건 아니거든요]

그러냐, 라며 고개를 끄덕인 선배, 이번에는 나와 쥬시마츠를 본다.

[둘 다, 미안해? 나 말이야, 카라마츠를 동생처럼 생각하다 보니까 그만 친형제들 앞에서까지 스스럼없이 굴어 버렸네]

[아뇨, 괜찮아요. 이 녀석, 우리들한테는 절대 의지하거나 하지 않으니까, 타이가씨가 있어서 오히려 다행인 걸요]

무심코 그렇게 튀어나온 말. 나는 자신의 속내가 의외로 깨끗하단 거에 오히려 놀랐다.

[저기저기-! 그럼, 쵸로마츠형이랑 저도 타이가 선배의 동생임까?]

명랑하게 그리 묻는 쥬시마츠에 타이가씨는, 물론이지! 라며 웃는다.

[슬슬 머리가 띵하니까, 먼저 나갈게-. 그럼, 다들 잘자]

내일 보자고, 라며 근육으로 단단히 죄어진 등을 눈으로 마중하다, 문득 뭔가 떠올라 카라마츠에게 물었다.

[저기, 카라마츠, 아까 타이가씨가 자기도 할 일이 있다고 했잖아, 뭐였을까? 설마 라멘을 아니겠지?]

[면도기 날을 사긴 했는데, 아마 그냥 핑계겠지]

[그럼 역시]

[아아. 순수하게 우릴 마중나온 거다. 갑자기 간다고 했으니까, 우리들이 옷 같은 걸 준비하지 못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지]

카라마츠는 욕조에 앉아 젖은 앞머리를 넘겼다. 그러자 지난번에 다친 자국이 보여, 무심코 눈을 피하고 만다.

[말했잖아, 그런 사람이라고, 선배는. 의지 받는 걸, 보람으로 생각하고 살아가는 사람이야. 아무래도 집안사정 때문이겠지. 형은 우수한 사원인데, 자긴 나태하게 연극이나 하고 있다고 자신을 비하한 적이 있었거든]

차남도 정말 큰일이지, 라고 이해한다는 듯 말하는 카라마츠에, 우린 그런 거창한 집안이 아니잖아, 라고 츳코미를 넣었다.

애초에 우리 장남은 우수한 사원은커녕 니트에 도박을 좋아하는 쓰레기라, 반면교사[각주:21]는 되지만 눈엣가시는 안 된다고.

 

방으로 돌아가는 도중, 카라마츠가 나를 불러세웠다.

[슬슬 핸드폰 전원, 켜두지 않겠는가?]

연락하고 싶다는 의미겠지만, 목소리에 불안이 번져있었다.

이쪽에서의 연락을 녀석들이 기다리고 있지 않으면 어쩌지, 하고 걱정하는 거겠지. , 정말 형제들에 대해선 하나도 모르는구만. 아까 쥬시마츠가 말한 대로 지금쯤 네가 없어서 쓸쓸해하고 있을 거라고.

[알겠어. , 저쪽에서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리기]

하지만 쉽게 안심시켜주진 않을 거다. 이번에는 나도 꽤 화가 났으니까.

 

 

 

 

 

 

 

 

 

 

아츠시군과 장기를 한판 두고, 패배한 그에게 뭐가 틀렸는지 설명하던 중, 전화가 걸려왔다.

번호는 집전화. 통화버튼을 누르니, 나야나~, 하는 장남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오소마츠형, 급한 용무야?]

 

딱히 그런 건 아닌데, 우리 리얼충께서 디너도 해두라고 해서 말이야, 밥 어쩔까?

 

[오뎅이면 되지 않아?]

 

-, 그것도 좋긴 한데

 

드물게 모호한 대답을 던지는 형. 이거, 상당히 지쳐있네, 오소마츠형.

치비타 가게에 셋이서 가면, 나머지는 어쨌냐고 물어볼 게 뻔하니까. 물어보지 않는다고 해도 치비타는 전부 알고 있다는 거니까, 그것도 그것대로 괴롭고. 아마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거겠지. 정말 나 추리력 엄청나네.

[그럼, 내가 만들까? 카라마츠형 정도는 아니지만, 전골은 할 수 있으니까]

전골인가, , 좋아

[정해졌네. 돌아갈 때 마트에서 사갈게. 어떤 전골이 좋아? , 미리 말해두겠는데 각자 부담이니까!]

뭐든 좋아. -, 역시 위에 부담이 안 가는 걸로

[알겠어. 맞아, 이치마츠형은 어때? , 먹었어?]

아침은 국만 먹은 것 같은데, 점심은 모르겠네. 내가 일어났을 땐 이미 나가고 없었어, 아직 안 돌아왔고. 뒷골목이나 어슬렁거리다가 돌아오겠지,

알겠다며 전화를 끊고 가방을 쌌다.

[저녁밥을 만들어야 하니까, 슬슬 돌아갈게]

, 또 봐, 라며 손을 흔드는 아츠시군 옆에서, 채소가게 아저씨가 히죽거린다.

[마츠요씨는 외출인가?]

[, 마츠조랑 데이트래. 아저씨도 매일 여기에만 있지 말고, 가끔은 아줌마랑 데이트라도 하라구-]

 

돌아가는 길, 마트에 들러 전골 재료를 샀다.

배추와 당근, 표고버섯과 두부, 닭고기. , 참깨두유전골로 하자. 맛있겠다. 이거면 사리는 우동이면 되겠지.

이치마츠형, 마로니[각주:22] 좋아했었지. 이거 넣어주면, 먹을지도 모르겠네.

내친김에 마음먹고 500ml 생수도 바구니에 담았다.

마트 비닐봉투에 담아서 들고 가는 건 내 미적감각에 어긋나니까, 제대로 에코백에 담는다.

검은 바탕에 핑크색 손잡이와 파이핑[각주:23].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내놓은 것으로, 주머니에 들어갈 만큼 작게 접을 수 있는데 꽤 견고하고 손잡이의 폭이 넓어 사용하기도 편하다.

마음에 쏙 들어, 내가 가진 것과 같은 종류에 색만 하늘색으로 다른 걸 카라마츠형에게 생일선물로 줬다.

엄마 심부름을 하는 경우가 많고, 퍼펙트 패션에 비닐봉투를 가지고 다니는 건 보기 싫으니까.

마트를 나와 집과는 반대 방향으로 발을 돌렸다.

쇼핑몰 근처, 만화방과 술집 사이에 위치한 골목. 반년 정도 전에 카라마츠형과 같이 쇼핑을 하러 나왔을 때, 형이 갑자기 여기서 멈춰섰다.

왜 그래, 라고 묻자, 여기가 고양이들 집합소래, 라고 했다.

[몇 번인가 여기서 이치마츠를 봤다. 엄청 다정한 얼굴로 고양이를 돌보고 있더군. 오늘은 없는 것 같지만]

그렇게 말한 카라마츠형이야말로 엄청 다정한 얼굴이었다. 이치마츠형을 아낀다는 게 생생히 느껴져, 나는 노골적으로 질투했다.

이치마츠형 따위 카라마츠형을 매일 괴롭히기만 하는데, 이런 얼굴을 하다니, 라며.

내가 아는 고양이들의 집합소는 여기뿐. 유일하게 짐작가는 곳이라 와보니, 좁고 어두컴컴한 공간에 보라색 덩어리가 보였다.

안심함과 동시에 그때의 질투가 도져서 그만큼 가시돋힌 말투가 튀어나왔다.

[돌아가자, 이치마츠형]

덩어리가 흠칫 떤다. 가까이 다가가니, 초췌한 얼굴이 위를 올려다본다.

[..........토도, 마츠, , 째서, ]

우와, 눈 완전 크게 떠졌잖아. 오랜만에 봤다고, 이렇게 놀란 거.

[내 파트너, 얕보지 말아줄래? 그 사람, 형제에 관한 거라면 다 알고 있다고]

사온 생수를 따서 건네자, 이치마츠형은 얌전히 그걸 받아들곤 입을 살짝 떨었다.

[........, ]

그렇겠지, 자신이 내친 사람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다니, 부끄러워 죽겠지.

반쯤 줄어든 병을 돌려받는 김에 그 팔을 그대로 들어올렸다.

[돌아가자. 내가 전골 만들어줄테니까. 제대로 먹으라구]

말없이 고개를 숙이는 이치마츠형의 얼어붙은 손목을 잡아끌며 집을 향해 걸었다.

정말 손이 많이 가는 형이구만!

다녀왔습니다, 하고 현관문을 열자 오소마츠형이 거실에서 나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토도마츠, 잘도 찾아서 데려왔네]

[카라마츠형 덕분이지. , 옷 갈아입고 전골 준비할테니까. 오소마츠형, 이치마츠형한테 물 좀 더 먹여줘]

 

요리라고 해도, 전골은 재료를 적당히 썰어넣기만 하면 끝.

간단하고, 전골 수프를 사용하니 당연히 맛도 나쁘지 않다.

오소마츠형의 식욕은 평소만큼 회복되었고, 이제 남은 건 밉살스런 웃음만 돌아오면 원상복귀.

문제는 이치마츠형으로, 둘이서 번갈아 어떻게든 마로니나 우동을 먹였지만, 평소보다 양이 터무니없이 적다.

보고 싶은 TV프로도 없고, 앞사람이 목욕을 끝내, 나도 목욕을 하러 들어갔다.

꼴지로 목욕을 끝낸 내가 거실로 돌아가자, 오소마츠형은 카라마츠형이 두고 간 라이터를 만지작거리고, 이치마츠형은 짤막한 겉옷을 입고 구석에 틀어박혀있다.

한숨을 쉬려는 걸 겨우 참고, 핸드폰을 켜 어제부터 벌써 수십통이 넘어가는 메일을 보낸다. 이제 슬슬 용서해주지 않을까.

내 생각이 닿았는지, 송신한지 약 5, 핸드폰 진동이 울리고 메일이 왔다.

메일은 총 3, 그보다, 뭐야, 이거!

 

 

From : 14matsu55@***

Subject : 네네-!

쥬시마츠임다! 핸드폰 샀어! 형들과 똑같은 걸로!! 징기스칸 맛나-!!

전화번호는, 080-****-****이야. 라인도 있어!! 잘 부탁해-!

첨부사진 : (카라마츠와 쵸로마츠가 소파에서 더블 피스)

 

 

From : choro3matsu@***

Subject : 누구신지?

, 쵸로마츠입니다! 스마트폰 데뷔했습니다. 앞으로 내 귀여운 형제들을 보여줄테니, 각오하세요.

전화번호는 080-****-****입니다. 라인도 시작했습니다.

첨부사진 : (카라마츠와 쥬시마츠가 징기스칸을 먹으며 맛있어하는 모습)

 

 

From : 카라마츠형

Subject : 누구라고 생각해?

카라마츠다아-! 폰 바꿨다고~. 두 사람과 같은 거라고~. 훗카이도에 왔다고~.

첨부사진 : (새로운 핸드폰) (셋이 같은 코트를 입고 어깨동무)

 

 

[왜 그래, 토도마츠?]

오소마츠형의 걱정스런 목소리, , 지금 그렇게나 엄청난 표정하고 있구나. 그럴 것 같긴 했지만.

[]

[?]

[웃기지 마, 이 쿠소 형들아아아아!!]

[! 카라마츠한테서 온 거!?]

오소마츠형이 몸을 쭉 내밀고, 이치마츠형도 구석에서 갑자기 뛰어든다.

말없이 핸드폰을 건네자, 두 사람도 엄청난 표정으로 굳어있다.

[하아?! 뭐야, 이 녀석들, 엄청 재밌어 보이잖아! 쵸로마츠랑 쥬시마츠까지, 핸드폰 산 거냐고!! 어이, 토도마츠 전화 걸어. 지금은 괜찮잖아?]

[말 안 해도 그럴려고 했어!]

어제부터 몇 번이나 걸었던 전화, 계속 전화를 받을 수 없어라는 차가운 목소리뿐이었는데, 신호음이 얼마 가지 않아 들려오는 낯익은 낮고 달콤한 목소리.

토도마츠?

[카라마츠형!! 뭐가 핸드폰 바꿨다고~, !! 왜 전원 꺼둔 거냐고!! 우리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이치마츠형은 끼니도 거르고, 제대로 자지도 않고, 오소마츠형도 기운이 없다고!]

? 이치마츠 괜찮은 건가?

오소마츠형이 나도 바꿔달라며 팔을 잡아당기고, 카라마츠형은 이치마츠를 바꿔달라며 성화라, 귀찮아서 스피커폰으로 바꾸고 탁자에 둔다.

이치마츠, 거기 있는가? 미안하군, 몸 상태는 괜찮은건가?

네가 먼저 사과해서 어쩌잔 거야

쵸로마츠형의 목소리가 섞여든다. 저쪽도 스피커로 해둔 걸까.

쵸로마츠인데, 카라마츠한테 전원 끄라고 한 건 나니까. 이치마츠, 밥을 안 먹다니, 피해자인 척하지 말라고? 카라마츠한테 나가라고 한 건 너니까 말이야. 토도마츠도, 자기가 원인을 제공한 주제에 이쪽이 나쁘다는 듯이 말하지 마

냉정한 말에 이치마츠형이 새파랗게 질리고, 오소마츠형도 굳어 버렸다. 쵸로마츠형, 아직 화 안 풀렸구나.

순간, 아까 웃기지 말라고 소리쳤던 게 부끄러워진다.

쵸로마츠! 그렇게 말하지 마라! 따지고 보면, 우리가 잘못한 거다. 토도마츠, 이치마츠, 오소마츠, 용서를 빌테니 들어주지 않겠는가?

 

그렇게 운을 뗀 카라마츠형은 이야기를 들려주듯 나직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형제한테는 비밀로 연극을 계속한 것. 그 때문에 이런저런 일을 했던 것. 그 안쓰러운 중2 캐릭터는 그런 행동을 감추기 위한 연기였던 것.

들으면서 나는 역시 그 때, 공연 봤다고, 재밌었다고 솔직하게 말할 걸, 하고 후회했다.

그랬다면 카라마츠형이 오랫동안 이런 이상한 연기를 하지 않았을 거고, 당당하게 응원도 했을 텐데.

...........그렇게 돼서, 지금은 극단에서 신세지던 사람의 도움으로 훗카이도에 온 거다. 2월 말까지는 돌아가지 않을 생각이다

크리스마츠도 오미소카(정월의 전야로, 섣달 그믐날을 말합니다)도 정월도 올해엔 따로 보내겠네. 갑자기 쓸쓸한 기분이 들었지만, 이건 내게 주어진 벌이라고 생각해 우는 소리는 하지 않는다.

[저기, 카라마츠형, , 한번 본 적이 있어, 형의 공연. 바텐더 역의. 엄청 재밌었어. 그 때, 바로 말하지 않아서 미안해? 앞으로는 제대로 응원할테니까, 또 전화해도 될까?]

당연하지! 바로는 못 받을지도 모르겠지만, 바로 연락을 하겠다

토도마츠가 봤을 줄이야, 하고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겸연쩍은 표정을 하고 있겠지. 카라마츠형의 목소리는 감정이 풍부하니까.

 

[저기, 카라마츠]

나 대신 오소마츠형이 핸드폰에 말을 건다. 눈썹에 힘을 준 표정은 카라마츠형과 똑 닮아 있었다.

뭔가, 오소마츠?

[네가 연극하는 거 숨긴 건, 나 때문이지?]

그렇다기 보다는, 내가 지레 겁을 먹었을 뿐이다. 네가 형제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거라고, 그렇게 오해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니까 신경쓰지 마라, 라며 전화기 너머의 카라마츠형이 웃는다. 오소마츠형은 반대로 얼굴을 잔뜩 찡그린다.

그러고 보면, 옛날에 합숙을 가냐 안 가냐로 싸웠던 적이 있었지. 그걸 지금까지 맘에 품고 있었다니, 엄청 카라마츠형 답네.

미안해, 라고 말한 오소마츠형은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오늘, 윈즈 갔더니, 역 앞에서 피어스를 잔뜩 뚫은 녀석이 날 너로 착각해서 말을 걸더라]

아아, 이츠미군이군. 역 근처의 악세사리 샵의 점원이다

[그 이츠미군? , 네 노래를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그리고 네가 돌아오길 기다리겠다고 전해달래]

그런가

[그리고, 옆집 카페 아저씨가 마음이 내키거든 또 도와달래]

그래

[나 말이야, 엄청 부러웠어. 나도 네 기타연주 듣거나, 라떼아트한 커피 마시고 싶었어. 그런데, 너 없잖아, 여기에. 오늘 잡지에도 없었고]

미안하군. , 잡지는 아마 조만간 다시 나올 거라 생각한다. 얼마전에 취업용을 찍었거든

[, 꼭 볼게. 그리고 거기 아르바이트 끝나면, 한번쯤 오라고. 셋이서]

그럴 생각이다

[그래, 그럼 됐고. , 감기 안 걸리게 조심하라고]

하핫! 바보니까 괜찮다

이번에는 오소마츠형도 웃는다. 평소의 장난꾸러기 같은 미소가 아닌 오히려 나보다 어른스러운 미소.

 

[이치마츠]

네 차례라고 제대로 말하지도 않고, 오소마츠형은 핸드폰을 이치마츠형 앞에 미끄러뜨렸다.

[들려주기 싫으면 우리들 2층에 가있을까?]

조금 망설인 이치마츠형은 고개를 흔들곤, 저기, 하고 쉰 목소리로 전화 건너의 세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이치마츠, 거기 있는 건가? 상태는,

[괜찮으니까. 하나만 물어봐도 돼?]

나한테? 그래, 뭐든 물어봐라

[나의, 뭘 믿는 거야?]

탁자 아래에 놓인 손이 덜덜 떨려, 말해줘야 할지 어쩔지를 내가 망설이고 있자, 오소마츠형이 슬쩍 옆으로 가서 둥글게 굽은 등을 쓰다듬었다.

네가 자신을 되찾고, 가능한 한 행복해지는 것, 이지

분명 강하고 따스한 눈으로 정면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겠지. 보이지 않아도 카라마츠형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알 것만 같았다.

다른 사람과 비교할 필요는 없다. 마츠노 이치마츠는 너뿐이니까. 너는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

뭔가 대답하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꾹 삼켰다. 이치마츠형, 입술에 핏기가 없을 정도로 꾹 다물고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으니까.

불쾌하게 만들어 미안했다. 부디 밥은 꼭 챙겨먹어라

 

토도마츠, 아직 거기 있는가?

이름을 불린 나는, 있어-, 하고 평소와 다름없는 톤으로 답했다.

전화 걸어줘서 고맙다

[으으응. 내가 얘기하고 싶었을 뿐인 걸. 오히려 다행이야, 카라마츠형의 비밀을 알 수 있어서. , 엄마랑 아빠는 아직 안 돌아왔어. 오늘 데이트하러 나갔거든]

알고 있다. 아까 아빠랑 통화했거든. 방해하지 말라더군

우와, 아들한테 그런 말까지 하다니, 우리 부모님이지만 너무 리얼충이라니까.

[쵸로마츠형, 듣고 있어? 어제는 심하게 말해서 미안해. 쥬시마츠형도 쫓아내듯이 굴어서 미안. 일단 말해두는데, 나 세명 모두 좋아하니까. 그것만은 알아줘!]

갑자기 부끄러워져 상대방의 답을 듣지도 않고, 잘자!! 라고 외치며 일방적으로 끊어버렸다.

 

아직 얘기하고 싶은 건 잔뜩 있지만, 오늘은 이제 슬슬 한계다.

쥬시마츠형과 쵸로마츠형의 연락처를 저장해두고, 세명한테 온 자신을 다시 한번 본다.

얄미울 정도로 밝은 미소가 귀엽게 느껴져, 이래선 감쪽같이 쵸로마츠형 생각대로다.

거기서 눈을 돌리니, 형 두명이 눈물을 아직 주체하질 못하고 있다.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향했다. 이런 일도 있구나, 하고 생각하며 최종수단도 제대로 사온 스스로를 칭찬한다.

맥주보다 조금 도수가 높은 하이볼 6, 내가 2개 오소마츠형이 3, 이치마츠형은 1.

아마 이걸로 바로 골아떨어질 정도로 취해서 제대로 발 뻗고 자게 될 거다.

[말해두지만, 나도 울고 싶은 건 마찬가지니까!]

, 하고 쟁반을 탁자에 세게 내려놓자, 두 사람이 겨우 작게 미소를 짓는다.

 

 

 

 

 

 

 

 















오랜만에 차남스펙 가져왔네요 'ㅂ'a

이 소설은 한편당 길이가 좀 되는 탓에

번역도 며칠간 붙잡고 있어야 해서 좀 피곤합니다ㅎ..


게다가 이번에는 각주도 많아서..

빼먹은 거 없나 모르겠네요




가능한 오타 없이 하려고 천천히 타자쳤는데

있겠죠........오타...................늘 있었으니까...ㅎ

발견하면 댓글로 말해주세요!




-


조만간 잋쥬 R18소설인

[나와 고양이와 동생과 부서진 무언가] 올리겠습니다!

2개 한번에 올릴 생각이라 오늘 못 올렸네요;

조만간 가져올게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




















 

 

 









  1. (TPO면 옷을 시간, 장소, 경우에 따라 착용해야 한다는 의미로 알고 있는데, 때와 장소를 가려야한다란 의미로 쓴 건지 아예 다른 단어인 건지 모르겠네요;) [본문으로]
  2. (쉽게 말해 닭찜...? 닭고기 조림...?입니다) [본문으로]
  3. (본문은 ‘요코모지’로 직역하면 가로글자인데 대체로 외래어를 요코모지라고 합니다(외래어는 가타카나로 가로로 쓰는 글자라서). 근데 보통은 서양문화에 맹종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표현하거나, 필요이상으로 외래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비아냥거릴 때 씁니다. 그래서 서양문물..이라고 의역을 했습니다..이상하면 댓글주세요) [본문으로]
  4. (손난로 제품명) [본문으로]
  5. (경마장 이름) [본문으로]
  6. (경마할 때 거는 배팅법 같은 것) [본문으로]
  7. (이렇게 읽는 게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일단 이것도 경마 배팅법입니다) [본문으로]
  8. (물건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스스로 만들어 낸 짐으로부터 해방을 도모해, 경쾌하고 쾌적한 생활과 인생을 손에 넣는 것이 목적인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 [본문으로]
  9. (양고기를 이용한 일본의 불고기 요리) [본문으로]
  10. (장엄하고 무게가 있다) [본문으로]
  11. (중요한 자리, 직위) [본문으로]
  12. (소유자가 부재일 때에는 다른 제3자에게 빌려줄 수 있는 가구 달린 분양 주택) [본문으로]
  13. (*벽면보다 밖으로 튀어나오게 만든 창문을 말합니다. 성이나 귀족의 저택에 보면 커다랗고 벽면에서 툭 튀어나온 창문 있죠? 고급져 보이는! 그거 말하는 겁니다!) [본문으로]
  14. (사찰이나 불전의 문 또는 불상을 지키는 불교의 수호신) [본문으로]
  15. (스페인 전통 쌀요리) [본문으로]
  16. (일본의 록 밴드 그룹인 엑스재팬의 보컬 데야마 토시미츠) [본문으로]
  17. (일본 영화배우, 쿠사카리 마사오) [본문으로]
  18. (일본 영화배우, 딘 후지오카) [본문으로]
  19. (일드 ‘아침이 온다’ 의 등장인물) [본문으로]
  20. (천장용 선풍기) [본문으로]
  21. (다른 사람이나 사물의 부정적인 면에서 가르침을 얻음을 이르는 말) [본문으로]
  22. (굵은 당면 같은 겁니다) [본문으로]
  23. (재봉용어)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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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차남이 하이스펙이라면

 

차남의 숨겨진 능력이 상상 이상으로 높았다3

 

 

 

 

우리들은 일란성 쌍둥이라 서로 상당히 닮았다.

얼굴은 말할 것도 없고, 키도 대체로 비슷하다.

3 , 가장 키가 컸던 쥬시마츠와 가장 작았던 토도마츠의 차이가 겨우 2cm였을 정도.

성장기도 이미 끝난 지금, 크게 변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신발 사이즈도 거의 비슷하다. 나와 토도마츠가 다른 4명보다 조금 작긴 하지만, 끈을 조금 헐렁하게 하거나, 조여서 신으면 충분히 신을 수 있는 수준이다.

우리들은 서로 목소리가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남들은 큰 차이를 못 느끼는 것 같다.

분명한 차이는 체격, 이것만큼은 여섯명이 다 제각각이었다. 아는 아저씨들도 목욕탕에서 마주칠 때만은 우리들을 제대로 구분했다.

나는 형제들 중 가장 말랐다. 먹는 양이 특별히 적은 것도 아닌데, 라고 예전에 토토코짱한테 하소연했다가 복부에 혼신의 펀치를 먹었다.

이치마츠도 고등학생 때는 나만큼이나 말랐었다.

하지만 지금은 잘 움직이지도 않고 군것질도 자주 해서 그런지 이전보다 살이 조금 올랐다. 그걸 보며, 나도 조심하지 않으면...., 하고 생각하곤 한다.

오소마츠형은 중학생 때, 싸움을 일삼고 이런저런 동아리 활동을 했던 탓인지 꽤 탄탄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날백수 같은 생활을 계속 이어간다면, 머지않아 아버지처럼 배가 나올지도 모른다.

토도마츠는 본인 말에 의하면, 마른 근육질 몸매를 완성해 나가는 중이라는 모양이다.

내가 보기엔 나랑 별로 차이가 없어 보이는데.

마른 근육질 몸매라는 건, 쥬시마츠 같은 몸을 말하는 거라고.

녀석은 옷을 벗으면 굉장하다. 복서처럼 탄탄한 복근이 선명하게 보이면서, 지방은 거의 없다.

하지만 내 기준에서 여섯명 중 가장 완벽한 몸매를 가진 건, 차남 카라마츠다.

형제들 내에서 괴력 1순위인 만큼, 근육이 제일 많다.

어깨나 팔은 나보다 두바퀴 정도 굵고, 흉근은 골짜기에 그늘이 질 정도로 두껍다.

나한테 딱 맞는 크기의 티셔츠를 카라마츠가 입으면, 팔과 가슴이 꽉 끼고, 내가 즐겨 입는 초록색 셔츠를 녀석이 입으면 어깨는 물론이고 두 번째와 세 번째 단추가 터질 것 같다.

물론 등도 근육으로 빈틈없이 채워져 있다. 승모근이 발달하고, 견갑골 아래도 솟아올라있고, 등뼈가 곧게 서있다.

여섯갈래로 갈라진 복근과, 살이 집힐 틈이 없을 정도로 탄탄한 옆구리에서 단단히 죄어진 엉덩이로 이어지는 깔끔한 역삼각형 몸매.

거기에서 곧게 뻗어져 내려오는 발에도 근육이 붙어있고, 무릎 아래가 길어 실제보다 훨씬 다리가 길어 보인다.

투박하기만 한 몸이 아니라, 각각의 근육들이 제대로 형태를 갖추고 있어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좋다. 이 풍부한 근육에 지방이 적당히 자리하고 있어, 온몸이 끈육끈육이라고 말하고 있달까, 옷을 입어도 근육의 라인이 슬쩍 비치는 느낌이 되는 거겠지.

미쳤다고 할지도 모르고, 똥꼬털 뿐만 아니라 온몸의 털을 다 태우고 100번 죽어도 모자랄 레벨의 무례함이라는 것도 알지만, 그의 몸매는 미켈란젤로의 다윗상 못지않은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무덤까지 끌고 갈 나만의 비밀 중 하나는, 이 예술작품 같은 등을 씻는 것이 나의 비밀스런 즐거움이라는 것이다. 스스로도 중증이라고 생각한다.

넓은 등에 흩어진 6개의 점을 연결하면 백조자리의 일부가 된다는, 누구의 득도 되지 않을 사실을 알게 된 건, 반항기가 한창이었던 고교 1학년 중간고사가 끝날 무렵이었다.

오소마츠의 뒤를 쫓듯 우리들은 다 같이 반항기에 돌입했는데, 목욕탕에서 등을 밀어주는 건 변하지 않았다.

고등학교에 올라와 처음 치는 중간고사를 무사히 끝내 안심한 나는 갑자기 피로가 몰려왔고, 어째선지 눈앞에 보인 차남의 등에 있던 점을 세기 시작했다.

친해진 반 친구가 천문부에 들어간 탓에 매일 별자리 이야기를 들어서 그런지 점을 이어 별자리를 만들어 보았고, 느닷없이 백조자리가 떠올랐다.

목뼈보다 약간 왼쪽, 여기가 데네브(백조자리 꼬리부근의 별), 등뼈를 지나 비스듬히 오른쪽 허리까지 내려오는 부근이 알비레오(백조의 머리부분에 위치한 별, 부리의 별이라고 불린다), 오른쪽 날개뼈 부근은 기에나, 왼쪽은 델타별.

백조자리의 일부분이네, 하고 정말 쓸데없는 생각을 하자, 어째선지 카라마츠에게 만큼은 반항할 마음이 들지 않고, 등에 떠오른 한쪽 날개의 백조를 보는 것이 기대되기 시작했다.

 

 

호텔에 돌아온 우리들은 일단 옷을 벗었다.

그렇게나 맛있는 냄새라며 좋아했으면서, 가게에서 나오니 옷에 밴 숯냄새와 고기냄새가 불쾌하게 느껴지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옷과 바지를 코인 세탁기에 집어넣고, 유카타 차림으로 최상층에 있는 대욕탕으로 향했다.

도내에 위치한 비즈니스 호텔인데 목욕탕 등 시설이 제대로인지라, 카라마츠가 왜 이 호텔을 택했는지 이해가 갔다.

형제들과 함께하는 목욕을 좋아하는 녀석은, 장남과 차남, 그리고 의외로 사남이다.

나는 몸을 씻을 수만 있다면 샤워여도 상관없고, 토도마츠는 원래 목욕을 싫어한다. 지금도 겨울철 목욕은 무척이나 괴로워한다. 그리고 쥬시마츠에게 목욕은 놀이의 일환이다.

[괜찮은 것 같은가? 별로라면 방에 있는 욕실이어도 괜찮으니까 말야]

[괜찮아. 늘 같이 목욕탕 가잖아]

또 마음을 써주는 녀석에 가볍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수도꼭지 앞에 세명이 나란히 앉았다. 샴푸와 린스는 카라마츠가 챙겨온 것을 빌리고, 비누는 쥬시마츠에게 빌렸다.

[가려운 곳은 없어?]

[아아, 기분 좋군!]

[쵸로마츠형은? 기분 좋슴까?]

[, 좋아-]

내가 등을 밀어주는 건 대체로 카라마츠와 이치마츠라서, 쥬시마츠가 등을 밀어주는 건 뭔가 새로운 느낌이다. 힘조절이 적당해서 딱이다. 이치마츠는 거품을 잔뜩 내서 씻는 편이고, 카라마츠는 날 생각해서 가볍게 미는 편이라, 빡빡 씻고 싶은 내게는 조금 모자랐다.

[좋아, 교체하자. 쥬시마츠, 방향 바꿔]

[세게 부탁드림다~!!]

[오케이! 아까 네가 했던 것처럼 하면 돼?]

쥬시마츠가 애용하는 때타월을 받아 비누를 묻히고 있으니, 카라마츠가 약간 언짢은 목소리로

[저기, 쵸로마츠. 너도 세게 문지르는 게 좋았던 건가?]

[-, . 그렇네]

[말해줬으면 좋았을텐데. 네 때타올은 결이 거칠어서, 세게 했다간 아플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러게, 말했으면 좋았을텐데.

내가 너희들이고, 너희가 나라고 말해도, 각자 다른 사람이기에 호불호나 생각이 다르다는 걸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게 당연하다.

[여섯 쌍둥이는 좀 더, 그런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지 않겠나?]

[하핫! , 그렇네. 평소보다 좀 더 세게 부탁할게! , 그동안 밀어줬던 게 싫었던 건 아니니까. 너 무척 상냥하게 밀어주고]

정말 바보네, 우리들. 이런 간단한 걸 이제야 알아채다니.

 

시간적으로 아직 이른 탓인지, 목욕탕에는 우리들 외에 몇 명밖에 없었다.

바보같은 놀이에 끌어들이는 바보장남이 없었으므로, 느긋하게 야경을 즐기며 어떤 목욕법이 좋은지 서로 이야기를 했다.

쥬시마츠는 올리브 기름 비누와 삼베 때타올, 그리고 욕조에 푹 잠기는 걸 좋아한다고 한다.

잠수하고 싶을 정도라고 하기에, 여기서는 참으라며 말렸다.

카라마츠는 박하성분이 들어간 샴푸를 좋아하고, 이렇게 푹 잠기는 것도 좋지만 열이 금방 오르니까 반신욕이 좋다며, 아까부터 욕조 가장자리에 앉았다가 물속에 들어왔다가를 반복하고 있다.

나는 때타올 외에는 딱히 호불호는 없고, 지금 쓰는 건 어망을 이용한 것으로 지금까지 썼던 것 중에 베스트다. 당분간은 이걸 쓸 생각이다.

그보다 욕실에 곰팡이나 더러움이 적은 게 중요하고, 좀 더 말하자면, 샤워도 목욕도 뜨끈뜨끈한 온도가 딱 좋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꽤 다르네]

욕조 가장자리에 기댄 카라마츠가 양쪽 팔꿈치를 난간에 얹으며 말했다.

승모근이 크게 드러나고, 목줄기와 쇄골이 두드러지는 게 무척 섹시하다.

[. 목욕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각자 취향이 있을테니까. 면도기만 해도, 나는 카이지루시, 카라마츠는 카이레저, 쥬시마츠는 질레트고[각주:1]]

[오소마츠형과 토도마츠는 전기 면도기 사용하지. 이치마츠형은 5중날 면도기면 뭐든 좋다고 했고]

그렇게 말하며, 쥬시마츠가 재빠르게 개헤엄을 쳐 제자리로 돌아왔다.

[여섯 쌍둥이니까 다 같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신기하군. 뭔가 재밌네]

[그러네]

어릴 때는 호불호에 그다지 차이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모두 똑같은 옷을 입고, 같은 것을 먹고, 같은 비누와 샴푸로 씻었다.

성인이 되어서는, 누가 물어보지 않는 이상은 자신이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특별히 말하지 않고,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정도라면 그냥 참아버리게 되었다.

굳이 말할 필요도 없는 이런 작은 차이점이, 여태 함께 해왔던 우리들을 여섯명의 각자 다른 사람으로 만든 거겠지.

똑같은 유전자를 가진 인간도, 똑같은 인간으로는 자라지 않는 것이다.

 

세탁소에서 세탁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동안, 우리들은 서로에 관한 사소한 이야기를 나눴다.

목욕 전에 입었던 옷을 다시 입는가?” 라는 주제에, 3명 모두 속옷은 절대 무리라는 같은 의견을 보였다. 이후에는 소소한 취미 얘기로 흘러갔다.

[카라마츠형은 왜 연극을 하게 된 검까?]

쥬시마츠가 배트 휘두르기의 즐거움을 의성어와 의태어로 말하다가 자연스럽게 카라마츠에게 질문을 했다. 하지만 막상 질문을 받은 카라마츠의 표정이 순식간에 싹 굳어, 그걸 본 쥬시마츠가 저질렀다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으로 딱딱하게 굳어 버렸다.

둘을 가만히 지켜보던 나도 마찬가지였다.

세탁기에서 건조기로 이동한 3명분의 옷이, 윙윙, 유난히 큰 소리를 냈다.

[..........화내지 않을 건가?]

[들어보고]

내 답에 카라마츠는 마시던 카페오레 캔을 만지작거리며, 조금 갈등하는 표정을 보였다.

[하지만, 어떤 얘기라도 부정하지는 않을게. 절대로]

처음에 말했다. 연극은 자신에게 있어 꼭 필요한 것이라고. 형제를 무척이나 생각하는 네가 비밀을 만들면서 까지 하고 싶었던 일, 만약 모든 것을 말해준다면, 나는 전부 제대로 받아들일 것이다.

카라마츠가 카페오레를 마저 비우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쥬시마츠의 머리를 살며시 어루만졌다.

이야기가 길어질테니 앉으라고 하기에, 나는 내 몫과 두 사람 몫의 빈 커피캔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카라마츠의 오른쪽에 앉았다.

반대쪽에 쥬시마츠가 앉은 것을 확인한 카라마츠가, 조용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기 동일성 장애, 라고 아는가?]

쥬시마츠느는 모른다며 고개를 저었고, 나도 이름만 들어봤다고 답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게 되는 정신병이다]

[설마, 카라마츠, .......?]

,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카라마츠에, 말로 다 할 수 없는 불안감이 밀려왔다. 쥬시마츠도 마찬가지인지, 유카타를 꽉 쥐고 있다.

[중학교에 들어가기 직전이었다. 가장 먼저 알아챈 건 엄마였다. 어떤 이름을 불러도 내가 답을 하지 않았다더군]

[, ! 잘도 알아챘네, 엄마. 지금도 우리들 이름 틀리면서]

어제도 오소마츠로 착각했다고 말하자, 카라마츠는 무슨 소리냐며 어이없어 하는 얼굴을 했다.

[그건 일부러 그러는 거다. 우리들을 제대로 구별할 수 있다고, 엄마는. 아마도 반은 농담이고 반은 확인차겠지]

카라마츠의 이변을 깨달은 마츠요는, 일단 근처의 정신과에 데려갔다.

[거기는 별로였다. 원인이 형제라며 단언했다고! 같은 얼굴이 주변에 5명이나 있으니까, 정신이 이상해진 거라며, 어딘가 다른 곳에서 생활하지 않으면 나을 수가 없다더군.

나는 여섯 쌍둥이로 태어나서 너무도 행복하고, 모두와 함께 살고 싶은데. 너무 심하지 않은가?]

그 진단에 화가 났던 건 엄마도 마찬가지였던 듯, 이번에는 제대로 유명한 곳을 알아보고, 이웃 동네의 대학 병원에 갔다고 한다.

[진단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내가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게 된 건, 형제가 원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춘기에 이런 증상이 생기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하면서, 집에서도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뭔가, 형제들과 자신을 구별할 역할을 찾는 것부터 시작하면 좋고, 필요 이상으로 신경 쓰는 건 가장 안 좋다고 하더군]

[, 그래서 옷의 색을 달리한 거구나]

생각해 보면, 서로 구분하기 쉽게 여섯 색깔의 옷을 사온 건, 그 무렵이었다.

[엄마와 저녁을 만들게 된 것도, 사실은 그것이 계기다]

일을 거들 때는 엄마를 독점할 수 있다는 것도 있지만, 이라며 카라마츠는 수줍은 듯 덧붙였다. 그 때, 우리는 한가하게 놀고 있었다. 돕는 건 카라마츠 한명이면 된다며.

 

[그래서 연극 시작한 거구나]

평소보다 가느다란 쥬시마츠의 목소리에, 카라마츠는 그렇다고 수긍하며 쥬시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다른 동아리도 좋았지만, 초등학교에서 해봤던 게 의외로 재미가 있어서 말야]

초등학교 5학년 때, 6학년 졸업 축하 공연으로 연극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카라마츠는 주인공을 했었을 거다.

오소마츠가 주인공이 하고 싶다고 하던 걸, 장난기 많은 토도마츠가 대본을 바꾸거나 했었다. 하지만 정작 주인공을 하게 된 오소마츠가 대사를 전혀 외우질 못해서, 결국 카라마츠가 하게 된 것이다.

[연기를 이용한 심리요법이 있거든. 롤 플레잉이라고 하는데, 뭔가 연기를 함으로써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연습을 하는 거다]

병원에서 이 말을 듣고, 시험 삼아서 연극부를 찾아갔다.

문을 열고 견학을 왔다고 말하는 순간, 카라마츠는 거의 십여명의 여선배들에게 둘러싸였다.

[우와, 그거 무섭네]

중학 1학년의 남자라니, 우리들도 마찬가지였지만, 아직 성장기에 들어가지 않은 녀석들이 많아 몸도 작고 변성기도 오지 않은 녀석들도 꽤 있었다.

남자들보다 빨리 성장기에 들어가, 정신적으로도 남자들보다 성장한 여자들에게, 그것도 십여명의 무리에게 둘러싸인다면 당해낼 수가 없다.

[남자가 적어서 곤란했다던가, 좋은 목소리네 등등 여러 가지 말을 듣고 보니, 어느새 가입 신청서를 쓰고 있었다]

[아니, , 귀 너무 얇잖아]

그런 말 자주 듣는다, 라며 카라마츠가 웃었다. 처음에는 심각했던 얘기가 점점 누그러져, 어느새 웃으며 듣게 되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갔지만, 꽤 재밌어서 말이지. 부원들도 서로 사이가 좋고, 나도 그 안에 넣어준 게 기뻤다. 처음 대본을 받아 읽었을 때, 잠시지만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그게, 뭐라고 해야 할까.....눈앞이 확 트이는 듯한 상쾌함이었다. 이게 연극에 빠지는 이유구나, 했지]

연극 자체도 그럭저럭 좋은 치료가 되었고, 형제 6명뿐이던 좁은 세계에서 벗어나 동료들이 생겨나면서, 카라마츠는 자신이 마츠노 카라마츠라는 걸 인식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완치되지 않는 것이, 마음의 병이란 것이다.

우리들이 잇달아 반항기를 시작할 즈음, 이번에는 우울증이 발병했다.

[나는 모두에게 동조되기 쉬운 것 같다]

[그거 다른 형제들의 감정이 전달된다는 거? 희로애락 전부? 통증도?]

[분명하게 전해지는 건 아니다. 그냥 그런 기분이 드는 것뿐. 아마 그때는 나도 반항기였겠지. 나 자신이 불안정하니까, 형제에게 동조되기 쉬웠던 거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감정의 기복도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시기에 5명분의 감정을 받아버린다면...

상상만 했을 뿐인데, 온몸에 소름이 돋아 양손으로 팔을 물질렀다.

[카라마츠가 형제의 감정 변화에 예민한 이유는 지금 이걸로 알게 됐지만 말야. 너 그거 엄청 괴로웠을 거 아냐]

[괴롭다고 할까, 영문도 모른 채 약해진 상태였지]

고등학교 수험이 신경쓰이던 시기, 증상이 악화되어 약을 복용했다고, 카라마츠는 나직하게 고백했다.

[어쩔때는 눈앞이 캄캄해지고 귀가 잘 들리지 않게 되면서 바다 밑에 가라앉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럴 때는 정말 살아갈 기력이 없어지더군]

이렇게나 힘든 형제에게 냉정하게 대하다니, 얼마나 쓰레기인 거냐, .

아픔을 함께 나눌 수는 없었던지, 그때의 나는 자신의 일만 중요하게 여겨, 자신의 반쪽과도 같은 소중한 이가 마음에 아픔을 안고 있다는 걸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만약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 시절의 자신을 힘껏 때려주고 싶다. 그렇게 생각한 건 나뿐만이 아닌 듯, 미안, 하고 짜내는 듯한 목소리로 쥬시마츠가 말했다.

[, 미안해. , 그때, 카라마츠형한테 심술궂게 굴었어!]

[나도 미안. 너랑 오소마츠형한테 많이 반항했었지, 정말, 미안]

축 쳐진 우리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카라마츠는 신경쓰지 말라고 했다.

[모두 똑같이 힘들었으니까. 그때의 나도 그런 거 전혀 몰랐고. 애초에 말하지 않은 건 나니까 말야]

아마 나머지 세명도 몰랐을 거다. 차남이 마음의 병을 앓고 있었다니, 그만큼 카라마츠의 의지는 강했다. 아마 오늘 듣지 않았다면 우리도 평생 몰랐을 것이다.

 

그런 카라마츠를 구한 것은, 마찬가지로 연극이었다.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매혹되어 들어간 연극부는, 중학교 때보다 더 본격적이어서, 다루는 극의 내용도 폭이 넓었다.

연령적인 규제가 있었던 건지 중학교 때는 없었던 죽음이라는 소재도 그 중 하나였다.

대본에서 일부를 뽑아, 즉흥적으로 연기하는 훈련에서 카라마츠는, 처음으로 죽음을 연기했다.

[원래 역에 잘 몰입하는 성격이라서 그런지, ‘, 나 지금 죽었구나라고 실감했다. 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정말 몸이 움직이지 않아서 그대로 바닥에 누워있었더니, 뭔가, 좀 더 살고 싶어, 라는 생각이 들더군]

우울증이 생겼을 때, 혹은 생길 것 같은 때에는 극중에서 마음껏 죽음을 연기하는 게 훨씬 효과가 좋아, 이후에는 약을 거의 복용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 같다.

증상이 나오는 것도 많이 줄고, 의사도 꽤 좋아졌다고 말했지만, 그래도 연극을 계속한 건 일종의 보험 같은 거였다. 이미 반쯤은 이기심이었다고 말하며, 카라마츠는 다리를 꼬았다.

[연기만 하는 거라면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지금은 동료들과 함께 하는 게 좋다]

작은 극단에서 동호회 활동을 하는 거나 마찬가지라 운영비는 멤버들 각자가 내야 했기에, 카라마츠는 그 돈을 벌기 위해 일했다.

딱히 숨길 일도 아니었는데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은, 우리들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서이고, 여섯명이 하나, 라는 세계를 지나치게 지키려고 했기 때문이다.

[형제와 극단, 모두를 원한 결과가 이거다. 두 사람을 말려들게 해서 미안하군]

화난 건가? 하고 눈썹을 내리깔며 불안한 얼굴로 물어오는 카라마츠에, 쥬시마츠와 나는 양쪽에서 그를 꼭 끌어안았다.

[화는 났어]

미리 얘기하지 않은 카라마츠에게도, 알아채지 못한 자신들에게도, 그리고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형제 모두에게도.

[그런가, 미안하다]

그치만 용서할게, 모두 용서할게, 후회해도 소용없으니까, 중요한 건 앞으로의 일이니까.

[다음에 네가 연극하는 곳 보여줘]

[나는, 힘든 일이 있으면 말해줬으면 좋겠어!]

[알겠다. 약속하지]

카라마츠가 나와 쥬시마츠의 등을 끌어안았다.

[너는 앞으로도 쭉, 우리 여섯 쌍둥이 중 한명, 6분의 1이니까. 무슨 짓을 해도, 어디를 가도 그건 변하지 않아]

그러니까, 제발, 이 이상, 혼자서 괴로워하지 말아줘.

그렇네, 라고 말한 카라마츠는 히죽 웃었다. 그렇지!, 하고 힘차게 답하는 쥬시마츠의 표정과 내 표정은 아마 같을 것이다.

 

 

건조기의 종료소리와 함께 현실로 돌아온다.

다 큰 어른이, 그것도 형제 3명이 서로 부둥켜안은 광경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아 다행이다. 셋은 서로 얼굴을 붉게 물들인 채 방으로 돌아갔다. 살짝 꿉꿉한 옷과 바지를 옷걸이에 걸어두니, 역시 특이하군, 이라며 두 사람이 중얼거려 얼른 양치나 하러 가라며 쫓아냈다.

그러고 보니, 칫솔도 다 다른 걸 쓰겠지, 단순히 색이 다르다는 것도 있겠지만.

프론트의 직원이 걱정했을 정도로 침대는 그리 작지 않아서, 3명이 충분히 잘 수 있었다.

평소와 비슷하다고 느끼는 건, 어쩌면 우리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엄청 비좁은 상황속에서 자고 있었다는 걸까.

잠버릇이 나쁜 쥬시마츠를 벽쪽에, 나는 그 반대쪽 가장자리에 누웠다. 남은 자리인 중간에 누운 카라마츠가 갑자기 후후, 웃는다.

[왜 그래?]

[쵸로마츠와 쥬시마츠의 사이에서 자는 건 뭔가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야. 좀 설레는군]

[나도! 카라마츠형 옆에서 자는 건 드무니까! 지금 엄청 두근두근거려!]

소풍 전날인 마냥 들뜬 두 사람에, 이 녀석들 어른 맞는 거야? 하는 의문이 드는 동시에 엄청난 힐링감이 느껴져 잠자코 있었다.

[이해는 하겠지만,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 자자, 얼른 자자!]

불을 끄자, 곧 쥬시마츠의 가지런한 숨소리가 들려왔다. 얼마나 빨리 잠드는 거야, 이 녀석.

자기가 빨리 자라고 했던 주제에, 이럴 때 가장 잠에 들지 못하는 건 나다.

눈을 감으면 카라마츠의 고백이 다시 들리는 듯하다.

형제가 원인으로,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게 되고, 우울증 약까지 먹고, 극중이라고는 해도 죽음을 경험하다니.

우리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였는데, 어째서 나는 너를 소홀히 해버린 걸까. 중요한 건 앞으로의 일이라니, 그렇게 넘길 일이 아니잖아. 오늘도 사실 널 따라오지 않는 게 좋았을지도 몰라. 나는 네가 힘들 때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오히려 널 내쳤으니까.

[쵸로마츠]

빙글빙글 소용돌이 치던 생각들이 속삭이는 소리에 딱 멈춘다.

부시럭거리는 소리를 내지 않도록 조용히 카라마츠가 이쪽을 향한 채, 내 가슴을 가볍게 두드린다. 순식간에 눈물이 고여, 멈추질 않는다.

[,]

이리로 오라는 듯이 카라마츠가 팔을 내쪽으로 뻗는다. 체념한 나는 그 두툼한 가슴에 몸을 맡겼다.

따스한 체온과 단단한 근육과, 나보다 조금 느린 잔잔한 심장소리가 금세 나를 잠에 빠뜨렸다.

 

 

 

 

◇◇◇

 

 

 

 

어느정도 예상은 했고, 나름대로 각오도 했다.

하지만 그 예상각오는 현실에 비해 조금도 못 미친다.

 

이제 막 일어난 상태로 어머니인 마츠요와 마주한 순간, 뭔가 꺼림칙한 예감이 들었다.

용돈을 줄이는 건 무척이나 괴로운 일이지만, 그 정도로 끝나기만 한다면 나는 참을 수 있었다.

토도마츠와 이치마츠가 일을 내버렸다.

하지만 말리지 않은 내게도 책임이 있다. 잠자코 그들이 사고치는 걸 보고 있었으니까.

카라마츠가 집을 나가겠다고 말하는 순간에도, 쵸로마츠와 쥬시마츠가 그를 따라가는 그 순간에도, 나는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

나도 따라가고 싶었다, 하지만 갈 수 없다. 나는 장남이니까.

가볍게 인사를 하고 현관으로 향하는 세명에, 평소의 모습을 보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경마 결과를 예측하는 건 관두고, 부모님 방에 찾아가니, 엄마가 입을 열고 한 첫마디는 이거였다.

[용돈을 줄이는 건 바뀌지 않을 거란다. 여자가 두말하는 거 아니니까 말야]

알고 있다. 외히려, 집을 나간 3명과 평등성을 위해 용돈을 없앨 가능성이 있었다는 것도.

[그건 이미 알고있어. 그건 그렇고, 왜 말리지 않은 거야?]

말렸으면 했다. 갑자기 셋이서 사는 건 무리라고, 말해주길 원했다. 적어도 내가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줬으면 했다.

부모님은 내 질문에 얼굴을 마주하더니, 왜 그런 걸 묻는 거냐고 도리어 내게 물었다.

[걱정 같은 거 안 해? 녀석들 직업도 없고, 집도 없으니까 길에서 방황할지도 모르잖아]

오히려 내가 더 그들을 걱정했다. 나르시스트 차남에, 아이돌 오타쿠 삼남, 해맑은 바보 오남으로는 자립은커녕 제대로 생활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걱정은 안 해. 카라마츠가 있고. 쵸로마츠와 쥬시마츠라면 그 아이에게 협력도 할테니까 말야]

즉답에 나는 줄곧 예상해왔던 것이 현실이 되었음을 깨달았다.

 

차남이 형제들과 섞이지 못하고 한발 물러서있다고 느낀 건,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였을 거다.

물리적인 것보다 주로 정신적인 의미가 더 컸다.

욱하는 성격이었던 게 거짓말처럼 얌전해져서, 형제 상대로는 싸울 수 없게 되었고, 동생들에겐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잘 생각해보면, 중학교에 들어갔을 때 이미 차남은 변해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연극을 시작한 탓일까, 라고 어렴풋이 생각했다. 동아리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자연히 형제들과의 시간이 줄었다. 어쩌면 형제와 함께하는 게 부끄러운 건가, 했는데 녀석의 형제사랑은 여전했다.

지금까지 줄곧 미뤄왔던 엄마의 심부름을 스스로 나서서 하게 되어, 매일 아침 마츠요가 밥을 차리는 옆에서 우리들의 도시락을 만들었다. 싸움을 한 다음날에도.

학급 친구들에게 몇 번인가 칭찬을 받은 적이 있다. 오소마츠의 도시락은 항상 맛있다고. 나는 그때마다 가슴을 쭉 펴곤 카라마츠가 만들었다며 자랑했다.

그만큼 훌륭한 도시락이었다. 반찬은 4종류 이상이었고, 예쁜 노란빛의 계란후라이가 매일 들어가 있었다.

딱 알맞은 온도의 국물은 미약하게 단맛을 풍겼다.

나는 그 중에도 계란후라이가 정말 좋았다.

지금도 좋아하고, 오소마츠 계란후라이 랭킹에서 여전히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야구부인 쥬시마츠에게는 부활동 전에 먹을 수 있도록 주먹밥을 싸주는데, 내가 나도 싸달라고 조르면 가끔 주먹밥을 싸주곤 했다.

이렇듯 카라마츠는 여전히 상냥했으므로, 카라마츠의 변화가 조금 걱정되긴 했지만, 그리 깊이 생각하진 않았다. 깊이 생각하기도 전에 나는, “장남이라는 것에 가해지는 주변의 압박에 견딜 수 없게 되어버렸고, 이미 카라마츠를 생각할 여유따윈 남아있지 않았다.

나는 남들보다 더 격한 반항기를 겪었다.

이미 수업은 포기했고, 타학교의 양아치들과 싸움을 일삼았다. 부모님과 선생님에게 반항적이었고, 교복이니 교칙이니 그런 건 뭐야 그게, 먹는 건가?’ 같은 태도로 신경쓰지도 않았다.

그런 생활을 해오던 내가 형제들과 같이 고등학교에 들어갈 수 있었던 건, 성실한 쵸로마츠의 노트와 기억력이 뛰어난 카라마츠 덕분에 어느정도 공부를 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같이 혜택을 본 건, 나처럼 공부하길 싫어하는 토도마츠다. 숫자콤비는 천재적인지라, 일반인 상대로 설명하는 건 불가능하다.

수학쪽으로 뛰어난 이치마츠는 중학생 때 이미 고교 수학을 완전히 마스터했고, 쥬시마츠는 물리법칙을 몸으로 느끼는 놈이라서, 내가 모른다고 했더니, ? ? 라는 얼굴을 했다.

 

 

부모님 방을 나와, 자살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2층으로 향했다.

마음을 다지고 문을 힘껏 열면, 내 잠바와 토도마츠의 코트가 걸린 옷걸이가 어딘가 허전해 보인다.

쵸로마츠의 취활용 정장과, 카라마츠의 가죽재킷이 걸려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없다.

여섯가지 색으로 분류된 서랍에 다가가, 파란색과 초록색, 노란색 서랍을 바라본다.

노란색 서랍을 열면, 도토리와 솔방울, 그리고 어디에 쓰는 건지 모를 무언가가 어수선하게 들어있다.

초록색에는 레이카의 CD, 레이카의 인형, 레이카의 사진집, 그 밖의 여러 가지 레이카 굿즈와 미사용한 응원봉 5.

마지막으로 연 파란색 서랍에는, 커다란 십자가가 조각된 라이터와 쓰던 걸로 보이는 담배 1, 그뿐이다.

쥬시마츠는 컬러 콘도 두고 갔다.

녀석들이 이걸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들을 떠올릴 수 있을만한 것들을 남겨두고 갔다.

쵸로마츠는 정말 좋아했던 아이돌 굿즈도 두고 갔고, 옷도 봄과 여름옷들은 전부 남아있다.

하지만 카라마츠는 소중하게 여기던 걸 하나도 남겨두지 않았다. 기타도 선글라스도 가죽재킷도 전부.

녀석을 떠올릴만한 거라고는 라이터 1개와 담배 한 갑, 그것뿐이다.

남색의 담뱃갑에서 담배 하나를 꺼내 물고, 제법 무게가 있는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훅 퍼지는 연기와 함께 바닐라와 비슷한 달콤한 향. 녀석이 좋아했던 향기가 흩어져 사라지지 않도록 가만히 들이마셨다.

[역시, 안 돌아오려나]

연기와 함께 작게 중얼거리자,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나르시스트적인 언행은 안쓰럽기 그지없었지만, 상냥하고 형제애 강한 우리 차남은, 더 이상 이 집에 없다.

 

 

저녁은 다섯명 몫만 차려져 있었다. 부모님과 우리 세명의 몫.

식단은 부모님 취향으로 닭고기 야채 조림과 된장국과 나물.

평소라면 닭고기를 먹으려 서로 달려들었겠지만, (발단은 대체로 나지만) 오늘은 잠잠하다.

이치마츠는 입맛이 없는지 된장국을 조금 마시더니, 이후에는 차만 마셨다.

토도마츠도 젓가락으로 몇 번 깨작깨작 할 뿐이고, 나도 그다지 입맛이 없다.

[이 사람들 전혀 안 읽는다고. 메일 답도 없고, 무시하지 말라고-!!]

세명이 돌아오지 않자, 위기감을 느낀 토도마츠가 조금 전부터 카라마츠의 핸드폰에 연락을 하고 있다.

토도마츠보다 빨리 핸드폰을 가진 카라마츠는, 아무도 모르게 핸드폰을 구입해서 그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식사시간에 핸드폰을 했다간 쵸로마츠가 길고 긴 설교를 했을테지만, 나는 잠자코 있는다. 이치마츠도 가만히 있다. 애초에 녀석은 지금 그런 걸 신경쓸 여유가 없다.

현재 전원이 꺼져있거나, 전파가 닿지 않는 곳에 있어 연결이 되지 않습니다

내게도 들릴 정도로 큰 무정한 기계음에, 토도마츠가 신경질적으로 통화를 끊어버렸다.

[연결이 되지 않습니다, 가 아니라고-!! 걸라고!! 연락 주겠다고 했으면서!!]

[쵸로마츠가 말린 거겠지. 그녀석 꽤 간만에 엄청 열받았으니까]

츳코미 담당인 우리집 삼남은 보통 화가 나면 말이 상당히 많아진다. 청산유수라기보다는, 엄청난 기세의 나치폭포처럼 욕설을 퍼붓는다.

(*나치폭포 일본 나치산에 있는 폭포)

하지만 단단히 화가 났을 경우에는, 그 순간 거짓말처럼 딱 조용해져 폭풍전야의 고요함 같은 느낌이다.

오늘 아침 삼남 덕에 거실에서 싸늘한 공기가 맴돌았다. 그걸 깨닫지 못한 건 사남과 막내. 그때 나는, 너희 언제 이런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쳐버린 거야, 하고 생각했다.

카라마츠가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이치마츠, 넌 틀림없이 문에 처박혔을 거라고. 토도마츠도 모자가 소용없을 정도로 엄청 큰 혹이 났을지도 모르니까 말야.

[, 잠깐만, 어디로 간 것 같은데, 카라마츠형들]

[목격자라도 있어?]

, 하고 고개를 끄덕인 토도마츠는 연근을 집어 먹었다.

[쇼핑몰에 있는 여행사에 나랑 비슷하게 생긴 사람이 들어가는 걸 봤대, 친구가.

초록색 옷을 입고 있었다는 걸로 봐서, 쵸로마츠형이겠지. 그보다, 나 그렇게 촌스럽지 않거든!!]

제대로 설명을 들어봐야겠어, 라며 토도마츠는 다시 연근을 집어먹고는 핸드폰을 만졌다.

[역시, 있었어, 세 쌍둥이 목격 정보]

정말 무섭네- 요즘은 뭐든 SNS에 뜨는구나-.

세 쌍둥이가 특이한 코트를 사갔어! 각자 다른 색깔로! 귀여워~

방금 전철 탔는데, 눈앞에 얼굴이 똑같은 남자 3명이 있어. 세 쌍둥이인 걸까? 옷도 파랑, 초록, 노랑으로 다른 색이야. 노란색한테 파랑이랑 초록이 기대서 자고 있어. 세 사람 다 자는 얼굴 완전 똑같네. 파랑이랑 초록 꾸벅거리는 타이밍 똑같아! 굉장해~~!

직장에 세 쌍둥이(아마) 천사가 강림했다. 더블 침대에서 세명 꼭 붙어 잘 수 있도록 상사한테 허락 받은 나 GJ!!

[뭐야, 이거 엄청 즐거워 보이는데!!]

토도마츠가 가성으로 읽은 글들은 분명 우리 차남과 삼남, 오남의 얘기임이 틀림없다.

[도호쿠나 훗카이도겠네]

[어떻게 아는 거야?]

[-, 일단 코트, 추위를 잘 타는 쵸로마츠가 사는 건 그렇다 치겠지만, 카라마츠와 쥬시마츠는 겨울에도 얇은 옷이잖아. 그러니까 아마 코트를 샀다는 건 여기보다 추운 곳으로 간다는 거겠지. 게다가 전철을 타고 이동했고, 숙소는 시간적으로 멀리 갈 수가 없으니까, 신간센이나 비행기를 타기 가까운 곳으로 정했겠지. 신칸센이면 아마도 지금 우에노 근처일 거야. 그렇다면 행선지는 도호쿠, 만일 비행기라면 시나가와에서 내일 훗카이도로. 어때? 간단하지?]

[아아, 듣고보니 그러네-]

오소마츠형이 아는데 자신은 모르다니, 마음에 들지 않은 토도마츠는 조금 짜증스럽게 답하곤 남은 된장국을 후루룩 마시며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아직 닭고기 야채조림이 반이나 남았지만, 나도 이제 한계. 마츠요에겐 미안하지만 내일 아침에 먹도록 하자.

 

 

우에노나 시나가와, 그리고 내일은 도호쿠나 훗카이도로 여기서 먼 추운 지방으로 녀석들은 떠난다.

이걸 알았다고 해서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럴게 이미 녀석들은 집을 나가버렸으니까.

아까의 시시한 내기에서 졌으면 좋았을텐데. 그렇게 해서 100만으로 녀석들과 다시 함께 살 수 있게 된다면, 100만도 싸다.

도박장에서 따낸 돈을 모으려 만든 통장도 소용없게 되었다.

카라마츠가 치비타에게 납치되었을 때, 역시 그건 좀 심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과의 뜻으로 외상을 전부 갚으려 100만엔을 마련했다.

거의 경마에서 딴 돈들이지만, 그것도 대부분 카라마츠가 승리할 만한 말을 예상해준 덕분이다. 녀석은 어째선지 자기가 돈을 주고 직접 사면 예상이 맞질 않지만, 내가 사면 녀석의 예상이 딱 맞아떨어진다.

어떤 수단으로 벌었든 100만엔을 모은 건 변함이 없고, 딱히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기에 당당하게 치비타에게 가져갔다.

그랬더니 치비타 녀석, 드디어 왔냐.

라고 하기에, 내가 무슨 말이냐 물으니, 쵸로마츠의 명의로 80만이 들어왔고 오소마츠형이 내지 않으면 나머지 4명이 내게 될테니까라고 말했단다.

너무하지 않음? 형아 왕따야? 정말 그러지 말라구 좀~ 엄청 상처받는다고?

그럼, 카라마츠 몫까지 합쳐서 40만을 낼테니까 받으라고 하자, 카라마츠는 자기 몫은 자기가 내고 있다고 한다.

우리랑 같이 있을 때는 지갑이 없어서 외상을 하지만, 다음날 혼자 찾아와서 제대로 값을 치르는 모양이다.

[애초에 내가, 너희들한테 그렇게 비싼 값을 부를 거라고 생각하냐?]

생각 안 해, 전혀, 치비타라면, ,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다.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100만을 전부 두고 떠나려는데, 치비타가 고집을 부리며 20만밖에 받지 않아, 나머지는 결국 은행에 넣었다.

 

 

우리들은 여섯 쌍둥이로, 나는 장남이고 같은 나이의 동생이 5명이나 있다.

하지만, 내가 가장 먼저 마츠요의 배에서 나온 건, 중앙에 파묻혀 죽을 위기인 차남과, 그 옆에 딱 붙어있는 삼남을 구하기 위해서일 뿐이다.

어차피 호적에만 적혀있는 허울뿐인 장남”, 스스로 자신을 장남이라 생각하는 건 우스운 일이다.

보통은 이 되기 전에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있잖아, 엄마의 배가 점점 부풀어 오르고, 그 안에서 뭔가 움직이는 것을 느끼며, -, 나는 이 녀석의 형이 되는 거구나, 하고.

하지만 나한테는 준비기간 같은 건 없다. 태어난 날도 같고, 그때부터 줄곧 여섯명이서 형, 동생 같은 거 없이 지냈는데, 갑자기 장남이라고 해도 곤란하다고.

이라는 게 뭔지 몰랐고, 5명의 이라니 내겐 너무 벅찬 일이었다.

그러다 내가 바뀌기 시작한 건, 고교 1학년 여름방학.

[삼일간 엄마랑 아빠는 제사로 없으니까, 다들 제대로 집지키고 있으렴]

그렇게 말하는 순간, 오랜만에 여섯명이서 즐겁게 놀 수 있다면, 엄청 두근거렸다.

그런데 다음날, 카라마츠는 기쁜 듯한 얼굴로 3일간 연극부 합숙을 간다고 했다.

녀석 상대로 치고 박고 싸운 건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에 피가 끓어 녀석의 멱살을 잡았다.

냉정한 녀석의 태도가 더 화나서, 그 얼굴을 엉망진창으로 뭉그려뜨려 주지, 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도 심하긴 했다. 고교 연극부라고는 하지만 배우의 얼굴을 때리려 하다니.

쓸쓸했다, 그 때의 나는. 나를 우선시하라며 독점욕을 그대로 내보였다.

결과적으로, 나는 자신의 힘을 과시했음과 동시에 카라마츠를 제대로 보고있지 않았음을 절감했다.

원래 힘이 장사긴 했지만, 이렇게 강했다니 몰랐다.

카운터로 한방에 굴복당하고, 위험하다고 생각한 그 순간, 다시 정면으로 한방 먹고 힘없이 다운. 꼴사납네.

눈을 떠보니, 나는 카라마츠의 품에 안겨있었다.

아까 날 때리던 얼굴이 가까이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며, 형님 미안하다, 라니.

그 때 나는, 자신이 장남임을 받아들였다.

제멋대로인 해석이고, 카라마츠는 분명 그런 생각하지도 않았겠지만, 그래도 나는 으로 인정받은 느낌이 들었다.

이란 게 뭔지 지금도 모르겠고, 된 건지 어쩐 건지도 잘 모르겠지만. 그때부터 나는 장남을 받아들이는 것에 저항이 없어졌다.

제대로 장남노릇을 하고 있는지 어쩐지는, 또 다른 이야기지만.

 

 

식사를 끝낸 토도마츠는 여전히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이치마츠는 다시 구석에, 나는 낮에 사온 만화책을 읽지도 않고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다.

텔레비전을 볼 생각도 들지 않고, 목욕은 이 인원이라면 딱히 갈 필요도 없다.

[그보다, 잘도 돈 들고 있었네]

여기에 없는 3명을 잊을 수는 없는 건지 아까부터 3명의 목격정보를 찾아 읽고 있다.

어딘가의 누군가가 흘린 이야기에 따르면, 녀석들은 고깃집에 가서 점장이 말리기 직전까지 와구와구 먹어댔고, 디저트인 아이스크림을 아앙- 해주는 모습을 보여, 옆 테이블의 여자 4명이 모에하게 만드는 나쁜짓을 했다는 것 같다.

[토도마츠, , 쵸로마츠를 몰라? 그녀석 꼬마때부터 자기 용돈 제대로 모았다고. 어느정도 가지고 있었을 걸?]

[-?! 뭐야 그게, 구두쇠잖아]

삼남은 기세에 맡기더라도 어떠한 승산이 없으면 모험을 하지 않는다. 자신의 저금으로 어느정도 살아갈 수 있다고 판단했으니까 카라마츠를 따라 나간 것이다.

[카라마츠는 아마 알바인지 뭔지 하고 있었을 거고]

[에에?! 그 카라마츠형이 일을? 일하지 않는 인생, 세라비- 라고 했던 인간이?]

[진짜라고.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한가지는 알고 있지]

잠깐 기다려 보라고, 라며 2층 서랍에서 한 장의 전단지를 들고 거실로 돌아왔다.

[, 이거]

받아든 토도마츠는 전단을 보고 눈알이 빠질 듯이 눈을 커다랗게 뜨며 물었다.

[, 이거 뭐야]

덜덜 떨며 가리킨 건, 신사복 할인점 전단으로 취업활동에 추천! 세련된 정장 대특가! 19,800이라는 문구와 함께 정장을 입고 있는 젊은 남자.

[우리집 차남이지]

[, 거짓말?! 부탁이야, 거짓말이라고 해줘어어어!!]

토도마츠가 절규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나도 발견했을 때 그랬으니까.

올해 1월 하순 일요일, 옷을 갈아입다가 발톱이 많이 길어난 게 보여, 경마까진 아직 시간이 남았기에 발톱을 깎으려 밑에 깔 종이를 찾아 다녔다.

부엌 테이블 위에 오늘 아침에 온 전단이 다발로 놓여있고, 그 안에서 적당히 커다란 걸 뽑아 거실로 돌아갔다. 그걸 펼쳐 다리를 올리고 나서야, 어디선가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발톱을 깎기 전에 발견해서 다행이었다. 깎는 도중에 발견했다면 분명 살을 잘랐을지도 모른다.

머리를 가다듬고 상큼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 모델은, 아무리 봐도 카라마츠였다.

체격이 좋으니 정장이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잘 어울려, 이런 녀석이 면접에 가면 어떤 대기업이라도 즉시 채용할 것처럼 보였다.

[, 잠깐, , 믿을 수가 없는데!!! 그치만 엄청 닮았고!! 나도 안다고, 카라마츠형이 체격이 좋으니까 정장이 잘 어울리는 거!! 그건 알았지만, 에에!?? 오소마츠형 왜 이제야 말하는 거야!!? 보통 이런 일이 있으면 말하잖아!!?]

[-, 그냥? 어쩐지 비밀로 하고 싶어서]

[하아!? 나한테는 드라이 몬스터니 뭐니 했으면서, 오소마츠형도 똑같다고!! 그래도 카라마츠형한테 물어보긴 했지?]

[그 녀석, 깨끗이 인정했어. 그게 어쨌다는 식이던데-. 지인의 도움으로 아르바이트 구했다는 것 같더라]

멍하니 경마에 가서 아무 생각 없이 찍어서 그런가, 뜻밖에서 돈을 따냈다. 하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광고지의 카라마츠로 가득했다.

집에 돌아가니, 그 본인이 집에 있었다. 이제 막 돌아온 건지 아직 퍼펙트 패션 그대로에, 역시 한겨울이라 추웠는지 가죽재킷 밑에 회색 브이넥 스웨터를 입고 있었다.

목 아래까지 훅 파인 옷 사이로 커다란 가슴 근육의 골짜기가 보일랑 말랑 해, 솔직히 에로하다고 생각했다. , 꽤 지쳤는지도.

내가 전단지를 들이대면, 이제 알아챈 건가, 라고 말했다.

사진은 반복해서 사용된 건지, 그 아르바이트 자체는 반년 전에 했다고 한다.

그래서 아르바이트 비는 이미 사용한 직후라며 히죽이는 녀석이 무척이나 섹시해보였다.

어째서 우리한테 말하지 않았냐고 물으니, 말하려고 했지만 기회가 없었다고 했다.

그러고 보면, 카라마츠는 누구보다 완고하고 입이 무거워, 말하면 안 되는 건 끝까지 다물고 있는다.

더 이상 묻는 건 시간낭비라고 생각해, 포기했다.

[그거 전혀 추궁한 게 아니니까!!! 지금 엄청 카라마츠형이랑 얘기하고 싶어!!!]

젠장, 아직도 연결 안 되잖아!! 라며 핸드폰을 내던지는 토도마츠에 다시 한번 말했다.

[그러니까-, 말했잖아. 비밀이 많으신 우리 차남님께선 여간해서는 입을 안 연다니까?]

[오소마츠형, 카라마츠형의 유일한 형이잖아?! 그 특권을 살려서 어떻게든 하라고!]

유일한 형, 인가. 그렇긴 하지만, 인정해주는 것과 의지해주는 건 다른 얘기라고.

[유감이지만, 그런 특권 나한텐 없으니까]

 

 

카라마츠에게는 비밀이 많다. 그걸 알게 된 건, 백수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니 정기적으로 밖에 나갈 필요가 없어진 우리는, 순식간에 불규칙한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 중, 예외인 건 두 사람, 쥬시마츠와 카라마츠였다. 녀석들은 여전히 아침 일찍 일어나서, 낮에는 어딘가에 나갔다가 저녁에야 돌아오는 생활을 계속했다.

오남이 가는 곳은 구름이 흘러가는 곳을 파악하는 것보다 어려우니까 내버려두고.

차남이라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알 수 없었다.

용돈은 여섯명 모두 같은 금액인 게 분명한데, 카라마츠는 돈이 없다고 하면서도 비싼 가죽 재킷과 부츠를 곧잘 사들였다.

이뿐이라면 아르바이트라도 했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봐버렸다.

파칭코에 갈 돈을 빌리려 파란색 서랍을 열자, 비상금이라고 생각되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기타줄과 예비 피크들, 선글라스와 라이터 등, 의외로 깔끔하게 정돈된 서랍 가장 안쪽에 종이봉투가 있어 빙고~ 라며 끄집어내면, 그건 의외로 돈이 아닌 약이었다.

마츠노 카라마츠님, 잠이 오지 않을 때, 취침 전에 11, 10일치, 라고 쓰여진 봉투에는 대학병원 내의 약국의 도장이 찍혀있고, 알약이 1시트로, 하나는 먹은 듯 총 9알이 남아있었다.

그걸 본 나는 핏기가 싹 가시고 손이 덜덜 떨렸다.

안에 들어있는 처방전을 자세히 보지 않아도 이게 수면제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봉투의 날짜는 2주 전, 그 뒤로 적어도 1, 카라마츠는 약을 먹지 않으면 잘 수 없는 상태였던 것이다.

그런 기색 전혀 보이지 않았다. 단지 내가 간과하고 있었던 걸까. 아니면 녀석이 그저 잘 숨기는 것뿐일까.

떨리는 손을 억지로 움직여 겨우 봉투를 제자리에 돌려놓고, 한동안 그 자리에 주저앉아 움직이질 못했다.

현관문 열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려, 기합을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괜찮다. 아무런 근거도 없잖아. 평소의 나처럼 행동하는 거야.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돌아온 건 역시나 카라마츠였다.

계단을 내려오는 나를 올려다보는 녀석은, 미소를 지으며, “다녀왔다, 오소마츠라고 말했다.

오늘은 날씨도 좋아 금방 꽃이 필 것 같다, 그럼 꽃구경이라도 갈까, 거실에서 둘이 그런 얘기를 나눴던 것 같다.

내가 계란후라이를 먹고 싶다고 하자, 카라마츠는 웃으며 흔쾌히 받아들였다.

[저기, , 형아한테 하고 싶은 말, 없어?]

그렇게 물었지만 녀석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뭔가 고민이나 상담하고 싶은 거 없냐고]

그러자, 갑자기 폼을 잡으며, 쿨 가이인 내게 그런 게 있을 리 없잖나-, 라고 말한다.

[정말? 아무것도 숨기는 게 없어?]

[아아, 정말이다. 그리고 형님. 멋진 남자는 미스테리어스한 거라고-]

그러면서 폼을 잡으며 조금 전에 본 만화영화의 왕자님과 같은 얼굴을 지어보여, 나는 더 화가 났다.

단단히 삐친 나는 속으로, 잠을 못 자더라도 절대 도와주지 않을 거니까, 라고 중얼거렸다.

 

 

그로부터 2, 아까 그 서랍을 열었을 때, 이미 그 약은 없었다.

갖고 다니는 건지, 아니면 필요없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가능하면 후자였으면 좋겠다.

도호쿠든 훗카이도든 가도 상관없다. 하지만 내 동생인 걸 그만두는 건 절대 용납하지 않을 거니까.

어차피 너라면 자신이 없어도 내가 있으니까 집은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겠지.

하핫, 유감이지만 전-- 괜찮지 않으니까!

그럴게, 내가 틀려먹었다고, 카라마츠, 네가 지켜보지 않으면 나는 제대로 장남노릇을 할 수가 없어.

 

 

 

 

 

 

◇◇◇

 

 

 

 

 

[저기, 이치마츠형, 그런 곳에서 자면 감기 걸린다고. 이불로 가자?]

[그래-, 이치마츠. 잠이 오지 않더라도 제대로 이불에 누워있으라고]

토도마츠와 오소마츠형이 두 팔을 잡아 날 일으켰다.

감기에 걸려도 별로 상관없고, 오히려 악화되어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두 사람에게 더 이상 폐를 끼칠 수도 없으니 그들의 말을 따랐다.

셋이서 목욕탕에 갔다가 동네 아저씨들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받으면 귀찮을 거라 생각해, 집에 있는 욕조에서 차례로 씻었다.

나도 그러는 편이 좋았다. 그럴게, 나는, 내 등을 씻어줄 두 사람을 내쫓아 버렸으니까.

[이치마츠형, 좀 더 이쪽으로 붙으라구]

커다란 이불, 늘 자던 자리로 들어가자, 토도마츠가 파자마 소매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여기서 잘래]

[옆이 비면 춥단 말이야!]

[핫팩, 있잖아]

엄마가 자기 전에 건네준 핫팩 두 개.

어릴 때 쓰던 것으로, 지금은 감기에 걸렸을 때밖에 쓰지 않는다.

성인 남성 여섯명분의 체온은,한겨울에 얇은 잠옷에 담요 없이 자도 충분히 따뜻하니까.

내 발 아래에도 하나있으니까 춥지는 않을텐데, 어째선지 몸이 얼어붙는 기분이 든다.

 

 

눈을 감아도 잠이 오지 않는다. 이럴 때는 어떻게 했더라, 소수를 세던가? 원주율을 외우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증명하나?

이치마츠, 잠이 오지 않는 건가?

일단 다 시험해 보자며, 2, 3, 5, 소수를 세기 시작했더니, 느닷없이 목소리가 들렸다. 반사적으로 왼쪽을 돌아보면, 거기엔 텅 빈 공간만 있을 뿐이다.

알아, 잠을 못 이룰 때면 항상 옆의 카라마츠가 머리를 쓰다듬어 줬어.

악몽으로 한밤중에 깼을 때도, “왜 그러나, 무서운 꿈이라도 꾼 건가?”라며 잠잠해질 때까지 등을 토닥여줬다.

하지만 그 포근함을, 나는 이제 더 이상 받을 수가 없다.

 

 

처음에는 순수한 감동이었다.

여섯명 모두 같은 유전자로, 즉 클론, 누가 누구여도 마찬가지일 터.

하지만 자라면서 점점 달라지게 되었다.

잘 하는 것도 모두 다르고, 성격도 달랐다.

그걸 확실하게 자각하게 된 건, 초등학교 5학년 때 전원 참가인 연극의 주연을 맡은 카라마츠를 봤을 때였다.

토도마츠가 장난으로 오소마츠형을 주역으로 하려고 했다던가, 그런 이야기였던 걸로 기억한다. 자세히는 잘 모르겠지만.

주역이니 대사가 많았고, 오소마츠형은 전혀 외우질 못했다. 아마 외울 생각도 없었을 거다.

하지만 그 대신 역할을 떠맡게 된 카라마츠가 대본을 몇 번 읽은 것만으로 대사와 이야기 흐름을 완전히 파악하고, 당당하게 무대에 올라 다른 역의 실수도 보충해주며 주역을 연기했다. 나는 소품 담당이었기에, 당일에는 관객으로 무대 위의 차남을 봤다.

엄청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큰 소리로 말하지 못한다. 애초에 이렇게 긴 대사를 기억하지도 못한다.

하지만 카라마츠는 해냈다.

 

 

다음은 동경과 질투였다.

나는 못하고, 카라마츠는 가능한 그런 게 점점 늘어났다.

그 녀석은 밝고 상냥하며 조금 천연이라, 친구들도 잔뜩 있었다. 중학생 때도, 고등학생 때에도 학교에서 녀석을 마주칠 때면 늘 누군가와 즐거운 듯 웃고있었다.

게다가 언제나 날 발견하면, 이치마츠!! 라며 손을 흔들었다.

성적도 좋았다. 머리가 좋으니까 교과서를 전부 외웠고, 선생님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도 전부 기억했다.

내가 땡땡이 친 수업 내용도 나중에 제대로 알려줬다.

운동 신경이 좋아서 체육제와 구기 대회에서는 영웅 대접을 받았다.

그럴 때는 형제 상대라도 절대 봐주지 않았으니까, 내 팀은 녀석의 팀에 참패했다.

요리도 잘해, 언제나 내 도시락을 만들어 주었다.

이치마츠군의 도시락 맛있겠네, 라고 같은 반 여자애들이 종종 말했고, 실제로도 맛있었다.

자주 식욕이 없는 나를 위해서 양을 조절하기 쉽도록 밥은 작은 주먹밥 3개를 챙겨주었다.

한편 나는 제대로 친구를 만들지도 못하고, 수학만 잘하고 영어는 전혀 못했다.

스포츠도 대체로 변변찮았고, 요리도 못해 형제들에게 도움이 되지도 못했다.

그런데 녀석은 무조건 나를 칭찬했다.

수학점수가 굉장하군!! 천재가 아닌가, 고양이도 돌보고 있다면서? 이치마츠는 상냥하군.

그만뒀으면 했다. 나는 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니까.

아니, 기뻤어, 나라도 이렇게 할 수 있는 게 있구나, 라며.

 

 

그 다음은 짜증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우리들은 모두 백수가 되었다. 녀석은 뭐든 할 수 있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나는 너무도 짜증났다.

이상한 가면을 쓰고 뭔 짓이야, 수준 낮은 나한테 맞춰주겠다는 거야 뭐야? 동정 같은 거 필요 없으니까, 뭐든 좋아하는 걸 하라고.

아니, 사실 나는 그냥 외로웠을 뿐이야. 가면을 뒤집어쓴 너의 본심을 볼 수가 없었으니까.

 

 

아까 오소마츠형이 말했었지, 카라마츠는 비밀이 많다고. 얼마나 많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아는 게 딱 한가지 있다. 아마 형제 중에서는 나밖에 모를 녀석의 숨은 얼굴이다.

2년 전, 불규칙한 생활을 시작한 해의 12월 하순.

쵸로마츠형이 졸업과 동시에 산 컴퓨터를 나는 가끔 동영상을 보기 위해 빌리곤 했다.

목적은 인디 락 밴드, 얼터너티브 메탈계로, 약간 그런지풍의 과하지 않은 데스 보이스와 멜로디, 그리고 코러스가 아름다웠다.

인기가 오르기 시작했을 즈음, 갑자기 기타가 밴드에서 빠졌고, 연말 공연은 예정대로 한다고는 했지만, 그 때문에 티켓의 대량 취소가 있었던 듯했다.

밴드가 어떤지 궁금했고, 평소에는 금방 매진됐을 티켓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 같아 가서 보자고 생각했다.

티켓은 쵸로마츠형이 도와줘서 쉽게 살 수 있었다.

자신이 지하 아이돌을 쫓아다니니까 내게 동료의식을 가진 건지, 복장은 움직이기 쉬운 걸로 입고 음료는 필수야, 라고 시키지도 않은 조언을 해주었다.

당일 저녁에 집을 나왔다. 라이브에 뭘 입어야 할지 몰랐고, 대체로 실내복밖에 없었기에 오소마츠형의 청바지와, 카라마츠의 검은 스웨터를 멋대로 빌려입었다. 거기에 정장용 구두를 신고 언젠가 사뒀던 검정 마스크를 했다.

라이브장은 그렇게 넓지는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어, 이후에도 티켓은 잘 팔린 듯해 기뻤다.

답답한 느낌에 뒤쪽 구석으로 이동했다. 시간이 흐르고, 어둑어둑하던 회장에 불이 확 켜졌다. 희미한 기타소리와 조용히 리듬을 타는 드럼, 스테이지에 불빛이 비추고, 동시에 소리가 폭발한다. 온몸의 털이 곤두서며 아드레날린이 온몸을 누볐다.

첫 라이브에 알 수 없을 정도로 흥분했던 나는, 어느새 낯선 사람과 어깨동무를 하고 껑충껑충 뛰어댔다.

[저 기타 굉장하지 않아?!]

[! 굉장하네!!!]

귓가에서 옆얼굴 전체에 피어싱을 한 젊은 남성이 고함을 치고, 나도 따라서 소리쳤다.

음악을 그다지 모르는 나도 이 기타 연주는 사이트에 업로드 되는 다른 동영상들보다 좋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멤버가 들어온 걸까. 선글라스로 얼굴이 보이지 않는데, 어떤 사람일까. 이런 사람이라면 나를 포함해 다른 팬들도 기꺼이 환영할 것이다.

그런 한가한 감상은 3곡이 끝난 뒤 MC에 의해 끊기고 말았다.

[다들- 보고 싶었다고!!]

보컬의 인사에 장내가 들끓었다.

멤버를 차례로 소개하고, 마지막에 기타를 쳤던 남자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오늘 라이브를 위해 기꺼이 와준 영웅이야!]

마이크를 건네받은 남자는 겸연쩍은 듯 볼을 붉혔다.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거창하군, My friend. 나와 너 사이에 무슨 소린가]

거짓말, 이 목소리.....기시감이 현실로 바뀌었다.

옆의 남자가, 오오, 멋져, 라며 침을 골깍 삼키며 내 어깨를 흔들었지만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앞에 있던 관객이 이름은? 라던가, 정식 멤버가 되는 거야? 라던가 떠들어 대자, 보컬이 다시 기타에게 마이크를 건네준다.

[이름을 댈 만한 것도 아니다. 그저 방황하는 떠돌이 같은 것이지. 하지만, 그도 그렇군 여기는 무척 아늑해서 좋으니 말이야. 얼른 화해하지 않으면 너의 포지션도 팬들도 내가 전부 뺏아버릴 거라고?]

듣고있지, 라며 여기에 없는 바로 얼마전까지 기타 담당이었던 멤버의 이름을 불렀다.

[나의 음색에 오늘 밤 맘껏 취해보라고!]

벽이 부서질 정도의 박수와 환호 속에서 나는 무심코 머리를 끌어안고 쭈그려 앉았다.

어쩔 수 없이 라이브를 도와주러 온 저 기타는, 고등학생 시절의 동창을 만나러 간다며 아침부터 나간 우리집 차남이었으니까.

아래는 검은 스키니진에 위는 검정 탱크톱. 가죽재킷만 없을 뿐, 어느때와 다름없는 복장인데 해골모양 벨트도, 늘 끼는 렌즈도 커다란 선글라스도 엄청 잘 어울렸다.

어깨에는 십자가 문신 스티커를 붙이고 있었다. 분명 집이라면 바보취급 했을텐데, 어째선지 잘생겨 보였다. 너 거기서 뭐 하는 거야, 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내가 여기 있는 건 알리고 싶지 않았다.

[어이, 괜찮아?]

아까부터 줄곧 말을 걸어오던 남자가, 쭈그리고 앉아있는 나를 걱정스럽게 물었다. 얼굴은 피어스 투성이지만, 겉보기와 달리 상냥한 사람이다.

[괜찮아, 조금 귀가 찡해졌을 뿐]

[그럼 다행이지만. , 다음 곡 시작한다고]

피어스군은 나를 일으키곤 다시 어깨동무를 하며 무대를 봤다.

보컬을 좋아하는 나지만, 지금은 카라마츠만 보고 있다.

탱크톱으로 강조된 근육질과 빠르게 움직이는 손가락이 곡에 맞춰 격렬하게, 또는 섬세하게 움직인다. 자유롭게 음을 다루며 입꼬리를 씩 올리는 녀석, 분명 즐거운 거겠지.

달콤한 저음에, 맑디 맑은 가성으로 코러스를 넣는다.

일렉뿐만 아니라 발라드에서는 어쿠스틱 기타로 바꿔 연주하며, 애달픈 선율을 연주했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피아노 앞에 앉아 보컬의 권유로 솔로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오자키인가 했더니 의외로 빌리 반반이었다. (빌리 반반 - 형제로 구성된 2인조 포크 듀오) CM에서 사용된 아직 너를 사랑하고 있어를 보컬과 합창했다. 그 하모니가 아름다워 후반부에서는 눈물이 흐르기까지 했다.

[우와아, 엄청나잖아! 뭐야 저 녀석, 완전 멋져!]

피어스군이 얼굴을 붉히고 외치며 내 등을 두드렸다. 나도 이젠 거의 자포자기 심정으로 속마음을 토로했다.

[, 엄청, 멋있네]

, 내 형제라고. 항상 옆에서 자고 있어.

1시간의 라이브는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났고, 피어스군이 어딘가 마시러 가자고 권했지만 나는 이미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한계였다.

[미안, 모처럼이지만, 나 이미 체력 한계야]

[하핫, 알겠어. 사실 나도 좀 위험하다고- 발이 후들후들거려]

그는 웃으며 잠시 쉬었다가 돌아가자며, 제안을 바꾸었다. 우리는 입구 근처에서 각자 캔커피를 들고서 주저앉았다.

[라이브 엄청났지]

[]

[그 기타! 굉장했지~ 나 엄청 떨렸다니까. 나 오늘은 잠 못 잘지도. 아직도 심장이 쿵쾅거려]

[그렇네, 나도 못 잘지도]

한동안 그는 방황하는 떠돌이를 칭찬했고, 나는 그의 말에 동의하기를 반복했다.

[또 보고 싶네-. 좀 더 듣고 싶어. 하하, 큰일났네 나, 뭔가 사랑에 빠진 느낌?]

피어스군은 붉어진 얼굴을 양손으로 가리고, 우와, 부끄러워- 라며 중얼거리다가 커피를 마시곤 힘차게 일어섰다.

[슬슬 돌아가자. 고마워, 어울려줘서]

[나야말로, 고마워. 즐거웠어]

귀의 피어스에 반사되는 가로등 불빛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를 바라보다 나도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도착하니 형제들은 목욕하러 갔는지 쵸로마츠형만 남아있었다.

[어서와, 어땠어?]

카라마츠가 기타를 연주하고 있었어. 엄청 멋졌어.

라고 말할 수 없어, 좋아, 라고만 답했다.

목욕하고 와, 라고 쵸로마츠형이 상냥하게 말해 울뻔 했다.

다음날 일어나서 카라마츠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내 옆에서 침을 흘리며 자고 있어, 왠지 화가 나 걷어찼다.

 

 

그 후, 쵸로마츠형의 컴퓨터를 빌려 밴드가 어떻게 되었는지 조사했더니, 탈퇴한 기타멤버가 돌아와서, [방황하는 떠돌이 덕에 깨달았어] 라고 했단다.

결국 녀석 덕분이냐고, 라며 고개를 젓고있으니 어느새 그 장본인이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치마츠, 이 밴드 좋아하는가?]

, 하고 끄덕이자 녀석은 활짝 웃으며 나도 좋아한다라고 했다.

알아, 너 대역했었잖아. 오히려 이 멤버들보다 잘하잖아.

[보컬 녀석이 내 고교 동창이거든. 걔 있잖나, 밴드부를 했던]

그 이름은 나도 들은 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무대에서 말했던 ‘My friend'는 거짓말이 아닌 모양이다. 그래도 진실을 전부 말하지는 않았지.

너의 그런 점이, 싫어.

화가 나지만 카라마츠의 노래를 듣고 싶은 마음이 더 커, 때때로 기타를 쳐달라며 졸랐다.

그 밴드의 곡이라든가, 다른 내가 좋아하는 곡 등.

카라마츠는 흘러간 노래도 서양음악도 잘 알았다. 나랑 취향이 비슷한 건지 녀석이 소개하는 아티스트는 나도 마음에 들었다.

절대음감을 가지고 있는 듯, 이거, 라고 말하면 30분이 지나기도 전에 제대로 연주했다.

내것보다 조금 굵은 녀석의 손가락이 부드럽게 기타를 치며, 나보다 부드러운 목소리가 낮아졌다가 높아졌다가 하는 걸 듣는 이 시간만큼은 나도 솔직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외의 시간에는 그럴 수 없었다.

카라마츠를 향한 짜증은 점점 커지고, 어느덧 증오에 가까워졌다.

녀석은 가면을 계속 쓴 채로 아무런 근거도 없이, 나를 믿는다고 했다.

자신은 뭐든지 잘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보같이 안쓰러운 짓만 반복한다.

적당히 그만뒀으면 했다. 장점이라곤 없는 쓰레기의 뭘 믿는다는 건지.

도대체 나의 뭘 믿는다는 거야?

말하는 게 서툴러 폭력을 휘둘렀다. 정말, 최악이다.

걷어차거나 바주카를 날리거나 했지만, 녀석은 전혀 반박하지 않았다.

뭐야 그게, 진짜 바보인 거야?

얼마전 마침내 나는 녀석을 깔고 앉아 목을 졸랐다.

죽으라며 손에 힘을 줬다.

그런데 저 바보는 괴로운 주제에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 네가 행복, 하다면, 그러고, 싶군]

화가 난 나는 얼굴이 벌개져서 카라마츠의 목을 조르고, 산소를 찾아 허덕이는 그 놈의 명치에 힘껏 주먹을 꽂았다.

알고 있다, 바보인 건, 나다.

비록 근거가 없다고 해도, 믿는다는 말은 기쁘고, 내가 공격하는 걸 알면서도 질리지도 않고 상냥하게 대주는 것도 제대로 다 느끼고 있다.

어디까지 용서해주는 건지 시험한 것뿐이다. 녀석의 상냥함에 어리광을 부린 것뿐이다.

하지만, 무작정 어리광을 받아주는 게 싫었던 거다.

사실은 네 옆에 설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너는 너무 멀어서, 두고 가지 않았으면 해서 유치한 수단으로 만류했다.

만약 다시 너와 말할 기회를 얻는다면, 제대로 전부 전할테니까.

나는 카라마츠의, 특기가 많은 점도, 잘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 것을 존경한다. 그와 동시에 질투하고, 타인의 아픔을 달래주는 것에 치유되고, 자신의 아픔을 알리지 않는 것에 화가 났다. 그래서 나는 네가 매우 좋으면서 싫다.

 

 

부탁이야, 부디, 나를 버리지 말아줘.

 

 

 

 

 

 

 

 

 

 

 

 




오타 많을지도 모릅니다!

키보드를 바꿨는데 손에 안 익어서 그런지

우다다다 쳐서 그런지

평소보다 오타가 더 많네요;;



게다가 컴퓨터까지 이상해서

제대로 올라갔나 모르겠네요...


문제있음 댓글주세요! :)








  1. 다 면도기 제품(회사)명입니다 [본문으로]





허락받은 작품입니다

무단전재는 금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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河西八十三 님의 작품입니다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6519895

















만약 차남이 하이스펙이라면

 

차남의 숨겨진 능력이 상상 이상으로 높았다2

 

 

 

 

 

 

 

 

 

시계를 보니, 2시가 지나있다.

집에서 뒹굴거리던 어제까지라면, “아직 2겠지만, 오늘은 벌써 2.

비밀을 나누고 노닥거리는 두 사람을 재촉해, 이력서를 쓰게 했다. 결국 나의 지원 동기는 카라마츠가 도와주고, 쥬시마츠의 지우개질도 녀석이 해줬다.

출입구 근처에 있는 증명사진기계에 두 사람을 집어넣고, 사진을 깔끔하게 붙이면, 겨우 완성.

[됐어? 끝났슴까?]

[. 자아, 더러워지거나 구겨지지 않도록 여기에 넣으면. , 두 사람 것도 내가 가지고 있어줄게]

3명분의 이력서를 구겨지지 않게 봉투에 넣고, 서류가방에 넣어 다시 가방에 넣던 중, 카라마츠와 눈이 마주쳤다.

[? 왜 그래?]

[쵸로마츠의 가방에는 뭐든 들어가는구나, 해서. 마치 4차원 주머니 같군]

씨익 웃는 카라마츠에, 쥬시마츠가, 쵸로마츠형 완전 고양이형 로봇!! 이라며 동의한다.

[아니아니, 평범한 가방이니까 말야. 이력서 세트 그대로 가져온 것뿐이니까, 풀도 가위도 미래의 도구가 아니니까!]

냉담히 말했지만, 지금 내 가슴은 모에해서 큥큥하고 있습니다, .

마츠노가 차남과 오남의 미소의 위력,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이제 이따이한 연기는 하지 않을 생각인가, 카라마츠는 계속 본래 성격대로고, 쥬시마츠는 그게 기쁜 건지 평소보다 더 히죽거린다. 이 사차원적인 발상이 정말 견딜 수 없다. , 설마, 이제부터 계속 되는 건가 이거, 그런 거라면 나 더는 못 버틸지도.

[, 일단! 장보러 가자! 자자, 일어나! 짐은 거기 로커에 맡겨두면 돼. 100엔 돌려주는 녀석이니까]

[아아, ]

[쵸로마츠형, 엄청 눈에 띄네!]

내버려둬, !

 

 

마이 페이스인 두 사람을 잡아 끌어 데려간 곳은, 6층 아웃 도어와 스포츠 플로어와 3층의 패스트 패션 가게.

하지만, 그 전에 ATM에 가야지, 현금이 없으니까.

토요일이라 예상은 했지만, ATM기 앞에는 10명 정도가 서있었다.

기다리는 시간 동안, 작은 목소리로 두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이렇게 됐으니까 말하는 건데, 지금 저금 이 정도 있어]

어릴 적부터 받아온 용돈을 저금 하고, 그걸 금리가 좋은 은행에 정기적으로 맡겨서 나온 이자, 그리고 나머지는 여러 가지 임시 수입들로, 통장의 총 잔액은 200만엔.

셋이서 살기에 많은 돈은 아니지만, 니트에게 있어 꽤 큰돈이라 생각한다. 내가 집을 나가기로 결심한 이유이기도 하다.

[내 것도 모으면 조금 여유롭겠군]

카라마츠가 보여준 통장은 2, 전국 규모의 은행과 우편 저금, 제대로 분산해서 모으고 있었구나. 아까의 고백을 들은 후니까, 다 합쳐서 300만 조금 넘게 가지고 있는 것도 납득이 간다.

[저기, 나도, 실은, 비밀이 하나 있어......]

쥬시마츠, 너 미간에 주름 잡혔어, 라고 생각하는 순간 카라마츠가 쥬시마츠의 미간을 꾹 눌렀다.

[너한테 이런 표정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네에, 나왔습니다, 차남삼남의 싱크로.

카라마츠와 내가 화내지 않을테니 괜찮다면 말해줘, 라고 하자, 쥬시마츠는 가방에서 통장 3개를 꺼내보였다.

합쳐보니, 카라마츠 정도, 헤에, 너도 제대로 자금 분산해뒀구나, 너무 놀라서 반대로 냉정해졌다고, 지금의 나.

? 잠깐만, 정기적으로 수만엔을 입금한 명의가 있어.

[쥬시마츠, “D.P.S.L.”이 뭐야?]

[뭔가, 이 수상쩍은 이름은?]

또 나왔다, 차남삼남의 (이하 생략).

동시에 말한 탓에 서로를 바라보는 우리들이 이상했던 건지, 쥬시마츠아 아하하, 하고 웃었다.

[그게 말이지, 이건 “Deka-Pan Siencitific Laboratory”의 약자로, 박사가 사는 곳의 이름]

“Deka-Pan”, 이라고 알파벳으로 적으니 꽤 있어보이는데, 한글로 쓰면, [각주:1]데카판그래, 그 연중 팬티차림인 수상쩍은 아저씨, 랄까, 데카판이란 거 본명인 거야?! 연구소 이름으로 그런 걸 써도 되는 거야?

아무튼, 쥬시마츠의 발상으로 새로운 발명품이 성공하고, 그걸로 특허를 받아내면 박사에게 들어온 특허 사용료의 일부가 쥬시마츠에게 사례로 들어온다는 모양이다.

[그리고, 주식, 하고 있어. 꽤 벌린다구-]

3개째의 통장은, 평범한 은행이 아니라 신탁 은행.

신문도 뉴스도 그렇게 보지 않는 것 같던데 어디서 정보를 얻었냐고 물으면, 강변에서 아저씨들하고 같이, 라고.

[계속 라디오를 듣는 아저씨가 있는데, 뭐 하냐고 물었더니 주식이란 걸 가르쳐줬슴다]

[아아, 그 사람인가. 승부사라고 불리지]

[카라마츠, 너도 아는 거야?]

주식만 했다면, 강변에서 살지 않아도 됐던 게, 아니, 했지만 대실패 해서 강변에서 사는 걸지도, 승부사고.

아니, 아니지, 아저씨는 됐어, 그 쥬시마츠가!! 주식!! , 늘 주머니에 도토리밖에 안 들어있었잖아, 그것도 그거였어? 눈속임이었던 거야?

하아-, 20년 이상 같은 지붕 아래에서 살아왔다 해도, 형제에 대해 모르는 게 있구나.

감상에 적어있는 중에, 이미 ATM의 줄이 확 줄어있었다.

 

 

 

 

 

 

 

 

 

 

 

심심하다.

엄청, 심심해.

그리고, 고요하다, 엄청.

그런데, 방안에 감도는 공기는, 어딘가 팽팽하고 차갑다.

아까 점심을 사러 밖에 나가니, 날씨가 좋은 게 포근포근한 초겨울 날씨였는데.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슈퍼의 값싼 도시락을 살 게 아니라, 외식하러 나갔으면 좋을 뻔했다.

최근 즐겨하는 건, 역 근처에 있는 파스타 가게까지 산책 겸 걸어가서, 200엔을 더 내고 샐러드와 드링크를 추가한 런치세트A를 주문해, 모처럼이니까 바깥 테이블에서 느긋하게 태양빛을 쬐며 먹고, 그 후 잡화점에 들리거나 카페에서 차를 마시는 거나 하는 것.

그렇게 지내는 게 좋았고, 실제로도 그렇게 하고 싶었고, 지금까지는 그렇게 하면 됐지만.

지금은 무리, 내일을 생각하면 이 이상 쓸데없이 돈을 사용하면 안 된다.

체육관은 이 시간에 사람이 많고, 바둑 클럽이라면 누군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오늘은 머리 쓰는 일은 하고 싶지 않은 기분이다.

나는 결국, 아침부터 방에 틀어박혀있다.

형 두명도, 대게 비슷해서, 이치마츠형은 1시간 정도 길고양이들을 살피러 밖에 나갔지만, 그 뒤에는 계속 제자리에 박혀있고, 오소마츠형은 오전중에는 2층에 있던 것 같지만, 오후부터는 여기서 자고 있다.

 

[저기, 그 세명, 언제쯤 돌아올까?]

나도 모르게 입 밖에 튀어나온 의문, 큰 소리는 아니었지만 고요한 거실을 채우기엔 충분했던 것 같다.

[..........저녁에는, 돌아오지 않을까?]

방구석에서 답해오는 이치마츠형의 중얼거리는 목소리도, 평소보다 크게 들린다.

[에에-, 그건 좀 빠르잖아-. 조금은 힘내줬으면 하는데. 한달 정도는 말야-]

[그럼, 내일]

[그니까, 빠르다고. 적어도 2]

[3]

[1주일]

[3일 이내에 천엔 건다]

[, 갑자기 내기 걸지 말라고. 그럼 나는 1주일 이상 2주 이내에 천엔]

역시 토도마츠, 라고 이치마츠형이 히죽히죽 웃는다. 거실의 분위기가 평소 같아 졌구나, 라고 안심한다.

[돌아오지 않는다, 에 저금한 거 전부]

주위의 온도가 급강하했다.

순간, 누가 말한 건지 몰랐다.

두리번두리번 고개를 돌리면, 같은 짓을 하고 있는 이치마츠형과 눈이 마주치고, , 사남육남의 싱크로라니 별일이네, 라고 시선으로 대화하고는 두 사람이 함께 여기에 있는 최후의 1인에게로 고개를 돌린다.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뚜득뚜득, 목을 풀고,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쉬는 붉은 파카, 마츠노가의 장남.

[........오소마츠형, 저금이란 게 있었어??]

굳이 거길 걸고넘어지는 이치마츠형, 그치만, 눈은 두렵다 말하고 있다.

나도 무섭다, 불쾌함과는 다르다, 불온한 공기를 두른 장남은.

[형아 바보 취급하지 말라고, 이치마츠군. 6자리는 된다고-]

뭘까, 어조는 평소대로 가벼운 어조인데, 무슨 감정인지 짐작도 가지 않아.

[, 헤에, 의외로 많이 가지고 있네. 괜찮아? 우리들이 전부 가져도. 지금이라면 철회해도 되니까]

안 돼, 어떻게 해도, 목소리가 떨려버려.

턱을 괴며, 나와 이치마츠형을 바라본 장남은 확실하게 말했다.

[됐어. 그 정도 돈으로 녀석들이 돌아온다면]

아아, 알겠어, 화났던 게 아니야, 슬퍼하고 있었던 거야, 오소마츠형은, 아마.

[그치만, 돌아오지 않을 거야. 연락도, 이쪽에서 하지 않는 이상 저쪽에서는 절대 오지 않아. 우리들이 바란다면, 추석이나 설에는 얼굴을 보이러 올지는 모르겠지만.....여섯명이서 즐겁던 니트 생활은, 이제 끝났어]

이치마츠형에게 붙어 장난치던 고양이가, , 하고 현관으로 뛰쳐나간다.

뭐지, 라고 생각했더니 이치마츠형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있었다.

 

[, 그럴까? 그치만, 그 세명이라고? 카라마츠형과 쥬시마츠형은, 형제를 엄청 좋아하고, 쵸로마츠형도 입으로는 이래저래 말이 많아도, 꽤 형제들에게 의존하고 있잖아. 분명, 머리가 식으면 돌아올, ]

[토도마츠, 파트너였던 너라면 알잖아? 이런 때만은, 제대로 생각해서 움직인다고, 우리집 차남은]

내 말을 도중에 끊고, 오소마츠형은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쵸로마츠와 쥬시마츠라면,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해. 쵸로마츠는 꽤 즉흥적인 면이 있고, 쥬시마츠는, -, 역시, 쥬시마츠는 모르겠다]

녀석이라면, 무인도에서도 여유롭게 살아갈 것 같고, 라며 슬쩍 웃는다.

[하지만, 카라마츠는 제대로 생각하고, 충분히 계획을 세운 뒤에 움직여. 평소에는 바보짓이나 하지만, 그 녀석, 머리 좋다고. 너희들은 잊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목이 마르네, 라며 오소마츠형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나는 황급히, 차 가지고 올게, 라며 나섰다.

조금, 혼자 있고 싶었다, 들이밀어진 현실을 믿을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 그럼, 나는 일어난 김에 화장실-]

붉은 등을 등지고 부엌으로 들어서, 주전자에 불을 올리고, 찻잎과 찻잔, 그렇게 자주 마시는 게 아니니까 찻잔이 아닌 머그컵을, 세 개, 빨강과 보라와 핑크.

그렇겠지, 머리로는 알고있었다. 나머지 머그컵을 사용하던 세명은, 정말 집을 나가버린 거라고.

하지만, 마음은, 그걸 부정했다.

우리집 차남이 용의주도하다는 건, 옛날에 여섯명이서 장난을 치던 때부터 알고 있었다. 작전을 세우던 건 대체로 카라마츠였으니까.

가장 먼저 작전을 듣는 건, 옆에 있던 나였다.

여섯명이 각자 잘하는 것을 살려 잘 배치하는 구나, 라고 늘 생각했다.

나는, 언제부턴가, 카라마츠의 옆에 있는 것을 그만둬버린 걸까.

 

 

-----.

새된 소리가 들리고, , 하고 현실로 돌아온다. 휘슬 주전자[각주:2]로 끓여서 다행이다.

컵을 먼저 데우고, 98로 떨어진 물을 찻주전자에 붓는다.

1분 정도 뜸을 들이고, 같은 농도가 되도록 세 개의 잔에 남은 한방울까지 기울여 따른다.

쟁반을 들고, 거실로 돌아가면 오소마츠형은 담배를 한모금 피운 후로, 이치마츠형은 잔뜩 그늘을 짊어지고 있었다.

미안해, 이치마츠형, 나만 부엌으로 도망쳐서.

, 가지고 왔어 라고 어깨를 살짝 두드리면, 마실게, 라는 희미하게 대답한 후, 꾸물꾸물 자색의 덩어리가 탁자로 향한다.

[뜨거우니까, 조심해]

[땡큐. 별일이네 상냥하고]

[별일일 것까진 아니잖아-? , 이치마츠형도]

[...........]

차를 홀짝이던 오소마츠형은, , 의외로 맛있어, 라고 실례인 말을 내뱉는다.

[녀석들이 나간 후로, 부모님께 물어봤어, 왜 붙잡지 않았냐고. 그랬더니, 걱정돼지 않았으니까 라고 즉답하더라. 두 분, 전혀 놀라지 않았고 말야. 뭔가, 알아챈 거겠지. 이거 어쩌면 전부터 계획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고]

머그컵을 이치마츠형처럼 양손에 쥐고, 시선은 옆, 카라마츠형이 앉던 자리로 슬쩍 돌린다.

[카라마츠는, 처음부터 집을 나갈 생각이었다고 봐. 나머지 두 사람은 열받아서 나간 느낌이지만 말야. 쵸로마츠는, 녀석 스스로 깨닫지 못한 것 같지만, 카라마츠한테 의존하고 있으니까. 쥬시마츠는, 역시, 조금도 모르겠네]

[, 나갈 거라고 생각했어? 역시, 우리들이 원인? 요전의 치비타 사건이라던가?]

[그것도, 있겠지]

답을 바라듯 옆을 보면, 오소마츠형은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전부터 정했던 게 아닐까, 라는 게 내 생각. 그 녀석, 우리들한테 뭔가 숨기고 있었잖아? 안쓰러운 캐릭터 만들어서]

[그건, 역시 연기였던 거구나]

[, 알고있었어?]

[대충은 알고 있었어. 랄까, 일부러 그러는 거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지만]

그럴게, 그게 진짜 평소 모습이라면 완전 이따이하잖아.

[고등학교 졸업하고 였지? 녀석이 그 연기를 시작한 게. 그러니까, 그 때부터 뭔가를 숨기고 있었다고 생각해. 몇 번이나 떠봤지만, 안 되더라고. 그 녀석, 거짓말은 못하면서 숨기는 건 잘한단 말이지]

 

[카라마츠형이 숨기는 것, 나한테는 한가지, 짐작가는 게 있다.

핸드폰을 사고 SNS로 여러 사람들을 알게 됐을 무렵, 연극을 좋아하는 여자애와 공연을 보러 가게 되었다.

로맨틱한 만남이 아닌, 같이 갈 친구가 못 오게 되었으니까, 라는 대타 같은 개념이었는데, 내가 선택된 건 아마도 영화를 좋아한다고 말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극단인데, 엄청 재밌어!]

[헤에, 기대되네]

[사실은, 엄청 멋진 배우가 한명 있는데. 토도마츠군이랑 조금 닮았을지도]

그런 평범한 대화를 하면서 도착한 곳은, 구에서 운영하는 건물. 복도를 지나자, 접이식 테이블에 검은 천을 씌운 것에 간소한 접수처가 있고, 주근깨가 잘 어울리는 젊은 여성이 앉아있었다.

좌석은 자유입니다, 라고 안내받으며 안에 들어가면, “소극장1”이라는 이름대로, 200명 정도로 가득 차 보이는 극장.

1시간 전에 온 우리들은, 중간에 앉지도 못할 정도로 이미 많은 관객들이 모여있었다.

[조금 더 일찍 왔으면 좋았을텐데]

분명 친구와 함께였다면 30분 정도는 일찍 왔을 거다. 하지만 데려온 것은 나였고, 그래서 이 아이는 나를 배려해준 거라고 생각한다.

[으으응, 괜찮아. 이 극장이라면 어디라도 충분히 잘 보일테니까. 고마워, 토도마츠군. 미안, 억지로 따라오게 해서]

[그렇지 않으니까 신경 쓰지 마. 오늘은 한가했고, 이런 연극은 처음이라 기대 되는 걸]

상냥한 아이에게는 상냥하게 대하고 싶단 말이지, .

개막을 기다리는 동안의 잡담은 즐거웠고, 나는 그것만으로도 티켓 값의 본전을 뽑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옆만 신경쓰고 있던 나는, 개막 10분 전, 당돌하게 울려 퍼지는 음성에 의해 강제적으로 무대를 쳐다보았다.

[Ladies and gentlemen!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럴게, 이 목소리는, 들어본 적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 매우 익숙할 정도.

[개막까지 아직 10분 정도 남았습니다만, 혹시 괜찮으시다면, , 텅텅 빈, 카라노 카라마츠에 조금 어울려주시지 않겠습니까]

쓸데없이 좋은 목소리의 자기소개에 나는 머리를 싸맸다. 뭐야, 이거 거의 본명이잖아.

[아까, 멋있다고 했던 배우, 이 사람이야! 이렇게 연극 전에 늘 뭔가 해주거든!]

아아, 너는 안과에 가서 시력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겠어.

그럴게, 보라고, 등장한 멋있는배우는, 나와 조금 닮은 정도가 아니잖아? 쌍둥이라고?!

무대에서 혼자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건, 밤마다 왼편에서 자고 있는 여섯 쌍둥이의 형, 오늘 아침 내가 깨어났을 땐 이미 나가고 없었는데, 설마 여기에 있을 거라고는!!

관객들은 모두, 카라노 카라마츠의 팬 서비스에 심취한 듯, 와아- 하고 함성을 질러댔다.

좋은 곡이 조용히 울려 퍼지는 가운데, 검은 턱시도에 푸른 나비넥타이를 한 카라마츠형이, 양손을 쳐든다.

거기에는 공이 7, 빨강, 파랑, 보라, 노랑, 초록, 분홍, 그리고 흰색.

한 개를 아래에 떨어뜨리고, 그대로 몇 번인가 튕기더니, 머리 위까지 힘껏 차올리고는 두 개째의 공을 발로 등까지 차올리며 저글링을 시작했다.

세 개째에는 깔끔하게 턴을 한 뒤에 내던졌고, 네 개째에는 한번 헤딩, 음악에 맞춰 멋있는 춤을 선보이고, 다섯 개째에는 한번 튕겨 받아내고, 여섯 번째 일곱 번째 공은 처음처럼 차올렸다.

일곱 개의 색이 카라마츠형의 주변을 날아다녔다.

마치, 무지개에 둘러싸여있는 것 같다, 라고 생각해버렸다.

음악이 끝나는 타이밍에, 모든 공을 잡으면, 터질 듯한 박수갈채, 아직 연극 개막도 하기 전의 여흥인데 나도 손이 빨개질 정도로 맘껏 박수를 쳤다.

등장할 때와 마찬가지로 어딘가의 왕자님처럼 인사를 하고, 카라마츠형이 내려가는 막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신호로 극장의 조명이 꺼졌다.

 

막이 다시 올라가도 카라마츠형은 있었다. 계속 있었다.

At the Bar 12-Original이라는 연극으로, 바에서 우연히 만난 남녀가 각자 끌어안은 콤플렉스로 고민을 하고, 극복하고, 끝에 가서는 맺어진다는 하트풀 러브코미디.

코미디라기보다는 거의 콩트에 가까웠다. 코믹한 부분을 담당한 건, 바의 마스터 역인 형이었다.

대사는 거의 없어, [어서오세요] [주문은?] [감사합니다] 그 정도.

주문 받은 술을 만드는, 하는 건, 그것 뿐.

하지만, “그냥하는 게 아니었다. 신나게 즐기면서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보틀을 빙글빙글 돌리는 정도, 다음은 글라스도 보틀도 셰이커도 가지고 노는 듯이.

눈앞에서 화려하게 움직이고 있는데, 카운터에 앉아있는 손님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회사에서의 불평이라든가, 사랑 고민이라든가, 진지한 얘기들을 나눴다. 이 절묘하게 언밸런스한 상황이 재미있는 포인트.

흥이 오른 마스터는, 내키는 대로, 힙합을 추면서 안주인 넛츠를 접시에 담거나, 테이블 정리를 하는 김에 마술로 장미를 꺼내 보이거나, 보틀을 곤봉 대신으로 써서 리듬체조를 하며 칵테일을 만들거나 했다.

그리고, 손님이 [저기, 마스터-] 라고 부르는 타이밍에는, 시치미를 뚝 떼고는 카운터 가운데에서 잔을 닦으며, [주문하시겠습니까?] 라며 웃는다.

마스터의 재주에 감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손님과 주고받는 대사에 웃음이 일고, 두 사람이 엇갈리는 장면에서는 한숨이 터져 나왔으며, 맞이한 해피엔딩에서 다시 한번 박수갈채.

출연자 전원이 중앙에 나란히 서고, 정중히 고개를 숙인 형은, 지금까지 본 적 없을 정도로 눈부시게 빛나고 있어서, 같은 얼굴인데도 나와는 다른 사람 같았다. 그야 따지자면 다른 사람이지만, 뭐라고 할까, 완전히 다른 곳에 있는 사람 같아서, 아아, 그녀가 형제라는 걸 알아채지 못한 것도 무리는 아니겠구나 싶었다.

 

그 이후, 나는, 카라마츠형이 소속 되어있는 극단 AKTK를 찾아보았다.

형의 정식 이름은 카라노 카라마츠(空野空松)”, 주요 멤버인지, 매번 중요한 역을 맡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공연의 기회는 적어서, 연에 2, 3.

작은 극장이 대부분이고, 기간도 겨우 3, 그래서인지 티켓은 금방 다 팔리고 없어서 입수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녀에게 부탁도 해봤지만, 그녀도 어려운 모양인지 카라마츠형의 무대를 못 보고 있었다.

본인에게 부탁하면 분명 기뻐하면서 티켓을 줄 거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카라마츠형이 스스로 말할 때까지 극단의 일은 모르는 척하기로 했다.

하지만, 만약, 그것 때문에 집을 나가버린 거라면, 차라리 내가, 연극 봤어, 재밌었어, 라고 모두의 앞에서 말하는 편이 좋았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이미, 늦었지만.

 

 

 

 

 

 

 

 

 

 

[우리들의 새 출발에 건배-!!]

[[ 건배애-!! ]]

, 하고 잔이 부딪히고, 그 안에 든, 보리의 신에게 하사 받은 황금 방울, 즉 맥주를 마셨다.

[-, 맛있다아-!]

원래도 팔자 모양인 눈썹이 더욱 아래로 내려간다. 아아- 행복해!

[맥주, 맛나-!!]

건너 편의 쥬시마츠도, 거품 수염을 달고서 마음에 쏙 든 모양.

[그거 다행이군]

현재 오후 530, 혼잡해지기 전의 고깃집에서 분위기를 띄운다.

 

서로의 자산을 확인한 후, 나는 두 사람을 끌고, 북쪽 지방을 대비한 장비를 사들였다.

형제들 중에서도 열이 많은 카라마츠와 쥬시마츠는, 애초에 겨울 용품이 그렇게 필요치 않다.

하지만, 일본에서 가장 추운 지역에, 1년 중 가장 추운 시기에 가게 되었다.

아까 인터넷으로 본 정보에 따르면, 특별 폭설 지대로 지정되어 있고, 오늘의 최고 기온은 영하 0.5였다.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무심코 세 번이나 다시 보고, 솔직히 말해 아주 조금, 1미크론[각주:3] 정도 가는 것을 망설였다.

이런 극한의 땅에, 지금 입고 있는 마츠 파카로 가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그렇게 판단했다.

[쥬시마츠, 네가 그 수영복 좋아하는 거 알고 있고, 긴 바지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그대로 갔다간 아무리 너라도 동상 걸리니까. 신발도 사고. 슬리퍼로는 발가락 떨어질 거라고. 카라마츠도, 제대로 입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죽으니까 말야]

그렇게 말하면, 두 사람이 동시에, 알겠어 쵸로마츠 엄마! 라고 답해서 가볍게 꿀밤을 먹였다.

산 건, 아웃도어 브랜드의 못즈 코트, 작년에 팔고 남은 게 싸게 나왔다.

[이건 어때? 색도 마침 3종류고, , 감색과 암녹색과 겨자색. 이너도 다운[각주:4]이고, “알루미늄 소재를 담았다, 따뜻할 것 같지 않아? 후드를 떼면 스탠드칼라[각주:5]도 되고 말야]

눈여겨보고 있는 나를, 두 사람이 가만히 보더니, 카라마츠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괜찮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쵸로마츠, 감색과 암녹색은 그렇다 쳐도, “겨자색은 조금 그렇군. “머스터드 옐로라고 해주지 않겠나?]

[거기?! 그보다, 똑같잖아]

[다르다고, 쵸로마츠형. 그건, 머스터드 옐로라구. 치비타 가게의 겨자는, 좀 더 묽은 황색이구먼요!]

아니, 치비타 가게의 겨자가 기분이 아니니까 말야?! 그보다, 잘도 기억하고 있네, .

[-, 알겠다고! 쥬시마츠가 머스터드 옐로, 카라마츠가 감색? 네이비? 그리고, 내가 음, 그러니까, 딥그린. 좋아, 계산하러 가자고!]

 

그렇게 좌충우돌한 후, 여행사의 여신님이 주신 자료를 참고해, 공항 근처로 가는 열차에 올라탔다.

공항 근처는 여관이 비싸니까 그 도중까지만.

카라마츠가 예약해준 비즈니스 호텔은, 내린 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였다.

[더블이라서, 2인용으로 되어 있습니다]

프론트 누님은 숏 단발에 새침한 느낌. 민원 대응 매뉴얼을 그대로 읽은 듯한 응대에 조금 울컥 화가 치밀었다.

그럼, 하나 더 잡으면 되잖아요, 라고 완전 진상 손님스러운 발언이 입에서 튀어나가기 전에, 카라마츠가 누님에게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실은, 저희들 친가를 나온 직후라 부끄럽게도 돈이......게다가, 혼자만 다른 방인 건, 쓸쓸하고]

어이어이어이-!! , 무슨 마츠야? 토도마츠? 아니, 녀석보다 더 귀엽나!! 랄까, 그런 약은 표정, 처음 본다고?!

[..........하지만, 침대가 2인용이라, 세분이서는 좁으실 것 같아서....]

? 효과 있어? 우와, 효과 있다고, 표정 엄청 부드러워졌다고, 누님.

[그런 거라면, 괜찮습니다. 저희들 평소에도 같은 이불에서, 이렇게, 꾹꾹 붙어서 잤으니까요!]

꾹꾹에 맞춰서, 나와 쥬시마츠의 어깨를 꾸욱 끌어당긴다.

쥬시마츠가 히죽 천진난만하게 웃어, 어쩔 수 없으니 나도 따라서 히죽 웃었다.

가운데의 카라마츠가, 굉장히 귀여운 미소로 쐐기를 박았다.

[, 알겠습니다. 책임자에게 확인해볼테니,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우와-, 누님, 얼굴 빨개졌다고, 뭐어, 저런 천사 미소를 보면, 매뉴얼을 포기하는 것도 무리는 아닌가.

기다리고 몇분 후, 무사히 세명은 한 방에 묵는 것을 허가받았다.

 

[이게 카드키입니다. 나중에, 관계자가 베개 등을 가지고 올 겁니다]

감사합니다! 라고, 세명이 나란히 고개를 숙이면, 누님이 또 뺨을 붉힌다.

건네받은 키의 넘버는 “532”, 세명 동시에, ! 하고 목소리를 높여버려 소리내서 웃었다.

[쩔어어-, 오남과 삼남과 차남!]

[완전 우리들을 위한 방이로군!]

[하핫! 동감!]

토요일 밤, 우리들을 위해 비워진 532호실은, 예상보다 훨씬 좋았다.

방안은 말끔히 정리되어 있고, 화장실과 욕실에도 곰팡이가 없고, 침대에도 머리카락 한올 떨어져있지 않았다.

금연룸이니까, 안 좋은 냄새도 나지 않고, 공기 청정기도 붙어있다.

[헤에, 꽤 깔끔하네]

[쵸로마츠, 괜찮은가?]

짐을 내리면서 카라마츠가 내 얼굴을 들여다본다. 쥬시마츠도 뭔가 걱정스러운 얼굴.

아아, 그런가.

중학교 2학년 여름 방학, 바람도 쐴 겸 도서관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 지름길로 가려고 뒷골목을 지나던 중, 갑자기 뒤에서 끌어안겨졌다.

상대는 덩치가 큰 남자로,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고, 연령대도 잘 모르겠지만, 햇볕에 탄 털북숭이고 근육질인 팔과 내 입을 틀어막은 두꺼운 손가락, 목덜미에서 느껴지는 거친 숨결, 허리 위에 닿는 뭔가의 감촉은,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엄청 기분 나쁨과 동시에 화가 났다.

힘껏 남자의 손가락을 물어뜯고, 그 틈에 어떻게든 도망쳐 나왔다.

집으로 뛰쳐들어가면 카라마츠가 서있어서, 뛰어 들어오는 나를 받아냈다.

치한과 마주쳤다고 흥분해 말하는 나를, 녀석은 꽈악 끌어안아 주며 바로 목욕물을 데워주었다.

그 일이 있은 후, 나는 사람에게 닿는 것이 어려워졌다. 가족은 괜찮고, 절친한 친구도 괜찮지만, 낯선 타인과 피부를 접촉하는 것은 지금도 힘들다.

그 파생인 건지, 살짝 결벽증이 생겨버린 나를, 이 상냥한 형제는 신경 써주고 있다.

[괜찮아, 고마워]

솔직하게 감사를 표하면, 두 사람에게 갑자기 안겼다.

[쵸로마츠!]

[쵸로마츠형!!]

[, 잠깐, 나 그런 힘없으니까]

기세 좋은 두 사람의 허그를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세명이 나란히 소파에 굴렀다.

자빠져 구르고 있으면, 차임벨이 울리고 베개 등등 일회용품들이 배달왔다.

가져다준 분에게 카라마츠가 다시 천사의 스마일로 응해, 쥬시마츠와 둘이서 따라 웃었다.

[.........카메라, 가지고 왔으면 좋았을텐데]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알바 시작하면 핸드폰 살껌까?]

베개를 끌어안은 카라마츠가, 무슨 얘긴가? 라고 의아한 듯한 얼굴을 해서, 아무것도 아냐, 머리를 쓰다듬었다.

[카라마츠형, , 배고파-]

 

이런 흐름으로 호텔에서 역 반대편에 있는 고깃집에 온 건데.

[쥬시마츠, 갈비 익었다고. 쵸로마츠, 그쪽의 소고기도]

축배를 든 이후, 나와 쥬시마츠는 고기를 굽지도 집게를 만지지도 못했다.

예산 부족으로 형제끼리 고기를 먹으로 온 적이 없었으니까, 차남이 이 정도로 고기를 잘 굽는다는 걸 안 건, 오늘이 처음이다.

정말, 몇 번째의 오늘이 처음인 걸까. , 알고 보니 카라마츠에 대해서도 쥬시마츠에 대해서도 전혀 몰랐잖아?

[-, 잘 먹겠머스루!!]

[고마워, 잘 먹을게]

, 잘 구워졌네, 맛있어.

[역시, 고기는 맛있네!]

우리들의 몫까지 고기를 굽고있는 카라마츠는 고기를 먹는 것도 놓치지 않았다.

오른손으로 젓가락을 들고, 왼손으로 구이용 집게를 들고는 이도류로 먹고 굽고 먹고 굽고를 반복한지, 이래저래 30.

술이 약하니까, 한명당 한잔씩 부탁한 맥주도 삼분의 일 정도 마신 후, 나와 쥬시마츠에게 줘버리고 그 대신 흑우롱차를 마셨다.

[뺨에 밥풀 붙었다고?]

피토로[각주:6]를 뒤집던 손을 멈추고, 쥬시마츠의 뺨에 붙은 밥풀을 살짝 잡아 떼어낸다.

[형도, 붙어있슴다]

이번에는 쥬시마츠가 먹을 때에만 내놓는 하얀 손을, 카라마츠의 뺨으로 뻗어 밥풀을 가볍게 떼어낸다.

아아아아아아!! 정마알!! 뭐냐고 이 두 사람!! 오늘 아침부터 계속 생각했는데, 위험하지 않아? 이 녀석들, 정말 나랑 동갑? 엄청 귀여운데요?! 일부러? 일부러 그러는 거야?

결정했어, 핸드폰, 꼭 산다! 매일 내 귀여운 형제 찍어서, 그 녀석들한테 보내버릴 거니까!

[어이, 쵸로마츠? 취한 건가?]

[쵸로마츠형!! 토해? 토하는 거야?]

쿵쿵, 벽에 머리를 박고 있는 내게,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듣기 좋게 울린다.

[...............고마워, 괜찮아. 조금, 행복감을 되새겼달까, 평화롭구나 라고 생각해서. 이렇게 저녁 먹다니, 새롭잖아?]

아무리 그래도, 너희들 두 사람이 귀엽고 모에해서 번민하고 있었습니다, 라고 말할 수 없어, 억지로 화제를 돌렸다.

[나도 행복해!! 잔뜩 먹다니 좋네에-!]

[뷔페의 매력이지. 이 세명이라면 잘 맞고 말이지]

[토도마츠들도, 밥 먹고있으려나?]

[전화해볼까?]

파카의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낸 카라마츠에게, 잠깐 기다리라며 막아서면, 똑같은 생각을 한 또 한사람.

[-, 오늘은 그만두자!]

[그렇네. 당분간은 전원 꺼두자]

어째서? 라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카라마츠는, 역시 너무도 상냥하다.

[녀석들을 반성하게 만들 좋은 기회잖아. 그럴게, 절대 진심이라고 생각 안 할 거라고? 오늘 안으로 돌아올 거라고 생각할테고]

[나도 그렇게 생각해. 조금 화났으니까, 오늘은 전화 안 할래]

? 하고 물음표를 띄우며 형제 두명의 얼굴을 보는 카라마츠는 쿡쿡 웃고는, 알겠다, 라며 핸드폰을 껐다.

 

도대체 몇 번이나 리필을 위해 점원을 불렀던가, 슬슬 [알겠습니다-]도 말하지 않게 되는 게 아닐까, 하고 내가 걱정하기 시작할 무렵, 겨우 대식가인 형제들의 위가 가득 채워진 것 같다.

불과 불판을 치우고, 디저트를 주문하던 중, 갑자기 중요한 게 떠올랐다.

[, 엄마한테 연락하는 게 좋지 않을까? 그치만, 집에다 걸면 오소마츠형들이 받으면 위험하고, 아빠 핸드폰에 걸래?]

[아니, 부모님은 괜찮을 거다]

따뜻한 차를 홀짝이는 카라마츠의 대답에, 집을 나오기 전에 느꼈던 막연한 예측이, 거의 확정.

[저기, 카라마츠. , 역시 준비하고 있었던 거지]

살짝 올려다보며 녀석을 노려보면, 자랑인 눈썹을 슬쩍 늘어뜨린다.

[한달 정도 전에, 엄마가 봐버려서 말이야. 내가, 이치마츠한테 참견했다가 화나게 만드는 거]

[그게 아니지? 녀석이 너한테 응석 부리면서, 불합리한 공격을 하는 거 아냐]

[뭐어, 그건, 그거다. 나도 이상한 연기를 하고 있었으니까, 피차일반이다]

[흐응. 그래서? 엄마라면, 조금 싸운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을 거라고?]

눈을 치켜뜬 채인 내가 무서운 걸까, 왜 그러나, 취한 건가, 라며 이야기를 돌렸지만, 제대로 듣기 전까지는 이대로 있을 거니까 말야.

쥬시마츠도 정색을 하고 있어, 아군은 없다고 올바른 판단을 한 카라마츠는, 백기를 들었다.

[타이밍이 안 좋았다. 이따금씩 있는 이치마츠의 기분이 최악인 날로, 내 목을 조르려 목에 손을 둘렀다]

-, 역시, 그건, 그 마츠요라도 놀라겠지-, 이치마츠, 그 녀석 무슨 짓을 한 거야.

[그 날, 저녁밥을 차릴 때에, 아들들 중에서 범죄자도 피해자도 나오는 건 봐달라고, 우셨어. 잠깐 동안, 거리를 두는 게 좋지 않겠냐는 말이 나와서 말야]

[게다가, 그 직후에, , 형제 전원에게 살해당할 뻔했지만 말이지]

자기자신을 벌주기 위해, 그 화제를 꺼내면, 살해당할 뻔했던 본인이, 그 얘기는 그만두지, 라며 슬픈 얼굴을 했다.

[그치만, 계기 중 하나는 된 거 아냐?]

[부정은 하지 않겠다. 하지만, 그동안 내 태도 문제도 있으니까..........]

그런 큰 부상을 입었으면서도, 아직 양쪽의 잘못이라고 말하는 건가, 이 상냥한 사람은.

[선배한테, 알바의 건도 들었고,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아빠와 엄마한테도 상담하니 두 사람도 찬성해줬다. 하지만, 모두에게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망설이고 있으니, 엄마가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다고,]

[그래서, 오늘 아침에 그렇게 된 건가]

[그래. 나도 구체적으로는 얘기를 듣지 못했지만, 아마, 엄마로서는 그냥 아르바이트를 시작해도 부자연스럽지 않은 상황을 만들려고 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집을 나가라는 건 아니었을 거야]

과연, 그러니까, 엄마가 지나쳤다고 말한 건가.

대강의 흐름은 이걸로 알았다. 남은 건,

[카라마츠형은 왜 연기하는 거 숨겼던 거야?]

내가 물으려던 질문이 쥬시마츠의 입에서 나온 것에, 더는 놀라지 않는다.

밝은 미치광이라고 불렸다, 우리집 오남은. 하지만 별로 미치지 않았고, 제대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는 걸, 오늘 하루 제대로 알았으니까.

[다들, 내가 연기하는 거, 싫어하잖아?]

[하아?]

[?]

, 이 대사도, 이미 몇 번이고 했었지, 삼남과 오남의 싱크로도, 이후에는 별로 신기한 일도 아니게 되겠지.

[아니, , 그런 말한 기억 없는데, 설마, 뭔가 나도 모르게 말했어? 그런 거라면 미안]

[나도, 형이 연기하는 거 싫어한다고 생각한 적 없어! 오히려, 좀 더, 가까이서 보고 싶었어]

[쥬시마츠, 카라마츠의 무대, 본 적 있어?]

[있어-. 문화제! 카라마츠형이 긴장할 것 같아서, 제일 뒤에서 봤어]

뭐라고? 엄청 좋겠다아!! 나도 봤으면 좋았으련만, , 디저트 나왔다, 아싸-!

아이스크림!

떠들어대는 우리들 옆에서, 카라마츠 한명만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 잠깐만, 그치만, 합숙간다고 했더니, 오소마츠랑 싸우게 됐잖아? 1 여름방학 때]

, 녹차 아이스 꽤 진하네, 맛있어, 1 여름 말이지, 들고 보니까, 있었지, 그런 일.

[그건, 오소마츠형 혼자만의 질투라고. 연극부에 빼앗기기 싫었던 거겠지, 너를]

[? , ? 그런 건가?]

[그렇다구, 카라마츠형, 몰랐던 거야?]

[, 몰랐어........그거, 형님이 봐줘서 합숙에 갈 수 있게 해줬던 게....]

[생각이 지나치다고. 그건, 오소마츠형이 방심했던 것뿐. 대체로, 다른 형제들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아서 싸우게 됐잖아]

[...., 그럼, 그건가? 나는, 극단에 들어간 걸, 숨길 필요가 없었다, 라는 건가?]

[그렇지. 네가 그럴 이유라면, 우리들한테 방해받지 않기 위해서 뿐이겠지만. 그보다, , 형제만 관련 되면 바보가 되는구나]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숨기는 내용에 비해서, 그 작전이 너무 방대해.

[우으, 너무해............맞는 말이지만]

테이블에 엎드린 카라마츠의 머리를, 쥬시마츠와 함께 슥슥 쓰다듬었다.

[하지만, 너의 그런 점 싫지 않아]

[, 아이스크림 녹슴닷!]

고개를 든 카라마츠에게 쥬시마츠가 자, 아앙~ 하고, 스푼으로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떠 들이밀었다.

자포자기 심정인지, 카라마츠가 쥬시마츠의 팔을 잡고,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며 울상인 채로 맛있다며 웃는 바람에, 나는 더욱 핸드폰을 원하게 되었다.

 

카라마츠가 오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내가 아는 한 처음이자 마지막인, 장남과 차남의 진지한 대결은, 그만큼 박진감이 넘쳤다.

그 무렵, 오소마츠형은 반항기가 한창이었다.

중학 2년이 끝날 무렵부터 시작된 오소마츠형의 반항기는 가면 갈수록 심해졌다. 상대는 부모님과 선생님, 그 외에 자신에게 명령하는 모든 존재, 금지어는 장남

그런데, 우리들 다섯명을 동생으로서 취급하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다. 우리들은 같은 날에 대어난 여섯 쌍둥이인데, 오소마츠는 장남이잖아, 라며 대표로 꾸지람을 듣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본인이 원치 않은 장남, 주변 어른들에게 강제로 떠맡겨진 오소마츠는, 다섯명의 동생장남의 지배하에 두려고 했다.

그게 지금의 놀아달라며 찡찡거리는 장남의 시작이긴 하지만, 당시에는 좀 더 횡포에 가까웠으니까, 동생조에게 있어서 꽤나 큰일이었다.

게다가, 나의 반항기도 같은 시기여서, 상대는 장남과 차남이었고, 그 시절, 집안의 분위기는 당연 긴장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각자 밖에 머물 곳은 찾기 시작한 결과, 토도마츠는 사교성이 좋아지고, 쥬시마츠는 야구부, 나는 학생회, 카라마츠는 연극부, 그리고 이치마츠는 머물 곳을 찾지 못해 스스로 틀어박혀버린 게 아닐까, 하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 상황이 계속되고 1년반, 떳떳이 고등학생이 되어 맞은 여름방학, 부모님이 친척의 제사로 삼일간 집을 지키라며 두고 떠났을 때, 가장 기뻐한 건 오소마츠였다.

[여름방학 끝날 즈음에, 유치원에서 공연이 있어서 그 연습을 하러 간다]

카라마츠가 저녁을 먹을 때, 기대 된다는 듯이 보고한 순간, 오소마츠가 갑자기 화를 낸 것이다.

멱살을 잡힌 채 가지 말라고 다그치는 녀석을 보는 차남은, 대조적으로 냉정해서.

[알겠다. 그렇게까지 한다면 승부를 내지. , 밥을 먹고나서다]

그리고, 정말 진검승부를 냈다. 강변에서, 4명의 동생을 심판으로 두고.

룰은 맨손으로 먼저 10카운트 딴 쪽이 승리.

오소마츠는 얕보고 있었을 거다. 당시 이미 싸움의 재능을 개화시켰고, 실전 경험도 쌓은 자신이 형제에게 무른 카라마츠 따위에게 질 리가 없다고.

내가 호루라기를 불면, 오소마츠가 빠르게 공격을 했다. 깜짝할 사이에 쏟아져나오는 주먹.

그 스피드에 카라마츠는 따라가지 못하는 건지 그냥 막아서기만 했다.

보고 있던 우리들은 바로 차남의 패배를 예측했지만, 오소마츠의 주먹이 카라마츠의 뺨에 닿기 직전, 상황이 바뀌었다.

오소마츠의 오른팔을 왼팔로 틀어막고, 근거리에서 가차 없는 묵직한 어퍼컷.

카라마츠가 왼손을 떼면, 오소마츠의 몸이 기우뚱 기울더니 그대로 땅으로 엎어졌다.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상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어, -, -, -, 하는 쥬시마츠의 카운트다운을 멍하니 듣고 있었다.

쥬시마츠가 카운트다운을 끝내도 오소마츠는 아직 엎어진 채로, 카라마츠는 그 힘 빠진 몸을 공주님 안기로 안아들고는 뚝뚝, 눈물을 흘렸다.

[형님, 미안하다, 용서해줘]

그렇게 말하고, 자신이 때린 곳을 달래듯 어루만졌다.

왠지 연극을 보는 것 같다고 생각할 정도로 카라마츠의 행동은 그럴듯해보였다.

그런 생각을 하며 멍하니 있던 우리는, 차남의 팔 안에서 눈을 뜬 오소마츠가, 젠자앙 지다니!!! 라던가, 기분 나쁘니까 내려줘!! 라던가 소리치는 바람에 현실로 돌아왔다.

약속대로, 카라마츠는 합숙에 갔고, 오소마츠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방해하지 않고 보내주었다.

그 대사건 이후, 오소마츠형의 반항기는 점점 사그라들었다.

 

 

 

 

 

 

 

 

 


 

 

 

 






  1. 원문은 가타카나로 쓰면 [본문으로]
  2. 물이 끓으면 삐익-하는 소리가 나는 주전자 [본문으로]
  3. 1마이크로미터 [본문으로]
  4. 솜털처럼 부드러운 털 [본문으로]
  5. 옷깃 모양의 하나. 중국 옷처럼 목둘레의 깃이 세워져 있다. [본문으로]
  6. 돼지고기 항정살 꼬지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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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차남이 하이스펙이라면


차남의 숨겨진 능력이 상상 이상으로 높았다1

 

 

 

 

 

11월 마지막주 토요일 아침 8.

우리 여섯 쌍둥이는 모두 거실에 모여 아침을 먹고 있었다.

평소 있을 수 없는 광경. 이런 광경을 만든 건 마츠노가의 절대 권력자, 마츠노 마츠조.

아무리 난동(暖冬, 평년보다 따뜻한 겨울)이라고 해도, 11월 하순이 되면 아침 기온이 떨어진다. 게다가 우리 집의 벽과 창문은 바람을 막을 수 없게 된지도 오래다.

체온으로 따스한 이불 속에서 게으른 잠을 취하고 있으면, 갑자기 이불이 훽 제껴지며 커튼과 창문이 열린다.

X 추워, 어느 미친마츠야, 이 자식. 하고 불평을 토로하면, 어머니가 인왕(仁王, 불전의 문 또는 불상을 지키는 불교의 수호신)처럼 우뚝 서서 왈.

 

[니트들아, 중요한 얘기가 있으니 당장 일어나렴]

 

그에 따른 답은, “또는 예스, 엄마의 목소리에는 그 정도의 위압감이 있어, 그 오소마츠형도 군소리 없이 벌떡 일어났기에 우리도 조용히 옷을 갈아입고 밑으로 내려갔다.

씻고 거실로 가면 먼저 일어나 있던 카라마츠와 쥬시마츠가 밥을 준비한 채, 나란히 고개를 들었다.

니트인 주제에 아침이 빠르다. 이 근육 형제는.

 

[좋은 아침, 쵸로마츠]

[쵸로마츠형, 하이~]

[, 좋은 아침. 카라마츠, 쥬시마츠]

 

준비를 도와서 밥을 퍼담기 시작하면, 기척도 없이 이치마츠가 들어오고, 내 다음으로 씻으러 들어갔던 토도마츠, 마지막으로 파카에 손을 닦으며 오소마츠형이 각자 거실로 들어선다.

잘 먹겠습니다, 하고 일제히 외치고 젓가락을 들었지만 다들 아무런 말이 없다.

밤샘 후의 식사 같은 아침식사를 마치고, 나와 카라마츠가 식기를 치운 후 엄마의 독촉에 거실로 돌아간다.

 

[저기, 엄마, 중요한 얘기란 게 뭐야?]

 

긴장감에 결국 참다 못한 토도마츠가 불안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얼마전에, 직장 동료들과 자식들에게 용돈 주는 것에 관한 얘기를 나눴는데, 모두의 얘기를 들어보면 역시 성인인 아들들에게 용돈을 주는 건 이상한 것 같아서 말야]

[아니아니, 이상하지 않다구! 남은 남, 우리는 우리!!]

 

이 쓰레기 장남!! 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나도 용돈 받고 있고, 아직까진 자립하고 싶지 않으니까.

 

[그렇다구, 엄마! 오소마츠형 말이 맞아!]

 

토도마츠가 전력으로 오소마츠형을 옹호하고, 이치마츠도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나는 잠자코 있었다. 이건 이미 정해진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확실히 우리는 우리야. 여태 그래왔고. 하지만 말이야, 용돈을 20살이 넘어서도 받는 건 좀 아니잖니. 연금도 내지 않으면 안 되고]

 

반박할 수가 없게 된 우리들에게 엄마는 어려서부터 쭉 보아왔던, 타이를 때의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그러니까, 일단은 절반으로 줄입니다. 다음달부터 부족할 때에는 스스로 뭔가 하렴]

 

강력한 한방을 날린 엄마는 안방으로 쏙 들어가버리고, 조용해진 거실에 누군가의 무거운 한숨이 울렸다.

 

[, 다음달 약속 잔뜩 있는데! 믿을 수 없어!! 왜 하필 이 타이밍이야? 12월은 지출이 많은 게 당연하잖아, 행사도 많고 겨울 세일도 있고, 아 코트도 구두고 사고 싶었는데에...!!]

 

먼저 침묵을 깬 것은 토도마츠, 정돈한 머리를 벅벅 긁으며, 와아악 하고 소리를 지르며 탁자에 엎드린다.

 

[저기, 엄마를 설득하지 않을래? 오소마츠형. 랄까, !! 해주세요, 오소마츠님!!]

 

울상으로 아양을 떨지만, 장남은 동요하지 않는다. 역시 알고 있는 거겠지. 엄마가 그 표정을 할 때는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는 걸.

 

[무리라고- 마츠요는 진심이야. , 나한테는 돈을 불려줄 경마가 있으니 괜찮지만, 아니면 너도 용돈 배로 불려줄까?]

[믿을까보냐!! 따낸거 전부 파칭코에 쏟아부을 거잖아!!]

 

폭언을 쏟아 낸 뒤, 막내동생의 목표는 내게로 옮겨졌다.

 

[쵸로마츠형!! 형이라면 용돈 반감되면 곤란하지?!]

[그야, 지금이랑은 다르겠지. 냐짱의 크리스마스 행사도 있고, 연말 콘서트도 있고]

[그치-! 그런데 왜 그렇게 침착한 거야?! 츳코미 담당이면서 왜 그래!?]

[하지만, 이미 결정된 사항이잖아. 불평할 시간이 있으면 아르바이트라도 찾는게 어때??]

 

나중에 생각해보면, 나의 이 말이 발단이었을까.

용돈을 줄인 것과, 형 둘이 부탁을 들어주지 않은 것. 아마 그 두 개의 원인으로 토도마츠는 잔뜩 심통이 났다.

 

[, 그래!! 그럼 쵸로마츠형의 용돈 내가 받아도 되겠지?]

[?! 왜 그렇게 되는 건데?]

[그치만, 상식인인 쵸로마츠형은 아르바이트 할 거잖아? 절반이 된 용돈은 푼돈이니까 필요 없잖아! , 아니면 이제 취직 가망이라도 있는 거야? 그럼 여기서도 나가는 거겠네? 그럼 형의 몫의 생활비 스스로 벌고, 우리들 용돈은 원래대로 받을 수 있겠네!!]

 

여기서 그만뒀다면. 나만 표적이 되는 거라면 참을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쵸로마츠형은 부양 면접에서 합격 못했잖아? 그럼 더더욱 스스로 벌라구!]

 

토도마츠는 잊은 걸까, 그 면접에서 보류된 게 나뿐만이 아니라는 걸.

자신의 등골이 식은땀이 흐르는 와중에 이치마츠가 쓸데없는 지적을 했다.

 

[쿠소마츠도 합격 못했네]

[, 그렇네! 그럼 카라마츠형도 용돈 필요 없겠네!]

 

그니까, 너는 왜 바로 카라마츠한테 화살을 돌리는 거야, 이치마츠.

즐겁다는 듯이 떠들지 말라고, 토도마츠.

아직 한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너희는 벌써 그날의 카라마츠를 잊은 거야?

 

[마침 잘됐네, 이 기회에 나가지 그래? 너 재수없고]

 

내가 녀석들을 막기도 전에, 일부러 마스크까지 까내린 이치마츠가 썩소를 지으며 가장 해서는 안 될 말을 내뱉었다.

차가운 공기가 방안에 가라앉고, 그 원인이 자신의 발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더는 참을 수 없었다.

꽉 쥔 주먹을 하나 아래 동생에게 쳐박기 위해 일어서는 순간,

 

[그래]

 

카라마츠의 부드럽고 낮은 목소리가 내 몸을 막아세웠다.

 

[내가 집을 나가지. 한명이라도 생활비가 줄어들면 5명의 용돈 정도는 원래대로 오를지도 모르니까]

 

자장가를 불러주겠다고 할 때처럼, 평소보다 배는 상냥한 목소리로 짜증이라고는 하나도 담기지 않은 미소로 엄마와 협상하고 오겠다, 라고 말하고 일어서는 카라마츠의 모습에 내 안의 무언가가 끊어졌다.

 

[카라마츠, 나도 갈게]

[?]

 

내 말을 미처 따라가지 못한 카라마츠가 크게 의문의 소리를 울리며, 멍청한 얼굴을 하는 것이 우스꽝스럽다.

 

[나도 너랑 같이 나가겠다고. 안 될까?]

[아니, 안 되는 건 아니지만........]

[그럼, 그런걸로-]

[그런거라니, , 쵸로마츠!!]

 

아직 당황하고 있는 카라마츠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먼저 간다, 라며 거실을 나왔다.

 

[왜 그래, 쵸로마츠, 왜 너까지....]

 

잔뜩 당황한 녀석의 모습은, 미안하게도 형 다운 모습을 추호도 찾아 볼 수가 없어 오히려 내가 녀석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니, 부양하겠다고 했잖아. 지금 당장은 힘들지만. 나는 너와 같이 있고 싶다고 생각하고, 혼자보다는 둘이 생활하는 게 편하잖아? 아니면, 카라마츠는 나랑 함께 살기 싫어?]

[그런 게 아니다!]

 

그럼 괜찮잖아, 라고 말하자, 고집이 없는 카라마츠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알겠다. 하지만, 쵸로마츠가 싫다면 언제든지 말해라]

[알겠어-]

 

라고는 했지만, 싫어질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각오를 다졌는지 슥하고 허리를 곧게 핀 카라마츠는 주저함이 없어 보였다.

얼굴을 마주보고, 주먹을 딱 부딪치며 둘이 동시에 슬쩍 웃는다.

다시 걸음을 돌려 안방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몇걸음 걸아가던 중, 거실 문이 스르륵 열린다.

 

[나도, 갈래]

[, 쥬시, 마츠?]

 

나와 카라마츠가 돌아보면, 너 그런 얼굴도 할 수 있었어, 라고 놀라 물을 정도로 진지한 얼굴을 한 쥬시마츠.

 

[나도, 제대로 도움이 될, 테니까. 도울 수 있는 건 도와주고, 더럽히지도 않고, 일도 할게! 약속, 할테니까. 나도, 데려가줘!]

 

울음을 필사적으로 참고 있을 것이 뻔하고, 길게 늘어진 소매에 숨겨진 손은 분명 아플 정도로 움켜쥐고 있겠지.

차남만 걱정하고 있던 탓에, “보류조의 세 번째를 잊고 있었다.

 

[, 미아,]

[미안하다, 쥬시마츠!!]

 

황급히 사과하려 입을 열자, 우연히도 카라마츠와 타이밍이 맞아 내 목소리가 싹 묻혀버린다.

, 예측은 했었어.

이런 일이 잦은 여섯 쌍둥이 중에서도, 차남과 삼남은 더 유별나게 그런 일이 많았다. 다른 형제들이 기분 나빠할 정도로.

 

[네가 원한다면 우리와 함께 가자!]

[카라마츠형!!]

 

그리고 서로를 껴안느 두 사람, , 잠깐, 이러면 나 왕따 같잖아.

 

[아아, 진짜!! 얼른 말하러나 가자고!]

 

두 사람의 팔을 억지로 잡아뜯고는 먼저 발길을 돌려 안방으로 향했다.

 

 

[어머, 놀랍구나. 카라마츠는 몰라도 너희들까지..]

 

3명이서 집을 나가겠다는 내 말에, 부모님은 납득 반, 놀라움 반의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언제 나갈거니?]

[나는 오늘 중으로 나가고 싶어. 어차피 오늘은 저녀석들이랑 같이 못 있을 것 같고, 머뭇거리다가 결심만 흔들릴 것 같아서]

 

아빠의 질문에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때의 내게는 딱히 향후 계획은 없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선뜻 내 말에 따라주었다.

 

[조심하렴. 안정되면 연락주고]

[언제든지 돌아와도 좋으니, 무리는 하지 말거라]

 

신뢰하고 있는 건지, 포기하고 있는 건지 모를 부모님은, 그렇게 쉽게 3명의 자립을 받아들이고 군자금으로 6만엔을 주었다.

니트가 되면서 매달 받았던 용돈 3인분, 우리들의 마지막 용돈.

 

 

부모님께 보고를 끝내자, 이곳을 나간다는 것이 실감나기 시작했다.

불안함도 분명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설렘이 더 컸다.

을 붙여서 부르게 되기 전, 오소마츠를 중심으로 장난을 생각하던 그때와 비슷한 기분.

세 살 버릇이 어쩌고 하는 말처럼, 상식인을 자칭하면서도 아직 내 안에 악동기질은 건재하구나, 하고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원래 우리들에게 개인 소지품이 적어 짐을 싸는데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갈아입을 옷과 귀중품, 자질구레한 문구 정도.

냐짱 굿즈는 이 기회에 두고 가자.

하나씩 부서지지 않게 포장하기도 귀찮고, 그렇게 필요한 것도 아니고, 정착하면 다시 찾으로 오면 되니까.

그렇게 물건을 하나씩 줄이면, 내게 필요한 것은 평소에 들고다니는 배낭과 수학여행용으로 다 함께 샀던 보스턴 백 정도밖에 없었다.

 

[, 준비 끝났슴다!]

 

가장 먼저 준비를 끝낸 쥬시마츠의 가방에는 야구 도구밖에 들어있지 않아서, 카라마츠와 내가 귀중품이나 갈아입을 옷을 넣어주었다.

카라마츠도 마찬가지로 기타 케이스와 마음에 드는 CD외에 옷이 몇벌.

 

[저기, 카라마츠, 가죽 재킷은 어쨌어? 그리고, 반짝이 바지랑 해골 벨트는?]

 

색별로 구분된 장롱. 파란색 서랍에 남은 것은 여름옷이 조금.

의상 걸이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 토도마츠 옆에 녀석의 옷이 걸려있어야 하는데.

 

[아아, 돈이 필요해서 얼마전에 팔았다]

 

그렇게 말하는 녀석에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 , 잠깐, , 그렇다는 건, 이미 준비하고 있었다는 거야?

아까 엄마의 말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았고, 그럼, 원래 자립하려고 했었다는 거야?

 

[쵸로마츠는 이해 못할지도 모르지만, 그거 꽤 값이 나가는 물건이었다. 가죽 재킷과 벨트는 브랜드이고, 스키니는 댄스 의상이니 의외로 좋은 값에 팔렸다]

 

내가 침묵하고 있는 이유를 착각한 카라마츠는 바보 취급하지 말라는 듯 볼을 부풀렸다.

뭐어, 그건 나중에 추궁하기로 할까.

우리들은 앞으로도 계속 함께 있을 거니까.

 

 

 

오전 중에 준비를 마친 우리는 다시 거실문을 열었다.

세 사람은 평소와 똑같이, 이치마츠는 구석에 앉아 놀러 온 고양이를 쓰다듬고 토도마츠는 탁자에 앉아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고, 오소마츠형은 내일의 레이스에 대비해 경마 신문과 눈싸움을 하고 있다.

이놈들 분명 진심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거겠지. 밤이 되면 우리들이 풀 죽은 목소리로 돌아올 거라고 생각하는 거겠지!!

얕보지 말라고! 누가 돌아올 것 같냐, -!!

 

[그럼 이만]

 

무뚝뚝하게 인사를 하는 내 뒤를 이어 쥬시마츠가, 안녕!! 하고 손을 흔든다.

 

[세명 모두 잘들 지내~ 마음 바뀌면 연락하고]

 

카라마츠의 조금 쓸쓸한 듯한 얼굴을 본 것은, 우연히 신문에서 얼굴을 든 오소마츠형 뿐이었다.

 

[, 뒤를 부탁하지]

[-, 그래 잘가]

 

유일한 형이 가볍게 손을 들어 화답한 것을 보고, 차남은 안심했는지 현관으로 발을 돌린다.

밖까지 마중나온 부모님께 지금까지 신세를 졌다며 세명 모두 머리를 숙이고, 우리들은 맥없이 20 몇 년을 보냈던 집을 나왔다.

 

 

 

 

 

 

나와 카라마츠의 관계성에 대해, 약간의 보충.

 

 

인간이 한번에 낳는 출생아 수는 대개 한명. 모체와 태아의 크기를 생각하며 여러명은 힘든 것이 당연하다.

한명으로도 힘들다고 들었는데, 우리들은 남들의 배나 많은 여섯명.

당연히 의사는 몇 명을 포기할 것을 권했다는 것 같지만 부모는 완강히 거절했다.

도중에 태아가 사망하거나 유산될 것이라는 예사아과 달리 우리들은 태내에서 순조롭게 성장했다. 좋은 일이지만, 엄마의 자궁 크기는 본래 한명분으로, 그 결과 카라마츠가 될 태아는 다른 형제들에게 둘러싸여 꾹꾹 눌려지는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게다가 내가 될 태아와 탯줄 부분을 거의 공유하고 있어, 그 주변이 살짝 붙었던 모양이다.

자연 분만을 하려던 것을, 급히 제왕절개로 바꾼 것은 검사에서 우리들이 서로 붙어있었던 것과, 카라마츠가 치아노제(혈액 중의 산소가 부족해 피부나 점막이 검푸르게 보이는 상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당장 수술이 시작되고, 먼저 카라마츠 앞에서 무럭무럭 자라난 태아, 즉 오소마츠가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뒤를 이어 카라마츠와 내가 마주보며 들러붙은 채로 몸체 밖을 나오고, 붙은 부분을 분리하는 수술이 이뤄졌다.

, 여섯 쌍둥이 중에서 우리들만은 태어난 시간도 같고, 호적상의 차남과 삼남은 분리 수술이 끝난 순서라는 것이다.

이제는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을 정도로 희미해졌지만, 나와 카라마츠의 배꼽 주변에는 이어져있던 흔적이 남아있다.

 

 

우리들의 이런 탄생설화를 엄마로부터 듣게 된 건 초등학교 6학년 때.

가정에서 보육에 대한 수업이 있어서, 자신의 성장을 가족에게 듣고 써오라는 숙제가 나왔다.

자신들이 태어났을 때의 사진이나 손도장과 발도장을 보게 된 것도 그때가 처음이었다.

흥미가 없는 건 아니지만, 여섯명이 하나라고 믿고 있었던 우리들은 각기 다른 개체로서 태어났다는 사실을 보는 것이 조금 불안했던 것 같다.

전원 2000g의 저체중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카라마츠는 특히 작고 누구보다도 창백한 몸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 굉장한 쇼크였다.

카라마츠가 받았어야 할 산소나 영양을 내가 전부 빼앗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자신의 배에 남은 수술 자국이 얄밉기까지 했다.

그런데, 카라마츠는 풀 죽어 고개를 숙인 내 얼굴을 들여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들은 여섯 쌍둥이로, 여섯이서 한명이지만 쵸로마츠와 나는 둘이서 하나일지도]

 

다른 4명에게는 들리지 않게 귓가에 살며시 속삭이는 말에 나는 맥이 확 빠져버렸다.

그의 말에, 하나 의문이었던 것이 풀렸다.

그동안 카라마츠가 감기에 걸리거나 다치거나 하면, 나까지 상태가 나빠지거나 몸이 아프게 되는 건 어째서일까 하고 생각했는데, “둘이서 하나라는 녀석의 말에 그런거였구나, 하고 납득하게 되었다.

이후 나는 카라마츠의 몸의 상태가 나빴던 것이 자신의 잘못으로 느껴져, 사춘기 이후 몸 상태가 나쁜 것을 숨기려는 녀석을 녀석보다 앞서 챙겨주었다.

마찬가지로 녀석도, 내 상태가 안 좋은 것이 신호로 전해지는 듯, 감기 기운이 들면 생강차나 약 등을 건네주는 일도 여러번이었다.

 

 

요컨대, 나는 카라마츠와 고통을 공유하는 탓에, 다른 형제가 녀석에게 손을 대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통증의 정도는 녀석보다야 적겠지만, 나도 아프고, 카라마츠는 둘이서 하나로 특별한 존재니까.

라고 잘 알고 있었을텐데.

치비타가 낸 카라마츠 납치 사건에서, 나는 특별한 존재인 한 사람의 도움요청을 무시하고 둔기를 던지는, 있을 수 없는 행위를 저질렀다.

마지막으로, 이치마츠가 던지는 맷돌이 녀석에게 맞는 순간, 나는 의식을 잃고 다음날 심한 두통과 몸의 통증에 절로 눈이 떠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치마츠를 우선했다.

카라마츠와 고통을 공유하는 것은 다른 4명에게 말한 적이 없고, 여기서 폭로해도 아마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기겁하며 왜 이치마츠를 걱정하지 않냐며 비난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자신을 위해 한 사람을 저버린 나는 전혀 가라앉지 않는 전신 통증에 시달리면서 녀석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카라마츠가 돌아온 건 주위가 어둑어둑해졌을 무렵, 들려오는 미닫이 소리를 듣고 거실에서 뛰쳐나온 내게, 녀석은 놀라서 우왁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서와, 미안]

 

말한 건, 단 두마디.

녀석이 답하기도 전에, 문답무용으로 너덜너덜해진 몸을 부축해 이불을 펴둔 객실에 눕히고 녀석의 머리맡에 엎드렸다.

정말 미안, 나만은 너를 구하러 갔어야 했는데. 용서할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이제와서 사과해도 어쩔 수 없겠지만, 적어도 몸이 낫기까지 옆에 있게 해줄래?

다다미에 이마를 비벼대며 치솟는 눈물을 참고, 띄엄띄엄 머릿속에 맴도는 말 중 10분의 1 정도를 간신히 뱉어냈다.

 

[쵸로마츠]

 

나보다 조금 낮은 온화한 목소리와 함께 머리에서 느껴지는 나보다 조금 크고 울퉁불퉁한 손.

그대로 머리를 쓰다듬고, 마지막에는 형제 중 가장 강인한 오른팔에 폭 안겼다.

 

[고마워]

[....., 째서]

 

쓰다듬지 말고 때려줬으면 좋았을텐데, 더구나 감사인사 따위 받을 가치도 없는데.

슬쩍 얼굴을 들면, 카라마츠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기다려줘서, 기뻤다. 옆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기뻐]

 

정말 이놈의 상냥함은 이길 수가 없다.

눈에 차오른 눈물이, 카라마츠의 가슴을 적신다.

밀어붙인 뺨에 전해지는 체온이 평소보다 높아서, 녀석이 열이 나고 있음을 알았다.

얼른 간호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나는 카라마츠의 심장소리를 듣는 것을 좀처럼 그만두지 못했다. 옛날부터 그랬다. 싫어하는 것이나, 슬픈 일이 있을 때, 카라마츠의 심장소리는 가장 위안이 되었다. 결국 나는 또 카라마츠의 상냥함에 구원받는다.

전에 말했던 부양해주겠다는 말을 실행하자고도 생각했지만.

그 다짐은 쾅하고 열리는 문소리와 함께, 카라마츠형 미안해, 라는 쥬시마츠의 울음소리에 묻혀버렸다.

 

 

하지만 뭐어, 실제로 직업도 정해지지 않은 채 이렇게 기세로만 집에서 뛰쳐나오게 됐지만 말야. 이런 점은, 정말 옛날부터 변하지 않는, 나의 결점이다.

 

 

 

 

집을 나온 우리들은 배도 채울 겸, 향후 상담을 하고자 쇼핑몰의 푸드코트에 왔다.

쇼핑몰의 식품코너에서 2리터짜리 물과, 야채 주스와 가라아게를 사고, 베이커리에서 갓 구운 빵도 추가. 그리고 푸드코트를 빙 돌아, 나는 라면, 카라마츠는 소고기 덮밥, 쥬시마츠는 오므라이스를 시켰다.

엄청난 양이지만 형제들 중에서도 가장 잘 먹기로 소문난 두 사람이 있으니 적당하다.

 

[맛나아-!! 그치만 카라마츠형이 만든 오므라이스가 더 좋아!!]

[그거 기쁘군]

 

쥬시마츠가 수저를 입에 물고 행복하게 웃고, 카라마츠도 가라아게를 흐뭇한 미소로 먹었다.

정말 맛있게 먹는구나, 이 두사람. 보는 사람이 행복해지는 느낌.

라면을 후루룩거리며, 뭐어 어떻게 되겠지, 라며 낙관적이게 된다.

 

[그래서, 이제 어쩌지? 정말 미안하지만, 처음에 말한대로 나 아무런 계획도 없어. 카라마츠의 말을 빌리자면 -플랜이랄까. 일단, 저금은 조금 있으니까 싼 방을 구하고, 아르바이트하면 반년 정도는 생활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아까 산 것을 모두 먹어치우고, 테이블 위에는 디저트인 국화빵이 3, 슈크림과 팥과 초코가 든 것을 가게 사람에게 부탁해서 3등분했다.

본인조차 무책임하다고 생각되는 발언에 카라마츠가 눈을 감은 채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겼다. 옆의 쥬시마츠도 입을 앙 다물고 진지한 표정을 하고 있다.

정말 미안, 부양해주겠다고 했는데. 쓰레기라고 해도 뭐라 할 말이 없다.

내가 스스로를 비난하며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좋아, 라고 말하며 카라마츠가 눈을 떴다.

 

[먼저, 팥부터 먹도록 하지!]

 

? , 설마, 뭐부터 먹을지 고민하고 있었던 거야?

 

[그럼, 나도-!]

 

너도냐고!! 앞의 자기혐오 돌려줘-!!!!

맛있군, 맛있네! 라며, 눈앞에서 꽃을 휘날리는 두분께 나는 자신의 정체성인 츳코미를 포기하고 빵의 마지막 조각을 입에 집어넣었다.

 

 

 

팥을 전부 먹은 뒤, 초코, 슈크림 순으로 먹은 국화빵은 전부 맛있었다.

갓 만든 걸 샀을 뿐인데, 아직 따뜻하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각별하구나, .

, 배부르다. 물을 마시며 식후의 여운에 잠기려는데, 카라마츠가 나직하게 말했다.

 

[혹시, 괜찮다면, 북쪽으로 가지 않겠나?]

[?]

[?]

 

, 쥬시마츠랑 타이밍 맞는 거, 간만이네.

그보다, 무슨 얘기야? , 앞으로 어떻게 할지에 관한 건가? 내가 얘기 꺼내놓고 잊어버렸다.

 

[카라마츠, 거기에 뭔가 있어?]

 

아아, 하고 고개를 끄덕이나 싶더니 갑자기 눈썹을 찡그린다.

 

[왜 그래? 위험한 일? 무슨 문제라도 있어?]

[아니, 그렇지 않다. .....말하지 않았다만, 사실은 연극을 계속 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녀석 중학생 때부터 연극부에 들어갔었지. 자신과 같은 얼굴이 무대에 서있는 것이 어쩐지 멋쩍어서 본 적은 없었지만 주변의 평이 좋았다는 건 알고 있다.

그랬구나, 하고 맞장구를 치면 카라마츠는 탁자에 부딪칠 정도로 고개를 숙이며,

 

[, 미안!! 계속, 숨겨서, 미안하다. 모두를 배신하려던 건 아니였다. 하지만, 연극은 내게 필요한 거라서, 그래서...]

[카라마츠, 진정해]

 

꽉 쥔 주먹에 손을 얹고 최대한 부드럽게 말을 건다.

 

[, 그런 얘기는 차차 들을게. 그것보다, 지금의 우리들에게 필요한 건 오늘밤에 어디서 자느냐야. 그러니, 너한테 뭔가 좋은 계획이 있으면 그것부터 말해주지 않을래?]

 

나를 포함해, 형제들은 녀석을 머리가 텅텅 빈 멍청이라고 야유하지만, 실제로 카라마츠의 머리 회전은 둔하지 않고, 다만 말로 변환하는 것이 조금 느리거나 이야기 순서가 조금 빗나가고 단어가 군데군데 빠졌을 뿐이다.

이쪽이 듣는 자세를 제대로 취한다면 안쓰러운 대사도 날리지 않는다.

 

[연극을 한다는 건, 극단에 들어갔다는 얘기야?]

[아아, 고등학교 선배가 세운 작은 극단에 말이지. 그 선배의 삼촌이 펜션을 운영하는데 일꾼을 구하고 있다는 모양이야]

[오오- 뭔가 멋있네-!!]

[스키 시즌의 리조트 아르바이트인 거네. 그런데 나랑 쥬시마츠가 가도 괜찮아?]

[선배한테 형제도 데리고 가겠다고 했으니까 괜찮다고 생각한다]

[잠깐, 제대로 확인하라고. 거기까지 가서 길거리에서 노숙하는 건 곤란하잖아]

 

나와 쥬시마츠의 얼굴을 번갈아 본 카라마츠는 완전히 형의 얼굴을 하고선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토도마츠부터 시작해 어느덧 하나 둘씩 가지게 된 핸드폰. 하지만 사실 카라마츠가 먼저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요금도 스스로 내고 있다.

 

[카라마츠, 물어보는 김에 필요한 서류가 있는지도 물어봐. 그리고, 언제부터 일할 수 있는지랑 고용 조건도]

[아아, 알겠다]

 

카라마츠가 보낸 메일의 답은 전화로 왔다.

 

[여보세요, 카라마츠입니다]

 

전화 상대방에 카라마츠는 스스럼없는 정중한 어조로 편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편안한 표정과 음색에서 녀석이 얼마나 그 선배와 친하게 지내는지 알 수 있어서, 뭔가 기분이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그런 제멋대로인 질투를 받게 된 상대가 알려준 조건은 상상외로 좋았다.

일손이 모자라서 잔뜩 부려먹을 거라는 걸 각오하는 것이 좋고, 쉬는날은 주 하루지만, 일급은 9천엔에 숙박료와 3번의 식사도 전부 제공되었다.

 

[엄청난 행운이네, 우리들! 이런 좋은 조건의 아르바이트, 좀처럼 없다고!]

 

기분이 좋아진 나는, 기뻐해주니 다행이군 이라는 표정을 하는 형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건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동생에게 가방에서 꺼낸 이력서 세트를 내밀었다.

 

[여기, 내가 적은 거 보고 참고해서 적어. 학력과 경력은 내걸 베껴도 괜찮아. 특기 같은 건 스스로 잘 생각해서 적고. , 여기 연필로 먼저 적어둬. 쥬시마츠, 너무 진하게 쓰면 나중에 지우기 힘드니까! 카라마츠, 좀 도와줘]

[, ]

[아이아이! 카라마츠형, 잘 부탁함다-!]

 

쵸로마츠형, 엄마 같네! 그렇네, 라고 귓속말로 속닥이는 녀석들. 다 들린다고!

노트북을 켜고, 카라마츠에게 들은 펜션 장소를 조사한다.

프리 Wifi가 설치된 곳이 늘어나는 건 니트인 내게는 너무도 고맙고 든든하다.

 

[잠깐 가서 사올게]

[부족한가?]

 

카라마츠가 말하고 싶은 건, 아까 부모님께 받은 6만으로 비행기 표를 사기에 부족하냐는 것.

오소마츠형이 말하길 차남과 삼남의 대화는 심각할 정도로 단어가 부족하다고 한다.

 

[아침 일찍이라면 괜찮아]

[그럼, 문제는 숙박이로군. 내가 알아볼게]

 

부탁할게, 라고 답하고 나는 건물 내의 여행사로 향했다.

인터넷으로 티켓을 예매할 수는 있지만 지불하는 방법이 문제였다.

니트인 내게 신용카드 따위는 없고, 오늘은 토요일이라 은행에 가기도 너무 늦어서, 현금으로 지불할 수밖에 없다.

 

 

 

가끔, 현실 도피의 여행 팜플렛을 나눠주는 여행사에 처음으로 제대로 된 목적으로 들어선 것만으로도 약간 긴장됐는데, 담당 여직원이 아이돌 수준의 귀여움을 내뿜어서 수십초간 기억이 날아갔다.

하지만, 그 직원이 혀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 횡설수설하는 내 말을 잘 알아들어 준 덕분에 무사히 표를 3장 살 수 있었다.

게다가 오늘밤의 숙소와 현지 공항에서 펜션까지의 교통 기관에 대해서도 자료를 받아, 그녀는 바로 여신급으로 승급하고 나는 하늘을 나는 기분이 되었다.

 

중요한 임무를 마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푸드코트에 돌아오면 두 사람이 모여서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이쪽을 쳐다본다.

그만둬, 그 얼굴. 진짜 천국이라고 생각해 버리니까.

 

[쵸로마츠형, 다 썼어-!!]

 

쥬시마츠의 목소리로 정신을 차리고, 눈앞에 내밀어진 이력서를 잡으려다 조금 주저한다.

그래, 뭐가 쓰여있더라도 평정심을 유지하자. 그렇게 각오를 다지고 이력서를 보면.

뭐야, 제대로 썼잖아. 예상 외의 상황.

글자는 제대로 틀에 맞춰 쓰여있고, 그렇게 읽기 어렵지도 않으며, 자격란에 보통 면허라고 써있는 것은 별 수 없지만, 특이란에 야구를 하기 때문에 체력도 근력도 자신있습니다라고 쓴 것은 좋았다.

지원 동기도 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서비스업을 해보고 싶다라니 무척 훌륭하다. 이런 일은 사람에 따라서는 겉치레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쥬시마츠의 성격이라면 괜찮을 것 같고.

 

[굉장하네, 쥬시마츠! 완벽해!]

[정말?! 에헤헤, 카라마츠형이 가르쳐줬어-!]

 

만면의 미소로 기뻐하는 쥬시마츠와, 그의 머리를 흐뭇하게 쓰다듬는 카라마츠.

아아, 치유된다-. , 아니 정신 차리라고, !

 

[쥬시마츠, 아직 완성이 아니니까. 깨끗하게 펜으로 다시 따라 적고. 잉크가 마르면 지우개로 지워]

 

아이아이!! 라고 착실하게 답하는 동생에게 볼펜을 주고 옆에 있는 형을 바라본다.

 

[카라마츠는 썼어?]

[내거는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고?]

[.......실패했더라고 예비 이력서 안 줄거니까]

 

안쓰러운 말을 하다가 할로워크에서 쫓겨난 녀석한테 그런 말을 들어도 별로 믿음이 안 가지만, 쥬시마츠가 쓴 것과 비슷하다면 괜찮겠지.

약간 불안해하면서도 나는 내 몫을 적기로 한다.

자격은 부끄럽지만, 영어 검정 시험과 한자 6급을 기입한다.

특기를 적는 것은 늘 골칫거리. 꼼꼼합니다, 라고 스스로도 소름 끼치는 말을 적는다.

지원 동기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설마하니 형제의 소개라거나 대우가 좋아서, 라고는 적을 수 없기에 뭐라고 적을지 고민하다가, 카라마츠는 뭐라고 썼는지 참고하기 위해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깔끔한 글씨다. 여성적이라는 게 아니라 남성적이면서 깔끔한 글씨체. 펜 잡는 것도 필체도 완벽. 순간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가, 글씨를 적고 있는 카라마츠의 오른손을 따라 글을 읽던 중, 내 눈은 엄청난 것을 포착한다.

 

 

[......?]

 

무심코 그렇게 소리가 나갔다.

? , 잠깐만, 왜 자격란에 여백이 없어?

[영어 검정 시험 1], [TOEIC 점수 785]이라니, 너 확실히 영어 잘하기는 했지만 그 정도였어? 아니, 그건 그렇다 치고 [불어 검정 3]은 뭐야? 어디서 배웠어?

다음거도 이상하다고, [대형 특수 면허]라니 [보통 면허]가 아니라 대특?!

5개를 쓰게 되어 있는 자격란의 마지막에 기입된 건 [조리사]. , , 망상을 쓰는 거야 뭐야?! 그런거라고 말해줘!! 제발!!

머릿속에서 분노의 츳코미를 하던 나는 그 조금 위를 보고는 참을 수 없어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뭐야, 그 경력은!?]

[?]

 

글씨를 쓰던 손을 멈추고 카라마츠가 이쪽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본다.

멍하게 있을 게 아니라고-!!

 

[!!]

 

이제와서 들켰다라는 표정 하지마!! 손으로 이력서 가려도 늦었다고!! 이 바카라마츠!!!

녀석을 신문하려는 순간, 쥬시마츠가 됐다아-!! 라고 외치는 것으로 조금 냉정을 되찾았다.

 

[마침 잘됐다. 쥬시마츠, 잉크가 마르길 기다리는 동안 카라마츠형의 비밀을 캐묻자!]

[카라마츠형의 비밀말임까?! 나도 듣고 싶어!!]

 

왼쪽은 나, 오른쪽은 쥬시마츠. 그렇게 둘이 제대로 카라마츠의 어깨에 손을 올린다.

자자, 이제 솔직하게 다 털어놓고 편해지라고-!

 

 

[미안하다, 숨긴 건 정말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그 말을 시작으로 카라마츠는 우리들 형제에게 비밀로 해왔던 것을 말하기 시작했다.

경력란에 쓰여있던 건설 회사의 계약 사원은 고교 졸업과 동시에 시작한 것 같다.

이유는 공사 차량이 멋있었다는 것.

 

[동기가 불순해서 부끄럽고, 혼자서 일하다니, 말할 수가 없었다]

[그건 이해해]

 

초등학교, 중학교는 몰라도 고등학교까지 전원이 같은 곳에 다닌 우리들은 진로조하에서 처음으로 6명이 흩어지게 될 것을 실감했고, 아마도 모두 그것을 두려워했다고 생각한다.

대학도 장학금을 받는다면 못 갈 것도 아니었다. 조사했으니까 알고 있다. 집안의 수입과 부양 가족의 인원이 많다는 것으로, 우리들은 이자 없이 장학금을 빌릴 수 있었다.

일도 하려고 한다면, 대졸보다는 힘들겠지만 고졸을 모집하는 회사도 있었고, 동급생의 몇 명은 실제로 그렇게 일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매일 아침 나란히 같은 학교에 가고, 반은 다르지만 교내에서 만날 수도 있고, 같이 집으로 귀가하는 생활을 하던 우리들은 누군가가 먼 대학이나 직장에 다니며 혼자 사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 결과, 이렇게 백수가 되었다. 하지만 그런 건 핑계라는 걸 알고 있다.

그래도, 스스로 원하는게 있었을 거고, 카라마츠는 분명 고심 끝에 일하는 것을 선택한 것일 거다. 그 선택은 분하지만 멋있다.

 

[좋은 회사였어. 초심자인 나한테도 크레인을 쓰게 해줘서 말야]

[그랬구나, 그래서 대형면허가 있는 거구나]

 

하지만, 이력서에 따르면, 1년 반 후에 계약 만료로 인한 퇴직이라고 쓰여있다.

 

[나는 말단이니까, 자세한 건 모르지만 아무래도 거래처의 경영이 안 좋아져 일이 잘린 것 같다. 그렇게 되면 하청업체는 어쩔 수 없다고, 직장 동료들이 말하더군. 그래서 공사가 끝난 후에 계약 사원 모두 퇴직하게 됐다]

 

쫓아내고 싶지 않고, 모두 아주 잘해주기만 한다면, 가능한 앞으로도 계속 함께 일을 하고 싶었다. 마지막 날, 사장님은 그렇게 말하며 눈물을 감추지 못하고 전 계약 직원들과 악수를 했다는 모양이다.

 

[저기저기~!! 카라마츠형이 한 공사, 어디야? 나도 아는 곳?]

쥬시마츠의 질문에 카라마츠는 조금 부끄럽다는 듯이 말했다.

[사실은, 지금 있는 이 건물이다. 외장을 맡고, 지주나 벽도 맡았지]

[진짬까!? 멋지다아-!!]

하긴 이 쇼핑몰이 오픈한 건 1년 전쯤이었지.

건설 회사를 그만둔 뒤에는 아르바이트로 쓰레기 수거차를 몰았던 것 같다.

 

[다른 하나는? 이거 연예 관련 일이잖아]

[역시 잘 알고 있군! 여기서는 스턴트맨을 했었다....2때부터]

하아? 또 다시 놀라움에 말투가 세게 나갈 뻔했다. 안 된다. 두렵게 만들면 입을 열지 않을테니까.

[굉장해애-!! 스턴트맨은 그거지? 차에서 불타거나, 높은 곳에서 떨어지거나 하는 거!]

나이스, 쥬시마츠! 덕분에 카라마츠도 얘기하기 쉽게 된 것 같고, 표정도 부드러워졌어.

[아까 그 선배가 얘기를 꺼내서, 처음에는 연극부에서 엑스트라를 했었는데, 우연히 스턴트맨을 구하지 못해 곤란하다는 얘기가 있었고, 그걸 들은 선배들이 한번 해보라고 권해서 말야]

[그래서 해버렸다는 거?]

[아아, 쥬시마츠의 말처럼 빌딩에서 떨어지는 거라서, 무서워서 무리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날아보니 기분이 좋더군]

우리 형제는, 자랑은 아니지만 운동신경은 꽤 높다.

그 중에서도 오소마츠형과 카라마츠는 모든 것에 능했다. , 쥬시마츠는 규격 외.

아무튼, 카라마츠가 스턴트맨이라는 건 묘하게 납득할 수 있었지만, 뭔가가 걸려서 나는 쥬시마츠처럼 멋져- 굉장해- 등의 말은 하지 않았다.

 

[다음은, 자격증에 관한 건데]

물을 마시며 숨을 돌린 카라마츠는 아직 하냐는 듯이 나를 보았다.

한다고, 이 이력서의 궁금한 부분에 전부 츳코미 넣을 때까지 추궁할 거라고.

그렇다고 시선으로 돌려주면, 카라마츠는 항복한다는 듯 손을 올렸다.

[영어는 납득이 가. 너 옛날부터 영어 잘 했으니까. 그치만 불어는 어디서 배운 거야?]

[라디오와 텔레비전이다]

서점의 교재류 선반은 그냥 지나치는 나는, 그곳에 어떤 강좌가 방송되고 있는지 알지 못했지만, 카라마츠의 말에 의하면 영어를 비롯한 주요 언어 강좌들이 방송되고 있다고 한다.

형제가 있는 곳이라면 방해될 거라고 생각해, 이제 골동품 같은 아버지의 카세트를 빌려 혼자 있을 때 듣곤 했다고 한다.

텔레비전도 방송 대학 채널을 녹화한 것을 심야에 몰래 보았다고.

우리 집은 녹화 기능을 잘 쓰지 않고, ‘심야에 텔레비전 앞에 있다 = 시코시코 중이라는 암묵의 양해가 있었으니까. 혼자 공부하기 딱 좋을 시간이다.

[왜 불어야? 설마 이야미의 영향은 아니겠지?]

옛 친구의 이름에 카라마츠는, 그 녀석의 영향을 받는 건 나도 싫다, 며 웃었다.

[희곡을 원본으로 읽고 싶었다]

소속한 극단에서 불어로 된 옛날 희극을 다시 인화했을 때, 그 원작을 번역본을 받지 않고 스스로 이해하고 싶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영어 공부도 동기는 마찬가지로, 셰익스피어가 쓴 그 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지?

대단하네, 라고 소감을 그대로 말하면, 그런가? 라고 답한다.

[좋아하는 것에 관한 거라면 고생도 고생이라 느껴지지 않잖아? 쥬시마츠도 야구를 잘하게 될수만 있다면 연습도 싫지 않을 거고, 쵸로마츠도 좋아하는 아이돌 때문이라면 오랜 시간을 기다려도 괜찮잖아?]

확실히 그렇게 말하니 할 말은 없지만, 흥미의 대상으로 끝없는 차이를 알아차렸다.

 

[카라마츠형, 조리사는?]

쥬시마츠의 밝은 목소리로 가라앉은 기분이 다시 괜찮아졌다. 이놈의 이런 점이 너무 상냥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궁금했어. 이건 경험이 없으면 안 되는 거잖아?]

[그건.......옆에서, 도와줬으니까]

[? 아아! 그 카페!]

그러고 보니, 옆 빌딩의 1층은 카페였다. 2층은 탐정 사무소라고 어디선가 들은 것 같다.

[그곳에서 일했어? 지금 생각났지만, 나 거기 한번도 못 가봤어]

[아아, 했었지. 손님은 보통이라고 생각한다. 마스터가 혼자 일하니까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마미한테 부탁한 것 같더군. 그럼 우리집 백수를 한명 빌리시겠습니까? 라고]

[그래서 카라마츠가 지목됐다는 거? , 적임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릴 때부터, 엄마의 심부름에 불려지는 건 대체로 녀석이었다.

중학생 때부터는 카라마츠가 솔선해서 엄마를 도와, 매번 식사 준비는 둘이서 하게 됐고, 이제는 카라마츠가 부엌을 맡는 일도 적지 않다.

레스토랑이나 전문 음식점 같은 수준은 아니지만, 우리들의 취향을 반영한 음식은 확실히 형제들의 배를 꽉꽉 차게 만들었다.

 

[하아아, 왜 이렇게나 일했으면서 우리들한테 감춘거야?]

카라마츠의 스펙의 높이를 충분히 재인식한 나는 순순히 녀석이 대단다하도 인정함과 동시에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왜 같은 집에서 매일 마주쳤는데, 지금까지 몰랐을까.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 년 단위로 살았는데.

[그건, 그거다. 모두가 싫어하니까]

[!]

녀석의 미안한 목소리에서, 나는 대강 그 뜻을 헤아렸다.

생각해 보면, 카라마츠가 이따이한 캐릭터를 가지게 된 건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무렵이다.

그는 일하기로 하고, 그것을 숨기기 위해 그런 캐릭터를 연기한 걸까.

[저기, 어디까지가 연기? 대사는 연기 맞지?]

한숨을 내쉬며 말하는 내게, 카라마츠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까지만 말했으면 나도 조금 화를 냈을텐데.

살면서 해보고 싶었던 대사를 다 해보자고 생각했따, 라며 부끄러운 듯이 덧붙이는 바람에 그럴 마음도 싹 사라졌다.

[, 자작의 탱크탑과 반짝이 바지는 연기 소재였다]

아니, 그런거 알고 싶지 않았어! 평소에 그런 거지같은 걸 입고 있었던게 연기라니!?

, 집요하게 츳코미 하고 싶었던 걸 참았다고!?

[이 참에 말하는 거지만, 이렇게 하면 나를 내버려둘 거라고 생각했다. 혼자만 일하는 데다가, 숨어서 연극까지 한다는 걸 모두가 알면 쫓겨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니까....최악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좀 더 모두와 함께 있고 싶었다]

[정말 감쪽같이 속았어]

따지고 보면, 얼마든지 눈치챌 수 있었을 일이었다.

그런데 깨닫지 못한 것은, 녀석의 연기가 능했던 것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카라마츠의 행동에 관심을 가지기 않았기 때문.

정말 미안해 하며 고개를 숙이는 카라마츠의 머리를, 쥬시마츠와 둘이서 슥슥 쓰다듬었다.

놀라서 얼굴을 든 카라마츠는 나와 쥬시마츠를 번갈아 보고, 헤실헤실 웃었다.

왠지 뭔가 귀엽게 보였다. 그건 쥬시마츠도 마찬가지였는지 둘이서 카라마츠에게 달려들어 안겼다.

[카라마츠, 나도 잘못했어. 너를 제대로 보질 않았어]

[나도, 형이 하는 말, 어려워서 늘 가로막았어!]

[그러니까, 숨겼던 것들, 오늘 저녁밥 해주는 걸로 퉁쳐줄게!]

앞으로 셋이서 새 생활을 보내게 된, 이 시점에서 이걸 듣게 되어 다행이다.

[아아, 맡겨줘!]

폼 잡지 않은 녀석의 미소가 눈부셨다.

 












중간에 물이랬다가 차랬다가 오락가락 할 수도 있어요

그날 바로 전부 번역한 게 아니라서

확인해서 바꾸긴 했는데 남아있을지도....;ㅂ;

























허락받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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河西八十三 님의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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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차남이 하이스펙이라면

 

 

 

 

설정 : 하이스펙 차남과 형제 그 외

 

 

 

 

하이스펙 차남에 대해서

 

 

<외/내면>


근육미의 소유자, 체격 좋다 [쵸로마츠 왈 : 다윗상보다 아름답다]

괴력, 운동신경이 좋다

무서울 정도로 기억력이 좋다

성적은 우수했다

하지만, 천연. 형제가 얽히면 바보가 된다. 자신의 스펙이 높은지도 모름

쵸로마츠와 고통을 공유. 다른 형제들의 감정도 어느정도 짐작이 가능하다

요리스킬 있음 중학생 때부터 마츠요와 부엌에서 요리를 했다는 설정.

여섯 쌍둥이의 도시락은 차남작

이따이한 중2 캐릭터는 연기

절반은 비밀을 숨기기 위해, 다른 절반은 좋아졌기 때문.

이왕 연기할 거라면, 해보고 싶었던 말은 다 해보자! 라는 느낌.

패션센스는 유감

가죽재킷, 선글라스, 해골 벨트는 그의 취향. 요즘은 좀 아니라는 걸 인지했지만, 멋있으니까 그냥 입자, 라고 생각함

그림실력은 없다. , 어째선지 라떼아트는 잘한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럭저럭 쓰레기 같은 부분도 있음. 장난도 좋아하고 놀기도 좋아한다

 

 

 

<형제에게 숨기는 것>

 

연극을 계속 하고 있었다. [토도마츠가 목격]

[그치만, 내가 연극을 하는 거, 다들 반대하고 있다고 생각했는 걸]

1 때의 연극부 부장(나가소네 타이가(長曾禰大河), 당시 3학년. 상세한 설명은 뒤에)이 만든 작은 극단 소속.

역할 연구를 위해 습득한 여러 가지 곡예 스킬 저글링, 마술, 리듬체조, 플레어 바텐딩 등등

어떤 인물이라도 내면에서 설정을 굳히면 익숙해져 버리는 무서운 연기력

 

 

2. 경력 있음 = 니트족이 아닌 바쁜 프리터


연극을 계속하기 위한 비용 수입이 주된 목적

건설 회사 계약 사원

→ 「중장비를 다루는.....!라고 말하면서, 고교 졸업 때부터 약 1년 반, 여기서 대형 특수 면허를 취득

청소 업체 아르바이트

→ ① 이후부터, 지금까지. 쓰레기 수거 담당

연예 관련 사무소

계약인지 그냥 알바인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정사원이 아닌 임시 고용 형태

위의 부장에게 소개 받아, 2부터 지금까지. 엑스트라&스턴트맨으로 활약

스턴트는 헬리콥터에서 뛰어내릴 정도의 일은 하는 모양

옆 건물 카페

마츠요의 우리집 니트를 하나 빌려드립니다의 발언으로 발탁.

아마 과 병행하여 지금까지. 이걸 계기로 조리사 면허 취득.

라떼 아트를 선보임.

모델 【← 오소마츠가 광고에서 발견

극단 멤버의 소개로 신사복 광고에

덕분에 평판이 좋아져 매년 그 시기에 불려진다.

 

3. 사실 마음의 병을 갖고 있음


중학생이 되기 조금 전부터, 현재는 거의 안정되고 있다.

(하지만 어떤 계기로 나오고 말았다.....: 카라마츠 사변)

형제가 원인 중 하나여서, 절대 알리고 싶지 않다.

쵸로마츠&쥬시마츠에게 들키지 않았다면 무덤까지 들고 갈 생각이었다.

연극은 치료의 일환이기도 하다.

 

 

<그 밖에, 본인은 숨길 생각이 없었는데 형제가 몰랐던 것>


언어능력

영어(영어 검정 시험 준 1, TOEIC785), 불어(검정 3)

음향기술 【←이치마츠가 목격

어쿠스틱 기타 외에, 전자 기타, 피아노도 다룸. 절대 음감을 갖고 있다.

2개 떨어진 큰 기차 역 광장과 그 근처 바에서 가끔 연주한다.

(다쳤을 때는, 그 밴드 삼일천하의 기타리스트가 보답의 의미로 달려왔습니다)

비교적 넓은 교우 관계

위와 관련, 고등학생 때의 밴드부원과 지금도 절친

(고교 시절의 망상도 쓰고 싶네요!)

 

자격은 중요하다고, 쵸로마츠가 말했지. 그리고, 이력서에는 이번 일에 관계 있을 법한 일 밖에 쓰지 않았다

라는 이유로, 떠오르면 조금씩 시굴을 추가할 생각입니다.....

 

 

 

 

 

 

여섯 쌍둥이의 여러 가지

 

 

<출생 시>


카라마츠가 가운데에 있고, 형제들이 카라마츠를 둘러싼 형태로 들어앉아 있었다.

카라마츠와 쵸로마츠가 서로 붙어있어서, 차남과 삼남의 배꼽 주변에는 수술 자국이 있다.

 

 

<외형>


키는 모두 거의 175cm (±0.51cm)

3 때에, 쥬시마츠>오소마츠>카라마츠.쵸로마츠>이치마츠>토도마츠

체중 차이가 크다.

카라마츠(68kg정도) > 오소마츠 > 쥬시마츠 > 토도마츠 > 이치마츠, 쵸로마츠(59kg정도)

이치마츠는 먹거나 먹지 않거나에 따라 변동이 있다.

몸의 균형은 좋은 편, 등신은 그럭저럭 크고 정강이 아래가 길기 때문에 다리 길이가 길어 보인다.

얼굴은 “10명 중 7명 정도가 잘생겼다고 생각할 정도를 희망합니다.

화가님들의 작품을 참고로 하면, 눈은 무쌍과 속쌍으로 커다랗고, 코는 가늘고 오똑하다 (마츠요와 유사), 입술은 두껍지도 얇지도 않은 적당한 크기고, 턱은 마츠요와 마츠조 사이. 수염은 아저씨가 되면 짙어지려나. 좌우 대칭이 좋아서 얼굴이 말끔해보인다. 카라마츠의 눈썹은 모두와 구별하기 위해서 아이브로우 같은 걸로 약간 그리는 듯.

머리카락은 옛날에 마츠요씨가 잘라서, 이젠 형제끼리 서로 잘라주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차남, 삼남, 육남이 잘라주는 것도 괜찮

 

그 외에는, 생각나는 대로 추가할 예정입니다.

 

 

 

 

 

 

 

이름이 있는 모브들

 

 

 

이미지는 T&B 또는, 교고쿠도 시리즈에서 가져왔습니다...

 

 

 

 

<카라마츠 주변 사람들>

 

長曾禰大河   나가소네 타이가178cm ,발이 길다.


여섯 쌍둥이보다 2살 많은 같은 고등학교의 선배로 연극부 부장이다.

나가소네 그룹 창업자의 후손으로, 아버지는 나가소네 철강 CEO, 할아버지는 그룹 회장. 10살 위의 형은 나가소네 머티어리얼 영업 주임.

중학생 때 연극에 눈을 떴다. 고교에서는 인근 중학교의 문화제에서 유명한 인재들을 은밀하게 체크. 카라마츠도 그렇게 눈독을 들이고 있었으므로, 입학식이 끝나자마자 연극부를 권유한 바 있다. (여섯 쌍둥이를 구별할 수 있다)

고교 졸업 후, 프리터를 하면서 극단 AKTK를 주재.

연극을 계속하는 것을 부모님과 형이 좋게 생각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기에 떳떳하지 못하다. 누군가에게 의지되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 의의를 유지하는 부분이 있다.

 

 

 

이츠미안면 피어스 투성이, 배꼽에도.


이치마츠와 함께 삼일천하의 라이브를 본 이후, 카라마츠를 동경하게 되는 남자.

직장인 악세서리 가게 근처에서 노래 부르는 것을 보고 무작정 들이대서 친해졌다. , 이름은 알려주지 않아서 모른다.

여섯 쌍둥이보다 1살 아래.

어린 시절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에게 학대 당하면서 카나가와 아동 보호 시설에서 자란다. 퍼스트 네임은 외조부모가 준 것이어서 쓰고 있지만, 성은 아버지의 것 그대로였기에 필요치 않는 이상 쓰고 싶지 않다.

고교 졸업 후 상경해서, 눈에 띈 액세서리 가게의 구인지를 보고 뛰어들어갔다. 점장이 맘에들어 해서 가게 옆에 세 들어서 살고 있다. 아르바이트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정사원이다.

재주가 잇어서 각인이나 악세서리 제작도 하고 있다. 카라마츠를 본뜩 키홀더(십자가와 날개를 조합하고, 중앙에 청금석)를 만들어 봤지만, 전달할 용기는 없어 자기가 쓰고 있다.

카라마츠가 애용하는 목걸이는 그의 가게에서 산 것이라고 하는 것도 좋습니다. 그가 카라마츠에게 가진 이미지는, 그때 카라마츠가 V넥의 검은색 스웨터 (이치마츠가 멋대로 빌려온 것) 에 스키니라는 심플한 옷차림이었던 탓에 다소 포인트가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해서 굵직한 체인 목걸이를 권유했던 것. 그의 패션 센스는 매우 정상이다.

 

 

 

益山 龍太郎   마스야마 류타로170cm 정도, 늘씬한 여우상.


카나가와에서 태어났으며, 중학교 졸업할 때에 부모님 사정으로 아카츠카로 이사왔다.

고등학생 때 카라마츠의 친구로, 3년 내내 같은 반, 출석 순서 앞뒤라 가까웠다.

밴드부 소속으로 보컬 외에 기타 조금, 피아노는 웬만한 솜씨.

고교 졸업 후에는 컴퓨터 계열 전문 학교에 진학, 거기서 만난 동료들과 밴드 삼일천하를 결성.

 

 

 

 

<펜션의 사람들>

 

 

長曾禰興虎   나가소네 오키토라180cm, 스타일 좋은 꽃중년. 46.


나가소네 타이가의 아버지의 동생으로, 형과는 12살 차이. 타이가를 잘 이해해주는 사람.

가업에 전혀 관심이 없어, 고교 졸업 후에는 소방관으로 활약. 35세 때, 일하던 중 부상으로 왼쪽 눈의 시력이 저하된 탓에 부득이하게 은퇴를 하고 훗카이도로 이주해 호텔업을 시작했다.

빌라에투알 외에, 전국에 펜션 4곳과, 레스토랑바를 5개 경영.

위에서 말했던 부상과, 결혼을 약속했던 여자친구를 병으로 잃고 자포자기했었다는 배경을 상상하고 있습니다. 이후, 누구와도 깊은 관계를 맺지 않고 독신 상태.

 

 

牛嶋富雄   우시지마 토미오191cm, 근육질의 마초. 46.


나가소네 오키토라와 고교 시절 절친. 전 양아치라는 흑역사가 있다.

모자 가정이라 어렸을 적부터 요리에 익숙해서, 고교 졸업 후에 전문 학교에서 배운 뒤,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남유렵에서 수행.

오키토라의 여자친구가 돌아가기 얼마 전에 귀국해, 그의 정신적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

몇명의 여자친구가 있었지만, 항상 프로포즈 전에 차여서 아직까지 독신.

 

 

金匠 S. 雷也   카나죠 Smith 라이야188cm, 붉은 머리칼에 벽안. 꽤 근육질. 32.


아일랜드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남.

머리카락과 눈의 색 때문에 초등학생 때부터 중학교 졸업까지 부친의 집에 있었다. 고등학교는 마지못해 일본의 학교에 다니면서 졸업 후에는 세계적으로 뻗어나가고자 외국계 호텔에 취직. 웨이터 기술은 일류.

5년 전, 스키 타러 갔다가 찾은 빌라에투알에서 오키토라와 토미오, 두 사람이 마음에 들어 그곳에서 일하게 되었다.

5살 터울의 누나(어머니를 닮았으며, *야마토 나데시코 계)를 아끼며, 자타 공인의 시스터 콤플렉스.

(*일본의 여성상을 뜻하는 말,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현모양처와 비슷합니다)

그럭저럭 색골로, 놀기도 잘 놀지만, 아직 가정을 꾸리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꽤나 날라리, 약간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사람.

갓 태어난 조카딸을, 나의 princess라고 말하기를 서슴지 않는다.

 

 

若村勉   와카무라 벤160cm정도, 통통한 61.


고향의 건축 회사에서 일했지만, 빌라에투알의 건설을 맡았을 때 의기투합한 나가소네 오키토라에게 휩쓸려 재취직. 이후, 펜션의 수리를 맡고 있다.

수렵 면허를 갖고 있어, 레스토랑의 고기 재료에 한몫하고 있다.

 

 

丸池夢乃   마루이케 유메노156cm정도, 일본 인형 같은 단발머리. 젊어 보이지만 사실은 30살이라는 모양.


본성은 栗井(쿠리이?), 증조부 때부터 이어져 내려온 국회의원 집안의 아가씨.

고등학교 때 가족 여행 중에 사고에 휘말리면서, 당시 구조대원이었던 지에이에게 구해져 그에게 첫눈에 반했다. 가족의 반대에도 맹렬히 들이대서 결혼까지 골인함.

 

 

丸池慈英    마루이케 지에이183cm, 꽤 근육질의 몸매인 47.


나가소네 오키토라의 구조대원 동료.

성격이 까탈스럽지만 오키토라와는 잘 붙어다녔다. 그래서 그가 은퇴한 뒤, 실의에 빠져 임무 중에 왼쪽 다리를 절단할 정도의 중상을 입었다. 퇴직 훈, 유메노와 결혼하고 오키토라를 쫓아 훗카이도로 왔다.

구조대원 시절, 우연히 유메노를 도운 인연으로 그녀와 사귀게 되었다. 별로 어려운 가정형편 출신도 아니고, 나이도 그렇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설득하는 것에 가담.

피어스는 양쪽 귀 모두 일곱 개, 전신에 문신(발목에서부터 넝쿨이 뒤엉킨 듯한), 구레나룻과 턱수염이 이어진 형태로 나있다. 하지만, 사실은 공무원. 동사무소의 삼림 관리과에서 근무하고 있다.

와카무라 벤의 사냥 동료.

 

 

Sylvain Nivers   실벵 니베르189cm, 장신의 늘씬한 흑인 45.


스키 여행에서 체류한 이후, 빌라에투알의 단골.

오카마인 프랑스인, 모델 겸 패션 디자이너로 활약하고 있다.

우시지마 토미오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들이대고 있지만, 아직 좋은 친구 이상으로는 넘어가지 않는다.

 

 

宇佐木 華美   우사기 하나요시182cm, 늘씬한 미형. 34.


과학자 부모를 가진 수재, 마찬가지로 공학부에 지원할 생각이었으나, 대학을 다니던 중 벤처기업에 지원하고 싶다며 컨설팅 회사를 설립.

회사 설립을 하고, 바로 클라이언트를 방문했던 시절, 빌라에투알에 머물며 오키토라에게 자신의 약점을 지적받는다. 반박했지만 약점을 의식하면서 일을 잘 해나가고, 이후 억울하게 생각하면서도 단골이 된다.

오키토라에게 바니라는 별명을 얻은 것이 정말 짜증난다고 생각한다.

 

 

 

<기타>

 

아츠시군공식에 잠깐 등장하는 그의 배경을 망상.


여섯 쌍둥이와 같은 나이로 외동이다.

외국계 일류 기업 임원인 아버지와 음대 교수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남. 부모가 자주 집에 없는 건, 자기 탓이라고 생각해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 무리하고 있다.

부모의 희망은 의사여서, KO의과대 근처의 멘션을 받았지만, 수험생 기간에 처음으로 부모에게 반항하여 문학부에 지원. 입학 후에는 철학을 전공하며, 흥미가 있었던 동양 사상 세미나에 참가할 예정이다.

아버지의 연줄도 있어 관련 기업에 내정됐지만 사실은 대학원에 가고 싶었다.

맹자에 바둑에 관한 내용이 있어 그것에 흥미를 갖는다. 대학에서도 바둑 동호회에 가입, 토도마츠의 설명이 가장 알기 쉽다고 생각하고 있다.

대학 친구도 상류 계층이 많아서, 그렇지 않은 토도마츠의 삶과 가치관에 끌린다(얕보는 건 아니지만 종종 오해를 산다)

미팅에 불려나가는 일이 많지만, 사실은 낯가림이 심한 타입으로 색골도 아니다. 여자친구도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런걸 말하면 승자 발언이라며 비난하므로 가만히 있는다)

곤충과 그와 비슷한 절지동물, 양서류, 파충류는 극혐하는 수준. 신축 아파트에 살면서 한달에 한번, 해충 구제 업자를 불러 해충박멸을 하고 있다.

 

 

 

아마, 이후 추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모브 설정 엄청나!!!

랄까 이름 곤란했었는데

히라가나로 적혀있어서 다행이야ㅠㅠ



바로 본편 올려드릴게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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