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락받은 작품입니다

무단전재는 금지입니다!!!




오역, 의역, 발식자 주의

불펌금지, 공유는 블로그 주소를!!

http://joniamhungry.tistory.com/




 【블로그 이용시 필요한 공지들 링크】


*저작권/무단전재 관련*


*요청 관련*


*R18 비번 관련*



河西八十三님의 작품입니다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6648539





























만약 차남이 하이스펙이라면

 

 

차남의 숨겨진 능력이 상상 이상으로 높았다4

 

 

 

 

 

 

――탑승객 여러분, 비행기는 곧 착륙할 예정입니다. 안전벨트를 확인해주십시오.

고운 목소리의 안내방송이 흘러나오고, 옆의 두 사람이 방송대로 안전벨트를 확인한다.

고도가 뚝 떨어지고, 기체는 구름에 가려진다. 기류가 흐트러진 건지 약간 흔들거린다.

[........, 벨트 좀 더 베대로 하는 게 좋지 않겠슴까?]

[아니, 그랬다간 괴롭다고]

그보다도, 라며 카라마츠가 내민 왼손을 쥬시마츠가 꽉 잡고, 두 사람은 함께 눈도 꼭 감았다.

오늘도 내 형제들이 너무 귀여워서 모에사할 것 같습니다.

 

여행 같은 건 좀처럼 가지 않는 우리들은, 당연하게도 이게 첫 비행.

최근에는 수학여행을 해외로 가는 학교도 있는 모양이지만, 우리들은 초등학교 때는 카마쿠라, 중학교는 닛코, 고등학교는 나라교토, 모두 국내로 육로였다. 아니, 딱히 부러운 건 아니니까 말이야.

 

이 비행기에 타기 위해 우리는 오늘 아침 530분에 일어났다.

그렇게 일찍 일어나다니, 그야말로 고교 수학여행 이래로 처음이다. 그래서 무의식중에 긴장한 건지, 이상한 꿈을 꾸었다.

대강의 줄거리는 잊었고, 꿈이니까 애초에 스토리가 있을 거라 생각하진 않지만. 이 무슨! 그 토토코짱과 껴안고서 가슴을 비벼댄다는, 동정에게 있어 너무~우 쇼크인 씬이 있었던 것만큼은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오른손으로 꽉 쥐고, 몰캉몰캉, 우와, 풍만하고 부드러운 감촉을 즐기고 있으니,

삐비비비비비빅, 시끄러운 소리가 울리고, 젠장 누구야 이렇게 좋을 때에 방해하다니.

그래서, 혀를 차며 잠에서 깼다.

살짝 황홀한 얼굴을 한 토토코짱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낯설고 어두운 방, 나 이외의 숨소리가 두 사람 몫.

아아, 그래, 어제 나는 카라마츠랑 쥬시마츠, 이렇게 셋이서 집을 나와 호텔에 묵었었지. 이 소리는 잠들기 전에 설정해둔 알람이구나, 그래, 토토코짱의 가슴을 만지다니 꿈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 어라? 그럼 지금 오른손으로 만지고 있는 이건 뭐야?

꿈속에만 존재하는 감각이라 생각했는데, 그 감각이 현실에도 존재한다.

급속도로 뜨인 눈에 비친 건, 살깍 코를 골며 자는 카라마츠의 옆얼굴이다. 조심조심 고개를 돌리면, 나의 오른손은 토토코짱의 가슴이 아닌, 차남의 왼쪽 상완이두근, 이른바 근육을 마구 만져대고 있어, 무심코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잘 때 팔베개를 해줬다미나!! 그렇다고 해서 카라마츠의 팔에 완전히 매달린 채 자고 있었다니!!

무덤까지 갖고 갈 항목에 하나 추가됐다.

재알람 기능으로 다시 울리기 시작한 알람을 끄고, 형제를 깨우려던 손이 멈추고 만다.

쥬시마츠가, 카라마츠를 죽부인마냥 꼭 끌어안고서 쿨쿨 잠들어있었다. 어쩔 수 없네, 정말.

하지만, 오늘 아침 우리들은 시간이 별로 없다며 자신을 질타하고서, 두 사람의 어깨를 흔들어댔다. 그러자 의외로 쉽게 눈을 뜬다.

[, 쵸로마츠형!! 좋은 아침-!!]

[, 안녕 쥬시마츠. 세수하고 와]

순식간에 눈을 뜬 쥬시마츠에 비해, 카라마츠는 좀처럼 잠에서 깨지 못한다.

복근만으로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간신히 눈을 떴지만, 그 얼굴은 완전히 전과 5.

[...........양팔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건, 미안,]

두 사람을 팔베개해줬으니 그야 저리겠지. 빨리 쥐가 풀리도록 주물러준다.

우와아, 물컹물컹, 힘이 안 들어간 근육이란 건 이렇게 부드럽구나, 위험해, 버릇될 것 같아.

호넬의 프런트에는 어제 그 누님은 없고, 대신 있던 빈틈없어 보이는 중년남성에게 다시 한번 감사인사를 하고 역으로 향했다.

나와 쥬시마츠는 표를 끊고, 카라마츠는 IC카드를 충전한다.

돌아가던 중에 키가 큰 금발누님 4인조가 말을 걸어서, 나와 쥬시마츠가 얼어있는 사이, 카라마츠가 유창하게 대화를 했다.

우와, 굉장해, 이게 영어 검정시험 준1급의 실력이라는 거야? 웃는 얼굴로 응대하는 카라마츠, 굉장해!!

영국에서 왔다는 그녀들은, 지금부터 교토에 간다는 모양으로, 아마 신칸센 타는 법을 설명해주고 있는 것 같다.

아아, 정말! 나는 네가 정말 자랑스럽다구!

이러저러해서 도착한 공항 제 1터미널 역.

공항에 온 자체가 처음인 우리들은, 일본 최대의 공항에 들어서자마자 그 다른 세계 같은 느낌에 잠시 멍해진다.

첫 체험!! 이라 연발하며 떠드는 쥬시마츠를 카라마츠와 둘이서 말리고, 벌벌 떨면서 탑승 수속을 하고, 우주선에 타는 것과 같은 긴장감으로 트랩에 올랐다.

비행기가 이륙하자, 옆의 두 사람이 덜덜 떨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그런 두 사람을 보고 놀라며 괴로워했다.

이 두 사람한테 비행기를 무서워할 요소가 있어?! 쥬시마츠는 하늘을 날아도 이상하지 않은 녀석이고, 카라마츠, 너 스턴트맨 일도 했다면서?! 좀 더 무서운 짓도 했잖아? 실제로 유원지의 무서운 놀이기구도 둘 다 덤덤한 얼굴로 탔었잖아!

그런 마음의 외침을, 부드럽게 바꿔 말하자, 둘은 나란히 고개를 갸웃거리며 답했다.

[제트코스터라면 떨어져도 괜찮잖아?]

[스턴트도 안전이 보장되어 있고, 헬기에서 떨어질 때도 제대로 낙하산하고 있었다고]

-, , 알겠어, 자신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고도인 게 문제인 거네, 아니, 잠깐만, 헬기에서 떨어졌다니! 그게 아무렇지 않은데 비행기를 무서워하는 이유를 전혀 모르겠는데.

어제 하루 시달렸던 나는 카라마츠가 무엇을 하던 놀라지 않기로 했지만, 조금 무리일지도 모르겠다.

 

다시 고도가 낮아지고, 구름을 벗어나니 순식간에 펼쳐지는 새하얀 세상.

터널을 빠져나오자, 그곳은 설국이었다라는,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렸던 글귀를 떠올렸다. 답지 않은 말을 하고 있다는 건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이런 경치는, 텔레비전 화면으로만 봤는데, 지금은 그게 작은 유리창 너머에 아주 가까이 보이고, 앞으로 20분만 있으면, 나는 저쪽으로 직접 들어가게 된다.

그렇게 생각했더니 갑자기 터무니없이 멀리 온 듯한 느낌에, 팔걸이를 부여잡고 있던 카라마츠의 오른손에 자신의 왼손을 포갰다.

쵸로마츠, 고맙군. 하고 눈을 감은 채로 내 손을 다잡으며 카라마츠가 말했다. 아니, 아니니까, 너를 달래려는 게 아니라 내가 위로받으려는 거니까, 네 온도로.

 

당연하게도, 아니 그렇지 않으면 곤란하지만, 두 사람의 걱정과는 달리 비행기는 무사히 착륙했다.

스튜어디스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 트랩에 발을 내딛자 훅 불어오는 찬바람에 상의 지퍼를 끝까지 올려 채웠다.

[우하-! 눈 엄청나아-!!]

[아아, 역시 훗카이도로군]

부활한 두 사람은 통로의 유리 너머로 보이는 경치에 설레는 기분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하지만, 이게 웃을 일이야? 눈보라 엄청나거든?!

맡겨둔 짐을 찾은 카라마츠가 기타의 상태를 확인하는 동아, 나는 두 사람의 짐에서 막 산 상의를 꺼내 아무 말 않고 입혔다.

쵸로마츠 엄마라는 말을 들었지만, 아니아니, 눈보라라고?! 점프슈트나 7부 소매 티셔츠로 견딜 수 있는 세계가 아니라고?!

[혀엉, 여기서부턴 어떻게 감까?!]

[그렇네, 전차랑 버스가 있는데]

문제는 이 날씨에 운행을 하느냐다.

여행사의 누님이 준 자료를 보며, 안내소에 물어볼까, 라며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자, 낯선 목소리가.

[-, 거기 마츠노 형제!]

[타이가 선배?!]

손을 흔들며 달려온 건, 키가 훤칠하고 손발도 긴 모델같은 훈남으로, 나는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고 말았다.

 

[연극부의 전부장으로, 지금은 극단의 총 책임자인 나가소네 타이가씨다]

카라마츠의 소개에, 우리와 마주보고 있던 그 사람은 푸핫,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뭔가 이상합니까?]

[하핫! 미안, 아니 그게, 세명 똑같이 귀엽구나~ 해서. 정말 똑같네 너희!]

한바탕 크게 웃은 그는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으며 히죽 웃는다.

훈남의 미소 눈부셔!! 하지만, 성격 엄청 가볍네!

[안녕-, 입학식에서 카라마츠를 연극부로 낚아채간, 나가소네 타이가야! 타이가라고 불러. 잘 부탁해-!]

우리들이 이름을 밝히려 하자, 타이가씨는 잠깐만, 하고 막아세운다.

[오른쪽이 쵸로마츠군이고, 왼쪽이 쥬시마츠군, 어때? 맞았어?]

차례대로 우리들의 이름을 맞추곤, 맞냐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에, 나는 쥬시마츠와 눈을 마주치곤 맞습니다, 라고 답한다.

[처음 뵙겠습니다, 삼남인 쵸로마츠입니다. 이번에 신세지게 되었습니다]

[오남, 쥬시마츠임다! , 뭐더라, ! 잘 부탁드립니, 머스루!!]

[우왓, 그렇게 딱딱하게 굴지 말라고! 그보다, 슬슬 이동하자. 눈도 이제 잠잠해졌으니까]

그 말에 창밖을 보니, 아까까지 세차게 퍼붓던 눈이 포곤포곤하게 내리는 정도가 되었다.

한발 먼저 주차장으로 향한 타이가씨의 뒤를 따르던 카라마츠의 팔을 쿡 찌르곤 작은 소리로 물었다.

[나가소네라니, 설마, 그 나가소네 그룹의?]

[본가의 후계자라더군. 나가소네 철강 CEO의 차남이다]

도공을 대대로 이어오던 나가소네가는, 무사 시대에 무구를 생산해 부를 쌓고, 유신 후에는 철강업을 비롯한 금속생산 가공업으로 단번에 유명해졌다.

그 후에도 일본에서 동업계를 이끌고, 전후에는 세계에 거점을 펼치며 신소재 개발 등 다각적인 면으로 활동했다. 게다가 개발도상국에 기술적 지원도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요컨대, 주식상장 대기업.

그렇다는 건, 고등학교 때 엄청난 가문의 사람이 다니고 있었다는 거네. 당시에는 흥미가 없었고, 1학년과 3학년은 별로 접점도 없어 몰랐지만, 그게 연극부의 부장이었을 줄이야.

[괜찮은 거야? 이런 사람한테 마중오라고 부탁해도]

[아니, 나는, 비행기에 탔다고 문자했을 뿐이라고. 이른 시간이고, 설마하니 여기까지 올 거라고는.....]

소곤거리며 대화하고 있자, 어이,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리의 근원지를 보니, 5m 정도 앞에서 타이가씨와 쥬시마츠가 멈춰서서, 카라마츠, 쵸로마츠, 두고 가버린다-, 라고 말해, 당황하며 두 사람에게 달려갔다.

 

[죄송합니다. 이런 이른 시간에 마중오게 해서]

투박한 체인을 휘감은 짙은 녹색의 지프차, 뒷좌석에는 나와 쥬시마츠가 타고, 조수석에 앉은 카라마츠가 그렇게 말하자, 타이가씨는 안전벨트를 한 뒤, 다시!! 라고 외치며 카라마츠에게 딱콩을 날렸다.

[이럴 땐 죄송합니다, 가 아니잖아?]

그 말에 세명이 동시에, 감사합니다! 하고 외치자, 타이가씨가 굉장해, 똑같잖아! 라며 웃는다.

[내가 오라고 해서 온 거니까, 너무 신경 쓰진 말라고? 아저씨들만 잔뜩이라 지쳐이었거든-, 빨리 젊은 세대를 만나고 싶었어! 시내에 볼일도 있었고. , 너희들도 가고 싶은 곳 있으면 말하라고-. 펜션 주변에는 기념품 가게 같은 것들뿐이거든]

[그렇다는군, 쵸로마츠, 쥬시마츠. 어디 가고 싶은 곳 있는가?]

카라마츠가 저렇게 말한다는 건, 여기선 사양하지 않는 게 실례가 아니라는 의미이므로, 나는 사양하지 않고 과감하게 말했다.

[혹시 번거롭지만 않다면, 휴대폰 대리점에 들러도 괜찮을까요?]

역시 마음속으로만 간직하지 말고, 제대로 남겨두고 자랑하고 싶다. 내 형제들의 귀여움을.

[오케이. 전파상이면 되지? 맞다, 카라마츠, , 폰 배터리 없지 않아? 예비 배터리 사는 게 어때?]

[그건 제가 아니라..]

[, 그건 제가..]

, 등장했습니다, 차남과 삼남의 싱크로. 오늘도 신들린 예감.

사이 좋구만! 이라며 키득거리는 선배에게, 둘이서 교대로 오늘 가출에 이른 경위를 설명했다.

[뭐야, 결국 네가 연극한다는 거 형제들은 싫어하는 게 아니었다는 거?]

그런 것 같습니다, 라고 어중간하게 답하는 카라마츠에, 여지없이 그렇습니다, 라고 단언한다.

[오소마츠의 질투 때문이에요. 그 녀석, 형제한테 의존하고 있으니까]

[그렇구만. 그래서 오소마츠군, 날 그렇게 노려봤던 건가]

카라마츠의 연극부 합숙 참가를 놓고, 장남차남이 대결한 해의 2학기가 지났을 무렵, 타이가씨는 오소마츠를 학교에서 종종 마주쳤던 모양이다. 게다가 그때마다 엄청난 눈으로 노려봤다고.

나는 물론이고 카라마츠도 몰랐던 모양으로, 죄송합니다, 라고 사과하는 목소리가 작게 떨린다.

[? 너희들이 사과할 일이 아니라고. 나도 둔한 편이라, 학년도 다른데 자주 만나네, 라던가, 늘 기분 나빠 보이네, 카라마츠랑 얼굴은 비슷한데 분위기는 영 다른데, 같은 생각만 했었거든. 이야-, 납득, 납득]

응응 고개를 끄덕이는 그 뒷모습을 보아, 화나기는커녕 기쁜 듯 보여, 아량이 넓은 사람인 듯했다.

[그렇다 쳐도, 같은 집에 살면서 잘도 안 들켰네. 대강 3년 정도던가?]

그건 우리들이 카라마츠를 제대로 보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말하려 입을 열려던 순간, 카라마츠가 답했다.

[그거요, 그거. 나르시스트 탐정]

[진짜? 그거, 집에서 했어? 3년간 계속?]

아하하하! 선배는 웃음 포인트에 직격했는지 호탕하게 웃었다. 그 탓에 차체가 왼쪽으로 흔들렸다.

[으앗! 제대로 운전하라구요!]

카라마츠가 옆에서 핸들을 잡아, 다행히도 가드레일에 부딪히지 않았다.

[하핫! 미안미안. 그래도 이건 네가 나쁜 거라고, 카라마츠. 형제들도 힘들었겠구만. 상당히 짜증났었지?]

동의할까 어쩔까, 나와 쥬시마츠가 눈으로 대화하는 동안, 선배는 개의치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 중2 캐릭터는, 우리 극단이 정기적으로 하는 시리즈의 등장인물이야]

추리 코미디물로, 그 이름도 나르시스트 우자노라는, 나르시스트인 자칭 이탈리아계 프랑스인 탐정이, 독설가에 고집 센 여형사의 담당 현장에 매번 장미다발을 들고 나타나선 쿠소 안쓰러운 대사와 몸짓을 하면서도, 최종적으로는 형사와 힘을 합쳐 사건을 해결한다는 이야기.

극단 AKTK의 인기 시리즈, 그 주역인 나르시스트 탐정을 우리 차남이 연기했다는 모양이다.

쥬시마츠와 얼굴을 마주하고 동시에 한숨을 내쉰다.

[이번에 보러 오라고, 우리들 공연. 여름에는 할 예정이니까]

[그 탐정 시리즈가 아니라면 꼭 갈게요]

내 즉답에, ? 하고 조수석에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시치미를 뗀다.

 

[그보다, 너희들 아침 먹었어? 배고프지 않아?]

솔직히 말하면, 우리들이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입에 넣은 건, 각각 “10초 충전, 2시간 킵이란 젤리 1팩과 500ml의 차뿐, 하지만 어제 저녁에 고기를 괴로울 정도로 먹었더니 배가 고프지 않다, 않지만.

[괜찮으면, 라멘 먹으러 가지 않을래? , 아침 못 먹었거든]

그 말에 입을 모아, 가겠습니다!! 라고 외칠 수밖에 없었다.

그럴게, 이렇게 춥고, 차 안은 난방이 틀어져 있다지만 창문 틈새로 들어오는 냉기가 엄청나고, 눈도 아직 내리고 있고, 제일 첫 번째로, 훗카이도라고, 라멘을 안 먹어서야 후회할 거라고?

아싸-! 하고 만족하는 선배에 덩달아 신이 난다.

라고 해도, 아직 아침 9시 조금 넘은 시각. 이런 시간에 문을 열 라멘가게가 있을까, 라고 생각했는데, 큰길에서 골목을 몇 차례 돌았더니 가게가 보였다.

[얼마전에 발견했거든. 꽤 맛있다고]

좁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의기양양하게 가게로 들어가는 타이가씨의 뒤를 따랐다.

입구의 문에 적힌 영업시간은, AM 7:00-12:00, PM 17:00-21:00, 굳이 정오시간대를 비운 것에서 주인의 의지가 느껴진다. 공항에서 비교적 가까우니까, 우리 같은 여행객을 노린 걸지도 모른다.

어중간한 시간이지만, 가게에는 꽤 손님들이 있어, 우리들은 한군데 비어있던 테이블에 앉았다.

점심은 펜션에서 준비하고 있다는 것 같아, 가볍게 배를 채우기 위해 라멘 2개와 볶음밥 하나를 시켜 나눠먹기로 했다.

고소한 된장의 향기, 농후한데 뒷맛은 시원한 국물이 알맞게 볶아진 야채와 굵은 면발과 어우러져 맛있다.

카라마츠와 쥬시마츠는 밥을 먹을 때면 좀처럼 말을 하지 않는 타입이지만, 선배도 그런 모양이다.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맛있어!! 란 표정을 하고 있어, 내가 만든 것도 아닌데 기뻤다.

잘 먹었습니다, 입을 모아 외치면, 타이가씨가 계산서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이건 내가 살테니까!]

그대로 계산대로 향하려는 걸 카라마츠가 말렸다.

[잠깐만. 동생 앞에서 얻어먹다니, 형으로서 면목이 안 서잖습니까]

너한테 그런 게 아직 남아있었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초면인 사람 앞에서 다소 내숭을 떠는 정도의 상식은 내게도 있다.

[그래? 그럼 어쩔 수 없네-, 너한테도 받을게. 화장실 갔다올테니까, 계산해둬]

선배는 카라마츠에게 천엔짜리 지폐 2장을 건네곤, 점원을 따라갔다.

[타이가씨, 이렇게 금방 남한테 뭘 쏘려고 한다]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카라마츠가 계산을 마친다.

[돈이 있든 없든 그러니까, 완전 병이나 다름없다. 한번은 생활비까지 다 써버려서 아르바이트를 무리하게 하는 바람에 쓰러져서, 예정했던 공연이 취소될 뻔한 적이 있었지]

그 이후, 한턱 쏘겠다고 할 때면 어떤 이유를 대서라도 말리게 됐다며, 카라마츠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우리들은 선배를 의지하고 따를 건데 말이지. 사람이 너무 좋은 것도 곤란하군]

[그거, 카라마츠가 할 말이 아니라고 생각해]

[부메랑임다! !]

무슨 소린가, 라며 고개를 갸웃거린 카라마츠는, 미안미안, 이라며 돌아오는 타이가씨에 억지로 거스름돈을 떠넘겼다.

그리고 재개한 눈길 드라이브, 시가지인데, 도내보다 차선이 하나 더 많다. 역시 땅이 넓다.

내 희망대로, 큰 가전제품 판매점에 들러 오랜 숙원인 스마트폰을 손에 넣었다.

[이왕이면 최신기종으로 하지]

내가 바로 결정해버리자, 어째선지 카라마츠가 더 허둥거린다.

[? 다양한 기능이 어떤게 있는지 보지 않는 건가?]

[카메라랑 인터넷이랑 전화만 되면 상관없는 걸. , 이거, 카메라 기능 충실하고.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중요하나 쇼핑을 할 때, 나와 카라마츠는 정반대로, 녀석은 자료와 리뷰를 제대로 조사해두지만, 나는 첫인상만으로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

쥬시마츠도 나와 같은 걸 골라서인지, 카라마츠도 같은 게 좋다며 기종을 변경했다.

[핸드폰 샀어-?]

작은 비닐봉투를 들고 돌아온 선배에게, 파랑, 녹색, 노란색의 케이스를 끼운 핸드폰을 보여주자, 다시 크게 웃는다.

 

 

 

 

 

 

 

 

 

 

머리맡에 둔 핸드폰이 징징, 울린다.

일요일 아침 7, 좀 더 자고 싶지만 오늘은 아르바이트가 있다.

알람을 끄고, 양옆의 두 사람을 깨우지 않도록 조심히 이불에서 나온다.

이제 막 일어난 부모님과 아침밥, 어젯밤보다 식욕이 돌아와서 평소대로 먹었다.

차를 마시면서 카라마츠형의 핸드폰에 전화를 건다.

역시, 아직 연결되지 않는다.

[아직 연락 안 되니?]

설거지를 끝낸 엄마가 손을 닦으며 테이블에 앉아, 급하게 찻잔에 차를 부어 건네주었다.

[. 오소마츠형은 쵸로마츠형이 화나서 전원 못 켜게 하는 거 아니냐더라]

[그런거면, 조금만 기다리면 연락되겠지]

옆에서 신문을 읽던 아빠가 태평하게 말을 던지고, 엄마도 그렇네, 라며 그 말에 수긍한다.

그렇겠지, 나도 그러길 바란다. 쵸로마츠형은 금방 화를 내지만 그렇게 오래가진 않는다.

주먹다짐을 해도 하룻밤 자면 원래대로, 지금까지는 그래왔다. 이번에도 그렇다고 생각하고 싶다.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서려는 순간, 이치마츠형이 벽에 기댄 채로 소리 없이 계단을 내려왔다.

[이치마츠형, 안녕. 나 할 일이 있어서 지금 나가는데, 오늘은 꼭 밥 먹으라구?]

누워있다 일어나 현기증이 난 건지, 계단 끝까지 내려와선 눈자위를 꾹 누른다.

달려가 잡아주려 했지만, 길게 뻗은 손은 내쳐지고 만다. 너무하네-, 동생의 호의를 내치다니, 정말 고양이 같은 사람.

[.......땡기면]

[땡기지 않아도 먹어. 뭣하면 고양이 캔이라도 좋으니까. 어떻게 해도 못 먹겠거든, 물만이라도 마셔. 안 그럼 죽는다고]

시끄러, 라는 말만 내뱉고 나를 외면한다. 그 뒤통수에 다시금 한 마디, 나의 희망적 관측을.

[아마, 슬슬 쵸로마츠형의 화도 풀렸을 테고, 밤에는 분명 연락올 거야]

어슬렁어슬렁 걸어가던 등이, 순간 멈추고, 다시 어슬렁어슬렁 부엌으로 들어가는 걸 지켜보다, 나도 현관을 나선다.

엄마와 아빠라면 뭐라도 먹을 걸 줄테니까.

 

걷기 시작하자 다시 핸드폰이 울리고, 화면을 보니 LINE 알림이 떠있다.

오늘, 갈래?

무뚝뚝한 그 문장의 주인공은, 어제 쵸로마츠형을 목격했다는 친구, 아츠시군.

나와 동갑인데, KO대에 재학중, 아버님은 일류 기업의 관리직이고 어머니는 음대 교수, 아카츠카에서 JR2, 메트로로 4, 기네스북에 오를 법한 커다란 역에서 도보 10, 부모님께 받은 멘션에 혼자 살고있는데, 얼마전 연줄로 아버지 관련 회사에 내정 받은, 놀라울 정도의 1군님.

그런 그와 공립 고교 졸업한 니트인 내가, 어디서 어떻게 만났느냐 하면, 설마하던 바둑 클럽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가함을 주체 못하던 내가, 돈도 안 들고 재미도 있다고 생각해 클럽에 든 지 약 2개월 후, 아츠시군이 들어왔다.

얘기를 나누고, ? ? 라며 당연하게도 츳코미를 넣었다.

살고있는 멘션 근처에도 바둑 클럽 정도는 있을 거 아냐? 왜 굳이 아카츠카까지? 애초에, 찬란하 대학생이 바둑이라니 좀 아니지 않아? 말고도 화려한 서클 엄청 많잖아?

머신건처럼 말을 두두두두 내뱉은 내게, 아츠시군은 어쨰선지 배를 부여잡고 웃었다.

[백과 흑이라니 깔끔하지 않아? 여긴 조용하기도 하고]

영문을 모르겠네-!! 우리 카라마츠형과 같은 레벨로 모르겠다고!

하지만, 클럽에서 유일한 동갑내기이기도 하고, 티격태격 하면서도 어째 마음은 또 잘 맞아서, 바둑과 LINE으로 그 관계가 이어져온 것이다.

오늘은 아르바이트 있으니까, 끝나면 갈게. 13시면 끝나니까

여자와 카라마츠형 이외의 상대에겐 이모티콘이나 데코 등은 쓰지 않는다. TPO[각주:1]정도 알고 있으니까.

답을 보내니 바로 답장이 왔다.

알겠어. 점심, 같이

정말 단답이구만, 여자한테는 어떻게 보내는지 반대로 신경 쓰여.

 

아카츠카에서 전차로 역 하나, 달려서 3, 최근에 생긴 근사한 커피숍이 내가 아르바이트 하는 곳이다.

형제에게는 비밀, 오소마츠형이 알면 분명, 전원 불러서 방해하러 올 테니까!

카라마츠형이 우리들에게 숨긴 것도, 이런 이유였을까.

시급은 꽤 높은데, 벌이는 그리 좋지 않다. 그 이유는, 점장이 너무 사람이 좋아서, 오는 족족 다 받아들여서 인력이 남아돌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나도 적당히 부려먹고 있으니 불평은 없다.

니트랄까, 프리터의 이점으로, 다른 사람이 불가능한 요일이나 시간대에 대타를 뛸 수가 있지만, 다음달부터 용돈이 줄어드니 아르바이트를 늘리지 않으면 곤란하다.

[톳티, 안녕]

[안녕! 오늘도 열심히 하자!]

여기서는 톳티라고 불리고 있다. 그 별명을 붙인 건, 같은 타임의 여자 대학생 두명.

대화가 잘 통하고 귀여우니까 좋은데, 전에 아츠시군이 온 뒤로 나도 KO대를 다닌다고 생각하는 건 좀 성가시다.

이런 곳에서 과제하지 말라고-! 그것도, 대학 오리지널 레포트 용지 사용하고 말야-!!

[톳티의 친구, KO!]

[굉장하네-! 그럼, 톳티도?]

여기서 아니야, 라고 말하면 좋았을텐데, 무심코 수긍하고 말았다. 뭐어, 그러니까 자업자득.

그 이후, 그녀들에게 과제를 도와달란 부탁을 받게 돼서, 나도 허세끼가 좀 있으니까 받아들이고 만다는 얘기.

내용은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해도 책을 읽고 그걸 정리하는 것 정도는 나라도 할 수 있고, 작문이 특기였던 탓인지, 바로 들켰을 거짓말이 좀처럼 들키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게, 조금 무서워졌다.

일요일답게 시간이 갈수록 손님들이 많아지고, 바쁘게 움직이다 아르바이트가 끝났다.

다음에 봐, 라며 그녀들에게 손을 흔들고 아카츠카로 돌아간다.

 

[안녕-]

마을회관의 한구석, 실질적으로 바둑클럽의 방이 된 곳에 들어서면, 단골 아저씨들이 여어, 라며 손을 올린다.

모두 실내복의 연장선 같은 복장으로 마실 나가듯이 슬쩍 온 사람들 천지. 그래서인지 명품의 한창 유행인 복장을 갖춘 아츠시군은 이곳에서 너무도 두드러졌다.

[, 먹으러 가자. 배고파]

또 녀석은 인사도 대충대충 단답. 이걸로 미팅에서 인기만점이라니 의미불명이다. 과묵한 게 미스테리어스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런거면 이치마츠형은 엄청 인기남이겠구만.

점심 때 조금 지난 시각이라 그런지, 가보고 싶었던 파스타 가게에 자리가 있었다.

어제는 못 먹었던 런치, 금전적으로 상황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지만, 오늘은 일했으니까 그 포상이야, 라고 스스로 위로한다.

[좋아하나 보네, 이거]

내가 시킨 까르보나라를 포크로 가리키며 아츠시군이 말한다.

[요즘 완전 빠져있어. 언제 다른 걸로 바뀔지 모르겠지만. 나 한번 빠지면 당분간 계속 그것만 먹거든. 그러는 아츠시군도 늘 명란젓만 먹잖아?]

[난 마음에 든 것만 먹으니까. 이 가게에서는, 이거, 뭐 그런 식으로 정해놓는 거야]

안 정하면 안 되는 거야? 라고 묻자, 무심코 정해버려, 라며 웃는다.

나 자신도, 평소보다 비뚤어져 있단 자각이 있지만, 아츠시군은 좀 더 비뚤어져 있어, 그 점이 꽤 마음에 든다.

바둑클럽에 돌아가자, 단골 아저씨 중 한명인 야채 가게 주인이, 나를 대전상대로 지명해, 지금까지 전력은 6:4 정도로 나의 승리.

아츠시군은 뭐하고 있나 싶어 고개를 돌려보면, 우리들이 하고 있는 걸 보고 있다.

KO대에 합격할 정도니까 머리는 좋을텐데, 바둑은 그닥 강하지 않고, 여기에 와도 다른 사람 대전을 구경하거나, 내게 지도를 구하거나 한다.

흑과 백이 뒤섞여 무늬를 만드는 걸 보는 게 좋은 모양으로, 정말 이상한 사람이다.

철학전공 때문이라고 본인은 그리 말했지만, 그거 전국의 철학 전공자에게 실례니까.

주번에서 돌이 부딪치는 소리가 울리는 걸 들으며 판을 준비.

가볍게 인사를 하고, 채소가게 아저씨와 마주본다.

오늘은 어떤 전법으로 갈까, 아저씨의 표정을 살피며 머리를 굴리기 시작하자, 아츠시군이 맥빠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제 정말 토도마츠군이 아니었어?]

[아니라니까. 그건 삼남. 그런 촌스런 복장의 사람과 같은 취급하지 말아줄래]

[-, 아쉽네. 또 등산 이야기 듣고 싶었는데]

그는 내가 산에 갈 때면, 반드시 그 얘기를 물어봤다.

어제 받은 LINE, 어느 산에 가는 거야? 후기 기대할게였다. 그걸로, 아츠시군이 형제들 중 누군가를 만났다는 걸 안 나도, 대단한 추리력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가면 될텐데, 아츠시군, 벌레나 파충류에 실신할 정도로 약한 모양이다.

아저씨가 둔 검은알 위치를 헤아려 방침을 정해 흰 바둑알을 둔다.

[여섯 쌍둥이란 거 진짜? 외동이 아니었어?]

[맞다니까. 쓰레기 형들이니까, 지금까지 숨긴 거야. , 증거]

스마트폰의 “MATSU" 폴더, , 형제를 찍은 사진을 보관하는 폴더를 열어 보여준다.

[우와, 퀄리티 높아]

[그러니까, 합성아니고 리얼이라니까]

[아츠시, 자네, 몰랐는가? 여기서 마츠노 여섯 쌍둥이는 유명인이라고-]

, 검은알을 둔 아저씨가 우리들의 대화를 듣고 히죽거리기에, 쓸데없는 말을 더 하기 전에 탁, 흰색으로 공격한다.

크으, 하고 신음을 흘린 아저씨가 입을 닫는다. 그래그래, 여기에 집중하지 않으면 질 거라구요-?

 

아츠시군이 바둑판과 형제들 사진을 번갈아 보는 사이, 승부가 끝났다.

[젠장, 내가 졌나아. 토도마츠, 강해졌네. 이번에 다른 마츠도 데리고 오라고]

[안 된다구요, 그 인간들한테 바둑은 너무 어려우니까]

그거 아쉽네, 라며 아저씨는 내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고는 자리를 떴다.

꽤 좋은 승부였네, 라며 전과를 보며 페트병의 차를 마시며 휴식.

오늘 예쁘네, 라며 바둑판을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대던 괴짜가 내 핸드폰 화면을 가리켰다.

[이 사람, 본 적 있어]

가는 손가락 끝은 예상외로, 선글라스와 가죽재킷을 입고 폼을 잡는 나와 같은 얼굴을 한 차남을 가리키고 있었다.

[? 카라마츠형을? 어디서? 언제? 설마 어제?]

[제일 최근은 지난주 수요일. 근처 바에서 가끔 연주하고 있어. 역 근처 공원에도 자주 오는데, 팬 많아서 나는 멀리서 구경만 했어]

잠깐,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 카라마츠형!! 안다고, 확실히 좋은 목소리고, 노래도 잘하고 기타도 꽤 좋은 솜씨라는 거, 알지만!! 그보다, 팬이라니!! 위험해, 상상했더니 웃음이.

[아츠시군, 카라마츠형은 나로 착각하지 않았어?]

[처음에는 그랬는데, 분위기도 달랐고 말을 걸어도 내가 누군지 모르는 것 같아서 그냥 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지]

토도마츠군, 외동이라고 그랬고. 라며 원망스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그러니까, 그건 잘못했다니까.

[그러고 보니, 상처, 다 나았더라]

[? 상처라니? 아아, 카라마츠형 말이지. , 이제 괜찮은가봐. 라니, 다쳤을 때도 봤어?]

우리들 때문에 큰 상처를 입은 카라마츠형, 바로 사과했었지만 반야화한 쵸로마츠형이 줄곧 옆에 붙어있어서, 당분간 그 방에는 가까지 가지 않았다.

[. 친구가 기타 배우거든. , 하모니카는 카라마츠형? 이었지]

[하핫, 왜 아츠시군까지 형 붙이는 거야? 동갑이라고]

친구, 있었구나. 다쳤을 때 의지하고, 잘 보살펴줄 친구가.

어떤 마음으로 노래했을까, 그 때, 쥬시마츠형처럼 강행돌파했으면 좋았을텐데.

[? 이 사진 뭐야?]

죄악감에 잠겨있는 내 귓가에 들려온, 아츠시군의 의문에 찬 목소리.

[? 아아, 그거, 카라마츠형의 배꼽. 엄청 예쁘지-! 완전, 일종의 예술이라고 할까]

[? 설명, 부탁해]

평소에는 졸린 듯 반쯤 감은 눈을 번쩍 뜨고서 격하게 깜빡이는 건, 그가 흥미로울 때 나오는 버릇.

듣고 싶다면, 맘껏 말해주지. 배꼽주릅 페티쉬인 내가 고른, 최고로 아름다운 배꼽을.

[알겠어? 우선, 배꼽의 깊이가 이상적이어야 하는 거야. 너무 깊으면 어둠이 도사리는 것 같고, 너무 얕으면 어린애의 낙서 같아서 배꼽이 느껴지질 않잖아?]

형제로 예를 들자면, 오소마츠형과 이치마츠형은 전자, 그 중 오소마츠형은 깊은 주름이 8개인가 9개나 있어, 솔직하게 말하자면 지저분하다.

반대로 나와 쥬시마츠형은 후자다. 주름도 적어서 2,3개밖에 없으니 엑스표시를 그린 듯 치졸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주름의 수, , 6, 세쌍이려나? 어느쪽이건 안정감 있지 않아? 등간격이고 말야. 그래서, 완만한 나석을 그리는 게 제일 포인트. 꽃봉오리가 필 때의 곡선과 똑 닮은 게 자연적인 아름다움이야. 배꼽도 마침 은은한 분홍색이라 사랑스러움도 있고]

쵸로마츠형도 사실 비슷한 수준이다. 깊이와 나선은 카라마츠형과 거의 비슷한데, 다만 평범한 살색에 주름은 5개로, 그게 감점 대상.

[그렇구나........심오하네, 배꼽주름 페티쉬]

아츠시군은 턱을 문지르며 카라마츠형의 완벽한 배꼽을 응시했다.

[, 설마 토도마츠군, 이 사진으로 했어?]

뭐라고 명확히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는 가지만 말야, 카라마츠형을 그런 눈으로 보지 말아줄래?

[했을 리 없잖아. 저기, 밀로의 비너스를 반찬으로 쓰는 사람 있어? 르네상스 미술전에서 텐트치고 있는 사람, 본 적 없잖아? 나한테 이런 건 에로스를 넘어선 수준이라구, 카라마츠형의 배꼽은]

이해했음 이제 돌려줘, 라며 핸드폰을 빼앗자, 아츠시군의 미안, 이란 한마디. 여기서 끝냈으면 좋았을 걸.

[나도 보고 싶네, 실물]

[하아? 뭔 소리야, 당연히 안 되지]

도대체 언제 만난단 걸까, 애초에 이제 다시 볼 수 있을지 어쩔지도 모르는데.

내 답에 아츠시군은 아쉽다며 한숨을 내쉬더니, 갑자기 몸을 웅크리고 웃기 시작했다.

이자식, 이쪽의 기분도 모르고.

소리도 내지 않고 덜덜 떨며 하아하아 숨을 헐떡이는 건, 그가 정말 빵터졌을 때 나타나는 현상. 이 일군님의 가장 안타까운 점.

[뭐가 이상해?]

[아니, 토도마츠군, 형제 많아서 좋겠다 싶어서]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으며, 나 외동이니까 말야, 라고 작게 덧붙인 그에, 갑자기 자신의 형제들이 자랑스럽게 느껴지는 동시에 그들 중 절반을 쫓아내버린 죄책감이 도졌다.

[이번에 전부 같이 있는 거 보여줘. 소개시켜주지 않아도 되니까, 멀찍이서라도 보고 싶어]

[그럴 마음이 들면. 제대로 소개해줄게. 멀찍이서 지켜본다니, 기분나쁘다고]

 

 

 

 

 

 

 

 

 

 

어제와 마찬가지로, 내 나름대로 일찍 일어났음에도, 이불을 개고 밑에 내려가니, 둘로 줄어버린 동생은 둘 다 벌써 나가버린 후로, 부모님은 현관에서 신발을 신고 있었다.

[어머, 드디어 일어났구나. 엄마랑 아빠는 데이트하러 나가니까, 나가려면 문단속 제대로 하고 나가렴]

[-, 다녀오셔-]

잠버릇으로 까치집이 진 머리에 파자마 차림으로 부모님을 배웅하고, 일단 뭔가 먹자 싶어 부엌으로 향했다.

1인분의 된장국이 남아있는 냄비에 불을 올리고, 냉장고에 있던 남은 치쿠젠니[각주:2]와 내 밥그릇에 밥을 덜어 렌지에 돌렸다.

바로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한 냄비의 불을 끄고, 국그릇을 꺼내려 식기 건조대를 보니, 부모님용 2, 우리용 2개가 엎어져있다.

반면, 찻잔은 3, 이치마츠의 그릇이 없다. 녀석 또 국만 먹은 건가.

먹지 못할 정도로 고민할 거면, 왜 어제 아침 일부러 그런 심한 말을 한 거야? 왜 평범하게 좀 더 솔직하게 굴지 않았던 거야?

라니, 완전 엉뚱한 곳에 화풀이잖아, 이거.

이치마츠는 스스로 자신에게 벌을 주는 거라 생각한다. 본인이 그걸 자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먹으면서 잡지를 팔랑팔랑 넘기며 신사의류 페이지를 살펴봤지만, 샅샅이 뒤져봐도 우리 차남은 실려 있지 않았다.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토호쿠인지 훗카이도인지에는 벌써 도착했을까. 신문의 일기예보란을 보니, 센다이도 삿포로도 눈마크가 그려져 있다. 춥겠지, 새로 산 코트로 괜찮을까.

거실에 뒹굴며 무심코 세명을 떠올리고 말다니, 나도 꽤 마음이 약하구나, 별로 알고 싶지도 않았지만.

격에 맞지 않는 생각에 잠겨있자, 현관의 벨이 울렸다. 인터폰 같은 서양문물[각주:3]우리집에 맞지 않는다.

내가 일어나기도 전에 손님이 먼저 현관문을 드르륵 열었다.

[이거 실례. 카라마츠군, 있는가-?]

들려온 목소리는, 내 경마동료로 옆건물에서 카페를 하는 아저씨, 신경을 쓸만한 상대는 아니라 안심한다.

내가 거실에서 얼굴을 빼꼼 내밀자, “여어, 오소마츠군하고 아저씨는 제대로 구분해 불렀다.

[카라마츠, 집에 없어. 쵸로마츠랑 쥬시마츠 데리고 어딘가 추운 곳으로 가버렸어. 언제 돌아오는지도 모르고]

뭐야, 이 나약한 목소리, 내가 아닌 것 같잖아.

스스로 말하고 스스로 쇼크를 받은 나를 두고, 아저씨는 놀란 기색도 없다.

[-, 벌써 가버렸나아. 아쉽네, 가게 봐달라고 부탁하려고 했는데]

어이어이, 카라마츠군. 나한테는 말도 안 했으면서 옆가게 아저씨한테는 말한 거냐고. 형아, 진짜 울 것 같아졌는데.

[그보다, 가게를 봐달라니? 그 녀석, 아저씨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라도 했어?]

[그럼그럼. 마츠요씨한테 상담했더니, 카라마츠군 빌려주더라고. 주말이나 바쁠 때 많이 도움 받았었는데. 어라? 몰랐어?]

몰랐다고, 이렇게 코앞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니, 생각지도 못했다.

[바쁠 때란 건, 경마장 갈 때 말하는 거?]

빠르게 뒤쫓아오는 쇼크를 감춘 나를 아저씨는 전혀 알아채지 못하고 들켰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이러언, 들켜버렸나. 마츠요씨한테는 비밀이다?]

우와-, 쓰레기구만, 이 사람.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경마라니, 사전에 미리 사두면 좋을텐데]

[그렇지. 그래도 당일 사는 게 의미가 있지 않겠냐]

없다고, 그런 거창한 거. 어떻게 포장해도 결국은 도박이니까.

[-, 어쩔 수 없네. 포기할까. 대신에 오소마츠군, 내 몫도 사다주지 않을래?

맞으면, 당첨값의 1할 정도 심부름값으로 줄게. 틀려도 커피 정도는 쏠테니까]

내가 마권을 산다는 전제냐고. 그보다, 가게에 집중해,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래, 어차피 나도 가려고 했고. 나중에 가게로 갈게]

그럼, 부탁할게. 라며 아저씨는 웃으며 가게로 돌아가고, 내 손에는 마권값과 매치라인의 메모.

그 기운으로 2층에 올라, 지갑과 겉옷, 그리고 카라마츠가 두고 간 담배와 라이터를 집어들고 집을 나섰다.

 

어제는 초겨울로 날씨가 나름대로 따스했는데, 오늘은 겨울다운 기온으로, 날씨는 맑아도 햇빛은 그리 강하지 않고 바람도 찹다.

머플러도 챙겨올 걸 그랬다. 하지만 가지러 돌아가면 그대로 집에 처박힐 게 분명했기에 점퍼의 앞을 꽁꽁 싸매고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지나가는 길목에 있는 편의점에서 카이로[각주:4]를 사서 배 부근에 비틀어 넣으면 일단 몸은 그럭저럭 따뜻해졌다.

경마장까지 가는 건 상당히 기분이 고조되는 일이지만, 전차로 40분 동안 흔들리며 갈 기력은 없어 2역 앞에 있는 윈즈[각주:5]로 갔다.

오늘의 레이스는 재팬컵, 어제 녀석들이 나가는 바람에 경마 같은 건 생각할 겨를도 없었는데, 이렇게 오고 보니 기분이 고조된다. 결국, 단순하구나, .

뭐로 찍을까, 멍하니 생각하며 5층으로 올라가니, 대략 15 정도 늘어선 줄에 낯익은 녀석이 보였다.

내 시선을 알아챈 건지, 녀석이 뒤를 돈다. 녀석의 뻐드렁니가 전등불에 반사되어, 그 반짝임이 옆에 있던 아저씨의 대머리에 직격. 뿜으려는 걸 꾹 참았다. 얼마나 반짝반짝 닦는 거냐고, 저 이.

[뭐로 했잔쓰?]

일부러 기다린 건지, 내가 마권을 사자 이야미가 옆에 다가와 내 손을 들여다본다.

[무모하잔쓰, 삼연단[각주:6]이라니, 너 맞춘 적 없잔쓰?]

[이건 우리 옆집 아저씨 거. 나는 단복[각주:7]

[, 그 말 좋아했던 거잔쓰?]

[그런 건 아닌데, 그냥 어쩌다 보니까]

사실은 카라마츠가 마음에 들어했던 말이다. 특별히 빠르지도 승부에 강하지도 않았지만, 체격과 털의 색과 달리는 모습이 좋다는 이유로 녀석은 곧잘 이 말을 지명해 마권을 샀다.

나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이 자신이 건 말을 혈안이 되어 보는 중에도, 카라마츠는 응원이니까, 맞든 안 맞든 상관없다며 마음에 든 말이 달리는 모습을 여유로이 즐기며 바라보았다.

[이야미, 요 근래 경마장 안 왔었지]

[어디 사는 여섯 쌍둥이짱이 지난달에 집안 가구들을 강탈해가는 바람에 돈이 부족하잔쓰!!]

[그건 장난이었다니까-. 팔아먹은 돈, 돌려줬잖아. 단샤리[각주:8]?를 도와준 거라고. 그보다, 애초에 돈이 부족하면 경마장을 오지 말라고-]

내가 도박을 좋아하게 된 건, 네 영향이라고 말했더니 이야미는 핑계를 그만두라잔쓰!! 라며 외면했다.

윈즈를 나왔을 땐 거의 점심때에 가까운 시간대라 이야미와 함께 규동가게에 갔다.

[별일이잔쓰, 오소마츠가 이렇게 기운이 없다니. 이상한 거라도 주워먹은 거잔쓰?]

눈앞에 놓인 뜨거운 규동에 합장하고, 먼저 화제를 꺼낸 건 이야미였다.

녀석이 알아챌 정도로 지금의 나는 풀 죽어 있는 걸까, 하고 생각하니 뭔가 매우 분하게 느껴졌다.

[카라마츠가 말야, 나가버렸어 집을. 쵸로마츠랑 쥬시마츠도, 녀석을 따라서 나갔고]

내가 반숙란에 젓가락을 쑤셔넣으며 말하자, 옆에 앉은 이야미는 놀란 기색도 없이 크게 입을 벌려 규동을 먹기 시작했다. 늘 생각했지만, 뻐드렁니가 무척 방해되어 보인다.

후루룩, 한모금 마신 된장국은 집에 것보다 맛이 진해서, 하얀 쌀밥을 크게 퍼올려 한입 먹었다.

[싸우기라도 한 거잔쓰?]

[그런 건 아닌데, 아니, 모르겠어. 카라마츠는 꽤 전부터 집을 나갈 생각이었던 것 같아. 녀석은 아무 말도 안 했지만, 여러 가지로 참았던 걸까, 아니면 내가 뭔가 한 걸까, 하고 무심코 생각하고 만단 말이지]

뭔가 저지른 건 확실했다. 바로 한달전쯤에, 우리들은 함께 카라마츠를 버리고, 끝내 큰 부상까지 입혔다.

그 후, 제일 먼저 사과해서 응석부리게 해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그 역할은 그만 쵸로마츠에게 뺏겨버려서, 미안하다고 사과한 건 그 후로 삼일이나 지난 뒤였다.

쵸로마츠의 화가 길어지고, 쥬시마츠까지 삼남에게 가세한 게 원인. 뚜껑 열린 쵸로마츠를 상대하는 건 성가시고, 쥬시마츠는 더 골치다.

이렇게 귀찮아한 탓에, 나는 객실에 다가가는 걸 어이없게 포기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삼남과 오남을 날려버리고서라도 카라마츠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뭣하면 몇 대정도 분노의 주먹을 받았으면 좋았을 걸.

라고, 내가 격에도 맞지 않는 후회를 하고 있는 사이, 이야미는 프랑스에서 귀국했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허겁지겁, 품위와는 동떨어진 매너로 순식간에 규동을 먹어치우곤, 이쑤시개로 뻐드렁니 사이를 쑤셔대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바보잔쓰]

닥치라고 하고 싶었지만, “입에 음식이 있을 땐 말하지 마라, 마츠노가의 가훈 중 하나로 참는다.

[성인이 됐으면 집을 나가는 건 자연스러운 거잔쓰. 계속 여섯명이서 함께 살아온 지금이 이상한 거잔쓰. 게다가 가족이니까, 형제니까라며 뭐든 다 얘기하는 건 좀 아니잔쓰]

그건 나도 안다고, 머리로는. 하지만 가슴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단 말이야.

[너희는 여섯명이 하나라고 떠들어댔고, 미도 누가 누군지 똑같다고들 얘기했지만, 당연한 거겠지만 한명한명, 다 다른 사람이잔쓰요? 그렇다면 여섯가지의 인생이 있어도 뭣도 이상하지 않잔쓰]

한명한명, 다른 사람, 인가. 그 말대로다. “내가 녀석이고 녀석들이 나가 아니다. 우리들은 애초부터 하나의 수정란에서 분열된 여섯명의 사람. 나는 녀석이 아니고, 녀석의 인생은 내 것이 아니다.

나는 그걸 몰랐지만, 카라마츠, 너는 알았던 거겠지.

알고 있었으면서, 그걸 모르는 나와 함께 있어준 거겠지, 아마.

[우와아, 이야미가 맞는 말을 하다니, 엄청 열받는데-]

내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는 걸 헤아린 건지, 이야미는 팔짱을 끼며 뻐드렁니를 빛냈다.

[실례잔쓰! 내가 계산하려고 했는데 그만둬야겠잔쓰!]

[, 거짓말, 미안, 미안합니다!!]

결국 이야미는 규동값을 대신 지불해주었다. 녀석도 답지 않은 짓을 하는구나, 라며 징그럽단 생각도 들었지만, 솔직하게 감사를 표했다.

집에서 레이스 중계를 보겠다는 이야미와 헤어지고, 거리를 좀 거닐어볼까, 하고 걷기 시작했지만, 별로 사고 싶은 것도 없고 보고 싶은 게 있던 것도 아니라서 역 주변을 빙 돌아 윈즈 근처의 광장으로 돌아왔다.

자판기에서 커피를 사, 차남이 좋아했던 담배에 불을 붙였다. 벤치에 앉아 길을 가는 사람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모두 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인생을 보내는 걸까.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려는 걸까.

스스로 생각해놓고 머리가 너무 아파,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랬더니 갑자기 눈앞에 보이는 낯선 남자의 얼굴. 머리는 군데군데 파랗게 물들어 있고, 우와아, 피어스를 몇 개나 뚫은 거야? 아파 보여-.

귀는 더 이상 뚫을 곳도 없을 정도로 구멍투성이고, 손가락보다 더 큰 것도 있고 눈두덩이와 코, 입 주변에도 금속이 박혀있었다.

[역시 떠돌이씨네]

틀림없이 삥을 뜯길 거라고 생각해 자세를 취했는데, 남자는 내 얼굴을 보며 살짝 웃으며 그리 말했다. ? 뭐야 이 녀석.

[안녕하세요, 점심 때 오다니 별일이네요. 빨간색 옷에, 분위기도 다르고, 그래도 뭐, 어울림다. , 뭐 살 거라도 있어서 나옴검까? 맞아, 혹시 시간 괜찮으시면 그, 저와, , 차라도, 한 잔?]

쭈뼛쭈뼛, 얼굴을 붉히며 연속으로 말을 뱉어내는 남자. 아니, 잠깐만, 떠돌이씨라니 누구? 대강 짐작은 가는데, 그보다 이거, 헌팅당하는 거 아냐?

좋아, 일단 진정하자.

짧아진 담배를 끄고, 다 마신 캔을 내려둔다.

[저기, 떠돌이씨라니 누구? 설마 나랑 닮은 사람?]

가능한 부드럽게 물었지만, 피어스 투성이에 얼굴을 붉게 물들인 남성은, 나를 보고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 , 저기]

완전히 파랗게 질려버린 얼굴. 망가진 로봇처럼 자리를 뜨려는 남자의 팔을 잡아 옆에 앉혔다.

[닮았구나, 그 녀석, 나랑]

다시 묻자, 꿀꺽 침을 삼킨 남자는 모깃소리만한 작은 목소리로, 죄송합니다, 라고.

[아니, 신경 쓸 거 없어. , 일란성 형제가 있거든. 이런 일, 자주 있으니까. 그래서 네가 말하는 떠돌이씨? 라니 내 형제라고 생각하는데, 그 녀석 여기에 자주 왔어?]

[. 밤에, 여기서 가끔 기타 치면서 노래하고. 엄청, 멋졌슴다]

[어떤 복장?]

[색은 검정이나 파랑이 많았고, 더울 때 이외네는 쿨한 가죽재킷을 입고 선글라스를 쓰고 잇을 때가 많았슴다]

[-, , 그거 역시 내 동생이네]

[진짬까! 떠돌이씨의 형아라니! 굉장해!!]

갑자기 기운을 차린 남자지만, 반대로 내가 받은 충격은 의외로 컸다.

이렇게 커다란 역앞에서 기타를 쳤던 거냐고, 우리 카라마츠군은. 게다가 이런 신자까지 만들고, 떠돌이씨라니! 이름 없는 자, 같은 느낌이구만, 우와-, 너무 너다워서 웃기다.

[미안하지만, 그녀석 당분간 안 돌아올 거야. 타지로 떠났거든]

이 말을 하는 게, 오늘만 세 번째. 전의 두 번보다 담담하게 말한 건, 익숙해진 걸까, 포기하게 된 걸까. 그게 아니면 받아들이게 된 걸까.

그렇슴까, 라고 말한 남자는 생각보다 충격을 받지 않은 듯하다. 어쩌면 녀석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며, 조금 질투한다.

[어쩔 수 없네요. 이름처럼 떠돌이씨니까. 분명 거기서도 연주하고 있겠죠. 그건 그것대로 기쁨다. 그 음악과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나니까]

씨익 웃는 그 얼굴은 여기저기 붙은 피어스와는 안 어울리게 상큼했다.

정말 카라마츠의 연주를 좋아했구나, 이 녀석. 역시 살짝 묘한 기분이다.

[저기, 그 녀석, 이름은 말한 적 없어?]

[처음 한번은 말했었슴다. 근데 멋진 남자는 미스테리어스한 거라며, 엄청 멋진 목소리로 말해면서 그 뒤로는...]

나왔다-!! 나왔다고, 모 중력 왕자! 아야야야야야, 갈비뼈 부러진다-!

내가 빵, 하고 웃음을 터뜨리자 피어스 남자도 따라서 웃느낟. 조금 구리긴 하지만, 어울렸다구요, 라며.

, 알아.

[, 슬슬 가보겠슴다. 떠돌이씨한테 기다리고 있다고 전해주십쇼]

고개를 끄덕인 내게, 착각해서 미안했다며 꾸벅, 고개를 숙이곤 남자는 순식간에 인파속으로 사라졌다.

그런가, 녀석, 여기서 기타를 쳤었구나. 들어보고 싶네, 나도.

너의 그런 느끼하고 같잖은 면, 나는 나름 좋아했다고.

어느새 레이스는 곧 끝날 시간. 캔을 버리고 다시 윈즈로 들어간다.

모니터로 보이는 피니쉬 장면. 카라마츠가 좋아하는 말이 인기 넘버원과 맞대결해서 마지막 순간, 코끝의 차이로 먼저 도착한다.

 

고액을 내건 건 아니라서 이윤은 별로 안 남지만, 역시 맞으면 기분이 좋다.

조금 든든해진 지갑과, 그와 비례하게 살아난 기분. 두가지를 끌어안고, 집으로 가는 전철에 올라탄다.

집에 들어가기 전에 옆집 카페의 문을 열었다. 사실대로 말하면 여기에 온 건 처음.

바로 옆이고, 너무 가깝단 말이지. 여기서 돈주고 커피를 먹을거면, 집에서 적당히 인스턴트 커피나, 조금 힘써서 핸드드립 커피를 내려먹는 게 더 싸고, 느긋하게 마실 수도 있고 말야.

[실례함다-]

어서옵쇼, 라며 영업 스마일을 날린 아저씨는 내 얼글을 보자마자 기쁜 얼굴로 변했다.

그야 그렇겠지. 단돈 1000엔이 20만으로 늘어나면 절로 미소가 흘러나오게 될테지.

[, 여기. 돈은 직접 가서 바꾸라고. , 그런 큰돈 들고다니기 싫으니까-]

[감사합니다! 오소마츠님!!]

당첨 마권을 공손히 받아든 아저씨는 허겁지겁 숨겼다.

카운터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던 건, 정원사인 아저씨와 세탁소 아저씨. 둘 다 나의 경마 동료다.

여어, 오소마츠라며 두 사람이 손짓을 해, 세탁소 아저씨 옆에 가 앉았다.

[저 녀석, 당첨됐다냐?]

정원사 아저씨가 원망의 눈빛을 보내며 묻기에, 크게 탔다고 전부 말해버렸다.

돌아온 마스터는 내게 심부름값과 메뉴판을 내밀었다.

뭐든 괜찮으니 고르라고 하기에, 커피는 이제 막 마셨으므로 홍차를 골랐다.

[아침에는 미안. 카라마츠군 일로 놀라게 해서]

정중한 동작으로 내 앞에 컵과 쿠키가 담긴 접시를 내려놓은 아저씨는 상냥한 얼굴로 말했다.

[자주 일하러 와줬거든. 커피도 홍차도 잘 만들었었지. 쿠키를 굽거나 라떼아트 등 뭐든 잘해내는 친구였다]

[거짓마알!!그 녀석 그림실력 형편없다고? 고양이인지 토끼인지 구분도 못할 그림을 그려내는 녀석이라고?]

[그래? 그래도 라떼아트는 잘했다고. , 이 사진, 전부 카라마츠군이 한 거야]

테이블 위의 래미네이트, “라떼아트합니다이 글자도 카라마츠겠지만, 무엇보다 그 주변에 있는 건 나뭇잎에 하트, 고니, 장미꽃 등 돈을 받아도 될 정도의 제대로 된 라떼아트 사진.

종이에는 못 그리면서 커피와 우유로는 그릴 수 있다니, 어떻게 되먹은 뇌구조인 거야, 그 녀석은.

[밥도 녀석이 만드는 게 맛있었다고. 시원시원하고 솜씨도 좋고 말이야]

애초에 저놈은 우물쭈물해서 못 쓴다고~, 라며 정원사 아저씨가 마스터를 보며 웃는다.

[맞아맞아, 볶음밥이나 오므라이스나, 아주 일품이었지]

경마할 틈이 있으면 요리 솜씨를 갈고닦지, 라며 세탁소 아저씨가 웃는다.

아니, 그러는 당신들도 같은 처지인 사람들 아니냐고.

마음속으로 츳코미를 하며, 턱을 괴고 쿠키를 베어 먹었다. 카운터에 서있는 카라마츠를 상상해 보았다.

아저씨와 같은 검은 앞치마를 입고, 셔츠의 소매를 걷고서 우아하게 커피를 마시며, 어서오세요, 라고 웃으며 손님을 맞이하는 모습.

, 위화감 없네. 마치 직접 보기라도 한 것처럼 눈앞에 선하다. -, 좀 더 빨리 알았다면 여기서 네가 내린 커피를 마셨을텐데. 하트 같은 거 그려달라고 해서 말야.

또다, 한가지씩 카라마츠에 대해 알아갈 때마다, 좀 더 빨리 알았으면 하는 후회가 든다.

[오소마츠군]

이름을 불려 앞을 보니, 마스터가 다시 상냥한 미소로 말을 했다.

[말 좀 전해달라고. 또 마음이 내키면 우리 가게 도와주러 오라고]

[, 전해줄게]

홍차를 마저 비우고, 잘 마셨습니다, 란 말과 함께 가게를 나왔다.

 

현관문을 여니 전화가 울렸다. 급하게 신발을 벗고 수화기를 드니, 엄마의 발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랜만에 즐거워서, 저녁까지 먹고 가려고 하는데

[예이예이. 우리들은 적당히 먹을테니까. 부디 천천히 즐기고 오시길-]

, 맞다. 세탁물 넣어두는 거, 잊지마렴

[알았어-]

 

 

 

 

 

 

 

 

 

 

 

잘 먹겠습니다!!

7명이 입을 맞춰 말하고, 일제히 젓가락을 들었다.

눈앞에는 큼지막한 징기스칸[각주:9]냄비. 양고기의 달콤한 향기와 양념의 고소함, 육즙으로 흐물흐물해진 야채들.

[슬슬 먹어도 되겠지. 퍼줄테니까 그릇들 줘]

눈의 빛깔이 변한 걸 알아챈 건지, 우시지마 셰프가 가장 먼저 쥬시마츠의 접시에 고기와 야채를 듬뿍 담아 주었다.

[우하-, 맛나아-!!]

고기와 야채, 밥을 계속 입에 넣고서 행복으로 가득찬 표정을 하는 쥬시마츠에게 힐링받는 건 나뿐만이 아닌 듯, 아직 안 먹은 사람들도 모두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 맛있어어!]

나눠받은 내 몫을 한입 먹은 순간 반사적으로 그렇게 외쳤다.

맛있다, 진짜 이 한마디면 충분했다. 살아있어서 다행이다, 훗카이도 만세.

[맛있어!!]

뒤를 이어 카라마츠가 사랑하는 고기를 한입 크게 베어 물고, 헤실헤실 웃는다. 그 얼굴 반칙이니까.

좀 버릇없는 행동이겠지만, 다른 형제들에게 자랑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핸드폰 카메라를 켰다.

[두 사람 다, 맛있어하는 표정 좀 지어볼래-?]

내 요청을 듣는다기 보다, 지금은 그거밖에 할 수 없다는 듯이 카라마츠와 쥬시마츠가 똑같이 후냐리, 퍼진 얼굴로 웃는다.

마음속의 메모리만으로 만족하는 나는 더 이상 없다. 이렇게 기적의 순간을 남길 수 있다니, 이 얼마나 멋진가!!

 

펜션에 도착한 건 11시가 넘어서였다.

시가지를 벗어나니 점점 눈발이 굵어져, 내가 불안해할 무렵, 어서오세요, N마을에!!라는 지난다. 왼쪽도 오른쪽도 새하얀 세계를 지나길 약 20, 따스해 보이는 통나무집을 발견했을 때의 감상은, 살았다, 였다.

“Ville étoiles(빌라에투알)”이 이 펜션의 이름으로, 알파벳으로 적힌 간판 앞에서 카라마츠가 멋진 이름이라며 중얼거리낟.

[프랑스어로군, étoiles는 별, ville는 도시, 별의 도시라는 건가]

마음에 든 건지, 가타카나를 읽는 게 아닌 본토 발음으로 ville étoiles라 반복한다. 뭔가 재수 없게 느껴져, 오랜만에 그런 건 됐으니까라며 제지한다.

[삼촌이 취미로 하는 곳이니까, 편하게 있어도 돼. 손님도 단골이 대부분으로, 거의 삼촌 친구분들이시니까]

주차장에서 건물로 가는 동안 들은 타이가씨의 말에, 순간 멍해졌다. 생각해보니, 삼촌분도 나가소네 그룹의 일원. 그런 사람의 친구라면 서민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당연한 사실이다.

실제로 코앞까지 다가온 통나무집은, 스위스나 캐나다에 있을 법한 근사하고 장중한[각주:10] 집으로, 이미 성처럼 보였다. 마치 요직[각주:11]에 있는 사람이 일상의 소란을 잊고 우아한 유일을 보내기에 적격인 곳이라는 느낌.

[뭔가 엄청난 곳이네]

나직한 쥬시마츠의 목소리에서 녀석의 불안이 느껴졌다. 덕분에 나도 덩달아 긴장하고 만다. 그런데, 카라마츠는 태연하게, 좋은 곳이로군! 하고, 센척하는 기색도 없이 한가로이 웃었다.

긴장되지 않는 거야? 라고 묻자, 의아하단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제 와서 신경 써도 어쩔 수 없잖나? 할 수 있는 걸 하는 수밖에]

[정말이지, 네 그런 점, 하나도 안 귀여워!!]

그 대화를 듣고있던 타이가씨가 풉, 하고 웃음을 터뜨린다.

[녀석은 늘 이런 식이야. 무대본방 전에, 우리들이 폭발할 정도로 긴장하고 있을 때도, 혼자 여유롭게 웃고 말이야. 보통이면 긴장되잖아? 실수하면 어쩌나 하고]

[긴장감은 갖고 있다구요? 실패할 때도 있고]

잘도 말하네, 라며 입을 삐죽인 선배는, 나와 쥬시마츠를 바라보며 계속 말을 이었다.

[녀석의 경우, 실패한 적이 거의 없다고. 그 역에 몰입하려고 하니까 말야. 뭘 해도 자연스럽고, 살짝 실수해도 그런 연기로밖에 안 보이니까]

과대평가라며 카라마츠는 웃으며, 아직 뭔가 할 말이 남은 듯한 선배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

[, 우리들을 무대로 안내해주시겠습니까? 슬슬 발가락이 한계라]

그렇네, 나도 마찬가지야. 눈 쌓인 땅에 스니커즈는 힘들다.

펜션에 예비용이 있다고 해서, 돈을 아끼려 사지 않았던 스노 부츠.

 

문을 열고 한 발 내딛자, 나는 처음 느낀 인상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했다.

덕지덕지 붙은 장식들은 없었지만, 정갈히 닦인 아름다운 목재 장식들, 바닥에 깔린 융단은 살짝 짙은 청색으로 그려진 아라베스크로, 아마 페르시아나 터키산. 흔들의자와 낮은 탁자에서는 빈티지풍이 물씬 풍겨오고, 조명도 고풍스러운 샹들리에. 벽에는 수채화나 건물의 설계도, 소묘, 수묵화 등 자그마한 액자들이 랜덤으로 걸려있고, 석조의 묵직한 난로에서 장작불이 타닥타닥 튄다.

세계 각국의 다양한 물품들로 꾸며져 있음에도 어째선지 일체감이 있어, 한마디로 말하자면 지극히 세련된 공간이었다.

역시, 일류의 사람들이 피로를 풀러 오는 곳이다. 니트족이 발을 들일만한 곳이 아니라고.

기가 눌려 멈춰선 나에 비해, 똑같이 긴장했을 쥬시마츠는 카라마츠와 같이 액자를 보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제 익숙해진 건가 했지만, 잘 보니 카라마츠의 손을 꼭 잡고 있다.

[-, 먼 곳에서 오느라 수고했어!!]

움츠린 발은 안쪽에서 나온 남성의 한마디로 간단히 풀려 버렸다.

[내 삼촌이자, 여기 지배인]

[나가소네 오키토라다! 잘 부탁하네!]

오너를 보자마자 든 생각은, 타이가씨가 늙으면 저런 모습일까, 였다. 둘은 부자관계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스스럼없는 말투도, 특유의 친밀감 넘치는 분위기도, 키와 몸집도 닮아있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하고 인사한 우리 셋에게 오키토라씨는, 나야말로 잘 부탁하네, 라며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우선 짐부터 놓고들 오라고. , 자네들 배고프지 않나? 타이가도 아침 안 먹었잖아?]

[아까 라멘 먹었으니까, 나는 괜찮아]

우리도 배고프지 않았기에, 먼저 아르바이트의 내용을 듣기로 했다.

이대로 점심을 대접받았다간 뭣하러 왔는지 잊어버릴 것 같았고.

 

건네받은 관내 안내도에 따르면, 빌라에투알은 장기 체류형 콘도미니엄[각주:12]식으로, 12개밖에 없는 객실은 각각 독립된 통나무집으로 되어 있었다.

우리들이 지금 있는 관리동을 중심으로 위쪽에 반원으로 12개의 객실이 줄지어 있고, 프론트 데스크는 객실측에, 레스토랑은 그 반대에 위치해 있었다.

타이가씨는 그 레스토랑 일을 거들고 오겠다며 사라졌고, 우리 셋은 오너의 뒤를 따랐다.

“Staff Only"라 적힌 팻말 너머의 완만하게 굽은 계단 위도, 로비도 마찬가지로 세련된 분위기가 감돌았다.

[처음에는 여길 중심으로 빙 둘러서 객실을 지정할 생각이었거든. 12별자리의 이름을 붙여서 말이지. 그치만 그래선 레스토랑에 가는 손님들이 객실을 가로질러서 가야 하니까, 서로 불편하잖아? 그래서 그리스신화의 이름을 붙이고, 이렇게 배치하게 된 거라네]

그 말대로 각 객실동에는 그리스 신화의 올림푸스 12신의 이름이 붙어 있었다.

12에 올라가니 객실의 배치가 잘 보였다. 관리동에서 객실동까지의 반경이 가까운 것도 있고 먼 곳도 있어, 엇갈리게 배치된 12동이 관리동과 복도로 이어지는 구조라서 반원이라기보다는 관의 형태를 그리는 것 같았다.

[“별의 도시라는 이름은 여길 세우기도 전부터 생각해뒀었거든. 그리스어로 할까도 생각했지만, 뭔가 마음에 확 오질 않고, 문자로 하면 이해할 수가 없으니까 프랑스어. 통일감은 전혀 없지만 뭐, 일본이니까. 작은 건 신경쓰지 말자는 성격이기도 하고 말이지]

씨익 웃은 오너는 복도 끝의,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중후한 느낌의 조각으로 장식된 문에 손을 댔다.

[, 여기가 자네들의 방이네. 좀 좁아서 미안하지만..]

[오오]

[우와아]

[와아아]

세 명 동시에 감탄을 자아내며, 우리들은 굳어 버렸다.

뭐야, 이 럭셔리한 공간. 전혀 좁지 않았고, 우리 거실의 족히 2배는 되어 보였다. 커다란 출창[각주:13] 두 개와 천장에도 창이 있어 방안은 무척이나 밝았다. 커다란 침대 3개에 옷장과 램프, 소파세트에 테이블, 세면대 등등 전부 앤틱풍이었다.

이런 곳, 우리가 써도 되는 거야? 최소 체류비 포함해서, 아르바이트비 받으면 안 되지 않아?

[좋은 방이로군]

기쁜 목소리의 카라마츠에 조금 긴장은 풀렸지만, 제대로 답은 할 수 없었다.

[원래 2인실이인데 침대를 하나 더 넣는 탓에 조금 좁아졌거든. 싫으면 타이가 방에 한명 묵어도 괜찮으니까. 금고는 여기. 난방은 중앙 난방이지만, 더우면 이 통풍구를 열어둬. , 추우면 담요 있으니까 말하고]

반쯤 멍한 상태로 오너의 설명을 들으며, 일단 큰 짐을 바닥에 두고 외투를 벗었다.

[열쇠는 여기]

건네받은 건, 본가와 같은 메이커의 열쇠로, 조금도 다를 것 없는 스테인리스 형태. 그 때문일까, 감사인사를 하고 그걸 꽉 쥐자 갑자기 발근처가 사악, 하고 차가워진다.

우리들 옆은 타이가씨의 방으로, 그 옆은 목욕탕과 화장실, 복도의 반대쪽 끝은 오너의 개인방.

오너의 방에 들어가, 얘기를 들으며 등나무 소파에 나란히 앉았다.

[잊기 전에 서류작업부터 처리하자고. 이력서도 써왔나?]

[, 가져왔습니다!]

이것 보라고, 써오길 잘했잖아. 아르바이트라도 이런 건 중요하니까.

가방에서 서류가방을 꺼내, 빳빳한 이력서 세장을 내밀었다.

[, 준비성이 좋구만. 으음, 이게 근로 계약서네. 잘 읽고 납득 가능하다면 사인과 도장 부탁하지. 그리고, 월급은 입금식이니까, 계좌번호를 여기에 적어주게]

계약서의 내용은 그리 길지 않아서, 어제 들은 월급 액수와 휴일 외에 고객의 정보를 누석하지 말 것과 근로 중 부상은 산재 신청이 가능하다는 등의 설명이 쓰여 있었다.

카라마츠가 가장 먼저 다 읽고 번듯한 글씨로 서명을 한 후, 도장을 꾹 눌러 찍었다.

그걸 본 쥬시마츠가 진지한 얼굴로 어느 때보다 겸손하게 자신의 이름을 적고 도장을 찍었다.

과연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었지만, 두 사람이 있으면 나도 어떻게든 힘내서 할 수 있을 것 같아 계약서에 마츠노 쵸로마츠라고 서명했다.

[땡큐. 그럼 이건 잘 맡아두지]

받아든 세명 몫의 서류를 탁탁, 테이블에 가볍게 탁탁 내려쳐 정리하곤 클리어 파일에 보관한 오너는 여느 때처럼 씨익 웃으며 힘차게 일어섰다.

[이제 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좀 빠를지도 모르겠지만, 젊으니까 먹을 수 있지?]

자아, 일어나라고. 라며 우리들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는다.

아아, 다 알고 있었구나. 긴장하고 있는 거. 그야 그렇겠지, 세명 다 입다물고 있었는 걸.

카라마츠는 원래도 과묵하고, 지금도 전혀 긴장하고 있지 않지만. 나와 쥬시마츠는 완전히 긴장한 티를 뿜뿜 뿜어내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신경 쓰이게 만든 게, 뭔가 부끄럽다.

오너에게 이끌려 1층으로 내려가니, 계단 아래에 몸집이 큰 남자가 인왕[각주:14]처럼 서있다.

키는 2m에 가깝고, 계단 난간에 쓰인 통나무 정도로 굵은 팔, 물론 군살이 아닌 울퉁불퉁한 근육질 몸. 스웨터 위에서도 충분히 느껴지는 두툼한 가슴에 험악한 분위기가 물씬 풍겨온다.

사냥꾼이라거나 그런 사람인 걸까, 그보다 좀 무섭다.

태연스럽게 앞을 지나는 카라마츠의 등을 방패삼아, 조심조심 내려가서 올려다보니, 느닷없이 덩치 큰 사내가 히죽 웃는다.

[이쪽이 타이가의 후배인가? 먼 곳에서 오느라 수고했네. 점심이 마침 다 됐으니 괜찮으면 먹겠나]

 

레스토랑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엄청난 분위기의 인테리어로, 점심은 스페인 요리였다.

[못 먹는 게 있으면, 신경 쓰지 말고 남겨라]

사냥꾼이자 셰프인 우시지마 토미오씨는, 오키토라 오너와 고교 동창생인 듯했다.

[, 가리는 거 없슴다! 형들도 그렇지?]

마침 스패니쉬 오믈렛을 삼킨 쥬시마츠가 기운차게 답하고, 우리도 따라서 고개를 끄덕인다.

카라마츠는 닭고기 찜이 마음에 쏙 들었는지 신나게 먹고 있었고, 나도 빠에야[각주:15]를 입에 잔뜩 물고 있던 탓에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거 마음에 드는군! 너도 좀 배우는 게 어때, 라이야]

[시끄럽다고, 아재. 고수를 못 먹는 것뿐이거든-]

지목당한 건 홀 담당인 카나죠 라이야씨, 오너와 셰프보다는 10살 정도 어려 보였다.

이 사람도 키가 크고, 듣기론 아버지가 아일랜드 사람이라는 모양으로, 적색 머리칼에 벽안이목구비가 뚜렷한 미남이었다.

[그보다, 똑같은 얼굴의 미남 셋이 나란히 앉아있으니, 그 위력이 장난 아니구만]

아니, 미남한테 미남이란 소릴 듣다니 답하기 곤란한데요. 애초에 우린 미남도 아니고.

[젊을 적의 토시[각주:16]짱이랑 닮았네-]

[아니지, 좀 더 얼굴이 둥글잖아. 나는 쿠사XX 마사오[각주:17] 쪽이 더 닮은 것 같은데]

[둘 다 예시가 너무 늙었다고. 그 걔 있잖아, 무슨무슨 딘[각주:18]인가. 고다이[각주:19] 역의]

아니아니아니!!제발 그만두세요, 진짜 죽을 것 같으니까!!

[녀석들 여섯 쌍둥이라고. 이 얼굴이 세명이나 더 있는 거야]

[진짜?!]

이야기 흐름을 바꿔주셔서 감사합니다, 타이가씨. 어디에 웃음 포인트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라이야씨가 크게 웃었지만, 익숙하지도 않은 미남 취급을 받는 것보다 이게 더 낫다.

단순하게도 맛있는 걸 먹는 것만으로 긴장이 순식간에 풀려 버렸다.

오너 말로는, 이 근처는 여름과 겨울 외에는 별로 관광객도 찾지 않아서, 펜션도 단풍이 지면 정비와 청소를 하고, 스키 시즌까지 문을 닫는다고 한다.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로 해, 오늘은 레스토랑도 쉬고 대청소를 하고 있었다는 모양이다.

아직 일이 남은 듯해, 조금 거들기로 했다.

디저트를 먹은 후, 쥬시마츠는 타이가씨와 밖에 나가 제설 작업에 나섰다.

스키장 개장에 맞추기라도 한 듯, 그저께부터 갑자기 드세졌다는 눈은 여전히 오다 말다를 반복했다.

기운 넘치는 쥬시마츠에게 다시 코트를 입히고, 빌린 스노 부츠도 신겼으니 아마 밖에서도 괜찮을 거다.

나와 카라마츠는 레스토랑에 남아, 청소를 도왔다.

카라마츠는 토미오씨와 주방을, 나는 라이야씨와 홀을, 각각 분담해서 청소했다.

 

눈에 보이는 먼지나 얼룩들을 슥슥 문질러 닦고 있으니, 어디선가 좋은 냄새가 풍겨왔다.

문득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6시까지 앞으로 22, 어느새 밖은 어두워지고, 실링 팬[각주:20]에 달린 샹들리에에 불이 들어왔다.

[쵸로마츠, 슬슬 끝내자고. 이제 충분히 깨끗한 것 같으니까]

후아-, 지쳤다아, 라며 기지개를 켠 라이야씨에게, 5분만 더요, 라며 거절을 하곤 남은 테이블 1대를 구석구석 닦았다.

좋아, 만족! 본가에서도 늘 그랬지만, 역시 청소는 눈에 보일 정도로 깨끗해져야 만족스럽지.

[-, 굉장하네. 엄청 번쩍번쩍거리잖아!]

성취감에 젖어있자, 어느새 오너가 뒤까지 다가와 말을 했다.

어째선지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청소 정도는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닌데.

[, 씻고 오게. 오늘 저녁은 징기스칸이다!]

그렇게 말한 오너는 내 머리에 손을 얹었다. 뭔가 칭찬을 받은 기분에 마음이 간질간질 해져 서둘러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리고 다시 아까전으로 돌아가서.

우리들의 환영회와 내일부터 힘내자는 의미로, 다 같이 냄비를 에워싸고 앉았다. 단 술은 각자 한잔씩만. 카라마츠는 맥주잔의 3분의 1정도.

이제 막 만났는데 이렇게 같이 냄비 하나를 둘러싸고 있어서인지 마치 삼촌들과 밥을 먹는 듯한 따스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정말 너희 셋이 와줘서 다행이네. 3월까지 지옥체험을 각오하고 있었다고, 나는]

오너의 말에 의하면, 전에 있던 알바생은 극단의 프리터와 현지 대학생이 있었는데, 대학생은 올해 취활과 졸업 논문으로 드러누웠다고.

게다가 극단 멤버도 직장이 정해져, 나와 쥬시마츠가 없었더라면 힘들었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된 거 그냥 6명 다 같이 오지 그랬나]

오너가 그렇게 말하자, 토미오씨가 고개를 끄덕이고 라이야씨는, 그거 보고 싶구만, 이라며 크게 웃었다.

평소라면 분명, 이런 기회가 주어졌을 때 여섯명 다 함께 왔겠지만, 지금은.

[, 혹시 싸웠어?]

타이가씨의 말에 우리 셋은 무심코 얼굴을 마주보았다. 이건 마치 긍정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별일이네, 카라마츠. 너 형제들 엄청 좋아하잖아]

나라도 괜찮다면 들어줄게, 라며 선배는 카라마츠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었다. 카라마츠도 그걸 가만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유일한 형에게도 냉정하게 대하는 카라마츠가 어리광을 부리는 그 모습은 매우 신선하고, 조금 흐뭇한 기분이 들면서도 동시에 살짝 억울한 감정도 들었다.

[싸웠다기 보다는.....조금 거리를 두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서....., 제 자업자득이지만요]

눈에 외로움을 띤 카라마츠보다 먼저 내가 입을 열었다.

[녀석들, 카라마츠를 필요 없다는 듯이 말했다구요. 그래서 저랑 쥬시마츠가 한바탕 휩쓸고 같이 온 거예요]

그렇지?, 옆의 쥬시마츠에게 묻자, ! 하고 기운 좋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한다.

[아마도 지금쯤 쓸쓸해하고 있을 테지만. 조금은 반성하는 게 좋다구 생각함다!]

그렇게 말하곤, 한그릇 더 부탁드림닷! 하고 크게 외치며 밥공기를 내미는 쥬시마츠에 모두 웃음을 터뜨린다.

[뭐어, 집안사정이니까 뭐라고 할 말은 없지만. 빨리 화해들 하라고]

네 형제 자랑, 또 듣고 싶으니까 말이야. 라고 카라마츠의 머리를 살짝 두드린 타이가씨가 옅게 미소 짓는다.

[뭔가 부런군, 형제 싸움이라니. 나는 형과 싸울 정도로 대등하지가 않거든]

오키토라 오너의 형, 즉 나가소네 철강의 현 CEO, 오너와 12살 차이다.

[맞아맞아, 나이차 많이 나는 형은 형제라기보다 눈엣가시나 다름없다고. 싸움 같은 건 불가능하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한 타이가 선배도, 10살 위의 형이 있어, 이미 나가소네 그룹 회사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듯하다.

[나는 싸움 같은 거 해본 적 없는데?]

싸우는 의미를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기를 우걱우걱 집어먹던 라이야씨에게 오너가 젓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너는 누님이잖냐! 그것도 미인에 상냥하신]

[그래! 똑똑하고, 스타일 발군, 머리카락 끝까지 아름답지. 우리 누님은]

라이야씨, 이런 미남인데 시스콤인 건가. 안타깝다고 해야할지, 고맙다고 해야할지.

[이제 곧 출산이지? 선물은 뭐가 좋을지 물어봤어?]

[레드 브레스트 15년산]

[위스키잖아, 그건 네가 마시고 싶은 거겠지]

[그러니까 나를 위로해달라는 거라고]

토미오씨의 질문에, 농담이라 생각되지 않는 비통한 대답을 한 라이야씨의 말에 의하면, 5살 위라는 그 누님은 바로 작년에 라이야씨의 반대를 무릅쓰고 소꿉친구와 결혼했다는 모양이다.

고령출산이라 부지런히 산부인과 의사와 상담한 덕에 순조롭게 임신 기간을 거쳐, 다음주 출산 예정이라고.

[누님을 빼앗긴 데다, 이몸이 삼촌이라니, 진짜 견딜 수가 없다고]

[네 나이라면 당연한 거거든. 나는 13살 때부터 삼촌 소리 들었다고!]

얼굴을 가리며 우는 소리하는 라이야씨에게 오너가 야유한다.

[둘 다 배부른 소리를 하는구만. 형제가 없는 난 평생 삼촌이 될 수 없다고]

둘을 이어 토미오씨가 푸념을 하자, 결국 우리 젊은 네명은 웃어버렸다.

 

역시 좀 더 마시기로 한 세 사람을 두고, 우리들과 타이가씨는 먼저 목욕을 하러 돌아갔다.

상당히 넓어 5명은 여유롭게 들어갈 듯한 목욕탕은, 나무 욕조였지만 전혀 미끌거리지도 않은 데다가 물은 지하에서 온천수를 끌어다쓰고 있다니, 더할 나위 없이 좋아서 버릇이 될 것 같아 무섭다.

[너희들 늘 그렇게 나란히 앉아서 등 밀어주는 거야? 좋겠네~]

라고 말한 타이가씨가 나와 카라마츠 사이에 끼어든다.

아아-, 극락. 욕탕에 4명 나란히 들어앉아 있으니, 타이가씨가 불쑥 카라마츠에게 말을 걸었다.

[카라마츠, 아깐 미안했어]

정작 그 말을 들은 본인은 무슨 말인지 모르는 듯, 눈만 꿈뻑이고 있다.

[그 있잖냐, 형제들 일. 별로 말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서]

[아뇨, 전혀 아닙니다. 나르시스트 탐정에 한계가 왔을 뿐, 그리 심각한 건 아니거든요]

그러냐, 라며 고개를 끄덕인 선배, 이번에는 나와 쥬시마츠를 본다.

[둘 다, 미안해? 나 말이야, 카라마츠를 동생처럼 생각하다 보니까 그만 친형제들 앞에서까지 스스럼없이 굴어 버렸네]

[아뇨, 괜찮아요. 이 녀석, 우리들한테는 절대 의지하거나 하지 않으니까, 타이가씨가 있어서 오히려 다행인 걸요]

무심코 그렇게 튀어나온 말. 나는 자신의 속내가 의외로 깨끗하단 거에 오히려 놀랐다.

[저기저기-! 그럼, 쵸로마츠형이랑 저도 타이가 선배의 동생임까?]

명랑하게 그리 묻는 쥬시마츠에 타이가씨는, 물론이지! 라며 웃는다.

[슬슬 머리가 띵하니까, 먼저 나갈게-. 그럼, 다들 잘자]

내일 보자고, 라며 근육으로 단단히 죄어진 등을 눈으로 마중하다, 문득 뭔가 떠올라 카라마츠에게 물었다.

[저기, 카라마츠, 아까 타이가씨가 자기도 할 일이 있다고 했잖아, 뭐였을까? 설마 라멘을 아니겠지?]

[면도기 날을 사긴 했는데, 아마 그냥 핑계겠지]

[그럼 역시]

[아아. 순수하게 우릴 마중나온 거다. 갑자기 간다고 했으니까, 우리들이 옷 같은 걸 준비하지 못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지]

카라마츠는 욕조에 앉아 젖은 앞머리를 넘겼다. 그러자 지난번에 다친 자국이 보여, 무심코 눈을 피하고 만다.

[말했잖아, 그런 사람이라고, 선배는. 의지 받는 걸, 보람으로 생각하고 살아가는 사람이야. 아무래도 집안사정 때문이겠지. 형은 우수한 사원인데, 자긴 나태하게 연극이나 하고 있다고 자신을 비하한 적이 있었거든]

차남도 정말 큰일이지, 라고 이해한다는 듯 말하는 카라마츠에, 우린 그런 거창한 집안이 아니잖아, 라고 츳코미를 넣었다.

애초에 우리 장남은 우수한 사원은커녕 니트에 도박을 좋아하는 쓰레기라, 반면교사[각주:21]는 되지만 눈엣가시는 안 된다고.

 

방으로 돌아가는 도중, 카라마츠가 나를 불러세웠다.

[슬슬 핸드폰 전원, 켜두지 않겠는가?]

연락하고 싶다는 의미겠지만, 목소리에 불안이 번져있었다.

이쪽에서의 연락을 녀석들이 기다리고 있지 않으면 어쩌지, 하고 걱정하는 거겠지. , 정말 형제들에 대해선 하나도 모르는구만. 아까 쥬시마츠가 말한 대로 지금쯤 네가 없어서 쓸쓸해하고 있을 거라고.

[알겠어. , 저쪽에서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리기]

하지만 쉽게 안심시켜주진 않을 거다. 이번에는 나도 꽤 화가 났으니까.

 

 

 

 

 

 

 

 

 

 

아츠시군과 장기를 한판 두고, 패배한 그에게 뭐가 틀렸는지 설명하던 중, 전화가 걸려왔다.

번호는 집전화. 통화버튼을 누르니, 나야나~, 하는 장남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오소마츠형, 급한 용무야?]

 

딱히 그런 건 아닌데, 우리 리얼충께서 디너도 해두라고 해서 말이야, 밥 어쩔까?

 

[오뎅이면 되지 않아?]

 

-, 그것도 좋긴 한데

 

드물게 모호한 대답을 던지는 형. 이거, 상당히 지쳐있네, 오소마츠형.

치비타 가게에 셋이서 가면, 나머지는 어쨌냐고 물어볼 게 뻔하니까. 물어보지 않는다고 해도 치비타는 전부 알고 있다는 거니까, 그것도 그것대로 괴롭고. 아마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거겠지. 정말 나 추리력 엄청나네.

[그럼, 내가 만들까? 카라마츠형 정도는 아니지만, 전골은 할 수 있으니까]

전골인가, , 좋아

[정해졌네. 돌아갈 때 마트에서 사갈게. 어떤 전골이 좋아? , 미리 말해두겠는데 각자 부담이니까!]

뭐든 좋아. -, 역시 위에 부담이 안 가는 걸로

[알겠어. 맞아, 이치마츠형은 어때? , 먹었어?]

아침은 국만 먹은 것 같은데, 점심은 모르겠네. 내가 일어났을 땐 이미 나가고 없었어, 아직 안 돌아왔고. 뒷골목이나 어슬렁거리다가 돌아오겠지,

알겠다며 전화를 끊고 가방을 쌌다.

[저녁밥을 만들어야 하니까, 슬슬 돌아갈게]

, 또 봐, 라며 손을 흔드는 아츠시군 옆에서, 채소가게 아저씨가 히죽거린다.

[마츠요씨는 외출인가?]

[, 마츠조랑 데이트래. 아저씨도 매일 여기에만 있지 말고, 가끔은 아줌마랑 데이트라도 하라구-]

 

돌아가는 길, 마트에 들러 전골 재료를 샀다.

배추와 당근, 표고버섯과 두부, 닭고기. , 참깨두유전골로 하자. 맛있겠다. 이거면 사리는 우동이면 되겠지.

이치마츠형, 마로니[각주:22] 좋아했었지. 이거 넣어주면, 먹을지도 모르겠네.

내친김에 마음먹고 500ml 생수도 바구니에 담았다.

마트 비닐봉투에 담아서 들고 가는 건 내 미적감각에 어긋나니까, 제대로 에코백에 담는다.

검은 바탕에 핑크색 손잡이와 파이핑[각주:23].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내놓은 것으로, 주머니에 들어갈 만큼 작게 접을 수 있는데 꽤 견고하고 손잡이의 폭이 넓어 사용하기도 편하다.

마음에 쏙 들어, 내가 가진 것과 같은 종류에 색만 하늘색으로 다른 걸 카라마츠형에게 생일선물로 줬다.

엄마 심부름을 하는 경우가 많고, 퍼펙트 패션에 비닐봉투를 가지고 다니는 건 보기 싫으니까.

마트를 나와 집과는 반대 방향으로 발을 돌렸다.

쇼핑몰 근처, 만화방과 술집 사이에 위치한 골목. 반년 정도 전에 카라마츠형과 같이 쇼핑을 하러 나왔을 때, 형이 갑자기 여기서 멈춰섰다.

왜 그래, 라고 묻자, 여기가 고양이들 집합소래, 라고 했다.

[몇 번인가 여기서 이치마츠를 봤다. 엄청 다정한 얼굴로 고양이를 돌보고 있더군. 오늘은 없는 것 같지만]

그렇게 말한 카라마츠형이야말로 엄청 다정한 얼굴이었다. 이치마츠형을 아낀다는 게 생생히 느껴져, 나는 노골적으로 질투했다.

이치마츠형 따위 카라마츠형을 매일 괴롭히기만 하는데, 이런 얼굴을 하다니, 라며.

내가 아는 고양이들의 집합소는 여기뿐. 유일하게 짐작가는 곳이라 와보니, 좁고 어두컴컴한 공간에 보라색 덩어리가 보였다.

안심함과 동시에 그때의 질투가 도져서 그만큼 가시돋힌 말투가 튀어나왔다.

[돌아가자, 이치마츠형]

덩어리가 흠칫 떤다. 가까이 다가가니, 초췌한 얼굴이 위를 올려다본다.

[..........토도, 마츠, , 째서, ]

우와, 눈 완전 크게 떠졌잖아. 오랜만에 봤다고, 이렇게 놀란 거.

[내 파트너, 얕보지 말아줄래? 그 사람, 형제에 관한 거라면 다 알고 있다고]

사온 생수를 따서 건네자, 이치마츠형은 얌전히 그걸 받아들곤 입을 살짝 떨었다.

[........, ]

그렇겠지, 자신이 내친 사람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다니, 부끄러워 죽겠지.

반쯤 줄어든 병을 돌려받는 김에 그 팔을 그대로 들어올렸다.

[돌아가자. 내가 전골 만들어줄테니까. 제대로 먹으라구]

말없이 고개를 숙이는 이치마츠형의 얼어붙은 손목을 잡아끌며 집을 향해 걸었다.

정말 손이 많이 가는 형이구만!

다녀왔습니다, 하고 현관문을 열자 오소마츠형이 거실에서 나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토도마츠, 잘도 찾아서 데려왔네]

[카라마츠형 덕분이지. , 옷 갈아입고 전골 준비할테니까. 오소마츠형, 이치마츠형한테 물 좀 더 먹여줘]

 

요리라고 해도, 전골은 재료를 적당히 썰어넣기만 하면 끝.

간단하고, 전골 수프를 사용하니 당연히 맛도 나쁘지 않다.

오소마츠형의 식욕은 평소만큼 회복되었고, 이제 남은 건 밉살스런 웃음만 돌아오면 원상복귀.

문제는 이치마츠형으로, 둘이서 번갈아 어떻게든 마로니나 우동을 먹였지만, 평소보다 양이 터무니없이 적다.

보고 싶은 TV프로도 없고, 앞사람이 목욕을 끝내, 나도 목욕을 하러 들어갔다.

꼴지로 목욕을 끝낸 내가 거실로 돌아가자, 오소마츠형은 카라마츠형이 두고 간 라이터를 만지작거리고, 이치마츠형은 짤막한 겉옷을 입고 구석에 틀어박혀있다.

한숨을 쉬려는 걸 겨우 참고, 핸드폰을 켜 어제부터 벌써 수십통이 넘어가는 메일을 보낸다. 이제 슬슬 용서해주지 않을까.

내 생각이 닿았는지, 송신한지 약 5, 핸드폰 진동이 울리고 메일이 왔다.

메일은 총 3, 그보다, 뭐야, 이거!

 

 

From : 14matsu55@***

Subject : 네네-!

쥬시마츠임다! 핸드폰 샀어! 형들과 똑같은 걸로!! 징기스칸 맛나-!!

전화번호는, 080-****-****이야. 라인도 있어!! 잘 부탁해-!

첨부사진 : (카라마츠와 쵸로마츠가 소파에서 더블 피스)

 

 

From : choro3matsu@***

Subject : 누구신지?

, 쵸로마츠입니다! 스마트폰 데뷔했습니다. 앞으로 내 귀여운 형제들을 보여줄테니, 각오하세요.

전화번호는 080-****-****입니다. 라인도 시작했습니다.

첨부사진 : (카라마츠와 쥬시마츠가 징기스칸을 먹으며 맛있어하는 모습)

 

 

From : 카라마츠형

Subject : 누구라고 생각해?

카라마츠다아-! 폰 바꿨다고~. 두 사람과 같은 거라고~. 훗카이도에 왔다고~.

첨부사진 : (새로운 핸드폰) (셋이 같은 코트를 입고 어깨동무)

 

 

[왜 그래, 토도마츠?]

오소마츠형의 걱정스런 목소리, , 지금 그렇게나 엄청난 표정하고 있구나. 그럴 것 같긴 했지만.

[]

[?]

[웃기지 마, 이 쿠소 형들아아아아!!]

[! 카라마츠한테서 온 거!?]

오소마츠형이 몸을 쭉 내밀고, 이치마츠형도 구석에서 갑자기 뛰어든다.

말없이 핸드폰을 건네자, 두 사람도 엄청난 표정으로 굳어있다.

[하아?! 뭐야, 이 녀석들, 엄청 재밌어 보이잖아! 쵸로마츠랑 쥬시마츠까지, 핸드폰 산 거냐고!! 어이, 토도마츠 전화 걸어. 지금은 괜찮잖아?]

[말 안 해도 그럴려고 했어!]

어제부터 몇 번이나 걸었던 전화, 계속 전화를 받을 수 없어라는 차가운 목소리뿐이었는데, 신호음이 얼마 가지 않아 들려오는 낯익은 낮고 달콤한 목소리.

토도마츠?

[카라마츠형!! 뭐가 핸드폰 바꿨다고~, !! 왜 전원 꺼둔 거냐고!! 우리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이치마츠형은 끼니도 거르고, 제대로 자지도 않고, 오소마츠형도 기운이 없다고!]

? 이치마츠 괜찮은 건가?

오소마츠형이 나도 바꿔달라며 팔을 잡아당기고, 카라마츠형은 이치마츠를 바꿔달라며 성화라, 귀찮아서 스피커폰으로 바꾸고 탁자에 둔다.

이치마츠, 거기 있는가? 미안하군, 몸 상태는 괜찮은건가?

네가 먼저 사과해서 어쩌잔 거야

쵸로마츠형의 목소리가 섞여든다. 저쪽도 스피커로 해둔 걸까.

쵸로마츠인데, 카라마츠한테 전원 끄라고 한 건 나니까. 이치마츠, 밥을 안 먹다니, 피해자인 척하지 말라고? 카라마츠한테 나가라고 한 건 너니까 말이야. 토도마츠도, 자기가 원인을 제공한 주제에 이쪽이 나쁘다는 듯이 말하지 마

냉정한 말에 이치마츠형이 새파랗게 질리고, 오소마츠형도 굳어 버렸다. 쵸로마츠형, 아직 화 안 풀렸구나.

순간, 아까 웃기지 말라고 소리쳤던 게 부끄러워진다.

쵸로마츠! 그렇게 말하지 마라! 따지고 보면, 우리가 잘못한 거다. 토도마츠, 이치마츠, 오소마츠, 용서를 빌테니 들어주지 않겠는가?

 

그렇게 운을 뗀 카라마츠형은 이야기를 들려주듯 나직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형제한테는 비밀로 연극을 계속한 것. 그 때문에 이런저런 일을 했던 것. 그 안쓰러운 중2 캐릭터는 그런 행동을 감추기 위한 연기였던 것.

들으면서 나는 역시 그 때, 공연 봤다고, 재밌었다고 솔직하게 말할 걸, 하고 후회했다.

그랬다면 카라마츠형이 오랫동안 이런 이상한 연기를 하지 않았을 거고, 당당하게 응원도 했을 텐데.

...........그렇게 돼서, 지금은 극단에서 신세지던 사람의 도움으로 훗카이도에 온 거다. 2월 말까지는 돌아가지 않을 생각이다

크리스마츠도 오미소카(정월의 전야로, 섣달 그믐날을 말합니다)도 정월도 올해엔 따로 보내겠네. 갑자기 쓸쓸한 기분이 들었지만, 이건 내게 주어진 벌이라고 생각해 우는 소리는 하지 않는다.

[저기, 카라마츠형, , 한번 본 적이 있어, 형의 공연. 바텐더 역의. 엄청 재밌었어. 그 때, 바로 말하지 않아서 미안해? 앞으로는 제대로 응원할테니까, 또 전화해도 될까?]

당연하지! 바로는 못 받을지도 모르겠지만, 바로 연락을 하겠다

토도마츠가 봤을 줄이야, 하고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겸연쩍은 표정을 하고 있겠지. 카라마츠형의 목소리는 감정이 풍부하니까.

 

[저기, 카라마츠]

나 대신 오소마츠형이 핸드폰에 말을 건다. 눈썹에 힘을 준 표정은 카라마츠형과 똑 닮아 있었다.

뭔가, 오소마츠?

[네가 연극하는 거 숨긴 건, 나 때문이지?]

그렇다기 보다는, 내가 지레 겁을 먹었을 뿐이다. 네가 형제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거라고, 그렇게 오해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니까 신경쓰지 마라, 라며 전화기 너머의 카라마츠형이 웃는다. 오소마츠형은 반대로 얼굴을 잔뜩 찡그린다.

그러고 보면, 옛날에 합숙을 가냐 안 가냐로 싸웠던 적이 있었지. 그걸 지금까지 맘에 품고 있었다니, 엄청 카라마츠형 답네.

미안해, 라고 말한 오소마츠형은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오늘, 윈즈 갔더니, 역 앞에서 피어스를 잔뜩 뚫은 녀석이 날 너로 착각해서 말을 걸더라]

아아, 이츠미군이군. 역 근처의 악세사리 샵의 점원이다

[그 이츠미군? , 네 노래를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그리고 네가 돌아오길 기다리겠다고 전해달래]

그런가

[그리고, 옆집 카페 아저씨가 마음이 내키거든 또 도와달래]

그래

[나 말이야, 엄청 부러웠어. 나도 네 기타연주 듣거나, 라떼아트한 커피 마시고 싶었어. 그런데, 너 없잖아, 여기에. 오늘 잡지에도 없었고]

미안하군. , 잡지는 아마 조만간 다시 나올 거라 생각한다. 얼마전에 취업용을 찍었거든

[, 꼭 볼게. 그리고 거기 아르바이트 끝나면, 한번쯤 오라고. 셋이서]

그럴 생각이다

[그래, 그럼 됐고. , 감기 안 걸리게 조심하라고]

하핫! 바보니까 괜찮다

이번에는 오소마츠형도 웃는다. 평소의 장난꾸러기 같은 미소가 아닌 오히려 나보다 어른스러운 미소.

 

[이치마츠]

네 차례라고 제대로 말하지도 않고, 오소마츠형은 핸드폰을 이치마츠형 앞에 미끄러뜨렸다.

[들려주기 싫으면 우리들 2층에 가있을까?]

조금 망설인 이치마츠형은 고개를 흔들곤, 저기, 하고 쉰 목소리로 전화 건너의 세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이치마츠, 거기 있는 건가? 상태는,

[괜찮으니까. 하나만 물어봐도 돼?]

나한테? 그래, 뭐든 물어봐라

[나의, 뭘 믿는 거야?]

탁자 아래에 놓인 손이 덜덜 떨려, 말해줘야 할지 어쩔지를 내가 망설이고 있자, 오소마츠형이 슬쩍 옆으로 가서 둥글게 굽은 등을 쓰다듬었다.

네가 자신을 되찾고, 가능한 한 행복해지는 것, 이지

분명 강하고 따스한 눈으로 정면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겠지. 보이지 않아도 카라마츠형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알 것만 같았다.

다른 사람과 비교할 필요는 없다. 마츠노 이치마츠는 너뿐이니까. 너는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

뭔가 대답하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꾹 삼켰다. 이치마츠형, 입술에 핏기가 없을 정도로 꾹 다물고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으니까.

불쾌하게 만들어 미안했다. 부디 밥은 꼭 챙겨먹어라

 

토도마츠, 아직 거기 있는가?

이름을 불린 나는, 있어-, 하고 평소와 다름없는 톤으로 답했다.

전화 걸어줘서 고맙다

[으으응. 내가 얘기하고 싶었을 뿐인 걸. 오히려 다행이야, 카라마츠형의 비밀을 알 수 있어서. , 엄마랑 아빠는 아직 안 돌아왔어. 오늘 데이트하러 나갔거든]

알고 있다. 아까 아빠랑 통화했거든. 방해하지 말라더군

우와, 아들한테 그런 말까지 하다니, 우리 부모님이지만 너무 리얼충이라니까.

[쵸로마츠형, 듣고 있어? 어제는 심하게 말해서 미안해. 쥬시마츠형도 쫓아내듯이 굴어서 미안. 일단 말해두는데, 나 세명 모두 좋아하니까. 그것만은 알아줘!]

갑자기 부끄러워져 상대방의 답을 듣지도 않고, 잘자!! 라고 외치며 일방적으로 끊어버렸다.

 

아직 얘기하고 싶은 건 잔뜩 있지만, 오늘은 이제 슬슬 한계다.

쥬시마츠형과 쵸로마츠형의 연락처를 저장해두고, 세명한테 온 자신을 다시 한번 본다.

얄미울 정도로 밝은 미소가 귀엽게 느껴져, 이래선 감쪽같이 쵸로마츠형 생각대로다.

거기서 눈을 돌리니, 형 두명이 눈물을 아직 주체하질 못하고 있다.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향했다. 이런 일도 있구나, 하고 생각하며 최종수단도 제대로 사온 스스로를 칭찬한다.

맥주보다 조금 도수가 높은 하이볼 6, 내가 2개 오소마츠형이 3, 이치마츠형은 1.

아마 이걸로 바로 골아떨어질 정도로 취해서 제대로 발 뻗고 자게 될 거다.

[말해두지만, 나도 울고 싶은 건 마찬가지니까!]

, 하고 쟁반을 탁자에 세게 내려놓자, 두 사람이 겨우 작게 미소를 짓는다.

 

 

 

 

 

 

 

 















오랜만에 차남스펙 가져왔네요 'ㅂ'a

이 소설은 한편당 길이가 좀 되는 탓에

번역도 며칠간 붙잡고 있어야 해서 좀 피곤합니다ㅎ..


게다가 이번에는 각주도 많아서..

빼먹은 거 없나 모르겠네요




가능한 오타 없이 하려고 천천히 타자쳤는데

있겠죠........오타...................늘 있었으니까...ㅎ

발견하면 댓글로 말해주세요!




-


조만간 잋쥬 R18소설인

[나와 고양이와 동생과 부서진 무언가] 올리겠습니다!

2개 한번에 올릴 생각이라 오늘 못 올렸네요;

조만간 가져올게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




















 

 

 









  1. (TPO면 옷을 시간, 장소, 경우에 따라 착용해야 한다는 의미로 알고 있는데, 때와 장소를 가려야한다란 의미로 쓴 건지 아예 다른 단어인 건지 모르겠네요;) [본문으로]
  2. (쉽게 말해 닭찜...? 닭고기 조림...?입니다) [본문으로]
  3. (본문은 ‘요코모지’로 직역하면 가로글자인데 대체로 외래어를 요코모지라고 합니다(외래어는 가타카나로 가로로 쓰는 글자라서). 근데 보통은 서양문화에 맹종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표현하거나, 필요이상으로 외래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비아냥거릴 때 씁니다. 그래서 서양문물..이라고 의역을 했습니다..이상하면 댓글주세요) [본문으로]
  4. (손난로 제품명) [본문으로]
  5. (경마장 이름) [본문으로]
  6. (경마할 때 거는 배팅법 같은 것) [본문으로]
  7. (이렇게 읽는 게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일단 이것도 경마 배팅법입니다) [본문으로]
  8. (물건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스스로 만들어 낸 짐으로부터 해방을 도모해, 경쾌하고 쾌적한 생활과 인생을 손에 넣는 것이 목적인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 [본문으로]
  9. (양고기를 이용한 일본의 불고기 요리) [본문으로]
  10. (장엄하고 무게가 있다) [본문으로]
  11. (중요한 자리, 직위) [본문으로]
  12. (소유자가 부재일 때에는 다른 제3자에게 빌려줄 수 있는 가구 달린 분양 주택) [본문으로]
  13. (*벽면보다 밖으로 튀어나오게 만든 창문을 말합니다. 성이나 귀족의 저택에 보면 커다랗고 벽면에서 툭 튀어나온 창문 있죠? 고급져 보이는! 그거 말하는 겁니다!) [본문으로]
  14. (사찰이나 불전의 문 또는 불상을 지키는 불교의 수호신) [본문으로]
  15. (스페인 전통 쌀요리) [본문으로]
  16. (일본의 록 밴드 그룹인 엑스재팬의 보컬 데야마 토시미츠) [본문으로]
  17. (일본 영화배우, 쿠사카리 마사오) [본문으로]
  18. (일본 영화배우, 딘 후지오카) [본문으로]
  19. (일드 ‘아침이 온다’ 의 등장인물) [본문으로]
  20. (천장용 선풍기) [본문으로]
  21. (다른 사람이나 사물의 부정적인 면에서 가르침을 얻음을 이르는 말) [본문으로]
  22. (굵은 당면 같은 겁니다) [본문으로]
  23. (재봉용어) [본문으로]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