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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도 마음도 빼앗아 봐

 

 

 

 

 

 

목숨에 가치의 차이가 있다고 하면, 애당초 목숨에 가치를 요하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반박한 적이 있다.

좋은 의사가 되겠다고 했던 적도 있다. , 목숨을 구하는 일이 반드시 모든 인류에게 좋은 행위라고는 할 수 없다. 왜냐면, 때에 따라서는 사람을 죽이는 자도 구하는 것이 의사이기 때문. 그러니 반박하고 싶다.

좋은 의사는 없다. 선한 마음을 가진 의사와, 자르고 고치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는 의사.

참고로, 나는 후자다. 그리고, 좋은 의사도 아니다.

 

[....파라아, 하하, 저기 닥터-? 이름, 가르쳐줄래?]

 

보라고. 배를 점령한 마피아의 보스를 치료하고 있는 나 따위, 좋은 의사와는 거리가 멀잖아?

 

 

 

 

 

몸도 마음도 빼앗아 봐

 

 

 

 

-5일전-

 

 

[호화 여객선으로 동남 아시아 여행! 여기, 마츠노 선생님! 받아주세요오~]

 

아카츠카 종합 병원 외과의 레지던트인 타케노군은, 생글생글 웃으며 그리 말하고는 같은 외과의인 내게 티켓을 건넸다.

나는 데스크에서 작업하고 있던 손을 멈추고, 안경을 벗었다.

 

[, 타케노군이라고 했던가]

[! 타케노입니다!]

[........왜 이걸 나한테 주는 거야? 자네가 가면 되잖아?]

[, 하와이 여행도 당첨 됐습니다! 그건 부인과 갈 겁니다.]

 

엄청난 당첨운이다. 좋은 일이 겹친다는 건 이런 걸 말하는 건가.

그보다 부인, 부인이라니. 나보다 한, 두 살 어려보이는 애송이가 부인이 있었다니. 고작 레지던트인 젊은놈이. 나랑 한, 두 살밖에 차이 안 나는데.

 

[.......마츠노 선생님? 엄청난 얼굴.....무서운데요...]

 

, 안 되지, 안돼. 무심코 표정 드러내버렸나.

미안, 하고 사과하고 티켓을 받았다.

 

[....생각해볼게]

[마츠노 선생님, 역시 그 수술 이후, 기운 없으시네요...]

 

레지던트가 신경 쓰인다는 듯 말한다.

그 수술.

나는, 배를 찔려 의식불명 상태였던 살인 혐의의 남자를 수술로 살렸다. 6시간에 걸친 큰 수술 후, 내 앞에 나타난 것은, 억울하다며 눈물을 흘리는 피해자의 유족들이었다.

그들이 가장 먼저 한 말은,

 

왜 저런 녀석을 살리고, 우리 가족은 구해주지 않는 거야!

 

그야 당연하다.

의사는 선인도 아니며, 하물며 신은 더더욱 아니니까.

그저, 주어진 일을 수행할 뿐인, 로봇 같은 존재다.

나는, 내게 겨눠진 손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안경도 짝 소리와 함께 비틀어진 채, 가만히 있었다.

 

[마츠노 선생님. 원장님께서도 말씀하셨지만, 휴식을 가지시는 게....]

[........., 그렇겠지. 정신 빠진 의사 따위, 방해만 될 뿐이니까]

[그런 게 아니....!]

[날 대신 할 녀석들은 얼마든지 있고 말야]

[그런...! 마츠노 선생님!!]

[미안. 농담이야. 고마워, 푹 쉬고올게]

 

나는, 선인도 아니며, 좋은 의사도 아닌데, 유족들의 그 눈빛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나도, 머리를 식힐 시간을 가지고 새로운 마음가짐을 다지고 싶기도 했다. 그러니, 흔쾌히 휴가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3시간 전-

 

 

하지만, 그렇다고.

호화 여객선을 마피아들이 점령하는 최악의 여행이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난리치지 말라고!!]

 

천장을 향해 쏘아지는 총소리와, 검은 슈트와 선글라스 차림의 엄청난 수의 남자들이 총을 꺼내든 상황에서, 우아한 디너는 단숨에 공포의 공간으로 돌변했다.

수많은 비명소리가 난무하고, 항복의 의미를 담아 바닥에 엎드린다. 나도 그를 따랐다.

지금의 내게는 공포보다도, 귀찮음이 더 컸다. 아아, 부상자가 없었으면 좋겠는데-. 귀찮아-.

 

[알겠냐. 이 배는 지금부터 마츠노 패밀리가 접수한다. 거스르는 녀석들은 가만두지 않겠다]

[선장! 선장은 어디있어!!]

 

제복을 입은 40대쯤의 남성이, [제가 선장입니다] 라며 나섰다.

 

[무얼 원하는 겁니까?]

[의무실로 안내해. 의사는 있는 거겠지?]

[의무실로는 안내하겠지만, 의사는 없습니다]

[아앙!? 뭐라고!!?]

[임시 직원은 있지만, 의사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 자리에 없습니다]

 

 

, 불길한 예감.

 

 

[, 승객 중에 의사가 없는지 찾아봐!!]

 

 

-. 역시 귀찮은 일이 되어버렸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손을 들었다.

 

 

[......., 의사야. 하지만, 내과라면 포기. , 외과의니까]

[아아! 다행이다!!]

 

? 하고 잘못 들은 듯 고개를 갸웃거리면, 상냥한 목소리가 마피아들 속에서 들려왔다.

안에서 나온 건, 검은 슈트에 핑크색 와이셔츠를 입은 청년이었다.

그 사람은 그대로 내 팔을 잡고는 끌어당겼다.

 

[외과의 대환영!! 일각을 다투는 일이니까!]

[, ....]

 

혼란스러운 채로 끌려가면, 어디선가 나는 익숙한 냄새.

의무실이라고 쓰인 문 앞에 다가가자 더욱 냄새가 짙어진다.

환자가 있어. 그리 깨달은 나는, 귀찮음도 혼란스러움도 없어졌다.

문을 열자, 옆구리가 붉게 물든 남자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누워있었다.

 

[!! 의사 데려왔어!!]

 

형제였던 건가. 남자는 그 목소리에 꼭 감고 있던 눈을 슬쩍 뜨고, 이런 상태임에도 히죽 웃었다.

 

[뭐야, 이 녀석.....믿음직스럽지 않구만...]

 

 

빠직.

외모로 판단하면 곤란하지. 나는 매일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나는 무언으로 그의 손목을 잡고, 맥박을 짚었다.

......조금 약하네.

출혈도 심해. 빨리 수혈을 해야겠어.

나는 안쪽에서 떨고 있는 직원을 불렀다.

 

 

[, 마취약은 어디 있어?]

[후엣!? , 저기, , , 저는 아무것도 몰라서....]

 

 

하아......머리를 싸매고 싶어진다.

 

[나가도 좋아. 네가 있어도 방해만 될 뿐이니]

 

 

침대에 누워있는 남자가 슬쩍 웃었다.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태평한 녀석이군.

어쩔 수 없지, 내가 찾는 수밖에.

전기 메스는 역시 없나........지혈이 가능해서 편리한데.

지혈제는 있었다. 링거형식과 먹는 타입.

우선은 이걸 먹일까.

 

[어이, 이걸 먹어]

[.....미안한데, 안 넘어갈, 지도....]

[, 물이랑 같이]

 

남자는 물을 마시는가 싶더니, 바로 콜록거리며 토해버렸다.

......어쩔 수 없지.

나는 알약과 물을 한꺼번에 입에 머금고, 남자의 입에 자신의 입을 포갰다.

 

[응극............]

 

남자의 목이 위아래로 오르내리는 걸 지켜본다.

 

[, 헤헤, ........요즘 의사는 이렇게 열정적으로 키스하는 거?]

[인공호흡이나 음식물을 입으로 넘겨주는 걸 키스로 치는 거야? 조직의 보스면서, 순진하고 귀엽네]

 

내 목에 총이 겨누어졌다. 정확히 정맥을 노려서. 역시 마피아.

 

[네놈! 우리 보스를 바보 취급하지 마!!]

 

역시. 보스구나.

 

[죽이려면 죽이던지? 그쪽의 소중한 보스님도 죽겠지만]

[.......!!]

[토도마츠]

 

 

부상당한 남자의 목소리라고는 믿기지 않는, 늠름한 목소리였다.

토도마츠라 불린 남자는, 그것만으로 완전히 행동을 멈췄다.

 

 

[버릇없는 동생이라 미안, 닥터-. 계속 치료해주지 않겠어? 닥터라면 치료할 수 있잖아?]

 

나는 그의 눈동자를 응시했다.

그 눈동자가 아니다. 나를 증오하는 눈도, 매달리는 눈도 아니다.

[]을 고집하는, 불타는 듯한 눈동자.

등이 움찔하고 떨린다.

그 눈, 싫지 않아.

 

 

[나한테 맡겨두면, 너는 살 수 있어]

[헤헤, 잘 부탁해]

 

나는 토도마츠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 그와 피를 나눈 형제지?]

[, 그런데....]

[혈액형은?]

[A! 나도 형도, 다른 형제들도 전부!]

 

다른 형제도 있는 건가.

 

[그렇담 다행이네. 그는 수혈이 필요해. 이 주사기랑 팩을 줄테니까, 수혈을 해줘]

[!? !? , 몇리터나!?]

[죽을 셈이냐. 잘 봐, 이 주사기의 눈금만큼 피를 뽑으면 되는 거야]

 

토도마츠군은 고개를 끄덕이고, 달려나갔다.

그 전에 일단 나는, 지혈은 됐으니 환부를 봉합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한가지 걸리는 게 있다.

 

[........역시, 없나..]

[....닥터-, 왜 그래?]

[마취제가 없어]

 

 

상처에 바늘을 찔러 꿰매야 한다. 아무리 다 큰 성인 남정이라 할지라도, 견딜 수 있는 고통이 아니다.

하지만, 남자는, [뭐야, 그런 거쯤이야] 라고 말했다.

이 녀석, 완전히 얕보고 있어.

 

[내가 때려서 기절시키면, 조금은 편해질지도....]

[, 자잠, 잠깐만, 그만두라고 닥터-. 죽을 확률만 오를 뿐이니까]

[, 통증을 완전 우습게 보는구나?]

 

 

그냥 상처가 났을 때의 아픔과는 완전히 다르다. 통증이란 건, 너무 극심한 통증에 죽음을 택한 사람이 있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것이다.

 

[통증, 말이지.........닥터, 내가 아픔을 느끼는 건, 몸 때문이 아냐]

[?]

 

남자는 구슬 같은 땀이 이마에 빽빽이 맺힌 상태임에도, 히죽 웃고 있었다.

 

[보이지 않으니까, 성가시단 말이지, 통증이라는 건!]

[하아......잘 모르겠지만. 의사는 보이는 통증이라면 낫게해줄 수 있어]

[하핫! 그게 아니........콜록콜록]

[아아, 자아, 안정을 취해주세요]

 

거즈로 상처를 닦아내고는 드디어 봉합을 시작한다.

 

[아읏....아파라아아, 하하, 저기 닥터? 이름, 가르쳐 줄래?]

 

 

비명 소리 하나도 내지 않는다. 대단한 근성이다.

 

[마츠노 쵸로마츠]

 

, 마피아한테 본명 알려주면 위험하려나. , 몰라 됐어. 알게 뭐야.

 

 

[쵸로마츠....쵸로마츠, 인가. 쵸로마츠 선생. , 오소마츠]

[마피아 보스가 본명을 그렇게 쉽게 말해버려도 되는 거냐]

[쵸로마츠 선생이라면, 괜찮다고. 내 목숨을, ........, .....구해준, .....은인, 이니까, 말야. 으극!]

 

 

안 됐지만, 아직 안 구했거든.

안색 굉장하네.

자아, 봉합 완료. 다음은 수혈이다.

나도 A형이니, 수혈을 위해 피를 뽑았다.

뚜벅뚜벅 바쁘게 움직이는 발소리가 들리고, 난폭하게 문이 열린다.

 

[괜찮은가, 형님!!]

[오소마츠혀-!! 기합으로 극복했스루했스루마스루마스루!!]

[쿠소마츠, 시꺼....]

[증말! 다들 조용히 하라구!!]

 

 

................

아니, 왜 늘어난 거야.

처음에 본 핑크와 함께, 파랑, 노랑, 보라색의 와이셔츠를 입은 남자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오소마츠라는 남자는, 흔들흔들 손을 흔든다.

 

[-, 왜 전부 끌고 온 거야 토도마츠으~~]

[미안! 오소마츠형 상태를 보고 싶다고 말을 안 들어서....., 선생, 여기, !]

 

그렇게 말하며, 피가 듬뿍 담긴 수혈팩을 넘겨준다.

 

 

[고마워. 너희들, 미안하지만 나가줄래]

[어째서! 우리들도 오소마츠형 옆에 있고 싶어!]

 

 

[다들, 고마워.....괜찮으니까, 이 선생은]

 

 

척척 수혈준비를 해가는 동안, 오소마츠는 형제들과 얘기를 나눈다.

오소마츠가 그리 말하면, 형제들은 반드시 따른다.

떨떠름한 표정으로 자리를 뜬다.

대단한 신뢰 관계이다.

 

 

[너희들 진짜 마피아? 전혀 그렇게 안 보이는데. 홀에서 떠들어대던 녀석들이 더 마피아 같았지]

[-....그거 진짜야? 미안미안, 그 녀석들 부하들인데, 조금 흥분했을 뿐이니까. 나중에 제대로 주의시켜둘게]

 

 

나는 정맥 주사 바늘과 관을 단단히 묶고, 이마의 땀을 수건으로 닦아냈다.

마피아의 보스라기엔, 너무 젊다. 나와 비슷한 나이일까, 아니, 나보다 젊을지도.

이쪽 세계는 어떻게 돌아가는 걸까, 하고 멍하니 생각하며 땀을 닦고 있으면 갑자기 팔을 잡힌다.

진지한 눈과 마주친다.

 

 

[저기. 왜 날 구해주려 하는 거야?]

 

 

뭘 그런 쓸데없는 질문을.

 

 

[내가 의사니까]

[신분을 숨기면 되는 거잖아. 일부러 나섰다는 건, 살리고 싶었던 거 아냐?]

 

일부러 나선 이유? 살리고 싶었다고? 아냐, .

 

 

[살리고 싶다는 말은, 약한 놈이나 쓰는 말이야]

[우와...]

[의사가 할 일은, 살리느냐 죽이느냐 그 두 개뿐이야. 살리고 싶다는 건, 의사의 소망에 지나지 않아]

[우와, 쇼크-! 그거, 전세계 모든 의사들한테 시비 거는 거? 생명을 구하고 싶어 하는 의사라니, 엄청 훌륭하잖아?]

 

 

그야, 세계 어딘가에는 제대로 훌륭한 의사가 있겠지. 그런 의사의, 살리고 싶다란 거짓 없는 말을 듣고 불쾌하게 생각할 사람은 없을 거다.

 

세상에서 단 한사람, 나를 제외하고는.

 

 

[나는 살리고 싶다란 말은 하지 않아. 착한 의사도, 좋은 의사도 아니니까 말야]

[...........-.....좋아, 쵸로마츠. 마음에 들었어]

 

오소마츠는, 살짝 내 뒤통수를 잡아 얼굴 가까이 끌어당겼다.

속눈썹이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의 눈이 마주친다.

마치 눈동자 속에 사납게 날뛰는 짐승이 깃들어 있는 듯이 보였다.

그건 어쩌면, 내게도 똑같은 것이 깃들어 있는지도 모른다.

 

 

[쵸로마츠 선생은, 가장 무서운 게 뭐라고 생각해? 죽음?]

[나 의사거든. 죽음은 몇 번이나 보아왔어]

 

사람에게 있어서, 죽음은 절망이자 희망이다.

두려워하는 건, 사람마다 다르다.

 

 

[그럼, 살아가는 거?]

[매일 무서워, 무서워 라면서 살아갈 리 없잖아]

[하하, 선생, 입 험하네-. 뭐어, 반말이여도 상관없지만]

 

 

입술이 맞닿을 듯한 위치에서 그렇게 속삭인다. 예쁘게 생긴 입술이다.

 

 

[나는 말이지, 쵸로마츠 선생. 다른 사람들이 없어지는 거, 라고 생각해]

[.............외로움쟁이냐고]

[하핫, 그런 게 아니라구?]

 

 

오소마츠는 말했다.

 

 

지구상에 한 생명체가 태어났다.

그 생명체는, 자신이라는 존재를 느끼고 싶어, 또 하나의 생명체를 만들었다.

그렇지 않으면, 살아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없으니까.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리니까.

 

 

팔을 세게 당겨진다 싶더니, 시야가 휙 돌고 천상이 보였다.

그 위에, 오소마츠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완전히 덮쳐지는 형태다.

 

[.....안정을 취해주세요, 환자분]

[살아있다는 감각, 찾았을지도]

[........오소맛, 응읏]

 

 

물어뜯길 듯한 키스를 당한다.

각도를 이리저리 바꿔가며 키스를 한다.

호흡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무리한 키스에, 역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어차피 피하겠지, 생각하고 손을 치켜들면, 짜악, 하는 강렬한 소리가 울린다.

 

 

[아얏~~, 쵸로마츠 선생, 좀 더 환자를 배려해달라구?]

[환자다운 행동을 하지 않은 네가 나쁜 거라고]

[-....그보다, 아까, 내 이름 불렀지 않아?]

[그래서, 무슨 짓이야]

[선생, 한번만 더 불러주라. ? 오소마츠, 라고]

[외로움쟁이씨, 착한 아이니까 그만하자?]

 

그러며 꾹, 어깨를 밀어내면, [체엣-] 하고 혀를 차면서도 물러나주었다.

그나저나, 엄청난 회복력이다. 방금까지 괴로워하던 놈은 어디간 거야.

하지만, 여전히 안색이 나쁜 걸로 보아, 고통을 참고있는 건지도 모른다.

선반에서 진통제를 꺼내 오소마츠에게 먹으라며 건네준다.

 

[, 이거 먹어]

[이름 불러줘~]

[오소마츠. 얼른 먹으라고]

[무셔어-. -, 아직 마실 힘이 없는데에-, 입으로 넘겨주....응믁!?]

 

 

그 정도는 얼마든지 해주지.

나는 의사고, 치료하는 게 일이니까 이런 건 아무것도 아냐.

 

 

[.....후핫, 쵸로마츠 선생, 대담해....]

[한알 더 남았어. 여기]

 

 

그러면서 나는 진통제를 입에 머금고 다시 입으로 넘겨주었다.

순순히 삼키는 오소마츠에 만족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참 잘했어요]

[우와-, 열받아, 열받아. 기억해두라고, 회복하면 쵸로마츠 선생 서지도 못할 정도로 만들어줄테니까]

[그래. 기대하고 있을게]

[그렇게 나오시겠다? , 진심이니까 말야!]

[괜찮다고, ]

 

 

네 눈, 좋아하니까.

 

 

그렇게 말하면, 녀석은 멍한 표정을 짓는다.

그보다, 고비를 넘겨서 그런지, 졸음이....

내가 하품을 참으려 입을 앙 다물고 있자, 오소마츠가 재빨리 그걸 알아차리고는,

 

[쵸로마츠 선생, 졸려? 여기서 자라고]

[.....바보 같은 소리 마. 환자의 침대에서 자는 의사가 어디 있냐...]

[괜찮잖아~. 나랑 같이 자자고. 간병이나 마찬가지니까]

 

 

오소마츠에게 잡아당겨져 다시 침대로 내던져졌지만, 급속도로 밀려오는 피로감을 거스를 힘이, 지금의 내겐 없었다.

 

[-.....오소마츠, 이마, 붙여봐....]

[? 내 이마를 쵸로마츠 이마에?]

[............]

 

 

오소마츠와 내 이마가 서로 닿으면, 체온이 느껴진다.

잠이 쏟아지면서도, 의사로서 할 말을 한다.

 

[.....으음....역시 너, ...나네...오소마츠, 해열제도 선반에 있으니까, 나중에 먹어.....그리고, 수분 보충도 해주고, 약 너무 먹어서 위가 거부할지도 모르니까, 위약도 먹고....진통제는, 최소한 4시간은 있다가 먹어....원래는 6시간이지만.....그리고, 상처, 감염...조심하고..]

[알겠어알겠어, 알겠으니까!! 이제 자라고! 쵸로마츠 선생!]

[.....~, 마지막으로, 실밥. 상처가 아물면 봉합한 실을 뽑아야 하니까, 2주후에....진찰.....]

 

 

의식이 잠에 빠져든다.

잠들기 전까지, 뭔가를 웅얼웅얼 말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결국, 완전히 잠에 빠지고 만다.

 

 

[.....수고했어, 쵸로마츠.

 

 

.......실밥, 말이지]

 

 

 

 

 

 

 

꿈을 꿨다.

구하지 못했던 환자, 왜 구했냐 원망하는 유족.

그 얼굴은, 절대로 잊혀지지 않고, 내 기억에 깊이 새겨져있다.

잊어버리는 게 편하겠지. 하지만, 잊어버리면 내가 나아가던 길은 무너지고 만다.

그 길을 가는 데에는, 다소의 고통도 필요하다.

 

 

보이지 않으니까, 성가시네. 통증이란 건!

 

그 말대로다.

잘 알고 있잖아.

의사는 눈에 보이는 통증밖에 고치지 못한다. 인간이란 건, 참으로 성가신 생물이다.

그 녀석, 어떻게 됐을까.

무사히 수혈됐으려나.

그 타들어가는 듯한 눈동자의 녀석.

싫지, 않아.

 

 

 

눈을 뜨니 아침이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 녀석도, 보이지 않았다.

 

 

문득 약지에서 낯선 무게감이 느껴져 보면, 자수정이 박힌 반지와, 작게 접힌 메모가 손가락과 반지 틈에 끼어있었다.

메모를 꺼내 펼쳐보면,

 

 

 

실밥제거, 예약 부탁행2주후에 오라구! by 오소마츠

 

 

무심코, 살짝 미소를 지어버린다.

 

 

[아니, 네가 병원에 오라고...]

 

 

선반을 체크하니, 해열제와 진통제 그리고 위약이 사라져있다.

아무래도 나라는 의사놈의 말을 제대로 들어준 것 같다.

 

 

이렇게 고양된 기분도 오랜만이네, 하고 생각하던 찰나, 뒤에 문장이 더 있음을 알아챈다.

 

 

만약 진찰날까지 선생이 도망치지 않으면, 선언한대로 서지도 못하게 만들어줄테니까. 몸도 마음도 내 걸로 만들테니 각오하라고-

 

 

무심코, 푸흣, 하고 웃음이 새어나온다.

아아, 이렇게 웃어본 게 얼마만인가!

 

 

[와보라고, 제대로 반격해줄테니]

 

 

 

 

 

 

 

 

 

 


바로 다음편 갑니다!

다음편이 R이라서 꾸금 카테고리에 넣었어여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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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連チャンコンボン 님의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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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한마디를 원했다(2)

 

 

 

 

 

 

달각달각 울리고 있던 얼음은 완전히 녹아, 찬 기운도 많이 사그러들었다. 대강 이야기를 마친 카라마츠는 녹아버린 얼음물로 목을 축이며 포장마차 지붕 너머로 천천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아, 이제 곧 해가 가장 아름다운 시간인가. 오렌지색이 눈부신 하늘에서 고개를 돌리고, 슬슬 본론으로 들어갈까, 라며 멍청한 표정의 주인에게 말했다.

 

[탐정역할은 내 담당이 아니다만. 좀만 생각하면 술술 풀려버리니, 그것이 맞는지 어떤지만이라도 알아 두고 싶다]

 

이제 그만해라고 말하지 않도록. 다시 한번, 이 자칭 단독 유괴범에게 못을 박는다.

너는 내게 빚이 있잖아? 그렇다면, 거부하지 않겠지. 빙긋, 부자연스러울 만큼 상냥한 미소를 짓고. 나는 단 한마디, 이렇게 말하면 된다.

 

[치비타, 부탁이다]

 

가게주인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이상하다고 생각한 것은, 내가 자고 있는 위치였다. 파자마 바람이었고, 바다 위에서 깨어나기까지 푹 잠들었던 것으로 보아, 유괴된 것은 집안인 것 같다. 그렇다면 왜 가장 끝에 있는, 납치하기 쉬운 위치에 잠들어 있는 쥬시마츠나 이치마츠가 아니었을까. 쥬시마츠는 어째선지 그 이유를 알 것도 같지만, 이치마츠는 어째서? 나보다 압도적으로 가볍고, 고양이화나 냄새가 심한 것에 기가 죽을 치비타도 아닐텐데.

그래도 어떤 이유든 간에 이치마츠가 아니라면, 그 다음 후보로 오르는 것은 분명, 차례에 따라 두 번째인 나나 쵸로마츠겠지. 그렇다는 건 쥬시마츠에 실패, 혹은 단념한 유괴범은 입구 쪽에서 가깝고 게다가 찾기 쉽다는 점에서 가벼운 쵸로마츠를 표적으로 택하는 것이 보통의 흐름이다. 쵸로마츠는 잠버릇도 나쁘지 않고, 자의식 이외에는 특별히 이상한 특성도 없다. 무게는 형제 중에서 가장 가볍다. 그래서 자칭 상식인이라고 할 만큼, 가장 유괴하기 쉽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오소마츠와 토도마츠는 리스크가 크고, 무엇보다 오소마츠는 잠버릇이 심해서, 역시 정하자면 위치적으로나 옮기기 쉬움 정도로 보나 쵸로마츠가 가장 유괴하기 편하지 않을까.

두 번째는, 책형(죄인을 나무 기둥에 묶어놓고 찔러 죽이던 형벌 / 카라마츠가 바다 위에 묶였던 형태)이라는 방법이다. 치비타는 이름대로 키가 작다. 책에서 본 바로는, 책형을 하려면 설치만 해도 상당한 인력이 필요해서 큰 어른 여럿이 나서야한다고 한다. 그것을, 문명이 발달된 현대라고는 하지만, 치비타 혼자서 나를 바다 위에 묶는 게 가능했을까? 게다가 저런 작은 조각배 위라는 불안정한 발판에서? .......그렇지 않다. 나에게 의식이 있어서 스스로 협력한다면 모를까, 그런 기억은 없으니 분명 협력자가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 내가 유괴되기 전날인 오소마츠와 쵸로마츠의 태도와 발언.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날 마신 코코아와 그 후에 급격히 밀려온 졸음. 그것은 아마, 코코아에 뭐가 들어있어서 그런 거겠지. 부자연스럽게 달았던 것은 약의 맛을 속이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른다.

 

여기까지 들어보면, 범인은 치비타 한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 않나?

그리고 그 협력자는 누구일까. 아니, 주모자라고 보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군.

 

나를 죽일 계획을 세우고, 이제 끝이라며 기뻐하고 있는 것은 누구인가.

사실 알고 있다. 왜냐면 봤으니까. 그들이 기뻐하고 있는 것을. 계획이 성공했다고 말한 것을. 죄책감 때문인지 눈물을 흘리며 사과의 말을 입에 담는 것을.

 

[유괴까지의 모든 일은 나를 죽이기 위한 계획이었던 거겠지?]

 

가게주인은 헉, 하고 숨을 삼켰다. 흘끗흘끗 이쪽을 올려다보는 눈동자에는, 죄책감과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다는 광기가 배어나오기 시작했다. 그 증거로 주인의 시선은 나를 바라보면서도 수중의 칼을 이따금씩 쳐다보았기 때문이다. 입막음으로 나를 죽이려는 건가? 아니아니, 그렇게는 안 된다고?

 

[그것도, 괴롭힘 당하는 캐릭터라는 직함 때문이 아니라, 오소마츠의 연인인 내가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차근차근 말을 내뱉으며 나는 책상 위의 칼에 손을 뻗어 치비타 앞에 들이밀었다.

 

[....]

[치비타, 어떤가? 정답을 말해주겠나]

 

눈을 부릅뜨고, 풀썩 고개를 떨구는 벗겨진 머리에, 포장마차 불빛이 반짝 빛났다. 그대로 한동안 고개를 숙인 채로 있던 치비타를 최대한 무표정으로 살펴보면서, 나는 다시 달그락, 하고 얼음을 굴린다.

 

[......, 알면서....]

[?]

[다 알면서, 왜 여기에 온 거야]

[무슨 말이지?]

[그런 짓을 형제한테 당했으면!! 가장 먼저 분노를 표해야 하는 대상은 그 녀석들이잖아!!?]

 

갑자기 말을 꺼내는가 했더니, 무슨 말을 하는 걸까. 아무튼, 남의 일인데 거기까지 화를 내주다니 치비타 넌 좋은 놈이구나. 뭐어, 죽이려고 했지만.

그보다, 만나러 갈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나를 죽이려고 했다고?

 

[아아, 그런 말인가. 아니아니, 만나러 갈 수 있을 리가 없잖아?]

[!!?]

 

빨리 만나러가, 가서 화해해, 아직 늦지 않았다고. 유괴한 주제에 그런 무책임한 말을 지껄여대는 치비타의 생각을 잘 모르겠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치비타, 아직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

 

석양이 느릿느릿 저물어간다. 아아, 그때도 정확히 이 시간이었다. 모두 사이좋게 나란히 걸어가는데 나 혼자 뒤에서. 취급의 차이를 통감하고 외친 그 말은 오소마츠만을 향한 말은 아니었다. 그래도, 가장 그 말을 전하고 싶었던 건 오소마츠였다. 그치만, 좋아하는 사람인 쵸로마츠와 취급이 다른 건 이해해도, 다른 동생들과 연인인 나의 취급이 다른 건 어째서일까, 하고 생각했다.

 

[그치만, 아니었다. 내 코코아에 수면제가 타진 순간...아니 그보다 훨씬 전인가. 아무튼 적어도 그때는 이미, 나는 애인은커녕 걸림돌이었겠지]

 

그 후, 모두는 이치마츠가 솔직해진 기념일 + 오소마츠와 쵸로마츠가 맺어지게 된 기념일, 이라 말해며 여기서 마셨지. 어째서 알고 있냐고? 그야, 계속 보고 있었으니까. 무척이나 즐거워보였다. 오소마츠와 쵸로마츠는 서로 짝사랑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거의 10년이나. 나는 오소마츠만 보고 있었으니 알아채지 못 했지만.

 

[두 사람이 솔직하게 서로의 마음을 털어놓았다면...]

[카라마]

[아직 끝나지 않았다. 끝까지 들어줘]

[.........., 아아]

 

시간이 좀 지나자, 한명씩 점점 책상에 엎어져 자기 시작했다. 너와 다른 동생들은 만취되어 기분 좋게 자는 중에, 오소마츠와 쵸로마츠는 둘이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너는 모르겠지? 나는 통증으로 잠을 잘 수가 없었으니 줄곧 서있어서 감각이 희미해져 가는 발을 질타하며 두 사람의 대화를 들었다.

 

 

 

 

저기....오소마츠형....

, 쵸로마츠. 모처럼 연인이 되었으니까 더 기뻐해도 된다고?

........그렇긴, 한데.....

 

부들부들 작게 떨고 있는 쵸로마츠를 부드럽게 끌어안으며, 오소마츠는 쵸로마츠를 연인이라 불렀다. 연인, 이라니. 같은 단어인데, 어째선지 내게 말했을 때보다 무척 달콤하고 상냥하게만 들렸다. 쵸로마츠를 안심시키기 위해서인지 부드럽게 등을 쓰다듬는 그 손놀림도 내가 받은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그 녀석이 날 만질 때에는 항상 힘으로 누르는 듯한 느낌이었으니까. 그 증거로 파카 아래에는 오소마츠가 새긴 상처와 멍이 가득했다.

 

카라마츠, 정말....정말로, 죽은 걸까....

 

취급이 다른 건 견딜 수 있었다. 그럴게, 그런 건 지금까지와 다르지 않았으니까. 그치만.

 

우리들이.......우리들 때문에........

아니지, 쵸로마츠. 죽은 게 아냐. 우리들이 죽인 거지

 

그 한마디는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파괴력으로 내 마음을 산산이 부쉈다. 우리가 죽였다? 뭐야, 그게. 나는 치비타한테 유괴되어, 우연히 너희의 잠을 깨워버려서, 너희가 던진 물건에 맞아 죽은 게 아니었나? 우연히 죽은 게 아니야...?

 

미안.......미안해 카라마츠....!

카라마츠.......정말, 미안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는다. 찌릿찌릿하게 몸 속에 전기가 흐르는 듯한 감각이 이어진다.

여섯 쌍둥이는 그냥 형제와는 조금 다르다고, 내가 너희고 너희가 나라고. 같은 유전자에서 태어난 나의 분신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그들은 달랐던 것 같다. 오소마츠도 쵸로마츠도, 이치마츠도 쥬시마츠도 토도마츠도. 협력해서 계획적으로, 의도적으로 나를 죽였다. 내가 그 사실들을 삼키려 필사적으로 곱씹는 동안에도, 오소마츠의 입은 그것 이상으로 삼키기 힘든 사실을 뱉어냈다.

 

마지막 하루는 카라마츠를 위해서, 라는 네 약속, 제대로 해냈어...?

오소마츠형은 잘해줬어. 너한테만 고생시켜서....미안...

 

약속이란 게 그런 거였어? 뭐야, 그 데이트, 나를 위해서가 아니구나. 전부, 전부 쵸로마츠를 위해서. 꾸역꾸역 삼킨 그 사실은, 무엇보다도 잔혹한 것이었다. 너무도 끔찍한 맛에 토할 것 같았다.

식은땀을 닦으며 체중을 목발로 겨우겨우 버티고 서서 꼭 들러붙은 두 사람을 쳐다본다. 이제 와서 무슨 생각으로 울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가냘픈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흘리는 쵸로마츠와 그것을 달래며 자신도 괴로운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오소마츠. 그 광경은 그 동안 동경해왔던 것이지만, 지금은 몹시 기분이 나빠 견딜 수가 없었다.

 

카라마츠를 위해서라도, 행복해지자....

.........으응.....

 

그리고 오소마츠의 마지막 한마디에 구토감이 밀려와 참지 못 하고 그 자리에서 토하고 말았다. 운 좋게도, 쵸로마츠가 바로 잠에 드는 바람에 두 사람은 알아채지 못 했다. 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 들켰으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에 떨림이 멎지 않았다. 만약 들켰다면 분명 저 두 사람의 행복인지 뭔지를 위해 나는 다시 살해당할 테니까.

 

 

 

 

[사람을 사이코패스니 뭐니 하더니, 녀석들이 더 사이코패스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묻는 나를, 치비타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무튼, 그 뒤에 급하게 집으로 돌아가 앞으로의 생활을 위한 통장과, 현금, 카드, 보험증을 빼내어 병원으로 향했다. 나가려는 순간, 눈에 언뜻 밟힌 2층 방의 소파. 그 위에는 카라마츠 살인 계획이라는 어린 시절의 소꿉놀이 같은 너무나도 간단하고 바보 같은 계획서가 뒹굴고 있었다. 사락사락 책장을 넘길 때마다, 무서운 계획들이 자신도 모르는 새에 실행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마지막 날에는 데이트를 하며 좋은 추억을 만들어 준다. 치비타에게 돈을 주고, 유괴하게 시키고. 실패한다면. 실패한다면 자신들이 스스로 숨통을 끊는다. 외상값 정도는 생명보험에서 얼마든지 나오니까.

 

뭐야...이거......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에는 큰 글씨로 해피엔딩!!이라고 쓰여있었다.

 

너희들은 자기자신을 죽여 놓고서, 그렇게나 행복한 건가.

 

공포로 떨리는 몸을 어떻게든 움직여 한발한발 병원으로 향했다. 그토록 무서운 것은 여태 하나도 없었다. 발견되면, 바로 죽여버리겠지? 녀석들의 행복을 위해.

 

 

 

 

[.....라는 걸로. 나는 녀석들에게 불평하거나 화해를 하기는커녕 만나러 갈 수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다]

 

여기까지 혼자 떠들었더니 역시 목이 마르다. 너무 오랫동안 머무를 생각은 없었기에 리필은 필요 없다고 했지만, 한잔만 부탁할까. 그렇게 생각하며 잔을 내밀었지만, 가게주인은 멍한 표정으로 죽일 생각은....이나, 거기까진.....같은 말을 헛소리처럼 중얼거려 알아채지 못 했다. 어쩔 수 없이 스스로 일어서, 가게 뒤로 가 아주 차가운 우롱차 한 컵을 부었다. 손님을 죽이려 하고, 손님을 시켜먹다니. 내가 소꿉친구가 아니었다면 지금쯤 인터넷에 악평을 퍼부었을 것이다.

 

하늘은 이제 완전히 밤의 장막을 내렸다. 바람도 차가워, 이대로 여기 계속 있었다가는 상처가 치료되기는커녕 감기에 걸릴지도 모른다.

 

[치비타]

 

슬슬 돌아가려고 주인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그가 움찍 몸을 떨며 마치 무서운 것을 본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아니, 죽이려한 건 너니까, 내가 무서워해야 할 입장이지 않나. 같은 츳코미는 접어두고, 나는 추우니 돌아가겠단 말을 전하고 가게를 떠나려 했다.

 

[카라마츠!!]

 

그러나 치비타가 나를 붙잡았다. 그것도 아주 필사적으로, 가게에서 떠나려는 내 팔을 붙잡고서. 좀 귀찮게 생각하면서도 나는 걸음을 멈춰 그를 내려다봤다.

 

[? 왜 그런가?]

[나는......나는 너를 유괴하면 외상을 갚는다고 해서, 그것만 듣고서 협력한 거야! 널 죽이겠다는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었어!! 그 놈들이 그런 계획을 세웠다는 것도!! 아무것도 몰랐어! 그러니까....그러니까!! ....그러, 니까......]

[그러니까? 그래서 어쩌고 싶단 건가?]

 

가능한 상냥하게, 철부지 아이를 타이르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치비타가 뭔가를 무서워하고 있었으니까. 그러자 치비타는 뭔가 숨이 막힌 듯한 소리를 내더니, 아까의 기세가 거짓말처럼 입을 다물고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여긴 강변이다. 그런 곳에 주저앉으면 옷이 더러워진다고 했지만, 치비타는 작은 목소리로 뭔가를 중얼거리며 일어서질 않았다. 여기에 오래 있을 수도 없고, 주저앉은 채의 소꿉친구를 두고 돌아가는 것도 좋지 않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 주변을 둘러보면, 내 눈에 밟힌 건 빈 잔과 내 소매를 붙든 치비타의 손이었다.

 

아아, 그런건가. 그래서 그런 거였나.

 

응응, 하고 혼자 납득한 나는 치비타의 팔을 살며시 풀어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다. 거기서 천엔짜리 지폐 2장을 꺼내 치비타의 손에 쥐어주었다.

 

[..........?]

[미안하다. 모처럼 갚았는데, 또 같은 짓을 할 뻔했군. 우롱차 2잔이면, 이걸로 충분하지? 잔돈은 필요없다. 어차피 그 녀석들 평생 돈 같은 거 내지 않을테니까, 형제로서의 마지막 이별 선물이라고 치지]

 

그렇게 말하곤, 또 같은 꼴을 당하면 견딜 수 없으니까, 라는 블랙 코미디스러운 농담을 던졌는데, 치비타는 웃기는커녕 울기 시작했다. 이해할 수 없다.

일단, 이로써 내가 여기에 머물 이유는 없어졌다. 원래 여기에 온 것도 이번 사건의 발단인 외상을 확실히 청산하고, 앞으로 형제들에게 유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모든 것을 받아줄 내가 없으면, 치비타가 누굴 선택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야. 한명씩 지키는 것보다, 원흉인 외상을 청산해버리는 것이 더 빠를 것이다.

 

[, .......]

[?]

[카라마츠 너.......왜 저놈들 몫까지 낸 거냐. 그런 일을 당하고도, 넌 그 녀석들을.....]

[아아, 그거 말인가. 간단하다. 녀석들에게 간단히 죽고 싶지 않으니까]

[?]

[내가 그 사건 뒤에 절망에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죽음을 택하지 않은 이유는, 병원에 들어간 비용과 너에게 빚진 외상값을 청산하기 위해서다]

 

제대로 이유를 설명했지만 치비타는 전혀 납득하지 못한 눈치다.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는 치비타에, 어차피 이걸로 끝이니까, 라며 나는 자세히 설명하기로 한다.

 

 

 

 

병원에 들어간 돈은, 신원이 파악되면 집에 청구서가 날아갈 것이다. 그걸 내는 건 누구? 그래, 마미와 파파다. 그렇게 되면 두 사람은, 왜 내가 이렇게 다치게 된 것인지 묻겠지. 나라면 어물쩡 속여넘길 자신이 있지만, 그날 밤의 쵸로마츠 상태를 봐선 아마 동생들은 죄악감을 견디지 못하고 계획을 폭로할지도 모른다. 그걸로 사과하는 것도 싫지만, 무엇보다 피하고 싶은 건 부모님이 힘들어하는 것이다. 남자 형제, 그것도 니트 여섯명을 부양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치료비를 내는 것은 그건 또 그것대로 힘들 일이다. 더군다나 자신이 배 아파서 낳은 자식이 피를 나눈 형제를 죽이려고 했다는 것은 알고 싶지 않겠지.

그리고 다음은 너. 외상값을 받으려 유괴를 했다. 심한 말이긴 하지만, 한번 저지를 인간이, 이후에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만약 네가 또 형제 중 누군가를 유괴하고, 그 과정에서 불의의 사고로 누군가 죽어버린다면? 그 녀석이 빨리 저승에 오고 말겠지. 그건 곤란하다. 사후세계가 어떤지 모르겠지만, 걔들 다섯명은 사람을 죽였으니, 나와는 다른 곳에 갈 것이다. 하지만, 만약 저승이 혼잡해서, 재판을 받고 다른 세계로 가기 전에 삼도천 앞에서 다시 재회하게 될지도 모르잖나. 몇 번이나 말하지만, 나는 그 녀석들을 두 번 다시는 보고 싶지 않거든.

 

 

 

 

[그래서 살아있는 거다. 머리에 연달아 받은 타격 때문에 이제 얼마남지 않은 것 같지만, 먼저 가게 된다면 장수할 너희들이 이쪽으로 올 즈음에는 환생했으면 하거든]

 

정말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마음을 완전히 털어놓으니, 왠지 사악한 기분이 되어 나는 살짝 웃었다.

 

[그럼, 잘 지내라 치비타]

 

흔들흔들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고, 이번에는 붙들리지 않고 왼발을 질질 끌며 돌아갔다. 남은 시간 동안, 이 거리에 돌아올 일은 없다. 그러니 이제, 치비타를 만나는 일도, 형제나 부모를 만나는 일도 없다. 나의 장례식이 바로 치러질지 아니면 시체도 발견되지 못 하고 수십년 후에 사망 증명서가 발행되기를 기다리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대로 마츠노 카라마츠가 이 거리에서 사라진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나를 없애기 위해 무척이나 번거로운 짓을 했다고 생각한다. 네가 쵸로마츠와 이어지게 됐을 때를 위해 웃는 연습을 했다고 말한다면, 너는 비웃을까. 애초에 네가, 내가 아니라 쵸로마츠에게 고백했더라면 이런 일이 되지 않았을 거다. 그런 아무도 행복해질 수 없는 관계 따위, 진작 끊어버려야 했는데.

 

[정말, 오소마츠는 바보로군]

 

네가 나를 어떤 녀석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적어도 너를 그런 의미로 사랑했고, 쵸로마츠와 이어진다 하더라도 그걸로 만족할 수 있었다.

 

[그저, 한마디, 행복해지고 싶다는 그 한마디면, 나는 잠자코 물러났을텐데]

 

단 한마디, 헤어지자고 했다면. 단 한마디, 나는 쵸로마츠가 좋다고 상담했다면. 그저 한마디, 널 좋아하게 될 수는 없다고 털어놓았다면.

우리 관계는 살인 미수의 피해자와 가해자가 아니라, 형제인 채로 남아있을 수 있지 않았을까.

 

 

 

발을 디딘 발밑의 풀이, 바스락 소리를 내며 울었다. 오늘 밤은 비가 올 것 같다. 어제도 비가 내렸으니, 강물은 평소보다 조금 불어있다. 거기를 천천히 돌아다니며, 그런 아무것도 아닌 경치를 눈에 새기는 것에 만족하며 오른 열차 창문으로 비가 내리고 있는지 물방울들이 날렸다. 시간대 때문인지, 아니면 운명의 장난인지. 사람이 별로 타지 않은 열차에 흔들리며, 카라마츠는 눈물을 흘렸다.

 

[그저 한마디....단 한마디만 해줬다면......!]

 

사귀자라는 말이 아니라. 그냥 한마디, 내가 좋아하는 평소의 미소를 지으며 수줍게,

 

카라마츠, 나 사실은 쵸로마츠를 좋아해. 그러니까, 날 도와주지 않을래?

 

그렇게 말해줬다면. 아마 지금쯤, 그야말로 멋진 해피엔딩을 맞았을 것이다.

 

조용한 차내에 방송이 울리고, 다음 역명을 보아, 이 전차는 이제 도심을 빠져나온 모양이다.고개를 들어 창밖을 보면, 별로 본 적이 없는 경치가 빠르게 지나쳐가고 있었다.

 

[............안녕]

 

다시 돌아가지 않을 이 거리에. 이제 만날 일 없는 사람들에게. 결국은 못 이룬 첫사랑에.

이렇게 되고도 아직 그 녀석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이 마음에 이별을 고하고. 카라마츠는 살며시 눈을 감는다. 이내 열차의 기분 좋은 흔들림에 몸을 맡겼는지, 오열은 평온한 숨소리로 변하고, 천천히 멎어갔다.

 

 

 

 

....입니다. .....다음 뉴스입니다. 어젯밤 새벽, OO선에서 젊은 남성이 사망한 채 발견되었습니다. 사인은 머리 타박에 의한 뇌손상이라는 것으로 밝혀져, 경찰은 현재 신원파악과 함께 조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카라마츠으으ㅠㅠㅠㅠ

마츠들 이 나쁜 놈들아아ㅠㅠㅠ

오소마츠 니가 제일 나빠 임마!!!!


와중에 부모님 걱정하고ㅠㅠ

천사냐 카라마츠ㅠㅠ





아무튼!!

완결입니다!

별로 길지 않은 길이라서

금방 했네요!! :)





다음은 또 다른 소설로 올게요~!





+ 1편은 오소카라였으니까

2편은 오소쵸로로! 공평공평!



올리고 보니까 꾸금 아니여써

ㅠㅠ커플링 바꾸고 비번 없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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