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락받은 작품입니다

무단전재는 금지입니다!!!




오역, 의역, 발식자 주의

불펌금지, 공유는 블로그 주소를!!

http://joniamhungry.tistory.com/




 【블로그 이용시 필요한 공지들 링크】


*저작권/무단전재 관련*


*요청 관련*


*R18 비번 관련*





















몸도 마음도 빼앗아 봐

 

 

 

 

 

 

목숨에 가치의 차이가 있다고 하면, 애당초 목숨에 가치를 요하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반박한 적이 있다.

좋은 의사가 되겠다고 했던 적도 있다. , 목숨을 구하는 일이 반드시 모든 인류에게 좋은 행위라고는 할 수 없다. 왜냐면, 때에 따라서는 사람을 죽이는 자도 구하는 것이 의사이기 때문. 그러니 반박하고 싶다.

좋은 의사는 없다. 선한 마음을 가진 의사와, 자르고 고치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는 의사.

참고로, 나는 후자다. 그리고, 좋은 의사도 아니다.

 

[....파라아, 하하, 저기 닥터-? 이름, 가르쳐줄래?]

 

보라고. 배를 점령한 마피아의 보스를 치료하고 있는 나 따위, 좋은 의사와는 거리가 멀잖아?

 

 

 

 

 

몸도 마음도 빼앗아 봐

 

 

 

 

-5일전-

 

 

[호화 여객선으로 동남 아시아 여행! 여기, 마츠노 선생님! 받아주세요오~]

 

아카츠카 종합 병원 외과의 레지던트인 타케노군은, 생글생글 웃으며 그리 말하고는 같은 외과의인 내게 티켓을 건넸다.

나는 데스크에서 작업하고 있던 손을 멈추고, 안경을 벗었다.

 

[, 타케노군이라고 했던가]

[! 타케노입니다!]

[........왜 이걸 나한테 주는 거야? 자네가 가면 되잖아?]

[, 하와이 여행도 당첨 됐습니다! 그건 부인과 갈 겁니다.]

 

엄청난 당첨운이다. 좋은 일이 겹친다는 건 이런 걸 말하는 건가.

그보다 부인, 부인이라니. 나보다 한, 두 살 어려보이는 애송이가 부인이 있었다니. 고작 레지던트인 젊은놈이. 나랑 한, 두 살밖에 차이 안 나는데.

 

[.......마츠노 선생님? 엄청난 얼굴.....무서운데요...]

 

, 안 되지, 안돼. 무심코 표정 드러내버렸나.

미안, 하고 사과하고 티켓을 받았다.

 

[....생각해볼게]

[마츠노 선생님, 역시 그 수술 이후, 기운 없으시네요...]

 

레지던트가 신경 쓰인다는 듯 말한다.

그 수술.

나는, 배를 찔려 의식불명 상태였던 살인 혐의의 남자를 수술로 살렸다. 6시간에 걸친 큰 수술 후, 내 앞에 나타난 것은, 억울하다며 눈물을 흘리는 피해자의 유족들이었다.

그들이 가장 먼저 한 말은,

 

왜 저런 녀석을 살리고, 우리 가족은 구해주지 않는 거야!

 

그야 당연하다.

의사는 선인도 아니며, 하물며 신은 더더욱 아니니까.

그저, 주어진 일을 수행할 뿐인, 로봇 같은 존재다.

나는, 내게 겨눠진 손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안경도 짝 소리와 함께 비틀어진 채, 가만히 있었다.

 

[마츠노 선생님. 원장님께서도 말씀하셨지만, 휴식을 가지시는 게....]

[........., 그렇겠지. 정신 빠진 의사 따위, 방해만 될 뿐이니까]

[그런 게 아니....!]

[날 대신 할 녀석들은 얼마든지 있고 말야]

[그런...! 마츠노 선생님!!]

[미안. 농담이야. 고마워, 푹 쉬고올게]

 

나는, 선인도 아니며, 좋은 의사도 아닌데, 유족들의 그 눈빛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나도, 머리를 식힐 시간을 가지고 새로운 마음가짐을 다지고 싶기도 했다. 그러니, 흔쾌히 휴가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3시간 전-

 

 

하지만, 그렇다고.

호화 여객선을 마피아들이 점령하는 최악의 여행이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난리치지 말라고!!]

 

천장을 향해 쏘아지는 총소리와, 검은 슈트와 선글라스 차림의 엄청난 수의 남자들이 총을 꺼내든 상황에서, 우아한 디너는 단숨에 공포의 공간으로 돌변했다.

수많은 비명소리가 난무하고, 항복의 의미를 담아 바닥에 엎드린다. 나도 그를 따랐다.

지금의 내게는 공포보다도, 귀찮음이 더 컸다. 아아, 부상자가 없었으면 좋겠는데-. 귀찮아-.

 

[알겠냐. 이 배는 지금부터 마츠노 패밀리가 접수한다. 거스르는 녀석들은 가만두지 않겠다]

[선장! 선장은 어디있어!!]

 

제복을 입은 40대쯤의 남성이, [제가 선장입니다] 라며 나섰다.

 

[무얼 원하는 겁니까?]

[의무실로 안내해. 의사는 있는 거겠지?]

[의무실로는 안내하겠지만, 의사는 없습니다]

[아앙!? 뭐라고!!?]

[임시 직원은 있지만, 의사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 자리에 없습니다]

 

 

, 불길한 예감.

 

 

[, 승객 중에 의사가 없는지 찾아봐!!]

 

 

-. 역시 귀찮은 일이 되어버렸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손을 들었다.

 

 

[......., 의사야. 하지만, 내과라면 포기. , 외과의니까]

[아아! 다행이다!!]

 

? 하고 잘못 들은 듯 고개를 갸웃거리면, 상냥한 목소리가 마피아들 속에서 들려왔다.

안에서 나온 건, 검은 슈트에 핑크색 와이셔츠를 입은 청년이었다.

그 사람은 그대로 내 팔을 잡고는 끌어당겼다.

 

[외과의 대환영!! 일각을 다투는 일이니까!]

[, ....]

 

혼란스러운 채로 끌려가면, 어디선가 나는 익숙한 냄새.

의무실이라고 쓰인 문 앞에 다가가자 더욱 냄새가 짙어진다.

환자가 있어. 그리 깨달은 나는, 귀찮음도 혼란스러움도 없어졌다.

문을 열자, 옆구리가 붉게 물든 남자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누워있었다.

 

[!! 의사 데려왔어!!]

 

형제였던 건가. 남자는 그 목소리에 꼭 감고 있던 눈을 슬쩍 뜨고, 이런 상태임에도 히죽 웃었다.

 

[뭐야, 이 녀석.....믿음직스럽지 않구만...]

 

 

빠직.

외모로 판단하면 곤란하지. 나는 매일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나는 무언으로 그의 손목을 잡고, 맥박을 짚었다.

......조금 약하네.

출혈도 심해. 빨리 수혈을 해야겠어.

나는 안쪽에서 떨고 있는 직원을 불렀다.

 

 

[, 마취약은 어디 있어?]

[후엣!? , 저기, , , 저는 아무것도 몰라서....]

 

 

하아......머리를 싸매고 싶어진다.

 

[나가도 좋아. 네가 있어도 방해만 될 뿐이니]

 

 

침대에 누워있는 남자가 슬쩍 웃었다.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태평한 녀석이군.

어쩔 수 없지, 내가 찾는 수밖에.

전기 메스는 역시 없나........지혈이 가능해서 편리한데.

지혈제는 있었다. 링거형식과 먹는 타입.

우선은 이걸 먹일까.

 

[어이, 이걸 먹어]

[.....미안한데, 안 넘어갈, 지도....]

[, 물이랑 같이]

 

남자는 물을 마시는가 싶더니, 바로 콜록거리며 토해버렸다.

......어쩔 수 없지.

나는 알약과 물을 한꺼번에 입에 머금고, 남자의 입에 자신의 입을 포갰다.

 

[응극............]

 

남자의 목이 위아래로 오르내리는 걸 지켜본다.

 

[, 헤헤, ........요즘 의사는 이렇게 열정적으로 키스하는 거?]

[인공호흡이나 음식물을 입으로 넘겨주는 걸 키스로 치는 거야? 조직의 보스면서, 순진하고 귀엽네]

 

내 목에 총이 겨누어졌다. 정확히 정맥을 노려서. 역시 마피아.

 

[네놈! 우리 보스를 바보 취급하지 마!!]

 

역시. 보스구나.

 

[죽이려면 죽이던지? 그쪽의 소중한 보스님도 죽겠지만]

[.......!!]

[토도마츠]

 

 

부상당한 남자의 목소리라고는 믿기지 않는, 늠름한 목소리였다.

토도마츠라 불린 남자는, 그것만으로 완전히 행동을 멈췄다.

 

 

[버릇없는 동생이라 미안, 닥터-. 계속 치료해주지 않겠어? 닥터라면 치료할 수 있잖아?]

 

나는 그의 눈동자를 응시했다.

그 눈동자가 아니다. 나를 증오하는 눈도, 매달리는 눈도 아니다.

[]을 고집하는, 불타는 듯한 눈동자.

등이 움찔하고 떨린다.

그 눈, 싫지 않아.

 

 

[나한테 맡겨두면, 너는 살 수 있어]

[헤헤, 잘 부탁해]

 

나는 토도마츠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 그와 피를 나눈 형제지?]

[, 그런데....]

[혈액형은?]

[A! 나도 형도, 다른 형제들도 전부!]

 

다른 형제도 있는 건가.

 

[그렇담 다행이네. 그는 수혈이 필요해. 이 주사기랑 팩을 줄테니까, 수혈을 해줘]

[!? !? , 몇리터나!?]

[죽을 셈이냐. 잘 봐, 이 주사기의 눈금만큼 피를 뽑으면 되는 거야]

 

토도마츠군은 고개를 끄덕이고, 달려나갔다.

그 전에 일단 나는, 지혈은 됐으니 환부를 봉합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한가지 걸리는 게 있다.

 

[........역시, 없나..]

[....닥터-, 왜 그래?]

[마취제가 없어]

 

 

상처에 바늘을 찔러 꿰매야 한다. 아무리 다 큰 성인 남정이라 할지라도, 견딜 수 있는 고통이 아니다.

하지만, 남자는, [뭐야, 그런 거쯤이야] 라고 말했다.

이 녀석, 완전히 얕보고 있어.

 

[내가 때려서 기절시키면, 조금은 편해질지도....]

[, 자잠, 잠깐만, 그만두라고 닥터-. 죽을 확률만 오를 뿐이니까]

[, 통증을 완전 우습게 보는구나?]

 

 

그냥 상처가 났을 때의 아픔과는 완전히 다르다. 통증이란 건, 너무 극심한 통증에 죽음을 택한 사람이 있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것이다.

 

[통증, 말이지.........닥터, 내가 아픔을 느끼는 건, 몸 때문이 아냐]

[?]

 

남자는 구슬 같은 땀이 이마에 빽빽이 맺힌 상태임에도, 히죽 웃고 있었다.

 

[보이지 않으니까, 성가시단 말이지, 통증이라는 건!]

[하아......잘 모르겠지만. 의사는 보이는 통증이라면 낫게해줄 수 있어]

[하핫! 그게 아니........콜록콜록]

[아아, 자아, 안정을 취해주세요]

 

거즈로 상처를 닦아내고는 드디어 봉합을 시작한다.

 

[아읏....아파라아아, 하하, 저기 닥터? 이름, 가르쳐 줄래?]

 

 

비명 소리 하나도 내지 않는다. 대단한 근성이다.

 

[마츠노 쵸로마츠]

 

, 마피아한테 본명 알려주면 위험하려나. , 몰라 됐어. 알게 뭐야.

 

 

[쵸로마츠....쵸로마츠, 인가. 쵸로마츠 선생. , 오소마츠]

[마피아 보스가 본명을 그렇게 쉽게 말해버려도 되는 거냐]

[쵸로마츠 선생이라면, 괜찮다고. 내 목숨을, ........, .....구해준, .....은인, 이니까, 말야. 으극!]

 

 

안 됐지만, 아직 안 구했거든.

안색 굉장하네.

자아, 봉합 완료. 다음은 수혈이다.

나도 A형이니, 수혈을 위해 피를 뽑았다.

뚜벅뚜벅 바쁘게 움직이는 발소리가 들리고, 난폭하게 문이 열린다.

 

[괜찮은가, 형님!!]

[오소마츠혀-!! 기합으로 극복했스루했스루마스루마스루!!]

[쿠소마츠, 시꺼....]

[증말! 다들 조용히 하라구!!]

 

 

................

아니, 왜 늘어난 거야.

처음에 본 핑크와 함께, 파랑, 노랑, 보라색의 와이셔츠를 입은 남자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오소마츠라는 남자는, 흔들흔들 손을 흔든다.

 

[-, 왜 전부 끌고 온 거야 토도마츠으~~]

[미안! 오소마츠형 상태를 보고 싶다고 말을 안 들어서....., 선생, 여기, !]

 

그렇게 말하며, 피가 듬뿍 담긴 수혈팩을 넘겨준다.

 

 

[고마워. 너희들, 미안하지만 나가줄래]

[어째서! 우리들도 오소마츠형 옆에 있고 싶어!]

 

 

[다들, 고마워.....괜찮으니까, 이 선생은]

 

 

척척 수혈준비를 해가는 동안, 오소마츠는 형제들과 얘기를 나눈다.

오소마츠가 그리 말하면, 형제들은 반드시 따른다.

떨떠름한 표정으로 자리를 뜬다.

대단한 신뢰 관계이다.

 

 

[너희들 진짜 마피아? 전혀 그렇게 안 보이는데. 홀에서 떠들어대던 녀석들이 더 마피아 같았지]

[-....그거 진짜야? 미안미안, 그 녀석들 부하들인데, 조금 흥분했을 뿐이니까. 나중에 제대로 주의시켜둘게]

 

 

나는 정맥 주사 바늘과 관을 단단히 묶고, 이마의 땀을 수건으로 닦아냈다.

마피아의 보스라기엔, 너무 젊다. 나와 비슷한 나이일까, 아니, 나보다 젊을지도.

이쪽 세계는 어떻게 돌아가는 걸까, 하고 멍하니 생각하며 땀을 닦고 있으면 갑자기 팔을 잡힌다.

진지한 눈과 마주친다.

 

 

[저기. 왜 날 구해주려 하는 거야?]

 

 

뭘 그런 쓸데없는 질문을.

 

 

[내가 의사니까]

[신분을 숨기면 되는 거잖아. 일부러 나섰다는 건, 살리고 싶었던 거 아냐?]

 

일부러 나선 이유? 살리고 싶었다고? 아냐, .

 

 

[살리고 싶다는 말은, 약한 놈이나 쓰는 말이야]

[우와...]

[의사가 할 일은, 살리느냐 죽이느냐 그 두 개뿐이야. 살리고 싶다는 건, 의사의 소망에 지나지 않아]

[우와, 쇼크-! 그거, 전세계 모든 의사들한테 시비 거는 거? 생명을 구하고 싶어 하는 의사라니, 엄청 훌륭하잖아?]

 

 

그야, 세계 어딘가에는 제대로 훌륭한 의사가 있겠지. 그런 의사의, 살리고 싶다란 거짓 없는 말을 듣고 불쾌하게 생각할 사람은 없을 거다.

 

세상에서 단 한사람, 나를 제외하고는.

 

 

[나는 살리고 싶다란 말은 하지 않아. 착한 의사도, 좋은 의사도 아니니까 말야]

[...........-.....좋아, 쵸로마츠. 마음에 들었어]

 

오소마츠는, 살짝 내 뒤통수를 잡아 얼굴 가까이 끌어당겼다.

속눈썹이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의 눈이 마주친다.

마치 눈동자 속에 사납게 날뛰는 짐승이 깃들어 있는 듯이 보였다.

그건 어쩌면, 내게도 똑같은 것이 깃들어 있는지도 모른다.

 

 

[쵸로마츠 선생은, 가장 무서운 게 뭐라고 생각해? 죽음?]

[나 의사거든. 죽음은 몇 번이나 보아왔어]

 

사람에게 있어서, 죽음은 절망이자 희망이다.

두려워하는 건, 사람마다 다르다.

 

 

[그럼, 살아가는 거?]

[매일 무서워, 무서워 라면서 살아갈 리 없잖아]

[하하, 선생, 입 험하네-. 뭐어, 반말이여도 상관없지만]

 

 

입술이 맞닿을 듯한 위치에서 그렇게 속삭인다. 예쁘게 생긴 입술이다.

 

 

[나는 말이지, 쵸로마츠 선생. 다른 사람들이 없어지는 거, 라고 생각해]

[.............외로움쟁이냐고]

[하핫, 그런 게 아니라구?]

 

 

오소마츠는 말했다.

 

 

지구상에 한 생명체가 태어났다.

그 생명체는, 자신이라는 존재를 느끼고 싶어, 또 하나의 생명체를 만들었다.

그렇지 않으면, 살아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없으니까.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리니까.

 

 

팔을 세게 당겨진다 싶더니, 시야가 휙 돌고 천상이 보였다.

그 위에, 오소마츠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완전히 덮쳐지는 형태다.

 

[.....안정을 취해주세요, 환자분]

[살아있다는 감각, 찾았을지도]

[........오소맛, 응읏]

 

 

물어뜯길 듯한 키스를 당한다.

각도를 이리저리 바꿔가며 키스를 한다.

호흡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무리한 키스에, 역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어차피 피하겠지, 생각하고 손을 치켜들면, 짜악, 하는 강렬한 소리가 울린다.

 

 

[아얏~~, 쵸로마츠 선생, 좀 더 환자를 배려해달라구?]

[환자다운 행동을 하지 않은 네가 나쁜 거라고]

[-....그보다, 아까, 내 이름 불렀지 않아?]

[그래서, 무슨 짓이야]

[선생, 한번만 더 불러주라. ? 오소마츠, 라고]

[외로움쟁이씨, 착한 아이니까 그만하자?]

 

그러며 꾹, 어깨를 밀어내면, [체엣-] 하고 혀를 차면서도 물러나주었다.

그나저나, 엄청난 회복력이다. 방금까지 괴로워하던 놈은 어디간 거야.

하지만, 여전히 안색이 나쁜 걸로 보아, 고통을 참고있는 건지도 모른다.

선반에서 진통제를 꺼내 오소마츠에게 먹으라며 건네준다.

 

[, 이거 먹어]

[이름 불러줘~]

[오소마츠. 얼른 먹으라고]

[무셔어-. -, 아직 마실 힘이 없는데에-, 입으로 넘겨주....응믁!?]

 

 

그 정도는 얼마든지 해주지.

나는 의사고, 치료하는 게 일이니까 이런 건 아무것도 아냐.

 

 

[.....후핫, 쵸로마츠 선생, 대담해....]

[한알 더 남았어. 여기]

 

 

그러면서 나는 진통제를 입에 머금고 다시 입으로 넘겨주었다.

순순히 삼키는 오소마츠에 만족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참 잘했어요]

[우와-, 열받아, 열받아. 기억해두라고, 회복하면 쵸로마츠 선생 서지도 못할 정도로 만들어줄테니까]

[그래. 기대하고 있을게]

[그렇게 나오시겠다? , 진심이니까 말야!]

[괜찮다고, ]

 

 

네 눈, 좋아하니까.

 

 

그렇게 말하면, 녀석은 멍한 표정을 짓는다.

그보다, 고비를 넘겨서 그런지, 졸음이....

내가 하품을 참으려 입을 앙 다물고 있자, 오소마츠가 재빨리 그걸 알아차리고는,

 

[쵸로마츠 선생, 졸려? 여기서 자라고]

[.....바보 같은 소리 마. 환자의 침대에서 자는 의사가 어디 있냐...]

[괜찮잖아~. 나랑 같이 자자고. 간병이나 마찬가지니까]

 

 

오소마츠에게 잡아당겨져 다시 침대로 내던져졌지만, 급속도로 밀려오는 피로감을 거스를 힘이, 지금의 내겐 없었다.

 

[-.....오소마츠, 이마, 붙여봐....]

[? 내 이마를 쵸로마츠 이마에?]

[............]

 

 

오소마츠와 내 이마가 서로 닿으면, 체온이 느껴진다.

잠이 쏟아지면서도, 의사로서 할 말을 한다.

 

[.....으음....역시 너, ...나네...오소마츠, 해열제도 선반에 있으니까, 나중에 먹어.....그리고, 수분 보충도 해주고, 약 너무 먹어서 위가 거부할지도 모르니까, 위약도 먹고....진통제는, 최소한 4시간은 있다가 먹어....원래는 6시간이지만.....그리고, 상처, 감염...조심하고..]

[알겠어알겠어, 알겠으니까!! 이제 자라고! 쵸로마츠 선생!]

[.....~, 마지막으로, 실밥. 상처가 아물면 봉합한 실을 뽑아야 하니까, 2주후에....진찰.....]

 

 

의식이 잠에 빠져든다.

잠들기 전까지, 뭔가를 웅얼웅얼 말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결국, 완전히 잠에 빠지고 만다.

 

 

[.....수고했어, 쵸로마츠.

 

 

.......실밥, 말이지]

 

 

 

 

 

 

 

꿈을 꿨다.

구하지 못했던 환자, 왜 구했냐 원망하는 유족.

그 얼굴은, 절대로 잊혀지지 않고, 내 기억에 깊이 새겨져있다.

잊어버리는 게 편하겠지. 하지만, 잊어버리면 내가 나아가던 길은 무너지고 만다.

그 길을 가는 데에는, 다소의 고통도 필요하다.

 

 

보이지 않으니까, 성가시네. 통증이란 건!

 

그 말대로다.

잘 알고 있잖아.

의사는 눈에 보이는 통증밖에 고치지 못한다. 인간이란 건, 참으로 성가신 생물이다.

그 녀석, 어떻게 됐을까.

무사히 수혈됐으려나.

그 타들어가는 듯한 눈동자의 녀석.

싫지, 않아.

 

 

 

눈을 뜨니 아침이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 녀석도, 보이지 않았다.

 

 

문득 약지에서 낯선 무게감이 느껴져 보면, 자수정이 박힌 반지와, 작게 접힌 메모가 손가락과 반지 틈에 끼어있었다.

메모를 꺼내 펼쳐보면,

 

 

 

실밥제거, 예약 부탁행2주후에 오라구! by 오소마츠

 

 

무심코, 살짝 미소를 지어버린다.

 

 

[아니, 네가 병원에 오라고...]

 

 

선반을 체크하니, 해열제와 진통제 그리고 위약이 사라져있다.

아무래도 나라는 의사놈의 말을 제대로 들어준 것 같다.

 

 

이렇게 고양된 기분도 오랜만이네, 하고 생각하던 찰나, 뒤에 문장이 더 있음을 알아챈다.

 

 

만약 진찰날까지 선생이 도망치지 않으면, 선언한대로 서지도 못하게 만들어줄테니까. 몸도 마음도 내 걸로 만들테니 각오하라고-

 

 

무심코, 푸흣, 하고 웃음이 새어나온다.

아아, 이렇게 웃어본 게 얼마만인가!

 

 

[와보라고, 제대로 반격해줄테니]

 

 

 

 

 

 

 

 

 

 


바로 다음편 갑니다!

다음편이 R이라서 꾸금 카테고리에 넣었어여 :D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