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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스는 화내지 않는다

 

 

 

 

늘 그랬듯이 누구도 말을 걸어주지 않아, 다리에서 정적과 고독을 만끽한 카라마츠는 최고의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샤이한 카라마츠 걸은 이 멋진 남자를 보고도 흘긋흘긋 쳐다보기만 할뿐, 결코 말을 걸어주지 않았다만, 그런 건 이미 익숙했기에 카라마츠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이전, 다리가 저려 헐떡이던 카라마츠가 걸즈에게 도와달라 말을 걸었지만, [변태!! 가까이 오지 마!!] 라며 빈 깡통을 던지고 경찰을 부른 적이 있었기에, 그 때의 반성으로 카라마츠는 부주의하게 먼저 말을 걸지 않기로 했다. 기다림의 자세를 갖게 되었다. 세상에 그날 그 여성처럼 츤데레 여성만 있는 건 아니란 걸 알지만, 아무리 카라마츠여도 변태란 소리를 듣는 건 싫고, 경찰은 무섭다. 샤이한 카라마츠 걸은 오늘도 자신에게 말을 걸어주지 않았지만, 그것도 언젠가 해결되겠지. 언젠가 샤이한 카라마츠 걸이 용기를 내서 자신에게 말을 걸어주기를 카라마츠는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카라마츠가 집에 도착했을 무렵, 때마침 시간은 정오를 가리켰다. 하늘을 올라다보니,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푸른 하늘에 눈부신 태양이 빛을 발하고 있다.

 

[오늘의 썬은 베스트하게 샤이닝하군...이 눈부신 소울을 가진 이몸에게 아주 잘 어울려...]

카라마츠는 훗...하고 앞머리를 날리며 중얼거린다. 나는 오늘도라니 당연하지 않나, 하고 자신의 모습에 도취되어 있다. 지금, 자신의 모습을 비출 큰 전신거울이 필요하다고 절실하게 느꼈다.

 

[다녀왔다, 브라더-!]

 

드르륵, 하고 현관문을 열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고, 집안은 고요했다. 뭐야, 전부 외출한 건가, 하고 카라마츠는 조금 실망한 채 신발을 벗어두고 마루에 오른 순간 뭔가 발에 치였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형의 빨간색 신발이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었다. 아무렇게나 벗어둔 그것은 카라마츠의 단 한명의 그 형의 것으로 보였지만, 신경 쓰이는 건 그게 아니라 오소마츠가 집에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집에 있었으면 답이라도 좀 해주지, 하고 카라마츠는 짜증스럽게 신발을 벗었다.

답을 하지 않은 게 동생들이라면 조금 슬프고 말았겠지만, 상대는 형으로, 카라마츠는 [오소마츠 주제에 답을 하지 않다니 뭔가!] 하고 불만스럽게 거실문을 열었다. 어쩌면 자고 있었을지도, 아니 이런 시간에 자고 있었다니 그것도 그것대로........하고 방에 들어선 카라마츠의 눈이 뭔가를 발견했다.

 

 

 

 

 

발이다.

 

 

 

 

발인데, 지면에 붙어있지 않다. 공중에 퍼덕이는 발이, 카라마츠의 눈높이에서 헤엄치고 있다.

양말을 신은 그 발을 카라마츠는 응시하다, 바지로 시선을 올렸다.

그리고 점점 위쪽으로 시선을 옮기자,

 

 

 

붉은 옷이 보였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카라마츠는 절규하며 공중에 뜬 발에 달려들었다. , 하고 카라마츠의 체중이 실린 발은 바닥으로 당겨지고, 몸이 떨어뜨리지 않으려는 듯 무언가가 꽉 붙들고 있다. 바로 위에 굵은 로프가 보이고, 무심코 카라마츠는 발에서 손을 뗀다. 카라마츠가 힘차게 덤벼들고 다시 떨어진 탓에, 발이 앞뒤로 흔들린다.

 

카라마츠는 황급히 방을 둘러보고는 부엌으로 달려갔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칼을 집어, 방에 돌아와 의자를 그곳까지 끌어 딛고 올라선다. 밧줄을 잡아 식칼로 자르니, 툭하는 소리와 함께 로프가 끊어졌다.

풀썩, 몸이 바닥에 떨어진다. 카라마츠는 의자에서 뛰어내리듯이 내려가 그 몸에 달려갔다.

 

[오소마츠, 오소마츠......!!]

 

카라마츠는 상당히 동요하며 몇 번이고 오소마츠의 이름을 부르며 몸을 흔들어댔다. 그리고 오소마츠의 얼굴을 보려 그의 뺨에 손을 뻗자--------

 

 

 

-----------거칠한 천의 표면이 만져졌다.

 

 

카라마츠는 멍하니 그 까칠한 감촉의 뺨을 이리저리 쓰다듬었다. 쓰다듬고 또 쓰다듬어도 거친 천이 부딪치는 소리만 났다.

 

---------이거, 인형이지않나아아아!!!!

 

 

카라마츠는 속으로 절규하며 바닥에 푹 엎드렸다. 이 무슨 일인가. 완전히 속았다. 자신이 사랑해 마지않는 형제가----그것도, 가장 고민과는 거리가 먼 오소마츠가---목을 매어 자살을 했다고 생각하다니!!! 걱정한 자신이 바보같다, 가능하다면, 아까 현관에서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카라마츠는 절실히 생각했다. 아까 자신이 완전히 이성을 잃었다는 자각은 있다. 그 때는 그런 걸 생각할 시간이 없었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완전히 웃음거리이다.

설마하니 몰래 카메라, 라고 말하려 숨어서 지켜보고 있는 건 아니겠지, 하고 카라마츠는 어느때보다 날카로운 눈매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집 어디에도 인기척은 없었고, 그런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젠장, 하고 낮게 중얼거리며 인형의 목덜미를 꽉 잡았다. 얼굴부분에 그림이 그려져 있어, 그게 어쩐지 오소마츠를 닮아 보인다. 마치 자신을 비웃는 듯한 얼굴을 한 인형에, 카라마츠는 그때의 초조함을 떠올려, 인형이 입고 있는 옷을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쿨해져라, 마츠노 카라마츠. 진정해라, ....)

스읍, 하아, 하고 호흡을 하며 화와 수치로 붉어진 안색을 가라앉힌다. 인형을 세게 부여잡고 있던 손의 떨림도 가라앉고, 카라마츠는 신중하게 어깨에서 힘을 뺀다.

 

인형을 벽장에 처넣고 1층으로 돌아가자, [다녀왔어-] 하는 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드르륵 열린다.

[어서와라, 브라더]

현관에 시선을 돌리며 어서와라 인사를 한 카라마츠의 움직임이 멈춘다.

[이야-, 완전 날렸어. 파칭코에서 날린 후의 맥주만큼 맛있는 게 없구만!]

[이 도박쟁이가!! 거긴 일 끝낸 후, 잖아!]

[일하지 않는 녀석한테 듣고 싶지 않거든~]

[시꺼!! , 카라마츠. 너 벌써 돌아왔]

 

 

후오아아아아아아아압!!!!!!!!!!!!!

 

 

[크헉!!] 하는 비명과 함께 오소마츠형이 현관으로 자빠진다. 그곳에 서있는 건 오른손을 치켜든 카라마츠와, 입을 쩍 벌린 채, 나와 오소마츠형을 바라보는 쵸로마츠뿐이다.

 

 

[아니 왜 갑자기 보디블로-!?!?!]

정신을 차린 쵸로마츠가 소리친다.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나를 봤지만, 나는 그에 상관하지 않고 오소마츠 위에 서서 오소마츠를 내려다보았다.

 

[오늘만큼은 용서할 수 없다]

 

[아니, 뭐가!?]

쵸로마츠가 뒤에서 외쳤다. [오소마츠형, 카라마츠가 엄청 화가 났는데, 뭐 짚이는 거 없어!?]

[아니, 나는 늘 동생들을 위한 행동밖에 하지 않는다고-? 뭐어, 그게 너희들이 기뻐할 행동이라고 장담은 못하지만]

[그냥 악질적인 괴롭힘이겠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라, 오소마츠. 네가 대체 내게 무슨 짓을 했는지...]

[솔직히 짐작 가는 게 너무 많아서 모르겠어]

[짐작 가는 게 있긴 있는 거냣!!!]

오소마츠형, 카라마츠 놀리는 것도 적당히 하라고. 라며, 쵸로마츠가 나무라듯 말한다. 카라마츠는 오소마츠형을 여전히 노려보고 있었지만, 오소마츠형은 이쪽에서 눈길을 돌려 제대로 카라마츠의 시선을 받아들이며, 곤란한 듯이 눈살을 찌푸렸다.

오소마츠의 입이 뻐끔뻐끔 움직인다.

(, 뭔가 했어?)

카라마츠는 갑자기 오소마츠에게서 얼굴을 돌렸다. 오소마츠는 어째선지 난처한 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 아까의 장난은 오소마츠가 아니라, 다른 형제의 짓인가. 가령 그렇다고 쳐도, 동생게에 화를 낼 수는 없을 것 같고, 하지만 한번 치솟은 분노를 쉽게 가라앉지도 않았다.

[시끄럽다, 평소의 행동을 반성해라] 라고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카라마츠는 자리를 떴다.

 

 

 

 

 

 

◆◆◆

 

 

 

 

[미안하지만, 그런 이유로 너희들 중에 3명 정도는 자력으로 생활했으면 하는데..]

미안한 듯한 표정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건, 다름 아닌 우리의 어머니, 마츠요이다.

마츠조가 일하는 회사가, 경영부진으로 마츠조의 보너스가 크게 줄게 되었다. 6명의 성인 남정 니트를 부양하는 마츠노가에, 그 사실이 영향을 미치지 않을 리 없었고, 물론 지금까지 아슬아슬하게 연명해 온 탓에 저축 같은 것도 있을 턱이 없었다. 거기서 양친이 내린 결단은, 아이들을 몇 명 내보내, 생활비를 줄이는 것이었다. 이렇게 말하면 비정한 부모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잘 생각해보길 바란다. 녀석들은 건장한 성인 남성이다. 이렇게 니트 생활을 만끽하고 있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한 것이다. 마츠요는 6명 모두 나가라고는 하지 않고, 적어도 3명만 집을 나가서 자력으로 생활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도 무기한은 아니었다. 가계가 어느 정도 진정이 되거든 언제든지 돌아와도 좋다 했다.

 

물론, 자신은 싫다며 떼를 써댄 건 오소마츠였다. 자력으로 생활하라니 절대 무리, 라며 바닥에 엎드려 읽던 만화책에서 시선을 떼지도 않았다. 형으로서의, 아니 인간으로서의 프라이드도 없다.

 

반대로 쵸로마츠는 [그런 거라면, 내가 나갈게] 하고 간단히 승낙했다. 역시 라이징 시코스키. 애초에 그는 언젠가 집을 나가 자력으로 생활하는 것이 목적이었으니까, 그 계기가 조금 일찍 다가온 것뿐이다. 그는 의기양양하게 짐을 싸기 시작했다.

 

토도마츠도 집을 나가기 싫다고 주장했다. 자력으로 생활하다니 무리야아, 엄마 버리지 말아줘어, 라며 울상으로 호소했고, 그게 먹혀들었다. 엄청나게 약아빠진 그 모습에 짜증난 쵸로마츠가 주먹으로 벽에 구멍을 뚫은 건 비밀이다.

 

이치마츠도 마찬가지로 [내가 자력으로 생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며칠은 가능할지도 몰라도, 일주일이 지나면 분명 죽어버릴 거라고......] 라며 어둠 오라를 뿜으며 단언했다. 마츠요와 마츠조는 아들의 그런 무서운 모습에 몸을 떨어댔다.

 

문제는 남은 두 사람이었다. 물론 이 두 사람도 집을 나가기는 싫겠지, 하고 형제들은 생각하고 있었지만.

 

[알겠다, 그럼 나도 나가지, 마미-]

간단히도 그렇게 말한 카라마츠에 [!?] 하고 놀란 건 토도마츠였다.

[아니, !? 카라마츠형, 무슨 소리야? 나가다니, 생활비 같은 거 안 보태준다고!? 자력으로 일하면서 살아야 하는 거라고!?]

[당연하잖나] 카라마츠는 한숨을 내쉬었지만, 토도마츠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카라마츠를 보았다.

[에에-----이거 정말 카라마츠형이야..?]

[나는 너희들을 사랑하는 브라더라고, 아하~?]

[아아, . 그건 됐으니까]

토도마츠의 말에 풀이 죽어버린 카라마츠를 보며 토도마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게 본가에서 나가기 싫다고 했으면서 말야]

[흐흥. 나는 쵸로마츠가 부양해줄 거니까...]

[언제적 얘길 하는 거야!!]

, 하는 소리와 함께 카라마츠의 배에 쵸로마츠의 주먹이 쳐박힌다. 카라마츠는 배를 부여잡고 웅크린 채, [브라더어....지금 건 제대로군.....] 하고 중얼거린다.

[, 그렇구나. 쵸로마츠형 열심히 해!]

[남 일인 듯 말하지 마!!]

 

 

[그럼 나도 카라마츠형 따라서 나갈게-]

우하하, 하고 웃으며 말한 건 쥬시마츠였다. 그 말에 토도마츠만이 아닌 이치마츠도 놀라 눈을 휘둥그레 떴다.

[, 쥬시마츠형까지!? 거짓말!!]

[어이 쥬시마츠, 쿠소마츠를 따라가서 좋을 거 없다고...]

 

[그치만, 그치만-! 그럼그럼, 나랑 카라마츠형 대신에 두 사람이 나가면 되잖아-!?]

[, 그건.........]

 

역시 여섯 쌍둥이는 제일 가는 쓰레기였다. 형제를 걱정하는 듯 보여도, 결국은 자신이 먼저인 것이다. 흘끗, 장남을 쳐다보지만 여전히 만화에서 시선을 돌리지 않은 채, 이쪽의 이야기들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듯 보여, 쥬시마츠들 대신 나가줄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

, 하고 이치마츠가 혀를 차고, 토도마츠도 한숨을 내쉬며 쥬시마츠를 바라봤다.

[알겠어. 쥬시마츠형이 그렇다면 그렇게 해. 무슨 일이 생기면 제대로 연락하고]

[쿠소마츠가 너무 안쓰러워서 싫어지면 바로 돌아와...]

[, 괜찮아! 형이랑 토도마츠 고마워-!! 형들도 뭔가 있으면 전화해!]

 

 

 

부랴부랴 짐을 싸서 집을 나가는 차남과 삼남, 오남의 등을 바라보며, 토도마츠는 한숨을 내쉬었다.

[-, 엄청 걱정 되네...]

[괜찮아, 괜찮아~ 어떻게든 되겠지]

[오소마츠형은 가만히 있어!]

[앞으로 평생 녀석들 얼굴은 못 보는 건가......]

[뭔 그런 네거티브한 발언을 하는 거야 어둠마츠형!!!]

 

 

 

 

 

 

◆◆◆

 

 

 

 

 

[, 화났슴까?]

옆자리의 쥬시마츠가 카라마츠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그렇게 물었다. 카라마츠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니, 화나지 않았다고 브라더] 하고 답한다. 하지만 쥬시마츠는 여전히 카라마츠에게서 시선을 거두지 않아, 카라마츠는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

[쥬시마츠?]

[, 오소마츠형과 싸우기라도 한 건가 해서!]

쥬시마츠가 터무니 없는 말을 꺼내, 카라마츠는 놀라며 [그렇지 않다] 라고 말했다.

[그런가, 기분 탓이려나~]

쥬시마츠는 입을 크게 벌리며 헤벌쭉 웃었지만, 카라마츠는 내심 식은땀을 흘려댔다. 쥬시마츠는 직감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지 감이 정말 좋다. 카라마츠는 동생들 앞에서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려 주의를 기울였지만, 이 동물 수준의 후각을 가진 동생에게는 그게 통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알고 있는 건 당사자인 오소마츠와, 쥬시마츠인가.

 

카라마츠는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은 대체 어쩌고 싶은 걸까. 절대로 본가에서 나가지 않겠다고 공언했던 자신이 이렇게 깨끗이 집을 나오고 만 것도, 요는 오소마츠형과 거리를 두고 싶어서였다.

 

그날 방에 매달려있는 걸 봤을 때. 카라마츠는 그 때만큼 무서웠던 적이 없었다.

방에 들어서, 그걸 본 순간. 그게 무엇인지 카라마츠는 곧바로 알아차리지 못했다. 하지만, 그건 무척이나 낯익은 양말을 신고 있었다.

 

카라마츠는 그 발에 손을 뻗었다. 11초가 무척이나 길게 느껴졌다. 자신의 손끝이 좀처럼 그 발에 닿지를 않았다. 흔들리는 몸. 필사적으로 떨리는 손을 가라앉히며 발을 붙잡고, 위를 올려다보면, 눈에 보이는 건,

 

 

 

 

빨강.

 

 

 

카라마츠가 잘 아는 빨강.

 

 

 

매일매일 싫증도 내지 않고 그가 입고 있는, 샀을 당시에는 좀 더 밝은 빛이었는데 몇 번이고 세탁을 해댄 탓에 색이 빠져 옅어져 버린 빨강. 카라마츠는 곧잘 다른 옷을 입었지만, 게으른 그는 매일 그걸 입었으니까.

 

그러니까 카라마츠는 늘 그걸 보아왔다.

매일, 몇 개월이고 몇 년이고 몇 십년이고.

그 색을, 매일매일, 계속 보아 왔다.

 

 

 

그리고, 그 색이,

 

 

 

 

거기에

 

 

 

[카라마츠형!!!!]

 

 

 

, 하고 정신을 차린 카라마츠는 고개를 들었다. 어느샌가 눈앞에는 자그마치 수십년은 더 되어 보이는 낡은 건물이 있었다.

[카라마츠, 쥬시마츠, 수고했어. , 안내할게]

카라마츠보다 먼저 도착해있던 쵸로마츠의 뒤를 따라 자신들의 거처가 될 방으로 가면서, 카라마츠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카라마츠는 무서웠던 거다. 형이 눈앞에 보일 때마다 그 때가 떠올랐다. 붉은색의 공포를 절감한 것이다. 그 때, 카라마츠의 뇌와 몸은 기억해버렸다. 지금까지 느껴본 적 없는 공포를. 그의 소중하고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는 것에 대한 본능적인 공포를---.

 

 

 

 

 

◆◆◆

 

 

 

 

 

[1, 파칭코에 가지 말 것]

[아잇]

[절약을 위해서니 어쩔 수 없군]

[2, 집안일은 분담할 것]

[라고는 말해도 쵸로마츠는 알바로 바쁘고, 쥬시마츠는 야구로 바쁘니까 내가 담당하지]

[하지만 카라마츠토 알바하잖아. 힘들지 않겠어?]

[집안일은 특기고 좋아하니까 괜찮다]

[고마워. 그럼, 집안일은 카라마츠가 맡지만, 최대한 도와줄 것]

[아잇]

[3, 낭비하지 말 것]

[옷도 안 되는가...?]

[안 되는 게 당연하잖아]

[카라마츠형, 몇 달만 참자-!!]

 

카라마츠와 쵸로마츠, 쥬시마츠 셋이서 살기 시작했을 때, 처음에는 어떻게 될지 몰라 걱정했지만 의외로 생활은 평탄했다. 그도 그럴게, 3명은 평소에 사이코 패스나 미치광이, 폭군 등으로 분류되는 인간들이었지만, 3명만 있으면 의외로 무척이나 얌전한 것이다. 쵸로마츠는 오소마츠가 없으면 마음껏 상식인의 탈을 쓰고 있을 수 있었고, 사실상 형제들 중 가장 평범함에 가까운 상식을 가진 건 카라마츠였으니까 평소의 사이코 패스 레벨의 천연함만 보이지 않으면, 그냥 단순히 듬직한 형처럼 보였다. 쥬시마츠도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카노죠와 있던 그때처럼 제대로 된 표정과 발언이 충분히 가능했다.

 

 

 

 

 

 

 

 

카라마츠는 턱을 괴었다. 한가하고 한가해서 견딜 수가 없다, 라는 표정이었지만, 그걸 보고 상대를 해줄만한 인간은 없었다. 쵸로마츠는 아르바이트에 쥬시마츠는 야구로, 집에 남은 건 자신뿐이었다. 거울로 자신을 감상하는 것도 마침 질려버린 참이었다. 여기서 한가함을 드러내도, [심심하면 놀자!] 라고 참견할 형도 없고, [너 방해되거든] 하고 노려보는 사남도 없고, [카라마츠형, 오늘은 웬일로 집에 있네~] 라며 말을 걸어줄 막내도 없었다.

쓸쓸하군, 카라마츠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잠자코 있었다. 소리를 내도 어쩐지 허무할 기분만 들어서였다.

 

게다가, 본가에 있을 때에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집을 찾아왔었는데, 하고 카라마츠는 생각했다오소마츠와 이치마츠는 종종 어깨에 예쁜 여성을 업고 돌아왔고길가에서 가끔 마주치는 토도마츠는 늘 4명 정도의 여성에게 둘러싸여 있고집에 돌아올 때도 양손에 꽃이란 상태로 돌아올 때가 많았다.


그와 반대로 자신들은 어떤가.

 


쵸로마츠가 길을 갈 때면 그곳에 있던 여성들은 모세의 기적처럼 쏴악- 하고 쵸로마츠가 가는 길을 터주었다. 그리고 모두 허둥지둥 어딘가로 떠나버린다. 집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면, 쥬시마츠가 야구배트를 휘두르는 게 보이곤 했는데, 부웅, 부웅, 하고 일정한 간격으로 바람을 가르는 묵직한 소리가 들렸다. 그 탓에 주변에 접근하려던 여성과 남성, 혹은 뭔지 모를 검은 것들이 휙휙 날아갔다. 풍압으로 사람을 물리치는 쥬시마츠, 라고 카라마츠는 반신반의로 그 상황을 바라보았지만, 쥬시마츠라면 가능할 것 같다며 카라마츠는 억지로 납득했다.

 

카라마츠는 집에 있을 때, 늘 창가에 기대어 스타일리쉬하게 밖을 바라보는 게 일과였다. 그리고 길을 가는 카라마츠 걸과 눈이 마주치면 찡긋, 하고 윙크를 날렸다. 그러면 카라마츠의 매력에 여자는 간단히 넘어가고 만다. 샤이한 카라마츠 걸도, [, 설마 저 사람, 내가 보고 있는 걸 알아챈 거야?] 라고 생각해, 이쪽에 말을 걸어왔다.

라는 수단이었지만 현실은 그렇게 달콤하지 않다.

카라마츠와 눈이 맞아 윙크를 받은 운 좋은 걸들은, 순식간에 시선을 돌려 재빠른 걸음으로 달려가거나, 친구들이 주변에 있으면 뭔가 수근거렸다. 뭐어, 어차피 전자는 부끄러웠던 것일테고, 후자는 [저 사람 역시 너무 멋있어~!!] 같은 말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카라마츠가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건 그 외의 반응을 보이는 여성들이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폭발해 버리는 것이었다. 카라마츠의 윙크로 인해. 카라마츠에게 있어 자신의 윙크로 그 아이의 하트를 관통한 것뿐이라면 좋았겠지만, 그와 달리 몸 통째로 꿰뚫려, 그것은 폭발해 사산하고 만다.

여성에게 윙크한 것만으로 여자를 폭발시키는 카라마츠는 어쩌면 좋을지 몰라, 폭발시킬 때마다 당황했다. 참고로 곁에 있던 남자들은 질질 울면서 도망을 쳤다. 한쪽 다리가 없어 제대로 뛸 수 없는 사람들은 걱정스러워 카라마츠가 다가가면, [정말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용서해주세요] 라며 붉은 눈물을 흘리며 간청했다.

지나가던 새파란 얼굴의 오소마츠가, [너 언제 데스 윙크를 터득한 거야?] 라고 물어왔지만 카라마츠에겐 이게 무슨 일인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데스 윙크라니 뭔가. 카라마츠는 다른 애니메이션의 모 오카마 같은 게 아니다.

 

 

콘센트에서 튀어나온 대량의 머리카락을 빗으로 부드럽게 풀면서 카라마츠는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거울을 봐도, 자신이 전혀 즐거워하지 않는다. 토도마츠들과 떨어진 게 무의식적으로 괴로웠던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쥬시마츠한테 [하지만 형, 정색하는 경우가 더 많슴닷!] 하고 들어서 카라마츠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랬던가. 집에서 거울을 볼 때는 늘 웃는 얼굴이라고 생각했는데. 시험삼아 오른손을 들자, 거울속의 나는 왼손을 든다. [우왓, 반대쪽 손을 들었다!!] 라며 놀라 소리치자, 옆에서 양치를 하던 쵸로마츠가 [아니, 거울이니까 같은 측의 손을 드는 건 당연하잖아!] 하고 화를 낸다. 본가에서는 내가 오른손을 들면 거울의 나도 오른손을 들었는데.

 

 

 

벽이 얇은 건지, 종종 옆에서 [할아범, 할아범, 오늘 점심은 뭐요]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 목소리에 답하는 기척은 없고, 부른 이도 계속 답을 기다리다 답이 돌아오지 않자, [할아범, 할아범...] 하고 가늘고 슬픈 듯한 목소리로 계속 상대를 부른다. 그걸 가엾게 여긴 카라마츠는 [할머엄, 점심이라면 아까 먹었잖수] [그랬나아] 하고 생산성 없는 대화를 주고받았다. 이웃에게 인사하고 왔다는 쵸로마츠의 말에 의하면, 그 옆은 비어있다는 모양이다.

 

몇 주가 지났을 즈음, 청소를 하려 침대 아래를 들여다보니 남자와 눈이 마주쳐, 카라마츠는 그 남자가 울며 빌 때까지 때려눕히겠다며 집에다 패대기쳤다. 그 안쪽 상자에 숨겨진 듯한 고양이 귀를 단 여자가 표지에 그려진 성인 잡지를 미묘한 기분으로 바라보며, 쵸로마츠가 갖고 있는 하시모토 냐라는 아이돌이 그려진 표지의 잡지 옆에 나란히 두었다.

 

, 하고 뭔가가 부딪히는 소리가 현관에서 들려, 설거지를 하던 카라마츠는 손을 닦으며 현관으로 이어지는 복도에 얼굴을 내밀었다. 현관에서 뭔가가 드드득 드드드드득 하고 할퀴는 소리가 들려왔다. 술에 잔뜩 취한 쵸로마츠나 쥬시마츠가 집에 들어오려고 하는 걸까, 하고 생각한 카라마츠는 수상하게 여기면서 문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달칵, 하는 소리와 함께 문밑에 있는 우편물을 넣어두는 작은 문이 열렸다. 거기로 새하얀 손가락이 기어들어왔다. 카라마츠는 멍하니 그 손가락을 바라보았다. 틈새로 손등이 들어오고, 천천히 손목까지 집안으로 들어왔다. 가냘프고 하얀 그 손은 여성의 것일까. 손목에 이어 팔까지 집안으로 들어온 그것은, 마치 뭔가 살아있는 생물처럼 꿈틀꿈틀하고 움직여, 카라마츠는 그녀는 대체 뭐가 하고 싶은 걸까, 하고 생각했다. 그러다, 그런가 집에 들어오려고 하는 건가, 하고 알아챈다.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면 좋았을텐데! 하고 카라마츠는 잠금을 풀고 문을 있는 힘껏 열었다. 물컹한 소리와 함께 밖에 있던 하얀 피부에 너덜한 옷을 입은 여성과 눈이 마주쳤다. [, 아아, 아아아아아, 아아앗] 하고 소리치면서 머리를 흩날리며 달려드는 여자의 얼굴을 카라마츠는 가볍게 피한다. 여자가 왼손을 카라마츠에게 뻗었지만, 카라마츠가 뒤로 물러나자, 여자는 괴로운 듯이 왼손을 뻗은 채 굳어버렸다. 오른손이 아까와 그대로 틈에 끼어있는 상태라 카라마츠에게 손이 닿지 않은 것이다. 여자는 오른손을 빼내려고 했지만------빠지지 않았다. 꾹꾹 있는 힘껏 잡아당겨도 팔은 빠지지 않았다.

.....안 빠져......하고 훌쩍이는 여자에, 역시 카라마츠도 그녀가 불쌍해져, 빼내는 걸 도와주려 손을 뻗었다.

 

 

벽장을 열면 묘하게 곰팡이 냄새가 났다. 벽에 뭔가 덕지덕지 붙어있어 들여다보면, 오래된 부적들이 잔뜩 붙어있다. 더럽다고 생각해 부적을 전부 떼어내고, 특제 카라마츠 스페셜 (여러가지 세제와 에탄올 초배합)을 뿌렸다. 뭐가 이상한 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왔지만 전부 무시했다.

 

 

청소해도 청소해도 검은 얼룩이 계속해서 생기는 부분이 있다. 카라마츠는 특제 카라마츠 스페셜로 늘 거기를 청소하고 있지만 좀처럼 지워지질 않았다. 살짝 짜증이 난 카라마츠가 인터넷으로 알아본 결과, 얼룩은 중층(일단 직역했는데 이게 뭔지는 모르겠네요; 영 다른 의미로 나오고 뭔지 아시는 분 댓글주세요!)과 구연산으로 대개 떨어진다고 해서 바로 구입해 대량으로 뿌렸다.

겨우 얼룩이 지워져 보이지 않게 되어 카라마츠는 대만족했다. 그와 동시에 욕실에서 끊임없이 들려오던 물이 똑똑 떨어지는 소리도 없어졌고, 천장의 사람 얼굴 형태 같은 얼룩도 사라졌다.

 

 

그 즈음에는 이미 카라마츠 3명이 집을 나간 지 한달이나 지나 있었고, 3명 모두 아르바이트를 하며 집안일도 하고 3명이서 자는 그런 생활에 익숙해지기 시작했을 무렵이었다. 어쩌면 이대로 3명이서 살아도 괜찮을 것 같다고 쵸로마츠는 남몰래 생각하고 있었다. 보통 남성 3, 집을 빌려서 생활비를 벌려면 아르바이트만으로는 부족하지만 (게다가 쥬시마츠도 카라마츠도 풀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도 아니었다) 여하튼 그들이 사는 곳은 이른바 그것이었다. 어째선지 그들이 사는 원룸형식 아파트 중에서도 비정상적으로 쌌다. 게다가 이 도쿄 아카츠카구 중에서도 유난히 쌌다. 그래서 입주도 금방 결정됐다. 싼값에 쵸로마츠는 바로 그곳을 택했지만, 싼 것치고 부엌이나 욕실, 화장실 등도 다 있었고 설비가 좋았다. 이렇게 좋은 곳을 찾았다고, 라며 쵸로마츠는 기고만장했고, 카라마츠도 쵸로마츠의 안목에 크게 칭찬했지만, 이곳은 본래 평범한 인간이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미쳐버렸을 장소였다. 하지만 아파트에게 있어 운이 나쁘게도 이곳에 입주한 것은 사이코패스와 미치광이, 그리고 폭군이었다. 정상이 아닌 그들에 의해, 그간 평온했던 유령 아파트는 아비규환의 폭풍이 휘몰아쳤다. 정상이 아닌가, BANG. 같은 말을 지껄이며 폼이나 잡는 파란색 점프 슈트를 입은 남자를 보며, 유령들은 울면서 아파트를 떠나야 했다. 카라마츠들이 이사 온 방에 살던 유령들은 아파트에 있는 녀석들보다 근성 있는 녀석들이 많았는데, 결국은 강제 제령을 이기지 못하고 울면서 뛰쳐나오게 되었다. 그들에게 이길 자는 없었던 것이다.

 

 

 

뚜루루루루루루, 뚜루루루루, 하고 전화가 울려 [, 쥬시마츠임다!] 하고 기운 좋게, 쥬시마츠는 오늘만 43번째인 전화를 받았다. 카라마츠한테 [메리씨와 사토루군, 리카짱 이외에는 종교권유니까 끊어도 된다] 라고 들었기에, [도와줘어....] 라고 말하는 순간 [종교권유는 거절함닷!!] 하고 기운 좋게 전화를 끊었다. 가끔 [잠깐만, 나 유령 앤서 [유령의 권유도 거절함다!!] ,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러나 43번째 전화를 쥬시마츠가 받았을 때,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는 흐느끼는 소리로, 아니, 그건 딱히 아까 42번째 전화와 다르지 않았지만, 뭔가 이번 목소리만은 어딘가 낯익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 예를 들자면---그의 단 한명의 동생이라던지. 곧이어, [......훌쩍, .....도와, .....우윽.....] 하는 소리가 들려, 역시 토도마츠다!! 하고 쥬시마츠는 알아챘다. [토도마츠, 토도마츠. 왜 우는 거야!? 형들한테 괴롬힘이라도 당했어!?] 쥬시마츠의 말에 [으으응.....아니야...그게 아니야...] 훌쩍훌쩍, 하고 울면서 토도마츠가 부정한다. [쥬시마츠혀어엉.....돌아와줘...., 이제...무리야아...]

쥬시마츠는 수화기를 귀에서 떼고, 목만 뒤로 돌아보았다.

 

[카라마츠형, 쵸로마츠형!!]

[왜 그러나, 브라더]

[왜 그래?]

거실에서 저녁을 먹던 카라마츠와 쵸로마츠가 고개를 들고 이쪽을 보았다.

 

[뭔가 토도마츠가 돌아와달래! 어쩔까!?]

[미안, 나 내일도 아침 일찍 알바가 있어서 무리]

[카라마츠형은!?]

[-...내일은 근처 슈퍼에서 세일을 한다만.....]

 

쥬시마츠는 다시 전화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귀에 전화기를 대었다.

 

 

[쥬시마츠형,]

[미안 토도마츠! 갈 수 없어!]

 

 

 

 

 

.

 

 

 

[너만 돌아가도 된다고, 쥬시마츠]

카라마츠의 말에 [돌아갈 땐 3명 함께! 그치!] 하고 쥬시마츠는 씨익 웃었다.

 

 

 

 

 

 

◆◆◆

 

 

 

 

 

카라마츠는 무서웠다.

오소마츠의 옆에 있으면 트라우마가 되살아나서 싫었으니까, 라고 말할 여유는 1미리도 없었다.

 

왜냐면 눈앞에서 오소마츠가 빛나는 듯한 환한 미소를 카라마츠에게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이곳에 오소마츠 본인은 없다. 있는 건 눈앞의 오소마츠 특대 포스터와 크기가 다양한 수십장의 포스터였다.

 

 

[기분 나빠...]

안쓰러운 차남을 연기하는 것도 잊고, 카라마츠는 무심코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런 차남을 보고, 방의 주인인 삼남은 걱정스러운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더군다나, [왜 그래? 몸이라도 나빠?] 같은 말을 지껄였다. 물론 카라마츠는 몸이 안 좋은 게 아니었다. 이유는 이 방의 주인 때문이었다. 이전에 본가에서 살 때에는 사람이 많았던 탓인지, 포스터를 벽이나 천장에 붙여두는 아이돌 오타쿠스러운 행동을 본 받고 싶어도 제 나름의 상식적인 사고로 그건 미치광이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걸 인지했던 탓인지, 그런 행동은 억제하고 있었을 터인데, 인원이 3명으로 줄어든 이 환경에서는 그런 족쇄도 먹혀들지 않는다는 걸까. 보는 이의 눈이 적다는 환경의 차이가 실로 무섭다. 주춤주춤 뒤로 물러난 순간, 뭔가 발에 걸려 무심코 그쪽으로 눈을 돌린 카라마츠는 크게 후회했다. 평범한 후드티. 그것도 붉은색이다. 이상하군, 이 방의 주인의 컬러는 녹색이고, 빨강은 저 멀리 떨어져있는 장남의 것일 텐데. 하지만 이 색들은 공동생활에서 서로간의 구분을 쉽게 하기 위한 것이다. , 지금 삼남이 빨간색의 물건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크게 문제될 건 없다. 쵸로마츠가 붉은색 후드티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나정도 되는 사람이, 이런 작은 것에 흠을 잡다니....라며 방을 둘러보자.........빨강빨강빨강빨강빨강빨강. 얼마나 있는 거냐고. 카라마츠는 말문이 막혔다. 방에 있는 모든 물건들이 빨간색이다. 어째서. 붉은색의 저주에라도 걸린 걸까. 빨간 방이 좋은 걸까? 그럴 리 없다. 호러 게임 못하고. 하지만 말 그대로 빨간 방이다. 영원히 모른 척 할까, 라며 카라마츠는 밉살스런 눈으로 방을 흘겨보았다.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도시전설을 떠올리며 탁자 앞에서 대기. 뜨거운 차로 한숨 돌린다. 그보다, 이 탁자, 본가에 있는 것과 똑같구나. 어느새 가져온 걸까. 무섭다.

 

카라마츠는 쵸로마츠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오랜만에 제대로 바라본 쵸로마츠는 솔직히 본가에 있을 때보다 무척 야위었고, 눈밑에 다크서클이 깔려 있었다. 차를 든 손가락도 뼈가 훤히 들여다보였다.

 

[, 제대로 쉬는 건가?]

지쳐보이는군, 라는 말은 애써 삼킨다. 부주의하게 말을 거는 건 좋지 않다는 걸, 천하의 카라마츠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치는 게 당연하다. 여하튼 그는 지금 백수생활을 벗어던지고 열심히 일하고 있으니까. 게다가 그건 쵸로마츠 자신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카라마츠나 쥬시마츠가 생활하기 위해서 그런 것도 있다.

 

[-. 그렇네. 그래도 이번에 장기휴가 받았어]

라고 쵸로마츠는 웃었다. 카라마츠는 쵸로마츠가 이렇게 무리하고 있는 걸 알아채지 못한 자신을 힘껏 후려치고 싶은 기분이었다. 쵸로마츠는 풀로 일을 하긴 해도, 2일은 쉬도록 했을 텐데. 집안일도 자신이 해서, 수고를 덜어주고 잇다. 쵸로마츠가 쉴 수 있도록 카라마츠도 어느 정도 아르바이트를 해서 가계를 지탱하고 있어서, 쵸로마츠가 몸이 부숴질 정도로 일할 필요는 없을 터였다. 4일 풀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매일 3명 몫의 아침과 저녁밥에, 점심 도시락을 만들고, 방의 찌든 때(괴기현상 포함)의 청소를 하는 카라마츠의 체력은 괴물이라 볼 수밖에 없었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아타미 가고 싶네에]

 

....... 그러네. 권유했었지. 너는 무시했지만. 계속 기억하고, 마음에 두고 있었구나. 그때 너는 취직 때문에 필사적이었으니까 말야.

 

[저기, 카라마츠 이거 봐. 내가 계획을 생각해봤어]

그렇게 말하며 보여준 건 두툼한 책자. 수제였다. , 뭐야 이거. 카라마츠는 그걸 받아들고, 그만 떨어뜨릴 뻔했다. 표지에 [아타미 여행의 안내서] 라고 적혀있다. 너무 두꺼운 거 아닌가!? 카라마츠는 슬쩍 내용을 보고 몸을 떨었다. 페이지마다 일정이 적혀있는 건가..!?

 

[그래! 오소마츠형, 아타미도 좋지만, 벳푸도 괜찮지 않아!?]

그렇게 말하며 포스터에게 피식 미소를 짓는 동생에, 드디어 카라마츠는 울먹이기 시작했다.

 

무섭다. 내 동생이 너무 무섭다. 카라마츠는 울상으로 아타미 여행 안내서를 움켜쥐었다.

 

 

 

......이건 이제, 집에 돌아가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

 

 

 

 

[간만의 집이네-]

[다녀왔스루머스루! 핫스루핫스루!!]

3달만에 본가에 돌아온 3명은 즐거운 표정으로 귀로를 걸었다.

 

이 귀가를 결정하기까지 한바탕 말썽이 있었지만, [!대로 돌아갈 거니까!! 아니면 싫어!!] 라고 소리친 카라마츠에 의해 강제적으로 귀가가 결정되었다.

 

 

 

[뭔가 어둡지 않아?]

오랜만에 본가에 돌아온 카라마츠의 첫마디는 그거였다.

[그렇네!!] 라고 쥬시마츠가 답하고, 쵸로마츠가 [, 어둡다니 뭐가?] 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카라마츠는 집을 둘러보았다.

유리창은 새까매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벽은 여기저기에 손자국? 같은 것이 잔뜩 나있었다. 게다가 검은 안개 같은 것이 집을 둘러싸고 있어, 무언가가 썩는 듯한 악취가 아까부터 감돌았다.

 

현관이 시커먼 것으로 뒤덮여 있어서 문이 어딨는지 몰랐으나, 쵸로마츠가 검은 안개에 손을 넣어 문을 열어주었다. 문을 열자, 말 못할 강한 악취가 집에서 흘러나왔다.

 

신발을 벗고 복도에 오르자, 카라마츠의 발이 질척한 무언가를 걷어찼다. 내려다보니, 검고 찐득거리는 무언가가 떨어져있다. 뭐야, 이거 기분 나쁘구만, 하고 카라마츠가 생각하자, [이치마츠!] 하고 쵸로마츠가 그 검은 물체에 달려들었다. 그 자리에 무릎 꿇고 주저 않고 검은 무언가를 들어올리자, 끈적한 듣기 싫은 소리가 울렸다.

 

[어이, 쵸로마츠. 그렇게 만져도 괜찮은 건가?]

카라마츠가 묻자, 쵸로마츠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뭐가?]라고 답한다.

[그거]

검고 끈적거리는 물체를 가리키며 말하자, [이치마츠를 일으키려고 한 것뿐인데] 라고 답한 쵸로마츠는 다시 끈적하고 검은 물체를 만졌다. 결벽증이 약간 있는 쵸로마츠가 싫어할 법한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만져, 어쩌면 그건 정말 이치마츠인 건가? 하고 카라마츠는 뚫어지게 그것을 바라보았다. 자세히 보려고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자, 그것이 타들어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지독한 악취가 나, 카라마츠는 황급히 얼굴을 뗐다.

고개를 돌려 쥬시마츠를 보니, 기겁한 얼굴을 하곤 소매로 코와 입가를 누르고 있다.

 

쵸로마츠가 이치마츠를 거실로 옮기자고 해서, 카라마츠가 그 검은 물체를 업게 되었다. 카라마츠는 사실 엄청 싫었지만, 동생이 그걸 이치마츠라고 우기니, 하는 수 없이 카라마츠는 그 검은 물체를 짊어진 것이다. 검은 액체가 얼굴에 뚝뚝 떨어져, 카라마츠는 기분이 나빠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 하는 물소리가 욕실에서 계속 들려와, 거실에 이치마츠인 듯한 무언가를 내려놓은 카라마츠들은 욕실로 향했다.

샤워기를 계속 틀어놓은 채 방치한 모양이었다.

[거기 누구 있어?] 라고 쵸로마츠가 말을 걸었지만 반응이 없었다.

카라마츠가 문을 열자, 거기에 무언가가 검게 그을린 숯 같은 것이 있었다. 숯이 왜 욕실에? 라는 카라마츠의 의문은 [토도마츠!!]란 쵸로마츠의 외침에 막을 내렸다.

카라마츠는 눈을 깜빡이며,

[그거, 토도마츠인가?] 하고 놀라 물었다. 그런 카라마츠에 [달리 뭐로 보이는데] 하고 쵸로마츠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것도 내가 드는 건가?] [당연하잖아] 카라마츠는 잔뜩 풀이 죽었다.

또 퍼펙트 패션이 더러워지겠군. 쥬시마츠는 거의 흙빛이 된 얼굴로 입가를 계속 틀어막고 있었다.

 

 

 

질척한 무언가와 숯을 등에 짊어진 탓에 옷이 더러워져, 옷을 갈아입으려 카라마츠는 2층에 올라갔다. 도중 화장실에 갔더니, 바닥에 시뻘건 액체가 고여있던 탓에 다리가 더러워져 버렸고, 세탁기 뚜껑을 열었더니 안에 있던 누군가와 마주쳐서 카라마츠는 그대로 말없이 세탁기를 닫았다. 계단을 올라가던 중에도 누군가가 박목을 잡아 넘어질 뻔했다. 이런 곳에서 넘어지다니 웃음거리도 안 된다, 지나친 장난은 안 된다고, 라며 팔목을 반대 방향으로 꺾자 비명을 지르며 사라졌다. 반성해준 듯해 안심이다.

 

 

겨우 2층 침실에 도착한 카라마츠는 문을 열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발이다.

 

 

 

 

발이, 떠있다.

 

 

흔들, 흔들.

흔들.

 

 

흔들리고 있다.

 

 

 

 

아냐, 인형이다, 라고 카라마츠는 마음속으로 자신을 타일렀다. 인형이다. 인형이었다. 저건 인형이었다.

 

 

카라마츠는 시선을 위로 옮겼다. 그러나 빨간 옷이 보였다. 그 위에. , ........

 

 

 

 

[아아아아앙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오소마츠의 얼굴이 있었다.

 

 

 

 

 

◆◆◆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의 외침에 눈을 떴다. 차남의 들어본 적 없는 비명소리가 오소마츠의 귀를 윙윙 울렸다. 머리가 엄청 아프다. 오소마츠는 흐릿한 시야로 동생을 찾았다.

 

 

꿀꺽, 하고 목이 울렸다.

 

 

오소마츠의 눈이 카라마츠를 발견했다.

 

 

어째선지, 한참 내려다보는 위치에 카라마츠가 있었다.

 

 

카라마츠는 여태 한번도 본 적 없는 굉장한 얼굴이었다.

 

 

검푸른 불꽃이 흔들거리는 눈동자에 붉게 물든 눈, 흙빛이 된 피부, 보라색으로 물든 입술. 손톱을 세워 뺨을 어루만지며 눈을 부릅뜬 채 이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카라마츠가 입술을 부들부들 떨며 입을 열었다.

 

 

 

 

[....오소마츠]

 

 

 

 

 

.........지금, 구해줄테니까.

 

 

 








*내용해설*



이번 이야기의 시작은

쥬시마츠가 거대 테루테루보즈를 만들면서 시작됩니다


(본편에 나오지 않으나, 작가님말에 적혀있습니다)

(*참고로 테루테루보즈는 일명 맑음이 인형으로, 처마끝 등에 걸어두면 날씨가 맑아진다는 속설이 있어, 비가 오지 않게 해주세요, 혹은 비가 그치게 해주세요 라는 의미로 만들어 걸어두는 인형입니다. 자세한 건 초록창)


*작가님 말에 쓰여진 부분 해석*


아- 내일 날씨가 좋기를!


내일 일기예보는 비.

야구가 하고 싶은 쥬시마츠는 거대 테루테루보즈를 만들기로 했다.

모처럼이니 근처에 널부러져 있던 형의 옷도 입혀줬다.



-


거대 테루테루보즈에 오소마츠의 옷을 입혀 매달아둔 쥬시마츠 때문에

카라마츠는 크게 놀라게 되고,

이후 쵸로마츠, 쥬시마츠와 함께 집을 나가게 됩니다.



중반에는 딱히 설명할 부분이 없어서 넘어가겠습니다

그냥 카라마츠가 괴기현상을 제거할 뿐.....



본가에 돌아가기 전 빨간방 이야기 부분은

쵸로마츠가 일의 고됨 + 집에 오랫동안 가지 않음

(오소마츠형을 보지 못함) 에 의한 현상입니다


아무래도 쵸로마츠의 세계에서 오소마츠는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아무튼 

본가에 돌아갔을 때를 설명하자면,


본가가 검은안개에 휩싸이고 이치마츠와 토도마츠가 검은물체(숯)가 된 건

아마도 영감(기)이 센 쵸로마츠와 쥬시마츠, 카라마츠가 없어진 탓일 겁니다


카라마츠가 집에서 혼자 지루해하는 부분을 보면,

쵸로마츠와 쥬시마츠 또한 영감 혹은 기가 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쵸로마츠 모세의 기적 / 쥬시마츠 배트로 귀신 날림)


또한, 오소마츠와 이치마츠, 토도마츠가

귀신에 얽히기 쉽다는 것도 알 수 있죠

(*본문* 오소마츠와 이치마츠는 종종 어깨에 예쁜 여성을 업고 돌아왔고길가에서 가끔 마주치는 토도마츠는 늘 4명 정도의 여성에게 둘러싸여 있고집에 돌아올 때도 양손에 꽃이란 상태로 돌아올 때가 많았다. )


즉, 평소 귀신이 들러붙기 쉬운 이치마츠와 토도마츠, 오소마츠는

카라마츠나 쥬시마츠, 쵸로마츠(아마 거의 카라마츠)에 의해

귀신들이 (강제/무의식) 제거 되었지만

그 3명이 없어진 탓에 귀신들은 집안에 모여들게 된 겁니다

(이게 유령 한명의 짓인지 여럿의 짓인지는 뒷이야기를 봐야 알겠지만요)


참고로, 본가에 갔을 때 3명의 반응을 봐선,

카라마츠나 쥬시마츠는 령을 보거나 느낄 수 있지만

쵸로마츠는 단순히 기가 센 것일 뿐 령을 보거나 느끼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검은 안개가 보이지 않기에 현관문을 열었고,

냄새도 맡지 못하며,

이치마츠와 토도마츠를 구분할 수 있었던 겁니다



마지막으로, 오소마츠는
아무래도 그 거대 테루테루보즈에 갇힌 것 같네요

원래 인형에는 혼이 깃든다고 하니까 그런 것 같은데

어떻게 된 건지 자세한 건
다음편이 나와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


설명이 엉망진창이라

오히려 더 혼란스럽게 한 건 아닐까 걱정이네요 'ㅂ'a


이외에 모르겠는 부분

이상한 부분은 손을 들고 질문해주세요


가 아니라 댓글에 적어주세요

친절하게 설명해드립니다 :D




-


일단 이걸로

[사이코패스계 남자, 카라마츠] 업로드분 전부 올렸습니다

다음편이 나오면 그때그때 업로드하겠습니다 :D




이제 남은 건 차남스펙소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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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스는 친구가 없다

 

 

 

 

 

한밤중의 일이다. 늘어진 표정으로 잠에 취해있자, 옆의 오소마츠형이 괴로운 신음을 흘려 잠에서 깼다.

놀라 몸을 벌떡 일으키자, 옆에서 오소마츠형이 공포에 물든 눈으로 크게 숨을 몰아쉬고 있다.

[어이, 괜찮은가?]

걱정되어 손으로 오소마츠형의 이마를 짚으니,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있다. 이마뿐만이 아니었다. 온몸이 땀으로 축축했다. 눈을 꼭 감고 신음하는 형의 이마를 옷 소매로 적당히 닦아냈다.

[으응.......뭐야, 왜 그래?]

나와는 반대쪽, 오소마츠형의 옆에서 자던 쵸로마츠가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미안하군, 깨워버렸나. 뭔가 오소마츠형이 악몽을 꾼 모양이다]

그렇게 말하자, 쵸로마츠는 졸린 듯한 눈을 찌푸리며, 아직 괴로운 표정으로 누워있는 오소마츠형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내려다본다.

[그래........오소마츠형, 괜찮아?]

쵸로마츠가 상냥한 어조로 그렇게 묻자, 형이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쵸로마츠가 오소마츠형의 떨리는 손을 꼭 잡는다. 나도 반대쪽 손을 잡자, 미약한 힘으로 손을 맞잡는다. 형의 손은 평소에도 조금 찬 편이지만, 지금은 완전 얼음장 같다. 오소마츠형의 손의 떨림에 내 손도 덩달아 희미하게 떨린다. 상당히 떨림이 심하다.

 

[......끌려갈 뻔했어....]

오소마츠형이 완전히 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끈적끈적해서, 기분 나빠.....내 발을 잡고는.....]

[괜찮아, 괜찮으니까. 여기엔 나랑 카라마츠밖에 없어]

쵸로마츠가 오소마츠형을 안심시키려는 듯 상냥한 어조로 말을 걸며, 계속해서 오소마츠형의 팔을 쓰다듬었다. 나도 차가운 오소마츠형의 몸이 조금이라도 따뜻해지도록, 형의 창백해진 이마를 천천히 쓸어내렸다.

[이치마츠들, 두고와버렸어....]

그렇게 말하면서 뿌드득 이를 갈며 신음하는 형에게, [, 그건 악몽일 뿐이다. 괜찮다, 이제 괜찮으니까] 하고 말을 걸었다. 동생들을 두고온 죄악감에 괴로운 듯 신음하는 형을 가만히 지켜보는 건 너무도 괴로웠다. 평소 매사에 장난스럽게 대하고 아무런 고민도 없어 보이는 형의 속마음을 엿본 것 같은 기분에 마음이 욱신거렸다.

 

오소마츠형이 천천히 눈을 떴다. 여전히 괴로운 표정이다.

[괜찮은가?]

[, 미안.....]

막 잠에서 깬 탓인지, 살짝 멍한 나와 쵸로마츠를 바라보던 오소마츠형이, 갑자기 눈을 크게 뜨며 입을 열었다.

 

[.....왜 카라마츠가 내 옆에 있는 거야?]

[?]

[아니, 원래라면 내 옆에는 토도마츠.....어라?]

오소마츠형이 넋이 나간 표정으로 방을 둘러본다.

[토도마츠 어디 갔어? 이치마츠랑 쥬시마츠는?]

[세명은 아직 안 돌아왔는데]

어리둥절한 표정의 쵸로마츠가 그리 말하자, 오소마츠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왜 그러는 걸까.

[하아!? 왜 없는 건데! 그보다, 이거 악몽이 아니잖아!! 진짜 녀석들이 행방불명 됐잖아!!]

거품을 물고 고함치는 오소마츠형에 놀란 쵸로마츠가 도움을 요청하듯 나를 바라봤지만, 나도 영문을 몰라 당황하고만 있다. 일단은 형을 진정시키기 위해 당황하는 형에게 말을 걸었다.

[진정해라, 오소마츠형. 이치마츠들은 목욕탕에서 돌아오는 길에 없어진 것뿐이다]

[뭐야 그게!? 진정할 리가 없잖아!! 얼른 찾으러 가자고!!]

[, 잠깐만]

흥분해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는 오소마츠형을 쵸로마츠와 양쪽에서 막아세웠다.

[오소마츠, 진정해라. 좀 냉정해지라고. 찾으러 가자니, 녀석들도 이제 성인이다. 그렇게까지 안 해도....]

[그래. 그냥 셋이서 마시러 간 거겠지. 다 큰 어른이 행방불명이 될 리 없잖아]

[우리한테 아무 말도 안 하고!?]

[우리들 방해 없이 마시러 간 거겠지?]

[애초에 그 녀석들은우리한테 연락 잘 안 하니까]

 

[....오소마츠형, 악몽 때문에 조금 혼란스러운 것뿐이라고]

쵸로마츠가 나무라자, 오소마츠형도 겨우 흥분을 가라앉힌 듯,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쉬며 이불 위에 앉았다.

 

오소마츠형이 고개를 숙이며, [.....미안]하고 작게 중얼거렸다.

[악몽 때문에 좀 정신이 나갔었나봐. 미안]

[, 됐어. 악몽 꾸면 그럴 수도 있으니까. 그만큼 무서웠던 거지?]

[...... 하지만, 일단 녀석들한테 연락이라도 해보자]

[아아, 알겠다고. 하여튼 걱정이 너무 많다니까, 오소마츠형은]

쵸로마츠가 휴대폰을 꺼내들곤 한손으로 만지작거린다.

[됐어, 일단 LINE 보내뒀어. 이걸로 만족해?]

[]

[오소마츠, 물 마실텐가?]

물이 든 컵을 건네자, 땡큐, 하고 컵을 받아든 오소마츠가 단숨에 물을 마신다. 그 기세에 입밖으로 흐른 물이 턱을 타고 목아래로 흘러내린다.

[그보다, 꽤 심하게 가위에 눌렸군. 그렇게 무서운 꿈이었던 건가?]

[-, 너랑 산책하고 있었는데 어느샌가 산속에 있더라고. 그리고 그 산속에 엄청 새까만 늪이 있어서, 늪에 가까이 다가간 순간 끌려갈 뻔했어. -, 진짜 죽는 줄 알았다니까. 완전 무서웠어]

[, 거기서 화려하게 널 구해낸 내게 반했다는 건가...]

[- 그래그래. 그보다 너, 처음 날 이대로 못 본 체하는 건가 싶어서 초조했다고. 꽤 깊이 빠질 때까지 구해주러 오지도 않았고. 너무하지 않아?]

[그건 정말 미안하군]

[뭐어, 그래도 다행이잖아. 결과적으로는 구해줬으니까]

[아니, 그래도 진심으로 죽을 뻔했다니까]

[늪에서 튀어나오는 인형들을 하나하나 부수느라 뼈가 부러졌다고]

[좀비 게임 같았지. 늪에서 팔이 튀어나오고 말야]

 

쵸로마츠가 조금 부러운 듯 쳐다보기에, 재밌었다고~ 하고 살짝 자랑하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지아, 오소마츠형이 의아한 표정으로 입을 연다.

 

[너희들 어떻게....꿈의 내용을 아는 거야?]

[꿈이라고 할까....어젯밤 일이잖아? 같이 늪까지 산책하러 가지 않았나]

무슨 소릴 하는 건가, 하고 웃으며 답하자, 이번에야말로 오소마츠형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다.

 

[오소마츠형, 괜찮아?]

[아니....아니아니잠깐만]

오소마츠형이 거세게 좌우로 고개를 흔든다.

 

 

 

[...꿈이 아니잖아!!!]

[뭐가?]

 

 

[너희들, .....제정신이냐?]

 

 

[[]]

 

 

[......토도마츠들은?]

 

[[마시러간 거 아냐?]]

 

 

[그럴 리 없잖아-!!]

오소마츠형이 소리쳤다.

 

[너희들이 대체 뭔 생각으로 이러는지 전혀 모르겠다고!! 좀비게임 같았다고? 재밌었다고? 대체 이해할 수가 없네!!! 그럴 리가 없잖냐 이 사이코패스 놈들!!!]

 

[잠깐만!!!]

쵸로마츠가 흥분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누가 사이코패스란 거야!? 그런 거 이녀석뿐이니까!! 애초에 난 이런 안쓰러운 복장 안 입으니까!!! 그냥 평범한 일반인이고 상식인이니까!! 없는 말 지어내지 말라고!?]

[그럼 아까 이녀석이 한 말에 조금은 위화감 느끼라고!! 어떻게 하면 재밌었겠네라는 감상이 나오는 건데! 이치마츠들도 위험한 일에 휘말렸을지도 모른다고!?]

 

 

[진정해라, 둘 다]

턱에 손을 얹은 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역시 싸움을 말릴 수 있는 건 늘 냉정한 쿨가이인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로군. 오소마츠형과 쵸로마츠의 사이에 서서, 나직하게 말한다.

 

[그렇게 다퉈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뭐어, 나도 이치마츠들이 그런 위험한 일에 휘말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만.....참고로 나는 쿨한 길티 가이지 사이코패스는 [넌 닥치고 있어!!] 죄송합니다]

 

두 사람에게 동시에 혼나고 말아, 맥없이 고개를 푹 숙인다

 

[이제 됐어. 나 혼자라도 녀석들 찾으러 갈 거니까]

[잠깐만, 오소마츠형]

[뭐야]

[혼자 가려고? 찾는다고 해도 어딜 찾으려는 건데?]

오소마츠형이 얼굴을 찡그리며, 내 팔을 잡는다.

[그럼 카라마츠도 따라와]

[에에, 난 슬슬 졸리다만...]

[너 동생들이 불쌍하지도 않냐고]

[그러니까 어차피 마시러 간 거.........]

쵸로마츠와 얼굴을 마주보며 한숨을 내쉰다. 가끔 오소마츠형은 쓸데없는 걱정을 할 때가 있다. 그럴 때의 오소마츠형은 마치 사냥하기 직전의 동물처럼 눈을 번쩍이며 상당히 필사적인 듯한 험상궂은 얼굴로 이쪽을 노려봐서, 조금 무섭다. 거스르기 힘든 것이다.

[알겠어, 그럼 나도 갈게]

쵸로마츠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일어선다.

 

[뭔가 미안, 쵸로마츠]

오소마츠형이 1층으로 내려가며 그렇게 속삭이자. [어지간히 무서운 꿈을 꾼 거겠지. 어쩔 수 없으니까 어울려줄게] 하고 쵸로마츠가 답한다.

평소에는 오소마츠형에게 불평을 했을 쵸로마츠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오소마츠형을 좋아하는 녀석이니 걱정되는 거겠지.

뭔가 가슴이 따스해져서, [오소마츠형은 이런 동생이 있어 행복하겠군] 하고 쵸로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하자, 쵸로마츠는 팔자 눈썹을 더 아래로 늘어뜨리곤 [뭔 소리야, 카라마츠의 동생이기도 하잖아] 하고 조금 삐진 듯이 말한다.

내 동생이 너무너무 귀엽다. 가슴에서 쏟아져 나오는 정열을 억누르지 않고, 힘껏 머리를 쓰다듬고 있으니, [얼른 와]라고 1층의 오소마츠형에게 LINE이 왔다. 역시 한밤중이라 소리를 지르는 건 삼간 거겠지.

 

 

 

 

셋이서 분담해서 찾기로 했다. 쵸로마츠가 술집을 찾아보기로 했고, 나는 뒷골목을 뒤지기로 했다.

 

한밤중의 뒷골목은 무척 어두웠다.

띄엄띄엄 떨어져 있는 거리가 드문드문 불빛을 비추었다. 지지지, 하는 소리에 위를 올려다보니 벌레가 모여있다. 그 외엔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주변에 민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작은 소리로 콧노래를 부르며 길을 나아간다. 뚜벅뚜벅, 하는 내 발소리가 골목길에 울린다.

 

 

 

갑자기 노랫소리가 들려온 건, 그 때였다.

 

...--겨서 기뿌구나, 하나이치몬메..

가녀린 소녀의 목소리가 여럿 겹쳐진 듯한 소리에, 나는 골목 구석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져어--....분하구나...하나이치몬메..

 

나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재빨리 걸음을 옮겼다. 시간이 상당히 늦었던지라 사람이 한명도 지나가지 않았던 탓에, 나말고 사람이 있음에 조금 안심했다. 형제를 봤는지 물어볼까.

 

옆에 있는 할멈....이리로 와 봐

 

캄캄한 골목길을 나아간다. 눈을 부릅떴지만 앞에는 어둠밖에 없어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어두운 거 아닌가. 발밑이 보이지 않아 조금 불안하다. 손전등을 들고왔으면 좋았을텐데. 술집 쪽을 찾으러 간 쵸로마츠는 괜찮겠지만, 오소마츠형은 어떠려나, 하고 걱정됐다.

 

하나이치몬메의 노래를 들으며, 조금 추억에 잠겼다.

어릴 적, 형제들과 하나이치몬메나 카고메 놀이를 하고 놀았다. 나는 가위바위보가 약해서, 늘 동생을 뺏기고 혼자 남았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날 걸고 가위바위보를 하면 어째선지 늘 이겨서, 승부가 좀처럼 끝나질 않는 경우가 많았다.

 

[도깨비가 있어서 못 간다]

 

그리운 멜로디를 흥얼거린다. 킥킥킥, 하고 안쪽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이불을 뒤집어쓰고-이리로..--와 봐.....

[이불이 너덜너덜해서 못 간다]

솥을 뒤집어쓰고-이리로..--와 봐...

[솥 밑바닥이 빠져서 갈 수 없다]

총을 써-...이리로-..와 봐-....

[총은 있지만 총알이 없다]

-아이가 갖고 싶어....

 

저 아이라니 누굴 말하는 거지?

 

갑작스런 말에 의문이 들어 고개를 갸웃한다. 나는 지금 혼자다. 만약 혼자 남았을 경우에는 [네가 갖고 싶어]라고 해야 한다. 저 아이가 갖고 싶어, 라고 할 인원수는 없다.

일단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역시 나말고 다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저 아이는 모르겠어]

 

이 아이가- 갖고 싶어....

 

[이 아이는 모르겠어]

 

우윽, 하고 신음한다. 대체 누군가. 누구를 원하는 건가.

 

....상담-해보자....

 

[상담해도 좋다만, 형제라면 주지 않는다]

 

먼저 선수쳐두자 생각해, 저쪽이 말을 끝냈건 어쨌건 일단 말해둔다.

 

-아이가 갖고 싶어.....

[형제는 줄 수 없다]

알아듣질 못한 듯해 다시 강한 어조로 말한다. 다른 녀석은 어찌 되든 상관없다만, 일단 브라더만은 안 된다.

 

구석의 어둠이 살짝 일렁인 듯하다.

수근수근수근, 하는 불쾌한 소리가 들려오며, 살기가 어린 얼어붙을 듯한 공기가 주변을 뒤덮었다.

 

 

, 라고 저편의 목소리가 물어온 듯하다.

그리고 죽인다, 라든가 놓치지 않아, 같은 말도 같이 들려온다.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심기를 거스른 걸까.

어느새 주변이 짙은 안개에 휩싸여있고, 어째선지 아까 지나온 거리의 불빛이 꽤 먼 거리에서 비춰온다. 그렇게 멀리 걸어오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이렇게 멀어진 걸까.

 

 

[이치마츠?]

자신도 어떻게 안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어둠 끝에 이치마츠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저 직감일 뿐이지만, 어째선지 근거 없는 확신이 들어 이치마츠는 저쪽에 있다고 느꼈다. 이치마츠가 뭔가에 얽매여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되찾지 않으면, 이 어둠에 이치마츠를 빼앗길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근거가 없음에도 불쑥 마음에 떠올랐다.

금 한 돈보다도 소중한 동생을 줄까보냐. 설령 백만을 준다고 해도, 동생은 줄 수 없다.

 

 

[....돌려줘]

자신조차도 놀랄 정도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치마츠를, 돌려줘]

 

대신에 나를, 이라고 말하려 했지만 그렇게 되면 나는 한 돈의 가치도 없는 게 아닌가. 이치마츠와의 교환조건으로는 확실히 수지가 안 맞는다.

 

어둠이 꿈틀거렸지만, 반응은 없다. 안달이 나, 짜증이 솟구쳤다. 손으로 직접 헤집어 꺼내도 되겠지만, 한껏 격양된 무언가가 이치마츠를 상처입힐지도 모른다.

 

힐끗, 어둠을 노려보았다.

 

어떻게 해야 좋을까. 나는 대체, 어떻게 해야 이치마츠를 구해낼 수 있는 걸까.

 

 

 

 

어떻게든 하면 되는 거라고~

 

귓가에 밝은 목소리가 들렸다. 놀라 주변을 둘러본다.

그렇게 골똘히 생각할 거 없다고

또 아까와 같은 목소리다.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낯익은 목소리. 배려가 담긴 따스한 목소리였다.

 

[오소마츠형...?]

환청이라는 건 금방 알아차렸다. 오소마츠형은 지금 다른 곳에서 동생들을 찾고 있으니까. 이런 어둠속에 있을 리 없다.

대충 말하지 말라고

기가 막힌 듯한 쵸로마츠의 목소리.

밝은 햇살이 내리쬐는 오후의 거실 정경이 펼쳐진다. 옛날에 본 광경일까. 아니면 평소와 다름없는 얼마전의 광경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째선지 무척이나 그립다.

카라마츠는 자신이 만들어낸 환상의 오소마츠를 쳐다본다. 바닥에 뒹굴며 만화책을 보는 오소마츠형이 이쪽을 보곤 히죽 웃는다.

 

오소마츠형, 부탁이다. 구해줘. 나만으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혜를, 빌려줘.

 

기합이다, 카라마츠!

멍하니 있던 오소마츠형이 웃으며 콧등을 비벼대며 말했다.

 

곤란한 상황일 땐, 기합이면 어떻게든 된다고~!!

 

 

 

 

쵸로마츠였다면 화냈을 발언이다. 기합으로 어떻게든 될 거라면, 아무도 곤란한 상황을 마주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말이 안 된다.

 

하지만, 오소마츠형의 말이 틀린 적은 한번도 없었다. 카라마츠는 지금까지 장남을 계속 믿어왔고, 장남의 뒤를 따랐다.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었다.

 

 

앞으로 돌아선다.

따스한 거실의 광경이 사라지고, 얼어붙을 듯한 어둠이 다시 떠오른다.

 

팔을 천천히 들어올려 손바닥을 앞으로 향하게 돌린다. 그리곤 숨을 천천히 깊게 들이마신다.

 

그리고, 카라마츠는.

 

 

[파아아아--------------------!!!!!!!!!!!!!!]

 

 

 

혼신의 힘을 다해 외쳤다.

 

 

 

 

그 순간, 카라마츠의 손에서 눈부시게 새파란 섬광이 파아앗!! 하는 거대한 소리와 함께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 빛이 순식간에 어둠을 몰아냈다.

 

휘황하게 골목을 비추던 거리의 불빛들이 다시 돌아온다.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오소마츠형은 굉장하군, 하고 카라마츠는 새삼스레 그렇게 생각했다.

 

 

 

 

 

 

 

카라마츠가 기합으로 이치마츠를 구해낼 때, 오소마츠는 다시 그 늪으로 향했다. 방금까지 자신을 끌어당겼던 그 늪이다. 어째서 자신이 다시 이곳에 돌아온 건지 알 수 엇어, 오소마츠는 입술을 깨물었다. 아까까지 목욕탕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던 이치마츠들을 찾기 위해, 다시 한번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을 터였다. 하지만 아까처럼 기묘한 산길에 끌려오게 되어, 오소마츠는 혼자서 돌아다닌 걸 깊이 후회했다. 이렇게 될줄 알았다면, 쵸로마츠와 같이 이치마츠들을 찾을 걸 그랬다. 다시 그 길에 끌려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역시 그건 꿈이었다고, 그렇게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꿈이 아니었다는 걸, 지금에서야 깨달았다. 그 길도, 처음에는 옆에서 카라마츠가 달빛조차 없는 밤길을 산책하는 건 두근거리는군하고 떠들어대서 몰랐는데, 길가에 지장이 드문드문 놓여있다. 아무래도 그걸 직시할 용기가 생기지 않아, 되도록 보지 않도록 오로지 앞만 보고 나아간 결과, 다다른 곳은 일전의 그 늪이었다. 혼자인 지금, 늪의 공포가 전의 몇배로 불어 자신을 덮쳤다. 그냥 시커먼 늪일 뿐인데, 공포감을 부추기는 효과라도 있는 건지,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점점 공포가 커져 손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사아악, 하고 오한이 등을 내달린다. 무섭다. 눈을 꼭 감고, 귀를 틀어막은 채 주저앉고 싶었다. 하지만, 오소마츠는 동생을 찾아야만 했다. 그럼에도 덜덜 떨리는 발은 앞으로 나아가라는 제 말을 듣지 않았다. 전에 자신을 끌어당기던 끈적하게 들러붙던 기분 나쁜 손의 감촉, 늪의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듯한 무시무시한 원성이 마치 눈앞에 보이는 듯하다. 숨을 쉬려 얼굴을 내밀며 손을 뻗자, 그곳에 웃고 있는 카라마츠가 있었다. 상냥하고 따스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카라마츠가 다른 그 무엇보다도 무서웠다. 사람은 그 무엇보다 이해가 불가능한 것을 무서워한다는 말을 떠올렸다. 나는 카라마츠가 가장 무섭다. 자신이 잘 알고있는 카라마츠의 얼굴과 목소리로, 녀석은 상냥하게 웃으며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절망에 빠져 먹혀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새까만, 아무것도 비춰지지 않는 이 늪이, 자신을 유혹하고 있다. 비틀비틀, 그 늪에 가까이 다가갔다. 무섭고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었지만, 거기에 가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았다.

..........나는, 그 늪의 일부가 되지 않으면.........돌아가지 않으면........

 

철퍽. 검은 물이 발밑에 걸린다. 아래를 멍하니 바라보고서야 겨우 깨달았다.

 

이 늪은 수많은 인간의 덩어리다. 셀 수 없이 많은 인간이 뒤섞여, 다양한 감정이 탁하게 얽혀 엉망으로 뒤섞인 것이 이 늪이다.

 

늪이 질척한 소리를 낸다.

 

멍하니 숨을 멈춘다.

 

 

늪의 일부가 느릿하게 솟아오른다. 검고 걸쭉한 액체를 뚝뚝 흘리며, 무언가가 늪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건 하얀 천을 걸친, 사람의 형상이었다.

 

 

[....................?]

 

 

 

그건 쵸로마츠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얀 천을 걸친 쵸로마츠가 이쪽을 바라본다. 나를 인지한 녀석은, 색이라곤 없는 새하얀 뺨을 일그러뜨리며 히죽 웃었다.

나는 멍하니 그걸 바라보았다. 어째서 이 늪에서, 쵸로마츠가.

검고 걸쭉한 액체를 온몸에 휘감은 채, 쵸로마츠가 이쪽을 바라본다.

그 눈은 마치 살아있는 사람이라곤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새까맣고 텅 비어있었다.

공허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것에,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공포로 이가 다각다각, 소리를 울렸다. 도망가야 하는데, 발이 움직이질 않는다. 녀석은, 쵸로마츠가 아니다. 쵸로마츠인 척을 하고있는, 인간이 아닌 무언가.

 

 

[.....마츠노, 오소마츠]

 

창백한 얼굴을 한 그것이, 새하얗게 질린 얇은 입술을 달싹였다.

 

[, 신이, 빠뜨린, , 무엇, 인가, ]

 

쵸로마츠의 모습을 한 그것이 양팔을 늪에 집어넣더니 뭔가를 꺼냈다.

 

 

그건 쥬시마츠와 토도마츠였다. 기절한 건지 머리를 축 늘어뜨린 두 사람을, 각각 양팔에 안아들고서 그 괴물은 웃고 있었다.

 

 

[어떤, ?]

, 뚜욱.

 

 

어느쪽을 빠뜨렸냐고? 선택하라는 건가. 나한테, 동생을 택하라고. 선택받지 못한 쪽은 어떻게 되는 건데. 공포에 덜덜 떨며 잠자코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있는 내게, 그것이 [........후후후] 하고 웃었다. 얇은 입술을 위로 추켜올리는 것이, 쵸로마츠가 아닌 다른 무언가가 마치 겁먹은 인간을 보고 입맛을 다시는 듯한 추악함이었다.

 

 

 

 

 

오소마츠형!!!

 

 

어둡고 탁한 공기를 깨부술 듯한 큰소리가 메아리쳤다. 놀라 뒤를 돌아보자, 카라마츠가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게 보였다. 잘 보니, 뭔가를 등에 짊어지고 오는 듯했다.

또 뭔가 이상한 걸 달고오는 건 아니겠지, 하고 잔뜩 경직되어 바라보던 그 순간에돈 카라마츠는 점점 이쪽으로 다가왔다.

 

[카라마츠----]

[내게 맡겨라, 오소마츠!! 파아-----------!!!!!!!!!]

카라마츠가 그렇게 외치는 찰나, 카라마츠의 양손에서 새파랗고 밝은 빛이 나와, 주변의 검은 기운들을 단숨에 몰아냈다.

 

찌르르, 찌르르르-, 벌레 소리가 들려온다.

달빛이 비추며 주변을 밝힌다.

주변의 경치가 어둠속에서 점점 모습을 드러내고, 낯익은 광경이 눈앞에 보였다.

 

[낚시터.......?]

멍하니 눈앞의 광경을 바라본다.

형제들이 자주 다니던 낚시터였다. 오소마츠도 온 적이 몇 번인가 있었다. 여기서 카라마츠의 고민을 들어줬던 때가 떠올랐다.

 

 

[....오소마츠형]

낚시터 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이 떨어뜨린 건, 무엇인가요?]

여신 코스를 한 쵸로마츠가 추위로 보랏빛이 된 입술을 슬쩍 올리며 웃었다.

 

 

 

 

 

 

쵸로마츠는 머리에 생긴 혹에, 얼굴을 찌푸리며 천천히 달렸다. 토도마츠를 등에 업고서 떨어뜨리지 않도록 어기적어기적 천천히 움직였다.

[그냥 델리버리 콩트로 분위기를 바꿔보려던 거뿐이잖아!! 어느쪽을 업을 건지 물어본 거라고!]

그렇게 말하며는 쵸로마츠에, 쥬시마츠를 등에 업고 슥슥 나아가는 오소마츠형을 바라보며, [오소마츠형 오늘 특히 더 기분 나쁘니까 말야] 하고 태평하게 답한다. 평소에는 쵸로마츠를 달랠 오소마츠형의 기분이 오늘은 특별히 더 나쁜 것 같아, 쵸로마츠는 그걸 조금 부드럽게 바꿔보려던 것뿐일 것이다. 그러니 콩트를 해서, 오소마츠형에게 어느쪽을 업고 돌아갈 거냐고 물으려던 것뿐이었을 테지만, 쓸데없는 짓은 하는 게 아니었다. 뭔가 지뢰를 건드렸던 건지, 무언으로 쵸로마츠를 쥐어박은 오소마츠는 이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자신의 등에서 이치마츠가 불편한 듯 [으응]하고 신음해, 자세를 고쳐잡았다. 쵸로마츠는 아직 부루퉁해 있었다. [모처럼 내가 쥬시마츠랑 토도마츠를 찾았는데, 때리는 건 또 뭐야]

엄청 추웠는데, 하고 쵸로마츠가 여전히 투덜대고 있다. 쥬시마츠와 토도마츠는 낚시터에 잠겨있었다는 모양이다. 어두운데 잘도 알았군, 하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지나가던 친절한 사람이 가르쳐준 것 같다. 꼭 닮은 얼굴을 한 두 사람이 낚시터로 비틀비틀 걸어가는 걸 목격했다고 한다. 쵸로마츠에게겐 얼굴이 닮은 게 신경쓰여서 일부러 가르쳐준 거겠지. 그런 친절한 사람도 있구나. 이런 때엔 똑같이 생긴 얼굴이 참 편리하다. 반대로 그런 이유로 형제한테 일어난 문제를 덮어쓰는 경우도 있지만.

 

 

 

집으로 돌아와, 기절한 세 사람의 옷을 갈아입히고 잠자리에 눕혔다. 그 때에도 오소마츠형은 언짢은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뭐어, 매사에 태평한 오소마츠형이니까 내일이면 기분도 풀리겠지

 

 

나도 슬슬 잘까, 하고 생각하던 그때,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내가 받을게]

 

이런 시간에 누굴까, 싶었지만 전화를 받으러 간 쵸로마츠는 미소를 띤 채, 즐거운 듯 상대와 얘기를 나눴다.

 

 

[아까 쥬시마츠랑 토도마츠를 알려준 사람이었어. 발견해서 다행이라고 엄청 기뻐하더라고. 참 좋은 사람이네-]

[뭔가 사례를 해야겠군. 그보다 쵸로마츠, 그 사람한테 연락처를 알려준 건가]

[아니, 안 알려줬는데.....]

 

 

[[?]]

 

 

 

 

 

◆◆◆

 

 

 

 

 

[네놈도 친구 없잖아!!!!]

 

 

어느날 오후에 있었던 일이다. 나는 멍하니 그 말을 한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 말을 내뱉은 장본인은 그의 친구가 상대를 위협할 때처럼, 후우후우, 하고 이쪽을 노려보았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늘 있는 이치마츠와 나의 일상회화였을 터이다.

[외출하고 오지] 라고 말하자, 어딜, 하고 브라더가 묻기에, [물론, 카라마츠 girls의 아방튀르를 즐길 여행이다] 하고 답하자 4개의 한숨이 방을 가득 채웠다. 나는 그저 혼자 한숨을 내쉬지 않은, 방구석에 주민, 이치마츠를 보았다. 이치마츠는 이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그의 친구와 강아지풀로 놀고 있었다. 이치마츠는 바보취급하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아련한 희망을 갖고 이치마츠에게 다가갔다.

[저기, 이치마츠. 너도 어떤가? 같이 이치마츠girs를 찾으러......]

고개를 든 이치마츠가 나를 노려본다. 카라마츠형, 하고 비난하는 듯한 목소리가 등뒤에서 들려온다. 나는 이치마츠의 따가운 시선에 멈칫하면서도, 만약 여기서 이치마츠가 수긍해준다면, 같이 외출할 수 있다면, 하는 작은 기대감에 입을 열었다.

[, 이치마츠. 네 친구도 굉장한 운명의 친구들이라고 생각한다만, 가끔은 가련한 걸즈들과 치는 장난도 좋다고. 그러니, 나와 함께-]

거기까지 말하던 중, 꽉 멱살을 잡힌다. 아아, 오늘도 그를 화나게 해버린 모양이다. 이런 건 조금도 원하지 않았는데, 나는 늘 이치마츠를 화나게 만든다. 어떻게 해야 녀석이 다른 형제를 대하듯이 날 대해주는 걸까, 언제가 되어도 나는 그걸 알 수가 없다. 이치마츠가 화내는 이유를 모르니까, 고칠 수도 없다.

 

이치마츠는 나를 노려보았다. 오늘은 대체 무엇 때문에 화내는 걸까, 하고 자신의 모자란 머리를 굴려 생각했다. , 그래 어쩌면 고양이를 바보취급 했다고 이치마츠는 오해한 걸지도 모른다, 나는 결코 그럴 생각이 아니었지만, 고양이를 무척이나 아끼는 이치마츠니 그런 오해를 해도 이상하지 않다.

[이치마츠, 다른 뜻은 없었다. 그저 너도 조금은 사람과 어울렸으면 해서]

이치마츠가 눈을 부릅뜬다. 눈동자에 보라색 빛이 일렁이며, 입이 열린다.

 

 

 

[네놈도 친구 없잖아!!!!]

 

 

게다가 카라마츠girls라니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런 건!!! 하고 이치마츠가 화를 냈다. 널 힐끔힐끔 쳐다보는 녀석들은, 네 안쓰러운 꼴을 보고 비웃는 거라고!! , 이치마츠가 외쳤다.

 

 

그럴 리 없다, 고 부정하려 했으나, 그러지도 못한 채 끝나버렸다. 이치마츠가 고양이를 안고 방에서 나가버렸기 때문이다.

 

 

 

멍하니 그 자리에 서있자, -, 하고 토도마츠가 한심하단 듯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건 좀 아니라고, 카라마츠형]

이치마츠형은 말야, 친구를 원하지 않는 게 아니라고.

이치마츠형은 상냥하고 속이 깊으니까 말야.

자기 나름대로 고민하고, 괴로워하고 있는 거라고.

그런데, 그 상처를 직접 파내다니-.

너무하네.

천연인 것도 적당히 하라고.

안 그랬다간, 진짜 큰일 난다.

 

 

형제들이 입을 모아 나를 비난한다.

 

 

 

 

 

.........어쩔 수 없잖아. 나는 이치마츠가 그런 걸 고민하고 있다는 걸 몰랐으니까.

 

........나는, 그때, 없었으니까.

 

 

 

내가 유괴당해서 에스퍼 냥코와 만난 적이 없다는 걸, 그들의 기억에서 지워진 걸까, 형제들은 나를 비난하는 눈초리로 노려보았다.

 

 

[........이치마츠한테 사과하고 오겠다!]

 

 

형제들에게 그렇게 말하고 나는 집을 뛰쳐나왔다.

아무리 몰랐다고는 하지만, 사랑하는 동생의 마음을 상처입히는 건 형으로서 안 될 일이다.

 

 

그리고 정정하고 싶은 것도 있다. 이치마츠는 내게 친구가 없다고 했지만, 나는 아는 사람이 꽤 있다. 안 그럼 장시간 외출하는 건 불가능하다.

나는 길을 가는 지인들에게 말을 걸어, 이치마츠를 못 봤냐고 물었다.

 

 

공원의 구석에 있는 나무에 매달려있는 그도, 전화박스 안에 앉아있는 입이 찢어진 그녀도, 언덕 중앙에 자리하고 있는 뭔가의 덩어리도, 배수구 밑에서 눈을 뒤룩뒤룩 굴리며 길을 걷는 사람을 바라보는 그도, 호스트로 보이는 남자의 등에 들러붙은 피투성이의 그녀도, 모두 이치마츠를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나는 어느새 늘 카라마츠girls를 기다리는 다리까지 와있었다.

 

 

다리에는 평소와 다름없는 소녀가 혼자 서있었다. 나는 늘 카라마츠girls를 기다리면서, 이 다리에 가만히 서있는 그녀와 종종 얘기를 나누는 것이 은밀한 즐거움이었다.

 

어머, 카라마츠씨. 오랜만. 오늘 뭔가 기분 안 좋아보이네

[......아아, 오랜만이군, 카라마츠걸]

 

만나자마자 기분이 안 좋을 걸 들키고 말아, [그렇지 않다]고 웃으며 말했다.

 

또 뭔가 형제들과 안 좋을 일이라도 있었어?

 

속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 웃는 그녀에게 방금 전까지 있었던 일들을 말해주자, 그녀는 우스운 듯 깔깔거리며 웃었다.

아하하, 카라마츠씨 사실은 친구 많은데 말야~

[. 내 친구 관계는 어둠에 휩싸여있으니까 말이다. 멋진 남자란, 사생활의 대부분이 가족에게조차 수수께끼라는 건가.....]

뭐어, 브라더는 단지 내 생활에 흥미가 없는 것뿐이겠지만 말이지.

 

 

 

가끔은 친구 얘기를 하면 좋을텐데

 

그렇게 말해도, 내 얘기는 대부분 무시당하고 마니까.

 

 

예를 들자면, 이런 일이 있었다.

 

 

 

차로 쵸로마츠를 마중나가던 때의 일이다.

카라마츠의 하나 아래 동생인 쵸로마츠는 하시모토 냐인지 뭔지 하는 아이돌에게 푹 빠져있지만, 라이브가 없는 날에는 대부분 취업활동에 전념하고 있어 조금 멀리 떨어진 마을에 있는 작은 회사에 면접을 보러 가곤 했다. 이렇게 노력하는 쵸로마츠가 굉장하다고 생각하며 존경하고 있다. 그렇다고 자신도 일하고 싶다거나 그런 생각은 추호도 않는다. 하지만 형으로서 응원 정도는 해주고 싶다고 생각해, 가끔 면접장소가 먼 경우에 카라마츠는 쵸로마츠를 마중하러 가곤 했다.

 

오늘 갈 마을로 가는 길 도중에는 사실, 심령스팟이 있다는 모양이다. 나는 전혀 몰랐지만, 집을 나가기 전에 소리없이 웃은 토도마츠가 슬쩍 알려줬다. 슬슬 터널인데, 이 터널을 빠져나간지 얼마 안 가서라고 한다.

오자키의 명곡을 들으며, 즐거운 기분으로 터널을 빠져나갈 즈음, 눈앞에 휙하고 하얀 형태가 나타났다. 갑자기 뭔가!? 하고 당황해 브레이크를 밟으니, 그대로 고꾸라져 앞유리에 이마를 부딪치고 만다. 위험하군.

차에서 내려서 확인하니 하얀 형태의 무언가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기분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여성이었던 것 같은.......아니, 하지만 이런 인적 드문 곳에 여성이 있을 리가 없나.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차에 타려고 하는 순간, 눈앞에 벼랑이.

[어이, 거짓말이지.....] 전혀 몰랐다. 만약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면 그대로 나는 데스 로드로 돌진해버렸을지도 모른다. 그걸 깨달은 나는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걸이 구해준 건가]

감사의 마음을 담아 두 손을 모아 절했다.

 

나는 차로 돌아가 다시 운전을 했다. 오자키 노래를 틀려고 시선을 돌리는 순간, 문득 거울이 보였다. 거울에는 내 뒤인 뒷좌석이 비치고 있었다.

 

거기에는 아까 자신의 눈앞을 지났던 여성이.......

죽으면 좋았을텐데......

 

 

 

 

 

 

 

[아니, 하지만 정말 덕분에 살았다. 뭔가 사례를 할테니 말해봐라, 아기 고양이여]

 

[.....바보!! 너 같은 건 죽으면 되는 거라고!]

 

[뭔가 사례를 하지 않으면 마음이 풀리지 않아서 그런다. 다음주에 다시 와도 괜찮은가?]

 

[, 안돼! 또 떨어지게 되면 위험하다구! //]

 

 

다음주, 답례로 장미 꽃다발을 가지고 찾아가니, 도시락을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일부러 만들어준 것 같았지만, 결코 날 위해서 준비한 건 아니라고 했다.

 

 

그 뒤, 메일주소를 교환해, 지금도 가끔 그녀가 만든 도시락을 함께 먹고 있다.

 

 

 

 

 

 

[버섯 사냥이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버섯 사냥이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사냥하고 사냥해서 사냥하는 거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

 

마치 산적이 노상 강도짓을 하는 중인가? 라고 생각할 정도로 험악한 얼굴을 한 형제들에게 둘러싸여, 나는 아카츠카에서 좀 떨어지 산에 왔다.

이렇게까지 모두가 필사적이게 된 건 다 이유가 있다.

전원 니트인 탓에, 용돈도 한정되어 있는 그들이었지만, 일하지도 않는 주제에 술이니 담배니 파칭코나 사치품 등에 돈을 펑펑 써버리곤 했다. 그로 인해 보름이 지나기도 전에 용돈이 다 떨어지고 만 것이다. 그렇게 되어 술은커녕 배가 고파도 군것질을 할 수가 없고, 그렇다고 몇 번이나 치비타에게 외상을 질 수도 없었다. 하지만 20대 남성 6명은 식사 세끼 정도로는 도무지 배가 차지 않았다. 그럼 어떻게 하겠는가? 방법은 자급자족밖에 없다.

 

굶주린 동물이란 무척이나 무서운 법이다. 어딘가에서 들은 무서운 얘기에 의하면, 배고픔을 견딜 수가 없어 동류인 인간의 고기까지 먹었다는 도시 전설도 있다.

 

 

제대로 텐트까지 챙겨, 밤을 샐 각오로 우리는 야영에 임했다. -, 고기가 먹고 싶다.

 

밤이 되고, 여기저기 산을 들쑤시고 다니던 형제들이 잠잠해진 후, 나는 혼자 조용히 일어섰다. 그 이유는 단순히 요의를 느꼈기 때문이다.

 

따스한 계절이긴 하지만, 역시 밤이 깊은 산은 춥다. 몸을 파고드는 찬바람에 몸을 떨며 손전등을 한 손에 들고 텐트를 빠져나오자, 저 멀리서 웃음소리 같은 것이 들려왔다.

자신들 외에 산에 캠프를 온 사람들이 있는 걸까.

한번 뜨여버린 눈은 또렷하게 맑아지고, 게다가 변변한 저녁을 먹지 못한 채 산을 돌아다닌 바람에 자신의 배가 구우우~ 하고 애틋한 울음소리를 내어, 이거 아무래도 다시 잠드는 건 무리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나는 잠시 시간을 보낼 겸 어둠속을 산책하기로 랬다.

 

손전등으로 발아래를 비추며 조심히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다가가자, 점점 흐릿하게 불빛이 보였다. 오렌지 빛깔의 그것은 아무래도 모닥불 같아,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타닥타닥하고 나무가 타들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수풀에 숨어 슬쩍 불길이 타오르는 곳을 엿보니, 8명 정도의 남녀가 불을 둘러싸고 원을 그린 채 앉아 즐겁게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라고 좋게 말했지만, 요컨대 노닥거리고 있었다.

우와, 열받아. 왜 남자 넷에 여자 넷인 거냐고. 이쪽은 남자만 6이라고. 여자 반만 달라고, 진심으로. 남자들이 여자 옷속에 손을 넣거나, 엉덩이나 가슴을 쓰다듬으면, 여자들은 몸을 비비꼬면서 새된 목소리로 웃어댔다.

카라마츠는 당장이라도 저 사이로 끼어들고 날뛰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엉망으로 만들고 싶다. 이제 괜찮지 않을까, 이 욱신거리는 오른 팔을 풀어도.

 

 

그 순간.

 

 

우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위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굉장한 비명과 함께 날카로운 기계음이 울렸다.

아연실색하고 있자, 갑자기 팍, 하고 붉은 무언가가 튀어올르고, 무거운 무언가가 풀썩하고 넘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와 동시에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새된 비명소리.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위험해위험해, 도망쳐야!!!!]

[누가 좀 살려줘 싫어어어어어어어!!!!!!]

 

순식간에 그곳은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그곳에 있던 남자와 여자는 서로 몸싸움을 해가며 이리저리 뒤엉켜 도망가기 바빴다. 그리고, 위이이이이이이잉 하는 날카로운 기계음과 함께 빠르게 회전하는 은빛의 무언가. 그리고 또 다시 튀어오르는 선혈. 누군가 울부짖는 소리.

 

멍하니 수풀에 주저앉아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는 사이, 다들 도망간 건지 어느새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단 한 사람 남은 건.

 

거한이, 카라마츠의 앞에 서있었다. 얼굴에는 하얀 가면을 쓰고 있어, 그걸 본 카라마츠는 (, 얼마전에 이치마츠가 코스프레했을 때와 같은 거다) 라고 태평하게 생각했다.

남자가 전기톱을 휘두르며,

 

..........죽어

 

 

 

 

 

[굿자아압!!!!!]

 

남자가 휘두르던 전기톱을 가뿐히 피하며 일어선 카라마츠는 엄치를 척 들어보였다.

 

[나도 이곳의 파렴치한 걸&보이들에게 화가 나있었다....설마 같은 생각을, 그것도 실행까지 할 녀석이 있을 거라고는. 서로의 소울이 공명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군]

 

[이건 운명의 만남이다......!!]

 

 

카라마츠와 남자는 서로의 손을 꽉 마주잡으며, 두 사람 사이에 우정이 싹텄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남자에게 예비 마스크와 전기톱을 건네받아, 카라마츠도 남자와 함께 아까 그 남녀들을 쫓아다니며 사정없이 리얼충을 박멸하기 시작했다.

 

블랙 산타 얘기를 했더니 남자가 꼭 이치마츠도 만나고 싶다고 해서, 다음번에 남자와 놀 때에 이치마츠도 데려가자고 생각하는 카라마츠였다.

 

 

 

 

 

 

 

오후 1.

삐리리리리리리리.

[카라마츠다]

[여보세요. 나 메리씨...]

휴대폰으로 메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아아, 오랜만이로군. 잘 지내는가?]

전에 집에 놀러오고 간만이로군, 하고 정겹게 말하자 [저기이..] 하고 메리가 입을 우물거린다.

[지금, 아카츠카 역에 있는데.....]

[역인가? 좋다, 마중 나가지]

[에에에!? , 아냐 그런....당신 집, 이미 알고 있고....]

[마중 나가게 해주겠나. 리틀 걸을 이렇게 먼 거리를 걸어오게 해서야 남자로서 체면이 서지 않는다]

 

 

 

 

삐리리리리리리.

[카라마츠다]

[여보세요, 나 사토루. 지금 역에 있는데 말야]

[사토루군인가. 그저께 보고 처음이로군. 그러고 보니, 어제 그 드라마 봤는가?]

[아니, 마중 나오라고]

[미안하다만 보이를 위해 움직일 인력은 갖고있지 않아서 말이다]

[하아....차별이냐고. 메리는 데리러 왔으면서....드라마는 봤어. 지금 그쪽으로 갈게]

[방문 선물용 과자는 슈크림이 좋다]

[너무 뻔뻔하잖아]

 

 

 

 

 

삐리리리리.

[카라마츠다]

[나 리카짱. 저주받을 거야.....]

[그런가....저기, 너의 저주를 풀려면 어떡해야 하는가?]

[?]

[나는 너에게 있어 낯선 사람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곤경에 처한 걸을 남이니까 내버려두고 가는 냉혈한 남자가 아니다.....곤란한 일이 있으면 뭐든 좋으니 상담해주겠나. 뭐어, 얼굴도 모르니 신용할 수 없으려나....]

[그럼, 내 고민상담 들어줄 거야...?]

[물론이다! 나로 괜찮다면야]

 

 

 

 

 

 

 

 

삐리리리리리.

[유령 앤서다-!!!]

[잇츠 롱 넘버. (틀린 전화번호입니다)]

[잠깐잠깐잠깐-!!]

[왜 그렇게 기분이 좋은 건가?]

[첫번째 질문에 답하지. 왜냐면 아까 주문한 게 도착했기 때문이다]

[흥미 없다만]

[뭘 주문했냐고? 두 번째 질문에 답하지]

[아니, 안 물어봤다만]

[네에-! 냐짱 모델의 초 레어 피규어입니다!! 자네 이거 내가 옥션에서 손에 넣기까지 얼마나 걸렸다고 생각하나?]

[그런 얘기에 더 적임인 녀석이 우리집에 있다만]

[세번째 질문에 답하지. 그 삼남군의 휴대폰에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연결되지 않는다. 진심으로]

[아아 그래....]

[너의 질문에는 전부 답했다. 이번에는 내가 질문하지]

[아니 아무도 질문하지 않았거든. 애초에 너한테 묻지도 않았다고]

[태초에 낮은 엔트로피 상태에 있었던 우주는 과거와 미래가 구별되는 열역학 제이 법칙을 가지게 되었나?]

[그거 물리학 미해결 문제지 않나!! 답할 수 있겠냐!!]

[지금 거기로 가겠네. 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어쩔 수 없지. 차 준비하고 있으라고]

[죽어]

 

 

 

 

 

이번달 말, 엄마에게 너만 전화요금이 많이 나왔다며 혼났다. 내 탓이 아닌데. 그들(그녀들)이 오래 통화하는 걸 좋아하고, 매일 몇 번이나 걸어오니까 어쩔 수 없다. 토도마츠한테 LINE전화로 하면 된다고, 란 말을 들었다. LINE전화는 요금이 무료라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녀들은 LINE이 가능할까.

 

 

 

 

 

 

얘기가 끝난 뒤, 건너편의 이치마츠를 보면, 이치마츠는 창백한 얼굴로 덜덜 떨고 있다. 찾아서 억지로 스타벅스로 데려왔을 땐, 불쾌하기 짝이 없는 표정을 지었는데, 대체 무슨 일인 걸까.

걱정스러워 [왜 그러나?] 라고 얼굴을 들여다보며 물었다.

 

[.........역시 너, 친구도 없고....생기지도 않을 거라고...]

 

쥐어짜듯이 그리 말하는 이치마츠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렇게까지 얘기했는데 내게 친구가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다니, 정말 곤란한 동생이다.

 

 

 

 

 

 




*초반에 나온 노래 설명*


하나이치몬메


이겨서 기뻐 하나이치몬메

져서 분해 하나이치몬메

어떤 아이가 갖고싶어?

저 아이가 갖고 싶어

저 아이는 모르겠어

상담해보자

그러자


일본의 아이들 동요이자 놀이

우리나라의 "우리 집에 왜 왔니"와 비슷한 형태

지역에 따라,

이불을 쓰고 이리오렴

처럼 가사를 추가하기도 합니다.


-

숨겨진 의미/괴담이 있다고 합니당!

궁금하신 분은 검색검색!! 'ㅂ')/























《괴담설명》




*NNN임시방송*


이건 괴담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아실 겁니다


소설에서는



이 부분입니다


내용은 소설과 같으니 패스하겠습니다

관련 영상을 링크해둘테니 괜찮으신 분만 봐주세요

(분위기가 꽤 호러틱합니다 이미지도 약간)


https://goo.gl/6aF9fo





*료멘스쿠나*


소설에서는


 

이 부분입니다


료멘스쿠나는 머리 2개에 팔다리가 4개인 일본의 거구요괴입니다

아무래도 괴담인지라 모습이 조금 다른 것 같지만....

상세한 내용이나 이미지가 궁금하신 분은

초록창에 '료멘스쿠나'라고 검색하시면 뜹니다 :)




*지옥의 헌책*


이 괴담은 '지옥의 소베'라고도 불립니다

내용은 소설과 같으니 패스하고 간단히 말하자면


이 괴담에서 중요한 부분은 '지옥의 소베'의 내용이 아닌

붉은 글씨와 검은 글씨의 대화입니다


붉은 글씨는 '누군가를 저주하는 사람'

검은 글씨는 '그 누군가를 죽여주는(혹은 저주해주는) 사람(?)'

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지옥'에 동그라미가 쳐져있다고 했으니까

아무래도 죽여주는 거겠죠? :)


붉은 글씨가 글씨체가 다양했던 건

저주를 부탁하는 사람이라, 그때마다 사람이 달랐던 거고

검은 글씨는 저주를 들어주는 사람이기에 같은 인물이어서 그런 겁니다




*다리 파는 할머니*


소설에서는



이 부분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소설과 비슷합니다


하교길에 커다란 짐을 든 노파가 나타나, 짐을 들어주러 다가가면

[다리 필요 없니?] 라고 묻는다는 괴담입니다

필요없다고 하면 다리를 뜯어가고,

필요하다고 하면 끔찍하게 절단된 다리를 건네준다고 합니다


두 선택지 외에 노파에게서 편히 벗어나는 방법은,

[저는 필요없으니 ㅇㅇ에게 주세요(혹은 가보세요)]라고 하면 된다고 합니다


소설에서 카라마츠가 했던 방법과 같은 방법이죠! :)





*마이너스 드라이버*



소설에서 이 부분입니다


내용을 간단히 말하자면,

소설과 내용은 같습니다

다른 부분은 괴담에서는 카라마츠처럼

쇠지레로 열쇠구멍을 찌르지 않았다는 거죠


여기서 열쇠구멍 너머의 빨간 건

방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누군가의 눈입니다


그리고 누군가 안을 들여다보자 눈을 찌르려

드라이버를 찔러넣은 거겠죠 :)





*히키코상*



소설에서는 이 부분입니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괴담의 내용은 소설과 같습니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비오는 날 밤에 흰 옷을 입은 키 큰 여성이 인형같은 걸 끌고다니는데,

잘 보면 그 인형은 초등학생 정도의 아이이고

여자는 눈이 완전 뒤집히고 입은 귀까지 찢어진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여자는 자신과 마주친 아이를 잡아 너덜너덜한 고깃덩이가 될 때까지 끌고다니다

특정 장소에 가서 방치한다고 합니다


여기서 여성은 과거 다른 학생들의 질투와 시기로 왕따를 당한 소녀이며,

그 복수심과 원한으로 그런 짓을 한다고 하네요 :)


해결방법은 카라마츠가 했던 것처럼

거울을 보여주면 된다고 합니다





마지막은 그냥 검은늪의 이야기입니다

진짜 있는 괴담인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ㅂ')a







-


<여기부터 두번째 장의 해석과 괴담설명입니다>




*아내의 분노와 결혼 생활이 원만한 비결*


오소마츠와 쵸로마츠 이야기 부분입니다

괴담내용은 소설과 똑같으니 해석만 하자면,


쵸로마츠가 숫자를 세는 건 화를 참는 수입니다

첫번째와 두번째는 봐주겠지만 세번째는 분노로 상대를 죽여버리는 거죠


오소마츠가 자신에게 잔소리를 하자 [1]이라고 말했는데

이건 고양이 때와 마찬가지로 3번째에는 오소마츠를 죽일지도 모른다는....

쵸로마츠도 카라마츠와 마찬가지로 사이코패스네여.....




*심령사진과 전차사고*


여기는 그냥 

쵸로마츠(그리고 카라마츠)의 사이코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사람이 사는 집에 가서 사진을 찍겠다는 것과

전차사고를 웃는 얼굴로 말한다는 게 포인트죠 :)




*함바그*


쵸로마츠와 쥬시마츠 부분입니다


여기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여기서 의미하는 게 '시즈오카'가 맞는 건지도 잘 모르겠네요


시즈오카 검색하면 방사능 이런 게 뜨는데

그거랑 관련이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네요




*심야 텔레비전의 모래폭풍*


토도마츠와 쵸로마츠 이야기 부분입니다


여기서 모래폭풍은

요즘도 그런지 모르겠는데

(요즘 티비를 잘 보지도 않고 심야에 티비를 켤 일이 없으므로..)

옛날에는 심야에 TV를 켜면 지지직- 거리면서

회색의 노이즈 화면이 뜨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걸 일본에서는 모래폭풍이라고 하는 모양입니다


이 이야기가 호러인 이유는,


[모래폭풍의 시간대에 방송사 직원이 에로영상을 보다가

그걸 방송으로 내보냈는데 수십건의 클레임 전화가 걸려왔다]


이 말은 즉, 

그 지지직거리는 노이즈 화면을 수십명의 사람들이 보고 있었다는 말이 됩니다

특별한 방송도 아니고 노이즈 화면을, 게다가 시끄럽기까지 한 그걸

수십명의 사람들은 왜 보고 있었던 걸까요 :)



이 소설에서 쵸로마츠도 전화를 걸었다는 건

쵸로마츠도 마찬가지로 심야에 그 화면을 보고 있었다는 거죠






카라마츠만 사이코라고 생각했는데

쵸로마츠도 사이코였네요.......ㄷㄷ






-


해설부분이 무섭다는 의견이 몇 있어서

이번에는 이미지는 첨부하지 않았습니다


료멘스쿠나, NNN임시방송, 히키코상, 다리 파는 할머니 등은

네이버나 구글에 검색하면 자세한 이야기와 이미지가 뜨니

궁금하신 분은 검색해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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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스는 구하지 않는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다만 어쩐지 잠이 오지 않아, 밤을 새고 있었다.

방에는 카라마츠 혼자였다.

 

젊은 남성 6명이 같은 집에 살고있으니, 잠이 오지 않아 이른 새벽에 깨는 사람이 있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저 오늘은 그게 카라마츠였을 뿐이었다. 오소마츠나 토도마츠 등은 야행성이라 카라마츠가 새벽부터 1층에 내려가 있다면 거실의 희미한 불빛을 알아챘을 테지만, 오늘은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무도 깨지 않은 듯하다.

 

낮에는 시끌시끌한 집도, 밤중에는 모두 잠에 들어 고요하다. 카라마츠는 우롱차를 홀짝홀짝 마시며 멍하니 텔레비전을 바라보고 있다.

 

 

내일은 뭘 할까. 일도 하지 않고, 집안일도 할 필요가 없는 신분으로, 그런 사치스러운 고민을 하는 그다.

이치마츠와 쥬시마츠는 고양이 카페에 간다고 했던가...’

하고 오늘 낮에 형제들이 대화하던 걸 떠올린다.

한가하기도 하니 같이 가고 싶은 카라마츠였지만, 이치마츠가 싫어할 것 같았다.

이치마츠가 가장 편하게 느끼는 장소를, 아마도 형제 중 가장 가까운 쥬시마츠에게 모처럼 소개시켜주려고 하는데, 함께 있어 가장 불편하고 불쾌할 내가 따라가면 민폐나 다름없을 것이다.

 

쥬시마츠는 친구가 없는 이치마츠를 위해 고양이 친구를 만들어주려 했다는 모양이다. 분명 그런 따뜻한 마음은 형제를 향한 깊은 애정에서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형제를 사랑하는 마음이라면, 나도 지지 않는다. 쥬시마츠에겐 잘만 이름을 불러주면서, 어째서 내게는 죽어, 라거나 꺼져, 라고 하는 걸까. 이치마츠를 향한 나의 사랑과 쥬시마츠의 사랑은, 대체 이치마츠에게 있어서 뭐가 다른 걸까. 혹시 나의 사랑은 그다지 전해지지 않은 걸까. 그렇게 매일을 [믿고 있다] [사랑한다] 라고 제대로 전하고 있는데도?

 

 

 

토도마츠가 쇼핑하러 간다고 해서, 내가 짐을 들어줄까?’ 라고 물었지만 필요없다며 매정하게 거절했다.

[쵸로마츠형한테 부탁했으니까]

라며 무심히 덧붙였다.

[내가 더 힘이 세니까, 더 많은 짐을 들 수 있다고?]

라며 듬직한 얼굴로 말했지만, 토도마츠는

[카라마츠형이랑 같이 걸어다니기 싫거든]

이라며 핸드폰에서 시선도 떼지 않고 무심하게 말했다.

왜냐고 묻자 쪽팔린다고 답한다.

[나의 쿨한 퍼펙트 패션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서 그런가....]

창밖을 바라보며 멋있게 말했지만, 조금 슬펐다.

흘끗, 방을 둘러보면, 내 말에 대꾸도 않고 다른 형제들도 무시를 해버린다.

 

왜 나와 함께 걷는 게 부끄럽다는 걸까. 지금까지 몇 번이나 같이 쇼핑하러 갔었다. 옷을 아무거나 입어도 전부 잘 어울리는 토도마츠에게, 옷을 갈아입을 때마다 진지하게 감상을 말해주고, 겸사겸사 같이 점심을 먹고(물론 돈은 내가 냈다), 다시 쇼핑을 하다가 같이 파르페(이것도 물론 내가 냈다)를 먹거나 했다. 도중에 토도마츠가 뭔가를 사달라고 조를 때에는 기꺼이 사주기도 했다. 얼마전에는 벨트를 사줬었다. 그 때는 그렇게나 즐거웠는데, 즐거웠던 건 나뿐이었던 걸까. 내가 너무 즐거운 나머지 멋대로 토도마츠도 즐겁다고 생각해버린 걸까. 사실은 토도마츠는 나랑 쇼핑하는 동안 계속 부끄럽다고 생각했던 건가.

그렇다면, 그건 무척이나 슬픈 얘기다. 가슴이 욱신, 아파온다.

 

 

 

그럼 남은 후보는 이제 오소마츠 형뿐이다. 내일 예정이 있다고 말한 적 없고, 어슬렁어슬렁 거리를 산책하거나 파칭고, 경마에 가는 게 전부일 것이다.

 

하지만 오소마츠형을 꼬셔낼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일하지 않으면서 돈을 잔뜩 쓸 수는 없다. 하지만, 돈도 없이 오소마츠형을 낚는 건 힘들다. 낚시터에 가자고 할까. 하지만, 지난번에 갔었고, 거절할 것 같다. 하지만 오소마츠형이 나와 놀아주지 않으면 나는 내일도 혼자다.

어제는 오소마츠와 쵸로마츠는 둘이서, 이치마츠와 쥬시마츠와 토도마츠는 셋이서 재밌게 놀았던 것 같다. 지난번에는 토도마츠와 쥬시마츠 둘이 재밌게 놀고, 나머지 셋은 각자 하루를 보냈던 것 같다.

 

최근 일주일간 누구도 날 불러주지 않는다. 내가 같이 놀자고 꼬셔도 거절당하고, 아무래도 내 존재를 그다지 필요로 하지 않는 것 같다.

일하지 않으니까 사회에 공헌도 않고, 부모를 위해 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덩치만 큰 식충이. 그런데 이젠 형제들의 놀이 상대조차 되지 않는다.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고, 누구와도 같이 할 수 없다.

 

 

오늘도 혼자 거리를 배회했다.

, 마츠노 카라마츠를 아는 이는 없다.

내 존재를 알아주는 이는 없다.

 

이건 마치 죽은 거나 다름없지 않은가.

 

 

갑자기 어두운 클래식 곡이 흘러나왔다. 텔레비전으로 눈길을 돌리니, 지직지직, 마치 전파가 잡히지 않는 라디오 같은 잡음이 뒤섞인 듯한 음악이 단편적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멍하니 텔레비전을 바라보자, 사람이름 같은 것이 영화의 마지막을 고하듯이 천천히 올라왔다. 어둡고 담담한 클래식의 선율과 함께 천천히 위로 올라가는 글들을 보고있자,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따뜻한 우롱차를 홀짝인다.

 

배경은 폐공장 또는 그냥 허름한 공장에서 뭉게뭉게 연기가 피어오르는 사진인 것 같았다. 도대체 뭘까.

 

10분 정도 흘렀을까. 문득 그 이름 중에 아는 이름이 있을까 하여 찾아보다, 눈을 부릅뜨며 놀란다. 화면에는 8개 정도의 이름이 쓰여있었는데, 그 중에 [마츠노 오소마츠]라는 이름이 있었다. 이런 이름이 흔한 것도 아니니, 동명이인일 리는 없다. 나는 단 하나뿐인 형의 이름이 텔레비전에 나온 것에 크게 놀랐다. 어느새 텔레비전에 이름이 실릴 정도로 대단한 일을 한 건가.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 이내 전부 올라간 건지 더 이상 이름이 올라오지 않고, 그 아래에

[내일의 희생자는 이분들입니다. 안녕히.] 라는 문장이 떠올랐다.

 

 

[..........???]

머릿속에 수많은 물음표가 떠오른다.

내일의 희생자라니, 도대체 무슨 말일까. 지금 나온 이름의 사람들을 말하는 건가.

 

오소마츠형, 죽는 건가.

 

그런 의문이 머릿속에 불쑥 떠올랐다.

 

내일, 오소마츠형이 죽는다. 그런.....그럴 수가.........

 

 

 

 

 

 

[이 무슨 굿타이밍이란 말인가!!! 마치 뷰티한 가디스(아름다운 여신)가 내게 미소를 지어주고 있는 듯하군!!]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팔은 기쁨으로 떨리고 있었다.

 

 

간단한 얘기다. 내일 하루종일 오소마츠형 옆에 있으면 된다. 그러다 오소마츠형이 죽거든 자신도 따라 죽으면 되는 거다.

내일 무엇을 할지 고민하던 것도 해결이고, 죽을테니 살아가면서 할 고민도 자연히 사라진다. 이제부터 매일 누구와 지낼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거절당해 쓸쓸해하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혼자서 죽는 건 쓸쓸할 거다. 어차피 오소마츠형은 내일 죽으니, 겸사겸사 나도 같이 죽으면 좋지 않겠는가.

 

 

 

고민이 전부 해결되어 기분이 상쾌해졌다. 내일을 뒤에 슬슬 자야지.

 

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형제들이 잠든 이불로 돌아갔다.

 

 

 

 

 

 

[오소마츠, 한가하면 오늘 나랑 놀지 않겠는가]

아침을 먹고 그렇게 묻자, 누워있던 오소마츠가 고개만 이쪽으로 돌린 채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에에~, 나 오늘은 집에서 쉬려고 했는데~. 다른 녀석들이랑 놀라고-]

[이치마츠랑 쥬시마츠는 고양이 카페에, 토도마츠와 쵸로마츠는 쇼핑을 간다더군]

[너도 따라가면 되잖아]

[가려고 했지만 거절당했다]

그렇게 말하자 오소마츠가,

[녀석들...나한테 떠넘기다니...]

라고 작게 중얼거렸다. 대체 뭘 떠넘겼다는 걸까.

[어쩔 수 없지~ 오늘만 특별히 놀아줄게. 형아 상냥하지~?]

그러면서, 네가 쏘는 거겠지, 라고 덧붙이는 오소마츠에

[고맙다, 오소마츠. 물론 오늘은 내가 다 쏘겠다]

라고 답했다. 의외의 대답에 깜짝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고, 뭔 일이래, 라고 중얼거리는 오소마츠. 무슨 일이고 뭐고, 나는 어차피 오늘 죽으니까 돈이 더 이상 필요없다. 형제들에게 남길 자산이라 할 것도 없고, 이런 푼돈이라면 마지막 정도는 마음껏 써도 괜찮겠지.

내 주머니에는 한달에 한번 받는 용돈과 단기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이 전부 들어있다. 오자키의 CD나 나의 퍼펙트 패션을 위해 모아뒀던 이 돈들도 오늘을 끝으로 더 이상 필요없다. 굿바이, 마이 머니.

 

 

 

 

집을 나서기 전, 근처에 있던 쇠지레를 손에 들어 아무렇게나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이건 내 전용의 길쭉한 파란색 쇠지레이다. 나는 종종 어머니의 부탁으로 지붕수리를 하거나, 스스로 무언가를 만드는 일도 많아서 여러 가지 개인공구를 가지고 있다.

이 쇠지레는, 이른바 보험이다.

 

 

 

 

 

 

 

 

 

인적 드문 신사를 지나던 때였다.

 

[, 이거]

 

2m정도의 거대한 나무상자가 있었다.

나무상자는 상당히 오래된 건지, 군데군데 변색되어 썩어있는 곳이 꽤 있었다.

 

이 상자,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다.

 

전에 공사 단기 아르바이트로 절을 해체하던 적이 있었다. 이건 그때 내가 찾아낸 상자였다. 열려고 했더니 주변에서 말려댄 탓에 열지 못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사연이 있는 상자인 것 같다.

신사에 들어가니 아까까지 불어오던 바람이 거짓말처럼 딱 멈췄다. 정체모를 기운이 신사쪽에서 일렁거렸지만 무시하고 상자에 다가갔다.

 

상자 위에는 나무상자처럼 너덜너덜하고 노랗게 변색된 종이가 붙어있었다.

그 종이에 글자가 쓰여있었지만, 군데군데 닳아 없어진데다가 굉장한 달필이라 읽을 수도 없고, 한자도 어려워 잘 모르겠다.

겨우 읽을 수 있는 거라고는 아래쪽에 적혀있는 스쿠나라는 글자와, 봉인이라는 글자뿐이었다.

전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아마 상자의 내용물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았다.

 

 

슬쩍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릴 때, 재미있는 것을 찾으려 거리를 뛰어다니던 시절을 떠올렸다. 그때는 이런 낡아빠진 상자가 있으면 마치 보물상자를 찾아낸 것처럼 기뻐했었다.

 

 

낡은 상자의 뚜껑은 단단히 못질이 되어있어, 더욱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나는 주머니의 쇠지레를 꺼내들어, 하나씩 못을 뽑아냈다.

 

 

너덜너덜한 상자를 부수지 않도록 조심히 뚜껑을 들어올렸다.

안에는 손을 허공을 잡으려는 듯 움츠리고 죽어있는 인간의 미라(미라는 본 적이 없지만 아마도 그럴 것이다)가 있었다. 조금 특이한 건 머리가 두 개에 팔도 양쪽에 2개씩이었다. 하지만 발은 평범하게 2개뿐이었다.

가짜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고 머리의 이음매 부분을 꼼꼼히 살폈지만, 버석버석하게 갈라져 잘 모르겠다.

[오소마츠, 어떻게 생각하나? 아무래도 가짜 같지 않은가?]

뒤를 돌아보자, 오소마츠형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멍하니 있었다.

 

 

[-, 오소마츠]

말을 걸어도 반응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뚜껑을 다시 덮어두고, 오소마츠를 질질 끌고 신사를 나섰다.

 

내 감상을 말하자면, 뭐야 이건, 이라는 느낌이다.

모조품이라면 그야말로 완전 시시한 일이고, 진짜라고 하더라도 기형아의 미라보다 실제로 살아있는 여섯 쌍둥이가 훨씬 더 레어하고 놀랄 일이지 않겠는가.

 

뭐어, 어차피 보물상자란 다 그런 것이다. 뭐가 들었을지 모를 내용물을 기대하며 찾아다닐 때가 가장 즐거운 법이다.

 

 

 

 

 

신사를 나온 뒤, 책방에 들렀다. 평소 오소마츠형은 헌책방을 싫어할테지만, ‘오늘은 너하고 놀아줄게라고 했으니, 그 말에 힘입어 그동안 읽지 못했던 오자키를 사랑하는 나의 애독서들을 읽으러 왔다.

오소마츠형은 입구에서 헤어지고, 나는 잡지코너로 향했다. 초자연현상 코너를 지나던 중, 제목이 안 보이도록 거꾸로 꽂힌 책이 보여 조금 신경이 쓰여 집었다.

글씨가 크고 일러스트도 많았기에 아마도 아이들을 위한 책인 것 같다. 휙휙 페이지를 빠르게 넘기자, 지옥의 소베라는 여백에 무서워라고 휘갈긴 글씨가 적혀있었다.

 

지옥의 소베라는 건, 주인공인 소베가, 같이 지옥에 가게 된 치과의사, 의사, 수도승과 함께 도깨비에게 먹힐 위기에 처하게 되자, 이를 뽑는 등 생전의 직업을 잘 살려 빠져나간다는 이야기이다. 지금이야 웃으며 보는 귀여운 그림이지만, 어릴 적에는 지옥불이나 도깨비 그림이 무척이나 무서웠다. 이 책의 주인이었던 아이도 아마도 내가 어릴 적 느꼈던 마음으로 무섭다고 적었을 거라 생각하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다음 페이지를 보니, 여백에 또 글씨가 적혀있다.

곤란한 일이 생겼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라고 붉은 글씨로 적혀있다. 그리고 문장 중 지옥이라는 글씨에 동그라미가 쳐져있다.

그 아래에 휘갈겨 적은 듯한 알겠다라는 글이 검은펜으로 써있고, 그 바로 아래에 완료라는 글씨가 적혀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 붉은 글씨로, 감사합니다

대체 뭐지, 이건

그렇게 생각하며 페이지를 넘기자, 부탁합니다라는 글씨가 빨간펜으로 적혀있고, 그 아래에 마찬가지로 동그라미.

또 그 아래에 알겠다완료.

다시 그 아래에 붉은 글씨로, 감사합니다. 신세를 졌습니다

 

 

그런 대화가 몇 번 오갔다.

붉은 글씨는 문체가 그때마다 달라, 얇거나 달필이거나 악필인 등 다양했다.

하지만 그 밑에 적힌 검은 글씨는 알겠다, 완료라는 같은 말만 적혀있고, 늘 딱딱한 글씨였다.

 

 

 

부디 부탁드립니다

 

알겠다

 

완료

 

정말 감사합니다

 

부탁합니다

 

알겠다

 

완료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런 대화의 반복이었다.

 

계속해서 넘기다 보니, 뭔가 책 사이에 끼어있다. 교복을 입은 소년의 사진이었다.

사진 밑에 소년의 이름으로 보이는 글이 적혀있다.

 

 

 

 

마츠노 오소마츠

 

 

 

이거 내 사진인데.........

 

 

 

 

책의 여백에 휘갈겨 적은 글씨.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지옥에 동그라미.

그 아래에는 아직 아무것도 안 적혀있었다.

 

 

나는 사진을 주머니에 넣고 다시 그 책을 책장에 돌려놓았다.

 

오자키가 나를 기다리니 빨리 돌아가야지.

 

 

 

 

 

 

 

우리는 어스레한 저녁노을을 받으며 멍하니 목욕탕으로 향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어디선가 노파가 나타났다. 커다란 보따리를 짊어지고 있었다.

 

나는 할머니에게 다가가,

[괜찮습니까, 레이디? 괜찮다면 제가 짐을 들어드리죠]

라고 말하자, 노파는 말없이 이쪽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는,

[............, 필요없니?]

라고 중얼거렸다. 나는 잠시 눈을 꿈뻑이다가,

[아뇨, 저는 이미 마미에게 받은 튼튼한 다리가 있으니 사양하겠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옆에 있던 오소마츠에게,

[오소마츠도 필요없지?]

라고 물었다. 내 물음에 오소마츠형은 말없이 고개를 휘휘 저었다.

필요없는 것 같다고 노파에게 전하자, 노파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쭈글쭈글한 손을 제 소매에 집어넣었다.

[아아, 하지만 발을 주고 싶은 거라면]

나는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노파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저기 있는 그녀에게 발을 주세요. 사고로 다리를 잃어버렸거든]

그렇게 말하며 건널목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상반신만 남은 여고생이 바닥에 납작 엎드려 무언가를 찾듯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

내 말에 노파가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 상냥하게 보였던 모습과 다른 오만한 행동을 멈추고 노파를 바라보자, 그녀는 나를 보며 작게 웃었다.

[........재밌는 녀석이로군. 특별히, 좋은 걸 알려주마]

쉰 목소리.

 

 

 

[네 형은 이제 곧 죽는다]

 

 

 

나는 잠시 눈을 깜빡이다, [알고 있다]고 답한다.

 

 

 

 

 

노파와 헤어진 우리는 터벅터벅 다시 목욕탕으로 향했다.

 

아까 그 할머니는 어떻게 오늘 오소마츠형이 죽는다는 걸 알았을까. 미래를 알 수 있다니, 멋지군. 점쟁이인가?

 

목욕탕에 도착하자, 방금 전 LINE으로 연락해 만나기로 했던 형제들이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다. 쵸로마츠가 나와 오소마츠형의 옷을 건네주었다.

 

 

 

[오늘 점쟁이를 만났다]

탈의실에서 형제들에게 아까 있던 얘기를 꺼내자, 토도마츠가 바로 얼굴을 찌푸리고

[카라마츠형, 이상한 항아리 같은 거 산 건 아니지?]

라고 물어왔다. 그래서

[항아리는 안 샀는데]

라고 답했지만, 여전히 토도마츠가 수상쩍은 눈초리로 나를 훑어보았다. 대체 뭐지.

 

[~ 뭐라고 했는데]

쵸로마츠가 영혼없는 물음을 던졌다. 시선은 여전히 옷바구니를 향한 채였다.

 

 

[아아, 곧 죽는다더군]

 

 

 

 

탈의실 공기가 얼어붙었다.

 

 

 

 

 

[잠시 마실 것 좀 사오겠다]

[기다려]

일어서서 발을 내딛으려는 순간, 토도마츠가 달려들어 내 발목을 잡는다. 그 바람에 나는 바닥에 얼굴을 있는 힘껏 박았다. , 하고 나와 마루의 강렬한 키스소리가 울린다.

[토도마츠....이런 장난은 심하지 않나.....]

[아니, 기다리라니까]

필사적인 목소리에 천천히 뒤를 돌아보자, 창백한 얼굴의 토도마츠가 눈에 들어온다.

[, 오소마츠형, 죽어? 진짜? 점쟁이가 그렇게 말했어?]

[그렇다. 점쟁이라니 대단하지 않나]

[아니, 그게 아니잖아!!]

 

 

[거짓말인 게 당연하잖아]

땅을 기는 듯한 목소리로 이치마츠가 말했다.

[맞아!! 어차피 거짓말이겠지]

라고 이치마츠의 말에 토도마츠가 애써 밝게 외친다.

[그렇다고. 주변에 널린 엉터리 점쟁이일 게 뻔해. 카라마츠도 이상한 항아리 같은 거 사지 않게 조심하라고]

쵸로마츠가 싸늘한 어조로 말한다. 나는 딱히 항아리를 좋아한다고 말한 적도 없는데(좋아하지도 않는다) 왜 다들 항아리를 사지 말라고 주의를 주는 걸까. 의문이다.

 

 

나는 돌연 뭔가 결심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 휴대폰을 치켜들고 사진을 찍어댔다. 플래시가 탈의실을 밝게 비춘다.

[, 뭐야 갑자기!?]

[어이, 쿠소마츠 무슨 짓이야]

나는 곧바로 사진을 확인하고는, [오오]하고 탄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형제들이 보기 쉽도록 화면을 돌려 그들에게 건넸다.

거기에는 눈부신 듯 눈을 찌푸린 우리들이 찍혀있었다.

 

 

----오소마츠형을 제외하고.

 

 

오소마츠형만 목 윗부분이 보이지 않았다.

 

사진을 본 형제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오소마츠, 역시 죽는 거 아닌가?]

거짓말이 아니라며 당당하게 말했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우리가 다니는 목욕탕에는 커다란 욕탕이 1개 있고, 그 옆에 작은 계단이 있었다. 그 계단 끝에는 문이 있는데, 들어가 본 적은 없지만 아무래도 보일러실 같다. 문손잡이 밑에는 작은 열쇠구멍이 있기에, 보일러실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어진 나는 욕탕에 들어가려 몸을 씻는 형제들을 뒤로하고 계단으로 향했다. 계단을 손으로 짚고 슬쩍 열쇠구멍 안을 들여다보았다. 들여다본 곳은 새빨갰다. 호오, 보일러실 벽은 빨갛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얼굴을 뗐을 때였다.

푸욱, 하고 뭔가가 열쇠구멍 밖으로 튀어나왔다.

무의식중에 얼굴을 뒤로 젖혔다.

빙글빙글 이리저리 움직이는 그건 일자 드라이버였다.

저게 왜 열쇠구멍에서.

그러더니 일자 드라이버가 열쇠구멍에서 사라진다.

나는 다시 열쇠구멍을 들여다보았다.

일자 드라이버가 튀어나오다니,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역시 열쇠구멍 너머는 붉었다.

나는 열쇠구멍에서 얼굴을 떼고 일어섰다.

[카라마츠, 어디가?]

라고 묻는 형제들을 무시하고 탈의실로 향했다.

탈의실에 들어간 나는 옷주머니에서 쇠지레를 꺼냈다.

이 쇠지레는 비교적 가느다라니까 딱일 것이다.

 

형제들의 수상한 눈초리를 무시하고, 보일러실 문에 다가갔다.

그리고 열쇠구멍에 힘껏 쇠지레를 쑤셔넣었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문너머로, 보일러실에서 울리는 듯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니 의아하게 바라보는 형제들이 보였다. 표정을 보니 아무래도 문너머의 비명은 그들에게 안 들린 모양이었다.

[, 대체 뭐 하는 거야?]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게 말하곤 나는 욕탕으로 돌아갔다. -, 극락극락.

 

 

 

 

 

목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 밤길을 걷고있자, 하얀 옷을 입은 여자가 길 반대편에서 걸어왔다. 그 여자는 언뜻 보아, 우리들과 나이대가 같아 보였다. 여자의 발밑을 보니, 여자치고는 약간 키가 큰 편인 그녀는 뭔가를 질질 끌고 있었다. 상당히 무거워 보이는 그것은, 부피도 상당해서 초등학생인 아이 정도의 크기였다. 그녀가 손으로 잡고 있는 부분은 아무리 봐도 발목의 형태로 보여, 실제로 초등학생 아이를 끄는 걸지도 모른다.

초등학생 상대로 파칭코 경찰이 출동했을 리는 없고, 도둑경찰인가. 못된 짓을 한 초등학생을 응징하는 건지도 모른다.

[안녕하세요, 수고가 많으십니다]

그렇게 말하고 경례를 하며 미소를 짓자, 여자가 이쪽을 향해 천천히 돌아보았다. 여자는 귓가까지 크게 찢어진 입을 반쯤 벌린 채 멍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여자는, [내 얼굴 흉측해?] 라고 나직하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입이 찢어진 여자가 [나 예뻐?] 라고 물어본 적이 있었지.

분위기도 어쩐지 비슷한 것 같다. 질문은 정반대지만.

역시 여성에게 외모의 아름다움은 중요할 것이다. 여자에겐 외모가 전부는 아니다, 라고 말하는 대신에 나는 갖고 있던 거울을 내밀었다.

[이걸 봐라. 마음도 외견도 청렴하고 아름다운 선녀가]

보이지? 라고 말하기도 전에,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하고 여자가 비명을 질렀다. 머리를 이리저리 헝클며 원한에 찬 눈으로 나를 째려보았다. 여자가 쥐고있던 고깃덩이가 바닥에 툭 떨어진다.

 

여자가 뛰어 달아나는 것을 나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나는 그렇게 심한 짓을 해버린 걸까.

 

 

 

 

 

 

[오소마츠, 편의점에 들리지 않겠나?]

라며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뒤를 돌아보자, 오소마츠형만 남아있고 다른 형제들은 어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오소마츠, 브라더들은 다들 어디에 간 건가?]

깜짝 놀라 그렇게 묻자, 오소마츠형도 놀란 얼굴로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 , , 하고 말을 잇지 못하고 한숨을 연신 토해냈다.

 

오소마츠형에게 다가가려고 걸음을 옮기자, 모래를 밟는 느낌이 든다.

 

아까까지 아스팔트 위였는데, 흙길이 되어있다. 게다가 주위는 어느새 울창한 숲으로 변해있다.

 

바람도 불지 않는데, 싸아아- 하고 나무들이 시끄럽게 울어댄다.

 

 

[오소마츠]

 

오소마츠형에게 다가가 그의 손을 잡았다. 다른 형제들처럼 사라지게 둘 수는 없었으니까.

오늘만은 마지막까지 함께 있지 않으면 내가 곤란하다.

 

오소마츠형의 손은 얼음장처럼 차갑고, 얼굴도 창백했다. 본래의 색을 잃어버린 보랏빛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추운 걸까.

 

, 손을 살짝 힘을 주어 잡는다.

 

오소마츠형과 둘이서 천천히 산길을 산책할 수 있다니, 마치 신이 우리를 위해 특별히 마지막 무대를 마련해 주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왕 이렇게 밤길을 걷게 된 거 달빛이 비치는 거리를 걷는 편이 낫지만, 달도 별도 없는 이 거리에도 딱히 불만은 없다. 이렇게 자리를 제공해 준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다.

 

 

 

 

둘이서 천천히 길을 걸어가다 보니, 어느새 탁 트인 장소에 도착했다. 거기에는 검은 늪이 있었다. 안을 들여다 보았지만, 새까만 그것은 바닥이 전혀 보이지 않고 내 얼굴도 비춰지지 않았다. 오로지 검을 뿐이었다.

 

오소마츠형에게서 손을 떼고, 나는 늪에 가까이 다가갔다.

 

늪에 손을 집어넣었다. 검은 늪이 걸쭉하게 내 손과 손목, 팔에 들러붙어 온다. 손을 빼려고 하자, 늪은 날 놓치기 싫은 듯 꿈틀거리며 날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나는 손을 빼는 걸 포기하고 오소마츠형에게 손짓했다. 오소마츠형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이쪽으로 다가왔다.

늪에 가까이 다가선 오소마츠형에, 늪에서 쑤욱 하얀 손이 기어 나오더니 오소마츠형의 발목을 잡는다. 오소마츠형이 비명을 내지르며 저항을 하자, 몇 개의 손이 더 늪에서 튀어나와 형의 어깨와 팔, 머리를 각각 잡아 늪으로 끌어들였다.

 

오소마츠형의 하반신이 꾸르륵거리며 늪에 잠겼다. 형은 여전히 저항하며 입에 들어간 늪의 검은 액체를 뱉어내며 내게 손을 뻗었다.

나는 아직 늪에 잠기지 않은 손으로 오소마츠형의 손을 잡았다. 내 몸에도 이미 하얀 손들이 점령하고 있는 상태였다.

 

나는 웃으며 늪에 나의 머리든 뭐든 이 시커먼 어둠에 끌어들이기만을 기다렸다.

오소마츠형도 완전히 삼켜지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때 오소마츠형과 눈이 마주쳤다.

[              ]

작게, 오소마츠형이 입을 움직였다.

그리고 그대로 오소마츠형은 늪 깊숙이 가라앉았다. 부글부글, 기포와 함께 꾸덕한 파도가 일렁거렸다.

 

 

 

 

 

[........................]

 

 

 

 

 

 

나는 내 머리를 잡으려 달려드는 손을 쳐냈다. 목을 조르는 손에 주머니에서 쇠지레를 꺼내들어 손을 힘껏 찔르자, 손이 떨어져나갔다. 온몸에 휘감긴 하얀 손들을 뿌리치고 쇠지레로 찔러대며, 늪을 갈랐다.

[오소마츠!!!!!]

악착스럽게 팔을 휘두르자, 구불구불 늪이 크게 파도쳤다.

필사적으로 오소마츠가 있던 곳으로 가까이 갔다.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늪에 잠수했다.

 

 

 

 

 

 

 

 

쵸로마츠는 목욕탕에서 돌아가던 길, 분명 6명이 같이 있었는데 어느새 혼자 남겨지게 되었다.

 

LINE으로 연락을 해봤지만, 형제들은 답은커녕 읽지도 않았다.

 

다들 어디에 가버린 걸까.

 

 

 

 

잠시후, 축 늘어진 오소마츠형을 업은 카라마츠가 집으로 돌아왔다. 어째선지 오소마츠형은 흠뻑 젖어있었다.

 

게다가 카라마츠도 드물게 숨을 헐떡이며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카라마츠에게 수건을 건네며, 창백한 얼굴로 축 늘어진 오소마츠형을 받아 들었다.

 

[오소마츠형을 업은 채로 몇 시간을 뛰어 달아났다. 너무 힘들군....]

수건으로 이마를 닦으며 카라마츠가 답했다.

 

늪에서 수십명의 검은 사람들이 기어나와 자신들을 쫓아왔다고 카라마츠가 말했다. 그들은 마치 몸이 늪으로 되어 있는 것처럼 검고 뛸 때마다 철벅철벅 검고 걸쭉한 액체들이 사방으로 튀었다고 한다.

카라마츠는 오소마츠형을 업고서, 그들에게서 필사적으로 도망친 것 같다.

 

[그런데 그것들, 집까지 쫓아오진 않은 거야?]

밖에서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으니 아마도 제대로 뿌리친 것 같지만, 그대로 조금 걱정이 되어 그렇게 물었다.

 

[아아. 도망치면서 전부 쓰러뜨렸으니 문제 없다]

 

[.....잘도 집까지 돌아왔네]

 

 

 

[아아, 사실 돌아올 생각은 없었는데 말이지]

 

 

 

하지만 그때 오소마츠형은 이렇게 말했다. 늪에 가라앉기 직전, 울상으로 내게 구해줘라고 입을 뻐끔거렸다.

 

도움을 요청한 건 처음이었다.

오소마츠형이 도움을 구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고, 형제들은, 평소에는 무책임하지만 여차할 때 의지가 되는 오소마츠형이나, 늘 뭐든 제대로 해내는 쵸로마츠에게 의존하곤 했으니까.

 

 

 

그치만 나도 나름 형제들에게 조금은 필요했던 모양이다.

 

 

주머니에서 쇠지레를 꺼내들었다. 나와 오소마츠형이 제대로 죽지 않았을 때에 쓰려고 챙겨온 것이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쓸모없는 것이었다.

 

 

 

왜냐면 그 때, 내가 죽을 이유는 없어졌으니까.

 

 

 

 

 

◇◇◇

 

 

 

 

 

오소마츠와 쵸로마츠

 

 

마을에서 유명한 여섯 쌍둥이를 지역 신문이 취재하러 왔다.

 

[6명이 똑 닮은 형제가 있는데 싸우거나 하지는 않나요?]

[뭐어~ 그런 건 일상이죠~]

 

그러나 여섯 쌍둥이는 스무살이 넘는 지금도 사이좋게 같은 집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대가족이 원만하게 가족 생활을 계속할 수 있는 비결은?]

 

그러자 장남은, 그리운 듯 과거를 회상하며 말했다.

 

[저는 어릴 적부터 삼남과 사이가 가장 좋아서, 늘 같이 장난치며 놀았거든요. 둘이서 프라이팬이나 야구배트를 들고 뛰어다니던 적이 있었는데, 어느날 고양이가 우리 앞에 뛰어들어서 놀란 삼남이 바닥에 굴렀어요. 삼남은 1 라고 말하며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야구배트를 다시 주워들고 달리기 시작했죠. 그러다 잠시후에 담장 위에서 고양이가 뛰어내리다가 삼남 머리를 밟고 바닥에 착지해 달려가더라구요. 삼남은 2 라고 말한 뒤, 다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달리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또 잠시후, 이번에는 잔뜩 흥분한 고양이가 삼남의 손을 물어뜯었어요. 그러자 삼남이 방망이를 치켜들고 그 고양이를 때려죽였어요. 이야, 그때는 정말 놀랐다니까요? 아무리 착하고 상냥한 나라도 그때는 삼남을 마구 야단쳤죠. 그렇게 죽이는 건 너무 심하지 않냐면서. 그랬더니 삼남이 뭐라고 했는지 알아요?]

 

[뭐라고 했는데요?]

 

[ 1 ]

 

 

 

 

카라마츠와 쵸로마츠

 

 

쵸로마츠가 심령사진을 찍어보고 싶다고 했다. 아무래도 쵸로마츠는 본 적이 없는 모양이다. , 나도 없으니 흔쾌히 수락했다.

 

조금 먼 곳에 있는 산길에, 참혹한 살인사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허물지 않은 민가가 남아있어, 둘이서 한밤중에 그곳을 찾아갔다.

 

현광에서 거실, 목욕탕과 화장실을 보고, 부엌이나 아버지의 방으로 보이는 곳과 아이방, 그리고 어머니의 방으로 보이는 곳을 차례로 둘러보고 계단을 내려가 1층으로 갔다.

집을 돌아다니는 동안 우리들은 닥치는 대로 사진을 찍어댔다.

 

마지막에 집을 배경으로 한명씩 돌아가며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설레는 마음을 부여잡고 사진을 현상했다. 그리고 완성품을 보고 그만 깜짝 놀라고 만다.

 

 

 

 

아무것도 찍혀있지 않았다.

 

물론 우리들은 평범하게 찍혀있다. 그러나 영적인 것은 그 무엇도 없었다.

 

 

[.......이상하지 않아?]

 

[이미 성불한 거 아닌가?]

 

[역시 그러려나. 그럼 거기에 갔어도 심령사진은 찍을 수 없다는 건가. 시간 낭비했네]

 

[그렇진 않다고. 거기에 가는 도중에 주변과 동떨어진 집을 발견했거든. 다음엔 거기에 가보지 않겠나?]

 

[오오, 좋네! 거기도 폐허야?]

 

[그렇진 않다. 사람이 사는 집이다. 오늘 밤에 갈까?]

 

[오케이, 알겠어. 지금 대충 준비하고 올게]

 

기대된다. 꽤 오랜만이라, 두근두근 설렌다.

 

 

 

 

 

이치마츠와 쵸로마츠

 

 

[쵸로마츠형은 공포물 좋아하었던가]

그렇게 말하자, 차를 홀짝이던 쵸로마츠가 놀란 듯 이쪽을 본다.

 

[갑자기 뭐야. 좋아하긴 하는데, 그게 뭐 어쨌는데?]

[아니, 그냥 좀 의외라서....공포영화 자주 봐?]

[-. , 그럼 내친 김에 무서운 얘기라도 해줄까]

 

[아냐, 됐어]

라고 말했지만 남의 말을 듣지 않는 쵸로마츠는 멋대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쵸로마츠의 말에 따르면, 불과 며칠 전 집근처 역에서 2정거장 떨어긴 역의 플랫폼에서 추락사고가 있었는데, 쵸로마츠는 무려 그 사고를 직접 목격했다고 한다.

젊은 여성이 취했는지 선로 쪽으로 비틀비틀 다가가더니, 그대로 추락해버렸다고.

다만 그때 근처에 남자가 서있어서 순간적으로 여성의 팔을 잡았는데, 자기도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는지 남자는 손을 떼고 그대로 여성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한다......

 

 

거북한 얘기다. 그냥 유령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훨씬 낫다.

 

[뭐어, 나도 별로 얘기하고 싶진 않았지만 말야]

 

잘도 웃으면서 얘기하는구만.....

 

[그 얘기보다 쵸로마츠형이 더 무섭다고...]

 

 

 

 

 

쥬시마츠와 쵸로마츠

 

 

카라마츠형이 만든 함바그는 맛있지만, 오늘은 평소와 맛이 다른 듯했다.

 

 

[저기 쵸로마츠형, 이거 무슨 고기야?]

[시즈오카산이래]

[헤에~]

 

 

 

 

 

토도마츠와 쵸로마츠

 

 

 

, 한밤중이면 방송도 하지 않고, 지지직하는 노이즈가 흘러나오곤 하잖아?

어느날, 어느 방송사 사람이 그 때 에로 비디오를 보고 있었다나 봐.

그리고 그 에로 비디오를 실수로 공중파에 그대로 내보내버렸대.

 

[그랬더니 곧바로 수십건의 클레임 전화가 걸려왔대~]

 

[, 그거 나도 전화했었어]

, 정말? 이거 실화라고는 들었지만 진짜였던 건가?

 

[. 정말, 아무리 한밤중이라고는 하지만 다들 보는 곳에서 그런 건 좀 아니잖아]

 







괴담과 내용해석이 상당히 길어서

따로 글을 적겠습니다


설명이 필요하신 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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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3 - [마츠소설/사이코패스계 남자] - 사이코패스계 남자, 카라마츠(7)의 괴담과 내용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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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의 일들을 쵸로마츠의 시점으로 본 이야기입니다













상식인은 겁이 없다

 

 

 

 

 

마츠노 쵸로마츠는 영감이 있다.

그렇지만 그는 그걸 모른다.

 

 

 

왜냐면 그는 0감이니까.

 

 

 

 

 

 

[‘화장실의 하나코씨라고 알아?]

 

태어나서 처음으로 들은 무서운 이야기, 옆자리의 여학생이 말하는 걸 우연히 듣게 된 것이었다.

 

쵸로마츠는 한번 가보기로 했다.

 

그 시절의 쵸로마츠는 오소마츠와 서로 골목대장 투톱을 다투던 아이였고, 그의 사전에 공포라는 글자는커녕 상식이란 글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하교시각이 지나고, 석양이 복도를 물들일 무렵.

쵸로마츠는 선생님께 들키지 않도록 조용히 교실을 지나 복도를 살금살금 빠져나갔다. 소문의 삼층 여자 화장실까지 가는 도중 그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았다.

 

여자 화장실 문을 열고 안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쵸로마츠는 슬쩍 화장실로 들어섰다. 쵸로마츠의 좌우에는 개인 화장실 칸이 3개씩 있었다.

 

화장실은 모두 문이 열렸고, 사용이 가능해 보였다.

 

쵸로마츠는 팔짱을 끼고 화장실 한복판에 섰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화장실에는 시계가 없으니 잘은 모르겠지만, 쵸로마츠의 그림자가 아까보다 상당히 커져있다.

 

쵸로마츠는 한숨을 내쉬며 화장실에서 나왔다.

 

 

 

다음날, [화장실의 하나코씨가 어제 나타났대!!]라고 떠들어대는 여자애들에게, [하나코씨 같은 건 없었다고. 나 계속 감시했는걸] 이라고 말하려 했지만, 그랬다간 자신이 여자 화장실에 몰래 들어간 게 걸릴 테니 잠자코 있기로 했다.

 

 

그밖에도 이 학교에는 7가지 불가사의가 있다는 모양이다. 하나코씨는 그 중에 하나라는 걸, 쵸로마츠는 깨달았다.

 

그래서 쵸로마츠는 조사를 하기로 했다.

쵸로마츠는 의외로 이런 낭비적인 일에 행동력이 있는 아이였다.

 

 

 

 

여섯 쌍둥이 중 한명이 없어져도 금방 알아차리긴 어렵다. 그래도 역시 둘이나 없어지면 형제들은 물론, 부모님도 눈치챌 것이다.

 

그래서 쵸로마츠는 파트너인 오소마츠를 두고 혼자 밤중에 학교에 잠입했다.

 

사람이 없는 심야의 학교는 낮의 학교와는 전혀 다르게 보여, 쵸로마츠의 모험심에 불을 붙였다.

 

 

쵸로마츠는 학교를 돌아다녔다.

 

 

니노미야 킨지로는 복도를 돌아다니지 않았고, 계단은 몇 번을 세도 12단이었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봐도 아무도 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 라고 묻지 않았고, 음악실의 베토벤은 평소와 똑같이 조용히 미소 짓고 있었다.

이과실의 인체모형은 쵸로마츠를 내려다본 채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고, 체육관의 농구공은 전부 제대로 치워져 있었다.

 

 

심야의 학교는 몹시 조용했다. 쵸로마츠는 자신이 유령들에게 버림받은 듯해 섭섭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7대 불가사의 중 또 하나의 소문을 떠올렸다. 이 학교는 사실 불가사의가 총 8개이고, 8번째를 알게 되면 다른 세계로 보내진다는 것이었다.

 

쵸로마츠는 뛰어서 계단으로 향했다. 거기에는 학교 개교 초기부터 있었다는 커다란 거울이 있었다.

 

쵸로마츠는 그 앞에 섰다. 시간은 밤12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거울속의 쵸로마츠는, 층계참에 선 쵸로마츠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저기, , 쵸로마츠]

 

나직이 거울속의 자신에게 말을 걸었다.

거울속의 소년은 그대로 자신의 말을 따라 입을 뻐끔거리다 말을 끝내자 입을 다물었다. 그리곤 근심 어린 얼굴로 이쪽을 돌아보았다.

 

8번째를 알게 됐음에도 다른 세계로 가지 않았고, 12시에 거울 앞에 섰지만 거울의 세계로 끌려 들어가지 않았다.

 

 

불가사의 따윈 거짓이라는 걸, 쵸로마츠는 깨달았다.

 

 

 

 

 

 

쵸로마츠는 고민이 있었다.

쵸로마츠는 남들과의 화합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상식인을 자처하는 그에게 있어, 그건 그가 지켜야 할 중요한 신념이었고, 그와 동시에 그러기 위해 노력도 했다.

 

하지만 노력으로 안 되는 것도 있는 법이다.

 

 

여섯 쌍둥이들은 어릴 적 자주 어머니와 함께 시골 할아버지 댁에 갔다. 논바닥 투성이인 그곳은 처음엔 지루하다고 생각했지만, 자기들이 사는 곳과 달리 개구리나 도마뱀 같은 생물이 잔뜩 있는 시골이 싫지만은 않았다. 게다가 시골친구도 생겼다.

 

 

어느날, 친구와 논에서 뛰놀고 있었는데, 친구가 갑자기 [!] 하고 소리쳤다.

[왜 그래?]

[뭔가 저기서 꿈틀꿈틀거려]

[꿈틀꿈틀?]

친구가 가리키는 방향을 봤지만, 쵸로마츠의 눈에는 그냥 논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런 거 없는데?]

[있다고! 하얀색의!]

그렇게 말한 친구가 그쪽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재빨리 뒤쫓아 친구의 어깨를 잡았다.

[! 그런 거 없다니까!]

나는 결코 눈이 나쁘지 않았고, 여기는 탁 트여있으니 친구가 말하는 하얗고 꿈틀거리는 것이 있다면 분명 눈치를 챌 것이다.

 

원래도 좀 불같은 쵸로마츠는, 자꾸 [하얗고 구불구불거리는 게 있다니까!! 저기에!!]라고 외치는 친구의 뺨을 세게 때렸다.

[그만 하라고!!! 그런 건 없다니까!]

우와아아아아앙, 하고 큰 소리로 우는 친구에, 집에서 친구의 할아버지가 뛰쳐나왔다.

[왜 그러니, 싸우기라도 했어?]

[얘가 자꾸 하얗고 구불거리는 게 있다고 그러잖아요!]

내 말을 들은 할아버지는 순식간에 새파랗게 질렸다.

[뭐라고!? 너희들 그걸 본 거냐!?]

[몰라요! 녀석이 저쪽에 있다고 하는데, 없잖아요 그쵸?!]

아까 친구가 가리켰던 방향을 가리키자, 할아버지가 그쪽을 쳐다본다.

[너희들 얼른 집으로 들어가라!!!!]

할아버지가 굉장히 무서운 얼굴로 고함을 지르며, 친구의 머리를 꽉 잡고서 쵸로마츠를 끌어안았다.

 

 

쵸로마츠는 친구네 할머니와 할아버지한테 친구를 말려줘서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

[가까이 갔으면, 손자를 야생으로 보내게 됐을지도 모르지.....]

 

그렇게 말하며 울면서 다다미에 머리를 박는 할아버지에 쵸로마츠는 약간 공포를 느꼈지만, 사례로 과자를 잔뜩 받아 그동안의 일을 전부 잊어버리고 크게 기뻐했다.

 

 

 

지금에서야 생각하는 거지만, 할아버지께서는 분명 그 꿈틀거리던 것을 봤을 것이다.

 

친구가 맞았다.

 

 

...........하지만 그렇다면, 어째서 자신은 보지 못했던 걸까.

 

 

 

 

 

[팔척님에게 빼앗기지 않아서 다행이다]

 

엄마가 오소마츠를 껴안으며 말했다. 엄마 몸에는 이치마츠와 쥬시마츠, 토도마츠가 착 달라붙어 있었다.

 

쵸로마츠는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은 오소마츠와 달리 당사자가 아니니까, 전혀 무섭지 않았다. 이치마츠나 쥬시마츠, 토도마츠처럼 이야기를 듣고 무서워할 정도의 섬세함도 갖고 있지 않았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자신과 똑같이 멍하니 서있는 자가 있음을 깨달았다.

 

 

카라마츠였다.

 

 

그도 나와 마찬가지인 걸까.

 

그 역시 자신과 마찬가지로 공포에게 버림받은 인간인 걸까.

 

 

 

 

 

[이 사진 뭔가 무섭지 않아? 분명 심령사진일 거야!!]

그렇게 말한 친구가 내민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 진짜다!]

[뭔가 반투명한 게 비치잖아!!]

[꺄아- 무서워~!!]

함께 들여다보고 있던 모두가 제각기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어디가 이상한 건데?]

[여기, 여기에 여자얼굴이 비치잖아]

그렇게 말하며 친구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자리를 응시했지만, 거기에는 인쇄기의 시커먼 잉크로 검게 칠해진 여자의 얼굴만 있을 뿐 아무것도 없었다.

[......모르겠는데]

[에에, 농담이지? 이렇게 잘 보이는데?!]

 

고등학교 친구들은 아직 흥분한 듯 그 사진의 화제로 떠들썩해, 쵸로마츠는 더 이상 그 분위기를 깰 수가 없었다.

 

 

 

 

 

 

쵸로마츠는 공포영화를 좋아한다.

그렇게 말하면, -, 의외네, 라는 말을 듣곤 하지만.

 

공포영화를 보며 무섭단 말을 연발하는 친구들과 함께, 쵸로마츠도 비명을 내질렀다.

쵸로마츠는 공포영화를 볼 때만큼은 [무섭다]는 말을 할 수 있었다. 무서워할 수 있었다.

왜냐면, 공표영화에 나오는 살인마나 유령은 가짜로, 실체가 있었다. 실체가 있기에, 쵸로마츠도 그들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쵸로마츠는 사람들과 함께 무서워할 수 있었다.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 상식인을 자처하는 쵸로마츠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것이니, 그것은 아주 중요한 것이었다.

 

 

오소마츠가 공포영화를 빌려왔을 때, 사실 쵸로마츠는 그걸 학창시절에 이미 친구들과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걸 일부러 말하지 않았다.

분명 쵸로마츠가 본 적이 있다고 하면, 오소마츠는 [그럼 이번엔 혼자서 볼까-] 라고 말했을지도 모른다. 대체로 밖에 나가있는 니트인 자신들이, 이렇게 밤에 모두 모이는 건 드문 일이었고, 이렇게 공포영화를 빌려오는 이도 잘 없었다.

 

쵸로마츠는 오초마츠처럼 입 밖으로 내진 않았지만, 여섯 쌍둥이 모두 다 함께 떠들어대는 걸 꽤 좋아했다. 아무리 상식인인 척 굴어도, 어린 시절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 모양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공포영화를 형제들과 함께 보는 이 좋은 기회를 놓치기가 싫었다.

 

 

[, 사실 공포영화 좋아해]

자기 입에서 나온 뜻밖의 말에, 형제들이 모두 깜짝 놀란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 다른 영화의 광고를 보고 있을 때, 오소마츠가 조용히 [쵸로마츠가 공포영화를 좋아하는지 몰랐어] 라고 속삭였다.

 

[안 말했으니까]

[왜냐고! 그런 건 말하란 말야~]

 

[......말했으면, 같이 봐줬을 거야?]

갑자기 튀어나온 말은 의외로 낮고, 조금 쓸쓸한 기운이 돌았다.

 

오소마츠가 눈을 휘둥그렇게 뜬다.

 

 

 

 

영화는 재밌었다. 물론 무섭기도 했지만, 그것보다 오소마츠형이 즐겁게 웃는 소리나, 쥬시마츠와 토도마츠의 비명소리, 카라마츠가 영화장면마다 냉정하게 소감을 말하는 목소리, 영화에 위축되면서도 카라마츠의 말에 일일이 토다는 이치마츠의 목소리를 듣고있자니 무척 즐거운 기분이 들었다.

 

 

영화가 끝나고, 카라마츠가 화장실에 가려고 하자 [뭔가 이상하게 춥지 않아?]하고 오소마츠가 조용히 말했다. 그 말에 [무서운 소리 하지 말라구] 라며 토도마츠가 볼을 부풀렸다.

[창밖에 여자가 있다거나-] 쵸로마츠가 그렇게 말하며 웃자, 이치마츠들이 동시에 얼굴을 새파랗게 하곤 창밖을 힐끔 쳐다보았다.

이런 느낌으로, 공포영화가 끝난 뒤에는 무서운 이야기를 하며 분위기 타기도 쉬워 즐겁게 떠들어댔다. 공포영화 감상을 말하면서, ‘이미 봤다는 것을 얘기하지 않아서 다행이다라고 쵸로마츠는 속으로 생각했다.

 

 

 

 

 

전화를 받으러 갔던 카라마츠가 돌아왔다.

[카라마츠, 방금 누구였어?]

카라마츠가 말하길, 메리라는 여자가 쓰레기장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토도마츠가 최근 데이트하는 여자려나.

 

그로부터 5분 뒤, 카라마츠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디 가?]

[전화 받으러]

 

전화 같은 거 안 울렸다고 말하려 했지만, 이미 카라마츠는 방을 빠져나간 뒤였다. 전화벨소리 못 들었는데.

돌아온 카라마츠가, [집앞에 온다는군] 라고 말했다.

[그래? 그럼 마중하러 가야겠네]

토도마츠는 지금 집에 없고, 여자를 밖에서 기다리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 방을 나섰다.

 

집앞에서 기다렸지만, 그럴듯한 여자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얼마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지, 라며 쵸로마츠는 과거를 떠올렸다.

거실에서 차를 마시고 있자, 카라마츠가 들어와선 [오소마츠 있는가?] 라고 물었다.

[아니, 파칭코라도 간 거 아냐?]

[그런가]

[무슨 일인데?]

[오소마츠한테 손님이 왔다]

[헤에- 누구?]

[글쎄, 오소마츠걸이 아닐까. 키가 엄청 큰 여성이다]

[헤에~. 오소마츠형을 만나러 오는 여자도 있구나]

오소마츠걸인지 뭔지 그 유별난 여자에게 흥미가 생겼지만, 오소마츠를 빼닮은 남자가 2, 혹은 3명이나 있으면 놀라고 말 것이다.

[어쩔까? 집안에서 기다리라고 할까?]

[아니, 언제 돌아올지 모르니까, 일단 돌려보내자]

[그게 좋겠네. , 그럼 이거 주고 와]

전에 엄마가 친구와 온천여행에 가서 사온 과자를 건넸다.

[오오, 고맙다 쵸로마츠]

현관으로 향하는 카라마츠를 뒤따라 방을 나와 현관을 살폈다. 카라마츠는 그 여자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듯했지만, 그 여자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키가 크다고 했으니 잘 보일텐데. 내가 볼 수 없는 위치에 있는 건가?

결국 포기하고 2층에 가니, 이불에 웅크리고 있는 오소마츠와 그를 둘러싸고 있는 3명의 남동생이 있었다.

[....뭐야, 있었냐....]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카라마츠는 이미 여자를 돌려보냈을까. 지금부터 뒤쫓아가면 늦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쵸로마츠.....]

오소마츠의 나약한 목소리가 들려 생각을 멈추고 그쪽을 보면,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오소마츠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 왜 그래. 오소마츠형 몸이라도 안 좋아?]

가까이 다가가자 팔을 붙잡고, [옆에 있어] 하고 귓가에 속삭인다. 아파서 불안한 걸까. 오소마츠 옆에 앉아, 그를 안심시키듯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현실로 다시 돌아와, 지금은 메리짱이다.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오니, 전화를 받고있는 카라마츠가 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카라마츠가 전화를 끊었다.

[메리짱한테서?]

[아아. 지금 내 뒤에 있다는군]

[?]

고개를 돌려 카라마츠 뒤를 들여다봤지만, 거기에 여자는 없었다.

[메리짱, 없는데?]

철커덕, 카라마츠가 수화기를 든다.

아니, 그니까 아까부터 전화벨 안 울리는데 왜 받는 거야?

카라마츠한테서 전화기를 빼앗아 귀에 대보면, [-..........-.........]하는 소리만 들렸다. 역시 전화 안 왔잖아.

[카라마츠, 나 놀리는 거야?]

[..........네가, 메리인가]

[?]

나직하게 중얼거린 카라마츠에게 되물었지만 대답은 없다.

카라마츠는 멍하니 복도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거기에 뭔가 있어? 나한테는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오소마츠형과 방에서 뒹굴거리고 있자, 현관에서 벨이 띵-- 하고 울렸다. 그와 동시에, [택배입니다-] 하는 소리가 들렸다.

오소마츠를 보자, 만화에서 눈길을 뗄 기미가 보이지 않아 결국 내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런 귀찮은 건 언제나 내가 한단 말이지, 하고 투덜거리며 방을 나갔다.

 

택배를 받아 방에 돌아오니, 오소마츠형이 흥미진진한 얼굴로 다가왔다.

열어보자고, 라며 신나하는 오소마츠를 일단 나무라긴 했지만, 쵸로마츠도 내용이 신경쓰이긴 했다.

 

정말로 성인용품이라도 들어있으면 사과하면 되겠지.

쵸로마츠는 시코마츠, 시코마츠하고 놀려대던 형제들을 떠올리며 박스를 뜯었다.

 

[........., 이게 뭐야]

 

안에 들어있던 건 마네킹이었다. 그것도 팔만.

 

 

구석에 종이조각이 들어있었다.

 

 

[여어! 오랜만! 쵸로마츠, 잘 지내냐? 손 페티쉬인 너한테 선물!!

사실 지금 마네킹을 만드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거든~~ 이거 내가 만든거야~. 아직 만드는 중이지만 말야, 촉감이나 무게나, 완전 진짜 같지 않아!? 관절도 제대로 움직인다고~]

 

고교시절의 친구였다. 그러고 보니 취직했다고 했던가. 그는 언젠가 인간과 쏙 빼닮은 더치 와이프.....아니, 러브돌?을 만드는 게 꿈이었다. 에로가 인간을 움직이는 최대의 원동력이라는 것이 그의 말버릇이었다.

 

고교시절의 추억이 떠올라 미소가 떠올랐다.

 

 

[............, 장난이 지나치잖아...]

 

바로 옆에서 오소마츠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더니 갑자기 난폭하게 마네킹의 팔을 들어올렸다.

[잠깐, 오소마츠형!?]

 

오소마츠형이 팔을 집어든 채 달려나갔다.

어디로 가는 건가 해서 따라가 보면, 집앞에 있는 작은 뜰이었다. 오소마츠는 맨발로 마당에 서고는 황급히 땅을 파기 시작했다.

 

[, 잠깐만, 오소마츠형, 왜 그러냐고....]

 

진흙 투성이의 손으로 구덩이를 파내는 오소마츠형의 눈은 핏발이 잔뜩 서있고, 입에서는 거친 숨이 흘러나왔다. 심상치 않은 모습에 절로 핏기가 사라졌다. 도대체 그게 뭐 어쨌다는 거야, 오소마츠형.

 

 

 

 

오소마츠와 파칭코에서 돌아오니, 쥬시마츠가 토하고 있었다. 눈을 한껏 까뒤집고 부들부들 떨며 기절하는 쥬시마츠에 달려갔다.

오소마츠형이 쥬시마츠를 업어 2층으로 올라갔다.

 

[카라마츠, 쥬시마츠 왜 저래?]

멍하니 서있는 카라마츠에게 묻자, [모르겠다. 저녁밥을 먹더니 갑자기 토해버렸다....] 라고 말한다. 식탁 위를 보니 고기요리가 잔뜩 즐비해있다.

[이거, 카라마츠가 다 만든 거야?]

[아아. 오늘 고기가 잔뜩 들어와서 말야]

[헤에~]

 

손을 씻고 부엌으로 가다가, 바닥에 놓인 식용유통을 밟아 넘어져 버렸다. 탄력으로 뚜껑이 열려버린 식용유통 사이로 검은 무언가가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입에 담기도 역겨울 지경이었다.

 

그래, 그 이름은 G--------!!!

[싫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절규를 내지르자 쿵쾅쿵쾅 오소마츠가 2층에서 내려왔다.

[쵸로마츠!!]

무심코 오소마츠에게 매달리는 쵸로마츠.

이건 무리. 절대 무리.

 

그 순간--------- 새파랗게 질린 오소마츠가 내 머리에 토했다.

 

 

[으으으읏!!!!!!!!!!!]

 

엄청난 충격에 말을 잃었다.

질척하게 오소마츠의 토사물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참을 수 없는 더러움에 무심코 눈물이 흘렀다.

 

 

이거, 나도 토한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전부 오소마츠의 오바이트니까.

 

 

 

 

목욕을 마치고 나오자, 카라마츠가 묵묵히 자신의 요리를 먹고 있었다.

카라마츠의 맞은편에 앉아,

 

[나도 먹어도 돼?]

하고 묻자, 카라마츠가 멍한 얼굴로 날 쳐다보았다.

[.........먹을 건가?]

[맛있어 보이는 걸. 안 돼?]

카라마츠는 붕붕 고개를 저으며, 방긋 웃었다.

[......뭘 그렇게 기뻐하는 거야]

[.....그치만, 오소마츠랑 쥬시마츠는 토했고, 이치마츠랑 토도마츠는 기분 나쁘다고 했으니까]

[......그랬구나]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서 적당히 맞장구를 치자, 카라마츠가 맥없이 고개를 떨군다.

[그치만, 카라마츠가 사슴고기까지 요리할 줄 아는 건 처음 알았어]

[이거, 사슴고기였던 건가!?]

[에에, 뭐라고 생각했는데....]

[돼지고기나 멧돼지라고.....]

[그러면서 잘도 요리했네. 돼지랑은 색이 다르다고]

[잘 아는군]

[오타쿠 동료랑 자주 밥먹으러 가거나 하니까]

[메이드 카페에만 가는 줄 알았다]

[그야 거기도 가긴 하지만.....아니, 그보다 너 지금 바보취급한 거지!?]

[아니다아니다, 그럴 리 없잖나!]

 

 

 

 

 

카라마츠가 청소를 멈추지 않는다.

 

[끈적거리는 게 없어지질 않는다]

 

[목욕탕과 화장실 물이 빨갛다]

 

[창문에 손자국이 나있다]

 

[벽에 뭔지 모를 흠집이 나있다]

 

 

카라마츠가, 청소를 멈춰주질 않는다.

 

 

 

 

 

이치마츠가, [보고있어] 하고 중얼거린다.

 

테이프로 집안 곳곳을 막고 다니기 시작했다.

 

떼어내려고 하면 이치마츠는 불같이 화를 냈다.

 

그리고 테이프를 붙이는 것 외에는 늘 다다미를 할퀴어댔다.

 

 

 

쥬시마츠가 말을 하지 않는다. 천장 구석을 바라본 채.

 

말을 걸어도, 야구를 하러 가자거나, 산책하러 가자고 꼬셔도 대답을 하지 않는다.

 

 

 

 

토도마츠가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전화가 와, 메일이 와, LINE이 와, 라고 중얼거리며 아무런 알림도 울리지 않은 핸드폰을 뚫어지도록 바라보며 화풀이하듯 내던졌다. 몇 번이나 주워서 돌려줬지만, 결국엔 화면이 완전히 깨져버려 이젠 메일이 와도 아무것도 읽지 못하게 되었다.

 

 

 

오소마츠만은 마지막까지 멀쩡했었다.

 

마지막에, 이상해지기 전까지는.

 

 

 

 

오소마츠는 늘 변함없이 아침부터 파칭코에 갔다 돌아와서 뒹굴거리며 만화책을 읽었다.

그야 마네킹 팔을 멋대로 뜰에 묻거나, 머리에 토를 했을 때는 정말 놀랐지만, 오소마츠도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쯤은 있을 거라며 이해했다.

 

 

 

할로워크에서 받은 종이에 필요한 내용을 적었다. 다음에 넣을 회사의 이력서다. 이번에는 꼭 취직해 보이겠다며 결의한 것이, 이번으로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이번에는 반드시 취직해서 평범한 월급쟁이가 되어, 평범한 삶을 살 것이다.

 

그렇게 다짐하며 열심히 써내려가고 있자, 갑자기 이력서를 누가 뺏아간다.

 

놀라서 올려다보니, 오소마츠가 내 이력서를 손에 들고 있다.

 

 

[........!? 뭔 짓이야, 오소마츠형!!]

 

뺏으려 하자, 이번에는 카라마츠가 뒤에서 낚아채간다.

[, 뭐냐고, 카라마츠 돌려줘!!]

[미안, 쵸로마츠]

카라마츠는 힘을 풀지 않았다. 아니, 사과할 정도면 그냥 돌려달라고.

평소에도 장난으로 이력서를 뺏는 건 흔한 일이었다. 대체로 오소마츠의 [나랑 놀아줘-]가 그 시작이었다. 하지만 나는 다음 면접에 모든 걸 걸었다. 어떻게든 해서든 취직을 하고 싶다. 너한테, [취활하고 있습니다 어필] [말만 번지르르-] 라고 듣고 싶지 않다.

 

오소마츠는 이력서를 흔들며, [너 뭘 적고있는 거야] 라고 말했다.

[하아!? 그런 거 보면 알잖아!?]

 

[모른다고-!]

 

웃기지 말라며 고함치려던 그 때였다.

오소마츠가 양손으로 종이끝을 잡았다. 찌익, 하는 소리가 들렸다.

 

[.....,]

 

찌이익

 

이력서가 찢어진다.

 

그만둬.

 

찌익

 

 

그만둬.

 

 

 

그건, 나의,

 

 

찌이,

 

 

 

 

퍼억!!!!!!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두 사람을 때린 후였다. 헉헉거리며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바닥에 주저앉아 두 사람을 째려보았다.

 

 

두 사람은 공포에 물든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뭐냐고, 그 눈은.

 

 

 

 

 

이 놈이고 저 놈이고 다 똑같다.

 

모두 내가 보이지 않는 걸 보고선 멋대로 두려워한다.

 

사람을 때리고 날뛰는 나를 보며, 멋대로 무서워한다.

 

 

 

 

 

 

나도, 모두와 같이 무서워하고 싶어.

 

 

 

 

 

 

 

 

......무섭다는 게, 대체 뭐야?







 * 니노미야 킨지로(긴지로) *


일본의 학교관련 괴담하면 꼭 등장하는

움직이는 석상입니다





↓사진있습니다 혹시모르니 주의↓













↑이건 만화 '학교괴담'에 등장하는 긴지로입니다










이번 이야기는 쵸로마츠의 시점의 이야기였습니다


이해가 안 되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카라마츠와 쵸로마츠, 둘다 영감이 있지만

둘에게는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카라마츠는 령들이 보이지만 

그들을 령으로 인식하지 않아 무서워하지 않지만

그와 달리 쵸로마츠는

령들이 보이지 않아 볼 수가 없기에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정확히는 무서워할 수가 없는거죠!


한마디로 카라마츠는 진짜 영감이고

쵸로마츠는 0감인 거죠!



즉, 저주의 비디오를 보고

형제가 점점 이상해지는 그 기간동안

쵸로마츠의 행동은 단순히 형제들이(대체로 오소마츠가) 그렇게 생각했을 뿐입니다


카라마츠가 요리하는 부분에선

단순히 바퀴벌레를 보고 놀란 거였고

(G가 바퀴벌레입니다)


택배로 팔이 배송와서 놀란 건

(진짜 팔도 아니었지만)

단순히 오소마츠가 미친 것 같아서였고



↑ 이 부분은 아마 예상하기에

단순히 쵸로마츠가 악필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니면 엄청 잘 쓰는데 휘갈기듯 써서 못 알아보는 건가....'ㅂ'







-

이것도 이제 얼마 안 남았네여!

간바리맛쓰루 'ㅂ')/








+ 쿠네쿠네에 관한 부분은

아이들이 '쿠네쿠네'라는 존재를 모른다는 설정이므로

일부러 '쿠네쿠네'로 쓰지 않고

'꿈틀꿈틀' 혹은 '구불구불'이라고 적었습니다



















허락받은 작품입니다

무단전재는 금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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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스는 사랑할 수 없다

 

 

 

 

 

 

누렇게 물든 바지보다도 추악하고, 악마보다도 더 악마 같은 형들 탓에 스타벅스 알바에서 잘린 나는, 그 열기가 식어갈 즈음 형제들의 눈을 피해 다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오소마츠형이나 쵸로마츠형은 [다른 형제들은 다 니트인데 혼자 일하려니 좀 그러네- 하는 생각 안 들어?] 라고 말했지만, 그런 생각을 했다간 평생 아르바이트를 못할 거다. 동정인 형들과 달리 나는 여자애들과 놀아야 해서, 돈이 얼마가 있어도 모자라다.

 

 

 

 

그날은 선배와 단 둘이서 6시간 정도 근무했던지라, 시각은 저녁 10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이제 1시간 남았네~]

[그렇네요~]

 

이 편의점은 큰 길에서 벗어나 조금 구석진 곳에 위치해서인지, 이 시간대에는 사람이 그다지 오질 않는다. 게다가 예전에 근처 주민들의 항의가 있었던 건지, 이 편의점은 다른 곳과는 달리 23시에 문을 닫았다. 시골이냐, 라고 츳코미를 날리고 싶지만, 손님도 많이 없고 이렇게 밤늦게까지 근무를 하면 형들에게 들킬 위험이 없으니 나름 만족하고 있다.

 

 

나와 선배는 매출을 확인하거나 걸레를 빠는 등, 끝없이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냈다.

 

 

대강 정리를 끝내고 출입구를 열쇠로 잠그자, 시간은 약 2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타임카드를 찍는 건 23시가 조금 지나서, 라는 규칙이 있었기에 나와 선배는 직원실에 앉아 만화를 읽었다.

 

 

그 때였다.

 

 

 

-------띵또-, 띵또-......--

 

차임벨이 울리는 소리에 나와 선배는 고개를 들었다. 참고로 차임벨이란 건, 편의점에 누군가 들어오면 울리는 벨이다.

 

 

[어라? 누가 온 건가...?]

[내가 가서 보고 올게-]

 

선배가 천천히 일어서서 매장으로 향했다. 나는 가게에 설치된 감시카메라 화면을 입구쪽으로 전환해 확인했다.

 

어떤 여성이 서있는 게 보였다. 머리가 길고 하얀 옷을 입고 있었지만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때 확인하러 간 선배가 화면에 잡혔고, 선배는 입구와 바깥을 확인하고는 다시 돌아왔다.

 

[선배 밖에 어떤 여자가 서있던데. 그냥 무시하고 와도 되는 건가요?]

귀찮아서 무시한 거겠지 싶었지만 일단 확인 차 물었다.

 

 

이 편의점은 문을 닫고도, 23시 영업이라는 걸 모르는 손님들이 종종 찾아오곤 했다. 그럴 때에는 조심스럽게 대응해 돌려보내곤 했다.

 

[? 나말고 아무도 없었는데?]

[또 그런다~ 저 모니터로 보고 있었거든요~ 있었다구요? 여자가]

웃으며 그렇게 답하자, 선배는 눈살을 찌푸리며,

[진짜? 전혀 몰랐는데....내가 못 본 건가..?]

아니, 눈앞에 서있었잖아, 언제까지 농담할 생각이야 이 사람

하고 생각했지만, 나도 선배 입장이라면 귀찮아서 같은 짓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 아무렴 어때]

 

얼굴을 마주보며 서로 웃은 우리는, 다시 모니터를 되돌리고 만화책을 읽기 시작했다.

 

 

 

힐끗, 시계를 보니 어느새 10분이 지나있었다. 만화책으로 다시 눈을 돌리려는 순간, 모니터가 시야에 잡혔다.

모니터는 3초 간격으로 가게의 다양한 장소를 비추는데, 마침 그때 주류코너를 비추고 있었다. , 하고 화면이 전환되더니 이번엔 잡지 코너가 보였다.

그러고 보니, 저번에 입고된 성인잡지 이치마츠형이 좋아할만한 잡지네

라며 후후 웃던 그때였다.

아까 봤던 그 여자가 잡지 코너 정면 유리창 앞에 서서 편의점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여자는 거기에 가만히 서서 감시카메라를 응시하는 듯이 보였다. 그 순간, 이번에는 과자 코너가 화면에 비춰졌다.

 

 

뭐지, 미친 사람인가...? 이제 곧 퇴근인데, 괜히 얽히지 않았음 좋겠네~

라며 그때의 나는 태평하게도 그런 생각을 했다.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자, 이번에는 도시락 코너가 보였다.

[......? , 저기 선배!]

당황해서 선배를 부르자, 날 따라서 모니터를 바라본 선배의 얼굴이 확 굳어진다.

 

 

아까까지 가게 밖에 있던 여자가, 도시락 코너 앞에 서있었다.

 

[....선배, 이거 위험한 거 아니에요..?]

떨리는 손으로 선배의 팔을 잡자, 선배가 파랗게 질린 얼굴로

[, 진정해....] 라고 중얼거린다.

 

 

그 때,

 

 

-------뚜루루루루루루루, 뚜루루루루

 

전화가 울렸다. 나와 선배는 깜짝 놀라며 전화를 쳐다보았다.

 

전화는 2번 정도 울리고는 끊겼다.

, 그 여자..!’

멍때리던 시선을 돌려 다시 모니터를 바라봤지만, 도시락 코너에 그 여자는 없었다.

 

[......]

 

모니터 앞에 가서 화면을 전환했다.

 

. 잡지코너. 없다.

. 주류코너. 없다.

. 과자코너. 없다.

. 카운터...................있다.

 

카운터 안에 아까 그 여자가 감시 카메라를 뚫어져라 응시한 채 서있었다.

 

 

[, 선배......점점 다가오는 것 같지 않아요...?]

나는 거의 반쯤 우는 상태였다. 이럴 때 오소마츠형이나 쵸로마츠형이 옆에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라고 생각했다. 평소에는 악마같은 쿠소동정 형들이지만, 어쩔 땐 엄청 의지된다.

 

 

[...마츠노. 도망치자]

선배가 목소리를 떨며 말했다.

[, 그치만....]

반대쪽에 문이 있기는 하지만, 밖에 나가려면 결국은 매장을 지나야 한다. 여자와 마주칠 위험이 있다고 말하려던 그 순간,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악!!!!!!]

선배가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모니터를 보자.......여자가 목을 180도로 꺾어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면이 등인 상태로......여자는 히죽 웃고있었다.

 

[.......으아.............]

엄청난 공포감에 소리도 내지 못한 채 멍하니 그 자리에 서있었다.

 

 

[, 위험해위험해위험해!!! 마츠노 도망가자!!!]

패닉에 빠진 선배가 외쳤다. 선배와 나는 앞다투어 입구로 달려나갔다.

집으로 돌아가자, 형들이 있는 거실로 돌아가자. 그런 생각밖에 나질 않았다.

 

 

지지직, 하는 소리가 나고 모니터의 화면이 바뀌었다. 화면을 봤지만 어디를 비추는지 알 수가 없었다.

왜냐면................여자의 얼굴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자의 얼굴은 이 세상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피부는 새하얗고, 입술은 새빨갰다. 게다가 커다란 눈을 부릅뜨고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먼저 문앞에 도달한 선배가 고함을 지르며 풀썩 쓰러졌다.

[, 선배!?]

당황해 선배에게 달려갔지만 이미 선배는 기절한 뒤였다.

 

 

......, 라며 의아해하던 나는 고개를 들고 선배와 마찬가지로 비명을 질렀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악!!!]

 

 

문 너머에서 여자가 이쪽을 들여다보며 입이 찢어져라 웃고 있었다.

키키키키키키키키키키키킥, 새된 목소리로 미친 듯이 웃었다.

[, 하지마!! 이쪽으로 오지 말라고!!!!!!!]

그렇게 외치자 여자는 히죽 웃었다.

 

 

, , 문을 두드린다.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살려줘, .....]

울면서 그렇게 중얼거린 나는 반쯤 정신이 나가있었다.

 

 

그러자 갑자기 여자가 문앞에서 사라졌다.

 

 

무슨 상황인지 몰라 멍하니 있자, 똑똑, 하는 노크소리가 들렸다.

아까전의 그 기세와는 완전히 다른 소리였지만, 밖에 나갈 용기는 나지 않아 덜덜 떨고 있자, 이번에는 [실례합니다-] 하는 나직한 목소리다 들렸다.

 

낯익은 목소리에 무심코 고개를 들자, 누군가 문틈으로 고개를 들이밀고 있었.

나를 알아본 그가 이쪽을 보고 깜짝 놀란다.

 

 

[.....토도마츠?]

 

 

 

....카라마츠형!!!

 

[카라마츠형!!!]

눈물을 펑펑 쏟아내며 문을 박차고 나가 카라마츠형을 끌어안았다. 형은 나의 기세에 놀란 듯 잠시 주춤했지만 제대로 받아냈다.

 

[왜 그러나, 토도마츠. 브라더와의 만남에 뜨거운 포옹을 나누다니, 토도마츠답지 않군. 그보다, 편의점에서 알바라도 하는 건가?]

[...... 그런데 카라마츠형은 여기 웬일이야?]

[아아, 나는 카라마츠 걸과 밤의 아방튀르를-]

[무슨 소리야]

[, 아무튼 일단 카라아게 좀 주지 않겠나? 그걸 사러 온 거다]

미안 이미 문을 닫았거든, 이라고 말하려다 그 이상한 여자가 문득 떠올랐다.

 

 

어째서 카라마츠형은 안에 들어올 수 있었던 거지? 입구는 열쇠로 잠겨있었는데.

 

 

 

 

 

고개를 들자, 방긋 웃고있는 카라마츠형과--

 

 

 

----아까 그 여자가 형 뒤에 서있었다.

 

 

 

 

 

 

 

 

 

 

◇◇◇

 

 

 

 

 

 

 

[거기 너, 얼마?]

낯선 남성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풍채 좋은 거한이 미소를 머금고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카라마츠 걸과의 만남을 위해 거리를 돌아다니다, 어느새 형형색색의 네온불빛이 거리를 밝히는 시간이 되어 버렸다. 게다가 말을 건 것은 카라마츠 걸도 아닌 자신보다 2배는 더 나이가 들어보이는 건장한 남성이다.

 

얼마냐니, 무슨 말일까. 멍한 표정으로 가만히 쳐다만 보고있자, 남성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한테 한 말이라고? 못 들은 거야? 그래서, 얼마면 돼?]

 

나는 눈살을 찌푸리고 남자를 바라보았다. 도대체 이 남자는 무슨 말을 하는 걸까. 남자가 하는 말은 마치 남성들이 여자를 살 때나 할 듯한 말이다. 하지만 난 남자다. 게다가 여자로 착각할 차림새도 아니다. 평생 살아오면서 여자같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으니, 여자로 착각한 건 분명 아닐 것이다. 더욱이 지금은 오자키처럼 멋지고 퍼펙트한 차림이다. 여자로 착각했을 리가 없다.

 

나는 고개를 갸웃하곤 주변을 둘러보았다. 남자의 대사를 보아, 이건 내게 한 말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한 말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하지만 내 뒤는 벽이고, 그런 말을 들을만한 사람은 주변에 아무도 없었.........

 

 

 

, 있다.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를 뻔했지만, 꿀꺽 침을 삼켜 견뎠다.

 

 

내 바로 왼쪽에 자그마한 소녀가 서있었다.

칠흑같은 검은 긴 머리칼에, 흰색에 가까운 옅은 하늘색 원피스를 입은 소녀였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 얼굴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여성이 다가왔다면 몰랐을 리가 없는데, 어째선지 소녀는 무척이나 가까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덕분에 깜짝 놀라 심장이 쿵쾅쿵쾅 정신없이 뛰어댔다.

얼마전 오소마츠형이 놀래켰을 때는 깜짝 놀라 강에 빠졌었고, 돌이 창문을 깨고 들어왔을 때도 마찬가지로 깜짝 놀라 창문을 들이받아 큰 부상을 입었었다.

이렇듯 나는 갑자기 놀래키는 것에 무척 약하다.

 

날 놀래킨 소녀에게 잠시 불합리한 분노를 품었지만 진정시키고, 나는 이제야 이 남자의 언동을 납득했다. 남자는 이 소녀에게 말을 걸었던 것이다. 이곳은 길티 가이들이 모이는 저녁거리고, 혼자 거리를 배회하면 이렇게 되는 게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고개를 들고 남자의 얼굴을 보았다.

아까까지는 당황해서 알아채지 못했지만, 남자의 눈에는 음흉한 속셈과 흥분이 훤히 드러났다.

흘끗 옆의 소녀를 보았다. 소녀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였다. 남자가 말을 걸었음에도 답장조차 하지 않았다.

 

무서운 걸까. 어쩌면 이 소녀는 가출을 해서 돌아갈 곳이 없는 걸지도 모른다. 그런 거라면, 운 좋게도 자신을 지켜줄 든든한 나이스 가이를 발견해, 안심하고 옆에서 몸을 숨긴 채로 가만히 떨고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분명하다. 99퍼센트 그럴 것이다. 뜻밖의 생각에 납득함과 동시에 소녀에게 동정심이 들어 나는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사연을 알았으니 내가 지켜줘야겠군.

이런 경우에는 뭐라고 해야 할까. 보통, [얘는 내 여자다] 라고 말하며 어깨에 팔을 두르거나 하던데. 앞전에 토도마츠가 여자들과 대화를 하려면 그들에게 유행하는 걸 따라야 한다며 AV와 함께 빌려왔던 순정만화에나 어울릴 대사로군. 거기선 배경이 바다였는데, 여긴 바다가 아니지만 써도 괜찮겠지. 멋있어서 말해보고 싶었어. 한번쯤 말해보고 싶었다고.

 

 

안쓰럽네에~~~!!

갑자기 귓가에 토도마츠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카라마츠 걸이라니 뭐야!? 카라마츠형을 좋아하게 될 여자의 입장이 되어 보라고! 너무 불쌍하잖아!?

 

으윽, 하고 신음을 흘렸다. 지금에서야 떠올랐다. 전에 토도마츠가 말했던 말들이. 토도마츠 말로는, 세상에는 카라마츠 걸이 되는 걸 불쾌하게 여기는 여자들이 많다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카라마츠걸, 카라마츠걸, 하지 말라고라며 토도마츠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토도마츠는 나보다 여자들 마음을 잘 알고, 여성과의 교류가 나보다 훨씬 많으니까 분명 토도마츠의 말이 맞을 것이다. 다른 형제들도 응응, 하고 고개를 끄덕였었고. 그 사실은 내게 있어서 무척이나 슬펐지만, 어쩌면 이 소녀도 그런 여성 중 한명인지도 모른다. 그럴 가능성이 있는 한, [내 여자니까]라는 경솔한 말을 내뱉을 수는 없다.

 

나는 결국, [...죄송합니다. 오늘은 좀...] 하고 대충 얼버무렸다.

아아, 꼴사납다. 하지만 나는 애드리브에 약하단 말이다. 적어도 소녀 대신에 거절하는 게 낫겠지. 넌 얘의 뭔데 나서는 거야, 라고 물으면 끝이지만.

[그러지 말고, 어떻게 안 될까?] 남자가 눈썹을 내리깔며 말했다. 왜 네가 대답하냐, 같은 질문을 하지 않아서 다행이지만, 왠지 이 남자는 집요할 것 같다. 물러나게 하려면 골치 아프겠는 걸, 이라며 옆을 흘긋 봤지만 여전히 소녀는 꼼짝도 않고 있다.

[죄송합니다, 상태가 영 아니라서...]

[에에~]

딱히 거짓말은 아니다. 소녀는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으니 어딘가 아픈 건지도 모른다. 그래도 남자는 물러나지 않고 끈질기게 물어왔다. 이 정도 줄테니까, 어때? 라며 눈앞에 만엔을 흔들어댔다.

소녀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건지, 남자는 내게 물어왔다. 아니, 진짜 그만두라고. 나는 거의 울상이었다. 마치 성매매 알선 업자가 된 기분이다.

이러다간 끝이 없겠다고 생각한 나는, [그럼 다음 다시 오실래요? 오늘은 정말 좀 그래서...]라고 답했다.

남자는 아쉬운 얼굴을 했지만, [그럼 이름이랑 연락처만이라도 알려줘] 라며 떨떠름하게 수긍해주었다. 됐다!! 속으로 환호하며 옆의 소녀를 보았지만, 미동도 없다. 아니, , 그렇겠지. 이름이나 연락처를 알려줄 리가 없겠지, 낯선 남자한테.

나는 고민 끝에, [저기, 제 번호를 알려줘도 될까요.....] 라며 이 아이의 연락 중개를 한다는 둥 그런 말을 우물우물 덧붙였다. 당연히 거짓말이지만. 그치만 나 이 소녀의 전화번호 모르고. 지금 이 상황만 피하면 되니까. 도망치는 게 이기는 거다. 내 연락처가 알려져도 그리 문제될 건 없고, 이 소녀가 남자에게서 도망칠 수만 있다면 그걸로 됐다.

어쩌면 남자가 떼를 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예상과는 달리, [당연하지!] 라며 환한 미소로 답했다. [앞으로 잘 부탁해, 카라마츠군] 하고 귓가에 속삭인다. 우와, 기분 나빠. 연락이 와도 절대 안 받을 거다. 라며 속으로 다짐했다.

 

 

 

[, 괜찮은가?]

남자가 떠나고, 나는 소녀에게로 몸을 돌려 위로의 말을 건넸다. 위로의 의미로 어깨에 손을 얹자, 소녀의 몸이 꿈틀하고 떨렸다. 무심결에 손을 움츠렸다. 그래, 나도 이 소녀에겐 똑같은 남자다. 무서워하는 게 당연하지.

[미안하다, . 무섭게 할 생각은 아니었다]

손을 거두고 악의는 없었다는 걸 전하자,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던 소녀가 드디어 고개를 들었다.

 

소녀의 얼굴이 거리의 불빛에 환하게 비춰진다.

 

소녀가 무서워하지 않게 따뜻한 미소를 지어보이자, 소녀의 눈에서 붉은 눈물이 한줄기 흘러내렸다.

 

 

 

 

 

 

 

 

[........뭐야, 이게]

이치마츠의 떨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이치마츠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항상 반쯤 감고 있던 눈을 부릅뜬 채, 이쪽을 보고 있었다. 뭐야, 라니 대체 뭐가? 이치마츠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평범하게 말을 걸어준 것이 기뻐 마음이 조금 설레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뭐가 말인가?] 라고 되묻자, 이치마츠는 파랗다 못해 하얗게 질려버린 얼굴로 [혹시 안 보이는 거야....?] 라고 중얼거린다.

나는 내 몸을 내려다보았다. 파란 후드티에 반짝거리는 스키니가 보였다. 평소의 모습과 조금도 다를 게 없어 보였다. 극단적으로 체형이 바뀐 것도 아니었다.

다시 이치마츠를 바라보면, 역시 그는 내 얼굴을 노려보고 있다. 그렇게 꼴이 말이 아닌 건가, 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뒤를 돌아보자, 내 어깨에 턱을 얹고 동그랗게 뜬 눈으로 이쪽을 올려다보는 카라마츠 걸과 눈이 마주쳤지만, 그것 외에는 평소와 달라진 게 조금도 없는 복도의 풍경이 펼쳐졌다.

나는 평소에 형제들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곧잘 화나게 만들곤 하니까, 미안한 마음에 [미안하다, 이치마츠.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라 솔직하게 말했다. 이치마츠는 눈을 크게 뜬 채 부들부들 떨며 고개를 저었지만, 여전히 이쪽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몸만 뒤로 조금씩 물러나기 시작했다. [괜찮은가?] 걱정스러워 한발 다가서며 그렇게 묻자, [오지마!!!] 하고 이치마츠가 소리를 질러 발걸음을 멈춰세웠다. 이치마츠는 그대로 천천히 뒷걸음질 치더니, 거실문에 다다르자 엄청난 기세로 거실로 뛰어들어갔다.

[, 어이 다들!!! 카라마츠가 위험하다고!!!!]

이치마츠의 울 듯한 고함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일까. 오랜만에 이치마츠가 큰 소리를 냈다. 잘은 모르겠지만 건강한 것은 좋은 일이다.

 

 

 

전날 밤에 소녀를 도와준 뒤로, 소녀는 내가 마음에 들었는지 내게 꼭 들러붙더니 결국 집까지 들어왔다. 집에 돌아가지 않아도 되는 거냐고 물었지만,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집에 여러 가지 사정이 있는 것 같아, 너무 깊이 파고들지 않기로 했다.

 

 

예전에 내게 보답을 위해 찾아온 플라워처럼, 소녀와 함께 소파에 앉아 대화를 나눴지만. 말하는 것 오로지 나 혼자고 소녀는 잠자코 내 얘기를 들을 뿐이다. 플라워와 달리 내게 직접적으로 뭔가를 원하지는 않았지만, 소녀는 가느다란 손으로 내 옷자락을 꽉 잡아 늘 곁에 두었다. 분명 날 필요로 하는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자, 소녀가 더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플라워 때처럼 형제들이 구석에서 가만히 우릴 쳐다봤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소녀에게 열심히 오자키 얘기를 했다. 소녀는 내 옆에 가만히 앉아서, 내게 안쓰럽다거나 닥치라거나 하지도 않고 잠자코 내 얘기를 들어주었다.

 

 

 

 

[카라마츠형]

며칠 지나자 우리를 가만히 바라보던 토도마츠가 창백한 얼굴로 나를 불렀다.

[왜 그러나?]

[그 여자, 누구야]

토도마츠가 마치 목소리를 쥐어짜내듯이 말했다.

[저기, 그 여자 대체 뭐야. 왜 우리집에 있는 거야? 어디서 데려온 거냐고]

손이 새하얗게 질릴 정도로 꽉 잡고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추녀잖아!!!라고 말했던 토도마츠를 떠올렸다.

플라워에게 그런 심한 말을 하고, 째려보았었다. 형제들도 마찬가지로 불쾌감을 드러내며 투덜거렸다. 워낙 동정 니트에 뒹굴거리기만 하는 우리는, 결속력이 강한 여섯 쌍둥이였다. 전원 적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서로 남을 따돌리고 앞서나가는 건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

확실히 플라워는 약간 일반 여성들보다 외모가 조금 떨어질지도 모르지만, 사람은 얼굴이 전부가 아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날 위해 나타난 플라워를 사랑했고, 플라워도 나를 필요로 했다. 내가 그녀의 요구에 답하지 않자, 그녀는 죽겠다고 말하기까지 했으니, 난 원했던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 걸이 곁에 있어 나는 행복했다.

어차피 녀석들은 나와 플라워의 결혼식에도 오지 않은 박정한 놈들이다. 여성의 진정한 좋은 점을 영원히 모를 동정놈들이다. 그러니까 나는, [무슨 소린가, 여자라니. 그런 거 없다고?] 라며 야유를 담아 말했다. 적어도 네가 말하는 추녀는 없다. 있는 건 멋진 카라마츠 걸뿐이다.

 

내 말에 토도마츠는 힉, 숨을 삼켰다. 그렇게 분했던 건지, [안 보이는 거야?] 라며 작게 중얼거리곤 눈물범벅의 얼굴을 한 채 어딘가로 가버렸다.

 

소녀는 늘상 내게 꼭 붙어있지만, 거실에 있을 때만은 형제들 앞이라 부끄러운지 내게서 떨어져 방구석에 가만히 서있었다. 구석을 좋아하다니, 마치 이치마츠 같아 흐뭇한 기분이 들었다. 이치마츠도 말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니까, 과묵한 소녀와 잘 맞지 않을까 아주 조금 기대했지만, 이치마츠는 그저 가끔 흘끗흘끗 소녀에게 눈길만 줄뿐 아무런 말도 걸지 않았다.

이해는 간다. 여자가 옆에 있으면 무척 신경이 쓰이지만, 좀처럼 말을 걸 수는 없으니까.

 

 

 

 

소녀를 집에 들이면서 가장 곤란한 건 목욕이다.

여자들은 도대체 어떤 샴푸를 쓰는 걸까. 내가 쓰는, [상쾌한 남자를 위한 샴푸!!] 라는 선전문구가 써있는 샴푸와 트리트먼트를 빌려주는 건 좀 그런 것 같아, 슈퍼의 일용품 코너에서 한참을 고민하다 복숭아 향기의 샴푸세트를 구입했다. 뭘 골라야 소녀가 기뻐할지 알 수가 없어서, 적당히 골랐는데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 핑크색의 귀여운 케이스에 혹해서 고른 느낌이 나긴 하지만, 내 샴푸를 빌려주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내게 다가온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플로럴 향이 나지 않는가?]라고 오소마츠형에게 말했더니 [, 뭔가 고기 썩는 냄새가 나네] 라며 오소마츠형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형은 복숭아 향이 거북한 걸까.

 

 

날이 저물어갈 무렵, 거실에서 뒹굴거리며 휴대폰 게임을 하던 중 [꺄아아아아아아아아]하는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집에는 나와 토도마츠밖에 없으니까, 이 목소리는 아마 토도마츠의 비명일 것이다. 토도마츠는 평소엔 귀여운 척하지만 비명소리는 전혀 귀엽지 않구나, 오히려 낮아서 더 남자 같다. 그렇게 감탄하면서도 걱정이 되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문이 벌컥 열리더니 토도마츠가 거실로 들어오더니, 그대로 나를 끌어안았다. 그 기세에 나는 있는 힘껏 뒤로 쓰러져 바닥에 등을 부딪쳤다.

 

[크읏.........]

 

통증에 정신이 아득했지만 꾹 참고 토도마츠를 끌어안았다.

 

[...왜 그러나, 마이 브라더-.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

 

[, 씻으려고 욕실에 갔는데.......분명 아무도 없을텐데 자꾸..샤워 소리가 들려서 봤더니 유리너머로 사람 실루엣이 보여서.......]

오열하며 말하는 토도마츠를 바라보며, 나는 무언가를 깨달았다. 그거 설마 카라마츠 걸 아냐? 욕실을 써도 된다고는 했지만 (샴푸까지 선물했고), 아무 말도 없이 욕실을 쓰다가 형제들이 갑자기 들어오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아무리 동정이라고 해도 남자는 모두 늑대다. 만남의 계기도 그렇고, 그녀는 좀 더 남자에게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의를 좀 해둬야겠다.

 

 

토도마츠를 달래고 있자, 갑자기 문이 열렸다.

 

[나 왔어-, 어라, 카라마츠랑 토도마..........]

쵸로마츠가 눈을 커다랗게 뜬 채 그 자리에 멍하니 굳어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분명 쵸로마츠 눈에는 이렇게 보일 것이다.

전신 나체&울상으로 형 위에 올라탄 막내 동생을 껴안고 있는 형(전과 있음).

 

[거실에서 뭔 짓이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쵸로마츠의 절규가 온 집안에 울렸다.

 

 

[아니, 오해다. 나랑 토도마츠는 그런 게 아니라. 뭐랄까, 전에 이치마츠 건도 오해랄까...]

 

나는 팔짱을 끼고 서있는 쵸로마츠의 눈앞에 정좌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번에는 내가 덮쳐진 건데 왜 나만.

 

 

[그럼 왜 토도마츠가 울고있는 거야]

아무래도 쵸로마츠가 화를 내는 이유는 귀여운 막내를 내가 울렸다고 생각해서인 것 같다. 그런 짓을 했을 리가 없잖아. 애초에 할 생각도 안 하지만. 오히려 울어야 할 쪽은 나라고. 나는 호모가 아닌데. 비록 오소마츠형에게 고백했던 이치마츠를 쓰려뜨렸고, 토도마츠에게 깔리기까지 했지만 호모가 아니다. 아무리 상황이 그렇게 흘러갔다고 해도, 단 하나의 진실을 알아차려주길 바란다. 나는 결백하다.

[오해다, 나는 거실에 있었는데 토도마츠가 울면서 뛰어들어온 거다]

라고 필사적으로 변명을 시도했다. 그렇지, 토도마츠. 라며 토도마츠에게 동의를 구했지만, 토도마츠는 담요를 뒤집어쓴 채 오열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대답할 상황이 아닌 것 같다.

쵸로마츠가 눈썹을 낮추고 걱정스럽게 토도마츠를 바라본다. 그리고 날 돌아보는 쵸로마츠의 얼굴은 매섭게 변해있었다. 히익, 겁먹은 내게 쵸로마츠는 [오소마츠형이 돌아올 때까지 정좌하고 있어] 라며 무서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에 나는 [......]라는 대답밖에 할 수가 없었다.

 

 

[얘들아~ 형아가 왔다고~~] 라는 태평한 목소리와 함께 문이 벌컥 열렸다. 울고있던 토도마츠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오소마츠형을 껴안았다. 징징거리는 토도마츠에 오소마츠형은 약간 놀란 듯했지만, 눈을 가늘게 뜨고 토도마츠를 껴안았다.

[.....왜 그래?]

 

[오소마츠형 나 좀 도와주겠나. 내가 호모가 아니란 걸 해명해줘]

진지하게 그리 부탁하자, [하아? 무슨 상황이야 이거] 라며 의아하다는 표정의 형이 눈살을 찌푸리며 우리를 쳐다봤다.

 

 

 

 

요즘 쥬시마츠가 힘이 없다. 평소 같으면 아침 일찍부터 이치마츠를 방망이에 묶어 휘두르는 녀석인데, 요즘은 방바닥에 뻗어있기만 한다.

[쥬시마츠 무슨 일인가. 기운이 없어 보이는군. 나랑 같이 야구하러 안 갈텐가?]

라고 물었지만, 쥬시마츠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 수 없는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카라마츠형은 요즘 잘 자고 있어?]

그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아, 언제나 숙면을 하고 있지] 라고 답했다. 그보다 그런 질문을 받아야 할 사람은 쥬시마츠인 것 같은데. 쥬시마츠의 얼굴을 자세히 보니,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길게 내려와 있었다. 평소 쥬시마츠라면 생각지도 못할 얼굴이다.

[쥬시마츠 너 제대로 자고 있는 건가?]

[- 그게 요즘 잠을 잘 못자]

아니나 다를까 쥬시마츠가 그렇게 대답했다.

걱정스럽게 동생의 얼굴을 쳐다보자, 동생은 곤란한 듯이 웃어보였다.

[뭔가 잘 때마다 계속 누가 날 내려다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날 째려보고 있어. 마치 내게 죽으라고 말하는 것처럼]

쥬시마츠는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그 여자가 웃으면서 내 목을 졸랐어. 눈은 시커멓게 뚫려있고, 거기서 피가 줄줄 흘러나와..., 무서워서 도망치고 싶었는데, 몸이 움직이질 않아서 그럴 수가 없었어....어쩌지, ...]

나는 쥬시마츠의 말에 딱히 뭐라 할 말이 없어 잠자코 쥬시마츠를 올려다 봤다. 그런 무서운 여자가 우리집에 있을 리가 없으니, 분명 그건 쥬시마츠의 악몽이겠지만 그렇더라도 그 악몽에서 쥬시마츠를 구해낼 방법이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오소마츠형이라면 쥬시마츠를 잘 달래서 안심시켜주지 않을까. 정말 한심하군, 나란 놈은.

[오소마츠형에게 상답해보지 그래] 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다.

그렇게 말하자 쥬시마츠는, [그럴까] 라며 아쉬운 표정으로 웃었다. 그 미소는 무척이나 지쳐 보였다.

 

 

형제들이 말을 걸지 않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눈도 전혀 마주치지 않는다. 내가,

[오늘은 어디 가는 건가?] 라든가 [뭔가 먹고 싶은 게 있는가?] 라고 말을 걸어도 무시를 한다. 나랑 마주칠 때에도 전혀 눈을 마주치지 않고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빠른 걸음으로 지나쳐갔다. 오소마츠형만, 내가 [어서와] 라고 말하면 [다녀왔어] 라고 작게 답해준다. 하지만 오소마츠형도 그 답을 할 때조차 나를 바라보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그들을 쳐다보지 않을 때에는, 형제들이 흘끗흘끗 나를 째려본다.

나는 거울에 집중하는 척하면서 그 원망스러운 시선을 견뎌냈다. 가끔 소녀가 위로하는 듯이 내 등을 쓰다듬어 주는 것만이 내가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곳이었다.

 

 

 

[저기, 카라마츠. 너 액막이라도 하는 게 어때]

간식으로 푸딩을 먹던 중, 오소마츠형이 나를 쳐다보며 그렇게 말했다.

 

형제가 내 눈을 바라보며 말을 거는 건 오랜만이라 기뻤지만, 그 의미를 알 수가 없어 나는 가만히 형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자 노골적으로 오소마츠형의 얼굴이 창백해진다. 사람 얼굴을 보고 메스꺼운 표정을 하다니, 상처로군.

 

[갑자기 액막이라니 무슨 소린가] 라고 묻자, [나쁜 놈을 없애자.....]라며 말끝을 흐린다.

[나쁜 놈이라니 남한테 부탁하지 않고, 오소마츠형이 없애면 되지 않나]

라고 말하자 오소마츠형이 이상한 표정을 한다.

[....., 평범한 거라면 그러겠는데....이번에는 적한테 최공 세콤이 있다고 해야 할까.....]

[........?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만]

[-, 그니까 평소에는 아군이었던 녀석이 이번에는 적이라서 무너뜨리기 힘들다고]

[뭐라고? 오소마츠가 배반당했다는 건가? 뒤통수를 맞은 건 아니겠지? 다치지는 않았고?]

[- 굳이 말하자면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겼달까...]

[그런가, 배신당한 건가. 오소마츠한테 그런 힘든 일이 있었는데 나는 태평하게 푸딩이나 먹고 있다니....]

[....아니, 너는 잘못 없으니까...]

오소마츠형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그렇게 말하며, 무리하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러나 다시 정색을 하고는, [, 잠깐 화장실 좀] 이라며 입을 틀어막고 달려나갔다.

 

 

나는 남은 푸딩을 떠서 삼켰다. 오소마츠형은 내 푸딩을 흘끗 보고 입을 막으며 뛰쳐나간 것처럼 보였는데, 대체 내 푸딩이 어떻게 보였던 걸까.

입 안을 씹은 건지, 마지막 한 입은 녹슨 철의 맛이 나는 듯했다.

 

 

 

다음날 우리는 유명한 신사로 향했다. 소녀가 나타난 뒤로는 카라마츠걸을 찾으러 갈 필요를 못 느껴 나는 계속 집에 있었다. 간만에 맡아보는 바깥 공기가 신선하게 느껴져, 깊게 숨을 들이마시자 후련한 기분이 들었다. 요즘 계속 집에만 틀어박혀있고, 형제들도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어 이래저래 스트레스가 쌓였던 걸지도 모른다. 돌아보자, 긴장한 표정의 형제들이 보였다.

 

이 액막이로 형제들의 고민이 사라지면 좋겠군, 하고 이름도 모를 신에게 빌었다.

 

신가에 도착하자 신주가 우리를 맞아주었다.

안쪽 객실로 안내를 받아 들어가자, 차를 내주며 말했다.

[힘들었죠. 이제 괜찮습니다. 우리에게 맡기세요]

다정한 어감에 토도마츠들이 울기 시작했다.

 

신주가 뒤를 돌아보며 누군가를 불렀다.

삼엄한 모습의 젊은 남성들 4명이 방에 들어왔다.

우리 여섯 쌍둥이와 신주님 그리고 그 4명까지. 별로 넓지도 않은 방이 북적해졌다.

남자들이 사방의 문을 열어젖혔다. 방의 모든 문을 열자 거기에 같은 크기의 방이 있어, 방이 꽤나 넓어졌다. 오소마츠형들은 문을 넘어서 건넛방으로 갔다. 신주가, [의식 도중에 그가 난동을 부릴지도 모릅니다. 그의 의식이 돌아오게 말을 걸어주세요] 라고 말하는 게 들렸다. 나도 형들을 따라 건너가려 하자, [너는 거기에 있어] 라고 오소마츠형이 말했다. 거스를 이유도 없어 나는 잠자코 고개를 끄덕이고 방 중앙에 서있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4명의 남자들은 분주하게 방을 돌아다니며 방을 에워싸듯이 흰 가루를 바닥에 뿌렸다. 똑같은 하얀 가루를 든 신주가 내게 다가오면서, [상의를 벗어주겠습니까?] 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라 나는 옷을 벗었다. 그러자 신주는 갖고 있던 가루를 내 몸에 바르기 시작했다.

[히익!?] 놀라서 무심코 이상한 소리를 내버렸다. 거기에 또 놀라 입을 틀어막았다. 가루를 바르는 곳이 찌릿찌릿하다. 두 번, 세 번 거듭해서 바르는 도중, 점점 몸이 달아올라 칠해진 부분이 뜨거워졌다.

그것이 신경쓰여 안절부절 못하고 있자, [괜찮습니까?] 라고 신주가 물었다.

[뜨거워서 아픕니다] 라고 답하자, [미안하지만, 그건 정화되고 있다는 거니 힘들겠지만 참으세요] 라고 말한다.

정화라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지금 바르고 있는 하얀 가루는 소금인 것 같다. 어째서 나는 소금을 몸에 바르고 있는 거지. 나는 평소에 잘 다쳐서 내 몸은 상처 투성이다. 상처에 소금을 뿌리면 아픈 게 당연하겠지. 도와달라는 의미로 오소마츠형을 바라봤지만, 오소마츠형은 슬픈 표정으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오소마츠형의 좀처럼 볼 수 없는 표정에 놀라, 나는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아픔을 참았다.

 

 

겨우 소금을 다 바르고, 젊은 남자들도 준비가 다 끝난 듯 다섯명이 나를 에워쌌다. 뭐가 시작되는 건지 몰라 불안해져 주위를 둘러보면, 형제들이 근심 어린 얼굴로 이쪽을 보고 있다.

 

 

신주가 뭔가 신비한 말들을 중얼거린다. 주문과 같은 말을 큰소리로 외치는 신주 옆에서 남자들이 빙글빙글 팔을 움직이다.

도대체 무슨 의식인 걸까. 무서워서 울 것 같다.

 

 

어느새 소녀가 내 앞에 서있다.

 

[..............]

카라마츠 걸이로군. 하고 말을 하려던 찰나, 엄청난 외침이 내 말을 끊었다. 온 힘을 다 해서 울부짖는 듯한, 마치 단말마의 비명 같은 그 소리에 나는 무심코 귀를 틀어막았다.

갑자기 뭐야!? 하고 놀라고 나서야 알았다.

 

 

.........이건, 내 목소리다.

 

 

자기 입에서 엄청 괴로운 듯한 비명이 흘러나왔다. 무심코 목을 눌렀다. 목의 근육이 단단해지며, 사람을 저주하는 듯한 기분 나쁜 절규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눈을 뜨고 앞을 보자, 소녀가 자신의 팔로 온 몸을 부여잡고 발버둥치는 모습이 보였다.

 

소녀의 눈에서 붉은 눈물이 주륵주륵 쏟아져, 바닥에 고인다. 뚜둑뚜둑 팔이 뒤틀리고 다리가 덜덜 떨리며 이상한 방향으로 꺾여있다. 그리고 위를 올려다보며 크게 입을 벌리고 포효한다. 그 목소리는 나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와 똑같았다. 하지만 나보다 조금 더 높은 듯하다. 그녀는 괴로운지 어깨를 잡고 있는 손에 힘을 주었다. 그 탓에 그녀의 어깨가 고깃덩이처럼 이리저리 찢겼다. 괴로움에 머리를 쥐어뜯은 탓에 칠흑같이 아름답다고 칭찬했던 그녀의 머리카락이 우수수 바닥에 떨어진다. 그대로 손톱이 두피를 찢겨나갔다.

 

그녀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도저히 볼 수 없어, [이제 그만둬!!] 라며 신주와 남자들에게 고함을 쳤지만, 주문을 읽는 목소리는 더욱 더 커지고 남자들도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그만둬.......싫어.....싫다고!!!!]

 

 

 

울부짖으며 그녀의 곁에 달려가려 하자, 형제들이 내 몸을 눌러 막았다.

[...이거 놔!! 놓으라고!!!!! 어이!!!]

 

[안 돼.......]

그 이치마츠가 울면서 내 등에 매달렸다.

[카라마츠형 돌아와....!!]

[카라마츠형 돌려줘!!]

토도마츠와 쥬시마츠가 울며 외쳤다.

 

 

[이거 놔!! 놔줘 제발!!]

형제들의 팔을 뿌리쳤지만 다섯명의 힘을 이길 수는 없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소녀는 괴로워 울부짖고 있었다.

 

소녀를 도와주고 싶다. 왜 저렇게 괴로워하는 걸까.

 

[대체 무슨 짓인가!!]

신주를 째려보며 말했다. 다정한 얼굴을 한 그는 도무지 카라마츠걸을 괴롭힐 악마로는 보이지 않았었다.

하지만 지금의 신주는 우리를 맞아줬을 때와 달리 싸늘한 표정으로, [거긴 너의 자리가 아니다. 나가라!] 라고 고했다.

 

[지금 당장 이 의식을 그만둬라!!]

 

그렇게 외치자 그는, [그럼 그의 몸에서 나가라!!] 라고 말했다.

 

 

그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 수도 없고, 그녀도 계속 괴로워하고.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소녀를 구하고 싶지만 신주와는 얘기가 통하지 않고, 몸은 형제들이 누르고 있다.

 

있는 힘껏 형제들을 뿌리친다. 형제들이 울부짖으며 내게 매달렸다.

 

소녀를 바라보며, 형제들을 몸에 휘감은 채로 소녀에게 다가갔다. 소녀는 바닥에 엎드린 자세로 신음했다. 이제 서있을 체력도 없는 걸까. 다다미를 질질 기며 소녀가 내 쪽으로 다가왔다.

 

그녀에게 손을 뻗었다. 손가락을 쭉 펴서 한계까지 펴며 그녀에게 닿으려 안간힘을 썼다. 그녀가 느린 동작으로 이쪽을 향해 손을 뻗는다.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내 손 끝에 닿는다. 하지만 그 충격조차 견딜 수 없었던 건지 가늘고 작은 손가락이 톡, 바닥에 떨어졌다. 그녀의 손가락이었을 그것은 화산재처럼 검은 가루로 바뀌었다. 나는 더 힘을 내서 그녀에게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

 

내 옷자락을 잡던 가녀린 손. 내 손을 몇 번이나 움켜쥐고, 형제에게 무시당해 낙심하던 나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주던 손. 그녀는 말은 하지 않았고, 말을 걸 예쁜 입술도 없었지만 그녀는 항상 아름다운 손가락으로 그녀의 마음을 썼다. 내 마음을 달래주었다.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희미한 힘으로 내 손을 맞잡는 그녀.

 

 

 

 

 

싸아,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왔다.

 

그녀의 몸이 재가 되어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아아...........]

 

 

 

눈앞이 흐릿해졌다.

 

뚝뚝, 다다미에 물방울이 떨어진다.

 

 

 

 

 

 

 

 

단시간에 카라마츠걸을 잃어버린 나는 잠시 슬픔에 잠겼지만, 지금은 완전히 정신을 차렸다.

 

 

언제까지고 끙끙거리는 건 남자답지 못하다. 그런 건 지금은 없는 그녀도 원하지 않을 거다. 그렇다면 적어도 그녀가 사랑했던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게 그녀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형제들은 그 후 안심한 건지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며 서로 부둥켜 안았다. 집에 돌아간 뒤에도 상기된 모습으로 뭔가 말했지만, 그녀를 잃은 쇼크로 멍한 상태였기 때문에 대부분 기억나지 않는다. 오소마츠형이 [네가 이상한 여자를 데려와서 힘들었다고-] 라며 투덜거렸던 것만은 기억이 난다.

이상한 여자가 아니라, 카라마츠 걸이다. 라고 답하려 했지만, 오소마츠형은 가벼운 말투와 달리 왠지 울 듯한 표정이었기에 나는 잠자코 머리를 쓰다듬게 내버려두었다.

 

 

 

이리저리 밤거리를 쏘다닌 뒤, 집에 돌아가자 아직 집에 불이 켜져있는 게 보였다.

 

 

[다녀왔어~]

미닫이를 드르륵 열자, 거기에 서있는 건 오소마츠형이다.

[.......다녀왔어, 오소마츠형]

[어서와, 카라마츠]

몹시 상냥한 목소리에 오소마츠형을 빤히 쳐다본다. 오소마츠형은 웃는 얼굴이었지만,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사실은 나, 오늘 뒷동네에 산책하러 갓는데, 이상한 아저씨가 말을 거는 거야. 카라마츠군 오랜만♡』하고. 저기, 무슨 일인지 알려줄래?]

 

 

. 미닫이를 도로 닫았다. 문 너머로 오소마츠형의 성난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도망치듯 우리집에서 발걸음을 돌렸다.

 

 

 

어째서 오소마츠형이 화를 내는 건지 모르겠지만, 엄청난 공포를 느꼈다. 도망칠 수밖에 없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요즘 정신이 좀 없네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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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스의 형은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그 날은 파칭코에서 크게 따서 기분이 최고로 좋았다. 렌탈샵에서 AV를 빌려서 술이나 마시러 가자, 같은 생각을 했지만, 마음이 바뀌었다. 18금 마크가 그려진 커튼으로 향하던 도중, 눈에 들어온 패키지. 머리를 흩뜨리고 이쪽으로 손을 뻗어오는 여자가 그려진 것으로, 이거라면 꽤 즐길 수 있겠네, 라며 그 DVD를 집어들었다.

 

 

 

 

[저기, 이거 볼래?]

5명의 시선이 내 손에 들린 물체에 집중된다. 순간, 토도마츠가 [우와, 절대 싫어!!] 라며 소리쳤다.

[뭐야 이거, 호러-?]

[~. 뭔가, 보면 7일후에 죽는 저주가 걸린 비디오래]

[에에-!! 보면 죽는 검까!!]

[좋네, 나 전부터 이런거에 흥미있었거든. 히힛]

[싫어!! 절대 안 볼거니까!! 쵸로마츠형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한다며!? 같이 자자!!]

[, 나 이거 보고 싶은데]

[하아!? 쵸로마츠형 뭐라는 거야!?]

[나 사실은 호러물 좋아하거든]

[역시 쵸뢈츠~ 뭘 좀 아는구만!!]

[-!! 그럼 카라마츠형!!]

토도마츠가 지금까지 대화에 끼어들지 못하고 있던 카라마츠에게 물었다. [카라마츠형, 별로 호러 같은 거 흥미없잖아!? 자자고!]

[, , 아아......]

[무슨 소리야, 카라마츠~ 멋진 남자라면 호러 영화를 무서워하지 않고 봐야하는 거라고? , 지금 도망치는 거?]

그 말에 천연인 주제에 묘하게 지기 싫어하는 카라마츠가 눈을 치켜뜬다. [, 도망갈 리 없지 않나. 내게 공포라는 감정은 존재하지 않 [카라마츠형 이 배신자--!!!] , 어째서!!!?]

토도마츠에게 등짝을 맞은 카라마츠가 눈을 휘둥그레 뜬다.

바보네~ 카라마츠. 뭐어, 이걸로 여섯 쌍둥이 전원 호러 영화를 보는 걸로 정해졌다.

 

 

 

영화는 엄청 재밌었다. 아니, 내용은 거의 기억나지 않지만. 쵸로마츠들이 비명을 지르며 눈을 반쯤 감고 있는 이상한 얼굴로 놀라는 꼴이 웃겨서, 나는 계속 그걸 보며 웃었다. 토도마츠들은 평소에는 카라마츠를 바보 취급하면서, 여차하면 무의식인 건지 카라마츠의 등과 옆에 꼭 들러붙었다. 필사적으로 카라마츠에게 붙어있는 꼴을 보는 게 재밌었다. 그보다 너무 쫄잖아. 푸풉.

 

 

 

영화가 끝난 후에도, 토도마츠는 물론이고 이치마츠나 쥬시마츠까지 완전히 쫄아있어서, 화장실에 가려는 카라마츠를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아니, 너무 오버하잖아.

카라마츠가 문을 열자, 냉기가 방에 훅 들어와, 무심코 몸을 떨었다. 카라마츠도 [추웟] 하고 중얼거리곤 화장실로 갔다. 카라마츠가 나가는 걸 멍하니 보던 중, 가슴이 뜨끔했다. 이 방에서 문을 열면, 밖은 복도인지라, 이쪽에서는 복도의 벽이 보여야 정상이다. 그런데 거기엔 짙은 어둠뿐이었다. 아무리 밤이라도 하더라도 이쪽의 불빛 때문에 조금은 보여야 한다. 마치 한발이라도 내딛으면 어둠에 삼켜질 듯한 광경에 움찔한다. 그리고 어째선지 카라마츠의 발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대로 카라마츠는 방에 돌아오지 않았다.

우리들은 어째선지 안 좋은 예감이 들어 다음날 아침까지 방에서 나갈 수가 없었다.

 

 

 

 

[저기, 이거 누구 거?]

이튿날 아침. 방에 들어온 쵸로마츠는 아이스박스를 끌어안고 있었다.

[뭐야, 그거?]

[방금 택배로 온 거. 행선지에 마츠노라고 밖에 안 적혀있는데, 누가 시킨 거야?]

[-. 저기, 살짝만 안에 보자]

[?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오나홀일지도 모르잖아. 푸풉]

[아니, 남의 걸 멋대로 열어보려 하다니, 얼마나 섬세함 없는 거야! 그리고 성인용품은 아닐 거라고]

그리 말하며 상자 옆에 붙은 냉장보관, 이란 스티커를 가리킨다.

[먹는 거 아냐?]

[, 어쩌면 아빠가 술이라도 시킨 거 아냐? 우효- 진짜냐! 저기저기, 쵸로마츠, 진짜 살짝만 열어보자고. 보고 아니면 뜯어본 거 모르게 원래대로 돌려놓으면 되잖아~ 쵸로마츠가!]

[내가 하는 거냐고!! 랄까, 아빠 술이라도 멋대로 건드리면 안 되거든]

그렇게 나한테 이러쿵저러쿵 잔소리를 하는 주제에 쵸로마츠는 솜씨 좋게 상자를 뜯기 시작했다.

상자를 열고 안을 들여다 본 쵸로마츠가 멍하니 굳어버린다.

 

 

 

 

[, .............., .......]

[왜 그래, 쵸로마츠?] 상자 안을 들여다본다.

나도 쵸로마츠와 똑같이 굳는다.

 

 

팔이다. 팔이 2. 팔꿈치 부근을 싹둑 잘린 팔 두 개가 상자 안에 거북하게 자리하고 있다. 그 주변에는 보냉제가 가득 채워져 있다.

 

 

 

[..............., 장난이 너무 심하다고.....]

 

 

 

 

팔은 내가 마당에 땅을 파서 묻었다. 쵸로마츠는 아직도 졸도할 정도로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벽에 기대서, 가끔 화장실로 뛰어가 토를 해대고 있다.

나도 기분은 녀석과 같았다. 그럴게, 장난이라 해도 도가 지나쳤고, 인형이라고 보기엔 그 팔은 너무도 리얼했다. 나는 가급적 팔을 보지 않도록 파낸 구멍에 휙 던져넣었다. 팔을 집었을 때 느껴진 그 매끄러운 감각은 당분간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그 이후로 이상한 일이 계속해서 일어났다.

 

 

 

 

화장실이나 세면대에 물을 틀어놓으면 갑자기 붉은 물이 쏟아졌다.

냉장고 안에 들어있던 식재료가 하루만에 완전히 썩어있었다.

방안의 벽 여기저기에는 피로 보이는 얼룩이 생겨났다. 마치 고통에 몸부림치며 벽을 할퀸 듯한 자국이다.

천장에는 인간처럼 보이는 형상이 떠올라, 이쪽을 저주할 듯한 추악한 얼굴로 노려보았다.

날이 갈수록 집안에서 썩은내가 점점 심하게 나기 시작했다.

집안 소음도 심했다.

창문을 누가 두드렸다 생각해 밖을 보면,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린 여자가 서있고 방을 멍하니 들여다보고 있다.

자동 응답기에는 비명과 섬뜩한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녹음되어 있었다.

 

 

우리들은 눈을 가리고 귀를 막으며 공포에 떨면서 그것들을 견뎠다.

카라마츠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청소를 했다.

 

 

 

 

 

 

 

 

 

 

전화가 끈질기게 걸려온다.

[-, 마츠노입니다]

[............]

[?]

[.....구해줘..........]

젊은 여자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죄송하지만, 누구신가요?]

갑자기 구해달라는 전화에 조금 쫄았지만, 정신을 가다듬고 되물었다.

[구해줘..........구해줘어.........]

기분이 나빠 뚝, 끊어저리자 다시 전화가 울렸다.

[...........마츠노입니다]

[.....죽어. 죽어. 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

아까 그 여자였다. 아니, 잠깐만! 너무 무례하잖아!! 라고 생각했지만 전화는 이미 끊겨있었다. 뭐냐고........

같은 전화가 다른 형제들에게도 걸려온 모양이다.

장난 전화도 거기까지 하면 악취미다.

 

 

 

하지만 매일 같이 걸려오는 전화에 아무리 나라도 난감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걸려오는 전화에 짜증이 나서, 전화에 대고 소리를 지르려 해도 그때마다 전화가 끊겨버렸다. 도중부터는 환청까지 들리게 됐다. 그걸 깨달은 순간, 두통이 나아지질 않았다. 계속, 계속 뚜루루루루루, 뚜루루루루루, 하는 전화 소리가 멈추질 않는다. 마치 뇌내에서 울리는 듯한 감각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어느날, 집에 돌아오니 쥬시마츠가 괴로운 듯 방에 누워있고, 그걸 카라마츠가 보살피고 있었다. 주변에는 토사물이 어질러져있어, 코를 찌르는 시큼한 냄새에 나도 위에서 뭔가가 올라올 것만 같았다.

[어이, 쥬시마츠!? 왜 그래!!]

같이 돌아온 쵸로마츠가 놀라서 두 사람에게 달려간다.

카라마츠가 [저녁밥을 먹더니 갑자기 토하기 시작했다....]라며 곤란한 듯이 말했다.

토사물들을 치우고 쥬시마츠를 안아 2층으로 올라갔다. 문을 열자, 그 앞에 보인 광경에 그대로 굳어버린다.

토도마츠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고 있었다. 흐느끼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온다.

이치마츠는 그저 가만히 다다미만을 할퀴고 있었다. [아파.......아파.......어디에 있는 거야....아프다고.........] 라고 중얼중얼 거리며 드득드득, 다다미를 긁어댔다. 언제부터 이러고 있었던 걸까, 손가락에서 피가 넘쳐흘러 다다미에는 이미 핏자국이 몇겹으로 남아 있었다.

쥬시마츠를 이불에 내려두자, 토도마츠가 이불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 오소마츠혀엉!!!] 나라는 걸 확인한 순간 확, 하고 안겨왔다.

[토도마츠, 얼굴 엉망이잖아~ 나랑 닮은 얼굴이 엉망이라고?]

평소와 다름없는 목소리를 내려해도, 목소리가 멋대로 고조된다.

[, 이치마츠형과 카라마츠형이 이상해졌어~!!!]

[.......카라마츠도?]

고개를 끄덕이는 토도마츠.

[집에 돌아오고부터 이상한 냄새가 나서......그랬더니 카라마츠형이 밥이라면서, 그치만 기분 나빠서어~ 우에에....]

[잠깐만, 좀 진정하라고,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 이상한 냄새가 나서, 뭐라고...?]

비명이 들렸다. 1층이다.

흐느끼는 토도마츠를 떼어내고 다급히 아래로 내려가면, 부엌에 쵸로마츠가 주저앉아있다.

[어이, 쵸로마츠!? 왜 그래]

[혀엉, 위험해, 엄청 위험해, 기분 나빠, 나 이제 틀렸을지도....]

말이 어눌하다......1인칭도 옛날로 돌아갔고.

 

 

 

고개를 들고는 그대로 굳는다. 탁자 위에 올려져있는 물건을 멍하니 응시한다.

집에 왔을 때는 알아채지 못했다. 쥬시마츠의 토사물 냄새가 심했고, 쥬시마츠의 간호에 신경이 쏠려있었으니까. 여기에 들어왔을 때도 몰랐다. 쵸로마츠가 엄청난 얼굴로 매달려왔으니까.

 

 

탁자 위에 놓여진 그것은, 먹을 거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섬뜩한 느낌의 걸쭉한 붉은 액체에 둥둥 떠있는 본 적도 없는 노란 색을 띤 주황빛의 고기가 잔뜩 들어가 있다.

 

모든 음식에서 썩은내가 진동을 했다. 등골이 서늘해질 정도의 오한이 들었다.

 

 

중앙에는 크리스마츠의 칠면조를 연상시키는 커다란 고기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치만 저건 분명 닭고기 같은 게 아니다. 그럴게, 고기에서 뼈가 튀어나와 있었는데, 아무리 봐도 저건, 저건, 저 뼈는.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토하고 있었다. 기분 나쁜 냄새와 공간에 속이 뒤틀려 견딜 수가 없었다. 쵸로마츠도 울면서 토하고 있었다.

[......]

토하고 있었더니 누가 말을 걸어왔다. 카라마츠였다. 입가를 닦아내며 두려움에 가득찬 얼굴로 올려다본다. 아까 토도마츠의 말을 떠올렸다. 그 말이 진짜라면, 카라마츠도 이상해졌을 거다. 카라마츠와 눈이 마주치자, 카라마츠는 살짝 눈썹을 늘어뜨리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 얼굴을 도저히 미쳤다고는 생각되지 않는 얼굴이었다. 폼을 잡지 않을 때의, 조금 나약한 얼굴을 할 때의 카라마츠다.

[, 카라마츠....]

[이래서야, 저녁은 무리겠군]

카라마츠가 지극히 유감스럽다는 듯이 말하며, 식탁위에 놓인 대량의 요리를 힐끔 쳐다본다.

[나 혼자서 먹어버릴까]

그렇게 말하며 카라마츠는 카라아게를 하나 집어들어 삼켰다.

 

 

 

 

쥬시마츠는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그 기분 나쁜 고기를 먹어버렸기 때문일까. 피부색부터 완전히 생기를 잃어버려, 하얗게 질려 있었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건지, 팔이나 다리는 완전히 힘이 빠진 상태에서 대롱대롱 흔들렸고, 얼굴을 비스듬히 들어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목이 말라서 뭔가 마시려 냉장고를 열었다.

잘린 목과 눈이 마주쳤다.

나는 냉장고문을 닫았다.

분명 방금 건 뭔가 잘못 본 거라고 생각해, 다시 한번 냉장고를 열면, 거기에는 잘린 목이 완전히 까뒤집힌 눈으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나는 저도 모르게 문을 쾅 닫아버렸다. 하지만 분명 이번 건 지쳐서 헛것을 본 거라고 생각했다. 최근 이상한 일만 자꾸 일어나고.

각오를 다지고 다시 냉장고 문을 열었다. 그러자, 거기에는 잘린 목이 나를 보며 씨익, 웃고 있었다.

나는 깜짝 놀라 문을 닫았다. 하지만 분명 환각을 본 게 틀림없다. 그럴게 최근 계속 잠을 자지 못하고 있고, 환정도 들리니까. 라고 생각하며 문을 열었다. 거기에는 잘린 목이 있었다.

무심코 문을 닫은 나였지만, 지쳤으니까 보이지 않던 게 보이게 된 거라 생각하며 냉장고를 열면, 거기에는 까뒤집은 눈을 한 잘린 목이........ 우왓, 하고 문을 닫았지만, 역시 기분 탓이라며 다시 냉장고 문을 열면, 거기에는 잘린 목이 눈을 까뒤집고 웃으며 이쪽을 보고 있었다. 놀라 냉장고 문을 닫았지만, 분명 기분 탓으로, 뭔가 잘못 본 거겠지, 하고 스스로를 타이르며 문을 열면, 이게 뭐람, 거기에는........, 잘린 목이 눈을 뒤집고 이쪽을 보며 웃고 있었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겨우 비명을 내지른다. 아니, 이제 장남으로서의 프라이드고 뭐고 없지만,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다.

[오소마츠!?? 왜 그러나!!!]

카라마츠가 당황하며 뛰쳐들어온다.

[, 목이, 잘린 목이........]

너무 놀라 혀가 굳어버린 건지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냉장고를 가리키면, 카라마츠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냉장고 문을 연다. 잘린 목이 뚫어져라 카라마츠를 노려본다.

[뭔가 이상한 게 있는 건가?]

[...., 있잖아!! 있다고!! 보통은 냉장고에 들어있지 않는 게 들어있잖아!!]

의아한 듯이 냉장고 안을 들여다보던 카라마츠가, [혹시 이건가?] 하고 잘린 목을 가리킨다.

[그거 말고는 없잖아!!]

[아니이, 머리는 대체 어떤 요리로 만들어야 할지 몰라서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어서 일단 넣어둔 거다]

[잠깐만]

왜 자연스럽게 식재료로 생각하는 거야? 내가 이상한 거야?

[너 그거, 어디에서 얻었어........?]

싫다, 듣고 싶지 않지만 물어볼 수밖에 없어. 동생이 살인죄를 저지르다니, 그런 거 싫다고, 게다가 동기가 먹기 위해서, 라고? 마츠노가를 식인족이라고 생각할 거라고~.

[아아, 택배로]

라고 카라마츠는 간단히 답했다.

[이번주에 들어왔니까, 조만간 또 고기가 올 거다. 삼겹살이나 허벅지살이나, 로스 같은 거]

[, 나 그런 거 몰랐는데.......]

어쩐지 안 좋은 예감이 든다.

택배라는 단어에,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 떠오른다.

[아아, 대체로 내가 받았으니까 말야]

카라마츠가 나를 본다.

[오소마츠, 전에 삼겹살........아니, 팔이라고 해야하나? 받지 않았나? 그것만 도착하질 않아서 말야, 어째선지]

 

 

마당에 묻었다고, 라고 중얼거리면 카라마츠가 의아한 듯한 얼굴을 한다. 그런 얼굴, 이쪽이 더 하고 싶다고.

 

 

 

 

 

 

 

누군가가 보고 있어, 라고 이치마츠가 중얼거렸다.

뭔가 시선을 느끼는 것 같다. 하지만 방에는 커튼을 치고 있었기에, 어디서 시선이 느껴지는데, 라고 묻자 [틈새에서] 라고 멍하니 답한다.

[그게 뭐야?]

 

 

이치마츠는 내 질문에 답하지도 않고, 테이프를 들고와 방안 여기저기에 붙이기 시작했다.

[뭐 하는 거야?]

[틈새를 안 보이게 가리는 거라고!!]

라며 핏발 선 눈으로 소리를 친다. 엄청 무섭다고.

이치마츠는 집에 있는 틈새란 틈새에 테이프를 겹겹이 붙였다. 솔직히 무서웠다. 여러 장소가 틈새란 틈새는 전부 가려져 열리지도 않을 것처럼 보여서, 어쩐지 광기마저 느껴졌다.

 

 

이치마츠는 방중에도 뭔가에 홀린 듯이 테이프를 들고 여기저기 붙이더니, 겨우 잠에 들었다. 그걸 본 나는 조심히 1층으로 내려왔다.

선반과 벽 사이의 틈을 가린 테이프를 살짝 뜯어냈다. 시선을 느낀다니, 이런 틈새에서 어떻게, 라고 생각했지만, 테이프를 뜯어내고 아무렇지도 않게 틈새를 바라보다 무심코 []하고 작게 비명을 질렀다.

힐끔거리는 눈이 이쪽을 노려보고 있다. 마치 세상의 악의와 원망은 전부 담고 있는 듯한 시선에 움직일 수 없었다. 온몸의 털이 다 곤두서고 식은땀이 등뒤를 줄줄 흘렀다. 숨 막히는 듯한 시간이 몇초가 흘렀는지, 몇시간이 흘렀는지, 시간 감각을 잊어버려 알 수 없게 되었다. 마치 영원과도 같은 시간이 흘렀다. 그대로 나는 의식을 잃었다.

 

 

눈을 뜨자 나는 거실에 누워있었다. 배에는 담요가 덮어져있다.

침실에서 자고 있지 않다는 건, 어제 그 일은 꿈이 아닌 걸까. 그대로 기절해서 지금 깨어난 걸까. 그러다 뭔가를 알아챈다. 방안의 테이프가 전부 없어져 있었다. 그렇게 이치마츠가 열심히 붙였는데. 혹시 그것도 전부 꿈으로, 단순히 취해서 잠들어버린 내가 거실에서 뒹굴고 있었던 것뿐인 걸까.

 

 

[오소마츠, 드디어 일어났군. 벌써 점심때라고]

미소를 머금은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면 걸레를 든 카라마츠가 서있다.

[-, 좋은 아침. 그보다 또 청소?]

[아아, 이치마츠가 테이프를 여기저기 붙여둬서 테이프를 떼느라 고생이었다]

테이프는 카라마츠가 제거한 모양이다. 그럼 저 틈새의 그건 꿈이 아닌 거냐고.

[저기 카라마츠, 멋대로 그런 짓했는데, 이치마츠가 화내지 않았어?]

[무시당했다.....]

시무룩하게 카라마츠가 말했다. 자업자득이잖아....

 

 

이치마츠가 이상해졌다. 계속, [보고있어보고있어보고있어보고있어보고있어보고있어]라며 중얼거린다.

때때로 뭔가를 찾는 듯이 다다미를 긁어대는 탓에 손톱이 뜯겨 손가락이 피범벅이 되곤 했다. 그리고 그 손가락을 으득으득 물어뜯으며, [어디야........어디 있어.....? 내 몸 어디 있어........]라며 이치마츠는 생판 모르는 사람의 새된 목소리를 내며 기분 나쁘게 중얼거렸다.

 

 

 

 

 

가가가가각, 하는 소리를 내며 기계가 카라마츠에게 가까워진다. 그게 사람을 죽이는 걸 몇 번이나 봤다. 다진고기. 카라마츠가 다진고기가 되어버린다.

 

[카라마츠!!!!]

오소마츠가 외치는 순간, 카라마츠가 이쪽을 본다. 카라마츠의 눈이 나를 발견하자, 휘둥그레진다.

 

 

[카라마츠, 위험해!!!!]

내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카라마츠의 팔이 기계에 파고든다. 고기가 찌부러지는 듣기 싫은 소리가 들리고, 카라마츠의 얼굴이 고통에 일그러진다.

 

 

[이 자시익.........!!!] 카가각, 하는 소리와 함께 카라마츠의 팔이 기계에서 빠져나온다. 억지로 팔을 빼낸 카라마츠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얼굴을 찌푸리고 팔을 바라보고 있다.

 

카라마츠가 천천히 이쪽으로 다가오며, [오소마츠, 여기 있었나] 하고 웃으며 말한다. 대량의 피가 지혈이 제대로 되지 않은 카라마츠의 팔에서 투욱툭, 떨어졌다. 카라마츠의 팔은 위에서부터 삼분의 일 정도만 남기고 나머지는 기계에 빼앗기고 말았다. 잘린 부분은 뜯겨나간 고기마냥 너덜너덜해져 있다. 카라마츠의 팔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시큼한 위액이 목구멍까지 차오를 것만 같다.

 

[이런 곳에서 만나다니, 그야말로 데스티니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어이, 오소마츠, 괜찮은가?]

멀쩡한 오른손으로 턱을 치켜올리며 폼을 잡던 카라마츠가 걱정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오소마츠를 들여다본다.

[어디 상태가 나쁜 건가?]

[아니, ......나쁜 건, 너잖아.....]

[나 때문에 상태가 안 좋은 건가!!? 설마 아픔만 주는 것이 아니라 기분까지 안 좋게 만들어 버리는 지경에까지 이르다니이이, 이 얼마나 길티가이인가 나는.......]

[그게 아니라!!!!]

이녀석은 꿈에서도 얘기가 통하지 않는구만-!! 네 쪽이 더 팔이 잘려나가서 상태가 나쁘지 않냐고 묻는 거라고! 랄까, 아까부터 그 팔 덜렁덜렁하고 있는데 안 아픈 거!?

[아픈 게 당연하잖아]

마음속으로 츳코미 날리려던 게 입밖으로 나왔던지, 카라마츠가 불만스러운 얼굴로 답했다.

[...., 설마 이건 평소 형제들을 아프게 만든 내게 내려진 신의 천벌....? 어쩔 수 없지, 그런 거라면 달게 받겠다. 그걸로 남에게 상처를 주는 내가 신에게 용서를 받을 수만 있다면.....]

[뭐라는 거야....]

평소라면 웃어넘길 안쓰러운 발언도 이런 처참한 상황 앞에서는 가볍게 흘러넘길 수가 없었다.

그럴게, 보라고? 이녀석 웃고 있지만 지금 우리들 발밑은 피투성이라고. 엉망으로 찢어발겨진 시체가 잔뜩 있으니까.

 

 

카라마츠를 보면, 이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 사이코패스는 기분 좋게 웃고 있다. 어째서냐고.

[꿈속의 형은 걱정이 많군]

[하아?]

[그치만, 현실에서 내가 트럭에 치이고, 지붕에서 떨어져도 쳐다보지 않았잖아? 그런데 꿈속에선 팔이 잘린 것만으로 걱정해주다니]

 

.........카라마츠. 너 이상하다고. 어째서 그런 심한 부상에도 기쁜 듯이 웃을 수 있는 거야?

 

 

 

 

 

 

[오소마츠형, 도와줘]

라고 토도마츠가 울면서 말했다.

[전화가 계속 울려...........]

애잔하게 중얼거리며 토도마츠가 건네주는 핸드폰을 받아들면, 거기에는 매일 몇백통이 넘는 메일과, 전화의 부재중 표시, 라인 알림 등이 잔뜩 남아있었다. 내용을 확인해 보면, 죽인다 혹은 죽어라는 메시지와, 어느 미친놈이 그린 듯한 정서불안을 일으킬 것만 같은 그림들, 뭔가의 생물이 처참하게 죽어있는 사진 등이 있었다. 나는 이미 핸드폰 전원을 꺼두고 살았지만, 어쩌면 지금 다시 전원을 켜면 이런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무서워서 더는 휴대폰을 켤 수가 없다.

[토도마츠, 전화 꺼둬...]

그렇게 말하면 토도마츠가 눈물 맺힌 눈으로 고개를 저으며,

[꺼도 꺼도 계속 멋대로 켜진단 말야....!!!]

라고 외치는 순간, 뚜루루루루루루, 하고 전화가 울렸다. 손가락이 멋대로 움직여 통화버튼을 누른다. 그리고 그대로 귀에 갖다댄다.

[.....................키에에에에에에에에엑가가가가가각키키키키키키키킥캬아아아아아아아아]

이유 모를 잡음과 비명, 그리고 웃음소리 같은 것이 뇌를 울렸다.

 

걸쭉한 뭔가가 입가를 타고 흘렀다. 그걸 닦아낸 소매와 파카가 검게 물들었다. 코피가 멎질 않는다.

[크헉, 게에엑, 켈록........!]

콜록거리면 입에서도 걸쭉하게 검붉은 액체가 흘러내려, 첨벙첨벙 다다미에 퍼진다. 그 액체안에 뭔가 꿈틀거리는 게 보였다.

[, 아아아아아아!!! 우욱, 우에에에에에엑, 웨에엑........]

토해낸 피에 벌레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토도마츠가 미친 듯이 울부짖었다. 나는 핸드폰을 던져버리고 온몸을 미친 듯이 마구 긁어댔다. 혈관에 벌레들이 기어다니는 듯한 기분이 들어, 기분이 나빠 참을 수가 없었다.

 

 

 

 

 

얼굴을 씻으려 거울을 들여다보면, 거울속의 내가 새파랗게 질려있다. 눈이 있을 장소에는 새까만 어둠이 뻐끔하게 나를 들여다본다. 거기에서 줄줄 쏟아져나온 검붉은 피가 볼을 타고 흐른다. 핏기 없는 새하얀 입술이 열린다.

[죽 고 싶 어 ...............]

 

 

 

 

 

[....하아, 하앗, ...., .......케헥, 콜록콜록]

무심코 밖으로 도망치고 말았다. 길을 오가는 사람들이 보통 상태가 아닌 나를 힐끗힐끗 보며 피한다.

걸음을 옮기며 숨을 가다듬는다.

머릿속에서 [죽고싶어죽고싶어죽고싶어죽고싶어죽고싶어] 라는 말이 끝없이 반복되어, 나는 거칠게 고개를 흔들었다.

[시끄러시끄러시끄러시끄럽다고!!!!!!닥쳐!!!닥쳐어어어!!!!!!!!!!!]

크게 소리를 지르면, 머릿속의 목소리가 살짝 멀어진 듯한 느낌이 든다. 주위 사람들도 노골적으로 멀어진다.

어느새 카라마츠가 역헌팅을 기다리는 다리까지 왔다. 난간에 기대어 강을 내려다보았다.

 

엄청난 얼굴을 한 자신이 비춰보였다. 얼굴은 하얗게 질려있고 눈은 움푹 들어가, 꼴이 엉망이다. 피부도 입술도 까슬까슬하고, 표정에 생기와 패기라곤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나 이런 얼굴이었던가, 라고 할 정도의 엄청난 변화였다. 아직 그날로부터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

 

 

 

 

마지막으로 쵸로마츠가 이상해졌다.

전혀 관계 없지만, 나는 쵸로마츠와 가장 싸움을 많이 한다. 랄까, 어른이 되고부터는 거의 쵸로마츠랑만 싸우게 되었다. 의견이 서로 맞지 않는 것도 있지만, 뭐랄까, 쵸로마츠가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가장 금방 파악해서 말을 되갚아주니까 나로서는 훨씬 말하기 쉽고, 생각한 것을 거리낌 없이 말하게 된다. 나는 어릴 적부터 머릿속은 하-나도 성장하질 않았고, 옛날에는 곧잘 같이 악질적인 장난을 쳤던 쵸로마츠는 할로워크니 취직이니 레이카니 그런 거에만 열중하는 녀석이 되어버렸지만, 역시 옛날에 파트너였던 탓인지 지금도 가장 잘 맞는 것도 사실은 녀석이다. 내가 조금 고민이 생기고, 그걸 숨기더라도 쵸로마츠는 똑똑하고 눈치가 빨라서 금방 알아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역시 나를 가장 잘 알아주고, 최고의 파트너는 녀석이다.

 

 

 

 

하지만 그런 녀석이 이상해져버렸다. 머리를 감싸쥐고, 의미 모를 말만 계속 중얼거린다. 이렇게 되어버리자, 나는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쵸로마츠가 이상해지고, 나를 조금도 의식해주질 않아서, 내 이름을 불러주질 않아서, 나는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정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이 녀석도, 다른 형제들도 전부 죽이고 나도 죽어버릴까. 그러면 나도 녀석들도 편해지지 않을까. 더는 두통에 괴로워하지 않아도 되고, 정체 모를 무언가에 겁먹을 필요도 없다. 나도 더 이상 미쳐버린 동생들을 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막은 것 또한 동생이었다. 내게 있어 가장 가까운 형제로, 내가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동생. 카라마츠.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서, 이치마츠나 쥬시마츠가 도와주는 경우도 있고, 토도마츠는, 뭐어 드라이 몬스터니까 녀석의 생각을 알 리가 없지만, 녀석에 관해서는 꽤 생각하고 있다. 그럴게 중2병을 앓고 있고, 나한테 커밍아웃을 하고. 게다가 엄청난 울보고.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녀석을 더 모르겠다. 우리들이 공포에 떨고 있어도, 마치 녀석은 평소와 다름없는 태도로 대한다.

 

 

그러니까 나는 녀석을 찾아갔다.

 

[너 말야, 무섭지 않은 거야?]

 

 

 

 

어째서, 무서워하지 않는 거야.

 

 

 

 

카라마츠는 고개를 돌리며 의아한 듯이 물었다.

 

[무섭다니, 뭐가 말인가?]

 

 

 

 

 

 

 

 

 

 

[어서와라, 오소마츠. 늦었군]

거울에서 시선을 떼고 카라마츠가 웃는다. 형제들이 미쳐가는 와중에도 결국 녀석은 끝까지 평소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만약 녀석까지 이상해졌다면, 나는 정말 미쳐버렸겠지.

[오우. 파칭코 갔다가 치비타네 들렀다 오는 길]

[또 마시고 온 건가]

카라마츠가 못 말린다는 표정으로 웃는다.

[뭐냐고, 괜찮잖아~]

히죽 웃으면, 카라마츠가 한숨을 내쉰다. 뭐냐고,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제대로 말해.

[실은 너도 같이 데려가려고 했는데, 너 오늘 아침 일찍부터 없었잖아]

[오늘도 카라마츠 걸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었지-]

[너도 참 굉장하네~]

[그야 당연하지. 카라마츠 걸즈는 늘 나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말야...]

그렇게 말하며 허공을 올려다보는 카라마츠의 얼굴에 쓸쓸한 듯한 복잡한 감정이 솟았다.

 

 

메마른 입술을 핥았다.

[.......그치만 말야, 마지막 날만큼은 쉬어도 되잖아?]

[뭔가? 마지막 날이라니]

카라마츠가 얼빠진 표정으로 말한다.

[시치미 떼지 말라고. 앞으로 조금 있으면 7일째잖아]

힐끗 시계를 보면, 긴바늘이 위를 가리키고 있고, 마침 시침과 딱 겹친다.

 

 

 

 

곧 있으면 오늘이 끝난다.

 

 

 

 

[뭐가 7일째인가?]

카라마츠가 눈을 깜빡인다.

 

 

역시 모르는 건가.

 

 

몹시 조용했다. 평소 같으면 밖에서 자동차 소리나 이웃들의 목소리가 들려와야 하는데, 그것도 들리지 않는다. 정적이 흐른다. 마치 이 방만 세계로부터 고립된 것처럼 심상치 않은 기운이 흐른다.

 

분명 그건 착각이 아니겠지. 지금, 이 방은 세계와는 다른 공간에 있다. 저주 받아, 삶과 동떨어진 미친 공간에.

 

 

[지난주, 우리들 여섯명이서 영화 본 거, 기억나?]

카라마츠가 알아채지 못하도록 탁자 밑에서 몰래 땀에 흠뻑 젖은 손을 움켜쥐었다.

카라마츠는 조금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내 입을 연다.

[아아, 기억난다고. 뭔가 저주 받은 비디오라고 했던 그거지?]

[기억하고 있잖아! ...........그 비디오 본 녀석은, 7일후에 죽는다고 했잖아? 그리고, ........이제 곧 7일째라고]

카라마츠는 크게 뜨더니, 그렇군! 하고 작게 중얼거리더니,

[하지만 그건 영화일 뿐이잖아?]

라고 말하며 웃었다. 평소와 다름없는 카라마츠의 미소다.

 

 

 

그 미소를 보고, 무심코 울고 싶어졌다. 마치 지금부터 일어날 일은 모른다는 듯한. 반드시 다음날 평온한 내일이 올 거라고 믿는 얼굴이다.

 

 

싫다, 죽고 싶지 않아, 아직 살고 싶어.

 

 

 

우는 소리가 튀어나가려는 것을 필사적으로 틀어막는다.

 

 

 

카라마츠, 저기 말이야. 우리들, 죽는 거라고. 이제 곧, 죽는 거야. 나 때문에. 저기, 나 죽고 싶지 않아. 죽으면 혼자가 되어버리잖아. 그런 건 싫다고. 아직 너희들과 함께 바보처럼 살고 싶어.

 

 

미안, 정말 미안. 나 때문에. , 너희들의 형아인데,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

 

 

 

흘러나오려는 말을 억지로 삼킨다. , 하고 목 안쪽이 울린다. 카라마츠를 보면, 불안한 듯한 얼굴로 이쪽을 보고 있다. 미안, 동생 앞에서 장남이 이런 얼굴하면 안 되는데 말야.

 

 

 

[카라마츠]

숨을 들이마신다.

 

 

[뭔가, 오소마]

카라마츠가 답을 하려는 그 순간, 삐삐삐삐삐삐삐, 하는 음이 방에 울렸다. 돌아보면 텔레비전의 화면이 깜빡이고 있다.

 

 

 

아아, 안돼, 싫어. 죽고 싶지 않아.........하지만.

 

 

 

 

 

[카라마츠, 거기서 떨어져!!!!!]

 

 

형제를 남기고 갈 수는 없다. 내가 지켜야 한다. 적어도 움직일 수 있는 카라마츠만이라도. 그러면 나의 잘못도 조금은 보답받을 수 있겠지.

 

 

 

나는 크게 외쳤다.

[알겠냐, 카라마츠!!! 너는 이대로 도망...........]

 

 

 

 

[설마 고장난 건가!!?]

카라마츠가 쓸데없는 말을 지껄인다.

카라마츠가 내 팔에서 빠져나가 텔레비전 앞으로 다가갔다.

[기다려, 카라마츠!!!!]

내 외침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지, 카라마츠는 점점 텔레비전 앞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 하는 소리가 나고 깜빡임이 사라지더니 화면에 낯익은 영상이 비쳤다.

 

 

 

우물이다.

 

 

 

..............아아, 이제,

 

 

 

 

 

꽈앙!!!!!!!!!!!!!!!!!!!!!!!!

 

 

 

 

 

엄청난 소리가 나더니 화면이 캄캄해진다.

파직파직, 하는 소리를 내며 연기를 내뿜는 텔레비전.

 

 

카라마츠가 텔레비전에 대로 주먹을 휘두른 채 서있다.

 

 

 

그리고 텔레비전 화면을 들여다보거나, 이리저리 뭔가를 만지는가 싶더니 카라마츠가 휙, 뒤를 돌아본다. 울 듯한 얼굴의 카라마츠는 이내 오열하며 말했다.

 

 

 

[..........오소마츠형, 어쩌지. 텔레비전, 부서져버렸다.......]

 

 

 

방에 달빛이 들어, 나와 카라마츠의 얼굴을 비췄다.

 

찌르르, 찌르르하는 벌레 소리가 조용한 공간에 부드럽게 울린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눈에서 눈물이 흘러넘쳐, 멈추지 않았다.

 

 

 

 











1편에서 일어났던 일들의 오소마츠 시점이네요 :D

카라마츠 시점일 땐 개그였는데

이렇게 보니 또 호러인 것도 같고.....


그치만 잘린 머리 부분은 좀 웃겼다

왜 자꾸 여냐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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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러 요소가 있습니다. 아니, 애초에 호러 소설입니다.

하지만 카라마츠 때문에 전혀 무섭지 않아!!!!!!! 랄까, 개그!?

라는 느낌이니 편하게 감상하셔도 됩니다.

(하지만 혹시 모르니 주의바랍니다) ※























사이코패스는 모른다

 

 

 

 

잔뜩 얼굴을 얻어맞았다.

눈을 뜨고 가장 처음으로 든 생각은, 왜 얼굴만 노리냐는 것이다.

얼얼한 얼굴을 살살 어루만졌다. 얼굴이 원형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엉망으로 부어있어, 가라앉히지 않고서는 집에 돌아갈 수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분명 이런 모습을 보이면 마음씨 따뜻한 형제들은 걱정을 할 것이 뻔하다.

그나저나, 배라든가 팔이라든가 때릴 곳은 여기저기 많을텐데, 어째서 굳이 그들은 얼굴만 노릴 것일까. 얼굴을 제외하고는 어떻게든 숨길 수 있을텐데, 그것조차 불가능하지 않나. 카라마츠걸도 이런 내 얼굴의 비참한 상황에 충격을 받을 것이다. 어쩌면 그것을 시기해서 얼굴을 노렸는지도 모른다. , 인기남은 괴롭군.......

 

다리를 질질 끌며 걷다 보면, 주변 사람들이 흘끗흘끗 이쪽을 보며 수군거리고 있었다.

[어머, 저 사람 불쌍해....오자키 같은 얼굴인데 저렇게나 다치다니. 그치, 밋찌-]

[. 하지만 상처투성이인 것도 와일드해서 멋질지도]

그런 말을 한 것 같다.

 

상처를 입었음에도 여자를 사로잡는 매력의 소유자......이 얼마나 길티한 녀석인가!

그렇게 뿌듯해하고 있으면 주변 사람들이 자연히 나를 피해 걸어서, 얼굴이 부어 한쪽 눈이 제대로 뜨이지 않고 팔이 달랑달랑 매달린 채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절며 걷는 나라도 쉽게 지나갈 수 있었다. 병원에 가야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갑이 없음을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아까 그 녀석들에게 뺏겼었다.

 

나를 호되게 패고는 내 바지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우와-, 얼마 없잖아] 라며 안을 뒤졌다. 꺼내면서도, [엄청난 바지네ㅋㅋㅋㅋㅋ어디서 산 거야, 이런거ㅋㅋㅋㅋㅋ] 라며 깔깔 웃었다. 지갑을 땅에 내던지고 진흙으로 더러워진 구두로 내 지갑을 밟았다.

돈이 얼마 없는 건 어쩔 수 없다. 나는 백수니까. 하지만 오늘 그 돈은 평소와 다르게 조금 중요한 돈이었다. 저녁거리를 사러 가서 남으면 마음대로 써도 좋다고 엄마가 그랬기에, 나는 여섯명분의 푸딩을 사려고 했던 것이다. 언제나 사먹는 3개에 100엔인 싼 게 아니라, 좀 비싼 걸로. 사서 돌아가면 형제들이, [푸딩? 뭐어, 사왔으니 받아줄게] 라며 솔직하지 못한 말을 하겠지만, 그래도 기쁨을 감추지 못해 입꼬리가 잔뜩 헤실헤실 하는 것을 보는 게 나는 좋았다. 그래서 나는 그 돈을, 비록 푼돈이라 할지라도 그들에게 줄 수 없어 [돌려줘]라고 말했다. 나는 그 말과 함께 뇌에 울리는 강렬한 발차기를 당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남자들은 이미 떠나간 후였다. 엉망인 나와 내 앞에 홀로 떨어진 더러워진 지갑만이 남아있었다. 가죽재킷도 여기저기 찢어지고, 선글라스도 깨졌다. 그래도 다행인 건 지갑을 가져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 마음에 드는 해골 무늬가 있는 녀석이니까. 얼룩만 닦아내면 다시 쓸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될 거였다면, 뒷골목으로 다니지 말 걸 그랬다. 그저 지름길로 가려던 것이었는데 이렇게 되어 버렸다. 이치마츠도 자주 다니는 골목이니 괜찮다고 멋대로 생각해 방심하고 있었다.

 

내던져져서 안에 들어있던 것들이 엉망이 된 봉투가 보인다.

가족들에게 너는 장보는 것도 제대로 못하냐고 한소리 들을 지도 모르겠다.

푸딩은 그렇다 쳐도, 이대로는 저녁이 큰일이다. 형제들에게 혼날 게 눈에 선하다. 다시 한번 슈퍼에 가고 싶어도 돈이 없다. 하는 수 없이 집에 돈을 가지러 돌아간다. 오자키의 CD를 사려고 틈틈이 모은 저금이 있으니까, 그걸로 다시 사러 가자. 자신의 실수이니 어쩔 수 없다. 저녁식사 시간이 늦어지는 건 이미 돌이킬 수 없으니, 형제들에게 성심성의껏 사과를 하는 수밖에 없다. 이치마츠는 멱살을 잡으며 죽인다는 둥 위협을 할지도 모르지만, 푸딩을 사다주면 조금은 기분이 풀릴 것이다. 그런 어린애 같은 수법으로 속여넘기려 한다고 오히려 더 욕을 들으려나. 그래도 푸딩을 사가서 나쁠 건 없을 것이다. 아무튼 형제들은 상냥하고, 제대로 감사를 표하면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은 용서해줄 것이다.

 

 

 

 

짜악, 하는 소리가 나며 내 손이 강하게 쳐내졌다. 그 충격으로 푸딩이 내 손을 떠나 툭, 다다미 위를 굴렀다.

[, 그거 어떻게 된 거야]

오소마츠형이 어느때보다 조용하고 낮은 어조로 그렇게 말했다.

형의 얼굴은 마치 엄청난 분노를 넘어서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나는 무서워서 눈물이 찔끔 나왔다. 그렇게 엄청 열받을 정도로 배가 고팠던 것일까. 오늘 파칭코에서 다 잃었을 게 분명하다. 완전 잃었을 것이다. 하필이면 이런 날에 실수를 한 나는 마라도 낀 걸까.

[, 카라마츠. 대답해]

낮은 목소리로 오소마츠형이 말한다. 아무튼, 일단 뭐라고 변명하지 않으면. 이런 때만큼은 자신의 어휘력이 딸린다는 것이 괴롭다. 연극에서 쓰는 표현이라면 잘만 말하는데, 설명이나 변명을 할 때만큼은 화가 날 정도로 말이 나오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도 약하다. 갑자기 이렇게 세게 따지고들면 언제나 대답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 저기, 늦은 건 미안하다. 그치만, 그래서 푸딩을 사왔다고? 저기....정말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니까, 화 풀어주겠나...]

[그런 걸 묻는 게 아니잖아]

무서워서 눈을 피한다. 쵸로마츠들에게 도움을 청하려 시도한다.

쵸로마츠는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무섭다.

토도마츠는 톳티 얼굴로 이쪽을 노려보고 있다. 무섭다.

쥬시마츠는 눈의 초점이 맞다. 무섭다.

이치마츠는 완전히 얼굴에 어둠이 깔려있다. 아니, 어떻게 된 거야, . 이치마츠의 본래 얼굴이 있어야 할 자리에 까만 어둠이 소용돌이 치고 있고, 쉬익쉬익 숨을 몰아쉬는 소리만 들린다. 무섭다.

[그 상처,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어]

오소마츠형의 목소리가 들린다.

뭐야, 그것을 물어본 건가.

나는 오소마츠형이 말하는 것을 겨우 이해하고, 안심하며 답한다.

[아아, 맞았다]

[? 누구한데]

거실이 떠나가도록 소리를 지르며 묻는다. 엄청 화가 난 모습이다.

[심부를 가던 중, 장난스러운 아이들과 얽혀서....]

오소마츠형이 얼굴을 찡그린다.

[어디서?]

아까부터 왜 이렇게 말이 적을까. 어찌되든 좋은 일은 장황하게 질리지도 않고 재잘거리는 게 오소마츠형인데. 하지만 그런 쓸데없는 걸 말했다간 맞을 것 같아서 이 생각은 마음속에 고이접어 간직하기로 한다.

[뒷골목이다]

오소마츠형의 뒤에서 이치마츠가 [소나무 슈퍼에서 돌아오는 길.....뒷골목....불량......녀석들이다....]라고 소곤소곤 말하는 것이 들린다.

무표정으로 우뚝 선 오소마츠형에게 팡팡, 하고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 이 얘기는 이제 됐다. 귀가가 늦어진 건 정말 미안하군. 푸딩이 싫다면 다른 걸로 바꿔오지. 너무 비싼 것은 무리지만 담배면 되겠나?]

오소마츠형은 대답 없이 고개를 푹 숙인 채 방에서 나간다. 그렇게 푸딩이 싫었던 걸까. 푸딩이나 담배로 용서할 정도로 내 죄는 가볍지 않다는 말인가.

토도마츠도 [최악.....]이라고 말하며 방에서 나간다. 확실히 지금 이 집의 분위기는 최악이다. 내가 돌아오기까지 평소와 다름없이 화기애애하고 온화한 밝은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미안한 기분이 밀려왔다. 자신이 돌아와 버린 게 미안하게 생각되었다. 하지만 저녁식사 재료를 들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카라마츠, 치료할 거니까 이리와]

쵸로마츠가 불쾌한 듯한 목소리로 불렀다. 말없이 찌푸린 얼굴의 쵸로마츠에게 치료를 받으며 자신의 꼴사나움을 느꼈다. 동생에게 폐를 끼쳐 버리다니.

나는 바닥에 널브러진 채 방치된 푸딩을 잡아 봉지에 담았다. 냉장고에 넣어두면 나중에 먹어줄 것이다. 치료가 끝나면 담배를 사러가야겠다 생각했다.

 

 

 

그리고 며칠 후의 일이다.

 

 

계단을 올라가고 있자 위에서, [우아악] 하는 비명이 들렸다. 놀라 고개를 들면, 계단 위에서 오소마츠형이 떨어지고 있었다. ?

나는 오소마츠형에 밑에 깔려 골절. 반면 팔팔한 오소마츠형은 [누군가가 날 밀었다고!] 라며 외쳤다. [나와 오소마츠 말고는 집에 아무도 없거든!] 이라 소리치며 오소마츠형을 한 대 쥐어박았다.

 

 

사과로 고기만두 살테니까, 라는 말을 듣고 오소마츠형과 편의점으로 가던 중, 횡단보도에서 초록불임에도 불구하고 트럭이 우리쪽으로 돌진해왔다.

[오소마츠!!!] 나는 그렇게 외치며 오소마츠형의 몸을 끌어안고 땅바닥을 굴렀다. 아슬아슬하게 피할 수 있었지만, 트럭은 전봇대에 격돌했다. 부러진 전봇대는 우리쪽으로 넘어져, 오소마츠를 떠밀었다. 나는 반대방향으로 몸을 굴려 피했다. 하지만 내가 몸을 굴린 방향은 아까의 횡단보도였다. 신호는 빨강. 나는 차에 치였다.

 

 

빌딩 공사 중인 옆을 지나던 중, 휘이잉 하는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위를 올려다보면,

[오소마츠!!!!] 그렇게 외치며 차도 쪽을 걷고 있던 나는 오소마츠형을 잡아 차도 쪽으로 떠밀었다. 우리 키 정도의 철근 콘크리트가 오소마츠형이 있던 장소에 큰 소리를 내며 꽂혔다.

 

 

위에서 챙그랑 유리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올려다보면, 민가의 2층에서 대량의 유리창 파편이 쏟아져내리고 있었다. 남녀의 다투는 소리가 들렸다. 사랑싸움에 무고한 이를 끌어들이는 건 그만둬라! 오소마츠형의 머리를 감싸며 주저앉았다. 내 몸에 유리파편이 박혀 피가 대량으로 흘러나왔다.

 

 

소방차 몇 대가 멈춰서있다. 어느 집에 불이 난 모양이다. 딱하다고 생각하면서 지나가려던 중, 현관문이 열렸다. 주민들이 달아나려 뛰쳐나온 것 같다. 백 드래프트 현상[각주:1]이 일어나며 오소마츠형과 나는 폭풍에 날아갔다.


 

편의점에 도착하자 비가 내렸다. 비를 피할 겸해서 편의점에서 잡지를 서서 읽고 있으면, 차가 미끄러져 편의점을 들이박았다. 나는 다시 차에 치였다.

 

 

아무래도 비가 멈추지 않아서 우리는 호우 속을 달려 집으로 향했다. 하늘에서 찌릿 하는 불길한 음이 들렸다. 콰광, 하더니 번쩍 빛이 난다. 옆의 오소마츠형을 들이박아 밀쳤다. 천둥은 곧장 내게로 떨어졌다.

 

 

띵띵띵띵띵, 하는 경종이 소리를 울린다. 건널목이다. 오소마츠형이 닫히려는 건널목을 향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건널목에는 비 때문에 굴러넘어진 할머니가 있었다. 할머니 옆이 밝게 빛난다. 기차가 다가온 것이다.

오소마츠형은 이미 건널목 중간이다.

시간 맞출 수 있으려나.

나는 두 사람을 밀치고 전차에 멋지게 치였다.

 

 

강을 지나가던 중, [~~도와줘~~~] 하는 소리가 들린다. 황급히 아래를 보면 강물에 휩쓸려가는 쥬시마츠가 있다. 또 강에서 접영이라도 하고 있던 걸까. 앞으로 비 오는 날에는 하지 않도록 주의를 줘야겠다. 나는 막아서는 형을 뿌리치고 강에 뛰어든다. 너무나도 거센 강물에 몇 번이나 빠질 뻔하면서 쥬시마츠를 끌어냈다. 쥬시마츠는 다리를 다친 것 같다. 물살에 휩쓸리면서 바위에 부딪쳤다는 모양이다. 그래서 혼자 빠져나오지 못했던 걸까.

 

 

돌아가는 길, 후드를 쓴 남자가 우리를 막아섰다. 한 손에는 칼을 갖고 있다.

[죽어어어어어!!!!!] 남자가 그렇게 외치며 오소마츠형에게 달려간다. 갑작스런 상황에 오소마츠형은 굳어있다가, , 하고 놀라며 경계한다. 나는 옆에서 칼을 든 남자의 안면을 있는 힘껏 때렸다.

 

 

그 외에도, 내가 탄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서 안에서 열리지 않게 되거나, 미닫이가 열리지 않아 방에서 나갈 수 없게 되거나, 등등 힘든 일이 여러 가지 있었다. , 전부 완력으로 해결했지만.

 

 

 

 

 

요즘 어째선지 평소 이상으로 운이 나쁘다.

 

 

 

 

 

오소마츠형이 선물을 사왔다.

골동품 가게에서 싸게 얻은 모양이다.

정이십면체의 장식물 같다. 꽤 외관이 좋은 오브젝트라 마음에 들었다.

 

[원래는 진귀한 게임 소프트를 찾으러 간 거였는데, 재밌어 보이는 걸 발견해버렸어]

 

설명서로 보이는 누런 종이를 보여준다.

아무래도 이건 장난감의 일종으로 RINFONE(린폰)이라는 것 같다.

[] [] [물고기]로 변화해가는 과정이 그려져 있었다.

 

[이렇게 하는 거야]

오소마츠형이 린폰을 쥐고 이리저리 만졌다.

그러자 찰칵 소리가 나면서 린폰의 일부가 솟아올랏다.

[그래서, 이걸 이렇게 돌리거나, 위로 잡아올리거나 하면]

찰칵, 소리가 다시 나고 다른 면이 푹 꺼졌다.

 

[헤에, 굉장하네. 퍼즐 같군!]

[재밌어 보여! 나도 해볼래]

형제들은 교대로 린폰을 만지작거리며 놀았다.

 

 

어느날 카라마츠걸을 기다리다 실패해 집으로 돌아오면, 쵸로마츠가 혼자 거실에 있었다.

[카라마츠 이거 봐. 곰이 됐어!]

[오오, 굉장하군. 역시 쵸로마츠다!]

감탄하며 외치자 쵸로마츠가 기뻐하며 수줍게 웃었다.

[대단하지? 진짜 재밌다고, 이거. 다음에는 매를 만들어 볼 거야. 이거 모두에게 보여주고 해봐야지]

[그래.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적당히 하라고]

눈 아래에 다크서클이 생긴 동생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즐겁게 웃는 얼굴에 이쪽도 행복한 기분이 된다.

 

 

며칠 후, [매가 됐어!] 라는 라인이 와서, 집에 가보면 쵸로마츠가 기쁜 듯 매를 보여주었다.

정말 매가 되어있었다.

[빠르군, 쵸로마츠!! 벌써 성공한 건가!]

감탄했지만, 쵸로마츠의 얼굴을 보자 걱정이 됐다. 다크서클이 잔뜩 내려앉은 건 이미 며칠 전부터 그랬지만, 안색도 나쁘고 조금 홀쭉해져 있었다. 결벽증인 쵸로마츠가 수염도 제대로 깎지 않고 있었다.

[다음은 물고기네!] 라며 기뻐하는 쵸로마츠에게 [어이, 제대로 쉬라고] 라 일렀다.

 

[쵸로마츠, 될 것 같은가?]

최근 계손 린폰을 만지고 있는 동생에게 물었다. [조금만 더] 라고만 대꾸하고 린폰을 바라보고 있다.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오소마츠형도 좋은 걸 사왔구나, 라고 생각한다. 다만 물고기가 완성되면 쵸로마츠는 밥을 제대로 먹어주려나. 쵸로마츠는 점심인 오므라이스에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 아무것도 먹지 않는 쵸로마츠를 보고 조금이라도 먹어줬으면 해서 만들었는데, 쳐다보지도 않았다. 오므라이스는 싫어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저기, 쵸로마츠. 그거 잠깐 빌려주겠나]

나도 쵸로마츠가 물고기를 완성하면 곰을 만들어 볼까 하고 생각하던 중이었다. 쵸로마츠가 즐겁게 만지는 것을 보니 나도 하고 싶어졌다.

쵸로마츠에게 받은 린폰을 슬쩍 손으로 감싸고 이리저리 만졌다. 달칵, 하고 일부가 솟아올랐다. 확실히 재밌는 물건이다. 대체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 걸까.

[저기 쵸로마츠, 물고기를 다 만들면 다음에는 내게-----] 주지 않겠나, 라고 말하려는 순간 쾅, 하는 굉장한 소리가 나고 거실문이 열렸다.

 

오소마츠형이 문앞에 우뚝 서있다.

 

[쵸로마츠!! 당장 그걸 버려!!!! 안 그러면....!]

[미안, 오소마츠형]

나는 울상으로 그렇게 말했다.

 

아까 오소마츠형이 문을 여는 소리에 놀란 나의 손가락 사이로, 산산조각이 난 린폰의 잔해가 툭툭 바닥에 쏟아졌다.

 

 

 

 

여섯 쌍둥이 다 함께 산으로 하이킹을 가게 됐다.

전에 토도마츠가 혼자서 후지산을 올랐다는 사실에 오소마츠형은 꽤나 충격을 받았다는 모양이다. 하지만 백수 생활을 해오던 인간이 갑자기 등산은 무리니, 가볍게 하이킹을 하며 산을 즐기는 건 어떠냐는 쵸로마츠의 제안이 받아들여졌다. 쵸로마츠도 오소마츠형과 마찬가지로 후지산이 쇼크였던 모양이다. 평소 같았으면 오소마츠형의 제일 먼저 츳코미를 넣었을 것이다. 이왕이면 캠프가 하고 싶어! 라는 쥬시마츠의 의견도 받아들여 캠프 도구를 잔뜩 챙겨 차에 싣고 출발했다.

 

운전석은 쵸로마츠, 조수석은 나다. 가장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한 결과이다.

 

우리집 근처는 산과 무관한 지역이라 몇시간을 달려 시골로 향했다. 주위는 온통 논과 밭들 뿐이다.

[논만 잔뜩이군]

[그렇네. 그래도 공기는 맑아서 좋은데]

쵸로마츠와 떠들고 있자, 뒤에서 골아떨어져 있던 형제들이 하나둘씩 눈을 뜨기 시작한 듯 뭔가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 뭔가 저쪽에 이상한 게 있어]

라고 쥬시마츠가 쌍안경을 들여다보며 떠들었다.

[-, 뭔데뭔데?]

쥬시마츠에게 쌍안경을 받아든 토도마츠가 들여다보았다.

[뭔가 하얗고 구불구불한 거!]

[어라, 진짜다, 뭔가 꾸물꾸물하고 있.............] 거기까지 말하고 토도마츠가 입을 다문다.

[, 뭐야 그게? 생물?]

[-, 모르겠어!]

[토도마츠, 뭔가 알아냈어? 그거, 빌려줘]

오소마츠형이 쌍안경에 손을 뻗지만, 토도마츠는 쌍안경을 들여다본 채 움직이지 않는다.

 

[모 르 는 게 좋 아]

 

마치 토도마츠의 목소리가 아닌 것 같은 그 소리에 다들 침묵한다.

[~ 조옴~ 토도마츠! 형아 놀리지 말라구~]

오소마츠형이 실없는 소리 하지 말라는 듯 어물쩡 분위기를 깨려했지만, 토도마츠는 핏기가 싹 가신 하얀 얼굴로 뚫어지게 논 너머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이......조금 이상한데]

이치마츠가 작게 중얼거린다.

[쵸로마츠, 차 잠깐만 세워봐]

[]

쵸로마츠가 차를 갓길에 세우고, 토도마츠에게서 억지로 쌍안경을 뺏어 들여다보았다. 논을 바라보니 흰색의 뭔가가 눈에 보였다. 그것은 구불구불 기묘하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뒷자리에서 [아하하하하....]하고 토도마츠가 미친 듯이 웃으며 몸을 비비꼬기 시작했다.

[어이, 카라마츠 뭐가 보여?]

다급한 목소리로 쵸로마츠가 묻는다.

 

[아니......잘 모르겠다]

[미안]

나는 안전벨트를 풀고 차 밖으로 나갔다.

[? 어이, 잠깐!!]

[저게 뭔지 확인하고 오겠다]

[하아?! 위험한 거면 어쩌려고!!]

[그치만 토도마츠가 저걸 보고 이상해졌어. 저게 뭔지 확인하지 않으면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을 거다]

 

[갔다오겠다. 따라오지 마]

 

형제들의 외침을 뿌리치고 논을 향해 달렸다. 토도마츠는 그것을 보고 이상해졌지만, 그것에 가까워진다고 토도마츠가 원래대로 돌아온다는 확증은 없다. 하지만 나는 뛰쳐나가려는 욕구를 막을 수가 없었다.

누구라도 이상한 것을 발견하면 호기심에 몸이 근질근질할 것이다. 혹시라도 UMA(미확인 생물체)라면 어쩔 건가. 넘치는 로망에 가슴이 터질 것만 같다. 너무 두근거려서 미칠 것 같다.

 

 

 

차로 돌아온 내게 형제들은 겁먹은 표정을 지었다.

[토도마츠는 괜찮아?]

[아아, 네가 그 하얀 놈 근처에 갔을 때 갑자기 정신을 잃었어. 지금은 자고 있어]

[그래.....]

[저기, 카라마츠. 그거 뭐였어, 대체]

[아니, 그게.....잘 모르겠다]

[, 가까이 갔잖아?]

[아아, 그래도 모르겠다]

이 정도로 자신이 바보 같은 것을 원망한 적이 없다. 토도마츠는 한눈에 정체를 알았던 것 같은데, 나는 아주 가까운 거리까지 갔음에도 녀석이 뭔지 조금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조금 때린 것으로 뭉그러졌고]

[때렸어!?]

[아니, 정말 살짝 휘익- 하는 정도로. 그런데 갑자기 찌부러져서 놀랐다...]

 

 

 

 

하이킹을 한바탕 즐긴 뒤, 우리는 바비큐를 하며 배를 채웠다.

하이킹 도중 성난 얼굴을 한 지장보살이 대량으로 늘어선 길이 있거나, 사람 얼굴 형상의 돌과 나무가 있거나, 수많은 토리이[각주:2]와 굉장히 낡은 신사가 있거나, 지나가는 다른 등산객들이 모두 고개를 숙인 채 지나가며 인사를 받아주지 않거나 하는 사소한 일은 많았지만, 대단한 것은 아니므로 생략한다.

그리고 지금은 여섯명이서 모닥불을 에워싸고 앉아있다.

가끔 수풀에서 바스락거릴 때마다 토도마츠가 쥬시마츠에게 매달렸다. 쥬시마츠는 잔가지를 주워서 놀고있고, 이치마츠는 어디서 잡아왔는지 너구리 새끼를 안아들고 쓰다듬고 있었다. 오소마츠형은 어째선지 멍하니 모닥불을 바라보고 있다.

 

[볼일 좀 보고 오겠다]

그렇게 말하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둠 속으로 걸음을 옮겨, 모닥불이 간신히 보일 정도의 거리까지 왔을 때 발을 멈췄다.

 

커다란 나무가 눈앞에 우뚝 솟아 있었다. 몇백년이나 살아왔을 오래된 큰 나무가 그 위엄과 존엄을 가지고 당당하게 솟아 있었다.

 

나무에 뭔가 박혀있는 것을 발견한 나는 그것을 가만히 응시했다.

 

 

 

 

 

 

텐트로 들어온 빛에 눈을 떴다. 새가 짹짹 지저귀는 소리가 들린다.

기지개를 켜며 밖에 나가면 동생들이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좋은 아침이다, 브라더-. 아침 햇살이 눈부시군]

[좋은 아침-, 아침부터 컨디션 좋네, 카라마츠형. 세수나 하고 오라구]

 

동생들이 이리저리 바삐 움직이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며, 쥬시마츠가 가지고 있던 쌍안경을 집어들었다. 이걸로 귀여운 새들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아버지한테 받았다는 쌍안경은 값이 비싼 좋은 물건답게 먼 경치까지 잘 보였다. 평상시 볼 수 없는 아름다운 광경에 감동한다. 나무들의 술렁거림, 강의 물소리.....그야말로 뷰티풀 네이처-.

 

동물들을 찾으려 나무 사이를 둘러보고 있으면, 눈앞에 뭔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사람처럼 보인다. 머리는 반들반들하고, 연신 몸을 흔들고 있었다. 손에는 어째선지 낫을 들고 있고, 알몸이었다. 뭐야? 산에서 잔디라도 깎는 건가?

등을 돌리고 있어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줌을 최대로 해서 확인해보면, 춤추는 듯 이상한 움직임을 하고 있어 수상하기 짝이 없다.

 

내가 이상한 얼굴을 하고 있는 걸 알아챈 이치마츠가, [, 뭘 보고 있는 거야?] 라고 물었다

나는, [저쪽에 사람이 있다]라며 녀석이 있는 방향을 가리키고 이치마츠에게 쌍안경을 건넸다. 이치마츠가 쌍안경을 들여다보았다.

10초 정도 지났을까, 이치마츠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쌍안경을 쥔 손이 덜덜 떨렸다.

 

[,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갑자기 이치마츠가 미친 듯이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치며 땅을 굴렀다.

[, 이치마츠!!??]

[이치마츠형!? 왜 그래?!]

토도마츠들이 이치마츠의 심상치 않은 모습에 뛰어왔다.

 

[죽고 싶어 죽고 싶, , 죽여줘 나, 죽여, 죽고 싶, , , 죽고]

이치마츠가 콧물이 흐르는 것도 개의치 않고 땅을 뒹굴며 울부짖었다.

 

나는 이치마츠의 갑작스런 변화에 놀라 내던져진 쌍안경을 집어들었다.

쌍안경을 들여다보았다.

 

아까 흐늘흐늘 춤을 추던 녀석이 이쪽을 향하고 있었다. 그것은 코도 입도 있었지만, 어째선지 눈썹은 없고, 눈도 하나밖에 없었다. 게다가 눈이 미간에 세로로 달려 있었다.

그 녀석은 이쪽을 보면서 입이 찢어져라 웃고 있었다.

 

쌍안경에서 눈을 떼고 이치마츠를 보면,

[, 물이, , 으아, , 물이 있, 어어, , 싫어어어어어어!!!!!!]

라 외치며 뒹굴고 있었다. 그것을 쵸로마츠와 쥬시마츠가 필사적으로 누르고 있다.

 

오소마츠형이 [시끄럽네에-] 라며 배를 긁적이며 텐트에서 나왔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눈을 크게 떴다.

[, 뭐야, 이치마츠 왜 그래? 지금까지의 스트레스가 폭발해버리기라도 한 거야?]

너 무슨 짓 했어? 라고 오소마츠형이 눈짓으로 묻는다. , 내 탓인가?

[저쪽에 사람이 있는데, 뭔가 그걸 보자마자 이치마츠가 이상해졌다]

라며 오소마츠형에게 쌍안경을 건넸다.

[?] 라며 형은 쌍안경을 받아 들여다보았다.

 

[, 으으으으윽~~~~~~~~~!!!!]

오소마츠형이 차마 비명이 되지 못한 신음을 내며 쭈그려 앉았다. 몸을 조금씩 떨며 뚝뚝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 잠깐, 오소마츠형!? 카라마츠 너 대체 뭘 한 거야!?]

[!? 아니, 아무것도........]

[이거 본 거지!?]

쵸로마츠가 화를 내며 쌍안경을 집어들었다. 쌍안경을 들여다보려는 순간,

[보면 안 돼!!!!!] 라며 오소마츠형이 고함을 질렀다.

[절대 보지 마!! 보면 저주 받을 거야!!]

흐느끼면서 오소마츠형은 자리에서 일어나 이치마츠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이치마츠의 얼굴을 힘껏 때렸다.

[이치마츠, 정신 차려!!! 돌아와!!]

이치마츠가 울면서 오소마츠형에게 매달렸다.

[카라마츠, 선글라스 좀 빌려줘]

오소마츠형이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말했다.

[? , 아아]

오소마츠형은 선글라스를 끼고 다시 쌍안경을 들여다보았다.

[오소마츠형, 뭔가 보여?]

토도마츠가 초조하게 묻자,

[사시야]

라며 오소마츠형이 씁쓸하게 말했다.

사시라는 건 상대에게 악의를 가지고 째려보면 그 상대에게 저주를 걸어 버리는 도깨비라는 것 같다.

 

이야기를 듣고 나니, 자신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 친근감이 들었다. 나도 사실은 이 오른쪽 눈에 숨겨진 마력이 생겼다가 없어졌다가 한다. 평소에는 교묘하게 숨기고 있어서 못 알아보지만, 사실 이몸도 사안의 소유자이다. 물론 사람을 저주하는 효과는 없지만.

 

오소마츠형이 설명하는 동안 나는 다시 쌍안경을 들여다보았지만, 녀석은 똑바로 이쪽을 응시한 채 기묘한 춤을 추며 걸어왔다.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어이, 이쪽으로 다가온다고]

그렇게 말하자, 형제들이 비명을 질렀다. 서로 끌어안고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떨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사시라는 건 더러운 걸 싫어한다고 했던 것 같아. 그러니까 어떻게든 쫓아버려]

오소마츠형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쫓아낸다고? 말이 잘 통할 것 같으니까, 나로서는 친하게 지내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형제들의 얼굴을 보니, 그런 말을 할 분위기가 아님을 깨닫는다.

[더러운 거인가....예를 들면?]

[배설물이나, 탈의, 성기 같은 거]

나는 좋은 생각이 떠올라, 짝 하고 박수를 치며 말했다.

[오오, 그럼, 이치마츠가 쫓아버리는 게 어떤가? 사시 앞에서 알몸으로 탈분하면 되지 않나]

[아니, 무리무리무리무리무리이!!!!]

엄청난 기세로 고개를 저었다. 너무 빨라서 이치마츠 얼굴이 2개로 보인다. 벌거벗고 수치 플레이를 할 기회를 놓치다니, 이치마츠 답지 않다.

[어이, 이치마츠 정말 괜찮은가? 사양하지 않아도....]

[무리라고 했잖아 임마!!!!! 너 나한테 뒤지고 싶냐!!!]

라고 울며 때렸다. 맞은 곳은 아프고, 맞은 이유는 모르고, 엉망이다.

나는 귀여운 남동생을 배려했을 뿐인데.

 

 

[어쩔 수 없지, 그럼 내가 다녀오겠다]

[!? 잠깐잠깐!!!!]

[카라마츠형 혼자 보낸다니 안 된다구!!]

동생들이 매달렸다.

[걱정 마라, 마이 브라더! 꼭 돌아올테니 믿고 기다려라]

, 하고 웃으면, 동생들이 울상인 표정으로 숨을 들이쉰다.

정말 멋있군, 역시 나다.

 

 

이따금씩 쌍안경을 들여다보며 녀석의 위치를 확인하면서 산길을 걸었다. 뒤에서 선글라스를 낀 오소마츠형이 따라왔다. 딱히 혼자여도 괜찮았지만, [부탁이야, 따라가게 해줘] 라고 집요하게 굴어 결국 포기했다. , 나 혼자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인 거겠지. 쇼핑도 제대로 못하니까.

그보다, 쌍안경을 들여다볼 때마다 녀석과 눈이 마주친다. 게다가 계속 웃고 있다.

계속 웃고있고, 의외로 좋은 녀석이 아닐까? 외모의 무서움과 내면의 아름다움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마침내 육안으로 녀석을 확인할 수 있는 위치에 다가섰다. 녀석은 역시 흐늘흐늘 묘한 춤을 췄다. 오소마츠형과 바위 그늘에 숨어 있었지만, 나는 팟, 하고 바위에서 튀어나갔다.

나는 바스로브 차림이었는데, 이유는 벗기 편해서였다. 유감스럽게도 하이킹 중이었기 때문에 적 포도주는 없었지만.

 

[, 서비스다제...]

나는 슬쩍 가운을 벗었다. 녀석에세 나의 육체미를 보란 듯이 한바퀴 빙그르르 회전했다.

 

 

[] 하고 녀석이 움직임을 딱 멈췄다.

 

 

[끼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녀석은 굉장한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부여잡고는 내게서 도망치려는 듯 허겁지겁 왔던 길로 달아났다.

 

[.........]

그런 반응까지 할 필요는 없었잖아, 라며 나는 조금 상처를 받아 울컥했다.

 

 

 

 

 

 

 

 

돌아가는 길, 운전은 오소마츠형이 맡았다. 나는 조수석에 앉았다. 오소마츠형이 [내가 운전할게]라는 기특한 말을 해 놀랐지만, 동생들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뒤에 올라탔다.

 

오소마츠형은 의외로 안전 운전을 한다. 덜컹덜컹 흔들리며 지나쳐가는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면, [카라마츠, 너도 자라고] 라며 옆에서 말을 걸어왔다.

뒤의 형제들은 지친 건지 모두 졸고 있었다. 나도 익숙하지 않은 등산을 했던 탓인지 조금 지쳐있었지만, 그건 오소마츠형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오히려 운전을 시켰는데, 내가 자버리면 미안해진다. 그렇게 전하면, [너는 좀 더 제멋대로 구는 게 좋아] 라며 곤란한 듯이 웃었다.

나는 지금도 충분히 멋대로 살아가고 있다고. 니트에 오자키에 오소마츠형들이 있는 최고의 인생이다. 세라비-!

 

 

잠시 후, 차가 터널에 들어섰다. 외딴 장소인 탓인지 주위에 차가 한 대도 지나다니지 않았다. 아직 초저녁인데도 터널 안은 엄청 깜깜했다.

 

오소마츠형이 천천히 차를 몰았다.

 

차 안은 조용해서 동생들의 숨소리만이 들렸다.

 

 

달각달각, 하고 차가 멈춰섰다.

 

터널 중간쯤 왔을 때였다.

[제길.....엔진이........]

오소마츠형이 혀를 찼다.

 

 

, 하고 누가 창문을 두드렸다.

 

창문을 보면, 하얀 손이 창문에 붙어있다.

그 뒤로 많은 손들이 따라서 창문을 두드리고 때리고 할퀴며 차 안에 들어오려 했다. 앞유리도 뒷유리도 모두 새하얀 손바닥들도 덮여있다.

 

뒤의 동생들을 슬쩍 곁눈질로 보면, 아직 규칙적인 숨소리만 내고 있다. 이렇게나 시끄러운데 잘도 잔다.

오소마츠형을 보니, 형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 있었다.

[카라마츠, 너도 필래?] 라는 질문에 고개를 젓는다.

 

[오소마츠..........]

[뭔가, 각오했던 일이라 그런지 오히려 차분하네]

그렇게 말하며 오소마츠형이 연기를 내뿜었다. 차분하다고는 말했지만 담배를 쥔 손은 역시 떨리고 있었다.

[카라마츠, 미안]

그렇게 말한 오소마츠형이 쓸쓸한 듯 웃는다. 어째서 그런 얼굴로 웃는 거지. 왠지 가슴이 아프다.

[, 끝까지 지키고 싶었는데.........]

 

 

[무슨 소린가 형]

나는 오소마츠형의 손을 잡았다.

[오소마츠형은 날 지켜줬지 않나. 내가 맞고 왔던 날, 그 불량배들에게 보복해서 다시는 날 건드리지 못 하게 해줬잖아?]

쾅쾅,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시끄러워, 나는 소리를 좀 더 높였다.

 

[오소마츠형은 나를 구해줬다. 기뻤다고. 그러니까......, 혹시, 오소마츠형에게 곤란한 일이 생긴다면, 그땐 내가 구해주겠다. 그러니까, 믿어줘. 포기하지 마라]

오소마츠형의 손을 꽉 세게 잡았다. 소중한 형제들이다. 절대로 잃을 수 없다.

오소마츠형과 자리를 바꿔 앉았다.

 

 

탁탁탁, 하고 손가락으로 핸들을 두드렸다. 앞을 노려본다.

 

 

시동을 건다.

몇 번 틱틱틱 하는 소리가 나고, 시동이 걸렸다.

 

있는 힘껏 액셀을 밟았다.

 

 

 

 

 

 

[이거, -]

나는 감정이 실리지 않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하며, 팔랑팔랑 손에 든 것을 흔들었다. 오른손에 들린 것은 우리 오소마츠형의 사진이다. 그 왼손에는 너덜너덜한 짚 인형.

 

 

[알고 있는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떨고있는 불량배들을 바라본다.

 

 

[이 저주, 들키면 저주가 되돌아간다더군]

 

 

 

 

 

 

[다녀왔다, 마이 브라더들!]

[어서와~. , 그거, 뭐야? 선물?]

오소마츠형이 재빨리 내 손에 들린 봉투에 반응한다.

 

[아아, 푸딩이다. 오늘 건 전에 샀던 것보다 더 좋은 거다!]

[와아, 카라마츠형 짱 좋아~]

[-, 나는 담배가 더 좋은데~~]

[어이, 장남. 선물인데 따지지 말라고!]

[푸딩이다~~!!]

[받아 줄게........]

시끌시끌한 동생들을 기쁜 마음으로 바라본다.

 

 

오소마츠형이 상냥한 눈빛으로 나를 본다.

[카라마츠. 오늘은 시비, 안 걸렸어?]

[아아. 오늘은 나의 냉혹한 아름다움을 시샘하는 이는 없었다]

 

[우와아, 아파아아아아아]

[다시 한 대 처맞았으면 좋으련만.......]

뒤에서 나직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오소마츠형이 어이없다는 듯 웃는다.

 

 

[고마워, ]

 

피로 얼룩진 손을 보이지 않게 감추고, 나는 오소마츠형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

 









【괴담 설명】

(*사진 주의)




<린폰 괴담>



자세한 스토리는 넘어가고 중요한 것만 말하겠습니다



린폰은 일종의 지옥의 응축체, 지옥의 문, 같은 겁니다.


곰과 매를 만들 때까지는 이상하리만치 린폰에 집중한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이상한 점이 없지만

물고기를 만들 때에는 '꺼내줘.....!'라고 말하는 이상한 전화가 오거나 이상한 꿈을 꾸거나 하게 됩니다.

괴담에서도 린폰을 완성하지를 않아서 어떻게 되는지 자세히는 모르겠으나, 아마 지옥으로 끌려가거나 하는 것 같습니다.


참고로, 린폰(RINPONE)은 철자 배열을 바꾸면 INFERNO(지옥)이 된다고 합니다.



아무튼....지옥 문을 부숴버렸네요...카라마츠가....손으로......ㅎ....





<쿠네쿠네>



몸을 기묘하게 꾸물거리며 움직이는 정체불명의 물체.

그 정체에 대해 자세한 건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대체로 흰색이지만 드물게 검정도 있다고 하며, 이름처럼 꿈틀꿈틀거린다.

주로 한여름의 논 등 물가에서 발견된다.


쿠네쿠네를 멀리서 바라보는 것은 문제가 없으나, 정체를 알아볼 정도로 보거나 가까이 다가가면 미쳐버린다고 한다.



근데 이것도 손으로.............ㅎ..........






↓↓ 혹시 모르니 주의 ↓↓
















쿠네쿠네라고 치면 제일 대표적으로 뜨는 이미지

내가 보기엔 그냥 허수아비 같지만........

이거 움짤도 있으니

궁금하면 검색해보시길 바랍니다 'ㅂ'/






<사시(邪視)>



사시란 미신의 일종으로, 악의를 담아 상대를 노려보면 그 상대에게 저주를 걸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지역에 따라서, 이블아이, 사안, 마안이라고 불리기도 하며,

사시의 힘으로 사람은 병이 들거나 쇠약해지거나 하다가 급기야 죽음에 이른다고 한다.


위 소설에 나오는 '사시'는 정확하게 '사시의 힘을 가진 괴물(사람)'으로 보는 게 맞다.

사시는 불결한 것을 싫어하므로, 배설물, 성기 등을 보이면 도망친다.







혹시 몰라서,


【스토리 설명



어느날 카라마츠가 불량배에게 맞고 돌아옵니다


이에 화가 난 오소마츠형아는 불량배들을 찾아가 혼을 내줍니다


당하고 보니 괜히 자존심 상하고 열받은 불량배들은

오소마츠형의 사진과 (어디서 구했는지 모르겠지만) 짚 인형으로

오소마츠에게 저주를 내립니다


그 결과, 오소마츠는 죽음의 위기를 맞습니다.

하지만 오소마츠형아한테는 카라마츠가 있죠!!

카라마츠가 무식하게 튼튼한 몸과 힘으로 읏샤읏샤 다 물리칩니다


여러가지 괴이현상들도 오소마츠를 죽이려 들지만

카라마츠가 전부 물리칩니다


마츠들중에서도 최강의 카라마츠가 울부짓었다
카라마츠는 졸라짱쎄서 여섯 쌍둥이중에서 최강이엇다
이나 괴현상들도 이겼따 다덤벼도 이겼따 


-투명드래곤 패러디-



아무튼 이 모든 일들이

자신 때문임을 알게된 오소마츠형은

동생들을 구하려 안간힘을 쓰지만

결국 차가 터널에서 멈춰서고 포기하려 합니다


[널 끝까지 지켜주고 싶었다]

라고 말하는 오소마츠에게서

카라마츠는 뭔가 알아채고

오소마츠를 구해주겠다!! 라고 하고는

터널을 빠져나갑니다



그리고 이후 사실을 알게 된 카라마츠는

불량배들을 찾아가 혼을 내줍니다

메데타시 메데타시





결론 : 오소마츠 영고

카라마츠 굉장해





그보다 카라마츠 오른쪽 눈에 뭘 키운다고....??









  1. 불길 역류 현상, 밀폐된 공간에 화재가 난 경우 산소가 부족한 상태로 있다가 갑자기 다량의 산소가 공급되어 엄청난 폭풍과 함께 화염이 분출되는 것을 말한다 [본문으로]
  2. 신사 앞에 세우는 기둥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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