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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스는 친구가 없다

 

 

 

 

 

한밤중의 일이다. 늘어진 표정으로 잠에 취해있자, 옆의 오소마츠형이 괴로운 신음을 흘려 잠에서 깼다.

놀라 몸을 벌떡 일으키자, 옆에서 오소마츠형이 공포에 물든 눈으로 크게 숨을 몰아쉬고 있다.

[어이, 괜찮은가?]

걱정되어 손으로 오소마츠형의 이마를 짚으니,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있다. 이마뿐만이 아니었다. 온몸이 땀으로 축축했다. 눈을 꼭 감고 신음하는 형의 이마를 옷 소매로 적당히 닦아냈다.

[으응.......뭐야, 왜 그래?]

나와는 반대쪽, 오소마츠형의 옆에서 자던 쵸로마츠가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미안하군, 깨워버렸나. 뭔가 오소마츠형이 악몽을 꾼 모양이다]

그렇게 말하자, 쵸로마츠는 졸린 듯한 눈을 찌푸리며, 아직 괴로운 표정으로 누워있는 오소마츠형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내려다본다.

[그래........오소마츠형, 괜찮아?]

쵸로마츠가 상냥한 어조로 그렇게 묻자, 형이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쵸로마츠가 오소마츠형의 떨리는 손을 꼭 잡는다. 나도 반대쪽 손을 잡자, 미약한 힘으로 손을 맞잡는다. 형의 손은 평소에도 조금 찬 편이지만, 지금은 완전 얼음장 같다. 오소마츠형의 손의 떨림에 내 손도 덩달아 희미하게 떨린다. 상당히 떨림이 심하다.

 

[......끌려갈 뻔했어....]

오소마츠형이 완전히 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끈적끈적해서, 기분 나빠.....내 발을 잡고는.....]

[괜찮아, 괜찮으니까. 여기엔 나랑 카라마츠밖에 없어]

쵸로마츠가 오소마츠형을 안심시키려는 듯 상냥한 어조로 말을 걸며, 계속해서 오소마츠형의 팔을 쓰다듬었다. 나도 차가운 오소마츠형의 몸이 조금이라도 따뜻해지도록, 형의 창백해진 이마를 천천히 쓸어내렸다.

[이치마츠들, 두고와버렸어....]

그렇게 말하면서 뿌드득 이를 갈며 신음하는 형에게, [, 그건 악몽일 뿐이다. 괜찮다, 이제 괜찮으니까] 하고 말을 걸었다. 동생들을 두고온 죄악감에 괴로운 듯 신음하는 형을 가만히 지켜보는 건 너무도 괴로웠다. 평소 매사에 장난스럽게 대하고 아무런 고민도 없어 보이는 형의 속마음을 엿본 것 같은 기분에 마음이 욱신거렸다.

 

오소마츠형이 천천히 눈을 떴다. 여전히 괴로운 표정이다.

[괜찮은가?]

[, 미안.....]

막 잠에서 깬 탓인지, 살짝 멍한 나와 쵸로마츠를 바라보던 오소마츠형이, 갑자기 눈을 크게 뜨며 입을 열었다.

 

[.....왜 카라마츠가 내 옆에 있는 거야?]

[?]

[아니, 원래라면 내 옆에는 토도마츠.....어라?]

오소마츠형이 넋이 나간 표정으로 방을 둘러본다.

[토도마츠 어디 갔어? 이치마츠랑 쥬시마츠는?]

[세명은 아직 안 돌아왔는데]

어리둥절한 표정의 쵸로마츠가 그리 말하자, 오소마츠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왜 그러는 걸까.

[하아!? 왜 없는 건데! 그보다, 이거 악몽이 아니잖아!! 진짜 녀석들이 행방불명 됐잖아!!]

거품을 물고 고함치는 오소마츠형에 놀란 쵸로마츠가 도움을 요청하듯 나를 바라봤지만, 나도 영문을 몰라 당황하고만 있다. 일단은 형을 진정시키기 위해 당황하는 형에게 말을 걸었다.

[진정해라, 오소마츠형. 이치마츠들은 목욕탕에서 돌아오는 길에 없어진 것뿐이다]

[뭐야 그게!? 진정할 리가 없잖아!! 얼른 찾으러 가자고!!]

[, 잠깐만]

흥분해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는 오소마츠형을 쵸로마츠와 양쪽에서 막아세웠다.

[오소마츠, 진정해라. 좀 냉정해지라고. 찾으러 가자니, 녀석들도 이제 성인이다. 그렇게까지 안 해도....]

[그래. 그냥 셋이서 마시러 간 거겠지. 다 큰 어른이 행방불명이 될 리 없잖아]

[우리한테 아무 말도 안 하고!?]

[우리들 방해 없이 마시러 간 거겠지?]

[애초에 그 녀석들은우리한테 연락 잘 안 하니까]

 

[....오소마츠형, 악몽 때문에 조금 혼란스러운 것뿐이라고]

쵸로마츠가 나무라자, 오소마츠형도 겨우 흥분을 가라앉힌 듯,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쉬며 이불 위에 앉았다.

 

오소마츠형이 고개를 숙이며, [.....미안]하고 작게 중얼거렸다.

[악몽 때문에 좀 정신이 나갔었나봐. 미안]

[, 됐어. 악몽 꾸면 그럴 수도 있으니까. 그만큼 무서웠던 거지?]

[...... 하지만, 일단 녀석들한테 연락이라도 해보자]

[아아, 알겠다고. 하여튼 걱정이 너무 많다니까, 오소마츠형은]

쵸로마츠가 휴대폰을 꺼내들곤 한손으로 만지작거린다.

[됐어, 일단 LINE 보내뒀어. 이걸로 만족해?]

[]

[오소마츠, 물 마실텐가?]

물이 든 컵을 건네자, 땡큐, 하고 컵을 받아든 오소마츠가 단숨에 물을 마신다. 그 기세에 입밖으로 흐른 물이 턱을 타고 목아래로 흘러내린다.

[그보다, 꽤 심하게 가위에 눌렸군. 그렇게 무서운 꿈이었던 건가?]

[-, 너랑 산책하고 있었는데 어느샌가 산속에 있더라고. 그리고 그 산속에 엄청 새까만 늪이 있어서, 늪에 가까이 다가간 순간 끌려갈 뻔했어. -, 진짜 죽는 줄 알았다니까. 완전 무서웠어]

[, 거기서 화려하게 널 구해낸 내게 반했다는 건가...]

[- 그래그래. 그보다 너, 처음 날 이대로 못 본 체하는 건가 싶어서 초조했다고. 꽤 깊이 빠질 때까지 구해주러 오지도 않았고. 너무하지 않아?]

[그건 정말 미안하군]

[뭐어, 그래도 다행이잖아. 결과적으로는 구해줬으니까]

[아니, 그래도 진심으로 죽을 뻔했다니까]

[늪에서 튀어나오는 인형들을 하나하나 부수느라 뼈가 부러졌다고]

[좀비 게임 같았지. 늪에서 팔이 튀어나오고 말야]

 

쵸로마츠가 조금 부러운 듯 쳐다보기에, 재밌었다고~ 하고 살짝 자랑하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지아, 오소마츠형이 의아한 표정으로 입을 연다.

 

[너희들 어떻게....꿈의 내용을 아는 거야?]

[꿈이라고 할까....어젯밤 일이잖아? 같이 늪까지 산책하러 가지 않았나]

무슨 소릴 하는 건가, 하고 웃으며 답하자, 이번에야말로 오소마츠형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다.

 

[오소마츠형, 괜찮아?]

[아니....아니아니잠깐만]

오소마츠형이 거세게 좌우로 고개를 흔든다.

 

 

 

[...꿈이 아니잖아!!!]

[뭐가?]

 

 

[너희들, .....제정신이냐?]

 

 

[[]]

 

 

[......토도마츠들은?]

 

[[마시러간 거 아냐?]]

 

 

[그럴 리 없잖아-!!]

오소마츠형이 소리쳤다.

 

[너희들이 대체 뭔 생각으로 이러는지 전혀 모르겠다고!! 좀비게임 같았다고? 재밌었다고? 대체 이해할 수가 없네!!! 그럴 리가 없잖냐 이 사이코패스 놈들!!!]

 

[잠깐만!!!]

쵸로마츠가 흥분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누가 사이코패스란 거야!? 그런 거 이녀석뿐이니까!! 애초에 난 이런 안쓰러운 복장 안 입으니까!!! 그냥 평범한 일반인이고 상식인이니까!! 없는 말 지어내지 말라고!?]

[그럼 아까 이녀석이 한 말에 조금은 위화감 느끼라고!! 어떻게 하면 재밌었겠네라는 감상이 나오는 건데! 이치마츠들도 위험한 일에 휘말렸을지도 모른다고!?]

 

 

[진정해라, 둘 다]

턱에 손을 얹은 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역시 싸움을 말릴 수 있는 건 늘 냉정한 쿨가이인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로군. 오소마츠형과 쵸로마츠의 사이에 서서, 나직하게 말한다.

 

[그렇게 다퉈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뭐어, 나도 이치마츠들이 그런 위험한 일에 휘말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만.....참고로 나는 쿨한 길티 가이지 사이코패스는 [넌 닥치고 있어!!] 죄송합니다]

 

두 사람에게 동시에 혼나고 말아, 맥없이 고개를 푹 숙인다

 

[이제 됐어. 나 혼자라도 녀석들 찾으러 갈 거니까]

[잠깐만, 오소마츠형]

[뭐야]

[혼자 가려고? 찾는다고 해도 어딜 찾으려는 건데?]

오소마츠형이 얼굴을 찡그리며, 내 팔을 잡는다.

[그럼 카라마츠도 따라와]

[에에, 난 슬슬 졸리다만...]

[너 동생들이 불쌍하지도 않냐고]

[그러니까 어차피 마시러 간 거.........]

쵸로마츠와 얼굴을 마주보며 한숨을 내쉰다. 가끔 오소마츠형은 쓸데없는 걱정을 할 때가 있다. 그럴 때의 오소마츠형은 마치 사냥하기 직전의 동물처럼 눈을 번쩍이며 상당히 필사적인 듯한 험상궂은 얼굴로 이쪽을 노려봐서, 조금 무섭다. 거스르기 힘든 것이다.

[알겠어, 그럼 나도 갈게]

쵸로마츠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일어선다.

 

[뭔가 미안, 쵸로마츠]

오소마츠형이 1층으로 내려가며 그렇게 속삭이자. [어지간히 무서운 꿈을 꾼 거겠지. 어쩔 수 없으니까 어울려줄게] 하고 쵸로마츠가 답한다.

평소에는 오소마츠형에게 불평을 했을 쵸로마츠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오소마츠형을 좋아하는 녀석이니 걱정되는 거겠지.

뭔가 가슴이 따스해져서, [오소마츠형은 이런 동생이 있어 행복하겠군] 하고 쵸로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하자, 쵸로마츠는 팔자 눈썹을 더 아래로 늘어뜨리곤 [뭔 소리야, 카라마츠의 동생이기도 하잖아] 하고 조금 삐진 듯이 말한다.

내 동생이 너무너무 귀엽다. 가슴에서 쏟아져 나오는 정열을 억누르지 않고, 힘껏 머리를 쓰다듬고 있으니, [얼른 와]라고 1층의 오소마츠형에게 LINE이 왔다. 역시 한밤중이라 소리를 지르는 건 삼간 거겠지.

 

 

 

 

셋이서 분담해서 찾기로 했다. 쵸로마츠가 술집을 찾아보기로 했고, 나는 뒷골목을 뒤지기로 했다.

 

한밤중의 뒷골목은 무척 어두웠다.

띄엄띄엄 떨어져 있는 거리가 드문드문 불빛을 비추었다. 지지지, 하는 소리에 위를 올려다보니 벌레가 모여있다. 그 외엔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주변에 민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작은 소리로 콧노래를 부르며 길을 나아간다. 뚜벅뚜벅, 하는 내 발소리가 골목길에 울린다.

 

 

 

갑자기 노랫소리가 들려온 건, 그 때였다.

 

...--겨서 기뿌구나, 하나이치몬메..

가녀린 소녀의 목소리가 여럿 겹쳐진 듯한 소리에, 나는 골목 구석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져어--....분하구나...하나이치몬메..

 

나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재빨리 걸음을 옮겼다. 시간이 상당히 늦었던지라 사람이 한명도 지나가지 않았던 탓에, 나말고 사람이 있음에 조금 안심했다. 형제를 봤는지 물어볼까.

 

옆에 있는 할멈....이리로 와 봐

 

캄캄한 골목길을 나아간다. 눈을 부릅떴지만 앞에는 어둠밖에 없어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어두운 거 아닌가. 발밑이 보이지 않아 조금 불안하다. 손전등을 들고왔으면 좋았을텐데. 술집 쪽을 찾으러 간 쵸로마츠는 괜찮겠지만, 오소마츠형은 어떠려나, 하고 걱정됐다.

 

하나이치몬메의 노래를 들으며, 조금 추억에 잠겼다.

어릴 적, 형제들과 하나이치몬메나 카고메 놀이를 하고 놀았다. 나는 가위바위보가 약해서, 늘 동생을 뺏기고 혼자 남았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날 걸고 가위바위보를 하면 어째선지 늘 이겨서, 승부가 좀처럼 끝나질 않는 경우가 많았다.

 

[도깨비가 있어서 못 간다]

 

그리운 멜로디를 흥얼거린다. 킥킥킥, 하고 안쪽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이불을 뒤집어쓰고-이리로..--와 봐.....

[이불이 너덜너덜해서 못 간다]

솥을 뒤집어쓰고-이리로..--와 봐...

[솥 밑바닥이 빠져서 갈 수 없다]

총을 써-...이리로-..와 봐-....

[총은 있지만 총알이 없다]

-아이가 갖고 싶어....

 

저 아이라니 누굴 말하는 거지?

 

갑작스런 말에 의문이 들어 고개를 갸웃한다. 나는 지금 혼자다. 만약 혼자 남았을 경우에는 [네가 갖고 싶어]라고 해야 한다. 저 아이가 갖고 싶어, 라고 할 인원수는 없다.

일단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역시 나말고 다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저 아이는 모르겠어]

 

이 아이가- 갖고 싶어....

 

[이 아이는 모르겠어]

 

우윽, 하고 신음한다. 대체 누군가. 누구를 원하는 건가.

 

....상담-해보자....

 

[상담해도 좋다만, 형제라면 주지 않는다]

 

먼저 선수쳐두자 생각해, 저쪽이 말을 끝냈건 어쨌건 일단 말해둔다.

 

-아이가 갖고 싶어.....

[형제는 줄 수 없다]

알아듣질 못한 듯해 다시 강한 어조로 말한다. 다른 녀석은 어찌 되든 상관없다만, 일단 브라더만은 안 된다.

 

구석의 어둠이 살짝 일렁인 듯하다.

수근수근수근, 하는 불쾌한 소리가 들려오며, 살기가 어린 얼어붙을 듯한 공기가 주변을 뒤덮었다.

 

 

, 라고 저편의 목소리가 물어온 듯하다.

그리고 죽인다, 라든가 놓치지 않아, 같은 말도 같이 들려온다.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심기를 거스른 걸까.

어느새 주변이 짙은 안개에 휩싸여있고, 어째선지 아까 지나온 거리의 불빛이 꽤 먼 거리에서 비춰온다. 그렇게 멀리 걸어오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이렇게 멀어진 걸까.

 

 

[이치마츠?]

자신도 어떻게 안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어둠 끝에 이치마츠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저 직감일 뿐이지만, 어째선지 근거 없는 확신이 들어 이치마츠는 저쪽에 있다고 느꼈다. 이치마츠가 뭔가에 얽매여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되찾지 않으면, 이 어둠에 이치마츠를 빼앗길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근거가 없음에도 불쑥 마음에 떠올랐다.

금 한 돈보다도 소중한 동생을 줄까보냐. 설령 백만을 준다고 해도, 동생은 줄 수 없다.

 

 

[....돌려줘]

자신조차도 놀랄 정도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치마츠를, 돌려줘]

 

대신에 나를, 이라고 말하려 했지만 그렇게 되면 나는 한 돈의 가치도 없는 게 아닌가. 이치마츠와의 교환조건으로는 확실히 수지가 안 맞는다.

 

어둠이 꿈틀거렸지만, 반응은 없다. 안달이 나, 짜증이 솟구쳤다. 손으로 직접 헤집어 꺼내도 되겠지만, 한껏 격양된 무언가가 이치마츠를 상처입힐지도 모른다.

 

힐끗, 어둠을 노려보았다.

 

어떻게 해야 좋을까. 나는 대체, 어떻게 해야 이치마츠를 구해낼 수 있는 걸까.

 

 

 

 

어떻게든 하면 되는 거라고~

 

귓가에 밝은 목소리가 들렸다. 놀라 주변을 둘러본다.

그렇게 골똘히 생각할 거 없다고

또 아까와 같은 목소리다.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낯익은 목소리. 배려가 담긴 따스한 목소리였다.

 

[오소마츠형...?]

환청이라는 건 금방 알아차렸다. 오소마츠형은 지금 다른 곳에서 동생들을 찾고 있으니까. 이런 어둠속에 있을 리 없다.

대충 말하지 말라고

기가 막힌 듯한 쵸로마츠의 목소리.

밝은 햇살이 내리쬐는 오후의 거실 정경이 펼쳐진다. 옛날에 본 광경일까. 아니면 평소와 다름없는 얼마전의 광경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째선지 무척이나 그립다.

카라마츠는 자신이 만들어낸 환상의 오소마츠를 쳐다본다. 바닥에 뒹굴며 만화책을 보는 오소마츠형이 이쪽을 보곤 히죽 웃는다.

 

오소마츠형, 부탁이다. 구해줘. 나만으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혜를, 빌려줘.

 

기합이다, 카라마츠!

멍하니 있던 오소마츠형이 웃으며 콧등을 비벼대며 말했다.

 

곤란한 상황일 땐, 기합이면 어떻게든 된다고~!!

 

 

 

 

쵸로마츠였다면 화냈을 발언이다. 기합으로 어떻게든 될 거라면, 아무도 곤란한 상황을 마주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말이 안 된다.

 

하지만, 오소마츠형의 말이 틀린 적은 한번도 없었다. 카라마츠는 지금까지 장남을 계속 믿어왔고, 장남의 뒤를 따랐다.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었다.

 

 

앞으로 돌아선다.

따스한 거실의 광경이 사라지고, 얼어붙을 듯한 어둠이 다시 떠오른다.

 

팔을 천천히 들어올려 손바닥을 앞으로 향하게 돌린다. 그리곤 숨을 천천히 깊게 들이마신다.

 

그리고, 카라마츠는.

 

 

[파아아아--------------------!!!!!!!!!!!!!!]

 

 

 

혼신의 힘을 다해 외쳤다.

 

 

 

 

그 순간, 카라마츠의 손에서 눈부시게 새파란 섬광이 파아앗!! 하는 거대한 소리와 함께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 빛이 순식간에 어둠을 몰아냈다.

 

휘황하게 골목을 비추던 거리의 불빛들이 다시 돌아온다.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오소마츠형은 굉장하군, 하고 카라마츠는 새삼스레 그렇게 생각했다.

 

 

 

 

 

 

 

카라마츠가 기합으로 이치마츠를 구해낼 때, 오소마츠는 다시 그 늪으로 향했다. 방금까지 자신을 끌어당겼던 그 늪이다. 어째서 자신이 다시 이곳에 돌아온 건지 알 수 엇어, 오소마츠는 입술을 깨물었다. 아까까지 목욕탕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던 이치마츠들을 찾기 위해, 다시 한번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을 터였다. 하지만 아까처럼 기묘한 산길에 끌려오게 되어, 오소마츠는 혼자서 돌아다닌 걸 깊이 후회했다. 이렇게 될줄 알았다면, 쵸로마츠와 같이 이치마츠들을 찾을 걸 그랬다. 다시 그 길에 끌려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역시 그건 꿈이었다고, 그렇게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꿈이 아니었다는 걸, 지금에서야 깨달았다. 그 길도, 처음에는 옆에서 카라마츠가 달빛조차 없는 밤길을 산책하는 건 두근거리는군하고 떠들어대서 몰랐는데, 길가에 지장이 드문드문 놓여있다. 아무래도 그걸 직시할 용기가 생기지 않아, 되도록 보지 않도록 오로지 앞만 보고 나아간 결과, 다다른 곳은 일전의 그 늪이었다. 혼자인 지금, 늪의 공포가 전의 몇배로 불어 자신을 덮쳤다. 그냥 시커먼 늪일 뿐인데, 공포감을 부추기는 효과라도 있는 건지,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점점 공포가 커져 손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사아악, 하고 오한이 등을 내달린다. 무섭다. 눈을 꼭 감고, 귀를 틀어막은 채 주저앉고 싶었다. 하지만, 오소마츠는 동생을 찾아야만 했다. 그럼에도 덜덜 떨리는 발은 앞으로 나아가라는 제 말을 듣지 않았다. 전에 자신을 끌어당기던 끈적하게 들러붙던 기분 나쁜 손의 감촉, 늪의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듯한 무시무시한 원성이 마치 눈앞에 보이는 듯하다. 숨을 쉬려 얼굴을 내밀며 손을 뻗자, 그곳에 웃고 있는 카라마츠가 있었다. 상냥하고 따스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카라마츠가 다른 그 무엇보다도 무서웠다. 사람은 그 무엇보다 이해가 불가능한 것을 무서워한다는 말을 떠올렸다. 나는 카라마츠가 가장 무섭다. 자신이 잘 알고있는 카라마츠의 얼굴과 목소리로, 녀석은 상냥하게 웃으며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절망에 빠져 먹혀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새까만, 아무것도 비춰지지 않는 이 늪이, 자신을 유혹하고 있다. 비틀비틀, 그 늪에 가까이 다가갔다. 무섭고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었지만, 거기에 가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았다.

..........나는, 그 늪의 일부가 되지 않으면.........돌아가지 않으면........

 

철퍽. 검은 물이 발밑에 걸린다. 아래를 멍하니 바라보고서야 겨우 깨달았다.

 

이 늪은 수많은 인간의 덩어리다. 셀 수 없이 많은 인간이 뒤섞여, 다양한 감정이 탁하게 얽혀 엉망으로 뒤섞인 것이 이 늪이다.

 

늪이 질척한 소리를 낸다.

 

멍하니 숨을 멈춘다.

 

 

늪의 일부가 느릿하게 솟아오른다. 검고 걸쭉한 액체를 뚝뚝 흘리며, 무언가가 늪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건 하얀 천을 걸친, 사람의 형상이었다.

 

 

[....................?]

 

 

 

그건 쵸로마츠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얀 천을 걸친 쵸로마츠가 이쪽을 바라본다. 나를 인지한 녀석은, 색이라곤 없는 새하얀 뺨을 일그러뜨리며 히죽 웃었다.

나는 멍하니 그걸 바라보았다. 어째서 이 늪에서, 쵸로마츠가.

검고 걸쭉한 액체를 온몸에 휘감은 채, 쵸로마츠가 이쪽을 바라본다.

그 눈은 마치 살아있는 사람이라곤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새까맣고 텅 비어있었다.

공허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것에,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공포로 이가 다각다각, 소리를 울렸다. 도망가야 하는데, 발이 움직이질 않는다. 녀석은, 쵸로마츠가 아니다. 쵸로마츠인 척을 하고있는, 인간이 아닌 무언가.

 

 

[.....마츠노, 오소마츠]

 

창백한 얼굴을 한 그것이, 새하얗게 질린 얇은 입술을 달싹였다.

 

[, 신이, 빠뜨린, , 무엇, 인가, ]

 

쵸로마츠의 모습을 한 그것이 양팔을 늪에 집어넣더니 뭔가를 꺼냈다.

 

 

그건 쥬시마츠와 토도마츠였다. 기절한 건지 머리를 축 늘어뜨린 두 사람을, 각각 양팔에 안아들고서 그 괴물은 웃고 있었다.

 

 

[어떤, ?]

, 뚜욱.

 

 

어느쪽을 빠뜨렸냐고? 선택하라는 건가. 나한테, 동생을 택하라고. 선택받지 못한 쪽은 어떻게 되는 건데. 공포에 덜덜 떨며 잠자코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있는 내게, 그것이 [........후후후] 하고 웃었다. 얇은 입술을 위로 추켜올리는 것이, 쵸로마츠가 아닌 다른 무언가가 마치 겁먹은 인간을 보고 입맛을 다시는 듯한 추악함이었다.

 

 

 

 

 

오소마츠형!!!

 

 

어둡고 탁한 공기를 깨부술 듯한 큰소리가 메아리쳤다. 놀라 뒤를 돌아보자, 카라마츠가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게 보였다. 잘 보니, 뭔가를 등에 짊어지고 오는 듯했다.

또 뭔가 이상한 걸 달고오는 건 아니겠지, 하고 잔뜩 경직되어 바라보던 그 순간에돈 카라마츠는 점점 이쪽으로 다가왔다.

 

[카라마츠----]

[내게 맡겨라, 오소마츠!! 파아-----------!!!!!!!!!]

카라마츠가 그렇게 외치는 찰나, 카라마츠의 양손에서 새파랗고 밝은 빛이 나와, 주변의 검은 기운들을 단숨에 몰아냈다.

 

찌르르, 찌르르르-, 벌레 소리가 들려온다.

달빛이 비추며 주변을 밝힌다.

주변의 경치가 어둠속에서 점점 모습을 드러내고, 낯익은 광경이 눈앞에 보였다.

 

[낚시터.......?]

멍하니 눈앞의 광경을 바라본다.

형제들이 자주 다니던 낚시터였다. 오소마츠도 온 적이 몇 번인가 있었다. 여기서 카라마츠의 고민을 들어줬던 때가 떠올랐다.

 

 

[....오소마츠형]

낚시터 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이 떨어뜨린 건, 무엇인가요?]

여신 코스를 한 쵸로마츠가 추위로 보랏빛이 된 입술을 슬쩍 올리며 웃었다.

 

 

 

 

 

 

쵸로마츠는 머리에 생긴 혹에, 얼굴을 찌푸리며 천천히 달렸다. 토도마츠를 등에 업고서 떨어뜨리지 않도록 어기적어기적 천천히 움직였다.

[그냥 델리버리 콩트로 분위기를 바꿔보려던 거뿐이잖아!! 어느쪽을 업을 건지 물어본 거라고!]

그렇게 말하며는 쵸로마츠에, 쥬시마츠를 등에 업고 슥슥 나아가는 오소마츠형을 바라보며, [오소마츠형 오늘 특히 더 기분 나쁘니까 말야] 하고 태평하게 답한다. 평소에는 쵸로마츠를 달랠 오소마츠형의 기분이 오늘은 특별히 더 나쁜 것 같아, 쵸로마츠는 그걸 조금 부드럽게 바꿔보려던 것뿐일 것이다. 그러니 콩트를 해서, 오소마츠형에게 어느쪽을 업고 돌아갈 거냐고 물으려던 것뿐이었을 테지만, 쓸데없는 짓은 하는 게 아니었다. 뭔가 지뢰를 건드렸던 건지, 무언으로 쵸로마츠를 쥐어박은 오소마츠는 이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자신의 등에서 이치마츠가 불편한 듯 [으응]하고 신음해, 자세를 고쳐잡았다. 쵸로마츠는 아직 부루퉁해 있었다. [모처럼 내가 쥬시마츠랑 토도마츠를 찾았는데, 때리는 건 또 뭐야]

엄청 추웠는데, 하고 쵸로마츠가 여전히 투덜대고 있다. 쥬시마츠와 토도마츠는 낚시터에 잠겨있었다는 모양이다. 어두운데 잘도 알았군, 하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지나가던 친절한 사람이 가르쳐준 것 같다. 꼭 닮은 얼굴을 한 두 사람이 낚시터로 비틀비틀 걸어가는 걸 목격했다고 한다. 쵸로마츠에게겐 얼굴이 닮은 게 신경쓰여서 일부러 가르쳐준 거겠지. 그런 친절한 사람도 있구나. 이런 때엔 똑같이 생긴 얼굴이 참 편리하다. 반대로 그런 이유로 형제한테 일어난 문제를 덮어쓰는 경우도 있지만.

 

 

 

집으로 돌아와, 기절한 세 사람의 옷을 갈아입히고 잠자리에 눕혔다. 그 때에도 오소마츠형은 언짢은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뭐어, 매사에 태평한 오소마츠형이니까 내일이면 기분도 풀리겠지

 

 

나도 슬슬 잘까, 하고 생각하던 그때,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내가 받을게]

 

이런 시간에 누굴까, 싶었지만 전화를 받으러 간 쵸로마츠는 미소를 띤 채, 즐거운 듯 상대와 얘기를 나눴다.

 

 

[아까 쥬시마츠랑 토도마츠를 알려준 사람이었어. 발견해서 다행이라고 엄청 기뻐하더라고. 참 좋은 사람이네-]

[뭔가 사례를 해야겠군. 그보다 쵸로마츠, 그 사람한테 연락처를 알려준 건가]

[아니, 안 알려줬는데.....]

 

 

[[?]]

 

 

 

 

 

◆◆◆

 

 

 

 

 

[네놈도 친구 없잖아!!!!]

 

 

어느날 오후에 있었던 일이다. 나는 멍하니 그 말을 한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 말을 내뱉은 장본인은 그의 친구가 상대를 위협할 때처럼, 후우후우, 하고 이쪽을 노려보았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늘 있는 이치마츠와 나의 일상회화였을 터이다.

[외출하고 오지] 라고 말하자, 어딜, 하고 브라더가 묻기에, [물론, 카라마츠 girls의 아방튀르를 즐길 여행이다] 하고 답하자 4개의 한숨이 방을 가득 채웠다. 나는 그저 혼자 한숨을 내쉬지 않은, 방구석에 주민, 이치마츠를 보았다. 이치마츠는 이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그의 친구와 강아지풀로 놀고 있었다. 이치마츠는 바보취급하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아련한 희망을 갖고 이치마츠에게 다가갔다.

[저기, 이치마츠. 너도 어떤가? 같이 이치마츠girs를 찾으러......]

고개를 든 이치마츠가 나를 노려본다. 카라마츠형, 하고 비난하는 듯한 목소리가 등뒤에서 들려온다. 나는 이치마츠의 따가운 시선에 멈칫하면서도, 만약 여기서 이치마츠가 수긍해준다면, 같이 외출할 수 있다면, 하는 작은 기대감에 입을 열었다.

[, 이치마츠. 네 친구도 굉장한 운명의 친구들이라고 생각한다만, 가끔은 가련한 걸즈들과 치는 장난도 좋다고. 그러니, 나와 함께-]

거기까지 말하던 중, 꽉 멱살을 잡힌다. 아아, 오늘도 그를 화나게 해버린 모양이다. 이런 건 조금도 원하지 않았는데, 나는 늘 이치마츠를 화나게 만든다. 어떻게 해야 녀석이 다른 형제를 대하듯이 날 대해주는 걸까, 언제가 되어도 나는 그걸 알 수가 없다. 이치마츠가 화내는 이유를 모르니까, 고칠 수도 없다.

 

이치마츠는 나를 노려보았다. 오늘은 대체 무엇 때문에 화내는 걸까, 하고 자신의 모자란 머리를 굴려 생각했다. , 그래 어쩌면 고양이를 바보취급 했다고 이치마츠는 오해한 걸지도 모른다, 나는 결코 그럴 생각이 아니었지만, 고양이를 무척이나 아끼는 이치마츠니 그런 오해를 해도 이상하지 않다.

[이치마츠, 다른 뜻은 없었다. 그저 너도 조금은 사람과 어울렸으면 해서]

이치마츠가 눈을 부릅뜬다. 눈동자에 보라색 빛이 일렁이며, 입이 열린다.

 

 

 

[네놈도 친구 없잖아!!!!]

 

 

게다가 카라마츠girls라니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런 건!!! 하고 이치마츠가 화를 냈다. 널 힐끔힐끔 쳐다보는 녀석들은, 네 안쓰러운 꼴을 보고 비웃는 거라고!! , 이치마츠가 외쳤다.

 

 

그럴 리 없다, 고 부정하려 했으나, 그러지도 못한 채 끝나버렸다. 이치마츠가 고양이를 안고 방에서 나가버렸기 때문이다.

 

 

 

멍하니 그 자리에 서있자, -, 하고 토도마츠가 한심하단 듯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건 좀 아니라고, 카라마츠형]

이치마츠형은 말야, 친구를 원하지 않는 게 아니라고.

이치마츠형은 상냥하고 속이 깊으니까 말야.

자기 나름대로 고민하고, 괴로워하고 있는 거라고.

그런데, 그 상처를 직접 파내다니-.

너무하네.

천연인 것도 적당히 하라고.

안 그랬다간, 진짜 큰일 난다.

 

 

형제들이 입을 모아 나를 비난한다.

 

 

 

 

 

.........어쩔 수 없잖아. 나는 이치마츠가 그런 걸 고민하고 있다는 걸 몰랐으니까.

 

........나는, 그때, 없었으니까.

 

 

 

내가 유괴당해서 에스퍼 냥코와 만난 적이 없다는 걸, 그들의 기억에서 지워진 걸까, 형제들은 나를 비난하는 눈초리로 노려보았다.

 

 

[........이치마츠한테 사과하고 오겠다!]

 

 

형제들에게 그렇게 말하고 나는 집을 뛰쳐나왔다.

아무리 몰랐다고는 하지만, 사랑하는 동생의 마음을 상처입히는 건 형으로서 안 될 일이다.

 

 

그리고 정정하고 싶은 것도 있다. 이치마츠는 내게 친구가 없다고 했지만, 나는 아는 사람이 꽤 있다. 안 그럼 장시간 외출하는 건 불가능하다.

나는 길을 가는 지인들에게 말을 걸어, 이치마츠를 못 봤냐고 물었다.

 

 

공원의 구석에 있는 나무에 매달려있는 그도, 전화박스 안에 앉아있는 입이 찢어진 그녀도, 언덕 중앙에 자리하고 있는 뭔가의 덩어리도, 배수구 밑에서 눈을 뒤룩뒤룩 굴리며 길을 걷는 사람을 바라보는 그도, 호스트로 보이는 남자의 등에 들러붙은 피투성이의 그녀도, 모두 이치마츠를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나는 어느새 늘 카라마츠girls를 기다리는 다리까지 와있었다.

 

 

다리에는 평소와 다름없는 소녀가 혼자 서있었다. 나는 늘 카라마츠girls를 기다리면서, 이 다리에 가만히 서있는 그녀와 종종 얘기를 나누는 것이 은밀한 즐거움이었다.

 

어머, 카라마츠씨. 오랜만. 오늘 뭔가 기분 안 좋아보이네

[......아아, 오랜만이군, 카라마츠걸]

 

만나자마자 기분이 안 좋을 걸 들키고 말아, [그렇지 않다]고 웃으며 말했다.

 

또 뭔가 형제들과 안 좋을 일이라도 있었어?

 

속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 웃는 그녀에게 방금 전까지 있었던 일들을 말해주자, 그녀는 우스운 듯 깔깔거리며 웃었다.

아하하, 카라마츠씨 사실은 친구 많은데 말야~

[. 내 친구 관계는 어둠에 휩싸여있으니까 말이다. 멋진 남자란, 사생활의 대부분이 가족에게조차 수수께끼라는 건가.....]

뭐어, 브라더는 단지 내 생활에 흥미가 없는 것뿐이겠지만 말이지.

 

 

 

가끔은 친구 얘기를 하면 좋을텐데

 

그렇게 말해도, 내 얘기는 대부분 무시당하고 마니까.

 

 

예를 들자면, 이런 일이 있었다.

 

 

 

차로 쵸로마츠를 마중나가던 때의 일이다.

카라마츠의 하나 아래 동생인 쵸로마츠는 하시모토 냐인지 뭔지 하는 아이돌에게 푹 빠져있지만, 라이브가 없는 날에는 대부분 취업활동에 전념하고 있어 조금 멀리 떨어진 마을에 있는 작은 회사에 면접을 보러 가곤 했다. 이렇게 노력하는 쵸로마츠가 굉장하다고 생각하며 존경하고 있다. 그렇다고 자신도 일하고 싶다거나 그런 생각은 추호도 않는다. 하지만 형으로서 응원 정도는 해주고 싶다고 생각해, 가끔 면접장소가 먼 경우에 카라마츠는 쵸로마츠를 마중하러 가곤 했다.

 

오늘 갈 마을로 가는 길 도중에는 사실, 심령스팟이 있다는 모양이다. 나는 전혀 몰랐지만, 집을 나가기 전에 소리없이 웃은 토도마츠가 슬쩍 알려줬다. 슬슬 터널인데, 이 터널을 빠져나간지 얼마 안 가서라고 한다.

오자키의 명곡을 들으며, 즐거운 기분으로 터널을 빠져나갈 즈음, 눈앞에 휙하고 하얀 형태가 나타났다. 갑자기 뭔가!? 하고 당황해 브레이크를 밟으니, 그대로 고꾸라져 앞유리에 이마를 부딪치고 만다. 위험하군.

차에서 내려서 확인하니 하얀 형태의 무언가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기분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여성이었던 것 같은.......아니, 하지만 이런 인적 드문 곳에 여성이 있을 리가 없나.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차에 타려고 하는 순간, 눈앞에 벼랑이.

[어이, 거짓말이지.....] 전혀 몰랐다. 만약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면 그대로 나는 데스 로드로 돌진해버렸을지도 모른다. 그걸 깨달은 나는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걸이 구해준 건가]

감사의 마음을 담아 두 손을 모아 절했다.

 

나는 차로 돌아가 다시 운전을 했다. 오자키 노래를 틀려고 시선을 돌리는 순간, 문득 거울이 보였다. 거울에는 내 뒤인 뒷좌석이 비치고 있었다.

 

거기에는 아까 자신의 눈앞을 지났던 여성이.......

죽으면 좋았을텐데......

 

 

 

 

 

 

 

[아니, 하지만 정말 덕분에 살았다. 뭔가 사례를 할테니 말해봐라, 아기 고양이여]

 

[.....바보!! 너 같은 건 죽으면 되는 거라고!]

 

[뭔가 사례를 하지 않으면 마음이 풀리지 않아서 그런다. 다음주에 다시 와도 괜찮은가?]

 

[, 안돼! 또 떨어지게 되면 위험하다구! //]

 

 

다음주, 답례로 장미 꽃다발을 가지고 찾아가니, 도시락을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일부러 만들어준 것 같았지만, 결코 날 위해서 준비한 건 아니라고 했다.

 

 

그 뒤, 메일주소를 교환해, 지금도 가끔 그녀가 만든 도시락을 함께 먹고 있다.

 

 

 

 

 

 

[버섯 사냥이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버섯 사냥이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사냥하고 사냥해서 사냥하는 거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

 

마치 산적이 노상 강도짓을 하는 중인가? 라고 생각할 정도로 험악한 얼굴을 한 형제들에게 둘러싸여, 나는 아카츠카에서 좀 떨어지 산에 왔다.

이렇게까지 모두가 필사적이게 된 건 다 이유가 있다.

전원 니트인 탓에, 용돈도 한정되어 있는 그들이었지만, 일하지도 않는 주제에 술이니 담배니 파칭코나 사치품 등에 돈을 펑펑 써버리곤 했다. 그로 인해 보름이 지나기도 전에 용돈이 다 떨어지고 만 것이다. 그렇게 되어 술은커녕 배가 고파도 군것질을 할 수가 없고, 그렇다고 몇 번이나 치비타에게 외상을 질 수도 없었다. 하지만 20대 남성 6명은 식사 세끼 정도로는 도무지 배가 차지 않았다. 그럼 어떻게 하겠는가? 방법은 자급자족밖에 없다.

 

굶주린 동물이란 무척이나 무서운 법이다. 어딘가에서 들은 무서운 얘기에 의하면, 배고픔을 견딜 수가 없어 동류인 인간의 고기까지 먹었다는 도시 전설도 있다.

 

 

제대로 텐트까지 챙겨, 밤을 샐 각오로 우리는 야영에 임했다. -, 고기가 먹고 싶다.

 

밤이 되고, 여기저기 산을 들쑤시고 다니던 형제들이 잠잠해진 후, 나는 혼자 조용히 일어섰다. 그 이유는 단순히 요의를 느꼈기 때문이다.

 

따스한 계절이긴 하지만, 역시 밤이 깊은 산은 춥다. 몸을 파고드는 찬바람에 몸을 떨며 손전등을 한 손에 들고 텐트를 빠져나오자, 저 멀리서 웃음소리 같은 것이 들려왔다.

자신들 외에 산에 캠프를 온 사람들이 있는 걸까.

한번 뜨여버린 눈은 또렷하게 맑아지고, 게다가 변변한 저녁을 먹지 못한 채 산을 돌아다닌 바람에 자신의 배가 구우우~ 하고 애틋한 울음소리를 내어, 이거 아무래도 다시 잠드는 건 무리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나는 잠시 시간을 보낼 겸 어둠속을 산책하기로 랬다.

 

손전등으로 발아래를 비추며 조심히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다가가자, 점점 흐릿하게 불빛이 보였다. 오렌지 빛깔의 그것은 아무래도 모닥불 같아,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타닥타닥하고 나무가 타들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수풀에 숨어 슬쩍 불길이 타오르는 곳을 엿보니, 8명 정도의 남녀가 불을 둘러싸고 원을 그린 채 앉아 즐겁게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라고 좋게 말했지만, 요컨대 노닥거리고 있었다.

우와, 열받아. 왜 남자 넷에 여자 넷인 거냐고. 이쪽은 남자만 6이라고. 여자 반만 달라고, 진심으로. 남자들이 여자 옷속에 손을 넣거나, 엉덩이나 가슴을 쓰다듬으면, 여자들은 몸을 비비꼬면서 새된 목소리로 웃어댔다.

카라마츠는 당장이라도 저 사이로 끼어들고 날뛰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엉망으로 만들고 싶다. 이제 괜찮지 않을까, 이 욱신거리는 오른 팔을 풀어도.

 

 

그 순간.

 

 

우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위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굉장한 비명과 함께 날카로운 기계음이 울렸다.

아연실색하고 있자, 갑자기 팍, 하고 붉은 무언가가 튀어올르고, 무거운 무언가가 풀썩하고 넘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와 동시에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새된 비명소리.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위험해위험해, 도망쳐야!!!!]

[누가 좀 살려줘 싫어어어어어어어!!!!!!]

 

순식간에 그곳은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그곳에 있던 남자와 여자는 서로 몸싸움을 해가며 이리저리 뒤엉켜 도망가기 바빴다. 그리고, 위이이이이이이잉 하는 날카로운 기계음과 함께 빠르게 회전하는 은빛의 무언가. 그리고 또 다시 튀어오르는 선혈. 누군가 울부짖는 소리.

 

멍하니 수풀에 주저앉아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는 사이, 다들 도망간 건지 어느새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단 한 사람 남은 건.

 

거한이, 카라마츠의 앞에 서있었다. 얼굴에는 하얀 가면을 쓰고 있어, 그걸 본 카라마츠는 (, 얼마전에 이치마츠가 코스프레했을 때와 같은 거다) 라고 태평하게 생각했다.

남자가 전기톱을 휘두르며,

 

..........죽어

 

 

 

 

 

[굿자아압!!!!!]

 

남자가 휘두르던 전기톱을 가뿐히 피하며 일어선 카라마츠는 엄치를 척 들어보였다.

 

[나도 이곳의 파렴치한 걸&보이들에게 화가 나있었다....설마 같은 생각을, 그것도 실행까지 할 녀석이 있을 거라고는. 서로의 소울이 공명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군]

 

[이건 운명의 만남이다......!!]

 

 

카라마츠와 남자는 서로의 손을 꽉 마주잡으며, 두 사람 사이에 우정이 싹텄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남자에게 예비 마스크와 전기톱을 건네받아, 카라마츠도 남자와 함께 아까 그 남녀들을 쫓아다니며 사정없이 리얼충을 박멸하기 시작했다.

 

블랙 산타 얘기를 했더니 남자가 꼭 이치마츠도 만나고 싶다고 해서, 다음번에 남자와 놀 때에 이치마츠도 데려가자고 생각하는 카라마츠였다.

 

 

 

 

 

 

 

오후 1.

삐리리리리리리리.

[카라마츠다]

[여보세요. 나 메리씨...]

휴대폰으로 메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아아, 오랜만이로군. 잘 지내는가?]

전에 집에 놀러오고 간만이로군, 하고 정겹게 말하자 [저기이..] 하고 메리가 입을 우물거린다.

[지금, 아카츠카 역에 있는데.....]

[역인가? 좋다, 마중 나가지]

[에에에!? , 아냐 그런....당신 집, 이미 알고 있고....]

[마중 나가게 해주겠나. 리틀 걸을 이렇게 먼 거리를 걸어오게 해서야 남자로서 체면이 서지 않는다]

 

 

 

 

삐리리리리리리.

[카라마츠다]

[여보세요, 나 사토루. 지금 역에 있는데 말야]

[사토루군인가. 그저께 보고 처음이로군. 그러고 보니, 어제 그 드라마 봤는가?]

[아니, 마중 나오라고]

[미안하다만 보이를 위해 움직일 인력은 갖고있지 않아서 말이다]

[하아....차별이냐고. 메리는 데리러 왔으면서....드라마는 봤어. 지금 그쪽으로 갈게]

[방문 선물용 과자는 슈크림이 좋다]

[너무 뻔뻔하잖아]

 

 

 

 

 

삐리리리리.

[카라마츠다]

[나 리카짱. 저주받을 거야.....]

[그런가....저기, 너의 저주를 풀려면 어떡해야 하는가?]

[?]

[나는 너에게 있어 낯선 사람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곤경에 처한 걸을 남이니까 내버려두고 가는 냉혈한 남자가 아니다.....곤란한 일이 있으면 뭐든 좋으니 상담해주겠나. 뭐어, 얼굴도 모르니 신용할 수 없으려나....]

[그럼, 내 고민상담 들어줄 거야...?]

[물론이다! 나로 괜찮다면야]

 

 

 

 

 

 

 

 

삐리리리리리.

[유령 앤서다-!!!]

[잇츠 롱 넘버. (틀린 전화번호입니다)]

[잠깐잠깐잠깐-!!]

[왜 그렇게 기분이 좋은 건가?]

[첫번째 질문에 답하지. 왜냐면 아까 주문한 게 도착했기 때문이다]

[흥미 없다만]

[뭘 주문했냐고? 두 번째 질문에 답하지]

[아니, 안 물어봤다만]

[네에-! 냐짱 모델의 초 레어 피규어입니다!! 자네 이거 내가 옥션에서 손에 넣기까지 얼마나 걸렸다고 생각하나?]

[그런 얘기에 더 적임인 녀석이 우리집에 있다만]

[세번째 질문에 답하지. 그 삼남군의 휴대폰에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연결되지 않는다. 진심으로]

[아아 그래....]

[너의 질문에는 전부 답했다. 이번에는 내가 질문하지]

[아니 아무도 질문하지 않았거든. 애초에 너한테 묻지도 않았다고]

[태초에 낮은 엔트로피 상태에 있었던 우주는 과거와 미래가 구별되는 열역학 제이 법칙을 가지게 되었나?]

[그거 물리학 미해결 문제지 않나!! 답할 수 있겠냐!!]

[지금 거기로 가겠네. 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어쩔 수 없지. 차 준비하고 있으라고]

[죽어]

 

 

 

 

 

이번달 말, 엄마에게 너만 전화요금이 많이 나왔다며 혼났다. 내 탓이 아닌데. 그들(그녀들)이 오래 통화하는 걸 좋아하고, 매일 몇 번이나 걸어오니까 어쩔 수 없다. 토도마츠한테 LINE전화로 하면 된다고, 란 말을 들었다. LINE전화는 요금이 무료라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녀들은 LINE이 가능할까.

 

 

 

 

 

 

얘기가 끝난 뒤, 건너편의 이치마츠를 보면, 이치마츠는 창백한 얼굴로 덜덜 떨고 있다. 찾아서 억지로 스타벅스로 데려왔을 땐, 불쾌하기 짝이 없는 표정을 지었는데, 대체 무슨 일인 걸까.

걱정스러워 [왜 그러나?] 라고 얼굴을 들여다보며 물었다.

 

[.........역시 너, 친구도 없고....생기지도 않을 거라고...]

 

쥐어짜듯이 그리 말하는 이치마츠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렇게까지 얘기했는데 내게 친구가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다니, 정말 곤란한 동생이다.

 

 

 

 

 

 




*초반에 나온 노래 설명*


하나이치몬메


이겨서 기뻐 하나이치몬메

져서 분해 하나이치몬메

어떤 아이가 갖고싶어?

저 아이가 갖고 싶어

저 아이는 모르겠어

상담해보자

그러자


일본의 아이들 동요이자 놀이

우리나라의 "우리 집에 왜 왔니"와 비슷한 형태

지역에 따라,

이불을 쓰고 이리오렴

처럼 가사를 추가하기도 합니다.


-

숨겨진 의미/괴담이 있다고 합니당!

궁금하신 분은 검색검색!! '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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