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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1편*
2016/08/31 - [마츠소설/사이코패스계 남자] - [오소마츠상]사이코패스계 남자, 카라마츠(1)
*2편*
2016/12/19 - [마츠소설/사이코패스계 남자] - [오소마츠상]사이코패스계 남자, 카라마츠(2)
*3편*
2017/02/27 - [마츠소설/사이코패스계 남자] - [오소마츠상]사이코패스계 남자, 카라마츠(3)
*4편*
2017/05/03 - [마츠소설/사이코패스계 남자] - [오소마츠상]사이코패스계 남자, 카라마츠(4)
*5편*
2017/08/11 - [마츠소설/사이코패스계 남자] - [오소마츠상]사이코패스계 남자, 카라마츠(5)
*6편*
2017/08/25 - [마츠소설/사이코패스계 남자] - [오소마츠상]사이코패스계 남자, 카라마츠(6)
사이코패스는 구하지 않는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다만 어쩐지 잠이 오지 않아, 밤을 새고 있었다.
방에는 카라마츠 혼자였다.
젊은 남성 6명이 같은 집에 살고있으니, 잠이 오지 않아 이른 새벽에 깨는 사람이 있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저 오늘은 그게 카라마츠였을 뿐이었다. 오소마츠나 토도마츠 등은 야행성이라 카라마츠가 새벽부터 1층에 내려가 있다면 거실의 희미한 불빛을 알아챘을 테지만, 오늘은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무도 깨지 않은 듯하다.
낮에는 시끌시끌한 집도, 밤중에는 모두 잠에 들어 고요하다. 카라마츠는 우롱차를 홀짝홀짝 마시며 멍하니 텔레비전을 바라보고 있다.
내일은 뭘 할까. 일도 하지 않고, 집안일도 할 필요가 없는 신분으로, 그런 사치스러운 고민을 하는 그다.
‘이치마츠와 쥬시마츠는 고양이 카페에 간다고 했던가...’
하고 오늘 낮에 형제들이 대화하던 걸 떠올린다.
한가하기도 하니 같이 가고 싶은 카라마츠였지만, 이치마츠가 싫어할 것 같았다.
이치마츠가 가장 편하게 느끼는 장소를, 아마도 형제 중 가장 가까운 쥬시마츠에게 모처럼 소개시켜주려고 하는데, 함께 있어 가장 불편하고 불쾌할 내가 따라가면 민폐나 다름없을 것이다.
쥬시마츠는 친구가 없는 이치마츠를 위해 고양이 친구를 만들어주려 했다는 모양이다. 분명 그런 따뜻한 마음은 형제를 향한 깊은 애정에서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형제를 사랑하는 마음이라면, 나도 지지 않는다. 쥬시마츠에겐 잘만 이름을 불러주면서, 어째서 내게는 죽어, 라거나 꺼져, 라고 하는 걸까. 이치마츠를 향한 나의 사랑과 쥬시마츠의 사랑은, 대체 이치마츠에게 있어서 뭐가 다른 걸까. 혹시 나의 사랑은 그다지 전해지지 않은 걸까. 그렇게 매일을 [믿고 있다] [사랑한다] 라고 제대로 전하고 있는데도?
토도마츠가 쇼핑하러 간다고 해서, 내가 ‘짐을 들어줄까?’ 라고 물었지만 필요없다며 매정하게 거절했다.
[쵸로마츠형한테 부탁했으니까]
라며 무심히 덧붙였다.
[내가 더 힘이 세니까, 더 많은 짐을 들 수 있다고?]
라며 듬직한 얼굴로 말했지만, 토도마츠는
[카라마츠형이랑 같이 걸어다니기 싫거든]
이라며 핸드폰에서 시선도 떼지 않고 무심하게 말했다.
왜냐고 묻자 쪽팔린다고 답한다.
[나의 쿨한 퍼펙트 패션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서 그런가....훗]
창밖을 바라보며 멋있게 말했지만, 조금 슬펐다.
흘끗, 방을 둘러보면, 내 말에 대꾸도 않고 다른 형제들도 무시를 해버린다.
왜 나와 함께 걷는 게 부끄럽다는 걸까. 지금까지 몇 번이나 같이 쇼핑하러 갔었다. 옷을 아무거나 입어도 전부 잘 어울리는 토도마츠에게, 옷을 갈아입을 때마다 진지하게 감상을 말해주고, 겸사겸사 같이 점심을 먹고(물론 돈은 내가 냈다), 다시 쇼핑을 하다가 같이 파르페(이것도 물론 내가 냈다)를 먹거나 했다. 도중에 토도마츠가 뭔가를 사달라고 조를 때에는 기꺼이 사주기도 했다. 얼마전에는 벨트를 사줬었다. 그 때는 그렇게나 즐거웠는데, 즐거웠던 건 나뿐이었던 걸까. 내가 너무 즐거운 나머지 멋대로 토도마츠도 즐겁다고 생각해버린 걸까. 사실은 토도마츠는 나랑 쇼핑하는 동안 계속 부끄럽다고 생각했던 건가.
그렇다면, 그건 무척이나 슬픈 얘기다. 가슴이 욱신, 아파온다.
그럼 남은 후보는 이제 오소마츠 형뿐이다. 내일 예정이 있다고 말한 적 없고, 어슬렁어슬렁 거리를 산책하거나 파칭고, 경마에 가는 게 전부일 것이다.
하지만 오소마츠형을 꼬셔낼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일하지 않으면서 돈을 잔뜩 쓸 수는 없다. 하지만, 돈도 없이 오소마츠형을 낚는 건 힘들다. 낚시터에 가자고 할까. 하지만, 지난번에 갔었고, 거절할 것 같다. 하지만 오소마츠형이 나와 놀아주지 않으면 나는 내일도 혼자다.
어제는 오소마츠와 쵸로마츠는 둘이서, 이치마츠와 쥬시마츠와 토도마츠는 셋이서 재밌게 놀았던 것 같다. 지난번에는 토도마츠와 쥬시마츠 둘이 재밌게 놀고, 나머지 셋은 각자 하루를 보냈던 것 같다.
최근 일주일간 누구도 날 불러주지 않는다. 내가 같이 놀자고 꼬셔도 거절당하고, 아무래도 내 존재를 그다지 필요로 하지 않는 것 같다.
일하지 않으니까 사회에 공헌도 않고, 부모를 위해 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덩치만 큰 식충이. 그런데 이젠 형제들의 놀이 상대조차 되지 않는다.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고, 누구와도 같이 할 수 없다.
오늘도 혼자 거리를 배회했다.
나, 마츠노 카라마츠를 아는 이는 없다.
내 존재를 알아주는 이는 없다.
이건 마치 죽은 거나 다름없지 않은가.
갑자기 어두운 클래식 곡이 흘러나왔다. 텔레비전으로 눈길을 돌리니, 지직지직, 마치 전파가 잡히지 않는 라디오 같은 잡음이 뒤섞인 듯한 음악이 단편적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멍하니 텔레비전을 바라보자, 사람이름 같은 것이 영화의 마지막을 고하듯이 천천히 올라왔다. 어둡고 담담한 클래식의 선율과 함께 천천히 위로 올라가는 글들을 보고있자,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따뜻한 우롱차를 홀짝인다.
배경은 폐공장 또는 그냥 허름한 공장에서 뭉게뭉게 연기가 피어오르는 사진인 것 같았다. 도대체 뭘까.
10분 정도 흘렀을까. 문득 그 이름 중에 아는 이름이 있을까 하여 찾아보다, 눈을 부릅뜨며 놀란다. 화면에는 8개 정도의 이름이 쓰여있었는데, 그 중에 [마츠노 오소마츠]라는 이름이 있었다. 이런 이름이 흔한 것도 아니니, 동명이인일 리는 없다. 나는 단 하나뿐인 형의 이름이 텔레비전에 나온 것에 크게 놀랐다. 어느새 텔레비전에 이름이 실릴 정도로 대단한 일을 한 건가.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 이내 전부 올라간 건지 더 이상 이름이 올라오지 않고, 그 아래에
[내일의 희생자는 이분들입니다. 안녕히.] 라는 문장이 떠올랐다.
[..........???]
머릿속에 수많은 물음표가 떠오른다.
내일의 희생자라니, 도대체 무슨 말일까. 지금 나온 이름의 사람들을 말하는 건가.
오소마츠형, 죽는 건가.
그런 의문이 머릿속에 불쑥 떠올랐다.
내일, 오소마츠형이 죽는다. 그런.....그럴 수가.........
[이 무슨 굿타이밍이란 말인가!!! 마치 뷰티한 가디스(아름다운 여신)가 내게 미소를 지어주고 있는 듯하군!!]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팔은 기쁨으로 떨리고 있었다.
간단한 얘기다. 내일 하루종일 오소마츠형 옆에 있으면 된다. 그러다 오소마츠형이 죽거든 자신도 따라 죽으면 되는 거다.
내일 무엇을 할지 고민하던 것도 해결이고, 죽을테니 살아가면서 할 고민도 자연히 사라진다. 이제부터 매일 누구와 지낼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거절당해 쓸쓸해하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혼자서 죽는 건 쓸쓸할 거다. 어차피 오소마츠형은 내일 죽으니, 겸사겸사 나도 같이 죽으면 좋지 않겠는가.
고민이 전부 해결되어 기분이 상쾌해졌다. 내일을 뒤에 슬슬 자야지.
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형제들이 잠든 이불로 돌아갔다.
[오소마츠, 한가하면 오늘 나랑 놀지 않겠는가]
아침을 먹고 그렇게 묻자, 누워있던 오소마츠가 고개만 이쪽으로 돌린 채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에에~, 나 오늘은 집에서 쉬려고 했는데~. 다른 녀석들이랑 놀라고-]
[이치마츠랑 쥬시마츠는 고양이 카페에, 토도마츠와 쵸로마츠는 쇼핑을 간다더군]
[너도 따라가면 되잖아]
[가려고 했지만 거절당했다]
그렇게 말하자 오소마츠가,
[녀석들...나한테 떠넘기다니...]
라고 작게 중얼거렸다. 대체 뭘 떠넘겼다는 걸까.
[어쩔 수 없지~ 오늘만 특별히 놀아줄게. 형아 상냥하지~?]
그러면서, 네가 쏘는 거겠지, 라고 덧붙이는 오소마츠에
[고맙다, 오소마츠. 물론 오늘은 내가 다 쏘겠다]
라고 답했다. 의외의 대답에 깜짝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고, 뭔 일이래, 라고 중얼거리는 오소마츠. 무슨 일이고 뭐고, 나는 어차피 오늘 죽으니까 돈이 더 이상 필요없다. 형제들에게 남길 자산이라 할 것도 없고, 이런 푼돈이라면 마지막 정도는 마음껏 써도 괜찮겠지.
내 주머니에는 한달에 한번 받는 용돈과 단기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이 전부 들어있다. 오자키의 CD나 나의 퍼펙트 패션을 위해 모아뒀던 이 돈들도 오늘을 끝으로 더 이상 필요없다. 굿바이, 마이 머니.
집을 나서기 전, 근처에 있던 쇠지레를 손에 들어 아무렇게나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이건 내 전용의 길쭉한 파란색 쇠지레이다. 나는 종종 어머니의 부탁으로 지붕수리를 하거나, 스스로 무언가를 만드는 일도 많아서 여러 가지 개인공구를 가지고 있다.
이 쇠지레는, 이른바 보험이다.
인적 드문 신사를 지나던 때였다.
[아, 이거]
2m정도의 거대한 나무상자가 있었다.
나무상자는 상당히 오래된 건지, 군데군데 변색되어 썩어있는 곳이 꽤 있었다.
이 상자,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다.
전에 공사 단기 아르바이트로 절을 해체하던 적이 있었다. 이건 그때 내가 찾아낸 상자였다. 열려고 했더니 주변에서 말려댄 탓에 열지 못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사연이 있는 상자인 것 같다.
신사에 들어가니 아까까지 불어오던 바람이 거짓말처럼 딱 멈췄다. 정체모를 기운이 신사쪽에서 일렁거렸지만 무시하고 상자에 다가갔다.
상자 위에는 나무상자처럼 너덜너덜하고 노랗게 변색된 종이가 붙어있었다.
그 종이에 글자가 쓰여있었지만, 군데군데 닳아 없어진데다가 굉장한 달필이라 읽을 수도 없고, 한자도 어려워 잘 모르겠다.
겨우 읽을 수 있는 거라고는 아래쪽에 적혀있는 「스쿠나」라는 글자와, 「봉인」이라는 글자뿐이었다.
전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아마 상자의 내용물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았다.
슬쩍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릴 때, 재미있는 것을 찾으려 거리를 뛰어다니던 시절을 떠올렸다. 그때는 이런 낡아빠진 상자가 있으면 마치 보물상자를 찾아낸 것처럼 기뻐했었다.
낡은 상자의 뚜껑은 단단히 못질이 되어있어, 더욱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나는 주머니의 쇠지레를 꺼내들어, 하나씩 못을 뽑아냈다.
너덜너덜한 상자를 부수지 않도록 조심히 뚜껑을 들어올렸다.
안에는 손을 허공을 잡으려는 듯 움츠리고 죽어있는 인간의 미라(미라는 본 적이 없지만 아마도 그럴 것이다)가 있었다. 조금 특이한 건 머리가 두 개에 팔도 양쪽에 2개씩이었다. 하지만 발은 평범하게 2개뿐이었다.
가짜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고 머리의 이음매 부분을 꼼꼼히 살폈지만, 버석버석하게 갈라져 잘 모르겠다.
[오소마츠, 어떻게 생각하나? 아무래도 가짜 같지 않은가?]
뒤를 돌아보자, 오소마츠형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멍하니 있었다.
[어-이, 오소마츠]
말을 걸어도 반응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뚜껑을 다시 덮어두고, 오소마츠를 질질 끌고 신사를 나섰다.
내 감상을 말하자면, 뭐야 이건, 이라는 느낌이다.
모조품이라면 그야말로 완전 시시한 일이고, 진짜라고 하더라도 기형아의 미라보다 실제로 살아있는 여섯 쌍둥이가 훨씬 더 레어하고 놀랄 일이지 않겠는가.
뭐어, 어차피 보물상자란 다 그런 것이다. 뭐가 들었을지 모를 내용물을 기대하며 찾아다닐 때가 가장 즐거운 법이다.
신사를 나온 뒤, 책방에 들렀다. 평소 오소마츠형은 헌책방을 싫어할테지만, ‘오늘은 너하고 놀아줄게’ 라고 했으니, 그 말에 힘입어 그동안 읽지 못했던 오자키를 사랑하는 나의 애독서들을 읽으러 왔다.
오소마츠형은 입구에서 헤어지고, 나는 잡지코너로 향했다. 초자연현상 코너를 지나던 중, 제목이 안 보이도록 거꾸로 꽂힌 책이 보여 조금 신경이 쓰여 집었다.
글씨가 크고 일러스트도 많았기에 아마도 아이들을 위한 책인 것 같다. 휙휙 페이지를 빠르게 넘기자, 「지옥의 소베」라는 여백에 ‘무서워’라고 휘갈긴 글씨가 적혀있었다.
「지옥의 소베」라는 건, 주인공인 소베가, 같이 지옥에 가게 된 치과의사, 의사, 수도승과 함께 도깨비에게 먹힐 위기에 처하게 되자, 이를 뽑는 등 생전의 직업을 잘 살려 빠져나간다는 이야기이다. 지금이야 웃으며 보는 귀여운 그림이지만, 어릴 적에는 지옥불이나 도깨비 그림이 무척이나 무서웠다. 이 책의 주인이었던 아이도 아마도 내가 어릴 적 느꼈던 마음으로 무섭다고 적었을 거라 생각하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다음 페이지를 보니, 여백에 또 글씨가 적혀있다.
『곤란한 일이 생겼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라고 붉은 글씨로 적혀있다. 그리고 문장 중 「지옥」이라는 글씨에 동그라미가 쳐져있다.
그 아래에 휘갈겨 적은 듯한 『알겠다』라는 글이 검은펜으로 써있고, 그 바로 아래에 『완료』라는 글씨가 적혀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 붉은 글씨로, 『감사합니다』
‘대체 뭐지, 이건’
그렇게 생각하며 페이지를 넘기자, 또 『부탁합니다』라는 글씨가 빨간펜으로 적혀있고, 그 아래에 마찬가지로 동그라미.
또 그 아래에 『알겠다』와 『완료』.
다시 그 아래에 붉은 글씨로, 『감사합니다. 신세를 졌습니다』
그런 대화가 몇 번 오갔다.
붉은 글씨는 문체가 그때마다 달라, 얇거나 달필이거나 악필인 등 다양했다.
하지만 그 밑에 적힌 검은 글씨는 『알겠다』, 『완료』 라는 같은 말만 적혀있고, 늘 딱딱한 글씨였다.
『부디 부탁드립니다』
『알겠다』
『완료』
『정말 감사합니다』
『부탁합니다』
『알겠다』
『완료』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런 대화의 반복이었다.
계속해서 넘기다 보니, 뭔가 책 사이에 끼어있다. 교복을 입은 소년의 사진이었다.
사진 밑에 소년의 이름으로 보이는 글이 적혀있다.
『마츠노 오소마츠』
이거 내 사진인데.........
책의 여백에 휘갈겨 적은 글씨.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지옥」에 동그라미.
그 아래에는 아직 아무것도 안 적혀있었다.
나는 사진을 주머니에 넣고 다시 그 책을 책장에 돌려놓았다.
오자키가 나를 기다리니 빨리 돌아가야지.
우리는 어스레한 저녁노을을 받으며 멍하니 목욕탕으로 향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어디선가 노파가 나타났다. 커다란 보따리를 짊어지고 있었다.
나는 할머니에게 다가가,
[괜찮습니까, 레이디? 괜찮다면 제가 짐을 들어드리죠]
라고 말하자, 노파는 말없이 이쪽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는,
[............발, 필요없니?]
라고 중얼거렸다. 나는 잠시 눈을 꿈뻑이다가,
[아뇨, 저는 이미 마미에게 받은 튼튼한 다리가 있으니 사양하겠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옆에 있던 오소마츠에게,
[오소마츠도 필요없지?]
라고 물었다. 내 물음에 오소마츠형은 말없이 고개를 휘휘 저었다.
필요없는 것 같다고 노파에게 전하자, 노파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쭈글쭈글한 손을 제 소매에 집어넣었다.
[아아, 하지만 발을 주고 싶은 거라면]
나는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노파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저기 있는 그녀에게 발을 주세요. 사고로 다리를 잃어버렸거든]
그렇게 말하며 건널목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상반신만 남은 여고생이 바닥에 납작 엎드려 무언가를 찾듯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흥]
내 말에 노파가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 상냥하게 보였던 모습과 다른 오만한 행동을 멈추고 노파를 바라보자, 그녀는 나를 보며 작게 웃었다.
[........재밌는 녀석이로군. 특별히, 좋은 걸 알려주마]
쉰 목소리.
[네 형은 이제 곧 죽는다]
나는 잠시 눈을 깜빡이다, [알고 있다]고 답한다.
노파와 헤어진 우리는 터벅터벅 다시 목욕탕으로 향했다.
아까 그 할머니는 어떻게 오늘 오소마츠형이 죽는다는 걸 알았을까. 미래를 알 수 있다니, 멋지군. 점쟁이인가?
목욕탕에 도착하자, 방금 전 LINE으로 연락해 만나기로 했던 형제들이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다. 쵸로마츠가 나와 오소마츠형의 옷을 건네주었다.
[오늘 점쟁이를 만났다]
탈의실에서 형제들에게 아까 있던 얘기를 꺼내자, 토도마츠가 바로 얼굴을 찌푸리고
[카라마츠형, 이상한 항아리 같은 거 산 건 아니지?]
라고 물어왔다. 그래서
[항아리는 안 샀는데]
라고 답했지만, 여전히 토도마츠가 수상쩍은 눈초리로 나를 훑어보았다. 대체 뭐지.
[헤~ 뭐라고 했는데]
쵸로마츠가 영혼없는 물음을 던졌다. 시선은 여전히 옷바구니를 향한 채였다.
[아아, 곧 죽는다더군]
탈의실 공기가 얼어붙었다.
[잠시 마실 것 좀 사오겠다]
[기다려]
일어서서 발을 내딛으려는 순간, 토도마츠가 달려들어 내 발목을 잡는다. 그 바람에 나는 바닥에 얼굴을 있는 힘껏 박았다. 쾅, 하고 나와 마루의 강렬한 키스소리가 울린다.
[토도마츠....이런 장난은 심하지 않나.....]
[아니, 기다리라니까]
필사적인 목소리에 천천히 뒤를 돌아보자, 창백한 얼굴의 토도마츠가 눈에 들어온다.
[에, 오소마츠형, 죽어? 진짜? 점쟁이가 그렇게 말했어?]
[그렇다. 점쟁이라니 대단하지 않나]
[아니, 그게 아니잖아!!]
[거짓말인 게 당연하잖아]
땅을 기는 듯한 목소리로 이치마츠가 말했다.
[맞아!! 어차피 거짓말이겠지]
라고 이치마츠의 말에 토도마츠가 애써 밝게 외친다.
[그렇다고. 주변에 널린 엉터리 점쟁이일 게 뻔해. 카라마츠도 이상한 항아리 같은 거 사지 않게 조심하라고]
쵸로마츠가 싸늘한 어조로 말한다. 나는 딱히 항아리를 좋아한다고 말한 적도 없는데(좋아하지도 않는다) 왜 다들 항아리를 사지 말라고 주의를 주는 걸까. 의문이다.
나는 돌연 뭔가 결심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 휴대폰을 치켜들고 사진을 찍어댔다. 플래시가 탈의실을 밝게 비춘다.
[에, 뭐야 갑자기!?]
[어이, 쿠소마츠 무슨 짓이야]
나는 곧바로 사진을 확인하고는, [오오]하고 탄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형제들이 보기 쉽도록 화면을 돌려 그들에게 건넸다.
거기에는 눈부신 듯 눈을 찌푸린 우리들이 찍혀있었다.
----오소마츠형을 제외하고.
오소마츠형만 목 윗부분이 보이지 않았다.
사진을 본 형제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오소마츠, 역시 죽는 거 아닌가?]
거짓말이 아니라며 당당하게 말했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우리가 다니는 목욕탕에는 커다란 욕탕이 1개 있고, 그 옆에 작은 계단이 있었다. 그 계단 끝에는 문이 있는데, 들어가 본 적은 없지만 아무래도 보일러실 같다. 문손잡이 밑에는 작은 열쇠구멍이 있기에, 보일러실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어진 나는 욕탕에 들어가려 몸을 씻는 형제들을 뒤로하고 계단으로 향했다. 계단을 손으로 짚고 슬쩍 열쇠구멍 안을 들여다보았다. 들여다본 곳은 새빨갰다. 호오, 보일러실 벽은 빨갛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얼굴을 뗐을 때였다.
푸욱, 하고 뭔가가 열쇠구멍 밖으로 튀어나왔다.
무의식중에 얼굴을 뒤로 젖혔다.
빙글빙글 이리저리 움직이는 그건 일자 드라이버였다.
저게 왜 열쇠구멍에서.
그러더니 일자 드라이버가 열쇠구멍에서 사라진다.
나는 다시 열쇠구멍을 들여다보았다.
일자 드라이버가 튀어나오다니,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역시 열쇠구멍 너머는 붉었다.
나는 열쇠구멍에서 얼굴을 떼고 일어섰다.
[카라마츠, 어디가?]
라고 묻는 형제들을 무시하고 탈의실로 향했다.
탈의실에 들어간 나는 옷주머니에서 쇠지레를 꺼냈다.
이 쇠지레는 비교적 가느다라니까 딱일 것이다.
형제들의 수상한 눈초리를 무시하고, 보일러실 문에 다가갔다.
그리고 열쇠구멍에 힘껏 쇠지레를 쑤셔넣었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문너머로, 보일러실에서 울리는 듯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니 의아하게 바라보는 형제들이 보였다. 표정을 보니 아무래도 문너머의 비명은 그들에게 안 들린 모양이었다.
[너, 대체 뭐 하는 거야?]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게 말하곤 나는 욕탕으로 돌아갔다. 아-, 극락극락.
목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 밤길을 걷고있자, 하얀 옷을 입은 여자가 길 반대편에서 걸어왔다. 그 여자는 언뜻 보아, 우리들과 나이대가 같아 보였다. 여자의 발밑을 보니, 여자치고는 약간 키가 큰 편인 그녀는 뭔가를 질질 끌고 있었다. 상당히 무거워 보이는 그것은, 부피도 상당해서 초등학생인 아이 정도의 크기였다. 그녀가 손으로 잡고 있는 부분은 아무리 봐도 발목의 형태로 보여, 실제로 초등학생 아이를 끄는 걸지도 모른다.
초등학생 상대로 파칭코 경찰이 출동했을 리는 없고, 도둑경찰인가. 못된 짓을 한 초등학생을 응징하는 건지도 모른다.
[안녕하세요, 수고가 많으십니다]
그렇게 말하고 경례를 하며 미소를 짓자, 여자가 이쪽을 향해 천천히 돌아보았다. 여자는 귓가까지 크게 찢어진 입을 반쯤 벌린 채 멍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여자는, [내 얼굴 흉측해?] 라고 나직하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입이 찢어진 여자가 [나 예뻐?] 라고 물어본 적이 있었지.
분위기도 어쩐지 비슷한 것 같다. 질문은 정반대지만.
역시 여성에게 외모의 아름다움은 중요할 것이다. 여자에겐 외모가 전부는 아니다, 라고 말하는 대신에 나는 갖고 있던 거울을 내밀었다.
[이걸 봐라. 마음도 외견도 청렴하고 아름다운 선녀가]
보이지? 라고 말하기도 전에,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하고 여자가 비명을 질렀다. 머리를 이리저리 헝클며 원한에 찬 눈으로 나를 째려보았다. 여자가 쥐고있던 고깃덩이가 바닥에 툭 떨어진다.
여자가 뛰어 달아나는 것을 나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나는 그렇게 심한 짓을 해버린 걸까.
[오소마츠, 편의점에 들리지 않겠나?]
라며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뒤를 돌아보자, 오소마츠형만 남아있고 다른 형제들은 어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오소마츠, 브라더들은 다들 어디에 간 건가?]
깜짝 놀라 그렇게 묻자, 오소마츠형도 놀란 얼굴로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에, 하, 에, 하고 말을 잇지 못하고 한숨을 연신 토해냈다.
오소마츠형에게 다가가려고 걸음을 옮기자, 모래를 밟는 느낌이 든다.
아까까지 아스팔트 위였는데, 흙길이 되어있다. 게다가 주위는 어느새 울창한 숲으로 변해있다.
바람도 불지 않는데, 싸아아- 하고 나무들이 시끄럽게 울어댄다.
[오소마츠]
오소마츠형에게 다가가 그의 손을 잡았다. 다른 형제들처럼 사라지게 둘 수는 없었으니까.
오늘만은 마지막까지 함께 있지 않으면 내가 곤란하다.
오소마츠형의 손은 얼음장처럼 차갑고, 얼굴도 창백했다. 본래의 색을 잃어버린 보랏빛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추운 걸까.
꽉, 손을 살짝 힘을 주어 잡는다.
오소마츠형과 둘이서 천천히 산길을 산책할 수 있다니, 마치 신이 우리를 위해 특별히 마지막 무대를 마련해 주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왕 이렇게 밤길을 걷게 된 거 달빛이 비치는 거리를 걷는 편이 낫지만, 달도 별도 없는 이 거리에도 딱히 불만은 없다. 이렇게 자리를 제공해 준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다.
둘이서 천천히 길을 걸어가다 보니, 어느새 탁 트인 장소에 도착했다. 거기에는 검은 늪이 있었다. 안을 들여다 보았지만, 새까만 그것은 바닥이 전혀 보이지 않고 내 얼굴도 비춰지지 않았다. 오로지 검을 뿐이었다.
오소마츠형에게서 손을 떼고, 나는 늪에 가까이 다가갔다.
늪에 손을 집어넣었다. 검은 늪이 걸쭉하게 내 손과 손목, 팔에 들러붙어 온다. 손을 빼려고 하자, 늪은 날 놓치기 싫은 듯 꿈틀거리며 날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나는 손을 빼는 걸 포기하고 오소마츠형에게 손짓했다. 오소마츠형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이쪽으로 다가왔다.
늪에 가까이 다가선 오소마츠형에, 늪에서 쑤욱 하얀 손이 기어 나오더니 오소마츠형의 발목을 잡는다. 오소마츠형이 비명을 내지르며 저항을 하자, 몇 개의 손이 더 늪에서 튀어나와 형의 어깨와 팔, 머리를 각각 잡아 늪으로 끌어들였다.
오소마츠형의 하반신이 꾸르륵거리며 늪에 잠겼다. 형은 여전히 저항하며 입에 들어간 늪의 검은 액체를 뱉어내며 내게 손을 뻗었다.
나는 아직 늪에 잠기지 않은 손으로 오소마츠형의 손을 잡았다. 내 몸에도 이미 하얀 손들이 점령하고 있는 상태였다.
나는 웃으며 늪에 나의 머리든 뭐든 이 시커먼 어둠에 끌어들이기만을 기다렸다.
오소마츠형도 완전히 삼켜지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때 오소마츠형과 눈이 마주쳤다.
[ ]
작게, 오소마츠형이 입을 움직였다.
그리고 그대로 오소마츠형은 늪 깊숙이 가라앉았다. 부글부글, 기포와 함께 꾸덕한 파도가 일렁거렸다.
[...............엣.........]
나는 내 머리를 잡으려 달려드는 손을 쳐냈다. 목을 조르는 손에 주머니에서 쇠지레를 꺼내들어 손을 힘껏 찔르자, 손이 떨어져나갔다. 온몸에 휘감긴 하얀 손들을 뿌리치고 쇠지레로 찔러대며, 늪을 갈랐다.
[오소마츠!!!!!]
악착스럽게 팔을 휘두르자, 구불구불 늪이 크게 파도쳤다.
필사적으로 오소마츠가 있던 곳으로 가까이 갔다.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늪에 잠수했다.
쵸로마츠는 목욕탕에서 돌아가던 길, 분명 6명이 같이 있었는데 어느새 혼자 남겨지게 되었다.
LINE으로 연락을 해봤지만, 형제들은 답은커녕 읽지도 않았다.
다들 어디에 가버린 걸까.
잠시후, 축 늘어진 오소마츠형을 업은 카라마츠가 집으로 돌아왔다. 어째선지 오소마츠형은 흠뻑 젖어있었다.
게다가 카라마츠도 드물게 숨을 헐떡이며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카라마츠에게 수건을 건네며, 창백한 얼굴로 축 늘어진 오소마츠형을 받아 들었다.
[오소마츠형을 업은 채로 몇 시간을 뛰어 달아났다. 너무 힘들군....]
수건으로 이마를 닦으며 카라마츠가 답했다.
늪에서 수십명의 검은 사람들이 기어나와 자신들을 쫓아왔다고 카라마츠가 말했다. 그들은 마치 몸이 늪으로 되어 있는 것처럼 검고 뛸 때마다 철벅철벅 검고 걸쭉한 액체들이 사방으로 튀었다고 한다.
카라마츠는 오소마츠형을 업고서, 그들에게서 필사적으로 도망친 것 같다.
[그런데 그것들, 집까지 쫓아오진 않은 거야?]
밖에서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으니 아마도 제대로 뿌리친 것 같지만, 그대로 조금 걱정이 되어 그렇게 물었다.
[아아. 도망치면서 전부 쓰러뜨렸으니 문제 없다]
[.....잘도 집까지 돌아왔네]
[아아, 사실 돌아올 생각은 없었는데 말이지]
하지만 그때 오소마츠형은 이렇게 말했다. 늪에 가라앉기 직전, 울상으로 내게 『구해줘』라고 입을 뻐끔거렸다.
도움을 요청한 건 처음이었다.
오소마츠형이 도움을 구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고, 형제들은, 평소에는 무책임하지만 여차할 때 의지가 되는 오소마츠형이나, 늘 뭐든 제대로 해내는 쵸로마츠에게 의존하곤 했으니까.
그치만 나도 나름 형제들에게 조금은 필요했던 모양이다.
주머니에서 쇠지레를 꺼내들었다. 나와 오소마츠형이 제대로 죽지 않았을 때에 쓰려고 챙겨온 것이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쓸모없는 것이었다.
왜냐면 그 때, 내가 죽을 이유는 없어졌으니까.
◇◇◇
오소마츠와 쵸로마츠
마을에서 유명한 여섯 쌍둥이를 지역 신문이 취재하러 왔다.
[6명이 똑 닮은 형제가 있는데 싸우거나 하지는 않나요?]
[뭐어~ 그런 건 일상이죠~]
그러나 여섯 쌍둥이는 스무살이 넘는 지금도 사이좋게 같은 집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대가족이 원만하게 가족 생활을 계속할 수 있는 비결은?]
그러자 장남은, 그리운 듯 과거를 회상하며 말했다.
[저는 어릴 적부터 삼남과 사이가 가장 좋아서, 늘 같이 장난치며 놀았거든요. 둘이서 프라이팬이나 야구배트를 들고 뛰어다니던 적이 있었는데, 어느날 고양이가 우리 앞에 뛰어들어서 놀란 삼남이 바닥에 굴렀어요. 삼남은 『 1 』라고 말하며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야구배트를 다시 주워들고 달리기 시작했죠. 그러다 잠시후에 담장 위에서 고양이가 뛰어내리다가 삼남 머리를 밟고 바닥에 착지해 달려가더라구요. 삼남은 『 2 』 라고 말한 뒤, 다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달리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또 잠시후, 이번에는 잔뜩 흥분한 고양이가 삼남의 손을 물어뜯었어요. 그러자 삼남이 방망이를 치켜들고 그 고양이를 때려죽였어요. 이야, 그때는 정말 놀랐다니까요? 아무리 착하고 상냥한 나라도 그때는 삼남을 마구 야단쳤죠. 그렇게 죽이는 건 너무 심하지 않냐면서. 그랬더니 삼남이 뭐라고 했는지 알아요?]
[뭐라고 했는데요?]
[ 1 ]
카라마츠와 쵸로마츠
쵸로마츠가 심령사진을 찍어보고 싶다고 했다. 아무래도 쵸로마츠는 본 적이 없는 모양이다. 뭐, 나도 없으니 흔쾌히 수락했다.
조금 먼 곳에 있는 산길에, 참혹한 살인사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허물지 않은 민가가 남아있어, 둘이서 한밤중에 그곳을 찾아갔다.
현광에서 거실, 목욕탕과 화장실을 보고, 부엌이나 아버지의 방으로 보이는 곳과 아이방, 그리고 어머니의 방으로 보이는 곳을 차례로 둘러보고 계단을 내려가 1층으로 갔다.
집을 돌아다니는 동안 우리들은 닥치는 대로 사진을 찍어댔다.
마지막에 집을 배경으로 한명씩 돌아가며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설레는 마음을 부여잡고 사진을 현상했다. 그리고 완성품을 보고 그만 깜짝 놀라고 만다.
아무것도 찍혀있지 않았다.
물론 우리들은 평범하게 찍혀있다. 그러나 영적인 것은 그 무엇도 없었다.
[.......이상하지 않아?]
[이미 성불한 거 아닌가?]
[역시 그러려나. 그럼 거기에 갔어도 심령사진은 찍을 수 없다는 건가. 시간 낭비했네]
[그렇진 않다고. 거기에 가는 도중에 주변과 동떨어진 집을 발견했거든. 다음엔 거기에 가보지 않겠나?]
[오오, 좋네! 거기도 폐허야?]
[그렇진 않다. 사람이 사는 집이다. 오늘 밤에 갈까?]
[오케이, 알겠어. 지금 대충 준비하고 올게]
기대된다. 꽤 오랜만이라, 두근두근 설렌다.
이치마츠와 쵸로마츠
[쵸로마츠형은 공포물 좋아하었던가]
그렇게 말하자, 차를 홀짝이던 쵸로마츠가 놀란 듯 이쪽을 본다.
[갑자기 뭐야. 좋아하긴 하는데, 그게 뭐 어쨌는데?]
[아니, 그냥 좀 의외라서....공포영화 자주 봐?]
[봐-. 아, 그럼 내친 김에 무서운 얘기라도 해줄까]
[아냐, 됐어]
라고 말했지만 남의 말을 듣지 않는 쵸로마츠는 멋대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쵸로마츠의 말에 따르면, 불과 며칠 전 집근처 역에서 2정거장 떨어긴 역의 플랫폼에서 추락사고가 있었는데, 쵸로마츠는 무려 그 사고를 직접 목격했다고 한다.
젊은 여성이 취했는지 선로 쪽으로 비틀비틀 다가가더니, 그대로 추락해버렸다고.
다만 그때 근처에 남자가 서있어서 순간적으로 여성의 팔을 잡았는데, 자기도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는지 남자는 손을 떼고 그대로 여성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한다......
거북한 얘기다. 그냥 유령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훨씬 낫다.
[뭐어, 나도 별로 얘기하고 싶진 않았지만 말야]
잘도 웃으면서 얘기하는구만.....
[그 얘기보다 쵸로마츠형이 더 무섭다고...]
쥬시마츠와 쵸로마츠
카라마츠형이 만든 함바그는 맛있지만, 오늘은 평소와 맛이 다른 듯했다.
[저기 쵸로마츠형, 이거 무슨 고기야?]
[시즈오카산이래]
[헤에~]
토도마츠와 쵸로마츠
왜, 한밤중이면 방송도 하지 않고, 지지직하는 노이즈가 흘러나오곤 하잖아?
어느날, 어느 방송사 사람이 그 때 에로 비디오를 보고 있었다나 봐.
그리고 그 에로 비디오를 실수로 공중파에 그대로 내보내버렸대.
[그랬더니 곧바로 수십건의 클레임 전화가 걸려왔대~]
[아, 그거 나도 전화했었어]
에, 정말? 이거 실화라고는 들었지만 진짜였던 건가?
[응. 정말, 아무리 한밤중이라고는 하지만 다들 보는 곳에서 그런 건 좀 아니잖아]
괴담과 내용해석이 상당히 길어서
따로 글을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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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3 - [마츠소설/사이코패스계 남자] - 사이코패스계 남자, 카라마츠(7)의 괴담과 내용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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