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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츠와 친절한 악마의 이야기
[꽤 오랫동안 이 짓을 해왔지만, 이렇게 비참한 녀석은 좀처럼 없는데 말이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사뿐히 땅에 착지해 그것을 내려다본다.
피투성이의 잠옷 차림. 제대로 포장되지 않아 울퉁불퉁한 길에 쓰러진 그 몸에서는, 아직 새로운 피가 울컥울컥 솟아나 웅덩이를 만들고 있었다.
[..........으응?]
천천히 그 파자마의 사내가 눈을 뜬다.
순간적으로 시야에 들어온, 자신을 내려다보는 내 모습에 놀랐는지 몇 번 눈을 깜빡인다.
[.....오소마츠형?]
[헤에, 너한테는 내가 그렇게 보이는 건가]
[? 무슨 소린가]
후아아, 하고 하품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 모르는구만, 이 녀석. 자기가 어떤 상황인지.
[마츠노 카라마츠. 너한테는 내가 『오소마츠형』이라는 사람으로 보이는 거야?]
[그러니까 무슨 소리야, 형. 머리라도 다친 건가?]
[그건 너잖아]
[게다가, 뭔가 그 뿔은. 날개도 달고......멋진 코스프레로군]
[코스프레가 아니라고. 나는 악마다]
[.......? .........훗, 기이한 인연이로군. 나는 칠흑의 타락 천사다]
[너 재밌는 녀석이네]
그러니까, 그런 설정 같은 게 아니라니까.
뭐어, 놀라서 허둥거리는 것보다 덜 성가셔서 좋지만.
귀찮다고, 이건 완전 처음부터 설명하는 패턴이잖아. 이 녀석 머리 나빠보이고.
[내 모습은 보는 인간에 따라 달라. 대부분이 녀석이 가장 신뢰하는 인물이나, 동경하고 있는 인물. 인생에서 가장 영향을 미친 인간이 보이는 모양이야. 그렇게 하는 편이 경계심을 없앨 수 있으니까]
뿔과 날개, 꼬리는 없앨 수 없으니까, 녀석한테는 그 『오소마츠형』이라는 인간이 악마 코스프레를 한 모습으로 보이는 걸까.
내 말에 놈은 멍청한 표정을 한다. 역시 머리 나쁘네.
웃거나 질색하거나 하는 건 그것대로 열받지만, 다행히 그런 기색은 없었다.
[솔직히 말할게. 넌 죽었어]
[하?]
[사인, 머리 손상으로 인한 두개골 함몰 및 과다출혈. 어떤 흉기가 치명상이었는지 알고 싶어?]
[에.........아, 아니..........에?]
[아직도 모르겠어? 정말 바보네, 너. 잘 보라고, 네 발 밑을]
시키는 대로 아래를 쳐다보는 녀석은 원래도 큰 눈을 더욱 더 크게 뜬다.
그야 놀랍겠지. 발밑에 굴러다니는 건 자신의 시체.
머리는 움푹하게 파이고, 쩍하니 갈라진 상태. 팔도 다리도 한쪽씩 기괴하게 틀어진.
훌륭하게 사후 경직 중―――인.
[저, 정신! 정신 차려라, 나!!]
[뭐야, 그거 개그? 무리라고, 진작에 죽었어]
[죽어......내가........?]
비틀비틀 주저앉아 자신의 시체에 쭉 뻗은 손은, 당연하게도 잡히지 않고 통과한다.
뭐, 믿고 싶지 않은 것도 무리는 아니지.
형제 모두의 손에 무참히 살해당하다.......라니.
악마인 나도 동정할 지경이라고.
[너는.....저승사자인가?]
[악마라고 했잖아]
[영혼을 인도하러 오는 건 저승사자의 일이잖아]
[잘 알고있네, 너. 칠흑의 타락 천사니 뭐니 말하던데, 그런거 좋아해?]
코스프레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날개를 퍼덕여 살짝 하늘로 날아오른다.
[맞아, 네 영혼을 인도하는 건 내 일이 아니야. 회수할 수는 있지만, 그건 죽음이랑 별개의 얘기. 너 운 좋은 거라고? 악마가 계약하러 오는 건 복권이 당첨될 확률보다 낮으니까 말야]
[계약......?]
[그래, 계약. 이런 단어 좋아하지? 너처럼 구원할 수 없을 정도로 꼴사납게 죽은 녀석에게 협상하러 온 거야. 흔히 말하는, 『소원을 들어주는 대가로 영혼을 줘』 같은]
[정말 흔하군]
[냉정하네, 의외로]
귀찮지만 제대로 설명하고 계약하지 않으면 혼을 받을 수가 없으니까.
저승사자가 회수하러 오기 전에 얼른 계약을 해야지.
아마, 녀석은 나와 계약을 할 것이다. 그야, 이런 최후라고?
이런 비참한 죽음을 맞은 놈들은 그 분노를 돌릴 원인이 분명하게 있다.
미련이 있는 놈들도 마찬가지로 소원을 빌게 되어있다.
[저승사자에게 회수되면 그냥 그대로 성불할 뿐이야. 그럴거면, 차라리 나랑 계약하고 소원을 이루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고?]
[정말로 뭐든 들어주는 건가]
[물론. 뭐든 들어주지만, 한 개만 가능하니까 말야. 자알~ 생각해서 말하라구]
뭐, 들을 것도 없지만.
형제에게 살해당한 불쌍한 영혼. 그렇다면 분노의 화살은 하나.
어떤 복수를 할지 정도는 택하게 해줄테니까, 마음대로 해도 좋다고.
네가 죽었을 때와 같은 방법으로 해도 좋고.
지옥불로 집과 함께 통구이를 만드는 건 어때?
집에서 나오는 녀석들을 하나씩 폭주 열차로 치어 죽이는 것도 좋지.
아니면, 죽는 게 낫다고 생각될 정도로 고통스러운 병을 주는 방법도 있어.
가장 마음에 드는 방법을 택해도 된다고.
[.........아, 소원으로]
[살려달라는 건 안 되니까]
[윽]
어라, 정곡?
있지- 이런 녀석. 이런 생활하면서 많이 봤다고.
그래도 그건 무리지. 그런 건 하느님이랑 협상하라고. 난 악마니까 말야?
[.....어떻게 해도 안 되는가?]
[하? 뭐가]
[그니까, 그......살아나는 거]
[그니까, 그런건 무리라고. 살아나면 혼을 받을 수가 없잖아? 난 악마지 봉사자가 아니거든-]
[10분.......아니, 5분이라도 좋다. 그것도 안 되는가?]
[에. 그걸로 좋아?]
뭐야 이거. 드문 리퀘스트네.
.........아. 아아, 그건가! 알겠다. 자기 손으로 끝장내고 싶다는 건가!
살아나서, 살해당한 원한을 스스로 털어내고 싶다는 거구나.
뭐어, 확실히 녀석의 집은 눈앞에 있고, 자신의 원수가 거기에 있으니까 말야.
죽어도 죽는게 아니겠지.
[알겟어! 좋아, 10분간 널 살려줄게. 그걸로 계약성립이다?]
[괜찮은가?]
[그 대신, 그 후에는 얌전히 영혼을 줘]
그렇게 결정됐으면 얘기는 빠르지.
딱, 손가락을 튕기자, 눈앞의 영혼이 육체로 돌아간다.
느릿하게 일어난 모습은 여전히 멍청한 얼굴.
영혼의 상태여도, 육체로 돌아와도 딱히 변함이 없다.
본인도 그렇게 느꼈는지, 두리번거린 후에 물끄러미 자신의 손을 보고 있다.
아아, 물론 상처는 치료해줘야지. 저렇게 심하게 다친 몸으로는 살아나도 한발짝도 못 움직일 테니까.
소생과 치유는 악마로서 어떤 의미로는 규율을 어기는 셈이지만, 뭐 10분 정도라면 들키지 않겠지. 게다가, 조금 기대된단 말이지.
이 사람 좋아 보이는 바보 같은 남자가 어떤 얼굴을 하고, 어떤 복수를 할지가.
[서비스로 무기 빌려줄까? 나이프나, 일본인이라면 검?
괴롭게 죽는 독도 있고, 아니면 권총으로 빵야- 하고 한방에! 뭐든 말해]
.............어라?
눈앞에서 모처럼 이것저것 무기를 꺼내보였지만, 어느새 파자마 녀석은 저 멀리 달아나고 있다. 녀석의 피로 범벅된 등이 집에서 점점 멀어진다.
―――에?
아니아니아니!! 네놈 집은 여기잖아? 왜 엉뚱한 방향으로 전력 질주?
[에에에에? 잠깐, 너 설마 도망치는 거야!?]
날개로 순식간에 녀석을 쫓아가,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 녀석의 옆에서 외친다.
뭐야, 너 살아났더니 이제야 죽는게 두려워져서 도망친다던가 그런건 아니겠지?!
말도 안 된다고!?
[어이어이, 도망치려고 해도 헛수고라고!! 내가 옆에 없어도 넌 10분이 지나면 바로 시체로 돌아가니까 말야!!]
[알아, 그래서 서두르고 있다]
알아? 근데 왜 뛰는 건데?
이제 녀석의 집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졌다.
[뭐야? 뭐가 하고 싶은 거야, 너?]
[시체에 말을 거는 건가?]
[교묘하게 말 돌리지 마!!]
어디 가는 거냐고 묻기도 전에 생각보다 빨리 녀석의 발은 멈춰섰다.
눈앞에는, 조금 낡은 높은 건물.
이 근처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지 않나 싶다.
한밤중이라 위에서 아래까지 쭉 나열된 유리창은 전부 캄캄하다.
누군가를 만나러 온 건가? 아니, 아무도 없을 것 같은데.
[안, 늦었다.....]
[뭐야, 여기. 누가 있는 거야?]
[아무도 없기를 바란다. 불법침입으로 잡힐테니까]
[뭐야, 그게. 그럼 뭐하러 온 건데?]
[금방 끝난다.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어주겠나]
[아니, 그럴 수는 없다고]
땀을 닦는 녀석의 뒤를 따라 어두컴컴한 비상계단을 오른다.
설마, 마지막으로 좋아하는 여자를 만나 사랑의 고백? 아니, 봐달라고 그런 흔한 전개는.
뭐어, 이쪽은 아무래도 좋지만.
........하지만, 녀석이 향한 곳은.
누군가의 집이 아니었다.
[.......옥상이라니, 너]
설마, 최후에 만천의 미드나이트 star가 보고 싶었다거나 말하는 건 아니겠지?
아, 말할 것 같아 녀석이라면.
내 물음에 답도 않고 주저 없이 곧장 앞으로 걸어간다.
녀석은 앞을 막아선 녹이 슬어 낡은 난간을 가볍게 넘고서야 걸음을 멈췄다.
[에.......? 너, 뭐하는 거야?]
[보고도 모르겠나]
[아니, 알겠는데. 어째서?]
뭐야, 이 녀석. 뭐하는 거야? 아까부터 악마의 예상을 뛰어넘는 행동만 하는데요.
뭐냐고, 진짜. 이미 죽었는데 뭘 하려는 거야?
이제 몇분 후면 다시 너덜너덜한 시체로 돌아가는데.
그런 짓하는 의미 있어?
[그치만, 이대로 내가 시체로 돌아가면, 녀석들은, 형제를 살인한 살인범이 되어 버리잖나]
활짝 웃으며 말하는 녀석.
평범한 인간의, 평범하게 좋은 미소.
[이 높이라면, 토마토처럼 찌부러질테지? 이 앞은 차도이고, 잘하면 그 위로 떨어져서 트럭에 치일지도 모른다.
―――운 좋게 엉망으로 형체도 찾아볼 수 없게 된다면, 내 몸에 남은 녀석들의 흔적은 물론이고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그렇게 말하고는.
앞으로 5센치면 떨어질 그런 아슬아슬한 장소에 선 녀석은.
인간의 오락인, 『연극』이라는 거? 아무튼 거기서 할 법한 인사를 하고는 이렇게 말했다.
[고맙다, 형과 닮은 친절한 악마여.
―――나의 소중한 형제들이 살인자가 되지 않게 해줘서]
그러면서 살짝 웃는 녀석의 모습은
순식간에. 미소와 함께, 휙하고 사라졌다.
[...............]
아. 진짜다. 비슷하긴 한가.
텅텅 빈 머리가 납작하게 찌부러지는 소리는.
토마토가 바닥에 떨어졌을 때의 소리와 닮았다.
[........아래에서 기다릴 걸 그랬네]
빌딩의 아래가 소란스러워진다.
그럼. 빨리 내려가서 영혼을 회수할까.
끝.
이 바보!!
친절(상냥)한 건 너다 임마!!!ㅠㅠㅠㅠ
어디까지 영고인 거야 젠장!!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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