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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쵸로오소 위주로, 나머지 형제는 본편에선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괜찮으신 분만)
역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남의 집의 샴푸냄새가 밤바람을 타고 흘러들어온다.
쵸로마츠는 이에 무심코 코와 입을 손으로 막는다.
언덕길 양옆에 있는 집에서는 창문으로 불빛이 밝게 비쳐온다.
그 빛에서 가정의 단란함 같은 것이 느껴지는 듯하다.
형제들은 내게 결벽증이 있다고 말했다.
그 집은 내게 있어 익숙해서 더럽다거나 그런 생각은 그다지 들지 않았지만,
통근으로 매일 만지는 전차의 손잡이를 잡을 때, 회사에서 받은 수제 과자의 맛 등에는 적응하기 어렵다.
아마도, 내가 가끔 밖에서 돌아와서 비누로 끈질기게 손을 씻어대는 걸 형제들이 본 거겠지.
사회에 나온다는 건, 많은 타인들과 접촉한다는 것이었다.
겉으로 태연한 척 하는 것은 쉬웠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괜찮게 되는 일은 결코 없을 거다.
지금도, 앞으로도, 평생.
[어서와~]
현관문을 여니 오소마츠가 내 목에 팔을 두르면 안아 온다.
그에 겨우 정신을 차리고, 눈을 감으며 오소마츠의 등에 손을 두른다.
[다녀왔어]
이녀석이 이렇게 들러 붙어 올 때는 결코 자신이 쓸쓸하기 때문이거나 오래 기다렸기 때문이 아니다.
내가 오늘처럼 자신의 피부를 다 뜯어 버리고 싶을 정도로 타인에 물들어 버렸을 때이다.
나는 손에 들고 있던 가방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오소마츠에게 키스했다.
그대로 바닥으로 천천히 밀어 넘어뜨린다.
현관이라고 부를 만한 넓이도 없는 작은 네모난 공간에 구두를 벗어두고 그를 천천히 감싸 안는다.
키스를 반복하면서 애벌레처럼 천천히 바닥을 기어, 이미 깔려있는 이불 위로 가서 오소마츠의 옷을 벗겼다.
우리는 좁은 아파트의 원룸에서 둘이 같이 살고 있었다.
벗어 던져진 정장과, 몇십분 전에 벗겨버린 오소마츠의 옷이 좁은 방에 어질러져있다.
[배고파?]
옆에 있던 오소마츠가 몸을 일으키며 쵸로마츠에게 묻는다.
[응, 배고플지도]
[준비할게]
오소마츠는 일어섯 속옷만 대충 입고 가스렌지로 가서 냄비에 불을 올린다.
그 행동들도 제법 익숙해졌다고 생각하며 그를 바라보고 있자, 변태, 라며 오소마츠가 가슴을 가리며 말한다.
예예-, 라며 적당히 그의 행동을 넘기며, 냄비에서 풍겨오는 냄새에 입맛을 다신다.
같이 살지 않을래? 라며 집을 나온 내가 아직까지도 집에서 모라토리엄을 계속하고 있는 장남에게 물었다.
그랬더니 오소마츠는 세번 정도 눈을 꿈뻑이더니, [그럼 내가 아내네!] 라며 맘에 드는 인형을 받은 소녀 같은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아마도 속내는 일할 마음이 없다는 선언이겠지만, 나도 그럴 생각으로 말했으니 그다지 상관 없다.
다만, 집안일을 이녀석이 할 수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오소마츠가 청소나 빨래 등은 나름대로 잘하고,
날마다 요리 실력을 높여갈 거라는 건 예상 밖의 일이었다.
남편을 위해서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고 있는 거야, 라며 아내의 모법답안 같은 말을 하는 오소마츠는 솔직히 나쁘지 않다.
하지만, 당초 금방 싫증을 내는 성격이라 언제까지고 그런 일을 맡아서 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밥상에 차려진 생선 조림과 시금치와 밥과 된장국은 혼자 사는 남자라면 절대 맛보지 못할 메뉴들을
오소마츠는 제법 잘 만들어냈다. 나는 그것에 너무 무리하는 건 아닐까, 하고 느끼면서도 조금씩 집에서의 식사를 즐기게 되고 있었다.
탁자는 친가에서 오소마츠가 가져온 물건이었다.
둘이서 쓰기에 너무 크다며 필요 없다고 했지만, 오소마츠는 이야미에게 부탁해서 차를 빌려와 이곳에 강제로 옮겨뒀다.
다다미 여섯장 크기의 방이라 꽤나 자리를 차지했지만, 그다지 가구들도 없고,
기억하고 있던 것보다 훨씬 적고, 왠지 잘 어울려서 원래 내가 쓰던 탁자는 접어서 벽장에 넣고는 그뒤로 꺼내지 않았다.
탁자 끝에는 내가 살면서 사두었던 소형 텔레비전이 있고, 우리는 그 텔레비전을 중심으로 이등변 삼각형이 되도록 앉았다.
이 탁자에서 식사를 하고 있으면 옆에 앉은 사람과 팔꿈치가 부딪치곤 했는데 그런게 없어 조금 위화감을 느꼈지만 금방 익숙해졌다.
사람은 어떻게든 시간을 거듭하면 그것에 익숙해지는 건 정말이지 한 순간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눈 앞의 오소마츠는 저녁을 먹으며 오늘 있었던 일들 이것저것을 말했다.
슈퍼에서 뭐가 쌌다든가, 도중에 비를 맞아 옷이 젖었다느니, 아무래도 좋을 일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나는 그것들을 들으며 오소마츠의 요리를 만끽했다.
저녁을 마친 뒤, 나는 욕실에서 샤워를 했다.
목욕탕은 아주 좁아, 등을 씻으려고 하면 뒤에 있는 세면대에 팔이 부딪힐 정도였다.
마찬가지로 좁은 욕조에 몸을 담그며 쵸로마츠는 크게 한숨을 토했다.
요즘 넘쳐나는 일들을 떠올리며, 마음은 쉬고 싶으면서도 다음주 초까지 마무리해야 하는 작업들의 순서를 떠올린다.
철컥, 문이 열리고 오소마츠가 알몸으로 목욕탕에 들어온다.
쵸로마츠와 눈이 마주치자 오소마츠는 미소를 띄우고 새침한 얼굴로 샤워를 하고는 욕조에 발을 담근다.
[좁다고]
[괜찮잖아~]
오소마츠는 나와 마주보며 몸을 웅크려 앉아 자신의 발을 내 발에 가까이 붙였다.
[또 하려고?]
[내일 쉬니까 괜찮잖아]
오소마츠는 이렇게 내가 혼자 일에 대해 생각하고 있거나 하면 바로 눈앞에 나타나서 자신 이외의 것은 생각하지 못하게 만든다.
나는 가끔 이녀석이 에스퍼가 아닐까 하고 생각할 때가 있다.
이 아파트는 벽도 얇아서 혼자 살던 때에는 신경을 써서 생활 했었는데, 오소마츠가 이 집에 오는 동시에 옆집이 이사를 갔다.
지금 생각하면 그것도 오소마츠의 소행인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타이밍이 좋았다.
한층에 각각 8호까지 있는 아파트의 2층 맨 끝의 방에 우리는 살고 있고, 지금은 마침 대각선에 위치한 1층의 방 하나에만 주민이 살고 있다.
어둡고 오래 된 이 건물은 회사 기숙사로 집세는 들지 않았지만 최근엔 입주 희망자가 없었다.
생활 리듬이 다른 건지 자신을 제외한 단 한명의 입주자의 얼굴도 쵸로마츠는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심지어 밤에 불이 켜져 있는 것도 드물었다.
그래서, 목욕탕에서의 섹스 소리 또한 아무도 들을 리 없다.
이런 식으로, 금요일은 두 사람 다 밤 늦게까지 깨어 있어 토요일 아침은 오후까지 자고 있다.
하지만, 오소마츠는 조금 일찍 일어나 아침 식사인지 점심인지를 준비하고, 쵸로마츠는 그 냄새에 이끌려 눈을 뜨는 게 일상이었다.
평일 밤과 달리 휴일은 빵과 커피로 간단한 식사가 차려지고, 거기에 플러스로 계란 요리와 샐러드가 딸려왔다.
이 조촐한 식사도 쵸로마츠에게 있어서 훌륭한 수제 요리였고, 배고픔으로 깨어나 곧바로 배를 채운다는 건 행복 이외에 그 무엇도 아니었다.
[오늘은 뭐할래?]
텔레비전의 연예 뉴스를 보며 오소마츠가 묻는다.
백수 생활이 그리운 나는 시간에 매이지 않는 나날을 보내려고 집에 있고 싶어하지만,
반대로 가사 활동 이외에는 비교적 자유로운 오소마츠는 어디론가 나가고 싶어 했다.
집안일 따위 하지 않아도 누구도 곤란하지 않다. 그저 혼자 살던 때로 돌아갈 뿐이다.
세탁은 내일 입을 것만 해도 괜찮고, 나는 결벽이라고 해도 깔끔한 걸 좋아하는 게 아니니까 청소도 신경 쓰일 정도만 아니면 괜찮았다.
하지만 바라는 것 이상으로 오소마츠가 가사일을 해주고 있어 쵸로마츠는 위로의 의미로 오소마츠가 나가자고 하면 불평하면서도 같이 가주었다. 게다가 오소마츠가 가고 싶다는 곳은 대체로 근처의 공원이나 역의 쇼핑몰 같은 가기 편한 장소 뿐이었다.
언젠가 한번, 받은 보너스로 여행을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었지만, 특별히 보고 싶은 관광지도 없었고
여관에 간다고 해도 둘이서 하는 짓은 집이랑 다를 거 없다는 오소마츠의 말에 결국 흐지부지되었다.
오늘은 개봉한 영화를 보고 싶다고 해서 옆마을에 있는 영화관까지 가기 위해 전철을 탔다.
휴일은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이 적어 평일의 아침 같은 상황이 잘 없다.
수는 평소보다 적고 남의 어깨와 부딪히는 것도 아닌데 들려오는 말소리가 괜히 귀에 거슬려 쵸로마츠는 초조해졌다.
그런 그는 도착하기도 전에 영화관의 혼잡한 상황까지 상상하며 벌써 집에 돌아가고 싶어한다.
[역시 쵸로마츠 피곤한 거지?]
그런 나를 보며 오소마츠는 동정하듯이 말한다.
여기에서 내가 화를 낸다면 그건 화풀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조용히 눈을 감고 참는다.
영화를 거북하거나 재미 없는 걸 고른다면 자거나 화를 낼 뻔 했는데, 오소마츠의 취미는 파악하고 있어 그럴 걱정은 없었고,
다행히 내용도 재미있었다.
만원 극장에서 스크린을 바라보면서 세상의 모든 커플들은 힘들겠네, 일일이 상대방의 취미를 맞춰서
변변찮은 것을 재밌다고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니 정말이지 힘든 일이네- 라며 생각했다.
스토리가 대체로 예상 가능한 범위로 흘러가자 나는 옆에 앉은 오소마츠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오소마츠는 언뜻 쵸로마츠를 보고선 자신의 손을 나의 그것에 얹는다.
사실, 이녀석이야말로 영화 따위 아무래도 좋은 거 아닐까.
그리고 나도, 일부러 휴일에 둘이서 외출하는 게 사실 그렇게 싫지는 않았다.
그 날은 왠지 거리가 북적거려서 슈퍼에서 반찬과 술을 사고 집으로 가 저녁을 먹었다.
나는 술을 마시며 느긋한 기분으로 텔레비전을 보았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내일이 지나면 또 월요일이 와서 회사에 가야 한다며 우울해하고 있다.
일요일은 둘 다 집에 있는 일이 많다. 무엇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정하지 않고 밥을 먹거나 먹지 않거나, 대화를 하지 않거나,
니트족 시절을 되찾은 것처럼 그냥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아마 이런 것이 진정한 의미의 행복이 아닐까.
내가 이렇게 생각하게 된 것은 혼자 살았던 2년이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혼자가 된 밤, 아직 타인의 냄새가 나는 목욕탕에서 목욕하던 때의 쌀쌀함은 외로움과 동등한 것이었다.
다다미에 웅크리고 문을 바라보며 지금까지 내가 가졌던 것의 귀중함과 그것을 버린 자신의 어리석음을 알아차렸다.
오소마츠는 아마도 취직이나 자립 따위 하지 않아도 그 가치를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을 거다.
그러니 지금 나의 응석을 마음껏 받아 주고 있다.
월요일은 회사에 간다.
내가 원하는 일이나 원하는 조건과는 상관 없이, 그저 나를 고용해 주는 곳에 들어갔다.
연고(연줄)입사라고는 하지만, 이런 시기에 그것도 감지덕지다.
학교를 졸업한 지 몇년간 니트족인, 특출난 것도 뭣도 없는 인간을 이렇게 써주니까.
하지만 일을 한다는 것 자체에 감사나 일에 대한 기쁨 등은 전무했다.
취직,취직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 그때, 나는 겨우 사회에 들어섰다.
동정 니트라는 콤플렉스에 시달리던 내게 어떻게든 보통 수준만 된다면 스스로 인정 받은 기분일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결국, 나는 그대로고, 바뀐 것은 환경과 일상,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었다.
그것을 2년만에 겨우 깨달았고, 그렇다면 적어도 자기 곁에 있을 사람만큼은 스스로 고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여자친구를 만들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이 나의 나태한 부분이었다.
솔직히 거절할 거라고 생각했다.
형제가 모두 나간 뒤 그녀석에게 이미 그 집은 전부였고, 그곳을 떠나 나랑 살면서 좋을 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혹시라도 나를 선택한다면, 그 의미는 한가지 뿐이라고 생각했다.
오소마츠와 나는 이사 온 그날 밤에 잤다.
그 전에 뭔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 후에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처럼 둘은 이불 속으로 들어가 키스를 하고, 내가 오소마츠를 안았다.
그때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그 녀석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처음이라 필사적이었던 탓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이상으로, 만나지 못 했던 시간만큼 서로를 채우는 것에 열중했기 때문일 거다.
시력이나 청력 그런 건 다 사라져버리고, 그냥 피부와 점막의 감각만이 온몸에 흘러 허공에 떠있는 느낌이었다.
전차의 문이 열리고, 쵸로마츠는 수많은 사람들에 휩쓸려 밖으로 나왔다.
내게 있어 일이란 자신과 또 다른 자신을 기르는 것에 불과했다.
오소마츠와 살게 된지 곧 3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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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생각보다 빨리 정리되어, 오늘은 정시에 돌아갈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쵸로마츠는 휴게실에서 물을 마시고 있었다.
그리고는 눈 앞에 놓인 랩으로 밀봉되어 있는 과자를 바라본다.
마츠노씨도 괜찮다면 드세요, 라며 후배인 여자가 내밀어 온 그것은 랩 사이로도 양주의 강한 냄새가 코를 찔러왔다.
과일이 든 케이크를, 고마워, 라고 애써 그렇게 말하며 받아왔다.
주위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그것을 받아들고 맛있다며 먹는 가운데, 쵸로마츠는 휴게실에서 먹고 오겠다며 이곳에 온 것이다.
역시 그 자리에서 먹어 버렸으면 좋았을 걸, 하고 후회하면서 회색 정장의 팔을 과자로 뻗어 그것을 손에 든다.
[하필이면 수제라니 불쌍하네~]
오소코는 랩을 벗기고 과자를 입에 넣었다.
아, 그래도 맛있네 라고 말하며, 순식간에 그것을 입에 털어놓고 손을 털었다.
[선배!!]
[싫어하잖아, 이런거]
쵸로마츠는 잠시동안 입을 다물고 있다가 결국 네, 라고 답한다.
[최근 자주 그러지, 그 애. 우리쪽 부서에도 오거든. 주의해둘게]
[아뇨, 마음은 고맙지만....]
쵸로마츠는 당황하며 말한다.
[모처럼 편들어줬더니-]
[아니, 선배의 입장이 나빠질테고]
그건 내 탓이니까, 라며 웃으며 뒤에 있는 쓰레기통에 랩을 버리러 갔다.
[저기, 어떻게 아신 거에요?]
목소리를 조금 높여 오소코에게 말한다.
지금 휴식실에는 두 사람밖에 없다.
[보면 알아. 랄까, 전부터 그랬잖아]
오소코는 쵸로마츠와 같은 생수를 자판기에서 뽑아 쵸로마츠에게로 돌아온다.
[아, 그치만, 남자친구와 헤어져서 쓸쓸하다며 회사의 남자들에게 단 것들을 만들어 꼬리치기나 하는 여자는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만]
오소코는 쵸로마츠가 앉아 있는 옆자리에 앉으면서 말했다.
[그런 거였군요]
[그래. 그러니까 죄책감 같은 거 느낄 필요 없다고~ 저런 사념이 든 케이크는 재빨리 휴지통에 버리면 된다고]
오소코는 병의 물을 한모금 마시며 말을 이어갔다.
[저기, 그보다, 너 여자친구 생겼지?]
오소코는 그게 목적이었다는 투로 몸을 들이밀며 말했다.
그런 오소코에 쵸로마츠는 마시던 물을 뿜을 뻔했다.
오소코는 입사한 뒤, 바로 쵸로마츠의 교육을 담당한 사람으로, 나이는 4살 위였다.
당시 회사의 사정에 어두워 아무것도 못하는 쵸로마츠에게 있어서 잔소리만 하는 성격 나쁜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오랜시간 만나면서 그녀는 그저 솔직할 뿐이라는 걸 깨달았다.
실수는 정확하게 지적해주고 감정적인 것도 그 자리에서 해치워서,
지루한 설교를 하거나, 과거의 실패를 들먹이는 상사들 보다는 사귀기 쉬운 인간이었다.
실제로, 일하기 시작한 직후 그만두고 싶었던 회사를 어떻게든 여기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도, 오소코의 존재가 컸다.
쵸로마츠는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오소코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여, 여자친구?!]
[언제부터야?]
오소코의 확신에 찬 눈에 쵸로마츠는 기가 죽었다.
[어, 없어요]
[보면 안다고~~]
쵸로마츠는 그녀가 오소마츠에 대한 것까지 꿰뚫고 있는 것 같아 초조해졌다.
[그거]
오소코는 그렇게 말하면서 쵸로마츠의 목덜미를 가리키고 있다.
쵸로마츠는 그녀의 손짓에 파랗게 질려, 설마 밤의 일로 자국이라도 남은 걸까, 생각하며 목을 눌렀다.
[전에는 구깃구깃했는데, 최근에는 빳빳하게 다림질 되어있고]
같이 사는 거지? 라며 오소코가 덧붙였다.
여자는 생각보다 세세한 것까지 다 보고 있구나, 라고 쵸로마츠는 생각한다.
아니면 그냥 오소코의 성격일지도 모른다.
지금은 경리로 이동해서, 쵸로마츠의 부서에서 마주칠 일은 잘 없지만, 오소코는 발이 넓었다.
쵸로마츠가 지도를 받던 때에도, 젊은 여성 사원들에게 인기가 있기도 했고,
교육 담당이라는 입장상 험담을 듣거나 하는 일도 있었지만 무슨 일이 있으면 나이, 성별 관계 없이 모두 오소코에게 상담했다.
[뭐어, 오늘은 됐어. 걔한테는 전염병 예방 차원이라고 좋게 말해둘게]
[에?]
[아무튼, 하나 빚진 거다?]
오소코는 그렇게 말하며 휴게실을 떠났다.
다음번에는 꼭 듣고 말겠다는 걸까, 오소코는 사귀기 쉬운 선배지만 가끔 고집스러운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쵸로마츠는 최근 자신이 알기도 전에 안고 있던 스트레스의 원인을 오소코에게 풀어버려,
기분이 한결 가벼워진 것을 느꼈다.
그리고 한편으론, 그런 쓸데 없는 고집을 부리는 게, 오소마츠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어서와-!]
어느 때보다 밝은 미소로 맞이해, 쵸로마츠는 조금 주춤했다.
[다, 다녀왔어]
[어라? 쵸로마츠, 뭔가 좋은 일 있었어?]
[에, 왜?]
[평소보다 표정이 밝달까, 대체로 월요일은 세상의 종말 같은 얼굴 하고 있으니까]
나 그렇게 알기 쉬운 걸까나, 하고 쵸로마츠는 오늘에만 두번 그렇게 생각했다.
[별거 아니야. 그보다 왜 그렇게 기분 좋은 거야?]
헤헤- 하며 오소마츠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코 밑을 비비며, 짠~~! 하고 눈 앞에 직사각형의 갈색깔 물체를 내밀었다.
[파운드 케이크! 만들어버렸다]
쵸로마츠는 이녀석 역시 에스퍼, 라고 생각했다.
[밥 먹고나서 먹자]
오소마츠는 상당히 기대한 건지, 팔딱팔딱 뛰면서 저녁 준비하러 돌아갔다.
오늘의 일을 알고 있는 거라면 역시 조금 무서울지도.
저녁을 먹은 후, 칼로 잘라진 그것은, 회사에서 받은 것과는 달리 노란색과 갈색의 모양이었다.
[어때어때?]
[맛있어!]
그치! 라며 건너편 자리에 앉은 오소마츠가 기뻐한다.
쵸로마츠는 한번 더 먹으면서, 오소코가 말했던 사념이라는 말을 떠올린다.
[이상한 음식은 안 넣었다구~]
입 속의 케이크의 단맛이 혀에 맴돈다
[나의 애정은 가득 들어갔지만]
오소마츠는 쵸로마츠가 먹는 것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회사의 아가씨는 누군가에게 사랑 받고 싶어서, 그 마음을 케이크에 담았다.
하지만 아마도, 그것은 오소마츠가 말하는 애정과는 다른 거겠지.
[책 보고 만든 거야?]
쵸로마츠는 아무 생각 없이 묻는다.
[아니, 이건 요리교실! 토토코짱이랑 같이 갔다왔어]
생각지도 못한 답에 쵸로마츠는 말문이 막혔다.
[변함 없이 귀여웠어~~]
쵸로마츠는 말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인다.
[왜 그래, 쵸로마츠]
오소마츠는 조용히 있다가 나를 본다.
쵸로마츠는 정신을 차리고 당황하며 대화주제를 떠올린다.
[요리 교실이라니, 너 그런거 다녔었어?]
[다녔달까, 한번 만들어볼까 해서 처음으로 갔다왔어]
그렇구나, 라고 말하면서도 쵸로마츠는 제대로 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
[토토코짱은 잘 지내?]
[응, 지금은 친가의 가게를 도와주고 있대. 아직 독신! 아, 오늘 저녁의 생선도 토토코네 집 거야!]
[그래]
쵸로마츠는 그렇게 맞장구 치기만 한다.
[토토코가 너도 만나고 싶다더라]
그렇게 말하는 오소마츠의 웃는 얼굴이 쵸로마츠의 뇌리에 박힌다.
쵸로마츠는 욕조에 잠겼다.
그는 저녁 식사 후부터 들러붙은 이 감정을 계속 지울 수가 없었다.
오소마츠가 자신이 일하는 동안 무엇을 하는지, 쵸로마츠는 깊이 생각한 적이 없었다.
의심 없이, 그저 요리나 청소, 빨래를 한 후에 집에서 뒹굴뒹굴할 거라고 생각했다.
토토코짱이라는 존재도 쵸로마츠에게 있어 먼 과거의 사람,
그게 오소마츠에게 있어서는 아직도 인연이 이어지고 있는 존재라는 것에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쵸로마츠]
목욕탕 밖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뭔가 화났어?]
화났다고? 내가?
[화나지 않았는데]
쵸로마츠는 그렇게 답했다.
[돈은 그렇게 들지 않아, 생활비에는 손대지 않았고]
[돈 문제가 아니야!]
물이 바닥에 튄다. 오소마츠는 반응이 없다.
쵸로마츠는 좁은 욕조에서 한숨을 쉬며 얼굴을 묻는다.
그날 밤도, 쵸로마츠는 오소마츠와 잤다.
섹스라는 건, 이런 마음으로도 할 수 있는 걸까, 하고 그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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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자신만의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녀가, 언제라도 바람 피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초조해하고 있는 거네]
오만, 이라고 오소코가 덧붙였다.
[그런, 걸까요]
휴게실에서 오소코에게 어제 일을 간략하게 설명한 뒤, 그녀의 입에서 나온 결론을 쵸로마츠는 납득할 수 없었다.
[그치만, 그 소꿉친구는 나에게도 소중하고, 두 사람이 그런 짓을 할 생각은 조금도 없을테니까]
[그니까, 그게 오만, 이라고 하는 거야]
납득하지 못하는 쵸로마츠에 오소코는 불쾌함을 감추지 못했다.
[결혼할 거지? 그 애랑]
[결혼?]
[에, 결혼 생각도 없는데 동거하는 거야? 그 여자 몇살인데?]
[도, 동갑인데요]
[일은?]
[안 해요]
기세에 눌려 묻는 말에 전부 답하는 쵸로마츠.
그런 그의 대답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여자친구에 대해 제대로 생각하고 있어?]
쵸로마츠는 대답할 수 없었다.
[여자친구, 불안해할 거라고 생각해]
쵸로마츠의 머리에 불안이라는 말이 맴돈다.
[아, 나 슬슬 돌아갈게. 또 얘기 들려줘]
오소코는 그렇게 말하고 급히 휴게실을 뛰쳐나갔다.
돌아가는 전차에서 쵸로마츠는 왜 자신이 그런 소리를 들어야 하냐며 분노했다.
오소코에게, 당신이 나에 대해 뭘 알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이 마음을 가졌다 버렸다 하면서 얼마나 괴로워했는지,
그리고 그 녀석과 사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등을 떠들어대고 싶었다.
오소코는 아무것도 모른다.
보통의 남녀라면 결혼이라는 선택이 자연스러운 것이어야 하는데, 우리들에게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대체로 사귀는 남자가 일하고 있지 않으면, 그건 세간에서 [히모오토코]라는 말로 부른다.
그런데 그 대상이 여자일 경우, 결혼을 전제로 그러는 거라며 이해 받는 것은 석연치 않았다.
그것은 백수와 가사 도우미라는 말로 구별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나도, 그녀석을 위해 이렇게 참고 일하고 있는데.
거기까지 생각하고, 쵸로마츠는 고개를 숙여 손잡이를 쥔 손에 이마를 붙였다.
[어서와]
문을 열자, 평소와 같은 얼굴로 쵸로마츠를 맞이하는 얼굴이 있어 쵸로마츠는 죄책감으로 가득찬다.
[미안]
[에?]
[어제, 화내서]
[무슨 소리야-]
오소마츠는 웃을 뿐,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저녁을 준비했다.
저녁을 마치고, 쵸로마츠는 목욕탕에서 생각에 잠겼다.
오소코의 말이 맞다. 둘의 장래를 생각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오만하게 자신이 그를 기르고 있다 같은 생각을 했다.
쵸로마츠는 그런 자신이 싫어졌다.
현실적으로,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
같이 못 있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라고 처음으로 그런 생각을 하면서 쵸로마츠는 두려워졌다.
[마츠노군, 저번엔 미안했어]
며칠 후, 쵸로마츠의 부서에 방문한 오소코가 말을 걸어왔다.
[왜 사과하는 건가요?]
[여러가지 사정이 있을텐데, 여자친구랑. 나, 말이 지나쳐서]
오소코는 정말 미안하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아뇨, 선배의 말이 맞으니까요]
쵸로마츠는 고개를 숙인다.
그 날부터, 계속 자기 혐오에 시달리고 있었다.
[괜찮으면 오늘 마시러 가지 않을래?]
오소코는 쵸로마츠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그렇게 말했다.
그 무게만큼, 조금 마음이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다.
[그녀석이랑은 어릴 때부터 항상 함께였어요]
태어날 때부터, 라고 술집의 소란 속에서 쵸로마츠는 생각했다.
[장난도 잔뜩 치고, 뭘 하든 옆에 있고, 어린 시절은 그저 즐거웠어요]
카운터 너머에서 점원이 고객들을 향해 '어서 오세요!'라고 외친다.
[그치만 성인이 되면서, 저는 제대로 된 인간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치만 그사람은 계속 변하지 않고 그대로였어요]
쵸로마츠는 맥주를 한모금 마시고 다시 입을 열었다.
[솔직히 부러웠어요. 입으로는 제대로 하라고 하면서도,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을 수 있는 그녀석이]
쵸로마츠는 옛기억을 떠올렸다.
[일하기 시작한 뒤부터 그녀석과 떨어지게 되어서, 외로움과 동시에 녀석에게 얼마나 의존하고 있었는지를 깨달았어요. 옆에 두고 싶었어요]
쵸로마츠는 잔을 꽉 쥐었다.
[녀석은 일할 마음이 없었으니까 내가 부양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쵸로마츠는 스스로를 비웃으며 말했다.
[그런게 아니라는 걸, 선배에게 한마디 듣고 깨달았어요]
쵸로마츠는 눈 앞에 놓인 안주 접시를 보았다.
[나는 그저 내 옆에 녀석을 묶어 두고 싶었을 뿐이란 걸]
쵸로마츠는 자신의 입에서 나온 그 말에 괴로워했다.
[그녀석은, 내게 부양해달라던가 한마디도 하지 않았어요. 녀석은 소꿉친구와 결혼하는 편이 더 행복할지도 몰라요]
입으로 내뱉음으로 더욱 더 자신의 생각을 자각하게 되었다.
[사랑 받고 있네]
지금까지 잠자코 쵸로마츠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오소코가 입을 열었다.
[그렇게까지 사랑 받고 있다면, 분명 그녀는 행복할 거야]
오소코의 말에 쵸로마츠는 위화감을 느낀다.
이런 감정이, 그런 말로 표현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마음을 제대로 전하는게 좋아. 그리고 애인의 마음도 들어봐]
녀석의 마음, 하고 쵸로마츠는 속으로 생각했다.
[좋아한다는 것도 제대로 전하지 않으면..]
[그러고 보니, 녀석한테 좋아한다고 말한 적이 없구나]
[에엣!]
쵸로마츠는 안주를 먹으려 뻗던 손을 멈춘다.
[한번도?!]
[네]
오소코의 물음에 쵸로마츠는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바보 아니냐!!너!!]
그런 그녀의 말에, 쵸로마츠는 신입 시절 때 혼나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립네요, 그 말]
오소코도 그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조금 눈을 가늘게 뜨며 쵸로마츠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다시 설교가 시작될 것 같아서 쵸로마츠는 급히 화제를 바꾼다.
[그보다 선배는 어떤가요? 남자친구라거나]
오소코는 쵸로마츠의 물음에 한숨을 쉰다.
[나도, 슬슬 남자 찾아서 결혼하지 않으면-]
오소코가 말했다.
[남들 결혼식에 소환될 때마다 초조해진다니까]
잔을 기울이며 오소코가 중얼거렸다.
[이러면서도 결국 일만 하지만]
그렇게 말하며 오소코가 쵸로마츠를 보며 웃는다.
[부모님도 손자 얼굴 보고 싶어 하겠지~~]
나 외동이고, 라며 잔을 바라본다.
쵸로마츠는 다 똑같다고 생각했다.
나이와 성별은 다르지만 다들 비슷한 고민에 빠져있었다.
남자끼리, 형제의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관계니까, 남들은 모르는 나만 아는 고통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소코가 안고있는 그 고통은 아마 쵸로마츠와 같은 것이다.
[알 것 같네요]
무심코 나온 말에 오소코가 묻는다.
[마츠노군은 그녀와 애기 가질 생각 없어?]
어떻게 답해야 좋을까, 하고 생각하던 중 쵸로마츠의 뇌내속에 한가지 선택사항이 떠올랐다.
말해버릴까? 우리들의 관계를.
그 때는, 말하고 난 뒤에 어쩌면 좋을까, 같은 그런 건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이 사람에게만은 거짓말 하고 싶지 않구나, 라고 생각했다.
오소코는 잠자코 있는 쵸로마츠를 바라보고 있다.
[제가 지금껏 말해왔던 연인은]
목소리가 떨린다.
[형이에요, 저의]
심장이 세차게 뛴다. 오소코의 얼굴을 차마 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다.
긴 침묵이 이어지고, 선술집의 소란스러움이 멀면서도 가깝게 들려온다.
[그래]
오소코의 목소리에 고개를 든다.
[어쩐지, 처음 만났을 때부터 타인한테 흥미 없다는 얼굴을 하고 있더라니~]
쵸로마츠가 그녀를 바라보자, 오소코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로 웃고 있었다.
[마실까]
[네]
쵸로마츠는 오소코가 정말 상냥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자신도 이렇게 타인에게 상냥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점원에게 술을 부탁하고, 오소코는 쵸로마츠에게 말했다.
[나, 회사 그만둬]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다.
[옮기게 됐어]
[그렇습니까]
쵸로마츠는 어떤 말을 꺼내야할지 알 수가 없었다.
[계속 이동 원서도 냈었는데, 드디어 수리되어서]
쵸로마츠는 가만히 오소코의 말을 기다린다.
[역시 인재 교육이라던가 하고 싶어서, 또 지금의 회사에 그런 일 없을까 찾아봤는데...]
쵸로마츠는 오소코가 생각하고 생각해서 내린 결정이라는 것을 그녀의 표정에서 알 수 있었다.
[나, 싫어하지 않아. 사람들이 내게 의존하는 거]
오소코는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쵸로마츠는 예쁜 미소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이 해줄 수 있는 말을 찾아냈다.
[선배, 저 일 열심히 할게요. 그러니까 선배도 힘내세요]
[고마워]
어디선가 들은 말이었다.
옛날의 내가 들었다면, 뭘 열심히 하라는 거야, 라며 바보취급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그 말로 오소코를 미소 짓게 만들었다.
[그치만, 솔직히 저는 선배처럼 뭔가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는 없을지도 모르겠네요]
쵸로마츠는 그렇게 본심을 말했다.
그는 반짝거리는 것에 부담을 느겼다..
[찾을 수 있어, 틀림없이. 다소 싫은 생각하면서도 다시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이]
오소코의 말이 쵸로마츠의 가슴에 스며든다.
주문했던 술이 나왔다.
[마시자]
[네]
쵸로마츠는 오소코와 잔을 부딪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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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좀 늦었네]
다음날, 신발을 신고 출근하려던 쵸로마츠는 이불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움직임을 멈춘다.
[응, 마시러 갔어]
[여자?]
문 손잡이를 잡은 쵸로마츠에게 오소마츠가 덤덤한 목소리로 묻는다.
[그렇긴한데, 입사 때부터 신세 지던 선배님이야]
아무런 반응이 없는 오소마츠에 쵸로마츠는 손을 멈춘 채로 답을 기다리지만,
언제까지고 오소마츠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다.
쵸로마츠는 전차 시간에 늦을 것 같아 기다리기를 포기하고 입을 열었다.
[오늘은 일 때문에 늦어지니까]
여전히 오소마츠는 대답이 없다.
그 날, 쵸로마츠는 일을 마치고 평소처럼 전차를 타지 않고, 친가로 향했다.
마음을 전한다고 해도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각오를 정하지 못한 자신이 전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이런 기분으로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다녀왔어]
정월 이후, 처음으로 친가에 왔다.
[어머, 어서오렴 쵸로마츠]
어머니가 현관으로 나왔다.
[오늘 자고 가도 될까?]
갑작스런 방문이라 쵸로마츠는 조금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괜찮단다, 뭣보다 여긴 너의 집이니까]
[응]
간만에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어 쵸로마츠는 안심이 되었다.
[쵸로마츠!]
거실에서 저녁 반주를 하고 있던 아버지는 정장차림의 쵸로마츠를 보고 놀라고 기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거실에는 옛날 자신들이 2층에서 쓰던 탁자가 놓여있었다.
[자아, 마시자]
아버지는 쵸로마츠에게 술을 권했다.
쵸로마츠는 그런 아버지 앞으로 가 술을 받았다.
[아, 아빠도]
쵸로마츠가 술을 따르려 하자, 아버지는 붉어진 얼굴로 웃음을 터뜨렸다.
[크으, 맛있다!]
술을 마시며 아버지가 말한다.
일한 후에 마시는 술은 맛있다. 하지만, 일하지 않아도 충분히 맛있다는 것을 쵸로마츠는 알고 있다.
[일은 어떠냐]
[순조로워]
[상사 한두명 죽이지는 않았냐?]
취했다고는 하지만 웃지 못할 농담이다.
[아빠는, 셋이다]
리얼한 숫자, 라고 생각하며 쵸로마츠는 화제를 바꾼다.
[회사 선배가 이번에 이직한대]
[호오]
[지금의 회사에선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없다더라]
[쵸로마츠]
[응?]
[일, 힘들면 그만둬도 괜찮다. 아빠의 지인이라고 참을 필요는 없다]
아버지는 갑자기 진지한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에? 아니, 난 별로..]
[너, 지친 얼굴을 하고 있다]
쵸로마츠는 그 말을 듣고 눈물이 나올 뻔했지만 참았다.
[요즘 좀 바빴으니까, 그래도 괜찮아]
[정말이냐]
[응]
쵸로마츠는 눈앞의 아버지를 존경했다.
아내와 아들 여섯명을 20년 이상 부양하고, 겨우 취직시킨 아들에게 그만둬도 좋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
나는, 한명도 먹여 살릴 수가 없는데.
[그나저나, 오소마츠는 잘 지내냐]
떠올리고 있던 사람의 이름이 불려 순간 동요한 것을 쵸로마츠는 급히 숨기고 답했다.
[응]
[다음에는 둘이서 오거라]
쵸로마츠는 2층 방에 이불을 깔고 들어가 천장을 바라보았다.
모처럼 집에 돌아왔는데, 쵸로마츠는 그다지 편안한 기분이 들지 않았다.
저녁을 먹으면서도 그녀석은 제대로 챙겨먹었을까, 하고 신경 쓰였다.
어머니가 깔아 준 이불은 일인용이었다.
오소마츠는 다른 형제들이 전부 나갔을 때, 여기서 혼자 잤던걸까.
그때, 나는 아파트에서 자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도 우리는 떨어져서 자고 있다.
다음날 아침, 쵸로마츠가 이불에서 나왔을 때는 이미 9시가 넘어가 있었다.
순간 동요했지만, 오늘이 토요일이라는 사실을 떠올리고 안심했다.
1층으로 내려가 얼굴을 씻고, 부엌으로 가 엄마에게 인사한다.
[좋은 아침]
쵸로마츠를 한번 보고, 엄마는 다시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그 모습이 오소마츠와 겹쳐보였다.
[좋은 아침]
[아빠는 아직 자?]
[어제 많이 마셨거든]
부엌 테이블에 앉아, 쵸로마츠는 잘먹겠습니다- 라고 말하며 된장국을 마신다.
그 맛에 쵸로마츠는 문득 든 생각을 입밖으로 내뱉었다.
[엄마, 오소마츠형 엄마한테 요리 배웠어?]
어머니는 냄비를 올려둔 가스렌지의 불을 조절하면서 답했다.
[너희가 둘이 살게 된 첫날부터 여러가지 알려달라고 왔었단다]
쵸로마츠는 그 말에 말문이 막혔다.
몰랐다. 왜 말하지 않은 거야.
너는, 그냥 요리를 잘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였다. 혼자서 열심히 노력했던 거였다.
[그 애, 쵸로마츠한테 영양 있는 거 먹이고 싶다면서 정말 즐겁게 요리했어]
[엄마, 미안]
쵸로마츠는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나 이만 가볼게]
쵸로마츠는 그렇게 말하며 2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파자마를 벗어던지고 정장으로 급히 갈아입고는 가방을 들고 1층으로 다시 뛰어내려왔다.
[쵸로마츠]
현관에서 신발을 신고 있자, 뒤에서 어머니가 불러세웠다.
[반찬 만들어뒀어. 둘이서 먹으렴]
어머니는 그렇게 말하며 반찬통을 내밀었다.
[고마워]
쵸로마츠는 그것을 받아들었다.
나가려다 말고 뒤를 돌아보았다.
[엄마, 손자 얼굴 보여주지 못해서 미안]
아직, 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의 인생에서 그건 이미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야, 손자가 있으면 있는 것만으로 즐겁겠지만]
어머니가 웃는다.
[그치만, 너희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단다. 어쨌든, 아들이 여섯명이나 있으니까]
쵸로마츠는 어머니도 존경했다. 이렇게도 순수하게 자식의 행복을 비는 그 모습을.
[오소마츠를, 부탁한다]
쵸로마츠는 역으로 달리면서 저번에 들었던 오소코의 말을 떠올렸다.
싫은 생각이 들어도 다시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
나는 형제들 중에서 가장 상식인이라며, 솔선해서 바른 길을 걷고 있다고 믿었던 시절.
그런 때가 있었던 것이 거짓말인 것처럼, 회사에서는 조금도 적응하지 못하고, 생활은 흐트러지고,
아무런 의욕도 생겨나지 않는, 그저 일하고 있을 뿐인, '나'라는 존재는 원래 없었다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 나날 속에서 나는 오소마츠와 함께 있고 싶다고 생각했다.
잃고서야 처음으로 소중함을 깨닫다니, 흔하고 흔해빠진 일이지만 아무튼 그랬다.
내 의지는 녀석과 있기를 원했다. 나에게 있는 건, 그것뿐이었다.
쵸로마츠는 역에 도착했다.
눈에 익은 개찰구도 지금은 바뀌어 있다.
그렇게나 좋아했던 토토코짱도, 그 때의 기분을 다시 기억해낼 수 없다.
쵸로마츠는 전차를 탔다. 토요일 아침은 비교적 널널했다.
만원 전차에 타는 건 지금도 고통스러웠지만, 최대한 부담이 적은 방법을 터득했다.
일을 효율적으로 진행하는 방법도 익혔다. 싫은 상사와 인연을 이어가는 방법도, 거래처와의 식사도,
좋아하지 않는 것에 대해 이래저래 넘어가는 기술을 열심히 터득했다.
그건 결코 헛된 일이 아닐 것이다.
잘 할 수 없는 일을 잘 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가치 없는 일이 아니다.
아무것도 없던 자신에게, 새로운 자신이라는 것이 지금은 분명하게 존재하고 있다.
쵸로마츠는 전차에서 내렸다.
처음에는 낯선 거리였던 이곳에 내려, 아아, 돌아왔다, 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 그 증거다.
역으로부터 조금 떨어진 아파트로 향하면서 이 언덕길이 힘들었던 것도,
저녁과 함께 기다리는 사람을 생각하면 절로 다리가 가벼워졌다.
쵸로마츠의 시야에 아파트가 들어왔다.
나는 이 아파트가 좋았다. 모든 것이 좁고, 벽의 페인트 칠이 군데군데 벗겨지고 있었지만,
그곳에 들어서면, 늘 나를 맞이해주는 사람이 있고, 밥내음을 풍기며 웃음 소리를 울릴 수 있는 이곳이.
혼자서 지내던 그 방 안은 넓고 고요해서, 단지 잠만 잘 뿐이었다.
아파트의 계단을 올랐다.
발소리가 울린다.
이 소리를, 녀석은 언제나 기다리고 있었던 걸까.
현관 문을 연다. 조금 곰팡내가 나면서 차가운 공기가 흐른다.
나는 안에 들어서면서 눈앞에 보이는 탁자를 보고, 이렇게나 큰 짐을 가지고 와야 했던, 녀석의 여린면을 생각했다.
쵸로마츠는 바닥에 깔린 이불 위에 앉아서 자고있는 빨간 파카의 등을 향해 입을 열었다.
[오소마츠형]
오소마츠는 대답이 없다. 방의 공기가 멈춘 것만 같다.
[나, 일할까]
오소마츠는 여전히 외면한 채로 말했다.
[오소마츠형]
[그러면 너의 부담도 조금 줄어들까]
[오소마츠!]
쵸로마츠가 소리쳤다. 방의 공기가 다시 움직인다.
[이쪽으로 와]
쵸로마츠는 조용히, 하지만 단호하게 그렇게 말했다.
오소마츠가 몸을 돌려 그쪽을 바라보았다.
[두고 가지마, 쵸로마츠]
그 말에 감정은 없다.
[나를 두고 가지 마]
그의 말끝이 희미하게 떨린다.
[가지 않아]
내가 너를 놓아주고 싶지 않은데, 두고 가달라고 부탁해도 두고 갈 리가 없잖아, 라고 쵸로마츠는 생각했다.
쵸로마츠는 전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 한번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너는 일하지 않아도 좋아]
오소마츠는 쵸로마츠를 가만히 보고 있다.
[나는 너를 위해서 일하는 거야]
오소마츠의 눈이 흔들린다.
[그러니까 계속 옆에 있어줘]
쵸로마츠는 오소마츠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거, 프로포즈?]
쵸로마츠와 오소마츠 사이에, 아까와는 다른 분위기가 흐른다.
[저기, 그런거야~?!]
오소마츠는 조롱하는 투로 말했다.
[랄까, 호적도 같으니까 프로포즈 같은 거 필요 없잖아]
[그치만, 에-! 에에-!!]
오소마츠는 양손을 뺨에 대고 말했다.
[그러니까, 그 새댁 캐릭터도 그만둬]
오소마츠는 움직임을 멈춘다.
[너 그런 놈 아니잖아]
오소마츠의 두 손이 뺨에서 미끄러진다.
[무리하지 않아도 되니까]
오소마츠는 이불 위에 손을 떨구고, 고개를 숙인다.
[밥도 적당히해도 좋고, 방도 더러워도 괜찮아. 파칭코나 경마도 가고 싶으면 가도 괜찮아]
눈앞에 있는 오소마츠의 모든 것이, 사랑스러워 보였다.
[너는 너의 모습 그대로인게 좋아]
오소마츠는 조용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쵸로마츠는 그것을 보면서 가슴이 아파왔다.
쵸로마츠는 오소마츠를 끌어안았다.
[좋아해]
쵸로마츠는 그렇게 말하면서, 이렇게 슬픈 고백이 또 어디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좋아하게 된다는 것은 슬프고도 안타깝다.
[좋아해]
오소마츠는 눈물로 가득찬 목소리로 쵸로마츠의 어깨 너머로 그 말을 내뱉는다.
좋아하는 상대가 자신을 좋아하고 있어 주는 것이 이렇게나 마음을 가득 채워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대로, 두 사람은 계속 꼭 끌어안았다.
이제 더이상 방의 공기는 차갑지 않았다.
두명이 쏟아 낸 숨으로 방은 따뜻한 온도를 되찾고 있었다.
쵸로마츠가 입을 열었다.
[왜 엄마한테 요리 배운 거, 말하지 않았어?]
[쵸로마츠가 일에 대한 푸념 같은 거 전혀 하지 않으니까]
오소마츠의 대답을 듣고, 아아, 나도 비슷했구나, 라고 생각한다.
[미안]
쵸로마츠는 그렇게 말하곤 그를 세게 끌어안았다.
눈물을 그친 오소마츠가 그에게서 떨어지면서 말했다.
[아타미에 가고 싶어]
[에?]
[아타미]
[응, 가자]
[쵸로마츠]
[왜?]
[어서와]
[다녀왔어]
쵸로마츠는, 겨우 돌아올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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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제 블로그에 있는 소설 대부분 카라 위주라서
뭔가 다른 녀석들로 가져와봤습니다 :)
이것도 시리즈인데,
본편은 이걸로 끝이고
이후에, 번회3개와 후일담 2개가 있습니다
그건 다른 캐릭터들이 등장할 예정입니다.
아마 나머지 형제들도 등장하겠죠 'ㅂ'
또 다음에 가져올게요!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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