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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松 님의 작품입니다
「아저씨가 사라진 날」
멈춰. 이리로 오지 마.
“오소마츠!!가자!!!”
싫어. 싫어. 싫어!!
“오소마츠”
내 이름 부르지 마!!
“오소마츠”
“오소마츠”
“오소마츠”
[시끄러어어어어어어어어!!!!!!]
오소마츠가 몸을 휙 하고 일으키며 가쁜 호흡을 내쉰다. 그러자, 어디선가 베개가 날아와 오소마츠의 안면에 명중한다. 오소마츠는 갑작스런 일에 당황해 상황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얼굴이다.
[시끄러운 건 너라고, 쿠소장남!!!!!!!!]
쵸로마츠가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이불로 돌아간다. 다른 동생들도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고는 다시 잠에 든다.
그건, 악몽이었던 모양이다. 오소마츠는 다시 숨을 몰아쉬고 자리에 눕는다. 왜 자신이 이렇게 괴로워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걸까.
어려서부터, 오소마츠는 자주 악몽에 시달렸다. 내용은 언제나 그 남자의 꿈이다. 어렸을 적, 오소마츠에게 폭력을 휘두르며 위협했던 그 남자, 토고. 성인이 된 지금도 그 트라우마는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마음 깊이 들러붙어있다. 어떻게 해야 그것에서 도망칠 수 있는 거지? 쉽사리 잠에 들지 못하고 멍하니 생각에 잠겨있던 오소마츠는 형제들의 숨소리를 들으며 비로소 한가지 결론에 이른다.
그녀석의 존재를 없애자, 고.
◇◇◇◇
[존재를 없애고 싶은 사람이 있다스??]
데카판의 말에 오소마츠가 고개를 끄덕인다.
다음날, 오소마츠는 데카판의 연구소로 향했다. 목적은 물론 오소마츠를 괴롭히는 그 토고를 없애기 위해서.
[응. 타임머신 같은 거, 없어?]
데카판이 진지한 표정을 하고 천천히 고개를 젓는다.
[타임머신을 사용해서 뭘 할 생각이다스?]
[그야,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운 녀석이 있으니까, 겠지. 나를 만나기 전의 시간으로 가서, 녀석을 없앨 거야. 그러면 내 트라우마도 사라지겠지]
그렇게 말하면서 오소마츠는 데카판에게 토고의 일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여전히 데카판은 진지한 표정을 유지한 채로 말했다.
[안 된다스. 내 발명품으로 오소마츠군을 살인자로 만들 수는 없다스]
나는 그런 데카판에 혀를 찼다. 계속해서 데카판을 설득하려 했지만, 데카판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끈질긴 오소마츠에 데카판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굳이 죽이지 않아도 된다스요? ........그 토고라는 남자가 오소마츠군의 집에 하숙하기 전에 경찰에 잡히게 한다거나, 그러면 된다스! 그러면 오소마츠군의 트라우마도 사라질지 모른다스]
데카판의 제안에 오소마츠는 어깨를 떨군다. 그리고 작게 “알았어”라고 말한다.
[그보다, 과거를 바꿀 수는 있는 거야?]
[모른다스]
오소마츠나 [뭐야, 그게] 라고 무심코 뱉었다. 데카판은 뭔가를 생각하는 듯이 팔짱을 끼고 말했다.
[시간 여행에 대한 다양한 설이 있다스. 만약, 오소마츠군이 과거로 가서 토고가 오소마츠군을 만나지 않게 한다고 해도, 그것이 그대로 패러렐 월드로 분리되어 버릴 가능성도 있다스. 그렇게 되면 오소마츠군의 과거는 변하지 않고, 트라우마도 사라지지 않는게 된다스]
[에-.........뭐야 그게]
오소마츠는 짜증난다는 듯 얼굴을 구기고 천천히 일어선다. 데카판은 눈썹을 낮추고 그런 오소마츠를 올려다보았다.
[오소마츠군......]
[.......이제 아무래도 좋아.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나는 과거로 갈 거야]
오소마츠의 말을 듣고 데카판이 [조금만 기다려라다스]라고 말하고는 약품이 진열된 선반을 뒤진다. 그러나 좀처럼 생각한 것이 발견되지 않는지 잠시 멈칫하더니 뭔가 생각난 듯 자신의 큰 바지 속에 손을 들이밀었다. 그리고는 [여기있다스!!] 라고 외친다. 데카판의 바지에서 나온 것은 그냥 붉은색의 핸드폰이었다. 게다가, 계속 바지 속에 들어있었던 탓에 엄청난 냄새가 났다. 오소마츠는 얼굴을 구기고 코를 막으며 말했다.
[냄새!!! 뭐야 이건!? 그냥 핸드폰이잖아?!]
[타임머신이다스]
[이게!!?어떻게 쓰는 건데?]
[기다리라다스]
데카판에게서 휴대폰을 가져가려는 순간, 데카판이 오소마츠를 막아섰다.
[약속했으면 한다스. 그냥 과거만 바꾸고, 사람은 죽이지 않기로]
[.........뭐야, 신뢰감 없네-]
[오소마츠군]
데카판의 진지한 얼굴에 오소마츠는 한숨을 내쉬었다.
[알았다니까]
데카판은 오소마츠의 확답을 듣고 나서야 갖고 있던 타임머신을 건네주었다. 타임머신은 보면 볼수록 그냥 핸드폰 같았다. 오소마츠는 그것을 켜고 끄고 만지작거리면서 [이거 어떻게 쓰는 거야?] 라고 물었다.
[우선 「0」 버튼을 3번 누르고, 통화버튼을 누른 후에 누군가에게 통화하듯이 가고 싶은 시간대를 말하면 된다스]
오소마츠는 말하자마자 타임머신을 작동시켰다. 통화버튼을 누르고,
[토고가 우리 집에 하숙하기 전날로]
그 순간, 눈앞이 뒤집히는가 싶더니 몸이 빙글빙글 회전하는 듯한 감각에 오소마츠는 눈을 감고 몸을 웅크렸다. 공중으로 몸이 붕 떠오르고, 묘한 금속음이 머리에서 울렸다. 오소마츠는 온몸을 덮치는 구토감에 토할 뻔했지만, 그러기도 전에 몸이 땅으로 낙하했고 바닥에 몸을 강하게 부딪쳤다. [아파앗!!] 하고 외치며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는 오소마츠.
고통이 멎고서야 겨우 눈을 뜨고 주위를 살폈다. 오소마츠를 내려다보는 시선이 세 개. 초등학생 정도의 소년들이 오소마츠를 보고 멍하니 굳어있었다. 세 사람 모두 흙이 묻어 더러워진 흰색 민소매 셔츠와 반바지 차림이었다. 그런가, 여긴 쇼와인가. 조금씩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한 오소마츠는 자신이 초등학생 앞에서 땅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는 괜시리 그 소년들을 째려보며,
[뭘 보는 거야!!]
라고 소리쳤다.
소년들은 오소마츠의 외침에 덜덜 떨며 그 자리에서 달아났다. 오소마츠는 작게 신음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위를 둘러보면 아무래도 여긴 공원인 것 같다. 지저분한 코끼리 모양의 미끄럼틀과 그네, 철봉이 있는 작은 공원이었다. 그러나 틀림없이 여긴 쇼와이다. 어딘가 그리운 분위기에 오소마츠는 살짝 감성에 젖었다.
[아저씨]
작게 떨리는 듯한 목소리. 오소마츠가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아까의 소년들 중 한명이 아직도 오소마츠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오소마츠가 혀를 찼지만, 그 소년은 몸을 떨면서도 여전히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아저씨, 지금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나타났죠? 나, 나 봤으니까!]
오소마츠를 올려다보며 덜덜 떨면서도 그렇게 쏘아붙이는 소년. 오소마츠는 이런 꼬마를 상대할 시간은 없다며 무시하고 돌아섰다. 하지만 오소마츠의 빨간 파카 자락을 잡는 작은 손.
[아저씨]
귀찮아아-! 오소마츠는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고는 [뭐야]라고 작게 응답한다. 소년은 그런 오소마츠에 울상이 되면서도 애써 웃으며 말했다.
[도와줘서 감사합니다]
순간 오소마츠는 의미를 몰라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소년의 볼과 팔 여기저기에 그려져 있는 무수한 상처들을 보고는 아까의 소년들 중 한명이 이 소년의 멱살을 잡고 있었던 것을 떠올렸다.
설마, 이 녀석....
[괴롭힘 당하는 거야?]
소년은 살짝 얼굴을 붉혔지만 대답은 하지 않았다. 오소마츠는 그런 소년에게 아무런 말없이 소년의 머리에 손을 얹는다. 소년이 놀라 얼굴을 들면,
[뭐, 힘내라고]
그렇게 웃으며 말한다.
조금 그 답지 않은 행동이었던 것도 같았지만, 고교시절 왕따였던 이치마츠의 모습이 그 꼬마와 겹쳐 보여 어쩔 수 없었다. 뭐, 토고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조금은 놀아줄까.
오소마츠는 소년의 손을 잡아끌고는 그네로 가서 앉았다. 소년은 멍하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아, 잠깐 형아랑 얘기할까?]
소년이 깜짝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금방 표정을 바꿔 밝게 웃었다.
[아, 그치만 모르는 사람과 얘기하면 안 된다고, 선생님이 그랬어]
소년의 말에 한방 먹었다는 듯한 표정을 하는 오소마츠. 하지만 금세 표정을 바꿔, 평소의 버릇처럼 코 밑을 훔치며 웃는다.
[나는 마츠노 오소마츠! 자, 이제 나는 모르는 사람이 아니지? 얘기하자!]
소년은 그것을 듣고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 오소마츠의 옆에 앉았다.
◇◇◇◇
[그 녀석들, 소꿉친구인데 나한테 엄마가 없다고 매일 놀려...]
소년은 그렇게 풀 죽어서 말했다. 그 말에 오소마츠는 뭔가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하아?왜 그런 걸로 괴롭히는 거야?]
[글쎄. 인간은 자신보다 모자란 사람을 깔보고 무시하기 마련이니까....]
[잘 모르겠네에.......]
어린 주제에 묘하게 어른스러운 말을 하는 소년에게 오소마츠는 눈썹을 찡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러고는 소년의 팔을 잡아당겼다.
[좋아, 놀자!]
[에,]
[애는 그런 어려운 일 따위는 생각하지 말고 뛰어 놀면 되는 거라고!]
오소마츠는 소년에게 이를 보이며 활짝 웃는다. 소년은 그런 오소마츠를 보고 멍한 표정을 지었지만 금세 기쁨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그래, 그러면 된다고. 오소마츠는 소년에게서 자신의 동생의 모습을 겹쳐보았다. 썩어도 나는 장남이구나, 라고 실감했다. 그리고 오소마츠는 토고의 일 따위는 깨끗하게 잊고 공원의 기구들을 뛰어다니며 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내성적인 반응을 하던 소년도 나중에는 밝게 웃으며 뛰어놀았다.
어느새 주위가 어두워지고, 오소마츠도 소년도 흙투성이가 되었다.
[너, 집이 어디야?]
소년에게 그렇게 묻자, 소년은 지금까지의 밝은 표정이 거짓말처럼 싹 사라지고 새파랗게 질린다. 덜덜 떨기 시작하는 소년에 오소마츠는 눈살을 찌푸렸다.
[야, 왜 그래?]
[돌아가고, 싶지 않아]
소년은 나직이 그렇게 말하며 오소마츠에게 매달렸다. 오소마츠는 소년의 갑작스런 행동에 당황했다.
[아저씨......]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은 목소리였다. 오소마츠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대로 소년은 오소마츠에게서 떨어지며 [농담이야-] 라며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어린애가 그런 표정을 하다니....
[아저씨랑 좀 더 놀고 싶었을 뿐이야]
[아저씨가 아냐, 오소마츠라니까]
소년은 낄낄 웃는다.
[고마웠어, 오소마츠]
소년은 그렇게 말하고는 발걸음을 돌려 자리에서 떠난다.
오소마츠는 왠지 이대로 소년을 돌려보내서는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야!!]
소년을 붙잡아 세웠다. 하지만, 불렀다한들 뭘 할 수 있지? 이대로 이 소년을 미래에 데리고 갈 수는 없는데.
[너, 이름은?]
오소마츠는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무심코 그렇게 물었다. 소년은 오소마츠를 보며 눈을 깜빡인다. 그리고는 싱긋 웃으며,
[토고]
――――――하?
오소마츠는 그 말에 사고가 멈췄다. 그 사이에 소년은 [그럼 이만 갈게] 라고 말하고는 그곳에서 떠났다. 그때, 타임머신에서 벨소리가 울렸다. 오소마츠는 천천히 통화버튼을 눌렀다.
【아, 오소마츠군다스? 이제 끝난 것 같아서 전화했다스. 지금 당장 이쪽으로 전송하겠다스!】
아무래도 데카판은 이쪽을 지켜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오소마츠가 [응]이라고 답하자, 타임머신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소마츠의 머릿속에서는 소년의 미소와 “토고”라는 글씨가 맴돌아 그런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
원래 세계로 돌아왔음에도 아직 멍하니 있는 오소마츠에게 데카판이 [또 내일 오라다스] 라고 말했다. 오소마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그날 밤새도록 그의 머릿속에서 토고 소년과의 일들이 맴돌았다.
확실히 오소마츠가 타임머신에게 “토고가 우리 집에 하숙하기 전날로”라고는 했지만, 설마 토고의 어린 시절로 타입슬립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나한테 엄마가 없다고 놀려」
「아저씨랑 좀 더 놀고 싶었을 뿐이야」
「고마웠어, 오소마츠」
왜 그런 순수한 소년이 살인자가 된 거지? 왜 강도가 되어 버린 거지?
그 소년과 놀았을 때, 소년은 정말 평범한 꼬마였다. 즐겁게 웃거나, 오소마츠에게 너스레를 떨거나, 정말 평범했다.
[오소마츠?]
밤중에 집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자, 카라마츠가 집에서 나와 그를 불렀다. 카라마츠도 오소마츠 옆에 서서 담배를 꺼내 물고는 불을 붙였다. 오소마츠는 그런 카라마츠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러나. 오늘은 평소와 달리 꽤나 멍하니 있군. 동생들도 걱정했다고?]
카라마츠가 그렇게 말하고는 입에서 연기를 내뿜었다. 오소마츠가 그의 말에 움찔한다.
[저기, 너]
[응~?]
[토고, 기억나?]
카라마츠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금세 뭔가 떠오른 듯 눈살을 찌푸렸다.
[토고라면, 오소마츠를 인질로 삼은 강도말인가?]
[응]
[........혹시 너, 그게 트라우마가 됐던 건가?]
카라마츠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오소마츠를 본다. 오소마츠는 그저 조용히 담배를 피우고 있다.
그랬었는데 말이지, 지금은 알 수가 없다고......
그 남자가 그렇게 되어버린 이유를 알고 싶어졌다. 왜 나는 토고라는 남자에게 이렇게까지 집착하고 있는 걸까. 지금 생각해 보면, 굳이 시간여행해서 과거를 바꾸기보다, 데카판에게 기억을 지우는 약을 받아 그때의 기억을 지우면 되는 일이었다. 그러는 편이 트라우마가 사라질 가능성도 높을테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답지 않네-]
오소마츠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카라마츠가 그런 오소마츠의 어깨를 잡는다.
[오소마츠, 뭔가 고민하고 있다면 내게 말해주겠나. 나는 차남이다]
똑바로 오소마츠를 바라보는 카라마츠. 카라마츠는 옛날부터 지금까지 오소마츠와 대등한 관계에 있었다. 그래서인지 카라마츠는 그를 “오소마츠형”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오소마츠가 [그럼, 얘기 좀 들어줄래?] 라고 말하면 이렇게나 기쁜 미소를 지을 거란 건 말할 것도 없다.
[뭐, 뭐든지 말하라고!]
[만약의 이야기인데]
오소마츠는 그렇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굉장히 미운 사람이 있는데. 어쩌다가 그 사람에게도 여러 가지 사정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어쩔거야?]
카라마츠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하고는 [그거.....]라고 입을 열다가 이내 다물어버린다. 오소마츠는 그런 카라마츠를 보며 공중에 담배 연기를 천천히 내뱉는다.
[아무래도 궁금해서 말이지. 방금 전까지는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웠었는데........이렇게 갑자기 태도가 바뀐 내가 좀 당황스럽달까.......]
[음....궁금하다면 제대로 알아보면 되지 않나]
카라마츠가 달을 올려다보며 그렇게 말했다.
[직성이 풀릴 때까지 알아보면 된다. 그냥 그러고 있으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으니까 말이야]
오소마츠는 멍하니 담배의 불을 끄고 카라마츠와 나란히 하늘을 올려다본다. 알아보면 된다,라... 그러고 보니, 자신이 이렇게나 토고를 미워했는데, 그에 대해서 아는 거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오소마츠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할게]
[아아, 무슨 일이 있다면 내게 말해라]
카라마츠가 그렇게 말하자,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어 준다. 카라마츠가 [뭐하는 건가!]라고 언짢은 듯 말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오소마츠가 히죽 웃는다.
[차남인 주제에 건방지다고-]
카라마츠의 불평을 뒤로하고, 오소마츠는 그렇게 말하고는 집으로 들어갔다.
◇◇◇◇
[정말 괜찮은 거다스?]
데카판이 오소마츠에게 물었다. 오소마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역시 나, 녀석의 과거를 알고 싶어]
[..........알았다스]
데카판은 그렇게 말하고 오소마츠에게 타임머신을 건네준다. 오소마츠는 그것을 받아들고 어제와 같이 “0”을 세 번 누른 후, 통화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토고의 어린 시절로]
그렇게 말한다. 그 순간, 역시나 어제처럼 몸이 빙빙 회전을 시작한다. 이 불쾌한 감각은 몇 번을 해도 견딜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겨우 끝났나, 하고 생각하면 그대로 땅에 처박는다. 오소마츠는 땅을 구르고 싶은 걸 간신히 참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부딪친 허리를 두드린다. 주위를 살펴보면, 어제 오소마츠가 떨어진 그 공원이다. 토고 소년과 놀았던 공원. 시간은 저녁시간 정도일까. 오소마츠는 눈을 가늘게 뜨고 주홍빛의 공원을 살펴본다.
토고는 어디에 있는걸까. 오소마츠는 잠시 공원의 그네에 앉아 주변을 살폈다. 시원한 바람이 그를 훑고 지나간다. 어째선지 어제의 공원과는 다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저씨?]
앞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이 목소리는.........오소마츠가 고개를 들면, 거기에는 눈빛이 날카롭고 관자놀이 부근의 머리만 짧게 자른 청년이 서있었다. 교복을 입고 있는 걸 보아 근처에 있는 학교 학생인 듯하다. 오소마츠가 놀란 표정으로 그 청년을 올려다보았다. 청년도 같은 표정으로 오소마츠를 보고 있었다.
[아저씨?]
[너, 누구?]
오소마츠가 그렇게 묻자 눈을 더 크게 뜨는 소년. 그리고는 갑자기 눈을 희번득하게 뜨고 오소마츠를 째려본다.
[아앙??너 이자식, 진심으로 하는 소리냐?]
갑자기 돌변한 청년에 오소마츠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다. 토고다. 몸이 떨린다. 지금의 청년은 오소마츠를 인질로 삼은 토고를 꼭 닮았다. 역시나 트라우마로 남은 걸까. 오소마츠는 메스꺼워졌다.
그때, [랄까-] 하는 가벼운 목소리가 들렸다. 오소마츠는 [에.......]하고 멍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농담이야, 아저씨]
[너, 너.....토고?]
[역시 기억하고 있구나]
토고는 나이에 알맞게 밝은 표정으로 웃으며 오소마츠의 옆에 앉았다.
[오랜만이네, 아저씨]
[너.......엄청 컸네. 몇 살이야?]
확실히 오소마츠는 “토고의 어린 시절”이라고 했지만..........오소마츠는 또 실패했다.
머리를 긁적이는 오소마츠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토고가 입을 열었다.
[16살이야. 6년만이네, 아저씨]
[.......잘도 날 기억하고 있네]
[..............뭐어,]
토고는 오소마츠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그게 오소마츠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보다, 토고는 왜 16살이 되고도 이 공원에 온 걸까? .............설마.
[너, 설마 매일 여기에 온 거야?]
토고가 움찔한다. 설마 진짜로 매일 여기에 온 건가.
토고의 얼굴이 빨갛다. 왜 그런 얼굴을 하는 거야? 저게, 정말 장래 살인자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오소마츠는 여러 가지 생각이 밀어닥쳤지만 결국은 청년의 머리에 손을 얹고 거칠게 쓰다듬었다.
[뭐, 뭐하는 거야!]
[미안-미안- 나 네가 그렇게 여린 녀석인 줄은 몰랐어~]
[시, 시끄러!!내가 어떤 기분으로...!!]
그 순간, 토고가 입을 틀어막는다. 스스로 무덤을 파는구만, 이 녀석. 오소마츠는 낄낄 웃으며 말한다.
[어떤 기분이었는데~ 토고구운~?]
[시끄러!!죽인다!!!!!]
[자, 잠깐, 그거 농담 같지가 않으니까 그만둬!]
오소마츠가 토고를 쳐다본다. 역시 닮았다. 아니, 그냥 본인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토고가 눈앞에 있음에도 오소마츠는 편안한 기분이었다. 악몽을 꿀 정도로 트라우마였던게 아닌가? 어쩌면 지금은 공포보다 다른 감정이 그것을 덮어버린 걸지도 모른다.
[너, 지금은 뭐해? 고등학생?]
[아, 뭐 그렇지. 아저씨야말로 지금까지 왜 여기에 안 온 거야? 랄까, 6년동안 거의 변한 게 없잖아. 옷도 똑같고]
의아하다는 듯이 말하는 토고에 오소마츠가 적당히 속여 넘긴다.
지금 그는 그냥 평범하게 삐져있는 청년이다. 그런 청년에게 떨었다는 것이 웃겨 오소마츠는 살짝 웃었다.
[미안. 나도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거든. 근데 아저씨라고 부르지 말라고? 내 이름 잊었어?]
[아아, 완-전- 잊어버렸어]
[너 말투 거칠어졌네-]
토고는 [괜찮잖아]라고 말하며 고개를 숙인다. 그의 옆모습에서 굉장히 애처로운 분위기가 흘러나왔다. 오소마츠는 그런 토고의 모습에 뭔가 꺼림칙한 예감이 들었다.
[어이, 너 아직도 괴롭힘 당하는 거야?]
[아?]
[그 왜, 저번의 그녀석들이라든가........친구는 있어?]
토고는 어딘가 불쾌한 듯한 표정을 짓는다. 오소마츠는 그런 토고를 보고 황급히 시선을 돌린다.
[미안, 지금 건 잊어]
[..........오소마츠, 나.....]
토고가 오소마츠의 팔을 잡았다. 그 때, 오소마츠는 토고의 왼쪽 손목에 붕대가 감겨있는 걸 깨닫는다. 그것을 본 순간, 오소마츠가 눈살을 찌푸린다.
[손목 줘봐]
[아,]
교복 소매를 걷어 올리고 붕대를 풀자, 모습을 드러내는 무수한 상처들. 오소마츠는 토고의 팔을 잡은 손에 힘을 준다. [이게, 뭐야]라고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토고는 두려운 표정으로 오소마츠를 보았다.
[이거 네가 한 거지?]
[아니야, 난 그런 짓 안 한다고]
토고는 오소마츠의 손을 떼고 자신의 손목을 문질렀다.
[그럼, 누가 그런거야?]
[..........]
[그 녀석들? 전에 너를 괴롭히던 소꿉친구들?]
[........여기에 상처를 내면, 누가 봐도 내가 스스로 그런 것처럼 생각할테니까]
토고의 중얼거림에 오소마츠가 일어서서 토고를 내려다본다.
[녀석들 집이 어디야, 말해. 쳐죽여버릴테니까]
토고가 [그만둬]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발, 날 떠나지 마]
토고가 머리를 감싸 안고 그렇게 덧붙여 말했다. 오소마츠는 갑작스런 토고의 말에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토고의 손이 천천히 오소마츠의 파카를 잡아당긴다.
[그녀석들 혼내주지 않아도 되니까, 옆에 있어줘]
울 듯한 목소리에 오소마츠는 무심코 토고를 끌어안았다. 끌어안긴 토고가 [에,]하고 작게 소리를 냈다.
[오소마,]
[그래그래, 형아가 있으니까 괜찮아-]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렇게 말하자, 토고가 멍한 표정으로 오소마츠를 올려다본다.
[형아?]
[아니, 그게........나 장남이니까.......나도 모르게 그만..]
[형제.......]
[응. 사실 우리들 여섯 쌍둥이거든!]
토고가 눈을 크게 뜨고 [굉장하네]라고 말한다. 그런 솔직한 반응에 오소마츠는 그만 웃어버린다.
토고가 끈질기게 오소마츠의 얘기를 듣고 싶다고 말해서, 오소마츠는 자신의 형제에 대해서 말했다. 그렇게 얘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시간이 지나가고, 주위는 이미 깜깜해져 있다. 여기저기 떠있는 별을 올려다보며 오소마츠가 나직이 묻는다.
[너, 돌아가지 않아도 돼?]
[아?]
토고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그리고 혀를 차고는 고개를 푹 숙이며 말한다.
[괜찮아]
[왜? 아빠가 기다리고 있잖아?]
[아빠? 나한테 그딴 거 없어]
토고는 그렇게 말하고 입을 다문다. 잠시간의 침묵이 흐르고, 오소마츠가 입을 열기도 전에 토고가 다시 이어 말한다.
[있는 건, 그냥 빌어먹을 놈뿐이야]
[무슨 일이야?]
[애인이랑 밤마다 밤마다 어딘가의 호텔에서 죽치고 들어앉아서 섹스니 뭐니 즐기고 있거든. 그 남자 때문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말이지]
[하? 죽인 거야?]
[녀석이 죽인거나 다름없어. 주색에 빠진 그녀석을 뒷바라지하기 위해서 열심히 일하다가 과로사로 돌아가셨으니까]
만화에서 자주 보던 설정이었다. 오소마츠는 멍하니 그렇게 생각하면서, 다시 별을 올려다본다. 지금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보아오던 설정이지만, 현실에서 마주하면 상당히 힘든 일이겠지. 그래서 처음 만났을 때, 이 청년은 그렇게나 어른스러웠던 것이다. 오소마츠는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하지만 여기서 고민하다 아무 말도 못하는 건 자신답지 않다.
[그런가.............명복을 빕니다-]
[...............어이, 여기선 보통 위로하잖아]
[위로 받고 싶었어?]
토고는 그런 오소마츠의 말에 당황한 표정이다. 오소마츠는 히죽 웃으며 토고의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지금까지 수고했어. 앞으로도 열심히 살게나!]
덧니를 드러내고 웃는 오소마츠에 토고는 [짜증나는 영감이네] 라며 혀를 찬다. 그러나 점차 토고의 몸이 떨리면서 작게 울음소리가 공원에 울리기 시작한다. 별은 그런 토고에 반응하듯 예쁘게 빛나고 있었다. 오소마츠는 잠자코 그의 등을 쓸어주었다.
그 뒤로 오소마츠는 토고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잠자코 등을 쓸어주었다. 그러는 동안에 한밤중이 되어 버려서, 토고의 집까지 데려다주기로 했다. 가는 길에 토고는 언짢은 듯이 얼굴을 비쭉거리고 있었다.
[이제 이딴 집에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고- 이런 집, 이쪽에서 거절이다 이거야-!!]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일단 고등학교에 보내주고 있잖아]
그렇게 말하자 조용해지는 토고. 오소마츠는 그런 토고에 낄낄 웃으며 그를 쓰다듬는다.
[아, 여기지? 너희 집]
눈앞에 보이는 낡은 아파트. “아카츠카 아파트”라고 쓰인 글씨를 보면서 오소마츠가 토고를 바라본다. 토고가 눈썹을 내리깐다.
[내일은 오는 거야? 또 몇 년간 기다려야 하는 건 아니지?]
[드디어 6년간 날 기다렸다는 걸 말하는구만, 너]
그 말에 토고가 뺨을 붉게 물들인다. 오소마츠는 조용히 발길을 돌리며 말한다.
[내일도 올게]
[정말?]
[..........응. 정말]
오소마츠가 등을 돌린 채, 휙휙 손을 흔든다. 토고는 아무 말이 없다. 하지만, 오소마츠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오소마츠의 등을 바라보고 있었음을 오소마츠는 어째선지 알 수가 있었다.
◇◇◇◇
다음날, 오소마츠는 다시 데카판의 연구소를 찾았다. 데카판은 잠자코 오소마츠에게 타임머신을 건넸다. 아무래도 오소마츠의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두려는 모양이다. 오소마츠는 그런 데카판에게 감사하며 타임머신을 기동시킨다.
[어제 타임슬립 했던 다음날]
이렇게 말하면 될까. 아무래도 오소마츠의 말은 타임머신에게 전해진 모양이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역시나 어제와 같은 공원에 내던져졌다. 익숙해진 것인지 조금 기분이 나빠졌을 뿐, 구토할 것 같은 느낌은 들지 않는다. 절대 익숙해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하늘을 보아하니, 저녁때인지 약간 붉다.
오소마츠는 자신의 심장이 격하게 뛰고있음을 깨달았다. 기대하고 있어? 토고를 만나는 것을? 오소마츠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네에 앉아서 토고를 기다렸다. 하지만 기다려도 토고는 오지 않았다. 주위가 어두워진다. 밤의 냉기가 오소마츠의 뺨을 어루만졌다. 오소마츠는 왠지 찜찜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석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 그녀석을 괴롭히는 소꿉친구? 아니면 아빠? 오소마츠는 일단 토고의 집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러자, 그때.
[오소마츠]
거친 숨결과 함께 오소마츠를 부르는 가냘픈 소리가 들렸다. 오소마츠가 그쪽을 돌아보니, 토고가 새파란 얼굴을 하고 서있었다. 토고는 오소마츠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오소마츠를 껴안았다.
[어, 어이!?]
그때, 오소마츠의 코에 기분 나쁜 쇠 냄새가 스쳤다. 이건..........피? 오소마츠는 황급히 토고의 몸을 떼어내고 교복을 더듬었다. 그러자 오소마츠의 손에 진득한 혈액이 묻어났다. 오소마츠는 숨을 들이켰다.
[죽였어]
토고가 나직이 말했다. 조용히 눈물을 흘리고 있다.
[나, 사람을 죽였어]
떨리고 있는 토고의 몸. 오소마츠는 혼란스러움에 경직해 있다가 겨우 목소리를 짜내어 말했다.
[누구를?]
[아버지랑, 녀석 애인이랑, 소꿉친구 녀석. 3명을]
3명. 오소마츠는 옛 기억을 떠올렸다.
“사람을 3명 죽였다.”
토고가 어린 시절의 오소마츠에게 입꼬리를 히죽 올리며 그렇게 말했었다. 그렇다는 건...........
토고는 무릎을 꿇고 주먹을 불끈 쥔 채로 떨고 있었다.
[어제 돌아갔더니, 아버지가 여자를 안고 있었어. 어머니의 영정사진 앞에서.....]
[아......]
[지금까지 그 녀석이 여자를 집에 데리고 왔던 적은 없었으니까, 참을 수 없었어. 그래도 죽이려는 생각은 없었어, 참으려고 생각했어. 그런데 어머니의 영정사진이 녀석 옆에 떨어지자, 그 녀석, 방해라면서 그걸 방구석에 거칠게 집어 던졌다고...! 그 순간 뭔가 확 끓어올랐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녀석도 애인도 칼로 난도질 되어 있었어.......나는 사람을 죽였다는 두려움에 집을 뛰쳐나와서 밤새 걷고 걷다가 아침이 밝았을 때, 우연히 소꿉친구를 만났어. 그 녀석은 평소처럼 나를 놀렸고, 그때의 나는, 난........신경이 곤두서있어서............그만.........]
[토고]
오소마츠는 토고를 꼭 끌어안고 등을 토닥였다. 토고의 몸이 이렇게나 작았던가.
[이제 됐어. 이제 괜찮으니까]
토고의 몸이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오소마츠는 그것을 가라앉히려 “괜찮으니까”라고 반복했다. 사람을 죽이고 이렇게 떨고 있는 청년이 언젠가는 그때처럼 “사람을 죽였다”라며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인간이 되어버리는 걸까. 이 청년은 앞으로 강도가 되어 외롭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 오소마츠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리고 결심했다.
자신의 기억 속의 토고를 없애버리자고.
그것은 시간 여행을 하기 전의 오소마츠가 한 것과 똑같은 결의.
하지만, 의미만큼은 크게 달랐다.
오소마츠는 천천히 토고를 떼어내고는 웃어보였다.
[아저씨, 조금만 기다려주지 않을래?]
[하? ..........아저씨는 너잖아, 오소마츠]
[지금 너를 없애줄테니까]
[오소, 마츠?]
[너를 구해줄테니까]
토고가 오소마츠에게 손을 뻗었지만, 오소마츠는 그런 토고의 팔을 붙잡아 그를 저지한다.
[오소마츠....]
[.......널 강도가 되게 내버려두지 않아]
오소마츠는 나직하게 그렇게 말하고는 타임머신을 꺼내 켰다.
[데카판, 원래 시대로 되돌려줘]
데카판은 대답이 없다. 하지만 금세 오소마츠의 몸이 허공에 둥둥 떠오른다. 그 사이로 토고의 놀란 얼굴이 보인다. 오소마츠가 활짝 웃으며 말한다.
[이번에 만나면, 같이 마시러 가자고-]
그렇게 말하고는, 오소마츠는 토고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오소마츠가 눈을 뜨면 그곳은 데카판의 연구소다. 데카판이 언짢은 표정을 하고 오소마츠를 바라보고 있다.
[어떻게 할 거다스?]
역시나 오소마츠를 감시하고 있었던지 사정은 알고 있는 모양이다. 오소마츠는 머리를 긁적이며 데카판을 내려다본다.
[그 놈이 사람을 죽이기 전에 막을 거야. 그리고 녀석을 데리고 나올 거야]
[진심이다스!? 데리고 나와서 어쩔 거다스!? 부모님이 없으면 그는 취직도 할 수 없다스!! 설마 이 시대로 데리고 오거나 할 생각은 아니다스요!?]
[그럴 생각은 없어. 나한테 다 생각이 있다고-]
오소마츠가 눈썹을 내리깔며 웃고는 데카판에게 머리를 숙인다. 그런 오소마츠에 데카판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부탁이 있는데.....]
◇◇◇◇
[아, 여기지? 너희 집]
눈앞에 보이는 낡은 아파트. 벌써 집에 도착한 거야? 토고는 눈썹을 찡그린다. 6년만에 재회한 오소마츠와 지금까지 근처 공원에서 오소마츠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시간은 토고에겐 행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멋진 일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곧 끝이다.
[내일은 오는 거야? 또 몇 년간 기다려야 하는 건 아니지?]
[드디어 6년간 날 기다렸다는 걸 말하는구만, 너]
토고는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오소마츠가 조용히 발걸음을 돌린다.
[내일도 올게]
[정말?]
[......응. 정말]
오소마츠는 토고에게서 등을 돌린 채 휙휙 손을 흔든다. 토고는 그런 오소마츠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모습이 사라지고서야 한숨을 내쉬며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한다. 열쇠로 문을 열고 현관으로 들어서면, 낯선 여자의 구두가 토고의 눈에 들어온다. 토고는 순식간에 지금의 상황을 이해했다. 그리고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것을 느낀다. 불빛이 새어드는 그 방에는 어머니의 영정사진이 있음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여자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토고는 천천히 방으로 다가갔다. 아니, 다가가려고 했다.
갑자기 팔이 누군가에 의해 세게 당겨지고, 토고는 집 밖으로 끌려나갔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눈앞에 보이는 낯익은 빨간 파카.
[어째서 여기....]
토고가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자, 오소마츠가 웃었다.
[구하러 온다고 했잖아]
알 수 없는 말이었지만, 어째선지 토고는 편안해졌다. 그리고 오소마츠의 품에 안겼다. 어쩔 줄 모르겠는 이 감정에 토고는 혼란스러웠다.
[녀석을, 죽이고 싶어]
무심코 그렇게 말해버렸다.
[그래]
오소마츠는 왠지 토고의 말에 놀란 기색도 없다. 토고가 신기한 듯 눈살을 찌푸리고 오소마츠를 보았다. 그런 토고를 보며 오소마츠가 한 장의 봉투와 메모를 내밀었다.
[뭐야, 이게]
[이걸 받는 건, 너 하기 나름이야]
오소마츠가 계속 말을 이어간다.
[지금 너한테는 이대로 너의 빌어먹을 아버지를 죽이고 강도가 될지, 메모에 적힌 주소에 사는 남자에게 이 봉투를 건네고 지옥에서 벗어날지, 두가지 선택이 있어]
[어쩔래?]라며 오소마츠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토고는 오소마츠와 수수께끼의 봉투를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 슬쩍 등 뒤의 문을 본다. 그녀석만큼은 용서하고 싶지 않지만, 그 놈 때문에 내 인생을 이대로 구렁텅이에 빠뜨리고 싶지도 않다. 토고는 겨우 결정을 한 것인지 몇 번 심호흡을 하고는,
[잠깐 기다려]
그렇게 말하며 집으로 들어간다. 오소마츠는 놀란 듯한 표정을 했지만, 토고를 붙잡지는 않았다. 토고는 그런 오소마츠에게 히죽 웃어보이며 신발을 신은 채로 방으로 다가가 불빛이 새어 나오는 방문을 힘껏 걷어찼다. 그곳에는 토고의 갑작스런 등장에 멍한 상판대기를 한 남녀가 겹쳐져 있었다. 토고는 먼저 남자에게로 다가가서 있는 힘껏 때렸다. 여자는 멍하니 그 광경을 보고 있다.
[아버지, 지금까지 미안했어]
토고는 사람을 때린 직후라고는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런 토고의 모습에 더욱 혼란스러워 하는 남녀.
[이제 나 때문에 돈을 쓰지 않아도 좋으니까. 나 집에서 나갈 거거든...........그럼]
발 앞에 떨어져있는 어머니의 사진을 주우면서 토고는 그렇게 말하고는 방을 떠났다. 그러고는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오소마츠에게로 갔다.
[어서와. 뭐야, 죽였어?]
[한대 때렸을 뿐이야]
[잘했어. 그럼, 지옥 탈출 축하해, 토고군. 자, 그럼~ 지옥을 벗어나기 위한 티켓을 너한테 주마!]
오소마츠는 토고에게 봉투와 메모를 떠넘기자마자, 갑자기 그 자리에서 뛰쳐나간다. 토고가 그런 오소마츠를 보며 멍하니 있다가 외친다.
[야!!? 오소마츠!?]
[다음에 만나면 같이 마시겠다는 약속, 잊지 말라고-!!]
토고는 필사적으로 오소마츠를 쫓는다. 하지만 모퉁이를 돌아보면, 그곳에 오소마츠의 모습은 깨끗이 사라져있다. 그렇게 깨끗하게 사라졌음에도 토고는 어딘지 모르게 납득한다.
6년이나 지났는데 복장도 얼굴도 모든 게 똑같았던 오소마츠의 모습에서 어딘지 모르게 그가 다른 세계의 인간이라고 은밀하게 확신해왔던 탓인지도 모른다. 토고는 받아든 봉투와 메모를 확인한다. 그리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별이 반짝이고 있다. 별이라는 게 이렇게나 예뻤던가. 토고는 왠지 멍하니 그런 의미 없는 말을 마음속으로 중얼거리고는, 한 걸음 한 걸음, 인도되어진 길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
원래 세계로 돌아가자 데카판이 오소마츠의 눈앞에 서있다. 오소마츠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현실에 눈살을 찌푸린다.
[역시 헛수고였어?]
오소마츠는 그렇게 말하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과거가 바뀌었다면 오소마츠의 속에 있는 강도인 토고의 기억도 사라졌을 것. 하지만 지금의 오소마츠는 확실히 그것을 기억하고 있다. 데카판은 그런 오소마츠에게 고개를 갸웃거린다.
[무슨 소릴하는 거다스?]
[에?]
데카판이 빙긋 웃는다.
[기억이 지워지는 건 지금 당장은 무리다스. 저도 지금까지의 기억을 기억하고 있다스. 아무래도 과거를 바꾼 일에 연루된 자들의 기억은 천천히 바뀌는 모양이다스]
[어, 어떻게 된 거야?]
[일단, 치비타군의 가게로 가보라다스]
오소마츠가 몇 번이나 물어도 데카판은 그 말밖에 하지 않았다. 오소마츠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치비타의 포장마차로 향했다. 그곳에 가까워지자, 그곳에 이미 선객이 와있음을 깨닫는다. 슬쩍 훑어보면, 슈트 차림의 남자이다. 그 슈트의 무늬는 오소마츠의 트라우마의 원흉인 토고의 것과 흡사했다.
순간 오소마츠의 심장이 격하게 뛰기 시작한다. 다리가 점점 빨라진다. 호흡할 시간조차 없다.
[토고!!!!]
그렇게 외치며 그 남자에게로 다가가자, 천천히 토고가 오소마츠를 돌아본다. 토고다. 오소마츠를 꿀꺽 침을 삼킨다.
[.......늦다고, 오소마츠]
그 순간 오소마츠가 크게 숨을 토했다. 치비타가 그런 오소마츠를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며 말했다.
[뭐야, 오소마츠. 토고씨 계속 기다렸다고-]
[에, 치비타 너, 토고를 알고 있어?]
그런 오소마츠의 질문에 치비타가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뭐라는 거야, 너도 토고씨는 옛날부터 알고 있잖아. 데카판의 조수로, 지금까지 잔뜩 신세져놓고 뭔 소리냐]
[데카판의, 조수]
오소마츠가 토고를 본다. 토고는 조용히 맥주를 홀짝이고 있다.
[뭐어, 일단 앉으라고]
토고는 그렇게 말하며 비어 있는 옆자리를 톡톡 두드린다. 오소마츠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잠자코 거기에 앉았다. 치비타는 의아스러운 듯이 오소마츠를 바라보았다.
[너, 이상한 장난은 그만두라고? 앞전에도 이야미랑 토고씨, 셋이서 경마에 갔었잖냐]
금시초문이다. 하지만, 오소마츠는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데카판이 말했던 [천천히 기억이 수정된다는 것]은 이걸 말한 건가.
치비타가 오소마츠 앞에 오소마츠가 좋아하는 어묵을 담은 접시를 내려둔다. 토고가 목 안으로 낄낄 웃으며 나직이 말했다.
[왜 그래? 안 먹는 거야? 아저씨]
오소마츠는 황급히 고개를 돌려 토고를 보았다. 그렇다. 지금 오소마츠 옆에 있는 토고는 오소마츠가 아까 구해줬던 청년인 토고이다.
[또 꽤나 못 만났네, 아저씨]
[.............너, 그 뒤에..........]
[덕분에 메모의 주소로 가서 데카판에게 봉투를 건네고, 데카판의 밑에서 일하게 됐어. 데카판은 이상한 녀석이지만, 나를 소중하게 키워줬어]
토고가 새 잔에 맥주를 따르고는 오소마츠에게 건넨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일단 다음에 만나면 같이 마시자고 했던 약속부터 지킬까, 아저씨]
[...............지금, 아저씨는, 너잖아]
그러자, 오소마츠와 토고가 깔깔 웃기 시작한다. 치비타가 그런 두 사람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너희들 괜찮은 거냐...?]라고 물었다. 하지만 오소마츠와 토고의 웃음소리는 멈출 줄을 몰랐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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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 영고물인가 싶어서 가져왔는데
오소 영고......랄까, 토고 영고....??
인가 했더니 그냥 해피엔딩
메데타시 메데타시
과제하다가 도망쳐 왔습니다
ㅎ............뭐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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