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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전개상데비오소가 솔로몬의 72악마 중 한명의 이름으로 불립니다오소마츠 이외의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 싫으신 분은 주의해주세요.









Dianthus barbatus









이치마츠의 습격에서 하룻밤이 지났지만, 바르바토스는 여전히 의기소침해 있었다. 어제의 충격과, 기억의 단서를 찾아 주고 있는 동료들에게 일방적으로 폐를 끼쳤다는 것이 신경쓰인 모양이다. 평소엔 천진난만한 그가 얌전하게 있자, 오히려 이쪽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바르바토스, 기분 전환으로 놀고 와도 괜찮다고? 마을까지는, 좀 더 걸어가야 하니까]


[그때는 나도 따라갈테니, 걱정마라]

 

쵸로마츠와 카라마츠가 말을 걸어도 바르바토스는 입을 꾹 다문 채, 쥬시마츠의 등에 멜빵 대신 메어진 금줄을 잡고 있다. 아침부터 계속 이 상태다. 게다가 오늘은 한번도 날아다니지 않았다. 비 오는 날 외에는 등에 난 날개로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바르바토스가, 오늘은 이 3명의 곁에서 조금도 떨어지지 않고 있다. 바르바토스가 어느 종족인지는 모르지만, 날고 있을 때보다 더 피곤해 하고 있다는 건 확실했다. 부지런히 휴식을 하고 있다고 해도, 이대로 계속 걸어간다면 마을에 도착하기도 전에 바르바토스는 쓰러지고 말 것이다.

여차하면 쥬시마츠나 카라마츠가 안고 갈 예정이지만, 이대로 고집을 부리면 바르바토스를 지키는 것도, 목적인 기억의 실마리를 찾는 것도 어려워진다. 왜 그래, 라고 얼굴을 마주보아도, 끄떡도 하지 않는 바르바토스한테 강제로 하는 건 무리다.

게다가, 걱정은 그뿐만이 아니다. 이치마츠의 말대로라면 곧 다시 바르바토스를 뺏으러 올 것이다. 그쪽에서 대화로 풀 생각이 없다면, 이쪽도 뜻대로 응전할 것이지만, 찾고 있었을 형의 방약무인함에 바르바토스가 더욱 충격 받을지도 모른다.

마음 탓인지 풀 죽어 보이는 날개를 쓰다듬으며, 쥬시마츠도 드물게 괴로운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 때,

 

[찾았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하늘 높이, 창공 저 멀리에서 흰 구름을 뚫은 그것은, 혜성도 이길 속도로 이쪽을 향해 떨어졌다. 아니, 내려왔다.

 

[저건............!!]

 

재빨리 눈치 챈 쵸로마츠가 주문을 외고 지팡이로 땅을 내리쳤다. 가장 간단한 바람 장벽을 부르는 수비 주문이었다. 휘잉, 하고 소용돌이치는 바람에 둘러싸인 네명은 바르바토스를 중심으로 몸을 맞대고 타격에 대비했다. 그리고 몇초 후, 폭음과 함께 눈앞에 빛의 화살이 꽂혔다. 쵸로마츠의 바람 장벽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큰 폭풍이 네명을 덮쳤다. 휘잉, 하고 바람 소리가 귓전에 들리고 무심코 바르바토스를 양손으로 막아섰다. 바르바토스는 충격에 버티면서도 살짝 눈을 뜨고 자신을 껴안고 있는 쥬시마츠의 어깨 너머로 내려온 그것을 보았다.

반짝이는 양 날개를 크게 벌린 청년이 순백의 키톤(*키톤, 고대 그리스의 하의를 겹친 의복)을 바람에 휘날리며 웅장한 기세로 서있었다. 머리 위에는 금속과는 다른 이상한 질감의 금관을 띄우고, 손에는 하얀 가방, 그리고 귀여운 리본이 묶인 허리에는 가느다란 칼을 차고 있었다. 사람과는 다른 이상한 느낌이 바르바토스의 코끝을 스쳤다. 처음 보는 존재에 바르바토스는 눈을 몇 번 깜빡였다.

바람이 가라앉자 동시에 어깨를 곧게 핀 청년은, 카라마츠의 망토를 잡아 올려 그대로 뺨을 올려붙였다.

 

[아파앗!!! 마이 소울브라더 엔젤, 무슨 짓인가..!!]

 

[정마아아아아아아알!!!! ~! 찾아다녔으니까 말야!!!! 얼마전까지 중앙에 있었잖아!! 왜 자꾸 옮겨다니는 거야!!?]

 

한껏 격양되어 있는 청년이 무슨 말을 하는건지 바르바토스는 알 수 없었지만, 카라마츠를 때린 것에 놀라 살짝 튀어올랐다. 어제부터, 갑작스런 습격에 굉장히 약하다. 쥬시마츠가 괜찮아, 괜찮아 라며 끌어안아주자, 사양 않고 매달리면서도 아직 카라마츠를 들어올린 채로 뭔가를 외치는 청년을 바라보았다.

 

[잠깐, 토도마츠.... 대체 무슨 소리야. 우리들이 한 곳에 머물지 않은 건, 늘 그렇잖아. 게다가 전에 만난 게 2년 정도 전이고]

 

어이없다는 듯 쵸로마츠가 묻자, 토도마츠라고 불린 청년은 무정하게도 카라마츠를 그 자리에서 떨어뜨리고 쵸로마츠에게 울며 말했다.

 

[쵸로마츠형, 들어보라구우~~]


[우왓, 시끄러! 들을테니까 떨어져!!]

 

징징대는 토도마츠를 억지로 떼어내고 쵸로마츠는 어쩔 수 없지, 라며 바람의 칼날로 근처 나무를 베어 5명분의 의자를 만들어냈다. 이렇게 된 토도마츠는 한번 추스르지 않으면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는다.

부조리하게 얻어맞은 카라마츠도 단풍처럼 뺨이 부어오른 채로, 흐느끼는 토도마츠에게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정말이지 뼛속까지 상냥한 남자이다.

 

[우으으....사실은, 드디어 마계가 움직일 것 같아...]


[마계가? 무슨 소리야?]


[마계, 라고 할까........동쪽의 왕은 쵸로마츠형도 알지?]


[동쪽의 왕? .........., 72악마 중 한명, 서열 1위인....]


[그래, 그 동쪽의 왕이 지상에 내려온다고!! 천계가 아니라, 여기에! 명백히 공격적 의사를 갖고!!]

 

조용한 음색에도 토도마츠의 말에는 벼락같은 강함이 있었다. 토도마츠와 쵸로마츠 이외에, 그것을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지만, 무심코 허리를 움찔하는 쵸로마츠의 모습에 위기임을 깨닫는다.

 

[거짓말.....하필 그런 놈이....아니, 어떻게 지상에 내려올 수 있는 거야?]

 

[그건....동쪽 왕이 원래는 지상계의 한 지역에서 신으로 추앙 받고 있기 때문이야.....그래서 지상에서도 에너지를 얻을 수가 있거든. 아무리 마계로 쫓겨난 재앙의 신이라고 해도, 아직 그를 숭상하는 사람들은 있으니까....]

 

토도마츠가 꾹 입술을 깨문다. 천사에게 있어, 마계는 천계가 이단이라고 간주하는 곳이다. 천계는 지상계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 천계 이외에서 거주하는 신들은 배제했다. 지금은 그것이 더욱 싸움의 불씨를 낳고, 대량의 사망자를 지상계에 쏟아지게 한 경험이 있어 그렇게 집요하게 굴지는 않았지만, 아직도 천계는 자신들 이외의 신은 인정하려 하고 있지 않았다.

 

[나는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해. 하지만, 지금의 내 힘만으로는 어쩔 수가 없어....확실히 하늘에 있는 것만으로, 사망자가 관리되고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는 건 부인할 수 없으니까. 그래도 살아생전부터 모든 것을 천계의 규범 하에서 관리하는 건 잘못되었다고 생각해..... 아니, 지금은 이런 얘기를 할 때가 아니지만]

 

작게 고개를 흔들던 토도마츠는, 답답함을 견디듯 한번 눈을 감고, 다시 늠름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강한 사람이라고 바르바토스는 생각했다. 분명 토도마츠는 괴로운 마음도, 많은 희생도 알고 있지만, 그것을 받아들이고 하늘의 사자인 자신의 사명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바르바토스는 문득 그것에 그리움을 느꼈다. 토도마츠에게 라기 보다는, 그 천사로서의 긍지와 하늘의 규율에 안타까워하는 모습에. 어째서일까,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바르바토스를 지금은 그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다.

 

[내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야. 지금은 동쪽의 왕에 대한 것이 먼저지. 지금은 천계의 사람이 지상계로 큰 전쟁을 벌일 수가 없어. 유일하게 나 같은 능력 천사만 지상계에서의 전투가 허용되고 있지만, 대열을 짤 수가 없어......하지만 동쪽의 왕을 내버려두면, 분명 지상계는 불바다가 되고 말거야...]

 

[그러니까, 우리들에게 힘을 빌려달라고?]

 

[, 보통 사람들보다 월등한 쵸로마츠형들이라면, 악마에게도 대항할 수 있을 거야. 물론 나도 전열에 참가할게!]

 

[그래도....동쪽의 왕의 상대로는, 내가 소환한 악마들로 맞설 수 없고....그냥 마법만으로는 힘들어....애초에 이 멤버로는....]

 

[알아, 그래서 나와 같은 능력 천사들이, 각지에서 힘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어. 어떤 의미론 세상의 위기니까....하늘의 죄를 지상계에 치르게 하다니 정말 하기 싫지만....그래도 어쩔 수가 없으니까..]

 

토도마츠는 고개를 숙이고, 부탁해, 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부디 힘을 보태주세요]

 

프라이드가 높은 천사인 토도마츠가 이렇게까지 부탁하는 일은 형이라 불릴 정도로 가까운 사이인 쵸로마츠들에게도 처음이었다. 고민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쵸로마츠는 입가를 조금 올려 카라마츠 쪽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쥬시마츠는 토도마츠에게 달려들어 양손으로 뺨을 감쌌다.

 

[동생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는 형은 없어, 토도마츠!]

 

[그렇다고- 이몸이 짊어지고 있는 영겁의 길티에 비하면 너의 죄는-....]

 

[, 우리들의 세계고, 악마 따위 천재(天災)와 같은 거잖아. 천재와 달리 지킬 수 있다면, 조금 노력해볼게]

 

카라마츠의 말은 잘렸지만, 토도마츠의 부탁을 흔쾌히 수락한 세명의 표정은 밝았다.

 

[모두들.........]

 

토도마츠는 눈물을 뚝뚝 흘렸지만, 쥬시마츠의 손에 뺨을 가까이 갖다 대고는 오늘 처음으로 미소를 보였다. 이마를 맞댄 쥬시마츠도 입을 크게 열고 웃었다. 그 흐뭇한 광경에 쵸로마츠는 눈부신 듯 눈을 가늘게 떴다. 누군가 등을 탁탁 두드려 뒤를 보면, 바르바토스가 흔들리는 눈빛을 하고 쵸로마츠를 올려다 보고 있다.

 

[, 그러고 보니, 토도마츠한테 소개해야지. 토도마츠의 동생정도 되려나?]

 

[그렇군. 우리들의 새로운 동료인 큐트한 레드 데빌이다!]

 

[악마.......?]

 

쥬시마츠와 장난치고 있던 토도마츠는 얼굴을 들어 바르바토스를 바라보았다. 바르바토스도 똑같이 토도마츠를 바라본다. 역시 기시감 같은 것이 가슴 속에서 들끓었지만, 그것이 바르바토스의 기억의 문을 열지는 못했다.

 

[토도마츠....였지? 토도마츠는, 천사야....?]

 

[맞아. 너는 악마지만 뭔가 신기한 느낌이 드네. 용족인줄 알았어]

 

살짝 토도마츠에게 다가선 바르바토스는 코를 킁킁거렸다. 냄새를 맡는 그의 행동에 토도마츠가 순간 당황한 듯한 얼굴을 했지만, 마치 소동물이 동료를 확인하는 듯한 행동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회화가 가능하다는 것은 상급 악마의 증거지만, 그다지 경계심도 없고 부정한 의도도 보이지 않는다. 보통 악마라는 것은 천사에게 적개심을 갖기 마련이라고 생각했는데.

 

[뭔가, 그리운 냄새가 나....]

 

눈을 가늘게 뜨는 바르바토스에 카라마츠들이 흥분해 물었다.

 

[토도마츠가 네가 찾던 상대인가!?]

 

[으으응, 아냐. 뭐랄까, 기운? 분위기? 잘 모르겠지만, 토도마츠 근처에 있으면 가슴이 막 수근거려]

 

[뭔가 토도마츠가 기억에 관련된 걸 갖고 있는 거 아닐까....확실히, 토도마츠는 그 수인이 말하던 형과는 다르지]

 

악마라고 했는데, 천사를 향해 천진난만하게 웃는 바르바토스에 토도마츠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 미안. 토도마츠. 이 악마는 지금 우리들이 보호하고 있어. 갓 태어나서 아무것도 모르지만, 뭔가 형제를 찾고 있는 것 같아서, 토도마츠를 그립게 느낀다면 혹시 천사 중에....아니, 아무리 그래도 악마의 형이 천사일 리가 없지]

 

[그치만, 토도마츠의 냄새가 그립다고 느끼는 건 왜임까?]

 

쥬시마츠가 순진하게 물어오자, 그게 답변한 건 의외로 토도마츠였다.

 

[어쩌면 마계에 떨어진 천계의 주민일지도...? 그렇다면 하늘의 기색을 가진 날 그립게 생각하는 것도 일리가 있으니까. 하지만 보통은 타락천사라도 나름대로의 기억을 가지고 있을텐데...?]

 

그 이상은 토도마츠도 대답을 못하겠는지 팔짱을 끼고 고민한다. 바르바토스는 두리번거리며 자신을 바라보는 네쌍의 눈동자를 차례로 바라보고는 눈썹을 찡그린다. 이 중에서 가장 잘 모르는 사람이 바로 본인이다. 땅을 슥슥 스치는 꼬리에서 뭔가 불만이 느껴진다. 카라마츠는 언제나처럼 바르바토스의 머리 위에 손을 얹고, 다소 거칠게 머리를 쓰다듬었다.

 

[, 천사인 토도마츠가 무슨 힌트가 될지도 모르니까. 일단 동쪽의 왕을 처리할 방법을 생각할 때까지 토도마츠도 협력할테니까, 네 기억도 생각해보자]

 

[......그렇네]

 

씩 웃어보이는 바르바토스를 카라마츠가 상냥하게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토도마츠가 막내동생이었지만, 그는 이렇게 순순히 카라마츠를 따라주지 않는다. 더욱 세게 쓰다듬어주자, 손에 머리르 부비는 바르바토스를 끌어안아, 맘껏 동글동글한 머리를 쓰다듬는다. 좀 전까지 불만스럽게 흔들어대던 꼬리도 지금은 붕붕 세차게 좌우로 흔들고 있다.

 

[뭔가 마음이 진정되는 느낌이네.....막내라는 건가, 아무튼 잘 알았어]

 

[다행이네, 토도마츠형!!]

 

[-, 막내 포지션이 이득이긴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서도 토도마츠의 눈동자는 바르바토스를 흥미롭게 보고 있었다. 카라마츠가 말한 대로 동쪽의 왕을 막는 대책을 세울 때까지는 일단 토도마츠도 협력할 생각이다. 기본적으로 전투요원인 능력 천사는 평상시 꽤나 한가하다. 그래서 가끔 이 파티에 끼어들어, 돈을 벌어들이는 걸 거들어 주는 토도마츠와 그들의 친분은 꽤나 깊다.

 

[, . 이름은?]

 

[어라, 말하지 않았나? 나는 바르――]

 

[――찾았다....!]

 

 

쥬시마츠가 양손을 크게 벌리고 이름을 부르려 하자, 그걸 막으려는 듯 맑은 하늘에 천둥이 친다. 고막을 찢는 듯한 소리의 그것이 땅에 박힘과 동시에 토도마츠가 강림할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큰 폭풍이 친다.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방심하고 있던 5명은 그 여파를 피하기 위해, 공중에 튀어올랐다. 날개를 가진 토도마츠와 몸이 재빠른 쥬시마츠는 용케 자세를 바로 세우고, 쵸로마츠는 바람의 마법을 사용, 카라마츠는 허리에 찬 검을 꺼내들고 굵은 나무 뒤로 몸을 숨겼다.

 

[바르바토스는!?]

 

눈도 뜰 수 없는 강풍 속에서 쵸로마츠가 바르바토스를 찾는다. 그 붉은 악마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설마 어딘가 멀리 날아가 버린 걸까, 당황하며 주변을 찾다가, 문득 햇볕을 등지고 공중으로 떠오르는 존재를 깨닫는다.

파란 정장 같은 복장에, 머리카락에서 작은 뿔이 솟아있고, 엉덩이에는 채찍 같은 꼬리가 뻗어있다. 붉은 빛의 눈은 루비를 낀 것처럼 놀랄 정도로 감정이 없었다 ―― 그리고 그 얼굴은 바르바토스와 똑같았다.

 

[너는.........!!]

 

쵸로마츠의 등에 얼음 같은 오한이 든다. 과거 여러 악마를 처리하며, 그 막강한 힘을 내것으로 만들어 온 마법사인 쵸로마츠가 처음으로 악마에게 공포를 느꼈다. 지팡이를 쥔 손이 떨리는 것을 애써 막으며 자아를 유지하기 위해 지팡이를 세게 쥐어 잡는다. 압도적인 존재감, 틀림없이 마계의 동쪽 왕 ―― 바알.

바알은 양손을 크게 벌리고는 가볍게 안쪽으로 휘둘렀다. 그 순간, 지금까지 맑았던 하늘에 거무칙칙한 먹구름이 낀다. 끝으로 바알의 뒤에 있던 태양을 먹구름 떼가 삼키고, 하늘을 덮으면 강한 번개를 날린다. 많은 군단을 이끄는 동쪽의 왕은 폭풍과 비를 지배한다. 그에게 날씨를 조작하는 건 어렵지도 않을 일이다. 쵸로마츠는 자신도 저걸 할 수 있을까, 하고 몇초간 생각했지만 그만뒀다. 그 상상은 현실도피도 되지 않을 정도로 무의미했다.

 

[카라마츠!! 쵸로마츠!! 쥬시마츠!! 토도마츠!!]

 

등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면 가장 높은 나무 꼭대기에, 이치마츠에게 안긴 바르바토스가 필사적으로 동료들을 불렀다. 무슨 방법을 쓴 건지, 바르바토스의 양손과 양발은 밧줄로 꽁꽁 묶여 있었다.

 

[바르바토스!!]

 

쵸로마츠의 소리에 히힛, 하고 이치마츠가 이를 드러내고 웃어 보였다.

 

[미안, 지난번 같은 실수를 하면 이번엔 내 목이 위험하거든]

 

[이치마츠, 놓아줘!! 모두가....!!]

 

바르바토스는 용케도 몸을 비비 꼬며 구속을 풀려 했지만, 두 손발은 자석처럼 붙어 마음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 이치마츠는 바르바토스를 팔 안에 가두고 도약한다.

 

[돌아가자고, 동생군]

 

[돌아가다니........]

 

바르바토스는 또 그때처럼 동료들을 부르며, 앞의 벼락처럼 강렬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파란 정장의 악마, 바알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바르바토스의 모든 것을 꿰뚫는 듯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 뒤로 하얀 벼락이 떨어진다. 굉음과 대기의 떨림에 바르바토스가 어깨를 움찔한다.

무섭다. 저 사람이, 무섭다. 바르바토스는 시선에서 조금이라도 도망치려는 듯이 얼굴을 이치마츠의 가슴에 묻었다.

 

[동생군.......?]

 

그 모습에 이치마츠는 바르바토스를 불렀지만, 반응할 힘조차 없었다. 이치마츠는 민첩하게 나무를 뛰어다니다, 관자놀이에 뭔가 찡한 느낌을 받아 황급히 물러섰다. 그 끝에 쿠나이와 얼음이 날아왔다.

 

[아직 방해하는 거야...?]

 

초조함과 기막힘이 절반 섞인 어조로 이치마츠가 말했다. 검을 든 카라마츠는 계속해서 물의 마법을 외우고, 쥬시마츠는 바로 옆까지 다가왔다. 살짝 떠오른 토도마츠는 빛으로 형상화 된 활을 만들어 이치마츠를 겨냥하고 있었다. 어디선가 큰 마법의 기운이 느껴지는 걸 보니, 쵸로마츠도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귀찮게......좀 어떻게 해달라구요-, 바알님-!!]

 

바르바토스를 안고 계속 날아오는 공격을 피하는 이치마츠였지만, 이대로는 끝이 나지 않는다. 바알에게 도와달라는 시선을 보내면, 한숨과 함께 벼락이 날아온다. 정확하게 겨냥되어 오는 벼락에 카라마츠들은 공격을 포기하고 일단 그 자리에서 비켜난다. 이번에는 숨 돌릴 틈도 없이 날아오는 뇌격에 그들이 쫓길 차례였다.

 

[모두들.......!!]

 

바르바토스는 시퍼렇게 질린 얼굴로 외쳤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쵸로마츠가 방어벽을 펼치고, 거기에 모인 네명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그 사이 이치마츠는 그 악마에게 가까이 가있었다. 그 냉담한 눈동자를 바라보다, 끝내 시선을 피해버린다.

 

[이치마츠, 좀 더 노력하라고..... ――그럼, 이제 적당히 하고, 동생을 돌려받을까]

 

마치 바르바토스가 말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똑같은 목소리로 바알이 말했다. 그 말에, 바르바토스는 심장이 꽉 죄여왔다. 동료들이 가르친 형이라는 존재는 따뜻하고, 상냥하고, 바르바토스를 지켜주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자신의 형이라는 이 악마는 바르바토스에게서 모든 것을 뺏으려 하고 있다. 다가오는 압도적인 존재감에 바르바토스는 벌벌 떨었다.

 

[저녀석이, 내 형......? 모르겠어....무서워.....! 싫어.......!!! 도와줘, 이치마츠..!!!]

 

바르바토스는 두려운 나머지 비명 같은 고함을 내질렀다. 싫다고, 싫다고, 고개를 저으며 이치마츠에게 매달려 울기 시작했다. 그런 바르바토스에 섬짓한 것은 이치마츠엿다. 분명, 바알의 주변 온도가 떨어졌다. 평소 쾌활하고 이치마츠에 대해서도 대충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너그러운 대응을 하는 바알이지만, “동생군이 얽힌 일에는 부하인 이치마츠라도 무서울 정도로 비정하다.

 

[, 동생군....! 그보다, 바알님이....!!]

 

이치마츠가 당황해 호소하지만, 그보다도 먼저 뇌격이 뺨을 스쳤다. 쓰고 있던 후드가 관통당해 탄 내를 풍긴다.

 

[이치마츠? 이게 무슨 일...?]

 

손끝을 이치마츠에게로 향한 바알은 불타는 듯한 살기를 그대로 내뿜었다. 이치마츠는 살기에 눌려 무심코 사실을 말한다.

 

[, 그야....뭐어, 당신의 태도가 나쁘다고 할까, 보통은 두려워하는....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원래 고지식한 이치마츠의 한마디는, 시원스럽게 바알의 역린을 건드렸다. 눈앞이 하얗게 물들 정도의 뇌격을 이치마츠는 간신히 피했지만, 한곳에 가만히 있으면 줄줄이 바알의 공격이 날아왔다. 이치마츠는 어떻게든 틈을 발견하고 게이트를 열려고 했지만, 한순간도 움직임을 멈출 수 없는 상황에, 죽음을 각오할 정도의 절망을 느꼈다.

 

[왜 나까지 공격하는 거야, 바르바토스한테도 맞는다고, 이 망할 악마.......라는 건 거짓말입니다. 거짓말이니까, 제발 그마아아아아아아안!!!]

 

한심한 비명이 올랐지만, 그 두팔에서 바르바토스를 떼어내지 않는다. 바르바토스를 떼어내면 극적으로 회피 가능하게 날아드는 뇌격이 진심을 다해 날아올 것이다. 순간의 방심도 허락하지 않는 신의 분노 같은 뇌격에 이치마츠는 이를 악물고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한편, 바르바토스는 이치마츠가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와중에 동료들을 찾아댔다. 이제 쵸로마츠의 방어벽의 기색은 느껴지지 않는다. 벼락이 이치마츠에게 몰리게 되자 도망간 걸까. 바르바토스는 이대로 그들이 어딘가 멀리 달아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바알의 목적은 자신인 것 같다. 공포에서 오는 떨림은 그치지 않고, 전신은 싸늘한 느낌이 계속 됐지만, 나 한명의 희생으로 그들과 그들의 세계를 구할 수 있다면, 그걸로 좋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모르는 곳에서 부디 건강했으면 했다. 고맙다는 말을 못한 것이 유감이었지만, 무엇보다 지금은 그들이 무사하다.

요동치는 팔에서, 바르바토스는 필사적으로 이치마츠에게 매달렸다. 벌써 두 손발의 구속은 풀렸다. 이치마츠가 피를 토할 정도로 거칠게 숨을 몰아쉰다. 그도 이제 한계인 것이다. 무서워서 도망가고 싶지만, 할 수 없다. 바르바토스는 결심한 표정으로 바알을 부르려는 순간, 그의 배후에서 칼과 거대한 수리검을 휘두르는 두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하아아아아아아아아앗!!!!]

 

[뭐야, ?]

 

카라마츠가 날린 검을, 바알은 채찍 같은 꼬리로 뿌리쳤다. 하지만 칼끝에서 넘쳐흐른 물방울이 꼬리를 타고 올라가 투명한 끈이 되어 바알의 온몸을 구속했다. 구속을 풀 틈도 없이, 쥬시마츠의 수리검이 똑바로 바알의 복부로 향했다. 바알은 살짝 눈썹을 찡그렸지만, 여전히 감정 없는 표정에 붉은 눈만이 타들어가듯 반짝였다.

 

[우습군......]

 

동쪽 왕, 바알. 지상계에서는 벨제뷔트라고도 불리는 그는, 폭풍과 비를 다룬다. 그가 지배하는 건 비단 날씨만은 아니다. 그가 다루는 바람은 세계를 휩쓸 정도의 폭풍이 되며, 지상과 하늘을 이루는 물조차 그의 지배하에 있었다.

 

[이 정도로, 나를 구속하려 한거야?]

 

바알이 손가락을 튕기는 순간, 세찬 폭우가 쏟아졌다. 대지를 비로 가라앉혀버릴 기세인 그것에, 수리검은 물론이고 쵸로마츠의 방어막에 있던 카라마츠와 쥬시마츠도 몸을 휘청거렸다. 바알은 몸을 구속시킨 물을 쳐내고는, 세찬 빗줄기 속에서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속도로 몸을 날려 비틀거리는 쥬시마츠의 수리검을 발로 찼다. 그 방향에는, 휘청거리고 있는 카라마츠와 쥬시마츠가 있었다.

 

[카라마츠!! 쥬시마츠!!!]

 

입을 열면 비가 가차 없이 입안으로 흘러들었지만 바르바토스는 아랑곳 않고 크게 외쳤다. 땅을 울리는 듯한 소리를 내는 폭우 속에서 그 목소리가 닿지 않는다하더라도.

 

[!!]

 

카라마츠가 바로 쥬시마츠를 감싸며 팔로 수리검을 받아쳤지만, 순식간에 눈앞에 나타난 바알이 그의 갑옷, 가슴 언저리에 손을 얹고는

 

[속에서부터 타서 죽어라]

 

그대로 뇌격을 퍼붓는다. 전신을 흐르는 물을 타고, 전기는 그대로 카라마츠의 온몸에 전해졌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카라마, !!!!!!!!!]

 

이치마츠는 녹초가 되어 나무에 기댄 채 움직이지 않는다. 그 틈에 바르바토스는 팔안에서 벗어나 온몸을 짓누르는 비에도 아랑곳 않고 동료에게로 달렸다.

 

카라마츠를 끝낸 바알은, 다음 타겟인 쥬시마츠에게 연거푸 뇌격을 퍼부었다. 그대로 땅에 쓰러지는 두 사람에게 한번도 시선을 주지 않은 채, 빗속에서 발버둥 치는 바르바토스를 바라보았다.

 

[바르바토스.........]

 

그 붉은 눈에 처음으로 분노 이외의 감정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 감정을 깨닫기도 전에 바알은 자신의 발밑에 펼쳐지는 마법진을 깨달았다.

 

[이건......]

 

[저놈들은 시간 벌기. 진짜는 이쪽]

 

쵸로마츠가 펼친 것은 마계의 강제 송환 게이트였다. 바알에게 직접 타격을 줄 수는 없다. 그렇다면-..........

마법진에서 그림자 같은 시커먼 덩굴 식물이 솟아올라 바알의 발에 얽혔다. 동시에, 칠흑 같은 잎이 하얗게 빛나고, 그 잎 한 장 한 장에 마법진이 새겨진다. 악마의 에너지를 흡수하는 술법이 내장된 그것은, 쵸로마츠의 고유의 마법이었다. 마법사로, 악마와 대치하는 일이 많은 그에게 특화된 마법진. 아무리 동쪽의 왕이라고 해도 지상의 에너지 공급만으로는 100퍼센트 힘을 낼 수 없다. 그러니 그것을 빼앗아 회복할 때까지 마계에 묶어둔다는 작전이다.

 

[날 잊으면 섭섭하다구!]

 

비를 막듯이 두른 반투명의 구체에서 토도마츠가 날개를 펼치며 검을 십자모양으로 두 번 휘두른다.

 

[우리에게, 신의 영광이 있으리라!]

 

빛의 십자가는 바알을 묶어둔 마법진에 꽂혔다. 십자가가 꽂힌 부근에서부터 바알의 피부가 연기가 되어 타들어간다.

 

[아무리 동쪽의 왕이라도 지상계에서, “대마법사파우스트와 힘의 천사제르엘의 전력에는......]

 

[후흐.....아하하핫!!이게 전력?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몸의 대부분이 십자가에 의해 타버리고, 허리까지 휘감긴 넝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바알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

 

[무르다고, 너무 물러서 그만 잠들 뻔했다고-? 나는 마계의 동쪽 왕. 왕을 거스르고――살아남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 순간, 반사적으로 쵸로마츠는 그 자리에서 물러섰다. , 한발 늦어버려 그대로 땅에 발이 묶여버린다. 하지만 곧바로 지팡이로 땅을 내리쳐 폭발을 일으켜 발을 풀어내고는 토도마츠와 같은 마법으로 비를 막으며 바람을 타고 공중으로 피한다. 그러는 동안에 진흙이 되어버린 바닥에서 굵은 팔이 나타나고 그대로 거대한 물체가 되어 일어섰다.

 

[, 골렘인가....!]

 

흙덩이에 혼을 불어넣어 움직이게 하는 초보적인 술법이지만, 아마도 바알의 경우 빗물을 이용해 진흙 인형을 만들어낸 것이라 골렘을 파괴한다고 하더라도 이 폭우가 그치지 않는 한 다시 살아날 것이다.

 

[자아, 이대로라면 골렘이 동료를 깔아뭉개버린다고?]

 

공중에 있는 쵸로마츠와 토도마츠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골렘은 바닥에 쓰러져있는 카라마츠와 쥬시마츠를 향해 걸어갔다. 비겁하다고 생각해도 어쩔 수 없다. 상대는 악마, 그것도 지금까지 대치한 것들보다 훨씬 막강한 녀석이다.

 

[이 따끔거리는 것들도 이제 좀 아파지고, ~지 몸도 나른해지는 것 같으니까......이제 그만 없애버릴까]

 

두 팔에 힘을 넣던 바알은 그대로 두 손목을 구속하고 있던 십자가를 어이없을 정도로 순식간에 파괴한다.

 

[그런.....!!]

 

토도마츠가 늘 몸에 지니고 다니던 신기를 담은 금팔찌를 사용한 특수한 술법이었는데, 바알은 그것을 마치 모래 언덕을 짓밟는 아이처럼 단번에 파괴해버렸다. 자유로워진 손으로 축축하게 젖은 넝쿨을 잡아 뜯고는 처음으로 바알은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마치 그림처럼 아름다운 미소였다.

 

[자아, 받아라~]

 

순각, 모든 감각이 곤두설 정도의 전격을 양손에서 내보내 덩굴을 불태운 바알은 그대로 마법진을 발로 휘휘 지워냈다.

 

[네에, 끝났습니다-]

 

마지막으로 양손을 쳐서 불탄 피부와 옷을 원래대로 만들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꼬리를 흔들어 경악에 찬 표정을 하고 있는 토도마츠의 팔로 검은 가시를 날렸다.

 

[읏아아아아아아아아아!!!]

 

[토도마츠!!?]

 

[천사한테 있어 마계로 떨어진 신의 힘은, 독이지? 팔에 박혀서 유감- 심장이라면 한번에 가버릴테니 고통도 없었을텐데 말이야]

 

날개에 힘이 빠져 비틀거리던 토도마츠는 그대로 땅으로 떨어졌지만, 아슬아슬하게 쵸로마츠가 마법으로 그를 받아낸다. 골렘으로 동료를 짓밟는 짓은 없었지만, 이대로라면 전멸이다. 어떻게 하지, 쵸로마츠는 요동치는 마음을 억누르고 자신에게 물었다. 혼자서 세명을 회복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애초에 토도마츠를 회복할 수 있는지 조차도 모르겠다. 나 혼자의 마력을 전부 쏟아 공격을 할까――아니, 아마 목숨을 걸었다고 해도 바알의 털끝도 건드리지 못하겠지. 그만큼 그와 쵸로마츠의 힘은 차이가 컸다. 토도마츠가 말하던 원군을 기다리는 것은 그저 운에 맡길 일이었다. 게다가――바알과 맞설 정도로 배짱과 힘이 있는 녀석이 있을 리도 없었다. 그렇다면 마지막 수단은――쵸로마츠는 시선을 돌려 동료들을 본다. 골렘에서 그들을 지키려 쵸로마츠에게 배운 간이 결계를 치고 있는 바르바토스가 보였다. 혹시 바알의 목적이, 저 아이라면――.

쵸로마츠는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퍼뜩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저었다. 그건 가장 있을 수 없는 선택이다. 만약 쵸로마츠가 그 선택을 하고, 카라마츠들을 구한다고 하더라도, 이 파티는 해산되고 이 세사람과는 다시는 얼굴을 마주볼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스스로도 그 선택을 한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바르바토스와 보낸 그 짧고도 긴 시간동안 너무 많은 정을 줘버린 것이다.

 

[이렇게 된 이상, 그것뿐인가]

 

쵸로마츠는 마음을 다진다. 아무리 바르바토스의 형이라고 해도, 그것을 그가 원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지는 정해져 있었다. 쵸로마츠는 가슴 속에서 비장의 부적을 꺼내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산 하나는 날려버릴 수 있는 이 마법은, 현재는 금기로 알려진 옛날의 마법. 그것을 바알의 최대한 바알의 주위로만 집중시킨다. 아무래도, 흥미가 생긴 듯 바알은 히죽히죽 웃으며 쵸로마츠의 행동을 살폈다. 동쪽의 왕이라고 해도 자신의 쾌락에 따르는 건 다른 악마들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치만, 그 마법 너무 길어. 기다리기 지루하니까-]

 

바알이 손가락을 튕긴다. 빗소리에 묻혔을터인데, 쵸로마츠는 그 소리가 들린 것만 같다.

 

[으왓!! 뭐야 이게!!?]

 

바르바토스 주위에 네모난 벽이 생겨난다. 붉은 혈액 같은 것을 두른 그것은 악마가 사용하는 구속용 결계이다. 아무리 두드리고 불을 뿜는다고 해도 결계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바르, 너는 위험하니까 거기 있어]

 

[하아!? 왜 내가 이 안에 있어야 하는 건데!! 랄까, 바르라고 스스럼없이 부르지 말라고!!]

 

좀 전까지 바알에게 위축되어 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꺄꺄 시끄럽게 반항한다. 그것이 아기 고양이 같은지 바알은 웃어 보이고는, 손을 들어 바닥에 쓰러져있는 쥬시마츠와 카라마츠에게로 향했다.

 

[골렘으로 으깨는 것도 좋지만, 귀찮으니까 그냥 바로 죽일래]

 

손바닥이 하얗게 빛나고, 하늘에서 울리는 천둥소리보다 더 큰 소리가 울렸다. 일격으로 끝낼 생각인 듯했다. 바르바토스는 심장을 차가운 손으로 만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안돼!!안 된다고, 죽이면..!!!]

 

[바르바토스의 말이라도 들어줄 수 없어. 나에게서 너를 빼앗는 세계의 모든 것을, 나는 부술거야]

 

그리고, 아무런 주저도 없이 뇌격을 날린다. 쵸로마츠가 주문을 중단시키면서까지 막으려 했지만 그 방어술까지 튕겨내고 뇌격은 곧장 두 사람에게로 향했다.

 

[안돼!! 그만둬!!!!]

 

눈앞이 하얗게 물들고, 바르바토스의 목에 뭉클한 것이 솟구쳤다. 불타는 마그마가 오장육부를 태우고 바르바토스의 근원을 뒤흔들었다.

안 된다. 죽어서는 안 된다. 다시는 소중한 사람을 잃지 않겠다고, 그때 그렇게 정했잖아, 바르바토스.

아니야, 사실은, 또 하나 중요한 것을 받았잖아. 그 사람하고 같은 이름을.

 

그렇지, 오소마츠?

 

바르바토스의 의식에서 진홍빛 섬광이 작렬했다. 동시에 온몸에서 방출된 바르바토스의 불길이 바알의 결계를 때려부순다.

 

[――!?]

 

바르바토스는 두 사람의 등에 뇌격이 닿기 전에 몸을 날려 막고는 가슴을 꽉 부여잡았다. 뜨거웠다. 마치 바르바토스의 몸을 거푸집에 흐물흐물하게 녹인 것처럼 뜨거웠다. 그래, 원하는 건 힘. 이제 누구도 절망 시키지 않을 정도의 힘.

 

[마신 72신 중 1, 바르바토스 오소마츠――그 이름으로, 이곳을 지배하라!]

 

그와 함께 바르바토스의 날개가 몇배나 크게 펼쳐지고, 붉게 빛났다. 앞가슴에서 검이 솟아오르로, 그대로 검을 꺼내든다. 그 칼끝은 곧게 날아드는 뇌격을 향해 거칠게 휘둘러져 번개를 그대로 흩어버린다. 검에 흩어져 사라진 뇌격은 마치 검에 흡수됐다고 생각될 정도로 어이없게 없어졌다. 흑요석 같은 바르바토스의 눈동자는, 어느새 바알과 같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바르바, 토스.......?]

 

쵸로마츠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어리고 순진했던 모습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모습에 말문이 막혔다.

바르바토스는 쵸로마츠의 말에 수긍하듯 한번 봐주고는, 토도마츠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가시가 박힌 팔에서부터 자주색으로 변색한 토도마츠의 몸이 붉은 빛에 휩싸인다. 빛이 온몸을 뒤덮고 검은 가시를 없애려는 듯 몸에 스며들어 사라졌다. 가냘픈 호흡을 내쉬던 토도마츠의 표정이 편안하게 바뀌면서 점점 호흡이 안정된다.

 

[이걸로 토도마츠는 괜찮아. 다음은-]

 

바르바토스는 검을 하늘로 치켜들고, 높고 날카로운 기합과 함께 붉은 불꽃을 날렸다. 불꽃은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늘로 향하고 두꺼운 뇌운을 뚫었다. 붉은 빛이 하늘과 바르바토스를 잇고, 쵸로마츠는 옛날이야기에서 들었던, 신이 자비로 죄인을 돕기 위해 내렸다는 거미줄을 떠올렸다.

바르바토스는 날개를 활짝 펴고 온몸으로 폭우를 맞으면서 더욱 크게 외쳤다.

 

[폭발해라!!]

 

붉은 빛이 폭발과 함께 지상에서 하늘을 덮으며 더욱 밝게 빛나자, 밤처럼 하늘을 뒤덮은 구름이 모두 사라지고 마치 해질녘처럼 시뻘겋게 물든다. 바르바토스의 마력이 바알의 힘을 앗아가고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었다.

비구름이 완전히 사라지면서 세차게 쏟아지던 비도 딱 그쳤다. 비에 조종당하던 골렘도 빛의 폭발에 휘말린 건지 흙덩이로 돌아가 움직임을 멈췄다.

아플 정도의 정적 속에 진흙투성이가 되어 온몸을 흠뻑 적신 바르바토스가 지상에서 바알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알의 얼굴에는 쵸로마츠 이상의 충격이 역력히 떠오르고, 비틀거리며 바르바토스의 눈앞으로 내려갔다.

 

[, 화났으니까]

 

검을 쥐지 않은 왼손이, 바알의 뺨을 때린다. , 하는 소리가 허공에 메아리 쳤다. 약간 균형을 잃어 비틀거리던 바알은 뺨을 막을 틈도 없이 눈앞의 바르바토스를 바라보았다.

 

[, 바르.....]

 

심하게 떨고 있는 바알은 양손을 들어 그 갈 곳 없는 손을 헤맨다. 조용한 시선으로 바르바토스는 한걸음 한걸음 바알에게 다가갔다.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려던 바알의 발은 바르바토스의 말에 멈춘다.

 

[신님.....]

 

그리운 호칭이었다. 그것은 아직 바알이 마계의 동쪽 왕이라는 이름을 가지기 이전, 지상에서 사람들에게 신으로 추앙 받던 때의 호칭이었다.

 

[.........아니, 이제 아니라고]

 

그렇게 말하고 웃었다. 바르바토스에게 뭐라고 말하면 될까. 머리부터 뺨을 타고 흐르는 물을 닦으며 차갑게 식은 피부를 따뜻하게 감싸주고 싶다. 안아서 그 존재를 확인하고 싶다. 하지만, 무엇보다 바르바토스에게 거절되는 것이 바알은 두려웠다. 지상에 내려갔을 때, 마계와는 다른 살아있는 사람의 에너지에 취해 훨씬 악마 같은자신을 드러내 버렸다는 자각은 있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바르바토스를 찾아 다른 어느것에도 눈길을 주지 않고 바로 마계로 돌아갔을 텐데....

저릿저릿하게 아픈 뺨의 열이, 바알에게 냉정한 사고를 되찾아줌과 동시에 죄책감을 일으켰다. 바르바토스는 미아 같은 표정을 하는 바알에 살짝 눈을 감고 웃었다. 진흙에 뒤덮인 대지를 강하게 차올라 물방울을 뿌리치고 날개를 펼친 바르바토스는 바알을 껴안았다.

 

[미안, 오소마츠씨......지금은 형이라고 부르는게 좋을까. 나도 나빴어. 잊어버렸으니까.....사랑하는 당신을. 외롭게 만들어 버렸어. 미안, 앞으로는 계속 함께니까]

 

뻗은 팔을 등에 돌리면, 그때와 같은 따스한 체온이 바르바토스에게 닿았다. 마법으로 젖지 않은 바알의 정장에 물이 스며들었지만 신경쓰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가 자신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바르바토스는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휙 얼굴을 들었다. 바알도 그에 따라 고개를 들고 바르바토스의 뺨을 잡고 눈을 들여다보았다. 흑요석 같은 양쪽 눈이 사르르 녹듯 바알을 바라보았다.

 

[나의 천사.............바르바토스.......드디어 기억해낸 거야.....?]

 

[아니야, 이제 천사가 아냐. 나는, 악마야. 그리고 지금은 같은 이름을 가진 너의 동생이니까 말이야. 이걸로 마음껏 끌어안을 수 있어]

 

[바르........!!!]

 

바알이 바르바토스의 가냘픈 몸을 괴로울 정도로 끌어안았다. 심장이 맞닿아 듣기 좋은 화음을 울렸다. 바르바토스는 한방울의 눈물을 떨구었다. 아아, 겨우 같이 있을 수 있게 된 거야. 행복이 가슴을 들끓어 터질 듯한 환희가 온몸에 넘쳐흘렀다.

 

[사랑해, 나만의 신........오소마츠]

 

서로 떨어지지 못하고 계속 껴안고 있자, 쥬시마츠에게 어깨를 빌려 쉬고 있던 카라마츠나 체력이 회복된 것 같은 이치마츠가 모여들었다. 중증이었던 토도마츠만은 의식은 되찾았지만 여전히 그 자리에서 쵸로마츠의 회복 주문을 받고 있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카라마츠의 말에 바르바토스는 바알의 품에서 떨어져 동료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쪽 다리를 안쪽으로 접고 고개를 숙였다.

 

[미안해. 전부, 내가 기억을 잃어버린 탓이야――.......]

 

그렇게 말하며 풀어낸 과거의 이야기는, 인간인 카라마츠들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아득하고 아득한 옛날 이야기였다.

 

 

 

 

 

◇◇◇◇

 

 

 

 

 

 

신이 세상을 다스리던 시절, 바알――오소마츠는 신이었다. 어떤 땅을 다스리고 폭풍과 비와 풍요를 관장하는 신이었던 오소마츠는, 이교도의 천사인 바르바토스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비록 서로 만질 수는 없다는 건 알았지만,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고 마음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하지만 그것은, 신계(神界)의 신 이외의 신은 인정하지 않는 자들에게는 용서 받지 못할 일이었다.

바알이 다스리던 땅에 신계의 군에 의해 전쟁이 발발했고, 다음 군주가 정해질 때까지 천사들이 파견되었다. 그 틈을 타 바르바토스는 북부산 꼭대기에 피투성이가 되다 못해 대부분의 피부를 잃어 목숨이 위태로운 상태인 바알을 만나러 갔다.

 

바알.....!!!!

 

.............

 

싫어!!왜 당신을 사랑하는데 당신이 죽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바르바토스의 통곡은 하늘을 가로지르고 땅을 갈랐다. 그래도 바알의 죽음은 막을 수 없었다. 하염없이 흐르는 검고 탁한 피는 대지에 스며들었다. 말을 할 힘도 없어 희미하게 호흡을 이어가며 바알은 목숨을 부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

 

미안. 나랑 만나서....내가 당신을 좋아해서...........!!

 

바르바토스의 두 눈에서 뚝뚝 굵은 눈물이 떨어졌다. 그것을 닦아주고 싶어도 팔을 움직일 힘이 바알에겐 남아있지 않았다.

 

미안, 미안해......그러니까, 나의 전부를 당신에게 줄게

 

 

바르바토스는 각오를 다졌다. 그는 원래 힘의 천사였다. 하지만 그 죄로 신계에서 추방당하게 되었다. 천계에서 추방된 천사는 그 몸을 에너지체로 바꿔 다시 세계에 흡수된다. 죽음이라는 개념이 없는 천사는 다시 사람들의 신앙심으로 새로운 천사로 태어날 수 있지만, 바르바토스는 불가능했다.

 

당신이 없는 세계는, 너무 외롭다고

 

바르바토스가 외친 주문은 금기였다. 자신의 생명력을 남에게 나누어 주는, 목숨을 잃게 만드는 저주. 성공률은 한없이 낮았지만 그 결과에 상관 없이 술사의 목숨을 앗아가기에 천계에서조차 이 주문은 금기였다.

 

부탁이야, 다시, 깨어나줘

 

바르바토스는 바알의 입술에 자신의 입을 맞대고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주술의 반동으로 인한 부정한 기운에 바르바토스의 온몸이 찢기고 피가 흘렀다. 그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바르바토스는 목숨을 건네주었다.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키스가 되지 않도록. 바르바토스는 자신의 손과 발끝에 감각이 없어지고 목숨이 사라지는 것을 느끼면서도 결코 입술을 떼지 않았다.

입안이 터지고 피가 흘러나왔을 때, 바르바토스는 겨우 키스를 그만두었다. 이제 몸에 거의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끌어안은 바알의 몸은, 희미하게 빛나면서 육체의 재생이 시작되고 있었다. 주술은 성공했다.

 

........바르............

 

재생하는 도중 바알이 억지로 목소리를 내려는 것을 손가락으로 틀어막고 바르바토스가 웃어보였다. 등에서 솟은 날개는 피와 어둠의 색으로 물들고, 머리 위에 떠있는 금관은 균열이 생겨 거의 산산조각이 나기 직전이었다. 이제 천사로서의 신성력도, 생명력도 바르바토스에게는 남아 있지 않았다.

앞이 희뿌연 눈으로 바알을 바라보면, 절단된 사지가 원래 자리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래도 신으로서 부활할 수는 없었기에, 그의 모습에 조금의 변화가 생겨났다. 그의 머리에서 뿔이 자라기 시작했고, 등에서는 검은 날개가 솟았다. 분명, 이대로라면 마계로 간다면――. 바르바토스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눈을 감았다. 이제 졸음이 몰려와 견딜 수 없었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전하지 않으면, 하고 희미한 목소리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최후의 말을 전했다.

 

바알. , 다음생에는 당신의 동생이 되면 좋겠어. 그 무엇에도 방해받지 않고, 평생 붙어있을 수 있도록-]

 

, 언젠가, 다시, 만났으면 좋겠어.

 

 

다음에야 말로 절망 없이, 사랑하는 사람이 다치는 일 없는 세계에서.

 

그렇게 힘의 천사 바르바토스의 생은 거기서 끝났다.

 

 

 

 

 

 

◇◇◇◇

 

 

 

 

 

[그 뒤는 내가 말해줄게. 내가 바르의 힘을 받아 악마로 되살아났을 때, 이녀석의 몸은 거의 썩기 직전이었어. 그걸 내가 억지로 마력을 쏟아부어서 마계로 데리고 갔어. 그곳에서 나는 바르에게 내 본명인 오소마츠라는 이름을 준 거야. 바르의 조각은 그대로 알이 되었고, 그 뒤로 계속 그가 부화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녀석이 깨지를 않는 거야. 그리고 그때 동쪽의 패권을 뺏으러 온 악마가 이녀석의 알을 훔치고 지상계로 도망쳤어. 물론 그놈은 죽였지만, 아마 지상계로 왔을 때 남아있던 바르의 에너지를 알이 흡수한 것 같아. 그래서 알이 도중에 부화했는지 껍데기 밖에 보이질 않았어. 그래서 이치마츠랑 부하 녀석들이 녀석을 찾고――겨우 찾아냈는데, 바르는 날 잊고 있었다구!! 형아, 엄청 쇼크...!!]

 

[형도 날 때리고 동료를 공격했잖아!! 게다가 날 안아든 이치마츠한테도 문답무용으로 공격하고!!]

 

[그야 당연히 공격하지!! 바르를 껴안은 것만으로도 화나는데 형아한테 무서워!!라고 말하고는 이치마츠한테 매달리고 말야...., 생각한 것만으로 짜증나]

 

[-, 그건 미안해애. , 꼬옥 해줄테니까 기운차려]

 

그러고는 그대로 노닥거리기 시작했다. 그런 둘에게 차가운 시선이 꽂혔다.

천사인 토도마츠는 물론이고 인간인 3명도 여자친구가 없었다. 그런 그들에게 닭살 커플의 분홍빛 분위기는 독이였다.

 

[나도 소문으로 들은 적이 있어.....힘의 천사 바르바토스의 이야기....설마 진짜였다니...이국의 신을 사랑하고 타락했다는 천사. 내가 아직 아홉째 계급이 되기도 전의 이야기야......]

 

현재는 여섯 번째 계급의 능력천사인 토도마츠가 그렇게 말하는 걸 보면, 사람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과거 이야기일 것이다. 주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지금까지 꼭 붙어있던 두 사람이 거슬렸지만 그런 둘을 떼어놓을 수 없을 정도로 과거의 이야기는 비장하고 애처로웠다.

결국은 장대한 리얼충 이야기냐고, 하고 입을 연 것은 순진했던 바르바토스를 유달리 귀여워하던 쵸로마츠였다. 리얼충은 폭파하는 거라고 인식하고 있는 그에게 이번 이야기는 충격이 컸다. 또 유일한 주인의 잔뜩 풀린 표정에 먼 눈을 하고 있는 이치마츠도 내심 비슷했다.

 

[여기 상처......]

 

바알의 손끝이 바르바토스의 입가를 문질렀다. 바알의 생명력을 줄 때, 그 마지막 순간에 생겨난 상처이다.

 

[, 그때의 상처야. 어째선지 이건 재생이 안 되더라. 분명 내가 형을 잊어도 제대로 기억해낼 수 있도록 남은 증거라고.......랄까나!]

 

카라마츠의 안쓰러움이 옮았나? 하고 민망한 듯 코 밑을 비비는 바르바토스에 바알이 그의 이마와 뺨, 그리고 상처를 따라 입술 순서로 키스를 퍼붓는다.

 

[잊어도 몇 번이고 떠오르게 해줄테니까]

 

[후훗, 형이야말로 이번에는 자아를 잃지 말라고-]

 

[네가 옆에 있어 준다면야-]

 

꺄아- 하고 비명을 지르면서도, 바알에게 몸을 부비는 바르바토스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기억이 아닌 뭔가를 찾던 때에는 결코 보이지 않았던 만면 가득한 미소에 쥬시마츠도 따라 웃었다.

 

[왠지 고양이가 장난치는 것 같아!!]

 

[고양이처럼 귀여운 형제라면 얼마나 좋을까.......저기, 나도 너희들 파티에 끼워주지 않을래? 이제 저 형제한테 휘둘리는 건 지쳤어...]

 

이치마츠가 작게 한숨을 쉬며 말하자, 카라마츠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좋다!]

 

[뭐어, 어린애 돌보는 것에서도 해방됐고- 이제 또 잔뜩 상금 벌어다가 평생 놀고 먹으려면 열심히 수행해야겠네-!]

 

[당신들 그런 목적으로 여행했어!?]

 

토도마츠의 츳코미에 당연하잖아, 라고 돌려주면 누구랄 것도 없이 웃음이 쏟아진다. 그렇게 성대한 사랑싸움은 끝을 맞은 것이다.

 

 

 

며칠 후, 바알 오소마츠와 싸운 바르바토스 오소마츠가 볼을 부풀리며 파티를 찾아오고, 그 뒤를 바알이 황급히 쫓아와 한바탕 말썽을 피운 일은 이와는 또 다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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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반에 바르바토스가 바알을 부르는 명칭이 [카미사마]인데

이걸....원래 다른 작품이라면 하느님이라고 번역하겠지만

여기선 그렇게 번역하기가 애매해서 신님...이라고 번역했습니다

(뒤에 과거 얘기부분에서 바르바토스가 계속 바알에게 '카미사마'라고 부르는데

신님!!이라고 하기에는 아무래도 이 진지한 분위기를 망치는 느낌이라ㅠㅠ

바알 or 없애버렸습니다ㅠㅠㅠㅠㅠ죄송합니다)


이 소설에서 바알은 하느님이 아닌 그냥 다른 신이라서ㅠㅠ

하느님이라고 번역을 해버리면 설정이..........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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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리얼충 결말이냐!!!!

이 어마어마한 사태가 결국은 사랑싸움!!??!!






이렇게 오소오소 소설 끝이 났습니다!! :)

판타지는 처음이라 조금 어색했는지도 모르겠네요ㅠ

싸우는 부분이라던가, 세계관 설명 등에서 조금 문장이 어려워서 의역이 꽤 있습니다ㅠ


오소마츠들의 설정 때문에 네이버도 뒤져가면서 했는데 맞게 했는지 모르겠네요;;;;;;

덕분에 뭔가 악마에 대해 많이 알게 됐네요 하핳 (코쓱)








내일은 [차남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되었다] 최종화와

[이야미와 카라마츠의 기묘한 관계2]를 올리겠습니다!!






뜬금없지만 제가 갑자기 이렇게 여러개를 한번에 올리는 이유는!!

시험이라 일찍 마쳐서 시간이 넘쳐흐르는 것도 있지만

사실 이전부터 조금씩 해뒀던 것들을 한번에 마무리해서 그렇습니다 'ㅂ'

거진 마무리 단계에 있었던지라.........


최근 이것저것 쪼끔쪼끔 건드려가지고

이렇게 번역이 대량발생하는 사태가.......

좋은건지 나쁜건지......



뭐 아무튼!! :)

내일 봅시다 여러분!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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