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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쵸로마츠 시점)

 

 

 

 

 

 

해질녘, 수업을 마친 나는 서둘러 학교를 빠져나와 집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전화가 울렸다. 엄마였다.

지금 집에 가. , 쥬시마츠 상태보고 병원에 데려갈게. 만약 상태가 많이 안 좋으면 택시타도 괜찮지?

그렇게 말하는 내게 엄마는 무척이나 고마워했다. 몇 번이나 고맙다는 인사를 한 엄마는, 한가지 신경쓰이는 점을 말했다.

[점심때였나? 몇 번인가 전화를 걸었는데 받질 않더구나]

[자고 있었던 거 아냐?]

[그렇겠지? 그래도 좀 걱정인 걸. 그럼 부탁할게, 쵸로마츠]

[]

전화를 끊은 나는 왠지 걱정스런 마음이 들었다.

 

 

스포츠 만능의 늘 건강한 쥬시마츠가 최근 들어 병원 출입이 잦다. 정형외과긴 하지만.

중학교 3학년, 즉 작년 이맘때에 녀석은 좋아하던 야구를 참아야만 했다. 그 녀석의 특기인 강속구는 아직 몸이 제대로 완성되지 않은 중학생의 몸으로는 부담이 컸던지, 어깨를 다쳐버렸다. 의사는 당분간 야구는 참으라고 했지만, 녀석은 참을 수가 없어 가벼운 연습경기를 계속 하다가 더 악화시키고 말았다.

그 때도, 병원에 갈 때는 내가 보살펴주었는데, 그때 처음으로 알았다.

친구나 다른 형제들 앞에서는 실실 웃는 쥬시마츠도, 병원에 가기 전에는 잔뜩 풀이 죽어 울곤 한다는 것을.

상태팀한테 동료들이 무시당해서, 던지지 않을 수가 없었어, 라고 쥬시마츠는 말했다.

그 덕분에 동료들에겐 사랑 받게 되었다.

야구를 못하게 된 때에도, 종종 응원을 하러 갔는데 그때마다 동료들에게 둘러싸이는 쥬시마츠는 무척이나 행복해보였다.

그리고, 쥬시마츠가 참가했던 소년 야구팀은 관동 리그에서 우승하면서 구성원 대부분이 강호 학교에 진학을 했다.

그 사실을 녀석이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는 나도 잘 모른다.

동료들과 아직도 연락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쥬시마츠는 아직도 정형외과에서 재활훈련을 하고 있다. 이젠 쥬시마츠 혼자서도 괜찮으니까 나는 같이 가지 않지만.

그래서 우울한 쥬시마츠를 안 본 지도 꽤 오래되었다. 기본적으로 녀석은 언제나 형제들 누구보다 건강하고 밝았으니까.

 

그래, 오랜만이다.

 

이래저래 우리도 이제 고등학생이다.

고등학생이 되어 여러 가지로 각자 바빠진 탓에, 같이 살면서도 서로 거리감이 생겼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집에 도착했다.

역시 형제들은 아직 오지 않은 모양이다.

현관문을 열고 2층 계단을 올라갔다.

쥬시마츠는 아직 자고 있으려나?

 

 

 

2층방의 문을 열고보니, 널찍한 이불위에 쥬시마츠가 발을 쭉 뻗고 앉아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멍한 상태랄까, 완전히 텅 비어버린 것 같다.

? 으응? 저거 괜찮은 거야?

[나 왔어, 쥬시마츠. 쥬시마츠? 상태는 어때?]

불안한 목소리로 말을 걸자, 쥬시마츠는 겨우 정신이 든 건지 이쪽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표정은 멍했지만.

[........쵸로마츠형]

평소와 달리 너무도 패기 없는 모습에 동요하며 천천히 접근했다.

이 녀석, 열 때문에 어딘가 이상해진 거 아냐?

가까이 다가간 나는 쥬시마츠에게서 뭔가 위화감을 느꼈다.

어째선지 쥬시마츠의 머리카락이 전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왜 그렇게 젖은 거야, ]

[........목욕했으니까]

[목욕?]

왜 갑자기 목욕? 아니 그보다 씻었으면 제대로 말리라고.

뚝뚝 물방울을 떨어뜨리며 이불위로 올라간 건지, 쥬시마츠 주변은 흠뻑 젖어있었다.

, 그보다 저기 내가 자는 자리 아냐? ?

[수건 가져올게. 잠깐 기다려!]

1층으로 내려가 새 수건을 가지고 돌아간다.

이불도 걷어서 말려야 하지만, 그 전에 쥬시마츠의 머리를 말리는 게 우선이다.

[열도 나는데 왜 목욕을 한 거야, ]

[쵸로마츠형]

내 이름을 부르며 날 끌어안는 쥬시마츠에 나는 그대로 굳어버린다.

[, 왜 그래?]

[잠깐만 이러고 있어도 돼?]

[?]

쥬시마츠는 얼굴을 파묻으며 내 허리를 세게 끌어안았다. 뭐야, 이건?

혹시 아무도 없어서 외로웠다거나, 그런 건가?

하지만 이 자세는 좀 힘든데. 엉거주춤한 자세를 유지하는 건 힘들다고.

[, 저기....쥬시마츠씨?]

[.....]

[병원 가야하는데]

[가기 싫어]

[....., 그래? 그럼 적어도 앉게 해줄래?]

[]

내가 이불위에 앉자, 쥬시마츠는 내 무릎위에 얼굴을 파묻었다.

갑자기 왜 이러지.

괜찮은 거야?

혹시 몰라 이마에 손바닥을 대자, 아직 열이 남아있지만 아침보다는 조금 떨어진 것 같다. 상처도 가라앉았다.

이 정도라면 병원에는 안 가도 될 것 같지만. 그래도.

작년의 일을 떠올리며 나는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혼자 남아버린 쥬시마츠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던 게 아닐까.

 

 

 

 

◇◇◇

 

 

 

 

그로부터 30분후, 오소마츠형이 돌아왔다.

현관게 우리들의 신발이 있는 걸 확인한 형은, 곧장 2층으로 올라왔다.

[쥬시마츠, 몸은 좀 어때-?]

그렇게 말하며 문을 연 형은, 나와 내 허리를 끌어안고 내 무릎을 베고 잠든 쥬시마츠르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 무슨 상황?]

[조용히 해. 겨우 잠들었으니까]

나는 쉿- 하는 제스처와 함께 말했다.

[병원은 안 가도 돼?]

오소마츠형이 말소리를 죽이며 물어왔다.

[본인이 가기 싫다고 하고, 열도 많이 내렸으니까]

[헤에]

[아아, 그치만 체온계로 제대로 잰 건 아니야. 내가 돌아오자마자 이렇게 됐으니까]

[이거이거, 외로워서 형아한테 어리광부리는 거냐-. 쥬시마츠짱 어리광쟁이네~]

[..........]

[알았으니까, 째려보지 말라고. 어라, 근데 왜 이렇게 머리가 젖었어?]

[목욕했대. 뭔가 상태가 좀 이상했어]

[그래?]

흥미롭다는 듯 내 옆에서 떠나지 않는 형에게 나는 체온계를 갖다 달라고 부탁했다. 형은 노골적으로 싫은 티를 냈다.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구-]

[어떻게 체온계 위치도 모를 수가 있어?]

[잘 안 쓰잖아........그럼 쵸로마츠, 나랑 바꾸자. 옷 갈아입고 올테니까 좀만 기다려]

[바꾸자니?]

[무릎베개 말이야. 내가 할테니까 체온계 가져오라고]

[.......뭐야, 그게 번거롭게]

오소마츠형은 엄청 뿌듯한 얼굴로 그렇게 말하곤 재빨리 옷을 갈아입고 왔다. 나는 언짢은 기분이 들었지만 쥬시마츠의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쥬시마츠, .....미안, 잠깐 일어서고 싶은데 손 좀 떼줄래?]

[.....싫어]

[싫대]

곤란한 표정으로 오소마츠형을 쳐다보자, 형은 쥬시마츠 옆에 앉아 두 손으로 어깨를 흔들어댔다.

[대시 내가 해줄테니까, 잠깐만 쵸로마츠를 자유롭게 해주지 않을래? 쥬시마츠?]

[........오소마츠형?]

어깨를 흔들려 잠에서 깨버린 쥬시마츠가 고개를 살짝 들었다. 눈가에 눈물이 고여있어, 깜짝 놀란다.

정말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건가?

[몸도 안 좋은데 미안해, 쥬시마츠. 자아, 잠깐만 일어나 봐]

오소마츠형은 재빨리 쥬시마츠의 상반신을 받쳐들었다. 그 틈에 나는 빠져나가고, 형이 그 자리에 앉았다. 쥬시마츠는 오소마츠형의 허벅지에 머리를 묻으며 눈을 깜빡였다.

[?]

[쵸로마츠, 얼른 체온계 가져와]

[, ]

아까까지 쥬시마츠가 누워있던 탓에 뜨끈해진 다리가 좀 허전했지만, 나는 재빨리 아래층으로 내려가 체온계를 들고 방으로 돌아왔다.

쥬시마츠는 내게 그랬던 것처럼, 오소마츠형의 무릎에 얼굴을 묻고 축 늘어져 있었다. 형은 그런 쥬시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체온계 가져왔어]

[]

[쥬시마츠 자?]

[아마]

말수가 적어진 형. 역시 뭔가 생각하고 있다.

[왜 그래?]

[-]

형은 팔짱을 끼고 등을 곧게 펴서 벽에 붙어 앉았다. 그러곤 쥬시마츠의 머리를 가볍게 두드렸다.

[쥬시마츠씨-, 질문이 있습니다]

[........]

움찔, 머리가 움직였다. 아직 잠들지 않았구나.

상냥하게 쥬시마츠의 뒤통수를 쓰다듬던 형은 쥬시마츠를 일으켜 세웠다. 쥬시마츠를 이불에 앉히고 얼굴을 들여다보며 형은 이렇게 물었다.

[어제부터 신경쓰였는데, 너 누구한테 여기, 당한 거야?]

오른쪽 뺨. 자신의 뺨을 가리키며 오소마츠형이 물었다.

쥬시마츠는 눈물 어린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

[그리고 여기도. .......무슨 짓을 당한 거야?]

쥬시마츠의 손목을 잡고 형은 다시 되물었다.

쥬시마츠의 손목에는 어딘가에 쓸린 듯한 자국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까지 까질까. 마치 밧줄에 묶인 듯했다.

잠자코 있는 쥬시마츠를 내려다보며 오소마츠형이 다시 물었다.

[, 같은 반 애한테 괴롭힘당하는 거?]

[......그런 거 아냐]

붕붕, 고개를 강하게 흔드는 쥬시마츠. 오소마츠형은 그제서야 히죽 웃어보이며, [그래] 라고 말하곤 머리를 쓰다듬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한테는 말하기 싫어?]

[...........미안해]

[카라마츠면 말할래?]

[.........모르겠어]

[왜 카라마츠]

내가 무심코 그렇게 츳코미하자, 오소마츠형은 이쪽을 보며 쉿, 하고 손가락을 입에 댔다.

, 뭐냐고.

다시 쥬시마츠를 쳐다보는 오소마츠형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럼 이치마츠는?]

[........!!]

크게 어깨가 떨렸다. 쥬시마츠는 숙이고 있던 고개를 힘껏 치켜들고 오소마츠형을 바라보았다.

[......저기, .......]

[왜 그래?]

[..........미안해]

마치 공기가 빠져나간 듯 쥬시마츠의 몸이 축 늘어졌다. 힘없이 늘어지는 몸을 받아든 오소마츠형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미안, 쥬시마츠. 이제 누워도 괜찮아. .....카라마츠가 올 때까지 내가 옆에 있을테니까]

[.......]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쥬시마츠는 다시 눕는다. 내게 그랬던 것처럼 허리를 끌어안고 얼굴을 묻었다.

그걸 잠자코 보고있던 나는 간신히 마법이 풀린 듯, 오소마츠형에게 말을 걸었다.

[, 방금....]

쥬시마츠, 이치마츠라고 했을 때만 반응이 달랐는데, 대체 무슨 일이야??

물어보고 싶었지만, 오소마츠형은 쥬시마츠가 잠들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거라는 걸 표정으로 말하고 있었다.

옆에서 잠자코 지켜볼까도 했지만, 할 일도 있고 해서 나는 오소마츠형에게 쥬시마츠를 맡기고 방을 나왔다. 우선 교복을 갈아입고 엄마한테 연락을 했다. 병원에 가지 않아도 괜찮았다는 얘기를 하자, 엄마는 크게 안심했다.

그리고 이불을 말려야 한다고 생각해 다시 2층으로 향했다.

그나저나, 이불을 말리려면 형이랑 쥬시마츠가 움직여야 하잖아. 그보다 왜 목욕을 한 거야 걔는. 오늘밤엔 차가운 이불에서 자야하는 건가, 엄청 싫은데. 목욕 타올을 두겹정도 깔면 괜찮으려나.

그렇게 생각하며 2층방에 들어가자, 무릎베개에 질린 건지 오소마츠형이 쥬시마츠와 나란히 누워있었다. 쥬시마츠는 마치 아이처럼 오소마츠형의 가슴 언저리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뭐야, 이 기분나쁜 투샷.

[, 쵸로마츠]

이쪽을 보며 히죽 웃는 형.

얘기해줄 때까지 기다렸더니만, 뭐야 그 표정.

[화내지 말라고~. 이 자세가 나도 편하고 쥬시마츠도 편하잖아]

[......쥬시마츠는, ?]

[아마도]

형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쥬시마츠에게 조심스레 이불을 덮어주었다.

[, 잔다]

[다행이네. 그보다, 대체 무슨 일인 거야]

내가 그렇게 말하자 형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잘 모르겠지만, 뭔가 꺼림칙한 기분이 들어. 최근 이치마츠랑 대화도 안 했고]

[나도]

최근 이치마츠는 집에 돌아오는 것도 늦게 가족과 대화도 잘 하지 않는다.

가끔 옷에서 짐승냄새가 나곤 하니까, 아마도 밖에서 길고양이들을 보살핀 거겠지만.

 

 

 

고등학생이 되고부터 우리들 사이가 전보다 멀어지긴 멀어졌구나.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던 가을밤이었다.

설마, 설마 아니겠지.

그 약간의 불안이 이렇게 이어질 거라고는, 이 때의 나도 형도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이제 뭔가 알아차린 모양이네여!

과연 이치마츠의 운명은!!!


번역하고 보니 너무 짧네여......;ㅂ;

다음편 지금부터 번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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