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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형제에게, 사랑을 담아5

 

 

 

 

 

다음 이변을 알아차린 건, 브라더들과 목욕탕에 갔을 때였다.

참고로 쥬시마츠의 건에 대해서는,

[쥬시마츠는 운명의 톱니바퀴가 이끄는 대로, 사랑하는 여자를 구하기 위해 순백의 날개를 휘날리며 이곳을 떠났다]

라고, 제대로 설명했지만, 브라더들은 모두 이해하지 못했다. 결국 본인에게 전화가 와서,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살아만 있다면 괜찮지 않겠냐는 걸로 마무리 지은 것 같다.

그런 이유로, 다섯명이 목욕탕에 가게 되었고, 평소처럼 욕탕에 들어가기 전에 몸을 씻으려던 순간,

 

 

물의 온도를,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찬물을 틀어도, 뜨거운 물을 틀어도, 구분을 할 수가 없었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다. 미지근하다는 것도 없다.

애초에 온도라는 게 존재했던 건지도 모르게 되었다.

 

 

과연, 이번엔 이건가.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냉정한 반응이었다.

알고 보니, 온도를 모르게 된 것은, 물만이 아니었다.

목욕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 불어오는 바람에 브라더들은 춥다고 말했지만, 내게는 바람이 전혀 차갑지 않았다.

 

하지만, 미각과 잠을 잃은 것에 비해, 온도는 그다지 곤란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얼마나 감각이 둔해졌는지 궁금해져 조금 살펴보기로 했다.

한밤중, 패밀리가 조용히 잠든 것을 확인하고, 부엌으로 가 냄비에 물을 넣고 끓이기 시작했다. 부글부글 소리를 내며 끓는 물에 첨벙, 손을 집어넣었다.

, 굉장해. 전혀 뜨겁지 않아.

손은 순식간에 빨갛게 변했지만, 전혀 뜨겁지도 않고, 아프지도 않았다.

어라, 화상은 분명 아플텐데. 치비타에게 화형을 당했을 때, 불똥이 튄 부분은 분명히 아팠다. 설마 통각까지 둔해진 건가, 어렴풋이 짐작하던 그때.

 

[이 멍청이가아아!!!]

 

하고 분노의 목소리와 함께 콰악, 오른손을 잡혀 냄비에서 강제로 끄집어내졌다. 그 충격으로 끓는 물이 사방으로 튀었고, 내 손을 잡은 손에도 뜨거운 물방울이 튀었다.

하지만 손의 주인은 그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내 손을 그대로 강하게 잡아당겨 수도꼭지 밑으로 끌고갔다. 그리곤 물을 틀어 빨갛게 익어버린 내 손 위로 물을 쏟아부었다.

[, 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목소리의 주인공에게 시선을 돌리면, 씁쓸한 표정을 한 오소마츠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손 위로 쏟아지는 물은 분명 차가울텐데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자신의 손에 쏟아지는 물을 멍하니 보다가, 내 손을 잡고 있는 형의 손으로 시선을 돌리니, 그 손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오소마츠, 아까 뜨거운 물이 튄 것 같던데 뜨겁지 않은가?]

나는 괜찮으니 네 손을 찬물에 식히라고 말하자, 오소마츠는 주먹을 치켜들고 내 머리를 쿵 쥐어박았다. ! 하는 소리가 부엌에 울렸다. 통증은 없었지만, 소리로 보아 상당히 세게 쥐어박은 것 같다.

 

[웃기지 말라고 너!! 어떻게 봐도 네가 더 심하잖아!! 대체 뭐야!? 뭐가 하고 싶었던 거냐고!? 진짜 너무 오컬트해서 형아 무서울 지경이거든!!]

가까운 거리에서 윽박지르는 형에 나는 몸을 떨었다. 뭘 하고 있었냐는 질문에 이렇다 할 변명이 떠오르지 않아,

[, 소독....?]

이라고 답해버렸다. 그런 내게,

[의문형으로 답하지 말라고. 나한테 물어봐도 모르니까-]

라며 한숨과 함께 답하는 오소마츠형이다.

 

 

[카라마츠, 최근에 왜 그러는 거야?]

여전히 손목을 잡고, 오른손에 물을 쏟아부으면서 오소마츠가 중얼거렸다.

[왜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거야?]

그렇게 말한 형의 얼굴은, 어째선지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괴로워 보이는 얼굴이었다.

 

또다. 얼마전부터 오소마츠는 내게 자꾸 이상한 걸 묻는다.

[어째서, 형님이 그런 걸 묻는 건가?]

나는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는 의문을 그대로 내뱉었다.

[내가 어떻게 되든, 뭘 생각하든, 형님과 관계없는 일이지 않나?]

그런 당연한 사실을 새삼스레 입밖으로 내면, 오소마츠는 내 얼굴을 바라본 채 그대로 굳어버린다.

 

 

[....., 그거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 아아, 나는 언제나 진심이라고]

[.........]

[오소마츠?]

[저기, 만약 네가 화난거라면, 우리들 전부 네 마음이 풀릴 때까지 사과할테니까.....얼마전 그 일로 아직 화가 난 거야? 그래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얼마전이라니, 유괴사건 말인가? 화나지 않았다만]

[그럼 어째서....어째서, 그런 슬픈 말을, 하는 거냐고....]

 

오소마츠의 손이 떨리고 있다.

내 손목을 잡은 형의 손에는 힘이 상당히 들어가 있을 테지만, 그 손의 감촉도, 형의 체온도, 나는 알 수가 없다.

어렸을 적, 내 손을 잡아주던 형의 손에서 느껴지는 체온, 꽤 좋아했었는데.

라며 과거를 회상하다가 나도 모르게 후후, 하고 작게 웃어버렸다.

[....웃을 때가 아니잖아...]

[? . 미안]

[....~ 정말-....]

오소마츠는 내 손목을 놓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머리를 싸매며 신음했다. 저질러 버렸군, 형님을 괴롭게 만들 생각은 아니었는데.

나는 수도꼭지를 잠그고, 축축하게 젖은 손을 수건으로 닦아냈다.

오른손은 아직 빨갛게 익어, 여기저기 물집이 생겨있었다. 그 모습이 신기해, 나는 가만히 손을 들여다보았다.

 

[...., 그거, 안 아픈 거야?]

오소마츠가 얼굴을 무릎사이에 파묻은 채 웅얼거리는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아아, 괜찮다. 아프지 않다고!]

오소마츠는 아무래도 내가 아프거나, 음식을 먹지 않거나, 잠들지 못하는 것이 신경 쓰였던 모양이다.

그래서 안심시켜주기 위해서, 오른손을 꽉 쥐어보이며 기운차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오소마츠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에는 물이 차있어, 눈동자가 불안정하게 흔들렸다. 그리곤 무척이나 슬픈 얼굴로,

[어째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왜 오소마츠는 그런 얼굴을 했던 걸까.

마치, 나를 걱정하는 듯한, 그런 표정.

나는, 오소마츠의 그런 얼굴은 보고 싶지 않다.

평소처럼, 즐겁게 웃었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뭔가, 마음이 소란스러워져 싫다.

 

어쩌면, 이런 나도 소중하게 여겨주는 게 아닐까, 하고.

그렇다면 죽고 싶지 않아, 라고.

그런 생각을 했다.

 

 

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아니, 아니다. 나는 브라더들에게 살해당한 남자. 그런 생각을 하다니, 어리석다. 브라더들을 소중히 여긴다면, 미련 없이 이곳을 떠나야 한다!

한순간이라도 그렇게 생각한 자신을 응징하려, 오른쪽 손목을 왼손으로 꽈악 쥐었다. 손톱이 손목에 파고 든다. 아프진 않았지만, 마음의 문제였다.

그런 오른 손목을, 오소마츠가 또 다시 강하게 잡아당긴다. 갑작스런 상황에 나는 조금 균형을 잃고 흔들렸다.

[이쪽으로 와. 붕대 감아줄 테니까]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난 오소마츠는, 거실로 쿵쿵 나아갔다. 그의 목소리는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아니, 아프지 않으니까 붕대는 필요없....]

[시끄러-. 닥치고 따라와 그냥]

 

그렇게 말한 오소마츠는 거실문을 거칠게 열었다.

 

 

 

 

 

 

 

내 목숨도 이제 한달 남았다.

형에게 억지로 끌려가 붕대를 감은 내 오른손을 보며, 나는 거실에서 뒹굴고 있었다.

붕대는 군데군데 엉망으로 감겨있어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풀릴 것 같았다. 빈말이라도 잘 감았다고는 할 수 없을 정도다. 오소마츠는 옛날부터 재주가 없었으니까.

열심히 붕대를 감던 형의 모습을 떠올리자,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그럼, 이제 남은 건 오소마츠와 토도마츠로군. 오른손을 꽈악 쥐며 생각한다.

그날 다시 오소마츠에게 소원을 물었지만, 역시나 돈이라고 대답했기에 일단 형은 뒷전이다. 일단은 빨리 토도마츠의 소원을 이뤄주자.

뭐가 좋을까. 뭔가 이루고 싶은 꿈이 있을까? 하지만 토도마츠는 스타벅스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정도로 사회 적응 능력이 높다. 이런 힘을 쓰지 않아도, 진심을 내서 하면 뭐든 할 수 있겠지.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자면, 자립하려는 의지가 제일 약하다는 거로군. 어떻게든 그가 자립할 동기를 줄 수만 있다면.....

-,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던 순간,

[- 짜증나아!!!]

하고, 왠지 화난 듯한 막내가 쿵쿵거리며 밖에서 돌아왔다. 굿 타이밍이로군.

[어서와라, 톳티]

토도마츠는 내 인사에 답하지도 않고, 들고 있던 가방을 난폭하게 바닥에 던져버린다. 그리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그대로 탁자에 푹 엎드렸다. 아무래도 기분이 안 좋은 모양이다.

어쩌지. 무슨 일인지 걱정이지만, 물어봤다가 시끄럽다며 화를 낼까봐 두렵다. 몸을 끌고 조심히 옆으로 다가가 우물쭈물하며 토도마츠를 보고있자,

[....저기, 지금 누가 봐도 무슨 일이 생긴 거잖아. 말 좀 걸어달라고-]

라며, 고개를 들고 토도마츠가 섭섭하단 듯이 이쪽을 힐끗 보며 말했다. 가만히 있었지만 역시나 한소리 듣고 말았다. 어렵군.

[....브라더-, 무슨 일인가? 그렇게 눈썹을 한껏 찡그리고 있다니, 예쁜 얼굴이 엉망이라고, 아기 고양이짱?]

정신을 가다듬고 윙크를 하며 한마디 날리자, [아니, 그런 건 됐으니까]

라며 얼굴을 찌푸렸다.

 

 

[이거라도 마시고 진정해라, 브라더]

한껏 열받아 있는 토도마츠를 위해, 주방에서 녹차를 타다 주었다.

[, 고마....앗 뜨거!! 카라마츠형 이거 어떻게 들고왔어? 안 뜨거웠어?]

[, , 미안]

아무래도 찻잔이 너무 뜨거웠던 듯, 토도마츠가 찻잔을 잡으려던 손을 황급히 떼며 말했다. 이런, 나는 느낄 수가 없으니까 아무 생각도 없이 그냥 줘버렸다. 미안하군.

다행히 토도마츠는 상처도 없고 더 이상 자세히 묻지 않아서, 휴우, 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있지, 나 최근에 양복점에서 아르바이트 하고 있는데]

조금 진정됐는지, 토도마츠가 말했다. 녹차는 아직 먹기 적합한 온도가 아닌지, 마시지는 않고 찻잔의 가장자리를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보다, 또 브라더들에게 말하지도 않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군. 나는 상관없지만, 오소마츠와 쵸로마츠가 알면 시끄러울 텐데 말이지.

 

[거기 선배가 얼굴도 별로 잘생기지 않고 말주변도 없는 사람인데, 귀여운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자랑하는 거야! 열받아아!! 그런 자랑 듣고 싶지 않은데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말하는 거 있지!! 애초에! 내가 더 매력적인데 왜 그런 녀석한테는 여자친구가 생기고 나는 안 생기는 거야!?]

토도마츠는 와악- 하고 소리를 지르며 탁자를 쾅쾅 두드렸다. 그 진동에 차가 조금 흔들렸다.

아아, 기분이 나빴던 건 그것 때문인가. 하지만 그 말투는 선배한테 조금 무례한 것 같군.

[아아-, 나도 여자친구 갖고 싶어어!!]

하고 머리를 싸매는 토도마츠를 보고, 나는 뭔가 떠올랐다.

그런가, 여자친구. 그거 괜찮군.

운명의 토도마츠 걸과 이어진다면, 토도마츠도 분명 자립할 동기가 생기겠지.

이거다. 나는 몸을 토도마츠에게 가까이 들이밀며 입을 열었다.

[토도마츠, 누구 마음에 드는 걸이 있는가?]

내 물음에 토도마츠는 엣? 하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 딱히 없는데?]

그렇게 답하는 토도마츠에, 이번에는 내가 엣, 하고 놀란다.

 

[누구, 이 사람이다 하는 걸 없는가?]

[없다구, 그런 사람. 애초에 나, 지는 싸움은 하지 않으니까 무리해서 노리지도 않고. 그러니까 누굴 좋아한다던가 그런 거 없고, 날 좋아하는 아이만 노리는 거야. 그치만 지금까지 누가 날 진심으로 좋아해준다던가 그런 적은 딱히 없네]

[그럼 토도마츠는 좋아하는 걸이 없는데 여자친구가 갖고 싶은 건가?]

 

사귀기만 한다면 누구든 좋다, 라는 건가. 나도 인기 있고 싶은 욕망은 있으니까 모르는 건 아니지만, 왠지 지금 그런 생각을 하니 조금 쓸쓸한 기분이 드는군.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게 겉으로 나타난 건지, 토도마츠는 윽, 하고 거북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하루종일 바람아닌 바람을 피우는 카라마츠형이 잔소리할 처지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토도마츠가 이쪽을 바라보며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건 아니라고, 브라더-. 나는 누구라도 좋은 게 아니다. 세상에 단 한명인 운명의 카라마츠 걸이 찾아오길 기다리는 것이지, 결코-....]

[- 예예. 짜증나네 정말-]

손으로 턱을 괴며 한숨을 쉬었다.

 

으으음, 하고 팔짱을 끼며 고민에 빠진다.

토도마츠는 형제들에겐 드라이하고 교활하지만, 사실은 자상한 남자이다. 주위를 잘 살피고, 마음도 잘 통한다. 그라면 내가 굳이 악마에게 뭔가를 부탁하지 않더라도, 분명 스스로 여자친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자친구가 되어준다면 누구라도 좋은 게 아니라, 토도마츠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상대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만남을 토도마츠에게 선물하고 싶다.

 

그럼 엄~청 귀여운 아이가 쟤한테 고백하게 만들면 되지 않음?

낯익은 악마의 목소리가 머리에 울렸다. 나는 눈을 깜빡이며 악마의 말에 속으로 답했다.

....아니, 그거와는 다르다. 그냥 만나는 계기만 만들어준다면 될 것 같다. 거기서 우리가 할 일은 끝, 그 다음은 토도마츠가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걸에게 고백 받는다면, 분명 토도마츠는 그게 누구라도 달려들 것이다.

그렇게 사귀게 되면, 행복하기야 하겠지만.

스스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고, 그 사람 때문에 바뀌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는 연애를 하는 것이, 토도마츠에게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또 번거롭게 생각하는구만-. 나는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그 목소리와 함께 오른손에 고통이 느껴졌다.

[우왓!]

오랜만의 고통에 무심코 소리를 내버렸다. 지금까지 전신에 아무런 감각도 없었는데, 이 통증은 느껴지는 건가.

욱신거리는 오른손을 보니, 거기에는 귀여운 분홍색 거베라가 쥐어져있다.

 

[뭐야, 갑자기 소리지르고. 왜 그래?]

이상한 듯이 이쪽을 바라보는 토도마츠에,

[, 아니 괜찮다. 조금 정전기가...]

라며 오른손을 탁자 아래로 내려 몰래 쓰다듬으며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 하고 그다지 흥미없다는 듯이 다시 턱을 괴는 토도마츠. 말하고 싶은 것을 다 말해버려 이제 특별히 할 일이 없는지, 스마트폰을 톡톡 두드리기 시작했다.

 

[저기, 토도마츠]

내가 말을 걸자, -? 하고 귀찮다는 듯 스마트폰을 보면서 답한다. 나는 신경 쓰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나와 너는 옛날에 둘이서 자주 붙어다녔잖나. 함께 장난을 치거나, 좀 멀리까지 모험을 가거나, 근처의 골목대장과 싸움을 하거나. 정말 즐거웠지]

과거를 떠올리곤 나도 모르게 후후, 작게 웃으며 다시 얘기를 이어갔다.

[!? 뭐야 갑자기. 왜 그런 얘길 하는 거야!?]

하고, 토도마츠는 놀라 목소리를 높이며 고개를 들었다.

 

[그때부터 나는, 많은 사람들한테 멍청하다며 자주 혼났었는데, 너는 그런 나를 여러 가지로 도와줬었지. 그때는 아직 형이나 동생이란 개념이 없었던 것도 있지만, 항상 네가 이끌어줘서.........., 지금 생각하면 한심한 이야기지만 말야]

 

 

카라마츠 이쪽이야!

그 시절, 항상 토도마츠는 웃으며 내 손을 잡아끌었다.

그 모습이 그리워, 나는 눈을 살짝 감았다.

 

[-니까, 갑자기 무슨 얘기냐고.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는데]

토도마츠가 이쪽을 노려보며 말했다. 토도마츠의 뺨이 살짝 분홍빛으로 물들어 있다. 그때 이야기를 하는 게 부끄러운 모양이다.

 

[아니, 미안, 아무튼. 나는 네가 상냥하다는 것도, 사실은 남자답다는 것도 의지가 된다는 것도, 아마 가장 잘 알고 있다. 파트너로서, 계속 옆에서 지켜봤으니까. 나는, 너의 그런 강한 모습도, 어리광부리는 귀여운 모습도, 천연스럽게 따라주는 상냥한 점도, 전부 좋아한다]

 

그렇게 말하며, 핑크색 거베라를 스윽 내밀었다. 그 꽃은 화려하고 귀여워,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토도마츠에게 정말 딱 어울린다. 그렇게 생각하자, 자연스레 상냥한 미소가 번졌다.

눈앞의 토도마츠는, 거베라를 바라보며 스마트폰을 든 채로 멍하니 굳어버렸다.

얼굴은 귀까지 새빨개져 입을 뻐끔거렸다.

 

 

[~~~으읏!! 바보 아냐!? 진짜 바보 아냐!!? 동생한테 이런 꽃 주면서 그런 말을 하다니, 엄청 안쓰럽거든-!!!]

빠르게 그렇게 내뱉는 토도마츠에, 무심코 헤, 하고 작은 소리가 새어나간다. 칭찬했는데 혼나버렸다. 어렵군.

하지만 여기서 물러나서는 안 된다. 나는 곧 사라지니까, 최후에 이 정도 말도 전하지 못하면...

[토도마츠]

진지한 눈으로 바라보면, 토도마츠도 뭔가를 알아채고 이쪽을 바라보았다.

[나는 말이다, 너의 겉치레가 아닌, 이렇게 많은 장점들을 알아주고, 그리고 단점들까지 이해해주는, 그것까지 포함해 널 사랑해줄 그런 상대와 이뤄졌으면 좋겠다. 물론 너도 상대를 똑같이 사랑해주고 말이야]

그러니 누구라도 좋으니 사귀고 싶다는 그런 슬픈 소리는 하지 마라.

그렇게 전하자, 토도마츠가 눈을 크게 떴다.

 

[....카라마츠형, 한번도 여자친구 생겨본 적 없으면서, 뭘 연애 마스터처럼 말하는 거야? 애초에 우리들 동정 주제에, 그런 운명의 사람과 갑자기 만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꿈이 너무 지나치다고-]

[첫사랑이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하잖아? 꿈꾸는 걸 탓할 사람은 세상에 없다고, 브라더-]

[아니, 그야 그렇지만....]

[불안하다면, 이 꽃을 네게 주겠다. 네가 운명의 여자와 만나도록 내가 주술을 걸어놓았거든. 소중히 아껴달라고-]

그렇게 말하며 거베라를 다시 내밀자, 주술이라니, 안쓰럽네~~ 라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지만, 슬쩍 받아들었다.

 

[....카라마츠형, 형은 날 과대평가하고 있다구. 늘 형들한테 심한 말이나 해버리고, 주변 사람들한테도 바보취급이나 당하는 나한테, 그런 장점 없으니까....]

꽃을 보며 슬쩍 불안한 웃음을 보이는 토도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렇지 않다. 자신감을 가지라고, 토도마츠. 내가 보증하지! 남에게 사랑받으려면 우선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너는 나의 자랑스런 동생이다, 라고 덧붙이자

[....고마워 카라마츠형]

하고, 뺨을 붉히며 흐뭇하게 웃었다.

 

 

 

 

 

그리고 일주일 후, 토도마츠가 나 혼자만 근사한 카페로 불러냈다.

거기에 먼저 와 있던 토도마츠가 얼굴을 붉히며,

[알겠어? 카라마츠형한테만 말하는 거니까. 다른 형들한테는 절대 비밀이야!]

라고 거듭 말했다. 그리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어...]

라며 작게 속삭였다.

[정말인가!?]

기뻐하며 외치자, 토도마츠는 부끄러운 듯이 응, 하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 들어온 신입 알바생인데, 일도 엄청 서툴고, 이것저것 가르쳐 줘야 하지만 꾸밈없이 상냥하고, 엄청 멋있어.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나도 모르게 눈으로 쫓고 있었어. 그러다 점점 심장도 두근두근 하고.....]

그렇게 말하는 토도마츠의 표정은, 완전히 사랑에 빠진 사람의 얼굴이었다. 처음 보는 동생의 표정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 사람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달라지고 싶다고 처음으로 생각했어. 아마, 다 카라마츠형 덕분이야....그러니까, , 고마워....]

그 표정을 보고, , 이걸로 됐다, 라고 생각했다. 다행이다, 그를 제대로 도와준 것 같다.

점점 꺼져가는 나의 무가치한 생명이, 동생들의 행복에 도움을 주고 있다. 난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나는 만족스런 표정으로, 맛도 온도도 모를 커피를 홀짝였다.

 

 

 

 

[널 보고 있으면 말야, 행복한 왕자님이 떠올라]

 

하아, 하아, 하고 숨을 몰아쉬며, 나는 바닥에 쓰러졌다.

늘 겪는 일이지만, 영혼을 뺏긴 후는 몸에 힘이 조금도 들어가지 않는다.

더 이상 내 몸은 고통이란 걸 느끼지 못할텐데, 가슴에 손이 박힐 때의 그 감각은, 여전히 익숙해질 수 없다. 확실한 건, 그것은 고통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이다.

 

[알아? 행복한 왕자님. 아일랜드 사람이 썼다는 동화]

 

어질한 머리로 데빌의 목소리가 들렸다. 입이 생각대로 움직여지질 않아, 아무런 답도 전하지 못한다.

 

[보석과 금으로 번쩍이던 왕자님 동상은, 자신의 보석과 금을 전부 남에게 나눠주곤 결국 초라한 모습이 되어버렸어]

 

데빌의 손이, 이리저리 흐트러진 머리칼을 정갈히 빗어 넘겼다.

 

[그렇단 건, 나는 왕자님의 보석을 나르는 제비인 건가?]

 

그렇게 말한 데빌의 목소리는 즐거운 듯 들렸다.

 

[왕자는, 사파이어의 눈동자마저 다른 사람에게 줘버렸어]

 

정말, 바보같다니까-, 라고 작게 속삭인다. 머리에서 느껴지던 악마의 손길이 이번에는 내 눈가에 닿는다. 그 손가락의 차가움도, 이젠 더는 느껴지지 않는다.

 

[저기. 다음이 마지막이라고?]

 

앞으로 남은 소원은 하나.

그걸 이루어주면, 나는-.

 

사랑스러운 듯이 내 눈을 들여다보는 그 눈은, 루비처럼 진한 붉은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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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형제에게, 사랑을 담아4

 

 

 

 

 

다음 이변을 눈치 챈 것은, 밤에 자려고 이불 속에 들어간 뒤였다.

커어어-, 코를 골거나, 쿨쿨, 조용히 잠든 브라더들의 코골이와 숨소리가 가득 울리는 방안에서, 나는 혼자서 계속 멍하니 익숙한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이 안 온다.

잠에 들 수가 없다.

 

그게, 두 번째 이변이었다.

 

 

아까부터 눈을 꾹 감아보거나, 몸을 이리저리 뒤척거리는 등 여러 가지를 시도하고 있지만, 전혀 잠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움직일 때마다, 토도마츠가 짜증스럽게 눈썹을 찡그리며, 으으응......하고 돌아누워서, 슬슬 미안해질 지경이다.

어차피 아무리 노력해도 잘 수 없을 것이다. 여기에 있으면 폐가 될 것 같아, 브라더들을 깨우지 않게 조심히 방을 나왔다.

 

아무도 없는 거실에서, 멍하니 허공을 응시한다. TV라도 볼까 했지만, 어쩐지 내키지 않아 그저 조용히 혼자 웅크리고 앉아있다.

어둠 속에서는 눈을 뜨고 있어도 눈을 감고 있어도 똑같아,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지만, 일단은 그냥 눈을 감고 있기로 했다.

이상하다. 어제까지는 아무렇지 않게 잠들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잠을 잤는지조차 모르겠다.

잠들지 않는 밤은, 이리도 시간이 느리게 가는구나, 하고 생각하던 때.

[카라마츠]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 슬쩍 눈을 떴다.

 

눈앞에는, 복잡한 얼굴을 하고 이쪽을 바라보는 형이 있었다.

 

 

[오소마츠, 잠이 오지 않는 건가?]

그렇게 묻자,

[너야말로]

하고, 오소마츠는 어이없는 듯한 웃음을 흘렸다. 그로서는 드문 표정이다. 신기해서 그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오소마츠는 내 옆에 와서 앉는다.

[저기, 카라마츠. 뭔가 형아한테 숨기는 거 없어?]

노골적으로 그렇게 물어, 나는 눈을 깜빡였다.

숨기는 것.

숨기는 거라니, 무슨 뜻인가?

오소마츠에게 말하고 싶지 않아, 일부러 숨기는 거를 말하는 거라면.

딱히 없는 것 같다.

[딱히 없는데]

하고 답하자, 오소마츠는 아-, 하고 으르렁거리며 머리를 긁적였다.

 

[-, 그럼 말야, 뭔가 최근에 달라진 건 없어?]

달라진 거.

달라진 거라면, 꽤 있지.

예를 들면, 브라더들에게 살해당해 죽었지만, 데빌에게 부탁해 삼개월만 살 수 있게 되었다던가, 브라더들의 소원을 이루어주면, 그 대가로 미각과 수면욕이 사라졌다던가, 앞으로 두달 뒷면 다시 죽는다던가, 그런 류의 것.

하지만 이건, 얘기해도 되는 걸까. 데빌이 말하지 말라고는 안 했지만, 이런 얘기를 해버리면 오소마츠가 곤란해지지 않을까. 재밌는 얘기도 아니고. 애초에 내 몸이나 생명이 어떻게 되든, 그건 형님과는 관계가 없으니까, 말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오소마츠가 왜 그런 걸 묻는 건지, 잘 모르겠다. 뭔가 듣고 싶은 게 있는 거겠지. 나는 항상 이해력이 딸려서, 형제들의 질문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화나게 만드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밖에 같이 있지 못하니까, 적어도 제대로 대화를 하고 싶다.

-, 하고 머리를 굴리다, , 하고 문득 뭔가가 떠오른다. 그래. 최근에 변한 게 있었지.

[쵸로마츠가 취직하게 됐지]

검지를 치켜세우며 그렇게 말하자,

[아니, 그건 이미 알고 있으니까]

라며 기막힌다는 듯이 말한다. 뭔가, 이게 아닌가.

[그럼, 이치마츠가 뒷골목의 동물 병원에....]

[아니, 형제들 일이 아니라!! !! 너 말이야!! 뭔가 없어!?]

아무래도 또 화나게 만든 모양이다. 오소마츠가 무서운 얼굴로 내 어깨를 잡고 이리저리 몸을 흔들어댄다.

또 틀렸다. 어째서 나는 브라더와 제대로 대화를 할 수 없는 걸까. 어째서 이렇게 바보같은 걸까. 이러니까, 형제들에게 살해를 당하는 거다.

그런 생각을 하느라 입을 꾹 다물고 있자, 오소마츠가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며 어깨를 놓아주었다.

 

[...., 요즘 밥도 제대로 안 먹고 있잖아]

그렇게 중얼거리는 형에, 나는 에, 하고 멍청한 목소리를 높였다.

확실히 뭘 먹어도 맛있지가 않아서, 뭔가를 먹을 생각이 들지 않았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걸 설명해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거라 생각해, 의심받지 않을 정도로 음식을 섭취했었는데, 설마 들킬 거라고는.

눈을 동그랗게 뜬 나를 보며, 오소마츠는 계속 말을 이었다.

[게다가 너, 뭔가 분위기가 다르다고. 실종된 후에 돌아오고 나서부터]

그렇게 말한 형은, 눈썹을 낮추며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 뭔가 포기한 듯한 눈을 하고 있어]

 

라고, 조용히 말했다.

 

 

[우리들을 보는 눈이, 전과 달라. 전에는 좀 더, 우리들에게 뭔가를 바라는 눈이었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있어. 마치 한발 물러난 곳에서 우리들을 지켜보는 듯한 눈을 하고 있다고. 왜 그런 눈을 하는 거야?]

오소마츠의 입에서, 툭툭, 말이 흘러넘친다. 형의 말에,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포기하고 있다고?

나는 뭘 포기한 걸까.

모르겠다. 하지만, 왠지 마음이 시큰거려.

똑바로 이쪽을 바라보는 오소마츠의 시선이 불편해, 나는 그 눈을 피해버렸다.

 

[무슨 소린가, 브라더-? 나는 예전과 똑같이 퍼펙트 가이라고. 네가 무슨 소릴 하는 건지, 잘 모르겠군]

나는 오소마츠를 납득시키려, ...하고 평소와 같은 겁 없는 미소를 지으려 시도했지만, 제대로 됐는지는 모르겠다. 쿵쿵, 하고 자신의 심장소리가 싫을 정도로 크게 울렸다.

 

오소마츠가 험악한 얼굴로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지만, 체념한 듯이 후우, 하고 한숨을 내뱉고는 평소와 같은 밝은 미소를 지었다.

[, 됐어. 벌써 이런 시간이고, 방으로 돌아가자.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방에서 자라고. 이런 곳에서 자면 쓰러진다?]

그렇게 말한 오소마츠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 눈앞에 손을 내밀어 왔다. 아마도, 손을 잡으라는 거겠지.

사실은 방에 돌아가고 싶지 않았지만, 내밀어진 그 손을 무시할 수가 없어, 나는 그 손위에 살짝 내 손을 얹었다.

, 내 손을 세게 잡고 힘껏 잡아당긴다. 그 손에 이끌려 나는 복도로 향했다.

 

그러고 보면, 지금이 오소마츠의 소원을 들을 기회구나.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어, 당황하며 형에게 물었다.

[저기, 오소마츠. , 뭔가 바라는 거 없는가?]

그 물음에, 형의 움직임이 멈췄다. 손을 잡은 채로 천천히 이쪽을 돌아보며 내 쪽을 바라보는 오소마츠.

[...내가, 바라는 거......]

그렇게 중얼거리며, 내 눈을 바라보던 오소마츠의 눈동자가, 불안정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잡힌 손에 힘이 더 가해진다. 그 손으로 따스하고 다정한 체온이 느껴졌다.

오소마츠는 몇초간 침묵하더니, 한번 눈을 재빨리 깜빡이곤 씨익 웃었다.

[역시 돈이려나-!!]

밝은 목소리로, 상상한 대로의 답이 돌아온다.

[돈인가]

[그래. 복권 1등 정도의 엄청난 돈이 갖고 싶어!! 그러면 가족 모두 놀고 먹잖아? 지금처럼 말야!! 계속 모두와 함께 뒹굴면서 살고 싶다고! 어때, 괜찮은 생각이지?]

히죽이며 망설이는 기색도 없이 그렇게 말한 오소마츠를 보며, 자연스레 나도 웃음이 지어졌다.

[오소마츠답군]

[그치-!?]

헤헤- 하고 코를 손가락으로 비비며 득의양양하게 웃는 형.

그보다, 돈인가. 마음은 알겠지만, 뭐랄까, 너무 건조하달까, 건설적이지 않은? 그런 느낌이라서......모처럼의 기회니까 좀 더 다른 걸 빌었으면 좋겠는데,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더니 갑자기 잡혀있던 손이 강하게 잡아당겨진다.

[우왓!]

갑자기 당겨져 균형을 잡지 못해 비틀거리며 형 위로 넘어진다. 무슨 일인가 싶어, 오소마츠를 올려다보니, 무척이나 가까운 곳에 그의 얼굴이 있어 깜짝 놀란다.

[말해두겠는데]

내 눈을 들여다보는 형의 눈동자가 강하게 불타오르는 듯이 보였다.

[그 가족에, 물론 너도 속하는 거니까 말야. 잊지 말라고]

단호한 어조로 그렇게 통보받아, 나는 눈을 부릅뜬다.

 

어째서 그는, 그런 말을 하는 걸까.

내가 없으면 안 된다니, 그럴 리 없는데.

내게 그런 가치, 있을 리가 없는데.

안 그럼, 앞뒤가 맞지 않으니까.

 

나를 꿰뚫는 듯한 형의 날카로운 시선에, 나는 결국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오소마츠는 일단 보류하고, 다음은 쥬시마츠와 토도마츠다.

오후의 거실에서 나는 혼자 팔짱을 끼고 생각에 빠져있었다.

최근에는, 어딘가 잘 나가지 않는다는 걸 아는 듯, 누군가에게 감시당하는 일은 없어졌다.

내게 남은 시간은 앞으로 한달 반. 처음에 주어진 기간에서 절반의 시간이 경과했다.

그 두 사람의 소원은 뭘까. 쥬시마츠는 어쩌면 야구와 관련된 소원일지도 모른다. 토도마츠는 자력으로 뭐든 할 수 있으니까, 다른 형제들과 달리 뭐가 좋을지 떠올리기가 힘들다. 이 두사람은, 직접 물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문이 열리고 누군가 거실로 들어왔다.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노란색이 눈에 보였다. 마침 딱 좋을 때 왔군, 바로 물어볼까.

[어서와라, 쥬시마츠]

그렇게 말하며 쥬시마츠의 얼굴을 바라보던 나는 깜짝 놀란다.

 

동생은 평소의 밝은 웃음과 달리 괴로운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무언가를 참고있는 듯이, 가만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다.

그런 동생의 이상한 모습에 황급히 말을 걸었따.

[쥬시마츠, 왜 그러나?]

그렇게 말을 걸자, 쥬시마츠가 천천히 고개를 들고 이쪽을 바라본다.

[카라마츠혀엉.....]

그렇게 목소리를 내자마자 참았던 눈물일 뚝뚝 쏟아진다. 이 표정은 언젠가 본 적이 있다. 예전에 치비타의 오뎅가게에서, 이렇게 울던 쥬시마츠를 보았다.

그 때는, 무척이나 사랑했던 상대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었다. 설마, 그녀와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쥬시마츠는, 문 앞에 선 채로 목소리를 억누르며 줄줄 눈물을 흘렸다.

 

 

[쥬우시마아-, 컴온-?]

나는 두 팔을 크게 벌리며 동생의 이름을 불렀다. 그것을 본 쥬시마츠가 크게 오열하며 내 가슴팍에 뛰어들었다. 큰 충격에 우읏, 하고 신음을 흘리며 쥬시마츠를 끌어안았다.

[무슨 일인가, 브라더-. 눈에서 아름다운 별방울이 쏟아지고 있다고? 만약 내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거라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털어놓지 않겠나, 텔미-?]

내게 매달려 흐느끼는 쥬시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동생에게 물었다. 파란색 파카가 눈물을 머금어 짙은 파란색으로 물들어 간다.

쥬시마츠는 히끅거리며 띄엄띄엄 말을 이어간다.

 

[....그녀가...스스로 손목을 그어서....구급차에 실려갔대...., 부모님께서 전화, , 주셨어.....고향에서, 엄청 힘든 일이 있었다나 봐....흐읏....]

그렇게 말한 쥬시마츠는, 우와아앙, 하고 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했다. 매달리는 힘이 더 강해진다.

쥬시마츠가 그 가련한 여성과 아직도 연락을 취하고 있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쥬시마츠는 그녀와 연락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용돈을 모아 핸드폰을 샀다. 그리고 그 전화가 종종 밤중에 울리면, 그때마다 쥬시마츠는 벌떡 일어나 전화 너머로 서로를 따뜻하게 위로하곤 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었다. 다만, 상대방의 부모님께서 연락을 줄 줄은 몰랐기에 조금 놀랐다. 분명, 그녀에게 있어서 쥬시마츠가 그 정도로 소중한 존재라는 거겠지.

 

 

직접 대화를 나눈 적은 없지만, 멀리서 봤을 때 그녀는 어딘가 허무한 듯하고 불안정한 인상이었다. 분명, 여러 가지 복잡한 사정이 있겠지.

소중한 사람이 자신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혼자 고생하고 있을 동생의 심경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팠다. 작게 떨리는 예쁜 모양의 후두부를 몇 번이나 몇 번이나 쓰다듬었다.

 

[.....그녀, 옆에, 있고 싶어.....아무것도, 못할지도 모르겠지만........옆에서, 웃어주고 싶어......히끅, ....옆에 없다는 게....너무 화나...!]

 

 

동생의 비통한 외침이 울음소리와 함께 거실에 울렸다. 그 필사적임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분명 그녀가 목숨을 건진다고 해도, 정신적으로는 불안정할 것이다. 아마 쥬시마츠는 남자로서 목숨을 맞바꾼다 하더라도 그녀 옆에 있어주고 싶을 것이다. 지금 같이 있지 않았다가, 만약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아마 평생 후회할 것이다.

내가 쥬시마츠를 위해 뭔가를 해준다면, 지금밖에 없다고 확신했다.

 

쥬시마츠를, 그녀의 곁에 보내주고 싶어.

진정될 때까지, 곁에 있게 해주고 싶다.

떨고있는 노란 어깨를 안으며, 나는 강하게 염원했다.

 

 

그거 지금까지랑은 달리 돈으로 해결되는 소원인데, 괜찮아?

 

 

낯익은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서,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거기에는 아무런 모습도 보이지 않았지만, 이 목소리는 틀림없이 악마의 것이다.

아니, 나는 아무래도 좋지만. 너 저번에 오소마츠의 돈을 원한다는 소원은 납득하지 않았잖아

괜찮다. 이건 쥬시마츠의 인생의 터닝 포인트다. 여기서 원하는 대로 하지 못하면, 쥬시마츠는 평생 후회하겠지. 반대로 말해, 여기서 내가 등을 떠밀어 준다면 쥬시마츠는 지금보다 훨씬 강해질 거다

-? 나는 이해가 잘 안 되는데-

....뭐어 형의 감이라는 거다

, 됐어! 분부대로 합죠!

데빌이 그렇게 말한 순간, 오른손의 상처에 전류가 흐르는 듯한 격통이 느껴져, 나는 얼굴을 찡그렸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면, 오른손에 뭔가 쥐어져 있었다.

 

이건, 커다란 해바라기랑, 봉투가 2......?

 

봉투를 확인하면, 하나는 거기까지 가는 신칸센 티켓이 한 장과 하나는 1만엔짜리 몇장이 들어 있었다.

오오,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는 나도 모르는데, 이런 티켓까지 준비하다니 역시 악마로군. 인지를 초월하는 존재. 나는 또 한번 감탄했다.

 

[고개를 들어라, 브라더-]

나는 왼손으로 쥬시마츠의 어깨를 툭 쳤다. 그러자 동생은 눈물과 콧물로 질척하게 된 얼굴을 천천히 들고 내 눈을 들여다보았다.

[쥬시마츠, 그녀를 만나러 가라]

빨갛게 충혈된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나는 말했다. 그치만....하고 뭔가를 웅얼거리던 쥬시마츠의 얼굴 앞에 두 개의 봉투를 내밀었다. 의아한 듯이 그걸 받아들고 안을 확인한 쥬시마츠가 숨을 헉, 하고 삼킨다.

[....! 카라마츠형, 이거....! 이런 큰 돈, 어디서 난 거야!? 게다가, 이 티켓, 어떻게....]

[...남자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비밀이 있는 법이지.....아무것도 묻지 말고 그냥 받아주겠나, 브라더-]

최고로 멋있게 폼을 잡으며 동생에게 미소를 지었다. 최고로군. 나 완전 멋져.

하지만 쥬시마츠는 슬픈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안 돼....카라마츠형의 소중한 돈을 내가 써버릴 수는 없어. 이런 돈은 어떻게 갚아야할 지도 모르겠는 걸.....]

곤란하다는 듯이 눈썹을 축 늘어뜨리며, 떨리는 손으로 봉투를 내게 돌려준다. 사실은, 무척이나 갖고 싶은 거겠지. 쥬시마츠는 항상 엉뚱한 행동을 하지만, 원래는 성실한 녀석이다. 나는 그런 동생의 얼굴 앞에 이번에는 커다란 해바라기 꽃을 내밀었다.

갑자기 얼굴에 들이밀어진 노란색에, 쥬시마츠가 화들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쥬우시마-, 너한텐 그런 얼굴 어울리지 않는다고? 너한테는 이 해바라기처럼 밝은 미소가 어울리다! 이건 형이 주는 이별 선물이다. 그러니 신경 쓰지 않아도 돼. 그래도 신경이 쓰인다면, 언젠가 일을 해서 천천히 갚으면 된다. 지금 이게 필요한 건 내가 아닌 너와 그녀니까 말야. 그렇지?]

 

-케이-? 하고 웃자, 쥬시마츠는 조금 망설이는 듯하더니, 뭔가를 결심한 듯 주먹을 꽉 쥐곤 봉투와 꽃을 받아들었다.

[, , 꼭 갚을게!! 제대로 일해서, 그녀를 보호할 수 있도록 되어서, 언젠가 꼭 갚을게!!]

[아아, 너라면 할 수 있을 거다. 믿고 있다고- 브라더

그럼, 평소와 같은 미소를 보여주겠나? 그녀도, 너의 밝은 미소를 보고 싶을 거다!]

그렇게 말하면서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주자, 뺨을 붉게 물들이며 활짝 미소를 지었다.

 

 

[카라마츠형, 고마워특대사요나라홈-!!!!]

그렇게 외치며 내 가슴에 힘차게 뛰어들어 꼬옥 끌어안는 동생. 아야야야야야, 마음은 기쁘지만 뼈가 으스러지려 한다고, 브라더-.

크헉, 하고 신음하는 나를 쥬시마츠가 팟, 떼어내고

[카라마츠형, 나 다녀올게!!]

라며 기운차게 외쳤다.

[아아, 패밀리에게는 내가 설명해두겠다. 괜찮아질 때까지 그녀 곁에 있어주라고, 쥬시마츠]

쥬시마츠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고, 다녀오겠머스루-!! 라고 외치며 밖으로 뛰쳐나갔다.

짐도 챙기지 않고 뛰쳐나가는 동생의 등을, 나는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쥬시마츠. 분명 너라면 행복해질 거다.

[....사랑한다고, 쥬시마츠...]

나는 어쩌면 이제 만나지 못할지도 모르는 동생에게, 사랑의 말을 작게 중얼거렸다.

 

 

 

 

 

 

[뭔가 말야, 나라면 그녀가 괴로워하는 원인을 없애달라고 빌 것 같은데-]

공중에서 양반다리를 하고 있는 악마가 둥실둥실 상하로 흔들리며 말했다. 언제 봐도 신기한 움직임이다.

[아니, 그래선 의미가 없다. 무슨 일이 있는지도 모르고, 그건 둘이서 뛰어넘어야 할 것들이니까 말야. 사랑에 장애물은 있어야 좋은 법이잖아?]

그렇게 말하며 윙크를 날리자,

[-, 역시 인간이란 건 성가시네-. 나는 이해가 안 간단 말이지-]

하고, 데빌은 머리위로 팔짱을 끼며 한숨을 내쉬었다.

[뭐어, 그치만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지-]

그렇게 말하곤 스윽, 내 눈앞까지 미끄러지듯 내려와, 씨익 심술궂은 웃음을 지었다.

[소원, 앞으로 두 개 남았네. 어때? 지금 어떤 기분?]

슬퍼? 무서워? 그게 아니면, 외로워?

히죽거리며 나의 눈을 들여다보는 그의 얼굴을 흥미와 즐거움으로 가득차있었다.

나는 눈을 감고, 그의 물음에 생각했다.

지금 어떤 기분이냐, 인가. 그렇네.

[.....날개...]

[?]

[악마가 되면 나도 날개, 생기는 건가?]

[그야, 생기겠지]

[그래]

나는 데빌처럼 칠흑의 날개를 등에 달고있는 나를 상상했다. , 제법 괜찮군. 엄청난 길티 가이.

[그거 기대되는군]

그렇게 말하곤, 나는 악마를 보며 웃었다. 날개가 생긴 나는 엄청 멋질 것이고, 항상 즐겁게 하늘을 둥실둥실 떠나니는 데빌이 조금 부럽기도 했었다.

나의 답을 듣고, 데빌은 눈을 살짝 크게 뜨더니 입을 열었다. 그리고 큰소리로 외쳤다.

[, 진짜 최고네!!]

라며 어깨를 툭툭 치는 데빌.

[태평스럽네. 가족이 슬퍼할까, 같은 그런 생각 안 하는 거야?]

데빌의 말에, 이번에는 내가 눈을 크게 떴다.

[설마. 파피와 마이는 조금 슬퍼할지도 모르겠지만, 브라더들은 내가 없어졌으면 하니까 분명 기뻐할 거다. 어째서 넌 그런 걸 물어보는 건가?]

눈을 깜빡이며 그렇게 묻자, 데빌은 응응, 하고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응응. 아니, 이상한 거 물어봐서 미안, 신경 쓰지마~]

그렇게 말하며 오른손을 내 가슴에 얹었다.

, 이거 늘 하던 그거군.

지금부터 일어날 일을 예상한 듯, 몸에 힘이 들어갔다. 그런 내게 데빌은, 씨익 악마다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 기대하는 듯한 얼굴하고?]

[!?]

[나한테 기분 좋은 짓 당하는 거, 기대하고 있었던 거지?]

[, 아니, 그건....]

데빌에게 그렇게 지적되어, 얼굴이 빨개진다. 몸에 힘이 들어가긴 했지만......설마 나는 기대하고 있는 건가?

[-찮아 괜-찮아~ 네가 사역마가 되면 좀~더 대단한 짓도 잔뜩 하게 될 테니까-]

기대하고 있으라고? 라며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이는 데빌에, 후앗, 하고 이상한 소리가 새어나갔다. 형과 같은 목소리인데, 어째서 이 녀석의 목소리는 이리도 달콤한 걸까.

그보다, 좀 더 대다한 거라니 대체 뭘까. 잘 모르겠지만, 뭔가 긴장된다.

[그럼, 영혼 가져갈게?]

꽈악, 오른손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하자,

[...., 상냥하게 부탁한다...]

하고 작게 중얼거렸다.

 

 

 

 





오소마츠ㅠㅠㅠㅠㅠㅠㅠㅠ

카라마츠 구해줘 오소마츠으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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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형제에게, 사랑을 담아3

 

 

 

 

 

깨어나니 나는 혼자 2층 방에 누워있었다.

저녁노을이 새어들어와, 방안이 오렌지 빛으로 물들어 아름다웠다.

어라, 나 뭐하고 있었더라...?

안개가 깔린 듯한 머리를 어떻게든 굴려, 아까 있었던 악마와의 대화를 떠올리고, 벌떡 몸을 일으킨다.

악마가 손을 집어넣은 부분을 황급히 만졌다. 특별히 구멍도 뻥 뚫려있지도 않고, 피도 나오지 않는다. 흔적도 남아있지 않고, 아프지도 않다. 평소와 다를 건 없어 보인다. 달라진 거라고는, 심장이 평소보다 빨리 두근두근 하고 있다는 것 정도일까.

또 한달이 지나있으면 어쩌나 싶어 휴대폰을 확인하면, 내가 기억하고 있는 오늘의 날짜가 그곳에 적혀있어 후우,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이변을 눈치챈 건, 저녁식사를 할 때였다.

그 날의 메뉴는 내가 아주 좋아하는 카라아게였다. 마미의 특제 카라아게는 이 세상에서 가장 딜리셔스하다. 이런 맛있는 카라아게를 먹는 내 인생 세라비-!

[잘 먹겠습니다-!]

라며 여섯명이 사이좋게 합장하고, 나는 우걱우걱 카라아게를 집어먹었다.

따끈따끈한 그것을 입을 크게 벌려 한입에 털어 넣은, 그 때.

나는 순간적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맛이, 안 느껴진다.

 

 

씹어도, 씹어도, 아무런 맛도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모래를 먹는 기분이다.

[카라아게 맛나아-!]

라고 쥬시마츠가 큰 소리로 외친다. 다른 브라더들의 표정도 만족스러워 보이는 걸로 봐서, 마미가 양념을 잊은 건 아닌 것 같다.

나는 시험 삼아 옆에 있던 조림을 입에 넣어봤지만, 마찬가지로 아무런 맛도 없었다.

엄청난 일에 멍하니 있었다. 젓가락을 쥔 손이 움직이지 않는다.

아까 악마의 말을 떠올린다.

인간다움을 조금씩 잃어간다.

녀석은 확실히 그리 말했다.

이게 그 영향인 걸까.

인간이 아니게 된다는 건, 이런 건가.

 

 

 

[카라마츠, 왜 그래? 네가 좋아하는 카라아게라고-?]

어째선지 젓가락이 멈춰있는 나를 이상하게 생각한 오소마츠가 얼굴을 들여다본다.

그 목소리에 핫, 하고 정신을 되찾는다.

[, 아아, 그래, 카라아게 최고다....]

그렇게 말하고 카라아게에 젓가락을 뻗으려 했지만, 그만둔다. 다시 입에 넣는 것이 두려웠다.

[......, 사실 아까 대량의 디저트를 먹어버려서 내 배는 이미 가득 차버린 상태다. 아쉽지만, 나는 한발 먼저 에덴으로 돌아가겠다-]

젓가락을 내려두고 나는 허둥지둥 자리에서 일어났다.

[-, 어째서 밥 먹기 전에 간식 같은 걸 먹은 거야. 정말 바보네-]

토도마츠의 진지한 발언을 등 뒤로 들으면서, 나는 문을 열고 복도로 나왔다.

나오면서 형제가 있는 쪽을 슬쩍 쳐다본 순간, 오소마츠의 의아한 듯한 시선과 마주쳐 무안함에 고개를 휙 돌려버렸다.

 

 

 

 

혼자 지붕 위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본다.

오늘의 달은 보름달이다. 포근한 빛이 따스하게 세상 모든 것에 쏟아내린다. 그 달을 나는 무심코 보고 있다.

거의 저녁을 먹지 않았지만, 배는 딱히 고프지 않다. 악마라는 건, 따로 식사를 할 필요가 없는 거겠지. 영혼은 먹지만. 그렇게 되는 거니까, 나는 두 번 다시는 맛있는 음식들을 먹을 수 없게 되는 거겠지.

하지만 그런 것에 딱히 상심할 필요 따위는 없다.

그럴게, 나는 이미 한번 죽었으니까.

그 때 죽었다면, 어차피 다시는 아무것도 못 먹게 되는 거니까.

나는 눈을 감고 크게 숨을 들이쉬고 내쉰다.

괜찮아. 괜찮아.

그렇게 몇 번이나 심호흡을 되풀이했다.

 

 

그런 것보다 브라더들이 문제다.

쵸로마츠의 소원은 이뤄줬으니까, 남은 4명에게도 똑같이 물어보자.

가능하다면 일시적인 욕구 같은 게 아니라, 앞으로의 인생에 크게 도움이 되는 소원을 이뤄주고 싶다.

녀석들은 나와는 달리 하려면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사소한 계기로, 성실한 생활을 금방 지낼 수 있게 될 테니까.

내일부터 다시 힘내자.

남은 시간을 브라더들을 위한 도움이 되자.

빛나는 별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내게는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이치마츠다.

이치마츠는 브라더들 중에서도 나를 특히 싫어해서, 제대로 대화를 하는 것조차 어렵다. 어제의 쵸로마츠처럼 직설적으로 물어도, 죽어, 라고 말할 뿐으로 절대 답해주지 않겠지.

그렇다고 물어보지 않자니, 이치마츠의 소원을 내가 알아낼 길이 없다. 일상 대화에서조차 서로를 잘 모르는데.

어쩌면 좋을까, 머리를 싸매고 있었는데, 어느날 우연히 그의 소원을 접할 기회가 찾아왔다.

 

 

 

 

그 날, 방에서 멍하니 있었더니 현관문이 난폭하게 열리는 소리가 났다.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들면, 이치마츠가 황급히 방으로 뛰어들어왔다. 어째선지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그 품속에는 눈을 감고있는 고양이를 껴안고 있었다.

[이치마츠, 무슨 일인가.....]

[쿠소마츠, 수건 가지고 와!!]

갑자기 들어와서 명령조로 소리를 질러 놀랐지만, 그 표정은 꽤 다급해 보여서 이치마츠가 엄청 초조해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잠깐 기다려라. 금방 가지고 오지]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에서 수건을 몇 개 가지고 방으로 돌아왔다. 이치마츠에게 건네면, 그 수건으로 껴안고 있던 고양이를 부드럽게 감쌌다. 수건 위에서 고양이를 상냥하게 쓰다듬는다.

[........그 캣,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군. 무슨 일인가?]

[........잘 모르겠지만, 매일 점점 약해지더니, 마침내 오늘 아무것도 먹지 않게 돼버려서, 두고 올 수가 없어 데리고 돌아왔는데....점점 차가워지는 것 같아, 빨리 따뜻하게 해주지 않으면...]

어째서인지 나와 평범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건, 그만큼 평상심이 아니기 때문이겠지. 손 안에서 목숨이 사라질 듯이 떠는 고양이를 쓰다듬는 손이 작게 떨리고 있다.

[수의사에게 가보는 건 어떤가? 근처에 있을 거다, 그 큰.....]

[거긴 안 돼. 길고양이 같은 건 제대로 봐주지 않아. 전에도 데리고 갔었는데 문전박대 당했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드는 이치마츠의 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진다.

[.....젠자앙.....내가....이 녀석을, 구할 수만 있다면...]

무력한 자신을 저주하며 분노의 눈물을 뚝뚝 흘리는 동생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어떻게든 해주고 싶었다.

이 고양이를 구해서, 이치마츠가 앞으로 이런 일로 울지 않도록 하고 싶었다.

 

 

그렇게 간절히 바라던 그 순간.

불러져서 등장했습니다~ 쟈쟈쟈쟈앙~~!

하고, 상황에 맞지 않는 경박한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렸다.

데빌!?

그 소원, 이뤄줄까?

가능한가!? 그런 게

당연하잖아~~ 이몸을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타핫- 하고 태평하게 웃는 소리에,

부탁한다, 그 고양이를 구하고 싶다. 그리고 이치마츠가 앞으로 이런 일로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

라고 속으로 간청했다.

알겠슴다-

라는 대답과 동시에, 악마에게 물린 오른손이 다시 타들어가듯 아팠다. 고통을 참으려 꽈악 세게 눈을 감는다. 크으읏, 하는 신음소리가 흘렀지만, 이치마츠한테는 들키지 않은 모양이다.

 

눈을 뜨자, 오른손에는 가련한 제비꽃이 쥐어져있다.

 

그와 동시에 머릿속에 영상이 흘러나왔다.

이건, 이 거리의 지도?

그 지도 위에 있는 한곳의 건물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그곳은 집에서 걸어서 10분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 평소에 지나지 않는 뒷길에 마주한 장소에 있었다.

여기, 여기에 그 아기 고양이와 동생군을 데려가 보는 게 어때? 그럼, 일이 잘 풀리면 그 때 다시 대가 달라구-

기대하고 있을게-, 라며 기쁜 듯이 말한 후, 더는 악마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게 되었다.

 

 

 

[이치마츠, 가자]

그렇게 말하며 나는 일어섰다.

[? 가자니 어딜...]

하고 이치마츠는 눈물을 흘린 채로 눈을 크게 뜬다. 그 눈을 바라보면서, 나는 이치마츠의 손을 거칠게 잡아끌었다. 갑자기 끌어당겨진 이치마츠는 우왓, 하고 놀란 소리를 냈지만, 다른 손으로 능숙하게 고양이를 안아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됐으니까, 고양이를 안고 날 따라와라. 너무 흔들리지 않는 편이 좋겠지만, 서두르자고]

그렇게 말한 나는 현관으로 향해 신발을 신었다. 나의 갑작스런 행동에 멍하니 서있는 이치마츠를, 빨리! 라며 재촉한다.

, 하고 정신을 차린 이치마츠가,

[, .........]

라며, 현관으로 와 서둘러 슬리퍼를 신었다.

 

 

 

아까 머릿속에 펼쳐진 지도상에서 반짝이고 있던 건물. 그 낡은 빌딩 2층에 동물병원이 있었다.

[이런 곳에 동물병원이 있다니....몰랐어...]

간판을 보고, 이치마츠가 작게 중얼거린다.

우리들은 계단을 올라가 문을 열었다.

거기는 작은 병원이었다. 좁고 어둑어둑했지만, 청소가 잘 되어있어 깔끔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곳에는 환자는커녕 관계자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

[실례합니다, 진찰 받으러 왔는데요]

카운터에서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저 멀리서, 인자한 얼굴을 한 안경을 쓴 노인이 나왔다. 백의를 걸친 걸로 보아, 아무래도 그가 이곳의 의사인 거겠지.

[오야, 손님이라니 별일이군. 무슨 일인가?]

라는 상냥한 목소리에 이치마츠가,

[, 고양이가 상태가 안 좋아져서, 진찰해주시지 않겠습니까!?]

하고 필사적으로 말했다.

그 모습을 노인은 눈을 가늘게 뜨고 지켜보았다.

 

 

[호오, 그 아이는 길고양이인가]

눈앞의 노인은 의자에 앉아 홋홋, 하고 즐거운 듯 웃었다.

이치마츠의 친구인 고양이는, 치료를 끝내고 지금은 링거를 맞고 있다. 약이 효과가 있는 건지, 아까보다 편안해 보인다. 그 모습을 이치마츠는 부드러운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방 한쪽 구석에 있는 책상에는, 수많은 의학서나 동물에 관련된 전문서적이 펼쳐져있다. 그 선반 위에서, -하고 귀여운 소리가 들려, 나는 고개를 슬쩍 돌렸다.

[굉장히 큰 고양이로군]

거기에는, 장모의 커다란 검은 고양이가 앉아있었다. 싯싯, 하고 살짝 혀로 소리를 내며 손가락으로 이리와, 이리와 손짓했지만, 고양이는 요지부동이다. 아쉽군.

거기에 이치마츠가 옆에 와서는 조심스럽게 고양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아까까지는 반응이 없었던 고양이가, 가볍게 바닥으로 내려와 이치마츠의 발근처로 다가왔다. 오오, 역시 이치마츠. 고양이가 이끌리는 재능이 있다.

[호오, 별일이구만. 그 애는 그다지 사람한테 다가가지 않거든]

노인이 흥미롭다는 듯이 그 모습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이치마츠는 웅크리고 앉아서, 검은 고양이의 턱 밑을 살짝 쓰다듬었다. 검은 고양이는 기분이 좋은 듯 눈을 가늘게 뜨고 고롱고롱하고 목을 울렸다.

그러고는 훅, 고개를 든 이치마츠는 앞에 있는 책장의 책을 응시했다. 몇 번인가 깜빡깜빡하고 눈을 깜빡이더니, 선반의 끝에서 끝까지 깔끔하게 진열된 책의 제목들을 흥미롭게 쳐다보았다.

[수의사에 흥미가 있는가?]

상냥한 노인의 목소리에 움찔하고 이치마츠가 어깨를 떤다. 그러고는, 아니, , 별로, 저기, 하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치마츠군, 이라고 했던가. 자네의 눈빛과 손짓에서 동물을 향한 깊은 애정이 느껴졌다네. 분명 마음만 먹으면, 자네는 좋은 의사가 될 걸세. 만일 흥미가 있다면, 언제든지 여기에 와서 그 책을 읽어도 좋다네. 보는 대로 여기는 낡아서, 좀처럼 손님이 오지 않거든. 느긋하게 있어도 좋으니, 언제 와도 괜찮아. 게다가 자네가 와준다면, 이 아이도 기뻐할테고]

강요하지는 않겠지만, 하고 덧붙인 노인은 웃으면서 고양이의 상태를 확인하러 자리를 떠났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떠올렸다.

그건 아직, 이치마츠가 세상을 싫어하지 않았을 시절. 나와 이치마츠의 관계가 비틀리지 않았을 시절.

수의사라는 건, 어떻게 되는 걸까, 하고.

언젠가, 이치마츠는 내게 그렇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교복을 입은 이치마츠가 조금 수줍은 듯이 그렇게 말했던 장면이 떠오른다.

그래, 이치마츠는 수의사가 되고 싶어 했다.

 

 

이치마츠는 방금 노인의 말에 눈을 내리깔며, 아니, 나 같은 쓰레기는....하고 비굴한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안 된다, 여기서는 한발 내딛어야지!

[그 권유, 오히려 이쪽에서 부탁하고 싶었다고, 닥터-!]

이치마츠의 말을 끊고, 나는 그렇게 외친다.

갑작스런 나의 발언에, 두 사람의 시선이 이쪽으로 향한다.

[이치마츠는 상냥하고 굉장히 성실하다. 그리고 동물에게 매우 애정이 깊지. 본인이 말이 서투른 만큼, 분명 말을 하지 못하는 그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거겠지. 닥터의 말대로 꼭 수의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할 거다. 형으로서 내가 보증하지. 부탁하지, 이치마츠를 닥터의 제자로 삼아주지 않겠나? 후회는 하지 않을 거다. 부탁이다, 부탁드립니....]

[, 너 이자식 멋대로 무슨 말을 지껄이는 거야 쿠소마츠!!!!]

내가 노인에게 그리 부탁하고 있자, 도중에 이치마츠에게 난폭하게 멱살을 잡힌다. 눈앞에서 윽박지르는 그의 얼굴은 붉게 물들어있다.

[, 아니 그치만, 사실이고....]

라며 움찔움찔 떨면서도 그리 말하자,

[하아아아아아!? 네 그런 점 엄청 짜증난다고!!!]

라며 더욱 화를 내서, 내 입에서 히익, 하는 비명이 튀어나온다. 무서워. 눈앞에 있는 이치마츠의 얼굴은 어째선지 귀까지 빨개져있다.

그러고 있으니, 어디선가 홋홋 하는 특징적인 웃음소리가 들려, 둘이 동시에 그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보면, 노인이 싱글싱글 즐거운 듯이 이쪽을 지켜보고 있다.

[그런가, 형이 보증한다면야 문제될 것 없지. 그거 좋은 생각이로군. 이치마츠군, 자네가 싫지 않다면, 부디 여기에 놀러와주게. 우리들은 언제든 환영할테니]

그렇게 말한 노인은 커다란 검은 고양이를 끌어안고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그 말에 이치마츠는 당황스러운 듯한 표정을 지으며 조금 생각하더니,

[...........내키면....]

하고 작게 답했다.

 

 

 

[,,,,,,,,,,, 뭘 그런 쓸데없는 짓을 하는 거야]

돌아가는 길, 뒤에서 걷고 있던 이치마츠가 웬일로 말을 걸어왔다. 시각은 벌써 저녁. 거리는 오렌지색으로 물들어 있다. 아까 그 고양이는 병원에서 상태를 살펴야했기에, 돌아가는 건 두 사람뿐이다.

[무슨 말인가?]

나는 돌아서서 이치마츠의 얼굴을 봤다. 거기에는 평소처럼 불쾌한 기운을 띤 오라가 떠있다.

[그러니까.....내가, 수의사가 되고 싶다거나, 그런 거]

고개를 숙이고 작게 중얼거리는 이치마츠에,

[그치만, 되고 싶다고 했었잖나]

라고 답하면, 동생은 고개를 들고 이쪽을 본다. 평소 졸린 듯이 반쯤 감긴 눈이, 웬일로 부릅 뜨여있다.

[어째서, 쿠소마츠가 그걸.......]

[네가 내게 말해줬지 않나, 중학생 때]

내가 웃으며 그렇게 말하자,

[그런 옛날 일.......]

하고, 이치마츠는 입을 틀어막고 작게 중얼거린다.

나는 파카의 주머니에 손을 넣고, 안에 들어있던 제비꽃을 꺼냈다. 다행이다, 구겨지지 않았어.

멀뚱히 살펴보면, 그 꽃은 작고 수수하지만, 사랑스럽고 늠름했다. 뭔가 이치마츠에게 어울리는 듯했다.

[이치마츠]

이름을 부르며 눈을 바라본다.

[너는 어쩌면 포기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소중히 해왔던 꿈이잖아? 목표까지 나아가는 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그 닥터에게 여러 가지 배워가면 된다. 너라면 할 수 있어. 나는, 믿고 있다고]

그렇게 말하며, 동생의 눈앞에 가련한 꽃을 내민다. 이치마츠는 그 꽃을 의아한 듯 바라본다.

[이런 내가 주는 선물이다. 너의 꿈이 이루어지도록 플라워에 마음을 담았다. 받아주겠나]

.....하고 멋있는 얼굴로 윙크를 날린다.

이치마츠는, -, 짜증나.....라며 째려보았지만, 조금 망설이고는 주뼛주뼛 꽃을 받아주었다. 순순히 받아준 것에 속으로 안심하며, 앞으로 돌아서서 집 쪽으로 다리를 뻗은, 그 순간.

[카라마츠]

하고, 얼마만인지 모를 정도로 오랜만에 이치마츠가 내 이름을 부른다.

놀라서 뒤를 돌아보면, 저녁노을에 물든 이치마츠가 입을 뭔가를 말하려 입을 열었, 지만 결국,

[....아무것도 아냐...]

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를 지나쳐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버렸다.

 

 

동생이 무엇을 말하려고 했었는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그의 미래가 행복으로 가득하기를, 하고, 둥글게 휜 등을 보며 마음속으로 빌었다.

 

 

 

[어때! 이번에도 꽤 굿잡이었지 않아!?]

정신을 차리고 보면, 눈앞에 만면에 미소를 띤 악마의 얼굴이 보여, 깜짝 놀라 뒷걸음질을 치고말았다.

주위를 둘러보면, 칠흑의 어둠속에 둘러싸여있다. 그런가, 여긴 이미 익숙해져버린 악마와 만난 공간이로군. 갑작스런 장면 전환에도 익숙해져 간다.

[아아, 고맙다 데빌. 키티는 목숨을 건졌고, 이치마츠에게도 새로운 가능성이 생겼다. 이치마츠는 원래부터 성실하고 머리가 좋지. 분명 진심으로 한다면, 꿈을 이루는 것도 가능할 거다]

그러며 감사를 표하자,

[말했잖아-! 이쪽도 받을 게 있으니까, 해준 거라고]

라고, 악마는 사악한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말하며 내 가슴에 스윽 손을 집어넣으면, 두쿵, 하고 심장이 크게 울린다.

크윽, 하는 비명과 함께 순간적으로 양손에 힘을 줘 악마의 손을 세게 쥔다.

[, 잠깐.....!]

나의 제지에, 악마는 노골적으로 싫다는 얼굴을 한다.

[-? , 내가 애타게 만드는 건 좋지만, 내가 애타는 건 싫어한다고]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악마는 그렇게 말했다. 매섭게 이쪽을 노려보는 붉은 눈에 기가 죽으면서도, 나는 궁금했던 것을 악마에게 물었다.

[그 때, 너에게 혼을 먹힌 이후로, 뭘 먹어도 맛이 나지 않고, 배도 고프지 않게 되었다. 그건, 혼을 뺏긴 영향인 건가...?]

조심조심 물어보면, 내 질문에 악마는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 정다압~!! 그래, 맞아. 그건, 네가 악마에 가까워졌다는 증거. 그럴게 우리들, 뭘 먹을 필요가 없는 걸]

편리한 생물이지-, 라며 꼬리를 빙글빙글 돌리며 웃는다.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직접 들으니 왠지 한기가 들었다.

[........하지만, 그 때, 내 영혼을 먹었을 때, 맛있다고 했었지 않나....]

[-, 그건 식욕이 아니라, 다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행위였으니까]

[다른 욕구....?]

[, 됐어됐어, 머지않아 너도 알게 될 거라고, 신경 쓰지 말라고~]

, 이제 됐지? 얼른 먹고 싶은데.

악마는 가슴에 손을 댄 채로, 매달리듯 몸을 들이댔다. 황홀한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는 탓에, 얼굴이 화끈해졌다.

[.....이번에는, 뭘 잃는 건가?]

[그건 나중을 위한 재미니까]

그렇게 말하고 악마는 가슴에 뻗은 손에 꽉 힘을 줘서 안으로 집어넣었다.

 

 

[, , 아아아아앗! , 아아!!]

 

 

예상하고 각오를 다졌건만, 이번에도 한심한 목소리를 울리고 말았다. 서있지도 못하고 순간적으로 눈앞에 보이는 악마의 목덜미에 팔을 감아 꽉 매달렸다.

[, 오늘 적극적이잖아~ 좋다고- 나 이런 거 완전 좋아해!]

하는 느긋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지만, 반응할 여유가 없다. 악마는 마치 가지고 노는 듯이, 나의 안에 손을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움직일 때마다 전해지는 자극에 견딜 수 없어,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여워어]

라고 말하며 악마는 내 눈물을 할짝 핥았다. 눈물을 핥던 혀가 귀에 닿아 몸이 움찔하고 떨렸다.

 

 

실컷 즐겨서 만족했는지, 갑자기 난폭하게 손을 끄집어냈다.

[하아, , 아아.....]

빼내진 후에도 몸에 여운이 남아, 움찔움찔하고 경련했다. 악마에게 몸을 기댄 채로, 하아, 하아, 하고 흘러나오는 신음을 가다듬으려 노력했다.

그런 나를 만족스러운 듯이 쳐다보던 악마는 오른손에 쥔 푸른빛의 구슬을 할짝, 맛보았다.

[크으-! 이거야 이거!! 참을 수가 없다고!]

그 말투는 맥주를 마신 형과 완전히 똑같았다. 악마의 어깨에도 기대고 있던 얼굴을 들어, 아직 눈물이 멈추지 않은 눈으로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나의 시선을 눈치챈 악마가 씨익 입꼬리를 올려, 보란 듯이 혀를 내밀어 푸른빛을 입에 머금고 꿀꺽 삼켰다.

 

[카라마츠. 앞으로 2달이면 너는 내거니까. 기대하고 있을게~]

귓가에서 그리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고, 점차 나의 의식은 멀어져갔다.

 

 

 

 

 





의외로 이치가 두번째였네요!

게다가 수의사 이치라니!

뭔가 어울려!!


그보다 뭔가 점점 에로에로....'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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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형제에게, 사랑을 담아(2)

 

 

 

 

 

그로부터 일주일이 경과했다.

아직 나는 그 누구의 소원도 이루어주지 못하고 있다.

이것도, 생각보다 꽤 어려운 일이었다.

내 멋대로 결정해, 모처럼의 좋은 기회를 낭비할 수는 없다. 그래서 직접 묻고 싶었지만, 좀처럼 누군가와 단둘이 될 기회가 생기지 않았다. 어째선지 집에 돌아오면 여러명이 다 함께 있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마치 다시 없어지지 않도록 감시하고 있는 듯하다. 지나친 생각인지도 모르겠지만.

, 아직 많이 남았으니 그렇게 초조하지는 않아,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자 금방 기회가 찾아왔다.

지금 거실에는 나와 쵸로마츠 둘뿐이다. 이건 아주 좋은 기회다. 비너스가 웃어주고 있는 게 틀림없다.

 

[있잖나, 쵸로마츠]

나는 곧바로 탁자에 앉아 구인잡지를 뒤적이는 쵸로마츠에게 말을 걸었다.

[, 뭔가 이루고 싶은 소원 같은 거 있는가?]

초조한 표정으로 물으면, 구인 잡지에서 눈을 돌린 쵸로마츠가, ? 뭐야, 갑자기, 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괜찮으니, 이 형님께 뭐든 말해보라고 브라더-]

그렇게 말하며 윙크를 날리자,

[뭐야, 너 또 이상한 캐릭터 만들었냐? 그럴 틈이 있으면 제대로 취업 준비를 하라고. 형 두명이 쓰레기 니트를 졸업해서 제대로 된 인간이 되는 게 내 소원이니까]

라며 턱을 괸 채 귀찮다는 듯 말했다.

그 답에 나는 으으음, 하고 소리를 냈다. 오소마츠는 몰라도 나는 앞으로 조금 후면 사라질 몸이다. 소원을 굳이 들어주지 않아도, 취직 비슷한 것을 하게 될테니 그걸로 봐주지 않으려나.

[아니, 우리들은 우리들이 알아서 할테니까. 너 자신이 뭔가 이루고 싶은 소원 같은 건 없는 건가?]

라고 다시 되묻자, 쵸로마츠의 눈썹이 꿈틀댔다.

? 하고 의문을 떠올리자,

[저기, 우리들이 벌써 몇 년째 니트라고 생각해? 이런 우리를 채용해줄 곳은 한정되어 있다고? 너희가 알아서하고 어쩌고 할게 아니라니까?]

라며 평소처럼 빠르게 쏘아붙였다.

그 모습에서 뭔가 위화감을 느낀 나는,

[거짓말. 나한테는 다 보인다고? 사실은 뭔가 원하는 게 있는 거지?]

라고 물으면, 쵸로마츠가 들켰다는 얼굴을 한다. 빙고~? 라며 손으로 만든 총을 쏘면, 쵸로마츠가 눈을 감으며 한숨을 내쉰다.

[......카라마츠는 바보지만, 가끔은 무서울 정도로 날카롭다니까]

그렇게 작게 중얼거리고는,

[.....그럼 말할게, 웃으면 안 된다?]

라며 뺨을 붉게 물들이고서 이쪽을 흘끗 보았다.

[아아, 브라더의 진지한 꿈을 비웃을 리 없지 않나]

그렇게 말하며 미소를 짓자, , 너는 그렇겠지, 라며 따라 웃는다.

 

[사실은, 진지하게 가수 매니저가 하고 싶어. 오소마츠형이나 토도마츠한테 말하면 기분나쁜 오타쿠의 망상이니 뭐니 하면서 놀릴테지만, 그 일이라면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중간에 팽개치지 않고 해낼 수 있을 것 같아. 오랫동안 쫓아다녔으니까, 이제 조금은 그 업계에 대해 알 것도 같고, 해보고 싶어. 그치만, 학력이나 여러 가지로 문제가 많으니까.....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말야]

부끄러운 듯 그렇게 얼버무렸다.

과연, 쵸로마츠 다운 꿈이다. 토토코짱 때도 비슷한 일 하고 있었고, 그 정도의 열정이 있다면 분명 좋은 매니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건 꼭 이루어주고 싶다. 취업을 위해 이 동생은 지금까지 많은 노력을 해왔고, 이제 그 보답을 받을 때도 되었다.

맡겨둬라, 이 형이 네 소원을 이뤄줄테니까!

그렇게 말하자,

아니, 이루는 건 네가 아니라 나라고!

라는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팟하고 들었지만, 그곳에 목소리의 주인은 보이지 않는다.

[?]

하고 의아한 표정을 짓자,

[?]

하고 쵸로마츠가 마찬가지로 의아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오소마츠?]

아까 들려온 목소리의 주인인 형의 이름을 중얼거리자,

[아니, 뭐라는 거야, 쵸로마츠거든. 여태 내가 오소마츠형이라고 생각했어? 그 정도로 바보야?]

라는 쵸로마츠의 신랄한 말밖에 돌아오지 않았다.

잘못 들은 걸까,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고 있으면,

잘못 들은 거 아니거든~ 나야, ! 너의 사랑 악마짱이라구~!

라는 실없는 소리가 또 들린다.

, , 어디에 있는 거야?

, 이 소리는 너밖에 안 들리니까. 반응하면 거기 있는 남동생이 이상하게 생각할테니까 답은 하지마. 네 머릿속 들여다보고 있으니까 말하지 않아도 알아

하고 다시 소리가 들린다. 들렸다고 할까, 정확히는 머리에서 울리고 있다.

그 소원으로 할거면 바로 이뤄주긴 주겠는데, 진짜 형제를 위해 쓸 거야? 다시 생각해보는 게 어때?

아무것도 아니란 듯 간단히 말하는 그게 조금 놀랐다. , 그렇게 금방 되는 건가?

, 아아, 그럼 부탁하지. 쵸로마츠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직장에 그를 취업시켜줘

그렇게 속으로 대답한다.

-케이!

그 목소리가 울리는 동시에, 오른쪽 손등에 남은 상처가 갑자기 타들어가듯 아파왔다.

[으앗!!]

무심코 소리를 지르며 왼손으로 그곳을 눌렀다.

[, 뭐야 갑자기? 괜찮아? 벌레라도 물렸어?]

갑작스런 나의 행동에 쵸로마츠가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아아, 괜찮다 브라더-, 라고 답을 하던 중 자신의 오른손에 무언가 쥐어져있음을 깨닫는다.

 

살펴보면, 그곳에는 네잎 클로버와 작고 귀여운 토끼풀 하나가 놓여있다.

 

? 에에?

뭐야 이거, 이걸로 뭘 하라는 건가?

잔뜩 당황해 멍하니 있자,

그 꽃을 거기 있는 형제한테 주면, 녀석의 소원이 이루어질 거야. 그리고, 지금 남동생이 보는 잡지, 끝에서 5번째 페이지 봐

하고 소리가 들렸다.

그런 건가. 잘 모르겠지만 일단 그가 말하는 대로 해보는 수밖에 없다.

[쵸로마츠, 잠깐 그것 좀 보여주겠나]

그렇게 말하며 구인지에 손을 뻗으면,

[뭐야? 카라마츠도 마침내 성실하게 일 찾을 생각이 들었어? 같이 할로워크 갈래?]

라며 반짝이는 눈을 한다. , 하고 죄책감을 느끼며 악마가 말한 페이지를 확인한다.

그곳에는 연예 기획사 정규직 직원 모집!이라고 크게 쓰여있었다.

그걸 옆에서 보고있던 쵸로마츠가 헉, 하고 숨을 삼키며,

[....이거,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있는 회사......모집하고 있다니....]

작게 중얼거린다.

 

[한번 해보는 게 어떤가]

그렇게 말하자, 쵸로마츠는, !? 하고 놀라며 이쪽을 쳐다본다.

[아니, 아니아니아니, 무리라고. 여기 인기있는 연예인들 꽤 많이 소속된 곳이고, 나 같은 게 여기서 일할 수 있을 리 없잖아...! 조건도 좋으니까 대학 졸업한 사람들이 많이 지원할테고...]

[그래도 해보지 않으면 모르지 않나]

[하지만......]

쵸로마츠는 원래도 아래로 쳐진 눈썹을 더 아래로 늘어뜨리며 난처한 듯 고개를 떨군다.

이 동생은 항상 이상은 높으면서, 한 걸음 내딛는 용기가 부족하다.

[쵸로마츠]

이름을 부르자 이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그의 눈앞에 네잎 클로버와 토끼풀을 내밀었다.

[.....이게 뭐....]

[너에게 주는 깜짝 선물이다. 받아주지 않겠나?]

멋있는 얼굴로 그렇게 전하자, 순간적으로 싫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머뭇거리며 오른손을 내밀었다.

그 손에 예쁜 꽃을 건넨다.

[와아, 오랜만이네 이거. 옛날에 다 같이 찾아다녔었지, 네잎 클로버. 뭐야 이거, 설마 혼자 찾은 거야?]

[!? , 아아, 강변에서 우연히...]

[다 큰 어른이 그런 짓, 하지 말라고]

쵸로마츠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즐겁게 웃고 있었다.

그 꽃은 녹색과 흰색이 어우러져 쵸로마츠와 잘 어울렸다.

 

[하기도 전에 포기하는 건, 너의 나쁜 버릇이다 브라더. 쵸로마츠, 너라면 할 수 있어. 괜찮아, 내가 보증하겠다. 너의 착하고 헌신적인 어시스트를 받을 연예인이 부러울 정도다. 나는, 믿고있다고]

그렇게 말하며 쵸로마츠의 어깨를 툭툭 두드린다.

그러면 쵸로마츠는 뺨을 살짝 붉힌다.

[........너란 녀석은 정말....]

쵸로마츠는, 하아, 하고 어째선지 한숨을 내쉬었다.

, 뭔가 또 아프게 해버린 걸까? 당황하고 있으면,

[......고마워]

그렇게 작게 말했다. 얼굴을 보면 쵸로마츠는 자신의 손 안에 쥐어진 네잎 클로버와 토끼풀을 부드러운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 그렇네, 해볼게. 여기서 일하면 행복할테고, 지금 바로 연락해볼게]

[아아, 그게 좋겠군. 응원하고 있겠다!]

그렇게 말하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며칠 후, 면접을 치른 다음날, 회사에 정사원으로 채용되었다는 연락이 쵸로마츠에게 왔다.

갑자기 결원이 생겨서, 이례적으로 바로 채용이 된 것이다. 게다가 면접관 중 한명이 쵸로마츠의 열정과 사람됨을 매우 마음에 들어했다는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쵸로마츠는 울면서 나를 껴안으며, 네가 등을 떠밀어준 덕분이라며 고맙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아니,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너의 노력의 성과라고. 축하해, 쵸로마츠]

흐느끼는 동생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었다.

기뻐하고 있다. 정말 잘 됐다.

악마 덕분이다. 고마워.

나는 속으로 악마에게 감사를 표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나는 다시 칠흑의 어둠 속에 있었다.

[어때? 나한테 걸리면, 취직은 식은 죽 먹기라고?]

낯익은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와 그쪽을 쳐다본다.

거기에는 여전히 중력을 무시한 포즈로 둥둥 떠있는 악마가 있었다.

[아아, 덕분에 동생이 바라던 일을 하게 되었다. 녀석이라면 이러지 않아도 언젠가 취직을 했겠지만 ,이왕이면 동생이 원하는 일을 하는 게 좋으니까. 앞으로의 일은 녀석이 스스로 어떻게든 하겠지. 너에게 감사하고 있다]

그렇게 말하자,

[천만에-]

그러고는 내 앞으로 슥, 날아들며 말했다.

[, 맞다. 잊고있었는데, 소원이라는 거, 네 영혼을 대가로 이뤄주는 거야]

[영혼.........?]

[그래. 너를 인간으로 있게 붙들어두고 있는 거, 라고 해도 모르겠지. 아무튼, 네가 동생한테 준 꽃, 그거와 너의 영혼을 교환하는 거야. 그것을 다섯 번 다 쓰면, 넌 인간이 아니게 되는 거지]

알아들어-? 라며 눈을 멀뚱히 들여다보는 악마지만, 나는 조금도 감이 잡히지 않았다.

[.......어렵네]

[그래? 그럼, 쉽게 알려줄게]

그러면서 악마는 날카로운 손톱으로 내 가슴을 살며시 누르더니,

 

[소원이 이루어진 대가, 받아가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곤 내 몸속에 그 손을 꽂아넣었다.

 

[...., 아아아아아아아악!!!!!!!!!]

 

갑작스런 감각에 나는 비명을 질렀다.

아프다, 는 것과는 다르다. 눈앞에 불꽃이 튀는 듯한, 처음 맛보는 엄청난 자극. 이게, 쾌감이라는 걸까.

몸이 멋대로 움찔움찔 떨리며 입가에 침이 흘렀다. 뇌가 뜨거워 녹아버릴 것만 같다.

힘이 들어가지 않아 쓰러지려는 것을 악마가 한 손으로 안아들었다.

몸속에 손이 휙휙 움직일 때마다, 입에서 한심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우왓, 그렇게 헐떡이지 말라고, 야하네-. 좀 더 하고 싶어지잖아~]

악마는 즐거운 듯 웃으며 몸속을 엉망으로 휘저었다.

[으아, , 아아아아!]

그 움직임에 맞춰, 다시 크게 비명을 지른다. 굉장한 자극에 견디지 못하고 눈에서 눈물이 뚝뚝 흘렀다.

 

 

[자아, 이제 그만-]

그러면서 악마가 겨우 내 몸에서 손을 빼냈다.

지탱하고 있던 손도 빼버려, 나는 그 자리에 쓰러졌다.

전혀 힘이 들어가질 않는다. 얼굴이 너무 뜨겁다. 하아, 하아, 어깨로 거친 숨을 몰아쉬며 악마를 물끄러미 보면, 그의 손에는 연하게 빛나고 있는 파란색의 수정 구슬 같은 것이 들려있었다.

[이거야. 네 영혼의 일부. 이번 대금으로 받아갈게]

그렇게 말하며 피식 웃더니, 입을 크게 벌려 그것을 먹어버렸다. 꿀꺽, 목이 움직이는 그 순간, 악마가 눈을 크게 뜨고는 외쳤다.

[쩔어어-!!! 뭐야 이거, 엄청 맛있어!! 완전 버릇 될 것 같아! 너 진짜 최고네!!]

그러고는 쪼그리고 앉아 아직 엎어져 있는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이로써 너의 인간다움이 조금 줄어들었어. 이렇게 차차 악마가 될 준비를 하는 거라고!]

기쁜 듯이 말하는 소리가 들리지만, 아직 숨쉬기 바빠 답을 할 겨를이 없다. , , 눈물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며 바닥에 남기는 소리만이 귀에 울렸다.

[그럼, 다음 소원이 정해지면 그때 다시 말 걸테니까]

힘내-, 그런 여유로운 말소리와 함께 내 의식은 거기서 끊겼다.













에에, 갑자기 에로전개!?

엣찌 안 하지만 뭔가 에로에로!!?

게다가 앞으로 4번이나 더 남았어!!?!!?



최고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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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 夏目ユユ 님 , 무단전재 금지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에게, 사랑을 담아

 

 

 

 

 

눈을 뜨자 그곳은 어둑어둑한 어둠 속이었다.

 

 

역시 정적과 고독에게 사랑 받는 나.

이 공간과 매우 잘 어울리는군.

....하고 머리를 넘기려 머리에 손을 얹자, 축축하게 뭔가 이상한 것이 손에 묻는 느낌이 들었다.

손을 뚫어지게 보면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지만 끈적끈적한 것이 살짝 모습을 드러냈다.

 

 

이건...........?

머리를 문질러 확인하면, 그곳은 엉망이 되어 있어 그곳을 만진 손은 더 끈적하게 젖어들었다. 아무래도 엄청난 부상을 입은 것 같지만, 이상하게도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렇게 큰 상처라면 분명 아플텐데....

신기하게 생각하며 자신의 머리를 툭툭 두드리고 있자,

 

[얏호~ 드디어 깼어?]

 

하고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는 어째선지 위에서 들려왔기 때문에, 나는 그쪽을 쳐다본다.

 

거기에는, 녀석이 있었다.

어렴풋이 빛을 띠고, 둥둥 떠있는 녀석.

녀석은 관자놀이 언저리에 뿔을 기르고 있었는데, 그 뿔은 왠지 옛날에 동물원에서 본 버팔로의 뿔과 비슷했다. 게다가 등에는 새까만 날개가 있었는데, 그것은 새의 날개나 책에서나 봤던 천사의 날개처럼 푹신푹신해 보이는 날개가 아니라 박쥐의 그것과 비슷했다. 그리고 엉덩이에는 채찍처럼 길쭉한 것이 나있었다. 아마도 꼬리인 것 같다.

하지만, 그런것들 보다도 내가 가장 신경 쓰이는 건.

녀석의 얼굴이 나의 유일한 형과 닮아있다는 것이었다.

 

[.....오소마츠? 너 왜 떠있는 건가?]

머리에 떠오른 의문을 그대로 입밖에 내면,

[, 나 오소마츠라는 녀석이랑 닮았어?]

하고 그런 이유 모를 답을 한다.

[? , 오소마츠가 아닌가?]

[네가 아는 오소마츠라는 사람은 이렇게 날개나 뿔이나 꼬리가 달렸어?]

[.....없어....]

[그치-?]

그렇게 말하곤 오소마츠를 닮은 녀석은 히죽 웃었다. 그 표정마저도 형과 닮았지만, 일단 녀석은 오소마츠가 아닌 것 같다.

 

[그보다 너, 왜 네가 여기 있는지 알아?]

[? 아니, 모르겠다만. 여긴 꿈속이 아닌가?]

[뿌뿌- 틀렸습니다-. 꿈이 아니라 현실입니다-]

뭐가 즐거운지 모르겠지만 오소마츠와 닮은 녀석은 빙글빙글 공중제비를 돌면서 히히히-하고 웃었다. 그런 비현실적인 움직임을 보이면서 여기가 현실이라고 말하면,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너 말야, 여기 오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어?]

그렇게 물어오는 녀석에, 나는 최근의 일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분명, 오늘 아침에 눈을 떴더니 왠지 자신이 바다 위에 묶여있고....

그래, 치비타다. 치비타가 밀린 외상을 갚아! 라면서 나를 유괴했었다.

하지만 형제들은 아무도 와주지 않았고, 그걸 안타깝게 생각한 치비타가 이번에는 나를 위해 발 벗고 나서준 거였다, 고 생각한다.

집 밖에서 화형에 처하고, 아니 자세히 말하자면, 모두가 나와서 구해줄 거라고 우기는 치비타로 인해 화형에 처해지고, 그리고......

 

그리고 어떻게 됐더라. 눈을 감고 생각한다.

머리에 손가락을 얹자, 건드린 부근에 상처가 만져진다.

이 상처가 뭐였더라, 하고 생각하는 순간 한 장면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창문으로 이쪽을 노려보는 다섯명의 형제.

손에는 꽃병과 그릇, 맷돌 등 각자 무기가 될 만한 물건들을 들고 있다.

나를 도와주러 오는 건가! 하고 생각해 미소를 짓는 순간.

들고 있던 것이 이쪽을 향해 날아오는 장면은, 마치 정지 화면처럼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내 기억은, 거기서 끝이 났다.

 

나는 머리 상처를 다시 만졌다.

이거 아프지는 않지만, 분명 머리가 쪼개질 정도의 상처일 것이다.

그렇다는 건, .

 

[설마, 나는 죽은 건가?]

 

내 말에 오소마츠와 닮은 그 녀석은

[띵동-! 저엉답~!!!]

하고 여전히 둥둥 떠있는 채로 익살스럽게 답했다.

[너는, 아까 형제들이 던진 여러 가지 물건에 맞아 죽었어]

어때? 생각났어? 라고 덧붙인 녀석이 내 얼굴을 들여다본다.

 

브라더에게

나는 살해당했다.

 

나는 눈을 꿈뻑거리며 멍하니 있었지만, 지금까지 형제들의 나에 대한 태도를 생각하면 금방 수긍할 수 있는 일이었다.

흐음, 하고 팔짱을 끼며 역시 그런건가, 하고 작게 중얼거린다.

그 장면을 지켜보던 오소마츠의 얼굴을 한 남자가,

[어라? 뭔가 반응이 시원찮네!? 좀 더 놀라거나 화내거나 울부짖거나 절망하지 않는 거야!?]

하고 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 전부터 나를 싫어하고 있다는 자각은 있었거든. 항상 나도 모르게 브라더들을 아프게 해버렸는데, 드디어 내가 방해가 되어 버린 걸까. 설마 죽일 정도로 불쾌해 하고 있을 줄은 몰랐지만, 이로써 형제들이 행복하게 살아 나갈 수 있다면 나는 만족한다]

나는 웃는 얼굴로 진심을 담아 그렇게 말했다.

오히려 이런 나와 지금까지 함께 해준 것이 고맙다. 조금 쓸쓸하긴 하지만, 불만 따위는 없다.

그렇게 덧붙이자, 남자는 눈을 감고 팔짱을 낀 채로 흐응- 하고 작게 중얼거리며 그 자리를 빙글빙글 돌았다. 마치 중력을 무시한 듯한 움직임이다. 재밌어보이네.

 

[그래서, 넌 나를 천국으로 이끌어줄 천사인가?]

그렇게 기대를 담아 묻자, 빙글빙글 돌던 녀석이 움직임을 딱 멈추고 내게 바보냐는 듯한 시선을 보내왔다.

[하아!? , 머리에 뇌 대신 팬케이크라도 가득 찬 거야, 뭐야? 이렇게 멋진 뿔이랑 날개가 달린 천사가 어디있냐고-. 난 악마! 빅 카리스마 레전드인 악마! 천사 따위랑 착각하지 말란 말이야!]

알겠냐!? 하고 얼굴을 들이밀며 잔뜩 화내는 녀석. 역시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더욱 더 오소마츠 같다.

[데빌...인가. 그런가, 즉 나는 Heaven이 아닌 Hell에 떨어진 건가. , 역시 난 길티 가이....이것도 내게 주어진 데스티니겠지]

그렇게 멋지게 말하자, ‘뭐야 그게, 갑자기 그런거 하지 말라고~!’라며 악마가 배꼽을 쥐고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갑자기 복통이라도 온 걸까. 악마라도 그런 일이 있구나.

 

그보다, 아까 그렇게 말하기는 했지만, 역시 조금 아쉽다.

사랑하는 형제에게 살해당하고, 그 끝에 지옥에 오다니.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을 아프게 해서 일까. 그렇다면 자업자득이겠지만, 지금부터 매일 괴로운 생각을 하며 지내야 한다는 생각에 우울했다.

그런 감정이 얼굴에 드러났던 걸까.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으며, ‘- 간만에 웃었다라고 말한 악마가,

[이봐, 나 같은 레전드급 악마가 죽은 녀석들 마중이나 가는 그런 허접한 일은 안 한다고? 고로, 틀렸습니다-. 나는 널 지옥으로 데리고 가려고 온게 아니지롱~]

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 그런가? 그럼 왜 너는 나와 있는 건가?]

의아하게 생각해 그리 물어보면, 악마는 킥킥 웃으면서,

[사실은 말야~ , 네가 마음에 들었거든]

그렇게 말했다.

 

 

[??]

[아니 그게, 인간계에 간만에 놀러갔더니, 뭔가 희귀한 여섯 쌍둥이가 있다고 해서 재미 삼아 보러 갔거든? 그런데, 보다보니까 네가 늘 형제들한테 무시당하는 게 묘하게 신경 쓰여서 말야. 그래서 계-속 지켜보고 있었더니 어라라, 결국 죽어버렸네? - 완전 불쌍하잖아~! 라고 생각해서. 나 상냥하고, 그냥 냅둘 수가 없어서 이렇게 와버렸어!]

그렇게 열변을 토하는 악마에, 하아, 하고 멍하니 맞장구를 쳤다. 영문은 모르겠지만 일단 녀석에게 동정 받고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그런 불쌍한 너에게 이 빅 카리스마 레전드님께서 선물을 주려고, 네 영혼을 여기로 불러버렸어]

그렇게 말하며 코밑을 연신 비벼댄다. 그 행동도 오소마츠의 버릇과 똑닮았다.

[프레젠트? 지옥의 선물로 뭔가 주는 건가?]

나는 준다면야 뭐든 좋다! 라고 조금 설레면서 악마에게 물었다.

그러자 악마는 자랑스럽게 이렇게 말했다.

 

[그래그래. - 멋진 걸 줄게! 그니까, 자알~ 들으라고!

내 힘으로 불쌍한 네 목숨을 3개월 연장시켜줄게.

그리고, 3개월 동안 소원 5개를 들어줄게!

어때, 멋지지~?]

 

거꾸로 뒤집힌 악마는 나를 보고 히죽 웃으며 말했다. 이히히, 하고 웃는 것이 왠지 이 상황을 재밌어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악마의 말을 이해하려 머리를 갸웃거리며 눈을 조금 빠르게 꿈뻑거린다.

3개월?

소원?

[...살려주겠다는, 건가?]

[3개월이라는 기간동안이라구? 그으- 뭐냐, 그거 있잖아? 너희 인간들이 좋아하는 공 차는 스포츠! 그거의 추가시간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돼]

[로스 타임.....]

[그러니까, 지금까지 손해만 봤던 네 인생에, 최후에는 팟- 하고 꽃을 피워보라고! 돈이든 여자든 뭐든 손에 넣어! 네 마음대로! , 너를 죽인 형제들에게 복수하는 것도 좋겠네- 내가 협력해줄테니까. 어때?

, 그치만 목숨을 연장해달라는 소원은 안 되니까? 내가 납득할 수 없는 소원은 각하!]

알겠어? 라며 악마는 집게손가락으로 이쪽을 가리켰다. 빠르게 지껄여대는 녀석에 머리가 제대로 따라가질 못한다. 사람에게 삿대질하면 안 된다며 어릴 때 마미에게 주의 받았던 그런 관계없는 일만 떠올리고 있었다.

[.........알겠다]

내가 일단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머리 위에 물음표 띄우고 말하지 말라고! 지켜보면서 늘 생각했지만, 너 진짜 멍청하구만-! , 그런것도 마음에 들지만!]

그렇게 말하며, 악마는 내 머리를 손가락으로 쿡쿡 쑤셔왔다. 상처에 날카로운 손톱이 콕콕 찔려도 아프지 않았지만, 왠지 싫은 기분이 들었다.

 

[일단, 악마가 내 소원을 5개 들어준다는 거잖아?]

확인차 악마에게 묻자,

[그렇다구- 나 이래봬도 꽤 상급 악마인 걸. 웬만한 건 다 들어줄 수 있으니까, 고맙게 생각하라고~?]

라는 대답이 되돌아왔다.

그거 굉장하군. 마치 꿈만 같다.

근데 왜, 악마가 내게 이런 친절을 베푸는 거지? 이래선 마치 천사가 아닌가.

[저기, 이런 짓을 해서 네게 뭔가 득이라도 되는 건가?]

궁금해서 그렇게 묻자, 악마는 씨익 입꼬리를 올려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 얼굴은 아, 역시 악마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당연하잖아~ 나는 대가가 없다면 이런 귀찮은 일은 하지 않는다고? 봉사자가 아니니까 말야]

그렇게 말한 악마는 내 뺨에 손을 얹었다. 그 손은 무척이나 싸늘했다. 마치 얼음 같다. 오소마츠와 닮았지만, 정말 녀석은 인간이 아니구나, 싶었다.

악마의 눈동자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 붉은색의 눈동자는 요기스럽게 반짝였다. 너무도 아름다웠다.

 

[소원을 다 이뤄주면 그 답례로 내 사역마가 되라]

 

그러면서 악마는 내 뺨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사역마...? 그게 뭐지? 생소한 단어였다.

[그게 뭔가? 뭘 하면 되는 건가?]

[3개월 동안 원하는 대로 해줄테니, 그게 끝나면 앞으로 쭉 내 옆에 있으라는 거야. 앞으로는 인간은 그만두고, 윤회의 고리에서 벗어나 나와 함께 즐거운 악마 라이프를 보내자-! 라는 거. 어때? 이 교환 조건]

그렇게 설명을 해주지만 여전히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윤회의 고리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아마도 다시 환생할 수 없다는 거겠지. 하지만 그렇게 말해도, 전생이나 내세에 대해선 잘 모르고, 특별히 불편할 것도 없어보였다.

[악마는 재밌는가?]

그렇게 묻자,

[아아, 재밌다고-! 매일이 홀리데이고,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으면 힘으로 어떻게든 되고, ~청 편하다고?]

라고 답하며 내 손을 잡고는 굉장하지-!’라고 덧붙였다.

 

매일이 홀리데이!?

매력적이다. 아니,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특별히 내키지 않을 이유도 없다.

게다가 악마는 왠지 멋있게 느껴졌다. 매우 길티하고 쿨한 느낌이다!

 

[좋다, 그 위험한 제안, 받아들이지]

BANG-하고 손으로 만든 권총으로 악마를 관통하면, ‘~!! 기습하지 말라고!!’라며 악마가 또 다시 부들부들 떨기 시작한다.

[이야~ 너 굉장하구나-! 나 오랫동안 악마 해왔지만, 이렇게 악마와의 계약을 간단히 결정하는 녀석 처음 봤어!]

히히 웃으면서 악마가 어깨를 팡팡 두드렸다.

[, 그렇게 칭찬해도 아무것도 안 나온다고-?]

얼굴을 붉히며, ‘칭찬하지 마라-’ 라며 덧붙이자 더 세게 어깨를 때리는 악마.

 

[- 정말, 나 너처럼 바보 같은 녀석 싫진 않아. , 아무튼 협상 타결이네!

그래서 뭐야? 무슨 부탁할지 정했어? ? 여자? 명예? 진수성찬? ~든 해줄테니까!]

히죽히죽 웃으며 악마는 내게 그렇게 물었다.

[물론, 이미 결정했다고~?]

흐흥, 하고 나는 멋진 얼굴로 악마에게 그렇게 고한다. 처음에 제안을 들었을 때부터 내 마음은 이미 결정된 상태였다. 다섯이라는 수도 마침 딱이다.

 

[나는 너의 힘을, 사랑하는 다섯 형제들에게 보답하는데 쓰고 싶다]

 

이런 가치 없는 나랑 태어나서 지금까지 함께 있어준 고마운 형제들.

그들에게 뭔가 도움이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지금까지 동생들에게 좋은 형이 아니었지만, 최후에는 형다운 일을 하고 싶다.

마치 5개를 들어주겠다 했으니, 한 사람에 하나씩 뭔가를 선물로 주고 싶다.

 

나의 대답을 들은 악마는 아까까지 히죽거리고 있던 얼굴을 단번에 찌푸리며,

[너 그거 진심이야?! , 그 상처 누가 그랬는지 잊은 거야?! 바보 아냐?!]

내게로 한껏 몸을 들이밀며 그렇게 소리쳤다. 가까운 거리에서 형과 같은 목소리로 고함을 치는 녀석은 조금 무서웠다.

[그치만, 어차피 죽을건데 날 위해 쓰기는 좀 아깝고, 이제 와서 인기가 많아진다고 한들 카라마츠걸들만 불행해진다. 모처럼의 호의는 감사하다만, 나는 내 인생에 특별히 후회는 없다. 그러니 사랑하는 형제들이 행복한 미래를 맞도록 뭔가 해주고 싶다]

그렇게 말하며 악마에게 미소를 짓자, 악마는 하아~ 하고 크게 한숨을 토했다.

[너 정말 바보구나~ ....., 됐어. 네가 그걸로 좋다면 마음대로 해. 어떤 소원이든 5번 쓰면 이제 넌 내거라는 거, 잊지 말라고]

[아아, 빚을 졌군]

브라더, 라고 하려다 멈춘다. 다르다. 녀석은 오소마츠가 아니다. 이곳에서 처음 나는 악마를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기, 악마. 네 이름은 뭔가?]

[이름? 없어, 그런거. 나한테는 특정한 외모도 이름도 없으니까 방금 부른 것처럼 악마라고 부르면 된다고?]

[특정한 외모가 없어? 그럼 지금 내가 보고 있는 네 모습은 뭔가?]

[이건 네가 이랬으면 좋겠다고 바라니까 그렇게 보이는 것뿐. 내 모습은 상대 나름대로 남녀노소 아무렇게나 바뀌거든]

그렇게 말하며 악마는 둥둥 떠다녔다.

그런가. 역시 악마다. 외모도 유연하다니 정말 쿨하군.

하지만 그럼 왜 지금은 오소마츠의 모습을 하고 있는 거지? 모처럼이니까 귀여운 카라마츠걸의 모습을 하고 있다면 개인적으로 기쁠 것 같은데.

[? 왜 나는 오소마츠의 모습을 바란 건가?]

[그걸 왜 나한테 물어보는 거야? 내가 알겠냐-!]

그렇게 말하며 악마는 또 다시 머리의 상처를 쿡쿡 손톱으로 찔러왔다.

그거 그만둬주겠나, 왠지 싫다.

 

[~, 지금 당장 널 원래 세계로 돌려보내줄게!]

눈높이까지 내려온 악마가 내 눈을 빤히 들여다본다. 아름다운 적색에 그만 넋을 잃고 바라본다.

[, 전에......]

그러면서 악마는 내 오른손을 지그시 잡는다. 붙잡힌 손으로 전해지는 차가움에 몸을 살짝 움츠렸다.

악마는 그 손을 번쩍 들어 손등에 살짝 키스를 했다.

그의 입술은 얼음처럼 차가웠지만, 그래도 부드러웠다.

그 모습은 마치 왕자가 공주에게 손등키스를 하는 것 같아, 살짝 얼굴이 붉어졌다.

그런 로맨틱한 것을 생각하던 중, 갑자기 욱신하고 통증이 느껴졌다.

[읏으윽!!]

나는 갑작스런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보면, 악마가 내 손등을 물고 있었다. 그곳에서 살짝 피가 배어있었다.

그 피를, 악마가 날름 혀로 핥았다.

물컹한 혀의 감촉에 간지러움 같은 묘한 감각이 온몸을 스쳤다. 하아, 하고 이상한 목소리가 나도 모르게 나와 부끄러워진 나는 무심코 눈을 꼭 감았다.

[으읏, , 뭐하는.....]

[-? 이거? 이건 계약. 이걸로 너는 내거야]

그렇게 말하면서 마지막으로 츄하는 소리와 함께 입술을 손등의 상처에서 떼고 내 손을 놓아주었다.

손을 보면 물린 곳에 띄엄띄엄 구멍이 뚫려있었다. 물끄러미 보고 있으니, 그거 마킹이니까 사라지지 않아, 라고 악마가 설명했다.

 

[그럼 너를 죽인 형제가 있는 곳으로 보내줄게. 알겠어? 3개월이 지나면 소원을 다 안 써도 죽으니까 제대로 기억해둬! 네 옆에서 지켜보고 있을테니까, 소원이 정해지면 날 불러]

그럼 인생 최후의 시간을 즐기라고~, 라며 손을 흔드는 악마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눈앞이 구불구불 왜곡되기 시작했다. 속이 울렁거려 질끈 눈을 감았다.

나중에 봐- 라고 말하는 형과 똑같은 목소리가 점점 멀어지고, 거기서 나의 의식은 끊겼다.

 

 

 

 

 

 

 

 

퍼뜩 정신을 차리고 보면, 나는 우리집 문 앞에 서있다.

주위는 밝고, 태양의 위치를 보아 아마 오후 정도가 아닌가 싶다.

 

?

어라? 지금까지 뭐 하고 있었더라?

어떻게 여기에 왔는지 모르겠어.

분명 오소마츠와 비슷한 악마가 소원을 들어주겠다, .

그러고 보니, 머리의 상처는 어떻게 된 거지?

그렇게 생각하며 슬쩍 만져보면 그곳에선 아무것도 묻어나오지 않는다.

확실히 두개골이 덮여있고, 통증도 전혀 없다.

꿈이었을까? 그렇다면 어디서부터가 꿈이지? 납치도 꿈인가?

그렇게 계속 의문이 꼬리를 물고 늘어지고 있는 와중 뒤에서,

[....카라마츠형.......]

하고 작게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거기에는 토도마츠가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보면, 그는 눈을 부릅뜨고 손에 들고 있었을 가방은 땅에 떨어져있다. 괜찮은 건가, 무슨 일이지? 동생의 모습이 걱정되어 말을 걸었다.

[토도마츠? 무슨 일.....]

[카라마츠형 어디에 있었어!? 뭘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오는 거야!? 바보야?! 무사하면 왜 연락하지 않았던 거야!! 이 바보 멍청이 쿠소 차남!!!]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토도마츠에 몸이 움찔 한다.

? ? 토도마츠 왜 그렇게 화내는 거야?

[, 왜 그렇게 화내는 건가...?]

영문을 몰라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묻자, 하아아아아!? 하고 굉장한 표정으로 멱살을 잡아올린다. 평소의 이치마츠 같다. 무섭다.

울상인 내게 토도마츠는 다시 윽박질렀다.

 

[한달이나 소식 없던 형제가 그런 태연한 얼굴로 집 앞에 서있으면 당연히 화나지!!! 보통 화낸다고!? 당연하잖아!!!?]

 

토도마츠의 말에 나는 눈을 크게 떴다.

? 한달? 어째서 그렇게 시간이 지난 거야?

[어디서 뭘 한 거야!?]

하고 토도마츠가 캐물었지만, 나도 모른다. 도대체 어디서 뭘 한 거지, 나는.

눈을 꿈뻑이며, - 라던가, - 라던가 의미 없는 소리를 흘리는 내게 토도마츠는,

[~~진짜!!! 일단 집에 들어가자!! 들어가서 말하자고!]

라며 내 손을 잡아끌었다.

그때 잡힌 손에서 따끔한 통증이 느껴졌다. 우윽, 하고 신음이 흘렀다.

거긴 방금 악마가 물어뜯은 부위.

그건, 꿈이 아닌 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나를 무시하고 힘껏 잡아당긴 토도마츠는 있는 힘껏 현관물을 열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지금 나는 다섯 형제들에게 둘러싸였다.

정좌하고 있는 내 왼팔을 쥬시마츠, 오른팔을 토도마츠가 단단히 잡고 있다.

그리고 정면에는 오소마츠, 그 왼쪽에는 쵸로마츠, 오른쪽에는 이치마츠가 무서운 표정으로 서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히에에. 무서워. 다들 표정 무섭다고.

[저기, 카라마츠. 제대로 설명해줄래? 왜 한달동안 연락하지 않았던 거야? 어디에 있었어? 뭘 하고 있었던 거야?]

평소에는 말이 빠른 쵸로마츠가 천천히 말하는 것이 오히려 두렵다. 무서워서 고개를 들 수가 없다.

[확실히 유괴된 너를 돕지도 않고 물건을 던진 건 지나쳤어. 그렇다고 쳐도, 이건 좀 아니잖아?]

쵸로마츠의 그 말에, 치비타에게 납치당한 일과 형제들에게 살해당한 일은 꿈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 악마와의 거래도 꿈이 아니라는 건가.

역시 나는 한번 이미 죽었고, 3달 후에 다시 죽는 건가.

흠흠, 하고 혼자 이해하고 있는데 갑자기 멱살이 잡힌다.

[빨리 대답해 쿠소마츠. 죽인다, 쿠소마츠]

하고 눈빛으로 살인할 것만 같은 흉악한 얼굴을 한 이치마츠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히익. 그치만 이치마츠의 말로 모든 것이 이해됐다.

그런가, 죽였던 내가 다시 어슬렁어슬렁 나타나서 다들 화를 내는 거구나.

그야 그렇지. 죽이고 싶었는데 살아났으니. 그건 유감이다.

하지만 안심해라. 3달만 참아주겠나, 브라더. 마지막으로 너희에게 최고의 선물을 한 뒤에 깔끔하게 사라져주겠다.

....하고 스스로에게 도취해있으면, ‘무시하는 거냐, 망할놈이하고 저음의 목소리가 들려 몸이 움츠러들었다. 나대서 죄송합니다.

[, , 그니까, 칠흑 같은 어둠에서 악마가 내게 속삭여서....]

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설명하면,

[또 그런 안쓰러운 말 하면 때릴거니까. 분위기 읽으라고]

하고 오른쪽에서 살기가 느껴졌다. 아니, 이건 비유 표현이 아니고 진심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맞고 싶지는 않았기에 다물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 가만히 있으면,

 

[자자, 다들 일단 진정하라고-?]

 

잔잔한 목소리가 방을 울렸다.

목소리의 주인인 오소마츠는 쵸로마츠의 어깨에 손을 얹고, 멱살을 잡고 있는 이치마츠의 손을 떼주었다.

[기분은 알겠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잖아? 카라마츠가 돌아오면 제일 먼저 뭘 한다고 그랬지?]

그렇게 말하며 미소를 지으며 모두의 얼굴을 둘러보는 오소마츠.

그의 말에 쵸로마츠, 이치마츠, 토도마츠 세 사람은 입을 다문다.

 

[쥬시마츠형....]

그때, 계속 잠자코 있던 좌측의 쥬시마츠가 말을 걸어왔다.

[저기, 카라마츠형 미안해. 전화 제대로 받질 않아서,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해. 밥그릇 던져서 미안해애]

내 눈을 보고 쥬시마츠가 그렇게 말했다.

그 말에 이어,

[-....나도 미안했어. 배가 나오기 전까지는 구하러 가야지 했었는데, 구하러 가질 않아서 미안]

[카라마츠형, 밤중에 꽃병 던져서 미안해]

[.........미안....]

그렇게 입을 모아 동생들이 사과의 말을 던졌다.

나는 눈을 꿈뻑이고만 있었다.

왜 사과하는 건가? 죽이고 싶어서 여러 가지 던진게 아닌 건가? 오히려 사과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닌가? 다시 돌아와서 미안하다고.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우고 갸웃거리고 있자, , 하고 머리 위로 손바닥이 올려진다.

고개를 들면 오소마츠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고 있었다. 시선을 맞추기 위해 그 자리에 웅크리고 앉는다.

[카라마츠. 너를 외롭게 둬서 정말 미안해. 우리들, 네가 실종되고 엄청 반성했어. 그러니 이제 멋대로 나가지 마, 형아 외로웠다고?]

그렇게 말하고는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 말에 맞춰 양팔에 매달려 있던 두 명의 끌어안는 힘이 강해졌다. 마치 이제 놓치지 않을 거야, 라고 말하는 듯했다. 쥬시마츠는 힘이 너무 세서 팔이 저릴 정도였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어도 조금도 브라더들이 하는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마치 나를 걱정하고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 그런 바보 같은. 나한테 그럴 가치는 없는데. 모두가 왜 그러는 건지 알 수 없다.

[알았지?]

하고 오소마츠가 되묻자, 의미는 모르겠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이는 게 좋을 것 같아 입을 반쯤 연 채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을 보고 오소마츠는 순각적으로 뭔가 복잡미묘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바로 언제나의 웃는 얼굴로 좋아! 라고 말했다.

[이제 카라마츠 풀어줘. 그리고 카라마츠, 나중에 부모님께 직접 전화해서 돌아왔다고 말씀드려. 엄청 걱정하셨으니까]

오소마츠의 말에 다들 해산한다.

살았다~, 역시 장남. 권력자의 말은 대단하군.

후우, 하고 크게 숨을 내쉬고 바닥에 시선을 떨구었을 때, 거기에 놓인 자신의 손등이 눈에 들어왔다.

물린 자국이 붉게 남아있다.

그 상처를 보고 나는 악마와의 거래를 떠올렸다.

좋아, 가급적 빨리 각자 원하는 걸 물어보고 들어줘야겠군.

내 시간은 앞으로 3개월밖에 없으니까 말야, 우물쭈물할 시간은 없다.

나는 아무도 모르게 슬쩍 기합을 넣어 주먹을 불끈 쥐었다.

 

 

 

 

 

 

 

 

 








바보같은 카라마츠ㅠㅠ

천사냐!!천사냐고!!!!!








NEW 소설!!

총 7페이지의 장편 소설인데

한번에 다 번역하려니 많아서

한페이지씩 번역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다들 굿나잇!!






뉴 소설이 하나 더 있는데

설정 번역하고 진빠져서

본편 번역을 아직 다 못했어요ㅠㅠㅠㅠ


마무리하면 바로 올려드리겠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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