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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미와 카라마츠의 기묘한 가출 이야기(前)

 

 

 

 

 

뜬금없지만, 이야미는 호러 영화에 내성이 있는 남자다.

아무리 무서운 명작호러 영화를 봐도, 공포심을 느끼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건 영화가 가짜라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우물에서 장발의 여성이 나타나는 영화를 봐도, 전기톱을 든 가면의 남성이 나오는 영화를 봐도, 아아, 흐응, 그래, 로 끝이다. 이런 시시한 반응을 보이는 게, 이야미라는 남자다.

깜놀 장면이 나와도, 하품을 하는 여유가 보일 정도로, 호러 영화에 냉정하다. 아마 그에겐 순수한 마음이란 게 없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이야미는 지금, 진심으로 간담이 서늘했다.

때는 자정을 넘은 시간. 슬슬 씻을까, 하던 찰나에 초인종이 울렸다. 이런 시간에 누구야. 방문 판매는 거절인데.

만약 그런 거라면, 잔뜩 욕을 해버려야지. 콧구멍을 부풀리며, [누구잔쓰] 하고, 현관문 너머에 있는 상대에게 말을 걸었지만, 반응이 없다.

장난인가? 짜증이 난 이야미는 도어 스코프를 확인하는 것이 귀찮아, 거칠게 현관문을 열어젖혔다.

 

[이런 시간에 뭘 팔려고 해도, 미는 한푼도 안 낼..............?]

 

문을 열자 보이는 한 남자에 깜짝 놀란다.

 

[.........이야미]

 

오해와 오해가 겹쳐 연인이 된 마츠노 카라마츠가 몸을 잔뜩 웅크린 채 문앞에 서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놀랄 일인데, 자기 얼굴을 보자마자 굵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해, 귀가 쫑긋 설 정도로 크게 놀란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어째서 카라마츠가 울고 있는 걸까. 게다가 어째서 파자마 차림에 맨발!?

 

[,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는데. .......아무것도. 이야미의 마음, 거짓말이 아닌데]

 

[하아? 느닷없이, 무슨 소리잔쓰?]

 

[오소마츠들은 바보다아아. 바보오오오!!!]

 

왈칵 울음을 터뜨리고 마는 카라마츠에, -!! 하고 이야미가 주변에 다 들릴 정도로 소리치며 높이 뛰어올랐다.

 

 

 

이야미와 카라마츠의 기묘한 가출 이야기(前)

 

 

 

[, 나는 이야미의 연인인데, 녀석들도, 알고 있, 훌쩍, 있으면서.....다들, 나보고 강간범, 이라느니, 동생을 덮친 최악의 형이라느니.....히끅, 이야미랑 헤어지라느니.....말하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열심히 설명한 카라마츠의 얘기는 이렇다.

평소와 다름없던 어느날, 사남이 카라마츠의 퍼펙트 패션을 입고 자기흉내를 내고 있었다고 한다. 지금까지 오자키 패션을 참아온 카라마츠였지만, 오랜만에 그걸 입고 오전내내 밖을 돌아다녔다. 그 탓에 카라마츠는 피곤해져 잠시 옷을 벗고 잠들었는데, 그 사이에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사남이 장남에게 들켜 곤란한 상황이라, 자신은 동생을 구해주려 사남의 옷을 입고 사남의 흉내를 낸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결국 엄청난 오해를 초래하고 말았다.

서로 갈팡질팡하는 사이, 차남이 사남을 덮치는 듯한 광경을 장남에게 들키고 만 것이다.

그 광경을 본 장남은 엄청난 표정을 지었고, 이치마츠는 자신이 당한 듯이, 우는 시늉을 해버려 순식간에 자신은 강간범이 되어버렸고, 형제들을 그걸 가지고 놀리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서는 무시까지 한다. 평소에도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원래 카라마츠는 겁쟁이에 울보다.

유리 멘탈이기에, 형제들의 놀림에 점점 마음이 꺾이기 시작한 것이다. 형제들도 나쁜 녀석들은 아니지만, 한번 분위기를 타면 질릴 때까지 그걸 즐기는 경향이 있다. 이번 경우가 바로 그것으로, 카라마츠는 꽤나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그리고 방금, 잠들기 전에 형제들이 그의 마음에 확실하게 치명타를 꽂아 버렸다.

 

[누가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강간범이랑 같이 자다니, 우리들 위험하잖아라고 했다. 거기까진 아직 괜찮았다. 카라마츠. 우리들 덮치지 말라고라며 웃었다. 그것도 괜찮았다. 하지만, 이야미랑은 끝이네. , 동생을 덮쳤으니까라는 말은 용서할 수 없었다. 절대로]

 

 

그게 농담이란 걸 알지만 용서할 수 없었던 카라마츠는, 벌떡 몸을 일으켜 반박했다.

그거랑 이거는 관계없지 않나. 이야미는 이유를 말하면 이해해줄 녀석이다. 무엇보다 나는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다.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형제들에게 그렇게 호소해도, [덮친 건 사실이잖아]라며 [끝이네 끝] 이라 말했다.

용서의 범위를 넘어선 카라마츠는 이불을 발로 걷어차며 자리에서 일어나 형제들에게 선언했다.

 

이제 너희들 따위 보고 싶지 않다!! 멋대로 말하라고! 어차피, 나는 최저인 남자에 강간범이니까!!

 

분한 나머지 눈물이 흘렀지만, 그것을 훔치는 것조차 잊고 카라마츠는 땅을 기는듯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나르시스트에 상냥하다 알려진 카라마츠가, 진심으로 화를 내고 있다는 걸 깨달은 토도마츠가 , 말이 심했어 미안해라며 사과했지만, 머리에 피가 끓은 카라마츠는 그것을 무시하고 방을 뛰쳐나왔다.

 

 

기다려 카라마츠형!!

 

쥬시마츠가 서둘러 뒤를 쫓아 카라마츠를 말리려 했지만, 카라마츠는 한번 화가 나면 금방 가라앉지 않는 타입이었다. 때문에 그를 막는 건 쥬시마츠에겐 어려운 일이었다.

 

이거 놔라!

 

한껏 고함을 쳐, 잡힌 팔을 뿌리치자, 잔뜩 움츠러든 동생이 보였다. 카라마츠는 조금 움찔했지만, 눈물을 머금고 쏜살같이 계단을 내려가 맨발로 집을 뛰쳐나왔다고 한다.

그리고 아무런 생각 없이 달리고 달려 도착한 곳이, 이야미의 아파트였다고.

 

[민폐라는 건 알지만.........달리 갈 곳도 없어서....]

 

그때의 상황을 떠올린 듯, 카라마츠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탁자에 얼굴을 묻었다.

그런 카라마츠를 본 이야미는, 한숨을 흘리며 상황은 대충 알겠다고 답한다. , 형제들끼리 싸워서 집을 뛰쳐나왔다는 거구만. 하지만, 설마하니 파자마 차림에 맨발로 자기가 사는 집에 뛰쳐들어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지만. 그렇게나 화가 났던 걸까.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카라마츠가 이렇게까지 울다니.

이야미가 아는 카라마츠는, 궁극의 긍정적 사나이다. 안쓰러운 모습을 보며 주변에서 뭐라고 해도, 형제들에게 무시당해도, 태연하게 행동했다. 특히 형제들을 무척이나 좋아하니까, 웬만해선 형제한테 화를 내거나, 울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지간히도 쌓였던 모양이다.

너무해, 녀석들 너무하다, 뭐가 강간범이냐. 뭐가 최저의 남자라는 거야. 어차피 나는 그런 사람이라며 놀리는 너희가 더 최악이지 않나, 라며 탁자를 쾅쾅 두드리는 카라마츠.

 

 

무엇보다 이야미와의 관계에 대한 말은 참을 수 없었다, 라고 말하는 카라마츠에 이야미는 두통이 일었다. 오해라고 해도 일단 자신들은 연인 관계이기 때문에, 카라마츠가 우는 이유를 모르는 건 아니다. 이야미가 자신을 원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그는, 자신에게 매우 헌신적이다. 그야말로 갸륵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카라마츠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있어, 헌신적으로 모든 것을 내어주는 타입이다.

 

- 그렇다면 이건, 위로를 해줘야 하는 상황인가?

아니아니, 친밀도를 올려서 어쩌겠다는 거야. 형제한테 목숨을 노려지고 있는 매일인데. 조금 잔소리라도 해둘까.

 

[그게 그렇게 울 일이 잔쓰? 내가 형제한테 언급된 정도로]

 

훌쩍이고 있던 카라마츠가 고개를 들었다.

빨갛게 충혈 된 눈을 한 연인에게, [네 일은 너만이 결정할 일이잔쓰] 예를 들자면, 형제들이 자신들의 관계를 바보취급 한다고 할지라도, 그건 형제들이 제멋대로 말하는 것일 뿐.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자신에게 달린 일이다. , 결정권은 카라마츠에게 있다는 것이다.

일일이 그런 일로 상처 받는다면, 몸이 남아나질 않을 것이다.

이야미는 살짝 한숨을 내쉬며, [어떻게 하고 싶잔쓰?] 라고, 그에게 자신들의 관계를 물었다.

잠깐 침묵하던 카라마츠는, 지금 이대로가 좋다고 답한다. 그런가, 그렇다면 그걸로 됐다. 결정권은 형제가 아닌 카라마츠, 그 자신에게 있으니까.

 

[그렇잔쓰? 네가 어떻게 하는지는 형제와는 관계없는 이야기잔쓰. 뭐어, 이번일은 조금 안 됐지만]

 

[그럼, 이야미는 믿어주는 건가. 내가 덮치지 않았다는 걸]

 

이런, 그것도 걱정하고 있었던 건가. 이야미는 정말 성가신 녀석이라며 어깨를 움츠렸다.

 

[울면서 거짓말을 할 정도로, 너는 재주가 없잔쓰. 이제 그만 울음을 그치라잔쓰. 이쪽이 미쳐버릴 것 같으니까]

 

최대한 밉살스럽게 말했지만, 카라마츠는 믿어준 것만으로 다시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얼마나 형제들에게 놀려졌으면 이러는 걸까. 자신에게 엄청난 살의를 내뿜으면서도, 이런 짓만 하니까 카라마츠도 형제들의 애정을 눈치 채지 못하는 것이다. 계급 최하층에 있는 불쌍한 녀석에게, 깊이 동정하는 바이다.

 

그럼, 이제 그만 울음을 그치면 돌아가라고 할까.

언제까지고 여기에 있으면, 자려해도 잘 수가 없으니까.

어차피 조만간 형제들이 이곳에 들이닥칠 것이다. 매정한 형제들이지만, 역시 이런 상태의 카라마츠를 내버려둘 정도의 배짱은 없다. 아마도.

 

그 뜻을 전하자, 카라마츠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곤, 절대 오지 않을 거라고 단언한 뒤, [그 녀석들은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라고 내뱉는다.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카라마츠는 진심으로 그들이 오지 않을 거라 말하는 듯하다. 게다가 자신은 더 이상 집에는 돌아가지 않을 거라 말하는 카라마츠에, 이야미는 눈이 뒤집힐 노릇이었다.

 

[이번 일은 절대 용서할 수 없다. I am really angry!]

 

왜 굳이 영어를 쓰는 거잔쓰, 라고 츳코미를 해야 하는 걸까.

 

[“그 때도 데리러 오지 않았다. 그러니 이번에도 그럴 거다. 오히려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 아아, 그래, 분명 그럴거다. 나 하나 줄었으니, 음식양도 늘어날 테고, 집도 이불도 넓어질 테니]

 

무엇보다 형제들은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믿어주지도 않았으니까.

잔뜩 분노하고 있는 카라마츠는, 그렇게 결론을 내리곤 절대 집으로 돌아가지 않을 거라 선언했다. 이른바, 가출 선언. 평소 화를 안 내는 사람이 화가 나면 매우 성가시다고 하던데, 맞는 말인 것 같다.

이렇게 되면, 카라마츠가 의지할 사람은 필연적으로 자신뿐이다. 무일푼에, 파자마 차림으로 자기 집에 왔다. 이것만 봐도, 앞으로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는 뻔했다.

 

[...........그러니까 이야미]

 

보라고! 아아, 정말! 형제싸움에 관계없는 날 끌어들이지 말라고!

하지만, 안 된다고 할 수도 없는 분위기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카라마츠에게, 안 된다고 하는 건 간단한 일이고, 불평을 늘어놓는 것도 쉽다. 하지만, 그 뒤가 문제다.

 

몇 번이나 말했지만, 카라마츠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있어 헌신적이다. 그 사람이 안돼, 라고 딱 잘라 거절한다면, 그야말로 모든 것에 절망해 괴물같은 울음소리를 터뜨릴게 틀림없다. 아니, 우는 건 둘째치고 무너질지도 모른다.

그런 광경을 마중 온 형제들이 보게 된다면, 엄청 귀찮은 일이 될 것이다.

 

(, 방에 불을 지를지도 모르잔쓰.....그 악마들이라면 가능해)

 

얼마전에 기습으로 집에 들이닥친 형제들에게 집이 엉망이 되고, 붕괴 직전에 빠진 적이 있었다. 몇 번이나 노숙자 신세가 된 적도 있어, 겨우 계약을 맺은 아파트를 잃을 수는 없다. 절대로.

 

[차를 가져오겠잔쓰]

 

차를 가져올 때까지, 얌전히 방에서 기다리라고 말했다.

그 주변에 침울한 기운이 감돌아, 이야미는 다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집에 보낼 거라고 생각하는 거겠지.

바보다. 그런 짓을 하면, 형제들과 부딪치게 될테니, 자신의 몸이 위험하지 않나! 그렇지 않아도, 연인 관계가 된 탓에 죽일 듯이 쳐다보는데.

이야미는 자신이 누구보다도 소중하고, 누구보다 사랑스럽다. 그렇기에, 형제들의 질투로 인한 화풀이에 부딪치는 건 질색이었다.

 

[너는 데리러 오지 않을 거라 했고, 미는 올 거라고 했잔쓰. 만약 미가 맞다면, 너의 가출은 여기서 디 엔드. 집에 돌아가기 싫잔쓰? 다시 끌려가고 싶은 거잔쓰까?]

 

[이야미. 그렇다면...]

 

[아아, 미는 너한테 맞는 옷을 갖고 있지 않잔쓰. 겨우, 그런 촌스러운 차림으로 밖에 나온 걸 후회하라잔쓰]

 

우효효효효효.

웃음소리와 함께 제멋대로 말하는 이야미에, 카라마츠는 눈물을 맺은 채 미소를 지었다. [얌전히 기다리겠다] 라고 답하는 카라마츠에, 이야미는 어이가 없다.

어째서 이 남자는, 자신의 비아냥거림을 알아채지 못하는 걸까.

 

[폐를 끼쳐서 미안하군]

 

새삼스럽게 사과를 건네는 카라마츠. 아마 그는 이제부터 계속해서 사과를 할테니, 그러기 전에 비아냥거리는 투로 적당히 말해두자.

 

[민폐란 걸 알면, 그냥 가만히 그 민폐를 만끽하라잔쓰. 민폐인 걸 알면서 계속해서 사과하는 게 오히려 더 민폐잔쓰]

 

[그런가. 그럼, 더는 사과하지 않겠다. 이야미는 상냥하군]

 

정말이지,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남자다.

이야미는 이마를 짚으면서, 장롱에 넣어둔 차키를 꺼냈다.

 

 

 

 

◇◆◇

 

 

 

애인이 생겨서 정말이지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폰코츠 남자에게 휘둘리고, 여섯 쌍둥이 악마에게 질투당하고, 우편함에는 매일같이 불행의 편지가 들어있고. 급기야 형제싸움에 휘말려 가출소년의 보호까지 하게 되었다.

어째서 이렇게 된 걸까, 이야미는 핸들을 돌리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조수석에 앉은 폰코츠 남자를 흘끗 쳐다본다.

거기 있는 건, 자켓을 걸친 카라마츠. 아무래도 파자마 차림으론 이목을 끌테니, 자기 옷을 빌려줬는데, 이 무슨 언밸런스함인가. 맨발로 나가는 것도 좀 그래서, 적당히 샌들을 신겨서 그런지 더 언밸런스.

그나마 밤이니까 돌아다니지, 낮이었으면 주목을 받는 건 물론이고, 이상한 취급마저 당할 것이다.

 

 

아아, 한숨밖에 안 나온다.

뭐가 날 그렇게 한숨 쉬게 만드는가 하면, 옆에 낮은 남자의 기분이 매우 나빠보이는 게 그 이유다. 아마도 형제싸움을 다시 떠올린 건지, 팔짱을 끼고 눈썹을 잔뜩 치켜올리고 있다.

 

[나는 강간범이 아냐]

 

남자를 상대로 그러겠냐, 라며 혀를 차는 카라마츠에, 이야미는 한마디 하고 싶어졌다. 자신들의 관계는, 아마도 그가 말하는 남자 상대의 관계다.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치만 일단은 잠자코 있을까. 이야미는 브레이크를 밟으며, 빨간불이 된 신호를 멍하니 바라본다.

 

[그러고 보니, 이야미 대체 어딜 가는 건가?]

 

분노에서 정신을 차린 카라마츠가 말을 걸어왔다.

 

[네 말을 빌리자면, 노 플랜잔쓰. 뭐어, 일단은 편의점?]

 

어째선가, 라고 묻는 카라마츠의 배가 울렸다.

아아, 예상대로다.

시간도 시간이고, 울고, 화내고, 달린 탓에 몸도 마음도 잔뜩 지쳤을테니, 분명 배가 고플 거라고 생각했다. 기분이 나쁜 것도, 아마 공복인 탓도 있겠지.

 

[아아, 그래주면 고맙겠군]

 

쑥쓰러운 듯이 중얼거리는 카라마츠에, [나중에 갚으라잔쓰].

지갑조차 갖고 있지 않는 남자에게, 어쩔 수 없으니 이번엔 사주겠다고 전했다.

 

 

 

쓸데없는 얘기는 그만두고, 적당히 근처에 있는 편의점에 도착한 이야미는, 이상한 복장을 한 카라마츠와 가게에 들어갔다. 다행스럽게도 손님은 별로 없었지만, 젊은 남자점원이 자신들을 의아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걸 깨닫지 못한 카라마츠는, 컵라면 코너에서 발길을 멈추고, 신작 컵라면에 정신을 쏟고 있었다. 분위기를 파악한 이야미는, 재빨리 그걸 바구니에 담고, 자신의 몫도 골라 담았다.

계산대에서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담아주자, 그것을 들고 차로 돌아가 먹었다. 반찬 겸으로 산 카라아게도 입에 넣고, 사이좋게 야식을 나눠먹었다.

 

[맛있군. 정말 맛있다. 오늘은 한층 더 컵라면과 카라아게가 맛있군]

 

[그야 배고팠으니까 그렇잔쓰. 아까까지 울고있었으면서, 이젠 실실거리고 웃다니 정말 바쁜놈이잔쓰]

 

이야미의 툴툴거림에도, 카라마츠는 맛있으니 어쩔 수 없다며 웃는 얼굴로 라면을 홀짝였다.

 

[이야미한테 가서 다행이로군. 안 그랬다면, 나는 고독한 시간을 보냈을 거다. 정적과 고독을 사랑하는 나지만, 오늘은, 그 뭐냐......혼자는 마음이 약해질 것만 같았으니까]

 

역시나 바쁜 녀석이라고, 이야미는 생각했다.

맛있다고 말하는 주제에, 다시 근심어린 표정을 하고 있다.

어지간히도 형제싸움이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다. 이야미가 예상하기에, 지금 카라마츠는 형제를 믿지 못하는 것에 침체된 기분 반, 놀린 형제들을 향한 분노 반, 일 것이다.

 

[뭐가 정적과 고독을 사랑한다는 거잔쓰. 혼자 있는 건 싫은 주제에]

 

혼자, 이른바 정적과 고독을 사랑한다는 건, 자신같은 남자를 가리킨다.

카라마츠는 진짜 고독에 빠진 적이 없겠지. 여섯 쌍둥이의 형제인 그의 옆에는, 늘 누군가가 곁에 있었다. 형제싸움이 일어난 것도, 형제가 있기 때문.

그런데 정적과 고독을 사랑한다, 라니 잘도 말한다.

 

[이제 돌아가고 싶어졌잔쓰?]

 

그렇게 묻자, 카라마츠는 불만스러운 듯 코를 흥하고 차며, [싫다], 녀석들을 만나고 싶지 않다, 라 답했다.

여전히 가출선언을 철회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이제 첫날이니 그렇겠지.

 

야식을 다 먹은 이야미는 차를 다시 출발시켰다.

카라마츠에게 말한대로, 집을 나온 건 좋았으나, 정말 노 플랜이었다. 예정도 뭣도 없이 그냥 차를 몰고 있는 상태이다. 어딘가에 가고 싶다, 라고 요청이라도 하면, 그곳으로 갈텐데, 조수석에 앉은 남자의 주장은,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소리뿐.

1시간이나 달려온 탓에, 잠이 쏟아지기 시작한 카라마츠를 보니, 머리를 쥐어박고 싶어진다.

 

[정말이지, 사람을 휘말리게 해놓고 좋은 배짱이잔쓰!]

 

그렇다고 집에 있으면, 2차 형제싸움이 일어날 테고, 방은 엉망이 될 것이다. 아파트의 해약만은 절대 피하고 싶은 이야미였다.

행운인지 불행인지, 수장쩍은 일자리를 구해, 지금은 돈이 조금 있는 상태이다. 어딘가에 대충 묵으면 되겠지.

 

[형제들이 필요로 하지 않는다, 라니. 녀석의 기준은 필요에 좌우되고 있으니 귀찮잔쓰]

 

사귀기 시작했을 때부터 그랬다.

카라마츠의 기준은 항상, 자신이 필요한가 아닌가의 여부였다. 이야미가 자신을 필요로 하니까 목숨을 다해 헌신한다. 상대에게 맞춘다. 사랑하려 노력한다.

어찌보면 사이코패스적인 노력이라 생각하겠지만, 어딘가 위화감이 느껴진다. 만약 필요가 없어지게 되면, 자신한테서 떠나가는 건가? 이 남자는.

 

[그렇다면, 아무도 그를 필요로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거잔쓰? 카라마츠]

 

자신의 인생이니까, 필요하고 뭐고간에, 스스로 좋을대로 살면 된다. 이야미는 그렇게 멋대로 인생을 살아왔다. 혼자가 되더라도, 좋을대로 살아왔다.

그래서 그는 카라마츠의 기분을 공감하지 못한다.

아무도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된다면, 너는 어떻게 살아갈 건가, 라는 의문뿐이다.

 

[죽으라고 하면, 너는 죽을 거잔쓰?]

 

그라면 웃으면서 죽을 것 같다. 그건 묘하게 화가 났다. 남이 내게 죽으라고 한다니...........

 

[뭐어, 미하고는 관계없는 얘기잔쓰]

 

, 하고 코를 울린 이야미는, 무방비하게 잠든 남자를 힐끔 쳐다본다.

길가에 차를 주차시킨 이야미는, 조수석에 쭉 늘어져 속살까지 훤히 보인 채로 잠든 남자에게 자신의 윗도리를 벗어 덮어주었다.

그래, 상관없는 얘기다. 정말 상관없는 얘기다.

 

[미는 너와 달리 누군가에게 필요로 한 존재가 되고 싶지 않잔쓰]

 

이번이 처음이다.

진심으로 필요로 하는 이에게 의존한다, 라니. 그래서인지 그의 마음에 전혀 공감할 수 없다.

늘상 뱉는 비아냥거림은, 이젠 거의 자조하는 말에 가까워져버려, 이야미는 깊은 한숨을 내쉰다.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면서, 이젠 어디로 갈까, 고민한다. 새벽즈음에 집에 돌아가도 좋고, 잠든 남자를 마츠노가 앞에 버려두고 가는 것도 좋고, 가출소년에게 어울려주는 것도 좋고, 뭐어, 선택사항은 이 정도인가.

 

[바보같은 얼굴이잔쓰]

 

어쩔까 망설이는 자신에게 화가 나서, 화풀이 겸 고른 숨소리를 내고 있는 카라마츠에게 괜히 욕을 내뱉는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아무것도 모르고 행복하게 잠에 빠져있다.

 

 

 

결국, 이야미가 내린 결론은 가출소년에게 어울려주는 것이었다.

새벽에 집에 돌아갔다가 형제들과 마주하면 낭패이기도 하고, 마츠노가에 버리고 가는 것도, 아마 마찬가지로 지옥을 보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득을 볼 최선을 선택을 해야겠지.

결론을 내린 즉시, 갈 곳도 정했다. 가출을 한다면 제대로 하는 게, 카라마츠의 기분도 풀릴 것이다.

 

[산에 간다고? 어디의?]

 

깨어난 카라마츠와 편의점에서 산 주먹밥을 먹으면서, 이야미는 목적지를 말했다.

근처에 산이 있는데, 거기에 값싼 민박이 있다. 그곳을 거점으로, 앞으로의 일을 얘기할 생각이다. 가출했을 경우, 집 근처에 있어서는 절대 안 된다. 어디선가 분명 카라마츠의 지인을 만나게 될 것이다. 물론, 형제들도.

단순한 카라마츠는, 그것도 그렇군, 하고 납득하고는 산에 가자며 미소를 지었다.

 

[이야미와 함께라면 어디든 즐거울 것 같군. 산에 가면 뭘 할 건가? 곤충 채집?]

 

발상이 초등학생 수준이다. 놀러가는 게 아닌데.

오히려, 무엇을 할지는 스스로 정해야 하는 게 아닌가. 카라마츠여.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그 전에 시내에 갈 거잔쓰] 라고 말하는 이야미. 멍한 카라마츠에게, 그 꼴 더는 못 봐주겠다며 지적한다.

 

[오오, 그러고 보니 난 파자마 차림이었군. 이건 역시 좀 그렇겠지. -......이야미]

 

[너는 미에게 얼마나 빚을 질 생각이잔쓰]

 

정말이지 성가신 연인이다, 라며 불만을 토하면, [이야미. 멋있다고!] 같은 남잔데도 반할 것 같군, 이라 덧붙인 카라마츠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보였다.

이야미는 조금도 기쁘지 않았기에, 머리를 손으로 툭 쳤다.

 

 

 

 

시내까지 1시간, 거기서 카라마츠의 옷을 사는 동안, 이야미의 피곤함은 정점을 찍고 있었다.

밤새도록 운전을 한 탓에 몸이 지친 모양이다. 그걸 알아챈 카라마츠가 자신이 운전하겠다고 했지만, 지금 그는 면허증을 안 가지고 있었다. 경찰에 걸리면, 그 자리에서 벌금이다.

아무래도 졸음을 이길 수가 없어, 이야미는 결국 어딘가에서 쉬기로 한다. 발을 뻗고 편하게 자고 싶었지만, 차에서는 불가능하다. 아마 넷카페 같은 게 적당할 것 같은데...

 

[, 이야미. 호텔이 있다. 저기라면 침대도 있으니까, 편히 쉴 수 있을 거다!]

 

[호텔? 비싸서 안 되잔쓰]

 

[그런가. 그치만, 일반 호텔보다 싼 것 같다. 우리들 관계라면 들어갈 수 있을 것 같고]

 

 

우리들 관계라면 들어갈 수 있다고?

이야미는 불길한 느낌을 느꼈다. 우리 관계라면, 호텔에 들어갈 수 있다라니. 설마.

예감은 적중했다. 카라마츠가 보고 있던 호텔은, 러브호텔이었다. 아침이든 낮이든 밤이든 관계없이, 야릇한 짓을 할 수 있는, 그 호텔.

차에서 내린 이야미는, 볼과 눈썹을 한껏 경련시키기 시작했다.

 

[, 거긴........자는 곳이 아니잔쓰]

 

아니, 자긴 자지만.

그럼 여기가 적당하겠군! .........적당하지 않다고!

파자마에서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은 카라마츠에게 항의를 했지만, 그는 의아한 듯이, 그런 건 알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근처에 넷카페도 없어 보이잖나. 괜찮다, 나는 믿는다고. 이야미는 신사적인 남자니까! 그리고, 미안하지만 아직 네게 연심이 생기질 않아서 말이다. 그런류의 스킨십은....조금 이르군]

 

[왜 내가 꾀어낸 듯한 흐름이 된 거잔쓰! 미는 여자가 좋잔쓰!!]

 

[나도 여자가 좋다. 귀여운 여자는 정의이자, 죄라고도 하니까 말야! 마음이 맞는군!]

 

아하하하, 하고 웃은 카라마츠는, 여기서 쉬자며 호텔을 가리켰다.

괜찮다. 나는 믿는다. 이야미는 신사적인 남자니까, 자신을 덮치는 짓은 하지 않는다!

같은 바보스런 소리를 하는 폰코츠 남자에, 주먹을 한방 먹여준다. 덮치겠냐.

하지만 여전히 수마는 이야미를 덮쳐오고 있었다. 연신 하품을 내뱉자, [봐라, 피곤하잖나]

라며 카라마츠가 볼을 부풀린다.

 

[선택지는 내가 운전하거나, 여기서 쉬거나 두 개뿐이다, 이야미]

 

[하아아아아암. 여기가 동네에서 멀어서 다행이잔쓰. 치비타한테라도 들켰으면, 소문이 났을 거잔쓰요]

 

호텔 앞에서 가만히 서서 카라마츠와 이야기하고 있으니, 이거야말로 차가운 눈빛을 받을 것 같아, 몇 번이나 주변을 확인하고 이야미는 종종 걸음으로 러브호텔로 들어갔다. 운이 좋았던지, 호텔의 체크인은 기계로 하는 거였다.

적당히 방을 고르고, 빨리 쉬기 위해 방으로 올라갔다.

 

[뭔가, 거울이 가득한 방이로군. 그런 플레이를 즐기는 방인가. 이야미, 매니악한 취향이로군]

 

[적당히 선택한 결과가, 거울방이었던 것뿐이잔쓰. 쓸데없는 오해 말고, 얼른 자잔쓰]

 

크게 하품을 한 이야미의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렸다.

아무래도 전화가 온 모양이다. 누구지.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받으면, 까고있네 임마-!

하고 인사대신 고함소리가 들려온다. 목소리의 주인이 누군지는, 이 대사만으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이야미, 지금 어디냐! 어딘가의 바보 여섯쌍둥이가 형제를 찾는다고 몰려왔는데!

 

 

아무래도 피해자가 나온 모양이다.

치비타가 어디에 있냐며 꽥꽥 소리를 지른다. 아아, 자신 이외에 형제싸움에 휘말린 인간이 있다니. 이야미는 깊이 동정했다.

 

네녀석 어딨냐고!!

 

짜증을 한껏 내는 치비타에, [여기있잔쓰] 라고 답한다.

그냥 아파트에 없다는 것만 전한다. 하지만 상대는 그런 건 알고 있으니, 어디에 있는지나 말하라며 성을 냈다. 안 그러면, 눈앞의 여섯 쌍둥이가 물러나지 않을 거라면서.

카라마츠를 흘끗 쳐다보자, 노골적으로 불쾌한 얼굴을 하고 있다. 아무래도 들린 모양이다.

 

내놔, 치비타!하고, 다른 이의 목소리가 섞여든다. 오소마츠인 것 같다.

 

 

이야미, 거기 카라마츠 있지? 바꿔줘

 

[-..........]

 

제발 부탁할게. 동생들이 징징거려서 못 견디겠다고. 너희들 어디 있어?

 

답할 틈도 없이, 카라마츠가 폰을 뺏아갔다.

오야? 형제들 얘기에 마음이 풀린건가, 했더니, [어디에 있든 무슨 상관인가!] 라며 카라마츠가 소리쳤다. 아주 방이 떠나갈 정도로 큰 소리였다.

카라마츠의 분노는 아직 식지 않은 건지, 너희들과는 상관없다며 오소마츠를 내쳐버렸다. 오히려 강간범인 형제가 없어져 속시원하지 않나, 라며 비아냥거리기까지 했다.

희미하게 스마트포네서 오소마츠와 다른 형제들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안타깝게도 이야미의 귀까지 닿지 않았다. 어차피, 돌아와, 같은 말일테지만.

 

 

, 잠깐, 진정하라고 카라마츠. 속시원하다느니 그런 생각할 리가 없잖아. 동생들 완전 울상이라고. 특히 아래 3명이....뛰쳐나간 널 걱정하며 찾고 있어

 

[거짓말. 못 믿겠다]

 

, 카라마츠으. 진짜라니까. 아아....쥬시마츠. 울지 말라고. 이제 곧 카라마츠 올테니까. , 믿어달라고. 쵸로마츠가 지금, 동생들 달래느라 엄청 바쁘다니까

 

[오소마츠들도 내 말을 믿지 않았잖나. 내가 그렇게나 아니라고 했는데! 그냥 내버려둬라. 이쪽은 바쁘다. 지금부터 잘거니까!]

 

.......불길한 예감이 든다.

막아야 하는 걸까, 아니, 막아야 한다. 뭔가 자신에게 불행이 닥칠 것만 갔다고, 이 예감은!

 

바쁘다니, 너 어딘데?

 

[어차피 믿지도 않을 거잖나. 우리들이 러브호텔에 있다고 해도]

 

하아!? , 러브호텔!? , 이치마츠. 거품 물지 말라고. 쵸로마츠, 이치마츠 쓰러진다!!

 

[봐라, 못 믿잖아! 말해두겠지만, 진짜니까! 지금, 거울이 가득한 방에 있다. 천장도 바닥도 거울이 잔뜩인 방! 이야미의 취향이 좀 매니악하지만, 나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런 옹호는 필요없다고 생각합니다. 카라마츠씨.

 

[그러니까 방은 적당히 고른 거라고....미가 말했는데]

 

이야미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끝도 없이 성가신 일을 만들어내는 여섯 쌍둥이다. 역시 악마의 자식 중 한명.

엄청난 발언에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어버렸다. 그런 이야미를 뒤로 한 채, 카라마츠는 열심히 방의 특징을 설명하며, 지금부터 잘 거라는 말을 해댔다.

 

, 잠깐만, 너무 이르잖아! 형아가 잘못했어. 진짜진짜 미안하니까, 제발 그것만은!!

 

[이야미는 나를 믿어줬다. 그리고 자기 일은 스스로 결정하는 거라고 말해줬다. 내가 이런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고 한다면, 그걸로 좋다고 말해줬다. 결정권은 늘 내게 있다고 알려줬다. 이야미는 멋진 사나이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 또 호감도를 올렸겠다 망할 이야미이이이이-!!!!!

 

[그럼, 나는 안 돌아갈거니까. 마미한테 잘 전해달라고!]

 

전화를 끊은 카라마츠가 거칠게 휴대폰의 전원을 꺼버리고, 침대에 핸드폰을 날린다. [이걸로 됐다] 이제 방해받지 않아, 라며 이야미를 보며 웃는 카라마츠.

 

[형제가 폐를 끼쳐 미안하다. 안심하고 자자]

 

[........무슨 짓을 한 거잔쓰..]

 

확실하게 사망 플래그가 섰지만.

관자놀이에 핏대를 세운 저를, 웃으며 바라보는 카라마츠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어딘가 우는 듯하면서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그런 얼굴이다.

카라마츠는 그걸 숨기려는 듯 푹신한 침대에 파고들고는, 내게도 자라며 말을 건네왔다. 시간까지 부드러운 이불에서 쉬자는 말도 덧붙이면서.

 

어쩔 수 없이 이야미도 침대에 파고든다. 아까까지 그를 덮쳐오던 수마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어딘가의 누군가 때문에.

거울방이 자신들의 모습을 비춘다. 천장에 비친 침대에는 아저씨 한명과, 자신의 얼굴을 숨기려는 듯 고개를 파묻고 잠자는 청년 한명.

옆의 벽, 아니 거울에 비친 카라마츠의 얼굴에, 이야미는 몇 번째인지 모를 한숨을 또 다시 내쉰다.

 

[울 정도라면, 빨리 형제들한테 돌아가라잔쓰]

 

돌아갈 수 없어서 우는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 우는 건지.

어떤 이유로든, 카라마츠가 가출한 의사는 단단히 굳어버린 것 같다. 거기에 어울린 자신도 엄청난 바보지만.

이야미는 어깨를 떨고 있는 카라마츠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잠시 등을 토닥여주려 상체를 일으켰다

그의 토닥임은, 카라마츠가 잠들 때까지 계속 되었다.

 

 







다음이 끝이네여

다음편이 마지막인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마지막 업로드가 다음으로 끝입니다 'ㅂ'


다음편도 조만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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