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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24화 뒷이야기 망상소설*

















가장 먼저 나간 건 쵸로마츠.

솔직히 취직한다면 네가 제일 먼저 될 거라고 생각은 했어. 그렇게 취활 어필을 해대더니, 결국 해냈구나. 이제 와서 이런 말해도 이미 늦었겠지만, 역시 형으로서 좀 더 제대로 축하해줬어야 했는데. 카라마츠가 내 대신에 잔뜩 축하해준 것 같던데, 고생이 많았네.

하지만, 미안.... 그때의 나는 그럴 여유가 없었어.

쵸로마츠가 취직한 건 물론 축하해야 마땅한 일이란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친가에서 나가버리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인 걸. 우리들 여섯 쌍둥이잖아. 평생 함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야? 쵸로마츠는 잔소리쟁이에 자의식 라이징이나 해대는 동생이지만......그래도 나가버리면, 쓸쓸하다고.

 

 

 

알아. 나도 안다고.

 

취직해서 자립하다니, 좋은 일이지. 굉장한 성장이고.

이 세상을 살아가려면 일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가 없으니까.

 

 

...하지만, 알잖아. 형아 바보인 거.

평생을 함께 바보처럼 뒹굴며, 아무 생각도 않고 그렇게 여태처럼 살아갈 거라고 믿어왔어. 그런 거, 언젠가는 끝나버릴 게 당연한데 말이야.

도중에 쥬시마츠가 몇 번인가 내게 부딪혔잖아? 솔직히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쥬시마츠는 나도 대화에 끼어들게 만들려고 했던 걸지도 몰라. 하지만 여유가 없었던 나는 완전히 열 받아서 있는 힘껏 쥬시마츠를 발로 차버렸어. 완전히 분풀이였어. 쥬시마츠가 시끄럽고 정신없게 구는 건 늘상 있는 일인데 말이야. 원래라면 쵸로마츠를 진심을 다해 축하해주는 게 당연한 건데.....

 

내 마음이 계속 방해를 했어.

 

동생한테 분풀이를 하다니, 나 완전 최악이네.

그 후, 카라마츠는 내 뺨을 주먹으로 힘껏 내리치곤, 꽥꽥 소리를 질러대는 나를 무시하고서 멱살을 부여잡아 밖으로 끌고 나갔어. 솔직히 카라마츠가 그렇게 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생각해. 카라마츠가 말려주지 않았다면, 무슨 짓을 했을지 모르니까. 나도 날 잘 모르겠는 걸.

 

싸늘한 밤공기를 느끼자마자 카라마츠가 내 멱살을 힘껏 위로 들어올렸어.

그리곤,

 

[오소마츠. 적당히 해라. 아까부터 뭐가 그렇게 불만인가]

 

머리에 피가 솟구쳐있던 나는 밖으로 나오자마자 단숨에 식어버려, 겨우 정상적인 사고가 가능하게 됐어. 그리고 자기혐오감에 빠졌지.

 

 

 

.....뭔가 이제 형아 글러먹었는지도 모르겠네.

생기 없는 눈으로 카라마츠를 올려다보자, 예상대로 잔뜩 화가 나있었어. 카라마츠가 진심으로 폭발하다니, 드문 일이지만 당연하겠지.

, 동생이 다치는 걸 제일 싫어하니까. 형아니까 다 안다고.

 

[지금은 쥬시마츠도 잘못했지만 그렇게 세게 찰 필요는 없지 않나. 해도 될 일이 있고 안 되는 일이 있는 거다, 오소마츠]

[안다고.......내가 잘못했어. 머리 좀 식히고 올게.....]

 

그런 짧은 대화를 나누고 나는 멱살을 잡은 손을 거칠게 뿌리치고 신발도 신지 않은 채 그대로 집에서 벗어났어. 카라마츠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어.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지 않았으니까 아마도 내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켜보고 있었겠지.

 

 

미안해.

아무래도 지금의 나로는 분위기를 나쁘게 만들 뿐이야. 역시 너희들끼리 쵸로마츠를 축하해줘.

나는 오랫동안 밖을 멍하니 돌아다니다, 집에 불이 다 꺼지고서야 돌아왔어.

 

 

 

 

 

 

 

 

쵸로마츠를 배웅해야 할 날이 결국 다가왔어.

지금쯤, 집앞에는 나를 제외한 가족들이 쵸로마츠와 이별을 나누고 있겠지. 나는 배웅하러 나가지 않고, 혼자 2층 방에 남아 있었어. 어제 그렇게나 최악의 분위기를 만든 내가 오늘 무슨 낯짝으로 나가겠어. 제대로 배웅을 할 자신이 없었어. 게다가 이별의 말을 쵸로마츠 입으로 직접 듣다니, 그야말로 더는 집에 돌아오지 않는 것만 같아서 불안했어.

정말 겁쟁이네, . 형아 자격 실격이야.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뭔가 퍽하고 내 뒤통수를 있는 힘껏 후려갈겼어. 나는 쥬시마츠 때와 마찬가지로 바로 열이 받아서, 휙 뒤를 돌아봤더니 거기에 있던 건 막내인 토도마츠였어.

 

[이 망할 장남!! 왜 쵸로마츠형 배웅하러 안 나온 거야!! 이제 못 만난다고!!!]

[아앙!? 무슨 짓이야!! 아프잖아 임마!!]

[이익!!]

 

나는 주저하지 않고 토도마츠의 얼굴을 갈겼어. 내 마음도 모르면서 멋대로 지껄이지 말라고!!

큰소리를 내며 토도마츠가 뒤로 벌러덩 자빠졌어. 그 소리에 나는 무의식적으로 토도마츠를 때려버린 걸 깨달았어. , 또 동생을 상처 입혔어. 녀석들한테 잘못은 없는데. 어떻게 할 수 없는 이 상황에 나는 다시 자기 혐오감에 빠졌어.

아마, 카라마츠가 이걸 본다면 또 엄청 화내겠지.

 

[이제 나한테 상관하지 마!! 내버려 두라고!!]

 

더는 동생을 상처 입히고 싶지 않아서,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을 내뱉었어. 나는 나자빠진 토도마츠를 내버려두고 도망치듯 방을 뛰쳐나왔어. 기적적으로 그 누구와도 마주치지 않고, 다급히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왔어.

밖으로 나왔지만 파칭코도 경마도 갈 기력이 없어서, 그날은 근처 공원 벤치에서 밤이 될 때까지 시간을 멍하니 보냈어.

 

 

 

 

 

이러니저러니 해서 쵸로마츠의 뒤를 따르듯, 토도마츠, 카라마츠, 쥬시마츠, 이치마츠가 차례로 집을 나가기 시작했어.

어느새 집에는 나 혼자만 남겨졌어.

 

 

 

쵸로마츠가 나가버린 시점에서 사실 조금 예상은 했어. 이러다 다들 나가버리는 게 아닌가, 하고.

그렇게나 시끌벅적하던 집이 거짓말처럼 조용해졌어. 당연하겠지. 집에는 이제 나뿐인 걸. 혼자는 쓸쓸하다는 걸 다시금 온몸으로 실감했어.

밥을 먹을 땐 탁자에 6명이 빙 둘러 앉아 밥을 먹었었는데. 딱히 대화를 나누진 않았지만, 그래도 나는 그게 좋았어. 잘 때도 6인용 이불밖에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그걸 깔고 누웠는데, 정말 쓸데없이 넓더라. 뭔가 도무지 진정되질 않아서 평소 자던 위치에서 자려고 다시 누워봤는데....역시 너무 춥고 허전했어. 목욕탕도 혼자 가려니 뭔가 좀 그래서, 집에 있는 욕실을 쓰게 됐어. 그렇게 내 생활은 점차 바뀌기 시작했어. 그렇게 바보처럼 수시로 드나들던 파칭코나 경마도 뭔가 의미 없게 느껴지고 재미가 없어서 최근에는 아예 가질 않게 됐어. 아무것도 할 의욕이 안 나서, 대부분의 시간을 지붕에서 멍하니 하늘을 보며 지내게 됐어. 하늘을 천천히 헤엄치는 구름을 바라보고 있으면, 어느새 밤이 되곤 했어.

 

 

요 근래 나는 계속 이런 생활을 해왔어.

 

 

 

 

거실에 걸린 아카츠카 선생의 사진을 올려다보며,

이걸로 됐다, 고 그렇게 생각했어.

 

 

아무도 집에 돌아오질 않는 걸 봐선, 아무래도 각자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는 것 같아. 다들 열심히 일하고 있는 걸까.......하지만, 역시 좀 더 녀석들과 바보처럼 시끌벅적하게 살고 싶었어. 외동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역시 난 너희들과..........

 

점점 슬픈 감정이 흘러넘치기 시작했어.

 

 

......이제 더는 6명이서 같은 파카를 입을 일은 없는 걸까.

 

 

 

하지만 이걸로 된 거겠지. 아카츠카 선생.

 

 

 

 

 

.

 

다다미 위에 눈물이 떨어져 만들어낸 얼룩에, 나는 울고 있음을 깨닫고 파카 소매로 눈가를 거칠게 닦았어. 소매에 스며든 눈물이 옷을 짙은 붉은빛 바뀌어 마치 피처럼 보였어.

 

 

이걸로 된 거야.

살아가기 위해선 취직하지 않으면 안돼.

옛날에는 니트여도 6명이서 서로 도와가며 살면 되겠지, 라고 말했지만.

역시 무리겠지.

그래.

이거면 된 거야.

애초에 내 고집 때문에 녀석들의 인생을 망칠 수는 없으니까.

 

 

 

이걸로.............이걸로 된 거야.

 

 

 

 

 

 

 

 

 

[오소마츠, 편지가 왔단다]

 

 

엄마가 내 이름을 불렀다.

엄마에게 울었다는 걸 들키고 싶지 않아서, 가능한 무표정을 유지하며 뒤를 돌아봤다.

 

 

 

 

 

 

 

그로부터 2. 시간이란 무심히도 빠르게 흘렀다.

쵸로마츠는 흔들리는 열차에 몸을 맡기며 본가로 향했다.

2년이란 시간 동안 일도 어느 정도 익숙해졌고, 점점 작업도 안정되어 갔다. 타인과 관계를 쌓는 건 여전히 어렵지만, 어떻게든 열심히 해나갔다.

본가로 향하는 이유는, 드물게도 기적적으로 다른 형제들과 장기휴일이 겹치게 되어 함께 집에 가자는 얘기가 나와서다. 나는 대략 일주일가량의 휴가가 떨어졌다.

형제들과 2년만의 재회에 기대감으로 가슴이 도무지 진정되질 않았다.

 

나는 제일 처음 집을 나와서 자세한 사정은 잘 몰랐는데, 엄마의 연락으로 오소마츠형 이외의 형제들이 내 뒤를 따르듯 집을 나갔다는 걸 알게 됐다.

다들 무사히 자립이랑 취직한 걸까........ 오소마츠은 뭘 하고 지내려나. 글러먹은 장남이니까 아직 니트인 채로 있겠지. 오랜만에 만나는 거지만 가면 엄하게 잔소리를 퍼부어줘야지. 취직을 좀 더 제대로 권해봐야겠어.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집 근처의 역인 아카츠카역에 전차가 멈췄다. 문이 열리고, 초록색 가방을 등에 짊어지며 전차에서 내렸다. 빨리 모두를 만나고 싶어 나는 발을 재촉해 개찰구로 향했다.

 

 

그리운 집앞에 도착하자, 카라마츠, 이치마츠, 쥬시마츠, 토도마츠와 마주쳤다. 굉장한 타이밍에 무심코 웃음이 터져나왔다. 여섯 쌍둥이는 무슨 짓을 해도 여섯 쌍둥이구나, 하고 실감했다. 마치 짠 듯이 타이밍이 이렇게 맞다니.

얼마만이야. ....뭔가 그립네.

 

 

[역시 여섯 쌍둥이네. 집에 오는 타이밍이 같다니]

[!! 쵸로마츠형이다아---------!!!!!]

 

내 목소리에 바로 반응한 쥬시마츠가 반가운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 그 말에 카라마츠가 날 바라보았다.

 

[오랜만이군 쵸로마츠!! 잘 지냈는가?]

[물론이지. 카라마츠도 잘 지내는 것 같아 보여서 다행이네. 다른 애들도]

 

카라마츠한테 시선을 돌리며 이치마츠, 쥬시마츠, 토도마츠를 차례로 바라봤다. 그러자 토도마츠가 반가운 듯 고개를 내밀고 나를 바라봤다.

 

[어라-? 쵸로마츠형 뭔가 어른스러워진 것 같네-]

[? 그런가? 아니 그보다 우리 원래 어른이었거든?]

 

이런 시답잖은 대화도 정말 오랜만이다. 혼자 살고부터는 당연하지만 이런 대화는 좀처럼 하질 않았으니까 말이지-.

 

[.......그보다, 집에 안 들어갈 거야?]

 

이치마츠가 우리들을 보며 말했다. 그러자 토도마츠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하지만, 뭔가 들어가려니 긴장되는 걸]

[- 이해해. 너무 오랜만이라서 그런지 좀 망설여지네]

 

나도 그 말에 수긍했다.

 

[...........뭐어, 나도 이해는 가는데]

[긴장돼! 머스루!! 머스루!!!]

[계속 이러고 있을 수는 없잖나]

 

카라마츠는 그렇게 말하며 문으로 다가가 손을 뻗었다.

 

[.......가자고]

 

카라마츠가 문을 열자, 우리들은 동시에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 [ [ [ [ 다녀왔습니다아-----------!!!! ] ] ] ] ]

 

 

 

 

현관에 들어서자, 엄마가 따스하게 맞아주었다. 아빠는 회사에 가고 없었지만.

일단 신발을 벗고 집에 들어선 우리들은 짐들을 대충 거실에 두고 탁자 앞에 앉았다. 뻐근한 어깨를 풀려 양팔을 쭉 뻗어 크게 기지개를 켰다. 가방을 계속 짊어지고 있었더니 살짝 무리가 간 듯했다. 근육통만 안 오면 좋겠는데.

..........그러고 보니, 오소마츠형이 안 보이네. 거실에는 없으니까 2층이려나.

신경 쓰인 나는 부엌으로 가서 엄마에게 물었다.

 

[저기, 엄마. 오소마츠형은? 아직 니트지?]

[그렇지-. 분명 니트일 걸]

 

토도마츠도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자 엄마가 어째선지 곤란한 표정으로 뭔가 망설이듯 눈을 감았다.

 

[오소마츠라면 2층에 있단다. 그런데.......]

[그럼, 내가 가서 불러올게]

[나나나나나-!! 나도!! 카라마츠형! 나도 갈래-!!]

[쥬시마츠형이 가면 나도-]

[...........나도]

 

카라마츠가 불러오겠다 말하자, 엄청난 기세로 쥬시마츠가 손을 번쩍 들며 자신도 가겠다 외쳤다. 그에 따르듯 토도마츠랑 이치마츠도 가겠다며 차례로 말을 이었다.

 

[잠깐만!! 사람이 너무 많잖아!! 그냥 부르러 가는 건데 혼자면 충분하다고!]

[어라? 쵸로마츠형은 안 갈 거야?]

 

여전히 엄청난 기세로 쥬시마츠가 의아한 듯 물었다.

 

[.............갈 거지만]

[, 사양할 필요없다 브라더. 다들 사이 좋게 데리러 가자고]

[귀가 썩으니까 닥쳐 쿠소마츠]

[]

 

어째선지 날 선두로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 우리는 2층 방앞까지 걸어가 조용히 문을 열었다. 그러자 낯익은 붉은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몇 번이나 보아왔던 뒷모습.

2년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오소마츠형이다.

너무나도 반갑고 그리워 금방이라도 튀어나갈 듯이 흥분됐다.

 

 

[.........!!!]

 

 

문이 열리는 소리에 오소마츠형이 움찔하고 떨며 뒤를 돌아 우리를 쳐다봤다. 그런데 어째선지 우리들의 모습을 보자마자 오소마츠형은 시간이 멈춘 듯이 단숨에 굳어버렸다. 그러더니 이내 무서운 거라도 본 듯이 작게 몸을 떨며 주춤주춤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명백히 두려워하는 모습이다. 좀처럼 이해불가한 행동에 나는 오소마츠형에게 말을 걸며 한 발자국 다가갔다.

 

[오소마츠형? 왜 그래?]

[.....오지마!!]

 

오소마츠형은 고함을 질렀다.

갑작스레 닥친 강력한 거부반응에 앞으로 다가가던 발을 멈췄다. 하지만, 내 뒤에 있던 카라마츠가 그 외침에 아랑곳 않고, 나를 제치며 재빨리 오소마츠형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오소마츠형의 눈높이를 맞추듯 그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왜 그러나? 어디 아픈가?]

[!! 멈춰!! 만지지 마!]

 

카라마츠가 걱정스러워 손을 뻗자, 과장될 정도로 오소마츠형이 크게 떨기 시작했다.

그 카라마츠도, 뭔가 무서운 건지 작게 몸을 움츠리고 눈을 꼭 감은 채 필사적으로 공포를 견뎌내는 오소마츠형에게 닿지 못했다. 얌전히 오소마츠형에게서 손을 치운 카라마츠. 그걸 본 이치마츠, 쥬시마츠, 토도마츠가 여전히 멈춘 채 서있는 나를 지나쳐 카라마츠 옆에 나란히 쭈그리고 앉았다. 토도마츠, 쥬시마츠, 이치마츠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오소마츠에게 말을 걸었다.

 

[오소마츠형 뭔가 좀 이상한데. 왜 그래?]

[오소마츠형!! 괜찮아!! 기운내! 야구할래!? 기운날 거라구!]

[아니, 쥬시마츠....지금은 야구를 할 때가..........]

[싫어!! 싫어!! 싫다고!!!!!!!!]

 

오소마츠형은 양손으로 귀를 틀어막으며 뭔가를 뿌리치려는 듯이 눈을 꼭 감은 채로 좌우로 머리를 흔들어댔다.

이 경우에 맞는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위치에서 보고 있으면 마치 늑대에게 둘러싸인 양 같았다. 오소마츠형은 평소의 이치마츠처럼 방구석에 작게 몸을 웅크린 채 떨었다. 살면서 처음 보는 오소마츠형의 반응에 나는 동요했다.

이런 말은 하면 안 될 것 같지만...........마치 우리들이 아는 오소마츠형이 아닌 것 같았다.

이 정도로 겁을 먹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 카라마츠도 나와 같은 기분인 듯, 노골적으로 곤란한 듯한 표정으로 손을 어찌할 줄을 몰랐다. 그러자 오소마츠형에게선 들어본 적이 없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우으.........읏하아, 하아, ]

[, 형님!?]

 

그 소리는 점점 빨라졌다. 오소마츠형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거친 호흡을 내뱉고 있었다. 호흡이 툭툭 끊기기 시작했다. 오소마츠형은 괴로운 듯 가슴을 손으로 억누르며 움켜쥐었다. 붉은색 파카에 그려진 소나무가 불쌍할 정도로 찌부러졌다. 갑작스런 오소마츠형의 이변에 순간적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멍하니 있자, 풀썩하는 소리와 함께 오소마츠형이 바닥에 쓰러졌다. 카라마츠가 재빨리 다가가 오소마츠형의 어깨를 흔들었다.

 

[형님!!!정신 차려라 오소마츠!!]

[하아, 하앗, 하아, ]

 

오소마츠형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고, 호흡은 아까보다 더 거칠어졌다. 이런 상태 어디서 본 적이 있는데.

설마 과호흡!?

토도마츠가 눈물 맺힌 눈으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러다 오소마츠형 죽는다고!!]

[, 엄마 불러올게!]

 

문쪽으로 달려가는 쥬시마츠에 길을 비켜주자, 다급한 발소리를 내며 서둘러 계단을 내려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가 계단을 올라 방으로 들어왔다.

 

 

과호흡으로 괴로워하는 오소마츠형.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우리들.

 

방의 처참한 상황에 엄마는 곤란한 듯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카라마츠들을 좌우로 밀어헤치듯 오소마츠형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자아, 오소마츠. 진정하렴. 괜찮단다]

[후으.......크읏, 허억, , 하아, 하악]

[엄마 호흡에 맞춰서 숨을 쉬어보렴. 들이쉬고......내쉬고......들이쉬고.......내쉬고......그래, 잘하네]

 

엄마가 천천히 호흡을 하자, 오소마츠형도 그에 맞춰서 숨을 쉬었다.

조금 지나자 점차 호흡이 진정되기 시작했다.

 

[하아...하아.........]

[많이 놀랐나 보구나. 피곤하지? 좀 쉬렴]

[하아.................]

 

엄마가 오소마츠형의 머리를 상냥하게 쓰다듬자, 가슴을 억누르고 있던 손이 스르륵 풀렸다.

체력을 꽤 소모한 모양인지 오소마츠형은 완전 녹초가 되었다. 지친 탓인지 오소마츠형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엄마는 자리에서 일어나 벽장에서 빨간담요를 꺼내 오소마츠형 위에 덮어주었다.

 

[역시 안 되나보네. 오소마츠 빼고 다들 거실로 좀 내려오렴. 할 얘기가 있단다]

 

 

엄마는 계단으로 향하며 우리들에게 손짓했다.

 

 

 

엄마에게 불려 우리들은 거실에 모였다.

저런 반응을 보이는 오소마츠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 그건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형제들도 마찬가지로, 다들 당황한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오소마츠형의 이해불가한 반응의 원인은 대체 뭘까. 모르는 새에 우리들이 무슨 짓이라도 한 걸까.....

평소라면 오소마츠형이 앉았을 자리에 엄마가 앉았다. 우리들의 얼굴을 차례로 훑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희들도 많이 놀랐지? 역시 먼저 말해뒀어야 했는데. 이 일은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렴]

[엄마, 오소마츠형 상태가 이상하던데,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다들 같은 의문을 품고 있었던지 모두의 시선이 엄마에게로 집중됐다. 카라마츠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덧붙였다.

 

[솔직하게 말해줘, 엄마]

[물론이지. 애초부터 다 말할 생각이었으니까.... 너희들이 집을 나가고 며칠간은 엄청 풀이 죽어 있었단다, 그 아이. 하지만, 어느날부턴가 갑자기 기운을 차리더구나........기운을 차려서 안심했었는데.......]

 

엄마의 말을 듣고 처음으로 오소마츠형이 풀이 죽어있었다는 걸 알았다.

최악의 경우, 그저 삐져서 당분간 열 받아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풀이 죽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렇게 우리들과 떨어져 있는 게 싫었던 걸까.

오소마츠형이니, 아마 다른 형제들에겐 말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을 게 뻔했다.

걱정 끼치지 않기 위해.

 

[어느날 2층에서 큰소리가 나서 황급히 올라갔더니, 두려움에 덜덜 떨고 있는 오소마츠가 있었단다. 왜 그러니? 라고 물었더니, [무서워, 무서워!!] 라며 앨범을 가리키더구나........그때부터 앨범과 너희들이 집에 두고 간 물건들만 보면 굉장히 두려워했단다. 엄마도 원인이 뭔지는 잘 모르겠어]

 

엄마는 눈썹을 아래로 늘어뜨리며 한숨을 쉬었다. 우리들 주변에 무거운 공기가 감돌았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전혀 몰랐어.

 

[사실은 오소마츠한테 오늘 너희들이 돌아온다고 말하지 않았어. 그래서 갑작스런 상황에 놀랐던 걸지도 모르겠네. 역시, 말해뒀어야 했는데..]

[.......오소마츠형이랑 이제 야구 못 하는 거야?]

 

 

쥬시마츠가 정말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엄마에게 물었다.

확실히 지금 상태의 오소마츠형으론 야구는 물론이고 일상적인 대화도 힘들 거다. 우리들이 나간 뒤, 오소마츠형은 뭘 하며 보낸 걸까. 신경 쓰였던 나는 엄마에게 시선을 돌리지 않고 마음을 진정시키며 물었다.

 

[우리들이 나간 뒤에 오소마츠형이 어땠는지 말해줘]

 

엄마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뺨을 가볍게 어루만지며 생각에 잠긴 듯 눈을 감았다.

 

[그러네.....그러고 보니 언제부턴가 파칭코나 경마에 가지 않더구나. 으음.....대강 이치마츠가 나간 후부터려나]

 

엄마의 말에 우리들은 충격을 받아 눈을 부릅떴다.

 

[!? 그 오소마츠형이!?]

[거짓말이지!? 정말이야!? 도박을 그만두다니 완전 중증이잖아!!]

[..........큰일인데]

[큰일이야!! 큰일-!!]

[, 엄마. 다른 건 또 없어.....?]

[기본적으로 집밖에 나가질 않게 됐어. 내가 알기론 지붕에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거나 거실에서 아카츠가 선생을 보거나 했단다]

 

우리들이 아는 그 능글맞고 제멋대로인 오소마츠형은 어디론가 가버린 것만 같았다. 이 얘기를 듣고 우리들만이 아니라 오소마츠형 또한 많이 변했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슬슬 배고프지? 저녁 준비할게. 오랜만이니 힘 좀 써볼까. 오늘은 카라아게란다]

[카라아게!]

[아싸아-!! 카라마아!! 카라아게!!]

[지금 바로 차려줄게]

 

제일 빨리 반응한 건 카라마츠. 카라아게란 말에 빠른 반응을 보이는 건 여전하다. 카라마츠에 이어 쥬시마츠가 기뻐하며 퍼덕퍼덕 소매 자락을 흔들어댔다. 그 사이에 기쁘면서도 솔직하게 기뻐하지 못하는 내가 있었다.

카라아게보다도 오소마츠형이 더 신경 쓰였다. 딱딱하게 굳은 미소를 보이며 대충 그 분위기를 넘겼다.

 

 

 

친가에서 오랜만에 먹는 저녁식사. 탁자 한가운데에는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가득 쌓인 카라아게. 굉장히 좋은 냄새가 풍겨, 식욕이 올랐다. 너무도 맛있어 보여 군침이 흐를 정도였다. 쥬시마츠는 진짜 금방이라도 침을 질질 흘릴 것 같아 위험할 지경이었다. 살짝 지적하자, 소매로 거칠게 입술을 훔쳤다.

하지만 단 하나, 쓸쓸하게 텅 빈 오소마츠형의 자리가 신경 쓰여 견딜 수 없었다. 여섯명이 빙 둘러 앉았던 탁자에, 오소마츠형만 없다. 6명 다 같이 먹고 싶었는데. 어딘가 부족한 느낌에 살짝 쓸쓸해졌다. 잘 보니 오소마츠형 자리에 밥이 없다. 설마 안 먹는 건가 해서,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가 엄마를 찾았다. 그러자 식사가 담긴 쟁반을 들고 2층으로 올라가는 엄마가 보였다.

 

[그거, 오소마츠형 거야?]

[그래. 진정되질 않으니까 오소마츠는 혼자서 먹고 싶대]

[..........그래]

 

역시 피하고 있어. 모르고 싶어도 알 수밖에 없잖아.

우리들의 뭐가 오소마츠형을 두렵게 만든 건지 모르니까, 함부로 가까이 가지 않는 게 좋은 건 당연하다. 하지만 나는 양손을 내밀며 말했다.

 

[내가 갖다 줄게. 그래도 돼?]

[그래. 혼자라면 괜찮을지도 모르니까.... 좀 부탁할게. 하지만 아까처럼 싫어하는 짓은 하면 안돼. 패닉에 빠져 버리니까]

[알아]

[그리고 2층방이 아니라 옆의 객실로 옮겼으니까. 너희들은 평소 쓰던대로 그 방을 쓰면 돼]

엄마한테 저녁을 건네받았다. 그때 자연히 시선이 쟁반쪽으로 향했다.

오늘 저녁은 분명 카라아게였지. 근데 뭐야 죽!? 그것도 양이 반 정도밖에 안 되잖아.

무심코 입밖으로 소리를 내버렸다.

 

[!? 왜 죽이야!? 양도 왜 이렇게 적어!?]

[그 애, 늘 이 정도밖에 안 먹거든. 너무 많이 먹으면 다 토해버리는 것 같고....게다가 오늘은 여러 가지로 힘들었으니까 위에 부담가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죽으로 했단다]

[..........]

[좀 더 먹어서 체력을 좀 키웠으면 좋겠는데 이것만은 어떻게 할 수가 없네]

 

몰랐다. 라고 할까 모르는 것들뿐이다. 이렇게 변했을 거라고는. 식욕이 없어......? 그 오소마츠형이?

아까 봤을 때 좀 말랐다고 생각은 했지만, 신경 쓸 틈이 없었다. 걱정이 몇 배로 불어나 속이 타들어간다.

엄마한테 받은 저녁밥을 들고 조심히 계단을 올랐다. 아까 오소마츠형과 만났던 방을 지나 객실 앞에서 멈춘다. 일단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조심스레 말을 건다.

 

[..........오소마츠형]

[흐아, , !?]

 

가능한 조심스럽게 불렀는데 요상한 대답이 빠른 속도로 날아왔다. 무심코 쓴웃음을 지었다.

 

[저녁밥 가지고 왔는데 들어가도 될까?]

[.................]

 

뭔가 들어가기 힘드네. 그보다 들어가도 괜찮은 걸까. 본인이 괜찮다고 했으니까 괜찮은 거겠지.

나는 재빨리 팔꿈치로 문을 열었다. 방 한가운데에는 붉은색 담요를 머리끝까지 덮은 오소마츠형이 나를 빼꼼 쳐다보고 있었다. 주변에 만화책 2권이 나뒹굴고 있는 걸 보아, 방금까지 읽고 있었던 모양이다. 천천히 오소마츠형 앞까지 다가가, 쟁반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여기. 저녁밥 가져다 줬으니까 제대로 다 먹어야 해. 남기면 안돼]

[....고마워]

 

솔직하게 전해져온 감사의 말에, 쟁반을 내려놓으려 떨군 시선을 올려 오소마츠형을 보았다. 오소마츠형은 눈에 띄게 움찔하고 몸을 떨며, 시선이 교차하는 순간 눈을 피해버렸다. 이렇게 대놓고 피해버리니 마음이 썩 좋지는 않다. 게다가 안에 들여보내주긴 했지만 꽤나 주저했었고.

 

[또 뭔가 필요한 건 없어?]

[....괜찮아]

[그럼 나는 이제 가볼테니까, 뭔가 필요한 게 있으면 불러. 괜찮으니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치듯 방을 빠져나왔다.

내가 있으면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할테고, 눌러앉아 있는다고 좋을 것도 없을 게 뻔했다.

다시 거실로 돌아가려고 복도로 나가 뒤를 돌아보자, 다시 불안해하는 오소마츠형이 보여 조용히 문을 닫았다. 역시 전과 비해서 많이 말랐고, 어딘가 이치마츠처럼 음울한 말투라 생각하며 거실로 돌아가 자리에 앉았다.

 

[어라? 오소마츠형 부르러 간 거 아니었어?]

 

토도마츠가 볼에 음식을 잔뜩 넣은 채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불안해할 것 같아서 따로 먹겠대]

[-. 그럼 이 카라아게는 5등분이란거네]

[아니 얼마나 카라아게가 먹고 싶은 거........잠깐!? 내가 없는 사이에 엄청 줄었잖아!!?]

 

오소마츠형한테 저녁을 갖다주기 전에는 산처럼 쌓여있던 카라아게가 깜짝 놀랄 정도로 반 이상이나 줄어있었다. 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나 사라지다니.

너무 오랜만이라 완전 방심하고 말았다.

 

[브라더-? 늘 말했잖나? 식사는 전투라고]

[방심한 놈이 잘못이지...]

[이 자비 없는 놈들!! 내 몫도 남기라고!]

[잘 먹었습니더-----블 헤더!!]

[!? 빨라!!? 난 아직 젓가락도 안 들었는데!!]

 

여전히 빠르게 밥을 먹어치운 쥬시마츠가 방을 나갔다. 밥그릇을 치우러 부엌으로 간 거겠지. 나는 황급히 젓가락을 들어 카라아게를 먹었다. 오랜만에 먹는 엄마가 만든 카라마아게는 엄청 맛있었다.

식사를 끝낸 우리는 예전처럼 다 함께 목욕탕으로 향했다. 2년만의 다 함께 하는 목욕에 기쁘고 설렜지만 물론 거기에 오소마츠형은 없었다. 기뻐해야 할 일인데 나는 솔직하게 기뻐할 수가 없었다. 언젠가 또 다 같이 갈 수 있으면 좋겠네.

잘 때도 그리웠던 6인용의 커다란 이불에서 함께 잤다. 하지만 오소마츠형의 자리는 텅 비어, 마치 내 마음 같았다.

 

 

 

언젠가 원래대로 돌아오겠지.

 

그렇게 바랄 수밖에 없었다.

 

 

 

 

 

 

형님이 안 보인다.

 

 

본가에 돌아온 지 4일째, 상태를 살피려 옆방으로 가서 슬쩍 말을 걸었지만 답이 없다. 자는 건지 아니면 그냥 없는 건지 의아해하며 문을 열자, 방은 텅 비어있다. 빨간색 담요만 아무렇게나 바닥에 나뒹굴고 있다.

외출한 건가 싶어 현관으로 가봤지만, 빨간색 신발은 아직 거기에 있었다. 신발이 있는 걸 보아 나간 건 아닌 것 같다.

그럼 어디에 있는 거지? 우리들이 있는 1층이나 2층방에 있지는 않을 거다. 지붕? 욕실? 아니면 화장실? 떠오르는 장소를 여기저기 찾아왔지만 보이지 않았다.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며 돌아다니는 내게 거실에 있던 쵸로마츠가 말을 걸었다.

 

[아까부터 뭐 하는 거야? 뭐라도 찾아?]

[오소마츠 못 봤는가? 안 보이던데]

[오소마츠형? 그러고 보니 오늘 하루종일 못 봤네]

[신발은 있었으니 집 어딘가에 있을 텐데...]

[나도 찾아볼게]

 

쵸로마츠는 자리에서 일어나 크게 기지개를 켰다. 오래 앉아있어서 찌뿌둥하겠지. 등쪽에서 뚜둑, 하는 소리가 났다.

 

[그래서 어딜 찾으면 돼?]

[생각나는 곳은 다 찾아봤다만 아무데도 없더군]

[그럼 다시 찾아보자. 나는 2층을 찾을테니까 넌 1층을 찾아]

[알겠다. 찾거든 불러라]

 

그렇게 말하며 쵸로마츠는 거실에서 나와 계단을 올랐다. 나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까 찾았던 곳을 다시 봤지만 여전히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없어. 아무데도 없다.

1층의 모든 곳을 찾아봤지만, 먼 곳에서도 훤히 보이는 붉은색의 옷자락도 보이지 않았다.

 

,....쵸로마츠가 찾았으면 좋겠는데.

대충 둘러본 나는 쵸로마츠를 살피러 2층으로 향했다. 우리들이 쓰는 방을 들여다보자, 벽장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앉은 쵸로마츠가 보였다. 원래 이 방에 있었던 건지 토도마츠도 쵸로마츠 뒤에 앉아 있었다. 희미하게 말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아. 저번처럼 싫어하는 짓은 안 할 거니까...?]

[오소마츠형. 진정해]

 

거기에 있었던 건가. 그냥 둘러봐선 못 찾는 게 당연하다. 설마 거기에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대로 안으로 들어가 쵸로마츠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 안을 들여다보니 벽장 안에 몸을 웅크린 오소마츠가 보였다. 손에는 만화책을 꽉 부여잡은 채 불안한 듯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오소마츠, 거기에 있었던 건가]

[방금 막 찾았어]

[왜 거기에 있는 건가?]

[...................]

 

오소마츠는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쵸로마츠가 오소마츠를 향해 다정하게 손짓했다.

 

[, 일단 나와 봐]

[............우으]

 

오소마츠는 흔들리는 눈빛을 보이며 벽장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아, 속이 탄다. 너는 우리들의 장남이잖아. 정신 차리라고. 거기서 그러고만 있으면 제대로 얘기조차 할 수 없잖아.

나는 오소마츠의 팔을 잡았다. 움찔하고 떨었지만 아랑곳 않고 벽장에서 끌어냈다. 오소마츠가 팔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저항했다. 그걸 본 쵸로마츠가 나를 말리려 입을 열었다.

 

[카라마츠! 멈춰!! 억지로 그러면 안 된다고!!]

[미안.........미안해. 사과할게....그러니까 놔!! 놓으라고!!]

 

왜 사과하는 거지. 너는 우리들에게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갈 곳 잃은 응어리가 안개처럼 마음에 자욱하다.

오소마츠의 저항은 아무런 효과도 없이, 그대로 상반신이 끌어내졌다. 오소마츠가 패닉상태라는 건 딱 보면 알 수 있었다.

토도마츠가 쵸로마츠와 같이 오소마츠을 달랬다.

 

[오소마츠형. 진정해]

[싫어! 무서워!! 도와줘!! 무서워!!!]

 

그 때, 내 안의 무언가가 뚝, 하고 끊겼다.

 

[적당히 해라!!! 우리들이 네게 무슨 짓이라도 한 건가!]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본심이 입밖으로 나가버린 뒤였다. 그것도 분노를 더해서.

아차 싶었을 땐 이미 늦었다. 이미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

긴장감에 젖어 오소마츠를 봤을 땐, 아까의 패닉상태가 거짓말처럼, 무표정으로 나를 빤히 보고 있었다.

정적이 흘렀다.

그것도 잠시,

 

 

 

, 투둑.

 

 

소리 없이 눈물이 바닥에 떨어졌다.

오소마츠의 눈에서 흘러나온 것으로 보이는 그 눈물을 신호로, 막을 틈도 없이 엄청난 양의 눈물이 터져나왔다.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그대로 둔 채, 아무런 말없이 고개를 푹 숙였다.

흐르는 눈물이 바닥에 떨어져 스며들어간다.

우리 3명은 그저 그 상황을 멍하니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 오소마츠가 운다.

 

 

잠시후 오소마츠는 끅끅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다.

그 소리에 얼음처럼 굳어있던 우리는 땡, 하고 풀린 듯 정신을 차렸다. 토도마츠가 진심으로 혐오한단 표정으로 날 보았다.

 

[우와, 오소마츠형을 울리다니 최악-]

[아무리 그래도 지금은 그런 말을 할 때가 아니잖아. 바카라마츠]

 

쵸로마츠도 토도마츠의 뒤를 이어 날 다그쳤다.

역시 이건 내가 잘못했다. 생각할 필요도 없이 명백히 내 잘못이다. 나는 잡고 있던 팔을 놓고, 오소마츠를 달려래 필사적으로 말을 건넸다.

 

[우윽......흐으............]

[오소마츠!! 내가 잘못했다!! , 울지마라!]

[.......흐윽.............]

 

어쩔 줄을 몰라 나는 오소마츠의 양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 벽장에서 완전히 끄집어냈다. 오소마츠는 완전히 힘이 탁 풀린 상태라 쉽게 나왔다. 일단 오소마츠를 가능한 한 소중히 껴안았다. 흐느낄 때마다 튀어오르는 몸과 쿵쿵 울리는 심장소리가 전해졌다.

 

[자아, 그래그래. 괜찮으니까]

[아니, 울린 건 너거든]

[놀랐지. 미안하다]

[흐윽.........]

[이래선 누가 형인지 모르겠네]

 

오소마츠는 내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축축히 눈물로 젖어드는 어깨가 따스하다.

잠시후 날 조심스럽게 꽉 끌어안았다.

다행이다. 미움 받지 않은 모양이다. 사소한 거였지만 나는 진심으로 안심했다. 점점 오소마츠도 진정해가는 건지 훌쩍이는 소리가 점차 잦아들었다.

 

[이제 진정했는가?]

 

얼굴을 들지는 않았지만 고개를 끄덕여 답했다. 그걸 본 나는 아이를 달래듯 머리를 살짝 쓰다듬어 주었다.

 

[그래서, 형님은 왜 여기에 있었던 건가?]

[....만화, ...찾으러 온 것뿐]

[만화?]

 

다시 벽장안을 들여다보니, 끌어냈을 때 떨어뜨린 만화가 3권정도 떨어져 있었다.

뭐야. 만화를 가지러 온 것뿐인가. ? 근데 왜 안까지 들어간 거지?

 

[만화를 가지러 온 건데 왜 안쪽에 틀어박혀 있었던 건가?]

 

내 생각을 읽은 듯 쵸로마츠가 날 대신해 물었다.

아무리 그래도 벽장에서 읽으려 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애초에 책을 읽기엔 너무 어둡고, 그럴 거면 그냥 가지로 옆방으로 돌아가는 게 나을 것이다.

오소마츠가 천천히 고개를 든다. 눈물은 멈췄지만 눈가가 살짝 붉어져있다. 하지만 시선을 마주하지 못한 오소마츠가 고개를 다시 숙이며 답했다.

 

[만화 꺼내는데 누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려서..]

[]

[당황해서 벽장에 숨었는데 누가 들어와서...]

[?]

[타이밍....을 몰라서 나가질 못했어]

 

오소마츠의 말에 맞장구를 치던 쵸로마츠가 말이 끝나자 토도마츠를 노려봤다. 의아하게 생각한 나도 그를 따라 토도마츠를 바라봤다. 결과적으로 토도마츠에게 시선이 집중됐다. 토도마츠는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서 충격 받은 표정을 지었다.

 

 

[그거 내 탓이라는 거야!?]

[토도마츠네]

[톳티-, 네가 원인이었던 건가]

 

오소마츠의 말대로라면, 오소마츠가 만화를 챙기던 도중에 막내 토도마츠가 운 없게도 방으로 돌아와 버린 것이다. 당황해서 숨어버린 오소마츠는 그대로 나가지 못했다는 것.

이 무슨 bad 타이밍인가.......Oh.......

 

[에에-!! 그걸 어떻게 알아!! 그보다 지금 오소마츠형, 이치마츠형보다 기척 못 느끼겠다고!! 알 리가 없잖아!]

[뭐어, 그야 그렇지만]

 

토도마츠는 요란스럽게 머리를 싸맸다. 쵸로마츠도 아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라며 팔짱을 끼고선 맞장구를 쳤다. 오소마츠는 내 등에 둘렀던 손을 풀고, 다리를 끌어안고 몸을 작게 웅크렸다. 내 품속에서 어느 정도 진정한 듯했다.

다행이다. 이걸로 조금은 편히 얘기를 나눌 수 있겠지.

나는 오소마츠의 등을 약하게 두드리며 말을 걸었다.

 

[토도마츠도 토도마츠지만, 너도 나빴다. 여기에 있다는 걸 알렸다면, 토도마츠도 알아채고 일단 방에서 나가줬을지도 모르잖아?]

[........]

 

오소마츠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토도마츠가 어째선지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 , !! 그랬을지도 모른다구!! 오소마츠형!]

[뭐야, 방금. 그보다 토도마츠라면 벽장에서 소리가 난 시점에서 유령!? 이라면서 방에서 뛰쳐나갔을 걸?]

[......부정은 못 하겠다...]

 

그 때, 쵸로마츠가 한 말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걸 토도마츠 외에는 아무도 몰랐다. 결과적으로 방에서 나가지는 않았지만. 그런 걸 알 리가 없는 나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방에 없어서 찾았다고. 형은 지금 정신이 불안정하니까 걱정 끼치지 말아주겠나]

[....미안]

[우리들은 형제잖아? 사양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 형은 귀찮을 정도로 엉기는 게 더 형다우니까!]

[너무 엉겨붙는 것도 곤란하지만 말이지]

[...노력해 볼게]

 

이걸로 일단 해결이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다행이다. 형이 울음을 터뜨렸을 땐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는데.

안심하자, 아까 오소마츠를 끌어안았을 때 생각했던 게 문득 떠올랐다.

 

[그런데 너 너무 마른 거 아닌가? 아까 안았을 때 생각했는데, 쵸로마츠보다 마른 것 같다만]

 

몸을 만지려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자, 오소마츠는 몸을 움찔 떨며 경직된다. 그 반응에 잊어버렸던 게 떠올랐다.

그래. 얼떨결에 내 품에 안겼지만, 닿는 걸 싫어했었지. 만지는 걸 싫어한다는 건 오소마츠와 재회했을 때 본능적으로 알았다. 그 날은 완전히 겁에 질려 있었다. 겁에 질린 눈으로 오소마츠는 내 손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이건 명백한 거절이었다.

 

[-, 미안하군. 안 만지겠다. 안 만질테니까]

 

공중에 멈춰 갈 곳 잃은 손을 내렸다.

 

[여기, 만화. 읽고 싶었던 거지?]

[....]

 

내 말에 쵸로마츠가 벽장에서 만화를 재빨리 꺼내들어, 오소마츠에게 건넸다.

 

[또 뭐 읽고 싶은 만화 없어?]

[없어..]

 

오소마츠는 고개를 저었다. 내 품에서 나와 쵸로마츠에게 만화책을 받았다. 방금까지 온기로 따스했는데, 순식간에 차게 식어 조금 쓸쓸해졌다.

 

[그럼, 이거면 된 거지?]

[..........., 고마워]

 

오소마츠가 고맙다는 말과 함께, 도망치듯 방을 나가버렸다.

오소마츠가 고맙다고 했어..? 나와 마찬가지로 토도마츠도 놀란 눈치였지만, 어째선지 쵸로마츠는 뭔가 곤란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뭔가 낯가림 심한 초등학생 같은 느낌이네]

[왠지 모르겠는데 뭔가 알 것 같아]

 

쵸로마츠의 말에 토도마츠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거 정말 오소마츠형이지? 다른 사람 같은데]

[우리들이 없을 때 잃어버린 걸지도 모르겠군]

 

나는 생각을 그대로 입밖에 내버렸다.

오소마츠는 지금 여기에 없으니, 말해도 괜찮겠지.

내 말에 토도마츠가 의문스럽게 말했다.

 

[잃어버리다니 뭘...?]

[“을 말이지]

 

내 말대로 오소마츠는 형을 잃어버린 걸지도 모른다.

혹은 의도적으로 버린 걸지도 모른다.

어쩌면 마음속 어딘가에 묻어버린 걸지도 모른다.

오소마츠의 이변을 내가 알아차렸다면, 도와줬을지도 모르는데.

이미 늦어버렸다.

 

적어도 나만이라도 오소마츠와 함께 있었다면, 오소마츠는 변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심장이 꽉 조여왔다.

 

 

 

 

* * *

 

 

 

 

나는 2년동안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이유는 간단. 오소마츠형을 더 이상 혼자 둘 수가 없어서다.

내가 회사를 그만뒀다는 게 다른 형제들에게도 전해졌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도미노처럼 하나둘 회사나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사이좋게 집으로 돌아왔다. 결국 다시 2년 전으로 돌아왔다. 니트 생활로. 다시 할 일 없이 뒹굴거리는 매일을 보내게 되겠지.

 

오소마츠형 이외에는.

 

 

 

 

큰소리를 내서 놀라지 않도록 조용히 문을 열었다.

방 한가운데에 자리한 붉은색의 얇은 이불이 볼록하게 솟아있다. 나는 그쪽을 바라보며 말을 걸었다.

 

[오소마츠형, 잠깐 얘기 좀 하자]

[.............]

[오소마츠형?]

 

반응이 없다.

자고 있을지도 몰라 살금살금 다가가 귀를 기울이자, 아니나 다를까 안정된 숨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자고 있었나.

살짝 이불을 들어 안을 들여다보자, 고양이처럼 몸을 둥글게 말고 무릎을 끌어안은 포즈로 잠들어 있었다.

추운 걸까. 이불도 얇고, 감기 걸린다고?

나는 조용히 벽장을 열어 오소마츠형이 쓰는 1인용 이불을 꺼냈다. 그걸 쿨쿨 자고 있는 오소마츠형에게 덮어 주었다. 이걸로 춥지는 않겠지. 문득 시선을 돌리자, 오소마츠형 머리 근처에 만화가 펼쳐져 있다. 읽다가 잠든 게 분명했다. 나는 오소마츠형 옆에 앉아, 무방비하게 잠든 얼굴을 바라보았다. 일어날 기미는 전혀 없어 보였다.

 

[잘 때는 전이랑 전혀 다를 게 없는데]

 

나는 장난스레 오소마츠형의 뺨을 쿡쿡 찔렀다. 그러자 오소마츠형은 살짝 얼굴을 찡그리며 작게 신음했다.

 

[으응............]

 

오소마츠형이 입을 쩝쩝거렸지만, 금세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잠들었다.

무심코 웃음이 흘러나왔다. 웬만해선 잠이 깨지 않는 건 옛날부터 변하지 않는구나.

우리들이 본가로 돌아온 지 오늘로 6일째. 그 동안 오소마츠형의 많은 변화를 발견했다.

폼으로 파트너를 자칭하는 건 아니니까 말이야.

 

 

 

 

먼저, 우리들과 눈을 마주치질 않는다. 순간적으로 시선이 마주쳐도, 금방 도망치듯 고개를 돌린다.

또한, 우리들과 접촉하는 것에 공포를 보였다. 만지려 손을 뻗으면, 과하게 겁을 내며 노골적으로 피했다.

게다가 도망치듯 모습을 숨기는 일이 많아졌다. 오소마츠형은 우리들과 만나고 싶지 않은 듯, 공용 장소를 사용할 때는 괜히 시간을 끌곤 했다. 실제로, 우리들이 오소마츠형에게 가까이 간 적은 있어도, 오소마츠형이 우리들에게 가까이 다가온 적은 슬프게도 단 한 번도 없다.

그리고, 우리들이 2년만에 돌아왔을 때부터, 오소마츠형은 우리들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다.

돌아온 지 6일째 되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다른 형제들에게 물어도 다들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그리고 가장 걱정인 건, 그 특유의 해바라기 같은 미소를 아직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직 웃는 걸 한번도 보지 못했다. 2년전에는 매일같이 볼 수 있었던 미소를 전혀 볼 수가 없다. 그걸 알아챈 나는 그 순간 느낀 엄청난 슬픔과 쓸쓸함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또 그 미소가 보고 싶어.

언젠가 보여줄 거지?

같이 있으면 웃어줄 거지?

 

 

오소마츠형.

 

 

 

나는 오소마츠형의 머리를 상냥하게 쓰다듬고는 일어나 방을 나섰다.

 

 

 

 

 

그로부터 대략 2주의 시간이 흘렀다.

오소마츠는 처음 만났을 때처럼 패닉에 빠지지는 않게 되었다. 처음과 달리 과호흡 상태가 되지 않는 걸 보면, 다소 우리를 받아들였다고 생각한다. 일상대화도 아직 어딘가 부자연스럽지만, 그래도 할 수 있게 됐다.

여전히 불안해지면 벌벌 떨면서 이상한 기색을 보였지만. 처음에 비하면 훨씬 낫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오소마츠 벽장사건 이후, 드물지만 거실에 내려오게 되었다. 여전히 불안한 표정으로 시선을 피했지만, 우리들이 신경 쓰이는지 가끔 시선이 느껴졌다. 오소마츠가 거실에 있을 때는 대개 그냥 누워 있거나, 간식을 먹고 있거나 했다. 봄이 왔음에도 여전히 거실에 자리하고 있는 코타츠에 어깨까지 푹 들어가 있을 때가 많았다. 종종 이치마츠와 쵸로마츠랑 같이 몸을 녹이는 걸 보았다.

그 일로 쵸로마츠가 상담을 한 적이 있었다. 오소마츠의 발에 쵸로마츠의 발이 닿았다는 모양인데. 코타츠니까. 공간이 좁으니 발이 닿는 건 드문 일도 아니지만, 오소마츠는 피하듯이 발을 움츠렸다는 듯하다.

 

 

그것도, 엄청 빠른 속도로.

 

 

뭔가 엄청 나쁜 짓을 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쵸로마츠의 입장이라면 나도 같은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거실 문을 여니, 드물게도 오소마츠가 코타츠에 들어앉아 귤을 까먹고 있었다. 방에는 오소마츠와 똑같이 코타츠에 들어앉은 쵸로마츠와 이치마츠가 있었다. 거실을 둘러본 순간, 분명하게 들릴 정도로 이치마츠가 크게 혀를 찼다.

 

[....쿠소마츠는 안 불렀거든. 2층으로 꺼져]

[으응~? 미안하군, 브라더. 오늘은 거실에 있고 싶은 기분이다. Are you OK?]

[닥쳐. 귀가 썩어]

[]

 

울상을 지었지만, 쵸로마츠는 늘 있는 일이잖아, 라며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나와 이치마츠의 시비스런 대화에 오소마츠도 신경 쓰지 않는 듯, 고개를 들지도 않은 채 귤을 까고 있다.

Oh.......쳐다보지도 않는 건가......아니, 애초에 구해주길 바라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뭐라고 할까...........신경 좀 써줬으면.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섰다. 오소마츠의 왼쪽이 비어있어, 거기에 앉아 코타츠에 발을 넣었다. 꽤 전에 전원을 켠 듯, 딱 알맞게 후끈후끈 따뜻했다. 아까 가지고 온, 애용하는 푸른 손거울을 한 손으로 들고 자기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 오늘의 나도 정말 멋지군~!! 몇 시간이고 들여다봐도 질리지가 않아!! 눈썹에 힘을 주어 또렷하게 세우자 더 멋있고 세련되어 보인다. ~, 그러고 보니 새로운 컬러 렌즈가 발매된 것 같던데. 스카이 블루라니 엄청 쿨~하지 않겠나? 한눈에 반해버려 바로 예약해 버렸다!! 이로써 나의 멋짐은 한층 더 성장하게 되겠군!! 기다려라. 카라마츠 girls!!

그런 생각을 하면서 손거울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 옆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오소마츠 쪽이었다.

천천히 손거울에서 시선을 돌려 오소마츠를 보자, 몸을 움찔하며 황급히 시선을 돌리고 귤을 입에 털어놓았다. 그렇게 급하게 먹을 것 없다고. 내가 살짝 어색한 미소를 지었던 모양인지, 그걸 본 쵸로마츠도 덩달아 어색하게 웃었다.

 

[오소마츠형, 그렇게 급하게 먹으면 사레들린다?]

[갠하나]

 

입을 우물거리며 말하는 오소마츠를 보자니, 래서팬더가 떠올랐다.

나는 시선을 다시 손거울로 돌렸다.

~. 오늘도 멋진 나!!

 

[저기, 오소마츠형]

[~?]

[머리 쓰다듬어도 돼?]

 

그 말에 손거울을 떨어뜨릴 뻔했다. , 어떻게든 붙잡았다. 잘못하다 깰 뻔했다. 위험하군. 위험해. 그보다,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쵸로마츠. 오소마츠를 바라보자, 아니나 다를까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쵸로마츠, 너 오소마츠가 만지는 거 싫어한다는 걸 알면서.

 

[조금이라도 괜찮으니까, ?]

[............., 알겠어]

 

오소마츠는 꽤 당황한 듯했지만, 쵸로마츠가 눈썹을 축 늘어뜨리며 손을 모으고 부탁을 해오자, 결국 수긍하고 말았다.

오소마츠, 역시 무리하고 있군. 힘들어 보이면 역시 말려야겠지.....

나는 손거울을 보는 척하며 흘긋흘긋 두 사람의 상태를 살폈다.

 

[그럼, 할게?]

[....., ]

 

쵸로마츠가 오소마츠에게 팔을 뻗어 천천히 머리에 손을 얹었다. 예상외로 놀라지는 않았지만, 오소마츠의 몸은 상당히 부자연스럽게 경직되어 있었다. 쵸로마츠가 오소마츠의 머리에 손을 얹자, 오소마츠는 눈을 꼭 감고 신음에 가까운 소리를 흘렸다. 참는 듯이 눈썹을 찡그리고 있다.

 

[우으...........-......]

[못 참겠는가]

 

나는 보다 못해서 손거울을 책상에 내려두고 오소마츠에게 물었다. 쵸로마츠가 오소마츠의 머리에서 손을 치웠다.

 

[역시 너무 무리한 부탁이었나 보네. 미안]

[.......]

 

이치마츠도 나와 마찬가지로 신경 쓰고 있었는지, 오소마츠와 쵸로마츠를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이치마츠가 조용히 중얼거린다.

 

[만져지는 건 힘들어도 만지는 건 괜찮을지도 모르잖아?]

[오오!! 그거 맹점이로군!! 역시 이치마츠다!]

[닥쳐 쿠소마츠. 죽인다, 쿠소마츠]

[Oh.......]

 

이치마츠의 제안을 칭찬하자, 망설임 없이 욕을 퍼부어 온다.

나는 알고 있다고....솔직하게 말할 수가 없는 거지? 브라더~? 정말이지 손이 많이 가는 귀여운 동생이군

쵸로마츠가 우리들의 대화가 어이없었는지 입을 꾹 다물었다.

 

[정말 매일매일 질리지도 않나 보네. , 오소마츠형. 나 만져볼래?]

[? .........., ?]

[힘들면 도중에 그만둬도 괜찮으니까]

 

오소마츠는 갑작스런 제안에 곤란한 눈치였다.

그도 그렇겠지. 좋은 생각이긴 하지만 살짝 닿는 것조차 싫어하는데 만지라고 하는 건.

-, 하고 고개를 숙이며 살짝 고민하는 기색을 보이더니, 작게 중얼거렸다.

 

[......조금. 조금만이라면]

[정말!?]

 

쵸로마츠의 목소리에 오소마츠는 고개를 끄뎍였다. 쵸로마츠가 오소마츠를 향해 코타츠 위로 손바닥을 내밀었다. 오소마츠의 시선이 그 손에 향했다.

 

[처음이니까 손이면 돼]

[그렇네]

[오소마츠형이 괜찮을 때 하면 되니까]

 

쵸로마츠가 그렇게 덧붙이자, 오소마츠는 쵸로마츠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쵸로마츠의 손 근처까지 가서 딱 멈춰섰다.

 

[괜찮아. 안 움직일 테니까]

[......]

 

조심조심 움직여 손을 건드리려 다가가지만, 주저하며 물러났다. 하지만 다시 천천히 다가갔을 땐 살짝 손끝이 닿았다. 오소마츠에게는 그게 고작인 듯 닿은 손끝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오소마츠의 이마에 살짝 땀이 맺혔다. 오소마츠가 목소리를 쥐어짜듯 말했다.

 

[......................이게, 한계, ......]

[역시 바로는 안 되나~. 이제 떼도 돼]

 

쵸로마츠가 그렇게 말하자, 오소마츠는 닿았던 손을 황급히 떼었다. 눈썹을 축 늘어뜨린 채 가슴 앞에 손을 모은다. 고개를 푹 숙이곤 작게 중얼거리는 오소마츠.

 

[....미안]

[왜 사과하는 거야. 오소마츠형은 잘 했다고? 그 의사만으로도 기쁘니까]

[그래, 오소마츠. 너무 신경 쓰지 마라. 조금씩 익숙해지면 되는 거니까]

[.....]

 

이 상태라면 만질 수 있게 될 때까지, 아직 한참의 시간이 걸릴 거다.

하지만 가능한 빨리 우리들에게 가까이 다가올 수 있게 되었으면 한다. 노골적으로 피해지면 기분이 좀 그러니까 말이지. 지금은 힘들지만 무사히 회복되면, 오소마츠를 맘껏 안아주고 싶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형제들도 다 같은 생각이겠지.

 

 

 

 

-.

 

갑자기 들려온 고양이 울음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울음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보자 자그마한 검은 고양이가 오소마츠가 있던 코타츠에서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검은 고양이는 코타츠에서 튀어나와 근처에 있던 오소마츠에게 다가가 무릎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오소마츠는 어리둥절한 모양이다. 아무래도 고양이가 자기 무릎에 올라타는 일은 좀처럼 없었으니 놀라는 것도 당연하다. 이치마츠가 나른한 표정으로 코타츠에 있던 귤을 하나 집어들었다.

 

[...오소마츠형, 어차피 한가하지? 그 애가 마음에 드는 것 같으니까 놀아주는 게 어때]

 

쵸로마츠가 놀란 표정으로 이치마츠에게 말했다.

 

[그보다, 고양이 있었어? 언제부터!?]

[-. 내가 여기에 왔을 때부터 있었는데]

[진짜!? 전혀 몰랐는데...]

[아직 2마리 더 있을 걸]

 

이치마츠가 이제 와서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쵸로마츠형이라고 말하는 표정으로 귤을 까기 시작했다.

 

[하아!? 뭐야 그 눈은!! 내 반응이 그렇게 이상해!?]

[조용히 좀 하라고. 놀라서 도망치면 어쩔 거야. , 내 친구들 걷어차면 죽인다]

[뭐야 그게, 무서워!! 너 때문에 움직일 수가 없잖아!]

 

쵸로마츠가 오버스럽게 머리를 싸맸다.

나도 고양이가 있는 줄 몰랐다. 그렇다면 지금, 내 발에 닿는 푹신푹신한 건 이치마츠의 친구인가? 발에 닿았을 뿐, 차지는 않았으니 아무 문제 없겠지!!

오소마츠에게 시선을 돌리자, 검은 고양이의 등을 쓰다듬고 있다. 오소마츠가 목아래를 쓰다듬자 고롱거리며 기분 좋은 듯이 눈을 살짝 감았다.

솔직히, 부럽다. 나도 오소마츠를 만지고 싶고, 만져지고 싶다. 고양이가 부러워지는 날이 오다니....인생이란 뭐가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는 거로군.

아차. 여러 가지 일에 신경을 쏟았지만, 슬슬 재개해야겠군.

나는 탁자에 둔 손거울을 다시 들고, 그 안에 비치는 얼굴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배고파-]

[그러고 보니,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군]

 

토도마츠가 손을 뻗으며 코타츠에 푹 엎드렸다. 거실 시계를 보니, 마침 7시 가리키고 있다. 거실에는 오소마츠형, 토도마츠, 그리고 내가 있다.

오소마츠형이 거실에 있을 때는 가능한 같이 있으려 했다. 오소마츠형이 거실에 온다는 건 조금이라도 우리들에게 다가가려 하는 거라고 생각하니까. 정말 싫다면 방에 처박혀 있을 테고. 실제로, 단순한 나는 오소마츠형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기쁘다. 게다가 가능하다면 얼른 극복해줬으면 한다. 그래도 조금은 우리들 시선에 익숙해진 듯 아주 잠깐 동안은 마주보는 게 가능하게 되었다. 미세한 정도지만 그걸 알아챘을 땐 정말이지 기뻤다. 조금이라도 오소마츠형의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오늘도 계속 거실에 있었지만 특별히 할 일은 없어서, 계속 뒹굴거리고만 있다.

 

문이 드륵드륵 하고 힘차게 열리는 소리가 현관 쪽에서 들려왔다.

 

[다녀왔스루!! 머스루머스루!! 허스루허스루!!]

[.....다녀왔어]

[드디어 쥬시마츠형들도 돌아온 모양이네]

 

토도마츠는 핸드폰을 한손에 들고 거실을 나가 현관 쪽으로 향했다. 그 뒤를 따라 나도 무거운 허리를 들어올렸다.

 

[끄응차]

 

일어섬과 동시에 옷깃을 누가 잡아당겼다.

뭔가 싶어서 보자, 오소마츠형이 내 파카의 옷자락을 조심스럽게 잡고 있었다.

 

[왜 그래? 이제 곧 저녁 먹어야 하니까 카라마츠 부르러 가려고 했는데...]

[...나도 갈래. 슬슬 방으로 가려고...]

 

내 옷자락을 놓고 오소마츠형도 일어섰다.

오소마츠형을 데리고 거실을 나가자, 계단을 내려오던 카라마츠랑 마주쳤다.

 

[쵸로마츠...랑 오소마츠인가. 어디 가는 건가?]

[아니, 너 부르러 가려고 했는데 마침 내려오네]

[그런가. 저스트 타이밍이로군!]

[그래그래]

 

폼 잡으며 말하는 카라마츠에 적당히 답을 했다.

카라마츠가 내려왔으니 내 용무는 끝났지만, 오소마츠형을 방에 데려다주긴 해야겠지. 거실로 돌아가기도 그렇고, 보내고 가도 부자연스럽진 않으니까.

그 순간 현관 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 야키소바!! 야키소바 냄새!! 오늘 저녁은 야키소바야!! 분명 야키소바!!]

[, 냄새가 나!? 전혀 안 나는데!!]

[, 쥬시마츠 코 얕보면 안 된당께]

[누구야 그거!!?]

 

이치마츠, 쥬시마츠, 토도마츠가 거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걸 본 오소마츠는 나와 카라마츠를 말없이 번갈아 보았다.

....설마....

 

 

[....아아...!!]

 

 

역시나다.

우왕좌왕하며 황급히 거실로 뛰어가는 오소마츠형을 쫓아가자, 아까 그 위치로 돌아가 코타츠에 머리끝까지 푹 기어들어가 있었다. 오소마츠형은 떨리는 목소리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너무...많아....무리, 무리야]

 

이럴 때, 안심시키기 위해 쓰다듬어 준다는 선택지가 없어져 정말 골칫거리다. 오소마츠형의 경우, 역효과가 나니까.

뭔가 안심시켜줄 방법이 있다면 좋을텐데.

11이라면 나름대로 상대를 해주는데, 3명만 되어도 불안한 표정으로 침착성이 없어진다.

4명 이상이 되면 완전히 완전 패닉에 빠진다. 그러니까, 오소마츠형이 방에 있을 땐 3명만 있는 게 암묵적인 룰이 되었다. 나는 덜덜 떠는 오소마츠형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오소마츠형]

[, ....?]

[, 같이 먹을래?]

[....]

 

오소마츠형은 예상외의 내 발언에 고개를 들었다. 나는 말을 계속 이어갔다.

[역시 거실에서 다 같이 먹는 건 아직 힘들지? 오늘만이라도 나랑 오소마츠형 방에서 같이 먹어도 될까?]

[그거라면....]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곧 저녁이니 쥬시마츠들이 거실로 올 거다.

일단 오소마츠형을 2층에 데려다 줘야겠지.

내가 뒤돌자, 언제 왔는지 카라마츠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눈썹을 축 늘어뜨린 채 내 뒤에 서있었다.

-, 아까 당황하며 거실로 뛰어갔으니 당연하겠지.

 

[아까도 말했지만, 2층에 데려다주고 올테니까 쥬시마츠들 부탁할게]

[알겠다, 브라더. 내게 맡겨라]

 

내 의도를 알아챘는지 카라마츠는 재빨리 거실에서 나갔다.

여전히 상대의 중대한 일에는 놀라울 정도로 이해력이 빠른 녀석이다. 자신에 관해선 기막히게 둔하면서. 그걸 자신한테도 발휘하라고. 카라마츠 답다면 답지만.

카라마츠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오소마츠형에게 말을 걸었다.

 

[, 애들이 오기 전에 빨리 나가자]

 

오소마츠형이 느릿한 움직임으로 코타츠에서 나왔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오소마츠형을 데리고 문을 나선다. 복도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며 안심하다.

카라마츠가 해결을 한 모양이다. 계단 앞까지 가서 오소마츠형한테 말을 걸었다.

 

[먼저 방에 가있어. 나는 밥 가지고 올라갈게]

[....알겠어]

 

오소마츠형은 허겁지겁 계단을 올라갔다. 그렇게 급하게 가지 않아도 괜찮은데. 넘어질까봐 조마조마 했지만 다행히 무사히 올라간 것 같다.

나는 오소마츠형이 계단을 오르는 걸 다 보고 부엌으로 향했다. 부엌문을 열자 맛있는 냄새가 훅 풍겨져 왔다. 식욕을 돋구는 냄새에 가까이 다가가자, 맛있어 보이는 야키소바가 접시에 담겨있다. 쥬시마츠의 말대로 야키소바다.

후각 굉장하네. 개였던 건가, 그 녀석.

 

[어머, 배고파서 온 거니? 이제 곧 다 되니까, 잠깐 기다리렴]

 

손을 바쁘게 움직이며 엄마가 말했다. 그런 엄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엄마, 오늘은 2층에서 오소마츠형이랑 같이 먹기로 했으니까 내가 밥 가져갈게]

[어머, 그러니? 알겠어. 바로 준비해줄 테니까, 조금만 기다리렴]

 

엄마는 조금 놀란 표정을 보였지만, 솜씨 좋게 오소마츠형과 내 몫의 야키소바를 준비해주었다. 그리고 야키소바를 담은 그릇을 쟁반에 담아 건넸다.

 

[많이 담아서 쏟을지도 모르니까 조심하렴. 특히 계단 오를 때]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애도 아니고]

 

쟁반을 들어 양손이 가득 찬 나를 걱정한 엄마가 부엌문을 대신 열어주었다. 나는 쏟아지지 않게 천천히 오소마츠형이 잇는 방으로 갔다. 무사히 2층으로 올라가 방문 앞까지 도착했다. 갑자기 들어가면 놀랄지도 모르니, 들어가기 전에 말을 걸었다.

 

[오소마츠형, 들어갈게]

 

재빨리 팔꿈치로 문을 열었지만, 순간 쟁반에 있던 물컵이 흔들리면서 물이 쏟아질 뻔해서 마음이 덜컥했다. , 위험했다. 눈앞에서 엎을 뻔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방으로 들어갔다.

오소마츠형은 내게 등을 돌린 채 무릎을 끌어안고 누워있고, 방 중앙에는 접이식 원형탁자가 놓여 있었다. 아마 식사 때에 오소마츠형이 쓰는 거겠지. 테이블 옆에 쟁반을 내려두고 저녁밥을 탁자 위로 옮겼다.

엄마한테 쟁반을 받았을 때부터 생각했지만, 역시 오소마츠형의 양 엄청 적구나. 그때부터 바뀌지 않은 건가. 좀 더 먹었으면 좋겠는데.

상을 다 차리고 오소마츠형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얼굴을 살짝 들여다보니, 눈을 꼭 감고 있었다.

잠깐, 왜 자는 거야. 밥 먹을 거라고 했잖아.

나는 오소마츠형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일어나. 오소마츠형, 자지 말라고]

 

내 목소리에 닫힌 눈꺼풀이 천천히 열렸다. 느릿느릿 몸을 일으킨 오소마츠형이 나를 발견하곤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오랜만에 본 자다 깬 얼굴.

어쩐지 기뻐서 무심코 웃음을 지어보였다.

 

[...잔 거 아니야]

[딱 봐도 잔 건데 왜 거짓말을 하는 거야. 침이나 닦으라고]

 

오소마츠형은 내 지적에 졸린 눈으로 입가를 쓱쓱 닦았다. 내가 탁자에 앉자, 오소마츠형도 내 앞에 앉았다. 그걸 본 나는 가슴 앞에 합장을 했다.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오소마츠형도 합장하곤 잘 먹겠다고 작게 중얼거렸다. 나는 배가 엄청 고팠기에, 젓가락을 쥐고서 허겁지겁 야키소바를 먹었다.

으응~!! 맛있어-!! 엄마가 해주는 야키소바 오랜만이네-!! 역시 엄마!! 엄청 맛있어!

잠깐 야키소바의 맛에 흠뻑 젖어있었지만, 오소마츠형이 잘 먹는지 궁금해 시선을 돌렸다.

상당히 느릿하긴 했지만 그래도 조금씩 입을 우물거리는 게 보였다. 입안에 면을 가득 넣기 싫은 건지, 도중에 면을 잘라내었다.

밥 먹는 속도가 이렇게나 떨어지다니...

 

[어때? 맛있어?]

[....]

 

나는 야키소바에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곤 아무런 말도 않고, 분주히 움직이던 손을 딱 멈추고 오소마츠형을 바라보았다.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눈앞에 있었다.

그건, 오소마츠형이 지금 젓가락으로 쥐고 있는 저것의 정체 때문이었다. 오소마츠형은 그걸 거리낌 없이 입안에 넣어 씹기 시작했다. 그 광경에 놀라 나도 모르게 한마디 툭 내뱉었다.

 

[형이 피망을 먹고 있어....]

[?]

 

옛날부터 피망만은 죽어도 안 먹던 오소마츠형이, 피망을 입에 넣고, 씹어, 삼켰다.

그것도 싫은 표정 하나 짓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먹어 보였다. 얼빠진 표정의 나를 의아한 듯, 오소마츠형은 여전히 입을 오물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 먹을 수 있게 된 거야!? 그렇게 싫어했는데!!?]

[? .....뭐가?]

[피망!! 이런 건 먹을 게 못 된다면서 카라마츠한테 떠넘겼었잖아!!]

 

오소마츠형은 내 기세에 눌렸는지, 시선을 피하며 살짝 주눅 든 목소리로 말했다.

 

[...........맛있는 건 아니지만...못 먹을 정도는 아니, 려나]

 

이런.

흥분해서 평소처럼 말해 버렸다. 오소마츠형이 긴장하고 있다. 일단 나부터 진정하자.

탁자에 올라탈 기세로 내민 몸을 다시 제자리로 돌리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목소리 톤도 낮춰서.

 

[쓰지 않아...?]

[........뭐라고 해야 할까...딱히 아무런 맛도 없다고...해야 하나]

[진짜냐...]

 

내가 먹었을 땐 그냥 평범한 피망의 맛이었는데....설마 미각을 잃은 건 아니겠지...

하지만 오소마츠형이 그렇게나 싫어하며 편식하던 피망을 먹게 되다니....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겠지.

나는 멈췄던 손을 다시 움직였다.

 

[...잘 먹었습니다]

 

오소마츠형은 다 먹었는지 손을 합장하고 인사를 했다. 접시를 보니 야키소바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엄마의 말에 의하면, 드물지만 적은 양이라면 다 먹긴 하는 모양이다. 남기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다 먹어주었다.

다행이다. 먼저 식사를 끝낸 오소마츠형을 따라, 조금 남은 야키소바를 마저 먹고 나도 합장하고 인사를 했다.

 

[잘 먹었습니다]

 

만복감에 숨을 후, 내쉰다.

후우. 나는 기지개를 쭉 펴며 뒤로 드러누웠다. 이제 씻고 자기만 하면 되네. 배부르면 늘 졸려진단 말이지-. 지금도 그렇고.... 다들 슬슬 다 먹었으려나.

찢어져라 하품을 하고 있자, 달그락 하는 소리가 들렸다.

? 무슨 소리지? 단숨에 몸을 일으켜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자, 뭔가를 입에 넣는 오소마츠형과 탁자에 놓인 흰 알약이 든 병이 있었다.

 

 

.....약 먹는단 얘긴 처음 듣는데.

 

 

 

 

[뭐야 그거]

 

언짢은 목소리로 물었다.

명백히 내 기분이 목소리에 드러났는지, 현저히 낮아진 내 목소리에 오소마츠형이 움찔 몸을 떨었다. 마침 물을 마시고 있었던 탓에 물이 입가에 살짝 흘러내렸다. 불안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컵을 탁자에 탁, 하고 내려둔다. 오소마츠형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입을 열었다.

 

[, 인데...]

[그건 보면 알아. 솔직히 말해줘. 어디 아픈 거야?]

 

탁자 위에 놓인 투명한 병을 집어들었다. 안에는 하얀 얄약이 반쯤 들어있었다. 빙글, 병을 돌려 보았지만, 라벨은 붙어있지 않아서 무슨 약인지 알 수가 없었다. 눈살을 찌푸리며 나는 오소마츠형을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움찔 몸을 떨며 당황하더니 이내 시선을 피해버린다. 그리곤 오소마츠형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냐....그냥 영양제야. 아픈 거 아니야]

[..........정말?]

 

그런 수상한 기색을 보이며 말하면, 믿을 수가 없잖아.

하지만 예전의 오소마츠형이었다면 몰라도, 지금의 오소마츠형이라면 진실을 말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확률은 반반이다.

 

[, 많이 못 먹으니까.....먹고 있는 것뿐이야..]

 

오소마츠형은 여전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떨리기 시작한 목소리는 마치 오소마츠형의 감정을 드러내는 듯했다. 이 이상 추궁했다간 금방이라도 무너져내릴 것 같았다.

나는 체념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픈 건 아닌 거지?]

[아픈 건 아냐. 정말, 이야]

[그럼 됐어. 걱정하게 만들지 말라고, 정말]

 

다 먹은 접시와 컵을 쟁반위로 치웠다.

오소마츠형에게는 아직 물어보고 싶은 게 잔뜩 있지만, 슬슬 나가지 않으면 목욕탕이 닫을지도 모른다.

 

[...안 했던가..]

[안 했어!! 애초에 약먹는다는 것도 몰랐다고!]

[...미안...]

[말하지 않은 거 잔뜩 있거든. 톳티도 아니고 그런 중요한 건 말해 달라고. 알겠어?]

[, 알겠어]

[알았으면 됐어]

 

오소마츠형이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빈 접시가 놓인 쟁반을 들고 일어섰다. 그대로 방문 앞까지 걸어나가 문을 열었다. 그리곤 복도로 나가 오소마츠형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나 가볼테니까. 오소마츠형도 빨리 씻으러 가]

 

다시 오소마츠형이 고개를 끄덕이는 걸 확인한 나는 문을 닫고 부엌으로 향했다.

 

 

 

 

 

 

 

 

쓸쓸함은 이미 잔뜩 겪었다.

아주 잔뜩.

2년 동안 쓸쓸함에는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졌는데, 다시금 온기에 느껴 떠올리고 싶진 않다.

쓸쓸한 건 싫다.

나를 가장 괴롭게 만드는 존재.

그러니까 나는 외로움이란 존재를 죽였다.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이걸로 녀석들을 만나지 않아도 평범하게 생활할 수 있다.

그런데 동생들이 돌연 집으로 돌아와 버렸다.

그기도 다시 내게 손을 뻗어왔다.

그만둬.

제발 그만둬.

건드리지 마.

, 이제 너희들과 함께 있지 않아도 괜찮아.

..............

끈질기네, 제발 부탁이니까 나 같은 건 내버려 둬.

안타깝지만, 이지 너희들이 아는 장남은 없어.

 

 

없어져 버렸어.

너희들이 아는 장남은, 이제 없어.

이미 늦었다는 건, 나밖에 모르겠지만.

 

 

 

 

 

 

 





저저번주에 올리려고 했는데

1페이지 있는 줄 몰라서

빼먹고 번역해서 못 올렸습니다 ;ㅂ;



후편도 조만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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