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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공포증 <후편>

 

 

 

 

쿠당.

 

 

 

 

뭐지, 나는 천장을 올려다봤다.

평소대로 거실에서 거울에 비친 나를 보고있으니, 2층에서 둔탁한 소리가 났다. 뭐가 쓰러진 건가?

 

 

 

..............그렇다고 하기엔 너무도 둔탁한 소리였다.

뭐가 쓰러져야 저런 소리가 나지? 나는 의문을 잔뜩 품은 채 다시 시선을 거울로 돌렸다. 지금 이 방에는 나뿐이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지만, 이치마츠는 고양이를 만나러 갔다. 쵸로마츠와 쥬시마츠, 토도마츠는 엄마의 심부름으로 장보러 나갔다. 오늘은 통 보질 못했지만, 아마 오소마츠는 2층에 있을 것이다.

나는 아까 그 소리의 원인이 여전히 신경 쓰여, 거울을 보면서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만약 가구라면 쾅, 정도의 단순한 소리일 텐데..... 그보다 애초에 지진도 없었는데 갑자기 쓰러질 리가.

 

 

.............어째선지 엄청 신경 쓰였다.

생각하면 할수록 신경이 쓰여 나는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거울은 탁자에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거실을 나와 계단을 올랐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질 않는다. 얼른 원인을 찾아내서 해결하자.

그렇게 결심한 나는 우리가 쓰는 방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방을 대강 둘러보니 별로 변한 건 없었다. 큰 물건이 넘어진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넘어진 흔적 자체가 없었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설마 여기가 아니라 오소마츠의 방인가?

얼른 이 찝찝한 마음을 어떻게 하고 싶어 발길을 돌려 방을 나왔다. 옆방 앞까지 가자, 나는 발을 뚝 멈췄다. 아무런 전조도 없이 문을 열어 버리면, 오소마츠가 놀랄지도 모른다. 그 후로 이 방에 들어갈 때에는 일단 말을 건 후에 들어가는 게 우리들의 암묵의 룰이 되었다. 나는 문에 손을 뻗고 오소마츠를 불렀다.

 

[오소마츠, 들아간다]

 

문을 열자 다다미 위에 오소마츠가 엎드려 자고 있었다. 일단 방안을 가볍게 둘러봤지만, 특별히 뭐가 넘어진 흔적은 없었다. 그 소리.........내 기분 탓이었던 건가.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오소마츠에게 시선을 옮겼다.

이불도 덮지 않고 잠들다니 이 얼마나 깜찍한 형님인가. 이대로는 감기 걸린다고? 정말 못 말리는 브라더다. 내가 이불을 준비해야 하지 않은가!!

나는 벽장에서 오소마츠가 쓰는 1인용 이불을 꺼내 다다미에 깔았다. 베개도 꺼내 놓아두어 준비를 끝내고, 오소마츠를 깨우기 위해 가까이 다가갔다.

 

[일어나라, 오소마츠. 그런 곳에서 자면 감기 걸린다]

[......................]

[오소마츠?]

 

오소마츠에게 말을 걸었지만 답이 없다. 어찌 된 일인가 싶어 미간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겼지만, 아무래도 푹 잠든 것 같아 그냥 들어 옮기려 오소마츠에게 손을 뻗었다. 오소마츠를 옮기기 위해 일단 똑바로 눕혀야겠지. 어깨를 가볍게 잡아 살짝 힘을 줘 옆으로 뒤집었다. 그러자,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오소마츠가 괴로운 듯 숨을 헐떡이고 있어, 깜짝 놀랐다.

 

대체 무슨 일인가!? 엄청 괴로워 보이는데!?

..............설마 아까 그 소리의 정체는 이건가!!

 

[하아.........하아..........]

[어이!! 오소마츠!! 정신 차려라!!]

[하아............................]

 

가볍게 어깨를 흔들자, 닫혀있던 눈꺼풀이 느릿하게 열렸다. 눈동자가 뿌옇게 흐려지고 괴로움에 옅게 흔들렸다. 의식은 있든 듯했지만 체력은 없는 모양인지 힘없이 다다미 바닥에 축 늘어졌다.

, 어쩌면 좋은가...!! 운 없게도 다른 브라더들은 나가고 없다...!! 어째서 이럴 때만 나 혼자인 건가!!

나는 머리를 싸맸다. 아니, 일단 진정하자. 형님이 이렇게나 괴로워하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그래!! 1층에 마미가 있지 않나!! 빨리 가서 불러오자!! 나는 오소마츠를 이불에 눕히기 위해 오소마츠의 등과 무릎 뒤에 팔을 넣고 들어올렸다. 무거울 거라 생각해 한껏 다리에 힘을 줘 일어났지만, 생각보다 쉽게 일어섰다. 예상외의 가벼움에 나는 살짝 휘청거렸다. 어떻게든 발에 힘을 줘 균형을 잡았다.

!? 너무 가벼운 거 아닌가!? 말랐다고는 생각했지만....이렇게나 쉽게 들어올려지다니...

축 늘어진 오소마츠를 이불 위에 조심히 눕히고, 뺨에 손등을 맞댔다. 살짝 뜨겁다. 열이 나는군. 잘 보니 이마에 땀이 맺혀있다. 처음부터 열이 나고 있었던 걸ᄁᆞ. 나는 오소마츠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로 돌아오겠다. 잠시만 참아라]

 

나는 방에서 뛰쳐나가 황급히 계단을 내려갔다. 부엌으로 달려갔지만 엄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곧바로 거실로 향하자, 탁자를 닦고 있던 엄마가 집안을 뛰어다니는 날 보고 놀란 듯 올려다 보았다.

 

[어머, 카라마츠. 급하게 뛰어다니고, 무슨 일이니?]

[, 엄마!! 오소마츠가!! 오소마츠가!!]

[오소마츠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거니?]

[쓰려졌다!! 열이 있는 것 같은데, 엄청 괴로워하고 있다...., 아무튼 빨리!]

[알겠어. 바로 준비할테니 조금만 기다리렴]

 

내 얘기를 들은 엄마는 탁자를 닦던 행주를 들고 부엌으로 돌아갔따.

빨리!! 빨리 와줘!!

3분이 지나지도 않아, 엄마가 부엌에서 날 불렀다. 나는 급히 엄마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이것 좀 들고가렴. 쏟지 않게 조심하고]

 

부엌 탁자 위에는 둥글고 하얀 세숫대야가 놓여 있었다. 안에는 물이 담겨 있고, 얼음이 둥둥 떠다녔다. 아무래도 수건으로 이마를 식힐 용도인 모양이다. 딱 봐도 엄청 차가워 보였다.

나는 그걸 양손으로 조심히 들어올렸다.

 

[그럼, 가자]

 

나는 엄마 뒤를 따라서 오소마츠 방으로 향했다. 방으로 가자, 오소마츠가 후우, 후우 하고 작게 괴로운 듯 숨을 내쉬는 게 들렸다. 오소마츠의 옆에 얼음물이 든 대야를 내려놓고, 엄마에게 시선을 돌렸다. 엄마는 오소마츠의 뺨이나 이마를 손으로 만지고 있었다. 엄마는 눈썹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열이 심하네. 거기 있는 구급상자에서 체온계 좀 가져다줄래?]

 

구급상자? 주변을 둘러보자 다다미 위에 놓여 있었다. 초조함에 몰랐는데 아무래도 엄마가 들고 올라온 듯했다. 나는 바로 구급상자를 열어 체온계를 꺼내 엄마한테 건넸다. 체온계를 받아든 엄마는 오소마츠의 겨드랑이에 그걸 끼웠다. 그러자 다시 오소마츠가 굳게 닫힌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올렸다.

 

[후으.........................?]

[그래. 괴롭지. 엄마가 알아서 할테니까, 푹 쉬렴]

 

오소마츠의 시선에 엄마에게서 내게로 옮겨간다. 날 잠시 바라보더니, 천천히 눈을 감는다. 엄마가 이불 위에 축 늘어진 오소마츠의 앞머리를 쓸어넘겼다. 이 거리에서도 이마에 맺힌 땀이 보일 정도로 잔뜩 맺혀 있었다.

 

[땀이 굉장하네. 좀 닦아야겠어. 카라마츠, 거기 얼음물에 수건 좀 짜서 건네주렴]

[, 알겠다!!]

 

나는 엄마가 들고 온 하얀 수건을 3개 정도 얼음물에 집어넣었다. 손이 얼어붙을 정도로 차가웠지만 내게는 이런 걸로 끙끙거릴 여유가 없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오소마츠를 편안하게 해주고 싶었다.

수건에 물을 잔뜩 먹여, 1개씩 꽉 짜냈다. 그리곤 차가워진 수건을 엄마에게 건넸다. 엄마는 그걸로 얼굴과 목 언저리를 닦기 시작했다. 잠시후 엄마가 날 쳐다보지도 않고 지시했다.

 

[오소마츠의 파자마 좀 가져오렴. 새로 빨아둔 게 장롱에 있을 거야]

[알겠다!!]

 

나는 황급히 방을 나가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장롱을 열어 재빠르게 오소마츠의 파자마를 꺼내, 그대로 2층으로 뛰어서 돌아갔지만, 갑자기 아까전의 오소마츠가 떠올랐다.

땀이 엄청났다. 그 정도로 땀을 흘렸다면 탈수증세가 올지도 모르니, 물이 필요할 거다. 가지고 가자!!

나는 부엌으로 가서 냉장고를 열었다. 안을 뒤져보니, 운 좋게도 500ml 페트병의 물이 보였다.

누구 건지 모르겠지만 빌리겠다!! 브라더 거라면 미안하다!! 나중에 사서 되돌려놓겠다!!

그걸 움켜쥐고 거칠게 문을 닫으며 2층으로 뛰어갔다. 살짝 숨을 헉헉거리며 방으로 돌아가서, 파자마를 엄마에게 건넸다. 하지만 엄마는 눈썹을 찌푸린 채 뭔가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엄마 손에는 아까 오소마츠의 겨드랑이에 끼웠던 체온계가 들려 있었다.

 

[, 얼마나 나는가?]

[.....38.4도네. 병원에 데리고 가는 게 나을지도]

 

엄마는 체온계를 구급상자에 넣으며 말했다. 그걸 본 나는 부탁받은 파자마를 엄마에게 다시 건넸다. 엄마가 파자마를 받아들며 내가 들고 온 페트병을 바라보았따.

 

[어머, 물도 가지고 온 거니? 고마워]

[필요할 것 같아서...나도 갈아입히는 거 돕겠다]

[부탁할게. 나는 오소마츠 몸을 닦을테니 갈아입히렴]

 

엄마는 그렇게 말하며 오소마츠의 파카를 재빠르게 벗겼다. 생각보다 옷이 땀에 축축하게 젖은 탓에 몸에 달라붙어 벗기기 힘든 듯했다. 옷을 다 벗긴 엄마가 오소마츠의 몸을 닦았다. 오소마츠는 피부에 닿는 차가운 수건의 감촉이 좋았는지, 찌푸려져 있던 미간이 점점 풀렸다. 엄마는 오소마츠의 상반신을 다 닦고, 바지를 벗기기 시작했다. 그리곤 수건을 바꿔 아까처럼 찐득하게 젖은 몸을 닦아나갔다. 나는 페트병을 다다미에 놓아두고 엄마가 하반신을 닦는 사이 파자마 상의를 입혔다. 파자마를 오소마츠 위에 덮어씌워 축 늘어진 팔을 알맞게 끼워 입혔다. 단추를 다 채우자 마침 엄마도 다 끝났는지 얼음물에 수건을 담갔다. 나는 계속해서 바지를 갈아입혔다. 완전히 다 갈아입히자, 엄마는 오소마츠를 조심히 안아 올렸다.

 

[오소마츠, 카라마츠가 물 가져왔으니까 마시렴]

 

나는 페트병을 뚜껑을 열어 엄마에게 건넸다. 오소마츠가 눈을 뜬 걸 확인한 엄마는 페트병을 오소마츠에게 건넸다. 오소마츠는 양손으로 병을 잡아 입에 대고 천천히 목을 축였다. 꿀꺽이는 소리가 나고, 페트병 안의 물이 4분의 1 정도 마신 오소마츠는 엄마에게 병을 건넸다. 엄마는 병을 받아들고 다시 오소마츠를 이불 위에 천천히 눕혔다.

 

[오소마츠, 머리나 배가 아프지는 않니?]

[...... ......괜찮..................]

 

오소마츠가 띄엄띄엄 대답을 하자, 엄마는 오소마츠에게 이불을 덮어준 뒤, 얼음물로 차가워진 수건을 꽉 짜내어 오소마츠의 이마에 내려놓았다. 나는 페트병을 받아 뚜껑을 닫았다.

 

[이걸로 괜찮겠지. 일단 상태를 지켜보자]

[고마워. 엄마]

[너도 수고했어. 잘했어]

 

어느새 오소마츠의 호흡이 안정됐다.

엄마가 상냥하게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했다. 하지만 나는 엄마에게 도움을 청했을 뿐. 나 혼자였다면 이렇게 제대로 대처하지는 못 했을 것이다. 엄마가 집에 있어 살았다. 우리가 어릴 때 열이 나거나 하면, 이런 식으로 간호했던 걸까. 역이 우리들의 엄마다. 이렇게 엄마에게 쓰다듬어지는 것도 오랜만이군. 나는 뭔가 수줍어져 살짝 웃었다.

 

 

 

 

결국 저녁이 되어버렸다.

장을 보고 돌아온 쵸로마츠와 쥬시마츠, 토도마츠는 집에 아무도 없는 걸 의아하게 여겨 오소마츠 방을 살피러 왔다. 이불에 누워 엄마의 간호를 받고 있는 오소마츠형을 보고 놀란 눈치다. 놀라는 것도 당연하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며 바싹 다가와 물어오는 동생들을 나는 옆방으로 끌고 가 상황을 대충 설명했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모두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문득 창밖을 보니, 아직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이치마츠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군. 투둑투둑 비가 창문에 부딪히는 소리가 동생들의 대화소리에 섞여들어 희미하게 울려퍼졌다.

동생들에게 설명한 뒤, 거실로 내려가 다시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고 있으려 했지만 어째선지 내키지 않았다. 기분이 마치 바깥 날씨 같았다. 오소마츠의 상태가 계속 신경이 쓰여, 결국 나는 오소마츠의 방으로 돌아갔다. 엄마에게 상태를 묻자, 열은 거의 내려갔다고 했다. 딱 봐도 호흡이 안정된 게 느껴졌지만, 여전히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가능한 옆에 있고 싶어서, 오늘만은 오소마츠의 방에서 지내기로 했다. 패션 잡지사에서 일하면서 때때로 오소마츠의 상태를 묻곤 했던 나를 알기에, 엄마는 내게 오소마츠의 간호를 맡겼다. 엄마는 중간중간 물수건을 바꿀 것과, 무슨 일이 있으면 엄마를 부를 것 등의 말을 남기곤 문을 열고 방을 나갔다. 나는 엄마가 말한 대로 몇 번씩이나 부지런히 물수건을 교체했다. 날이 저물기 시작하자 점차 방도 어둑어둑해졌다.

슬슬 불을 켜야겠지? 하지만 오소마츠는 자고 있으니까.... 모처럼 잘 자고 있는데 방해하고 싶지 않다. 쿨쿨 잔느 오소마츠의 뺨을 쓰다듬자, 아까 만졌을 때보다 체온이 떨어진 게 느껴졌다.

다행이다. 이대로 괜찮아지면 좋겠는데. 계속 같은 행동을 반복한 탓일까, 점점 졸음이 몰려왔다. 참지 못하고 후아암~ 하고 크게 하품을 한다.

이런. 완전 졸려. 오소마츠의 열도 내린 것 같고, 잠시 눈 좀 붙일까. 나는 오소마츠 옆에 누워 무거워진 눈꺼풀을 천천히 감았다.

 

 

 

 

[후으...................우윽.............]

 

괴로운 신음소리에 잠에서 깼다.

으으응.....자버렸군.

몽롱한 의식으로 눈을 떴지만, 어두컴컴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얼마나 잔 거지...........자기 전에 뭘 했더라..........

그래.......오소마츠의 간호를..........

!!!

 

나는 바닥을 짚으며 벌떡 일어났다.

설마라고 할 것도 없지만, 방금 그건 오소마츠의 소리!?

나는 황급히 방의 불을 켰다. 그러자 거기에는 눈살을 찌푸린 채 작게 신음하고 있는 오소마츠가 보였다. 마지막으로 봤을 땐 정면으로 누워서 자고 있었는데, 어째선지 지금은 엎드린 채다. 엎어졌을 때 떨어진 건지 수건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 나는 재빨리 오소마츠에게 다가갔다.

 

[왜 그러나!? 어디가 아픈가?!]

[우으.......................]

 

내가 수건을 갈아주는 걸 잊어서 그런 건가!? 자버렸으니까.........!! 부탁이니 죽지만 말아다오!!

견디기 힘든 죄악감에 나는 울상이 되어 오소마츠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오소마츠가 힘겹게 눈을 뜨고는 작은 소리로 띄엄띄엄 말을 했다.

 

[속이, , 좋아...........................]

[속이 안 좋은가!? 봉지 가져올테니 기다려라!!]

 

나는 황급히 방을 뛰쳐나가 계단을 내려갔다. 쿵쾅쿵쾅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내려온 탓에 쵸로마츠가 거실에서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쿵쾅쿵쾅 시끄러워. 어라, 카라마츠형? 쥬시마츠라고 생각했는데]

[, 엄마, 엄마는!?]

[........저녁 준비하고 있을 걸...]

 

쵸로마츠의 답을 듣자마자 재빨리 부엌으로 향했다. 부엌으로 가자 엄마가 칼로 야채를 썰고 있었다.

 

[엄마!! 오소마츠형이 토할 것 같은 모양이다!! 봉지!! 봉지를!!]

 

내 말을 들은 엄마는 야채를 썰던 손을 멈추고 바로 봉지를 꺼내주었다. 그리곤 그걸 내게 건네주며,

 

[엄마도 나중에 상태 보러 갈테니까. 그때까지 좀 부탁할게]

[고마워, 엄마!! 맡겨줘!!]

 

나는 재빨리 부엌을 나와 오소마츠가 있는 방으로 뛰어갔다. 그리곤 엎어져 있는 오소마츠에게로 달려갔다.

 

[많이 기다렸지!! 토할 것 같은가!?]

[구으...................]

 

나는 토하기 쉽게 오소마츠를 일으켜 세우려 손을 뻗었다. , 닿기도 전에 공중에서 멈춰 버렸다. 컨디션이 안 좋다고 해도 역시 싫겠지........아니,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지. 나는 마음을 다잡고 다시 오소마츠에게 손을 뻗었다. 싫어하지도 놀라지도 않았다. 아무래도 지금 그럴 여유조차 없는 모양이다.

일단 엎어진 오소마츠의 겨드랑이에 팔을 넣어 안아 일으켰다. 오소마츠를 이불 위에 앉히고, 엄마에게 받은 봉지를 벌려 오소마츠의 손에 쥐어주었다. 아까 반응이 없었기에 만져도 괜찮겠다 생각해, 나는 오소마츠의 등을 천천히 쓸어주었다.

 

[괜찮은가? 토할 것 같으면 거기에 토해라]

[우으.....................]

 

오소마츠가 봉지 앞에서 괴로운 듯 신음했다. 오소마츠의 얼굴을 들여다보니, 잠들기 전에는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는데, 지금은 핏기가 싹 가신 듯 새파랗게 질려있었다.

열 다음은 구토기인가. 헛되게 체력을 뺏긴 오소마츠를 보고 있자니 견딜 수가 없었다. 차라리 내가 대신 아프면 좋으련만.

 

[후윽.........!! 우에에에에에에에엑!!]

 

오소마츠는 몇 번인가 불규칙하게 봉지에 대로 토했다. 쓰러져서 아무것도 못 먹은 탓에 위액만 토해냈다. 내놓을 것도 없는데 쥐어짜진 위에, 오소마츠의 체력은 상당히 소모됐다. 굉장한 고통에, 오소마츠의 뺨에 눈물 타고 흘렀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생리적으로 나온 거겠지. 나는 새로운 수건을 들어 눈물을 살짝 닦아주었다.

 

[하아...............]

[어떤가? 아직도 토할 것 같은가?]

[.......괴로.......]

 

진정한 듯 보였지만 그것도 잠시, 아까와 마찬가지로 다시 구역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나는 조금이라도 좋아지길 바라면서 다시 오소마츠의 등을 쓸어주었다.

보고 있는 것밖에 못하다니. 너무도 답답하다.

 

계단을 오르는 소리가 들린다. 드디어 엄마가 온 듯하다. 엄마가 방에 들어왔다.

 

[오소마츠의 상태는 어떠니?]

 

엄마가 오소마츠의 옆에 앉으며 말했다. 봉투를 향해 불규칙적으로 구역질을 해대는 오소마츠를 본 엄마는 눈썹을 아래로 축 늘어뜨렸다.

 

[괴로워 보이네. 어때? 열은 좀 내려갔니?]

[아직 체온계로 재보지는 않아서 모르겠다만 내려간 것 같다]

[그래..........................]

 

엄마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방에서 나갔다. 복도까지 나간 엄마는 뒤돌아보며 내게 말을 걸었다.

 

[바로 돌아올테니까, 오소마츠 좀 부탁할게. , 체온계로 열도 좀 재두고]

 

그렇게 말하곤 계단을 내려갔다. 뭘 가지러 간 걸까..

일단 체온계부터 가져오자. 나는 오소마츠한테서 떨어져 구급상자를 열어 체온계를 꺼냈다. 그리고 그걸 들고 오소마츠에게 되돌아갔다.

 

[잠깐 실례하겠다]

 

나는 오소마츠의 파자마 단추를 2개 정도 열고, 체온계를 옆구리에 끼웠다.

 

[체온을 재겠다. 잠깐만 이걸 끼고 있어라]

 

그렇게 말하자 오소마츠는 슬쩍 팔을 내려 체온계를 옆구리로 꽉 붙들었다. 마침 2번째 큰 구토감이 밀려왔는지 크게 구역질을 했다.

 

[......!! 구으........!!]

 

나는 불규칙적으로 튀어오르는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솔직히 보고 싶지 않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 마음이 아팠다.

 

[괜찮....지 않겠지.... 힘내라..]

[.....! 오에에에에에엑!!!]

 

다시 오소마츠는 봉지를 향해 구토했다. 하지만 아까보단 양이 적었다. 토한 후라서 위도 조금 진정했는지 횟수도 줄어들었다.

 

[읏하아, 하아..........힘들엇......]

[괴롭겠지. 수고했다]

 

등을 계속해서 쓰다듬고 있자, 엄마가 방으로 돌아왔다. 그 타이밍에 삐빅, 하고 체온계가 울렸다. 나는 다시 오소마츠의 가슴 쪽으로 손을 뻗어 체온계를 빼냈다. 체온계를 보니, 36.8도였다.

다행이다, 열은 내려간 것 같다.

나는 오소마츠의 체온을 엄마게에 알리고, 오소마츠가 토한 봉투를 받아들어 새로운 봉투로 바꿔주었다.

 

[전화로 확인해보니 아카츠카 병원 아직 열려있대. 열은 내린 것 같지만 역시 가봐야할 것 같아서]

 

엄마는 오소마츠의 이마에서 떨어진 수건을 주워들어 주변을 간단히 정리했다. 나도 체온계를 구급상자에 다시 돌려놓았다. 엄마는 마지막으로 오소마츠의 입가를 수건으로 닦고 내게 말했다.

 

[카라마츠도 따라오렴]

[물론이지!! 엄마!]

[덕분에 살았어. 이 상태라면 스스로 일어서는 것도 힘들테니까, 차로 좀 옮겨주렴]

[걱정마라, 내게 맡겨줘!]

[그럼, 오소마츠를 등에 업혀줄테니까, 거기 앉아보렴]

 

나는 오소마츠를 등지고 앉았다. 그러자 등이 따스해졌다. 부시럭 소리가 나며 봉투를 쥔 손이 목에 둘러진다. 오소마츠의 구토기는 진정된 것 같지만, 작게 신음하고 있었다.

 

[읏차. , 오소마츠. 카라마츠한테 제대로 업히렴. 떨어질라]

 

엄마 말에, 오소마츠가 힘을 살짝 줘서 껴안는다.

오소마츠를 업고 조심히 계단을 내려가 그대로 현관으로 향한다. 재빠르게 다리만 움직여 신발을 신고, 오소마츠를 다시 고쳐 업는다.

뒤따라오고 있다고 생각했던 엄마가 거실에서 나온다. 아마 봉투를 버리고 지갑이나 휴대폰을 챙겨 온 거겠지. 거실에서 나온 엄마 뒤에 쵸로마츠와 쥬시마츠, 토도마츠가 따라 나왔다. 내 등에 축 늘어져 업힌 오소마츠를 보고 상당히 놀란 듯 초조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오소마츠형 괜찮아!? 죽은 거 아니지!?]

[형 엄청 힘들어 보여..]

[안색이 너무 안 좋은데!?]

[우으.............]

 

내 어깨에서 가냘픈 숨소리를 내던 오소마츠는 동생들에게 반응할 기력도 없는지 작게 신음만 했다.

이거 진짜 위험한 거 아닌가? 빨리 병원에 가서 진찰 받아야겠어....!!

 

[아카츠카 병원에 갔다 올게. 가능한 빨리 올테니까 저녁밥 조금 기다리렴]

[다녀오겠다]

 

걱정스레 바라보는 동생들의 배웅을 받으며 집을 나섰다.

차에 가자 엄마가 뒷좌석 문을 열어주었다. 나는 충격을 주지 않도록 최대한 천천히 오소마츠를 좌석에 눕혔다.

 

[후으........하아........]

[조금만 참아라]

 

문을 닫고 조수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했다. 엄마가 차에 시동을 켰고, 우리는 아카츠카 병원으로 향했다.

 

 

 

 

아카츠카 병원으로 향하는 동안 오소마츠는, 속도 안 좋은데 차가 흔들려서인지 멀미를 심하게 해서,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거의 죽기 직전이었다. 얼굴은 완전히 새파랗게 질렸고, 기적적으로 아직까지 손에 들린 봉투에는 살짝 위액이 차있었다. 오소마츠를 다시 등에 업었지만, 이젠 날 붙잡을 힘도 없는지 팔을 그냥 걸치고만 있었다.

잘못해서 떨어뜨리지 않도록 구부정한 자세로 엄마를 따라 병원으로 들어갔다. 내가 오소마츠를 업고 진찰실로 들어가자, 의사는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의사의 지시대로 의자가 아닌 근처에 있는 침대에 오소마츠를 눕혔다. 의사는 오소마츠의 이곳저곳을 살피며 엄마와 얘기를 나눴지만, 결국 확실한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 낮에 열이 났었는데, 그게 감기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다행이다.

의사가 탈수 증세가 있는 것 같다며, 오늘은 일단 수액을 맞고 상태를 지켜보자며 오소마츠에게 링거 주사를 팔에 꽂았다. 수액을 다 맞자, 접수처에서 엄마가 구역질을 막는 약의 처방전을 받아왔다. 체력이 어느 정도 붙어 쿨쿨 잠든 오소마츠를 보니, 여기에 왔을 때보다 안색이 편해진 것 같아 조금 마음이 놓였다. 잠든 오소마츠를 업고 다시 뒷좌석에 눕힌 뒤,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가자 우리들이 아카츠카 병원에 간 사이 이치마츠도 돌아온 듯, 동생 전원이 집앞까지 마중나와 있었다. 현관에 모여 눈썹을 축 늘어뜨린 동생들을 지나 2층으로 갔다.

미안하다, 브라더. 걱정하는 건 알겠다만, 일단 오소마츠를 눕혀야 하니까 말이다. 나중에 다 설명할테니 지금은 조금만 기다려주게. 그 전에 마미가 얘기해주겠지만.

계단을 올라 오소마츠 방으로 가서 아직 그대로 깔려 있는 이불에 오소마츠를 천천히 눕혔다. 아까 병원에서 열을 쟀을 땐 평균 체온이었으니 아마 괜찮겠지. 아직도 구역질이 나는지 어쩐지는 잘 모르겠지만.... 몸이 추우면 또 열이 날지도 모르니, 이불을 꼭 덮어 몸을 따뜻하게 해준다. 토닥토닥, 오소마츠의 가슴부근을 가볍게 두드리자, 졸린 듯 감긴 눈이 슬쩍 열린다.

설마 깨워버린 건가?

 

[미안하다. 깨워버린 건가]

[...아니. 괜찮아]

 

오소마츠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그냥 저절로 눈이 떠진 거라며 눈을 살짝 찡그렸다.

 

[상태는 어떤가?]

[....아직 조금, 속이 안 좋은...것 같아..]

[...그런가. 병원에서 약을 받아왔으니, 이걸 먹어라]

 

나는 차에서 내릴 때 엄마한테 받은 처방전을 아카츠카 병원에 속한 약국에 가져가 알약을 받아왔다.

아 맞아, .......

방을 둘러봤지만 물은 보이지 않았다. 병원에 가기 전에 엄마가 냉장고에 넣어둔 모양이다. 1층에 내려가 봐야겠군. 약을 먹으려면 뭘 먹는 게 위에 부담도 안 갈테고.

 

[오늘 아무것도 안 먹었지. 뭐 먹을 수 있겠는가?]

[.....필요없어]

 

그럴거라 생각했다.

애초에 소식을 했던 게 위에 상당한 부담을 줬을 거다. 게다가 오늘 구토까지 했으니.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안 먹일 수는 없다.

 

[약만 먹으면 위에 안 좋다고]

[....................]

 

내가 그렇게 말하자, 조금 불만스러운 듯 입을 삐죽거렸다. 하지만 나는 무언의 반항에 아랑곳 않고 말을 이어갔다.

 

[먹어도 토할 것 같아서 싫은 건 이해하겠다만, 그래도 약을 먹지 않으면 계속 괴로울 거다]

[...............알겠어]

 

살짝 저항하긴 했지만 그래도 어떻게 납득한 듯하다. 그러고 보니, 내가 간호하고 있을 때 쵸로마츠들이 장을 보러 가서 푸딩이랑 젤리를 사왔다고 했었지? 집에 오는 길에 차에서 엄마가 그랬었으니까.

 

[젤리랑 푸딩 어느게 좋은가?]

[.....젤리, 무슨 맛?]

[아마 복숭아일 거다]

[.....그럼 젤리로]

[알겠다. 금방 돌아오겠다]

 

나는 물과 젤리를 가지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마치 짜기라도 한 듯 쵸로마츠가 방에 들어왔다. 쵸로마츠의 발소리에 나는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보았다.

 

[카라마츠. 오소마츠형 어때, 괜찮대?]

[쵸로마츠인가. 열은 내렸지만 아직 속이 안 좋은 모양이다]

[....그래. , 이거 엄마가 갖다주래]

 

쵸로마츠는 그렇게 말하며 가까이 다가와 내 옆에 앉았다. 손에 들린 건 복숭아맛 젤리와 물이었다. 아까 오소마츠가 말했던 젤리와 물을 쵸로마츠가 대신 가져온 덕분에, 가지러 가려 일어섰던 나는 다시 자리에 주저앉았다.

물은 그렇다 치지만, 젤리는 어떻게 알고 가져온 거지?!

타이밍이 맞아서 우리들 얘기를 듣고 가져온 건 아닐테고....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날 쵸로마츠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쳐다봤다. 하지만 이내 뭔가 떠오른 듯 눈썹을 축 내리고 나와 오소마츠를 향해 머뭇거리며 말했다.

 

[......설마 푸딩이 더 좋았어..? 다시 가져올까?]

[아니, 그거면 됐다. 아니 오히려 그거여야 한다. 오소마츠가 그걸 원했거든]

[그래? 그럼 다행이고. 뭘 가져갈까 고민했는데, 어쩐지 이게 좋을 것 같아서 가져왔어]

 

느낌으로 가져온 건가. 쵸로마츠라면 둘 다 가져와도 이상하지 않은데.... 정말 이럴 땐 여섯 쌍둥이란 걸 실감한단 말이지. 어쩐지 그런 느낌이 들 때가 있지. 나도 가끔 경험하니까 이해한다.

예전에, 어쩐지 감자칩이 먹고 싶어져서 사들고 집에 와서 먹고 있으니, 형제들이 다 하나같이 손에 감자칩을 들고 돌아온 적이 있었다. 그건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그것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음식에 관한 것만 치자면 2자릿수는 훨씬 넘고도 남을 것이다.

 

[약 먹어야 하잖아? 그럼 이거 조금이라도 먹어]

 

그렇게 말하는 쵸로마츠를 슬쩍 본 나는 오소마츠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오소마츠, 일어날 수 있겠는가?]

[.....]

 

오소마츠는 짧게 답하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오소마츠는 아직 조금 졸린 듯 눈을 천천히 꿈뻑거렸다. 쵸로마츠가 숟가락으로 젤리를 떠서 오소마츠에게 내밀었다.

 

[, - ]

[-...]

 

쵸로마츠의 말에 오소마츠는 순순히 입을 벌렸다. 입에 젤리를 넣자, 우물우물 씹기 시작하는 오소마츠는 몇 번인가 씹어 삼키더니 입을 꾹 다물곤 열지를 않았다. 그리곤 숟가락을 피하듯 고개를 돌렸다.

 

[....이제 됐어]

[...반쯤 먹었으니 괜찮겠지]

 

쵸로마츠의 손에 들린 젤리를 보니, 3분의 2 정도 줄어있다. 이 정도 먹었으니 충분하겠지.

나는 쵸로마츠한테 눈짓을 하며 아까 꺼낸 알약을 오소마츠에게 줬다. 쵸로마츠는 먹다만 젤리를 바닥에 두고 물이 든 페트병 뚜껑을 따서 비어있는 오소마츠의 반대쪽 손에 쥐어주었다.

 

[이거 먹으면 속이 좀 편해질 거다]

 

오소마츠는 약을 입에 털어넣고 페트병을 기울여 물을 마셨다. 꿀꺽꿀꺽 약을 삼킨 오소마츠는 페트병을 입에서 떼고 쵸로마츠에게 건넸다.

 

[지쳤지. 이제 푹 쉬어라]

[오소마츠형, 뭐 필요한 거 있으면 바로 말해]

[.......]

 

대충 식사를 마친 오소마츠를 다시 이불에 눕히고, 쵸로마츠가 이불을 오소마츠의 턱밑까지 끌어올려 덮어주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오소마츠는 작게 숨소리를 내며 잠들었다. 꿈속으로 떠난 오소마츠를 본 나와 쵸로마츠는 얼굴을 마주보며 살짝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빨리 건강해지면 좋겠네]

[그러게]

[, 엄마가 곧 저녁 다 된다고 하던데. 아마 지금쯤 다 됐지 않았을까. 밑에 내려가자]

[그렇다면 내려가야지. 가자, 쵸로마츠]

 

쵸로마츠가 젤리와 페트병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갔다. 그 뒤를 따라 나도 일어나려다, 어쩐지, 정말 어쩐지 그냥 만지고 싶어져서 오소마츠의 뺨을 살짝 쓰다듬었다.

그리고 방에서 나가는 쵸로마츠의 뒤를 따라 재빨리 방을 떠났다.

 

 

 

 

 

아카츠카 병원의 약 덕분인지 가족들의 간호 덕분인지 오소마츠형은 점점 상태가 좋아졌다. 오소마츠형을 병원에 데리고 갔다 온 지 딱 2일째가 됐다. 우리들은 늘 그렇듯 거실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그때 엄마가 앞치마에 손을 닦으며 거실로 들어왔다.

이걸 데자뷰라고 할까. 나쁜 느낌은 안 들지만, 어쩐지 오소마츠형에 관한 일임을 짐작했다. 지금 단계에서 예상하긴 힘들지만.

엄마는 우리들이 전부 있는 걸 눈으로 확인한 뒤, 입을 열었다.

 

[오소마츠에 대한 건데]

 

, 역시나. 딱 보면 안다니까.

특히 안 좋은 일에 관해서는 더욱 더.

 

[아카츠카 병원에서 오소마츠의 열이나 구토의 원인을 모르겠다고 했던 거, 전에 말했었지. 그 원인 말인데...]

 

누군가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는 순간적으로 살짝 머뭇거리더니 다시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의사 선생님이 그러는데 스트레스일 가능성이 있다더라고....]

 

엄마의 말에 우리들은 서로 마주봤다.

스트레스..... 그 원인으로 하나 떠오르는 게 있었다.

우리들이었다.

 

[역시 억지로 참고 있었나 봐]

 

엄마가 말하기 괴로운 듯 눈썹을 내리깔며 나직하게 말했다.

 

이해는 간다.

충분히 이해는 가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어 나도 눈썹을 축 내리까는 수밖에 없었다.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시야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두려워했으니까.

 

 

[너희들이 걱정하는 건 안단다. 엄마니까. 하지만, 지금 그 애한테 너무 가까이 다가가려 하는 건 역효과일 뿐이야. 당분간은 잠자코 있어주렴]

 

침묵이 우리들을 감쌌다. 다들 나와 같은 생각이겠지.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침울한 표정으로 눈썹을 축 늘어뜨리고 있었다.

 

[.....알겠어. 엄마]

 

먼저 침묵을 깬 건 카라마츠였다. 나도 뭔가 말하려 입을 열었지만, 생각을 고쳐먹고 조용히 말을 삼켰다.

이건 지금 할 말이 아니다.

게다가 이런 생각을 하는 건 나뿐만이 아닐 거다.

다들 똑같을 거다.

 

[오소마츠를 만나지 말라고까지는 안 할게. 방에 찾아가는 횟수를 줄였으면 하는 것뿐이니까.

오소마츠한테는 내가 말해둘게]

 

이제 우리들이 모인 거실에는 오지 않겠지.

이것만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어쩔 수 없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나는 마음속으로 스스로를 그렇게 타일렀다.

 

 

 

 

* * *

 

 

 

 

기분 좋다.

누군가가 내 머리를 상냥하게 쓰다듬는다.

그 다정한 손길이 마치 깨지기 쉬운 물건을 다루는 듯 조심스럽다.

 

잠겨있던 의식이 점차 돌아오고, 천천히 눈을 떴다.

그러자 머리를 쓰다듬던 손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좀 더 쓰다듬어 줬으면 했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막 잠에서 깨어 흐릿한 시야 너머로 낯익은 모습이 보였다. 몸을 일으켜 남아있는 잠을 쫓아내려 눈을 부릅뜬다. 아무래도 나는 탁자에 엎드려 잠이 든 모양이다.

어째선지 움직임이 없는 상대에, 시선을 돌려 멍한 의식으로 쳐다봤다. 상대가 살짝 떨고 있는 걸 보고, 나는 겨우 그 상대가 오소마츠임을 알아챘다. 멍한 표정을 숨길 생각도 않고 중얼거렸다.

...왜 여기에 있는 거지?

 

[...............형님?]

[!!]

 

내 말에 반응한 오소마츠는 다시 한 번 몸을 움찔하고 떨며 당황했다. 갈 곳 잃은 손이 허공을 맴돈다.

 

[.....그게........., 아무것도 아냐!!]

 

그렇게 말하고는 벌떡 일어나 도망치듯 방을 뛰쳐나갔다.

뛰면 위험하다, 라고 불러 세울 틈도 없이 오소마츠는 이미 방 저편으로 사라지고 없었다. 옆방으로 돌아가는 거겠지. , 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대체 무슨 일이지.

의문과 함께 방에 혼자 남겨진 나는 멍한 머리를 열심히 굴려 생각해 봤지만, 아무래도 그 답에 도달할 수가 없었다. 고개를 돌려 시계를 보니, 작은 바늘이 1을 가리키고 있었다. 오늘은 2시부터 쥬시마츠와 나가기로 했으니 슬슬 준비해야겠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양팔을 올려 기지개를 켰다. 앉아서 잔 탓에 뻐근해진 등이 뚜둑뚜둑 소리를 냈다.

 

 

이제 곧 쥬시마츠와의 약속 시간이다.

준비를 마친 나는 2층방에서 나와 거실로 향했다. 참고로 쥬시마츠는 아침부터 배트를 휘두르러 간 모양이었다. 제대로 시간 맞춰서 돌아오려나. 아마 돌아오겠지. 쥬시마츠니까 날아서라도 돌아올 거다. 실제로 단 한번도 늦게 온 적이 없었으니까. 어느 의미로 존경스럽다. 대부분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는 경우가 많았지만......

 

.........................

기다리는 시간은 정말이지 지루하다. 팔꿈치를 탁자에 대고 턱을 괸다. 시계를 보니 약속 시간까지 20분 정도 남았다. 거실에는 나뿐이다. 나와 오소마츠 말고는 다 외출한 듯, 아까 현관을 슬쩍 보니 신발이 없었다.

.....그래. 거울이라도 보면서 시간을 보내야겠군. 그거라면 전혀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즐거우니까!!

그렇게 생각한 나는 바로 행동에 옮겼다. 2층방으로 돌아가 마음에 든 파란색 손거울을 서랍에서 꺼낸 뒤 서랍문을 닫았다. 그리곤 재빨리 거실로 돌아가 아까 앉았던 곳에 다시 앉았다. 나는 평소처럼 거울 속의 나를 바라보았다.

으음~. 오늘의 나도 정말 멋있군. 변함없이 COOL하다.

나는 손거울의 각도를 바꾸거나, 포즈를 취하는 등 거울 속의 나에게 심취했다. 그렇게 한동안 심취해있자, 현관에서 드르륵 소리가 들렸다. 쥬시마츠가 돌아온 거겠지.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좀 더 즐기고 싶었다만...

손거울에서 시선을 돌려 시계를 보자, 2시였다. 드르륵 현관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우다다, 하고 기운 넘치는 발소리를 내며 쥬시마츠가 거실에 들어왔다.

 

[다녀왔스루!!]

[어서와, 쥬시마츠]

 

나는 쥬시마츠를 보며 손거울을 탁자에 내려뒀다.

 

[카라마츠형!! 준비 다 됐어!?]

[물론이다, 브라더-. 언제라도 출발해도 된다]

[그럼 잠깐만 기다려!! 옷 갈아입고 올게!]

 

내 답을 듣기도 전에 쌩하니 거실을 나가는 쥬시마츠.

그럼, 쥬시마츠가 옷 갈아입고 오는 동안 거울을 치워야겠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또 다시 우다다 하는 발소리가 나면서 쥬시마츠가 거실로 돌아왔다. 유니폼에서 낯익은 노란색 후드로 갈아입은 쥬시마츠.

몇 분....아니 몇 초만에 옷을 갈아입었다고!? 놀란 내게 쥬시마츠가 의아한 듯 물었다.

 

[왜 그래? 카라마츠형]

[...? 아무리 그래도 너무 빠른 거 아닌가?]

[이유는 간단!! 그건 내가 쥬시마츠니까!]

[...그런가]

 

왠지 나는 그 어처구니 없는 이유가 납득이 됐다.

쥬시마츠라면 가능하지.

 

[준비 다 됐으면 가자!]

 

쥬시마츠가 옷자락에 감춰진 손을 뻗어 재빠르게 내 팔을 잡아 밖으로 끌고 갔다.

여전히 아이 같군, 아니, 지금 그럴 말을 할 때가 아니다. 여차하면 끌려갈 정도의 힘이다. 보는 것만으론 그 힘을 알 수 없겠지만.

 

[논논논, 쥬시마-?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목적지는 도망치지 않는다고~? 그러니 일단 이 손 좀 놓겠나]

[아이!!]

 

내 말을 들은 쥬시마츠는 재빨리 손을 놓았다. 나는 거실을 나가 현관으로 향했다. 내 뒤를 쥬시마츠가 깡총거리며 따라왔다. 신발을 신고 집을 나왔다.

밖은 아주 쾌청했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는 파칭코나 카라마츠 girls를 만나러 가지 않았군. 나도 모르게 그렇게나 오소마츠를 간호했던 건가. 이제 간호할 필요 없고, 게다가 앞으로는....... 어쩐지 그 뒤는 생각하면 안 될 것 같아 생각하길 그만뒀다.

집을 나선 우리는 목적지를 향해 걸었다. 내 뒤를 따라오던 쥬시마츠가 내 옆으로 와서 발을 맞춰 걸었다. 그런 쥬시마츠를 흘끗 보곤 신경 쓰였던 걸 물었다.

 

[저기, 데카판 박사란 어떤 사람인가]

 

오늘, 쥬시마츠와 갈 곳은 파칭코가 아니다. 쥬시마츠와 친하게 지내는 데카판 박사의 연구소를 가보기로 했다. 어제, 아무런 예고도 없이 쥬시마츠가 같이 가자고 권유를 했다. 특별한 예정도 없었던 나는 쥬시마츠의 권유를 흔쾌히 승낙했다. 그리고 지금에 이른다.

 

[그게 말이야-! 데카판 박사는 엄청난 사람이야!! 뭐든 만들어!]

[그런가]

[기분약도 데카판 박사가 만든 거야!! 굉장하지-!!]

[? ...........아아, 굉장한 사람이군]

 

손을 활짝 벌리며 웃는 쥬시마츠에 나는 그렇구나, 라며 맞장구를 쳤다.

방금 전에 말한 기분약이란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뭐든 굉장한 약인 건 틀림없다. 잠시 쥬시마츠와 정신없는 대화를 주고받고 있으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쥬시마츠가 발을 멈춰, 나도 따라 멈춰 섰다.

 

[도착했어!! 여기가 박사의 연구소야!]

 

쥬시마츠가 붕붕 소매를 흔들며 연구소를 가리켰다.

시선을 옮기자 거기엔 하얀색 건물이 있었다. 연구소라고 들었는데, 상상과는 달리 별거 없는 건물이었다. 쥬시마츠는 뿅뿅 뛰듯이 계단을 올라가 건물 앞에 섰다. 그러자 자동문인지 문이 좌우로 스르륵 열렸다. 나도 쥬시마츠를 따라 건물 앞으로 갔다.

 

[이리오너라-!! 이리오너라-!]

 

연구소 입구에서 쥬시마츠가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안쪽에서 커다란 트렁크에 백의를 걸친 남성이 나타났다. 이 사람이 쥬시마츠가 말한 데카판 박사인 걸까. 남성은 우리들 쪽으로 다가왔다.

.....아무리 그래도 저 차림은 너무 춥지 않은가?

 

[호에호에. 쥬시마츠군다스까!!]

[안녕! 데카판박사!]

[. 안녕이다스]

 

쥬시마츠는 데카판 박사와 인사를 주고받으며 내게 시선을 돌리곤 가만히 쳐다보기만 했다.

....? 뭔가? 나도 인사하라는 건가?

 

[-, 처음 뵙겠습니다. 카라마츠입니다]

[호에. 처음 뵙겠다스. 데카판 박사다스]

 

데카판 박사는 나와 인사를 하곤 웃으며 우리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데카판 박사의 안내를 받아 탁자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마침 일도 끝난 참이었다스. 오늘은 무슨 일로 왔다스?]

[그냥!! 그치만 뭔가 재밌는 약 같은 거 있어??]

[호에호에. 잠깐 기다려 보라다스]

 

그렇게 말한 데카판 박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근처 선반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곤 알약이 든 병 4개 정도를 양손으로 들고 돌아와 그걸 탁자에 놓았다. 병들이 부딪혀 카랑, 하는 소리가 났다.

 

[이게 추천작이다스. 몸에 피해는 없으니 걱정은 말라다스. 그 전에 이걸 먼저 봤으면 한다스]

 

데카판 박사가 4개의 병들 중, 특별할 것도 없는 흰색 알약이 든 라벨 없는 병을 꺼내, , 하고 우리들 앞에 내려놓았다.

 

[이걸 오소마츠군에게 줬으면 한다스]

[!?]

 

갑자기 오소마츠의 이름이 나와 나는 무심코 이상한 소리를 내버렸다.

데카판 박사는 오소마츠를 만난 건가!?

쥬시마츠가 눈앞에 놓인 알약이 든 병을 받았다.

 

[알겠어!! 줄게!!]

[, 자자, 잠깐만 쥬시마~~? 그건 무슨 약인가~?]

[몰라-]

[Oh.........]

 

나는 머리를 싸맸다.

설마 하던 답이 돌아왔다. 이래선 납득을 할 수가 없잖나.

게다가 뭔가 찝찝하다. 기분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이 안 좋은 예감이 맞지 않기를 바랐다. 나는 데카판 박사에게 약의 용도를 물으려 조심조심 입을 열었다.

 

[...데카판 박사. 이건 무슨 약인가?]

[이건 정반대약이다스. 상대방을 향한 마음을 정반대로 바꾸는 약이다스]

 

그 답을 들은 나는 얼어붙고 말았다.

뭐라고? 상대방을 향한 마음을 정반대로 만드는 약이라고?

설마....아니, 아직 확신할 수는 없지.

정신 차리자.

 

[오소마츠한테 부탁받은 건가..?]

[그렇다스]

 

심상치 않은 내 심경의 변화에, 쥬시마츠가 헤아린 듯 걱정스러운 눈으로 잠자코 날 바라봤다. 그걸 신경쓸 겨를이 없던 나는 데카판 박사에게 질문을 했다.

 

[전에도 오소마츠한테 준 게 있는가?]

[있다스. 대개 한달에 한병씩 준다스]

 

한달에 한병?

점점 의문이 명확해진다.

마치 짙은 안개가 걷히는 듯하다.

초조한 마음을 억누르며, 나는 말을 이어갔다.

 

[...언제부터, 준 건가?]

[작년부터 줬다스. 아마 1년 정도 된 것 같다스]

 

1.

그 단어를 들은 순간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마침내 알아냈다.

땀이 내 뺨을 타고 흘렀다.

빨리, 빨리 모두에게 알려야 한다.

 

갑자기 벌떡 일어선 나를 쥬시마츠가 당황하며 올려다본다.

쥬시마츠, 미안하다. 모처럼 놀러 나왔는데.

하지만 빨리 돌아가야 한다.

나는 쥬시마츠의 팔을 잡아 일으켜, 쥬시마츠가 갖고 있던 병을 받아 들었다. 그걸 탁자에 세게 내려놓으며 데카판에게 말했다.

 

[모처럼 만들어줬는데 미안하지만, 이건 받을 수 없다]

[호에호에!? 갑자기 왜 그러는 거다스!?]

[이제 오소마츠에게 이 약은 주지 않을 거다]

[뭔지 잘 모르겠지만...알겠다스]

 

설마 거절당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한 듯 크게 놀란 데카판 박사가 고개를 끄덕이고, 그걸 확인한 나는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던 쥬시마츠에게 말을 걸었다.

 

[돌아가자, 쥬시마츠]

[!? 아직 아무것도 안 했다고, 카라마츠형!!]

[중요한 일이 생겼다. 다음에 또 오지]

[중요한 일? 그럼 어쩔 수 없네!! 알겠어!! 미안, 데카판 박사!! 우리들 이만 가볼게!!]

 

진지한 내 목소리에 쥬시마츠는 거리낌 없이 납득했다. 그리고 데카판 박사를 향해 쥬시마츠가 그렇게 말했다.

이해가 빨라 다행이다. 너의 그런 점이 정말 좋다.

 

[그렇슴까....알겠다스. 다음에 또 오라다스]

[물론이지!! 또 올게!!]

 

마지막으로 쥬시마츠가 데카판 박사에게 인사를 하고, 나는 쥬시마츠의 펄렁이는 소매를 잡아 빠른 걸음으로 연구소를 나왔다. 내 손에 끌려나온 쥬시마츠는 내 행동을 의아하게 생각하면서도 아무런 말없이 내 뒤를 따라왔다. 데카판 박사의 연구소를 나와 멈추지 않고 집으로 향했다.

일단 집에 가면 오소마츠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을 하자.

그 뒤에 쵸로마츠랑 이치마츠, 토도마츠에게 연락을 하자.

자세한 이야기는 모두 모였을 때 하는 게 좋겠지.

 

[...카라마츠형. 화났어?]

[그런 건 아니다. 네가 잘못한 건 더더욱 없고. 모두 오소마츠가 잘못한 거다]

 

쥬시마츠의 말대로 나는 화난 걸지도 모른다.

쥬시마츠의 소매를 끌며, 부글부글 치미는 감정이 속에 들끓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나는 말할 여유도 없어, 집에 도착할 때까지 입을 꾹 다문 채 걷기만 했다.

 

 

 

 

 

 

아아.

 

나는 오늘도 평소처럼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치마츠가 집에서 나가고 며칠이 지났을까.

-....오늘이 며칠인지, 몇시 몇분인지,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모든 게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이제 체내시계[각주:1]가 완전히 붕괴되기 시작해, 감각을 알 수 없게 됐다.

왠지 모르겠지만 최근 식욕이 없다.

엄마한테는 미안해서 말하지 않았지만, 전에는 맛있기만 하던 밥이 요즘은 전혀 맛있지 않다.

맛이 없어서 못 먹는 게 아니다.

 

왠지 모르겠지만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맛이 느껴지지 않는 걸 먹는 건 생각보다 고통스러워서, 날을 거듭할수록 점점 밥을 남기게 됐다.

억지로 먹은 날에는 구역질이 치밀어 참다못해 결국 토하고 만다.

 

미각상실에 거식증?

하핫. 그럴 리 없잖아.

농담이 지나치다고.

나는 카리스마 레전드 장남님인 걸.

이렇게 센 척을 해도 결국은 이 집에는 나 혼자.

그래. 이 집에는 나만 남았어.

 

 

......이제 장남이고 뭐고 관계없잖아.

 

 

 

 

 

하아.

 

안 된다. 이대로면 난 정말 망가지고 만다.

이미 충분히 엄마에게 걱정을 끼쳤을 테고.

어떻게든 해야 한다.

 

....그러고 보니, 쥬시마츠의 지인 중에 데카판 박사라고 굉장한 아저씨가 한명 있다던데.

언제인진 잊어버렸지만, 쥬시마츠가 즐거운 듯 얘기했던 기억이 있어.

쥬시마츠 말로는, 기분약의 개발자라고 했었지.

에스퍼 냥코가 상대의 기분을 읽을 수 있게 만들어준 약.

굉장하잖아.

 

.....그 아저씨라면 지금의 내 상태를 어떻게든 해줄 약 같은 걸 줄지도 몰라.

쥬시마츠의 지인이니까 아마 좋은 사람이겠지.

 

 

 

 

가봐야겠어.

 

 

나는 뭔가에 사로잡힌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집을 나섰다.

휘청휘청, 위태롭게 걸으며 쥬시마츠의 말을 더듬어 데카판 박사의 연구소로 향했다

 

 

 

[데카판 박사 있어~?]

 

나는 쥬시마츠한테 들은 데카판 박사의 연구소 위치를 필사적으로 떠올려 어떻게든 도착했다.

가려고 마음 먹으면 기억을 더듬어서라도 갈 수 있는 거구나.

내 부름과 동시에 연구소 자동문이 윙-, 하고 열리고 안에서 트렁크에 백의를 걸친 아저씨가 나왔다. 나를 보며 놀란 듯 눈에 띄게 초조해했다.

 

[호에!? 무슨 일이다스!? 자네, 안색이 안 좋다스!!]

[-....원래 이러니까 걱정하지 마. 그보다 쥬시마츠 지금 있어?]

[호에호에. 쥬시마츠군이라면 일하러 나갔다스]

 

다행이다.

예상대로 쥬시마츠는 일하러 나갔구나.

역시 지금의 나는 보여줄 수 있을만한 상태가 아니니까 말이야.

모처럼 자립해서 나갔는데 쓸데없이 걱정 끼치고 싶진 않다.

....장남으로서 방해하면 안 되잖아?

그러니까 가능한 녀석들과 만나는 건 피하고 싶다.

 

[쥬시마츠군한테 용무가 있는 거라면 안에서 기다리겠다스?]

[-, 오늘은 데카판 박사를 보러 온 거야. , 오소마츠. 쥬시마츠의 형]

[그렇다스? 그럼, 사양 말고 들어오라다스]

 

데카판 박사는 초면인 나를 흔쾌히 연구소로 들였다. 데카판 박사는 나를 안으로 안내하며 손님용 탁자 앞에 놓인 의자에 앉으라 권했다. 내가 순순히 자리에 앉자, 메이드 옷을 입은 아저씨가 트레이에 주스를 올려 들고왔다.

 

[다요-]

 

그걸 내 앞에 탁, 하고 내려놓고는 메이드복을 입은 아저씨는 발길을 돌려 돌아갔다. 데카판 박사도 내 건너편 의자에 앉았다. 내놓을 거면 주스 말고 술이나 내놓지, 같은 시덥잖은 생각을 하고 있자, 데카판 박사가 말을 꺼냈다.

 

[그래서, 무슨 일이다스?]

 

나는 주스를 바라보던 시선을 올려 데카판 박사를 쳐다봤다.

 

[쥬시마츠한테 들었는데, 기분약, 데카판 박사가 만든 거라며?]

[그렇다스!! 내가 만들었다스!]

[그럼 말이야, 엄청 소중했던 사람들과의 미련을 끊는...그런 약 같은 건 없어? ,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어서 엄청 곤란한 처지거든]

[요컨대, 소중한 사람들에게 미련이 있다는 거다스?]

[, 그렇지]

[-. 잠시 기다리라다스]

 

데카판 박사는 내 말을 듣자마자 의자에서 뛰어내리곤, 근처 찬장을 뒤지기 시작했다.

아까 나한테 주스를 내어준 메이드도 찾는 걸 거들었다.

 

[있다스!!]

[다요옹~~]

 

조금 지나자 무사히 찾은 모양인지 병을 한손에 들고 자리로 돌아왔다. 다시 자리에 앉은 데카판 박사가 병을 내게 보여주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 약은 정반대약이라는 거다스. 미련을 없애는 건 못하지만, 정반대의 마음을 갖게 되니까, 아마 미련자체를 갖지 않았던 걸로 할 수는 있을 거다스. 아쉽지만 오소마츠군의 요구에 맞는 약은 이것뿐이다스...]

 

가능하면 잊어버리는 계열의 약을 바랐지만, 지금의 내가 바뀔 수 있다면 뭐든 상관없다.

나는 데카판 박사한테 향해 표정을 그다지 바꾸지 않고 말을 걸었다.

 

[저기, 박사. 그거, 나한테 줄래?]

[갖고 싶은 거다스? , 내가 갖고 있어도 쓰지 않으니까 주겠다스!]

 

데카판 박사가 그 약을 내게 건네줬다. 양손으로 병을 받아든 나는 병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안에는 흰색의 알약이 잔뜩 있었다.

그냥 평범한 약으로 보이는데. 게다가 라벨도 없고.... 뭐어, 자세히 써져있는 것도 그런가.

 

[고마워. 역시 쥬시마츠랑 친하고 볼 일이네]

[반대로 바꾸고 싶은 마음을 상상하면서 복욕하면 된다스. 하루 1, 2알 먹으면 2일 가는 식의 약이다스. , 그리고 가급적 식후에 먹는게 좋다스]

[-]

[기본적으로 상대를 향한 마음을 반대로 하는 거지만, 좋아하는 건 싫게, 더 좋아하는 건 더 싫게 만드는 식으로 반대가 된다스. 마음이 크면 도를 넘어 공포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스. 잘 생각해서 복용하는 게 좋다스]

[-. 알겠어]

 

나는 반쯤 흘려들으며 맞장구를 쳤다. 얘기 길다고-, 라면서 약이 든 병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원래 긴 이야기는 지루해서 싫어하는데, 몸이 안 좋은 상태라 듣기가 힘든 나는 결국 얘기를 거의 흘려들었다.

모처럼 설명해줬는데 얘기가 하나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아. 미안하지만.

 

어느새 약의 설명이 다 끝나고, 나는 약을 소중하게 들고 의자에서 내려와, 연구소 문으로 향했다.

이 약, 빨리 먹어보고 싶네. 조금은 생활패턴이 나아지면 좋겠는데.

배웅하러 데카판 박사와 메이드가 출구까지 따라나왔다. 밖으로 나가려 발을 한 발 내딛은 순간, 나는 무언가가 떠올라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 이런. 완전 잊어버릴 뻔했잖아.

 

[, 쥬시마츠한테는 내가 여기 왔다는 거 비밀이야]

[알겠다스]

 

데카판 박사가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본 나는 손을 흔들며 연구소를 나왔다.

쥬시마츠의 말대로 데카판 박사는 좋은 사람이네. 또 무슨 일이 있으면 부탁해도 되겠지. 이 약의 효과에 달렸겠지만.

나는 집에 가기 위해,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갔다. 집에 돌아간 후, 밤까지 평소처럼 지붕 위에서 시간을 보냈다. 받은 약을 빨리 시험해보고 싶었지만, 신후에 먹으라고 했던 말이 걸려서 어쩔 수 없었다. 솔직히, 데카판 박사의 설명, 제대로 기억나는 건 이것뿐이지만.

하늘을 보고 있으니, 의외로 시간이 빨리 지나가 금방 날이 저물었다. 그리고 어느새 주변은 어두컴컴해져 있었다. 밤이다. 슬슬 추워지니 방으로 돌아갈까. 내가 방에 돌아가자, 마침 엄마가 밥먹으라며 부르러 왔다.

1층에 내려가 거실에서 혼자 저녁을 묵묵히 먹었다. 혼자서 먹는 이 분위기도 꽤 익숙해진 듯하다.

시간은 좀 걸렸지만 양이 적어진 저녁을 먹어치우고, 식기를 부엌으로 날랐다. 약을 먹기 위해 컵에 물을 담아 2층으로 올라갔다. 탁자 위에 컵을 두고 흰 알약이 든 병의 뚜껑을 열었다. 병을 기울여 톡톡 살짝 두드리자 알약 하나가 툭 떨어졌다. 병을 탁자에 내려두고 물이 든 컵을 들었다. 나는 희미하게 출렁이는 수면을 바라보았따.

 

이 약을 먹으면 뭔가가 변한다.

지금보다 훨씬 편해지겠지.

괴로운 거나 힘든 건 이제 끝이다.

 

나는 주저 않고 약을 입에 털어 넣었다.

 

 

[안녕. 지금까지의 나]

 

 

 

꿀꺽.

 

 

나는 각오를 다지며 약을 삼켰다.

 

 

 

 

 

* * *

 

 

 

 

 

나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오소마츠의 신발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했다.

우리들이 외출하기 전과 같은 위치에 빨간색 신발이 있다.

 

다행이다. 집에서 나가지 않은 것 같다.

그 다음 나는 핸드폰을 꺼내 쵸로마츠, 이치마츠, 토도마츠에게 오소마츠의 일로 중요한 얘기가 있으니 돌아와라고 메일을 보냈다.

이걸로 이제 모두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핸드폰을 다시 집어넣으려 하자, 진동이 울렸다. 화면을 확인하자 쵸로마츠한테 답신이 왔다.

벌써 답이 온 건가. 역시 쵸로마츠로군.

메일을 확인하니, 바로 갈게라 적혀있다. 그로부터 20분도 안 돼서 이치마츠와 토도마츠한테 답이 왔다. 쵸로마츠와 같은 답이었다. 나는 이번에야말로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한숨을 내쉰 나는 데카판 박사한테 들은 얘기를 다시 떠올렸다. 우리들이 본가로 돌아왔을 때 엄마한테 들은 오소마츠가 우리를 무서워한다는 얘기.

 

그래.

엄마한테 들은 앨범사건이 대략 1년 전이다.

데카판 박사는 분명 상대를 향한 마음이 정반대가 되는 약이라고 했다.

정반대약을 그때부터 받아먹은 거라면....

평소에는 허세도 심하고 마음을 읽기 힘들지만, 형제를 생각하는 마음은 누구보다 큰 오소마츠다.

어느날 갑자기 우리들을 두려워하게 된 계기가 이거라면, 모든 정황이 간단히 이해된다.

이 설이 진짜라면, 오소마츠는 지금도 그 약을 먹고 있을 것이다.

상태가 나아지질 않는 걸 보면 거의 확실하다고 본다.

 

그런데 왜 그 약을 먹은 거지?

오소마츠는 우리들이 싫어졌으면 했던 건가?

아니면 너를 두고 나가버린 우리들에게 화가 나서?

........모르겠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 생각한들 소용이 없다.

어차피 몇 시간 후면 진상을 알게 될 거다.

나는 먼저 거실에 있던 쥬시마츠 옆에 앉았다.

 

 

 

 

[이 바보가!!]

 

내 얘기를 들은 쵸로마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거실을 박차고 나가려 했다. 그걸 쥬시마츠가 황급히 막았다.

 

[, 안돼안돼!! 진정해, 쵸로마츠형!!]

[쥬시마츠. 이거 놔. 녀석을 한 대 갈기지 않으면 내 분이 안 풀릴 것 같다고]

 

쵸로마츠가 목소리를 낮게 깔며 말했다. 잘 보니 쵸로마츠의 주먹을 꽉 쥔 채 떨고 있었다. 내 자리에선 뒷모습만 보여 표정은 알 수 없지만, 대충 어떤 표정인지 알 것 같았다.

쵸로마츠는 완전히 열이 받은 상태였다.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쵸로마츠의 팔을 잡으며 말렸다.

 

[쵸로마츠, 기분은 알겠지만 일단 진정해라]

[.....!! 그치만!! 그치마안!!]

 

쵸로마츠는 내가 쥬시마츠에 가세해 자신을 말리자 괴로운 표정으로 외쳤다.

 

[그 자식, 나한테 영양제라고 했다고!! 내가 보는 앞에서 먹어놓고!!

거짓말을 치다니 용서 못해!!]

[...................]

[.....그게, 정말이야?]

 

토도마츠가 작게 되물었다. 나는 처음 듣는 사실에 벙 쪄서 말을 할 수 없었다.

뭐라고? 쵸로마츠.....방금 말한 그 약을 먹는 걸 본 건가.

나는 쵸로마츠의 팔을 놓고 입을 열었다.

 

[평소처럼 2층에 있을 거다. 지금부터 오소마츠랑 얘기를 해볼 생각이다]

[!! 나도 갈래]

 

쵸로마츠가 달려들 듯 외쳤다. 그와 반대로 쥬시마츠는 눈썹을 늘어뜨린 채 입가에 손을 얹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여럿이서 가면 무서워할 거야...]

 

이치마츠와 토도마츠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럼, 형들만 갔다 와. 하고 싶은 말, 잔뜩 있잖아? 우리들은 밑에서 기다릴게.....제대로 전부 얘기하고 와]

 

토도마츠가 그렇게 말하자, 이치마츠와 쥬시마츠의 시선이 나와 쵸로마츠에게 모였다. 다들 반대하지 않는 듯 아무 말고 하지 않는다.

 

[물론이다, 브라더. 걱정하지 마라]

[알아버린 이상, 끝을 봐야지]

 

쵸로마츠를 데리고 나는 거실에서 나왔다. 걱정스런 표정의 동생들을 뒤로 하고 나와 쵸로마츠는 오소마츠가 있는 방을 향해 계단을 올랐다.

조심해달라는 엄마의 부탁 이후, 방에 가는 건 정말 오랜만이다.

오소마츠의 방 앞까지 가서 멈춰 선 우리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안에 있을 오소마츠를 불렀다.

 

[오소마츠. 카라마츠랑 쵸로마츠다]

[..............]

[들어가지]

 

답은 없었지만 상관 않고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방 중앙에 편히 앉은 오소마츠가 보였다.

근처에 널부러진 만화책들. 어깨에는 빨간색 담요가 걸쳐있다. 나와 쵸로마츠는 방안으로 들어가 오소마츠 앞에 섰다. 오소마츠는 방에 들어온 우릴 보고 놀라 어깨를 움찔하고 떨었다. 나는 입을 꾹 다문 채 우리를 바라보는 오소마츠 앞에 쪼그리고 앉아 눈높이를 맞추며 입을 열었다.

 

[오소마츠. 오늘 네게 중요한 할 말이 있다]

[뭔데.......?]

 

걱정스런 눈빛의 오소마츠가 쵸로마츠와 나를 번갈아 봤지만, 너무도 진지한 표정의 우리들이 무서웠던 건지 이내 시선을 피해버렸다.

 

[오소마츠형. 전에 영양제 먹었었지. 그거 어디 있어?]

[................저기 선반 위에, 있는데...]

 

작은 목소리로 답하는 오소마츠에, 나는 선반 앞으로 가 약을 찾았다. 약은 찾기 쉬운 곳에 놓여 있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나는 그걸 들어 안을 들여다 보았다.

 

안에 든 흰색 알약.

같은 병.

라벨도 없었다.

 

틀림 없다.

아까 데카판 박사의 연구소에서 봤던 것과 같은 약이다.

 

 

 

나는 그걸 한 손에 들고 오소마츠 앞으로 다시 돌아와 앉았다.

 

[오소마츠. 이건 이제 그만 먹어라]

[......?]

[이거, 영양제 아니잖아]

 

쵸로마츠도 내 옆에 쪼그리고 앉아 오소마츠에게 말했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오소마츠에, 내가 따지듯 물었다.

 

[데카판 박사한테 받은 약이잖아, 이거]

[어떻게...그걸.........]

[내가 데카판 박사한테 직접 들었으니까]

 

오소마츠는 이제 속일 수 없다는 걸 깨달은 듯, 몸을 작게 웅크리곤 어깨에 걸치고 있던 담요를 꽉 움켜쥐었다.

 

[......................싫어]

 

오소마츠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리곤 내가 들고 있던 병을 빼앗으려는 듯 갑자기 손을 뻗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손을 뒤로 뺐다.

 

[!! 돌려줘!! 돌려달라고!!!!!]

 

오소마츠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보였다. 그래도 나는 약을 꽉 잡고 돌려주지 않았다.

 

[그게 없으면 나는 다시 돌아갈 거야. 싫어, 그건 싫어, 싫다고!! 싫단 말이야!!!!!!]

[오소마츠!!!! 이건 이제 필요없다!!]

 

오소마츠는 마치 중독자처럼 약을 돌려달라 소리치며 손을 계속해서 뻗어왔다. 잠시 공방전이 이어졌지만, 내가 죽어도 돌려주지 않자 오소마츠는 포기하고 힘없이 손을 내렸다.

 

[.........어째서............]

[오소마츠. 너야말로 왜 그런 건가]

[오소마츠형은 우리들을 싫어하고 싶었던 거야?]

 

오소마츠가 고개를 숙인 채 입을 꾹 다물었다. 도무지 결착이 나지 않아 답답했던지 결국 쵸로마츠는 폭발해 오소마츠에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매번 이런 식이지!! 왜 우리한테 말하지 않은 거야!! 혼자서 전부 짊어지고!! 그렇게 우리들이..]

[쵸로마츠]

[.............]

 

잔뜩 열받은 쵸로마츠를 내가 말리자, 고개를 푹 숙인 채 잠자코 있던 오소마츠가 입을 열었다.

 

[......................]

[?]

 

 

 

[......괴로웠어]

 

 

 

 

 

. 투둑.

 

 

다다미 위로 눈물이 떨어져 스며들었다.

오소마츠는 눈물 젖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 너희들이, 너희들이!! .....두고 갔으니까!!]

 

드문드문 내뱉는 물기 어린 말들이, 오소마츠의 눈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과 함께 다다미 위로 스며들었다.

 

[, 나는, 점점, 이상해졌어..!! 뭘 해도, 재미가 없고, 뭘 먹어도 맛이 느껴지지 않았어]

 

고개를 숙여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오소마츠는 지금 어떤 표정으로 말을 하는 걸까. 눈물에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지, 몇 번이나 말을 흐렸다.

 

[어차, 어차피, 너희들은, 언젠가 여길, 나갈, 거잖아! 그렇다면, 난 이대로 있고 싶어!!

내가 너희들을 싫어하는 채로, 두려워하는 채로 있으면...!! 더는, 더는 그런 생각, 하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나는 오소마츠를 세게 끌어안았다. 오소마츠의 몸이 살짝 튀어 올랐다. 하지만 새어나오는 건 울음뿐. 약의 효과로 굉장히 싫을 텐데, 저항하지 않았다.

 

 

[이제 됐다. 네 마음, 충분히 이해했으니까]

 

오소마츠는 내게 안겨 안심한 건지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쵸로마츠는 그런 오소마츠를 보고 화 낼 마음도 사라졌는지 눈썹만 축 늘어뜨리고 있다. 달래려 툭툭 등을 두드리자, 오소마츠는 나를 세게 끌어안았다. 옆에서 흐느끼면서도 필사적으로 뭔가를 전하려는 듯 오소마츠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우으.........외로웠어!!]

[못 알아채서 미안하다. 우리가 잘못했다]

[계속 같이 있고 싶다고 했는데....!! 그랬는데...!! 다들 날 두고 가버리고!! ? 왜 두고 간 거야? 이 거짓말쟁이들!! 다 미워!! 완전 미워!!]

 

밉다며 울부짖으면서도, 오히려 내게 매달리듯 강하게 끌어안았다. 쵸로마츠가 내 어깨에 턱을 대며 오소마츠에게 말했다.

 

[하지만, 이제 성인이니까 일하긴 해야 한다는 거, 알잖아?]

[알아, 안다고!! 하지만 집에서 나갈 필요는 없잖아! 나를 혼자 둘 필요는 없었잖아!!]

[오소마츠형........]

[바보!! -!!! 얼굴 보기도 싫어!! 저리 가!!]

 

엉엉 울며 말하는 오소마츠에게 위압감이라곤 느껴지지 않았던 탓인지, 쵸로마츠는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눈썹만 아래로 내리고 있었다. 내 품속에서 엉엉 우는 오소마츠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나는 뭔가를 알아차렸다.

 

쵸로마츠가 나가기 전날의 일.

혼자 축하도 하지 않고 잠자코 밥만 먹던 오소마츠의 모습.

그건 화났던 게 아니었다.

 

 

참고 있었던 거였다.

 

마츠노 오소마츠이기 이전에 장남인 그는 자존심 때문에 자기 마음을 꾹 참은 결과, 당연하게도 축하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걸 이제야 깨닫다니.......

 

[왜 처음부터 솔직하게 말하지 않은 거야. 진짜 바보네]

[우윽....................히끅, ]

[-, 이제 그만 울어. 못생겨진다?]

 

쵸로마츠는 그렇게 말하며, 흐느낄 때마다 떨리는 오소마츠의 눈가를 티슈로 닦았다. 아직 멈추지 않은 눈물이 소용없다는 듯 볼을 타고 흘렀다.

 

[괜찮아. 우리들은 이제 무리하게 집을 나가거나 하지 않아. 이제 오소마츠형을 혼자 두지 않아]

[.........정말?]

 

쵸로마츠의 말을 들은 오소마츠는 나와 쵸로마츠를 올려다봤다. 그 눈동자에 눈물이 불안함에 흔들렸다. 그걸 본 나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우리들은 여섯명이서 하나. 나는 너고 너는 나잖아? 그럼 함께여야지]

 

내 말에 오소마츠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 뭔가 잘못 말했나?

뭔가 불안해져 쵸로마츠를 바라보자, 쵸로마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역시 잘못했나.

달리 대체할 말을 찾고 있자, 오소마츠가 툭툭 내 가슴을 때렸다.

놀라울 정도로 아프지 않았다.

 

[바보!! 바보바보!!! 좀 더 빨리 깨달으라고!! 이 바보!!]

[아까부터 말이 험하잖아, 오소마츠형. 이젠 그냥 바보란 말밖에 안 해]

 

쵸로마츠가 다시 티슈로 오소마츠의 뺨을 닦았다. 나도 그에 가세하듯 툭툭 일정한 리듬으로 등을 두드렸다.

몇 분간 계속 등을 두드리자, 훌쩍이는 소리가 조금 잦아들었다. 점점 진정되고 있는 듯하다. 오소마츠는 내 몸에 두르고 있던 팔에 힘을 빼며 천천히 내 품에서 떨어졌다. 가슴에 착 달라붙어 있던 온기가 사라져, 어쩐지 조금 쓸쓸하다.

왜 그러나 싶어 오소마츠의 얼굴을 들여다보자, 만족스러울 정도로 다 운 건지 눈가가 새빨갛다. 눈물은 이미 멎어있었다. 오소마츠가 겸연쩍은 듯 고개를 떨군 채 입을 열었다.

 

[.......이렇게 된 거 그냥 말하겠는데, 너희들이 생각하는 만큼 나, 그렇게 강하지 않아. 센 척한 것뿐이라고. 겉보기만 그런 거야. 너희들은 장남이니까 괜찮겠지 생각했겠지만....그렇지 않아. 괜찮지, 않아...]

 

나는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쵸로마츠도 아무 말 않고 지켜본다.

 

[이렇게 의지가 안 되는 형아라...........미안...]

[......뭐야 이제 와서. 정말이지 손이 많이 가는 형이라니까. 이 바보장남]

 

옆에서 손이 뻗어나와 오소마츠의 뺨을 꼬집었다.

쵸로마츠였다.

 

[, 아흐아]

[이 정도는 참아. 마음 같아선 한껏 후드려패고 싶으니까]

[, .......]

 

쵸로마츠는 바로 손을 뗐다. 오소마츠는 꼬집힌 뺨을 쓰다듬으며, 무언가 결심한 듯 얼굴을 들고 나와 쵸로마츠를 바라봤다.

 

 

 

[이제 날 혼자 두지 마]

 

 

일렁이는 눈으로 올려다본다.

당연한 거 아닌가.

답은 하나다.

 

쵸로마츠가 내 어깨에 손을 얹는다.

 

[혼자 둘 리가 없잖아. 그치, 카라마츠]

[당연하지. 약속하겠다]

 

그 말에 오소마츠는 쑥스러운 듯 웃었다.

버릇이던, 코 밑을 문지르면서.

오랜만에 본 오소마츠의 버릇. 대략 2년 반 만이다.

 

 

그걸 본 나와 쵸로마츠는 오소마츠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역시 너는 웃는 게 제일 어울린다.

앞으로 계속 우리들에게 그 미소를 보여줘.

 

[.....시끄러]

[?]

 

내가 모르는 사이, 뒷말이 입밖으로 나와 버린 모양인지, 그걸 들은 오소마츠가 얼굴을 붉히며 머리를 숙였다.

어쩐지 어색하게 만들어버린 것 같다.

 

[저기, 오소마츠형. 안아도 돼?]

[.....그런 거 묻지 말라고. 해도..]

 

쵸로마츠가 그렇게 묻자 오소마츠는 부끄러운 듯 투덜거리면서도 양팔을 펼쳐보였다. 쵸로마츠는 웃으며 오소마츠에게 달려들어 안겼다. 그리곤 꽈악, 부드럽게 힘을 주어 끌어안았다.

 

[오소마츠형의 냄새........뭔가 그립네]

[....냄새 맡지 마. 뭔가 부끄럽다고.........]

 

그렇게 말하면서도 오소마츠는 싫지 않은지 쵸로마츠를 끌어안았다. 쵸로마츠가 다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기, 오소마츠형]

[.....?]

[..........내 이름, 불러줘]

 

쵸로마츠가 오소마츠에게 말했다. 오소마츠는 잠시 머뭇거리다 천천히 입을 열어 이름을 불렀다.

 

[........쵸로마츠]

[, 좀 더. , 불러줘]

[쵸로마츠, 쵸로마츠, ......쵸로마츠]

 

어리광부리는 강아지처럼 파고드는 쵸로마츠의 부탁대로 오소마츠는 계속해서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쵸로마츠가 팔을 들어 눈가를 슥슥 비볐다.

 

[어라? 이상하네. 오소마츠형 눈물이 옮겨왔나........안 멈춰..]

 

쵸로마츠의 뺨을 타고 눈물이 흐른다. 오소마츠는 그런 쵸로마츠를 보며 눈썹을 찡그리며 웃었다.

 

[......못 생겨진다]

[그거 아까 내가 했던 말이잖아. 너한테 그런 말 듣기 싫거든]

 

쵸로마츠는 오소마츠의 얼굴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그걸 본 나는 어쩐지 혼자 버려진 기분이라 황급히 오소마츠에게 부탁했다.

쵸로마츠만이라니, 치사하다.

나도 오소마츠한테 이름 불리고 싶다.

 

[오소마츠!! 나도, 나도 이름 불러줘!!]

[.............싫어]

[, 어째선가 브라더-!!]

 

지금 상황이라면 분명 OK일 거라고 생각했던 나는 당황하며 몸을 불쑥 내밀며 외쳤다.

그러자 오소마츠가 답했다.

 

[울 것 같은 걸. 카라마츠]

 

말을 끝내고서야 이름을 부른 걸 깨달은 듯 오소마츠는 부끄러워하며 시선을 피했다.

나는 오랜만에 이름을 불러준 게 기뻐 오소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좀 더 불러도 좋다, 라고 하자 오소마츠는 오늘은 이걸로 끝!! 이라며 내 손길에 몸을 맡겼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다.

그 날 이후, 오소마츠형은 약을 끊었다.

약을 끊은 덕분인지 이제 우리들을 보고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기쁘게 웃으며 반응했다.

양이 줄어들었던 식사도 차차 양이 늘게 되었다.

오랜 시간, 적게 먹은 탓에 위가 줄어들어 한번에 많은 양을 먹기 힘든 모양이었다.

처음에는 여전히 식사를 거부했지만, 조금씩 양을 늘려간 덕분인지 토하지도 않고, 마침내 우리들과 같은 양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깡말랐던 몸도 점점 살이 붙어 안심이 되었다.

이래저래 2년 전, 내가 집을 나가기 전의 오소마츠형으로 돌아왔다.

 

[저기이-. 쵸로마츠으-. 한가하잖아~?]

[-, 시끄러워. 보면 알잖아, 나 바쁘다고. 저리 가]

[그건 나중에 해도 되잖아-. 형아랑 놀자아- 외로워서 죽어버린다구-]

 

원래대로 돌아오니, 그 때의 일들과 감정들이 거짓말인 것처럼 짜증이 났다.

외로워서 죽다니...

토끼냐....

 

[- 진짜, 알았어. 알았다고. 놀아줄게]

[!? 진짜!!? 놀아줄 거야!? 럭키-!!]

 

너무 끈질겨서 결국 포기해버렸다.

오소마츠형은 어느 정도 회복하자, 이전과 똑같이 우리를 발견하기만 하면 끈질기게 놀아달라며 들러붙게 되었다.

전과 다르지 않은 오소마츠형.

 

 

 

 

 

 

 

 

 

 

 

그래.

 

기적의 바보에, 초등학생 6학년 정도의 정신연령인 어리광쟁이.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는, 우리들의 장남.

 

 

 

마츠노 오소마츠의 이야기.

 

 

 

형제공포증

 

 

 

 

 

 

 



오타지적 환영! 'ㅂ')/















  1. (뇌와 몸의 다양한 장기가 낮과 밤의 리듬을 조절하는 시스템)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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