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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도 널 주지 않아

 

 

 

 

 

 

어느 날 나는 내가 오소마츠를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깨달은 그 순간, 깔끔하게 포기했다.

 

동성인 것도 모자라 피를 나눈 형제였으니까....., 사랑이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하는 게 더 이상하다.

 

 

안 그런가?

 

 

 

 

 

* * *

 

 

 

 

최근 오소마츠가 이상하다.

그 사실을 깨달은 건, 치비타한테 납치당해 생긴 상처들이 거의 나았을 무렵이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일이 많아졌고, 행동이 어딘가 수상하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냐 물어도, 아무것도 아니라며 숨기기 바빴다.

하지만 오소마츠의 표정을 봐선, 뭔가 고민이 있는 게 분명했다. 둔하고 둔한 나라도 알 정도로 뻔히 보였다.

 

 

[오소마츠, 낚시하러 가겠나?]

동생들이 있는 곳에선 말하기 힘들겠단 생각에 낚시를 가자며 불러냈다. 오소마츠는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내가 끈질기게 권하자 결국 포기하고 날 따라나섰다. 어쩔 수 없잖아, 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오소마츠의 고민이 뭔지 알고 싶으니까. 평소에 낙천적인 오소마츠가 고민을 하는 경우는 좀처럼 없고, 그걸 동생에게 들킬 정도로 티를 내는 건 인생에 한, 두 번 있을까 말까다. 이 기회를 눈앞에서 놓칠 수는 없다. 아니, 마음이 약해졌을 때 공략하는 그런 비겁한 수를 쓸 생각은 없다.

전혀 없냐고 한다면 그건 또 아니지만. 하지만 오소마츠를 향한 마음은 확실히 접었다. 오소마츠는 나의 소중한 형이다. 순수하게 형을 도와주고 싶단 마음을 비난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오소마츠, 최근에 무슨 일 있는가?]

[아니, 아무 일도 없어~]

[정말인가?]

 

그 대화를 끝으로 둘은 잠자코 낚시를 했다. 그러다 내가 먼저 다시 입을 열었다.

[저기, 오소마츠. 요즘 뭐 고민스러운 일 있는 거지?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억지로 말하게 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혼자서 고민하는 건 그만했으면 좋겠다]

[내가 아니라, 쵸로마츠나 토도마츠한테 상담하고 싶다면 그래도 좋다. 동생에게 상담하기 힘들단 건 알겠지만, 그렇다고 혼자서 끙끙 앓고 있지만은 마라. 우리들은 오소마츠한테 의지하고 도움을 받으면서, 오소마츠는 누구한테도 의지할 수 없다니, 그런 건 싫다]

그 누구한테도 의지할 수 없다는 건 괴롭잖아. 동생들 앞에서 자신의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는 건 이해한다. 내가 그러니까. 멋진 형으로 있고 싶어서, 속이 빈껍데기로 온몸을 두르고 있는 나다.

하지만, 내겐 오소마츠가 있다. 괴롭고 힘들 때는 오소마츠에게 상담하면 된다. 그러면 오소마츠는 내가 원하는 말을 해주고, 늘 나를 위로해준다.

하지만, 이렇게 늘 동생들을 도와주는 오소마츠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다니, 무척이나 슬프고 괴로운 일이지 않은가.

설령 자존심이 방해하더라도, 우리들이 의지가 되지 않아도, 정말 곤란할 때는 의지해줬으면 한다.

설령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슴속에 담아두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니까.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역시 틀렸나, 하고 포기하려던 순간. [누가 뒤를 따라와] 라고 오소마츠가 말했다.

 

[......스토커인가?]

[아마도. 잘 모르겠어. 아까도 있었어. 계속 날 따라와]

전혀 몰랐다. 생각도 못했다. 스토커, 스토커인가. 오소마츠는 남자인데.

스토커의 피해자는 대체로 여성이라고 생각해왔기에, 나는 꽤 충격을 받았따.

[여자인가?]

[몰라.....남자인 것 같기도 하고, 여자인 것 같기도 해........그보다, 한명이 아닌 것 같아]

살면서 들어본 적 없는 오소마츠의 나약한 목소리.

 

그러면 안 되지만, 나도 모르게 그 목소리에 침이 꼴깍 넘어갔다. 오소마츠가 곤란해하고 있다. 나한테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 오소마츠가.

 

[..........]

 

조금 떨어진 펜스 너머에서 사람이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다. 후드 앞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삐딱하게 서서 이쪽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후드를 쓰고 있어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저게 오소마츠가 말한 스토커임은 단박에 알아챘다.

 

[오소마츠]

말을 걸자, 오소마츠도 상대를 눈치챈 듯했다. 릴에 걸려있던 손이 딱딱하게 굳었다.

 

[오소마츠, 돌아갈까]

나는 낚싯줄을 감아올려 돌아갈 준비를 했다. 오소마츠도 잠자코 준비를 했다.

 

돌아가는 길, 나와 오소마츠는 입을 꾹 다문 채 걸었다.

남자는 계속해서 뒤를 따라왔다. 내가 있어서인지, 손은 대지 않았다. 점점 커져가는 공포와 스트레스에, 집까지 가기도 전에 위에 구멍이 날 것 같았다.

 

 

 

 

 

 

 

 

다른 날, 이치마츠에게 티켓을 2장 받았다. 고양이 카페에서 받은 연계점포의 할인권이었다. 놀랐다. 왜 내게 이걸 준 거지. 늘 짠대응으로 일관하는 녀석인데. 뭔가 꿍꿍이가 있다고 의심하기 이전에 공포로 마음이 가득 찼지만, [오소마츠형이랑 갔다오는 게 어때] 라고 툭 내뱉은 이치마츠에 그 이유가 납득이 갔다. 최근 상태가 이상한 장남을 모른 척했지만, 이 상냥하고 눈치가 빠를 사남은 신경이 쓰였던 거겠지. 나보고 기분전환으로 데리고 갔다오라는 거다. 어째서 자신이 가지 않는 건지 신경이 쓰였지만, 그냥 감사히 받기로 했다.

 

오소마츠와 카페테리아에서 티타임을 즐기고 있을 때도, 오소마츠는 불안정해 보였다. 시선을 신경쓰고 있는 거겠지.

갑자기 오소마츠가 어깨를 움찔하며 놀란다.

[왜 그래?]

[여길 보고 있는 녀석이 있어]

오소마츠가 작은 목소리로 [네 뒤에] 라고 속삭이며 내 등뒤쪽을 향해 턱짓을 했다. 나는 거울을 꺼내 머리를 정돈하는 척하며넛 뒤를 비춰보았다.

카페테리아를 에워싸듯이 자리한 근사한 나무들 사이로 뭔가 움직이는 게 보였다. 모자를 푹 눌러쓴 남자였다. 뚫어져라 이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위험한 느낌이 들어, 오소마츠의 손을 잡았다.

[오소마츠, 여기서 나가자]

오소마츠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들은 서둘러 출구로 향했다. 재빨리 계산을 끝내고 집으로 걸음을 서둘렀다. 여태 오소마츠가 말했던 시선들이 기분탓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그렇게까지 무서울 일인가, 하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진짜 이쪽을 주시하는 남자가 있었고, 이루 말할 수 없는 공포를 느꼈다.

 

카페에서 돌아와 집에 들어서자 전화가 울렸다. 수화기를 집어든 오소마츠의 표정이 순식간에 새파랗게 질렸다. 난폭하게 수화기를 내려놓고, 초조한 걸음으로 거실로 향하는 오소마츠의 뒤를 따랐다.

[오소마츠, 왜 그러나?]

[어서와, 라고 그랬어. 어디선가 감시하고 있는 거야]

날카로운 눈으로 방을 둘러보던 오소마츠는 창가로 다가가 커튼을 쳤다. 그 행동에 동생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소마츠형, 왜 그래?]

[커튼치지 마, 어둡잖아]

오소마츠는 휙 동생들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뻐끔거리기만 하다가 다시 입을 닫았다. 분명 동생들에게 쓸데없이 걱정끼치고 싶지 않은 거겠지. 형은 [-, 짜증나. 파칭코에서 돈도 다 잃고-] 라고 말하며 방을 나가버렸다. 그 순간 나는 동생들에게 둘러싸였다.

[카라마츠형, 오소마츠형 무슨 일 있어?] [상태 좀 이상하지 않아?]

[아니, 파칭코에 같이 갔는데, 내는 따고 오소마츠는 잃어서 그런 것뿐이다] 그래서 삐진 거지, 라고 덧붙였지만 쵸로마츠들은 여전히 납득이 안 간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내가 더는 입을 열지 않자, 각자 다시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 오소마츠가 숨기고 있는 걸 내가 다 말해버리는 건 아니잖나. 흘긋 방구석에 앉아있는 이치마츠를 봤다. 이치마츠는 우리들이 파칭코에 가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다. 쓸데없는 말을 해서 들키면 안 되니까, 주의를 주려 노려봤지만 이치마츠는 고양이와 놀기만 할뿐,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괜찮을 것 같다고 판단한 나는 자리에 앉아 거울을 꺼냈다.

 

 

 

 

 

[오소마츠형, 뭐가 왔는데-]

택배를 받으러 나간 토도마츠가 종이봉투를 들고 돌아왔다.

[헤에, 나한테 온 거? 누군데?]

헬스클럽과 바둑클럽에 다니는 토도마츠나, 이런저런 응모나 면접 등으로 편지나 택배가 올 일이 많은 쵸로마츠에 비해, 오소마츠는 그런 것들을 받을 일이 거의 없다.

[글쎄, 모르겠는데] 라고 말하며 봉투를 건네는 토도마츠.

오소마츠는 봉투를 받아 마구잡이로 찢어 뜯고는 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

오소마츠가 봉투에서 황급히 손을 빼냈다. 빼낸 손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왜 그래!?]

소리에 놀라 돌아본 쵸로마츠들이 비명을 질렀다.

나는 황급히 오소마츠에게서 봉투를 뺏었다. 안에서 뭔가 짤랑짤랑 하는 금속음이 들려 봉투 속을 들여다보니, 커터칼의 칼날이 가득 담겨 있었다. 명백히 악의를 담긴 선물에 소름이 끼쳤다.

[쵸로마츠! 거즈하고 소독할 것들 좀 가져와!]

멍하니 서있던 쵸로마츠에게 소리쳐 지시하자, 퍼뜩 정신을 차리곤 튀어나갔다.

 

쵸로마츠한테 옥시돌(소독약)과 거스를 받은 나는 정성스럽게 상처를 소독하고 거즈를 붙였다. 소독약이 스며들어 따가운지, [이야야......]하고 신음하는 소리가 들린다.

[미안, 오소마츠. 다치게 만들어서.....]

[무슨 소리야, 네 탓이 아니라고]

[하지만, 오소마츠가 다치는 걸 막지 못했다]

[그러니까, 네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니까. 따지자면 부주의한 내가 잘못한 거지]

내가 반쯤 울상으로 오소마츠의 손을 치료하는 사이, 오소마츠는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마치 이쪽이 치료받는 듯한 느낌이다.

[뭐어, 진짜 나쁜 건 그걸 보낸 사람이지만 말이야]

오소마츠가 봉투를 노려보며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아아. 다음부턴 조심하자고]

뿌득, 이를 갈며 봉투를 노려본 나는, 부글부글 끓는 속에서 겨우 목소리를 짜내 말했다.

 

그 뒤로 매일같이 다양한 물건들이 배달됐다. 저번처럼 칼날 같이 다칠 수 있는 물건은 도착하지 않았지만, 골판지 상자에 짐승의 사체가 들어있거나, 노르스름한 액체나 탁한 흰색의 액체가 든 병이 오거나 하는 걸 보아, 그는 정신적인 공격으로 루트를 바꾼 듯했다. 오소마츠형은 그걸 받을 때마다 기분 나쁜 표정을 하며, 때때로 화장실에 달려가 구역질을 했다. 나는 그런 오소마츠의 등을 어루만져 진정시킨 후, 그것들을 하나하나 처분했다.

 

그 물건들은 다량의 오소마츠형의 자신과 함께 동봉되어 배달됐다. 어제 파칭코에 가는 오소마츠나, 편의점에 있는 오소마츠, 목욕탕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는 오소마츠 등. 놀랍게도 그 누군가는 오소마츠와 다른 형제들을 구분하는 듯, 사진은 전부 명확하게 오소마츠였다. 옛 사진들도 무더기로 보내졌다. 초등학생 때나 중학생 때의 수학여행과 야외활동 때 찍은 사진들이었다. 오소마츠 이외의 사람은 볼펜으로 얼굴이 마구 칠해져있어, 으스스한 느낌을 더했다.

사진들은 다른 형제들에게 걸리지 않도록 오소마츠와 내가 전부 찢어 버렸다. 범인은 그 시절의 인물인가 하고 생각했지만, 그 시절의 같은 반 아이들의 현재 모습은 알지도 못하고, 범위도 너무 넓어서 범인을 추려내는 건 도저히 불가능했다.

 

전화도 집에 몇 번인가 왔다. 따르릉, 따르릉, 끈질기게도 울려댔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을 때도 있는 반면, 웃음소리만 잔뜩 들려오는 때도 있었다. 여성의 목소리, 남성의 목소리, 고음과 저음 등 다양했다. 다른 형제가 받을 때면, [오소마츠군 있나요?] 라고 물었다. 오소마츠가 전화를 받으면 다시 키히히히히, 쿠히히히히, 하고 기분 나쁜 웃음을 흘렸다.

오소마츠의 핸드폰에도 표시제한으로 몇 번인가 전화가 걸려왔다. 메일도 하루에 200통 넘게 오는 듯했다. 수신 거부를 해도 메일을 바꿔 몇 번이고 전화와 메일을 보냈다. 오소마츠가 번호를 바꿔도 변함없이 메일이 날아와, 오소마츠는 메일이 올 때마다 머리를 쥐어뜯었다. 역시 오소마츠도 스트레스가 쌓였을 테지. 메일의 내용은 대체로 오소마츠의 행동을 관찰한 내용이었지만, 때때로 오소마츠를 매도하는 메일이나 성희롱적인 내용도 왔다.

 

 

 

그런 일들이 한동안 계속되었다.

집에는 나와 오소마츠 둘뿐이었다. 오소마츠는 핏기라곤 하나 없는 얼굴로 멍하게 있었다.

[오소마츠, 코코아 마시겠나?] 라고 묻자,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반응을 보이는 오소마츠에 안심한 나는 부엌으로 향했다. 여전히 오소마츠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지만 나는 무시하고 발을 내딛었다.

 

코코아를 내밀자 오소마츠다 양손으로 컵을 받아들었다. 컵에 입을 댄 오소마츠의 목이 위아래로 움직이는 걸 바라보던 나는 어쩐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저기, 오소마츠]

콰앙!! 유리창에 뭔가 부딪힌 듯한 불쾌하고 큰소리가 내 말을 가로막았다.

나와 오소마츠는 깜짝 놀라 주변을 둘러봤다. -. 벨이 울렸다.

바깥에서 창문을 쾅쾅 두드렸다. 창문 너머로 유리를 내리치는 하얀 손이 보였다.

쿵쿵쿵. 현관문을 누군가 두드렸다. 덜컹덜컹, 하고 문손잡이가 흔들렸다. 덜걱덜걱 벽이 울렸다. 방 곳곳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오소마츠는 몸을 둥글게 말고 새파랗게 질려 떨고 있다. 나도 엄청 무서웠다. 무서워서, 누가 도와줬으면 해서, [, 오소마츠...] 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오소마츠를 불렀다. 오소마츠의 공포에 찬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오소마츠는 한번도 본 적 없는 나약한 표정으로 새파랗게 질려 떨었다.

나는 오소마츠에게 다가가 그를 꼭 끌어안았다.

[오소마츠는 넘겨주지 않아]

무서운 건 여전했다. 지금도 내 몸은 공포로 떨리고 있다. 하지만, 오소마츠를 뺏기는 건 싫었다. 오소마츠가 없는 세계를 나는 견딜 수 없을 거다. 누구라 하더라도 오소마츠는 절대 넘겨줄 수 없다. 반드시 지킬 거다.

 

오소마츠를 꽉 껴안았다. 오소마츠가 내게 매달렸다. 지금이라면 안 들키지 않을까. 이런 위험한 상황인데도 내 마음 깊숙한 곳에선 불순한 욕망이 끓어오르고 있었다. 나는 오소마츠의 머리에 슬쩍 입을 가져다댔다. 살랑거리는 머리칼의 감촉이 입술을 타고 전해졌다.

 

드디어 소리가 멎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온 동생들은, 창백한 얼굴로 서로를 부둥켜 안고 있는 우리를 보고 아연실색하며 무슨 일이냐 물었다.

 

 

그 일이 있고 며칠후, 오소마츠가 납치됐다.

파칭코에 갔다오겠다며 나간 뒤로 밤이 깊어가도록 소식이 없다. 평소에도 술을 마시느라 늦게까지 안 들어오기도 했고, 성인 남성이니 걱정할 필요가 없긴 했지만, 최근 스토커 사건으로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안절부절못하고 있자, 전화가 울렸고 이내 전화를 받은 쵸로마츠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거실로 달려왔다.

[큰일이야!! 오소마츠형이 납치당했어!!]

[오소마츠형이!!?]

다급한 소리에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소리쳤다.

다른 형제들도 놀란 듯 보였으나,

[-? 그치만 오소마츠형이니까 납치한 놈들 때려눕히고 돌아올 걸?]

이라는 토도마츠의 말에 다들 수긍한 듯 자리에 앉아 다시 제 할 일을 했다.

가만히 선 채로 나는 쵸로마츠와 얼굴을 마주했다. 듣고 보니, 오소마츠형이라면 그럴만도 했다. 하지만.

방안에 밝은 멜로디가 울렸다. 띠링. 띠로리로링. 띵똥. 제각기 다른 벨소리가 5개의 핸드폰에서 울려퍼졌다. 당황하며 전화를 꺼내자, 메시지가 와있었다. 보낸이는 적혀있지 않고, 내용도 없이 딸랑 사진 한 장만 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화면을 터치하자, 사진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사진에는 상반신이 벗겨진 남성이 있었다. 그는 묶여있었고, 그의 몸에는 수많은 멍과 칼로 낸 상처들이 보였다.

[이게 뭐야!!]

쵸로마츠가 소리쳤다. 동생들에게도 같은 메시지가 온 모양이었다.

[....잠깐, 이거 진짜야? 오소마츠형이 잡히다니....]

[농담이지..?]

[일단 빨리 구하러 가자고!]

내가 분노 섞인 목소리로 외치자, 동생들이 어깨를 움찔 떨었다. 그리곤 나는 옷을 갈아입을 새도 없이 밖으로 뛰쳐나갔다.

 

 

 

낡아빠진 창고에 다다랐을 땐 이미 새까만 어둠이 주변을 뒤덮고 있었다. 끼기긱, 하는 귀에 거슬리는 소리와 함께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창고 안을 희미한 불빛으로 비추자, 바닥에 나뒹구는 남성이 보였다.

[오소마츠!!]

나는 그를 발견하자마자, 그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나갔다.

[오소마츠!! 걱정했다..!!]

상처투성이가 된 오소마츠를 슬쩍 끌어안았다.

[카라마츠...?]

잔뜩 쉰 목소리가 밑에서 들려왔다. 의식이 있단 것에 놀라며 안심한다.

[그래, 카라마츠다. 오소마츠, 미안, 미안하다. 이런 심한 짓을....]

나는 갈라져서 꺼칠꺼칠해진 입술을 쓰다듬으며, 필사적으로 사과했다. 여전히 양 팔은 오소마츠를 끌어안은 채로.

떨고 있는 오소마츠가 진정할 때까지 기다리며, 오소마츠를 등에 업기 위해 뒤로 돌았다.

[정말 미안하다, 오소마츠]

[네 탓이 아니, 잖아....]

[...구하러 오는 게 늦어서, 미안하다]

힘없이 등에 업힌 오소마츠가 옅은 신음소리를 흘려, 더욱 가슴이 죄어왔다.

 

집에 도착하자, 걱정스런 표정을 한 동생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상처투성이가 된 오소마츠를 발견한 동생들을 그를 에워싸곤 울먹이는 표정으로 치료를 해주었다.

 

나중에 들은 얘기에 의하면, 누군가 뒤에서 오소마츠를 기습했고, 뒤통수를 맞은 오소마츠는 그대로 잡혀버렸다고 한다. 아무리 기습이라곤 해도, 경계심이 강한 오소마츠형을 그렇게 간단히 붙잡다니 그쪽도 장난아니네, 라며 토도마츠가 다정한 손길로 오소마츠형의 몸을 닦아내며 살짝 웃었다. 붙잡힌 후에는, 눈을 가린 채로 막무가내로 두들겨 맞고 몸 구석구석을 만져졌다고 한다. 당시에 그곳에 여러명이 있었다고 하는데,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였다고 했다. 얼굴도, 목소리도 몰라, 결국 범인은 잡지 못했다. 오소마츠를 덮친 놈들에게 복수조차 하지 못한 우리들은 그저 이를 갈며 갈 곳 잃은 분노를 삭여야만 했다.

 

그 일이 있은 후로 나는 가능한 오소마츠의 곁을 떠나지 않도록 했다. 오소마츠는 어딜 가든 따라오는 내가 다소 귀찮은 듯 보였지만, 동생들도 그걸 말리지 않고 오히려,

[카라마츠형, 오소마츠형 잘 지켜]

라며 부추기는 태도를 보이자, 결국 포기했다.

한 날은 지나가듯, [너 그렇게 시간 낭비해도 괜찮아?] 라고 말했지만, 원래 카라마츠걸을 기다리는 데에만 쓰던 시간이라, 그걸 오소마츠를 위해 쓴다고 해도 크게 문제될 건 없었다.

 

 

 

[- 진짜, 안쓰러워 미치겠네. 그 망할 탱크톱 좀 그만 입으라고]

[쿠소마츠 너 진짜 제정신이 아니구만]

[카라마츠....역시 이건 커버 못 쳐주겠다]

동생들의 냉랭한 시선에도 아랑곳 않고, 어디선가 불어오는 희미한 바람을 만끽하며, , 하고 웃어보인다.

[왜 그러나, 브라더. 이 탱크톱이 그렇게나 마음에 드는가]

옷에 흥미를 보이는 게 기뻐서, 어떻게 만들었는가에 대해 열렬히 설명하기 시작하자,

[, 맞아. 나 데이트 약속있었지~]

[난 고양이 밥 주러 간다]

[냐짱 CD 예약하러 가야지]

[야구!!!!]

다들 약속이 있다며 하나둘씩 방을 떠났다. 풀이 죽어 울상이 된다. 오랜만에 다들 내게 관심을 가져줬다 생각했는데.

남아있는 건 오소마츠와 나뿐이었다. 오소마츠에게는 이미 이 탱크톱을 선보인 적이 있기에, 달리 더 할 말이 없었다. 작게 한숨을 내쉬며 오소마츠 옆에 가 앉자, 오소마츠가 히죽거리며 입을 열었다.

[카라마츠, 차였네~]

[아아, 망아지 같은 아기고양이들이니 어쩔 수 없지]

[망아지라는 거야 고양이라는 거야?]

그렇게 말하며 오소마츠가 내 무릎을 베고 누웠다. 오소마츠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자, 내 배에 얼굴을 파묻고 부벼온다.

[뭐야, 어리광부리고 싶은 건가?]

라며 작게 웃자, 오소마츠는 [으응-] 이라며 예스인지 노인지 모를 애매한 답을 한다.

오소마츠가 납치된 그날이후, 오소마츠는 내게 이렇게 어리광부리는 날이 많아졌다. 동생들 앞에서는 평소대로 명랑한 형으로 있지만, 나와 단 둘일 때는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 어리광쟁이인 형이 된다. 여태까진 내게도 강한 척하며 의지되는 형을 연기해왔었으니, 이건 엄청난 발전이다.

 

, 나는 이 변화가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 5명의 동생 중 한명이 아니라, 오소마츠의 유일한 마음의 안식처 같은 존재가 되었다는 것이 너무도 기쁘다.

게다가 최근에 오소마츠와의 스킨십도 늘었다. 어쩌다 손을 잡게 되거나, 볼을 잡아당기거나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지금까지의 일들은 오소마츠와 우리들에게 있어 무서운 경험일 뿐이었지만, 하지만 나는 아주 살짝 그 경험들에 감사하고 있다. 이 경험들이 없었다면, 오소마츠와 이렇게 거리를 좁히게 될 일은 없었을 테니까.

 

 

 

 

......어쩌면,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이 그리 꿈같은 일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런 가당찮은 행복한 미래를 그리며, 무릎 위에 잠든 오소마츠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췄다.

 

 

 

 

 

* * *

 

 

 

 

 

[되갚아주고 싶다. 부탁하지]

우리들은 붕대를 온몸에 칭칭 감은 남자를 둘러싸고 섰다. 이 남자는 마츠노 카라마츠로, 중학교 동창이자 같은 연극부의 부원이며, 보기 드문 여섯 쌍둥이의 차남이다.

 

그리고 그 여섯 쌍둥이의 형제들 때문에, 카라마츠는 유괴당하고 이렇게 큰 상처를 입었다. 문병을 온 우리들은 그를 크게 동정했다. 그의 취급은 옛날부터 심했었지만, 그게 아직도 이어지고 있을 줄이야. 아니, 더 심해졌잖아?

 

그는 우리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형제들을 겁줘서 되갚아주고 싶다고!

 

우리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오랜만에 연극부가 나설 차례다. 잊고 있던 그리운 감각에 모두가 눈을 빛냈다.

 

 

 

 

 

카라마츠의 병실을 떠날 즈음,

[포기할까 보냐. 꼭 손에 넣고 말겠다..]

라고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는데, 그건 대체 무슨 뜻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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