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락받은 작품입니다

무단전재는 금지입니다!!!




오역, 의역, 발식자 주의

불펌금지, 공유는 블로그 주소를!!

http://joniamhungry.tistory.com/




 【블로그 이용시 필요한 공지들 링크】


*저작권/무단전재 관련*


*요청 관련*


*R18 비번 관련*






尊@カラ松Girl 님의 작품입니다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6356677
























모든 원흉은 심심해서였다

 

 

 

 

계기는 뭐였더라? 아아-, 맞아. 심심해서였다.

형제들로부터 받은 상처도, 드디어 깁스를 풀어도 될 정도로 회복되었고, 목발도 필요없어진 나는 감기 등을 걸릴 때나 사용하는 격리방에서 느긋하게 재활하고 있었다. 실도 뽑았기에 머리에 붕대도 풀었다. 상처 때문에 열이 올라 잠시 몸을 움직이지 못한 탓인지, 가볍게 스트레칭이라도 할겸 움직이면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아무리 몸이 튼튼한 나라도 맷돌은 심했지. 형제들의 처사를 생각하면 왠지 울컥해져, 애써 지우려는 듯 고개를 흔든다.

나는 형제들을 사랑하지만, 형제들에게 미움 받고 있다.

그 현실에서 눈을 돌리고 싶어, 문득 눈에 띈 책더미로 손을 뻗었다. 격리방이라고 해도 원래는 창고나 다름없는 방이다. 어렸을 적부터 차곡차곡 쌓여왔던 형제들의 물건이 난잡하게 어질러져 있었다.

그리고 내가 손에 든 것은, 고교 시절, 내가 들어갔던 연극부의 대본이었다. 몇 번이나 다시 읽어 여기저기 메모가 적혀있고, 조금 낡은 그것은, 내게 청춘을 의미하는 소중한 것이다.

 

[그립네.......]

 

한권, 한권을 눈에 새길 듯이 바라본다. 오서독스한 무난한 이야기도 있고, 부원이 힘을 모아 만든 오리지날 이야기도 있었다. 카라마츠가 주연을 맡은 대본에는, 언제 적었는지 형제들의 [너답게 하라고] [열심히 해] [실패하지 마!] [야구!!] [대사 틀리면 꼴사납다구~] 라는 응원 메시지가 있었다. 기뻐서 울고, 게으름을 피우기도 하던 당시의 기분을 떠올리며, 점점 지금의 상황과 비교한다.

[그러고 보니.....이 때부터였지?]

오소마츠형이 으로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그 뒤를 쫓듯이 쵸로마츠가 오소마츠형을 지탱하는 착실한 사람이 되었고, 이치마츠는 하찮은 왕따에서 비굴한 성격으로 변했고, 쥬시마츠는 왜 저렇게 된 거더라? 토도마츠는 원래 여자들한테 인기가 많았으니까, 치장을 하고 멋에 민감하게 됐다.

그 중에서 나만. 나만큼은 개성이라는 것을 갖지 않은 채, 그대로였다.

내가 너희고, 너희가 나. 형제가 바뀌어도,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던 그때. 여섯명은 분명 하나였다. 그래, 이미 과거의 이야기다.

팔랑팔랑, 대본을 넘겼다. 그러던 중 발견한 한권에 나는 그리움이 밀려와 눈물을 흘렸다.

 

 

대본 : 마츠노 카라마츠

 

 

그건, 자신이 쓴, 마츠노 카라마츠라는 남자의 대본이었다.

노트를 펼치자, 그곳에는, 당시의 자신이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시행착오한 흔적이 남아있다.

[마츠노 카라마츠는, 오자키를 좋아하고, 2. 형제를 사랑하고.........]

텅텅 빈 카라마츠. 그렇게 놀림 받던 그 시절. “개성을 갖기 시작한 형제들이 부러워서, 필사적으로 만들어낸, 누구도 잊지 못할마츠노 카라마츠. 그러길 원해서 만들어 낸 인격은 완전히 정착했다.

하지만, 오자키를 좋아하긴 해도 존경하는 정도는 아니다. 2병 같은 언행도 연극에서 익힌 비슷한 대사를 참고했을 뿐이고, 그 반짝거리는 바지나 해골 벨트도 사실은 부끄러운 것을 참고 있을 뿐이라는 걸 형제는 생각지도 못할 것이다. 그 정도로 철저히 설계된 역할이었던 것이다. 홀로 남겨지지 않기 위해서.

[........좋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에서 저녁 준비를 하는 엄마에게 말을 걸었다.

[엄마]

[왜 그러니, 카라마츠. 배고프니?]

그러면서 슬며시 차를 내어주는 엄마에게 감사를 표하고, 노트와 펜을 부탁한다. 새로 사둔 게 있다며 나간 어머니를 바라보며 차를 홀짝홀짝 마셨다. 금방 돌아온 어머니의 손에는 내 퍼스널 컬러인 파란색의 노트와 검은 볼펜이 있었다.

[, 여기. 노트와 펜. 계속 잠만 자는 건 힘들겠지.....알아채지 못해서 미안]

[괜찮아, 신경 쓰지 마, 엄마. 그럼, 난 다시 자러 가볼게. 아직 다 낫지 않았고]

[그래. 밥 다 하면 가지고 갈게]

[고마워]

[천만에-]

이상하게도 어머니 앞에서는 왠지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마음이 된다.

나는 받은 노트와 펜을 한 손에 쥐고 이불로 들어갔다. 길게 정착된 캐릭터를 바꾸는 건 내게 있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어차피 텅텅 빈존재니까.

한번 연극에 빠지면, 거기에 있는 건 내가 아닌, 한명의 캐릭터, 그것도 주역. 왠지 즐거워져서, 떠오르는 내용을 노트에 적어내려간다.

[가끔은 이런 것도 좋겠군]

문득 오소마츠형이 한 말이 머리에 스친다.

나에게는 5명의 편이 아닌, 5명의 적이 있다고!

[그야말로, 지금의 상황에 딱이로군!]

손에 들려있던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정말이지 사악하기 그지없다.

나도 당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뼛속까지 느끼게 해주마. 참모로서의 두뇌를 보여주기 위해, 나는 완벽한 인격 구성을 짠다.

여기까지만 보면, 시리어스? 라고 착각하는 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쨌든 나는 심심해서 미칠 지경이다. 병문안 오는 상냥한 형제는 여기 없다. (, 그래도 다치게 만든 건 제대로 사과하러 왔다) 어차피 형제들 중에 계급표는 최하위에 있다. 나도 이런 취급에는 익숙하다 보니, 어쩌면 둔해져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말하고 싶다!! 나는 형제들이 좋다!! 지독한 취급에, 냉정한 대응. 마음에 몇 번이나 상처를 받고, 아파도, 나는 그래도 형제들을 사랑하고 있다. 그렇게 장담할 정도로 나는 마츠노가를 좋아한다.

그래도, “당하면 당한만큼 갚아준다잖아? 나도 악독이라 불린 여섯 쌍둥이 중 한 사람이니까.

낡은 대본으로, 최고의 시나리오를 형제들에게 선사하자!

나는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실행할 날만을 기다렸다. 마치 소풍 전날 잠을 이루지 못하는 어린애처럼.

 

 

 

 

 

 

 

 

 

 

카라마츠형의 상태가 이상하다.

 

 

 

그렇게 말을 꺼낸 건 막내 동생인 토도마츠였다.

카라마츠를 제외한 형제가 거실에 모인 것은 그 사건에서 몇 달이 지난 후였다. 토도마츠가 긴급 라인! 전원 집합!이라며 카라마츠를 제외한 그룹을 일부러 만들어 불러낸 형제들은 한명씩 거실에 모여들었다.

[뭐야 갑자기]

[.......카라마츠형, 최근 아침 일찍 나가서, 밤 늦게 돌아오지 않아?]

[-.....그러고 보니]

치비타의 사건 이후, 완전히 상처가 나은 차남은 그 이후로 곧잘 외출했다. 게다가 평소의 안쓰러운 패션이 아니라, 형제들과 같은 파란 파카에 청바지 차림인 매우 평범한 모습으로.

아침 일찍 나갔다가 밤 늦게 돌아오기 때문에, 자연히 형제들과 대화를 하는 일이 적어졌다.

오히려, 제대로 집에 돌아오기는 하는 건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가끔 지나쳐갈 때 묘한 향수의 향이 코를 간질이던 것도 기억하고 있다.

[저번에...우연히 길에서 카라마츠형을 만나서...매일 어딜 그렇게 나가냐고 물었거든?]

몸을 웅크리며 말하는 막내 동생은 울음을 참고 있는 듯했다.

[카라마츠형이......왜 그런 걸 일일이 말해야 하는 건가라고....]

[.......?]

[그거, 진짜 카라마츠?]

카라마츠는 형제를 사랑하는 상냥한 남자이다. 특히 동생들에 한해서는 한없이 무르다. 멋지고 의지할 수 있는 목표인 남자. 그것이 형제가 아는 카라마츠이다. 그러나 토도마츠에게서 들은 카라마츠는 분명 달랐다.

[그러고는 카라마츠형 혀를 차고 어디론가 가버렸어....]

참을 수 없었는지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한 토도마츠를 쥬시마츠가 살짝 끌어안았다.

[...쿠소마츠가......]

이치마츠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동생을 울린 것에 화가 난 모양이다. 그렇지 않아도 카라마츠를 대하는 이치마츠의 태도는 눈에 거슬릴 정도로 심하다. 나가려는 이치마츠를 장남인 오소마츠가 붙잡았다.

[멈춰, 이치마츠. 지금 카라마츠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면서 섣불리 움직이지 마]

[.....오소마츠형]

[카라마츠는 아무리 늦어도 분명 돌아와. 오늘 내가 녀석하고 얘기 해볼테니까. 굼금하면 방 밖에서 몰래 엿들어. 그거면 되지?]

진지한 눈빛의 장남에 형제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각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불안함을 안고서.

 

 

 

 

 

 

 

 

그리고 밤.

12시가 지나도 카라마츠는 돌아오지 않았다. 형제들 모두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 돌아올까. 하지만, 우리들에게 돌아갈 장소라고는 여기뿐이니 돌아오겠지. 그렇게 생각해도 불안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긴장감이 맴도는 가운데, 드르륵,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전원 숨을 들이마시고, 오소마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너희들 조용히 있으라고]

그러면서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있는 차남에게 말을 걸러 가는 장남을 형제들이 숨을 죽이고 지켜보았다.

[카라마츠]

[........오소마츠인가]

카라마츠가 형이라 부르지 않는 것과 혀를 차는 것에, 동생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란다. 하지만 오소마츠는 신경 쓰지 않고 평소와 같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카라마츠의 팔을 잡았다.

[잠깐, 형아랑 얘기 좀 하자?]

[오소마츠랑? 쓸데없는 얘기를 할 거라면, 시간 낭비니 거절하지]

빠직.

분위기가 어긋나는 듯한 환청이 들린다. 오소마츠 주변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하지만 카라마츠는 아무런 변화도 없다. 그것이 몹시 두렵게만 느껴진다.

[그게 무슨 뜻이야? 카라마츠. , 최근 일찍 나가서 늦게 들어오는 모양이던데]

[그래. 근데 그게 오소마츠와 무슨 상관이지?]

[......카라마츠. 나는 걱정하고 있는 거라고! 귀여운 동생이 뭔가 나쁜 짓을 당하는 건 아닌가 하고!]

그러면서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는지 오소마츠의 손이 카라마츠의 머리로 향하는 순간,

찰싹

[...... 카라마츠...]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의 손을 세게 쳐냈다. 그것 뿐인데도, 숨 쉬기가 괴로울 정도의 중압감이 동생들을 덮쳤다.

[지나가던 개가 웃겠군. 이제 와서 걱정? ......토할 것 같다. 걱정이라면 그때 했어야지]

[그때라니....치비타의 일?]

[.............]

카라마츠는 답하지 않는다. 그 침묵을 긍정이라 받은 맏형은 초조한 듯 말을 이어갔다.

[, 아니, 그 일은 제대로 사과했잖아. 너도 신경 쓰지 말라고 했었고. 게다가 상대는 치비타였다고? 그래서 우리들은 괜찮을 거라 생각했고, 실제로도 그랬잖아]

동요해서 점점 목소리가 떨리는 오소마츠에 동생들의 정신도 마구 흔들렸다. 그러나 그런 형의 모습에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카라마츠는 다시 일어서 현관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오소마츠는 바보구나. 괜찮았다고? 너는 대체 뭘 본건가? 그 상처가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나? ......., 됐다. 나는 그런 취급에 익숙하고, 그런 입장에 만족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니. 다른 형제들이 아니라면 그걸로 됐다]

그 말에 가슴이 아팠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상냥한 형의 모습이 드러나, 사과를 하려 입을 열었지만.

[그치만.....지쳤다. 그 때, 내가 뒤에 있었다는 거 몰랐지?]

이치마츠의 고양이를 찾고 5명이 나란히 걸어가던 그 뒷모습.

[취급이 다르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나는, 내가 이단이라는 걸 알면서도, 여기에 있을 수는 없었다]

카라마츠가 입고있던 파란색 파카를 벗었다. 옷 밑에는 낯선 검은색 와이셔츠. 스키니 진과 잘 어울리는 그 스타일은 언제나의 안쓰러운 모습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멋졌다. 이런 때지만, 차남의 패션 감각의 우수성을 깨닫게 된다.

[좋지않나. 이로써 오소마츠 너도 마음에 걸릴 게 없어진다. 너희도 좋잖아? 싫어하는 내가 없어지는 거니까]

그렇게 말하며 동생들이 있는 쪽으로 미소를 짓는다.

[나는 이 집을 나갈 거다. 아아, 오해는 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건 내가 바라는 게 아니라, 너희들이 바라기 때문이니까]

[.....대체 무슨 소릴]

[너는 왜 태어났냐 카라마츠』 『카라마츠라니 누구』 『형 안쓰럽네에-]

그것은 틀림없는 동생들의 목소리. 모습은 카라마츠인데, 목소리와 표정만으로 훌륭하게 동생들을 따라한 남자에, 형제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밖에서 나를 보더라도 아는 척하지 말아줬으면 좋겠군. 이래봬도 내겐 의지할 사람이 많거든. 게다가.......나도, 사랑해줄 사람을 갖고 싶으니까]

 

너희들에게 그걸 바라는 건, 이제 포기할 거다.

 

드르륵,

현관문이 닫히는 마른 음이 형제들의 마음을 꺾었다.

 

 

 

 

 

 

 

 

 

 

[카라마츠...! 미안, 미안해 카라마츠형.....]

[, 미안해.....미안해, 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

[카라마츠형 돌아와아-!! 우와아아아아아앙]

[우으, , 우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앙, 흐윽, , 라마츠형, 우으아아아아아아앙]

동생들의 울음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카라마츠는 동생들이 깨어있다는 것과, 엿듣고 있다는 것을 알고서 이별을 고한 것이다.

형제들 중 가장 솔직하게 호의를 전달하는 카라마츠. 그러나 누구도 그에게 사랑을 돌려주지 않는 그 괴로운 나날을, 카라마츠는 그만둬버렸다. “기대하는 것을.

[........너희들]

지금까지 잠자코 있던 오소마츠의 목소리가 울부짖는 형제들의 목소리를 속에서 크게 울린다.

[카라마츠, 싫어해?]

자신들을 응시하는 눈동자는, 평소의 쓰레기 같은 면은 어디로 사라진 거야, 라고 생각할 정도로 진지했다.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형제들 중 가장 먼저 말을 꺼낸 건 이치마츠였다.

[싫어......할 리가 없잖아!!]

그래. 이치마츠는 줄곧 카라마츠에게 형제 이상의 마음을 갖고 있었다. 그걸 카라마츠만 모르고, 다들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낯을 많이 가리고, 솔직해지지 못하는 이 남자는 늘 차가운 태도로 카라마츠를 대했다. 하지만, 그래도 믿는다라며 웃어줬다, 카라마츠는. 질리지도 않고 손을 뻗어왔는데, 그걸 내친 건 이치마츠 자신이었다.

[나도. 카라마츠가 좋아....그 안쓰러운 면도, 사이코패스에 나르시스트 적인 면도, 전부 내가 사랑하는 형이야...!!]

토도마츠가 힘차게 대답하자, 뒤를 이어 쥬시마츠가 눈물을 줄줄 흘리며 외쳤다.

[, 상냥한 카라마츠형을 좋아해...! 왜냐면 나랑 야구, 매일 해주는 걸!! 그리고 다치면 업어줬어!! 그런 상냥한 형이 나는 정말 정말 좋아!!]

쵸로마츠가 필사적으로 눈물을 닦으며 말한다.

[그 녀석, 정말 바보라니까. 이렇게 모두에게......나에게 사랑 받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말야...]

동생들의 고백을 들은 장남은 히죽 웃었다.

[좋아! 모두 가서 일깨워주자고!! 우리가 얼마나 녀석을 좋아하는지 알려주자!!]

불끈 주먹을 쥐고 내밀면, 마치 짠 것처럼 5명이 주먹을 내민다.

[다들!! 녀석을 잡으러 가자고!!!]

[[[[오우!!!!!!!!!!!]]]]

 

 

 

 

 

 

 

 

라면서, 오소마츠들이 감동적인 상황을 만드는 그때, 카라마츠도 감동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까 오소마츠형과 얘기를 나누던 중 붙여두었던 도청기의 상태는 최상이었다.

(데카판 박사 고맙다....!!)

소형 도청기(게다가 방수도 된다. 굉장하다)를 만들어 준 박사를 달에 비추며, 신에게 기도하는 듯한 포즈로 감사를 표한다.

이치마츠가 먼저 나설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너무 솔직한 면에 놀랐다. 나는 생각보다 형제에게 사랑 받고 있구나. 이건 좋은 사실이다.

동생들을 속이고 있다는 것에 마음은 아프지만, 카라마츠에게는 지금부터가 진면목이다. 첫단계는 끝났다. 1막의 폐막은 그 현관.

자아, 이제 2막의 시작이다.

 

(아직이다!!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집에 두고 온 대본, 분명 모두 알아챌 것이다.

[아아, 기대된다]

장난꾸러기 얼굴을 한 카라마츠가 밤거리로 향한다. 각본대로 움직일 동생들을 기다리기 위해.

 

 

 

 

 

 

 

 

 

 

 

1주일. 1주일이 지났다.

카라마츠는 그 뒤로 보이지 않고, 형제들은 연줄을 써서 각자 정보를 얻었다. 하지만, 카라마츠의 존재는 마치 연기처럼 사라져,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평범하게 하루가 흘러갔다.

토도마츠는 SNS를 사용해서, 쵸로마츠는 아이돌 오타쿠들의 게시판에서 정보를 얻어봤지만, 전혀 소용없었다. 쥬시마츠의 후각을 써봤지만, 거리에 있었다는 건 알아도 그 장소까지 알아낼 수는 없었다. 이치마츠도, 고양이들을 이용해 찾아봤지만, 역시 차남의 모습을 발견하는 건 어려웠다.

[그 녀석........어디로 사라진 거야!]

[이런 때에, 녀석이 참모였다는 게 떠올라서 짜증나네..]

[..........오늘도, 못 찾았어]

[시내에 나가서 돌아다녔어! 그래도 카라마츠형은 없었어!! 그치만 이 마을에서 나간 건 아냐. 나가지 않았는데 못 찾겠어!]

[, 내 얼굴 가리키면서, 이 얼굴 못 보셨나요? 라고 물어도 전부 형들뿐이고, 카라마츠형은 아니었어. 이런 얼굴이 6명이나 있으니까 불편하잖아!]

5명이 모여 거실에서 정보를 교환한다. 그러나 오늘의 보고도 성과 제로. 이쯤되니 피로도도 엄청나다.

오소마츠가 화풀이로 쿠션을 집어던졌다. 그것을 쵸로마츠가 휙 피하자, 그 앞에 있던 선반에 부딪치면서 뭔가 툭 떨어진다.

[- 왜 피한 거야 쵸로마츠우]

[당연히 피하지!! 그보다 무슨 짓이야, 바보 장남!!]

[잠깐만!!]

장남과 삼남의 싸음이 시작되려던 순간, 막내 동생의 목소리가 울린다. 선반에서 떨어진 그것을 집어든 토도마츠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낡은 노트를 내밀었다.

[, 이거 봐....!]

[? 뭔데 그게]

[...............?]

노트의 제목. 그건.

 

[대본, 마츠노 카라마츠..........!? 뭐야 이게!]

 

거실의 탁자에 놓인 노트를 펼쳐 형제 전원이 노트를 들여다본다. 거기에는 낯익은 차남의 글자가 잔뜩 적혀있다.

[캐릭터 설정.....오자키가 좋음. 형제들을 좋아함. 안쓰러운 말투. 2......]

[....가능한 안쓰러운 캐릭터로. 그렇게 하면 녀석들도 나를 봐줄 거다]

[형제싸움에 약함. 형을 존경하면서도 신랄한 대응. 동생은 끔찍이 아낌..........뭐야, 이거...]

[......가능한 내게 주목하게 만든다. 녀석들을 건들지 못하게 한다]

[...........이걸로 됐다. 아픈 건, 나 하나면 된다. 괜찮아. 아프지 않아. 무리하지 않아. 나는 강하니까. 강해질 거니까]

노트에는 몇 번이고 다시 쓴 흔적이 남아있었다. 카라마츠가 시행 착오한 흔적이 남아있었다. 곳곳에 눈물로 얼룩진 흔적도 남아있어 심장이 욱신거렸다.

[이거, 혹시......고등학교 때......]

[그러고 보니.....그 때부터, 나 시비걸린 적 없어...]

[설마....카라마츠형!!]

악동 여섯 쌍둥이. 어려서부터 장난을 좋아하고, 온 동네에서 유명했던 우리들.

커가면 커갈수록 싸움을 해대서 시내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각자 개성이 생기기 시작한 고교 시절. 시비걸리는 일은 몇 번 있었지만, 중학생 때에 비해서 그 수는 압도적으로 적었다.

설마 저 착한 형은 자신들을 위해서 저렇게 된 건가? 일부러 안쓰러운 발언과 행동을 하기 시작했을 때, 우리는 그저 연극부에 열중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생각해보면, 고등학교에 가서 싸우는 일은 거의 없었다.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의 이름을 대신 썼던 적도 있었고(그에 따른 응징은 굉장했다), 카라마츠가 늦어지는 것도 부활동이라고 생각해 신경쓰지 않았다.

 

형제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찾아야해....! 어쩌면, 그 녀석......!]

[또 우리를 감싸고...!?]

[그럴 가능성이 높아!! 그럴게, 녀석은...우리 형제들을 엄청 좋아하잖아!!]

[찾을게!!나 카라마츠형 꼭 찾을게!!]

[가자고 너희들!!]

오소마츠들이 그렇게 말하며 뛰쳐나갔다. 모두 카라마츠의 손바닥 위라는 것도 모른 채.

 

 

 

 

 

 

 

[슬슬 오려나]

 

때가 됐군, 하고 카라마츠는 일어선다.

그런 카라마츠를 알아차린 남자가 기가 찬다는 듯이 입술을 삐죽였다.

[뭐야. 엄청 늦잖아~. 그치만, 이제 슬슬 가는 거지?]

[아아. 신혼인데 미안하군]

옆에 앉아있던 남자의 부인을 보며 웃는다.

[괜찮다고. 카라마츠군, 남편보다 가사 잘하고, 오히려 다행이었어]

[하하. 그거 기쁘군. 그럼, 또 놀러오지]

[오우! 신경 쓰지 말고 놀러오고 싶으면 오라고!]

[또봐- 카라마츠군]

연극부 시절 부원이었던 부부에게, 일주일 동안 신세를 진 카라마츠는 의기양양하게 거리를 걸었다. 목적지 근처에서 공중 화장실을 발견하고 주변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카라마츠는 안에 들어가 어떤 것을 꺼냈다.

[......몇번을 봐도 기분 나쁘군]

그건, 입술 모양의 빨판이었다. 입술을 쭉 내밀고 있는 게 기분 나쁜 건 왜일까.

아무튼 이것도 다음 장면에서 필수적인 아이템이다.

카라마츠는 그 입술모양 빨판을 자신의 목과 가슴에 붙였다. 그러자, 어머 신기해라. 키스마크가 완성되었습니다. 참고로 알고 있겠지만, 이것도 데카판 박사의 발명품이다. 뭐로 만들었어? 그런 질문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참았다.

검은 와이셔츠 사이로 보이는 자국에 만족하고, 다시 또 다른 도구를 꺼내든다.

그것은 라디오 카세트다. 여기에서 어떤 드라마가 녹음되어 있고, 나머지는 녀석들이 가까지 오기만을 기다리면 된다, 는 멋진 물건이다.

자화자찬하면서, 카라마츤느 골목으로 발을 옮겼다. 이곳은 이치마츠가 아끼는 고양이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카세트에 테이프를 넣고 근처 쓰레기더미 위에 올려둔다.

귀에 꽂은 도청기에서 들리는 오소마츠들의 목소리. 아무래도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나이스 타이밍!! 역시 나!! 최상의 컨디션이다!

카라마츠는 마지막 마무리로 입술에 꿀을 바른다. 이런 잔꾀로 나의 연극 제 2막이 오를 준비는 끝났다. 자아, 배우들이여 이리 오라!!

 

 

[기다리고 있다고.......]

 

 

아아. 녀석들의 얼굴이, 기대된다.

 

 

 

 

 

 

 

 

 

 

 

[젠장...! 여기도 아닌가]

[오소마츠형! 골목은?]

[기다려!!]

[왜 그래? 이치마츠형]

[소리......카라마츠의 목소리가 들려]

그 말에 형제들의 몸이 굳는다.

[조용.....]

큰형의 말대로 모두 조용히 목소리가 들리는 곳까지 다가간다. 생각해 보면, 같은 얼굴 5명이 살금살금 걸어가는 모습은 이목을 끌 모습이었을 거다. 하지만 그런 부끄러운 짓도 카라마츠형을 위해서라면 상관없다. 지금까지 우리를 지켰던, 상냥한 형을 위해서라면.

어제는, 최고였어

끈적하게 들러붙는 남자의 목소리.

[그래.........그렇게나 내 몸이 잊혀지지 않는 건가?]

그리고 오랜만에 들은 카라마츠형의 목소리. 그런데....지금, 뭐라고?

아아! 잊혀지지 않더군.....다시 한번 안 할래?

[유감이지만, 여기서 타임업이다. 돈을 주겠나]

...카라마츠군. 적당히 하고, 이제 그만 내것이 되는 게 어때?

[, 사랑하는 건가?]

물론이지! 사랑하고 말고! 네가 내게 있어 가장 소중한 거라고!

[그런가. 그럼, 넌 필요없다]

..........?

[못 들었나? 나는 사랑따위 믿지 않는다. 오히려 사랑이라는 것을 믿었기에 여기까지 추락했지. , 얼른 돈이나 내놔]

부스럭부스럭 종이봉투 소리가 나더니 떠나는 남자의 발소리.

[.........개나 소나 사랑이라 떠들어대고. 사랑 같은 하찮은 걸 믿어서 뭘 하겠다는 건지....안 그런가? “오소마츠”]

동생들이 헉, 하고 놀라면, 평소의 히죽이는 표정을 한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에게로 향한다.

[꽤 살만한가 보네, 카라마츠-. 그 돈, 형아 조금만 줄래?]

[어이 잠깐!!이 망할 장남놈아!!!!!]

하지만 예상 외로 쓰레기 같은 대사가 튀어나와 막내가 츳코미를 던진다. 놀란 기색 없는 카라마츠에, 분명 전원이 있음을 알고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이런 돈이라도 좋다면, , 가져라]

팔랑팔랑 흩날리는 돈, , . 하지만 그 돈에 달려드는 장남을 막내가 막아선다.

낯선 검은 와이셔츠 사이로 보이는 무수히 많은 붉은 키스마크.

카라마츠의 입술은 번들번들해 야릇하게 반짝였다. 같은 얼굴인데 요염하게 느껴진다. 나른한 듯한 한숨을 쉬고 카라마츠는 눈을 찌푸렸다.

[그럼 이만]

그러면서 휙 발길을 돌리려는 카라마츠의 팔을 붙잡은 것은 이치마츠였다.

[..............쿠소마츠!!]

[미안하다만, 쿠소마츠라는 이름이 아니거든]

[.....카라마츠, ]

[오오, 아직 날 형이라 생각하고 있던 건가? 그 경이로운 머리에 축하하지]

다른 때 같으면 위협하는 것만으로 울상이 되는 카라마츠의 눈이 날카롭게 이치마츠를 꿰뚫었다. 하지만, 이 연극의 착오는, 여기서부터였다. 라고 후일, 카라마츠는 생각했다.

[카라마츠.......]

[뭐야? 이 탈분 미수 녀석. 이제 그만 손을 놓아주지 않겠나? 더럽거든]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차가운 시선. 이치마츠의 눈이 크게 뜨이더니,

[최애애애애애애애애고잖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코피를 쏟으며 흥분감에 침을 흘리는 동생....., 이젠 뭔가 남동생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아.

저거 뭐야? 진짜 뭔데?

[좀 더 매도해!! 나를 탓하라고!!! !! 좀 더!! 좀 더 하라고!!!!!!!!!!!!]

[...........시끄럽네! 닥치라고!! , 대체 무슨 생각이야? 뭔데 나한테 명령질이냐고. 명령할 정도로 네녀석이 가치있다거나, 뭐 그런 멍청한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 다시 제대로 부탁해보라고-]

[....죄송합니다!!! 부디 이 돼지새끼에게 벌을!!!]

[버얼~? 그냥 평범한 벌이면, 너한텐 상이잖아? 그치~? 이치마츠]

[어어어어어어어어어이이이이이이이이!!!!!!!!!!!!!!!!! 잠깐잠까안!!! 뭐야 이거!? 뭔데 이 SM극장!?]

[보고 싶지 않아!!! 나 더는 보고 싶자 않다고!!! 이런 어둠마츠 형의 성벽따위!!!]

[세크로스!?]

[쥬시마츠!!!!!!]

좀처럼 볼 수 없는 카라마츠의 매도에 흥분한 이치마츠는 이미 훌륭하게 귀갑묶이 상태로(이치마츠 스스로 묶었다. 뭐야 그 재능) 하아하아 숨이 거칠어져 있고, 카라마츠는 검은 와이셔츠에 키스마츠 같은 묘하게 에로한 상태로 구두 끝으로 이치마츠의 턱을 들고있었다.

이거 뭐야. 다시 말하지. 대체 이게 뭐냐고.

[자아, 핥아도 좋다고~?]

[, 괜찮슴까...!?]

[, 손은 쓰지 말고. 깔끔하게 하지 못하면, 알겠지~?]

[, ....!!]

아아, 틀렸다 이거. 카라마츠를 좋아한다며 녀석을 찾으러 다니던 조금 전의 우리들은 대체 어디로 갔어?

그때, 카라마츠의 주머니에서 전자음이 울린다.

이치마츠가 구두를 할짝할짝 핥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담담히 전화를 받은 카라마츠는, 침투성이의 구두를 이치마츠의 혀에 들이밀며 더욱 강요했다.

아니, 우리들 호모 SM극장 구경하러 온 거냐고!!!!

[아아. 너냐. ? 다음 상대? 시간은? ...........알겠다. 서비스할테니까, 알고 있겠지?]

앞부분은 못 들었지만, 좋은 내용 같지는 않다. 쵸로마츠는 뭔가 결심한 듯 카라마츠 앞에 나섰다.

[카라마츠! 너 설마.......몸을....]

[.....보면 알잖아?]

부정하지 않는다. 그에 나는 피가 날 정도로 세게 입술을 깨물었다.

[슬슬 다음 상대가 기다리고 있어서 말야. 어이, 돼지!! 저리로 꺼져!]

[네에에에에에. 주인니이이임]

이치마츠. 널 못 본 걸로 해줄래.

[가지마. 카라마츠]

[.......하아?]

날카로운 눈빛이 쵸로마츠를 응시한다. 이 시선에 기뻐하는 건 이치마츠 정도다. 나는 견딜 수가 없다. 굉장하네. 위가 찌릿찌릿할 정도야. 이 상황이 너무 괴로워!

[나는.......카라마츠가 좋아!]

[.........-?]

하지만, 내 일생일대의 고백(형제애!! 거기 오해하지 말라고!)을 방해하는 낮은 목소리.

[뭔 개소리야 이 쿠소돼지체리마츠 새꺄아아!! 카라마츠를 좋아하는 건 나라고오오오!!!!!]

[누가 쿠소돼지체리마츠냐!!!!!]

모처럼의 기회를 깨뜨린 건 아까부터 카라마츠의 수컷돼지화한 이치마츠였다.

뭐야 너!? 우리 목적 잊지 말라고!!? 아아!! 정말!! 동생의 이런 성벽 보고 싶지 않았다고!!

쵸로마츠가 머리를 헝클어뜨리고 있자, 쥬시마츠가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아아, 뭔가 엄청나게 힐링되는 기분.

[, 나는 이제 일하러 가야 하니까 방해하지 말라고]

그런 우리에게서 등을 돌린 카라마츠는 골목 안쪽으로 사라진다. 황급히 그 뒤를 쫓았지만 이미 그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뭐야 저 녀석 닌자? 라며 머리가 아파온다. 그리고 위도.

[이치마츠으으으!!! 너 뭘 방해하고 앉았냐!!!!]

[쵸로마츠형이 라이벌이었다니....방심했다. , 형이라도 봐주지 않으니까!!]

그러면서 바주카를 이쪽으로 향하는 이치마츠의 머리를 혼신의 힘으로 때린다. 갑작스런 통증에 놀라 자빠지는 사남을 바라보고 있자,

[!! 이 돈 천엔짜리 만장이라고!! 저 녀석 몸 겁나 싸잖아!?]

라며 흩뿌려진 돈을 세고있는 장남이 그렇게 외쳐, 녀석의 옆구리에 킥을 날린다.

[모처럼의 기회인데 어쩔거야!!]

[어쩌지, 체리마츠형. 카라마츠형 가버렸어]

[너도 체리마츠라고 하지 말라고!! 톳티!!]

[카라마츠형 냄새 따라갈까-?]

[그거다! 가자고 쥬시마츠랑 토도마츠!!]

[-! 체리마츠 나는!?]

[주인님이 계신 곳이라면 내가 가야지....히힛. 아직 한참 부족하다고....]

[쿠소마츠형과 엠마츠는 거기서 뒤져 그냥!!]

그러면서 쥬시마츠의 팔을 잡아끄는 쵸로마츠와 토도마츠는 카라마츠의 뒤를 쫓았다. 뒤에서 시끄럽게 외치는 바보 둘은 방치한 채.

 

 

 

 

[...........예상 밖의 일이었다]

그때 카라마츠는 늘 카라마츠걸을 기다리고 있는 다리 밑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원래 몸을 파는 내가 형제에게 다가가서,

[사랑을 준다면......이제 누구라도 좋다]

라고 진지한 대사를 말하고, 굳어버린 형제들을 뒤로한 채

[다음 손님이 기다리고 있다] 라며 떠나가야 한다.

그게 2막의 시나리오였다. 그러나 느닷없이 이치마츠의 성벽 폭로에 예상 외의 애드립이 들어갔다. 하지만 역시 나!! 만약을 위해 세팅해둔 휴대폰의 알람을 벨소리로 속여 훌륭하게 시나리오 수정에 성공했다!

이것도 연극부 연습 덕분이라는 거겠지! . 고교 시절의 나! 고마워....!

혼자 끄덕이면서 최종장의 준비를 한다.

도청기 너머로 들린 작전에, 쵸로마츠를 칭찬하고 싶어졌다. 아마 내가 쵸로마츠라도 같은 일을 지시했을 것이다.

동생의 성장에 무심코 감동하면서도, 나는 손을 멈추지 않고 의상을 갈아입었다. 의상은 파랑을 베이스로 한 심플한 원피스. 하얀 가디건에 목젖을 가릴 숄을 목에 감는다. 준비한 가발은 검정에 가까운 갈색 머리의 웨이브가 진 단발. 가슴에는 만두 두 개를 넣은 뒤, 연극부에서 익힌 화장을 살짝 한다. 마무리로 쥬시마츠 대책용으로 준비한 플로럴 계열의 향수를 전신에 뿌리면 완성이다.

강에 자신의 모습을 비추면, 거기에 있는 건 완벽한 미소녀로, 자신의 만족스런 솜씨에 한숨을 토했다. 이건 정말 나르시스트적인 발언이지만, 나는 지금 완벽한 미소녀다. 이 정도의 자화자찬 정도는 하고 싶다.

 

 

[자아! 최종장이다!! 내 손바닥 위에서 춤추고 있으라고~? 마이 브라더들]

 

 

이것이 마지막 고비다. 최고의 연출을 보이고 말겠어!!

 

 

 

 

 

 

 

 

 

 

[못 찾았어.....]

[정말 어디로 간 걸까.....카라마츠형]

[....우리들...정말 싫어지게 된 걸까....]

[.......하아, 또 다시 매도해주지 않으려나....녹음을 했어야 했는데...]

[-!! 1만이라니 너무 싸다고 생각하지 않아!? 진짜 믿을 수가 없구만!]

[믿을 수가 없는 건 네놈이다!!!! 그리고 이치마츠 너도 어지간히 하고 코피 닦아!!! 더럽다고!!!]

 

우울해 하는 쥬시마츠와 토도마츠의 사랑스러움이 평소보다 잔뜩 드러난다.

결국 그 뒤로 카라마츠는 발견되지 않아, 집에 돌아온 우리들은 그대로 잠을 잤다. 돌아온 건 아니지만, 그래도 건강히 있는 카라마츠를 보고 안심했기 때문일까.

잠을 푹 자서 다소 체력을 회복한 우리들은 거실에서 함께 아침을 먹었다. 텅하니 비워진 차남의 자리는, 서로 그렇게 정하지도 않았건만 매일 제대로 준비해두고 있다. 왜냐면 우리는 여섯명이서 하나니까.

각각의 페이스로 식사를 끝내던 그 때.

-

[어라?]

[누구지. 이런 이른 아침에]

초인종 소리에, 가장 가까이 있던 쵸로마츠가 나간다.

[- 누구세요?]

드르륵.

문을 열면 거기에는 눈매가 인상적인 미소녀가 서있었다. 쵸로마츠의 몸이 눈에 띌 정도로 경직된다.

[저기.......]

귀여운 알토음의 소리에 반응하듯 다른 형제들이 제각기 현관에 모여들었다. 같은 얼굴이 5명임에도 놀란 기색 없이 미소녀는 조용히 말을 이어갔다.

[마츠노, 카라마츠씨. 알고 계시죠]

움찔, 하고 우리들의 몸이 떨렸지만 그런 우리의 모습을 신경도 쓰지 않고 소녀는 계속 이어 말했다.

 

 

[, 마츠노 카라마츠씨와 교제하고 있는 사람이에요]

 

[]

[?]

[우에에에에에에에에에?!]

[하아아아아아아아아!!!!?]

[거짓말!? 진짜!!?]

소녀에게서 나온 말은 형제들을 놀라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5명의 남자가 일제히 소녀에게 얼굴을 들이밀었지만, 소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담담해 보였다.

[당신들 얘기는 카라마츠씨에게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를 내게 달라고 부탁하려고 왔어요]

[아니, 왔다니......]

여기에 카라마츠는 없는데 왜 찾아온 거야? 이 중에서 여성과 가장 친분이 많은 토도마츠가 수상하다는 듯이 말을 걸었다.

[저기, . 카라마츠형과 사귄다고 했지?]

[! , 쭉 그를 봐왔어요. 계속, 계속, -. 날 좋아하는 게 뻔히 보이는데, -혀 고백하질 않아서 말이죠. 저 더는 참을 수 없게 되어버려서]

우후후, 하고 웃는 그 얼굴은 흥분으로 잔뜩 일그러진다. 싸악-, 하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처음엔 당신들 누구든 좋았는데...........그가 자기만 좋아해달라고 해서, , 그만을 보기로 했어요]

오소마츠의 얼굴이 굳어진다.

[처음에는 형제를 제일 사랑한다느니 그런 거짓말을 해대니까, ........, 친한 친구에게 부탁해서 당신들을 없애달라고 부탁했어요. 그치만, -, 카라마츠씨가 쓰러뜨려버렸어요~! 정말 멋있었다구요? 아아, 카라마츠씨......! , 점점 카라마츠씨가 좋아져서, 어떻게 해도 갖고 싶어져서.....]

 

 

휘익

 

 

이치마츠가 소녀의 얼굴을 아슬아슬하게 빗겨 주먹을 휘둘렀다. 그럼에도 소녀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는다. 마치 정교한 마네킹처럼.

[웃기지 마.....녀석은, 녀석은 우리들의 형이야!!! 누가 너 따위에게 줄까보냐!!]

이치마츠의 절규에 울음이 섞여든다. 우리들도 그의 뒤를 따라 소녀에게 대응했다.

[녀석은 내 분신이나 마찬가지야!! 그걸 뺏으려 하다니, 말도 안 된다고!?]

[나는 말이지-. 그 녀석의 단 하나뿐인 형이거든? 그 형한테, 귀여운 동생을 달라고 하다니......., 미쳤어?]

[야구 할래? 너를 공으로!! 어때? 하자하자!!]

[카라마츠형은 우리들의 소중한 형이야!! 너 같은 미친년한테 카라마츠형은 어울리지 않아!!]

우리들의 본심을 외쳐도 소녀의 표정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그것에 굉장한 두려움을 느낀다.

[100만이에요]

[?]

[100만엔, 드릴게요. 카라마츠씨의 몸값입니다. 유괴될 때에도 몸값, 이 정도였죠? 그럼, 카라마츠씨의 몸값도 100만이면 충분하지 않겠어요?]

눈앞이 붉게 물든다. 그만큼 분노로 머리가 들끓었다. 지금 이 여자, 뭐라는 거야?

[카라마츠씨에게도 말했어요. 다른 형제들을 구하고 싶다면, 100만엔을 준비하라고. 그랬더니, 저 이외의 사람에게 몸을 맡기고........저 별로 돈이 갖고 싶은 게 아닌데 말이죠. 그냥, 카라마츠씨만 있으면 되는데. 그러니까 100, 드릴게요. , 설마 모자란 건가요?]

설마, 설마, 설마설마설마설마설마설마설마설마........

[카라마츠, .......]

[지금도, 어딘가에 있는 호텔에서 구르고 있겠죠. 저한테 주신다면, 제가 제대로 돌볼테니 걱정은 마세요. 아아, 기뻐라. 이걸로, 그 상냥한 사람이 내 손에........., 100만 드려야죠. 자아, 여기]

안에는 그녀의 말대로 100만엔이 들어있었다.

하지만, 하지만....!!

[모든 원흉이 너라면 봐주지 않아도 되는 거겠지?]

여자애를 차마 때릴 수 없어 가만히 있는 우리들 앞에 장남인 오소마츠가 앞에 나선다.

[어머-, 폭력을 휘두르려는 건가요? 상해 사건이네요. , 경찰 부를 거예요?]

[. 그럴 틈도 안 줄 거니.....!!]

오소마츠의 주먹이 소녀를 강타한다. 하지만,

[]

[분노로 눈이 뒤집히면, 중요한 걸 놓치고 마는 법이라구요?]

가볍게 피하고는 시원스럽게 주먹을 날리는 소녀. 그와 상반된 귀여운 미소가 꺼림칙하게 느껴져, 그녀가 사람인가 의심이 들 정도였다.

[그럼 한가지 묻겠는데, 당신들 카라마츠씨를 돌려받기 위해서 100만엔 마련하라고 하면, 제게 줄 수 있나요?]

몸값과 같은 액수를. 카라마츠와 교환.

[당연하잖아!!]

[절대로!! 무슨 쑤를 써서라도 마련할 거야!!]

[우리들이 얼마나 대단한 녀석들인지 보여주지!!]

필사적이었다. 필사적으로 카라마츠를 돌려받기 위해 달려들었다. 지금의 우리들은 그것밖에 못하니까.

진지한 모습의 우리에게 소녀는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는, 이윽고 하아, 라고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잠깐만 기다리세요~]

아까부터 신경 쓰였던 조금 커다란 가방을 뒤적거리더니, 마침내 찾던 물건을 발견했는지 소녀가 환하게 웃는다.

 

[자아, -]

 

[[[[?]]]]

확 튀어나온 플랜카드에는, 몰래 카메라 대성공♡』이라는 문자.

 

 

[이야-, 그렇게나 나를 좋아했었다니, 정말 놀랐다고]

 

 

귀여운 소녀의 모습으로 목소리는 카라마츠. 이거 뭐야, ? 아니면 현실?

망연자실하는 우리들을 보며, 카라마츠는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사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카라마츠의 말은 이랬다.

 

 

유괴당했을 때, 아무도 걱정해주지 않고, 심지어 현관에서 화형까지 당했지. 내게 물건을 내던지다니, 정말 슬펐다. 그래서 너희들에게 정신적인 보복을 하기로 결심한 거다. 예전에 개성이 없는 것에 시달리던 때에 쓰던 대본을 찾아내서 거기에 조금 덧붙였다. 마치 형제를 감싸기 위해 자신이 눈에 띄게 행동했다는 내용은 현실과 맞물려서 상당히 리얼했지? 실제로 이것 덕분에 형제들에게 시비를 걸려는 녀석이 줄었다고? 아무튼, 이번에 그 대본을 찾은 게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이 캐릭터도 싫증났고, 너무 심심했다. 너희들의 죄책감을 조금씩 도려내고, 마음에 응어리가 남을 정도로 굉~장히 진지한 시나리오였지? 그 처사에 비하면 아직 멀었지만.......의외로 너희들이 나를 좋아해주는 게 기뻐서, 연출을 바꿨다. 게다가, 이치마츠의 성벽에 어울리고 말았으니까 말야. 앞으로 내게 [욕해줘!!]라든가 말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만......역시 무리겠지. 뭐어, 그곳에서 울분이 사라진 것도 최종막의 결말이 바뀐 계기가 되었으니 됐나. ? 그래, 솔직히 말해서 꽤 즐거웠다. 아니, 오히려 좋은 스트레스 해소가 되었다! 다음부터 이치마츠에게............? 집에서는 하지 말라고? 그럼 어디서 해야 하는 건가? , 일단 알겠다. 아무튼 모든 원흉은 심심해서였다! OK?

 

 

OK고 나발이고 죽고 싶냐!! 이 사이코패스 새꺄아아아아!!!!!!!!!

 

 

 

 

 

 

 

변변찮았슴다!

 

 

 

 

 

 





집중해서 번역하다가

도M마츠에서 터졌다ㅋㅋㅋㅋ


 

S카라 최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허락받은 작품입니다

무단전재는 금지입니다!!!




오역, 의역, 발식자 주의

불펌금지, 공유는 블로그 주소를!!

http://joniamhungry.tistory.com/




 【블로그 이용시 필요한 공지들 링크】


*저작권/무단전재 관련*


*요청 관련*


*R18 비번 관련*






















네가 살아 숨 쉴 상냥한 세계까지.......앞으로 5

 

 

 

 

 

카라마츠는 형제들을 정말 좋아하고, 사랑한다.

 

장남 오소마츠는 얼핏 보면 무책임하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형제들을 걱정하고, 곤란한 일이 생기면 반드시 손을 내밀어 준다. 그런 든든한 점이 너무 좋다.

삼남인 쵸로마츠는 성실한 척하는 쓰레기라고 하지만, 지나치게 개성적인 형제들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누구보다 진지하게 상담해준다. 그런 성실한 점이 너무 좋다.

사남 이치마츠는 비굴하고 마이 페이스에 어두운 이미지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가족을 소중히 여기고, 동정심이 많은 상냥한 놈이다. 그런 서투른 상냥함이 너무 좋다.

오남 쥬시마츠는 밝은 미치광이라고 불리지만, 그 밝음에 구원되는 일이 많다. 쥬시마츠가 있어주는 것만으로 그 자리의 분위기가 누그러지는 것이다. 태양처럼 주위를 비추어 주는 점이 너무 좋다.

막내 토도마츠는 드라이 몬스터라고 불리지만, 사실은 형들을 좋아하고, 뭐라고 하면서도 형제들을 제대로 상대해준다. 그런 솔직하지 않은 어리광이 너무 좋다.

 

개성이 다양하고 사랑스런 형제들. 하지만 아무래도 나의 사랑은 일방통행인 것 같다는 걸 최근에야 깨달았다.

깨닫게 된 계기는, 내가 치비타에게 납치된 그 사건. 평소 내게 태도가 냉정한 형제들이지만, 역시 유괴가 되면 누구 하나쯤은 도와주러 올 거라고 믿고 있었다.

그렇지만 누구도 구하러 오지 않고, 결국 나는 배에게 진 배 이하의 남자라는 사실만이 드러났을 뿐이었다. 유일하게 걱정했던 쵸로마츠조차 나보다 배를 택했다. 둔감한 나라도 알 수 있다. 형제들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걸.

나는 이렇게나 형제들을 사랑하는데, 그것은 슬프게도 짝사랑이었다.

게다가 형제들이 던진 물건에 중상을 입었음에도 그들은 나를 걱정하지 않고, 사과의 말도 없었다. 오히려 나의 존재를 무시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펼치고 있었다. 심하다, 이 반응은 아무래도 너무 심하다. ..........어째서 나는 사랑 받지 못하는 걸까. 아아......누군가에게 사랑 받고 싶다.

 

코가 찡하고 아파서 눈물이 맺혔다. 엄마가 객실에 깔아 준 일인용 이불에 누워 나는 슬픔을 숨기려는 듯 열심히 눈가를 닦았다.

지금 나는 집의 객실에 혼자 자고 있다. 개그만화라서 금방 낫는다고 생각했던 상처는 좀처럼 낫질 않고, 게다가 의사가 입원을 권할 정도의 심각한 중상이었다. 자택 요양이 좋다고 하는 내게 의사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면서, 마지못해 절대안정을 취하라는 말을 몇 번이나 말하며 허락해주었다.

부모님은 나를 걱정해 친절하게 간호를 해주었지만, 이 부상의 원인인 형제들은 한번도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그것도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 요인이다. 간병하라고는 안 할테니, 적어도 한번쯤 얼굴을 비춰도 되잖아. 가벼운 느낌이라도 상관없으니까, “미안이라는 한마디 말이 듣고 싶었다.

아아......어째서 형제들은 내게 이리도 냉정할까. 내가 뭔가 잘못이라도 한 건가?

, 항상 아프게 만들어서 그런가. 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뭔가를 할 때마다 다들, [아파아파]라고 외쳤다. 그 때문에 미움을 받고 있는 건가? 하지만, 왜 아픈지 모르니까 고칠 수도 없다. 사면초가........에이트 셧아웃이로군.

무심코 [하아]하고 깊은 한숨을 내쉬면, 어째선지 방 밖이 시끌시끌했다.

뭐지? 누가 온 건가? 형제들이라면 좋을텐데.....라며 태평한 생각을 하고 있던 내 귀에 고함이 들려 움찔한다.

 

[너희들, 적당히 하라고!!!!!]

 

고함치는 소리 뒤로, !! 하고 뭔가를 내리치는 소리가 뒤따라 울렸다.

, 뭐야? 이 목소리는 쵸로마츠? 왜 화를 내는 거지? 평소 금방 열이 받는 쵸로마츠지만, 지금 들린 고함소리는 평소와 조금 달랐다. 왠지 진심으로 화내고 있는 듯한.....

 

[, 그렇게 큰소리 칠 것까진 없잖아!! 쵸로마츠형은 내 기분 따위 모른다구!!]

[아아, 모른다고 네 기분 따위!! 그치만 말야, 이번엔 나도 못 참아!! 나쁜 짓을 하면 사과해야 한다는 건 유치원생도 다 아는 상식이라고?! 그걸 왜 너희들은 모르는 거야!!!]

[, 쵸로마츠형......진정하고,]

[쥬시마츠는 잠자코 있어!!!]

[어이, 쥬시마츠한테까지 소리치지 말라고]

[닥쳐, 이치마츠!! 너도 마찬가지니까! 뭘 자기는 관계없다는 듯이 있는 거야!?]

 

쵸로마츠에 이어 이치마츠, 쥬시마츠, 토도마츠의 목소리도 들린다. 그보다, 이거 큰일 아닌가? 원인은 모르겠지만, 쵸로마츠는 상당히 열받은 것 같고, 다른 동생들도 그런 쵸로마츠한테 대드는 분위기인데. 이거 큰일이군. 치고박고 싸울지도 몰라.

나는 부상으로 아픈 몸에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무래도 오소마츠는 없는 모양이니, 여기선 차남인 내가 움직일 수밖에 없다. 비록 형제들에게 내가 미움을 받고는 있지만, 나는 녀석들의 형이다. 누군가가 다치기 전에 내가 싸움을 막아야 한다.

 

느릿느릿 객실에서 나온다. 목소리는 2층에서 들리고 있었다. 복도 바닥의 찬 기운에 몸을 떨며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올려다보면, 4명이 계단 앞에 모여있다.

어이, 그런 곳에서 싸우면 위험하다고.

그렇게 생각하며 4명에게 다가가면, 가장 먼저 쥬시마츠가 나의 존재를 알아챈다.

쥬시마츠는 내 모습이 보이자 놀란 표정을 지으며, []라고 소리를 냈다.

그 목소리에 다른 형제들도 나를 알아보고 똑같이 놀란 표정을 한다. 그런 동생들을 나는 일단 진정시키려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어이어이, 브라더들. 그렇게 큰소리를 내고 무슨 일이야? 싸움은 보기 흉하다고-]

 

내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 왠지 이치마츠와 토도마츠의 표정이 거북한 듯 찡그려지고, 쵸로마츠가 그런 두 사람을 째려보았다. 그리고 쥬시마츠는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시선을 이리저리 돌렸다.

, 뭔가, 이 어색한 분위기는. 갑자기 분위기가 가라앉았는데.

? 나 가만히 있는 편이 좋았으려나? 눈치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 건가?

나까지 당황해 무심결에 굳어버린다. 그런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먼저 움직인 것은 이치마츠였다.

 

[쿠소마츠, 뭘 멋대로 방에서 나오는 거야. 넌 방에 틀어박혀있으라고]

[, 맞아!! 멋대로 방에서 나오지 말라고!!]

[.......에에?]

 

싸움의 중재를 하려 왔는데 이런 반응이다. 아무래도 분노의 화살이 이쪽으로 돌아선 것 같다. 도대체 왜. 동생들에게 예상 밖의 말을 듣고 당황하고 있자, 쵸로마츠가 이치마츠와 토도마츠를 째려보고는, 가장 가까이에 있던 토도마츠의 멱살을 잡았다.

 

[너희, 내가 방금 뭐라고 했는지 까먹었냐? 너희들 진짜 쓰레기구만]

[, 닥쳐, 닥치라고!! 쵸로마츠형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 쓸데없는 참견 말라고!]

[이 새끼가!!]

[, 브라더들, 그만......]

[!! 카라마츠형은 잠자코 있으라구!! 형은 빠져!!!]

[........!?]

[........?]

 

금방이라도 토도마츠를 때리려는 쵸로마츠를 말리려 두 사람 사이에 끼면, 그런 나를 성가시다는 듯 토도마츠가 내 손을 뿌리친다. 그건 그냥 가볍게 뿌리치는 정도였다. 나를 상처 입히려 휘두른 힘이 아니었다. 평소라면 아무렇지도 않을 약한 힘. 하지만 큰 부상을 입고, 의사에게 절대 안정을 취하라는 말을 들었던 내 몸은 그런 약한 힘도 버티지 못했다.

토도마츠가 휘두른 손은 내 어깨를 건드렸고, 어깨의 상처로 인한 고통에 나는 그만 균형을 무너뜨리고 말았다. 이대로는 엉덩방아를 찧고 만다. 그렇게 생각하고 무심코 눈을 꼭 감았지만, 예상 밖의 부유감에 감았던 눈을 떠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그래, 여긴 계단 앞이었지. 내 뒤로 엉덩방아를 찧을 정도의 바닥이 없었던 것이다.

아아, 떨어진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모든 것이 슬로우 모션처럼 느리게 느껴졌다. 그런 느릿한 시간 속에서 시선을 앞으로 되돌리면, 동생들이 눈을 크게 뜨고 떨어지는 나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나 자신도 그런 동생들을 멍하니 바라본다. 예상 밖의 전개에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질 않아 고함을 지를 여유조차 없었다.

그러던 중, 가장 빨리 정신을 차린 것은 쥬시마츠였다. 쥬시마츠는 [!!!]이라고 외치며 내게 손을 뻗었다. 내게로 뻗어진 손을 무의식적으로 잡으려다 멈췄다.

손을 잡아버리면 쥬시마츠까지 휘말려 버린다. 아무리 쥬시마츠의 체력이 엄청나다고 해도, 이런 곳에서 떨어진다면 괜찮을 리 없다. 동생을 다치게 만드느니 차라리 혼자 떨어지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해, 쥬시마츠에게로 뻗으려던 손을 다시 거둔다. 순간, 쥬시마츠의 표정이 [어째서?]라고 말하는 듯했다. 나는 그 얼굴에 미소를 전하면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카라마츠()!!!!!!!]]]]

 

통증은 신기하게도 느껴지지 않았다. 몸이 바닥에 부딪치는 감각도 없었다.

다만 나의 이름을 외치는 동생들의 비통한 목소리만이 들리며, 의식이 멀어져갔다.

 

 

 

 

 

 

 

 

 

 

 

 

 

 

[, 이 녀석 몇 번째야?]

[몰라. 나로서는 첫 번째면 좋겠지만]

[아니아니, 첫 번째는 위험하지. , 보스의 목을 따면 우리야 좋지만.....그래도 첫 번째는 위험해]

[그럼 몇 번째였으면 하는데?]

[에에? ..........................아니, 잘 생각해보니 몇 번째든 위험한 건 똑같네]

[그치? 그럼 빨리 일을 끝낼 수 있는 첫 번째가 좋잖아]

 

낯선 남자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 목소리가 몹시 불쾌하게 느껴지고, 나는 깊은 잠에서 깨어나 살며시 눈을 떴다. 처음에 시야에 들어온 것은 콘크리트가 벗겨진 더러운 벽. 숨을 스읍, 들이마시면 담배와 술과 뭔지 모를 녹슨 철 같은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 기분 나쁜 냄새에 가슴이 쓰렸다.

시선을 벽에서 돌려 주변을 둘러본다. 방이라기보다는 그냥 폐허에 가까워 보이는 경치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기, 어디? 이런 장소는 처음 보는데. 그보다, 나 아까까지 집에 있었지 않았나? 그러고 보니, 나 계단에서 떨어졌잖아??

깨어나기 직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나는 다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 진짜 여긴 어디야?!

방 안을 다시 둘러봤지만, 역시 본 적도 없는 장소.........랄까, 사람이 살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가구도 없고, 콘크리트는 노출되어 있고, 왠지 지저분하고 어떻게 봐도 그냥 폐허였다.

왜 내가 이런 곳에.......?

잘은 모르겠지만 일단 몸을 일으키려 부상으로 아픈 신체를 끌고 일어나려던 순간,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라? 왜 못 움직이는................, 나 묶여있어?! 밧줄로 묶여있다고!? !?

자기 상황을 파악하는 게 너무 늦지만, 텅텅 빈 내 머리는 이제야 겨우 움직여 지금이 꽤나 위험한 상황임을 파악한다. 낯선 폐허에서 묶인 채 움직일 수가 없는 이 상황.....혹시 나는 또 다시 유괴된 것인가? 더구나 이번에는 진짜 같다. 전에는 상대가 치비타였던지라 위기감도 없었는데, 이번엔 정말 유괴된 모양이다. 지금 있는 이 방에는 카라마츠 혼자뿐이지만, 아까부터 말소리가 방 밖에서 들린다. 아마 그들이 유괴범이다. 위험하다. 이건 꽤 위험하다. 나는 지금 큰 부상을 입었으니까, 도망치는 것도 저항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누군가가 구하러 오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겠지만...........나를 싫어하는 형제들이 구하러 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부모님이라면 구하러 올지도 모르겠지만...........그것도 확신할 수는 없다. 만일 몸값을 요구한다고 해도, 우리 집에는 그럴 돈이 없다. 저번에 치비타가 요구했던, 몸값치고 싼 편인 100만엔도 내지 못했으니까.

어떻게든 구조를 요청할 방법이 없을까 머리를 열심히 굴리던 중, 닫혀있던 문이 끼이익- 듣기 싫은 소리를 내며 천천히 열렸다. 그에 내 심장이 안 좋은 느낌을 감지하고 거세게 뛰었다. 열린 문에서 얼굴을 보인 건 두 남자였다. 나이는 젊어보였다. 아마 20대 정도일까. 둘 다 검은 양복을 입고 있었는데, 일부러 흐트러뜨려 입고 있는 걸 보아 좋은 느낌의 사람들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두 남자들이 각각 손에 쥐고 있는 물건이었다. 그것은 드라마나 만화에서나 봤던 권총이었다.

거짓말이지, 어이. 총을 가지고 있다니, 총도법 위반이라고? 이 녀석들 절대 일반인이 아냐.

덜덜 몸이 떨렸다. 남자들은 내가 깨어났음을 알아차리고 히죽, 기분 나쁜 미소를 띠고 다가왔다. 그리고는 갑자기 내 배에 발길질을 했다.

 

[으극!?]

[오우오우, 드디어 일어나셨습니까 공주님~? 놀랐다고~, 은신처에 와보니 마츠노 패밀리의 높으신 분께서 땅바닥에 뒹굴고 있어서 말야. 어디서 이 은신처를 알아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래 살고 볼 일이군, 우리들도. 설마하니 적의 아지트에 기어들어가서 잠들다니.....얼마나 우리들을 바보취급 해야 직정이 풀리는 걸까나~?으응~?]

[, 아팟....]

 

남자가 나를 걷어차던 발로, 다친 손목을 밟았다. 다른 한 남자는 그런 나를 보고 이상한 웃음을 지었다.

 

[아하하하하학!! 야야, 남자상대로 공주니 뭐니 그만하라고-!! 소름끼치니까]

[~ 그치마안, 이 녀석이 우리들 은신처에서 태평하게 자는 거 발견했을 때, 그 동화가 생각났다고? , , 그거 있잖아, 백설공주? 진짜로 자고 있던 게 미인인 공주님이었으면, 그 즉시 범하려고 했는데 말이지-]

[우와아.....저질~]

 

남자들은 대화를 나누면서도 나를 때리는 일은 멈추지 않았다. 내가 몇 번이고 [아프다, 그만둬]라고 말해도, 남자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파하는 나를 재밌어했다.

어쩌지, 무섭다. 무서워. 이놈들 보통이 아냐. 나 죽는 건가? 싫어, 싫어, 싫어, 살려줘, 도와줘....오소마츠형, 쵸로마츠, 이치마츠. 쥬시마츠, 토도마츠....!!

덜덜 떨고 있는 나를 남자들은 한쪽 입가를 비틀어 올린 채 차가운 시선으로 깔보았다.

그러고는 감정이라곤 조금도 없는 듯한 기계적인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걸었다.

 

[그래서, 너 몇 번째?]

[..........?]

[그니까, 너 몇 번째냐고. 무슨 마츠야?? 얼른 대답해]

[히엑........., .....카라, 마츠......인데요]

[.........?]

 

이름을 말하라기에 순순히 따랐는데, 남자들은 내 이름을 들은 순간 약간 멍한 표정을 하고는 금세 얼굴을 분노로 물들였다.

 

[하아!? 너 이새끼, 어디까지 우리를 바보 취급해야 직성이 풀리는 거냐!? 카라마츠~? 죽은 새끼 이름을 들먹여서 어쩔 셈이지? 아앙?!]

[.......?]

 

남자가 분노를 잔뜩 드러내며 내 관자놀이에 총구를 들이댔다. 그것만으로도 놀라운데, 더 놀라운건 녀석의 말이었다. 죽은 놈의 이름? 무슨 소리야? 내가.......죽어? 아니, 나 여기 살아있다고? 안 죽었다고!!?!? 무슨 일인가!!? , 설마 이건, [너는 이미 죽어있다] 라는 살해 예고!? 에에에, 잠깐잠깐, 나 정말로 이 녀석들에게 죽는 건가!!? 싫어어어, 누가 살려줘어어어!

공포감에 눈물이 줄줄 흘렀다.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이한 내게 어떠한 말소리도 귀에 들어오지 않던 그 순간, ----------!!!!! 하는 폭음이 들리고 방문이 부서졌다.

 

[우왓!?뭐야, 이번에는!!?]

[폭탄인가!?]

[, 들켰나]

 

갑작스러운 상황에 따라가지 못하는 나와, 금방 내게 총구를 겨누던 남성들은 하던 행동을 멈추고 문으로 시선을 향했다. 그리고 나는, 폭격에 흐릿한 시야 사이로 드러난 그 모습과 분위기에 어긋나는 밝은 목소리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앗하하~ 역시 이치마츠형의 특제 폭탄!! 위력이 장난 아님다~!!]

[....................., 쥬시.....마츠?]

[젠장, 5번째인가!! 위험한 녀석이 와버렸잖아!!]

[그러니까 내가 말했잖아!!! 마츠노가 형제를 건드리는 건 위험하다고!! 저 녀석들 자기 형제를 해치는 건 제일 싫어하니까!!]

[그래도 처음에 시비를 건 쪽은 저녀석들이잖아!?은신처에서 뒹구는 적을 발견하면 보통 붙잡지 누가 풀어주냐!!]

[이거 아무래도, 이 녀석, 미끼인 것 같은데]

 

갑작스런 침입자의 등장에 남자들이 싸우기 시작했다. 그런 남자들을 감정을 내비치지 않은 미소로 바라보던 쥬시마츠는, 그곳에 처음으로 남자들 이외의 존재가 이 자리에 있음을 알아차렸다. 폭격과 함께 나타난 동생의 모습에 놀라는 내게 시선을 돌린 쥬시마츠는, 처음에는 의아한 듯한 표정에서 점점 놀람으로 물들여가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목소리로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카라마츠, .............?]

[??????????]

 

마치 유령이라도 본 듯한 표정의 쥬시마츠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렇게 놀라는 건가? 나를 도와주러 온 거 아닌가? 그보다, 쥬시마츠 그 차림은 뭔가?

남자들과 똑같은 검은 양복에 노란색 셔츠, 게다가 평소 쥬시마츠라면 하지 않았을 금목걸이를 하고, 머리에는 선글라스가 얹어져 있었다.

뭐야, 너 그런 옷이랑 악세서리가 있었던 건가? 좀 멋있잖아.

그런 쥬시마츠와 마주보기를 몇초. 정신을 차린 듯 움찔한 쥬시마츠는 나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몇 번이고 훑더니 순식간에 표정을 바꿨다. 그 얼굴은 마치 모든 감정이 사라진 것처럼 차가운, 무심결에 소름이 돋을 듯한 섬뜩함을 풍기는 얼굴이었다.

 

[...............누구?]

[.......?]

[카라마츠형한테, 저런 상처를 입힌 게...........누구야?]

 

무표정한 채 고개를 갸웃하는 쥬시마츠. 그 귀여운 행동이 무표정한 얼굴과는 어울리지 않아, 그 위화감이 더욱 섬뜩하게 느껴졌다.

쥬시마츠는 고개를 삐딱하게 한 채로 시선만 흘끗 남자들에게로 돌렸다.

 

[아아........저 녀석들이지?]

[, 저기.......쥬시마츠?]

 

당혹스러운 목소리를 내는 나를 아랑곳하지 않고, 쥬시마츠는 방에 굴러다니던 쇠파이프를 주워들고는 (왜 그런게 주변에 굴러다니고 있는 건가!?) 입꼬리만 살짝 올린 채 남자들에게 파이프를 힘차게 휘둘렀다.

 

 

――――――――――퍼억, , 철퍽, 철퍽.

고기가 뭉개지는 소리만이 조용한 방 안에 울렸다. 처음에는 비명과 신음 소리를 내던 고깃덩이들이 이미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 조금 전까지 인간이었을 그것은 이제 그냥 고깃덩이가 되었다. 아까까지 방 안을 채웠던 술과 담배의 향기는 완전히 묻히고, 지금은 단지 쇠 냄새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그저 멍하니 눈앞의 고깃덩이를 후려패는 쥬시마츠의 모습을 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처음 보는 동생의 광기어린 모습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몸이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아마.......여기서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이 지옥 같은 공간이 영원히 계속될 것 같아, 나는 용기를 짜내 몸을 억지로 일으키면서 쥬시마츠의 등 뒤로 말을 걸었다.

 

[........쥬시마츠? 이제, 그만해라.........이미, 그 녀석들, 죽었으니까.....]

 

내가 말을 건 순간, 쥬시마츠의 어깨가 흠칫한다. 그리고 손에서 피투성이의 쇠 파이프가 떨어지며 카랑, 하는 소리를 냈다.

아주 천천히, 느린 동작으로 뒤를 돌아보는 쥬시마츠의 얼굴은 피투성이였다. 그 피투성이의 얼굴에 놀라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그랬다간 쥬시마츠가 상처를 받을 것 같아 나는 어떻게든 그 비명을 삼켰다.

돌아본 쥬시마츠의 표정은 이미 광기에 먹히지는 않았는지, 다시 아까와 같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마치 미아가 된 아이 같은 슬픈 표정으로 돌아와 있었다.

 

[.....카라마츠형? 정말 카라마츠형이야?]

[? ........., 아아.......카라마츠다만...?]

 

왜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무심코 의아스런 표정을 짓고 있자, 쥬시마츠의 눈동자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고, 힘차게 내게로 달려들었다.

 

[, 우왓.....쥬시마츠!?]

[카라마츠형!! 카라마츠혀엉!!]

 

쥬시마츠는 눈물로 엉망인 얼굴을 내 몸에 묻었다. 솔직히 그 강력한 포옹에 다친 몸이 으스러질 듯 아팠지만, 울고있는 동생을 달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되어, 나는 아픔을 억지로 참아내고 쥬시마츠의 등에 팔을 둘렀다. 그냥 그 등을 쓰다듬어주었을 뿐인데 더욱 울부짖어 곤란했다.

정말 이게 대체 무슨 일인 걸까. 갑자기 유괴되었다고 생각했더니, 쥬시마츠가 나타나 구해줬다. 하지만 그 구하는 방식이 범주를 넘어서 유괴범을 죽여버렸다. 랄까, 역시 이건 위험하지 않은가. 아무리 상대가 범죄자라고는 해도 살인은 아니다. 어떻게든 이 살인을 감춰야하는 게 아닐까. 소중한 동생을 살인자로 만들 수는 없으니까. 정당방위라고 우겨? 아니, 그 시체를 보면 정당방위의 범주를 넘어선 것이 분명히 보이니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쥬시마츠를 끌어안으며 고민하고 있자, 쥬시마츠의 바지 주머니에서 삐삐삐삐, 하고 전자음이 들렸다.

뭐지? 휴대폰 벨소리인가?

하지만 아직도 통곡하고 있는 쥬시마츠는 그것을 깨닫지 못한 듯, 전자음을 확인하려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나는,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쥬시마츠의 주머니에 손을 넣어 소리를 내고 있는 물건을 꺼내들었다. 꺼낸 그것은 휴대폰이 아니었다. 뭔지 잘은 모르겠지만, 뭔가 스파이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통신기 같은 것이었다. 일단 시끄러운 전자음을 멈추려 적당히 버튼을 누르면, 스키퍼 부분에서 귀에 익은 소리가 들려 다시 놀랐다.

 

어이, 임마 쥬시마츠!! 받는 거 늦다고!! 그보다, 너 또 멋대로 움직였지!! 아까 네 부하 직원한테 보고가 왔다고!? 그 패거리는 일단 냅두기로 했잖아!!? 너 얘기 제대로 안 들었지!!!! 뭐라고 말하라고, 이 뇌근육마츠!!!

[.......쵸로마츠?]

............................................

 

스피커에서 들려온 것은 쵸로마츠의 목소리였다. 혹시 동생들은 이 통신기를 사용해 첩보원 놀이라도 하고 있던 건가? 어이어이, 너희들 몇 살이냐. 쥬시마츠는 그렇다 쳐도, 쵸로마츠 너까지. 나도 끼고 싶었다............

약간 서운한 기분이 된 내가 답이 없는 통신기를 멀뚱히 보고 있자, 통신기에서 쵸로마츠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카라마츠....?

[~? 아아 카라마츠다.......그보다 지금 무슨 상황인가? 내가 유괴됐는데, 너희는 첩보원 놀이를 하고 있었던 건가? 역시 대우가 심해서 슬프다고. 어이, 쵸로마,]

 

말하는 도중 통신기에서 달칵, 하는 소리가 들리고 통신이 끊겼다.

? ? 끊었다고오, 이 시코마츠. 어이어이,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까지 냉정하게 굴다니. 나 너한테 뭔가 한 건가?! 안겨있는 쥬시마츠는 아직 울음을 그칠 기미가 안 보이고,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고, 랄까, 뭐가 무너지 하나도 모르겠다고오오!! 어쩌면 좋은 거야.....

 

그 뒤로 나는 계속 우는 쥬시마츠를 부둥켜안고 쩔쩔맸다. 몸은 여전히 아파서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기에, 쥬시마츠가 잠잠해질 때까지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보다 쥬시마츠는 왜 이렇게 우는 거지? 이유를 모르니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도 모르겠네. 아아......곤란한 걸. 그리고 저 시체도........

나는 방 한가운데에 놓인 고깃덩이로 변한 시체로 시선을 돌리고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저걸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경찰서에 잡혀가고 싶지 않아. 동정에 니트에 살인자라니....완전 인생 암울하잖아. 일단 쥬시마츠가 빨리 울음을 그쳐줘야 하는데....

쥬시마츠의 등을 쓰다듬으며 그런 생각을 멍하니 하고 있으면, 뭔가 밖에서 어수선한 발소리가 들려 나는 몸을 움찔 떨었다.

뭐야? 설마 저들의 동료인가? 아니면 경찰? 어느쪽이든 최악이다!!

어쩔 줄 몰라 안겨있는 쥬시마츠를 꼭 끌어안으면, 쥬시마츠도 똑같이 더 세게 내 옷을 잡아왔다.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쥬시마츠가 폭파한 구멍에서 사람의 그림자가 튀어나왔다. 튀어나온 그림자는 4. 그것은 그들의 동료도 경찰도 아니었다.

나의 사랑스런 형제들이었다. 모두의 모습을 본 순간,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의문스러운 것은 다들 쥬시마츠와 마찬가지로 정장을 입고 있다는 것이었다.

뭔가, 그거! 다들 멋지군. 나도 끼워줬으면 좋겠다만!!

그러나 당황한 모습으로 뛰어들어온 형제들은 모두 한결같이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 뭔가? 그 얼굴은?? 왜 그렇게 놀라는 건지??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토도마츠였다.

 

[....거짓말....진짜 있잖아...]

 

그러니까, 그 유령을 본 듯한 표정은 뭔가? 아까 쥬시마츠도 그러던데, 영문을 모르겠군.

토도마츠는 내 모습을 그 눈에 새기려는 듯 지긋이 바라보더니, 눈에서 왈칵 눈물을 쏟아내고는 쥬시마츠처럼 내게 달라붙었다.

 

[카라마츠혀엉!!!우와아아아아아아앙!!!!]

[우왓! , 에에????????]

 

울면서 내게 뛰어드는 토도마츠를 받아낸다. 그러나 역시 상처가 아파 무심코 얼굴을 찡그리고 말았다. 안겨드는 건 좋지만, 조금은 조절을 해줬으면 좋겠다. 그보다, 슬슬 상황 설명을 해줬으면 하는데..........

나는 도움을 청하는 눈빛으로 다른 형제들을 봤다. 하지만, 오소마츠도 쵸로마츠도 이치마츠도 모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기만 했다.

뭔가? 아까부터. 누구라도 좋으니 설명 좀!!

그러던 중,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건 오소마츠였다. 오소마츠는 놀란 표정을 한순간에 바꿔 험상궂은 표정을 하고는 내게 한걸음, 한걸음 다가왔다.

 

[.....누구야?]

[.....하아??]

 

오소마츠의 입에서 나온 예상 밖의 말에 놀란다.

? 누구냐니.......뭔가 그 질문은? 어떻게 봐도 네 동생 카라마츠잖아!?

이게 대체 무슨 소린가? 미친 건가?

그런 오소마츠의 말에 나보다 먼저 반박한 것은 내게 달라붙어 울던 토도마츠였다.

 

[잠깐, 오소마츠형!! 무슨 바보 같은 질문을 하는 거야!? 이 사람은 카라마츠형이잖아!! 우리의 소중한 형제인 카라마츠형이라고!!]

[, 오오......톳티!]

 

설마 소중한 형제라고 말할 줄은 몰라 기쁨으로 얼굴이 멋대로 히죽거린다. 그러나 그런 나의 기쁨을 무너뜨린 건, 지금까지 침묵하고 있던 이치마츠의 말이었다.

 

[너야말로 무슨 소리야. 카라마츠는........나의....우리의 형제는 죽었잖아, 일년 전에!!]

[...........?]

 

또다. 또 죽었다고 말했다. 아까도 그들이 그렇게 말했다. 그 말을 형제들의 입에서 듣게 된 내 머리는 혼란스러웠다.

무슨 소린가? 내가 죽다니, 그럼 지금 여기에 있는 나는 뭔데? 진짜 귀신인 건가? ? 나 죽었어? ? , 설마 계단에서 떨어진 것이 원인? 거짓말이지....? 그럼 진짜 내가 유령...?

믿을 수 없는 사실에 떨고 있자, 계속 내게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던 쥬시마츠가 겨우 얼굴을 들었다. 그 얼굴을 눈물과 콧물로 범벅에 눈도 붉게 충혈 되어 엉망이었지만, 매우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이 사람은 카라마츠형이야. 나 냄새로 알 수 있어! 이 상냥하고 안심되는 냄새는 틀림없이 카라마츠형임다!! 죽지 않았어!! 엄청 따스하고, 심장 소리도 제대로 들려!]

 

정말 행복하게, 마치 꽃이 주변에 만개한 듯한 미소로 쥬시마츠는 다시 내게 매달렸다. 그런 쥬시마츠의 말을 들은 다른 형제들은 다시 멍하니 나와 쥬시마츠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당황하는 나를 내버려두고, 오소마츠 이외의 전원이 울면서 내게 달려들었다. 4명 동시에 안기는 바람에 아무리 나라도 견딜 수 없어 뒤로 쓰러졌다. 딱딱한 바닥에 등을 부딪칠 고통을 대비해 무심코 몸을 움츠리면, 그런 내 몸을 누군가 뒤에서 잡아주었다.

대체 누가..........?

뒤를 돌아보면 거기에 있는 건 오소마츠였다. 오소마츠는 왠지 고통을 참는 듯한 기이한 표정을 지으며 내 등에 손을 대고 잡아주고 있었다.

 

[오소마츠?]

[............야생의 감이 살아있는 쥬시마츠가 그렇게 말한다면, 너는 틀림없이 카라마츠겠지. 하지만.......나의 카라마츠는 아냐]

[.........?????]

 

오소마츠를 그렇게 말하며 쓸쓸한 듯 웃었다.

이때 오소마츠의 말을 내가 제대로 이해한 것은, 이 세상이 내가 알던 세계가 아님을 깨달았을 때였다. 오소마츠의 말대로, 나는 이 세상에 살던 그들의 카라마츠가 아니었고, 그들 역시 내가 사랑하는 형제들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나는 다른 세계로 이동한 모양이다.

[드림 소설에서 흔히 보는 전개야] 라고 쵸로마츠가 설명해줬지만....미안, 쵸로마츠.

애초에 드림 소설이 뭔지 모른다. 뭐 어쨌든, 여기는 내가 태어난 세계가 아니라 이른바 병행 세계라는 것......같다. 더구나 이 세계에서는 우리 여섯 쌍둥이가 마피아가 되어 있었다.

놀랍다. 쓰레기 니트가 마피아라니....게다가 오소마츠가 보스에 다른 모두는 간부인 모양이다. 굉장한 출세다. 게다가 아무래도 이 세계의 나는 일년 전에 죽었다고 한다. 적 관계인 마피아와의 항쟁 중에 죽었다던가. 그것을 들었을 때, 내 기분은 말로 설명할 수 없었다. 나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는 해도, 같은 카라마츠다. 나와 같은 존재가 죽었다는 걸 들으니 뭔가 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때의 일들이 납득되었다. 이미 죽어서 없을 내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나면 다들 그런 반응인 게 당연하지. 하지만 그렇게 울며 기뻐한다는 건, 적어도 이 세계의 나는 형제들에게 사랑 받고 있었던 것 같다. 그것이 조금 부러웠다. 내 세계의 형제들은 내가 죽으면 그들처럼 슬퍼해주는 걸까. 아무래도 상관없다면서 아무런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 모습만 떠올라 허무했다.

내가 자신들이 아는 카라마츠가 아님을 알았을 때, 형제들은 한순간 아쉬운 표정이었다. 그렇지만 바로 정신을 차린 듯 미소를 지으며, [비록 다른 존재라고 해도 카라마츠()를 만나서 기뻐] 라고 말했다. 하지만 분명, 진심으로 슬퍼하고 안타까워하고 있겠지. 내가 진짜 그들이 아는 카라마츠라면 좋았을텐데. 그렇다면 그들은 분명 더욱 행복하게 웃었을텐데........라는, 그런 불가능한 일을 생각했다.

 

하지만 다른 세계에 왔다, 는 건 알겠는데......돌아가는 방법을 모른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 하는 나를, 이 세상의 형제들은 정성껏 돌봐주었다. 돌아가는 방법을 알게 될 때까지 이곳에 있어도 좋다고 했다. 솔직히 마피아라는 건 무서웠지만, 일주일, 한달 동안 이 세계에서 살면서 나는 여기가 마음에 들었다. 랄까, 다른 세계에 돌아가기보다, 여기에서 평생 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이 세계는 편해서 좋았다. 마피아라고 해도 내가 항쟁에 휘말리는 일은 없고, 있어도 형제들이 나를 지켜주고, 그리고 무엇보다, 이 세계에 사는 형제들은 모두 내게 친절하다.

 

쵸로마츠는 [그 중2병은 어느 세상이든 똑같구나] 라며 어이없다는 듯이 말하면서도 다정하게 대했다. 원래 세계의 쵸로마츠는 내가 말을 걸면 늘 귀찮다는 표정을 했는데, 이 세계의 그는 내가 말을 걸면 상냥한 미소로, [왜 그래?] 라고 답해주었다. 그리고 내가 별로 재미없는 이야기를 해도, 중간에 끊지 않고 [응응]하고 맞장구를 치며 끝까지 들어주었다.

다음은 이치마츠. 원래 세계의 이치마츠는 나에 한해서 대우가 심하고 폭력적이다. 하지만 이 세계의 이치마츠는 내게 적극적으로 말을 걸지는 않지만, 폭력을 휘두르는 짓은 절대 하지 않았다. 내 물건을 고의로 부수지도 않는다. 심지어. 얼마전, 마피아의 수장으로서 형제들이 살고 있는 호화 저택에서 길을 잃은 나를 (너무 넓어서 전혀 구조를 외울 수가 없었다) 발견한 이치마츠가 손을 잡고 방까지 데려다 주었다. 그 상냥함에 감동하자, [네 세계의 나는 얼마나 꼬여있는 거야?] 라며 어이없는 표정으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다음은 쥬시마츠. 쥬시마츠는 뭐어.....원래 세계에서도 비교적 상냥했지만, 이 세계의 그는 상냥함에 매우 어리광쟁이였다. 토도마츠도 놀라울 정도로 어리광쟁이였다. 아침에 일어나면, 매일에 가까울 정도로 대체로 쥬시마츠가 내 옆에서 자고 있다. 한번은 왜 여기서 자냐고 묻자, [카라마츠형 옆은 안심 되니까! 형은 안면(安眠) 효과가 있구나!] 라며 천사의 미소를 지었다. 솔직히 너무 귀여워서 울었다. 내 동생이 천사였다.

다음은 토도마츠. 원래 세계의 토도마츠는 내에 한해서 츳코미가 심했다. 게다가 가장 나를 아파하는 것도 토도마츠다. 하지만 이 세계에서는 한번도 아픈 적이 없었다. 오히려 매우 기분 좋게 내게 달라붙어 하루 온종일 떠나지 않은 적도 있었다. 원래 세계에서도 가장 곁에 있는 시간이 길었던 건 토도마츠였는데, 이 세계에서는 거리감이 거의 0이였다. 항상 붙어 있다. 그런 귀여운 막내에 나도 푹 빠져버렸다.

모두 내게 상냥하다......랄까, 이상하리만큼 과보호다. 내가 큰 부상을 입은 탓도 있겠지만, 마치 공주님이 된 듯한 대우를 받아 조금은 부끄러웠다. 하지만 그 이상할 정도의 상냥함이 지금의 내게는 그저 기뻤다.

 

하지만 그런 상냥한 세계에서 유일한 불만이 있다면. 그것은 오소마츠다. 원래 세계에서는 성가실 정도로 들러붙는 장남이, 이 세계에서는 그다지 내게 다가오지 않았다. 마피아의 수장이니 여러 가지로 바쁘다는 건 알지만, 내게 유일한 형인 오소마츠와 많이 마주할 수 없다는 것이 재미없었다. 분명 나는, 자신에게 너무 상냥한 이 세계에 오고 나서부터 제멋대로인 사람이 되어버린 거라고 생각한다. 동생들만으로 모자라 오소마츠에게도 상냥함과 어리광을 받아줬으면 하는 제멋대로의 소망이 싹트고 있었다.

 

 

 

 

 

 

내가 이 세상에 온지 한달 반이 지났다. 아직도 돌아가는 방법은 모르지만, 나는 그렇게 초조하지 않았다. 모른 채라면 계속 이 세계에 있을 수 있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날 아침, 나는 기쁜 소식을 들었다.

 

[? 오소마츠, 오늘은 하루 쉬는 건가!?]

[아아, 옆 동네의 높으신 분과 회식할 예정이었는데, 상대의 사정으로 취소됐어]

 

아침 식사자리에서 오소마츠는 커피를 한모금 마시며 내게 미소로 말했다.

 

[그러니 오늘 하루는, 형아가 너랑 놀아줄게]

[정말인가!!??]

 

다른 세계라고는 하지만 설마 내가 오소마츠와 놀기를 원하다니? 인생은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내가 그런 것을 머리 한켠에서 떠올리며 기뻐하고 있자, 그것을 보던 다른 형제들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에에~, 오소마츠형만 치사하게!! 나도 카라마츠형과 놀고 싶다구!!]

[나도나도!! 카라마츠형이랑 야구하고 싶슴다-!!]

[................나도....카라마츠랑 같이 고양이 먹이 주고 싶어]

[나는 일이 쌓여있는데....팔자 좋구만, 오소마츠형]

[뭐냐고, 너희들!! 괜찮잖아 한번쯤은!! 너희는 항상 카라마츠랑 놀면서-!!

나 다 알고있거든!? 너희들이 일 땡땡이 치고 카라마츠한테 가는 거!! 보스라는 것만으로 게으름이 용납되지 않는 내 처지가 되어 보라고!! 가끔은 나도 쉬어도 되잖아!!?]

 

형제들의 원성에 오소마츠가 떼를 썼다. 원래 세계에서도 곧잘 보던 광경에 왠지 마음이 평온해졌다. 내가 알던 오소마츠와 달리 멋있고 어른스럽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 세계의 형도 이런 면이 있구나. 그런 것에 어째선지 안심하고 있었다.

 

 

 

 

 

 

 

그 날 하루는 오소마츠와 보내기로 했지만, 사실 나는 밖으로 나가는 것이 금지되어 있어서 오소마츠의 방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어째서 밖으로 나가면 안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지금 이 거리가 위험하기 때문인 것 같다. 아무래도 오소마츠들의 패밀리는 다른 마피아와 항쟁 중이라, 그 적의 간첩 몇 명이 거리에 숨어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적들은 보스와 간부의 얼굴을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니 싸울 힘이 없는, 같은 얼굴의 내가 밖에 나돌아다니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보고, 나는 이 세계에서는 집에만 있게 되었다.

, 그래도 특별히 불만은 없다. 모르는 세계를 혼자 돌아다니는 것은 두렵고, 무엇보다 생명이 위험해질 정도라면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현재, 나는 왠지 오소마츠가 뒤에서 나를 끌어안은, 이상한 자세를 하고 있다. 어째서 이런 상황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별로 싫지는 않으니 상관없지만.

오소마츠는 팔 안에 나를 가두고선, 내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거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 냄새를 맡거나 했다. 지금까지 방치해둔 것이 거짓말 같은 태도에 조금 당황스러웠다.

 

[저기, 오소마츠]

[~?]

[이거, 재밌는가?]

[......엄청 재밌고, 행복해]

[, 그런가]

 

행복하단 소리까지 들었다. 그런가, 오소마츠는 나와 있으면 행복해지는 건가.

어째선지 매우 기쁘다.

 

[저기, 카라마츠]

[뭔가?]

[너의 세계에서 나는....어떤 느낌이야?]

[? 내 세계의 오소마츠? ~........]

 

원래 세계에서 오소마츠는 쓰레기다. 장남이라는 것으로 제멋대로 동생들을 이용했다. 귀찮을 정도로 들러붙는 외로움을 잘 타는 사람. 아마 가장 형제에 의존하고 있는 건 그 녀석이겠지. 틀림없이 누구보다 자립이 느린 건 오소마츠일 거다.

그래도....사실은 엄청 다정하고, 포용력이 있어 동생들을 누구보다 잘 챙기고 걱정한다. 나는 그런 형이 너무 좋아서.....가능하다면 오소마츠가 만들어가는 세계에 나도 들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날, 그 황혼의 공원에서 나 이외의 형제와 따스한 세계를 만들어가는 오소마츠를 보고 확신했다. 나는 그의 세계 속에 없다. 그것이 엄청나게 슬프고 외로워서, 나의 마음은 얼어붙고 말았다.

같은 존재인 오소마츠가 상대여서일까. 나는 평소에는 절대 말하지 않을 나약한 마음을 담은 푸념을 오소마츠에게 토해냈다. 그런 나의 말을 그는 조용히 들어준다. 뭔가 받아들여지고 있는 듯한 느낌에 기뻐, 원래 세계의 오소마츠에게는 미안하지만 지금 나를 끌어안은 오소마츠라면 나를 그의 세계에 넣어주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배에 감겨있는 그의 손을 만졌고, 그는 내 손을 잡아주었다.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환호성을 질렀다. 역시 나는 계속 이 세계에 있고 싶다. 이제 원래 세계 따위....나를 사랑해주지 않는 세계 따위, 돌아가고 싶지 않다.

 

[카라마츠, 너 말야...지금까지 내 얼굴 제대로 본 적 있어?]

[?]

 

분명 이 오소마츠라면 내게 상냥하게 말을 걸어줄거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내 이야기를 들은 오소마츠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했다.

오소마츠의 얼굴? 무슨 뜻인가?

 

[나뿐만이 아니야. 다른 형제들의 얼굴도. 너는 제대로, 정면으로, 바라본 적이 있어?]

[? ? .........얼굴이라면 매일 본다만...]

아니, 그게 아니라. 나는 제대로 보고 있는 거냐고 묻는 거야. 동생들이나 내가 너한테 뭔가 말을 할 때에, 그 얼굴을 제대로 본 적 있어? 제대로 봤다면, 너는 분명 상처 따위 받지 않았을 거라고]

[에에???????]

 

역시 모르겠다. 내가 목을 갸웃하자, 오소마츠는 어쩔 수 없구만, 이라는 느낌의 한숨을 내쉬고, 내 머리를 상냥하게 쓰다듬었다.

 

[좀처럼 솔직해지지 못하는 우리들도 문제지만, 자신에게 쏟아지는 호의에 둔감한 네 텅텅 빈 머리도 문제가 있다고...]

[? 텅텅 비었다고 하지 마라!]

[네네, 미안미안. ..............카라마츠, 너는 이 세계가 좋아?]

[? , 아아.......좋다]

[모두가 너에게 상냥하니까?]

[, ]

[그래.....그치만 카라마츠. 이 세계도 처음부터 너에게 상냥했던 건 아냐]

[? 무슨 말인가]

[잃고서야 비로소 그 소중함을 깨달았어. 진부하고 평범한 말이겠지만....우리는 그것을 깨달앗으니 너에게 상냥한 거야]

[무슨 뜻인가]

[나도 동생들도, 그리고 너도.......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엄청난 바보라는 소리]

 

그렇게 말하고 오소마츠는 다시 쓸쓸한 듯 웃었다. 왜 그가 그런 표정을 지었는지 모르겠다. 모른다는 것이 슬펐다.

 

 

 

 

 

 

 

 

 

그날은 드물게도 형제 모두가 집에 없었다. 뭔가, 적대 관계의 마피아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알아냈다느니 뭐니 하면서 모두 험상궂은 얼굴로 나갔다. 나는 그런 형제들을 걱정했지만, 유일하게 여유로운 표정을 하고 있던 오소마츠가 그런 나를 안심시키려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렇게 말했다.

 

[괜찮아, 우리들 이래 봬도 이 거리에서 유명한 가장 무서운 패밀리라고? 걱정마! 그보다, 카라마츠. 넌 우리가 돌아올 때까지 절대로 방에서 나오지 마. 가능하면 사용인들도 만나지 말고. 누군가 방에 찾아와도 절대 문을 열지마. 조심해서 나쁜 거 없으니까]

 

그렇게 말하고 오소마츠도 집을 나갔다. 나의 불안은 줄지 않았지만, 오소마츠는 걱정하지 말라고 했으니, 그 말을 믿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나는 오소마츠의 말대로 그날 하루는 방에 틀어박혀있었다. 하지만 밤이 되어도 오소마츠들은 돌아오지 않고, 이 세계에 와서 이렇게 오래 혼자 있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너무 불안했다. 빨리 모두의 얼굴을 보고 안심하고 싶었다.

 

새벽 1시를 넘어서고. 내 방에, 형제들이 나간 이후 처음으로 방문자가 찾아왔다. 형제들이 돌아왔다고 생각해 문으로 뛰어간 나의 귀에 들려온 것은 낯선 남자의 목소리였다.

 

[카라마츠님, 일어나 계십니까?]

[, 누구?]

[보스의 부하인 디노라고 합니다. 사실은 보스와 간부 분들께서 중상을 입으셨습니다. 그 분들께서 카라마츠님을 불러와 달라고 하시더군요]

[부상!? 괜찮은가!?]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보스께서 심하게 다치셔서 살아날 가망이 적은 모양입니다. 그러니 죽기 전에 카라마츠님을 만나고 싶다고 보스께서....]

 

나는 디노가 말을 하는 도중에 방을 뛰쳐나갔다. 오소마츠가 죽는다는 말을 들으니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리고 방을 나간 순간, 나의 눈에 비친 것은 잔혹한 미소를 지은 인상 더러운 남자의 웃음이었다. 그 얼굴을 보는 순간 알아차렸다. 이것은 함정이다.

하지만 위험을 알아차렸을 때에는 이미 늦었고, 나는 목에 강렬한 충격을 느끼며 의식을 잃었다.

 

 

 

 

 

 

[설마 진짜로 살아있었다니.....놀랍군요]

[아아....나도 놀랐어. 하지만......히힛, 다시 이 몸을 음미할 수 있다니.....신이 내게 미소를 짓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군]

[보스도 취향이 특이하시네요....남자 몸의 어디가 좋은 겁니까? 자신과 같은 것이 달려있다고 생각하면 시들어 버린다구요]

[멍청하긴, 먹어보지도 않고 싫다니....한번 먹어보면 빠지고 만다고? 여자를 안고, 지배하는 쪽에 있던 남자의 얼굴을 굴욕으로 망가뜨리는게 최고로 기분 좋거든-]

[그래서, 마지막은 *사간입니까? 정말이지 취미가 나쁘달까, 특수 성벽을 넘어섰다구요. 혐오 수준입니다]

[시끄러, 너도 인형에만 흥분하는 변태인 주제에]

[아팟..!! -, 제 인형들을 바보 취급하지 말라구요!]

 

또다. 불쾌한 목소리가 들린다. 이 세계에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낯선 남자들의 불쾌한 소리에 눈을 뜨는군.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카라마츠는 천천히 눈꺼풀을 열었다. 처음으로 눈에 보이는 풍경은 쓰러진 자신을 내려다보는 4개의 눈. 두 남자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가 깨어난 것을 깨달은 남자 중 한명인, 몹시 화려한 복장을 한 남자가 히죽 기분 나쁜 미소를 지었다.

 

[오야? 드디어 일어나셨네, 공주님? 이히힛....오랜만이지?]

 

그 기분 나쁜 웃음에 소름이 끼쳤다. 만난지 몇초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 남자는 생리적으로 무리, 그렇게 생각했다. 그 기분 나쁜 미소를 보지 않으려 시선을 돌리자, 그 옆에 있던 남자와 눈이 마주친다. , 이 녀석은........디노? 형제들이 다쳤다고 말했던 디노였다.

오소마츠의 부하라고 했지만, 그때의 잔혹한 미소를 본 나는 이 녀석도 적이라는 것을 알고있었다. 아마 오소마츠들과 적대 관계라는 마피아 놈들이 아닐까. 증거는 없지만 나는 그렇게 확신했다. 그럴게, 이들은 아무리 봐도 제대로 되먹은 녀석들이 아니었다. 뒷세계를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오오라가 몸 전체에서 풍겼다.

그러고 보니 굉장히 춥다. 왜일까. 슬쩍 내 몸을 내려다본 나는 의외의 모습에 놀라고 말았다.

침대에 누워있는 나는 손과 발이 꽁꽁 묶여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고, 게다가 어째선지 나는 알몸이었다.

, 이게 뭐야, 무서운데, 왜 나 알몸?

내 동요를 감지한 듯 화려한 복장을 한 남자가 다시 기분 나쁜 웃음소리르 내며 내 몸을 핥듯이 보았다.

 

[히히힛.....일년 전, 그렇게 범하고 더렵혔는데, 완전히 깨끗해졌잖아. 아쉽네....더러워진 몸을 형제들에게 깨끗하게 해달라고 한 건가? 흐흣, 너는 이제 남자의 자지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으니까 말야.....]

[우와, 마츠노 패밀리는 근친상간에 호모입니까~? 역겨워-!]

[.........?]

 

일년전? 일년전이라면 아마.....이 세계의 내가 죽었을 때지? ? 범하고 더럽혔다니...........? 설마 이 세계의 나는 이 남자에게 강간당해서 죽은 건가? 거짓말이지...? 진짜로!?

믿을 수 없는 사실에 놀라 몸을 떨었다. 공포로 일그러지는 내 얼굴을 본 남자가 입맛을 다셨다.

 

[아아, 그 얼굴이야. 정말로 흥분된다고, 그 얼굴. , 널 죽인 걸 엄청 후회했단 말이지. 좀 더 내 취향으로 조교했으면 좋았을텐데- 라면서 계속 후회했어. 죽인 건, 좀 더 네가 더러워지고 나락에 빠져서 쾌락에 매달리길 원해서였지만 말야.......그래도 설마 살아있을 줄은 몰랐어. 난 정말 운이 좋네-]

[........히익]

 

낼름, 남자가 내 뺨을 핥았다. 그 기분 나쁜 감촉에 비명이 새어나왔다. 그 비명조차 남자에게는 흥분을 부추기는 것 같다. 남자는 나를 덮치려다가 다른 남자에게로 고개를 휙 돌린다. 그의 시선을 받은 디노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방을 나갔다.

 

[드디어 단둘이네. 일년전보다 더 두근거리네-]

 

그렇게 말하며 히죽 웃는 남자에, 나는 저항도 할 수 없었다. 아마 뭔가 이상한 약을 먹인 것 같다. 그 증거로 아까부터 몸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나는 앞으로 벌어질 행위를 상상하고 몸을 덜덜 떨었다.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살려줘....구해줘!! 쵸로마츠, 이치마츠, 쥬시마츠, 토도마츠........오소마츠혀엉!!!!!!

마음속으로 형제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 순간, 방 밖에서 총성이 울리고, 남자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리고 총성이 울린지 몇초후, 방문이 거칠게 열리고, 거기서 모습을 드러낸 인물의 모습을 본 순간 내 몸에서 힘이 쭉 빠지고 무의식적으로 안도의 숨을 몰아쉬었다.

 

[카라마츠!!!!]

 

낯익은 안심되는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오소마츠였다. 오소마츠는 서둘러 방안을 둘러보다 침대 위에서 남자에게 덮쳐지고 있는 나를 발견한 순간, 그의 얼굴은 분노로 물들었다. 그 순간, 오소마츠의 뒤로 다른 형제들도 방 안에 들어왔다. 그들도 마찬가지로 날 발견하자마자 표정을 분노로 물들였다. 나를 덮치고 있던 남자는 방에 들어온 오소마츠들을 보고, “하고 혀를 차며 주머니에 숨기고 있던 권총을 형제들에게 겨누었다. 하지만 총구가 겨눠지고 있음에도 모두 두려워하지 않고, 그저 악마 같은 무서운 형상으로 남자를 노려보고 있었다.

 

[, 이번에는 상당히 빨리 등장했구만? 지난번에는 늦게 와서 사랑하는 형제의 비참한 모습에 절망했었는데 말야. 같은 전철은 밟지 않는다는 건가?]

 

조롱하는 듯한 남자의 말에도 오소마츠들은 무반응이었다. 그것이 오히려 꺼림칙해, 남자는 꿀꺽 침을 삼킨다. 그런 답답한 공기 속에서 먼저 입을 연 것은 오소마츠였다.

 

[........우린 그날부터 계속 너를 찾았어. 소중한 나의.......우리들의 카라마츠를 빼앗은 너에게 복수를 하려고......계속, 계속...너를 찾았어. 찾으면 단숨에 죽이려고 했었는데...........마음이 바뀌었어. 너는 두 번이나 우리의 소중한 것을 빼앗으려 했으니, 죽는 것보다 무서운 지옥을 보여줄게]

[죽여달라고 빌어도 용서하지 않아]

[히힛.....태어난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주지]

[.............죽인다~!!]

[아하핫, 다들 무섭네~. 그치만 카라마츠형까지 겁을 주면 안 되니까, 재미는 나중으로 미뤄두자구?]

 

오소마츠의 말을 시작으로 쵸로마츠, 이치마츠, 쥬시마츠가 무서운 미소로 위험한 말을 한다. 토도마츠는 그런 형제들을 달래는 말을 하고는 문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순간 방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마츠노 패밀리의 정예들이 방 안으로 들어와 순식간에 남자를 붙잡았다. 그리곤, 저항하는 남자를 몇 명이 붙들고 방에서 나갔다. 그때 토도마츠가 부하 중 한명에게 살짝 귀띔한 말이 내 귀에 들렸고, 두려움에 무심코 몸이 떨렸다.

 

[지하 고문실에 넣어둬! 나중에 우리들이 잔뜩 놀아줄 거니까]

[!!]

 

귀엽게 윙크하는 토도마츠였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전혀 귀엽지 않았다. 어쩌면 나의 형제들은 이 세계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인지도 모른다. 랄까, 그 집의 지하에 고문실이 있엇던 건가? 그러고 보니, 지하에는 가지 말라고 했던 것도 같다. 역시 마피아는 무섭다.

나에 한해서는 상냥함만 보이는 형제들의 어둠을 처음 마주한 그때, 나는 무심코 덜덜 떨고 있었다. 그런 나를 발견한 오소마츠가 무서운 표적을 싹 지우고 다가와 움직일 수 없는 나의 몸을 대신 일으켜 그대로 꼭 끌어안았다. 그의 몸이 떨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나는 당황하며 좀 더 제대로 끌어안았다.

 

[오소마츠........?]

[카라마츠....카라마츠....]

[.......?]

[다행이다.....이번에는 제대로 구해서, 제대로 지켜서 다행이야....또 잃어버릴까봐......]

[.......오소마츠....]

 

오소마츠는 울고 있었다. 몸을 떨며 소리를 억누르며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형의 모습에 동생들도 눈물을 글썽이며 끌어안고 있는 우리들을 부드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이런 오소마츠의 모습은 처음 봤다. 원래 세계에서도 본 적이 없었다. 어째선지 처음 보는 형의 나약한 모습에 마음이 찡했고, 떨리는 팔로 나를 끌어안은 그 모습이 몹시도 사랑스러웠다. 그래서 나도 팔에 힘을 주고 그를 꽉 껴안으며 그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다. 희미하게 풍기는 오소마츠의 냄새에 또 마음이 애달파져 눈물을 흘렸다.

 

정했다. 나는 원래 세계를 버리고, 이 세계에 살아가기로 결정했다. 나를 소중히 여겨주는 이 세계의 형제들, 그리고 오소마츠의 곁에 있고 싶다. 이 세계에서 사라진 카라마츠 대신 내가 그들의 곁에 있고 싶다. 그렇게 결의를 굳히면서, 나는 다시 오소마츠를 껴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그 뒤, 움직일 수 없는 나를 오소마츠가 데리고 집에 돌아갔다. 그리고 그들은 내게 과거의 모든 일을 말해주었다. 이 세계의 카라마츠에게 있었던 일을.

일년 전, 그 기분 나쁜 남자......롤랑이라는 이름의 남자가 이끄는 마피아가 이 거리를 손에 넣으려고 마츠노 패밀리에게 싸움을 걸어왔다. 그런 그들로부터 거리를 지키려 그 싸움을 받아들인 오소마츠들이였지만, 어느날 항쟁 중에 토도마츠가 다리를 다치고 말았다. 절체절명의 위기라고 생각한 순간, 토도마츠를 구하러 온 것은 이 세계의 나였다. 나는 토도마츠를 도망치게 만들기 위해, 스스로 미끼가 되었지만, 결국 도망치지 못하고 롤랑에게 잡히고 말았다. 그리고 변태적인 성향을 가진 롤랑의 마음에 들어, 능욕을 당한 끝에 피살되었다. 카라마츠를 구하러 필사적으로 달려온 오소마들이었지만, 그들이 달려왔을 때에는 이미 늦어, 남자의 정액을 잔뜩 뒤집어쓴 채 죽어가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는 것 같다.

그날부터 오소마츠들은 롤랑에게 복수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겨우 롤랑의 정보를 알아낸 것이 한달반 전, 즉 내가 이 세계에 왔을 때이다. 사실, 내가 이 세계에 와서 처음으로 만났던 남자들도 롤랑 일가의 말단이었던 것 같다. 그들을 자유롭게 풀어둬 본거지를 알아낼 작정이었는데, 그때 다른 세계에서 내가 나타나면서 쥬시마츠가 폭주해버렸고, 모처럼 찾은 단서인 남자들은 너덜너덜해져 버린 것이다. 그리고 최악인 것은, 그 남자들의 은신처에 다른 남자가 숨어있었다는 것이다. 그 남자는 롤랑에게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렸고, 그것에 기뻐한 롤랑은 계속 몸을 숨기고 있던 곳에서 나와 나를 잡으러 손수 나선 것이다. 그 때문에 오소마츠들도 그의 꼬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다시 유괴될 줄은 몰랐어....그러니까 밖에 나가지 말고, 우리들 이외의 인간은 믿지 말라고 했는데 말이지....엄청 초조했다고, 이쪽은]

 

과거 이야기를 마친 오소마츠가 한숨을 흘리며 내 머리를 살짝 밀쳤다. 그것에 뒤따라 다른 형제들도 나의 머리를 가볍게 콩콩 두드린다.

 

[그렇다고-! 네 머리는 진짜 아무것도 안 들어있는 거냐, 이 머리 텅텅마츠!!]

[쿠소마츠가....걱정끼치지 말라고-]

[카라마츠형이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네~!]

[정말 카라마츠형은 어느 세계든 폰코츠라니까! 벌로 일주일 동안 간식 없어!]

[, 으으....미안]

 

형제들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풀 죽어 사과한다. 그런 나를 본 그들은 어쩔 수 없네, 라는 식으로 한숨을 내쉬며 상냥한 표정을 지었다.

 

[카라마츠는 조금도 눈을 뗄 수가 없다니까~ 뭐어, 우리들이 제대로 지키면 되지만]

[, 쿠소마츠가. 이제 멋대로 행동하지 말라고. ........이번만은 용서해줄게]

[카라마츠형, 꼭 안아도 됨까!?]

[, 쥬시마츠형 치사해!! 나도 꼬옥~~할래!!]

 

쵸로마츠가 나의 머리를 팡팡 두드리고, 이치마츠가 부끄러운 듯 고개를 돌린다. 쥬시마츠는 내게 달려들어 안기고, 그를 뒤따라 토도마츠도 달려든다. 오소마츠는 그런 동생들을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본다. 이 공간은 매우 따스해서, 나는 그들에게 사랑 받고 있음을 실감했다. 너무, 너무 행복했다.

 

 

 

 

 

 

 

그 뒤, 아직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나는 내 방으로 돌아왔다. 내 손을 끌고 데려다 준 사람은 오소마츠였다. 손을 꼭 잡고 떨어지지 않게 잡아 주었고, 그 강한 따스함이 기뻤다. 나는 그 행복을 곱씹으며 나를 이끌어주는 오소마츠의 등 뒤로 말을 걸었다.

 

[오소마츠........, 계속 여기에 있고 싶다. 너의 옆에 계속 있고 싶어]

 

그렇게 말하는 순간, 오소마츠의 발이 멈춰선다. 그리고 천천히 뒤를 돌아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런 그를 나도 가만히 바라본다.

 

[너는 계속 여기에 있고 싶은 거야?]

[아아......그게, .....이 세계의 모두가, 오소마츠가 너무 좋다. 내가 이 세계의 카라마츠 대신 모두의 곁에 있고 싶어. 그러니까....]

[카라마츠]

[.......?]

 

말이 도중에 끊긴다. 왜 그려냐고, 오소마츠의 표정을 다시 보니, 어째선지 그의 얼굴은 전처럼 쓸쓸한 미소를 짓고 있다. 왜 그런 얼굴을 하는지 알 길이 없었던 나는 당황했다.

 

[오소마츠.....?]

[카라마츠...나도 너를 정말 좋아해. 사랑해]

[......, 나도, 나도 사랑한다]

 

[사랑한다] 라는 그 말이 기뻐서, 기세 좋게 나도 같은 말을 되갚아주면, 오소마츠의 손가락이 나의 입을 막아선다.

 

[안돼. 그 말은 내가 들어야 할 말이 아니야]

[........?]

[그러면 너의 세계의 내가 불쌍해지니까....그 뒤는 또 다른 나에게 전해줘]

[, 어째서...? 내가 좋아하는 건 이 세계의 너다!! 게다가 다른 세계의 오소마츠는 나를 싫어하......]

 

그렇게 말하는 순간 눈앞의 오소마츠가 살며시 나를 끌어안았다. 그 상냥한 포옹에 기쁨과 당혹감이 밀려온다.

 

[괜찮아, 카라마츠. 어떤 세계의 나라도, 여전히 널 정말 많이 좋아하니까....그러니까, 쉽게 포기하지마. 너의 세계의 날 포기하지마]

[............오소마츠...]

[분명 지금 너의 세계의 나는 울고 있을 거라고? 네가 보고 싶다고 울고 있을거야. 그러니, 그런 불쌍한 나를 위해 아까의 말을 전해줘. 그러면 분명 또 하나의 나도 너를 이렇게 껴안을 테니까]

 

오소마츠는 그렇게 말하고 내게서 떨어졌다. 그리고 상냥한 미소를 띤 채, 내 이마에 살짝 입맞춤을 했다.

 

[이 세계는 네가 살아갈 세계가 아니야. 여기서 너는 행복해질 수 없어]

[오소마, ...............]

 

오소마츠가 내 어깨를 살짝 눌렀다. 아직 정상이 아닌 나의 몸은 그런 작은 힘에도 저항하지 못하고 뒤로 쓰러진다. 무심코 뒤를 돌아보면,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숨이 멎는다. 이곳은 계단 앞이었다. 나의 몸이 부딪칠 차가운 바닥은 어디에도 없었다. 믿을 수 없다는 듯 오소마츠에게 시선을 돌리면, 그는 부드럽게 웃고 있었다. 그의 손이 천천히 좌우로 흔들리고, [바이바이]라고 그의 입이 움직이는 것을 본 뒤, 나의 의식은 또 다시 멀어져갔다.

 

 

 

 

 

 

 

 

다음에 눈을 떴을 때, 맨처음으로 시야에 비친 것은 하얀 천장이었다. 자다 일어나서 멍한 사고로 그 천장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왼쪽에서 [카라마츠?] 하고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 시선을 그쪽으로 돌린다. 거기에 있던 것은 빨간 마츠후드티를 입은 오소마츠였다. 금방 알 수 있었다. 그는 원래 세계의 오소마츠라는 걸. 오소마츠는 내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본 뒤, 그의 눈가에 눈물을 글썽이며 내게 달려들었다. 나는 그런 오소마츠를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

 

[카라마츠....카라마츠....!]

 

내 이름을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강한 힘으로 끌어안는 오소마츠에 기시감을 떠올리고, 나는 어라?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아, 그래.......똑같다. 그 세계의 오소마츠와. 내가 롤랑에게 유괴되어 구하러 왔을 때와 똑같다. 그때도 오소마츠는 떨면서 내 이름을 부르며 안아주었다. 같아....똑같아. 그래......그랬구나. 나는 제대로 사랑 받고 있구나.

 

[오소마츠....]

 

예상외로 잔뜩 쉬어버린 목소리가 자신의 입에서 나와 조금 놀랐지만, 그래도 이것만은 전해야겠다고 생각해 나는 오소마츠의 떨리는 몸을 쌀짝 떼어내고 그의 얼굴을 정면으로 봤다. 아아, 진짜다. 그 세계의 오소마츠가 했던 말을 드디어 알 것 같다. 나는 지금까지 오소마츠의 얼굴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제대로 봤다면 금방 알 수 있었을 거다. 오소마츠가 나를 보는 표정, 그리고 열이 담긴 그의 눈동자를. 바보구나.........

 

[오소마츠....나는 너를 아주 좋아한다, 사랑한다]

[.................?]

 

갑작스런 나의 말에 오소마츠의 표정이 놀라서 굳어졌다. 그 얼굴이 이상해서 무심코 웃음을 흘리면, 정신을 차린 오소마츠가 기세 좋게 또 나를 껴안았다.

 

[뭐야, ....갑자기. 의미를 모르겠다고, 정말. 이렇게 잔뜩 걱정끼치고...드디어 눈을 떴다 생각했더니, 정말 뭐냐고........날 죽일 셈이야? 봐달라고....]

[..........미안?]

[모르면서 사과하지마, 바보. 하아.............바보바보, 바카라마츠........나도 정말 좋아해, 사랑해]

 

그렇게 말하며 행복한 듯이 웃는, 나의 세계의 오소마츠는 또 다른 오소마츠와 마찬가지였지만, 조금은 다른 생각이 들었다.

 

 

 

 

 

 

 

오소마츠는 다른 형제들에게 내가 깨어난 것을 알렸고, 모두 바로 달려왔다. 깨어난 나를 보자마자 통곡하며 달려들어 조금 놀랐다. 울면서 토도마츠가 [미안해, 미안해]라고 몇 번이나 사과를 했다. 쵸로마츠도 이치마츠도 쥬시마츠도 모두 얼굴을 눈물로 범벅하면서 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나는 계단에서 떨어진 그날부터 한달반이나 혼수상태였던 것 같다. 그렇다는 건, 그 세계의 일은 꿈이었던 걸까? 라고 생각했는데, 그렇다고 보기엔 여러 가지로 리얼했고, 스스로도 꿈이라고 믿고 싶지 않았따. 그리고 여담이지만, 형제들은 그날의 싸움의 원인을 내개 말해주었다. 사실 그날, 쵸로마츠는 자기 돈으로 산 배를 가지고 내게 사과를 하러 가자고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쥬시마츠도 같이 사과하러 가고 있었다. 그런 두 사람은 거실에서 뒹굴고 있는 이치마츠와 토도마츠에게 함께 카라마츠에게 사과하러 가자고 말을 걸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쵸로마츠의 제안에 솔직하지 못한 동생들은 제안을 거절했고, 그것이 쵸로마츠의 역린을 건드려 싸움으로 번진 것 같다.

그리고 또 한가지, 내게 기쁜 말을 토도마츠가 몰래 귀띔했다. 내가 싸움의 중재를 하러 왔을 때, 방에서 나오지 말라는 둥 했던 것은, 상처 때문에 움직이기 괴로운 나를 걱정해서 했던 말이라는 것 같다. , 정말 알기 힘든 동생들이로군.

 

하지만, 드디어 깨달았다. 그들은 나를 싫어하지 않는다. 제대로 사랑하고 있다. 이 세상을 버리지 않아 다행이라고, 울면서 매달리는 동생들을 바라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 세계의 오소마츠에게 감사했다. 그 덕분에 나는 이 세계를 잃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니 나는 진심으로 바란다.

그 세계의 오소마츠가....동생들이 부디 행복할 수 있기를................그저 그것만을 바랐다.

 

 

 

 

 

 

 

 

 

 

 

 

, , 삐하는 기계 소리와 슈- 슈우- 하는 호흡기 소리가 새하얀 방에 울리고 있다. 방 중앙에 자리한 큰 침대에는 한 남자가 조용히, 마치 죽은 듯이 잠들어 있다. 잠든 남자 옆에는 또 한명의 검은 정장에 몸을 감싼 남자가 그를 사랑스러운 듯이 바라보고 있다.

정장을 입은 남자에게는 비밀이 있었다. 사랑하는 형제들에게도 감추고 있는 비밀.

그것은 패밀리를 이끄는 보스로서, 장남으로서,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고자 하는 한 남자로서의 중요한 비밀.

그 비밀은 동생들에 대한 벌이었다. 남자의 사랑하는 사람을 지금까지 소홀히 대한, 심한 취급을 한 동생들에 대한 복수, 그리고 처벌. 그렇지만 이제 이 처벌도 끝날 때가 되었다.

솔직하지 못한 심술쟁이인 동생들은 잃고나서야 드디어 그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러니 이제 사실을 알릴 때가 되었다.

 

남자는 훗, 하고 자조의 미소를 지으며 아직 잠들어 있는 사랑스러운 사람에게, 호흡기 너머로 입맞춤을 했다.

 

[나의 공주님, 이제 그만 왕자님의 키스로 깨어나달라구?]

 

분명 잠에서 깬 후의 세계는, 네가 제대로 살아 숨 쉴 수 있는 상냥한 세계로 바뀌어 있을테니까.

 

 

 

그 순간, 계속 잠에 빠져있던 남자의 눈이 작게 떨렸다.

 

 

 

 

분명, 아마도.....그의 눈꺼풀이 열릴 때까지..........앞으로 5.

 

 

 













메데타시 메데타시 '▽'

자꾸 우울찝찝한 사변소설만 가져와서

해피해피한 사변소설을 가져와봤슴다







오늘은 이걸로 번역 끝입니다!

그럼 다들 굳밤 보내세여!!


저는 이만-☆








+  이거 움짤인데

모바일에서 안 뜨네여

ㅠㅠㅠㅠㅠㅠ

그래도 카라마츠가 보인다면야 괜찮아





허락받은 작품입니다

무단전재는 금지입니다!!!




오역, 의역, 발식자 주의

불펌금지, 공유는 블로그 주소를!!

http://joniamhungry.tistory.com/




 【블로그 이용시 필요한 공지들 링크】


*저작권/무단전재 관련*


*요청 관련*


*R18 비번 관련*
























스타바의 블랙 커피는 달콤하다

 

 

 

 

오소마츠형이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껐다. 라고 생각했더니, 다시 새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재떨이에는, 짧게 타들어간 꽁초가 쌓여있다.

 

평소라면, 거실에서 담배 피지 말라고!! 얼른 환기시켜!, 라고 소리쳤을 테지만.

쵸로마츠는 소리 지르고 싶은 걸 꾹 참으며 구인 잡지의 페이지를 넘겼다.

 

잡지 사이로 조용히 장남을 살피면, 빨간 후드티를 입은 그는 담배를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우고 초조한 듯 집게손가락과 엄지손가락을 비벼댔다.

힐끗, 오소마츠가 얼굴을 든다.

 

[........카라마츠, ]

 

 

오소마츠가 입을 연다. 그것은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물으면 평소의 오소마츠의 어조와 다름없게 들리겠지만, 쵸로마츠는 그 말에 내포된 그 답지 않은 초조함을 느꼈다. 자연히, 쵸로마츠도 숨을 죽였다.

 

[왜 그러나, 오소마츠]

 

창밖을 향해있던 얼굴이 이쪽을 바라보며 카라마츠가 답한다.

 

 

오소마츠가 숨을 들이쉰다.

 

*[나와사귀지 않을래?]

 (*설명 적는 걸 잊었네요ㅠㅠㅠㅠ일본에서 사귀자라는 의미로 쓰이는 付き合う의 본뜻은

함께 어울리다, 사귀다(같이 어울리다의 의미의)라는 의미입니다. 

즉, 여기서 오소마츠는 '나와 러브러브할래'라는 의미로 말했지만

카라는 '나랑 같이 어디 좀 갈래?'라는 의미로 알아들은 겁니다!

뒤늦게 설명해서 죄송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

 

 

 

카라마츠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끄덕인다.

[좋아]

 

 

 

 

 

 

 

스타바의 블랙 커피는 달콤하다

 

 

 

 

 

 

[어디 가는 건가?]

 

그렇게 말한 카라마츠에, 쵸로마츠는 무심코 푹 고개를 떨구었다.

 

 

[읏에......, 그럼, 편의점에...]

 

당황해서 그렇게 말한 오소마츠에 속으로 동정과 위로의 말을 건넨다.

 

 

풀이 죽어 현관까지 걸어간 장남의 뒷모습은, 쵸로마츠의 가슴을 찡하게 만들었다.

 

 

 

 

 

 

카라마츠는 둔하다.

 

그리고 바보이다.

 

게다가 중2.

 

 

 

하지만 그런 동생을 장남은 좋아하는 것 같다.

쵸로마츠에게는 믿기는커녕, 전혀 납득할 수 없는 일이지만, 오소마츠에게는 그런 둔하고 바보에 중2병인 점도 모두 귀여워 보이는 것 같다.

전혀 이해가 되지 않지만, 본인이 그렇다고 하니 그런거겠지.

쵸로마츠에겐 조금도 이해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지만.

 

이 장남은, 차남을 짝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알게 된 건, 2년전인가.

자기 선반에 몰래 숨겨뒀던 비상금을 장남이 멋대로 파칭코에 써버리고, 결국 져버리고는 친절하게 늘려주려는 것뿐이었다구~라며 아무렇지도 않게 대꾸하는 대답에 열이 받은 쵸로마츠는 장남의 선반 속을 멋대로 뒤지고 있었다. 만약 돈이 되는 것이 있다면 빨리 팔아버리고 자신의 잃어버린 돈을 조금이라도 되갚을 계획이었다. 그것이 무리라면, 평소 능글맞은 바보의 약점이라도 만들 수 있었으면 했다.

 

선반 속의 봉투를 발견한 순간, 옳거니 하고 쵸로마츠는 빙긋 웃었다. 두께도 꽤 되니까, 비상금인지도 모른다. 봉투를 손에 들고 살짝 벌렸다.

 

[...........]

 

그것은 쵸로마츠가 예상한 것이 아니었다. , 돈다발이 아니다.

그럼 뭐냐고? 그건 바로, 대량의 사진이었다.

[우리들 사진...........?]

1, 2장 넘기면서 확인하던 쵸로마츠는 한가지 공통점을 깨달았다. 분명 그것은 얼핏보기에는 형제들의 사진이지만, 노골적으로 모든 사진에 찍혀있는 녀석이 있었다.

 

그래, 그건 카라마츠였다.

클로즈업 되어 찍힌 것은 물론 카라마츠 뿐.

 

 

[......뭐야 이거..........]

 

비극이다. 친형제인, 게다가 전 파트너가 호모였다니. 게다가 근친상간.

지뢰 없는 쵸로마츠라도 역시 그것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왜냐면 형제에, 같은 얼굴이니까.

 

 

 

 

하지만 어쩌면, 이는 쵸로마츠의 섣부른 판단일지도 모른다. 오소마츠가 호모가 아닐 가능성이 아주 조금, 간신히 1미크론 정도는 있을지도 모른다. 이래저래 형제를 좋아하는 오소마츠니, 그 안에서 형제 사랑 랭킹 1위가 카라마츠였지도 모른다. 그렇다. 그런게 틀림 없다.

 

쵸로마츠는 봉투를 쥔 채 1층에 내려갔다. 때마침 거실에는 오소마츠가 혼자 뒹굴며 만화를 보고 있었다. 나이스 타이밍이다.

 

쵸로마츠는 오소마츠 뒤에 서서 봉투의 입구 부분을 오소마츠 쪽으로 거꾸로 세웠다.

카라마츠가 찍힌 대량의 사진이 우수수, 오소마츠 위로 떨어졌다.

 

아연실색해 이쪽을 올려다보는 오소마츠에 쵸로마츠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절대 아닐 거라고 생각하지만, 100퍼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설마 오소마츠형이 호모는 아니겠지?]

 

 

 

 

그러자 오소마츠는 울 듯한 얼굴을 하고, 울먹이는 소리로 미안이라고 말했다.

쵸로마츠는 그 자리에 푹 쓰러졌다.

 

 

 

오오, 신이시여. 내가 무엇을 잘못했단 말입니까.

 

 

(게다가 전 파트너)이 호모라니.

 

 

 

 

 

 

그렇게 불편한 일을 겪은 후, 오소마츠는 쵸로마츠에게만은 오픈 호모가 된 듯, 카라마츠가 이렇게나 귀엽다는 둥 이렇게나 멋있다는 둥 그런 말을 하며 쵸로마츠의 정신을 거침없이 휘저었다. 쵸로마츠는 아주 가끔 이야기를 들으며, 그냥 적당히 맞장구를 치며 흘려들었다. 쵸로마츠는 자신의 하나 위의 형이 얼마나 귀여운지 어떤지 조금도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날, 돌연 신이 미쳐버린 것 같다.

 

 

 

오소마츠와 카라마츠가 사귀게 된 것이다.

 

 

흥분한 오소마츠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아- 그러셔. 하고 망상이 지나치네 라고 생각했던 쵸로마츠였지만, 아무래도 그건 오소마츠의 망상이 아닌 현실에서 벌어진 일이었던 것 같다.

 

도대체 신은 어떻게 된 걸까. 근친상간 호모가 맺어지다니, 신의 정신 상태가 이상해졌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 세상은 이대로 괜찮은 걸까, 라고 생각한 쵸로마츠였지만 장남과 차남이 사귄다는 사실은 의외로 평소의 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 않았다.

 

 

뭐어, 그것도 두 사람의 태도가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일 거다

사귀기 시작한 것을 공언할 생각은 없었던 듯, 오소마츠와 카라마츠는 동생들에게 그 사실을 전하지 않고 태연히 일상을 보냈다. 오소마츠가 뭔가 있어도 그것을 감추는 것이 능하다는 사실은 원래부터 알고 있었지만, 카라마츠도 그런 연기를 잘하는 줄은 몰랐다. 아무리 연극부라지만, 다른 역을 연기하는 것을 잘하는 것뿐, 남을 속일 때 이용하거나 쓸데없는 겉치레는 싫어하는 타입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런것도 아닌 것 같다.

 

 

토도마츠는 그들이 사귄다는 사실을 금방 알아차린 모양이다.

뜻밖에도 오소마츠를 보고 알아차렸다고 한다.

 

 

[오소마츠형, 카라마츠형을 자주 흘끗 쳐다보지-]

라고 토도마츠가 히죽거리며 쵸로마츠에게 말했다.

[, 그래?]

그렇게 오소마츠형, 카라마츠를 보고 있었어? 전과 별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 전부터 자주 카라마츠형을 힐끗힐끗 봤지만, 지금은 왠지 사랑을 하는 소녀의 눈빛으로 보고 있어]

사랑을 하는 소녀라니, 뭐야. 우리들 20살 훨씬 넘은 남자라고, 라며 어이없다는 듯 말하면,

[이러니 동정마츠형이 인기가 없는 거야]

라며 반대로 토도마츠쪽에서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반대로, 카라마츠형은 그다지 그런게 없네]

[그래도, 카라마츠가 먼저 고백했다던데]

[, 카라마츠형한테 연애 감정이란 게 있었어?]

토도마츠가 깜짝 놀란 듯 눈을 크게 뜬다.

[아니, 너는 형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라고 나무라자,

[그치만, 그 사람 사랑한다는 말은 자주 쓰지만, 비교적 연애쪽 뇌는 전혀 없잖아.

카라마츠형이 고백 받은 쪽이라고 생각했는데]

 

 

오소마츠는 저래도 10년이나 카라마츠를 짝사랑했다고.

 

의외로 서툴다.

 

스스로 고백 같은 건 할 수 없으니까.

 

 

 

 

[쵸로마츠~~ 놀자아~]

 

오소마츠형이 허리를 끌어안으며 엉겨왔다.

 

애인한테 놀아달라고 하라고, 라고 생각하며 무시하고 있자, 오소마츠형이

[무시하지 말라고~]

라며 끌어안은 팔에 힘을 준다.

성가셔서 애인 쪽을 보면, 토도마츠와 작게 뭔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쟤들 뭘 속닥이는 거야]

귓가에서 오소마츠형이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 쵸로마츠가 얼굴을 찡그리며

[질투할 정도면, 가서 끼워달라고 하라고]

라고 짜증내자, 오소마츠가 고개를 숙이고

[무리......] 라고 중얼거린다.

 

 

에에에에에에. 이 녀석 진짜 그 오소마츠형?!

태연히 남의 자위를 떠벌리는 섬세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사내잖아!?

왜 카라마츠한테 말을 거는 것만으로 그렇게 부끄러워 하는 건데?!

사랑은 사람을 바꾼다고들 하지만, 이건 완전 딴사람이잖아!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자, 오소마츠가 힐끗 녀석들을 바라본다.

그때 마침 이쪽으로 시선을 돌린 카라마츠와 눈이 마주친다.

그 순간 오소마츠가 휙 카라마츠를 외면하고, 쵸로마츠의 등에 얼굴을 묻는다.

오소마츠를 들여다보면, 귀가 빨갛게 물들어 있다.

 

어이, 그 반응 뭐야. 성인 남성이 그런 반응하면 엄청 기분 나쁘거든.

눈이 마주쳤을 뿐인데 얼굴 붉히면서 외면이라니, 그거 요즘 순정만화 주인공들도 안 한다고.

다들 좀 더 남자답다고.

어이없어 일어서자, 오소마츠형이 확 손목을 잡는다.

[도망가지 말고, 여기 있어]

라고 조금 울상으로 말하는 오소마츠에,

[너야말로] 라고 작게 중얼거리고, 뒤에 덧붙여

[화장실 가는 거뿐이니까]

라고 말하며 미소를 짓는다.

그대로 오소마츠의 머리를 휙휙 쓰다듬으면, 오소마츠는 잠자코 있는다.

 

솔직해져라. 솔직해져라.

그렇게 염원하며 오소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는 금방 눈을 피해서 모르겠지만, 카라마츠 잠깐 날 부러워하는 눈으로 봤어.

카라마츠한테 어리광 부리라고. 애인이잖아.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데이트라면 영화지]

그렇게 말하자, 오소마츠형은 고개를 끄덕였다. 토도마츠는,

[역시 쵸로마츠형. 흔해빠졌네. 동정은 생각하는 것도 시시하네-]

[그럼 토도마츠 네가 다른 수를 말해보라고!!]

[로맨스 영화가 좋지 않아?]

[똑같잖아!!!!!!]

 

 

 

[알겠어? 로맨스라던가 그런 되도 않는 거 고르지 마. 오소마츠형이라면 도중에 그대로 잠들어 버릴테니까. 그런 것보다 형도 카라마츠도 같이 즐길 수 있는 걸 골라. 그리고 영화 후에는 카페나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영화 얘기를 하는 것도 좋지]

[동정마츠형 주제에 제법이잖아....]

[토도마츠 너, 평소에 날 얼마나 바보로 보고 있는 거야?]

 

 

 

[덧붙여서, 카라마츠는 영화를 대체로 좋아하지만, 특히 좋아하는 건 액션이야]

[왜 쵸로마츠가 그런 걸 알아?]

[, 나한테 질투하지 말아줄래? 이거 너 때문에 하는 거니까 말야]

[영화라.....지금 뭐 재밌는 거 하고 있어?]

토도마츠의 핸드폰을 셋이 들여다본다.

 

다 큰 남자 셋이서 데이트에서 볼 영화를 진지하게 고르는 광경이란 정말이지 못 봐줄 광경이라고, 자신의 이성이 한숨을 내쉬었지만 그래도 오소마츠형이 기쁘다면 괜찮아, 라고 스스로를 열심히 위로했다.

 

[, 이 액션 영화 괜찮지 않아?]

[, 좋네. 이거라면 오소마츠형과 카라마츠형의 텅텅 빈 머리로도 이해할 수 있겠어]

 

[토도마츠, 너 오늘 너무 신랄하지 않아?]

 

 

 

 

데이트 당일, 일부러 카라마츠에게 거짓말을 하고 집을 나온 나와 토도마츠는 전봇대 뒤에서 오소마츠형과 카라마츠가 집에서 나가는 걸 확인했다.

두 연인의 뒤를 밟을 예정이다.

물론 이유는 두 사람의 데이트가 잘 될지 걱정되기 때문에.

 

카라마츠는 언제나의 이따이한 복장이고, 오소마츠형은 빨간 후드티 복장이다.

 

 

[데이트하러 갈 때는 좀 멋을 부리지....]

라고 토도마츠가 투덜거린다.

[카라마츠는 차려입었는데?]

[저건 방향이 틀려먹었어]

 

하지만, 오소마츠에게 고백했던 운명의 날도 카라마츠는 저 차림이었던 것 같다.

선글라스가 평소와는 달랐다며, 승부 선글라스였는지도 모른다면서 얼굴을 붉히는 오소마츠를 쵸로마츠는 정말 기분 나쁘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너 평소에 얼마나 카라마츠를 보고 있는 거야, 선글라스 다 똑같다고??

승부 선글라스라니 뭐냐고.

 

오소마츠형과 카라마츠는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미묘한 거리를 유지한 채 걷고 있었다.

오소마츠형은 손을 잡고 싶은지, 살짝 카라마츠의 손으로 손을 뻗었다가 뺐다가, 뻗었다가 뺏다가 하는 짓을 반복하고 있다. 카라마츠도 손이 스쳐 꿈틀하고 반응을 했지만, 애써 모르는 척을 하는 건지 잡지 않는다.

옆에서 토도마츠가,

[뭐야 이 애매한 분위기!!손을 잡을 거면 빨리 잡으라고!! 아악-!! 답답해!!!!!]

라며 몸부림치고 있었다.

 

 

 

두 사람이 영화관에 들어가고, 쵸로마츠와 토도마츠는 둘이서 영화관 근처의 스타바에서 기다리기로 한다.

 

토도마츠가 신작 쉐이크를 주문하고, 쵸로마츠는 블랙커피를 주문했다.

 

[쵸로마츠형은 블랙 좋아하네~]

[단 건 질색이니까]

[-, 그랬지. 그러고 보니, 알아? 카라마츠형이 오소마츠형한테 고백했을 때, 이 쉐이크를 마셨대]

[, 그래....]

왜 지금 그런 말을 하는 걸까. 신작의 맛이 신경 쓰였지만, 마시고 싶지는 않다.

마음만으로 블랙커피를 달게 느끼고.

[고백하고~, 그리고 이 쉐이크로 간접 키스했대]

[쿨럭]

[우와, 뿜었어]

무심코 커피를 뿜으면, 토도마츠가 비명을 지르며 물러난다.

[뭐하는 거야!? 여기까지 튀었잖아!!]

[네가 기분 나쁜 말을 하니까 그런거잖아!!]

[간접키스 정도에 동요한 거야!? 이러니까 체리마츠형은 안 되는 거라구!!

그 두 사람이니까 어차피 언젠가는 한 침대에서 끈적끈적한 일 할 거라고!? 이정도로 동요하면 어쩌자는 거야!?]

[끈적끈적!?!?!?]

[그래! - 정말 커피가 옷에 묻었잖아!!]

[아니아니아니, 그럴 리가 없다고. 그럴게, 녀석들 손 잡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부끄러워 한다고!? 있을 수 없는 일이야, 그런건!!]

 

그러자, 토도마츠가 기가 막힌다는 얼굴을 하고,

[저기 있잖아, 쵸로마츠형]

하고 묘하게 상냥한 어조로 말했다.

[오소마츠형과 카라마츠형은 이제 성인이야. 그야 쵸로마츠형 입장에서는 미덥지 못한 꼬맹이로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야. 둘 다 성인이고, 연인이라고? 그야 하고 싶을 거라고, 이런저런 일!!]

 

 

.......그런가, 오소마츠도 카라마츠도 언제까지나 어린 시절 그대로라고 생각했던 건, 나뿐인가.

 

 

 

 

왠지 오소마츠형이 멀게만 느껴진다. 나만 두고 어른의 계단을 올라간 것만 같다.

조금 쓸쓸하다.

 

 

 

커피를 마시면, 블랙인데 왠지 짜게 느껴졌다.

 

 

 

 

 

 

영화관에서 나오는 두 사람이 사이좋게 손을 잡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이제 깨가 쏟아지는 것 같으니까, 나는 이만 돌아갈게]

라며 토도마츠는 돌아갔다.

 

 

그리고 오소마츠형과 카라마츠는 카페에 가기로 한 모양이다.

두 사람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소마츠형은 내 충고를 제대로 따르는 것 같다.

 

 

휴대폰이 울려 내려다보면, LINE으로 오소마츠형이

[영화관에서 카라마츠가 손을 잡아서 엄-청 긴장했어!!자는 척했는데 걸렸을지도]

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잘 되고 있는 것 같아 조금 안심하고,

[괜찮아, 카라마츠고]

라고 답을 보낸다.

 

 

시선을 돌리면 카라마츠가 웃으며 홍차를 마시고 있었다.

오소마츠형이 얼굴을 붉히고 무언가를 열심히 카라마츠에게 말했다.

 

 

-, 그런 꿈만 같다는 표정이라니. 넌 꽤나 밝히는 주제에,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그런 표정을 하는구나. 나 계속 함께였는데, 몰랐네.

 

 

 

묘하게 차분한 기분이 되어, 쵸로마츠는 서점으로 향했다.

그 상태라면 남은 데이트도 잘 해나갈 것이다.

 

 

 

 

 

 

 

서점에서 아이돌 잡지를 바라보고 있자니, 조금 쳐져있던 쵸로마츠도 점점 활기를 되찾았다.

 

 

냐짱 특집은 없는 건가? 하고 찾는 동안 오소마츠의 일은 완전히 머리에서 사라졌다. 아이돌은 귀엽다. 그 중에서도 냐짱은 초절 카와이!!!!

그러고 보니, 형제에 호모가 있었던 것 같지만, 역시 전혀 이해 안돼-

랄까, 그런 녀석 있었던가?

 

[쵸로마츠형, 뭐해?]

[아앙!?]

 

행복한 시간을 방해 받아 언짢은 듯 뒤를 돌아보면, 이치마츠가 놀란 표정으로 서있었다.

[뭐야, 이치마츠냐. 별일이네, 서점에서 보고]

[......, 그냥저냥...]

가끔 온다고 말하는 이치마츠의 손에 고양이 사진집이 들려있다.

아니, 안다고. 귀여운 사진집을 사러 온 거잖아?

동생의 잠든 얼굴 자신을 몰래 선반에 숨기는 형을 떠올렸지만, 순식간에 지워버린다.

나도 냐짱 사진 갖고 싶고.

 

 

 

 

 

둘이서 돌아가던 중, 오소마츠형과 카라마츠와 마주쳤다.

우와, 타이밍 최악. 카라마츠의 진득한 시선이 무서운데. 오소마츠형과 눈이 마주친 순간, 엄청난 기세로 형이 태클을 걸어왔다.

[쵸로마츠으으으으으으으!!!!]

[우와악!!]

깜짝 놀라 피하려 했지만 허무하게 잡히고 만다.

오소마츠형이 그대로 내 팔을 잡아끌며 척척 앞으로 걸어갔다.

 

오소마츠형이 뭐했어, 따위의 쓸데없는 말을 떠들어댔다.

, 카라마츠한테서 도망치기 위해 날 이용하는 거 그만두라고? 성가셔-

 

 

결국, 뒤에서 이치마츠와 카라마츠가 나란히 걸어오고, 나는 오소마츠형과 함께 걸을 수밖에 없게 됐다.

 

 

[오소마츠형, 빨리 카라마츠 옆으로 돌아가]

[아니, 이제 무리. 심장 터져]

 

 

그러고는 고개를 흔드는 오소마츠형.

뒤에서 카라마츠의 시선이 내 목덜미를 쿡쿡 찌르는 것 같아.

 

이제 싫어, 이 커플.

 

 

 

 

 

 

 

 

[저기, 오소마츠형. 지금 어디까지 나갔어?]

거실에 있을 때, 갑자기 토도마츠가 그렇게 얘기를 꺼냈다.

 

 

한순간 무슨 소리? 라고 의문을 떠올렸지만, 토도마츠의 히죽거리는 얼굴로 단숨에 그 의문은 사라졌다. 그만둬어어어어어어!!!!왜 그런 말을 거실에서 꺼내는 거야, 이 막내 동생은!!!

끈적끈적이라고 말한 건 너잖아!!

이 장남의 모습을 한 음담패설 덩어리한테서 그런걸 물었다간, 이 대낮의 거실에서 어떤 추잡한 말이 나올지.....

 

토도마츠를 째려보면, 생각대로 히죽거리며 윙크한다.

완전 즐기고 있잖아....

 

 

 

[안 됐네~ 우리들 플라토닉이거든~~]

오소마츠형이 그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무심결에 놀라 카라마츠를 본다.

 

오소마츠형의 말에 움찔, 카라마츠의 어깨가 흔들렸지만 그 외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너 이런 화제에 태연한 반응이라니, 좀 변했네

 

카라마츠를 흘끗 본 오소마츠형이 불만스럽게 입을 삐죽거렸다.

아마 카라마츠의 반응이 없는 것이 불만인 모양이다.

 

그치만 크리스마스쯤에 계획은 세웠다는 오소마츠형의 말에, 카라마츠가 방을 나갔다.

 

[카라마츠한테 너무 그러지 말라고...]

라고 한숨을 내쉬면, 오소마츠형이 토도마츠와 함께 히죽거린다.

 

[너도 뭘 안심한 얼굴이야, 체리마츠. 안심하라구~ 크리스마스 후에는 꼭 형제 중 처음으로 탈동정 할테니까]

 

[그래그래, 할 수 있으면 좋겠네-]

아직도 바라보기만 해도 시뻘게지는 주제에 뭘 한다는 건지, 라고 생각하며 한숨을 내쉰다.

 

 

 

 

 

 

 

빨간 넥타이를 하고, 탁탁 어깨의 먼지를 털어냈다.

[완벽하잖아]

 

 

씨익, 웃어보이면, 눈앞의 장남은 헤헤헤 거리며 수줍은 듯 웃고 코밑을 비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와 호텔 최고층에 있는 고급 레스토랑의 크리스마스 디너에 가게 되었다.

 

오후, 오소마츠와 쵸로마츠는 정장을 사러 옷가게로 향했다.

오늘 카라마츠와의 데이트를 위해, 쵸로마츠는 오소마츠의 옷을 봐주기 위해,

즉 멋진 정장을 사러 가게에 온 것이다.

 

 

그렇게 썩 마음에 드는게 없어, 쵸로마츠가 몇 번이나 점원에게 부탁해 옷을 바꿔입혔고, 어느정도 마음에 드는 옷이 나온 건 벌써 몇시간이 경과한 뒤였다. 당연히 오소마츠는 상당히 지친 얼굴을 하고 있다.

그런 오소마츠를 보며, [뭘 지친 얼굴이야, 오늘은 네 무대잖아!] 라고 황당한 얼굴로 오소마츠의 등을 툭툭 두드린다.

 

 

애초에, 그 크리스마츠 디너권을 오소마츠에게 넘긴 것도 쵸로마츠였다.

상가의 추첨에 당첨된 것이다. 쵸로마츠는 처음 그것을 받았을 때, 하늘을 원망했다. 그가 원하는 경품은 그것 외에도 얼마든지 많았다. (예를 들면, 상품권 같은) 하지만, 정작 걸린 건 쵸로마츠와 인연이 먼 크리스마스 디너 페어 티켓.

이건 뭐야, 시비?? 라며 분개한 쵸로마츠였지만 찢기는 아까웠다.

팔아버릴까도 생각했지만, 결국 부모님께 드리기로 했다.

아무튼 6명의 니트를 둔 부모이다. 항상 폐를 끼치고 있고, 약간의 보답으로 저녁을 선물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 거기서 쵸로마츠의 머리에 떠오른 것은 두명의 쿠소바보형들이었다.

최근 사귀기 시작한 호모 형들.

 

고개를 숙이고 손에 들린 티켓을 쳐다본다.

남자끼리의 길은 험난할 것이다. 그야말로 자신들은 혈연관계인데.

뒤에서 잔뜩 손가락질을 당할 것이다.

앞으로 힘든 일도 고민도 많이 생길 것이다.

 

 

 

 

 

..............그치만, 그렇기에

 

 

한명 정도는, 둘의 행복을 진심으로 축복해줘도 좋지 않을까.

 

 

 

 

그렇게 돈에 악착스러운 쓰레기 형도, 곤란할 때에는 뒤에서 몰래 도왔다.

 

저런 중2병에 분위기를 읽지도 못하는 형도, 고민이 있을 때에는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어줬다.

 

 

 

그 길은 험난해서,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도, 허용될 수도 없는 길이라 하더라도.

 

최소한 한명 정도는, 너희를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전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어느새 꼭 쥐어진 주먹의 힘을 푼다. 티켓의 구겨진 부분을 편다.

 

 

저 두 사람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마음 저 깊숙한 곳에서,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의 밤이 오고.

 

 

 

오소마츠가 오기 전에, 호텔의 구석에서 잠깐 휴식을 하던 쵸로마츠는(두 사람이 걱정되어 보러왔다) 갑자기 팔을 잡혀 억지로 호텔의 현관 앞까지 끌려갔다.

 

 

놀라서 팔을 붙든 녀석을 보면, 그건 카라마츠였다.

 

 

 

[, 너 뭐 하는 거야?]

[걱정해서 널 보러왔다만, 넌 도대체 뭘 하는 건가, 쵸로마츠]

 

 

 

아니아니, 너야말로 뭘 하는 거야?

멍하니 있는 동안, 녀석이 억지로 뭔가를 건넨다. 그것은 새빨간 장미 꽃다발이었다.

 

 

[우와아.....굉장하네....]

[그렇지. 사왔다]

[헤에~]

역시 이런거 사느라 늦었구만.

멀뚱멀뚱 녀석을 보면, 카라마츠가 진지한 눈으로 이쪽을 보고,

[이걸 오소마츠한테 주는 거다]

라고 말한다.

, 그렇지. 오소마츠형한테 주려고 샀겠지. 보면 안다고.

나는 이런거 받으면 좀 그렇겠지만, 오소마츠형은 너한테 이런걸 받는다면 기뻐할 거야.

 

 

그렇게 생각하고 건네받은 장미를 바라보았다.

, 꽃잎이 풍성해, 한송이에 얼마정도 하려나 이런건.

 

 

 

 

[쵸로마츠]

고개를 들면 진지한 표정의 카라마츠가 있었다.

카라마츠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나를 바라보며 입술을 뻐끔거렸다.

 

 

이윽고 카라마츠가 결심을 한 듯, 불쑥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겠다]

 

[아아, . 뭔데?]

 

 

 

 

[오소마츠형을, 행복하게 해줘]

 

 

 

 

..........아니, 그건 내가 할 말이라고.

 

 

 

 

뭐래는 거야, 이 사람?

혼란에 빠진 쵸로마츠를 내버려둔 채 카라마츠는 말을 계속 이어갔다.

 

 

[나는 오소마츠형이 좋다. 그 마음은 너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어]

 

 

 

왠지 비통한 표정이다. 네가 오소마츠형을 좋아하는 건 알고있다고.

나도 오소마츠형을 좋아하지만 너 만큼은 아니야.

 

 

 

[하지만, .......오소마츠형이 택한 것은 너다]

 

 

 

 

 

.....................?

 

귀가 안 좋아진 걸까.

지금 뭔가 환청이 들린 듯한....

 

 

 

 

[애인을 슬프게 하는 짓은 그만두라고, 브라더-]

 

 

 

 

......................................................

 

 

 

 

그렇게 말하곤, 카라마츠는 슬픈 듯이 웃었다. 그 애절한 표정에 마음이 찡하고 울렸다.

 

 

 

............근데, 잠시만요. 의미 모르겠는데.

 

 

 

 

[.......나 애인 같은 거 없는데]

[무슨 소린가. 이제 와서 시치미 떼지 않아도 된다. 너희가 사랑하고 있다는 건 알고있어]

[그러니까, 누구랑 누가? 뭐야, 이거 시비거는 거야? 호모 형으로도 모자라서 나까지 호모취급?]

[그치만 호모잖아]

[아니, 아니거든. 호모는 너희지, 이 호모커플]

[오소마츠랑 사귀고 있잖아?]

[, 그렇지. 카라마츠가 말야]

[무슨 소린가. 오소마츠와 사귀는 건 쵸로마츠잖아?]

[...........카라마츠잖아?]

 

 

 

깜빡깜빡, 눈을 끔뻑이며 서로 바라본다.

 

 

 

 

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 잠깐만.

 

 

[무슨 소리야? 나랑 오소마츠형이 사귄다니, 왜 그렇게 되는 건데? 농담이지?]

[너야말로 나와 오소마츠가 사귀다니 무슨 소린가]

[? 그치만 사귀고 있잖아?]

[너희가 말이지]

 

 

[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

 

 

 

농담이 아니야? 아니, 농담이라도 기분 나쁘지만.

하지만 카라마츠의 얼굴은.......농담을 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아무튼. 오소마츠가...........]

 

카라마츠가 진지함을 띤 눈빛으로 내 눈을 마주보았다.

 

 

[가장 사랑하는 건 너다, 쵸로마츠]

 

 

 

 

 

[..................]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와 돌아보면, 망연자실한 오소마츠형이 서있다.

 

 

 

 

[가장 사랑한다니.............카라마츠, 너 사실은 쵸로마츠를....]

 

 

그 시선은 내가 들고 있는 장미 꽃다발에 향해있다.

 

 

 

눈에 눈물을 글썽거리며, 오소마츠형이 뒷걸음질을 친다.

 

 

 

 

[아니.........잠깐.....어이.....!]

 

쵸로마츠도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이다.

 

 

 

 

[..............미안]

 

 

오소마츠형이 비통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러고는 휙 돌아서서 자리에서 도망치듯 달려갔다.

 

 

 

 

 

나는 오소마츠형이 달려간 방향으로 떨리는 손을 뻗고, 다른 한손으로 머리를 싸매며 외쳤다.

 

 

 

 

 

 

[제바아아아아아아아아알!!!!!!!!!!!!!!!!!!!!!!부탁이니까 거기 서어어어어어!!!!!!!!!!!!!!!!!!!]

 

 

 











와아아아 설마하던 전개ㅎㅎㅎ

나는 혹시나 하면서도

오해가 풀리겠지-

오해가 풀려서 오소랑 카라랑 행복하겠지~

했는데 결국은ㅎㅎㅎㅎㅎㅎ


그보다 오소마츠의 '승부 선글라스' 발언이 너무 귀엽고 웃기다

무슨 승부 팬티도 아니고ㅋㅋㅋㅋㅋㅋㅋ

승부 선글라스는 무슨 선글라스냐고ㅋㅋㅋㅋㅋㅋㅋ


번역하다 혼자 터져서 얼굴 묻고 끅끅거렸습니다ㅋㅋㅋㅋ

아 너무 귀엽잖아 오소마츠ㅋㅋ소녀냐!!ㅋㅋㅋㅋ





일단 이거 다음은 없네요

다음에 나온다면 가져오겠습니다!!


사실 스레소설도 번역완료했는데

걸리는 문장이 조금 있어서

그건 다음에 가져올게요 'ㅂ'/





+오소마츠의

[나와사귀지 않을래?] 부분 설명입니다

 설명 적는 걸 잊었네요ㅠㅠㅠㅠ

일본에서 사귀자라는 의미로 쓰이는 付き合う의 본뜻은

함께 어울리다, 사귀다(같이 어울리다의 의미의)라는 의미입니다. 

즉, 여기서 오소마츠는 '나와 러브러브할래'라는 의미로 말했지만

카라는 '나랑 같이 어디 좀 갈래?'라는 의미로 알아들은 겁니다!

뒤늦게 설명해서 죄송합니다ㅠㅠㅠㅠㅠ


















허락받은 작품입니다

무단전재는 금지입니다!!!




오역, 의역, 발식자 주의

불펌금지, 공유는 블로그 주소를!!

http://joniamhungry.tistory.com/




 【블로그 이용시 필요한 공지들 링크】


*저작권/무단전재 관련*


*요청 관련*


*R18 비번 관련*


























오른쪽 가슴의 심장

 

 

 

 

 

눈은 두 개. 귀도 두 개.

팔 두 개. 다리도 두 개.

하지만, 이 가슴 속 심장은 하나뿐.

어째서라고 생각하나요?

얼 정도로 추운 밤. 난로에서 타오르는 불꽃의 열을 함께 나누던 할멈은 내게 그렇게 물었다.

그에 나는 뭐라고 답했더라.

아마, 심장이 2개나 있으면 시끄러우니까, 라고 대답했던 것 같다.

꿈도 희망도 없는 그 답변에, 할멈은 인자한 미소를 짓고는 내 가슴에 주름진 손바닥을 얹고 말했다.

 

언젠가 당신이 진심으로 소중히 여기는 누군가와 만났을 때, 그 답을 알게 될 거랍니다.

 

그러니, 그 때까지 답은 미루도록 하지요.

부드럽게 웃는 할멈의 목소리는, 그때 마시고 있던 핫 밀크처럼 달콤해서.

정답을 알지 못하게 된 것이 조금은 불만이었지만, 할멈이 이런 얼굴을 하고 있다면 잠깐 참아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며, 그날의 나는 잠에 빠졌다.

 

 

그 답이 수수께끼에 가려진 채, 십년.

양손을 꼽아 나이를 셀 수 있게 되었을 무렵부터, 나도 내 주변도 무척이나 변했다.

답을 알기도 전에 할멈은 죽고, 겨울이 긴 변방에서 대륙의 중앙에 있는 왕도로 거처를 옮겼다.

비바람을 맞는 오두막 집 같은 작은 집은, 이 나라에서 가장 크고 훌륭한 성으로 변했고,

마일 제일의 악동은 이 나라의 왕위 첫 번째 계승자가 되었다.

눈을 치우고, 밭을 갈고, 말을 기르는 생활은 단번에 변해, 정치에 훈련에 공부에 상담에, 분주하고 분주한 나날을 보내었다.

하지만 우연히, 한순간에, 그날 밤 할멈이 했던 말이 되살아났다.

 

 

언젠가 당신이 진심으로 소중히 여기는 누군가를 만났을 때, 그 답을 알게 될 거랍니다.

 

소중한 누군가라는 건.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안다.

그건 분명 기적이나 운명이라고 부르는 종류일 것이다.

누구나 그것을 바라지만, 손에 넣는 건 극소수의 사람뿐.

대개의 사람들은 기적도 운명도 모르고, 다른 길을 택하고 만다.

 

(뭐어, 현실이란 그런 거겠지)

 

오소마츠는 눈을 굴리며 옆에 -옆이라고는 해도 2미터 거리지만- 앉은 인물을 힐끗 보았다.

곱고 풍성한 레이스를 단 하얀 드레스는, 군데군데 피어난 청색이나 분홍색의 장미가 포인트였다.

소매나 목덜미까지 레이스로 덮여 맨살을 조금도 노출하지 않은데다, 머리끝에서 가슴까지 늘어뜨린 은빛 베일로 얼굴도 전혀 보이지 않아 훔쳐보는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오소마츠 또한, 머리에 금실로 엮은 비단결의 얇은 천을 쓰고 있어서 얼굴이라곤 반쪽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 나라의 오랜 전통으로, 결혼을 앞둔 남녀가 얼굴을 보이는 일은 금기시 되었다.

서민은 3일에서 1주일 정도, 귀족은 한달, 왕족은 석 달간 서로의 만남을 금했다.

그래서 오소마츠는 혼인 의식을 치르고 있는 지금도 옆자리의 인물의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

예쁘거나 못생겼거나, 젊은이 그렇지 않은지조차 모른다.

이웃 나라인 재의 나라에서 시집 온 공주님이 오소마츠가 통치하는 이곳, 즉 이 나라에 온 것은 대략 한 달 전이다. 그런데 이렇게 존재를 인식하게 된 건 이 의식을 시작하고 나서라니 우스개도 안 된다.

 

(누구라도 좋아)

 

쓰읍, 하고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콧구멍을 자극하는 것은 강한 꽃내음이다. 방에 흩날리는 향냄새.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건, 내 운명이 아니야)

 

언젠가 당신이 진심으로 소중히 여기는 누군가와 만났을 때, 그 답을 알게 될 거랍니다.

할멈의 목소리가 귓속에서 울린다.

언젠가 만날 누구인가. 나의 운명. 나의 짝.

 

(운명이 아니라면, 누구라도 좋아)

 

오소마츠는 홀로, 자신만의 운명을 원하고 있었다.

 

 

 

 

――그랬더니, 만남은 의외로 가까이에서 굴러다니고 있었다.

 

 

[[!!!!!]]

 

전혀 실감이 되지 않는 혼인 의식을 끝내고 며칠, 시찰이라고 말하고 성을 빠져나가 찾아간 마을.

공주님의 혼례에 기회를 잡아 입국했다는, 재의 나라의 상단으로 이뤄진 가게에 놀러갔을 때였다. 다양한 색으로 염색한 아름다운 천과 반짝반짝 빛나는 금세공의 액세서리, 본 적도 없는 수입품의 산에 묻히듯이, 오소마츠의 운명은 나타났다.

할멈의 목소리가 들린다.

 

언제가 당신이――........

 

 

 

 

 

 

 

 

 

 

오른쪽 가슴의 심장

 

 

 

 

 

 

 

오소마츠의 운명은 자신을 카라라고 말했다.

재의 나라 출신의 변방의 마을에서 자랐고, 나이는 동갑인 남자. 오소마츠의 운명.

이 나라의 왕자와 혼인이 결정된 공주님이 여기에 온 것과 동시에 행상을 위해 이 나라에 온 것 같다. 처음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카라는 술술 전부 답해줬다.

 

재의 나라는 섬유업과 가공업으로 대륙에 이름을 떨친 장인의 나라이다. 나무와 꽃, 조개껍질로 색을 만들고, 고치에서 뽑아낸 실에 색을 넣어 천을 짠다.

복잡한 무늬에 색을 넣어 만든 천은 고가에 팔렸고, 즉의 나라에서도 호평인 듯했다.

오소마츠가 통치하는 즉의 나라는, 풍부한 땅과 자원을 가진 낙농업과 광산의 나라이다. 재배와 사육과 채굴로 재산을 이루고 자원 수출로 나라를 지탱하고 있다.

자원이 풍부한 즉의 나라의 차기 왕과, 그 자원을 가공해 상품으로 만드는 재의 나라의 공주의 혼인은 참으로 합당한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혼인으로 동맹을 맺게 되어, 원자재의 매입이 싸서 가공한 여러 가지 상품의 매매가 편해졌다고 말하며 카라는 웃었다.

 

조개껍데기에서 얻은 염료로 염색했다는, 선명한 푸른색을 바탕으로 흰색이나 빨간색, 보라색에 모양이 그려진 스톨을 머리에서 목까지 친친 감아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늠름한 눈썹과 크고 푸른 눈이 특징적이고, 잘 웃는 녀석이구나 하고, 오소마츠의 개인적인 감상은 가능했다. 그리고, 어린 얼굴에서는 예상할 수 없는 낮지만 달콤한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설마 이런 곳에서 만날 줄은 몰랐군]

 

곤란한 듯이 카라가 웃었다. 눈썹이 살짝 아래로 내려간다.

뭐가, 라고는 묻지 않았다.

오소마츠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운명의 만남은 극소수이다.

설마 자신이 그 한줌에 들어간다는 건 예상 밖의 일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남녀라는 첫 성과는 별개로, 두 번째 성별을 갖고 태어난다.

그것은 버스성이라고 불리며, α、β、Ω의 세가지로 나뉘며 각각의 특성이 존재했다.

오소마츠는 α였다. 일반적으로 지배 계급으로 알려진 α는 전체 인구 중에 1할 밖에 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그 중에서도 왕족 α인 오소마츠는 왕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반면, 카라는 Ω였다. 탄생의 성이라고 불리는 Ω는 남성이라 할지라도 임신과 출산이 가능하며, α와 마찬가지로 전체 인구 중 1할 밖에 되지 않지만 그 입장은 심하게 정반대였다.

그러나, Ω의 입장을 안정시키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짝을 만드는 것이다.

Ωα와 쌍을 지어 사회적으로 안정된 지위를 얻는다. 세 달에 한번 오는 발정기 때 짝이 없다면 누구든 상관없이 유혹하는 페로몬을 뿜지만, 짝의 존재가 있으면 그 페로몬은 오직 한명에게만 향하기 때문이다. αΩ라면 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본능적으로 이끌려 짝이 되는 것을 운명이라고 불린다.

운명의 상대와 만나지 못하고 일생을 마친 사람들이 훨씬 많기 때문에, 운명의 짝으로 만나는 것은 기적이라고 불리고 있다.

 

그러나 오소마츠는 만나고 말았다.

카라야말로 오소마츠의 운명이다.

 

 

 

 

[운명의 상대는 진짜로 보자마자 한번에 알 수 있구나]

 

한번에 보고 알았다.

이것이, 자신의 Ω라고.

이것이, 자신의 운명이라고.

본능이 외치고 있다. 세포 하나하나가 눈앞의 남자를 원했다.

게다가 냄새도 달랐다.

α인 오소마츠는 후각이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예민했다. 어느 정도 냄새로 사람이 판별 되었다. 좋아하는 향과 싫어하는 향, 즉 궁합이었다.

그리고 만나자마자 이 운명이 발하는 냄새는, 비유하자면 바다의 과수원 속에 있는 것처럼 시원하고 새콤달콤한, 그렇다고 너무 달지도 않은.

한마디로 나타낸다면, 오소마츠가 너무도 좋아하는 향기였다.

 

의외였던 것은 예상외로 냉정하게 운명의 상대와 대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운명의 짝을 만나는 순간, 발정기의 스타트로 공개 얼레리꼴레리가 됐다는 얘기도 적지 않다. 그래서 오소마츠는 만약 운명의 상대를 만나는 순간이 다가오면 어떻게 할지 생각하기도 했었지만,

 

[이야아, 전혀 반응 안 하네-]

[당연하잖아. 억제제 먹고 있고]

 

아하하, 하고 웃으며 최악인 말을 슬쩍 본인 앞에서 하면 카라는 지금까지 본 것 중에 가장 차가운 시선을 던졌다.

그리고,

 

[게다가 나, 결혼했고]

 

라며 아무렇지도 않게 폭탄발언을 했다.

무심코, 하아아아아아!? 하고 고함을 지른 오소마츠였으나 본인 또한 얼마전에 혼인을 맺었던 것을 생각해냈다.

 

 

 

 

 

 

오늘도 오늘도, 마을의 가장 큰 길, 거기에 자리한 시장은 활기가 넘쳤다.

흥겨운 음악이 울리고 쾌활한 사람들의 소리가 요란하다.

카라는 거액의 계약이 잡힌 듯, 대롱모양으로 묶인 천을 몇 개나 팔에 안고 가게에서 마차로 몇 번이고 왕래했다.

상단의 다른 사람들도 다들 바빴다.

이 나라의 차기 왕에게 시집 온 것이 재의 나라의 공주님이라 이 상단의 상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모양이다.

이 나라에 재의 나라에서 들여온 옷감으로 짠 옷이 유행하는 것도 이제 시간문제일 것이다.

상단의 가게로 이뤄진 큰길가의 끝자락에 앉아 그 모습을 바라보던 오소마츠와 눈이 마주친 카라는 눈썹을 살짝 내리고 반갑게 웃었다.

그것에 팔랑팔랑 손을 흔들어주면, 더욱 활짝 웃는 카라에 가슴 안쪽이 뜨거워진다.

 

카라는 가게 앞에 서서 다른 상인과 교환하는 일이 많았지만, 마찬가지로 거리 밖을 나가는 일도 많았다.

원자재가 채굴된 광산이나 물감의 원형이 되는 화초가 우거진 야산의 시찰.

그 외에도 장사와 관계없는 마을과 밭, 낙농지 등에서 말을 달리게 하는 모양이었다.

카라는 지금까지 고향인 재의 나라에서 나온 적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여러 가지로 둘러보고 싶었다며 웃었다.

좋은 나라구나, 하고 웃었다.

그렇게 웃어줬을 뿐인데, 열심히 한 것에 보상 받는 기분이 들어 오소마츠는 기뻤다.

 

[, 로소 아냐! 또 카라를 만나러 온 건가?]

[, 그렇지~]

[뜨겁구만~~]

 

카라와 만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시간을 내서 성을 빠져나와 카라를 만난 지 벌써 한달째니, 그 동안 눈치가 보여 가게 일을 도와주기도 했고, 원래 사람을 잘 따르는 성격인 오소는 상단의 멤버와는 상당히 친해져 있었다.

오소마츠와 카라의 눈빛 교환을 본 상단 멤버에 놀림당한 오소마츠는 가볍게 넘겼다.

이런 일도 이제 당연하다는 듯이 넘겼다.

 

참고로, 로소란 오소마츠의 가명이다.

역시 새로운 왕인 오소마츠가 실명을 거론할 수는 없었기에 비밀스럽게 이곳을 방문했을 때에는 반드시 로소라는 이름을 썼다.

하지만 그는 어디에 있어도 눈에 띄었다. 어느새 로소는 이 마을의 인기인이 되어 있었다.

 

[로소!]

[카라! 일은?]

[, 지금은 휴식 시간이다]

 

그렇게 말하며 카라는 오소마츠 옆에 걸터앉았다.

처음 만났던 때와 변함없이 둘둘 감고 있는 파란 옷감이 더워보였다.

 

일년 중 대부분이 온난한 기후인 이 나라는, 오늘처럼 날씨가 좋은 날에는 기온이 상당히 올라간다.

오소마츠처럼 그늘에만 있으면 온화한 기후지만, 이제까지 뛰어다닌 카라의 천 사이로 보이는 하얀 피부는 땀으로 축축했다.

선탠을 마다할 카라는 노출되어 있는 부분이 거의 없었기에, 이렇게 가끔 보이는 흰 피부는 오소마츠를 참을 수 없게 만들었다.

 

[, 로소! 이거 먹지 않을래? 손님한테 받았거든!]

 

허리에 차고 있던 가죽 부대를 꺼내 안을 뒤지던 카라는 원하던 것을 찾았는지 활짝 웃었다. 얼굴에 감정이 정말이지 잘 드러나는 녀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녀석이 꺼낸 건 코를 자극하는 새콤달콤한 향기가 나는 붉게 익은 과일이었다.

이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니, 분명 혼례로 문호를 열면서 인근 다른 나라에서 몰려든 상인들이 들여온 것일 거다.

 

[헤에, 못 보던 과일이네. 그치만, 하나밖에 없잖아]

[반 가르면 되잖아?]

[에에~, 그럼 네 몫이 줄어들잖아. 괜찮아?]

[난 너랑 먹고 싶어!]

 

기다려라! 라며 의기양양하게 꺼낸 것은 접이식의 작은 칼이었다.

카라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스르륵 껍질을 깎았다.

하얀 과육이 모습을 드러내자, 새콤한 냄새가 더욱 강렬해졌다.

과즙을 듬뿍 담은 부드러운 과육은 분명 매우 뭉개지기 쉬워보였다.

이를 증명하듯 과일은, 카라가 이렇게나 섬세한 손놀림으로 껍질을 벗겼지만, 과일을 쥔 손끝의 작은 힘으로도 짓눌러져 과즙이 카라의 손을 타고 흘러내렸다.

팔을 걷어붙인 카라의 하얗고 군살 없는 팔에 시원한 과즙이 흘러내리고, 그것을 핥으려 늘어난 혀의 붉은색이 강하게 오소마츠의 심장을 때렸다.

꿀꺽, 하고 메마른 침으로 목을 축였지만, 전혀 괜찮아지지 않았다.

 

[로소?]

[!!]

 

카라가 걱정스럽게 오소마츠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 가까움에 놀라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면, 그것을 쫓듯 카라가 따라온다.

가깝다.

아주 조금 거리를 줄이면 금방이라도 입술이 닿아 버릴 정도로.

 

[멍하니 있지 말라고. , 다 깎았다]

[-, . 고마워]

 

카라가 깎아 준 과일을 집는다.

부드러운 과육은 쉽게 이에 뭉그러져 입 안에 완숙한 과실의 단맛이 퍼졌다.

맛있다. 이번에 성에도 사들이자.

 

[그렇게 먹고 싶었다면, 두 개 받아둘 걸 그랬네]

[아니, 이걸로 됐어]

[그런가?]

 

카라도 하얀 과육에 이를 세웠다.

넘치는 과즙을 마시면서 츄릅, 하는 소리가 귀 안에 울렸다.

 

[그치만, 배가 고프다는 얼굴을 하고 있다고?]

 

땀이 밴 하얀 피부를 타고 흐르는 달콤한 물방울.

그것을 핥는 붉은 혀가 눈 속에 박혀 떠나지 않는다.

카라가 맨살을 숨기고 있어 다행이라고, 오소마츠는 깊이 생각했다.

처음 만났던 때에는 없던 걱정이 이미 오소마츠 안에서는 커져가고 있었다.

만약 카라가 탱크탑에 핫팬츠를 입은 안쓰러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면, 분명 가슴뼈가 부러지는 고통을 느끼면서도 그 격정에 몸을 맡겨 버렸을 거다.

 

[..........배는, 차지 않아]

 

먹고 싶은 건 다른 것이었다.

 

 

 

 

 

 

 

 

이건 불륜이 되는 걸까.

차기 왕으로서, 시청 공무를 묵묵히 하면서 오소마츠가 생각하는 건 오로지 카라였다.

카라. 내 짝. 나의 운명.

하지만 그때마다 스쳐가는 건, 얼굴도 모르는 왕비의 존재였다.

두달 전에 열린 혼례에서 옆에 서있었을 뿐,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공주님.

 

(불쌍한 공주님. 너의 남편은 다른 남자에게 러브러브 중입니다)

 

흰 드레스와 은빛 베일. 쭉 뻗은 등줄기가 인상적인.

하지만 그것뿐이다.

이 나라에서 Ω인 공주라는 것만으로 뽑힌 상대다. 오소마츠와 공주 사이에는 요만큼의 사랑도 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정이라면 있을지도 모른다. 불쌍한 사람이라는, 연민의 정이라면.

오소마츠의 운명의 짝은 카라. 이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 그 공주에게도 오소마츠가 아닌 달리 본래 짝을 지어야할 존재가 있다는 소리다.

짝이라는 건 처음 만난 순간 알 수 있다.

운명과 만날 수 없는 αΩ도 모두 똑같이 불쌍하다.

그럴게, 그들은 혹은 그녀들은- 자신의 분신과 만난 기쁨을 모르니까.

하지만 동시에 몰랐으면 좋았을 걸, 이라고도 생각한다.

왜냐면 카라는 이미 오소마츠가 모르는 인간의 소유이기 때문이다.

카라는 행상의 일 때문에 이 나라에 왔다고 했지만, 사실은 좀 다른 이유다.

그는 이 나라에 있는 α에게 시집을 온 것이라고, 몇 번째의 밀회에서 사실을 털어놨다.

카라의 집은 웬만큼 이름이 알려진 집안이었지만, 재정이 어려운 자신이 시집을 가는 것으로 집뿐 아니라 통치하는 지역도 구할 수 있다는 모양이다.

상대는 이 나라의 이름 있는 집안으로 나이도 그렇게 차이 나지 않는 α의 남자라고 했다.

Ω가 낳은 아이는 대체로 α이기 때문에 카라의 집안도 고려되어 혼수가 정해진 모양이다.

그러니 Ω라서 다행이야, 라고 웃는 카라마츠에 오소마츠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 했다.

 

되도록 맨살을 드러내지 않도록 둘둘 감은 푸른 천은 햇볕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볕에 하얀 피부가 타지 않도록.

가끔 보이는 손목도 발목도 가늘다.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 같다.

카라는 먹는 것을 좋아하며, 무엇이든 맛있게 먹지만 그 양이 적었다.

많이 먹으면 먹은 만큼 커버리니까. 근육이 붙어 튼튼한 사나이가 되어 버리기 때문에.

 

[결혼식은 올렸지만 아직 제대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거든. 하지만 상대는 분명 평범한 여자를 좋아하겠지. 나는 Ω지만, 여자가 아니니까 부드럽지도 않고 귀엽지도 않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불쾌하게 생각하지 않도록 희고 가냘픈 몸을 유지하고 있다]

 

그렇게 말한 카라의 옆모습이 어딘가 쓸쓸해보여 오소마츠는 무심코 입을 열었다.

 

[나는 신경 쓰지 않아. 그대로의 네가 좋아, 카라]

 

카라는 조금 놀란 듯 푸른빛의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천천히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나의 운명이, 너라서 다행이다]

 

그렇게 말한 카라를 오소마츠는 껴안고 싶었다.

하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알고 있다, 지금 여기서 끌어안는다면 오소마츠에게도 카라에게도 좋지 않다는 걸.

 

나의 Ω. 나의 짝.

절대로 내 것이 되지 않을, 나의 운명.

 

 

 

 

 

 

 

 

[왕자]

 

 

 

측근의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린다.

조금만 생각한다는 것이 아무래도 깊게 생각에 잠겨있었던 모양이다.

서류를 뒤적이던 손도 사인하던 펜도 멈춰있고, 서류 뭉치는 기억하고 있던 것보다 상당히 늘어난 것처럼 느껴졌다.

 

[아까부터 손이 멈춰있는데, 뭔가 상태라도 안 좋으십니까?]

[아니, 그냥 잠깐 딴 생각하고 있었어~~ 괜찮아 괜찮아~]

[그렇습니까. 그럼 이것도 부탁드립니다]

[우아악!]

 

은근 무례하게 느껴지는 말 뒤로, 쿵 하는 큰소리와 동시에 서류 뭉치가 쌓였다.

잘도 안 쓰러지네, 라고 쓸데없는 감상을 한 것은 분명 이 현실을 외면하고 싶은 마음에서겠지.

 

[잠깐마안, 쵸로짱. 이렇게 일이 많다니 말도 안 된다구우~ 끝나지 않잖아~~]

 

궁시렁거리며 떼를 쓰자, 돌아온 것은 날카로운 혀 차는 소리.

 

[당신이 최근 성을 나가서 마을로 내려가는 바람에 일이 많아져서 서류도 쌓인 탓이잖습니까]

[.....어라라, 들켰어?]

[안 들킬 거라고 생각했습니까? 감탄스러운 머리로군요]

[...........쵸로마츠 너무해-]

 

오소마츠의 측근인 쵸로마츠는 오소마츠의 유모의 친자식이다. 우연히도 같은 날에 태어나 같은 젖을 먹고 자란 젖 형제이기도 한 그는 태어나자마자 친구였다.

북쪽 변방에 있을 때도, 왕도에 돌아왔을 때도 그는 언제나 오소마츠 옆에서 오소마츠를 섬기며, 오소마츠를 떠받들었다.

신분 차이 등을 의식하지 않았던 시절의 흔적, 차기 왕과 그 측근이라는 입장이 된 지금도 아직 둘만의 집무실과 사석에서는 친구 혹은 형제-처럼 대하게 되었다.

 

[결혼 초부터, 이쪽의 잘못으로 이혼이라던가 웃기지도 않으니까 그만두세요]

 

후우, 하고 지친 듯 어이없는 한숨을 쏟는 그의 말에, - 알고있었구나. 라고 오소마츠는 생각했다. 밀정인지 뭔지, 거리로 내려갈 때마다 희미하게 기미는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오소마츠가 시찰이라며 거리로 내려갈 때마다 따라붙는 옵션 같은 것이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신경 쓰지 않았지만.

어디까지 조사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이 상태라면 카라의 존재도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Ω의 남자. , 손만 대지 않으면 아직 아무런 문제도 없겠지만, 위험해지기 전에 그만 만나도록 하세요]

 

생각하는 걸 꿰뚫는 듯한 타이밍에 못을 박는다.

긍정도 부정도 오소마츠는 하지 않는다. 불가능했다.

나라의 일, 그런 것을 생각한다면 이제 카라를 만나지 않는 게 좋다는 건 오소마츠라도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허용할지 어떨지는 다른 얘기였다.

아직은 어떤 답변도 내리고 싶지 않다.

입을 꽉 다물고서 새로운 서류에 손을 뻗은 오소마츠의 모습에 쵸로마츠는 기가 찬다는 듯한 한숨을 내쉬었다.

 

[, 네가 여기서 순순히 고개를 끄덕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니, 지금은 일단 그건 됐고]

 

책상의 빈 공간에 소리 없이 놓인 것은 따뜻한 김을 모락모락 내는 차였다.

평소에는 찬 음료를 선호하는 오소마츠지만, 조금 풀 죽은 지금은 측근인 이 남자의 배려가 고맙다.

 

[네가 여기까지 오는데 얼마나 열심히 해왔는지, 힘들어했는지, 나는 알아. 알고 있기에 이 중요한 시기에 어설픈 짓은 하고 싶지 않아]

 

그런 건 알고 있다고.

쵸로마츠가 내린 차는 언제나 맛있다. 까탈스러운 그가 싼 찻잎으로도 맛있게 마실 수 있도록 시행착오한 끝에 얻은 맛이다.

 

――미래의 왕에게는, 맛있는 걸 먹이고 싶어!

어린 시절 그의 말을 떠올리며 오소마츠는 씁쓸한 기분을 꿀꺽 삼키려 차를 마셨다.

적당히 식은 홍차는 목에 열을 남기지 않고, 은은한 향기만을 남기며 배로 흘러간다.

어째설까. 지금 까닭없이 카라의 웃는 얼굴이 보고 싶어졌다.

 

 

 

 

 

 

 

 

오소마츠는 현 국왕의 13번째 아들이다.

덧붙여서, 누나까지 포함하면 20번째 아이에 해당한다. 동생도 포함하면 오소마츠의 형제는 서른 몇 명이나 되지만 자세한 숫자는 안타깝게도 기억하지 못했다.

본래라면 왕위 계승권은 있어도 실제로 계승하는 일은 없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현재 오소마츠는 왕위 첫 번째 계승권을 가진 왕자로서, 차기 왕의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다.

 

 

어째서냐고?

간단한 얘기다.

이미 오소마츠 이외에 왕위 계승권을 가진 사람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시집을 가고, 어떤 이는 계승권을 포기하고 서민이 되었다.

그러나 대다수는 이미 이 세계에 없다.

죽은 것이다.

 

오소마츠의 아버지인 현 국왕은 매우 색을 좋아하는 남자였다.

지금은 중병을 앓아 그런 짓도 하지 않게 된지 오래지만, 왕으로서 앞에 나와 *정무에 힘쓰고 있을 때는, 밤의 공무에도 정력적으로 힘을 쓰곤 했다.

(*정무 정치나 국가 행정에 관계되는 사무)

*정비 한명과, 정비를 제외한 왕비가 열명. 첩이 십여명. 그 이외에 창녀와 시녀, 동네 처녀에 이르기까지 맘에 드는 여자는 꼭 건드렸다.

(*정비 왕의 본처)

번식력이 강한 α여서 대부분의 여성 가끔 Ω인 남자도 있었지만- 이 아이를 갖게 되었다.

왕으로서는 우수하지만, 희대의 색정광. 그것이 오소마츠의 아버지였다.

 

오소마츠의 어머니는 열명의 왕비 중 가장 지위가 낮은 지방 귀족의 딸이었다.

북쪽이 고향인 사람답게 차가워 보이는 흰 살결과, 빛을 모은 듯이 빛나는 금발, 전 세계에 있는 붉은색의 아름다운 부분만 추출한 듯한 홍옥의 눈동자 오소마츠의 눈동자 색은 엄마를 닮았다 가 왕을 사로잡았고, 12살의 나이에 시집을 가 오소마츠를 품었다.

그러나, 어머니에게는 어렸을 적부터 마음에 둔 상대가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친하게 지내왔던 시종인 청년 α로 어머니의 운명의 상대였다.

그런 상대와 억지로 떨어져 억지로 처음 보는 남자에게 안겨져 원치 않는 목숨을 모체에 품은 어머니의 고통은 얼마나 컸을까.

 

오소마츠를 낳은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죽어버렸다.

 

당시 *총비를 잃은 왕은, 매우 슬퍼했다는 것 같다――진실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총비 임금의 총애를 받는 여자를 이르는 말)

오소마츠가 태어났을 무렵엔 이미 아버지의 병세는 악화의 길을 걷고 있었다.

그 때문에 차기 왕을 정하고 나라를 다스릴 이가 없는 상태였고, 정비에게는 왕자는 없고 공주만 있다는 것이 싸움의 불씨가 되었다.

9명으로 줄어든 왕비.

그 왕비가 낳은 왕자만 해도 오소마츠를 포함해 6. 첨과 불의의 태생의 왕자도 포함하면 더 많았다.

차기 왕의 자리를 놓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대한 답은 쉽다.

피로 피를 씻듯이 같은 피가 흐르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끔찍한 싸움이 벌어졌다.

많은 형과 동생이 죽었다.

 

오소마츠를 어머니의 생가인 북방 영토로 보내진 것은 오소마츠가 다섯 살이 되던 해였다.

많던 형제가 거의 절반으로 줄었고, 오소마츠도 식사에 담긴 독으로 사경을 헤맨 뒤였다.

어린 왕자의 목숨을 보장하기 위해서거나, 지나친 다툼 끝에 왕가의 피를 말리기 싫어서거나.

진위 여부는 모르겠지만 오소마츠는 누가 내렸는지 모를 이 결단으로 목숨을 건졌다.

틀림없이 그대로 성에 머물렀다면 두 손으로 나이를 세기도 전에 이미 이 세상에 없었을 것이다.

 

오소마츠는 열다섯의 나이까지 북쪽 땅에서 자랐다.

짧은 여름에는 말이나 소를 키우며 밭을 갈고, 길고 긴 겨울에는 광산에서 캔 원석을 닦았다.

크나큰 성과와는 달리 작은 집에서 살았다.

거기에 있던 것은 성에서 북쪽 땅으로 그를 찾아온 유모와 그녀의 아들 쵸로마츠, 그리고 자신의 어머니를 보살피던 할멈과―― 어머니의 운명인 청년이 있었다.

오소마츠는 처음 청년과 만났을 때에 그는 아직 어른의 일은 조금도 모를 때였지만, 그의 복잡한 표정이 잊혀지지 않고 지금도 머리 한 구석에 선하다.

증오와 분노와 슬픔과, 그리고 넘치는 사랑스러움이 뒤섞인 표정이었다.

오소마츠는 사랑한 소녀와 그 소녀를 빼앗아 유린한 증오스런 남자의 아들이다.

어린 오소마츠는 그 사실을 몰랐지만, 지금은 그의 마음을 잘 안다.

 

얼마나 미웠을까.

얼마나 괴로웠을까.

 

하지만 청년의 굉장한 점은 그런 복잡한 심경을 드러낸 것은 초면인 그 순간뿐이었다는 것이다. 그 이후로는 그런 기색 등은 전혀 보이지 않고 오소마츠와 쵸로마츠의 교육 담당자로서 오소마츠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

북쪽 땅에서의 생활.

귀족으로서의 예의범절.

무인으로서의 싸움 방식.

왕족으로서의 지식.

끝은 남자로서 세속적인 이야기까지.

 

청년에게서 배운 것이 많아, 오소마츠는 그를 스승님이라고 불렀다.

당장 도움이 되는 것부터 그렇지 않은 것, 왕으로서 소중한 것이나 하찮은 일 등 다양한 지식은 아직도 오소마츠 안에서 숨쉬고 있다.

북쪽 땅에서 보낸 시간이 없었다면 오소마츠는 분명, 남의 눈을 피하면서까지 성으로 내려오지도 못했을 거고, 그렇지 않았다면 국민의 생활이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는 우수한 스승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아버지나 어머니 같은 가족의 온기를 모르는 오소마츠에게 있어서, 스승은 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그 일이 일어난 것은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열다섯의 해를 맞은지 얼마 지나지 않은, 몹시 추운 눈이 내리는 날이었다.

북쪽 땅에서 십년을 보낸 오소마츠였지만 계승권은 반납하지 않았다. 성에서 지내지 않았어도 명목상 왕자인 그는 그 지위가 어디든 왕의 계승권을 가진 왕가의 남자였다.

 

한편 왕위를 건 형제 간 다툼은 더욱 격해져갔다.

가장 유력한 후보였던 첫 왕자가 암살당하고 셋째, 넷째 왕자도 나란히 내란으로 죽었다.

병상으로 쓰러진 국왕도 마찬가지로 암살당하고 말았다.

그래도 여전히 살아 있으니 삶에 대한 집착은 상당한 걸로 보인다.

 

북쪽 땅에까지 소문이 흘러들어오고 오소마츠가 나날을 보내는 작은 집에도 이상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오소마츠는 13번째 왕자였지만, 왕비가 낳은 아이가 우선시 된다는 계승권에 따르면 그의 권위는 여섯 번째였다.

 

[미래의 왕이니까 제대로 하라고!]

[우리 왕님은 언제까지나 아이로군요]

 

쵸로마츠나 할멈은 그렇게 가끔 오소마츠를 왕이라고 불렀는데, 그것은 그냥 말일 뿐이랄까, 농담이 섞인 것으로 진심으로 그렇게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오소마츠가 왕위에 애착을 갖고 있지 않은 것을 알고 있고, 피투성이의 경쟁에 뛰어든 자신들의 주인을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변은 그렇게 보지 않았다.

 

오소마츠는 우수한 α였다.

스승에게 철저히 배운 무술 솜씨는 상당했고, 해박한 지식으로 머리 회전도 빨랐다. 성격도 밝아 사람을 잘 따르고, 어디에 있어도 자연스레 사람이 주변에 모이는 카리스마는 누가 봐도 왕에 걸맞아 보였다.

언젠가 이렇게 될 것은 이미 필연이었는지도 모른다.

오소마츠의 따스하고 온화한 세계는 그날 갑자기 맥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많은 *영민이 죽고 동네에 불이 나고 많지도 않은 자산을 빼앗겼다.

(*영민 영주 지배하에 있는 백성)

몇 번째인지 모를 왕자의 수병이 쳐들어온 것인지 어쩐건지는 지금도 모른다. 그러나 집안 형제 싸움에 많은 사람을 한번에 잃어버린 것은 분명했다.

상냥했던 유모도 따뜻한 할멈도 강하고 믿음직한 스승님도 오소마츠를 감싸다 죽었다.

오소마츠의 팔 안에서 조용히 호흡을 멎어가는 스승님이 마지막으로 불렀던 것은 어머니의 이름이었다.

겨우 만났다는 듯이, 사랑스러운 듯이 눈물을 흘린 스승님은 어쩌면 계속 죽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αΩ의 업의 깊이를 깨달았다.

운명이란 것의 무서움을 깨달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오소마츠를 부추긴 건 타오르는 불길 같은 분노였다.

그 뒤는 순식간이었다.

살아남은 영민들을 모아 성으로 달려가 왕위를 둘러싼 싸움에 참가했다.

절반밖에 연계가 없었지만, 분명 같은 피가 흐르는 형제를 이 손으로, 오소마츠는 길고 긴 왕위를 둘러싼 내란을 거두어 보였다.

 

피를 토할 정도로 살을 깎아내린 다툼 후, 시작된 것은 군주제도 개혁이었다.

모든 것을 왕족과 그에 준하는 귀족이 정하는 게 아니라, 각지의 영민이 뽑은 대표자를 두고, 신분에 관계없이 의견을 낼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

길과 상하수도를 정비하고, 국내외를 불문하고 사람이나 물건이 오갈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꿨다.

αΩ처럼 자기 의사로 어떻게도 할 수 없는 일에 부조리를 받지 않도록 지원 제도도 확립했다.

성인까지 몇 개월, 그때까지 정식으로 왕위에 오를 수는 없지만, 오소마츠는 명실상부한 차기 왕으로 이 나라를 바꾸려고 힘쓰고 있다.

 

두 번 다시는, 어머니처럼 우는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두 번 다시는, 스승님처럼 상처 받는 사람이 없도록.

두 번 다시는, 유모나 할멈처럼 죽는 사람이 없도록.

 

이웃 나라인 주의 나라의 Ω인 공주님과의 혼인도 전적으로 그 때문이다.

왕인 자신이 Ω인 공주를 얻어 존중하고 소중히 다루는 모습을 사람들이 보도록 만들어 의식 개혁을 노린 것이다.

타국의 공주님을 정비로 맞은 것으로 국교의 활성화, 무역을 간소화함으로써 국고의 이윤도 노릴 수 있다.

 

나라가 좋아지면 국민의 생활도 윤택해진다.

생활이 넉넉해지면, 일부러 몸을 위태롭게 하면서까지 싸움을 일으킬 생각은 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렇게 정한 정략결혼.

사랑은 없어도 흥미를 갖지 않아도, 적어도 소중히 대하자고 생각했다.

아버지처럼 많은 왕비를 갖지 않고, 한명의 왕비와 몇 명의 애들만으로 좋았다.

 

색에 미치지 말자.

αΩ에 갈등하지 말자.

운명에, 놀아나지 말자.

 

그렇게 생각했는데 무슨 연유인지 오소마츠는 자신의 운명을 만나고 말았다.

카라.

집안 때문에 α에게 시집왔다는, 오소마츠의 짝.

오소마츠는 차기 왕이다.

이 나라에서 현재 오소마츠보다 강고한 지위를 가진 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소마츠가 한마디, 이는 내 짝이고 나의 것이다, 라고 말한다면 누구도 그를 나무랄 수 없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면 오소마츠는 아버지와 같아진다.

어머니를 상처 주고 스승님을 절망에 빠뜨린 아버지.

분명 어머니 외에도 그 때문에 운 여성은 많을 것이다.

지금은 죽어 없는 형제들도 틀림없지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울었을 것이다.

카라를 왕비로서 성에 들여도, 일부다처제인 왕가는 별 문제 없이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아직 얼굴도 본 적이 없는 재의 나라의 공주님은 분명 상처받을 것이다.

 

많은 희생 위에 지금이 성립되었다는 자각이 있는 오소마츠는, 더 이상 누군가를 희생하기도 상처주기도 싫었다.

 

 

 

 

 

 

이제 혼례를 올린 지 석달이 지나려 하고 있다.

만남을 금하고 있는 기간이 끝에 임박하면서 성 안의 분위기도 어딘가 들뜬 듯했다.

왕가에 후계자가 늘어나는 일은 결코 나쁜 것만은 아니다.

후계자가 태어나지 않으면 왕가의 혈통은 끊긴다. 그것은 역사가 있는 이 나라의 끝을 나타내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번 내란에 의해서 피가 끊기기 직전까지 가고 말았던 이 나라에 오소마츠의 혼인과 왕비의 임신은 기대가 되는 일임이 당연했다.

그것을 알고 있기에, 오소마츠는 초조함과 비슷한 짜증을 억누르지 못하고 있었다.

 

 

여전히 시끌벅적했다.

평소처럼 활기 넘치는 거리 풍경을 바라보며 오소마츠는 큰길을 걷고 있었다.

이렇게 밖을 나다니는 일은 지금까지 묵인되고 있었다.

그것은 아직 오소마츠가 왕자였다는 이유가 컸다.

 

이 나라의 실권을 잡고 있는 것은, 왕자인 오소마츠였다. 현왕은 병상에 누워 일어나는 것조차 버거웠다.

그러나 아직 왕자의 입장으로 만족하고 있는 것은, 현왕이 생존하고 있음과 오소마츠가 아직 성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소마츠는 1년도 되지 않아 성년의 날을 맞이한다. 그리고 그 날이 대관식이 된다.

대대적으로 고지되지는 않았지만, 국민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비교적 자유로운 신분이 왕자인 그는, 시찰이라는 이름의 이 짓에 따라붙는 이도 없어 남몰래 지켜보는 이가 있었지만 성에서 빠져나올 수가 있었지만, 대관하면 그럴 수 없게 된다.

오소마츠의 검 솜씨는 누구나 잘 알고있지만, 그게 왕을 내버려둘 이유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 밖으로 쉽게 나오지 못하게 된다는 것은, 카라도 이제 볼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언제 봐도 변함없는 미소를 지으며 접객에 힘쓰는 카라의 모습을 먼발치에서 보던 오소마츠는 심장이 꽉하고 조이는 것을 느꼈다.

 

[로소! 오늘도 왔구나!]

[안녕, 카라. 오늘도 일하고 있네]

[너도 일하라고, 니트]

[넘해-]

 

로소는 직업 미상의 방탕아라는 설정이다.

카라와 만나기 전부터 마을에 내려오면 가끔 이곳저곳에서 심부름 등을 하며 푼돈을 벌어들였다.

참고로 자주 갔던 곳은 경마장. 첫 번째 계승권을 얻은 후 오소마츠가 세웠다.

 

[, 맞아. 오늘 밤에 한가한가? 당연히 한가하겠지만]

[, 뭐야 그 단정. 나도 예정 같은 거 있다구~!]

[바쁜 건가?]

[아니, 한가하지만. ? 무슨 일이라도 있어?]

[]

 

카라가 수줍게 웃는다.

오소마츠가 좋아하는 웃음이다.

 

[오늘밤, 축제가 있거든. ........가지 않겠는가? 같이]

 

수줍음으로 얼룩진 뺨.

홀린 듯이 열이 오른 자신의 심장을 옷 위로 움켜쥔 오소마츠는,

 

[..........]

 

하고 작게 대답을 돌려주는 것이 고작이었다.

 

 

 

 

 

 

 

 

어두컴컴한 밤의 장막이 내린 거리를 황황히 타는 불빛이 밝히고 있다.

낮과는 또 다른 정취의 흥겨운 음악이 들리고, 템포에 맞춰 북소리가 울린다.

횃불의 빛에 비친 행인들은 다들 즐겁게 어울렸다.

향냄새와 술 냄새, 노점에서 본 적도 없는 음식이 식욕을 자극하는 냄새로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3개월 간 계속되던 축제의 소란은 오늘밤으로 끝이 난다.

이 나라의 차기 왕이 재의 나라의 공주님과 혼인.

그 일이 있은 지 딱 석달이 지나기 때문이다.

얼굴을 마주쳐서는 안 된다는 기간은 오늘밤으로 끝나고 내일이면 겨우 두 왕자님과 공주님이 만날 것이다. 그리고 몸을 섞어 그 피를 다음 세대로 이어간다.

그것을 축하하는 축제의 밤이다.

 

(자신의 결혼을 축하하는 축제에 참가하다니, 역시 좀 이상하네)

 

오소마츠는 언제나의 장소에서 카라를 기다리고 있었다. 카라가 있는 상단이 평소 가게를 열던 길가의 카라와 만났던 장소.

축제 열기에 달아올랐는지, 다들 즐겁게 뺨을 물들이고서 웃고 있다.

축제를 즐기는 이유라고 하더라도 이만한 사람들이 오소마츠의 혼인을 축하해 주고 있는 게 솔직히 기쁘게 느껴졌다.

카라는 아직 오지 않는다. 조금 늦을지도 모른다고 낮에 말했기에 느긋하게 기다리기로 했다.

원래 마음이 느긋한 성격인 오소마츠는 기다리는 것을 싫어하지 않았다.

 

언제나의 장소에 걸터앉아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사람들의 웅성거림, 열기, 냄새.

모두가 평화를 나타내는 듯하다.

이것을 부술 수는 없다.

스읍, 깊은 숨을 들이마시면, 최근 맡아온 가장 익숙한 냄새가 난다.

두 번 어깨를 두드리는 느낌에 오소마츠는 얼굴을 들려다 멈춘다.

 

역시나, 라고 할까, 눈앞에 카라가 서있다.

그러나 항상 둘둘 감고 있는 파란색의 천은 감지 않고, 얼굴을 드러내고 있었다.

언제나 파란 천에 가려져서 보이기 힘든 눈동자는, 지금 훤히 드러나 횃불의 불꽃에 반사되어 파란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카라, .........]

[아아]

 

지금은 밤이니까, 탈 염려도 없으니까 말야.

아무것도 아닌 듯 선뜩 대답하는 녀석에 오소마츠는 반대로 할 말을 잃었다.

 

몰랐다.

카라의 머리가 푸른빛을 띤 긴 생머리라는 것도. 두터운 귓불도. 날카로운 턱라인도.

목젖의 형태도. 의외로 탄탄한 어깨 라인도.

드러난 목덜미가 새하얀 것도.

 

여기서 한시도 눈을 떼고 싶지 않다고 외치는 본능을 이성으로 억지로 굴복시킨 오소마츠는 자연스럽게 행동하려 의식하고 허리에 손을 올렸다.

 

[, 늦어~ 기다리다 지쳤다고오-]

[, 미안하다! 조금 준비하는데 시간이 걸려서.....]

 

입술을 내밀고 그렇게 말하며 허둥대는 카라는 또 눈썹을 아래로 늘어뜨렸다.

언제나 두르고 있던 천이 없어 표정도 행동도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

그의 강아지 같은 모습에 오소마츠의 심장은 다시 괴로워진다.

싫은 괴로움은 아니었다.

 

[기다리게 한 사과의 의미로 뭔가 쏘겠다! 로소, 뭐가 먹고 싶은가?]

[~일 비싼 거!]

[뭔가, 그게!]

 

즐겁게 카라가 웃는다. 즐거운 밤이 될 것 같다며, 오소마츠도 따라 웃었다.

 

 

 

 

저게 보고 싶어, 이게 먹고 싶어, 라며 마음에 드는 것을 찾으면 녀석의 소매를 끌고 가게에 들러 이것저것 가격을 물어보고 다녔다.

망설이는 카라를 오늘 정도는 괜찮잖아, 라며 설득하여 닥치는 대로 마구 사먹은 결과, 배는 산처럼 커져 탱탱해졌다.

이렇게 먹은 건 오랜만이라던 카라는, 매콤달콤한 양념장이 발린 소꼬치를 입맛을 쩝쩝 다시며 행복한 얼굴로 먹었다.

추의 나라가 요리로 유명했기에 맛이 있는 게 당연하겠지만, 분명 옆에서 맛있게 먹는 이 녀석의 탓도 있다고, 오소마츠는 생각했다.

무엇을 먹어도 카라는 맛있어, 맛있어 하며 기뻐했다.

손도 입 주변도 끈적끈적 걸신이 들린 아이 같아서.

못 말리는 녀석이네, 라고 생각하며 손수건을 내밀면 수줍게 뺨을 물들이는 그 모습은 어딘가 소녀다웠다.

노점에는 음식점만이 아니라 잡화상점도 많았다.

그 중 하나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뭔가 마음에 드는 거라고 있는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발걸음도 멈췄던지, 의아해하던 카라가 오소마츠가 어떤 가게를 응시하는 것을 깨닫고 그렇게 물어왔다.

같이 가게를 들여다보면, 아아, 납득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이거, 너희 가게?]

[그렇다. 뭐어, 원자재는 너희 나라거지만]

 

나란히 줄지어 있는 건, 섬세하게 가공된 장신구였다.

, , 백금 등이 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이 나는 가운데, 어린 아이들을 위한 값싼 유리구슬이 박힌 장난감 같은 것도 있었다.

광산이 많아 금도 은도 보석도 많이 나오지만, 가공 기술이 부족한 이 나라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훌륭한 세공품이었다.

 

[예쁘네]

[그렇지. 우리나라의 자랑이라고]

 

그렇게 말하며 부드럽게 웃었다.

가늘게 뜬 푸른 눈동자가 액세서리의 빛을 받아 더욱 반짝였다.

아아, 예쁘다.

 

[아저씨, 이거 줘]

[오냐!]

 

가게 앞을 지나면서부터 줄곧 오소마츠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것을 주인에게 내민다.

간단히 포장하려는 것을 막고, 요금만 지불하고 물건을 받았다.

 

[? 뭔가 산건가?]

[-]

[흐응......그럼 나도, 이거. 주세요]

 

휙하고 순식간에 계산을 끝낸 오소마츠에게 만족스러운 답변이 돌아오지 않자 카라는 조금 못마땅했는지, 보복인 양 손에 쥔 물건을 보이지 않으려 재빨리 계산을 끝냈다.

뭘 샀는지 묻자, 비밀이라며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다 댈 뿐 대답은 듣지 못했지만 그 행동만으로도 너무 귀여워 순식간에 마음이 녹았다.

 

가게에서 나와 다시 노점을 돌았다.

잡화점에서 이것저것 구경하고, 술을 마시고 고기도 먹고 단것도 먹었다.

그리고 광장으로 가서 노래에 맞춰 춤을 췄다.

사교댄스는 대강 배웠을 텐데도, 손을 맞잡은 카라는 아무래도 잘 되지 않는 모양인지 몇 번이나 발을 밟곤 했다.

그럼에도 점점 익숙해져, 둘이서 적당히 리듬에 맞춰 움직였다.

하나, , 빙그르르 턴.

웃고, 놀라고, 화내고, 다시 웃고.

즐거운 밤이었다.

터질 듯한 그의 미소도, 처음 잡아본 그 손의 온기도.

분명 평생 잊히지 않겠지.

 

 

 

 

 

 

 

 

 

 

[카라, 이쪽. 발 밑 조심하고]

 

거리에서 가까운 광산으로 카라를 데리고 왔다.

광산이라고 해도 성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어, 경관을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대부분 채굴되지 않았다.

그 때문에 많은 나무들이, 두 사람의 모습을 느긋이 지켜보고 있었다.

정비되지 않은 울퉁불퉁한 오솔길을 오소마츠는 성큼성큼 무성한 잎들을 헤치며 나아갔다.

뒤에서 따라오는 카라가 지나가기 쉽도록 배려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저기, 어디까지 가는 건가?]

 

당황한 듯한 카라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린다.

조금 술을 마신 탓일까. 그렇게 긴 거리도, 가파른 산길을 오르는 것도 아닌데 호흡이 조금 가빠졌다.

 

[조금만 더 가면 돼]

 

완만한 산길을 오르는 두 사람 사이로 대화가 아닌 축제의 소란이 바람을 타고 멀리서 울리고 있었다.

오소마츠의 말대로 그들이 걸음을 멈춘 곳은 얼마 되지 않는 곳이었다.

환하게 펼쳐진 그곳은 광장처럼 넓고 높기도 높아, 마을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었다.

 

[]

 

축제의 날이어서 성을 중심으로 수많은 횃불의 불꽃이 골목을 비추고 있었다.

포근한 오렌지 색이 두둥실 떠다니며 흔들거리는 모습은 환상적일 정도로 아름다웠다.

위를 보면, 만천의 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마치 시커먼 천 위에 별사탕을 흩뿌린 듯한 수많은 별들 사이에 환히 빛나는 보름달은 하늘 또한 오늘의 경사를 축복하는 듯했다.

입을 떡 벌린 채 그 경치를 바라보던 카라의 뺨이 서서히 서서히 장밋빛으로 물들어 갔다.

파란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을 모은다.

무심코 흘러나온 목소리는, 마치 탄성과도 같은 소리였다.

 

[...........굉장해]

[그치~? 여기라면 마을도 성도 전~부 볼 수 있다고]

 

오소마츠가 처음 이곳을 발견한 것은 변방에서 왕도로 찾아와 우격다짐으로 내란을 가라앉힌 바로 뒤였다.

정식으로 왕위 첫 번째 계승권을 얻어 앞으로 여러 가지로 살려야 하는 것이 산처럼 쌓여있었고, 오소마츠는 성을 몰래 빠져나갔다.

 

그날 처음으로 마을을 둘러봤다. 무너진 집, 거칠어진 밭, 살 기력을 잃은 듯 고개를 숙인 채 걷고 있는 국민들의 모습.

그때 겨우 오소마츠는 자기가 짊어지고 있는 짐의 무거움을 깨달았다.

내가 해내지 못한다면. 내가. 내가!

그리고 달아났다.

그때 무슨 생각으로 달렸는지, 무얼 봤었는지 이제는 기억나지 않지만, 확실히 오소마츠는 도망쳤다.

국민으로부터.

책임에서.

형제를 죽여버린, 자신이 저지른 죄로부터.

 

[처음 여기 왔을 때는 말이야.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 ~청 힘들었던 때였거든]

 

마을을 지나 산을 올랐다.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혼자 있고 싶었다.

하지만 할멈이, 스승님이 보고 싶었다. 혼자는 싫었다.

 

[저기 나무 그늘에 숨어서 울었어. 진심의 진심을 다해 통곡했어]

[진짠가]

[그렇다고~, 정말 엄청 울어서 말야. 나중에는 눈이 퉁퉁 부어서 완전 못생겨져 있었다구~]

[후후, 그건 좀 보고 싶을지도]

[안 보여줄 거거든, 그런 거]

 

나무 그늘에 앉아 무릎을 끌어안고 흐느꼈다.

아무도 없으니 그냥 큰소리로 울어버려도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신 안의 긍지가 그것을 막아섰다.

 

[여기에 올라왔을 때는 오전 중이었을텐데, 어느새 어두워져있어서 말야~ 나 얼마나 운 거야~ 하고 놀랐다니까. 그치만]

 

너무 울어 어질어질한 머리를 안고 천천히 고개를 들면, 주위는 깜깜해져 두려움이 엄습했다.

그렇게 흐르던 눈물도 단번에 쏙 들어갔다.

울고 울어서 속이 좀 시원해진 탓인지 머리는 냉정을 되찾았고, 이건 좀 위험한 걸, 이라며 급히 일어서는 순간.

 

[이 경치를 봤구나]

 

그때가 몇시였는지, 그날의 오소마츠는 몰랐지만. 달의 위치를 보고, 꽤나 밤이 깊은 시간이었다는 건 짐작하고 있었다.

본래라면 대부분의 인간이 잠들었을 시간대이다. 그런데.

 

성은 황황히 불이 켜져있고 마을에도 횃불에서 나온 흔들거리는 불꽃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드문드문 민가에 불이 켜지고, 가는 초승달이 희미한 빛을 비추는 아주 밝은 밤이었다.

 

오소마츠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따스한 빛이었다.

자신이 앞으로 지킬 나라. 지켜야 하는 나라. 지키고 싶은 나라.

이제 나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아마도 이때 오소마츠는 처음으로 자신의 책임도 죄도 기대도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

 

그 뒤 긴장이 풀린 오소마츠는 그 자리에 홀로 잠이 들었다.

이미 밤도 늦었고, 하산을 내일 하자고 생각하면서.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그날 밤에 일렁이던 불꽃들은 오소마츠를 찾던 수색대의 불길이었던 모양이다. 유괴니 암살이니 성안이 소란스런 가운데, 태연한 척하던 자신의 측근이 그날 계속 부들부들 떨었다는 건 훗날 메이드를 통해 듣게 되었다.

 

[그 뒤로, 뭔가 있을 때마다 여기에 왔어. 뭔가 힘을 얻는 듯한 기분이랄까]

[알 것 같아]

 

부드럽게 웃으며 카라가 스윽, 오른팔을 들었다.

그러고는 멀리 보이는 작은 불빛을 가리키며,

 

[저 빛이 보이는가? 저건 재의 나라의 부두에 세워진 등대의 불빛이다. 어두운 바다에서도 제대로 항구로 돌아가도록 일년 내내 꺼지지 않고 불길이 타오르고 있다]

 

그리운 듯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의 상냥한 말투는 마치 잠 못 이루는 밤의 자장가 같았다.

 

[그 등대에서 보는 바다는, 정말 아름다워서 말이야. 안 좋은 일이 있으면 거기에 가서 울곤 했다. 맑은 날에는, 하늘과 바다의 경계를 모르게 될 정도로 아름다워서]

 

너에게도 보여주고 싶군.

작고 작은 속삭임은 맥없이 스러졌다. 오른팔을 들고 있을 기운조차 없게 된 걸까, 축 힘없이 내려간 팔은 조금 떨리고 있었다.

 

그 순간, 오소마츠는 알아챘다.

카라가, 자신을 여기까지 데려온 오소마츠의 진의를 알아챘음을.

카라 또한 오소마츠와 같은 것을 전하려 한다는 것을.

 

[카라,]

 

무심코 이름을 불렀다.

카라가 오소마츠를 본다. 거의 키 차이가 없어 같은 위치에서 마주한 눈빛.

카라는 울고 있었다.

 

[이제 만날 수 없다]

 

뚝뚝, 굵은 물방울이 턱을 타고 흘렀다.

물기를 띤 푸른 눈동자는 마치 조용한 바다 같아서, 이런 때에도 아름다웠다.

 

[결혼 상대를 만나게 됐다. 지금까지처럼 자유롭게 나다니는 것도 이제 할 수 없어. 그러니 이제 볼 수 없다]

 

가지 말라고 외치면 편할 텐데.

가지 말라고 하면, 얼마나.

 

 

하지만 오소마츠는 세게 주먹을 쥐어 그 충동을 억눌렀다.

손바닥에 손톱이 깊게 파고들고, 시큰한 통증이 전해졌다.

미간에도 힘을 주어 눈물이 흐르려는 것을 참았다.

 

[.............나도]

 

눈물 대신 떨어뜨린 그 목소리는 작고 가냘팠다.

아아, 언제나 이 애 앞에서는 밝고 멋있는 카리스마 레전드였는데.

 

[나도, 그걸, 전하려 왔어]

[그래]

[]

 

억지로 웃어보였다.

눈은 웃지 않고 입가만 올라간 얼굴은 얼마나 꼴불견인 웃음일까.

평소처럼 웃지 않으면.

평소처럼 웃으면서.

웃으면서 고맙다고, 잘있으라고, 건강하라고, 행복하라고.

웃으면서 말하지 않으면.

 

[―――――으읏]

 

말할 수가.

없는데.

 

그것은 충동이었다,

의지가 없고. 이성도 없는. 그저 본능대로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충동.

충동적으로 카라의 몸을 껴안았다.

꿈속에서, 망상 속에서 수차례 해왔던 것을, 지금에서야 처음으로 해냈다.

분명한 살결의 감촉.

따스한 체온에 꿈속에서는 느낄 수 없는 충족감을 느꼈다.

 

꼭 붙어버린 몸.

하나가 된 가슴 속, 카라의 심장 고동이 느껴졌다.

같은 소리로, 같은 리듬으로, 강하고 강하게 오소마츠의 가슴을 두드렸다.

문득 그날의 할멈의 말이 떠올랐다.

 

언젠가 당신이 진심으로 소중히 여기는 누군가와 만났을 때, 그 답을 알게 될 거랍니다.

 

아아, 아아.

심장이 하나밖에 없는 이유를, 지금 깨달았다.

내 심장은, 또 하나의 심장은, 부족한 심장은.

 

 

여기에.

 

 

이 팔 안에 감싸고 있는 이 사람 안에.

카라 안에 있다.

 

 

오소마츠는 북받치는 격정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은 카라의 어깻죽지의 옷 색을 진하게 바꿨다.

오소마츠 또한 목덜미에 축축한 감촉을 느꼈다. 카라도 울고 있다.

카라의 향기로 온몸을 채우려는 듯, 오소마츠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흐릿한 울음소리를 흘리는 카라의, 드러난 하얀 목덜미가, 지금은 열에 달아올라 주홍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입술을 대었다.

하나, , 입술을 떼어내면, 그 때마다, 하나, , 새하얀 목덜미에 꽃이 피었다.

본능이 외쳤다.

이건 내 것이라고. 내 짝이라고. 나의 Ω라고.

 

(누구에게도)

 

누구에게도, 줄 수 없어!

목덜미를 강하게 강하게 빨아올리면 그곳에 하나, , 자국이 남고, 오소마츠는 뾰족해진 송곳니를 드러내었다.

그리고.

 

[――물어줘, 로소]

 

작고 작은 속삭임을, 받아들였다.

부드러운 살의 감촉. 약간의 땀의 맛. 부글부글 끓게 만드는, 카라의 냄새.

본능에 흔들리는 와중에, 작게 들려오는 그 목소리가, 오소마츠의 이성을 두들겨 깨웠다.

 

[물어줘. 로소의 것으로 만들어줘. 다른 사람의 것은 되고 싶지 않아. 로소의 옆에 있게 해줘.....부탁이야, 로소......]

 

덜덜 떨리는 카라의 팔이, 의지하듯 매달리며 오소마츠의 등을 끌어안았다.

흐느낌에 듣기 힘든 말을 하던 카라는 울면서 되뇌었다. 부르고 있었다.

로소 .

 

부드러운 살에, 아주 살짝 파고든 이가 떨리고 있었다.

벌어진 입 여기저기서 흘러넘치는 침이 카라의 목덜미를 더럽혔다.

온몸에 있는 구멍이란 구멍에서 땀이 쏟아져 나왔다.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이대로, 턱에 힘을 주어 목덜미에 잇자국을 남겨버리고 싶다.

목에 자국을 남긴다는 건, 짝이 성립된다는 것.

카라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물어뜯으라고, 본능이 외친다.

물어뜯어 흔적을 남기라고, 이대로 자신의 것으로 만들라고 외친다.

하지만.

오소마츠는 꽉 눈을 감았다.

 

[로소]

 

다시 눈을 떴을 때에 눈앞에 보이는 건, 놀라 눈을 크게 뜬 카라의 얼굴이었다.

망연히 오소마츠를 바라보고 있는 그 얼굴은, 마치, 엄마를 잃어버린 미아 같아서.

눈물로 마구 흐트러진 그 얼굴은, 어째선지 너무도 아름다웠다.

 

[미안, 카라. 나 너를, 물 수 없을 것 같아]

 

그렇게 말하며 어색하게 웃었다.

카라의 어깨를 붙잡고, 이성의 뜻대로 자신에게서 카라를 떼어 낸 오소마츠의 손은 재차 눈앞의 몸을 끌어안으려 했다.

그것에 맞서려 버티는 팔은 부르르 떨리고, 어깨를 잡은 손에도 힘이 들어갔다.

어깨에 손끝이 파고든다.

분명 아플 텐데도, 카라는 별말이 없다.

그저 멍하니, 오소마츠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여기서 짝이 된다면, 아마 언젠가 분명 후회할 거야. 나에게도, 카라에게도 할 일이 있었을 텐데라고. 후회할테니까, 이러면 안 될 것 같아]

 

본능에 맡기고, 감정에 맡기고. 그걸로 만사 오케이. 하나 해결!

운명의 짝인 두 사람은,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던가.

 

분명 그렇게 될 수는 없다.

 

그럴게, 이건 동화가 아닌 걸.

그리고 무엇보다 오소마츠도 카라도 인간이다. 본능뿐인 짐승이 아니다.

이성과 마음을 가진 인간이니까.

 

후회할 거다.

오소마츠의 나라로 찾아온 공주님. 카라를 짝으로 택했던 그의 결혼 상대.

오소마츠, 자신만 걸린 일이라면 상관없다.

하지만, 이건 심성이 고운 카라도 걸린 일이다.

상대도, 공주님도, 주변도, 모두가 사라지게 되는 날이 언젠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때 오소마츠는, 자신이 짊어진 무게를 버티면서 카라를 지탱하는 것이 가능할까?

[너를 좋아해. 사랑해. 이건 운명이라거나, 짝이라거나, αΩ도 관계없어. 너니까, 이렇게 좋아하게 된 거야]

 

참혹한 삶을 걸어왔다.

오소마츠의 목숨은 수많은 타인의 생명 위에 있었다.

지금까지 소중히 생각한 사람은, 모두 오소마츠 때문에 죽어 갔다.

그러니까.

 

[웃어, 카라. 네가 어딘가에서 웃으며 살아간다면, 나는 그것만으로 살아갈 수 있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만은, 웃으며 살아갈 수 있기를.

오소마츠는 빌었다.

있는지도 모를 신에게.

여태 살아오면서 한번도 믿지 않았던 신에게.

혹시라도 신이 있다면, 이번만은, 이루어달라고, 간절히 빌었다.

눈물이 그렁이는 카라의 푸른 눈동자에서, 오소마츠는 웃고 있었다.

억지웃음이 아닌, 평소와 다름없는 오소마츠의 미소였다.

 

카라는 알고있다.

오소마츠가, 진심으로 그렇게 말했다는 걸.

그리고, 오소마츠의 붉은 눈동자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이, 어딘가 안도감에 물들어있다는 것을.

 

뭐라고 할 말을 찾을 수 없어, 뻐끔뻐끔하고 산소를 탐하는 금붕어처럼 입술을 바르르 떨었다. 결국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카라는 이를 악물었다.

물어달라는 그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물어주길 원했다. 그의 것이 되길 원했다. 그의 것이 되고 싶었다.

모든 것을 잊고.

하지만, 그것만은 용서받을 수 없는 짓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알고 있지만, 눈앞의 남자에게 청했다.

자신을, 주변을, 지금까지의 모든 것을. 버릴 각오라고는 조금도 없었던 주제에!

[미안]

 

카라는 울었다.

 

[미안, 로소, 미안해]

 

겁쟁이라서, 미안해.

떨리는 손을, 그에게 뻗었다.

비슷한 크기의 손바닥에 감싸지고, 그대로 끌어당겨져 그에게 안겼다.

강하게 강하게 끌어안는 팔 안에서, 카라는 울었다.

 

오소마츠도 울었다.

너무 울어서 체온이 오른 가슴 속, 뜨거운 혈액을 보내는 심장이 거세게 뛴다.

그것이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강하게, 강하게 끌어안고.

이대로 하나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그것이 이루어질 수 없다면, 이대로 세상이 끝나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건, 어느 쪽이었을까.

 

 

 

 

 

 

 

 

 

몸 안의 수분이란 수분은 다 빠져나간 느낌이었다.

눈꺼풀이 무겁고, 목도 아프다. 눈물이 흘러 끈끈해진 뺨은 왠지 열이 올라있었다.

서로의 눈물을 받아낸 상의는 흐물흐물하게 더러워져 있었다.

시뻘겋게 충혈된 눈을 맞추고, 서로 껴안은 채, 둘이서 웃었다.

 

[, 지금, 엄청 못생겼어]

[사돈 남 말 하고 있군. 너야말로 최강의 못난이다]

[그런 꼴로 시집갈 수 있겠냐]

[, 안타깝지만 벌써 갔다고-]

[--, 그랬지 참]

 

 

분명 내일은 눈이 퉁퉁 부어오르고, 목은 쉬어서 심한 꼴이 되어있겠지.

만나면 안 되는 석달의 기간이 끝난 뒤, 기념해야 할 첫날인데 이런 얼굴이여서야 만날 수가 없다.

화내겠지-, 하고 투덜거리자, 나도 화낼 거야! 라고 답한다.

아무래도 둘 다 까다로운 녀석이 옆에 있는 모양이다.

그래도 싫은 얼굴은 하지 않는 걸 보니 분명 카라에게 있어서 그 사람은 소중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그야말로 오소마츠의 쵸로마츠처럼.

 

한바탕 서로 웃고, 오소마츠는 카라의 볼에 손가락을 대었다.

몇줄기의 눈물이 흐른 자국이 제대로 남아 아직 축축한 감촉이 느껴졌다.

 

[못생겼다니, 거짓말이야]

 

아무리 엉망진창으로 부어도.

 

[너는 언제나 귀엽다고]

 

아첨으로 귀엽다고 할 상태가 아닌데, 진심으로 그렇게 말하니 카라는 약간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고 눈꺼풀이 부어 있어 평소의 절반도 안 됐지만- 당황한 듯 시선을 피하며 흘끗흘끗 오소마츠를 보곤,.

 

[나도, 거짓말이다. 너도 언제나 멋있어]

 

부끄러운 듯 그렇게 말했다.

아아, 정말, 어째서 이렇게 귀여운 걸까. 라니 사랑스러운 거겠지.

 

[카라, , 줘봐]

 

순순히 내민 오른손을 잡고 오소마츠는 품에서 꺼낸 뭔가를 카라의 손바닥에 얹어두었다.

엷은 달빛이 반사된 그것은, 붉은 보석이 달린 귀걸이였다. 주변은 금으로 되어 있었고, 자세히 보면 작게 세공이 되어 있었다.

 

[이거...]

[아까 가게에서 샀어. 너한테 주고 싶어서]

 

붉은 보석은 빛에 따라 달리 보였다.

마치 유리 속에 진짜 화염을 가둔 듯이 흔들흔들 일렁이고, 따스함을 머금은 빛을 발했다.

어딘가 안심되는 듯한 그 상냥한 빛은 색은 조금 다르지만, 오소마츠의 눈동자와 많이 닮았다.

 

[이거, 이 나라에서 꽤 유명한 보석이야. 예엣~~날에 폭발한 화산의 마그마가 그대로 굳어진 거라고 하는데. , 진짜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말야]

 

그렇게 말하면서, 오소마츠는 카라의 왼손도 끌어당겨 양손으로 꽉 쥐었다.

그대로 카라의 손을 감싸듯이 쥐고 이마로 갖다대고는 눈을 감았다.

따뜻한 손이다. 상냥한 열.

부디, 부디 이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게 되기를.

오소마츠는 기도했다.

 

[식어도, 굳어도 붉은 색을 유지해서, 미래영겁 변함없는 사랑을 맹세할 때 주는 거야]

 

빨강은 사랑의 색이다. 이 몸에 흐르는 피의 색이다. 박동하는 심장의 색이다.

그것을 보석으로, 눈에 보이는 형태로, 상대에게 주는 것은 그 상대에게 마음을, 몸을 주겠다는 것.

 

[로소]

[...........받아 줄래?]

 

이마에서 손을 떼고 그래도 여전히 카라의 손을 잡은 채- 눈을 떠보니, 카라는 다시 울먹이고 있다.

한번 통곡하고 나니, 눈물샘이 고장이라도 난 걸까.

끄덕끄덕, 카라는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도 역시, 줄 것이 있다는 듯 잡힌 손을 풀고 자유로워진 왼손을 주머니에 꽂았다.

 

[나도 이거. 로소가 받아줬으면 좋겠어]

 

카라가 내민 것은 푸른 보석이 달린 귀걸이였다.

오소마츠가 건넨 것과는 달리 은 세공이 된 것에 보석이 박혀있었다.

짙은 감색에 가까운 색이나, 엷은 파랑, 빨강과 초록색을 띤 청색 등, 색이 다른 파란색이 뒤섞여 녹은 듯한 신기한 색의 보석이었다. 보석 자체에서 반사되는 빛은 적지만, 안에 미세하게 금가루가 흩어져 그게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이 보석은 재의 나라의 해저에서밖에 얻을 수 없다고 들었다. 산호조각과 조개의 일종이라고도 하지. 여러 가지 색이 섞여있지? 바다의 색, 하늘의 색, 대지의 색, 초목의 색이다. 이 보석 안에 작은 세계가 갇혀있는 셈이지]

 

그것은 재의 나라에서 예로부터 전해지는 이야기였다.

보는 각도에 따라 보이는 색이 다른 이 보석에는 작고 작은 세계가 펼쳐져 있고, 생명이 싹튼다고 한다.

산호인지 조개인지 자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원래는 살아있는 생명체에게서 태어난 돌이라는 얘기도 그 전설의 기반이 되었다.

 

[항해에 나서는 남자가, 소중한 사람에게 주는 거다.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나의 세계를 당신에게 맡깁니다

작은 세계를 중요한 사람에게 맡기고 육지에 남김으로써, 육체가, 영혼이, 미련 없이 그곳으로 되돌아올 수 있도록 기도를 한다.

 

[사는 곳이 다르더라도, 반드시 너의 곁으로 돌아오겠다]

 

제대로 웃지 못하고, 울먹이는 얼굴로 카라가 속삭였다. 오소마츠도 굳은 얼굴 근육을 간신히 풀어 웃어보였다.

지금까지 하고 있던 귀걸이를 빼고 카라의 손바닥 위에 널브러진 푸른색을 구멍에 끼웠다.

카라의 귀에도 똑같이 해주었다.

자신의 색인 빨간색이 카라를 장식하고 있는 것이 그거 기뻤다.

 

[이 보석처럼 시들지 않는 사랑을, 이 피를, 이 심장을, 당신에게 바칩니다]

[이 보석처럼 선명한 사랑을, 이 마음을, 이 세계를, 당신에게 바칩니다]

 

톡 부딪친 이마는 열기를 띠고 있었지만, 맞잡은 손끝은 차가웠다.

깜박거림 없이 그저 똑바로 서로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지 않았다.

넘치는 마음을 거짓 없이.

그저 똑바로 서로의 모습을 두 눈에 담았다.

다시는 만날 수 없을 나의 사랑.

영혼만은, 마음만은, 너의 곁에 있도록.

기도를 한다.

소원을 빈다.

밤이 끝난다.

 

 

아침이 온다.

 

 

 

 

 

 

 

그 뒤로.

새벽을 기다리다 산을 내려온 두 사람은, 안녕, 하고 그 자리에서 헤어졌다.

이승에서의 이별이라고는 생각하기도 힘들 정도로 간단히 인사를 남기고 뒤돌아 걸어가기 시작했다.

오소마츠는 돌아보지 않았다.

분명, 카라도 돌아보지 않았을 것이다.

마음은 전부 저기에 두고 왔다.

마지막 순간까지 잡았던 손의 온기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청색을, 오소마츠는 평생 잊지 않을 것이다.

두 번 다시 이곳에 오지 않을 것이다.

 

 

 

 

 

 

 

 

 

성에 돌아오자, 문 앞에서 쵸로마츠가 팔짱을 끼고 서있었다.

 

[어라라, 쵸로짱 아냐~~ 뭐야뭐야, 이런 아침 일찍부터 무슨 일?]

 

 

평소처럼 말을 걸었지만, 눈을 부어있고, 코는 빨갛게 되어있어, 이 상태로는 평소의 오소마츠라고 누구도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평소라면 외박을 한 오소마츠에게 잔뜩 윽박지르고 설교를 시작해야할 측근이 얼굴색 하나 바꾸지 않고서 오소마츠를 보며,

 

[...........끝난 거야?]

 

라고만 물었다.

너무 조용한 말투에 오소마츠는 맥이 빠지면서도 물어본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다.

 

[...........]

 

 

끝내고 왔어.

미소로 그렇게만 말한다.

그래, 라고 영혼 없이 고개를 끄덕인 쵸로마츠는 분명 오소마츠의 갈등도 결단도 미련도 알고 있을 것이다.

어제와는 다른, 이제부터 왕이 되는 주제에 너무 값싼 귀걸이를 달았음에도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럼, 얼른 목욕하고 들어가서 자! 오늘 저녁에는 공주님과 상견례가 있으니까, 그 부어오른 못생긴 얼굴을 어떻게 좀 하라고]

[못생겼다니!! *너무우~~~쇼크얌-!!]

(*쇼와 풀코스 오소파트)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그의 친절이 고마워서, 조금, 아주 조금, 가슴이 아팠다.

 

 

 

 

 

 

 

 

그날의 할멈의 말을 떠올렸다.

언젠가 당신이 진심으로 소중히 여기는 누군가와 만났을 때, 그 답을 알게 될 거랍니다.

 

 

오소마츠는 몰랐다.

오소마츠를 낳고 바로 죽어버린 어머니.

오소마츠를 감싸다 죽은 할멈과 유모.

오소마츠의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며 죽어간 스승님.

왜 그렇게 되었는가.

, 누구를 위해 죽었는가.

왜 그렇게 누군가를 사랑했는가.

 

오소마츠는 몰랐다.

 

 

그러나 카라와 만나고, 카라에게 끌리고, 카라를 사랑하고, 카라를 잃은 지금.

오소마츠는 알 것 같았다.

나의 운명. 나의 짝. 나의 심장. 나의 돌아갈 장소.

모든 것은, 그에게 있다.

 

 

오소마츠의 오른쪽 가슴의 심장 속에 있다.

 

 

똑똑, 조용한 방에 노크 소리가 울린다.

방 밖에서, 가실 시간입니다. 하고 쵸로마츠의 목소리가 들려 오소마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귓가에서 빛나는 피어스를 건드린다.

열기가 사라져 조금 미적지근해진 그것도, 언젠가 추억이 되는 것일까.

젊은 시절, 그런 사랑을 했었지 라며 웃으며 말할 수 있게 될까.

그때는 재의 나라 공주님을, 조금이라도 좋으니, 사랑할 수 있게 되기를.

 

[지금 갈게]

 

소중하게 여길 수 있게 되기를, 하고 오소마츠는 생각했다.

 

 

 

 

 

 

 

 

 

 

혼례를 올린 날과 같은 곳에서 만남이 이루어졌다.

그날 향기를 내던 독한 꽃의 향기는 없고, 바닐라 같은 달콤한 향기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이 냄새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가급적 입으로 호흡했다.

 

[저기이, 쵸로짜앙~ 그날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향냄새 너무 심하지 않아? 코 이상해질 것 같아~!]

[이제 공주가 오니 조용히 하세요, 쿠소마츠 왕자. 어쩔 수 없잖습니까. 전에는 발정 방지를 위해 억제 효과가 있는 강한 향을 피웠습니다. 오늘은 잘 모르겠지만]

[, 갑자기 거칠지 않아, 쵸로마츠 재상 보좌?? 게다가 그런 거 들은 적 없다고오-!]

[지금 말했잖습니까]

[에에~....]

 

옆에 있는 쵸로마츠에게 작은 목소리로 불평하자, 매몰찬 잔소리만 돌아온다.

하지만 쵸로마츠 자신도 너무 강한 냄새에 견디지 못한 걸까, 오소마츠의 바람대로 향을 끄라고 뒤에 있는 시녀에게 지시를 한다.

향로 뚜껑을 덮자, 향기가 엷어진다.

그리고 깨닫는다.

 

[................?]

 

향냄새 사이로 퍼지는 냄새.

그것은 비유하자면, 바다에 있는 과수원 같은.

상쾌하게 새콤한, 오소마츠가 좋아하는――.

 

[――!!]

[! 어이?!]

 

한가지 가능성이 떠오르자, 오소마츠는 참지 못하고 일어섰다.

그대로 몇 미터 떨어진 문 쪽으로 뛰어나갔다.

쵸로마츠가 붙잡는 소리에도 그의 발은 멈추지 않았다.

 

설마. 아니, 그치만.

, 향기는――.

 

 

대신이 막아선다. 병사들이 막아선다. 하지만 멈출 생각은 전혀 없다.

기세에 몸을 맡기고 무거운 문을 열어젖히면 거기에는 이미 재의 나라 공주님의 일행이 서있었다.

마침 방으로 들어오던 중이었는지, 많은 시녀와 병사, 그리고 공주의 측근으로 보이는 소년이 한명.

그리고.

 

 

[..........................,]

 

 

얇은 천을 몇 겹 포개고 풍성하게 볼륨 있는 푸른 드레스의 풍성한 레이스가 바람에 흔들린다.

잘록한 허리. 살집 없는 얇은 몸. 피부 노출을 최대한 막아 하얀 살결.

긴 검을 머리를 땋아 파란색과 분홍색 장미로 장식한 머리.

거기에 입가까지 덮고 있던 천이 문이 열리는 풍압에 의해 날아올라 그 아름다운 얼굴이 드러났다.

늠름한 눈썹. 시원스런 턱선. 귓가에 빛나는 붉은 보석.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푸른 보석 같은 큰 눈동자.

 

카라.

 

나의, 심장.

 

바람이 가라앉아, 은의 베일이 눈을 가렸다.

그래도 시선이 마주쳤음을 알 수 있었다.

아아.

 

 

[꿈만 같아............]

 

 

떨리는 목소리로 작게 중얼거린다.

흰 장갑에 감싸진 그 손이 닿자, 그가 가늘게 떨고 있음을 알아챘다.

열을 전하듯이 힘을 주면, 약한 힘으로 맞잡는다.

 

 

[.........즉의 나라 첫째 왕자, 왕위 첫 번째 계승자인 오소마츠입니다. 당신의 이름을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눈가가 뜨겁다. 방심하면 흘러넘칠 것 같아 오소마츠는 미간에 힘을 주고 참았다.

그러난 공주님은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 재의, , 나라의, , 첫째, 공주........]

 

조각조각 나뉜 말에 눈물이 섞여 듣기 힘들었다.

오소마츠는 맞잡은 손 하나를 풀어 얼굴을 덮은 베일을 걷었다.

눈물이 가득 차올라 일렁이는 푸른 보석은 아름다워, 그 안에 비치는 오소마츠는 마치 바다에 있는 것만 같았다.

빠질 것만 같았다.

 

 

[, 카라마츠, 라고, , 니다....! , 우으, .........]

 

 

카라는, 카라마츠는 간신히 그렇게 말하며, 참지 못하고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우아한 공주님의 우는 모습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의 울음이다. 어린애 같다.

그러나 그런 점도 참을 수 없이 사랑스러웠다.

 

 

[카라마츠 공주. 나의, 카라마츠. 내 곁에 있어주시겠습니까?]

[, 네에에~~...........!!]

 

 

끌어안은 몸속에서 오소마츠의 또 하나의 심장이 뛰고 있다.

즉의 나라 사람들도 재의 나라 사람들도 모두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고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

그야 그렇다. 오소마츠도 모른다.

그저 아는 것은, 두 사람이 언제까지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고 하는 동화 속 이야기는 있을 법한 이야기라는 것과.

 

 

[카라마츠으, , 역시 우는 얼굴 못생겼네-!]

 

 

아무리 우는 얼굴이 못생겼어도 이 팔 안에 있는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귀엽고,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다고 생각하는 이 마음은, 계속 변함없을 것이라는 것뿐이었다.

 

 

 

 

 

 

 

 

 

 

 

 

 









* 나라 이름은 한자 그대로 번역해서 

조금 어색한 감이 있습니다 ㅠㅠㅠ






왕공에 오메가 조합이라니 최고네요!


오타 확인한다고 했는데 있을지도 모르겠네요ㅠㅠ

전 오타 상습범이니까요.........


아무튼, 오타가 있다면 큰소리로 불러주세요!

반응 느리지만 고치러 옵니다!! 'ㅂ'














허락받은 작품입니다

무단전재는 금지입니다!!!




오역, 의역, 발식자 주의

불펌금지, 공유는 블로그 주소를!!

http://joniamhungry.tistory.com/




 【블로그 이용시 필요한 공지들 링크】


*저작권/무단전재 관련*


*요청 관련*


*R18 비번 관련*
































 

카라마츠와 5인의 악마

 

 

 

 

 

확실히, 그때는 심했다.

브라더 5명 전원이, 설마하니 내게 둔기를 던질 거라고는.

 

하지만, 나는 믿고 있다. 당연하잖아?

녀석들은 나와 똑같은 피가 흐르고 있는 형제다.

좀 지나칠 때도 있지만, 사실은 좋은 녀석들이다.

――― 그 증거로,

정신이 들었을 때, 피투성이인 채로 도로에 쓰러져있는 나를 형제 모두가 둘러앉아 있었다.

오소마츠도 쵸로마츠도, 이치마츠도, 토도마츠도, 쥬시마츠도.

다정한 얼굴로 나를 들여다보고는, 모두 나를 부축해주었다.

보라고.

그러니까, 말했잖아. 믿고 있다고.

모두 구하러 와주었다. 의심하지 않았다고, 요만큼도.

버릴 리가 없다. 배신당했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형제의 인연에 대한 모독이다.

? 아무래도 심한 부상을 입은 나를 보고 다들 초조한 모양이다.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전원이 힘을 모아 나를 옮겼다.

분명 병원에 데려가려는 거겠지.

이 얼마나 행복한 순간인가. 형제 모두가 나를 위해 행동하다니.

역시 나의 사랑스런 형제들이다.

사실은 다섯명 모두 너무너무 상냥하고 착한 녀석들이라는 걸.

 

 

나는 믿고 있었다고.

 

 

 

 

 

 

 

 

 

 

 

 

[, 돌아왔다]

 

집에 돌아가서, 평소처럼 멋진 포즈를 취하며 드르륵 문을 열자,

사랑하는 브라더 5명 모두 이쪽을 바라본다.

? 별일이군. 나의 귀가에 브라더들이 반응하다니.

항상 뒤돌아 보지도 않는 이치마츠까지 이쪽을 보고 있다.

 

[..........브라더-?]

 

그런게.

이쪽을 보면서도 그 누구도 말을 하지 않는다.

왜 그러지? 모두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눈을 뜬 채 나를 본다.

토도마츠는 스마트폰을 든 채로.

쥬시마츠는 휘두르던 방망이를 어정쩡한 위치까지 스윙한 채.

이치마츠는 고양이를 쓰다듬던 손을 멈추고.

쵸로마츠는 읽던 잡지를 툭하고 떨어뜨린다.

오소마츠형은 물구나무 서기로 아빠다리를 하고 있었던지 그 상태 그대로 털썩 쓰러진다.

그래도 모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이쪽을 보고 있다.

?

아니, 전원의 시선을 받는 것은 나쁘지 않다. 나쁘지 않지만.

왜들 이렇게 모두가 깜짝 놀랐다는 얼굴을 하고 있는 걸까.

모처럼 돌아왔다. 사치를 부리자면, 미소로 맞아주길 바랬건만.

 

―――아아, 그런가. 그런 건가.

그런 심한 짓을 했으니, 역시 조금 서먹서먹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건가.

잘못을 저지른 상대에게 미소로 맞이하는 건 좀 그렇다고 생각한 거겠지.

역시 마이 브라더즈. 착한 사람이 아니라면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이제 2층에서 물건을 던진 것쯤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데.

 

[, 어서와! 카라마츠형]

[아아! 늦게 돌아와서 미안하다. 내가 없어서 외로웠나, 브라더-?]

[......하하, 변함없이 안쓰럽네에]

 

드디어 입을 연 쥬시마츠에, 토도마츠도 츳코미를 넣는다.

 

[, 일단 앉으라고 카라마츠]

[차라도 가져올까? 마실래?]

 

오소마츠형이 탁탁 다다미를 두드린다.

쵸로마츠는 답을 듣지도 않고 주전자에 손을 뻗었다.

이치마츠는 여전히 이쪽을 보고 있다 시선이 마주치자 고개를 돌려버린다.

분명,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는 거겠지.

무리해서 말하지 않아도 되니까.

괜찮다. 너희들의 심정은 충분히 알고 있으니까.

 

 

 

 

 

 

 

 

 

 

 

유괴 사건에서 며칠이 지난 후.

최근, 브라더들이 친절하다.

물론 원래 착하고 좋은 놈들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어쨌든 내 형제들이니까.

다만, 어째서 이 시점에 갑자기 친절해진 걸까, 하고 의문이 들었다.

아직 심한 짓을 한 것에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걸까.

그렇게 신경을 쓰면 이쪽도 괜히 마음이 쓰이는데.

 

[.....카라마츠형. 노래, 부르고 싶슴다...]

 

그날은 쥬시마츠였다.

거실에서 거울을 보던 내 뒤로 말을 걸어왔다.

손에는 내 기타를 들고 있었다. 대답을 듣기도 전에 미리 가지고 온 모양이다.

언제나 쥬시마츠는 힘차게 덤벼들곤 했는데 어째선지 오늘은 쭈뼛쭈뼛한게 영 어색한 모습이다. 내가 다쳐서 신경을 써준 걸까. 평소의 활기찬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 좋다고 마이 리틀 브라더. 발라드 부를까?]

[, ! 추임새 넣겠슴다!]

[발라드에 추임새인가, 새롭군. 좋아, 지붕으로 갈까]

[아이아이!]

 

쥬시마츠는 어디서 가져온 건지 탬버린까지 들고 짤랑짤랑 흔들었다.

평소라면 시끄럽다며 다른 형제가 화를 내곤 했는데, 그날은 어째선지 누구도 불평을 하지 않았다.

 

[.....저기, 카라마츠형]

[?]

[역시, 화났슴까?]

[? 뭐가 말인가]

[내가.......그릇 던진, ]

[....., 뭔가 또 그 일인가.

논논논 쥬시마~. 이몸이, 지난 일로 꽁해있는 그런 한심한 남자라고 생각하는 건가?]

[정말? 정말 화 안 났어?]

[아아, 정말이다]

 

그 대답에 쥬시마츠는 언제나와 같이 활짝 웃었다.

그리고 하루종일 지붕 위에서 많은 노래를 불렀다.

쥬시마츠는 싫증을 내지도 않고 즐겁게 노래를 불러주었다.

 

역시 마음에 두고 있었군...

역시 내 사랑하는 동생. 상냥하고 좋은 녀석이다.

 

 

 

 

 

 

 

 

 

 

 

[.......카라마츠형. 낚시하러 가자]

 

다음날은 토도마츠였다.

거실에서 거울을 보고 있자, 뒤에서 말을 걸어왔다.

조금 움찔움찔 거리는 것이, 역시나 내 상처를 염려한 거겠지.

 

[, 좋다고 마이 라스트 브라더-. 생선에게 나의 사랑을 전하러 가자고]

[또 러브레터? 그냥 평범한 미끼로 낚으면 좋으련만.....그런 걸로 낚일 리가 없잖아]

[논논, 톳티? 낚시라고 하는 것은 성과가 다가 아니다. 그 과정을 즐기는 것! 그리고 그 인내의 시간........그래, 너와의 토킹 시간이 중요하지, 안 그런가]

[우와, 안쓰러...]

 

같이 낚시하러 간 적은 많지만, 역시 이렇게 같이 가자고 불러주는 편이 훨씬 기쁘다.

토도마츠는 아픈 척을 하면서도 쓴웃음을 지었다.

퍼펙트한 패션으로 갈아입고 오겠다고 하자, 막을 줄 알았던 토도마츠는 가만히 기다려주었다.

 

[....저기, 카라마츠형]

[뭔가?]

[역시, ....났지?]

[? 뭐가?]

[내가........꽃병 던진 일]

[너도 신경 쓰고 있었던 건가? 곤란하군.....그래, 그럼 반대로 물어보지. 토도마츠가 나였다면 미운 상대와 함께 낚시를 가겠는가?]

[...........안 가, 겠지]

[그치? 그런거다]

[정말? 이제 다 풀렸어? 진짜지?]

[아아, 맹세한다]

 

내 대답에 토도마츠는 기뻐하며 평소의 여자 같은 귀여운 얼굴로 웃었다.

그리고 하루종일 둘이서 낚이지 않는 낚시를 즐기며

토도마츠는 싫증도 내지 않고 언제나 그랬듯이 나와 이야기를 나눴다.

 

너도 역시 신경 쓰고 있었군.

역시 나의 귀여운 동생. 상냥하고 좋은 녀석이다.

 

 

 

 

 

 

 

 

 

 

[저기, 상담이 있는데]

 

다음날은 쵸로마츠였다.

거실에서 거울을 돌여다보고 있자, 정면에서 스윽하고 종이 뭉치를 내밀어왔다.

몹시 진지한 얼굴. 뭘까, 상담이라니 형으로서 최선을 다하겠지만, 반대로 기대에 부응할지 어떨지 조금 불안하다.

그치만 어째설까, 그렇게 말한 쵸로마츠 본인이 불안한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았다.

뭐지, 그렇게나 심각한 상담인가.

 

[......토토코짱의 다음 라이브 의상. 어떤게 좋을까 하고....]

[토토코짱의!?]

[그래. , 일단은 매니저 하고 있으니까. 무상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왕 할거라면 제대로 하고 싶어서. 토토코짱의 인기가 오르지 않는 건 매력을 끌어내지 못한 내 탓일지도 모르고....]

[....., 그래서 이 퍼펙트한 감각을 가진 형의 도움을 받고 싶다는 건가.

좋다. 내게 맡겨라. 이제 토토코짱의 단독 콘서트는 따낸거나 마찬가지라고]

[아니, 노래까지 부탁하지는 않았으니까]

 

대량으로 있는 후보 의상 중에서, 이건 좀 아니다- 싶은 건 뽑아낸다.

생선에서 좀 멀어진 의상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내 길티한 패션 센스로 토토코짱의 사랑스러움을 지워서는 아무런 이득도 없다.

좀처럼 이거다, 하는 게 결정되지 않았지만, 하나 아래의 동생과 부담 없이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즐거웠다

 

[...........저기, 카라마츠]

[?]

[역시, 화났지]

[? 뭐가 말인가]

[내가.........프라이팬 던진 거]

[뭔가. 너도 신경 쓰고 있었나, 마이 트윈 브라더-. 그렇게나 이 형이 믿음직스럽지 못한 건가?]

[그런 건 아니지만........]

[논논논, 안 된다고 쵸로마츠 매니저. 우리는 지금 토토코짱의 일에 집중을 해야 한다고~?

잡념은 사고를 흐리게 할 뿐이다. 그런건 토토코짱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정말, 화 안 났어?]

[어리석은 질문이로군]

 

내 대답에 쵸로마츠는 조금 놀란 듯 하면서도 기쁜 표정을 지었다. 평소의 딱딱한 표정을 풀고, 좀처럼 볼 수 없는 잔뜩 풀어진 미소를 보였다.

 

너까지 신경 쓰게 만들고 말았군.

역시 내가 신뢰하는 동생. 상냥하고 착한 녀석이다.

 

 

 

 

 

 

 

 

 

 

[카라마츠으~ 돈 좀 빌려주라~]

 

그날은 오소마츠형이었다.

거실에서 거울을 보고 있자, 옆에서 뒹굴뒹굴 구르면서 평소와 다름없는 얼굴로 말을 걸어왔다.

하지만 왜일까. 기분 탓인지 평소와 같을터인 걱정 없는 미소가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돈이 있을 리가 없잖나]

[그렇겠지이. -, 같이 경마나 가려고 했더니...]

[? 같이 가다고 하다니 별일이군. 형은 대체로 혼자 다녔잖아?]

[그건 그래. 그럴게, 혹시라도 따버리면 바로 들키잖아. 경마 경찰 24시 출동이라구. 하지만, 너라면 다물고 있을 거잖아-]

[...........옷장의 내 서랍. 나이스한 스팽글 블루 팬츠 속]

[?]

[내 비상금이 거기 들어있다. 거기에 넣어 두면 왠지 모르겠지만 들키지 않거든]

[뭐어, 그런곳 뒤지는 걸 들켰다간 네 패션이 궁금한 놈 취급 받으니까 말이지......랄까, ? 써도 되는 거야?]

[이번 뿐이니까]

 

모처럼 같이 가자고 해줬다. 어차피 쓸 예정도 없는 돈이고, 조금쯤은 괜찮겠지.

오소마츠형은 너무나 기뻐하며 내 옷 속에서 봉투를 찾아냈다.

 

[........저기, 카라마츠]

[? 뭔가]

[역시, 화났지?]

[뭐가 말인가]

[.....내가 배트 던진 거]

[뭐야. 그런것에 신경 쓰고 있었던 건가, 형답지 않군]

[나답다지 않다니 뭐야? 평소의 나 어떤 이미지!?]

[이미 지난 일이다. 다른 동생들에게 그런게 아니라면 그걸로 됐다]

[......., 그런 짓 안 한다고....]

[그렇다는 건, 거꾸로 말하면 오소마츠에게 있어서 나는 본연의 감정을 드러낼 수 잇는 유일무이한 동생이라는 소리다. 다섯명의 동생 중에서 특별한 존재라........, 괜찮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마이 퍼스트 브라더?]

[아야야야야야야야!!! 갈비뼈 부러져어!! 그만하라고, 기습은 야메떼!?]

[어째서 아픈 건가!?]

 

형은 아픈 척을 하면서도 웃고 있었다. 평소와 다름없는 웃음.

그 뒤, 경마의 결과는 정말이지 눈부셨지만, 질때마다 울고 웃고 즐거웠다.

빈털터리가 되어도 좋을 정도로.

 

 

자유 분방한 형까지 신경을 쓰게 만들었군.

역시 나의 유일한 형. 상냥하고 좋은 녀석이다.

 

 

 

 

 

 

 

 

 

 

 

[지금, 시간 괜찮아?]

 

그 다음날은 이치마츠였다.

거실에서 거울을 보고 있었더니, 어느샌가 옆에서 가만히 이쪽을 보고 있었다.

솔직히 이치마츠는 오지 않을거라고 생각해서 조금 놀랐다. 네가 내게 말을 걸어주다니 몇 년 만일까.

변함없이 무뚝뚝한 표정으로, 그래도 가만히 나를 봐주고 있었다.

 

[, 왜 그러나. 무슨 일이라도 있는가?]

[......그런 건 아닌데]

[?]

[평소랑 마찬가지. 뭔가 있는 건 아니고........그냥 고양이한테 먹이주러 가려는 것뿐]

[, 아아. 그래서........?]

[.........너도 가고 싶어 하지 않을까, 해서]

[에에에?]

[.......싫으면 됐어]

[, 싫지 않습니다!! 가겠습니다!! 얼른 가자!!]

 

이건 틀림없다. 나와 같이 가고 싶었던 거다, 그 이치마츠가.

마다할 이유는 없다. 기뻐서 표정이 잔뜩 풀어지려는 것을 다잡기가 힘들다.

 

골목길에 가니 고양이가 잔뜩 있었다. 이치마츠가 왔을 뿐인데 모두 일제히 몰려든다.

굉장하구나, 이렇게나 많은 러블리한 캣을 따르게 하다니 역시 이치마츠다.

반대로 내게는 한 마리도 달려들지 않았다. 심지어 털을 곤두세우며 위협하기까지 했다.

길고양이는 경계심이 강하다는 건가.

여기까지 길들이기까지 이치마츠는 얼마나 많은 단련을 거듭한 걸까.

 

[........쿠소마츠]

[?왜 그러나]

[쿠소마츠에 반응하지 말라고, 카라마츠]

[, 미안합니다]

[말하고 싶은 게 잇다면, 말해도 되니까]

[]

[....화내는 거잖아, 우리들이 한 짓에. 그럼 그냥 소리치고, 때리고, 화내면 되잖아]

[, 잠깐 기다려라 이치마츠]

[설마, 아무리 착해빠진 너라도 맷돌을 던진 나를 원망하지 않을 리 없잖아]

[.........물론 원망하지 않았을 리는 없다]

[! , 그럼.........]

[하지만 뭐라고 한들 너는 나의 소중한 동생이다.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생각한다고?]

[―――]

[흐흐~?형의 위대함을 깨달았는가? 마이 스위트 브라더~?]

[.....바보 아냐...!]

 

거칠게 말하면서도 이치마츠는 그 날 하루종일 내 곁에 있어주었다.

끝까지 이치마츠의 친구인 고양이들은 나를 위협하고 따라주지 않았지만.

나와 이치마츠가 친한 것을 보고 질투를 한 건가? 죄 많은 남자로군, 나는.

 

하지만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서툰 너까지 신경 쓰게 만들다니.

역시 내가 사랑하는 동생. 상냥하고 착한 녀석이다.

 

 

 

 

 

 

 

 

 

 

 

[...............저기, 카라마츠]

 

 

모두와 각자 다른 취미를 즐기고 온 그 다음날.

언제나 그렇듯 거실에서 거울을 보고 있으면, 모두가 나란히 이쪽을 보고 있다.

나란히 줄서서, 왜 그러는 건가 다들.

 

[저기, 카라마츠형, 오늘은 뭐 할래?]

[뭐 하고 싶어? 이번에는 야구? 강에서 같이 헤엄칠까?]

[냐짱 라이브 같이 가서 보지 않을래?]

[파칭코에 새로운 기계 들어왔다던데, 갈래?]

 

역시 상냥한 나의 형제들.

A형은 걱정이 지나치다고들 하던데, 다들 혈액형도 같으니 같은 생각인 건 어쩔 수 없나.

나 따위를 이렇게 신경 써주다니.

사죄하고 있다는 건 알지만 나는 그때의 일에 전혀 화나지 않았다.

너희가 한 짓은 이제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데.

소중한 형제들에게 내가 화낼 리 없잖아?

[뭔가 하고 싶은 게 있는 거지? 안다고, 우리들]

[그러니까, 말해! 뭐든지 할테니까]

 

.........뭐든지?

곤란하군. 그렇게까지 말하면, 어리광 부리고 싶어지잖아.

이렇게까지 걱정해주는 사람들에게 고집을 부리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지만,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그렇게까지 말해준다면.

...........말해버릴까. [부탁].

뻔뻔하다고 생각해서 말하지 못한 부탁이지만.

 

[......뻔뻔하다고 미워하지 않으면 좋겠다만]

[역시! 역시 있구나, 부탁할 거. 괜찮아, 뭐든 말해!]

[괜찮은가? 그럼.........]

 

역시 마이 브라더들.

알고있었구나. 역시 나의 분신이다.

콜록, 하고 조금 일부러 헛기침을 냈다.

정말 멋대로인 부탁이라 말하기가 힘들어 조금 멋쩍었다.

 

[뒷산은, 춥다. 혼자 있으면 외롭고. 비가 내리면 땅 속은 추우니까.

..............그러니, 다시 묻어주지 않겠나? 우리집 마루 밑에]

 

 

안 될까? 모두와 함께 있고 싶다.

 

라고 조심스럽게 웃어보였다. 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째선지 다들 얼굴을 딱딱하게 굳힌 채 좀처럼 대답을 하지 않는다.

 

그치만, 들어주겠지?

모두 상냥하고 좋은 녀석들이니까.

 

 

 

아무것도 비치지 않는 거울을 책상에 두고, 나는 다시 모두를 보고 웃었다.

 

 

 

 

 

 

 

.

 

 

 

 

 

 

 

 

 

 




개인적으로 이 소설 마음에 드네요

뭔가 찡-하고 살짝 소름돋는 호러감각!!

후후후......

뭔가 좀 변태같당ㅎㅎㅎㅎㅎ






이 소설과 앞의 [카라마츠와 친절한 악마의 이야기]는

하루나님의 사변 단편모음 중 1과 3입니다.

엄청 많은 분들이 요청해주셨는데 이제서야 가져오네여 'ㅂ'a


2는 본편의 외전 같은 거라서

우선 본편 먼저 가져오고 가져오겠습니다! :)


어...언제 가져올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번역중인 소설이 잔뜩이라

죄송합니다.........이것저것 번역해서 흑흑ㅠㅠ


스레 넘나 어렵다구요ㅠㅠㅠㅠ























허락받은 작품입니다

무단전재는 금지입니다!!!




오역, 의역, 발식자 주의

불펌금지, 공유는 블로그 주소를!!

http://joniamhungry.tistory.com/




 【블로그 이용시 필요한 공지들 링크】


*저작권/무단전재 관련*


*요청 관련*


*R18 비번 관련*




はるな 님의 작품입니다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6862782





















카라마츠와 친절한 악마의 이야기

 

 

 

 

[꽤 오랫동안 이 짓을 해왔지만, 이렇게 비참한 녀석은 좀처럼 없는데 말이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사뿐히 땅에 착지해 그것을 내려다본다.

피투성이의 잠옷 차림. 제대로 포장되지 않아 울퉁불퉁한 길에 쓰러진 그 몸에서는, 아직 새로운 피가 울컥울컥 솟아나 웅덩이를 만들고 있었다.

 

[..........으응?]

 

천천히 그 파자마의 사내가 눈을 뜬다.

순간적으로 시야에 들어온, 자신을 내려다보는 내 모습에 놀랐는지 몇 번 눈을 깜빡인다.

 

[.....오소마츠형?]

[헤에, 너한테는 내가 그렇게 보이는 건가]

[? 무슨 소린가]

 

후아아, 하고 하품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 모르는구만, 이 녀석. 자기가 어떤 상황인지.

 

[마츠노 카라마츠. 너한테는 내가 오소마츠형이라는 사람으로 보이는 거야?]

[그러니까 무슨 소리야, . 머리라도 다친 건가?]

[그건 너잖아]

[게다가, 뭔가 그 뿔은. 날개도 달고......멋진 코스프레로군]

[코스프레가 아니라고. 나는 악마다]

[.......? ........., 기이한 인연이로군. 나는 칠흑의 타락 천사다]

[너 재밌는 녀석이네]

 

그러니까, 그런 설정 같은 게 아니라니까.

뭐어, 놀라서 허둥거리는 것보다 덜 성가셔서 좋지만.

귀찮다고, 이건 완전 처음부터 설명하는 패턴이잖아. 이 녀석 머리 나빠보이고.

 

[내 모습은 보는 인간에 따라 달라. 대부분이 녀석이 가장 신뢰하는 인물이나, 동경하고 있는 인물. 인생에서 가장 영향을 미친 인간이 보이는 모양이야. 그렇게 하는 편이 경계심을 없앨 수 있으니까]

 

뿔과 날개, 꼬리는 없앨 수 없으니까, 녀석한테는 그 오소마츠형이라는 인간이 악마 코스프레를 한 모습으로 보이는 걸까.

내 말에 놈은 멍청한 표정을 한다. 역시 머리 나쁘네.

웃거나 질색하거나 하는 건 그것대로 열받지만, 다행히 그런 기색은 없었다.

 

[솔직히 말할게. 넌 죽었어]

[?]

[사인, 머리 손상으로 인한 두개골 함몰 및 과다출혈. 어떤 흉기가 치명상이었는지 알고 싶어?]

[........., 아니..........?]

[아직도 모르겠어? 정말 바보네, . 잘 보라고, 네 발 밑을]

 

시키는 대로 아래를 쳐다보는 녀석은 원래도 큰 눈을 더욱 더 크게 뜬다.

그야 놀랍겠지. 발밑에 굴러다니는 건 자신의 시체.

머리는 움푹하게 파이고, 쩍하니 갈라진 상태. 팔도 다리도 한쪽씩 기괴하게 틀어진.

훌륭하게 사후 경직 중―――.

 

[, 정신! 정신 차려라, !!]

[뭐야, 그거 개그? 무리라고, 진작에 죽었어]

[죽어......내가........?]

 

비틀비틀 주저앉아 자신의 시체에 쭉 뻗은 손은, 당연하게도 잡히지 않고 통과한다.

, 믿고 싶지 않은 것도 무리는 아니지.

형제 모두의 손에 무참히 살해당하다.......라니.

악마인 나도 동정할 지경이라고.

 

[너는.....저승사자인가?]

[악마라고 했잖아]

[영혼을 인도하러 오는 건 저승사자의 일이잖아]

[잘 알고있네, . 칠흑의 타락 천사니 뭐니 말하던데, 그런거 좋아해?]

 

코스프레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날개를 퍼덕여 살짝 하늘로 날아오른다.

 

[맞아, 네 영혼을 인도하는 건 내 일이 아니야. 회수할 수는 있지만, 그건 죽음이랑 별개의 얘기. 너 운 좋은 거라고? 악마가 계약하러 오는 건 복권이 당첨될 확률보다 낮으니까 말야]

[계약......?]

[그래, 계약. 이런 단어 좋아하지? 너처럼 구원할 수 없을 정도로 꼴사납게 죽은 녀석에게 협상하러 온 거야. 흔히 말하는, 소원을 들어주는 대가로 영혼을 줘같은]

[정말 흔하군]

[냉정하네, 의외로]

 

귀찮지만 제대로 설명하고 계약하지 않으면 혼을 받을 수가 없으니까.

저승사자가 회수하러 오기 전에 얼른 계약을 해야지.

아마, 녀석은 나와 계약을 할 것이다. 그야, 이런 최후라고?

이런 비참한 죽음을 맞은 놈들은 그 분노를 돌릴 원인이 분명하게 있다.

미련이 있는 놈들도 마찬가지로 소원을 빌게 되어있다.

 

[저승사자에게 회수되면 그냥 그대로 성불할 뿐이야. 그럴거면, 차라리 나랑 계약하고 소원을 이루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고?]

[정말로 뭐든 들어주는 건가]

[물론. 뭐든 들어주지만, 한 개만 가능하니까 말야. 자알~ 생각해서 말하라구]

 

, 들을 것도 없지만.

형제에게 살해당한 불쌍한 영혼. 그렇다면 분노의 화살은 하나.

어떤 복수를 할지 정도는 택하게 해줄테니까, 마음대로 해도 좋다고.

네가 죽었을 때와 같은 방법으로 해도 좋고.

지옥불로 집과 함께 통구이를 만드는 건 어때?

집에서 나오는 녀석들을 하나씩 폭주 열차로 치어 죽이는 것도 좋지.

아니면, 죽는 게 낫다고 생각될 정도로 고통스러운 병을 주는 방법도 있어.

가장 마음에 드는 방법을 택해도 된다고.

 

[........., 소원으로]

[살려달라는 건 안 되니까]

[]

 

어라, 정곡?

있지- 이런 녀석. 이런 생활하면서 많이 봤다고.

그래도 그건 무리지. 그런 건 하느님이랑 협상하라고. 난 악마니까 말야?

[.....어떻게 해도 안 되는가?]

[? 뭐가]

[그니까, ......살아나는 거]

[그니까, 그런건 무리라고. 살아나면 혼을 받을 수가 없잖아? 난 악마지 봉사자가 아니거든-]

[10.......아니, 5분이라도 좋다. 그것도 안 되는가?]

[. 그걸로 좋아?]

 

뭐야 이거. 드문 리퀘스트네.

.......... 아아, 그건가! 알겠다. 자기 손으로 끝장내고 싶다는 건가!

살아나서, 살해당한 원한을 스스로 털어내고 싶다는 거구나.

뭐어, 확실히 녀석의 집은 눈앞에 있고, 자신의 원수가 거기에 있으니까 말야.

죽어도 죽는게 아니겠지.

 

[알겟어! 좋아, 10분간 널 살려줄게. 그걸로 계약성립이다?]

[괜찮은가?]

[그 대신, 그 후에는 얌전히 영혼을 줘]

 

그렇게 결정됐으면 얘기는 빠르지.

, 손가락을 튕기자, 눈앞의 영혼이 육체로 돌아간다.

느릿하게 일어난 모습은 여전히 멍청한 얼굴.

영혼의 상태여도, 육체로 돌아와도 딱히 변함이 없다.

본인도 그렇게 느꼈는지, 두리번거린 후에 물끄러미 자신의 손을 보고 있다.

아아, 물론 상처는 치료해줘야지. 저렇게 심하게 다친 몸으로는 살아나도 한발짝도 못 움직일 테니까.

소생과 치유는 악마로서 어떤 의미로는 규율을 어기는 셈이지만, 10분 정도라면 들키지 않겠지. 게다가, 조금 기대된단 말이지.

이 사람 좋아 보이는 바보 같은 남자가 어떤 얼굴을 하고, 어떤 복수를 할지가.

 

[서비스로 무기 빌려줄까? 나이프나, 일본인이라면 검?

괴롭게 죽는 독도 있고, 아니면 권총으로 빵야- 하고 한방에! 뭐든 말해]

 

.............어라?

눈앞에서 모처럼 이것저것 무기를 꺼내보였지만, 어느새 파자마 녀석은 저 멀리 달아나고 있다. 녀석의 피로 범벅된 등이 집에서 점점 멀어진다.

 


―――?

아니아니아니!! 네놈 집은 여기잖아? 왜 엉뚱한 방향으로 전력 질주?

[에에에에? 잠깐, 너 설마 도망치는 거야!?]

 

날개로 순식간에 녀석을 쫓아가,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 녀석의 옆에서 외친다.

뭐야, 너 살아났더니 이제야 죽는게 두려워져서 도망친다던가 그런건 아니겠지?!

말도 안 된다고!?

[어이어이, 도망치려고 해도 헛수고라고!! 내가 옆에 없어도 넌 10분이 지나면 바로 시체로 돌아가니까 말야!!]

[알아, 그래서 서두르고 있다]

 

알아? 근데 왜 뛰는 건데?

이제 녀석의 집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졌다.

 

[뭐야? 뭐가 하고 싶은 거야, ?]

[시체에 말을 거는 건가?]

[교묘하게 말 돌리지 마!!]

 

어디 가는 거냐고 묻기도 전에 생각보다 빨리 녀석의 발은 멈춰섰다.

눈앞에는, 조금 낡은 높은 건물.

이 근처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지 않나 싶다.

한밤중이라 위에서 아래까지 쭉 나열된 유리창은 전부 캄캄하다.

누군가를 만나러 온 건가? 아니, 아무도 없을 것 같은데.

 

[, 늦었다.....]

[뭐야, 여기. 누가 있는 거야?]

[아무도 없기를 바란다. 불법침입으로 잡힐테니까]

[뭐야, 그게. 그럼 뭐하러 온 건데?]

[금방 끝난다.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어주겠나]

[아니, 그럴 수는 없다고]

 

땀을 닦는 녀석의 뒤를 따라 어두컴컴한 비상계단을 오른다.

설마, 마지막으로 좋아하는 여자를 만나 사랑의 고백? 아니, 봐달라고 그런 흔한 전개는.

뭐어, 이쪽은 아무래도 좋지만.

 

........하지만, 녀석이 향한 곳은.

누군가의 집이 아니었다.

 

[.......옥상이라니, ]

 

설마, 최후에 만천의 미드나이트 star가 보고 싶었다거나 말하는 건 아니겠지?

, 말할 것 같아 녀석이라면.

내 물음에 답도 않고 주저 없이 곧장 앞으로 걸어간다.

녀석은 앞을 막아선 녹이 슬어 낡은 난간을 가볍게 넘고서야 걸음을 멈췄다.

 

[.......? , 뭐하는 거야?]

[보고도 모르겠나]

[아니, 알겠는데. 어째서?]

 

뭐야, 이 녀석. 뭐하는 거야? 아까부터 악마의 예상을 뛰어넘는 행동만 하는데요.

뭐냐고, 진짜. 이미 죽었는데 뭘 하려는 거야?

이제 몇분 후면 다시 너덜너덜한 시체로 돌아가는데.

그런 짓하는 의미 있어?

[그치만, 이대로 내가 시체로 돌아가면, 녀석들은, 형제를 살인한 살인범이 되어 버리잖나]

 

활짝 웃으며 말하는 녀석.

평범한 인간의, 평범하게 좋은 미소.

 

[이 높이라면, 토마토처럼 찌부러질테지? 이 앞은 차도이고, 잘하면 그 위로 떨어져서 트럭에 치일지도 모른다.

―――운 좋게 엉망으로 형체도 찾아볼 수 없게 된다면, 내 몸에 남은 녀석들의 흔적은 물론이고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그렇게 말하고는.

앞으로 5센치면 떨어질 그런 아슬아슬한 장소에 선 녀석은.

인간의 오락인, 연극이라는 거? 아무튼 거기서 할 법한 인사를 하고는 이렇게 말했다.

 

[고맙다, 형과 닮은 친절한 악마여.

―――나의 소중한 형제들이 살인자가 되지 않게 해줘서]

 

그러면서 살짝 웃는 녀석의 모습은

순식간에. 미소와 함께, 휙하고 사라졌다.

 

[...............]

 

. 진짜다. 비슷하긴 한가.

텅텅 빈 머리가 납작하게 찌부러지는 소리는.

토마토가 바닥에 떨어졌을 때의 소리와 닮았다.

 

[........아래에서 기다릴 걸 그랬네]

 

 

빌딩의 아래가 소란스러워진다.

 

 

 

 

그럼. 빨리 내려가서 영혼을 회수할까.

 

 

 

 

 

 

.

 

 









이 바보!!

친절(상냥)한 건 너다 임마!!!ㅠㅠㅠㅠ


어디까지 영고인 거야 젠장!!ㅠㅠㅠㅠㅠ















허락받은 작품입니다

무단전재는 금지입니다!!!




오역, 의역, 발식자 주의

불펌금지, 공유는 블로그 주소를!!

http://joniamhungry.tistory.com/




 【블로그 이용시 필요한 공지들 링크】


*저작권/무단전재 관련*


*요청 관련*


*R18 비번 관련*





































스타바의 쉐이크는 사랑의 맛

 

 

 

 

 

[좋아한다]

[나도 그래]

 

즉각 대답이 돌아왔다. 0.1초도 걸리지 않았다.

 

무심코 멍하니 상대방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니, 그치만, 계속 생각했다.

미안이라고 사과할 수도 있고, ‘기분 나빠라고 거부하며 화를 낼지도 모르고....어쩌면 여태 쌓아온 관계를 지속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 갖가지 생각으로 괴로워하고 있었다.

집을 나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럼 그냥 다물고 있었으면 될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연정을 마음속에 담아두기에는 너무 컸다. 좋아하는 사람이 계속 옆에 있는데, 억누르는 것도 이미 한계였다.

 

만약 이 고백이 떨떠름하게 되더라도, 그건 그때다. 나중에 생각할 일이다. 그런 낙관적인 생각이었으나, 이젠 그런 가벼운 각오로 고백한 과거의 자신을 사정없이 힘껏 후려치고 싶다.

 

도대체 이 세계 어디에 형에게 좋아해라고 고백하고, 순식간에 OK당하는 동생이 있는가.

 

혹시 놀리는 건가? 아니면 얘깃거리로 써먹으려는 건가?

이 형은 상당히 음습한 구석이 있으니,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오히려 그럴 가능성이 더 크다. 그렇게 생각하고 살며시 옆을 보면, 눈앞의 형은 농담이라곤 생각할 수 없는 진지한 표정으로, 숟가락으로 쉐이크를 휘휘 젓고 있었다.

 

. 에에~. 오소마츠 너, 지금 대체 무슨 감정인가? 한순간이라도 좋으니, 오소마츠의 속을 들여다보고 싶다. 아까의 답변의 진의를 묻고 싶다.

 

[이거, 맛있네~ 신메뉴지?]

[, 아아....]

 

우리가 있는 곳은 스타바다. 평소 이런 화려한 곳에 있지는 않지만, 토도마츠에게 신메뉴가 나왔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일부러 그것을 맛보러 왔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런건 명분. 사실은 오소마츠와 데이트 할 구실을 원했다. 토도마츠와 가고 싶었지만 안쓰럽다며 거절당했다고 말하며 동정심을 유발하는 눈빛을 하고선 사줄테니 같이 가자고 부탁했더니 오소마츠는 기쁜 듯 활짝 웃으며 따라왔다. 원래 동생이 신경써줬으면 했던 데다 사주겠다는 말을 듣고 오소마츠가 거절할 리 없다. 어쩜이리 단순한 형인가, 라며 황당해했지만, 이렇게나 기쁜 듯한 표정을 보이는 오소마츠를 보니 가슴이 꾸욱 조여와 괴롭다. 당연하다. 나는 그런 오소마츠를 좋아하니까.

 

그래서 지금 내 손에는 초콜릿 쉐이크, 오소마츠의 손에는 바닐라 쉐이크가 있다. 오소마츠는 쉐이크에서 눈을 떼지 않고, “가끔은 달콤한 것도 좋지~” 등을 얘기하고 있었고, 나는 그 순간 갑자기 쾅, 하고 머리에 큰 충격을 받은 느낌이 들었다. 알아챈 것이다.

 

오소마츠, 착각하고 있어.

 

내가 [(쉐이크를) 좋아한다] 라고 말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낙심하며 고개를 떨군다. 틀렸다. 여섯 쌍둥이고 니트인 우리는 이렇게 단둘이 있을 기회가 거의 없는데. 아마 그거다, 오소마츠는 나의 [좋아해]라는 말의 대상이 이 쉐이크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바로 [나도 그래]라고 제대로 대답했던 것이다. 분명하다. 그 외에는 있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이 세상에 조금도 얼굴을 붉히지 않고, 뜸도 들이지 않고서 고백을 바로 OK하는 녀석이 있겠는가? 없다. 절대 없다.

일인칭을 붙였어야 했다. 확실하게 [네가 좋다]라고 말했어야 했다. 벌써 나의 고백으로부터 5분이 지났고, 이제 와서 [아니, 내가 좋아하는 건 너다]라니, 수치스럽다. 이건 진짜 아니다. 그렇다면 고백하지 않는 편이 훨씬 낫다. 아아, 나는 바보다. 스타바에서 고백하는 게 아니였다.

 

애초에 고백이란 건, 야경이 보이는 호텔에서 와인을 기울이며 하는 것이 내 우상이었는데. 하지만 그런 것은 진작 포기했다. 오소마츠형을 사랑한 시점에서 그런 건 없다. 애당초 똑같이 생긴 남자 둘이서 고급 디너를 먹고, 스위트룸 입장이라니, 뭐야, 그거 호러? 완전 무섭다고. 내가 웨이터였으면 저 멀리 떨어져있었을 거다. 그리고 분명 나중에 Twitter 등에 퍼지겠지. 뭐어, 호텔이 아니라도, 평소에 내가 카라마츠 걸을 기다리는 다리 위여도 괜찮다. 나는 정장을 차려입고서 준비한 장미 꽃다발을 오소마츠에게 내민다. 그리고 청혼, 같은 걸 50번은 망상했지만 역시 그것도 포기했다. 왜냐면, 오소마츠가 싫어할 것 같아서. 좀 부끄럽네, 라며 얼굴을 붉힌다면 오히려 기쁘겠지만, 그렇지 않고 너 미쳤어?’라며 진짜 이상하다는 듯이 멸시와 경멸에 찬 눈으로 볼 거다. 그렇게 되면 나는 죽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해서 오소마츠의 호감도를 낮출 거라면 무난하게 가는 것이 낫다. 정장도 아니고, 장미도 없이. 야경도 없고, 지금은 낮. 그래도 멋은 부리고 싶으니까, 평소의 이상적인 차림으로 왔다. 사실은 선글라스가 평소보다 조금 업그레이드 된 것인데....알아채지 못하는구나. 그래도 괜찮다. 오소마츠에게 고백해서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그걸로 거절당한다고 하더라도, 맞는다고 하더라도, 그건 그것대로 받아들인다. 만약 내 마음을 받아들인다면.....그건 이미 오소마츠가 아니다. 아마 내용물은 우주인이나 뭔가겠지. 나를 속여서 어떤 이득을 보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치만 실패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마음속에서 머리를 끌어안고 절규한다. 오소마츠에게 있어 내 말은 절대 고백이 아니다. 그냥 쉐이크의 감상을 말했을 뿐으로 되어 버렸다고오오. 이럴거라면 다소 경멸의 눈빛을 받더라도 다리 위에서 고백했으면 좋았다. 대사도 오소마츠 같은 바보라도 단번에 알 수 있도록 제대로 말했을텐데. 좀 더 고져스하게 장식한 멋진 말이여도 좋았겠지만, 남자라면 고백은 쿨하게 해야 하는 거잖아?

그런데 이제 틀렸다. 전부 실패했다. 오소마츠를 염려해서 평범하게 내뱉은 말도, 차림새도, 장소도 좋지 않았다. 당연한가. 그럴게 이건 평소의 일상과 조금도 다름이 없다. 오소마츠가 내 말을 일상적인 것으로 받아넘기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코를 살짝 훌쩍이며 애꿎은 쉐이크만 들이킨다. 왠지 온몸의 패기가 빼앗긴 느낌이다.

오소마츠가 내 쉐이크를 바라본다.

[초코, 맛있어?]

[? ....아아, 맛있다]

먹어 보겠냐고 물으면, 오소마츠는 기쁜 표정으로 받아들인다. 오소마츠가 나의 초콜릿 쉐이크에 꽂힌 빨대를 입에 물었다. 우와, 간접키스다. 지금 기분으로는 전혀 감흥이 없지만.

 

쉐이크를 다 마신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서 출구로 향했다. 스타바를 나서면서, 이 가게에 오기로 결정했을 때는 가게를 나올 무렵에 일이 이렇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겠지, 라고 생각한다.

 

 

 

 

 

집에 돌아가 혼자 생각에 잠긴다.

 

오늘의 고백은 오소마츠형에게 있어 고백으로 포함되지 않는다.

 

그렇다는 건, 다시 고백할 수 있다는 게 아닌가?!

그렇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조금 적극적인 기분이 된다.

이번에는 그런 비극을 만들지 않도록 시간과 장소, 대사 등 상황을 다시 짜면 된다. 오히려 실패해서 다행이었는지도 모른다.

 

 

 

 

 

 

 

이치마츠는, 이치마츠가 오소마츠형 앞에서 내 옷을 입고 나인 척 했던 사건 이후로, 왠지 전보다 내게 태도가 부드러워졌다. 마음이 쓰였던 건지 모르겠지만. 전에는,

[이치마츠, 내 선글라스 못 봤는가?] [죽어]

라고 끝났던 대화도,

[내 선글라스 못 봤는가?] [식탁 위에 있었는데] 라고 끝나는 수준으로 승격했다.

굉장한 진보이다. 이전 상태를 생각하면 믿을 수 없다.

어떤 기적이 일어나서 이치마츠의 마음에 변화를 가져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행운의 여신이 내게 미소를 짓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건 그렇고, 나는 이치마츠에게 상담하기로 했다.

이치마츠가 내 상담을 들어준 적이 있었고, 이치마츠도 내게 [네 가죽 재킷, 다시 입어보고 싶어] 라고 한 적이 있었다.

 

[저기, 이치마츠. 오소마츠형에 대한 건데]

그렇게 말을 걸면, 여태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던 이치마츠의 어깨가 움찔 흔들렸다.

[.......이치마츠, 왜 그러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만]

[? 아니, 아무 것도 아니야. 오소마츠형이 어쨌다고?]

 

[실은 나...........오소마츠형이 좋다]

 

이치마츠의 얼굴이 싸악- 하고 굳었다. 미안하다 이치마츠. 그렇겠지, 역시 기분 나쁘겠지. 형이 근친상간에 호모. 나도 형제로부터 그런 커밍아웃 발언을 듣는다면 질겁할 것이다. 그리고 꿈인지 아닌지 의심하겠지.

 

[........, 카라마츠......그건, 그거지? 형제적인 의미로 좋아한다는, 거지?당연히]

[당연히 틀리다]

단호히 대꾸한다.

[연애적인 의미로 좋다]

[아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웃--------------------!!!!!!!!!!]

이치마츠가 그렇게 소리를 질러 깜짝 놀랐다. 그대로 이치마츠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등을 구부리고 쿵쿵 바닥을 두드리며 흐느꼈다. 그렇게나 충격이었을까. 상담할 사람을 잘못 골랐는지도 모른다. 이치마츠는 입도 무거울 것 같고, 무엇보다 성벽의 종합 백화점에 가까운 사람이니 호모도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받아들일 수 없어!!!!!아무리 성벽이 왜곡되어 있다고 해도, 근친상간인 호모한테는 이길 수 없어!!게다가 이쪽도 상대랑 같은 얼굴이라고!!!!]

그렇게 말해 미안한 마음에 등을 쓰다듬어 주며,

[그래서 이번에 고백하려고 생각하고 있는데...]

라고 하면, 이치마츠는 딱, 행동을 멈춘다. 아까까지 들리던 오열도 사라졌다.

 

[이치마츠................우왓!!!]

빙글, 하고 한번에 이치마츠 얼굴이 이쪽을 돌아본다. 방금 분명 목이 150번은 돈 것 같다. 엄청 무섭다고.

 

[? 고백? 이라고 말했냐? 환청?]

[환청이 아니다. 이번에 오소마츠한테 고백할 거다]

 

다음 순간 이치마츠에게 꽈악, 멱살을 잡혔다. 구엑, 힘이 들어 이상한 소리가 나왔다. 이치마츠에게 멱살을 잡히는 것도 꽤 오랜만이군. 이치마츠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다 못해 흙빛이었다. 이거 죽는 거 아냐? 입에는 거품도 물고 있고.

[쿠소마츠. 그만둬. 고백은 그만둬]

, ?

[아무튼 그만두라고, 쿠소마츠. 그보다, 형제한테 고백해서 행복한 결말을 맞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고...]

그렇지 않다. 남자끼리, 그것도 형제인데, 세상도 가족도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다만 전하고 싶었을 뿐이다. 자신이 조금씩 키워왔던, 이젠 너무도 크게 자라버린 이 사랑에 종지부를 찍고 싶었던 것이다.

[그만둬, 그런거 마음만 아플 뿐이잖아....]

[오소마츠형이 받아주지 않을 거라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전하고 싶어. 알아줬으면 해. 이 사랑을. 달콤하고, 슬픈 이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그 존재만이라도 알리고 싶다.

이치마츠는 내가 상처 받지 않도록 말려주는 거지, 상냥하군. 이라 말하며 웃으면, 이치마츠는 왠지 울 것 같은 얼굴로 고개를 숙인다.

이윽고 고개를 들고, [역시 고백은 그만두는 게 좋아] 라는 확연한 어조로 말한다.

[그치만, .......]

[오소마츠형 때문이라고. 좋아하는 사람을 괴롭게 하고 싶지는 않잖아?]

그리고, 이치마츠는 충격적인 말을 했다.

 

[........오소마츠형, 쵸로마츠형하고 사귀고 있다고]

 

 

 

 

 

 

[]

 

 

 

 

사귀기 시작한 건 아마 몇 달 전부터, 라고 얘기를 어렴풋이 떠오르는 기억을 더듬어 이치마츠가 말을 했다. 꽤 최근이잖아. 어느새 형제들 사이에 그런 일이.... 쥬시마츠와 토도마츠도 아는가? 알고 있겠지. 나만 몰랐다. 나만 오소마츠와 쵸로마츠가 사귀는 것도 모르고, 오소마츠에게 고백을 하니 마니, 어떻게 고백을 하겠다 등을 떠올리며 혼자 이불에서 굴렀던 것이다. 그 사실을 생각하니 견딜 수가 없었다.

 

 

 

아아, 부끄러워 부끄러워 부끄러워!!!!!!

 

 

 

옆에 있던 시계를 집어들어 벽에 내던졌다. , 하는 소리가 나고, 벽에 내팽개쳐진 그것이 바닥에 떨어진다. 덧붙여서, 지금은 2층의 우리방에서 나 혼자 뿐이다. 이치마츠도 아까전에 찜찜한 듯이 나가서 집에 있는 건 나 혼자 뿐이다.

 

좀 더 일찍이 고백을 했어야 했는데, 라는 생각이 솟아올랐다.

그치만 쵸로마츠보다 먼저 고백했다고 해서 내가 오소마츠와 연인이 될 수 있었을까?

오소마츠는 고백받았으니, 그럼 사귀자, 같은 타입인지도 모르지만 남자 형제 상대로 그럴 리는 없다. 쵸로마츠와 교제할 때에도 고민을 하고 결정했을 것이다.

 

 

아니, 잠깐만. 누가 쵸로마츠가 오소마츠에게 고백했다고 했지?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나는 바보인가! 오히려 반대였어!!

머리를 끌어안고 데굴데굴 6명분의 넓은 이불 위를 구르며 괴로워한다.

혹시, 어쩌면, 오소마츠 쪽에서 쵸로마츠에게 고백했는지도 모른다. 원래 평소에도 여러 가지로 놀아줘~ 놀아줘~ 라며 엉겨붙는 형이다. 그 상대도 대체로 쵸로마츠이다. 예전에도 쵸로마츠에게만 여행을 가자고 했고, 시코시코의 일도 집요하게 놀려댔다.

저번에 밤중에 시코시코 하고 있는 날 발견했을 때는 말 없이 문 닫았던 주제에!! 나와 이치마츠가 겹쳐져 오해할 만한 상황이 발각됐을 때에도 꽤나 영혼 없는 어조로 질겁했던 주제에.

 

 

[...............훌쩍]

생각하면 할수록 짐작 가는 것이 많아 울적해진다.

 

 

 

나의 사랑 오소마츠는 쵸로마츠와 사귀고 있다.

 

 

 

 

그 사실에 내 마음은 전례 없는 큰 타격을 받았다.

 

 

 

 

 

 

[쵸로마츠으~ 형아랑 파칭코 안 갈래~?]

[나 오늘은 할로워크 가니까 패스]

오소마츠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쵸로마츠의 허리를 끌어안고, 같이 가자~ 가자아~ 라며 조르고 있다.

 

그 모습을 거울을 보는 척하며 슬쩍 훔쳐보고 있는데, 옆에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토도마츠가 내 근처로 슬쩍 다가와, [저 두 사람, 신경 쓰여?] 라며 웃음기 가득한 말투로 속삭였다.

나는 흘끗 토도마츠를 보고, [토도마츠는 알고 있었는가?] 라고 물었다.

[뭐를?]

[사귀는 거]

오소마츠와 쵸로마츠 두 사람을 턱으로 가리키면, 토도마츠는 [당연하잖아]라며 히죽 웃었다.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어찌저찌 눈치채고, 오소마츠형을 추궁했더니 금방 털어놓았다고, 라며 사악한 얼굴로 말했다.

[그렇게 알기 쉬웠는가?]

나는 전혀 몰랐는데. 나는 평소에도 둔감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이렇게 토도마츠처럼 눈치가 빠르지가 않으니 말이지.

[엄청 알기 쉬웠다구!] 라며 토도마츠가 작은 목소리지만 강한 어조로 말했다.

[오소마츠형 엄청 핑크빛의 기운 내뿜었다구? 행복 오오라 엄~청 내뿜었으니까 말야! 모르는 게 이상하다고-]

[그런 기분을 내뿜었던가?]

[눈치채지 못한 건 카라마츠형 정도라고]

풀이 죽어 거울을 바라보면, 거울 속의 자신이 엄청 한심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다. 오소마츠는 그렇게나 핑크빛의 행복 오오라를 냈던 건가. 전혀 몰랐다. 그만큼 오소마츠를 좋아하니 뭐니 말했으면서. 토도마츠도 알아챈 일인데, 알아채지 못한 자신이 한심해서 분노가 솟을 정도였다.

 

 

쵸로마츠한테 엉겨붙던 오소마츠의 눈이 이쪽을 향한다. 시선이 맞닥뜨렸다. 그러나 곧 딴데로 돌린다. 쵸로마츠는 아까부터 칭얼거리는 오소마츠가 진절머리가 났는지 자리에서 일어난다.

[도망가지 말라고-] 라며 불평어린 표정으로 오소마츠가 말하자,

[화장실 가는 거뿐이니까] 이라며 오소마츠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는다.

오소마츠는 얼굴을 붉히며 가만히 쓰다듬을 받고 있었다. 그것을 보다 못해 거울로 시선을 돌렸다. 오소마츠가 이번에는 이치마츠에게 들러붙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 목소리를 머리에서 몰아내도록, 아무 생각도 들지 않도록 나는 열심히 거울을 보는 척 했다. 거울 속의 내가 질투로 가득한 눈을 하고 나를 째려보는 것을, 나는 눈을 번득이며 노려보았다.

 

 

 

 

 

[저기, 카라마츠. 나랑 둘이서 놀러가지 않을래?]

거실에서 뒹굴거리며 잡지를 보고 있자, 방에 들어온 오소마츠가 그렇게 말을 걸어온다.

나는 오소마츠를 올려다보며 그의 말에 그대로 굳는다.

 

 

, 쵸로마츠는 어쩌고?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미는 것을 겨우 삼킨다.

둘이서라는 말에 아마 다른 뜻은 없을 것이다. 분명 다른 형제들이 외출해서 집에 나밖에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게 권유한 것이겠지. 아마도 그럴 거다. 아니, 절대 그런 이유다.

쵸로마츠도 아마 오늘은 할로워크거나 라이브로 외출했으니까. 그래서 내게 권한 것이다. 거기에 다른 뜻은 없다. 그저 단순히 순수한 마음으로 동생과 놀러 가고 싶었던 거겠지. 그 이외에 뭐가 있겠는가.

 

속으로 살짝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든다.

 

빙긋이 웃으며, [아아, 좋다] 라고 평소의 어투로 말하려 신경을 쓴다.

 

나는 제대로 웃는 표정이었을까.

 

 

 

 

둘이서 영화를 보러갔다.

[어디 가고 싶어?] 라고 물어서, [어디든 좋다] 라고 답하자 오소마츠가 [그럼 영화보자] 라고 하는 바람에 나는 몹시 놀랐다. 절대로 파칭코나 경마, 아니면 술집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것도 아니라면 낚시터.

 

[보고 싶은 거라도 있는 건가? 라고 묻자,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오소마츠가 그렇게 흥미를 가지다니 무슨 영화일까. 설마 포르노는 아니겠지.

 

 

나의 걱정과는 달리 오소마츠가 선택한 것은 액션 영화였다. 액션 영화에 주인공과 그를 둘러싼 인간관계와, 연애 요소가 녹아들어 제법 재미가 있었다. 나는 연극부에 들어갔던지라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이지만, 오소마츠는 자신이 보겠다고 했으면서도 도중에 잠들어 버려, 영화 후반부터는 옆에서 오소마츠의 숨소리를 들으며 영화를 보게 되었다.

 

도중부터 잠든 오소마츠의 머리가 꾸벅꾸벅 아래로 숙여 몹시 힘들어 보이는 자세가 되어 편한 자세로 고쳐주었다. 그때 팔걸이에 놓인 오소마츠의 손이 눈에 띄었다. 오소마츠가 깊은 잠에 빠진 것을 확인하고 자신의 손을 살짝 겹쳤다. 나는 그때 이상하게 가슴이 두근대고 얼굴과 손이 타는 듯이 뜨거워졌다. 겹쳐진 오소마츠의 손은 뜨거워서 오소마츠의 체온을 손바닥을 거쳐 온몸으로 느껴졌고, 심장이 마구마구 뛰어 원래 높은 내 체온은 더욱 높아졌다. 여기가 영화관이라서 다행이었다. 만약 여기가 어둡지 않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내 새빨간 얼굴이 들통났을 것이다.

 

 

[이야-, 영화 재밌었지!]

[후반부터 잠들었잖아]

[제대로 봤습니다-]

후반부터 잠들었으면서 신나는 얼굴로 소감을 말하는 오소마츠에 어이가 없어졌다. 이쪽은 조금도 영화에 집중하지 못했는데 천하태평이군.

 

 

 

 

[, 스타바잖아. 카라마츠, 들렀다갈래?]

영화관 근처에 있는 스타바를 가리키는 그에, 심장이 욱신, 하고 아파왔다.

 

[나 얼마전에 마셨던 새로운 메뉴, 그거! 마시고 싶어~ 가자가자~ 네가 쏘는 걸로!]

[, 싫다]

발을 멈추고 무심코 거절하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그만둬, 그런 얼굴로 보지 마.

 

 

 

생각해 보길 바란다.

나는 지난주, 여기는 아니지만 다른 스타바에서 친형에게 용기를 짜내어 고백했지만.....마음을 전하기는커녕, 단순히 신작의 쉐이크를 좋아한다고 고백한 것으로 되어 버렸다.

그 후, 무려 그 친형은 하나 아래의 친동생과 사귀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더군다나 몇 달 전부터.

 

나는 내 바로 위와 아래의 형제가 서로 마음을 확인하고 정을 통하고 있는 동안, 형과의 러브러브 데이트를 하는 망상을 하면서 청혼의 시츄에이션을 필사적으로 수십가지나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으로 우스워 실소가 나올 지경이다.

이미 내게 그 지난주 스타바에서의 사건은 흑역사를 넘어 트라우마가 된 것이다. 가능하다면 형을 스타바로 꾀어낸 과거의 자신을 때리러 가고 싶었다. 죽이러 가고 싶다. 치비타에게 납치되었을 때, 그대로 바다에 빠져 죽었으면 좋았을텐데, 라고 생각할 정도로 후회하고 있다.

 

[......., 그게 사실은 이번에 오소마츠와 같이 가려고 했던 카페가 있다. 괜찮으면 거기로 가지 않겠는가?]

어리둥절한 채로 나를 바라보는 오소마츠에게 얼버무리듯이 터무니없는 변명을 꾸며내면 오소마츠는,

[, 뭐야. 그런 거였어~? 좋아! 가자-]

라며 웃으며 내 손을 끌었다.

 

, , 지금 오소마츠와 손 잡고 있어.

 

어차피 몇초 뒤면 풀리겠지만, 그렇더라도 카라마츠의 마음은 이런 사소한 일로도 들뜨는 것이다.

 

 

 

 

 

[어라, 오소마츠형이랑 카라마츠잖아]

저녁, 공원 근처에서 쵸로마츠와 이치마츠와 딱 마주쳤다.

 

[쵸로마츠~! 뭐야 너, 이치마츠랑 둘이 어디 갔던 거야?]

오소마츠가 얼굴 가득 미소를 짓고 쵸로마츠에게 달려간다. 순식간에 멀어져버린 녀석에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주먹을 쥔다.

[어디냐니, 서점인데]

들러붙는 오소마츠를 귀찮다는 듯이 쵸로마츠가 대꾸한다.

[서점~? 뭐야 그게! 나도 데려가라구!]

[아니, 너 책에 흥미 없잖아. 랄까, 오늘은 카라마츠랑 놀고 있었고. 뭐 한 거야?]

[영화 보러 갔다가, 점심을 먹고 이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었을 뿐이다]

오소마츠가 답하기 전에 먼저 끼어들어 답했다. 이쪽은 뒤가 켕기는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의미를 조금 담아 말했다. 쵸로마츠의 눈에 질투심 같은 건 조금도 보이지 않았지만. 그만큼 오소마츠를 신뢰하고 있는 거겠지. 라고 생각한 카라마츠는 씁쓸한 기분에 빠졌다. 뭐어, 쵸로마츠는 내가 오소마츠를 좋아한다는 걸 모르겠지만. 하지만 쵸로마츠가 조금이라도 내게 질투하는 기색을 보이면 나도 조금 혹했을 텐데. 나에겐 질투할 가치도 없는 거라고 하는 것 같아, 그렇게 생각하면 심하게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

 

 

 

 

4명이서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앞에 오소마츠형과 쵸로마츠가 걷고, 그 뒤를 조금 떨어져서 이치마츠와 내가 따라갔다.

도중에 오락실이 보여 오소마츠형이 모처럼이니 가자, 라고 권했다.

오락실인가, 오랜만이군.

가장자리에 뽑기가 나란히 줄이어 서있다. 그것들을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고 있으면, 오소마츠형이 가까이 다가와 그립네-!” 라고 말했다.

[쵸로마츠, 이치마츠! 여기로 와봐! 엄청 그리운 거 있다고-!]

 

[........우와, 진짜네]

 

오소마츠가 그렇게 말하며 가리킨 건, 무슨무슨 레인저라고 하는 옛날부터 자주 봤던 전대물의 뽑기였다. 이 뽑기는 리메이크 버전인 건지, 우리들이 초등학생 시절때부터 돌던 것이다.

[오소마츠와 쵸로마츠가 푹 빠져서 봤던 거지?]

[너도 봤었잖아]

어릴 때, 오소마츠와 쵸로마츠는 늘 함께 있었고, 레인저 놀이 등을 자주 했었다. 나는 블루였던가, 적이었던가, 아무튼 그 놀이에 자주 참여했었다.

[나 전대물은 싫어....]

이치마츠가 음침한 눈으로 그 뽑기를 바라본다. 그러고 보니, 전대물은 보통 빨강, 파랑, 초록, 노랑, 핑크지 보라색은 별로 없었구나. 라는 걸 떠올렸다. 그 때문에 이치마츠는 자주 악역을 맡아서 했었기 때문에 싫어하는 것도 당연하다.

[이거 옛날에 모았었지....]

쵸로마츠가 그립다는 듯한 눈으로 말했다.

[빨강은 잘 안 나왔었지-]

[맞아맞아,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전혀 빨강은 안 나왔지]

[주인공이니까 말야]

그렇게 말하며 오소마츠와 쵸로마츠가 웃는다.

[한번 돌려볼까]

[, 진짜 하려고?]

소매를 걷어붙이고 200엔을 넣었다.

빨강, 나와라. 제발 나와라. 그렇게 속으로 강하게 바란다.

 

나온 캡슐을 열면, 나온 건 레드였다.

[, 굉장하네-]

라며 오소마츠가 감탄하듯 목소리를 높인다.

[레드 비율 높아진 거 아니야?]

라는 이치마츠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좋아, 이거 오소마츠한테 줄게]

라며 레드를 건넸다.

[, 진짜?]

[모으고 있잖아?]

[아니, 그치만 그거 옛날 일이고]

[간만이고, 괜찮잖아]

[.......그렇네]

오소마츠가 얼굴에 미소를 띤다. 소중히 캡슐을 받아드는 오소마츠를 보면서 더욱 마음이 떨린다. 그냥 작은 잡동사니일 뿐이다. 그래도 그게 있다면, 그걸 볼때면, 오소마츠는 이 날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이거 어디서 났더라. 아아, 그날은 카라마츠랑 영화를 보고 놀다가 받은 거였지. 라면서. 아주 조금이라도, 오소마츠 속에 내가 설 자리가 생길지도 모른다.

 

오소마츠가 레드를 들고 기쁜 듯이 웃는다. 쵸로마츠가,

[잘됐네, 오소마츠형]

이라고 말하면서 오소마츠의 어깨를 두드린다.

나는 고개를 수그리고, [다행이다] 라며 속으로 중얼거린다.

 

 

 

 

오소마츠형의 즐거운 목소리와, 쵸로마츠의 위세 좋은 츳코미 소리가 들린다.

그것을 멍하니 들으며 걸었다. 길에 떨어진 돌멩이를 차면, 그것은 데굴데굴 굴러 길 끝에 있는 도랑에 텀벙, 하고 떨어졌다. 내 옆에는 오소마츠는 아니었지만, 이치마츠가 내 발걸음에 맞추듯 천천히 옆을 걷고 있었다. 이치마츠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나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오소마츠형이 오후가 되어서야 일어났다. 나는 그때 마침 토도마츠와 낚시터에서 돌아와, 토도마츠와 나 두 사람 몫의 점심을 준비하고 있었다.

[, 내거는?]

라며 잠에서 덜 깬 멍한 눈으로 말하는 형에게,

[오소마츠형거는 없다]

라고 답하자,

[- ?! 형아만 왕따시키는 거 반대!!]

라며 외쳤다.

토도마츠가 한숨을 내쉬며,

[-, 내가 밖에서 먹고 올게. 내거는 오소마츠형이 먹어]

라며 밖으로 나갔다.

[막내가 신경쓰게 만들다니, 어떻게 되먹은 형인가]

라고 말했지만, 오소마츠는 신경도 쓰지 않고

[드라이 몬스터라도 눈치는 빠르네~]

라며 큰소리쳤다.

 

뚜루루루루, 전화가 울렸다. 내가 점심 준비를 하는 동안, 현관에 전화를 받으러 간 오소마츠의 기쁜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선물 부탁해~ 시코마츠]

라는 들뜬 목소리가 들려 무심코 입술을 깨물었다.

 

또 쵸로마츠인가.

 

제길.

웃기지 마.

 

울 것 같은 자신을 속으로 꾸짖는다. 울지마라, 울지마라. 꾸욱 세게 입술을 씹어 가슴의 아픔을 참는다.

 

 

오소마츠가 돌아와서 내가 전화에 대해 묻기도 전에,

[쵸로마츠가 지금 라이브 때문에 OO에 간대]

라며 즐겁게 말한다.

 

대충 다 끝마쳤을 즈음, 오소마츠가 나를 보고 놀란 얼굴을 했다.

[, 너 괜찮아? 피 나잖아]

입슬을 쓰다듬으려는 손을 무심코 뿌리친다. 심호흡을 한번 하고,

[오소마츠, 갑자기 손대지 마라. 엄청 아프니까]

라고 말하면 오소마츠가 안심한 얼굴로,

[, 미안. , 구급상자 가지고 올게]

라며 방에서 나간다.

 

 

 

 

 

[저기, 오소마츠형. 지금 어디까지 나갔어?]

 

토도마츠가 그런 말을 꺼낸 건, 어느날의 오후.

이 시간까지 여섯 쌍둥이 전원이 거실에서 각자 빈둥거리고 있을 무렵, 갑자기 토도마츠가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 뭔 얘기야, 토도마츠군]

[~? 알고 있잖아, 그거그거~ 어디까지 갔어? A?B?C?Z?]

[너 형제의 성 사정을 들어서 뭐하려고]

그 말에 무심코 어깨가 움찔 떨렸다.

[세크로스!?]

[너희들, 대낮부터 집에서 무슨 화제를 꺼내는 거야!?]

[- 괜찮잖아~ 쵸로마츠형. 이제 모르는 사람도 없고. 탁 털어놓아도 문제 없다구?]

[아니, 그래도......]

쵸로마츠가 힐끗 이쪽을 본다.

 

그런가, 쵸로마츠는 내가 오소마츠와 쵸로마츠가 사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걸 모르는 건가. 힐끗 쵸로마츠를 보고 작게 어깨를 움츠렸다. 이것으로 자신도 그 사실을 알고 있음이 알려진 것이다.

 

[그래서, 오소마츠혀~. 어때? 어디까지 갔어?]

 

[안 됐네~ 우리들 플라토닉이거든~]

[~! 거짓마알!! 형들이니까 벌써 끝까지 갔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비정상적인 플레이 할 거라고 생각했어]

 

얘기를 듣고 싶지 않아 거울을 뚫어질 듯이 쳐다보았다.

그런 와중에 들려오는, 플라토닉이라는 말에 약간 안심한다.

그렇다, 사귄다는 것은 손을 잡거나, 데이트를 하거나 그런 것만이 아니다. 당연히 키스도 하고, 서로 몸을 합치거나 하는 것이다. 오소마츠와 쵸로마츠가. 알몸으로 뒤엉켜있는 두 사람을 상상하자 무심코 손에 힘이 들어간다. 거울이 살짝 금이 가는 듯한 소리를 낸다.

 

 

[그치만 계획은 세웠어~]

[, 진짜?]

[그래그래, 이번에 크리스마츠잖아? *성야(聖夜)를 성야(性夜), 랄까나....]

(*성야(聖夜) 크리스마스 이브 / 성야(性夜) - 섹스파티투나잇)

 

 

더 이상 듣고 있을 수가 없었던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대로 곧장 문을 열고 방을 나갔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문을 닫고는 복도에 그대로 멈춰섰다. 복도 바닥의 차가운 기운이 맨발에서부터 서서히 내 몸을 얼렸다. 문 너머로,

[어라, 카라마츠 나가버렸네] [카라마츠형한테는 자극이 너무 강했던 거 아냐?]

라는 소리가 들렸다.

 

 

 

괜찮다고 생각했다. 내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괜찮아. 왜냐면,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딱히 외톨이는 아니니까. 뭣하면 이치마츠가 잠자코 내 곁을 지켜주고, 쥬시마츠가 달려들어 기운 나게 해주고, 토도마츠가 말을 걸어주니까. 그걸로 충분하지 않아? 오소마츠형도 형제로서지만 옆에 있어 주잖아.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나는 이제 인정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뚝뚝, 바닥에 떨어지는 방울. 둥근 얼룩이 바닥에 검게 퍼져갔다.

 

 

 

 

 

 

[쑥스러워 하고 있네~]

[쑥스러운 거겠지~]

[카라마츠한테 너무 그러지 말라고....]

 

히죽거리는 오소마츠와 토도마츠에 쵸로마츠가 한숨을 내쉰다.

 

 

그것을 이치마츠가 방구석에서 몸을 떨며 가만히 듣고 있었다.

 

 

 

 

 

(...................아니, 오소마츠형과 카라마츠가 사귀고 있다니, 들은 적 없다고오오오오오오오오!!!!!!!!!!!!!!!!!!!)

 

그치만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카라마츠가 사실 오소마츠를 좋아하고 있다는 걸 들었을 때, 이치마츠는 생각했다. 카라마츠가 고백을 한다 오소마츠 [? 너 전에 나한테 고백했잖아?] 카라마츠 [??]

들킨다고오오오오오오!!! 내가 카라마츠인 척 했다는 흑역사 절대로 들킨다고오오오오오!!!! 어떻게든 이 고백, 저지해야!!

 

(초조해서 오소마츠형과 쵸로마츠형이 사귀고 있다는 걸로 했는데..........)

아니, 그보다 카라마츠형 안에서는 이게 어떻게 되어 있는 거야? 오소마츠가 양다리 걸치는 걸로 되어있는 건가?

 

뭐어, 카라마츠의 속마음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 일이 들켰다간 내 흑역사가 들켜서 사회적으로 죽을 뿐만 아니라, 물리적으로 위의 형 3명에게 죽는다.

 

 

스타바의 쉐이크는 사랑의 맛~, 같은 말을 행복하게 내뱉는 오소마츠를 바라보며, 이치마츠는 떨리는 숨을 토해냈다.

 

 

 

 

 

 

 

 

 

 

 

 

 -----------------------------------------------------------------------------



에? 에에? 에????????????????????

뭐야 이게 그니까 결국 오소랑 카라 사귀고 있는 거잖아




혹시 이해가 안 가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카라의 심중에서는>


오소마츠 스키다제!!

그치만 오소는 쵸로랑 사귀고 있지....(카라무룩)



 

 <사실은.....>


오소 : 카라랑 사귀고 있음 / 러브러브 중이라고 생각

(하지만 카라는 그걸 몰라!!ㅠㅠㅠㅠㅠ!!!!!!)


쵸로, 쥬시, 토도 : 오소와 카라가 사귀고 있다는 걸 알고있음

(하지만 카라는 그걸 몰라!!!!!!!!!!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치 : 오소와 카라가 사귀고 있다는 걸 몰랐지만

아무튼 이치사변에서의 일을 들키지 않기 위해

카라의 고백을 막는다!!!!!!!

그래서,


오소마츠형은 쵸로마츠랑 사귀고 있다고!!!!

라고 얼버무렸는데.....ㅎ

(이 일의 원인......ㅎㅎㅎㅎㅎㅎㅎㅎㅎ)

 



오소와 카라가 사귀고 있다는 걸 알고 소설을 다시 보면

이치와 카라를 제외하고는

오소와 쵸로가 사귀고 있다고 한 사람은 없습니다



토도와 얘기하는 부분도

토도의 [신경쓰여?]는

애인이 다른 남자랑 친하게 구니까 신경쓰여? 고

카라의 [알고있었어?]도

토도한테는 [우리가 사귀는 걸 알고있었어?]라는 의미.....



그럼 초반의 [좋아한다]도..................




ㅎㅎㅎㅎㅎㅎ 카라마츠.......ㅠㅠㅠㅠㅠㅠㅠ

랄까 오소마츠 누구랑 사귀고 있니...ㅠㅠㅠㅠㅠㅠㅠ

혼자 카라랑 러브러브야

아니 카라도 오소 러브러브하지만

이게 무슨 관계야ㅠ삼각관계도 아니고 뭐야 이게ㅠㅠ







모르겠다 이제 나도 혼란스러워 'q'










여행 무사히 잘 갔다왔습니다!!

근데 피곤해서 기절해버리는 바람에ㅠ

만화는 번역을 못했어여ㅠㅠㅠ

오늘도 나갈 일이 생겨서.....ㅠㅠㅠㅠ


죄송함다 다음에 마저 해서 가져올게요

오늘은 이걸로 부디....ㅠㅠㅠㅠㅠㅠ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