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瀕死状態☆@次回の投稿は未定 님의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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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사랑하는 형제에게 싫다고 말해보았다만우절

 

 

 

1 : 익명의 형제

형제의 평소 취급에 불만이 쌓였으니까, 싫다고 말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2 : 익명의 형제

무시한다에 한표

 

3 : 익명의 형제

[아 그래]로 끝낸다에 한표

 

4 : 익명의 형제

[나도 그래]라고 되돌려준다에 한표

 

5 : 익명의 형제

너희들 너무하지 않아?

 

6 : 익명의 형제

어쩐지 굉장히 무시해도 좋을 아우라가 화면에서 느껴졌어

 

7 : 차남

역시 그러려나....항상 내가 뭔가 말하려고 하면 무시하거나, 때리거나, 혀를 차니까, 싫다고 하면 새로운 반응을 보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8 : 익명의 형제

생각보다 스레주의 취급이 심하다

 

9 : 익명의 형제

어떻게 하면 맞는 거야

 

10 : 차남

>> 9

예를 들면, 형제를 깨울 때

[마이 브라더-, 비정하게도 따스한 매혹의 부드러운 새에게서 벗어날 때가 왔다...., 손을 내밀 (여기서 맞는다) 크헉]

 

11 : 익명의 형제

?????????????????

 

12 : 익명의 형제

(이해)

 

13 : 익명의 형제

병을 앓고 있다

 

14 : 익명의 형제

이건 짜증나지

 

15 : 익명의 형제

랄까, 안쓰러(이따이)

 

16 : 차남

>> 15

그거 우리 막내도 자주 말한다!! 대체 무슨 뜻인가?

17 : 익명의 형제

스레주는 천연인 걸까?

18 : 익명의 형제

해석해 보았다

마이 브라더 형제

따스한 매혹의 부드러운 따뜻하고 떠날 수 없이 부드러운

깃털 깃털 이불 이불

벗어날 때 일어날 때

비정하게도-왔다 일어나고 싶지 않겠지만 일어나야 해

[오빠, 따뜻하고 포근한 이불을 떠나기 싫은 건 알겠지만, 일어날 시간이야! 얼른 일어나!]

 

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19 : 익명의 형제

누가 여동생 캐릭터로 하라고 했냐

 

20 : 18

헤헤.....여동생계 차남....

 

21 : 익명의 형제

18의 머리 이상해

 

22 : 익명의 형제

랄까, 아무도 신경 쓰고 있지 않지만, 스레주와 스레주의 형제들 스펙 알려줬으면 하는데.

정보 너무 적어

 

23 : 익명의 형제

여기까지 와서 드디어 스펙

 

24 : 차남

사실은 벌써 써두었지만, 아무도 물어보질 않아서 필요 없는걸까 생각해서..

 

차남 . 오자키를 존경하고 있다. 형제의 취급이 엉망. 어째서.

장남 파칭코 중독. 남동생의 지갑에서 돈을 훔침. 하지만 역시 장남. 자칭 카리스마 레전드.

삼남 지하 아이돌을 좋아하는 것 같다. 취업에 힘쓰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만둔 것 같다. 겉보기에는 성실하다.

사남 골목에서 고양이와 자주 놀고 있다. 네거티브. 나를 자주 때린다. M?인 것 같다.

오남 야구를 좋아한다. 그러나 얼마 전에 초심자로 판명. 뭔가 굉장함. 여러 가지로 대단하다. 소매가 늘어져 있다.

육남 여자력 높음. 악랄하다. 검은자위가 커서 전체적으로 귀엽다. 여자의 연락처를 많이 알고 있다.

 

이런 느낌이다!! 참고로 전원 친가에서 살고 있는 성인인 니트다!!

 

25 : 익명의 형제

 

26 : 익명의 형제

충격의 마지막 한줄

 

27 : 익명의 형제

전원 니트!! 부모님 불쌍하잖아....

 

28 : 차남

키우는 노고는- 생각하기도 싫어-

 

29 : 익명의 형제

여섯명 키우고도 한 사람도 남김없이 니트라니

 

30 : 익명의 형제

엄청나!! 스레주도 그 형제도 모두 캐릭터 엄청나!!

 

31 : 익명의 형제

구체적으로 어떤 느낌이야? > 차남에 대한 대응

 

32 : 차남

내가 뭔가 말하면,

장남 [아야야야야야야야야!!!!늑골!!늑골 부러져어-!!!] 혹은 [.....(무시)]

삼남 [........(무시)] 혹은 [너 왜 태어난 거야?]

사남 [닥쳐 죽어 쿠소차남] 혹은 [숨도 쉬지마 (끝까지 말하는 걸 허락하지 않아)]

오남 [아이아이! (태클한다)] 혹은 [야구하러 갔다올게! (듣지 않음)]

육남 [안쓰럽네에-!!!] 혹은 [차남형은 한번 다시 태어나는게 어때? (짜게 식은 눈)]

 

이런 느낌이다

 

33 : 익명의 형제

그건 심하네

 

34 : 익명의 형제

쑥스러움을 숨겼을 가능성도 약간 있어....

 

35 : 익명의 형제

후에에....쑥스러워서 그런거라고 해도 이런 심한 말 들으면 울어버린다구 >_<

 

36 : 차남

이런게 일상이니 난 화가 나는 거다!! 삼남은 나를 형이라고 부르지 않고, 오남은 나와 같이 외출하고선 혼자서 어디론가 홀랑 가버리고, 육남한테는 같이 다니고 싶지 않다는 말을 듣고, 사남에 이르러서는 나를 때리기까지 한다!! 동생한테 존경을 받지 못한다고!! 아니, 존경을 받지 않아도 좋아!! 기댈 수 있는 형이 되고 싶은데!!

 

37 : 익명의 형제

-...........그런거야? 그냥 형 취급 받고 싶은 것뿐?

 

38 : 익명의 형제

차남 정신력 강하네-

 

39 : 차남

내가 거울을 보고 잇으면 거울을 부수고! 내 얼굴이 그려진 탱크톱을 입었더니 태워버리고! 선글라스는 고양이 장난감이 되어 버렸다!! 이제 더 이상 못 참아!!

 

그러니까 나는 보복을 하려는 거다! 복수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40 : 익명의 형제

뭐어, 이것도 무시당한다면 엄청 슬프겠네 (탱크톱 따위에 츳코미 넣을 기력 없음)

아니, 그보다 그거 전부 사남이 한 거잖아

 

41 : 차남

그런 이유로 *앙카다!! 싫다는 말을 들을 첫타자는?!

>>50 에게 결정권을 맡기겠다!

 

>>40 어떻게 아는 거야?

 

(*앙카 : 스레용어로, >>1 이라고 쓰면 1번 글로 링크가 걸리고, 이걸 클릭하면 1번 글로 이동하는데 이것을 [앙카]라고 한다. ..........는데 [앙카]라고 읽는게 맞는지는 모르겠슴다)

 

42 : 익명의 형제

진짜냐, 앙카왔다!!

 

43 : 익명의 형제

만우절에 겨우 싫다고만 하는 차남, 상냥해

 

44 : 익명의 형제

이런 취급당하면서 신경 쓰는 부분이 형으로서의 위엄이냐

 

45 : 익명의 형제

슬슬 50이네? 나는 장남 추천!

 

46 : 익명의 형제

앙카라면 사남!!

47 : 익명의 형제

누구든 상관없지만 개인적으로 사남을 밀고 싶어

 

48 : 익명의 형제

오남!!

49 : 익명의 형제

50, 사남으로 부탁드림다!!

50 : 익명의 형제

삼남으로

 

51 : 익명의 형제

, 정해졌네

 

52 : 익명의 형제

사남 엄청 많네

 

53 : 익명의 형제

그 와중에 삼남

 

54 : 차남

삼남인가!! 아마 거실에 있을테니 갔다 오겠다!

55 : 익명의 형제

다녀와~

 

56 : 익명의 형제

보고 기다릴게

 

 

68 : 익명의 형제

15분이 지났습니다

 

69 : 차남

다녀왔다!! 대화를 쓰고 있었다!

70 : 익명의 형제

어서와-!

71 : 익명의 형제

결과는?

 

72 : 차남

삼남이 거실에 있어서, 평소처럼 거실로 들어가 앉아서 자연스럽게 얘기를 꺼냈다.

 

[......삼남]

[?]

[이런 날이니 하는 말인데, ....]

[? ?]

[, 계속 미워했다]

[....]

[아아, 물론 너만이 아니다. 형제들 모두 싫어]

[무슨 소리야 카라마츠, 혹시 만우절이라고 거짓말하는 거?]

 

나는 지금까지 거짓말이라도 형제들에게 싫다고 한 적이 없었으니까 삼남은 상당히 당황한 모습이었다.

 

[저기, 거짓말, 이지?]

[.....글세]

 

이 때, 나 엄청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던 것 같다!

 

[, 차남]

[난 태어날 가치조차 없었던 거잖아?]

[]

[나는 너한테도 모두에게도 사랑한다고 말했는데, 너희들은 돌려주지 않았잖아]

[그건....]

[이제....지쳤어]

[내가 없어져도 괜찮을테니까]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숙였다. 꽤 잘 되어가고 있는 거 아냐? 라고 생각하고 있으면, 무서운 힘으로 손목이 당겨졌다.

 

[안돼]

 

삼남의 얼굴은 무서울 정도로 무표정했다.

 

[없어지다니, 절대 용서 못해]

 

아파, 라고 말하자 손목을 쥔 손의 힘이 조금 풀렸다.

 

[내 옆에서 떠나면 안 된다고, 차남]

 

나는 무슨 일인지 몰라 당황해 조금 울상이었다.

 

[언젠가 나랑 둘이서 살기 시작하면, 그땐 매일 사랑한다고 말해줄게. 안아주고 내가 부양해줄게. 그 대신, 한발짝도 밖에 나가지 마. 평생 다른 남자들과 만나지 마. 매일 착한 아이처럼 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아. 그럼 나밖에 기댈 사람이 없어질 테니까......너는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게 되니까. 그러니까, 차남]

[내게서 떠나지 마]

 

내가 이해가 되지 않아 멍하니 있자, 삼남은 웃으며 말했다.

 

[난 차남형이 좋다고]

[! 정말인가!? , 형이라고 불렀군!!]

 

드디어 형 취급 받았다고!! 세라비-!!

그 후에 거짓말이라고 말했더니, [그럴거라고 생각했어] 라고 말했다.

 

 

73 : 익명의 형제

 

74 : 익명의 형제

 

 

75 : 익명의 형제

 

 

76 : 익명의 형제

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

 

78 : 익명의 형제

잠깐잠깐잠깐잠깐잠깐잠깐잠깐잠깐잠깐잠깐잠깐!!!!

 

79 : 익명의 형제

원했던 반응이랑 많이 다른데!?

80 : 익명의 형제

, 축하해......

 

81 : 익명의 형제

아냐....그게 아니라고....!!

82 : 익명의 형제

미안한데 뭣 좀 물어봐도 될까? ....삼남은 차남한테 LOVE인 거야?

83 : 차남

? 삼남은 좋아한다고 말했다고

 

84 : 익명의 형제

이제 차남한테 물어보는 건 소용없다고.....

 

85 : 익명의 형제

잘도 이렇게까지 적었네

 

86 : 차남

>>85 전 연극부였으니까, 연기와 암기에는 자신 있다!

87 : 익명의 형제

보고있던 스레가 호모스레로 판명된 건에 대해서

 

88 : 익명의 형제

게다가 근친 상간 니트 호모다.......삼중고라고.....

 

89 : 차남

!? 여기 호모스레였던 건가?

90 : 익명의 형제

틀렸어 이 바보는

 

91 : 익명의 형제

이제 됐어, 다음 앙카 정하라고! 이렇게 된 거 끝까지 어울려주지!!

 

92 : 차남

그럼 >>100이여, 부탁한다!

 

93 : 익명의 형제

어쩌면 다른 형제들도 차남을.........?

 

94 : 익명의 형제

그런거면 끝장

 

95 : 익명의 형제

가장 큰 피해자 : 부모

 

96 : 익명의 형제

앙카라면 사남!!!

 

 

97 : 익명의 형제

오남으로!!

 

98 : 익명의 형제

육남이 좋습니다!

 

99 : 익명의 형제

장남!!

 

100 : 익명의 형제

역시 사남이지

 

 

101 : 익명의 형제

사남 왔다아-!!!

 

102 : 차남

Oh......가장 무시당할 것 같은 상대로군.....갔다오지

 

103 : 익명의 형제

사남 기대

 

 

 

124 : 익명의 형제

40분 지났다고-

 

125 : 차남

, 다녀왔다.....

 

126 : 익명의 형제

뭔가 지쳐보이네, 괜찮?

 

127 : 차남

사남한테 싫다고 말했더니, 사남이 쓰러졌다....

 

 

128 : 익명의 형제

에에-.......

 

129 : 익명의 형제

왜 그래, 사남

 

130 : 차남

사남은 정서가 불안정한 녀석이니까 말이지.....스타바에서 옷 벗고 똥을 싸려고 하고, 내 옷을 맘대로 빌려 입고는 호모 의혹을 떠넘기고, 낯가림이 엄청 심하고, 목욕도 잘 하지 않고, 전과도 있을 것 같은 얼굴이고.......

 

131 : 익명의 형제

차남, 그거 정서 불안정이 아니고, 그냥 몹쓸 녀석이라고

 

132 : 익명의 형제

스타바에서 전라로 똥.......?! 또옹.......!?

 

133 : 익명의 형제

사남 무서워.......범죄자의 냄새밖에 나지 않아....

 

134 : 차남

예상대로 사남은 골목에서 길고양이와 장난치고 잇었다.

[우연이로군, 마이 브라더]

[.....왜 네가 여기 있는 거야]

[뭐아, 너랑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으니까]

[짜증나]

[.....사남, 너는 정말 나한테 냉정하구나]

[쿠소차남한테 할애할 시간은 없어]

[...그러니까, 나는 네가 싫다고 (최대한 저음)]

[쿨럭!] 사남이 피를 토하고 쓰러졌다.

[사남!?]

[어이, 사남!!? 괜찮은가!?]

귓가에서 소리를 질러도, 몸을 흔들어도 반응이 없어서 집까지 업고 가서 눕혀뒀다. 지금 여기.

 

 

135 : 익명의 형제

갑자기!?

 

136 : 익명의 형제

피를 토할 정도라니, 유리멘탈이냐!!

 

137 : 익명의 형제

랄까, 성인 남성 한명을 업고 돌아가는 차남

 

138 : 익명의 형제

사남은 차남의 [싫어]로 죽어버린 건가......

 

139 : 익명의 형제

좀 위험한 사남은 일단 냅두고, 다음 가자고 다음!

 

140 : 차남

참고로 사남이 지금 가위에 눌려서 헛소리를 중얼거리고 있는데, [너도 죽이고 나도 죽겠다] 라고 말하고 있다.

너라는 건, 나를 말하는 건가....?

 

141 : 익명의 형제

사남은 차남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걸까나......

 

142 : 차남

다음 앙카와 150에게 맡기겠다!

 

143 : 익명의 형제

이번에야말로 장남을!!

 

144 : 익명의 형제

오남의 반응 보고 싶어

 

145 : 익명의 형제

장남이지 역시

 

146 : 익명의 형제

육남의 싸늘한 반응이 보고 싶어.......

 

147 : 익명의 형제

파칭코 중독이라는 부분에 설렜으니까 장남으로

 

148 : 익명의 형제

오남이 좋아

 

149 : 익명의 형제

>>147 나쁜남자 좋아하는 거냐고!

뭐어, 나도 장남이 보고 싶지만

 

150 : 익명의 형제

귀여운 육남으로

 

151 : 익명의 형제

장남률 높아졌네

 

152 : 익명의 형제

오남도 기대

 

153 : 차남

아마 거리 어딘가에 있을테니 찾아보겠다!

일단 갔다오지

 

154 : 익명의 형제

, 거기서부터?

 

 

170 : 익명의 형제

30분 경과한 것 같아

 

171 : 차남

육남의 귀여움이 사라졌다....

 

172 : 익명의 형제

왜 그래?

 

173 : 익명의 형제

뭔가 있었구만

 

174 : 차남

넘어뜨려졌다......그 정도로 형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말인가......

 

 

175 : 익명의 형제

 

176 : 익명의 형제

형으로 보지 않아 (얕보고 있다)

형으로 보지 않아 (형이 아니라 연애대상으로 보고 있다) 이거다!!

 

177 : 익명의 형제

자세히 말해봐

 

178 : 차남

육남과는 거리에서 만났다.

쇼핑에서 돌아오는 길인 것 같았다.

[, 차남형]

[오우, 마이 브라더- 우연이군]

[어디 가는 거야? 또 차남걸을 찾으러 가는 거야?]

[뭐어, 그렇지]

이런 식의 대화를 하다가 돌연 말을 잘랐다.

[육남, 그러고 보니 저번에 내가 형제 순위에서 1등이라고 했었지]

[- , 그랬지. 아직 기억하는구나]

[내 형제순위에서 넌 최하위다]

최대한 비웃으며 말했다.

 

[헤에-]

 

육남은 정말 악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귀여움이라고는 찾아 볼 수도 없을 정도로.

 

[뭐야!그렇다는 건 내가 다른 형제들을 없애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거잖아! ......뭐어, 그런 귀찮은 일은 하지 않을 거지만]

만우절이니까 말이야-, 라며 육남은 낄낄 웃으면서 스마트폰으로 내 사진을 계속 찍어댔다. 뭘 원하는 건지 잘 모르겠더군.

[, 이제 돌아가자!]

손을 잡아당겨진 채로 돌아가자, 침실로 내던져졌다.

생각했던 반응과 너무도 달라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다.

[육남, 뭐가 하고 싶은 건가?]

[그래.....이 배꼽이라고.....정말 최고야.......]

[육남?]

[차남형, 귀여워-]

말이 들리지 않는 모양이라, 대충 거짓말이라고 말하고 뛰쳐나왔다.

 

그리고, 사남이 사라졌다. 회복한 걸까나.

 

 

179 : 익명의 형제

...그러니까...육남은 배꼽 페티쉬가 있다는 걸로 OK?

 

180 : 익명의 형제

왜 제멋대로 하게 둔 거야! 조금은 저항하라고!!

 

181 : 차남

>>180 전에 사남에게 떠밀려졌을 때도 같은 말 했다고

 

182 : 익명의 형제

차남은 좀 더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고 봐

 

183 : 익명의 형제

그리고 그런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뛰쳐나온 차남.

 

184 : 익명의 형제

육남이 불쌍해

 

185 : 익명의 형제

차남, 둔한 걸 넘어서 사이코패스

 

186 : 차남

>>185 육남한테도 사이코패스라는 말 들은 적이 있다.....

 

187 : 익명의 형제

육남은 정상이네 (하지만, 호모)

 

188 : 익명의 형제

차남걸이라는 건 뭐야

 

189 : 차남

그럼 마지막 앙카다

장남인가 오남인가 >>195

 

190 : 익명의 형제

어라, 가깝네

 

191 : 익명의 형제

장남!!

 

192 : 익명의 형제

여긴 장남으로 부탁해

 

193 : 익명의 형제

오남으로

 

194 : 익명의 형제

장남이 좋아

 

195 : 익명의 형제

195라면 장남

 

196 : 익명의 형제

장남률 높네

 

197 : 차남

장남인가!! 아마 파칭코에 있을테니 찾아보겠다!

오남한테도 말하고 올테니, 늦겠지만 조금 기다려줘!

 

198 : 익명의 형제

다녀오세요~

 

 

 

 

289 : 익명의 형제

2시간이 경과했습니다

 

290 : 익명의 형제

차남 늦네에-

 

291 : 차남

돌아왔다고, 다들!

 

292 : 익명의 형제

어서와아아아아아 죽었다고 생각했어어어어어~

 

293 : 익명의 형제

지금까지

삼남 호모

사남 호모인지 뭔지 아직 모르겠음

육남 호모

 

호모밖에 없어 (절망)

 

296 : 차남

우선은 장남부터!

그 뒤에 바로 파칭코에서 장남이 돌아왔으니까, 집에서 나가지는 않았다.

[다녀왔어- 아무도 없어?]

[어서와, 장남]

[, 차남. 돈 좀 빌려주지 않을래?]

[줄 리가 없잖아. 파칭코에서 또 날린 건가?]

[그렇다고~ 완전 최악이야아- 누구냐고 그 기계 나왔다고 말한 녀석!!!]

장남이 볼을 부풀리며 말했다.

[역시 너는 쓰레기의 표본이로군]

[역시 그렇게 생각해-?]

[아아, 그런 점이 싫다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대화에 이어 말했다.

 

[지금 뭐라고 했어?]

 

장남에게 벽쿵을 당했다. 언젠가 차남걸에게 멋지게 써먹고 싶어 조금 참고했다.

[안 된다고- 차남. 너만은 싫다고 말하면 안돼]

[(- 이런 느낌으로 보이는구나)]

[왜 그래? 입 꽉 다물고. , 너한테 미움 받으면 살 수가 없다고?]

[(압박감 엄청나) ......장남, 좀 더 뒤로 물러나지 않겠나?]

[-]

[]

[너는 내 손이 닿는 거리에 있으라고]

[-]

[왜 못마땅한 표정인 거야?]

장남님한테 벽쿵당하고 있는 거라고? 라고 말했다. 이녀석 뭐라는 거야.

[너는 평생 이 집에서 나가지 않아도 돼. 나랑 여기서 평생 살자?]

너도 일하고 싶지 않잖아, 라고 장남이 말했다.

[(충분히 참고했으니까) 이제 비켜주겠나]

[---]

[비켜, 장남 (펀치를 날렸다)]

[크헉]

장남은 뒤로 나자빠졌다.

[미안하지만, 거짓말로 싫다고 하면 어떤 반응일지 보고 싶었다]

[생각보다 나를 필요로 하는 것 같아 기뻤다고]

[, 명치는, 심하......]

 

장남은 방치하고 오남을 찾으러 갔다.

 

297 : 익명의 형제

속보장남도 호모였다

 

298 : 익명의 형제

차남, 장남한테는 꽤 냉정하네

 

299 : 익명의 형제

얀데레가 가장 심해

 

300 : 익명의 형제

삼남이랑 라이벌이네

 

301 : 익명의 형제

명치에 펀치라니

 

302 : 익명의 형제

사랑이 무거워 (물리)

 

303 : 익명의 형제

방치하지마 불쌍하잖아ww

 

 

304 : 차남

오남의 얘기도 있다만, 아직 있는가?

 

305 : 익명의 형제

당연하지!!얼른 말해봐!

 

306 : 차남

>>305 기세 굉장하네

 

오남은 강변에 있었다.

[오남-!!]

[-! 차남형이다아-!!]

[야구하는 건가?]

[, 야구!!]

배트를 굉장한 속도로 붕붕 휘둘렀다.

[형도 할래-?]

[아니, 사양하지]

[!? -?]

지금까지 동생의 권유는 거절한 적이 없었던지라, 오남은 상당히 놀란 표정이었다.

[네가 싫으니까다]

 

그 순간, 눈앞이 노란색으로 덮이고

입술에 뭔가 닿았다.

 

[, 나는 형이 좋아]

볼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오남의 눈물이었다.

오랜만에 본 오남의 눈물.

[미안해, . 우리들한테 정나미가 떨어져 버린 거겠지...]

[그치만, 그래도 우리는 형이 너무 좋아]

오남이 나의 얼굴을 덮은 붕대를 쓰다듬었다.

[, 좋아해. 미안해, 내가 앞으로 쭉 좋아해줄테니까!]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울지 마, . , 이거 줄게]

오남이 근처에 핀 꽃을 내게 건네주었다.

 

[고마워]

겨우 목소리를 짜내 그렇게 말했다.

 

그 후, 거짓말임을 말하고 오남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저녁은 카라아게였다.

 

 

307 : 익명의 형제

엔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308 : 익명의 형제

이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307 : 익명의 형제

오남 이케멘이냐!!

 

308 : 익명의 형제

호모지만 말이야!

 

309 : 익명의 형제

오남이라면, 차남은 행복할 거라고 생각해.....

 

310 : 익명의 형제

오남과 결혼하면 해피엔드

 

311 : 익명의 형제

차남, 퍼스트 키스였어?

 

312 : 익명의 형제

, 나도 그거 궁금해

 

313 : 차남

아니, 5번째다

 

314 : 익명의 형제

, 그렇게나!?

 

315 : 차남

첫 번째는 사남한테, 두 번째는 삼남한테, 세 번째는 장남한테, 네 번째는 육남한테 당했다.

나도 여자와 키스하고 싶어........

 

316 : 익명의 형제

충격적인 사실

 

317 : 익명의 형제

그냥 전원 호모잖아

 

318 : 익명의 형제

거부하지 않는 차남도 차남이네.....

 

319 : 익명의 형제

이것만 봐도 형제한테 연애대상으로 여겨진다는 자각 없으니까 말이지......

 

320 : 차남

나는 이해가 가지 않으면 못 본 걸로 하니까!

 

321 : 익명의 형제

히엑

 

322 : 익명의 형제

터무니없는 스레를 발견하고 말았다.......

 

 

 

 

504 : 사남

이런 스레 세웠던 거냐, 저 녀석

 

505 : 사남

정말 싫어하는 거였으면, 벌써 죽이고 나도 죽었을 거라고

 

506 : 장남

- 무서워무서워

만우절에 뭐라고 말하든 차남은 차남이라고

 

507 : 삼남

차남이 정말로 싫다고 말할 리가 없잖아

진짜였으면 목줄이라도 채워서 다시는 밖에 못 나가게 만들 거야

 

508 : 익명의 형제

, 뭐야 이녀석들

 

509 : 익명의 형제

설마 본인들?

 

510 : 육남

어라, 있었네-

 

으음, ....차남형 엄청 둔하니까!

 

511 : 오남

나 말했어, 모두가 차남형을 좋아한다고!

차남형을 엄청 좋아하니까 다들 못된 짓을 하는 거야!

 

512 : 익명의 형제

, 우와아-

 

513 : 익명의 형제

얀데레률 엄청나

 

514 : 차남

아아, 다들 날 사랑해주고 있었군!

나도 사랑한다고, 마이 브라더-!

 

515 : 익명의 형제

차남은 형제들이 쓴 글 읽어보기는 한 거야?

 

516 : 익명의 형제

미쳐있네

 

517 : 장남

사랑이란 건 그런거잖아

 

 

이 스레는 삭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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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인줄 알고 번역했는데

뭔가 엄청난 걸 봐버렸다



그 와중에 쥬시마츠가 너무 슈퍼달링이라 눈물남













오타를 발견하시면 저를 큰소리로 불러주세요 ;)












허락받은 작품입니다

무단전재는 금지입니다!!!




오역, 의역, 발식자 주의

불펌금지, 공유는 블로그 주소를!!

http://joniamhungry.tistory.com/




20松 님의 작품입니다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7189561




















 

아저씨가 사라진 날

 

 

 

멈춰. 이리로 오지 마.

오소마츠!!가자!!!”

싫어. 싫어. 싫어!!

오소마츠

내 이름 부르지 마!!

오소마츠

오소마츠

오소마츠

 

[시끄러어어어어어어어어!!!!!!]

 

오소마츠가 몸을 휙 하고 일으키며 가쁜 호흡을 내쉰다. 그러자, 어디선가 베개가 날아와 오소마츠의 안면에 명중한다. 오소마츠는 갑작스런 일에 당황해 상황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얼굴이다.

 

[시끄러운 건 너라고, 쿠소장남!!!!!!!!]

 

쵸로마츠가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이불로 돌아간다. 다른 동생들도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고는 다시 잠에 든다.

그건, 악몽이었던 모양이다. 오소마츠는 다시 숨을 몰아쉬고 자리에 눕는다. 왜 자신이 이렇게 괴로워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걸까.

어려서부터, 오소마츠는 자주 악몽에 시달렸다. 내용은 언제나 그 남자의 꿈이다. 어렸을 적, 오소마츠에게 폭력을 휘두르며 위협했던 그 남자, 토고. 성인이 된 지금도 그 트라우마는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마음 깊이 들러붙어있다. 어떻게 해야 그것에서 도망칠 수 있는 거지? 쉽사리 잠에 들지 못하고 멍하니 생각에 잠겨있던 오소마츠는 형제들의 숨소리를 들으며 비로소 한가지 결론에 이른다.

그녀석의 존재를 없애자, .

 

 

 

 

◇◇◇◇

 

 

 

 

[존재를 없애고 싶은 사람이 있다스??]

 

데카판의 말에 오소마츠가 고개를 끄덕인다.

다음날, 오소마츠는 데카판의 연구소로 향했다. 목적은 물론 오소마츠를 괴롭히는 그 토고를 없애기 위해서.

 

[. 타임머신 같은 거, 없어?]

 

데카판이 진지한 표정을 하고 천천히 고개를 젓는다.

 

[타임머신을 사용해서 뭘 할 생각이다스?]

[그야,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운 녀석이 있으니까, 겠지. 나를 만나기 전의 시간으로 가서, 녀석을 없앨 거야. 그러면 내 트라우마도 사라지겠지]

 

그렇게 말하면서 오소마츠는 데카판에게 토고의 일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여전히 데카판은 진지한 표정을 유지한 채로 말했다.

 

[안 된다스. 내 발명품으로 오소마츠군을 살인자로 만들 수는 없다스]

 

나는 그런 데카판에 혀를 찼다. 계속해서 데카판을 설득하려 했지만, 데카판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끈질긴 오소마츠에 데카판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굳이 죽이지 않아도 된다스요? ........그 토고라는 남자가 오소마츠군의 집에 하숙하기 전에 경찰에 잡히게 한다거나, 그러면 된다스! 그러면 오소마츠군의 트라우마도 사라질지 모른다스]

 

데카판의 제안에 오소마츠는 어깨를 떨군다. 그리고 작게 알았어라고 말한다.

 

[그보다, 과거를 바꿀 수는 있는 거야?]

[모른다스]

 

오소마츠나 [뭐야, 그게] 라고 무심코 뱉었다. 데카판은 뭔가를 생각하는 듯이 팔짱을 끼고 말했다.

 

[시간 여행에 대한 다양한 설이 있다스. 만약, 오소마츠군이 과거로 가서 토고가 오소마츠군을 만나지 않게 한다고 해도, 그것이 그대로 패러렐 월드로 분리되어 버릴 가능성도 있다스. 그렇게 되면 오소마츠군의 과거는 변하지 않고, 트라우마도 사라지지 않는게 된다스]

[-.........뭐야 그게]

 

오소마츠는 짜증난다는 듯 얼굴을 구기고 천천히 일어선다. 데카판은 눈썹을 낮추고 그런 오소마츠를 올려다보았다.

 

[오소마츠군......]

[.......이제 아무래도 좋아.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나는 과거로 갈 거야]

 

오소마츠의 말을 듣고 데카판이 [조금만 기다려라다스]라고 말하고는 약품이 진열된 선반을 뒤진다. 그러나 좀처럼 생각한 것이 발견되지 않는지 잠시 멈칫하더니 뭔가 생각난 듯 자신의 큰 바지 속에 손을 들이밀었다. 그리고는 [여기있다스!!] 라고 외친다. 데카판의 바지에서 나온 것은 그냥 붉은색의 핸드폰이었다. 게다가, 계속 바지 속에 들어있었던 탓에 엄청난 냄새가 났다. 오소마츠는 얼굴을 구기고 코를 막으며 말했다.

 

[냄새!!! 뭐야 이건!? 그냥 핸드폰이잖아?!]

[타임머신이다스]

[이게!!?어떻게 쓰는 건데?]

[기다리라다스]

 

데카판에게서 휴대폰을 가져가려는 순간, 데카판이 오소마츠를 막아섰다.

 

[약속했으면 한다스. 그냥 과거만 바꾸고, 사람은 죽이지 않기로]

[.........뭐야, 신뢰감 없네-]

[오소마츠군]

 

데카판의 진지한 얼굴에 오소마츠는 한숨을 내쉬었다.

 

[알았다니까]

 

데카판은 오소마츠의 확답을 듣고 나서야 갖고 있던 타임머신을 건네주었다. 타임머신은 보면 볼수록 그냥 핸드폰 같았다. 오소마츠는 그것을 켜고 끄고 만지작거리면서 [이거 어떻게 쓰는 거야?] 라고 물었다.

 

[우선 0버튼을 3번 누르고, 통화버튼을 누른 후에 누군가에게 통화하듯이 가고 싶은 시간대를 말하면 된다스]

 

오소마츠는 말하자마자 타임머신을 작동시켰다. 통화버튼을 누르고,

 

[토고가 우리 집에 하숙하기 전날로]

 

그 순간, 눈앞이 뒤집히는가 싶더니 몸이 빙글빙글 회전하는 듯한 감각에 오소마츠는 눈을 감고 몸을 웅크렸다. 공중으로 몸이 붕 떠오르고, 묘한 금속음이 머리에서 울렸다. 오소마츠는 온몸을 덮치는 구토감에 토할 뻔했지만, 그러기도 전에 몸이 땅으로 낙하했고 바닥에 몸을 강하게 부딪쳤다. [아파앗!!] 하고 외치며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는 오소마츠.

고통이 멎고서야 겨우 눈을 뜨고 주위를 살폈다. 오소마츠를 내려다보는 시선이 세 개. 초등학생 정도의 소년들이 오소마츠를 보고 멍하니 굳어있었다. 세 사람 모두 흙이 묻어 더러워진 흰색 민소매 셔츠와 반바지 차림이었다. 그런가, 여긴 쇼와인가. 조금씩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한 오소마츠는 자신이 초등학생 앞에서 땅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는 괜시리 그 소년들을 째려보며,

 

[뭘 보는 거야!!]

라고 소리쳤다.

소년들은 오소마츠의 외침에 덜덜 떨며 그 자리에서 달아났다. 오소마츠는 작게 신음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위를 둘러보면 아무래도 여긴 공원인 것 같다. 지저분한 코끼리 모양의 미끄럼틀과 그네, 철봉이 있는 작은 공원이었다. 그러나 틀림없이 여긴 쇼와이다. 어딘가 그리운 분위기에 오소마츠는 살짝 감성에 젖었다.

 

[아저씨]

 

작게 떨리는 듯한 목소리. 오소마츠가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아까의 소년들 중 한명이 아직도 오소마츠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오소마츠가 혀를 찼지만, 그 소년은 몸을 떨면서도 여전히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아저씨, 지금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나타났죠? , 나 봤으니까!]

 

오소마츠를 올려다보며 덜덜 떨면서도 그렇게 쏘아붙이는 소년. 오소마츠는 이런 꼬마를 상대할 시간은 없다며 무시하고 돌아섰다. 하지만 오소마츠의 빨간 파카 자락을 잡는 작은 손.

 

[아저씨]

 

귀찮아아-! 오소마츠는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고는 [뭐야]라고 작게 응답한다. 소년은 그런 오소마츠에 울상이 되면서도 애써 웃으며 말했다.

 

[도와줘서 감사합니다]

 

순간 오소마츠는 의미를 몰라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소년의 볼과 팔 여기저기에 그려져 있는 무수한 상처들을 보고는 아까의 소년들 중 한명이 이 소년의 멱살을 잡고 있었던 것을 떠올렸다.

설마, 이 녀석....

 

[괴롭힘 당하는 거야?]

 

소년은 살짝 얼굴을 붉혔지만 대답은 하지 않았다. 오소마츠는 그런 소년에게 아무런 말없이 소년의 머리에 손을 얹는다. 소년이 놀라 얼굴을 들면,

 

[, 힘내라고]

 

그렇게 웃으며 말한다.

조금 그 답지 않은 행동이었던 것도 같았지만, 고교시절 왕따였던 이치마츠의 모습이 그 꼬마와 겹쳐 보여 어쩔 수 없었다. , 토고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조금은 놀아줄까.

오소마츠는 소년의 손을 잡아끌고는 그네로 가서 앉았다. 소년은 멍하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아, 잠깐 형아랑 얘기할까?]

 

소년이 깜짝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금방 표정을 바꿔 밝게 웃었다.

 

[, 그치만 모르는 사람과 얘기하면 안 된다고, 선생님이 그랬어]

 

소년의 말에 한방 먹었다는 듯한 표정을 하는 오소마츠. 하지만 금세 표정을 바꿔, 평소의 버릇처럼 코 밑을 훔치며 웃는다.

 

[나는 마츠노 오소마츠! , 이제 나는 모르는 사람이 아니지? 얘기하자!]

 

소년은 그것을 듣고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 오소마츠의 옆에 앉았다.

 

 

 

 

◇◇◇◇

 

 

 

 

[그 녀석들, 소꿉친구인데 나한테 엄마가 없다고 매일 놀려...]

 

소년은 그렇게 풀 죽어서 말했다. 그 말에 오소마츠는 뭔가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하아?왜 그런 걸로 괴롭히는 거야?]

[글쎄. 인간은 자신보다 모자란 사람을 깔보고 무시하기 마련이니까....]

[잘 모르겠네에.......]

 

어린 주제에 묘하게 어른스러운 말을 하는 소년에게 오소마츠는 눈썹을 찡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러고는 소년의 팔을 잡아당겼다.

 

[좋아, 놀자!]

[,]

[애는 그런 어려운 일 따위는 생각하지 말고 뛰어 놀면 되는 거라고!]

 

오소마츠는 소년에게 이를 보이며 활짝 웃는다. 소년은 그런 오소마츠를 보고 멍한 표정을 지었지만 금세 기쁨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그래, 그러면 된다고. 오소마츠는 소년에게서 자신의 동생의 모습을 겹쳐보았다. 썩어도 나는 장남이구나, 라고 실감했다. 그리고 오소마츠는 토고의 일 따위는 깨끗하게 잊고 공원의 기구들을 뛰어다니며 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내성적인 반응을 하던 소년도 나중에는 밝게 웃으며 뛰어놀았다.

어느새 주위가 어두워지고, 오소마츠도 소년도 흙투성이가 되었다.

 

[, 집이 어디야?]

 

소년에게 그렇게 묻자, 소년은 지금까지의 밝은 표정이 거짓말처럼 싹 사라지고 새파랗게 질린다. 덜덜 떨기 시작하는 소년에 오소마츠는 눈살을 찌푸렸다.

 

[, 왜 그래?]

[돌아가고, 싶지 않아]

 

소년은 나직이 그렇게 말하며 오소마츠에게 매달렸다. 오소마츠는 소년의 갑작스런 행동에 당황했다.

 

[아저씨......]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은 목소리였다. 오소마츠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대로 소년은 오소마츠에게서 떨어지며 [농담이야-] 라며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어린애가 그런 표정을 하다니....

 

[아저씨랑 좀 더 놀고 싶었을 뿐이야]

[아저씨가 아냐, 오소마츠라니까]

 

소년은 낄낄 웃는다.

 

[고마웠어, 오소마츠]

 

소년은 그렇게 말하고는 발걸음을 돌려 자리에서 떠난다.

오소마츠는 왠지 이대로 소년을 돌려보내서는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소년을 붙잡아 세웠다. 하지만, 불렀다한들 뭘 할 수 있지? 이대로 이 소년을 미래에 데리고 갈 수는 없는데.

 

[, 이름은?]

 

오소마츠는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무심코 그렇게 물었다. 소년은 오소마츠를 보며 눈을 깜빡인다. 그리고는 싱긋 웃으며,

 

[토고]

 

――――――?

오소마츠는 그 말에 사고가 멈췄다. 그 사이에 소년은 [그럼 이만 갈게] 라고 말하고는 그곳에서 떠났다. 그때, 타임머신에서 벨소리가 울렸다. 오소마츠는 천천히 통화버튼을 눌렀다.

 

, 오소마츠군다스? 이제 끝난 것 같아서 전화했다스. 지금 당장 이쪽으로 전송하겠다스!

 

아무래도 데카판은 이쪽을 지켜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오소마츠가 []이라고 답하자, 타임머신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소마츠의 머릿속에서는 소년의 미소와 토고라는 글씨가 맴돌아 그런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

 

 

 

 

원래 세계로 돌아왔음에도 아직 멍하니 있는 오소마츠에게 데카판이 [또 내일 오라다스] 라고 말했다. 오소마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그날 밤새도록 그의 머릿속에서 토고 소년과의 일들이 맴돌았다.

확실히 오소마츠가 타임머신에게 토고가 우리 집에 하숙하기 전날로라고는 했지만, 설마 토고의 어린 시절로 타입슬립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나한테 엄마가 없다고 놀려

아저씨랑 좀 더 놀고 싶었을 뿐이야

고마웠어, 오소마츠

 

왜 그런 순수한 소년이 살인자가 된 거지? 왜 강도가 되어 버린 거지?

그 소년과 놀았을 때, 소년은 정말 평범한 꼬마였다. 즐겁게 웃거나, 오소마츠에게 너스레를 떨거나, 정말 평범했다.

 

[오소마츠?]

 

밤중에 집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자, 카라마츠가 집에서 나와 그를 불렀다. 카라마츠도 오소마츠 옆에 서서 담배를 꺼내 물고는 불을 붙였다. 오소마츠는 그런 카라마츠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러나. 오늘은 평소와 달리 꽤나 멍하니 있군. 동생들도 걱정했다고?]

 

카라마츠가 그렇게 말하고는 입에서 연기를 내뿜었다. 오소마츠가 그의 말에 움찔한다.

 

[저기, ]

[~?]

[토고, 기억나?]

 

카라마츠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금세 뭔가 떠오른 듯 눈살을 찌푸렸다.

 

[토고라면, 오소마츠를 인질로 삼은 강도말인가?]

[]

[........혹시 너, 그게 트라우마가 됐던 건가?]

 

카라마츠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오소마츠를 본다. 오소마츠는 그저 조용히 담배를 피우고 있다.

그랬었는데 말이지, 지금은 알 수가 없다고......

그 남자가 그렇게 되어버린 이유를 알고 싶어졌다. 왜 나는 토고라는 남자에게 이렇게까지 집착하고 있는 걸까. 지금 생각해 보면, 굳이 시간여행해서 과거를 바꾸기보다, 데카판에게 기억을 지우는 약을 받아 그때의 기억을 지우면 되는 일이었다. 그러는 편이 트라우마가 사라질 가능성도 높을테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답지 않네-]

 

오소마츠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카라마츠가 그런 오소마츠의 어깨를 잡는다.

 

[오소마츠, 뭔가 고민하고 있다면 내게 말해주겠나. 나는 차남이다]

 

똑바로 오소마츠를 바라보는 카라마츠. 카라마츠는 옛날부터 지금까지 오소마츠와 대등한 관계에 있었다. 그래서인지 카라마츠는 그를 오소마츠형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오소마츠가 [그럼, 얘기 좀 들어줄래?] 라고 말하면 이렇게나 기쁜 미소를 지을 거란 건 말할 것도 없다.

 

[, 뭐든지 말하라고!]

[만약의 이야기인데]

 

오소마츠는 그렇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굉장히 미운 사람이 있는데. 어쩌다가 그 사람에게도 여러 가지 사정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어쩔거야?]

 

카라마츠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하고는 [그거.....]라고 입을 열다가 이내 다물어버린다. 오소마츠는 그런 카라마츠를 보며 공중에 담배 연기를 천천히 내뱉는다.

 

[아무래도 궁금해서 말이지. 방금 전까지는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웠었는데........이렇게 갑자기 태도가 바뀐 내가 좀 당황스럽달까.......]

[....궁금하다면 제대로 알아보면 되지 않나]

 

카라마츠가 달을 올려다보며 그렇게 말했다.

 

[직성이 풀릴 때까지 알아보면 된다. 그냥 그러고 있으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으니까 말이야]

 

오소마츠는 멍하니 담배의 불을 끄고 카라마츠와 나란히 하늘을 올려다본다. 알아보면 된다,... 그러고 보니, 자신이 이렇게나 토고를 미워했는데, 그에 대해서 아는 거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오소마츠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할게]

[아아, 무슨 일이 있다면 내게 말해라]

 

카라마츠가 그렇게 말하자,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어 준다. 카라마츠가 [뭐하는 건가!]라고 언짢은 듯 말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오소마츠가 히죽 웃는다.

 

[차남인 주제에 건방지다고-]

 

카라마츠의 불평을 뒤로하고, 오소마츠는 그렇게 말하고는 집으로 들어갔다.

 

 

 

 

◇◇◇◇

 

 

 

 

[정말 괜찮은 거다스?]

 

데카판이 오소마츠에게 물었다. 오소마츠는 고개를 끄덕였다.

 

[. 역시 나, 녀석의 과거를 알고 싶어]

[..........알았다스]

 

데카판은 그렇게 말하고 오소마츠에게 타임머신을 건네준다. 오소마츠는 그것을 받아들고 어제와 같이 “0”을 세 번 누른 후, 통화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토고의 어린 시절로]

 

그렇게 말한다. 그 순간, 역시나 어제처럼 몸이 빙빙 회전을 시작한다. 이 불쾌한 감각은 몇 번을 해도 견딜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겨우 끝났나, 하고 생각하면 그대로 땅에 처박는다. 오소마츠는 땅을 구르고 싶은 걸 간신히 참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부딪친 허리를 두드린다. 주위를 살펴보면, 어제 오소마츠가 떨어진 그 공원이다. 토고 소년과 놀았던 공원. 시간은 저녁시간 정도일까. 오소마츠는 눈을 가늘게 뜨고 주홍빛의 공원을 살펴본다.

토고는 어디에 있는걸까. 오소마츠는 잠시 공원의 그네에 앉아 주변을 살폈다. 시원한 바람이 그를 훑고 지나간다. 어째선지 어제의 공원과는 다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저씨?]

 

앞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이 목소리는.........오소마츠가 고개를 들면, 거기에는 눈빛이 날카롭고 관자놀이 부근의 머리만 짧게 자른 청년이 서있었다. 교복을 입고 있는 걸 보아 근처에 있는 학교 학생인 듯하다. 오소마츠가 놀란 표정으로 그 청년을 올려다보았다. 청년도 같은 표정으로 오소마츠를 보고 있었다.

 

[아저씨?]

[, 누구?]

 

오소마츠가 그렇게 묻자 눈을 더 크게 뜨는 소년. 그리고는 갑자기 눈을 희번득하게 뜨고 오소마츠를 째려본다.

 

[아앙??너 이자식, 진심으로 하는 소리냐?]

 

갑자기 돌변한 청년에 오소마츠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다. 토고다. 몸이 떨린다. 지금의 청년은 오소마츠를 인질로 삼은 토고를 꼭 닮았다. 역시나 트라우마로 남은 걸까. 오소마츠는 메스꺼워졌다.

그때, [랄까-] 하는 가벼운 목소리가 들렸다. 오소마츠는 [.......]하고 멍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농담이야, 아저씨]

[, .....토고?]

[역시 기억하고 있구나]

 

토고는 나이에 알맞게 밝은 표정으로 웃으며 오소마츠의 옆에 앉았다.

 

[오랜만이네, 아저씨]

[.......엄청 컸네. 몇 살이야?]

 

확실히 오소마츠는 토고의 어린 시절이라고 했지만..........오소마츠는 또 실패했다.

머리를 긁적이는 오소마츠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토고가 입을 열었다.

 

[16살이야. 6년만이네, 아저씨]

[.......잘도 날 기억하고 있네]

[..............뭐어,]

 

토고는 오소마츠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그게 오소마츠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보다, 토고는 왜 16살이 되고도 이 공원에 온 걸까? .............설마.

 

[, 설마 매일 여기에 온 거야?]

 

토고가 움찔한다. 설마 진짜로 매일 여기에 온 건가.

토고의 얼굴이 빨갛다. 왜 그런 얼굴을 하는 거야? 저게, 정말 장래 살인자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오소마츠는 여러 가지 생각이 밀어닥쳤지만 결국은 청년의 머리에 손을 얹고 거칠게 쓰다듬었다.

 

[, 뭐하는 거야!]

[미안-미안- 나 네가 그렇게 여린 녀석인 줄은 몰랐어~]

[, 시끄러!!내가 어떤 기분으로...!!]

 

그 순간, 토고가 입을 틀어막는다. 스스로 무덤을 파는구만, 이 녀석. 오소마츠는 낄낄 웃으며 말한다.

 

[어떤 기분이었는데~ 토고구운~?]

[시끄러!!죽인다!!!!!]

[, 잠깐, 그거 농담 같지가 않으니까 그만둬!]

 

오소마츠가 토고를 쳐다본다. 역시 닮았다. 아니, 그냥 본인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토고가 눈앞에 있음에도 오소마츠는 편안한 기분이었다. 악몽을 꿀 정도로 트라우마였던게 아닌가? 어쩌면 지금은 공포보다 다른 감정이 그것을 덮어버린 걸지도 모른다.

 

[, 지금은 뭐해? 고등학생?]

[, 뭐 그렇지. 아저씨야말로 지금까지 왜 여기에 안 온 거야? 랄까, 6년동안 거의 변한 게 없잖아. 옷도 똑같고]

 

의아하다는 듯이 말하는 토고에 오소마츠가 적당히 속여 넘긴다.

지금 그는 그냥 평범하게 삐져있는 청년이다. 그런 청년에게 떨었다는 것이 웃겨 오소마츠는 살짝 웃었다.

 

[미안. 나도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거든. 근데 아저씨라고 부르지 말라고? 내 이름 잊었어?]

[아아, -- 잊어버렸어]

[너 말투 거칠어졌네-]

 

토고는 [괜찮잖아]라고 말하며 고개를 숙인다. 그의 옆모습에서 굉장히 애처로운 분위기가 흘러나왔다. 오소마츠는 그런 토고의 모습에 뭔가 꺼림칙한 예감이 들었다.

 

[어이, 너 아직도 괴롭힘 당하는 거야?]

[?]

[그 왜, 저번의 그녀석들이라든가........친구는 있어?]

 

토고는 어딘가 불쾌한 듯한 표정을 짓는다. 오소마츠는 그런 토고를 보고 황급히 시선을 돌린다.

 

[미안, 지금 건 잊어]

[..........오소마츠, .....]

 

토고가 오소마츠의 팔을 잡았다. 그 때, 오소마츠는 토고의 왼쪽 손목에 붕대가 감겨있는 걸 깨닫는다. 그것을 본 순간, 오소마츠가 눈살을 찌푸린다.

 

[손목 줘봐]

[,]

 

교복 소매를 걷어 올리고 붕대를 풀자, 모습을 드러내는 무수한 상처들. 오소마츠는 토고의 팔을 잡은 손에 힘을 준다. [이게, 뭐야]라고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토고는 두려운 표정으로 오소마츠를 보았다.

 

[이거 네가 한 거지?]

[아니야, 난 그런 짓 안 한다고]

 

토고는 오소마츠의 손을 떼고 자신의 손목을 문질렀다.

 

[그럼, 누가 그런거야?]

[..........]

[그 녀석들? 전에 너를 괴롭히던 소꿉친구들?]

[........여기에 상처를 내면, 누가 봐도 내가 스스로 그런 것처럼 생각할테니까]

 

토고의 중얼거림에 오소마츠가 일어서서 토고를 내려다본다.

 

[녀석들 집이 어디야, 말해. 쳐죽여버릴테니까]

 

토고가 [그만둬]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발, 날 떠나지 마]

 

토고가 머리를 감싸 안고 그렇게 덧붙여 말했다. 오소마츠는 갑작스런 토고의 말에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토고의 손이 천천히 오소마츠의 파카를 잡아당긴다.

 

[그녀석들 혼내주지 않아도 되니까, 옆에 있어줘]

 

울 듯한 목소리에 오소마츠는 무심코 토고를 끌어안았다. 끌어안긴 토고가 [,]하고 작게 소리를 냈다.

 

[오소마,]

[그래그래, 형아가 있으니까 괜찮아-]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렇게 말하자, 토고가 멍한 표정으로 오소마츠를 올려다본다.

 

[형아?]

[아니, 그게........나 장남이니까.......나도 모르게 그만..]

[형제.......]

[. 사실 우리들 여섯 쌍둥이거든!]

 

토고가 눈을 크게 뜨고 [굉장하네]라고 말한다. 그런 솔직한 반응에 오소마츠는 그만 웃어버린다.

 

토고가 끈질기게 오소마츠의 얘기를 듣고 싶다고 말해서, 오소마츠는 자신의 형제에 대해서 말했다. 그렇게 얘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시간이 지나가고, 주위는 이미 깜깜해져 있다. 여기저기 떠있는 별을 올려다보며 오소마츠가 나직이 묻는다.

 

[, 돌아가지 않아도 돼?]

[?]

 

토고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그리고 혀를 차고는 고개를 푹 숙이며 말한다.

 

[괜찮아]

[? 아빠가 기다리고 있잖아?]

[아빠? 나한테 그딴 거 없어]

 

토고는 그렇게 말하고 입을 다문다. 잠시간의 침묵이 흐르고, 오소마츠가 입을 열기도 전에 토고가 다시 이어 말한다.

 

[있는 건, 그냥 빌어먹을 놈뿐이야]

[무슨 일이야?]

[애인이랑 밤마다 밤마다 어딘가의 호텔에서 죽치고 들어앉아서 섹스니 뭐니 즐기고 있거든. 그 남자 때문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말이지]

[? 죽인 거야?]

[녀석이 죽인거나 다름없어. 주색에 빠진 그녀석을 뒷바라지하기 위해서 열심히 일하다가 과로사로 돌아가셨으니까]

 

만화에서 자주 보던 설정이었다. 오소마츠는 멍하니 그렇게 생각하면서, 다시 별을 올려다본다. 지금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보아오던 설정이지만, 현실에서 마주하면 상당히 힘든 일이겠지. 그래서 처음 만났을 때, 이 청년은 그렇게나 어른스러웠던 것이다. 오소마츠는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하지만 여기서 고민하다 아무 말도 못하는 건 자신답지 않다.

 

[그런가.............명복을 빕니다-]

[...............어이, 여기선 보통 위로하잖아]

[위로 받고 싶었어?]

 

토고는 그런 오소마츠의 말에 당황한 표정이다. 오소마츠는 히죽 웃으며 토고의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지금까지 수고했어. 앞으로도 열심히 살게나!]

 

덧니를 드러내고 웃는 오소마츠에 토고는 [짜증나는 영감이네] 라며 혀를 찬다. 그러나 점차 토고의 몸이 떨리면서 작게 울음소리가 공원에 울리기 시작한다. 별은 그런 토고에 반응하듯 예쁘게 빛나고 있었다. 오소마츠는 잠자코 그의 등을 쓸어주었다.

 

 

 

그 뒤로 오소마츠는 토고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잠자코 등을 쓸어주었다. 그러는 동안에 한밤중이 되어 버려서, 토고의 집까지 데려다주기로 했다. 가는 길에 토고는 언짢은 듯이 얼굴을 비쭉거리고 있었다.

 

[이제 이딴 집에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고- 이런 집, 이쪽에서 거절이다 이거야-!!]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일단 고등학교에 보내주고 있잖아]

 

그렇게 말하자 조용해지는 토고. 오소마츠는 그런 토고에 낄낄 웃으며 그를 쓰다듬는다.

 

[, 여기지? 너희 집]

 

눈앞에 보이는 낡은 아파트. “아카츠카 아파트라고 쓰인 글씨를 보면서 오소마츠가 토고를 바라본다. 토고가 눈썹을 내리깐다.

 

[내일은 오는 거야? 또 몇 년간 기다려야 하는 건 아니지?]

[드디어 6년간 날 기다렸다는 걸 말하는구만, ]

 

그 말에 토고가 뺨을 붉게 물들인다. 오소마츠는 조용히 발길을 돌리며 말한다.

 

[내일도 올게]

[정말?]

[........... 정말]

 

오소마츠가 등을 돌린 채, 휙휙 손을 흔든다. 토고는 아무 말이 없다. 하지만, 오소마츠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오소마츠의 등을 바라보고 있었음을 오소마츠는 어째선지 알 수가 있었다.

 

 

 

◇◇◇◇

 

 

 

 

다음날, 오소마츠는 다시 데카판의 연구소를 찾았다. 데카판은 잠자코 오소마츠에게 타임머신을 건넸다. 아무래도 오소마츠의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두려는 모양이다. 오소마츠는 그런 데카판에게 감사하며 타임머신을 기동시킨다.

 

[어제 타임슬립 했던 다음날]

 

이렇게 말하면 될까. 아무래도 오소마츠의 말은 타임머신에게 전해진 모양이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역시나 어제와 같은 공원에 내던져졌다. 익숙해진 것인지 조금 기분이 나빠졌을 뿐, 구토할 것 같은 느낌은 들지 않는다. 절대 익숙해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하늘을 보아하니, 저녁때인지 약간 붉다.

오소마츠는 자신의 심장이 격하게 뛰고있음을 깨달았다. 기대하고 있어? 토고를 만나는 것을? 오소마츠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네에 앉아서 토고를 기다렸다. 하지만 기다려도 토고는 오지 않았다. 주위가 어두워진다. 밤의 냉기가 오소마츠의 뺨을 어루만졌다. 오소마츠는 왠지 찜찜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석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 그녀석을 괴롭히는 소꿉친구? 아니면 아빠? 오소마츠는 일단 토고의 집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러자, 그때.

 

[오소마츠]

 

거친 숨결과 함께 오소마츠를 부르는 가냘픈 소리가 들렸다. 오소마츠가 그쪽을 돌아보니, 토고가 새파란 얼굴을 하고 서있었다. 토고는 오소마츠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오소마츠를 껴안았다.

 

[, 어이!?]

 

그때, 오소마츠의 코에 기분 나쁜 쇠 냄새가 스쳤다. 이건..........? 오소마츠는 황급히 토고의 몸을 떼어내고 교복을 더듬었다. 그러자 오소마츠의 손에 진득한 혈액이 묻어났다. 오소마츠는 숨을 들이켰다.

 

[죽였어]

 

토고가 나직이 말했다. 조용히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사람을 죽였어]

 

떨리고 있는 토고의 몸. 오소마츠는 혼란스러움에 경직해 있다가 겨우 목소리를 짜내어 말했다.

 

[누구를?]

[아버지랑, 녀석 애인이랑, 소꿉친구 녀석. 3명을]

 

3. 오소마츠는 옛 기억을 떠올렸다.

 

사람을 3명 죽였다.”

토고가 어린 시절의 오소마츠에게 입꼬리를 히죽 올리며 그렇게 말했었다. 그렇다는 건...........

토고는 무릎을 꿇고 주먹을 불끈 쥔 채로 떨고 있었다.

 

[어제 돌아갔더니, 아버지가 여자를 안고 있었어. 어머니의 영정사진 앞에서.....]

[......]

[지금까지 그 녀석이 여자를 집에 데리고 왔던 적은 없었으니까, 참을 수 없었어. 그래도 죽이려는 생각은 없었어, 참으려고 생각했어. 그런데 어머니의 영정사진이 녀석 옆에 떨어지자, 그 녀석, 방해라면서 그걸 방구석에 거칠게 집어 던졌다고...! 그 순간 뭔가 확 끓어올랐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녀석도 애인도 칼로 난도질 되어 있었어.......나는 사람을 죽였다는 두려움에 집을 뛰쳐나와서 밤새 걷고 걷다가 아침이 밝았을 때, 우연히 소꿉친구를 만났어. 그 녀석은 평소처럼 나를 놀렸고, 그때의 나는, ........신경이 곤두서있어서............그만.........]

[토고]

 

오소마츠는 토고를 꼭 끌어안고 등을 토닥였다. 토고의 몸이 이렇게나 작았던가.

 

[이제 됐어. 이제 괜찮으니까]

 

토고의 몸이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오소마츠는 그것을 가라앉히려 괜찮으니까라고 반복했다. 사람을 죽이고 이렇게 떨고 있는 청년이 언젠가는 그때처럼 사람을 죽였다라며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인간이 되어버리는 걸까. 이 청년은 앞으로 강도가 되어 외롭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 오소마츠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리고 결심했다.

자신의 기억 속의 토고를 없애버리자고.

그것은 시간 여행을 하기 전의 오소마츠가 한 것과 똑같은 결의.

하지만, 의미만큼은 크게 달랐다.

오소마츠는 천천히 토고를 떼어내고는 웃어보였다.

 

[아저씨, 조금만 기다려주지 않을래?]

[? ..........아저씨는 너잖아, 오소마츠]

[지금 너를 없애줄테니까]

[오소, 마츠?]

[너를 구해줄테니까]

 

토고가 오소마츠에게 손을 뻗었지만, 오소마츠는 그런 토고의 팔을 붙잡아 그를 저지한다.

 

[오소마츠....]

[.......널 강도가 되게 내버려두지 않아]

 

오소마츠는 나직하게 그렇게 말하고는 타임머신을 꺼내 켰다.

 

[데카판, 원래 시대로 되돌려줘]

 

데카판은 대답이 없다. 하지만 금세 오소마츠의 몸이 허공에 둥둥 떠오른다. 그 사이로 토고의 놀란 얼굴이 보인다. 오소마츠가 활짝 웃으며 말한다.

 

[이번에 만나면, 같이 마시러 가자고-]

 

그렇게 말하고는, 오소마츠는 토고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오소마츠가 눈을 뜨면 그곳은 데카판의 연구소다. 데카판이 언짢은 표정을 하고 오소마츠를 바라보고 있다.

 

[어떻게 할 거다스?]

 

역시나 오소마츠를 감시하고 있었던지 사정은 알고 있는 모양이다. 오소마츠는 머리를 긁적이며 데카판을 내려다본다.

 

[그 놈이 사람을 죽이기 전에 막을 거야. 그리고 녀석을 데리고 나올 거야]

[진심이다스!? 데리고 나와서 어쩔 거다스!? 부모님이 없으면 그는 취직도 할 수 없다스!! 설마 이 시대로 데리고 오거나 할 생각은 아니다스요!?]

[그럴 생각은 없어. 나한테 다 생각이 있다고-]

 

오소마츠가 눈썹을 내리깔며 웃고는 데카판에게 머리를 숙인다. 그런 오소마츠에 데카판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부탁이 있는데.....]

 

 

 

 

◇◇◇◇

 

 

 

 

[, 여기지? 너희 집]

 

눈앞에 보이는 낡은 아파트. 벌써 집에 도착한 거야? 토고는 눈썹을 찡그린다. 6년만에 재회한 오소마츠와 지금까지 근처 공원에서 오소마츠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시간은 토고에겐 행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멋진 일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곧 끝이다.

 

[내일은 오는 거야? 또 몇 년간 기다려야 하는 건 아니지?]

[드디어 6년간 날 기다렸다는 걸 말하는구만, ]

 

토고는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오소마츠가 조용히 발걸음을 돌린다.

 

[내일도 올게]

[정말?]

[....... 정말]

 

오소마츠는 토고에게서 등을 돌린 채 휙휙 손을 흔든다. 토고는 그런 오소마츠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모습이 사라지고서야 한숨을 내쉬며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한다. 열쇠로 문을 열고 현관으로 들어서면, 낯선 여자의 구두가 토고의 눈에 들어온다. 토고는 순식간에 지금의 상황을 이해했다. 그리고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것을 느낀다. 불빛이 새어드는 그 방에는 어머니의 영정사진이 있음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여자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토고는 천천히 방으로 다가갔다. 아니, 다가가려고 했다.

갑자기 팔이 누군가에 의해 세게 당겨지고, 토고는 집 밖으로 끌려나갔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눈앞에 보이는 낯익은 빨간 파카.

 

[어째서 여기....]

 

토고가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자, 오소마츠가 웃었다.

 

[구하러 온다고 했잖아]

 

알 수 없는 말이었지만, 어째선지 토고는 편안해졌다. 그리고 오소마츠의 품에 안겼다. 어쩔 줄 모르겠는 이 감정에 토고는 혼란스러웠다.

 

[녀석을, 죽이고 싶어]

 

무심코 그렇게 말해버렸다.

 

[그래]

 

오소마츠는 왠지 토고의 말에 놀란 기색도 없다. 토고가 신기한 듯 눈살을 찌푸리고 오소마츠를 보았다. 그런 토고를 보며 오소마츠가 한 장의 봉투와 메모를 내밀었다.

 

[뭐야, 이게]

[이걸 받는 건, 너 하기 나름이야]

 

오소마츠가 계속 말을 이어간다.

 

[지금 너한테는 이대로 너의 빌어먹을 아버지를 죽이고 강도가 될지, 메모에 적힌 주소에 사는 남자에게 이 봉투를 건네고 지옥에서 벗어날지, 두가지 선택이 있어]

 

[어쩔래?]라며 오소마츠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토고는 오소마츠와 수수께끼의 봉투를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 슬쩍 등 뒤의 문을 본다. 그녀석만큼은 용서하고 싶지 않지만, 그 놈 때문에 내 인생을 이대로 구렁텅이에 빠뜨리고 싶지도 않다. 토고는 겨우 결정을 한 것인지 몇 번 심호흡을 하고는,

 

[잠깐 기다려]

 

그렇게 말하며 집으로 들어간다. 오소마츠는 놀란 듯한 표정을 했지만, 토고를 붙잡지는 않았다. 토고는 그런 오소마츠에게 히죽 웃어보이며 신발을 신은 채로 방으로 다가가 불빛이 새어 나오는 방문을 힘껏 걷어찼다. 그곳에는 토고의 갑작스런 등장에 멍한 상판대기를 한 남녀가 겹쳐져 있었다. 토고는 먼저 남자에게로 다가가서 있는 힘껏 때렸다. 여자는 멍하니 그 광경을 보고 있다.

 

[아버지, 지금까지 미안했어]

 

토고는 사람을 때린 직후라고는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런 토고의 모습에 더욱 혼란스러워 하는 남녀.

 

[이제 나 때문에 돈을 쓰지 않아도 좋으니까. 나 집에서 나갈 거거든...........그럼]

 

발 앞에 떨어져있는 어머니의 사진을 주우면서 토고는 그렇게 말하고는 방을 떠났다. 그러고는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오소마츠에게로 갔다.

 

[어서와. 뭐야, 죽였어?]

[한대 때렸을 뿐이야]

[잘했어. 그럼, 지옥 탈출 축하해, 토고군. , 그럼~ 지옥을 벗어나기 위한 티켓을 너한테 주마!]

 

오소마츠는 토고에게 봉투와 메모를 떠넘기자마자, 갑자기 그 자리에서 뛰쳐나간다. 토고가 그런 오소마츠를 보며 멍하니 있다가 외친다.

 

[!!? 오소마츠!?]

[다음에 만나면 같이 마시겠다는 약속, 잊지 말라고-!!]

 

토고는 필사적으로 오소마츠를 쫓는다. 하지만 모퉁이를 돌아보면, 그곳에 오소마츠의 모습은 깨끗이 사라져있다. 그렇게 깨끗하게 사라졌음에도 토고는 어딘지 모르게 납득한다.

6년이나 지났는데 복장도 얼굴도 모든 게 똑같았던 오소마츠의 모습에서 어딘지 모르게 그가 다른 세계의 인간이라고 은밀하게 확신해왔던 탓인지도 모른다. 토고는 받아든 봉투와 메모를 확인한다. 그리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별이 반짝이고 있다. 별이라는 게 이렇게나 예뻤던가. 토고는 왠지 멍하니 그런 의미 없는 말을 마음속으로 중얼거리고는, 한 걸음 한 걸음, 인도되어진 길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

 

 

 

 

원래 세계로 돌아가자 데카판이 오소마츠의 눈앞에 서있다. 오소마츠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현실에 눈살을 찌푸린다.

 

[역시 헛수고였어?]

 

오소마츠는 그렇게 말하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과거가 바뀌었다면 오소마츠의 속에 있는 강도인 토고의 기억도 사라졌을 것. 하지만 지금의 오소마츠는 확실히 그것을 기억하고 있다. 데카판은 그런 오소마츠에게 고개를 갸웃거린다.

 

[무슨 소릴하는 거다스?]

[?]

 

데카판이 빙긋 웃는다.

 

[기억이 지워지는 건 지금 당장은 무리다스. 저도 지금까지의 기억을 기억하고 있다스. 아무래도 과거를 바꾼 일에 연루된 자들의 기억은 천천히 바뀌는 모양이다스]

[, 어떻게 된 거야?]

[일단, 치비타군의 가게로 가보라다스]

 

오소마츠가 몇 번이나 물어도 데카판은 그 말밖에 하지 않았다. 오소마츠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치비타의 포장마차로 향했다. 그곳에 가까워지자, 그곳에 이미 선객이 와있음을 깨닫는다. 슬쩍 훑어보면, 슈트 차림의 남자이다. 그 슈트의 무늬는 오소마츠의 트라우마의 원흉인 토고의 것과 흡사했다.

순간 오소마츠의 심장이 격하게 뛰기 시작한다. 다리가 점점 빨라진다. 호흡할 시간조차 없다.

 

[토고!!!!]

 

그렇게 외치며 그 남자에게로 다가가자, 천천히 토고가 오소마츠를 돌아본다. 토고다. 오소마츠를 꿀꺽 침을 삼킨다.

 

[.......늦다고, 오소마츠]

 

그 순간 오소마츠가 크게 숨을 토했다. 치비타가 그런 오소마츠를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며 말했다.

 

[뭐야, 오소마츠. 토고씨 계속 기다렸다고-]

[, 치비타 너, 토고를 알고 있어?]

 

그런 오소마츠의 질문에 치비타가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뭐라는 거야, 너도 토고씨는 옛날부터 알고 있잖아. 데카판의 조수로, 지금까지 잔뜩 신세져놓고 뭔 소리냐]

[데카판의, 조수]

 

오소마츠가 토고를 본다. 토고는 조용히 맥주를 홀짝이고 있다.

 

[뭐어, 일단 앉으라고]

 

토고는 그렇게 말하며 비어 있는 옆자리를 톡톡 두드린다. 오소마츠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잠자코 거기에 앉았다. 치비타는 의아스러운 듯이 오소마츠를 바라보았다.

 

[, 이상한 장난은 그만두라고? 앞전에도 이야미랑 토고씨, 셋이서 경마에 갔었잖냐]

 

금시초문이다. 하지만, 오소마츠는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데카판이 말했던 [천천히 기억이 수정된다는 것]은 이걸 말한 건가.

치비타가 오소마츠 앞에 오소마츠가 좋아하는 어묵을 담은 접시를 내려둔다. 토고가 목 안으로 낄낄 웃으며 나직이 말했다.

 

[왜 그래? 안 먹는 거야? 아저씨]

 

오소마츠는 황급히 고개를 돌려 토고를 보았다. 그렇다. 지금 오소마츠 옆에 있는 토고는 오소마츠가 아까 구해줬던 청년인 토고이다.

 

[또 꽤나 못 만났네, 아저씨]

[............., 그 뒤에..........]

[덕분에 메모의 주소로 가서 데카판에게 봉투를 건네고, 데카판의 밑에서 일하게 됐어. 데카판은 이상한 녀석이지만, 나를 소중하게 키워줬어]

 

토고가 새 잔에 맥주를 따르고는 오소마츠에게 건넨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일단 다음에 만나면 같이 마시자고 했던 약속부터 지킬까, 아저씨]

[...............지금, 아저씨는, 너잖아]

 

그러자, 오소마츠와 토고가 깔깔 웃기 시작한다. 치비타가 그런 두 사람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너희들 괜찮은 거냐...?]라고 물었다. 하지만 오소마츠와 토고의 웃음소리는 멈출 줄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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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 영고물인가 싶어서 가져왔는데

오소 영고......랄까, 토고 영고....??

인가 했더니 그냥 해피엔딩

메데타시 메데타시






과제하다가 도망쳐 왔습니다

ㅎ............뭐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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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특정 종교를 부정할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어디까지나 창작의 세계판타지일 뿐입니다.

*스토리 전개상데비오소가 솔로몬의 72악마 중 한명의 이름으로 불립니다오소마츠 이외의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 싫으신 분은 주의해주세요.









Dianthus barbatus









이치마츠의 습격에서 하룻밤이 지났지만, 바르바토스는 여전히 의기소침해 있었다. 어제의 충격과, 기억의 단서를 찾아 주고 있는 동료들에게 일방적으로 폐를 끼쳤다는 것이 신경쓰인 모양이다. 평소엔 천진난만한 그가 얌전하게 있자, 오히려 이쪽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바르바토스, 기분 전환으로 놀고 와도 괜찮다고? 마을까지는, 좀 더 걸어가야 하니까]


[그때는 나도 따라갈테니, 걱정마라]

 

쵸로마츠와 카라마츠가 말을 걸어도 바르바토스는 입을 꾹 다문 채, 쥬시마츠의 등에 멜빵 대신 메어진 금줄을 잡고 있다. 아침부터 계속 이 상태다. 게다가 오늘은 한번도 날아다니지 않았다. 비 오는 날 외에는 등에 난 날개로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바르바토스가, 오늘은 이 3명의 곁에서 조금도 떨어지지 않고 있다. 바르바토스가 어느 종족인지는 모르지만, 날고 있을 때보다 더 피곤해 하고 있다는 건 확실했다. 부지런히 휴식을 하고 있다고 해도, 이대로 계속 걸어간다면 마을에 도착하기도 전에 바르바토스는 쓰러지고 말 것이다.

여차하면 쥬시마츠나 카라마츠가 안고 갈 예정이지만, 이대로 고집을 부리면 바르바토스를 지키는 것도, 목적인 기억의 실마리를 찾는 것도 어려워진다. 왜 그래, 라고 얼굴을 마주보아도, 끄떡도 하지 않는 바르바토스한테 강제로 하는 건 무리다.

게다가, 걱정은 그뿐만이 아니다. 이치마츠의 말대로라면 곧 다시 바르바토스를 뺏으러 올 것이다. 그쪽에서 대화로 풀 생각이 없다면, 이쪽도 뜻대로 응전할 것이지만, 찾고 있었을 형의 방약무인함에 바르바토스가 더욱 충격 받을지도 모른다.

마음 탓인지 풀 죽어 보이는 날개를 쓰다듬으며, 쥬시마츠도 드물게 괴로운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 때,

 

[찾았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하늘 높이, 창공 저 멀리에서 흰 구름을 뚫은 그것은, 혜성도 이길 속도로 이쪽을 향해 떨어졌다. 아니, 내려왔다.

 

[저건............!!]

 

재빨리 눈치 챈 쵸로마츠가 주문을 외고 지팡이로 땅을 내리쳤다. 가장 간단한 바람 장벽을 부르는 수비 주문이었다. 휘잉, 하고 소용돌이치는 바람에 둘러싸인 네명은 바르바토스를 중심으로 몸을 맞대고 타격에 대비했다. 그리고 몇초 후, 폭음과 함께 눈앞에 빛의 화살이 꽂혔다. 쵸로마츠의 바람 장벽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큰 폭풍이 네명을 덮쳤다. 휘잉, 하고 바람 소리가 귓전에 들리고 무심코 바르바토스를 양손으로 막아섰다. 바르바토스는 충격에 버티면서도 살짝 눈을 뜨고 자신을 껴안고 있는 쥬시마츠의 어깨 너머로 내려온 그것을 보았다.

반짝이는 양 날개를 크게 벌린 청년이 순백의 키톤(*키톤, 고대 그리스의 하의를 겹친 의복)을 바람에 휘날리며 웅장한 기세로 서있었다. 머리 위에는 금속과는 다른 이상한 질감의 금관을 띄우고, 손에는 하얀 가방, 그리고 귀여운 리본이 묶인 허리에는 가느다란 칼을 차고 있었다. 사람과는 다른 이상한 느낌이 바르바토스의 코끝을 스쳤다. 처음 보는 존재에 바르바토스는 눈을 몇 번 깜빡였다.

바람이 가라앉자 동시에 어깨를 곧게 핀 청년은, 카라마츠의 망토를 잡아 올려 그대로 뺨을 올려붙였다.

 

[아파앗!!! 마이 소울브라더 엔젤, 무슨 짓인가..!!]

 

[정마아아아아아아알!!!! ~! 찾아다녔으니까 말야!!!! 얼마전까지 중앙에 있었잖아!! 왜 자꾸 옮겨다니는 거야!!?]

 

한껏 격양되어 있는 청년이 무슨 말을 하는건지 바르바토스는 알 수 없었지만, 카라마츠를 때린 것에 놀라 살짝 튀어올랐다. 어제부터, 갑작스런 습격에 굉장히 약하다. 쥬시마츠가 괜찮아, 괜찮아 라며 끌어안아주자, 사양 않고 매달리면서도 아직 카라마츠를 들어올린 채로 뭔가를 외치는 청년을 바라보았다.

 

[잠깐, 토도마츠.... 대체 무슨 소리야. 우리들이 한 곳에 머물지 않은 건, 늘 그렇잖아. 게다가 전에 만난 게 2년 정도 전이고]

 

어이없다는 듯 쵸로마츠가 묻자, 토도마츠라고 불린 청년은 무정하게도 카라마츠를 그 자리에서 떨어뜨리고 쵸로마츠에게 울며 말했다.

 

[쵸로마츠형, 들어보라구우~~]


[우왓, 시끄러! 들을테니까 떨어져!!]

 

징징대는 토도마츠를 억지로 떼어내고 쵸로마츠는 어쩔 수 없지, 라며 바람의 칼날로 근처 나무를 베어 5명분의 의자를 만들어냈다. 이렇게 된 토도마츠는 한번 추스르지 않으면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는다.

부조리하게 얻어맞은 카라마츠도 단풍처럼 뺨이 부어오른 채로, 흐느끼는 토도마츠에게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정말이지 뼛속까지 상냥한 남자이다.

 

[우으으....사실은, 드디어 마계가 움직일 것 같아...]


[마계가? 무슨 소리야?]


[마계, 라고 할까........동쪽의 왕은 쵸로마츠형도 알지?]


[동쪽의 왕? .........., 72악마 중 한명, 서열 1위인....]


[그래, 그 동쪽의 왕이 지상에 내려온다고!! 천계가 아니라, 여기에! 명백히 공격적 의사를 갖고!!]

 

조용한 음색에도 토도마츠의 말에는 벼락같은 강함이 있었다. 토도마츠와 쵸로마츠 이외에, 그것을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지만, 무심코 허리를 움찔하는 쵸로마츠의 모습에 위기임을 깨닫는다.

 

[거짓말.....하필 그런 놈이....아니, 어떻게 지상에 내려올 수 있는 거야?]

 

[그건....동쪽 왕이 원래는 지상계의 한 지역에서 신으로 추앙 받고 있기 때문이야.....그래서 지상에서도 에너지를 얻을 수가 있거든. 아무리 마계로 쫓겨난 재앙의 신이라고 해도, 아직 그를 숭상하는 사람들은 있으니까....]

 

토도마츠가 꾹 입술을 깨문다. 천사에게 있어, 마계는 천계가 이단이라고 간주하는 곳이다. 천계는 지상계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 천계 이외에서 거주하는 신들은 배제했다. 지금은 그것이 더욱 싸움의 불씨를 낳고, 대량의 사망자를 지상계에 쏟아지게 한 경험이 있어 그렇게 집요하게 굴지는 않았지만, 아직도 천계는 자신들 이외의 신은 인정하려 하고 있지 않았다.

 

[나는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해. 하지만, 지금의 내 힘만으로는 어쩔 수가 없어....확실히 하늘에 있는 것만으로, 사망자가 관리되고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는 건 부인할 수 없으니까. 그래도 살아생전부터 모든 것을 천계의 규범 하에서 관리하는 건 잘못되었다고 생각해..... 아니, 지금은 이런 얘기를 할 때가 아니지만]

 

작게 고개를 흔들던 토도마츠는, 답답함을 견디듯 한번 눈을 감고, 다시 늠름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강한 사람이라고 바르바토스는 생각했다. 분명 토도마츠는 괴로운 마음도, 많은 희생도 알고 있지만, 그것을 받아들이고 하늘의 사자인 자신의 사명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바르바토스는 문득 그것에 그리움을 느꼈다. 토도마츠에게 라기 보다는, 그 천사로서의 긍지와 하늘의 규율에 안타까워하는 모습에. 어째서일까,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바르바토스를 지금은 그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다.

 

[내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야. 지금은 동쪽의 왕에 대한 것이 먼저지. 지금은 천계의 사람이 지상계로 큰 전쟁을 벌일 수가 없어. 유일하게 나 같은 능력 천사만 지상계에서의 전투가 허용되고 있지만, 대열을 짤 수가 없어......하지만 동쪽의 왕을 내버려두면, 분명 지상계는 불바다가 되고 말거야...]

 

[그러니까, 우리들에게 힘을 빌려달라고?]

 

[, 보통 사람들보다 월등한 쵸로마츠형들이라면, 악마에게도 대항할 수 있을 거야. 물론 나도 전열에 참가할게!]

 

[그래도....동쪽의 왕의 상대로는, 내가 소환한 악마들로 맞설 수 없고....그냥 마법만으로는 힘들어....애초에 이 멤버로는....]

 

[알아, 그래서 나와 같은 능력 천사들이, 각지에서 힘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어. 어떤 의미론 세상의 위기니까....하늘의 죄를 지상계에 치르게 하다니 정말 하기 싫지만....그래도 어쩔 수가 없으니까..]

 

토도마츠는 고개를 숙이고, 부탁해, 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부디 힘을 보태주세요]

 

프라이드가 높은 천사인 토도마츠가 이렇게까지 부탁하는 일은 형이라 불릴 정도로 가까운 사이인 쵸로마츠들에게도 처음이었다. 고민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쵸로마츠는 입가를 조금 올려 카라마츠 쪽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쥬시마츠는 토도마츠에게 달려들어 양손으로 뺨을 감쌌다.

 

[동생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는 형은 없어, 토도마츠!]

 

[그렇다고- 이몸이 짊어지고 있는 영겁의 길티에 비하면 너의 죄는-....]

 

[, 우리들의 세계고, 악마 따위 천재(天災)와 같은 거잖아. 천재와 달리 지킬 수 있다면, 조금 노력해볼게]

 

카라마츠의 말은 잘렸지만, 토도마츠의 부탁을 흔쾌히 수락한 세명의 표정은 밝았다.

 

[모두들.........]

 

토도마츠는 눈물을 뚝뚝 흘렸지만, 쥬시마츠의 손에 뺨을 가까이 갖다 대고는 오늘 처음으로 미소를 보였다. 이마를 맞댄 쥬시마츠도 입을 크게 열고 웃었다. 그 흐뭇한 광경에 쵸로마츠는 눈부신 듯 눈을 가늘게 떴다. 누군가 등을 탁탁 두드려 뒤를 보면, 바르바토스가 흔들리는 눈빛을 하고 쵸로마츠를 올려다 보고 있다.

 

[, 그러고 보니, 토도마츠한테 소개해야지. 토도마츠의 동생정도 되려나?]

 

[그렇군. 우리들의 새로운 동료인 큐트한 레드 데빌이다!]

 

[악마.......?]

 

쥬시마츠와 장난치고 있던 토도마츠는 얼굴을 들어 바르바토스를 바라보았다. 바르바토스도 똑같이 토도마츠를 바라본다. 역시 기시감 같은 것이 가슴 속에서 들끓었지만, 그것이 바르바토스의 기억의 문을 열지는 못했다.

 

[토도마츠....였지? 토도마츠는, 천사야....?]

 

[맞아. 너는 악마지만 뭔가 신기한 느낌이 드네. 용족인줄 알았어]

 

살짝 토도마츠에게 다가선 바르바토스는 코를 킁킁거렸다. 냄새를 맡는 그의 행동에 토도마츠가 순간 당황한 듯한 얼굴을 했지만, 마치 소동물이 동료를 확인하는 듯한 행동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회화가 가능하다는 것은 상급 악마의 증거지만, 그다지 경계심도 없고 부정한 의도도 보이지 않는다. 보통 악마라는 것은 천사에게 적개심을 갖기 마련이라고 생각했는데.

 

[뭔가, 그리운 냄새가 나....]

 

눈을 가늘게 뜨는 바르바토스에 카라마츠들이 흥분해 물었다.

 

[토도마츠가 네가 찾던 상대인가!?]

 

[으으응, 아냐. 뭐랄까, 기운? 분위기? 잘 모르겠지만, 토도마츠 근처에 있으면 가슴이 막 수근거려]

 

[뭔가 토도마츠가 기억에 관련된 걸 갖고 있는 거 아닐까....확실히, 토도마츠는 그 수인이 말하던 형과는 다르지]

 

악마라고 했는데, 천사를 향해 천진난만하게 웃는 바르바토스에 토도마츠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 미안. 토도마츠. 이 악마는 지금 우리들이 보호하고 있어. 갓 태어나서 아무것도 모르지만, 뭔가 형제를 찾고 있는 것 같아서, 토도마츠를 그립게 느낀다면 혹시 천사 중에....아니, 아무리 그래도 악마의 형이 천사일 리가 없지]

 

[그치만, 토도마츠의 냄새가 그립다고 느끼는 건 왜임까?]

 

쥬시마츠가 순진하게 물어오자, 그게 답변한 건 의외로 토도마츠였다.

 

[어쩌면 마계에 떨어진 천계의 주민일지도...? 그렇다면 하늘의 기색을 가진 날 그립게 생각하는 것도 일리가 있으니까. 하지만 보통은 타락천사라도 나름대로의 기억을 가지고 있을텐데...?]

 

그 이상은 토도마츠도 대답을 못하겠는지 팔짱을 끼고 고민한다. 바르바토스는 두리번거리며 자신을 바라보는 네쌍의 눈동자를 차례로 바라보고는 눈썹을 찡그린다. 이 중에서 가장 잘 모르는 사람이 바로 본인이다. 땅을 슥슥 스치는 꼬리에서 뭔가 불만이 느껴진다. 카라마츠는 언제나처럼 바르바토스의 머리 위에 손을 얹고, 다소 거칠게 머리를 쓰다듬었다.

 

[, 천사인 토도마츠가 무슨 힌트가 될지도 모르니까. 일단 동쪽의 왕을 처리할 방법을 생각할 때까지 토도마츠도 협력할테니까, 네 기억도 생각해보자]

 

[......그렇네]

 

씩 웃어보이는 바르바토스를 카라마츠가 상냥하게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토도마츠가 막내동생이었지만, 그는 이렇게 순순히 카라마츠를 따라주지 않는다. 더욱 세게 쓰다듬어주자, 손에 머리르 부비는 바르바토스를 끌어안아, 맘껏 동글동글한 머리를 쓰다듬는다. 좀 전까지 불만스럽게 흔들어대던 꼬리도 지금은 붕붕 세차게 좌우로 흔들고 있다.

 

[뭔가 마음이 진정되는 느낌이네.....막내라는 건가, 아무튼 잘 알았어]

 

[다행이네, 토도마츠형!!]

 

[-, 막내 포지션이 이득이긴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서도 토도마츠의 눈동자는 바르바토스를 흥미롭게 보고 있었다. 카라마츠가 말한 대로 동쪽의 왕을 막는 대책을 세울 때까지는 일단 토도마츠도 협력할 생각이다. 기본적으로 전투요원인 능력 천사는 평상시 꽤나 한가하다. 그래서 가끔 이 파티에 끼어들어, 돈을 벌어들이는 걸 거들어 주는 토도마츠와 그들의 친분은 꽤나 깊다.

 

[, . 이름은?]

 

[어라, 말하지 않았나? 나는 바르――]

 

[――찾았다....!]

 

 

쥬시마츠가 양손을 크게 벌리고 이름을 부르려 하자, 그걸 막으려는 듯 맑은 하늘에 천둥이 친다. 고막을 찢는 듯한 소리의 그것이 땅에 박힘과 동시에 토도마츠가 강림할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큰 폭풍이 친다.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방심하고 있던 5명은 그 여파를 피하기 위해, 공중에 튀어올랐다. 날개를 가진 토도마츠와 몸이 재빠른 쥬시마츠는 용케 자세를 바로 세우고, 쵸로마츠는 바람의 마법을 사용, 카라마츠는 허리에 찬 검을 꺼내들고 굵은 나무 뒤로 몸을 숨겼다.

 

[바르바토스는!?]

 

눈도 뜰 수 없는 강풍 속에서 쵸로마츠가 바르바토스를 찾는다. 그 붉은 악마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설마 어딘가 멀리 날아가 버린 걸까, 당황하며 주변을 찾다가, 문득 햇볕을 등지고 공중으로 떠오르는 존재를 깨닫는다.

파란 정장 같은 복장에, 머리카락에서 작은 뿔이 솟아있고, 엉덩이에는 채찍 같은 꼬리가 뻗어있다. 붉은 빛의 눈은 루비를 낀 것처럼 놀랄 정도로 감정이 없었다 ―― 그리고 그 얼굴은 바르바토스와 똑같았다.

 

[너는.........!!]

 

쵸로마츠의 등에 얼음 같은 오한이 든다. 과거 여러 악마를 처리하며, 그 막강한 힘을 내것으로 만들어 온 마법사인 쵸로마츠가 처음으로 악마에게 공포를 느꼈다. 지팡이를 쥔 손이 떨리는 것을 애써 막으며 자아를 유지하기 위해 지팡이를 세게 쥐어 잡는다. 압도적인 존재감, 틀림없이 마계의 동쪽 왕 ―― 바알.

바알은 양손을 크게 벌리고는 가볍게 안쪽으로 휘둘렀다. 그 순간, 지금까지 맑았던 하늘에 거무칙칙한 먹구름이 낀다. 끝으로 바알의 뒤에 있던 태양을 먹구름 떼가 삼키고, 하늘을 덮으면 강한 번개를 날린다. 많은 군단을 이끄는 동쪽의 왕은 폭풍과 비를 지배한다. 그에게 날씨를 조작하는 건 어렵지도 않을 일이다. 쵸로마츠는 자신도 저걸 할 수 있을까, 하고 몇초간 생각했지만 그만뒀다. 그 상상은 현실도피도 되지 않을 정도로 무의미했다.

 

[카라마츠!! 쵸로마츠!! 쥬시마츠!! 토도마츠!!]

 

등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면 가장 높은 나무 꼭대기에, 이치마츠에게 안긴 바르바토스가 필사적으로 동료들을 불렀다. 무슨 방법을 쓴 건지, 바르바토스의 양손과 양발은 밧줄로 꽁꽁 묶여 있었다.

 

[바르바토스!!]

 

쵸로마츠의 소리에 히힛, 하고 이치마츠가 이를 드러내고 웃어 보였다.

 

[미안, 지난번 같은 실수를 하면 이번엔 내 목이 위험하거든]

 

[이치마츠, 놓아줘!! 모두가....!!]

 

바르바토스는 용케도 몸을 비비 꼬며 구속을 풀려 했지만, 두 손발은 자석처럼 붙어 마음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 이치마츠는 바르바토스를 팔 안에 가두고 도약한다.

 

[돌아가자고, 동생군]

 

[돌아가다니........]

 

바르바토스는 또 그때처럼 동료들을 부르며, 앞의 벼락처럼 강렬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파란 정장의 악마, 바알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바르바토스의 모든 것을 꿰뚫는 듯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 뒤로 하얀 벼락이 떨어진다. 굉음과 대기의 떨림에 바르바토스가 어깨를 움찔한다.

무섭다. 저 사람이, 무섭다. 바르바토스는 시선에서 조금이라도 도망치려는 듯이 얼굴을 이치마츠의 가슴에 묻었다.

 

[동생군.......?]

 

그 모습에 이치마츠는 바르바토스를 불렀지만, 반응할 힘조차 없었다. 이치마츠는 민첩하게 나무를 뛰어다니다, 관자놀이에 뭔가 찡한 느낌을 받아 황급히 물러섰다. 그 끝에 쿠나이와 얼음이 날아왔다.

 

[아직 방해하는 거야...?]

 

초조함과 기막힘이 절반 섞인 어조로 이치마츠가 말했다. 검을 든 카라마츠는 계속해서 물의 마법을 외우고, 쥬시마츠는 바로 옆까지 다가왔다. 살짝 떠오른 토도마츠는 빛으로 형상화 된 활을 만들어 이치마츠를 겨냥하고 있었다. 어디선가 큰 마법의 기운이 느껴지는 걸 보니, 쵸로마츠도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귀찮게......좀 어떻게 해달라구요-, 바알님-!!]

 

바르바토스를 안고 계속 날아오는 공격을 피하는 이치마츠였지만, 이대로는 끝이 나지 않는다. 바알에게 도와달라는 시선을 보내면, 한숨과 함께 벼락이 날아온다. 정확하게 겨냥되어 오는 벼락에 카라마츠들은 공격을 포기하고 일단 그 자리에서 비켜난다. 이번에는 숨 돌릴 틈도 없이 날아오는 뇌격에 그들이 쫓길 차례였다.

 

[모두들.......!!]

 

바르바토스는 시퍼렇게 질린 얼굴로 외쳤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쵸로마츠가 방어벽을 펼치고, 거기에 모인 네명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그 사이 이치마츠는 그 악마에게 가까이 가있었다. 그 냉담한 눈동자를 바라보다, 끝내 시선을 피해버린다.

 

[이치마츠, 좀 더 노력하라고..... ――그럼, 이제 적당히 하고, 동생을 돌려받을까]

 

마치 바르바토스가 말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똑같은 목소리로 바알이 말했다. 그 말에, 바르바토스는 심장이 꽉 죄여왔다. 동료들이 가르친 형이라는 존재는 따뜻하고, 상냥하고, 바르바토스를 지켜주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자신의 형이라는 이 악마는 바르바토스에게서 모든 것을 뺏으려 하고 있다. 다가오는 압도적인 존재감에 바르바토스는 벌벌 떨었다.

 

[저녀석이, 내 형......? 모르겠어....무서워.....! 싫어.......!!! 도와줘, 이치마츠..!!!]

 

바르바토스는 두려운 나머지 비명 같은 고함을 내질렀다. 싫다고, 싫다고, 고개를 저으며 이치마츠에게 매달려 울기 시작했다. 그런 바르바토스에 섬짓한 것은 이치마츠엿다. 분명, 바알의 주변 온도가 떨어졌다. 평소 쾌활하고 이치마츠에 대해서도 대충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너그러운 대응을 하는 바알이지만, “동생군이 얽힌 일에는 부하인 이치마츠라도 무서울 정도로 비정하다.

 

[, 동생군....! 그보다, 바알님이....!!]

 

이치마츠가 당황해 호소하지만, 그보다도 먼저 뇌격이 뺨을 스쳤다. 쓰고 있던 후드가 관통당해 탄 내를 풍긴다.

 

[이치마츠? 이게 무슨 일...?]

 

손끝을 이치마츠에게로 향한 바알은 불타는 듯한 살기를 그대로 내뿜었다. 이치마츠는 살기에 눌려 무심코 사실을 말한다.

 

[, 그야....뭐어, 당신의 태도가 나쁘다고 할까, 보통은 두려워하는....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원래 고지식한 이치마츠의 한마디는, 시원스럽게 바알의 역린을 건드렸다. 눈앞이 하얗게 물들 정도의 뇌격을 이치마츠는 간신히 피했지만, 한곳에 가만히 있으면 줄줄이 바알의 공격이 날아왔다. 이치마츠는 어떻게든 틈을 발견하고 게이트를 열려고 했지만, 한순간도 움직임을 멈출 수 없는 상황에, 죽음을 각오할 정도의 절망을 느꼈다.

 

[왜 나까지 공격하는 거야, 바르바토스한테도 맞는다고, 이 망할 악마.......라는 건 거짓말입니다. 거짓말이니까, 제발 그마아아아아아아안!!!]

 

한심한 비명이 올랐지만, 그 두팔에서 바르바토스를 떼어내지 않는다. 바르바토스를 떼어내면 극적으로 회피 가능하게 날아드는 뇌격이 진심을 다해 날아올 것이다. 순간의 방심도 허락하지 않는 신의 분노 같은 뇌격에 이치마츠는 이를 악물고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한편, 바르바토스는 이치마츠가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와중에 동료들을 찾아댔다. 이제 쵸로마츠의 방어벽의 기색은 느껴지지 않는다. 벼락이 이치마츠에게 몰리게 되자 도망간 걸까. 바르바토스는 이대로 그들이 어딘가 멀리 달아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바알의 목적은 자신인 것 같다. 공포에서 오는 떨림은 그치지 않고, 전신은 싸늘한 느낌이 계속 됐지만, 나 한명의 희생으로 그들과 그들의 세계를 구할 수 있다면, 그걸로 좋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모르는 곳에서 부디 건강했으면 했다. 고맙다는 말을 못한 것이 유감이었지만, 무엇보다 지금은 그들이 무사하다.

요동치는 팔에서, 바르바토스는 필사적으로 이치마츠에게 매달렸다. 벌써 두 손발의 구속은 풀렸다. 이치마츠가 피를 토할 정도로 거칠게 숨을 몰아쉰다. 그도 이제 한계인 것이다. 무서워서 도망가고 싶지만, 할 수 없다. 바르바토스는 결심한 표정으로 바알을 부르려는 순간, 그의 배후에서 칼과 거대한 수리검을 휘두르는 두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하아아아아아아아아앗!!!!]

 

[뭐야, ?]

 

카라마츠가 날린 검을, 바알은 채찍 같은 꼬리로 뿌리쳤다. 하지만 칼끝에서 넘쳐흐른 물방울이 꼬리를 타고 올라가 투명한 끈이 되어 바알의 온몸을 구속했다. 구속을 풀 틈도 없이, 쥬시마츠의 수리검이 똑바로 바알의 복부로 향했다. 바알은 살짝 눈썹을 찡그렸지만, 여전히 감정 없는 표정에 붉은 눈만이 타들어가듯 반짝였다.

 

[우습군......]

 

동쪽 왕, 바알. 지상계에서는 벨제뷔트라고도 불리는 그는, 폭풍과 비를 다룬다. 그가 지배하는 건 비단 날씨만은 아니다. 그가 다루는 바람은 세계를 휩쓸 정도의 폭풍이 되며, 지상과 하늘을 이루는 물조차 그의 지배하에 있었다.

 

[이 정도로, 나를 구속하려 한거야?]

 

바알이 손가락을 튕기는 순간, 세찬 폭우가 쏟아졌다. 대지를 비로 가라앉혀버릴 기세인 그것에, 수리검은 물론이고 쵸로마츠의 방어막에 있던 카라마츠와 쥬시마츠도 몸을 휘청거렸다. 바알은 몸을 구속시킨 물을 쳐내고는, 세찬 빗줄기 속에서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속도로 몸을 날려 비틀거리는 쥬시마츠의 수리검을 발로 찼다. 그 방향에는, 휘청거리고 있는 카라마츠와 쥬시마츠가 있었다.

 

[카라마츠!! 쥬시마츠!!!]

 

입을 열면 비가 가차 없이 입안으로 흘러들었지만 바르바토스는 아랑곳 않고 크게 외쳤다. 땅을 울리는 듯한 소리를 내는 폭우 속에서 그 목소리가 닿지 않는다하더라도.

 

[!!]

 

카라마츠가 바로 쥬시마츠를 감싸며 팔로 수리검을 받아쳤지만, 순식간에 눈앞에 나타난 바알이 그의 갑옷, 가슴 언저리에 손을 얹고는

 

[속에서부터 타서 죽어라]

 

그대로 뇌격을 퍼붓는다. 전신을 흐르는 물을 타고, 전기는 그대로 카라마츠의 온몸에 전해졌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카라마, !!!!!!!!!]

 

이치마츠는 녹초가 되어 나무에 기댄 채 움직이지 않는다. 그 틈에 바르바토스는 팔안에서 벗어나 온몸을 짓누르는 비에도 아랑곳 않고 동료에게로 달렸다.

 

카라마츠를 끝낸 바알은, 다음 타겟인 쥬시마츠에게 연거푸 뇌격을 퍼부었다. 그대로 땅에 쓰러지는 두 사람에게 한번도 시선을 주지 않은 채, 빗속에서 발버둥 치는 바르바토스를 바라보았다.

 

[바르바토스.........]

 

그 붉은 눈에 처음으로 분노 이외의 감정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 감정을 깨닫기도 전에 바알은 자신의 발밑에 펼쳐지는 마법진을 깨달았다.

 

[이건......]

 

[저놈들은 시간 벌기. 진짜는 이쪽]

 

쵸로마츠가 펼친 것은 마계의 강제 송환 게이트였다. 바알에게 직접 타격을 줄 수는 없다. 그렇다면-..........

마법진에서 그림자 같은 시커먼 덩굴 식물이 솟아올라 바알의 발에 얽혔다. 동시에, 칠흑 같은 잎이 하얗게 빛나고, 그 잎 한 장 한 장에 마법진이 새겨진다. 악마의 에너지를 흡수하는 술법이 내장된 그것은, 쵸로마츠의 고유의 마법이었다. 마법사로, 악마와 대치하는 일이 많은 그에게 특화된 마법진. 아무리 동쪽의 왕이라고 해도 지상의 에너지 공급만으로는 100퍼센트 힘을 낼 수 없다. 그러니 그것을 빼앗아 회복할 때까지 마계에 묶어둔다는 작전이다.

 

[날 잊으면 섭섭하다구!]

 

비를 막듯이 두른 반투명의 구체에서 토도마츠가 날개를 펼치며 검을 십자모양으로 두 번 휘두른다.

 

[우리에게, 신의 영광이 있으리라!]

 

빛의 십자가는 바알을 묶어둔 마법진에 꽂혔다. 십자가가 꽂힌 부근에서부터 바알의 피부가 연기가 되어 타들어간다.

 

[아무리 동쪽의 왕이라도 지상계에서, “대마법사파우스트와 힘의 천사제르엘의 전력에는......]

 

[후흐.....아하하핫!!이게 전력?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몸의 대부분이 십자가에 의해 타버리고, 허리까지 휘감긴 넝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바알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

 

[무르다고, 너무 물러서 그만 잠들 뻔했다고-? 나는 마계의 동쪽 왕. 왕을 거스르고――살아남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 순간, 반사적으로 쵸로마츠는 그 자리에서 물러섰다. , 한발 늦어버려 그대로 땅에 발이 묶여버린다. 하지만 곧바로 지팡이로 땅을 내리쳐 폭발을 일으켜 발을 풀어내고는 토도마츠와 같은 마법으로 비를 막으며 바람을 타고 공중으로 피한다. 그러는 동안에 진흙이 되어버린 바닥에서 굵은 팔이 나타나고 그대로 거대한 물체가 되어 일어섰다.

 

[, 골렘인가....!]

 

흙덩이에 혼을 불어넣어 움직이게 하는 초보적인 술법이지만, 아마도 바알의 경우 빗물을 이용해 진흙 인형을 만들어낸 것이라 골렘을 파괴한다고 하더라도 이 폭우가 그치지 않는 한 다시 살아날 것이다.

 

[자아, 이대로라면 골렘이 동료를 깔아뭉개버린다고?]

 

공중에 있는 쵸로마츠와 토도마츠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골렘은 바닥에 쓰러져있는 카라마츠와 쥬시마츠를 향해 걸어갔다. 비겁하다고 생각해도 어쩔 수 없다. 상대는 악마, 그것도 지금까지 대치한 것들보다 훨씬 막강한 녀석이다.

 

[이 따끔거리는 것들도 이제 좀 아파지고, ~지 몸도 나른해지는 것 같으니까......이제 그만 없애버릴까]

 

두 팔에 힘을 넣던 바알은 그대로 두 손목을 구속하고 있던 십자가를 어이없을 정도로 순식간에 파괴한다.

 

[그런.....!!]

 

토도마츠가 늘 몸에 지니고 다니던 신기를 담은 금팔찌를 사용한 특수한 술법이었는데, 바알은 그것을 마치 모래 언덕을 짓밟는 아이처럼 단번에 파괴해버렸다. 자유로워진 손으로 축축하게 젖은 넝쿨을 잡아 뜯고는 처음으로 바알은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마치 그림처럼 아름다운 미소였다.

 

[자아, 받아라~]

 

순각, 모든 감각이 곤두설 정도의 전격을 양손에서 내보내 덩굴을 불태운 바알은 그대로 마법진을 발로 휘휘 지워냈다.

 

[네에, 끝났습니다-]

 

마지막으로 양손을 쳐서 불탄 피부와 옷을 원래대로 만들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꼬리를 흔들어 경악에 찬 표정을 하고 있는 토도마츠의 팔로 검은 가시를 날렸다.

 

[읏아아아아아아아아아!!!]

 

[토도마츠!!?]

 

[천사한테 있어 마계로 떨어진 신의 힘은, 독이지? 팔에 박혀서 유감- 심장이라면 한번에 가버릴테니 고통도 없었을텐데 말이야]

 

날개에 힘이 빠져 비틀거리던 토도마츠는 그대로 땅으로 떨어졌지만, 아슬아슬하게 쵸로마츠가 마법으로 그를 받아낸다. 골렘으로 동료를 짓밟는 짓은 없었지만, 이대로라면 전멸이다. 어떻게 하지, 쵸로마츠는 요동치는 마음을 억누르고 자신에게 물었다. 혼자서 세명을 회복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애초에 토도마츠를 회복할 수 있는지 조차도 모르겠다. 나 혼자의 마력을 전부 쏟아 공격을 할까――아니, 아마 목숨을 걸었다고 해도 바알의 털끝도 건드리지 못하겠지. 그만큼 그와 쵸로마츠의 힘은 차이가 컸다. 토도마츠가 말하던 원군을 기다리는 것은 그저 운에 맡길 일이었다. 게다가――바알과 맞설 정도로 배짱과 힘이 있는 녀석이 있을 리도 없었다. 그렇다면 마지막 수단은――쵸로마츠는 시선을 돌려 동료들을 본다. 골렘에서 그들을 지키려 쵸로마츠에게 배운 간이 결계를 치고 있는 바르바토스가 보였다. 혹시 바알의 목적이, 저 아이라면――.

쵸로마츠는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퍼뜩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저었다. 그건 가장 있을 수 없는 선택이다. 만약 쵸로마츠가 그 선택을 하고, 카라마츠들을 구한다고 하더라도, 이 파티는 해산되고 이 세사람과는 다시는 얼굴을 마주볼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스스로도 그 선택을 한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바르바토스와 보낸 그 짧고도 긴 시간동안 너무 많은 정을 줘버린 것이다.

 

[이렇게 된 이상, 그것뿐인가]

 

쵸로마츠는 마음을 다진다. 아무리 바르바토스의 형이라고 해도, 그것을 그가 원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지는 정해져 있었다. 쵸로마츠는 가슴 속에서 비장의 부적을 꺼내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산 하나는 날려버릴 수 있는 이 마법은, 현재는 금기로 알려진 옛날의 마법. 그것을 바알의 최대한 바알의 주위로만 집중시킨다. 아무래도, 흥미가 생긴 듯 바알은 히죽히죽 웃으며 쵸로마츠의 행동을 살폈다. 동쪽의 왕이라고 해도 자신의 쾌락에 따르는 건 다른 악마들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치만, 그 마법 너무 길어. 기다리기 지루하니까-]

 

바알이 손가락을 튕긴다. 빗소리에 묻혔을터인데, 쵸로마츠는 그 소리가 들린 것만 같다.

 

[으왓!! 뭐야 이게!!?]

 

바르바토스 주위에 네모난 벽이 생겨난다. 붉은 혈액 같은 것을 두른 그것은 악마가 사용하는 구속용 결계이다. 아무리 두드리고 불을 뿜는다고 해도 결계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바르, 너는 위험하니까 거기 있어]

 

[하아!? 왜 내가 이 안에 있어야 하는 건데!! 랄까, 바르라고 스스럼없이 부르지 말라고!!]

 

좀 전까지 바알에게 위축되어 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꺄꺄 시끄럽게 반항한다. 그것이 아기 고양이 같은지 바알은 웃어 보이고는, 손을 들어 바닥에 쓰러져있는 쥬시마츠와 카라마츠에게로 향했다.

 

[골렘으로 으깨는 것도 좋지만, 귀찮으니까 그냥 바로 죽일래]

 

손바닥이 하얗게 빛나고, 하늘에서 울리는 천둥소리보다 더 큰 소리가 울렸다. 일격으로 끝낼 생각인 듯했다. 바르바토스는 심장을 차가운 손으로 만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안돼!!안 된다고, 죽이면..!!!]

 

[바르바토스의 말이라도 들어줄 수 없어. 나에게서 너를 빼앗는 세계의 모든 것을, 나는 부술거야]

 

그리고, 아무런 주저도 없이 뇌격을 날린다. 쵸로마츠가 주문을 중단시키면서까지 막으려 했지만 그 방어술까지 튕겨내고 뇌격은 곧장 두 사람에게로 향했다.

 

[안돼!! 그만둬!!!!]

 

눈앞이 하얗게 물들고, 바르바토스의 목에 뭉클한 것이 솟구쳤다. 불타는 마그마가 오장육부를 태우고 바르바토스의 근원을 뒤흔들었다.

안 된다. 죽어서는 안 된다. 다시는 소중한 사람을 잃지 않겠다고, 그때 그렇게 정했잖아, 바르바토스.

아니야, 사실은, 또 하나 중요한 것을 받았잖아. 그 사람하고 같은 이름을.

 

그렇지, 오소마츠?

 

바르바토스의 의식에서 진홍빛 섬광이 작렬했다. 동시에 온몸에서 방출된 바르바토스의 불길이 바알의 결계를 때려부순다.

 

[――!?]

 

바르바토스는 두 사람의 등에 뇌격이 닿기 전에 몸을 날려 막고는 가슴을 꽉 부여잡았다. 뜨거웠다. 마치 바르바토스의 몸을 거푸집에 흐물흐물하게 녹인 것처럼 뜨거웠다. 그래, 원하는 건 힘. 이제 누구도 절망 시키지 않을 정도의 힘.

 

[마신 72신 중 1, 바르바토스 오소마츠――그 이름으로, 이곳을 지배하라!]

 

그와 함께 바르바토스의 날개가 몇배나 크게 펼쳐지고, 붉게 빛났다. 앞가슴에서 검이 솟아오르로, 그대로 검을 꺼내든다. 그 칼끝은 곧게 날아드는 뇌격을 향해 거칠게 휘둘러져 번개를 그대로 흩어버린다. 검에 흩어져 사라진 뇌격은 마치 검에 흡수됐다고 생각될 정도로 어이없게 없어졌다. 흑요석 같은 바르바토스의 눈동자는, 어느새 바알과 같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바르바, 토스.......?]

 

쵸로마츠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어리고 순진했던 모습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모습에 말문이 막혔다.

바르바토스는 쵸로마츠의 말에 수긍하듯 한번 봐주고는, 토도마츠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가시가 박힌 팔에서부터 자주색으로 변색한 토도마츠의 몸이 붉은 빛에 휩싸인다. 빛이 온몸을 뒤덮고 검은 가시를 없애려는 듯 몸에 스며들어 사라졌다. 가냘픈 호흡을 내쉬던 토도마츠의 표정이 편안하게 바뀌면서 점점 호흡이 안정된다.

 

[이걸로 토도마츠는 괜찮아. 다음은-]

 

바르바토스는 검을 하늘로 치켜들고, 높고 날카로운 기합과 함께 붉은 불꽃을 날렸다. 불꽃은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늘로 향하고 두꺼운 뇌운을 뚫었다. 붉은 빛이 하늘과 바르바토스를 잇고, 쵸로마츠는 옛날이야기에서 들었던, 신이 자비로 죄인을 돕기 위해 내렸다는 거미줄을 떠올렸다.

바르바토스는 날개를 활짝 펴고 온몸으로 폭우를 맞으면서 더욱 크게 외쳤다.

 

[폭발해라!!]

 

붉은 빛이 폭발과 함께 지상에서 하늘을 덮으며 더욱 밝게 빛나자, 밤처럼 하늘을 뒤덮은 구름이 모두 사라지고 마치 해질녘처럼 시뻘겋게 물든다. 바르바토스의 마력이 바알의 힘을 앗아가고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었다.

비구름이 완전히 사라지면서 세차게 쏟아지던 비도 딱 그쳤다. 비에 조종당하던 골렘도 빛의 폭발에 휘말린 건지 흙덩이로 돌아가 움직임을 멈췄다.

아플 정도의 정적 속에 진흙투성이가 되어 온몸을 흠뻑 적신 바르바토스가 지상에서 바알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알의 얼굴에는 쵸로마츠 이상의 충격이 역력히 떠오르고, 비틀거리며 바르바토스의 눈앞으로 내려갔다.

 

[, 화났으니까]

 

검을 쥐지 않은 왼손이, 바알의 뺨을 때린다. , 하는 소리가 허공에 메아리 쳤다. 약간 균형을 잃어 비틀거리던 바알은 뺨을 막을 틈도 없이 눈앞의 바르바토스를 바라보았다.

 

[, 바르.....]

 

심하게 떨고 있는 바알은 양손을 들어 그 갈 곳 없는 손을 헤맨다. 조용한 시선으로 바르바토스는 한걸음 한걸음 바알에게 다가갔다.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려던 바알의 발은 바르바토스의 말에 멈춘다.

 

[신님.....]

 

그리운 호칭이었다. 그것은 아직 바알이 마계의 동쪽 왕이라는 이름을 가지기 이전, 지상에서 사람들에게 신으로 추앙 받던 때의 호칭이었다.

 

[.........아니, 이제 아니라고]

 

그렇게 말하고 웃었다. 바르바토스에게 뭐라고 말하면 될까. 머리부터 뺨을 타고 흐르는 물을 닦으며 차갑게 식은 피부를 따뜻하게 감싸주고 싶다. 안아서 그 존재를 확인하고 싶다. 하지만, 무엇보다 바르바토스에게 거절되는 것이 바알은 두려웠다. 지상에 내려갔을 때, 마계와는 다른 살아있는 사람의 에너지에 취해 훨씬 악마 같은자신을 드러내 버렸다는 자각은 있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바르바토스를 찾아 다른 어느것에도 눈길을 주지 않고 바로 마계로 돌아갔을 텐데....

저릿저릿하게 아픈 뺨의 열이, 바알에게 냉정한 사고를 되찾아줌과 동시에 죄책감을 일으켰다. 바르바토스는 미아 같은 표정을 하는 바알에 살짝 눈을 감고 웃었다. 진흙에 뒤덮인 대지를 강하게 차올라 물방울을 뿌리치고 날개를 펼친 바르바토스는 바알을 껴안았다.

 

[미안, 오소마츠씨......지금은 형이라고 부르는게 좋을까. 나도 나빴어. 잊어버렸으니까.....사랑하는 당신을. 외롭게 만들어 버렸어. 미안, 앞으로는 계속 함께니까]

 

뻗은 팔을 등에 돌리면, 그때와 같은 따스한 체온이 바르바토스에게 닿았다. 마법으로 젖지 않은 바알의 정장에 물이 스며들었지만 신경쓰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가 자신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바르바토스는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휙 얼굴을 들었다. 바알도 그에 따라 고개를 들고 바르바토스의 뺨을 잡고 눈을 들여다보았다. 흑요석 같은 양쪽 눈이 사르르 녹듯 바알을 바라보았다.

 

[나의 천사.............바르바토스.......드디어 기억해낸 거야.....?]

 

[아니야, 이제 천사가 아냐. 나는, 악마야. 그리고 지금은 같은 이름을 가진 너의 동생이니까 말이야. 이걸로 마음껏 끌어안을 수 있어]

 

[바르........!!!]

 

바알이 바르바토스의 가냘픈 몸을 괴로울 정도로 끌어안았다. 심장이 맞닿아 듣기 좋은 화음을 울렸다. 바르바토스는 한방울의 눈물을 떨구었다. 아아, 겨우 같이 있을 수 있게 된 거야. 행복이 가슴을 들끓어 터질 듯한 환희가 온몸에 넘쳐흘렀다.

 

[사랑해, 나만의 신........오소마츠]

 

서로 떨어지지 못하고 계속 껴안고 있자, 쥬시마츠에게 어깨를 빌려 쉬고 있던 카라마츠나 체력이 회복된 것 같은 이치마츠가 모여들었다. 중증이었던 토도마츠만은 의식은 되찾았지만 여전히 그 자리에서 쵸로마츠의 회복 주문을 받고 있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카라마츠의 말에 바르바토스는 바알의 품에서 떨어져 동료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쪽 다리를 안쪽으로 접고 고개를 숙였다.

 

[미안해. 전부, 내가 기억을 잃어버린 탓이야――.......]

 

그렇게 말하며 풀어낸 과거의 이야기는, 인간인 카라마츠들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아득하고 아득한 옛날 이야기였다.

 

 

 

 

 

◇◇◇◇

 

 

 

 

 

 

신이 세상을 다스리던 시절, 바알――오소마츠는 신이었다. 어떤 땅을 다스리고 폭풍과 비와 풍요를 관장하는 신이었던 오소마츠는, 이교도의 천사인 바르바토스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비록 서로 만질 수는 없다는 건 알았지만,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고 마음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하지만 그것은, 신계(神界)의 신 이외의 신은 인정하지 않는 자들에게는 용서 받지 못할 일이었다.

바알이 다스리던 땅에 신계의 군에 의해 전쟁이 발발했고, 다음 군주가 정해질 때까지 천사들이 파견되었다. 그 틈을 타 바르바토스는 북부산 꼭대기에 피투성이가 되다 못해 대부분의 피부를 잃어 목숨이 위태로운 상태인 바알을 만나러 갔다.

 

바알.....!!!!

 

.............

 

싫어!!왜 당신을 사랑하는데 당신이 죽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바르바토스의 통곡은 하늘을 가로지르고 땅을 갈랐다. 그래도 바알의 죽음은 막을 수 없었다. 하염없이 흐르는 검고 탁한 피는 대지에 스며들었다. 말을 할 힘도 없어 희미하게 호흡을 이어가며 바알은 목숨을 부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

 

미안. 나랑 만나서....내가 당신을 좋아해서...........!!

 

바르바토스의 두 눈에서 뚝뚝 굵은 눈물이 떨어졌다. 그것을 닦아주고 싶어도 팔을 움직일 힘이 바알에겐 남아있지 않았다.

 

미안, 미안해......그러니까, 나의 전부를 당신에게 줄게

 

 

바르바토스는 각오를 다졌다. 그는 원래 힘의 천사였다. 하지만 그 죄로 신계에서 추방당하게 되었다. 천계에서 추방된 천사는 그 몸을 에너지체로 바꿔 다시 세계에 흡수된다. 죽음이라는 개념이 없는 천사는 다시 사람들의 신앙심으로 새로운 천사로 태어날 수 있지만, 바르바토스는 불가능했다.

 

당신이 없는 세계는, 너무 외롭다고

 

바르바토스가 외친 주문은 금기였다. 자신의 생명력을 남에게 나누어 주는, 목숨을 잃게 만드는 저주. 성공률은 한없이 낮았지만 그 결과에 상관 없이 술사의 목숨을 앗아가기에 천계에서조차 이 주문은 금기였다.

 

부탁이야, 다시, 깨어나줘

 

바르바토스는 바알의 입술에 자신의 입을 맞대고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주술의 반동으로 인한 부정한 기운에 바르바토스의 온몸이 찢기고 피가 흘렀다. 그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바르바토스는 목숨을 건네주었다.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키스가 되지 않도록. 바르바토스는 자신의 손과 발끝에 감각이 없어지고 목숨이 사라지는 것을 느끼면서도 결코 입술을 떼지 않았다.

입안이 터지고 피가 흘러나왔을 때, 바르바토스는 겨우 키스를 그만두었다. 이제 몸에 거의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끌어안은 바알의 몸은, 희미하게 빛나면서 육체의 재생이 시작되고 있었다. 주술은 성공했다.

 

........바르............

 

재생하는 도중 바알이 억지로 목소리를 내려는 것을 손가락으로 틀어막고 바르바토스가 웃어보였다. 등에서 솟은 날개는 피와 어둠의 색으로 물들고, 머리 위에 떠있는 금관은 균열이 생겨 거의 산산조각이 나기 직전이었다. 이제 천사로서의 신성력도, 생명력도 바르바토스에게는 남아 있지 않았다.

앞이 희뿌연 눈으로 바알을 바라보면, 절단된 사지가 원래 자리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래도 신으로서 부활할 수는 없었기에, 그의 모습에 조금의 변화가 생겨났다. 그의 머리에서 뿔이 자라기 시작했고, 등에서는 검은 날개가 솟았다. 분명, 이대로라면 마계로 간다면――. 바르바토스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눈을 감았다. 이제 졸음이 몰려와 견딜 수 없었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전하지 않으면, 하고 희미한 목소리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최후의 말을 전했다.

 

바알. , 다음생에는 당신의 동생이 되면 좋겠어. 그 무엇에도 방해받지 않고, 평생 붙어있을 수 있도록-]

 

, 언젠가, 다시, 만났으면 좋겠어.

 

 

다음에야 말로 절망 없이, 사랑하는 사람이 다치는 일 없는 세계에서.

 

그렇게 힘의 천사 바르바토스의 생은 거기서 끝났다.

 

 

 

 

 

 

◇◇◇◇

 

 

 

 

 

[그 뒤는 내가 말해줄게. 내가 바르의 힘을 받아 악마로 되살아났을 때, 이녀석의 몸은 거의 썩기 직전이었어. 그걸 내가 억지로 마력을 쏟아부어서 마계로 데리고 갔어. 그곳에서 나는 바르에게 내 본명인 오소마츠라는 이름을 준 거야. 바르의 조각은 그대로 알이 되었고, 그 뒤로 계속 그가 부화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녀석이 깨지를 않는 거야. 그리고 그때 동쪽의 패권을 뺏으러 온 악마가 이녀석의 알을 훔치고 지상계로 도망쳤어. 물론 그놈은 죽였지만, 아마 지상계로 왔을 때 남아있던 바르의 에너지를 알이 흡수한 것 같아. 그래서 알이 도중에 부화했는지 껍데기 밖에 보이질 않았어. 그래서 이치마츠랑 부하 녀석들이 녀석을 찾고――겨우 찾아냈는데, 바르는 날 잊고 있었다구!! 형아, 엄청 쇼크...!!]

 

[형도 날 때리고 동료를 공격했잖아!! 게다가 날 안아든 이치마츠한테도 문답무용으로 공격하고!!]

 

[그야 당연히 공격하지!! 바르를 껴안은 것만으로도 화나는데 형아한테 무서워!!라고 말하고는 이치마츠한테 매달리고 말야...., 생각한 것만으로 짜증나]

 

[-, 그건 미안해애. , 꼬옥 해줄테니까 기운차려]

 

그러고는 그대로 노닥거리기 시작했다. 그런 둘에게 차가운 시선이 꽂혔다.

천사인 토도마츠는 물론이고 인간인 3명도 여자친구가 없었다. 그런 그들에게 닭살 커플의 분홍빛 분위기는 독이였다.

 

[나도 소문으로 들은 적이 있어.....힘의 천사 바르바토스의 이야기....설마 진짜였다니...이국의 신을 사랑하고 타락했다는 천사. 내가 아직 아홉째 계급이 되기도 전의 이야기야......]

 

현재는 여섯 번째 계급의 능력천사인 토도마츠가 그렇게 말하는 걸 보면, 사람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과거 이야기일 것이다. 주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지금까지 꼭 붙어있던 두 사람이 거슬렸지만 그런 둘을 떼어놓을 수 없을 정도로 과거의 이야기는 비장하고 애처로웠다.

결국은 장대한 리얼충 이야기냐고, 하고 입을 연 것은 순진했던 바르바토스를 유달리 귀여워하던 쵸로마츠였다. 리얼충은 폭파하는 거라고 인식하고 있는 그에게 이번 이야기는 충격이 컸다. 또 유일한 주인의 잔뜩 풀린 표정에 먼 눈을 하고 있는 이치마츠도 내심 비슷했다.

 

[여기 상처......]

 

바알의 손끝이 바르바토스의 입가를 문질렀다. 바알의 생명력을 줄 때, 그 마지막 순간에 생겨난 상처이다.

 

[, 그때의 상처야. 어째선지 이건 재생이 안 되더라. 분명 내가 형을 잊어도 제대로 기억해낼 수 있도록 남은 증거라고.......랄까나!]

 

카라마츠의 안쓰러움이 옮았나? 하고 민망한 듯 코 밑을 비비는 바르바토스에 바알이 그의 이마와 뺨, 그리고 상처를 따라 입술 순서로 키스를 퍼붓는다.

 

[잊어도 몇 번이고 떠오르게 해줄테니까]

 

[후훗, 형이야말로 이번에는 자아를 잃지 말라고-]

 

[네가 옆에 있어 준다면야-]

 

꺄아- 하고 비명을 지르면서도, 바알에게 몸을 부비는 바르바토스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기억이 아닌 뭔가를 찾던 때에는 결코 보이지 않았던 만면 가득한 미소에 쥬시마츠도 따라 웃었다.

 

[왠지 고양이가 장난치는 것 같아!!]

 

[고양이처럼 귀여운 형제라면 얼마나 좋을까.......저기, 나도 너희들 파티에 끼워주지 않을래? 이제 저 형제한테 휘둘리는 건 지쳤어...]

 

이치마츠가 작게 한숨을 쉬며 말하자, 카라마츠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좋다!]

 

[뭐어, 어린애 돌보는 것에서도 해방됐고- 이제 또 잔뜩 상금 벌어다가 평생 놀고 먹으려면 열심히 수행해야겠네-!]

 

[당신들 그런 목적으로 여행했어!?]

 

토도마츠의 츳코미에 당연하잖아, 라고 돌려주면 누구랄 것도 없이 웃음이 쏟아진다. 그렇게 성대한 사랑싸움은 끝을 맞은 것이다.

 

 

 

며칠 후, 바알 오소마츠와 싸운 바르바토스 오소마츠가 볼을 부풀리며 파티를 찾아오고, 그 뒤를 바알이 황급히 쫓아와 한바탕 말썽을 피운 일은 이와는 또 다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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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반에 바르바토스가 바알을 부르는 명칭이 [카미사마]인데

이걸....원래 다른 작품이라면 하느님이라고 번역하겠지만

여기선 그렇게 번역하기가 애매해서 신님...이라고 번역했습니다

(뒤에 과거 얘기부분에서 바르바토스가 계속 바알에게 '카미사마'라고 부르는데

신님!!이라고 하기에는 아무래도 이 진지한 분위기를 망치는 느낌이라ㅠㅠ

바알 or 없애버렸습니다ㅠㅠㅠㅠㅠ죄송합니다)


이 소설에서 바알은 하느님이 아닌 그냥 다른 신이라서ㅠㅠ

하느님이라고 번역을 해버리면 설정이..........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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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리얼충 결말이냐!!!!

이 어마어마한 사태가 결국은 사랑싸움!!??!!






이렇게 오소오소 소설 끝이 났습니다!! :)

판타지는 처음이라 조금 어색했는지도 모르겠네요ㅠ

싸우는 부분이라던가, 세계관 설명 등에서 조금 문장이 어려워서 의역이 꽤 있습니다ㅠ


오소마츠들의 설정 때문에 네이버도 뒤져가면서 했는데 맞게 했는지 모르겠네요;;;;;;

덕분에 뭔가 악마에 대해 많이 알게 됐네요 하핳 (코쓱)








내일은 [차남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되었다] 최종화와

[이야미와 카라마츠의 기묘한 관계2]를 올리겠습니다!!






뜬금없지만 제가 갑자기 이렇게 여러개를 한번에 올리는 이유는!!

시험이라 일찍 마쳐서 시간이 넘쳐흐르는 것도 있지만

사실 이전부터 조금씩 해뒀던 것들을 한번에 마무리해서 그렇습니다 'ㅂ'

거진 마무리 단계에 있었던지라.........


최근 이것저것 쪼끔쪼끔 건드려가지고

이렇게 번역이 대량발생하는 사태가.......

좋은건지 나쁜건지......



뭐 아무튼!! :)

내일 봅시다 여러분!

굿나잇!!!!!!!
















허락받은 작품입니다

무단전재는 금지입니다!!!




오역, 의역, 발식자 주의

불펌금지, 공유는 블로그 주소를!!

http://joniamhungry.tistory.com/




あいたろ 님의 작품입니다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6065809















쥬시마츠가 돌아오지 않아

 

 

 

 



쥬시마츠가 돌아오지 않는다.

벌써 날이 저물었다.

이미 저녁시간이 훨씬 지났는데....

 

 

 

[......괜찮은 거야? 그녀석]

 

오후 8시가 넘은 시계를 보고, 맏형인 오소마츠가 입을 연다.

단 한명이 빠졌을 뿐인데, 오늘 저녁인 카레가 전원 줄어들지 않은 건 기분 탓만은 아닐 거다.

다른 형제라면 파칭코나 경마로 늦게 오거나, 약속이나 행사에 나가 있는 일이 많아서, 귀가가 늦는 건 그렇게 드문 일이 아니다. 하지만 쥬시마츠가 혼자 나가서 이렇게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다니, 게다가 나간 이유를 아무도 모르다니, 그런 일은 지금까지 한번도 없었다.

 

[..........]

 

가장 활발한 녀석이 빠진 식탁은 유난히 조용한 것 같다.

 

[누군가, 오늘 쥬시마츠 본 사람은 없어?]

 

쵸로마츠가 나머지 4명을 둘러본다.

 

[아마 오전 중에는 야구하러 공원에 있었을 거야]

 

토도마츠가 대답했다.

 

[점심때부터 보질 못했네-]

[.........물고기가 어쩌고, 했던 것 같아]

 

카라마츠가 점심때의 쥬시마츠를 떠올리며 중얼거리듯 말하며 슬쩍 이치마츠에게 시선을 돌렸다. 잠자코 있던 이치마츠는 자신에게 몰린 시선이 껄끄러운 듯 시선을 피하며 나직한 목소리로 답했다.

 

[강에 커다란 물고기가 있으니까, 잡으러 간다고........]

 

쥬시마츠가 같이 가자고 권했는데 거절한 모양이다.

아무리 그래도 이젠 꽤나 추운 날씨니 현명한 판단이다.

 

[그럼 그 뒤에 쥬시마츠 혼자 나갔다는 거야?]

 

쵸로마츠는 확인하듯 말하고, 오소마츠를 쳐다본다. 자신이 한 말에, 뭔가 꺼림칙한 느낌을 받으면서.

같은 느낌을 받았는지, 오소마츠는 살짝 굳은 미소를 지으며 애써 밝게 답한다.

 

[설마 아직 강에서 물고기 잡고있는 거 아냐?]

[아무리 그래도.........그건]

 

그렇게 부정하는 쵸로마츠 옆에서, 토도마츠가 눈썹을 찡그리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제까지 계속 비가 왔으니까, 강물도 늘어나고 물살도 빨라졌을 거야.......아무리 쥬시마츠형이라고 해도 강에 들어가지는 않았겠지]

[..............]

 

그렇네, 하고 납득하면서도, 동시에 설마....하고 나쁜 생각이 들자, 5명은 다시 조용해졌다.

 

 

침묵을 깨고 입을 연건 이치마츠였다.

 

[...........잠깐 강, 살펴보고 올게]

[, 나도 갈게]

 

이어서 오소마츠도 일어선다. 다른 형제들도 거의 동시에 일어난다.

 

 

 

 

 

◇◇◇◇

 

 

 

 

완전히 어두워진 하늘 아래에선, 늘 쥬시마츠가 배트를 휘두르는 강변도 캄캄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오남을 찾아 5명은 각각 흩어져 강변과 시냇가를 돌아다녔다.

 

[..........저기, 이거........]

 

강변 모래 위에 떨어져있는 배트를 찾아낸 건 카라마츠였다.

오랫동안 사용해서 너덜너덜해진 손잡이 부분. 그건 종종 거실에서 나뒹굴던 그것과 비슷했다.

 

[........설마]

 

쵸로마츠는 배트 끝에 펼쳐진 강을 바라본다.

깊은 어둠에 휩싸이고, 평소보다 빠른 물살 속에 동생이 휩쓸려 가버리는 그런 나쁜 예감이 강하게 뇌리를 스쳐 두려움을 느꼈다.

 

 

 

 

 

◇◇◇◇

 

 

 

 

 

[역시 그럴 리 없지, 없어! 쥬시마츠는 수영 엄청 잘하니까]

 

배트 외에는 아무런 단서도 얻지 못하고 집에 돌아온 5명은 다시 탁자를 둘러싸고 앉았다.

시각은 벌써 저녁 10. 아직 아무런 연락도 없고 쥬시마츠는 돌아오지 않았다.

 

입을 꾹 다물고 있는 동생들을 위로하듯 오소마츠가 입을 연다.

 

[뭔가 바쁜 일이 있는 것뿐일 거야...........괜찮다고~? 금방 돌아올 거야. 그녀석도 이제 어른이고]

[..........오소마츠형과는 다르단 말야]

 

스마트폰을 움켜쥐고 고개를 숙이고 있던 토도마츠가 낮을 목소리로 말했다.

 

[쥬시마츠형이 혼자서 밤에 외출한 적은 지금까지 한번도 없었어]

[, 뭐어, 그렇지만]

[........무슨 일이 생긴거야. 어쩌지, 쥬시마츠형, 강에 빠져서 떠내려갔다거나....]

[야야야, 그런 생각 그만두라고!]

 

오소마츠가 큰소리로 토도마츠의 말을 자른다.

모두 그런거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고 있다. 애써 입밖으로 내지 않으려 한 것을 건드리는 토도마츠에 오소마츠는 노골적으로 얼굴을 찡그렸다.

 

[만약 그랬다면.......경찰에서 연락이 왔을테고, 아무런 연락도 없다는 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거라고?]

[그대로 바다까지 떠내려갔다거나 그런거면?]

[그러니까, 토도마츠.......나쁜쪽으로 생각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하면서도 초조함에 입술을 깨물었다.

여섯 쌍둥이 중에서 가장 순진하고 천연에 어린애 같은 쥬시마츠.

항상 통통 튀어다니는 혈색 좋은 그 몸이 물에 불고, 깊은 물속에 가라앉아 있는 모습을 잠깐 상상하고 말았다.

 

[........항상 옷 입은 채로 수영하고 있잖아, 그녀석]

 

카라마츠가 눈썹을 찡그리며 불쑥 말한다.

옷 입고 하는 수영은 위험도가 높다고 말하고 싶은 걸까.

 

[아니, 그니까, 빠졌다고 결정된 것도 아니고...]

[그럼 왜 돌아오지 않는 거야]

 

눈물 맺힌 눈으로 토도마츠가 오소마츠를 똑바로 바라본다.

 

[......빠진게 아니더라도 사고에 휘말렸다거나.....무슨 일이 잇는 게 틀림없잖아......안심할 수 없다고.....]

[...............]

 

분명 그럴 것이다.

오소마츠는 마침내 입을 다물고 가만히 탁자를 바라보았다.

걱정 말라고 하면서도,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증거가 하나도 없다.

 

[........., 이치마츠형 따라가지 않은 거야!]

 

아무도 말을 하지 않자, 토도마츠는 흥분을 더 억누를 수 없게 됐는지. 울음 섞인 목소리로, 배트를 끌어안고 방구석에 앉아있던 이치마츠에게로 화살을 돌렸다.

 

[이치마츠형이 따라갔으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거야!]

[어이, 토도마츠!! 그만둬!!]

 

쵸로마츠가 황급히 토도마츠를 말렸다.

 

[그치만!!]

[누구라도 이런 날씨에 강에 가자고 하면 거절한다고]

[그럼 적어도 말렸다면..!]

[.........]

 

두 사람의 말소리가 들리기는 하는 건지, 이치마츠는 불안한 정도로 아무런 말도, 반응도 하지 않고 쥬시마츠의 배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치마츠형, 있지있지- 강에 어~~엄청 큰 물고기가 있었어!! 같이 잡으러 가자!!]

[...........-, 싫어. 추우니까]

[그럼 내가 잡는거 봐줘! 응응?]

[싫다고. 잡아 오면 봐줄게]

[알겠어!! 기다려-!!]

 

 

낮의 대화를 떠올린다.

쥬시마츠는 틀림없이 강에 들어갔을 것이다. 이치마츠는 알고 있다.

그리고 쥬시마츠는 돌아오지 않았다.

(........거짓말)

귀찮을 정도로 따라다니고, 이쪽이 절대 움직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이런저런 일을 권해오는 동생. 그 목소리를 이제 들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제멋대로 들러붙어 오는 그 체온을 느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거짓말이야......)

상상하고 싶지 않다.

생각하고 싶지 않다.

 

 

 

 

 

 

저녁 11.

오소마츠와 카라마츠는 부모님과 함께 경찰에 신고를 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집에 남은 쵸로마츠와 이치마츠, 토도마츠는 역시 아까와 똑같이 방에서 꼼짝도 않고 있다.

 

[경찰에 가면 뭔가 알 수 있을지도, 라고는 했지만....]

 

그 말에 울어서 퉁퉁 부은 얼굴로 토도마츠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투덜거린다.

 

[그거, 쥬시마츠형이 사고에 휘말려서 병원에라도 실려갔다는 소리야?]

[...........그런 생각만 하지 말라고, 토도마츠]

 

쵸로마츠는 막내 동생을 달래기에 바쁘다.

걱정하는 것도 어쩔 수 없지만, 아직 몇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다.

아무렇지 않게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고, 스스로를 타이르고 있다.

 

그러나 토도마츠는, 아무래도 나쁜 상상을 멈출 수 없는 것 같다. 눈 밑이 빨갛다 못해 잔뜩 부어오른 얼굴로 간간이 중얼거린다.

 

[.........이런 날이 언젠가 오지 않을까, 생각했던 적이 있어. 그럴게, 쥬시마츠형 자주 위험한 행동 하니까.....교차로를 확인도 하지 않고 튀어나가거나, 옷 입은 채로 수영을 한다거나, 높은 곳에 올라간다거나......몇번이고 주의 주는데도 금방 잊어버려서.....]

[뭐어, 쥬시마츠니까 말이지.....]

 

작은 부상 등에 개의치 않고, 야생아 그대로 어른이 되어 버려서.

머리 대신, 무한한 체력을 가진 그는 언제나 건강했다.

만약 이대로 돌아오지 않는 다면....

토도마츠의 영향인지 쵸로마츠도 느닷없이 나쁜 쪽으로 생각하게 된다.

 

만약, 쥬시마츠를 잃어버린다면.

앞으로 자신들은 한명이 빠져버린 여섯 쌍둥이인 채로, 어떻게 지내면 좋은 걸까.

그 기운 넘치는 녀석을 잊고 살아갈 수 있을 리 없다.

서로 얼굴을 볼 때마다, 무심코 찾게 될 거다.

한없이 밝고, 항상 웃던 그를.

견딜 수 있을까.

익숙해 질 수 있을까.

태어날 때부터 줄곧 옆에 있었고, 있는게 당연한 존재.

형제들이 싸워도 그 어느 편에 서지 않고, 허둥지둥하며 근심어린 표정을 하는 쥬시마츠.

여섯 쌍둥이 중 혼자서만 어른이 되기를 거부하듯, 점점 아이로 돌아가는 그를, 자신들은 받아들여 왔다.

어쩌면 그렇게 해서 쥬시마츠는, 각자 독립하고 떠나버릴 자신들을 연결하려 했던 걸지도 모른다.

그가 잡고 있지 않으면, 자신들은 서로의 라이벌로서 각자의 길을 갔을지도 모른다.

(시끄럽다, 라고 생각해서, ..........미안했어)

쵸로마츠는 작게 한숨을 내뱉으며 방에 나뒹굴고 있는 짐볼을 본다.

다다미 위에 놓인 야구판 게임도 눈에 들어온다.

(..........무리라고)

쥬시마츠가 없는 생활 따위 있을 수 없다.

그건 자신의 몸을 잘라내는 거나 마찬가지다. 팔 하나, 다리 하나 없이 의연한 생활을 이어가는 건 힘든 일이다.

그러니까, 쵸로마츠는 스스로를 타이르듯 다시 흐느껴 우는 토도마츠에게 말한다.

 

[아직, 하룻밤도 지나지 않았으니까 괜찮다고. 제대로 돌아올거야, 그녀석이라면]

 

 

 

 

 

 

◇◇◇◇

 

 

 

 

 

[..........잠깐 나갔다 올게]

 

계속 잠자코 있던 이치마츠가 갑자기 일어선 것은 12시가 지났을 무렵이었다. 경찰에 갔던 부모님과 형들이 돌아와서, 아무런 단서도 없었다는 것을 보고하고 난 후였다.

 

[어이, 어디 가?]

 

아직 없어진지 몇시간 밖에 되지 않았고, 성인 남성이라는 것에 경찰들은 제대로 상대해주지 않았다. 그래도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 주겠다는 말에 하는 수 없이 돌아온 오소마츠는, 밖에 나가려는 사남에게 무심코 엄한 소리로 말한다.

 

[한번 더 강에 가볼거야]

[그만둬. 아까 같이 찾았었잖아?]

[좀 더, 하류쪽을 볼거야]

[어이, 이치마츠]

 

만류하는 목소리를 무시한 채 이치마츠는 쥬시마츠의 배트를 들고 집을 뛰쳐나갔다.

오소마츠는 이치마츠를 잡으려 일어서려다 말고는 한숨을 내쉰다.

 

[.........아아, 정말.....]

[뭐어, 녀석의 기분도 이해가 간다]

 

옆에서 카라마츠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쵸로마츠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울다 지쳤는지 조용해진 토도마츠의 얼굴을 보고, 오소마츠는 모두를 타이르며 말했다.

 

[어쨌든, 찾는 건 내일 아침에 하자. 누군가의 집에 묵고 있는지도 모르고, 이렇게 어두워서야 찾을 수도 없으니까]

[...........쥬시마츠형은 우리한테 말도 없이 외박 같은 거 하지 않아.....]

 

힘없는 목소리로 토도마츠가 말한다.

 

[지금까지 없었다고 해서, 오늘도 그럴거라는 법도 없잖아. 그렇게 나쁜 쪽으로만 생각하는 건 그만둬. 내일을 위해, 일단 자자!]

[..............그래, 오소마츠형]

 

쵸로마츠가 동의하고, 카라마츠도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다.

너무 걱정해서 초췌한 몰골의 토도마츠를 업고 형제들은 평소의 이불로 향했다.

 

 

 

 

 

◇◇◇◇

 

 

 

 

 

[쥬시마츠!! ..........쥬시마츠!!]

 

왜 나는 이러고 있는 걸까.

어두운 강을 향해 소리치면서, 강변을 정신없이 달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조금 우습게 느껴졌다.

낮에 같이 가자고 권했을 때는 누군가가 따라가겠지,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 와서야, 왜 혼자 보낸걸까, 하고 후회하고 있다.

쥬시마츠가 자신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큰 물고기는 대체 얼마나 큰 녀석이었을까.

더러운 강물에서 나타난 녀석이니 엄청 컸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쥬시마츠는 그 물고기를 타고, 어딘가 다른 세계라도 가버린 건 아닐까.

 

(이치마츠형!!)

 

만면에 미소를 띠고, 더러움이라곤 없는 순수한 미소로.

마음이 깨끗한 녀석이기에 가게 되는 세계가 있는지도 모른다.

 

[..............나를 두고.....멋대로.......]

 

마음이 더러운 자신은 그 세계에 갈 수 없다.

다른 4명도 무리일 거다.

쥬시마츠밖에 갈 수 없다.

그래서 혼가 가버린 걸까.

 

[........돌아.....와줘...]

 

쥬시마츠.

강물은 차갑잖아?

빨리 올라와, 따뜻한 방에서 같이 있자. 모두 함께 이불에 기어 들어가서 잔뜩, 즐거운 꿈을 꾸자.

혼자서 먼 곳에 가버리다니 치사해.

우리들을 두고 사라지다니 치사하다고.

특히, 내게 권해놓고 혼자 가버리다니, 용서할 수 없어.

 

[부탁....이니까]

 

정신 차려보면, 풀숲에 주저앉아있다.

어두운 수면은 여전히 어둠의 색으로 출렁거리고 있다.

이치마츠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동생을 돌려달라며 강을 향해 외쳤다.

 

 

 

 

 

 

◇◇◇◇

 

 

 

 

 

아침이 왔다.

아침이 됐지만, 여전히 경찰에겐 아무런 연락도 없다.

결국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형제들에게, 새벽에 이치마츠가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돌아왔을 뿐이다.

 

[이치마츠, 어디까지 갔었어]

 

얼어붙은 몸으로 이불에 기어 들어오는 동생에게 오소마츠가 물었다.

이치마츠는 나직한 소리로 강 하류까지 갔다 왔다고 말했다.

 

[몇킬로미터나 된다고, 거기까지. 너 굉장하네-]

[............]

 

대답은 없다. 잠자코 앉아서 천장만 바라볼 뿐이다.

 

[.........괜찮아, 오늘은 돌아올테니까]

 

위로하듯 말하고, 오소마츠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쥬시마츠가 우리들을 두고 갈 리가 없잖아]

 

그렇지? 라고 동의를 구하듯 말하자, 카라마츠가 [아아, 그렇다] 라고 응한다.

 

[우리도 저녀석이 없어지면 곤란하고]

[그래그래, 곤란하다고. 그러니까 얼른 돌아와줬으면...]

[........그렇네]

 

쵸로마츠도 드디어 입을 열어 말했다.

 

[이야미나 치비타 집에도 가보자. 뭔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래, 쵸로마츠. 아침 일찍부터 돌아보자. 괜찮아, 어딘가에 있을거야]

 

그렇게 정하고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형들에게 토도마츠가 낮은 목소리로 신음하듯 말했다.

 

[........낙관적이라 좋겠네, 형들은]

[아아, 진짜....너는 너무 나쁜 쪽으로만 생각한다고!!]

[그치만..........]

 

말끝을 흐리며 토도마츠가 다시 뚝뚝 눈물을 흘렸다.

이것도 그 나름의 걱정이었다. 나쁜 쪽의 상상만 하는 건 나쁜 버릇이지만, 그만큼 쥬시마츠를 소중히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 거다.

식은 몸이 조금씩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던, 이치마츠는 그를 조금 이해한다는 듯 보았다.

어제는 시끄러운 녀석이라고 생각했지만, 토도마츠도 쥬시마츠를 소중히 여기고 있고, 잃는 것이 무서워서 그랬다는 걸 알게 되었다.

 

[..........돌아올거야]

 

불쑥 이불 속에서 소리가 울렸다. 그 소리에 오소마츠와 카라마츠, 쵸로마츠가 행동을 멈추고 바라본다.

 

[뭐라고? 이치마츠?]

되묻는 소리.

나는 토도마츠에게 말하려던 건데, 라고 생각하면서 이치마츠가 눈을 감고 다시 입을 연다.

 

[쥬시마츠는 돌아올 거야.....그녀석은 동생을 울리거나 하지 않으....니까]

[이치마츠형]

 

토도마츠의 목소리가 들린다.

다행이다, 제대로 목소리가 닿았다. 이치마츠는 안도한다.

안도감에 갑자기 졸음이 왔다.

 

그렇다고, 그렇지?

자신이 한 말에 스스로 안심한다.

아마 쥬시마츠는 딱 하룻밤만 큰 잉어를 타고 어딘가에 모험하러 갔을 뿐이다. 모두를 걱정시키는 짓, 그녀석이 할 리가 없다.

그치만, 모두를 걱정해 주는 건 쥬시마츠의 일이잖아?

걱정하고, 안심시켜 주며 빙긋 웃는 녀석이 없으면 우리는 우리가 아니다.

 

.......그렇지? 쥬시마츠.

 

 

 

 

 

◇◇◇◇

 

 

 

 

몇시간 뒤, 여섯 쌍둥이 집 앞에 웬 차가 들이닥쳤다. 거기에서 이야미와, 다리를 삔 듯한 쥬시마츠가 내렸다.

 

어제, 강에 들어가려던 쥬시마츠를 우연히 본 이야미가, 그물을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고, 재료를 얻으려 초등학교 체육창고에 갔다고 한다.

그 결과, 도둑으로 몰렸고, 도망치다가 쥬시마츠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발을 삐었다는 것이다.

 

[안 잡히고 끝나서 다행이잔쓰. 하지만, 움직일 수가 없어 가까운 데카판 박사에게로 간 거잔쓰]

[치료받았더니, 왠지 졸려져서!]

 

쥬시마츠가 밝게 웃으며 말했다.

잠 들어버린 원인이 데카판이 개발한 약품냄새 때문이든, 아니면 우연이든 간에, 잠들어 버린 두 사람은 그대로 아침까지 자다가 돌아온 모양이다.

 

[, 정말! 형들이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냐, 쥬시마츠!]

[미안함다-!]

[일단 이 분노는, ..............이야미를 때리는 걸로 봐주지]

[그래그래, 그걸로 용서할게]

[....., 잠깐 기다리잔쓰. 전혀 의미를 모르겠잔쓰요!! ...........우와, 꺄아아아아아아아]

 

안심과 분노 어린 펀치와 킥으로 이야미를 해치운 오소마츠와 카라마츠, 쵸로마츠는 목발을 짚고있는 쥬시마츠를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일단 조금 지쳤을테니까, 이불에 가서 자도록 해]

[? 나 잔뜩 자서 괜찮아! 엄청 기운 넘쳐!!]

[됐으니까, 얼른-]

 

오소마츠는 웃는 얼굴로 쥬시마츠를 침실로 데려간다.

거기에는 울다 잠든 토도마츠와 밤새 돌아다녀 피곤해서 잠든 이치마츠가 있다.

[..........아직 둘 다 자는 거야? 아침이야아-!]

[아니아니, 너도 같이 자라고-]

[후에?]

 

두 사람이 일어나면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곳에.

토도마츠와 이치마츠 사이에 쥬시마츠를 눕히고, 형들은 밝게 웃으며 문을 닫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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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중간에 이치가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했는데

잉어를 타고 다른 세계를 간다던가...


아니아니, 보통은 납치라던가 생각한다고.........



그치만 뭔가 납득했다

쥬시마츠니까!


오히려 납치보다 잉어 타고 다른 세계 간 쪽이 더 신빙성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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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오소마츠상 5화, 에스퍼 냥코편 스포가 있습니다.

혹시라도 보지 않으신 분은 주의바랍니다.
















마츠노 이치마츠의 본심

 



 

 

마츠노 이치마츠. 여섯 쌍둥이 중 사남.

비굴함. 냉소주의자. 겁쟁이. 기본적으로 히키코모리에, 가족과 고양이 외에 교우관계는 특별히 없다.

쓰레기. 타지 않는 쓰레기. 사회의 가장 밑바닥.

 

자신에 대해 적자면 이 정도였다. 잘도 살아있네, 이녀석, 하고 생각할 정도의 간소함. 그럼 죽으라고,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한다. 자살할 용기가 없는 건 아니다. 필요가 없는 거다. 아아, 이제 살아있어서는 안돼, 라고 생각되는 절박한 동기가 없다. 집도 식사도 입을 것도 갖추어져 있어 죽을 필요성을 찾을 수 없다. 아아, 이런 부분도 정말 쓰레기다. 살아갈 가치가 없다. 존재할 가치가 없다.

그것에 귀를 막고, 보이지 않는 척하고 매일을 멍하니 지냈다. 언젠가는 끝이 올 모라토리엄. 그렇다면 차라리 그것을 칭송하리라.

정말, 쓰레기 같은 정신머리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런 나에게도, 마츠노 이치마츠에게도, 그런대로 비뚤어진 사정이라는게 있다.

아마 평범한, 나처럼 쓰레기가 아닌 극히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아무런 변화 없이 그냥 넘어갈 그런 사소한 일이다.

 

나름대로 친하게 지냈던 상대가, 자신을 욕하고 있는 것을 봐버렸다, 라는 이야기.

 

겨우 그런거냐, 라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내겐 크나큰 쇼크였다. 그 욕은 마침내 나뿐만 아니라 형제들 전원에 이르렀고, 최종적으로 강력한 한마디로 큰 타격을 입혔다.

 

[―― 뭐어, 그녀석들 보면 웃기잖아? 같은 얼굴이고]

 

결국, 우리들은 녀석들에게 있어 희귀한 짐승과 다를 바 없었던 것이다. 같은 얼굴이 여섯 개. 세상에도 드문 여섯 쌍둥이는, 거의 반강제적으로 같은 학교에 다니게 됨으로써 그런 일이 생기는 것도 당연했다. 묘하게 호기심에 찬 시선들.

 

인간이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알 수 있는 건, 내 분신들 뿐. 예전에는 텔레파시라고 할 정도로 크게 들렸지만, 지금은 그렇게 잘 들리지는 않는다. 그래도 남들보다는 훨씬 잘 알 수 있었다.

뭐를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타인을 신뢰해서는 안 된다. 배신할게 뻔하다. 틀림없이 나를 무시하고는 최종적으로 내 곁을 떠날 거다.

 

마츠노 이치마츠의 친구관계는 없어졌다. , 역시 떠나가잖아. 그녀석도, 저녀석도, 저녀석도.

마츠노 이치마츠에게 남은 건 다섯 형제뿐이었다. 형제는 차갑게 대하며 피하지 않아도 되고, 그들이 내게서 떠나갈 일도 없다. 그래서 마츠노 이치마츠 옆에는 형제만 남았다.

 

 

 



 

◇◇◇◇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약. 노골적으로 수상해 보이는 그것은,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나를 따르는 고양이들의 마음을 알 수 있다. 서서히 알기 어려워져 가는 형제들의 마음도 볼 수 있다.

 

나에게 악의를 가진 놈을 알 수 있다.

나에게 호의를 가진 놈을 알 수 있다.

나를 상처 입히지 않는 놈을, 알 수 있다.

 

두껍고 큰 주사에 당황했지만, 고양이가 나를 감싸 주었다. 이녀석은 내게 호의를 가졌음에 틀림없다. 그렇게 생각하자 자연스럽게 뺨이 느슨해졌다. 느슨해졌다고는 하지만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정도이다.

 

 

속마음은 고양이가 대변하게 되었다. 이런. 이렇게 되면 나는 일일이 녀석을 데리고 돌아다니지 않으면 안 된다. 게다가 뭔가 말하지 않으면 속마음을 읽지 않는 것 같다. 말없이는 알 수 없는 거냐고.

 

토도마츠의 검은 속내를 내뱉는 고양이를 곁눈질로 보았다. 과연, 영악한 막내가 생각할 것 같은 말이었다. 본심을 말한다, 라는 건 틀린게 아니었는지 토도마츠는 머리를 끌어안고 있다. 안심하라고, 그정도는 알고 있었으니까. 이제 와서 경멸한다던가 하지 않으니까.

 

쥬시마츠가 고양이를 들고 내 무릎에 올려두었다. 에스퍼냥코라고 불리며, 아까까지 사람의 말을 했지만, 겉모습만은 그대로였다. 고양이와는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라고 말하는 토도마츠에게 반응한다. 그럴 리가 없잖아, 바보.

(*저 대사, 오소마츠 대사...아닌가요..? 일단 원문이 그러니 원문대로 번역하겠습니다)

 

[, 그렇지- 그딴 거 살아가는데 필요도 없고]

 

멍하니 여덟 개의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한번 터져버린 말은 쉽게 멈추지 않는다.

 

[다들 잘도 하더라? 주변에 아양 떨면서 말이야]

 

, 하고 비웃는 소리가 냉혹하게 울렸다.

 

[친구? 동료? 난 평생 필요없어]

 

시선이 따가울 정도의 침묵. , 항상 이렇다. 부정해 주는 카라마츠형이 있지 않는 이상, 나를 멈춰주는 놈은 단 한명도 없다. 그걸로 됐다. 부정 따위는 필요 없다. 나는 내가 쓰레기라는 걸 자각하고 있으니까.

 

사실은 그런거 생각 안 하지만

 

눈앞에서 들린 목소리에 눈을 부릅뜬다. 겉만 그대로인 고양이가 지금 뭔가를 말했다. 본심을 간파하는 고양이, 속마음을 말하는 고양이. 아까까지 말하고 있던 건 나였으니, 지금 이녀석이 한 말은 즉, 나의 속마음이다.

무심코 숨이 멎었다. 식은땀이 흐른다. 너 고양이인 주제에 그렇게 큰 목소리로 말하는 거야. 이 방에 있는 형제들에게 분명하게 들렸을 거라고.

쵸로마츠형과 토도마츠가 뭔가 말하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친구, 동료, 그딴건 평생 필요없어. 신뢰 못하는 놈들 따위 필요 없잖아.

하지만 그건 다시 말해, 신뢰할 수 있다면 필요로 한다는 것. 그런건가? 그런거였냐, .

심장이 시끄럽다.

 

[어라아~? 이 고양이는 진심을 꿰뚫어 본다고~?]

 

왼쪽에서 누가 다가오는 기척에 얼굴을 든다. 재밌어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한 장남이 있어, 그만 시선을 피해버린다.

 

[한마리 늑대인 체 해도, 사실은 친구 갖고 싶은 거 아냐~?]

[, 아니거든. 그딴 거 필요없어!]

갖고 싶어

 

오소마츠형의 말을 부정하자, 곧바로 고양이가 그 말을 부정한다. 갖고 싶어. 신뢰할 수 있는 녀석이, 친구가, 갖고 싶어.

싫어. 이런 건, 말할 게 아냐. 이렇게 공개적으로 말할 게 아니라고.

그래, 맞아. 나는 친구가 없어, 그건 여기 있는 가족 전원이 알고 있어.

 

이 방에 있고 싶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섰다. 고양이가 휙, 바닥으로 내려온다.

 

[필요 없다고..하잖아! 왜 그딴 귀찮은 걸 굳이 만들어야 하는데..!?]

왜 나한텐 친구가 안 생기는 거야

 

문으로 향하던 발이 멈춘다. 고양이는 언제나 그렇듯 나를 따라오고 있다.

이건 녀석의 말이 아니다. 나의 말이다. 알면서도, 자신이 아닌 목소리에 가슴이 술렁거린다.

 

[, 뭐어, 그럴만한 가치 있는 놈도 없고]

~ 그럴 가치 나한테 있는 것 같지도 않고]

 

그래. 나는 쓰레기니까. 누가 나랑 친구 따위 하고 싶어 하겠냐고.

 

[소용없단 말이지. 딴 놈이랑 거리 좁히는 것 따윈]

무섭단 말이지. 다른 사람이랑 거리를 좁히는 건

 

그래. 나한테 다가와도, 이런 어쩔 도리 없는 쓰레기라는 걸 알면 떠나가 버려.

그럴거라면, 처음부터 하지 않는 것이 훨씬 낫다. 상처 받지 않아도 되니까.

문 앞에 다가섰다. 고양이는 내 발밑에서 언제나 그렇듯 가만히 앉아 나를 쳐다보고 있다.

 

[노력이 아깝다고]

나한테 자신이 없어

 

자신 따위 있을 리가 없잖아. 내가 뭘 할 수 있다는 거야.

 

[태연하게 배신하거나 하고...그 자식들!]

기대를 배신해버릴지도 몰라, 내가

 

나한테 뭘 바라겠어. 주변이 요구하는 것, 무엇 하나 해내지 못하는 이런 쓰레기에게.

스스로 목소리가 떨리고 있음을 알았다. 말끝이 사나워진다. 멈출 수 없어,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분노가 뇌를 지배한다.

 

[그보다..고양이가 친구라니 말이 되냐?]

그보다, 고양이가 친구라면 편할 거 아냐

 

아아, 맞아. 편하다.

 

[말도 안 통하고!]

그러니까 상처도 안 받고

 

맞아. 고양이는 언제라도 내게 상처 입힐만한 폭언을 내뱉지 않는다.

 

[아아! 바보 같아!]

아아, 쓸쓸해라

 

쓸쓸하다. 쓸쓸해? 아냐, 쓸쓸하다거나 그런게 아냐.

 

[친구 같은 건 진짜 필요없다고!!]

친구 같은 건 진짜 필요없어

 

그래, 필요없다.

 

 

 

왜냐면, 나한텐 너희들이 있으니까

 

 

 

말이 나오지 않는다. 너희들이 있으니까. 형제가 있으니까. 그건 말해서는 안 되는 말이었다.

꽈악, 눈을 감고 있는 힘껏 문을 연다. 소리에 놀란 고양이가 쥬시마츠 뒤로 달아난다.

 

[시끄럽다고!! 다 안다는 듯이 지껄이고!!]

[아니야, 이치마츠...이 고양이는 네 진심을....]

[짜증난다고!! 어디로든 가버려!!]

 

쵸로마츠형의 정론이 싫었다. 알아, 안다고. 나를 괴롭히는 건 나 자신이다. 그래도 멈추지 않는다.

 

짜증난다고, 어디로든 가버려!

 

앵무새처럼 같은 말을 되풀이한 고양이가 내가 가리킨 쪽으로 뛰어갔다. 그것에 더욱 짜증이 치밀었다. 이 방에 있고 싶지 않았다. 나도 그대로 현관으로 가서, 평소처럼 슬리퍼를 신고 밖으로 나갔다. 뒤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뒤돌아보지 않았다.

 

 

마츠노 이치마츠는 과거가 성실하다는 평을 들었던 아이였다. 지금은 비굴하기 짝이 없지만, 그래도 원래 성실함은 나쁜 형태로 어느정도 남아 있었다. 생각을 많이 하는 형태로.

자신과 동갑인 형제들은 전원이 백수라는 불명예한 칭호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이 모라토리엄이 언제까지고 계속될 수 없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다. 피할 것인가, 직시할 것인가의 선택을 늘 강요당하고 있었다.

언젠가 내 형제들도 각자 자립하고 ―― 그것이 어떤 형태를 취할지 모르겠지만 ―― 따로 살 때가 올 것이다.

지금은 함께 살고 있다. 나름대로의 생활 패턴도 알고 있지만, 따로 살게 되면 어떨까.

가뜩이나 모르게 되는 것이 점점 더 모르게 되어, 그야말로 남과 다름없게 될 거다. 그건 싫었다. 단 다섯명의, 내가 의지할 곳. 그들이 없게 되면, 그땐 정말 난 혼자다.

하지만 그걸 입 밖으로 꺼낼 수는 없었다. 일단 상식인인 체하는 쵸로마츠형은 구직활동을 계속하고 있고, 오소마츠형도 나름대로 생각이 있는 것 같다. 토도마츠는 교우 관계가 넓고, 카라마츠형도 폼 잡지만 않으면, 그런대로 괜찮다. 쥬시마츠의 미워할 수 없는 점은 밖에서라도 통할 거다. 그에 비해서, 나는 어떤가. 뭐가 있지? 가족 외에, 고양이 이외에, 마지막으로 입을 연 것이 언제더라. 마지막으로 사람을 불쾌하게 만들지 않고 대화를 끝낸 것이 언제더라.

 

나에겐 너희들이 있으니까. 하지만 없어지게 된다. 알고 있다. 모두 형제 이상으로 소중한 사람을 만나, 언젠가는 떠날 거라는 거. 그래서 나도 밖을 보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타인은 무섭다.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수가 없다. 아직 형제는 어디에도 가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도 아직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 모두가 없어지게 된다면――. 아아, 그때는 어떻게 할까.

 

항상 여기서 생각이 멈춘다. 그때 되면 생각해야지 라며 끝내버린다. 아니, 생각하지 않으면, 할 때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차라리 죽어버리자, 라고 생각할 때도 있다.

살아있어서는 안 되는 절박한 동기. 내가 누구에게도 필요가 없어지게 되었을 때. 나의 이름이 불리지 않게 되었을 때. 나를 받아 주는 놈이 없어졌을 때.

 

, 하고 숨을 토한다. 지금도 딱히 필요로 하거나 하지 않는데. 결국 나는 죽을 때까지의 시간을 끌고 있을 뿐이다. 어쩔 수 없이 울고 싶어져도 눈물샘은 조금도 풀리지 않는다. 나는 쓰레기라 울 권리도 없다.

 

 

고양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딱히 찾으려던 건 아니다. 친구 같은 것도 아니고, 기르던 것도 아니지만, 길을 가다가 울음소리가 들려 뒤져봤다. 하지만, 거기에 있던 건 다른 고양이였고, 더러워진 손바닥이 몹시 공허했다.

 

멍하게 공원의 벤치에 앉아 저물어가는 석양을 바라본다. 어떤 얼굴을 하고 돌아가야 할까. 고양이의 말로 나의 속마음이 알려지게 되어서, 남다른 외로움을 형제에게 떠넘기고 있는 녀석이란 것이 들통 나고 말았다.

 

외로워.

밀어내지 마.

나를 싫어하지 마.

 

애정 표현으로는 최저 수준. 그 자리에 카라마츠형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그 남자라면, 분명 그걸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나도 어른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냥 평범한 수준의.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건, 그저 내가 쓰레기라서 그렇다. 아무래도 자신을 긍정할 수가 없다. 그럴게, 나는 쓰레기니까. 내가 죽어서 누가 곤란해 할까. 날 대신할 사람이 5명이나 있다. 그럼 나 한명쯤 없어도 괜찮겠지. 최종 결론은 언제나 똑같다.

 

 

 

, 필요한가?

 

 




 

 

아아, 어쩌면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신을 대신할 수 없듯이, 자신밖에 못하는 뭔가를 갖도록 모두 노력했는지도 모른다. , 나는 그것을 게을리한 쓰레기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건, 내가 모두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지, 내가 필요한 존재인 건 아니다.

 

만약 형제가 떠나간다고 해도 붙잡지 않을 거다. 그럴 자격 내게는 없다. 마지막 정도는 제대로 연기해 주자, 나는 괜찮다고. 혼자서도 괜찮다고. 걱정할 필요 없다고.

아아, 그 계획조차 엉망이다. 생각해내지 않으면. 누구도 나 따위 신경 쓰지 않는 방법을.

하지만 속마음 들통 나 버렸으니까. 아니, 죽을 거라는 건 아직 안 들켰으니까, 아슬아슬하게 세이프인가.

다만, 지금까지의 무기력함과 냉정한 태도는, 쑥스러움을 숨기려는 거였다고 받아들였을 지도. 와아- 죽고 싶어. 그 고양이가 없어서 다행이다. 죽고 싶다고 하면, 역시 위험한 상황이 될 거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아니, 아까도 위험하기는 했지만.

내 본심으로, 죽고 싶다는 것이 누설되면, 그야말로 큰일이다. 쓰레기 나름대로의 방식이라고 할까, 스스로 정한 규칙이 있다. 죽을 거라면 폐는 끼치지 말자. 살면서도 죽어서도 돈은 없지만, 일단 실내는 관두기로 했다 (청소가 힘들고) 던가, 투신자살은 안 된다 (도로를 더럽히면 돈이 든다는 것 같다) 던가.

뭐어, 그런건 천천히 생각하면 된다.

 

 

찾아온 형제들에 반응한다. 아무래도 찾고 있던 모양이다. 됐다고, 키우던 것도 아니고. 내 고양이가 아니니까. 그런 추한 말을 했는데, 그런건 너희들이랑 관계없잖아.

정말이지, 솔직하지 못하다. 어디서 이렇게 비뚤어진 건지. 자조의 웃음이 새어나간다.

정말, 쓰레기다.

 

 

돌아가려는 형들이 발걸음을 멈춘다. 그 시선 끝에 쥬시마츠가 그 고양이를 안고 서있다. 여기저기 더러워져서는 내게 다가와 고양이를 넘긴다. 애초에 이녀석 탓이다. 쥬시마츠가 고양이와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라고 말한 것이 시작이었다. 속에서 일렁거리던 분노가 다시 솟구친다.

 

[뭐냐고!]

미안해

 

응어리졌던 것이 싹 풀려 사라진다.

미안해, 가 아니라고.

알고 있다. 내 친구 관계를 모두가 걱정하고 있었다는 거. 고양이 상대라도 친구가 생겼다는 것에 진심으로 기뻐했다는 거. 그 친구인 고양이와 얘기할 수 있다면 분명 내가 기뻐하겠지, 라며 네가 생각해 냈다는 것도.

정말 나는 쓰레기다. 타지 않는 쓰레기. 사회의 가장 밑바닥.

너희들이 모두 떠나면 죽어버리겠다고 생각하는 진정한 거대 쓰레기.

그치만,

 

[나도, ............미안]

나도, 미안

 

그렇게 나를 위해 뭔가 해주는 것이, 나한테는 괴롭다.

나 같은 쓰레기에게 손을 건네주는 것도, 나를 걱정해주는 것도.

어차피 언젠가 떠나버릴거면서.

 

상냥하게 굴지마. (상냥하게 대해줬으면 좋겠어)

떠날 거잖아 (어디에도 가지 말아줘)

나를 두고, 가버릴 거잖아 (내 곁을 떠나지 말고, 계속 옆에 있어줘)

 

나는 누구도 믿지 못해 (믿고 싶어, 버리지 말아줘)

누구도 나를 믿어 주지 않아 (믿어줘, 이런 나지만. 이런 쓰레기지만)

내게 뭔가를 기대해도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 (아무것도 아닌 나는, 사랑 받을 자격조차 없지만, 칭찬해 주길 원해)

 

 

 

내 가슴에 안긴 고양이는 아무 말도 없다. 내가 입을 열면 이 마음이 모두에게 들켜버리게 될까.

 

 

정말이지, 나는 쓰레기다. (사랑해줘, 부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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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하면서 나까지 우울해지는 기분이었다......

어둠 오라 엄청나..............




그래도 좋았네요 :)

뭔가 이치마츠스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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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1화*

2016/09/19 - [작업 완료/소설] - [오소마츠상]Para philias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하는 남자(1)>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하는 남자'가 시리즈 전체 제목이 아니여서, 전에 올렸던 1편의 제목을 변경했으니 참고바랍니다)
























※주의사항※


이 이야기는 이상 성벽을 다루고 있습니다작중에는 불쾌한 표현도 많다고 생각되므로

그런 것에 혐오감을 느끼는 분들은 열람을 삼가세요.

이 소설은 자기 책임 소설입니다.

그래도 좋아!!오히려 이상 성벽 환영!! 이라는 분은 부디 재밌게 즐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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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알고 싶어 하는 남자

 

 

 

내가 모르는 곳에 가버리지 않도록.

내 곁을 떠나지 못하도록.

자유의 상징인 날개를 잘라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 새장 속에 가둬두고, 한시도 눈을 떼지 않을 거다.

그가 살아있는 시간, 그 모든 것을 이 눈에 담고 싶다.

그에 관해 내가 모르는, 그 무엇 하나 없도록.......

 

 

 




 

 

모든 것을 알고 싶은 남자

 

 

 

 

카라마츠 형이 병에 걸렸다. 그것도 마음의 병에.

원인은 알고 있다. 오소마츠형의 제안으로 시작한 장난 탓이다. 다른 형들이 어디서 어떤 식으로 카라마츠형에게 거짓 고백을 했는지,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모두가 그 장난에 찬성했다. 그리고 형제들에게 고백을 받는 충격적인 체험을 경험한 카라마츠형의 머릿속은 혼란에 빠지고, 용량이 초과해 버린 결과, 부서졌다. 그렇게 카라마츠 형은 5개의 인격을 가진, 다중인격자가 되어 버린 것이다.

카라마츠 형을 진찰한 데카판 박사의 얘기로는, 뇌가 자기 방어를 위해 별도의 인격을 만들어 냈다고 했지만, 카라마츠형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우리들은 그런 이유가 아님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카라마츠형이 만들어낸 인격은, 우리들 형제가 각자 원하는 성격의 카라마츠형으로, 그것도 하나하나의 인격이 각각의 형제들을 사랑하고 있다.

추측이지만 형제에게만큼은 무르고 상냥한 형은 모두에게 고백을 받고 이렇게 생각했을 거다. ‘나는 한명뿐이니까, 한 사람밖에 선택할 수 없어. 그렇게 되면 전원 행복해질 수 없다. 소중한 형제를 슬프게 하고 싶지 않아. 어떻게 하면 전부 만족시킬 수 있을까..........’ 그런 황당한 것을 생각한 결과 다중인격 따위의 귀찮은 사태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런 상태가 되어버린 카라마츠형한테 이제 와서 고백은 전부 거짓이었습니다라고 사실을 말할 수 없게 된 우리들은 모두 망연자실했다. 그리고 지금도 우리에게 사랑을 주고 있는 5개의 인격을 가진 카라마츠형의 일을 어쩌지도 못한 채로 멍하니 있다.

정말 어쩔 거야, 이거. 아니, 그런 장난을 친 우리들이 나쁜 거야? 하지만, 설마하니 그걸로 다중인격이 될 거라고는 생각 안 하잖아?! 정말이지, 카라마츠형은 안쓰럽네에~ 싸이코패스를 넘어서 나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라구............

 

[토도마츠? 멍하니 있고, 왜 그래? 아아, 여기 크림 묻었다고]

[으응........, 고마워]

[아아]

 

마츠노가 거실에서 카라마츠형이 사온 인기 제과점의 케이크를 먹고 있던 나는 건너편에 앉아 이쪽을 행복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는 카라마츠형의 행동에 무심코 말을 더듬으며 수줍어 한다.

나를 사랑하고 있는 형의 인격은 한마디로 말해, 슈퍼달링이다. 얼굴은 여전히 쇼와체지만, 속은 완전 이케멘 설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안쓰러운 언행은 하지 않고, 멋있게 옷을 차려 입으며, 친절하고 상냥한 완벽한 형.

오늘도 내가 먹고 싶다고 말한 인기 가게의 케이크를 2시간이나 기다려 사왔다. 너무 이케멘이라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 내 한정 인격이 이런 식의 슈퍼달링이 된 것은 아마......랄까, 절대로 내가 고백했을 때의 말 때문이다. 카라마츠형을 놀려먹기 위해 나는 평소처럼 카라마츠형을 낚시터에 데리고 갔다. 그때의 형은 빌어먹을 가죽 재킷과 쿠소 탱크톱에 반짝반짝 빛나는 반바지를 입은 변함없는 쿠소패션에 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이따이요네~~!”라고 츳코미를 했다. 그러면서도 이 형이 나의 거짓말에 어떤 반응을 할지 기대 되어 견딜 수가 없었다. 하지만 묘하게 긴장하고 있었던 것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함께 낚시를 하면서 말했다.

 

[카라마츠형]

[~? 왜 그러나, 브라더]

[, 저기............카라마츠형을 좋아....하는데]

[..........., 아아, 물론 나도 좋아한다고-]

[그게 아니라! ..........연애적인 의미로 좋아...한다고....]

[...........]

[, 언제나 상냥하고, , 멋있고.....의외로 믿음직한 카라마츠형이 좋........]

[......................]

 

그 말은 절반쯤은 사실이었다. 항상 카라마츠형의 언행이나 복장에 츳코미를 날리기는 하지만, 원래 나는 아무런 관심도 없는 상대에게 일일이 츳코미나 불평을 하지 않는다. 그런 걸 보면 드라이 몬스터라고 말하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아무런 관심도 없는 상대에게 시간을 쓰다니 아깝잖아? 그래서 이렇게 툴툴거리면서도 카라마츠형과 함께 있는 건 적잖이 호의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연애의 의미는 아니지만 가족으로서 소중하고 좋아했다.

거짓말이란 사실도 섞어 말하면 진실성이 커지고 상대도 속게 된다. 그래서 나는 아주 조금 본심을 섞어 카라마츠형에게 고백을 했다. 그리고 조심조심 눈앞의 형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카라마츠형은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 , 그런 반응인 건 당연하겠지. 피가 이어진 친동생에게 사랑 고백 받은 거다. 아무리 카라마츠형이 사이코패스 남자라고 해도 역시 이건 놀랐을테지.

 

[............미안, 갑작스러워서. ............조금 생각할 시간을 주겠나]

[............, ]

 

그의 대답에 내가 더 놀랐다. 틀림없이 거절당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상식인인 카라마츠형이니까, “형제끼리 무슨 소린가하고 부드럽게, 그렇지만 확실히 나를 거절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카라마츠형은 곤란한 듯 웃으며 나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 표정에 혐오는 조금도 없었다. 이 형은 진심으로 나의 일을 생각해 주려는 모양이다. 그것을 깨닫는 순간, 마음 한켠에서 말 없이 죄책감이 밀려왔고, 오소마츠형한테는 혼날지도 모르지만 지금 당장 거짓말이라고 밝힐까도 했다. 이 착한 형을 괴롭히는 건 싫었다.

하지만 왜일까. 그날 결국 내 입에서 진실을 알리는 말은 나오지 못했다.

 

 

 

그리고 마침내 진실을 말할 기회는 오지 않고, 카라마츠형의 마음은 허용량을 넘어버려 다중인격자가 되어 버렸다. 그때 내가 바로 진실을 말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라며, 후회하고 있다. 하지만 날 사랑하고 있는 이 슈퍼달링 형은 나의 이상을 넘을 정도여서, 후회로 가득한 마음에 조금씩 기쁨을 섞여들게 하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다른 형제가 다중인격이 된 카라마츠 형에게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후회하면서도 기뻐하고 있다. 마치 나만 형을 독차지한 것 같아 기뻤다. 역시 나는 매정한 동생인지도 모르겠다.

 

[~~~!]

[와악!? , 뭐야?]

 

지금까지 생각에 잠겨있느라 멍한 상태였던 나는, 눈앞의 카라마츠형에게 미간을 찔리곤 정신을 차렸다. 그런 나에게 카라마츠형은 다정하게 미소를 지었다.

 

[미간에 주름 잡혔다고? 버릇된다. 토도마츠의 귀여운 얼굴이 엉망이 되어 버리니까 그만둬]

[, , , 잠깐!!]

 

카라마츠형이 즐겁게 웃으며 나의 미간을 손가락으로 빙글빙글 비벼댄다. 아프지는 않지만 간지러워 몸을 비틀면, 무슨 생각을 한 건지 카라마츠 형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와 내 이마에 츄, 하고 키스를 한다.

 

[, 뭐하는 거야....]

[미안, 말을 바꾸지. 울상인 토도마츠도 귀여워]

[, 하아!? 뭐야 그게.........정말이지 안쓰럽네에...........]

[후훗.....이번에는 사과처럼 빨갛군. 귀여워]

[~~~~~~~~~]

 

뭐냐고 이 망할 형은. 정말, 정마알......너무 멋있잖아!!!!!반해버릴 거야!!!!

나는 부끄러운 나머지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카라마츠 형과 거리를 벌렸다.

나는 연애의 의미로는 카라마츠 형을 좋아하지 않아. 내 연애 대상은 여자다. 하지만, 요즘 이상하고...........나만 특별 취급하고, 다정하고, 잔뜩 사랑해주는 나만의 카라마츠형. 새로 태어난 인격의 형과 함께 지내는 동안 마치 사랑을 하는 듯한 설레임을 느끼게 되었다. 지금으로서는 필사적으로 부정하고 있지만, 언젠가 백기를 들고 항복할 날도 머지않았는지도 모른다. 아아, 어쩌지. 쓰레기 니트에, 동정에 호모라니 최악이잖아!! 하지만 카라마츠형 너무 멋있다구우우....!!

양손 사이로 힐끔 카라마츠형을 본다. 형은 나의 시선을 알았는지 다정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의 시선에서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서 또 다시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제 더는.......................자신들의 장난이 초래한 일이라고는 하지만, 용서해줬으면 했다.

 

[, 저기 카라마츠형]

[? 뭔가?]

[, 내일..........같이 나가지 않을래?]

[아아, 좋다! 또 낚시라도 하러 갈까?]

[..낚시도 좋지만......쇼핑이 좋아]

[쇼핑인가! 그럼 내가 토도마츠에게 어울리는 멋진 옷을 사주겠다!]

[.........나도 카라마츠형에게 어울리는 멋진 옷을 찾아줄게]

 

내일 약속에 무심코 미소를 짓자, 그런 나를 본 카라마츠형도 미소로 답한다.

다중인격은 곤란하지만...........그래도 조금 더 이대로 있어도 좋을지도, 같은 매정한 생각만 잔뜩 해댔다.

 

 

 

 

 


다음날 아침, 카라마츠형과의 쇼핑이 기대되어 좀처럼 잠에 들 수가 없었던 나는 평소보다 더 늦게 일어났다. 깨어났을 때는 이미 다들 깨어난 후였고, 나는 황급히 1층으로 내려갔다. 외출하는 시간은 딱히 정하지 않았지만, 가급적이면 오래 같이 있고 싶었기 때문에 아침 일찍 나서고 싶었다. 카라마츠형한테 깨워달라고 했어야 했는데.

그런 일을 생각하며 거실로 가자, 안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두 명의 말소리는, 쵸로마츠형과 이치마츠형이었다. 카라마츠형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다른 방에 있는 걸까?

뭔가 찝찝한 기분에 기세 좋게 거실 문을 열어젖히자, 앉아있던 쵸로마츠형과 이치마츠형이 내게로 시선을 돌렸다.

방 안을 둘러봤지만, 카라마츠형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착 가라앉았다.

 

[톳티, 좋은아침]

[..좋은아침]

[카라마츠형은?]

 

두 사람에게 인사를 할 여유도 없이 가장 신경쓰이는 것부터 묻는다. 두 사람은 그런 나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지만, 그런 걸 신경 쓸 여유 또한 없다.

 

[카라마츠라며 오소마츠형이랑 같이 나갔어]

[......]

 

예상했던 최악의 전개에 나는 무심코 입술을 깨물었다.

 

[오늘 카라마츠형, 오소마츠형 전용 인격인 거야?]

[. 아침부터 계속 무표정하고 말수 적은니까 그렇겠지. 오소마츠형이 파칭코에 가자며 데리고 나갔어]

[.......그래]

 

나와의 약속은?

마음속에서 헛된 말을 중얼거린다.

 

카라마츠형은 다중인격이라는 자각이 있는 것 같다. 게다가 각각의 인격 때의 기억도 기억하고 있다. 그러니 나와의 약속도 기억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카라마츠형의 인격은 오소마츠형을 사랑하는 인격, 그러니 우선시 되는 건 오소마츠형이지 내가 아니다. 비록 내가 먼저 약속을 했다고 한들 좋아하는 사람을 우선시 하는 것이 지금의 카라마츠형이다.

다중인격이 되기 전이라면 카라마츠형은 형제 모두에게 평등했다. 평등하게 상냥하고 소중히 여겨주었다. 하지만 인격이 나뉘면서 그런 부분이 바뀌어 버린 것이다. 그러니 이번 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지금의 카라마츠형의 성격을 알고 있으면서도 약속 따위를 해버린 내가 나쁜 거다.

그치만.................

 

(카라마츠형 바보)

 

속으로 욕을 중얼거린다.

기대하고 있었다. 기대하고 있었다고.

나잇값도 못하고, 소풍 전의 초등학생처럼 기대감에 잠을 못 잘 정도로.

마음 깊이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깊숙한 장소가 통증을 호소한다. 왜 카라마츠형은 나만의 형이 아닌 거야, 같은 쓸데없는 생각을 한다.

계속 나만을 가장 좋아하는 그 인격 그대로 있으면 좋을텐데. 다른 인격 따위는 필요 없다. 늘 상냥하고 멋진 형인 그대로가 좋다.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하면 다른 인격이 사라지는 거지? 어떻게 하면 카라마츠형을 내것으로.............

 

[토도마츠?]

[.......!?]

 

굳은 표정으로 서있는 나를 수상쩍에 생각한 쵸로마츠형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나는 퍼뜩 정신이 들었다.

나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지? 자신의 무시무시한 사고에 식은땀이 쏟아졌다.

뭔가 이상하다. 어째서 그런 쿠소마츠형을 독점하고 싶어하는 거야, 있을 수 없어. 있을 수 없다고. 이것은 마치 내가 카라마츠형을 사랑하는 것 같잖아.

아니, 아니다, 그런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 확실히 내 전용 인격의 형은 근사하고 멋지다고 생각하지만, 연애감정이 생길 리는 없다. 그런 거, 친형에게 품어서 좋을 감정이 아니다.

다중인격 같은 이상 사태에 뇌가 혼란스러워진 것 뿐이다.

나는 사고를 전환하려 머리를 휙휙 흔들어 머릿속에서 카라마츠형의 존재를 억지로 쫓아냈다.

 

[, 너 괜찮아?]

[. 미안, 잠이 조금 덜 깨서 멍하게 있었을 뿐이야]

 

걱정하는 쵸로마츠형에게 그렇게 말하고, 똑같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이쪽을 보고 있는 이치마츠형에게 웃음을 보였다.

 

 

 

 


그날, 카라마츠형은 저녁이 다 되어서야 집에 돌아왔다. 인격은 아직 오소마츠형 인격인 채로, 나와의 약속에 대해 사과의 말조차도 하지 않았다.

그치만 괜찮다. 신경 따위 쓰지 않아. 왜냐면 지금 형은 마음의 병에 걸린 환자니까.

일일이 화를 내자면 끝이 없다. 라고, 그렇게 억지로 억지로 자신을 납득시켰다.

하지만................역시나 마음이 심하게 아파왔다.

 

 





 

 

 

그런 일이 몇 번이고 계속되던 어느 날.

나는 스스로도 깨닫지 못한 채, 점점........이상한 쪽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이성은 아니라고 아무리 외쳐도, 본능은 그 한계를 호소하고 있었다.

모르는 척하고 있던 감정이, 인정하려 하지 않았던 감정이, 드디어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오늘은 오랜만에 아침부터 날 사랑하는 형의 인격이었다.

나만 봐주고, 나에게만 상냥하고, 나만을 특별하게 여기는 카라마츠형의 모습에 오랜만에 마음이 붕 뜰 정도로 기뻤다.

그래도 언제 또 인격이 바뀔지 모른다. 그래서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고 생각한 나는, 전부터 생각했던 계획을 실행하기로 했다.

 

[카라마츠형. 오늘은 말야, 선물이 있어!]

[선물?]

[. 실은 카라마츠형한테 어울리는 시계를 발견해서 무심코 사버렸지 뭐야. 그리고 근처의 신사에서 교통안전 부적도 사왔어. 카라마츠형 전에 트럭에 발가락 밟혔다고 했었잖아, 나 걱정돼서........]

 

그렇게 말하고 손목시계와 부적을 내밀자, 카라마츠형은 기뻐하며 받아 들었다. 그 순진한 얼굴이 귀여우면서도 갑작스런 선물에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 그 솔직함이 우스웠다.

 

[고마워!소중히 할게]

[. 몸에서 떼지 말라구]

 

기쁜 표정이나 하고, 바보네. 그게 어떤 건지도 모르고.

내가 준 손목시계는 GPS 기능이 있어, 내 스마트폰에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또 부적에는 도청기가 들어있다.

이로써 카라마츠형이 어디에 있든 장소를 파악할 수 있고, 누구와 뭘 하는지도 알 수 있다. 계속 내 곁에 있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이 정도는 해도 괜찮잖아? 나는 매일매일, 카라마츠형이 어디서 뭘 하는지, 나 이외의 누구에게 애정을 내보이고 있는지 궁금한 걸.

나와의 약속을 어기고 다른 누군가와 즐겁게 다니다니, 용서할 수 없어. 견딜 수 없어.

이제 이렇게 되어버리면 더 이상 자신의 감정을 속이는 짓은 어렵다. 그래서 나는 자신의 마음에 솔직해지기로 결정했다.

내가 모르는 시간을 보내다니, 절대 용서하지 않아. 카라마츠에 대해 내가 모르는 게 있어서는 안 되니까.

 

 

 

 

 

 

[톳티, 뭐 듣고 있어?]

[~.....최근 유행하는 아이돌 노래야]

[헤에~]

 

거실에서 헤드폰을 끼고 눈을 감고 있자, 외출에서 돌아온 듯한 쥬시마츠형이 말을 걸어왔다.

그에 적당히 답을 하면 쥬시마츠형은 그렇게 흥미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금방 짐볼 위에 올라탄다.

나는 그런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면서도 헤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 쵸로마츠......기다려

, 미안. 걸음 빨랐어?

으으응, 괜찮아

정말이지......,

, 에헤헤......고마워

 

헤드폰에서는 카라마츠형과 쵸로마츠형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무래도 오늘의 카라마츠형은 쵸로마츠 전용 인격인 것 같다. 둘이서 사이좋게 쇼핑하러 나가있는 중이다.

의외로 카라마츠형은 손목시계와 부적을 몸에서 떼지 않고 지니고 있다. 인격이 바뀌면 갖고 있어 주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그 예상은 빗나간 것 같다.

, 지금의 카라마츠형에게는 우선 순위란게 생겼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형제 모두를 좋아하니까. 동생이 선물한 것을 대충 다루지는 않을 것이다.

그치만, 꽤나 즐거워 보이네. 두 사람의 웃음소리가 들릴 때마다 가슴이 조여드는 것처럼 아파오고, 어쩔 수 없는 초조함과 절망감, 그리고 분노가 마음속에서 소용돌이친다.

그런 기분을 속이려 무심코 손톱을 깨물었다. 따각따각, 하는 듣기 싫은 소리가 들리고 기분은 더욱 불쾌해져만 갔다.

얼른, 얼른 집으로 돌아오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만의 카라마츠형이 되어 응석을 받아줬으면 좋겠다.

 

계속해서 이 마음을 부정했다. 이건 사랑이 아니라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스스로를 타일러 왔다. 이렇게 질투에 미쳐있으면서도 나는 이건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야,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감정을 사랑이라고 부를 리 없으니까. 상대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 그의 모든 것을 나로 덮고 싶다. 이런 오만하고 탐욕스러운 감정이 사랑이라니,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럼 뭐라고 불러야 될까. 이 감정은 뭘까. 알 수 없다.

잘 모르겠지만, 나는 이 감정에 사로잡혔다. 더 이상 도망 갈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로부터 얼마 뒤.

그날, 카라마츠형은 아침부터 나가서 GPS와 도청기를 확인했지만, 위치는 집으로 표시되었고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지금까지 쭉 갖고 있었는데, 오늘은 손목시계도 부적도 집에 두고 간 모양이다.

어째서. 순간 머릿속이 새하얗게 되고, 얼마지나지 않아 분노로 붉게 물들어 갔다.

또 약속을 깼다. 짜증스런 기분에 무심코 손톱을 물어뜯는다. 까득, 까드득, 싫은 소리가 들린다. , , , 어째서! 어제까지는 제대로 갖고 있었는데, 왜 오늘은 두고 간 거야.

아아, 짜증난다. 가슴이 메슥거린다.

 

[X.....!]

 

참을 수 없는 감정에 쾅하고 상을 내려치는 순간, 현관문이 열렸다. 그리고 몇초 후, 지금까지 제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카라마츠형이 나타났다.

 

[, 톳티....다녀왔어]

[................]

[톳티?]

 

답을 하지 않고 째려보는 나를, 카라마츠형이 의아한 듯 바라본다. 지금은 그런 표정조차 짜증이나 충동적으로 카라마츠형의 팔을 한껏 잡아당기면, 그대로 휘청거린다. 카라마츠형이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는 듯이 눈을 크게 뜨고 나를 쳐다본다. 지금이 어느 인격인지는 아무래도 좋았다.

 

[내가 준 손목시계랑 부적, 왜 두고 갔어?]

[............]

 

마치 자신이 버려진 듯한 기분이 되어, 한심하게도 목소리를 떠는 내게 카라마츠형이 당황스러운 듯 목소리를 높인다.

 

[저기, ? , , ?]

[, ........쵸로마츠가, 두고 갔으면 좋겠다고..]

[쵸로마츠형......?]

 

아아, 역시 쵸로마츠형. 아마도 GPS와 도청기를 눈치챈 거겠지. 그리고 쵸로마츠형의 말을 들어준, 이 눈앞의 형은 아마도 쵸로마츠형을 사랑하는 인격일 거다. 만약 나를 우선시하는 형이었다면, 쵸로마츠형의 말을 순순히 들어줄 리 없다.

지금 눈앞에 있는 것은 나의 카라마츠형이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마음의 어딘가가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가 났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직도 멍하니 있는 형을 뒤로한 채 거실을 나와 부엌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꺼내든 건 엄마가 요리할 때나 쓰는 칼. 날이 잔뜩 선 그 칼을 손에 들고, 나는 다시 카라마츠형 곁으로 돌아갔다.

 

식칼을 든 나를 본 카라마츠형의 표정은 금세 놀라움과 공포로 물들었다. 그 표정조차 귀엽고 사랑스럽고, 얄밉다고 생각한 난, 분명 미쳐있다.

 

[...토도, 마츠....?그걸로 뭘 하려는 거야..?]

 

카라마츠형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

두려움에 떠는 그가 불쌍하게 느껴지지만, 더는 용서할 수 없다.

 

[나 말이야, 어떻게 하면 카라마츠형이 계속 내 곁에 있을지 생각해봤어. 그리고 떠올렸지........그 두 다리가 없어지면, 형은 더 이상 어디에도 갈 수 없다는 걸]

[......]

[내가 모르는 곳에 가버릴 거라면, 그런 발이라면, 필요 없어. 괜찮아. 형의 발이 잘려서 추한 모습이 된다 하더라도, 난 사랑할 자신 있으니까]

[....., 그만......]

[카라마츠....나의 소중하고 소중한 파트너. 더는 내가 모르는 곳에 가면 안 된다구? 평생 죽을 때까지, 내 눈이 닿는 곳에 있어줘]

[!?]

 

칼을 든 손을 높이 쳐들었다. 망설임 따위는 없었다. 진심이었다. 진심으로 카라마츠의 두 다리를 잘라낼 생각이었다.

그대로 높이 쳐든 팔을 카라마츠 발로 내리칠려는 순간...........

 

[, 스톱]

[......! 오소마츠형]

 

엄청난 기세로 내려가던 내 팔을 붙잡아 멈춘 건,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오소마츠형이었다. 오소마츠형은 뼈가 삐걱거릴 정도로 세게 내 팔을 잡고, 여유로운 웃음을 지으며 나를 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 눈은 조금도 웃고 있지 않다.

 

[...! 방해하지 말라고!!]

[아니, 아무리 나라도 이건 말려야지- 너 뭐하는 거야? 이거 완전히 범죄니까 말야? 형아 완전 놀랐다고? 순간 심장 멈춰버린 것 같아]

[....오소...., ]

[~~, 무서웠지, 카라마츠. 이제 괜찮아]

 

오소마츠형은 강한 힘으로 내 팔을 비틀어 칼을 빼앗았다. 그리고 공포로 떨며 눈물을 흘리는 카라마츠형을 안심시키며 그의 몸을 끌어안았다.

 

[..., 우우으.....흐윽]

[그래그래, 이제 괜찮으니까]

 

카라마츠형의 오열이 조용한 방을 울리고, 오소마츠형이 상냥한 목소리로 그를 달랜다. 그제야 나는 점차 정상적인 사고를 되찾고 있었다. 정신을 차린 나는 순식간에 핏기가 싹 가시는 느낌에 몸이 굳어갔다.

나는 지금 무슨 짓을 하려던 거야? 아까까지 칼을 들고 있던 손을 멍하니 바라본다.

이 손으로 카라마츠형의 다리를 자르려고 했다. 진심으로 잘라내려고 했다. 나에게서 떠나가려는 그따위 발은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자신에겐 있을 수 없는 광기의 짓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 행동에 오싹해졌다.

 

아아.....나는....나는.....미쳐버렸구나. 미치고 말았다.

 

[, 하핫.........아하핫]

 

메마른 웃음이 일었다.

그런 나를 오소마츠형이 동정의 눈빛으로 보고 있었지만,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

 

오소마츠형은 그 일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 대신, 이런 일은 두 번 다시 하지 말라며 엄한 표정과 목소리로 타일렀다. 그의 말에 일단은 수긍했지만, 이미 깨져버린 나는 그것을 지킬거라는 자신이 없었다.

 

그날 밤.

형제들이 잠든 어둠 속에서, 나는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 카라마츠형의 얼굴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토록 무서운 일을 겪었으면서 내 옆에서 숙면할 수 있는 카라마츠형은 이상하다. 나와는 다른 의미로 미쳐있다.

나는 천천히 손을 뻗어 카라마츠형의 뺨을 쓸었다. 따뜻함에 눈물이 흐를 뻔했다. 이 체온도 나만의 것으로 하고 싶다. 어떻게 하면 나만의 것이 되는 거야?

 

[카라마츠........나는 나만의 카라마츠를 원해]

 

사랑이 아니다. 사랑 따윈 없다.

이 마음은 더럽고 추한 욕심에 얼룩진 집착이다.

 

살짝 카라마츠의 잠옷을 걷어올려, 그 사이로 드러난 허리에 키스를 했다. 강하게 빨아당겨 물자, 소유의 붉은 증거가 남는다.

나는 그 흔적을 쓰다듬으며, 만족하고 살며시 눈을 감았다.

 

눈을 감고 속으로 빌었다.

이 나의 마음이, 형을 속박할 수 있도록.......이라고.

 

 

 

 

 

 

 

 

 

 

 

아포템노필리아 = 신체절단 기호증.


(*아포템노필리아(Apotemnophilia) - 자신의 멀쩡한 신체부위를 절단하는 것에서 성적인 흥분을 느끼는 증후군. 자해행위와 관련이 있음.

/원문에 아포템노필리아라고 적혀있어서 그렇게 번역을 했는데, 토도마츠의 경우 아크로토모필리아에 가깝습니다. 사실 아크로토모필리아라고 보기에도 애매하긴 하지만........)

(*아크로토모필리아(Acrotomophilia) - ‘신체절단 기호증이라고 하며, 타인의 팔이나 다리 등을 절단할 때, 또는 이미 절단된 신체부위를 보면서 성적쾌락을 느끼는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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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어 따위 없었습니다아!!!!

으윽......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게다가, 얀데레는 토도마츠였냐!!!

완전 카라마츠 얀데레 루트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였구나............


뭐, 아무래도 좋지만!! '▽'a







본편의 제목인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하는 남자'가 

토도마츠 한정 제목이라는 것을 번역 도중에 깨달았기에

1편 제목을 번경했습니다.


새로운 소설이라 생각하고 들어오셨던 분들,

뭔가 죄송합니다 (_ _)





일단, 이걸로 소설은 끝인데요.

다음 시리즈가 있다면 가져오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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