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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서 죄송합니다ㅠ

4편 바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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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었다. 잊고 있었다.

녀석은, 우리의 참모[각주:1]였다.

 

 

 

카라마츠 사변을 웃는 얼굴로 끝내는 이야기

Side 오소마츠

 

 

 

파칭코에서 완전 날리고 집으로 돌아갔는데, 아무래도 집을 잘못 들어간 모양이다.

아이고 이런, 실례했습니다-. 집을 착각했네요.

이런 쇼와풍의 집이 우리집말고도 있구나. 응응.

......라며, 웃으며 퇴장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2층에 올라가 문을 여니, 눈앞에 들이닥친 광경. 아니, 또 누가 시코마츠중이었던 건 아니라고?

―――뭐야, 이 분위기.

너무 서늘한데. 여기만 북극? 누가 개그라도 쳤어? 아재개그라도 한 거야?

우와. 동생. 밑에서부터 순서대로 4, 모두 울고 있고.

, 이치마츠는 열심히 참고 있네. 얼굴 시뻘겋게 물들이고 히끅거리고 있지만.

-, 소파까지 부숴버리고. 1000% 엄마한테 혼날 거라고, 이거.

......그래서. 대체 무슨 일이야? 전쟁?

그보다 차남. 왜 저래. 얼굴 엄청 무서운데. 등 뒤에서 검은 오라가 보인다고?

장승처럼 우뚝 서가지고 팔짱까지 끼고.

평소에는 귀여워하던 동생들을 내려다보고 있어.

 

[, 카라마츠, 미안....]

 

쵸로마츠가 잔뜩 뒤집힌 목소리로 말했다.

응응.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제대로 사과한 건 대단해. 잘했어.

이제 괜찮을 거라고.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그도 그럴게, 그 카라마츠니까 말이야.

진심으로 사과하면, 녀석이니까 금방 [사랑하는 브라더들이여!] 라며 용서할―――

 

[어이]

[?]

[아까 그렇게 말하지 않았나. 이라고 하라고]

 

―――.

엄청 낮게 깔린 목소리.

쵸로마츠의 촌스러운 체크무늬의 옷깃을 잡은 카라마츠가 그대로 위로 들어올린다.

에에에에?

뭐야, 이거. 몰래 카메라?

목표는 나인 거야? 동생 5명이서 장남 속이기 기획?

카메라는 어디야? 전원 저기서 연기하고 있으면 누가 빰빠밤- 하고 대성공간판 들고 나오는 거야?

문을 절반 정도 열어둔 채 굳어있는 나의 존재를 알아챈 토도마츠가 울면서 달려들었다. 아마, 오소마츠형!! 하고 말한 것 같지만, 뭐라고 말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흐느껴 울었다.

 

....거짓말이지.

진짜인 거야? 이거.

 

[...어쩌..., 카라마츠형, 화나서....우리들이, 유괴 안 도와줘서, 그래, .....]

 

? 뭐야, 그게.

그것 때문에 화났다고, 이제 와서? 이미 꽤 지난 얘기잖아?

황급히 달려가서 두 사람을 떼어놓으면, 쵸로마츠는 콜록거리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어이어이, 진짜냐. 진심으로 멱살 잡은 거잖아, 이거.

눈앞에서 토할 듯이 콜록거리는 쵸로마츠를 신경 쓰지도 않고, 카라마츠는 천천히 이쪽을 바라보았다.

우와, 정색하고 있어.

 

[오소마츠형, 어서와라]

[응응, 다녀왔어, 가 아니라!! 뭐 하는 거야, !]

[뭐냐니. 브라더들을 야단치고 있었다. 잘못을 했으면 혼을 내야지. 형이라면 당연하지 않나]

[그보다, 유괴사건이라는 건 또 뭐야? , 이미 상처도 다 나았잖아? 이제 와서, 화내는 이유가 뭐야?!]

[이제 와서? ......무슨 소린가]

 

카라마츠는, 담담한 태도로 말을 이어갔다.

어느새 깁스를 푼 왼손을 바라보며 꽉 주먹을 쥐었다.

 

[기다리고 있었다. 상처가 낫기를.

―――팔을 쓸 수 없으면, 때릴 수가 없잖아? 너희들을]

 

움찔하고.

4명의 동생들이 새하얗게 질린 채 어깨를 떨었다.

.....저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까, 누가 이거 전부 딜리버리 콩트라고 말해줄래?

집안이니까 딜리버리가 아니지만 말이야.

 

[,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거냐...?]

 

동생이라고.

그렇게나 소중히 여기던, 너의 귀하디 귀한 동생들이라고?

때린다고, 네가? 녀석들을?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

상황을 봐선, 늘 있던 사소한 일로 싸우는 형제싸움도 아닌 것 같고.

그럴 때도 너 거의 힘 빼고 있는 거 아니까 말이야.

 

[....형이야말로, 동생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있는 건가?]

[?]

[내가 유괴당했을 때. 구해줄 생각 전혀 없었잖아]

 

우와. 아직 그 얘기 하는 거야?

 

[묶여서 불에 타고 있는 자신의 동생에게 망설임도 없이 방망이를 내던진 건 누구였지? ? 장남. , 아니면, 너는 처음부터 날 동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건가?]

 

......무서운데요.

아니, 화를 내는 건 당연한데 말이죠? 그치만 왜 이렇게 갑자기? 나중에 곱씹다가 폭발하는 타입?

어제까지 아무렇지도 않았잖아, .

 

[, 이제 그만해, 카라마츠.......카라마츠형! ? 우리들이 잘못했으니까]

[구하러 가지 않아서 죄송합니다!! 밥그릇 던져서 죄송합니다!!]

[이제 심한 짓 안 할테니까, 반성하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용서해줘, 제발!]

 

얼마나 무서웠던 건지, 쵸로마츠도 쥬시마츠도 토도마츠도 필사적으로 용서를 빌었다. 임시방편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진심어린 사과였다.

이치마츠는 아직 멍해서 무슨 말을 하는 것 같지만, 입술만 떨릴 뿐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애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지만, 녀석에게 가장 응석을 부린 건 이치마츠니까. 아까도 우는 걸 참은 게 아니라, 아직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걸까.

-, 이거 완전히 트라우마가 되겠는 걸.

 

[아아. 사과하지 않아도 된다]

 

카라마츠는 여전히 정색을 한 채로, 필사적으로 사과하는 동생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듯, 태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까 말했잖나. 너희들이 정말 싫다고.

그러니까, 사과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용서할 생각은 없으니까]

 

그 말에.

등골이 오싹해진다.

 

 

 

 

 

 

[오소마츠형..., 이거]

 

 

어느새 옆에 온 토도마츠가 셔츠를 잡아당겨, 정신이 번쩍 든다.

 

 

[...카라마츠형, 이거 마시고나서 이상해졌어..]

 

 

덜덜 떨리는 손으로 건네준 것은, 작은 병.

병에 붙은 라벨에 제대로 글자가 적혀있다.

 

 

[데카판 연구소?!]

 

 

제조 회사 로고를 쓰여있는 그대로 읽었다. 그 명칭에 차남을 제외한 전원이 이쪽을 바라본다.

역시 같은 DNA. 4명 모두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있다.

아아, 그런가. 그런 거였나. 그래도 아직 절반밖에 모르겠지만.

이제 너희들, 그 박사한테 가는 거 금지!! 제대로 되는 일이 없으니까!

 

 

[동생조 둘!! 형들은 동생을 지켜!]

 

내가 외치자, 반사적으로 네명이 반응했다. 다행이다. 아직 어릴 적의 습성이 남아있다.

아무 말 없이 쥬시마츠가 창가에 있는 토도마츠에게 뛰어가고, 쵸로마츠가 옆에 있던 이치마츠의 손을 잡는다. -, 하고 쓰러지듯 기대는 이치마츠.

도주 대응 모드. 설마 자기 가족을 상대로 쓸 줄은.

부탁한다고, 발 빠른 홀수조.

 

 

[현지집합! 흩어져!!]

[, 라져!!]

[―――알겠어]

 

 

최소한으로 줄여 말한 지령을 알아들은 쵸로마츠와 쥬시마츠. 두 사람이 움직인 순간.

역시 그렇게 쉽게 놓아줄 생각은 없는 듯, 이 방에서 유일한 출구인 입구로 시선이 옮겨간다.

!!

하는 소리와 함께 내 오른손에 통증이 느껴진다.

 

[으읏-......]

[오소마츠형!]

 

곧바로 도망치려 미닫이문으로 달려가는 쵸로마츠들에게 가해진 건, 카라마츠의 발차기.

황급히 끼어들어 막았지만, 막은 팔에 우득 하는 듣기 싫은 소리가 났다.

뒤에서 전해지는 쵸로마츠의 빠른 숨결. 두려움에 제대로 숨도 못 쉬는 듯하다.

어떤 얼굴인지 보이진 않지만, 대체로 상상이 간다.

 

 

[쵸로마츠, !!]

 

 

내 외침에, 곧바로 등 뒤에서 뛰어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다소 무거운 듯한, 계단을 쏜살같이 내려가는 발소리가 하나. 아무래도 쵸로마츠가 이치마츠를 안고 가는 모양이다.

눈앞의 카라마츠는 나를 노려보며, 한계까지 뻗은 발을 천천히 내린다.

어이어이, 그 눈은 좀 위험하다고. 그거, 완전 동공 풀렸잖아. 우리들한테 할 말한 눈빛이 아니잖아.

 

 

쵸로마츠와 이치마츠는 이미 도망쳐버려서 체념한 건지, 푸른 눈동자는 내게서 벗어나 뒤로 향했다.

――― 위험하다.

 

 

[쥬시마츠!! 창문이다!!]

[, 아잇!!]

 

 

역시 야생아. 반응이 빨라서 다행이다.

쥬시마츠가 덜덜 떠는 토도마츠를 겨드랑이에 끼고 창문으로 뛰어내렸다.

운 좋게도 창가에 있던 게 너라서 다행이었어. 창문에서 뛰어내려 무사한 건 쥬시마츠 정도니까.

그대로 도망치면―――.....

라고 생각한 순간, 눈앞에 예상외의 광경이 펼쳐졌다.

 

 

카라마츠가.

옆에 있던 맷돌을 한 손에 쥐고 있었다.

마치 야구의 투수 같은 자세로 창문을 향해 서있다.

아니, 그런 걸 농구 수준으로 가볍게 던지지 마!! 그리고 맷돌이라고, 그거? 어떻게 되먹은 거야, 이 놈의 괴력은!?

 

 

[멈추라고, 이 바보가!!]

 

 

던지려고 높게 치켜든 팔에 달려들어 매달리자, 손에서 떨어진 그것이 쿵, 하고 다다미 바닥에 박혔다.

어이어이어이!! 지금, 창문으로 도망친 동생들한테 그거 던지려고 한 거?!

그건 아니지!!! 맞으면 죽는다고?

아니, 너야 튼튼하니까 안 죽었겠지만!!

 

 

[너 말이야!! 이걸 정통으로 맞았다가는.....]

 

그런데. 카라마츠는 멍한 표정으로 눈을 깜빡인다.

나의 제지에, 얼굴 전체에 [?]라는 문구를 잔뜩 띄우고 있다.

아니, 그러니까, 그 얼굴 그만두라고.

 

 

[....아아! 그런 건가. 미안하군, ]

[?]

[그렇겠지. 맷돌을 던진 건 이치마츠였으니까. 착각했군]

 

 

..........?

[쥬시마츠랑 토도마츠한테 던질 뻔했군, 미안하다] 라고.

마치 에헷, 실수해버렸당같은 가벼운 느낌으로 말하니, 정말 얼척이 없다.

........아니, 그런 말이 아니거든?

그보다, 그 말을 즉. 그 때 내던졌던 물건을 똑같이 그 상대에게 되갚아주는 게 카라마츠의 룰이라는 거?

뭔가 이제, 사이코패스감이 엄청나서 츳코미가 못 따라가는데요. 평범하게 무서운데요.

쵸로마츠 도와줘. 형아 혼자서는 츳코미 무리.

 

 

 

――― , 그럼 이제 어쩔까.

아마 녀석들은 내가 카라마츠를 어떻게든 할 거라고 생각하겠지.

형제싸움에서 가장 센 장남님에겐, 당연한 역할이긴 하지만.

- 미안. 기대를 저버려서 미안하네. 이번에는 예외야.

솔직히 힘만으로는 나도 녀석한테 당해낼 수가 없으니까. 아니, 물론 평소라면 괜찮다고? 평소의 카라마츠라면 한손으로도 이길 수 있다고? 형제싸움 때의 카라마츠는 무식할 정도의 괴력을 거의 드러내질 않으니까. 아니, 아예 드러내질 않지.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일련의 행동과 아까의 발길질을 막았을 때 받은 통증으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유감이지만 이 녀석, 이미 나를.....아니, 우리들을, 완전히 적으로 인식하고 있어.

상대가 어찌 되든 상관 않고 100프로 전력을 내는 녀석에게, 유감스럽게도 이길 마음이 들지 않는다.

좀 치사하지 않아? 이쪽은 동생 상대로 그렇게까지 하진 않는데 말이야.

 

 

어쩔까나?

이 녀석, 힘만은 굉장하지만 스피드는 보통이야. 잘 피해가면서 빈틈을 찔러 기절시킬까....하지만 이 녀석 튼튼하니까 소용없을지도 모르겠네.

아무튼 이렇게 좁은 공간에서는 위험해. 적어도 밖에 나가서 거리를 둬야.

 

 

 

[호불호약]

[?]

[내가 마신 약의 이름이다. 좋아했던 것이 좋았던 만큼 싫어지게 되지]

 

 

뭐냐고. 사람이 평소에 거의 쓰지 않는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갑자기 말을 걸다니. 평소의 안쓰러운 포즈로.

뭔가 깔보는 듯한 눈. 형아 그 표정 싫단 말이지. 칼라렌즈를 낀 그 안쓰러운 표정이 훨씬 좋단 말이야.

그보다, 역시 마셨구나. 이상한 약.

정말이지, 저 사이코패스 차남은 가끔 이해불능의 행동을 하니까 읽을 수가 없단 말이지.

 

 

――― 뭐어, 그래도 이걸로 확실해졌다.

이건 우리 참모의 [계획적 범행]이다.

 

 

[헤에. 가르쳐주는 거? 친절하네]

[전부 말해주지. 녀석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 어느 의미로는 유언이니까]

[?]

 

 

뭐야, 녀석이라니 누구?

설마하지만, 우리 차남군을 말하는 건 아니겠지?

유언이라니 뭐야. 멋대로 죽이지 말라고. 아니, 그보다 자신이짆아.

 

 

[너희들을 좋아하던 카라마츠는, 무슨 짓을 해도 화를 내지 않았다.

버려져도, 크게 다쳐도. 귀여운 동생들이나 신뢰하는 형의 얼굴을 보면, 무심코 웃어버렸지. 그런 심한 짓을 당했는데 정말 바보지 않나]

 

 

바보라니. 자기 얘기잖아.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이 녀석.

 

 

[그래서 박사에게 부탁했다. 형제들에게 화내지 못하는 자신을 대신해 그들을 꾸짖어줄 자신이 필요하다고.

형제들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숨긴다면, 화낼 수 있지 않겠냐고.

생각이 너무 단순해서 웃음이 다 나오는군]

 

 

, 원래 단순한 게 카라마츠니까.

그렇게 말하며, 녀석은 파카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아까와는 다른 색의 작은 병.

2P 캐릭처럼 똑같이 생겼지만. 라벨에 커다랗게 [해독제]라고 써있어, 알기 쉽다.

 

 

[너희들이 반성하고, 제대로 사과하면. 해독제를 마시고 원래대로 돌아갈 예정이었다......하지만, 이 멍청한 카라마츠는 몰랐던 모양이군]

 

 

히죽.

카라마츠가 웃는다.

정말 싫네, 그 얼굴. 그만해주지 않으려나, 그거.

토도마츠의 속내 모를 웃음과도, 이치마츠의 야비한 웃음과도, 쥬시마츠의 순진무구한 웃음과도, 그 무엇과도 닮지 않았다.

심플하고 예쁜, 올곧은 미소.

이렇게나 환한 미소인데.

―――감정이, 하나도 담겨있지 않다.

 

 

미소와 함께 해독제의 뚜껑이 열리고.

작은 병의 입구가 아래로 향한다.

 

 

[너희들이 죽이고 싶을 정도로 싫은 내가.

너희들을 정말 사랑하는 자신으로 돌아가기 위해, 일부러 해독제를 마실 거라고 생각한 건가?]

 

 

 

―――.

목소리를 낼 틈조차 없었다.

물론 말릴 틈도.

 

 

병의 내용물은 순식간에 바닥에 쏟아져, 다다미 바닥을 보라색으로 물들였다.

 

 

 

 









끝 :D



오타지적 환영합니다 'ㅂ')///

  1. (*정보나 작전 등 계획과 지도를 하는 장교, 그런 역할을 뜻합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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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츠 사변을 웃는 얼굴로 끝내는 이야기 1

 

 

 

 

 

이건 꿈이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여태껏, 2층의 우리들 방에서 평소대로 한가로이 나날을 보내고 있었을, 터인데.

거짓말처럼 고요해진 실내.

옛날부터 있던 녹색의 소파가 무참하기 두동강이 나고,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먼지.

쵸로마츠형은 꼿꼿이 선 채로 덜덜 떨었다.

쥬시마츠형은 딱 붙어 떨어지지 않는 가면 같던 환한 미소를, 그 얼굴 그대로 새파랗게 물들였다.

완전히 얼어붙은 건 이치마츠형.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모르겠다.

나는 아직, 이 광경을 꿈이라고 믿었으니까.

눈앞에 우뚝 선 차남의 얼어붙을 듯한 시선에, 얼굴을 경직시키고 있을 뿐이었다.

 

 

 

카라마츠 사변을 웃는 얼굴로 끝내는 이야기

Side 토도마츠

 

 

겨우 10분 전의 일이다.

정말 평화로운 공간이었다.

배트를 휘두르던 쥬시마츠형과, 고양이와 노는 이치마츠형과, 아이돌 굿즈를 정리하는 쵸로마츠형.

카라마츠형은 창틀에 앉아 고독에 빠져 있었다.

장남은 파칭코로 부재. 시시할 정도로 평소와 같았다.

 

 

[카라마츠형, 춥거든]

 

약간 찬바람이 불어들자, 나는 바로 불평을 했다.

 

[최근 계속 거기 있네. 뭐야, 선샤인을 받는 나-어필? 안쓰럽네-]

[......아니. 아래를 보고 있었다]

[아래? . 집앞엔 아무것도 없다고]

 

카라마츠형은 최근 창틀이 마음에 든 것 같다. 창문을 완전히 열고 한쪽 발을 창틀에 올린 채, 잔뜩 폼 잡는 포즈로 멍하니 있는 일이 많아졌다.

 

[여기서 경치를 보는 것뿐이다]

 

라고 말하면서도, 창문을 닫아주었다.

또 폼이나 잡고.... 본인은 그게 멋있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안쓰럽네 정말.

 

[어라. 깁스 풀었네]

 

유괴사건으로 크게 다친 형은, 제일 부상이 심했던 팔의 깁스를 풀었다. 옆에 석고 덩어리가 떨어져 있다. 금방 막 뺀 것 같다.

얼마전까지 붕대를 친친 감고 있었는데, 그건 이제 거의 나았다. 이걸로 겨우 완쾌라고 할지. 튼튼한 편인 형이지만 이번에는 꽤나 회복이 더디었다.

5명이 던진 게 전부 맞다니, 정말 불행체질이네 형은.

 

[2병 스타일을 이제 못하게 돼서 아쉽겠네. 사실은 좀 더 하고 싶었던 거 아냐? 부상을 당한 나, 멋져!! 라던가. 카라마츠형은 그럴 것 같네, 뭔가-. , 설마, ~전에 이미 나았는데 좀 더 하고 있었던 거 아냐?]

 

그러면서, 안쓰러움 + 관심종자? 정말, 못 견디겠으니까 그만두라구~. 라고 평소처럼 카라마츠형을 놀렸지만.

뭔가 반응이 조금 평소와는 달랐다.

이쪽을 흘끗 쳐다보긴 했지만 답은 없다.

분명, [마침내 결계가 깨지고 만 것인가.....조심해라, 마이 라스트 브라더-. 이 팔에 봉인 된 파괴의 신이 언제 마츠노가에 재앙을 몰고 올지 모르니까]

.....라고 말할 거라 생각했는데.

깁스에서 이제 막 해방된 왼손을 이리저리 움직여 보던 카라마츠형은, 내 말을 듣고 있는지 어떤지 전혀 반응이 없다.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쉴 뿐이다.

 

[저기, 듣고 있어?]

[....아아, 듣고 있다]

[, 정말. 멍때리지 말라구. 아 그래, 쾌유 축하 기념으로 케이크 안 먹을래? 역 앞에 있는 가게의 기간 한정 케이크가 좋겠어. 당연히 카라마츠형이 쏘는 걸로!]

[야 톳티, 카라마츠가 쏘는 거라니, 무슨 소리야. 다친 건 녀석이니까 너무 심한 말은 하지 말라고. 아아, 그래도 혹시 사러 나갈거면 겸사겸사 엄마가 시킨 두부랑 파 좀 사다줄래? 깁스도 풀었고, 갈 수 있지? 카라마츠]

 

라고, 쵸로마츠형이 잡지에서 눈을 떼지도 않은 채 말했다.

 

[카라마츠형 외출임까? 그럼 내친 김에 야구도 하자!! 상처도 나았으니까 천 번 노크[각주:1]가능하지!]

 

배트를 휘두르며 신나서 떠드는 쥬시마츠형을 곁눈질로 슬쩍 본 카라마츠형은 또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언제 들고 있었던 건지, 자그마한 병의 뚜껑을 엄지로 톡, 하고 열었다.

뭐야 저거, 에너지 드링크? 아니면 무슨 주스?

내가 그걸 보고 있다는 걸 알아챈 건지, 그대로 단숨에 마셔 버렸다.

평소에 목욕탕에서 병우유의 시원함을 맛보듯이.

 

[? , 뭐 마시는 거야? 나도!! 나도 한입 부탁드림다-!]

[미안하지만, 다 마셔 버렸다]

[에에-]

[카라마츠형 주제에 독차지라니 치사하다구?]

[카라마츠, 간식은 평등하게 나눠먹기로 했잖아. 혼자서 먹을 거면 아무도 없는 곳에서 먹으라고]

 

3명의 말에도 여전히 반응이 없다.

.

조용히 빈 병을 창가에 내려놓는다.

정말 작은 병으로, 그건 주스라기보다 약 같았다.

....아아, 약이구나. 다쳤으니까, 약을 먹는 거야 당연하겠지.

 

[그럼 카라마츠형 가자! 천 번 노크 부탁드림다!]

 

다시 한 번 쥬시마츠형이, 이제 막 상처가 나은 카라마츠형의 팔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하지만, 카라마츠형은 어째선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쥬시마츠]

[?]

[이제 막 깁스를 풀었다는 거, 알고 있겠지]

[]

 

......?

뭔가 위화감이 든다.

말투가, 분위기가, 무섭다. 목소리가 낮으니까 더.

차갑게 얼어붙은 분위기에, 고양이에 푹 빠진 이치마츠형을 제외한 3명이 동시에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쥬시마츠형도 위화감을 느낀 건지, 웃는 얼굴로 굳어있다.

그런 쥬시마츠형을 내버려 두고 카라마츠형은 무거운 허리를 드디어 움직여, 쥬시마츠형의 머리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말했다.

 

[아니면 너는 이제 막 상처가 나은 형에게 천 번 노크를 시키려는 박정한 놈인 건가?]

[―――]

[그렇겠지. 불에 타고 있는 내게 밥그릇을 내던졌었으니까, 너는]

 

.......

뭐야?

머리를 쓰다듬고 있지만 표정은 무표정이다.

냉정한 시선.

깔보는 듯한 나직한 목소리.

딸꾹, 하고. 작게 딸꾹질 소리가 들렸다. 쥬시마츠형이다.

여전히 웃고 있는 얼굴로 크게 뜬 눈가에, 서서히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그야 그렇겠지.

그렇게 사이가 좋던 카라마츠형에게, 언제나 바보처럼 상냥한 이 사람에게, 이런 식의 말을 듣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테니까. 나도 마찬가지인 걸.

 

[, 뭐야 카라마츠. , 뭐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 그렇다고 동생한테 화풀이하면 안 되지]

 

쵸로마츠형이 황급히 사이에 끼어들었다.

깜짝 놀랐다.

뭐가 뭔지 모르겠다.

그도 그럴게, 이거 카라마츠형이라고?

대체 뭐야 이거. 싸우는 거야? 우리들.

그럴 생각 전혀 없었고, 이거 카라마츠형이 싸움을 걸어온 거나 마찬가지라고?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는데.

 

하지만 정말 깜짝 놀라는 건, 이제부터였다.

 

콰직!!!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엄청난 소리가 들렸다.

굉음이 사라지고 눈에 들어온 건, 부서져버린 소파.

쵸로마츠형의 얼굴을 스친 카라마츠형의 발이, 오랜 기간 사용했던 낡은 소파에 직격해 그대로 부수고 만 것이다.

? 거짓말?

발꿈치로 부쉈어?

에에에에에!?

맞았으면 사망이잖아, 이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이치마츠형이, 고양이로 변신하는 것도 잊고서 소파에서 떨어져 쿵,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는다.

하지만 거기에 눈길도 주지 않고, 카라마츠형은 멍하니 있는 쵸로마츠형을 차가운 눈으로 내려다 보았다.

 

[쵸로마츠]

[?]

[....카라마츠 이잖아?]

[!?]

[아니면. 유괴전화를 받고서도 배 따위에 간단히 잊어버릴 나 같은 건 원래부터 형으로 생각하지도 않았던 건가?]

 

엄청난 박력.

단숨에 마음이 꺾인 쵸로마츠형은, 얼굴을 굳힌 채 덜덜 떨었다.

 

뭐야?

뭐야 대체. 뭐냐고 대체.

이거 카라마츠형 아니지? 가짜지?

똑같은 얼굴이 6개나 있는데, 또 새로운 똑같은 얼굴이라니? 그것도 가짜가!

아니면 뭔가 빙의된 건가? 액막이 부를까?

 

[어이 쿠소마츠!! , 무슨 생각으로 이런-!]

 

겨우 상황파악을 끝낸 이치마츠형이, 카라마츠형에게 멱살을 잡혔다.

 

[아아, 그러고 보니, 너도 날 제대로 부르지 않았었지, 이치마츠]

[하아? 그런 건 내 마음이잖아! 그보다 왜 이런――]

[형이라 부르지 않는 걸 넘어서 최근에는 쿠소마츠라고 부르는 게 아주 당연하단 듯이 됐지. 걸핏하면 때리려 하고. 그러니 맷돌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던지겠지]

[......그러니까! 지금 그런 얘기가 아니잖아!!]

[이치마츠, 일단 들어라]

[웃기지 마!! 쥬시마츠를 울린 것도 너냐? 무슨 생각으로]

 

이치마츠형이 주먹을 치켜들었다.

자주 있는 일. 이것만이라면 정말 평소와 다름없는 광경이다.

평소라면 주먹을 치켜든 것만으로 울상이 되고 마는 카라마츠형이지만.

뭔가, 직감했다.

아아, 이건 틀렸다. 완전 틀려먹었다고.

그렇게 생각한 순간, 이치마츠형의 몸이 빙그르 한바퀴 돌았다.

쿠웅-! 하는 커다란 소리가 방 전체에 진동했다.

멱살을 잡힌 이치마츠형은, 카라마츠형의 발길질에 균형을 잃고, 다다미 바닥에 등부터 내동댕이쳐졌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멍하니 천장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태인 이치마츠형.

그 위에 푸르게 빛나는 눈동자.

 

[형의 얘기를 제대로 들어야지. 이치마츠]

 

얼어붙을 듯한 차가운 목소리.

이치마츠형은 분명 아플 텐데, 등의 고통을 느낄 여유도 없어 보였다. 평소에는 반쯤 감겨있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일어서지도 못한 채 완전히 굳어있다.

 

[토도마츠]

[, ?]

 

왔다아-!!

그렇겠지, 이제 남은 건 나뿐인 걸! 당연히 이쪽 차례겠지!

끼기기기긱, 뻣뻣하게 굳은 목을 천천히 형에게로 돌렸다.

 

[아까 케이크 얘기 덕에 생각났는데. , 나한테 돈 빌려줬었다고 했던 모양이더군]

 

.

뭐야 그거, 언제적 얘기?

 

[난 막내한테 돈을 빌리는 형편없는 형이 된 기억이 없다만]

 

, 아아. 그 땐가. 몸값을 내라고 했을 때.

카라마츠형한테 돈을 빌려줬으니까 나는 몸값을 지불하지 않겠다고 했었던.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아는 거야? 누구야, 형한테 일러바친 게!

 

[, 그 있잖아. 전에 낚시 갔다가 집에 가는 길에, 갖고 싶던 다운코트 사달라고 가게 앞에서 졸랐었잖아? 그때 형이 너무 비싸서 돈이 모자라니까 안 된다고 해서, 그럼 지금은 내가 대신 낼테니까 다음에 갚으라고.....했었, 잖아?]

[보통 그런 건 돈을 빌렸다고 하지 않는다]

[............, 그럴지도....모르지만]

[모르지만, ?]

[..........]

[뭐냐고 묻지 않았나. 답해라]

[~~~~~~~으읏]

 

혼나고 있는 건 아니었다. 그런데도 눈물이 치밀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괜찮았을 거다. 오소마츠형이나, 화가 잔뜩 난 쵸로마츠형이라면 이런 말을 들어도 아무렇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지금 상대는 카라마츠형이다. 늘 형제라기보다 자식처럼 우리에게 맹목적인 사랑을 주는, 그 카라마츠형이라고? 제멋대로 굴어도 대체로 들어주고, 다소 억지스런 말을 하더라도 열심히 반응해준다.

잘해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런 말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 그보다 왜 그러는 거야, !? 어떻게 된 거야? 이상한 거라도 먹었어?

우리들이 싫어지기라도 한 거야?]

[에엣!? 카라마츠형, 우리가 싫어진 거야?]

 

어떻게든 자신을 되찾은 듯한 강한 멘탈의 쥬시마츠형이 달려들어 카라마츠형에게 매달렸다.

무서웠지만, 무섭지만, 나도 어떻게든 힘을 내 그걸 따라했다.

자신과 같은 커다란 손을, 같은 체온의 그 손을, 꽉 붙잡았다.

카라마츠형이니까. 동생들에게는 한없이 무른 형이니까.

막내와 오남의 어리광 공격이라면 분명.........

이라고. 우리들은 아직 헛된 희망을 품고 있었다.

 

[싫어졌다? ......인가]

 

손을 잡은 나와, 팔에 매달린 쥬시마츠형.

두 사람의 얼굴이 차례로 푸르게 빛나는 눈에 비춰진다.

 

[나도 같은 생각을 했었다. 너희들에게 버려졌던 그때. 바다 위에서.

온갖 물건들에 맞아 정신을 잃었을 때. 여기에서]

 

여기에서.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으로 가리킨 건 굳게 닫힌 창문 너머.

그 말에 소름이 돋았다.

카라마츠형은, 최근 계속 저 창가에서 아래를 내려다봤다.

저 창문에서.

꽁꽁 묶여서 불에 타고 있는 형에게 우리가 둔기를 내던졌던 저 창문에서.

계속 보고 있었다.

우리들의 눈앞에서, 매일.

형제에게 버림받은 순간에 자신이 있던 장소를, 계속 내려다보고 있었다.

 

우리들은 고통에 몸부림쳤다. 그 차가운 눈데.

겨우 일어선 이치마츠형과, 쵸로마츠형이 어깨를 맞대고 이쪽을 바라본다.

저 두 사람이 딱 들러붙어 있다니 별일이다. 둘 다 볼에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있다.

[질문에 답하지, 브라더] 그렇게 말한 카라마츠형은 겨우 미소를 내보였다.

이마에 손을 짚고 폼을 잡는 모습. 아아, 이 사람은 진짜 카라마츠형이다. 라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확인을 한다.

틀림없는 본인이다. 그런데.

본 적도 없는 미소. 웃고 있음에도 무섭다.

늘 지어주는 따스함을 품은 상냥한 미소와 정반대.

얼음장처럼 차가운 미소를 보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래. 나는 너희들이, 정말 싫다]

 

 











[구하지 못한 형제들의 이야기] 작가님의

다른 사변작품입니다 :)


이미 완결이 난 작품이라서

금방 전부 들고올 것 같네요!



그런 의미에서 2편 이어서 나갑니다!!

 

  1. (*천 번 노크라는 건 야구용어입니다. 노크는 수비연습 방법 중 하나이며, 천 번은 말 그대로 1000번, 즉 끝없이 계속이라는 의미입니다. ‘천 번 노크’가 맞는 번역인지는 모르겠네요; 일단 그대로 번역했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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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렁이말고 얼빠진 놈이라고 하고 싶었는데...

진격의 얼빠진 놈...은 조금 이상한 것 같아서

그냥 덜렁이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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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상시작 부분에서

토토코짱이 '나...'라고 하는 거

원문에서는

 [私(와타시)]가 아닌 [俺(오레)] 입니다


즉, 여기서 [나]라는 건

토토코짱 자신을 지칭하는 게 아니라

오소마츠의 말을 그대로 따라하는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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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이랑 제목이 좀 달라졌네요 'ㅂ'a


마지막에 [-정도로 좋아하는] 이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하려고 조금 바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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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마지막장 식자 안 했네요

[도플갱어는 누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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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노트북으로 식자를 하려니 못해먹겠네요 정말

느리고 타블렛 인식도 제대로 안 먹고

화면도 작고 용량도 작고....ㅎ


이번에 돈 모으면 꼭 딴짓말고 노트북을 새로 장만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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