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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었다. 잊고 있었다.
녀석은, 우리의 참모였다.
카라마츠 사변을 웃는 얼굴로 끝내는 이야기
Side 오소마츠
파칭코에서 완전 날리고 집으로 돌아갔는데, 아무래도 집을 잘못 들어간 모양이다.
아이고 이런, 실례했습니다-. 집을 착각했네요.
이런 쇼와풍의 집이 우리집말고도 있구나. 응응.
......라며, 웃으며 퇴장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2층에 올라가 문을 여니, 눈앞에 들이닥친 광경. 아니, 또 누가 시코마츠중이었던 건 아니라고?
―――뭐야, 이 분위기.
너무 서늘한데. 여기만 북극? 누가 개그라도 쳤어? 아재개그라도 한 거야?
우와. 동생. 밑에서부터 순서대로 4명, 모두 울고 있고.
아, 이치마츠는 열심히 참고 있네. 얼굴 시뻘겋게 물들이고 히끅거리고 있지만.
아-아, 소파까지 부숴버리고. 1000% 엄마한테 혼날 거라고, 이거.
......그래서. 대체 무슨 일이야? 전쟁?
그보다 차남. 왜 저래. 얼굴 엄청 무서운데. 등 뒤에서 검은 오라가 보인다고?
장승처럼 우뚝 서가지고 팔짱까지 끼고.
평소에는 귀여워하던 동생들을 내려다보고 있어.
[카, 카라마츠, 미안....]
쵸로마츠가 잔뜩 뒤집힌 목소리로 말했다.
응응.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제대로 사과한 건 대단해. 잘했어.
이제 괜찮을 거라고.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그도 그럴게, 그 카라마츠니까 말이야.
진심으로 사과하면, 녀석이니까 금방 [사랑하는 브라더들이여!] 라며 용서할―――
[어이]
[윽?]
[아까 그렇게 말하지 않았나. 『형』이라고 하라고]
―――에.
엄청 낮게 깔린 목소리.
쵸로마츠의 촌스러운 체크무늬의 옷깃을 잡은 카라마츠가 그대로 위로 들어올린다.
에에에에?
뭐야, 이거. 몰래 카메라?
목표는 나인 거야? 동생 5명이서 장남 속이기 기획?
카메라는 어디야? 전원 저기서 연기하고 있으면 누가 빰빠밤- 하고 『대성공』간판 들고 나오는 거야?
문을 절반 정도 열어둔 채 굳어있는 나의 존재를 알아챈 토도마츠가 울면서 달려들었다. 아마, 오소마츠형!! 하고 말한 것 같지만, 뭐라고 말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흐느껴 울었다.
....거짓말이지.
진짜인 거야? 이거.
[어...어쩌...지, 카라마츠형, 화나서....우리들이, 유괴 안 도와줘서, 그래, 서.....]
헤? 뭐야, 그게.
그것 때문에 화났다고, 이제 와서? 이미 꽤 지난 얘기잖아?
황급히 달려가서 두 사람을 떼어놓으면, 쵸로마츠는 콜록거리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어이어이, 진짜냐. 진심으로 멱살 잡은 거잖아, 이거.
눈앞에서 토할 듯이 콜록거리는 쵸로마츠를 신경 쓰지도 않고, 카라마츠는 천천히 이쪽을 바라보았다.
우와, 정색하고 있어.
[오소마츠형, 어서와라]
[응응, 다녀왔어, 가 아니라!! 뭐 하는 거야, 너!]
[뭐냐니. 브라더들을 야단치고 있었다. 잘못을 했으면 혼을 내야지. 형이라면 당연하지 않나]
[그보다, 유괴사건이라는 건 또 뭐야? 너, 이미 상처도 다 나았잖아? 이제 와서, 화내는 이유가 뭐야?!]
[이제 와서? ......무슨 소린가]
카라마츠는, 담담한 태도로 말을 이어갔다.
어느새 깁스를 푼 왼손을 바라보며 꽉 주먹을 쥐었다.
[기다리고 있었다. 상처가 낫기를.
―――팔을 쓸 수 없으면, 때릴 수가 없잖아? 너희들을]
움찔하고.
4명의 동생들이 새하얗게 질린 채 어깨를 떨었다.
.....저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까, 누가 이거 전부 딜리버리 콩트라고 말해줄래?
집안이니까 딜리버리가 아니지만 말이야.
[너,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거냐...?]
동생이라고.
그렇게나 소중히 여기던, 너의 귀하디 귀한 동생들이라고?
때린다고, 네가? 녀석들을?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
상황을 봐선, 늘 있던 사소한 일로 싸우는 형제싸움도 아닌 것 같고.
그럴 때도 너 거의 힘 빼고 있는 거 아니까 말이야.
[....형이야말로, 동생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있는 건가?]
[헤?]
[내가 유괴당했을 때. 구해줄 생각 전혀 없었잖아]
우와. 아직 그 얘기 하는 거야?
[묶여서 불에 타고 있는 자신의 동생에게 망설임도 없이 방망이를 내던진 건 누구였지? 응? 장남. 아, 아니면, 너는 처음부터 날 동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건가?]
......무서운데요.
아니, 화를 내는 건 당연한데 말이죠? 그치만 왜 이렇게 갑자기? 나중에 곱씹다가 폭발하는 타입?
어제까지 아무렇지도 않았잖아, 너.
[이, 이제 그만해, 카라마츠.......카라마츠형! 응? 우리들이 잘못했으니까]
[구하러 가지 않아서 죄송합니다!! 밥그릇 던져서 죄송합니다!!]
[이제 심한 짓 안 할테니까, 반성하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용서해줘, 제발!]
얼마나 무서웠던 건지, 쵸로마츠도 쥬시마츠도 토도마츠도 필사적으로 용서를 빌었다. 임시방편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진심어린 사과였다.
이치마츠는 아직 멍해서 무슨 말을 하는 것 같지만, 입술만 떨릴 뿐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애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지만, 녀석에게 가장 응석을 부린 건 이치마츠니까. 아까도 우는 걸 참은 게 아니라, 아직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걸까.
아-아, 이거 완전히 트라우마가 되겠는 걸.
[아아. 사과하지 않아도 된다]
카라마츠는 여전히 정색을 한 채로, 필사적으로 사과하는 동생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듯, 태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까 말했잖나. 너희들이 정말 싫다고.
그러니까, 사과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용서할 생각은 없으니까]
그 말에.
등골이 오싹해진다.
[오소마츠형...이, 이거]
어느새 옆에 온 토도마츠가 셔츠를 잡아당겨, 정신이 번쩍 든다.
[카...카라마츠형, 이거 마시고나서 이상해졌어..]
덜덜 떨리는 손으로 건네준 것은, 작은 병.
병에 붙은 라벨에 제대로 글자가 적혀있다.
[데카판 연구소?!]
제조 회사 로고를 쓰여있는 그대로 읽었다. 그 명칭에 차남을 제외한 전원이 이쪽을 바라본다.
역시 같은 DNA. 4명 모두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있다.
아아, 그런가. 그런 거였나. 그래도 아직 절반밖에 모르겠지만.
이제 너희들, 그 박사한테 가는 거 금지!! 제대로 되는 일이 없으니까!
[동생조 둘!! 형들은 동생을 지켜!]
내가 외치자, 반사적으로 네명이 반응했다. 다행이다. 아직 어릴 적의 습성이 남아있다.
아무 말 없이 쥬시마츠가 창가에 있는 토도마츠에게 뛰어가고, 쵸로마츠가 옆에 있던 이치마츠의 손을 잡는다. 아-아, 하고 쓰러지듯 기대는 이치마츠.
도주 대응 모드. 설마 자기 가족을 상대로 쓸 줄은.
부탁한다고, 발 빠른 홀수조.
[현지집합! 흩어져!!]
[라, 라져!!]
[―――알겠어]
최소한으로 줄여 말한 지령을 알아들은 쵸로마츠와 쥬시마츠. 두 사람이 움직인 순간.
역시 그렇게 쉽게 놓아줄 생각은 없는 듯, 이 방에서 유일한 출구인 입구로 시선이 옮겨간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내 오른손에 통증이 느껴진다.
[으읏-......]
[오소마츠형!]
곧바로 도망치려 미닫이문으로 달려가는 쵸로마츠들에게 가해진 건, 카라마츠의 발차기.
황급히 끼어들어 막았지만, 막은 팔에 우득 하는 듣기 싫은 소리가 났다.
뒤에서 전해지는 쵸로마츠의 빠른 숨결. 두려움에 제대로 숨도 못 쉬는 듯하다.
어떤 얼굴인지 보이진 않지만, 대체로 상상이 간다.
[쵸로마츠, 가!!]
내 외침에, 곧바로 등 뒤에서 뛰어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다소 무거운 듯한, 계단을 쏜살같이 내려가는 발소리가 하나. 아무래도 쵸로마츠가 이치마츠를 안고 가는 모양이다.
눈앞의 카라마츠는 나를 노려보며, 한계까지 뻗은 발을 천천히 내린다.
어이어이, 그 눈은 좀 위험하다고. 그거, 완전 동공 풀렸잖아. 우리들한테 할 말한 눈빛이 아니잖아.
쵸로마츠와 이치마츠는 이미 도망쳐버려서 체념한 건지, 푸른 눈동자는 내게서 벗어나 뒤로 향했다.
――― 위험하다.
[쥬시마츠!! 창문이다!!]
[아, 아잇!!]
역시 야생아. 반응이 빨라서 다행이다.
쥬시마츠가 덜덜 떠는 토도마츠를 겨드랑이에 끼고 창문으로 뛰어내렸다.
운 좋게도 창가에 있던 게 너라서 다행이었어. 창문에서 뛰어내려 무사한 건 쥬시마츠 정도니까.
그대로 도망치면―――.....
라고 생각한 순간, 눈앞에 예상외의 광경이 펼쳐졌다.
카라마츠가.
옆에 있던 맷돌을 한 손에 쥐고 있었다.
마치 야구의 투수 같은 자세로 창문을 향해 서있다.
아니, 그런 걸 농구 수준으로 가볍게 던지지 마!! 그리고 맷돌이라고, 그거? 어떻게 되먹은 거야, 이 놈의 괴력은!?
[멈추라고, 이 바보가!!]
던지려고 높게 치켜든 팔에 달려들어 매달리자, 손에서 떨어진 그것이 쿵, 하고 다다미 바닥에 박혔다.
어이어이어이!! 지금, 창문으로 도망친 동생들한테 그거 던지려고 한 거?!
그건 아니지!!! 맞으면 죽는다고?
아니, 너야 튼튼하니까 안 죽었겠지만!!
[너 말이야!! 이걸 정통으로 맞았다가는.....]
그런데. 카라마츠는 멍한 표정으로 눈을 깜빡인다.
나의 제지에, 얼굴 전체에 [왜?]라는 문구를 잔뜩 띄우고 있다.
아니, 그러니까, 그 얼굴 그만두라고.
[....아아! 그런 건가. 미안하군, 형]
[헤?]
[그렇겠지. 맷돌을 던진 건 이치마츠였으니까. 착각했군]
..........예?
[쥬시마츠랑 토도마츠한테 던질 뻔했군, 미안하다] 라고.
마치 ‘에헷, 실수해버렸당’ 같은 가벼운 느낌으로 말하니, 정말 얼척이 없다.
........아니, 그런 말이 아니거든?
그보다, 그 말을 즉. 그 때 내던졌던 물건을 똑같이 그 상대에게 되갚아주는 게 카라마츠의 룰이라는 거?
뭔가 이제, 사이코패스감이 엄청나서 츳코미가 못 따라가는데요. 평범하게 무서운데요.
쵸로마츠 도와줘. 형아 혼자서는 츳코미 무리.
――― 자, 그럼 이제 어쩔까.
아마 녀석들은 내가 카라마츠를 어떻게든 할 거라고 생각하겠지.
형제싸움에서 가장 센 장남님에겐, 당연한 역할이긴 하지만.
아- 미안. 기대를 저버려서 미안하네. 이번에는 예외야.
솔직히 힘만으로는 나도 녀석한테 당해낼 수가 없으니까. 아니, 물론 평소라면 괜찮다고? 평소의 카라마츠라면 한손으로도 이길 수 있다고? 형제싸움 때의 카라마츠는 무식할 정도의 괴력을 거의 드러내질 않으니까. 아니, 아예 드러내질 않지.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일련의 행동과 아까의 발길질을 막았을 때 받은 통증으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유감이지만 이 녀석, 이미 나를.....아니, 우리들을, 완전히 적으로 인식하고 있어.
상대가 어찌 되든 상관 않고 100프로 전력을 내는 녀석에게, 유감스럽게도 이길 마음이 들지 않는다.
좀 치사하지 않아? 이쪽은 동생 상대로 그렇게까지 하진 않는데 말이야.
어쩔까나?
이 녀석, 힘만은 굉장하지만 스피드는 보통이야. 잘 피해가면서 빈틈을 찔러 기절시킬까....하지만 이 녀석 튼튼하니까 소용없을지도 모르겠네.
아무튼 이렇게 좁은 공간에서는 위험해. 적어도 밖에 나가서 거리를 둬야.
[『호불호약』]
[응?]
[내가 마신 약의 이름이다. 좋아했던 것이 좋았던 만큼 싫어지게 되지]
뭐냐고. 사람이 평소에 거의 쓰지 않는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갑자기 말을 걸다니. 평소의 안쓰러운 포즈로.
뭔가 깔보는 듯한 눈. 형아 그 표정 싫단 말이지. 칼라렌즈를 낀 그 안쓰러운 표정이 훨씬 좋단 말이야.
그보다, 역시 마셨구나. 이상한 약.
정말이지, 저 사이코패스 차남은 가끔 이해불능의 행동을 하니까 읽을 수가 없단 말이지.
――― 뭐어, 그래도 이걸로 확실해졌다.
이건 우리 참모의 [계획적 범행]이다.
[헤에. 가르쳐주는 거? 친절하네]
[전부 말해주지. 녀석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뭐, 어느 의미로는 유언이니까]
[하?]
뭐야, 녀석이라니 누구?
설마하지만, 우리 차남군을 말하는 건 아니겠지?
유언이라니 뭐야. 멋대로 죽이지 말라고. 아니, 그보다 자신이짆아.
[너희들을 좋아하던 카라마츠는, 무슨 짓을 해도 화를 내지 않았다.
버려져도, 크게 다쳐도. 귀여운 동생들이나 신뢰하는 형의 얼굴을 보면, 무심코 웃어버렸지. 그런 심한 짓을 당했는데 정말 바보지 않나]
바보라니. 자기 얘기잖아.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이 녀석.
[그래서 박사에게 부탁했다. 형제들에게 화내지 못하는 자신을 대신해 그들을 꾸짖어줄 자신이 필요하다고.
형제들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숨긴다면, 화낼 수 있지 않겠냐고.
생각이 너무 단순해서 웃음이 다 나오는군]
뭐, 원래 단순한 게 카라마츠니까.
그렇게 말하며, 녀석은 파카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아까와는 다른 색의 작은 병.
2P 캐릭처럼 똑같이 생겼지만. 라벨에 커다랗게 [해독제]라고 써있어, 알기 쉽다.
[너희들이 반성하고, 제대로 사과하면. 해독제를 마시고 원래대로 돌아갈 예정이었다......하지만, 이 멍청한 카라마츠는 몰랐던 모양이군]
히죽.
카라마츠가 웃는다.
정말 싫네, 그 얼굴. 그만해주지 않으려나, 그거.
토도마츠의 속내 모를 웃음과도, 이치마츠의 야비한 웃음과도, 쥬시마츠의 순진무구한 웃음과도, 그 무엇과도 닮지 않았다.
심플하고 예쁜, 올곧은 미소.
이렇게나 환한 미소인데.
―――감정이, 하나도 담겨있지 않다.
미소와 함께 해독제의 뚜껑이 열리고.
작은 병의 입구가 아래로 향한다.
[너희들이 죽이고 싶을 정도로 싫은 내가.
너희들을 정말 사랑하는 자신으로 돌아가기 위해, 일부러 해독제를 마실 거라고 생각한 건가?]
아―――.
목소리를 낼 틈조차 없었다.
물론 말릴 틈도.
병의 내용물은 순식간에 바닥에 쏟아져, 다다미 바닥을 보라색으로 물들였다.
끝 :D
오타지적 환영합니다 'ㅂ')///